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 당시 산탄(散彈) 장자가 12년 동안의 기근이 든 큰 가뭄에 천 명의 성인인 독각에게 공양을 하였고, 이때 제석천이 그가 공덕 짓는 것을 도와서 큰 비를 내리게 하였던 것이니, 대왕께서는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 산탄 장자가 바로 나의 전신(前身)인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나는 과거에 다만 그러한 보시를 하는 것만으로 보리(菩提)를 증득하였던 것은 아니니, 다른 견해를 갖지 마십시오. 나의 바른 신심과 선근(善根)이 쌓인 선근의 공덕인연(功德因緣)으로 말미암은데다가 다시 한량없는 복업(福業)을 닦았기 때문에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하였던 것입니다.”
마왕(馬王)이 되어 중생을 이익되게 하신 일과, 선인(仙人)이 되어 법에 따라 증명하신 일과[馬王仙作證],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 뱀으로부터 상인들을 구하신 일과, 조왕이 되어 은혜를 베푸신 일과[蛇命鳥王恩], 앵무새가 되어 무외시(無畏施)를 베풀게 하신 일과, 미제하국(尾提訶國)의 왕이 되어 선근(善根)을 쌓으신 일과[鸚鵡尾提訶], 구왕(龜王)이 되어 5백 명의 상인들을 구해 주신 일과, 소사나(蘇斯那)라는 신하가 되어 그 동생을 이익 되게 하신 일과, 상주(商主)가 되어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신 일이 있다[龜蘇二商主].
037_0702_b_12L馬王仙作證, 蛇命鳥王恩, 鸚鵡尾提訶,
龜蘇二商主。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나는 무상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일체의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고, 섭수(攝受)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주의하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중아함경[中阿笈摩]』 「승기득분야차경(僧祗得分夜叉經)」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이, 나는 그때 한 마왕(馬王)이 되어 이름을 바라하(婆羅訶)라고 하였으며, 모든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고 교화하였습니다.
037_0702_c_01L다음으로 대왕이여, 나는 위없는 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중생들의 일을 섭수하여 이익 되게 하였습니다. 대왕께서는 주의하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옛날 바라닐사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어느 선인이 살았는데, 그는 자비를 행하기로 마음먹고 중생들을 불쌍하게 생각하였습니다. 그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두 사람의 농부가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있었는데, 그들은 서로 다투다가 화를 내고 싸우게 되어 마침내 서로를 때렸습니다. 그들은 함께 선인의 처소에 와서 증명하여 주기를 요청하고, 한 사람은 곧 왕에게로 가서 그 일을 왕에게 말했습니다. 왕은 곧바로 말했습니다. ‘당신들이 서로 싸운 것을 누가 증명하겠는가?’ ‘대왕이시여, 저희 두 사람이 싸운 것은 누가 먼저 잘못한 것입니까?’1) 선인이 대답하였습니다. ‘만약 전륜왕의 법에 따라서 판결을 하신다면 제가 증명을 하겠지만 별도의 법으로 판단하신다면 저는 증명을 하지 않겠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시오.’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이 사람은 저 사람을 성나게 하였고 저 사람은 이 사람을 성나게 하였으며, 저 사람은 이 사람을 때렸고 이 사람도 저 사람을 때렸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두 사람이 모두 벌을 받는 것이 합당하다.’ 선인이 말했습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기를 만약 전륜왕의 법에 따라서 일을 판결하신다면 제가 증인이 되겠으나, 그렇게 하지 않으신다면 저는 증인이 되지 않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때 왕이 선인에게 말했습니다. ‘대선(大仙)이시여, 어떻게 하는 것이 전륜왕이 되어 일을 판결하는 것입니까?’ 선인이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전륜왕의 법대로 한다는 것은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제거하고 이익이 되게 하는 것입니다.’ 그 왕은 두 사람에게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물러가시오. 그리고 다시는 그렇게 서로 싸우지 마시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법으로 증인이 되었던 선인은 바로 나의 전신(前身)이니,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는 과거에 비록 증인이 되기는 하였지만 법에 따라서 진실하게 증언하였으니,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선근과 올바른 신심이 쌓였던 까닭에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한 것입니다.
037_0703_a_01L다음으로 대왕이여, 다시 위없는 보리를 구하기 위하여 중생들을 섭수하였던 것이니, 보살은 그때에 부정취(不定聚)2)에 있으면서도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 일체 중생을 이익 되게 하였습니다.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에 어느 곳의 큰 숲에 사자왕이 그 가운데에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5백 명의 상인들이 그 험한 길을 지나가면서 낸 말소리 때문에 커다란 이무기가 놀라서 잠에서 깨어나, 5백 명의 상인들은 모두 이무기에게 포위되었습니다. 그때 상인들은 매우 크게 놀라고 두려워서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모든 천신(天神)들에게 구해 달라고 빌었습니다. 그 사자왕은 이 울부짖는 소리를 듣고 그곳으로 와서 이무기가 그 상인들을 에워싸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나이 어린 코끼리가 있었습니다. 그때 사자는 곧 그 코끼리에게 가서 말했습니다. ‘이 여러 상인들이 지금 이무기에게 에워싸여서 잡아 먹히려고 하는데, 네가 능히 너의 목숨을 버려서 그 상인들을 구할 수 있겠느냐?’ 그 코끼리가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됩니까?’ 사자가 대답했습니다. ‘내가 너의 머리 위로 올라가서 뒷다리로 너의 머리를 잡고 나의 두 발톱으로 그 이무기의 뇌를 때려야만 하는데, 그렇게 되면 나의 두 뒷발이 너의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너는 반드시 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내가 이무기의 뇌를 때리면 뱀도 반드시 죽을 것인데, 그 이무기는 입으로 독한 기운을 토하여 나도 죽을 것이다.’ 코끼리가 말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을 이익 되게 하고 구제하는 일인데 어찌 자신의 목숨을 돌아보겠습니까?’ 이때 사자왕은 코끼리의 머리 위에 올라가서 몸을 던져 그 이무기를 때리니, 사자의 발이 박혀서 코끼리는 곧 죽었으며, 사자가 이무기를 때려서 이무기도 또한 즉사하였고, 이무기의 독한 기운 때문에 사자도 죽었습니다. 이 셋이 한꺼번에 모두 죽으니, 모든 상인들은 마침내 목숨을 보전하게 되었습니다. 상인들이 그곳에서 떠나려고 하자, 허공에서 여러 천인들이 상인들에게 말했습니다. ‘이 사자왕은 현겁(賢劫)의 보살인데 지금 당신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을 버려서 여러분을 구제하였습니다. 당신들은 마땅히 보살께 공양을 올린 뒤에 떠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때 모든 상인들은 곧 갖가지의 공양구를 가지고서 사자왕의 몸에 공양을 올리고 나서 떠나갔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사자왕은 바로 나의 전신(前身)이니,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는 그때 방생취(傍生趣:축생의 세계)에 있으면서도 능히 5백 명의 상인들을 구제하였으며, 나의 목숨을 버려서 그 이무기를 물리쳤으니, 내가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들을 섭수하였던 공덕의 인연으로 선근이 쌓이고 올바른 신심의 힘으로 말미암아 무상보리를 증득하였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 어떤 곳에 좋은 숲이 있었습니다. 어느 보살이 부정취(不定聚)에 있으면서 방생 가운데에 공명조(共命鳥)3)가 되어 하나의 몸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하나는 달마(達摩)라고 하였고, 다른 하나는 아달마(阿達摩)라고 하였습니다. 이때 달마는 잘 익은 달콤한 열매를 먹었는데, 뒤에 아달마가 독이 들어 있는 열매를 먹어서 둘이 함께 괴로워하며 서로가 옳고 그름을 따지다가 하나가 삿된 발원을 하였습니다. ‘내가 태어나는 곳마다 언제나 너와 함께 못된 벗이 되어 손해를 끼치게 되기를 바란다.’ 다른 하나가 발원하였습니다. ‘나는 세세생생토록 항상 자비스러운 마음을 행하여 너의 몸을 이익 되게 하기를 바란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당신의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그때 달마라고 하였던 자는 바로 나의 전신이었으며, 아달마라고 하였던 자는 바로 제바달다(提婆達多)였던 것입니다. 나는 자비스러운 마음 때문에 그 인연으로 선근이 쌓였던 까닭에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한 것입니다.
037_0703_c_01L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 어떤 곳에 잘 흐르는 못이 있었습니다. 보살은 그때 부정취(不定聚)에서 새의 몸이 되어 5백 마리의 새 가운데에서 왕이 되었습니다. 그 가운데의 한 늙은 새는 멀리 가서 음식을 구하지 못하고 언제나 작은 새와 여러 새의 알을 먹으면서 천천히 다니다가 배부르게 먹고 나면 한쪽 다리로 서 있었습니다. 이때 여러 작은 새들은 언제나 잡아 먹힐까 크게 근심을 하다가 함께 왕에게 나아가 새의 소리를 내며 말했습니다. ‘조왕(鳥王)이시여,……(앞에서와 같이 갖추어 말함)……근심스럽고 괴롭습니다.’ 새의 왕은 곧 이 일에 대해 물어서 누가 여러 새의 새끼들을 잡아먹는지를 알아보았다. 보살은 비록 악취(惡趣)에 있었지만 마음은 언제나 다름이 없는 지라 이와 같이 물어보아서, 곧 늙은 새가 거짓으로 천천히 다니면서 못가에서 발돋움하고 서 있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때 새의 왕인 보살은 곧 그가 해를 끼치는 자라는 것을 알고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여러 새들의 알을 먹고 작은 새들을 잡아먹으면서도 발돋움을 하여 한쪽 다리로 서 있어 마치 계율을 지키는 것처럼 하고 있구나.
037_0703_c_03L食噉諸鳥卵, 幷餘小鳥等; 翹足一腳立,
猶如持戒者。
천천히 다리를 오므리고 몰래 거짓말을 하면서 목을 구부려 교태를 부리며 있으니 반드시 남을 속이고 간사한 짓을 많이 하겠구나.
037_0703_c_05L徐徐而縮腳, 微劣詐言談;
曲項嬌爲斯, 必是多奸詐。
그때 늙은 새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제 새의 왕이 이미 나를 살펴 알았으니, 나는 지금 왕에게 귀의해야겠다.≻ 새의 왕이 말했습니다. ‘당신은 계획을 세워서 많은 새들로 하여금 당신을 알아보고 원망하는 일이 없게 하시오.’ 늙은 새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급히 달아나니, 이때 여러 새들은 안온하게 되어 근심이 없어졌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새의 왕은 바로 나였으니,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나는 새의 왕이 되었을 때 능히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중생들을 섭수하였고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선근과 정견(正見)의 힘을 쌓았던 까닭에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증득한 것입니다.
037_0704_a_01L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에 어떤 곳에 있는 우거진 숲 가운데에는 보살이 부정취(不定聚)에 있으면서 앵무새가 되어 사람의 말을 잘하였습니다. 그때 바라닐사에 범덕(梵德)이라는 왕이 있었는데, 그는 바르게 왕위를 잇고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새 한 마리가 있어서 앵무새를 해치려고 하였습니다. 앵무새는 대왕의 손 위로 날아들어 왕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시여, 법답지 않은 법으로 세상을 교화하지 마소서.’ 이때 왕은 새가 손 가운데로 날아든 것을 보고 마음에 불쌍히 여기는 생각이 일어나 곧 앵무새의 곁에서 5계(戒)를 받고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였습니다. 왕은 신하들에게 명하였습니다. ‘이제 일체의 새와 짐승들에게 무외시(無畏施)를 베풀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때 앵무새로서 사람의 말을 잘 하였던 새는 선근을 터득한 까닭에 무상보리를 증득하였던 것입니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 바라닐사국에는 범덕왕이 바르게 왕위를 잇고 있었는데, 그곳으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미제하국(尾提訶國)이 반역을 일으켰습니다. 그 범덕왕은 늘 신하의 도리에 어긋나는 신하를 정벌하려고 하였습니다. 범덕왕은 그 군대가 강성하였고, 그 미제하국도 비록 병마(兵馬)가 매우 뛰어났으나 언제나 마음으로 범덕왕에게 자비를 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범덕왕은 그 나라를 탐하여 4병(兵)을 일으켜서 미제하국을 공격하였습니다. 미제하국의 왕은 범덕왕이 군대를 총동원하여 쳐들어온다는 소식을 듣자, 곧 성읍을 청소하여 길에 돌과 기와 조각이 하나도 없게 하며, 그림을 그린 깃발과 꽃을 내걸고 모든 음식을 준비시켰습니다. 또한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여 성안의 모든 백성들로 하여금 성 밖의 25리(里) 되는 곳에 미리 나가서 향과 꽃으로 그들을 맞아들이고, 다시 온갖 좋은 말로 범덕왕의 덕을 찬미하게 하라고 명하였습니다. 그 범덕왕은 이 일에 대해서 듣고 나자 곧 성내는 마음을 그치고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미 반역을 일으켰으나 착한 말로써 거스르지 않았으니, 이제 군대를 되돌리는 것이 좋겠다.≻ 이때 미제하국의 여러 신하들이 범덕왕을 찬탄하여 말했습니다. ‘왕께서는 저희 나라를 지나가십시오. 모든 병사들에게 널리 음식을 베풀겠습니다.’ 미제하국의 왕은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 보살은 그때 부정취(不定聚)에 있으면서 바다 가운데에서 한 거북의 왕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른 때에 5백 명의 상인들이 배를 타고 항해에 나섰다가 바다짐승에 의해서 배가 부서졌는데, 그 거북이 5백 명의 상인들을 등 위에 올려놓고 바다를 건네주니, 그때 상인들은 모두가 안온하게 목숨을 보전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때의 대귀왕(大龜王)은 바로 나의 전신인 것입니다.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을 섭수(攝受)하였고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올바른 신심과 선근이 쌓였기 때문에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한 것입니다.
037_0704_c_01L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 비제하국(毘提訶國)에 5백 명의 많은 신하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 어느 두 형제가 가장 높은 자리에 있었으니, 형의 이름은 소사나(蘇斯那)라 하였고, 아우의 이름은 사나(斯那)라 하였습니다. 사나라고 하는 아우는 마음이 언제나 남의 허물 찾기를 좋아하며 이익 되게 하려는 마음이 없었고, 그 형인 소사나는 어느 때나[一切時] 이익 되는 일을 하였습니다. 소사나가 언제나 이익 되는 일을 하였던 까닭에 사나는 아무런 이익이 없게 되자 백성들을 괴롭혔습니다. 성안의 모든 사람들이 왕에게 가서 그가 저지르는 이익이 없는 일에 대해서 말하니, 왕은 곧 사나를 국경 밖으로 내쫓게 하였고, 사나는 곧 바라닐사성으로 가서 범덕왕을 섬겼습니다. 뒤의 다른 때에 소사나는 자신의 아우가 국경 밖으로 쫓겨나 바라닐사의 범덕왕에게 가서 신하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곧 비제하국의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이제 저 바라닐사로 가서 아우가 온화하고 양순한 일을 하고 있는지 보고자 합니다.’ 성안의 백성들은 모두가 놀라서 말했습니다. ‘그 아우는 언제나 형의 처소에서 이익 되지 않는 일을 하여 왕께서 국경 밖으로 쫓아내셨는데, 그 형은 오히려 아우의 처소에서 이익 되게 하는 일을 하려는 구나.’”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께서는 다른 견해를 갖지 마십시오. 그때 이름을 소사나라고 한 대신은 바로 나의 전신이었으니, 언제나 중생을 이익 되게 하였고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바른 신심으로 선근을 쌓았던 까닭에 무상보리를 증득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에 어떤 곳에는 하나의 큰 성이 있었고, 그 성안에는 두 사람의 상인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두 상인은 5백 대의 수레에 보화를 싣고 넓은 들판의 험한 길에 이르렀으니……(자세한 것은 『중아함경[中阿笈摩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그 중의 한 상인은 이미 야차에게 잡아 먹혔고, 두 번째의 상인은 편안하게 광야를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달리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 두 번째의 상인으로서 편안하게 광야를 벗어날 수 있었던 자는 바로 나의 전신이었으니, 자비로운 마음으로 중생을 섭수하였고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바른 신심으로 선근을 쌓았던 까닭에 무상보리를 증득하였던 것입니다.
037_0705_a_01L다음으로 대왕이여, 지나간 옛날에 어떤 곳의 우거진 숲 가운데에는 넉넉하게 흐르는 강이 많아서 꽃과 과일이 무성하였습니다. 그때 보살은 부정취(不定聚)에 있으면서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코끼리 왕이 되어 그 숲 속에 있었습니다. 그 코끼리 왕의 아내는 발타(拔陀)라고 하였는데, 어미 코끼리 중에서 가장 존귀하였습니다. 이때 코끼리 왕은 무리의 밖으로 나가서 한적한 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또 다른 암컷 코끼리가 있었는데, 단정하게 생겼으며 뜻에 맞게 하여 기쁘게 해 주었습니다. 그 코끼리는 코끼리 왕의 처소로 가서 서로 사사롭게 정을 통하여 부부가 된 뒤에도 더욱 사랑하며 늘 같이 따라다녔고, 뜻이 서로 떨어지지 않았으며 마음이 서로 이어져 있었습니다. 그때 발타 코끼리는 곧 질투심이 생겨서 스스로 생각하였습니다. ≺무슨 방편을 써야 내가 육아상왕(六牙象王)과 저 암코끼리를 죽일 수 있을까?≻ 가만히 생각하였으나 큰 질투심이 생겨서 꾀를 얻지 못하자 마침내 발원을 하였습니다. ‘내가 세세생생토록 저 둘을 해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발원을 하고 나서 산꼭대기에 몸을 던져 곧 죽었습니다. 그리고는 비제국(毘提國) 대부인의 뱃속에 태어나 그의 태중(胎中)에 의탁하여 열 달이 차자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 딸은 여러 상(相)을 구족하였으며 점차 자라나서 크게 성장하자, 이웃나라의 범덕 대왕에게 시집가서 첫째 부인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저 묵은 업으로 인하여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진 코끼리 등에게 크게 성내는 마음을 일으켰습니다. 그 부인에게는 숙명(宿命)의 일을 아는 지혜가 있어서 곧 범덕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저쪽의 어느 곳에는 어금니가 여섯 개인 큰 코끼리가 있는데 저는 지금 그 코끼리의 어금니가 필요하오니, 왕께서는 그것을 가져오게 하여 주십시오.’ 그때 왕은 성에 있는 사냥꾼들을 모두 모이게 하고 어금니가 여섯 개인 큰 코끼리를 잡아오라고 명령하였습니다. 사냥꾼들이 모이고 나자 왕이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가서 상아(象牙)를 가져오라.’ 이때 모든 사냥꾼들은 왕이 명령을 하자, 곧 명에 따라서 떠나갔습니다. 그 사냥꾼의 대장이 사냥꾼들에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모두 흩어져서 각자 돌아가 본업에 종사하라. 내가 혼자 가서 그 상아를 가져오겠다.’ 이때 대장은 곧 제사지내는 물건을 가지고 아울러 갑옷을 입고 독화살 같은 것을 들고 그곳으로 나아갔는데, 그 코끼리 왕과 암코끼리를 보았습니다. 그 두 코끼리는 둘이 함께 한적한 곳에서 코끼리 떼와 떨어져 있었습니다. 사냥꾼은 코끼리를 본 뒤에는 멀리서 살피고 있었습니다. 그때 사냥꾼은 몸에 인복(忍服:승복)을 입고 활과 화살을 메고 있었는데, 갑옷과 무기를 가진 채로 풀숲에 숨어서 코끼리를 죽이려고 하였습니다.
그때 암코끼리가 멀리서 사냥꾼을 보고는 곧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빨리 다른 곳으로 가야겠습니다. 지금 어떤 사람이 와서 우리를 죽이려고 합니다.’ 코끼리 왕이 말했습니다. ‘그 사람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소?’ ‘몸에는 인의(忍衣)을 입고 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자비로운 상(相)을 하고 있습니다.’ 코끼리 왕이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무서워할 것 없소. 가사(袈裟) 가운데에는 착하지 않은 일이 없는 것이오. 이 당(幢)의 모습을 덮어쓰고 있는 사람은 자비로운 마음을 갖고 있으니, 마땅히 두려워하지 말고 의심하지 말아야 할 것이오. 마치 달이 뜨겁지 않은 것과 같으니, 이 사람도 또한 그와 같을 것이오.’ 이때 암코끼리와 코끼리 왕은 아무런 의혹 없이 마음대로 돌아다녔습니다. 그때 사냥꾼은 사냥하기 좋은 기회를 얻자 곧 독이 묻은 화살을 내어 그 코끼리 왕을 쏘아 급소에 적중시켰습니다. 암코끼리가 말했습니다. ‘어찌하여 가사를 입은 사람은 남을 해치려는 마음이 없다고 말하였습니까?’ 그때 코끼리 왕은 게송으로써 대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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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암코끼리는 그 보살인 코끼리 왕이 하는 말을 듣고 잠자코 그대로 있었습니다. 이때 코끼리 떼는 코끼리 왕이 있는 곳으로 와서 곧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 암코끼리가 사냥꾼을 해치지 말아야 할 것이니, 만약 보살이라면 방생취(傍生趣) 가운데에 있더라도 언제나 보살행을 행하는 것이다.≻ 이때 코끼리 왕은 사냥꾼의 곁으로 가서 사람의 말소리로 사냥꾼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이상하게 여기거나 무서워하지 마시오.’ 코끼리 왕은 사냥꾼이 다치게 될까 걱정하여 사냥꾼을 멀리서 코로 들어서 가슴 앞에 끌어안고 또한 암코끼리를 다른 곳으로 가게 한 뒤에 사냥꾼에게 말했습니다. ‘장부여, 암코끼리가 이미 떠나갔으니 당신은 내 몸에 있는 것이 필요하거든 마음대로 가져가시오.’ 이때 사냥꾼은 마음에 지극히 놀라고 이상히 여겨서 말했습니다. ‘당신이 바로 사람이고 나는 사람이 아니며, 나는 사람 가운데의 코끼리이고 당신은 코끼리 가운데의 사람이오. 당신은 방생(傍生)으로 있으면서도 이러한 지혜가 있는데 나는 사람의 몸으로 있으면서도 도리어 이러한 지혜가 없군요.’ 이렇게 말하면서 슬피 울었습니다. 보살이 물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웁니까?’ 사냥꾼이 대답했습니다. ‘당신은 이미 나를 다치게 하였습니다.’ 이때 코끼리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그를 구제했을망정 일찍이 해가 되게 한 일이 없다.≻ 그리고는 다시 생각하였습니다. ≺암코끼리가 와서 그를 다치게 한 것이 아닐까?≻ 다시 사냥꾼에게 물었습니다. ‘누가 당신을 다치게 하였습니까?’ 사냥꾼이 대답했습니다. ‘코끼리 왕이여, 당신은 한량없는 공덕이 있는데 아무 허물도 없이 내가 당신을 다치게 하였으니, 이것은 바로 나를 다치게 한 것입니다. 당신의 몸은 화살에 의해서 다친 것이니 치료할 수가 있지만, 나의 마음은 화살에 맞아서 어리석고 지혜가 없으니, 치료하기가 어렵습니다.’ 사냥꾼은 이렇게 말하고 나서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내가 이제 코끼리 왕의 행동을 관찰하여 보니 공덕이 광대하여 마치 바다와 같아 자신을 해치려고 하는 사람에게 오히려 자비심을 일으키니 이러한 보살심(菩薩心)은 얻기 어렵다네.
037_0705_c_20L我今觀察象王行, 功德廣大猶如海;
起害之人由發慈, 此之菩薩心難得。
가령 내가 지금 사람의 몸으로 있다고는 하지만 이와 같은 진실한 깨달음은 전혀 없고 다만 이러한 성내고 해치려는 독한 마음만 있으니 몸은 텅 비어 적은 공덕도 없다네.
037_0705_c_22L假說我今身是人, 了無如是眞智覺;
但有如斯瞋害毒, 身空無有少功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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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모양새만 꾸며서 사람의 몸과 비슷하지만 방생취(傍生趣)에서 살아가는 것만 같지 못한데 당신은 방생으로 있으면서도 사람의 지혜가 있으니 코끼리 왕은 코끼리 가운데에 가장 존귀하도다.
037_0706_a_01L莊嚴形貌似人身, 不如生在傍生趣;
汝在傍生有人智, 象王爲最象中尊。
겉모양만 가지고서 사람이 된다고 말하지 말지니 방생이라고 해서 사람보다 못한 것이 아니라네. 방생이라도 사람의 자비심과 공덕이 있다면 그가 곧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리.
037_0706_a_03L不言形貌卽成人, 不以傍生非是人;
若有人慈功德者, 彼乃當知卽是人。
그때 코끼리 왕이 말했습니다. ‘수고롭게 자세한 말을 늘어놓고 교묘하게 말을 많이 할 것이 아니라, 당신은 지금 무엇 때문에 화살로 나를 쏘았는지를 빨리 나에게 말하시오.’ 사냥꾼이 대답했습니다. ‘나는 임금님의 명령을 받들어서 당신의 몸에 있는 어금니가 필요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당신을 쏘았습니다.’ 코끼리 왕이 말했습니다. ‘당신이 필요로 하는 것을 얼른 가져가시오. 생각하건대 보살은 보시하지 않는 것이 없으니, 당신 마음대로 어금니를 뽑아서 당신에게 이익 되는 것을 가져가시오.’ 코끼리 왕이 게송으로 말했습니다.
일체의 모든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여 어서 빨리 나고 죽는 바다에서 표류하는 것을 여의고 언제나 무상보리(無上菩提)의 지혜를 증득하여 원컨대 열반의 성[涅槃城]에 빨리 들어가기를 바랍니다.
037_0706_a_11L利益一切有情等, 速離漂流生死海;
當證無上菩提智, 唯願早入涅槃城。
그때 사냥꾼은 부끄러운 마음이 생겨서 코끼리 왕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당신의 어금니가 필요합니다.’ 코끼리 왕이 말했습니다. ‘마음대로 뽑아서 가져가시오.’ ‘나는 뽑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나로 하여금 뽑게 한다면 원컨대 자비로운 마음에 머물러야만 비로소 내가 뽑을 수가 있습니다. 만약 자비로운 마음에 머무르지 않는다면 어금니를 뽑을 때에 손이 반드시 떨어져 나갈 것입니다.’ 코끼리 왕이 말했습니다. ‘만약 당신이 능히 뽑을 수가 없다면 내가 스스로 뽑아서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코끼리 왕이 말했습니다. ‘내 어금니의 뿌리는 살 속에 매우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그것을 뽑게 되면 흰 피가 뿜어져 나올 것입니다.’ 어금니를 뽑아서 사냥꾼에게 주려고 하자 코끼리 왕의 몸은 선명한 백색이 되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花)와 같았고, 피가 온몸에 흐르자 마치 살에 눈이 덮인 것과 같았으며, 또한 주름진 치마의 결과도 같았습니다.
037_0706_b_01L그때 코끼리 왕은 스스로의 마음에 몸의 모습이 이와 같은 것을 보고 물러나는 마음이 생길까 걱정하여 그 마음을 굳게 하여 흔들리지 않게 하였습니다. 또 보살의 여러 생(生) 동안 익힌 습성으로 말미암아 그러한 보시를 하였던 것이니, 어찌 삿된 것에 물러섬이 있을 것인가? 죽음에 이르러서는 오직 불타(佛陀)께 귀의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일이 있는 동안에 갖가지 신이한 모습이 생겼으니, 허공 가운데의 모든 하늘들이 마음에 만족함을 얻어서, 곧 희열이 생겼기 때문에 희유한 일을 나타내었던 것입니다. 코끼리 왕이 이러한 고행을 하였기 때문에 허공 가운데에 있는 천인이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때 코끼리 왕은 어금니를 뽑고 나서 잠잠히 있었습니다. 사냥꾼은 생각하였습니다. ≺어찌하여 어금니를 뽑고서 그대로 있을까? 후회하는 마음이 생긴 것인가? 아니면 나에게 주지 않으려는 것인가?≻ 이때 코끼리 왕은 그의 뜻을 관찰하여 알고는 곧바로 우담발화와 같은 흰 색의 어금니 여섯 개를 자신의 앞발로 끌어당겨 사냥꾼에게 주려고 하면서 말했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시오. 잠깐만 기다리시오. 나는 지금 지극히 고통스럽소.’ 코끼리 왕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받을 사람이 앞에 있는데 무엇 하러 오래 기다리게 할 것이며, 어찌하여 주지 않을 것인가? 본래 이 어금니 때문에 나를 죽이려고 하였던 것인데 이제는 이미 어금니가 없어졌으니 어찌 다른 일을 걱정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코끼리 왕은 사냥꾼에게 말했습니다. ‘당신은 마땅히 잘 들으시오.’ 코끼리 왕이 가타로써 말했습니다.
현수여, 당신은 마땅히 나쁜 일을 버려야 할 것이니 가지고 있는 날카로운 칼과 화살 같은 것들을 버리십시오. 어진 사람의 옷인 이 가사를 입고 있으니 나는 지금 그것을 보고 마음이 기쁩니다.
037_0706_b_20L賢首汝應棄惡事, 所持利釰弓箭物;
被此袈裟仁者衣, 我今見此心歡悅。
보시하는 것도 청정하고 받는 것도 청정한 경우도 있으며 보시하는 것은 청정하지만 받는 것은 청정하지 못한 경우도 있는데 내가 지금 당신을 관하건대 당신은 청정하여 마땅히 공양 받을 만하니 보시하는 자와 보시 받는 자가 다 같이 청정한 것입니다.
037_0706_b_22L或有施淨受亦淨, 或有施淨受不淨;
我今觀汝淨應供, 施者受者二俱淨。
037_0706_c_01L
그때 코끼리 왕은 그가 이욕의(離欲衣)를 입은 것을 보고 마음으로 스스로 기뻐하면서 곧 여섯 개의 어금니를 주고 사냥꾼에게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037_0706_c_01L爾時象王見彼被離欲衣,心自喜悅,卽與六牙,告曰:
만약 진짜로 독화살로 나의 몸을 쏘았더라도 조금도 성내고 원망하는 뜻을 내지 않겠습니다. 이로써 보리(菩提)를 빨리 증득하기를 진실로 발원하니 마땅히 윤회에서 벗어나 해탈을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037_0706_c_03L若實毒箭射我身, 不生少許瞋恨意;
此實願速證菩提, 當救輪迴得解脫。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당신의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그때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지고 있던 대상왕(大象王)은 바로 나의 전신이니, 다른 견해를 갖지 마십시오. 나는 자비와 고행과 보시를 하였던 까닭에 보리를 증득한 것이 아니라, 그 인연으로 말미암아 바른 견해로 선근을 쌓아서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증득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나는 모든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려고 하였으니, 대왕께서는 주의하여 자세히 들으십시오. 세상에서는 삿된 견해로써 세속의 법에 따라서 부모가 늙으시면 부모를 굶주리게 하거나, 강물에 빠뜨리거나, 혹은 불 속에 넣어서 몸을 태우면서 천상에 태어나시라고 말을 하기에, 내가 방편을 세워 그 법답지 못한 일을 모두 그만두게 하였으니……(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다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인연이 있으니 그 모든 것을 『나가약차경(那迦藥叉經)』에서 자세히 말하였습니다.
037_0706_c_19L復次大王!更有無量因緣,竝於『那迦藥叉經』中廣說。
대왕이여, 보살이 부정취(不定聚)에 있으면서 원숭이 왕이 되어 5백 마리의 원숭이 가운데서 가장 존귀하였는데, 바라닐사국의 범덕왕에게 두려움을 당하고 있을 때에, 내가 목숨을 버려서 5백 마리의 원숭이를 구제하였으니……(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다음으로 대왕이여, 보살이 부정취(不定聚)에 있을 때에 기러기 왕의 몸이 되었으니, 『아본생경(鵝本生經)』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습니다.”
037_0707_a_08L復次大王!菩薩在不定聚時,作鵝王身,如『鵝本生經』中廣說。”
그때 승광 대왕(勝光大王)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어느 때 처음으로 무상보리의 발원을 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옛날 무량겁(無量劫)의 때에 광명(光明)이라는 왕이 있었습니다. 그 광명왕에게는 한 마리의 상보(象寶)가 있어서 몸의 색깔은 선명한 백색으로 우담발화와 같았고, 7지(支)4)가 원만하였으며 생김새가 단정하고 엄숙하여 사람들이 즐겨 보았습니다. 이때 왕은 곧 코끼리를 조련시키는 사람에게 이 코끼리를 조련시켜서 탈 수 있게 되면 데리고 와서 보이라고 시켰습니다. 그 조련사는 왕명을 받고 나서 곧 코끼리를 데려다가 조련시키고 난 뒤에 다시 왕의 처소로 데리고 왔습니다. 왕은 곧 코끼리를 탔는데, 코끼리 조련사와 함께 조련사의 뒤에 앉아서 성 밖으로 나가 온갖 새와 짐승들을 사냥하며 다녔습니다. 그런데 코끼리 왕은 암코끼리의 냄새를 맡자 그 냄새를 찾아서 내달렸습니다. 왕은 그 코끼리가 바람처럼 빠르게 달리는 것을 보자 코끼리 조련사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보니 허공이 빙빙 돌고 사방(四方)과 상하(上下)가 빙빙 돌아서 산과 땅이 마치 물레바퀴가 돌아가는 듯하고 나무도 마찬가지로 허공 가운데로 가는 것과 같다.
037_0707_a_21L我見虛空轉, 四方上下迴; 山地如陶輪,
樹亦空中去。
코끼리의 다리가 움직이는 것이 보이지 않을 정도이니 마치 허공을 타고 날아가는 것과 같아서 앞에 있는 산이 달려서 다가오고 뒤에 있는 산이 움직이지 않음이 없는 것 같다.
037_0707_a_23L象足不曾移, 猶如騰空去;
觀前山走來, 後山無不動。
037_0707_b_01L 코끼리에게 굴레를 씌워서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매우 때려서 겁을 먹게 해야만 할 것이니 코끼리 왕이 아직도 조복되지 않아 죽고 사는 것이 지금 당장에 달려 있도다.
037_0707_b_01L須勒象令住,
極打令其怕; 象王旣未調, 死生今在卽。
그때 코끼리를 조련시키는 사람이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037_0707_b_02L爾時調象師白王曰:
제가 대선(大仙)이 말씀하신 주문을 외우고 아울러 쇠갈고리로 끌어당기고 매우 때려 주었는데 주문을 외우는 것과 갈고리로 때리는 것은 더욱 급하게 하고 소용이 되는 법을 모두 써 보아도 모두가 도움 되지 않습니다.
037_0707_b_03L我誦大仙所說呪, 幷以鐵鉤鉤極打;
誦呪鉤打唯加急, 所用之法皆無益。
동아줄과 쇠갈고리가 없이도 능히 다스릴 수가 있으니 왕께서는 그런 것들이 없이도 어떻게 그치게 할 수 있는지를 아십니다. 탐욕이 마음에 들어가서 조복시킬 수 없는 자는 욕심이 마음 가운데에 있는 것이 마치 못을 박은 것과 같아서 이 욕심이 발동되면 매우 광대해지는지라 능히 그치게 할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
037_0707_c_01L 그때 그 코끼리 조련사는 온갖 방법을 다 써 보았으나 코끼리를 멈추어 되돌아오게 할 수 없었습니다. 코끼리 조련사가 다시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코끼리가 달리느라고 피곤해졌을 것이니, 왕께서는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코끼리를 마음대로 하도록 내버려두시기 바랍니다.’ 곧 한 나무를 만나서 왕과 코끼리 조련사는 나뭇가지에 기어 올라갔으니, 비유하면 죽은 뒤에 다시 살아난 것과 같았습니다. 왕이 코끼리 조련사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그 코끼리를 다 조복시키지도 않고서 그대로 데리고 와서 나와 함께 올라탔다.’ 조련사가 왕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조복시키기를 마쳤습니다. 그러나 그 코끼리가 암코끼리의 암내를 맡고서 탐욕을 취하였기 때문에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것입니다. 그 코끼리는 비록 떠나갔지만 본래의 처소를 기억하고 7일째가 되면 반드시 되돌아올 것입니다. 어째서 그런가 하면 암코끼리를 만나서 함께 교미를 하고 나면 코끼리의 거처를 기억하여 생각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7일째가 되자 그 코끼리가 되돌아왔습니다. 이때 코끼리를 조련시키는 사람이 빨리 왕에게 가서 말하니, 왕이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는 이 코끼리를 가르쳤지만 아직은 제대로 성취시키지 못하였다.’ 그 사람이 왕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코끼리를 조복시켰습니다.’ 왕이 꾸짖어 말했습니다. ‘어떻게 조복시켰는가?’ ‘청하건대 왕께서 시험해 보십시오. 곧 그 허실을 아실 것입니다.’ 그 조련사는 곧 큰 쇳덩이를 불에 달구어 불처럼 벌겋게 만들어서 코끼리에게 그것을 먹게 하였다. 코끼리가 곧 앞으로 나아가 그것을 취하여 삼키려고 하자, 그 코끼리 조련사가 다시 왕에게 말했습니다. ‘코끼리가 그것을 먹으면 반드시 죽게 될 것입니다.’ 그때 왕이 조련사에게 말했습니다.
‘이렇게 조복을 시켰는데 그 당시에는 왜 나를 어지럽게 하였는가?’ 다시 왕에게 말했습니다. ‘저는 다만 그 몸뚱이를 조복시켰을 뿐이지 마음을 조복시키지는 못하였습니다.’ 왕이 말했습니다. ‘그대는 능히 마음을 조복시킬 수 있는 자를 본 일이 있는가?’ 조련사가 왕에게 말했습니다. ‘본 일이 있습니다. 오직 부처님 세존께서만 몸과 마음을 조복시키실 수 있습니다. 모든 중생들이 자신의 마음을 조복시키려고 하지만 능히 조복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모두가 물러서고 맙니다. 모든 외도들이 고행을 닦지만 탐욕의 우거진 숲이 마음에 있는 것을 능히 뽑아버리지를 못하며, 또한 경계를 버리고 탐욕을 여의었더라도 굳게 지키지를 못하고 다시 물러나 잃게 되는 것입니다. 아수라(阿修羅)와 천상(天上)의 유정(有情)들과 사자와 여러 짐승들과 용과 뱀과 비둘기 내지 기러기와 여러 새들의 모든 유정들이 모두가 탐욕에 속박되어 무시이래로 마치 수레바퀴가 돌고 돌듯이 하면서 어려서부터 늙을 때까지 그 마음을 조복시키려고 온갖 고행을 다합니다. 또 어떤 선인은 바람을 마시고 열매를 먹으면서도 모두가 마음을 조복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음은 비록 모양[相]이 없지만 어느 천상과 인간의 유정들이 자재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대왕이라고 불리는 자로서 큰 위력을 지니고 있거나 모든 전쟁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도 마음을 조복시키지는 못합니다. 오직 부처님 세존께서만 탐욕이 없으신지라 마음이 자재하실 수 있습니다.’ 그때에 대왕은 부처님 세존께서 정진력(精進力)이 있으시며 널리 보시를 행하시고 모든 복업을 닦으신다는 말을 듣고 곧 무상보리의 발원을 하고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그때 승광왕은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맨 처음에 누구에게 보시를 하셔서 무상보리를 증득하실 수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지나간 옛날 무량겁(無量劫)의 때에 비하피지(毘訶彼地)라고 하는 어느 성(城)이 있었는데 그 성에는 한 옹기장이가 있었습니다. 당시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여 명호를 석가모니(釋迦牟尼)라 하였고, 무상정진등정각(無上精進等正覺)을 증득하고 10호를 구족하였으며, 또한 성문 제자(聲聞弟子)인 사리불(舍利弗)ㆍ대목건련(大目乾連)과 시자인 아난타(阿難陀)를 두고 있었습니다. 그때 석가모니 부처님ㆍ정진(正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는 헤아릴 수 없는 수의 비구 대중과 함께 인간세상을 두루 다니다가 그 성에 이르렀습니다. 그때 그 부처님께서는 문득 감기[風患]에 걸려서 곧 아난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는 이 성의 옹기장이에게 가서 소(酥)와 기름과 꿀과 음료를 얻어 오도록 하여라.’ 아난타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 곧바로 그 옹기장이의 집으로 가서 문 밖에 서서 말했습니다. ‘장자여, 세존께서 감기에 드셔서 지금 소와 기름과 꿀과 음료가 필요합니다.’ 이때 옹기장이는 구수 아난타가 하는 말을 듣고 곧 소와 기름과 꿀 등을 가지고서 아이와 함께 뒤를 따라서 함께 부처님이 계시는 곳으로 갔습니다. 그들은 소와 기름과 꿀 등을 부처님의 몸에 골고루 바르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켜드리고 사탕 물을 가져다가 세존께 받들어 올렸습니다. 세존께서는 병이 치료되었으므로 곧 쾌유되었습니다. 그때 옹기장이는 무릎을 꿇고 발원하여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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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옹기장이의 아들도 이렇게 발원하였습니다. ‘원컨대 저는 내세에 부처님의 시자와 같이 되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석가여래께 보시를 하여 무상보리를 증득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의 아들은 바로 아난타인 것입니다.”
왕이 다시 세존께 여쭈었다. “처음으로부터 부처를 이루실 때까지 얼마나 많은 부처님께 공양을 드려서 무상보리를 증득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석가여래께 맨 처음으로 보시한 최초의 아승기야(阿僧企耶)5)로부터 호세불(護世佛) 때에 이르기까지 청정한 마음으로 이와 같이 7만 5천의 부처님께 공양하였으며, 이때 공양을 하되 일찍이 마음이 달라지지 않고 오직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만을 구하였던 것입니다. 대왕이여, 제2 아승기야(阿僧企耶)에는 내가 처음에 연등불(燃燈佛)께 공양한 것으로부터 보계불(寶髻佛)께 공양을 드리기까지 청정한 마음으로써 이와 같이 7만 6천의 부처님께 공양을 드렸으니, 나는 비록 많은 생(生)을 지냈지만 다른 마음을 두지 않고, 언제나 청정한 신심으로써 모든 부처님께 공양을 드린 것입니다. 대왕이여, 제3 아승기야에는 처음에 보계불(寶髻佛)께 공양을 드린 이래로 안온불(安穩佛)께 공양을 드리기까지 7만 7천의 부처님께 공양을 드렸으니, 이와 같이 하고 다시 가섭파불(迦攝波佛)에 이르기까지 내가 비록 많은 공양을 드렸지만 다른 마음을 두지 않고 언제나 청정한 신심으로 모든 부처님께 공양드린 것입니다. 보살이 되었을 때에도 이와 같이 공양을 하여, 모든 부처님께서는 내가 마땅히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증득하여 나의 소원을 성취하리라는 수기(授記)를 주셨던 것이니, 바른 깨달음 구하기를 생각하여 견고하게 지키며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중생을 섭수하였던 까닭입니다.” 그때 승광왕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마음이 크게 기뻐서 부처님의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인사를 드리고 물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