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부동 우바이는 선재동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내가 생각하니 지나간 세상에 무구광(無垢光)겁이 있었고, 그때에 부처님이 나셨으니 이름이 수비(脩臂)요, 열 가지 명호가 원만하였으며, 그 나라 임금은 전수왕(電授王)이요, 외딸 하나를 두었으니 곧 내 몸이었소, 어느 날 밤중 음악을 그치었을 무렵에, 부모와 형제들은 모두 잠이 들고 5백 동녀도 곤하게 자고 있는데, 나는 누각 위에서 별들을 쳐다보고 있었소.
바로 그때에 공중에 계시는 부처님을 뵈오니, 여래 몸은 보배 산왕 같으사 한량이 없었고, 하늘 사람과 용왕과 팔부 신장들과 헤아릴 수 없는 보살 대중이 둘러 모셨으며, 부처님 몸에서 광명 그물을 놓는데 시방에 가득하여 걸림이 없었소. 부처님 몸의 털구멍으로는 묘한 향기가 풍기는데, 내가 그 향기를 맡으니 몸이 부드럽고 마음이 즐거워져서, 곧 누각에 내려와 합장하고 부처님께 예배하고 나서, 부처님을 자세히 뵈었으나 정수리를 볼 수 없었고, 몸의 좌우를 뵈었으나 끝닿은 데를 알 수 없었으며, 부처님의 아름다운 몸매와 잘 생긴 모양을 생각하여 만족한 줄을 알지 못하였소.
036_0076_c_02L선남자여! 그때에 부처님은 나의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마땅히 꺾을 수 없는 마음을 내어 번뇌를 끊으며, 너는 이길 이 없는 마음을 내어 잘못된 고집을 깨뜨리며, 너는 겁을 먹고 물러서지 않는 마음을 내어 깊은 법문에 들어가며, 너는 흔들리지 않는 마음을 내어 나고 죽는 고통을 없애며, 너는 미혹하지 않는 마음을 내어 여러 갈래에 태어나며, 너는 싫증이 나지 않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 뵈오려 함을 쉬지 말며, 너는 만족한 줄 모르는 마음을 내어 모든 부처님의 법 비를 받으며, 너는 바르게 생각하는 마음을 내어 온갖 부처님 법의 광명을 널리 비치며, 너는 크게 머물러 가지는 마음을 내어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운전하며, 너는 불법을 널리 유통하려는 마음을 내어 중생들의 욕망을 따라 법보를 베풀어 주라.’
선남자여! 나는 그 부처님에게서 이러한 법문을 듣고, 따라서 일체종지(一切種智)를 구하느라고 마음이 물러나지 아니하였소. 그리하여 부처님의 십력을 구하고, 부처님의 변재를 구하고, 부처님의 광명을 구하고, 부처님의 색신을 구하고, 부처님의 몸매와 잘생긴 모양을 구하고, 부처님에게 모인 대중을 구하고, 부처님의 깨끗한 세계를 구하고, 부처님의 위의를 구하고, 부처님의 수명을 구하였소. 이런 마음을 내고는 간절한 마음으로 앙모하기를 목마른 이가 물을 찾듯이 하며, 그 마음이 견고하기 금강과 같아서 모든 번뇌가 이승(二乘)으로는 깨뜨릴 수 없을 만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처음 이러한 마음을 내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염부제를 부순 티끌처럼 많은 겁 동안에 한 번도 욕심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실제로 그런 일을 행하였겠는가.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나의 친속으로 허물이 있는 사람에게도 한 번도 성을 낸 일이 없는데, 하물며 허물이 없는 다른 중생에게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 나의 몸에 대하여 나라는 견해를 내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모든 기구에 대하여 내 것이란 생각[計]을 내었겠는가.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죽을 때나 날 때나 태 속에 들 때, 머물 때, 나올 때나 내지 꿈속에서도, 일찍이 미혹하여 중생이라는 생각[衆生想]이나 무기심(無記心)을 일으키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다른 때에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심지어 꿈에서 부처님 한 분 뵈온 것도 잊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보살의 열 가지 눈으로 뵈온 것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여래의 법을 한 마디 한 구절도 잊어 버리지 아니하였으며, 내지 세속에서 하던 말도 잊지 아니하였는데, 하물며 여래의 말씀하신 미묘한 법문이랴.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여래의 법 바다에서 한 마디 한 구절도 자세히 생각하고 이치답게 관찰하지 아니한 적이 없으며, 내지 세속의 법도 항상 생각하고 관찰하였는데, 하물며 부처님의 참되고 제일가는 법이랴.
036_0077_a_02L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받아 지닌 부처님의 법 바다에서 한 가지 법에서도 삼매를 얻지 못한 적이 없으며, 내지 세간의 모든 공교한 기능이나 예술에서도 낱낱이 그러하였소. 또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머물러 지닌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간 데마다 맡아 지니고, 한 마디 한 구절도 폐하거나 그르친 일이 없으며, 세속의 지혜를 내지도 아니하였는데 중생을 조복하기 위하여서 한 일은 제외합니다.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여러 부처님 바다를 뵈온 가운데, 한 부처님에게서라도 깨끗한 서원을 이루지 못한 일이 없으며, 내지 여러 변화로 된 부처님에게서도 모두 그러하였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보살들의 수행하는 묘한 행을 보고, 한 가지 행이라도 내가 성취하지 못하거나 청정하지 못한 적이 없었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만나 본 중생 가운데, 한 중생도 내가 권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지 아니한 적이 없으며, 한 중생에게라도, 내지 잠깐이라도 성문이나 벽지불의 마음을 내도록 권한 적이 없소. 그렇게 오랜 겁 동안에 부처님에게서 들은 법문에 대하여 한 마디 한 구절에도 의심을 내지 아니하고, 두 가지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분별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가지가지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고집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높다 낮다 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낫다[勝] 못하다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고, 사랑하고 미워하는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으며, 내지 잠깐 동안도 이러한 생각을 내지 아니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그 때부터 뵈옵는 여러 부처님을 항상 가까이 모시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들을 뵈옵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진실한 큰 선지식을 뵈옵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부처님께 들은 깨끗한 서원을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닦는 행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바라밀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지의 지혜 광명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다라니와 삼매의 무진장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036_0077_b_02L 항상 보살지의 끝없는 세계 그물에 들어가는 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끝없는 중생계에 두루 들어가는 문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지혜 광명으로 모든 중생의 번뇌를 소멸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의 모든 중생의 선근을 자라게 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중생을 따라 법계에 두루 그 몸을 나타냄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으며, 항상 보살이 미묘한 말씀으로 온 법계의 모든 중생을 깨우침을 듣고 한 번도 여의지 아니하였소.
선남자여! 내가 굴복할 수 없는 보살의 지혜장 해탈문을 얻고, 보살의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을 얻고, 보살의 굳게 받아 지니는 원행문을 얻고, 보살의 모든 법에 평등한 다라니문을 얻고, 보살의 온갖 법을 아는 지혜로 비치는 변재문을 얻어서 헤아릴 수 없이 자재한 신통 변화 나타내는 것을 그대가 보려 합니까?” 선재가 말하였다. “그렇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보고자 하나이다.”
이때에 부동 우바이는 용장(龍藏) 사자좌에서 일어나지 아니하고, 보살의 굴복할 수 없는 지혜장 해탈문과 온갖 법을 구하는 데 고달픈 줄을 모르는 장엄 삼매문과 비지 않고[不空] 원만한 장엄 삼매문과 십력의 지혜 바퀴가 앞에 나타나는 삼매문 등 10억의 삼매문에 들어갔다.
이러한 삼매문에 들어갈 때에 시방에 각각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세계들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낱낱 세계가 모두 깨끗한 유리로 이루어졌고, 낱낱 세계에 백억 사천하가 있고, 낱낱 사천하에 모두 여래가 계신데, 혹은 도솔타천에 오르고, 혹은 내려와 태에 들고, 처음 탄생하고, 집을 떠나고, 고행하기도 하며, 혹 보리 나무 아래 앉고, 마군을 항복 받고, 보리를 증득함을 보이기도 하였다. 혹은 범천왕의 청을 받고 바라나에 나아가 사제법문(四諦法門)을 연설하며, 혹은 도리천에 올라갔다가 염부제에 내려올 적에 세 줄기 보배 층층대로 내려오기도 하며,
036_0077_c_02L 어떤 때는 여섯 곳 큰 성에 두루 계시면서 신통을 나타내어 외도들을 부수며, 어떤 때는 비야리성의 원숭이못[獼猴池] 가에 계시면서 계율을 마련하며, 어떤 때는 왕사성 영취산에서 반야바라밀문을 말씀하며, 어떤 때에는 구시나성의 사라숲 속에서 열반에 드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짓는 모든 불사가 시방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낱낱 여래께서 광명 그물을 놓아 법계에 두루하며, 온갖 도량의 청정한 대중에게 둘러싸이어 미묘한 법문 수레를 운전하여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모든 중생을 위하는 좋은 방편으로써 여러 곳에서 미묘한 음성으로 묘한 법문을 말하여 모두들 기쁘게 할 뿐이오. 저 보살마하살은 오쇄파(烏灑婆)새와 같이 걸림없이 허공으로 다니면서 모든 중생의 바다에 들어가 자재하게 살펴보다가, 선근이 성숙된 중생이 있으면 곧 물어다가 보리 언덕에 두는 것이라든지,
또 장사치들처럼 일체지의 보배섬에 들어가서 여래의 십력의 지혜 보배를 찾는 일이라든지, 또 고기잡이처럼 온갖 힘을 갖추어 정법의 그물을 가지고 나고 죽는 바다에 들어가서 중생을 건지는 일이라든지, 마치 아수라왕처럼 삼계 안의 모든 번뇌 바다를 뒤흔들고 중생들로 하여금 필경에 고요하게 하는 일이라든지,
해가 허공에 뜨는 것처럼 탐애의 흙탕물에 비치어 마르게 하는 일이라든지, 보름달이 허공에 뜨듯이 교화 받을 이로 하여금 마음 꽃이 피게 하는 일이라든지, 땅덩이가 평등한 것처럼 한량없는 중생이 그 위에 살면서 밤낮 밟아도 분별하는 마음이 없고 모든 선근의 싹을 기르는 일이라든지, 맹렬한 바람이 향하는 곳에 걸림이 없는 것처럼 모든 사견의 큰 나무를 뽑아 버리고 모든 생사의 동산을 부서뜨리는 일이라든지, 전륜왕과 같이 세간에 다니면서 사섭(四攝)의 일로 중생들을 거두는 일 따위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을 말하겠소.
차츰차츰 앞으로 나아가며 나라와 도시와 거리와 마을을 수없이 지나면서 도살라성까지 이르러, 해가 질 무렵에 그 성 안에 들어가니, 시가와 상점과 골목이 사통 오달 하였는데, 이곳 저곳 다니면서 변행 외도를 찾았다. 높은 등성이에 올라가서 멀리 살펴보니 성의 동북쪽에 묘길상(妙吉祥)이란 큰 산이 있었다. 선재동자는 한밤중에 그 산꼭대기에 찬란한 빛이 있어, 봉우리가 뾰죽뾰죽하고 바윗돌이 둘러선 것과 나무와 숲들이 환하게 비치며 성 안에까지 비치는 것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듯함을 보고 크게 환희하며 ‘여기서 선지식을 만나게 되리라’고 생각하였다.
곧 성문을 나와서 바른 생각으로 살펴보면서 산에 올라가 서서 생각도 하고 멀리 바라보기도 하다가 그 외도가 산의 평탄한 곳에서 거니는 것을 발견하였다. 몸매가 원만하고 위엄과 광채가 환하게 비치며 길상한 복덕의 광명이 불더미보다 밝아서, 십천의 범천의 무리에게 둘러싸인 대범천왕으로도 따를 수가 없었다.
선재동자는 곧 그 앞에 나아가서 외도의 발에 절하고 수없이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이 도를 닦을 줄을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치고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옵소서.”
036_0078_b_02L변행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시오, 선남자여! 그대는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또 보살의 수행을 묻는구려. 선남자여! 나는 이미 온갖 곳에 이르러서 보살의 행을 따라 행하는 데 머물렀고, 온갖 세간을 골고루 살피되 장애가 없는 삼매문을 성취하였고, 의지함이 없고 지음이 없는 신통의 힘을 성취하였고, 여러 문으로 법계의 짬에 이르는 반야바라밀을 성취하여, 이러한 모든 지혜의 광명을 따라 행하기를 원만히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곳에서 가지가지 형색과 가지가지 모양과 가지가지 나고 죽음과 가지가지 알고 행함과 가지가지 믿고 좋아하는 모든 갈래의 중생, 가령 하늘 갈래ㆍ용왕 갈래ㆍ야차 갈래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지옥ㆍ축생ㆍ염라왕 세계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모든 갈래들로서, 혹 여러 가지 소견을 가졌거나 이승(二乘)을 믿거나 대승의 도를 좋아하거나, 이러한 모든 중생들 가운데서 나는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지혜와 가지가지 교화와 가지가지 조복으로 평등하게 이익하여 모두 원만하게 하였소.
곧 모든 세간의 가지가지 기능과 예술을 연설하여 중생을 이익하며, 혹은 금강처럼 굳어서 무명을 깨뜨리는 다라니 지혜를 연설하며, 혹은 사섭(四攝)의 방편으로 중생을 거두어 주는 일을 연설하여 일체지의 길을 친근하게 하며, 혹은 바라밀을 연설하여 보여 주고 찬탄하여 일체지의 자리[位]로 회향케 하며, 혹은 보리심 내는 것을 칭찬하여 위없는 보리를 잃지 않게 하며, 혹은 모든 보살의 행을 칭찬하여 부처님 세계를 깨끗케 하고 중생을 제도하려는 소원을 만족케 하였소.
또 혹은 나쁜 짓을 하였으므로 지옥 따위에서 가지가지 고통 받는 일을 연설하여 좋지 못한 일에 싫증을 내게 하며, 혹은 부처님께 공양하여 부처님 선근 종자를 심으면 결정코 일체지의 과보를 얻는다고 연설하여 환희한 마음을 내게 하며, 혹은 모든 여래ㆍ응ㆍ정등각의 갖추신 공덕을 찬탄하여 그로 하여금 부처님 몸을 좋아하고 일체지를 구족하게 하며, 혹은 부처님의 위덕을 찬탄하여 부처님의 부수어지지 않는 몸 얻기를 원하게 하며, 혹은 부처님의 자재한 몸을 찬탄하여 가리울 수 없는 여래의 큰 위덕을 구하게 하였소.
036_0078_c_02L선남자여! 나는 또 이 도살라성에서 여러 곳에 있는 모든 족성의 남자나 여자들 가운데서, 좋은 방편으로 그들과 같은 모양을 나타내며, 그들과 어울릴 수 있는 여러 가지 음성으로 가지가지 차별된 법을 말하면, 그들은 내가 어떤 사람이며 어디서 온 줄을 모르면서도, 법을 듣고는 이치대로 닦아 행하여 진실한 이치를 깨닫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이 도살라성에서 중생을 이익케 하듯이 염부제의 여러 도시나 마을에 사는 중생들에게도 역시 그렇게 이익되게 하였소. 선남자여! 염부제안에 있는 96종 무리들이 제각기 다른 소견으로 고집하는 것을, 내가 그 가운데서 방편으로 조복하여 그들로 하여금 고집하는 소견을 버리게 하였으며,
이 염부제의 여러 곳에서 하는 것같이 다른 세 천하에서도 그렇게 하였으며, 이 사천하와 소천 세계ㆍ중천 세계ㆍ대천 세계에 사는 중생들에게도 그렇게 하였으며,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하듯이, 한량없는 시방세계의 모든 지방에 사는 여러 부류의 중생들에게도 그들의 마음에 좋아함을 따라서, 가지가지 방편과 가지가지 법문과 가지가지 이치와 가지가지 바른 행동과 가지가지 사업으로, 가지가지 육신과 가지가지 형상을 나타내고, 가지가지 말로 법문을 연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였소.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곳에 이르러서 보살의 행을 따라 행하는 것을 알 뿐이요, 저 보살마하살들이 중생으로 더불어 차별 없는 몸을 얻으며 모든 중생의 수효와 같은 삼매를 얻고서, 변화하는 몸으로 여러 갈래에 두루 들어가고, 온갖 곳에 일부러 태어나서 깨끗한 광명으로 법계에 두루 비치면 보는 이들이 모두 이익을 얻으며,
036_0079_a_02L 막힘이 없는 서원으로 온갖 겁에 머물면서, 제석천왕의 진주 그물처럼 같을 이 없는 행을 얻고, 항상 모든 중생을 이익케 하기 위해 정진하며, 비록 한량없는 번뇌의 때 가운데 항상 함께 있어도 물들지 아니하며, 삼세에서 중생과 평등하며, 나라고 할 것이 없는 지혜로 두루두루 비치고, 크게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으로 선근을 자라게 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 공덕행과 청정한 지혜를 말하겠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광박(廣博)이란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나라 이름과 같은 이름의 마을이 있는데, 그 마을에 향 파는 장자[鬻香長者]가 있으니 이름은 구족우발라화(具足優鉢羅華)요. 그대는 거기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
그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받고, 생명을 돌아보지 않으며, 재물을 애착하지 않으며, 다섯 가지 욕락을 즐기지 아니하며, 권속을 생각하지 아니하며, 임금의 자리도 소중히 여기지 아니하고, 자재롭게 안락하여 다만 중생들을 교화하여 성숙케 하기 원하며, 부처님 세계를 장엄하여 청정케 하기 원하며, 모든 여래께 공양하면서 고달픈 생각이 없기 원하고, 모든 법의 참 성품을 증득하여 분명하게 나타내기 원하며, 깊고 깊은 법계를 따라서 널리 두루하기에 걸림이 없기 원하며, 모든 보살의 공덕 바다를 닦아 모으는 일에 물러나지 아니하기를 원하며,
온갖 겁 동안에 보살의 행 닦기를 원하며, 모든 여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널리 들어가기를 원하며, 한 삼매문에 들어가서 모든 삼매문을 나타내는 자재한 신통을 원하며, 한 부처님의 법 수레 가운데서 모든 여래의 법 수레 가지기를 원하며, 부처님의 한 털구멍 속에서 온갖 부처님을 뵈오되 싫은 마음이 없기를 원하며, 지혜의 광명을 증득하여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지니기 원하며, 이렇게 여러 부처님 보살의 가지신 공덕을 전심으로 구하였다.
036_0079_b_02L“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삽고, 모든 부처님의 평등한 지혜를 구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한량없는 서원을 만족하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으뜸가는 색신을 깨끗이 하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청정한 법신을 뵈오려 하오며, 모든 부처님의 크고 넓은 지혜 몸을 알고자 하오며, 모든 보살의 행을 닦으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삼매를 밝히 비추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다라니에 머무르려 하오며, 모든 보살의 공덕을 견고히 하려 하오며, 모든 장애를 없애 버리고 온갖 시방세계로 다니려 하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 온갖 일을 아는 지혜를 낼 수 있는지 알지 못하나이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가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구려. 선남자여! 나는 모든 향을 잘 분별하노니, 저 온갖 향ㆍ온갖 사르는 향ㆍ온갖 바르는 향ㆍ온갖 가루향을 잘 알며, 이러한 향을 화합하는 법을 알고, 또 그런 향들이 나는 곳을 알며, 또 하늘 향ㆍ용의 향ㆍ야차의 향ㆍ건달바의 향ㆍ아수라의 향ㆍ가루라의 향ㆍ긴나라의 향ㆍ마후라가의 향 등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향을 잘 알며,
또 모든 병을 치료하는 향ㆍ모든 악을 끊는 향ㆍ근심 걱정을 없애는 향ㆍ사랑에 물드는 향ㆍ번뇌를 늘게 하는 향ㆍ번뇌를 소멸하는 향ㆍ함이 있는 법을 즐기는 향ㆍ함이 있는 것을 싫어하여 여의는 향ㆍ모든 교만과 방일함을 버리는 향ㆍ법문 듣고 기뻐하는 향ㆍ마음 내어 염불하는 향ㆍ법문을 증득하는 향ㆍ성현들이 소용하는 향ㆍ모든 보살의 차별한 향ㆍ모든 보살 지위의 향, 이와 같은 모든 향과 그 조화하는 법을 잘 알며, 모양이 생겨나는 일ㆍ깨끗하고 편안한 방편 경계를 나타내는 일ㆍ위력과 작용이 생겨나는 근본ㆍ곳과 때를 따라 종류가 제각기 다른 일 따위를 내가 모두 잘 아오.
036_0079_c_02L선남자여! 인간 세상 용장(龍藏)이란 향이 있으니 용들이 싸울 때에 생기는 것으로서, 참깨 낱알만한데, 하나만 살라도 큰 향기 불꽃 구름을 일으키어 마치 제석천궁의 진주 그물처럼 도성을 뒤덮고 이레 동안 향 비를 내리며, 그 향 비에 몸이 젖으면 몸이 금빛이 되고, 옷에 묻으면 옷이 변하여 구소마꽃 빛이 되고, 바람에 불려 궁전에 들어가면 온갖 대(臺)와 궁전과 누각과 전당과 방사 들이 모두 구소마꽃 빛으로 변하고,
중생이 그 향기를 맡으면 이레 낮 이레 밤 동안 기쁜 마음이 가득하고 몸과 마음이 쾌락하며, 뜨거운 생각이 서늘하여져서 모든 병이 소멸되고, 여러 가지 번뇌가 침노하지 못하며, 근심 걱정이 없어져서 놀라지 않고 두렵지 않고, 아득하지 않고, 혼란하지 않으며,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대하여 마음이 깨끗하여지나니, 내가 이런 것을 알고 알맞게 법을 말하여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마라야(摩羅耶)산에서 나는 전단향의 이름을 우두(牛頭)라 하는데, 그 향을 몸에 바르면 불구렁에 들어가도 타지 아니하오. 선남자여! 또 바다 가운데 향이 있으니 이름을 더 나을 이 없음[無能勝]이라 하며, 그 향을 북이나 소라에 발라 치거나 불면 그 소리가 들리는 대로 적군이 물러가는 것이오. 선남자여! 아나바달다[阿那婆澾多]못 가에 침향이 나는데, 이름을 연화장(蓮嬅藏)이라 하며, 삼씨만한데, 하나만 살라도 훌륭한 향기가 염부제에 두루 풍기어 중생이 맡으면 모든 죄가 소멸되고 계행이 깨끗하여지는 것이오.
선남자여! 설산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구족명상(具足名相)이며, 중생이 이 향기를 맡으면 그 마음이 결정코 나쁜 데 물들지 아니하고, 내가 그에게 법을 말하면 모두 때가 벗겨져 원만한 청정 삼매를 얻게 되오. 선남자여! 나찰 세계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해장(海藏)이요, 그 향은 전륜왕만이 사용하며, 하나만 살라도 그 향기가 풍기는 대로 왕과 네 가지의 군대가 모두 허공에 올라가 자재하게 다니게 되는 것이오. 선남자여! 제석천왕의 선법당(善法堂)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향성장엄(香性莊嚴)인데, 한 개만 살라도 향기가 하늘 무리에 풍기어 모두 염불하는 마음을 내게 하는 것이오.
036_0080_a_02L선남자여! 또 수야마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정장성(淨藏性)이며, 한 개만 살라도 향기가 온 하늘에 풍기어 하늘 대중들이 모두 천왕 있는 데로 모여 와서 왕이 말하는 법문을 공경하여 듣는 것이오. 선남자여! 도솔타천에 향이 있으니 이름이 신도박라(信度嚩囉)인데 일생보처(一生補處) 보살 앞에서 한 개만 살라도 큰 향기 구름이 일어나 법계를 뒤덮고 모든 공양거리를 내리어서 모든 여래와 도량에 모인 보살 대중에게 공양하는 것이오. 선남자여! 묘변화천(妙變化天)에 향이 있으니 이름은 뜻을 빼앗는 것[奪意性]인데, 한 개만 사르면 이레 동안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장엄거리를 내리는 것이오.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향을 조화하는 법을 알 뿐이며 저 보살마하살이 모든 나쁜 버릇을 여의고 때 없는 향이 되어, 번뇌와 마군의 얽은 노끈을 끊고 모든 갈래에서 뛰어나, 환술 같은 지혜를 얻고 모든 세간에 물들지 아니하며, 고집 없는 계율을 구족하고 고집 없는 지혜를 깨끗이 하고, 고집 없는 경계에 다니면서 온갖 곳에 집착되지 않고 마음이 평등하여 고집도 없고 의지한 데도 없는 것이야, 내가 어떻게 그 묘한 행동을 알며, 그 공덕을 말하며, 그 청정한 계행을 나타내며, 그 허물 없는 업을 보이며, 그 허물 없는 지혜를 드러내며, 그 물들지 않는 세 가지 업행을 분별하겠는가.
‘나는 마땅히 선지식을 가까이 모실 것이니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바라밀을 늘리고 훌륭히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법계에 들어가는 데 장애가 없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을 거두어 주는 지혜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삿된 짓을 여의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번뇌를 소멸케 하는 길의 원인이며,
036_0080_b_02L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나쁜 꾀를 없애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교만을 여의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의 나쁜 가시를 빼어 주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의 나쁜 소견을 버리게 하는 길의 원인이며, 선지식은 수행을 성취하여 모든 중생이 일체지의 성에 이르게 하는 길의 원인이 되는 것이다.
선재동자는 그것을 보고 곧 앞에 나아가 사공의 발에 예배하고 수없이 돌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옵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사공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도다, 선남자여! 그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또 큰 지혜를 낼 원인과 모든 나고 죽는 고통을 끊어 버릴 원인과 일체지의 보배섬에 갈 원인과 부수어지지 않고 대승에 나아갈 원인과 이승(二乘)들의 나고 죽는 두려움을 멀리 여읠 원인과 모든 삼매에 들어 지혜를 낼 원인과 보살의 세밀한 행을 두루 행할 원인과 서원의 큰 수레를 타고 보살의 행인 청정한 길에 다닐 원인과 보살의 행으로써 깨뜨릴 수 없는 지혜의 깨끗한 길을 장엄할 원인과 모든 시방 부처님의 막힘이 없는 청정한 길을 관찰하는 원인과 모든 부처님의 깊은 지혜에 빨리 들어갈 청정한 길의 원인을 묻는구려.
036_0080_c_02L선남자여! 나는 염부제 안에 있는 가난한 중생들을 관찰하고 그들을 이롭게 하기 위하여, 가지가지 행을 닦고서 그 소원을 따라 모두 만족케 하노라. 먼저 세상의 보배와 음식을 주어 그의 뜻을 만족케 하고, 다시 법의 재물을 베풀어 기쁘게 한 뒤에, 그로 하여금 복덕의 행을 닦게 하며, 지혜의 도를 내게 하며, 선근의 힘을 늘게 하며,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며, 보리의 원을 깨끗하게 하며, 대비의 힘을 굳게 하며, 나고 죽는 일을 없애는 도를 닦게 하며, 나고 죽음을 버리지 않는 행을 일으키어 중생의 바다를 거두어 주게 하며, 공덕의 바다를 닦게 하며, 모든 법의 바다를 비추게 하며, 모든 부처님 바다를 보게 하며, 온갖 지혜[種智]의 바다에 들어가게 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바다 가운데에 있는 모든 보배섬ㆍ모든 보배 있는 곳ㆍ모든 보배의 성품ㆍ모든 보배의 근본ㆍ모든 보배의 종자ㆍ모든 보배의 종류를 알며, 나는 또 모든 보배를 깨끗이 하며, 모든 보배를 깨끗이 캐며, 모든 보배를 내며, 모든 보배를 만들며, 모든 보배의 그릇ㆍ모든 보배의 소용ㆍ모든 보배의 경계ㆍ모든 보배의 광명을 잘 알며, 나는 또 모든 용의 궁전ㆍ모든 야차의 궁전ㆍ모든 나찰의 궁전ㆍ모든 부다(部多)의 궁전 따위의 모든 차별이 있는 데를 잘 알아 모두 회피하고 화난을 면하며,
또 바다의 소용돌이ㆍ옅은 데ㆍ깊은 데ㆍ파도가 험한 데ㆍ먼 데ㆍ가까운 데ㆍ물빛이 좋고 나쁜 데 따위의 같지 아니한 것을 잘 알며, 해와 달과 별들과 28수들이 돌아다니는 도수와 변천하는 재앙과 밤낮의 시간과 길고 짧은 시기를 잘 분별하며, 또 배를 구성하고 있는 나무나 쇠의 굳고 연약함과 기관이 껄끄럽고 미끄러움과 물이 많고 적음과 바람이 순하고 거스름과 좌로 돌고 우로 도는 데 편안하고 위태함을 잘 짐작하여, 갈 만하면 가고 그칠 만하면 그치어 이러한 여러 가지 방편으로 모든 중생을 항상 이롭게 하노라.
036_0081_a_02L선남자여! 나는 또 큰 배를 가지고 가고 오고 하기를 옛적부터 지금에 이르도록 한 번도 손해보거나 낭패한 적이 없으며, 중생들이 나의 몸을 보거나 나의 법문을 들은 이는 모두 나고 죽는 바다를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반드시 모든 지혜 바다에 들게 하며, 반드시 모든 애욕 바다를 말리며, 지혜 빛으로 삼세의 바다를 비추며, 모든 중생의 고통 바다를 끝내며, 모든 중생의 마음 바다를 깨끗이 하며, 모든 세계 바다를 빨리 깨끗이 꾸미며, 시방의 부처님 바다에 두루 이르며, 모든 중생의 근성 바다를 두루 알며, 모든 중생의 행동 바다를 분명히 알며, 모든 중생의 성품 바다를 널리 순종하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큰 자비 짐대 행[大悲幢行]을 얻었으므로, 어떤 중생이나 나를 보고 듣고 생각하고 같이 있으면 모두 헛되지 않게 하지만 저 보살마하살들이 나고 죽는 바다에서 잘 헤엄치면서, 모든 번뇌 바다에 물들지 아니하고 모든 잘못된 소견 바다를 버리고 모든 법의 성품 바다를 관찰하고, 사섭법으로 중생들을 거두어 주고, 일체지의 바다에 잘 머무르게 하고, 모든 중생의 고집 바다를 소멸하고, 온갖 시절 바다에 평등하게 머물며, 신통으로써 중생 바다를 제도하며, 때를 맞추어 중생 바다를 조화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