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40_0850_a_02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다운 지혜가 거듭 열린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40_0850_b_02L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25)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
040_0850_c_02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시방의 끝 간 데 없는 일체 세계 안에 머무르시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여래와 보살과 성문과 연각 등께 목숨을 다하여 귀의합니다.
040_0850_c_17L歸命十方無邊際, 所住一切世界中
過未現在諸如來 菩薩聲聞緣覺等。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반드시 알 것이다. 사람의 몸은 받기도 어렵지만 찰나 동안에 일체의 훌륭한 행을 완성하기도 어렵다. 만약 이러한 가운데에서 이익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일으키지 않는다면, 이번의 생(生)은 헛되이 온 것이다. 어떻게 여래의 청정한 가르침의 말씀을 부지런하고 용맹스러운 마음을 내어 듣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여기에는 두 가지가 있다. 곧 사람의 몸은 받기 어렵고 정법(正法)은 듣기 어려우며,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신 것을 만나기는 더욱 심히 어렵다는 것이다.
040_0851_a_02L【문】 여기에서 부처님을 만나기가 심히 어렵다는 말은 무엇을 근거로 증명할 수 있는가? 【답】 무수한 경전 가운데에서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으니, 이것을 정량(定量)이라고 한다. 먼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에 의하여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등정각(正等正覺)은 백천 구지(俱胝)의 나유다겁(那庾多劫)을 지나 이와 같이 아득히 먼 세상과 때가 되더라도 혹은 있기도 하고 혹은 없기도 하니, 여래께서 세상에 나시는 이것을 심히 어렵다고 한다. 마치 우담바라 꽃이 때가 되어 한 번 나타나는 것과 같다.’”
『결정왕경(決定王經)』에서는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아, 모든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나오시면 저 우담바라 꽃도 함께 때맞추어 나타난다. 그 꽃은 금과 같이 청정하고 미묘한 빛을 띠고 있으며, 꽃이 피어나게 되면 특이한 향내음이 일 유순(由旬) 안에 가득하다. 그 꽃의 밝은 빛은 능히 어둠을 부수어 마음으로 생각하는 이로 하여금 능히 청정함을 얻도록 하며, 병으로 인한 고통을 능히 그치도록 하며, 능히 밝게 비추어 주고, 능히 해로운 냄새를 없애 주고 능히 미묘한 향내음을 베풀며,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의 4대(四大)가 넘치고 모자라는 것을 능히 그치도록 한다. 그 꽃은 또한 전륜왕(轉輪王)이 이르는 곳마다 모두 피어나는 것은 아니고, 오직 금륜왕(金輪王)에게만 응(應)하여 나타날 뿐이니, 하물며 계율을 어긴 유정(有情)들이겠느냐? 오로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실 때만 이 꽃도 함께 나타난다.”
040_0851_b_02L여기에서 우담바라 꽃이 아득히 먼 세상과 때가 되더라도 혹은 있기도 하고 혹은 없기도 하다는 것을 어떻게 능히 알 수 있는가? 『연기(緣起)』 중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 “무열뇌대지(無熱惱大池)의 북쪽에 산이 있는데 이름은 오봉(五峯)이고, 그 산 위에 우담바라 꽃 숲이 있다. 만약에 불세존께서 도솔천의 궁전에서 생을 마치고 인간의 세상으로 내려와 어머니의 태 안으로 들어갈 때에는 저 우담바라 꽃도 봉오리를 맺는다. 만약 불세존께서 어머니의 태 안을 나올 때에는 이 꽃도 자라나서 피어날 준비를 갖춘다. 만약 불세존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과(果)를 성취하실 때는 저 우담바라 꽃도 활짝 피어나 무성해진다. 만약 불세존께서 수명과 인연의 행(行)을 버리실 때는 이 꽃도 시들어 버린다. 만약 불세존께서 열반에 드실 때는 이 꽃도 가지와 잎과 열매가 모두 시들어 떨어진다. 이 꽃의 크기는 마차 바퀴만큼 크다.”
『각지방광경(覺智方廣經)』에서는 말하였다. “대명칭선왕(大名稱仙王)이 모든 선인(仙人)들에게 말했다. ‘여러 어진 자들이여, 만약 보살이 여래께서 세상에 나시어 설법으로 중생들을 교화하고 이익을 베푸시는 일을 잠시라도 만난다면 이는 곧 상응(相應)이다.’” 『화엄경(華嚴經)』에서는 말하였다. “억겁(億劫) 중에서라도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일을 만나서 정법을 받아 듣고 존중하고 신봉하여 그 진실을 깨닫기란 심히 어려운 일이다.”
『현겁경(賢劫經)』에서는 말하였다. “이 현겁(賢劫)1) 이후의 65겁 동안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일이 없다. 그 뒤에 한 겁이 있어서 대명칭(大名稱)이라고 이름하는데, 그 한 겁 동안에 십천(十千)의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 대명칭겁 이후의 8십천 겁 동안은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일이 없다. 그 뒤에 한 겁이 있어서 성유(星喩)라고 이름하는데, 그 한 겁 동안에 8십천의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 성유겁 이후 3백 겁을 지나도록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는 일이 없다. 그 뒤에 한 겁이 있어서 공덕장엄(功德莊嚴)이라고 이름하는데, 그 한 겁 동안에 8만 4천의 부처님들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
【문】 사람 몸 받기 어렵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답】 모든 계경(契經) 안에서 한결같이 이렇게 설하고 있다. 『잡아함경(雜阿含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비유하자면 대지에 흐르는 물이 가득한데 어떤 사람이 나무를 가져다가 구멍을 하나 뚫은 다음 물속에 던져두는 것과 같으니, 이 나무는 가볍게 떠올라 바람에 밀려 흘러 다닌다. 동풍이 불면 서쪽으로 가고 서풍이 불면 동쪽으로 가며 남풍과 북풍이 불어도 또한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그 물속에는 수명이 몇 백 살인지도 모르는 어떤 외눈박이 거북이가 살고 있다. 이 거북이는 무릇 백 년을 지날 때마다 스스로 물속으로부터 한 번씩 떠올라 나무 구멍 안에 머무른다.
040_0851_c_02L모든 비구들이여, 그대들의 생각은 어떠한가? 저 외눈박이 거북이가 이와 같이 나이가 아주 오래 됨에 이르도록 백 년에 한 번씩 떠오른다고 해도, 흘러 다니는 나무의 구멍을 능히 만날 수 있겠느냐?’ 모든 비구들이 말했다.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부처님께서 세계에 나시어 설법하고 교화할 때를 만나 바른 도를 깨닫고 열반을 얻기에 이르는 일도 역시 이와 같이 아주 어려우며, 혹은 때를 모두 갖추어서 사람의 몸을 받는 일도 또한 어렵다.’”
【문】 온전히 때를 갖추어서 받기 어렵다는 것은 어떻게 능히 알 수 있는가? 【답】 모든 계경(契經) 안에서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곧 『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이여, 여덟 가지의 어려움이 있으니 때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당연히 범행(梵行)을 닦지 못한다. 무엇을 여덟 가지라고 하는가?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때라면 법의 요체를 널리 펴시고 유정들을 제도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신다. 그러나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지옥 안에 있으니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첫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때라면 법의 요체를 널리 펴시고 유정들을 제도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신다. 그러나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축생 안에 있으니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두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때라면 법의 요체를 널리 펴시고 유정들을 제도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신다. 그러나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아귀 안에 있으니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세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때라면 법의 요체를 널리 펴시고 유정들을 제도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신다. 그러나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장수천(長壽天)에 있으니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네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040_0852_a_02L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때라면 법의 요체를 널리 펴시고 유정들을 제도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신다. 그러나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악하고 사납고 잔인한 변방(邊方)에 있으니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다섯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때라면 법의 요체를 널리 펴시고 유정들을 제도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신다. 그러나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비록 국가의 중심부에 태어나더라도 더러는 귀머거리이고 더러는 벙어리로서 신체 기관을 온전히 갖추지 못하여, 훌륭한 가르침이든 악한 가르침이든 그 뜻을 알지 못하니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여섯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셨을 때라면 법의 요체를 널리 펴시고 유정들을 제도하여 열반에 이르도록 하신다. 그러나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국가의 중심부에 태어나 귀머거리도 아니고 벙어리도 아니고 여섯 가지 신체 기관을 온전히 갖추어서 훌륭한 가르침이든 악한 가르침이든 모두 능히 알고 있다. 그러나 생각이 삿되고 뒤바뀌고 분별을 일으켜서 말하기를, 보시도 없고 이익도 없고 또한 사화(事火)도 없으며 선한 행동이든 악한 행동이든 어떤 업에도 과보는 없으며 이 세계도 없고 저 세계도 없으며 아버지도 없고 어머니도 없으며 세간(世間)과 사문과 바라문도 없으며 정취(正趣)니 정도(正道)니 하는 것도 없으며 아라한이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지혜로써 알고 신통력으로 성인의 경지를 증득하는 일도 없다고 한다.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일곱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혹은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은 국가의 중심부에 태어나 귀머거리도 아니고 벙어리도 아니고 여섯 가지 신체 기관을 온전히 갖추어서 훌륭한 가르침이든 악한 가르침이든 모두 능히 알며 생각도 바르고 뒤바뀌어 헛된 집착도 없으며 보시도 있고 이익도 있으며 나아가 아라한이 성인의 경지를 증득하는 일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와 계시지 않으며 법의 요체를 설하시지도 않는다. 이것을 범행을 닦는 이들이 때를 맞추는 여덟 번째 어려움이라고 한다. 모든 비구들이여, 반드시 알아야 하니 하나의 때를 맞추는 것은 범행을 닦는 일에 응하여 어우러져 들어맞는다. 말하자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시어 법의 요체를 펴시니 처음도 훌륭하고 중간도 훌륭하고 끝도 훌륭하며, 말씀의 뜻이 심원하며 순수하고 일정하여 잡됨이 없으며 청정한 범행의 모습을 온전히 갖추고 있다.
040_0852_b_02L그리고 유정들 가운데 어떤 무리들이 국가의 중심부에 태어나서 귀머거리도 아니고 벙어리도 아니고 여섯 가지 신체 기관을 온전히 갖추어서 훌륭한 가르침이든 악한 가르침이든 모두 능히 알며, 바른 생각을 온전히 갖추어서 뒤바뀌어 헛된 집착을 일으키지 않으며, 보시도 있고 이익도 있으며 또한 사화(事火)도 있고 선한 행동이든 악한 행동이든 어떤 업에도 과보가 있으며, 이 세계도 있고 저 세계도 있으며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으며 세간과 사문과 바라문도 있으며 정취(正趣)와 정도(正道)도 있으며, 아라한이 이 세계와 저 세계를 지혜로써 알고 신통력으로 스스로 성인의 경지를 깨닫는 일도 있다고 말한다. 이것을 하나의 때를 맞추는 것이 어우러져 들어맞는다고 한다.’” 『대집경(大集經)』의 「월장품(月藏品)」에서 말하였다. “모든 어진 자들이여, 때가 맞아 어우러져 들어맞는 일은 때에 응하여 향을 내는 나무와 같이 더없이 얻기가 어렵다.”
무엇을 열 가지라고 하는가? 『초월하족경(超越下族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첫째는 만약 선남자와 선여인이 속으로 보리심을 이미 발했다면 바로 청정한 믿음이 생겨난다. 둘째는 넓고 큰 청정함으로 성현을 뵙고자 한다. 셋째는 정법을 즐겨 듣는다. 넷째는 인색하고 시기하는 마음을 내지 말고 크게 보시를 널리 행한다. 다섯째는 몸을 단정히 하고 마음을 다잡아서 열반의 도를 즐긴다. 여섯째는 걸림 없는 마음과 선한 마음을 널리 베푼다. 일곱째는 모든 업과 모든 업의 과보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여덟째는 분별을 일으키지 않는다. 아홉째는 구하지 않고 의심하지 않으며 지혜를 더럽히지 않는다. 열째는 선악의 과보를 거스르지 않는다. 만약 이와 같은 열 가지를 이미 온전히 안다면, 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어떤 악도 짓지 않는다.”
040_0852_c_02L【문】 여기에서 마땅히 묻기를, 무엇을 일컬어 믿음이라고 하는가? 【답】 믿음이란 성현을 향하고 따라서 어떤 악도 짓지 않는 것을 말한다. 『파염혜경(破染慧經)』에서 설한 것과 같다. “모든 선한 법 가운데에서 믿음을 앞잡이로 삼는다. 여기에서 믿음이란 어떤 뜻인가? 믿고 따른다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능히 아무런 걸림도 없는 여래의 지혜를 온전히 갖추어서 능히 보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려운 깊고 깊은 정법을 펴며 애욕(愛慾)의 얽힘을 영원히 끊는다.
눈도 없고 눈의 멸함도 없으며, 귀ㆍ코ㆍ혀ㆍ몸ㆍ의식도 없고, 귀ㆍ코ㆍ혀ㆍ몸ㆍ의식의 멸함도 없으며, 머무름도 없고 머무름이 없음도 아니며, 즐겁다는 생각도 없고 즐겁다는 생각이 없음도 아니며, 예순 가지의 음성과 문구를 갖추며 말로써 지은 업이 차례로 청정하고 순결해지며, 그 몸은 더없이 청정해지고 그 마음은 온갖 대상의 모양을 드러내니 부처님 여래께서 알지 못하시는 것이 없고 보지 못하시는 것이 없으며, 깨달음을 이루지 못하시는 것이 없고 환하게 알아차리지 못하시는 것이 없으며, 여래께서는 청정한 눈과 널리 빠짐없이 보는 눈을 통하여 잘못을 영원히 끊어내시고 탐욕과 애욕을 멀리 여의시며, 육안(肉眼)의 능력을 넘어 모든 의심의 어둠을 부수고 깊고 깊은 정상(頂相)을 능히 관조(觀照)하시어 위없는 제일의제(第一義諦)를 널리 펴시는 것을 말한다. 일체의 불법을 비록 다시 분별하더라도 이와 같은 불법으로써 연기(緣起)를 헐뜯지 않으면 이것을 일컬어 믿음이라고 한다.”
『신력입인법문경(信力入印法門經)』에서는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묘길상(妙吉祥)이여, 무엇을 일컬어 믿음의 힘[信力]이라고 하는가? 일체의 불법을 지금 당장 마음에 새겨서 따르고 믿고 이해하여 의심이 없고 또한 따로 구하지 않으며, 굳게 마음을 정하여 참으로 업과 업의 과보를 믿고, 믿는 마음에 잡됨이 없으며, 공(空)과 모양 없음과 아무것도 지어내기를 원하지 않는 일체의 행과 일체 법에 대해 한결같이 청정한 믿음을 낳는다고 말하며, 보시에는 보시의 과보가 있고 지계에는 지계의 과보가 있고 인욕에는 인욕의 과보가 있고 정진에는 정진의 과보가 있고 선정에는 선정의 과보가 있고 지혜에는 지혜의 과보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040_0853_a_02L이와 같이 그것의 청정한 모양을 설하면 대승(大乘)에 대한 훌륭한 이해 안에서 청정한 믿음을 낳는다. 이것을 일컬어 믿음의 힘이라고 한다. 만약 다시 모든 집착을 훤히 알아차린다면 이것은 믿음의 뿌리라고 한다. 혹은 뿌리이고 혹은 힘이니 통틀어서 믿음이라고 한다. 또다시 여기에서 무엇을 믿음의 힘이라고 하는가? 믿음이란 마음에 새겨두고 따르는 것이며 능히 남의 말을 믿는 것을 말한다. 보살을 닦는 이가 남의 말을 믿는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 남의 가르침을 듣고 보리심을 내어 보살의 행을 닦는 것을 말한다. 보살은 바라밀다에 의지하여 훌륭하고 교묘한 방편 및 네 가지의 거두어들이는 법[四攝法] 등의 일체의 불법과 보살법에 대한 가르침을 남으로부터 이미 듣고 더없이 청정한 믿음을 낳는다. 이러한 것을 일컬어 믿음의 힘이라고 한다.’”
『보살장경(菩薩藏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사리자여, 이 보살의 행을 닦는 이는 안으로 보리심을 이미 발하여 바로 청정한 믿음을 낳으며, 넓고 큰 청정함으로 성현을 뵙고자 하여 정법을 즐겨 들으며 굳게 마음을 정하여 모든 업과 모든 업의 과보가 있다는 것을 믿으며, 열 가지 선하지 않은 업을 끊고 열 가지 선한 업을 닦는다. 사문과 바라문 그리고 정취(正趣)와 정도(正道)가 있다는 것을 믿으며, 다시 많은 것을 듣고 들은 것과 서로 응하여 마음과 뜻이 한데 어울리고 의혹을 초월하여 후유(後有)2)를 받지 않는다.
모든 불보살과 성문 등의 참된 선지식들을 항상 친하고 가까이하면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일으키며, 그 선지식들이 말씀하시는 모든 업과 모든 업의 과보를 믿으며, 그릇을 미리 알고서 깊고 깊은 논의의 말을 설한다. 공(空)과 모양 없음과 바람 없음과 행 없음과 생겨남 없음과 일어남 없음에 대한 논의, 나 없음과 인간 없음과 유정 없음과 정해진 목숨 없음에 대한 논의, 그리고 연(緣)을 따라 생겨난다는 것에 대한 논의를 말한다. 그는 이 모든 논의의 말을 이미 들어서 아무런 의심도 없고 또한 집착도 없기에 5온(蘊)과 12처(處)와 18계(界) 등을 따라 들어가도 한결같이 마땅히 집착이 없으며, 모든 법의 본래 성질은 한결같이 공함을 믿기 때문에 부처님의 지혜를 추구하되 순수하고 한결같아서 방일하지 않는다. 무엇을 불방일(不放逸)이라고 일컫는가? 만약 모든 감각 기관이 흩어져 혼란을 일으킬 때는 마땅히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고 남의 마음도 따라서 보호해 주는 것을 말한다.’”
040_0853_b_02L『월광보살경(月光菩薩經)』에서 말하였다. “유정들이 삼보(三寶) 안에서 청정하게 믿는 마음을 일으키기란 참으로 얻기 어렵다. 비유하자면, 저 여의주 보배를 구하여 얻는 일처럼 어렵다.” 『입여래공덕지부사의경계경(入如來功德智不思議境界經)』에서는 말한다.
“성제개장보살(聖除蓋障菩薩)과 묘길상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다섯 가지의 법이 있으니 모든 보살마하살은 반드시 훌륭한 이해를 낳아서 혹은 이러하고 혹은 저러한 가장 훌륭한 아승기(阿僧祇)의 공덕을 모두가 얻도록 하라.
무엇을 다섯 가지라고 하는가? 첫째 일체 법은 공하며, 둘째 일체 법은 맞서 물리침이 없으며, 셋째 일체 법은 생겨남이 없으며, 넷째 일체 법은 멸함이 없으며, 다섯째 일체 법은 말할 수도 없고 기록할 수도 없다. 이와 같은 다섯 가지에 대해 마땅히 훌륭한 이해를 낳아야 하니 염부제(閻浮提) 땅의 작은 먼지 수를 능가하는 온갖 행동거지와 움직임의 대상에 대하여 여래께서는 한결같이 알음알이를 내는 일도 없고 또한 분별함도 없다. 그러나 중생의 마음과 뜻에 맞는 때이든 아니든 모든 것은 항상 굴러간다.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에 대해 반드시 훌륭한 이해를 낳아야 한다.’”
『성하소나이연기경(星賀騷那你緣起經)』에서는 말하였다. “세존이신 석가모니여래께서는 유정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이익되게 하기 위한 까닭에 긍가(殑伽: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겁 동안 모든 행을 닦아 내려와 정각을 완성하여 보이시니, 모든 보살마하살은 이에 대해 믿음과 이해를 마땅히 낳아야 한다. 또한 세존 석가모니여래께서는 연등(燃燈)부처님으로부터 기별(記別)을 받고 그 중간에 훌륭한 행을 닦아 내려오면서 모든 부처님들의 경지에 두루 들었으며, 가없는 겁을 거쳐 지금에 이르러서 정각을 완성하여 보이셨으니 이에 대해 마땅히 믿음과 이해를 낳아야 한다. 또한 세존이신 석가모니여래께서는 석가족(釋迦族)이 죽임을 당하게 된 인연을 아시고 유정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이익되게 하기 위한 까닭에 가없는 겁을 거쳐 훌륭한 행을 닦아 내려와 정각을 완성하여 보이시니 이에 대해 마땅히 믿음과 이해를 낳아야 한다. 이러한 까닭에 반드시 알아야 하니, 일체의 유정들이 보리심을 발하는 이것을 어렵다고 하는 것이다.”
040_0853_c_02L【문】보리심을 발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면 어떻게 해서 이제 다시 발하여 일어나도록 할 수 있겠는가? 【답】 많은 경전에서 설하고 있다. 먼저 『화엄경(華嚴經)』에서 말하였다. “세간의 유정들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하기란 참으로 어렵다. 반드시 알아야 한다. 보리심은 마치 주변에서 흔히 보는 씨앗과 같다. 이것으로써 세상의 모든 선한 법이 씨를 품기 때문이며, 모든 불법의 경지처럼 일체의 악을 짓는 일을 능히 남김없이 태워버리기 때문이며, 마치 겁의 불꽃[劫火]처럼 일체의 선하지 않은 법을 능히 부수어 없애기 때문이며, 마치 넓은 땅처럼 일체의 도리를 능히 성취하기 때문이며, 마치 보배 중의 왕인 마니보주(摩尼寶珠)처럼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가득 채워 주기 때문이며, 마치 현병(賢甁)3)처럼 생사의 흐름 속에서 구해 주기 때문이며, 마치 훌륭한 낚싯밥처럼 모든 세계의 천인(天人)과 아수라 내지 모든 부처님들의 법과 모든 부처님들의 공덕이 한결같이 그 보리심의 공덕을 칭찬하기 때문이며, 마치 부처님의 사리탑처럼 그 안에 모든 보살의 행과 훌륭한 경지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 보리심은 다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든 부처님들을 낳는다. 선남자들이여, 비유하자면 마치 철금광(鐵金光)이라는 약처럼 이 약 한 냥은 능히 천 냥의 쇠를 금으로 바꾸어 주나, 반대로 그 천 냥의 쇠는 한 냥뿐인 이 거룩한 약을 능히 부수지 못한다. 보리심을 내는 것도 역시 이와 같아서, 만약 능히 한 번 발하면 일체지(一切智)의 마음이라는 미묘하고 거룩한 약의 선근(善根)과 회향지(廻向智)가 거두어들여서 업에 의한 일체의 장애를 능히 일체 법과 일체지의 금(金)으로 모두 변하도록 하며, 반대로 업에 의한 일체의 장애는 일체지의 마음을 능히 더럽히지 못한다.
040_0854_a_02L선남자들이여, 이것은 또한 횃불을 들고 어두운 방 안으로 들어가는 것처럼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그 안에 쌓여 있던 백천 년 동안의 어둠은 모두 부수어져 없어지고 그 안은 환하게 밝게 빛난다. 보리심을 발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일체지의 마음이라는 크고 밝게 빛나는 횃불을 들고 유정들의 어두운 방과 같은 마음과 생각 안으로 들어가면, 그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말로 다할 수 없는 백천 겁 이래로 쌓여 있는 저 일체의 업에 의한 번뇌의 장애와 암흑 같은 무명을 모두 없애 버리며 이로써 큰 지혜의 빛이 생겨나와 밝게 비춘다.
선남자들이여, 이것은 또한 대용왕(大龍王)의 머리 위에 있는 대여의묘보왕관(大如意妙寶王冠)과 같아서 감히 다른 원수가 침범해 와서 두렵게 하지 못한다. 모든 보살마하살도 이와 같아서 최고의 보리심 및 대비심(大悲心)이라는 묘보왕관(妙寶王冠)은 어떤 악이나 어떤 악한 무리들도 감히 침범해 와서 두렵게 하지 못한다. 또한 이것은 해와 달의 청정하고 둥근 빛 안에 더없이 밝게 비추는 곳이 있는데, 여기에서는 어느 것이든 일체의 금은과 진기한 보배와 꽃다발과 의복 등의 훌륭하고 미묘한 악기가 응하여 드러나지만, 이것들을 모두 통틀어 함께 모아 놓더라도 한결같이 보배 중의 왕인 여의보주(如意寶珠)와는 그 가치를 비교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보리심을 발하는 것도 이와 같아서 삼세(三世)에 걸친 일체지의 지혜를 끝까지 다하여 법계도량(法界道場)을 따라 밝게 비추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일체의 유정들과 일체의 천인들과 아울러 저 일체의 성문과 연각들이 응하여 나타나지만, 만약 유루(有漏)이든 무루(無漏)이든 그 일체의 선근은 한결같이 발보리심(發菩提心)이라는 자재보왕(自在寶王)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다. 또한 소나 양의 젖이 큰 바다 안에 가득하다고 할지라도, 만약 사자의 젖이 그 발자국만큼의 분량이라도 바다 안에 떨어지면 소나 양의 모든 젖은 능히 엉기어 굳지도 않고 또한 더불어 섞이지도 않는 것과 같다.
040_0854_b_02L보리심도 또한 이와 같아서 말로 다할 수 없는 백천 억 겁 동안 쌓여온 모든 업과 번뇌가 마치 큰 바다와 같으나, 사자와 같은 대장부 여래께서 일체지의 마음을 발하여 한 방울의 젖을 그 바다에 떨어뜨리면, 모든 업과 번뇌가 영원히 다하여 남아 있지 않고 어떤 성문 및 연각의 해탈법과도 더불어 섞이지 않는다. 또한 이것은 마치 용맹스러운 사람을 친하여 가까이하면 일체의 원수와 악마가 침범할 수 없는 것과 같다. 보리심을 발하는 것도 역시 이와 같아서 만약 용맹스러운 보살을 친하여 가까이 하면 일체의 해악을 끼치는 원수가 침범할 수 없다.
또한 이것은 깨어지고 남은 금강(金剛) 보배와 같다. 비록 손상을 입기는 했지만 온갖 보배들 가운데 여전히 가장 훌륭하여 다른 모든 장엄구(莊嚴具)들을 능히 뛰어넘는다. 저 금강 보배라는 이름도 역시 파손되거나 소멸되지 않고 널리 모든 가난을 있는 대로 능히 구하여 건져 준다. 조그마한 보리심도 역시 이와 같아서 마치 깨어지고 남은 보배와 마찬가지로 비록 아직은 충분히 갖추어져 있지 않지만, 역시 일체의 성문과 연각들이 공덕을 쌓아 아름답게 꾸민 것을 능가하며 저 보살이라는 이름도 역시 죽어 없어지지 않고 거룩한 재물이 없는 가난한 이들을 구하여 건져 준다.”
『승군왕문경(勝軍王問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시여, 훌륭하고도 훌륭합니다. 그대는 능히 불법을 사랑하고 즐기면서 추구할 수 있습니다. 마치 대왕인 그대가 지금 교살라국(憍薩羅國)을 다스리면서 모든 백성들을 이익되게 하고 안락하게 하며 불행에서 구하여 건네주고 평안하게 하며 붙잡고 이끌어서 바른 길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만약 그대가 능히 일체의 유정들에게 널리 이익을 주고자 한다면, 그들로 하여금 일체지의 마음을 발하여 일체의 불법을 가득 채우도록 하고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도를 깨닫게 하도록 하십시오. 이것은 더욱 큰 이익입니다. 또한 다시 대왕이시여, 저 기타림(祇陀林) 안에는 항상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백천(百千)의 성인들과 현인들이 은거(隱居)하고 있으니, 존중(尊重)하는 생각을 내십시오.
040_0854_c_02L대왕이시여, 저 모든 성인들과 현인들은 정등각(正等覺)에 대한 기꺼운 바람이 있고 믿음이 있으며 구함이 있고 원함이 있으며 칭찬함이 있고 더불어 기뻐하는 마음을 냅니다. 이 모든 성인들과 현인들은 혹시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하거나 생각할 때에도 모두 믿음을 무겁게 냅니다. 왜냐하면 대왕이시여, 그곳에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백의 부처님께서 출현하셨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백의 법바퀴[法輪]를 굴리셨고,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백의 거룩한 무리들이 줄지어 깨달음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하여 나아가 이루 헤아릴 수 없는 백천 억 나유다(那庾多)의 긍가(殑伽)의 모래알 수만큼 많은 모든 부처님들께서 출현하시어 정법의 바퀴를 굴려서 거룩한 무리들을 교화하고 제도하시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이 저 모든 성인들과 현인들은 한결같이 보리를 기꺼이 바라고 믿고 구하고 원하는 마음을 냅니다.’”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 : 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상법(像法) : 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육정(六情) : 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연라(煙蘿) : 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향계(香界) : 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십성(十聖) : 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삼현(三賢) : 10주(住)・10행(行)・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건원(乾元) : 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태역(太易) : 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천식재(天息災) 등 : 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사인(四忍) : 무생법인(無生法忍)・무멸인(無滅忍)・인연인(因緣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오성(五聲) : 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풍율(風律) : 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사시(四始) : 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상성(上聲)・거성(去聲)・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화택(火宅) : 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금륜왕[金輪] : 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 : 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0)석전(釋典) : 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1)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2)삼진(三辰) :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3)구위(九圍) : 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4)진문(眞文) : 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5)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법천(法天)・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6)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7)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8)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29)금상(金像) : 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0)규구(規矩) : 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척도・법규를 뜻한다.
31)역경원(譯經院) : 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2)법현(法賢) : 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3)각로(覺路) : 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4)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5)성고(聖考) : 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6)추호(追號) : 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7)담제(禫祭) : 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
1)3겁(劫)의 하나로 현재의 주겁(住劫)을 말한다.
2)뒷날의 존재를 뜻한다. 즉, 윤회로 인해 받는 몸이다.
3)현(賢)은 선(善)의 뜻으로, 선을 생기게 하여 마음이 원하는 것을 뜻대로 나오게 하는 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