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그때 모든 천왕(天王)과 모든 하늘과 모든 범왕(梵王)과 모든 범천과 이사나천(伊賖那天)과 신선(神仙) 및 모든 천녀(天女)들이 동시에 세 번 찬탄했다.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혜명 수보리께서 말씀하시는 법은 모두가 부처님이 세간에 나오신 인연과 그 은혜의 힘으로 가르침을 널리 펴시는 것입니다.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이 반야바라밀을 행하고 멀리 여의지 않으면 저희들은 그 사람을 마치 부처님처럼 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 비록 법으로써 얻어야 할 이른바 물질ㆍ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에서 일체종지에 이르기까지 없다 하더라도 3승(乘)의 가르침인 성문승(聲聞乘)과 벽지불승(辟支佛乘)과 불승(佛乘)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자들아,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이 반야바라밀을 행하고 멀리 여의지 않는다면 이 사람을 보기를 마치 부처님처럼 보아야 하나니, 얻을 바가 없기[無所得]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이 반야바라밀 가운데에는 3승의 가르침인 성문승과 벽지불승과 불승을 널리 말하고 있기 때문이니라.
014_1058_b_01L단(檀)바라밀 가운데에서는 부처님을 얻을 수 없고 단바라밀을 여의고서도 또한 부처님을 얻을 수 없으며, 반야(般若)바라밀 가운데에서도 부처님을 얻을 수 없고 반야바라밀을 여의고서도 또한 부처님을 얻을 수 없나니, 내공(內空)에서 무법유법공(無法有法空)까지와 4념처(念處)에서 18불공법(不共法)까지와 일체종지(一切種智)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시라(尸羅)바라밀ㆍ찬제(羼提)바라밀ㆍ비리야(毘梨耶)바라밀ㆍ선(禪)바라밀ㆍ반야바라밀을 여의지 않았으며, 내공에서 유법무법공까지와 4념처에서 8성도분(成道分)까지를 여의지 않았고 4선(禪)ㆍ4무량심(無量心)ㆍ4무색정(無色定)과 모든 삼매문(三昧門)과 모든 다라니문(陀羅尼門)을 여의지 않았으며, 4무소외(無所畏)와 부처님의 10력(力)과 4무애지(無礙智)와 18불공법(不共法)과 대자대비 및 그 밖의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의 행을 여의지 않았나니, 역시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니라.
그때에 모든 천자들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희유하시나이다. 이 반야바라밀은 모든 보살마하살로 하여금 살바야(薩婆若)를 얻게 하나니, 물질에 대하여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기 때문이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에 대하여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기 때문이며, 또한 일체종지에 대하여도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모든 하늘들”이란 바로 욕계(欲界)의 하늘들이다. “모든 범(梵)들”이란 바로 색계(色界)의 하늘들이며, “이사나(伊賖那)”는 바로 대자재천왕(大自在天王)과 그의 권속들이다. “신선”이라 하면 두 가지가 있어서 혹은 하늘이기도 하고 혹은 사람이기도 하며, “천녀(天女)들”이란 바로 제석천왕(帝釋天王)의 부인인 사지(舍脂) 등의 모든 천녀들이다.
“법”이라는 것은 이른바 깊은 반야바라밀이다. “깊은 법”이란 온갖 법이 비록 반드시 공하다 하더라도 3승의 분별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왜냐하면, 만일 모든 법이 받드시 공이라면 다시는 3승의 공덕을 닦고 쌓을 필요가 없으므로 단멸(斷滅) 가운데에 떨어지게 되지만 만일 3승의 공덕을 닦으면 곧 조금씩 차이가 나고 분별하게 되어 곧 반드시 공함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반야바라밀은 비록 반드시 공하다 하더라도 단멸에 떨어지지 않으며 비록 삼승이 있다고 분별한다 하더라도 역시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나니, 두 가지 일에서 일정한 모양을 취하지 않아 이 일은 심히 깊고 미묘하기 때문에 모든 하늘들은 크게 기뻐하면서 찬탄하기를 “좋습니다.”고 말한 것이다.
부처님은 그들의 찬탄을 옳다고 하시면서 다시 심히 깊은 인연을 말씀하시나니, “6바라밀로부터 일체종지에 이르기까지 그 가운데에서는 부처님을 얻을 수 없고 이것을 여의고도 부처님은 또한 얻을 수 없다. 모든 법이 화합한 인연 때문에 부처님이 있는 것이라 자기 성품[自性]이 없다.”고 하신다.
014_1059_a_01L만일 보살로서 이와 같이 행하는 이면 이 보살이야말로 그가 곧 부처님이라고 알아야 한다. “그가 곧 부처님이다.”고 함은, 이 세계 안에서 쓰는 언어로 마치 태자(太子)는 비록 아직 왕위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더라도 반드시 왕이 될 것이라는 것과 같다.
이 가운데에서 부처님은 스스로 본사(本事)를 이끌어서 증명을 삼으시나니, 이 보살은 이미 무생인(無生忍)을 얻고서 보살의 지위에 들었고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친견한 이다.
014_1059_a_04L此中佛自引本事以爲證;此菩薩已得無生忍,入菩薩位,見十方諸佛。
모든 하늘들은 부처님께서 자기들이 찬탄한 이치를 널리 밝히시는 것을 듣고 마음이 더욱 더 깊이 감화되었으므로 거듭 찬탄하면서 “온갖 법의 허물을 보는 까닭에 취하지 않고 이익이 있는 까닭에 버리지도 않으며 또한 온갖 법이 마침내 공하여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까닭에 취하지도 않고 버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교시가(憍尸迦)야, 만일 보살마하살이나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나 모든 천자며 또는 천녀들이 이 반야바라밀을 듣고 받아 지니고 친근하고 독송하면서 다른 이들에게 해설하며 바르게 기억하면서 살바야(薩婆若)의 마음을 여의지 않으면, 천자들아, 이 사람들에게는 악마[魔]나 악마의 하늘[魔天]이 그 틈[便]을 얻을 수 없느니라.
014_1059_b_01L왜냐하면 이 선남자ㆍ선여인은 진실로 물질이 공한 것을 환히 알기 때문이니, 공한 것은 공한 것의 틈을 얻을 수 없으며, 조작이 없는[無作] 것은 조작이 없는 것의 틈을 얻을 수 없느니라. 진실로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이 공한 것을 환히 알았기 때문이며 또한 진실로 일체지까지 공한 것을 환히 알기 때문이니, 공한 것은 공한 것의 틈을 얻을 수 없고 나아가 조작이 없는 것은 조작이 없는 것의 틈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니라. 왜냐하면 모든 법은 자기 성품을 얻을 수 없어서 틈을 얻을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거늘 그 누가 괴로움을 받는 이이겠느냐.
다시 교시가야, 이 선남자 선여인에게는 사람과 사람 아닌 이들이 그의 틈을 얻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 선남자ㆍ선여인은 온갖 중생들 가운데에서 인자한 마음[慈心]과 가엾이 여기는 마음[悲心]과 기쁘게 하는 마음[喜心]과 버리는 마음[捨心]을 잘 닦기 때문이니,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니라.
다시 교시가야, 삼천대천세계의 사천왕천과 삼십삼천과 야마천(夜摩天)ㆍ도솔타천(兜率陀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범천(梵天)ㆍ광음천(光音天)ㆍ변정천(遍淨天) 및 광과천(廣果天) 등의 이 모든 하늘 가운데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일으킨 이로서 아직 이 바라밀을 듣지 못하고 아직 받아 지니거나 친근하지 못한 이와 모든 천자들이면 이제 받아 지니고 친근하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면서 살바야의 마음을 여의지 않아야 하느니라.
다시 교시가야, 모든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반야바라밀을 듣고서는 받아 지니고 친근하고 읽고 외우며 바르게 기억하여 살바야의 마음을 여의지 않으면, 이 모든 선남자ㆍ선여인들이 빈 집에 있거나 넓은 들판에 있거나 사람들이 사는 곳에 있거나간에 끝까지 두려워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 선남자ㆍ선여인들은 내공(內空)에 밝아서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요 외공(外空)에서 무법유법공(無法有法空)에 이르기까지 밝아서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니라.”
【논】【문】이 가운데에서 부처님은 4중을 자세히 살펴보신 뒤에 어째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시는가?
014_1059_b_23L【論】問曰:此中佛觀四部衆已,何以告釋提桓因?
014_1059_c_01L【답】그 밖의 다른 품(品) 가운데에서는 대부분 반야바라밀의 본체(體)를 말씀하셨거니와 여기에서는 반야의 공덕을 찬탄하시려고 짐짓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신다. 비유컨대 마치 먼저 좋은 보배를 사람들에게 보인 연후에 그 보배의 성능을 찬탄하는 것과 같다.
또한 “두루 자세히 살펴보신다.”고 함은, 모임 안에 있는 중생들로 하여금 저마다 부처님께서 보시면서 생각해 주셨다는 것을 알고 자기 자신을 가벼이 여기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가벼이 여기지 않기 때문에 법을 듣는 것을 감당할 수 있나니, 이 때문에 두루 자세히 살펴보신다. 마치 왕이 여러 신하들을 돌아보게 되면 그 신하들은 기뻐하면서 스스로 치하하는 것과 같다.
【답】옛날 마가타국(摩伽陀國)에 마가(摩伽)라는 바라문이 있었다. 그의 성(姓)은 교시가였고 복덕과 큰 지혜가 있었는데 아는 벗 33인과 함께 복덕을 닦다가 목숨이 다한 뒤에는 모두가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 제2의 천상에 태어났다. 그곳에서 마가 바라문은 천주가 되고 나머지 32인은 그를 보좌하는 신하가 되었다. 이 33인 때문에 삼십삼천(三十三天)이란 이름이 붙고 그의 본래성을 부르면서 “교시가”라 하기도 하고 혹은 “천주”라 부르기도 하며 혹은 “천안(天眼)이라 하기도 했나니, 대인(大人)인지라 그를 부르면서 짐짓 그의 성을 부르시는 것이다.
014_1060_a_01L이 가운데에서 말한 “반야바라밀”이란 바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인데 언어와 명자[言語名字]를 경전에다 베껴 써서 그 실상(實相)의 지혜를 널리 전하고 드러내 보이는 것이다. 왜냐하면 반야바라밀에는 모든 관(觀)이나 언어의 모양이 없고 이 언어가 쓰여진 경전으로 인하여 이 반야바라밀을 얻을 수가 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명자가 있는 경전을 “반야바라밀”이라한다.
이 가운데에서 간략하게 부처님의 뜻을 말하면서 “만일 반야를 듣고 받아 지니면 평등하게 갖가지의 공덕을 얻게 된다.”는 것이니 뒤에서 더 자세히 설명할 것이다. 중생을 제도하고 부처님의 도를 얻기 위하여 공양하면서 반야바라밀을 받아 배우면 이 사람에게는 악마나 악마의 하늘이 틈을 얻을 수가 없다.
【답】악마의 이름은 바로 자재천왕(自在天王)이다. 그는 비록 복덕의 인연으로 그곳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모든 삿된 견해를 품고 있나니, “욕계[欲界]의 중생들은 바로 나의 백성들이다. 비록 다시 죽고 태어나고 한다 하더라도 헤매면서 나의 세계를 떠나지 못한다. 설령 또한 위의 색계(色界)와 무색계(無色界)에 가 나더라도 다시 와서 나에게 속한다.
또한 어떤 외도(外道)로서 다섯 가지 신통(神通)을 얻는다 하여도 역시 나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므로 근심거리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만일 부처님이나 보살이 세간에 출현하면 나의 백성을 교화하고 제도하여 나고 죽는 근본을 뽑아내어 무여열반(無如涅槃)에 들게 하면서 영영 다시 돌아오지 못하게 하므로 나의 경계가 텅비게 된다.”고 한다. 이 때문에 원한을 일으키면서 원수로 여기고 시샘하게 된다.
만일 보살로서 일심으로 몸과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방편을 쓰면서 부처님 도를 구하는 이는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큰 보살들이 다 함께 호지(護持)하여 주시므로 이런 인연 때문에 부처님의 도를 이룰 수 있거니와 만일 보살이 되어서도 게으름을 피우고 세간의 쾌락에 탐착하여 한마음으로 부지런히 부처님 도를 구하지 못하면 그 사람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속이고 또한 시방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을 속이는 것이다.
014_1060_b_01L그것은 왜냐하면 스스로가 말하기를 “나는 온갖 중생들을 위하여 부처님 도를 구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잡(雜)된 행을 행하면서 보살의 법을 파괴하고 있기 때문이니, 이런 죄 때문에 모든 부처님과 보살은 그를 수호하지 않으며, 악마는 그 틈을 얻게 된다.
그것은 왜냐하면 온갖 성인은 이미 바른 지위에 들어가 일심으로 도를 행하면서 깊이 열반을 즐기고 있고 악마는 삿된 지위에 들어가서 삿된 도에 애착하고 있기 때문이니, 삿되고 바른 것이 서로가 다르다. 이 때문에 바른 행을 미워하고 시샘하며 미치고 어리석어서 자신이 높은 체하고 부처님을 “사문 구담(沙門瞿曇)”이라 부르면, 부처님은 그의 참 이름을 “못된 악마[弊魔]”라고 일컫고 계시니, 서로가 어긋나기 때문에 원수라고 한다.
이 가운데에서 반야의 힘 때문에 네 가지 악마는 틈을 얻을 수 없다. 모든 법의 실상(實相)을 얻어서 번뇌가 끊어지면 번뇌의 악마가 파괴되므로 하늘의 악마[惡魔]도 또한 그 틈을 얻을 수 없으며, 무여열반에 들기 때문에 5중의 악마와 죽음의 악마가 파괴되거늘 어떻게 그 틈을 얻게 되겠는가.
악마와 악마의 백성이 와서 보살을 두렵게 구나니, 경전 안의 말씀과 같이 악마는 용의 몸 등 갖가지 기이한 형상으로 두려운 모양을 하고 밤에 와서 수행하는 이를 괴롭히기도 하며, 혹은 교묘하게 5욕(慾)을 나타내어서 보살을 무너뜨리고 어지럽히기도 하며, 혹은 세간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서 크게 공양하게 하여 수행하는 이가 그 공양을 탐착하여 도덕을 잃게 하기도 한다.
혹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보살을 업신여겨 괴롭히게 하기도 하고, 혹은 욕설을 퍼붓게 하기도 하며 혹은 때리게 하기도 하고, 혹은 상처를 내게도 하며, 혹은 해치게도 하여 수행하는 이가 고통을 받아 혹은 성을 내고 걱정하게 한다. 이와 같이 악마는 그 사람의 뜻이 향해 나가는 대로 그를 무너뜨리나니, 이것을 “틈[便]을 얻는다.”고 한다. 마치 「악마의 품[魔品]」 가운데에서 자세히 설명하는 것과 같다.
【문】악마의 힘은 심히 크고 육신(肉身)보살의 도력(道力)은 오히려 적거늘 어떻게 틈을 얻지 못하겠는가?
014_1060_b_22L問曰:魔力甚大,肉身菩薩道力尚少,云何不得便?
014_1060_c_01L【답】위에서 말한 것과 같아서 모든 부처님과 보살의 보호를 받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에서 부처님은 스스로 인연을 말씀하시면서 “이 사람은 모든 법의 공을 잘 닦으며 또한 그 공에도 집착하지 않나니, 공에도 집착하지 않은데 어떻게 틈을 얻을 수 있겠느냐? 비유컨대 마치 상처가 없으면 독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과 같나니, 무상(無相)과 무작(無作)도 또한 그와 같다.
또한 온갖 법을 진실로 관찰하면 모두 그것은 공하고 모양이 없고 조작이 없나니, 모두 그것은 공하고 모양이 없고 조작이 없기 때문에 틈을 얻을 수도 없으며, 또한 틈을 받을 이도 없다. 이 때문에 공한 것은 공한 것의 틈을 얻지 못해야 하고 모양이 없는 것은 모양이 없는 것의 틈을 얻지 못해야 하나니, 그것은 한 모양[一相]이기 때문이다. 마치 불이 불을 끌 수는 없지만 물을 만나면 곧 꺼지는 것과 같나니, 이것은 다른 모양[異相]이기 때문이다.
【답】이 경 가운데에서 부처님은 스스로 “세 가지 해탈문은 자기 성품[自性]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또한 먼저 논의(論議)한 가운데에서는 “공하고 모양이 없고 조작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또한 집착하지 않는다.”고 말했었나니, 이 때문에 비록 세 가지 해탈문에 머무른다 하더라도 악마나 악마의 백성은 그의 틈을 얻지 못한다.
014_1061_a_01L또한 경전 가운데에서 말씀하시기를 “여인은 다섯 가지 장애[五礙]가 있나니, 석제환인(釋提桓因)과 범왕(梵王)과 마왕(魔王)과 전륜성왕(轉輪聖王)과 부처님[佛]은 될 수 없다.”고 한다. 이 다섯 가지 장애로 부처님이 될 수 없다는 말을 듣고 여인들은 마음이 물러나서 뜻을 일으키지 못하며 혹은 설법하는 이도 여인을 위하여 부처님도를 말하지 않는 이가 있나니, 이 때문에 부처님은 여기서도 “선남자ㆍ선여인”이라 부르시며, “여인도 부처님이 될 수 있으며 여인의 몸을 바꾸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고 하신다. 다섯 가지 장애란 한 몸에 관한 일을 설명한 것이며, 선남자ㆍ선여인의 뜻에 대해서는 먼저 이미 널리 설명했다.
또한 위에서 악마는 두렵게 하는 일이 매우 많았으나 대부분 본래의 형상을 나타내지 않으면서 혹은 천둥소리를 내기도 하고 혹은 비바람을 퍼붓기도 하며, 혹은 질병과 고통 등을 주기도 하므로 이 때문에 “모든 법이 공 하다.”고 말하거니와 여기에서는 사람이 와서 거친 말을 하고 욕설을 퍼붓고 칼과 몽둥이로 베고 때리는 등의 일이 있기 때문에 네 가지 무량심을 말하고 있다.
“횡액으로 죽지 않는다[不橫死]”고 함은, 이른바 죄가 없으면서 죽는 것이니, 혹은 수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는데도 잘못 약을 썼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약을 먹는 법을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며, 혹은 병을 간호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혹은 배고프고 목마르고 춥고 더워서 일찍 죽게 되는 등의 이것을 횡액으로 죽는다고 한다.
014_1061_b_01L보살은 처음에 뜻을 낸 뒤로 온갖 중병들에 대하여 항상 단바라밀을 행하면서 병에 맞추어 약을 주고 그 병든 사람의 희망을 따른다. 고단한 이와 빈궁한 이를 구제하면서도 그들이 구걸한 대로 모두 베풀어 주고 또한 온갖 중생들에 대하여 모두 다 평등하게 좋은 마음으로써 공양하니, 이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이런 공덕 때문에 횡액으로는 죽지 않는다.
이 가운데에서 간략하게 세 가지 공덕을 말씀하여 마쳤으니, 삼천대천세계 안의 모든 하늘들로서 발심했으면서도 아직 반야바라밀을 듣지 못한 이에게는 먼저 “선남자ㆍ선여인은 마땅히 듣고 받아 지니며, 나아가 바르게 기억해야 된다.”고 말씀하신다. 여기에서는 그 인연을 말씀하시면서 “모든 하늘들로서 큰 공덕이 있는 이조차도 공양하거늘 하물며 사람에 의해서랴”고 하시며, “온갖 하늘과 사람들은 반야바라밀을 들어야 하되 위없는 도의 마음[無上道心]을 일으키는 일은 더더욱 깊은 마음으로 들어야 하나니, 그것은 왜냐하면 반야는 바로 부처님 도의 근본이기 때문이다.”고 하신다.
【답】어떤 사람은 말하기를 “이 하늘은 전생에 사람으로 있을 적에 발심했었는데 지금은 천상에 나 있으면서 5욕(欲)이 마음을 가린 까닭에 듣지 못한다.”고 한다.
014_1061_b_10L答曰:有人言:此天前世人中發意,今生天上,五欲覆心故不聞。
또한 모든 하늘들은 비록 위없는 도의 마음을 낸다 하더라도 5정(情)이 날카롭고 5욕이 묘하여서 물들고 집착함이 깊기 때문에 동쪽을 볼 때에는 서쪽을 잊으면서 반야를 구하지 못한다. 그리고 색계(色界)의 모든 하늘은 비록 먼저 법을 듣고 발심했다 하더라도 선정에 맛들임이 깊기 때문에 반야를 구하지 못하나니, 이 때문에 “듣지 않은 이는 마땅히 듣고 받아 지녀야 한다.”고 한다.
또한 먼저 “악마와 악마의 백성이 그의 틈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한 그것은 바로 안의 인연[內因緣]이어서 이른바 공삼매(空三昧)와 4무량심이 그것이다. “이제 다시 틈을 얻을 수 없다.”고 말하는 이것은 바로 바깥 인연[外因緣]이어서 이른바 부처님께서 모든 하늘들에게 말씀하시되 “그대들은 수호해야 한다.”고 하신 것이다.
014_1061_c_01L사람이 사는 데와 이 빈 집을 제외한 그 밖의 나머지 곳인 산이나 진펄이나 나무 숲 등은 모두가 넓은 들판에 속하니, 사람의 행보가 적기 때문에 범ㆍ이리ㆍ사자나 삿된 도적ㆍ귀신ㆍ도깨비가 많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데는 청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악마나 귀신들은 내왕이 적고 모든 재난도 적기 때문에 이것은 맨 나중에 말한다. 수행하는 이가 이 세 곳에서 머무름에 두려운 것이 없음은 두 가지의 인연 때문이니, 첫째는 18공(空)을 잘 닦기 때문이며, 둘째는 반야바라밀의 위덕 때문이다.
“세존이시여, 이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반야바라밀을 잘 받아 지니어 친근하고 독송하고 바르게 기억하면서 또한 살바야의 마음을 여의지 않은 이면 저희들은 항상 수호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의 인연 때문에 3악도(惡道)가 끊어지고, 천상과 인간의 빈궁이 끊어지며, 모든 재난과 질병과 굶주림이 끊어지기 때문입니다.
보살의 인연 때문에 중생을 성취하고 부처님 세계를 청정하게 하는 일이 있게 되며,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고 법륜(法輪)을 굴리게 되는 일이 있게 되며, 불보(佛寶)와 법보(法寶)와 비구승보(比丘僧寶)가 있게 되는 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런 인연 때문에 온갖 세간의 모든 하늘들과 사람과 아수라들은 이 보살마하살은 수호해야 합니다.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교시가야, 보살마하살의 인연 때문에 3악도가 끊어지고 또한 3보(寶)가 세간에 출현하게 되나니, 이 때문에 모든 하늘들과 사람과 아수라들은 항상 이 보살마하살을 수호하면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해야 하느니라.
교시가야, 만일 삼천대천세계 안에 성문과 벽지불이 가득 차서 마치 대와 갈대와 벼와 삼으로 우거진 숲만큼 많을 적에,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여도, 처음에 발심한 보살마하살로서 6바라밀로 얻게 되는 복덕을 여의지 않는 이를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하는 이보다는 못하느니라.
014_1062_b_01L왜냐하면 성문이나 벽지불의 인연 때문에 보살마하살과 모든 부처님께서 세간에 출현하는 일은 없거니와 보살마하살의 인연 때문에 성문이나 벽지불과 모든 부처님이 세간에 출현하는 일은 있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교시가야, 이 모든 보살마하살을 온갖 세간의 모든 하늘들과 사람과 아수라들은 항상 수호하면서 공양하고 공경하고 존중하고 찬탄해야 하느니라.”
혹 어떤 보살은 5욕(欲)의 허물을 보고 탐욕을 여의면서 4선(禪)을 얻기도 하고, 본래 세운 서원 때문에 4무량심(無量心)을 일으키기도 하며, 갖가지 인연으로 몸에 있는 고통을 여의고자 하여 4무색정(無色定)을 일으키기도 하고, 부처님 도를 수행하기 위하여 6바라밀에서 일체종지에 이르기까지 닦기도 한다. 이런 법은 또한 자기 자신이 행하면서 남에게도 가르치고 이 복덕과 도법(道法)으로써 중생들 가운데 차츰차츰 서로가 가르치게 하여 항상 세간에 있게 한다.
부처님은 모든 하늘들이 하는 말을 옳다고 하시면서 그를 도와 이루어 주시나니, “만일 보살을 공양하면 바로 그것이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니, 반야는 3세의 부처님의 어머님이시다. 만일, 반야를 위하여 보살을 공양하면 부처님을 공양하는 것이 된다.”고 하신다. “처음에 뜻을 낸 보살을 공양하고 공경하는 것보다 못하다.”는 데에 대하여 다음에 묻는다.
014_1062_c_01L【문】2승(乘)은 이미 실제(實際)를 증득하였으므로 그들은 온갖 중생들의 복전(福田)이거늘 무엇 때문에 처음에 뜻을 낸 보살보다 못하다 하는가?
014_1062_c_01L問曰:二乘已證實際,是一切衆生福田,何以故不如初發意菩薩?
【답】세 가지 일 때문에 그보다 못하다. 첫째는 살바야(薩婆若)의 마음으로써 반야를 행하고, 둘째는 항상 6바라밀 등의 모든 공덕을 여의지 않으며, 셋째는 보살로 말미암아 3악도가 끊어지고 3승(乘)이 출생하게 되지만 2승의 사람에 의해서는 3악도가 끊어져서 3승이 출생할 수가 없다.
이 보살은 방편의 힘으로써 몸을 변화하되 마치 부처님 같아서 한 세계로부터 다른 한 세계로 가며, 부처님이 계시지 않은 곳에 가서는 단바라밀에서 반야바라밀에 이르기까지를 찬탄하고 4선ㆍ4무량심ㆍ4무색정을 찬탄하고 4념처에서 18불공법에 이르기까지를 찬탄하며 방편의 힘으로써 설법하고 3승(乘)의 법으로써 중생을 제도하나니, 이른바 성문승(聲聞乘)과 벽지불승(辟支佛乘)과 불승(佛乘)입니다.
014_1063_a_01L세존이시여, 흔쾌[快]하고 희유한 일입니다. 이 반야바라밀을 받으면 이미 다섯 가지 바라밀에서 18불공법에 이르기까지 모두 받아들인 것이 되며 또한 수다원의 과위에서 아라한의 과위와 벽지불의 도와 부처님의 도와 일체지와 일체종지까지를 받아들인 것이 됩니다.”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참으로 그러하느니라. 교시가여, 그 반야바라밀을 받으면 이미 다섯 가지 바라밀에서 일체종지까지를 모두 받아들인 것이니라. 다시 교시가야, 이 반야바라밀을 받아 지니고 친근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이들에게 해설하면서 바르게 기억할 때 이 선남자ㆍ선여인이 얻게 되는 이 세상의 공덕을 말하리니, 그대는 한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석제환인이 말씀드렸다. “예, 세존이시여, 가르침을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석제환인에게 말씀하셨다. “교시가야, 만일 어떤 외도의 모든 범지(梵志)나 악마나 악마의 백성이나 증상만인(增上慢人)이 보살의 반야바라밀의 마음을 어그러뜨리고 파괴하려 하면 이 모든 사람들은 이런 마음을 내자마자 곧 사라져버리면서 끝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교시가야, 보살마하살은 오랜 세월 동안에 단바라밀을 행하고 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바라밀ㆍ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중생들이 온밤 내내 탐욕으로 다투기 때문에 보살은 안팎의 물건은 모두 다 버리면서 중생들을 단(檀)바라밀 가운데에 안정시켰고, 중생들이 온 밤 내내 계율을 깨뜨리기 때문에 보살은 안팎의 법을 모두 다 버리면서 중생들을 계율[戒] 가운데에 안정시켰기 때문이니라.
014_1063_b_01L중생들이 온밤 내내 마음을 산란하게 하기 때문에 보살은 안팎의 법을 모두 다 버리면서 중생들을 선(禪) 안에 안정시켰고, 중생들이 온 밤 내내 어리석게 굴기 때문에 보살은 안팎의 법을 모두 다 버리면서 중생들을 반야(般若)바라밀 가운데에 안정시켰기 때문이니라.
중생들이 온 밤 내내 애결(愛結) 때문에 생사(生死)에 헤매고 있으므로 이 보살마하살은 방편의 힘으로써 중생의 애결을 끊어 주면서 4선(禪)ㆍ4무량심(無量心)ㆍ4무색정(無色定)ㆍ4념처(念處)ㆍ8성도분(聖道分)과 공(空)ㆍ무상(無常)ㆍ무작(無作)삼매에 안정시켰고, 중생들을 수다원의 과위ㆍ아라한의 과위ㆍ벽지불의 도와 부처님의 도에 안정시켰기 때문이니라. 교시가야, 이것이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하여 얻은 현세(現世)의 공덕이니라.
다시 교시가야, 만일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반야바라밀을 듣고 받아 지니고 친근하게 읽고 외우며 다른 이들에게 해설하면서 바르게 기억하면, 그곳에 살고 있는 악마나 악마의 백성이나 외도 범지나 증상만인들이 반야바라밀을 업신여기고 헐뜯고 따지고 파괴하려 하여도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면서 도리어 그 사람들의 악한 마음은 차츰차츰 사라지고 공덕이 한층 더 자라게 되며, 이 반야바라밀을 들은 까닭에 점차로 3승(乘)의 도로써 뭇 괴로움을 다하게 되느니라.
비유컨대 마치 교시가야, 마기(摩祇)4)라는 약이 있는데, 어떤 굶주린 독사에게 쫓기던 먹잇감이 그 약초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면 그 약기운 때문에 독사는 더 나아가지 못하고 이내 되돌아오는 것과 같으니라. 왜냐하면 이 약의 힘은 그 독보다 더 수승하기 때문이니, 교시가야, 마기라는 약은 이러한 힘이 있느니라.
014_1063_c_01L이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반야바라밀을 만일 받아들이고 친근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이들에게 해설하면서 바르게 기억하면 누군가가 갖가지로 싸움을 일으키며 와서 그를 파괴하려 하여도 반야바라밀의 위력 때문에 일으키는 것마다 이내 소멸하면서 도리어 그 사람은 착한 마음이 생기고 공덕이 더욱 늘어나게 되나니, 왜냐하면 이 반야바라밀은 모든 법의 다툼과 어지러움을 없애 주기 때문이니라.
어떠한 것이 모든 법[諸法]이냐 하면, 이른바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婬怒癡]과 무명(無明) 혹은 큰 고통 더미[大苦聚]와 모든 덮개[蓋]ㆍ번뇌[結使]ㆍ얽힘[纏]과 아견(我見)ㆍ중생견(衆生見)ㆍ단견(斷見)ㆍ상견(常見)ㆍ구견(垢見)ㆍ정견(淨見)ㆍ유견(有見) 및 무견(無見) 등의 온갖 견해와 간탐을 부리고 계율을 깨뜨리고 성을 내고 게으름을 피우고 뜻이 산란하고 지혜가 없는 것과 항상 있다는 생각[常想]ㆍ즐겁다는 생각[樂想]ㆍ깨끗하다는 생각[淨想] 및 나라는 생각[我想] 등의 이러한 애행(愛行)과 물질에 집착하고, 느낌ㆍ생각ㆍ지어감ㆍ분별에 집착하느니라.
단바라밀ㆍ시라바라밀ㆍ찬제바라밀ㆍ비리야바라밀ㆍ선바라밀ㆍ반야바라밀에 집착하고, 내공(內空)ㆍ외공(外空)에서 무법유법공(無法有法空)에 이르기까지 집착하며, 4념처에서 18불공법에 이르기까지 집착하고, 일체지(一切智)와 일체종지(一切種智)에 이르기까지 집착하며, 열반에 집착하는 것이니, 이 온갖 법의 다툼과 어지러움을 남김없이 소멸시켜 더 자라게 하지 않느니라.
014_1064_a_01L들은 뒤에 믿음의 힘으로써 “받고[受],” 기억하는 힘으로써 “지니며[持],” 기미(氣味)를 얻은 까닭에 항상 와서 받들며, 물어서 받기 때문에 “친근(親近)”하며, 친근한 뒤에는 혹은 글을 보기도 하고 혹은 말로 전하여 받기도 하므로 “읽는다[讀]”고 하며,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기 위하여 “외우며[誦],” 성인의 경서(經書)는 직설(直說)이라 알기 어렵기 때문에 뜻[義]을 해설한다. 그러나 모든 부처님 법을 자세히 살펴보면 참으로 불가사의하다.
중생에 대하여 대비(大悲)가 있기 때문에 법을 설하고 삿된 견해나 쓸모없는 이론으로써 부처님의 법을 구하지 않으며, 부처님께서 뜻하신 대로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법을 설하면서도 또한 집착하지 않는다.
014_1064_a_02L有大悲於衆生故說法;不以邪見戲論求佛法,如佛意旨,不著故,說法亦不著。
네 가지 뒤바뀜[四顚倒] 등의 모든 삿된 기억을 없애기 때문에 4념처(念處)의 바른 기억 가운데에 머무르며, 단지 도(道)를 얻기 위할 뿐이므로 쓸모없는 이론을 하지 않는 것을 “바르게 기억한다[正憶念]”고 하나니, 바르게 기억하는 이것은 온갖 착한 법의 근본이다. 닦아 익히면서 수행하는 이가 처음 들어가는 데를 “바르게 기억한다.” 하며, 항상 수행하면서 선정을 얻기 때문에 “닦는다[修]”고 한다.
“이 세상에서의 공덕[今世功德]”이라 함은 앞에서 설명한 뜻과 같지만 이제 석제환인은 다시 이 세상에서의 공덕을 말하나니, 이른바 중생을 교화하고 중생으로 하여금 3승(乘)을 얻게 한다는 것이다. 먼저 “반야바라밀은 3승을 포섭한다.” 하면서 그 뜻을 알게 하나니, 이 때문에 말하기를 “반야바라밀 가운데에는 다섯 가지 바라밀에서 일체종지까지를 포섭한다.”고 한다.
“부처님은 그들의 말을 옳다고 하신다.”고 함은, 사람들로 하여금 믿게 하려고 하시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얻는 공덕을 일심으로 자세히 들어라.”고 함은, 위에서는 간략하게 이 세상에서의 공덕을 설명하였거니와 부처님은 이제 그 일을 자세히 말씀하려 하시면서 믿기 어렵기 때문에 “일심으로 자세히 들어라.”고 하신다.
이 반야바라밀은 비록 파괴할 수 없다 하더라도 실상(實相)을 널리 펴 보이는 언어(言語)는 파괴할 수 있으며, 언어는 파괴될 수 있기 때문에 신심(信心)이 확고하지 못한 이는 역시 파괴될 수 있나니, 이 때문에 “외도 범지 등이 와서 반야바라밀을 파괴하려고 한다.”고 한다.
014_1064_b_01L“증상만인(增上慢人)”이란, 그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선정을 얻은 이가 아직 성인의 도[聖道]를 얻지 못했으면서도 스스로 이미 얻었다고 여기면서 이 사람이 “수다원도 없고 아라한도 없고 도(道)도 없고 열반도 없다.”고 하는 말을 듣고는 곧 뛰어난 체[增上慢]하면서 성을 내며 이 실상의 공한 법을 파괴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한량없는 세상 동안에 복덕의 힘을 쌓고 모아서 다툼의 근원이 다한 까닭에 비록 다투고 어지러운 일이 있다 하더라도 와서 그의 틈[便]을 얻을 수 없다. 비유컨대 마치 독사가 두꺼비를 잡아먹으려고 늘 그의 뒤를 쫓아다니다가 두꺼비가 마기약(摩祇藥)이 있는 데로 가면 독사는 그 약 기운을 맡고 독이 이내 소멸되어 버리는 것과 같다.
014_1064_c_01L【경】“다시 교시가야, 삼천대천세계 안에 있는 모든 사천왕과 모든 석제환인과 모든 범천왕 내지 아가니타천들은 이 선남자ㆍ선여인으로서 반야바라밀을 잘 받아 지니고 공양하고 읽고 외우며 다른 이들에게 해설하면서 바르게 기억하는 이를 언제나 수호하느니라.
이 선남자ㆍ선여인에게는 착하지 않은 법은 소멸하고 착한 법은 점점 더 증가하느니라. 이른바 단바라밀은 점점 더 증가하나니 얻을 바가 없기[無所得] 때문이니라. 반야바라밀도 점점 더 증가하나니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며, 내공도 점점 더 증가하고 또한 무법유법공도 점점 더 증가하나니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니라.
이 사람은 자기 자신이 살생(殺生)을 하지 않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살생하지 않게 하며, 살생하지 않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살생하지 않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도둑질[不與取]을 멀리 여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도둑질을 멀리 여의게 하며, 도둑질하지 않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도둑질하지 않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삿된 음행[邪淫]을 하지 않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삿된 음행을 하지 않게 하며,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삿된 음행을 하지 않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014_1065_a_01L자기 자신이 거짓말[妄語]을 하지 않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거짓말을 하지 않게 하며, 거짓말하지 않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거짓말하지 않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이간질하는 말[兩舌]과 거친 말[惡口]과 이익이 없는 말[無利益語]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탐내지 않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탐내지 않게 하며, 탐내지 않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탐내지 않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나니, 성을 내지 않는[不瞋惱] 것과 삿된 견해를 지니지 않는[不邪見] 것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단(檀)바라밀을 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단바라밀을 행하게 하며, 단바라밀을 행하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단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시라(尸羅)바라밀을 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시라바라밀을 행하게 하며, 시라 바라밀을 칭찬하고 또한 시라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찬제(羼提)바라밀을 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찬제바라밀을 행하게 하며, 찬제바라밀을 칭찬하고 또한 찬제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비리야(毘梨耶)바라밀을 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비리야바라밀을 행하게 하며, 비리야바라밀을 칭찬하고 또한 비리야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선(禪)바라밀을 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선바라밀을 행하게 하며, 선바라밀을 칭찬하고 또한 선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반야(般若)바라밀을 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반야바라밀을 행하게 하며, 반야바라밀을 칭찬하고 또한 반야바라밀을 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내공(內空)을 수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내공을 수행하게 하며, 내공을 수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또한 자기 자신이 무법유법공(無法有法空)을 수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무법유법공을 수행하게 하며, 무법유법공의 법을 칭찬하고 또한 무법유법공을 수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4념처를 수행하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4념처를 수행하게 하며, 4념처를 수행하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4념처를 수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나니, 4정근(正勤)과 4여의족(如意足)과 5근(根)과 5력(力)과 7각분(覺分)과 8성도분(聖道分)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8해탈(解脫) 가운데에 들어가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8해탈 가운데에 들어가게 하며, 8해탈 가운데에 들어가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8해탈 가운데에 들어가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014_1065_b_17L自入八解脫中,敎人入八解脫,讚八解脫,亦歡喜讚歎入八解脫者。
자기 자신이 9차제정(次第定) 가운데에 들어가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9차제정 가운데에 들어가게 하며, 구차제정에 들어가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9차제정 가운데에 들어가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014_1065_b_18L自入九次第定中,敎人入九次第定,讚九次第定,亦歡喜讚歎入九次第定者。
자기 자신이 부처님의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4무애지(無礙智)와 대자대비(大慈大悲)와 18불공법(不共法)을 수행하는 것도 또한 그러하느니라.
014_1065_b_21L自修佛十力、四無所畏、四無碍智、大慈大悲、十八不共法亦如是。
014_1065_c_01L자기 자신이 그르치지 않는 법[不錯謬法]을 행하고 자기 자신이 항상 버리는 법[常捨法]을 행하면서 사람들을 가르쳐서 그르치지 않는 법과 항상 버리는 법을 행하게 하며, 그르치지 않는 법과 항상 버리는 법을 칭찬하고 또한 그르치지 않는 법과 항상 버리는 법을 행하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자기 자신이 일체종지(一切種智)를 얻고 사람들을 가르쳐서 일체종지를 얻게 하며 일체종지의 법을 칭찬하고 또한 일체종지를 얻는 이를 기뻐하면서 찬탄하느니라.
014_1065_c_02L自得一切種智,敎人得一切種智,讚一切種智,亦歡喜讚歎得一切種智者。
이 보살마하살은 6바라밀을 행할 때는 모든 보시를 중생들과 함께 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廻向)하나니,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니라. 모든 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선정(禪定)ㆍ지혜(智慧)를 중생들과 함께 한 뒤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하나니, 이것도 또한 얻을 바가 없기 때문이니라.
내가 만일 인욕을 닦지 않으면 장차 모든 감관이 망가져서 몸이 완전하지 못하고 보살의 두루 갖춘 색신(色身)을 얻음으로써 중생으로서 보는 이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이르게 할 수도 없으며, 또한 완전히 갖춘 색신으로써 중생을 성취시키면서 부처님 세계를 청정하게 할 수도 없고 일체종지도 얻지 못하리라.
이 보살은 다시 다음과 같이 생각하느니라. ‘내가 간탐을 부림으로 인하여 단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계율을 범하므로 인하여 시라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성을 냄으로 인하여 찬제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내가 게으름을 피움으로 인하여 비리야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고, 뜻이 산란함으로 인하여 그 때문에 선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며, 어리석은 마음으로 인하여 반야바라밀을 구족하지 못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세존이시여, 보살이 세간의 4념처를 닦을 때에 말하기를 ‘나는 4념처를 닦고 있다. 나는 4념처를 완전히 갖추었다.’고 하면 방편이 없기 때문에 교만한 마음을 내는 것이며, ‘나는 4정근(正勤)과 4여의족(如意足)과 5근(根)과 5력(力)과 7각분(覺分)과 8성도분(聖道分)을 닦고 있다.’고 하면 방편이 없기 때문에 교만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기를 ‘나는 공ㆍ무상ㆍ무작삼매(無作三昧)를 닦고 있다. 나는 온갖 삼매문을 닦고 있다. 온갖 다라니문을 얻어야 한다. 나는 중생을 성취시켜야한다. 나는 부처님 세계를 청정하게 해야 한다. 나는 일체종지를 얻어야 한다.’고 하면 나라는 데에 집착하고 방편이 없기 때문에 교만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세간의 착한 법을 행하면서 나라는 데에 집착하기 때문에 교만한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마하살이 출세간(出世間)의 단바라밀을 행하면 보시하는 이[施者]도 얻지 못하고 받는 이[受者]도 얻지 못하며 보시하는 물건[施物]도 얻지 못합니다.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출세간의 단바라밀을 행하며, 이와 같이 보살마하살은 출세간의 단바라밀을 행하면서 살바야에 회향하기 위하여 또한 교만한 마음을 내지 않습니다.
014_1066_c_01L4념처를 닦는다 해도 4념처는 얻을 수 없으며, 나아가 18불공법을 닦는다 해도 18불공법은 얻을 수 없습니다. 대자대비를 닦는다 해도 대자대비는 얻을 수 없으며, 나아가 일체종지를 닦는다 해도 일체종지는 얻을 수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해서 보살마하살은 반야바라밀로써 살바야에 회향하기 위한 까닭에 교만한 마음을 내지 않는 것입니다.”
【논】【문】앞에서 이미 “악마와 악마의 백성 등 세 가지 사람이 반야를 파괴하려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지금 무엇 때문에 거듭 말씀하시는가?
014_1066_c_07L【論】問曰:先已說魔、若魔民等三種人欲破壞般若,今何以故重說?
【답】부처님은 먼저 세 가지 사람이 와서 틈[便]을 구하여 두렵게 하고 괴롭히려 하는 것을 말씀하셨다. 중간에 온 자는 사람을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니고 단지 반야바라밀 파괴하려고 할 뿐인데, 그들의 원대로 되지 않고 파괴할 수 없었음을 말씀하셨으며, 나중에 온 세 가지 사람은 비록 파괴하려는 마음을 내었다 하더라도 곧 그 마음이 사라져 버렸음을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복덕과 지혜를 닦고 쌓은 까닭에 큰 위덕(威德)을 이루었나니, 설령 거짓말을 한다 해도 사람들은 모두 신용하겠거늘 하물며 참말을 하고 친한 벗이 견고한 이이겠는가. 이 사람은 온갖 중생들에 대하여 아주 자비로운 마음이 있거늘 하물며 친한 벗이 나에게 이익이 없겠는가.
014_1067_a_01L수행하는 이는 생각하기를 ‘결사(結使)가 비록 일어난다 하더라도 지혜로 사유(思惟)하면 마음을 가리지 않게 된다. 결사가 만일 일어난다면 이 세상에서도 좋지 않고 뒷세상에서도 좋지 않으며 부처님의 도를 방해하게 된다.’고 한다. 설령 마음에 결사가 일어난다 하여도 구업(口業)을 일으키지 않고 설령 구업을 일으켰다 하여도 신업(身業)을 이루지 않으며 설령 신업을 일으켜서 크게 나쁜 일을 한다 하여도 범부들과는 같지 않다. 이 보살은 비록 비루하고 하천한 이라 하더라도 수승한 법을 행하기 때문에 훌륭한 사람들의 범주 안에 있게 되나니, 이것이 금세(今世)에서의 공덕이다.
이른바 자기 자신이 살생(殺生)하지 않으면서 온갖 것에 자비로 대하고 이익이 깊기 때문에 다른 이에게도 자비를 가르치며, 이것은 온갖 성현의 법이기 때문에 항상 칭찬한다. 이 보살은 어제나 사람들로 하여금 즐거움을 얻게 하려고 살생하지 않는 이가 있는 것을 보면 기뻐하면서 좋아하나니, 나아가 일체종지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그와 같다.
위에서는 네 가지 행으로 자세히 설명하고 지금은 간략하게 온갖 공덕을 설명하는데 이 모두는 6바라밀 가운데에 섭입(攝入)되며, 얻게 되는 과보는 중생들과 함께 한다.
014_1067_a_11L上四種行廣說,今略說一切功德摠攝入六波羅蜜中,所得果報與衆生共之。
이 보살은 아직 정위(正位)에 들지 못하고 모든 번뇌가 아직 다하지 못한 까닭에 간혹 간탐 등의 모든 번뇌가 일어나기도 하나니, 그때에는 그 마음을 깨우쳐 달래면서 “만일 보시하지 않으면 나는 저절로 네 가지 일의 공덕[四事功德]을 잃나니, 이른바 후생의 몸은 빈궁한 데에 태어나고 빈궁하기 때문에 자기 자신도 이익되게 할 수 없거늘 어찌 다른 이를 이롭게 하겠는가.
만일 다른 이를 이롭게 하지 못하면 중생을 성취시키지도 못하고 중생을 성취시키지 못하면 또한 부처님 세계를 청정하게 할 수 없다. 왜냐하면 중생들이 청정함으로써 세계가 청정하기 때문이니, 만일 이러한 일들들 두루 갖추지 못한다면 어떻게 일체종지를 얻을 수 있겠느냐”고 해야 한다.
014_1067_b_01L요약하건대, 방편이 없는 이는 비록 6바라밀을 행한다 하더라도 안으로는 나라 하는 마음을 여의지 못하고 밖으로는 모든 법의 모양을 취하게 되나니, 이른바 “나는 보시하는 이요 그는 받는 이이며, 이것은 보시하는 물건이다.”고 한다. 이런 인연 때문에 부처님 도에 이를 수가 없나니, 이것과 반대의 것이 바로 “방편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