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모두 알 수는 없구나. 정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어라.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구나.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는 것이다.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다.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40_0890_b_02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과 화택(火宅)16)의 심오한 비유는,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40_0890_c_02L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그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
040_0891_a_02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라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040_0891_b_02L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상두산(象頭山)에서 큰 비구[苾芻]들 7만 2천 명과 함께 계셨으니, 그들은 다 아라한(阿羅漢)으로서 모든 번뇌가 이미 다 없어져 다시는 번뇌가 없으며, 마음이 잘 해탈되고 지혜가 잘 해탈되어 마치 큰 용왕(龍王)처럼 모든 할 일을 이미 끝냈으며, 모든 무거운 부담을 벗어나 자기의 이익을 얻고 모든 존재의 결박을 끊어 그 바른 지혜와 묘한 마음으로 함께 해탈하게 되었다. 또 마음이 자유로워 수승(殊勝)한 피안(彼岸)에 이르고 법계에 잘 들어가 법의 깃발[幢]을 세우며, 마음이 일체 이양(利養)을 버리고 올바르게 출가함으로써 지극히 선한 일만을 원만히 갖추고 모든 바람[願]을 만족하게 이루어 열반의 도에 머물렀다. 오직 한 범부만 현재 배움의 자리[學地]에 있었으니, 이른바 존자 아난(阿難)이었다.
여러 보살마하살 8만 4천 명은 다 한 생만 지나면 부처님 지위에 오를 자들인 만큼,38) 모든 다라니[總持]와 일체 지혜를 얻고 현전(現前)에 일체 지혜를 향해 나아가고 점점 일체 지혜에 들어가고 더욱 일체 지혜를 넓힘으로써 거리낌 없는 다라니와 모든 삼매를 얻으며, 다시 수릉엄왕(首楞嚴王)의 미묘한 삼매에 편히 머물러 큰 신통을 갖춤으로써 유희가 자재하여 가볍고도 편안한 길을 밟으며, 일체 거리낌과 더러움의 일어남을 털어버리고 대자대비로써 시방 일체 세계를 두루하지만, 그 그지없는 일체 불찰(佛刹)을 초월해 공(空)한 행과 상(相) 없는 행과 바람[願] 없는 행을 통달함으로써 그 모든 집착을 털어버리며,
일체 중생들에게 이로운 수승한 행을 애써 일으켜 일체 부처님의 경계에 잘 들어감으로써 그 마음이 허공과 같이 그지없는 지혜를 갖추고 그 마음이 큰 바다와 같이 깊어서 밑이 없고, 그 마음이 수미산왕(須彌山王)과 같이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고 그 마음이 연꽃과 같이 더러움에 물들지 않고 그 마음이 묘한 보배와 같이 지극히 맑고 깨끗하며, 그 마음이 순금(純金)과 같이 곱고도 환하고 깨끗하였다.
040_0892_a_02L다시 현호(賢護)대사 등 16대사와 자씨(慈氏)보살 등 현겁 중의 일체 보살마하살들이 있었으며, 사대왕천주(四大王天主) 등 사대왕천의 여러 천자들과 제석천주(帝釋天主) 등 도리천(忉利天)의 여러 천자들과 수야마천주(須夜摩天主) 등 수야마천의 여러 천자들과 도솔타천주(兜率陀天主) 등 도솔타천의 여러 천자들과 선변화천주(善變化天主) 등 화락천(化樂天)의 여러 천자들과 타화자재천주(他化自在天主) 등 타화자재천의 여러 천자들과 도사(導師) 등 선분마왕천(善分魔王天)의 여러 천자들과 대범천주(大梵天主) 등 범천의 여러 천자들과 대자재천주(大自在天主) 등 5정거천(淨居天)의 여러 천자들이 있고,
비마질다라(毘摩質多羅)아수라왕ㆍ대력(大力)아수라왕ㆍ나후(羅睺)아수라왕 등 무수한 백천 아수라 무리들과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대용왕ㆍ마나사(摩那斯)대용왕ㆍ사가라(娑伽羅)대용왕ㆍ아난다(阿難多)대용왕ㆍ화소지(和蘇枳)대용왕 등 무수한 백천 용왕의 무리들과 길상위광(吉祥威光)용왕의 자식 등 무수한 백천 용왕의 용자(龍子) 또는 용녀들과 그 밖의 무수한 백천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마후라가(摩睺羅伽)39)와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한 무리의 대중들이 다 모여 왔었다.
040_0892_b_02L이때 상두산(象頭山)의 사방 둘레 4유순(由旬) 안에 하늘과 사람 대중이 허공에까지 가득 차서 한 터럭 끝만큼이나 아주 가는 티끌만큼의 빈틈도 없었다. 그런가 하면 이러한 하늘ㆍ용ㆍ야차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와 사람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도 같은 무리들이 모여 있는 중간에 부처님께서 앉으실 묘한 사자좌(師子座)를 깔아 두었다. 그 자리의 높이는 1유순이고 가로와 세로는 다 같이 반 유순이었다. 거기에 무수한 백천 하늘의 미묘한 보배 연못으로 장엄하게 꾸며서 보배 방울과 보배 그물을 설치하고 보배 일산을 그 위에 가득 덮었다.
다시 무수한 하늘의 미묘한 비단으로 둘러싸기도 하고 드리워 걸기도 하여 진주 또는 미묘한 꽃들을 마구 뿌리며, 또 사자좌의 주위는 다 금강(金剛)으로 이루어진 땅이어서 장엄하게 꾸민 남다르고 미묘한 땅이 마치 손바닥처럼 평평한 데다가, 부드럽고도 맑고 깨끗하면서도 오묘한 향내가 풍기는 무수한 백천 하늘의 묘한 꽃들이 그 위에 깔려 있었다. 다시 수레바퀴만큼 큰 연꽃이 있어 무수한 백천 황금으로 잎이 되고 유리로 줄기가 되고 제청(帝靑)으로 대(臺)가 되고 마노(馬腦)로 꽃술이 되어 그 미묘한 향내가 사랑스럽고도 즐겨 쾌락할 만하니, 장엄은 다 부처님의 수용하는 것이며, 또 사자좌로부터 그렇게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는 네 구석엔 네 가지 보배 나무가 아주 솟아 있어 높이는 반 유순이고 둘레는 넓고도 울창하여 3구로사(俱盧舍)40)였다.
040_0892_c_02L그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의 사자좌에 올라 지극히 맑고 깨끗한 지혜로써 묘법의 바퀴를 굴리어 마군을 항복시키시되 세간의 법을 더럽히지 않고 사자후(師子吼)의 밝고도 두려움 없음을 외치시니, 마치 큰 연못이 맑고 깨끗하여 잡것이 없는 것 같고, 큰 바다가 묘한 보배를 널리 쌓아 깊어서 끝이 없는 것 같고, 수미산왕(須彌山王)이 온갖 산보다 높이 솟아 있는 것 같기도 하며, 태양의 광명이 위력 있는 밝은 빛을 나타내는 것 같고, 원만한 달을 사람이 사랑하고 즐거워함과 같고 큰 용왕이 법 비[法雨]를 퍼붓는 것 같기도 하고, 대범왕(大梵王)이 세간에서 가장 높은 것 같았는데, 불세존께서 그 무수한 백천 나유타의 범왕ㆍ호세(護世) 등과 그지없이 잘 다스려진 제자들과 함께 계셨으므로, 이때 대중들은 다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성껏 자세히 세존을 우러러보았다.
그때 세존께서 먼저 항상 지니고 계신 광명으로써 여러 대중들에 비추고 그 광명 속에서 다시 이마 위로부터 큰 광명을 내시니, 그 광명의 이름은 보조(普照)이다. 이 광명에는 또 무수한 백천 광명의 종류가 있어서 곧 시방일체 세계를 널리 비추고 나서 부처님 처소에 되돌아와서 오른편으로 세 번 돌고, 다시 세존의 입을 따라 들어가되 불세존 입의 모습은 조금도 동정(動靜)이 없어, 마치 해와 달의 광명이 다 허공계를 따라 들어가지만 허공계 역시 동정이 없는 것처럼, 부처님의 광명이 입에 들어갈 때 동정의 모습이 없음도 그러하였다. 또 마른 모래를 쌓은 데에 소유(酥油:蘇油)41)를 던지거나 혹은 물을 붓거나 하면 들어갈 때 아무런 동정이 없는 것처럼, 부처님의 광명이 입에 들어갈 때 동정의 모습이 없는 것도 또한 그러하였다.
그때 이 불찰에서 동방으로 항하강 모래수와 같은 세계를 거쳐 대연화(大蓮華)라는 세계가 있었다. 그 세계 가운데 연화안(蓮華眼) 여래ㆍ응공ㆍ등정각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란 부처님이 계시어 여러 보살들을 위해 법요(法要)를 잘 펼쳐 말씀하시는데[宣說], 그 베풀어 말하는 법이 다만 1승(乘)으로써 이익을 일으키기 때문에 저 불찰 가운데엔 성문ㆍ연각이란 명자(名字)마저 없거늘 하물며 성문ㆍ연각승의 법이겠는가.
040_0893_a_02L 또 저 세계의 중생들은 다 보살의 행하는 법을 닦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퇴전(退轉)하지 않게 되며, 또 저 세계에선 음식으로써 생활하지 않아 모든 보살들이 다 등지(等持)와 정려(靜慮)와 법의 기쁨으로써 음식을 삼으며, 또 저 세계에선 해와 달, 별 따위가 비추는 것을 광명으로 삼지 않고 다 여래의 몸에서 뿜어내는 광명이 널리 비춰 맑고 깨끗할 뿐이다. 또 저 불토에는 물ㆍ나무와 모래ㆍ자갈과 흙ㆍ돌ㆍ산 따위가 없이 땅의 평평하기가 손바닥과 같으며, 거기에 제개장(除蓋障)이란 보살마하살이 있어 홀로 한 곳에 거처하는데, 어떤 중생이든 이 보살의 이름을 들은 자는 일체의 거리낌과 더러움이 다 깨끗이 제거되었다.
이때 제개장 보살마하살이 부처님의 광명이 비춰 닿는 데 힘입어 자기 처소를 떠나서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의 두 발 아래에서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그런가 하면 나머지 보살들도 각각 광명이 비춰 닿는 데 힘입어 모두들 머물던 곳을 떠나 함께 저 세존 연화안 여래의 처소에 나아가서 각각 부처님 발아래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나 있었다.
그때 제개장 보살마하살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연화대 위에 대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예배하면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이 광명이 지극히 선하고 더러움이 없어 맑고 깨끗하고 뜻을 즐겁게 하여, 이 광명이 비추는 것에 힘입는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그 몸과 마음을 조복되고 화창하게 하나이까?”
040_0893_b_02L그때 연화안 여래가 제개장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이 불찰에서 서방으로 항하강의 모래 숫자와 같은 세계를 지나면 사바세계가 있고 그 세계 가운데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등정각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 계신다. 어떤 중생이든 저 여래의 이름을 들은 사람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퇴전하지 않게 되나니, 이 광명은 바로 저 여래께서 나타내신 것이니라.” 즉시 제개장 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모든 중생으로 여래의 이름을 들은 사람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퇴전하지 않게 되나이까?”
연화안 여래가 제개장 보살마하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저 여래께서 옛날 보살의 도를 닦으실 때에 ‘바라건대 내가 앞으로 바른 깨달음을 성취하고 난 뒤에는, 일체 중생으로서 내 이름을 들은 사람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퇴전하지 않게 하리라’는 바람[願]을 내어 말씀하셨기 때문이니라.”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 저 세계의 일체 중생들이 다 퇴전하지 않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렇지 않느니라. 선남자여.”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그렇다면 중생으로서 저 부처님의 이름을 듣지 못하는 자가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일체가 다 듣느니라.”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일체가 다 듣는다면, 어찌 퇴전하지 않는 것을 얻지 못하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040_0893_c_02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만약 어떤 중생이 여래의 이름을 들음으로 해서 퇴전하지 않을 종자를 자라게 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말한 그대로 이러한 중생은 퇴전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지 여래의 이름만을 듣는다고 하여 역시 한꺼번에 다 퇴전하지 않을 지위를 얻는 것은 아니니라. 선남자여, 내가 이제 다시 비유를 들어 이 이치를 말하겠노라. 마치 어떤 나무의 종자를 처음 심어 두지만 그 종자가 모든 과실(過失)을 이겨낸 다음에야 그 인연으로 싹과 줄기가 자라나고 크게 성장하여 열매가 맺어지는 것과 같나니, 선남자여, 저 나무를 무엇 때문에 다만 종자만을 말하는가.”
제개장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그 종자가 모든 과실을 이겨냄으로 말미암아 열매가 맺어지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퇴전하지 않는 중생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겨우 저 여래의 이름을 들음으로 말미암아 그때부터 퇴전하지 않는 종자를 두루 갖추어 자라게 한다면 그 중생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퇴전하지 않게 되느니라.”
그때 제개장보살이 연화안여래에게 여쭈었다. “제가 이제 사바세계에 나아가 세존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을 뵙고서 예배하고 친근(親近)하며 존중(尊重)하여 공양하고자 합니다.” 이에 연화안여래께서 제개장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가 가려고 한다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그러자 다른 여러 보살들이 함께 연화안여래에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도 사바세계에 나아가 세존 석가모니 여래ㆍ응공ㆍ등정각을 뵙고서 예배하고 친근하며 존중하여 공양하고자 합니다.”
040_0894_a_02L그때에 세존께서 여러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대들이 가려면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라. 그러나 그대들이 저 세계에 가서 방일(放逸)한 마음을 내어서는 안 될 것이니라. 왜냐하면 저 세계 가운데 사는 중생들은 매우 탐욕스럽고 성내며 어리석어서 사문ㆍ바라문과 부모라는 생각이 없느니라. 게다가 올바르지 않은 짓을 하기 좋아하여 사납고도 거칠어 입으로 나쁜 말을 내뱉기 일쑤이다. 거만하고 경솔하고 더럽고 개으르며 계율을 깨뜨리고 나쁜 짓을 저지르고 간탐(慳貪)과 질투가 더할 나위 없어 이러한 갖가지 번뇌와 그에 딸린 번뇌들이 있는데, 저 불세존이 이러한 나쁜 중생들 가운데에서 설법하시느니라.”
여러 보살들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 여래께선 행하기 어려운 일을 실천하십니다. 이러한 나쁜 중생들 가운데에서 능히 설법하시니 말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여, 그렇고 그러하느니라. 저 여래께서 행하기 어려운 일을 능히 실천하시느니, 나쁜 중생들 가운데에서 설법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라.
또 선남자여, 저 중생들도 역시 행하기 어려운 일을 실천하는 것이라 하겠구나. 저 온갖 더러운 세계에서 능히 한 가지 착한 마음이라도 내는 이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라. 왜냐하면 맑고 깨끗한 세계 가운데에서 맑고 깨끗한 중생이 착한 마음을 내는 것이야 어찌 희유(希有:있기 어려움)하다고 하겠는가만 저 온갖 더러운 세계 가운데에서 능히 착한 행을 일으킴이 매우 희유하기 때문이다.
손가락 한번 튀기는 동안이나마 능히 불ㆍ법ㆍ승 삼보(三寶)에 귀의하고, 손가락 한번 튀기는 동안이나마 맑고 깨끗한 계율을 닦아 지니며, 손가락 한번 튀기는 동안이나마 탐착(貪着)하는 마음을 버리고, 손가락 한번 튀기는 동안이나마 가엾이 여기는 뜻을 일으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는 이것이 매우 희유하기 때문이니라.”
여러 보살들이 말하였다. “과연 희유한 세계이고 희유한 선서(善逝)42)이십니다.” 그때 제개장보살을 비롯한 여러 보살들이 함께 ‘거룩하십니다’고 찬탄하고, 저 부처님 처소에서 그의 행상(行相)과 같이 부처님 말씀을 듣고 부처님 교훈에 수순(隨順)하여 각각 땅에 엎드려 부처님께 예배하고는, 그 부처님의 법회로부터 나왔다.
040_0894_b_02L그리고서 그들은 한꺼번에 사바세계에 가서 세존 석가모니 부처님께 공양할 일을 시작하는데, 혹은 보배 나무의 그 둥근 가지ㆍ줄기와 무성한 빛깔ㆍ모양과 두루 갖추어진 꽃이나 과일을 나타내고, 혹은 파리 보배 나무를 나타내며, 혹은 겁 나무[劫樹]를 나타내고, 혹은 진금 나무를, 혹은 온갖 꽃나무를 혹은 온갖 과일나무를 나타내며, 혹은 보배 옷 구름을, 혹은 장엄 구름을, 혹은 바르는 향 구름을, 혹은 보배 다발 구름을, 혹은 보배 일산 구름을, 혹은 가루향 구름을, 혹은 북 따위 악기 구름을 나타내었다. 그들의 능력대로 각각 조화를 부리고는 함께 모여 길을 인도하면서 제개장보살을 비롯한 여러 보살 대중이 사바세계에 이르렀다.
그때 제개장보살이 여러 보살들에게 말하였다. “어진 이들이여, 저 사바세계의 중생들은 그 고통이 길고도 무거우니만큼 어진 이들은 각자의 신통력에 따라 잘 변화해 가서 저 중생들로 하여금 수승 미묘한 즐거움을 얻도록 해야 합니다.” 이때 여러 보살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그 지시에 따라 행동하였다.
그때 제개장보살이 그의 색상(色相) 그대로 자기 신통력으로써 변화하는 일을 일으켰다. 즉 몸속으로부터 큰 광명을 내어 곱고도 오묘하고 맑고 깨끗하고도 즐거울 만한 이 광명을 비추는 것에 힘입은 중생들로 하여금 몸과 마음은 다 다스려지고 화창하게 하였다. 이 광명이 두루 삼천대천세계를 널리 비춤으로써 이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모든 지옥ㆍ아귀ㆍ축생 따위 중생들에게도 광명이 비춰 닿는 것에 힘입어 모두 고통을 털어버리고 성내는 마음과 해치는 마음을 거두고서 서로가 부모라는 생각을 일으켰다.
040_0894_c_02L또 이 삼천대천세계 가운데의 깊숙하고 어두워 해와 달의 광명이 널리 비추는가 하면, 해와 달처럼 큰 신력(神力)을 갖추고 큰 위덕(威德)이 있는 자재로운 빛도 이 광명이 비추는 것에 가리어 그 밝고도 빛나는 광명이 다 나타나지 않았다. 또 이 삼천대천세계에 광명이 널리 비춤으로써 그 중간에 살고 있는 중생들이 서로 볼 수 있고, 또 이 삼천대천세계의 모든 철위산(鐵圍山)ㆍ큰 철위산과 목진린타산(目眞隣陀山)ㆍ마하 목진린타산과 그 밖의 보산(寶山)ㆍ흑산(黑山) 등 모든 산에도 이 광명이 널리 비춤으로써 위로는 범천 세계와 아래로는 아비지옥에 이르기까지 그 중간의 일체 곳곳마다 광명이 비추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때 여러 보살 대중들도 저 색상(色相)을 따라 그 응해지는 대로 역시 신통력으로써 모든 변화하는 일을 일으켰다. 중생들로 하여금 먹을 것을 기다리는 자에겐 먹을 것을 얻게 하고, 마실 것을 기다리는 자에겐 마실 것을 얻게 했으며, 옷을 기다리는 자에겐 옷을 얻게 하고, 수레를 기다는 자에겐 수레를 얻게 하며, 재물을 기다리는 자에겐 재물을 얻게 하며, 눈이 어두운 자에게는 볼 수 있도록 하고, 귀가 먹은 자에게는 들을 수 있게 하며, 발가벗고 있는 자에게는 덮을 것을 얻게 하고, 미혹하거나 산란한 자에게는 바른 생각을 도로 찾게 하며, 괴로워하는 자에게는 즐거움을 얻게 하고, 아이를 밴 여인에게는 아무 탈 없이 순산하게 하였다.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상법(像法):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육정(六情):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설산(雪山)의 패엽(貝葉):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연라(煙蘿):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 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향계(香界):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십성(十聖):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삼현(三賢):10주(住)ㆍ10행(行)ㆍ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건원(乾元):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태역(太易):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천식재(天息災) 등: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사인(四忍):무생법인(無生法忍)ㆍ무멸인(無滅忍)ㆍ인연인(因緣忍)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ㆍ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오성(五聲):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ㆍ상(商)ㆍ각(角)ㆍ치(徵)ㆍ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풍율(風律):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사시(四始):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ㆍ상성(上聲)ㆍ거성(去聲)ㆍ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화택(火宅):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금륜왕[金輪]: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0)석전(釋典):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1)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2)삼진(三辰):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3)구위(九圍):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4)진문(眞文):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5)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ㆍ법천(法天)ㆍ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6)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7)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8)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29)금상(金像):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0)규구(規矩):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ㆍ척도ㆍ법규를 뜻한다.
31)역경원(譯經院):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2)법현(法賢):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3)각로(覺路):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4)성황의 글: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5)성고(聖考):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6)추호(追號):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7)담제(禫祭):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
38)원문은 ‘일생보처(一生補處)’이다. 이전 부처님이 입멸한 뒤에 성불해서 그 자리를 보충하는 이란 뜻. 곧 부처 될 후보자. 보살의 수행이 점점 나아가 최후에 도달한 보살로서의 마지막 자리. 한 생만 지내면 바로 성불하게 되므로 일생보처라 한다. 미래에 성불할 미륵보살을 보처존(補處尊)이라 하고, 그 밖에 일반적으로 부처님 후보자 위치에 있는 보살들은 모두 보처보살이라 한다.
39)8부중(部衆)의 하나. 또는 막호락(莫呼洛)ㆍ모호락(牟呼洛). 번역하여 대망신(大蟒神)ㆍ대복행(大腹行). 몸은 사람과 같고 머리는 뱀. 용의 무리에 딸린 악신(樂神)으로 묘신(廟神)이라고도 한다. 태장계 만다라에서는 외금강원의 북쪽에 있다.
40)구로사(拘盧舍) 또는 구루사(拘屢奢ㆍ拘樓賖). 번역하여 성(聲)ㆍ우명(牛鳴)ㆍ명환(鳴喚). 인도의 척도(尺度) 이름. 소의 소리, 또는 북 소리가 들릴 만한 거리. 혹은 6백 보 또는 4리쯤 된다.
41)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우유로 만든 기름으로서 먹기도 하며, 몸에 바르기도 한다. 둘째는 소마나(蘇摩那)란 식물의 꽃으로서 짠 향유(香油)를 말한다.
42)부처님의 열 가지 이름 가운데 하나. 수가타(須伽陀)라 음역하며, 호거(好去)ㆍ묘왕(妙往)이라고도 번역. 인(因)으로부터 과(果)에 가기를 잘하여 돌아오지 않는다는 뜻. 부처님은 여실히 저 언덕에 가서 다시 생사해(生死海)에 빠지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