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에 해당(海幢) 비구가 양미간의 흰 털[白毫]로부터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제석천왕(帝釋天王)을 내니, 위덕과 광명이 하늘 무리에서 뛰어나며, 세상의 모든 욕망과 쾌락을 여의고 모든 경계에 자재하며, 마니 구슬을 정수리에 꾸몄으니 몸에서 나는 광명이 천상의 궁전을 가려 덮었다. 그리고 모든 수미산을 진동하고 제멋대로 노는 하늘 무리들을 경책하며, 복덕의 힘을 찬탄하고 지혜의 힘을 말하며, 좋아하는 힘을 내고 뜻 두는 힘을 유지하며, 청정한 생각을 더하고 보리심(菩提心) 내는 힘을 굳게 하였다. 부처님 뵈려 함을 찬탄하여 세상 욕심을 덜게 하고, 법문 들으려 함을 찬탄하여 세상을 싫어하게 하며, 관찰하는 지혜를 찬탄하여 세상에 물드는 일을 끊게 하고, 아수라의 싸움을 쉬게 하여 번뇌의 다툼을 끊으며, 죽기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없애고 마군을 굴복하려는 서원을 내게 하며, 바른 법의 수미산을 세우고 중생들의 모든 사업을 이루게 하며, 잠깐잠깐에 한량없는 중생들을 조복하여 이러한 일들이 법계에 두루하였다.
이마에서는 한량없는 백천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범천왕을 내니, 몸매가 단정하여 세상에 짝이 없으며, 위의가 조용하고 음성이 아름다우며, 부처님께 법 수레 굴리심을 청하고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보살들의 마음을 즐겁게 하여 중생들의 한량없는 사업을 이룩하게 하는 따위의 일이 시방 법계에 가득하였다.
036_0036_b_02L이른바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의 지난 세상에 행하던 보시바라밀과 주는 이와 받는 이와 주는 물품과 따라서 어울리던 행[所隨順相應行]의 바다를 칭찬하며, 모든 간탐한 중생을 이끌어 아끼는 마음을 여의고 베푸는 마음을 성취하며, 보시하는 일로 중생들을 이끌어 위없는 보시바라밀에 머물게 하며, 부처님들의 몸매와 공덕을 보이어 여러 보배로 세계를 장엄케 하며, 의보(依報)와 정보(正報)가 생기는 원인을 보여 중생들로 하여금 좋아하여 익히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행하던 계행 지키는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던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중생들로 하여금 다섯 가지 욕심 내는 경계에는 싫증을 내고 부처님 경계는 일심으로 구하게 하며, 뒤바뀐 생각을 버리고 올바르게 생각하여 잘못된 분별을 끊고 온갖 나쁜 짓을 여의게 하며, 보살의 계행을 생각하고 중생들을 거두어 큰 자비에 머물게 하며, 해탈하는 것을 칭찬하고 여래의 가장 으뜸되는 계행을 보호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부처님 계율에 머물게 하며, 모든 것이 꿈과 같다고 말하여 모든 법의 성품이 공한 줄을 알게 하며, 모든 향락이 재미가 없는 것이라고 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애욕의 속박을 여의고 번뇌에서 벗어나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행하던 욕됨을 참는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던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중생들로 하여금 법에 자재하고 마음에 자재함을 얻어 욕되는 일을 참는 힘을 갖추게 하며, 금빛 몸을 얻는 업을 칭찬하여 때묻고 성내는 일을 여의고 자비한 행을 일으키어 죽이려는 마음을 쉬어 축생 갈래를 끊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의 지난 세상에 행하던 꾸준히 나아가는[精進]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보살로 하여금 용맹하게 부지런히 나아가며 일체지를 얻기 위하여 바른 법을 부지런히 구하게 하며, 모든 여래를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공경하고 찬탄하여 고달픈 마음이 없게 하였으며, 세상 중생들로 하여금 멋대로 놀려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게 하고, 중생을 거두어 주어 고통 속에서 벗어나 부처님의 끝까지 원만한 지혜에 들어가게 하였다.
036_0036_c_02L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으신 선정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중생들로 하여금 부질없는 번뇌의 장애를 없애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어 탐욕과 성내는 일을 일으키지 않게 하며, 서늘한 구름으로 뜨거운 번뇌를 없애어 나고 죽는 바다를 말리고 무명의 업으로 생긴 산을 헐어 버리며, 중생을 조복하여 묘한 법에 머물러 마음이 끝끝내 자재하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던 반야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바른 소견의 지혜의 번개 빛을 널리 비추어 중생들로 하여금 근본 성품을 통달케 하며, 깨끗하고 묘한 법의 우레 소리를 진동시켜 중생들로 하여금 공덕이 늘게 하며, 모든 나라는 교만의 산을 헐어 버리고 잘못된 소견의 독한 살을 뽑고 모든 의혹하는 껍질을 없애 버리어 중생들로 하여금 자재한 지혜를 얻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던 방편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세간에서 가지가지 짓는 일을 따라 행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끝까지 성숙케 하며, 모든 중생을 모두 조복하면서도 중생들에게 물들지 아니하며, 여러 부처님의 모인 대중을 밝게 비추면서도 모인 대중에게 마음이 집착하지 아니하고 나고 죽는 일을 여의었지마는 여러 세상에 마음대로 태어나며, 세간에 나타나 있으면서도 마음대로 열반에 드나들며, 나고 죽는 일과 열반이 둘도 아니고 다르지도 않은 줄을 분명히 알지마는 중생들을 공교롭게 이익케 하며, 보살의 원만하고 자재한 데에 편안히 있어서 세간을 뛰어나 저 언덕에 이르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이룬 서원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보살들로 하여금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네 가지 서원 수레를 타고 정각의 길로 다니면서 온갖 세계에서 중생을 이익케 하며, 무명의 산을 헐고 애욕의 그물을 찢고 모든 속박을 풀어 나머지가 없게 하며, 신통과 가지가지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의 목숨이 자재하게 하였다.
036_0037_a_02L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이 지난 세상에 이룬 힘의 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보살의 모두 기억하는 힘을 연설하여 방편 법문과 묘한 변재의 힘으로 중생을 성숙케 하며, 넓고 큰 원력으로 원수와 마군을 쳐부수고 자재한 지혜 힘으로 외도들을 제어하며, 두려움이 없는 마음의 힘과 몸의 힘이 금강같이 견고하여 모든 철위산(鐵圍山)을 부수며, 시방세계의 겁말(劫末)에 타는 불을 끄고 바닷물을 말리며, 맹렬한 태풍을 삼키고 온 허공에 있는 세계를 손바닥에 올려 놓아도 몸의 힘은 조금도 덜어지지 아니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삼매를 깨끗이 닦아서 모든 곳에 마음대로 태어나게 하였다.
또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여 모든 부처님들이 지난 세상에 닦던 지혜바라밀과 따라서 어울리는 행의 바다를 찬탄하니, 가지가지 지혜의 지위를 분별하여 연설하였는데, 이른바 부처님들의 십력과 두려움 없음과 온갖 공덕을 내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부처님들의 모든 잘 생긴 몸매와 마음대로 장엄함을 만족케 하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보살들의 큰 서원을 일으키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을 두루 거두어 주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중생들에게 나가 없는 줄을 나타내어 보이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갖가지 생각을 널리 관찰하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근성과 알음알이의 차별을 두루 분별하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믿음과 좋아함이 차별한 것을 따르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깊은 업 바다가 한량없는 차별임을 분명히 아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며,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서원 바다와 좋아하는 마음의 차별에 들어가는 구족한 지혜의 지위였다.
036_0037_b_02L정수리의 육계(肉髻)에서는 한량없는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여래의 몸이 나왔으니, 그 몸이 매우 훌륭하여 세상에는 비길 데가 없으며, 여러 가지 몸매와 잘 생긴 모양으로 깨끗이 장엄되었으며, 위덕과 광명이 엄청나고 빛나서 황금 산과 같으며, 한량없는 광명이 시방에 두루 비치며 원융한 음성을 내어 법계에 두루하며, 한량없는 큰 신통을 나타내며, 모든 세간에 법 비를 두루 내리어 분수를 따라 이익을 얻게 하였는데,
곧 보리도량에 앉은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평등하게 앞에 나타나는 지혜[平等現前智]요, 관정(灌頂)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넓은 문 법계[普門法界]요, 법왕자(法王子) 지위에 있는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보살이 널리 장엄한 문에 들어감[入諸菩薩普莊嚴門]이요, 동진(童眞)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견고한 산에 머무는 법 지혜 구름[住堅固山大法智雲]이었다. 물러나지 않는[不退]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두루 장엄한 평등한 바다 광[普徧莊嚴海藏]이요, 바른 마음[正心]을 성취한 자리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금강 지혜로 넓은 경계를 비춤[以金剛智普照境界]이요,
방편이 구족한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중생의 제 성품을 거두는 장엄문[普攝衆生自性莊嚴門]이요, 귀동자로 태어나는[生貴]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가 원만하게 세간을 따라 줌[如來圓滿隨順世間]이요, 수행이 어울리는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법의 근본을 연설하여 세간을 불쌍히 여김[演法本際悲愍世間]이요, 토대를 닦는[治地] 지위에 이른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법 광을 모음[積集法藏]이요, 처음 마음을 내는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중생을 포섭하여 평등하게 장엄함[普攝衆生平等莊嚴]이요, 넓고 크게 믿고 이해하는 보살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의 서원 광인 다함 없는 해탈[如來願藏無盡解脫]이었다.
무색계 하늘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넓은 지혜의 무진장[普門智無盡藏]이었다. 범천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한량없는 교법 소리[無量敎聲] 넓은 지혜 광이요, 타화자재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법의 힘과 살아가는 도구를 내는 무진장[能生法力資具無盡藏]이요, 마군중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가지가지 마음 짐대로 일체지를 구함[種種心幢勤求一切智]이요, 화락천(化樂天)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깨끗한 생각의 지혜 보배가 가지가지 멍에에 머묾[淨念智寶住種種善軶]이요, 도솔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보살의 가지가지 원을 내는 보배 짐대[菩薩生意種種願寶幢]요, 야마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를 따라서 깨끗한 생각으로 기뻐하는 광[隨順如來淨念歡喜藏]이요, 도리천에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를 빨리 뵈옵고 장엄을 내어 즐거워하는 광[疾見如來出生莊嚴愛樂藏]이었다.
036_0037_c_02L용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보살이 용왕 갈래를 여의고 신통 변화를 내는 즐거운 짐대[出生菩薩厭離龍趣種種神變歡喜幢]요, 야차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부처님을 보고 기뻐하여 법계에 두루하는 여래의 신통 변화광[見佛歡喜普徧法界如來神變藏]이요, 건달바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부처님의 법문 음성 구름을 모옴[一切如來集法音聲雲]이요, 아수라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금강 지혜의 큰 법 경계[金剛智輪大法境界]요, 가루라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끝없는 광명으로 부처님들의 방편을 냄[無邊光明出生一切如來方便]이요, 긴나라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여래께서 세간을 이익케 하는 훌륭한 지혜 구름[一切如來饒益世間殊勝智雲]이요, 마후라가왕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빨리 법을 늘게 함을 좋아함[愛樂速疾增長法]이요, 이 세상 임금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모든 중생의 좋은 지혜를 얻음[得一切衆生勝智慧法]이었다.
지옥 중생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고요한 음성으로 바른 생각을 장엄함[寂靜音聲正念莊嚴]이요, 축생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여래의 지혜 광을 갖추어 나쁜 업과 나쁜 갈래가 없는 소리를 따라감[隨順如來具智慧藏無惡業道聲]이요, 염라왕 세계의 중생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중생을 버리지 않고 여래의 바라밀을 내는 소리[不捨衆生出生如來波羅蜜聲]요, 액난을 받는 중생들에게 내리는 법 비는 이름이 고요한 음성으로 두루 위로함[寂靜音聲普徧安慰]이니, 모두 중생들로 하여금 고통을 여의고 성현의 모임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는 일이 시방의 모든 법계에 가득하였다.
2) 신통을 보고 법을 묻다 해당 비구는 온 몸의 털구멍마다 낱낱이 한량없는 아승기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광명 그물을 내니, 낱낱 광명마다 아승기 빛깔을 갖추었고, 낱낱 빛깔마다 아승기 장엄이 있고, 낱낱 장엄마다 아승기 경계를 나타내고, 낱낱 경계마다 아승기 사업을 마련하여, 이러한 것이 시방 법계에 두루 가득하였다.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이 삼세에 어울리는 참는 바라밀을 닦으면서 머리ㆍ눈ㆍ손ㆍ발을 상하거나 팔ㆍ다리를 끊거나 나쁜 말로 모욕을 당하더라도 모두 달게 받고 마음이 동요하지 아니하며, 내 몸이나 다른 이의 몸을 볼 적에 나라는 생각이 없고, 크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일체지를 이루었는데, 이러한 인연으로 보살의 구족한 몸매와 자재한 몸을 얻었으며, 온갖 몸으로 모든 장소에서 모든 겁을 지내면서 온갖 고통을 받더라도 바른 법을 구하여 중생들을 이익케 하며, 한 생각도 싫증을 내어 물러나려는 마음이 없으며, 가지가지 신통 변화가 시방에 두루 퍼져 중생 세계와 평등하게 온갖 몸을 나타내는 것이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이 법계에 가득함을 보았다.
또한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서 행하던 정진하는 바라밀을 닦으면서 삼세의 부처님과 보살들의 용맹하게 꾸준히 나아감을 배우며, 모양을 여읜 묘한 행으로 가지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의 바닷물을 진동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게으르지 말고 부지런히 힘써서 나고 죽는 일을 싫어하고 마군의 세상을 벗어나게 하며, 모든 외도는 두려워하지 않는 자가 없고 온갖 마군을 모두 부수며, 광명이 시방 법계에 비치어 보살들로 하여금 가지가지 행과 가지가지 신통을 닦아 중생을 모두 이익케 함을 보았으며,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 구하는 선정바라밀을 닦으면서, 혹은 양반의 가문에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나라 임금이 되기도 하여, 선지식을 만나 보리심을 내고 나라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기도 하며, 큰 서원을 세우고 가지가지 위의로 계행을 굳게 지키고 마음이 고요하여 선정을 닦음을 보았다.
036_0038_b_02L또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 성취한 반야바라밀을 닦으면서, 일체지를 열어 펼치기 위하여 부지런히 부처님 법을 구하고 바른 소견의 마음을 내기도 하며, 중생들을 구제하기 위하여 선지식을 구하여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며, 가르침을 어기지 아니하고 존중히 여기며 공경하여 신심을 내며, 예배하고 공양하여 게으른 마음이 없으며, 부처님의 한 구절 바른 법을 구하려고 안팎으로 가진 것을 모두 버리며, 몸과 목숨과 재물을 아끼는 생각이 없으며, 내지 여러 구절의 법문을 구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이 하여 오는 세상이 끝나도록 이와 같이 생각하며, 여러 가지 수행하는 것이 모두 중생들을 성취시켜 구경의 지혜를 원만케 하려는 것을 보았으며,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들이 삼세에서 세우는 서원바라밀을 구하매 곧 모든 부처님께 공양하고 섬기려는 원과 중생들을 성취시키려는 원과 모든 부처님 세계를 깨끗이 하려는 원과 이렇게 세운 모든 서원을 원만하게 수행하여 성취한 공덕으로 부처님들의 몸매를 구족하며, 나쁜 짓을 다스리는 모든 선한 법을 닦고 모든 나고 죽는 근심을 없애며,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중생을 이익케 하려는 서원이 그지없음을 보았다.
또한 지나간 옛적에 모든 보살이 삼세에서 행하는 지혜바라밀을 닦으매, 항상 세밀한 모든 경계와 원만한 지혜로 법계의 모든 중생을 깨우치사 무명의 잠에서 깨게 하며, 필경에 일체지의 길을 내게 함을 보았다. 이렇게 해당 비구가 발로부터 정수리에 이르도록 온갖 털구멍에서 나타내는 경계를 선재동자는 생각생각에 모두 분명하게 보았다.
036_0038_c_02L그때에 선재동자는 일심으로 해당 비구를 관찰하면서 앙모하는 마음을 내어 그 헤아릴 수 없는 삼매와 해탈을 기억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삼매의 자재함을 따라가며, 그 헤아릴 수 없이 중생을 이익하는 방편을 생각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일부러 하지 않는[無作] 묘한 작용과 널리 장엄한 문에 깊이 들어가며, 그 헤아릴 수 없이 깊은 믿음과 깨끗한 경계를 사랑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법계를 장엄하는 청정한 지혜를 관찰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부처님이 끝까지 가피하심을 받는 지혜에 편안히 머물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자재한 힘을 내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큰 서원을 견고하게 하며, 그 헤아릴 수 없는 보살의 실행하는 힘을 더하게 하느라고, 이렇게 서서 생각하고 관찰하기를 하루 낮 하룻밤을 지내고, 내지 이레 낮 이레 밤, 반달과 한 달을 지내며, 내지 여섯 달을 지내고 또 엿새를 지냈다. 이러한 뒤에야 해당 비구가 삼매에서 일어났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몸을 땅에 엎드려 공경하며 예배하고 일어서서 합장하고 처음 보는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말하였다.
036_0038_c_10L善財爾時以身布地恭敬作禮,起立合掌歎未曾有,讚言:
“거룩하신 이여! 이러한 삼매문은 매우 희유하고 기특한 것입니다. 이 삼매문은 가장 깊은 것이며, 이 삼매문은 가장 크고 넓은 것이며, 이 삼매문은 경계가 한량없으며, 이 삼매문은 신통 변화가 헤아릴 수 없으며, 이 삼매문은 광명이 짝할 이 없으며, 이 삼매문은 장엄이 수가 없으며, 이 삼매문은 위력이 제어하기 어려우며, 이 삼매문은 경계가 평등하여 흔들리거나 어지럽지 아니하며, 이 삼매문은 시방의 모든 세계에 널리 비치며, 이 삼매문은 방편이 한량없어 훌륭한 일을 감당할 만하나이다.
그 까닭을 말하면, 이 삼매는 이익이 끝이 없으니 모든 중생의 한량없는 고통을 덜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빈궁한 업을 끊게 하는 까닭이며,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하는 까닭이며, 축생의 갈래를 면하게 하는 까닭이며, 아귀 되는 원인을 끊는 까닭이며, 모든 액난의 문을 닫는 까닭이며, 인간과 천상의 길을 여는 까닭이며, 모든 안락한 법을 가까이 하는 까닭이며, 인간 천상의 좋은 쾌락을 내는 까닭이며, 선정의 경계를 사랑하게 하는 까닭이며, 함이 있는 낙을 늘게 하는 까닭이며, 삼계에서 벗어나는 법을 보이어 부지런히 구하게 하는 까닭이며,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끌어내어 구하게 하는 까닭이며, 큰 복과 지혜가 생겨날 원인을 늘게 하는 까닭이며,
036_0039_a_02L 크게 불쌍히 여기는 엄청난 마음을 빨리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광대한 서원의 힘을 내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이 지혜의 길을 비추어 밝히게 하는 까닭이며, 바라밀의 길을 장엄케 하는 까닭이며, 가장 좋은 대승에 깊이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보현의 묘한 행을 분명히 알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 지위의 지혜 광명에 들어가게 하는 까닭이며, 보살의 모든 서원과 행을 쌓아 성취케 하는 까닭이며, 일체지지(一切智智) 경계에 편히 머물게 하는 까닭이며, 모든 보살의 변화하는 힘을 청정케 하는 까닭이며, 모든 것에 가지(加持)하는 자재한 힘을 부지런히 구하는 까닭이옵니다. 거룩하신 이여! 이 삼매문의 이름을 무어라 하나이까?”
해당 비구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는 이름이 넓은 눈으로 버리는 것[普眼捨得]이며, 또 반야바라밀 경계의 깨끗한 광명[般若波羅蜜境界淸淨光明]이며, 또 평등하고 깨끗하게 널리 장엄하는 문[平等淸淨普莊嚴門]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평등하고 깨끗하게 널리 장엄하는 문 닦는 것을 으뜸으로 삼고서 백만 아승기나 되는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고 비길 데 없는 삼매를 구족히 원만하였느니라.”
해당 비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삼매문의 경계는 깊고 넓고 커서 한량이 없느니라. 만일 이 삼매를 닦으면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져서 삼매에 들어갈 적에는 시방의 모든 세계를 분명히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에 나아가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에 드나드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를 장엄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를 다스리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모든 세계를 깨끗이 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이 시방에 두루함을 보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광대한 위덕을 보는 데 걸림이 없느니라.
036_0039_b_02L또 모든 부처님의 유희와 신통을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깊고 깊은 지혜를 증득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큰 공덕 바다에 들어가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위없는 법문 구름을 일으키는 데 걸림이 없으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법 비를 받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부처님들의 법문에서 묘한 행을 닦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부처님들이 미묘한 법 수레를 운전하는 평등한 지혜의 성품을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부처님들의 도량에 모인 대중 속에 들어가 신통의 힘을 나타내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부처님의 일으키신 묘한 행을 따르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부처님이 법문 연설하심을 관찰하는 데 걸림이 없느니라.
또 시방의 모든 부처 세계에 들어가 신통을 일으키는 데 걸림이 없으며, 불쌍히 여기는 마음으로 시방 중생을 거두어 고통 바다에서 벗어나게 하는 데 걸림이 없으며, 사랑하는 마음을 항상 일으키어 온 시방에서 중생에게 낙을 주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의 부처님들을 두루 뵈오며 만족한 마음이 없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알음알이에 두루 들어가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근성을 두루 아는 데 걸림이 없으며, 시방 모든 중생의 가지가지 업 바다를 두루 아는 데 걸림이 없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반야바라밀의 깨끗한 광명의 삼매 법문만을 알고 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깊고 깊은 구경의 지혜 바다에 들어가는 일과 깨끗이 한 훌륭한 법의 경계와 부처님들의 법문을 통달함과 시방의 한량없는 부처 세계에 가는 것과 큰 지혜로 모두 기억하는 광명을 소유한 것과 원만하고 자재한 삼매에 머무는 일과 가지가지 청정한 신통을 나타내는 것과 다함 없는 큰 변재를 갖추는 일과 두려움 없는 아름다운 음성을 얻어 모든 지위의 공덕을 연설하는 것과 모든 중생을 옹호하는 일들에야 내가 어떻게 그 미묘한 행을 알며, 그 공덕을 찬탄하며, 그 경계를 나타내며, 그 원력을 칭찬하며, 그 광명을 나타내며, 그 바라밀 문에 들어가며, 그 증득한 것을 통달하며, 그 훌륭한 업을 모으며, 그 차례를 알며, 그 두루 퍼짐을 짐작하며, 그 삼매에 머물며, 그 마음의 경계를 보며, 바른 도를 말하며, 위세를 따르며, 그 평등한 지혜를 얻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다가 조수가 이르는 곳[海潮處]에 이르면 원만광(圓滿光)이란 큰 성이 있고, 그 성에는 묘원광(妙圓光)왕이 있으며, 그 성의 동쪽에 좋은 숲 동산이 있으니 이름이 보장엄(普莊嚴)이요, 왕의 부인은 이름이 이사나(伊舍那)니, 우바이가 되어 이 숲 동산에서 보살행을 닦고 있느니라. 그대는 그 우바이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라.”
036_0039_c_02L이때에 선재동자는 해당 비구에게서 훌륭한 법을 얻었고, 견고한 몸을 갖추고 삼매의 경계를 증득하였으며, 철저하게 밝히 알아 청정함에 이르렀고, 깊은 법계를 깨달았으며, 부처님들의 교법을 따라서 모든 법문을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고 크고 넓고 널리 장엄한 문에 편안히 머물렀으며, 지혜의 광명이 시방에 가득 차고 기쁜 마음으로 한량없이 뛰놀았으며, 오체(五體)로 땅에 엎드려 해당 비구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리고는 거듭거듭 예배하면서 공경하고 앙모하고 관찰하며, 그 거동을 상상하고 그 이름을 외우고 그 공덕을 생각하고, 그 행과 서원을 관찰하고 그 말씀을 기억하고 그 삼매를 생각하고 그 행하던 큰 경계를 상상하고, 그 모두 기억하는 지혜와 깨끗한 광명을 받고서 찬탄하고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남쪽으로 갔다.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힘을 입어 공덕의 몸을 분명히 믿고 이해함이 원만하고, 선지식의 가르침에 의지하여 바른 마음으로 생각하고, 선지식의 말을 기억하여 번갈아 마음이 열리었으며, 선지식의 수행에 대하여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사랑하고 공경하며, 선지식이 진심으로 공교롭게 거두어 줌을 관찰하고 즐거운 마음이 곱이나 더하여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선지식으로 인하여 내가 모든 부처님을 뵈었고 선지식으로 인하여 모든 부처님 법을 들었으니, 선지식은 나의 스승이라 나를 지도하여 일체지의 법을 보게 하였으며, 선지식은 나의 눈이라 나로 하여금 부처님의 경계가 허공과 같음을 보게 하였으며, 선지식은 나의 개울이라 나를 이끌어 부처님의 연꽃 못에 들어가게 하였다.’
036_0040_a_02L이렇게 생각한 후, 점점 남쪽으로 조수가 이르는 곳을 향하여 가다가 원만광성의 동쪽에 이르러 보장엄 동산을 보았다. 보배로 쌓은 담이 둘리었는데, 온갖 보배로 된 가로수가 줄을 지어 장엄하였으니, 이른바 보배 잎 나무에는 가지와 잎이 무성하고 광채가 선명하여 아름답게 꾸며져 있으며, 보배 꽃나무에서는 보배로 된 구소마꽃이 떨어져서 빛난 광채를 내면서 땅에 흩어졌고, 보배 향 나무에서는 미묘한 향 구름을 토하여 아름다운 향기가 시방 세계에 풍기며, 보배 화만 나무에서는 훌륭한 화만들을 내리어 수풀을 장엄하여 곳곳에 늘어지며,
마니 나무에서는 여러 가지 마니보배를 내리어 간 데마다 가득하게 장엄하였으며, 모든 하늘 보배 겁파(劫波) 옷 나무에서는 가지가지 보배 비단과 여러 가지 의복을 내리어 화려하게 꾸미었으며, 음악 나무에서는 미묘한 악기를 내어 바람이 부는 대로 조화로운 소리로 풍악을 잡히는 것이 하늘 풍류보다 아름다우며, 세간살이 나무에서는 보배롭고 귀중하고 아름다운 장엄거리를 내어 곳곳마다 뿌리어 장엄하였다.
그 땅은 깨끗하여 높고 낮은 데가 없고 넓고 평탄하여 가지가지로 장엄하였으며, 동산 안에는 백만 전당이 있으니 마니보배로 이루어졌고, 백만 누각이 있으니 염부단금으로 장식하였고, 백만 궁전이 있으니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사이사이 장엄하였는데, 구름이 퍼지는 듯, 용이 서리는 듯, 너비와 길이가 먼 듯 가까운 듯, 지붕과 마룻대가 서로 닿았으니 나는 듯 꿈틀거리는 듯 하였으며,
백만 욕지(浴池)는 칠보로 합하여 되었는데, 여러 가지 보배로 언덕이 되고 가는 금모래가 바닥에 깔리었으며, 칠보로 된 층계 길에는 마니로 된 난간이 둘리어서 사방으로 장엄하였으며, 야들야들한 좋은 풀을 가로 둘러 심었고 전단향 물이 그 가운데 가득하였는데, 사람의 뜻을 따라 차고 더움이 알맞으며,
보배 나무 숲속에는 개울이 군데군데 있는데 물 맑히는 구슬이 여기저기 널렸으며, 여덟 가지 공덕을 가진 물이 밤낮으로 흐르고, 물 속에는 오리ㆍ기러기ㆍ원앙ㆍ백학ㆍ공작ㆍ가릉빈가ㆍ구지라(拘枳羅) 따위의 여러 가지 새들이 모여 들고 날아가고 물속에 들락날락하면서 털을 고르고 깃을 다듬고 헤엄치고 날아다니며, 고운 노래로 아름답게 지저귀는 것이 하늘 풍류를 잡히는 듯 듣기에 싫은 줄을 모르며, 다라 나무는 열을 지어 둘러섰는데 보배 그물을 덮었고 귀한 풍경을 달아서 바람이 불어 오면 아름다운 소리가 항상 들리며, 수없는 마니주 짐대를 세웠는데, 비단과 보배 깃발을 사면에 장식하였으므로 찬란한 광명이 백천 유순까지 비치었다.
동산에 또 광대한 궁전이 있으니 이름은 장엄당(莊嚴幢)이다. 해장(海藏) 보배로 땅이 되고 가지가지 형상이 그 속에 나타나며, 비유리 보배로 기둥이 되고 염부단금으로 장엄한 그물이 위에 덮이었으며, 층층으로 지은 누각이 묘한 금산처럼 우뚝 솟아 보는 이마다 기뻐하며, 가지가지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빛을 갊은 마니주가 아름다운 광채를 항상 내어 찬란하게 비치고,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훌륭하게 장식하여 황홀하게 비치며 모든 보배의 값을 매길 수 없는 향에서는 아름다운 향기를 토하여 모든 것에 풍기고 있었다. 온갖 것을 구족한 가장 좋은 향에서는 널리 뿜는 향기가 안개로 변하고, 뜻대로 나타내는 훌륭한 향에서는 향기가 적당함을 따라 법계에 퍼지고, 근성을 따라 깨닫게 하는 묘한 향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는 이마다 육근이 총명하여 바른 법을 부지런히 닦아 게으르지 않았다.
그 궁전에는 한량없는 연화좌가 두루두루 둘러 놓였으니, 이른바 광명이 시방에 비치는 마니보배 연화좌와 비로자나 여의마니 연화좌와 때 없는 광 마니보배 연화좌와 각색 보배로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두루한 문으로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원만한 광명으로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잘 있는 해장[安住海藏]으로 깨끗이 장엄한 마니보배 연화좌와 큰 불꽃이 널리 비치는 마니보배 연화좌와 금강장 사자 마니보배 연화좌, 세간을 찬란하게 비치는 마니보배 연화좌 등 이렇게 한량없는 연화좌가 낱낱이 헤아릴 수 없는 보배 비단 띠가 사면에 드리워 꾸며졌고, 헤아릴 수 없는 여러 가지 마니로 장식되었으므로, 궁전 속에서 빛이 서로 비치며 평등하게 장엄되었다.
또 백만의 큰 보배 그물이 그 위에 덮였으니, 이른바 보배 방울 그물, 보배 일산 그물, 보배 몸 그물, 해장진주(海藏眞珠) 그물, 검붉은 유리 마니 그물, 사자 마니 그물, 월애광명(月愛光明) 마니 그물, 천상 인간의 가지가지 형상으로 된 보배 향 그물, 잡색 보배 관 그물, 묘한 영락 그물 따위의 이러한 그물들이 각각 그 위에 드리워 장엄하였다.
항상 백만 장엄거리 구름을 나타내어 뜻대로 사용하며, 때를 따라 향기를 풍기는 백만의 흰 전단향 구름이 도량에 진동하며, 백만의 하늘 풍류 구름이 아름답게 잡히며, 백만의 만다라꽃 구름이 널리 퍼지며, 백만의 하늘 화만 구름이 간 데마다 드리워 꾸미었으며, 백만의 하늘 비단 구름이 곳곳에 드리워 옷이 되었고, 하늘보다 뛰어나는 보배 영락 구름이 숲과 누각을 장엄하였으며, 백만의 욕계천 동자들이 즐겁게 앙모하며 공경하여 예배하고, 백만의 천녀(天女)들과 함께 수행하던 이가 항상 내려와서 가까이 받들며, 백만의 큰 보살들이 도량에 모여 와서 법문을 들었다.
036_0041_a_02L이때에 이사나 부인은 대인(大人)의 몸매를 구족하고 진금 자리에 앉았는데, 머리에 해장 진주 그물 관을 쓰고, 하늘 것보다 더 좋은 진금 비녀를 꽂고, 검푸른 머리카락을 드리워 정수리를 장엄하였으며, 길상 염장 마니보배로 화만 띠를 삼았고, 비유리 마니보배로 귀고리를 삼았고, 사자 입 마니보배로 귀를 장식하고, 큰 여의 마니보배로 영락을 만들어 목을 장엄하고, 큰 위력이 있는 제청 마니 그물로 머리를 씌웠고, 가지가지 불꽃이 치성한 마니 그물로 몸에 둘렀는데, 백천억 나유타 중생들이 허리를 굽히고 공경하며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였다.
동방으로부터 한량없는 중생이 모여 오니, 곧 대범천ㆍ범보천ㆍ범중천들과 같은 색계천(色界天)들과, 욕계(欲界)의 타화자재천ㆍ화락천ㆍ도솔천ㆍ야마천ㆍ도리천 들과 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구반다 들과 염라왕 세계의 기운 센 귀신과 내지 모든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무리들이었으며,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ㆍ하방에서도 그렇게 모여 왔다.
시방에서 모여 온 이러한 중생들이 이 이사나 우바이를 보기만 하면 몸의 병과 마음 병과 가지가지로 얽힌 잘못된 소견과 고집과 장애로 생긴 번뇌와 고통이 모두 소멸되고, 온갖 번뇌의 때를 빨리 여의고, 온갖 소견의 가시를 빨리 뽑고, 온갖 장애의 산을 빨리 헐고, 걸림이 없는 청정한 경계에 깊이 들어가며, 모든 원만한 선근을 심고, 모든 선근의 싹을 키우며, 모든 깨끗한 지혜문에 들어가고, 모든 다라니 문을 얻고, 모든 삼매 바다를 증득하고, 모든 부처님의 교법을 통달하고, 모든 부처님의 넓고 큰 서원의 문을 모두 열어 제치고, 모든 보살의 닦는 행들이 앞에 나타나고, 모든 여래의 공덕 바다가 모두 깨끗하여졌으며, 마음이 넓고 커져서 자재한 신통을 구족하고, 몸이 막힘이 없어 여러 곳에 가지 않는 데가 없으며, 시방에 두루 나아가되 의탁함이 없이 모든 법문을 따라서 성취하였다.
036_0041_b_02L이때에 선재동자가 보장엄 동산에 들어가 두루 다니며 살펴보다가 이사나 우바이를 발견하고 그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바로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겠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모든 보살들을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이사나 우바이는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한 해탈문을 얻어 쉴 새 없이 닦아 익혔으니, 어떤 중생이나 내 몸을 잠깐이라도 보거나 내 이름을 잠깐이라도 듣거나, 혹 내 법을 듣고 나를 생각하며 나와 함께 있으면서 가까이 따르고 공급하는 이는 모두 헛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어떤 중생이 선근을 심지 않았거나 선지식의 붙들어 줌을 입지 못하였거나, 부처님의 두호하고 염려함을 받지 못한 이는 비록 나에게 가까이 오고 오랫동안 나와 함께 있더라도 마침내 나를 보지 못하느니라. 어떤 중생이나 나를 보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동방에 계시는 모든 부처님들이 항상 여기에 오시어 여러 보배로 만들어진 사자좌에 앉아서 나에게 법을 말씀하며, 남ㆍ서ㆍ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ㆍ하방에 계시는 모든 여래께서도 여기에 오시어 보배 사자좌에 앉아서 나에게 법을 말씀하시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언제나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듣고 보살들로 더불어 함께 있으며, 보살의 삼매 해탈을 여의지 아니하느니라.
선남자여! 나에게 모인 8만 4천억 나유타 대중들이 항상 이 보장엄 동산에서 나와 함께 있으니, 이들은 모두 지나간 옛적에 나와 더불어 보살의 수행을 함께 닦았고 서로 떠나지 아니하였으므로,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하였고, 다른 중생들도 이 동산에 함께 있는 지가 오래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였으나, 모두 나와 같은 수행을 익혔고, 또 모두 물러가지 않는 지위에 들어갔느니라.”
036_0041_c_02L선남자가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께서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신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나이까?”
036_0041_c_03L善財白言:“聖者!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爲久近耶?”
이사나 우바이가 대답하였다. “선남자여! 나의 기억으로는 일찍 연등(然燈)부처님을 가까이 모시면서 받들어 섬기고 깨끗한 행을 닦았으며, 공경하고 공양하면서 법문을 듣고 받아 지니었으며, 그보다 전에는 이구(離垢)부처님에게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바른 법을 받아 지녔고, 그 전에는 성수당(星宿幢)부처님에게서 법을 듣고 행을 닦으며 환희한 마음으로 공양하였고, 그 전에는 묘승길상(妙勝吉祥)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연화덕장(蓮華德藏)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비로자나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보안(普眼)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범수(梵壽)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금강제(金剛臍)부처님에게서, 또 그 전에는 수천(水天)부처님에게서 도를 배우고 행을 닦았노라.
선남자여! 나는 지나간 세상 한량없는 세월에 한량없이 태어나면서 이와 같이 차례차례로 서른여섯 항하사 부처님들을 가까이 모시고 일심으로 섬기며 공경하고 공양하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면서 받아 지닌 법문과 세운 서원과 들어간 삼매와 증득한 해탈과 그러한 가지가지 수행하던 문을 모두 기억하여 잊지 아니하였으며, 그보다 더 오래된 일은 부처님 지혜로나 아실 것이요, 나로서는 헤아릴 수 없느니라.
선남자여! 보살이 처음 마음 낸 것이 한량이 없으니 법계에 가득한 까닭이며, 보살의 불쌍히 여기는 문이 한량없으니 일체 중생 세계에 두루 들어간 까닭이며, 보살의 큰 서원의 문이 한량없으니 시방의 모든 법계에 끝까지 간 까닭이며, 보살의 크게 사랑하는 문이 한량없으니 모든 중생 세계를 두루 덮는 까닭이며, 보살의 닦는 행이 한량없으니 모든 세계에서 온갖 겁 동안에 늘 닦아 익히는 까닭이며, 보살의 삼매의 힘이 한량없으니 보살의 도로 하여금 물러가지 않게 하는 까닭이며,
036_0042_a_02L 보살의 모두 기억하는 힘이 한량없으니 세간에서 들을 만한 교법을 모두 지니는 까닭이며, 보살의 지혜의 밝은 힘이 한량없으니 삼세 부처님 교법을 깨달아 잘 따르는 까닭이며, 보살의 신통의 힘이 한량없으니 시방에 있는 모든 세계에 두루 나타나는 까닭이며, 보살의 변재가 한량없으니 원만한 말로 한 번 연설하면 모든 중생이 종류대로 각각 아는 까닭이며, 보살의 청정한 몸이 한량없으니 몸을 나타내어 모든 세계에 두루 가득하는 까닭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