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 조산대부(朝散大夫) 시홍로경 (試鴻矑卿 ) 선범대사(宣梵大師) 사자사문(賜紫沙門) 일칭(日稱) 등 한역 송성수 번역
041_0703_a_16L西天譯經三藏朝散大夫試鴻臚卿 宣梵大師賜紫沙門臣日稱等奉詔譯
1. 정반왕시발신심품(淨飯王始發信心品) ①
041_0703_a_17L淨飯王始發信心品第一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041_0703_a_18L如是我聞:
041_0703_b_02L 어느 때 부처님은 사위국에서 설법하여 교화를 베풀고 할 일을 다 마치신 뒤에 가비라국으로 가시어, 성에서 멀지 않은 니구율타(尼拘律陀)숲 속에서 큰 비구들 2천 5백 인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다 아라한으로서 번뇌가 다하고 마음과 슬기로 해탈하여 마치 큰 용왕처럼 할 일을 다 마치고, 무거운 짐을 버리어 자기의 이익을 얻고 모든 결박을 없애고 마음이 자재를 얻어 최상의 마지막 저 언덕에 이르렀으니, 그 이름은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ㆍ마하가섭(摩訶迦攝)ㆍ우루빈라가섭(優婁頻羅迦攝)ㆍ가야가섭(伽耶迦攝)ㆍ나제가섭(那提迦攝)ㆍ사리불(舍利弗)ㆍ대목건련(大目乾連)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다 인정하는 대아라한들이었다.
또 여러 가지 차별된 사도(邪道)를 버리고 정도로 돌아온 외도 니건자와 사문 바라문 등 무수한 대중이 모였으니, 이른바 조복(調伏)한 조복 대중ㆍ적정(寂靜)한 적정대중ㆍ저 언덕으로 잘 건너간 선초피안(善超彼岸) 대중ㆍ안온에 잘 머무는 선주안온(善住安穩) 대중ㆍ번뇌를 떠난 출리번뇌(出離煩惱) 대중ㆍ죄악을 잘 떠난 능리죄악(能離罪惡) 대중ㆍ죄의 때를 잘 씻은 세척죄구(洗滌罪垢) 대중ㆍ삼유(三有)를 잘 뛰어넘은 선초삼유(善超三有) 대중ㆍ다섯 티끌을 멀리 떠난 원리오진(遠離五塵) 대중ㆍ모든 장애를 떠난 이제장애(離諸障碍) 대중ㆍ의요가 청정한 청정의요(淸淨意樂) 대중ㆍ모든 감관을 구족한 구족제근(具足諸根) 대중ㆍ역경과 순경에서 다 해탈한 위순해탈(違順解脫)의 대중ㆍ자신을 잘 보호하는 선호자신(善護自身) 대중ㆍ
041_0703_c_02L 모든 바른 생각을 갖춘 구제정념(具諸正念) 대중ㆍ네 가지 신족을 갖춘 구사신족(具四信足) 대중ㆍ즐겨 말하고 밝게 기억하는 요설명기(樂說明記) 대중ㆍ연제를 밝게 아는 명료연제(明了緣諦) 대중ㆍ모든 감관을 잘 고요하게 한 선적제근(善寂諸根) 대중ㆍ결정적인 신해를 가진 결정신해(決定信解) 대중ㆍ즐겨 의를 구하는 낙구의리(樂求義利) 대중ㆍ‘나’가 없음을 관찰하는 관찰무아(觀察無我) 대중ㆍ모든 분별을 떠난 이제분별(離諸分別) 대중ㆍ의혹을 끊어 없앤 단제의혹(斷際疑惑) 대중ㆍ몸의 행이 편안하고 경쾌한 신행경안(身行輕安) 대중ㆍ자재하게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자재애락(自在愛樂) 대중ㆍ마음으로 잘 해탈한 심선해탈(心善解脫) 대중ㆍ슬기로 잘 해탈한 혜선해탈(慧善解脫) 대중ㆍ거룩한 종족에 머무는 주성종족(住聖種族) 대중 등이었다.
그때 대목건련이 이렇게 생각했다. ‘알 수 없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어떤 사람을 그 부왕(父王)께 보내시려는가?’ 그는 드디어 선정에 들어 관찰하다가 곧 여래의 마음 광명이 멀리서 저 우다이(優陀夷)를 비추는데, 마치 아침 해가 누각을 뚫고 동창으로부터 서쪽 담에 바로 쏟아지는 것과 같음을 보았다. 그리하여 목건련은 선정에서 일어나 존자 우다이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존자를 부르시어, 그 부왕께 가서 교화하라 하시기에 내가 와서 알리는 것이오.”
041_0704_a_02L 목건련이 말하였다. “존자가 가는 일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니 잘 생각해서 후회가 없게 하오. 왜냐 하면 저이는 관정(灌頂)한 찰제리왕으로서 그 위덕과 존엄성은 감히 범할 수 없을 것이니 누가 능히 지도하며 무엇이라고 불러 대하겠소? 더구나 교화하여 신심을 내게 함이겠는가? 내 이제 비유로 말할 것이니 잘 들으시오. 즉 백 명의 사내가 여러 해 동안 마른 섶을 져다 쌓아 큰 무더기를 만들고 불을 질러 불꽃이 맹렬히 타오르는데, 거기에 다시 소유(酥油)를 붓는다면, 과연 누가 그 광대한 불무더기 속에 들어가 피해를 입지 않겠소? 또 어떤 사람이 가장 사나운 큰 코끼리의 어금니를 취하려 한다면 그는 반드시 큰 상처를 입을 것이오. 지금 정반왕께 가서 그를 교화하려는 것이 극히 어려운 것도 그와 같은 것이오. 나는 조그만 비유로 간단히 말하였소. 일에 다다르거든 잘 생각해서 큰 탈이 없게 하시오.”
041_0705_a_02L 미녀와 권속들에 조금도 즐거움 느끼지 않네.
젊어서 욕심에 집착하지만 즐거움 무너지면 고통 곧 온다.
041_0704_c_24L於采女眷屬, 都不生忻樂。
少年著欲者, 樂壞苦卽至。
저 옛날의 큰 선인들 모두 산골짜기에 살았다. 5욕이란 구경(究竟)이 아니거니 열반이 곧 즐거움이네.”
041_0705_a_03L如往古大僊, 棲止於山谷。
五欲非究竟, 寂靜卽爲樂。
왕은 견고혜에게 말했다. “그런 말 하지 말라. 만일 쾌락을 누리지 않으면 어찌 내 아들이라 하리.
041_0705_a_05L王語堅固慧, 勿作如是說,
若不受欲樂, 何名爲我子。
이 나라의 부귀는 저 다문천(多聞天) 같나니 모든 궁전과 누각은 온갖 보배로 장엄하였다.
041_0705_a_07L有國之富貴, 如彼多聞天,
諸宮殿樓閣, 衆寶而莊嚴。
백천의 많은 기녀(妓女)와 음악들 언제나 주위에 둘러 있는데 최상의 색상 갖추어 천녀와 같아 다름이 없다.
041_0705_a_09L百千衆妓樂, 周帀常圍繞,
具最上色相, 類天女無異。
얼굴 모양은 모두 원만하고 피부는 불그레하며 이는 가지런하고 이마는 넓고 반듯하며 눈은 연잎처럼 푸르렀다.
041_0705_a_11L面貌皆圓滿, 脣丹齒齊密,
額廣復平正, 目比靑蓮葉。
태도는 모두 단정하고 살결은 옥이나 눈과 같고 갖가지 묘한 노래와 춤으로 서로 어울려 함께 즐긴다.
041_0705_a_13L形儀悉端直, 膚潔猶珂雪,
作衆妙歌舞, 而共相娛樂。
젊은 나이라 색신이 고와 마치 저 가지 위의 꽃과 같나니 너는 부디 여기 살면서 그 영화를 버리지 말라.
041_0705_a_15L年少色鮮白, 如彼枝上花,
汝當住於此, 勿棄於榮貴。
나는 진실로 너에게 말하나니 비방도 아니요 칭찬도 아니다. 태자여, 잘 알아야 하나니 왕위란 극히 존귀한 것이다.”
041_0705_a_17L我今誠謂汝, 非毀亦非譽。
太子善了知, 王位極尊勝。
태자는 이 말을 다 듣고도 거기서 벗어나기 결심했나니 저 5욕의 경계에 대해 마치 꿈인 듯 집착하지 않았다.
041_0705_a_19L我聞是說已, 決志求出難,
於彼五欲境, 不著如夢寐。
태자는 다시 부왕께 아뢰었다. “내가 생각하니 그 언제부터 애욕의 정에 빠진 바 되어 그 즐거움에 부끄러움 몰랐네.
041_0705_a_21L復白於父王, 自念從無始,
爲欲之所溺, 娛情不知愧。
그것은 마치 저 장님이 험준한 길을 간신히 가면서 평탄한 길을 버리는 것 같거니 누구에 의해 구원받으리.
041_0705_a_23L猶如彼盲夫, 艱辛趣險道,
自捨平坦處, 憑誰爲歸救。
041_0705_b_02L
이 욕정을 잘 모른다면 무엇에 의해 고통의 결박 벗으리. 이 험한 길을 벗어나야 내 마음이 뒤바뀌지 않으리.
041_0705_b_02L於欲不了知, 何由脫苦縛,
當離於險道, 此心非顚倒。
모든 욕심을 잘 멀리하면 안온하여 아무런 우환 없고 저 욕정에 집착하는 사람은 장님처럼 아무 것도 보지 못하네.
041_0705_b_04L若能遠諸欲, 安隱除過患,
當知著欲者, 如盲無所見。
욕심 경계는 폭포와 같아 마구 쏟아지면 막기 어렵고 이 세상의 지혜로운 사람은 그것을 싫어하고 두려워하네.
041_0705_b_06L欲境如瀑流, 傾注難防護,
世有明智人, 當生於厭怖。
욕심은 온갖 고통의 원인 사람 해치기 독사보다 더하고 칼과 막대기와 독약과 같고 왕성히 타오르는 불꽃과 같다.”
041_0705_b_08L欲爲衆苦因, 損害逾蛇螫,
刀杖與毒藥, 熾火然相似。
저 견고혜 왕자는 슬픔을 머금고 부왕께 아뢰었네. “내 뜻은 저 산림에 있나니 욕심 버리고 해탈을 구하려하나이다.
041_0705_b_10L堅固慧王子, 含悲白父王,
我志在山林, 離欲求解脫。
이 몸은 실로 싫어해야 할 것 늙음ㆍ병ㆍ고통이 얽매고 있어 보배로운 왕위는 돌아보지 않나니 원하옵나니 출가하기 허락하여 주소서.”
041_0705_b_12L是身深可厭, 老病苦縈縛,
不顧王寶位, 願允聽出家。
이때에 그 왕족 가운데 월시(月施)라는 동자가 있어 태자가 집을 떠나는 것을 보고 그도 따라 범행(梵行)을 닦으려 했다.
041_0705_b_14L是時王族中, 童子名月施,
見太子出家, 亦隨修梵行。
태자는 그 왕궁을 떠난 뒤에 용맹 정진을 갖추어 행하여 다섯 가지 신통을 얻고 네 가지 무량심(無量心)을 잘 닦았다.
041_0705_b_16L太子出家已, 具勇猛精進,
獲得五神通, 善修四無量。
사람 가운데의 석씨 사자는 두려움 없이 잘 설법하여 모든 중생들 두루 교화해 모두 불도에 들게 하였다.
041_0705_b_18L人中釋師子, 說法無所畏,
教化諸衆生, 皆令入佛道。
그리고 그 월시 동자는 그 선교한 방편으로써 5욕의 우환 보이어 왕에게 권해 도심을 내게 하였다.
041_0705_b_20L彼月施童子, 以善巧方便,
示五欲過患, 勸王發道意。
우다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옛날의 그 견고혜 태자를 너는 누구라 생각하느냐? 그이가 바로 지금의 나이니라.
041_0705_b_22L優陀夷當知, 往昔堅固慧,
於汝意云何, 今則我身是。
041_0705_c_02L 그리고 그 월시 동자는 진실한 행을 즐겨 닦으며
석가 종족과 같이 살았나니 그이가 바로 지금의 너이니라.
041_0705_b_24L其月施童子, 樂修眞實行,
同居釋種中, 今則汝身是。
그러므로 우다이야, 너는 지금 응당 가서 부왕께 발심을 권하여 모든 좋은 이익 더욱 늘게 하라.
041_0705_c_03L是故優陁夷, 汝今應當往,
勸父王發心, 增長諸善利。
그때 존자 우다이가 부처님의 게송을 다 듣고는 자비로운 뜻을 공손히 받들고 예배하고 물러났다. 그리하여 이른 아침에 발우를 들고 가비라성으로 가 왕궁의 문으로 나아가 백천의 석족 황족들이 한곳에 모여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대중 가운데 있던 월면(月面)이라는 석가의 종족은 우다이와 구면이었는데 그가 멀리서 우다이를 보고 와서 물었다. “무슨 일로 여기 오십니까?”
그가 이 말을 듣고 말하였다. “옛날 태자께서 출가하시지 않았더라면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10선(善)으로 교화해 다스리면서 4천하의 왕노릇을 할 것이요, 7보 즉 윤보(輪寶)ㆍ상보(象寶)ㆍ마보(馬寶)ㆍ주보(珠寶)ㆍ여보(女寶)ㆍ병보(兵寶)ㆍ주장신보(主藏臣寶) 등이 저절로 나타나며, 다시 일천의 아들이 호위하고 일체 인민들이 공경하고 존중할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출가하여 공적(空寂)을 즐기시니 이런 광대한 부귀를 잃어버리신 것입니다. 지금 모인 것도 바로 이것을 의논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041_0706_a_02L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정반왕이 석가의 종족들을 불러 뜰에 늘여 세우고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실달태자는 왕위의 최상의 쾌락을 버리고 임야에 즐겨 산다. 얼마나 그릇된 것이냐? 지금부터 그대들은 일절 거기 가서 공경하거나 공양하지 말라.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매를 때려 벌하리라.”
그때 선오(善悟)라는 석가의 종족은 총명한 슬기로 온갖 선교방편을 환히 통달했는데, 궁문에 나갔다가 우다이를 보고 방편으로 가까이 가서 그윽한 곳에 이르러 비로소 안부를 물었다. “세존 스승님께서는 기거가 가뿐하시고 안온 쾌락하시며 4대(大)가 조화하여 병고나 번뇌도 없으시며 중생들을 교화하시기에 피로하시지는 않으십니까?”
또 무우(無憂)라는 석가의 종족과 이우(離憂)라는 석가의 종족도 존자에게로 가서 세존의 안부를 묻되 앞에서 말한 것과 같았다. “우리들도 모두 세존께서 계신 곳에 가고자 하나 ‘석가의 종족들은 누구든지 부처님께 친근하여 공양하지 못한다.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매를 때려 벌하리라’ 하시는 대왕의 분부가 있었으므로 이 엄한 분부를 두려워하여 감히 가는 자가 없습니다.”
우다이가 이 말을 듣고 길게 탄식하였다. “정반 부왕은 어찌하여 이처럼 생각하실까? 여래의 슬기의 해가 세상에 나타나 일체 중생들에게 많은 이익을 주신다. 일체 인민과 사천왕ㆍ제석천왕ㆍ범천왕 등이 다투어 공양하기에 한가한 날이 없다. 내가 저 정반왕을 뵈옵고 이상의 일을 갖추어 아뢰리라.” 그는 곧 선정에 들어 관찰하다가, 그 부왕의 믿음의 뿌리가 성숙하여 반드시 교화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리하여 우다이 존자는 온갖 위덕을 갖추어 결가부좌하고 허공에 앉았는데, 높이는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일곱 곱절 정도였으며, 곧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그때 정반왕이 멀리서 존자가 허공을 타고 오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합장하고 우러러 보며 게송을 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