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대범천왕(大梵天王)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세간에 있는 중생들은 태어나기도 하고 늙기도 하며, 그 근본 성품에는 상ㆍ중ㆍ하가 있어서 예리함과 둔함이 같지 않습니다. 용모가 단정하게 생겼거나 성품이 순한 사람은 번뇌와 미혹이 적으며, 또한 번뇌와 미혹과 같은 것들이 적은 사람이나, 바른 법을 듣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는 것이 좁고 용렬합니다.
세존이시여, 마치 올발라화(嗢鉢羅花)와 발특마화(鉢特摩花)와 구몰타화(俱沒陀花)와 분다리가화(奔茶利迦花)와 같으니, 이들은 모두 물에서 피고 지는데 그 꽃의 근본 성품에는 상ㆍ중ㆍ하가 있습니다. 어떤 꽃은 물 위로 뜨고, 어떤 꽃은 수면과 가지런하며, 어떤 꽃은 물 밑에서 삽니다. 중생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세간(世間)에서 태어나고 늙지만 그 근본 성품은 상ㆍ중ㆍ하가 있어서 예리함과 둔함이 같지 않습니다. 용모가 단정하게 생겼거나 성품이 순하거나 한 사람은 번뇌와 미혹의 종류가 적은 사람인데, 바른 법을 듣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는 것이 좁아 용렬합니다. 이러한 사람들을 위하여 마땅히 바른 법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모든 사람들은 부처님의 법을 듣고 모두 깨달을 것입니다.’
037_0775_c_01L그때 세존께서는 이 청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불안(佛眼)으로써 중생들의 근본 성품이 차별이 있음을 관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마치고 즉시 불안으로 중생들을 관하니, 중생들은 태어나기도 하고 늙기도 하며, 그 근본 성품은 상ㆍ중ㆍ하가 있었다. 용모가 단정하게 생겼거나 성품이 순하거나 한 사람은 번뇌와 미혹의 종류가 적은 사람인데, 바른 법을 듣지 못하였기 때문에 아는 것이 좁고 용렬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때 세존께서 중생들을 향하여 대비심을 일으켜 게송으로 말하였다.
그때 대범천이 부처님의 게송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지금 바른 법을 말씀하시겠구나.’ 즐거운 마음에 부처님 발밑에 절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았지만, 부처님께서는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나는 지금 누구에게 먼저 설법을 해주어야 하나?’ 또 이런 생각도 하였다. ‘가라가(哥羅哥)는 옛적에 나의 스승이었고 여러 가지를 나에게 주었으니, 내 마땅히 그를 위해 바른 법을 말해야겠다.’
그때 공중에서 여러 하늘들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가라가는 죽은 지 이미 7일이 지났습니다.’ 세존께서도 불안(佛眼)으로 관하여 가라가가 죽은 지 이미 7일이 된 줄 아시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가라가가 내 법을 듣지 않았으니 큰 이익을 놓쳤구나. 내 법을 들으면 한량없는 이익을 얻었을 텐데.’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올달라마자(嗢達羅摩子)를 위하여 설법해야겠다. 그는 옛적에 나의 두 번째 스승이었으며 나에게 여러 가지를 주었으니, 그를 위해서 설법하리라.’
여러 하늘들이 공중에서 부처님께 말했다. ‘올달라마자는 지난밤에 죽었습니다.’ 부처님께서도 역시 불안으로 그가 지난밤에 죽은 것을 확인하시고,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는 나의 법을 듣지 못하여 큰 이익을 잃었구나. 만약 나의 법을 들었다면, 그 이익이 한량이 없었을 터인데.’
037_0776_a_01L그때 세존께서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누구에게 먼저 설법을 해야 하나?’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먼저 저 다섯 사람을 위해 설법해야겠다. 왜냐하면 내가 옛날 고행을 할 적에 그들은 신심으로 나를 존중히 여겨 섬기고 공양하였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는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들 다섯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때 세존께서는 사람의 시력을 뛰어넘는 천안(天眼)으로 관찰하여 그 다섯 사람이 바라닐사(波羅痆斯) 선인이 죽은 곳인 시록림(施鹿林)에 있는 것을 보았다. 이에 보리수 밑에서 일어나서 가시나국(迦施那國)에 있는 바라닐사성으로 향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가는 도중에 이름이 친근(親近)이란 한 외도를 만났다. 그는 세존의 모습이 단엄(端嚴)하고 청정하며 얼굴빛과 상호가 훌륭함을 보고, 물었다. ‘존자 교답마여, 몸의 모든 기관이 단정하고 청정하며 얼굴과 피부가 부드럽고 매끄러운데, 어느 스승에게 출가하였으며 누구에게 가르침을 받았소?’
037_0776_b_01L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마치고, 가시나국 바라닐사 선인이 죽은 숲인 시록림으로 갔다. 이때 다섯 사람은 그 숲속에서 멀리서 오는 세존을 보고 제각기 서로 의논하여 일제히 다짐을 하였다. ‘저 사문 교답마는 성품이 본래 게으르고 교만하며, 항상 바르지 못한 생활을 하며, 번뇌를 끊되 자주 그만두더니, 이제는 아무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소락과 꿀 등의 좋은 음식을 먹으며, 향과 기름을 몸에 바르고 물을 끓여 목욕하였다. 저 교답마가 우리에게 오거든 우리들은 일어나서 절하지도 말고 앉으라고 하지도 말자. 만약 그가 앉더라도 멀찍이 앉게 내버려 두자.’
이렇게 다짐을 하고 났을 때 여래께서 차츰 다섯 사람 쪽으로 가까이 오고 있었다. 이때 다섯 사람은 여래의 높은 위엄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한 사람은 여래를 편안하게 앉혔고, 한 사람은 여래를 위해 물을 가져왔으며, 또 한 사람은 여래를 위하여 발 씻는 그릇을 갖다 놓았다. 나머지 두 사람은 여래를 영접하고 3의(衣:출가하여 수행하는 비구가 입는 세 가지 옷, 승가리ㆍ울다라승ㆍ안타회)를 드리면서 ‘어서 오십시오. 교답마시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라고 하였다. 세존은 생각하길 ‘이 어리석은 사람들이 자기네가 만든 약속을 스스로 범하는구나’라고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 자리에 앉으셨다.
다섯 사람이 공양하였는데, 그들은 아직 세존께서 정각(正覺)을 성취한 줄 알지 못한 까닭에 경솔하고 오만하였으며, 말하는 것을 보아도 모두 여래의 속명(俗名)을 불러서 ‘교답마(喬答摩)’라고 부르기도 하고, ‘구수(具壽:長老)’라고 부르기도 하며, 혹은 종족명을 부르기도 하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이렇듯 헐뜯음을 당하자, 다섯 사람에게 말하였다. ‘여래를 속성(俗性)이나 교답마ㆍ구수ㆍ종족명 등으로 부르지 말라. 만약 이와 같이 여래를 헐뜯는다면, 이로움을 크게 잃어 태어나는 곳마다 영원토록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든 여래의 속성(俗姓)과 속명(俗名)과 속호(俗號)를 자주 부르면, 그는 지혜가 없는 사람이며, 태어나는 곳마다 큰 이익을 잃고 항상 고뇌에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너희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제부터 여래의 처소에서 여래의 속성을 부르지 말라.’
다섯 사람은 대답하였다. ‘구수 교답마여, 당신은 전에 고행하였으나 정각을 얻지 못하였고 지혜의 법도 보지 못했으며, 선하고 안락하게 머무는 것조차 당신은 얻지 못하였거늘, 어찌하여 지금 계율을 깨고 고행을 버리며, 마음은 안정을 얻지 못하고 미치광이처럼 어리석게 우유죽 따위의 좋은 음식을 받아먹으며, 기름을 몸에 바르고 향수로 목욕하면서 모든 고행을 하지 않소. 그러고도 어떻게 정각을 성취했다고 말합니까?’
그때 세존께서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출가한 사람은 두 종류의 삿된 스승을 친근히 하지 않아야 하나니, 두 종류란 무엇인가? 하나는 범부들의 못나고 속된 짓에 빠져 집착하거나 음욕에 빠지는 일이며, 다른 하나는 자기의 몸을 괴롭혀 여러 가지 잘못을 범하거나 성자가 행하는 법을 비난하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삿된 법을 출가한 사람은 마땅히 멀리해야 한다. 나에게 중도에 처하는 법이 있는데, 이것을 익혀서 행하는 자는 청정한 눈과 큰 지혜를 얻어서 등정각(等正覺)과 고요한 열반을 얻을 것이다. 무엇을 일러 중도에 처하는 법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8성도(聖道)이다. 여덟 가지란 무엇인가? 이른바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ㆍ정명(正命)ㆍ정정진(正精進)ㆍ정념(正念)ㆍ정정(正定)이다.’
그때 세존께서 다섯 사람을 위하여 굳게 결정된 마음으로 이와 같이 가르침을 주셨다. 그때 다섯 사람 중 두 사람은 부처님을 모시고 법을 배웠으며, 세 사람은 새벽에 걸식을 하여 본래 거처로 돌아와 여섯 사람의 끼니를 마련하였다. 또 오후에 세 사람은 부처님을 모시고 법을 배웠으며, 두 사람은 마을로 들어가 밥을 얻어 와서 다섯 사람이 함께 먹었으니, 불세존께서는 제때가 아닌 때 공양을 잡수시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037_0777_a_01L그때 세존께서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이 고성제법(苦聖諦法)은 내가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법인데, 이치에 맞게 뜻을 짓고 부지런히 정진함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慧眼)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닫게 된다. 이 고집성제법(苦集聖諦法)은 내가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법인데, 이치에 맞게 뜻을 짓고 정진함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닫게 된다. 이 고멸성제법(苦滅聖諦法)은 내가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법인데, 이치에 맞게 뜻을 짓고 정진함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닫게 된다. 이 고멸도성제법(苦滅道聖諦法)은 내가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법인데, 이치에 맞게 뜻을 지어 정진함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닫게 된다.’
다시 다섯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이 고성제법(苦聖諦法)은 내가 일찍이 알지 못한 법이니,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치에 맞게 뜻을 지어 정진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고집성제(苦集聖諦)의 법은 내가 일찍이 끊은 적이 없는 법이니, 지금 마땅히 끊어야 한다. 이치에 맞게 뜻을 지어 정진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고멸성제(苦滅聖諦)의 법은 내가 일찍이 증득하지 못한 법인데, 지금 마땅히 증득해야 한다. 이치에 맞게 뜻을 지어 정진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고멸도성제(苦滅道聖諦)의 법은 내가 일찍이 닦아 익히지 못한 법이니, 지금 마땅히 닦아야 한다. 이치에 맞게 뜻을 지어 정진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 고성제(苦聖諦)는 나는 이미 두루 알았으므로 다시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것을, 이치에 맞게 뜻을 지어 정진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고집성제(苦集聖諦)는 나는 이미 영원히 끊었으므로 다시 끊을 것이 없다. 일찍이 들은 적이 없는 것을, 이치에 맞게 정진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고멸성제(苦滅聖諦)는 나는 이미 증득하였으므로 다시 증득하지 않는다. 일찍이 증득하지 못한 것을 나는 이치에 맞게 뜻을 지어 정진한 까닭에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이 고멸도성제(苦滅道聖諦)는 내가 이미 닦아 익혔다. 일찍이 익히지 못한 것을 이치에 맞게 정진한 까닭에 깨끗한 혜안을 얻어 지혜가 밝아지고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037_0777_b_01L너희 다섯 사람은 알아야 한다. 옛적에 내가 이 4제(諦)2)와 3전(轉)3)과 12종(十二種)4)을 아직 얻지 못했을 적엔 깨끗한 혜안과 지혜와 깨달음이 생기지 않아서 인간과 하늘 나아가 범계(梵界)의 여러 사문ㆍ바라문과 모든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수라를 뛰어넘지 못하였으며, 해탈과 출리(出離)를 증득하지 못하고 뒤바뀐 망상을 떠나지 못한 까닭에 위없는 바른 지혜를 증득하지 못한 것이다.
너희는 알아야 한다. 나는 스스로 이 4성제와 3전과 12종을 닦고 익혀 증득하고 나니, 곧 깨끗한 혜안과 지혜의 밝음을 얻어 정각(正覺)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때 나는 곧 인간과 하늘과 마(魔)와 범계와 세간의 사문, 바라문과 모근 세간의 하늘ㆍ인간ㆍ아수라를 뛰어넘어 해탈하고 마음에 뒤바뀐 것을 여윈 뒤 나는 바른 지혜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게 된 것이다.”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실 때 교진여(憍陳如)는 때도 티끌도 없는 법[無垢無塵法] 가운데서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고, 8만의 하늘 대중[天衆]들은 법 가운데서 역시 법안을 얻었다.
그때 세존께서 교진여에게 이르셨다. “너는 법을 증득하였느냐?” 교진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증득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다시 이르셨다. “교진여야, 너는 법을 증득하였느냐?” 교진여가 대답하였다. “선서(善逝:부처님의 명호)시여, 이미 증득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구수 교진여야, 너는 이미 법을 두루 증득하였다. 그러므로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라고 이름하노라.”
그때 땅으로 걸어 다니는 약차[地行藥叉] 무리들은 세존의 말을 듣고 함께 소리 내어 말하였다. “그대여[仁者],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불세존께서 바라닐시성의 선인이 떨어진 곳인 녹야원에서 3전과 12행의 법륜을 굴리셨다. 이 법문은 어떤 바라문이나 사람이나 하늘이나 마왕과 범천왕도 능히 굴릴 수 없는 법륜이다. 이는 많은 사람을 안락하게 하기 위함이며, 많은 사람들은 이롭게 하기 위한 것이며, 중생들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하늘의 대중들은 더욱 늘어나고, 아수라[蘇羅]는 줄어들었다.”
037_0777_c_01L그때 공중으로 날아다니는 약차는 땅에 걸어다니는 약차의 소리를 듣고 함께 소리 내어 말했다. 나아가 사천왕천(四天王天)ㆍ삼십삼천(三十三天)ㆍ염마천(炎魔天)ㆍ도솔천[覩史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모든 범천(梵天)들도 모두 조금의 오차도 없이 동시에[同時同剎那同臘婆同牟呼栗多]5) 함께 소리를 내었으며, 아가니타천(脚迦尼吒天)도 이 소리를 듣고 역시 함께 말하였다.
“그대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불세존께서는 바라닐시성 선인이 떨어진 곳인 녹야원에서 3전과 12행상의 법륜을 굴렸다. 이는 사문이나 바라문ㆍ천ㆍ인ㆍ마왕ㆍ범왕도 능히 굴릴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은 많은 사람을 안락하게 하기 위한 때문이며,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이익을 얻게 하기 위한 때문이며, 중생을 불쌍히 여긴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천상의 사람들은 더욱 불어났고, 아수라는 줄어들었다.” 세존께서 바라닐시성 선인이 떨어진 곳인 녹야원에서 3전과 12행상의 법륜(法輪)을 굴렸기 때문에 이 법과 경을, 전법륜처경(轉法輪處經)이라 하며 이 땅을 전법륜처(轉法輪處)라고 이름하였다.
무엇이 고성제인가? 이른바 태어남의 고통[生苦]ㆍ늙음의 고통[老苦]ㆍ병듦의 고통[病苦]ㆍ죽음의 고통[死苦]ㆍ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愛別離苦]ㆍ미워하는 사람과 만나는 고통[怨憎會苦]ㆍ구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고통[求不得苦]ㆍ5온의 집착에서 생기는 고통[五取蘊苦:五陰盛苦]이다. 마땅히 이렇게 알고 8성도(聖道)를 닦아 익혀야 하니, 8성도는 이른바 정견(正見)ㆍ정사유(正思惟)ㆍ정어(正語)ㆍ정업(正業) 정명(正命)ㆍ정정진(正精進)정념(正念)ㆍ정정(正定)이다.
무엇을 이름하여 집성제라 하는가? 이른바 욕망과 애착으로 다시 후유애(後有愛:다음 생에 대한 애착)와 희탐구행애(喜貪俱行愛:눈앞의 경계에 대한 애착)와 피피흔락염애(彼彼欣樂染愛:앞으로 일어날 경계에 대한 애착)를 받는 것이니, 이를 여의려면 마땅히 8정도(正道)를 닦아 익혀야 한다.
037_0778_a_01L무엇을 일러 멸성제라 하는가? 이른바 욕망과 애착으로 인해서 다시 뒷세상의 몸을 받게 되니, 즐거움과 애착이 상응하여 반연(攀緣)하고 염착(染着)한다. 이를 괴멸하고 그치며, 영원히 없애며 애욕을 여의어 증득하기 위해서는 8정도를 닦아 익혀야 한다.
무엇을 일러 도성제라 하는가? 이른바 8성도(聖道)를 말하는 것이니, 이를 마땅히 닦아 익혀야 한다.” 세존께서 이렇게 4제법(諦法)을 말씀하실 때에 아야교진여는 모든 번뇌가 다하여 마음에 해탈을 얻었으며, 네 사람은 이 법 중에서 모든 번뇌를 여의고 청정한 눈[淸淨眼]을 얻었다. 이에 세간엔 두 응공(應供)이 있게 되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요, 둘째는 바로 이 교진여였다.
그때 세존께서 다시 네 사람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색에는 나라고 하는 실체가 없으니[色無我], 만약 색에 나라고 하는 실체가 있다면[色有我] 어떤 아픔과 괴로움도 생기지 않으며, 능히 색 중에서 이런 색을 짓기도 하고 이런 색을 짓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므로 너희는 알아야 한다. 색에는 나라고 하는 실체가 없으므로, 모든 아픔과 괴로움이 생기며, 이런 색을 지을 수도 없고 또한 짓지도 않을 수도 없다.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도 또한 이와 같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때 세존께서는 다시 네 사람에게 이르셨다. “그대들 생각은 어떤가? 색(色)은 항상한 것인가 항상하지 않은 것인가?” 네 사람이 함께 대답하였다. “대덕(大德)이시여, 색은 항상하지 않습니다.” 세존께서 이르셨다. “색이 만약 항상하지 않은 것이라면 괴롭겠는가, 괴롭지 않겠는가?” 네 사람이 함께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괴롭겠습니다.”
세존께서 이르셨다. “색이 만약 항상하지 않는 것이라면 괴로움은 곧 변하여 무너지는 괴로움일 것이다. 만약 다문제자(多聞弟子)가 색이 곧 나[我]고 내가 모든 색을 가지고 있다고 집착하면, 색이 나에게 속하고 내가 색에 속해 있는 것인가?” 네 사람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이르셨다. “그렇다면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은 항상한 것인가, 항상하지 않는 것인가?” 네 사람이 함께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항상하지 않습니다.”
037_0778_b_01L세존께서 이르셨다. “나아가 식(識) 등이 항상하지 않다면 괴롭겠는가, 괴롭지 않겠는가?” 대답하였다. “괴롭겠습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르셨다. “식(識) 등이 항상하지 않는 것이라면 괴로움은 곧 변하여 무너지고 마는 괴로움일 것이다. 만약 다문제자(多聞弟子)가 색 내지 식이 곧 나[我]고 내가 모든 식 등을 가지고 있다고 집착하면, 식이 나에게 속하고 내가 식에 속해 있는 것인가?”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대덕이시여.”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존재하는 모든 색(色)을 과거든 현재든 미래든 안이든 밖이든 거칠든 세밀하든 우수하든 열등하든 가깝든 멀든 간에 이러한 모든 색은, 나[我]가 아니요 나의 소유[我所]도 아니며, 나에게 속한 것도 아니요 내가 색에 있는 것도 아니니, 이를 여실하게 알아야 하고 마땅히 그렇게 보아야 한다. 나아가 수ㆍ상 행ㆍ식도 이와 같이 보아야 한다.
너희 성문(聲聞)제자들은 다문을 구족하였으니, 5취온(取蘊)을 관하되 나[我]와 내 것[我所]을 떠나야 한다. 이와 같이 관하고 나면 모든 세간은 실로 취할 것이 없고, 취할 것이 없으므로 두려움[怖畏]이 생기지 아니하고, 두려움이 없으므로 안으로 원적(圓寂:열반)을 증득하게 된다. 나의 생이 다하면 범행(梵行)도 이미 섰으므로 지은 바를 갖추어 뒷몸을 받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때 부처님께서 바라닐사성 바라나하(婆羅奈河) 물가에 계셨다. 이때 그 성안에는 이름이 야사(耶舍)라는 장자가 있었는데, 날마다 여악(女樂)을 즐기고 5욕(欲)의 즐거움을 누렸다. 어느 날 몸도 마음도 피곤하여 즉시 잠에 들었으며, 여러 기녀들도 그의 주위를 에워싸고 잠이 들었다. 그러던 중 야사는 갑자기 밤중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그때 기녀들을 보니 모두 다 아홉 구멍에서 깨끗하지 못한 분비물이 흘러나오고, 머리털은 쑥대처럼 흐트러졌고 의복은 더러웠으며, 손발을 떨면서 중얼중얼 잠꼬대를 하는 것이었다.
037_0778_c_01L 이런 꼴을 보자 야사는 ‘내가 지금 시체를 버리는 숲[屍林]에 와 있는 것인가?’라고 하는 생각이 들어 깜짝 놀라 일어나서 보배로 된 자신의 신발을 신었다. 이 신발은 백천 냥이나 되는 금의 값어치가 있는 것이었다. 야사는 신을 신고 문 옆으로 달려가서 큰 소리로 외치기를 “여봐라, 괴로움이 나를 핍박해 오는구나. 여봐라, 괴로움이 나를 핍박해 오는구나”라고 하면서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면서 슬피 울었다.
그때에 한 비인(非人:천룡팔부 및 야차 등으로, 인간이 아닌 것의 총칭)이 야사가 내는 소리를 숨겨 사람들을 깨우지 않게 하고, 즉시 문을 열었다. 그때 야사는 대문으로 나가 또 큰 소리로 외치며 슬피 울면서 목이 메어 말하였다. “여봐라, 괴로움이 나를 핍박해 온다.” 이때 비인은 또 그 소리를 숨겨서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하고, 즉시 그에게 문을 열어 주었다. 그리하여 야사는 성문 밖으로 나가서 바라나하의 물가에 도착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물가를 거닐고 계셨는데, 야사가 물을 보고 또 위에서와 같이 큰소리로 외쳤다. 부처님께서 그 소리를 들으시고 동자(童子:야사)에게 말씀하셨다. “이곳에는 두려워할 것이 없으니, 이리로 건너 오거라.” 이리하여 야사는 신발을 벗어 놓고 부처님의 처소로 와서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섰다.
그때 세존께서 즉시 야사를 데리고 처소로 돌아와 자리하였다. 그때 야사는 부처님께 절하고 여래를 마주 보고 앉았다. 세존께서는 즉시 묘법(妙法)을 널리 펴서 이로움과 즐거움을 가르쳐 보였다. 모든 부처님들의 상법(常法)에 따르면, 하늘에 태어날 인(因)이 되는 보시와 지계의 법부터 먼저 말씀하고, 5욕이 가지고 있는 허물과 근심에 대해 말한다. 그리고 출가를 찬탄하여 홀로 산림에 살고 사유하고 관찰하여 모든 번뇌를 끊을 것을 말하고, 광대하고 미묘한 법을 널리 말하여 열어 보이고 이해하도록 하니, 이 설법을 들은 사람은 모두 즐겁고 깨끗한 마음이 되어 의혹이 없어진다. 부처님은 이를 관(觀)하여 아시고 또 출세간법에 대하여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고성제ㆍ집성제ㆍ멸성제ㆍ도성제였다.
037_0779_a_01L마치 옷을 빨아서 더러운 때를 없애 깨끗하게 된 뒤에 물을 들이면 물이 쉽게 들듯이 야사도 그와 같았다. 처음에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마음[心器]이 청정해져서 곧 4성제법을 분명히 알고 예류과(預流果:수다원과)를 증득하였다. 법을 보는 대로 법을 얻었는데, 그 법은 궁극을 통달한 법이며, 구경(究竟)의 견고한 법이었다. 모든 망상을 뛰어넘고 모든 의혹을 건넜으며,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대사(大師)의 가르침에 반연하여 다른 법을 쓰지 않았으며, 모든 법에 대해 두려워하는 바가 없게 되었다.
야사는 그때 이 법을 얻고 나서, 마음으로 크게 환희하여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추스르고 부처님 발에 절한 뒤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미묘한 법에 들어가 크고 많은 이익을 얻었사오니, 이제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께 귀의하여 우바새의 5계(戒)인 살생하지 않을 것ㆍ도둑질하지 않을 것ㆍ음행하지 않을 것ㆍ거짓말하지 않을 것ㆍ술 마시지 않을 것을 지키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야사가 성을 나온 이후에 야사의 아내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야사가 보이지 않았다. 곳곳을 찾아 다녔지만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어 그의 시아버지인 장자에게 물었다. “아버님, 지금 야사가 어디에 있는지 통 보이질 않아요.” 장자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내 아들이 못된 도적이나 원한을 맺은 자에게 성 밖으로 잡혀 가서 해를 입지나 않을까?’
즉시 사방으로 사람과 말을 풀어 찾게 하고, 직접 횃불을 들고 나가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샅샅이 찾았다. 마침내 성문 밖으로 나가서 강가에 이르렀을 때 값이 백천 냥이 나가는 보배 신발이 보였다. 장자가 생각하였다. ‘내 아들이 못된 도둑에게 잡혀간 것은 아니었구나. 이 보배 신발을 벗어놓은 것을 보면 강을 건너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는 즉시 강을 건너 부처님 처소로 향해 갔다.
037_0779_b_01L이때 세존께서 장자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곧 신통력을 부려서 설령 장자가 대중 가운데 있더라도 자기의 아들을 볼 수 없도록 하였다. 그때 장자는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의 아들 야사를 보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자여, 여기 앉으시오. 이곳에서 아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그 장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일찍이 없었던 환희심이 생겨 부처님의 두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묘한 법을 설하시어 이익과 기쁨을 얻는 법을 가르쳐 보이셨다. 모든 부처님들의 상법대로 모든 연설에서 먼저 생천(生天:천상에 태어남)의 인(因)이 되는 보시와 지계를 가르치고, 다음에 5욕이 갖는 근심거리에 대해 말씀하셨으며, 출가하여 홀로 산 속에 사는 일을 찬탄하고, 나아가 그 장자로 하여금 수다원과를 얻도록 설법하였다. 그의 아들 야사는 갖가지 속세의 보물과 패물들을 그대로 착용하고도 아라한과를 얻었다. 그때 세존께서 곧 신통력을 거두시고, 게송을 읊으셨다.
037_0779_c_01L그때 세존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네 생각엔 어떠하냐? 더 배울 것이 없는 지견[無學智見:아라한의 지혜]을 얻어 4제법(諦法)을 증득한 사람이 집에 돌아가서 평소대로 음식을 먹고 마실 수 있겠느냐?” 장자는 대답했다. “아닙니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 말하셨다. “장자여, 너는 지금 배울 것이 있는 지견[有學智見]을 얻고, 4제법을 증득하였느냐?” 장자가 대답하였다. “이미 얻었나이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일렀다. “이 야사 동자는 이미 아라한의 지견을 얻고 4제법을 증득하였느니라.” 장자가 말했다. “저의 아들 야사는 대과(大果:아라한과)의 이익을 얻고, 아라한의 지견을 얻었으며, 4제(諦)의 이치를 증득하였으니, 4제는 이른바 고ㆍ집ㆍ멸ㆍ도입니다.”
그때 세존께서 때가 되자 가사를 걸치시고 발우를 잡으시고는, 야사 동자를 데리고 장자의 집으로 가셨다. 야사의 어머니와 아내는 중문(中門) 곁에서 세존과 야사를 기다렸는데, 부처님이 오시는 것을 보고 손수 상(床)을 잘 차리고 자리를 펴서 세존께 앉기를 청하였다. 이에 세존께서 즉시 그 자리에 앉으시니, 이때 야사의 어머니와 아내는 세존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들을 위해 즉시 설법하시어 이익과 기쁨을 얻는 법을 가르쳐 보이셨다. 천상에 태어나는 원인이 되는 보시와 지계를 말씀하시고, 모든 번뇌를 끊는 것과 나아가 수다원과를 증득하는 일에 대해 설명하셨다. 그때 그 어머니와 그의 아내는 이미 법을 보고 법을 증득하였으므로,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의 두 발에 절하고 나서 세존께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오늘 이러한 묘법을 얻었으니, 이 몸이 다하도록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께 귀의하겠으며, 수행인의 5계를 영원히 지니겠습니다. 원하옵건대 불세존께서는 오늘 공양 때에 저희의 공양을 받아 주소서.”
037_0780_a_01L세존께서는 이를 묵묵히 허락하셨다. 부처님의 허락을 얻은 야사의 어머니는 즉시 집안에서 가장 청정하고 맛좋은 음식을 준비했다. 그리고 세존 앞에 향단(香壇) 하나를 꾸미고, 그 위에 향기로운 음식을 차려서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자, 다시 깨끗이 청소한 뒤 향과 꽃으로 세존의 주위를 장엄하여 공양하고 한쪽에 앉았다. 여래께서는 그들을 위해 거듭 설법하시고, 곧 떠나셨다.
이때 바라닐사성의 모든 장자들은 첫 번째 장자(長者)의 아들 야사가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서 세존을 따라 제자가 되었다는 말을 들었다. 두 번째 장자의 아들은 이름이 부루나(富樓那)요, 세 번째 장자의 아들은 이름이 무구(無垢)요, 네 번째 장자의 아들은 이름이 교범발제(驕梵拔提)요, 다섯 번째 장자 아들은 이름이 묘견(妙肩)이었는데, 야사의 출가 소식을 듣고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야사 동자는 귀한 집에 태어나 많은 진귀한 보물이 있고 신체도 단정하고 수려하며 항상 쾌락을 누렸는데, 이렇게 자기가 좋아하던 것을 버리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다니, 아마도 여래께서는 큰 위덕과 미묘한 법을 가졌을 것이다. 우리들도 마땅히 머리를 깎고 여래를 모시고 봉양하면서 수승한 법을 배워야겠다.’
부처님께서 여러 장자의 아들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어서 오거라, 비구들이여. 너희는 곧 출가해서 모든 청정행을 닦을 것이다.” 부처님의 이 말씀이 끝나자마자, 그 장자의 아들들은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몸에는 가사가 입혀져서 비구의 몸이 되었다. 마치 일찍이 비구가 되어 7일이 경과한 자와 같았으며, 깨달아 아는 것은 백 살 먹은 비구와 같았다.
037_0780_b_01L그때 세존께서 다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혼자 고요한 곳에 앉아 시끄러움을 멀리 떠나고 항상 몸과 마음을 지켜 부지런히 고행을 닦아라. 이제 이미 출가하였으니, 마땅히 청정한 행을 구하고 피안(彼岸)에 이르러 자신의 바른 지혜를 증득하고 부처님의 신통력도 얻도록 하라. 생사(生死)가 다할 때까지 청정행을 닦고 짓는 업에 힘써서 뒷몸을 받지 않게 하라. 이렇게 수행하는 자는 무생과(無生果)를 얻을 것이다.” 그때에 네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즉시 깨달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이때 세간에는 열한 분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는데, 부처님이 첫 번째 아라한이었다.
바라닐사성 안에는 50가구의 호족이 있었는데, 이번에 다섯 장자의 아들이 모두 출가하여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서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는 말을 듣고 제각기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의 교법은 매우 깊고 묘하니, 저 다섯 장자의 아들들로 하여금 부귀를 버리고 출가하도록 하였구나. 우리들도 역시 부처님 처소에 가서 제자가 되자.”
이렇게 의논을 마치고 난 뒤에 모두 부처님 처소로 가서 부처님 발밑에 절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께 말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희로 하여금 좋은 법과 좋은 계율 안에서 출가하여 비구가 되어 항상 청정행을 닦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구나, 비구여.” 그러자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가 몸에 입혀져서 마치 출가한 지 7일이 경과한 자와 같았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여, 출가한 자는 홀로 산림에 살면서 시끄러움을 멀리 여의고, 항상 제 마음을 지켜서 부지런히 고행을 닦으며, 피안에 건너가 스스로 바른 지혜를 증득하도록 해라. 부처님의 정진력을 얻어 생사의 한계를 다하고 뒷몸을 받지 말라. 이와 같이 닦는 자는 무생과를 얻을 것이다.” 그때 50명의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때 세간엔 예순한 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는데, 부처님이 그 첫 번째 아라한이었다.
037_0780_c_01L그때 부처님께서 바라닐사성의 선인이 떨어진 곳인 녹야원에서 60명의 비구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계셨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이제 너희와 더불어 모든 하늘과 인간의 번뇌에서 해탈하였다. 너희들은 모두 각 방면으로 나아가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지어라. 그리고 너희들은 모두 따로 갈 것이고 동행할 필요가 없다. 나 또한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기 위하여 우루빈라 부락으로 갈 것이다.”
이때 이를 본 악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 교답마는 바라닐사의 선인이 떨어진 곳인 녹야원에서 성문들을 위하여 설법하기를 ≺나는 모든 하늘과 인간의 번뇌로부터 해탈하였고, 너희 비구들도 역시 모든 하늘과 인간의 번뇌에서 해탈하였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인간 세상에 머물러 널리 중생을 이롭게 해야 한다. 너희들은 따로 갈 것이고 동행할 필요가 없다. 나도 역시 우루빈라 마을로 갈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이제 나는 마땅히 저들을 여러 가지로 방해해야겠다.’
037_0781_a_01L그때 세존께서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하늘과 인간의 번뇌에서 해탈하였고 너희들도 해탈을 얻었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사방으로 나가서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 세간의 중생들을 불쌍히 여겨라. 또 하늘과 인간의 안락을 위하되 너희들은 같이 다니지 말라. 나도 이제 우루빈라 마을로 가야겠다.”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라 대답하고 물러갔다.
그때 세존께서 바라닐사성의 우루빈라 마을로 향하였다. 마을에 도착하자 백첩림(白疊林)으로 가서 한 나무 밑에 편안히 앉았다. 이때 60명의 현부(賢部:어진 자들의 무리)가 마을 밖에서 날마다 여러 여자 악사들과 더불어 풍류를 즐기며 놀았는데, 그 중 한 여인이 여러 사람들의 약속을 어기고 도망갔다. 이때 60현부가 이 여인을 찾아 백첩림으로 왔다가 보니, 세존께서 나무 밑에 앉아 계시는데 얼굴이 엄숙 단정하였다. 만나 보자 청정심이 생기고 모든 근(根)을 조복하여 고요한 마음을 얻고 가장 수승함을 이룰 수 있었으니, 마치 특별히 아름답게 번쩍번쩍 빛나는 금 깃대[金幢]와 같았다. 세존을 본 모든 사람은 곧 부처님께 나아가서 말했다. “대덕이시여, 한 여인을 보셨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였다. “그 여인은 당신들과 친척이 되는가?” 여러 사람들이 말했다. “저희는 60현부로서 마을 밖에서 날마다 여자 악사를 시켜 노래하고 춤추도록 하였는데, 그 중 한 여인이 저희와의 약속을 어기고 도망갔으므로 제가 지금 찾으려고 왔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 생각에 어떠한가? 그대들에게 지금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여자의 몸을 찾는 일이 중요한가, 자신을 구하는 일이 중요한가?” 여러 사람들은 대답하였다. “여인을 찾는 일이 중요한 일이 아니라, 자신을 찾는 일이 가장 중요합니다.”
037_0781_b_01L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너희는 여기 앉아라. 내가 지금 너희들을 위하여 묘한 법을 말해 주겠다.” 그때에 60현부는 부처님 발밑에 절하고, 다시 한 쪽에 앉았다. 부처님은 오묘한 법을 말씀하시고 이익과 기쁨을 얻은 법을 가르쳐 보이셨다. 모든 부처님의 상법대로 먼저 이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하늘에 태어나는 인(因)이 되는 보시와 지계를 말씀하시고, 다음으로 5욕이 갖는 허물과 근심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다음으로 출가하여 산림에 살면서 사유하고 관찰하여 모든 번뇌를 끊는 일을 찬탄하시고, 넓고 크고 미묘한 법을 널리 말씀하시어 알아듣도록 가르쳐 보이셨다. 이 법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마음이 즐겁고 청정해지며, 의혹이 없어졌다.
부처님은 이것을 관하여 아시고, 다시 그들을 위하여 세간에서 벗어나는 법을 말씀하셨으니, 그것은 바로 고성제ㆍ집성제ㆍ멸성제ㆍ도성제의 도리였다. 마치 옷을 빨아서 먼저 먼지와 때를 제거하여 깨끗하게 되면 그 뒤에 물감이 잘 들듯이 60현부 등도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서 심기(心氣)가 청정해져서 4성제법을 분명히 알고 수다원과[預流果]를 증득할 수 있었다. 법을 보는 대로 법을 얻었는데, 그 법은 궁극을 통달한 법이며, 구경(究竟)의 견고한 법이었다. 모든 망상을 뛰어넘고 모든 의혹을 건넜으며,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대사(大師)의 가르침에 반연하여 다른 법을 쓰지 않았으며, 모든 법에 대해 두려워하는 바가 없게 되었다.
60현부는 이 법을 얻고 나서 마음으로 크게 즐거워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의복을 단정히 하고 부처님께 절한 뒤에 두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미묘한 법을 듣고 이렇게 크고 훌륭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지금부터 이 몸뚱이가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법과 스님들께 귀의하여, 재가불자를 위한 5학처(學處:五戒)인 중생을 죽이지 말 것, 훔치지 말 것, 삿된 음욕을 부리지 말 것, 거짓말하지 말 것, 술을 마시지 말 것 등을 받아 지닐 것입니다.” 이 말을 마치고 절하고 물러갔다.
037_0781_c_01L그때 세존께서 밤을 새우고 새벽에 가사를 드리우시고 다군촌(多軍村)에 들어가시면서 ‘이 마을에서 내가 먼저 누구를 위하여 설법할까?’ 하고 생각하셨다. 또다시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 마을 촌주(村主)에게 두 딸이 있는데, 첫째의 이름은 환희요, 둘째의 이름은 환희력이다. 내가 지난번에 고행을 그만두려고 했을 때 이 두 여인이 우유죽과 꿀로써 나에게 공양했고, 나는 그것을 먹었기 때문에 체력이 회복되어 강건해졌다.’
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생각하시고 나서 두 여인의 집으로 향하였다. 두 여인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는, 부처님을 위하여 자리를 펴고 세존을 맞이하였으며, 부처님 발에 절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이때 여인들이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이익과 기쁨을 얻는 법을 가르쳐 보이셨다. 나아가 모든 법 중에 무소외(無所畏)를 얻도록 널리 말씀하셨다. 그때 두 여인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단정히 하고 부처님께 절하고 나서 두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는, 부처님을 향해서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미묘한 법을 만나 크고 훌륭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이제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께 귀의하여 재가 신자가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또 말했다. “세존이시여, 오늘 저희의 작은 공양을 자비로써 받아 주소서.”
037_0782_a_01L그때 세존께서는 묵묵히 그 청을 받아들이셨다. 이에 여인들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 즉시 부처님 앞에 이단(泥壇:앉을 자리)을 만들었다. 세존께서는 손과 발을 다 씻고 나서 여법하게 앉았다. 그때 두 여인은 청정하고 달고 맛있는 음식을 차려 놓고 손수 음식을 분주하게 나르면서 세존께 공양하였다. 세존께서 공양을 마치시고 손을 씻고 발우를 다 거두시자, 다시 땅을 쓸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린 뒤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즐거움과 주문으로써 축원하심을 가르쳐 보이시고 떠나셨다.
부처님께서 마을을 나가시려고 할 때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 마갈타국에서 가장 높은 외도와 바라문 중에 누가 나의 설법을 듣고,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생겨서,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나의 법에 들어가도록 할 수 있을까?’ 그때에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攝)이라는 한 외도가 있었는데, 나이는 120살이요, 5백 명의 제자를 데리고 니련선하의 숲속에서 고행을 닦고 있었다. 그때 마갈타국의 모든 사람들은 그에게 공경심을 가지고 그를 존중하고 공양하며 마치 아라한처럼 수승한 복밭[福田]으로 여겨 왔다. ‘나는 이제 그에게 가서 미묘한 법을 설하여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큰 이익을 얻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니련선하 물가에 있는 가섭의 처소로 갔다.
우루빈라가섭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 즉시 부처님께서 앉을 자리를 마련해 놓고 이렇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대사문이시여, 사문이 이곳에 오는 것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는 서로 안부를 물었다. “대덕이시여, 생활에 불편은 없으십니까?” 인사말이 끝나자 서로 마주하고 앉았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인자시여, 이 화신을 섬기는 사당[火舍] 한편에 내가 하룻밤 묵고 갈 곳을 마련해 주시오.” 가섭이 말하였다.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만, 이 석실엔 큰 독룡(毒龍)이 있으니, 해를 입을까 염려됩니다.”
037_0782_b_01L그때 세존께서는 초저녁에 손과 발을 씻고 곧 화실(火室)로 들어가서 평상시처럼 풀을 깔고 가부좌하고는, 정념(正念)에 들어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그때 독룡은 멀리서 세존을 보고 마음에 분노를 느끼고는, 즉시 독한 연기를 토해 냈다. 그때에 불세존께서 신통력으로써 입에서 연기를 내뿜어 그 독한 연기를 막았다. 이때 그 독룡은 부처님께서 연기를 피워내는 것을 보자 분한 마음이 더욱 맹렬히 타올라서 온몸에서 불을 내뿜었다.
그때 세존께서 그 독룡을 항복시키기 위하여 화광삼매(火光三味)에 드니, 온몸에서 불이 나와 석실이 사나운 불꽃에 휩싸였다. 그때 가섭은 밤중에 자기 처소에서 나와 별자리를 관찰하다가 멀리서 화염에 싸인 석실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대사문 교답마는 얼굴 모습도 단정했는데, 안타깝고 안타깝구나. 내 말을 듣지 않다가 저 독룡의 불에 타서 재가 되겠구나.’ 가섭은 제자들에게 말했다. “너희 모두는 물을 가지고 가서 저 불을 끄고 대사문을 구하라.”
그때 세존께서는 가섭의 뜻은 아시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저 독룡을 조복하기 위해서 다시 삼매에 들어서 갖가지 불꽃을 내어 독룡이 일으킨 불을 없애되, 독룡의 몸은 상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때에 그 독룡은 갖가지 불꽃을 보고 마음에 두려움이 생겨 곧 부처님 처소로 찾아와 곧 발우 안으로 들어가 똬리를 틀고 있었다. 세존께서는 용이 조복된 것을 아시고, 삼매[定]에서 일어나 발우를 들고 가섭의 처소로 갔다. 부처님을 보자, 가섭이 즉시 물었다. “대사문이여, 당신께선 몸이 괜찮으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괜찮습니다.” 가섭이 물었다. “당신의 발우 안에 무엇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것은 당신이 두려워하던 독룡인데, 내가 이미 항복받아 이 발우 안에 넣었소.” 이를 본 가섭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문 교답마가 비록 큰 위덕을 가져 이렇게 하였지만,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037_0782_c_01L그때 세존께서는 우루빈라가섭이 머물고 있는 부락의 숲속에 있었다. 그때 가섭[迦攝波]이 거느린 5백 명의 청년들이 각각 세 군데의 화단(火壇)에 공양하고 제사하게 되어 있었으니, 모두 합하면 1천5백 개의 화단이 되었다. 5백 명의 청년들은 새벽에 화단에 제사 지내려고 불을 붙였는데, 단 한 곳도 불이 붙지 않았다. 청년들은 이 일을 이상하게 여기고 마침내 가섭의 처소로 가서 물었다. “저희들이 지금 화단에 제사를 지내려고 불을 붙였으나 불이 전혀 붙지 않았습니다.” 가섭은 이 말을 듣고 곧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곳 가까운 곳에 큰 사문이 있기 때문에 그의 위력으로 인하여 불이 붙지 않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난 가섭은 세존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사문이여, 들으소서. 나의 5백 명의 젊은 수행자[摩納婆]들이 화단에 제사 지내려고 불을 붙였는데, 아무 곳도 불이 붙지 않았답니다. 이 일 때문에 나에게 와서 물었는데,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대사문이 가까이 있어 그의 위력 때문에 불이 붙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지금 불이 붙도록 하고 싶소?” 가섭이 대답하였다. “불을 붙게 하고 싶습니다.” 이 말을 마치자마자, 동시에 모든 화단에 불이 붙어 활활 탔다. 이것을 본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교답마가 뛰어난 위력이 있어 능히 이렇게 하였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러 있었는데, 젊은 수행자들이 화단에서 제사를 마치고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불을 끌 수 없었다. 이때 청년들은 가섭의 처소로 가서 물었다. “스승님께 아룁니다. 저희들이 제사를 마치고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끌 수가 없습니다.” 그때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사문 교답마가 여기에서 가까운 곳에 머물고 계시다.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은 그의 힘이 아닐까?’
037_0783_a_01L이렇게 생각한 가섭은 세존의 처소로 가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사문이여, 알고 싶습니다. 나의 청년들이 제사를 마치고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끌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큰 사문이 이 근처에 머물고 계시니, 그의 힘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가섭의 말이 끝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그 불을 끄고 싶소?” 가섭이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참으로 끄고 싶습니다.” 그러자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불을 즉시 껐다. 이때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보기 드문 위력이구나. 대덕 사문이 비록 그와 같이 할 수 있었지만, 나도 또한 큰 아라한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고 있는 그 숲속에 있었다. 그 뒤에 가섭은 스스로 불을 붙이려고 하였지만 붙일 수가 없었다. 가섭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사문이 나와 가까이 머물고 있기 때문에 그의 힘으로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 그는 세존의 처소로 가서 부처님께 말했다. “대사문은 아셔야 합니다. 나는 직접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불을 붙이고 싶은데 불이 붙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대사문이 나와 가까운 곳에 머물고 계시니, 그의 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라고 말입니다.”
그의 말이 끝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당신은 지금 불을 붙이고 싶소?” 가섭이 말했다. “세존이시여, 저는 불을 붙이고 싶습니다.”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불이 갑자기 붙어 활활 타올랐다. 그때 우루빈라가섭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너무도 신기하구나. 세존께서 이런 일을 하실 수 있구나. 부처님의 큰 위덕의 힘이 비록 이와 같지만, 그러나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