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40_0333_b_02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40_0333_c_02L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
040_0334_a_02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040_0334_b_02L이때 왕사대성(王舍大城)에는 가섭(迦葉)이라는 성(姓)을 가진 바라문(婆羅門)이 살고 있었다. 어느 때 문득 꿈속에서 이 염부제(閻浮提) 세계를 보았는데, 거기에는 천 개의 잎을 가진 넓적하고 커다란 연꽃이 있었다. 이 연꽃은 7보(寶)로 장엄되었으며 맑고 깨끗하여 매우 아름다워 보였다. 그 꽃 속에는 크게 둥근 달이 있었는데 깨끗하고 밝으며 원만한 광명에 둘러싸여 눈부시게 빛났다. 그 바라문은 꿈속에서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이 대단히 기뻤으며 즐겁고 상쾌하였다. 꿈에서 깨어나자,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듣건대 사문 구담(瞿曇)은 크게 지혜 있는 분이라, 모든 지혜 있는 사람들로서 능히 그를 능가할 사람이 없다고 한다. 훌륭한 방편[善巧方便]과 큰 지혜를 구족하였다 하니, 나는 당연히 그에게 가서 이 꿈의 내용에 대하여 여쭈어 보리라.’
그때 세존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꿈꾼 것은 길상(吉祥)한 모습이다. 바라문아,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사람이 꿈속에서 네 가지 모습을 본다면 이것은 가장 길상하고 수승(殊勝)한 모습이다. 무엇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흰 연꽃[白蓮華]이며, 둘째는 흰 일산[白傘蓋]이며, 셋째는 둥근 달[月輪]이며, 넷째는 부처님의 형상[佛像]이니라. 만약 이와 같은 네 가지 모양을 본 사람은 반드시 최상의 큰 이익[最上大利]을 얻을 것이다.”
부처님께서 바라문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그러하다, 바라문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보리심을 발하였다면 실로 설할 법이 아무것도 없느니라. 왜냐하면 바라문이여,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보리에는 세 가지가 있느니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인가? 이른바 성문보리(聲聞菩提)ㆍ연각(緣覺)보리ㆍ무상(無上)보리이니라.
040_0336_b_02L이 가운데 무엇을 성문보리라 하는가? 바라문이여,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비록 보리심을 발하였을지라도 다만 자기의 이로움만 좋아하고 남이 이롭게 되는 것은 좋아하지 않으며,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도 않고 닦아 지니지도 않으며, 나아가 그 경지에 들어가지도 않고 편안히 머물지도 않으며, 이 경법(經法)을 받아 듣지도 않고 또 남을 위하여 베풀어 설하지도 않으며, 후생(後生)에 몸이 없어지고[斷] 가고 오고 하는 생각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또 평등한 바른 지혜[平等正智]를 얻지도 않으며, 현생(現生) 중에 해탈만 구하는 것을 좋아하느니라. 바라문이여, 이런 뜻이 있으므로 성문보리라 하는 것이니라.
또 무엇을 연각보리라 하는가? 말하자면 만약 어떤 사람이 비록 보리심을 발하였으나, 대승법(大乘法)을 닦아 익히기를 좋아하지 않고, 생각하거나 기억하지도 않으며, 또 자기의 이로움만 취하여 과(果)를 증득하기만을 바라며, 남을 이롭게 함을 좋아하지 않고 남을 이롭게 하는 마음을 능히 닦아 지니지도 않으며, 이에 나아가거나 들어가지도 않고 편안히 머물지도 않으며, 이 경법을 받아 듣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고, 또 남을 위하여 베풀어 설하여 가르쳐 보이지도 않으며, 평등한 바른 지혜에 편안히 머물지도 않고, 다만 마음의 생각을 일으켜 모든 인연법을 관찰하고 관찰한 바에 따라 해탈을 얻을 뿐이니라. 바라문이여, 이런 뜻이 있으므로 연각보리라고 말하는 것이니라.
또 무엇을 무상보리라 하는가? 말하자면 어떤 사람이 스스로 능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을 내고 나서, 다시 남에게 권하여 이와 같은 마음을 내게 한다면, 이 경법을 스스로 받아들여 닦고 익히고 생각하여 기억하며, 다시 다른 사람을 위하여 널리 그 뜻을 설하며, 몸이 윤회(輪廻)함을 싫어하지 않고 일체 중생들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를 좋아하며, 평등한 지혜에 머물러 스스로 해탈하고 나서 일체 중생이 다 해탈을 얻게 하며, 스스로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여 편안한 즐거움을 얻으며, 자기의 깨달음의 뛰어난 이익[善利]을 모든 하늘과 사람 대중에게 널리 베푸는 것이니라. 바라문이여, 이런 뜻이 있기 때문에 무상보리(無上菩提)라 말하는 것이니라. 이것을 수행하는 이를 보살승(菩薩乘)의 사람이라 하느니라.
040_0336_c_02L바라문이여,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은 진실하여 거짓을 말하지 않느니라. 내가 설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은 바로 최상의 뜻이니라. 만약 이 큰 보리심을 여의고 성문과 연각의 마음을 내는 자는 남을 이롭게 할 수 없고, 끝내 대열반(大涅槃)의 경계에 이르지 못하느니라. 왜냐하면 저 성문과 연각은 스스로 자기는 이롭게 하지만, 다시 남을 이롭게 하는 수승한 행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이니라. 그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불법(佛法)의 부분을 구족하지 못하고, 비록 보리심을 발하여 스스로 해탈했다고 말하나, 저 보리심으로는 또한 남을 이롭게 하는 과보를 얻을 수 없느니라.
바라문이여, 만약 어떤 사람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낸다면 자기나 남에게 다 평등하며, 자기의 이익을 가지고 기쁜 마음으로 보시하며, 곧 이런 마음으로 널리 세간의 일체 중생들을 거두면 곧 세간의 가장 큰 이익이 될 것이다. 또한 이를 세간을 잘 조복하여 인도하는 자[調御]라 하나니, 이와 같이 곧 평등지(平等智)40)에 머무르면, 가장 으뜸이 되고 가장 훌륭하며 불가사의하니라. 바라문이여, 이것을 큰 보리심이라고 말하는 것이니 그대는 마땅히 이와 같이 여실(如實)하게 깨달아 알아야 하느니라.”
그때 바라문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해탈(解脫)은 몇 가지의 모양이 있습니까?”
040_0336_c_16L爾時,婆羅門白佛言:“世尊,佛說解脫,云何有其種種相耶?”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바라문이여, 성문이나 연각이나 여래의 해탈법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없느니라. 바라문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세 종류의 짐승을 타고 보배가 있는 곳에 가고자 하는데, 비록 가는 방법에 있어서는 차별이 있으나, 그 향하는 목적지는 차이가 없는 것과 같다. 그 세 종류의 짐승이란 당나귀ㆍ말ㆍ코끼리이다.
040_0337_a_02L저 당나귀가 끄는 수레는 그 힘이 약하다. 이런 인연으로 말미암아 이 수레에 탄 사람은 비록 보배가 있는 곳에 이르기는 하나, 그 보배를 가지고 널리 중생들에게 베풀지 못하고, 다만 자기만이 이로운 열반을 증득하여 지니고 즐거워할 뿐이다. 저 말이 끄는 수레는 가볍고 민첩하다. 그러하기 때문에 이 수레에 탄 사람은 비록 보배 있는 곳에 이르기는 하나, 또한 그 보배를 가지고 널리 중생들에게 베풀지 못하고, 다만 중생들과 함께 청정한 복전[淨福田]만을 지을 뿐이다. 저 코끼리가 끄는 수레는 그 움직임이 바르면서도 날래고 강건하며 힘이 넘친다. 그 힘으로 말미암아 이 사람은 일체의 보배덩이로 된 광대한 성 가운데 들어간다.
바라문이여, 3승(乘)을 수행하는 사람이 3승의 법을 수행하는 것도 또한 이와 같다. 저 당나귀를 타는 사람은 곧 성문승(聲聞乘)이고, 저 말을 타는 사람은 곧 연각승(緣覺乘)이며, 저 코끼리를 타는 사람은 바로 대승(大乘)이니라. 비록 저 3승의 길[道]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있으나, 증득할 열반과 얻을 해탈에는 여러 가지 모양이 없고 또한 차별도 없다는 것을, 그대는 이제 마땅히 알아야만 할 것이니라.
바라문이여, 또 세간에 세 남자가 같이 하나의 깊고 큰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저 첫 번째 사람은 하나의 작은 나뭇잎을 물에 띄우고 거기에 의지하여 건너가고, 저 두 번째 사람은 앞 사람보다 좀 나아서 판목(板木)을 물에 띄우고 거기에 의지하여 건너가려 하며, 저 세 번째 사람은 또 앞사람보다 좀 더 좋은 큰 배를 띄우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편안히 강을 건너서 저 언덕에 이르려고 하는 것과 같으니, 이것을 다시 비유하면 마치 세간의 장자(長子)가 그 부모들이 보호하여 주는 일체의 처소에서 모든 근심과 고뇌를 여의는 것과 같으니라.
저 첫 번째 나뭇잎에 의지하여 건너가려는 사람은 바로 성문승의 수행인임을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요, 저 두 번째 판목에 의지하여 건너가려는 사람은 바로 연각승의 수행인임을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며, 그 세 번째 배를 타고 건너가려는 사람은 바로 보살승의 수행인으로서, 자기도 건너고 다른 사람도 또한 건네준다는 사실을 당연히 알아야 할 것이니라.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상법(像法):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육정(六情):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연라(煙蘿):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향계(香界):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십성(十聖):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삼현(三賢):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건원(乾元):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태역(太易):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천식재(天息災) 등: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사인(四忍):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오성(五聲):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풍율(風律):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사시(四始):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화택(火宅):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금륜왕[金輪]: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0)석전(釋典):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1)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2)삼진(三辰):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3)구위(九圍):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4)진문(眞文):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5)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ㆍ법천(法天)ㆍ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6)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7)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8)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29)금상(金像):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0)규구(規矩):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ㆍ척도ㆍ법규를 뜻한다.
31)역경원(譯經院):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2)법현(法賢):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3)각로(覺路):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4)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5)성고(聖考):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6)추호(追號):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7)담제(禫祭):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
38)양족존(兩足尊). 두 발을 가진 존재 중에서 가장 높은 이라는 뜻으로, 부처를 높여 이르는 말. 양족(兩足)은 복덕과 지혜, 계(戒)와 정(定), 대원(大願)과 수행을 원만하게 갖추었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39)수미산(須彌山)의 사방 짠물 바다 가운데 있다는 네 대륙. 남섬부주(南贍部洲)ㆍ동승신주(東勝身洲)ㆍ서우화주(西牛貨洲)ㆍ북구로주(北俱盧洲)를 말한다.
40)평등성지(平等性智)의 준말로서 자타(自他)의 중생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깨닫는 지혜를 말한다. 유루(有漏)의 제7식(識)을 통해서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