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40_0026_b_01L불설미증유정법경 제5권
040_0026_b_01L佛說未曾有正法經 卷第五


서천 법천 한역
홍승균 번역
040_0026_b_02L西天譯經三藏朝奉大夫試鴻臚卿傳教大師臣 法天奉 詔譯


“또 대왕이시여, 희유한 법은 깊고 깊어서 이해하기가 어려우며 모든 법은 적멸(寂滅)의 모습입니다. 취함도 아니고 버림도 아니며, 모임도 아니고 흩어짐도 아니며, 인연을 따라 생겨서 주재(主宰)가 없습니다. 이처럼 인연을 따라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자신도 아니고 타인도 아닙니다. 모든 법이 자성(自性)이 없는 것은 자성이 공하기 때문에 얻는 것이 없으며, 얻는 것이 없기 때문에 모든 법이 적정(寂靜)입니다. 적정의 모습이 바로 진실의 모습입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마땅히 바른 신심(信心)을 일으켜서 이와 같이 닦아 배우고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이 배우는 자는 모든 모양을 여의어서 배우는 바가 있는 것[有所學]도 아니고 배우는 바가 없는 것[無所學]도 아니어서 얻는 것도 없고 잃는 것도 없습니다. 이와 같이 깨달아 아는 것이 곧 바른 해탈입니다. 해탈의 모습[解脫相]이 바로 모든 법이며, 모든 법의 본성이 공한 것이 곧 진실의 뜻입니다. 어떤 집착도 없고 어떤 제한이나 걸림도 없는 것을 최상의 희유한 법[最上希有之法]이라고 이름합니다.
040_0026_b_03L復次大王希有之法甚深難解卽一切法寂滅之相非取非捨非聚非散從因緣生無有主宰以緣生故非自非他諸法無自性自性空故卽無所由無所得故一切法寂靜寂靜相者是眞實相大王當起正信心應如是修學如是觀察如是學者離一切非有所學非無所學無得無失是了知是正解脫解脫相者卽諸法諸法性空是眞實義卽無所著所限礙是名最上希有之法
또 대왕이시여, 안근(眼根)이란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안근은 그 자성(自性)이 본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근(耳根)ㆍ비근(鼻根)ㆍ설근(舌根)ㆍ신근(身根)ㆍ의근(意根) 또한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어서 저들의 자성도 본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색(色)이란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 또한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온(蘊)의 자성이 본래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모든 법에 이르기까지 다 이와 같아서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니, 그 자성이 진실이기 때문입니다.
040_0026_b_14L復次大王當知眼根非染非淨何以眼根自性本眞實故根亦非染非淨而彼自性本眞實故大王色非染非淨識亦非染非淨何以故蘊之自性本眞實故至一切法亦復如是非染非淨自性眞實故
040_0026_c_02L대왕께서는 마음이란 형상(形相)이 없어서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마음이란 머무는 곳이 없어서 안이니 밖이니 중간이니 하는 것을 모두 얻을 수 없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마음의 자성이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어서 늘어남과 줄어듦도 없고 변하여 달라짐[動轉]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시여, 마땅히 진실대로 보아서 의혹을 일으키지 말고 진실의 법에 머물러야 합니다. 이 마음이 진실이기 때문이니, 모든 법이 역시 이와 같습니다.
040_0026_b_21L大王當知心無形相非眼所心無所住中間俱不可得以故心之自性非染非淨無所增減無所動轉是故大王當如實觀勿生疑惑住眞實法此心眞實故諸法亦如是
대왕이시여, 비유컨대 이는 마치 허공과 같아서 모든 색상(色相)을 여의며 어떤 변화나 달라짐도 없습니다. 만약 어떤 사람이 ‘나는 저 연기나 구름이나 먼지나 안개 등으로 허공을 물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이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040_0026_c_05L大王譬如虛空離諸色相亦無動轉若有人言我能以彼煙染於虛空斯爲信不
왕이 말하였다.
“아닙니다. 허공엔 모양이 없어서 물들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040_0026_c_07L王言不也虛空無相非所染故
보살이 말하였다.
“마음 또한 그와 같이 본래 청정하여 모든 번뇌[垢]를 받아들이지 않으므로 모든 법의 자성(自性)이 물들지 않음도 이와 같습니다.
040_0026_c_08L菩薩曰心亦如是來淸淨不受諸垢乃至一切法自性無染亦復如是
또 대왕이시여, 모든 법과 법계(法界)는 서로 즉하지도 않고 여의지도 않으며 그 본성이 평등하여 어떤 차별도 없습니다. 그러므로 만약 이것을 깨달아 안다면 모든 법에 대하여 어떤 걸림이나 막힘도 없게 될 것이며, 늘어나고 줄어듦도 없을 것입니다.”
040_0026_c_10L復次大王一切法與法界非卽非離本性平等無有差別若了是者卽於諸法無所罣礙亦無增減
묘길상보살이 이와 같이 법을 설하자, 마가타 왕은 법의 본성이 공(空)함을 깨닫고 크게 기뻐서 곧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증득하였다. 그래서 희유심(希有心)을 발하여 합장한 채 공경하게 묘길상보살에게 여쭈었다.
“보살께서는 크게 자비하시며 그 방편이 훌륭해서 설하신 법이 참으로 희유하고, 미묘하고 심원(深遠)하여 전에 듣지 못하던 것입니다. 저는 오늘에야 비로소 모든 의혹을 끊고 마음에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040_0026_c_13L妙吉祥菩薩說是法時摩伽陀王悟法性空大歡喜卽時獲得無生法忍發希有合掌恭敬白妙吉祥菩薩言菩薩大慈善巧方便如所說法甚爲希有微妙深遠昔所未聞我於今日斷諸疑惑心得開曉
묘길상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런 말씀을 마십시오. 의혹을 없앴다고 하는 것은 아직도 모든 모양[相]을 끊어 없애지 못한 것이니, 마음에 어떤 모양이 남아 있는 것이 바로 큰 의혹입니다. 대왕께서는 모든 법은 적멸이어서 설함도 없고 보임도 없고, 들음도 없고 얻음도 없음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어찌 제거할 만한 의혹이 있겠습니까?”
040_0026_c_19L妙吉祥菩薩曰大王莫作是言疑惑得除作是言者未斷諸相有相於心是大疑惑大王當知諸法寂滅無說無示無聞無得豈有疑惑而可除耶
왕이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만약 그렇다면 탐(貪)ㆍ진(瞋)ㆍ치(癡) 등 모든 번뇌는 마음에 어떤 걸림도 없다는 말씀입니까?”
040_0026_c_23L王言菩薩若如是者癡等一切煩惱應不礙心耶
040_0027_a_02L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앞에서 허공은 본래 청정해서 물들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 이치가 이와 같습니다. 대왕이시여, 마음이란 본래 청정하고 번뇌는 본성이 공이어서 둘 모두 얻을 것이 없는데, 거기에 무슨 걸림이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당연히 어떤 죄구상(罪垢相)도 마음에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과거의 마음을 얻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현재의 마음도 얻을 수 없고, 이와 마찬가지로 모든 법도 역시 그러함을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그래서 3세(世)를 통해 오는 것도 없고 가는 것도 없으며, 머무는 것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으며, 들어가는 것도 없고 돌아가는 것도 없어서, 모든 망상(妄想)을 여의어 지견(知見)이 미칠 수 있는 바가 아니므로 지견을 여의는 법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바입니다. 그러므로 지혜로운 자는 마땅히 이와 같이 보고 이와 같이 깨달아 알아야 할 것입니다.”
040_0026_c_24L薩曰大王我先所說虛空本淨非所染故其義如是大王心本淸淨煩惱性空二俱無得何所礙耶是故不應以罪垢相而生於心大王當知過去心不可得未來心不可得現在心不可得乃至一切法亦復如是於三世中無來無去無住無著無所入無所離諸妄想非知見所及離知見法佛所說也是故智者應如是觀是解了
이때 대왕이 묘길상보살에게 여쭈었다.
“보살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는 지금 마음의 자성(自性)을 깨달아 알았으며, 모든 법의 자성이 본래 청정하여 어떤 장애에 물들거나 또한 얻을 만한 어떤 모양이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보살께 허물어지지 않는 믿음을 얻었습니다.”
040_0027_a_11L是時大王白妙吉祥菩薩言如菩薩所說我今解了心之自性法自性本來淸淨非障所染亦非有相可得是故我今於菩薩前得不壞
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만약 그렇다면 이는 바로 해탈로서 모든 과실을 여의는 것입니다.”
040_0027_a_15L菩薩言大王若如是者是卽解脫離諸過失
이때 마가타국 왕은 묘길상보살이 설하는 묘법(妙法)을 듣고 크게 기뻐서 자리에서 일어나 백천의 값어치가 있는 아주 좋고 가는 모직천을 들고 묘길상보살에게로 나아가서 이를 받들어 올리면서 보살에게 입히고자 하였다.
040_0027_a_16L爾時摩伽陀王聞妙吉祥菩薩宣說妙法心大歡喜卽從座起持上妙細㲲—價直百千—詣妙吉祥菩薩所而奉上之欲以其㲲被菩薩身
040_0027_b_02L그런데 이때 보살이 순식간에 어디론가 숨어버려서 보이지 않았으며,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습[所見相]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자기 몸도 보이지 않고 남의 몸도 보이지 않는 것이며, 베푸는 사람[能施]도 없고 베풂을 받는 사람[所施]도 없는 것입니다. 나아가 모든 법도 역시 이와 같아서 어떤 것을 본다고 하는 모양이 없으며 취착(取着)의 마음을 여읩니다. 대왕이시여, 그 모직천을 보시할 것이라면 몸을 보이는 자에게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7_a_20L是時菩薩於剎那間隱身不現但聞空中聲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不見自身不見他身無能施無所施乃至一切法亦復如是無所見相取著心大王其所施㲲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이때 지당(智幢)이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다. 그래서 왕은 즉시 그 모직천을 이 보살에게 받들어 보시하였다.
040_0027_b_03L時有菩薩名曰智幢王卽時復持其㲲而以奉施
그러자 그 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을 가진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이생(異生)과 이생법에 집착하지 않고, 유학(有學)과 유학법에 머물지 않으며, 무학(無學)과 무학법을 증득하지 않고, 연각과 연각법을 지향하지 않으며, 또한 모든 부처님 여래의 해탈과 열반을 구하여 과보를 증득하지도 않는 것입니다.
이와 같이 모든 법에 대하여 어떤 집착의 모습도 없으며, 베푸는 사람과 베풂을 받는 사람 둘이 모두 청정하여 이익도 없고 얻음도 없는 보시라면 가히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7_b_04L彼菩薩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不著異生及異生法不住有學及有學法不證無學及無學法不趣緣覺及緣覺法亦不求諸佛如來解脫涅盤而爲果證如是於一切法無所著相能施所施二種淸淨無利無得如是施者而可受之
그런데 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곧 몸을 감추어서 보이지 않았으며 허공 중에서 목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7_b_11L是時大王欲以其㲲被菩薩身菩薩卽時隱身不現但聞空中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이때 또 선적해탈(善寂解脫)이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다. 그래서 왕은 즉시 이 모직천을 받들어 그에게 보시하였다. 그러자 그 보살이 말하였다.
040_0027_b_14L是時復有菩薩名善寂解脫王卽時持㲲奉施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아견(我見)과 아소견(我所見)을 일으키지 않으며, 번뇌에 즉하지도 않고 여의지도 않으며, 정심(定心)에 머물지도 않고 산란을 일으키지도 않으며, 지혜롭지도 않고 어리석지도 않아 모든 취하고 버림을 여의는 것이니, 이와 같은 보시는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7_b_15L彼菩薩曰大王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不起我見及我所見非卽煩惱非離煩惱住定心非起散亂非智非愚離諸取如是施者而可受之
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즉시 몸을 숨기어서 보이지 않고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7_b_19L是時大王欲以其㲲被菩薩身菩薩卽時隱身不但聞空中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또 최승작의(最勝作意)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왕은 즉시 그 모직천을 이 보살에게 받들어 보시하였다. 그러자 그 보살이 말하였다.
040_0027_b_22L復有菩薩名最勝作意其王卽時持㲲奉施
040_0027_c_02L“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모든 모양을 일으키지 않아서 신업(身業)을 행하지 않고 어업(語業)을 일으키지 않고 의업(意業)을 일으키지 않으며, 온(蘊)ㆍ처(處)ㆍ계(界)의 법에 집착하지 않으며, 모든 법이 다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지혜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말로 미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의지할 바 없는 허공과 같이 맑은 것이라는 것을 깨달아 아는 것이니, 이와 같은 보시는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7_b_23L彼菩薩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不起諸相不行身業不發語業不起意業不著蘊處界法了一切法皆不可得非智所知非言所及無所依止湛若虛空如是施者而可受之
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그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즉시 몸을 감추어서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7_c_05L是時大王欲以其㲲被菩薩身菩薩卽時隱身不現但聞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또 상의(上意)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왕은 즉시 그 모직천을 그 보살에게 받들어 보시하였다.
040_0027_c_07L復有菩薩名曰上意其王卽時持㲲奉施
그러자 그 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취상(取相)과 희구(希求)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것입니다.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고 하면 이것이 곧 취상이며 바로 희구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유상심(有相心)을 여의는 것이 곧 보살마하살의 마음이며 이 마음이 평등하기 때문이니, 보리심이 또한 평등하며 이 보리심이 곧 모든 여래의 마음인 것입니다.
이와 같이 평등하기 때문에 모든 법은 평등하여 둘인 것이 없고 차별이 없으며, 취함도 없고 버림도 없어서 취함과 버림을 여의기 때문에 아상(我相)이 생기지 않고, 아상이 단멸되면 희구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시라면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7_c_09L彼菩薩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不起取相希求之心若言發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是爲取相有所希求何以故離有相心卽菩薩摩訶薩心此心平等故菩提心亦平等此菩提心卽一切如來心由是平等故諸法皆平等無二無差別無取亦無捨離取捨故我相不生我相滅已無所希求如是施者而可受之
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그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즉시 몸을 감추어서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7_c_18L是時大王欲以其㲲被菩薩身菩薩卽時隱身不現但聞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또 삼매개화(三昧開華)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왕은 즉시 이 모직천을 받들어 보시하였다. 그러자 그 보살이 말하였다.
040_0027_c_20L復有菩薩名三昧開華其王卽時持㲲奉施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모든 삼마지문(三摩地門)을 통해서 증득하여 모양이 없고 분별함이 없으며, 모든 법의 자성이 어떤 움직임도 없어서 곧 삼마지라는 것을 깨달아 아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시라면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7_c_21L菩薩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我受者於一切三摩地門證而無相無所分別了一切法自性無動—卽三摩地如是施者當可受之
040_0028_a_02L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그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즉시 몸을 감추어서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8_a_02L是時大王欲以其㲲被菩薩身菩薩卽時隱身不現但聞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또 성취의(成就意)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왕은 즉시 이 모직천을 받들어 그에게 보시하였다.
040_0028_a_05L復有菩薩名成就意其王卽時持㲲奉施
그러자 그 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모든 언어나 문자가 그 자성이 본래 공하여 집착하는 모양이 없다는 것을 깨달아 아는 것입니다. 무릇 마음을 일으켜서 모든 법을 구하고자 하는 자는 그 모양 속에 떨어지기 때문에 성취(成就)라고 이름할 수 없습니다. 만일 모든 법에 대하여 그 얻는 바가 없음을 이해한다면 곧 모든 이치를 성취하여 모든 것이 뜻과 같을 것입니다. 이러한 보시라면 가히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8_a_06L彼菩薩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了一切語言字自性本空無所著相夫欲起心求諸法者墯有相中不名成就若於一切法解無所得卽一切義成就一切皆如意如是施者而可受之
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그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즉시 몸을 감추어서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능히 몸을 볼 수 있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8_a_11L是時大王欲以其㲲被菩薩身菩薩卽時隱身不現但聞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또 삼륜청정(三輪淸淨)이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왕은 즉시 이 모직천을 받들어 그에게 보시하였다.
040_0028_a_14L復有菩薩名三輪淸淨其王卽時持㲲奉施
그러자 그 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저쪽 베푸는 자[能施]도 없고 이쪽 받는 자[能受]도 없으며, 받는 자가 얻는 것이 없고 주는 자는 과보(果報)가 없는 것입니다. 나[我]란 것이 있는 것이 아니기에 나의 것[我所]이란 것 또한 공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시라면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8_a_15L彼菩薩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無彼能施無此能受受者無所得施者無果報我尚非有我所亦空如是施者而可受之
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그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즉시 몸을 감추어서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8_a_19L王卽持㲲欲被其身時彼菩薩隱身不現但聞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또 법화(法化)라 이름하는 보살이 있었는데, 왕은 즉시 그의 모직천을 받들어 그에게 보시하였다.
040_0028_a_21L復有菩薩名曰法化其王卽時持㲲奉施
040_0028_b_02L 그러자 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성문ㆍ연각의 열반으로 과증(果證)을 삼지 않으며, 또한 대반열반(大般涅槃)으로 과증을 삼지 않으며, 윤회법(輪廻法)을 여의지 않고 열반법을 구하지 않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생사와 열반은 둘이 모두 평등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보시라면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8_a_22L彼菩薩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不以聲聞緣覺涅盤而爲果證亦不以大般涅盤而爲果證不離輪迴法不求涅盤何以故生死涅盤二俱平等如是施者當可受之
이때 대왕이 그 모직천을 그 보살에게 입히려 하자, 보살은 즉시 몸을 감추어서 보이지 않고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8_b_04L王卽持㲲欲被其身時彼菩薩隱身不現但聞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이처럼 대왕은 그가 보시할 모직천을 받들어 이와 같이 많은 여러 대보살들에게 보시하려 하였으나, 보살들은 모두 몸을 감추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040_0028_b_06L是時大王以所施㲲奉如是等諸大菩薩各各隱身皆不納受
이때 대왕은 즉시 이 모직천을 가지고 존자 대가섭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가섭이시여, 존자께서는 성문들 중에서 연세가 많으시고 덕망이 있어서 부처님께서 두타(頭陀) 제일이라고 칭찬하셨습니다. 원컨대 제가 이처럼 가득한 베푸는 마음[施心]으로 바치는 멋진 모직천을 부디 받아 주소서.”
040_0028_b_08L爾時大王卽持其㲲詣於尊者大迦葉所作如是言尊者迦葉於聲聞中耆年有德佛所稱讚頭陀第一願受我此上妙細㲲滿我施心
가섭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어떤 보이는 모양이 있는 것을 저는 받지 않습니다. 제가 받는 것은 탐(貪)ㆍ진(瞋)ㆍ치(癡)를 단멸하지 않더라도 물들고 집착하는 것이 없으며, 나아가 무명(無明)이나 유(有)나 애(愛)를 모두 단멸하지 않아도 역시 관여함이 없이 모두 없어서 고통을 관찰하여 집합(集合)을 단멸해서 적멸(寂滅)을 증득하여 도(道)를 닦는 것입니다.
부처님을 보지 않고 법을 듣지 않고 중수(衆數)에 들지 않으며, 얻거나 증득할 만한 지혜가 다하는 것도 아니고 지혜가 생기는 것도 아니며, 베푸는 자도 없고 받는 자도 없으며, 큰 과보도 없고 작은 과보도 없으며, 싫어할 만한 윤회도 없고 증득할 만한 열반도 없어서, 모든 법이 청정하여 모든 모양을 여의면 이와 같은 보시는 받을 수 있습니다.”
040_0028_b_12L迦葉答曰大王有所見相非我所受如我受者不斷貪無所染著乃至無明愛而悉不斷亦不與俱無見苦斷集證滅修道不見佛不聞法不入衆數非盡智無生智可得可證無施者受者無大果無小果無輪迴可厭涅盤可證諸法淸淨離一切相如是施者而可受之
왕이 즉시 그 모직천을 가지고 그에게 입히려 하자, 가섭은 역시 몸을 감추어 숨기고 나타내지 않은 채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040_0028_b_20L王卽持㲲欲被其身迦葉亦復隱身不現但聞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
이와 같이 대왕은 5백 명의 대성문들에게 모두 이 모직천을 받들어 보시했으나 모두 받지 않고 몸은 감추어 나타내지 않았다.
040_0028_b_22L如是大王於五百大聲聞所持㲲奉施亦各不受身不現
040_0028_c_02L이때 대왕은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이 보살과 성문들이 모두 내가 보시하는 모직천을 받지 않는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것을 가지고 후궁(後宮)으로 가서 부인(夫人)과 권속(眷屬)들에게 보시한다면 그들은 마땅히 받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그 모직천을 가지고 궁에 가서 보시하려 하였다.
040_0028_b_24L爾時大王卽作是念今此菩薩聲聞皆不受我所施之㲲我今持往後宮施其夫人及諸眷屬彼應當受作是念已持㲲入宮而欲施之
그런데 부인들이 보이지 않아서 다시 궁빈(宮嬪)의 권속들에게 보시하려 하였으나 역시 그들을 볼 수가 없었다. 이처럼 자꾸만 궁성(宮城)의 건물들을 살피면서 들어갔으나 아무것도 보이는 것이 없어서 마치 허공과 같았다.
040_0028_c_05L是時大王不見夫人復思施彼宮嬪眷屬亦復不見如是漸次觀察所有宮城殿宇皆悉不現同彼虛空
이때 대왕은 다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멋지고 고운 모직천을 어디에도 보시할 곳이 없겠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그 모직천을 집어서 자신이 입으려 하였다. 그러자 즉시 왕 자신의 몸이 보이지 않으면서 공중에서 소리만 들려왔다.
“만일 몸을 볼 수 있다면 마땅히 보시해야 할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자신의 몸의 색상(色相)을 보십시오.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이처럼 자신의 몸을 보아도 그 모양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남들의 몸을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여서 자신이나 타인의 모양을 모두 얻을 수가 없습니다. 만약 이와 같이 본다면 곧 진실의 법을 보는 것으로서, 진실의 법은 모든 소견(所見)을 여의며 모든 소견을 여의기 때문에 곧 평등의 법에 머무는 것입니다.”
040_0028_c_08L是時大王復作是念今此上妙細㲲無復所施作是念已欲持此㲲自被於身其王卽時亦自不見其身但聞空中聲曰若有能見身者當可施之大王當自觀身色相今何所在如自觀身不見其相觀他亦然他之相俱不可得若如是見者卽見眞實法眞實法者離一切見以離諸見故卽住平等法
이때 대왕은 이 공중의 소리를 듣고는 마치 꿈에서 깨어난 것처럼 모든 유상심(有相心)을 여의고 의혹의 생각이 끊어져 없어졌다. 그러자 즉시 궁성의 건물들과 후비(后妃)와 권속들이 그 색상을 드러내어 다시 전과 같이 되었다. 그래서 곧장 보살과 대중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보니, 모든 보살들의 모습이 본래와 아무런 다름이 없었다.
040_0028_c_16L是時大王聞空中聲已離有相心斷疑惑如從睡覺而得醒寤卽時宮城殿后妃眷屬見其色相還復如故詣菩薩大衆之所悉得瞻睹菩薩之相如本無異
이때 대왕은 묘길상보살 앞에 나아가서 여쭈었다.
“보살과 대중들이 마침 어디에 갔었기에 저에게 보이지 않았습니까?”
040_0028_c_21L是時大王前白妙吉祥菩薩言菩薩大衆適當何往我所不
묘길상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의혹을 일으키지 마십시오. 지금 이 대중들이 그 본래의 모습이 온 곳이 없는데 어디로 간단 말입니까? 대왕이시여, 지금 이 대중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까?”
040_0028_c_23L妙吉祥言大王勿生疑惑今此大衆本相無來其何所往大王於今見此衆不
왕이 말하였다.
“예, 보입니다.”
王曰唯然已見
040_0029_a_02L보살이 말하였다.
“무엇이 보입니까?”
040_0029_a_02L菩薩曰何所見耶
대답하였다.
“마치 진실한 법을 보는 것과 같이 대중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答言如見眞實法觀此衆亦然
또 물었다.
“이 진실을 두고 또 무엇을 본단 말입니까?”
040_0029_a_04L又問曰卽此眞實亦云何見
대답하였다.
“진실의 법은 모든 모양을 여의어서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으로서, 안에도 있지 않고 바깥에도 있지 않으며 중간에도 있지 않아 이름[名]과 모양[相]의 두 법을 모두 얻을 수 없습니다.”
040_0029_a_05L荅曰實法者離一切相非眼所觀不在內不在外不在中間相二法不可得
이때 묘길상보살이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그대가 먼저 악을 지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나는 부처님께서 미래의 세상에 악도(惡道)에 떨어진다고 기별(記別)하신 것을 들었습니다.”
040_0029_a_08L爾時妙吉祥菩薩復謂王曰大王當汝先造惡我聞佛記於當來世墯惡道中
왕이 보살에게 여쭈었다.
“아닙니다. 대사(大士)시여, 부처님 세존 같으신 분께서 악도에 떨어진다거나 열반을 얻는다는 것을 설하는 것은 일찍이 없던 일입니다. 왜냐하면 진법(眞法) 속에는 두 가지의 차별이 없기 때문입니다.”
040_0029_a_11L王白菩薩言不也大士如佛世尊未曾有說墯惡道者證涅盤者何以故於眞法中無二差別
보살이 다시 말하였다.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선악에 대한 인과의 보응(報應)이 소연(昭然)합니다. 그런데 이런 말을 하다니 그 뜻이 무엇입니까?”
040_0029_a_13L菩薩復不也大王如佛所說善惡因果報應昭然作是說者其義云何
대왕이 대답하였다.
“보살 대사시여, 제 생각에는 모든 부처님 여래가 방편에 따라서 생사와 열반을 잘 설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생사의 고통을 싫어하여 열반의 즐거움에 나아가게 할 것입니다.
여실하게 말한다면 생사와 열반의 둘이 모두 평등합니다. 왜냐하면 모든 법이 다 공(空)하여 자성(自性)이 없기 때문인데, 저 모든 법의 성품이 곧 법계(法界)의 성품이며, 법계의 성품은 둘의 차별이 없으며 이런 이치에 연유하여 모든 법은 생기는 것도 없고 가는 곳도 없으며,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싫은 것도 없으므로 제가 지금 바른 믿음을 일으켜서 마음에 두려움이 생기지 않습니다.”
040_0029_a_15L大王答菩薩大士如我意者諸佛如來隨順方便巧說生死涅盤令諸衆生厭生死苦趣涅盤樂如實說者生死盤二俱平等何以故諸法皆空無有自性彼諸法性卽法界性法界性中無二差別由是義故諸法無所生所往無樂欲無厭捨我今起正信心不生怖畏
묘길상보살이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모든 유상(有相)을 여의는 데 대하여 잘 말씀하였습니다.”
040_0029_a_23L妙吉祥菩薩言善哉大王善說此語離諸有相
040_0029_b_02L왕이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나의 성품이 본래 공한 것이니 누가 무엇을 설한다 하겠으며, 법이 본래 모양이 없는데 도대체 무엇을 여의겠습니까? 부처님 말씀대로라면 진실법 속에 아상(我相)이란 본래 없으며, 정(情)과 비정(非情)을 여의므로 모든 행은 짓는 것이 없으며 또한 이를 받는 자도 없습니다.”
040_0029_a_24L王言菩薩我性自空誰爲說者法本無相當何所離如佛所說眞實法中我相本無離情非情諸行無作亦無受者
보살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대는 진실법에 대하여 비록 깨달아 알기는 했지만 아직 집착이 있습니다.”
040_0029_b_03L菩薩告言大王汝於眞實法中雖復解了猶生執著
왕이 다시 여쭈었다.
“어떻게 하면 이 집착을 여읩니까?”
王復白言云何離著
보살이 말하였다.
“악취상(惡趣相)을 허물지 않는 것이 바로 집착이 없는 것입니다.”
040_0029_b_05L菩薩曰壞惡趣相是爲無所著
왕이 말하였다.
“보살이시여, 참으로 그러합니다. 제 생각에는 악취상은 변하여 달라짐[動轉]도 없으며 허물어지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아서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제가 이제 모든 집착을 여의어서 영원토록 다시는 유상(有相)의 소견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니, 비유컨대 이는 마치 득인(得忍)보살이 다시는 3독(毒)에 대한 생각을 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040_0029_b_06L王言菩薩是如是如我意者惡趣之相無所動不壞不著無所畏懼我今得離諸永不復生有相之見譬如得忍菩薩不復生於三毒之想
이때 지당(智幢)보살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지혜의 도에서 이미 청정함을 얻어서 모든 진염(塵染)을 여의고 인(忍)을 구족합니다.”
040_0029_b_10L是時智幢菩薩謂其王曰大王於智慧道已得淸離諸塵染忍具足
왕이 보살에게 여쭈었다.
“모든 법은 매우 청정하고 광대하여 한량없으므로 번뇌로 물들이지 못하고 열반을 얻을 수가 없으나,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이를 스스로 증득하여 아시는 것입니다.”
040_0029_b_12L王白菩薩言法甚淸淨廣大無有量煩惱不能染涅盤不可得唯佛世尊自所證知
이처럼 묘길상보살과 여러 대사들이 왕궁에서 바른 법을 설할 때 마가타 왕은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다. 그 왕궁에는 서른두 명의 여인이 있었는데, 이들은 묘길상보살의 신통변화한 일들을 보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또 이 모임에는 5백 명의 사람이 있었는데, 이들도 또한 법안(法眼)의 청정함을 얻었다. 그리고 이 왕사성 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온갖 이름난 꽃과 향을 가지고 왕궁의 문 앞에 모여서 멀리 묘길상보살과 대중들에게 공양을 바쳤다.
040_0029_b_14L爾時妙吉祥菩薩及諸大士於王宮中說正法時摩伽陀王獲得無生法其王宮中有三十二女人見妙吉祥菩薩神通變化事已皆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會中復有五百人得法眼淨所有王舍城中一切人民皆悉持諸名華妙香集王宮門遙伸供養妙吉祥菩薩及諸大衆
040_0029_c_02L이때 묘길상보살은 이 성안에 사는 모든 사람들을 가련하게 여겨서 이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해 발가락으로 땅을 문질렀다. 그러자 곧 대지가 폐유리(吠琉璃) 색깔로 바뀌어 깨끗하고 투명해서 안팎이 서로 환하게 비치었다.
이때 성중에 사는 사람들이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 묘길상보살과 대중들을 아무런 막힘이 없이 얻어 보았는데, 마치 깨끗한 둥근 거울처럼 그들의 얼굴 모습이 비쳤으며, 모든 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로 그와 같이 보살들의 모습을 우러러보았다. 그리하여 묘길상보살이 각각 설법에 응할 때처럼 하였는데, 성중의 8만 4천 명의 사람들이 법안의 청정함[法眼淨]을 얻었으며, 5백 명의 사람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발하였다.
040_0029_b_22L爾時妙吉祥菩薩哀愍城中一切人爲利樂故以足指按地卽時大地皆作吠瑠璃色淸淨光潔內外映徹是時城中若男若女一切人民皆悉得見妙吉祥菩薩及諸大衆無所障譬如淸淨圓鏡照其面像一切人民瞻菩薩相亦復如是時妙吉祥菩薩各各爲其如應說法時城中八萬四千人得法眼淨五百人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
이때 묘길상보살이 마가타 왕의 음식 공양을 받고 널리 법을 설하는 것을 마치자, 왕의 궁속(宮屬)과 나아가 백성들이 모두 이로움과 즐거움을 얻어서 희유심(希有心)을 발하여 다들 크게 기뻐하였다.
040_0029_c_10L爾時妙吉祥菩薩受摩伽陀王飯食供養及爲廣說法已王之宮屬乃至一切人民皆獲利樂發希有心生大歡喜
드디어 묘길상보살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여러 보살 대중들과 함께 이들에게 둘러싸여서 왕궁을 나왔다. 이때 마가타 왕이 여러 신하 및 권속들과 함께 공경하게 예를 올리고 그 공로에 감사드렸다. 그리고 보살을 따라서 부처님의 모임에 왔다.
040_0029_c_14L妙吉祥菩薩卽從座起與諸菩薩大衆而共圍繞出於王宮是時摩伽陀王與諸臣從及其眷屬禮敬勞隨從菩薩來于佛會
이때 보살이 왕궁을 떠나 얼마쯤 왔는데, 길 위에서 한 사람이 나무 밑에서 울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 사람은 울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살인의 업[殺業]을 지었으니 너무나 무섭다. 앞으로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내가 지금 어떻게 하면 구원받을 수 있을까?”
040_0029_c_17L是時菩薩旣離王宮漸次而行於其中路見有一人在於樹下涕淚悲泣發如是言造殺業甚可怖畏當來決定墯於地我今如何得其救度
이때 보살이 이 사람을 보고 그 근기의 인연을 살펴보니 이미 무르익어서[成熱] 충분히 교화하여 제도할 만하였다. 그래서 보살은 즉시 그와 다름없는 사람으로 변해서 그 사람 옆에 가서 같이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살인의 업을 지어서 너무나 무섭다. 앞으로 틀림없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040_0029_c_21L是時菩薩見此人已觀其根緣而已成熟堪受化菩薩卽化一人與其無異往彼人所旣相附近亦復啼泣謂前人曰造殺業甚可怖畏當來決定墯於地
040_0030_a_02L그러자 앞사람이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나 또한 그대와 마찬가지로 살인의 업을 지었다. 우리가 지금 우연히 서로 만났는데, 누가 어떤 방편으로 구해줄 수 있겠는가?”
040_0030_a_02L前人聞已而卽謂言我亦如是造於殺業偶會今時誰生方便能爲救
그러자 변화하여 나타난 사람[化人]이 말했다.
“지금 우리가 지극히 무거운 죄를 지어서 이처럼 무섭건만 능히 구해줄 자가 없다. 그러나 부처님 세존께서는 큰 방편을 가지고 있어서 구해주실 수 있을 것이니, 우리가 지금 같이 부처님을 찾아가는 것이 좋겠다.”
변화하여 나타난 사람은 이렇게 말하고 곧장 앞서서 갔다. 그러자 앞사람도 이를 보고는 역시 그를 따라 부처님을 찾아갔다.
040_0030_a_04L是時化人卽告之言今我等輩造極重罪雖甚怖畏無能救者唯佛尊有大方便而能救度我等今宜共詣佛所化人言已便卽前行其人見亦復隨從詣於佛所
저 변화하여 나타난 사람은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러서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린 다음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살인의 업을 지어서 지옥에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원컨대 부처님의 자비로 저를 구해주소서.”
040_0030_a_08L時彼化人到佛會已頭面禮足前白佛言世尊造殺業怖墯地獄願佛慈悲救度於
이때 세존께서는 즉시 이를 칭찬하여 말씀하셨다.
“참으로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지금 부처님 앞에서 성실한 말로 자기가 한 일을 사실대로 말하는구나. 만일 그대가 말한 대로라면 그대는 살인의 업을 지음에 있어 대체 어떤 마음으로 그런 죄를 저지르게 되었는가? 그것이 과거의 마음이었느냐, 미래의 마음이냐, 현재의 마음이냐? 만일 과거에 일어났던 마음이라면 과거는 이미 사라졌으니 그 마음을 얻을 수 없고, 만일 미래에 일어날 마음이라면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그 마음을 얻을 수 없고, 만일 현재에 일어난 마음이라면 현재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니 또한 얻을 수 없다. 이처럼 3세를 모두 얻을 수가 없으니 이는 곧 짓고 일어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이처럼 짓고 일어나는 것이 없는데 그 죄상(罪相)에서 무엇이 보인다고 하겠느냐?
040_0030_a_11L爾時世尊卽讚是言善哉善哉善男今於佛前發誠實語如其所作稱實而言如汝所說造殺業者汝從何心而起罪相爲過去耶未來耶現在若起過去心者過去已滅心不可若起未來心者未來未至心不可若起現在心者現在不住心亦不可得三世俱不可得故卽無起作故於其罪相何所見耶
040_0030_b_02L선남자여, 마음이란 머무는 곳이 없어서 안에도 밖에도 가운데도 있는 곳이 없다. 마음에는 빛깔[色]이나 모양[相]이 없으며 파랑[靑]ㆍ노랑[黃]ㆍ빨강[赤]ㆍ하양[白]도 아니다. 마음에는 짓고 만드는 것이 없으니 짓는 자가 없기 때문이며, 마음은 환화(幻化)가 아니니 근본이 진실하기 때문이며, 마음은 가없으니 한량없기 때문이며, 마음은 취하고 버림이 없으니 선악이 아니기 때문이며, 마음은 변하여 달라짐[動轉]이 없으니 생멸이 아니기 때문이며, 마음은 허공과 같으니 장애가 없기 때문이며, 마음은 염오도 청정도 아니니 모든 수(數)를 여의기 때문이다.
040_0030_a_20L善男子心無所住不在內中間心無色相非靑心無造作無作者故非幻化本眞實故心無邊際非限量心無取非善惡故心無動轉滅故心等虛空無障礙故心非染離一切數故
선남자여, 모든 지혜로운 자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보며, 이렇게 보는 자는 모든 법 가운데서 마음을 구하더라도 얻을 수 없다. 왜냐하면 마음의 자성(自性)이 곧 모든 법의 성품이며, 모든 법의 성품이 공한 것은 곧 진실한 성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대는 지금 괜히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040_0030_b_03L善男子諸有智者應如是觀作是觀者卽於一切法中求心不可得何以故心之自性卽諸法諸法性空卽眞實性由是義故今不應妄生怖畏
이때 모습을 변화하여 나타난 자[化人]가 부처님께서 설하는 진실의 법을 듣고 크게 기뻐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법계(法界)의 자성이 청정함을 잘 말씀하셔서 제가 지금 죄업(罪業)의 본성이 공(空)한 것임을 깨달아서 두렵지 않으며, 제가 지금 불법에 출가하여 이를 닦아서 범행(梵行)을 지니고 싶습니다. 그러니 부디 세존께서는 저를 받아들여 주소서.”
040_0030_b_07L是時化人聞佛宣說眞實之法心大歡喜卽白佛言世尊善說法界自性淸淨我今得悟罪業性空不生怖畏我今樂欲於佛法中出家修道持於梵行唯願世尊攝受於我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지금 바로 그대를 받아들이겠다.”
040_0030_b_12L佛言善哉善男子今正是時爲汝攝受
그러자 변하여 나타난 사람은 순식간에 저절로 머리카락이 떨어지고 몸에 가사가 입혀져서 필추의 모습이 되었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반열반에 들고자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 허락하여 주소서.”
040_0030_b_13L是時化人於剎那間鬚髮自落袈裟被身成苾芻相卽白佛言世尊我今入般涅盤願佛聽許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대로 하라.”
040_0030_b_15L佛言隨意
그러자 변화한 필추가 부처님의 위신력(威神力)을 받아서 즉시 공중으로 1다라수(多羅樹)의 높이만큼 솟구쳐 올라 불길로 변하여서는 스스로 타버려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어 허공과 같았다.
040_0030_b_16L時化苾芻承佛威神力故卽踊身虛空高一多羅樹化火自焚滅盡無餘同彼虛空
이때 실제로 살인의 업을 지은 자가 이 변화한 사람이 이처럼 출가(出家)하는 것을 보고 또 부처님이 설하는 법을 듣고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은 나와 마찬가지로 죄업을 지었는데 저렇게 먼저 해탈하였다. 그러니 나도 지금 불법을 구해 교화하고 제도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즉시 세존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살인의 업을 지었기에 미래에 대지옥에 떨어질까 두렵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 자비를 베푸시어 구해주소서.”
040_0030_b_18L爾時實造業者見是化人出家及聞佛說法已心生思念此人與我同造罪業彼先解脫我今亦宜求佛化度作是念已卽時頭面禮世尊足而白佛言世尊我造殺業怖於當來墯大地獄願佛慈悲而垂救度
040_0030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선남자여, 지금 부처님 앞에서 진실하게 말하였으니, 그대가 지은 업은 어디서 그 마음을 일으키며, 그 죄업의 모습이 다시 무슨 말할 것이 있겠는가?”
040_0030_b_24L佛言善哉善男子今於佛前發誠實語汝所造業於何起心罪業之相其復云何
그런데 이때 이 사람은 선근이 이미 성숙하였으므로 부처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몸의 모든 털구멍에서 큰 불꽃들이 나와서 그의 몸을 휘감았고,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오니 부디 구해 주소서.”
040_0030_c_03L時此人以善根成熟故聞佛言已諸毛孔出大火焰旋繞其身卽作是我今歸佛願垂救度
이때 세존께서 황금빛 오른손을 들어 그의 이마 위에 얹자 즉시 그 사람의 몸의 불이 꺼지고 고뇌를 여의며 쾌락을 얻어서 깨끗한 신심(信心)을 일으켰다. 그리하여 부처님께 합장한 채 여쭈었다.
“희유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먼저 부처님께서 자세히 설하시는 청정한 법계(法界)가 모양을 여읜 법을 듣고, 지금 그 죄업(罪業)의 본성이 바로 공임을 깨달아서 다시는 두려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저 또한 불법에 출가하여 범행을 닦아 지니고 싶사오니 부디 부처님께서는 받아주소서.”
040_0030_c_06L爾時世尊舒金色右手於其頂上人卽時身火得滅離其苦惱得大快起淨信心向佛合掌而白佛言世尊我先聞佛廣說淸淨法界離相之法我今得悟罪業性空而不復生怖畏之想我今亦於佛法中樂欲出家修持梵行願佛攝受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 그대를 받아들이겠다.”
040_0030_c_13L佛言善哉今正是時爲汝攝受
그러자 곧 저절로 머리카락이 떨어지고 몸에 가사가 입혀져서 마치 승랍(僧臘)이 백 살이나 되는 필추의 모습과 같았다. 그리하여 모든 감관[諸根]이 조적(調適)하고 위의가 엄숙하고 장엄하여 소원이 원만히 이루어졌다.
040_0030_c_14L卽時此人鬚髮自落袈裟被身成苾芻相—如百臘者諸根調適威儀庠序所願圓滿
이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4제(諦)의 법을 설하셨다. 그러자 그는 법을 듣고는 곧 번뇌[塵]를 멀리하고 더러움[垢]을 여의어 법안의 청정을 얻었다. 또 4제의 이치를 자세히 관찰하여 바로 이 모임 중에서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 그리고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열반에 들고자 하오니 원컨대 부처님께서는 허락하여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040_0030_c_16L爾時世尊爲其宣說四諦之法彼聞法已卽時遠塵離垢得法眼淨而復審觀諦理卽於會中證阿羅漢果白佛言世尊我今欲入涅盤願佛聽
“뜻대로 하라.”
佛言隨意
그러자 이 필추는 허공 속으로 7다라수의 높이만큼 치솟아서 불로 변하여 몸을 태우니 모조리 없어지고 남은 것이 없었다. 이 모임에 모인 백천의 천인들이 다들 희유심(希有心)을 발하여 공경하게 예를 올렸다.
040_0030_c_21L是時苾芻踊身虛空高七多羅樹化火焚身滅盡無餘卽時會中有百千天人發希有心各伸敬
佛說未曾有正法經卷第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