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40_0087_a_01L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1)
040_0087_a_01L大宋新譯三藏聖教序 勝軍王所問經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 지음
040_0087_a_02L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製

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040_0087_a_03L大矣哉我佛之教也化導群迷闡揚宗性廣博宏辯英彦莫能究其旨微妙說庸愚豈可度其源義理幽玄眞空莫測包括萬象譬喩無垠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040_0087_a_07L綜法網之紀綱演無際之正教拔四生於苦海譯三藏之祕言天地變化乎陰日月盈虧乎寒暑大則說諸善惡細則比於恒沙含識萬端弗可盡述若窺像法如影隨形離六情以長存歷千劫而可久須彌納藏於芥子來坦蕩於無邊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040_0087_a_14L達磨西來法傳東土宣揚妙理順從指歸彼岸菩提愛河生滅用行於五濁惡趣拯溺於三業途中經垂世以難窮道無私而永泰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40_0087_a_17L雪山貝葉若銀臺之耀目歲月煙蘿起香界之自遠巍巍罕測杳杳難名所以道資十聖德被三賢至道起於乾元衆妙生乎太易摠繁形類竅鑿昏明絕彼是非開茲蒙昧
040_0087_b_02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13)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4)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5)에서 사시(四始)16)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040_0087_a_22L有西域法師天息災等常持四忍早悟三乘貝葉之眞詮續人天之聖教芳猷重運偶昌時潤五聲於文章暢四始於風律堂堂容止穆穆輝華曠劫而昏墊重明玄門昭顯軌範而彌光妙淨界騰音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040_0087_b_06L利益有情俱登覺岸成鄣礙救諸疲羸冥昧慈悲浩汗物柔伏貪很啓滌昏愚演小乘聲聞合其儀論大乘正覺立其性含靈悟而蒙福藏教缺而重興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7)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8)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9)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20)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040_0087_b_10L幻化迷途宅深喩雖設其教不知者多善念生而無量潛臻惡業興而隨緣皆墯調御四衆積行十方澍華雨於金輪恒沙於玉闕有頂之風不可壞無際之水弗能漂澄寂湛然圓明淸淨之智慧性空無染妄想解脫之因緣以離煩惱於心田可以得淸涼於宇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1)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40_0087_b_18L朕慚非博學釋典微閑豈堪序文以示來者如縻螢爝火不足比之於皎日將微蠡量海未能窮盡於深淵者哉
계작성교서(繼作聖教序)22)
040_0087_b_21L御製新繼聖教序
040_0087_c_02L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3)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040_0087_b_22L高明肇分三辰方乃序其次厚載初定萬彙於以發乎端淸濁之體旣彰善惡之源是顯然後以文物立其教以正典化其俗利益之功同歸於理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4)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040_0087_c_03L於是乎像法來於西國眞諦流於中洞貫千古眞實之理無以窮囊括九圍玄妙之門莫能究言乎妄想五蘊皆空現乃眞容則一毫圓滿大之教豈能紀述者哉
삼가 살피건대,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께서는 법성이 두루 원만하시어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들을 교화하시자 만방(萬邦)이 바큇살처럼 몰려들어 온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려놓으셨고, 교법을 숭상하시자 사해(四海)가 구름처럼 뒤따라 창생에게 풍요로운 땅을 베푸셨다. 존귀한 경전이 방대함을 보시고는 방편을 시설해 물에 빠진 자들을 구제하셨고, 법계가 광활함을 알시고는 정진을 행하여 나태한 자들을 거두셨다. 이에 아늑한 절을 선택해 저 참된 문서25)들을 교열하고는 천축의 고승들에게 명령하여 패다라(貝多羅)의 부처님 말씀을 번역하게 하셨다.26)
040_0087_c_08L伏睹太宗神功聖德文武皇帝法性周圓仁慈普布化蠻貊則萬邦輻湊躋烝民於仁壽之鄕崇教法則四海雲從惠蒼生於富庶之域見尊經之浩汗設方便以救沈淪知法界之恢宏精進而攝懈怠乃擇其邃宇校彼眞命天竺之高僧譯貝多之佛語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7)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8)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9)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30)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1)가 동일하였다.
040_0087_c_15L管翻成於金字珠編復置於琅函宮之聖藻惟新鷲嶺之苾芻仰歎由是三乘共貫四諦同圓盡苦空眞正之言顯祕密精硏之義讚相相乎實論空空乎盡空華嚴之理合軌轍金像之教同規矩
040_0088_a_02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2)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3)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4)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5)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040_0087_c_21L朕纘嗣丕構恭臨寶圖常翼翼而撫兆民兢兢而守先訓以至釋典尤未精詳諒其幽深曷能探測有譯經西域僧法賢奏章懇切致意專勤以先皇帝大闡眞風高傳佛旨興前王之墜典振覺路之頹綱欲旌天造之功庸用廣聖文之述作請予製序繼聖教焉
성고(聖考)36)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7)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8)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040_0088_a_06L聖考上僊追號罔息政事之外何暇經心今已禫除思臻微奧雖幼承慈誨奈夙乏通才焉窮乎法海之津莫造乎空門之閫域略敷大意徇輿情蹄涔不足擬浴日之波尺箠豈能量昊天之影聊述短序以紀聖功者焉

불설승군왕소문경(佛說勝軍王所問經)
040_0088_a_13L佛說勝軍王所問經


서천(西天) 시호(施護) 한역
권영대 번역
040_0088_a_14L西天譯經三藏朝奉大夫試鴻臚卿傳法大師臣施護奉 詔譯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040_0088_a_15L如是我聞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서 큰 비구 대중 1,250인과 함께하셨는데, 이때 교살라국(憍薩羅國)의 왕 승군대왕(勝軍大王)은 존귀하고 큰 위덕이 있었으며, 부유하고 넉넉하고 자재하였고, 국토의 경계는 넓고 멀었으며,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그 왕의 복덕은 오랫동안 불법에 대한 믿음이 두텁게 쌓였기 때문이었다.
040_0088_a_16L一時佛在舍衛國祇樹給孤獨園與大苾芻衆千二百五十人是時有憍薩羅國勝軍大王其王尊貴有大威德富饒自在所居國土境界廣遠爲一切人所共尊敬其王福德久於佛法生大信重
이때 대왕은 곧 보배로 장엄된 수레를 타고 여러 신하들과 여러 백천 바라문(婆羅門)ㆍ장자들에게 둘러싸여 온갖 음악을 앞세우며 사위국을 나와 기수급고독원에 이르렀다. 그는 세존의 처소에서 공경하는 마음으로 공양하고 바른 법을 받아들었다.
040_0088_a_21L是時大王卽乘寶車與諸臣從及無數百千婆羅門長者等而共圍繞以諸音樂而導其前出舍衛國詣祇樹給孤獨園佛世尊所恭敬供養聽受正法
040_0088_b_02L그때에1) 대왕은 이미 성을 나와 차츰 기원(祇園)으로 향하였는데, 멀리 보니 세존께서 한 나무 밑에 편안히 앉으셨는데 그 주위를 모든 비구 대중들이 둘러싸고 있었다. 왕은 곧 보고 나자 환희심과 깊은 믿음과 존중하는 마음이 생겼다. 왕은 수레에서 내려 일산을 거두고 합장하고 몸을 굽혀 멀리서 찬탄하였다.
“부처님 몸은 넓고 크신 것이 금산(金山) 같구나. 부처님 몸은 단정하고 엄숙하고 뛰어난 것이 비할 바 없구나. 큰 광명은 백천 개의 해와 같고, 상서로움이 치성하기는 큰 불덩이 같구나. 모든 감관[根]은 조용하게 사마타(奢摩他)에 머무시고, 온갖 덕 장엄하여 바라밀(波羅蜜) 갖추셨네. 32상(相)과 80종호(種好) 원만하게 구족하시니, 사람 중의 용(龍)이시고, 사람 중의 사자(師子)이시며, 사람 중의 큰 신선이시고, 사람 중의 승자(勝者)이시라. 세간 중에 보배 산이 나타난 듯하여라.”
이때 대왕은 찬탄을 마치고 걸어서 부처님 처소에 이르렀다.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에 절하고, 가지고 있던 보배 관ㆍ보배 일산ㆍ보배 칼ㆍ보배 구슬ㆍ보배로 장식한 가죽신을 세존께 바치고 이렇게 말하였다.
“원하오니 세존께서는 제가 드리는 것을 받아 주옵소서.”
이때 세존께서는 곧 받으셨다.
왕은 다시 세존의 발에 엎드려 절하고 한쪽에 물러앉아 합장 공경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오니 부처님께서는 자비를 베푸사 법의 요추를 설명하시어 긴긴 밤을 사는 저로 하여금 큰 이로움과 즐거움을 얻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왕을 마주 보고 찬탄하시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여래를 깊이 믿고 존중하며, 부처님의 바른 법을 사랑하고 즐기며 나아가 구하니, 큰 현자(賢者)임이 틀림없습니다. 지금 그대가 말한 대로 즐겨 법의 요추를 듣겠다면 그대는 훌륭한 뜻을 품은 그대로 잘 듣고 기억하고 닦아 익히시오. 그대를 위해 부처님의 말씀을 펴서 설명하겠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큰 나라를 거느리어 인민의 주인이 되었으니, 항상 바른 법으로 다스리고 모든 그른 법은 버리고, 행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대왕께선 알아야 합니다. 왕이나 신하로서 바른 법을 등져 버리고 옳지 않은 법을 행하는 이는 세상에 태어나 사람에게 업신여김과 비방을 받고, 몸을 마칠 때까지 끝내 좋은 곳에 나지 못하며, 만약 왕이든 신하든 옳지 않은 법을 버리고 바른 법을 행하는 이는 현세에서 남에게 칭찬받고, 나아가 목숨을 마친 뒤에는 천상에 나서 좋은 과보를 받아 부와 즐거움이 자재하고 하늘 사람에게 공경을 받습니다.
040_0088_b_02L爾時爲人民主常以正法而行治化於諸非法捨而不行何以故大王當知王及臣棄背正法行非法者於現世中人所輕謗乃至身壞命終不生勝若王及臣捨離非法行正法者現世中人所稱讚乃至身壞命終天界中受勝果報富樂自在天人愛
대왕이여, 비유컨대 세상 사람이 한 자식을 낳아 기른다고 하면 부모는 진기한 보배처럼 아끼고 사랑하여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항상 쾌락하도록 해 주며, 그 아들이 자라면 역시 효도하고 공경하듯이 왕의 마음이 자애로움도 또한 그와 같습니다. 모든 인민은 다 외동아들과 같고 왕께서 사랑하고 염려함은 부모와 같습니다. 항상 네 가지 법으로 거두고 교화해야 하나니, 이는 곧 보시와 부드럽고 따뜻한 말[愛語]과 이롭게 하는 행동[利行]과 마음을 함께하는 것[同事]이니, 늘 이 네 가지 법을 행하므로 모든 인민이 모두 왕께 귀의합니다. 또한 왕께서 자비로운 마음으로 모든 인민을 보되 자식 같다고 생각하면 그들도 또한 왕을 부모처럼 대합니다.
040_0088_b_10L大王譬如世人生育一子父母憐愛猶如珍寶多設方便常令快樂其子長大亦生孝敬王心慈愛亦復如是一切人民皆如一子王所愛念猶如父母常以四法而爲攝化所謂布愛語利行同事常行如是四種法一切人民皆悉歸伏王以慈心觀諸人民旣如子想彼一切人亦復於王如其父母
또한 이를테면 사람이 꿈속에서 온갖 것을 보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꿈속에 강ㆍ바다ㆍ샘ㆍ못ㆍ숲ㆍ꽃ㆍ열매들이 거리나 길이나 언덕이나 곳곳에서 장엄되어 맑고 깨끗하여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꿈을 깨면 아무것도 없듯이, 세간의 모든 법은 다 꿈과 같아서 실체가 없습니다.
040_0088_b_18L又如有人於其夢中見種種事所謂江河泉池園林花菓巷道陌處處莊嚴淸淨適悅人所愛如是等事旣夢覺已都無所有世間法亦復如是皆悉如夢竟無其
040_0088_c_02L대왕께선 인민의 왕으로서 부의 즐거움ㆍ애욕의 즐거움ㆍ자재의 즐거움 등 세 가지 즐거움을 누리며, 나라의 큰 도성을 통솔하고, 코끼리ㆍ말ㆍ수레의 금ㆍ은ㆍ진기한 보배와 창고의 온갖 물건과 나아가 왕후ㆍ비(妃)ㆍ권속ㆍ신하ㆍ종 등이 매우 많으며, 부귀가 성하기 짝할 이 없지마는 이러한 부귀를 좋다고 여기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이런 것들은 다 뒤바뀐 법으로서 마음을 수고롭게 하고 번뇌를 더해줄 뿐이기 때문입니다.
040_0088_b_23L如汝大王爲人中主受三種樂謂富樂欲樂自在樂統大國城多諸所有象馬車乘金銀珍寶庫藏諸物乃至后妃眷屬諸臣僕等其數甚多富貴熾盛而無等比如是富貴雖多所有不以爲勝何以故爲顚倒法勞役其心增諸煩惱
대왕은 마땅히 알아야 합니다. 이들은 모두 영원하지 못하고 사라지는 법이며, 이것은 견고하지 못하며 궁극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마치 물거품과 같아서 실상이 없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이런 일에 대하여 실상대로 분명히 알고, 세간 법에 대하여 항상 깨달아 모든 번뇌를 여의고 출세간의 행을 닦으십시오.
040_0088_c_06L大王當知此等皆是無常滅法是不堅牢而不究竟水聚沫而無其實是故大王於如是事如實了知於世間法常所覺了諸煩惱修出世行
또한 세간의 법이란, 마치 큰 나무와 같아서 그 뿌리를 기름지게 하면 가지와 잎이 나오고, 가지와 잎이 무성하면 꽃을 피우며, 꽃이 피면 오래지 아니하여 열매를 맺으며, 열매가 익으면 빛깔과 향기가 아름다워 사람들이 다 좋아합니다.
040_0088_c_10L又世間法如一大沃潤其根卽生枝葉枝葉繁茂卽能開花開花非久乃結果實果實成熟色香羙妙人皆愛樂
그러나 그 나무가 갑자기 큰 불에 타게 되면 사방에서 치솟는 붉은 불꽃과 그 빛은 해와 달을 가리며 사방과 상하가 온통 광명이며 사랑스럽던 그 나무는 조금도 남지 않고 다만 불빛만이 환하게 나타납니다. 그러나 그 불빛도 오래지 못하고 큰 빗물에 꺼지고 구름과 우레가 번개를 끌어 번갈아 번쩍입니다. 이때 불덩이는 도무지 있는 데가 없으며 다만 비만이 주룩주룩 쏟아지고 그치지 아니합니다. 그러나 그 비도 오래지 못하고 역시 그치고 맙니다.
040_0088_c_13L其樹忽爲大火所焚四面俱熾紅焰光明映蔽日四方上下都一大光其可愛樹悉無所有唯火光現而彼火光非久爲大雨所滅雲雷掣電交映而出火聚悉無所有唯彼大雨連霔不其雨非久亦復停止
대왕은 알아야 합니다. 앞에서 말한 세간의 모든 법은 다 찰나에 사라져서 결국 실(實)이 없으며, 왕의 국토가 아무리 광대하고 소유가 많지마는 찰나에 사라지는 이치는 같습니다. 그러니 대왕께서는 항상됨이 없는 법에 항상 머물 생각을 하지 말고, 다함이 있는 법에 다함이 없는 생각을 하지 말며, 무상함이 침범해 옴을 순간마다 생각하고 세간의 법을 버리고 모든 집착을 여의며 출세간의 행을 닦아 선근을 키우십시오.
040_0088_c_19L大王當知前所說諸世間法亦復如是剎那壞滅竟無其實如王所統雖復廣大積諸所有剎那壞其義亦然是故大王於無常法莫生常住想於有盡法莫作無盡想念念思惟無常來侵捨世間法離諸所著修出世行增益善根
040_0089_a_02L대왕이여, 또한 사방에 있는 네 큰 산이 허공에서 내려와서 높고도 넓고 단단한 그 산이 낱낱이 염부제[閻浮]에 떨어지면 이 땅에 있는 온갖 초목과 숲이 다 꺾여 없어지며, 아무리 힘이 있는 이라도 능히 구할 수 없습니다.
040_0089_a_02L大王又如四方有四大山從空而來彼山高廣一一堅牢墮於閻浮而此地中所有一切草木叢林皆悉摧滅而無有餘彼有力者不能爲救
대왕이여, 이 세간에는 네 가지 큰 두려움이 있어 핍박함이 또한 이와 같아서 온갖 중생이 도피할 데가 없으니, 큰 힘이 있는 자라도 이를 구원하지 못합니다. 네 가지 두려움이란, 곧 첫째는 삿된 행이라는 두려움[邪行怖]이요, 둘째는 늙음이라는 두려움이요, 셋째는 병(病)이라는 두려움이요, 넷째는 죽음이라는 두려움입니다. 대왕이여, 삿된 행이 생기면 바른 행을 괴멸하며, 늙음이 오면 소년의 모습을 괴멸하며, 병이 오면 안락한 법을 괴멸하며, 죽음이라는 공포가 오면 수명을 괴멸합니다.
040_0089_a_06L大王此諸世間有四大怖而來逼迫亦復如是一切衆生無所逃避有大力者不能爲救四怖者何一者邪行怖二者老怖三者病怖四者死怖大王邪行若生壞滅正行老怖若來壞少年相病怖若來壞安樂法死怖若來壞滅壽命
대왕이여, 마치 짐승 중의 왕인 사자가 짐승 떼 속에 들어가 한 짐승을 잡는다면 그 짐승이 어떻게 도피하겠습니까. 사자의 뱃속에 들어가 없어지고 조금도 남지 않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무상(無常)의 큰 힘이 모든 중생에 대하여도 역시 이와 같습니다.
040_0089_a_13L大王又如師子爲獸中王若入獸群取一獸食彼所取獸何能逃避入師子腹滅無有餘大王無常大力於諸衆生亦復如是
대왕이여, 세간의 인간들이 장차 죽음에로 나아갑니다. 여기에 앞서 병이 드는데 마치 독화살에 맞은 듯이 기력이 빠지고 근골과 관절이 다 아프며, 가죽과 살은 마르고, 손발은 떨리며, 더러움은 흘러넘치고, 눈ㆍ귀ㆍ코ㆍ혀ㆍ몸 등 모든 감관이 작용하지 못하여 앞의 대상을 분별하지 못하고 오직 스스로 지었던 착하지 못한 업의 경계가 그 앞에 나타나서 큰 공포심이 생기되, 의지하고 믿을 데 없나니, 누가 구원하랴.
040_0089_a_16L大王諸世間人將趣命終先染病苦如中毒箭氣力劣弱筋骨肢節皆悉疼痛皮肉乾枯手足戰動穢惡流溢眼耳鼻舌身等諸根不能發識諸境不現唯見自造不善業境現在其前生大怖畏無所依怙誰爲救者
040_0089_b_02L부모와 권속들은 한갓 둘러싸고만 있을 뿐이요, 이름난 의원이나 좋은 약이라도 이를 낫게 하지 못합니다. 맛난 음식은 먹지 못하고, 순간마다 무상의 공포가 일어나며, 들숨과 날숨은 차츰 가늘어지나니, 이와 같이 병의 공포가 시작되면 마음에 착한 업을 생각하여 가느다란 소리로 부모에게 고합니다.
‘나는 지금 무시무시한 악한 경계가 앞에 나타나고 숨이 끊어지려고 하니, 부모님은 저를 위해 착하고 이로운 일을 행하시고 부처님과 스님께 보시하여 구원을 내리게 하소서.’
이렇게 말하고는 금방 숨이 끊어지고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 나서 지은 업대로 온갖 과보를 받습니다.
040_0089_a_22L父母眷屬徒共圍繞名醫良藥不能爲療上味飮食不能食噉於念念中起無常怖彼出入息漸漸微細如是病怖方始起心念作善業微出其聲告父母言我今大怖惡境現前壽命將斷父母爲我作諸利益施佛及僧願垂救護如是言已於剎那間其命卽斷此處旣謝他處復生隨自作業受諸果報
대왕은 알아야 합니다. 세간의 중생은 선하든 선하지 못하든 뛰어나든 못났든 스스로의 인(因)에 따라 그 과보가 틀림없나니, 선업을 지은 이는 돌아갈 데에 선업이 곧 의지할 곳이며 믿음이기 때문에 숨이 지려고 할 때 공포심이 나지 않으며, 이곳의 인연이 다하여 저곳에 나와 그 뛰어난 과보를 받습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그대는 이제 세간 법을 버리고 모든 물든 집착을 여의며 출세간의 행을 닦아 선법의 문으로 나아가며, 순간마다 무상(無常)의 생각을 내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한다면 선법 가운데서 정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040_0089_b_07L大王當知世間衆生若善不善若勝若劣從自因生果無所失作善業者是所歸趣是所依怙臨命終時不生怖畏此處緣謝生於他處受勝果報是故大王汝今應當捨世間法離諸染著修出世行趣善法門於念念中作無常想若如是者於善法中乃名精進
그리고 대왕이여, 세간 사람들이 큰 불더미 속에 들면 곧 방편을 써야 그 불을 끄며, 치열한 번뇌 속에 있으면 맑고 깨끗함으로써 이를 치유하며, 주리고 목마르면 마실 것과 먹을 것으로 능히 구제하며, 병으로 괴로워할 땐 좋은 약으로야 낫게 하며, 위험과 어려움 가운데 있으면 힘이 있는 이와 선지식(善知識)을 얻어야 모든 어려움을 벗어나며, 빈곤할 때엔 큰 재보를 얻어야 가난에서 구제되며, 전쟁을 할 땐 용맹과 견고한 투구와 갑옷을 써야 승리를 얻으며, 아무 데도 의지하고 믿을 데가 없어 고독으로 괴로울 땐 친한 벗을 얻어야 의지가 되는 것처럼 출세간의 법도 또한 이와 같습니다.
040_0089_b_14L復次大王如世間人入大火聚須以方便卽能息滅處熱惱中須假淸淨而方醒寤受飢渴時假以飮食方能救染病苦時假以良藥卽能除愈危難中得有力者諸善知識乃脫諸受貧困時得大財寶方能拯濟戰陣時須被勇猛堅固鎧甲方得戰於一切處無依無怙孤獨苦惱其親友方爲依止大王出世善法亦復如是
040_0089_c_02L세간 법에서 위에 말한 음식ㆍ좋은 약ㆍ친한 벗 등이 의지와 구호가 되었듯이, 대왕이여, 만약 출세간의 선법을 닦지 않으면 도무지 의탁할 것이 없으며 임종할 때에 저절로 두려움이 생기나니, 누가 구원해 줄 것이며, 이 보(報)가 끝나면 스스로 그 괴로움을 받나니, 누가 구원해 주겠습니까?
040_0089_b_24L於諸世間同彼上說飮食良藥親友等類能爲依止能爲救護若人不修出世善法都無所託命終時自生怖畏誰爲救者捨此報已自受其苦誰爲拯拔以是事故如實說
대왕이여, 세간 법에 대하여 영원하다는 생각을 속히 버리고 무상하다는 생각을 지으며, 굳게 집착된 견해를 버리고 깨어 무너뜨리는 생각을 가지되 마치 물거품처럼 실상이 없다고 생각하며, 출세간의 선법을 생각하되 스스로 지은 뒤에는 다른 사람에 권하십시오. 이렇게 해야 선법 가운데서 정진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040_0089_c_06L大王速疾於世間法捨諸常見作無常想捨堅執見作破壞想水聚沫而無其實當念修行出世善自所作已轉勸他人如是乃得於善法中名爲精進
대왕이여, 스스로의 몸을 관찰하십시오. 조금도 즐거울 것이 없습니다. 온갖 맛난 음식을 갖추어 몸에 공급하여 한 끼니라도 주리고 목마를 때가 없이 하여 이렇게 줄곧 목숨을 유지해 가지만 수명의 보(報)가 다하면 곧 흩어지고 무너져서 무상(無常)의 법으로 돌아갑니다. 대왕이여, 다시 스스로의 몸을 관찰해 보십시오. 온갖 좋은 옷과 여러 가지 장식거리, 나아가 갖가지 창고의 온갖 물건들이 조금도 모자라지 아니하며, 상군ㆍ마군ㆍ차군ㆍ보군의 4병(兵)이 구족하여 그 수가 매우 많아 맞설 이가 없지마는 수명의 보(報)가 다하면 다 무상(無常)으로 돌아갑니다.
040_0089_c_10L大王當觀自身有少樂可得雖復具有種種上味精妙飮食而爲資養未曾一時有飢渴如是暫能資持命根彼壽報盡卽時散壞歸無常法大王復觀自身有種種上妙寶衣衆莊嚴具乃至種種庫藏諸物無所乏少象馬車步四兵具足其數甚多無與等者彼壽報盡悉歸無常
040_0090_a_02L그리고 대왕이여, 세간 사람이 큰 재보가 있어 날마다 깨끗이 목욕하고 향과 기름을 몸에 바르며, 거기에다 좋은 옷을 입고 온갖 묘한 화만(華鬘)과 진주ㆍ영락ㆍ귀고리ㆍ반지ㆍ팔찌 등으로 장엄하고 보좌(寶座) 위에 앉아 부귀가 자재하고, 위엄과 덕이 우뚝하여 여러 권속들이 둘러싸서 백천 가지 아름다운 풍악을 아뢰며, 아름다운 누각의 곳곳에서는 전단향(栴檀香)ㆍ침수향(沈水香) 등 온갖 좋은 향불이 피어오르며, 항상2) 백천 안팎 친족들이 공경하고 찬탄합니다.
비록 이와 같이 부귀하고 자재하지만 수명의 과보가 다할 때엔 곧 고뇌가 생기며, 모든 권속들은 한갓 둘러싸서 슬피 울기만 합니다. 이렇게 되면 일체 가지고 있는 것을 능히 지킬 수 없으며, 이미 숨이 지고 나면 안팎 친족에게 둘러싸여 시다림(屍陀林)으로 가며, 남은 몸뚱이는 뿔뿔이 흩어져서 가죽은 가죽대로 살은 살대로 힘줄은 힘줄대로 각기 처소를 달리하며 결국 온갖 벌레와 새들에게 파 먹히나니 , 그들이 다 먹고 나면 이 허망한 몸은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이러한 인연으로 세간을 관찰하시오. 물거품과 같아서 무엇이 견고하고 실합니까. 이러한 무상하고 궁극[究竟]이 못 되는 법을 영원하다고 생각한다면 이것은 뒤바뀐 망상입니다. 모든 유루법(有漏法)은 순간마다 괴멸합니다. 내가 이 일을 관하매 슬프고 가엾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속히 모든 세간 법을 버리고 항상 출세간법을 생각하고 수행해야 합니다. 무슨 까닭인가. 대왕은 알아야 합니다. 저 나고 죽는 법[生滅法]은 다 무명(無明)을 말미암아 인연하기 때문이니, 곧 무명은 행(行)을 반연하고, 행은 식(識)을 반연하고, 식은 이름과 물질[名色]을 반연하고, 이름과 물질은 6처(處)를 반연하고, 6처는 감촉[觸]을 반연하고, 감촉은 느낌[受]을 반연하고, 느낌은 애욕[愛]을 반연하고, 애욕은 취착함[取]을 반연하고, 취착함은 존재[有]를 반연하고, 존재는 생(生)을 반연하고, 생은 늙음[老]과 죽음과 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뇌를 반연하나니, 이러한 것들이 곧 하나의 커다란 괴로움과 쌓임이 모이는 것입니다. 만약 무명이 사라지면 행(行)이 사라지고, 행이 사라지면 식(識) 사라지고, 식이 사라지면 이름과 물질이 사라지고, 이름과 물질이 사라지면 6처가 사라지고, 6처가 사라지면 감촉이 사라지고, 감촉이 사라지면 느낌이 사라지고, 느낌이 사라지면 애욕이 사라지고, 애욕이 사라지면 취착함이 사라지고, 취착함이 사라지면 존재가 사라지고, 존재가 사라지면 생(生)이 사라지고, 생이 사라지면 늙음ㆍ죽음ㆍ근심ㆍ슬픔ㆍ괴로움ㆍ번뇌가 사라지나니, 이러한 것은 곧 하나의 큰 괴로움과 쌓임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고 사라짐이 서로 이어져 돌고 돌아 끝이 없는 것이며, 이 모두가 무명이 인(因)이 되어 생긴 것입니다. 이 때문에 탐욕 등 모든 법이 생기나니, 만약 무명을 없앤다면 탐욕 등이 생기지 아니하며, 탐욕 등이 없어지면 바른 행이 일어나고 모든 과실을 여의게 됩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출세간의 법이라고 합니다.
040_0089_c_18L復次大王如世間人有大財富於日日中潔淨澡浴香油塗身復以諸妙上服莊嚴衆妙華鬘及彼眞珠纓絡耳璫環釧如是等物而莊嚴已處於寶座富貴自在威德特尊與諸眷屬而共圍繞奏百千種殊妙音樂妙寶樓閣處處皆爇旃檀沈水等諸妙香生滅相續輪轉無有窮盡皆是無明爲因生故由此卽有貪等諸法若滅無明貪等不生貪等旣滅正行得起離諸過失此卽名爲出世間法
대왕이여, 세간에서 반연하는 일체의 경계는 잃든 얻든 결정되건 안 되건 사랑스럽거나 사랑스럽지 않거나 스스로 탐욕을 부리는 마음이 생겨 만족이 없다면 이것은 큰 손실이며, 만약 성인의 도인 출세간법에 대하여 사랑하고 즐거워하고 희구하여 만족할 줄을 모른다면 이는 곧 바른 행이요 큰 이익입니다.”
040_0090_a_06L復次大王世間一切所緣境界若得若失若決定不決定若可愛不可愛貪心生起無所厭足是爲大失若於聖道出世間法愛樂希求無厭足者乃爲正行是大利益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40_0090_a_11L爾時世尊說加陁曰

대왕은 이제 아소서.
죽음의 법이란 매우 악하여
능히 사람의 수명을 끊으며
모든 쌓임[蘊]을 파괴하나니
040_0090_a_12L大王今當知
彼死法極惡
能斷人壽命
及破壞諸蘊
이것은 큰 두려움이니
사랑하고 즐길 것 아닐세.
죽음의 그 법이 오기만 하면
일체에 두루하여
040_0090_a_14L斯爲大怖畏
世皆非愛樂
彼死法若來
普徧於一切
허공이나 큰 바다
깊은 굴 높은 산
대지의 어느 곳에라도
도망할 곳은 없네.
040_0090_a_15L虛空幷大海
深穴與高山
大地及諸方
無處可逃避
오직 지혜로운 이
진실한 법에 머물러
견고하여 흔들림 없고
그 무엇으로도 부수지 못해
040_0090_a_16L唯諸有智者
安住眞實法
卽堅固無動
一切不能壞
수명의 과보 다하기 전에
발심하여 크게 정진하고
온갖 선인(善因) 널리 닦아
모든 범행 부지런히 행해야 하네.
040_0090_a_18L壽報未盡時
當發大精進
廣修衆善因
勤行諸梵行
그 선근의 힘으로 인하여
열반의 경계에 이르고
열반의 경계에 이르러서는
죽음의 공포 멀리 여의네.
040_0090_a_19L由善根力故
得至涅槃界
至涅槃界已
能遠離死怖

그때 교살라국의 승군대왕은, 불세존께서 온갖 뛰어난 방편과 비유로 설하신 묘한 법을 듣고 뛸 듯이 공경하고 찬탄하며, 엎드려 부처님의 발에 절하고는 다시 왕궁으로 돌아갔다.
040_0090_a_20L爾時憍薩羅國勝軍大王聞佛世尊以諸方便善巧譬喩說妙法已歡喜踊躍恭敬讚歎頂禮佛足迴復王宮
부처님께서 이 경을 설하시자 모든 큰 비구 대중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것을 듣고 크게 환희하여 믿고 받아 받들어 행하였다.
040_0090_a_23L佛說此經已諸大苾芻衆聞佛所說皆大歡喜信受奉行
佛說勝軍王所問經
  1.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승군왕소문경(勝軍王所問經)
  2. 2)상법(像法):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 3)육정(六情):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 5)연라(煙蘿):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 6)향계(香界):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 7)십성(十聖):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 8)삼현(三賢):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 9)건원(乾元):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 10)태역(太易):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 11)천식재(天息災) 등: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 12)사인(四忍):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 13)원문에는 “엽(葉)”으로만 되어 있는데, 경전을 뜻하는 ‘패엽(貝葉)’의 잘못으로 보인다.
  14. 14)오성(五聲):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5. 15)풍율(風律):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6. 16)사시(四始):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7. 17)화택(火宅):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8. 18)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9. 19)금륜왕[金輪]: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20. 20)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1. 21)석전(釋典):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2. 22)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3. 23)삼진(三辰):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4. 24)구위(九圍):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5. 25)진문(眞文):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6. 26)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ㆍ법천(法天)ㆍ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7. 27)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8. 28)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9. 29)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30. 30)금상(金像):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1. 31)규구(規矩):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ㆍ척도ㆍ법규를 뜻한다.
  32. 32)역경원(譯經院):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3. 33)법현(法賢):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4. 34)각로(覺路):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5. 35)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6. 36)성고(聖考):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7. 37)추호(追號):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8. 38)담제(禫祭):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
  39. 1)이하 “대왕은 이미 성을 나와(大王旣出城)~대왕이여, 그대는 큰 나라를 거느리어(大王汝統大國)”까지는 고려대장경에 누락되어 있으나 신수대장경에 의거하여 보입하였다.(大正藏 14책, p.789 주 8번 참조)
  40. 2)“항상 백천 안팎 친족들이(常有百千內外親族)~이러한 것은 곧 하나의 큰 괴로움과 쌓임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如是卽一大苦蘊滅是故)”까지는 고려대장경에 누락되어 있으나 신수대장경에 의거하여 보입하였다.(大正藏 14책, p.790 주 9번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