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7_0759_a_01L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파승사 제4권
037_0759_a_01L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卷第四


의정 한역
권영대 번역
037_0759_a_02L大唐三藏法師義淨奉 制譯


“그때 보살은 궁안의 유희하는 장소에 있으면서 혼잣말을 하였다.
‘나는 지금 세 명의 부인과 6만 명의 채녀가 있는데, 만약 그들과 세속적인 즐거움을 즐기지 않는다면, 바깥사람들이 나를 남자가 아니라고 의심할 터이니, 나는 지금 야수다라와 합방할 것이다.’
야수다라는 그 길로 임신하였다. 임신하고 나서 속으로 생각하길 ‘내일 아침에 이 사실을 보살에게 알려야겠다’라고 하였다.
그때 보살은 그날 밤에 잠자리[生理]를 약속하고 게송을 읊었다.
037_0759_a_03L爾時菩薩在於宮內嬉戲之處私自念言我今有三夫人及六萬婇女不與其爲俗樂者恐諸外人云我不是丈夫我今當與耶輸陁羅共爲娛其耶輸陁羅因卽有娠旣懷娠已生思念曰我於明旦報菩薩知爾時菩薩於其夜中約緣生理而說頌曰

부인과 함께 잠자리는 하겠지만
이번이 마지막 잠자리라네.
이제부터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니
여인과의 잠자리를 영원히 떠나리라.
037_0759_a_10L所共婦人同居宿
此是末後同宿時
我今從此更不然
永離女人同眠宿

이날 밤 채녀와 기생들은 모두 피로하여서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머리털은 어지럽게 헝클어졌고, 입에서는 침이 흘렀다. 어떤 자는 잠꼬대를 하였고, 어떤 자는 반나체였다. 이 광경을 본 보살은 비록 깊은 궁중에 있지만 마치 무덤에서 죽은 사람을 보고 있는 것 같음을 느꼈다. 그는 스스로 생각하다가 게송을 읊었다.
037_0759_a_12L當此之夜婇女倡伎悉皆疲倦ㆍ昏悶眠睡或頭髮披亂ㆍ或口流涕唾ㆍ或復讇語ㆍ或半身露菩薩見此雖在深宮猶如塚閒見諸死人卽自思惟而說頌曰

바람에 떨어져 흐트러진 연꽃처럼
손발이 가로와 세로로 어지럽게 누웠네.
헝클어진 머리털에 몸은 나체이니
그나마 있던 애정도 완전히 사라졌네.
037_0759_a_17L如風吹倒池蓮花
手腳撩亂縱撗臥
頭髮蓬亂身形露
所有愛心皆捨離

잠자는 여인들을 내려다보니
죽은 사람의 몸뚱이로 보이네.
어찌하여 일찍이 깨닫지 못했을까,
여기엔 지혜는 없고 욕정의 경계만 있는 것을.
037_0759_a_19L我今見此諸女眠
猶如死人身形變
何故我不早覺知
在此無智有情境

애욕은 화살에 독을 바른 것과 같고
꿈에 짠물을 마신 것과 같은 것
용왕(龍王)처럼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려라.
고통과 원망과 원수가 모두 이 때문에 생기느니라.
037_0759_a_21L
欲同彼泥箭毒火
如夢及飮醎水等
當如龍王捨難捨
諸苦怨讎因此生
037_0759_b_01L
보살은 이 게송을 마치고, 곧 잠이 들었다.
이때 대세주(大世主) 부인은 밤중에 네 가지 꿈을 꾸었는데, 하나는 월식을 보는 꿈이요, 둘째는 동쪽에서 해가 솟았다가 갑자기 지는 꿈이요, 셋째는 많은 사람들이 부인에게 절하는 꿈이요, 넷째는 부인 자신이 웃다가 울다가 하는 꿈이었다.
037_0759_b_01L菩薩說此頌已便卽眠睡爾時大世主夫人於其夜中見四種夢一者見月被蝕ㆍ二者見東方日出便卽卻沒ㆍ三者見多有人頂禮夫人ㆍ四者見其自身或笑或哭
야수다라도 그날 밤 여덟 가지 꿈을 꾸었는데, 첫째는 친정어머니의 가족이 파산하는 꿈이요, 둘째는 보살과 함께 앉아 있는 침상이 저절로 부러지는 꿈이요, 셋째는 양쪽 팔이 갑자기 부러지는 꿈이요, 넷째는 이가 다 빠지는 꿈이요, 다섯째는 머리카락과 귀밑머리가 다 빠지는 꿈이요, 여섯째는 길상신(吉祥神)이 집 밖으로 나가는 꿈이요, 일곱째는 월식을 보는 꿈이요, 여덟째는 해가 동쪽에서 떴다가 갑자기 지는 꿈이었다.
037_0759_b_06L爾時耶輸陁羅復於此夜見八種夢一者見其母家種族皆悉破散ㆍ二者見與菩薩同坐之牀皆自摧毀ㆍ三者見其兩臂忽然皆折ㆍ四者見其牙齒皆悉墮落ㆍ五者見其髮鬢悉皆墮落ㆍ六者見吉祥神出其宅外ㆍ七者見月被蝕ㆍ八者見日初出東方便卽卻沒
보살도 밤에 다섯 가지 꿈을 꾸었는데, 첫째는 자신이 땅에 누워 머리는 수미산(須彌山)을 베고, 왼손은 동해에 넣고, 오른손은 서해에 넣고, 두 발은 남해에 넣는 꿈이요, 둘째는 심장에 길상초(吉祥草)가 자라나서 공중에 높이 솟는 것을 본 꿈이요, 셋째는 백조의 머리가 검정색이 되어 보살에게 절하고 공중으로 날아올랐으나 보살의 무릎 밑을 벗어나지 못함을 본 꿈이요, 넷째는 온갖 빛깔의 새들이 사방에서 모여드는데 보살 앞에 오면 다 동일한 빛깔로 되는 것을 본 꿈이요, 다섯째는 보살이 더러운 산꼭대기를 올라갔다 내려갔다 함을 본 꿈이었다. 보살은 이 꿈을 꾸고 즉시 일어나서 즐거운 상념에 젖었다.
‘이제 나는 오래지 않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위없는 지혜를 얻게 될 것이다.’
037_0759_b_13L菩薩於夜中見五種夢者見其身臥大地頭枕須彌山左手入東海右手入西海雙足入南海者見其心上生吉祥草高出空際者見諸白鳥頭皆黑色頂禮菩薩所欲騰空不過菩薩膝下四者見於四方雜色諸鳥至菩薩前皆同一色者見雜穢山菩薩在上經行來去是夢已卽從臥起歡喜思念我今此不夂之閒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無上之智
037_0759_c_01L그때 야수다라는 곧 잠에서 깨어나 자기가 꾼 여덟 가지 꿈을 보살에게 이야기하였다. 그때 보살은 야수다라가 걱정할까 염려되어 방편을 써서 그 꿈을 해몽하여 그를 기쁘게 하였다.
‘당신 친청 어머니의 종족들이 다 파산하는 것을 보았다지만 지금 어느 누가 파산되었는지 보라. 나와 함께 앉았던 침상이 저절로 부러지는 것을 보았다는데 지금 보면 침상은 여전히 멀쩡하지 않는가, 어디가 부러졌는가? 당신의 두 팔이 갑자기 부러지는 것을 보았다는데 지금 다친 데가 아무 곳도 없지 않은가. 또 당신의 이빨이 다 빠지는 것은 보았다는데 지금 당신의 이빨은 모두 그대로이다.
037_0759_b_23L爾時耶輸陁羅卽從睡覺便爲菩薩說其八夢菩薩爾時恐耶輸陁羅情生憂惱方便爲解此令得歡悅見汝母家種族皆悉破壞者今皆見在何爲破壞見汝與我同坐之牀皆自摧毀者牀今見好云何摧毀見汝兩臂忽然皆折者今皆無見汝牙齒悉皆墮落者今亦見好
당신의 머리카락과 귀밑머리가 저절로 빠지는 꿈을 꾸었다는데 지금 보니 전과 조금도 다름이 없다. 길상신이 당신의 집에서 나가는 것을 보았다는데 부인의 길상신은 바로 남편인데 지금 내가 여기 있지 않소. 월식을 당신이 보았다는데 지금 달은 둥글게 떠 있고, 또 해가 동쪽에서 떠서 갑자기 서쪽으로 지는 것을 보았다는데 지금은 밤중이라 해가 아직 뜨지도 않았거늘 어떻게 진다는 말이오.’
037_0759_c_07L見汝鬢髮亦自墮落者今見如故吉祥神出汝宅者婦人吉神所謂夫我今見在見月被蝕者汝可觀之今見圓滿汝見日出東方復遂沒者今見夜半日猶未出何爲遂沒
그때 야수다라는 이 해몽을 듣고 잠자코 있었다. 이때 보살은 꿈에 대해서 생각했다.
‘야수다라가 꿈에서 본 모습들은 내가 오늘 밤에 출가할 것임을 말해 주고 있구나.’
또 이렇게 생각했다.
‘방편을 써서 나의 출가를 대략이나마 알리는 것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야수다라에게 말하였다.
‘나는 출가하고 싶소.’
야수다라가 말했다.
‘대천(大天)이시여, 당신이 가시려는 곳에 저를 데려가세요.’
보살은 열반을 얻거든 데리고 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야수다라에게 대답했다.
‘내가 갈 곳에 당신을 데리고 가겠소.’
037_0759_c_12L時耶輸陁羅聞是解已默然而住菩薩爾時思惟是夢如耶輸陁羅所見之相我於今夜卽合出家又作思念我應方便令耶輸陁羅略知覺我作是念已告耶輸陁羅曰我願出家耶輸陁羅曰大天汝欲往者可將我去菩薩思念得涅槃時卽將汝去報耶輸陁羅曰我有去處便將汝去爾時耶輸陁羅聞是語已歡喜而寢
그때 야수다라는 이 말을 듣고 즐거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다.
그때 보살은 발심하여 출가하려고 하였다. 대범천왕과 제석 등은 보살의 이런 생각을 알고 때맞추어 와서 합장공경하고 게송을 읊었다.
037_0759_c_21L爾時菩薩發心欲出大梵天王及帝釋等知菩薩念應時而至合掌恭敬而說頌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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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길들여지지 않은 말과 같고
날뛰는 원숭이와도 같은 것
능히 5욕의 쾌락을 버리고
속히 열반의 지혜를 증득하소서.
037_0760_a_01L心如未調馬
亦如躁獼猴
能捨五欲樂
速證涅槃明

큰 자비심 일으켜서
최상의 존귀함도 버리셨으니
반드시 모든 지혜를 얻어서
일체 중생을 건져 주소서.
037_0760_a_03L大慈者起起
捨此大地尊
當得一切智 度脫諸衆生

보살이 대답하였다.
‘천제석(天帝釋)아, 너는 보지 못했느냐?’
그리고는 즉시 게송을 읊었다.
037_0760_a_04L菩薩報曰天帝釋汝不見耶卽說頌

마치 쇠로 된 우리에 사자 가두고
용맹한 장수 활과 칼로 옆에서 지키듯
출가할까 봐 코끼리ㆍ말ㆍ사람들
엄청나게 많이도 성을 에워쌌구나.
037_0760_a_06L如師子王在鐵檻
猛將弓刀守其傍
象馬人衆甚繁鬧
圍繞此城若爲出

부왕(父王)은 사나운 사자와 같고
병사들은 철갑으로 무장하였으며
성이며 참호며 누각이며 방이며
갖가지 무기들이 가득하도다.
037_0760_a_08L父王猶如猛師子
四兵鐵甲皆全具
城塹樓閣及廊屋
種種兵仗皆充滿

궁문(宮門)을 보나 합문(閤門)을 보나
성문(城門)을 보나 어디나 마찬가지
어느 곳이든 주변마다 방울이 울리도록 해놓고
문을 잠그고 막고 있으니 어떻게 나가겠는가.
037_0760_a_10L見彼宮門及閤門
乃至城門亦如是
安諸鳴鈴普周遍
關拒甚難不可越

갖가지 북과 나팔이 나를 감싸고
쉴 새 없이 시끄럽게 울리네.
궁 밖에도 많은 말과 병사들이
굳게 지키면서 출입을 막고 있구나.
037_0760_a_12L種種螺鼓圍遶我
喧聒鳴聲未曾息
宮外多諸象馬兵
勤加防衛不令出

그때 석제환인이 곧 게송을 읊었다.
037_0760_a_14L爾時釋提桓因卽說頌曰

옛적의 서원을 생각하소서.
연등불께서 수기하실 때
고뇌 속에 얽매인 많은 중생들을 위해
속히 출가하여 바른 도를 구하겠다던 그 서원을.
037_0760_a_15L昔有誓願今應思
然燈如來先授記
衆生多拘苦惱中
應速捨家求正道

저도 또한 이와 같이 할 것이며
저 범왕이나 하늘들도 마찬가지로
그대가 장애 없이 나가서
숲속에서 정각을 얻도록 도와주겠습니다.
037_0760_a_17L我今亦能作如是
及彼梵王諸天等
當令汝得無障礙
詣樹林中修正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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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살은 이 게송을 듣고 매우 기뻐서 하늘들에게 ‘훌륭하다’고 대답하였다.
그때에 천제석은 곧 짙은 어둠을 일으켜 모든 것을 덮었다. 모든 군사들과 정반왕ㆍ기녀들ㆍ채녀들, 그 밖에 가비라성을 지키는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잠에 빠져 깨지 못하도록 하고는, 야차대장(夜叉大將) 산지가(散支迦)에게 명하여 사다리를 놓게 하였다. 보살은 사다리를 타고 내려가 차닉(車匿)에게 가서 잠든 차닉을 흔들어 깨우니, 차닉이 조금 후에 깨어났다. 보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760_a_19L菩薩聞是頌已其心歡喜荅諸天曰善時天帝釋卽以昏蓋覆諸兵衆及淨飯王倡伎婇女所有一切防衛守護劫比羅城者皆令睡眠心無覺悟命夜叉大將散支迦持取踏梯便令菩薩從挮而下至車匿所見車匿方菩薩以手推覺良夂方悟菩薩爾時卽說頌曰

일어나라 차닉아,
빨리 건척(乾陟:말의 이름)을 몰고 와라.
과거에 있던 승자림(勝者林)으로
지금 가서 선정의 고요에 들리라.
037_0760_b_04L起起汝車匿
速被乾陟來
過去勝者林
我往彼寂默

그때 차닉은 반은 졸고 반은 깬 상태에서 게송으로 답하였다.
037_0760_b_06L爾時車匿若睡ㆍ若覺以頌報曰

지금은 유람할 때가 아니며
태자에겐 원수나 적이 없네.
원수와 적이 없거늘
어찌하여 밤에 말을 찾나이까.
037_0760_b_07L今非遊觀時
汝先無怨敵
旣無怨賊來
云何夜索馬

보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760_b_09L菩薩以頌告曰

차닉아, 너는 옛적부터
나의 지시를 어긴 적이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니
내 명을 어기려 하지 말라.
037_0760_b_10L車匿汝昔來
不違我言教
勿於末後時
方欲違我命

차닉이 대답하였다.
‘지금은 한 밤중이라 저는 무서워서 말을 몰고 올 수 없습니다.’
이 말을 듣자, 보살은 생각하였다.
‘내가 차닉과 입씨름을 계속하다가는 다른 사람이 듣고 내 갈 길을 방해할지 모른다. 내가 직접 가서 건척을 몰고 오는 것이 낫겠다’
보살은 그 길로 곧장 마구간으로 갔다. 그때 보살이 다가오는 것을 본 건척이 맹렬한 불꽃처럼 성을 내고 이리저리 날뛰는 바람에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보살의 손바닥엔 백보륜상(百寶輪相)이 있어 두려움에 떠는 모든 중생들을 이 백보수(百寶手)로 어루만져 주면 즉시 위안을 얻어 온순하고 편안하게 되어 있다. 그러므로 보살은 즉시 그 손으로 건척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게송을 읊었다.
037_0760_b_12L車匿報曰今夜半時我懷恐怖不能取馬菩薩爾時聞是語已便自思念我若與此車匿言酬未已恐傍人聞廢我前去不如自被馬王乾陟卽趍馬坊至乾陟所時彼乾陟見菩薩來卽懷嗔怒如大猛火跳踉來去未便受捉菩薩手中先有百寶輪相一切怖畏衆生見菩薩者菩薩卽以百寶手撫慰安隱菩薩爾時便以輪手撫其馬頭卽說頌曰

내 이제 마지막으로 너를 탈 것이니
오래 지체하지 말고 속히 떠나자.
내가 오래지 않아 보리를 증득하여
법우(法雨)를 내려서 중생들을 적셔 주리라.
037_0760_b_22L我今末後時乘汝
速當至彼不夂留
我當不夂證菩提
當以法雨潤衆生
037_0760_c_01L
어떤 중생이든 상법(常法)에 남에게 가르침을 받으면 즉시 배워 익힐 수 있게 되어 있다. 건척도 보살의 게송을 듣자 즉시 다소곳해졌으며 보살도 기쁜 마음으로 끌고 나왔다.
범천왕 제석은 4천자(天子)를 시켜 함께 건척을 붙들고 보살을 호위하게 하였다. 4천자란, 첫째 천자의 이름은 피안(彼岸)이요, 둘째 천자의 이름은 근안(近岸)이요, 셋째 천자의 이름은 향엽(香葉)이요, 넷째 천자의 이름은 승향엽(勝香葉)인데, 그들은 모두 위력(威力)을 가지고 있다. 보살은 곁에 호위하고 서 있는 4천자에게 물었다.
‘누가 나를 태우고 공중을 날아갈 수 있느냐?’
4천자가 대답하였다.
‘우리들 모두 할 수 있습니다.’
037_0760_c_01L復次一切衆生有常法有人教者卽能習學乾陟馬王聞此頌已卽便安菩薩歡喜便被牽出梵王帝釋令四天子共扶乾陟擁衛菩薩四天子一名彼岸ㆍ二名近岸ㆍ三名香葉ㆍ四名勝香葉皆有威力詣菩薩所侍立左右菩薩問曰誰能將我騰空而出四天子曰我等皆能
보살이 또 물었다.
‘너희는 어떤 신통력을 가지고 있느냐?’
피안이 대답했다.
‘저희는 이 땅을 들 수도 있고, 또 운반할 수도 있습니다.’
근안이 다시 말했다.
‘사대해(四大海)의 바닷물과 모든 강물을 짊어지고 갈 수도 있습니다.’
향엽이 또 말했다.
‘저는 모든 산과 바위를 짊어지고 갈 수 있습니다.’
승향엽이 또 말했다.
‘모든 숲과 나무와 풀들을 다 짊어지고 갈 수 있습니다.’
037_0760_c_09L菩薩又曰汝等有何神力彼岸報曰太子當知盡大地土我猶擎得亦復將行近岸復曰四大海水及諸江河我今亦能荷負將行香葉又曰一切山石我能擔負將行勝香葉又曰一切林樹及諸叢能負將行菩薩聞已以腳案地四天子盡力擎之
이 말을 다 듣고 나자, 보살은 땅에 발을 내려 버티고 서서 4천자들로 하여금 힘껏 들어 올리게 하였다. 이때 4천자는 있는 힘을 다하여 들어보았지만 힘만 빠져 지치기만 할 뿐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때 4천자는 모두 놀라서 보살께 말했다.
‘보살께 이런 큰 위력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만약 저희들이 보살께 이런 힘이 있는 줄 일찍 알았더라면, 감히 들려고 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037_0760_c_16L時四天子卽皆盡力共相動挽乃至疲乏猶動不得四天子盡皆驚愕白菩薩曰不知菩薩有大威力我等若知有是力者敢擎之
037_0761_a_01L그때 차닉은 보살과 4천자가 주고받는 말을 듣고, 즉시 달려가서 보살이 계시는 곳에 이르렀다. 보살은 즉시 건척에 올라탔으며, 4천자는 각각 말의 발을 붙잡고 따랐다. 이때 차닉은 한 손엔 고삐를 또 한 손엔 칼을 쥐고 있었다. 보살과 하늘들의 위력에 감응하여 말 건척은 하늘 높이 솟아올랐다. 궁중의 선신(善神)들은 이것을 보고 모두 목 놓아 우니 눈물이 비처럼 쏟아졌다. 이를 본 차닉이 보살에게 말했다.
‘비가 오는 것입니까?’
보살이 대답했다.
‘이것은 비가 아니고 궁중의 선신(善神)들이 내가 떠나는 것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보살의 설명을 들은 차닉은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037_0760_c_20L爾時車匿聞其菩薩與四天子遞相言說卽便趨行至菩薩所菩薩爾時卽乘乾陟時四天子各扶馬足爾時車匿一手攀鞦ㆍ一手執刀菩薩諸天威力感故卽騰虛空宮中善神旣見是已悉皆號哭淚下如雨車匿見之白菩薩曰此是雨不菩薩報曰此不是雨是宮中神見我今去淚下如此車匿爾時聞菩薩此言哽咽歔默然不語
보살은 코끼리처럼 고개를 돌려 궁중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이곳은 내가 여러 여인들과 함께 살던 곳이다. 이제 이번에 이별하면 다시는 만나지 못하리라.’
다시 생각하기를 ‘만약 내가 동문(東門)으로 가서 부왕께 작별을 고하지 않는다면 한이 생길지 모른다’고 하였다. 보살은 모든 병사들로 하여금 더 이상 지키거나 막지 말도록 하고, 즉시 동문으로 가서 보니, 부왕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보살은 부왕을 세 바퀴 돈 뒤에 발밑에 꿇어앉아 절하고 말하였다.
‘제가 지금 떠나는 것은 불효(不孝)도 아니며 불경(不敬)도 아닙니다. 다만 생로병사로 인하여 마멸(磨滅)하는 중생을 위해서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출가하여 보리도(菩提道)를 증득함으로써 생로병사의 고통으로부터 구제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허공으로 떠올랐다.
037_0761_a_06L菩薩爾時如象旋顧望其宮中便自思念是我末後與諸女人共居一處今一時別之不復更爾重思念我若不從東門與父王別生嫌恨責諸兵士不加防守卽詣東見其父王睡眠極重菩薩爾時遶父王三帀跪禮父足作是言曰我今去者非不孝敬但爲生老病死磨滅有情由是義故我欲出家證菩提道救濟斯苦作是語已卽騰虛空
이때 석가대명(釋迦大名) 장군은 순찰을 돌던 중에 동문에 이르렀는데, 공중으로 솟아오른 보살을 보고 목 놓아 울면서 보살께 말했다.
‘무엇을 하시렵니까, 무엇을 하시렵니까?’
보살이 대답하였다.
‘대장은 알아야 하오. 나는 출가하고 싶소.’
대명장군이 말하였다.
‘그것은 옳지 못한 일입니다.’
037_0761_a_15L時釋迦大名將軍巡行觀察至城東門見菩薩騰在虛空發聲啼哭白菩薩欲何所作欲何所作菩薩報曰大將當知我欲出家大名將曰此是非法
037_0761_b_01L보살이 대답하였다.
‘나는 일찍이 3아승지겁 동안 항상 고행을 행하여 무상보리(無上菩提)를 구하였으니, 모든 중생들의 갖가지 고난을 뽑아 주어야 한다. 어찌 내가 궁중에 있을 수 있겠는가. 이제 한결같은 마음을 가지고 바른 법을 위해서 떠나노라.’
이 말을 들은 대명석가는 다시 울었다.
‘슬프도다, 슬프도다. 정반대왕과 석가 종족들은 큰 원을 발하여 태자를 만류하려고 사랑을 쏟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말았구나. 아 괴롭구나, 괴롭구나.’
석가대장이 다시 게송을 읊었다.
037_0761_a_19L薩報曰我已曾於三阿僧祇劫常行苦行求無上菩提於一切衆生拔諸苦難我今豈得在於宮中今當一心爲法而大名釋迦聞是語已卽復啼哭哀哉淨飯大王及諸釋種苦哉雖發大願欲留太子徒加愛念事便發釋迦大將卽說頌曰

오늘 정반왕은
태자 때문에 고뇌하면서
손을 치켜들어 하늘에 부르짖고
한이 되어 목 놓아 운다네.
037_0761_b_03L今日淨飯王
爲子生憂惱
擧手叫蒼天
悲恨大號哭

부인 야수다라와
그 밖에 모든 궁녀들
이제 실달타가 떠났으니
언제나 고통에 시달리겠네.
037_0761_b_05L 耶輸陁羅等
及諸大宮人
今別悉達已
常爲苦所逼

대명석가는 이 게송을 마치고 슬피 울고 고뇌하면서 속히 야수다라에게 가서 손으로 야수다라를 밀치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037_0761_b_06L大名釋迦說此頌已悲淚懊惱速至耶輸陁羅所以手推耶輸陁羅卽說頌曰

실달타님이 떠나고자 하니
부디 떠나지 못하게 하소서.
그리하여 떠난 뒤 근심하거나
남편과의 지난날을 추억하며 고생하지 마소서.
037_0761_b_09L悉達夫欲去
應可生留戀
勿當後時憂
爲憶夫愁故

이제 떠나면 다시 보기 어려우니
지금이 마지막 만남이라네.
아! 괴롭도다. 아무도 듣지 않네.
잠에서 깨거든 나를 탓하지 마시오.
037_0761_b_11L 今去極難見
最後相見時
苦哉無人聞
覺去勿罪我

대명석가는 분주하게 궁내를 두루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알렸지만, 아무도 깨어나지 않았다. 슬프고 두렵고 조급하여서 다시 정반왕의 침소로 가서 왕을 깨우면서 게송을 읊었다.
037_0761_b_12L大名釋迦頻於內宮遍告衆人了無覺者悲惱忙懼復速往彼淨飯王所覺淨飯王卽說頌曰

실달 태자가 지금 떠나려고 하오니
대왕께서는 서둘러 말리소서.
그리하여 그가 떠난 뒤에
아들 때문에 고뇌하지 말고요.
037_0761_b_15L悉達今欲去
王當速制之
勿於彼後時
爲子常憂惱
037_0761_c_01L
대명석가는 왕을 두 번 세 번 깨워보았지만, 왕은 잠에 빠져 깨어나지 않았다.
이때 석범천(釋梵天) 등이 무수한 백천 하늘 권속들과 함께 보살에게 와서 보살을 에워쌌다. 대범천왕과 색계(色界)의 여러 하늘들은 말없이 엄숙하게 보살의 오른쪽에 있었고, 석제환인과 욕계(欲界)의 하늘들은 보살의 왼쪽에 있었다. 혹은 깃발과 일산을 들고 음악을 연주하였으며, 혹은 공중에서 온갖 향과 꽃을 뿌려서 보살에게 공양하였으니, 이른바 우발라화(優鉢羅花)ㆍ파두마화(波頭摩花)ㆍ분타리화(分陀利花)ㆍ만타라화(曼陀羅花)ㆍ마하만타라화(摩訶曼陀羅花)와 전단향[栴檀]ㆍ침수향(沈水香)ㆍ말향(粖香)ㆍ화향(和香) 등을 보살에게 흘어 뿌렸다. 또 갖가지 좋은 의복들을 공중에 뿌렸으며, 또한 공중에선 북을 치고 고동을 불며 춤을 추면서, 게송을 읊었다.
037_0761_b_17L大名釋迦再三覺之王猶眠睡曾不暫覺時釋梵天等與無量百千諸天眷屬來詣菩薩至菩薩所便卽圍遶大梵天王及色界諸天儼然無聲在菩薩右釋提桓因及欲界天在菩薩或有執持幡蓋幷奏音樂或於空中散諸香花供養菩薩所謂優鉢羅花ㆍ波頭摩花ㆍ分陁利花ㆍ曼陁羅花ㆍ摩訶曼陁羅花ㆍ旃檀ㆍ沈水香ㆍ粖香和香以散菩薩復以種種上妙衣服散於空中復於空中擊鼓吹螺作諸倡伎而作頌曰

하늘들은 공중에서
기뻐 어쩔 줄 모르네.
보살 앞에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며 보살을 찬탄한다네.
037_0761_c_06L諸天在空中
悉皆大踊躍
抃儛菩薩前
歌讚於菩薩

끝없는 여러 하늘들은
마구니들을 야유하며
혹은 음악을 연주하고
혹은 앞길을 인도하네.
037_0761_c_08L無邊諸天衆
揶揄彼魔軍
或有作音樂
或有引前者

혹은 문을 열고
혹은 꽃을 뿌리며
어떤 이는 말의 발을 떠받들고
보살을 추앙하며 따르네.
037_0761_c_09L或復開諸門
或以花來散
或有扶馬足
瞻仰隨從行

어떤 이는 왼쪽으로 돌고
어떤 이는 좌우에 있으며
다문천과 범천ㆍ제석천은
앞에서 보살에게 길을 인도하네.
037_0761_c_10L或復左旋繞
或復居左右
多聞及梵釋
先引菩薩路

위덕 있는 모든 하늘들
따르지 않는 자 없으니
마치 별들 가운데 달처럼
저 성자림(聖者林)에 머무네.
037_0761_c_12L一切威德天
無不隨從者
如月在星中
往彼聖者林

이렇게 보살은 가비라성을 나왔다. 범천과 제석천 등은 크게 즐거워하면서 보살에게 말했다.
‘훌륭하십니다. 어진 분이시여, 당신은 옛적 긴긴 밤에 ≺나는 어느 때에 장애 없는 수행처[閑林]에 있게 되려나≻ 하고 말했지요. 옛날 당신의 원을 이제 원만하게 성취했으니, 당신이 만약 위없는 도를 증득한다면 저희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보살이 대답했다.
‘그대들의 원대로 하겠소.’
이때 보살은 마치 코끼리처럼 오른쪽으로 돌아보면서 이런 게송을 읊었다.
037_0761_c_13L是時菩薩出劫比羅城已梵釋天等皆大歡喜白菩薩曰善哉仁者汝昔長夜如是希求言我何時獲無障礙在閑林中汝昔有願今悉圓滿汝若證得無上道時攝受我等菩薩曰汝所願爾時菩薩如象王右顧觀諸天等作是頌曰

위없는 도[無上道]를 증득하여
모든 불법(佛法)을 환히 알지 않고선
이 가비라성에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
037_0761_c_20L不證無上道
了知諸佛法
不復重來歸
入此劫比城
037_0762_a_01L
이때 보살은 2경(更:네 시간가량) 동안 12유순[踰膳那]을 갔다. 보살은 말에서 내리자마자, 영락을 풀어 차닉에게 주면서 말했다.
‘너는 나의 말 건척과 영락을 가지고 이 길로 돌아가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037_0761_c_22L是時菩薩以二更中行十二踰膳那從馬而下卽解瓔珞告車匿曰汝可將馬及我瓔飾從此迴去卽說頌曰

이 말이랑 영락이랑
나의 친속(親屬)에게 전해 주어라.
나는 이제 탐심과 애욕을 버리고
이 길로 법복(法服)을 입겠노라.
037_0762_a_02L此馬及瓔飾
可付我親屬
我今捨貪愛
從此被法服

그때 차닉이 이 게송을 듣고 나서, 슬픔에 복받쳐 비 오듯 눈물을 쏟으면서 목 놓아 울다가 게송을 읊었다.
037_0762_a_04L爾時車匿聞此語已發聲號哭悲感懊惱淚下如雨而說頌曰

사자와 호랑이가 떼를 이루고
우거진 숲속엔 사나운 짐승의 자취뿐인데
권속 없이 홀로
성자께선 어떻게 사시렵니까?
037_0762_a_06L師子虎成群
蕀林惡獸迹
獨住無眷屬
聖者如何住

그때 보살이 게송으로 말했다.
037_0762_a_08L菩薩爾時以頌報曰

나는 것도 자기 혼자 나고
죽는 것도 혼자 죽고
괴로움도 스스로 받는 것
삶과 죽음은 본래 동반자가 없다네.
037_0762_a_09L生者獨自生
死者亦自死
苦者還自受
生死無有伴

차닉이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037_0762_a_11L爾時車匿復說頌曰

당신께선 언제나 코끼리와 말을 탔고
손과 발은 부드러워 고통을 몰랐는데
칼날 같은 돌멩이들 가득한 이곳에서
어떻게 견디어 살아가렵니까?
037_0762_a_12L汝昔常乘諸象馬
手足柔耎未經苦
攢搓刃石滿斯地
如何於此堪行住

보살이 게송으로 대답했다.
037_0762_a_14L菩薩以頌報曰

아무리 어릴 적에 귀족으로 자랐을지라도
훌륭한 이나, 착한 이나, 고독한 이나
용맹한 이나, 공경 받는 이나,
모두가 끝내는 죽음으로 돌아가네.
037_0762_a_15L假令少小憍養育
賢善及與諸孤獨
勇猛無畏人恭敬
如斯等類咸歸死

생로병사와 분주하게 싸우다가
어느새 죽음이 찾아와 사람을 핍박하네.
남은 소원 있다 해도 예외가 없이
잠깐 사이 모든 것을 갈아 없애네.
037_0762_a_17L生老病死相紛鬪
速來逼迫一切人
縱有餘願不少寬
能令須臾盡磨滅

차닉이 말하였다.
‘태자여, 정반대왕이 만약 당신을 보지 못한다면, 너무나 큰 한탄과 번뇌에 휩싸여 반드시 죽음에 이를 것입니다.’
보살은 비록 이 말을 들었지만 이미 보리의 자량(資糧)을 원만하게 얻은 터라 차닉의 말이 조금도 마음에 걸리지 않았다.
037_0762_a_19L車匿報曰太子淨飯大王若不見汝必大懊惱便當至死菩薩雖聞是已爲得菩提資糧夂圓滿故於車匿言曾不在念
037_0762_b_01L그때 보살은 차닉이 손에 갖고 있던 칼을 빼앗았는데, 그 칼은 가볍고 날카로웠으며, 칼날은청련화 잎[靑蓮花葉]처럼 짙은 푸른빛이 서려 있었다. 보살은 빼앗은 칼로 스스로 머리털을 잘라 허공중에 던졌다. 석제환인은 공중에서 공손이 받아 들고 삼십삼천(三十三天)으로 갔는데, 해마다 이날이 되면 삼십삼천의 중생들을 모아서 보살이 머리털을 깎았던 땅을 돌면서 공양하였다. 또 신심이 있는 장자와 바라문들은 이곳에 보탑(寶塔)을 세우고 탑 이름을 할발지탑(割髮地塔)이라고 하였는데, 비구들과 속인들이 늘 이 탑에 공양하였다.
037_0762_a_23L爾時菩薩卽於車匿手中取其所執之刀其刀輕利靑光湛色如靑蓮花葉旣拔其刀卽自割髮擲虛空中釋提桓因於虛空中卽便捧接將往三十三天每至此日集三十三大衆旋繞供養其割髮之地信心長者婆羅門等營一寶塔名曰割髮地塔苾芻俗人常應供養
보살은 머리털을 자르고 나서 차닉에게 말하였다.
‘나를 보아라. 겉모습이 망가지니 마음은 더욱 굳건해지는구나. 이런 사람이 어떻게 인간 세계로 되돌아갈 수 있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차닉은 혼자 생각했다.
‘지금 이 태자는 찰제리(刹帝利)족으로서 자존심이 매우 세다. 내가 아무리 애써서 권하더라도 끝내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보살의 발밑에 절하였다. 말 건척도 역시 보살에게 절하고, 혀로 보살의 발을 핥았다. 보살은 백보륜(百寶輪)이 있는 손으로 말의 등을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건척아, 떠나거라. 내가 보리를 증득하면, 항상 너의 은혜를 생각하마.’
037_0762_b_07L菩薩當割髮已告車匿曰汝見我不形容已毀心復堅如斯之人豈有更還在人閒耶匿曰不也車匿卽自思念今此太子是剎帝利種情多高慢我雖苦言終不移改作是念已禮菩薩足乾陟馬王亦禮菩薩便吐其舌舐菩薩足菩薩卽以百寶輪手撫其馬背而作是言汝乾陟去我證菩提常念汝恩
보살은 또 차닉에게 일렀다.
‘너는 건척을 데리고 궁안으로 들어가서는 절대로 안 된다.’
차닉은 슬피 눈물을 흘리며 울음을 참지 못하였으며, 눈앞이 아련해지면서 어지러웠다. 돌아갈 때에는 계속 보살 쪽을 뒤돌아보았다. 보살은 신덕력(神德力)으로 인해 2경(更) 동안 이곳에 왔지만, 차닉이 돌아갈 때는 7일(日)이 지나서야 비로소 본국에 이르렀다.
037_0762_b_15L告車匿曰汝必不應將我乾陟入於宮內車匿悲泣不勝哽咽所視迷悶歸還路時顧菩薩前以菩薩神德力故二更中便至於彼及車匿還路經七日方至本國
037_0762_c_01L성문에 다다르자 차닉은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말과 함께 성으로 들어간다면, 많은 사람들이 나를 탓하고 원망하게 될 것이며, 혹 내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에 차닉은 동산 숲속에 몰래 들어가 먼저 말부터 성안으로 들여보냈다. 건척이 성안으로 들어가 슬피 우니, 궁안에 있던 사람들이 말울음 소리를 듣고 분주하게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보살이 보이지 않자 건척의 목을 안고 슬피 울며 괴로워하였다. 축생이라 할지라도 세간의 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데, 하물며 마왕(馬王)이랴.
037_0762_b_20L旣到城門車匿念言若與馬同入城者當爲衆人之所尤我之身命或可不存是時車匿入苑林中且先遣馬卻入城內是時乾陟旣入城內卽便悲嘶時城中人及宮人等聞此馬聲咸皆忙遽不見菩抱乾陟項悲號懊惱然畜生有常於世閒情無不解了況此馬王
이에 건척은 사람들이 울부짖는 것을 보고는, 기절하여 곧 죽고 말았다. 그러나 건척은 과거부터 6종근사(種勤事)를 갖춘 바라문의 집에서 태어났으므로 보살이 위없는 도를 얻을 때 ‘나쁜 성품을 타고난 말[惡性馬]아, 곧 숙세의 염원을 얻어 생사의 길을 뛰어넘고, 구경열반의 언덕에 올라라’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037_0762_c_04L時乾陟見諸人等號慟傷感其氣迷絕便至於殞然此乾陟從昔已來具六種勤事婆羅門家受其胎形菩薩得無上道時當言汝惡性馬便得宿念超於生死畏途中登究竟涅槃岸
그때 보살은 가사(袈娑)가 필요했다. 무비성(無比城)에 한 거사가 있었는데, 그는 재물과 보배가 풍부하여 창고가 넘쳤으며, 많은 권속을 거느리고 있어서 흡사 폐실라마나천왕[薜室羅末拏天王]과 같았다. 이 거사는 이때 같은 종족인 여자와 결혼을 하여 서로 즐기며 속례(俗禮)로 화합하여 한 아들을 낳았고, 이와 같이 계속해서 열 명의 아들을 낳았는데, 그 열 명의 아들이 다 출가하여 벽지불도(辟支佛道)를 증득하였다. 이때 아내는 삼베로 옷을 지어 열 명의 아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이때 열 명의 아들이 다 같이 어머니에게 말했다.
037_0762_c_10L時菩薩須袈裟於無比城中有一居士財寶富盛倉庫盈溢多諸眷如薜室羅末拏天王時彼居士其同類種族中取女爲妻旣得爲婦共相娛樂俗禮和合因生一子如是乃至生於十子皆悉出家證辟支佛爾時其母與此十子疏布衣服彼十子共白母曰
‘저희는 곧 열반에 들 터이니, 이 옷이 필요 없습니다. 정반왕의 태자 석가모니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니, 이 옷을 그에게 주신다면 반드시 한량없는 과보를 얻을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궁안에서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고, 스스로 불에 들어가 입정하고 멸(滅)하여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었다.
037_0762_c_17L我今便入涅槃不須此物爾時十辟支佛白母言淨飯王子釋迦牟尼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願母將此衣服可施與彼當獲得無量果報作是語已卽於宮中現十八變火化而滅入無餘涅槃
037_0763_a_01L그 어머니는 나이도 많고 병들어 죽음이 가까웠으므로 그 옷을 딸에게 부탁하고, 그 사연을 설명하였다. 그의 딸은 병이 들어 죽음에 가까워지자, 그 옷을 나무 위에 걸어두고 나무신[樹神]에게 말했다.
‘이 옷은 나를 위해서 잘 지니고 있다가 정반왕의 태자가 출가하는 날 그에게 전해 주시오.’
037_0762_c_22L其母年老困疾將死持其衣服囑付於女具說前事時女後時染患將卒復持此衣置樹空中告樹神曰今此衣服爲我守護待淨飯王子出家之當持與之
이때 제석천이 사바세계를 내려다보다가 나무 위에 그 옷이 걸려 있는 것을 보고, 즉시 가지고 가서 자신이 입었다. 그는 늙은 사냥꾼으로 변신하여 활과 화살을 들고 보살에게 접근했다. 보살이 사냥꾼에게 말했다.
‘그것은 출가인의 옷이고 내 옷은 값비싼 속인의 옷이니, 우리 서로 바꾸지 않겠소?’
사냥꾼이 대답했다.
‘나는 바꾸지 않겠소. 왜냐하면 만약 내가 당신의 그 좋은 옷을 입고 다니면, 사람들이 나를 보면 당신을 죽이고 이 옷은 빼앗았다고 말할 것이기 때문이오.’
037_0763_a_04L時天帝釋觀其下界見此衣在樹空中便往取之身自被作老獵師形狀執持弓箭與菩薩相近菩薩告曰此是出家人衣我衣貴妙是俗人服今欲相換可得以不獵師報曰我不相與何以故我若取汝好服行於人間或有見者便言我殺於汝取汝此衣
보살이 대답하였다.
‘사냥꾼아, 이것은 알아야 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나의 용맹과 지혜는 아무도 당할 자가 없다는 것을 아는데, 누가 이 옷을 보고 나를 죽였다고 생각하겠느냐? 너는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그때 제석천은 즉시 무릎을 꿇고 보살에게 옷을 바쳤다. 그때 보살은 옷을 얻어 입고 보니, 옷은 작고 몸은 커서 몸을 다 덮지 못하였다. 보살은 마음속으로 말하였다.
‘이 출가복(出家服)이 적어서 몸에 맞지 않는구나. 만약 내게 위력이 갖추어져 있다면, 저절로 커져서 내 몸을 다 덮어라.’
037_0763_a_11L菩薩報曰汝獵師當知一切世閒所有人衆咸知我有勇猛智慧無能殺者誰有將此能殺我者汝不須懼時天帝釋卽跪持衣奉與菩薩爾時菩薩得此衣已便卽著之衣窄身大不遍覆體作是念言此出家服小不堪受用若有威力願自寬大今覆我體
이에 보살과 하늘의 위력 때문에 옷은 금방 커졌다. 그때 보살은 또 생각하기를 ‘내가 이미 이 옷을 입고 출가상(出家相)을 갖추었으니, 마땅히 고뇌하는 모든 사람들을 구제하리라’ 하고, 즉시 먼저 입고 있던 좋은 옷을 제석천에게 주어서 장차 삼십삼천에게 돌려줌으로써 옷을 바꾼 곳을 공경하고 공양하게 하였다. 이에 모든 바라문과 거사, 장자들이 이 땅에 함께 제저(制底:佛塔)를 만들고, 이름을 출가의를 받은 탑[受出家衣塔]이라고 붙였다.
037_0763_a_18L菩薩及天力之威故其衣卽大菩薩爾時復自念云我今旣被此衣具出家相當應救濟諸苦惱者卽以先著細妙之衣將與帝釋天帝得已將還三十三天恭敬供養換衣之所諸婆羅門居士長者共於此地造一制底名爲受出家衣塔
037_0763_b_01L그때 보살은 머리 깎고 가사 입고서 숲속 곳곳을 돌아다니다가, 바가바(婆伽婆) 선인(仙人)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손으로 턱을 괴고 사유(思惟)하고 있는 선인을 보자, 보살이 물었다.
‘큰 선인이시여, 무엇을 그렇게 생각합니까?’
선인이 대답했다.
‘내가 머무는 곳에 다라수(多羅樹)가 있는데, 원래는 금꽃[金花]이 피고 금열매[金菓]가 열렸었다. 그런데 그 꽃과 열매가 갑자기 다 떨어졌으므로, 나는 지금 이 일을 생각하고 있다.’
037_0763_b_01L爾時菩薩旣剃頭被袈裟已於林野中處處遊行至婆伽婆仙人所見其仙人以掌支頰思惟而住菩薩問曰何故作此思惟仙人報曰我之住處有多羅樹於先之時生金花金菓忽於今時花菓自落我於今時思念此事
보살이 대답했다.
‘이 나무의 주인은 생로병사의 고뇌를 두려워하여 그 핍박에서 벗어나려고 출가하여 수도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꽃과 과일이 저절로 떨어진 것입니다. 만약 꽃과 열매의 주인이 출가하지 않았다면, 이곳은 당연히 원원(園苑:정원)이 되었을 것입니다.’
이때 선인은 이 말을 듣고 눈을 들어 보살을 자세히 바라보았다. 보살의 모습이 단정함을 보고 생각하다가 곧 보살에게 말했다.
‘출가했다는 그 사람이 혹시 당신인가요?’
037_0763_b_08L菩薩報曰此花菓主諸生老病死之所逼切出家修道以花菓自落若花菓主不出家者爲園苑時此仙人聞是語已卽便擧目熟視菩薩見菩薩儀容端正便自思念告菩薩曰出家人者豈汝是耶
보살이 대답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오.’
선인은 매우 놀랍고 기뻐서 눈을 떠 보살을 똑똑히 살펴보고는, 즉시 몸을 굽혀 앉기를 청한 뒤 꽃과 과일로써 공경을 다하여 공양하였다. 보살이 잠시 동안 앉아 있다가 선인에게 물었다.
‘여기서 가비라성까지는 몇 리나 되나요?’
‘12유순[踰膳那]입니다.’보살이 생각하였다.
‘이곳은 도성이 매우 가까워 석가 종족들의 수가 적지 않을 터이니, 번잡하고 어지럽겠구나. 긍가하(弶伽河:恒河, 갠지스 강)를 건너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긍가하를 건너 점차 유행(遊行)하여 왕사성에 이르렀다.
037_0763_b_13L荅曰我是爾時仙人卽大驚悅明目直視觀睹菩薩便屈今坐以諸花菓恭敬供養菩薩坐須臾間問仙人曰今此之地至劫此羅城可有幾里人報曰有十二踰膳那菩薩念曰處甚近城國諸釋種子其數不少相煩亂我當渡弶伽河作是念已卽渡弶伽河漸次遊行至王舍城
037_0763_c_01L보살은 이미 선교(善巧)의 힘을 가졌고, 또 모든 지혜를 다 갖추었었다. 가라비라구나(迦囉毘囉拘那:나무이름)잎사귀 열 개를 엮어서 만든 발우 하나를 들고 성안에 들어가 고요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걸식하였다.
이때 빈비사라왕(頻毘娑羅王)은 누각에서 관망(觀望)하다가 보살이 멀리서 단정하게 걷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법에 맞는 승가리[僧伽胝: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법에 맞는 시선과 모습으로 조용조용 차례로 걸식하는 보살을 보고, 혼자 말하였다.
‘우리 왕사성에는 저와 같은 출가인은 없다.’
게송은 다음과 같다.
037_0763_b_21L菩薩有善巧之力具一切智取迦囉毘囉拘那一十葉綴作一鉢威儀寂靜入城乞食時頻毘娑羅王在樓觀望遙見菩薩行步端正ㆍ被如法僧伽胝衣ㆍ捧持一鉢如法瞻視威儀庠序次第乞見是事已私自念言我王舍城中諸出家人未有若此之者而說頌曰

내가 지금 출가를 찬탄하노니
저렇게 어질고 훌륭한 이가
나고 죽음 생각한 끝에
출가를 선택했네.
037_0763_c_05L我今讚出家
如是賢善者
思惟生死故
彼人要出家

속가의 온갖 고통
오물처럼 몸서리쳐져
출가를 통해 기쁨 얻고자
지혜로운 분 기꺼이 출가하셨네.
037_0763_c_07L 在家諸苦逼
糞穢來煎迫
出家味禪悅
智者樂出家

몸도 마음도 함께 출가하니
모든 악은 다 떨쳐 버리고
입으로 짓는 업마저 청정하여
바른 생활로 살아가네.
037_0763_c_08L 身心俱出家
諸惡皆捨離
口業亦淸淨
正命以自活

마갈타국[摩竭國]에 유람하여
점차로 왕사성에 이르렀네.
마음을 선정으로 거두어 잡고
차례로 다니며 걸식하네.
037_0763_c_09L 聖遊摩竭國
漸至王舍城
攝心在禪念
次第行乞食

임금이 높은 누각에서
이 성자를 바라보고
즉시 환희심이 생겨서
가까운 신하에게 말하였네.
037_0763_c_11L 國主在高樓
遙見此聖者
卽發歡喜心
告諸近臣曰

너희는 저 성자를 보아라.
훌륭한 상호를 두루 갖추고
얼굴 또한 단정하며
땅을 보면서 법답게 걷고 있구나.
037_0763_c_12L 汝等當觀彼
勝相皆具足
形容甚端嚴
視地如法行

지혜로운 자는 멀리 보지 않는 것
그는 결코 천인 출신이 아닐 것이니
즉시 사자(使者)를 보내어
그 사람이 어디에 머물고 있는지 알아보라.
037_0763_c_14L智者不遙視
此非賤種生
卽令使者觀
彼住在何處

사자는 왕명을 받들어
즉시 그 사람에게 가서
그 출가인이 어느 곳에
머물고 있는지 관찰하였네.
037_0763_c_15L使者奉王命
卽隨彼人行
觀此出家人
當於何處住

그는 차례대로 걸식하며
여섯 집을 다녔고
발우 안에 음식이 차니
법대로 발우를 받들었네.
037_0763_c_16L彼次第乞食
歷門至六家
鉢中食旣滿
如法捧其鉢

보살은 걸식하기를 마치고
묵묵히 성 밖으로 나가서
저 반다림(般茶林)에 머물러
청정하고 조용하게 앉아 있었네.
037_0763_c_17L菩薩乞食已
默然出城外
往彼般茶林
淸淨自安止

사자가 거처를 알게 되자
즉시 한 사람을 보내 지키게 하고
간단히 알린 후 속히 성안으로 돌아와
그의 국왕에게 보고하였네.
037_0763_c_19L 使者知處已
卽遣一人守
一報速還城
報彼國王曰

대왕이시여, 저 비구는
지금 반다산에 있습니다.
용맹한 새끼사자처럼 앉아서
사자처럼 산에 머물고 있습니다.
037_0763_c_20L 天王彼苾芻
今在般茶山
坐如猛虎兒
處山如師子

대왕은 이 말을 듣고
즉시 수레에 올라
많은 신하들의 호위를 받으며
비구가 있는 곳으로 황급히 떠났네.
037_0763_c_21L王聞說是言
卽登諸寶輅
群臣共圍遶
速詣彼所居

다반산에 이르러
수레에서 내린 왕은
걸어서 보살 앞으로 가
보살과 대면하였네.
037_0763_c_23L 至彼般茶山
王從車輅下
步行前往詣
便卽睹菩薩
037_0764_a_01L
공경하는 마음으로 서로 합장하여 인사하고
왕은 그 앞에 마주 앉았네.
고요하게 앉아 있는 보살을 보고
왕은 이렇게 말하였다네.
037_0764_a_01L 恭敬相問訊
王卽相對坐
見彼寂靜住
便作是言曰

그대 젊은 비구여,
이제 한창 장성한 나이에
단정하고 재주도 많은데
어찌하여 스스로 걸식하는가.
037_0764_a_03L汝少年苾芻
今是盛壯時
端嚴多技藝
如何自乞食

당신의 태생은 어느 종족인가.
내가 그대에게 집과 동산과
온갖 궁녀를 주어
모든 것을 갖추게 하리라.
037_0764_a_04L汝生何族姓
我與汝園宅
幷給諸婇女
種種令具足

보살은 이 말을 듣고,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37_0764_a_05L菩薩聞是言以頌而荅曰

대왕이여, 저의 나라는
설산(雪山) 옆에 있으며
재물이나 음식이 풍족하니
교살라(嬌薩羅)라 하네.
037_0764_a_06L大王有一國
住在雪山傍
財食甚豐足
名曰嬌薩羅

감자(甘蔗)를 교답(喬答)이라 하니
그 나라엔 석가 종족이 사는 곳이요
나는 찰제리 종족으로서
세간의 욕망 기쁘지 않다네.
037_0764_a_08L 甘蔗曰喬答
彼中住釋迦
我是剎利種
不樂世閒欲

사람이란 땅 위의 모든
산림과 바다와
온갖 진귀한 보배를 가진다 해도
탐심은 오히려 만족이 없네.
037_0764_a_09L 若人御大地
山林及海濱
具有諸珍寶
貪心猶未足

사나운 불길에 나무가 타듯
탐욕 또한 이와 같으며
험난한 길이 두려워
근심하는 마부와 같도다.
037_0764_a_10L以薪投猛火
貪欲亦如是
怖畏嶮途中
御者常憂懼

모든 괴로움은 탐욕이 뿌리가 되어
능히 선법(善法)을 뒤덮나니
나는 이미 출가할 적에
모든 욕심 다 버렸네.
037_0764_a_12L 諸苦欲爲根
能覆於善法
我昔出家時
諸欲皆棄捨

마치 저 큰 설산은
바람이 불어도 꿈쩍 않듯이
내 마음 해탈에 의해
어떤 욕망에도 끌리지 않네.
037_0764_a_13L 譬如大雪山
風吹尚能動
我心依解脫
諸欲不能牽

세상의 욕망은 치달리려 하고
생사의 수레바퀴는 항상 구르네.
임금은 부디 내가 능히
모든 두려움을 해탈하도록 하소서.
037_0764_a_14L世閒欲驅馳
生死輪常轉
國主唯我能
解脫諸怖畏

나는 욕망의 허물을 알고
열반적정(涅槃寂靜)도 보았으니
나는 이제 모든 욕망 버리고
저 청정한 즐거움으로 나아가려네.
037_0764_a_16L 我知欲愆過
見涅槃寂靜
我今當捨棄
往詣淸淨樂

그때 빈비사라왕은 이 게송을 듣고, 보살에게 물었다.
‘출가한 비구여, 이런 고행을 통해 무슨 원을 성취하려 하오.’
보살이 대답하였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기 원하오.’
왕이 말했다.
‘당신이 만약 도를 얻게 되면, 마땅히 나도 기억하시오.’
‘왕의 원대로 해주겠소.’
037_0764_a_17L爾時頻毘娑羅王聞是語已問菩薩汝出家士作此苦行欲有何願薩報曰願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王曰汝若得道者應當念我報曰汝所願
037_0764_b_01L이렇게 대답한 보살은 그 길로 기사굴산(耆闍崛山) 옆 선인림(仙人林) 밑으로 갔다. 그곳에서 보살은 선인들을 따라서 그들과 똑같이 일상생활을 함께하였다.
보살이 그들의 고행을 보니, 늘 한쪽 발을 들고 있다가 1경(更)이 지나야 쉬곤 하였다. 보살도 한쪽 발을 들고 있다가 2경(更)이 되어야 쉬었다. 또 선인들의 고행을 보니, 5열(熱)로 몸을 태우는 수련[炙身]1)을 하면서 1경이 되어야 쉬고 있었다. 보살 또한 5열로 몸을 태우는 수련을 하여 2경이 되어서야 비로소 쉬었다. 이와 같이 보살은 그들보다 갑절이나 고통스러운 수행을 하였다. 선인들은 이것을 보고 서로 의논하였다.
‘이 사람은 실로 고행이 대단한 사문(沙門)이다.’
이러한 연유로 대사문(大沙門)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037_0764_a_22L說此語已菩薩卽往耆闍崛山傍仙人林下旣到彼已隨彼仙衆行住坐臥見彼苦行常翹一足至一更休菩薩亦翹一足至二更方休見彼苦五熱炙身至一更休菩薩亦五熱炙身至二更方休如是苦行皆倍於仙人見已共相議曰此是大持行沙門猶此緣故名大沙門
이때 보살은 선인들에게 물었다.
‘이와 같이 고행하는 여러 선인들께서는 어떤 원을 가지고 계십니까?’
한 선인이 대답하였다.
‘우리는 제석천왕이 되기를 원합니다.’
또 한 선인이 말하였다.
‘우리는 대범천왕이 되기를 원합니다.’
한 선인이 말하였다.
‘우리는 욕계(欲界)의 마왕(魔王)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때 보살은 이 말을 듣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선인들은 천상과 인간에 윤회하는 것이 끊이지 않겠구나. 이는 분명 삿된 도이며, 청정한 도가 아닐 것이다.’
037_0764_b_06L爾時菩薩問諸仙曰諸大仙等如是苦行欲有何願一仙報曰我等願得帝釋天王更一仙曰我等願得大梵天王一仙又我等願得欲界魔王菩薩爾時聞是語已便自思念此等仙人天上人閒輪迴不絕此是耶道非淸淨道
보살은 선인들이 행하는 깨끗하지 못한 도를 보고는, 즉시 그 도를 버리고 가라라(歌羅羅) 선인의 처소로 갔다. 합장 공경하고 마주 앉아 그 선인에게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함께 범행(梵行)을 배우고자 합니다.’
그 선인이 대답하였다.
‘어진 교답마(喬答摩)여, 나에겐 존자(尊者)가 없습니다. 당신이 배우고자 한다면, 당신의 뜻대로 거리낌 없이 하시오.’
보살이 물었다.
‘대선(大仙)은 어떤 법과(法果)를 얻었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어진 교답마여, 나는 무상정(無想定)을 얻었습니다.’
037_0764_b_12L菩薩旣見仙人行垢穢道卽便棄之詣歌羅羅仙所旣至彼已合掌恭敬相對而坐問彼仙曰汝師是誰我欲共學梵行彼仙報曰仁者喬荅摩我無尊汝欲學者隨意無礙菩薩問曰仙得何法果仙人報曰仁者喬荅摩我得無想定
보살이 이 말을 듣고 혼자 생각하였다.
‘가라라[羅羅]가 신심(信心)이 있다면 나도 신심이 있다. 가라라가 정진(精進)하여 생각도 있고 선도 있고 지혜도 있듯이 나도 그것들을 다 갖추고 있다. 가라라 선인이 이렇게 허다한 법들과 나아가 무상정(無想定)을 가지고 있는데, 이러한 법이 어찌 나에겐들 없겠는가?’
그리하여 보살은 말없이 나와서 그 모든 법들을 생각하였다. 얻지 못한 것을 얻고자 했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고자 했으며, 보지 못한 것을 보고자 하였다.
037_0764_b_19L菩薩聞此私作是念羅信心我亦信心羅羅精進有念有善有智我亦有之羅羅仙人見得如許多法乃至無想定如是之法我豈不得
037_0764_c_01L이때 보살은 홀로 한가로운 숲속에 있으면서 오로지 그 도(道)를 생각하고 부지런히 정진하였다. 그러고 나서 오래지 아니하여 그 도를 증득하여 깨달았다. 이 법을 증득하고 난 보살은 가라라 선인의 처소로 돌아와 가라라에게 말했다.
‘이 법과 무상정(無想定)을 당신이 스스로 얻었습니까?’
선인이 대답했다.
‘그렇소. 교답마여, 무상정까지 내 스스로 증득한 것이오.’
‘어진 분이시여, 그러한 지혜와 나아가 무상정까지를 나도 얻었습니다.’
037_0764_b_23L爾時菩薩默然而去念彼諸法未得欲得ㆍ未證欲證ㆍ未見欲見菩薩爾時獨處閑林專念此道勤加精進作是事已不久之閒便得證見此法得此法已還乃至彼羅羅仙所白羅羅曰今汝此法乃至無想定豈自得彼仙報曰如是喬答摩乃至無想定我自得之菩薩報曰仁者此等智慧乃至無想定我亦得之
선인이 대답하였다.
‘교답마여, 당신이 이미 얻은 것을 나도 얻었으며, 내가 이미 얻은 것을 당신도 얻었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이 함께 똑같은 이치[義理]를 얻었으니, 이 법을 제자들에게 가르칩시다.’
이 가라라 선인이 곧 보살의 첫 번째 가르침을 준 아사리[阿遮利耶]이다. 저 가라라 선인은 보살의 지혜 때문에 즐겁게 공양하며 가까이서 잘 대해 주었다.
037_0764_c_08L彼仙報曰喬荅摩汝旣得之我亦得之我旣得之汝亦得之今我二人此弟子衆可共教授此法義理一種得故此羅羅仙卽是菩薩第一教授阿遮利耶羅羅仙以菩薩智慧故歡喜供養親好而住
이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도법(道法)은 지혜도 아니고 정견(正見)도 아니며, 이것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도 없으니, 이것은 깨끗하지 못한 도이다.’
이렇게 알고 난 보살은 가라라 선인에게 말했다.
‘어진 분이여, 잘 계십시오. 나는 이제 떠날 것입니다.’
037_0764_c_14L菩薩爾時作如是念今此道法者非智慧非證見不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道是垢穢道故菩薩知已告羅羅曰仁者好住我今辭去
보살이 산림을 다니다가 수달단정(水獺端正) 선자(仙子:선인)를 만났다. 구역(舊譯)에 ‘울두람(鬱頭藍)’이라고 한 것은 잘못이다. 보살이 가까이 가서 공손히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입니까? 저도 함께 배우고 닦겠습니다.’
선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스승이 없소. 당신이 배우고 싶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마음대로 배우시오.’
보살이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무슨 도(道)를 깨달았습니까?’
선인이 대답하였다.
‘어진 교답마여, 나는 비비상정(非非想定)을 얻었소.’
037_0764_c_17L菩薩爾時遊行山林見水獺端正仙子(舊云鬱頭藍者此誤也)卽往親近恭敬問訊告彼仙曰汝師是誰我共修學彼仙報曰我無尊者汝欲修學隨意無礙菩薩問曰汝得何道彼仙報曰仁者喬荅摩我得乃至非非想定
037_0765_a_01L보살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수달 선인이 신심이 있듯이 나도 역시 신심을 가졌다. 이 선인이 가지고 있는 정진(精進)과 염(念)과 선(善)ㆍ지(智)를 나도 가지고 있다. 그가 이런 법(法)과 나아가 비비상정(非非想定)을 얻었는데, 나라고 해서 얻지 못하겠는가?’
037_0764_c_23L薩聞此私作是念此水獺仙有信心我亦有之有精進有念有善有智亦有之彼得如是法乃至非非想定豈不得
그리고 그는 말없이 떠나갔다. 그리고 그 모든 법들을 늘 생각하며 얻지 못한 것을 얻으려고, 보지 못한 것을 보려고, 증득하지 못한 것을 증득하려고 하였다. 곧 조용한 숲으로 가서 일념으로 도를 닦으며 더욱 정진한 결과 오래지 아니하여 비상비비상정(非想非非想定)을 얻었다. 이 정(定)을 얻고 나서 보살은 다시 수달 선인에게 가서 말하였다.
‘당신은 이 법들을 스스로 깨달은 것입니까?’
선인이 답하였다.
‘그렇소.’
037_0765_a_04L然而去念彼諸法未得欲得ㆍ未見欲見ㆍ未證欲證卽往閑林專修此道勤加精進不久之閒乃至證非想非非想定得是定已還詣水獺仙所白彼仙曰今汝此法豈自得耶答曰如是
보살이 또 말하였다.
‘대선이시여, 그 지혜와 비상비비상정(非想非非想定)을 나도 얻었습니다.’
수달 선인이 대답했다.
‘당신이 얻은 것을 나도 얻었고, 내가 얻은 것을 당신도 얻었으니, 우리 두 사람이 함께 제자들을 가르칩시다. 왜냐하면 얻은 법이 같으니까요.’
그때 보살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러한 도는 지혜도 아니고 정견(正見)도 아니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과를 얻을 수 없는 깨끗하지 못한 도이다.’
보살은 선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잘 있으시오. 나는 떠나겠소.’
이 선인은 보살의 두 번째 아사리이다.
037_0765_a_09L菩薩又曰大仙此智慧乃至非想非非想定我亦得之水獺報曰汝旣得之我亦得之我旣得之汝亦得之今我二人可共同住教授弟子何以故得法同故菩薩爾時作如是如此之道非智慧非正見不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果是垢穢道彼仙曰汝今好住我辭而去此是菩薩第二阿遮利耶
보살은 그 뒤로 산 속으로 돌아다녔는데, 이때 정반왕은 보살을 그리워하는 마음에 사람들을 시켜 길목을 살피게 하고, 모든 산과 숲을 샅샅이 찾아보도록 하였다. 태자가 수달 선인을 떠나서 시자(侍者) 한 사람 없이 혼자 산속을 다닌다는 말을 듣고는, 즉시 동자 3백 명을 보내 태자의 시중을 들게 하였다. 천시성왕(天示城王)도 이 말을 듣고 2백 명의 동자를 선발하여 태자의 시중을 들도록 하였다. 그리하여 보살은 5백 명의 동자의 호위를 받으며 산에서 마음대로 유관(遊觀)하였다.
037_0765_a_17L菩薩爾時遊行山時淨飯王憶念菩薩令使尋訪相望道路在所山林悉皆知處旣聞太子辭彼水獺無有侍者獨行山林差童子三百人往侍太子天示城王旣聞是事復差二百童子往侍太子如是五百童子圍繞菩薩於諸山林隨意遊觀
037_0765_b_01L그때 보살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숲속에서 고요하게 머물고 싶은데, 많은 사람들에게 에워싸여서 감로(甘露)의 법을 구할 수 없으니, 나는 다섯 명의 시종만을 남기고 나머지는 되돌려 보내야겠다.’
그리하여 보살은 어머니의 친족에서 두 사람을 남기고, 아버지의 친족에서 세 사람을 남겼다. 이 다섯 사람은 보살을 잘 받들어 시중들기로 하였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037_0765_b_01L爾時菩薩便作是念我今欲於林閒靜住不可令其多人圍繞而求甘露然我應留侍者五人餘者放還是時菩薩於母宗親中而留兩人ㆍ於父宗親中而留三人而此五人承事菩薩餘者各令還國
그때 보살은 이 다섯 사람에게 에워싸여 가야성(伽耶城) 남쪽에 있다가 오류빈라(烏留頻螺)의 서쪽 나야니(那耶尼) 부락으로 갔다. 니련선하(尼連禪河) 물가에서 사방으로 노닐다가 한 군데 좋은 곳을 발견하였는데, 수목이 아름답고 울창하였으며, 물이 맑고 시원하였다. 그 밑에 깨끗한 모래 둑이 있었는데, 그 안에 물이 가득하여 물을 긷기에 편리했으며, 들판엔 푸른 풀이 깔려 있고 넓게 솟은 둑엔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무성하여 절경을 이루고 있었다. 이런 절경을 보고 보살은 생각하였다.
‘이곳은 수목이 무성하고 물이 맑으며, 그 밑은 부드러운 모래로 되어 있고 언덕은 평평하고 물이 맑아 물을 긷기 쉬우며, 들판에 푸른 풀이 깔려 있고 넓게 솟은 둑엔 갖가지 꽃과 나무들이 이렇듯 아름다우니, 선정과 지혜를 닦으려는 자는 누구나 이곳을 택할 것이다. 나는 지금 이곳에서 모든 적정(寂定)을 생각하고, 이 숲속에서 모든 번뇌를 끊겠다.’
037_0765_b_06L爾時菩薩與此五人圍繞往伽耶城詣烏留頻螺西那耶尼聚落四邊遊行於尼連禪河邊見一勝地樹林美茂其水淸冷底有純沙岸平水滿可取汲靑草遍地岸闊堤高有雜花在於岸上滋茂殊勝菩薩見此殊勝之地作如是念此地樹茂其水淸冷ㆍ底有純沙ㆍ岸平水滿ㆍ易可取汲ㆍ靑草遍地岸闊堤高有雜花樹在於岸滋茂殊勝若有人樂修禪慧者居此地我今欲於此地念諸寂定樹林中斷諸煩惱
037_0765_c_01L이런 생각을 한 보살은 곧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혀를 입천장에 붙이고 두 이를 다물어서 숨을 잘 조절하고 마음을 거두어 안정시킨 뒤, 억누르고 뉘우쳐 마음을 다스리니, 모든 털구멍에서 땀이 흘러 나왔다. 마치 힘세고 용감한 군사가 약한 사람을 잡아 꺾고 비틀고 누르면서 그를 괴롭히면 그 사람의 온몸에서 땀이 줄줄 흐르게 되듯이 보살도 또한 그의 몸과 마음을 조복하길 이와 같이 하였다. 이렇게 점점 정진하여 잠시도 놓지 않은 끝에 몸이 가벼워지고 편안해져 아무런 장애도 없어졌으며, 마음엔 의혹이 없어졌다. 보살은 이렇듯 극도로 괴로운 고통을 일으켜서 고통과 즐겁지 않은 고통을 견뎠다. 그러나 비록 이렇게 온갖 고통을 받았지만, 그 마음은 오히려 바른 선정에 안주할 수 없었다.
037_0765_b_18L菩薩作是念已便於樹下端身而坐以舌拄齶兩齒相善調氣息攝住其心令心摧伏壓捺考責於諸毛孔皆悉流汗猶如猛士搦一弱人拉摺壓捺復惱彼情人當卽遍體流汗菩薩伏其身心亦復如是因此轉加精進曾不暫捨輕安身獲無障礙調直其心無有疑菩薩如是作極苦苦不樂苦雖受衆苦其心猶自不能安於正定
그때 보살은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나는 모든 근(根)을 닫아 막아서 방일하지 못하게 하고 헐떡이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하며, 고요하게 머무는 것이 좋겠다.’
이에 먼저 기(氣)를 거두 들여 드나들지 못하게 하였다. 기가 나가지 못하게 되니, 기가 정수리로 올라가 정수리가 매우 아팠으니, 마치 역사(力士)가 철 방망이로 약한 사람의 정수리를 내려치는 것같이 아팠다. 이때 보살은 점점 더 정진하여서, 물러나거나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았다. 이로 말미암아 몸이 가볍고 편안해졌으며, 수행하는 바에 따라 그대로 마음이 전일하게 안정되어 의혹이 없어졌다. 이와 같이 갖가지로 스스로 힘쓰고 다그치며 극도로 괴로운 고통과 즐겁지 않은 정도의 괴로움은 참고 견뎠지만, 바른 선정[正定]에는 들지 못했다. 왜냐하면 여러 생을 사는 동안 몸에 익혀왔기 때문이다.
037_0765_c_04L爾時菩薩復作是念我今不如閉塞諸根不令放逸使不喘動寂然而住於是先攝其氣不令出入由氣不出氣上衝頂菩薩因遂頂痛猶如力士以諸鐵嘴斲弱人頂菩薩爾時轉加精進不起退心由是得輕安身順所修其心專定無有疑惑如是種種自强考責忍受極苦及不樂苦於其心中曾不暫捨而猶不得入於正定何以故由從多生所熏習故
보살은 또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이제 점점 부지런하고 꿋꿋하게 수행하여 모든 근(根)을 닫아 막고 기(氣)를 선정으로 옹립해 들여야 한다.’
이런 생각을 마치고 즉시 기를 폐쇄하여 숨을 쉬지 못하게 하니, 그 기는 다시 정수리로부터 내려 와서 귀를 때렸고, 그 기는 귀에 가득 차서 마치 쌓인 기가 입을 봉한 듯하였다. 이런 갖가지 괴로움을 받고도 바른 선정에 들 수 없었으니, 왜냐하면 오랜 동안의 훈습(熏習) 때문이었다.
037_0765_c_14L薩復作是念我今應當轉加勤固塞諸根令氣內擁入於禪定作是念便閉其氣不令喘息其氣復從頂下衝於耳根氣滿無耳猶如積氣聚韛袋口受如是種種諸苦乃至不能得入於正定何以故由久遠時所熏習故
037_0766_a_01L보살은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갑절로 정진하여 안으로 기를 거두 둘여 한껏 팽창시켜서 선정에 들도록 하리라.’
입과 코를 닫아 숨을 차단하여 숨이 나오지 못하게 하였다. 숨이 나오지 않자, 기는 배와 오장(五臟)으로 들어가 배가 팽팽하게 부풀게 되었다. 이에 다시 기공(氣功)을 더하니, 몸이 편안해지고 수행하는 바에 따라 그대로 마음이 안정되어 의혹이 없어졌다. 보살은 이렇게 갖가지 괴로움을 받았지만, 그 마음이 오히려 바른 선정에 들지 못한 것은 수많은 시간 동안 훈습되었기 때문이다.
037_0765_c_21L菩薩復作是念我當倍加精進內攝其氣令其脹滿而入禪定閉其口鼻令氣悉斷氣旣不出卻下入腹五藏皆滿其腹便脹如滿韛袋復加功用輕安其身隨順所修其心專定無有疑惑菩薩如是受種種苦受心猶不入於正定由從多時染熏習
보살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갑절이나 배를 불룩하게 하여 선정에 들어야 한다.’
선정에 들고 나서 기를 막으니, 기가 올라가 정수리에 부딪쳐 정수리가 아팠다. 마치 역사(力士)가 약한 사람을 끈으로 힘껏 졸라매듯이 머리와 정수리가 모두 터질 것처럼 아팠다. 보살은 이렇게 가장 극심한 괴로움을 받는데도 바른 선정에 들 수 없었으니, 왜냐하면 수많은 시간 동안에 훈습되었기 때문이다.’
037_0766_a_05L菩薩復作是念我今倍加入脹滿入此定已擁閉其氣其氣覆上衝其頂結痛猶如力士以其繩索勒縛繫羸弱人頭頂悉皆脹滿菩薩受如是等最極苦已乃至不能得於正何以故由多時熏習故
보살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제 공을 갑절로 들여서 배를 팽창하게 하여 선정에 들어야 한다.’
선정에 들고 난 후에 기(氣)가 가득 차서 배가 아팠으니, 마치 소를 잡는 사람이 날카로운 칼로 소의 배를 찌를 때 소가 느끼는 아픔과 같았다. 보살이 이와 같은 괴로움을 받는데도 바른 선정에 들 수 없다. 왜냐하면 많은 시간 동안에 훈습되었기 때문이다.
037_0766_a_10L菩薩復作是念我今應當倍加功用入脹滿入其定已其氣滿脹其腹結痛屠牛人以其利刀刺於牛腹菩薩受如是苦受乃至不能獲於正定何以由多時染熏習故
보살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제 배로 정진하여 배를 팽창하게 하는 선정에 들어야 한다.’
선정에 든 뒤에 입과 코를 닫고 막으니, 기가 가득 차서 온몸에 두루하여 몸이 뜨거워지는 것이 마치 두 사람의 역사(力士)가 약한 사람을 들어 이글거리는 불 속에 넣은 것과 같았다. 이와 같이 보살은 갖가지 고통을 받았지만, 바른 선정에 들 수 없었다.
037_0766_a_15L菩薩復作是念我今應當倍加精進入脹滿定旣入定已閉塞口鼻其氣脹滿周遍身體其身盛熱猶二力士執羸弱人內於猛火菩薩如是受種種苦受乃至不得入於正定
보살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이제 모든 음식을 끊는 것이 낫겠다.’
그때 여러 하늘들은 보살이 모든 음식을 끊은 것을 보고, 보살에게 와서 말하였다.
‘보살[大士]이시여, 이제 당신이 인간의 음식을 싫어하므로, 우리가 마땅히 당신의 털구멍으로 감로를 넣어 줄 것이니, 받아 주시오.’
037_0766_a_20L菩薩復作是念我今不如斷諸食飮爾時諸天觀見菩薩斷諸食飮詣菩薩所告曰大士汝今嫌人閒食我等願以甘露入菩薩毛孔應受取
037_0766_b_01L보살은 문득 생각하였다.
‘내가 이미 인간의 음식을 끊었다는 것을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데, 이제 와서 감로를 받는다면 이는 헛된 말[妄語]이 되고 삿된 견해[邪見]가 된다. 모든 중생은 헛된 말과 삿된 견해 때문에 죽은 뒤에 악취(惡趣)인 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나는 결코 이 감로를 받지 않으리라. 하지만 나는 인간의 음식을 소량은 먹을 필요가 있다. 팥[小豆]이나 콩[大豆], 나팔꽃 씨[牽牛子]를 삶아서 그 즙을 취하여 조금씩 먹어야겠다.’
037_0766_b_01L菩薩便作是念一切諸人已知我斷人閒食今受甘露便成妄語若於邪見一切衆生由妄語邪見故身亡滅後墮落惡趣於地獄中生今應當不受此事然我今應少通人或小豆ㆍ大豆及牽牛子煮取其汁日常少喫
보살은 이렇게 생각하고, 하늘들의 제안을 거절하였다. 드디어 팥과 콩, 나팔꽃 씨를 삶아서 취한 그 즙을 조금씩 먹었다. 그리하여 보살의 몸은 차츰차츰 살이 빠져 수척해져서 흡사 80세 먹은 노파의 몸과 같이 보살의 몸도 여위게 되었다.
또 보살은 이때 소식(少食)을 했던 탓에 머리가 몹시 아프고 말랐다가 다시 부었다. 마치 덜 익은 열매의 줄기를 끊으면 햇볕에 말라 시들듯이 보살의 머리도 그와 같았다. 보살은 이때 더욱 정진하여 몸이 가볍고 편안하게 되었으며, 생각하는 대로 닦아 갖은 괴로움을 감수하였지만, 마음은 바른 선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037_0766_b_07L作是念已不受天語遂取小豆ㆍ大豆及牽牛子煮汁少喫於是菩薩身體肢節皆悉萎瘦無肉如八十歲女人肢節枯顦菩薩羸瘦亦復如是爾時菩薩由少食故頭頂疼枯又復酸腫如未熟蓏子摘去其蔓見日萎顦菩薩頭頂亦復如是菩薩於是轉加精進得輕安身隨所念修受種種苦受乃至心不能獲入於正定
이때 보살은 소식(少食)으로 말미암아 눈자위가 푹 꺼져 마치 사람이 눈을 빼어간 것 같았고, 우물 속에 보이는 별과 같이 눈동자만 반짝였다. 이에 보살은 정진을 배나 더하여 모든 괴로움을 견뎠지만, 바른 선정에 들 수는 없었다. 왜냐하면 많은 시간 동안에 훈습되었기 때문이었다.
소식으로 말미암아 보살은 양쪽 갈비뼈 밑이 움푹 들어가 마치 3백 년 된 초가집 지붕과 같았다. 보살은 이때 더욱 부지런히 마음을 다지며 온갖 괴로움을 견뎠으나, 바른 선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많은 시간 동안에 훈습되었기 때문이었다.
037_0766_b_15L菩薩爾時以少食故眼睛卻入猶如被人挑去如井中見星菩薩眼睛亦復如是菩薩於是復倍精進受諸苦受乃至不獲入於正定何以故由從多時所熏習故菩薩以少食故兩脅皮骨枯虛高下猶三百年草屋菩薩兩脅亦復如是菩薩爾時轉倍勤念受諸苦受乃至心不能獲入於正定從多時所熏習故
037_0766_c_01L보살은 소식으로 말미암아 등골이 굽어서 마치 공후(箜篌)2)와 같았다. 일어서려고 하면 엎어지고, 앉으려 하면 뒤로 넘어졌다. 허리를 단정하게 세우려고 해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손으로 몸을 문지르니 털이 모두 빠졌다. 보살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내가 행한 것은 바른 지혜와 바른 소견이 아니므로 무상보리에 이를 수 없을 것이다.’”
037_0766_c_01L菩薩以少食故骨羸屈猶如箜篌欲起則伏ㆍ欲坐仰倒ㆍ欲端腰立ㆍ上下不隨菩薩困頓乃至於是以手摩身諸毛隨落菩薩復作是今我所行非正智非正見不能至無上菩提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卷第四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몸의 주위 사방(四方)에 불을 피우고 태양의 따가운 열기를 몸에 쪼이며 견디는 수행을 말한다.
  2. 2)활 모양의 틀에 21개의 줄을 매어 세워 놓은 옛 현악기로서, 현재의 하프와 비슷하게 생겼다. 그 활의 굽은 모습을 비유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