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041_0082_b_01L불설해의보살소문정인법문경 제14권
041_0082_b_01L佛說海意菩薩所問淨印法門經卷第十四


유정 한역
041_0082_b_03L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卿光梵大師賜紫沙門臣惟淨等奉 詔譯


“다시 해의(海意)야, 내가 이제 비유로써 거듭 이 이치를 밝히겠노라.
해의야, 세간에 어떤 두 사람이 있는데, 그 중에 한 사람은 금강(金剛)의 견고한 갑주(甲冑)를 입고서 아주 치성한 불덩어리 속에 들어가고, 다른 한 사람은 마른 풀을 갑주 삼아 입고서 그 치성한 불덩어리 속으로 들어갔다고 하자. 해의야, 너는 그 두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불에 타고, 어떤 사람이 불에 타지 않는다고 생각하겠느냐?”
041_0082_b_04L復次海意我今復以喩明斯義譬如世間或有二人一被金剛堅固甲冑入於大火熾焰聚中一被枯草而爲甲冑入於大火熾焰聚中海意於汝意云何彼二人中何人爲火所焚人不爲火焚
해의는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금강의 갑주를 입은 사람은 아무리 치성한 불덩어리 속에 들어가더라도 그 견고한 갑주가 사람을 잘 보호하기 때문에 불에 타지 않겠지만, 저 마른 풀을 갑주 삼아 입고서 불덩어리 속으로 들어 간 사람은 반드시 불에 타버릴 것입니다. 왜냐 하면 저 마른 풀로써는 치성한 불 속에서 사람을 보호할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041_0082_b_10L海意白佛言世尊若被金剛甲冑之者雖入大火熾焰聚中以其堅固甲冑能善作護是人不爲火焚世尊若被枯草爲甲冑者入大火中是人決定爲其所焚何以故彼枯草於熾焰中力無能護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해의야, 저 몸에 금강의 갑주를 입고서 큰 불덩어리 속으로 들어가도 타지 않는 이가 바로 보살이니라. 보살은 항상 대자대비로써 갑주를 삼아 마음을 굳게 하고, 금강의 힘으로 중생을 보호하여 해탈케 함으로써 그 서원을 언제나 버리지 않음은 물론, 비록 일체 법의 공하고 상(相)없고 원(願)없고 조작 없고 생멸 없음을 관찰하여 고요한 삼매속에 들어가더라도 성문ㆍ연각의 지위를 초월하여 그 과위를 구하지 않으며, 저 선정의 수승한 맛을 느끼기는 하되 그 맛에 집착하지 않고, 선정으로부터 일어난 뒤엔 다시 그 불토를 장엄 청정하게 하여 중생을 성숙시키고 부처님의 지혜를 원만하게 하느니라.
041_0082_b_15L佛言彼身所被金剛甲冑入大火中不爲焚者卽是菩薩常以大慈大悲而爲甲冑內心堅固金剛力護解脫衆所緣誓願曾不棄捨雖常觀察一切法空無相無願無作無生無起於空寂三摩地中而常超越聲聞覺正位不求得果於彼定中雖受勝味而不嗜著還從定起從定起已淨佛土成熟衆生圓滿佛智
041_0082_c_02L그리고 해의야, 저 마른풀을 갑주 삼아 입고서 큰 불덩어리 속에 들어가 타버리는 자는 바로 성문ㆍ연각이다. 성문ㆍ연각은 모든 행 가운데 공포심을 내고 다시 3유(有)의 끊임없이 치성함을 보고는 중생을 버리고 대비심을 멀리 여의며, 고요한 삼매에 들기는 하되 그 삼매의 맛에 집착하여 중생을 받아들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삼매에서 일어나더라도 그 8과(果)의 과위를 증득하지 못한다. 왜냐 하면 성문ㆍ연각은 그 복된 행과 죄가 되는 행과 동요되지 않는 행을 다 수습(修習)하지 못하지만, 보살은 그 한량없는 복되고 슬기로운 행을 수습하고, 수습하여도 중간에 그 실제(實際)를 취증(取證)함이 없이 필경 일체의 부처님 지혜를 원만하게 하느니라.
041_0082_b_24L海意以枯草而爲甲冑入大火中爲所焚卽是聲聞乘人於諸行中而生怖復觀三有熾然不息棄捨衆生遠離大悲於寂靜三摩地中生味著已無所容受若復不得第八果證能起是定者無有是處何以故聲聞乘人於其福行罪行不動行中不能修習諸菩薩者能於無量福智行中修習成熟不於中閒取證實際畢竟圓滿一切佛法
해의야, 그러므로 보살은 그 공하고 상이 없고 원이 없고 조작이 없는 법 가운데서 항상 치성한 생각을 낸다. 비록 그러한 법을 자세히 살피고 관찰하고 나서도 다시 그 법 가운데 슬기롭고 착한 행을 일으켜 끝까지 실제를 취증하지 않나니, 이는 보살이 선근을 성숙하지 않고서는 그러한 법을 수습할 수 없기 때문이다.
041_0082_c_11L海意是故菩薩於空無相無願無作法中常生大火熾焰之想雖於此法審伺察已而復於是法中起智善行終不取證實際是故諸菩薩不成熟善根不應修習
해의야, 이른바 보살이 선근을 성숙시킨다는 것은 깊고 깊은 불법을 이치 그대로 수행하되 중간에 실제를 취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왜냐 하면, 저 보살들은 모두 대승의 법을 성숙시켜 점차로 향상하고 깊이 들어가 그 수승함을 더할 뿐, 다른 승(乘)의 법을 성숙시키지 않기 때문이니라.
041_0082_c_15L海意菩薩成熟善根者謂於甚深佛法之中如理修行不於中閒取證實際此卽名爲成熟善根何故如是以彼菩薩俱爲成熟大乘之法漸向漸入漸復增非餘乘法而成熟之
041_0083_a_02L해의야, 마치 오지 그릇을 만드는데, 그 그릇이 아직 태양에 쪼이지 않아 성숙되지 못했을 때엔 다만 그릇의 모형일 뿐 어떤 명칭을 정할 수 없고, 완전히 성숙된 뒤라야 그 그릇의 명칭을 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살의 하는 일도 그와 같아서 비록 모든 선근을 많이 닦는다고 하더라도 일체의 지혜에 회향하지 않는다면 곧 바라밀다의 명칭을 얻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일체의 지혜에 회향하는 것만이 바라밀다의 명칭을 얻는 길이니라.
041_0082_c_20L海意如陶家日光未照未成熟時但是坏模有諸器用之名後成熟已乃可得彼器用之名菩薩亦復如是雖復廣多修諸善根若不迴向於一切智卽不能得波羅蜜多之名若復迴向一切智者乃得波羅蜜多之名
해의야, 또 비유컨대 아무리 묘하고 좋은 진금(眞金)일지라도 아직 공작(工作)을 거치지 않고는 다만 진금(眞金)일 뿐이어서 그 장엄한 명칭을 갖출 수 없고, 공작을 거쳐 만들어지게 된 뒤라야 모든 장엄을 갖추어 명칭을 얻게 되는 것처럼, 보살의 하는 일도 그와 같아서 선근을 닦되 일체의 지혜에 회향하지 않는다면 바라밀다의 명칭을 얻지 못하고, 일체의 지혜에 회향하여야만 비로소 바라밀다의 명칭을 얻을 수 있다.
041_0083_a_03L海意又如妙好眞金未經工作卽不能得莊嚴具名但名眞金若經工作得成熟已乃可得諸莊嚴具名菩薩亦復如是所修善根若不迴向於一切智卽不能得波羅蜜多之名若復迴向一切智者乃得波羅蜜多之名
해의야, 이 때문에 보살이 항상 광대한 마음을 일으켜 모든 선근을 성숙하되 그 선근을 성숙하고 나서는 곧 일체의 지혜에 회향해야 하며, 일체의 지혜에 회향하는 까닭에 보살이 그 깊고 깊은 법을 이치 그대로 수행하면서 중간에 실제를 취증하지 않게 되느니라.”
041_0083_a_09L海意以是緣故而諸菩薩常當運發廣大之心成熟諸善隨所成熟諸善根已卽當迴向於一切智以其迴向一切智故菩薩當於甚深法中如理修行不於中閒取證實際
그때 해의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041_0083_a_14L爾時海意菩薩復白佛言
“세존이시여, 보살이라면 하기 어려운 일을 잘하고 모든 과실을 잘 막아서 보호해야 하리니, 그렇게 함으로써 그 하는 일이 어떤 것에서도 과실을 범하거나 더럽히지 않겠나이다.
041_0083_a_15L世尊諸菩薩者難作能作善能防護諸有過失於所作中不生過染
041_0083_b_02L세존이시여, 매우 공교한 방편을 갖춘 보살이라면 그는 곧 회향을 잘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보살은 방편을 지니기 때문에 비록 선정ㆍ해탈과 삼매 속에 들어가더라도 그 선정ㆍ해탈과 삼매에 집착하여 과실을 범하지 않고, 선교한 방편을 갖추어 모든 하는 일을 잘 나타내어서 그 조작 없는 견 가운데 떨어지지 않는 동시에 모든 법의 평등한 성품에 잘 머물기 때문입니다. 만약 삿된 선정에 나아가는 중생이 있을 때엔 보살은 그들에게 바른 선정의 법을 말해 주고, 또 그 중생들의 원(願)을 원만케 하기 위해서는 보살 자신도 바른 선정에 머물렀다는 생각을 갖지 않아야 하겠나이다.”
041_0083_a_17L世尊若諸菩薩具於善巧方便之者卽能迴向所以者何菩薩有方便故雖入禪定解脫三摩地三摩鉢底中而不爲禪定解脫三摩地三摩鉢底過失所著彼具善巧方便而能現諸所作不墮無作見中善住諸法平等之性若有趣向邪定聚中諸衆生類菩薩爲說正定聚法而彼菩薩爲令圓滿衆生願故自亦不住正定聚中
부처님께서 해의보살에게 말씀하셨다.
041_0083_b_03L佛告海意菩薩言
“너의 말처럼 그렇다, 그렇다. 보살은 어떠한 곳에서라도 항상 선교한 방편을 수습해야 한다. 왜냐 하면, 해의야, 선교한 방편이 곧 보살의 보리이므로, 만약 선교한 방편이 없다면 보리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041_0083_b_04L如是如是如汝所菩薩於一切處常應修習善巧方便何以故海意善巧方便者卽是菩薩菩提若無善巧方便卽不成菩提
마치 세간에 염색하는 어떤 그릇[染器] 하나를 두고서 거기에 푸른 빛깔과 붉은 빛깔과 황금 빛깔의 이 세 가지 물감으로, 모피로 만든 옷[毳衣]에는 푸른 빛깔을, 짐승의 털로 만든 옷[氈衣]에는 붉은 빛깔을, 가장 값지고 미묘한 하늘 옷[天衣]에는 황금 빛깔을 염색하되, 그 세 가지 옷이 똑같은 그릇을 사용하는 저 염사(染師)가 조절하기에 따라 뜻대로 묘한 빛깔을 낼 수 있으므로 푸른 것이 필요하면 푸르게, 붉은 것이 필요하면 붉게, 누른 것이 필요하면 누르게 하지만, 그러나 그 염색하는 그릇은 조금도 분별함이 없는 것과 같다.
041_0083_b_07L譬如世閒於一器中置三種色 一者靑色 二者赤色 三者黃金色是三種同一器中染三種衣 一者毳衣染其靑色 二者㲲衣染其赤色 三者價上妙天衣染黃金色彼三種衣一器中從彼染師所治事已隨諸意樂皆得妙色須靑得靑須赤得赤黃得黃然其染器曾無分別
해의야, 그 염색하는 그릇은 바로 공하고 상(相)이 없고 원(願)이 없는 해탈문이며, 똑같은 그릇에 염색되는 옷은 성문승과 연각승과 대승의 이 세 사람이다. 세 사람이 각각 그 작용에 따라 마음대로 즐겨하고 필요에 따라 지혜의 빛깔을 가져오되, 그러나 저 공하고 상이 없고 원이 없는 해탈의 그릇은 조금도 분별함이 없나니, 알아 두라. 그 모피로 만든 옷은 성문승의 사람이고, 짐승의 털로 만든 옷은 연각승의 사람이고, 값진 하늘 옷은 대승에 편히 머무는 사람이니라.
041_0083_b_15L海意染器者卽是空無相無願有三種人合一器中者聲聞乘人緣覺乘大乘人是三種人隨諸作用如心所樂各隨所應皆取智色而彼空無相無願之器曾無分別彼毳衣者當知卽是聲聞乘人㲲衣卽是緣覺乘人無價天衣卽是安住大乘之人
041_0083_c_02L해의야, 너는 모든 법을 관찰하되 그 실제의 자성(自性)이 없고, 조작하는 자성이 없고, 나라는 자성이 없고, 사람이라는 자성이 없고, 수자(壽者)라는 자성이 없고, 주재하는 자성도 없이 다만 인연에 따라 생기고, 생기고 나서는 또 모이고 쌓이되 아무런 깨달음이 없고 분별하는 것도 없음을 알아야 한다.
041_0083_b_22L海意汝觀諸法無有實性無作者性無我性無人性無衆生性無壽者性無主宰性隨欲所生生已聚集無所覺了亦無分別
만약 이 모든 법이 생기는 것을 안다면 그 보살은 곧 모든 법 가운데서 어떠한 법에도 게으르거나 지치지 않을 것이며, 또 이러한 지견(知見)이 청정해진다면 그가 하는 모든 일은 요익(饒益)함도 없고 요익하지 않음도 없는 동시에, 여실하게 모든 법의 평등한 성품을 분명히 알 것이며, 이같이 모든 법의 평등한 성품을 분명히 알고 나면 언제나 대비의 갑옷[鎧]을 버리지 않으리라.
041_0083_c_03L海意若能解了此諸法生卽諸菩薩於諸法中無有少法而生懈倦若得如是知見淸淨諸所作中亦無饒益無不饒益卽能如實了知諸法平等之性如是如實了知諸法平等性已常不棄捨大悲之鎧
해의야, 마치 세간의 유리(琉璃) 구슬을 저 더러운 진흙 속에 묻어 두고 천 년이 지난 뒤에 꺼내어 닦더라도 그 구슬 보배 자체가 본래 맑고 깨끗하여 티로 가려진 것이 없기 때문에 더러운 진흙만 제거하면 여전히 맑고 깨끗하여 아무런 티가 없는 것처럼, 보살도 그와 같이 중생들의 자성이 본래 청정하고 명철하고 결백하나 다만 객진번뇌(客塵煩惱)에 덮이고 가려졌음을 분명히 안다.
041_0083_c_08L海意譬如世閒琉璃珠寶自體瑩絜淨無瑕翳置塵穢中經於千歲過千歲已取之治事去其塵穢滌浣淸淨依然瑩絜離諸瑕翳菩薩亦復如是了知衆生心之自性本來淸淨明澈絜白但爲客塵煩惱之所覆蔽
그러므로 보살이 이것을 관찰하고는 곧, ‘중생들의 심성이 본래 청정하나 다만 번뇌에 덮이고 가려졌을 뿐, 실상 번뇌에 머무는 것이 없거늘, 중생들이 도리에 벗어나 허망한 분별을 일으키니 내가 마땅히 저 중생들을 위해 번뇌 끊는 법을 선설해 주리라’고 생각한다.
041_0083_c_14L菩薩觀已卽作是念衆生心性本來淸淨但爲客塵煩惱之所覆蔽而彼煩惱實無所住衆生橫起虛妄分別我當爲彼諸衆生類宣說斷除煩惱之法
이렇게 중생들을 널리 해탈하게끔 부지런한 마음으로 그들에게 더욱 노력하기를 아끼지 않아야 하며, 또 생각한다.
041_0083_c_18L起無懈心於衆生所轉復增勝運心普令皆得解脫又復思惟
041_0084_a_02L ‘이 모든 번뇌가 중생들이 가지고 있는 힘을 파괴하여 열약(劣弱)하게 하고, 중생들로 하여금 그 실제로는 없는 번뇌 속에 허망한 분별을 일으키게 하니, 이러한 사실 그대로의 이치를 사찰(伺察)하여 견고한 뜻을 세운다면 번뇌에 흔들리지 않고 번뇌에 화합하지도 않음은 물론, 번뇌에 화합하지 않는다면 곧 착함에 나아가는 것이니, 내가 만약 번뇌에 화합한다면 어떻게 저 번뇌에 얽매인 중생들에게 번뇌 끊는 법을 선설하랴.
041_0083_c_20L此諸煩惱能壞衆生諸有力勢使令劣弱此諸煩惱能令衆生於無實煩惱中虛妄分別若能如實深固作意如理伺察彼卽不爲煩惱所動如所伺察已卽彼煩惱不復和合若與煩惱不和合者斯卽爲善又復我今若與諸煩惱合云何能爲煩惱繫縛諸衆生等宣說斷除煩惱之法
그러므로 나는 이제 어떠한 번뇌에도 화합하지 않고 마땅히 번뇌에 얽매인 중생들을 위해 번뇌 끊는 법을 선설하리라. 그러나 내가 만약 그 윤회(輪廻)속에 있는 중생을 교화 제도하여 모든 선근이 끊어지지 않게 하려면 또한 번뇌에 화합해야 한다. 윤회 속에 있는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해 번뇌에 화합되면서 선근을 이어간다는 것은 이른바 복된 행을 부지런히 구하되 만족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이리라.’
041_0084_a_05L故我今時不與諸煩惱合應爲煩惱繫縛衆生說斷除法然我欲爲化度衆生於輪迴中令諸善根相續不斷亦復應當與煩惱合云何名爲於輪迴中與煩惱合相續善根所謂勤求福行而無厭足
보살이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저 3유(有) 가운데 일부러 태어나되 부처님을 만나 중생 제도하기를 맹세하여 게으름 없이 바른 법을 호지하고 모든 시작(施作)에 용감하게 나아가 물러남이 없으며, 항상 법욕(法欲)을 내어 모든 바라밀다의 그 수승한 행을 오래 버리지 않아야 하나니, 해의야, 이것이 바로 윤회 속에서 번뇌와 화합하면서도 선근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살은 비록 번뇌에 화합하기는 하되 그 번뇌에 더럽혀 과실을 범하지 않느니라.”
041_0084_a_10L菩薩作是思惟已於三有中故現受願値諸佛誓度衆生而無懈倦護持正法諸所施作勇進無退常生法永不棄捨波羅蜜多勝行海意卽名爲於輪迴中與煩惱合相續善菩薩當於是中雖合煩惱不爲煩惱過失所染
해의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선근을 말씀하심에 있어서 무엇 때문에 그 번뇌를 들어 말씀하시나이까?”
041_0084_a_17L海意白佛言世尊今說善根何緣故說諸煩惱邪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佛言
“해의야, 보살은 이러한 모든 번뇌의 법이 3계(界)와 더불어 화합됨을 분명히 알고서 그 번뇌로부터 3계에 출생하되, 출생하는 보살이 매우 공교한 방편을 갖추기 때문에 그 선근을 쌓고 모음에 있어서 인연의 힘으로 3계에 화합하나니, 그러므로 이것을 이르되 존재하는 모든 것의 선근은 번뇌와 화합한다고 하며, 한편으로는 그 3계에 화합하기 때문에 다시는 어떠한 번뇌도 마음속에 자라날 수 없느니라.
041_0084_a_18L海意菩薩了知此如是等諸煩惱法與三界合從煩惱中出生三界而彼菩薩具善巧方便故積集善根緣力與三界合此卽名爲諸有善根與煩惱合以其三界合故卽不復心生諸隨煩
041_0084_b_02L해의야, 마치 세간에 어떤 장자(長者)가 외아들을 두고서 매우 자애한 마음으로 어여삐 여기며 길러왔는데, 때마침 그 동자가 어리석고 아직 철이 나지 않아 더러운 우물가에서 뛰어 놀다가 갑자기 그 우물에 빠졌다. 그때 동자의 어머니와 친척들이 함께 그 동자가 더러운 우물 속에 빠진 것을 보고 달려와서 우물을 보았으나, 우물의 깊이를 측정할 수 없어 근심하고 슬퍼할 뿐, 그 우물에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041_0084_a_24L海意譬如世閒有大長者唯有一慈育憐慜深加愛念時彼童子愚小無智於穢井邊而爲戲舞以幼稚故忽墮井中爾時其母及彼親族見其子墮穢井中見已憂愁競前觀井深不可測徒極悲苦無能爲計入其井中
그렇게 아들을 사랑하는 아픈 마음으로서도 구제할 수 없었는데, 그때 그 아버지가 이것을 알고 달려와서 동자가 더러운 우물 속에 빠진 것을 보자마자 황급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다가, 너무나 사랑하던 외아들을 그대로 버릴 수 없어서 갖은 방법을 다해 그 우물 속에 들어가 마침내 그 아들을 구출하는 것과 같다.
041_0084_b_07L雖痛愛子不能救拔是時其父知已奔至見彼童子墮穢井中視哀惱蒼惶旋轉深愛此子不生厭卽設方計入其井中善爲救拔令子得出
해의야, 알아 두라. 저 더러운 우물은 바로 3계이고, 그 아들은 일체 중생인 바, 보살이 일체 중생을 외아들처럼 생각하는 것이며, 동자의 어머니와 친척은 바로 성문ㆍ연각승의 사람으로서 중생들이 그 윤회 속에 빠진 것을 보고서도 마음으로 근심하고 괴롭게 여길 뿐 구출할 방편을 모르는 것이고, 그 장자는 바로 보살이니라.
041_0084_b_11L海意當知彼穢井者卽是三其子卽是一切衆生菩薩觀於一切衆生如一子想童子之母及親族卽是聲聞緣覺乘人見諸衆生墮輪迴中見已雖復心懷憂惱無有方便而爲救拔彼大長者卽是菩薩
이와 같이 보살 자신은 비록 결백하고 청정한 때[垢] 없는 마음으로 무위법(無爲法)에 머물 수 있지만, 그러나 다시 3계에 화합함은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해 그러한 행을 닦는 것이니라.
041_0084_b_16L諸菩薩雖以無垢潔白淸淨之心住無爲法然復和合三界所修之行化度衆生
해의야, 이것이 곧 보살의 대비한 행이다. 보살이 필경 자신의 모든 번뇌를 해탈하고 나서도 다시 그 3유(有) 가운데 몸을 받아 태어남은 선교한 방편을 갖추고 수승한 지혜로 포섭하기 때문에 자기의 번뇌에 아무런 걸림 없이 일체 중생을 위해 그 번뇌 끊는 법을 선설하느니라.”
041_0084_b_19L海意此卽菩薩大悲之行薩畢竟自能解脫諸纏縛已而復於其三有之中示現受生具善巧方便勝慧所攝己之煩惱無復有礙能爲一切衆生宣說斷除煩惱纏縛之法
041_0084_c_02L해의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라면 가장 하기 어려운 일을 잘 하는 것이니, 말하자면 그 결백하고도 청정한 때[垢]없는 마음으로 윤회 속에 있는 중생을 버리지 않기 위해서는 깊고 깊은 법을 설하고 진리 그대로를 자세히 살피되 무위법에 머물지 않고 그 과증(果證)을 구하지도 않는 것이 바로 보살이겠나이다.”
041_0084_b_23L海意菩薩白佛言世尊諸菩薩者難作能作能以無垢絜白淸淨之心輪迴中不生厭棄如其所說甚深之如理伺察不住無爲不求果證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041_0084_c_04L
“해의야, 그러한 보살은 바로 바른 도를 닦아 선정과 함께 화합한 보살이라 하리니, 이른바 반야바라밀다와 선교한 방편이 그것이다.
041_0084_c_05L海意此菩薩者所修正道與禪支所謂般若波羅蜜多及善巧方便
해의는 알아 두라. 보살의 결백하고도 청정한 번뇌 없는 마음이 곧 반야바라밀다이고, 윤회 속을 싫어하지 않고서 몸을 받아 태어나 중생을 교화 제도함은 곧 매우 공교한 방편이니라.
041_0084_c_06L海意當知若諸菩薩無垢潔白淸淨心者此卽般若波羅蜜多於輪迴中不生厭棄示現受生化度衆生此卽善巧方便
다시 해의야, 보살이 만약 공하고 상이 없고 원이 없고 조작이 없고 생멸이 없는 그 모든 법을 이치 그대로 살핀다면 그것이 곧 반야바라밀다이고, 거기에 다시 현전의 대비심을 일으켜 무위법에 머물지 않고 과증을 구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이 곧 매우 공교한 방편이다.
041_0084_c_10L復次海意若諸菩薩於空無相無願無作無生無起一切法中如理伺察此卽般若波羅蜜多若復發起大悲現前之心不住無爲不求果證卽善巧方便
또 보살이 3세의 평등한 법에 잘 머무는 까닭에 어떠한 법에도 갖가지 상(相)을 보지 않는다면 그 법계의 평등함이 곧 중생계의 평등이고, 중생계의 평등함이 곧 열반계의 평등이며, 열반계의 평등함이 곧 법계의 평등이다.
041_0084_c_15L復次海意若諸菩薩善住三世平等法故卽無有少法見種種相若彼法界平等卽衆生界平等若衆生界平卽涅槃界平等若涅槃界平等法界平等
그러므로 이 법계의 평등한 성품에 들어간다면 그것이 곧 반야바라밀다이고, 다시 한 법계에 들어가 중생계를 분명히 알고 열반계를 취증(取證)하지 않는 까닭에 중생계를 버리지 않고 법계에 머물지도 않고 과증(果證)을 취하지도 않는다면 그것이 곧 매우 공교한 방편이니라.
041_0084_c_20L若能入此法界平等性中所入卽是般若波羅蜜多若復能入一法界了知衆生界不證涅槃界故不捨衆生界不住於法界不取於果證此卽善巧方便
041_0085_a_02L다시 해의야, 만약 보시를 청정하게 한다면 그것이 지혜이고, 회향을 청정하게 한다면 그것이 방편이며, 지계ㆍ인욕ㆍ정진ㆍ선정을 청정하게 한다면 그것이 지혜이고, 회향을 청정하게 한다면 그것이 방편이니, 요약하여 말하자면, 일체의 선근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지혜이며 거기에 회향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 방편이니라.”
041_0084_c_24L復次海意若布施淸淨此卽是慧迴向淸淨卽是方便若持戒忍辱禪定淸淨此卽是慧若迴向淸淨卽是方便以要言之一切善根淸淨此卽是慧迴向淸淨卽是方便
해의보살이 또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그 선근을 청정하게 함이란 어떤 것이며, 회향을 청정하게 함이란 어떤 것이며, 또 지혜의 청정이란 어떤 것이고, 방편의 청정이란 어떤 것이옵니까?”
041_0085_a_06L海意白佛言世尊何者是菩薩善根淸淨何者是迴向淸淨何者是慧淸淨者是方便淸淨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해의야, 보살이 그 선근을 청정하게 함이란 나라든가, 사람이라든가, 중생이라든가, 수자(壽者)라는 그러한 견해를 여읜 뒤에 모든 선근을 쌓는 것이며, 회향을 청정하게 함이란 이른바 공하고 상이 없고 원이 없는 법에서 선근을 성숙시켜 보리에 회향하는 것이며, 지혜의 청정이란 이른바 일체 중생의 그 전후 근성(根性)을 지혜로써 다 요달하는 것이고, 방편의 청정이란 일체 중생에게 그 응하는 대로 다 설법해 주는 것이다.
041_0085_a_09L佛言海意菩薩善根淸淨者爲離我衆生壽者之見後積集諸有善根迴向淸淨者謂於無相無願法中成熟善根迴向菩慧淸淨者謂於一切衆生初後根性智悉了知方便淸淨者善爲一切衆生如應說法
또 선근을 청정하게 함이란 모든 갈래에 비록 몸을 받아 태어나더라도 의지함이 없는 동시에 모든 선근을 쌓는 것이고, 회향을 청정하게 함이란 일체 성문ㆍ연각의 승을 초월하여 모든 승이 가진 선근을 잘 포섭하되 모두 대승의 법에 회향하는 것이며, 지혜의 청정이란 일체 번뇌의 그 종자와 습기를 다 끊어버리는 것이고, 방편의 청정이란 이른바 모든 중생을 교화 제도하기 위해 먼저 그 일을 함께 하고 다음에 대승의 법을 가르치는 것이니라.
041_0085_a_15L復次海意又善根淸淨者雖於諸有諸趣示現受生而無依止然後積集諸有善根迴向淸淨者謂離一切聲緣覺作意善攝諸乘所有善根用迴向大乘法中慧淸淨者普爲斷除一切煩惱種子習氣方便淸淨者謂欲化度諸衆生故先同其事後爲教示大乘之法
041_0085_b_02L다시 해의야, 선근을 청정하게 함이란 이른바 보살이 그 보배로운 손[寶手]를 펴서 다함 없는 공덕을 베풀어 일체 중생을 수용(受用)하는 것이고, 회향을 청정하게 함이란 이른바 일체 중생과 일체의 유학(有學)ㆍ무학(無學)과 일체의 연각ㆍ보살ㆍ부처님의 그 모든 선근을 널리 수섭(收攝)하여 운용하여서 회향에 들어가는 것이며, 지혜의 청정이란 부처님의 말씀을 다 받아 간직하되 다라니의 인(印)으로 인하면서 그 받아 간직함을 헐어버리거나 잃어버리지 않는 것이고, 방편의 청정이란 이른바 끊임없는 변재(辯才)와 걸림없는 변재로써 모든 중생에게 속임없는 법을 잘 선설하여 그 중생들로 하여금 다 환희심을 내게 하는 것이다.
041_0085_a_23L復次海意又善根淸淨者所謂菩薩舒其寶手普施無盡一切受用迴向淸淨者謂以一切衆生一切學無學一切緣覺一切菩薩及一切佛諸有善根普用收攝入迴向中慧淸淨所謂任持諸佛所說悉以陀羅尼印印之其所任持而無壞失方便淸淨者謂以無斷辯才無礙辯才爲諸衆生善說無誑之法令諸衆生悉得歡喜
다시 해의야, 선근을 청정하게 함이란 그 태어날 때마다 항상 큰 보리심을 버리지 않는 것이고, 회향을 청정하게 함이란 큰 보리심을 잊지 않고서 선근을 다 일체의 지혜에 회향하는 것이며, 지혜의 청정이란 큰 보리심에 편히 머물러 그것을 근본으로 삼을 줄 아는 것이고, 방편의 청정이란 자신이 평등한 보리심에 머물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도 그 보리의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니라.”
041_0085_b_10L復次海意又善根淸淨者謂於生生之中常不捨離大菩提心迴向淸淨謂不忘失大菩提心以諸善根悉用迴向於一切智慧淸淨者謂善知安住大菩提心而爲根本方便淸淨謂於菩提心住平等故爲佗教示菩提之法
그때 해의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사뢰었다.
041_0085_b_17L爾時海意菩薩復白佛言
041_0085_c_02L“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그 이치를 제가 풀이한다면, 모든 선교한 방편이 바로 보살의 보리이고 청정한 반야바라밀다이며, 모든 것에 통달하는 것이 또한 다 보리이므로 어떠한 법도 보리 아닌 것이 없겠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이시여, 일체 법의 평등한 성품을 요달하는 것이 곧 보리이기 때문에 보살이 그 보리에 대해 너무 멀다는 생각을 하지말고, 설사 그 모든 법에 6진(塵)의 대상이 와서 장애를 일으키더라도 보살로서는 그때 여실하게 깨달아야만 그것이 곧 보리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이 만약 이와 같이 안다면 곧 매우 공교한 방편을 얻어 그 방편을 청정하게 하고 또 반야바라밀다를 얻어 그 반야바라밀다를 청정하게 할 수 있겠나이다.”
041_0085_b_18L世尊如我解佛所說義者諸善巧方便是菩薩菩提般若波羅蜜多淸淨一切處通皆是菩提無有少法非菩提者以故世尊若了一切法平等性卽是菩提是故諸菩薩勿於菩提生極遠菩薩於諸法中若六塵境來爲障爾時應當如實覺了卽是菩提諸菩薩如是解者卽得善巧方便淸及般若波羅蜜多淸淨
그때 세존께서 해의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구나. 이제 너의 말과 같다. 보살이 그 매우 공교한 방편과 청정한 반야바라밀다를 갖춘다면 모든 법에 설사 6진의 대상이 와서 장애를 일으킬지라도 그때 여실하게 깨달아 아는 것이 곧 보살의 보리이다. 그러므로 해의야, 보살로서는 마땅히 이러한 것을 알아야 하리라.”
041_0085_c_04L爾時世尊讚海意菩薩言善哉善哉如汝所說菩薩具善巧方便及般若波羅蜜多淸淨者於諸法中若六塵境來爲障礙爾時應當如實覺了卽是菩提海意以是緣故諸菩薩者應如是知
佛說海意菩薩所問淨印法門經卷第十四
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