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皇帝)2)께서 제위를 계승한 지 4년이 되어, 온 세상이 각기 제 자리를 잡고 모든 백성도 모두 편안해져, 가까운 지역 사람들도 교류하며 많은 것을 배우고[交修]3), 먼 지역 사람들도 와서 자신들을 바로잡게 되었다. 또한 나라의 국방력도 잘 갖추어졌고 문화도 이에 융성하게 되어, 흩어져 없어졌거나 불완전하게 남은 전적을 모두 찾게 되었다.
이때에 항안(恒安)4)이란 승려가 있었는데, 불문에서 ‘공(空)’사상을 배웠고 불법을 향한 뜻이 아주 두터웠으며, 진여(眞如)의 가르침을 생각할 때는 반드시 조사의 저술[祖述]을 전거로 삼았다. 그러나 조사의 저술은 거의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남은 것들도 대부분 닳아서 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다만 분서갱유를 일으켰던 진나라 정치에서도 상고(上古)시대의 서적은 살아남아, 공자의 집을 허물 때 노나라 공왕[魯恭]이 선사(先師)의 전적을 얻었으니, 어찌 이 불교도 이대로 끊어질 수 있었겠는가.
항안은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어 그 없어진 부분을 찾아 보완할 것을 다짐하여, 이름난 사찰[名藍]과 빼어난 풍경[勝境]들을 샅샅이 찾아 돌아다니며, 북쪽으로는 오대산[五臺]5)에 오르고 서쪽으로는 관농(關隴)6)을 건너서, 입으로 외우고 손으로 베껴 써서, 부족하고 빠진 부분을 모아 온전히 갖추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 결과 신역정원록잠대소승경율론목록(新譯貞元錄藏大小乘經律論目錄)과 더불어 일체경원품차록(一切經源品次錄) 등 모두 132부(部) 343권(卷)을 수집하였다. 직접 발로 뛰며 어렵고 험난한 길을 뚫고서, 몸소 모든 것을 짊어지고 궁궐[闕下]에 이르니, 모두가 그 소식을 듣게 되었다.
036_0712_b_01L 천제(天帝)께서는 이 일을 한 항안을 가상히 여겨 항안을 통해 불교계를 부흥하게 하였다. 그래서 백마(白馬)를 부리지 않고도 불경이 구름처럼 모이게 되었고, 사막을 건너지 않고도 불경이 이곳에 이르게 되었다. 비록 이 일이 불제자의 서원과 노력이 이룬 것일지라도, 실제로는 황제의 지혜로움이 밝게 감응했기 때문이니, 천하의 불경이 하나로 통합된 것[車書之混]7)이 바로 이때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정원록잠경(貞元錄藏經)이라는 것은 곧 우리 당나라의 덕종(德宗) 신무효문황제(神武孝文皇帝)께서 정원(貞元) 갑술(甲戌, 794)년에 범승(梵僧) 아질달산(阿質達霰) 등 7인에게 칙령을 내려 함께 번역하게 한 것이다.
무릇 불교[慈氏]의 도(道)는 그 법(法)이 둘이 아니다. 대개 지혜로운 사람은 불도의 큰 진리를 알게 되고, 지혜롭지 못한 사람도 불도의 작은 진리는 알 수 있다. 비유컨대 한 번에 내리는 비가 대지를 적실 때 땅에 내리는 비는 차별 없이 대지를 고루 적시나, 식물들이 그 빗물을 받아들이는 차이로 단맛과 쓴맛의 차별이 생기는 것과 같다. 또 하늘에 뜬 하나의 해가 하늘을 비출 때 그 밝음은 차이가 없으나, 동물들이 낮과 밤을 구별하여 활동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심오한 뜻의 경전[甚深之典]도 이런 이유로 융성하는 것이고, 만교와 반교의 뜻[滿半之義]도 밝게 드러나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이다. 말[言]이라는 것은 마음에서 피어나 만들어지는 것이니, 마음에서 피어나지 않고서도 실재하는 말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불경[經]이란 것도 불법을 가르치는 근본이니, 불경에 뿌리를 두지 않고서 불법의 가르침이 생겨나는 일 또한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먼저 불법의 핵심 진리[宗旨]를 막힌 곳 없이 시원하게 터득하고 불법의 여러 신묘한 가르침[衆妙]을 펼쳐 이해하게 되면, 삼계(三界)의 윤회에서 멀리 벗어나서 세상[乾坤]이 있기 전의 세계에 머물 수 있고, 모든 고난[諸苦]에서 해탈하여서 생멸(生滅)의 윤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을 깨닫는 자는 찰나에서도 이것을 깨닫는 것이요, 이것을 깨닫지 못하는 자는 영원히 깨달음을 얻지 못하는 것이다.
아, 그 끝도 없고 헤아릴 수도 없으며 변하지도 않고 더럽혀지지도 않는 진리여! 이미 존재했고 다시 존재하며 이미 공(空)이고 다시 공(空)인 진리여! 사성제[諦]의 가르침을 믿으면 이 불성[性]을 반드시 이루게 되고, 자신의 선근공덕을 회향(廻向)하면 모든 중생이 복을 받을 것이리라. 이 세상의 모든 곳에서 부처님을 우러러 보지 않는 곳이 없으니, 이 세상의 모든 만물이 모두 제 각기 이익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진리는 진실로 중생의 병을 고칠 침[鍼砭]이요, 온 세상을 다스릴 경륜[彌綸]이다. 토끼의 발자국을 따라가지 않고 토끼를 구하면, 어떻게 토끼를 잡을 수 있으며, 뗏목을 버리고 물을 건너면, 어떻게 물을 건널 수 있겠는가. 성인께서 세상을 떠난 지는 너무나 오래 되었지만 은미한 말[微言]은 여기에 있으니, 도(道)를 널리 펴기를 바라는 군자(君子)로서 누가8) 이 말을 공경하지 않겠는가.
대비로자나(大毘盧遮那)께서는 항상 3세(世)에 머무시는 모든 몸과 입과 마음의 금강여래(金剛如來)로서, 모든 여래의 유희(游戱)하시는 곳인 아가니타천10)(阿迦尼咤天)왕궁 가운데 대마니전(大摩尼殿)에서 갖가지로 장식한 영(鈴)과 탁(鐸)과 증번(繒幡)이 가벼운 바람에 흔들리고, 주만(珠鬘)과 영락(瓔珞)과 반만월(半滿月) 등으로써 장엄한 곳에 머물며, 90구지(俱胝)11)의 보살 대중들과 함께 하신다.
036_0713_b_01L그것은 모든 여래의 대보리(大菩提)인 견고한 살타와, 모든 여래의 구소삼매야(鉤召三昧耶)와, 모든 여래의 수염지자재(隨染智自在)와, 모든 여래의 선재(善哉)와, 모든 여래의 관정보(灌頂寶)와, 모든 여래의 일륜원광(日輪圓光)과, 모든 여래의 사유왕(思惟王)의 마니보당(摩尼寶幢)16)과, 모든 여래의 대소(大笑)와, 모든 여래의 대청정법(大淸淨法)과, 모든 여래의 반야지(般若智)17)와, 모든 여래의 윤(輪)과, 모든 여래의 비밀어(秘密語)와, 모든 여래의 헛되지 않은 갖가지 사업과, 모든 여래의 큰 정진의 묘하고 견고한 갑주(甲冑)와, 모든 여래를 널리 수호하는 금강야차(金剛藥叉)와, 모든 여래의 몸과 입과 마음의 금강의 인지(印智)이다.
대근본(大根本)29)의 대흑(大黑)과 대염욕(大染欲)과 대락(大樂)과 큰 방편(方便)과 대승(大勝)과 모든 승궁자재(勝宮自在)30)로 되느니라.
036_0713_b_16L大根本大黑, 大染欲大樂,
大方便大勝, 諸勝宮自在。
바가범31) 대보리심보현대보살(大菩提心普賢大菩薩)께서는 모든 여래의 심장에 머무신다. 그때에 모든 여래께서는 마치 깨알과도 같이 이 부처님 세계에 충만하다.
036_0713_b_17L婆伽梵大菩提心普賢大菩薩住一切如來心時,一切如來滿此佛世界,猶如胡麻。
036_0713_c_01L 이때 모든 여래께서 구름처럼 모여, 일체의성취보살마하살(一切義成就菩薩摩訶薩)32)이 보리도량(菩提道場)에 앉아 있는 곳에 와서 수용신(受用身)을 시현하시고 모두 이와 같이 말씀하신다. “선남자여, 모든 여래의 진실을 모르고 모든 고행을 인내하면서 어떻게 이 위없고 바르고 평등한 깨달음[無上正等覺菩提]을 증득하겠는가?”
모든 여래께서 함께 말씀하신다. “모든 여래보현심의 금강을 견고하게 하기 위하여 이 진언을 염송하여라.”
036_0714_a_03L一切如來咸告言:“令堅固一切如來普賢心金剛,以此眞言。”
옴 바아라 다마 구함41) 唵 嚩日囉二合怛麽二合句唅
036_0714_a_04L唵嚩日囉二合怛麽二合句唅
모든 허공계에 두루 가득 차있는 모든 여래의 몸과 말과 뜻의 금강계(金剛界)는 모든 여래의 가지(加持)에 의하여 살타금강(薩埵金剛)에 들어간다. 곧 모든 여래께서는 일체의성취보살마하살에게 금강(金剛)의 이름으로써 금강계(金剛界)라 부르고 금강계의 관정(灌頂)을 수여하신다.
이와 같이 말씀드리자, 모든 여래께서는 금강계여래(金剛界如來)의 그 살타금강 가운데로 들어오신다.
036_0714_a_20L作是語已,一切如來入金剛界如來彼薩埵金剛中。
036_0714_b_01L그때 세존이신 금강계여래께서는 그 찰나 사이에 등각일체여래평등지(等覺一切如來平等智)를 현증하시고, 모든 여래의 평등지삼매야(平等智三昧耶)에 들어가시어 모든 여래의 법평등지(法平等智)의 자성청정을 증득하시며, 곧 모든 여래의 평등자성광명지장(平等自性光明智藏)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知)를 성취하신다.
그때 부동여래(不動如來)와 보생여래(寶生如來)와 관자재왕여래(觀自在王如來)와 불공성취여래(不空成就如來) 등 모든 여래께서는 모든 여래로써 자신을 가지(加持)하신다. 바가범석가모니여래께서는 모든 것에 평등하게 잘 통달하신 까닭에 모든 방향에서 평등성을 관찰하고 4방으로 앉으신다.
이때47)에 세존이신 비로자나여래께서는 오래지 않아 평등한 깨달음인 모든 여래의 보현심을 현증(現證)하고, 모든 여래의 허공발생대마니보관정(虛空發生大摩尼寶灌頂)을 획득하고, 모든 여래의 관자재법지피안(觀自在法智彼岸)과 모든 여래의 비수갈마불공무애(毘首羯磨不空無礙)의 가르침과 원만한 사업과 원만한 마음의 즐거움을 얻으신다.
036_0714_c_01L
모든 여래심을 내자마자 곧 그 바가범보현은 수많은 월륜이 되어 널리 모든 유정의 대보리심을 맑게 하시고, 여러 부처가 빙 둘러 있는 곳에 머무신다 그 수많은 월륜으로부터 모든 여래의 지금강(智金剛)을 내고, 곧 바가범비로자나여래의 심장에 들어오신다.
모든 여래의 몸과 입과 마음으로부터 금강저의 모습을 출생하여 모든 여래심으로부터 나와서 부처님 손바닥 안에 머문다.
036_0714_c_08L一切如來身、口、心出生金剛形,從一切如來心出,住佛掌中。
다시 금강으로부터 금강형(金剛形)의 갖가지 색상51)을 내고 두루 펼쳐서 모든 세계를 널리 비춘다. 그 금강광명문(金剛光明門)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을 내어서 법계에 두루하다. 마침내 모든 허공 끝까지 온갖 세계의 구름 바다에 두루하며, 널리 모든 여래의 평등지(平等智)의 신경통(神境通)을 증득한다.
모든 여래의 대보리심을 발하여 보현의 갖가지 행을 이루며, 모든 여래의 사업을 계승52)하고 대보리도량에 나아가 모든 마군을 굴복시킨다. 모든 여래의 평등대보리를 증득하여 이루며, 정법륜(正法輪)을 굴리어 모든 것을 구제하고, 다함 없는 유정계(有情界)를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하며, 모든 여래의 지혜의 가장 뛰어난 신경통(神境通)의 실지 등을 성취한다.
모든 여래의 계(戒)와 정(定)과 혜(慧)와 해탈(解脫)과 해탈지견(解脫知見)을 수용하고, 정법의 바퀴를 굴리어 세상사람들을 이익 되게 함과, 큰 방편과 힘[力]과 정진과 대지삼매야(大智三昧耶)와 다함 없고 남음 없는 유정세계의 구제와 온갖 주재(主宰)와 안락과 열의(悅意)를 수용하기 위하여, 나아가 모든 여래의 평등지와 신경통(神境通)과 위없는 대승현증(大乘現證)의 최승실지(最勝悉地)의 과(果)를 얻기 위하여, 모든 여래께서 성취한 금강을 그 보현마하보리살타에게 주고 모든 여래의 전륜왕(轉輪王)의 관정을 모든 부처님 몸의 보관회채(寶冠繪綵)로써 관정하고 나서 두 손으로 수여하신다.
곧 모든 여래께서는 금강명(金剛名)으로써 금강수(金剛手)라 부르고 금강수관정(金剛手灌頂)을 수여할 때에, 금강수보살마하살(金剛手菩薩摩訶薩)은 왼쪽은 느리게 하고 오른쪽은 춤추며56) 금강저를 희롱하여 곧 그 금강을 자심에 두는 증진의 자세를 유지하며 이 온타남을 읊는다.
금강대구의 모습으로부터 온 세상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이 나타나며, 모든 여래 등을 소청(召請)하고, 온갖 부처의 신통유희를 행한다. 묘불공왕(妙不空王)인 까닭에, 금강살타의 삼마지는 극히 견고한 까닭에, 모여서 한 몸이 되어 불공왕대보살(不空王大菩薩)의 몸을 내고 비로자나불의 심장에 머무르며 이 온타남을 읊는다.
기이하도다, 불공왕(不空王)은 금강으로부터 난 바의 구(鉤)이다. 모든 것에 부처님이 두루함으로 말미암아 구소(鉤召)를 성취하게 된다.
036_0715_b_12L奇哉不空王, 金剛所生鉤, 由遍一切佛,
爲成就鉤召。
그때 불공왕대보살의 몸은 부처님의 심장으로부터 나와 모든 여래의 오른쪽 월륜60)에 의지하여 머물며 다시 가르침을 청한다.
036_0715_b_14L時不空王大菩薩身從佛心下,依一切如來右月輪而住,復請教令。
그때 바가범께서 일체여래구소삼매야(一切如來鉤召三昧耶)에 들어가시니, 금강삼마지라 이름한다. 모든 여래의 구소삼매야와 무진무여(無盡無餘)의 유정계의 모든 구소(鉤召)와 모든 안락과 열의를 수용하게 하고자, 나아가 모든 여래의 집회가지(集會加持)의 최승실지(最勝悉地)를 받게 하고자, 곧 그 금강구(金剛鉤)로써 불공왕대보살(不空王大菩薩)의 두 손에 수여한다.
그 금강전(金剛箭)의 모습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을 낸다. 모든 여래의 수염(隨染) 등을 행하고 온갖 부처님의 신통유희를 이루고 극살(極殺)하는 까닭에, 금강살타의 삼마지는 극히 견고한 까닭에, 모여서 한 몸이 되고 마라64)대보살(摩羅大菩薩)의 몸을 내어 세존이신 비로자나불의 심장에 머무르며 이 온타남을 읊는다.
036_0716_a_01L 모든 여래의 능살삼매야(能殺三昧耶)를 받으며, 다함 없는 유정계의 수염일체(隨染一切)와, 안락과 열의를 수용하기 위하여, 나아가 모든 여래의 마라업(摩羅業)의 가장 뛰어난 실지(悉地)의 과(果)를 얻기 위하여, 곧 그 금강전(金剛箭)을 마라대보살의 두 손에 수여한다.
그 환희형(歡喜形)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많은 여래의 몸을 내어서 모든 여래의 선재상(善哉相)을 구현한다. 모든 부처의 신통유희를 행하고 극희(極喜)인 까닭에, 금강살타삼마지(金剛薩埵三摩地)는 극히 견고한 까닭에, 모여서 한 몸이 되고 환희왕대보살(歡喜王大菩薩)의 몸을 내어 세존이신 비로자나불의 심장에 머무르며 이 온타남을 읊는다.
기이하도다, 비길 바 없는 광명은 유정계를 밝게 비추신다. 능히 청정하게 하시는 분이시며 모든 부처님을 내어 세상을 구하는 분이시다.
036_0717_b_03L奇哉無比光, 照耀有情界, 能淨淸淨者,
諸佛救世者。
그때 저 무구대위광보살(無垢大威光菩薩)의 몸은 세존의 심장으로부터 나와 모든 여래의 오른쪽79) 월륜에 의지해 머무르며 다시 가르침을 청한다.
036_0717_b_05L時彼無垢大威光菩薩身從世尊心下,依一切如來右月輪而住,復請教令。
이때 세존께서는 모든 여래의 원광가지(圓光加持)에 드시니, 이를 금강삼마지라 한다. 모든 여래의 광삼매야(光三昧耶)를 수여 받고 다함 없는 유정계의 비할 바 없는 광명과, 모든 안락과 열의를 받기 위하여, 나아가 모든 여래의 자광명최승실지(自光明最勝悉地)를 얻기 위하여 금강일(金剛日)을 대위광보살마하살의 양손에 수여한다.
그 금강당형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을 내고 모든 여래의 보당(寶幢) 등을 건립하며 모든 부처의 신통유희를 행한다. 대보당(大寶幢)이므로 금강살타삼마지는 지극히 견고하므로, 모여서 하나의 몸으로 되어 보당대보살(寶幢大菩薩)의 몸을 내고 세존이신 비로자나불의 심장에 머물며 이 온타남을 읊는다.
모든 여래의 사유왕마니당(思惟王摩尼幢)을 받아 능히 삼마야를 건립한다. 다함 없는 유정계의 일체의 바라는 바의 뜻을 원만하게 하고 모든 것을 편안하고 즐거우며 기쁘게 하고, 나아가 모든 여래의 대이익최승실지과(大利益最勝悉地果)를 얻기 위한 까닭에, 곧 그 금강당을 보당보살마하살의 양손에 수여한다.
036_0718_c_01L 저 금강연화형(金剛蓮華形)90)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을 출생시킨다. 모든 여래의 삼마지지신경통(三摩地智神境通) 등 일체의 신통유희를 행하고, 온갖 세계에 대해 묘관(妙觀)이 자재(自在)하기 때문에, 금강살타삼마지는 지극히 견고하기 때문에, 모여서 하나의 몸이 된다.
능히 모든 여래를 청정하게 하고, 다함 없는 유정계의 무리를 청정하게 하며 모두를 편안하고 기쁘고 즐겁게 한다. 나아가 모든 여래의 법지(法智)와 신경통(神境通)의 과(果)를 얻게 하기 위하여, 곧 저 금강연화를 관자재보살마하살정법전륜왕(觀自在菩薩摩訶薩正法轉輪王)에게 수여하고 모든 여래의 법신관정(法身灌頂)을 수여하여 양손에 관(灌)한다.
이는 바로 모든 부처님이 욕(欲)의 진실을 깨달아 나의 손바닥에 수여하여 법을 법에 안립하심이네.
036_0718_c_21L此是一切佛, 覺悟欲眞實, 授與我手掌,
法安立於法。
036_0719_a_01L 그때92) 바가범께서는 다시 만수실리대보살삼매야(曼殊室利大菩薩三昧耶)에 들어가 법가지(法加持)를 출생시키시니, 이를 금강삼마지라 이름한다. 일체여래대지혜삼매야(一切如來大智慧三昧耶)이며 일체여래심이라 이름한다.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다음의 진언을 송한다.
곧 그 금강검형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을 출생시킨다. 모든 여래의 지혜 등과 모든 부처의 신통유희를 행한다. 묘길상(妙吉祥)이기 때문에, 금강살타삼마지는 지극히 견고하기 때문에, 모여 한 몸이 되고 만수실리대보살(曼殊室利大菩薩)의 몸을 내며, 세존이신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의 몸에 머무르며 이 온타남을 읊는다.
저 금강륜형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을 낸다. 발심하자마자 법의 바퀴를 굴리고, 금강살타의 삼마지는 지극히 견고하기 때문에 모여 하나의 몸으로 되고, 재발심전법륜보살마하살신(纔發心轉法輪菩薩摩訶薩身)을 내며, 세존이신 비로자나불의 심장에 머물러 이 온타남을 읊는다.
036_0720_a_01L 그 금강염송형으로부터 온갖 세계의 티끌처럼 수많은 여래의 몸을 내고, 모든 여래의 법성 등과 온갖 부처의 신통유희를 행한다. 묘언어(妙言語)인 까닭에, 금강살타의 삼마지는 극히 견고하기 때문에 모여 하나의 몸으로 되고, 무언대보살(無言大菩薩)의 몸을 내며, 세존이신 비로자나불의 심장에 머무르며 이 온타남을 읊는다.
1)교광순(喬匡舜):중국 오대(五代)시대 남당(南唐)의 신하〔898~972〕이다. 글을 잘 짓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2)황제(皇帝):중국 오대시대 남당(南唐)의 황제인 원종(元宗) 이경(李璟, 916~961)이다.
3)교수(交修):교는 교류한다〔交互〕는 뜻이고, 수는 가르친다〔敎〕는 뜻으로, 서로 많은 것을 가르쳐 준다는 말이다.
4)항안(恒安):중국 오대시대의 승려로, 오(吳)나라 천우(天祐) 14년〔917〕 강남(江南)에 이르러 명산(名山)을 순례했다. 남당(南唐) 이변(李昪) 황제 승원(昇元) 2년〔938〕에 오대산(五臺山)에 가서 참알했다. 이경(李璟) 황제 보대(保大) 3년〔945〕 금릉(金陵)으로 돌아와 보은선원(報恩禪院)의 주지를 지냈다. 다음 해에 『속정원석교록(續貞元釋敎錄)』 1권을 지어 올렸다.
5)오대(五臺):중국 산시성 북동부에 있는 오대산이다. 이 산은 문수신앙과 화엄 사상의 본거지로 알려져 있다.
6)관농(關隴):중국의 관중(關中), 감숙(甘肅), 영하(宁夏) 지역을 가리킨다.
7)거서지혼(車書之混):온 세상이 하나로 통합된다는 뜻이다. 『중용장구(中庸章句)』 제28장에 “지금 온 천하가 같은 수레를 타고 같은 문자를 쓰게 되었다[今天下 車同軌 書同文]”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8)원문에는 ‘집(執)’으로 되었지만, 여기서는 ‘숙(孰)’으로 고쳐 번역하였다.
9)가지는 범어로 adhi-ṣṭhāna로서 가(加)는 가피(加被)ㆍ증가(增加), 지(持)는 임지(任持)ㆍ섭지(攝持)의 뜻으로 해석된다. 즉 가는 제불의 대비의 힘이 수행자에게 가해지는 것이고, 지는 수행자의 신심에 부처가 감응하는 것을 말한다. 호념(護念)ㆍ가호(加護) 등의 번역도 같은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