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나는 또 온갖 성론(聲論)의 음성과 말이 안팎의 인연으로 생기며 이름과 해석하는 것이 널리 퍼져 그지없는 것을 잘 아노라. 가령 제석천은 범천왕에게서 성명학(聲明學)을 듣고 그 목숨이 다하도록 천 년을 지내면서 성론의 끝간 데를 알지 못한다 하더라도, 나는 잠깐 동안에 이 계산하는 법으로 그 근원까지를 모두 분명히 아노라.
선남자여! 문수사리는 다시 나에게 보살의 셈하는 법을 가르쳤으니, 이른바 천씩 백이 한 낙차(洛叉)요, 일백 낙차가 한 구지(俱胝)요, 구지씩 구지가 한 아유다(阿庾多)요, 아유다씩 아유다가 한 나유타(那由他)요, 나유타씩 나유타가 한 빈바라(頻婆羅)요, 빈바라씩 빈바라가 한 긍갈라(矜羯羅)요, 긍갈라씩 긍갈라가 한 아가라(阿伽羅)요, 아가라씩 아가라가 한 미습벌라(微溼伐羅)요, 미습벌라씩 미습벌라가 한 발라벌라(鉢囉伐羅)요, 발라벌라씩 발라벌라가 한 발라마(鉢囉麽)요,
발라마씩 발라마가 한 바바라(婆嚩羅)요, 바바라씩 바바라가 한 아바라(阿婆羅)요, 아바라씩 아바라가 한 다바라(多婆羅)요, 다바라씩 다바라가 한 요발미야(獶鉢彌耶)요, 요발미야씩 요발미야가 한 아시마(阿枲摩)요, 아시마씩 아시마가 한 보마(普摩)요, 보마씩 보마가 한 예마(禰摩)요, 예마씩 예마가 한 아바검(阿婆鈐)이요, 아바검씩 아바검이 한 미바가(微婆伽)요, 미바가씩 미바가가 한 미바사(微婆奢)요,
미바사씩 미바사가 한 몰리바가(沒哩嚩伽)요, 몰리바가씩 몰리바가가 한 나하라(那賀羅)요, 나하라씩 나하라가 한 비라가(毗邏伽)요, 비라가씩 비라가가 한 미바가(彌嚩伽)요, 미바가씩 미바가가 한 비가바(毗伽婆)요, 비가바씩 비가바가 한 승갈라마(僧羯邏摩)요, 승갈라마씩 승갈라마가 한 비살라(毗薩羅)요, 비살라씩 비살라가 한 비첨바(毗贍婆)요, 비첨바씩 비첨바가 한 자지가(慈汦伽)요, 자지가씩 자지가가 한 비성가(毗盛伽)요,
비성가씩 비성가가 한 비로타(毗嚕陀)요, 비로타씩 비로타가 한 미파하(微皤訶)요, 미파하씩 미파하가 한 미박제(微薄帝)요, 미박제씩 미박제가 한 비가담(毗佉擔)이요, 비가담씩 비가담이 한 도라나(都邏那)요, 도라나씩 도라나가 한 아도랴(阿覩★)요, 아도랴씩 아도랴가 한 바라나(嚩邏那)요, 바라나씩 바라나가 한 미파란(微皤蘭)이요, 미파란씩 미파란이 한 삼말야(三末耶)요, 삼말야씩 삼말야가 한 미도라(微覩羅)요, 미도라씩 미도라가 한 해바라(奚婆羅)요,
해바라씩 해바라가 한 타바라(陀嚩羅)요, 타바라씩 타바라가 한 미도율나(微度栗娜)요, 미도율나씩 미도율나가 한 사미타(奢彌陀)요, 사미타씩 사미타가 한 니히바라(儞★嚩囉)요, 니히바라씩 니히바라가 한 미자라(微者囉)요, 미자라씩 미자라가 한 미사라(微舍囉)요, 미사라씩 미사라가 한 미니살다(微儞薩多)요, 미니살다씩 미니살다가 한 아표얼다(阿瓢★哆)요, 아표얼다씩 아표얼다가 한 미실보다(微悉步多)요, 미실보다씩 미실보다가 한 니바라(泥嚩囉)요,
니바라씩 니바라가 한 파리살타(波哩殺陀)요, 파리살타씩 파리살타가 한 미목차(微目差)요, 미목차씩 미목차가 한 발리다(鉢哩哆)요, 발리다씩 발리다가 한 할리다(喝哩哆)요, 할리다씩 할리다가 한 아로가(阿嚕迦)요, 아로가씩 아로가가 한 인닐리야(印★哩耶)요, 인닐리야씩 인닐리야가 한 계로가(系嚕迦)요, 계로가씩 계로가가 한 노바나(奴嚩那)요, 노바나씩 노바나가 한 하로나(何嚕那)요,
036_0054_b_02L 하로나씩 하로나가 한 바로타(婆嚕陀)요, 바로타씩 바로타가 한 미로타(謎嚕陀)요, 미로타씩 미로타가 한 걸찬야(乞羼耶)요, 걸찬야씩 걸찬야가 한 아차목다(阿差目多)요, 아차목다씩 아차목다가 한 예로바야(翳嚕婆耶)요, 예로바야씩 예로바야가 한 미마로야(微麽嚕耶)요, 미마로야씩 미마로야가 한 만노바야(曼弩婆耶)요, 만노바야씩 만노바야가 한 미쇄타야(微灑馱耶)요, 미쇄타야씩 미쇄타야가 한 삼마타(三麽陀)요,
삼마타씩 삼마타가 한 발라마달라(鉢囉麽怛囉)요, 발라마달라씩 발라마달라가 한 아라마달라(阿囉麽怛囉)요, 아라마달라씩 아라마달라가 한 발마달라(勃麽怛囉)요, 발마달라씩 발마달라가 한 아반마달라(阿畔麽怛囉)요, 아반마달라씩 아반마달라가 한 가마달라(伽麽怛囉)요, 가마달라씩 가마달라가 한 나마달라(那麽怛囉)요, 나마달라씩 나마달라가 한 해마달라(奚麽怛囉)요, 해마달라씩 해마달라가 한 비마달라(鞞麽怛囉)요,
비마달라씩 비마달라가 한 발라마달라(鉢囉麽怛囉)요, 발라마달라씩 발라마달라가 한 시마달라(尸麽怛囉)요, 시마달라씩 시마달라가 한 예라(翳囉)요, 예라씩 예라가 한 폐라(薜羅)요, 폐라씩 폐라가 한 제라(帝羅)요, 제라씩 제라가 한 게라(偈羅)요, 게라씩 게라가 한 솔보라(窣步囉)요, 솔보라씩 솔보라가 한 제라야(制羅耶)요, 제라야씩 제라야가 한 니라(泥羅)요, 니라씩 니라가 한 계라(計羅)요, 계라씩 계라가 한 세라(細羅)요, 세라씩 세라가 한 비라(媲羅)요,
036_0054_c_02L 비라씩 비라가 한 미라(謎羅)요, 미라씩 미라가 한 사라다(娑邏茶)요, 사라다씩 사라다가 한 미로타(謎嚕陀)요, 미로타씩 미로타가 한 명로타(冥嚕陀)요, 명로타씩 명로타가 한 계로타(契嚕陀)요, 계로타씩 계로타가 한 마도라(摩睹羅)요, 마도라씩 마도라가 한 주로다(珠嚕哆)요, 주로다씩 주로다가 한 사모라(娑母羅)요, 사모라씩 사모라가 한 아야사(阿野娑)요, 아야사씩 아야사가 한 가마라(迦麽羅)요, 가마라씩 가마라가 한 마가바(摩伽婆)요,
마가바씩 마가바가 한 아바라(阿婆囉)요, 아바라씩 아바라가 한 계로바(系嚕婆)요, 계로바씩 계로바가 한 폐로바(吠嚧婆)요 폐로바씩 폐로바가 한 가삽바라(迦澀嚩羅)요, 가삽바라씩 가삽바라가 한 하바라(何婆羅)요, 하바라씩 하바라가 한 비바라(毗婆囉)요, 비바라씩 비바라가 한 나바라(那婆羅)요, 나바라씩 나바라가 한 영반다(寧畔多)요, 영반다씩 영반다가 한 마바라(摩婆羅)요,
마바라씩 마바라가 한 사라나(娑囉那)요, 사라나씩 사라나가 한 발라마(勃邏摩)요, 발라마씩 발라마가 한 발라마나(勃邏麽那)요, 발라나마씩 발라마나가 한 미가마(微伽摩)요, 미가마씩 미가마가 한 오파발다(鄔波跋多)요, 오파발다씩 오파발다가 한 니리니사(儞哩泥捨)요, 니리니사씩 니리니사가 한 아차야(阿差耶)요, 아차야씩 아차야가 한 삼모타(三姥馱)요, 삼모타씩 삼모타가 한 아반다(阿畔多)요,
아반다씩 아반다가 한 아바마나(阿嚩摩娜)요, 아바마나씩 아바마나가 한 우발라(優鉢羅)요, 우발라씩 우발라가 한 파두마(波頭摩)요, 파두마씩 파두마가 한 승기(僧祇)요, 승기씩 승기가 한 아바검미야(阿婆儉弭耶)요, 아바검미야씩 아바검미야가 한 얼댜(★★)요, 얼댜씩 얼댜가 한 아승기(阿僧祇)요, 아승기씩 아승기가 한 아승기곱[轉]이요, 아승기곱씩 아승기곱이 한 한량없음이요,
036_0055_a_02L 한량없음씩 한량없음이 한 한량없는 곱이요, 한량없는 곱씩 한량없는 곱이 한 가없음이요, 가없음씩 가없음이 한 가없는 곱이요, 가없는 곱씩 가없는 곱이 한 같을 이 없음이요, 같을 이 없음씩 같을 이 없음이 한 같을 이 없는 곱이요, 같을 이 없는 곱씩 같을 이 없는 곱이 한 셀 수 없음이요, 셀 수 없음씩 셀 수 없음이 한 셀 수 없는 곱이요, 셀 수 없는 곱씩 셀 수 없는 곱이 한 일컬을 수 없음이요, 일컬을 수 없음씩 일컬을 수 없음이 한 일컬을 수 없는 곱이요,
일컬을 수 없는 곱씩 일컬을 수 없는 곱이 한 생각할 수 없음이요, 생각할 수 없음씩 생각할 수 없음이 한 생각할 수 없는 곱이요, 생각할 수 없는 곱씩 생각할 수 없는 곱이 한 헤아릴 수 없음이요, 헤아릴 수 없음씩 헤아릴 수 없음이 한 헤아릴 수 없는 곱이요, 헤아릴 수 없는 곱씩 헤아릴 수 없는 곱이 한 말할 수 없음이요, 말할 수 없음씩 말할 수 없음이 한 말할 수 없는 곱이요, 말할 수 없는 곱씩 말할 수 없는 곱이 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음이요,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음을 또 제곱하면 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곱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또 이 보살이 아는 셈하는 법으로 셈하고 분별하여서 수없는 유순이 되는 넓고 큰 모래더미의 알갱이 수효를 알며, 또 시방의 온 허공 안에 있는 세계들이 가지가지로 나란히 벌여 있는 차별과 차례를 셈하여 알며, 또 시방에 있는 온갖 세계들이 넓고 좁고 크고 작은 가지가지의 분량과 이름이 각각 차별하여 같지 않음을 셈하여 아노라. 이른바, 모든 겁의 이름ㆍ모든 부처님 이름ㆍ모든 법의 이름ㆍ모든 참된 뜻의 이름ㆍ모든 업의 이름ㆍ모든 보살 이름ㆍ모든 중생의 이름을 모두 걸림없이 분명하게 통달하였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모든 공교롭고 신통한 지혜 광명 법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중생의 수효와 모든 중생의 이름을 알고, 모든 법의 종류의 수효와 모든 법의 종류의 이름을 알고, 삼세의 모든 시간의 수효와 삼세의 모든 시간의 이름을 알고, 모든 여래의 수효와 모든 여래의 이름을 알고, 모든 보살의 수효와 모든 보살의 이름을 알며,
036_0055_b_02L 또 온갖 세계의 깨끗하고 더럽고 성립되고 파괴되는 것이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시간이 날과 달과 해와 겁으로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부처님이 나심과 이름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부처님이 법 수레를 운전함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보살이 마음을 내고 도를 행함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모든 보살이 중생을 성숙시키는 일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일체 중생이 짓는 업과 인연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일체 중생이 받는 과보가 서로 계속하는 차례와, 이와 같이 내지 온갖 이름과 모양들이 자꾸자꾸 생겨나서 끝없이 인연으로 일어나는 것이 서로 계속하는 차례들을 모두 셈하여 아는 것이라든가,
이렇게 보살들이 얻은 산수의 자재한 법문으로 자기를 이익케 하고 남도 이익케 하는 엄청난 이익을 지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따라서 깨닫고 차례차례 성숙하여 필경에 해탈케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며, 그 행하는 일을 보이며, 그 경계를 나타내며, 그 훌륭한 힘을 드러내며, 그 좋아함을 분별하며, 그 도를 돕는 일을 펴 말하며, 그 큰 서원을 내며, 그 묘한 행을 드날리며, 그 모든 바라밀을 연설하며, 그 깨끗함을 찬탄하며, 그 훌륭한 지혜 광명을 열어 보일 수 있겠는가.
보살의 이러한 공덕은 그 만분의 하나[少分]도 알 수 없는 것인데, 하물며 모든 부처님의 훌륭한 위신과 공덕 바다와, 모든 부처님이 복과 지혜의 보배로 바라밀의 과를 원만함과 모든 부처님이 등불같이 비치어 걸림없는 법계를 증득하는 일과 부처님들이 광대하고 청정한 자재한 법 수레를 연설함과 모든 부처님의 훌륭하고 깊은 삼매 경계에 유희함과 부처님들의 신통과 지혜를 깨닫는 해탈 법문이야 어떻게 모두 알겠는가.
036_0055_c_02L그때에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놀면서 존경하는 마음을 내어, 믿고 좋아하는 희유한 마음을 얻고, 넓고 크게 중생들을 이익케 하려는 마음을 성취하였으며, 모든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는 차례와, 탄생하고 성도하고 법문을 말하고 열반에 드는 일이 가장 청정하고 끝끝내 원만함을 분명히 보았으며, 깊고 깊은 미묘한 지혜에 깨달아 들어갔고, 여러 갈래를 따라 몸을 널리 나타내며, 삼세의 차별한 경계를 분명하게 알고, 끊임없는 공덕 광을 얻었으며, 큰 지혜의 자재한 광명을 놓아 삼유(三有)의 성의 자물쇠를 열고, 부처님 지혜의 구경 보리로 향하면서, 근자재주동자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은근하게 우러러보며 하직하고 떠났다.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봄 날씨 같아서 모든 선한 법의 싹을 자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가을 달과 같아서 비추는 데마다 몸과 마음이 서늘하여지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마치 여름날 설산과 같아서 모든 짐승의 답답한 갈증을 덜어주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연못에 쪼이는 햇빛 같아서 모든 착한 마음의 연꽃을 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일정(日精) 마니와 같아서 중생들을 비추어 법보 있는 곳에 이르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염부 나무와 같아서 온갖 복과 지혜의 꽃과 열매를 열리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용왕과 같아서 마음대로 법의 구름과 비를 일으키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묘고산과 같아서 여러 가지 샘이 없는[無漏] 공덕을 쌓아서 33천이 장엄하게 머물게 하며, 선지식의 가르침은 제석천왕과 같아서 모든 공덕천에게 호위되어 애정과 잘못된 소견의 아수라 군대를 물리치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그 문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서서 살펴보았다. 집은 엄청나게 넓고 화려하여 가지가지로 장엄되었으며, 보배로 쌓은 담이 사면으로 둘려 있고, 사방에는 보배로 장엄한 문이 있었다. 대문 안으로 들어서니 구족 우바이가 보배로 꾸민 평상에 앉아 있는데, 젊은 나이에 아름다운 태도로 용모가 단정하며, 화만 영락을 차리지 아니하고 소복 단장에 머리카락을 드리웠으며, 위의와 광채가 유난하여 보는 이마다 기뻐하니, 부처님과 보살을 제하고는 짝할 이 없으며, 특수한 위력과 넓고 큰 마음이 있어, 중생들로 보고 듣는 이는 모두 존경하고 사모하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036_0056_a_02L집 안에는 십억 자리를 놓았으니 인간이나 천상의 것으로 비교할 수 없고, 모든 것이 다 보살의 업력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방 안에는 옷이나 음식이나 다른 장신구가 없고, 평상 앞에 조그마한 그릇 하나를 놓았을 뿐이며, 십천의 아가씨들이 호위하였는데, 모두 아름다운 보배로 몸을 단장하였고, 음성이 화평하며, 항상 좌우에 모시고 있어 받들어 섬기되 게으른 생각이 없으며,
몸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나와 온 성 안과 공중에 널리 퍼지며, 이 세상과 천상 사람으로서 이 향기를 맡은 이는 보리의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며, 다른 중생들도 이 향기를 맡기만 하면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성내는 마음이 없고 원망하는 마음이 없으며, 간탐하는 마음ㆍ질투하는 마음ㆍ아첨하는 마음ㆍ속이는 마음ㆍ왜곡된 마음ㆍ탐내는 마음ㆍ미워하는 마음ㆍ거짓된 마음ㆍ하열한 마음ㆍ교만한 마음ㆍ사특한 마음ㆍ장애되는 마음ㆍ고집하는 마음이 모두 없어지고, 평등한 마음에 머물러 자비심을 일으키며, 이익케 하려는 마음을 내고, 계율을 가지는 마음으로 탐욕을 여의게 되므로 그 소문을 듣는 이는 환희하여 뛰놀고 그 몸매를 보는 이는 모두 더럽게 물드는 마음을 여의었다.
그때에 선재동자는 앞에 나아가 우바이 발에 경례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공경하고 합장하여 서서 이렇게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해 주소서.”
036_0056_b_02L선남자여! 이 조그만 그릇에서 나오는 음식은, 설사 백 중생ㆍ천 중생ㆍ백천 중생ㆍ억 중생ㆍ백억 중생ㆍ천억 중생ㆍ백천억 중생ㆍ나유타 중생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이거나, 염부제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사천하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소천 세계 티끌 수 중생ㆍ중천 세계 티끌 수 중생, 대천 세계 티끌 수 중생이거나,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이거나, 시방 모든 세계의 티끌 수 중생이라도 모두 그 욕망을 따라 배부르게 먹으면, 기갈이 소멸되고 몸과 마음이 안락하며 지혜가 더욱 자라지마는, 그래도 이 음식은 없어지지 아니할 뿐 아니라 적어지지도 아니하는 것이니라.
또 이 그릇에서는 음식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가지가지 상좌(牀座)와 가지가지 좌복과 가지가지 채단ㆍ가지가지 의복ㆍ가지가지 수레ㆍ가지가지 깃발ㆍ가지가지 일산ㆍ가지가지 화만ㆍ가지가지 영락ㆍ가지가지 보물과 가지가지 흩는 향과 가지가지 환 지은 향ㆍ가지가지 바르는 향ㆍ가지가지 사르는 향ㆍ가지가지 가루 향과 내지 가지가지 법다운 도구를 내어서, 사람이 오는 대로 넓은 마음으로 베풀어 주고, 원수ㆍ친한 이ㆍ귀한 사람ㆍ천한 사람ㆍ가난한 이ㆍ부자를 가리지 않고 원하는 대로 풍족하게 하므로 모두 나에게 존중하는 마음과 공경하는 마음과 싫증 없는 마음과 굴복하는 마음을 내느니라.
선남자여! 가령 동방의 한 세계 중생들로서 성문법을 닦거나 연각법을 닦는 이가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성문과(果)나 연각과를 증득하여 맨 나중 몸에 머물게 되며, 한 세계 중생이 그러한 것같이 차례차례로 백 세계 중생, 천 세계 중생, 백천 세계ㆍ억 세계ㆍ백억 세계ㆍ천억 세계ㆍ백천억 세계ㆍ백천억 나유타 세계ㆍ염부제의 티끌 수 세계ㆍ한 사천하의 티끌 수 세계ㆍ소천 세계 티끌 수 세계ㆍ중천 세계 티끌 수 세계ㆍ대천 세계 티끌 수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에 있는 모든 중생으로서, 성문법을 닦거나 연각법을 닦는 이가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성문과나 연각과를 증득하며 맨 나중 몸에 머물게 되나니,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ㆍ하방 세계의 중생들도 역시 그러하니라.
036_0056_c_02L또 선남자여! 동방의 한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에 있는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보살이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가장 좋은 보리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게 되는 것 같이,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과 상방ㆍ하방에 있는 한 세계와 내지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세계 중에 있는 맨 나중 몸에 머무른 보살들이 내 음식을 먹으면, 모두 가장 좋은 보리도량에 나아가 마군을 항복 받고 정각을 이루게 되느니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십천의 아가씨 권속들을 보았는가?”
우바이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에게 딸린 보살 권속이 백만 아승기인데 이 십천의 아가씨가 으뜸이 되었으니 모두 나와 함께 같은 수행을 하였으므로 큰 서원이 같고, 선근이 같고, 벗어나는 도가 같고, 청정한 이해가 같고, 청정한 신심이 같고, 청정한 생각이 같고, 청정한 지취[趣]가 같고, 청정한 지혜가 같으며, 한량없는 깨달음이 같고, 깨끗한 감관[根]이 같고, 두루한 마음이 같고, 넓고 큰 마음이 같고, 행하는 경계가 같고, 증득한 이치가 같고, 결정된 알음알이가 같고, 분명히 아는 법이 같고, 깨끗하고 묘한 빛깔이 같고, 한량없는 힘이 같고, 꾸준히 나아감이 같고, 바른 법의 소리가 같고,
종류를 따르는 음성이 같고, 청정한 음성이 같고, 제일가는 음성이 같고, 공덕을 찬탄함이 같고, 청정한 업이 같고, 청정한 과보가 같고, 넓고 크게 사랑함이 같고, 두루하게 불쌍히 여김이 같고, 널리 구호함이 같고, 두루 성숙함이 같으며, 몸으로 짓는 깨끗한 업이 같아서 인연을 따라 나타나면 보는 이가 모두 즐거워하며, 말로 짓는 깨끗한 업이 같아서 법에 자재하여 세속을 따라 해석하여 교화를 펴며, 모든 부처님 도량에 함께 나아가며, 모든 부처님 계신 데 함께 가서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며, 깨달은 지혜가 같아서 부처님들의 차별한 법문을 모두 알며, 모든 보살의 청정한 행에 머무는 것이 같으니라.
선남자여! 이 십천의 아가씨가 또 이 음식을 가지고, 하늘에 가서는 하늘 사람들의 식성을 만족케 하고, 용에게 가서는 용들의 식성을 만족케 하며,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데까지 가서 그들의 요구하는 대로 음식을 베풀어 주어 배부르도록 먹게 하여도, 나의 그릇 속에 음식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거늘 어찌 다함이 있겠는가.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그러한 사실을 보게 되리라.”
이렇게 말할 때에 선재동자는 한량없는 중생들이 네 문으로 들어 오는 것을 보았다. 이것은 모두 이 우바이가 본래의 서원으로 청한 것이며, 모여 온 뒤에는 상좌를 펴고 앉게 하고, 그들의 요구하는 대로 음식과 내지 가지가지 훌륭한 도구들을 주어 마음이 만족케 하였으며, 그들이 환희한 마음을 내고 편안하고 기뻐서 모두 좋아하며 서로 위로하였으나 그릇에서 나오는 물건은 줄어들지도 않고 끝이 나지도 아니하였다.
우바이는 이렇게 보시하고 나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그지없는 복덕으로 장엄한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의 그지없는 큰 장엄광은 깊고 깊어 밑이 없는 것이 바다와 같고, 크고 넓어 가이없는 것은 허공과 같고, 중생들의 마음을 만족하기는 여의주와 같고, 구하는 대로 얻게 되기는 큰 보배 더미 같고, 모든 것을 옹호하기로는 윤위산과 같고, 선근을 자라게 하기는 큰 비와 같고, 법광을 수호하기는 자물쇠와 같고, 법보를 모으기는 묘고산과 같고,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기는 등불과 같고, 중생에게 그늘을 만들기는 일산과 같으니, 이런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을 말하겠는가.
그때에 선재동자는 보살의 그지없이 장엄한 복덕 광 해탈문을 얻고, 그 복덕 바다를 따라 생각하며, 그 복덕 허공을 관찰하며, 그 복덕 더미를 향하며, 그 복덕 산에 오르며, 그 복덕 광을 성취하며, 복덕 샘을 마시며, 복덕 못에 헤엄치며, 복덕 마당을 깨끗이 하며, 복덕 광을 보며, 복덕의 가르침에 들어가 복덕 눈을 뜨고 복덕 길로 걸으며 복덕 종자를 심으면서, 점점 나아가다가 대유성에 이르러 두루 다니며, 명지(明智) 거사를 찾았다.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온갖 선한 일을 만족할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모든 복을 내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고야 여러 행이 자라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면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지 않고도 모든 선지식을 섬기는 줄을 알았고, 선지식을 의지하므로 보살들의 여러 근을 깨끗이 하는 줄을 알았다. 이리하여 선근을 자라게 하고 뜻을 깊게 하고, 덕을 더하고, 자비를 넓히고, 일체지에 가까워지고, 보현의 도를 갖추고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을 밝히 알고, 보살의 행과 원을 자라게 하고 여래의 십력의 지혜 광명을 밝게 비칠 것을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선재동자는 그 거사가 성내의 네거리에 있는 칠보로 된 누대 위에서 보배로 장엄한 상좌에 앉은 것을 보았다. 그 보배 상좌는 대단히 훌륭하여 수없이 깨끗한 여의주로 몸체가 되었는데, 가지가지 금강 제청마니로 다리가 되고, 진주로 엮은 그물이 서로 얽었고, 때 없는 광마니보배로 아름답게 장식하였으며,
다시 5백의 보배 형상으로 장엄하고, 하늘의 보배 옷을 깔았고 하늘 짐대 깃발을 세웠는데, 보배 그물을 베풀고 보배 휘장을 치고, 염부단금으로 일산이 되었으며, 깨끗한 유리로 대를 삼아 사람이 받들어 상좌 위를 가리웠으며, 거위의 깃으로 부채를 만들고 이우(犛牛)의 흰 꼬리로 불자(拂子)를 만들었는데, 모두 깨끗한 보배로 장엄하여 하늘 동자들이 받들고 좌우에 모셨으며, 묘한 향기를 풍기고 하늘 꽃들을 내리며 밤낮으로 5백 풍류를 잡히니 소리가 아름다워 하늘 풍류보다 뛰어나 듣는 중생들이 모두 기뻐하였다.
036_0057_c_02L또 십천의 권속들이 앞뒤에 호위하였으니 몸매가 아름다워 보는 이마다 즐거워하며, 천상의 장엄거리로 곱게 단장하여 천상 사람보다 더 아름다우며, 모두들 보살의 뜻을 이룩하였으니, 모두 거사와 함께 지난 세상에 선근을 닦은 이로서, 좌우에 모시면서 우러러보며 그 가르침을 받드는 이들이었다.
이때에 성 안에 있는 중생들과 허공에 있는 하늘 대중들이 이 거사에게 순종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과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었고, 선지식을 지성으로 따르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뜻으로 구소마 보배 꽃 구름을 일으키고, 구소마 보배 꽃 비를 내리니, 이 사람들도 모두 거사와 함께 지난 세상에서 청정한 선근을 함께 심은 것이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광경을 보고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수없이 돌고 나서 합장하고 여쭈었다.
036_0057_c_11L爾時,善財見是事已,前禮其足,遶無數帀,合掌而立,白言:
“거룩하신 이여! 저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나이다. 모든 중생의 고통 근심을 소멸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을 끝끝내 안락케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나고 죽는 바다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들을 법보의 섬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의 사랑의 물결을 말리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자비심을 일으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탐욕을 버리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부처님의 지혜를 구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나고 죽는 벌판을 건너가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좋아하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삼계의 성에서 나오게 하기 위하여, 모든 중생으로 일체지의 성에 들어가게 하기 위하여, 이렇게 여러 가지로 이익케 하기 위하여 보리심을 내었사오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모든 중생을 거두어 보호하고 중생들의 의지할 데가 되겠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소서.”
036_0058_a_02L거사가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다. 선남자여! 그대가 이러한 이익을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다 하니, 선남자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는 사람은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만일 보리심을 내었으면 이 사람은 보살의 행을 구하는 마음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만나려는 마음이 싫증나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가까이 모시려는 마음이 고달프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섬기려는 마음이 걱정되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공양하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랑하여 끝까지 버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사모하여 잠깐도 게으르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구하여 잠깐도 쉬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가르친 대로 행하여 게으르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명령을 받들어 실수하지 아니하리라. 선지식은 큰 위력이 있으므로 가까이 모시고 섬겨 공양하기 어려우니, 만일 정성으로 받들어 모시고 예배하고 찬탄하며 마음에 근심하거나 뉘우치지 아니하면, 곧 모든 공덕을 구족하고 번뇌의 시끄러움을 받지 아니하리라. 선남자여! 그대는 나의 십천의 권속과 모인 대중을 보았는가?”
거사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으니, 그들은 여래 가문에 태어나서 선한 법[白法]을 자라게 하며, 한량없는 바라밀에 머물러 부처님의 십력을 배우며, 세간의 종자를 여의고 여래의 종자에 머물며, 나고 죽는 수레를 깨뜨리고 깨끗한 법 수레를 운전하며, 삼악취(三惡趣)를 멸하고 바른 법에 머물며, 이러한 보살의 행을 모두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구제하고 보호하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뜻을 따라 만들어 내는 복덕 광 해탈문을 얻어 모든 중생의 필요한 대로 그 소원을 만족케 하나니, 밥을 요구하는 이에겐 밥을 주고, 마실 것을 요구하는 이에겐 마실 것을 주며, 이와 같이 가지가지 의복과 영락과 화만과 채단과 사르는 향ㆍ바르는 향ㆍ가루향ㆍ금ㆍ은ㆍ진주ㆍ신기한 보배와 가지가지 짐대ㆍ깃발ㆍ일산ㆍ집 들과 깔고 덮고 할 것과 가지가지 등촉과 병에 필요한 약과 가지가지 수레와 배와 코끼리와 말과 종과 하인과 소와 양과 시중들 사람들을 필요한 대로 주기도 하고,
036_0058_b_02L 또 하늘의 보관과 보배 장식과 상투에 꽂는 동곳과 내지 사랑하는 아내와 첩과 아들과 딸과 눈ㆍ귀ㆍ코ㆍ혀ㆍ가죽ㆍ살ㆍ뼈ㆍ골수와 손과 발과 몸뚱이 들을, 잘 사는 이ㆍ가난뱅이ㆍ귀한 이ㆍ천한 이ㆍ잘난 이ㆍ못난 이를 가리지 않고, 오는 이의 뜻을 따라 보시하여 주고, 내지 진실하고 묘한 법문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닦아 증득하며 끝까지 원만케 하는 것이다. 선남자여! 잠깐만 기다리면 스스로 보게 되리라.”
그때에 거사는 대중이 구름처럼 모여 온 줄을 알고, 두루 관찰하며 생각을 한 곳에 두고 잠깐 동안 허공을 살펴보니, 그네들의 요구하는 물건이 공중으로부터 꼬리를 물고 내려와서 거사의 손으로 들어오고, 거사는 많은 대중의 원하는 대로 베풀어 주어 욕망을 만족하게 하였다. 소원이 만족한 뒤에는 모두 환희심을 내고 몸매가 빛나고 마음이 기쁘며 뜻이 부드러워져서 교화를 받을 만하게 되었다. 그 뒤에는 또 가지가지 묘한 법을 말하여 주었다.
곧 아름답고 맛나는 먹을 것을 만족한 이에게는 가지가지 복덕을 닦는 문과 가난을 여의는 행과 감로와 재물이 넉넉하여지는 행과 높고 소중한 법 지혜의 행과 거룩한 모습을 장엄하는 행과 위덕을 성취하여 마군을 항복 받는 행과 법에 기쁘고 선정에 맛들이는 행과 굴복하기 어려운 행을 성취하는 일과 위없는 음식을 통달하는 행을 연설하여, 모두 항상한 몸과 목숨과 기운과 안락과 변재를 구족하는 법문을 얻게 하였으며,
맛 좋고 훌륭한 마실 것을 만족하게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나고 죽는 데서 애착함을 버리고 부처님 법[佛乘]을 사랑하여 깊은 법의 맛에 들어가게 하며, 여러 가지 훌륭한 맛을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법의 맛을 구족하고, 여래의 맛 중에서 가장 훌륭한 맛을 구족케 하며, 가지가지 배와 수레를 얻은 이에게는 세간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하여 나고 죽는 바다를 건너서 가장 훌륭한 위없는 대승에 오르게 하며, 모든 의복을 얻은 이에게는 법문을 말하여 깨끗하고 부끄러워하는 옷을 얻게 하며, 내지 여래의 청정하고 미묘한 금빛 가죽을 얻게 하며,
036_0058_c_02L 이와 같이 온갖 살아 가는 도구를 마음대로 보시하여 만족케 한 뒤에 다시 여러 중생의 자격에 맞추어 법문을 말하여, 자기에게 적당한 대로 위없고 깨끗한 지혜 법문에 깨달아 들어가게 하였다. 모든 중생이 법문을 듣고, 본래 있던 곳으로 헤어져 갔다.
이때 거사는 선재동자에게 보살의 불가사의한 해탈 경계를 나타내어 보이고,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다만 뜻을 따라 만들어 내는 복덕 광 해탈문을 아는 것뿐이지마는, 저 보살마하살들은 보배 손을 성취하여 시방의 모든 세계를 손으로 덮고서,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에게 보시하기 위하여, 자재한 힘으로써 가지가지 빛깔 있는 보배 구름을 일으키고 가지가지 빛깔 가진 보배 비를 내리나니,
이른바 가지각색 영락ㆍ가지각색 보관(寶冠)ㆍ가지각색 화만ㆍ가지각색 세간 의복ㆍ가지각색 법복ㆍ가지각색 장엄거리ㆍ가지각색 보배 꽃ㆍ가지각색 묘한 향ㆍ가지각색 바르는 향ㆍ가지각색 가루향ㆍ가지각색 누각ㆍ가지각색 일산ㆍ가지각색 깃발ㆍ가지각색 음악이 아름다운 음성과 묘한 노래로 불법을 찬탄하며, 내지 가지가지 살림하는 도구로 모든 중생의 사는 곳에 두루 퍼지고 모든 부처님 세계 도량에 가득하여,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을 성취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과 자재한 신통을 말하겠는가.
036_0059_a_02L그러면서 선지식을 사랑하는 소견을 끊지 아니하고 선지식을 존중하는 마음을 버리지 아니하고, 선지식의 가르침 받기를 좋아하고, 선지식의 말을 결정적으로 믿고, 선지식의 훌륭한 일을 더욱 공경하고, 선지식 섬기려는 마음이 물러가지 아니하여, 거사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조용히 우러러보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