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말씀하였다. “내가 오늘 당신의 집에서 하룻밤 쉬겠노라.” 가섭은 아뢰었다. “이 집은 제가 머무는 집이 아니오라, 곧 제가 불[火]을 섬기는 집으로서 큰 용(龍)이 그 속에 머뭅니다. 그 용은 큰 신통을 갖추었고 큰 위력이 있사오니, 당신께서 만약 거기에 머문다면 해를 입을까 두렵습니다.”
040_0485_a_02L이때에 용은 성이 나서 곧 연기와 불꽃을 토하여 집안에 가득 채웠다. 세존께서도 곧 화계삼매(火界三昧)에 드시어서 역시 연기와 불꽃을 내어 그 집을 둘렀으므로 온통 하나의 큰 불덩이를 이루었다. 용은 다시 나와서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의 갖가지 색상의 사나운 불꽃을 내뿜었으며, 세존께서도 또한 파랑ㆍ노랑ㆍ빨강ㆍ하양의 갖가지 빛깔의 불꽃을 방출하셨다.
이때 세존께서 신통력으로써 그 용의 불꽃을 삽시간에 저절로 거두어지게 하셨다. 그때 가섭은 불세존께서도 역시 신통을 얻으신 줄 알고는 밤새도록 시중을 들었다. 부처님께서 신통을 나타내시어 곧 가셔서 관찰하시니, 그 용의 광명은 차츰 작아졌으며 세존의 광명은 더욱 치성해졌다.
이튿날 새벽에 세존께서는 그 용에게 항복을 받아 발우 안에 넣고 가섭에게 보이시면서 말씀하셨다. “이것이 바로 불을 섬기는 집 속의 용인데, 내가 항복시켰다. 가섭이여, 이 용은 큰 위력이 있어서 범부들은 그 집에 들어갈 수 없었다.” 그때에 가섭은 곧 경탄하였으며, 곧 깨끗한 믿음을 내어서 “내가 출가할 마음을 어찌 접겠느냐?”라 하였다.
또한 장로 우루빈라가섭은 오후[日後分]에 불 섬기는 의식을 하려고 하면서 생각하였다. ‘이 대사문께서는 큰 위력을 갖고 있고 큰 신통을 갖추고 있으며, 나아가 큰 위력으로 용도 능히 굴복시켰으니, 내가 이제 오후에 불 섬기는 의식을 행한다면 저 대사문께서는 오전에 신통을 부릴 것이다.’
040_0485_b_02L또한 다시 가섭은 오후[日後分]에 불 섬기는 법을 하려고 하면서 생각하였다. ‘이 대사문께서는 큰 위력을 갖고 있고 큰 신통을 갖추고 있으며, 나아가 큰 위력으로 용도 능히 굴복시켰으니, 내가 이제 오후에 불 섬기는 법을 행한다면 저 대사문께서는 오전에 신통을 부릴 것이다.’
또 가섭은 불태우는 갖가지 의식을 행하였으나 다 타지 아니하였으므로 다시 마른 나무를 그 속에 던지고 마른 풀과 마른 구마이(瞿摩夷:소똥)와 소유(蘇油:우유로 만든 기름) 등등 불에 잘 타는 것은 모두 그 안에 던졌으며, 다시 선(善)하지 않은 상(相)을 지어 주문을 읽었다.
또 가섭이 낮에 낮잠을 잤는데 세존께서 곧 노인 5백 명을 변화로 나타내시었다. 그 모습이 가섭과 같은 그들은 가섭의 집에 가서 소리 질르며 서로 웃어대었다. 가섭이 웃음소리에 잠을 깨고 생각하기를, ‘내가 어찌하다 잠에 탐착하여, 범행을 닦는 친구들이 오는 줄도 몰랐는고?’ 하였다. 그때 변화로 나타난 무리들이 모두 함께 “훌륭하다, 훌륭하다”고 하였다.
이때 가섭은 생각하기를, ‘나도 지금 니련하에 가서 정결하게 물을 섬기는 의식을 행해야겠는데, 대사문께서도 역시 거기에 계시는구나.’ 하고는 곧 권속들을 데리고 니련하로 떠났는데 도착해서 보니 강물이 거꾸로 흘렀다. 그는 다시 생각하기를, ‘이 물이 역류하는 것이 어찌 대사문께서 신통을 부리신 것이 아니겠는가? 이 대사문께서는 큰 신통을 갖추었고 큰 위력이 있어서 큰 위력으로 용도 또한 굴복하시니, 나는 무엇으로 공양해야 할까?’ 하였다.
040_0486_b_02L이때 가섭은 생각하기를, ‘대사문께서 중류를 건너시는데 강물이 급한데 빠지지나 않으실는지’ 하고 곧 보니, 세존께서 급류 속에 계시는데 물이 양쪽으로 갈라졌으며, 걸음마다 먼지를 내면서 잠깐 뒤에 언덕에 이르시었다. 그는 곧 경탄하기를, ‘희유하고 얻기 어려워라. 이런 대사문은 세간에서 이름조차 듣지 못했노라.” 하였다. 그리하여 가섭은 곧 깨끗한 믿음을 내어 “내가 출가할 마음을 어떻게 그만두겠는가?” 하였다.
가섭은 그날 밤 그 빛을 보고 이튿날 아침에 부처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밤중에 무슨 까닭으로 동쪽에서 광명이 널리 비추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밤중에 비친 동쪽의 광명은 곧 저 지국천왕이 와서 내 발에 절하였는데, 그 몸의 광명이 그렇게 비추었던 것이니라.”
040_0486_c_02L이튿날 밤엔 남방 증장천왕(增長天王)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공경하고 절하였는데, 그 몸의 광명이 널리 비추었다. 가섭은 이날 밤 그 빛을 보고 이튿날 아침에 부처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밤에 무슨 까닭으로 남쪽에서 광명이 널리 비추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밤에 나타났던 남쪽의 광명은 곧 증장천왕이 와서 내 발에 절하였으므로 그의 몸의 광명이 그렇게 비친 것이니라.”
사흘째 밤에 서쪽의 광목천왕(廣目天王)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공경하고 발에 절하였는데 그의 몸에서 발산한 광명이 널리 비추었다. 가섭은 이날 밤에 이 광명을 보고 이튿날 아침에 부처님 처소에 와서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밤엔 무슨 까닭으로 서쪽에서 광명이 와서 널리 비추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밤에 나타났던 서쪽의 광명은 곧 광목천왕이 와서 내 발에 절하느라고 그 몸의 광명이 그렇게 비친 것이니라.”
나흘째 밤엔 북방의 다문천왕(多聞天王)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공경하고 절하였는데 그의 몸에서 방출된 광명이 널리 비추었으므로 가섭은 그날 밤 이 광명을 보고 이튿날 아침에 부처님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밤에 무슨 까닭으로 북쪽에서 빛이 와서 널리 비추었습니까?” “밤에 나타난 북쪽의 광명은 곧 다문천왕이 와서 내 발에 절하느라고 그의 몸 광명이 그렇게 비추었느니라.”
다섯째 밤엔 위쪽 제석천왕(帝釋天王)이 부처님 처소에 와서 공경하고 발에 절하였는데, 그 몸의 광명이 널리 비추었으므로 가섭은 그날 밤 이 광명을 보고 이튿날 아침에 부처님 처소에 가서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밤에 무슨 까닭에 위쪽에서 광명이 와서 널리 비추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밤에 나타났던 위쪽의 광명은 곧 제석천왕이 와서 내 발에 절하느라고 몸 광명이 그렇게 비춘 것이니라.”
가섭은 이날 밤 이 광명을 보고 이튿날 아침 부처님의 처소로 가서 아뢰었다. “대사문이시여, 밤에 무슨 까닭으로 사방에서 광명이 왔으며, 위쪽에서도 광명이 와서 비추었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밤에 나타난 사방의 광명은 곧 사방의 천왕들이었고, 위쪽의 광명은 곧 제석천으로서 그들은 함께 와서 발에 절하느라고 그들의 몸의 광명이 그렇게 비추었느니라.”
그때 가섭은 불세존께서 이러한 갖가지 신통을 가지신 줄 알고 다시 가장 깨끗한 믿음을 내었다.
040_0487_b_14L爾時,迦葉知佛世尊有如是等種種神通,轉復發起最上淨信。
세존께서는 그의 마음을 아시고 가섭 앞에서 신통력으로 다시 공중에서 따로 모습을 보여 3위의(威儀)인 서 있는 위의[住威儀], 걷는 위의[行步威儀], 가부하고 앉은 위의[加趺坐威儀]와 같은 위의의 모습을 나타내셨는데, 빠르기가 급류를 밟는 듯 그 모습 역시 그와 같았다. 또 공중에서 온갖 보배와 완성된 누각을 변화로 나타내시었으며, 다시 황금빛 모양을 크게 나타내시었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많은 신통을 나타내시고는 도로 신통을 거두시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가셨다.
040_0487_c_02L그때에 가섭은 연중행사로 하루를 택하여 자신이 살고 있는 고장에서 하늘에 제사하는 모임을 가졌다. 그 나라인 마가다국(摩伽陀國) 왕사대성(王舍大城)의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과 나라 안의 모든 인민들이 다들 와서 모였다. 가섭은 모임을 차릴 때가 된 것을 알고 고장으로 돌아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늘 차리는 하늘에 제사하는 모임이 바로 이때이다. 왕과 인민들이 다 모였구나. 그런데 저 대사문의 얼굴의 상(相)은 평만(平滿)하여 찡그림을 멀리 여의었으며, 성냄이 없고 선한 말을 하여 보는 이가 환희하는 가장 선한 사람인데, 그가 만약 나의 집에 온다면 내가 하늘 제사를 어떻게 지낼까?’
040_0488_a_02L세존께서는 그가 생각한 것을 아시고 곧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그대는 아라한이 아니며 또한 아라한의 법을 알지 못하노라.” 가섭은 듣고 다시 생각하기를, ‘희유하고 희유하구나. 이 대사문은 마음이든 뜻이든, 대충 생각하는 것[尋]이든 세밀히 고찰하는 것[司]이든 죄다 아시는구나.’ 하고, 땅에 머리 대고 나아가 부처님 발에 절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께 귀의하여 출가하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겠사오니, 원하옵건대 선서(善逝)께서는 저를 가엾이 여기시고 받아들여 주소서.”
가섭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런 말씀을 하지 마옵소서. 그런 말씀을 하지 마옵소서. 저는 세존께 매우 기쁜 마음을 내었고 뛰어난 사랑과 즐거움을 일으켰거늘 어찌 다시 생각하겠습니까? 저는 이제 기필코 부처님께 귀의해서 출가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세존께 출가해서, 사문ㆍ바라문ㆍ외도들 무리 가운데서 기만하고 헐뜯고 허물 있는 이를 모두 꺾어 굴복하며, 뛰어난 당기(幢旗)를 잡고 왕사대성을 차례로 다니면서 내가 장로 우루빈라가섭이란 것을 드러내며, 세존의 청정한 법에 능히 해탈을 얻겠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저는 이제 결단코 부처님께 귀의해 출가하겠사오니, 바라옵건대 세존께서는 가엾게 여겨 받아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