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아사다 선인은 태자가 반드시 정각(正覺)을 이룰 것을 이미 알고,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 보살이 보리를 증득하는 것을 자신이 볼 수 있는지 없는지 관(觀)하였다. 자세히 관하여 보니, 보살은 스물아홉 살에 출가하여 6년 고행 끝에 감로과(甘露果)를 얻게 될 것임을 알았다. 또 자신은 이보다 먼저 죽어 보살이 설법으로 사람들을 제도하는 것을 보지 못할 것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몹시 상심하며 흐느껴 울었다. 그러자 정반왕은 이를 보고 매우 놀라 게송으로 질문하였다
장차 이 태자를 그르칠 좋지 못한 상이 있는지 훌륭한 큰 선인은 나를 위해 속히 말해 주소서.
037_0750_c_12L將非我太子, 有諸不祥相? 善哉大仙人! 願速爲我說。’
그러자 아사다 선인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37_0750_c_13L時阿私陁仙,以頌答曰:
설령 공중에서 갑자기 금강의 비[金剛雨]가 내린다 해도 감히 태자의 몸은 털끝 하나 다칠 수 없네.
037_0750_c_14L‘設彼虛空中, 忽降金剛雨, 於此太子身, 不能損一毛。
사나운 바람이나 뜨거운 불꽃 그 어떤 날카로운 칼날 독기를 품은 악랄한 뱀도 태자를 해칠 순 없다네.
037_0750_c_16L猛風與炎火, 及諸利刀劍, 毒氣嚙惡蛇, 亦皆不能害。
공포에 떠는 모든 사람도 태자께서 옹호해 주시거늘 어찌하여 자비로운 님께서 해로움을 근심하리까.
037_0750_c_17L一切恐怖人, 太子爲擁護, 云何慈悲主, 而有憂害者?
자재한 범천들도 모두 와서 호위하는 가장 높고 수승한 이가 어찌하여 근심하고 두려워하리.
037_0750_c_18L自在諸梵天, 皆來爲侍衛, 如是最尊勝, 云何而憂懼?
한스럽다. 나는 늙고 쇠하여 죽을 때가 멀지 않았으니 법륜을 굴리는 것 볼 수 없어서 이 때문에 스스로 슬피 우노라.
037_0750_c_20L我今恨衰老, 死時將不遠, 不見轉法輪, 所以自悲泣。
다가올 세상의 사람들 이 보살 만나 묘한 설법 듣고 나면 반드시 적멸(寂滅果)과를 증득하리라.
037_0750_c_21L當來世閒人, 遇此菩薩者, 必得聞妙法, 證彼寂滅果。’
037_0751_a_01L아사다 선인은 이렇게 게송을 읊고 나서, 고뇌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태자의 위덕력 때문에 나의 신통력을 잃고 공중으로 날아다닐 수 없게 되었으니, 나는 이제 이 성문을 걸어서 나가게 되었구나. 사람들은 나를 보면 깔보고 업신여기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일찍이 이 아사다 선인이 성안에 다녀가기를 발원하였는데, 이제 제가 이 성안으로 걸어왔으니, 왕의 오랜 소원을 갚은 것입니다. 이제 저는 성을 걸어 나가게 되었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저를 위하여 길을 수리해 주십시오.’
그때 부왕은 즉시 대신들에게 명령하여 사람들로 하여금 길거리를 깨끗이 수리하고, 깃발과 일산을 달도록 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아사다 선인이 지금 걸어서 성문을 나갈 것이니, 너희들 모든 사람은 누구든지 와서 구경하여라.’ 그러자 그 선인은 번민과 한을 품은 채로 정반왕과 그 신하와 장자ㆍ거사ㆍ바라문들이 앞뒤로 에워싼 가운데 성문(城門)을 나섰다. 선인이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이만 궁으로 돌아가셔도 됩니다. 저는 이제 가겠습니다.’ 서로 헤어지고 나서, 아사다는 점점 앞으로 길을 가다가 신타산(莘陀山)에 이르자, 산으로 올라가 좋은 장소를 골라 그곳에 머물렀다.
그때 선인은 먼 길을 걸어온 피로를 휴식으로 푼 뒤에 마침내 선정(仙定)에 들었는데, 이 입정(入定)으로 말미암아 본래의 신통(神通)을 회복하였다. 얼마 후에 그는 병이 들었는데, 제자들이 갖은 탕약으로 치료하였지만 낫지 않았다. 이에 제자들이 스승에게 물었다. ‘스승님의 이번 병환은 약으로 다스려도 낫지 않으니, 세간의 무상(無常)함을 숨길 수 없습니다. 저희 제자들은 모두 적정(寂靜)을 원합니다. 스승께서는 이미 상락(常樂)을 얻으셨으니 어떻게 마지막 가르침이 없을 수 있겠습니까? 청컨대 스승께서는 가르침을 주시어 저희들로 하여금 깨달음에 들게 하소서.’
037_0751_b_01L스승이 제자들에게 일렀다. ‘내 비록 출가하여 감로과를 희구하였으나 아직 증득하지 못하였으니, 부끄럽게도 전할 것이 없구나. 이제 석가 종족에서 태어난 동자가 최상의 묘과(妙果)를 반드시 획득할 터이니, 그 감로과로써 중생들을 이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너희 제자들은 그곳으로 가서 출가하라. 출가하여서는 좋은 신분이라고 유세하지 말라. 마납박가(摩納薄迦:善慧, 또는 少年淨行)는 힘써 정진하고 항상 청정한 행을 닦아서 법을 얻게 되는 것이므로 전일하고도 정밀하게 행하라. 이러한 행이 이루어지면 마땅히 감로과를 얻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마치고 게송[伽他]을 읊었다.
이로부터 동쪽으로 가서 마땅히 구할지니 부처님을 만나기란 실로 어려운 일 부디 만나거든 부지런히 닦아라.
037_0751_b_06L‘從此於東方, 汝當往求覓, 諸佛實難遇, 見已可勤修。’
또 무상법을 게송으로 읊었다.
037_0751_b_08L說無常法頌曰:
쌓이고 모인 것은 흩어지게 마련이고 높은 것은 반드시 무너지나니 만나면 헤어지고 생명 있는 모든 것 끝내는 죽음으로 돌아가리라.
037_0751_b_09L‘積聚皆銷散, 崇高必墮落, 會合皆別離, 有命咸歸死。’
그때 아사다 선인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숨을 거두었다. 제자 나라타(那羅陀)는 법에 맞게 온갖 공양구를 베풀어 장례를 마친 뒤, 즉시 바라닐사성(波羅痆斯城:波羅奈城)으로 가서 머물면서 5백 젊은 수행자[摩納薄伽]들과 더불어 바라문에게 폐타주[薛陀呪:인도 바라문교의 근본 성전]를 가르쳐 주었다. 나라타는 성이 가전연(迦旃延)이므로 가전연이라 불렸는데, 석가보살이 앞으로 정각을 이루게 되어 가전연이 부처님의 처소에 가게 되면, 그 부처님은 그를 대가전연(大迦旃延)이라고 부를 것이다. 그리고 즉시 법을 가르쳐 주어서 그로 하여금 생사의 큰 고해(苦海)를 건너 최상의 적정인 구경열반(究竟涅槃)에 머물도록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름을 대가전연이라고 한 것이니, 후세에는 그 이름과 감로과를 반드시 얻게 된다.
037_0751_c_01L그때 보살은 유모의 무릎 위에서 황금 소반에 담긴 향기로운 쌀밥을 먹고 있었는데, 너무도 많은 밥을 쉬지 않고 먹고 있었다. 너무 많이 먹는 것을 본 유모가 밥그릇을 빼앗으려 하자 보살은 손으로 황금 소반을 움켜쥐었으므로 유모의 힘으로 밥그릇을 뺏을 수 없었다. 여덟 명의 유모가 차례로 밥그릇을 뺏으려 했지만 역시 빼앗지 못했다. 유모들은 함께 왕에게 가서 이 사실을 고했고, 왕과 여러 궁인들이 같이 그 그릇을 빼앗으려 했지만 역시 실패하였다.
왕은 다시 여러 신하들에게 명하여 모두 함께 그 그릇을 뺏도록 하니, 여러 신하들은 새끼줄에 갈고리를 달아 밥그릇을 끌어당겼지만 역시 불가능하였다. 여러 신하들은 곧 5백 마리의 코끼리를 데려다가 줄을 매고 그 밥그릇을 끌어당기도록 하였다. 그러자 보살은 모든 사람들이 온갖 방법으로 밥그릇을 당기려 하는 것을 보고 ‘이 사람들이 내 힘을 시험해보려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고는, 손가락으로 밥그릇을 걸어 잡으니 코끼리들이 힘껏 끌어보았지만 힘이 모자라 모두 물러가고 말았다.
그때에 정반왕은 이 일을 지켜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보살은 한 손가락으로 그릇을 당겼는데도 5백 마리의 큰 코끼리가 다 물러갔다. 만약 두 손을 썼다면 코끼리 1천 마리도 감당해냈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를 천상력(千象力)이라고 이름했으니, 이것이 보살의 네 번째 명호가 되었다. 보살이 사는 데는 일정한 법식이 있었으니, 만약 입학(入學)을 하려고 하면 5백 명의 동자와 시종들을 따르도록 하였다. 보살이 글을 익힐 당시에 채광갑(彩光甲)이라고 하는 박사가 있었는데, 그는 5백 종의 서적을 분명하게 통달하고 있었다. 그때에 정반왕이 보살과 동자들을 데리고 채광 박사의 처소로 가서 수업을 받도록 하였다. 그러자 채광 박사가 한 가지 책을 만들어서 보살에게 보이면서 그것을 배우라고 말하니, 보살이 대답하였다. ‘이런 종류의 책은 내가 이미 알고 있습니다.’
037_0752_a_01L두 번째 책을 주면서 배우라고 하니, 보살은 또 말하였다. ‘이런 종류의 책이라면 내가 이미 배운 것이오.’ 그 다음 세 번째 책을 주면서 배우라고 하니, 또 보살이 말하였다. ‘이런 종류의 책이라면 나는 이미 배웠소.’ 채광 선생은 이런 식으로 5백 번째의 책을 보였지만,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보살이 박사에게 물었다. ‘또 다른 책이 있거든 내게 주어서 배우도록 해주시오.’ 박사가 대답하였다. ‘이 5백 종류의 책들은 세간에서 쓰는 책의 전부입니다. 저는 오직 이 책들만 알지 다른 책은 알지 못합니다.’
그때 보살을 즉시 한 가지 책을 스스로 지어서 선생에게 건네주면서 선생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글자요? 또 그 이름은 무엇이오?’ 선생이 대답하였다. ‘저는 이런 종류의 글자는 알지 못하며 이름도 모릅니다.’ 보살이 말하였다. ‘이러한 것이 세간에 출현하는 것은 두 가지 경우니, 하나는 보살이 태어날 때요, 다른 하나는 금륜왕이 태어날 때입니다. 이런 종류의 글자는 그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 저절로 따라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때 공중애서 범천대왕이 즉시 나와서 말하였다. ‘보살이 말한 두 가지 출현과 글자의 관계는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정반대왕과 여러 신하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하였다. 그때 보살은 곧 선생을 위하여 다른 종류의 새로운 책을 펼쳐서 자세히 설명하였고, 범천대왕은 그 특이함을 보고, 그 일은 반드시 사실임을 증명하였다. 이러한 특이함 때문에 이 책의 이름을 범천서(梵天書)라 하였다.
037_0752_b_01L보살이 여러 종류의 책들을 스스로 해석하고 나자, 보살의 외삼촌인 마나리(摩那利)가 보살 등을 데리고 가서 말 타는 법을 가르쳤다. 또 가비라성에 동신(同神)이라는 박사가 있었는데, 그는 활 쏘는 법과 싸우는 법을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와서 보살과 다른 석가 종족의 아이들에게도 그 법을 가르쳤다. 마나리가 박사에게 말했다. ‘이 보살은 큰 자비심(慈悲心)을 가지고 있는 분입니다. 그에게 오묘한 모든 법을 다 가르치시오. 다른 아이들도 또한 가르침을 감당할 만하오. 그러나 오직 제바달다(提婆達多)만은 본시 성품이 모질고 자비심이 없으니, 원컨대 박사는 그에게만은 죽이는 묘한 법을 가르쳐 주지 마시오. 왜냐하면 박사가 악한 성품을 가진 그에게 이런 것을 가르친다면, 반드시 모든 중생들을 죽이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니, 그러므로 가르치지 말라는 것이오.’
박사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보살에게는 온갖 법을 다 가르쳤지만, 제바달다에게만은 사람을 죽이는 묘한 법을 가르치지 않았다. 보살은 당일에 다섯 가지의 활 쏘는 법을 습득하였으니, 첫째는 먼 데 있는 물건을 맞추는 법이요, 둘째는 소리만 들리고 보이지 않을 때 그 대상을 쏘아서 뜻대로 맞추는 법이요, 셋째는 쏘아서 맞추려고 하는 것은 다 맞추는 법이요, 넷째는 사람 몸의 급소[要穴]를 잘 알아서 죽이려고 할 때는 죽는 혈을, 안 죽게 하려면 안 죽는 혈을 마음대로 가려 쏘는 법이요, 다섯째는 거리가 멀고 가까움에 관계없이 알맞게 쏘는 법이다. 보살은 이 다섯 가지 기술을 환하게 알고 익혔으며, 그것을 사방에 전하였으니, 이와 같은 것이 석가 태자가 익힌 것이다.
그때 비사리성(薜舍離城)의 사람들이 모난 곳 없이 잘 생기고 건강한 코끼리 한 마리를 얻었다. 사람들은 모여서 서로 의논하였다. ‘정반왕이 한 태자를 두었는데 천문(天文)과 관상으로 살펴보니 나중에 틀림없이 금륜성왕이 된다고 한다. 그 태자의 위덕으로 인해 이러한 보배로운 코끼리가 나타난 것이니, 몇 사람을 시켜서 이 보배로운 코끼리를 저 석가 태자에게 갖다 바치도록 하자.’ 사람들은 그 코끼리를 잘 꾸며서 가비라성을 향하여 길을 떠나 그곳에 도착했다. 마침내 정반왕의 궁문 밖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그때 성질이 못된 제바달다가 성안에서 나와 갖가지로 장식한 코끼리를 보자 마음에 탐욕이 생겨 즉시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저 코끼리는 누가 바치는 것이냐?’
037_0752_c_01L심부름꾼이 대답했다. ‘천문과 관상에 석가 태자가 금륜왕이 된다는 말을 듣고, 비사리성 사람들이 이 코끼리를 태자에게 바치려고 온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제바달다는 벌컥 화를 내면서 말했다. ‘우리나라의 태자가 아직 금륜대왕이 되지도 않았는데, 어찌하여 너희들은 미리 코끼리를 가지고 와서 태자에게 바치려 하느냐?’ 이렇게 말한 뒤 코끼리에게 점차 다가가 성난 마음으로 코끼리를 한 번 내려치니, 코끼리가 곧 땅에 거꾸러져 죽어 버렸다. 코끼리를 때려 죽이고 나서 그는 즉시 가버렸다.
이때 난타(難陀) 왕자가 뒤따라 성안으로부터 나와 죽은 코끼리를 보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코끼리는 누가 바친 것이며, 누가 때려 죽였느냐?’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이 코끼리는 헌납하기 위해 가지고 온 것인데, 제바달다가 때려 죽였습니다. 제바달다는 몹시 나쁜 사람입니다.’ 난타는 거듭 생각하였다. ‘제바달다가 자신의 힘을 시험해 본 것인가?’
그때 난타는 코끼리의 꼬리를 잡아 큰길로부터 스물한 걸음정도를 끌고 가서 놓고는, 곧 가버렸다. 그때 석가 태자가 안에서 나와 이 죽은 코끼리를 보고 여러 사람에게 물었다. ‘이 코끼리는 누가 바친 것이냐?’ 사람들이 위와 같이 대답하니, 보살이 다시 물었다. ‘이 코끼리는 누가 때려 죽였느냐?’ 사람들은 제바달다 왕자가 이 큰 코끼리를 때려 단번에 죽였다고 대답하자, 보살이 다시 물었다. ‘이 코끼리가 죽은 곳은 본래 어디였느냐?’ 그 코끼리가 죽은 곳은 본래 길 한복판이었다고 사람들이 대답하니, 보살은 다시 물었다. ‘길 한복판에 죽어 있던 코끼리를 누가 끌어다가 이곳으로 옮겨놨느냐?’ 난타 왕자가 한 손으로 코끼리의 꼬리를 잡고 이곳에 끌어다 두었다고 사람들이 대답하니, 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코끼리를 때려죽인 사람은 매우 나쁜 짓을 하였고, 멀리 끌고 온 사람은 매우 착한 일을 하였구나.’
037_0753_a_01L그리고 곰곰이 생각하길 ‘두 사람 모두 자신의 힘을 시험해본 것이 아니겠는가. 나도 시험해 봐야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보살은 코끼리의 코를 잡고 멀리 성 밖으로 던지니 7리(里) 밖에 떨어졌는데, 떨어진 곳이 움푹 들어가서 당시 사람들이 그곳을 일러 ‘코끼리가 빠진 곳[陷象之地]’이라 하였으며, 신심(信心)이 있는 장자와 바라문이 그곳에 큰 탑(窣覩波:수투파)을 만들었다. 그러자 여러 비구들이 와서 절하고, 곧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그때 석가 종족 아이들이 이야기했다. ‘우리 바깥에 나가 윤도(輪刀)를 만들어 나무 베는 놀이나 하자.’ 이러한 말을 한 뒤에 곧장 숲속으로 달려갔다. 보살은 아이들이 숲속으로 놀러나갔다는 말을 듣고, 즉시 5백 명의 아이들을 거느리고 그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서 숲속으로 찾아갔다. 석가 종족의 아이들이 앞 다투어 윤도를 던지자, 나무들이 모두 꺾이고 넘어졌다.
이때 보살도 역시 윤도를 던져 나무들을 잘랐지만 땅에 넘어지는 나무는 하나도 없었으니, 칼날이 평평했기 때문이었다. 나무가 땅에 넘어지지 않는 것을 본 모든 아이들은 모두 모여 서로 이야기했다. ‘듣기에 보살은 위엄과 용맹이 자재(自在)하여 다섯 가지 무예를 모두 통달했다고 하더니 윤도를 던져 나무를 벤다면서 어찌하여 땅에 넘어지는 나무는 한 그루도 없지? 나무를 베는 하찮은 기술도 저 모양인데 더구나 나머지 다른 기술이야 오죽하겠는가?’
037_0753_b_01L그때 여러 아이들은 다시 보살과 활쏘기를 겨루기로 하였다. 철(鐵) 다라수(多羅樹) 일곱 그루, 철 북(鼓) 일곱 개, 또 그 사이사이마다 철 돼지를 넣어서 표적으로 삼았다. 다른 아이들은 다라수 하나를 꿰뚫는 것에 불과했고, 천수(天授:제바달다) 동자는 다라수 한 그루, 북 한 개, 돼지 한 마리를 뚫고는 화살이 멈추었고, 난타 동자는 다라수 두 그루, 북 두 개, 돼지 두 마리를 뚫고 화살이 멈추었다. 그때 보살은 화살 한 개를 쏘았는데, 그 화살은 다라수 일곱 그루, 북 일곱 개, 돼지 일곱 마리를 곧장 꿰뚫고 땅 속을 지나 물가로 들어갔다. 그때 용왕이 즉시 그 화살을 뽑아내니 화살이 뽑힌 구멍에서 물이 솟아나왔는데, 맑고 향기롭고 맛이 좋았으므로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은 모두 희한한 일이라고 찬탄했다. 이리하여 신심이 있는 바라문과 거사들이 그 물 곁에 탑을 만들어서 공양하였다.
그때 이 놀이를 마친 보살은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아이들과 함께 성안으로 돌아왔다. 성문 곁에 있던 관상가들이 멀리서 보살의 위엄 있는 광명이 매우 빼어남을 보고 다투어 말하였다. ‘저 태자가 만약 12년 안에 출가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륜왕의 지위를 얻을 것이다.’
그러자 이 말을 들은 백정왕(白淨王:淨飯王)은 매우 기뻐하면서 즉시 군신들을 모아 알렸다. ‘내가 들으니 관상가가 태자의 상을 보고 이후로 열두 해 안에 출가하지 않는다면 마땅히 전륜왕의 지위를 얻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대들 모두는 더욱 방비를 잘하여 열두 해 안에 출가하지 못하도록 하여서 그로 하여금 금륜왕의 지위에 오르도록 하며, 그대들 모두는 대책을 더욱 잘 세워 12년 안에 출가하지 못하도록 하여서 그로 하여금 금륜왕의 지위에 오르도록 하라. 내 마땅히 여러 군왕들과 함께 둘러싸고 허공에 올라가 사천하를 관찰할 것이니 너희들은 속히 궁전을 세우고 미녀들을 간택하여 그와 즐겁게 놀도록 하라.’
037_0753_c_01L그러자 모든 신하들은 앞에 나와 왕에게 말하였다. ‘저희가 보니 태자는 세간의 소리와 세간의 향과 세간의 애욕을 즐거워하지 않는데, 어떻게 미녀들로써 태자를 붙잡아둘 수 있겠습니까?’ 왕이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나의 태자가 비록 모든 색욕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것은 빼어나게 아름다운 여인을 아직 만나 보지 못한 데에 기인한 것이리니, 이제부터 그대들은 부지런히 가장 아름다운 처녀들을 간택하되, 정해진 숫자보다 갑절로 데리고 와서 태자로 하여금 직접 보고 고르도록 한다면, 태자도 반드시 좋아하는 마음이 생길 것이다.’
여러 신하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태자가 비록 애욕에 젖지 않았지만, 우리는 온갖 장식 도구를 만든 뒤에 아름다운 동녀(童女)들에게 향과 장식물을 손에 들려서 직접 태자에게 바치도록 하고, 다시 태자로 하여금 그들이 받치는 장식물을 각각 모든 아름다운 동녀들에게 달아 주도록 하자. 그 중에 태자가 좋아하는 동녀가 있으면, 그 아름다운 동녀는 남도록 하여 태자와 함께 즐겁게 놀도록 만들자.’
이런 논의를 마친 뒤 즉시 태자를 위해 궁전을 지었다. 갖가지 보배로 장엄하고 사자좌(師子座)를 마련하여 태자로 하여금 그 자리에 앉게 하였다. 그 앞에 온갖 진귀한 보물과 갖가지 영락을 쌓아서 큰 더미를 만들고, 여러 신하들과 사람들에게 명하여 예쁜 동녀들을 모두 데리고 와서 그 보물들로 마음껏 꾸미게 하고 영락을 걸고서 궁내로 들어오도록 하였다. 보살은 성품이 본시 남에게 베풀기를 좋아했으므로 여러 동녀들에게 영락을 베풀어 주었다.
그때 집장석종(執仗釋種)에게는 야수다라(耶輸陀羅)라고 하는 어린 딸이 있었는데, 얼굴이 단정하기가 세상에서 보기 드문 모습이었다. 집장석종은 즉시 집에 돌아가서 딸에게 말했다. ‘지금 태자가 모든 동녀들에게 진기한 보물과 장신구를 나눠 주고 있으니 너도 가서 받도록 해라.’
037_0754_a_01L딸이 대답하였다. ‘그런 것들은 우리 집에도 있는데,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아버지가 말하였다. ‘비록 태자가 보물을 나누어 주는 일에 불과하지만, 보고 마음에 들면 태자비로 삼는다고 하는구나.’ 딸이 말하였다. ‘만약 이번에 비(妃)를 삼는 일이라면, 설령 다른 여자를 취했더라도 제가 반드시 태자비가 될 것입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너의 생각이 그와 같다면, 속히 가는 것이 좋겠다.’
이리하여 야수다라는 갖가지 귀중한 보배로써 몸을 장식하고, 시녀들도 예쁘게 꾸며서 따르도록 하였다. 길가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사랑스런 눈으로 야수다라만을 쳐다볼 뿐 다른 여자들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야수다라는 보살의 궁중에 들어가서 우아한 걸음과 단정한 몸짓으로 사뿐사뿐 걸으며 좌우는 돌아보지 않고 앞으로 걸어가서 태자 앞에 섰다.
그때 태자는 진귀한 보물들을 이미 다른 여자에게 다 주어서 남은 것이 없었고, 태자에게는 다만 금반지 한 개만 남아 있었다. 야수다라를 보자마자 자신의 손가락을 쳐들었는데, 야수다라는 전생에 이미 보살과 오랫동안 인연이 있어 서로 사랑하던 터라, 즉시 사자좌에 올라가 태자의 손가락에서 반지를 빼서 가졌다.
신하들과 그곳에 모인 사람들이 번갈아가며 서로 이야기하였다. ‘이 야수다라는 족성(族姓)이 존귀하고 용모가 수려하여 모든 것을 다 갖추어 모든 여자들 가운데서 가장 빼어나니, 궁중에 들어가 태자를 받들어 내조하기에 충분하다.’ 신하들과 사람들은 이렇게 함께 논의하고 정반왕에게 그 일을 낱낱이 고하니, 왕은 즉시 2만 명의 채녀를 보내 야수다라를 에워싸고 태자궁으로 가도록 하였다.
또한 보살의 상법에 보살이 세상에 출현할 때는 반드시 나무 한 그루가 나게 되어 있다. 선견(善堅)이란 이 나무는 처음 싹이 났을 때 하룻밤 사이에 100주(肘:1주는 1척 또는 1척 5촌)가 자란다. 처음 싹이 나오는 밤엔 아직 햇빛을 보지 못한 까닭에 나무의 질이 부드러워서 손톱으로도 끊은 수 있지만, 일단 햇빛을 보면 딱딱하게 굳어져 칼이나 도끼나 불로도 그것을 끊거나 태울 수 없다.
037_0754_b_01L석가보살이 세상에 나오시자, 가비라성과 천시성 사이에 노해다(盧奚多)란 큰 강의 강가에 이 나무가 생겨났다. 강물이 범람하여 흘러온 모래가 언덕 위에 쌓이고 강가의 토석이 씻겨 나가자, 이 선견나무의 뿌리도 앙상하게 땅 밖으로 다 드러났다. 후에 사나운 바람에 쓰러져 노다하(盧多河) 중간에 걸치니, 마치 큰 둑처럼 물을 막아서 물이 흐르지 못했다. 이에 가비라성은 차츰 침수되고, 천시성은 물이 마르는 현상이 일어났다. 일이 이렇게 되자 천시성의 왕은 사신을 보내 정반왕에게 말했다. ‘이 큰 나무가 물 가운데 가로누워 있으니, 피차가 다 피해를 봅니다. 왕의 나라에 용감하고 힘센 여러 동자들이 있으니, 그들에게 명하여 그 나무를 제거하도록 하소서.’
그때에 정반왕은 그 사신에게 대답했다. ‘내가 지금 어떻게 그런 일을 처리할 수 있겠소.’ 그때 가비라국에 천타(闡陀)라는 대신(大臣)이 있었는데, 그가 왕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왕께서는 저로 하여금 이 일을 처리하도록 허락하소서. 저에겐 방도가 있습니다. 저는 왕자들로 하여금 왕의 말씀을 빌리지 않고도 스스로 그 나무를 치우도록 하겠습니다.’ 왕이 허락하자, 천타 대신은 강가의 숲속 한 곳을 깨끗이 청소하여 놀 수 있도록 한 뒤에 여러 왕자들을 숲속 놀이에 청하였다. 여러 왕자들은 제각기 보물로 장식한 수레들을 타고 여러 동자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숲속에 이르러, 각기 자리를 펴고 마음껏 놀았다.
그때 하늘을 날던 기러기 한 마리를 제바달다가 곧 활로 쏘아 떨어뜨렸는데, 그 기러기가 보살 앞에 떨어졌다. 그때 보살은 그 기러기를 집어서 화살을 뽑고 약을 발라 치료하니 즉시 회복되었다. 제바달다는 사람을 시켜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지금 그 기러기는 내가 먼저 쏜 것이니, 나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037_0754_c_01L이에 보살이 그 전령에게 말했다. ‘나는 오래전에 보리심을 발하였다. 모든 중생들은 이미 나의 소유이니, 어찌하여 이 기러기를 네가 먼저 소유했다고 하느냐?’ 제바달다는 오래전부터 보살과 원한을 맺어온 터라, 이 말을 듣자마자 성내는 마음을 품었다. 비록 보살이 모든 유정들과 맺힌 원한이 이미 다 풀어졌다고 하더라도, 오직 제바달다 한 사람에게만은 아직 습기(習氣)가 남아 있어서 마지막 몸을 받아 이 기러기로 인하여 제바달다와 투쟁을 하게 된 것이다.
천시성왕은 이미 정반왕에게 그 나무를 제거해 줄 것을 청했지만 이루지 못하자, 나라 사람들에게 명을 내려 모두 함께 그 나무를 뽑도록 하였다. 그때 사람들이 힘써 작업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이 소리를 들은 보살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이것이 무슨 소리냐?’ 천타 대신이 나무가 물 가운데 가로로 넘어진 내역을 다 설명하자, 이 말을 들은 보살은 즉시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가서 그 나무를 치워 주겠다.’
이에 보살은 동자들과 함께 그곳으로 갔다. 길을 가던 중에 길가에 있던 구멍에서 독사 한 마리가 나왔는데, 이것을 본 오타이(烏陀夷)가 혹 보살을 해칠까 염려되어 곧 날카로운 칼을 뽐아 두 동강을 내니, 뱀이 토한 독기가 오타이의 몸에 묻어 몸이 검은빛으로 변하였다. 흑오타이(黑烏陀夷)란 이름은 이런 이유로 붙여진 것이다.
이때 여러 동자들은 용맹과 힘을 다투어 서로 선견나무를 끌어당겼는데, 제바달다가 먼저 기운을 뽐내면서 나가 힘껏 끌었으나 간신히 움직일 뿐이었고, 난타 동자는 땅에서 조금 떼어 놓았을 뿐이었다. 이에 보살이 손으로 들어 공중에 던지니, 마침내 나무가 두 동강이 나서 양쪽 언덕으로 하나씩 나누어졌다. 그때 보살은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이 선견나무는 냉약(冷藥)10)이라 능히 열병을 치료하니, 너희들은 각자 잘게 잘라서 나누어 가지고 가거라. 귀신들림[鬼氣]이나 종기[癰腫]에 이것을 바르면 모두 낫게 된다.’
037_0755_a_01L그때 동자들이 모두 수레를 타고 가비라성으로 돌아가는데, 성문에서 만난 점상사(占相師)가 말하였다. ‘보살이 오늘 정오까지 출가하지 않으면, 반드시 전륜왕의 지위에 오를 것이다.’ 이때 석가 종족 가운데 교비가(喬比迦)란 여자가 종성(鐘聲)이란 부락에 살았는데, 마침 높은 누각 위에서 노닐고 있었다. 보살은 성으로 돌아오다가 멀리서 여자를 보고, 마침내 발가락으로 수레를 누르니, 수레가 굴러가지 않고 멈추었다. 여자는 멀리서 보살을 보고, 마음속으로 보살을 좋아하게 되었다. 보살은 자기 손에 가지고 있는 쇠공이[鐵杵]를 손가락으로 문질러서 잘게 부수었고, 교비가는 보살을 보면서 발가락으로 누각을 누르니 그 문설주에 구멍이 났다. 이것을 본 모든 사람들은 이런 말을 하였다. ‘이 석가 종족의 여인은 보살의 마음에 쏙 든 것이 틀림없다.’
그때 정반왕은 이 말은 듣고 즉시 교비가를 맞이하여 2만 명의 채녀와 시종과 함께 입궁하게 하였다. 보살의 상법대로, 보살이 동산에 유람하고 싶어서 즉시 마차를 모는 자에게 명하였다. ‘내가 마차를 타고 싶으니, 너는 속히 장비를 준비해라. 내가 타고 동산을 유람하고 싶다.’ 마부는 명을 받고 마차를 잘 꾸미고는, 마차를 몰고 보살 앞에 이르러 보살에게 말하였다. ‘제가 이미 마차를 잘 꾸며서 준비하였으니 원컨대 때에 맞추어 타소서.’
보살은 수레에 올라 유람하다가 한 노인을 만났는데, 기력이 쇠약하고 몸이 바싹 야위었으며, 허리와 등이 구부러져 지팡이에 의지해서 걷고 있었다. 몸은 후들후들 떨고 있었으며 머리카락과 털은 변색되어서 여느 사람 같지 않았다. 보살이 이 노인을 보고서,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허리와 등이 저토록 구부러지고 모습이 저토록 초췌한가?’ 마부가 대답했다. ‘저런 사람을 노인(老人)이라고 부릅니다. 저 사람은 이제 오래 살지 못하고 죽을 것입니다.’ 보살이 물었다.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느냐?’ 마부가 대답했다. ‘태자의 몸도 당연히 저렇게 됩니다.’
037_0755_b_01L이 말을 들은 보살은 더 이상 즐겁지 못하였다. 근심하는 빛으로 마부에게 말했다. ‘속히 궁중으로 돌아가자. 궁중에 가서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겠다. 내가 어떻게 해야 이런 괴로움을 면할지.’ 마부는 지시대로 곧 궁중으로 돌아왔다. 궁중으로 돌아온 보살은 단정하게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러한 늙음은 머지않아 나의 몸에도 올 텐데, 나는 어떻게 이것을 면할 수 있을까?’ 보살이 곧 게송을 읊었다.
이때 정반왕은 보살이 궁중으로 돌아온 것을 보고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성을 나가서 산수를 구경하고 즐거워하더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기뻐하지 않았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기뻐하지 않았느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제가 태자를 모시고 성 밖으로 나갔는데 성문 밖에서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몸은 쇠약하고 얼굴은 바싹 말랐으며 지팡이에 의지하여 걸음을 걷는데 몸을 부들부들 떨었습니다. 태자가 그것을 보고 저에게 묻기를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저런 지경에 이르렀느냐?≻고 하기에, 제가 ≺저런 사람을 노인이라고 부릅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또 묻기를 ≺나도 나중에 저렇게 되느냐?≻고 하기에, ≺반드시 그렇게 될 것입니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태자는 저에게 빨리 성으로 돌아가라고 명령하고서, 이 일에 대해 생각해 봐야겠다고 하였으니, 지금 궁 안에서 그 일을 생각하고 계실 것입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하였다. ‘태자가 태어났을 때 관상가의 말이 출가하여 도를 닦을지도 모른다고 하였는데, 지금이 만약 그러한 때라면 이렇게 해야겠구나. 다섯 가지의 욕망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배로 늘려서 태자를 즐겁게 해주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즉시 다섯 가지 욕망을 즐기는 방법을 배로 늘려서 태자를 즐겁게 하였다. 게송은 다음과 같다.
보살의 상법대로 보살이 성문 밖에서 유람하고 싶어 하자 먼저 마부에게 말했다. ‘나를 위해서 속히 마차를 준비하라. 성 밖으로 나가서 유람하겠다.’ 마부는 즉시 좋은 마차를 아름답게 꾸몄으며, 꾸미기를 마치고 보살에게 이제 유람해도 좋다고 보고했다. 성문을 막 나가는데 온몸이 누렇게 뜨고 바싹 말라서 피곤해 하는 어떤 병든 사람을 만났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를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 보살은 그를 보고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인데 몸이 저렇게 누렇게 떠서 바싹 마르고 지쳐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보기를 원치 않느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저 사람은 병든 사람이며 그는 병 때문에 오래지 않아 죽을 것입니다.’ 보살이 물었다. ‘이러한 병을 내가 벗어날 수 없느냐?’ 마부는 대답하였다. ‘이러한 병을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이 말을 들은 보살은 근심에 잠겨 즐거워하지 못했다. 즉시 궁으로 돌아가자고 명하였으며 줄곧 그 일을 생각하였다. 그때 마부는 궁중으로 돌아왔고, 궁중에 들어온 뒤에 보살은 몸을 단정히 하고 병드는 괴로움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였다. 그때에 정반왕이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성 밖에 나가 유람한 뒤 즐거워하더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태자는 즐거워하지 않았습니다.’ 왕은 또 물었다 ‘어찌하여 즐거워하지 않더냐?’ 그때 마부는 위의 일을 모두 다 설명하였고, 이 말을 들은 왕은 5욕에 대한 즐거움을 다시 배로 늘렸다. 게송은 다음과 같다.
가장 아름다운 여자와 음악과 향 가장 좋은 맛과 촉감 등 5욕의 즐거움을 받아 누리고 나를 두고 출가하지 말라.
037_0755_c_21L‘上妙色聲香, 最勝諸味觸, 當受五欲樂, 勿棄我出家。’
037_0756_a_01L 보살의 상법대로 성 밖으로 나가 유람하려고 먼저 마부에게 수레를 잘 준비해 놓으라고 명하였다. 준비를 마치자 성을 나가 유람하다가 여러 색으로 장식된 상여[雜色車]에 있는 주검을 만났다. 한 사람은 손에 화로를 들고 앞에 가고, 상여 뒤엔 수많은 남자와 여자가 머리를 풀고 슬피 울었으며, 보는 자도 매우 슬퍼하였다. 이를 본 보살이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기에 갖가지 여러 색으로 장식한 수레에 실려서 가며, 어찌 남자와 여자들이 슬피 울고, 보는 자도 저렇게 간절히 슬퍼하는가?’
마부가 대답하였다. ‘저것은 죽은 사람입니다.’ 태자가 물었다. ‘어떤 것을 죽은 사람이라 하느냐?’ 마부가 대답했다. ‘사람의 생기가 한번 다하면 부모도 형제도 처자 권속도 다시 만날 수 없습니다.’ 보살이 물었다. ‘나도 저렇게 되느냐?’ 그렇게 된다고 대답하자, 보살은 근심에 잠겨 즉시 환궁할 것을 명했다.
그때에 정반왕이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성문 밖을 유람하고 나서 즐거워하더냐?’ 마부가 대답했다. ‘제가 보기에는 태자가 더 우울해하고, 유쾌해하지 못했습니다.’ 왕이 물었다. ‘무엇 때문이냐?’ ‘길에서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부모와 처자가 슬피 울면서 영결을 고했습니다. 태자가 ≺나도 그렇게 되느냐?≻고 묻기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지금 궁중에서 그 일에 대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정반왕은 다시 다섯 가지 욕망을 더욱 충족시키기 위해 갖가지 미묘한 음악과 춤과 진기한 보물과 채녀로써 보살을 즐겁게 하였다. 게송으로 말했다.
037_0756_b_01L그때 정거천(淨居天)의 여러 하늘들은 모두 ‘보살이 전세(前世)로부터 크고 실다운 인(因)의 힘을 가졌으니, 우리는 마땅히 큰 연(緣)을 지어야 한다. 왜냐하면 큰 인(因)은 큰 연(緣)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고, 즉시 큰 사문(沙門)으로 변화하였다. 주장자를 잡고 발우를 들고, 집집마다 차례로 다니며 걸식하였다. 보살의 상법대로 성 밖으로 나가서 유람하려고 먼저 마차를 대령할 것을 명했다. 마차를 대령하자 수레를 타고 길을 떠났는데 길에서 한 사문을 만났다. 그는 머리를 깨끗이 깎고 가사를 입고 물병과 발우를 들고 조용히 걸으면서 걸식하고 있었다. 보살은 그 사문을 보자 마부에게 물었다.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
마부가 대답했다. ‘저 사람은 출가한 사람입니다.’ ‘어떤 자를 출가한 사람이라고 하느냐?’ ‘저 사람은 선한 마음을 가지고 선한 행동을 하며, 선한 곳에 머무르며,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업이 모두 깨끗합니다. 신심이 있기 때문에 머리를 깎고 여래복(如來服)을 입으며, 속가를 떠나 열반의 길에 오르기 때문에 출가하였다고 합니다.’
보살은 즉시 마부에게 말했다. ‘너는 수레를 몰아 저 사문을 뒤따라가거라.’ 보살의 명령을 따라서 즉시 수레를 몰아 사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보살이 사문에게 물었다. ‘너희는 어떤 사람이며, 무엇 때문에 머리를 깎고 일반인과 다른 색으로 된 웃을 입었으며, 손에는 주장자와 발우를 들고 걸식하면서 살아가느냐?’ ‘저희는 출가한 사람입니다.’
보살이 또 물었다. ‘어떤 사람을 출가한 사람이라고 하느냐?’ 사문이 대답했다. ‘항상 선한 마음으로 선한 행을 닦아서 신업ㆍ구업ㆍ의업이 모두 청정하도록 하며, 속가를 여의고 열반의 길에 올랐기 때문에 출가한 사람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보살이 찬탄하였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참으로 훌륭하구나.’보살은 스스로 다짐하였다. ‘나도 저렇게 출가해야 되겠다. 즉시 마부를 명하여 궁으로 돌아가야겠다. 궁으로 돌아가서 그 일을 깊이 생각해 보리라.’ 마부는 명령대로 즉시 궁으로 수레를 돌렸다. 궁중에 돌아온 보살은 고요히 생각에 잠겼다.
037_0756_c_01L그때 정반왕이 마부에게 물었다. ‘태자가 성 밖에 나가 유람하고 즐거워하더냐?’ 마부가 대답하였다. ‘제가 보기엔 태자가 근심에 젖어 있고 전혀 즐거운 빛이 없었습니다.’ ‘무엇 때문에 즐거워하지 않았느냐?’ 마부가 대답했다. ‘태자는 성을 나가서 한 사문을 만났는데, 그는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서 손에 주장자와 발우를 들고 조용히 다니면서 걸식하고 있었습니다.
태자가 저에게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기에, 제가 ≺그는 출가한 사람입니다≻라고 답하였더니, 또 묻기를 ≺무엇을 일러서 출가라고 하느냐≻ 하기에, 저는 즉시 ≺속가를 버리고 열반의 길에 올랐기 때문에 출가라 합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저의 말씀을 듣자 태자는 저에게 명하여 수레를 사문에게 가까이 끌고 가도록 하고서 사문에게 ≺너는 어떤 사람이기에 머리를 깎고 일반인과 다른 색깔의 옷을 입었으며, 손에는 병과 발우를 들고 스스로 걸식하느냐≻고 물으니, 사문이 ≺저는 출가한 사람입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태자가 다시 묻기를 ≺어떤 사람을 출가한 사람이라고 하느냐≻라고 하니, 그 사문이 대답하기를 ≺속가를 떠나서 열반의 길에 오른 사람을 출가인이라 합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태자는 그 말을 듣자, ≺참으로 훌륭하구나. 참으로 훌륭하구나≻ 하고 찬탄하면서 ≺만약 그렇다면 나도 출가해야겠다≻고 말하고, 저에게 속히 환궁할 것을 명했습니다. 지금은 궁중에서 그 일을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이 말을 들은 정반왕은 참담한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태자가 태어났을 적에 관상가와 점술가의 말이 태자가 왕위에 오르지 않으면 반드시 출가한다고 하였는데, 지금 상태를 보니 출가할 때가 온 것 같구나.’ 그리고는 즉시 한 수단을 부렸다. ‘지금 태자를 저 농사를 짓고 있는 곳으로 보내야겠다. 여러 사람들이 농사일에 힘쓰는 것을 보면 마음에 즐거움을 얻어 출가에 대한 일을 잊어버릴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는, 즉시 궁중에 가서 태자에게 일렀다. ‘내가 기름진 밭을 갖고 있는데 지금 사람들을 시켜서 농사일을 하고 있으니 네가 가서 감독하여라.’
037_0757_a_01L태자는 궁중에서 저 노인과 병든 사람과 죽은 사람을 생각하면 마음이 곧 우울해지고, 저 사문을 생각하면 다시 마음이 즐거워지곤 하여, 이런 마음들에 휩싸여 잠시도 떠나지 않고 있는 중이었는데, 아버지의 말씀을 듣고 거역할 수 없어 즉시 마부에게 명하여 수레를 타고 밭으로 향했다. 그러나 몸은 밭으로 가고 있는데 마음은 출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했다. 밭으로 향하던 도중에 갑자기 감추어져 있던 5백 개의 보물 창고의 문이 열리더니 그 안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훌륭하다. 태자여, 우리 보물들은 다 그대의 과거 권속들이 소장하던 것들이니, 그대가 모두 가지고 마음대로 써라.’
태자는 대답하였다. ‘그것들은 과거 권속들이 어리석게 부질없이 마구 모은 물건들이니, 내버리는 것이 좋겠다. 내가 지금 그것을 무엇에 쓰겠느냐. 너희는 빨리 물러가라.’ 그때 그 보배 창고로부터 다른 소리가 들려왔다. ‘그대가 만약 갖지 않겠다면 우리는 지금 바다로 들어가겠다.’ 보살이 대답했다. ‘네 마음대로 가거라.’ 이에 보장(寶藏)들은 즉시 바다로 들어갔다.
그때 보살은 다시 앞으로 나아갔는데, 농사를 짓는 고을에 이르러 밭을 가는 농부를 보니, 흙먼지가 날리고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으며, 손에 잡은 회초리[牛杖:소를 몰 때 쓰는 회초리]엔 온통 피가 묻어 있었다. 다시 소를 보니, 등가죽이 뚫리고 문드러졌고 목마름과 굶주림에 시달렸으며, 바싹 야윈 몸뚱이로 숨에 차 헐떡이면서도 쉬지 못하였으며, 여러 등에와 파리들은 그 피고름을 빨아먹고 구더기는 그 상처에서 배를 채웠으며, 혹은 다리가 쟁기 날에 상처를 입기도 하였다.
보살은 밭을 갈고 있는 곳을 두루 다니며 보았지만 다 이런 고통스러운 일들만 보였다. 한량없는 겁(劫) 동안 자비심을 깊이 심어온 보살이라 이런 고통을 보자 곧 연민의 정이 생겨서 즉시 밭을 가는 사람을 불러서 물었다. ‘너희는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 ‘저희들은 모두 태자에게 소속되어 있습니다.’
037_0757_b_01L보살은 그들에게 말했다. ‘이제 너희들을 놓아줄 터이니 너희 마음대로 살아라. 나에게 소속될 필요 없다. 발을 가는 소들도 놀아줄 터이니 물과 풀을 마음대로 먹으면서 살도록 두어라.’ 이때 보살은 이런 고통스런 일을 생각하고 수레에서 내려 염부나무[贍部樹] 사이에 앉아 제일무루상사삼매(第一無漏相似三味)에 들어갔다. 좌우 시종들은 보살을 둘러싸고 모두 나무 밑에 앉아서 보살을 보살폈다.
그때 정반왕은 ‘밥 때가 다 되어 가는데, 어찌하여 태자가 궁안으로 돌아오지 않는가? 내가 즉시 가서 태자를 만나야겠다’라고 생각하고, 곧 수레를 타고 나갔다. 밭가는 곳에 이르러 여러 곳을 돌아보다가 염부나무 아래서 삼매에 들어 있는 태자를 발견했다. 이때 해는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져 모든 나무 그늘이 해를 따라 옮겨갔는데, 오직 태자가 앉아 있는 나무만은 태자를 덮고 있는 그늘이 옮겨 가지 않고 있었다.
이것을 본 정반왕은 곧 생각하기를 ‘지금 나의 태자가 큰 위덕을 가졌구나. 해가 이미 서쪽으로 기울어져 모든 숲의 그늘이 다 해를 따라 옮아갔는데, 오직 태자가 앉아 있는 나무만은 아직까지 태자를 가린 채 그늘이 옮겨 가지 않는구나’ 하고 기쁜 마음이 치솟고 공경심이 생겨서 허리를 굽히고 머리를 숙여 태자에게 예를 표하고, 삼매로부터 깨어 일어날 것을 청했다. 함께 보배수레를 타고 궁으로 돌아오는 길에 시타림(屍陀林) 밑에서 죽은 사람들을 보았는데, 누런 살갗ㆍ썩은 피ㆍ지독한 냄새가 뒤범벅이 되어 있었다. 이것을 본 태자는 더욱 마음이 무거워져 수레 안에서 결가부좌하고 골똘히 생각하면서 가비라성에 이르렀다. 이때 역수(歷數)를 아는 점술가가 점을 쳐서, 태자가 7일 안에 출가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전륜왕의 위에 오른다는 것을 알아내고, 즉시 게송으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유모가 안락하게 낳았고 아버지가 안락하게 길렀네. 그 여인 매우 안락하니 마땅히 그대의 아내가 되리라.
037_0757_c_05L‘安樂乳母生, 安樂父能養, 彼女極安樂, 當與汝爲妻。’
이 게송을 들은 보살은 마음이 고요하여 열반의 목소리인 선정에 들었으므로 다만 말소리만 들려왔다. ‘가장 수승한 사람인 너는 마땅히 적정열반(寂靜涅槃)만을 생각하라.’ 보살은 이 열반의 목소리를 듣고 기쁘게 생각하던 중에 또 이 묘한 소리를 듣고 목에 걸었던 구슬 목걸이[珠瓔]를 벗어 공중으로 던지니, 위신력으로 인하여 녹왕 아가씨의 목에 떨어져 걸렸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이 크게 환희하며 이 사실을 정반왕에게 그대로 고하였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즉시 2만 명의 채녀들로 하여금 녹왕 아가씨를 맞아 태자궁으로 들어가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보살은 세 명의 부인을 두게 되었는데, 바로 녹왕(鹿王), 교비가(喬比迦), 야수다라(耶輸陀羅)였으니, 그 중에 야수다라가 첫 번째인 정실이었다. 이들 세 명의 부인들은 각기 2만 명의 채녀를 거느렸는데, 그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궁안에 머물렀다.
037_0758_a_01L그때 정반왕은 역수(曆數)에 밝은 점술가의 게송을 듣고 즉시 감로(甘露) 등 네 형제를 한 곳에 불러 모으고 점술가가 읊은 게송에 대해 서로 의논하였다. ‘7일 동안만 출가하지 않는다면 윤왕의 지위에 오른다고 하니, 우리는 7일 동안 태자를 지켜야 한다. 병사들로 하여금 네 성문을 빈틈없이 지키도록 하자.’ 이렇게 상의하고 나서, 즉시 가비라성에 일곱 겹으로 성을 쌓고 참호를 팠다. 성에 철문을 달고 문마다 풍경을 달아서 성문을 열고 닫을 때 그 풍경소리가 사방 4십 리에 울려 퍼지도록 하였고, 보살이 있는 누각 위엔 예쁜 기녀들로 하여금 노래하고 춤추면서 태자를 에워싸도록 하였다. 또 대신들과 용맹한 장수들은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당번을 두어 엄하게 지켜 성문 밖을 순찰하였고,
보살이 있는 궁중의 모든 문을 폐쇄하였다. 혹 사명을 띠고 왕래하는 자가 있을 때에는, 성의 누각에 별도로 사다리를 설치하여 5백 명의 사람들이 그것을 들고 다니도록 하였다. 또 궁의 안문을 열고 닫을 때는 기이한 소리가 나서 정반왕에게 그 소리가 들리도록 하였으며, 소리가 들리면 모든 궁녀들이 몽둥이와 칼을 차고 성문을 지키게 하였다. 가비라성 바깥은 백 명의 관리들이 역시 번갈아 빈틈없이 지키도록 하였다.
그때 정반왕은 직접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동쪽 문을 지키고, 곡반왕도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남쪽 문을 지켰으며, 백정왕은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서쪽 문을 지키고, 감로반왕도 역시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북쪽 문을 지켰다. 대명석가(大名釋迦)는 용맹한 병사들을 거느리고 성안을 순찰하다 동쪽 문에 이르러 문지기에게 물었다. ‘이 문은 누가 지키는가?’ 정반왕이 대답하였다. ‘여기는 내가 맡고 있다.’ 대명장수가 말했다. ‘엄하게 지키는 자는 좋지만, 졸면서 지키는 자는 나쁩니다.’ 즉시 게송으로 말했다.
부지런히 지켜서 법을 어기지 말고 사실을 말하고 거짓말을 말지어다. 거짓말을 하면 암흑으로 들어갈 것이니 그러므로 부지런히 지키도록 하여라.
037_0758_b_16L‘策勤莫違法, 實語莫妄語, 妄語入黑暗, 是故勤防守。’
037_0758_c_01L 대명석가는 새벽까지 이렇게 순찰하고 정반왕에게 가서 말했다. ‘7일 가운데 하룻밤이 지났으니 6일 남았습니다.’ 왕이 즉시 대답했다. ‘남은 6일을 부지런히 지키자. 6일이 지나면 나의 태자는 금륜왕이 된다. 그때 우리 모두 그를 따라 허공을 날면서 사천하를 내려다보자.’ 이렇게 하여 엿새를 지키고 오직 하룻밤이 남았다. 천제석은 상법대로 관찰하고 생각하며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며 게송으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