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술의부(述意部) 대개 지옥의 어둡고 고생스러움을 논할진대 그 지독한 고통은 특별하다. 칼 숲은 해를 찌르고, 검(劍)의 산은 하늘에 닿으며, 끓는 가마솥은 물결을 치고, 이글거리는 화로는 불꽃을 일으키며, 쇠성문은 낮에도 닫혀 있고, 구리기둥은 밤에도 탄다. 이 속에 죄인이 가득 차 있는데, 그들은 처참하게 괴로워하고 슬피 부르며 울부짖는다. 소의 머리에 사나운 눈을 한 지옥의 졸개들은 흉악한 이빨을 갖고 있는데, 그들이 긴 작살로 갈빗대를 찌르면 간장과 심장이 갈라지고, 사나운 불이 몸을 핍박하면 모든 피부가 완전히 탄다. 혹은 머리를 찧고 다리를 두들기며, 넋을 지지고 혼을 삶으며, 쓸개를 찢고 창자를 뽑아 내며, 몸을 베고 살을 회치나니, 이런 고통을 어찌 다 말하겠는가. 이리하여 가마솥의 끓는 물 속에 떴다 잠겼다 하고, 화로의 숯불 속에 엎어졌다 자빠졌다 하며, 창과 칼날 끝에서 살이 없어지고, 마른 형상 곁에서 뼈가 부서지며, 쇠평상 위에서 어찌 편히 잘 수 있으며, 구리기둥 사이에서 어찌 오래 지날 수 있겠는가. 눈 속에 불을 띠고 있어서 우는 눈물이 흐르지 않고, 입 안에 연기를 머금어서 부르짖는 소리가 나오기 어렵다. 그래도 이런 것은 오히려 가볍다 할 것이니, 왜냐 하면 찬 얼음 속에서 따뜻한 바람을 만나거나 숯불 속에서 시원한 기운을 얻으면 곧 즐거워하면서 다시 유쾌해지기 때문이다. 혹 아비지옥에 태어나면 그 형세가 매우 기이하다. 고초스러운 쇠 담장이 있는데 가로 세로가 8만 유순이며, 폭발하는 소리는 천둥처럼 놀랍고, 냄새나는 연기는 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마치 물고기가 석쇠에 있는 것 같아서 기름과 피가 모두 타니, 잠깐이라도 즐거움이 없고 닿는 것마다 모두 괴로우며, 뜻대로 움직일 수 없으며 그 결박은 갈수록 심하다. 동쪽 서쪽이 번갈아 지나가고 위와 아래가 사무쳐 통했으니, 이쪽 겁(劫)이 다 타고 나면 다시 다른 쪽으로 옮겨 가고, 다른 쪽 겁이 다 지나가면 다시 이곳으로 되돌아온다. 이렇게 되풀이 계속하면서 무량한 겁을 지내는 것이니, 원컨대 복을 닦아 다 참회하게 하라. 원하나니, 가마솥의 끓는 물이 청정해짐으로써 연꽃 못으로 변하고, 화로의 숯불은 향기로워져서 향로로 변하며, 높은 칼의 나무는 구슬 숲이 되고, 우거진 칼의 산은 솔개재[鷲嶺]가 되며, 구리기둥은 빛깔이 변하여 법의 깃대를 길이 세우고, 쇠그물은 형태를 바꾸어서 깨끗한 국토를 열며, 소의 머리를 한 자는 칼을 버리고 다시 삼귀의를 받고, 지옥의 졸개는 채찍을 버리고 다시 5계(戒)를 받게 하소서. 원수들이 화해하거니 어찌 분노를 띤 얼굴이 있으며, 빚쟁이가 기뻐하거니 분노를 띤 기색을 한 사람이 없다. 머리[頭]와 목을 잃은 사람은 이로 인해 완전해지고, 뼈가 부숴지고 힘줄이 문드러진 사람은 이로 인해 회복되게 하소서.
(2) 회명부(會名部) 【문】 어째서 지옥이라 하는가? 【답】 『입세아비담론(立世阿毘曇論)』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범명(梵名)으로 니리야(泥犁耶)라 하나니, 유희와 즐거움이 없기 때문이며, 또 기쁨도 즐거움도 없기 때문이며, 또 나가 다닐 수가 없기 때문이요, 또 복과 덕이 없기 때문이며, 또 악업을 제거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 속에서 태어나는 것이다.” 또 말하였다. “이 길은 욕계 가운데서 가장 하열(下劣)하기 때문에 비도(非道)라 하나니, 바로 이런 일들로 인한 것이다. 그러므로 지옥을 니리야라 한다.” 또 『바사론(婆沙論)』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자재(自在)하지 않음이라 하나니, 이른바 저 죄인은 옥졸(獄卒)인 아방(阿傍)의 구속을 받아서 자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옥이라 하며, 사랑하고 즐길 만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기 때문에 지옥이라 한다. 또 지(地)란 밑[底]이니, 이른바 하저(下底)로서 만물 가운데 땅이 제일 아래 있기 때문에 밑[底]이라 하며, 옥이란 방[局]이니, 이른바 방에 갇혀 자재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옥이라 한다. 또 니리란 범음(梵音)으로서 있지 않다는 뜻이니, 지옥에는 의리(義利)가 없기 때문에 ‘있지 않다’고 한다.” 【문】 지옥에는 종류가 많다. 혹은 땅 밑에 있고, 혹은 땅 위에 있으며, 혹은 허공에도 있는데, 왜 통틀어 지옥이라 하는가? 【답】 옛 번역에는 지옥을 비좁은 곳[狹處]이라고만 하였고, 땅과 허공을 포함하지 않았다. 지금 새로 번역한 경론에 의하면, “범본(梵本)의 바른 음은 나락가(那落迦), 혹은 나락가(捺落迦)라 하는데, 이것은 사람 사는 곳의 괴로움이 지극함을 총체적으로 포괄한 것이다. 때문에 나락가(捺落迦)라 한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신바사론(新婆沙論)』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문】 무엇 때문에 저 취(趣)를 나락가라 하는가? 【답】 저 모든 유정들은 기쁨도 없고 사랑도 없으며, 재미도 없고 이익도 없으며, 즐거움도 없기 때문에 나락가라 한다.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저들은 과거에 몸과 말과 뜻으로 더욱 많고 왕성한 사나운 악행을 짓고는 저기 가서 그것들을 상속하게 하기 때문에 나락가라 한다.’ 또 어떤 이는 말한다. ‘저 취는 거꾸로 떨어지기 때문에 나락가라 한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게송이 있는 것이다.
지옥에 거꾸로 떨어질 때에 발을 위로 하고 머리를 밑으로 하네. 그것은 고요함을 즐기고 고행(苦行)을 닦는 모든 선인(仙人:부처님)들을 비방했기 때문이네.
어떤 사람은 또 이렇게 말한다. ‘나락(捺落)은 사람을 말하고, 가(迦)는 악을 말함이니, 악인이 저기 나기 때문에 나락가라 한다.’” 【문】 무엇 때문에 가장 아래의 큰 것을 무간(無間)이라 하는가? 【답】 저기는 항상 고통의 느낌만을 받으면서 희락(喜樂)할 사이가 없으므로 무간이라 한다. 【문】 그렇다면 다른 지옥은 노래와 춤과 음식 등 희락(喜樂)의 이숙(異熟)을 받기 때문에 무간이라 하지 않는가? 【답】 다른 지옥에는 비록 이숙의 희락은 없더라도 등류(等流)의 희락은 있으니, 저 『시설론(施設論)』에서 말한 것과 같다. “등활(等活)지옥에서는 때로는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 그 때는 피와 살이 다시 나고, 때로는 소리를 내서 등활(等活)이라 외치면 저 유정들은 갑자기 되살아난다. 이와 같이 피와 살이 날 때와 또 되살아날 때만 잠시 기쁨과 즐거움이 있을 뿐 그 사이에는 여전히 고통을 느낀다. 그러므로 무간이라 하지 않는 것이다.”
(3) 수보부(受報部) 『신바사론』에서 말하였다. “【문】 지옥이 어디 있는가? 【답】 대개는 이 염부주[膽部洲] 밑에 있다. 【문】 어떻게 건립되었는가? 【답】 어떤 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염부주에서 4만 유순 밑으로 내려가면 무간지옥의 밑에 이른다. 무간지옥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2만 유순이요, 차례로 1만 9천 유순까지 올라가는 가운데 다른 일곱 지옥이 건립되었으니, 이른바 차례로 올라가면서 극열(極熱)지옥이 있고, 그 위에는 열(熱)지옥이 있으며, 그 위에는 대역규(大㘁叫)지옥이 있고, 그 위에 역규(㘁叫)지옥이 있으며, 그 위에는 중합(衆合)지옥이 있고, 그 위에는 흑승(黑繩)지옥이 있으며, 그 위에는 등활(等活)지옥이 있다. 이들 지옥은 각각 가로 세로 1만 유순이요, 그 위의 다른 것은 1천 유순으로서 5백 유순은 흰 흙이요 5백 유순은 진흙이다.’ 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 진흙 밑 한복판에 무간지옥이 있고, 다른 일곱 지옥이 에워싸고 있는데, 지금의 취락이 큰 성을 둘러싸고 있는 것과 같다.’ 【문】 저 『시설론』의 말과는 어떻게 통하는가? 즉, 그 말대로 염부주 주위가 6천 유순에 3유순 반이라면, 낱낱 지옥의 범위가 광대한데, 어떻게 이 염부주 밑에서 서로 용납할 수 있겠는가? 【답】 이 염부주는 위는 뾰족하고 밑은 넓어서 마치 벼가리와 같기 때문에 서로 수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경전에서 네 개의 큰 바다는 들어갈수록 자꾸 깊어진다고 한 것이다. 또 낱낱 큰 지옥에는 모두 16증(增:층)이 있으니, 이른바 거기에 각각 4문(門)이 있고, 그 낱낱 문 밖에 각각 4증(增)이 있다는 것이다. 첫째는 당외증(煻愄增)이니, 이 증 안에는 당외(불을 묻은 재)에 무릎이 빠지고, 둘째는 시분증(屍糞增)이니, 이 증 안에는 송장ㆍ똥ㆍ진흙이 가득하다. 셋째는 봉인증(鋒刃增)이니, 이 중에 또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도인로(刀刃路)이니, 이 안에는 칼날을 위로 깔아 놓아서 길을 만들었고, 둘은 검엽림(劍葉林)이니, 이른바 이 숲은 순전히 예리한 칼날로 잎이 되어 있으며, 셋은 철자림(鐵刺林)이니, 이른바 이 숲은 예리한 쇠가시로 되었으며, 가시의 길이는 16지(指)이다. 이 도인로 등 세 가지는 비록 각기 다르나 쇠 숲인 것은 같기 때문에 껴잡히는 것이다. 넷째는 열하증(熱河增)이니, 이른바 이 증 안에는 뜨거운 짠물이 있다. 이상으로 근본 지옥과 아울러 열일곱 개가 된다. 이 8대지옥과 그 권속을 합해서 모두 136소(所)가 있기 때문에 경에서 136나락가가 있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장아함경』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큰 지옥은 그 수가 모두 여덟이고, 이 8대지옥을 각각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쌌으니, 마치 4천하 밖에 8만 천하가 둘러싼 것과 같다. 이 8만 천하 밖에 다시 대해가 있고, 대해 밖에 다시 대금강산이 있으며, 대금강산 밖에 다시 산이 있는데, 그것도 이름을 금강산이라 한다.[『누탄경』에서는 대철위산이라 했다.] 이 두 산 중간에는 해와 달과 신천(神天)의 위광(威光)이 모두 비치지 않는다. 8대지옥이란, 첫째는 상(想)이요, 둘째는 흑승(黑繩)이며, 셋째는 부압(埠壓)이요, 넷째는 규환(叫喚)이며, 다섯째는 대규환(大叫喚)이요, 여섯째는 소자(燒炙)이며, 일곱째는 대소자(大燒炙)요, 여덟째는 무간(無間)이다.[『누탄경』 및 다른 경에 이름이 같지 않은 것은 번역에 바르고 그름이 있는 것이지만 대의는 다 같다.] 첫째, 상(想)지옥의 16증(增)에 대해 말하면, 그곳의 중생들은 손에 쇠손톱이 나 있는데, 성을 내어 손톱으로 서로 할퀴면 그 손을 따라 살이 떨어져서 죽는다고 생각하기[想] 때문에 그 이름을 상지옥이라 한다. 또 그곳 중생들은 서로 해칠 생각을 품고는 손에 칼을 들고 서로 찌르고 베고 가죽을 벗기고 살을 저며서 몸이 부숴져 땅에 떨어지면 이를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다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서 다시 살아나 일어나면, ‘나는 이제 살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이리하여 오랫동안 죄를 받다가 그 상지옥에서 나와서는 어쩔 줄 모르며 구원을 청하지만, 그러다가 모르는 결에 흑사(黑沙)지옥으로 들어간다. 뜨거운 바람이 사납게 일어나서 뜨거운 검은 모래를 일으켜 그 몸을 덮어 씌우면, 가죽이 타면서 뼈에까지 사무치고, 몸 속에서 불꽃이 일어나 돌아다니면서 몸을 마구 태운다. 그러나 죄가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게 하지도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뒤에는 이 흑사지옥을 나와서 비뇨(沸尿)지옥으로 간다. 오줌에 끓인 철환(鐵丸)이 저절로 다가와서 죄인을 핍박하는데, 그 철환을 잡게 함으로써 몸과 손을 태우며, 다시 그것을 집어 입 안에 넣게 하여 목구멍에서 배로 내려가면서 내장을 다 태운다. 또 쇠부리를 가진 벌레가 살을 물어 뜯어서 골수에 사무친다. 이처럼 그 고초는 무량하지만, 그러나 죄를 다 받지 못하였으므로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 비뇨지옥을 나와 철정(鐵釘)지옥으로 간다. 옥졸은 그를 때리면서 뜨거운 철판 위에 눕히고, 그 몸을 펴서 손과 발에 못질을 하기 시작해 온몸에 5백 개 못을 다 박는다. 죄인은 그 고초로 울부짖지만 그래도 죽지는 않으며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뒤에는 이 철정지옥을 나와 기철(飢鐵)지옥으로 간다. 옥졸은 그를 때리면서 즉시 뜨거운 철판 위에 눕히고, 구리쇠 녹인 물을 입에 쏟아서 목구멍에서 배에 이르게 하니, 그것이 내려가면서 내장을 다 태운다. 그러나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아서 여전히 죽지는 않으니, 오랫동안 고통을 받은 뒤에는 이 기철지옥을 나와 갈(渴)지옥으로 간다. 옥졸은 그를 치면서 뜨거운 철판 위에 눕히고, 뜨거운 철환을 입 안에 넣어 입술과 혀를 다 태우고, 다시 밑으로 내려가면서 모두를 다 태운다. 죄인은 그 고초로 울부짖으며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 갈지옥을 나와 일동확(一銅鑊)지옥으로 간다. 옥졸이 성난 눈으로 죄인의 발을 잡아서 가마솥 속에 거꾸로 던지면 그는 그 끓는 물을 따라 오르내리고 빙빙 돌면서 몸이 문드러지고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닥친다. 그래도 죽게 하지는 않으니, 오래 고통을 받다가 이 지옥을 나와 다동확(多銅鑊)지옥으로 간다. 옥졸은 죄인의 발을 잡아 그 가마솥에 거꾸로 던진다. 그는 끓는 물을 따라 오르내리고 빙빙 돌면서 온몸이 문드러지는데, 다시 쇠갈고리로 그를 찍어 다른 가마솥에 던지면 슬피 부르짖으며 고통스러워한다. 그래도 죽게 하지는 않으니, 오래 고통을 받다가 다동확지옥을 나와 석마(石磨)지옥으로 간다. 옥졸은 죄인을 잡아 뜨거운 돌 위에 내리치고, 손과 발을 펴서는 큰 뜨거운 돌로 그 몸을 누른 뒤에 돌리면서 갈면 뼈와 살이 가루가 되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 석마지옥을 나와서는 농혈(膿血)지옥으로 간다. 고름과 피가 끓어오르면 죄인은 그 안에서 동서로 내달리다가 몸을 데이고 머리와 얼굴은 문드러진다. 또 고름과 피를 떠서 죄인에게 먹이면 그것이 밑으로 내려가면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주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 농혈지옥에서 나와 다시 양화(量火)지옥으로 간다. 거기는 큰 불덩이가 있어서 왕성한 불꽃으로 죄인을 구박하는데, 그 죄인은 뜨거운 쇠말[鐵斗]로 불덩이를 마질해야 한다. 불이 온몸을 태우면 그 뜨거운 고통으로 신음하고 울부짖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 양화지옥에서 나와 회하(灰河)지옥으로 간다. 그곳은 가로 세로 깊이가 각각 5백 유순이다. 잿물이 끓어오르면 나쁜 냄새가 마구 풍기고, 도는 물결이 서로 부딪치는데 그 소리가 무서우며, 밑에서 위에까지 쇠가시가 이리저리 얽혀 있고, 그 강 언덕에는 칼숲이 있어서 가시와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칼이다. 죄인이 강에 들어가 물결을 따라 오르내리고 빙빙 돌면서 떴다 잠겼다 하면, 쇠가시가 온몸을 두루 찔러서 안팎으로 고름과 피가 흘러나와 고통이 끝이 없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회하지옥을 나와 언덕 위의 칼숲에 이르면 그 칼에 베여서 몸이 다 상하는데, 다시 시랑(豺狼)이 와서 그 죄인을 물어서 살을 날로 먹는다. 그가 칼나무로 달려갈 때는 칼날이 밑으로 향하고 칼나무를 내려올 때는 칼날이 위로 향하여서 손으로 덥석 잡으면 손이 끊어지고 발로 밟으면 발이 끊어지니, 가죽과 살은 다 떨어지고 오직 흰 뼈와 힘줄만이 서로 이어져 있을 뿐이다. 그 때 칼나무 위에 있는 쇠부리를 가진 새가 그의 머리를 쪼아서 골을 먹는데, 지독한 고통에 울부짖지만 그래도 죽게 하지는 않는다. 그는 다시 회하지옥으로 들어가서 물결을 따라 떴다 잠겼다 하는데, 쇠가시가 몸을 찔러 고통이 끝이 없으며, 가죽과 살이 문드러져 고름과 피가 흘러나오고 오직 흰 뼈만이 물에 떠돈다. 그러다가 찬바람이 불어오면 곧 일어서지만, 전생의 업에 끌려 모르는 사이에 철환(鐵丸)지옥으로 간다. 옥졸은 뜨거운 철환으로 그를 구박하는데, 그 철환을 잡으면 손과 발이 다 문드러지고 온몸이 불에 타면서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닥치지만 그를 죽게 하지는 않는다. 그는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 철환지옥을 나와 다시 근부(斤斧)지옥으로 간다. 옥졸은 이 죄인을 붙잡아 뜨거운 철판에 내리치고 뜨거운 도끼로 손과 발, 귀ㆍ코ㆍ혀 등 온몸을 찍어서 고통에 울부짖게 하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근부지옥을 나와 다시 시랑(豺狼)지옥으로 간다. 뭇 시랑들이 와서 그를 물어뜯으면, 살이 떨어지고 뼈가 상하여 고름과 피가 흘러 나오면서 고통이 끝이 없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시랑지옥을 나와 다시 검수(劍樹)지옥으로 간다. 그 칼숲에 들어가면 사나운 바람이 일어나 검수의 잎을 날려서 그 몸에 떨어뜨려 머리와 얼굴 등 온몸을 모두 해친다. 또 쇠부리의 까마귀가 와서 그의 눈을 쪼아서 고통으로 슬피 부르짖게 하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고는 검수지옥을 나와 한빙(寒氷)지옥으로 가는데, 몹시 차가운 바람이 그 몸에 부딪치면 온몸이 얼어서 가죽과 살이 떨어진다. 그래서 몹시 괴로워 부르짖다가 결국 목숨을 마친다. 이것은 몸으로 악을 행하고 입과 뜻으로도 그러했기 때문이니, 그 결과 이 상(想)지옥에 떨어져서 두려움으로 온몸의 털이 일어서는 것이다. 둘째, 흑승(黑繩)대지옥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싸고 있는데 가로 세로가 각각 5백 유순이다. 무엇 때문에 흑승이라 하는가. 모든 옥졸들이 저 죄인들을 붙잡아 뜨거운 철판 위에 내던지고, 그 몸을 펴서 뜨거운 밧줄로 묶어 빳빳하게 하고, 뜨거운 쇠도끼로 밧줄을 따라 죄인을 찍어서 백천 토막을 낸다. 다시 쇠밧줄로 묶어 톱으로 켜고, 다시 쇠밧줄로 이리저리 묶어서 밧줄 사이를 다니게 하고, 사나운 바람을 일으켜 모든 쇠밧줄에 불게 해서 그 몸을 죽 엮으며, 그리고 가죽을 태워 살에 이르고 뼈를 태워 골수를 끓이니, 그 고통은 끝이 없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죽게 하지는 않으므로 흑승지옥이라 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흑승지옥을 나와서는 흑사(黑沙)지옥으로부터 한빙지옥에 이르러서야 거기서 목숨을 마치는데,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다른 16지옥에서 받는 고통도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러나 그 받는 고통은 더욱 무겁나니, 까닭인즉 부모나 부처님이나 성문들에게 악의로 대했기 때문에 흑승지옥에 떨어진 것이니, 그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셋째, 부압(埠壓)대지옥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싸고 있는데, 각각 가로 세로가 5백 유순이다. 무엇 때문에 부압이라 하는가. 큰 돌산이 쌍쌍이 마주 서서 사람이 그 사이로 들어가면 두 산이 서로 맞붙어서 그 몸을 눌러 짜는데, 뼈와 살이 짓이겨지면 산은 본래 자리로 돌아간다. 그 고통은 끝이 없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또 온몸에 불을 붙인 큰 코끼리가 울부짖으며 와서 그 죄인을 차고 밟고 그 위에서 돌리면 몸은 부서지고 고름과 피가 흐르는데, 그는 괴로워서 슬피 부르짖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또 죄인을 잡아 큰 돌 위에 눕힌 뒤에 큰 돌로 누르며, 또 죄인을 땅에 눕히고는 쇠절구로 찧으니, 발에서 머리까지 가죽과 살이 부숴지고 고름과 피가 흐르면서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닥치지만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아 죽게 하지는 않으므로 부압이라 한다. 그는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부압지옥에서 나와 흑사지옥 내지 한빙지옥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목숨을 마친다. 다만 세 가지 악업만 짓고 세 가지 선행을 닦지 않으면 곧 부압지옥에 떨어지나니, 그 고통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것이다. 넷째, 규환(叫喚)대지옥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싸고 있는데, 각각 가로 세로가 5백 유순이다. 무엇 때문에 규환지옥이라 하는가. 옥졸이 그 죄인을 잡아 큰 가마솥에 던지고, 또 큰 쇠가마솥에 넣어서 뜨거운 물이 끓어 올라 죄인을 삶으면, 그는 큰소리로 부르짖으며 괴로워한다. 또 죄인을 잡아 큰 번철 위에 놓고는 뒤적거리면서 볶는다. 이처럼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이 규환지옥을 나와서 흑사지옥으로부터 한빙지옥에 이르러서야 목숨을 마치는데, 분노로 말미암아 독을 품고 온갖 악행을 지었기 때문에 이 규환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다섯째, 대규환지옥에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싸고 있는데[그 크기는 앞에서와 같다.] 무엇 때문에 대규환지옥이라 하는가. 옥졸이 죄인을 잡아서 큰 쇠가마솥에 두는데, 큰 쇠가마솥에 오래 두면 뜨거운 물이 끓어서 죄인을 삶는다. 또 큰 쇠번철 위에 놓고 뒤적이면서 볶으면 그는 크게 부르짖으며 지독한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게 하지는 않나니, 그 때문에 대규환지옥이라 한다.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대규환지옥을 나와서는 한빙지옥에 가서야 목숨을 마치는데, 온갖 그릇된 견해를 익히고 애욕의 그물에 걸려서 비루한 행을 지었기 때문에 이 대규환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여섯째, 소자(燒炙)지옥에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싸고 있는데[그 크기는 앞에서와 같다.] 무엇 때문에 소자지옥이라 하는가. 옥졸이 죄인을 잡아서 쇠성 안에 두는데, 그 성은 안팎이 다 벌겋게 불이 붙어 있으며, 죄인들을 굽는다. 또 쇠다락 위에 두면 그 다락은 안팎이 다 불이 벌겋고, 또 큰 쇠옹기 안에 두면 그 옹기는 안팎이 다 불이 벌겋게 붙어 있으며, 죄인을 굽는데, 그 가죽과 살이 타면서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닥친다. 그러나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아 죽게 하지는 않기 때문에 소자지옥이라 한다. 이처럼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소자지옥을 나와서는 한빙지옥에 가서야 목숨을 마치는데, 중생을 구웠기 때문에 소자지옥에 떨어져서 오랫동안 이 굽히는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일곱째, 대소자지옥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싸고 있는데[그 크기는 앞에서와 같다.] 무엇을 대소자라 하는가. 이른바 옥졸이 저 죄인을 잡아 쇠성 안에 두는데, 그 성의 안팎이 다 벌겋게 불이 붙어 있어서 저 죄인을 구우면 가죽과 살이 타면서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닥친다. 또 큰 불구덩이와 그 구덩이 양쪽 언덕에 큰 불산이 있는데, 저 죄인을 거기에 던지고 쇠꼬챙이에 꿰어서 불에 갖다 대면 불이 붙어 가죽과 살이 다 타고 문드러진다. 그러나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게 하지는 않으니, 이렇게 오래 고통을 받다가 대소자를 나와서는 한빙지옥에 가서야 목숨을 마친다. 선업을 버리고 온갖 악행을 지었기 때문에 이 대소자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다. 여덟째, 무간지옥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이 둘러싸고 있는데[그 크기는 앞에서와 같다.] 무엇을 아비지옥이라 하는가. 무간지옥을 말한다. 어째서 무간지옥이라 하는가. 옥졸이 저 죄인을 붙잡아서 발에서 정수리까지 그 가죽을 벗기고, 그리고 그 가죽으로 죄인의 몸을 싸서 불수레 위에 놓은 뒤에 뜨거운 땅 위를 왔다갔다 선회하면, 몸이 타면서 가죽과 살이 떨어지면서 온갖 고통이 한꺼번에 닥치지만 죽게 하지는 않는다. 또 쇠성이 있는데, 사면에 불이 일어나서 동쪽 불꽃은 서쪽으로 가고 서쪽 불꽃은 동쪽으로 오며, 남북과 상하도 마찬가지라서 왕성한 불꽃이 빈 곳이 없다. 그는 동서로 돌아다니면서 그 몸을 태우게 되는데, 가죽과 살이 다 타서 온갖 고통과 독이 한꺼번에 닥친다. 죄인들이 그 안에 있으면 오랜만에 문이 열리는데, 그 모든 죄인이 한꺼번에 내달려 나가려 하면 온몸의 사지에서 불꽃이 나면서 문은 저절로 닫힌다. 그러나 남은 죄가 다하지 않았으므로 죽게 하지는 않는다. 또 그 안의 죄인들이 눈을 뜨고 보는 것은 다만 나쁜 빛깔만이고, 귀로는 나쁜 소리만 들으며, 코로는 나쁜 냄새만 맡고, 몸에 닿는 것은 고통뿐이며, 뜻으로는 악만 생각하면서 잠깐 사이도 괴롭지 않은 때가 없나니, 이 때문에 무간지옥이라 한다. 이렇게 오랫동안 고통을 받다가 무간지옥을 나와서는 한빙지옥에 가서야 목숨을 마친다. 중한 죄를 짓고 악취의 업을 행하였기 때문에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것이니, 그 받는 죄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상이 8대지옥인데, 각각 열여섯 개의 소지옥에서 죄를 받는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또 『관불삼매경』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비지옥은 가로 세로가 바로 8천 유순으로서 일곱 겹의 쇠성에, 일곱 겹의 쇠그물이 있으며, 거기 있는 열여덟 칸막이는 일곱 겹으로 둘러 있는데, 그 모두 도림(刀林)이다. 또 일곱 겹의 검림(劍林)이 있고 네 모퉁이에는 네 마리의 큰 구리개[銅狗]가 있는데, 너비와 길이는 40유순으로서 눈은 번쩍이는 번개와 같고 어금니는 칼나무 같으며, 이는 칼산과 같고, 혀는 쇠가시와 같으며, 일체 몸의 털이 다 맹렬히 불에 타고 그 연기는 나쁜 냄새가 난다. 또 열여덟 명의 옥졸이 있는데, 입은 야차와 같고 예순네 개의 눈은 철환(鐵丸)을 흩어 놓은 것 같다. 개의 어금니는 위로 났는데 높이가 4유순이요, 이빨 끝에는 불이 흘러서 앞의 쇠수레를 태우는데, 그 바퀴에서는 불의 칼과 창을 내어서 아비성을 태우는데, 그 붉기는 녹는 구리쇠 같다. 옥졸은 여덟 개의 머리에 예순네 개의 뿔이 있고, 뿔 끝에 불이 타는데 그 불이 변해서 강철이 된다. 그것은 다시 칼바퀴로 변하는데 바퀴와 바퀴가 서로 이어지면서 불꽃 속에서 아비성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성 안에는 일곱 개의 쇠당기가 있고 불길은 솟구쳐 끓는 것 같으며, 쇠는 녹아서 네 문(門)으로 흘러 나간다. 물 위에 있는 열여덟 개의 가마솥에는 구리쇠의 끓는 물이 솟아서 성안에 가득 찬다. 두 칸막이 사이에는 8만 4천의 쇠이무기와 큰 뱀이 독의 불을 뿜고 있는데, 그 몸이 성안에 가득 차 있고, 으르렁거리고 외치는 소리는 마치 하늘에서 울리는 천둥과 같고 큰 철환을 비처럼 내린다. 5백의 야차와 5백억의 벌레와 8만 4천의 거북은 비처럼 불을 내려서 아비성을 가득 채운다. 이 벌레가 만일 밑으로 사나운 불을 크게 붙이면 8만 4천 유순의 지옥을 비추고, 큰 바닷물 밑의 옥초산(沃燋山)을 찌르면 큰 바다 밑을 관통하는데 그 모양은 수레바퀴와 같다. 만일 아비를 죽이고 어미를 해치며 6친(親)을 매도한 사람이 있으면, 그가 목숨을 마칠 때는 구리개가 열여덟 대의 수레로 변하여 그 형상이 보배 일산과 같고, 일체의 불꽃은 변화해서 옥녀(玉女)가 된다. 죄인은 멀리서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그리로 가고자 하지만, 바람칼이 가르자 몹시 떨면서 급히 소리 지르기를, ‘차라리 좋은 불을 얻어서 수레 위에 편히 있으리라’ 한다. 하지만 불이 저절로 폭발하면서 그는 곧 목숨을 마친다.
금수레 위에서 옥녀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으면, 옥졸은 모두 쇠도끼를 들고 그들의 몸을 베어서 잠깐 사이에 아비지옥에 떨어뜨린다. 위의 칸막이에서 마치 불바퀴를 돌리듯 아래 칸막이로 내려오면, 몸 속 칸막이 안의 구리개가 크게 짖으면서 그의 뼈를 씹고 골수를 빨아먹으며, 옥졸과 나찰이 큰 쇠작살로 그 머리를 찍어서 들어 올리면 그의 온몸의 불꽃이 아비지옥에 가득 찬다. 염라대왕은 큰소리로 꾸짖는다. ‘미련한 사람, 지옥의 종자야. 너는 세상에 있을 때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삿되고 교만하며 무도하였다. 네가 지금 난 곳은 아비지옥이다.’ 이렇게 계속해서 그는 큰 고통을 겪는데 말로 다할 수 없다. 지옥에서 하루 밤낮 죄를 받는 것은 염부제의 60소겁(小劫)인데, 5역(逆)을 지은 사람은 5대겁 동안 죄를 받는다. 또 어떤 중생은 네 가지 엄중한 금기를 범한다. 그리하여 신도의 보시를 헛되이 먹으면서 비방하고, 삿된 소견으로 인과를 알지 못하며, 반야(般若)를 끊고 시방의 부처님을 비방하며, 대중의 물건을 훔치고 음탕하고 도가 없으며, 계율이 깨끗한 비구니와 자매와 친척을 핍박하면서 온갖 악을 지으면, 이들의 죄는 임종할 때에 그 과보가 나타난다. 이들 죄인은 8만 4천 대겁을 지난 위에 다시 동방의 열여덟 칸막이 안으로 들어가 앞에서 말한 죄를 받으며, 남서북방에서도 그와 같으니, 몸은 아비지옥에 가득 차고 사지는 열여덟 칸막이 안에 가득 찬다. 아비지옥에는 열여덟 개의 소지옥이 있고, 소지옥 안에는 각각 열여덟 개의 한빙지옥과 열여덟 개의 흑암(黑暗)지옥, 열여덟 개의 소열(小熱)지옥, 열여덟 개의 도륜(刀輪)지옥, 열여덟 개의 검륜(劍輪)지옥, 열여덟 개의 화차(火車)지옥, 열여덟 개의 비뇨(沸尿)지옥, 열여덟 개의 확탕(鑊湯)지옥, 열여덟 개의 회하(灰河)지옥과 5백억의 검림(劒林)지옥, 5백억의 자림(刺林)지옥, 5백억의 동주(銅柱)지옥, 5백억의 철기(鐵機)지옥, 5백억의 철망(鐵網)지옥과 열여덟 개의 철굴(鐵屈)지옥, 열여덟 개의 철환(鐵丸)지옥, 열여덟 개의 첨석(尖石)지옥, 열여덟 개의 음동(飮銅)지옥 등이 있다. 이와 같이 대아비지옥 안에는 이런 열여덟 개의 지옥이 있고, 이 낱낱 지옥에는 열여덟 칸막이의 작은 지옥들이 따로 있으니, 처음의 한빙지옥에서 마지막의 음동지옥에 이르기까지 모두 142개의 칸막이 지옥이 있다. 그것은 각각 지은 업이 같지 않으므로 이런 지옥을 내리 다니면서 고통을 두루 다 받는 것이다.” 또 『기세경』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비 대지옥도 열여섯 개의 소지옥을 권속으로 삼아서 둘러싸여 있다. 그것들은 각각 가로 세로가 5백 유순이요, 거기 있는 중생들은 태어나는 자도 있고 나가는 자도 있으며, 머무르는 자도 있다. 악업의 과보 때문에 저절로 출생한 옥졸들이 각각 두 손으로 저 모든 지옥의 중생들을 잡아서 불이 치열한 쇠땅 위에 내던지면 불꽃이 바로 치솟고, 한창 맹렬할 때 그 얼굴을 땅에 엎드려 대게 한 뒤에 예리한 칼로 발의 복사뼈에서부터 힘줄을 도려내어 손으로 잡아당기며, 나아가 정수리의 힘줄까지 다 끌어내어서 심장까지 관철하므로 그 고통은 말할 수 없다. 이렇게 잡아당겨서 쇠수레에 태운 뒤에 빨리 달리게 하는데, 그 수레는 매우 뜨거워서 불꽃이 치열하므로 가는 곳마다 모두 불길에 환하다. 뜨거운 쇠의 험한 길을 왔다 갔다 하면서도 옥졸의 뜻에 따라 잠시도 멈춰 있지를 못하니, 어디로나 마음대로 가고 싶어도 가는 곳에 따라 옥졸이 잡아당겨서 잠깐도 놓지 않는다. 가는 곳마다 죄인을 불에 태우므로 몸의 모든 피와 살은 남아나지 않으니, 과거에 사람으로나 사람 아닌 것으로 지은 업의 과보를 다 받는다. 이 착하지 못한 과보 때문에 동방에서 큰 불덩이가 갑자기 나와 벌겋게 타는데 그 사나운 불꽃이 한결같이 맹렬하며, 남서북방과 4유(維) 상하도 다 마찬가지로서 모두 큰 불덩이에 둘러싸여 점점 가까이 오므로 그들은 큰 고통을 받는다. 또 동쪽 벽에서 큰 불꽃을 쏘면 서쪽 벽에 이르러 머물고, 서쪽 벽에서 큰 불꽃이 나와 북쪽 벽을 바로 쏘고, 북쪽 벽에서 큰 불꽃이 나와 남쪽 벽을 바로 쏘며, 또 밑에서 위로, 위에서 밑으로, 종횡으로 서로 닿아 있고, 위아래로 바로 쏘면 뜨거운 빛이 혁혁하고, 나는 불꽃이 서로 충돌한다. 그 때 옥졸들은 모든 죄인을 잡아서 여섯 가지 큰 불덩이 속에 던져 놓고 지독한 고통을 받게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목숨을 마치지 못하니, 저들의 악업이 아직 다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낱낱이 받는 것이다. 이 대아비지옥 안의 중생들이 모든 악업의 과보 때문에 무량한 시간을 지내면서 먼 길에서 온갖 고통을 받고 나면, 지옥의 네 문(門)이 다시 도로 열린다. 그 문이 열릴 때 중생들은 열리는 소리를 듣고 보면서 문을 향해 달리며 생각한다. ≺우리는 이제 나가리라.≻ 하지만 그들이 달려갈 때 그 몸의 불은 더욱 맹렬히 타는데, 마치 사내가 마른 풀의 횃불을 들고 바람을 거슬러 달리면 그 횃불이 더욱 맹렬해지는 것처럼, 저 중생들이 자꾸 달릴수록 몸의 불은 더욱 맹렬히 탄다. 발을 들려고 할 때는 피와 살이 모두 흩어지고, 발을 내려 놓으려 할 때는 피와 살이 다시 살아나는데, 그 옥문에 이르면 문은 도로 닫힌다. 결국 나갈 수 없게 되자 그들의 마음은 더욱 산란해져서 얼굴을 떨어뜨리고 땅에 쓰러진다. 그 때는 몸의 가죽을 두루 태우고, 다음에는 그 살을 태우며, 다음에는 그 뼈를 태우고, 나아가 그 골수에까지 연기와 불꽃이 맹렬히 일어나는데, 이처럼 연기가 피어오르고 불꽃이 번쩍이다가 연기와 불꽃이 한데 섞이면 뜨거움의 고통은 더욱 심하다. 그들은 거기서 지독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악업이 다하지 않아서 일체를 그대로 다 받는다. 이 아비지옥에서는 항상 괴로워하다가 잠깐 즐거움을 받는 것이 손가락을 튀기는 사이와 같나니, 이렇게 차례차례 그 고통을 다 받는다.’ 세존께서 또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저 세계 중간에 열 가지 지옥이 따로 있으니, 그 열 가지란 첫째는 알부타(頞浮陀)지옥이요, 둘째는 니라부타(泥羅浮陀)지옥이며, 셋째는 아호(阿呼)지옥이요, 넷째는 호호바(呼呼婆)지옥이며, 다섯째는 아타타(阿吒吒)지옥이요, 여섯째는 소건제가(搔揵提迦)지옥이며, 일곱째는 우발라(憂鉢羅)지옥이요, 여덟째는 파두마(波頭摩)지옥이며, 아홉째는 분다리(奔茶梨)지옥이요, 열째는 구모타(拘牟陀)지옥이다. 무슨 이유로 알부타지옥이라 하는가. 저 모든 중생들의 몸이 물거품과 같기 때문에 알부타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니라부타지옥이라 하는가. 저 모든 중생들의 몸이 고기 토막 같기 때문에 니라부타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아호지옥이라 하는가. 저 모든 중생들은 못 견딜 고통의 핍박을 받으면, ≺아 호 아호≻ 부르짖으면서 몹시 괴롭다고 하기 때문에 아호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호호바지옥이라 하는가. 저 모든 중생들은 지옥의 지독한 고통이 핍박할 때 ≺호호바 호호바≻라고 부르짖기 때문에 호호바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아타타지옥이라 하는가. 저 모든 중생들은 지독한 고뇌가 그 몸을 핍박할 때 다만 ≺아 타타 아타타≻라고 외칠 수만 있으나, 그 혀의 소리가 입으로 잘 나오지 않기 때문에 아타타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소건제가지옥이라 하는가. 저 모든 중생들이 있는 지옥에는 그 사나운 불꽃의 빛이 소건제가꽃과 같기 때문에 소건제가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우발라지옥이라 하는가. 저 중생들이 있는 지옥은 그 사나운 불꽃의 빛이 우발라꽃과 같기 때문에 우발라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분다리가지옥이라 하는가. 저 중생들이 있는 지옥은 그 사나운 불꽃의 빛이 분다리가꽃과 같기 때문에 분다리가지옥이라 한다. 또 무슨 이유로 파두마지옥이라 하는가. 저 중생들이 있는 지옥은 그 사나운 불꽃의 빛이 파두마꽃과 같기 때문에 파두마지옥이라 하느니라.” 또 『삼법도론경(三法度論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지옥에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열(熱)이요, 둘째는 한(寒)이며, 셋째는 변(邊)이다. 첫째, 열지옥이란 무엇인가. 살바다부(薩婆多部)에 의하면 이 지옥에 8대지옥이 있다. 첫 번째는 등활(等活) 또는 갱활(更活)이라고도 하는데, 옥졸이 ‘살아라’라고 외치거나 혹은 찬바람이 불어와서 살린다. 두 인연은 다르더라도 살리는 것은 같기 때문에 등활지옥이라 한다. 두 번째는 흑승(黑繩)지옥이니 먼저 노끈으로 묶고 나중에 도끼로 쪼갠다. 세 번째는 중합(衆合) 또는 중갈(衆磕)이라 하나니, 두 산이 합해지면서 죄인에 부딪친다. 네 번째는 호호(呼呼) 또는 규환(叫喚)이라 하나니, 옥졸이 핍박해 오면 부르짖으면서 달아난다. 다섯 번째는 대호(大呼) 또는 대규환지옥이라 하고, 여섯 번째는 열지옥 또는 소연(燒然)이라 하나니, 불에 타는 쇠가 양쪽에서 가까이 다가와서 그 사이에서 뜨거움을 받는다. 일곱 번째는 중열(衆熱) 또는 대소연(大燒然)이라 하나니, 산불이 마주 일어나 죄인을 굽는다. 여덟 번째는 무택(無擇) 또는 무간(無間)이라 하나니, 한 번 괴로움의 불에 던져지면 영원히 즐거워할 사이가 없으며, 이미 고통의 간단(間斷)이 없는데, 무슨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이 8대지옥은 염부주에 중첩해 있다.” 또 『삼법도론』에서 말하였다. “앞의 두 가지에는 다스리는 임금이 있고, 다음의 세 가지에는 다스리는 임금이 적으며, 그 다음부터는 다스리는 임금이 없다. 그런데 이 여덟 가지가 근본이 되고, 거기에 각각 16위(圍)가 있는데, 1면에 4위씩 4×4=16이 되는 것이며, 근본까지 합하면 17이 된다. 그리하여 8을 17로 곱하면 모두 136소(所)가 있으니, 죄인들은 그 가운데서 뜨거운 고뇌를 받는다. 둘째, 한(寒)지옥에도 여덟 가지 지옥이 있다. 첫 번째는 알부타지옥이니, 추위의 고통이 핍박함으로 말미암아 살에 미세한 부풂이 생긴다. 두 번째는 니뢰부타(尼賴浮陀)지옥이니 찬바람이 불기 때문에 온몸에 부풂이 생긴다. 세 번째는 아타타(阿吒吒)지옥이니 입술은 움직이지 않고 혀만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아타타) 소리를 낸다. 네 번째는 아파파(阿波波)지옥이니 혀는 움직이지 못하고 입술만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아파파) 소리를 낸다. 다섯 번째는 구후(嘔喉)지옥이니 입술과 혀는 움직이지 못하고 목구멍에서 숨길만 떨치기 때문에 이런(구후) 소리를 낸다. 여섯 번째는 울파라(鬱波羅:청련화)지옥이니 이 꽃잎이 가늘고, 그 살색이 가늘게 갈라져서 이 꽃이 뜨거운 햇빛에 피는 것 같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는 파두마(波頭摩:적련화)지옥이니 살색이 크게 갈라져서 이 꽃이 핀 것 같기 때문이다. 여덟 번째는 분다리(奔茶梨:백련화)지옥이니 그 뼈가 갈라져서 이 꽃 같기 때문이다. 앞의 두 가지는 몸 형상을 따라 이름을 받은 것이요, 다음의 세 가지는 소리의 형상을 따라 이름을 받은 것이며, 뒤의 세 가지는 종기[瘡]의 형상을 따라 이름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구사론』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이 여덟 가지 지옥 가운데의 중생들은 지독한 추위의 핍박을 받아서 그 몸과 소리와 종기가 달라지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생긴 것이다.” 또 『삼법도론』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앞의 두 가지는 부르짖을 수 있음이라 하고, 다음의 세 가지는 부르짖을 수 없음이라 하며, 뒤의 세 가지는 부르짖지 않음이라 한다. 이 여덟 가지 지옥은 주(洲) 사이의 철위산 밑에서 위로 향해 있는데, 죄인들은 거기서 추위의 고통을 받는다.” 셋째, 변(邊)지옥이란, 『삼법도론』에 의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도 세 가지 지옥이 있으니, 첫 번째는 산간지옥이요, 두 번째는 수간(水間)지옥이며, 세 번째는 광야지옥이다. 각각 다른 업보를 받되, 아마도 추위와 더위를 섞어 받을 것이며, 만일 그 수명을 논한다면 길고 짧음이 있을 것이다.” 또 『입세아비담론』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큰 지옥이 있으니 이름을 흑암(黑闇)이라 하는데, 각각의 세계 주변에 있으며 덮개가 없다. 여기 사는 중생들은 손은 들 수 있으나 눈은 보지 못하니, 해와 달이 큰 위신력을 갖추었어도 그 광명이 그들을 비추지 못한다. 오직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셔서 큰 광명으로 세상을 두루 비출 때, 이 광명으로 인해 그들은 서로 볼 수 있다. 그들은 두 산의 세계인 철위산 밖에 사는데, 이를 계외(界外)라 하니 바로, 추운 지옥이다. 두 산 사이에 열 가지 지옥이 있다. 첫 번째는 알부타라 하며, 나아가 열 번째는 파두마라 한다. 이 속의 중생들은 다 옆으로 다닌다. 위로 향할 생각이 있으면서도 궁(宮)을 지키는 것처럼 철위산 밖에서 항상 옆으로 다닌다. 그들 몸의 크기는 알다(頞多) 개만한데, 찬바람을 맞아서 그 몸이 갈라지는 것이 마치 익은 오이와 같다. 갈대밭 속에서 큰 불이 나서 갈대소리가 ≺타타타≻라고 나는 것처럼, 이곳 중생들도 찬바람을 맞아 뼈가 갈라지는 ≺타타≻ 하는 소리가 멀리서 울리면 이 소리로 인해 서로 알게 된다. 어떤 중생은 이 가운데서 생을 받는데, 만일 어떤 중생이 여기서 죽으면 대개는 저기 가서 난다. 한빙(寒氷)지옥은 철위산 밖에 있다. 다른 세계의 어떤 중생이 죽으면 반드시 한빙지옥에 태어나는데, 대개는 저 세계의 철위산 밖에 난다. 두 세계 중간의 가장 좁은 곳은 8만 유순인데, 그 아래로는 밑이 없고 위로는 덮개가 없으며, 가장 넓은 곳은 16만 유순이다.’”
(4) 시량부(時量部) 『기세경』에서 이렇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살라국에서 깨를 되어 20섬을 채울 때, 꽉 채워서 대충 하지 않는 것처럼, 어떤 사내가 백 년에 깨 한 알을 집고 그 다음도 백 년에 한 알씩 집어 다른 곳에 넣어서 20섬을 다 채운다고 하자. 그러나 이렇게 하더라도 나는 그 수명이 다하지 않는다고 말하리라. 우선 이 수로써 간략히 계산하면, 이렇게 20알부타의 수명이 1니라부타의 수명이 되고, 20니라부타의 수명이 1아호의 수명이 되며, 20아호의 수명이 1호호바의 수명이 되고, 20호호바의 수명이 1아타타의 수명이 되며, 20아타타의 수명이 1소건제가의 수명이 되고, 20소건제가의 수명이 1우발라의 수명이 되며, 20우발라의 수명이 1구모타의 수명이 되고, 20구모타의 수명이 1분다리가의 수명이 되며, 20분다리가의 수명이 1파두마의 수명이 되고, 20파두마의 수명이 1중겁(中劫)이 된다.’” 또 『나선비구문불경(那先比丘問佛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세간의 불은 지옥 속의 불만큼 뜨겁지 못하다. 조그만 돌을 세간의 불 속에 두면 저녁이 되어도 녹지 않지만, 큰 돌이라도 지옥의 불 속에 두면 곧 녹고 만다. 또한 사람이 악을 짓고 죽어서 지옥에 들어가면 수천만 년을 지나도 죽지 않고, 또한 큰 이무기와 용 등은 돌을 먹어도 곧 삭히며, 사람이 아이를 배어도 배 안에서 녹지 않는데, 이것은 다 선악의 업의 힘이 그것을 녹게 하거나 녹지 않게 하는 것이다. 사람이 지은 선악은 마치 몸의 그림자가 몸을 따르는 것처럼 사람을 따르는 것이라서 사람이 죽어도 그 몸만 죽고 그 행은 없어지지 않는다. 비유하면 밤에 불을 켜고 글을 쓸 때, 불은 꺼져도 글자는 그대로 남아 있으므로 다시 불을 켜서 그대로 쓰는 것처럼, 이승에서 지은 행은 저승에서 이루어진다. 또 파두마지옥에 불이 왕성할 때, 죄인이 이 불에서 1백 유순 떨어져 있으면 불에 구이고, 60유순 떨어져 있으면 죄인의 두 귀가 먹어서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고, 만일 50유순 떨어져 있으면 그 죄인의 두 눈이 멀어서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저 구파리(瞿波利) 비구가 악심을 품고 사리불과 목건련을 비방하다가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이 파두마지옥에 떨어진 것과 같다.”
또 『기세경』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만일 파두마지옥이 있는 곳으로부터 중생들이 1백 유순 떨어진 곳에 있으면 그 불꽃이 미치게 되고, 50유순 떨어져 있으면 그 중생은 불에 쪼이어 눈이 다 멀게 되며, 25유순 떨어져 있으면 그 중생은 몸의 살과 피가 타서 다 허물어진다. 이른바 범행(梵行)을 가진 출가한 사람에 대해 더러운 마음과 괴롭힐 마음과 악독한 마음과 해칠 마음과 자비롭지 않은 마음과 깨끗하지 않은 마음을 내었기 때문에 이런 재앙을 스스로 받는 것이다. 그러므로 일체 범행을 닦는 사람에게 자비로운 몸과 입과 뜻을 내면 항상 안락함을 받을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 다음 게송을 외우셨다.
세간의 모든 사람들이 세상에 있을 때 그 혓바닥에 스스로 도끼를 내나니 이른바 그 입으로 모든 악독을 말하다가 도리어 스스로 그 몸을 해치네.
칭찬해야 할 사람은 칭찬하지 않고 칭찬하지 않을 사람을 도리어 칭찬하나니 이러한 것을 일러 입 안의 싸움이라 하나니 이 싸움 때문에 즐거움을 누리지 못하네.
가령 도박을 한 사람이 재물을 얻었으면 이런 따위는 이 세상의 소소한 다툼이지만 깨끗한 행을 가진 사람에게 더러운 마음을 일으키면 이것이야말로 입 안의 큰 다툼이라 하리.
이와 같이 36백천(百千)의 니라부타지옥의 수와 다섯 가지 알부타지옥에서 도리어 파두마지옥 속에 떨어지나니 성인(聖人)을 비방함으로써 이 지경에 이르는 것이니 그것은 입과 뜻의 업으로 악을 지었기 때문이네.”
(5) 전주부(典主部) 『문지옥경(問地獄經)』 및 『정도삼매경(淨度三昧經)』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지옥을 총괄하면 134계(界)가 있으니, 먼저 지옥 주인의 이름과 그 처소를 말하리라. 염라대왕이란 옛날 비사국의 왕이었는데, 유타시생왕(維陀始生王)과 전쟁하다가 군사의 힘이 당적할 수가 없자 지옥의 주인이 되기를 서원하였다. 그리하여 열여덟 명의 대신과 백만의 무리를 거느리니, 그들은 다 머리에 뿔이 있었고 서로 성을 내면서 대하였는데, 다 같이 서원하였다. ‘지금부터 왕을 도와 이 죄인들을 다스리리라.’ 그 비사왕이 지금의 염라왕이요, 열여덟 명의 대신은 지금의 모든 소왕(小王)들이며, 백만의 무리는 다 저 아방(阿傍)들이다.” 또 『장아함경』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염부제 남방에 있는 금강산에 염라왕의 궁전이 있으니, 가로 세로가 6천 유순이다.[『문지옥경』에 “지옥의 성(城)의 가로 세로는 3만 리이며 금과 은으로 되어 있다”고 했다.] 하루 세 때에 큰 구리쇠 가마솥이 궁전 안에 들어오면 왕은 두려워하면서 그것을 궁전 밖에 내어 놓게 하고, 그것이 궁전 밖으로 나오면 왕은 궁전 안으로 들어온다. 그러면 큰 옥졸이 왕을 뜨거운 철판 위에 눕히고 쇠갈고리로 그 입을 벌려서 구리쇠 녹인 물을 입 안에 쏟아 붓는데, 그것이 목구멍에서 밑으로 내려가면 모든 것이 다 탄다. 이 일이 끝나면 왕은 미녀들과 서로 즐기며, 대신들이 함께 복을 받는 것도 이와 같다.” 또 『문지옥경』에서 말하였다. “열여덟 명의 왕이 18지옥을 맡고 있다. 즉, 첫 번째는 가연왕(迦延王)이니 니리지옥을 맡고 있고, 두 번째는 굴준왕(屈遵王)이니 도산(刀山)지옥을 맡고 있으며, 세 번째는 비진수왕(沸進壽王)이니 비사(沸沙)지옥을 맡고 있고, 네 번째는 비뇨왕(沸尿王)이니 비뇨(沸尿)지옥을 맡고 있으며, 다섯 번째는 가세왕(迦世王)이니 흑이(黑耳)지옥을 맡고 있고, 여섯 번째는 개차왕(▼(山+蓋)嵯王)이니 화차(火車)지옥을 맡고 있으며, 일곱 번째는 탕위왕(湯謂王)이니 확탕(鑊湯)지옥을 맡고 있고, 여덟 번째는 철가연왕(鐵迦然王)이니 철상(鐵牀)지옥을 맡고 있으며, 아홉 번째는 악생왕(惡生王)이니 개산(▼(山+蓋)山)지옥을 맡고 있고, 열 번째는 한빙(寒氷)지옥이며[경에 왕의 이름이 빠졌다.] 열한 번째는 비가왕(毘迦王)이니 박피(剝皮)지옥을 맡고 있고, 열두 번째는 요두왕(遙頭王)이니 축생(畜生)지옥을 맡고 있으며, 열세 번째는 제박왕(提薄王)이니 도병(刀兵)지옥을 맡고 있으며, 열네 번째는 이대왕(夷大王)이니 철마(鐵磨)지옥을 맡고 있으며, 열다섯 번째는 열두왕(悅頭王)이니 수(水)지옥을 맡고 있고, 열여섯 번째는 철책(鐵笧)이며[경에 왕의 이름이 빠졌다.] 열일곱 번째는 신왕(身王)이니 저충(蛆蟲)지옥을 맡고 있고, 열여덟 번째는 관신왕(觀身王)이니 양동(洋銅)지옥을 맡고 있다.” 또 『정도삼매경』에서는, “또 30지옥이 있는데 각각 맡은 왕이 있다”고 하였으나 번거러워서 다 적지 못한다. 다만 5관(官)의 이름만 열거하면, 첫째는 선관(鮮官)이니 살생을 금하였고, 둘째는 수관(水官)이니 도둑질을 금하였으며, 셋째는 철관(鐵官)이니 음행을 금하였고, 넷째는 토관(土官)이니 이간질을 금하였으며, 다섯째는 천관(天官)이니 술을 금하였다. 『문지옥경』에서 말하였다. “염라왕성의 동서남북에 모든 지옥이 벌여 있는데 해와 달의 광명이 있으나 밝지 못하고, 오직 흑이(黑耳)지옥만은 해와 달의 광명도 비치지 않는다. 사람이 목숨을 마치면 중음(中陰)에 나는데, 중음이란 이미 사음(死陰)은 버렸으나 생음(生陰)에는 미치지 못한 것이다. 그 죄인은 중음의 몸을 타고 니리의 성에 들어간다. 니리의 성[양(梁)나라 말로는 밀조성(密條城) 또는 폐성(閉城)이라 했다.]에서 이 죄인들은 죄를 받기에 앞서 모두 이곳에 모여 교묘한 바람을 쏘이는데, 업의 경중을 따라 크고 작은 몸을 받고, 냄새나는 바람을 쏘이면 죄인의 추악한 형상이 되며, 향기로운 바람에 쏘이면 복인(福人)의 미세한 몸이 된다.”
(6) 왕도부(王都部) 『기세경』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염부제 남방에 있는 두 철위산 밖에 염마왕의 궁전이 있으니, 가로 세로가 각각 6천 유순이다. 일곱 겹의 장벽과 일곱 겹의 난간과 일곱 겹의 방울 그물이 있고, 그 밖에 일곱 겹의 다라나무가 두루 둘러 있는데 7보로 되어서 여러 빛깔에 장관을 이루었다. 그 사방에 각각 문이 있는데 낱낱의 문에는 다 각적루(却敵樓)가 있고, 전각과 누대와 동산과 못에는 갖가지 아름다운 과일이 가득하며, 향기로운 바람이 멀리 풍기고 온갖 새들이 화평하게 우짖는다. 그러나 염라왕이 지은 악업의 과보로 밤 세 시간과 낮 세 시간 동안 붉은 구리쇠가 저절로 녹은 물이 나오면서 그 왕의 궁전은 곧 쇠로 변하며, 5욕(欲)의 공덕은 다 사라져 나타나지 않는다. 왕은 이것을 보고는 불안과 두려움으로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선 채 즉시 밖으로 나온다. 만일 그것이 밖에 있으면 곧 안으로 달려 들어간다. 그 때 옥졸은 즉시 왕을 붙잡아 높이 들어서 뜨거운 쇠땅에 내리친다. 그 땅에서 불이 일어나는데 극히 크고 사나운 불길이 휘황하다. 옥졸은 다시 쳐서 땅에 눕히고는 곧 쇠족집게로 그 입을 벌리고 붉은 구리쇠 녹인 물을 입 안에 쏟는데, 그 때 염라왕의 입술과 입이 타고, 다음에는 그 혀가 타며, 그 다음에는 목구멍이 타고, 다시 대장과 소장 등이 타며, 이렇게 차례로 타면서 밑으로 내려가 나온다. 그래서 염라왕은 이렇게 생각한다. ‘일체 중생은 과거에 몸으로 악행을 짓고 입으로 악행을 짓고 뜻으로 악행을 지으며, 또 다른 중생과도 다 같이 악업을 지음으로써 다 이런 고통을 받는다. 나는 지금부터 이 몸을 버리고 다시 몸을 얻을 때는 다만 인간에서만 서로 만나 생을 받으리라. 그리고 여래의 법 안에서 신해(信解)를 얻어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으며, 바른 신해를 얻고서는 집을 나오고 집을 나와서는 깨달음을 얻으며, 생사가 다하고 범행(梵行)이 서고 할 일을 다 마치고는, 다시는 후세의 생을 받지 않으리라.’ 이런 좋은 생각을 잘 익히면 그가 사는 궁전은 다시 7보로 이루어져서 마치 하늘과 같고, 5욕의 공덕이 모두 앞에 나타나며 세 가지 선업으로 빨리 쾌락을 얻는다.” 또 『신바사론』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문】 저 지옥의 옥졸들은 유정인가, 유정이 아닌가? 【답】 만일 쇠사슬로 지옥에 처음 태어난 유정을 묶어서 염마왕 앞으로 가면 그것은 유정이요, 만일 갖가지 고통의 기구로 지옥에서 유정들을 해치면 그것은 유정이 아니다. 염부주 밑에는 대지옥이 있고 염부주 위에는 변지(邊地)지옥과 독(獨)지옥이 있는데, 혹은 골짜기에 있고, 혹은 산 위에 있으며, 혹은 광야에 있고, 혹은 공중에 있다. 그러나 다른 세 주(洲)에는 변지지옥과 독지옥만이 있고 대지옥은 없다. 왜냐 하면 염부주 사람만은 선을 지어도 맹렬하고 악을 지어도 맹렬해서 다른 주와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북방의 구로주에는 변지지옥 등이 없으니, 그것은 순수한 깨끗한 업의 과보의 처소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문】 만일 다른 주에 대지옥이 없다면, 저 모든 유정들이 무간업을 짓고 선근 등을 끊고는 어디 가서 그 과보를 받는가? 【답】 이 염부주 밑의 대지옥에서 받는다. 【문】 지옥 유정들의 그 형상은 어떤가? 【답】 그 형상은 사람과 같다. 【문】 그 말은 어떤가? 【답】 처음 났을 때는 다 성인의 말을 쓰는데, 뒤에 고통을 받을 때는 비록 갖가지 고통을 받는 소리를 내지만 끝내 한마디도 마치질 못하고, 오직 찍고 찌르고 부수고 찢을 때 나는 소리만 낼 뿐이다.”
(7) 업인부(業因部) 『십륜경(十輪經)』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5역죄(逆罪)를 가장 극악하다고 하니, 5역죄란 악심으로 짐짓 부모와 아라한을 죽이고, 성문(聲聞)의 화합승(和合僧)을 파괴하며, 나아가 악심으로 부처님 몸의 피를 내는 것이니, 이런 것 등을 5역죄라 한다. 만일 누구나 이 5역죄를 모두 지으면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을 수 없고, 만일 출가를 허락했는데 중죄를 범했으면 물리쳐 쫓아내야 하며, 이미 출가하여 모든 위의를 갖추었으면 때리거나 결박하여서는 안 된다. 또 네 가지 대죄가 있으니, 4역죄와 같아서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다. 네 가지란 어떤 것인가. 첫째는 벽지불을 죽이는 것이니, 이것을 살생으로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라 하고, 둘째는 아라한인 비구니에게 음행하는 것이니, 이것을 사음으로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라 하며, 셋째는 누가 불ㆍ법ㆍ승에 재물을 보시하면 이 재물을 맡아 사사로이 써 버리는 것이니 이것을 도둑질로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라 하고, 넷째는 삿된 견해로 비구승을 파괴하는 것이니, 이것을 화합승을 파괴함으로써 근본죄를 범하는 것이라 한다. 만일 사람이 이 네 가지 근본죄를 낱낱이 다 범하면 그들은 다 불법 안에서 출가함을 허락받을 수 없고, 설사 출가하였더라도 구족계를 받을 수 없으며, 만일 구족계를 받았으면 교단에서 나가게 해야 하고, 출가자의 위의법을 다 갖추었으면 때리거나 결박하고 그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 된다. 이와 같이 근본죄를 다 범하더라도 그것은 역죄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 것은 근본죄이면서 또한 역죄요, 어떤 것은 역죄일 뿐 근본죄가 아니며, 어떤 것은 근본죄도 아니고 역죄도 아니다. 어떤 것이 역죄이면서 또한 근본죄인가. 만일 누가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4제(諦)의 도를 보고도 그 목숨을 끊었으면 이것은 역죄이면서 또한 근본죄이니, 이런 중생은 내 계율 안에서 쫓아내어야 한다. 어떤 것이 근본죄일 뿐 역죄가 아닌가. 어떤 사람이 나의 법 안에서 출가하고도 범부 중생이기 때문에 독약을 가지고, 혹은 낙태(落胎)를 함으로써 생명을 해친다면, 이는 근본죄를 범한 것이지 역죄는 아니다.
또 승려의 물건인 음식과 방석 등을 함께 공유하면서 이익을 함께하지 않거나, 또 어떤 중생이 우리 불ㆍ법ㆍ승에 대해 의심을 내거나, 혹은 우리 법에서 출가하고도 끝내 남이 독송하는 것을 보거나, 나아가 한 게송에 대해 힐난하기까지 하면, 이것은 근본죄도 아니요 역죄도 아니다. 그러나 매우 악하여 역죄에 가까운 것이다. 이런 중생이 참회를 통해 그 죄의 뿌리를 제거하지 않으면 끝내 불법 안에서 출가의 허락을 받지 못할 것이며, 설사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더라도 회개하지 않으면 또한 쫓겨날 것이다. 왜냐 하면 정법을 받지 않고, 3승(乘)을 비방하며, 바른 법안을 파괴하여 법의 등불을 끄고, 3보의 종자를 끊으려 하고, 사람과 하늘을 감손시킴으로써 이익이 없고 악도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두 종류의 사람을, 정법을 비방하고 성현을 헐뜯음으로써 지옥의 겁수(劫數)를 늘이는 이라 하며, 이 모든 악을 지으면 이것을 근본의 크게 무거운 죄라 한다. 어떤 것이 일상 행동이 아닌 근본죄인가. 비구가 일부러 음행하고, 일부러 살생하며, 남이 주지 않는 것을 취하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이 네 가지 근본죄를 낱낱이 범하면, 일체 비구가 행하는 법의 일을 다 받아들이지 못하게 하고, 승려의 물건인 음식과 침구 등도 공동으로 수용하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왕과 대신은 그들을 때리거나 가두거나 나아가 그 목숨을 빼앗아서는 안 되나니, 이것을 근본죄의 체성상(體性相)이라 한다. 무엇 때문에 근본중죄라 하는가. 만일 사람이 이런 행을 행하면,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악취에 떨어진다. 이런 행을 짓는 것이 악취의 근본이기 때문에 근본죄라 한다. 비유하면 철환(鐵丸)을 공중에 던졌더라도 결국 잠깐도 머물지 않고 빨리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5역죄와 네 가지 엄중한 금기[四重禁]를 범하고, 두 가지 중생이 정법을 헐고 성현을 비방하는 등 열한 가지 죄를 낱낱이 다 범하는 자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또 『정법념처경』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아비지옥의 고통은 앞의 7대지옥보다 배나 더하다. 수명은 1겁을 지나며 그 몸의 키는 5백 유순인데, 네 가지 역죄를 지은 사람은 4백 유순이요, 세 가지 역죄를 지은 사람은 3백 유순이며, 두 가지 역죄를 지은 사람은 2백 유순이요, 한 가지 역죄를 지은 사람은 1백 유순이다. 저 5역을 지은 사람은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는 부르짖으면서 똥을 싸고 목구멍에서 숨을 내뿜는다. 이렇게 죽어 갈 때에는 빛깔이 앞에 생겨도 그것을 보지 못하며, 그 몸은 마치 여덟 살 어린이와 같다. 염라왕이 불붙는 쇠덫으로 그 목을 죄면서 두 손을 묶고는, 머리를 밑으로 하고 발을 위로 하여 2천 년 동안 밑을 향해 다니게 하면, 불꽃이 머리카락을 태우는데 머리를 다 태우면 다음에는 그 몸을 태운다. 욕계 6천(天)은 저 아비지옥 속의 냄새를 맡고는 즉시 다 흩어지니, 왜냐 하면 아비지옥에 있는 사람은 지독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또 『관불삼매경』에서는 이렇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중생이 부모를 죽이고 6친(親)을 모욕하면, 이런 죄를 지은 사람은 잠깐 사이에 목숨을 마치게 되니, 비유하면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대아비지옥에 바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염라왕은 큰소리로 그에게 ≺어리석은 지옥 종자야, 너는 세상에 있을 때 부모에게 불효하고 거만하고 무도하였다. 네가 지금 난 곳은 아비지옥이다≻라고 말하고는 곧 사라져서 나타나지 않는다. 그 때 옥졸은 다시 죄인을 몰아서 아래 칸막이에서 위 칸막이에 이르기까지 8만 4천 칸막이를 거치는 동안 몸을 움츠리고 그 사이를 지나 쇠그물 끝에 이르기까지 한 밤낮에 아비지옥을 두루 돈다. 그 한 밤낮은 이 염부주의 시간에 비하면 60소겁(小劫)을 지나는 것과 같다. 이런 수명이 한 대겁이라야 다하는데, 5역을 두루 지은 사람은 1만 5겁 동안 죄를 받는다. 다시 어떤 중생은 네 가지 엄중한 금기를 범하니, 신시(信施)를 헛되이 먹고 비방하며, 삿된 소견으로 인과를 알지 못하고, 반야를 배우지 않으며, 시방의 부처님을 헐뜯고, 스님들의 물건을 훔치며, 음탕하고 도가 없으며, 계율이 깨끗한 모든 비구니와 자매와 친척을 겁탈하며, 부끄러움을 모르고 친한 이를 욕하는 등의 악을 행하는데, 이 사람은 그 죄의 과보로 목숨을 마칠 때에는 칼바람이 몸을 쪼개서 잠깐 사이에 그 몸이 쇠꽃처럼 되어서 열여덟 칸막이 안에 가득 찬다. 낱낱 꽃에는 8만 4천의 잎이 있고, 낱낱 잎에는 머리와 몸과 사지가 있어서 각각 한 칸막이에 있지만 지옥이 커진 것도 아니요, 이 몸이 작아진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대지옥 안에 두루 가득 차서 8만 4천 대겁을 지내는데, 이 지옥에서 죽으면 다시 동방의 열여덟 칸막이 안에 들어가 앞에서와 같이 고통을 받는다. 이 아비지옥의 남서북방으로 열여덟 칸막이를 지나면, 방등경(方等經)을 비방하고, 5역죄를 갖추고, 비구승을 파괴하고, 비구니를 더럽히고, 모든 선근을 끊은 이런 죄인, 즉 온갖 죄를 갖춘 자가 있는데, 그 몸이 아비지옥에 가득 차고 사지는 다시 열여덟 칸막이 안에 가득 찬다. 이 아비지옥은 다만 이 지옥에 있는 갖가지 중생들을 태울 뿐이니, 겁이 다하려 할 때는 동문이 즉시 열린다. 그들은 그 동문 밖에 맑은 샘과 흐르는 물과 꽃과 열매와 수림 등 일체가 함께 나타나는 것을 보지만, 그들이 아래 칸막이에서 위 칸막이로 달려 올라가서 손으로 칼바퀴를 들면, 곧 허공에서 뜨거운 철환이 내려온다. 동문으로 달려가 그 문지방에 이르면, 옥졸인 나찰이 손에 쇠꼬챙이를 잡아서 거꾸로 그 눈을 찌르고 쇠개는 그 심장을 깨물어서 그는 까무라쳐서 죽는다. 죽었다가는 살아나 다시 남문이 열린 것을 보는데 앞에서와 다르지 않다. 서문과 북문도 다 이와 같다. 이 같은 시간이 반 겁을 지나서 아비지옥에서 죽으면 한빙지옥에 나고, 한빙지옥에서 죽으면 흑암지옥에 나서 8천만 년 동안 아무것도 보지 못하며, 큰 벌레의 몸을 받아 꾸물꾸물 기어다니면서 모든 감정이 어둡고 막혀 아무것도 알지 못하며, 백천 여우와 시랑들이 이 벌레를 잡아먹는다. 목숨을 마친 뒤에는 축생 속에 나서 5천만의 몸을 새나 짐승의 형상을 받고, 다시 인간에 나서는 귀머거리ㆍ장님ㆍ벙어리가 되거나 문둥병ㆍ창병 등을 앓으며, 빈궁하고 하천해서 일체의 쇠약함으로 장식을 삼는다. 이런 천한 몸을 받아서 5백의 몸을 겪은 뒤에는 다시 아귀 속에 나고, 아귀로 나서는 선지식과 큰 보살들을 만난다. 그들은 그를 꾸짖으면서 말한다. ≺너는 과거의 무량한 때에 무한한 죄를 지었다. 비방하고 믿지 않아서 아비지옥에 떨어졌으니, 그 받는 온갖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너는 지금 자비심을 내어야 한다.≻ 그러자 모든 아귀들은 이 말을 듣고는 나무불(南無佛)이라 외우면서 부처님의 은혜를 칭송하니, 이내 목숨을 마치고 4천(天)에 난다. 거기 나서는 잘못을 회개하고 자책하며 보리심을 낸다. 모든 부처님의 마음의 광명은 이들을 버리지 않고 섭수하는데 마치 라후라를 대하는 것과 같고, 지옥을 피하게 함은 눈을 사랑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기세경』에서 세존께서는 게송을 외우셨다.
만일 사람이 몸과 입과 뜻으로 업을 지으면 그것으로 말미암아 저 나쁜 세계에 들어간다. 그렇게 되면 마땅히 저 등활(等活)지옥에 나리니 거기는 너무나 두려워서 털이 일어서는 곳이니라.
무수한 천억 년을 지내는 동안 죽으면 어느새 다시 살아나서 원수끼리 서로 만나 원한을 갚나니 이로 말미암아 그 중생들 다시 서로 죽이니라.
혹은 부모에 대해서, 혹은 부처님과 보살과 성문(聲聞) 무리에 대해 나쁜 마음 일으키면 그들은 모두 저 흑승(黑繩)지옥에 떨어지나니 거기서 받는 온갖 고통은 치열하고 엄하니라. 남의 바른 행을 삿되고 왜곡되게 하며 남들이 선한 마음 내는 것을 보고 반드시 파괴하면 이들도 또한 저 흑승지옥에 떨어지니라.
이간질하는 말과 나쁜 말과 많은 거짓말 이 세 가지 무거운 악업을 즐겨 지으면서 세 가지 선의 뿌리와 싹을 기르지 않으면 이들 어리석은 사람은 반드시 큰 지옥에 들어가 거기서 오랫동안 큰 고통을 받으리.
혹은 염소와 말과 모든 소와 갖가지 잡짐승과 닭과 돼지를 죽이고 또한 온갖 다른 벌레와 개미 무리를 죽이면 그런 사람은 마땅히 저 중합(衆合)지옥에 떨어지리.
이 세간에는 두렵고 무서운 상이 여러 가지인데 이런 것으로 중생들을 핍박해 괴롭히는 사람 그는 반드시 저 애산(磑山)지옥에 떨어져서 누르고 갈고 찧는 고통을 받으리.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의 결사(結使:속박) 때문에 바른 이치를 뒤집어 다르게 하고 시비를 판별해서 법의 규율에 어긋나나니 이런 사람은 칼에 베이어 더욱 상하게 되리.
강한 권세를 믿고 남의 것을 억지로 빼앗으며 힘이 있는 이나 힘이 없는 이의 것을 다 취하나니 만일 이런 짓으로 모든 중생을 핍박해 괴롭히면 그들은 마땅히 쇠코끼리에게 짓밟히리라.
만일 모든 중생들을 해치고 죽이는 것을 즐기면서 그 몸과 손에 피를 바르는 마음이 악한 사람 이와 같은 깨끗하지 못한 행을 항상 행하면 그런 이는 마땅히 규환(叫喚)지옥에 나리니 갖가지로 중생들을 침노해 괴롭혔기 때문에 이 규환지옥에서 항상 태워지면서 들볶이고 있느니라.
그 가운데 다시 대규환지옥이 있는데 이것은 아첨하고 굽고 간사하고 교활한 마음과 온갖 무성한 견해의 숲에 덮여 있고 빽빽한 애욕의 그물에 빠져 있기 때문이니 이와 같은 가장 하천한 업을 항상 행하면 그는 곧 저 대규환지옥에 떨어지리.
만일 이와 같은 대규환의 지옥에 이르면 불꽃이 왕성한 쇠성[鐵城]은 털이 곤두서는 곳이니
거기는 큰 쇠집과 작은 쇠집 있어서 들어오는 사람들은 모두 다 태우네.
만일 이 세간의 온갖 사업을 짓느라고 언제나 모든 중생들을 많이 괴롭게 하면 그들은 반드시 뜨겁고 괴로운 곳에 나서 한량없는 시간 동안 뜨거운 괴로움을 받으리.
세상의 모든 사문과 바라문과 또 부모와 웃어른과 모든 늙은이를 항상 괴롭히면서 기쁘게 하지 않는다면 그들은 모두 저 열뇌(熱惱)지옥에 떨어지리.
하늘에 나는 깨끗한 업을 즐겨 닦지 않으며 사랑해 주는 지극히 가까운 이를 늘 떠나는 등 이와 같은 모든 일을 기꺼이 행하는 사람은 반드시 저 열뇌지옥에 들어가리.
악한 마음으로 사문과 바라문과 그리고 모든 선한 사람과 부모를 대하거나 혹은 또 다른 어른들을 해치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다 치열한 열뇌지옥에 떨어지리.
언제나 갖가지 악한 업을 많이 지으면서 일찍이 하나의 선한 마음도 일으킨 일 없으면 이런 사람은 아비지옥으로 바로 들어가 장차 한량이 없는 온갖 고뇌를 받으리라.
만일 바른 법을 말하는 것을 그른 법이라 하고 온갖 그른 법을 말하면서 바른 법이라 하면 그것은 이미 선한 일에 아무 도움 없나니 그런 사람은 마땅히 아비지옥에 들어가리.
등활과 흑승의 두 지옥과 합과 회와 규환 등이 다섯 지옥이 되고 열뇌와 대열뇌지옥을 보태어 일곱 지옥이 되며 거기에 아비지옥을 보태어 모두 여덟 지옥이네.
이 여덟 가지를 이름해 대지옥이라 하나니 그 지독하고 왕성한 고통은 차마 받기 어렵네. 거기에 또 악업을 지은 사람이 만든 것으로서 또 열여섯 개의 작은 지옥들이 있네.
(8) 계욱부(誡勗部) 『기세경』에서 말했다.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 천사(天使)가 세간에 있다. 그 세 천사란 첫째는 늙음이요, 둘째는 병이며, 셋째는 죽음이다. 어떤 사람은 방일한 3업(業)의 악행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나면 지옥에 난다. 옥졸이 때를 맞추어 와서 그 중생을 몰고 염라왕 앞에 가서 왕에게 말한다. ≺대왕님, 이들 중생은 옛날 인간에 있을 때, 마음대로 방탕해서 착하지 못한 3업을 지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 와서 났습니다. 대왕님은 잘 가르쳐 주십시오.≻ 왕이 그 죄인에게 물었다. ≺네가 옛날 인간에 있을 때 첫 번째 천사가 너를 잘 가르치고 너를 잘 꾸짖었다. 그런데 너는 그것을 보지 못하고 왜 여기 나타났느냐?≻ 죄인은 답하였다. ≺대천(大天)님, 저는 정말 보지 못했습니다.≻ 대왕이 다시 말하였다. ≺너는 왜 보지 못했느냐? 네가 사람의 몸으로 있을 때 여자가 되거나 남자가 되었는데, 거기 노쇠 현상이 나타났다. 즉, 이가 빠지고 머리가 세며 피부가 주름살이 졌으며, 온몸에 나는 검은 점은 마치 참깨와 같았다. 팔은 굽고 등은 꼬부라지며 걸음은 쩔뚝거리고 발은 몸을 지탱하지 못해서 좌우로 쓰러지며, 목은 가늘고 가죽은 느슨하며 양쪽 어깨가 처진 것은 마치 소의 처진 턱살[▼(古+頁)]과 같으며, 입은 마르고 목구멍은 깔깔하며, 몸은 약해지고 기운은 줄어들며, 헐떡거리는 소리는 마치 톱질하는 것 같으며, 앞으로 가려다 넘어져서 지팡이를 짚고 다닌다. 젊음이 쇠퇴하고 피와 살은 말라가서 여위고 약해졌으며, 저승길로 나아갈 때 거동은 굼떠서 씩씩한 모습은 다시 없으며, 나아가 몸과 마음이 항상 떨리고 사지에 맥이 빠져서 거두어 잡기 어려웠다. 너는 그것을 보았는가?≻ 죄인이 답하였다. ≺대천님, 저는 실로 보았습니다.≻ 그러자 왕이 다시 말하였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라서 지혜가 없구나. 옛날 그런 꼴을 보고도 왜 이렇게 생각하지 못했던가? 즉, 나는 지금 늙음이 전부이기 때문에 이것을 떠날 수가 없다. 그러므로 선업을 지어서 오는 세상에 영원히 편안하고 즐겁게 살리라라고.≻ 그가 다시 답하였다. ≺대천님, 저는 실로 그렇게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마음이 방종하여 방일을 행했기 때문입니다.≻ 왕이 또 말하였다. ≺너는 어리석은 사람이라서 선업을 닦지 않았으니 마땅히 그 방일한 죄를 받아야 하리라. 이 고통의 과보는 다른 사람이 지은 것이 아니요 네가 스스로 지은 것이니, 지금 그것이 도로 모여서 스스로 그 과보를 받는 것이다.> 그리고 염라왕은 두 번째로 꾸짖으며 말하였다. ≺그대들은 왜 두 번째 천사가 세상에 나온 것을 보지 못했는가?≻ ≺대천님, 우리는 정말 보지 못했습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너희들은 왜 보지 못했는가? 옛날 세간에서 사람으로 있을 때 그대는 남자거나 여자였는데, 4대(大)의 화합이 갑자기 일그러지면서 병고의 침노를 받아 매우 위독할 때가 있었다. 그래서 크거나 작은 침대에 누워 대소변 속에 그대로 뒹굴면서 자재를 얻지 못하였고, 누워 자거나 일어나 앉을 때도 남의 부축을 받았으며, 씻기고 안기고 먹거나 마시거나 항상 일체를 남에게 의지했나니, 그대는 그것을 보지 못했는가?≻ 그가 답하였다. ≺대천님, 저는 실로 보았습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그것을 보고도 왜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는가. 즉, 나도 실로 이런 병이란 것을 떠날 수 없다. 그러므로 선업을 지어서 오는 세상에 큰 이익과 큰 안락을 얻으리라라고.≻ 그가 다시 답하였다. ≺저는 실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게으른 마음으로 방일을 행했기 때문입니다.≻ 왕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게을러서 선업을 짓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나쁜 과보를 받는 것이다. 이것은 남이 지은 것이 아니요 제가 지어 제가 도로 받는 것이다.≻ 그리고 염마왕은 세 번째로 꾸짖으며 말하였다. ≺너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옛날 사람으로 있을 때 세 번째 천사가 세상에 나온 것을 왜 보지 못했는가?≻ 그가 답하였다. ≺대천님, 저는 정말 보지 못했습니다.≻ 왕이 다시 말하였다. ≺네가 인간에 있을 때 왜 보지 못했는가. 여자 몸으로나 남자 몸으로나 때를 따라 목숨을 마치면, 평상 위에 두고 잡색옷으로 덮은 뒤 취락으로 들고 나와서 높은 천막과 높은 일산 등 갖가지로 장엄하며, 둘러싼 권속들은 손을 들고 머리를 풀고 머리에 재흙을 덮고 못내 슬퍼하면서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가슴을 치고 목메어 울며 애통해 하나니, 너는 그것을 다 보았는가?≻ 그가 답하였다. ≺대천님, 저는 실로 다 보았습니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옛날 이미 그것을 다 보고도 왜 생각하지 않았느냐. 즉, 나도 죽음을 떠날 수 없다. 지금 마땅히 선을 지어서 오는 세상에 길이 큰 이익을 얻으리라라고.≻ 그가 답하였다. ≺대천님, 저는 실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 하면 방일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왕이 말하였다. ≺너는 방일하여 선업을 짓지 않았다. 이 악은 네가 지은 것이요 남이 지은 것이 아니다. 이 과보를 얻은 것은 네가 스스로 도로 받은 것이다.≻ 이 세 천사로 가르치고 꾸짖은 뒤 옥졸을 시켜 데리고 가라고 하였다. 그리하여 옥졸은 즉시 그 죄인의 두 발과 두 팔을 붙잡고는 머리를 밑으로 하고 발을 위로 하여 저 지옥 속으로 멀리 던져 버렸다.’” 대개 그 흐름을 막으려면 그 근원을 막음만 못하고, 끓는 물을 그치게 하려면 불을 끄는 것만 못하다. 왜냐 하면 근원이 물을 내므로 근원을 막지 않으면 물을 다할 수 없고, 불이 물을 끓이나니 불을 끄지 않으면 끓는 물이 어찌 쉬겠는가? 그러므로 근원을 막은 나그네라면 흐름을 막지 않아도 물은 저절로 마르고, 불을 끈 손이라면 끓는 물을 버리지 않아도 끓는 물은 저절로 그친다. 이것을 미루어 이야기하면 그 자세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를 싫어하는 자는 원인을 끊는 것만 못하니, 괴로움을 두려워하는 자라면 어찌 악을 징계함만 하겠는가. 원인은 결과를 돕나니 원인이 끊어지지 않으면 결과가 없어지지 않으며, 악이 고통을 내므로 악을 징계하지 않으면 고통이 어찌 쉬겠는가. 그러므로 원인을 끊는 선비는 결과를 싫어하지 않아도 결과는 저절로 없어지고, 악을 징계하는 현인은 괴로움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괴로움은 저절로 떠난다. 무릇 모든 군자(君子)는 이것을 글로 써서 경계해야 할 것이다. 게송을 외운다.
나서 왔다가 죽으면 돌아가고 해가 가면 다시 달이 돌아온다. 길 잃은 아이에게 혼몽한 바람이 부니 이리저리 유랑하며 사물을 좇아 옮기네.
어리석은 사람은 바른 길을 잃고 떴다 잠겼다 깊은 못에 들어간다. 어두운 곳에 한 번 떨어지면 오랜 겁(劫) 동안 칼날을 밟네.
6도(道)를 돌면서 괴로워하고 3업을 온전히 회통하지 못해서 흐름에 따를 뿐 남이 구제하질 못하니 아아 슬프다, 스스로 가여워하네.
진실에 돌아가서 모든 현상 관찰하고 비로소 허망한 통발임을 알았나니 괴로움의 바다가 깊으니 어디로 가야 하나 반야의 배에 오를 것을 생각하네.
① 진(晋)나라 거사 조태(趙泰) 증험 진(晋)나라 조태(趙泰)의 자(字)는 문화(文和)이며 청하(淸河) 패구(貝丘) 사람이다. 그의 조부(祖父)는 경조 태수(京兆太守)로서 태군(泰郡)의 효도와 청렴으로 천거되어 공부(公府)에서 불렀으나 나아가지 않고 학문에 전심하여 고향에서 명성이 있었다. 그러나 늙게 되어서야 벼슬에 나아가 중산대부(中散大夫)로 죽었다. 태(泰)는 나이 35세 때 갑자기 심장병을 앓다가 잠깐 사이에 죽었는데, 시체를 땅에 두었으나 심장이 그치지 않고 따뜻하였고, 몸이 굳지 않아서 굽히고 펴는 것이 뜻대로 되었다. 시체로 둔 지 10일 만에 갑자기 목구멍에서 비가 내리는 듯한 소리가 나더니 이윽고 다시 살아났다. 그는 깨어나서 죽어 있을 때를 이야기했다. “꿈에 어떤 사람이 심장 밑으로 다가왔으며, 또 두 사람은 누런 말을 탔고, 종자 두 사람은 지팡이를 짚었는데, 나를 끼고 동쪽으로 몇 리나 데리고 갔다. 어떤 큰 성에 이르렀는데, 그 성은 매우 높았으며, 성읍(城邑)은 검푸른 주석으로 되어 있었다. 성문을 향해 가면서 두 겹 문을 지나니, 수천 칸의 기와집이 있었고, 남녀 노소 수천 인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검은 옷을 입은 관리 대여섯 명이 성명을 차례로 나누면서 말했다. ‘마땅히 등급을 매겨서 부군(府君)에게 바치리라.’ 조태의 이름은 스무 번째에 있었는데, 조금 있다가 나와 수천의 남녀를 한꺼번에 데리고 갔다. 부군은 서쪽을 향해 앉아서 명부를 간단히 보고는 다시 나를 남쪽의 검은 문으로 보내서 들어가게 했다. 어떤 사람이 비단옷을 입고 큰 집 밑에 앉아서 차례로 이름을 부르면서 생시에 한 일을 묻되, 무슨 죄를 짓고 어떤 복과 선을 행했는가를 물었다. ‘너희들의 말을 자세히 살필 것이니 진실을 말하라. 여기서는 항상 6부(部)의 사자를 인간에 보내서 선악을 나누어 기록하였으므로 상황이 다 여기에 있다. 그러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답하였다. ‘아버지와 형은 다 벼슬아치로 모두 2천석지기였습니다. 저는 젊어서 집에 있으면서 학문을 닦았을 뿐, 다른 한 일이란 아무것도 없으며 또 악을 지은 일도 없습니다.’ 그러자 나를 보내어 수관감(水官監)을 삼고는, 2천 명을 데리고 모래를 운반하여 둑을 보수하게 하였는데, 나는 밤낮으로 애를 쓰며 일했다. 그 뒤에는 나를 수관도독(水官都督)으로 승진시켜 모든 옥사(獄事)를 맡게 하고, 또 나에게 마병(馬兵)을 주어 지옥을 순찰하게 하였다. 가는 곳마다 그 지옥의 고초는 각기 달랐다. 혹은 바늘로 그 혀를 꿰서 피를 흘리다 죽게 하며, 혹은 머리를 덮거나 머리카락을 드러내며, 옷을 벗기고 맨발로 걷게 해서 서로 끌고 다니게 하고, 큰 나무를 나르게 하고, 큰 몽둥이로 뒤에서 재촉하였다. 또 쇠평상과 구리기둥에 불을 달구고는 사람을 구박하였는데, 그 위에 안아 눕히면 일어나는 즉시 타 버렸다가 이내 다시 살아나곤 하였다. 혹은 불꽃 화로와 큰 가마솥에 죄인을 삶으면 몸과 머리가 부서지고, 떨어지는 끓는 물을 따라서 오르락내리락 돌아다녔다. 어떤 귀신은 작살을 들고 그 곁에 섰는데, 3, 4백 명이 한쪽에 서 있다가 차례가 되면 가마솥에 들어가 서로 안고 슬피 울었다. 또 칼나무는 높고 넓어서 끝을 알 수 없었으며, 그 줄기와 가지와 잎도 다 칼로 되었는데, 사람은 서로 욕하면서 그것을 덥석 잡고 올라가다가, 혹 다투는 이가 있으면 그 몸과 머리가 베이면서 한자나 한 치로 끊어졌다. 나는 이 지옥에서 나의 조부모와 두 아우를 만나 서로 슬피 울었다. 나는 옥문을 나오다가 어떤 두 사람을 보았는데, 그들은 문서를 들고 그 옥리(獄吏)에게 말하였다. ‘어떤 세 사람은 집에서 그들을 위해 절에 번기를 달고 향을 피우고 그 죄를 면하기를 빌었으므로 복사(福舍)에 나올 수 있었다.’ 이윽고 쳐다보니, 세 사람이 옥에서 나오는데 저절로 된 옷이 몸에 입혀지고, 남쪽의 한 문으로 갔는데 개광(開光)이라는 큰 집이 있었다. 세 겹으로 된 문이 붉은색으로 번쩍거렸는데, 세 사람은 그 집으로 들어갔다. 나도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 앞에 큰 궁전이 있었는데, 보배로 두루 장식해서 정묘한 광명은 눈부셨으며, 금과 옥으로 된 평상이 있었다. 태도와 얼굴이 특이하게 뛰어난 신인(神人)이 평상 위에 앉았고, 그 곁에는 많은 사문들이 그를 모시고 서 있었다. 부군(府君)이 들어와서 그에게 경례했다. 나는 옥리(獄吏)에게 물었다. ‘그는 어떤 사람이기에 부군이 경례하는가?’ 옥리가 대답했다. ‘그는 세존으로서 사람을 구제하는 스승이십니다.’ 얼마 있다가, 그 악도에 있는 사람들을 다 나오게 해서 법을 듣게 했다. 그 때 1백만 9천 사람이 다 지옥에서 나와 백리성(百里城)에 들어갔으니, 여기 와 있는 자는 다 법을 받드는 중생이었다. 그 행실에는 비록 결함이 있으나 그래도 거의 구제될 수 있기 때문에 경법을 듣고 나서는 7일 동안 본래 지은 선업과 악업의 다소를 따라 차례로 벗어난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나오기 전에 이미 1천 사람이 허공에 올라서 떠나는 것을 보았다. 이 복집[福舍]에서 나와서 다시 한 성을 보았다. 그 주위는 2백여 리요, 이름은 변형(變形)을 받는 성이라 하는데, 지옥의 다스림을 다 받은 자가 이 성에서 변하는 과보를 받는다. 나는 그 성에 들어갔다. 흙기와집이 수천 채인데 각각의 마을이 있으며, 한복판의 높은 기와집에는 높은 평상과 난간으로 장식한 수백의 관아가 있었다. 옥리는 문서를 대조해 보면서 말했다. ‘살생한 자는 하루살이가 되어 아침에 났다 저녁에 죽을 것이요, 도둑질한 자는 돼지나 양이 되어 사람에게 도살될 것이며, 음탕한 자는 학이나 집오리나 노루나 사슴이 될 것이요, 이간질한 자는 소리개나 올빼미나 부엉이가 될 것이며, 빚을 못 갚은 자는 낙타나 노새나 소나 말이 될 것이다.’ 나는 순찰을 마치고 수관(水官)의 처소로 돌아왔다. 주인이 나에게 물었다. ‘그대는 장자의 아들로서 무슨 죄를 지었기에 여기 왔는가?’ 나는 답하였다. ‘조부와 형제는 다 2천석지기입니다. 저의 할아버지는 공부(公府)에 천거되었으나, 할아버지는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으셨으며, 뜻을 닦고 선을 생각하시면서 어떤 악에도 물들지 않았습니다.’ 주인이 다시 말했다. ‘그대는 아무 죄가 없기 때문에 그대를 수관도독으로 삼은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그대는 이 지옥 사람들과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나는 주인에게 다시 물었다. ‘어떤 행이 있어야 즐거운 과보를 얻을 수 있습니까?’ 주인이 말하였다. ‘법을 받드는 제자가 정진하고 계율을 지키면, 즐거운 과보를 받고 아무 벌이 없을 것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사람이 법을 섬기기 전에 지은 죄가 있다면, 법을 섬긴 뒤에는 그것을 없앨 수 있습니까?’ 그가 답했다. ‘다 없앨 수 있다.’ 말을 마치자, 책상자를 열고 문서를 꺼내 나의 연기(年紀)를 검사해 보고는 아직 30년이 남은 것을 알고는 나를 돌려보내기로 했다. 그리고 이별할 때가 되자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지옥의 죄 갚음이 이렇다는 것을 다 보았으니, 세상 사람들로 하여금 다 선을 짓게 하라. 선악이 사람을 따르는 것은 마치 그림자와 메아리 같나니 삼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시 안팎으로 조태를 살피던 5, 60명도 함께 그의 말을 들었다. 태는 그가 겪은 일을 손수 적어서 그 때 사람들에게 보였으니, 때는 진(晋)나라 태시(太始) 5년 7월 13일이었다. 그리하여 태는 곧 조부모와 두 아우를 위해 스님들을 청해 큰 복회(福會)를 베풀고, 그 자손들로 하여금 마음을 고치고 법을 받들게 하고 정진하기를 권하였다. 사람들은, 태가 죽어서 많은 죄복을 보고는 다시 살아났다는 말을 듣고 모두 와서 방문하였다. 또 그 때 태중대부(太中大夫) 무성(武城) 손풍(孫豊)과 관내후(關內侯) 상(常)은 학백평(郝伯平) 등 열 명과 함께 태의 집에 모여서 자세히 들은 뒤에 모두가 숙연했으며, 이내 법을 받들게 되었다.”
②진나라 사문 지법형(支法衡) 증험 진(晋)나라 사문 지법형(支法衡)은 진나라 초년(初年) 사람이다. 병으로 10일 만에 죽었다가 3일 만에 다시 살아나서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했다. “죽을 때 어떤 사람이 데리고 갔다. 관청 같은 집이 몇 곳 있었는데, 나를 받아 주려고 하지 않았다. 이윽고 살펴보니 쇠바퀴가 있고 그 쇠바퀴 위에 쇠손톱이 있어서 서쪽에서 굴러 오는데, 끄는 자도 없이 바람처럼 빨리 굴러왔다. 한 옥리(獄吏)가 죄인을 불러 그 바퀴 앞에 서게 하니, 바퀴가 굴러와서 그를 깔아 뭉갰다. 이렇게 되풀이하면서 여러 사람이 바퀴에 치어 문드러졌다. 옥리가 나를 불렀다. ‘도인아, 와서 이 앞에 서라.’ 나는 두려워하면서 정진하지 않은 것을 스스로 꾸짖고 후회하면서 말했다. ‘나는 지금 이 바퀴에 깔리는 것인가.’ 이렇게 말을 마치자 옥리가 나에게 말했다. ‘도인은 가도 좋다.’ 그래서 나는 머리를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았는데, 하늘에 구멍이 있었다. 나는 엉겁결에 뛰어올라서 머리로 복판을 뚫고 두 손으로는 양쪽을 잡고는 사방을 둘러보다가 7보로 된 궁전과 여러 천인(天人)들을 보았다. 나는 매우 기뻐서 더 오르려 하였으나 오르지 못하고, 피곤해서 다시 내려왔다. 나를 데리고 간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무엇을 보았기에 오르지 못했는가?’ 그리고 곧 나를 선관(船官)에 넘겼는데, 선관은 배를 저으면서 나에게 키를 잡으라고 했다. ‘키를 잡을 줄 모릅니다.’ 나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는 강제로 시켰다. 수백 척의 배가 내 뒤를 따랐는데, 나는 키를 잡을 줄 몰랐기 때문에 배가 모래톱 위에서 비틀거렸다. 옥리가 나를 밀어뜨리면서 말했다. ‘길을 잃었으니 법에 의해 베어야 하리라.’ 그리고는 나를 끌어다 언덕에 올려 놓고 북을 올리면서 곧 베려 했다. 갑자기 5색의 두 마리 용이 배를 밀어 다시 물에 띄웠다. 그러자 옥리는 나를 용서하고, 나에게 북쪽으로 가라고 해서 30리쯤 갔다. 좋은 마을 언덕에 수만 채의 집이 있었는데, 그들은 다 귀양살이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나는 가만히 언덕으로 올라갔는데, 마을의 살찐 개들이 달려들어 물려고 했다. 몹시 두려워하면서 서북쪽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강당이 있었고, 여러 사문들의 경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빨리 달려갔다. 강당은 12층이었다. 내가 1층의 계단을 밟고 살펴보니, 돌아가신 스승이신 법주(法柱)스님이 평상에 걸터앉았다가 나를 보고 말했다. ‘내 제자야, 무엇하러 여기 왔느냐?’ 그리고는 곧 일어나 층계를 디딘 채 손수건으로 나의 얼굴을 치면서 말하였다. ‘오지 마라.’ 그러나 나는 못내 올라가고 싶어서 다시 발을 들어 층계를 올랐다. 법주는 다시 나를 밀어 내리게 했다. 이렇게 세 번 되풀이하다가 그만두었다. 평지를 바라보니 한 우물이 있었는데, 깊이가 3, 4길[丈]이요, 깐 벽돌에는 틈이 없었다.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 우물은 저절로 된 것이구나.’ 그러자 우물가의 어떤 사람이 말했다. ‘저절로 된 것이 아니면 어찌 우물을 이루겠는가.’ 나는 오직 법주스님을 보려고 우물에 기대어 바라보았는데, 법주스님이 나를 보고 말했다. ‘오던 길로 돌아가거라. 개는 너를 물지 않을 것이다.’ 나는 다시 물가로 돌아왔으나 아까 오던 배도 볼 수 없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마시려다가 이내 물 속에 떨어지는 바람에 깨어났다.” 그리하여 지법형은 출가하여 계를 지키고, 채식(菜食)하면서 밤낮으로 정진하여 지행(至行) 사문이 되었다. 비구 법교(法橋)는 지법형의 제자이다.
③조(趙)나라 거사 석장화(石長和) 증험 조(趙)나라 석장화(石長和)는 조나라의 뛰어난 사람이다. 19세 때에 1개월 남짓 앓다가 죽었으나, 집이 가난하여 제때에 염(歛)하지 못하고 두었다. 4일이 지나자 다시 깨어나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했다. “처음 죽었을 때 동남쪽으로 가다가 길을 닦는 두 사람을 보았다. 그들은 내 앞의 50보쯤에 있었는데, 내 걸음의 빠르고 더딤을 따라서 길을 닦았기 때문에 항상 50보 앞에 있었다. 길 양쪽에 늘어선 가시덤불의 가시는 다 매의 발톱 같았다. 매우 많은 군중들이 그 가시덤불 속으로 달려 들어가다가 가시에 찔려서 온 땅에 피가 흘렀는데, 그들은 내가 혼자 평지로 가는 것을 보고 함께 탄식하면서 말했다. ‘불자(佛子)는 혼자 큰 길로 가는구나.’ 앞으로 가다가 기와집과 늘어선 누각을 보았는데, 천 칸은 될 만하였다. 그곳의 매우 높은 집 위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얼굴이 장대하고 네 겹의 검은 도포를 입고 창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그에게 경례하자, 그 누각 위의 사람이 나를 보고 말했다. ‘석군, 이제 오는가? 한번 이별한 지 20여 년이 되었구나.’ 그 때 나는 속으로 그와 이별하던 때를 생각해 냈다. 내가 잘 아는 말먹이 맹승(孟承)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 부부가 먼저 죽은 지 여러 해가 지났었다. 누각 위의 사람이 말하였다. ‘그대는 맹승을 아는가?’ ‘압니다.’ ‘맹승은 살아 있을 때 정진하지 않다가 지금은 나를 위해 소제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러나 맹승의 아내는 정진했기 때문에 사는 곳이 매우 즐겁다.’ 그리고는 손을 들어 서남쪽의 한 방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맹승의 처는 저기 있다.’ 맹승의 처는 창을 열고 나를 보고는 따뜻하게 서로 위문한 뒤, 집안 노소의 안부와 소식을 두루 묻고는 이렇게 말했다. ‘석군은 돌아갈 때 다시 들러 주겠는가? 편지를 붙이겠소.’ 갑자기 맹승이 보였는데 빗자루와 키를 들고 누각 서쪽에서 와서는 역시 집안 소식을 물었다. 누각 위의 사람이 말하였다. ‘들으니, 어룡초(魚龍超)는 정진으로 믿음을 삼는다는데, 그대는 어떻게 수행하는가?’ 내가 대답했다. ‘생선과 고기를 먹지 않고, 술은 입에도 대지 않으며, 항상 세존의 경전을 읽으면서 모든 병을 고칩니다.’ 누각 위의 사람이 말하였다. ‘전하는 바가 거짓이 아니구나.’ 그러면서 한참 있다가 도록주(都錄主)에게 말하였다. ‘이 석군의 명부를 자세히 조사하여 틀림이 없게 하라.’ 도록주는 명부를 조사해 보고 말했다. ‘아직 30년의 수명이 남아 있습니다.’ 누각 위의 사람이 나를 보고 말했다. ‘그대는 돌아가고 싶은가?’ ‘돌아가기를 원합니다.’ 그러자 누각 위의 사람은 도록주를 시켜서 수레와 두 옥리를 붙여 나를 보내라고 했다. 나는 절하고 하직한 뒤에 수레에 올라갔다. 가는 길에 다시 역마을의 벼슬아치와 백성들이 미리 준비한 음식과 양곡 등이 있어서 나는 빨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내 시체가 더러워서 싫어서 거기에 붙으려 하지 않고, 시체 머리맡에 서 있었다. 그러다가 죽은 누이 동생에게 떠밀려 시체 얼굴에 넘어지는 바람에 다시 살아났다.” 도인 지법산(支法山)은 출가하기 전에 장화의 이 말을 듣고 드디어 도에 들어갈 뜻을 결정하였다. 법산은 함화(咸和) 때의 사람이다.[이상 세 사람은 『명상기(冥祥記)』에 나온다.]
④ 한(漢)나라 함곡(函谷)의 귀신 증험 한(漢)나라 무제(武帝)가 동방으로 유람을 나갈 때, 함곡관(函谷關)을 벗어나기 전에 길에서 어떤 괴물을 만났다. 키는 수십 길이고 형상은 소를 닮았으며, 푸른 눈에는 정기가 빛나고 네 발은 땅에 들어가 흔들어도 까딱하지 않았다. 모든 관리들도 다 놀라고 두려워했다. 그러자 동방삭(東方朔)이 술을 청해 거기 쏟았는데, 수십 섬을 쏟고 나서야 그 괴물은 비로소 사라졌다. 무제가 그 까닭을 물으니 동방삭은 말하였다. “이것은 걱정하는 기운에서 생긴 것으로서 반드시 진가(秦家)의 옥지(獄地)일 것이며, 그렇지 않으면 죄인들이 지나가다가 만든 것일 것입니다. 대개 술이란 근심을 잊게 하는 것이므로 이것을 녹인 겁니다.” 무제가 말했다. “아아, 과연 모든 사물에 능통한 사람이구나.”
⑤ 여강현(廬江縣)의 울음소리 증험 여강(廬江)과 완종양(脘摐陽) 두 현(縣)의 경계 위에 대청(大靑)ㆍ소청(小靑)이 있었다. 그들은 산과 들에 살면서 때때로 곡성(哭聲)을 들었다. 많으면 수십 명으로서 남녀노소가 마치 초상을 만난 것 같았는데, 이웃 사람들이 놀라 달려가 보았으나 언제나 사람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우는 곳에는 반드시 죽음이 있는 것이니, 대개 소리가 많으면 큰 집일 것이요, 소리가 적으면 작은 집일 것이다.[위의 2괴(怪)는 『수신전기(搜神傳記)』에 나온다.]
⑥토번국(吐蕃國)의 확탕(鑊湯) 증험 『왕현책행전(王玄策行傳)』에서 말하였다. “토번국(吐蕃國) 서남쪽에 한 샘물이 평지에서 솟아났는데, 세찬 물은 5, 6척의 높이로 올랐으며, 매우 뜨거워서 고기를 삶으면 금방 익었으며, 기운은 올라가 하늘을 찔렀고 형상은 마치 안개 기운과 같았다. 토번의 어떤 노인은 이렇게 말했다. ‘10년 전에는 물이 위로 10여 길이나 올라가서야 비로소 옆으로 흩어졌었다. 어떤 사람이 말을 타고 사슴을 쫓아가다가 그 샘물에 빠져 죽었는데, 그 뒤로는 그 물이 높이 솟지 않았다. 샘에서 때때로 사람 해골이 솟아나오는 것을 보았으며, 모포를 물에 넣으면 잠깐 동안에 문드러지기 때문에 확탕(鑊湯)이라고도 한다. 이 샘 서북쪽 6, 70리쯤에 또 샘이 있는데, 그 뜨거움은 거의 앞서의 것과 같으며, 때때로 끓어오르는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웅장하고, 모든 작은 샘들도 다 그렇다.’” 지금 이 진단(震旦)의 여러 곳에도 온탕(溫湯)이 많이 있는데, 이것 역시 확탕이다. 그러므로 『사분율(四分律)』 끝에서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왕사성(王舍城) 북쪽에 열탕(熱湯)이 있는데 그것은 지옥에서 나온다. 처음 나올 때는 매우 뜨겁다가 뒤에 멀리 흘러갈수록 차츰 차가워지는데, 그 이유는 다른 물과 섞이기 때문이다.”[이 증험[驗]은 『서국전(西國傳)』에서 나온 것이다.]
⑦당나라 유지감(柳志感)의 지옥 증험 당(唐)나라 하동(河東)의 유지감(柳志感)은 정관(貞觀) 초년에 장거 현령(長擧縣令)이 되었다. 어느 날 밤에 갑자기 죽었다가 이튿날 아침에 깨어나서 그동안의 일을 이야기했다. “처음엔 갑자기 명관(冥官)에게 쫓겨서 큰 관부(官府)로 갔다. 사자(使者)가 나를 왕에게 보이니 왕이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한 관(官)이 비어 있으므로 짐짓 그대에게 그 자리를 맡기는 것이다.’ 나는 부모가 늙었다는 구실로 사양하고, 또 스스로의 복업(福業)을 말한 뒤에 죽을 리가 없다고 했다. 왕은 문부를 검사하라고 명한 뒤 사실임을 알고는 나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죽을 수 없으면 우선 녹사(錄事)를 맡아 보아야 한다.’ 나는 허락한 뒤에 관리에게 하직하고 물러나와서 관청으로 갔다. 관청에는 다섯 판관(判官)이 늘어앉아 있었는데, 나는 여섯째였다. 거기에는 장관 되는 사람들이 앉았는데, 세 칸에는 각각 책상이 있었으며 조사하는 사무는 매우 번잡했다. 서쪽 한 자리에 판관이 없었으므로 관리는 나를 인도해 그 빈 자리에 앉혔다. 여러 관리들이 장부를 가지고 와서 나의 결재를 맡으려고 책상 위에 두고는 뜰 밑에 물러가 서 있었다. 내가 그 이유를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나쁜 냄새가 공(公)을 핍박하기 때문이니, 다만 멀리서 그 문안의 일을 답할 뿐입니다.’ 나는 인간 세상에서 했던 것처럼 자세히 읽어 보고 나서야 문구를 판정할 수 있었다. 조금 있다가 음식이 왔다. 여러 판관들이 같이 먹으므로 나도 끼려고 하자 판관들이 말했다. ‘그대는 권판(權判)이니 이것을 먹을 수 없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마침내 감히 먹지 못했다. 어느 날 다른 관리가 나를 집으로 돌려보냈는데, 집에 돌아와서 깨어나니 막 새벽이었다. 집에 돌아와 해가 저물자, 관리가 다시 맞으러 와서 그곳으로 가니 아침이었다. 이 때문에 이승과 저승의 낮과 밤이 서로 반대되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밤에는 저승의 일을 맡아 판결하고, 낮에는 고을의 일에 나아가는 것으로써 일상 생활을 삼았다. 세밑이 되어 나는 저승의 관청에 있다가 일어나서 측간에 갔다. 집 서쪽에서 어떤 여자를 보았는데, 나이는 30세쯤으로서 얼굴이 단정하며 옷이 깨끗하였는데, 서서 울고 있었다. 내가 물었다. ‘어떤 사람인가?’ 그녀는 답했다. ‘첩은 흥주(興州)의 사창 참군(司倉參軍)의 아내인데, 여기 끌려와 남편과 이별하였기 때문에 우는 것입니다.’ 내가 관리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관리가 대답했다. ‘여기 데리고 온 것은 심문할 일이 있을 뿐만 아니라 남편의 일에 증거를 세우기 위한 것입니다.’ 내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장거 현령이오. 만일 심문을 당하거든 부디 일을 분리해서 답하고, 사창(남편)을 관련시키지 마시오. 함께 죽는다는 것은 무익한 일이오.’ 부인이 말하였다. ‘저도 정말 관련시키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관가의 핍박이 두렵습니다.’ ‘부인, 부디 관련시키지 마시오. 그리고 핍박 당할 염려는 안 해도 됩니다.’ 부인이 받아들이자, 잠시 후에 나는 흥주로 돌아가 먼저 물었다. ‘사창의 부인이 병이 있는가?’ 사창이 답하였다. ‘제 아내는 아직 젊어서 병이 없습니다.’ 나는 내가 본 대로 말하고, 또 그 의복과 얼굴을 말한 뒤에 복을 짓기를 권했다. 사창은 빨리 집으로 달려가 보았다. 부인이 베틀 위에 앉아 베틀을 짜면서도 아무 병도 없었기 때문에 내 말을 믿지 않았다. 그 뒤 10여 일 뒤에 사창의 부인이 갑자기 죽었다. 사창은 그제야 두려워하면서 복을 지어 재앙을 물리쳤다.
또 흥주의 관리 두 사람이 임기를 마치고 경선(京選)에 가게 되었을 때 나에게 물었다. ‘그대는 저승의 일을 잘 안다는데 우리는 어떤 벼슬에 뽑히겠는가?’ 내가 저승의 관청에 가서 저들의 성명을 대고 소록사(小錄事)에게 물었다. 녹사가 대답했다. ‘명부를 모두 봉해서 돌함에 넣어 두었으므로 이틀 동안 조사해 보아야 그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틀이 지나자 두 사람이 금년에 얻을 벼슬 이름을 갖추어서 알려 왔다. 나는 그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 주었다. 그들은 경선(京選)의 이부(吏部)에 가서 그 벼슬을 대충 알아보았으나, 그들이 들은 것과는 같지 않았다. 흥주의 관리는 이 말을 듣고서 그것을 나에게 말했다. 그 뒤에 나는 다시 소록사에게 물었는데, 녹사는 장부를 검사해 보고 말했다. ‘조사한 그대로요. 틀림이 없습니다.’ 이미 경선에서 선발된 사람은 문하(門下)를 거쳤는데, 문하에서 조사한 뒤에 이부에 돌려보냈다. 중복된 이름이 과연 그 저승의 명부대로였으니, 검사해서 알린 자들이 모두 믿고 감복하였다. 나는 매양 저승의 명부에서 친한 사람의 성명과 죽을 연월일을 볼 때마다, 당사자에게 알려 복을 닦게 함으로써 재앙을 많이 면하게 했다. 내가 권판으로 있은 지 3년째 그 부(部)의 관리가 와서 말했다. ‘이미 융주(隆州)의 이 사호(李司戶)를 얻어서 그에게 정관(正官)을 맡겨 당신을 대신하게 하였으니, 당신은 판관 노릇을 하지 마시오.’ 내가 흥주에 가서 이 자사(李刺史)에게 알렸다. 자사 이덕봉(李德鳳)이 사람을 융주에 보내어 알아보았더니, 그 사호는 이미 죽었었다. 그 죽은 날을 물어 보았더니, 그날이 바로 그 관리가 와서 말하던 날이었다. 그 뒤로는 소식을 모른다. 주사(州司)가 내게 죄수를 맡겨서 서울로 데리고 가게 했는데, 봉주(鳳州) 경계에 이르자 죄수 네 사람이 도망쳤다. 나는 근심하고 두려워했으나 그들을 잡을 수 없었다. 밤에 여관에서 자는데 전날 그 부(部)의 관리가 와서 말했다. ‘죄수를 다 잡았습니다. 한 사람은 죽고 세 사람은 남산 서쪽 골짜기에 있는 것을 모조리 사로잡아서 묶어 놓았으니, 걱정 마십시오.’ 말을 마치자 하직하고 물러갔다. 나는 곧 군사를 청해서 남산 서쪽 골짜기에 들어갔다가 과연 네 사람의 죄수를 만났다. 죄수는 달아날 수 없음을 알자 항거했다. 내가 한 놈은 쳐서 죽이고 세 놈은 결박하였으니, 과연 저 관리가 말한 것과 같았다.” 지감은 자주(慈州)의 사법(司法)을 맡고 있다. 광록경(光祿卿) 유형(柳亨)이 임(臨)을 위해 이런 이야기를 했는데, 유형은 공주 자사(邛州刺史)가 되었을 때 지감을 만나 직접 물어 본 것이다. 그리고 어사(御史) 배동절(裴同節)도 지감을 만났다고 하니, 여러 사람들의 말이 다 이와 같았다.[이 증험은 『명보기(冥報記)』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