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에 국왕 아사세는 무수한 백천 신하 권속과 함께 모임에 와서 여러 훌륭한 광경[相]을 보았으며, 나아가 금색 동자를 보니 맑은 달 가운데서 광명이 밝고 깨끗하였으며 연꽃 대 위에 편안히 앉은 것이 구름 걷힌 가을 하늘에 둥근 달 같았으며, 또한 금 당기처럼 광명이 빛났고 상서롭기가 특별하였다.
이때에 왕은 보고 나서 깜짝 놀라 더없는 희기(希奇)한 마음이 들어서 몸의 털이 기뻐 곤두서고 눈이 밝고 온화하여 마치 파도의 모양처럼 더욱 깨끗한 믿음을 내어서 곧 존자 아난을 향하여 땅에 엎드려 공손히 절하였으며, 입을 들어 발에다 공경을 표시한 뒤에 무릎 꿇어 합장하고 정성껏 존자 아난을 우러러 보면서 게송을 말하였다.
당신께서 나투신 신통변화는 저희들 다 보니 전에 없던 일 더없이 적정(寂靜)한 크신 광명 여래의 광명과 같사오리다.
041_0194_b_21L汝今所現神變雲, 我等咸觀未曾有,
最上寂靜大威光, 與如來光等無異。
041_0194_c_02L 세간의 위험, 괴로움 다 모였으니 존자를 주인 삼고 의지 삼나니
당신이여, 널리 중생 위하사 부처님의 자비로 널리 사랑하소서.
041_0194_b_23L世間危苦咸皆集, 尊者爲主爲歸救,
汝能廣利諸衆生, 如佛悲心普愛念。
세존께서 모든 세간 보실 때 저희들 모두는 큰 즐거움 얻었나이다. 이제 존자 당신께서 세간 비추심은 부처님의 청정한 가르침 맡음이니라.
041_0194_c_03L世尊普觀諸世閒, 我等皆獲大喜樂,
今汝尊者照世間, 任持能仁淸淨教。
그때에 아사세왕은 이 게송을 말하여 찬탄하고는 마음의 원[意願]을 원만히 하고 환희심을 내었으며 속히 일어나 차려둔 형틀로 나아가서, 두 팔을 벌려 금색 동자를 맞이하였는데, 어찌나 기뻐하던지 어린아이 보호하듯이 하였다. 이때 금색 동자는 연꽃 자리에서 저절로 내려왔다. 왕은 가엾고 사랑함이 더욱 깊어서 앞에 나아가서 안고 두 번 세 번 쓰다듬었으며 깜박이지도 않고 보는 눈동자엔 기쁜 빛이 가득하였다. 그는 게송을 말하였다.
그는 또 생각하였다. ‘스스로 전생의 업을 잘 관해 보자. 내가 전생에서 여러 생을 겪으면서 결정코 선하지 못한 여러 업을 지었으며 지은 것이 성숙하여 그 갚음이 이제 나타난 것이다. 전생의 업인(業因)이란 응보를 잊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때문에 지금 내가 실제 허물이 없는데도 다른 사람에게 살해당하여 버려질 뻔하였구나.’
‘법이 진실하다면 말한 것이 진실하여라. 나는 가시손나리 동녀에 대하여 일찍이 한 번도 미세한 번뇌인 탐냄이나 성냄이나 어리석음이나 해침이나, 및 어떤 갖가지 마음에 따른 번뇌 등을 결정코 내지 않았다. 법에 대해 진실하듯 말한 것도 진실하여라. 이 여인의 몸뚱이에 독이 녹아 흩어져 예전대로 회복케 하라.’
이때에 무수한 백천 인간ㆍ천상의 대중들은 이구동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상하고 희한하여라. 금색 동자가 마음[心意]이 청정하여서 큰 신통과 큰 위력을 갖추었으므로 이와 같게 하였구나. 그의 진실한 가지력 때문에 그 가시손나리 동녀로 하여금 기거가 편안하고 귀여운 목숨을 되찾도록 하였도다.”
041_0195_c_02L이때에 가시손나리 동녀는 다시 자세히 사방을 돌아보며 모인 무리들을 보니, 존자 아난께서 기시림에 큰 비구들을 데리시고 반달 모양으로 계시는데 온갖 보배광명이 넓고 크고 미묘한 채 사자좌에 앉아 있으며, 또 국왕 아사세는 무수한 백천 신하ㆍ권속들을 데리고 모임 가운데 앉아 있으며, 또 자신을 보니 대나무 들것에 눕혀져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흰 비단에 장식되어 있었다.
이때 동녀는 이 말을 듣자, 곧 존자 아난께 더없이 청정한 믿음을 내고 희기(希奇)한 마음을 받들어 스스로 생각하였다. ‘전에 별장 안에서 대신 용려의 파괴적인 마음 때문에 죽음의 공포가 핍박하여 마음이 날로 헷갈리고 나쁜 분위[惡分位]가 때가 갈수록 싫어지는구나. 여자의 몸을 반성해 보니 적지 않게 피로하고 고달프다. 아, 괴롭다. 여자란 다른 데 비하여 극히 비천하며, 온갖 괴로움의 덩어리다. 이제 나는 어떻게 해야지 이렇게 싫은 여인의 몸을 버릴까?’
성문(聲聞) 중에 용(龍)이고 성문 중에 사자이며, 성문 중에 큰 선인이고 성문 중에 조선(調善)한 이입니다. 성문 중에 발눌마꽃[鉢訥摩花]이고 성문 중에 구모다꽃[俱母陀花]이며 성문 중에 흰 연꽃입니다. 성문 중에 조어(調御)하는 이이고 성문 중에 길잡이이며, 성문 중에 달이고 성문 중에 해이며, 성문 중에 보배이고 성문 중에 구슬동곳이며, 법 가운데 많이 들은 이며 교법(敎法)을 맡은 이 입니다.
곧 모든 누(漏)가 이미 다했고 지을 것을 이미 갖춘 아라한으로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고 자기를 이롭게 함에 이르렀으며, 모든 맺음[有結]을 다하고 잘 해탈하였습니다. 큰 신통변화를 갖고 큰 위덕을 갖추셨으며 큰 광명이고 큰 복밭[施田]이옵니다. 존자께서는 이와 같은 큰 공덕을 가졌으니, 법이 진실하고 말이 진실하다면 나로 하여금 오늘 여자 몸을 바꾸고 남자의 모양을 이루게 하옵소서.’
“기이하고 기이하다. 넓고 크고 우뚝하기가 실로 전에 없던 일이다. 존자 아난께서 큰 위덕을 갖추어 가장 청정하게 큰 복밭[施田]을 지으셨도다. 저 가시손나리 동녀는 옷 한 벌로 깨끗한 보시를 함으로써 원력이 서로 이어져서 이내 여자 몸을 바꾸어 남자를 이루었구나. 크도다, 행(行)과 원(願)이여. 수승하기가 이러하구나.”
이때에 모든 하늘들은 함께 깨끗한 믿음을 내어서 곧 공중에서 온갖 하늘꽃을 비내렸으며 다시 맑고 아름답고 사랑스런 하늘 풍악을 아뢰었다.
041_0196_b_08L時諸天人俱生淨信,卽於空中雨衆天花,復奏淸妙可愛天樂。
그때에 가시손나리 남자는 존자 아난의 큰 위덕으로 인하여 하고 싶은 대로 원을 원만히 하였으며, 이와 같은 현재의 과보를 관찰하고 더없는 경사스럽고 즐거운 마음이 나서 몸의 털이 기뻐서 곤두섰으며, 곧 일어나서 존자 아난께 나아가 두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 공경하고는 정성스럽게 찬탄하여 게송을 말하였다.
또한 지극히 시시한 한 벌의 옷 존자 대모니께 받들어 올리고 내 즐거움대로 두루두루[圓成] 얻으니 당신의 선한 힘이 이런 과(果) 불렀네.
041_0196_b_23L又復一衣至微小, 持奉尊者大牟尼,
隨自樂欲得圓成, 由汝善力現招果。
041_0196_c_02L
내가 생각한 여인의 몸 온갖 허물 넓고 크게 모음인데 존자의 크신 가지력(加持力)으로 여자 몸 바꾸어 남자 몸 되었네.
041_0196_c_02L如我意者女人身, 積集廣大諸過失,
尊者威力所加持, 得轉女身成男子。
헤매던 나 도리어 천인처럼 하늘의 장엄으로 몸 장엄하니 공중에는 비내리는 묘한 하늘 옷 펄펄 떨어져 기쁨 더하네.
041_0196_c_04L轉轉還同天人相, 天莊嚴具以嚴身,
空中復雨妙天衣, 繽紛而墜增歡悅。
이와 같은 공덕 묘한 복밭을 만약에 여실하게 짓지 않으면 이 사람은 복 적고 이익 헛되며 어리석음 번뇌에 묶인 바 되리.
041_0196_c_06L如是功德妙福田, 若人不能如實作,
斯人尟福果利虛, 癡等煩惱怨所縛。
이 게송을 말하여 찬탄한 뒤 그는 이와 같이 나타난 현재의 과보를 관찰하고 곧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바뀐 몸이 이러하구나. 또한 애욕의 과와 애욕이 아닌 과를 관찰하니 이치와 현상[理事]이 밝게 드러나는구나. 나는 이제 다시는 속인[白衣]의 집에 살지 말고 출가하기를 구해야겠다.’
이 생각을 하고 곧 존자 아난의 앞에 나아가 두 발에 절하고 아뢰었다. “존자이시여, 저는 이제 존자의 법 가운데 청정하게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비구가 되어서, 존자의 처소에서 맹세코 범행을 닦기 원하옵니다.” 이때에 존자 아난께서는 곧 그를 위해 출가의 법을 가르치셨으며, 그리하여 그는 비구가 되어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한편 일조 반수는 그의 아내와 함께 금색 동자를 이별하는 괴로움 때문에 황황히 왕사성의 거리를 달리면서 땅에 넘어지고 일어나며 나아가기도 하고 서기도 하며 맴돌기도 하면서 놀래고 근심하고 헷갈리어 손으로 몸을 치고 소리 높여 부르짖되 ‘아이고, 내 아들이여. 아이고, 내 아들이여’ 하다가 애통하는 소리가 극하면 다시 울곤 하였다.
이제 자식 때문에 어렵고 위험한 고해에 빠졌는데 존자의 지혜와 큰 광명 방편으로 잘 나를 건져 주셨네.
041_0197_a_21L如我今時爲子故, 沈沒艱危苦海中,
尊者智慧大威光, 方便善爲我救拔。
존자께서 자비한 마음으로 거두어 줌 이제 만나지 못했던들 나와 처자 근심의 그물 속에 이미 던져져 헤어나지 못했으리.
041_0197_a_23L若我今時不得値, 尊者悲心爲攝受,
我及妻子夂已投, 憂苦網中無出離。
041_0197_b_02L
존자께서 이제 여기 오셔서 큰 자비의 위력 내시니 자식은 근심 바다 건넜고 또한 험한 곳 헤어났네.
041_0197_b_02L尊者今時來降此, 大悲威力所出生,
子已得渡憂海中, 亦復出離憂險處。
묶였던 근심 노끈 이제 풀렸고 흐르던 근심도 이젠 멈췄네. 근심의 두려움이 이젠 없어졌고 근심의 얽힘에서 이제는 벗어났네.
041_0197_b_04L憂繩昔縛今得脫, 憂行遷流今亦停,
憂惑怖畏今已除, 憂籠拘縶而今出。
근심의 진흙에 빠지지 않고 근심의 가시에 찔리지 않으며 근심의 뱀 독 입지 않고 근심의 화살 맞지 않았네.
041_0197_b_06L不爲憂泥所陷溺, 不爲憂剌所傷身,
不被憂蛇惡毒侵, 不遭憂箭而射擊。
근심의 칼에 베이지 않고 근심의 원수 만나지 않으며 근심의 큰 고기에 삼켜지지 않고 근심의 불에 타지 않았네.
041_0197_b_08L不使憂劍所斷割, 不與憂怨相値遇,
憂惱大魚不相吞, 不遭憂火而焚爇。
존자께서 지으신 오늘의 선(善) 묘한 광명 널리 대중 비치니 중생들 깨끗한 눈 다 밝게 열리고 온갖 마음은 다 즐거워라.
041_0197_b_10L尊者今日善所作, 妙光普照大衆會,
衆生淨眼悉開明, 一切心意咸歡悅。
존자의 그 이름 경사 있어 기쁜 ‘존(尊)’ 중생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기쁨에서 난 이 이와 같이 구도(求度)의 문 여시니 우리들 이제 큰 환희 얻었네.
041_0197_b_12L尊者其名慶喜尊, 衆生利樂喜中生,
如是善開救度門, 我今獲得大歡喜。
그때에 일조 반수는 이 게송을 말하여 존자를 찬탄하였으며 곧 그의 아내와 함께 금색 동자의 앞에 나아갔다. 사랑하여 기른 마음 때문에 더욱 어여쁘고 사랑스러워서 쫓아가 얼싸안고 두 번 세 번 어루만졌으며 큰 기쁨이 더욱 차서 눈에 가득히 눈물 흘렸다. 부모는 동시에 기쁨에 맑은 눈으로 동자를 뜯어보면서 게송을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