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하구나,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여. 헤매는 중생들을 교화해 인도하시고, 으뜸가는 성품을 널리 드날리셨도다. 넓고 크고 성대한 언변이여, 뛰어나고 훌륭한 자도 그 뜻을 궁구하지 못하는구나. 정밀하고 은미하고 아름다운 말씀이여, 용렬하고 우둔한 자가 어찌 그 근원을 헤아릴 수 있으랴. 뜻과 이치가 그윽하고 현묘한 진공(眞空)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만상(萬象)을 포괄하는 비유는 끝이 없네. 법 그물[法網]의 벼릿줄을 모아 끝이 없는 바른 가르침을 펴셨고, 사생(四生)을 고해에서 건지고자 삼장(三藏)의 비밀스러운 말씀을 풀어주셨다. 하늘과 땅이 변화하여 음과 양을 이루고, 해와 달이 차고 기울며 추위와 더위를 이뤘으니, 크게는 선과 악을 말씀하셨고, 세밀하게는 항하의 모래알에 빗대야 할 정도네. 다 서술할 수 없이 많은 중생들의 온갖 일들을 마치 상법(像法)2)을 엿보듯이 하고 그림자가 형체를 따르는 것과 같이 하였다. 이는 육정(六情)3)을 벗어나 길이 존재하고 천겁이 지나도록 오래갈 만한 것이며, 마치 수미산이 겨자씨에 담기 듯 여래께서 끝없는 세계에서 걸림이 없으신 것이다.
달마(達磨)께서 서쪽에서 오시자 법이 동토에 전해졌고, 오묘한 이치를 선양하시자 대중이 돌아갈 길을 순순히 따랐으니, 피안(彼岸)은 보리요 애욕의 강은 생멸이라, 오탁의 악취(惡趣)에서 보살행을 실천하고, 삼업(三業)의 길에서 빠진 자들을 건지셨다. 세상에 드리운 경은 궁구하기 어렵지만 도는 사사로움이 없어 영원히 태평하도다. 설산(雪山)의 패엽(貝葉)4)이 눈부신 은대(銀臺)와 같고, 세월의 연라(煙蘿)5)가 저 멀리 향계(香界)6)를 일으켰지만 높고 우뚝하여 측량하는 자가 드물고, 멀고 아득하여 이름을 붙이기 어렵다. 이런 까닭에 도(道)를 깨달은 십성(十聖)7)과 덕(德)을 갖춘 삼현(三賢)8)께서 지극한 도를 건원(乾元)9)에서 일으키고 온갖 오묘함을 태역(太易)10)에서 낳아 무성한 생명체들을 총괄해 어둠을 뚫고 한 가닥 빛을 비추었으며, 저 시시비비를 단절하고 이 몽매함을 깨우쳤던 것이다.
041_0102_a_02L서역의 법사 천식재(天息災) 등11)은 항상 사인(四忍)12)을 지니며 삼승(三乘)을 일찌감치 깨달은 분들이니, 불경의 참된 말씀을 번역하여 인간과 천상의 성스러운 가르침을 이었다. 이는 꽃망울이 거듭 터진 것이요, 국운이 창성할 때를 만난 것이니, 문장(文章)에서 오성(五聲)13)을 윤택하게 하였고, 풍율(風律)14)에서 사시(四始)15)를 드러냈다. 당당한 행동거지에 온화하고 아름답도다. 광대한 세월 어둠에 빠졌던 세계가 다시 밝아 현묘한 문이 환하게 드러났으며, 궤범이자 두루한 광명인 오묘한 법이 청정한 세계에서 이름을 드날렸다. 유정을 이롭게 하여 함께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고, 장애를 만드는 일 없이 병들고 지친 자들을 모두 구제하였으며, 드러내지 않고 자비를 행하며 만물 밖으로 광대하게 노닐고, 부드러움으로 탐학한 자들을 조복해 어리석음을 씻고 깨우쳐 주었다. 소승의 성문(聲聞)을 연설하여 그 위의에 합하고 대승의 정각(正覺)을 논하여 그 성품을 정립하자, 모든 생명체들이 깨달아 복을 받았고, 삼장의 교법에서 결락된 것들이 다시 흥성하였다.
허깨비에 홀려 길을 잃은 것이니, 화택(火宅)16)은 심오한 비유로다. 부처님께서 비록 이런 가르침을 시설하셨지만 알지 못하는 자들이 많다. 이에 “선념(善念)이 생기면 한량없는 복이 남몰래 찾아오고, 악업(惡業)이 일어나면 인연 따라 모두 타락한다”17)는 말씀으로 사부대중을 길들이고 시방세계에서 보살행을 쌓았다. 금륜왕[金輪]18)에게 꽃비를 쏟아 붓고 대궐에서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를 보호하였으니, 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19)도 파괴하지 못할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홍수도 휩쓸지 못하리라. 맑고 고요해 담담한 것이 원만하고 밝으며 청정한 지혜요, 성품이 공하여 물듦이 없는 것이 망상으로부터 해탈하는 인연이니, 이로써 마음의 밭에서 번뇌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고, 이로써 우주에서 청량을 얻을 수 있으리라.
짐은 부끄럽게도 박학하지도 못하고 석전(釋典)20)에 능통하지도 못하니, 어찌 감히 서문을 써서 후인에게 보일 수 있는 자이겠는가? 반딧불이나 횃불과 같아 찬란한 태양과 견주기에 턱없이 부족하니, 작은 소라로 바다를 측량하려다 그 깊은 연원을 끝내 밝히지 못하는 자일 따름이로다!
041_0102_b_02L 높고 밝은 것이 처음으로 나뉘자 삼진(三辰)22)이 비로소 차례로 나타났고, 두텁게 실어주는 것이 비로소 안정되자, 만물이 이로써 실마리를 일으켰으니, 맑음과 탁함의 본체가 이미 밝혀진 것이요, 선과 악의 근원이 여기서 드러난 것이다. 이런 다음에 문물(文物)로 그 가르침을 세우고 바른 법전[正典]으로 그 세속을 교화하는 것이니, 이익의 공은 모두 이치로 돌아간다. 이렇게 상법(像法)이 서쪽 나라에서 와 진제(眞諦)가 중국에 유포되었지만 천고의 세월을 관통하는 진실한 이치는 궁구할 방법이 없고, 구위(九圍)23)를 포괄하는 현묘한 문은 궁구할 수가 없다. 허망한 생각으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이 모두 공하고, 참된 모습을 나타내자면 터럭 하나에도 원만하니, 광대한 그 가르침을 어찌 기술할 수 있겠는가!
삼가 살피건대, 태종신공성덕문무황제께서는 법성이 두루 원만하시어 인자함을 널리 베푸셨다. 오랑캐들을 교화하시자 만방(萬邦)이 바큇살처럼 몰려들어 온 백성을 인수(仁壽)의 영역에 올려놓으셨고, 교법을 숭상하시자 사해(四海)가 구름처럼 뒤따라 창생에게 풍요로운 땅을 베푸셨다. 존귀한 경전이 방대함을 보시고는 방편을 시설해 물에 빠진 자들을 구제하셨고, 법계가 광활함을 알시고는 정진을 행하여 나태한 자들을 거두셨다. 이에 아늑한 절을 선택해 저 참된 문서24)들을 교열하고는 천축의 고승들에게 명령하여 패다라(貝多羅)의 부처님 말씀을 번역하게 하셨다.25) 상아 붓대가 휘날리며 황금의 글자를 완성하고, 구슬을 엮어 다시 낭함(琅函)에 안치하자26) 용궁(龍宮)의 성스러운 문장27)이 새롭게 탈바꿈하였으니, 취령(鷲嶺)의 필추(苾芻)28)들마저 우러러 감탄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삼승(三乘)이 모두 하나로 꿰뚫어지고 사제(四諦)가 함께 원만해졌으니, 고(苦)가 공하다는 참되고 바른 말씀을 완전히 밝히고, 정밀히 연구한 비밀스러운 뜻을 환히 드러냈다. 상(相)을 찬탄하는 상이 바로 진실한 상이고, 공(空)을 논하는 것도 공하여 모조리 공이라 하였으니, 화엄(華嚴)의 이치와 궤도를 같이하고, 금상(金像)29)의 가르침과 규구(規矩)30)가 동일하였다.
041_0102_c_02L짐은 대업(大業)을 계승하여 삼가 황위에 임했기에 항상 조심하면서 만백성을 어루만지고 매일 긍긍하면서 선황의 훈계를 지켜왔다. 불교경전[釋典]에 대해서는 더구나 정밀하지도 상세하지도 못하니, 진실로 그 그윽하고 심오한 뜻을 어찌 탐색하고 측량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역경원(譯經院)31)의 서역 승려 법현(法賢)32)이 간절한 글을 올리고 그 뜻을 너무도 열심히 피력하였다. “선황제께서는 참된 교화의 바람을 크게 펼치고 부처님의 뜻을 높이 전하셨으며, 전대의 왕들이 빠뜨린 전적을 흥성시키고 각로(覺路)33)의 무너진 기강을 다시 떨치셨다”고 하면서, 하늘이 이룬 공로를 높이 휘날리고 성황의 글34)을 널리 알리고 싶다며 나에게 서문을 지어 성인의 가르침을 계승해달라고 청하였다.
성고(聖考)35)께서 승하하시고 추호(追號)36)가 아직 잊히지도 않았는데 정사 밖에 마음을 둘 겨를 어디 있었겠는가? 담제(禫祭)37)를 마치고 이제야 생각이 은미하고 오묘한 곳에 미치게 된 것이다. 어려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능통한 재주가 본래 부족한 걸 어쩌랴. 법해(法海)의 나루터와 언덕을 어찌 궁구하리오! 공문(空門)의 문턱으로 나아가질 못하니, 대략 대의나마 서술하여 이로써 사람들의 마음에 부응할 따름이다. 소발자국에 고인 빗물이라 태양을 씻는 파도에 빗대기에는 부족하니, 한척짜리 채찍이 어찌 드넓은 하늘의 그림자를 측량할 수 있으랴! 이렇게나마 짧은 서문을 지어 이로써 성인들의 공로를 기록할 따름이다.
존재하는 세속(世俗)39)과 승의(勝義)40)니 이제(二諦)는 본래 행할 바가 없나니, 만약 행할 바가 없으면 유정(有情)을 거두어 교화하는 일을 곧 마땅히 버리어 그치게 된다. 용수보살은 이러한 것을 나타내 보이기 위하여 이 『중론(中論)』을 지었다. 그러나 이것은 일체의 외도(外道)가 인연으로 생한다고 말하는 것과 동일하지 않다. 부처님께서 인연으로 생하는 법을 말씀하신 것은, 자만심이 많은 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고 지극히 청정한 믿음을 내게 하기 위함이다.
041_0103_a_02L 모든 논서 중에서도 이 중론이 근본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소위 연기(緣起)하여 생한다는 의미는 곧 소멸하지 않는다는 등의 여덟 구절로서, 가장 수승하게 연기하여 생하는 이치를 분명하게 나타내 보인다. 그러므로 중론의 처음에서 세존(世尊)을 찬탄한 것이다. 본래의 게송에서 말하는 것과 같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만약 부처님이 세상에 나오시거나 세상에 나오시지 않거나, 법의 성품은 항상 머무른다고 하였다. 이 연기하여 생한다는 것도 또한 곧 항상하며 동일하여 차별의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말하는 바와 같이 여읜다[離]는 것은, 곧 연기하여 생하는 법이다. 어떻게 하여 생하는가? 말하자면 갖가지 의미가 있다. 그 설명한 바와 같이 인연으로부터 생하며, 생하고 나서 결과가 있다.
온다[來]는 것은 이쪽으로 향하는 것을 온다고 이름한다. 만약 온다는 의미가 없으면, 시간이 바뀔 때에 간다[去]는 것이 없게 된다. 간다는 의미가 없으면, 시간이 바뀌어도 지난 세상에서 행한 일이 없게 되어, 이제는 소멸[滅]이 있지 않게 된다. 이것이 곧 소멸이 없다는 것이다. 이 법은 이와 같이 설명한다. 나머지 생한다[生]는 것 등도 또한 그러하다.
만약 언전(言詮)42)에 취착(取著)43)하면, 곧 희론(戱論)44)이 된다. 그 언전같은 그러한 성품에서, 성품이 있다고 집착하는 것을 모두 그쳐 소멸시키는 것을 곧 모든 희론을 소멸하는 것이라 말한다. 모든 타오르는 번뇌의 성품을 여의고 자성이 공(空)한 것을 분별하고 나서야 적정(寂靜)이라고 이름한다. 지금 이와 같은 소멸이 없다는 등의 열 가지 구절의 의미[十種句義]45)는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열 가지를 대치하는 것이다. 이 중에서 모두 그쳐 두루 다하도록 하라. 이렇게 중론은 전적으로 이러한 의미를 설명하며, 이와 같이 그 뜻을 성취한다. 나머지 일체의 논서도 모두 동일하다.
041_0103_b_02L이제 이 연기의 법에서, 만약 이것은 인(因)이고 저것은 연(緣)이라고 하는 것은, 땔감에서 불이 생하여 그것에 취착하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응당 알아야 한다. 항상하여 단절되지 않는다는 의미는, 앞의 구절에서 설명한 발기의 의미와 같다. 이렇게 말한 것이 성취되어, 만약 원인[因] 중에 있기 때문에 설사 원인이 파괴될 때에 나중에 도리어 결과를 여의지 않고 생기한다면, 먼저와 나중의 시간적 성질이 없기 때문에, 목욕하고 나서 식사를 하는 것처럼 이것은 연기하여 생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생함이 없다고 말한다면, 자신의 말과 서로 어긋나서 화합하여 대치할 수 없다. 이것은 세속에서 연기하여 생하는 것과 화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승의제에서 생한 것이라면, 여기에서 부정된다. 세속제에서 인식하는 자체의 성품은 승의제 자체의 성품과 화합하지 않으므로 여기에서 부정된다.
어떠한 것이 세속이고 어떠한 것이 승의인가? 만약 승의에서 말하는 상속하는 의미의 성품을 세속에서 자세히 관찰할 때, 이것은 화합하지 않는다. 그 현재 증득한 것은 열반에서 얻은 것이 아니며, 이 만들어진 성품은 승의제와 다르지 않기 때문에, 또한 부정되지 않는다. 만약 지혜가 성취되면, 곧 그 세속제는 승의제와 다르지 않으니, 병(甁) 등의 색(色) 등과 같다. 그러나 이렇게 동일한 부류의 색(色)과 수(受) 등의 법은 결정코 경계지(境界智)46)로서 허락될 수 없다. 그 지혜는 성품이 없기 때문이다.
비유하면 병 등과 같이 세속에 처하여 성품이 있고, 비록 취하는 바가 없다고 하여도 세속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세속에서 취한 의미는 자신의 것으로서 남의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치답게 응당 알아야 한다. 세속이라는 것은 곧 세속에서 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수림(樹林)처럼 극미(極徵)47)가 허용되어 취할 수 있는 도리(道理)는 있을 수 없다.
만약 방향을 분별하고 차별을 분별하는 등의 성품으로서 그것이 결정코 세속에서 성품이 있다고 한다면, 이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물체(物體)를 변계(遍計)48)함으로써 수림 등에 대하여 장애가 있어, 식(識) 중에 그 수림 등이 표상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식 중에 물체의 성품이 있다는 것은 도리(道理)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로 말미암아 나무는 그 식에 있어서 반연하는 대상이 되어, 이와 같이 능히 표상하는 식 중에서 표상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물체로서의 나무가 식 중에 있는 것은 아니다. 그것을 이와 같이 설하며, 나머지 설명도 또한 그러하다.
041_0103_c_02L능히 표상하는 것[能表]과 표상되는 것[所表] 중에서 변계(遍計)는 자체가 없고 또한 성립되는 일이 없다. 어떠한 법이 성취될 수 있겠는가? 말하자면 모든 부처님의 경계처럼 색(色) 등이 결정코 이것이 어찌 성취되지 않겠는가? 그 모든 부처님의 경계처럼 이것도 또한 그렇게 있으며, 식(識) 중에서 변계 등이 생하는 것과 같지 않다. 그러한 견해는 여기에서 부정된다. 식 중의 물체가 만약 자성이 있다면, 이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만약 그것이 승의(勝義)에서 여래의 지혜라면 설명한 의미와 같기 때문에 승의라고 이름한다. 나머지는 모두 세속이니 진실한 성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설명이 가장 뛰어나다. 말하자면 부처님이 설한 것은 훌륭한 문장이요, 훌륭한 의미인 것이다.
【釋】 만약 문장과 의미의 둘이 집착이 없는 지혜의 성품으로서 오직 부처님 큰 스승만이 잘 설명할 수 있다면, 무엇을 설한다는 것인가? 말하자면 생하는 성품이 없다고 설하는 것이다. 이제 생하는 성품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하며, 저 소멸함이 없다는 등의 여러 차별되는 의미도 또한 이와 같이 증명할 것이다. 이와 같이 생하는 법이 없다는 것을 건립하기 때문이다.
혹은 어떤 사람이 말한다. 말하는 바 생한다는 것은, 나는 차별의 성품을 알기에 그와 같이 스스로 생한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을 부정하기 위하여 게송에서 말한다.
041_0103_c_15L或有人言:所說生者,我知差別之性,如是自生。爲遮遣彼說,是故頌言:
【論】모든 법은 스스로 생하지 않는다.
041_0103_c_17L諸法不自生。
【釋】말하는 바 생한다는 것은 본래 없었던 것이 지금은 있는 것을 말하며, 스스로[自]라는 것은 자아의 성품이라는 의미이다. 그가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은 서로 번뇌하게 하여, 자신의 말과 서로 어긋나서 화합하여 대치하지 못한다. 혹은 병(甁) 등과 같이 곧 스스로 생하는 법이 있음을 볼 수 없다. 이전의 병 등과 같이 자체에 성품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생한 법은 성품이 없으며, 생하고 나서 다시 생하여도 역시 또한 성품이 없다. 이와 같이 눈[眼] 등의 식(識)과 결정적으로 화합하는 데, 만약 그러하다면 곧 대치하는 데 잘못이 있다.
또 다시 진흙덩어리가 병을 여의고 병이 원인을 여읜다면, 이 중에서 색(色)등이 마땅히 어떻게 존제하겠는가? 만약 진흙덩어리를 여읜다면, 결과와 원인의 두 종류는 별다른 성품이 없을 것이다. 만약 진흙덩어리가 병을 여읜다면, 이 결과의 자체는 곧 화합하지 않는다. 진흙덩어리가 만약 파괴되어 병이 되는 일이 있다면, 곧 결과일 때에 원인의 성품은 있지 않을 것이다.
이 승거인(僧佉人)49)의 말은, 비유하면 색(色) 등은 결과와 원인의 두 법은 별다른 성품이 있지 않으며, 색 등의 자체도 또한 그처럼 병을 여의고는 먼저 성품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결정코 진실로 성취되는 바가 없다면, 병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색 등도 만들어지는 것과 다름이 없다. 지팡이[杖]와 바퀴[輪]와 물[水] 등도 여기에서 누락되지 않는다. 그것들은 별다른 성품이 없다. 원인과 결과의 둘이 성품이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별다름이 없다고 이름하는가? 말하자면 원인의 자체가 능히 이와 같은 결과를 만드는 것을 보지 못하고, 만들어지는 것이 있다는 것도 역시 또한 얻을 수 없다. 다른 성품이 없기 때문이다. 만약 만들어지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원인과 결과라고 말하겠는가? 결정코 자체에는 별다른 성품이 있지 않다. 만약 원인이 만드는 일이 없다면 그것이 만들지 않을 때 결과는 화합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이 말한다. 나는 차별되는 모든 법이 다른 성품[他性]으로부터 생한다는 것을 안다. 그의 주장을 대치하여 부정하기 위하여 게송에서 말한다.
041_0104_a_17L有異人言:我知差別諸法從佗性生。爲對遣彼說,是故頌言:
【論】또한 다른 것으로부터 생하지도 않는다.
041_0104_a_18L亦不從佗生。
【釋】다른 성품이라는 것은 별다르다는 의미이다. 다른 성품의 병(甁) 등이 눈[眼] 등을 생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음으로 말미암기 때문에 스스로의 연(緣)이 이미 생하지 않듯이, 다른 성품도 또한 그러하다. 만약 모든 법의 자체적인 모습[自相]을 부정한다면, 응당 잘못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이 중에 혹시 그것이 화합하지 않는 일이 있다.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은 승의제의 경우가 아니다. 다른 연(緣)이 능히 내육처(內六處)50) 등을 생하는 일이 있으니, 다른 성품이기 때문이다.
041_0104_b_02L 이것은 병 등과 같다. 이 중 다른 성품의 병 등은 내육처의 연과 같이 승의제 중에서 생하는 것은 그 성품을 얻을 수 없다. 세속제 중에서도 또한 그러하여 생하는 것은 그 성품을 얻을 수 없다. 원인 없이 생하는 성품[無因生性] 및 함께 생하는 것[共生] 등은 서로 어긋나는 의미의 성품이다. 만약 얻는 바가 있다면, 모두 다른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것은 『중론(中論)』이 성취하는 구경(究竟)의 의미 속에서 화합하지 않아 대치하는 법을 여의게 된다.
만약 다시 이와 같이 세속제 중에서 얻는 바가 있다면, 결정코 앞에서처럼 대치하는데 서로 어긋난다. 세속에서 연기하여 생하는 것은 얻는 바가 있기 때문이며, 이것도 또한 얻는 것이 아니다. 이와 같이 성립되는 것이 있으면 곧 화합하여 성품이 없으며, 성립되고 나면 한 쪽으로 치우침을 보게 되어 둘이 화합하지 않는다. 그와 같다면 곧 모든 성립되는 것 중에서 함께 잘못이 있거나, 만약 별다르게 성립되는 것이 있으면, 마땅히 스스로 차별되는 잘못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말하기를 그 실재하는 진흙덩어리를 취하여 막대기 등 모든 작용하는 법이 있게 되고, 함께 병 등을 생하게 한다고 한다. 이것은 중론과 다른 의미를 즐기는 것이다. 그러므로 게송에서 부정하여 말한다.
041_0104_b_15L有異人言:取彼實有泥團,隨有杖等諸作用法共生甁等。此異意樂,故頌止言:
【論】함께 생하는 것도 또한 성품이 없다.
041_0104_b_17L共生亦無性。
【釋】그것은 증상(增上)51)으로 인하여 하는 말이다. 자신과 다른 성품의 두 법으로 함께 생하지 않는다. 만약 그렇다면 언설(言說)로 대치하는 잘못이 있다.
041_0104_b_18L釋曰:彼增上所作,言非二法共生,若爾,有言說對治過失。
다른 사람이 말한다. 뜻대로 즐기는 것처럼, 모든 법은 그와 같이 원인이 없이 생한다. 그러한 견해를 부정하기 위하여 게송에서 말한다.
041_0104_b_20L有異人言:如所意樂,諸法如是無因而生。爲遣彼義,是故頌言:
【論】또한 원인이 없이 생하지도 않는다.
041_0104_b_22L亦不無因生。
041_0104_c_02L【釋】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처럼 원인이 없어도 생하는 성품을 얻는 일이 있다면, 곧 시기와 장소 등이 서로 여의는 성질이 있어도 결정코 생함이 있어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 시기와 장소 등의 성질은 능히 서로 여월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을 만약 부정한다면 대치하는 데 잘못이 있다.
이 중에 혹시 생하는 성품에 대하여 여러 가지 논의가 있다면, 모두 유루(有漏)52)의 의미를 말하는 것이다. 그와 같이 성품이 있으면, 각각 계박되어 속박된다. 모든 성품이 생함이 있다는 것을 여기에서 모두 그치라. 만약 짓는 바가 있다면, 곧 아함(阿含)53)과 서로 어긋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네 가지의 연(緣)이 있어 능히 모든 법을 생하는데, 그 네 가지의 연은 여러 경론(經論)에서 모두 이와 같이 설한다. 어떤 것들이 그 넷인가? 말하자면 인연(因緣)ㆍ소연연(所緣緣)ㆍ차제연(次第緣)ㆍ증상연(增上緣)이며, 이러한 네 가지 연 이외에 다섯 번째의 연은 없다.
견해가 다른 많은 종파 중에서 자아에 집착하는 자도 있고, 극미(極微)에 집착하는 자도 있다. 어찌하여 그러한가? 여기에서 만약 항상하다는 원인이 있다면, 그 시기와 장소의 성품은 곧 능히 서로 그 일체의 결과를 여의고 함께 생하는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시기와 장소 등이 서로 여의지 않는 성품을 본다. 차례로 법을 생하는 그것은 동시에 작용하는 원인이라서, 곧 서로 여의는 원인의 성품을 얻을 수 없다. 여기에는 잘못이 없다. 그러므로 동시에 작용하는 모든 원인은 원인이 아니며, 그것은 이와 같이 생하는 것에는 성품이 없다는 말이다.
만약 원인이 있기 때문에 결정코 결과가 있다면, 그 동시에 작용하는 모든 원인은 결정코 원인의 성품이다. 그것은 본래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동시에 작용하는 원인이 서로 여읜다면, 곧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대치하는데 서로 어긋난다. 본래 화합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모든 원인은 이와 같이 건립되었어도, 차별되는 원인에는 성품이 없다.
041_0105_a_02L그런데 그 장소 등이 서로 여의는 성품아 있어 동시에 생할 수 있다는 이러한 입장은 사부(士夫)54) 등과 같다. 이와 같기 때문에 사부가 아닌 것들의 원인은 본래 화합하는 성품이 없으며, 사부 등의 구절의 의미도 또한 자체와 같이 결정적으로 있지 않다. 사부(士夫) 등의 본래 성품이 화합하여 갖게 되는 원인의 성품은 종자(種子) 등과 같다. 사부 등의 본래의 상태[分位]55)는 혹은 만들어지는 성품을 여의어, 종자 등의 원인을 얻는 일도 있고, 혹은 얻지 못하는 일도 있다.
이것은 또 어찌하여 그러한가? 만약 본래의 상태가 만들어지는 성품을 여의거나 혹은 얻는 바가 있다면, 곧 항상하지 않다. 만약 만들어지는 것을 여의지 않는다면, 자체의 모습도 또한 곧 원인이 없게 되어, 앞에서 이미 설명한 것처럼 모든 사부(士夫)는 그 종자처럼 능히 결과를 생하지 않는다. 만약 이렇게 본다면 이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그것은 변계성(遍計性)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다섯 번째의 연이 없다고 말하였으며, 그것은 또한 단멸도 아니다.
혹은 질문이 있어 말한다. 자체의 결과는 연 중에 있는가, 없는가? 사물 자체는 그 밖의 세 번째의 분별에는 성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게송에서 대답하여 말한다.
041_0105_a_11L或有問言:自果於緣中爲有邪?爲無邪?物體第三分別無性,故頌答言:
【論】모든 법의 자성(自性)과 같은 것은 연(緣) 중에 존재하지 않는다.
041_0105_a_13L如諸法自性, 不在於緣中。
【釋】비유하면 병(甁)이나 의복[衣]처럼 상즉하지 않기 때문이며, 또한 다르진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눈[眼] 등의 자성이 만약 자신의 연이든, 다른 것의 연이든, 또는 자신과 다른 것의 연이든, 그 모든 연들은 상즉하지도 않고 다르지도 않아서, 만약 자체를 여의면 곧 결과가 있지 않다. 자체의 역능(力能)으로 말미암아 모든 연들이 있다고 하여도 이것에는 별다른 자성이 없다. 응당 생각하여 간택하여야 한다. 이와 같기 때문에 원인과 결과의 두 법은 별다른 자성이 없다.
【論】자성이 없기 때문에 다른 자성 [他脚]도 역시 또한 없다.56) 잘못되고 허망한 견해에 의하여 집착하는 것.57)
041_0105_a_23L以無自性故, 佗性亦復無。
041_0105_b_02L【釋】만약 이 둘이 있다면, 곧 서로 여의지 않는다. 만약 다른 자성이 있음을 본다면, 이와 같은 둘은 연이 아닐 때에 결과가 있거나, 결과가 아닐 때에 연이 있을 것이다. 만약 다른 것의 자성[他性]을 따라서 생한다면, 곧 원인과 결과의 두 법은 함께 하는 때에 있을 수 없다. 찰나에 생하기 때문이다. 만약 생하고 생하지 않는 둘로 만들어지는 성품이라면, 둘 다 자성이 없다. 만약 원인이 파괴되지 않는다면, 미래에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것은 지혜로 성립되는 것으로서, 이에 다른 것의 자성도 그러하다고 말한다. 만약 다른 것의 자성에 집착한다면, 승의제에는 있지 않다.
혹은 어떤 사람이 말한다. 여러 경론에서는 모두 다른 것의 연이 능히 모든 법을 생한다고 설하는데, 어찌하여 여기에서는 다른 것의 자성이 생하지 않는다고 말하는가? 만약 모든 연 중에서 다른 것의 자성이 생하지 않는다면, 어찌 자성이 없는 모든 법이 연중에 머문다고 하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연은 곧 연이 아니다. 만약 자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결과가 다른 연으로부터 생하게 되어 곧 도리에 맞지 않는다. 그러므로 게송에서 대답하여 말한다.
【釋】그런데 생하는 법이 만드는 것은 결과가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나머지 의미를 총체적으로 부정하기 위하여 게송에서 말한다.
041_0105_b_14L釋曰:然生法所作,有果可成。爲摠止餘義,是故頌言:
【論】결과는 연으로부터 있지 않아 있거나 없는 결과가 생하는 것이 그친다. 만약 법이 생하는 것을 말할 때에는 의지하는 것도 없고 생하는 바도 없다.
041_0105_b_16L果不從緣有, 有無果生止。
若說生法時, 無依無所生。
【釋】앞에서 설명한 결과가 생하지 않아 성립되는 일이 없다는 것은, 능히 생한 결과 자체도 또한 자성이 없다는 말이다. 만약 능히 생하게 하는 것[能生1과 생겨난 것[所生] 및 그 생한 법이 결정코 별다르게 생한 법을 얻을 수 있다면, 곧 그들이 만든 바를 능히 생하는 것이라고 말하겠지만, 이 중에는 별다르게 생한 법이 성립되는 일이 없다. 만약 결과가 연을 여읜다면 곧 생겨난 생한 법이 어떻게 성립될 수 있겠는가? 다른 것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
041_0105_c_02L혹은 어떤 사람이 말한다. 만들어지는 것은 이와 같이 연으로부터 성립된다. 사물 자체의 자성이 성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눈[眼] 등의 육처(六處)58)가 능히 연기의 법을 성립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의미를 좋아하는 일이 있기 때문에, 게송에서 대답하여 말한다.
【釋】만약 그 결정코 별다르게 생하는 법이 있을 수 있다면, 그것은 생하는 법의 중간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만약 생한다면, 그 눈 등의 결정코 생한 법은 서로 여의는 성품일 것이다. 혹시 이와 같이 생한다면, 또한 어찌 성립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말한다면 그것은 자성이 없는 법으로서, 여기에는 잘못이 있게 된다. 이것은 다른 종파의 주장이다. 그러므로 잘못이 있다.
만약 연으로부터 결과가 생한다면, 그 결과의 자성은 의지하는 연이 없고 또한 항상하지 않다. 서로 여의는 성품 중에서 결과가 어떻게 성립하겠는가? 게송에서 말하는바와 같다.
041_0105_c_10L若從緣生果,彼果性無依,緣亦無常,相離性中,果云何成?如有頌言:
【論】결과가 만약 별다르게 이해된다면 도리에 맞지 않아 의지할 수 없다. 만약 하나의 법이 만들어져 성립한다면 결과의 자체는 성립할 수 없다.
041_0105_c_12L果若別異解, 無道理可依。
若一法作成, 果體不可立。
본래의 게송에서 말하는 바와 같다.
041_0105_c_14L如本頌言:
연이 없으면 결과가 있지 않으니 연이 없으면 결과도 또한 없다. 이와 같이 세속 중에서는 항상하는 자성을 얻을 수 없다.
041_0105_c_15L非無緣有果, 無緣果亦無。
如是世俗中, 常性不可得。
【釋】만약 혹시 연이 없으면, 결과는 성립하지 않는다. 만약 결과가 있기 때문에 그 모든 법의 자체를 얻는 바가 있다면, 그 모든 법들도 또한 전부터 자성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연으로부터 생한다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연을 여의고 생한다면, 허공처럼 결과가 있지 않다. 비유하면 싹[芽] 등처럼 어떻게 능히 화합하겠는가? 만약 종자(種子)로부터 싹이 생한다고 말한다면, 곧 능히 생하게 하는 것과 생겨난 것의 둘이 화합하기 때문이다. 또한 종자 등의 연이 전적으로 능히 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며, 나머지 법이 성립함으로써 능히 결과가 있는 것이다. 이와 같기 때문에 결과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
041_0106_a_02L혹은 어떤 사람이 말한다. 연으로부터 결과가 있다는 것은, 곧 항상하지도 않고 또한 항상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 이와 같은 성품 중에서 능히 생하는 것이 성립할 수 있다.
041_0105_c_24L或有人言:從緣有果,此卽非常亦非無常,如是性中能生得成。
해석자[釋者]는 말한다. 그대가 설명한 것처럼, 이것이 있는 법이기 때문에 곧 이것이 성립되는 일이 있다면, 이와 같이 결정코 승의제에 있어서는 연이 없으면 결과가 있지 않고, 결과가 없으면 연이 있지 않다. 함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눈 등의 여러 법도 이 중에서는 또한 그러하여, 그 연의 성품을 만약 부정한다면, 확실히 잘못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연으로부터 결과가 있으며 모든 결과의 자체가 생한다는 것을. 말하자면 인연ㆍ자체연ㆍ소연연ㆍ증상연으로부터 생하기 때문이다. 모든 연의 분별로써 결과의 자체가 차별되어 이와 같이 성립한다.
비유하면 이미 성숙한 결과에 대하여 모든 원인의 차별로 분별하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능히 만드는 것[能作]과 만들어지는 것[所作] 가운데서 분별하여 이와 같이 결정코 결과가 있다고 말한다. 결정(決定)이라는 말은 곧 지닌다는 의미[持義]를 말한다. 이 중에 결과가 있다는 의미는 분명하다.
세속제에서는 결과의 법이 증장하여 곧 얻는 바가 있으나, 그 상태[分位]로써 집착할 수 없다. 만약 결과에 자성이 있다고 집착하면, 곧 다른 종파의 뜻이다. 연 중에 진실로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이와 같이 연으로부터 결과가 생하여 서로 포섭되어 결과를 따라 이전한다면, 그것은 비록 상태가 각각 다르지만 결과가 생하는 일이 있으며, 이것을 연이 생한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이들 모든 연은 생하고 나서 또한 각각 다르기 때문에, 모든 믿지 않고 허용하는 말은 곧 잘 설하는 의미가 못된다.
만약 이렇게 결과가 생하지 않으면, 그것은 연이 있지 않으니, 어떠한 것이 연이겠는가? 말하자면 원하는 뜻대로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만약 연이 있지 않은데도 능히 결과를 생한다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만약 혹시 연이 없다면, 또 다시 어떻게 연의 성품이 생할 수 있겠는가?
1)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 : 이 서문은 태평흥국(太平興國) 7년(982)에 천식재(天息災)가 『성불모경(聖佛母經)』을, 법천(法天)이 『길상지세경(吉祥持世經)』을, 시호(施護)가 『여래장엄경(如來莊嚴經)』을 각각 번역하여 올리자 송나라 태종(太宗)이 이를 치하해 지은 것이다.
2)상법(像法) : 부처님의 열반 뒤에 정법(正法)ㆍ상법(像法)ㆍ말법(末法)으로 나누어진 교법의 세 시기 중의 하나이다. 열반 후 500년부터 1000년까지의 시기로, 부처님의 가르침과 수행은 따르지만 깨달음을 증득하지 못하는 시기를 말한다.
3)육정(六情) : 육근(六根) 또는 육근이 발생시키는 정식(情識)을 말한다.
4)설산은 인도, 패엽은 불교경전을 뜻한다.
5)연라(煙蘿) : 연하등라(煙霞藤蘿)의 준말로, 안개와 노을이 자욱하고 등나무 여라덩굴이 우거진 곳이라는 뜻이다. 깊은 산이나 은둔처를 의미한다.
6)향계(香界) : 향기 자욱한 세계라는 뜻으로, 사찰을 가리키는 말이다.
7)십성(十聖) : 10지(地)의 보살을 말한다.
8)삼현(三賢) : 10주(住)・10행(行)・10회향(回向)의 위(位)에 있는 보살을 말한다.
9)건원(乾元) : 하늘의 도(道)이며, 천덕(天德)의 시초이다. 『주역』 ≺건괘(乾卦≻ 단(彖)에 “위대하도다, 건원이여! 만물이 이를 힘입어 비롯되나니, 이에 하늘을 통괄하도다.[大哉 乾元 萬物資始 乃統天]”라고 하였다.
10)태역(太易) : 기(氣)가 분화되기 이전 최초의 상태이다.
11)천식재(天息災) 등 : 역경원에서 번역을 주도했던 천식재(天息災)와 법천(法天)과 시호(施護)를 말한다.
12)사인(四忍) : 무생법인(無生法忍)・무멸인(無滅忍)・인연인(因緣忍)・무주인(無住忍)을 말한다. 인(忍)은 인가(忍可)・안인(安忍)의 뜻으로, 진실을 수긍하고 안주(安住)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말한다.
13)오성(五聲) : 오음(五音)이라고도 한다. 궁(宮)・상(商)・각(角)・치(徵)・우(羽)의 다섯 가지 음조를 말한다.
14)풍율(風律) : 시나 음악의 운율을 말한다.
15)사시(四始) : 사성(四聲)이라고도 한다. 평성(平聲)・상성(上聲)・거성(去聲)・입성(入聲)이니, 사성으로 음운(音韻)의 고저(高低)와 강약(强弱)과 장단(長短)을 구분한다.
16)화택(火宅) : 삼계(三界)가 탐욕 등의 번뇌로 어지러운 것을 불타는 집에 비유한 것이 『법화경』 「비유품」에 나온다.
17)천식재(天息災)가 『분별선악업보경(分別善惡報應經)』을 번역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18)금륜왕[金輪] : 4종의 전륜성왕(轉輪聖王) 중 최고의 권위를 가진 제왕을 말한다.
19)유정천(有頂天)에 부는 바람 : 비람풍(毘嵐風)을 말한다. 우주가 파괴되는 시기에 이 바람이 불어 인간세계로부터 위로 색구경천까지 차례로 파괴한다고 한다. 유정천은 색구경천(色究竟天)의 다른 이름이다. 따라서 가장 마지막에 파괴된다.
20)석전(釋典) : 석가의 가르침을 담은 전적, 즉 불교서적을 말한다.
21)이 서문은 송나라 진종(眞宗)이 함평(咸平) 원년(998)에 법현(法顯) 등에게 내리고, 태종의 성교서(聖教序) 뒤에 붙이게 한 것이다.
22)삼진(三辰) : 해와 달과 별의 세 가지를 말한다. 『좌전(左傳)』에 “하늘에는 삼진이 있고, 땅에는 오행이 있다[天有三辰 地有五行]”고 하였다.
23)구위(九圍) : 구주(九州)와 같은 말로, 온 천하를 뜻한다.
24)진문(眞文) : 천식재를 비롯한 서역승들이 가져온 범어 경전을 말한다.
25)송 태종은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 서쪽에다 역경원(譯經院)을 세우고, 천식재(天息災)・법천(法天)・시호(施護) 등에게 수집한 범어경전을 번역하게 하였다.
26)아름다운 문장으로 만들어 이를 귀한 상자에 보관했다는 뜻이다. 낭함(琅函)은 천자의 문서를 보관하던 옥으로 만든 함이다.
27)범어경전의 문장을 말한다. 용수 보살이 용궁의 창고에서 『화엄경(華嚴經)』을 가져와 유포했던 것에서 유래하였다.
28)인도출신 승려들을 말한다. 취령(鷲嶺)은 영취산 봉우리란 뜻으로, 곧 인도를 의미한다. 필추(苾芻)는 Ⓢbhikkhu의 음역어로, 비구(比丘)라고도 한다.
29)금상(金像) : 황금 같은 형상이란 뜻으로 곧 부처님을 지칭한다.
30)규구(規矩) : 목수가 사용하는 컴퍼스와 곱자로, 곧 기준・척도・법규를 뜻한다.
31)역경원(譯經院) : 송 태종이 태평흥국 5년(980)에 태평흥국사(太平興國寺)에 설치한 번역기관이다. 후에 전법원(傳法院)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32)법현(法賢) : 중인도 출신으로, 본래 이름은 법천(法天)이었는데, 송 태종이 법현(法顯)이란 법명을 하사하였다. 973년(개보 6)에 중국에 와서 천식재(天息災) 등과 함께 평생 역경사업에 종사하였다.
33)각로(覺路) : 깨달음의 길, 즉 불교를 뜻한다.
34)태종이 쓴 ≺대송신역삼장성교서(大宋新譯三藏聖教序)≻를 말한다.
35)성고(聖考) : 임금의 돌아가신 아버지를 칭하는 말이다.
36)추호(追號) : 죽은 임금에게 올리는 시호(諡號)를 말한다.
37)담제(禫祭) : 죽은 지 만 2년 기일에 지내는 제사가 대상(大祥)이고, 대상을 치른 다음 달에 지내는 제사가 담제(禫祭)이다.
38)모든 것을 알고 있으며 완전한 지혜를 갖춘사람, 곧 부처님을 뜻한다.
39)Vyavahāra-satya. 세간에서 통용되는 언어와 관습이 상식으로 인정되는 세상의 이치.
40)Paramārtha-satya. 가장 수승한 이치. 곧 불교의 심원한 진리를 말한다.
41)올바른 판단에 따른 통찰력으로 번뇌를 소멸하는 것, 곧 무루지(無漏智)를 말한다.
42)언어와 문자로 사물의 의미를 탐구하여 논의하는 것.
43)집착하는 것.
44)Prrapañca. 무의미하고 무익한 분별과 생각으로 논의하고 담론하는 것.
45)불생(不生)ㆍ불멸(不滅)ㆍ불상(不常)ㆍ부단(不斷)ㆍ불일(不一)ㆍ불이(不異)ㆍ불래(不來)ㆍ불거(不去) 등의 팔부(八不)와, 모든 희론을 소멸하는 것[滅諸戱論], 그리고 적정(寂靜)을 말한다.
46)경계(境界)는 차별되는 인식의 대상이며, 지(智)는 그 대상을 관조하는 지혜이다.
47)물질을 가장 미세한 한계까지 분석하여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최소의 단위를 말하는데, 오늘날 원자(原子)의 개념과 비슷하다.
48)객관적인 대상에 대하여 주관적으로 헤아리는 인식작용.
49)인도철학 중의 하나인 상캬(Saṃkhya)학파의 학자를 의미한다.
50)사물을 지각하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 안내처(眼內處)ㆍ육내처(耳內處)ㆍ비내처(鼻內處)ㆍ설내처(舌內處)ㆍ신내처(身內處)ㆍ의내처(意內處).
51)보통이 아닌, 정도를 지나친 것.
52)육근(六根)에서 새어 나오는 번뇌(煩情)의 별칭
53)Ǡgama를 소리나는대로 적은 것. 아함이란 가르침이라는 의미로서 여기서는 주로 반야경(般若經) 등을 뜻한다.
54)인간(人間)을 말하는데, 좁은 의미로는 남자(男子)를 뜻한다.
55)사물이 변화하여 발전하는 단계, 또는 그 상태.
56)변계소집성(遍차所執性)을 이렁게 번역한 듯하다.
57)인과관계를 고려할 때, 모든 것이 서로 연관되어 어떤 법도 다른 것을 원인으로 삼는 그런 원인을 말한다.
58)대상을 지각하는 안(眼)ㆍ이(耳)ㆍ비(鼻)ㆍ설(舌)ㆍ신(身)ㆍ의(意)의 여섯 감각기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