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바라문들은 또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대왕께서 이러한 가지가지 법식과 깨끗한 위의를 원만히 갖추고는, 먼저 도량에 들어가서 성현들에게 예배하고, 위로는 복을 빌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혹은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어 은덕을 갚고, 사람들에게 효도할 것을 가르치고 여러 지방을 이롭게 하기도 하며, 혹은 여러 곳으로 순행하면서 백성을 어루만지고 지방을 시찰도 하며, 여러 군신을 거느리고 소송을 해결하며, 수재 한재의 재앙으로 자기의 몸을 성찰하고 하늘의 도움을 구하며,
제사를 지낼 적에는 일심으로 생각을 바로 하고, 공경하여 게으르지 아니하며, 눈앞에 신령을 대한 듯이 그 모습을 생각하고 가르치던 것을 명상도 하며, 감격하여 눈물지며 정성을 받들어 사사일을 생각지 아니합니다. 나라 안에 유공한 대신이나 덕 있는 백성이나, 절개가 높고 행실이 어진 이나, 집에 있는 사람이나 출가한 사람으로서 도덕이 갸륵하고 학식이 높으며 연륜이 많아 여러 사람이 숭배하는 이들이 작고하였거든, 영을 그려 모시고 덕행과 사업을 따라 탑을 세우기도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날마다 이렇게 안으로는 정성을 극진히 하고, 밖으로는 공양을 정미롭게 하여 음식이나 재물이나 화촉이나 여러 가지를 훌륭하게 하여, 예배하고 공경하여 섬기기를 조금도 폐하거나 게으르게 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열 가지 행사의 양치로부터 제사지내는 데까지를 낮 첫 시 전이분(前二分)까지에 모두 마치고, 해가 처음 뜬 뒤에는 먼저 의사를 불러서 건강을 진찰하고, 낮이나 밤이나 입고 먹는 것을 모두 적당히 하며, 그 다음에는 천문을 살피고 역수(曆數)를 헤아리는 책임 맡은 이를 불러서 날씨가 맑고 흐리고 비 오고 바람 불고 일월성신의 운행하는 도수가 정당하고 잘못됨을 측정하고, 천재지변이나 경사 있고 재앙 내릴 것을 자세히 살피고 적당하게 판단하여 조정과 지방에 반포하고 경계하여 기다리며, 이런 것을 이때에 묻고 대답하여 모든 일을 마친 뒤에, 조회에 나가 앉으면 십천의 대신이 앞뒤로 호위하고 둘러앉아, 나라일을 다스리며 법령을 반포하고, 조회가 끝나면 낮 첫 시의 후이분(後二分)이 됩니다.
036_0065_c_02L둘째 시에는 수라상 받으시고 풍류를 잡히어 가지가지로 임금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셋째 시에는 목욕하고 노니는데 궁녀들이 음악을 연주하며, 동작이 아름답고 두루 돌면서 뜻을 받들고 자비심을 일으키며 깨끗한 숲과 동산을 군데군데 화려하게 꾸며서 보는 이 듣는 이의 번뇌가 소멸하는 것입니다.
넷째 시에는 임금의 정전(正殿)에서 보배로 장엄한 상좌를 깔아 놓고, 나라 안에서 지혜 있는 사문과 바라문으로서 도통한 이들을 청하여 바른 교법을 연설하며 묘한 이치를 들을 적에, 합장하고 공경하며, 예배하고 문안하며, 먼저 공순한 마음과 존중하는 뜻을 극진히 하며, 상좌에 편안히 모신 뒤에, 어떤 것은 착한 법이고 어떤 것은 나쁜 법이며, 어떤 것은 정당하고 어떤 것은 사특하며, 어떤 것은 손해되고 어떤 것은 이익함을 물어서, 행할 것은 행하고 그칠 것은 그치며,
왜냐 하면 모든 보살의 하는 일이 불사 아닌 것이 없기 때문이니, 마치 초승달이 나와 조금씩 밝은 빛이 더하다가, 보름이 되면 광명이 원만하여 온 세계를 환하게 비추며, 또 바다의 조수가 한무날[月初]에는 조금씩 일다가 한사리[十五日]가 되면 엄청나게 많아서 천리 만리를 뒤덮는 것과 같습니다. 임금의 선정도 그와 같이 점점 덕이 높아가는 것이니, 만일 국왕이나 대신ㆍ원로들이 없으면 사공 없는 배와 같아서 바람에 불려 표류하거나 파선하게 되는 것입니다.
또 가뭄이 심하여 제석천왕에게 비를 빌면, 제석이 보호하므로 설사 비는 오지 않고서 십년을 지난다고 죄다 죽는 것은 아니지마는, 만일 임금이 없으면 하루 동안에도 백성들이 질서가 없어지고 기강이 어지러워 서로 싸우고 해롭히는 것이니, 이것으로 보면 중생을 보호하는 데는 국왕이 제석보다도 나은 것입니다.
036_0066_a_02L또 우리 임금은 훌륭한 법문을 듣고 항상 경계하고 조심하여 백성을 교화하므로 조회에 앉으실 적에 위엄이 웅장하고, 덕화가 널리 퍼져 이웃 나라를 굴복하며, 조회를 받는 위의가 가지가지로 엄숙하고 화평한 음악으로 임금을 모시며, 내관과 권속들이 임금을 호위하고, 사자좌에 나아가 몸과 마음이 두려움이 없으며 마치 해가 구름에서 벗어나면 광채가 현란하고, 제석천왕이 도리천궁에 계실 적에 호위가 엄숙하듯 하며, 전각의 네 귀퉁이에 큰 장사들을 세우고 황금 갑옷을 입힌 것이 마치 사천왕이 전후 좌우에 모신 듯하며, 창검을 잡고 둘러서 있는 의장병이 임금의 삼엄한 위덕을 나타내며, 대왕의 마음이 인자하여 만백성을 어루만지므로, 듣지 못하고 보지 못하고도 왕명에 복종하는 것이 마치 바다가 여러 강물을 받아들이고 산이 모든 보배를 간직한 듯하며, 음악 소리가 고요히 쉬면 안팎이 일심이 되는 것입니다.
2) 임금의 밖에 대한 덕 선재는 다시 바라문에게 물었다. “또 대왕의 밖에 대한 덕이란 무엇입니까?”
善財白言:“云何復名王德外化?”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그대여, 모든 중생과 기세간(器世間)이 나란히 있어 유지되는 것은, 모두 중생들의 업보(業報)와 임금의 위덕으로 생겨져서 유지되는 것입니다. 세계가 처음 생길 적에는 이 기세간의 사람들이 변화로 생기어서 사지와 몸이 원만하고 의복과 음식이 필요하지 않았으며, 형상이 충실하고 몸에서 광명이 비치어 밤과 낮이 없었고, 지난 세상의 혹(惑)이 훌륭하여 지미(地味)가 따라 났으며, 그러다가 점점 벼가 자연히 자라났는데, 그 뒤에는 전주(田主)를 세워 먼 데 사람 가까운 데 사람이 모두 와서 섬기며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호하였으니, 그것이 찰제리로서 이로부터 지금까지 임금의 덕화가 끊이지 아니합니다. 욕심이 많은 사람들은 임금이 없으면 혼란한 것인데, 나라에 임금이 있어서 백성이 편안히 살게 되므로, 국왕의 힘이 중생을 보호한다는 것입니다.
그대여, 세상에는 네 가지 계급[四姓]이 있으니, 첫째 바라문 종족은 흔히 입으로 하는 업을 닦고, 둘째 찰제리 종족은 흔히 손으로 하는 업을 닦고, 셋째 폐사(吠舍) 종족은 밭에서 하는 업을 닦고, 넷째 수다라 종족은 쫓고 달리는 업을 닦으며, 그 밖에 전다라 따위들은 율의(律儀)에 비추어 보아 나쁜 업을 닦는 것입니다. 이 네 계급과 나머지 잡일을 하는 이는 직업이 같지 아니하므로 사는 데도 각각 다르며, 어려서부터 늙도록 하는 일이 다른데, 직업은 비록 다르나 네 가지 일을 숭상함은 같습니다. 무엇이 네 가지 일인가 하면, 첫째 기술을 가지는 것, 둘째 재산을 마련하는 것, 셋째 향락을 받는 것, 넷째 해탈을 구하는 것입니다.
036_0066_b_02L기술을 가진다는 것은 아잇적부터 장정이 되도록 자기 신분의 테두리 안에서 기술을 배우는 것이니, 만일 바라문이면 지혜ㆍ학문ㆍ결인(結印)ㆍ글쓰기ㆍ천문ㆍ음양ㆍ관상ㆍ길흉ㆍ위타(圍陀)의 서적 따위를 배우고, 찰제리는 말타기ㆍ활쏘기ㆍ정치ㆍ백성 보호하기ㆍ폭행을 금하기ㆍ음악ㆍ전쟁 등을 익히고, 폐사는 밭 갈기ㆍ씨 뿌리기ㆍ김매기ㆍ곡식 거두기ㆍ창고에 저축하기 따위의 나라의 근본되는 일에 종사하고, 수다라는 있는 것과 없는 것을 서로 바꾸는 것, 물화를 가지고 다니는 것, 밑천을 늘이고 이익을 얻는 것 따위를 익히는 것입니다.
해탈을 구하는 것은 두 가지 부류가 있으니, 하나는 바라문이나 찰제리들은 나이 50이 넘어 머리가 반백이 되고 기력이 쇠약하여지면, 세속을 버리고 도를 구하여 티끌 세상에서 벗어나기를 원하여 참으로 옳게 닦는 것이라 하거니와, 배우는 것이 같지 아니하고 스승이 다르므로, 96종이 제각기 자기네 업을 닦으며, 천당에 나기를 구하기도 하고 해탈을 구하기도 함이요, 둘은 여래의 제자들은 삼승법을 배우면서 감로의 법 맛을 먹고 자비를 닦아 중생을 이익케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지가지 정당한 종교, 사특한 종교들이 혹은 집에 있으면서 혹은 집을 떠나서 정성을 다하여 도를 닦거니와, 모두 임금의 나라에서 사는 것이며, 우리 임금이 교화를 펴서 유포하는 것이므로, 여러 학자들은 옹기장이의 물레나 노끈과 같고, 기술을 배움은 흙을 파 오는 것과 같고, 임금이 교화를 행함은 옹기장이가 흙을 이기는 것 같고, 저와 남을 이익케 함은 여러 가지 옹기를 만드는 것과 같나니, 임금의 힘이 아니면 공을 이루지 못하며, 교법이 없으면 어떻게 저와 남을 이익케 하겠습니까?
또 그네들이 닦는 여러 가지 공덕의 6분의 1은 임금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임금의 복은 산과 같이 높고 견고하여 깨뜨릴 수 없으며, 그 밖에 임금의 덕화가 미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멋대로 나쁜 짓을 하게 되어 도를 닦는 이가 잠깐도 편안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남의 도 닦는 것을 방해하고 나쁜 짓을 짓는 죄업도 6분의 1은 임금에게 돌아가는 것이므로, 임금의 죄도 산과 같이 높고 험하여 깨뜨릴 수 없나니, 그러므로 우리 대왕은 복덕과 지혜가 모두 훌륭합니다.”
036_0066_c_02L때에 바라문은 또 선재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땅 차지신[地神]의 말을 듣지 못하였습니까? 땅 차지신은 항상 말합니다.
‘내가 땅덩이를 받들고 있는데, 땅 위에 있는 모든 물건이나 수미산쯤은 무겁지도 않고 싫은 생각도 없지마는 오직 세 종류의 사람은 싫증이 나서 받들고 싶지 않다. 세 종류 사람이란 하나는 역적을 도모하면서 국왕을 살해하려는 것이요, 둘은 은혜 깊은 어버이를 버리고 불효하는 사람이요, 셋은 인과(因果)를 믿지 않고 삼존(三尊)을 훼방하고 부처님의 법을 수행하는 스님들[法輪僧]을 파하고 선한 일 닦는 것을 방해하는 사람이니, 이런 세 사람은 내가 대단히 무겁게 생각하여 잠깐이라도 받들고 싶지 않다.’
또 우리 임금이 정당한 교화를 행함은 부처님들도 염려하여 구호하시거늘, 용왕이나 신장들이야 말할 것도 없습니다. 바른 마음으로 나쁜 짓을 못하게 함은 쇠갈고리와 채찍을 잡고 있으면 나쁜 법이 생기지 못하는 것같고, 세간에서 이익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을 감화시키고 조복하여 바른 소견을 행하게 함은 마치 길잡이 큰 소가 앞설 때에 다른 소들이 따라가는 것같이, 임금의 정당한 교화가 유행 돌 적에는 모든 중생들이 따라가는 것이며, 쇠갈고리로 미친 코끼리를 억누르듯이, 임금의 바른 정치가 나쁜 사람을 굴복시켜 필경에 해탈에 돌아가게 합니다.
또 우리 임금이 나라를 세우고 사람을 보호함에 매양 세 가지 일을 주의하나니, 첫째는 다섯 가지 공포를 없애는 것이요, 둘째는 세 가지 신하를 택함이요, 셋째는 임금의 식사를 정미롭게 함입니다. 그 까닭은 임금을 세우고 백성을 다스림에는 먼저 공포가 없어야 하고 신하의 덕이 구비하여야 임금을 도울 수 있고, 임금의 식사를 정밀하게 하여야 몸과 물건을 사랑하고 사람에게 충성과 효도를 가르치어 부모와 어른을 존중히 섬기게 되기 때문입니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그대여, 첫째 국왕의 덕이 검박하고 재정과 세금이 고르니 나라에 빼앗길 공포가 없고, 둘째 왕족들이 점잖고 보배를 탐내지 아니하니 귀족들에게 침해당할 공포가 없고, 셋째 벼슬아치들이 직책을 꼭 지키고 은혜와 용서함이 많으므로 관리에게 착취당할 공포가 없고, 넷째 사람들이 예의가 있고 나라 안에 속이는 일이 없으므로 도둑 맞을 공포가 없고, 다섯째 이웃이 화평하고 덕화에 감복하므로 이웃 나라에게 노략질당할 공포가 없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의 다섯 가지 공포는 사람마다 두려워함이 말할 수 없나니, 그러므로 우리 임금의 거룩한 덕화는 끝이 없습니다.”
036_0067_a_02L바라문이 대답하였다. “그대여, 마치 해님이 일궁전에 있을 적에는 땅에서 거리가 4만 2천 유순이나 되어 사천하 사람들이 그 모양은 보지 못하나, 다만 비치는 광명에 의지하여 해를 쳐다보고 해가 있는 위치를 알듯이, 우리 임금의 거룩하신 덕도 해와 같아서 밝으신 총명으로 나라를 다스리매, 백성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아시고 제각기 사업에 전력케 하며, 캄캄한 것을 없앨 적에 십천의 대신과 일억의 용맹한 장수가 임금의 명령을 받아 나라의 광명이 되므로 세 종류 신하를 잘 선택하여 그들을 통솔케 하는 것입니다.
세 종류 신하라 함은 첫째 정승, 둘째 대장, 셋째 사신입니다. 정승은 임금을 도와 정사를 베푸니, 위로는 임금의 덕화를 보좌하고, 아래로는 벼슬아치들을 잘 살피어 어진 이를 뽑아 쓰고, 능력 있는 이에게 책임을 맡기되 청백한 마음으로 직책을 다하는 것이, 마치 해가 비치어 온갖 것을 분별하는 것 같습니다.
대장은 군대를 통솔하는 우두머리로서 충성이 지극하고 마음이 결백하며, 인자하고 대의를 지키고 덕과 행이 겸전하고 용맹과 지략이 넉넉하여, 백성을 보호하고 나쁜 무리를 제거함이 마치 해가 비치어 어둠을 없애는 것 같으며, 7월부터 10월까지는 경비를 빈틈 없이 하고 군율을 엄숙케 하여 천지의 기운을 따르며, 지리를 살피고 부대를 주둔시키되, 편리하고 중요한 데를 점거하여야 하나니, 군권을 잡은 대장이 이러한 정신으로 전시에 임해 공격하고 방비하는 데 기회를 잘 살피면 싸울 적마다 승리하게 됩니다.
우리나라에는 다섯 성곽이 있습니다. 하나는 산성(山城)이니 높고 험한 곳을 의지하여 사면이 절벽으로 둘린 것이요, 다음은 물성(水城)이니 강물을 의지하여 사방이 물로 둘러싸인 것이요, 셋째는 모래성[沙城]이니 모래와 자갈이 끝없이 넓은데 성 밖에는 물도 풀도 없는 것이요, 넷째는 흙성[土城]이니 성벽이 견고하고 높으며 안에는 병기와 군량이 충실한 것이요, 다섯째는 사람성[人城]이니 임금이 거룩하고 신하가 어질고 지모가 깊고 전략이 원대한 것입니다. 이 다섯 가지 성으로 형편을 살피어 적병을 상대하는데, 사람성이 가장 으뜸으로 우리나라에서 소중하게 여기므로, 우리 대왕은 항상 헤아릴 수 없는 신통 변화에 머물러 있습니다.
셋째 사신은 어사[行人]나 사절[受使] 따위를 말함이니, 사방으로 다니면서 임금의 명령을 전달하고 복명(復命)하는 것으로서 마치 햇빛이 높은 산에나 넓은 들에나 깊은 골짜기까지 골고루 비치는 것과 같습니다. 왜냐 하면 임금의 덕화가 비록 정미로우나 깊은 궁궐에만 있으므로 여러 지방이나 다른 나라에서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건마는, 오고 가는 사신들이 임금의 은택을 널리 선전함으로 말미암아, 다른 지방들이 와서 귀순하기도 하고 사방 백성들이 덕화에 젖어 순량하여지기도 하여, 편안치 못하던 것이 태평하여지고 태평하던 데는 더욱 안정된 것입니다.
036_0067_b_02L그래서 우리 임금은 원로 대신들과 함께 신중하게 의논하고 인재를 선택하여 사명을 맡길 적에 열 가지 덕[十德]이 구비한 사람을 택하나니, 나라에 충성하고 신의가 있는 이, 임금과 어버이를 공경하는 이, 학문과 지식이 넉넉한 이, 소견과 도량이 넓은 이, 변재가 능란한 이, 국내외의 사정을 잘 아는 이, 겸손하고 어진 이, 강직하고 하자가 없는 이, 위의와 행동이 보통보다 뛰어난 이, 임금의 깊은 속뜻을 잘 아는 이라야 합니다.
이 열 가지 덕을 갖춘 이라야 왕명을 받들고 나라의 위엄을 드날릴 것입니다. 또한 간 데마다 몸을 깨끗이 하고 혼자 있으면서 주색에 빠지지 않고 여러 사람과 함께 자지 아니하나니, 술에 취한 뒤에나 잠자는 때에 비밀을 누설할까 염려함이요, 이웃 나라에 사신으로 가면 임금의 말씀을 그대로 전달하되, 이양을 위하여 변하지 않고 위엄에 눌리어 굽히지 아니하며, 가고 오고 머물고 물러감이 모두 시기를 놓치지 아니하고, 풍토와 습관에 맞추어 적당히 교화하며, 임금의 권변을 의심 없이 통달하여 나라의 권위를 드러내고 각 지방 풍속을 위안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렇게 세 종류 신하가 임금의 덕화를 도와서 나쁜 풍속을 변화시켜 착하게 하며, 나라의 위엄이 여러 나라에 퍼지는 것이, 마치 해에서 나오는 광명이 만물에 비치어 어둠을 없애고 멀고 가까운 데가 한결같이 밝아지는 것과 같습니다.
036_0067_b_10L由此三臣,成王德化,變惡顯善,威被萬方,如日流光,照物除暗,遠近皆明。
이렇게 우리나라는 임금의 덕화에 젖어서 착한 사람 좋은 풍속이 많고 온갖 행동이 사리에 적당하며, 어디서든지 나쁜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아니하니, 이른바 인과가 없다고 하거나, 임금이나 부모를 배반하거나, 자비한 성품이 없거나 남의 허물을 들추어내거나 용렬하고 더러운 행동을 하거나 범죄를 두려워하지 않거나, 욕심꾸러기ㆍ골 잘 내는 이ㆍ부끄럼 없고 남세스러운 줄 모르는 이ㆍ우악한 이ㆍ겁장이ㆍ시기하고 질투하는 이 따위를 친근하지 아니하며, 영악하고 길들지 않은 코끼리나 말을 타지 아니하며, 쓸데없는 짐승을 기르지 아니하며,
또한 깊은 산에나 큰 벌판ㆍ빈 동리ㆍ무덤 많은 데ㆍ넓은 들ㆍ사나운 짐승이나 비인(非人)들이 있을 만한 데에 가지 아니하며, 술집이나 도수장ㆍ음란하고 더러운 곳을 바로 보지도 아니하며, 만일 상서롭거나 좋은 일을 만나면 오른쪽으로 돌아 예경하나니 복을 두호하는 까닭이며, 부처님이나 교법이나 스님들이나 부모나 선생이나 어른의 그림자나 발자국을 밟지 아니하며, 숭배할 만한 어른이 계신 데는 공경하고 예배하며 경솔히 여기는 마음이 없고, 부처님 탑이나 절이나 성현의 있는 데나 신선이 사는 데는 제가 앞장서고 남들을 권하여 존숭하며 중수하여 새롭게 합니다.
036_0067_c_02L그리하여 하늘과 용왕이 기뻐하며 때를 따라 비 오고 바람 불고 오곡이 풍성하여 백성이 태평하며, 임금의 곁에 모시는 신하들이 모두 충성하고 어질므로 간사하고 아첨하는 무리들은 가까이 오지도 못하는 것이, 마치 전단숲에는 전단 나무만 있고 이란(伊蘭)은 섞이지 않듯, 무열지(無熱池)에는 팔공덕수만 흐르고 짠 맛이 없듯이, 임금이 나쁜 사람을 멀리 하심도 역시 그러하여, 맛나는 과실을 영악한 짐승이 가지는 것과는 같이 아니합니다.”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그대여! 임금의 음식을 맡는 이는 열 가지 덕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이 열 가지 덕인가. 문벌이 깨끗하고, 삼업이 유순하고, 충효(忠孝)를 갖추고, 미덥고 겸양하고 화순하고, 임금의 식성을 잘 알고, 음식에 금기(禁忌)하는 것을 잘 알고, 음식 솜씨가 있어 맛을 잘 맞추고, 임금의 잡수실 때를 알고, 식물이 독이 있고 없음을 잘 알며, 독기를 푸는 법을 알고, 낮과 밤과 철을 따라 먹을 만한 것을 알아야 하나니, 이 열 가지 덕을 구비한 이라야 임금의 음식을 맡으며, 거들어 줄 사람과 음식 마련할 처소를 잘 요량하여 항상 깨끗하게 하고 감독을 잘 하여야 합니다.”
그대여, 금수의 왕 사자는 한 가지 덕이 매우 훌륭하니, 곧 두 가지 마음이 없어 큰 코끼리를 죽일 적에 자기의 힘을 모두 쓰듯이, 작은 짐승을 죽일 적에도 기운을 모두 쓰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큰 일이라고 두려워하지도 않고 작은 일이라고 가볍게 여기지도 않고, 한결같이 자비와 지혜의 힘을 다하여 끝까지 소홀함이 없습니다.
그대여, 여러 물새의 왕은 두 가지 덕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하나는 마음을 자세히 살피는 것이니, 물고기를 잡을 적에 물 가운데 고요히 서서 일심으로 엿보고 움직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물고기들을 고요히 살펴보고 그 욕망을 그대로 쫓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높은 궁전에서 굽어 보시고 여러 가지 정사를 펴실 적에, 고요히 움직이지 아니하나 막히는 일 없이 두루 알아서 말씀이 헛됨이 없고 온갖 일이 저절로 이루어집니다.”
036_0068_a_02L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대여, 우리 임금은 세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금륜왕 세상에 길 잘든 말의 왕이 세 가지 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성질이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몇 천리라도 갈 수 있는 것이요, 둘은 춥거나 덥거나 가릴 것 없이 아무리 험한 길이라도 편안히 가는 것이요, 셋은 원수를 조복시키고 바꾸는 일에 항시 만족하지 아니함이 없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첫째는 말씀이 부드럽고 진실하여 법으로써 사람을 이롭게 하며, 중생을 교화하여 끝까지 성취케 하고, 둘째는 여러 가지 정사에 부지런하여 어렵고 쉽다는 생각이 없으며, 재물을 버리어 모든 사람을 구조하며, 셋째는 지혜와 용맹으로 원수와 대적을 굴복하고 세납을 적당히 하여 항상 만족한 줄 아나니, 이러한 세 가지 덕을 갖추고 평화로운 풍속으로 교화하므로 다른 나라에서는 두려워하고 나라 안에서는 은혜에 감격합니다.”
바라문은 또 말하였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십시오. 우리 임금은 네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마가다국의 미묘한 소리로 우는 닭의 왕이 네 가지 공덕이 있는 듯 합니다. 하나는 신의 있게 새벽 때를 잘 지키고, 둘은 의리 있게 모이를 잘 나누어 먹고, 셋은 대적하여 용감하고, 넷은 암탉을 따라가지 아니하는 것이니,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상주고 벌주는 일이때에 알맞고, 둘은 여러 지방을 골고루 구제하고, 셋은 억센 지방을 의리로 조복하고 넷은 아내의 말을 좇지 아니하나니, 이 네 가지 덕을 갖추어서 덕화가 널리 퍼집니다.
바라문은 또 말하였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십시오. 우리 임금은 또 다섯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욕계천의 때를 잘 아는 거위왕이 다섯 가지 공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교미하는 시기가 있고, 둘은 울음 우는 것이 두려움 없고, 셋은 양에 맞게 모이를 찾고, 넷은 마음이 방일(放逸)하지 않고, 다섯은 다른 새들의 아첨하는 소리를 듣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마음이 깨끗하고 욕심이 적어 내궁(內宮)에 때 없이 들지 아니하며, 둘은 말이 진실하고 정당하여 밖으로 명령을 어김이 없으며, 셋은 주고 받음에 차별이 없어 의식이 충족하며, 넷은 마음을 조화(調和)하고 옳게 검속(檢束)하여 허물 없이 부지런하며, 다섯은 바른 마음을 이룩하여 아첨하는 이를 가까이 하지 아니하나니, 이 다섯 가지 덕으로 은혜가 팔방에 미칩니다.
바라문은 또 말하였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십시오. 우리 임금은 또 여섯 가지 덕으로 교화를 펴는 것이, 마치 마가다국의 훌륭한 개의 왕이 여섯 가지 공덕이 있는 것과 같습니다. 하나는 생기는 대로 먹고, 둘은 조금 먹고도 만족하고, 셋은 편안한 곳에 나아가 자고, 넷은 풀만 바삭 해도 깨고, 다섯은 가난하거나 넉넉하거나 마음이 한결같고, 여섯은 용감하게 도둑을 막습니다.
036_0068_b_02L 우리 임금도 그와 같아서 하나는 여러 지방에서 바치는 공물(貢物)을 그 땅에서 나는 물건으로 하게 하고, 둘은 흉년든 때에는 조금만 바치게 하면서 항상 미안히 여기고, 셋은 하는 일이 모두 상서로워 편안히 잠자고, 넷은 바른 소견을 가졌으므로 다른 생각이 나면 곧 깨닫고, 다섯은 덕 있는 이를 존중하고 어버이를 높이 받들며 가난하고 미천한 이를 불쌍히 여기고, 여섯은 모든 것을 마음에 두고 항상 보호하며 위엄이 용맹하여 도둑이나 난리가 없습니다. 이 여섯 가지 덕을 갖추었으므로 만백성이 마음을 함께하나니, 이런 것으로 생각하면 여러 방면으로 도덕을 구족하여 우리 임금의 덕망이 멀리까지 퍼지고, 중생들을 잘 거두어 주어 항상 부지런히 노력하십니다.
당신은 또 이런 것을 알아 두십시오. 설사 이 21종 공덕을 모두 구비하지 못하였다 하더라도, 세 가지 덕만 있으면 정치와 덕화를 잘하게 될 것입니다. 하나는 재물을 흩어서 모든 백성을 구하는 것, 둘은 생명을 버릴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 셋은 큰 용맹으로 대적을 막는 것입니다. 또 이러한 세 가지 덕이 없더라도 한 가지 덕만 있으면 정사를 잘할 수 있나니, 그것은 큰 복덕입니다.
이렇게 인자한 임금이 가장 으뜸이니, 마치 팔만 사천 법문이 모두 열반의 진리에 귀납되는 것같이, 임금도 그와 같아서 가지가지 훌륭한 지혜와 정책이 모두 복덕에 귀납되는 것입니다. 임금이 복덕이 있으면 나라가 태평하고 사방에 일이 없으며, 중생들이 복락을 누리고 덕화가 만방에 퍼지며, 가깝게는 몸과 마음이 이익하고 멀게는 모든 중생이 함께 해탈하는 것이, 모두 임금의 자비 복덕으로 생기는 것이며 착한 정사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 밖에도 우리 임금의 공덕과 도행을 말하려면 한이 없습니다.”
그지없이 많은 중생이 세계에서 세 가지 독한 바람 불리어져서 애처롭게 나쁜 갈래 떨어질 것을 우리 임금 아니면 누가 건지리.
036_0068_b_16L衆生於世界, 三毒風所吹, 將墜惡趣中, 非王不能制。
중생들이 오욕락에 애착이 되어 탐욕과 나쁜 짓이 생기는 것을 우리 임금 바른 법을 의지하여서 인도하여 참된 길에 들게 하시다.
036_0068_b_17L含生著五欲, 貪暴由是生, 王依正法持, 令趣眞常道。
재물에나 이성(異性)에게 빠지는 것은 교화하는 바른 법이 없는 탓이니 비유컨대 강물 속에 사는 고기들 기운 따라 서로서로 잡아 먹듯이
036_0068_b_18L傾奪於財色, 由無王法持, 譬如河池魚, 大小相吞食。
나랏 법은 나와 남을 보호하는 것 지금에도 다음에도 항상 안락해 임금의 착한 덕화 멀리 퍼지면 모두 다 해탈 얻는 원인 되오리.
036_0068_b_19L王法持自他, 現未常安樂, 正化廣流布, 咸爲解脫因。
백성은 임금에게 목숨 의지하고 임금은 법으로써 그 몸을 삼아 이리하여 이 세상이 평화할 때엔 부처님 바른 법도 이에 비롯하네.
036_0068_b_20L人以王爲命, 王以法爲身, 世道旣和平, 佛法由茲始。
정치가 잘못되면 인심이 혼란 형벌이 흐려지면 법도 흐려져 위엄이나 은혜가 분명해지면 그 때에야 나라마다 태평하리라.
036_0068_b_21L政暴人思亂, 刑疏法不行, 恩威不爽時, 萬國常休泰。
여러 생에 많은 부처 모두 섬기고 복과 덕을 많이 쌓아 임금이 되니 자비도 훌륭하고 은혜도 깊어 억조창생 백성들이 즐거워하다.
036_0068_b_22L多生事多佛, 福德勝爲王, 悲深惠益深, 億兆同康樂。
우리 임금 큰 문중에 태어나시고 엄청나신 빛과 위엄 햇빛 같으사 이내 몸 잊으시고 중생 건지니 온 나라 백성들이 모두 잘 사네.
036_0068_b_23L我王生盛族, 威光同日輪, 忘己濟群生, 率土無貧乏。
이 몸은 본래부터 부정한 것이 덧없는 병과 죽음 침노하나니 마음을 조복 받는 대장부들아 다른 일 상관 말고 정법(正法) 지키라.
036_0068_b_24L知身本不淨, 無常之所侵, 調心大丈夫, 守正非餘事。
사람을 찌는 듯한 한창 가뭄에 고마운 구름이 비를 주듯이 임금의 자비한 맘 덕화 펴시어 중생들을 모두 다 윤택케 하네.
036_0068_b_25L蒸人如旱草, 惠化洽油雲, 慈心降德音, 澤潤諸含識。
036_0068_c_02L
임금은 백성들의 마음을 따라 사랑하고 구호해야 사람이 소생 명령이 시행되면 나쁜 짓 없고 상과 벌이 분명하면 나라가 태평
036_0068_c_02L王者順人心, 愛恤人蘇息, 威行肅貪暴, 賞罰稱其宜。
어떤 임금 신수 좋고 음성 좋으나 마음이 독하여서 사랑치 않고 어떤 이는 총명하고 슬기롭지만 나쁜 욕심 마음을 가리웠다네.
036_0068_c_03L或有妙形聲, 含毒人非愛, 或具大聰睿, 染欲蔽其心。
우리 임금 단정하고 엄숙하여서 분한 일 참으시고 탐욕을 경계 마음이 맑고 밝은 거울 같아서 물건을 비출 제 사사로움 없네.
036_0068_c_04L我主勝端嚴, 懲忿誡諸欲, 心如淨明鏡, 鑑物未嘗私。
거울은 밝더라도 모양 비출 뿐 마음까지 비추지는 못하지마는 우리 임금 마음 거울 밝고 밝아서 남의 마음 속속들이 뚫어 보시니
036_0068_c_05L明鏡唯照形, 不鑑於心想, 我王心鏡淨, 洞見於心源。
좌우에는 나쁜 간신 하나도 없고 시중들고 모시는 이 모두 충신뿐 아첨하고 참소하고 포악한 사람 언제든지 임금 앞에 얼씬도 못해.
036_0068_c_06L左右無佞邪, 耳目唯良善, 諂媚及殘暴, 本所不能親。
어떤 사람 간사한 마음을 품고 벼슬하는 좋은 신하 해치려 하면 임금은 미리부터 알아차리고 모두 다 좋은 사람 다시 되도록
036_0068_c_07L或有肆奸意, 欲害於王人, 王心鑑未形, 悉使歸忠正。
고운 숲에 사나운 짐승 깃들여 있듯 바닷물이 맑은 강물 짜게 하듯이 나쁜 정책 양민들을 해롭게 하고 흉한 짓은 임금의 덕 더럽히나니
036_0068_c_08L芳林伏猛獸, 鹹海毒淸流, 蠹政害良人, 兇邪敗君德。
향물 강엔 팔공덕수 넘쳐 흐르고 단 과실은 좋은 나무에 열리느니라. 온 나라가 태평성대 누리는 것은 임금이 성스럽고 신하 어진 탓
036_0068_c_09L香河流德水, 甘果茂甘林, 八表同歡康, 臣賢由主聖。
임금이 근심 막는 계행 가지고 중생을 건너시며 근원 밝히니 백성들은 부귀하고 장수도 하여 탐욕 성냄 바다에서 벗어나더라.
036_0068_c_10L王持防患戒, 濟衆潔其源, 富壽利群生, 拔出貪瞋海。
사랑하고 슬퍼하는 마음이 넓고 바른 법을 먼 데까지 퍼뜨리시어 어린이나 늙은이나 외로운 이들 어루만져 길러 주어 편안케 하네.
036_0068_c_11L慈悲旣深廣, 正法亦遐宣, 老幼與孤惸, 護育令安樂。
도덕 있고 어진 이들 높이 받들고 어버이와 늙은이를 존경하시니 친척이나 권속이나 아낙네들과 안과 밖이 화목하게 즐거워하네.
036_0068_c_12L尊賢貴有德, 重齒敬其親, 戚屬與妃嬪, 內外咸雍穆。
좋은 말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부모 선생 화평하게 높여 모시고 제사 범절 조심조심 정성 들이니 천추 만세 자손들에 복이 넘치리.
036_0068_c_13L溫言調萬姓, 和色奉師尊, 祠敬無惰容, 福流千萬代。
옛날 임금 무도하여 사치만 부려 교만하여 일가친척 업신여기며 저만 알고 남의 걱정할 줄 모르니 지금까지 나쁜 소문 널리 퍼졌고
036_0068_c_14L古先無道主, 驕侈慢宗親, 侚己不憂人, 惡稱恒流布。
우리 임금 온갖 것이 헛된 줄 알고 내 몸을 잊어 버려 남을 위하며 중생들을 바른 길로 교화하시니 성군이란 좋은 소문 사방에 가득
036_0068_c_15L我王知幻境, 利物以忘身, 有道庇衆生, 具吉祥名稱。
욕심 많고 화 잘 내고 시기하는 일 필경에는 고통 받는 원인 되는 줄 사람들이 어리석어 모르지마는 받는 과보 메아리와 그림자 같네.
036_0068_c_16L貪瞋與慳嫉, 皆爲諸苦因, 愚惑常不知, 感報猶影響。
우리 임금 사람으로 근본 삼으니 나라 안에 있는 백성 모두 다 한몸 모든 사람 부리기를 손발과 같이 고달픈 일 즐거운 일 분에 알맞네.
036_0068_c_17L王以人爲本, 億兆同一身, 役使如四肢, 勞逸無過分。
우리 임금 옛날 일로 거울을 삼고 좋은 모범 드리워서 거울 되시며 행하시는 모든 일이 인심을 따라 나쁜 짓은 버리시고 선한 일만 해.
036_0068_c_18L我王鏡前躅, 垂範爲元龜, 動作順人心, 捨惡而從善。
다른 사람 사랑함을 내 몸과 같이 내 몸부터 옳게 하고 남을 따르니 아홉 겨레 그 풍속을 모두들 순종 크고 작은 벼슬아치 덕화 따르네.
036_0068_c_19L愛人如愛己, 率己以隨人, 九族旣從風, 百辟遵王政。
사면팔방 족속들이 모두들 귀화(歸化) 단엄한 위의로 함이 없으니[無爲] 그 공덕 어디 있나 마음 잘 쓴 것 마음이 고요하니 사방이 무사하네.
036_0068_c_20L八方歸聖化, 端拱以無爲, 推功因理心, 心靜曾無事。
충성스런 신하들이 임금을 도와 모든 정사 돌보기를 팔다리같이 우리 임금 총명하심 만국 살피사 세계 각국 모든 나라 덕화를 찬송
036_0068_c_21L忠臣輔我主, 順動如股肱, 萬國達聰明, 四海稱君德。
부처님의 바른 교법 옳게 받들고 불법으로 중생들을 깨우쳐 주어 제각기 본 마음을 알게 하시니 햇빛 비추어 연꽃 피는 듯
036_0068_c_22L諦承諸佛教, 以法悟衆生, 令其了自心, 日照蓮華發。
국민들이 임금을 옹호하거든 임금은 국민들을 보호하는 일 큰 수풀이 금수의 왕 감추어 주고 금수의 왕 큰 수풀을 보호하는 듯
036_0068_c_23L國人護我主, 猶王護國人, 如林衛獸王, 獸護於林藪。
딴 나라엔 다섯 가지 공포 있으니 임금이 욕심 많고 대신의 세력 나쁜 관리가 어진 백성 못살게 굴고 대낮에 도둑들이 겁탈하는 일
036_0068_c_24L餘國多五怖, 王貪及寵臣, 酷吏陷非辜, 盜賊公偸劫。
나라 안에 이 네 가지 걱정 있으면 외국 군대 침노하여 들어오지만 우리 임금 안과 밖을 잘 다스리어 백성들은 다섯 공포 모두 모르네.
036_0068_c_25L自境有四患, 外寇必來侵, 我王內外淸, 國人無五怖。
036_0069_a_02L
이 세상에 네 가지 업이 있으니 첫짼 지혜 둘째는 재물과 보배 셋째는 다섯 가지 쾌락 받는 일 넷째는 해탈함을 얻는 것이라.
036_0069_a_02L世間有四業, 一智二珍財, 三受五欲樂, 四求於解脫。
여러 임금 흔히는 갖추지 못해 일평생이 다하여도 알 리 없나니 바람으로 허풍선이 불을 불다가 바람이 없어지면 생명 없는 듯
036_0069_a_03L諸王多未具, 歿世人莫稱, 如風持韛囊, 風息命隨絕。
우리 임금 네 가지 법 갖추었으니 지혜와 덕 온 몸을 잘 꾸미었고 희귀한 보배 재물 많이 가져서 가난하고 곤궁한 이 구제하시며
036_0069_a_04L我王備四法, 智德瑩其身, 富有妙珍財, 賙濟於窮乏。
다섯 가지 욕락이 그지없으나 물들지 아니함이 연꽃 같으니 이것으로 중생들을 끌어들이고 필경에는 불법에 들게 하는 것
036_0069_a_05L五欲無倫匹, 不染如蓮華, 但爲引衆生, 後令入佛智。
환술 같은 해탈에 있으면서도 일부러 탐심 내고 성을 내나니 그것으로 나쁜 사람 교화하여서 모두 다 불법으로 가게 합니다.
036_0069_a_06L住如幻解脫, 示現處貪瞋, 變化治惡人, 皆令向佛道。
오래잖아 당신도 보리다마는 우리 임금 가지가지 방편문들이 필경에는 중생들을 이롭게 하니 그러므로 큰 소문이 멀리 퍼지네.
036_0069_a_07L不久汝當見, 種種方便門, 究竟利衆生, 是故聲遠震。
지혜로써 풍속을 삼았으므로 항상 있는 생명이 다함 없나니 당신은 빨리 가서 찾아 뵈옵고 소홀하게 여기는 맘 내지 마시오.
036_0069_a_08L妙慧以爲風, 常命恒無盡, 汝應速瞻詣, 勿生懈慢心。
큰 지혜 있는 이를 한 번만 봐도 천년 사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이 어떤 사람 천년을 살긴 하지만 밥만 먹고 남에게 버림 받나니
036_0069_a_09L一見勝智人, 過住百千歲, 有或壽千歲, 恒食人所棄。
삼세의 일 어찌 된 줄 알지 못하며 법 보배 재물들도 많지 못하고 양껏 먹고 욕심만 부리는 이들 모양은 사람이나 짐승만 못해
036_0069_a_10L不知三世事, 亦寡法財寶, 飽腹資欲心, 人形畜無別。
배운 것 별로 없이 마음만 큰 건 소 발자국 물을 부어 차기 쉽듯이 생쥐 손에 물건을 한 웅큼 쥐고 이만하면 썩 많다고 생각하듯이
036_0069_a_11L少學或心高, 易滿如牛迹, 如鼠手持物, 自謂己能多。
지혜 바다 깊고 넓어 한량없거늘 헤아리지 못하고 비방만 하니 소가 물을 먹으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먹으면 독이 되듯이
036_0069_a_12L智海廣難量, 不測反增謗, 牛飮水成乳, 蛇飮水成毒。
지혜 있어 배우면 보리 이루고 어리석게 배우면 나고 죽는 일 이런 이치 분명하게 알지 못함은 공부를 많이 하지 못한 탓이라.
036_0069_a_13L智學成菩提, 愚學爲生死, 如是不了知, 斯由少學過。
그러므로 우리나라 여러 사람들 많이 배워 알면서도 싫증이 없어 우리 임금 도와주는 대신이 많고 나라 안에 성곽들이 모두 굳건해.
036_0069_a_14L是故我國人, 多聞無厭怠, 我王多輔臣, 國城亦險固。
재정이 넉넉하고 군대도 많아 이웃 나라 평화롭게 사이 좋으며 이러하게 일곱 가지 구족하여서 지혜와 용맹한 힘 항상 의지해
036_0069_a_15L豐財饒士馬, 鄰國皆親好, 如是具七支, 勇智恒依住。
인간이나 천상이나 다른 세계나 가지가지 훌륭한 공덕으로써 그지없는 중생들을 이익하는 일 이 위에서 말한 것과 같사옵니다.
036_0069_a_16L人閒與天上, 種種勝功德, 利益諸衆生, 如上所宣說。
지혜 있는 사람들은 하나 들어도 그를 따라 여러 가지 모두 아나니 요점 들어 말하자면 법왕이 되어 내 몸처럼 백성들을 편안케 하니
036_0069_a_17L智人聞一義, 觸類廣無涯, 要言爲法王, 調身安萬姓。
세상 영화 어느 때도 줄지를 않고 출세간 일 헤아릴 수 없이 묘하니 큰 바다가 여러 강물 받아들이매 받을수록 더욱더욱 깊어지는 듯.
036_0069_a_18L世榮恒不退, 出世妙難思, 如海納川流, 包容益深廣。
바라문은 이렇게 게송으로 임금을 찬탄하고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중생들의 몸에 털과 털구멍이 각각 3구지(俱胝)씩 있는 줄을 아시지요. 우리 임금께서는 안으로 행하는 공덕이 3구지가 있고, 밖으로 행하는 공덕도 3구지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덕으로 중생들을 교화하시는데 내가 지금 당신에게 말한 것은 겨우 임금의 한 터럭 공덕을 말하였을 뿐입니다. 이 밖에 있는 공덕은 한량없이 많아서 이루 다 말할 수 없으며, 또 나의 지혜가 얕으니 어떻게 모두 생각하고 모두 말하겠습니까? 그리고 나의 일이 바빠서 오래 말할 겨를이 없습니다. 지금 대왕께서 정전에 계시면서 정사를 하시는 터이오니, 당신은 그리로 가서 한결같은 정성으로 찾아 뵈십시오.”
036_0069_b_02L이때에 선재동자는 바라문의 말을 잘 듣고 나서 은근하게 경례하고 왕궁을 향하여 떠났다. 멀리서 바라보니 그 임금이 궁전에서 나라연(那羅延) 금강으로 된 대 연화장 사자좌에 앉았는데, 아승기 마니보배로 좌대가 되었고, 아승기 햇빛 보배로 다리가 되었으며, 아승기 보배 형상으로 아름답게 꾸미고 황금 실로 그물을 짜서 위에 덮었으며, 아승기 마니주에서 광명이 찬란하게 비치고, 아승기 하늘 옷으로 좌대 위에 깔았고, 가지가지 하늘 향기가 두루 풍기고 가지가지 보배 꽃을 땅에 흩었으며, 수없는 보배 짐대가 사면에 줄을 지어 둘러 섰고, 수없는 보배 깃발이 두루 드리웠으며 공작의 꼬리빛 광명의 찬란한 마니보배로 휘장을 만들어 위에 둘렀다.
감로화 임금은 젊은 나이에 체격이 건장하고 존엄한 위풍이 늠름하며, 상호를 구족하고 미묘하게 장엄되었는데, 여의 마니 보배 관을 머리에 쓰고 염부단금으로 반달을 만들어 이마에 장엄하고, 제청마니라는 때 없는 보배로 귀고리를 만들어 귀를 장식하고, 값을 매길 수 없는 마니보배로 영락을 만들어 목에 걸고, 때 없고 빛나는 하늘 마니 여의 보배로 팔찌를 만들어 팔에 끼었으며,
염부단금으로 일산을 만들었는데, 여러 보배를 사이사이에 섞어서 살을 삼고 광미(光味) 마니로 꼭지를 만들고, 백천 가지 화만으로 훌륭하게 얽었고 깨끗한 보배로 만들어 단 풍경에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서 끝없는 법문을 연설하며, 야광에서 솟아 뻗는 광명이 시방에 찬란하게 비치고, 구족하게 둥근 비유리보배로 대를 만들었는데, 사람이 받들고 서서 머리 위를 덮고 있었다.
감로화 임금의 덕망이 어마어마하여 먼 나라에까지 퍼지어 이웃 나라 임금들이 공경하여 복종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며, 때 없는 비단으로 정수리에 매었고, 십천의 대신들이 앞뒤에 모시었으며, 십만의 군대가 좌우에 옹호하였는데, 형상이 우악하여 염라대왕의 사자 같은 장수들이 팔을 내두르며 눈을 부릅뜨고 이빨을 악물고 눈썹을 곤두세우고 창검을 들고 둘러섰으니 보는 이들이 벌벌 떨게 되었다.
036_0069_c_02L그 나라 사람들로서 국법을 범하여 사람을 죽였거나 남의 재물을 훔치었거나 유부녀를 간통하였거나 허망한 말로 이간하였거나, 포악하게 의리를 어기었거나 탐욕과 진심과 나쁜 소견을 일으키는 따위의 가지가지 나쁜 짓을 지은 자들이 오랏줄에 묶이어 임금 앞에 끌려오며 죄를 따라서 형벌을 쓰는데, 혹 불에 태우고 물에 삶기도 하며 끓는 물에 담그며, 끓는 기름을 붓기도 하여 가지가지로 굽고 삶아서 온 몸이 는적거리게 하며, 혹은 높은 산에 끌고 올라가서 밀어뜨리기도 하고 목을 베기도 하고 허리를 찍기도 하며 귀와 코를 베고 손과 발을 자르며, 두 눈을 뽑기도 하고 가죽을 벗기기도 하며, 혹은 살을 바르고 각을 뜨기도 하는데, 뼈가 쌓여 산이 되고 피가 흘러 못이 되기도 했다.
그 핏속에는 사람의 머리와 손발과 해골이 그득하였고, 또 수많은 돼지와 개와 너구리들과 까마귀 독수리 따위가 그 못 속에 모여와서 피와 살을 먹으면서 흉악한 소리를 내어 사람들이 듣고 무서워하며, 못 속에 있는 송장들은 가지가지 형색으로 혹은 퍼렇게 멍이 들기도 하였고, 고름과 피와 추깃물이 흘러서 냄새가 고약하고, 살이 곪고 가죽이 부풀어 오르고 썩고 는적거려서 창자와 내장이 쏟아져 나오고, 손톱 발톱과 머리털과 이빨과 썩은 살이 못 가운데 낭자하였다.
죄가 가벼운 죄인들은 곤장을 맞고 형문을 당하고 주리를 틀리며, 코를 잘리고 발꿈치를 끊기는 갖은 형벌을 받으면서, 고통을 참지 못하여 울고 불고 아우성치고 부르짖으며, 혹은 부모를 부르고 권속을 부르고 앙탈하는 소리가 우레 같아서, 듣는 이로 하여금 소름이 끼치고 뼈가 저리게 하는 따위의 고통을 이기지 못하는 소리와 형상이 마치 중합(衆合)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선재동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일체 중생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 보살의 도를 닦으며 보살의 행을 구하느라고 선지식을 찾아서, 어떻게 하면 보리의 선근을 닦고 어떻게 하면 모든 나쁜 일을 벗어날 것인가를 묻는 것인데, 지금 이 임금은 착한 일을 버리고 나쁜 짓만 하면서 중생을 못살게 굴고, 심지어 생명을 끊으면서도 오는 세상에 나쁜 과보도 두려운 줄을 모르는 것이 아닌가. 앞날에 나쁜 과보가 닥쳐올 적에는 자기의 몸도 보전하지 못할 것인데, 이런 이에게 보살의 행이나 보살의 도를 물어서, 어떻게 대자대비한 마음을 갖추어 중생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보살의 공교한 방편의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염려하여 보호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이롭게 하고 즐겁게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다스리고 책벌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깨끗이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성숙시키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깊이 들어가게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해탈케 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의 시기(時期)를 아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의 근성을 아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으며, 중생을 불쌍히 여기고 조복하는 지혜를 헤아릴 수 없는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 임금에게 나아가서 간절한 마음으로 보살의 행을 배우는 일과 보살의 도를 닦는 일을 물으십시오.”
선재동자는 이때에 하늘 사람의 말을 듣고, 감로화 임금에게 가서 왕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습니다마는,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하나이까?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036_0070_b_02L선재동자는 왕의 말대로 살펴보았다. 넓은 궁전은 비길 수 없는 여러 가지 마니보배로 이루었는데, 백천 가지 보배로 누각이 되었고, 적진주로 기둥을 삼았고, 가지가지 빛깔 가진 보배로 섞어 꾸미었고, 부사의한 마니보배에서 광명을 내어 널리 비치며, 가지 가지 마니보배로 곳곳을 장엄하였는데 모살라얼마(牟薩羅孼磨) 미묘한 보배로 요를 깔아 자리를 장엄하고, 수없는 백천의 가지가지 빛나는 보배로 사자좌를 장엄하고, 비로자나 마니보배로 휘장을 만들어 사자좌 위에 둘렀고,
여의 보배로 만든 가지가지 빛깔의 그물을 두루 드리웠으며, 사자왕광미(師子王光味) 마니로 만든 미묘한 보배 짐대를 세웠다. 또 여러 가지 보배로 된 못이 있으니, 물은 맑고 깨끗하여 여덟 가지 공덕을 갖추었고, 마노 보배로 언덕에 층층대를 쌓았고, 여러 빛깔 보배로 난간을 둘렀으며, 곳곳에 보배 나무가 줄을 지어 장엄하고, 낱낱 보배로 쌓은 담이 주위에 둘리었으며, 시중하는 여인이 십억이나 되는데 용모가 얌전하여 보는 이를 기쁘게 하며, 거동이 아름답고 위의가 볼 만하며, 무릇 행동하는 것이 모두 교묘하여, 화순한 마음으로 임금의 뜻을 받들어 항상 인자한 마음을 나타내었다. 선재동자는 두루 살펴보고는 희유하다는 생각을 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환술 같은[如幻] 해탈을 얻었노라. 선남자여! 우리나라에 있는 중생들은 나쁜 짓 하기를 전다라와 같이 하였나니, 내가 이 착한 교화를 받지 않는 나쁜 중생들에게 여타의 가지가지 방편을 써서는 그들로 하여금 나쁜 짓을 버리고 착한 길로 돌아오도록 할 수가 없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저런 중생들을 굴복시켜 성숙시키고자 대비심을 선두잡이로 하여 포악한 사람으로 변하여서 저 나쁜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나쁜 짓을 하기도 하고, 또 잔인하고 모진 사람으로 변화하여 저 사람들을 핍박하고 위협하며 여러 가지 혹독한 형벌을 썼노라. 그리하여 나라 안에 있는 나쁜 사람들로 하여금 그러한 일을 보고 두려운 마음을 내고 겁약한 뜻을 품으며, 모든 욕락에 대하여 싫어하는 마음과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온갖 나쁜 짓을 영원히 끊어 버리고 보리심을 내어 물러나지 않게 하였노라.
036_0070_c_02L선남자여! 그대가 아까 보던 것같이 지긋지긋한 형벌을 받는 나쁜 짓한 중생이나 형벌을 행하는 우악한 사람은 모두 변화로 만들어진 사람들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러한 가지가지 방편을 써서 중생들로 하여금 지은 바 십불선업을 끊어 버리고 십선도를 행하여 끝까지 즐겁고 끝까지 편안하고 끝까지 원만하여서, 영원히 고통스러운 일을 소멸하고 부처님의 일체지의 자리에 들어가게 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몸이나 말이나 뜻으로 한 번도 어떤 중생에게나 시끄럽게 하고 해롭게 한 일이 없노라. 선남자여! 나는 생각하기를, 차라리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무간지옥에서 온갖 고통을 받을지언정 잠깐이라도 성내는 마음으로 파리 한 마리 개미 한 마리도 해치거나 괴롭게 할 생각을 내지 아니하거늘, 어찌 하물며 그러한 나쁜 짓을 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나의 기억으로는 비록 꿈속에서라도 방탕한 생각을 낸 적이 없거늘, 어찌 깬 정신으로 사람을 죽였겠는가. 왜냐 하면, 사람이란 복밭이 되어서 모든 선한 결과를 내는 까닭이니라. 마치 이 가운데 16대국으로부터, 내지 모든 땅에서 사는 중생들은 다 땅을 의지하여 나서 자라고 편안히 머물러 있는 것같이, 모든 성현의 보리 과보가 다 사람을 의지하여 닦아 행하고 증득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환술 같은 해탈로 변화하는 법문을 얻었을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어서, 모든 갈래[有趣]가 환술 같은 줄을 알고, 모든 보살의 행이 변화로 된 것 같음을 알고, 모든 세간이 그림자 같은 줄을 알고, 모든 법이 꿈과 같은 줄을 알고, 고집하지 않는 진실한 법문에 들어가며, 법계에 따라서 여러 가지 미묘한 행을 닦음이 제석천왕의 보배 그물 같으며, 집착 없는 지혜로 모든 경계를 대하여 걸림이 없으며, 평등하게 삼매문에 들어가며, 자유자재한 선(旋)다라니를 얻어서 부처님 경계에 머물기를 마치 그림자가 형상을 따르듯이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말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