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선재동자는 모든 중생에게 큰 사랑이 두루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크게 불쌍히 여김으로 윤택하려는 마음을 일으켜 생각하는 일이 계속되어 끊어지지 아니하였다. 복덕과 지혜를 구족하게 장엄하였고, 바른 소견이 원만하여 때[垢] 여의었으며, 평등한 법을 증득하여 높다 낮다 하는 마음이 없어지고, 일체지에 깨달아 들어갔으며, 좋지 못한 가시를 뽑고 모든 장애를 소멸하였으며, 깊고 깊은 깨달은 법의 성품을 분명히 알고 굳건히 정진함으로 담과 해자를 삼았다. 헤아릴 수 없는 삼매로 동산을 삼고 지혜의 햇빛으로 무명의 어둠을 깨뜨리며, 방편의 바람으로 지혜의 꽃을 피게 하여 크고 넓은 서원이 법계에 가득하고 마음은 언제나 일체지의 성중에 들어가서 이렇게 보살의 도를 구하면서, 차츰차츰 나아가 낙영락성에 다다랐다.
그 성중에서 최승(最勝) 장자를 찾다가, 성의 동쪽 크게 장엄한 짐대 걱정 없는 숲[大莊嚴幢無憂林]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한량없는 장사치와 백천의 장자들에게 호위되어, 인간의 가지가지 사무를 판단하고 세상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하여, 교만한 소견과 내라 내 것이라는 고집을 버리고, 쌓아 놓은 재물과 권속을 버리며, 간탐과 질투와 모든 의심을 없애고, 마음이 깨끗하여 흐리고 더러움이 없어졌고, 깨끗한 믿음을 얻어 부처님 뵈옵기를 좋아하며, 부처님의 법을 받아 가지고 보살의 힘을 내고, 보살의 행을 일으키며, 보살의 삼매에 들어가 보살의 지혜를 얻고, 보살의 바른 생각에 있으면서 보살의 즐거움을 늘리며, 위없는 보리의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있었다.
036_0082_a_02L그때에 선재동자가 그 앞에 나아가 몸을 땅에 엎드려 그의 발에 예배하고 얼마 뒤에 일어나 존중하는 마음으로 여쭈었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선재올시다. 저는 보살의 훌륭한 행을 전력으로 구하옵나니,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으오리까? 닦고 배우는 시절을 따라 항상 모든 중생을 교화 제도하며, 항상 모든 부처님을 뵈오며, 항상 모든 부처님 법을 들으며, 항상 모든 부처님 법에 머물며, 항상 모든 법문에 들어가며, 온갖 세계에 들어가서 보살의 행을 배우며, 항상 오랜 세월에 있으면서 보살의 도를 닦아도 만족한 마음이 없으며, 모든 여래의 신력을 알며, 모든 여래의 호념함을 얻으며, 모든 여래의 지혜에 들어가오리까?”
선남자여! 무엇을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이라 하는가. 선남자여! 나는 이 삼천대천세계의 욕계에 있는 모든 중생, 이른바 모든 33천, 모든 수야마천, 모든 도솔타천, 모든 낙변화천, 모든 타화자재천, 모든 마왕천과 다른 모든 욕계천에 사는 여러 종류의 권속인 하늘ㆍ용ㆍ야차ㆍ나찰ㆍ구반다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 등 사람인 듯 사람 아닌 듯한 따위와 마을과 도시의 여러 곳에 있는 중생들 가운데서, 그들의 분수에 맞추어 법문을 말하여 주어,
법답지 아니한 것을 버리고 다툼을 쉬고 싸움을 없애고 분한 생각을 그치고 원한 맺힌 것을 깨뜨리고 속박된 것을 풀고, 감옥에서 나와서 공포를 면하며, 살생하는 일을 끊게 하며, 내지 잘못된 소견과 온갖 나쁜 짓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을 모두 금지하고, 그들로 하여금 모든 착한 일을 따라 행하고, 하여야 할 일을 닦아 행하게 하며, 모든 기능과 예술을 배워서 모든 세간에서 이익을 짓게 하며, 그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논란을 분별하여 그들의 마땅함을 따라서 즐거운 마음을 내고 점점 성숙하여 수순케 하고, 모든 외도들에게는 훌륭한 지혜를 말하여 주어 모든 소견을 끊어 버리고 부처님 법에 들어가게 하노라. 또 욕계에서 하는 것처럼 색계의 모든 범천에서도 이러한 법을 말한다.
036_0082_b_02L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내지 시방의 열 갑절 말할 수 없는 백천억 나유타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같이 많은 세계 가운데서도 그들을 위하여 바른 법을 말하노라. 곧 부처님 법ㆍ보살의 법ㆍ성문의 법ㆍ독각의 법을 말하기도 하며, 지옥 갈래를 말하고 지옥 중생들의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지옥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축생 갈래를 말하고 축생들의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축생으로 가는 길을 말하며, 염라왕 세계를 말하고 염라왕 세계에서 고통 받는 차별을 말하고 염라왕 세계로 가는 길을 말하며, 천상 세계를 말하고 천상에서 쾌락 받는 차별을 말하고 천상에 가는 길을 말하며, 인간 세계를 말하고 인간에서 고통 받고 쾌락 받는 차별을 말하고 인간에 가는 길을 말하노라.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여러 세간의 모이고 흩어지고 더럽고 깨끗함을 말하는 것은, 보살의 공덕을 나타내려 함이며, 나고 죽고 하는 근심을 여의게 하려 함이며, 부처님들의 공덕을 알게 하려 함이며, 모든 갈래에 태어남을 알게 하려 함이며, 걸림없는 법을 알게 하려 함이며, 지혜의 광명을 드러내려 함이며, 고통과 쾌락이 생기는 원인을 보이려 함이며, 고집[相]이 없는 문에 들어감을 나타내려 함이며,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고집[想著]을 버리게 하려 함이며, 부처님의 의지할 데 없는 법을 증득케 하려 함이며, 번뇌와 업을 영원히 소멸케 하려 함이며, 부처님의 청정한 법 수레를 운전케 하려 함이므로, 내가 중생들에게 이런 법을 말하는 것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온갖 곳에서 보살의 행을 깨끗이 하는 법문과 자체도 없고 의지함도 없고 지음도 없고 머무름도 없는 신통의 힘을 알았을 뿐이노라. 저 보살마하살의 자재한 모든 신통을 구족하여 모든 부처 세계로 두루 다니면서 보안(普眼)의 지위를 얻으며, 깨끗한 귀에 머물러 있으면서 온갖 음성과 말을 들으며, 널리 모든 법에 들어가 지혜가 자재하고 용맹하기 비길 데 없으며, 모든 다툼을 여의고 길고 넓은 혀로 평등한 소리를 내며, 몸매가 묘하고 훌륭하여 보살들과 같고 여래들과 더불어 필경에 다르지 아니하며, 지혜 몸이 넓고 커서 삼세에 두루 들어가되 경계가 끝이 없어 허공과 같은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의 공덕을 말하겠는가.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그 동산에 나아가 살펴보았다. 동산 가운데 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은 보름달[滿月]이요, 모양은 누각 같고 드높고 크고 장엄하였으며, 큰 광명이 나와 한 유순까지 비치었다. 또 잎새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덮음[普覆]이라, 모양은 일산 같고 검푸른 광명이 두루 비치었고, 또 꽃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화장(華藏)이라, 모양이 높고 깨끗하여 설산과 같으며, 모든 꽃 비를 내려 흐르는 향물처럼 향기를 두루 풍기어 다함이 없는 것이 마치 도리천의 기쁜 동산에 있는 파리질다라 나무와 같고, 또 과일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늘 익음[常熱]이라 모양은 금산 같고, 맛은 감로 같아서 만만하고 향기롭고 아름다우며 항상 광명을 놓고 많은 과일들이 구비되었으며,
036_0083_a_02L 또 마니보배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비로자나장(毘盧遮那藏)이라, 모양이 비길 데 없음이 묘고산 같고, 심왕 마니보배가 가장 위에 있으며, 아승기 빛깔 마니보배가 두루 장엄하고 전단 마니로 과일이 되었는데 여러 가지 진주 그물이 위에 덮었으며, 또 화만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하늘 보배[天寶]라, 항상 보배 영락과 화만이 나오며 여의주꽃이 피어 빛나고 마니보배 노다지가 그 밑에 쌓여 뿌리가 되었으며, 또 의복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깨끗케 함[能淸淨]이라, 항상 여러 가지 빛 보배 옷을 내어 나뭇가지에 드리워 아름답게 꾸몄다. 또 노래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기쁨[歡喜]이라, 아름다운 음악이 나와 하늘 풍류보다 지나가며, 또 향 나무가 있으니 이름이 두루 장엄[徧莊嚴]이라, 항상 묘한 향기를 풍겨 온 동산에 가득하였다.
또 가지가지 못이 있으니 모두 칠보로 장엄하고, 들어가는 길목은 여러 보배로 꾸미었고 각색 마니로 난간이 되었으며, 전단향 가루가 가운데 가득하고, 아름다운 금모래가 바닥에 깔렸고 팔공덕수가 맑게 넘쳐 흐르며, 우발라화ㆍ파두마화ㆍ구물두화ㆍ분타리화들이 위에 덮이고 첨박가꽃ㆍ아제목다가꽃ㆍ파리사가꽃ㆍ만다라꽃ㆍ마하만다라꽃 따위의 여러 가지 꽃이 언덕에 줄지어 심어졌으며, 여러 새들이 번갈아 노래하는데 그 소리가 화평하고 아름다왔다.
또 가지가지 하늘 보배로 아름답게 장엄한 나무가 동산 안에 간 데마다 줄지어 섰고, 그 나무 아래는 각각 보배로 된 사자좌가 놓였는데 헤아릴 수 없는 가지가지 훌륭한 보배로 장엄하고, 하늘 옷을 깔고 좋은 향을 풍기고 비단 깃발을 달고 보배 휘장을 두르고 염부단금 그물로 위에 덮었는데, 보배 풍경이 바람에 흔들려 좋은 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떤 나무 아래는 연화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향왕마니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용과 코끼리로 장엄한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보배 사자로 이루어진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시방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인다라 마니금강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중생의 형상으로 된 비로자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여의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고, 어떤 나무 아래는 흰 빛 광명 마니왕장 사자좌를 놓았는데, 낱낱 사자좌에 제각기 보배로운 백천 사자좌가 둘려 놓였으니, 낱낱 사자좌가 모두 한량없는 장엄을 갖추고 있었다.
036_0083_b_02L이 큰 동산 안에는 모든 보배가 가득한 것이 마치 보배섬 같으며, 보배 옷이 땅에 깔리어 장엄하였으니, 부드럽고 아름답기가 가린가(迦隣迦) 옷과 같아 밟으면 발이 잠기었다가 발을 들면 도로 올라오며, 오리ㆍ기러기ㆍ원앙ㆍ두루미ㆍ공작ㆍ구지라 따위의 이상한 새들이 자재로이 날아다니며 서로 보고 화평하게 노래하며, 전단 나무들이 대문 곁에 섰는데, 잎이 무성하고 줄기가 높이 솟아 그림자가 녹음을 이루고 가지각색으로 장엄하였으며, 가지가지 꽃나무에서는 항상 아름다운 꽃이 내리어 제석천왕의 꽃동산보다 더하였다. 그리고 비길 데 없는 향기가 여러 곳에 풍기며, 바람을 타고 사방으로 흘러가 천상과 인간에 널리 퍼지며, 모든 누각들을 보배로 장엄하였는데, 훌륭한 꽃으로 아름답게 장식하여 제석천궁의 선법당보다 지나갔다.
모든 노래 나무에서는 하늘 음악을 잡히고 가지가지 악기가 가지마다 달렸으니, 피리ㆍ저ㆍ공후ㆍ비파ㆍ퉁소ㆍ거문고 따위들이 타지 아니하여도 저절로 소리가 나서, 듣는 이가 기뻐하여 모든 애착을 여의게 되며, 다라 나무에는 좋은 풍경을 달아 바람이 불 적마다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것이, 마치 자재천의 선구(善口)천녀 같으며, 여의 나무에서는 많은 보배 옷을 내는데, 천상의 겁파(劫波) 옷 같은 것이 갈피갈피 드리워 아름답게 꾸몄으매 한량없는 빛이 바다와 같으며, 백천 누각에는 여러 보배로 장엄한 것이 도리천의 제석궁전과 방불하고, 보배 일산으로 덮은 것은 묘고산과 같고 범천왕의 궁전과 같아서 현란한 광채가 널리 비치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 동산을 보니 한량없는 공덕과 가지가지 장엄이 모두 이 보살의 헤아릴 수 없는 업으로 이루어지고 세상에서 뛰어난 선근으로 성취된 것이며,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공덕으로 생긴 것이며, 청정한 업을 많이 닦았으므로 깨뜨릴 이가 없고 모든 세간에서 이와 같을 것이 없었다.
036_0083_c_02L 이러한 모든 것이 사자빈신 비구니가 법이 환술 같음을 알면서도 함이 있는 것을 버리지 아니하고, 크고 넓은 선한 업을 쌓음으로써 이루어진 것이므로, 성문이나 벽지불로는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며, 외도의 잘못된 논리로는 기울어뜨릴 수 없으며, 모든 마군들로는 대적할 수 없으며, 범부의 얕은 지혜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것이지만, 삼천대천세계의 하늘 사람ㆍ용왕ㆍ팔부귀중과, 한량없는 중생들이 자기가 지은 선근으로 제도를 받을 만한 이들은 모두 이 동산으로 들어왔다. 그러나, 조금도 비좁거나 착박하지 아니하였으니, 그 이유는 이 비구니의 헤아릴 수 없는 위력과 신통의 힘으로 된 까닭이었다.
선재동자는 이 비구니가 모든 보배 나무 아래 큰 사자좌에 두루두루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몸매는 단정하고 위의는 고요하며, 평등한 법에 머물렀으므로 동작이 부드러우며, 모든 감관이 화순함이 큰 코끼리 같고, 마음에 때가 없는 것은 깨끗한 호수와 같고, 구하는 대로 건져 주는 것은 여의주와 같고, 세상 일에 물들지 않는 것은 연꽃과 같고, 마음에 두려움 없기는 사자와 같고, 깨끗한 계행을 잘 가지어서 움직일 수 없음은 수미산과 같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이 시원케 함은 묘향산과 같고, 중생의 뜨거운 번뇌를 없애는 것은 설산의 전단향과 같고, 중생의 보는 이가 고통이 소멸함은 묘견약(妙見藥)과 같고, 보는 이로 하여금 소원이 헛되지 않게 함은 바루나(婆樓那) 하늘과 같고 욕심을 영원히 여읜 것은 대범천왕 같고, 중생의 마음을 깨끗하게 함은 물 맑히는 구슬과 같고, 모든 선한 것을 자라게 함은 좋은 밭과 같고, 삼업이 자재하기는 여래와 같았다.
비구니가 앉은 낱낱의 사자좌마다 모인 대중이 같지 아니하고, 연설하는 법문도 제각기 달랐다, 어떤 사자좌에는 정거천 대중이 둘러 앉았는데 마혜수라천왕이 으뜸이 되고, 이 비구니가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법[無盡法相] 해탈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범천 대중이 둘러 앉았는데 묘광명 범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여러 가지 차별한 깨끗한 음성 바퀴[普門差別淸淨言音輪]요,
어떤 사자좌에는 타화자재천의 천자ㆍ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자재전천왕(自在轉天王)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보살의 깨끗한 마음으로 자재하게 장엄함[菩薩淸淨心自在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묘변화천의 천자ㆍ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낙변화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묘한 법으로 깨끗이 장엄하는 문[妙法淸淨莊嚴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도솔타천의 천자ㆍ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도솔타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자기 마음 광이 도는 것 [自心藏旋轉]이요,
036_0084_a_02L 어떤 사자좌에는 수야마천의 천자ㆍ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수야마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함[普徧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33천의 천자ㆍ천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제석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싫증나서 떠남[厭離門]이었다. 어떤 사자좌에는 백광명용왕ㆍ난타용왕ㆍ우바난타용왕ㆍ마나사용왕ㆍ이라발타용왕ㆍ아나바달다용왕 들의 용자와 용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사가라용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경계의 광명으로 장엄함[佛境界光明莊嚴]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야차 무리의 동남ㆍ동녀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사문천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중생을 구호하는 광[救護衆生藏]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건달바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 앉았는데 지국(持國) 건달바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그지없는 즐거운 법비를 내림[雨無盡大歡喜法雨]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아수라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 앉았는데 라후 아수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법계를 빨리 장엄하는 지혜문[速病莊嚴法界智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가루라 무리의 남녀 권속이 둘러 앉았는데 대력용지(大力勇持) 가루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삼계의 바다를 놀라게 함[怖動諸有海]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긴나라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 앉았는데 대수(大樹) 긴나라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행인 광명문[佛行光明門]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마후라가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 앉았는데 암라림분노(菴羅林忿怒) 마후라가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 뵈옵고 즐거운 마음 내는 것[出生見佛歡喜心]이요,
036_0084_b_02L 어떤 사자좌에는 무수한 백천 남자ㆍ여인ㆍ총각ㆍ아가씨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행동[殊勝行]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나찰 무리의 남녀 권속들이 둘러 앉았는데 정기를 빨아먹는 대수(大樹) 나찰왕이 으뜸이 되고,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자비심을 냄[發生慈悲心]이었다. 또 어떤 사자좌에는 성문법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이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훌륭한 지혜의 위력 큰 광명[勝智威力大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독각법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부처님의 공덕 넓고 큰 광명[佛功德廣大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대승을 좋아하는 중생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넓은 문 삼매의 지혜 광명[普門三昧智光明]이요, 어떤 사자좌에는 초지(初地)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모든 부처님의 원력더미 삼매[一切諸佛大願聚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이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때 없는 바퀴 삼매[無垢輪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삼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크게 고요한 장엄 삼매[大寂靜莊嚴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모든 지혜를 빨리 내게 하는 경계 삼매[速疾出生一切智境界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오지 보살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묘한 화장 삼매[妙華藏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육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비로자나장 삼매(毘盧遮那藏三昧)요,
036_0084_c_02L 어떤 사자좌에는 칠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두루 장엄한 땅 삼매[普徧莊嚴地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팔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법계의 경계에 아득하게 몸을 나타내는 삼매[普徧法界境界化現身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구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얻는 것 없는 지혜로 장엄한 삼매[無所得力智莊嚴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십지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걸림없는 바퀴 삼매[無障礙輪三昧]요, 어떤 사자좌에는 금강저 쥔 보살들이 둘러 앉았는데 비구니의 말하는 법문은 금강 지혜 나라연으로 장엄한 삼매[金剛智那羅延莊嚴三昧]였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이런 대중들이 가지가지로 태어나고, 가지가지 사는 곳에서 가지가지 몸매와 가지가지 권속들로서 이미 성숙하고 이미 조복되어, 법그릇 될 만한 이들이 모두 이 동산에 들어와서 제각기 나무 아래에 둘러 앉았을 때, 사자빈신 비구니가 그들에게 마땅한 가지가지 마음ㆍ가지가지 욕망ㆍ가지가지 믿음대로 그 낫고 못한 차별을 따라 알맞는 법문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가지 않게 함을 보았다.
왜냐하면 이 비구니가 넓은 눈을 벌려서 얻은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불법을 연설하는 반야바라밀문과 법계의 차별한 짬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장애를 부수는 수레 반야바라밀문과 모든 중생의 선한 마음을 자라게 하는 반야바라밀문과 훌륭하게 장엄하는 반야바라밀문과 걸림없는 진실한 광 반야바라밀문과 법계가 원만한 반야바라밀문과 깨끗한 마음 광반야바라밀문과 가지가지 말을 두루두루 내는 신통장 반야바라밀문 등을 얻었기 때문이며, 이 열 가지 반야바라밀문이 으뜸이 되어, 이러한 무수 백만 아승기 반야바라밀문에 들어갔으며,
036_0085_a_02L이때에 선재동자는 사자빈신 비구니의 이러한 동산과 숲ㆍ이러한 사자좌ㆍ이렇게 거닐음ㆍ이러한 대중ㆍ이러한 위의ㆍ이렇게 자재함ㆍ이러한 여러 몸ㆍ이렇게 두려움 없음ㆍ이러한 신통의 힘ㆍ이러한 변재ㆍ이러한 장엄을 보았고, 또 이렇게 헤아릴 수 없는 광대한 법문을 듣고는, 몸과 마음이 부드러워져서 오체(五體)를 땅에 엎드리고 공경하여 예배하고 합장하고 생각하기를 ‘내가 이 비구니를 오른쪽으로 수없이 백천만 번을 돌겠다’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자 그 비구니가 광명을 놓아 동산과 여러 대중에게 비추었다. 선재동자는 자기 몸이 온갖 곳 낱낱 사자좌에 앉은 비구니에게 두루 이르러 낱낱이 백천만 번을 도는 것을 보았다. 다 돌고 나서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할 줄을 알지 못하옵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비구니가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이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문[滅除一切微細分別門]이로다.” 선재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째서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문이라 이름합니까?” “선남자여! 이 해탈문은 잠깐 동안에 삼세의 온갖 법을 두루 비추며, 근본 성품의 지혜 광명을 나타내는 것이니라.” “거룩하신 이여! 이 지혜 광명의 경계는 어떠합니까?”
“선남자여! 나는 이 지혜 광명문에 들어갔을 적에 자재하게 모든 법을 내는 삼매왕을 얻었으며, 이 삼매왕을 얻은 까닭으로 뜻대로 태어나는 몸을 나타내어, 시방 여러 세계의 도솔타천궁에 계시는 일생보처 보살들께 나아가며, 낱낱 보살의 앞에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몸을 나타내고, 낱낱 몸으로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의 티끌 수 가장 훌륭한 공양을 지었노라.
036_0085_b_02L 이른바 천왕의 몸, 용왕의 몸, 야차왕의 몸으로 내지 인간 왕의 몸을 나타내고, 제각기 손마다 가지각색 꽃 구름ㆍ가지각색 화만 구름ㆍ사르는 향ㆍ바르는 향ㆍ가루 향과 의복ㆍ영락ㆍ짐대ㆍ깃발ㆍ비단 일산ㆍ보배 그물ㆍ보배 휘장ㆍ보배 광ㆍ보배 등과 내지 모든 장엄거리 구름을 받들어 공양하며,
도솔타천궁에 계시는 일생보처 보살께 가까이 모시고 받들어 섬기고 가지가지로 공양하듯이, 그와 같이 염부제로 내려오시고, 태중에 들고, 태중에 머무르고, 태에서 탄생하고, 집에 계시고, 집을 떠나고, 도량에 나아가고, 정각을 이루고 법 수레를 운전하고, 열반에 들며, 또 그러하는 중간에 천궁에 계시거나, 용궁에 계시거나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들의 궁전에 계시거나 저러한 모든 부처님 계시는 데서 모두 그렇게 공양하였노라. 만일 어떤 중생이나 내가 이렇게 부처님을 뵈옵고 법문을 듣고 가까이 모시고 공양하는 줄을 아는 이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아니할 것이며, 어떤 중생이나 나에게 오면, 내가 모두 가르쳐 지도하고 반야바라밀 법문을 말하여 주리라.
선남자여! 나는 모든 중생을 볼 적에 중생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지혜 눈으로 밝게 보는 까닭이며, 말을 들을 적에 말의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마음에 고집이 없는 까닭이며, 모든 여래를 뵈올 적에 여래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지혜로 법신을 아는 까닭이며, 모든 여래의 법 수레를 맡아 가지지마는 법 수레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법의 성품을 깨달은 까닭이며, 잠깐 동안에 온갖 법을 두루 알지마는 법이란 모양을 분별하지 아니하나니 법이 환술과 같음을 아는 까닭이니라.
036_0085_c_02L선남자여! 나는 다만 모든 미세한 분별을 없애 버리는 것만을 알고, 일체지인 보살의 해탈문을 성취하였을 뿐이노라. 저 보살마하살의 분별 없는 마음으로 온갖 법을 모두 알고, 단정히 앉은 한 몸이 법계에 가득하며, 한 몸 안에 모든 부처 세계를 거두어 가짐을 나타내고, 모든 부처님 계신 데 두루 나아가며, 한 몸 안에 모든 부처님의 신통을 나타내고, 한 터럭으로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부처 세계를 모두 들며, 자기의 한 털구멍 속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세계가 생기고 부서지는 것을 나타내고,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중생들과 함께 있고, 잠깐 동안에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모든 겁에 들어가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말하겠는가.
그때에 선재동자는 지혜의 광명이 비치어 마음이 열리고 일체지의 지혜[一切智智]를 생각하고 관찰하면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모든 법의 성품을 순종하고, 모든 중생의 음성 다라니문을 견고하게 알고, 모든 여래의 법 수레 다라니문을 받아 지니고, 모든 중생의 의지가 될 만한 불쌍히 여기는 힘을 얻었으며, 온갖 법의 이치를 관찰하는 광명문을 얻고, 빨리 법계를 원만하게 하는 수레를 얻고, 큰 서원을 깨끗이 하는 수레를 얻고, 시방의 모든 법을 널리 비치는 지혜 광명을 얻고, 모든 세계를 두루 장엄하는 자재한 힘을 얻고, 모든 보살을 거두어 지니는 신통의 지혜를 얻고, 모든 보살을 일으키는 원만한 서원을 얻었다.
‘이 동자는 이목구비가 단정하고 얌전하며, 지혜가 명철하여 방탕한 기색이 없고, 마음이 산란하지 아니하며 앞길만을 자세히 살피며 게으른 마음이나 집착함이 없다. 눈도 깜박이지 않으며 뜻이 흔들리지 아니하고, 마음은 깊고 너그러워 바다와 같으니, 이 벌소밀다에게 애착하거나 잘못된 생각이 있지 아니할 것이며, 예쁘다는 생각이나 탐욕의 생각도 내지 아니할 것이고, 이 여자의 아름다운 용모에 반하지도 아니하였을 것이며, 또 이 동자가 마군의 행동을 하지도 않고 마군의 경계에 홀리지도 않고 음욕에 빠지지도 않고 마군의 속박을 받지도 않았을 것이며, 하지 아니할 일을 짓지도 아니하였을 터인데, 무슨 일로 이 여자를 찾을까?’
036_0086_a_02L그 가운데 이 아씨가 훌륭한 공덕을 가졌고 깊은 지혜를 갖춘 줄을 아는 이가 있어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장하고 장합니다. 잘 왔노라, 선남자여! 그대가 이제 벌소밀다 아씨를 찾으니, 그대는 벌써 크고 좋은 이익을 얻은 것입니다. 선남자여! 그대는 결정코 부처님의 묘한 결과를 구하는 것이요, 모든 중생의 의지가 되려는 것이요, 모든 중생의 탐욕의 화살을 뽑으려는 것이요, 모든 중생의 여색에 대한 예쁘다는 생각을 깨뜨리려는 것이요, 모든 여래의 법계에 두루 한 공덕의 비를 주려는 것이오. 선남자여! 벌소밀다 아씨는 이 성 안의 시장거리 북쪽에 자리잡은 자기의 집에 있습니다.”
선재동자는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며 소원이 이루어질 것을 생각하면서 그 집으로 향해 갔다. 그 문 앞에 이르러 살펴보니, 집이 크고 화려하며 보배 담과 보배 나무와 보배 해자[塹]가 모두 열 겹씩 둘리었고, 해자 가운데는 향물이 가득하고 바닥에는 금모래가 깔려 있었다. 보배로 된 하늘 꽃인 우발라화ㆍ파두마화ㆍ구물두화ㆍ분타리화가 물 위에 만발하고 향기가 그윽하여 보는 이의 마음을 즐겁게 하며 훌륭한 보배로 언덕을 빛나게 장식하고,
섬돌과 층층대와 난간들은 모두 여러 가지 보물로 되었고, 궁전과 누각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고, 문과 창과 바라지들이 마주 향하여 열리었으며, 그물로 덮고 풍경을 달고 짐대와 깃발을 세우고 한량없는 보배로 장엄하였다. 유리로 땅이 되고 훌륭한 보배가 사이사이 수놓였으며, 침향을 사르고 전단향을 바르고 방울을 달아서 바람을 따라 아름다운 소리가 들리었다. 하늘 꽃을 흩어 땅 위에 널리고, 마니 등불에서는 밝은 빛이 찬란하게 비치며, 여러 가지 보물 고방은 백천이요, 열 군데의 동산과 숲으로 장엄하였으므로 나뭇가지들은 고운 꽃들이 빛을 다투어 가지각색으로 피어 그 화려한 것은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036_0086_b_02L이때에 선재동자는 그 아씨가 방에 앉은 것을 보게 되었다. 얼굴은 아름답고 단정하고 몸매가 원만하고 살갗은 금빛이요 눈은 샛별 같고 머리카락은 검푸르며, 키는 크지도 작지도 않고 몸매는 뚱뚱하지도 가늘지도 않으며, 욕계의 천상에나 인간에서는 비길 이가 없었고, 음성은 아름답고 명랑하여 범천 아씨들보다도 뛰어났다. 모든 중생의 여러 가지 말을 모두 구족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으며, 글과 이치를 잘 알고 이야기가 능란하며, 환술 같은 지혜를 얻어 방편문에 들어갔으며,
여러 가지 보배 영락으로 몸을 장식하고 온갖 그물로 위에 덮었으며, 머리에는 여의 마니로 꾸민 훌륭한 관을 쓰고 한량없는 권속들이 공경하여 둘러 앉았으니, 모두 선근을 함께 심었고 행과 원이 같으며 복과 덕을 구족하여 끝이 없었다. 이때에 아씨의 몸에서 찬란한 광명이 쏟아져 나와 온 집 안의 방들과 누각과 궁전에 비치니, 그 빛을 받는 이는 몸이 시원하고 마음이 깨끗하게 되었다.
선재동자는 앞에 나아가 발에 절하고 합장하고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아야 할지 알지 못합니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가르쳐 지도하신다 하오니 바라옵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아씨가 말했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으니 이름은 탐욕의 짬을 벗어남[離貪欲際]이오. 나는 모든 중생의 욕망을 따라 몸을 나타내노니, 만일 천상 사람이 나를 볼 적에는 나는 천녀의 모양이 되어 훌륭한 광명이 비길 데 없소. 이와 같이 하여, 내지 사람인 듯 아닌 듯한 것 등이 나를 볼 적에는 나도 또한 사람인 듯 아닌 듯한 여자의 모양을 나타내는데, 그들의 형상을 따라 각각 모양이 아름다우며, 그들의 욕망대로 나를 보게 됩니다.
선남자여! 어떤 사람이 애욕에 얽히어, 나에게 와서 내 몸을 보고 완전히 반하여 취한 듯할 적에 내가 법문을 말하면 그는 법을 듣고 음란한 마음이 없어지고 보살의 집착이 없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나를 보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즐거운 삼매를 얻으며, 어떤 중생이 잠깐 동안 나와 더불어 말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걸림없는 묘한 음성장 삼매를 얻으며,
036_0086_c_02L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내 손만 잡더라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부처 세계를 따라가지 않는 데 없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나의 자리에 올라 앉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온갖 세간 광명을 여의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내 얼굴만 살펴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고요하게 장엄한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의 기지개켜는 것만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외도들을 꺾어 굴복시키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의 눈이 깜짝거리는 것만 보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부처님 경계의 광명에 머무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를 끌어안기만 하여도 탐욕이 없어지고 보살의 모든 중생을 거두어 항상 버리지 않는 삼매를 얻으며, 어떤 사람이 나의 입술만 한 번 빨아도 탐욕이 없어지고 모든 중생의 복덕 광을 늘게 하는 삼매를 얻게 됩니다. 이렇게 모든 중생이 나에게 와서 나를 가까이 하는 이는, 모두 탐욕의 짬을 여의는 데 머물러 보살의 일체지 자리인 가장 좋은 해탈에 들어가게 됩니다.”
이때에 선재동자는 벌소밀다 아씨에게 물었다. “거룩하신 이여! 어찌하여 이 해탈문을 가장 좋다 합니까?”
036_0086_c_10L爾時,善財童子白伐蘇蜜多女言:“聖者!云何此解脫門得名最勝?”
“선남자여! 모든 보살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고도 여인으로 말미암아 빨리 위없는 부처님 도를 이루지 못하며, 또 벽지불이나 아라한의 과를 얻지 못하는 것이며, 오신통을 얻은 신선도 여색으로 말미암아 신통을 잃어 버려 짐을 메는 자[荷負者]가 되며, 하늘이 아수라와 전쟁하는 것이라든지, 머리 열 가진 나찰이 남해의 능가성을 불사르는 것이라든지,
어떤 임금은 나라를 잃어 버리며, 내지 형제간에 서로 죽이는 것과 또 나쁜 갈래에 떨어질 원인을 짓고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곤궁하여 기꺼이 남의 하인이 되는 것이나, 스승이나 어른에게 순종하지 아니하며, 임금과 부모를 배반하는 따위가 모두 여인으로 말미암는 것입니다. 내가 보건대 수없는 백천 세계의 탐욕 많은 중생들이 나고 죽는 벌판에서 끝없이 바퀴돌 듯하는 것이 모두 여인으로 말미암아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이 여색을 여의면 선지식을 가까이 모실 수 있으며, 또 중생들로 하여금 탐욕을 여의고 가장 좋은 해탈 법문에 머물 수 있습니다.”
선재동자가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어떠한 선근을 심고 어떠한 복업을 닦아야 이렇게 가지가지 훌륭한 공덕을 자라게 할 수 있습니까?”
036_0086_c_23L善財童子白言:“聖者!種何善根、修何福業,而得增長如是種種殊勝功德?”
036_0087_a_02L“선남자여! 지나간 세상에 부처님께서 나타나시니 이름이 고행(高行)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고, 그때 왕도는 묘문(妙門)이었소. 선남자여! 때에 그 여래께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려고 왕도로 와서 성문의 턱을 밟으니 그 성 안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면서, 갑자기 엄청나게 넓어지고 여러 가지 보배로 장엄하며, 한량없는 광명이 서로서로 비치었고, 가지가지 보배 꽃이 흩어져서 땅에 깔리고, 하늘 음악이 한꺼번에 잡히며, 모든 하늘 사람이 허공에 가득하여 공경하고 예배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였소.
선남자여! 내가 그때에 어떤 장자의 아내가 되었는데 이름이 묘지(妙旨)였소.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보고 마음에 깨달은 바 있어, 남편과 함께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크고 넓은 마음[廣大心]을 내고, 보배 돈 한푼을 부처님께 바치었더니, 부처님의 시자로 있던 문수사리동자가 나에게 법문을 말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소.
선남자여! 여기서 남쪽에 한 성이 있으니 저 언덕에 깨끗이 이르름[淨達彼岸]이라 하고, 거기 거사(居士)가 있으니 이름이 비슬지라(毘瑟底羅)며, 그는 항상 전단 사자좌 부처님 탑에 공양하나니, 그대는 그 거사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느냐고 물으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