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화수대왕(火授大王)은 깊은 궁전 안에 있었는데 드물게 일어나는 상서로운 일을 보았다. 이때 아난타가 왕궁의 문 앞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 나를 위하여 왕에게, ‘구수 아난타가 지금 문 앞에 있으면서 대왕을 뵙고자 합니다’라고 고하여 주시오.” 문지기가 곧 왕에게 고하였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성자 아난타께서 문전에 서 있으면서 대왕을 뵙고자 합니다.” 왕이 말했다. “내가 지금 생각을 하다가 복스러운 조짐이 되는 일을 보았는데, 아난타 비구는 크게 존귀한 호족의 뛰어난 사람이니 이분이 바로 복스러운 조짐이로다. 훌륭한 명성이 있고 훌륭한 용모를 갖추었으며 훌륭한 색상(色相)이 있으며, 하시는 말씀이 모두 훌륭하고 모든 선품(善品)을 닦았으므로 내가 뜻을 굽히고 궁에 들어오시게 할 것이니, 누가 감히 머무르는 것을 어렵게 할 수 있겠느냐?”
그 문지기가 곧 왕명을 받들고 아난타에게 말했다. “왕께서 뜻을 굽히시고 궁에 들어오시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그때 사방의 주변 국가에서 온 사신들도 함께 들어갔다. 아난타는 왕에게 ‘병이 없으시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고 한쪽에 앉아서 화수왕에게 말했다. “세존께서 대왕께 안부를 전하시고 석 달 동안 왕의 국경 안에서 여름 안거를 마치고 이제 떠나가시고자 하여 대왕께 알리도록 하셨습니다.” 왕이 말했다. “아난타여, 제가 이제 세존의 위덕(威德)에 이마를 땅에 대어 예배를 드리니, 여름 안거 동안에 기거하시는 데 편안하셨으며 음식은 풍족하셨습니까?” 이때 이웃 나라의 여섯 사신들이 모두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참으로 도의가 없으십니다. 어떻게 부처님과 성문 승가를 청하여 공양을 베풀기로 해 놓고 석 달 동안을 아무도 모르는 궁전에 머무르면서 만나주지도 않을 수가 있습니까? 세존께서는 왕의 국경 안에 계시면서 한여름 내내 말이 먹는 거친 보리를 드셨습니다.”
037_0671_b_01L왕이 말했다.
“성자 아난타여, 참으로 세존께서 승가와 함께 3개월 동안 거친 보리를 잡수셨습니까?” 아난타가 말했다. “진실로 말한 것과 같습니다.” 왕은 곧 기절하여 자리에서 쓰러졌다가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고서야 깨어날 수 있었다. 왕은 여러 신하들을 불러서 신하들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매일같이 5백 명이 먹을 공양을 마련하되, 갖가지로 훌륭하게 하고 달고 맛있는 음식과 국과 밥을 준비하라고 명하지 않았더냐?” 여러 신하들이 대답했다. “대왕께서는 다만 음식을 만들라고만 하셨을 뿐이고, 저희들에게는 누구에게 주어야 할지를 명하지 않으셨습니다. 저희들은 명을 받들어 매일같이 5백 명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이때 화수왕은 세존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하여 미묘법(微妙法)을 설하여 가르쳐 보이시고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는 묵묵히 계셨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금 부처님의 발에 예배를 드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참으로 잘못하였습니다. 대덕(大德) 선서(善逝)시여, 제가 참으로 잘못하였습니다. 제가 어리고 우매하여 진실로 어진 이가 누구인지를 구별하지 못하고 여러 훌륭한 방편이 없었기 때문에 먼저는 세존께서 성문 대중과 함께 석 달 동안 여름 안거를 하시게 해 놓고 나서 곧 깊은 궁전에 머물러서 부처님을 뵙지 아니하였습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무루(無漏)의 바른 지혜로써 중생을 보살펴 주시는 마음으로 저를 불쌍히 여기시어 저의 뉘우침을 받아 주시고 저의 잘못을 용서하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참으로 왕께서 말한 대로입니다. 세존과 승가 대중에게 3개월 동안 공양을 하기로 직접 청하여 놓고서 와 보지 아니한 것은 진실로 어리고 우매하며 참으로 어진 이를 구별하지 못하고, 훌륭한 방편들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십시오. 만약 사람이 잘못을 하였더라도 마음 깊이 스스로 뉘우치면 그 죄는 스스로 소멸되고 복덕이 증장되는 것이니, 무슨 인연 때문인가 하면 잘못을 보고서 능히 후회하는 마음을 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왕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비구 승가와 함께 목숨이 다할 때까지 제가 공양해 드리는 의복과 음식과 와구(臥具)와 탕약을 받아 주십시오.”
037_0671_c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인간의 수명이 짧은 때에 여래가 출현하였고 아직도 교화를 받지 못한 자가 한량없이 많으며 나는 곧 열반에 이를 것이니, 왕께서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공양해 주는 것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왕이 다시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제가 목숨이 끝날 때까지 공양해 드리는 것을 받지 않으신다면 원하건대 자비를 베푸시어 제가 7년이나 7개월 혹은 7일 동안만이라도 공양해 드리는 것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또한 받아들이지 않으시니, 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 비구 대중과 함께 내일 왕궁에 오시어 저의 보잘것없는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왕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이 왕은 반드시 입으로 뜨거운 피를 토하고 그로 인하여 죽게 될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곧 아무 말씀을 안 하시고 묵묵히 왕의 청을 받아들이셨다. 왕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이시는 것을 알고 나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부처님께 하직하고 물러나 왕궁으로 돌아와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경들이여, 어떠한 계교를 써야 이 많은 음식들을 부처님과 승가께서 내일 모두 드시게 할 수 있겠는가?” 여러 신하들이 대답했다. “땅 위에 펼쳐 놓고 부처님과 승가를 청하여 그 위를 밟고 지나가게 하시면 또한 음식을 드시는 것과 같아질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아주 좋은 계획이오.”
왕은 그날 밤으로 갖가지 미묘하고 청정한 음식을 마련하여 온갖 맛이 충만하게 하였다. 대중 가운데에는 한 사람의 나이 많은 출가자가 있었는데, 그는 이 무도한 왕이 석 달 동안 부처님 세존과 비구 대중에게 공양을 청하고서도 거친 보리를 드시게 하고서, 지금에서야 이런 음식을 내 놓고 급하게 재주를 부리는 것에 대하여 성내고 한스러워하는 마음을 품고 곧 음식을 발로 차서 흩어버렸다. 여러 바라문 장자들이 그것을 보고 다 함께 나무라고 부끄럽게 여겨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이 음식들은 입으로 먹는 것들인데 어떻게 발로 찰 수 있습니까?”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비구로 말미암아 음식을 발로 차는 이 허물이 있게 되었구나.’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이후로는 마땅히 이와 같이 입으로 먹는 것을 발로 차지 말아야 하니, 만약에 이것을 범하는 자는 월법죄(越法罪)를 짓게 될 것이니라.”
037_0672_a_01L이때 화수왕은 대중이 자리를 정하고 앉은 것을 보고, 왕이 손수 음식을 나누어 주어서 모두로 하여금 배불리 먹게 하였다.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걷고 양치를 하고 나자 왕은 작고 낮은 의자를 가져다가 부처님 앞에 마주하여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왕을 위하여 미묘법을 자세히 말씀하시고 그 자리에서 떠나가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은 여름 안거가 끝나자 가사를 세탁하고 나서 각자가 발우를 가지고 모두 부처님 계신 곳으로 와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서서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곳에서 석 달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쳤으니 저희가 기거하던 초막 암자를 부수어도 되겠습니까?” 『증일아함경[增一阿笈摩經]』 제4품(第四品) 가운데에 자세히 설해진 것과 같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전에 무슨 업을 지으셨기에 3무수대겁(無數大劫) 동안을 머리와 눈과 손과 발을 버리시면서까지 널리 은혜를 베푸시어 등정각(等正覺)을 이루셨으면서, 498명의 비구와 함께 다른 모든 일을 마다하시고 수진성(受盡城)으로 가시어 말을 먹이는 거친 보리를 드셨으며, 왜 구수 사리불과 목건련은 하늘의 묘한 공양을 받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옛날에 스스로 이러한 업을 지었기에 이제 다시 스스로 받은 것이니라. 자세한 것은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다. 이에 게송으로 말하겠다.
가령 백 겁(劫)이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2_a_15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37_0672_b_01L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지나간 과거에 인간의 수명이 8만 4천 세이던 때에 부처님 세존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號)를 비발시(毘鉢尸)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각(正覺)이라 하셨으며, 10호(號)를 구족하셨고, 8만 4천의 비구 대중과 함께 친혜성(親惠城)에서 왕의 도성(都城) 곁에 머물고 계셨다. 이때 친혜성 안에는 어느 한 바라문이 5백 명의 동자를 가르치고 있었는데, 나라 안의 모든 백성들이 존중하고 공양하기를 참으로 부처님[應供]께 하는 것과 같이 하였다. 그런데 비발시여래께서 그 성읍에 오시자 나라 안의 백성들이 그 바라문을 공경하지도 않고 존중하지도 않게 되자, 그는 마침내 부처님 계시는 곳과 성문(聲聞) 대중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이때 많은 비구와 학(學:十地菩薩)ㆍ무학(無學:아라한)들이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서 도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여 갖가지의 미묘하고 맛있는 음식들을 얻어 발우에 가득 담아서 성을 나오고 있었는데, 그 바라문이 그것을 보고 물었다. ‘비구여, 어서 오십시오. 나는 발우 안에 어떤 음식을 얻었는지를 보고 싶습니다.’ 여러 비구들은 그 말을 곧이곧대로 듣고 곧 발우 안의 음식을 드러내어 보여주었다. 그는 질투심을 품고 곧 성을 내어 여러 제자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들은 마땅히 공양을 받을 만한 자가 아니니, 감히 이 미묘한 공양을 받을 수가 없다. 이들에게는 마땅히 지극히 거친 보리를 주어야만 한다.’ 그때 모든 학생들은 다 같이 함께 대답했다. ‘옳습니다. 옳습니다. 오파타야(鄔波馱耶:바라문 스승)께서 말씀하신 대로 거친 보리를 먹는 것이 합당합니다.’ 그런데 그들 가운데에서 두 명의 동자는 마음에 청정한 믿음이 있었으며, 현덕상(賢德相)을 갖고 있어서 이렇게 말했다. ‘스승이시여,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이분께서는 참으로 마땅히 공양을 받을 만하시며 대존승(大尊勝)을 갖추셨으며, 하늘의 공양을 받을 만하시니 사람의 음식을 논할 바가 아닙니다.’”
037_0672_c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지나간 과거에 바라문이었던 자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내가 바로 그이니라. 5백 명의 학생들은 지금의 498명의 비구이며, 신심이 있고 어질며 착했던 그 두 사람의 동자는 지금의 사리불과 목건련이니라. 너희들 비구여, 내가 옛날에 비발시여래와 비구와 아라한인 제자들의 처소에서 질투심을 품고 성을 내어 착하지 못한 말로써 거칠고 악한 말을 하였고, 그 여러 학생들은 모두가 나의 말을 따랐던 까닭에 그 업력(業力)으로 말미암아 지금 이러한 업보(業報)를 받은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세존과 498명의 비구가 말이 먹는 거친 보리를 먹었고, 사리불과 대목련의 이 두 동자는 나의 말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에 착한 업력으로 말미암아 지금 하늘의 공양을 받은 것이니라. 이런 뜻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항상 말하기를, ‘흑업(黑業)을 지으면 흑보(黑報)를 받고, 백업(白業)을 지으면 백보(白報)를 받으며, 잡업(雜業)을 지으면 잡보(雜報)를 받는다’고 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닦아서 마땅히 이와 같이 배워야 할 것이니라.”
그때 세존께서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나와 함께 무능적성(無能敵城)에 가도록 하자.” 아난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자 곧 부처님을 뒤따라서 두루 교화하며 다니다가 무능적국(無能敵國)에 이르러 갠지스강변에 머물렀다. 이때 어느 비구가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와서 부처님의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서서 합장을 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저를 위하여 미묘법을 간략하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제가 부처님의 수승하신 법문을 듣고 한마음으로 받아들여서 부지런하고 간절하게 수행하여 능히 통달할 수 있게 되고, 이 일로 말미암아 제가 부귀한 가문을 버리고 삭발하여 몸에는 가사를 입고서 세속을 버리고 출가를 하며, 끝까지 위없는 범행(梵行)을 구하여서 스스로 지혜를 갖게 되고 법을 얻으며 법을 깨달아서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익되게 하며,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梵行)이 성립되며 해야 할 바를 이미 다 갖추어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게 되기를 원합니다.”
037_0673_a_01L그때 그 비구가 이렇게 말을 하고 나니, 부처님께서는 주위를 둘러보셨는데 갠지스강 가운데에 큰 다리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시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이 강 가운데에 있던 다리가 물에 떠내려가는 것을 보느냐?” 비구가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저 떠내려가는 나무다리가 저쪽 언덕에 머무르지도 않고, 이쪽 언덕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가운데 떠내려가는 데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여울이나 모래 강변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사람이 끌어내지도 않으며, 비인(非人)이 붙잡아 주지도 않으며, 웅덩이에 빠지지도 않으며, 부서지거나 문드러지지 아니한다면, 오래되지 않아 큰 바다 가운데에 이르러 그곳에 머무르는 것과 같이 어떤 비구가 그와 같이 이쪽 언덕에도 머무르지 않고 저쪽 언덕에도 머무르지 않으며……(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또한 열반에 이르게 되느니라.”
이때 그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이쪽 언덕과 저쪽 언덕, 나아가 부서지지도 않으며 문드러지지도 아니하는 것을 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훌륭하신 세존이시여, 원하건대 저에게 간략히 말씀해 주시어 저로 하여금 개오(開悟)하게 하시고, 나아가 후생의 몸을 받지 않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쪽 언덕과 저쪽 언덕이라는 것은 6처(處)이며, 이쪽 언덕은 내처(內處)이며 저쪽 언덕은 외처(外處)를 이르는 것이다. 비구가 비록 이 6내처(內處)와 6외처(外處)를 알지만 떠내려가는 것에 머무르는 것은 애욕(愛欲) 때문이다. 모래 여울이나 모래 강변에 머무르는 것은 아만(我慢)을 이르는 것이다. 사람들이 끌어낸다는 것은 그 비구가 여러 재가인(在家人)과 더불어 옛일을 생각하는[追感] 데로 되돌아가 속인들과 함께 근심하고 즐거워하는 일을 이르는 것이다. 비인(非人)이 붙잡아 준다는 것은 범행(梵行)을 닦아 지켜서 마침내 이러한 발원을 한다면 이 선근으로써 마땅히 천상(天上)이나 귀취(鬼趣)1) 가운데에 태어나기를 원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웅덩이에 빠진다는 것은 모든 계율을 버리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부서지고 문드러진다는 것은 청정한 계율을 훼손하고 깨뜨리며 모든 악법(惡法)을 짓고 어질고 착한 사람과 싸워서 어지럽게 만들며 악마의 무리가 되어 사문답지 못한 사람을 사문이라 하고 범행(梵行)답지 못한 행위를 범행이라고 하는 것을 이르는 것이다.
비구여, 마땅히 이와 같이 알아야 할 것이니, 이것이 피안(彼岸)과 차안(此岸), 6내처와 6외처……(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필경 열반에 이르게 되느니라. 이때 이 필추는 부처님께서 훌륭하게 설하신 것을 듣고 기뻐하며 믿어 받들고 예배드린 뒤에 떠나갔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한마음으로 기억하여 지니고 부지런히 채찍질하여 힘쓰고 노력하여 나아가 그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루어졌으며, 해야 할 바는 이미 갖추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아서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037_0673_b_01L그때 환희(歡喜)라고 하는 소 치는 사람이 부처님 계신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다가, 부처님의 말씀을 멀리서 들으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서 있었다. 이때 두꺼비 한 마리가 또한 강가에 있다가 소 치는 사람의 지팡이에 등을 눌려서 가죽과 살에 구멍이 뚫렸다. 그 두꺼비는 비록 그러한 고통을 당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내가 소리를 지르면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반드시 산란해져서 부처님의 법을 듣기가 어렵게 될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고통을 참고 받아들여서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서 깨끗한 마음을 많이 내면서 곧 죽어서 그로 인하여 사천왕궁(四天王宮)에 태어났다.
소 치는 사람은 지팡이를 한쪽에 내던지고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공경하게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는 이제 차안(此岸)과 피안(彼岸)에 머무르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으며, 가운데에 떠서 떠내려가지도 않으며, 모래 여울에 머무르지도 않으며, 사람에게 잡히지도 않으며, 비인(非人)에게 붙잡히지도 않으며, 웅덩이에 빠지지도 않으며, 또한 문드러지거나 부서지지도 않겠습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훌륭하게 법률(法律)을 말하는 가운데로 출가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받아서 비구가 되어 범행(梵行)을 청정하게 수행하며, 세존을 받들어 모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소 치는 사람에게 물으셨다. “그대는 지금 소떼를 본래의 주인에게 맡겨야 되지 않겠소?” “맡기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물으셨다. “무슨 까닭에 맡기지 않는 것이오?” 소 치는 사람이 대답하였다. “모든 소들은 각자 새끼소를 가지고 있으면서 주인의 곁에 있는데, 이 어미소들은 새끼소를 사랑하여 잊지 아니하는 까닭에 때가 되면 스스로 돌아갈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맡기지 않는 것이니,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다만 저로 하여금 훌륭하게 법률을 말하는 가운데에 출가를 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받아서 비구가 되어 청정하게 범행(梵行)을 닦을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환희여, 그대는 지금 우선 잠시만 기다리시오. 이 소떼가 비록 머무를 곳을 알지만 당신은 먼저 이미 다른 소의 주인에게서 의복과 음식을 받았으니,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서는 안 되는 것이오.” 이때 환희는 다시금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떠나가서 큰 소리로 말하였다. “나에게 큰 두려움이 있습니다. 매우 큰 두려움이 있으니 빨리빨리 달아나시오.” 같이 소 치는 사람의 수가 백 명이었는데, 그들이 그를 보고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겨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두려움이 생겼습니까?” “태어나는 것과 늙어가는 것과 병드는 것과 죽는 것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037_0673_c_01L여러 소 치는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또한 그를 뒤따라 달렸다. 다른 나머지의 소 치는 사람들과 양치는 사람들과 풀을 베고 땔나무를 하던 사람들과 길에서 그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그를 뒤따라 달렸다. 앞에서 거슬러오던 사람이 물었다. “당신들은 무슨 두려움이 있습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두렵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모두 뒤따라 달려서 자신들이 사는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마을 안에 있던 사람들이 멀리서 달려오는 사람들을 보고 마침내 두려운 마음이 생겨서 어떤 사람은 밖으로 뛰어 달아나는 사람도 있었고, 혹은 재물을 거두어 숨기는 사람도 있었으며, 혹은 갑옷을 입고 병장기를 챙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가운데에 어느 흉포하고 용맹한 자가 마을에서 나와 가로막고 밀치며 물었다. “무슨 일입니까?” 그들이 곧 대답했다. “무섭고 두려운 일이 있습니다.” “무엇이 두렵습니까?” 사람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지금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근심하고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때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고요해졌다.
그때 구수 사리불이 부처님의 회상에 앉아 있다가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떠나간 지 오래되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즐겨 훌륭하게 법률을 말하는 가운데로 출가하기를 청하였는데, 부처님께서는 무슨 까닭에 그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소 치는 사람 환희가 속가에 있으면서 5욕락(欲樂)을 받는 것은 옳지 않다. 그는 소를 맡기고 나서 곧 이곳으로 올 것이다. 너는 마땅히 그 착한 종족의 아들이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서 청정한 신심으로써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梵行)을 끝까지 닦아 익혀서 이치를 깨닫고 증득하며, 또한 다른 사람을 증득하게 하여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루어졌으며 해야 할 바는 다 갖추어졌으며 다시는 후생의 몸을 받지 않으리라’고 하는 것을 너 스스로가 보게 될 것이다.”
037_0674_a_01L뒤의 다른 때에 그 소 치는 사람인 환희는 소를 주인에게 맡기고 5백 명의 사람들과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저는 소를 맡겼습니다. 원하건대 제가 훌륭하게 법률을 말씀하시는 가운데로 출가를 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받아서 비구가 되어 범행(梵行)을 청정하게 수행하며 세존을 받들어 모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를 보시고 나서 그에게 말씀하셨다. “환희야, 너와 함께 이곳에 온 5백 명이 모두 훌륭하게 법률을 말하는 가운데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어 범행 닦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들은 출가를 하고 나자 부지런히 선품(善品)을 닦아서 마음에 해탈을 얻게 되었다.
상법(常法)에는 이와 같아서 만약 하늘에 태어나게 되면 세 가지의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니, ‘나는 어느 곳에서 죽어, 어느 곳에 태어났으며, 이것은 무슨 업 때문인가?’ 하는 것이다. 한편 이때 두꺼비는 하늘에 태어나게 되자 곧 관(觀)하여 자신이 두꺼비의 몸을 버리고 사천왕궁에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내어 그 업으로 말미암아 이곳에 태어날 수 있게 된 것을 알고서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먼저 하늘의 즐거움을 받고 부처님을 가서 뵙지 않는다면 감히 은혜를 모르는 짓이다. 나는 이제 먼저 세존을 가서 뵈어야겠다.’ 이때 두꺼비 천자(天子)는 하늘의 용모와 위의로써 몸과 머리를 장엄하고 한밤중에 부처님 계시는 곳으로 나아가 갠지스강[弶伽河]의 곁을 광명으로 밝게 비추고 하늘의 묘한 꽃을 여래의 주변에 흩뿌리고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얼굴을 마주하고 앉아서 부처님의 설법을 들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두꺼비 천자의 근성(根性)과 번뇌의 종자[隨眠]와 마음에 하고자 하는 바의 차별(差別)을 관하여 아시고, 4성제(聖諦)를 말씀하시어 그로 하여금 지혜가 열려 진리를 깨닫게 하셨다. 그는 법문을 듣고 나자 지혜의 금강저(金剛杵)로써 스무 가지 유신견(有身見)2)의 산을 무너뜨려 없애고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하여, 해골이 쌓여서 이루어진 산을 뛰어넘고 혈해(血海)를 마르게 하였다. 그때 두꺼비 천자는 마음 깊이 기뻐하기를 마치 물건을 팔러 온 사람이 물건을 살 사람을 만난 듯이, 농부가 단비를 만난 듯이, 전쟁에서 승리를 얻은 듯이, 병든 사람이 병이 쾌유된 듯이 기뻐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나서 인사를 드리고 하늘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037_0674_b_01L이 여러 비구들은 초야(初夜)와 후야(後夜)에 모두 잠에서 깨어나 그 광명을 보고는 의심하는 생각이 생겨서 아침에 이를 세존께 아뢰었다. “지난 밤중에 범천(梵天)과 제석(帝釋)의 호세사천왕(護世四天王)이 부처님 계시는 곳에 왔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천왕이 온 것이 아니다.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나의 법문을 듣고 있을 때에 한 마리의 두꺼비가 환희의 지팡이에 눌려서 가죽과 살이 뚫어졌는데, 소리를 내면 소 치는 환희가 법문을 듣다가 놀랄까 걱정하여 나의 처소에서 청정한 마음을 발하여 고통을 참다가 죽어서, 사천왕의 왕궁에 태어나게 되었는지라 내가 있는 곳으로 왔기에 내가 그를 위하여 설법을 하여 주니 그가 법문을 듣고 나서 인사를 드리고 본래의 집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다 같이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소 치는 사람인 환희와 5백 명의 사람들은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소 치는 사람이 되어서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두꺼비 천자는 전생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두꺼비로 태어나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스스로가 그러한 업을 지어서 이제 스스로 받은 것이니라.……(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백 겁(劫)을 지낸다 하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다시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4_b_15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37_0674_c_01L 너희들 비구여, 지나간 과거이며 이 현겁(賢劫) 동안에 인간의 수명이 2만 살이던 때에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오셨으니, 그분은 가섭파(迦攝波)부처님으로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의 10호(號)를 구족하셨으며 바라닐사(波羅痆斯)의 선인타처(仙人墮處)인 시록림(施鹿林) 가운데에 머무르셨다. 그 소 치는 사람인 환희는 그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출가하여 3장(藏)에 두루 통달하여 대법사(大法師)가 되었다. 그는 규범을 훌륭하게 알았으며, 경전을 잘 받들어 읽고 외울 수 있었으며, 5백 명의 제자를 두었다.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은 자들은 그의 가르침을 취하여 대중 가운데에서 쟁론(諍論)하는 일이 일어나게 되면 이 비구가 훌륭하게 쟁론을 화합시켜서 그치게 만들곤 하였다.
이때 어느 두 비구는 마음에 아만심(我慢心)을 품고 있으면서 그에게 나아가 기거(起居)는 편안한지 문안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뒤의 다른 때에 이 두 비구가 대중과 함께 쟁론을 하다가 그의 처소에 이르러 그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드리고 말하였다. ‘존자(尊者)시여, 이러이러한 쟁송(諍訟)이 있으니 그치게 해 주기를 바랍니다.’ 그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에 지금 곧 바로 쟁송을 화평하게 하여 그치게 한다면 이 비구는 다시는 나에게 오지 않을 것이니, 우선 물러가서 승가와 함께 있도록 하여도 법을 어기는 것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 비구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은 구수의 쟁론하는 까닭을 알지 못하겠으니, 우선 승가의 처소로 가시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그 삼장 비구는 승가의 일 때문에 바깥 마을로 나갔다. 그 두 비구는 승가의 처소에 이르러 대중들과 화합을 하여 쟁송을 그쳤다. 삼장 비구는 승가의 일을 마치고 나서 마을에서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와 제자에게 물었다. ‘그 두 비구가 다시 나를 보러 왔었느냐?’ 제자가 대답했다. ‘스승이시여, 승가에서는 이미 그와 쟁송하는 일을 그쳤습니다.’ 제자가 그간에 있었던 일을 갖추어 설명하니, 스승은 그 말을 듣고 나서 화를 내며 거칠고 사나운 말을 내뱉었다. ‘이 승가가 이와 같이 범죄를 판결하다니 소를 키우는 방법과 같구나. 모든 비구들이 전에 소를 치다가 출가하여 비구가 된 모양이다.’ 5백 명의 제자들은 스승의 말을 듣고 나서 마찬가지로 말했다. ‘스승이시여, 진실로 말씀하신 바와 같습니다. 승가에서 쟁송을 판결하여 화합하는 것이 마치 소를 치는 사람의 법과 같습니다.’”
037_0675_a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과거의 삼장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소 치는 사람인 환희가 바로 그 사람이다. 과거의 5백 제자들은 지금의 5백 명의 사람들이다. 그 여러 사람들은 지나간 옛날에 가섭파여래의 제자인 성문(聲聞) 대중 가운데에서 거친 말을 하였던 까닭에 5백 생 동안 언제나 소를 치다가, 그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온(蘊)과 계(界)와 여러 입[諸入]과 연기(緣起)와 처(處)와 비처(非處)를 훈수(熏修)한 선근(善根)으로 말미암아 그는 5백 명의 소 치는 사람과 더불어 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하여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게 된 것이니라.
그 두꺼비 천자도 또한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하여 항상 정(定)을 닦았다. 그는 세상을 두루 다니며 교화하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러 절 안에서 머물렀다. 초야(初夜)에 단정히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정(定)에 들려고 하였는데, 비구들이 모두 경전을 소리 내어 외우고 있었던지라 그 소리가 선정에 장애가 되었다.
그는 그 소리를 듣고 마음을 가다듬을 수 없자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중야(中夜)에 선정에 드는 것이 좋겠다.’ 다시 중야에 마음을 가다듬고 선정에 들려고 하였는데, 경전을 외우는 비구들이 여전히 소리 내어 암송을 하고 있어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후야(後夜)에 선정에 드는 것이 좋겠다.’ 후야에 다시금 단정히 앉아서 마음을 가다듬고 선정에 들려고 하였는데, 그때에도 여러 비구들이 소리를 높여서 경전을 암송하였다. 그는 아직 욕심을 여의지 못하였던 까닭에 독한 마음을 품어 곧 화를 내어 이렇게 말했다. ‘이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한 비구들은 저녁부터 늦도록 두꺼비 소리를 내는구나.’
너희들 비구여,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과거에 선정을 익히던 비구가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두꺼비 천자가 바로 그이니라. 그는 가섭파 여래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의 성문(聲聞) 제자의 처소에서 그러한 나쁜 말을 하여 그 업(業)으로 말미암아 백 생 동안을 두꺼비 몸이 되었다가, 내가 있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내어 두꺼비 몸을 버리고 사천왕의 왕궁에 태어났으며,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서 범행(梵行)을 수행하였던 까닭에 지금에는 진리를 깨달은 것이다. 이러한 뜻으로 말미암아 내가 항상 널리 말하기를, ‘흑업(黑業)을 지으면 흑보(黑報)를 받게 되고, 백업(白業)을 지으면 백보(白報)를 받게 되며, 잡업(雜業)을 지으면 잡보(雜報)를 받게 된다’고 하는 것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너희들은 마땅히 흑업(黑業)과 잡업(雜業)을 버리고 백업(白業)을 닦도록 해야 할 것이니라.”
037_0675_b_01L그때 세존께서는 갠지스강을 건너려고 하셨다. 이때 5백 마리의 기러기 떼와 5백 마리의 물고기와 5백 마리의 거북이가 세존을 향해서 오른쪽으로 세 번 돌았다. 세존께서는 그때 3구(句)의 미묘법(微妙法)을 말씀하셨다. “현수(賢首)여, 제행무상(諸行無常)이며, 제법무아(諸法無我)이며, 열반적멸(涅槃寂滅)이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청정한 마음을 내어 방생(傍生:畜生)의 몸을 싫어해야 할 것이다.” 이때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이들은 3구법(句法)을 듣고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희유하게도 여래의 3구로 된 미묘법을 들었으니, 마땅히 무엇을 먹겠다는 생각을 끊어야겠다.’ 그리고는 곧 먹는 것을 끊었다. 방생의 무리들은 굶주림의 고통이 매우 빠르게 진행되어 곧 그로 인하여 죽어서 사천왕궁(四天王宮)에 태어났다.
처음에 여러 하늘[天]에 태어나게 되면 상법(常法)에서는 이와 같았다. 만약 하늘[天]에 태어나게 되면 세 가지의 생각이 일어나는 것이니, ‘나는 어디에서 죽었으며, 나는 어느 곳에 태어났으며, 무슨 업으로 말미암아 태어났는가?’ 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관(觀)하여 자신이 방생취(傍生趣)를 버리고 사천왕궁에 태어났으며,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서 법요(法要) 3구를 들은 것으로 말미암아 태어나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음)……. 다 함께 부처님 계시는 곳에 나아가 묘한 하늘 꽃을 부처님 주변에 뿌렸다.
세존 자부(慈父)께서는 그들의 근성(根性)과 번뇌[隨眠]와 마음에 하고 싶어하는 것을 관찰하시고 미묘법을 말씀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4성제(聖諦)에서 지혜가 열려 진리를 깨닫게 하셨다. 그들은 설법을 듣고 나서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하고, 나아가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다 함께 인사를 드리고서 궁으로 되돌아갔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여러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이들은 전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방생의 몸으로 태어났으며, 또한 무슨 업을 지었기에 천상(天上)에 태어나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는지 말씀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여러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이들은 스스로 지은 바의 업으로 이제 스스로 되돌려 받은 것이니라.……(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백 겁(劫)을 지낸다 하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5_b_22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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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비구여, 이제 잘 듣도록 하여라. 지나간 오랜 옛날 이 현겁(賢劫)동안에 인간의 수명이 2만 살이던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號)를 가섭파(迦攝波)여래라 하셨으며, 10호(號)를 구족하고 바라닐사(波羅痆斯)의 시록림(施鹿林) 가운데에 있는 선인타처(仙人墮處)에 머물러 계셨다. 그런데 기러기와 물고기와 거북들이 그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에 출가를 하였다가 여러 가지의 작은 계율을 범하였다. 그들은 이 업(業)으로 말미암아 방생취(傍生趣)에 떨어졌고, 내가 있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천상(天上)에 태어날 수 있었으며,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 머물면서 범행(梵行)을 닦았던 까닭에 나의 법문을 듣고서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이러한 까닭에 내가 항상 널리 말하기를……(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도록 해야 한다.”
이때 세존께서 갠지스강을 건너시자, 5백의 아귀(餓鬼)가 앞에 나타났다. 그들은 해골같이 검고 수척하였으며, 불에 탄 나무 기둥과 같았고, 머리카락은 어지럽게 헝클어져 있었다. 배는 태산만큼 크게 불렀고 목구멍은 바늘같이 좁았으며 온몸에 불이 타올라서 불길이 치솟고 있었다.
그들은 합장을 하고 공경하며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희들은 전생의 몸으로 많은 악업(惡業)을 지었기에 금생의 몸으로도 아직도 물이라는 이름을 듣지 못하였으니, 하물며 밥을 얻는 것이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크게 자비로우신 분이시니, 저희들에게 물을 베풀어 주셔서 마시게 해 주십시오.”
037_0676_a_01L세존께서는 멀리 갠지스강을 보시면서 구수 대목련(大目連)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이 여러 아귀들을 배불리 마시게 해 주어라.” 목련이 가르침을 받들어 곧 물을 마시게 해 주려고 하였으나 아귀들은 목구멍이 가는 바늘과 같이 좁아서, 목련은 능히 그들의 목구멍을 확장시켜 마시게 할 수가 없었다.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그들의 목구멍을 여시니, 목련이 마시게 해 주었다. 그들은 목마르다는 생각으로 핍박되어 욕심을 부려서 많이 마시니 배가 불러 곧 터졌는데, 모두가 부처님 계시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낸지라 죽어서 천상(天上)에 태어나고, 나아가 과(果)를 증득하였으니……(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음)……. 이때 모든 비구들은 또 의혹이 있어서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이 여러 아귀들은 전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아귀로 태어났으며, 또한 무슨 업을 지었기에 천상에 태어나서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들은 스스로 지은 업을 이제 스스로 되돌려 받은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한 것과 같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가령 백 겁(劫)을 지낸다 하더라도 지은 업(業)은 없어지지 않으니 인(因)과 연(緣)이 서로 만나는 때에 과보(果報)는 스스로 받게 되느니라.
037_0676_a_04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너희들은 잘 들으라. 지나간 옛날에 지금의 현겁(賢劫) 가운데에서 인간의 수명이 2만 살이던 때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호(號)를 가섭파(迦攝波)여래라 하셨으며 10호(號)를 구족하셨다. 가섭파여래께서는 바라닐사(波羅痆斯)의 시록림 가운데에 있는 선인타처에 계셨는데, 부처님의 성문 제자들이 차례로 걸식을 하여 삼보께 공양하였다. 뒤에 가섭파여래의 교화가 점점 넓어지니, 걸식하는 자들도 또한 더욱 많아졌다. 뒤의 다른 때에 어떤 5백 명의 우바새들이 한집에 살고 있었는데, 어떤 일로 인하여 모두가 함께 모이게 되었다. 그때 여러 걸식하는 비구들이 그곳에 가서 그들에게 걸식을 하니, 그들은 곧 화를 내면서 거칠고 사나운 말을 하였다. ‘이 가섭파 사문의 무리들은 항상 걸식을 다니니, 비유하자면 아귀(餓鬼)와도 같구나.’”
037_0676_b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생각에는 어떠하냐? 옛날의 5백 우바새들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지금의 5백 아귀들이 바로 그들이니라. 가섭파여래의 성문 제자들 처소에서 그들을 아귀라고 부른 까닭에 그 업력(業力)으로 말미암아 5백 생 동안 아귀의 보(報)를 받았느니라. 그리고 금생의 몸도 아귀로 태어났다가, 내가 있는 곳에서 청정한 마음을 낸 까닭에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되었고, 가섭파여래의 가르침 가운데에서 범행(梵行)을 닦은 까닭에 진제(眞諦)의 이치를 깨닫게 된 것이니라. 이러한 까닭에 내가 항상 흑(黑)ㆍ백(白)ㆍ잡(雜)의 업(業)과 그에 따른 보(報)를 널리 말하는 것이니라.……(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마땅히 이와 같이 배우도록 해야 한다.”
이때 세존께서는 갠지스강을 건너시고 이 강의 좌우를 돌아보셨다. 이때에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청하여 아뢰었다. “무슨 일로 말미암아 이 강을 되돌아보십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갠지스강의 연기(緣起)에 대해서 즐거이 듣겠느냐?” 비구들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선서(善逝)시여, 지금이 바로 말씀하실 때입니다. 원하건대 말씀하여 주소서. 저희들은 기꺼이 듣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옛날에 실죽(實竹)이라고 하는 어떤 왕이 바른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였으니, 백성들은 매우 번성하였고 풍요롭고 안락하였으며 제때에 맞게 비가 내려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으며, 모든 거짓과 도적의 무리와 질병이 없었고 언제나 법으로써 교화하였다. 어느 봄날 왕은 시녀들과 함께 성 밖으로 나가 동산에서 놀다가 한 남자를 보았다. 그는 백발에다가 얼굴은 쭈글쭈글하였으며, 나이는 늙어서 쇠약하고 초췌하였으며, 5관(官)은 모두가 분명하지 못하였고 지팡이에 의지하여 길을 가고 있었다. 왕이 그를 보고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남자이기에 백발에다가……(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지팡이에 의지하여 길을 가고 있느냐?’ 시녀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젊음이 이지러져서 다하게 되면 늙음의 고통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도 그와 같이 이 늙음의 법칙[老法]을 같이하겠구나.’ 시녀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일체의 모든 것이 다 그러합니다.’ 왕은 마침내 근심에 잠겨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다시금 한 사람을 보았다. 그는 온몸에 부스럼이 나고 문드러져서 살갗은 쭈글쭈글하고 배는 산과 같이 불렀으며, 피와 고름이 흘러나오고 사지의 마디마디가 분리되어 물건으로 싸매고, 기침을 하면서 지팡이에 의지하여 발을 끌면서 천천히 길을 가고 있었다.
왕은 그를 보고 나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어떤 남자이기에 온몸에 부스럼이 나고 문드러졌으며……(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또한 발을 끌면서 길을 가느냐?’ 신하가 왕에게 고하였다. ‘이것은 병(病)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도 그와 같겠구나.’ 신하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일체의 모든 것이 다 그러하니 전생의 몸으로 많은 악업을 지었기에 그러한 업보(業報)를 받는 것입니다.’
037_0676_c_01L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다가 또 하나의 수레를 보았다. 그것은 푸른색ㆍ누런색ㆍ붉은색ㆍ흰색의 화려한 비단으로 장엄하게 꾸민 것으로 덮개를 하였으며 나발을 불고 북을 치며, 남녀노소의 많은 사람들이 뒤를 따랐다. 그리고 네 사람이 함께 수레를 멨으며 횃불을 가진 사람이 뒤돌아선 채로 앞에서 가고 다시 많은 사람들이 수레의 뒤를 따라가며 슬피 울며 소리 내어 곡을 하면서 큰 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아버님, 형님, 형님, 주인님, 주인님.’ 왕은 그것을 보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이것은 어떤 것이기에……(자세한 내용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생략함)……큰 소리를 내는 것이냐?’ 여러 신하들이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죽음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나도 죽음의 법칙[死法]을 같이하겠구나.’ ‘대왕이시여, 일체의 모든 것이 다 그러한 것이니 유독 이것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이때 왕은 이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보고 마음 깊이 근심을 하며, 가마를 돌려서 왕궁으로 돌아가 고요한 곳에 머물렀다.
왕국의 국경 안에는 응시(應時)라고 하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큰 호족으로서 재물과 보배가 매우 많았고, 학문은 4베다[典]의 경전을 뛰어넘었다. 이때 그는 왕이 늙고 병들고 죽는 일을 보고 마음 깊이 근심하여 고요한 곳에 머무르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많은 바라문 대중에게 둘러싸여 흰 수레를 타고 흰 말에 수레를 메고 금으로 만든 지팡이와 물병을 쥐고서 실죽왕(實竹王)의 처소로 나아갔다. 여러 신하들이 왕에게 고하였다. ‘응시 바라문이 왕궁의 문 앞에 와 있습니다.’ 왕은 곧 궁에서 나와 어좌(御座)에 올랐다. 이때 바라문은 왕이 자리에 나아가 앉자,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슨 까닭에 어둡고 고요한 곳에 머물러 계시는 것입니까?’ 왕은 곧 그에게 늙고 병들고 죽는 일에 관한 사연을 갖추어 앞에서와 같이 말해 주었다.
037_0677_a_01L응시 바라문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세간에는 각각 스스로 업과(業果)를 먹는 것이니 근심하지 마소서. 스스로 어떤 유정(有情)들은 여러 선업(善業)을 짓는 것이며, 스스로 어떤 유정들은 여러 악업(惡業)을 짓는 것이며, 스스로 어떤 유정들은 선악업(善惡業)을 짓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전륜성왕(轉輪聖王)이 되셨으니 언제나 착한 업을 지으시면 임종 때에는 반드시 천상(天上)에 태어나시게 될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전륜성왕의 지위는 모든 사람보다 뛰어나 모든 안락을 누릴 수 있는 것이지만 천상에 태어나는 것은 그보다 배나 되는 안락을 받으시는 것입니다. 그러하니 이제 대왕께서는 마땅히 베푸는 모임을 여셔야 합니다.’ 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명하였다. ‘경들은 마땅히 북을 쳐서 널리 알리되, ≺대왕께서 무차시회(無遮施會)를 크게 여시니, 필요한 것이 있는 나라 안의 모든 사람들은 와서 베풀어 주시는 것을 먹고 받도록 하라≻고 하여라.’ 여러 신하들은 왕명을 받고 나서 베풀어 주는 장소를 장엄하게 꾸미고 음식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음식을 주고, 의복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의복을 주었는데 쌀을 씻은 쌀뜨물이 큰 도량을 이루어 흘러넘쳤으니, 그것을 일러 무열지(無熱池)라 하였다. 그것은 12년 동안 쌀뜨물과 국물이 함께 모여 흘러넘쳐서 강이 되었다. 이러한 까닭에 세상 사람들이 이 강을 이름하여 장수하(漿水河)라고 하게 된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교화하며 다니시다가 동장성(童長城) 가운데에 이르시어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때 어느 국왕이 이 성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이름을 장정(長淨)이라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이 성을 상성(象聲)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알가이가성(頞伽儞迦城)에 가시어 근처에 머무르셨는데, 부처님께서는 곧 미소를 지으시고 네 부처님[四佛]3)의 교화하신 인연과 사적(事迹)을 자세히 말씀하셨다.
다음으로는 시보성(施寶城)에 이르시어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보살이 과거에 이곳에서 많은 보배를 베풀어 주었으니, 이러한 까닭에 이 성을 이름하여 시보(施寶)라고 한 것이다.” 다음으로는 사라력수(娑羅力樹)에 이르시어 근처에 머물러 계셨는데, 부처님께서는 곧 미소를 지으시고 또한 다시 네 부처님께서 교화하신 인연과 일의 자취를 자세히 말씀하셨다.
037_0677_b_01L다음으로는 자래성(自來城)에 이르시어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이 자래성에는 장정(長淨)이라고 하는 왕이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여 백성들이 매우 번성하였고 풍요롭고 안온하였는데, 뒤의 다른 때에 그 왕의 정수리에 혹이 생겼다. 그 혹은 부드럽기가 솜과 같았고 전혀 거추장스럽지도 않았는데 점차로 커져서 터지니 그 속에서 한 아들이 태어났다. 그 아들은 생김새가 단정하고 얼굴빛이 뛰어나게 아름다워서 매우 사랑스러웠으며……(자세한 내용은 다른 곳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음)……5관(官)을 구족한 까닭에 사람들은 그를 정생(頂生)이라고 불렀다. 이때 6만 명의 시녀들이 그 아들이 태어난 뒤에 왕궁에 들어갔는데, 모든 여인들이 그 아들을 보자 모두 젖이 흘러나왔고 모두가 말하기를, ‘내가 기르겠다. 내가 기르겠다’라고 하였으니, 이런 까닭에 낙양(樂養)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정생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낙양이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그 정생이 성장하자 부친인 장정은 마침내 병이 나서 뿌리와 꽃과 잎으로 만든 여러 가지의 약을 쓰고 갖가지로 치료를 하였으나 고치지 못하고 병은 더욱 위중해지니 왕이 모든 신하들에게 말했다. ‘마땅히 빨리 정생을 데려와서 조칙을 내려 세자로 세우도록 하라.’ 모든 신하들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의 칙명대로 거행하겠습니다.’ 곧 칙사를 보내어 정생을 데려오게 하였다. 장정 대왕은 칙명을 내려 정생을 매우 급히 데려다가 세자로 책봉하려 하였으나 병의 고통이 온몸에 감겨서 정생이 아직 오기 전에 운명하였다.
다시 한 사신을 보내어 정생에게 알렸다. ‘부왕께서는 이미 운명하셨습니다. 빨리 오시기 바랍니다.’ 정생은 생각하였다. ‘부왕께서 이미 운명하셨으니 내가 어찌 굳이 갈 것인가?’ 이렇게 생각을 하고는 곧 되돌아가니, 여러 신하들은 다시 사신을 보내어 말하였다. ‘태자께서는 마땅히 오셔서 왕위를 승계하십시오.’ 정생이 말했다. ‘나에게 왕이 될 분수가 있다면 이곳에서도 곧 왕이 될 수 있으리라.’
037_0677_c_01L여러 신하들이 말하였다. ‘왕위에 오르시는 데에는 반드시 많은 예식을 갖추고 보당(寶堂)과 욕지(浴池)와 사자좌(師子座)와 산개(傘蓋)와 두관(頭冠)을 준비해야 되니, 큰 도성(都城)에서 왕위에 오르시는 것이 합당합니다. 어서 이곳으로 오시도록 하십시오.’ 정생이 말했다. ‘내가 만약 법왕(法王)이 될 것이라면 그러한 것들은 구하지 않아도 저절로 오게 될 것이다.’ 이때 작일(作日)이라고 하는 야차가 항상 정생을 따라다녔는데, 그 야차가 필요로 하는 것을 모두 만들어서 보당과 욕지와 사자좌와 산개와 두관과 왕도(王都)인 큰 성을 가지게 하니, 즉위식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자연히 옮겨 오게 되었다. 이러한 까닭에 이 성을 이름하여 자래(自來)라고 부르게 된 것이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