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40_0046_c_02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13)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4)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5)에서 사시(四始)16)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7)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8)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9)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20)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1)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40_0047_a_02L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3)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4)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7)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8)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9)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30)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1)가 동일하였다.
040_0047_b_02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2)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3)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4)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5)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성고(聖考)36)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7)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8)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 조봉대부(朝奉大夫) 시홍려경(試鴻臚卿) 전법대사(傳法大師) 시호(施護) 한역 김달진 번역
040_0047_b_16L西天譯經三藏朝奉大夫試鴻臚卿傳法大師臣施護奉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40_0047_b_17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왕사성(王舍城) 취봉산(鷲峯山)39)에서 큰 필추(苾芻:比丘) 대중 1만 2천 명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존자(尊者) 아야교진여(阿惹憍陳如)ㆍ존자 마하목건련(摩訶目乾連)ㆍ존자 사리자(舍利子)ㆍ존자 마하가섭(摩訶迦葉)ㆍ존자 사승(思勝)ㆍ존자 라후라(羅睺羅)ㆍ존자 선용(善容)ㆍ존자 현호(賢護)ㆍ존자 현길상(賢吉祥)ㆍ존자 월길상(月吉祥)ㆍ존자 대세지(大勢至)ㆍ존자 만자자(滿慈子)ㆍ존자 선길(善吉)ㆍ존자 리박제(哩嚩諦)ㆍ존자 전단군(栴檀軍) 등 큰 아라한들이었다.
040_0047_c_02L이때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들도 있었으니, 그 이름은 자씨(慈氏)보살마하살ㆍ보용(普勇)보살마하살ㆍ동자길상(童子吉祥)보살마하살ㆍ동자주(童子住)보살마하살ㆍ동자현(童子賢)보살마하살ㆍ무소감(無所減)보살마하살ㆍ묘길상(妙吉祥)보살마하살ㆍ보현(普賢)보살마하살ㆍ선현(善現)보살마하살ㆍ금강군(金剛軍)보살마하살ㆍ약왕군(藥王軍)보살마하살 등 6만 2천 보살마하살 대중이었다.
또 최승수왕천자(最勝樹王天子)ㆍ현(賢)천자ㆍ선현(善賢)천자ㆍ법애(法愛)천자ㆍ전단장(栴檀藏)천자ㆍ향주(香住)천자ㆍ전단향(栴檀香)천자 등 1만 2천 천자 대중이 있었고, 또 묘신천녀(妙身天女)ㆍ극신(極信)천녀ㆍ자재주(自在主)천녀ㆍ길상목(吉祥目)천녀ㆍ세길상(世吉祥)천녀ㆍ대세주(大世主)천녀ㆍ대력(大力)천녀ㆍ묘비(妙臂)천녀 등 8천 천녀 대중이 있었다.
그들은 부처님 처소에 이르자 각각 머리 조아려 세존의 발에 절하고 오른쪽으로 세 바퀴를 돌고는 물러나 한 쪽에 앉았는데, 이때 세존께서는 묵묵히 계셨다.
040_0047_c_20L到佛所已,咸各頭面,禮世尊足,右繞三帀,退坐一面。是時,世尊默然而住。
040_0048_a_02L이때 모임 가운데 있던 보용(普勇)이라는 보살마하살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꿇고, 합장 공경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모임에 모여든 보살과 모든 성문, 천자, 인간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펼치실 묘한 법을 즐겨 듣고자 합니다. 이 모든 대중은 다 한 진리로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의 수승하고 훌륭한 모습[色相]을 관찰하고 부처님 법에 즐거이 들어가고자 합니다. 법을 즐기는 마음으로 부처님의 모습을 관찰하기 때문에 오래도록 닦고 익힌 자는 바로 일체 장애와 물들음을 멀리할 수 있으며, 처음 닦고 익히는 자는 바로 선법(善法)을 닦겠다는 최상의 마음을 내서 다시는 착하지 않은 생각을 잠시도 일으키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자 부처님께서 보용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나에게 ‘대집회(大集會)’라는 바른 법이 있는데 염부제(閻浮提)에 널리 유포하겠으니, 잠시라도 이 법을 듣는 자가 있다면 설사 무거운 5역죄(逆罪)40)를 지었더라도 다 녹아 없어지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다시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보용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사람이 법을 듣고 얻는 복의 무더기가 부처님 한 분의 복과 같다고 생각하느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라. 그런 생각은 진실한 생각이 아니다.”
040_0048_a_16L佛言:“普勇!汝莫作是見,作是見者非眞實見。”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봐야 이 사람의 진실한 복을 알 수 있습니까?”
040_0048_a_17L普勇菩薩復白佛言:“世尊!當云何見,卽知是人眞實福聚?”
040_0048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저 법을 들은 자가 얻는 복의 무더기는 긍가사(殑伽沙)41)만큼의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소유한 복의 무더기와 똑같다. 그리고 보용아, 이 바른 법을 듣는 자는 모두 불퇴전지(不退轉地)에 머물 것이다. 모든 여래가 항상 그를 관찰해주시고, 모든 여래가 항상 그의 앞에 나타나 계시며, 마군의 무리를 항복시키고 착한 법을 완성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나고 죽는 이치 속에서 법을 통달하며,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
이때 모임에 있던 모든 보살 대중이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함께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한 부처님의 복 무더기는 얼마나 됩니까?”
040_0048_b_03L爾時,會中諸菩薩衆,從座而起俱白佛言:“世尊!如一佛福聚,其量幾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善男子)야, 너희들은 자세히 듣거라. 한 부처님께서 소유한 복의 무더기를 비유를 들어 말하겠다. 어떤 사람이 큰 바닷물을 퍼내 모조리 염부제에 뿌린다고 할 때, 그 바닷물에서 찍어낸 한 방울 물을 1긍가사(殑伽沙)의 수(數)라고 하자. 이렇게 한 방울 또 한 방울 찍어내 온 바닷물을 모조리 퍼낼 때, 낱낱의 물방울을 하나의 긍가하(殑伽河:恒河)라 하고 그 하나 하나의 강에 가득 찬 모래알 수가 다 10지(地)에 안주하는 보살이라고 한다면, 그 모든 보살이 소유한 복의 무더기를 많다고 하겠느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선남자야, 한 부처님께서 소유한 복의 무더기는 그 보다 많으며, 이 법을 듣는 자의 복은 그 배가 된다. 모든 선남자야, 게다가 뒷 말세에 이 바른 법을 듣고서 믿고 이해하는 마음을 내는 중생이 있다면, 그가 얻을 복의 무더기는 저 보다 더 많아서 한량없고 가없어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법을 들은 대로 어떻게 중생을 위해 설합니까?”
040_0048_b_22L普勇菩薩白佛言:“世尊!如所聞法,又復云何爲衆生說?”
040_0048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여기에도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들은 법문을 가지고 보리에 회향하는 것이고, 둘째는 대승법을 사랑하여 즐겨 나아가 구하며 긴 시간동안 나태하거나 물러설 마음이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중생을 위해 설한다면 참으로 법을 구하는 자라고 할 만하다.”
이때 모임 가운데 모든 천자와 천녀 대중이 각각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앞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깊은 마음으로 바른 법을 즐겨 구하나이다. 만일 부처님 세존께서 대자대비하사 일체 중생들이 가진 마음 속 소원을 만족시켜 주신다면, 부디 저희들을 위해 자세히 분별해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훌륭하다. 네가 매우 용맹하게 대중 가운데서 이 뜻을 부처님 세존께 질문하여 모든 중생에게 이익을 주어 그들이 빨리 불도를 이루게 하는구나. 너도 이제 이 선근(善根) 때문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할 것이다. 네가 물은 대로 이제 너를 위해 말해주리니 자세히 들어라.
040_0049_a_02L내가 생각해 보니, 지난 옛날 아승기겁(阿僧祇劫) 전에 보길상(寶吉祥)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다. 나는 그때 마나박가(摩拏嚩迦)42)로서 되어 여러 중생들을 부처의 지혜에 편히 머물게 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때 홀연히 한 사슴왕이 갖가지로 고통 받는 것을 보고 가만히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떻게 하면 이 사슴왕을 대신해서 모든 괴로움을 받을까?’ 다시 스스로 ‘삼계(三界)를 떠돌며 고통을 여의지 못하는 모든 중생을 다 또한 이와 같이 하리라’고 생각하고는 즉시 발원하였다. ‘원컨대 제가 장차 성불하면 일체 중생이 모든 고뇌를 여의고 저의 불국토에 태어나 부처님 지혜에 안주하게 하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그 겁의 수량을 비유로 말해보겠다. 어떤 사람이 너비가 12유순(由旬)43)이고 높이가 3유순이나 되는 큰 성을 하나 만들어 그 성을 참깨로 가득 채워두었고, 홀연히 한 사람이 백년에 한번씩 와서 참깨 한 알을 집어 밖으로 던진다 치자. 이와 같이 백년에 한번씩 와서 참깨를 한 알씩 성밖으로 던져 참깨가 다하고, 그 성까지 무너지는 세월에도 이 겁은 다하지 않는다.
040_0049_b_02L또 다른 비유를 들겠다. 너비가 25유순이고 높이가 12유순이나 되는 큰산이 하나 있는데, 장수천(長壽天)이 백년에 한번씩 와서 그 위에 한번 앉아, 교시가의(憍尸迦衣)44)로 그 산의 돌을 스친다 치자. 이와 같이 한번 올 때마다 한번씩 스쳐 저 산이 다할 때까지 스쳐도 그 겁의 수량은 다하지 않는다. 보용아, 이런 것을 겁의 수량이라 한다.”
또한 보용아, 어떤 사람이 이 바른 법을 듣고 청정한 믿음을 일으켜 공경히 존중한다면 이 사람은 95겁 동안 숙명지(宿命智)를 얻고, 6만겁 동안 전륜왕이 되어 모든 이에게 존중을 받고, 모두가 그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칼이나 몽둥이나 독약이 그를 침해하지 못한다. 생명을 마칠 때가 되면 95구지(俱胝)45) 부처님께서 그의 앞에 대면해 나타나 편안히 위로하며 이렇게 말씀하신다. ‘두려워하지 말라. 너는 이미 『대집회정법』을 들었기 때문에 큰 복의 무더기가 있느니라.’
또한 보용아, 이 바른 법 가운데 깊은 믿음과 즐거움을 낸 선남자, 선여인이 있다면 이 사람은 천 겁 동안 바른 믿음이 파괴되지 않으며, 5천 겁 동안 악취에 떨어지지 않으며, 1만 2천 겁 동안 어리석음을 멀리 여읜다. 8천 겁 동안 변방에 태어나지 않으며, 2만 겁 동안 용맹스럽게 보시하며, 2만 5천 겁 동안 항상 하늘 세계에 태어나며, 2만 5천 겁 동안 항상 범행(梵行)을 닦으며, 4만 겁 동안 권속의 어리석은 속박을 멀리 떠나 번뇌에 어두워지거나 가려지지 않으며, 5만 겁 동안 바른 법을 수지하며, 6만 5천 겁 동안 바른 생각에 안주한다.
보용아. 저 선남자, 선여인은 다시는 죄업 지을 마음을 일으키지 않으며, 어떤 마구니나 원수도 그를 침해하지 못하며, 태어나는 곳마다 태장(胎藏)에 처하지 않는다. 또한 이 바른 법을 듣고 받아 지니고 독송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사람은 8만 겁 동안 이 법을 완전하게 듣고 마음에 새기며, 천 겁 동안 살생하는 업을 여의며, 9만 9천 겁 동안 함부로 말하는 업을 여의며, 1만 3천 겁 동안 이간질하는 업을 떠난다. 보용아, 이렇기 때문에 이 큰 정법은 만나기 힘들며, 이름조차 들어보기 힘들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040_0050_a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어떤 사람이 12긍가사(殑伽沙)만큼의 부처님 처소에서 크게 악한 마음을 일으킨다해도, 이 바른 법을 가볍게 여기고 비방하는 마음을 일으킨 자가 짓는 죄 보다는 오히려 가볍다. 왜냐하면 보용아, 저 바른 법을 가벼이 여기고 비방을 일으킨다면 이는 대승을 파괴하는 마음을 내고 번뇌의 불로 자신을 태우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중생은 익혀온 업에 얽매여 나고 죽음에 윤회하면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040_0050_a_06L普勇菩薩復白佛言:“世尊!一切衆生業習所纏,輪轉生死不能解脫。”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그렇다, 그렇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스스로 머리를 끊었다고 하자. 그때 한 사람이 마비가양약(摩叱迦良藥), 우니나박(虞尼那嚩)양약, 갈리다박(竭哩多嚩)양약, 대리나박(帶梨那嚩)양약 등 좋은 약을 가지고 있다가 그 약을 끊어진 머리에 발라준다면 보용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그 사람의 생명이 다시 살아난다고 말하겠느냐?”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비록 좋은 약을 바른다지만 그가 어찌 살아나겠습니까?”
040_0050_a_13L普勇菩薩白佛言:“不也。世尊!是人雖塗良藥,其何能活?”
“보용아, 저 윤회하는 자도 마찬가지다.”
040_0050_a_15L“普勇!彼輪轉者亦復如是。”
“보용아, 또 하나의 비유를 들겠다. 한 때 두 장부가 있었는데 각각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서로 생명을 해치고자 하였다. 그런데 힘이 비슷했기 때문에 죽이지는 못하고 그저 상처만 입혔으나 고통이 매우 심하였다. 그때 마침 어떤 사람이 좋은 약을 지니고 있어서 그 위에 발라주었더니 저들의 상처가 즉시 나았다. 그 두 장부는 완쾌되고 나서 지난 고통을 기억해내고 서로에게 ‘이제부터 우리 다시는 서로 죽이거나 해치려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자’고 하였다. 보용아, 지혜로운 자는 모두 이럴 것이다. 업을 짓기는 해도 바로 돌이켜 후회하므로 바른 법을 버리거나 배반할 마음을 내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생사를 여의는 모든 법을 향해 점차적으로 나아간다.
040_0050_b_02L또 보용아, 저 세간 사람들은 과보로 받은 수명이 다하고 나면 비록 부모가 걱정하면서 슬피 운다해도 다시는 의지가 되거나 믿음이 되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저 범부들도 자신을 이롭게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이익을 주지도 못하며, 착한 업을 짓지 못하면 이와 같이 생명을 마칠 때 의지하거나 믿을 곳이 없게 된다. 여기에는 대략 두 종류가 있는데 첫째는 스스로 착하지 않은 업을 짓고 다른 사람에게도 권해서 짓게 하는 것이며, 둘째는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벼이 여기거나 비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이다.”
보용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부처님의 바른 법을 가벼이 여기거나 비방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자가 있다면 이 사람은 생명이 끝날 때 어디에 떨어지게 됩니까?”
040_0050_b_08L普勇菩薩復白佛言:“世尊!若有於佛正法生輕謗心者,是人命終當墯何處?”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법을 비방하는 저 사람은 생명이 끝난 뒤 지옥에 떨어져 큰 고뇌를 받게 된다. 이른바 대가포(大可怖)지옥ㆍ중합(衆合)지옥46)ㆍ염열(炎熱)지옥ㆍ극염열(極炎熱)지옥ㆍ흑승(黑繩)지옥47)ㆍ아비(阿鼻)지옥ㆍ노마하리사(嚕摩訶哩沙)지옥ㆍ호호미(呼呼尾)지옥48)이 그것이다. 이 같은 여덟 가지 큰 지옥 중 하나 하나의 지옥에서 1겁 동안 괴로움을 받는다.”
040_0051_a_02L보용아, 사방마다 각각 12긍가사만큼의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을 계시게 해놓고 다 12겁을 머무시며 이 『대집회정법』을 듣고 마음에 새긴 공덕을 설하게 해도 다 설하지 못한다. 또 다시 사방에 각각 위와 같은 긍가사만큼의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다 위와 같은 겁 동안 머무시며 이 법을 베껴 쓴 공덕을 설해도 역시 다하지 못한다. 또 다시 사방에 각각 위와 같은 긍가사 수의 여래ㆍ응공ㆍ정등정각께서 다 위와 같은 겁을 머무시며 이 법을 독송한 공덕을 설해도 역시 다하지 못한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오직 부처님 여래만이 참으로 이긴다[勝]는 이름을 얻을 수 있으니, 그 어떤 곳에도 나를 이길 자는 없다.”
040_0051_a_21L是時,佛告諸尼乾陁衆言:“唯佛如來得眞勝名,於一切處無能勝者。”
니건타가 말하였다. “그대 구담 혼자서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040_0051_a_23L尼乾陁言:“汝一瞿曇,云何得勝?”
040_0051_b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너희 니건타가 기어코 이긴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전도된 견해요, 진실한 견해가 아니다. 너희들은 무엇을 이긴다[勝]고 하는지, 생각하는 대로 말해보라.” 이때 니건타 무리들은 모두 하나같이 묵묵히 서로 눈치만 보며 쳐다보고 있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오직 부처님 세존만이 부처님의 지혜에 이미 들어간 중생이나 부처님의 지혜에 들어가지 못한 중생이나 날카로운 근기나 둔한 근기나 일체 중생을 모두 제도하여 차별 없이 평등하게 이익을 주신다. 이것을 두고 ‘이길 자가 없다’고 한다. 너희들은 잘 생각해 보도록 하라. 자신의 몸과 마음이 모든 고통으로 핍박을 받는 줄도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이긴다고 할 수 있겠느냐? 내가 지금 너희들에게 모든 부처님의 미묘하고 광대한 바른 법을 보여주겠다.”
모든 니건타 무리는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나서 갑자기 크게 성을 내며 믿지 못하겠다는 마음을 냈다. 이때 제석천왕이 선법당(善法堂)50)에 머물며 천안(天眼)으로 보고는 즉시 금강저(金剛杵)를 지니고 찾아와 모임 속에 들어가 그들을 쳐부수고자 하였다. 니건타 무리는 모두 놀랍고 두려워 큰 근심과 번뇌를 일으키며 울부짖었다. 얼마쯤 있다가 세존께서는 대중 속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지셨다. 모든 니건타 대중은 부처님 세존께 그제야 우러러볼 생각을 내려하는데 홀연히 부처님께서 보이지 않자 더욱 근심하고 괴로워하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이 쓸쓸한 빈 들판에 홀로 처하여 구해줄 이 없을까봐 두려워하는 이와도 같습니다.
040_0051_b_17L譬如人獨處, 空寂曠野中, 無父復無母,
恐畏無救者。
메마른 강에 노는 고기 의지할 바 없듯이 다 꺾여진 수풀에 나는 새 쉴 곳 없듯이
040_0051_b_19L如江河無水, 游魚無所依,
樹木皆摧折, 飛禽無所止。
저희들이 지금 겪는 두려움과 괴로움과 번뇌도 그렇습니다. 부처님 세존이 보이지 않으시니 그 누가 구제하고 보호하겠습니까?
040_0051_b_20L我等今怖畏,
苦惱亦如是, 不見佛世尊, 誰爲救護者。
모든 니건타 대중이 이 게송을 설하고 나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고자 저 두 무릎을 굴려 땅을 눌렀을 때, 그 눌린 땅에서 홀연히 큰 소리가 나면서 모든 인간 천상의 대중을 두루 진동시켰다. 모든 니건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두 발 가진 존재 중에 가장 수승하신 분이시니, 부디 자비로 저희들을 구제하소서.’
보용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안됩니다, 세존이시여. 묘하고 빼어난 수미산이 높이 드러났을 때 조그만 검은 산이 그 곁에 위치한 것과 같은데, 어떻게 같이 놓고 비교한단 말입니까? 지금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저를 보내 법을 설하게 하시는 일도 이와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그만 두어라. 선남자야, 훌륭하고 묘한 여래의 방편으로 시방 세계 어디서나 설하는 법은 다 여래의 자비로우신 원력으로 건립한 것이다. 이 모든 니건타들이 나를 좋아하고 기뻐하니 나는 그들에게 위없는 법의 요체를 설할 것이다. 보용아, 너는 지금 시방 세계에 가서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하고 법을 펼쳐 교화하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용아, 너는 이제 너의 신통력과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이렇게 가거라.”
040_0051_c_15L佛言普勇:“汝今以自通力及佛神力,如是可往。”
보용보살은 부처님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받들고 즉시 앉은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홀연히 모임 속에서 몸을 숨기더니 사라졌다.
040_0051_c_17L普勇菩薩承佛聖旨,卽從座起繞佛三帀,忽於會中隱身不現。
이때 세존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야 한다. 이른바 태어남은 큰 고통이니, 태어나는 일이 있기 때문에 모든 공포와 두려움이 일어난다. 태어나면 병드는 공포가 있고, 병드는 공포가 있기 때문에 늙는 공포가 있으며, 늙는 공포가 있기 때문에 죽음의 공포가 있다.
040_0052_a_02L태어나는 일이 무엇 때문에 두려운가? 뭇 괴로움이 핍박하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일이 원인이 되면 곧 모든 공포가 있게 된다. 태어날 일이 없다면 공포가 무엇을 따라 일어나겠는가? 이로 말미암아 라야(囉惹)51)의 난리를 겪는 공포가 있으며, 취라(★囉)의 난리를 겪는 공포가 있으며, 매우 심한 독에 중독되는 두려움이 있으며, 불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물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바람의 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고 나아가 우레 우박 등의 난리를 겪는 두려움이 있으며, 자신이 지은 착하지 않은 업 때문에 오는 두려움이 있다. 이런 두려움들은 태어나기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만일 태어나는 법을 요달하면 바로 모든 두려움을 여의게 된다.”
세존께서 모든 니건타 대중을 위하여 간략히 이 두려운 법을 설하시고 나자, 그때 모든 니건타 대중은 마음이 활짝 열려 잘못을 후회하고 자신을 책망하며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어리석어 바르지 않은 견해를 일으켜 진실한 도를 배반하고 부처님의 바른 법을 어겨 깊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부디 부처님께서는 자비로 저희들을 거두어 주십시오.”
이 말을 하고 나서 18구지의 니건타 대중은 함께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겠다는 마음을 내고, 즉시 18구지의 큰 보살 대중이 되었다. 그들 하나 하나가 다 10지(地)를 완전히 얻어 신통한 힘으로 각각 갖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냈으며, 부처님의 몸, 보살의 몸, 연각의 몸, 성문의 몸, 내지는 하늘ㆍ사람ㆍ용ㆍ신ㆍ일체 세계 유정류 등의 몸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나서는 다시 각각 보배로 된 연꽃 좌석을 변화로 만들어내어 정확히 반으로 나눠 부처님 좌우에 두고, 부처님의 발에 예배하고 나서 각각 자기 자리에 앉았다.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상법(像法):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육정(六情):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연라(煙蘿):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향계(香界):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십성(十聖):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삼현(三賢):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건원(乾元):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태역(太易):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천식재(天息災) 등: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사인(四忍):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원문에는 “엽(葉)”으로만 되어 있는데, 경전을 뜻하는 ‘패엽(貝葉)’의 잘못으로 보인다.
14)오성(五聲):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5)풍율(風律):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6)사시(四始):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7)화택(火宅):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8)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9)금륜왕[金輪]: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20)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1)석전(釋典):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2)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3)삼진(三辰):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4)구위(九圍):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5)진문(眞文):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6)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ㆍ법천(法天)ㆍ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7)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8)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9)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30)금상(金像):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1)규구(規矩):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ㆍ척도ㆍ법규를 뜻한다.
32)역경원(譯經院):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3)법현(法賢):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4)각로(覺路):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5)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6)성고(聖考):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7)추호(追號):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8)담제(禫祭):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
39)영취산(靈鷲山)의 다른 이름이다.
40)아버지나 어머니, 아라한을 죽이거나 승가의 화합을 깨고 부처님의 몸에서 피가 나게 하는 죄. 이 다섯 가지 죄는 극히 무거워 무간지옥(無間地獄)에 떨어지게 하므로 5무간업(無間業)이라고도 한다.
41)범어 Ganga-nadi-valika의 음역으로서 긍가하사(殑伽河沙)ㆍ항하사(恒河沙)라고도 하며 갠지스강의 모래와 같이 많은 수를 뜻한다. 수량단위로서의 의미가 강하므로 풀지 않고 하나의 수사(數詞)로 처리하여 번역하였다.
42)범어 Mṇavaka의 음역으로서 마납박가(摩納縛迦)ㆍ마나바(摩那婆)ㆍ마납(摩納)이라고도 하며, 유동(儒童)ㆍ소년(少年)ㆍ인동자(仁童子)ㆍ청년(靑年)ㆍ연소(年少)로 한역하기도 한다. 바라문 청년을 지칭하는 말이다.
43)고대 인도에서 쓰던 거리의 단위이다. 확실치는 않지만 대략 8km로 추정된다.
44)교시가는 제석(帝釋)의 성(姓)인 범어 Kauśika의 음역으로서 문맥에는 맞지 않다. 아무래도 ‘교시가’는 교시(憍尸) 혹은 교사야(憍奢耶)로 음역되는 kauseya가 잘못 번역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kauśeya는 충의(蟲衣)ㆍ잠의(蠶衣)로 한역되며 누에고치로 만드는 비단, 혹은 그 비단으로 만든 옷을 말한다.
45)고대 인도에서 쓰던 수의 단위로 10의 7승이다.
46)살생, 도둑질, 음행을 저지른 중죄인이 가는 지옥으로서 뜨거운 쇠로 된 구유 속에서 온갖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47)살생, 도둑질한 죄인이 가는 지옥으로 뜨거운 쇠사슬에 묶여 톱으로 잘리는 고통을 받는다고 한다.
48)8한지옥(寒地獄)의 하나로 너무 추워서 호호 소리밖에 나오는 않는 지옥이다.
49)부처님 당시에 있던 6사외도 중 하나이다. 이들은 고행을 통해 열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하여 옷을 입지 않고 걸식하며 고행에 전념하였으므로 무참(無慚)외도 혹은 고행외도라 불렸다. 후세의 자이나교를 말한다.
50)도리천(忉利天) 선견성(善見城) 바깥 서남쪽에 있다는 강당으로 33천신(天神)들이 이곳에 모여 진리를 논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