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세존께서 가섭이 수도하고 있는 숲속에 머물고 계셨다. 가섭은 제사 지내기를 마치고 불을 끄려고 했으나, 불이 꺼지지 않았다. 이때 가섭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대사문이 가까이 머물고 있으니, 그의 힘 때문에 불이 꺼지지 않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가섭은 부처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은 알아야 합니다. 나는 이곳에서 제사를 다 지내고 불을 끄려고 했지만,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사문이 가까이 머물고 있으니, 그 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이렇게 말하자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불을 끄고 싶소?” 가섭이 말했다. “대사문이여, 저는 그 불을 끄고 싶습니다.” 부처님의 신통력에 의하여 그 불은 모조리 꺼졌다. 이때 가섭은 이렇게 생각했다. ‘대사문이 비록 이와 같은 큰 신통력을 갖고 있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이때 세존께서는 역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고 계셨다. 그런데 가섭이 머물고 있는 정사의 사방에서 일시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올랐다. 그러나 불을 끄려고 했지만 끌 수 없었다. 이때 가섭은 자기의 권속들과 여러 대중들과 더불어 힘을 합쳐서 그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불을 끌 수 없었다. 그때 가섭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사문이 이곳 가까이 머물고 있으니, 그 힘으로 말미암아 저 불이 꺼지지 않고 타는 것이 아닐까?’
037_0783_c_01L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세존의 처소로 가서 부처님께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제가 머물고 있는 정사가 갑자기 사면에서 불이 붙어 활활 타고 있습니다. 저와 권속들 그리고 여러 대중들이 마음을 합쳐 불을 껐지만 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대사문이 이곳에 가까이 계시니, 그 힘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가섭의 말이 끝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 불을 끄고 싶소?” 가섭이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그 불을 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합니다.” 이때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그 불이 모조리 꺼졌다. 우루빌나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은 참으로 기이하시구나. 그러나 그가 비록 이와 같은 큰 신력을 가졌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계셨다. 그때 사천왕은 몸에 마치 화산과 같은 광명을 사방으로 놓으며 부처님 처소로 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이때 우루빈라가섭은 밤중에 별자리를 살피다가 보니, 화산 같은 불덩어리의 빛이 멀리 부처님 앞에서 비쳐왔다. 가섭이 생각하였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기 때문에 저 편에 네 군데 불덩어리가 있구나.’ 이에 우루빈라가섭은 그 이튿날 부처님 처소로 가서 말했다. “제가 본 것이 맞습니까? 지난밤에 별자리를 관찰하다가 대사문 앞에 불덩어리가 있는 것을 보았는데,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는구나’라고 말입니다.”
037_0784_a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불을 섬기지 않소. 지난밤에 사천왕이 나의 처소로 와서 나의 설법을 들었는데, 이 때문에 그 광명이 있었던 것이니, 그것은 다른 불덩어리가 아니었소.” 그때 우루빈라가섭은 이렇게 생각했다. ‘비록 이 대사문이 그와 같은 신통력과 위덕을 가졌지만,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렀다. 이때 범왕(梵王)과 제석(帝釋)이 밤중에 몸에서 두 개의 불덩이 같은 광명을 내며 부처님 처소로 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았다. 이때 우루빈라가섭은 밤중에 별자리를 살피다가 멀리서 부처님 앞으로 두 덩어리의 불빛이 비추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는구나. 그래서 저곳에 저런 불덩어리가 있는 것이로다.’
이튿날 세존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제가 본 것이 맞습니까? 지난밤에 별자리를 살피다가 대사문 앞에 두 불덩이가 있음을 보고 즉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대사문도 나처럼 불을 섬기는구나’라고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불을 섬기지 않소. 지난밤에 범왕과 제석이 나에게 와서 법을 들었는데, 이 때문에 그 빛이 생긴 것이지 다른 불빛이 아니오.”
그때 우루빈라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그와 같은 신통과 위덕을 가졌지만,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러 계셨다. 마갈타국 사람들은 때를 정하여 모임을 갖고 7일 동안 모두 우루빈라가섭의 처소로 가서 그에게 크게 공양을 하였는데, 그 시기가 마침 거의 이르렀었다. 이에 가섭은 생각하였다. ‘만약 마갈타국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이 사문의 이와 같은 신통력을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나를 버리고 그를 따를 것이다. 그 대사문이 7일 동안만 여기에 머물지 않는다면 참 좋겠는데.’
037_0784_b_01L이때 세존께서 가섭의 생각을 아시고 마침내 몸을 숨겨 보이지 않게 하셨다. 마갈타국 사람들이 공양을 마치고 떠나가자, 가섭은 많은 공양물을 얻었다.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7일 동안 많은 공양물을 얻었으니, 지금 만약 대사문이 이곳에 오신다면 마땅히 공양을 올리리라.’ 이때 세존께서는 그의 생각을 아시고, 즉시 몸을 나타내셨다. 이를 멀리서 지켜본 가섭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대사문이여, 다시 돌아오셨군요.”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이곳에 돌아왔소.” 가섭이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7일 전에 떠나셨습니까?”
부처님께서 가섭에게 대답하셨다. “지난번에 당신은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소? ‘만약 마갈타국 사람들이 나의 처소에 온다면 저 사문의 신력과 위력을 보고 틀림없이 나를 버리고 그를 따를 것이 아닌가. 그 대사문이 7일 동안만 이곳에 머물지 않는다면 참 좋을 텐데’라고 말이오. 이때 나는 당신의 생각을 알고 7일 동안 이곳에 머물지 않은 것이오.” 가섭이 다시 말하였다. “이미 나의 생각을 아시고 가셨다면, 지금 무엇 때문에 돌아오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다음에 당신은 다시 이렇게 생각했지요. ‘나는 이미 필요한 공양물을 얻었으니, 만약 대사문이 이곳에 오신다면 내가 공양을 드릴 텐데’라고 말이오. 나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기에 이렇게 돌아온 것이오.” 가섭이 말하였다. “대사문이시여, 사실 제가 그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가섭이 곧 부처님께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이 여러 가지 음식을 당신의 뜻대로 받아쓰소서.” 이때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이와 같이 불가사의한 큰 위신력을 지녔지만, 나도 또한 큰 아라한이다.’
037_0784_c_01L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계셨다. 이때 가섭이 와서 세존께 청하였다. “대사문이시여, 원하옵건대 이곳에 머무소서. 저희들이 법에 맞게 모든 것을 공양하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묵묵히 그 청을 받아들였다. 가섭은 세존께서 청을 받아들이신 것으로 알고, 즉시 손수 자리를 펴고 그릇을 준비하였으며, 음식을 마련하였다. 그리고는 세존의 처소로 가서 고하였다. “사문이시여, 음식을 다 준비하였으니, 원하옵건대 알맞은 때를 스스로 정하소서.” 세존께서 가섭에게 대답했다. “당신이 먼저 가시오. 나도 곧 뒤따라가겠소.”
그때 세존께서 가섭이 떠난 후에 신통력을 써서 섬부수(贍部樹)로 가셨다. 향기롭고 빛이 곱고 맛있는 열매를 따서 발우에 가득 담고 가섭의 처소로 가서 자리에 앉았다. 뒤에 도착한 가섭은 세존을 보고 여쭈었다. “대사문이시여, 어떻게 이렇게 일찍 오셨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벌써 와 있었소.” 가섭이 다시 여쭈었다. “대사문이시여, 발우 안엔 무엇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잠깐 전에 나를 청하고 간 뒤에 나는 선정의 힘으로 섬부수에 가서 그 열매를 따가지고 왔는데 빛깔과 향기가 좋으니, 만약 그대가 필요하면 가져다 먹어도 좋소.”
가섭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사문께서만 마음껏 드시기 바랍니다.” 이때 우루빈라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큰 신통력과 이와 같은 위덕을 가졌지만,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과를 얻었다.’ 이때 세존께서는 지니신 것은 섬부수 열매[贍部樹菓]에서부터 암마라(菴摩羅) 열매, 가필타(迦畢他) 및 구로(俱盧)의 자연 멥쌀이었으니, 모두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037_0785_a_01L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러 계셨다. 그때 가섭은 손수 음식을 만들어 놓고, 즉시 부처님께 가서 청하였다. 세존께서는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자리에 앉으셨다. 가섭은 부처님께서 이미 앉으신 것을 보고, 곧 부처님의 발우를 가져다 여러 가지 좋은 음식을 담아서 손수 부처님께 바쳤다. 세존께서 발우를 받아 다른 곳으로 가시어 잡수시고, 물이 필요하여 손가락으로 땅을 치니 샘물이 용솟음쳐 나왔다. 가섭은 그 뒤에 이곳을 지나다가 샘물이 흐르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곳에 오랫동안 머물렀으나 샘물을 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하여 오늘 갑자기 이런 물이 나타난 것일까?’
그는 세존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저는 이곳에 오랫동안 살았어도 그 샘물을 본 적이 없었는데, 어찌하여 오늘 갑작스레 샘물이 나타났습니까? 이것을 누가 그렇게 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어제 내가 그대가 준 음식을 받아 이곳에 앉아서 먹었는데 물 생각이 나자 이때 제석천이 내 마음을 알고 재빨리 이곳으로 와서 손가락으로 땅을 쳐서 샘물을 솟아나게 하였다. 이렇게 해서 생긴 샘물이므로 그 샘을 ‘손으로 친 샘[手擊之泉]’이라고 한다.” 이때 가섭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은 불가사의한 신통력을 가졌구나.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숲속에 머물러 계셨다. 불세존께서 포시(哺時:오후 3시∼5시)에 이 샘물에 가서 옷을 벗고 물에 들어가 목욕하시고서 나오려고 하셨다. 그때 언덕에 이름이 알수나(遏竪那)라는 한 그루의 큰 나무가 있었는데, 부처님과 매우 먼 거리에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팔을 펴서 그 나무의 밑 부분을 움켜쥐고 굽힌 뒤에 그 나뭇가지를 잡고 나오셨다. 이때 가섭은 이 나무가 굽은 것을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큰 나무가 아직까지 굽은 적이 없었는데, 누가 이렇게 구부렸을까?’
037_0785_b_01L그는 세존의 처소로 가서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이렇게 큰 알수나나무가 한 번도 구부러진 적이 없었는데, 누가 구부렸나이까?” 부처님께서 앞서 생긴 일을 다 설명하시고, 그 나무 이름을 ‘손 잡아준 알수나나무[手攀遏竪那樹]’라고 하셨다.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께서는 이와 같은 신통력을 가졌구나. 그렇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고 있는 숲속에 머무르고 계셨다. 부처님께서 가사를 세탁하고 싶어서 ‘어디에서 이 옷을 빨까?’ 하고 생각하시니, 이때 제석천이 부처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커다란 돌멩이 하나를 들고 와서 샘물가에 놓고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이 돌에 놓고 세탁하소서.” 이때 세존께서 즉시 가사를 다 세탁하시고 나서, ‘어디에다 이 가사를 말릴까?’ 하고 생각하시었다. 이때 제석천이 부처님의 뜻을 알고 다른 산중으로 가서 한 방향으로 반듯하게 생긴 돌멩이 하나를 가지고 와서 부처님 앞에 놓고 말했다. “세존이시여, 이 돌에서 말리소서.”
세존께서는 그 빨래를 그 돌 위에 널어놓았다. 이때 가섭이 와서 이 돌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두 개의 돌은 전에 본 적이 없는데, 갑자기 어디에서 생겨났을까?’ 그는 세존께 가서 물었고,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가섭이여, 나는 의복을 빨아서 말리려고 ‘어디에다 빨고, 어디에 말릴까’ 하고 생각하였는데, 이때 제석천이 나의 생각을 알아차리고 이 두 개의 돌을 가져온 것이다. 하나는 옷을 빠는 데 썼고 하나는 옷을 말리는 데 쓰고 있다.”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은 이와 같은 신통력이 있구나. 하지만 나도 역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고 있는 숲속에 머물고 계셨다. 이때 세존께서 니련선하 물가를 걸어가고 있었는데, 물이 갑자기 불어나서 사람의 키를 넘었다. 그러나 세존께서 물로 들어가자 사방의 파도는 잠잠해졌고, 이에 여래는 편안하게 걸어갔다. 가섭은 멀리서 이 일을 보고 생각하였다. ‘대사문이 그렇게 좋은 상호를 가졌었는데, 이제 물에 빠졌구나.’ 그리고는 즉시 여러 제자들과 함께 작은 배를 타고 물에 들어가서 물 안에 계시는 세존을 보니 세존이 가시는 곳엔 물결이 미치지 않았다. 그는 세존께 말했다. “대사문께서는 어떻게 살아계십니까?”
037_0785_c_01L세존께서 대답하였다. “가섭이여, 나는 지금 그저 편안할 뿐이오.” 가섭이 말하였다. “대사문께서는 이 배에 오를 수 있습니까?” 세존께서 신통력으로써 갑자기 몸을 숨기더니 돌연 배 위에 나타났다. 이 일을 본 가섭은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대사문이 비록 이와 같은 신통력이 있지만, 그러나 나도 또한 아라한이다.’
그때 세존께서 우루빈라가섭의 마음과 생각을 아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당신은 아라한과(阿羅漢果)도 아니요, 아라한향(阿羅漢向)도 아니며, 또한 아라한도(阿羅漢道)를 알지도 못한다.” 가섭이 이 말씀을 듣고 나서 곧 생각하였다. ‘대사문 교답마는 내 마음을 다 아시는구나.’ 그리고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말했다. “대사문이시여, 원하옵건대 제가 대사문의 법 중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의 성품을 이루도록 허락하시고, 또 저로 하여금 대사문의 법 가운데서 청정행을 닦아 익히도록 허락해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가 출가하고 싶다는 것을 너의 제자들이 아느냐, 모르느냐?” 가섭이 대답하였다 “그들은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의 명성이 멀리까지 퍼졌으며, 모두들 너를 훌륭한 지혜를 구족한 사람으로 알고 있다. 그러니 마땅히 너의 제자들에게 말하여 너의 말을 듣는 자는 마음대로 따르도록 하여라.”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즉시 살고 있는 본거지로 돌아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대사문 교답마의 법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싶은데, 너희들의 뜻은 어떠냐?”
037_0786_a_01L그 제자들이 말하였다. “저희들은 본시 스승에게 의지해 배워왔으니 스승이 만약 가신다면 마땅히 저희도 따라가서 청정행을 닦아 익혀야지요.” 가섭이 말하였다. “너희들이 만약 나를 따라가서 배우려고 하거든 너희들이 입고 있는 사슴 가죽이나 나무껍질이나 지팡이나 제기(祭器)들은 모두 니련선하 물속에 던져버린 뒤에 따라오너라.” 모든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가지고 있던 의복과 제기 따위의 물건들을 모두 니련선하에 던져 버렸다. 다시 가섭에게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버리라고 하신 것을 이제 다 버렸으니, 다음엔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원하건대 지시하여 주소서.”
이때 우루빈라가섭에게는 두 제자가 있었는데, 하나는 나제가섭(那提迦攝)이요, 하나는 가야가섭(伽倻迦攝)이다. 이들은 각각 이백오십 명의 제자를 거느리고 이전부터 니련선하 언덕에서 부지런히 청정행을 닦고 적정행(寂靜行)을 닦고 있었다. 나제가섭은 니련선하 하류에서 살고 있었는데, 어느 때 니련선하에서 사슴가죽ㆍ나무껍질ㆍ지팡이ㆍ제기들이 떠내려 오는 것을 보고,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우리는 함께 청정행을 닦는 사람인데, 무슨 재난을 당했기에 이런 물건들이 떠내려 올까? 왕에게 해를 당했을까? 아니면 도적에게 습격을 받았을까? 큰불에 당했을까? 물의 피해를 입은 것일까? 우리들은 함께 청정행을 닦는 사람이니, 당연히 가서 알아봐야겠다.’
이리하여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은 함께 우루빈라가섭이 수도하는 곳으로 향하였다. 가까이 가서 보니 우루빈라가섭이 승가지(僧伽胝:승가리)를 입고 머리를 깎고서 대사문이 머무는 곳의 한쪽에 앉아 묘법(妙法)을 듣고 있었다. 보고 나서 우루빈라가섭을 항하여 이와 같이 물었다. “구수(具壽)여, 부처님의 법에 출가한 것이 옛적에 닦던 법보다 낫습니까?” 우루빈라가섭가 대답했다. “옛 법보다 낫다.”
037_0786_b_01L그때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은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지금 이 대사문은 신통력을 가지고 있으니 틀림없이 훌륭한 묘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이 백이십 세를 먹었고 마갈타국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으며 대중들에게 아라한으로 일컬어지는 우루빈라가섭 같은 오랫동안 덕을 쌓아온 사람이 본래 배우던 것을 버리고 대사문에게 귀의 출가하여 도를 닦을까? 우리들도 마땅히 대사문을 따라 출가해서 도를 배워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즉시 부처님 발에 합장하여 절하고 말했다. “원하옵건대 저희들은 대사문의 법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게 하시고, 저희들로 하여금 대사문의 법 가운데서 범행을 닦아 익히도록 허락하여 주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출가하고 싶은가? 그대들의 제자들도 너희들의 그러한 생각을 알고 있는가?”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이 대답하였다. “그들은 전혀 알지 못합니다.”
세존께서 이르셨다. “너희의 명성이 멀리까지 나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너희를 지혜가 구족하다고 알고 있다. 그러니 마땅히 너희 제자들에게 알려서 만약 너희의 말을 들어주거든 그들의 생각대로 하도록 하라.” 나제가섭 등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즉시 그들이 머물던 곳으로 되돌아가 제자들에게 알렸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나는 대사문 교답마의 묘법과 계율 중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으려고 하는데,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037_0786_c_01L제자들이 대답하였다. “저희들은 본래 스승께 의지하여 배웠습니다. 이제 만약 가신다면 저희 대중들도 모두 스승을 따라 범행을 닦을 것을 원합니다.” 나제가섭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나를 따라가서 배우겠다면 입고 있는 사슴가죽ㆍ나무껍질ㆍ지팡이ㆍ제기 따위를 모두 니련선하에 던지고 너희들 뜻대로 따라오너라.” 여러 제자들은 이 말을 듣고서 가지고 있던 의복과 제기 따위의 물건들을 모두 니련선하에 던져 버렸다. 스승의 처소로 돌아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께서 버리라고 하신 것은 이제 다 버렸으니, 이제부터는 어떤 일을 해야 합니까? 지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때 나제가섭과 가야가섭은 제자 5백 명을 함께 거느리고 부처님 처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사문이시여, 저희가 제자들에게 알려 모두에게 허락을 받았습니다. 원하옵건대 저희들을 제도하시어 훌륭한 법률(法律) 가운데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어 대사문의 처소에서 범행을 닦아 익히도록 허락하소서.”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잘 왔다. 범행을 닦도록 하여라.”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나제가섭 등 5백 제자들은 모두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었다.
이때 세존께서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被髮外道] 1천 명을 제도하여 구족계를 수여하고 비구가 되어 우루빈라 땅에서 마음대로 머무르게 하셨으며, 차츰 이동하여 가야산(伽耶山)에 이르러 솔도파(窣堵波:탑)가 있는 산꼭대기에서 전에 이미 출가한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 1천 비구와 함께 한 곳에 머물렀다. 그때 세존께서 세 가지의 신통력으로써 1천 명의 비구들을 교화하였다. 세 가지 신통이란 이른바 신족통(神足通)과 기설통(記說通)과 교수통(敎授通)이다.
037_0787_a_01L신족통이란 여래께서 삼마지에 드는 것이니 마음이 선정(定)에 든 까닭에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홀연히 숨었다가 동쪽에 나타나 허공으로 솟아 올라가고ㆍ머물고ㆍ앉고ㆍ눕고 하다가 화광정(火光定)에 드는 것이다. 곧 몸 안에서 갖가지 빛을 방출한다. 이른바 푸른 빛ㆍ노란 빛ㆍ붉은 빛ㆍ횐 빛ㆍ진홍빛으로써 한꺼번에 두 가지의 모습을 나타내는데, 몸 아래에서 불이 나오면 몸 위에선 맑은 물이 흐르고, 몸 밑에서 물이 나오면 몸 위에선 불빛이 번쩍이는 것이다. 동쪽에 나타나 이와 같이 하신 것처럼 남쪽ㆍ서쪽ㆍ북쪽이 모두 이와 같은 것이다. 이렇게 모습을 나타낸 뒤엔 그 허공에서 사라지고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몸을 나타내었다. 이것이 세존의 신족통이다.
기설통이란 이른바 비구가 심(心)ㆍ의(意)ㆍ식(識)을 마땅히 관찰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선(善)은 마땅히 심사(尋伺:尋求伺察의 준말)하고 불선(不善)은 마땅히 심사하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의념(意念)도 되고, 이것은 또한 신식(身識)을 증득하는 것도 된다. 이것이 세존의 기설통이다.
교수통이란 존재하는 모든 법이 불타고 있음을 모든 비구들에게 가르쳐 알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일러서 모두가 불타고 있다고 하는가. 눈이 불타고[眼熾然], 물질이 불타고[色熾然], 안식이 불타고[眼識熾然], 안촉이 불타고[眼觸熾然], 안촉(眼觸)으로 인하여 생긴 감각[受], 즉 괴로움의 느낌[苦受]ㆍ즐거움의 느낌[樂受]ㆍ비고비락의 느낌[非苦非樂受:捨受와 같음]이 역시 불탄다. 무슨 불 때문에 타는가? 탐욕의 불 때문에 탄다. 성냄의 불 때문에 탄다. 어리석음의 불[癡火:無名의 불] 때문에 탄다. 태어남과 늙음과 병듦과 죽음과 걱정과 탄식과 근심과 슬픔과 고뇌도 또한 이와 같이 불탄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이것이 세존의 교수통이다. 세존께서 이러한 설법을 하였을 때 그들 1천 명의 비구는 뒷몸을 받지 않게 되었으며, 모든 유루심(有漏心)을 해탈하고, 모두 아라한과를 얻게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갈타국 가야산 꼭대기의 탑이 있는 곳에서 1천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셨다. 이보다 앞서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들은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모든 번뇌가 다하여, 지을 만한 것을 이미 짓고 인연으로 된 것임을 이미 판단하여 무거운 짐을 모두 벗어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을 얻게 되었고, 모든 번뇌를 끊어서 해탈을 얻었다.
037_0787_b_01L마갈타국의 백성들은 길을 다니다가 들었다. “석가 종족에서 태어난 태자가 설산 옆 긍가하에 가비라 선인이 머무는 곳에 있으며,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방술(方術)을 잘하는 점상사(占相師)가 있었는데, 태자에게 예언하기를 ‘만약 집에 있게 되면 전륜왕의 자리를 계승하여 사방을 항복받아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할 것이요, 7보가 구족할 것이다. 7보란, 이른바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여보(女寶)ㆍ주장보(主藏寶)ㆍ주병보(主兵寶)이다. 또 용모가 단정하고 용감한 1천 명의 아들에게 에워싸여 다른 나라의 군대를 정복하고 교화를 펴서 원수와 적이 없게 하며, 고뇌와 무기가 사라져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만약 출가한다면 바른 신심을 가지고 집을 버리고 나가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무상각(無上覺)을 증득하여 아라한이 될 것이며 세상이 그를 찬양하고 그의 명성이 멀리 퍼질 것이다’라고 하였다.”
마갈타국의 길을 가던 사람들은 이 말을 듣고 빈비사라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왕께 아룁니다. 저희들이 다니다가 들은 이야기인데, 석가 종족에서 태어난 한 태자가 설산 옆, 긍가하 언덕, 가비라 선인이 수도하던 곳에 머물러 있으면서 세간의 칭찬과 명성이 자자하여 그 소문이 먼 곳까지 들리고 있으니,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그 태자를 죽이소서. 그 태자만 제거한다면 대왕은 나라의 복록[國祚]을 길이길이 누릴 것입니다.”
037_0787_c_01L왕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은 그런 말을 하지마라. 저 석가 태자가 금륜왕의 지위를 얻는다면 나는 그를 따를 것이고, 만약 정각(正覺)을 이룬다면 그를 가까이 모시고 공양을 드릴 것이다.” 그때 마갈타의 임금 빈비사라는 누각에 올라가서 다섯 가지 서원을 세웠다. ‘우리나라에서 대도사이신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각(正等覺)ㆍ명행원만(明行圓滿:명행족)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장부(無上丈夫:無上師)ㆍ조어사(調御士)ㆍ불박가범(佛薄伽梵:佛世尊)이 나오기를 원합니다. 저로 하여금 그를 공경하고 섬기도록 하소서. 그가 설한 법을 제가 듣고 깨닫게 하소서. 법을 들은 뒤엔 깨끗한 계율을 받아 지니게 하며, 저로 하여금 법대로 살게 하소서.’
또 마갈타국 백성들이 길을 다니다가 들었다. “석가 종족 중에 태어난 태자가 설산 옆 긍가하 언덕 가비라 선인이 머무는 곳에 있고,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점상사(占相師)가 있는데, 방술을 잘 하는 그는 태자에게 예언하기를, ‘만약 집에 있으면 윤왕의 자리를 계승하여 사방을 항복시켜 법으로써 세상을 교화하며, 7보가 구족하니 이른바 윤보 상보 마보ㆍ주보ㆍ여보ㆍ주장보ㆍ주병보이다. 또 용모가 단정하고 용감한 1천 명의 아들에게 에워싸여 다른 나라의 군대를 정복하여 세계를 휩쓸며 교화를 널리 펴서 원수와 적이 없어지고 고뇌와 칼과 몽둥이가 다 사라져서 안락하게 살 것이며, 만약 출가한다면 바른 신심을 내서 집을 떠나 집 아닌 곳으로 가서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무상각(無上覺)을 성취하여 아라한이 될 것이며, 세상은 그의 이름을 찬양하여 그 명성이 먼 곳까지 미칠 것’이라고 점쳤다.” 그들은 다시 이야기를 들었으니, 그 이야기는 “그 태자는 윤왕의 지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037_0788_a_01L지금 가야산 꼭대기 솔도파가 있는 곳에서 1천 명의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있다. 그 비구들은 전에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로서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치고, 인연소작임을 분별하여 모든 무거운 짐들을 벗어 버리고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을 이루었으며, 모든 번뇌를 끊고 해탈을 얻었다”라는 것이었다. 대중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즉시 빈비사라왕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왕께 아룁니다. 저희들이 길을 다니다가 들었는데 저 석가 종족 중에서 한 태자가 태어나서 무상정각을 이루었으며, 지금 가야산에서 일천 명의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여 있는데, 그 비구들은 모든 번뇌를 끊고 해탈을 얻었다고 합니다. 원하옵건대 대왕께서는 그 부처님께 친히 공양하소서. 만약 공양하시면 왕의 국토가 편안하고 풍족하고 즐겁게 된다고 합니다.”
왕은 그들의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며 즉시 한 사람에게 명하여 부처님 처소로 보내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가 지금 말하는 대로 해라. 우선 부처님의 두 발에 절하고 말하길 ‘세존이시여, 거처는 평안하십니까? 병이나 힘든 일은 없으시며, 머무시는 데 불편한 것은 없으십니까?’라고 하여라. 이와 같이 말하고 나서, 다시 머리 숙여 청하기를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이곳 왕사성(王舍城)에 왕림하셔서 일생 동안 저의 네 가지 공양[四事:음식ㆍ의복ㆍ침구ㆍ탕약)을 받으소서’라고 하여라.” 사신은 왕이 말한 내용을 받아 지니고 나서, 가야산(伽耶山)에 있는 부처님 처소로 갔다. 사신은 부처님 발에 절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께서 저를 보내어 세존께 머리 숙여 ‘거처는 평안하신지, 병이나 힘든 일은 없으시며, 머무시는 데 불편한 것은 없으신지’를 묻게 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과 그대들은 모두 안락하십니까?” 사신이 말하였다. “왕께서 저를 보내어 머리 숙여 간절히 청하기를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제가 있는 왕사성에 왕림하셔서 일생 동안 저의 네 가지 공양을 받으소서’라고 하였습니다.”이에 부처님께서는 곧 그 청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사신은 부처님께서 청을 받으신 줄 알고 부처님 발에 절하고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일천 명의 비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였다. 이 비구들은 옛적엔 모두 머리를 풀어 헤친 외도들이었으나, 모두 아라한과를 증득하여 모든 번뇌를 끊었으며 바른 해탈을 얻은 비구들이었다. 부처님은 이들 비구들을 데리고 걸으면서 차츰 마갈타국으로 가까이 갔으며, 선주솔도파 대숲[善住窣堵波竹林]에 이르러서 머물렀다.
037_0788_b_01L마갈타국왕은 부처님께서 일천 명의 비구들에게 둘러싸여 이곳에 머물고 계시는데 그들은 이미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모든 번뇌가 다하였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였고 인연으로 된 일을 이미 마쳤으므로 무거운 짐을 벗고 스스로를 이롭게 하는 것을 얻어 모든 번뇌가 다 끊어지고 마음에 해탈을 얻었다는 말을 듣고서, 좋은 수레[善輅]를 잘 꾸며서 타고 한량없는 백천 권속들에게 둘러싸여서 부처님 처소로 가서 예배하고 공양드리려고 하였는데, 수레바퀴가 땅에 빠져서 수레가 더 이상 나갈 수 없었다. 그러자 왕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에게 무슨 허물이 있기에 이 수레바퀴가 돌지 않는 것일까?’
이때 공중에서 갑자기 말소리가 들렸다. “왕에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옥중(獄中)에 있는 한량없이 많은 사람들이 옛적에 대왕과 더불어 선업(善業)을 함께 닦았으니, 지금 만약 그들을 석방한다면 수레가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왕은 이 소리를 듣고 죄수들을 모두 석방하였다. 왕은 길을 떠나 궁문을 지나려고 하는데, 머리에 쓰고 있던 관이 기울어졌다. 왕은 생각하였다. ‘내가 옛적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이런 일이 생길까?’
이때 공중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대왕에게 허물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이 전생에 대왕과 더불어 좋은 업을 닦았는데, 지금은 모두 흩어져 후미진 시골에 살고 있으니, 왕은 그들을 불러서 함께 부처님을 뵙도록 하라.” 왕은 즉시 명을 내려 그들을 모았다. 그들이 다 모이자, 수레 1만 2천 대를 준비하였으며, 구름처럼 모인 18만의 군병들과 기마(騎馬)들 그리고 상병(象兵:코끼리) 1만 5천을 거느렸으며, 한량없는 백천만 마갈타 사람들ㆍ바라문ㆍ거사들에게 앞뒤로 에워싸인 채 왕사성을 벗어나 부처님 처소로 갔다. 수레에서 내리자, 왕이 착용하고 있던 다섯 가지 물건인 일산[傘蓋]ㆍ머리에 쓰는 관[頭冠]ㆍ보배 검[寶劍]ㆍ보배 부채[寶扇]ㆍ보배 신[寶履]을 땅에 놓았다. 이 물건들을 놓고 나서,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부처님 발에 절한 뒤에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는 다름 아닌 마갈타국 빈비사라왕입니다.”
037_0788_c_01L이렇게 세 번을 말하자, 부처님께서 대왕에게 말씀하셨다. “아, 그렇군요. 당신이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이군요.” 이렇게 세 번을 대답한 뒤에 “당신은 이제 앉아도 좋습니다”라고 하였다. 빈비사라왕은 부처님의 말은 듣고 나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다. 마갈타국의 바라문과 거사들도 일부는 부처님 발에 절하고 한쪽에 앉았고, 일부는 합장하고 안부를 물었다. “대사문이시여, 병이나 힘든 일은 없으시고 기력도 또한 편안하십니까?” 안부를 묻고 한쪽에 앉았으며, 일부는 합장만 하고 묻지 않고 역시 한 쪽에 앉았고, 또 일부는 멀찍이 앉은 채 잠자코 있었다.
이때 우루빈라가섭이 대중들 속에 있었는데, 마갈타국의 바라문과 거사들이 대중들 틈에 있는 우루빈라가섭을 보고 의심스런 생각이 들었다. ‘사문 교답마가 가섭의 처소에서 닦고 익혔으니, 가섭은 사문 교답마에게 아직 듣지 못한 비밀스러운 것을 배웠을 것이 아닌가?’ 그때 세존께서 그들의 생각을 아시고 미묘한 게송으로 가섭에게 물었다.
잘 왔도다. 가섭이여, 악처(惡處)를 생각지 말라. 가장 수승한 넓은 법 가운데 그대는 벌써 들어왔네.
037_0789_a_08L‘善來迦攝波, 非有思惡處, 最勝廣法中, 汝今已能入。’
그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일어나 모든 대중을 위하여 그대의 신통변화를 나타내 보여라.”
037_0789_a_10L爾時世尊告迦攝曰:‘汝起,爲諸大衆現其神變。’
이때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즉시 삼마지에 들어서 마음을 안정한 까닭에 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몸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어느새 동쪽 허공에 솟아올라, 가고ㆍ멈추고ㆍ앉고ㆍ눕고 하다가 화광정(火光定)에 들어 몸 안에서 갖가지 빛을 발하니, 이른바 청색ㆍ황색ㆍ적색ㆍ백색ㆍ홍색이었다. 그 몸을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내었으니, 몸 아래에서 불을 낼 때는 몸 위엔 맑은 물이 흐르고, 몸 아래서 물이 나올 때는 위에서는 불빛이 번쩍였다. 동쪽에서 이렇게 하였듯이 남쪽ㆍ서쪽ㆍ북쪽에서도 이와 같이 하였다. 이런 모양을 나타낸 뒤엔 허공에서 사라지더니 본래의 자리로 돌아와 땅 위에 우뚝 섰다가 부처님 처소로 가서 부처님 발에 절하고 이렇게 말했다. “세존께서는 저의 스승이요, 저는 세존의 성문제자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가섭아, 나는 너의 스승이요, 너는 나의 성문제자이니라. 가섭아, 너는 일어나서 네 자리에 앉으라.”
그때 세존께서 마갈타의 임금 빈비사라왕에게 말씀하셨다. “색(色:물질)은 생멸(生滅)이 있습니다. 대왕은 색법(色法)의 생멸인연(生滅因緣)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 또한 이와 같습니다. 만약 대왕이 색법의 생멸을 분명히 안다면 곧 색의 자성(自性)을 분명히 알게 되며, 수ㆍ상ㆍ행ㆍ식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대왕이여, 만약 선남자(善男子)가 색의 자성을 알아서 색에 애착하지 않고 받지도 아니하고 갖지도 않는다면 결정코 나[我]도 없고 내 것[我所]도 없는 것입니다. 수ㆍ상ㆍ행 식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만약 선남자가 이 색의 자성에 대하여 애착하지 않고 받지 않고 갖지도 않는다면 나와 내 것 없음을 반드시 알 것이니, 이 사람을 열반과 해탈을 얻었다고 그대는 말합니다. 수ㆍ상ㆍ행 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시자, 마갈타국의 바라문들과 거사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색(色)에 나[我]가 없고 수ㆍ상 행ㆍ식에도 나가 없다면 어떤 법(法)이 나인가? 중생은 누구이고, 명(命)하는 자는 누구이며, 생(生)한 자와 양육(養育)한 자는 누구인가? 사람과 중생[數取趣]ㆍ화신[意生]과 마납박가[摩納:儒童, 석존의 보살 시절의 이름], 능작과 소작[能所作], 촉(觸)ㆍ수(受:느낌)ㆍ행(行)ㆍ주(住) 등 이러한 모든 법(諸法)의 차별상에 다 나가 없다면 이 밖에 또 어떤 것이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으며, 3세(世:과거ㆍ현재ㆍ미래)가 없는데도 느낄 수 있는 것인가? 만약 사람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 선업과 악업에 대해 과보를 받을 때 누가 그것을 받으며 이 몸[蘊]을 버리고 저 몸[蘊]을 받도록 하는가?’
037_0789_c_01L그때 세존께서 바라문과 거사들의 이와 같은 생각을 아시고 즉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혜가 없는 사람은 많이 듣지 못한 까닭에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나와 내 것에 집착하는 것은 나와 내 것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비구들이여, 집(集)에서 고(苦)가 생기나, 멸(滅)을 증득하면 고(苦)를 끊고, 집(集)으로부터 행(行)이 생기나, 멸(滅)을 증득하면 행(行)이 없어진다. 그 인연이 없어지면 그것이 없어지나니, 그 인연 때문에 모든 중생이 생겨나고 차례로 유전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인연 때문에 중생의 생멸(生滅)이 있는 것이다. 여래는 필경 나[我]가 없음을 분명히 알고 있다.”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인간을 초월하는 청정한 천안(天眼)을 가지고 중생이 유전(流轉)하 고 생멸함을 볼 수 있다. 수승한 자ㆍ열등한 자, 상호(相好)가 잘 난자ㆍ그렇지 못한 자, 좋은 세계(善趣:천상이나 인간)ㆍ나쁜 세계(惡道ㆍ지옥ㆍ아귀ㆍ축생ㆍ아수라)에서 짓는 업을 나는 여실히 안다.
이와 같이 한 중생을 보자. 몸과 입과 생각으로 악한 업을 짓고 성자를 비방하며, 잘못된 소견에 집착하여 사악한 업을 지었고,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곳에서 숨을 거두고 지옥에 떨어졌다. 또 한 중생을 보자. 몸과 입과 생각으로 선업을 짓고 성자를 비방하지도 않고, 바른 신심에 머물고 바른 행위를 하였으며, 이러한 인연으로 여기서 숨을 거두는 즉시 천상(天上)에 태어났다. 이와 같은 일을 내가 다 알고 있었지만, 일찍이 ‘중생[有情]이 나[我]가 있다’고 말한 적은 없다.
037_0790_a_01L수명(壽命)과 사람을 낳아 기르는 일과 삭취취(數取趣:생사를 되풀이하는 것)와 의생(意生:변화신)과 마납(摩納)과 능작(能作)과 소작(所作:인연소작)과 촉(觸)과 수(受:감각)가 가고 머무는 일들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이런 일을 짓든 짓지 않든 선악의 업보를 받아 여기서 목숨을 다하여 저기서 목숨을 받지만 나는 그것을 ‘나’라고 말하지 않고 ‘인연(因緣)’이라고 하나니, 이른바 이것이 있으므로 생기는 것이요, 이른바 무명이 행의 연이 되고, 행은 식의 연이 되며, 식은 명색(名色)의 연이 되고, 명과 색은 6처(處)의 연이 되며, 6처는 촉(觸)의 연이 되고, 촉은 느낌[受]의 연이 되며, 느낌은 애욕의 연이 되고, 애욕은 집착의 연이 되며, 집착은 유(有)의 연이 되고, 유는 생(生)의 연이 되며, 생은 늙음과 죽음, 근심과 슬픔과 고뇌의 연이 되는 것이니, 이것은 모두 5온의 모임[五蘊聚集]이다.
이른바 이것이 없으면 저것이 없고 이것이 없어지면 저것이 없어지는 것이니, 이른바 무명이 없어지면 행이 없어지고, 행이 없어지면 식이 없어지고, 식이 없어지면 명과 색이 없어지고, 명과 색이 없어지면 6처가 없어지고, 6처가 없어지면 촉이 없어지고, 촉이 없어지면 느낌이 없어지고, 느낌이 없어지면 애욕이 없어지고, 애욕이 없어지면 집착이 없어지고, 집착이 없어지면 유가 없어지고, 유가 없어지면 생이 없어지고, 생이 없어지면 늙음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고뇌도 없어지는 것이다. 이와 같이 5온의 모임은 없어지는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의 빈비사라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물질은 영원합니까, 영원하지 못합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대덕이시여, 물질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영원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괴로움입니까, 괴로움이 아닙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괴로움이지요.”
부처님께서 또 물었다. “만약 물질이 무상이요 괴로움이라면 그것은 변하고 없어지는 것일 텐데, 만약 다문제자가 물질을 나[我]라고 집착하여, ‘나는 물질을 가지고 있고 물질은 나에게 속한다’고 한다면, 나가 물질 속에 있는 것입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으셨다 “수(受)와 상(想)과 행(行)과 식(識)은 영원합니까, 영원하지 못합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영원하지 못합니다.”
037_0790_b_01L부처님께서 또 물었다. “수ㆍ상ㆍ행ㆍ식이 영원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괴로움입니까, 괴로움이 아닙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것은 괴로움입니다.” 부처님께서 또 물었다. “식(識) 등이 무상이요 괴로움이라면 그것은 곧 변하고 없어질 것인데, 만약 어떤 다문제자가 식(識) 등이 곧 나라고 고집하여 ‘나는 여러 식을 가지고 있고 식은 나에게 속했다’고 한다면 나가 식 가운데 있는 것입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부처님이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알아야 합니다. 모든 물질이란, 과거ㆍ현재ㆍ미래 할 것 없이 안이든지 밖이든지, 거칠든지[塵] 곱든지[細], 수승하든지 하열하든지, 멀든지 가깝든지, 이러한 모든 물질은 나도 아니고 내 것도 아니며, 내가 가진 모든 물질은 나에게 속한 것이 아니요 내가 물질 안에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실하게 두루 알아야 하고 이와 같이 보아야 하니, 수와 상과 행과 식도 이와 같습니다. 대왕이여, 다문을 구족한 어떤 성문제자가 5취온(取蘊)을 관하되, ‘나와 내 것을 여의었다’고 관했다면 세간의 모든 것은 실로 가질 만한 것이 없음을 알게 된 것이며, 가질 만한 것이 없으므로 두려운 마음이 생기지 않으며, 두려움이 없으므로 안으로 열반을 증득합니다. 나의 생이 이미 다하면 범행이 이미 선 것이고, 인연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이미 알면 뒷몸을 받지 않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이렇게 설법하실 때 마갈타국왕 빈비사라와 8만의 천자와 마갈타국의 백천만이나 되는 무수한 바라문과 거사들이 모두 번뇌를 멀리 떠나 청정한 법안을 얻었으며, 또한 이 법을 보고 극통달법(極通達法)과 구경견법(究竟堅法)을 얻었으며, 모든 욕망[希望]을 초월하고 모든 의혹을 없애는 데에 다른 힘을 빌리지 않고 대사의 가르침에 인연했으며, 다른 것은 능히 인용하지 않고 모든 법 가운데 무소외(無所畏)를 얻었다.
037_0790_c_01L그때 대왕과 거사들은 이 법을 얻고 나서 마음에 큰 기쁨이 생겼다. 그들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의복을 바로하고 부처님께 절한 뒤에 오른쪽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합장하고서 부처님을 향하여 이렇게 말씀드렸다. “저희들은 지금 이 미묘한 법에서 크고 수승한 이익을 얻었습니다.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부처님과 가르침과 스님들께 귀의하여 5계(戒)를 지켜서 살생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사음을 하지 않고, 거짓말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간청하였다. “원컨대 저희 왕사성에 오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일생토록 네 가지로써 부처님께 공양할 수 있도록 하소서.”
이때 부처님께서는 이 청을 묵묵히 받아들이셨다. 마갈타왕과 여러 사람들은 불세존께서 묵묵히 그들의 청을 받아들인 줄을 알고는, 부처님께 절하고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이때 모든 비구들은 의심을 품고 부처님께 말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일체지(一切智)를 갖추고 모든 의심을 끊으셨지만, 저 대왕과 여러 권속들은 어떤 인업(因業)을 지었기에 그 업의 힘으로 말미암아 청정한 눈을 얻었나이까?”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빈비사라왕이 지은 업을 너희는 잘 들어보아라. 내가 너희들에게 말해 주겠다. 저 왕이 지은 업은 성취될 적에 마치 갑자기 불어난 물처럼 인연이 모여들어 반드시 스스로 받게 되어 아무도 그와 대체할 수 없을 것이다. 너희 비구들이 스스로 지은 업은 바깥 경계의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에서 성숙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자신이 그 보(報)를 받는 것이니, 선이나 악이 이미 익으면 그 보(報)는 결코 헛되지 않는 것이다.”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설령 백겁(百劫)을 지나더라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네. 업이 인연을 만날 때 과보는 자신이 받게 되네.
037_0790_c_16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37_0791_a_01L “너희 비구들아, 과거에 부처님이 계셨는데 이름이 아라나비(阿羅那鞞)ㆍ여래ㆍ응공ㆍ정등각ㆍ명행원만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장부ㆍ조어사ㆍ천인사ㆍ불박가범이었다. 그 부처님은 세상에 출현하시어 부처님의 일을 두루 마치고 마치 땔감이 다 타면 불이 꺼지듯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들었다. 그 땅의 백성들은 불이 꺼진 뒤에 부처님의 사리를 거두어 청정한 땅에 묻고 큰 탑을 만든 뒤에 탑공양을 드렸다.
이때 길리지(吉利枳)란 금륜왕이 18구지(俱胝)의 장병들을 데리고 허공에서 인간 세계를 향하려 할 때였는데, 이때 불법을 신봉하는 천신이 자기의 위력으로써 왕의 수레바퀴를 잡아 허공에 멈추고 앞으로 나갈 수 없도록 하였다. 이때 길리지왕은 자기의 금수레 바퀴가 구르지 않음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복덕이 이제 다하여 이 수레바퀴가 돌지 않는구나.’ 여러 천신들은 공중에서 왕에게 말하였다. ‘왕의 복이 다한 것이 아니라, 그 아래에 부처님의 사리탑이 있기 때문에 왕의 수레바퀴가 앞으로 나갈 수 없었던 것이오.’
그때 이 말을 들은 길리지왕은 18구지의 장병들에게 둘러싸여 인간 세계로 내려가서 사리탑이 아직 완성되지 못한 것을 보고, 여러 대중들과 서로 의논하여 진귀한 보물들로 장식하고, 다시 갖가지 향과 꽃과 기악(伎樂)으로써 공양드린 뒤에, 꿇어앉아 합장하고 이구동성으로 발원하였다. ‘원컨대 이 갖가지 선근으로써 장차 오실 부처님께 법을 듣고 깨끗한 법안을 얻도록 하여 주소서.’
이렇게 원을 말하고 나서 불사리탑에 절하였다고 하니, 너희 비구들은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 그때의 전륜왕 길리지와 그의 시종(侍從)들은 오늘의 빈비사라왕과 그의 권속들이니라. 이 왕과 시종들은 세존 아라나비의 탑에 공양하고 나서 이 선업으로 인하여 구지백천 겁의 한량없는 세월 동안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서 매우 훌륭한 복락을 받은 것이다. 또 왕과 권속들은 그 원력으로 인하여 지금 나의 처소에서 청정한 법의 눈을 얻은 것이다.
037_0791_b_01L비구들아, 알아라. 흑업(黑業:惡業)에 순흑이숙(純黑異熱:이숙은 과보를 말함)이 있고, 백업(白業:善業)에 순백이숙(純白異熟)이 있으며, 혹백잡업(黑白雜業)에 잡이숙(雜異熱)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 비구들은 흑흑업(黑黑業:純黑業, 순수한 악업)과 잡업(雜業:선악이 섞임)을 버리고 부지런히 백백업(白白業:純白業, 순수한 선업)을 닦아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