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남자여! 이 현겁의 오는 세상에 미륵보살이 도솔천으로부터 내려 오려 할 때에도, 큰 광명을 놓아 법계를 두루 비추어 모든 보살들을 나타낼 것이며, 최후의 몸[最後身]에 머물러서 광대한 신통 변화로 자재하게 태어날 적과 이 인간에서 문벌 좋은 집에 태어나서 중생들을 조복할 적에도 내가 어머니가 될 것이다.
저 언덕에 뛰어난 여래ㆍ보배 불꽃 빛 여래ㆍ보배 불꽃 산 여래ㆍ큰 홰 든 여래ㆍ좋은 연꽃 여래ㆍ연꽃 내는 여래ㆍ이름 퍼진 여래ㆍ한량없는 공덕 재물 여래ㆍ훌륭한 등불 길상 여래ㆍ장엄한 몸 여래ㆍ잘 헤아리는 여래ㆍ자비 길상 여래ㆍ묘한 거둥 여래ㆍ변화한 여래ㆍ머무는 데 없는 여래ㆍ좋은 위엄 광명 여래ㆍ끝없는 음성 여래ㆍ
깨끗한 지혜 여래ㆍ훌륭한 맛 여래ㆍ높은 산에 오른 여래ㆍ자재한 공덕 여래ㆍ세상 원수 보호하는 여래ㆍ세상 말 일으킨 여래ㆍ공덕 자재 여래ㆍ위덕 짐대 여래ㆍ비로자나 묘한 짐대 여래ㆍ몸과 성품 보는 여래ㆍ있음을 여읜 향 여래ㆍ닦는 향 여래ㆍ가지가지 분별하는 묘한 몸 여래ㆍ묘하고 넓은 몸 여래ㆍ모든 향 불꽃왕 여래ㆍ
가지각색 빛 금강 마니로 장엄한 여래ㆍ웃는 눈 여래ㆍ티끌 때 여읜 여래ㆍ키 큰 여래ㆍ좋은 변화 인간 천상 모은 여래ㆍ넓고 큰 하늘 여래ㆍ재물 하늘 여래ㆍ위없는 하늘 여래ㆍ고요한 것 따르는 여래ㆍ열고 깨달은 지혜 여래ㆍ번뇌 때 씻은 여래ㆍ큰 불꽃 광명왕 여래ㆍ모든 것 고요한 여래ㆍ비사가천(毗舍佉天) 여래ㆍ금강산 여래ㆍ
지혜 불꽃 빛 여래ㆍ큰 불꽃 빛 몸 여래ㆍ안락 짓는 여래ㆍ고요한 사자 여래ㆍ원만히 깨끗한 여래ㆍ깨끗이 묘하고 어진 여래ㆍ소문 길상 여래ㆍ용맹 정진 여래ㆍ제일의(第一義) 행하는 여래ㆍ고요한 빛 여래ㆍ훌륭하고 더 높은 여래ㆍ매우 깊은 음성 여래ㆍ모든 땅 차지 여래ㆍ야청 광명 여래ㆍ장엄왕 여래ㆍ
가장 나은 여래ㆍ약왕 여래ㆍ좋은 보배 여래ㆍ금강 지혜 여래ㆍ깨끗한 길상 여래ㆍ고요한 곳 여래ㆍ마니왕 여래ㆍ이길 이 없는 여래ㆍ가리울 수 없는 여래ㆍ여럿 모인 데 왕인 여래ㆍ큰 소문 여래ㆍ빨리 받는 여래ㆍ한량없는 빛 여래ㆍ큰 서원 광명 여래ㆍ비지 않고 자재한 왕 여래ㆍ법에 자재한 왕 여래ㆍ높은 불꽃 빛 여래ㆍ
물러가지 않은 지위 여래ㆍ맑은 하늘 여래ㆍ좋고 묘한 하늘 여래ㆍ굳은 수행 칭찬 시비 관계 없는 여래ㆍ온갖 선지식 여래ㆍ해탈 음성 여래ㆍ유희왕 여래ㆍ삿된 왜곡 없는 여래ㆍ첨복꽃 맑은 빛 여래ㆍ가장 큰 공덕 여래ㆍ썩 좋은 달 여래ㆍ밝은 횃불 든 여래ㆍ잘난 몸 여래ㆍ말할 수 없는 여래ㆍ가장 깨끗한 여래ㆍ중생 벗 위안하는 여래ㆍ
한량없는 광명 여래ㆍ두려움 없는 음성 여래ㆍ물 하늘 공덕 여래ㆍ붙박이 지혜 빛 여래ㆍ구소마꽃 좋은 여래ㆍ보배 달 불꽃 빛 여래ㆍ물러가지 않는 지혜 여래ㆍ물든 사랑 여읜 여래ㆍ집착 없는 지혜 여래ㆍ공덕 더미 모은 여래ㆍ나쁜 갈래 없앤 여래ㆍ겁 없는 여래ㆍ꽃 많이 흩는 여래ㆍ사자후 여래ㆍ제일의(第一義) 얻은 여래ㆍ
036_0173_b_02L가지가지 이치 얻은 여래ㆍ막힘 없이 보는 여래ㆍ다른 대중 굴복 받는 여래ㆍ바람처럼 빨리 가는 여래ㆍ붙박이 성품 여래ㆍ분별 바다 여읜 여래ㆍ이길 수 없는 여래ㆍ단장한 장엄 바다 여래ㆍ수미산 여래ㆍ향기 바람 지혜 여래ㆍ가없는 자리 여래ㆍ싸워 이긴 여래ㆍ행할 이 없는 여래ㆍ맑게 있는 여래ㆍ높은 보시 여래ㆍ자비심 따라 내는 여래ㆍ
늘 달 여래ㆍ이익왕 여래ㆍ붙박이 쌓인 여래ㆍ썩 묘한 뜻 여래ㆍ따라 거두는 지혜 여래ㆍ높이 받는 여래 ㆍ불꽃 빛 몸 여래ㆍ비길 수 없는 이름 여래ㆍ이익하는 지혜 여래ㆍ목숨 지닌 여래ㆍ아만 없애는 여래ㆍ종종 빛깔 여래ㆍ소문 갖춘 여래ㆍ위덕 큰 힘 여래ㆍ멸(滅)함 없는 여래ㆍ붙박이 하늘 여래ㆍ
헤아릴 수 없는 길상 여래ㆍ벗어난 달 여래ㆍ최상왕 여래ㆍ보름달 쌓인 여래ㆍ맑은 공양 여래ㆍ움직이지 않는 눈 여래ㆍ희유한 몸 여래ㆍ모양 없는 지혜 여래ㆍ사랑 경계 여래ㆍ썩 뛰어난 여래ㆍ높은 사업 여래ㆍ보배 법 지혜 여래ㆍ옛적 따르는 여래ㆍ위없는 길상 여래ㆍ이길 수 없는 범천 여래ㆍ
이 삼천대천세계에서와 같이, 이 화장장엄세계해의 온갖 세계종 안에 있는 세계마다 낱낱 사천하의 염부제 안에서와 나아가 시방의 모든 세계해 가운데 있는 온갖 세계에 이르기까지, 오는 세월이 끝나도록 많은 겁 동안 보현보살의 행과 원을 닦으면서 중생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자재한 힘으로 일부러 태어날 적마다 내가 몸을 나타내어 그의 어머니가 되노라.”
036_0173_c_02L마야부인이 대답했다. “선남자여! 지나간 세월 헤아릴 수 없는 지난 세상 최후의 몸에 머문 보살의 신통한 눈으로도 알 수 없는 많은 겁 전에, 한 겁이 있었으니 이름은 깨끗한 빛이요, 그 때의 세계 이름은 수미덕(須彌德)이었다. 비록 산들도 있고 다섯 갈래[五趣]가 섞여 살지만, 그 나라에는 더러운 것이 없고 여러 가지 보배로 이루었으며, 깨끗하고 원만하고 장엄한 품이 사랑스러웠다.
그 세계에는 천억 사천하가 있는데, 한 사천하의 이름이 향기 바람 위덕 사자 짐대[香風威德師子幢]였다. 그 가운데는 80억 왕성(王城)이 있으며, 그 가운데 한 성이 있으니 이름이 가장 훌륭한 구족 짐대였고, 거기에 있는 전륜왕의 이름은 용맹정진대위덕(勇猛精進大威德)이었으며, 그 왕성 북쪽에 도량이 있으니, 이름이 가지 각색 묘한 빛 광명이요, 그 도량 차지신의 이름은 길상 눈[吉祥眼]이었다.
그때에 한 보살이 계신데 이름이때 없는 짐대[無垢幢]였다. 도량에 앉아서 정각을 이루려 하는데, 금빛 광명 마군이 가지각색 형상을 가진 한량없는 권속 마군을 데리고 보살의 앞에 와서 보살의 공부를 깨뜨리려 하였다. 그 전륜왕은 보살의 자재한 신통을 얻었으므로 큰 신통 변화로 마군을 깨뜨려 부수려고, 마군보다 곱이나 되는 군대를 변화하여 도량을 둘러쌌더니, 마군들은 황망하여 제각기 흩어져 버리고, 보살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었다.
그때에 도량 차지신은 이 일을 보고 매우 기뻐하여 그 전륜왕에게 아들 같은 생각을 가졌으며,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서원하기를 ‘이 대위덕 전륜성왕이 날 적마다 나의 아들이 되고, 내지 성불할 때는 나는 늘 그의 어머니가 되어지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이 도량에서 다시 10나유타 부처님을 만나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여 기쁘게 하였노라.
036_0174_a_02L선남자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 도량 차지신은 딴 사람이 아니고 나였으며, 전륜왕은 지금 세존이신 비로자나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이시니, 나는 저 부처님께 서원을 세운 뒤부터 이 부처님 세존께서 시방세계의 모든 갈래에서 군데군데 태어나면서, 용맹하게 정진하고 선근을 심으며, 여래께 공양하고 보살의 행을 닦으며, 모든 중생을 교화하여 성숙하고, 나아가 최후의 몸에 이르기까지 잠깐잠깐 동안에 시방세계에 보살로 태어나며 신통 변화를 나타낼 때마다 항상 나의 아들이 되고, 나는 그의 어머니가 되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보살의 서원과 지혜로 환술처럼 장엄하는 해탈문을 얻었을 뿐이다. 저 보살마하살들이 불쌍히 여기는 큰 마음을 갖추고 일체지로 모든 중생을 교화하고 조복하여 싫증내거나 게으르지 아니하며, 잘 참는 행에 있으면서 만족한 줄을 항상 알고, 감로 맛을 먹어 마음이 다할 줄을 모르며, 온갖 마군과 나쁜 사람들이 시끄럽게 하지 못하고, 마음이 흔들림도 없고 조급함도 없고, 높고 낮음도 없고, 아첨하지도 않고 번뇌의 행이 없으며,
잠깐잠깐에 지난 세상과 오는 세상의 백천 겁에 깊이 들어가고, 잠깐잠깐에 백천 법문을 알고, 잠깐잠깐에 백천 부처님 몸을 나타내고, 잠깐잠깐에 백천 보살을 나타내어 권속을 삼으며, 자재한 힘으로 잠깐잠깐마다 낱낱 털구멍에 한량없는 부처님의 신통 변화를 나타내며, 삼보의 있는 데서 끝까지 성취하여 깊은 신심이 무너지지 아니하며,
가지가지 변천하는 모든 행(行)의 나고 없어지는 경계를 잘 알며, 가지가지 법의 근본 성품이 나는 것 아님을 잘 알며, 가지가지 세간이 더욱 더 변천하여 이루어지고 무너짐을 잘 알며, 가지가지 업으로 태어나는 차별을 잘 알며, 가지가지로 나고 죽고 열반하는 경계선을 잘 알며, 가지가지 부처 세계의 더럽고 깨끗함이 같지 아니함을 잘 알며, 지난 세상 오는 세상의 보살들이 가지가지로 닦아 익힘을 잘 알며, 온갖 법의 모양도 없고 다함도 없는 것을 잘 아는 일들이야, 내가 어떻게 알고 어떻게 그 보살들의 행과 지혜와 공덕을 말하겠는가?
그때에 선재동자는 선지식의 가르침을 따라 삼십삼천의 구족정념천왕의 궁전에 나아가, 그 천녀를 보고는 발에 절하고 여러 번 돌고 합장하고 서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 잘 일러 주신다 하오니, 바라건대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어떤 것이 헤아릴 수 없는 법문을 부지런히 닦는 것인가 하면, 마땅히 헤아릴 수 없는 법의 뜻과 지혜를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차별한 성품과 모양과 진실한 자체를 진실하게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바른 법 수호함을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미묘한 법이 남의 비방을 받으면 이치로 굴복시키어 훌륭한 이치를 나타내는 까닭이며, 마땅히 드러낼 수 있는 계[表戒]와 드러낼 수 없는 계[無表戒]1)를 닦을 것이니, 성품인 죄[性罪]와 말라고 한 죄[遮罪]2)와 있는 죄와 없는 죄를 자세하게 살펴서 잘못됨이 없게 하는 까닭이며,
036_0174_c_02L 마땅히 다툼 없는 법을 닦을 것이니, 세간의 가지각색 잡된 이야기와 쓸데없는 모임을 항상 여의는 까닭이며, 마땅히 편안히 참는 자리에 있음을 닦을 것이니 가지각색 번뇌 고통이 몸과 마음을 괴롭힐 적에 자세히 살펴보고 잘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모든 경계를 참고 견딤을 닦을 것이니, 나쁜 말과 훼방하고 모욕함과 원수와 해독이 마음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편안히 참는 까닭이며, 마땅히 미세한 법 아는 일을 닦을 것이니, 오온ㆍ십이처ㆍ십팔계가 변천하여 없어짐을 알아 성품과 모양을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교묘한 법의 문구(文句)를 부지런히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법문을 잘 연설하여 진실한 성품과 모양을 나타내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화합하고 화합하지 않는 법을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성품을 없애지 못하며 더하고 덜하고 여의고 합함이 없는 줄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지나간 세상을 살펴보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업의 원인과 좋고 나쁜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여 알지 못함이 없는 까닭이며,
마땅히 오는 세상을 아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업과 인연과 과보의 모양을 자세히 관찰하여 알지 못함이 없는 까닭이며, 삼세가 평등함을 닦을 것이니, 삼세의 행하는 모양이 비록 각각 같지 않으나 머무는 법을 따라 차별이 있는 까닭이며, 마땅히 삼륜(三輪)이 청정함을 닦을 것이니, 지난 세상ㆍ지금 세상ㆍ오는 세상의 모든 법의 성품을 얻을 수 없어 마음을 여읜 까닭이며,
마땅히 마음이 머무는 법을 닦을 것이니, 안과 밖과 중간을 두루 살피나 마음의 성품을 찾을 수 없는 까닭이며, 마땅히 수호하는 위의를 닦을 것이니, 어느 때에나 몸과 말과 뜻으로 하는 일을 자세하게 살피어 미혹되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깨끗한 위의를 닦을 것이니, 육근의 문을 세밀하게 수호하여 선한 일은 갊아[藏] 두고 선하지 못한 것은 항상 드러내는 까닭이며,
마땅히 나쁜 짓 여의는 법을 닦을 것이니, 어리석은 범부들의 모든 나쁜 법과 함께하지 않고 늘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보살의 행을 모음을 닦을 것이니, 용맹하게 정진하여 행하기 어려운 일을 행하는 가지가지 행을 두루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어른에게 공경함을 닦을 것이니, 평상이나 좌복이나 공양거리로 받들어 이바지하고 맞아 섬기며, 몸과 마음을 겸손히 하여 게으르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몸과 마음을 단속함을 닦을 것이니, 온갖 깨끗한 법을 두루 단속하여 가지고 잃지도 않고 무너뜨리지도 않아 항상 아는 까닭이며,
036_0175_a_02L 마땅히 따라서 깨닫는 지혜를 닦을 것이니 세간법이나 출세간법에 대하여 성품과 모양을 따라 깨닫는 까닭이며, 깊고 깊은 법에 들어감을 닦을 것이니, 모든 나고 없어지는 법의 모양을 알고 마음에 나지 않는 지혜를 자라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음성법(音聲法)의 지혜를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법문을 참되게 연설하여 말의 참된 성품을 열어 보이는 까닭이며,
마땅히 이익 없는 일을 멀리 여읨을 닦을 것이니, 방편으로써 자기나 남으로 하여금 모든 세간의 이익 없는 법을 뛰어나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대장부들의 모임을 닦을 것이니, 부처님ㆍ보살ㆍ성문ㆍ독각들을 가까이 모시고 섬기며 공양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나쁜 지식[惡知識]을 멀리함을 닦을 것이니, 없어진다[斷] 항상하다[常]는 소견을 일으키지 않고 게으른 나쁜 중생들을 여의기를 즐기는 까닭이며, 마땅히 범부를 의지하지 않음을 닦을 것이니, 범부의 법은 어리석은 이들과 서로 어울려 허물이 많음을 보는 까닭이며,
남을 업신여기지 않는 마음을 닦을 것이니, 중생들의 성품이 평등함을 알고, 가난하고 천한 이를 업신여기지 않는 까닭이며, 마땅히 계행을 무너뜨린 이를 불쌍히 여김을 닦을 것이니, 대자비(大慈悲)로 죄를 범한 이들을 구제하여 보살의 깨끗한 계율에 두는 까닭이며, 마땅히 자비의 힘을 늘게 함을 닦을 것이니, 시방 삼세 중생들의 가지각색 시달림을 살피어 구호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재물 따위로 거두어 줌을 닦을 것이니, 재물이나 음식 따위로 중생들을 거두어 깊고 깊은 진실한 법에 들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말씀한 대로 실행함을 닦을 것이니, 가지가지 선한 일을 닦아서 자기의 마음을 열어 놓고 잘 펴지게 하여 원만함을 얻는 까닭이며, 마땅히 옛적과 서로 통하는 선을 닦을 것이니, 모두 아는 숙명통을 얻어서 많이 듣고 지난 세상과 서로 통하는 행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혼자 있으며 고요함을 닦을 것이니, 여럿이 있는 데서 쓸데없는 잡담을 여의고 깨끗하고 착한 법 가까이 함을 좋아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욕심 없고 만족함을 닦을 것이니, 옷과 음식과 죄복과 약 따위에 대하여 자기나 남들로 하여금 넉넉한 줄을 알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마음이 서로 응하는 행법을 닦을 것이니, 37종의 보리에 나아가는 법을 부지런히 닦아서 서로 응하게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보살행의 경계를 닦을 것이니, 십바라밀과 모든 수행의 문을 갖추 익혀서 원만케 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보살 지위의 법을 닦을 것이니, 열 가지 지혜의 자리에 들어가고 머물고 나오는 것에 대한 모양과 얻음과 과보를 모두 증득하여 아는 까닭이며,
036_0175_b_02L 마땅히 여래의 지위에 들어감을 닦을 것이니, 보리의 지혜와 끊을 바 업장의 가지가지 자체와 작용을 모두 증득하는 까닭이며, 마땅히 알기 어려운 법을 닦을 것이니, 부처님ㆍ보살ㆍ독각ㆍ성문들이 모두 헤아릴 수 없음을 아는 까닭이며, 마땅히 모든 모양 취하지 않음을 닦을 것이니 모든 법의 성품과 모양이 환술 같고 꿈과 같아서 실상과 같은 줄을 깨닫는 까닭이며, 마땅히 해탈 법문의 지혜를 닦을 것이니, 금강 삼매로 티끌 습기를 깨뜨리고 맑고 고요한 지혜를, 허망한 생각이 흔들지 못하는 까닭이니라.
또 저 여래들이 보살이 되어 어머니의 태에 들던 때와 탄생하던 때와 일곱 걸음을 걷던 때와 사자후할 때와 아이 때와 궁중에 있을 때와 왕위를 버릴 때, 출가할 때, 보리수에 나아가 정각을 이룰 때, 법 수레를 운전하며 신통 변화를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고 조복할 때까지 여러 가지 하시던 일과 처음 마음을 낼 적부터 보살의 도를 행하며 법이 없어질 때까지를 내가 모두 기억하고 잊어버리지 않고, 지금까지 앞에 나타나 기억하노라.
또 기억하니, 지난 세상에 선지(善地)라는 겁이 있었는데, 그때에 나는 10항하 모래처럼 많은 여래를 만나서 공양하였고, 그 다음에는 묘덕(妙德)이란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열 세계의 티끌 수 부처님들을 만나서 섬기고 공양하였고, 또 기억컨대 한 겁이 있으니, 이름은 얻을 것 없음이라, 그 겁에서는 80백천억 나유타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고 공양하였고,
036_0175_c_02L 또 묘한 빛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염부제의 티끌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말할 수 없는 광명이란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2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가장 좋은 길상 겁이 있었는데 그 때에는 1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뜨는 해 겁이 있었으니 그 때에는 8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훌륭한 성품 다님이란 겁에서는 6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섬기며 공양하였고, 또 옛적에 겁이 있으니 이름은 묘한 달이라, 그 때에는 70항하 모래 수 부처님 여래를 만나서 받들어 섬기며 공양하였노라.
선남자여! 이렇게 항하의 모래 수 겁 동안에 내가 항상 여러 부처님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을 떠나지 아니하고, 가지가지 방편으로 공경하고 공양하였으며, 저 여러 여래 계신 데서 모두 이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문을 들었으며, 듣고는 받아 지니고 말씀한 대로 행하여 잊어 버리지 아니하였고, 이렇게 지난 겁 동안에 계신 여래들이 처음 마음 낼 적부터 법이 다할 때까지 하시던 일을 내가 이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의 힘으로 모두 따라 기억하며, 분명하게 앞에 나타나 그대로 따라 행하며, 생각마다 관찰하고 게을러 폐한 적이 없었노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걸림없는 생각으로 깨끗하게 장엄한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이 나고 죽는 캄캄한 밤에서 벗어나 환하고 밝게 깨달았으며, 어리석고 어둠을 여의고 다시 어둡지 아니하며, 마음에는 번뇌가 없고 몸은 가볍게 다니며, 법의 성품을 깨끗이 깨달아 깊고 깊은 수다라의 분명한 뜻과 분명치 못한 뜻을 모두 가려 내며, 모든 어려운 곳에서 나와 남을 잘 보호하며, 보살의 깨끗한 계행을 닦아 익히어,
036_0176_a_02L 이롭거나 이롭지 못하거나 마음이 항상 평등하며, 신통과 지혜를 공교롭게 내어 세간의 여러 가지 방편을 순종하며, 복과 지혜를 늘게 하기에 마음 싫증냄이 없으며, 크게 정진하여 도를 돕는 법을 부지런히 닦으며, 자비를 쌓아 모으기에 마음에 싫어하거나 피로함이 없으며, 여래 십력(十力)과 무소외[無畏]와 십팔불공법[十八不共]과 모든 법을 성취하며, 모든 중생을 따라 깨우치느라고 밤낮으로 꾸준히 행하여 여념이 없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과 행을 말하겠는가.
선재동자는 천궁에서 내려와 가비라성으로 가서 변우(遍友)에게 나아갔다. 가서는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돌고, 합장하고 공경하며 한곁에 서서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를 위하여 말씀하소서.” “선남자여! 여기 한 동자가 있으니 이름은 선지중예(善知衆藝)이다. 보살의 글자 지혜 법문을 배웠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물으라. 그대에게 말하여 주리라.”
선재동자는 선지중예(善知衆藝)동자에게 이르러 발에 절하고 수없이 돌고, 앞에 서서 합장하고 말하였다. “거룩하신 이여!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사오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어떻게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알지 못하나이다. 듣사온즉 거룩하신 이께서는 잘 가르쳐 주신다 하오니 저에게 말씀하여 주소서.”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문을 얻었으니 이름이 구족원만선지중예(具足圓滿善知衆藝)이다. 나는 언제나 이 자모(字母)를 부르노라. 아(A, 婀)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보살의 훌륭한 위덕의 힘으로 모든 법의 본래 나지 않는 뜻을 나타냄이요, 라(Ra, 囉)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가이없는 데까지 널리 나타내는 미세한 알음알이요,
036_0176_b_02L 파(Pa, 跛)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법계의 평등한 짬을 널리 비추는 미세한 지혜요, 차(Ca, 者)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바퀴로 차별한 빛을 끊음이요, 나(Na, 曩鼻音)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의지할 데 없고 머물 데 없는 짬을 증득함이요, 라(La, ★)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명색(名色)의 의지할 곳을 여의어 더러움이 없음이요,
다(Da, 娜)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물러가지 않는 방편이요, 바(Va, 婆摹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금강 바퀴 도량이요, 다(a, 拏)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두루 원만한 바퀴요, 샤(a, 灑史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바다 광이요,
바(Ba, 嚩無可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두루 구하여 내고 편안히 머무름이요, 타(Ta, 哆)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별과 달 원만한 빛이요, 야(Ya, 也利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차별을 모아 쌓음이요, 슈타(ha, 瑟叱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광명을 비치어 번뇌를 쉬게 함이요,
카(Ka, 迦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많은 구름 끊이지 않음이요, 사(Sa, 娑蘇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큰 비가 쏟아짐이요, 마(Ma, 莽)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빠르게 가지가지 빛을 나타냄이 여러 높은 봉우리 같음이요, 가(Ga, ★言迦反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바퀴를 쌓음이요,
타(Tha, 他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진여가 평등하여 분별 없는 광이요, 자(Ja, 惹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세간 바다에 두루 들어가 깨끗하게 다님이요, 스바(Sva, 娑嚩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부처님들의 모든 장엄을 생각함이요, 다(Dha, 駄)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법더미를 세밀하게 관찰함이요,
036_0176_c_02L 샤(a, 捨上尸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부처님들의 교법 바퀴 광명을 따름이요, 카(Kha, 佉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인행(因行)하던 일이 앞에 나타나는 지혜 광이요, 크샤(Ka, 乞叉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업의 바다를 쉬고 지혜를 내는 광이요, 스타(Sta, 娑蘇紇反哆二合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깨끗한 광명을 열고 번뇌장을 더는 것이요,
즈냐(Jna, 孃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세간을 벗어나는 지혜 문이요, 하(Ha, 曷囉他三合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중생을 이익하나 나도 없고 남도 없는 지혜 등불이요, 바(Bha, 娑蒲我反)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궁전을 원만하게 장엄함이요, 차(Cha, 車車者反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수행을 늘게 하는 방편 광 덮는 바퀴이다.
또 스마(Sma, 娑麽★音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시방을 따라 부처님들을 보고 도는 광이요, 흐바(Hva, 訶嚩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미세한 중생을 관찰하는 방편의 힘을 내는 바다 광이요, 트사(Tsa, 哆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공덕 바다에 자재하게 들어감이요,
가(Gha, 伽)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법구름을 두루 가지는 견고한 바다 광이요, 타(a, ★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원력으로 시방 부처님들 보기를 허공같이 함이요, 나(a, 儜上)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글자 바퀴 짬까지 다하지 않는 경계에 들어감이요,
036_0177_a_02L 파(Pha, 頗)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중생을 교화하여 끝까지 원만한 곳이요, 스카(Ska, 娑迦)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넓은 광 걸림없는 변재로 두루 비치는 광명 바퀴요, 이사(Ysa, 夷娑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모든 부처님의 법의 지를 말합이요,
실(ca, 室二合)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허공의 모든 중생계에 들어가 법 우레 큰소리로 두루 외침이요, 타(Tha, 侘上)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내가 없는 법을 말하여 부처의 경계를 열고 중생들을 깨닫게 함이요, 라(La, 荼去)자를 부를 적에는 반야바라밀 문에 깊이 들어가니 이름이 온갖 법 수레에 차별한 광이니라.
선지중예 동자가 대답했다.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열 가지 법을 닦아서 구족히 원만하면 능히 이 선지중예(善知衆藝)보살의 해탈문을 얻느니라. 무엇을 열 가지 법이라 하는가 하면, 지혜를 구족하고, 선지식을 부지런히 구하고, 용맹하게 정진하고, 모든 번뇌를 여의고, 바른 행이 깨끗하고, 바른 교법을 존중하고, 법의 성품이 공한 줄을 관찰하고, 나쁜 소견을 없애고, 바른 도를 닦고, 진실한 지혜를 보는 것이니라.
보살이 이 열 가지 법을 구족히 원만하면 이 해탈을 빨리 얻게 되리라. 그 까닭을 말하면, 보살이 지혜를 구족하므로 선지식을 구하며, 보고는 가까이 모시고, 즐거이 공경하기를 부처님같이 하고, 가까이 모시므로 가르침을 받고, 가르침을 받으므로 행하기 어려운 것을 용맹하게 정진하며, 정진하므로 선한 법으로써 나쁜 법을 없애고, 나쁜 법을 없애므로 선한 법들이 원만하고, 선한 법이 원만하므로 모든 장애와 의혹을 여의며,
036_0177_b_02L 장애를 여의므로 몸과 말과 뜻으로 짓는 일이 크게 깨끗하여 바른 행과 통하며, 바른 행이 깨끗하므로 모든 부처님과 보살과 선지식의 가르침을 존중히 여기며, 가르침을 존중하므로 모든 법이 공하고 고요한 줄을 관찰하며, 법이 공함을 깨달으면 마음이 가는 대로 걸림이 없고, 연기(緣起)를 깊이 통달하여 원인이 없다는 소견을 여의고 잘못된 소견을 없애며, 바른 도를 닦아 익히고, 바른 도에 들어가서는 진실한 지혜를 얻으며, 진실한 지혜를 얻으므로 이 해탈을 얻어 깊은 법계를 증득하느니라.”
선재가 다시 말했다. “이 진실한 것은 무엇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그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 하느니라.” 선재가 다시 말했다. “어찌하여 말하는 것을 진실이라 하나이까?” “허망하고 속이지 않는 말을 진실이라 하느니라.” “어찌하여 허망하고 속이지 않는 말이라 하나이까?” “그 말이 진실하여 자체가 항상 변하지 않고 늘 한 성품인 까닭이니라.” “어찌하여 변하지 않는 성품이라 하나이까?” “선남자여! 제 자신이 증득하여 법의 성품을 아는 까닭이니라.”
다시 선재동자가 말했다. “법의 성품은 모양이 어떠하오며, 능히 아는 것과 알아지는 법은 하나입니까, 둘입니까?”
036_0177_b_11L復言:“法性相貌云何?能所解法爲一、爲二?”
선지중예 동자가 대답했다. “선남자여! 이렇게 보살의 자신이 증득한 법은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니라. 이 힘으로 말미암아 평등하게 나와 남을 이익하게 하느니라. 마치 땅덩이가 온갖 것을 내면서도 능히 나와 남이 없는 것 같나니, 법의 성품은 모양이 있는 것도 아니고, 모양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그 자체가 허공과 같아 알기 어렵고 이해하기 어려우니라.
선남자여! 이 법은 미묘하여 글자나 말로써 설명하기 어려우니라. 왜냐 하면 모든 글자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말의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말[語業]로 이야기할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희롱거리 이야기[戱論]로 분별하고 생각할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모든 살펴보고 헤아릴 경계를 뛰어난 까닭이며,
선남자여! 저 성인들의 스스로 증득한 경계는 빛깔과 모양이 없으며, 더럽고 깨끗함이 없으며, 가질 수도 버릴 수도 없으며, 흐릴 수도 맑힐 수도 없으며, 가장 훌륭한 성품이어서 항상 깨뜨릴 수 없으며, 부처님이 세상에 나시거나 세상에 나시지 않거나, 법계의 성품은 언제나 하나인 까닭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다만 이 해탈문을 알 뿐이니, 저 보살마하살들이 모든 세간과 출세간의 공교한 법과 빼어난 기능과 신기한 예술과 문자와 산수를 모두 종합하여 알고 남음이 없으며, 또 의원의 방문[方]과 주문의 술법을 잘 알며, 어떤 중생이 도깨비에게 홀렸거나 원수의 방자를 만나거나 환술에 혼미하였거나, 송장에게 쫓기거나, 간질로 발광하거나, 여러 가지 독에 걸렸거나, 괴상한 병들을 모두 잘 구호하여 쾌차케 하며,
또 기이한 보배와 이상한 보물과 금ㆍ옥ㆍ진주ㆍ보배ㆍ산호ㆍ유리ㆍ마니ㆍ자거ㆍ파려ㆍ마노ㆍ구리ㆍ무쇠ㆍ아연ㆍ석ㆍ계살라(雞薩羅) 따위의 보배가 나는 데와 종류와 값을 잘 알며, 도시와 촌락과 크고 작은 도성(都城)과 궁전과 동산과 바위와 샘물과 숲과 못 따위의 사람들 사는 데를 보살이 모두 거두어 보호하며,
또 그 몸에 6백 63가지 잘난 모양을 갖춘 것을 알고, 여러 잘난 모양이 낫고 못한 것을 비교하여 고통 받고 쾌락하는 줄을 알며, 길하고 흉함을 결정하고, 오래 살고 일찍 죽을 것을 판단하며, 비록 여러 가지 잘난 모양을 갖추었어도 음성이 좋은 것에는 미치지 못하고, 음성이 비록 좋더라도 복이 훌륭함만 같지 못한 줄을 알며, 이 복이나 지은 업을 옮길 수 없는 것과 과보가 결정되고 아니된 줄을 잘 알며, 또 천문ㆍ지리ㆍ참서(讖書)ㆍ비결ㆍ음양ㆍ관상ㆍ길흉ㆍ나쁜 별이나 변괴와 기후의 괴변과 새나 짐승의 소리 따위를 잘 알며, 물과 뭍으로 다니는 일과 상서롭고 흉한 징조와 흉년 들고 풍년 들고 세상이 태평하고 어지러울, 이런 따위의 세상 기능을 모두 알아 그 근원까지 익숙하며,
036_0178_a_02L 또 세간을 뛰어나는 법까지 잘 분별하여 이름을 바로하고 뜻을 분별하여, 자체와 모양을 관찰하여 깊고 세밀하게 결정하여 말하며, 따라서 닦아 행하여 지혜가 그 속에 들어가서 의심도 없고, 걸림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고 우둔함도 없으며, 근심도 없고 빠지는 일도 없어, 모두 눈앞에 증득하는 일이야, 내가 어떻게 알며 그의 공덕과 행을 어떻게 말하겠는가.
선남자여! 이 마갈제국(摩竭提國)에 한 시골이 있으니 이름은 이치가 있음[有義]이요, 거기에 성이 있으니 이름은 파달나(婆怛那)요, 거기 한 우바이가 있으니 이름이 최승현(最勝賢)이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의 행을 배우며, 보살의 도를 닦는지를 물으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