그때에 하방(下方)으로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일체여래원만보염광(一切如來圓滿普焰光)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무착지성수당왕(無着智星宿幢王)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파제개장용맹지자재왕(破諸蓋障勇猛智自在王)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 회상으로부터 이 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그 몸의 낱낱 털구멍에서 가지가지 법 바다를 연설하는 아름다운 음성 구름을 내었다.
곧, 온갖 법의 뜻과 중생의 말을 연설하는 다라니 바다 음성 구름, 온갖 삼세 보살의 수행하는 방편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의 서원 방편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의 원만하고 깨끗한 바라밀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의 온갖 세계에 가득찬 원만한 행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보살들이 가지가지 신통 이루는 것을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깨뜨리고 번뇌를 소멸하여 정각을 이루는 신통을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법 수레[法輪]를 굴리는 가지가지 명구와 수다라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이 중생의 자격에 따라 교화하고 조복하는 방편행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모든 여래께서 그들의 시기와 선근과 소원에 따라 일체지지를 얻게 하는 좋은 방편의 바다를 연설하는 음성 구름 들을 내어, 낱낱이 온 허공 법계에 가득하였다.
036_0006_b_02L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 부처님 발에 예배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즉시 하방에 모든 여래 궁전의 광명을 나타내는 가지가지 빛깔 보배 누각과 모든 기묘한 형상 보배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온갖 보리도량의 그림자를 나타내는 마니왕 관으로써 그 몸을 장엄하였다.
상방(上方)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해 밖에 한 세계해가 있으니, 이름이 무진불종성(無盡佛種性) 세계요, 부처님 이름은 보지원만차별광명대성왕(普智圓滿差別光明大聲王)이시고, 그 여래 대중 가운데 보살마하살이 있으니 이름은 보변법계대원제(普遍法界大願際)인데, 말할 수 없는 세계의 티끌 수 보살들과 함께, 그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그 도량으로부터 이 사바세계 비로자나여래 계신 데로 오면서, 신통으로써 제각기 그 몸의 온갖 몸매ㆍ온갖 부분[身分]ㆍ온갖 뼈마디ㆍ온갖 털구멍ㆍ온갖 말소리ㆍ온갖 구절ㆍ온갖 의복ㆍ온갖 장엄거리에서 비로자나부처님 등 지나간 세상의 모든 부처님과 오는 세상의 모든 부처님과 지금 세상의 모든 부처님과 그 권속들을 나타내며, 시방세계의 깨끗하고 더럽고,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것을 모두 나타내었다.
036_0006_c_02L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보시[檀那]바라밀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아 놓은 모든 보시한 이와 받은 이와 재물과 그 일[本事]의 그림자들과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지계[尸羅]바라밀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은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인욕[羼提]바라밀로, 사지[肢體]를 끊어도 마음이 끄떡하지 않던 일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은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정진[毗梨耶]바라밀에 용맹하게 나아가며 물러나지 않는 일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쌓은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구하시던 모든 여래의 선정[禪那]바라밀과 그것을 따라 행하여 이루던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서 구하시던 반야(般若)바라밀과 모든 여래께서 굴리신 법의 수레와 이루신 법에 용맹심을 내어 온갖 것을 모두 버리던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의 지나간 세상에서 이루신 방편(方便)바라밀로 모든 부처님을 뵈옵기 좋아하며, 모든 보살도를 행하기 좋아하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기 좋아하던 일과, 그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세우신 서원 [願]바라밀로 모든 보살의 엄청난 서원을 깨끗이 장엄한 일과 그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이루신 보살의 힘[力]바라밀로 가지가지 행을 알고 깨끗하게 화합한 일과 그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며, 또 저 부처님이 지나간 세상에서 닦으시던 지혜[智]바라밀로 가지가지 차별된 깨달음의 법문을 원만하고 청정하게 하던 일과 그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를 나타내어, 이렇게 나타낸 온갖 여래의 지난 세상 행하신 일의 그림자와 서로 응하는 행의 바다가 모두 크고 넓은 법계에 가득하였다.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서는 부처님 발에 예배하여 공양하기를 마치고, 즉시 상방에 모든 금강으로 가지가지 장엄한 누각과 제청(帝靑) 금강으로 된 연화장 사자좌를 변화로 만들고 여러 보살들이 그 위에 결가부좌하고 앉았는데, 삼세 여래의 이름을 연설하는 큰 음성의 바다를 내는 마니보배로 계명주(髻明珠)가 되어 보배 관을 꾸미었고, 온갖 보배 광명이 치성한 마니왕 그물로 몸을 가리웠다.
이렇게 시방에서 모든 보살들이 제각기 가지가지 신통으로 가지가지 공양 구름을 일으키면서 도량에 모여 와서 법계에 두루 찼으니, 이 보살들과 그 권속들은 모두 보현보살의 행과 원으로부터 났으며, 깨끗한 지혜의 눈으로 삼세(三世) 모든 부처님들의 좋아할 만한 여러 가지 몸매를 보며, 걸림이 없는 귀로써 시방 모든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수다라를 들으며, 모든 보살들의 수승하고 자재한 저 언덕에 이르렀다.
036_0007_a_02L그리하여 잠깐 잠깐에 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시방세계의 여러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며, 한 몸이 온갖 세계에 가득하여 모든 부처님들의 대중 회상에 나타나고, 광명이 온갖 세계에 두루 비치며, 한 티끌 속에서도 시방의 허공에 있는 모든 세계를 나타내며, 저러한 세계마다 가지가지 몸을 나타내어 교화를 받을 만한 중생들을 조복(調伏)하여 성취시키되 조금도 때를 놓치지 아니하며, 온갖 털구멍으로 내는 소리가 시방세계에 들리어 여래의 묘한 법 수레의 넓은 경계를 연설하며, 모든 중생은 다 환술과 같은 줄 알며, 모든 여래는 다 그림자와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간에서 업을 따라 태어나는 것은 다 꿈과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간에 나타나는 과보(果報)는 모두 거울 속 영상과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간에 생겨나는 물건은 다 아지랑이와 같은 줄 알며, 모든 세계들은 마음을 의지하여 머무는 것이 변화함과 같은 줄 알며,
부처님의 열 가지 지혜[十種智力]를 통달하였으며, 위엄과 덕망의 자재함이 큰 황소와 같아 두려움이 없으며, 말솜씨가 사자후(師子吼)와 같아서 그지없는 변재의 큰 바다를 얻었으며, 중생들의 모든 비밀한 바다를 모두 알며, 여러 가지 말이나 글의 지혜 바다에 깊이 들며, 법계가 허공과 같은 줄 알며, 보살들의 신통과 지혜를 얻었고, 위엄의 힘이 용맹하고 웅장하여 마군들을 항복 받으며, 지혜의 힘이 밝고 철저하여 삼세의 일을 분명히 알며, 모든 법이 서로 어기지 않는 줄을 알면서 항상 일체지의 자리를 구해서, 끊임이 없는 지혜로 모든 세간에 나아가며, 법계를 아는 지혜로 모든 교법의 바다를 내어 흐르게 하며,
036_0007_b_02L 신통을 얻어서 시방의 모든 세계가 서로서로 들어가게 하며, 선한 일을 닦은 힘으로 여러 세계에 마음대로 태어나며, 모두 보는 눈을 얻어서 시방의 온갖 세계의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것을 모두 보며, 막힘이 없는 지혜를 얻어서 작은 경계에 큰 세계를 나타내고 큰 경계에 작은 세계를 나타내며, 자재한 힘으로 한 부처님에게서 일체 부처님의 공덕과 지혜를 얻으며, 위신(威神)의 가피(加被)를 입어 시방을 널리 보되 의심이 없으며, 잠깐 동안에 신통으로써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할 수 있는 것과 같은 한량없는 공덕을 갖춘 큰 보살들이 서다림에 가득 찼으니, 이것이 모두 여래의 위엄과 신통으로 되어지는 것이었다.
이때에 모든 성문(聲門)들 중에 으뜸되는 지혜 많은 사리불(舍利弗), 신통이 제일인 목건련(目揵連), 마하가섭(摩訶迦葉)ㆍ이바다(離婆多)ㆍ수보리(須菩提)ㆍ아누루타(阿㝹樓馱)ㆍ난타(難陀)ㆍ겁빈나(劫賓那)ㆍ가전연(迦旃延)ㆍ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 들이 모두 서다림 동산에 있었으나, 그들은 이러한 여래의 신통, 여래의 장엄, 여래의 경계, 여래의 유희, 여래의 변화, 여래의 높으심, 여래의 묘한 행, 여래의 위엄과 덕망, 여래의 가피, 여래의 많은 세계를 보지 못하였으며,
또 생각할 수 없는 보살의 경계, 보살의 집회, 보살의 두루 들어가는 일, 보살의 가까이 모심, 보살의 신통, 보살의 유희, 보살의 권속, 보살의 있는 곳, 보살의 사자좌, 보살의 궁전, 보살의 위의, 보살의 삼매, 보살의 두루 살피는 것, 보살의 사자빈신(師子頻申), 보살의 용맹, 보살의 공양, 보살의 수기(授記), 보살의 성숙(成熟), 보살의 청정한 신업(身業), 보살의 원만한 지혜, 보살의 나타내 보이는 원신(願身), 보살의 두루한 색신, 보살의 구족한 몸매, 보살의 원만한 광명, 보살이 놓는 광명 그물, 보살이 일으키는 변화 구름, 보살의 두루한 방편 그물, 보살의 원만한 모든 행, 이러한 가지가지 경계를 하나도 보지 못하였다.
036_0007_c_02L왜냐 하면 선근(善根)이 같지 아니한 때문이며, 저 성문들은 지나간 세상에서 본디 부처님들의 여러 가지 신통을 볼 수 있는 미묘 선근을 닦지 못한 탓이며, 본디 시방세계를 두루 장엄한 깨끗한 공덕을 찬탄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부처님들의 가지가지 신통으로 변화하는 일을 칭찬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나고 죽는 데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지 못한 탓이며, 본디 모든 중생들을 권하여 크고 넓은 보리심(菩提心)에 머물게 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여래의 내림[如來種性]이 끊어지지 않게 하지 못한 탓이며, 본디 온갖 중생들을 부지런히 거두어 주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들의 바라밀을 부지런히 닦지 못한 탓이며, 본디 나고 죽는 데서 중생에게 지혜의 눈을 구하도록 하지 못한 탓이며, 본디 일체지를 따르는 선근을 닦지 못한 탓이며, 본디 여래가 세상에 나신 좋은 선근을 깨닫지 못한 탓이며,
본디 모든 부처 세계를 두루 깨끗하게 하는 신통한 지혜를 얻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이 넓은 경계를 아는 깨끗한 눈을 얻지 못한 탓이며, 본디 세상을 뛰어날 수 있는 구경의 함께하지 않는 큰 선근을 구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모든 보살들의 큰 서원으로 생사를 뛰어나는 지혜를 일으키지 못한 탓이며, 본디 모든 여래의 신력으로 가피하심을 좇아 나지 아니한 탓이며, 본디 온갖 법이 모두 요술과 같은 줄을 알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들의 아는 바 생각하고 집착하는 것이 모두 꿈과 같은 줄을 알지 못한 탓이며, 본디 보살의 용맹과 큰 뜻으로 깊이 기뻐함을 얻지 못한 탓이니, 이러한 여러 가지가 모두 보현보살의 지혜로 아는 경계이므로, 이승(二乘)들과는 함께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까닭으로 저 으뜸가는 성문들은 듣지도 못하고 믿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기억도 못하고 살피지도 못하고 요량도 못하고 생각도 못하고 증득도 못하고 분별도 못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부처님과 보살들의 신통한 경계를 이승들의 좁은 소견으로는 알 수 있는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록 서다림 동산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크고 넓은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한 것이다.
또 저 성문들은 이러한 보살들이 닦은 훌륭한 선근이 없는 까닭이며, 이러한 부처님의 신통을 보는 깨끗한 지혜의 눈이 없는 까닭이며, 깊은 삼매로 자세히 살피는 힘이 없는 까닭이며, 큰 신통으로 가피함이 없는 까닭이며, 생각할 수 없는 해탈문이 없는 까닭이며, 자재한 신통이 없는 까닭이며, 큰 세력이 없는 까닭이며, 큰 위엄과 도덕이 없는 까닭이며, 훌륭한 머물 데가 없는 까닭이며, 지혜의 눈으로 행할 경계가 없는 까닭이니,
036_0008_a_02L 그러므로 이러한 것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들어가지도 못하고 얻지도 못하고 두루 알지도 못하고 내지도 못하고 살피지도 못하고 참아내지도 못하고 닦아 행하지도 못하고 편안히 머물지도 못하고 열어 보이지도 못하며, 또 남들에게 널리 연설하지도 못하고, 찬탄하지도 못하고 가리켜 보이지도 못하고 베풀어 주지도 못하고 거두어 붙잡지도 못하고 권하여 나아가게도 못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부처님 경계를 닦아 익히게 하거나 편안히 머물게 하거나 증득하게 하지 못한다.
왜냐 하면 저 성문들은 이러한 큰 지혜가 없는 탓이며, 성문법을 의지하여 세상을 벗어난 탓이며, 성문의 도에 들어가 지혜를 얻은 탓이며, 성문의 행을 닦아 만족을 구하는 탓이며, 성문의 과(果)로 구경(究竟)을 삼는 탓이며, 성문의 참다운 지혜[實諦]만을 깨달은 탓이며, 차별 있는 진실[眞實際]에 머무르는 탓이며, 고요한 데 머무르는 것으로 열반을 삼는 탓이며, 세간에 대하여 대자비를 버린 탓이며, 모든 중생 구제하는 일에서 멀리 떠난 탓이며, 자기의 일에만 항상 머물러 고요한 데로 나아가는 탓이니, 그러므로 비록 서다림에 있으면서도 이러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한 것이다.
왜냐 하면 본디 여래의 일체지의 성품을 구하지 아니하며 행하여 모으지 아니하였고, 좋아하지 아니하고 내지 아니하고 닦지 못하고 깨끗이 하지 아니하였기 때문이다. 또 여래의 삼매와 신통에 들어가지 못하고 행하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증득하지 못하였으니, 이러한 경계는 보살의 넓은 지혜 눈으로써 보는 것이요, 성문들의 행할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항하(恒河)의 양쪽 언덕에 한량없는 백천억 아귀들이 있는데, 벌거숭이로 굶주리고 목말라서 여위어 핼쓱하고, 가죽과 살과 뼈가 안팎으로 타는 듯하고, 바람에 휘몰리고 햇볕에 그을리며, 까마귀ㆍ독수리ㆍ늑대ㆍ이리 따위와 험악한 새와 짐승들이 번갈아 와서 쪼고 할퀴며, 기갈에 쪼들리어 물을 마시려 하지마는, 강가에 있으면서도 물을 보지 못하고, 설사 본다 하더라도 강이 말랐거나 불과 같거나 뜨거운 재로만 보이는 것과 같다. 그것은 두터운 업장(業障)에 덮인 탓이다.
036_0008_b_02L여러 큰 성문들도 역시 그러하여 비록 서다림 속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어마어마한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하나니, 왜냐 하면 온갖 것 다 아는 지혜[種智]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무명(無明)의 꺼풀이 눈에 덮인 탓이며, 일체지를 얻을 만한 훌륭한 선근을 심지 못한 탓이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잠깐 졸다가 꿈을 꾸었는데, 수미산 꼭대기에 제석천왕의 선견궁(善見宮)이 있고, 그 궁성 안에 훌륭한 전각과 잘 꾸민 동산이 있으며, 천동(天童) 천녀(天女)들이 백천만억이요, 부드러운 보배 땅에는 하늘 꽃이 널리어 있었다. 그리고 가지가지 의복 나무에서는 좋은 의복이 나오고, 꽃나무에는 아름다운 꽃이 피고, 보배 나무에서는 귀중한 보배가 나오고, 장엄 나무에서는 여러 가지 장식품이 나오고, 음악 나무에서는 아름다운 가락이 흐르며, 수없는 하늘 사람들이 그 가운데서 노래하고 춤을 추는데, 그 사람도 그들과 함께 하늘 옷을 입고 오락가락하면서 쾌락을 받고 있었다. 그러나, 곁에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있으면서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과 같으니, 이 사람의 꿈속에서 보는 경계는 함께 있는 여러 사람들로는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모든 보살이나 세간 임금[世主]들의 눈 앞에 보는 바 온갖 장엄과 신통 변화도 그러한 것이니, 여러 부처님의 가피를 입은 까닭이며, 오래 전부터 선근을 행하여 모은 까닭이며, 일체지를 얻으려는 큰 서원을 세운 까닭이며, 여래의 훌륭한 공덕을 닦은 까닭이며, 보살의 장엄한 길에 머무른 까닭이며, 일체종지(一切種智)의 문을 원만히 갖춘 까닭이며,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성취한 까닭이며, 보살들의 일체지의 땅에 들어가서 청정하게 아는 까닭이며, 보살의 온갖 삼매와 신통 바다에 유희하는 까닭이며, 보살의 온갖 경계를 관찰하는 지혜가 걸림이 없는 까닭에 여래 세존의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하게 유희하는 신통 경계를 모두 보고 알고 들어가는 것이었다. 성문 제자들도 비록 지혜와 신통이 있지마는 그러한 경계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은 보살의 깨끗한 눈이 없는 탓이다.
036_0008_c_02L마치 설산에 있는 약풀들이 누가 심기나 한 것처럼 간 데마다 많은데, 밝은 지혜를 가진 의사는 약풀의 여러 가지 성질과 공능을 알아서 병을 따라 캐어 쓰지마는, 사냥군이나 마소를 뜯기는 사람들은 그 속에 있으면서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과 같나니, 어떻게 캐낼 수 있으랴.
이것도 그와 같아서 모든 보살들은 모두 여래의 지혜에 들어가서 보살의 여러 가지 유희를 내며, 여래의 삼매 경계를 알지마는 성문 제자들은 본디 일체종지를 닦지 못하였고, 여러 중생을 이익케 하지 않았으므로 서다림 가운데 있으면서도 여래의 삼매로 광대한 신통 변화를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이었다.
마치 땅 속에는 여러 가지 보배가 들어 있고, 백천만억 희귀한 보물들이 간 데마다 그득하여 모든 장엄거리가 없는 것이 없건마는, 총명하고 지혜 있는 사람은 노다지 보배가 있는 데를 잘 알기도 하고 그 보배의 가치와 소용되는 것을 잘 알 뿐 아니라, 또 복과 덕이 구족하여 마음대로 캐내서 부모에게 봉양도 하고, 곤궁한 일가 친척들을 구원도 하고, 헐벗고 병난 사람들을 도와 주기도 하며, 하고 싶은 대로 풍족하게 쓰지마는, 복과 지혜가 없는 사람은 비록 보배 있는 데서 앉고 서고 다니고 눕고 하면서도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보살들은 널리 보는 깨끗한 지혜 눈이 있으므로 서다림 동산에서 알 수 없는 여래의 깊은 경계에 들어가고 부처님의 엄청난 신통 변화를 보고, 부처님의 가이없는 삼매에 들어가서 부지런히 모든 여래께 공양하며 훌륭한 법문으로 여러 중생들을 깨우치며, 사섭법(四攝法)으로 여러 중생들을 포섭하거니와, 저 성문들은 비록 서다림 동산에 있으면서도 여래의 신통을 보지 못하며, 보살 대중의 모인 것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036_0009_a_02L마치 어떤 사람이 천으로 눈을 가리고 보배가 많은 섬에 가서 앉고 눕고 오고 가고 하면서도, 보배 나무ㆍ보배 옷ㆍ보배 향ㆍ보배 과일 등 많은 보배들의 모양과 용도와 싸고 비싼 것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지마는, 다른 사람은 눈을 뜨고 그 곳에 가서 모든 보배들을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것과 같나니, 보살들도 이와 같아서 여래의 법 보배 섬에 가서 훌륭한 공덕의 장엄을 모두 분명하게 보지만, 성문 제자들은 비록 서다림에서 부처님을 모시고 있으면서도 여래의 자재한 신통과 삼매의 경계를 보지 못하며, 널리 장엄한 보살 대중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성문들은 부처님의 지혜에 상응하지 못하는 탓이며, 무명이 눈을 가리운 탓이며, 보살처럼 걸림없는 지혜가 없는 탓이며, 차례대로 법계에 들어가지 못한 탓이니, 그러므로 여래의 자재한 삼매와 차별 있는 신통 변화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무구광(無垢光)이란 약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든지 눈에 바르면 눈이 밝아져서 모든 어두운 것이 그 눈을 가리우지 못하므로, 그 사람은 어둔밤에 여러 백천 명 군중 속에 있더라도 여러 사람의 얼굴과 행동을 모두 보지마는, 그 사람의 얼굴과 행동과 오가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저 보살들은 여래의 밝은 지혜 눈을 성취한 것이어서 모든 세간의 일을 분명히 보지마는, 그 보살의 나타내는 삼매와 신통의 큰 경계와 모든 보살 대중의 둘러 있는 것을 성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어떤 비구가 대중 가운데서 변처정(徧處定)에 들었는데, 이른바 땅 변처정ㆍ물 변처정ㆍ불 변처정ㆍ바람 변처정ㆍ푸른 변처정ㆍ누른 변처정ㆍ붉은 변처정ㆍ흰 변처정ㆍ하늘 변처정과 그리고 가지가지 중생의 몸 변처정, 음성과 말소리 변처정, 온갖 반연할 변처정 등이니, 이 변처정에 든 사람은 그 반연하는 땅이나 물 따위의 광명이 두루하며, 내지 온갖 반연할 경계를 두루 보지마는, 다른 대중들은 모두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이것도 그와 같아서, 여래께서 나타내시는 헤아릴 수 없는 삼매와 신통의 많은 경계를 보살만은 들어가 보지마는 모든 이승들은 알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는 것이다.
036_0009_b_02L마치 어떤 사람이 몸을 감추는 약을 구하여 몸에 바르면 몸이 가려져서 대중 가운데서 앉고 서고 오고 가더라도 보는 이가 없지마는, 이 사람은 대중의 하는 짓을 모두 보는 것과 같다. 부처님도 이와 같아서 지혜 눈을 성취하고 세간에서 뛰어났으므로 세간을 보는 데 장애가 없어서, 나타내는 삼매와 신통의 경계는 성문들로서는 알지 못하고, 다만 일체지(一切智)의 경지에 나아간 보살들만이 보는 것이다.
마치 세상 사람들이 처음 날 때에 두 천신(天神)이 함께 나나니, 하나는 동생(同生)이요 둘은 동명(同名)이다. 이 두 천신이 항상 이 사람을 따라다니는데, 천신은 이 사람을 보지마는 이 사람은 천신을 보지 못하는 것처럼 여래도 그러하여, 헤아릴 수 없는 일체지지(一切智智)에 머무른 삼매와 신통의 경계와 모든 보살 대중이 장엄한 것을 성문들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저 성문들도 이와 같아서 비록 서다림 가운데 있으면서 육근이 구족하지마는, 여래의 자재한 신통과 넓은 경계는 보지 못하고 알지 못하고 이해하지 못하고 들어가지 못하며, 또 보살 대중의 삼매와 신통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경계는 세밀하고 깊고 비밀하고 크고 넓어서,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고 헤아릴 수도 없으며, 모든 세간과 출세간(出世間)을 뛰어나서 생각할 수도 없고 깨뜨릴 수도 없으며, 성문이나 벽지불로는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래의 자재하신 신통으로 나타내는 경계와 헤아릴 수 없는 권속의 장엄과 보살 대중과 서다림 동산이 한량없는 아승기 세계에 두루한 것 등의 일을 모든 이승들은 보지 못하나니 보살의 넓은 그릇이 아닌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