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7_0671_a_01L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제11권
037_0671_a_01L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藥事卷第十一


대당 의정 한역
주호찬 번역
037_0671_a_02L大唐三藏義淨奉 制譯


그때 화수대왕(火授大王)은 깊은 궁전 안에 있었는데 드물게 일어나는 상서로운 일을 보았다.
이때 아난타가 왕궁의 문 앞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 나를 위하여 왕에게, ‘구수 아난타가 지금 문 앞에 있으면서 대왕을 뵙고자 합니다’라고 고하여 주시오.”
문지기가 곧 왕에게 고하였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성자 아난타께서 문전에 서 있으면서 대왕을 뵙고자 합니다.”
왕이 말했다.
“내가 지금 생각을 하다가 복스러운 조짐이 되는 일을 보았는데, 아난타 비구는 크게 존귀한 호족의 뛰어난 사람이니 이분이 바로 복스러운 조짐이로다. 훌륭한 명성이 있고 훌륭한 용모를 갖추었으며 훌륭한 색상(色相)이 있으며, 하시는 말씀이 모두 훌륭하고 모든 선품(善品)을 닦았으므로 내가 뜻을 굽히고 궁에 들어오시게 할 것이니, 누가 감히 머무르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겠느냐?”
037_0671_a_03L爾時火授大王在深宮內希見善祥之事時阿難陁至王門首告守宮門仁今爲我啓奏王知具壽阿難陁今在門首欲見大王時守門人便奏王言大王當知聖者阿難陁佇立門冀見大王王曰我今思望見福祥阿難陁苾芻是大尊貴豪族勝人是卽福祥善有名稱有善顏容有善色相所言皆善修諸善品可屈入宮誰敢留難
그 문지기가 곧 왕명을 받들고 아난타에게 말했다.
“왕께서 뜻을 굽히시고 궁에 들어오시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때 사방의 주변 국가에서 온 사신들도 함께 들어갔다. 아난타는 왕에게 ‘병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고 한쪽에 앉아서 화수왕에게 말했다.
“세존께서 대왕께 안부를 전하시고 석 달 동안 왕의 국경 안에서 여름 안거를 마치고 이제 떠나가시고자 하여 대왕께 알리도록 하셨습니다.”
왕이 말했다.
“아난타여, 제가 이제 세존의 위덕(威德)에 이마를 땅에 대어 예배를 드리니, 여름 안거 동안에 기거하시는 데 편안하셨으며 음식은 풍족하셨습니까?”
이때 이웃 나라의 여섯 사신들이 모두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참으로 도의가 없으십니다. 어떻게 부처님과 성문 승가를 청하여 공양을 베풀기로 해 놓고 석 달 동안을 아무도 모르는 궁전에 머무르면서 만나주지도 않을 수가 있습니까? 세존께서는 왕의 국경 안에 계시면서 한여름 내내 말이 먹는 거친 보리를 드셨습니다.”
037_0671_a_13L其守門人旣奉王命報阿難陁曰王屈入宮其時四方國使亦與同入時阿難陁啓王無病坐在一邊告火授王曰世尊慰問遣告大王於三月中在王境內夏安居已今欲隨去令報王知王曰阿難陁我今頂禮世尊威德一夏已來起居安樂不食飮豐足不時諸國使咸啓王言甚無道旣能請佛聲聞僧伽興設供於三月日自住密宮而不見謁尊在境一夏已來食麤馬麥
037_0671_b_01L왕이 말했다.
“성자 아난타여, 참으로 세존께서 승가와 함께 3개월 동안 거친 보리를 잡수셨습니까?”
아난타가 말했다.
“진실로 말한 것과 같습니다.”
왕은 곧 기절하여 자리에서 쓰러졌다가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고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왕은 여러 신하들을 불러서 신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매일같이 5백 명이 먹을 공양을 마련하되, 갖가지로 훌륭하게 하고 달고 맛있는 음식과 국과 밥을 준비하라고 명하지 않았더냐?”
여러 신하들이 대답했다.
“대왕께서는 다만 음식을 만들라고만 하셨을 뿐이고, 저희들에게는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를 명하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들은 명을 받들어 매일같이 5백 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화수왕은 세존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하여 미묘법(微妙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는 묵묵히 계셨다.
037_0671_b_01L王曰者阿難陁世尊僧伽於三月日實喫麤麥耶阿難陁曰誠如所說王便悶從座而倒冷水洒面方得醒悟諸臣佐告曰我先勅令每日供膳五百人食種種精妙甘美香饌羹飯飮食耶諸臣荅言大王但令遣造香饌不命臣等應合與誰臣等奉勅每日供膳造五百人分時火授王詣世尊所頂禮佛足退坐一面世尊爲彼微妙法示教利喜嘿然而住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참으로 잘못하였습니다. 대덕(大德) 선서(善逝)시여, 제가 참으로 잘못하였습니다. 제가 어리고 우매하여 진실로 어진 이가 누구인지를 구별하지 못하고 여러 훌륭한 방편이 없었기 때문에 먼저는 세존께서 성문 대중과 함께 석 달 동안 여름 안거를 하시게 해 놓고 나서 곧 깊은 궁전에 머물러서 부처님을 뵙지 아니하였습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무루(無漏)의 바른 지혜로써 중생을 보살펴 주시는 마음으로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뉘우침을 받아 주시고 저의 잘못을 용서하십시오.”
037_0671_b_11L王從座復禮佛足白言世尊我有深過德善逝我有深過由我幼少愚癡別良賢闕諸善巧先請世尊及聲聞於三月日爲夏安居便住深宮而不見佛唯願世尊證知護念哀愍於受我追悔見容其過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참으로 왕께서 말한 대로입니다. 세존과 승가 대중에게 3개월 동안 공양을 하기로 직접 청하여 놓고서 와 보지 아니한 것은 진실로 어리고 우매하며 참으로 어진 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훌륭한 방편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만약 사람이 잘못을 하였더라도 마음 깊이 스스로 뉘우치면 그 죄는 스스로 소멸되고 복덕이 증장되는 것이니, 무슨 인연 때문인가 하면 잘못을 보고서 능히 후회하는 마음을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비구 승가와 함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제가 공양해 드리는 의복과 음식과 와구(臥具)와 탕약을 받아 주십시오.”
037_0671_b_17L佛言大王如王說親請世尊及僧伽衆於三月日而不來現實爲幼少愚癡不別良闕諸善巧然大王當知若人造過深生自悔其罪自滅福德增長何因緣故由見過罪能生追悔王復白佛唯願世尊與苾芻僧伽盡形受我衣飮食臥具湯藥
037_0671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인간의 수명이 짧은 때에 여래가 출현하였고 아직도 교화를 받지 못한 자가 한량없이 많으며 나는 곧 열반에 이를 것이니, 왕께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공양해 주는 것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왕이 다시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제가 목숨이 끝날 때까지 공양해 드리는 것을 받지 않으신다면 원하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제가 7년이나 7개월 혹은 7일 동안만이라도 공양해 드리는 것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또한 받아들이지 않으시니, 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 비구 대중과 함께 내일 왕궁에 오시어 저의 보잘것없는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왕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왕은 반드시 입으로 뜨거운 피를 토하고 그로 인하여 죽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곧 아무 말씀을 안 하시고 묵묵히 왕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알고 나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부처님께 하직하고 물러나 왕궁으로 돌아와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경들이여, 어떠한 계교를 써야 이 많은 음식들을 부처님과 승가께서 내일 모두 드시게 할 수 있겠는가?”
여러 신하들이 대답했다.
“땅 위에 펼쳐 놓고 부처님과 승가를 청하여 그 위를 밟고 지나가게 하시면 또한 음식을 드시는 것과 같아질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아주 좋은 계획이오.”
037_0671_c_01L佛言大王壽命促如來出世未調化者其數無量槃將至我不受王盡形供給王復白大德世尊若不受我盡形供養願慈悲受我七年乃至七月七日供佛亦不受王復白佛唯願世尊與苾芻僧伽明日就宮受我微供佛作是不受王請其王必定口吐熱血因此命終佛便默受王請王知受已禮佛足奉辭還宮勅諸臣曰卿等有何巧計令此衆饌佛及僧伽明日食諸臣荅言可布地上請佛僧伽於上蹈過亦同如食王言甚善
왕은 그날 밤으로 갖가지 미묘하고 청정한 음식을 마련하여 온갖 맛이 충만하게 하였다.
대중 가운데에는 한 사람의 나이 많은 출가자가 있었는데, 그는 이 무도한 왕이 석 달 동안 부처님 세존과 비구 대중에게 공양을 청하고서도 거친 보리를 드시게 하고서, 지금에서야 이런 음식을 내 놓고 급하게 재주를 부리는 것에 대하여 성내고 한스러워하는 마음을 품고 곧 음식을 발로 차서 흩어버렸다.
여러 바라문 장자들이 그것을 보고 다 함께 나무라고 부끄럽게 여겨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이 음식들은 입으로 먹는 것들인데 어떻게 발로 찰 수 있습니까?”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비구로 말미암아 음식을 발로 차는 이 허물이 있게 되었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후로는 마땅히 이와 같이 입으로 먹는 것을 발로 차지 말아야 하니, 만약에 이것을 범하는 자는 월법죄(越法罪)를 짓게 될 것이니라.”
037_0671_c_13L王於其辦種種微妙淸淨香饌百味充備衆中有一老出家者情懷瞋恨此無道王於三月日請佛世尊及苾芻僧令食麤麥今現此食馳逞巧能便以腳撥散其飮食諸婆羅門長者見共譏恥聖者此食口飡之物何容腳時諸苾芻以緣白佛佛作是念彼苾芻以腳撥食有斯過失從今已不應如是入口之物以腳蹈之犯者得越法罪
037_0672_a_01L이때 화수왕은 대중이 자리를 정하고 앉은 것을 보고, 왕이 손수 음식을 나누어 주어서 모두로 하여금 배불리 먹게 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걷고 양치를 하고 나자 왕은 작고 낮은 의자를 가져다가 부처님 앞에 마주하여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왕을 위하여 미묘법을 자세히 말씀하시고 그 자리에서 떠나가셨다.
037_0671_c_23L時火授王見衆坐定王自行食皆使飽滿飯食將畢收鉢淨澡漱已取小卑座對佛前坐復爲王廣說妙法從座而去
그때 모든 비구들은 여름 안거가 끝나자 가사를 세탁하고 나서 각자가 발우를 가지고 모두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서서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곳에서 석 달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쳤으니 저희가 기거하던 초막 암자를 부수어도 되겠습니까?”
『증일아함경[增一阿笈摩經]』 제4품(第四品) 가운데에 자세히 설해진 것과 같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전에 무슨 업을 지으셨기에 3무수대겁(無數大劫) 동안을 머리와 눈과 손과 발을 버리시면서까지 널리 은혜를 베푸시어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셨으면서, 498명의 비구와 함께 다른 모든 일을 마다하시고 수진성(受盡城)으로 가시어 말을 먹이는 거친 보리를 드셨으며, 왜 구수 사리불과 목건련은 하늘의 묘한 공양을 받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에 스스로 이러한 업을 지었기에 이제 다시 스스로 받은 것이니라. 자세한 것은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겠다.
037_0672_a_03L時諸苾芻夏安居竟洗浣衣已各執衣鉢來佛所頂禮佛足在一面立共白佛大德世尊我等在此於三月日夏安居竟所有草菴可毀破不如『增一阿笈摩第四品』中廣說時諸苾芻咸皆有疑請世尊曰大德先作何業三無數大劫捨頭目手足廣行惠施成等正覺佛與四百九十八苾芻諸餘務詣受盡城食麤馬麥具壽舍利弗及大目連受天妙供佛告諸苾芻我於昔時自造斯業今還自受廣如餘說乃至頌曰

가령 백 겁(劫)이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2_a_15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37_0672_b_01L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지나간 과거에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 세이던 때에 부처님 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號)를 비발시(毘鉢尸)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각(正覺)이라 하셨으며, 10호(號)를 구족하셨고, 8만 4천의 비구 대중과 함께 친혜성(親惠城)에서 왕의 도성(都城) 곁에 머물고 계셨다.
이때 친혜성 안에는 어느 한 바라문이 5백 명의 동자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이 존중하고 공양하기를 참으로 부처님[應供]께 하는 것과 같이 하였다. 그런데 비발시여래께서 그 성읍에 오시자 나라 안의 백성들이 그 바라문을 공경하지도 않고 존중하지도 않게 되자, 그는 마침내 부처님 계시는 곳과 성문(聲聞) 대중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037_0672_a_17L汝等當知乃往古昔人壽八萬四千歲時有佛世尊出現於世號毘鉢尸如來應供正覺十號具足與八萬四千苾芻衆住親惠城王都城側于時親惠城中有一婆羅門教授五百童國中人民尊重供養如眞應供鉢尸如來至彼城邑國中人民而不恭敬及不尊重此婆羅門遂於佛所及聲聞衆情生嫉妒
이때 많은 비구와 학(學:十地菩薩)ㆍ무학(無學:아라한)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여 갖가지의 미묘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얻어 발우에 가득 담아서 성을 나오고 있었는데, 그 바라문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비구여, 어서 오십시오. 나는 발우 안에 어떤 음식을 얻었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여러 비구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곧 발우 안의 음식을 드러내어 보여주었다.
그는 질투심을 품고 곧 성을 내어 여러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을 받을 만한 자가 아니니, 감히 이 미묘한 공양을 받을 수가 없다. 이들에게는 마땅히 지극히 거친 보리를 주어야만 한다.’
그때 모든 학생들은 다 같이 함께 대답했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오파타야(鄔波馱耶:바라문 스승)께서 말씀하신 대로 거친 보리를 먹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에서 두 명의 동자는 마음에 청정한 믿음이 있었으며, 현덕상(賢德相)을 갖고 있어서 이렇게 말했다.
‘스승이시여,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이분께서는 참으로 마땅히 공양을 받을 만하시며 대존승(大尊勝)을 갖추셨으며, 하늘의 공양을 받을 만하시니 사람의 음식을 논할 바가 아닙니다.’”
037_0672_b_03L時有衆多苾芻學無學於晨朝時著衣持鉢入王都城乞食乞得種種微妙香饌滿鉢而其婆羅門見已問曰苾芻可來觀鉢中乞得何食是諸苾芻各懷質便呈鉢食彼懷嫉妒便生瞋恚諸學生斯非應供不堪受此微妙供應令施彼極麤穬麥時諸學生咸共荅言如是如是如鄔波馱耶言≺合食麤麥於彼衆中有二童子心懷淨有賢德相作如是言鄔波馱耶出斯語此眞應供具大尊勝堪受天非論人食
037_0672_c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지나간 과거에 바라문이었던 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내가 바로 그이니라. 5백 명의 학생들은 지금의 498명의 비구이며, 신심이 있고 어질며 착했던 그 두 사람의 동자는 지금의 사리불과 목건련이니라.
너희들 비구여, 내가 옛날에 비발시여래와 비구와 아라한인 제자들의 처소에서 질투심을 품고 성을 내어 착하지 못한 말로써 거칠고 악한 말을 하였고, 그 여러 학생들은 모두가 나의 말을 따랐던 까닭에 그 업력(業力)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업보(業報)를 받은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세존과 498명의 비구가 말이 먹는 거친 보리를 먹었고, 사리불과 대목련의 이 두 동자는 나의 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착한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하늘의 공양을 받은 것이니라. 이런 뜻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항상 말하기를, ‘흑업(黑業)을 지으면 흑보(黑報)를 받고, 백업(白業)을 지으면 백보(白報)를 받으며, 잡업(雜業)을 지으면 잡보(雜報)를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서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할 것이니라.”
037_0672_b_15L佛告諸苾芻於意云何乃往昔時婆羅門者豈異人乎我今是也五百學生者此四百九十八苾芻是其二童子有信心賢善者今舍利弗及大目連是汝等苾芻由我往昔於毘鉢尸如來及學無學弟子處懷嫉妒心而生瞋恚以不善言作麤惡語彼諸學生悉隨我語由斯業力今受斯報是故世尊與四百九十八苾芻食麤馬麥其舍利弗及大目連此二童子不隨我語由善業力今受天供由斯義故我常宣說黑業黑報白業白報雜業雜報汝等宜應勤修當如是學
그때 세존께서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나와 함께 무능적성(無能敵城)에 가도록 하자.”
아난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자 곧 부처님을 뒤따라서 두루 교화하며 다니다가 무능적국(無能敵國)에 이르러 갠지스강변에 머물렀다.
이때 어느 비구가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와서 부처님의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서서 합장을 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저를 위하여 미묘법을 간략하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제가 부처님의 수승하신 법문을 듣고 한마음으로 받아들여서 부지런하고 간절하게 수행하여 능히 통달할 수 있게 되고, 이 일로 말미암아 제가 부귀한 가문을 버리고 삭발하여 몸에는 가사를 입고서 세속을 버리고 출가를 하며, 끝까지 위없는 범행(梵行)을 구하여서 스스로 지혜를 갖게 되고 법을 얻으며 법을 깨달아서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익되게 하며,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이 성립되며 해야 할 바를 이미 다 갖추어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게 되기를 원합니다.”
037_0672_c_05L爾時世尊告具壽阿難陁曰汝今可來共我詣無能敵城時阿難陁聞佛教已卽隨佛後遊行人閒至無能敵住弶伽河邊時有一苾芻來詣佛頂禮雙足在一面立合掌恭敬佛言善哉世尊唯願爲我略說妙法我聞勝法一心領受勤策懇勵能爲通達由斯事故我捨豪族剃除鬚髮身服袈裟捨俗家計而爲出家至終願求無上梵行以自有智得法見法自利利他我生已盡梵行成立所作已不受後有
037_0673_a_01L그때 그 비구가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부처님께서는 주위를 둘러보셨는데 갠지스강 가운데에 큰 다리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이 강 가운데에 있던 다리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느냐?”
비구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저 떠내려가는 나무다리가 저쪽 언덕에 머무르지도 않고, 이쪽 언덕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가운데 떠내려가는 데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여울이나 모래 강변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사람이 끌어내지도 않으며, 비인(非人)이 붙잡아 주지도 않으며, 웅덩이에 빠지지도 않으며, 부서지거나 문드러지지 아니한다면, 오래되지 않아 큰 바다 가운데에 이르러 그곳에 머무르는 것과 같이 어떤 비구가 그와 같이 이쪽 언덕에도 머무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머무르지 않으며……(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또한 열반에 이르게 되느니라.”
037_0672_c_17L時此苾芻作斯語已迴顧視觀弶伽河見於河中有大方梁隨流而下見已告彼苾芻曰汝今見此河中方梁隨水流不荅言已見佛言若有苾芻如彼方梁不住彼岸不住此岸不住中流沙灘河渚人不撈出非人不持不入漩渦不壞不不夂之閒至大海中而爲居止芻如是不住彼此廣說乃至到於涅
이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이쪽 언덕과 저쪽 언덕, 나아가 부서지지도 않으며 문드러지지도 아니하는 것을 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저에게 간략히 말씀해 주시어 저로 하여금 개오(開悟)하게 하시고, 나아가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과 저쪽 언덕이라는 것은 6처(處)이며, 이쪽 언덕은 내처(內處)이며 저쪽 언덕은 외처(外處)를 이르는 것이다. 비구가 비록 이 6내처(內處)와 6외처(外處)를 알지만 떠내려가는 것에 머무르는 것은 애욕(愛欲) 때문이다. 모래 여울이나 모래 강변에 머무르는 것은 아만(我慢)을 이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끌어낸다는 것은 그 비구가 여러 재가인(在家人)과 더불어 옛일을 생각하는[追感] 데로 되돌아가 속인들과 함께 근심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이르는 것이다. 비인(非人)이 붙잡아 준다는 것은 범행(梵行)을 닦아 지켜서 마침내 이러한 발원을 한다면 이 선근으로써 마땅히 천상(天上)이나 귀취(鬼趣)1) 가운데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웅덩이에 빠진다는 것은 모든 계율을 버리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부서지고 문드러진다는 것은 청정한 계율을 훼손하고 깨뜨리며 모든 악법(惡法)을 짓고 어질고 착한 사람과 싸워서 어지럽게 만들며 악마의 무리가 되어 사문답지 못한 사람을 사문이라 하고 범행(梵行)답지 못한 행위를 범행이라고 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037_0673_a_03L時此苾芻白佛言大德彼此之岸乃至不壞不爛我未知解善哉世尊願爲略說令我開悟乃至不受後有佛告苾芻彼此岸者是爲六處此岸內處彼岸外處苾芻雖知此內外六住中流者樂爲愛欲住沙灘渚者是爲我慢人撈捉者是其苾芻與諸白衣往還追感共爲憂樂非人捉者若有修持梵行遂作斯願以此善根當願生天鬼趣等中入旋渦者爲捨諸學處言壞爛者毀破淨戒作諸惡法鬪亂賢善爲魔所朋非沙門爲沙門梵行爲梵行
비구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니, 이것이 피안(彼岸)과 차안(此岸), 6내처와 6외처……(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필경 열반에 이르게 되느니라. 이때 이 필추는 부처님께서 훌륭하게 설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며 믿어 받들고 예배드린 뒤에 떠나갔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한마음으로 기억하여 지니고 부지런히 채찍질하여 힘쓰고 노력하여 나아가 그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루어졌으며, 해야 할 바는 이미 갖추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아서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037_0673_a_15L苾芻應如是知此爲彼此內外廣說乃至畢竟到於涅槃時此苾芻聞佛善說歡喜信受作禮而去如佛所說而此苾芻一心記持勤策懇勵乃至我生已盡梵行成立所作已不受後有證阿羅漢果
037_0673_b_01L그때 환희(歡喜)라고 하는 소 치는 사람이 부처님 계신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가, 부처님의 말씀을 멀리서 들으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서 있었다. 이때 두꺼비 한 마리가 또한 강가에 있다가 소 치는 사람의 지팡이에 등을 눌려서 가죽과 살에 구멍이 뚫렸다.
그 두꺼비는 비록 그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내가 소리를 지르면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반드시 산란해져서 부처님의 법을 듣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고통을 참고 받아들여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서 깨끗한 마음을 많이 내면서 곧 죽어서 그로 인하여 사천왕궁(四天王宮)에 태어났다.
037_0673_a_20L爾時有一牧牛之人名曰歡喜去佛不遠遙聽佛說倚杖而立時有蝦蟆亦在河邊牧牛人杖遂柱隱脊上肉穿穴雖遭此苦心生是念我若作聲歡喜牧人必爲散亂聽法爲難由是忍受於世尊處發殷淨心因卽命過四天王宮
소 치는 사람은 지팡이를 한쪽에 내던지고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공경하게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는 이제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에 머무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며, 가운데에 떠서 떠내려가지도 않으며, 모래 여울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잡히지도 않으며, 비인(非人)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웅덩이에 빠지지도 않으며, 또한 문드러지거나 부서지지도 않겠습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훌륭하게 법률(法律)을 말하는 가운데로 출가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받아서 비구가 되어 범행(梵行)을 청정하게 수행하며, 세존을 받들어 모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037_0673_b_04L時牧牛人擲杖一邊詣世尊處頂禮佛足在一面立合掌恭敬白言大德我今不樂彼此岸住不隨中流不住沙灘不令人捉不令非人所持不溺渦旋中亦不爛壞唯願世許我於善說法律中而爲出家受近圓成苾芻性淨修梵行奉事世
부처님께서 소 치는 사람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지금 소떼를 본래의 주인에게 맡겨야 되지 않겠소?”
“맡기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무슨 까닭에 맡기지 않는 것이오?”
소 치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모든 소들은 각자 새끼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인의 곁에 있는데, 이 어미소들은 새끼소를 사랑하여 잊지 아니하는 까닭에 때가 되면 스스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맡기지 않는 것이니,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다만 저로 하여금 훌륭하게 법률을 말하는 가운데에 출가를 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받아서 비구가 되어 청정하게 범행(梵行)을 닦을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037_0673_b_11L佛問牧人曰汝今牛群豈可不須付彼本主耶荅言不付何因緣故而不分付荅曰諸牛各有犢子在於主其母牛等戀念犢故時至自歸以不付唯願世尊但令許我於善說法律中而爲出家幷受近圓成苾芻淨修梵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환희여, 그대는 지금 우선 잠시만 기다리시오. 이 소떼가 비록 머무를 곳을 알지만 당신은 먼저 이미 다른 소의 주인에게서 의복과 음식을 받았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오.”
이때 환희는 다시금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떠나가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나에게 큰 두려움이 있습니다. 매우 큰 두려움이 있으니 빨리빨리 달아나시오.”
같이 소 치는 사람의 수가 백 명이었는데, 그들이 그를 보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두려움이 생겼습니까?”
“태어나는 것과 늙어가는 것과 병드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037_0673_b_17L佛言歡喜汝今且待須其此牛群雖知住處然汝先已受他牛主衣服飮食不應如是于時歡喜便禮佛足而去高聲唱言我有大怖畏甚大怖畏疾疾而走同牧牛者數有百人見彼懷懼問言仁者生何怖耶荅曰生怖老怖病怖死怖
037_0673_c_01L여러 소 치는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또한 그를 뒤따라 달렸다. 다른 나머지의 소 치는 사람들과 양치는 사람들과 풀을 베고 땔나무를 하던 사람들과 길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뒤따라 달렸다.
앞에서 거슬러오던 사람이 물었다.
“당신들은 무슨 두려움이 있습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두렵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모두 뒤따라 달려서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마을 안에 있던 사람들이 멀리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마침내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어떤 사람은 밖으로 뛰어 달아나는 사람도 있었고, 혹은 재물을 거두어 숨기는 사람도 있었으며, 혹은 갑옷을 입고 병장기를 챙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037_0673_b_23L諸牧牛人聞是語已亦隨彼走有餘牧牛人及牧羊人幷刈草採柴在路見者咸隨彼走逆前來者問曰汝有何所荅言我怖生老病死而此諸人聞已皆逐欲至所住聚落聚落中人遙見大衆遂生怖心或出走者或有收藏財物者或有著鎧嚴備仗者
그 가운데에 어느 흉포하고 용맹한 자가 마을에서 나와 가로막고 밀치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들이 곧 대답했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 두렵습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근심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고요해졌다.
037_0673_c_07L於中有兇猛者從聚落出先鋒逆拓問言彼便荅曰有怖有畏問言何懼我今憂怖生老病死時聚落人方始安怗
그때 구수 사리불이 부처님의 회상에 앉아 있다가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떠나간 지 오래되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즐겨 훌륭하게 법률을 말하는 가운데로 출가하기를 청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무슨 까닭에 그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소 치는 사람 환희가 속가에 있으면서 5욕락(欲樂)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소를 맡기고 나서 곧 이곳으로 올 것이다. 너는 마땅히 그 착한 종족의 아들이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서 청정한 신심으로써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梵行)을 끝까지 닦아 익혀서 이치를 깨닫고 증득하며, 또한 다른 사람을 증득하게 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루어졌으며 해야 할 바는 다 갖추어졌으며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으리라’고 하는 것을 너 스스로가 보게 될 것이다.”
037_0673_c_11L爾時具壽舍利弗在佛會坐見牧牛人歡喜去夂白佛言世尊其牧牛歡喜樂於善說法律中而請出家佛先何故令彼歸家佛告舍利弗歡喜牧人處在家中受五欲樂無有是處彼付牛已卽來於此汝當自見其善族姓子剃除鬚髮被著袈裟以淨信心捨俗出家於無上梵行至終修習得見諦而以自智見法證會亦令他證生已盡梵行成立所作今辦更不受後有
037_0674_a_01L뒤의 다른 때에 그 소 치는 사람인 환희는 소를 주인에게 맡기고 5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저는 소를 맡겼습니다. 원하건대 제가 훌륭하게 법률을 말씀하시는 가운데로 출가를 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받아서 비구가 되어 범행(梵行)을 청정하게 수행하며 세존을 받들어 모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를 보시고 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환희야, 너와 함께 이곳에 온 5백 명이 모두 훌륭하게 법률을 말하는 가운데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어 범행 닦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들은 출가를 하고 나자 부지런히 선품(善品)을 닦아서 마음에 해탈을 얻게 되었다.
037_0673_c_22L復於異時其歡喜牧人牛付主與五百人來詣佛所而白佛言德世尊我付牛訖願見聽許於善說法律而爲出家幷受近圓成苾芻性淨修梵行奉事世尊佛旣見已告言歡喜汝與五百同來此者皆悉許得於善說法律而爲出家幷受近圓苾芻性可修梵行旣出家已勤修善乃至心得解脫
상법(常法)에는 이와 같아서 만약 하늘에 태어나게 되면 세 가지의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니, ‘나는 어느 곳에서 죽어, 어느 곳에 태어났으며, 이것은 무슨 업 때문인가?’ 하는 것이다.
한편 이때 두꺼비는 하늘에 태어나게 되자 곧 관(觀)하여 자신이 두꺼비의 몸을 버리고 사천왕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내어 그 업으로 말미암아 이곳에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을 알고서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먼저 하늘의 즐거움을 받고 부처님을 가서 뵙지 않는다면 감히 은혜를 모르는 짓이다. 나는 이제 먼저 세존을 가서 뵈어야겠다.’
이때 두꺼비 천자(天子)는 하늘의 용모와 위의로써 몸과 머리를 장엄하고 한밤중에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갠지스강[弶伽河]의 곁을 광명으로 밝게 비추고 하늘의 묘한 꽃을 여래의 주변에 흩뿌리고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037_0674_a_07L常法如是若得生起三種念一者我於何處死生在何處以何業故是時蝦蟆得生天已卽便觀見捨蝦蟆身得生四天王宮由於佛處發淸淨心以斯業故得生於此便作是念若先受天樂不往見甚無恩孝我今預應往見世尊時蝦蟆天子以天容儀莊嚴身首中夜分來詣佛所弶伽河側光明照耀以天妙花散如來上頂禮佛足面而坐聽佛說法
이때 세존께서는 두꺼비 천자의 근성(根性)과 번뇌의 종자[隨眠]와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의 차별(差別)을 관하여 아시고, 4성제(聖諦)를 말씀하시어 그로 하여금 지혜가 열려 진리를 깨닫게 하셨다. 그는 법문을 듣고 나자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써 스무 가지 유신견(有身見)2)의 산을 무너뜨려 없애고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하여, 해골이 쌓여서 이루어진 산을 뛰어넘고 혈해(血海)를 마르게 하였다.
그때 두꺼비 천자는 마음 깊이 기뻐하기를 마치 물건을 팔러 온 사람이 물건을 살 사람을 만난 듯이, 농부가 단비를 만난 듯이, 전쟁에서 승리를 얻은 듯이, 병든 사람이 병이 쾌유된 듯이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나서 인사를 드리고 하늘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037_0674_a_17L于時世尊觀知蝦蟆天子根性隨眠意樂差別說如是於四聖諦令其開悟彼聞法已以智金剛杵摧滅二十種有身見山證預流果超越骨山涸竭血海時蝦蟆天子深生歡喜如賈客得賣主如農夫得天雨如陣得勝如病得差從坐而起頂禮佛足辭還天處
037_0674_b_01L이 여러 비구들은 초야(初夜)와 후야(後夜)에 모두 잠에서 깨어나 그 광명을 보고는 의심하는 생각이 생겨서 아침에 이를 세존께 아뢰었다.
“지난 밤중에 범천(梵天)과 제석(帝釋)의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이 부처님 계시는 곳에 왔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천왕이 온 것이 아니다.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나의 법문을 듣고 있을 때에 한 마리의 두꺼비가 환희의 지팡이에 눌려서 가죽과 살이 뚫어졌는데, 소리를 내면 소 치는 환희가 법문을 듣다가 놀랄까 걱정하여 나의 처소에서 청정한 마음을 발하여 고통을 참다가 죽어서, 사천왕의 왕궁에 태어나게 되었는지라 내가 있는 곳으로 왔기에 내가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여 주니 그가 법문을 듣고 나서 인사를 드리고 본래의 집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다 같이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소 치는 사람인 환희와 5백 명의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소 치는 사람이 되어서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두꺼비 천자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두꺼비로 태어나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스스로가 그러한 업을 지어서 이제 스스로 받은 것이니라.……(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7_0674_b_01L是諸苾芻初夜後夜悉皆覺了夜見其光而生疑念於晨朝時白世尊曰於昨夜中梵釋諸天護世四天王來於佛所耶佛言不來然牧牛歡喜聽我法時有一蝦以杖隱著皮肉穿穴作聲恐驚牧牛歡喜聽法而於我處發淸淨心痛命終得生四天王宮來於我所彼說法彼聞法已辭還本宮時諸苾芻咸皆有疑請世尊曰牧牛歡喜及五百人先作何業爲牧牛者於佛教中而爲出家斷諸煩惱證阿羅漢果蝦蟆天子先作何業生在蝦蟆見眞諦理佛告諸苾芻由彼自造斯業還自受廣說乃至頌曰

가령 백 겁(劫)을 지낸다 하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다시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4_b_15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37_0674_c_01L
너희들 비구여, 지나간 과거이며 이 현겁(賢劫) 동안에 인간의 수명이 2만 살이던 때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으니, 그분은 가섭파(迦攝波)부처님으로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의 10호(號)를 구족하셨으며 바라닐사(波羅痆斯)의 선인타처(仙人墮處)인 시록림(施鹿林) 가운데에 머무르셨다.
그 소 치는 사람인 환희는 그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출가하여 3장(藏)에 두루 통달하여 대법사(大法師)가 되었다. 그는 규범을 훌륭하게 알았으며, 경전을 잘 받들어 읽고 외울 수 있었으며, 5백 명의 제자를 두었다.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자들은 그의 가르침을 취하여 대중 가운데에서 쟁론(諍論)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면 이 비구가 훌륭하게 쟁론을 화합시켜서 그치게 만들곤 하였다.
037_0674_b_17L汝等苾芻乃往過去此賢劫中人壽二萬歲時有佛出世號迦攝波如來正等覺十號具足住波羅痆斯仙人墮處施鹿林中其牧牛歡喜彼佛教中而爲出家具通三藏爲大法師善知摸軌能持諷誦有五百弟子彼受業取其教誡而於衆中有諍事而此苾芻善和令息
이때 어느 두 비구는 마음에 아만심(我慢心)을 품고 있으면서 그에게 나아가 기거(起居)는 편안한지 문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뒤의 다른 때에 이 두 비구가 대중과 함께 쟁론을 하다가 그의 처소에 이르러 그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말하였다.
‘존자(尊者)시여, 이러이러한 쟁송(諍訟)이 있으니 그치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에 지금 곧 바로 쟁송을 화평하게 하여 그치게 한다면 이 비구는 다시는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니, 우선 물러가서 승가와 함께 있도록 하여도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 비구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은 구수의 쟁론하는 까닭을 알지 못하겠으니, 우선 승가의 처소로 가시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그 삼장 비구는 승가의 일 때문에 바깥 마을로 나갔다. 그 두 비구는 승가의 처소에 이르러 대중들과 화합을 하여 쟁송을 그쳤다. 삼장 비구는 승가의 일을 마치고 나서 마을에서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와 제자에게 물었다.
‘그 두 비구가 다시 나를 보러 왔었느냐?’
제자가 대답했다.
‘스승이시여, 승가에서는 이미 그와 쟁송하는 일을 그쳤습니다.’
제자가 그간에 있었던 일을 갖추어 설명하니, 스승은 그 말을 듣고 나서 화를 내며 거칠고 사나운 말을 내뱉었다.
‘이 승가가 이와 같이 범죄를 판결하다니 소를 키우는 방법과 같구나. 모든 비구들이 전에 소를 치다가 출가하여 비구가 된 모양이다.’
5백 명의 제자들은 스승의 말을 듣고 나서 마찬가지로 말했다.
‘스승이시여, 진실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승가에서 쟁송을 판결하여 화합하는 것이 마치 소를 치는 사람의 법과 같습니다.’”
037_0674_c_02L是時有二苾心懷我慢不肯詣彼起居問訊於異時斯二苾芻共衆鬪諍方至彼頂禮足已白言尊者有斯諍訟見令息彼便作念我若卽令諍訟和而此苾芻不復更來且退與僧伽亦不違法念已告曰我今不知具壽諍緣且向僧伽處彼緣僧事出外聚其二苾芻至僧伽處衆與和息藏苾芻僧事了已從於聚落還至本問弟子曰其二苾芻更來求我不子荅言鄔波馱耶僧伽已與息其諍所有事意具爲陳說聞已生嗔麤惡語而此僧伽如是斷事同牧牛而諸苾芻先是放牛者方爲出家五百弟子聞已亦言鄔波馱耶誠如所說僧伽和斷如放牛人法
037_0675_a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과거의 삼장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과거의 5백 제자들은 지금의 5백 명의 사람들이다. 그 여러 사람들은 지나간 옛날에 가섭파여래의 제자인 성문(聲聞) 대중 가운데에서 거친 말을 하였던 까닭에 5백 생 동안 언제나 소를 치다가, 그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온(蘊)과 계(界)와 여러 입[諸入]과 연기(緣起)와 처(處)와 비처(非處)를 훈수(熏修)한 선근(善根)으로 말미암아 그는 5백 명의 소 치는 사람과 더불어 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게 된 것이니라.
037_0674_c_18L佛告諸苾芻於意云何往時三藏苾芻者異人乎今放牛歡喜是往時五百弟子者今五百放牧人是由彼諸人於往昔時迦攝波如來弟子聲聞衆中出麤語故五百生中常爲放牛由於彼佛教中薰修蘊諸入緣起處非處善根故彼與五百人於我教中而作出家斷諸煩惱證阿羅漢果
그 두꺼비 천자도 또한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하여 항상 정(定)을 닦았다. 그는 세상을 두루 다니며 교화하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러 절 안에서 머물렀다. 초야(初夜)에 단정히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정(定)에 들려고 하였는데, 비구들이 모두 경전을 소리 내어 외우고 있었던지라 그 소리가 선정에 장애가 되었다.
037_0675_a_03L其蝦蟆天子亦於迦攝波如來教中出家而常習定遊行人閒至一聚落住在寺中初夜端坐攝心欲定持誦苾芻悉皆諷誦聲能障定
그는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중야(中夜)에 선정에 드는 것이 좋겠다.’
다시 중야에 마음을 가다듬고 선정에 들려고 하였는데, 경전을 외우는 비구들이 여전히 소리 내어 암송을 하고 있어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후야(後夜)에 선정에 드는 것이 좋겠다.’
후야에 다시금 단정히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선정에 들려고 하였는데, 그때에도 여러 비구들이 소리를 높여서 경전을 암송하였다.
그는 아직 욕심을 여의지 못하였던 까닭에 독한 마음을 품어 곧 화를 내어 이렇게 말했다.
‘이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한 비구들은 저녁부터 늦도록 두꺼비 소리를 내는구나.’
037_0675_a_07L彼旣聞聲心不能攝便作是念我今可於中夜入定又於中夜攝心欲定持經苾芻又皆諷誦復作是念可於後夜於後夜中又復端坐攝心欲定時諸苾芻高聲諷誦未離欲故有懷瞋毒便起忿恚作如是語而此迦攝波教中苾芻從暮至晩出蝦蟆聲
너희들 비구여,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과거에 선정을 익히던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두꺼비 천자가 바로 그이니라. 그는 가섭파 여래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의 성문(聲聞) 제자의 처소에서 그러한 나쁜 말을 하여 그 업(業)으로 말미암아 백 생 동안을 두꺼비 몸이 되었다가, 내가 있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내어 두꺼비 몸을 버리고 사천왕의 왕궁에 태어났으며,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서 범행(梵行)을 수행하였던 까닭에 지금에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뜻으로 말미암아 내가 항상 널리 말하기를, ‘흑업(黑業)을 지으면 흑보(黑報)를 받게 되고, 백업(白業)을 지으면 백보(白報)를 받게 되며, 잡업(雜業)을 지으면 잡보(雜報)를 받게 된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너희들은 마땅히 흑업(黑業)과 잡업(雜業)을 버리고 백업(白業)을 닦도록 해야 할 것이니라.”
037_0675_a_14L汝等苾芻於意云何往時習定苾芻者豈異人乎今蝦蟆天子是彼於迦攝波如來正等覺聲聞弟子處作斯惡語由斯業故百生中爲蝦蟆身而於我所發淸淨捨蝦蟆身生四天王宮於迦攝波如來教中修諸梵行故今見眞理斯義故我常宣說黑業黑報白業白雜業雜報是故汝等應捨黑業當修白業
037_0675_b_01L그때 세존께서는 갠지스강을 건너려고 하셨다. 이때 5백 마리의 기러기 떼와 5백 마리의 물고기와 5백 마리의 거북이가 세존을 향해서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았다.
세존께서는 그때 3구(句)의 미묘법(微妙法)을 말씀하셨다.
“현수(賢首)여, 제행무상(諸行無常)이며, 제법무아(諸法無我)이며, 열반적멸(涅槃寂滅)이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청정한 마음을 내어 방생(傍生:畜生)의 몸을 싫어해야 할 것이다.”
이때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이들은 3구법(句法)을 듣고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희유하게도 여래의 3구로 된 미묘법을 들었으니, 마땅히 무엇을 먹겠다는 생각을 끊어야겠다.’
그리고는 곧 먹는 것을 끊었다. 방생의 무리들은 굶주림의 고통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곧 그로 인하여 죽어서 사천왕궁(四天王宮)에 태어났다.
037_0675_a_23L爾時世尊欲渡弶伽河時有五百群五百頭魚五百頭龜右繞世尊尊爾時爲說三句妙法告言賢首行無常諸法無我涅槃寂滅汝等宜應發淸淨心厭傍生身時鵝魚聞三句法皆作是念我等希聞如來三句微妙法味不應更念自餘食想便斷不食傍生之類飢火甚速因卽命生四天王宮
처음에 여러 하늘[天]에 태어나게 되면 상법(常法)에서는 이와 같았다. 만약 하늘[天]에 태어나게 되면 세 가지의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니, ‘나는 어디에서 죽었으며, 나는 어느 곳에 태어났으며, 무슨 업으로 말미암아 태어났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관(觀)하여 자신이 방생취(傍生趣)를 버리고 사천왕궁에 태어났으며,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서 법요(法要) 3구를 들은 것으로 말미암아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음)……. 다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아가 묘한 하늘 꽃을 부처님 주변에 뿌렸다.
037_0675_b_09L初生諸天常法如是若生天者起三種念我於何死生於何由何業生觀見自身捨傍生趣四天王宮由世尊處得聞法要三句廣如餘說乃至咸詣佛所以妙天花而散佛上
세존 자부(慈父)께서는 그들의 근성(根性)과 번뇌[隨眠]와 마음에 하고 싶어하는 것을 관찰하시고 미묘법을 말씀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4성제(聖諦)에서 지혜가 열려 진리를 깨닫게 하셨다. 그들은 설법을 듣고 나서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하고,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다 함께 인사를 드리고서 궁으로 되돌아갔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여러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이들은 전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방생의 몸으로 태어났으며, 또한 무슨 업을 지었기에 천상(天上)에 태어나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여러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이들은 스스로 지은 바의 업으로 이제 스스로 되돌려 받은 것이니라.……(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7_0675_b_14L世尊慈父觀其根性隨眠意樂爲說妙法於四聖諦令其開悟聞說法已證預流果乃至頂禮佛足共辭還宮時諸苾芻咸皆有疑請世尊曰唯願世尊說此諸鵝龜等作何業生在傍生又作何業得生天見眞諦理佛告諸苾芻汝等當知諸鵝自作斯業今還自受廣如上說乃至頌曰

가령 백 겁(劫)을 지낸다 하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5_b_22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37_0675_c_01L
너희들 비구여, 이제 잘 듣도록 하여라. 지나간 오랜 옛날 이 현겁(賢劫)동안에 인간의 수명이 2만 살이던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號)를 가섭파(迦攝波)여래라 하셨으며, 10호(號)를 구족하고 바라닐사(波羅痆斯)의 시록림(施鹿林) 가운데에 있는 선인타처(仙人墮處)에 머물러 계셨다. 그런데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들이 그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를 하였다가 여러 가지의 작은 계율을 범하였다. 그들은 이 업(業)으로 말미암아 방생취(傍生趣)에 떨어졌고, 내가 있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천상(天上)에 태어날 수 있었으며,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 머물면서 범행(梵行)을 닦았던 까닭에 나의 법문을 듣고서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내가 항상 널리 말하기를……(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도록 해야 한다.”
037_0675_c_01L汝等苾芻今當善聽乃往古昔此賢劫中人壽二萬歲時有佛出世號迦攝波如來十號具足住波羅痆斯施鹿林中仙人墮處而鵝龜於彼教中而爲出家毀犯諸餘雜小學處斯業故墮在傍生由於我所發淸淨得生天上住於迦攝波如來教中修梵行故得聞我法見眞諦理由斯義故我常宣說乃至應如是學
이때 세존께서 갠지스강을 건너시자, 5백의 아귀(餓鬼)가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해골같이 검고 수척하였으며, 불에 탄 나무 기둥과 같았고, 머리카락은 어지럽게 헝클어져 있었다. 배는 태산만큼 크게 불렀고 목구멍은 바늘같이 좁았으며 온몸에 불이 타올라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037_0675_c_10L是時世尊渡弶伽河已有五百餓鬼來現於前骸骨黑瘦如火燒柱頭髮蓬亂腹如太山其咽如鍼遍體熾然焰火燒聚
그들은 합장을 하고 공경하며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희들은 전생의 몸으로 많은 악업(惡業)을 지었기에 금생의 몸으로도 아직도 물이라는 이름을 듣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밥을 얻는 것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크게 자비로우신 분이시니, 저희들에게 물을 베풀어 주셔서 마시게 해 주십시오.”
037_0675_c_14L合掌恭敬白世尊言大德我等由於先身造諸惡業於此身中尚不得聞漿水之名況獲飯食佛是大悲施水見飮
037_0676_a_01L세존께서는 멀리 갠지스강을 보시면서 구수 대목련(大目連)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여러 아귀들을 배불리 마시게 해 주어라.”
목련이 가르침을 받들어 곧 물을 마시게 해 주려고 하였으나 아귀들은 목구멍이 가는 바늘과 같이 좁아서, 목련은 능히 그들의 목구멍을 확장시켜 마시게 할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그들의 목구멍을 여시니, 목련이 마시게 해 주었다.
그들은 목마르다는 생각으로 핍박되어 욕심을 부려서 많이 마시니 배가 불러 곧 터졌는데, 모두가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낸지라 죽어서 천상(天上)에 태어나고, 나아가 과(果)를 증득하였으니……(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음)…….
이때 모든 비구들은 또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이 여러 아귀들은 전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아귀로 태어났으며, 또한 무슨 업을 지었기에 천상에 태어나서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스스로 지은 업을 이제 스스로 되돌려 받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7_0675_c_17L世尊遙視其河告具壽大目連曰汝今飽飮此諸餓鬼連奉教卽欲令飮而諸餓鬼咽細如目連不能開張得飮佛以神力其咽喉目連與飮彼緣渴想逼惱多腹便脹裂咸於佛所發淸淨心終生天乃至證果廣如上說時諸苾芻又皆有疑請世尊曰此諸餓鬼作何業生於此中又造何業得生天見眞諦理佛告諸苾芻彼自作業今還自受廣如餘說乃至頌曰

가령 백 겁(劫)을 지낸다 하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6_a_04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너희들은 잘 들으라. 지나간 옛날에 지금의 현겁(賢劫) 가운데에서 인간의 수명이 2만 살이던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號)를 가섭파(迦攝波)여래라 하셨으며 10호(號)를 구족하셨다. 가섭파여래께서는 바라닐사(波羅痆斯)의 시록림 가운데에 있는 선인타처에 계셨는데,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이 차례로 걸식을 하여 삼보께 공양하였다. 뒤에 가섭파여래의 교화가 점점 넓어지니, 걸식하는 자들도 또한 더욱 많아졌다.
뒤의 다른 때에 어떤 5백 명의 우바새들이 한집에 살고 있었는데, 어떤 일로 인하여 모두가 함께 모이게 되었다. 그때 여러 걸식하는 비구들이 그곳에 가서 그들에게 걸식을 하니, 그들은 곧 화를 내면서 거칠고 사나운 말을 하였다.
‘이 가섭파 사문의 무리들은 항상 걸식을 다니니, 비유하자면 아귀(餓鬼)와도 같구나.’”
037_0676_a_06L汝等善聽乃往古昔此賢劫中人壽二萬歲時有佛出世號迦攝波如來十號具足住波羅痆斯施鹿林中仙人墮處佛聲聞衆巡行告乞供養三後迦攝波如來教化漸廣乞告之者又復甚多後於異時有五百鄔波索迦而在一家緣有事故咸共同時有衆多乞告苾芻往至其所從彼乞索便懷嗔恚發麤惡語此迦攝波沙門徒衆常行告乞喩如餓鬼
037_0676_b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옛날의 5백 우바새들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5백 아귀들이 바로 그들이니라. 가섭파여래의 성문 제자들 처소에서 그들을 아귀라고 부른 까닭에 그 업력(業力)으로 말미암아 5백 생 동안 아귀의 보(報)를 받았느니라. 그리고 금생의 몸도 아귀로 태어났다가, 내가 있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낸 까닭에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되었고,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범행(梵行)을 닦은 까닭에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닫게 된 것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내가 항상 흑(黑)ㆍ백(白)ㆍ잡(雜)의 업(業)과 그에 따른 보(報)를 널리 말하는 것이니라.……(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도록 해야 한다.”
037_0676_a_16L告諸苾芻於意云何乃往昔時五百鄔波索迦者豈異人乎今五百餓鬼於迦攝波如來聲聞衆處喚爲餓鬼故由斯業力五百生中受餓鬼報現於此身而受餓鬼而於我所發淸淨心得生天上由迦攝波如來教中修梵行故見眞諦理由斯義故我常宣說黑白雜業報廣如上說乃至應如是學
이때 세존께서는 갠지스강을 건너시고 이 강의 좌우를 돌아보셨다. 이때에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무슨 일로 말미암아 이 강을 되돌아보십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갠지스강의 연기(緣起)에 대해서 즐거이 듣겠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선서(善逝)시여, 지금이 바로 말씀하실 때입니다. 원하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들은 기꺼이 듣겠습니다.”
037_0676_b_02L是時世尊渡弶伽河左右顧視此河時諸苾芻請世尊曰由何事顧視看河佛告諸苾芻汝等樂聞此弶伽河緣起不白言世尊今正是善逝今正說時唯願說之我等樂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옛날에 실죽(實竹)이라고 하는 어떤 왕이 바른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였으니, 백성들은 매우 번성하였고 풍요롭고 안락하였으며 제때에 맞게 비가 내려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으며, 모든 거짓과 도적의 무리와 질병이 없었고 언제나 법으로써 교화하였다.
어느 봄날 왕은 시녀들과 함께 성 밖으로 나가 동산에서 놀다가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백발에다가 얼굴은 쭈글쭈글하였으며, 나이는 늙어서 쇠약하고 초췌하였으며, 5관(官)은 모두가 분명하지 못하였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길을 가고 있었다.
왕이 그를 보고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남자이기에 백발에다가……(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지팡이에 의지하여 길을 가고 있느냐?’
시녀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젊음이 이지러져서 다하게 되면 늙음의 고통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도 그와 같이 이 늙음의 법칙[老法]을 같이하겠구나.’
시녀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일체의 모든 것이 다 그러합니다.’
왕은 마침내 근심에 잠겨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다시금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온몸에 부스럼이 나고 문드러져서 살갗은 쭈글쭈글하고 배는 산과 같이 불렀으며, 피와 고름이 흘러나오고 사지의 마디마디가 분리되어 물건으로 싸매고, 기침을 하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발을 끌면서 천천히 길을 가고 있었다.
037_0676_b_07L佛告諸苾芻乃往古昔有王名曰實竹以法化世人民熾盛豐樂安隱甘雨應時花菓茂實無諸詐僞賊盜疾疫常以法化至於春月王與宮婇出遊芳園見一丈夫髮白面皺年幾朽邁羸弱顦顇諸根不明倚杖而行王見問曰是何丈夫廣說乃至倚杖而行荅言大王少行虧盡老苦來現王曰我亦如是同此老法荅言大王一切皆然王遂憂愁前進而去復見一人遍體瘡潰皮膚皴澀腹脹如山膿血流出支莭分離以物纏裹長噓喘氣倚杖跛足緩緩而行
왕은 그를 보고 나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어떤 남자이기에 온몸에 부스럼이 나고 문드러졌으며……(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또한 발을 끌면서 길을 가느냐?’
신하가 왕에게 고하였다.
‘이것은 병(病)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도 그와 같겠구나.’
신하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일체의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니 전생의 몸으로 많은 악업을 지었기에 그러한 업보(業報)를 받는 것입니다.’
037_0676_b_19L王旣見已告諸臣曰此何丈夫廣如上說乃至跛足而行臣白王言此名病者王曰我亦同此荅言大王一切皆然由於先身作諸惡業受斯業報
왕은 곧 생각하였다.
‘그러하다면 모든 악업을 마땅히 짓지 말아야겠구나.’
037_0676_b_23L王便作念若如是者凡諸惡業而不應爲
037_0676_c_01L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또 하나의 수레를 보았다. 그것은 푸른색ㆍ누런색ㆍ붉은색ㆍ흰색의 화려한 비단으로 장엄하게 꾸민 것으로 덮개를 하였으며 나발을 불고 북을 치며, 남녀노소의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네 사람이 함께 수레를 멨으며 횃불을 가진 사람이 뒤돌아선 채로 앞에서 가고 다시 많은 사람들이 수레의 뒤를 따라가며 슬피 울며 소리 내어 곡을 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아버님, 형님, 형님, 주인님, 주인님.’
왕은 그것을 보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것은 어떤 것이기에……(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큰 소리를 내는 것이냐?’
여러 신하들이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도 죽음의 법칙[死法]을 같이하겠구나.’
‘대왕이시여, 일체의 모든 것이 다 그러한 것이니 유독 이것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때 왕은 이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보고 마음 깊이 근심을 하며, 가마를 돌려서 왕궁으로 돌아가 고요한 곳에 머물렀다.
037_0676_c_01L作是念已前進而去又見一輿以靑黃赤白繒綵嚴飾而用蓋之吹螺打鼓女大小多諸人衆四人共輿復持柴火逆前而行復多人衆隨輿而後啼號哭唱言父父兄兄主主而作大王旣見已告諸臣曰此是何物如上說乃至而作大聲諸臣荅言此名爲死王曰我亦同此死法大王一切皆然非但獨此時王見斯老病死事深懷憂惱迴駕入宮幽靜處
왕국의 국경 안에는 응시(應時)라고 하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큰 호족으로서 재물과 보배가 매우 많았고, 학문은 4베다[典]의 경전을 뛰어넘었다. 이때 그는 왕이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보고 마음 깊이 근심하여 고요한 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바라문 대중에게 둘러싸여 흰 수레를 타고 흰 말에 수레를 메고 금으로 만든 지팡이와 물병을 쥐고서 실죽왕(實竹王)의 처소로 나아갔다.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고하였다.
‘응시 바라문이 왕궁의 문 앞에 와 있습니다.’
왕은 곧 궁에서 나와 어좌(御座)에 올랐다.
이때 바라문은 왕이 자리에 나아가 앉자,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슨 까닭에 어둡고 고요한 곳에 머물러 계시는 것입니까?’
왕은 곧 그에게 늙고 병들고 죽는 일에 관한 사연을 갖추어 앞에서와 같이 말해 주었다.
037_0676_c_12L於王境內有一婆羅門名曰應時大貴豪族多饒財寶學超四典時彼聞王見老病死深懷憂惱住幽靜處與無量婆羅門衆圍遶乘白車駕白馬執持金杖金甁來詣實竹王諸臣啓王應時婆羅門來詣門首王便出宮昇其御座時婆羅門起居王已就座而坐白言大王何故住於幽靜之處王卽爲彼廣陳老病死緣如上說
037_0677_a_01L응시 바라문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세간에는 각각 스스로 업과(業果)를 먹는 것이니 근심하지 마소서. 스스로 어떤 유정(有情)들은 여러 선업(善業)을 짓는 것이며, 스스로 어떤 유정들은 여러 악업(惡業)을 짓는 것이며, 스스로 어떤 유정들은 선악업(善惡業)을 짓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셨으니 언제나 착한 업을 지으시면 임종 때에는 반드시 천상(天上)에 태어나시게 될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전륜성왕의 지위는 모든 사람보다 뛰어나 모든 안락을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천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보다 배나 되는 안락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이제 대왕께서는 마땅히 베푸는 모임을 여셔야 합니다.’
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경들은 마땅히 북을 쳐서 널리 알리되, ≺대왕께서 무차시회(無遮施會)를 크게 여시니, 필요한 것이 있는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은 와서 베풀어 주시는 것을 먹고 받도록 하라≻고 하여라.’
여러 신하들은 왕명을 받고 나서 베풀어 주는 장소를 장엄하게 꾸미고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음식을 주고, 의복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의복을 주었는데 쌀을 씻은 쌀뜨물이 큰 도량을 이루어 흘러넘쳤으니, 그것을 일러 무열지(無熱池)라 하였다. 그것은 12년 동안 쌀뜨물과 국물이 함께 모여 흘러넘쳐서 강이 되었다.
이러한 까닭에 세상 사람들이 이 강을 이름하여 장수하(漿水河)라고 하게 된 것이다.”
037_0676_c_21L應時白言大王世閒各各自食業果勿爲憂惱自有有情造諸善自有有情作諸惡業自有有情善惡業大王今是轉輪聖王常作善臨命終時必得生天大王當知轉輪聖王超勝諸人受諸安樂得生天上倍受安樂然今大王應作施會王告諸臣卿等宜應擊鼓宣令大王作大無遮施會境內諸人有所須者皆來受食取施諸臣受令已嚴飾施須食者與食須衣者與衣滌米泔水成大壕坑汎漲流溢名曰無熱池經於十二年中米泔飯汁共爲湊聚汎流成河是故世人號爲漿水河
이때 세존께서는 교화하며 다니시다가 동장성(童長城) 가운데에 이르시어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어느 국왕이 이 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이름을 장정(長淨)이라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이 성을 상성(象聲)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알가이가성(頞伽儞迦城)에 가시어 근처에 머무르셨는데, 부처님께서는 곧 미소를 지으시고 네 부처님[四佛]3)의 교화하신 인연과 사적(事迹)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037_0677_a_11L時世尊遊至童長城中告具壽阿難陁曰時有國王生長此城名曰長淨是故此城號爲象聲次至頞伽你迦住在一邊佛便微笑廣說四佛化緣事迹
다음으로는 시보성(施寶城)에 이르시어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과거에 이곳에서 많은 보배를 베풀어 주었으니, 이러한 까닭에 이 성을 이름하여 시보(施寶)라고 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라력수(娑羅力樹)에 이르시어 근처에 머물러 계셨는데, 부처님께서는 곧 미소를 지으시고 또한 다시 네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인연과 일의 자취를 자세히 말씀하셨다.
037_0677_a_16L次至施寶城告具壽阿難陁菩薩往昔而於此處施多珍寶故此城名爲施寶次至娑羅力樹在一邊佛便微笑亦復廣說四佛化
다음으로는 금승성(金升城)에 이르시어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 성안에서 보살이 옛날에 보시하는 모임을 열어 되[升]로써 구걸하는 자에게 금을 베풀어 주었다. 이런 까닭에 세상 사람들이 이 성을 금승(金升)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037_0677_a_20L次至金升城告阿難陁曰於此城菩薩昔時爲檀施會以升量金奉施乞者是故此城世號金升
037_0677_b_01L다음으로는 자래성(自來城)에 이르시어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 자래성에는 장정(長淨)이라고 하는 왕이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여 백성들이 매우 번성하였고 풍요롭고 안온하였는데, 뒤의 다른 때에 그 왕의 정수리에 혹이 생겼다. 그 혹은 부드럽기가 솜과 같았고 전혀 거추장스럽지도 않았는데 점차로 커져서 터지니 그 속에서 한 아들이 태어났다. 그 아들은 생김새가 단정하고 얼굴빛이 뛰어나게 아름다워서 매우 사랑스러웠으며……(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음)……5관(官)을 구족한 까닭에 사람들은 그를 정생(頂生)이라고 불렀다. 이때 6만 명의 시녀들이 그 아들이 태어난 뒤에 왕궁에 들어갔는데, 모든 여인들이 그 아들을 보자 모두 젖이 흘러나왔고 모두가 말하기를, ‘내가 기르겠다. 내가 기르겠다’라고 하였으니, 이런 까닭에 낙양(樂養)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정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낙양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 정생이 성장하자 부친인 장정은 마침내 병이 나서 뿌리와 꽃과 잎으로 만든 여러 가지의 약을 쓰고 갖가지로 치료를 하였으나 고치지 못하고 병은 더욱 위중해지니 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했다.
‘마땅히 빨리 정생을 데려와서 조칙을 내려 세자로 세우도록 하라.’
모든 신하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의 칙명대로 거행하겠습니다.’
곧 칙사를 보내어 정생을 데려오게 하였다. 장정 대왕은 칙명을 내려 정생을 매우 급히 데려다가 세자로 책봉하려 하였으나 병의 고통이 온몸에 감겨서 정생이 아직 오기 전에 운명하였다.
037_0677_a_22L次至自來城告阿難陁曰此自來城有王名曰長淨以法化世人民熾盛豐樂安後於異時其王頂上遂生肉疱軟如緜而無妨惱疱成熟破遂生一形容端正顏色殊妙深可愛樂如餘說諸根具足是故人皆號曰頂時有六萬婇女生後入宮諸女見已乳皆流出咸言我養我養是故號爲樂而今有人亦云頂生或云樂養頂生成大長淨遂患以根華葉藥種種醫療而不能痊病加困重王告諸臣速將頂生爲我冊立諸臣啓王如王教勅卽差勅使令取頂生長淨大王患苦纏身奉勅令喚宜速急赴欲爲冊立頂生未至王便命過
다시 한 사신을 보내어 정생에게 알렸다.
‘부왕께서는 이미 운명하셨습니다. 빨리 오시기 바랍니다.’
정생은 생각하였다.
‘부왕께서 이미 운명하셨으니 내가 어찌 굳이 갈 것인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는 곧 되돌아가니, 여러 신하들은 다시 사신을 보내어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마땅히 오셔서 왕위를 승계하십시오.’
정생이 말했다.
‘나에게 왕이 될 분수가 있다면 이곳에서도 곧 왕이 될 수 있으리라.’
037_0677_b_14L復差一使報頂生曰父王已崩願見速至生作念父王旣崩我何須去念已便諸臣復差使太子當來紹繼父位頂生報曰我有王分在此便爲
037_0677_c_01L여러 신하들이 말하였다.
‘왕위에 오르시는 데에는 반드시 많은 예식을 갖추고 보당(寶堂)과 욕지(浴池)와 사자좌(師子座)와 산개(傘蓋)와 두관(頭冠)을 준비해야 되니, 큰 도성(都城)에서 왕위에 오르시는 것이 합당합니다. 어서 이곳으로 오시도록 하십시오.’
정생이 말했다.
‘내가 만약 법왕(法王)이 될 것이라면 그러한 것들은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게 될 것이다.’
이때 작일(作日)이라고 하는 야차가 항상 정생을 따라다녔는데, 그 야차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만들어서 보당과 욕지와 사자좌와 산개와 두관과 왕도(王都)인 큰 성을 가지게 하니, 즉위식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자연히 옮겨 오게 되었다.
이러한 까닭에 이 성을 이름하여 자래(自來)라고 부르게 된 것이니라.”
037_0677_b_18L諸臣啓言若冊立王須多禮備寶堂浴池師子之座傘蓋頭冠於大都城合冊立王可來於此報曰我若爲法王者如此之物不求自來時有藥叉名曰作日常隨頂生所遣皆作便持寶池師子之座傘蓋頭冠王都大城自然移來是故此城號爲自來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藥事卷第十一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아귀ㆍ야차ㆍ나찰 등의 귀류(鬼類)의 세계를 말한다.
  2. 2)‘나[我]’ 또는 ‘나의 것[我所]’이라는 관념을 여의지 못한 아집(我執). 5온(蘊)의 화합인 신체에 집착하여 내가 있다고 여기고, 또 그 몸을 내 것이라 집착하는 것을 말한다. 줄여서 신견(身見)이라고 한다.
  3. 3)현재 현겁(賢劫) 초에 출세(出世)하신 구류손불ㆍ구나함모니불ㆍ가섭불ㆍ석가모니불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