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37_0783_b_01L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파승사 제7권
037_0783_b_01L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卷第七


의정 한역
권영대 번역
037_0783_b_02L大唐三藏法師義淨奉 制譯


그때 세존께서 가섭이 수도하고 있는 숲속에 머물고 계셨다. 가섭은 제사 지내기를 마치고 불을 끄려고 했으나,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때 가섭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대사문이 가까이 머물고 있으니, 그의 힘 때문에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가섭은 부처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은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곳에서 제사를 다 지내고 불을 끄려고 했지만,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사문이 가까이 머물고 있으니, 그 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037_0783_b_03L爾時世尊住迦攝修道所止林中攝異時祭祀火已欲滅其火而不能于時迦攝便作是念大沙門今近我住將非彼力火不滅耶作是念已往詣佛所而白佛言大沙門當知於此處祭祀火已欲滅其火而不能是故我作是念大沙門於我近住將非彼力令如此耶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불을 끄고 싶소?”
가섭이 말했다.
“대사문이여, 저는 그 불을 끄고 싶습니다.”
부처님의 신통력에 의하여 그 불은 모조리 꺼졌다. 이때 가섭은 이렇게 생각했다.
‘대사문이 비록 이와 같은 큰 신통력을 갖고 있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037_0783_b_11L作是語已佛告迦攝汝今欲得滅此火耶迦攝白曰大沙門我意欲得除滅此火其火卽時以佛神力悉皆除滅是時迦攝便作是念大沙門雖能如是有大神力然我亦是阿羅漢
이때 세존께서는 역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고 계셨다. 그런데 가섭이 머물고 있는 정사의 사방에서 일시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다. 그러나 불을 끄려고 했지만 끌 수 없었다. 이때 가섭은 자기의 권속들과 여러 대중들과 더불어 힘을 합쳐서 그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불을 끌 수 없었다. 그때 가섭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사문이 이곳 가까이 머물고 있으니, 그 힘으로 말미암아 저 불이 꺼지지 않고 타는 것이 아닐까?’
037_0783_b_16L爾時世尊住優樓頻螺迦攝修道所止林中後於異時迦攝所居精舍屋宇四面一時其炎俱熾欲滅其火而不能得是時迦攝與其眷屬及諸大衆同心相勵撲滅其亦不能得爾時迦攝便作是念大沙門於我住處將非彼力縱此炎
037_0783_c_01L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세존의 처소로 가서 부처님께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제가 머물고 있는 정사가 갑자기 사면에서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습니다. 저와 권속들 그리고 여러 대중들이 마음을 합쳐 불을 껐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사문이 이곳에 가까이 계시니, 그 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가섭의 말이 끝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 불을 끄고 싶소?”
가섭이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그 불을 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때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그 불이 모조리 꺼졌다. 우루빌나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은 참으로 기이하시구나. 그러나 그가 비록 이와 같은 큰 신력을 가졌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037_0783_c_01L作是念已詣世尊所白佛言大沙我所居止屋宇精舍四面悤然熾炎災起我及眷屬與諸大衆齊心撲滅而不能得是故我生是念大沙門於我近住將爲彼力致使如此作是語已世尊告曰汝意欲滅其火以不迦攝白曰大沙門我意願欲除滅此是時炎熾以佛神力盡皆滅沒優樓頻螺迦攝復作是念甚奇世尊雖能如是有大神力然我亦是阿羅漢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계셨다. 그때 사천왕은 몸에 마치 화산과 같은 광명을 사방으로 놓으며 부처님 처소로 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우루빈라가섭은 밤중에 별자리를 살피다가 보니, 화산 같은 불덩어리의 빛이 멀리 부처님 앞에서 비쳐왔다. 가섭이 생각하였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기 때문에 저 편에 네 군데 불덩어리가 있구나.’
이에 우루빈라가섭은 그 이튿날 부처님 처소로 가서 말했다.
“제가 본 것이 맞습니까? 지난밤에 별자리를 관찰하다가 대사문 앞에 불덩어리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는구나’라고 말입니다.”
037_0783_c_10L爾時世尊住於優樓頻螺迦攝修道林中時四天王於其夜分身光照明如四火山來詣佛所頂禮雙足卻坐一面是時優樓頻螺迦攝於其夜中因觀星曆乃見佛前有四火聚光明遠及便作是念此大沙門同我事火是故彼邊有四火聚爾時優樓頻螺迦攝至於明日詣世尊所白言大沙如我所見不昨夜因觀星宿大沙門前見有火聚見已作念此大沙門如我事火
037_0784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불을 섬기지 않소. 지난밤에 사천왕이 나의 처소로 와서 나의 설법을 들었는데, 이 때문에 그 광명이 있었던 것이니, 그것은 다른 불덩어리가 아니었소.”
그때 우루빈라가섭은 이렇게 생각했다.
‘비록 이 대사문이 그와 같은 신통력과 위덕을 가졌지만,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037_0783_c_21L佛言迦攝我非事火昨夜爲四天王來於我處聽法所以有此光明非餘火聚爾時優樓頻螺迦攝復作是念此大沙門雖然如是神通威德然我亦是阿羅漢
그때 세존께서는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렀다. 이때 범왕(梵王)과 제석(帝釋)이 밤중에 몸에서 두 개의 불덩이 같은 광명을 내며 부처님 처소로 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때 우루빈라가섭은 밤중에 별자리를 살피다가 멀리서 부처님 앞으로 두 덩어리의 불빛이 비추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는구나. 그래서 저곳에 저런 불덩어리가 있는 것이로다.’
037_0784_a_02L爾時世尊住優樓頻螺迦攝修習林時梵王帝釋於其夜分身光暉赫如二火聚來詣佛所頂禮雙足退坐一面是時優樓頻螺迦攝於夜分中因觀星宿遙見佛前有二火聚光明遠及便作是念此大沙門同我事火是故彼邊有此火聚
이튿날 세존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제가 본 것이 맞습니까? 지난밤에 별자리를 살피다가 대사문 앞에 두 불덩이가 있음을 보고 즉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는구나’라고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불을 섬기지 않소. 지난밤에 범왕과 제석이 나에게 와서 법을 들었는데, 이 때문에 그 빛이 생긴 것이지 다른 불빛이 아니오.”
037_0784_a_09L至明往世尊處白言大沙門如我見不昨夜因觀星宿大沙門前見二火聚卽作是念大沙門如我事火佛言迦攝我不事昨夜爲梵王帝釋來於我處聽法所以有此光明非餘火聚
그때 우루빈라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그와 같은 신통과 위덕을 가졌지만,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러 계셨다. 마갈타국 사람들은 때를 정하여 모임을 갖고 7일 동안 모두 우루빈라가섭의 처소로 가서 그에게 크게 공양을 하였는데, 그 시기가 마침 거의 이르렀었다. 이에 가섭은 생각하였다.
‘만약 마갈타국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이 사문의 이와 같은 신통력을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나를 버리고 그를 따를 것이다. 그 대사문이 7일 동안만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면 참 좋겠는데.’
037_0784_a_14L爾時優樓頻螺迦攝復作是念此大沙門雖有如是神通威德然我亦是阿羅漢果爾時世尊住優樓頻螺迦攝修學林摩揭陁國人有其時會七日之中皆往優樓頻螺迦攝處興大供養旣將至迦攝作念若摩揭陁國人來詣於此睹此沙門如是神力必應捨我定當隨彼其大沙門於七日閒若不住此斯爲善事
037_0784_b_01L이때 세존께서 가섭의 생각을 아시고 마침내 몸을 숨겨 보이지 않게 하셨다. 마갈타국 사람들이 공양을 마치고 떠나가자, 가섭은 많은 공양물을 얻었다.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7일 동안 많은 공양물을 얻었으니, 지금 만약 대사문이 이곳에 오신다면 마땅히 공양을 올리리라.’
이때 세존께서는 그의 생각을 아시고, 즉시 몸을 나타내셨다. 이를 멀리서 지켜본 가섭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대사문이여, 다시 돌아오셨군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이곳에 돌아왔소.”
가섭이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7일 전에 떠나셨습니까?”
037_0784_b_01L于時世尊知其所遂屛身相使令不現是時國人供養將畢迦攝獲大利養衆旣散已攝復作是念我七日中得大所須若大沙門來於此處我當供設于時世尊知彼所念卽爲現身迦攝遙見卽作是念語大沙門汝亦還來佛言迦攝我還至此迦攝問大沙門七日已來何故而去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대답하셨다.
“지난번에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소? ‘만약 마갈타국 사람들이 나의 처소에 온다면 저 사문의 신력과 위력을 보고 틀림없이 나를 버리고 그를 따를 것이 아닌가. 그 대사문이 7일 동안만 이곳에 머물지 않는다면 참 좋을 텐데’라고 말이오. 이때 나는 당신의 생각을 알고 7일 동안 이곳에 머물지 않은 것이오.”
가섭이 다시 말하였다.
“이미 나의 생각을 아시고 가셨다면, 지금 무엇 때문에 돌아오셨습니까?”
037_0784_b_09L佛答迦攝汝先豈不作如是念耶若摩揭陁國人來詣我見此沙門神力威德人應捨我定隨彼耶其大沙門於七日間不住於斯爲善事于時我知汝念所以於七日中而不住此迦攝復言旣知我意而去今何得還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다음에 당신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지요. ‘나는 이미 필요한 공양물을 얻었으니, 만약 대사문이 이곳에 오신다면 내가 공양을 드릴 텐데’라고 말이오. 나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돌아온 것이오.”
가섭이 말하였다.
“대사문이시여, 사실 제가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가섭이 곧 부처님께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이 여러 가지 음식을 당신의 뜻대로 받아쓰소서.”
이때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큰 위신력을 지녔지만, 나도 또한 큰 아라한이다.’
037_0784_b_15L佛言汝今復作是我已獲得所須供物若大沙門來於此處我當供設復知汝念所以卻迦攝言大沙門我實有此念便白佛言大沙門汝諸飮食隨意受用時迦攝復作是念此大沙門雖有如是大威神力不可思議然我亦是大阿羅漢
037_0784_c_01L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계셨다. 이때 가섭이 와서 세존께 청하였다.
“대사문이시여, 원하옵건대 이곳에 머무소서. 저희들이 법에 맞게 모든 것을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묵묵히 그 청을 받아들였다. 가섭은 세존께서 청을 받아들이신 것으로 알고, 즉시 손수 자리를 펴고 그릇을 준비하였으며, 음식을 마련하였다. 그리고는 세존의 처소로 가서 고하였다.
“사문이시여, 음식을 다 준비하였으니, 원하옵건대 알맞은 때를 스스로 정하소서.”
세존께서 가섭에게 대답했다.
“당신이 먼저 가시오. 나도 곧 뒤따라가겠소.”
037_0784_b_22L爾時世尊住優樓頻螺迦攝修習林時迦攝來請世尊曰大沙門願見住此我等如法資設供給世尊默然受之迦攝旣知世尊受請卽便自手敷辦器具而造飮食詣世尊所告言沙門食飮辦訖願自知時世尊報迦攝曰汝當先去我隨汝卽來
그때 세존께서 가섭이 떠난 후에 신통력을 써서 섬부수(贍部樹)로 가셨다. 향기롭고 빛이 곱고 맛있는 열매를 따서 발우에 가득 담고 가섭의 처소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뒤에 도착한 가섭은 세존을 보고 여쭈었다.
“대사문이시여, 어떻게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벌써 와 있었소.”
가섭이 다시 여쭈었다.
“대사문이시여, 발우 안엔 무엇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잠깐 전에 나를 청하고 간 뒤에 나는 선정의 힘으로 섬부수에 가서 그 열매를 따가지고 왔는데 빛깔과 향기가 좋으니, 만약 그대가 필요하면 가져다 먹어도 좋소.”
037_0784_c_06L爾時世迦攝去後以神通力往贍部樹得其菓香美鮮色滿鉢盛已來迦攝處就座而坐迦攝後至見世尊已問大沙門汝早至此耶答言已至攝復問曰大沙門鉢中是何物耶汝向請我汝去之後我已定力往贍部樹取此菓來其色香美汝若須食而可取之
가섭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사문께서만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이때 우루빈라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큰 신통력과 이와 같은 위덕을 가졌지만,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지니신 것은 섬부수 열매[贍部樹菓]에서부터 암마라(菴摩羅) 열매, 가필타(迦畢他) 및 구로(俱盧)의 자연 멥쌀이었으니, 모두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037_0784_c_14L迦攝曰願大沙門隨意自食是時優樓頻螺迦攝復作是念此大沙門有大神力如是威德然我亦是阿羅漢果是時世尊將贍部樹菓乃至菴摩羅菓ㆍ迦畢他及將俱盧自然粳米皆同上說
037_0785_a_01L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가섭은 손수 음식을 만들어 놓고, 즉시 부처님께 가서 청하였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자리에 앉으셨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이미 앉으신 것을 보고, 곧 부처님의 발우를 가져다 여러 가지 좋은 음식을 담아서 손수 부처님께 바쳤다.
세존께서 발우를 받아 다른 곳으로 가시어 잡수시고, 물이 필요하여 손가락으로 땅을 치니 샘물이 용솟음쳐 나왔다. 가섭은 그 뒤에 이곳을 지나다가 샘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렀으나 샘물을 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하여 오늘 갑자기 이런 물이 나타난 것일까?’
037_0784_c_19L爾時世尊住優樓頻螺迦攝修習林中時迦攝自手造食了已卽往請佛世尊著衣持鉢就座而坐迦攝見佛坐已卽取佛鉢置諸妙食自手奉佛世尊受已往別處至彼須水時天帝釋知佛須水便至佛所以指擊地涌泉流現時彼迦攝後時經行見此泉水涌流而作是念我住此夂不見其泉今日何得忽有斯水
그는 세존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저는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어도 그 샘물을 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하여 오늘 갑작스레 샘물이 나타났습니까? 이것을 누가 그렇게 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어제 내가 그대가 준 음식을 받아 이곳에 앉아서 먹었는데 물 생각이 나자 이때 제석천이 내 마음을 알고 재빨리 이곳으로 와서 손가락으로 땅을 쳐서 샘물을 솟아나게 하였다. 이렇게 해서 생긴 샘물이므로 그 샘을 ‘손으로 친 샘[手擊之泉]’이라고 한다.”
이때 가섭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은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가졌구나.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037_0785_a_05L往世尊所白言大沙我住此夂不見其泉今日何得忽此是誰爲佛言迦攝我昨日受汝飮食來坐於此而欲喫食爲須水用時天帝釋觀知我意速來於此以指擊地流泉涌出所以有此泉水其泉號爲手擊之泉于時迦攝復作是念大沙門有如是神力難可思議然我亦是阿羅漢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러 계셨다. 불세존께서 포시(哺時:오후 3시∼5시)에 이 샘물에 가서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시고서 나오려고 하셨다. 그때 언덕에 이름이 알수나(遏竪那)라는 한 그루의 큰 나무가 있었는데, 부처님과 매우 먼 거리에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팔을 펴서 그 나무의 밑 부분을 움켜쥐고 굽힌 뒤에 그 나뭇가지를 잡고 나오셨다. 이때 가섭은 이 나무가 굽은 것을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큰 나무가 아직까지 굽은 적이 없었는데, 누가 이렇게 구부렸을까?’
037_0785_a_13L爾時世尊住於優樓頻螺迦攝修學林中時佛世尊晡時出遊泉所脫諸衣服入泉沐浴而欲出水於其岸邊有一大樹名遏豎那去佛甚遠時世尊舒手欲捉其樹卽便低屈攀枝出于時迦攝見此事已而作是其大樹先來不屈今誰低曲
037_0785_b_01L그는 세존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이렇게 큰 알수나나무가 한 번도 구부러진 적이 없었는데, 누가 구부렸나이까?”
부처님께서 앞서 생긴 일을 다 설명하시고, 그 나무 이름을 ‘손 잡아준 알수나나무[手攀遏竪那樹]’라고 하셨다.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께서는 이와 같은 신통력을 가졌구나. 그렇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037_0785_a_20L詣世尊所白言大沙門此大遏豎那樹不低屈今誰屈爲佛如上說此樹號爲手攀遏豎那樹迦攝復作是念大沙門有如是神力然我亦是阿羅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고 있는 숲속에 머무르고 계셨다. 부처님께서 가사를 세탁하고 싶어서 ‘어디에서 이 옷을 빨까?’ 하고 생각하시니, 이때 제석천이 부처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들고 와서 샘물가에 놓고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돌에 놓고 세탁하소서.”
이때 세존께서 즉시 가사를 다 세탁하시고 나서, ‘어디에다 이 가사를 말릴까?’ 하고 생각하시었다. 이때 제석천이 부처님의 뜻을 알고 다른 산중으로 가서 한 방향으로 반듯하게 생긴 돌멩이 하나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놓고 말했다.
“세존이시여, 이 돌에서 말리소서.”
037_0785_b_02L爾時世尊住於優樓頻螺迦攝修習林中佛得糞掃衣而欲浣濯念言何物洗時天帝釋知佛所念持一大石置於泉邊白言世尊願見受用時如來卽浣糞掃衣已復作念云何物曬時天帝釋觀知佛意往餘山中取一方石置於佛前白言世尊於此曬
세존께서는 그 빨래를 그 돌 위에 널어놓았다. 이때 가섭이 와서 이 돌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두 개의 돌은 전에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그는 세존께 가서 물었고,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의복을 빨아서 말리려고 ‘어디에다 빨고, 어디에 말릴까’ 하고 생각하였는데, 이때 제석천이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이 두 개의 돌을 가져온 것이다. 하나는 옷을 빠는 데 썼고 하나는 옷을 말리는 데 쓰고 있다.”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은 이와 같은 신통력이 있구나. 하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037_0785_b_10L世尊以衣覆石之上于時迦攝來見此石而作是念未曾睹此二今何忽有往問世尊佛言迦攝欲浣曬衣服而念用何物時天帝釋知我所念持此二石一用浣衣一爲曬服迦攝復作是念此大沙門有如是神力然我亦是阿羅漢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고 있는 숲속에 머물고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니련선하 물가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물이 갑자기 불어나서 사람의 키를 넘었다. 그러나 세존께서 물로 들어가자 사방의 파도는 잠잠해졌고, 이에 여래는 편안하게 걸어갔다. 가섭은 멀리서 이 일을 보고 생각하였다.
‘대사문이 그렇게 좋은 상호를 가졌었는데, 이제 물에 빠졌구나.’
그리고는 즉시 여러 제자들과 함께 작은 배를 타고 물에 들어가서 물 안에 계시는 세존을 보니 세존이 가시는 곳엔 물결이 미치지 않았다. 그는 세존께 말했다.
“대사문께서는 어떻게 살아계십니까?”
037_0785_b_16L爾時世尊住於優樓頻螺迦攝修道林中時往尼連禪河渚邊經行水忽泛漲過沒人頭世尊在彼水卽四邊波止如來安然經行迦攝遙見此事念云其大沙門有如是相好今被水卽共諸弟子乘小舩入何見世尊在中經行之處波水不及問言大沙門猶得活耶
037_0785_c_01L세존께서 대답하였다.
“가섭이여, 나는 지금 그저 편안할 뿐이오.”
가섭이 말하였다.
“대사문께서는 이 배에 오를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 신통력으로써 갑자기 몸을 숨기더니 돌연 배 위에 나타났다. 이 일을 본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이와 같은 신통력이 있지만,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037_0785_c_01L世尊荅言迦攝我今安迦攝曰大沙門可上此舡世尊以神力忽然不見現於舡上迦攝見是事已復作是念此大沙門雖有如是大威神力然我亦是阿羅漢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의 마음과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당신은 아라한과(阿羅漢果)도 아니요, 아라한향(阿羅漢向)도 아니며, 또한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알지도 못한다.”
가섭이 이 말씀을 듣고 나서 곧 생각하였다.
‘대사문 교답마는 내 마음을 다 아시는구나.’
그리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원하옵건대 제가 대사문의 법 중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성품을 이루도록 허락하시고, 또 저로 하여금 대사문의 법 가운데서 청정행을 닦아 익히도록 허락해 주소서.”
037_0785_c_05L爾時世尊知優樓頻螺迦攝心欲所念便作是言迦攝汝非是阿羅漢果亦不是阿羅漢向亦不知阿羅漢道迦攝聞是語已便作是念大沙門喬答摩我心所念念已合掌向佛白言大沙唯願聽我於大沙門法律中出家受具足戒成苾芻性令我於大沙門法中修習梵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출가하고 싶다는 것을 너의 제자들이 아느냐, 모르느냐?”
가섭이 대답하였다
“그들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명성이 멀리까지 퍼졌으며, 모두들 너를 훌륭한 지혜를 구족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마땅히 너의 제자들에게 말하여 너의 말을 듣는 자는 마음대로 따르도록 하여라.”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즉시 살고 있는 본거지로 돌아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대사문 교답마의 법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싶은데, 너희들의 뜻은 어떠냐?”
037_0785_c_13L世尊告曰若欲出家汝弟子等知汝以不迦攝答曰彼皆不知世尊告言汝名稱遠聞衆知汝善智慧具足是故應當告汝弟子聽汝隨意所樂迦攝聞佛語已便卽往至本所住處告諸弟子汝等當知我今欲於大沙門喬答摩法中出家受具足汝等意者所欲云何
037_0786_a_01L그 제자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본시 스승에게 의지해 배워왔으니 스승이 만약 가신다면 마땅히 저희도 따라가서 청정행을 닦아 익혀야지요.”
가섭이 말하였다.
“너희들이 만약 나를 따라가서 배우려고 하거든 너희들이 입고 있는 사슴 가죽이나 나무껍질이나 지팡이나 제기(祭器)들은 모두 니련선하 물속에 던져버린 뒤에 따라오너라.”
모든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가지고 있던 의복과 제기 따위의 물건들을 모두 니련선하에 던져 버렸다. 다시 가섭에게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버리라고 하신 것을 이제 다 버렸으니, 다음엔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원하건대 지시하여 주소서.”
037_0785_c_20L彼衆白曰等所學本依鄔波馱耶今若去者當隨從修習梵行迦攝報曰汝等若能隨學我者所著鹿皮ㆍ樹皮ㆍ錫杖ㆍ祭器悉能棄擲尼連禪河中當隨意去弟子等聞是語已所有衣服祭器等物悉皆棄置尼連禪河擲是物已還迦攝所便作是言悉令棄者今皆已應作何事唯願指授
그때 우루빈라가섭은 5백 명의 권속을 데리고 부처님 처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사문이시여, 저는 제자들에게 통고하고 모두 허락을 받았습니다. 오직 바라옵건대 저희들을 제도하여 착한 법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도록 허락하소서.”
037_0786_a_04L爾時優樓頻螺迦攝及五百眷屬往詣佛所而作是言大沙門我告徒衆悉已聽許願度我於善法律中出家受具足戒苾芻性
이때 우루빈라가섭에게는 두 제자가 있었는데, 하나는 나제가섭(那提迦攝)이요, 하나는 가야가섭(伽倻迦攝)이다. 이들은 각각 이백오십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이전부터 니련선하 언덕에서 부지런히 청정행을 닦고 적정행(寂靜行)을 닦고 있었다. 나제가섭은 니련선하 하류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때 니련선하에서 사슴가죽ㆍ나무껍질ㆍ지팡이ㆍ제기들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우리는 함께 청정행을 닦는 사람인데, 무슨 재난을 당했기에 이런 물건들이 떠내려 올까? 왕에게 해를 당했을까? 아니면 도적에게 습격을 받았을까? 큰불에 당했을까? 물의 피해를 입은 것일까? 우리들은 함께 청정행을 닦는 사람이니, 당연히 가서 알아봐야겠다.’
037_0786_a_08L爾時優樓頻螺迦攝有弟二一名那提迦攝ㆍ二者伽耶迦攝有弟子二百五十人先於尼連禪河岸勤修梵行處修寂靜行那提迦攝住尼連河下流後於一時尼連禪河中乃見鹿皮ㆍ樹皮ㆍ錫杖ㆍ祭器等物竝被漂沒見是事已皆作是念我等同修梵行者有何災難如是等物被漂沒耶爲是王害爲是賊侵爲是火燒爲水漂損然我等同梵行者應當往彼尋問其事
이리하여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은 함께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곳으로 향하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우루빈라가섭이 승가지(僧伽胝:승가리)를 입고 머리를 깎고서 대사문이 머무는 곳의 한쪽에 앉아 묘법(妙法)을 듣고 있었다. 보고 나서 우루빈라가섭을 항하여 이와 같이 물었다.
“구수(具壽)여,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것이 옛적에 닦던 법보다 낫습니까?”
우루빈라가섭가 대답했다.
“옛 법보다 낫다.”
037_0786_a_18L爾時那提迦攝ㆍ伽耶迦攝往詣優樓頻螺迦攝修道所到已於其側近乃見優樓頻螺迦攝被僧伽胝ㆍ除棄鬚髮於大沙門所住一面坐聽受妙法見已向優樓頻螺迦攝作如是言具壽此出家法勝舊法不答言勝彼
037_0786_b_01L그때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은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지금 이 대사문은 신통력을 가지고 있으니 틀림없이 훌륭한 묘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이 백이십 세를 먹었고 마갈타국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대중들에게 아라한으로 일컬어지는 우루빈라가섭 같은 오랫동안 덕을 쌓아온 사람이 본래 배우던 것을 버리고 대사문에게 귀의 출가하여 도를 닦을까? 우리들도 마땅히 대사문을 따라 출가해서 도를 배워야겠다.’
037_0786_b_01L爾時那提迦攝ㆍ伽耶迦攝作如是念今此大沙門有大神力應更有勝妙上法若不爾者優樓頻螺迦攝耆年宿德過百二十摩揭陁國人尊重瞻仰大衆咸謂是阿羅漢今者棄本所學依大沙門出家修道我等亦應隨大沙門出家學道
이렇게 생각하고 즉시 부처님 발에 합장하여 절하고 말했다.
“원하옵건대 저희들은 대사문의 법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게 하시고, 저희들로 하여금 대사문의 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아 익히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출가하고 싶은가? 그대들의 제자들도 너희들의 그러한 생각을 알고 있는가?”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이 대답하였다.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037_0786_b_07L如是念已卽共合掌頂禮佛足唯願聽我於大沙門法律中出家受具足戒成苾芻性令我於大沙門法中修習梵世尊告曰若欲出家汝弟子衆知汝等那提迦攝ㆍ伽耶迦攝答言彼皆不知
세존께서 이르셨다.
“너희의 명성이 멀리까지 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너희를 지혜가 구족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마땅히 너희 제자들에게 알려서 만약 너희의 말을 들어주거든 그들의 생각대로 하도록 하라.”
나제가섭 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즉시 그들이 머물던 곳으로 되돌아가 제자들에게 알렸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대사문 교답마의 묘법과 계율 중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려고 하는데,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037_0786_b_12L尊告曰汝等名稱遠聞衆所知識慧具足是故應當告汝弟子若聽汝隨意所樂那提迦攝等聞佛語已便卽往至本所住處告諸弟子汝等當知我欲於大沙門喬答摩法律中出家受具足戒汝等意者所欲云何
037_0786_c_01L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본래 스승께 의지하여 배웠습니다. 이제 만약 가신다면 저희 대중들도 모두 스승을 따라 범행을 닦을 것을 원합니다.”
나제가섭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나를 따라가서 배우겠다면 입고 있는 사슴가죽ㆍ나무껍질ㆍ지팡이ㆍ제기 따위를 모두 니련선하에 던지고 너희들 뜻대로 따라오너라.”
여러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서 가지고 있던 의복과 제기 따위의 물건들을 모두 니련선하에 던져 버렸다. 스승의 처소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께서 버리라고 하신 것은 이제 다 버렸으니, 이제부터는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지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037_0786_b_18L彼衆答曰我等所學本依鄔波馱耶今若去者我等大衆悉願隨從修習梵行迦攝報曰汝等若能隨學我者所著鹿皮樹皮錫杖祭器悉能棄擲尼連禪河中者當隨意去諸弟子等聞是語已所有衣服祭器等物悉皆棄置尼連禪河中擲是物已還鄔波馱耶所便作是言悉令棄者今皆已捨應作何事唯願指授
그때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은 제자 5백 명을 함께 거느리고 부처님 처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사문이시여, 저희가 제자들에게 알려 모두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원하옵건대 저희들을 제도하시어 훌륭한 법률(法律)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어 대사문의 처소에서 범행을 닦아 익히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다. 범행을 닦도록 하여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나제가섭 등 5백 제자들은 모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037_0786_c_04L爾時那提迦攝伽耶迦攝共將弟子五百人俱往諸佛所而作是言大沙門我告弟子悉已聽許唯願度我於善法律中出家受具足戒成苾芻性於大沙門處修習梵行世尊告曰那提迦攝ㆍ伽耶迦善來應修梵行作是語已那提迦攝等及五百弟子皆得出家受具足成苾芻性
이때 세존께서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被髮外道] 1천 명을 제도하여 구족계를 수여하고 비구가 되어 우루빈라 땅에서 마음대로 머무르게 하셨으며, 차츰 이동하여 가야산(伽耶山)에 이르러 솔도파(窣堵波:탑)가 있는 산꼭대기에서 전에 이미 출가한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 1천 비구와 함께 한 곳에 머물렀다. 그때 세존께서 세 가지의 신통력으로써 1천 명의 비구들을 교화하였다. 세 가지 신통이란 이른바 신족통(神足通)과 기설통(記說通)과 교수통(敎授通)이다.
037_0786_c_12L爾時世尊度一千被髮外道受具足戒於優樓頻螺地隨意住漸漸遊行至伽耶山住其山頂窣堵波處與舊被髮出家外道一千苾芻而共居止爾時世尊以三種神通化一千苾芻三神通者所謂神足通ㆍ記說通ㆍ教授通
037_0787_a_01L신족통이란 여래께서 삼마지에 드는 것이니 마음이 선정(定)에 든 까닭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홀연히 숨었다가 동쪽에 나타나 허공으로 솟아 올라가고ㆍ머물고ㆍ앉고ㆍ눕고 하다가 화광정(火光定)에 드는 것이다. 곧 몸 안에서 갖가지 빛을 방출한다. 이른바 푸른 빛ㆍ노란 빛ㆍ붉은 빛ㆍ횐 빛ㆍ진홍빛으로써 한꺼번에 두 가지의 모습을 나타내는데, 몸 아래에서 불이 나오면 몸 위에선 맑은 물이 흐르고, 몸 밑에서 물이 나오면 몸 위에선 불빛이 번쩍이는 것이다. 동쪽에 나타나 이와 같이 하신 것처럼 남쪽ㆍ서쪽ㆍ북쪽이 모두 이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모습을 나타낸 뒤엔 그 허공에서 사라지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몸을 나타내었다. 이것이 세존의 신족통이다.
037_0786_c_18L神足通者如來入三摩地以心定故卽從本座忽然隱沒現於東方上昇虛空行住坐臥入火光定卽於身內出種種光所謂靑黃赤白及以紅色雙現其相身下出火ㆍ上流淸水身下出水ㆍ上發火光東方旣爾南西北方亦復如是旣現相已從彼虛空沒還復本處而現此是世尊神足通
기설통이란 이른바 비구가 심(心)ㆍ의(意)ㆍ식(識)을 마땅히 관찰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선(善)은 마땅히 심사(尋伺:尋求伺察의 준말)하고 불선(不善)은 마땅히 심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의념(意念)도 되고, 이것은 또한 신식(身識)을 증득하는 것도 된다. 이것이 세존의 기설통이다.
037_0787_a_03L記說通者所爲苾芻應觀察心意識如是應善尋伺ㆍ不應不善尋伺ㆍ此亦意念ㆍ此亦證身識此爲世尊記說通
교수통이란 존재하는 모든 법이 불타고 있음을 모든 비구들에게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일러서 모두가 불타고 있다고 하는가. 눈이 불타고[眼熾然], 물질이 불타고[色熾然], 안식이 불타고[眼識熾然], 안촉이 불타고[眼觸熾然], 안촉(眼觸)으로 인하여 생긴 감각[受], 즉 괴로움의 느낌[苦受]ㆍ즐거움의 느낌[樂受]ㆍ비고비락의 느낌[非苦非樂受:捨受와 같음]이 역시 불탄다. 무슨 불 때문에 타는가? 탐욕의 불 때문에 탄다. 성냄의 불 때문에 탄다. 어리석음의 불[癡火:無名의 불] 때문에 탄다.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과 걱정과 탄식과 근심과 슬픔과 고뇌도 또한 이와 같이 불탄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이 세존의 교수통이다.
세존께서 이러한 설법을 하였을 때 그들 1천 명의 비구는 뒷몸을 받지 않게 되었으며, 모든 유루심(有漏心)을 해탈하고, 모두 아라한과를 얻게 되었다.
037_0787_a_06L教授通者告諸苾芻所有諸法悉皆熾然何者一切熾然眼熾然ㆍ色熾然ㆍ眼識熾然ㆍ眼觸熾然爲因眼觸內所生受或苦或樂非苦非樂亦是熾然以何火熾然貪火熾然ㆍ瞋火熾然ㆍ癡火熾然生老病死愁嘆憂悲苦惱亦復如是火然此皆爲苦眼旣如是耳鼻舌身意亦復如是此是世尊教授通世尊說此法時彼千苾芻不受後有故於諸有漏心得解脫得阿羅漢果
그때 세존께서는 마갈타국 가야산 꼭대기의 탑이 있는 곳에서 1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이보다 앞서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들은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모든 번뇌가 다하여, 지을 만한 것을 이미 짓고 인연으로 된 것임을 이미 판단하여 무거운 짐을 모두 벗어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을 얻게 되었고, 모든 번뇌를 끊어서 해탈을 얻었다.
037_0787_a_16L爾時世尊在摩揭陁國伽耶山頂窣堵波處與千苾芻俱先是舊被髮外皆證阿羅漢果盡諸有漏應作已作所作已辦捨諸重擔逮得己利諸有結心正解脫
037_0787_b_01L마갈타국의 백성들은 길을 다니다가 들었다.
“석가 종족에서 태어난 태자가 설산 옆 긍가하에 가비라 선인이 머무는 곳에 있으며,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방술(方術)을 잘하는 점상사(占相師)가 있었는데, 태자에게 예언하기를 ‘만약 집에 있게 되면 전륜왕의 자리를 계승하여 사방을 항복받아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할 것이요, 7보가 구족할 것이다. 7보란, 이른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여보(女寶)ㆍ주장보(主藏寶)ㆍ주병보(主兵寶)이다. 또 용모가 단정하고 용감한 1천 명의 아들에게 에워싸여 다른 나라의 군대를 정복하고 교화를 펴서 원수와 적이 없게 하며, 고뇌와 무기가 사라져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만약 출가한다면 바른 신심을 가지고 집을 버리고 나가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무상각(無上覺)을 증득하여 아라한이 될 것이며 세상이 그를 찬양하고 그의 명성이 멀리 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037_0787_a_21L摩揭陁國大衆人因遊行故聞釋迦種中生一太子在雪山側近弶伽河岸劫比羅仙人住處去斯不遠有占相師善閑方術授太子記若在家者紹轉輪王位降四方以法化世七寶具足所謂輪寶ㆍ象寶ㆍ馬寶ㆍ珠寶ㆍ女寶ㆍ主藏寶ㆍ主兵千子圍繞端正勇健摧伏他軍盡四洲界普能王化無有怨敵苦惱刀杖悉皆屛息安樂而住若出家者正信心捨家趣非家剃除鬚髮被服袈裟證無上覺成阿羅漢世間讚詠名稱遠聞
마갈타국의 길을 가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빈비사라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왕께 아룁니다. 저희들이 다니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석가 종족에서 태어난 한 태자가 설산 옆, 긍가하 언덕, 가비라 선인이 수도하던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세간의 칭찬과 명성이 자자하여 그 소문이 먼 곳까지 들리고 있으니,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그 태자를 죽이소서. 그 태자만 제거한다면 대왕은 나라의 복록[國祚]을 길이길이 누릴 것입니다.”
037_0787_b_10L彼遊行人聞是語已往詣頻毘娑羅王所而作是言大王當知我等遊行至此人閒聞釋迦種中生一太子於雪山側近弶伽河岸劫比羅仙人修道之處乃至世間讚詠名稱遠聞悉如上說唯願大王殺彼太若除滅者大王當得國祚長遠
037_0787_c_01L왕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그런 말을 하지마라. 저 석가 태자가 금륜왕의 지위를 얻는다면 나는 그를 따를 것이고, 만약 정각(正覺)을 이룬다면 그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을 드릴 것이다.”
그때 마갈타의 임금 빈비사라는 누각에 올라가서 다섯 가지 서원을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대도사이신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ㆍ명행원만(明行圓滿:명행족)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장부(無上丈夫:無上師)ㆍ조어사(調御士)ㆍ불박가범(佛薄伽梵:佛世尊)이 나오기를 원합니다. 저로 하여금 그를 공경하고 섬기도록 하소서. 그가 설한 법을 제가 듣고 깨닫게 하소서. 법을 들은 뒤엔 깨끗한 계율을 받아 지니게 하며, 저로 하여금 법대로 살게 하소서.’
037_0787_b_16L王報曰汝等諸人莫作是語何以故彼釋迦太子若得金輪王位我當隨若成正覺當爲執侍親近供養時摩揭陁主頻毘娑羅昇樓閣上乞五種願願我國出大教導師如來ㆍ應ㆍ正等覺ㆍ明行圓滿ㆍ善逝ㆍ世閒解ㆍ無上丈夫ㆍ調御士ㆍ天人師ㆍ佛ㆍ薄伽梵令我於彼敬事瞻仰所說法要令得開悟聞法已受持淨戒如法而住
이때 가야산에 계시는 세존께서 대왕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멀리서 들으시고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빈비사라왕이 누각 위에서 위와 같은 다섯 가지 서원을 내었다.”
037_0787_c_02L于時世尊在伽耶山遙見大王聞此語已諸苾芻曰此頻毘娑羅見在樓上發五種願悉如上說
또 마갈타국 백성들이 길을 다니다가 들었다.
“석가 종족 중에 태어난 태자가 설산 옆 긍가하 언덕 가비라 선인이 머무는 곳에 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점상사(占相師)가 있는데, 방술을 잘 하는 그는 태자에게 예언하기를, ‘만약 집에 있으면 윤왕의 자리를 계승하여 사방을 항복시켜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며, 7보가 구족하니 이른바 윤보 상보 마보ㆍ주보ㆍ여보ㆍ주장보ㆍ주병보이다. 또 용모가 단정하고 용감한 1천 명의 아들에게 에워싸여 다른 나라의 군대를 정복하여 세계를 휩쓸며 교화를 널리 펴서 원수와 적이 없어지고 고뇌와 칼과 몽둥이가 다 사라져서 안락하게 살 것이며, 만약 출가한다면 바른 신심을 내서 집을 떠나 집 아닌 곳으로 가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무상각(無上覺)을 성취하여 아라한이 될 것이며, 세상은 그의 이름을 찬양하여 그 명성이 먼 곳까지 미칠 것’이라고 점쳤다.”
그들은 다시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 이야기는 “그 태자는 윤왕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037_0787_c_05L復次摩揭陁國大衆人民因遊行故先聞釋迦種中生一太子在雪山側近弶伽河岸劫比羅仙人住處去斯不遠有占相師閑方術授太子記若在家者紹輪王能降四方以法化世七寶具足謂輪寶ㆍ象寶ㆍ馬寶ㆍ珠寶ㆍ女寶ㆍ主藏寶主兵寶千子圍繞端正勇健摧伏他軍盡四洲界普能王化無有怨敵惱刀杖悉皆屛息安樂而住若出家以正信心捨家趣非家剃除鬚髮被服袈裟證無上覺成阿羅漢世閒讚詠名稱遠聞者彼捨輪王位而求出家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
037_0788_a_01L지금 가야산 꼭대기 솔도파가 있는 곳에서 1천 명의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있다. 그 비구들은 전에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로서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치고, 인연소작임을 분별하여 모든 무거운 짐들을 벗어 버리고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을 이루었으며, 모든 번뇌를 끊고 해탈을 얻었다”라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즉시 빈비사라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왕께 아룁니다. 저희들이 길을 다니다가 들었는데 저 석가 종족 중에서 한 태자가 태어나서 무상정각을 이루었으며, 지금 가야산에서 일천 명의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있는데, 그 비구들은 모든 번뇌를 끊고 해탈을 얻었다고 합니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서는 그 부처님께 친히 공양하소서. 만약 공양하시면 왕의 국토가 편안하고 풍족하고 즐겁게 된다고 합니다.”
037_0787_c_18L今見在伽耶山頂窣堵波處與千苾芻前後圍繞竝是舊被髮外道皆證阿羅漢果盡諸有漏應作已作所作已辦捨諸重擔逮得己利斷諸有結心正解脫聞是語已往頻毘娑羅王所作是言大王當知我等遊行至此人先聞彼釋迦種中生一太子乃至成無上覺在伽耶山與千苾芻前後圍繞盡諸有結心正解脫唯願大王親近供養彼佛世尊若如此者令王國土安隱豐樂
왕은 그들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한 사람에게 명하여 부처님 처소로 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말하는 대로 해라. 우선 부처님의 두 발에 절하고 말하길 ‘세존이시여, 거처는 평안하십니까? 병이나 힘든 일은 없으시며, 머무시는 데 불편한 것은 없으십니까?’라고 하여라.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다시 머리 숙여 청하기를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이곳 왕사성(王舍城)에 왕림하셔서 일생 동안 저의 네 가지 공양[四事:음식ㆍ의복ㆍ침구ㆍ탕약)을 받으소서’라고 하여라.”
사신은 왕이 말한 내용을 받아 지니고 나서, 가야산(伽耶山)에 있는 부처님 처소로 갔다. 사신은 부처님 발에 절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께서 저를 보내어 세존께 머리 숙여 ‘거처는 평안하신지, 병이나 힘든 일은 없으시며, 머무시는 데 불편한 것은 없으신지’를 묻게 하였습니다.”
037_0788_a_06L王聞語已甚大歡喜卽命一人令往佛所如我辭曰頂禮雙足白言世尊起居輕利ㆍ少病少惱ㆍ安樂住不作是言已復稽請曰唯願世尊與諸苾芻來就我所住王舍城受我一生供養四事使者受王如是語已往伽耶山至世尊所頂禮佛足而作是言摩揭陁主頻毘娑羅故遣我來稽首世尊起居輕利ㆍ少病少惱ㆍ安樂住不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과 그대들은 모두 안락하십니까?”
사신이 말하였다.
“왕께서 저를 보내어 머리 숙여 간절히 청하기를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제가 있는 왕사성에 왕림하셔서 일생 동안 저의 네 가지 공양을 받으소서’라고 하였습니다.”이에 부처님께서는 곧 그 청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사신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으신 줄 알고 부처님 발에 절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037_0788_a_15L佛言王及汝等咸得安樂使者白言王令稽請唯願世尊與諸苾芻來至我所居王舍城受我四事一生供養世尊卽時嘿然受請使者知佛嘿受請已頂禮佛足辭還本處
그때 세존께서는 일천 명의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였다. 이 비구들은 옛적엔 모두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들이었으나,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모든 번뇌를 끊었으며 바른 해탈을 얻은 비구들이었다. 부처님은 이들 비구들을 데리고 걸으면서 차츰 마갈타국으로 가까이 갔으며, 선주솔도파 대숲[善住窣堵波竹林]에 이르러서 머물렀다.
037_0788_a_19L爾時世尊與千苾芻圍繞前後竝是舊被髮外道皆證阿羅漢果乃至盡諸有結心正解脫漸漸遊行於摩揭陁人閒至善住窣堵波竹林中住
037_0788_b_01L마갈타국왕은 부처님께서 일천 명의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이곳에 머물고 계시는데 그들은 이미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모든 번뇌가 다하였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였고 인연으로 된 일을 이미 마쳤으므로 무거운 짐을 벗고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을 얻어 모든 번뇌가 다 끊어지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서, 좋은 수레[善輅]를 잘 꾸며서 타고 한량없는 백천 권속들에게 둘러싸여서 부처님 처소로 가서 예배하고 공양드리려고 하였는데, 수레바퀴가 땅에 빠져서 수레가 더 이상 나갈 수 없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이 수레바퀴가 돌지 않는 것일까?’
037_0788_a_23L摩揭陁王聞佛至此千苾芻俱圍繞而住已證得阿羅漢果盡諸有漏應作已作所作已辦捨諸重擔逮得己利諸有結心正解脫王聞是已嚴駕善與無量百千眷屬圍繞欲往佛所禮拜供養其王善輅輪轂入地不得前進王作是念我有何咎令此輪轂不復遊履
이때 공중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렸다.
“왕에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옥중(獄中)에 있는 한량없이 많은 사람들이 옛적에 대왕과 더불어 선업(善業)을 함께 닦았으니, 지금 만약 그들을 석방한다면 수레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왕은 이 소리를 듣고 죄수들을 모두 석방하였다.
왕은 길을 떠나 궁문을 지나려고 하는데, 머리에 쓰고 있던 관이 기울어졌다. 왕은 생각하였다.
‘내가 옛적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런 일이 생길까?’
037_0788_b_08L忽聞空中天曰王無過犯但王獄中無量人衆先與大王同修善業今若放捨可得前路王聞是語赦及囚禁竝皆放已王欲進路行度宮門頭冠傾側便作是念我於昔來造作何業致是相耶
이때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대왕에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이 전생에 대왕과 더불어 좋은 업을 닦았는데, 지금은 모두 흩어져 후미진 시골에 살고 있으니, 왕은 그들을 불러서 함께 부처님을 뵙도록 하라.”
왕은 즉시 명을 내려 그들을 모았다. 그들이 다 모이자, 수레 1만 2천 대를 준비하였으며, 구름처럼 모인 18만의 군병들과 기마(騎馬)들 그리고 상병(象兵:코끼리) 1만 5천을 거느렸으며, 한량없는 백천만 마갈타 사람들ㆍ바라문ㆍ거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인 채 왕사성을 벗어나 부처님 처소로 갔다.
수레에서 내리자, 왕이 착용하고 있던 다섯 가지 물건인 일산[傘蓋]ㆍ머리에 쓰는 관[頭冠]ㆍ보배 검[寶劍]ㆍ보배 부채[寶扇]ㆍ보배 신[寶履]을 땅에 놓았다. 이 물건들을 놓고 나서,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절한 뒤에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는 다름 아닌 마갈타국 빈비사라왕입니다.”
037_0788_b_13L卽聞空中天曰王無辜然爲無量衆生先與大王同修勝業今皆散住邊遠村坊王當召命可共見佛王遂宣令遣來集會集會已嚴駕車輅一萬二千幷諸兵衆馬騎雲屯十八萬衆復有象兵一萬五千幷與無量百千萬摩揭陁人婆羅門居士等前後圍繞出王舍城往詣佛所到已下車除五勝物所謂傘蓋ㆍ頭冠ㆍ寶劍ㆍ寶扇ㆍ寶履捨是物已向佛合掌頂禮佛足白世尊曰大德我是摩揭陁國主頻毘娑羅王
037_0788_c_01L이렇게 세 번을 말하자,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아, 그렇군요. 당신이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이군요.”
이렇게 세 번을 대답한 뒤에 “당신은 이제 앉아도 좋습니다”라고 하였다.
빈비사라왕은 부처님의 말은 듣고 나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마갈타국의 바라문과 거사들도 일부는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고, 일부는 합장하고 안부를 물었다.
“대사문이시여, 병이나 힘든 일은 없으시고 기력도 또한 편안하십니까?”
안부를 묻고 한쪽에 앉았으며, 일부는 합장만 하고 묻지 않고 역시 한 쪽에 앉았고, 또 일부는 멀찍이 앉은 채 잠자코 있었다.
037_0788_c_01L如是三白佛告大王如是如是汝是摩揭陁國主頻毘娑羅王如是三答今可坐是頻毘娑羅王聞佛語已禮佛足卻坐一面其摩揭陁國婆羅門居士等一分頂禮佛足亦坐一面一分合掌問訊大沙門少病少惱氣力安不亦坐一面一分合掌而不致問亦坐一面一分遠住嘿然而坐
이때 우루빈라가섭이 대중들 속에 있었는데, 마갈타국의 바라문과 거사들이 대중들 틈에 있는 우루빈라가섭을 보고 의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사문 교답마가 가섭의 처소에서 닦고 익혔으니, 가섭은 사문 교답마에게 아직 듣지 못한 비밀스러운 것을 배웠을 것이 아닌가?’
그때 세존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미묘한 게송으로 가섭에게 물었다.
037_0788_c_09L時優樓頻螺迦攝在大衆中摩揭陁國婆羅門居士見此迦攝在於衆中便發疑念沙門喬答摩在迦攝處而有修習爲當迦攝向沙門喬答摩邊而學未聞爾時世尊知衆所念以妙伽他問迦攝曰

가섭이여, 그대는 어떤 이로움을 보았기에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여 불을 섬겼는가?
불을 섬기고 얻은 이로움을
그대는 나에게 말해 보아라.
037_0788_c_15L迦攝汝昔見何利
捨俗出家而事火
及持此法所獲益
汝今爲我說斯義

이때 가섭도 역시 게송으로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037_0788_c_17L于時迦攝亦以伽他而答佛曰

얻은 이로움을 한번 말하리니
단정한 미녀와 오묘한 맛을
그 법 가운데서 이익을 보았기에
세속을 버리고 불을 섬겼네.
037_0788_c_18L有一說言獲益者
端嚴美女諸妙味
見彼法中有此利
因斯捨俗而事火

세존께서는 다시 게송으로 가섭에게 거듭 물었다.
037_0788_c_20L世尊復以伽他重問迦攝曰

단정한 미녀와 오묘한 맛을
불을 섬겨서 얻는다면
인간과 하늘의 세간에서 얻는 즐거움은
어찌하여 버리고 돌아보지 않았나.
037_0788_c_21L端嚴美女諸妙味
若由事火而得此
卽有人天世閒樂
汝何棄捨而不顧

가섭은 또 게송으로 부처님께 대답하였다.
037_0788_c_23L迦攝亦以伽他而答佛曰
037_0789_a_01L
지극히 고요함을 보기 위하여
무소유처(無所有處)에도 오히려 머물지 않았고
이 묘한 법 이외엔 다른 것이 없다고
세간을 버리고 돌아보지 않았네.
037_0789_a_01L爲睹勝靜無餘句
無所有處猶不住
除此妙法更無過
情今棄彼而不顧

본래 가진 어리석음 때문에
불을 섬기는 계율로 해탈을 바라고
수승하고 묘한 법은 도리어 등지고
깜깜한 생사(生死)에 떠돌았네.
037_0789_a_03L由我先有愚癡意
持火禁戒望解脫
於勝妙法反爲顚
盲冥生死常流轉

자세히 관하면 무위가 가장 좋다고
조어장부께서 설법하셨네.
세상에 이익을 주는 석가모니의 가르침
인도하기에 여념이 없는 교답마일세.
037_0789_a_05L諦觀無爲最勝句
調御象師能妙說
眞實益世牟尼教
獎導無倦喬答摩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가섭을 찬탄하였다.
037_0789_a_07L爾時世尊以斯伽他讚迦攝曰

잘 왔도다. 가섭이여,
악처(惡處)를 생각지 말라.
가장 수승한 넓은 법 가운데
그대는 벌써 들어왔네.
037_0789_a_08L善來迦攝波
非有思惡處
最勝廣法中
汝今已能入

그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어나 모든 대중을 위하여 그대의 신통변화를 나타내 보여라.”
037_0789_a_10L爾時世尊告迦攝曰汝起爲諸大衆現其神變
이때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즉시 삼마지에 들어서 마음을 안정한 까닭에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어느새 동쪽 허공에 솟아올라, 가고ㆍ멈추고ㆍ앉고ㆍ눕고 하다가 화광정(火光定)에 들어 몸 안에서 갖가지 빛을 발하니, 이른바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ㆍ홍색이었다. 그 몸을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내었으니, 몸 아래에서 불을 낼 때는 몸 위엔 맑은 물이 흐르고, 몸 아래서 물이 나올 때는 위에서는 불빛이 번쩍였다. 동쪽에서 이렇게 하였듯이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이와 같이 하였다. 이런 모양을 나타낸 뒤엔 허공에서 사라지더니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땅 위에 우뚝 섰다가 부처님 처소로 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이렇게 말했다.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요, 저는 세존의 성문제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가섭아, 나는 너의 스승이요, 너는 나의 성문제자이니라. 가섭아, 너는 일어나서 네 자리에 앉으라.”
037_0789_a_12L于時迦攝聞佛語已卽入三摩地此心定故卽從本處忽然不卽於東方上昇虛空行住坐臥火光定卽於身內出種種光所謂靑ㆍ黃ㆍ赤ㆍ白及以紅色雙現其相身下出火ㆍ上流淸水身下出水ㆍ上發火光方旣爾南西北方亦復如是現是相從虛空沒還於本處地上而立往至佛所頂禮佛足作如是言世尊是我教師我是世尊聲聞弟子世尊告曰如是如是迦攝我是汝教師汝是我聲聞弟子迦攝汝起可就本坐
037_0789_b_01L그때 우루빈라가섭은 부처님 발밑에 절하고 본래의 자리로 돌아가서 앉았다.
그때 마갈타국의 거사들은 이 일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사문 교답마가 가섭의 처소에서 배움을 닦은 것이 아니라, 가섭이 세존의 처소에서 할 일을 배웠구나.’
037_0789_a_23L爾時優樓頻螺迦攝頂禮佛足還至本坐爾時摩揭陁國婆羅門居士等見此事已作如是念非沙門喬答摩在迦攝處而有修學但是迦攝於世尊所而學所作
그때 세존께서 마갈타의 임금 빈비사라왕에게 말씀하셨다.
“색(色:물질)은 생멸(生滅)이 있습니다. 대왕은 색법(色法)의 생멸인연(生滅因緣)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 또한 이와 같습니다. 만약 대왕이 색법의 생멸을 분명히 안다면 곧 색의 자성(自性)을 분명히 알게 되며, 수ㆍ상ㆍ행ㆍ식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왕이여, 만약 선남자(善男子)가 색의 자성을 알아서 색에 애착하지 않고 받지도 아니하고 갖지도 않는다면 결정코 나[我]도 없고 내 것[我所]도 없는 것입니다. 수ㆍ상ㆍ행 식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만약 선남자가 이 색의 자성에 대하여 애착하지 않고 받지 않고 갖지도 않는다면 나와 내 것 없음을 반드시 알 것이니, 이 사람을 열반과 해탈을 얻었다고 그대는 말합니다. 수ㆍ상ㆍ행 식도 마찬가지입니다.”
037_0789_b_05L爾時世尊告摩揭陁主頻毘娑羅言色有生滅大王當須了知色法生滅因緣受想行識亦復如是大王若能了知色法生滅異卽能了知色之自性受想行識亦復如是若善男子知色性已而不愛著亦不領受亦復不持而能於此決定無我及以我所受想行識亦復如是善男子了此色性不愛著不受不持決定知此無我我所我說此人得涅槃解脫受想行識亦復如是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시자, 마갈타국의 바라문들과 거사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색(色)에 나[我]가 없고 수ㆍ상 행ㆍ식에도 나가 없다면 어떤 법(法)이 나인가? 중생은 누구이고, 명(命)하는 자는 누구이며, 생(生)한 자와 양육(養育)한 자는 누구인가?
사람과 중생[數取趣]ㆍ화신[意生]과 마납박가[摩納:儒童, 석존의 보살 시절의 이름], 능작과 소작[能所作], 촉(觸)ㆍ수(受:느낌)ㆍ행(行)ㆍ주(住) 등 이러한 모든 법(諸法)의 차별상에 다 나가 없다면 이 밖에 또 어떤 것이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3세(世:과거ㆍ현재ㆍ미래)가 없는데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만약 사람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선업과 악업에 대해 과보를 받을 때 누가 그것을 받으며 이 몸[蘊]을 버리고 저 몸[蘊]을 받도록 하는가?’
037_0789_b_15L世尊說此法已摩揭陁國婆羅門居士等如是念若色無我受想行識亦無我者然何等法而是其我誰是有情誰復是命者ㆍ生者ㆍ養育者ㆍ人及數取趣ㆍ意生與摩納ㆍ能所作及造觸受行住等等諸法差別悉皆無我者更有何物不生不滅非三世有而能作受
若人於可所作及不應作善惡之業所有果報誰當受之令捨此蘊而受彼蘊
037_0789_c_01L그때 세존께서 바라문과 거사들의 이와 같은 생각을 아시고 즉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혜가 없는 사람은 많이 듣지 못한 까닭에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와 내 것에 집착하는 것은 나와 내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비구들이여, 집(集)에서 고(苦)가 생기나, 멸(滅)을 증득하면 고(苦)를 끊고, 집(集)으로부터 행(行)이 생기나, 멸(滅)을 증득하면 행(行)이 없어진다. 그 인연이 없어지면 그것이 없어지나니, 그 인연 때문에 모든 중생이 생겨나고 차례로 유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연 때문에 중생의 생멸(生滅)이 있는 것이다. 여래는 필경 나[我]가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037_0789_c_01L爾時世尊知此婆羅門居士等作如是念卽告諸苾芻曰無智慧人不多聞故便作是念執我我所不知無我及以我所何以故苾芻從集生苦證滅斷苦從集生行證滅行滅彼因緣滅彼滅彼因緣故能生諸有情次第流轉如是因緣有情生滅如來了知畢竟無我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인간을 초월하는 청정한 천안(天眼)을 가지고 중생이 유전(流轉)하 고 생멸함을 볼 수 있다. 수승한 자ㆍ열등한 자, 상호(相好)가 잘 난자ㆍ그렇지 못한 자, 좋은 세계(善趣:천상이나 인간)ㆍ나쁜 세계(惡道ㆍ지옥ㆍ아귀ㆍ축생ㆍ아수라)에서 짓는 업을 나는 여실히 안다.
037_0789_c_09L復告諸苾芻曰我得淸淨天眼過於人間觀見有情流轉生滅勝者ㆍ劣者妙色ㆍ惡色趣善惡道所有作業如實我知
이와 같이 한 중생을 보자. 몸과 입과 생각으로 악한 업을 짓고 성자를 비방하며, 잘못된 소견에 집착하여 사악한 업을 지었고,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곳에서 숨을 거두고 지옥에 떨어졌다. 또 한 중생을 보자. 몸과 입과 생각으로 선업을 짓고 성자를 비방하지도 않고, 바른 신심에 머물고 바른 행위를 하였으며, 이러한 인연으로 여기서 숨을 거두는 즉시 천상(天上)에 태어났다. 이와 같은 일을 내가 다 알고 있었지만, 일찍이 ‘중생[有情]이 나[我]가 있다’고 말한 적은 없다.
037_0789_c_12L如是見一有情造身口意惡業誹謗聖者執著邪見行邪惡業由此因緣從此捨命墮於地獄復見有情造三善業不謗聖者住正信心行正命行由此因緣從此捨命生於天上如是等事我悉知見而不曾說有情是我
037_0790_a_01L수명(壽命)과 사람을 낳아 기르는 일과 삭취취(數取趣:생사를 되풀이하는 것)와 의생(意生:변화신)과 마납(摩納)과 능작(能作)과 소작(所作:인연소작)과 촉(觸)과 수(受:감각)가 가고 머무는 일들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짓든 짓지 않든 선악의 업보를 받아 여기서 목숨을 다하여 저기서 목숨을 받지만 나는 그것을 ‘나’라고 말하지 않고 ‘인연(因緣)’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이것이 있으므로 생기는 것이요, 이른바 무명이 행의 연이 되고, 행은 식의 연이 되며, 식은 명색(名色)의 연이 되고, 명과 색은 6처(處)의 연이 되며, 6처는 촉(觸)의 연이 되고, 촉은 느낌[受]의 연이 되며, 느낌은 애욕의 연이 되고, 애욕은 집착의 연이 되며, 집착은 유(有)의 연이 되고, 유는 생(生)의 연이 되며, 생은 늙음과 죽음, 근심과 슬픔과 고뇌의 연이 되는 것이니, 이것은 모두 5온의 모임[五蘊聚集]이다.
037_0789_c_18L壽命與生養人及數取趣ㆍ意生幷摩納ㆍ能所作及造觸受行住若人於可作及以不可作善惡等業所有果報而捨於此蘊受於彼蘊皆不說是我然是因緣所謂此有故彼有此生故彼生謂無明緣行ㆍ行緣識ㆍ識緣名色ㆍ名色緣六處ㆍ六處緣觸ㆍ觸緣受ㆍ受緣愛ㆍ愛緣取ㆍ取緣有ㆍ有緣生ㆍ生緣老死憂悲苦惱如是此大五蘊聚集
이른바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지는 것이니, 이른바 무명이 없어지면 행이 없어지고, 행이 없어지면 식이 없어지고, 식이 없어지면 명과 색이 없어지고, 명과 색이 없어지면 6처가 없어지고, 6처가 없어지면 촉이 없어지고, 촉이 없어지면 느낌이 없어지고, 느낌이 없어지면 애욕이 없어지고, 애욕이 없어지면 집착이 없어지고, 집착이 없어지면 유가 없어지고, 유가 없어지면 생이 없어지고, 생이 없어지면 늙음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고뇌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5온의 모임은 없어지는 것이다.
037_0790_a_04L所謂此無故彼無此滅故彼滅謂無明滅卽行滅行滅卽識滅識滅卽名色滅名色滅卽六處滅處滅卽觸滅觸滅卽受滅受滅卽愛愛滅卽取滅取滅卽有滅有滅卽生滅生滅卽老死憂悲苦惱滅如是此大五蘊聚集滅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모든 행은 다 괴롭고 열반은 즐거운 것이다. 이와 같은 모임으로 인하여 괴로움이 생기고, 없어짐으로 인하여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이다. 이로 말미암아 서로 계속 이어져서 유전(流轉)하는 것이 단멸(斷滅)되어 괴로움이 없어지는 것이다.
037_0790_a_10L苾芻如是諸行皆涅槃爲樂因集故苦生因滅故苦由此相續流轉斷滅此卽苦盡
무엇을 일러서 열반이라고 하는가? 괴로움이 없어지므로 열반이 되는 것이니, 마치 불이 꺼지면 깨끗하고 시원해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내가 이 장구[句]에서 능히 모든 쌓임을 버리면 탐욕과 괴로움이 없어지므로 열반을 얻게 된다고 말하였다.”
037_0790_a_12L何是涅槃苦盡故爲涅槃猶如火滅而得淸涼是故我說此句能捨諸蘊貪苦盡故而得圓寂
그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물질은 영원합니까, 영원하지 못합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물질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영원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괴로움입니까, 괴로움이 아닙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괴로움이지요.”
037_0790_a_15L爾時佛告摩揭陁主頻毘娑羅王曰於意云何色爲常耶爲無常耶答曰大德色是無常又問若無常者爲苦ㆍ非苦答曰是苦
부처님께서 또 물었다.
“만약 물질이 무상이요 괴로움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없어지는 것일 텐데, 만약 다문제자가 물질을 나[我]라고 집착하여, ‘나는 물질을 가지고 있고 물질은 나에게 속한다’고 한다면, 나가 물질 속에 있는 것입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은 영원합니까, 영원하지 못합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037_0790_a_18L又問色若無常苦者卽是變壞若多聞弟子執色是我ㆍ我有諸色ㆍ色屬於我ㆍ我在色中不答曰不也又問如是受想行識爲是常耶爲無常耶答曰無常也
037_0790_b_01L부처님께서 또 물었다.
“수ㆍ상ㆍ행ㆍ식이 영원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괴로움입니까, 괴로움이 아닙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움입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었다.
“식(識) 등이 무상이요 괴로움이라면 그것은 곧 변하고 없어질 것인데, 만약 어떤 다문제자가 식(識) 등이 곧 나라고 고집하여 ‘나는 여러 식을 가지고 있고 식은 나에게 속했다’고 한다면 나가 식 가운데 있는 것입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037_0790_a_23L又問乃至識等是無常者苦ㆍ非苦答曰是苦又問識等無常苦卽是變壞若有多聞弟子執乃至識是我ㆍ我有諸識ㆍ識屬於我ㆍ我在識中不答曰不也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알아야 합니다. 모든 물질이란, 과거ㆍ현재ㆍ미래 할 것 없이 안이든지 밖이든지, 거칠든지[塵] 곱든지[細], 수승하든지 하열하든지, 멀든지 가깝든지, 이러한 모든 물질은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며, 내가 가진 모든 물질은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요 내가 물질 안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실하게 두루 알아야 하고 이와 같이 보아야 하니, 수와 상과 행과 식도 이와 같습니다.
대왕이여, 다문을 구족한 어떤 성문제자가 5취온(取蘊)을 관하되, ‘나와 내 것을 여의었다’고 관했다면 세간의 모든 것은 실로 가질 만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된 것이며, 가질 만한 것이 없으므로 두려운 마음이 생기지 않으며, 두려움이 없으므로 안으로 열반을 증득합니다. 나의 생이 이미 다하면 범행이 이미 선 것이고,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이미 알면 뒷몸을 받지 않습니다.”
037_0790_b_04L是故當知諸所有色若過去未來現在ㆍ若內若外ㆍ若麤若細ㆍ若勝若劣ㆍ若近若遠如是諸色我我所我有諸色非屬於我ㆍ我不在色中如實遍知應如是見乃至受想行識亦復如是大王有聲聞弟子足多聞觀五取蘊離我我所如是觀知諸世閒實無可取無可取故不生怖畏無怖畏故內證圓寂我生已盡ㆍ梵行已立ㆍ所作已辦ㆍ不受後有
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실 때 마갈타국왕 빈비사라와 8만의 천자와 마갈타국의 백천만이나 되는 무수한 바라문과 거사들이 모두 번뇌를 멀리 떠나 청정한 법안을 얻었으며, 또한 이 법을 보고 극통달법(極通達法)과 구경견법(究竟堅法)을 얻었으며, 모든 욕망[希望]을 초월하고 모든 의혹을 없애는 데에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대사의 가르침에 인연했으며, 다른 것은 능히 인용하지 않고 모든 법 가운데 무소외(無所畏)를 얻었다.
037_0790_b_13L爾時世尊說此法時摩揭陁主頻毘娑羅王八萬天子無量百千萬摩揭陁國婆羅門居士等皆悉遠塵離垢得法眼淨亦復見法得法極通達法究竟堅法越一切希望度一切疑惑不假他緣於大師教餘不能引於諸法中得無所畏
037_0790_c_01L그때 대왕과 거사들은 이 법을 얻고 나서 마음에 큰 기쁨이 생겼다. 그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바로하고 부처님께 절한 뒤에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서 부처님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지금 이 미묘한 법에서 크고 수승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께 귀의하여 5계(戒)를 지켜서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사음을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간청하였다.
“원컨대 저희 왕사성에 오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일생토록 네 가지로써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도록 하소서.”
037_0790_b_20L爾時大王及居士等得此法已心大歡喜從座而起整衣服頂禮佛足右膝著地合掌向佛而作是言今入此微妙之法獲大勝利從今日已後乃至盡形歸佛法僧爲五戒鄥波索迦不殺ㆍ不盜ㆍ不邪行ㆍ不妄語ㆍ不飮作是語已便卽請佛及諸苾芻願來於我王舍城住令我一生供養四事世尊爾時默然受請摩揭陁王及諸人知佛世尊默受請已頂禮佛足卽還本所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 청을 묵묵히 받아들이셨다. 마갈타왕과 여러 사람들은 불세존께서 묵묵히 그들의 청을 받아들인 줄을 알고는, 부처님께 절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의심을 품고 부처님께 말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를 갖추고 모든 의심을 끊으셨지만, 저 대왕과 여러 권속들은 어떤 인업(因業)을 지었기에 그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청정한 눈을 얻었나이까?”
037_0790_c_07L時諸苾芻咸皆有疑而白佛世尊是具一切智能斷諸疑我等不審大王及諸眷屬作何因業由此業力得淸淨眼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빈비사라왕이 지은 업을 너희는 잘 들어보아라. 내가 너희들에게 말해 주겠다. 저 왕이 지은 업은 성취될 적에 마치 갑자기 불어난 물처럼 인연이 모여들어 반드시 스스로 받게 되어 아무도 그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너희 비구들이 스스로 지은 업은 바깥 경계의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에서 성숙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신이 그 보(報)를 받는 것이니, 선이나 악이 이미 익으면 그 보(報)는 결코 헛되지 않는 것이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7_0790_c_10L佛告諸苾芻頻毘娑羅王所作之業汝等善聽我爲汝說彼所作業若成就時因緣合會如暴流水所作之業決定自受無能朁者汝等苾芻自所作業不於外界地水火風成熟然於自身當受其報善惡已熟必定不虛而說頌曰

설령 백겁(百劫)을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네.
업이 인연을 만날 때
과보는 자신이 받게 되네.
037_0790_c_16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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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 비구들아, 과거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이름이 아라나비(阿羅那鞞)ㆍ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박가범이었다. 그 부처님은 세상에 출현하시어 부처님의 일을 두루 마치고 마치 땔감이 다 타면 불이 꺼지듯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었다. 그 땅의 백성들은 불이 꺼진 뒤에 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 청정한 땅에 묻고 큰 탑을 만든 뒤에 탑공양을 드렸다.
037_0790_c_18L汝等苾芻過去有佛號阿羅那鞞如來ㆍ應ㆍ正等覺ㆍ明行圓滿ㆍ善逝ㆍ世閒解ㆍ無上丈夫ㆍ調御士ㆍ天人師ㆍ佛ㆍ薄伽出現於世佛事周已入無餘涅槃如薪盡火滅彼土人民火滅已後收佛舍利於淸淨處起大窣堵波而作供
이때 길리지(吉利枳)란 금륜왕이 18구지(俱胝)의 장병들을 데리고 허공에서 인간 세계를 향하려 할 때였는데, 이때 불법을 신봉하는 천신이 자기의 위력으로써 왕의 수레바퀴를 잡아 허공에 멈추고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하였다. 이때 길리지왕은 자기의 금수레 바퀴가 구르지 않음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복덕이 이제 다하여 이 수레바퀴가 돌지 않는구나.’
여러 천신들은 공중에서 왕에게 말하였다.
‘왕의 복이 다한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부처님의 사리탑이 있기 때문에 왕의 수레바퀴가 앞으로 나갈 수 없었던 것이오.’
037_0791_a_02L時有金輪王名吉利枳將十八俱胝軍將圍繞於空中過欲向人間至窣堵波處時有信佛天神各以威力捉王輪寶於空中住而不得去時吉利枳王見其金輪旣不得轉卽作是我福德盡令此輪寶不復前進天神等於其空中而謂王曰非王福然以其下有佛舍利窣堵波令王輪寶不復得去
그때 이 말을 들은 길리지왕은 18구지의 장병들에게 둘러싸여 인간 세계로 내려가서 사리탑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을 보고, 여러 대중들과 서로 의논하여 진귀한 보물들로 장식하고, 다시 갖가지 향과 꽃과 기악(伎樂)으로써 공양드린 뒤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이구동성으로 발원하였다.
‘원컨대 이 갖가지 선근으로써 장차 오실 부처님께 법을 듣고 깨끗한 법안을 얻도록 하여 주소서.’
037_0791_a_10L時吉利枳王聞此語與諸軍將十八俱胝圍繞而下其佛塔由故未成彼諸部衆各相勸齊以珍寶而共莊飾復以種種香花伎樂持以供養䠒跪合掌大衆同聲而發願言願我以此所種善根當來佛聞法得法眼淨
이렇게 원을 말하고 나서 불사리탑에 절하였다고 하니, 너희 비구들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 그때의 전륜왕 길리지와 그의 시종(侍從)들은 오늘의 빈비사라왕과 그의 권속들이니라. 이 왕과 시종들은 세존 아라나비의 탑에 공양하고 나서 이 선업으로 인하여 구지백천 겁의 한량없는 세월 동안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서 매우 훌륭한 복락을 받은 것이다. 또 왕과 권속들은 그 원력으로 인하여 지금 나의 처소에서 청정한 법의 눈을 얻은 것이다.
037_0791_a_16L作是言已頂禮佛塔汝等苾芻勿作異念彼時轉輪王吉利枳及餘侍從今卽頻毘娑羅王幷諸眷屬是也是時彼王及其侍從所作供養供世尊阿羅那鞞之窣堵波已由此善業緣故於無量俱胝百千劫生人天中受勝妙樂王及眷屬由願力故今於我所得淸淨眼
037_0791_b_01L비구들아, 알아라. 흑업(黑業:惡業)에 순흑이숙(純黑異熱:이숙은 과보를 말함)이 있고, 백업(白業:善業)에 순백이숙(純白異熟)이 있으며, 혹백잡업(黑白雜業)에 잡이숙(雜異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 비구들은 흑흑업(黑黑業:純黑業, 순수한 악업)과 잡업(雜業:선악이 섞임)을 버리고 부지런히 백백업(白白業:純白業, 순수한 선업)을 닦아야 하느니라.”
037_0791_a_23L苾芻當知黑業有純黑異熟白業得純白異熟黑白雜業得雜異熟是故汝等苾芻捨黑黑業及彼雜業應當勤修白白之業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卷第七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