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는 상성(象城)에 이르셨는데 그곳의 바라문이 멀리서 세존께서 32상과 80수호(隨好)1)를 구족하시어 그 몸을 장엄하고 여덟 자나 되는 원광(圓光)의 밝기가 천 개의 해보다도 밝으며, 나아오시는 것이 마치 보산(寶山)과도 같아 위의가 훌륭하심을 보았다. 그 바라문은 멀리서 세존을 뵙고 부처님께 나아가 세존을 찬탄하여 아뢰었다. “몸은 금빛으로 빛나시고, 고요하신 눈은 크고 넓으시며, 자비를 성취하시어 모든 공덕을 구족하셨으니 하늘[天] 가운데의 하늘이시며 조어장부(調御丈夫)이시며 존재의 바다를 뛰어넘어 건너셨습니다.”
세존께서 입[面門]으로부터 천 가지의 미묘한 광명을 내시니 마치 해가 처음에 떠올라서 시방(十方)을 밝게 비추는 것과 같으시나이다.
037_0656_b_14L世尊從面門, 出千微妙光, 猶如日初現,
照耀於十方。
다시 게송으로 아뢰었다.
037_0656_b_16L復說頌曰:
교만한 마음과 하열(下劣)한 마음을 여의셨으니 모든 부처님께서는 세간에서 가장 훌륭하신 인(因)이십니다. 연고가 없이는 마땅히 미소를 나타내지 않으시니 번뇌의 모든 원수들을 항복시키는 것입니다.
037_0656_b_17L捨離憍慢下劣心, 諸佛世間最上因;
無緣不應現微笑, 降伏煩惱諸怨敵。
037_0656_c_01L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옳도다, 옳도다. 아난타여, 모든 부처님과 여래께서는 인연이 없으면 미소를 나타내지 않으신다. 아난타야, 너는 저 바라문이 게송으로써 부처님을 찬탄하는 것을 보았느냐?” 아난타가 아뢰었다.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바라문은 나를 찬탄한 선근공덕(善根功德)으로 20겁이 지나도록 악취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하늘과 인간 가운데에 태어나 그 후생의 몸에서는 벽지불(辟支佛)을 증득하여 응찬(應讚)이라고 하게 될 것이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다 같이 의심하기를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능히 일체의 의혹을 끊을 수 있으리라’ 하여 곧 세존께 청하여 여쭈니,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이 바라문은 나에게 하나의 게송으로 노래하여 찬탄하였던 까닭에 내가 수기를 하여 벽지불이 되게 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바라문은 지금에만 여래가 복을 얻은 것을 찬탄하였을 뿐만 아니라 과거세에서도 게송으로써 나를 찬탄하였던 까닭에 내가 또한 그 바라문에게 다섯 개의 큰 마을을 베풀어 준 것이다.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말해 주리라. 예전에 바라닐사토성(波羅痆斯土城)에는 범수(梵授)라고 하는 왕이 바른 법으로 세상을 교화하여 안온하고 풍요로웠으며, 백성들은 더욱 불어나고 모든 질병이 없었으며, 그 왕은 재능과 학식을 좋아하였다. 그때 바라닐사성의 어느 한 바라문이 큰 재능과 학식을 갖추고 있었다. 그의 아내가 말했다. ‘날이 장차 추워지려고 하니 당신께서는 임금님의 곁으로 가서 임금님의 덕을 칭송하는 노래로 임금님을 기쁘게 해 드려서 당신에게 겨울옷을 하사하시게 하세요.’ 그 바라문은 길을 나서 왕의 처소로 가는 도중에 왕이 코끼리를 타고 성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때 바라문은 해를 쳐다보면서 생각하였다. ‘먼저 임금님을 찬탄할까? 먼저 코끼리를 찬탄할까? 그런데 이 코끼리는 모든 사람들이 사랑하는 것이니, 마땅히 코끼리를 먼저 찬탄하여야겠다.’ 그때 바라문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생김새는 제석천의 코끼리와 같고 색깔은 묘한 위의와 용모를 구족하였으며 대력상(大力相)으로 장엄하였으니 코끼리왕의 모양이 이와 같도다.
037_0656_c_20L形如帝釋象, 色具妙威容; 大力相莊嚴,
象王如是狀。
왕은 이 게송을 듣고 지극히 기뻐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656_c_22L王聞頌已極大歡悅,亦復頌言:
037_0657_a_01L 나의 사랑하는 코끼리왕은 사람들이 보고서 모두가 기뻐하거늘 네가 능히 아름다운 찬탄을 훌륭하게 할 수 있으니
다섯 개의 마을을 하사해 줄 만하도다.
037_0656_c_23L我之愛象王, 人見皆歡喜; 汝能善羙讚,
可賜五聚落。
너희들 비구여,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예전의 코끼리왕은 바로 지금의 나이며, 바라문은 코끼리를 찬탄했던 바로 그 사람이니라. 그때는 하나의 게송으로써 찬탄하여 내가 다섯 개의 마을을 주었고, 지금도 하나의 게송으로써 나를 찬탄하여 나는 또한 연각보리(緣覺菩提)를 수기하는 것이니라.”
037_0657_b_01L 그때 세존께서는 어느 한 주처(住處)에서 대중들 앞에서 법요를 말씀하셨다. 이때 바라문은 세존께서 성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일찍이 들으니 교답마 사문은 얼굴의 용모가 단정하다 하니 내가 지금 가서 나보다 더 단정한지를 살펴봐야겠다. 바라문은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는데, 부처님께서 서른두 가지의 장부상(丈夫相)과 여든 가지의 수호(隨好)를 갖추셨으며, 광명이 밝게 빛나서 그 몸을 두루 감싸고 여덟 자의 원광(圓光)이 천 개의 해보다 밝게 장엄하여 마치 보배 산과 같으시며, 두루 현선(賢善)하심을 관찰하고 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교답마 사문은 나보다 더욱 단정하기는 하지만 나보다 키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부처님의 정수리를 살펴보았으나 볼 수가 없자,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역시 볼 수가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그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힘들이고 애를 써서 묘고산(妙高山) 꼭대기에 올라간다 하더라도 또한 볼 수 없을 것이다. 여래의 정수리는 하늘[天]과 아수라(阿修羅)와 세간의 사람은 끝내 볼 수가 없다는 것을 너는 듣지 못하였느냐? 네가 여래의 몸을 헤아려서 알고자 한다면 너의 집 안에 불을 제사지내는 곳의 지하에 우두전단(牛頭栴檀)으로 된 기둥이 있을 것이니, 네가 그것을 들어 올려서 크기를 재어 보면, 곧 여래가 부모에게서 태어날 때 받은 몸을 알게 되리라.” 그 바라문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참으로 보기 드문 일이다. 나는 일찍이 들어 본 일이 없으니 가서 살펴보아야겠다.’ 그는 곧 급히 집으로 돌아가서 제사를 지내는 곳의 땅을 파고 기둥을 꺼냈는데, 모든 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았다. 그때 그 바라문은 곧 신심을 내고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교답마 사문께서는 반드시 일체의 지혜를 갖추셨을 것이니, 내가 지금 가서 받들어 모시고 공양하시게 해 드려야겠다.’ 그는 신심으로 말미암아 곧장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세존의 앞에서 갖가지의 찬탄과 기쁨을 말씀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가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와 번뇌 종자와 근성(根性)을 아시고……(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음)……무시이래로 쌓아 온 살가야견(薩迦耶見)을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 무너뜨리고 예류과를 증득하고 나서 큰소리로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미혹의 세계인 생사(生死)를 여의고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이제 불ㆍ법ㆍ승 삼보에 귀의하오니, 원하건대 제가 우바새[鄔波索迦]의 계(戒)를 받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오늘부터 목숨이 다할 때까지 청정한 신심으로 삼보께 귀의하겠습니다.” 그때 바라문은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가다듬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아뢰었다. “세존께서 허락하신다면 제가 마땅히 우두전단(牛頭栴檀) 기둥을 세워서 모두로 하여금 그것을 알고 듣게 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네 마음대로 하도록 하여라.” 이때 바라문은 전단 기둥을 가져다가 고요한 곳에 갖가지의 공양구로써 그 기둥을 세우고 다시 음식을 차려서 공양 베푸는 법회를 열었으며, 다른 바라문 거사들은 복락(福樂)을 구하려고 기둥 위에다가 길상초(吉祥草)를 묶기도 하였다. 이 법회는 인다라(因陀羅) 바라문이 법회[齋會]를 건립했다고 하여 인다라회일(因陀羅會日)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어느 때 세존께서 큰 신통을 나투시니 외도들은 무색해져서 물러가고, 천인(天人)들은 기뻐하였으며 선인(善人)들은 즐거워하였다. 그러나 외도들은 모두 흩어져서 변두리로 나가거나 바라문을 가까이에서 모시고 머무르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교살라국에서 세상을 두루 교화하며 다니시다가 바라문의 마을로 가셨다. 이때 여러 외도들은 사문 교답마께서 오신다는 말을 듣고 갑자기 어찌할 바를 몰라서 바라문 거사 종족의 집으로 가서 이렇게 말했다. “원컨대 복이 늘어나고 늘어나기를 바랍니다. 우리는 하직하고 떠나갑니다.” 그 사람들이 말했다. “성자여, 무슨 까닭에 떠나는 것입니까?” 외도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당신들이 부유하고 풍족해지는 것을 보고 싶지만, 당신들이 망하여 흩어지는 것이 기쁘지 않기 때문에 떠나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물었다. “성자여, 우리들이 무슨 까닭에 망하여 흩어지겠습니까?” 외도들이 말했다. “당신들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교답마 사문이 1천2백 명을 데리고 함께 이곳으로 오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가 칼과 우박을 내리게 하며 무량무수(無量無數)의 자식 딸린 부인들로 하여금 모두 자식이 없게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말했다. “만약 진실로 그러하다면 마땅히 이곳에 머물러서 우리를 도와주어야 할 것이지 어찌하여 버리고 떠나가는 것입니까? 이것은 잘하는 일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절대로 무너져 없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외도들이 대답했다. “당신들이 우리와 약속을 한다면 이곳에 머물러 있겠습니다. 당신들이 교답마 사문을 해치도록 하십시오.” 사람들이 말했다. “우리가 해치겠습니다.” 그리고는 각자가 칼과 막대기와 활과 화살을 쥐고 갑옷을 입고 큰 거리로 나갔다. 그때 석가족 가운데의 어느 한 노인이 그들을 보고 곧 물었다. “당신들은 어디로 가려고 합니까?” 그들이 대답했다. “원수를 해치려고 합니다.” 노인이 다시 물었다. “누가 당신들의 원수입니까?” 그들이 대답했다. “교답마 사문입니다.”
037_0658_a_01L노인이 말했다. “만약 세존대사(世尊大師)께서 당신들의 원수라면 어떤 사람이 당신의 친한 벗이겠습니까? 당신들은 돌아가도록 하시오.” 그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려고 하지 않으니, 노인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들은 설법으로써 조복시킬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다. 마땅히 여러 가지의 위력을 보여야 굴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노인은 곧 마을로 들어가서 사방에 불을 질러 그 마을을 불태웠다. 마을 안의 모든 사람들이 큰 소리로 울부짖으니, 부처님을 해치려고 했던 사람들도 이 아우성치는 소리를 듣고 모두가 놀라서 이렇게 말했다. “교답마 사문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고, 지금 당장은 마을이 불타서 극심한 손실을 입고 있으니 마땅히 되돌아가서 우선 불을 끄도록 하자.” 그들이 모두 되돌아갔으나 불을 끌 수 없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세존께서 그곳에 오시어 사람들에게 물으셨다. “무엇 때문에 놀라고 바빠하는 것입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지금 불이 났는데 불을 끌 수가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당신들을 위하여 그 불을 끄겠습니다.” 사람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위하여 불을 꺼 주시길 원합니다.” 이때 여래께서 말씀을 마치자마자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으로 말미암아 그 불이 모두 꺼졌다. 그때 여러 사람들은 모두가 신심이 생겨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번에 무슨 까닭으로 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곧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을 이익되게 하려고 이곳에 온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와 번뇌와 자성(自性)을 아시고 그 자리에서 법을 말씀하시어 4제(諦)를 증득하게 하시니,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무시이래로 쌓아 온 번뇌의 살가야견산(薩迦耶見山)을 지혜의 금강저로 무너뜨리고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예류(預流)의 성과(聖果)를 증득하게 하셨다. 이때 모든 비구들이 다 같이 의심을 하여 세존께 청하였다. “오직 여래만이 의혹을 끊어 주실 수 있습니다.” 모든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석가족의 노인을 보건대 친족을 사랑함에 탐착되어 결국 마을을 불태웠으니, 이 업으로 말미암아 죄가 한량없지 않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만 금생에만 탐애로 말미암아 이 마을을 불태운 것이 아니라 이미 과거에도 한량없는 몸을 받으면서 탐애 때문에 마을을 불태웠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서 잘 생각할 것이니, 내가 마땅히 너희를 위하여 분별하여 해설하리라. 지나간 옛날 어느 마을에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살고 있어서 마을에 있는 전답이 모두 원숭이들에게 피해를 당하였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 어떤 방법을 써서 그 재난을 그치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그 가운데 어느 한 사람이 나와서 말했다. ‘모두 잡아서 죽여 버려야만 이 재난이 그치게 될 것입니다.’ 또 다른 사람이 말했다. ‘어떻게 다 죽일 수 있겠소?’ 그가 곧 대답했다. ‘마을의 사방에 있는 모든 나무들을 베어 내고 감나무 한 그루만 남겨 두고서 그 주변에다가 가시나무를 놓아둡니다. 그 감이 익어서 모든 원숭이들이 모두 나무 위에 모여서 그 과일을 먹으려고 할 때에 다 죽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모든 나무들을 베어 내고 오직 한 그루의 나무만을 남겨 두고 그 주변에 가시나무를 놓아두었다. 그리고는 한 사람을 남겨 두어서 그로 하여금 잘 지키고 있다가 원숭이들이 모두 그 나무 위에 올라가면 알려서 모든 사람이 알게 하였다. 원숭이들 가운데 어느 한 원숭이가 원숭이 왕에게 알렸다. ‘감이 이제 익었으니 마땅히 함께 가서 그것을 먹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때 원숭이들이 감나무에 모두 모이니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모두가 칼과 막대기를 쥐고 감나무 아래에 모여서 그 나무를 베어 내려고 하였다. 모든 원숭이들은 놀라고 두려워서 나뭇가지로 이리저리로 돌아다녔는데, 그 원숭이왕은 아무 근심이나 두려움이 없이 태연히 열매를 먹고 있었다. 여러 원숭이들이 그들의 왕에게 말했다. ‘지금 이렇게 액난이 닥쳤는데 어찌하여 과일이나 먹으며 하나도 두려워하지 않습니까?’ 이때 원숭이왕은 게송으로 말했다.
037_0658_c_01L
무릇 사람에게 일거리가 많으면 장애가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니라. 나무가 커서 끝내 베어낼 수가 없을 터이니 너희들은 굳이 두려워하지 말고 과일이나 먹으라.
037_0658_c_01L凡人多事者, 障礙自然生; 樹大卒難斫,
汝須無畏食。
이때 원숭이들 가운데 어느 한 작은 원숭이가 먼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혀서 뺨을 괴고 근심하고 있었다. 다른 어떤 원숭이가 그가 근심하는 것을 보자 곧 위로하여 물었다. ‘무슨 까닭에 근심하면서 뺨을 괴고 있는 것이냐?’ 그가 곧 대답했다. ‘좋은 벗이여, 마땅히 알라.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이 마을의 사람들이 우리의 권속들을 죽이려 하니, 어찌 근심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다른 원숭이가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지금 어찌하여 노력하지 않느냐?’ 작은 원숭이가 대답했다. ‘지금 이렇게 잡혀 있는데 어떻게 노력할 수 있겠느냐?’ 여러 원숭이들이 다시 작은 원숭이에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풀어 주겠다.’ 이때 그 잡혔던 원숭이는 풀려나자 마을 안에다 불을 질러서 사방을 불태웠다. 마을에 있던 사람들이 불이 난 것을 보고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니, 그 감나무를 찍어내려던 사람들이 그 아우성 소리를 듣고 모두 놀라서 서로에게 말했다. ‘이 원숭이들은 우리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직 우리를 해칠 수가 없지만, 마을은 불이 났으니 마땅히 먼저 가서 불을 꺼야겠다.’ 모두가 마을로 달려가니 그 원숭이들은 모두 나무에서 내려와 화를 면하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달리 생각하지 말라. 옛날의 작은 원숭이가 바로 지금의 석가족 노인이니라. 다만 금생에만 친속을 사랑하여 그 마을을 불태운 것이 아니라 과거에도 또한 친속들을 사랑했던 까닭에 마을을 불태웠던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길을 떠나시어 가라성(迦羅城)에 이르셨고 가라성 안에서도 『사불좌경(四佛坐經)』을 자세히 말씀하여 마치셨다.
037_0658_c_21L爾時世尊行至迦羅城,於迦羅城中,前已廣說『四佛坐緣』訖。
037_0659_a_01L또 세존께서는 노혜덕가성(盧醯德迦城)에 이르시어 상력(象力) 야차(夜叉)의 궁 안에 계셨다. 이때 야차는 모든 야차들 속을 차례로 다니며 점검을 하고 있었다. 상력 야차는 세존께서 성에 오시어 자신의 궁 안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자 곧바로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야차는 도착하자 세존의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야차가 앉은 것을 보시고 나서 그에게 법요(法要)를 널리 말씀하여 보이시고 가르쳐서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니,……(나머지는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음)…….. 이때 상력 야차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다듬고 땅에 이마를 대어 세존께 예배드리고 합장하여 아뢰었다. “여래께서는 저의 작은 청을 받아 주시어 오늘 밤에는 저의 궁 안에서 머물러 주시기를 원합니다.”
037_0659_b_01L그때 세존께서는 아무 말씀 없이 그 청을 받아들이셨다. 상력 야차는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이신 것을 알고, 곧 궁 안에다가 세존을 위하여 5백 개의 절을 짓고 하나하나의 절 안에는 각각 5백 개의 큰 상과 작은 상, 그리고 모든 깔개와 장막과 덮개를 만들었다. 야차가 절을 다 짓고 나자 부처님 세존과 비구 대중께 그의 공양을 받으시기를 청하니,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 대중과 함께 그 청을 받아들이셨다. 그때 상력 야차에게는 굴지가(屈底迦)라고 하는 친한 친구인 야차가 있었는데, 그는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에 있었다. 이때 상력 야차는 심부름꾼을 보내어 가서 말하게 하였다. “내가 지금 세존과 비구 대중께 공양을 청하였으니 너의 북쪽 땅에 있는 과일과 열매를 보내도록 하여라.” 상력 야차는 심부름꾼을 보내고 나서 곧 그날 밤에 음식을 준비하고 5백 개의 절을 깨끗이 청소하고 앉을 자리를 설치하며 깨끗한 물을 놓아두고는 집사에게 명하여 차례를 알게 하였다. 이때 굴지가 야차는 이미 소식을 전해 받고 나서 광주리에 포도 등의 과일을 가득 담아서 여러 야차들로 하여금 그것을 지고서 절의 주변에 갖다 두게 하였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그 열매를 보았으나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지 못하자 세존께 여쭈었다.
“이것은 무슨 열매이며, 어떻게 먹는 것이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북방에 나는 열매로서 이름을 포도라고 하는 것이니, 불로써 청정하게2)하여 먹으라.” 이때 모든 비구들이 과일을 받아서 하나하나를 청정하게 하느라고 시간이 많이 걸리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그것을 보시고 곧 말씀하셨다. “그와 같이 하나하나를 깨끗하게 할 것이 아니라 포도송이에 하나의 숯불을 가져다가 세 군데를 깨끗하게 하도록 하여라.” 이때 상력 야차는 갖가지의 음식을 하나하나 자신의 손으로 세존과 비구 대중에게 받들어 올렸으니,……(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음)……. 대중들이 식사를 마치자 상력 야차는 작은 자리를 가져다가 여래의 앞에서 단정하게 앉아서 법문을 들었다. 세존께서는 그 야차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씀하여 보이시고 가르쳐서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이때 포도를 먹고 나서도 여전히 많이 남아 있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눌러서 포도즙을 취하여 끓이도록 하여라.” 즙이 익지도 않았는데 곧 쏟아 부으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더 익도록 끓여라. 다 되면 저장하였다가 승가 등에서 때 아닌 때[非時]에 마시는 음료로써 공급하도록 하여라.” 그때 세존께서는 머무르시는 방 밖에서 발을 씻으시고 곧 방 안으로 들어가시어 편안히 앉으시고 선정에 드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인간의 수명이 짧은 지금의 세상에 출현하여 열반에 들 때가 되었으나, 조복시킬 일들이 많으니 마땅히 해야만 할 것이다. 내가 만약 아난타 비구와 함께 북천축국으로 가서 조복시키는 일을 한다면 일을 성취하기가 어려울 것이니, 이번에는 마땅히 금강수(金剛手) 야차와 함께 그곳으로 가서 조복시켜야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두 개의 게송으로 금강수 야차에게 명하셨다.
생각이 있는 자는 어질고 착하며 생각을 잊지 않는 자는 편안하나니 생각이 있는 자는 편안히 잠들어서 사유하여 적정함을 얻느니라.
037_0659_b_21L有念者賢善, 存念者安寧; 有念者安睡,
思惟得寂靜。
생각이 있는 자는 원력이 있고 착하며 생각을 잊지 않는 자는 편안하나니 생각이 있는 자는 편안히 잠들어서 남에게 이기려고 하는 마음을 여의느니라.
037_0659_b_23L有念者願善, 存念者安寧;
有念者安睡, 捨離勝負心。
037_0659_c_01L
그때에 세존께서는 금강수 야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와 함께 북천축국으로 가서 아발라(阿鉢鑼) 용왕을 조복시키도록 하자.” 야차가 곧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금강수 야차는 세존과 함께 허공을 타고 떠나갔다. 세존께서는 멀리 푸른 숲을 보시고 금강수 야차에게 또 말씀하셨다. “너는 이 푸른 숲을 보느냐?”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보았습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에 든 백 년 뒤에 이곳에다가 승가의 절을 짓고 이름을 암림(暗林)이라고 할 것이니, 사마타(奢摩他)3)를 배우는 데 있어서 제일가는 곳이 될 것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두루 교화하시며 다니시다가 적집(積集) 마을에 이르셨다. 그 마을에는 각력(覺力)이라고 하는 야차[藥叉]가 살고 있었는데, 마음이 포악하여 그 마을의 사람들이 항상 제사를 지내고, 거듭해서 제사를 지내더라도 항상 피해를 끼치곤 하였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세존께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을 사람들을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씀하여 보이시고 가르쳐서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는 잠잠히 계셨다. 이때 마을 사람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합장을 하고 공경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각력 야차는 저희에게 원한을 품고 오랫동안[長夜] 항상 피해를 주고 있습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야차를 조복시켜 주십시오.” 이때 각력 야차도 그 모임 가운데에 있었으니, 세존께서 각력 야차에게 말씀하셨다. “거듭해서 묻거니와 너는 지금 들었느냐?” 각력 야차가 대답했다.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악한 마음을 빨리 버리도록 하여라.” 야차가 대답했다. “저는 이제 악한 마음을 버렸으니, 다시는 피해를 주지 않겠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각력 야차가 곧 계를 받고 삼보에 귀의하게 하셨다. 그때 그 야차는 곧 그 자리에다가 하나의 절을 짓고 이름을 칭집(稱集)이라 하고는 모든 신심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용품들을 보시하여 모두 부족함이 없게 하였다. 절이 완성되고 나자 세존께서 곧 떠나가시니, 이때에 야차는 부처님을 따라나섰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돌아가서 이곳을 수호하도록 하여라. 내가 이제 너를 도와서 이곳을 수호할 것이니 내가 열반에 든 뒤에 나의 어깨뼈[肩骨]를 이 땅에다가 남겨 두면, 나중에 여러 사람들이 탑[窣堵波]을 세워서 이름을 적집솔도파(積集窣堵波)라고 하게 되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니덕륵가(泥德勒迦) 마을에 이르셨는데 그곳에는 법력(法力)이라는 야차가 있었다. 세존께서 곧 그를 조복시키시니 그 야차도 앞에서와 같이 절을 짓고 이름을 니덕륵가사(泥德勒迦寺)라고 하였다. 세존께서 다시 신도하(信度河)4) 강가에 이르시니 한 뱃사공이 있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갖가지의 신통변화를 나투시어 그를 조복시키시니, 그는 진리를 증득하였다. 아울러 녹첩(鹿疊) 야차를 조복시키시고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야차를 가피(加被)하시어 발자국[足跡]을 남기시니, 그로 인하여 당시의 사람들은 함께 이름을 붙여 주어 ‘녹첩 야차의 발자국’이라고 하였다.
037_0660_b_01L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선인이 머무르는 곳에 이르시어 그곳에서 장관(杖灌) 선인을 조복시키셨다. 이때 바라문과 거사들은 선인이 앉고 눕는 곳을 세우고 ‘장관 선인이 앉고 눕는 곳[杖灌仙人坐臥之處]’이라고 이름지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금강수 야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와 함께 무도간(無稻芉)용왕의 궁으로 가도록 하자.” 야차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때 여래께서 금강수 야차와 함께 용왕의 궁전 가운데에 도착하시니, 무도간용왕은 세존께서 자신의 궁전 앞에 도착하시는 것을 보자마자, 곧 성을 내고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켜서 모든 번뇌를 내고는 허공으로 올라가 우박과 비와 많은 흙덩이들을 쏟아 부었다. 세존께서는 용왕이 성을 낸 것을 아시고 생각을 움직이시어[運想] 자심정(慈心定)에 드셨다. 세존께서 정에 드시고 나니 여래의 위에 쏟아져 내리던 흙과 우박은 침향(沈香)과 전단향(栴檀香)과 다마라향(多摩羅香)과 말향(末香) 등으로 변하여 구름처럼 내려왔다. 이때 용왕은 세존을 해치지 못함을 알고 곧 수레바퀴와 여러 병장기들을 내쏘았으나, 그것들은 곧 네 가지 색의 연꽃으로 변하여 허공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무도간용왕은 마침내 구름과 연기를 내뿜었다. 그때 여래께서도 신통력으로 연기와 구름을 내뿜으시니, 용왕은 아만심과 교만심을 그치고 곧 궁으로 들어가 숨을 멈추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일체의 악한 용들을 능히 항복시키는 데는 두 가지의 인연으로 말미암는 것이니, 그렇게 겁을 주어 두렵게 하거나 혹은 성을 내게 만드는 것이다. 그런데 이 용왕에게는 겁을 먹게 만드는 것이 합당하겠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시고 금강수 야차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악한 용왕을 고통스럽게 만들도록 하여라.” 그때 야차는 여래의 명령을 받고 금강저(金剛杵)를 가지고 산봉우리를 쳐서 부수었다. 그 산이 무너져서 용왕의 연못을 메우니, 용왕은 걱정스럽고 두려워서 곧 달아나 숨으려고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화계정(火界定)에 드시어 시방(十方)을 모두 불덩이가 되게 하시니, 용왕은 달아날 길이 없었는데 오직 세존께서 발을 딛고 서 계신 곳만은 고요하고 서늘하였다. 이때 용왕은 세존 계신 곳으로 나아가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저를 고통스럽게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나는 법왕(法王)이거늘 어찌 너를 괴롭히겠느냐? 내가 만약 이와 같이 수승한 자비심을 얻지 못하였다면 이미 죽어 없어져서 다만 헛된 이름만을 남겼으리라.”
037_0660_c_01L그때 세존께서는 천복륜상(千輻輪相)과 망만상(輞縵相)을 갖추셨으며, 길상(吉祥)을 주고 두려움을 없게 하시는 여래의 손으로 용왕의 정수리를 어루만지시며 곧 말씀하셨다. “현수여, 마땅히 알라. 너는 청정한 음식으로 성문에게 공양 올리고 아울러 좋은 물병에 깨끗한 물을 가득 담아서 공양을 올렸으니, 삼십삼천(三十三天) 가운데에 태어나야 될 것이나 삿된 발원을 하였던 까닭에 축생의 몸을 받아 여러 중생들을 해롭게 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니, 그 몸이 죽은 뒤에는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이때 그 용왕이 곧 아뢰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 제가 하여야 할 바를 가르쳐 보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내가 있는 곳에서 삼보에 귀의하고 청정한 계율을 받아서 마갈타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없게 하는 시무외(施無畏)를 널리 베풀도록 하여라.” 이때 그 용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청정한 계율을 받겠습니다.” 이때 용의 처자와 모든 권속들이 합장하여 이마를 땅에 대어 예배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삼보께 귀의하고 청정한 계율을 받고자 합니다.” 무도간용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희 모든 용들과 또 전(箭)이라는 용왕은 원망하고 해치려는 마음이 많으니, 원하건대 세존께서 청정한 계율을 주시어 자비심을 일으키도록 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모든 용들이 청정한 계율을 받고 삼보에 귀의하는 것을 허락하셨다. 이때에 집금강수보살(執金剛手菩薩)은 무도간용왕과 모든 권속들이 모두 조복되어 삼보에 귀의하고 청정한 계율을 받고서 뛸듯이 기뻐하는 것을 보았다.
037_0661_a_01L 그때 세존께서는 무도간용왕과 6만의 권속들을 조복시키시고 나서 자리에서 떠나가셨다. 세존께서는 멀리 녹색의 나무숲을 보시고 곧 금강수 야차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숲을 보느냐?” 금강수 야차가 대답하였다. “저는 이미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금강수야, 이 가습미라국(迦濕彌羅國)의 국경에는 내가 열반에 든 지 백년 안에 마땅히 비구 제자가 있게 될 것이니, 그 비구는 마땅히 호로다(虎嚧茶) 독룡(毒龍)을 조복시키고 나서 그 용으로부터 가부좌를 하고 편안히 앉을 만한 곳을 하나 받아서, 방편으로 이 나라의 온 국토에 바른 법을 널리 전하게 될 것이다. 비발사나(毘鉢舍那)5)를 따르는 자는 앉고 눕는 곳 가운데에서 가장 으뜸이 되니, 그 나라의 국경 안에는 마땅히 6만 663의 마을이 있게 되리라.”
세존께서는 다시 도곡루각성(稻穀樓閣城)에 도착하셨는데, 그 성안에서는 승군왕(勝軍王)의 모친을 교화하시어 4제(諦)에 머무르게 하셨다. 세존께서는 다시 내리일다성(乃理逸多城)에 도착하셨다. 그 성안에는 도자기를 만드는 장인이 있었는데, 재주가 교묘하여서 스스로 아만심을 가지고 만든 그릇을 수레바퀴 위에 올려놓고서 그릇이 마르기를 기다린 연후에야 내려놓곤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가 조복될 때가 이르렀음을 아시고 스스로 한 사람의 도공으로 변화하여 그 도공과 함께 말씀하셨다. “무슨 까닭에 그릇들을 바퀴에서 내려놓는 것입니까?” 도공이 대답했다. “말려서 내려놓는 것입니다.” 변화한 도공이 말했다. “나도 말려서 내려놓았으니 그것은 나와 당신이 같군요. 그러나 나에게는 특이한 기술이 있어서 바퀴 위에서 성숙시켜서 내려놓을 수가 있습니다.” 도공이 대답했다. “당신의 기술이 나보다 낫습니다.” 변화한 도공이 말했다. “다만 바퀴 위에서 그릇을 성숙시킬 뿐만 아니라 또한 칠보로 만든 여러 그릇들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도공은 그것을 보자 곧 믿고 복종하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도공을 거두어 교화를 하시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미묘법을 말씀하시어 그의 권속들로 하여금 4제(諦)의 진리에 머무르게 하셨다.
037_0661_b_01L세존께서는 다음으로 녹사성(綠莎城)에 이르셨는데 그 성안에서 보다(步多) 야차와 그의 권속들에게 미묘법을 설하시어 삼보께 귀의하고 금계(禁戒)에 머무르게 하시며, 호적성(護積城) 안에서는 소 치는 사람과 소차왕(蘇遮王)을 조복시키셨다. 세존께서는 다음에 증희성(增喜城)에 이르셨는데 이 성에서는 이름이 천유(天有)인 왕과 그의 권속들로 하여금 참된 이치에 머무르게 하셨다. 다음으로는 신분이 전다라인 일곱 명의 아들과 못[池]을 수호하는 야차와 모든 권속들을 조복시키셨다. 그 성의 옆에는 큰 못이 있었는데, 그 못 가운데에는 아습박가(阿濕縛迦)와 보날바소(布捺婆素)가 함께 용의 몸을 받고 있었다. 12년 후에야 곧 출현하게 되어 마음에 성을 내어 스스로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우리를 위하여 설법하시지 않고 우리로 하여금 악도에 떨어져서 이 용의 몸을 받게 만들었으니, 우리들은 마땅히 그의 가르침을 헐뜯고 무너뜨려야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곧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두 마리의 용에게는 큰 위력이 있으니 내가 입멸(入滅)한 뒤에는 반드시 나의 법과 가르침을 무너뜨려 없애려 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시고 나서 곧 못이 있는 곳으로 가셔서 두 용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들에게 『유족경(有足經)』을 말하여 너희로 하여금 알게 하리라.” 두 용이 말했다. “우리는 용의 몸을 하고 있는데 어떻게 알아들을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을 하고는 곧 물속으로 들어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우리에게 설법을 하시더라도 우리는 또한 능히 알아들을 수 없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 연못이 있는 곳에 당신의 그림자를 남겨 두시니 용들은 부처님의 그림자가 자주 나타나는 것을 보고 그때마다 서로에게 말했다. “세존은 아직도 이곳에 머물러 계신가 보다.” 다시 그곳에서 두 야차녀(夜叉女)를 조복시키시니, 하나는 이름이 나리가(那利迦)였고 다른 하나는 이름이 나다달야(那茶達耶)였다.
037_0661_c_01L그때 세존께서는 군저성(軍底城)에 이르셨다. 그 성안에는 군저(軍底)라고 하는 야차녀가 있어서 항상 그 성에 살고 있었는데, 마음이 포악하고 두려움이 없었으니, 사람들이 아들딸을 낳게 되면 항상 야차녀에게 잡아먹혔다. 그 성안에 있는 바라문과 거사들은 세존께서 지금 군저성 옆에 계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사람들은 소식을 듣자 함께 모여서 한꺼번에 성을 나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들은 도착하자 부처님의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때 세존께서는 바라문 거사에게 법요를 말씀하여 보이시고 가르쳐서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자세한 내용은 위와 같음)…앞에서와 같이 잠잠히 계셨다.
그때 바라문 거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옷매무새를 가지런히 하고 세존 앞에서 합장을 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비구 대중과 같이 내일 아침에 저희들의 보잘것없는 공양을 받으십시오.”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걷고 손을 씻고 나자, 곧 금으로 만든 물병을 가져다가 세존 앞에 두고 구하는 바를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여러 독룡과 악한 야차들은 모두 이미 조복시켰으나 이 군저 야차녀는 오랫동안[長夜中] 저희들에게 원망하지 아니할 것도 원망하고, 원수로 여기지 아니할 것도 원수로 여기기에, 저희가 항상 은혜를 베풀어 주지만 야차녀는 항상 저희에게 피해를 끼쳐서 아기가 태어나면 모두 야차녀에게 침탈당하고 있습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시어 군저 야차녀를 조복시켜 주십시오.” 그때 야차녀도 그 모임 가운데에 있었다. 이때 세존께서 야차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모든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었느냐?” 야차녀가 아뢰었다. “선서(善逝)시여, 제가 이미 들었습니다.” 다시 야차녀에게 물으셨다. “너는 지금 들었느냐?” “세존이시여, 제가 이미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오랜 옛적부터 이 법답지 못한 죄업을 지어 왔느니라.” 야차녀가 대답하였다. “만약 모든 사람들이 저를 위하여 절을 지어 준다고 약속을 하면 마땅히 그런 짓을 영원히 하지 않겠습니다.”
037_0662_a_01L그때 세존께서 바라문 거사들에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은 이 야차녀가 하는 말을 들었습니까?” 모든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는 지금 이미 들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당신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사람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반드시 절을 짓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 야차녀와 권속들을 조복시키시고 곧 떠나가셨다.
037_0662_b_01L세존께서는 다시 갈수라(渴樹羅) 마을에 이르셨는데, 마을 안에서 어떤 동자가 흙으로 탑을 만들며 놀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나서 곧 금강수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 동자가 흙으로 탑을 만들며 놀고 있는 것을 보았느냐?” 금강수 야차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열반에 든 뒤에 가니색가왕(迦尼色迦王)이 나라 말로는 정금(淨金)이라 한다.이 이 동자가 탑을 만들어 놀던 자리에 큰 탑을 세우고, 이름을 가니색가탑(迦尼上聲色迦塔)이라 하고 크게 불사(佛事)를 할 것이다.” 세존께서는 노혜득(盧醯得) 마을로부터 무도간용왕이 살고 있는 궁에 이르는 그 중간에 7만 7천의 여러 유정들을 조복시키신 후에 다시 노혜득 마을로 되돌아오셔서 절 안에 들어가시어 좌선을 하시고, 해질녘이 되어 선정에서 일어나시어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함께 고왕(古王) 마을에 가도록 하자.” 아난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전에는 ‘내가 북천축국으로 가서 마땅히 무도간용왕을 조복시킬 것이니, 그 국토 안에 다섯 가지의 수승한 일이 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세존께서는 다시 ‘나와 함께 고왕 마을에 가자’고 하시니 이 일은 어떻게 된 말씀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이미 금강수와 함께 북천축에 갔었지만 기억하건대 많은 마사림(摩娑林)에서 흙으로 만든 탑에 이르기까지와 노혜득 마을로부터 무도간용왕의 용궁에 이르는 그 중간에 여래는 7만 7천의 유정들을 조복시켰다. 그러나 그 나라에는 열악한 일이 있으니, 토지는 높고 낮으며 풍요롭지 못하고 자갈이 많으며 성품이 매우 모질며 부인들은 악행을 저지르느니라.”
037_0662_c_01L그때 세존께서는 승군성(勝軍城)에서 세상을 두루 교화하며 다니시다가 점차로 고왕 마을에 이르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에 중허왕(衆許王)이 처음으로 이곳에서 왕위에 올라 관정위(灌頂位)를 받았으니, 이곳에서 왕이 된 까닭에 이름을 고왕(古王) 마을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다음에 세존께서는 현마(賢馬) 마을에 이르셨다. 이때 세존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 중허왕이 이곳에 있을 때에 마보(馬寶)가 출현하였으니, 그로 인하여 마을 이름을 현마 마을이라고 하였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와 함께 마토라(麽土羅) 마을로 가도록 하자.” 아난타는 곧 대답하고 명을 받았다. 세존께서는 길을 가시어 점차 마토라 마을에 이르셨는데, 길에서 멀리 녹색의 나무숲을 보시자 곧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저 녹색의 나무숲을 보았느냐?” 아난타가 아뢰었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곳은 오로문다산(烏盧門茶山)으로서, 내가 열반에 든 지 1백 년 뒤에 나타(那吒)와 바타(婆吒)라고 하는 마토라 마을의 두 형제가 이곳에다가 절을 세우고 이름을 나타바타(那吒婆吒)라 할 것이니, 사마타와 비발사나를 따르는 자가 기거하는 곳으로 가장 훌륭한 곳이 될 것이니라. 마토라 마을에는 약을 아는 사람인 비밀(秘密)이라고 하는 동자와 그의 아들인 근밀(近密)이 있을 것이니, 비록 상호(相好)는 없으나 부처님과 같아서 내가 열반에 든 지 1백 년 뒤에 나의 법 가운데에 출가하여 불사(佛事)를 하리라. 또 말전지(末田地)라고 하는 아난타의 제자가 그 근밀에게 출가하여 비구가 될 것이니 나의 법을 전하는 자는 그가 마지막이 될 것이니라. 그 나타바타 사원에는 굴이 있어서 길이는 18주(肘)이고 넓이는 12주이며 높이는 7주이니, 근밀이 정법(正法)으로 교화를 베푸는 까닭에 아라한을 증득한 제자들이 각자 산가지를 하나씩 굴 안에 던져 넣을 것이니라. 그것은 길이가 4지가 되는 것으로 그 수가 매우 많아서 스승인 근밀이 열반에 들면 그의 모든 문인들이 곧 산가지를 가져다가 한곳에 쌓고 그것으로 스승의 다비(茶毘)를 행하게 될 것이니라.”
037_0663_a_01L이때 모든 비구들은 의혹이 생겨서 일체의 의혹을 끊은 분이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께서는 미래의 구수(具壽)인 근밀에게 수기를 하셨으니 부처님께서 지금 수기를 하시는 것은 많은 유정들을 불쌍히 여기시는 까닭에 이익이 되게 하시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만 지금에만 이익이 될 뿐만 아니라 과거세에도 많은 이익이 있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해야 할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과거세에 이 오로문다산(烏盧門茶山)에는 거처가 세 곳이 있었으니, 한 곳에는 5백 명의 연각(緣覺)들이 살고 있었고, 한 곳에는 5백 명의 선인(仙人)들이 살고 있었으며, 또 한 곳에는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살고 있었다. 이 원숭이 떼의 우두머리는 심성이 사나워서 여러 원숭이 가운데에서 새끼를 낳은 것이 있으면 모두 다치게 하거나 죽게 하였다. 모든 어미 원숭이들은 자식 때문에 근심이 되어 함께 논의하였다. ‘당신들은 들으십시오. 우리의 우두머리가 항상 새끼들을 해치니 방편을 쓰도록 하되, 우리 가운데에서 만약 임신을 하게 되면 알리지 말도록 합시다.’ 뒤에 어느 한 마리가 새끼를 배자 여러 원숭이들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서 은밀하게 숨겨 놓고 여러 과일을 따다가 갖다 주었다. 달이 차서 곧 수컷 한 마리를 낳으니 은밀한 곳에 깊이 숨기고 젖을 먹여서 크게 자라나게 하였는데, 이미 다 장성을 하고 나자 곧 무리의 안에서 우두머리를 쫓아내어 본래의 무리에서 떨어지게 하였다. 그 원숭이는 산에서 따로 놀다가 이리저리로 널리 떠돌아다녔기 때문에 독각(獨覺)의 소리를 듣고는 곧 그에게로 가서 가까이 머물게 되었다. 그러면서도 마음에 두려움이 없어 과일과 뿌리와 잎사귀를 따다가 항상 그것을 독각에게 공급하였고, 독각은 먹고 난 나머지를 도로 원숭이에게 먹였다.
037_0663_b_01L독각의 상법(常法)으로는 음식을 먹고 난 뒤에는 곧 가부좌를 하는 것이었는데, 원숭이는 그것을 보자 곧 앉는 것을 배웠다. 뒤에 여러 독각들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는 하열(下劣)한 몸으로서 마땅히 얻어야 할 것은 이미 얻었으며, 해야 할 바는 이미 다 하였으니, 이제는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어가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자 곧 허공으로 올라가 신통변화를 보이니, 몸에서 불꽃을 내기도 하였으며, 혹은 몸에서 감로비[甘雨]를 뿌리기도 하였으며, 혹은 몸에서 광명을 내었다. 그리고는 곧 무여열반에 들었다. 그런데 그 원숭이는 독각들이 보이지 않자 근심이 되어 이리저리 찾아다니다가 오래된 동굴 안에 이르러 남겨진 몸을 보고 손으로 독각의 옷을 들어 올렸다. 이때 어느 천신(天神)이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원숭이가 독각의 옷을 벗겼으니, 독각의 남겨진 몸을 손상시킬지도 모르겠다.≻ 그 천신은 곧 원숭이를 밖으로 쫓아내고 돌로 굴을 막았다. 이때 원숭이는 동굴이 막힌 것을 보자 슬피 울고 괴로워하면서 그리워하는 마음을 품고 그곳을 떠나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와서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이때 원숭이는 사람의 곁에 가까이 있는 것을 좋아하다가 사람이 없어지게 된 까닭에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여 항상 사람의 말소리를 듣고 싶어하였다. 문득 다른 곳에서 선인들이 말하는 소리가 나자 원숭이는 그 소리를 듣고 길을 잃은 사람과 같이 소리를 찾아서 이리저리로 분주히 다니다가, 선인들이 고행을 닦고 있는 것을 보았다. 선인들은 손을 들어 올리고 있기도 하였으며, 혹은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서 발돋움을 하고 있기도 하였으며, 혹은 머리와 사지를 불에 태우기도 하였다. 원숭이는 그들에게 의지하여 오랫동안 한곳에 있으면서 두려워하는 일이 없이 언제나 꽃과 과일, 그리고 양치하는 나무를 가져다가 선인들에게 공급하였고, 선인들은 먹고 난 음식을 원숭이에게 주었다. 이때 원숭이는 선인들이 행하고 있던 위의(威儀)를 무너뜨리고 독각의 법에 따르게 만들었으니, 손을 들고 있던 자를 끌어당겨서 아래로 향하게 하여 그 자리에서 잠깐 사이에 가부좌(跏趺坐)가 되게 하였으며, 한쪽 다리를 들어 올리고 있던 자를 끌어당겨서 아래로 향하게 하여 잠깐 사이에 선인의 앞에서 가부좌가 되게 하였으며, 다섯 가지 열로 몸을 불에 태우고 있던 자에게는 손가락을 튀겨서 불을 꺼버리고 잠깐 사이에 선인의 앞에서 가부좌가 되게 하였다.
그때 여러 선인들은 친교사(親敎師)에게 말했다. ‘지금 어떤 원숭이가 저희들을 장애하여 고행 닦는 것을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스승이 물으니 선인들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자세히 말했다. 스승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원숭이는 모든 일을 기억할 수 있으니, 그 원숭이는 반드시 전에 그와 같은 위의로써 도를 닦는 선인들을 본 일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그대로 따라서 결가부좌를 하도록 하여라.’ 모든 선인들은 스승의 말씀을 듣고 나서 곧 가부좌를 하였는데, 전생의 선근이 현전(現前)되어 비록 친교사와 궤범사(軌範師)의 가르침을 얻지 못하였지만 저절로 37도품법(道品法)을 알아서 연각(緣覺)을 현증(現證)하였다. 이때 선인들은 원숭이가 있는 곳에서 공경하여 믿고 법을 따르며, 얻은 새로운 과일과 좋고 맛있는 음식을 먼저 원숭이에게 공양하고 난 뒤에 자신들이 먹었다. 뒤에 원숭이가 죽자 그 연각들은 여러 나라에서 갖가지의 향을 가져오고 땔나무를 모아서 원숭이를 불에 태워 다비(茶毘)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달리 생각하지 말라. 옛날에 연각들과 함께 살았던 원숭이는 바로 지금의 우바국다(憂波掬多)이니라. 예전에 많은 이익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다시 이곳에서 내가 수기(授記)한 것이니, 유정을 불쌍히 여기고 또한 많은 이익이 있게 함이니라.”
1)수형호(隨形好). 범어 anuvyañjaṅa의 번역. 불(佛)ㆍ보살(菩薩)의 몸에 갖추고 있는 뛰어난 용모와 형상 중에서 현저하게 볼 수 있는 것을 상(相), 미세하고 은밀하여 보기 어려운 것을 호(好)라고 한다. 호(好)는 제상(諸相) 안에 있고 상(相)에 따라 불ㆍ보살의 몸을 장엄하므로 수호(隨好)라 일컫는다.
2)부처님께서는 과일이라 하더라도 온전한 것은 먹지 못하게 계율로 제정하셨다. 먹을 수 있는 것은 과일 표면이 상한 것이나 저절로 마른 것 등이었기에, 승가에서는 그에 합당한 방법을 취하여 먹었다. 불에 그슬리는 것도 그러한 방법 중의 하나인데 주로 정인(淨人)의 손에 의해 행해졌다. 이렇게 하는 것을 청정하게 한다고 한다.
3)범어 Śamatha의 음역. 지(止)ㆍ지식(止息)ㆍ적정(寂靜)ㆍ능멸(能滅)이라 번역한다. 우리의 마음 가운데 일어나는 망념(妄念)을 쉬고, 마음을 한곳에 집중하는 것이다.
4)범어 Sindhu. 인도의 서북부를 흐르는 큰 강. 신두(辛頭) 또는 신두(新頭)라고도 한다. 지금의 인더스강이다.
5)비바사나(毘婆舍那)라고도 한다. 범어 Vipaśyanā의 음역. 능견(能見)ㆍ정견(正見)ㆍ관찰(觀察)ㆍ관(觀)이라 번역한다. 자세히 관찰하여 잘못됨이 없게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