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40_0036_b_01L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1)
040_0036_b_01L大宋新譯三藏聖教序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 지음
040_0036_b_02L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製


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040_0036_b_03L大矣哉我佛之教也化導群迷闡揚宗性廣博宏辯英彦莫能究其旨微妙說庸愚豈可度其源義理幽玄眞空莫測包括萬象譬喩無垠綜法網之紀綱演無際之正教拔四生於苦海譯三藏之祕言天地變化乎陰日月盈虧乎寒暑大則說諸善惡細則比於恒沙含識萬端弗可盡述若窺像法如影隨形離六情以長存歷千劫而可久須彌納藏於芥子來坦蕩於無邊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40_0036_b_14L達磨西來法傳東土宣揚妙理順從指歸彼岸菩提愛河生滅用行於五濁惡趣拯溺於三業途中經垂世以難窮道無私而永泰雪山貝葉若銀臺之耀目歲月煙蘿起香界之自遠巍巍罕測杳杳難名所以道資十聖德被三賢至道起於乾元衆妙生乎太易摠繁形類竅鑿昏明絕彼是非開茲蒙昧
040_0036_c_02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040_0036_b_22L有西域法師天息災等常持四忍早悟三乘貝葉之眞詮續人天之聖教芳猷重運偶昌時潤五聲於文章暢四始於風律堂堂容止穆穆輝華曠劫而昏墊重明玄門昭顯軌範而彌光妙淨界騰音利益有情俱登覺岸成障礙救諸疲羸冥昧慈悲浩汗物柔伏貪很啓滌昏愚演小乘聲聞合其儀論大乘正覺立其性含靈悟而蒙福藏教缺而重興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040_0036_c_12L幻化迷途宅深喩雖設其教不知者多善念生而無量潛臻惡業興而隨緣皆墯調御四衆積行十方澍花雨於金輪恒沙於玉闕有頂之風不可壞無際之水弗能漂澄寂湛然圓明淸淨之智慧性空無染妄想解脫之因緣以離煩惱於心田可以得淸涼於宇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40_0036_c_20L朕慚非博學釋典微閑豈堪序文以示來者如縻螢爝火不足比之於皎日將微蠡量海未能窮盡於深淵者哉


계작성교서(繼作聖教序)21)
040_0036_c_23L繼作聖教序

어제(御帝)
040_0036_c_24L 御製
040_0037_a_02L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040_0036_c_25L高明肇分三辰方乃序其次厚載初萬彙於以發乎端淸濁之體旣彰善惡之源是顯然後以文物立其教以正典化其俗利益之功同歸於理於是乎像法來於西國眞諦流於中洞貫千古眞實之理無以窮囊括九圍玄妙之門莫能究言乎妄想五蘊皆空現乃眞容則一毫圓滿大之教豈能紀述者哉
삼가 살피건대,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께서는 법성이 두루 원만하시어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들을 교화하시자 만방(萬邦)이 바큇살처럼 몰려들어 온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려놓으셨고, 교법을 숭상하시자 사해(四海)가 구름처럼 뒤따라 창생에게 풍요로운 땅을 베푸셨다. 존귀한 경전이 방대함을 보시고는 방편을 시설해 물에 빠진 자들을 구제하셨고, 법계가 광활함을 알시고는 정진을 행하여 나태한 자들을 거두셨다. 이에 아늑한 절을 선택해 저 참된 문서24)들을 교열하고는 천축의 고승들에게 명령하여 패다라(貝多羅)의 부처님 말씀을 번역하게 하셨다.25)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
040_0037_a_10L伏睹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法性周圓仁慈普布化蠻貊則萬邦輻湊烝民於仁壽之鄕崇教法則四海雲從惠蒼生於富庶之域見尊經之浩汗設方便以救沈淪知法界之恢宏精進而攝懈怠乃擇其邃宇校彼眞命天竺之高僧譯貝多之佛語管翻成於金字珠編復置於琅函宮之聖藻惟新鷲嶺之苾芻仰歎是三乘共貫四諦同圓盡苦空眞正之言顯祕密精硏之義讚相相乎實論空空乎盡空華嚴之理合軌轍金像之教同規矩
040_0037_b_02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040_0037_a_23L朕纘嗣丕搆恭臨寶圖常翼翼而撫兆民兢兢而守先訓以至釋典尤未精詳諒其幽深曷能探測有譯經西域僧法賢奏章懇切致意專勤先皇帝大闡眞風高傳佛旨興前王之墜典振覺路之頹綱欲旌天造之功庸用廣聖文之述作請予製序繼聖教焉
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040_0037_b_09L聖考上僊追號罔息政事之外何暇經心今已禫除思臻微奧雖幼承慈誨奈夙乏通才焉窮乎法海之津莫造乎空門之閫域略敷大意徇輿情蹄涔不足擬浴日之波尺箠豈能量昊天之影聊述短序以紀聖功者焉


불설분별연생경(佛說分別緣生經)
040_0037_b_16L佛說分別緣生經


서천(西天) 법천(法天) 한역
김성구 번역
040_0037_b_17L西天譯經三藏朝奉大夫試鴻臚卿傳教大師臣法天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40_0037_b_18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오로미라(烏盧尾螺) 연못가에 계셨는데, 니련하(尼蓮河) 옆의 보리수 밑에서 성불하신 지 오래지 않을 적에 홀로 그곳에 머무시고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
‘세간의 괴로운 법[苦法]을 면할 수 있는 이가 없고, 두려워할 수 있는 이가 없는데, 실제로 있다고 결정하는구나. 이렇게 관찰하는 것은 크게 옳고 이익이 있으리라. 세간의 즐거운 법[樂法]도 그러하여서 면할 수 있는 이가 없고, 싫어할 수 있는 이가 없는데, 실제로 있다고 결정하는구나. 이렇게 관찰하는 것은 크게 옳고 이익이 있으리라.’
040_0037_b_19L一時佛在烏盧尾螺池邊泥連河側菩提樹下成佛未久獨止其中心生思念世間苦法無能免者無能怖者決定實有如是觀察是大義利世間樂法亦復如是無能免者無能厭者決定實有如是觀察是大義利
040_0037_c_02L또다시 사유하셨다.
‘세간에 있는 천상[天]ㆍ인간[人]ㆍ마군[魔]ㆍ범천[梵]ㆍ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 등의 세계 가운데서도 이 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잘 생각해서 괴로움과 즐거움을 경계하고 깨쳐 이와 같이 요달하더라도 이것은 구경법(究竟法)이 아니며, 항상 생각한 것을 법에 의하여 수행하는 사람이라야 반드시 계(戒)ㆍ정(定)ㆍ혜(慧)ㆍ해탈(解脫)ㆍ해탈지견(解脫知見) 등의 법을 구족하게 얻으리라.
040_0037_c_02L又復思惟所有世間天人魔梵沙門婆羅門等界中而於此法不能了知若復有人善能思惟警覺苦樂如是了達非究竟法常所思念依法修行是人當得具足戒解脫脫知見等法
과거와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모두 세간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깨닫고 낱낱이 안 뒤에는 법답게 수행하여 자기의 수행한 힘으로 바른 깨달음[正覺]을 이루었다. 무슨 까닭인가? 이 법은 일찍이 없던 일[未曾有]이라서 깨달아 알 수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 계셨던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께서도 모두 이 법을 낱낱이 깨달아 아시고 법답게 수행하여 정각을 이루셨고, 미래의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도 이러한 세간의 괴로움과 즐거움의 법을 낱낱이 깨달아 알고 법답게 수행하여 도과(道果)를 원만하게 하실 것이다.’
040_0037_c_07L所有過去未來諸佛悉覺知世間苦樂一一了知如法修以自行力而成正覺何以故此法未曾有無能了知者所有過去如來應供正等正覺皆於此法一一了知如法修行乃成正覺未來世中如來應供正等正覺如是世間苦樂等法一一了知如法修行乃圓道果
그때 사바세계(娑婆世界)의 주인인 대범천왕(大梵天王)이 부처님의 위력으로 부처님께서 생각하시는 바를 알고, 마치 장사가 팔을 폈다 구부리는 것처럼 짧은 사이에 범천세계를 떠나서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공경을 다하고, 부처님의 앞에 서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040_0037_c_14L爾時娑婆界主大梵天王以佛威力知佛所念譬如力士屈伸臂頃梵天界來詣佛所修敬畢已住立佛而白佛言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생각하시는 것은 옳고도 옳으니, 세간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면할 수 있는 이가 없음은 크게 옳고 이익이 있습니다. 과거와 미래도 그러하여서, 천상ㆍ인간ㆍ마군ㆍ범천의 세계 가운데에서 오직 부처님만이 늘거나 줄거나 착하거나 악한 것을 낱낱이 깨달아 아시며,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모두 분별하시니, 부처님 지혜의 힘[佛智力]으로써 여실히 아실 것입니다.”
040_0037_c_18L世尊佛所思念如是如世間苦樂無能免者是大義利去未來亦復如是於天人魔梵界中唯佛世尊一一了知若增若減若善若惡悉能分別緣生之法以佛智力如實了知
040_0038_a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다. 세간의 중생들은 일체의 법에 대하여 지혜가 없고 분별이 없어 확실히 알지 못하고 밝음이 없어 어둠에 덮였으니, 이것을 무명(無明)이라 한다. 무명을 연하여 행(行)을 내는데, 행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몸과 입과 뜻이다.
040_0037_c_23L佛言梵王如是如是世間衆生於一切法無智無識不能了知無明癡暗之所覆閉是爲無明從無明緣而生於行行有三種謂身
다시 행을 연하여 식을 내는데, 식에는 여섯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안식(眼識)ㆍ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意識)이다. 다시 식을 연하여 명색(名色)을 내는데, 명(名)이란 색(色)을 제외한 것으로서 각각 네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수(受)ㆍ상(想)ㆍ행(行)ㆍ식(識)이다.
040_0038_a_03L復從行緣而生於識識有六種謂眼耳識鼻識舌識身識意識從於識緣而生名色名者除色名有四種
색(色)이란 이른바 4대(大)이니, 일체의 색법(色法)은 4대에서 생기는 것으로서 이러한 색온(色蘊)과 명온(名蘊)의 두 가지를 명색이라 하느니라. 다시 명색을 연하여 6처(處)를 내는데, 안의 육처[內六處]란 여섯 가지로서 이른바 안처(眼處)ㆍ이처(耳處)ㆍ비처(鼻處)ㆍ설처(舌處)ㆍ신처(身處)ㆍ의처(意處)이다. 6처를 연하여 다시 촉(觸)을 내나니, 촉은 여섯 가지로서 이른바 안촉(眼觸)ㆍ이촉(耳觸)ㆍ비촉(鼻觸)ㆍ설촉(舌觸)ㆍ신촉(身觸)ㆍ의촉(意觸)이다.
040_0038_a_07L色者所謂四大一切色法由四大生如是色蘊名蘊二種是爲名色從名色緣生於六處內六處者有其六種謂眼處耳處鼻處舌處意處從六處緣復生於觸觸有六謂眼觸耳觸鼻觸舌觸身觸意觸
다시 촉을 연하여 수(受)를 내는데, 수는 세 가지로서 고수(苦受)ㆍ낙수(樂受)ㆍ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이다. 다시 수를 연하여 애(愛)를 내는데, 애는 세 가지로서 욕애(欲愛)와 색애(色愛)와 무색애(無色愛)이다. 다시 애를 연하여 취(取)를 내는데, 취는 네 가지로서 이른바 욕취(欲取)ㆍ견취(見取)ㆍ계금취(戒禁取)ㆍ아어취(我語取)이다.
040_0038_a_12L復從觸緣而生於受受有三種謂樂苦受不苦不樂受復從受緣而生於愛愛有三種謂欲愛色愛無色愛復從愛緣而生於取取有四種所謂欲取見取戒禁取我語取
다시 취를 연하여 유(有)를 내는데, 유는 세 가지로서 욕유(欲有)ㆍ색유(色有)ㆍ무색유(無色有)이다. 유를 연하여 생(生)의 법을 내는데, 생의 법이란 중생의 세계에서 온(蘊)을 따라 일어나서 곳곳에 차별되며, 생(生)ㆍ이(異)ㆍ멸(滅)의 법이 항상 바뀌며[遷易], 생으로부터 근본을 삼아서 온(蘊)이 있고, 계(界)가 있고, 처(處)가 있고, 내지 명근(命根) 따위의 법이 있으니, 이를 생이라고 한다.
040_0038_a_17L復從取緣而生於有有者三種謂欲有色有色有從有爲緣卽有生法其生法者謂衆生界隨蘊生起處處差別生異滅法常所遷易從生爲本有蘊有界有處乃至命根等法是名爲生
040_0038_b_02L생을 연하여 노사(老死)가 있는데, 노(老)는 이른바 정신이 혼미하고, 머리카락이 희어지며, 낯이 쭈그러지고, 기력이 쇠약하며, 숨이 차서 앓는 소리를 내고, 몸이 마르고 약해지며, 내지 모든 근이 모두 쇠퇴하고 무너지는 것이다. 사(死)는 어떠한 모양인가? 이른바 모든 중생의 삼계(三界)와 6취(趣)가 차별되나 모두 무상(無常)으로 돌아가는 것이니, 타고난 수명이 다해서 따뜻한 감촉을 버리고 명근(命根)이 없어진 후에는 모든 온(蘊)이 또한 다하여 4대(大)가 흩어지니, 이것이 사이다.
040_0038_a_22L從生爲緣而有老死老者所謂心識昏昧髮白面皺氣力劣弱呻吟喘息身體羸劣乃至諸根而悉衰朽是名爲老死復何相死者謂諸衆生界趣差別悉歸無常壽限終盡捨於暖觸命根滅已諸蘊亦捨四大離散是名爲死如前所說老與死法是爲二種
앞에 말한 바와 같이 노와 사의 법은 이러한 두 가지이니, 이러한 말은 인연으로 생기는 법을 분별하는 것이라 한다. 만일 모든 중생이 능히 깨치고 알면 이 사람은 반드시 5분법신(分法身)을 구족하게 될 것이다.”
040_0038_b_06L如是所說卽名分別緣生之法若諸衆生能了知者是人當得具足五分法身
그때 범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연생법(緣生法)을 듣고 나서 부처님께 절하고 물러나 범천의 세계로 돌아갔다.
040_0038_b_08L爾時梵王聞佛所說緣生法已禮佛而退還梵天界
佛說分別緣生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1.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 : 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 2)상법(像法) : 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 3)육정(六情) : 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 5)연라(煙蘿) : 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 6)향계(香界) : 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 7)십성(十聖) : 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 8)삼현(三賢) : 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 9)건원(乾元) : 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 10)태역(太易) : 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 11)천식재(天息災) 등 : 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 12)사인(四忍) : 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 13)오성(五聲) : 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 14)풍율(風律) : 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 15)사시(四始) : 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 16)화택(火宅) : 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 18)금륜왕[金輪] : 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 : 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0. 20)석전(釋典) : 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1. 21)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2. 22)삼진(三辰) :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3. 23)구위(九圍) : 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4. 24)진문(眞文) : 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5. 25)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ㆍ법천(法天)ㆍ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6. 26)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7. 27)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8. 28)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29. 29)금상(金像) : 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0. 30)규구(規矩) : 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ㆍ척도ㆍ법규를 뜻한다.
  31. 31)역경원(譯經院) : 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2. 32)법현(法賢) : 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3. 33)각로(覺路) : 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4. 34)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5. 35)성고(聖考) : 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6. 36)추호(追號) : 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7. 37)담제(禫祭) : 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