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朕)1)이 듣건대, 서방(西方 : 인도)에 성인(聖人 : 부처)이 있어, 말로 전할 수 없는 진리를 말하고, 가르칠 수 없는 가르침을 전하며, 일시적 방편과 영원한 진리[權實]2)를 활용하여, 무지한 자들[聾瞽]3)을 깨우쳐4) 일으키니, 선하게 변화시키는 것이 재촉하지 않아도 순식간에 이루어지고, 경지를 높이는 것은 범부라도 성인에 이르게 하며, 어리석은 자들을 깨우쳐 사바세계[娑婆丘陵]를 구하고, 진리에 이르는 길을 드러내어 밀엄세계[密嚴世界]5)를 보게 하였다고 한다.
욕망에 물든 번뇌의 세계[染]와 번뇌에 벗어난 청정세계[淨]가 나에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들 세계가 나의 외부에서 떠도는 것도 아니니, 이 두 세계는 초나라와 월나라[楚越]6)가 생각 속에서 생겨났다가 바로 한 순간에 사라지듯이 그 종적을 알기 어려운 것이다. 그것은 물고기가 숨고 새가 떠나가는 것과 같으니, 그 종적이 이와 같은 것이었도다!
위대하도다! 밀엄경[密嚴]7)이여! 삼유(三有)8)의 세계를 넘나들며, 불법의 세계[法界]를 두루 담아내고, 지극히 미세한 실체[極微]9)까지 구별하였도다. 이것은 그 가르침의 소리를 듣는다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어찌 그 현상을 본다고 그 실재를 볼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미 나 자신을 정결하게 하고 오묘한 불법을 주관하게 되어 진실로 부촉(付屬)을 공손히 받들게 되었다. 이것은 식(識)10)의 파도를 샘물처럼 고요하게 하고, 의식[意]의 근원을 구슬처럼 맑게 하며, 아뢰야식[賴耶]11)이 작용하는 실마리를 꿰뚫고, 깨달음[自覺]12)의 깊고 맑은 세계를 밝히어, 마음의 가장 깊은 곳[心極]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것이니, 이렇게 할 수 있게 된 것은 오직 이 경전의 덕택이도다.
일반적으로 불경 번역(翻譯)의 자취를 살펴보면 모두 그 까닭이 있다. 그리고 비록 번역된 방언(方言)은 서로 달라도 그 본질(本質)은 반드시 번역문에 담겨있어야 한다. 이 경(經)의 경우에 범서(梵書)는 모두 게송(偈頌)인데, 앞서 이 경을 번역한 사람은 이 경을 대부분 산문(散文)으로 번역을 했으니, 이무기가 변하여 용이 될 수는 있어도, 어찌 물고기나 조개[鱗介]13)로 변할 수 있으며, 나라에서 집안을 일으키는 데 어찌 성씨(姓氏)를 바꿀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번역 중에 잘못된 누락, 중요하지 않은 것과 중요한 것의 혼동, 어쩌다가 다른 것을 같은 것으로 착각한 것 등을 다시 한 번 모두 자세히 살펴보는 것은 진실로 올바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037_0112_c_01L 대흥선사(大興善寺) 삼장사문(三藏沙門) 불공(不空)은, 상법[像]14)시대 중생을 교화하는 동량(棟梁)이고, 애욕의 바다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배[舟楫]15)이며, 계율을 굳게 지켜 마치 계율의 구슬을 굳게 쥔 듯 하고, 마음을 갈고 닦아 명경(明鏡)을 마음에 품게 되었다. 그리하여 눈처럼 고결하게 되어 속세의 허망한 구름을 건너 부처님께서 녹야(鹿野)16)에서 가르치신 불법의 진리[真諦]를 부지런히 궁구하였고, 바람을 잔뜩 머금은 돛배처럼 애욕의 바다를 지나 마명대사[馬鳴]17)의 말씀[奧音]을 끝까지 탐구하였다. 그리고 불공대사는 범어의 문법인 팔전성[八轉]18)까지 터득하였고, 언어는 범어와 중국어 모두 능통해서, 번역문에서 빠뜨린 것을 살펴서 찾아내고, 불법의 궁극적 진리를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었다. 이에 조칙을 내려 경성(京城)에서 의학사문(義學沙門) 비석(飛錫) 등과 한림학사(翰林學士) 유항(柳抗) 등을 모아 불공 대사를 도와서 이 경문과 호국경(護國經) 등을 정밀하게 번역하였는데, 패엽경[貝多]과 대조하여 여러 간독(簡牘)을 번역하게 하였다. 이에 새롭게 번역된 밀엄경은 경의 원본인 패엽경과 간독을 전거로 하여 게송[頌言]으로 번역되어서, 대갱(大羹)19)같은 불법의 순수한 맛이 사라지지 않고, 청월(清月)같은 불법의 밝은 빛이 항상 가득차게 되었으니,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으며, 어찌 아름다운 일이 아니겠는가!
037_0113_a_01L어느 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색(色)ㆍ무색(無色) 등의 생각을 초월하고 일체 법에 자재하며 무애하여 신족(神足)ㆍ역(力)ㆍ통(通)으로 유희(遊戱)하는 밀엄세계(密嚴世界)에 머무시니, 이 세계는 외도ㆍ성문ㆍ연각이 수행할 경계가 아니었다. 모든 훌륭한 유가(瑜伽)를 수행하는 이와 10억 불찰의 미진수와 같은 보살마하살과 함께하시니, 일체 외도와 이론(異論)을 꺾는 보살마하살과 대혜(大慧)보살마하살과 일체불법여실견(一切佛法如實見)보살마하살과 성관자재(聖觀自在)보살마하살과 득대세(得大勢)보살마하살과 신통왕(神通王)보살마하살과 만수실리(曼殊室利)보살마하살과 금강장(金剛藏)보살마하살과 해탈월(解脫月)보살마하살과 지진(持進)보살마하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모두 삼계의 심(心)ㆍ의(意)ㆍ식(識)을 초월한 경계와 지혜가 몸을 이루었으며, 소의(所依)를 돌려 요술 같은 수릉엄법운삼마지(首愣嚴法雲三摩地)를 성취하였으며, 무량한 모든 부처님이 손으로 그들의 정수리를 만졌으며, 3유(有)를 떠난 연화궁에 있었다.
그때에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 현재의 법을 즐기는 지위이며, 스스로 깨달은 성지이며, 심심한 경계이며, 미묘하고 빠르며, 무량한 여러 빛깔로 나타난 삼마지로부터 일어나, 천제(天帝)의 번개 빛인 묘장엄전(如莊嚴殿)에 나오셨다가 모든 보살들과 함께 무구월장전(無垢月藏殿)에 들어가시어 밀엄장 사자좌에 앉았다. 세존께서 앉으신 다음 사방을 살피시고 눈썹 사이 구슬 상투의 광명 장엄으로부터 무량한 백천의 맑은 광명을 내시니, 둘러싸여 서로 비치어 광명의 그물을 이루었으며, 이 광명의 그물이 흘러 비칠 때에는 일체 불찰의 장엄한 모습이 분명히 나타나서 한 불찰과 같았다. 나머지 불토도 장엄하게 꾸미어 가늘고 미묘함이 미진과 같았으며, 밀엄세계는 모든 불국토를 초월하여 별과 해ㆍ달을 멀리 떠나 무위의 성품 같고 미진 같지 않았다. 이 밀엄에 부처님과 제자와 다른 세계에서 이 모임에 온 이가 마땅히 열반과 허공과 비택멸(非擇滅)의 성품과 같았다.
037_0113_b_01L그때에 세존께서 저 세계의 부처님과 보살의 위신과 공덕의 승묘한 일을 나타내시고, 다시 불안(佛眼)으로써 두루 시방의 모든 보살들을 보시고 일체불법여실견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여실견이여, 지금 이 세계는 밀엄이라 하며, 이 가운데의 보살은 모두 욕ㆍ색ㆍ무색ㆍ무상유정(無想有情)의 처소에서 삼마지의 힘으로써 지혜의 불을 내어 색탐(色貪)과 무명을 태워버리고, 의지한 바를 돌려 뜻으로 이루는 몸을 얻고, 신족ㆍ역ㆍ통으로써 장엄하니 구멍과 틈이 없고, 뼈도 몸집도 없음이 마치 해ㆍ달ㆍ마니ㆍ번개 빛ㆍ무지개ㆍ산호ㆍ흘리다라(紇利多羅)ㆍ황금ㆍ첨복(瞻蔔)ㆍ공작ㆍ달무리ㆍ거울 속의 그림자와 같다. 이러한 색신으로 모든 곳에 머물러 무루인(無漏因)을 닦아 삼마지에 의해 자재함과 10무진원(無盡願)과 회향(廻向)을 얻고 수승한 몸을 얻어 밀엄세계에 왔느니라.”
그때에 일체불법여실견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묻고자 하는 것이 있습니다. 바라옵건대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는 여실견에게 말씀하셨다. “좋다, 좋다. 너의 마음대로 물어라. 너에게 말하여 너로 하여금 마음이 기쁘게 하리라.”
037_0113_c_01L그때에 일체불법여실견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허락하여 주심을 받고 곧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이 불찰만이 욕계ㆍ색계ㆍ무색계ㆍ무상유정계를 초월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로부터 위로 백억 불찰을 지나서 범음(梵音) 불토ㆍ사라수왕(紗羅樹王) 불토ㆍ성수왕(星宿王) 불토가 있고, 이러한 불토를 지나서 다시 무량한 불찰이 있으니, 넓고 너르고 고상하고 깨끗하여 보살들의 모임으로 장엄되었다. 그 안에 모든 부처님이 보살들을 위하여 현전의 법을 즐기는 지위와 스스로 깨달은 성스러운 지혜와 분별을 멀리 떠난 실제의 진여와 큰 열반세계의 법을 말씀하시니, 그러므로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이 세계 밖에 이와 같이 무량한 불찰이 있는 것이다. 여실견아, 오직 너만이 이제 불국토와 보살들의 모임에서 마음에 한량을 내어 여래에게 물었을 뿐 아니라, 여기에 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이름이 지진(持進)이었다. 일찍이 부처님 처소에서 ‘한량심(限量心)’을 내어 문득 신통을 써서 위쪽으로 올라 백천 구지(俱胝)와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모든 불세계를 지나도 한 번도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하고, 마음에 희유한 생각을 내고 불보살의 불가사의함을 알아 사바세계의 명칭대성(名稱大城)에 돌아와 나에게 와서 자기의 허물을 뉘우치고, 부처님의 공덕이 무량하고 무변하여 허공과 같으시고, 자기의 깨달은 경계에 머무신 채 밀엄 불찰에 오셨다고 찬탄하였다.”
그때에 모임 가운데 금강장보살마하살이 있었으니, 모든 지위의 모습을 잘 설명하기에 능숙하여 미묘하게 결정하고 그 근원과 밑바닥을 다하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부처님 앞에 정례하고, 오른쪽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래ㆍ응공ㆍ정변지께 조금 묻고자 하오니,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시고 저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금강장아, 네가 나에게 묻고자 함이 있다 하니,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은 너의 의심하는 바를 따라 너에게 열어서 말하리라.”
037_0114_a_01L그때에 금강장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허락을 받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이란 무슨 뜻이며, 깨달은 바는 무엇입니까.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승의(勝義)의 경계를 말씀하시어 법성불을 보여 주십시오.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보살행을 닦는 이가 모든 물질의 모양이 쌓인 소견과 다른 외도 이론에 집착하고 수행하며 분별하는 경계를 행하면서 일으키는 미진(微塵)ㆍ승(勝)ㆍ자재성(自在性)ㆍ시(時)ㆍ방(方)ㆍ허공(虛空)ㆍ나의 뜻ㆍ근(根)ㆍ경(境)ㆍ화합(和合) 등 이러한 모든 소견과 다시 계교하는 이가 있음은 무명과 애업(愛業)의 안색(眼色)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때에 다시 촉감[觸]과 뜻을 일으키는[作意] 것이 있어 인연ㆍ등무간연(等無間緣)ㆍ증상연(增上緣)ㆍ소연연(所緣緣)과 화합하여 알음알이를 낸다고 집착하며, 행하는 이와 우리 법 가운데 있다 없다 따위의 악각(惡覺)을 일으키는 이와 다시 어떤 모든 사람들은 온[蘊法]인 유정에 공한 성품이란 소견에 떨어진 이들에게 이러한 망령된 분별을 끊게 하여 주십시오.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다섯 가지 의식을 떠나고, 아는 바 모습과 능히 모든 법에 가장 자재한 것과 부처님의 큰 보리를 깨달아, 알 바를 듣는 이로 하여금 다섯 가지로 알 바를 깨달은 것과 같이 정각을 이루게 하소서.”
037_0114_b_01L그때에 부처님께서 금강장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금강장아, 10지(地)는 자재하여 분별의 경계를 초월하였다. 큰 총명과 지혜가 있어 능히 이 법성과 불종(佛種)과 가장 훌륭한 유기(瑜祇)를 나타내고자 한다. 지금의 너만이 부처 보리로 깨닫는 바에 대하여 미묘한 생각을 내어서 나에게 물을 뿐이다. 그리고 현환(賢幻) 따위 무량한 불자가 있어 모두 이 뜻에 희유한 생각을 내어, 가지가지로 생각하고 선택하여 부처의 본체를 구하되 여래란 무슨 뜻인가, 색(色)이 여래인가, 색 아닌 것이 여래인가, 이와 같이 온ㆍ처ㆍ계의 모든 행상에서 안팎으로 두루 구하여도 여래를 보지 못하였으니, 이는 모두 지은 바이어서 무너지고 없어지는 법인 까닭이다. 온 가운데 여래가 없고 내지 분석하여 극미(極微)에 이르러도 모두 보지 못하는 것은 그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묘한 지혜와 선정의 뜻으로써 자세히 관찰하면 보이는 바가 없는 까닭이며, 온은 거칠고 더러운 까닭이며, 여래는 항상된 법신인 때문이니, 좋은 일이다. 불자야, 너는 능히 심심한 법계에 잘 들어갔으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를 위하여 말하리라.” 금강장보살마하살이 황송하게 여기며 들었다.
037_0114_c_01L“선남자야, 삼마지로 훌륭하게 자재하며 금강의 창고[藏]인 여래는 온이 아니며, 온이 아닌 것도 아니며, 온에 의지한 것이 아니며, 온에 의지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생도 아니며, 멸도 아니고, 지혜도 아니며, 알 바도 아니다. 근도 아니며, 경계도 아니니, 무슨 까닭인가. 온ㆍ처ㆍ계의 모든 근ㆍ경 따위는 모두 비루(鄙陋)한 까닭이니, 반드시 그 안팎에서 여래를 보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또 색은 감각도 알음알이도 없으며, 생각도 없어서 생기면 반드시 없어지나니, 풀ㆍ나무ㆍ기왓장의 종류와 같다. 미진이 쌓여서 이루어졌으니, 와서 모인 거품과 같다. 수(受)는 두 가지 법이 화합하여 생기니, 마치 물ㆍ병ㆍ거품ㆍ옷 따위와 같으며, 또 두 가지가 화합하는 인연으로 생긴 것이 아지랑이와 같다. 비유컨대 매우 더워 땅에서 수증기가 오르고, 다시 햇빛이 비치면 파랑(波浪)과 같나니, 모든 날짐승들이 목마름에 시달리어 멀리 바라보고 참으로 물인 양 착각하는 것과 같다. 생각[想]도 이와 같아서 체성이 없고 허망하여 실답지 않다. 분별하는 지자(知者)가 보기에는 성과 견[性見]이 각각 달라 명자를 얻을 듯하지만 안정된 이가 자세히 관찰하면 토끼의 뿔 같고 석녀(石女)의 애기 따위 같아 다만 이름만 있을 뿐이다. 마치 꿈속의 색(色)이 오직 생각으로 헛되게 보는 것이니 깨면 없는 것이요, 무명의 꿈속에 남ㆍ녀 따위의 가지가지 빛깔을 보나 정각을 이루면 보이는 것이 없다. 행(行)은 파초의 속이 빈 것과 같으니, 모두 경계를 떠나면 체성이 없다. 식(識)은 요술의 일 같아서 거짓되고 실답지 않으니, 비유컨대 요술쟁이와 그의 제자가 초목ㆍ기왓장에 의하여 색과 형상을 나타내는 것과 같다. 요술에 의해 사람들과 그 밖에 코끼리ㆍ말 따위가 가지가지 형상을 구족하고 장엄하게 보일 때 어리석은 이는 탐내어 구하려 하지만 지혜 있는 이는 그러지 않다. 식도 그와 같아서 다른 이에게 의지하여 머무르면서 변계(遍計)하고 분별하여 능취(能取)와 소취(所取)의 두 가지에 집착을 내거니와 만일 스스로 깨고 알면 즉시 모든 것이 없어진다. 그러므로 실제 없는 것이 요술쟁이와 같다. 금강장아, 여래는 항상 머무르며, 항상 변역(變易)하지 않으니, 이것이 염불과 관행을 닦는 경계이며 여래장이라 한다. 마치 허공을 쳐서 없앨 수 없는 까닭에 열반계라 하며, 또한 법계라 한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부처님이 모두 이것을 수순하여 연설하신 까닭에, 만일 여래께서 출세하셨거나 출세하지 않으셨거나 이 법성은 항상 있음으로, 법주성(法住性)ㆍ법계성ㆍ법니야마성(法尼夜摩性)이라 한다. 금강장아, 무슨 까닭으로 니야마(尼夜摩)라 하는가. 뒤에 받을 일체의 허물을 멀리 떠났기 때문이다. 또 이 삼마지는 능히 뒤에 받을[後有] 모든 악을 완전히 없애는 까닭이니, 이러한 이유에서 니야마라 한다. 만일 삼마지에 머무는 이가 모든 유정에 마음으로 돌아보고 생각하는 것이 없으면 실제와 열반을 증득하나니, 마치 뜨거운 쇠를 찬물에 던지는 것 같아서 유정을 버린 까닭에 보살이 버리고 증득하지 못한다. 무슨 까닭인가. 큰 정진ㆍ큰 자비ㆍ모든 바라밀을 버리고 부처의 종자를 끊어 성문승으로 나아가고, 외도 사견의 길을 가니, 마치 늙은 코끼리가 진흙 속에 빠진 것과 같다. 삼마지에 침몰되어 선정의 경계에 맛들이는 것도 그러하니, 일체의 모든 부처님의 법문을 물려서 굴리고, 구경의 지혜에 들지 못하나니, 그러므로 보살이 버리고 증득하지 않은 채 가까운 데 머물기만 한다. 구경혜(究竟慧)로써 불법신(佛法身)에 들어가 여래의 광대한 위덕을 깨달아 마땅히 정각을 이루고 묘한 법륜을 굴리라. 지혜 경계의 여러 색으로 살림을 삼고, 여래의 선정에 들어 열반의 경계에 놀면 일체 여래께서 선정에서 일어나게 하신다. 그리고 점차 가행하여 제8지를 초월하고, 방편으로 결택하여 내지 법운(法雲)에서 여래의 광대한 위덕을 수용하고, 모든 부처님이 안으로 증득한 지경에 들어가 무공용도(無功用道)인 삼마지와 서로 어울리어 시방을 두루 다니되, 본 곳을 움직이지 않고 항상 밀엄 불찰을 의지한다. 금강같이 자재하고 큰 변화를 갖추어서 불토를 나타내되 자재하게 이루나니, 의지하는 바인 지혜와 삼마지와 의성신(意成身)을 굴려서 역(力)과 통(通)을 구족하니, 걸음 걷는 위덕이 마치 아왕(鵝王) 같다. 비유컨대 밝은 달의 그림자가 여러 물에 비치나니, 부처님도 그러하여 모든 유정을 따라 널리 색상을 나타낸다. 여러 가지 모임에 이익되는 일이 헛되지 않고 또 모두 밀엄 불찰에 참여하게 한다. 그들의 성질과 욕구에 따라 점차로 개유(開誘)하되, 그들을 위하여 일체의 욕계 천왕과 자재 보살과 청정한 마니보장 궁전의 모든 안락한 곳과 내지 모든 지위의 차례를 말하여 준다. 한 불찰에서 다른 불찰에 이르면서 부귀하고 즐겁고 공덕 되는 장엄을 보이시어 미래제가 다하도록 근기에 따라 응현(應現)하되, 마치 지명 선인(持明仙人)들이나 모든 신령과 신선의 궁전에 있는 신이 사람과 더불어 행동하되 볼 수 없는 것같이 한다. 여래의 변화로 할 바의 일을 마치면 진신(眞身)에 머물러 숨어서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와 같다.”
또다시 있고 없는 성품을 보니 없다 하는 견해도 또한 없으니 미세하게 나의 몸과 유정의 몸과 질병과 의복 따위 분별한다오.
037_0116_b_10L亦見有無性, 亦無無有見,
分別微細我, 有情甁衣等。
사종(邪宗)들은 정도를 무너뜨리면서 300하고 60의 종류 있으니 죽고 사는 갈래에 오고 가면서 열반할 법이란 있지 않나니.
037_0116_b_11L邪宗壞正道,
三百有六十, 往來生死中, 無有涅槃法。
2. 입밀엄미묘신생품(入蜜嚴微妙身生品) ①
037_0116_b_12L大乘密嚴經入密嚴微妙身生品第二
037_0116_c_01L 그때에 일체불법여실견(一切佛法如實見)보살마하살이 무량한 위덕이 세상 가운데서 자재하시어 보배의 영락(玲珞)으로 그 몸을 장엄하시고,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금강장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는 능히 3승의 세간을 잘 통달하시어 마음이 현법락주(現法樂住) 안으로 증득한 지혜에 어기지 않게 되었고, 큰 선정의 스승이 되어 선정에 자재하시며, 능히 모든 지위의 모습을 수순하여 설명하시며, 항상 일체 불국토에 계시면서 모든 상수들에게 깊고 묘한 법을 연설하십니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불자에게 권청(勸請)하노니, 모든 성자들의 불수타행(不隨他行)과 현법락주와 안으로 증득하는 경계를 말씀하여 주시오. 이제 나와 모든 보살마하살들이 법을 보고 안락하게 수행하여 불지(佛地)에 나아가 의성신(意成身)ㆍ언설신(言說身)ㆍ자재(自在)ㆍ역(力)ㆍ통(通)을 얻어 모두 구족케 하여 주시오. 소의(所依)를 바꾸어 실제(實際)에 머물지 않음이 마치 여러 빛깔이 있는 진다마니(眞多摩尼)가 모든 색ㆍ상을 나타내듯 능히 모든 갈래와 천왕의 궁전과 일체 부처님의 밀엄국에서 밀엄행을 말하게 하여 주소서.”
선정을 닦는 이 뇌야를 관(觀)해 능소(能所)의 분별을 모두 떠나면 미묘하여 있는 곳 따로 없고 의지를 바꾸어 불괴(不壞) 얻으리.
037_0118_b_17L定者觀賴耶, 離能所分別, 微妙無所有,
轉依而不壞。
밀엄에 머무시는 이 반달같이 드러나시고 밀엄의 모든 지자(智者) 부처님과 함께 계시네.
037_0118_b_19L住密嚴佛剎, 顯現如月輪,
密嚴諸智者, 與佛常共俱。
항상 선정 속에 계시니 한 맛이 차별이 없노라. 놀라운 관행의 경계는 정력(定力)에서 생기었나니
037_0118_b_20L恒遊定境中,
一味無差別, 難思觀行境, 定力之所生。
그대여, 끊임없이 닦아 보시라. 상응하고 미묘한 여러 선정은 욕계에 여섯 하늘 범마(梵摩)에는 열 두 하늘
037_0118_b_21L王應常修習, 相應微妙定, 欲界有六天,
梵摩復十二。
037_0118_c_01L 무색(無色)과 그리고 무상천(無相天)이니 이러한 여러 가지 지위 안에서 밀엄국에 나시는 이는 그 하늘에서 주인이 되리. 밀엄토에 나려는 이는
열 가지의 지혜를 닦으시라. 법지(法智)와 유지(類智)의 타심(他心)과 세속지(世俗智)와 고ㆍ집ㆍ멸ㆍ도의 지혜와 진지(盡智)와 무생지(無生智)니라.
1) 당나라 대종(代宗, 726~779) 황제이다. 이름은 이예(李豫)이고, 시호는 예문효무황제(睿文孝武皇帝)이다. 현종(玄宗)의 손자이자 숙종(肅宗)의 큰아들로 안사(安史)의 난(亂) 때 공을 세웠다. 762년 즉위하였으나, 세력이 커진 절도사(節度使) 등의 세력을 제압하지 못하여서, 당나라는 점차 쇠망의 길로 접어든다.
2) 권실(權實) : 권은 일시적 방편을, 실은 영원히 변하지 않는 진실을 가리킨다.
3) 농고(聾瞽) : 귀머거리와 소경을 말하는 데 곧 무지함을 의미한다.
4) 원문에는 피(柀)로 되어 있으나, 여기서는 피(披)로 고쳐 번역하였다.
5) 밀엄세계(密嚴世界) : 부처나 보살이 머무는 번뇌가 없는 청정한 세계를 말한다. 극락세계와 같은 말이다.
6) 초월(楚越) :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있었던 나라들이다. 초(楚)는 양자강 중류 무창(武昌) 지방에, 월(越)은 동쪽 해안의 회계(會稽) 지방에 있었다.
7) 밀엄(密嚴) : 대승밀엄경(大乘密嚴經) 또는 밀엄경(密嚴經)이라 한다. 8세기 중엽 인도 출신의 학승 불공(不空)이 번역하였다. 총 3권 8품으로 구성된 이 경은 부처가 될 성품을 의미하는 여래장과 여러 가지 마음작용의 근원과 근본 의식이 된다는 아뢰야식과 밀엄정토에 대해 말하면서, 여래장은 곧 아뢰야식이며 곧 밀엄정토라는 것을 설법하고 있다. 또 다른 역본으로는 지바하라의 「대승밀엄경」(3권)이 있다.
8) 삼유(三有) : 모든 중생들이 생사윤회(生死輪廻)하는 세계를 말하는 것으로, 탐욕이 들끓는 욕유(慾有), 탐욕에서는 벗어났으나 아직 형상에 얽매여 있는 색유(色有), 형상의 속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무색유(無色有)를 가리킨다. 이것을 욕계(慾界)•색계(色界)•무색계(無色界)로 삼계(三界)라고도 한다.
9) 극미(極微) : 물질을 가장 미세한 점까지 분석하여,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최소의 실체를 말하는 것이다.
10) 식(識) : 인간은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의 여섯 가지 감각적 기관으로 이루어진 존재이다. 앞의 다섯 가지를 전5식(前五識)이라 하고, 여섯번째의 식(識)을 제6 의식이라고 한다. 전5식은 자체로서 판단·유추·비판의 능력이 있을 수 없다. 그것은 다만 ‘나’라는 주관이 외부의 객관과 교통할 수 있는 통로일 따름이다. 전5식은 제6 의식에 의하여 통괄되며, 자신이 수집한 갖가지의 정보를 이 제6 의식에 보고하는 기능을 가졌다.
11) 뢰야(賴耶) : 아뢰야식(阿賴耶識)이다. 불교 유심론(唯心論)에서 말하는 인간의 근본 의식(意識)으로, 과거의 인식 · 행위 · 경험 · 학습 등에 의해 형성된 인상(印象) · 잠재력 등, 모든 종자(種子)를 저장하고, 육근(六根)의 지각 작용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근원적인 심층 의식을 말한다.
12) 자각(自覺) : 스스로 미망을 끊고 정법(正法)을 깨달아 득도하는 일을 말한다.
13) 인개(鱗介) : 비늘 가진 물고기와 딱딱한 껍질을 지닌 수중 생물들을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다.
14) 상(像) : 부처님이 열반에 든 뒤의 교법 시대를 세 시기로 구분한, 정법(正法)⋅상법(像法)⋅계법(季法)의 삼시(三時) 중 상법을 말한다. 상법 시기에는 부처님의 가르침과 이에 따른 수행자, 곧 교법과 수행은 있으나, 깨달음을 증득⋅증과하는 이는 없다고 한다.
15) 주즙(舟楫) : 배와 노를 말하는 데, 여기서는 애욕에 빠진 중생을 구제하는 지혜로운 사람을 비유한 것이다.
16) 녹야(鹿野) : 부처가 깨달음을 얻고 처음으로 설법한 곳인 녹야원(鹿野苑)을 가리킨다.
17) 마명(馬鳴) : 인도의 학승으로 산스크리트어 이름은 아슈바고샤(Aśvaghoṣa)이다. 아슈바고샤라는 말의 뜻을 번역하여 한역 경전에서는 마명(馬鳴)으로 불린다. 『불소행찬』(佛所行讚)과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의 저자로 유명하다.
18) 팔전(八轉) : 팔전성(八轉聲)이라고도 한다. 범어(梵语) 중에 명사⋅대명사⋅형용사의 어미에서 생기는 여덟 가지 변화를 가리킨다.
19) 대갱(大羹) : 제사상에 올리는 고깃국으로 쇠고기나 돼지고기 등의 육류와 무를 반듯하게 썰어 함께 끓인 국으로 양념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