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취미대사시집(翠微大師詩集) / 翠微大師詩集

ABC_BJ_H0164_T_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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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대사시집翠微大師詩集
총목차總目次
오언고풍五言古風 9편
좌선하는 승려 도순에게 주다(贈坐禪僧道順)
탈영 스님에게 주다(贈脫頴師)
길을 가다가 피곤해서 읊다(倦行吟)
엄 스님에게 부치다(寄嚴師)
천주의 현 스님과 뇌암의 일 스님과 설봉의~(寄賢天柱一懶庵安雲峰三開士)
지수 상인을 보내며(送志遂上人)
의초 상인에게 주다(贈義初上人)
습득 옹의 시체詩體를 본받아서(効拾得翁體)
꽃을 마주하고(對花)
칠언고풍七言古風 2편
백암산 찬 상인이 철쭉 지팡이를 선물한 것에 감사하며(謝白巖賛上人惠躑躅杖)
삼가 수찬 조중려의 모춘 시에 차운하다(敬次趙修撰重呂暮春韻)
오언절구五言絶句 14편
산속에서 우연히 읊다(山中偶吟)
마포에 묵으면서 피리 소리를 듣고(宿麻浦聞笛)
객에게 답하다(答客)
산속의 생활(山居)
산속에서 길을 잃고(山中迷路)
각철 선자에게 주다(贈覺喆禪子)
회 상인의 시에 차운하다(次會上人韻)
한성 가는 도중에(漢城途中)
말다툼을 경계하며(警相諍)
경치를 읊다(卽景)
연 상인에게 주다(贈璉上人)
불법을 묻는 사람에게 보여 주다(示問法人)
의상대義湘臺
맑게 갠 봄날(春晴)
칠언절구七言絶句 55편
가을날에 승려를 보내며(秋日送僧)
강변에서 피리 소리를 듣고(江上聞笛)
구 상사의 한거 시에 차운하다(具上舍閑㞐次韻)
좌선하는 승려에게(坐禪僧)
김 처사에게 보여 주다(示金處士)
금강산 백운암의 감회(金剛山白雲庵有感)
선운 상인에게 보여 주다(示禪雲上人)
면벽面壁
축공 스님을 보내며(送竺空師)
갈대밭 기러기를 그린 병풍에 쓰다(題蘆鴈障子)
냇가의 꽃(澗花)
택행 상인에게 주다(贈擇行上人)
종봉 주인에게 안부를 묻다(問鐘峰主人)
서향화를 노래하다(咏瑞香花)
정원의 꽃을 노래하다(咏庭花)
잠에서 깨어(睡起)
새 암자(新軒)
반쯤 죽은 매화(半死梅)
풍악산 승려에게 주다(贈楓嶽山僧)
달을 보고(見月)
차운하여 현재 상인에게 주다(次韵贈玄載上人)
동악 이안눌 선생이 강물에 배를~(敬次東嶽李先生安訥泛江集赤壁賦字韻)
선을 배우는 선자를 보내며(送學禪禪子)

008_0290_b_01L

008_0290_b_02L翠微大師詩集

008_0290_b_03L

008_0290_b_04L1)總目次

008_0290_b_05L
五言古風九篇

008_0290_b_06L贈坐禪僧道順贈脫頴師倦行吟
008_0290_b_07L寄嚴師寄賢天柱一懶庵安雲峰三開士
008_0290_b_08L送志遂上人贈義初上人効拾得翁
008_0290_b_09L對花

008_0290_b_10L七言古風二篇

008_0290_b_11L謝白巖賛上人惠躑躅杖敬次趙修撰重
008_0290_b_12L呂暮春韻

008_0290_b_13L五言絶句十四篇

008_0290_b_14L山中偶吟宿麻浦聞笛答客山居
008_0290_b_15L山中迷路贈覺喆禪子次會上人韻
008_0290_b_16L漢城途中警相諍卽景贈璉上人
008_0290_b_17L示問法人義湘臺春晴

008_0290_b_18L七言絶句五十五篇

008_0290_b_19L秋日送僧江上聞笛具上舍閑㞐次
008_0290_b_20L坐禪僧示金處士金剛山白
008_0290_b_21L雲庵有感示禪雲上人面壁送竺
008_0290_b_22L空師題蘆鴈障子澗花贈擇行上
008_0290_b_23L問鐘峰主人咏瑞香花咏庭花
008_0290_b_24L睡起新軒半死梅贈楓嶽山僧
008_0290_b_25L見月次韵贈玄載上人敬次東嶽李
008_0290_b_26L先生安訥泛江集赤壁賦字韻送學禪

008_0290_c_01L차거로 만든 염주(𤥭璖念珠)
청수 상인에게 주다(贈淸粹上人)
정 강촌에게 부치다(寄鄭江村)
극문 스님에게 부치다(寄克文師)
산사를 찾아(訪山寺)
장봉의의 시에 차운하다(次張鳳儀韵)
가을밤(秋夜)
청 스님에게 주다(贈淸師)
벌써 가을이네(驚秋)
운행 상인에게 주다(贈雲行上人)
희안 판사에게 주다(贈希安判事)
운암사 용담에 제하다(題雲岩寺龍潭)
객지에서(旅榻)
승평 역루에서 선우 상인과 헤어지며(昇平驛樓別禪雨上人)
선을 묻는 승려에게 보여 주다(示問禪僧)
병풍 속의 매화(屏梅)
세 번 설봉산에 가서 쓰다(三到雪峰山有題)
사심 없는 꽃버들(花柳無私)
정 장군에게 답하다(答鄭將軍)
이 처사에게 주다(贈李處士)
꾀꼬리 소리를 듣고(聽鶯)
어떤 사람에게 답하다(答人)
바닷가 산에 오르다(登海岳)
두견이 소리를 듣고(聽子䂓)
유선사遊仙詞
늦가을(暮秋)
한가한 중에 우연히 읊다(閑中偶吟)
낭옹에게 부치다(寄浪翁)
천 상인을 만나 강남의 옛 절에 대해 얘기하다(逢天上人與話江南舊寺)
남해의 승려에게 주다(贈南海僧)
철관에서 피리 소리 듣고(鐵關聞笛)
춘파자에게 부치다(寄春坡子)
오언율시五言律詩 42편
의호 상인과 헤어지며(別義浩上人)
천진사 백련사에 대해 쓰다(題天眞寺白蓮社)
금강산 경치를 물어보기에 시를 지어 답하다(有問金剛山景書偈以答)
박 처사의 강가 정자에 제하다(題朴處士江亭)
도허 선자 윤 공에게 주다(贈逃虛禪子允公)
정림사에 대해 쓰다(題靜林寺)
도우 스님과 헤어지며(別道愚師)
정현 방사에게 주다(贈鄭賢方士)
선을 행하는 상인이 게를 청하기에(行禪上人求偈)
준 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俊師韻)
한천 마을에서(寒泉村)
민종 스님에게 보여 주다(示敏宗師)
이 수사와 헤어지며(別李水使)
이소한 사군을 모시고 쌍계사에 노닐면서~ (陪李使君昭漢遊雙磎寺次韻)
태정이 영남 월성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太正歸嶺南月城)
목우자牧牛子
백석사 혜공 선사를 방문하다(訪白石寺惠空禪師)
충타포에 묵다(宿衝陁浦)
지경 상인을 전송하며(送志瓊上人)
아미산에 노닐며(遊峨嵋山)
불일폭포佛日瀑布
소요당에게 증정하다(呈逍遙堂)
무염당에게 증정하다(呈無染堂)
정심 스님에게 부치다(寄淨心師)
한산자의 시체詩體를 본떠서(効寒山子體)
조령祖令
상현 상인에게 주다(贈尙玄上人)
임 처사의 유거에 제하다(題林處士幽居)
양 좌주에게 주다(贈亮座主)
산사에서 노닐며(遊山寺)
계명 선자와 회포를 얘기하다(與戒明禪子話懷)
해정에 대해 쓰다(題海亭)
정림사를 지나며(過靜林寺)
봉림사에서 묵다(宿鳳林寺)
임유후 승지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任丞旨有後韻)
경운루의 시에 차운하다(次慶雲樓韻)
수 노사에게 증정하다(贈修老師)

008_0290_c_01L禪子𤥭璖念珠贈淸粹上人寄鄭
008_0290_c_02L江村寄克文師訪山寺次張鳳儀
008_0290_c_03L秋夜贈淸師驚秋贈雲行
008_0290_c_04L上人時住靈源洞贈希安判事題雲
008_0290_c_05L岩寺龍潭旅榻昇平驛樓別禪雨上
008_0290_c_06L示問禪僧屏梅三到雪峰山有
008_0290_c_07L花柳無私答鄭將軍贈李處士
008_0290_c_08L聽鶯答人登海岳聽子䂓
008_0290_c_09L仙詞暮秋閑中偶吟寄浪翁
008_0290_c_10L逢天上人與話江南舊寺贈南海僧
008_0290_c_11L關聞笛寄春坡子


008_0290_c_12L五言律詩四十二篇

008_0290_c_13L別義浩上人題天眞寺白蓮社有問
008_0290_c_14L金剛山景書偈以答題朴處士江亭
008_0290_c_15L逃虛禪子允公題靜林寺別道愚師
008_0290_c_16L贈鄭賢方士行禪上人求偈次俊師
008_0290_c_17L寒泉村示敏宗師別李水使
008_0290_c_18L陪李使君昭漢遊䨥磎寺次韻送太正歸
008_0290_c_19L嶺南月城牧牛子訪白石寺惠空禪
008_0290_c_20L宿衝陀浦送志瓊上人遊峨嵋
008_0290_c_21L佛日瀑布呈逍遙堂呈無染堂
008_0290_c_22L寄淨心師効寒山子體祖令贈尙
008_0290_c_23L玄上人題林處士幽居贈亮座主
008_0290_c_24L遊山寺與戒明禪子話懷題海亭
008_0290_c_25L過靜林寺宿鳳林寺敬次任丞旨有
008_0290_c_26L後韻次慶雲樓韻贈修老師松廣
008_0290_c_27L {1}目次編者作成補入

008_0291_a_01L송광사에서 지봉 이 사군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松廣寺敬次芝峰李使君韻)
겨울날에 갈천 신 상사에게 부치다(冬日寄葛川愼上舍)
옛 절을 지나가며(過古寺)
동명 정두경 학사가 백곡 처능 상인과 헤어질 때~(謹次東溟鄭學士斗卿~ )
총 장로가 보조암에 쓴 시에 차운하다(次聰長老題普照庵韻)
칠언율시七言律詩 33편
진 처사에게 주다(贈秦處士)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시로 읊다(賦得訪隱不遇)
동화사 도심 상인에게 주다(贈東華寺道心上人)
봉은사에서 계민 스님에게 주다(奉恩寺贈戒敏師)
장 진인의 시에 차운하다(次張眞人韻)
동악 이 선생이 전송하며 지어 준 시에~(敬次東嶽李先生贈送韻)
명 도인에게 주다(贈明道人)
성안 노사에게 보여 주다(示性安老師)
혜원과 석 처사가 함께 초암을 지었기에~(惠遠與石處士同結草庵仍題一律)
이취옹이 신안사에 쓴 시에 차운하다(用李醉翁題神安寺韻)
양촌 권 선생이 각화사의 누대에 쓴 시에~(敬次陽村權先生題覺華寺樓韻)
정두원 순상과 최유연 승지와 이소한 사군이~(謹次鄭巡相斗源 崔丞旨有演 ~)
귀향回鄕
한 상사와 함께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묵다(與韓上舍値雨宿村舍)
환선정喚仙亭
차운하여 상 상인에게 주다(次韻贈常上人)
송월헌의 시에 차운하다(次松月軒韻)
택당 이식 선생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澤堂李先生韻)
학능 스님에게 주다(贈學能師)
조 전적의 집이 이루어져서 지은 시에 차운하다(次曹典籍堂成韻)
각선 스님에게 주다(贈覺禪師)
이제현 처사의 유거에 대해 쓰다(題李齊賢處士幽居)
쇠 바리때(鐵鉢)
심 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諶師韻)
현소 상인에게 주다(贈玄素上人)
차운하여 양 스님에게 주다(次韻贈亮師)
매화를 노래한 시에 차운하다(咏梅次韻)
석문정의 시에 차운하다(次石門亭韻)
겨울날에 임 선생에게 부치다(冬日寄林先生)
객중의 봄날(客中春日)
변 스님에게 기증하다(寄贈卞師)
차운하다(次韻)
자해自解
잡저雜著 5편
취미당 권화소翠微堂勸化䟽
강진 만덕산 백련사 만경루의 권화소(康津萬德山白蓮社萬景樓勸化䟽)
안변 설봉산 석왕사를 중수한 서문(安邊雪峰山釋王寺重修序)
법련 스님에게 주는 글(贈法蓮師序)
희고 상인에게 답한 글(答希古上人書)
취미 대사 행장翠微大師行狀
오언고풍五言古風
좌선하는 승려 도순에게 주다(贈坐禪僧道順)

008_0291_a_01L寺敬次芝峰李使君韻
冬日寄葛川愼
008_0291_a_02L上舍過古寺謹次…上人韻

008_0291_a_03L聰長老題普照庵韻

008_0291_a_04L七言律詩三十三篇

008_0291_a_05L贈秦處士賦得訪隱不遇贈東華寺
008_0291_a_06L道心上人奉恩寺贈戒敏師次張眞
008_0291_a_07L人韻敬次東嶽李先生贈送韻

008_0291_a_08L明道人示性安老師惠遠與石處士
008_0291_a_09L同結草庵仍題一律用李醉翁題神安
008_0291_a_10L寺韻敬次陽村權先生題覺華寺樓韻
008_0291_a_11L謹次…䨥溪寺韻回鄕與韓上舍値
008_0291_a_12L雨宿村舍喚仙亭次韻贈常上人
008_0291_a_13L次松月軒韻敬次澤堂李先生植韻
008_0291_a_14L學能師次曹典籍堂成韻贈覺禪師
008_0291_a_15L題李齊賢處士幽居鐵鉢次諶師韻
008_0291_a_16L贈玄素上人次韻贈亮師咏梅次韻
008_0291_a_17L次石門亭韻冬日寄林先生客中春
008_0291_a_18L寄贈卞師次韻自解

008_0291_a_19L雜著五篇

008_0291_a_20L翠微堂勸化䟽康津萬德山白蓮社萬景
008_0291_a_21L樓勸化䟽安邊雪峰山釋王寺重修序
008_0291_a_22L贈法蓮師序答希古上人書

008_0291_a_23L翠微大師行狀

008_0291_a_24L

008_0291_a_25L五言古風

008_0291_a_26L贈坐禪僧道順

008_0291_b_01L逢緣休着意     기연機緣을 만나도 집착하지 말지니
着意即還失     집착하면 도리어 잘못되리라
合眼莫忘懷     눈을 감고서 망각하지 말지니
忘懷則鬼窟     망각하면 귀신 소굴에 빠지리라
忘懷與着意     망각하고 집착하는 것은
於道難離疾     도인이 면하기 어려운 병폐
若無此兩魔     이 두 가지 마장이 없다면
何慮不成佛     어찌 성불하지 못할 걱정이 있으리오
탈영 스님에게 주다(贈脫頴師)
頴師愛文字     탈영 스님은 문자를 좋아해
欲作文字遊     문자 놀이를 즐기려 하면서
咀嚼烟霞味     연하의 맛을 씹어도 보고
諷詠山水秋     산수의 가을을 읊기도 한다네
高義誠可尙     높은 뜻은 실로 가상하다마는
俗緣猶未休     세상 인연이 아직도 남았구나
奈何自己上     어쩌자고 자기 본분의 일은
悠悠不回頭     세월만 보내며 돌아보지 않는 걸까
所趍非一途     나아가는 길이 하나는 아니지만
亦各修其修     그래도 각자 닦을 것을 닦아야지
靜境絶瀟灑     소쇄하기 그지없는 고요한 경계
石窟頗淸幽     자못 청랑하고 그윽한 석굴
一念大千界     한 생각 속에 대천세계 들었나니
奇觀非外求     멋진 놀이는 외물外物 속에 있지 않다네
길을 가다가 피곤해서 읊다(倦行吟)
疲極憇沙堤     너무 피곤해 모래 둑에서 쉬노라니
夕陽下遠岑     먼 산봉우리에서 석양이 내려오누나
西風吹落葉     서풍이 불어와 나뭇잎은 떨어지고
颯颯凉人心     선들선들 사람 마음 쓸쓸하기만
橋頭踈雨過     다리 머리로 성근 비 지나가고
石逕秋苔深     돌길 위에는 가을 이끼 잔뜩
閑雲返舊峀     옛 산으로 돌아가는 한가한 구름이요
夕鳥歸幽林     그윽한 숲속에 귀환하는 저녁 새로세
愁憂集枯膓     마른 창자 속에는 시름만 가득
海天賓鴻音     바닷가 하늘에는 기러기 소리
寒虫鳴不已     귀뚜라미 울음 그치지 않고
曠野生微陰     빈 들판에 엷은 그늘 생겨나는 때
誰憐倦行客     누가 피곤한 길손 동정하리오
自然多苦吟     자연히 괴로운 신음 많아질밖에
엄 스님에게 부치다(寄嚴師)
雪峯去年秋     지난해 가을 설봉에서
同倚南樓語     남루에 함께 기대 얘기할 적에
虫鳴寒夜永     벌레는 차가운 밤 길게 울어 댔고
葉脫喬林瘦     낙엽 진 숲속의 나무는 앙상하였지
連亭雜松檜     정자 너머로 송백松柏이 뒤섞여 이어지고
滿天浩風露     하늘엔 바람과 이슬 기운 가득한데

008_0291_b_01L
逢緣休着意着意即還失

008_0291_b_02L合眼莫忘懷忘懷則鬼窟

008_0291_b_03L忘懷與着意於道難離疾

008_0291_b_04L若無此兩魔何慮不成佛

008_0291_b_05L贈脫頴師

008_0291_b_06L
頴師愛文字欲作文字遊

008_0291_b_07L咀嚼烟霞味諷詠山水秋

008_0291_b_08L高義誠可尙俗緣猶未休

008_0291_b_09L奈何自己上悠悠不回頭

008_0291_b_10L所趍非一途亦各修其修

008_0291_b_11L靜境絶瀟灑石窟頗淸幽

008_0291_b_12L一念大千界奇觀非外求

008_0291_b_13L倦行吟

008_0291_b_14L
疲極憇沙堤夕陽下遠岑

008_0291_b_15L西風吹落葉颯颯凉人心

008_0291_b_16L橋頭踈雨過石逕秋苔深

008_0291_b_17L閑雲返舊峀夕鳥歸幽林

008_0291_b_18L愁憂集枯膓海天賓鴻音

008_0291_b_19L寒虫鳴不已曠野生微陰

008_0291_b_20L誰憐倦行客自然多苦吟

008_0291_b_21L寄嚴師

008_0291_b_22L
雪峯去年秋同倚南樓語

008_0291_b_23L虫鳴寒夜永葉脫喬林瘦

008_0291_b_24L連亭雜松檜滿天浩風露

008_0291_c_01L月色寒叅差     달빛은 들쭉날쭉 차갑게 비치고
溪聲震鼙鼓     냇물 소리는 북을 치듯 진동하였지
幽抱和新吟     그윽한 회포를 시 지어 읊조리며
旅情慰悽楚     처량한 나그넷길 위로하였는데
霜鐘動鯨杵     새벽 종소리 울려 퍼지면서
驚覺紙窓曙     어느새 창문이 부옇게 밝았어라
俄然路東西     이윽고 동쪽 서쪽 길로 나뉘어
分散如雲雨     구름과 비처럼 헤어진 뒤로
悠悠別離思     보고 싶은 생각 가슴에 부여안고
欝欝流年度     울적하게 세월만 흘려보냈네
輾轉臥不眠     뒤척이며 누워서 잠 못 이루다가
起散中庭步     일어나 뜨락을 거니노라니
凉蟾一片光     오직 한 조각 싸늘한 달빛
秦越成脩阻     진월1)처럼 떨어져 만나지 못한 우리
何時復相對     어느 때나 다시 얼굴 마주하고서
慰此齒髮暮     노년의 이 몸을 위로해 볼거나
천주의 현 스님과 뇌암의 일 스님과 설봉의 안 스님 등 세 사람에게 부치다(寄賢天柱一懶庵安雪峰三開士)
昔別漢城寺     한성의 절에서 헤어진 뒤로
數君長在眼     여러분이 항상 눈에 선했는데
相去萬餘里     서로 만여 리나 떨어져 있어서
尙恐音信斷     소식조차 끊어질까 걱정하였소
昨憑湖上人     저번에는 호 상인 편에
枉問通懇欵     간절하게 소식을 물어 주더니
今因敏禪子     이번에는 민 선자 편에
又寄一封翰     또 편지를 부쳐 주었구려
開緘看故意     봉함 열고서 벗의 정을 보았고
置案想淸盼     궤안几案에 놓고서 다정한 눈길 느꼈나니
如得崑山玉     마치 곤륜산의 옥을 얻은 듯
累日喜而浣     며칠 동안 기뻐하며 속진을 씻었다오
辭意復珍重     말한 그 뜻이 또 진중하여서
尤爲增愧赧     더욱 부끄럽게 느껴졌는데
深驚蒙記憶     기억해 준 것이 너무 놀라워
怳若乘朽棧     망가진 수레에 탄 것만 같았다오2)
嗟余與諸君     아, 나는 여러분과
只在平坦坦     그저 평탄하게 지내는 사이
相知貴知心     서로 마음을 알아주면서
相得一以貫     하나의 이치로 모든 일을 꿰뚫나니3)
苟能道契深     만약 도에 깊이 계합契合한다면
何必說鵬鷃     대붕大鵬과 척안斥鷃4)을 나눌 필요 있으리오
自來關北路     관북의 길에 들어오고 나서
歸日期已晏     돌아갈 시기가 늦어졌는데
窮居信幽獨     궁벽한 나의 생활 참으로 고독하니
晤語誰與莞     누구와 얘기하며 웃어 보리오
鯨波極東陬     물결이 몰아치는 동쪽 끝 모서리
遠接扶桑岸     멀리 이어지는 아침 해 뜨는 언덕
逢萊在何許     봉래산은 어디쯤 있는 것일까
天外雲常綰     하늘 너머 구름이 항상 뒤덮여 있네

008_0291_c_01L月色寒叅差溪聲震鼙鼓

008_0291_c_02L幽抱和新吟旅情慰悽楚

008_0291_c_03L霜鐘動鯨杵驚覺紙牎曙

008_0291_c_04L俄然路東西分散如雲雨

008_0291_c_05L悠悠別離思欝欝流年度

008_0291_c_06L輾轉臥不眠起散中庭步

008_0291_c_07L凉蟾一片光秦越成脩阻

008_0291_c_08L何時復相對慰此齒髮暮

008_0291_c_09L寄賢天柱一懶庵安雪峰三開士

008_0291_c_10L
昔別漢城寺數君長在眼

008_0291_c_11L相去萬餘里尙恐音信斷

008_0291_c_12L昨憑湖上人枉問通懇欵

008_0291_c_13L今因敏禪子又寄一封翰

008_0291_c_14L開緘看故意置案想淸盼

008_0291_c_15L如得崑山玉累日喜而浣

008_0291_c_16L辭意復珍重尤爲增愧赧

008_0291_c_17L深驚蒙記憶怳若乘朽棧

008_0291_c_18L嗟余與諸君只在平坦坦

008_0291_c_19L相知貴知心相得一以貫

008_0291_c_20L苟能道契深何必說鵬鷃

008_0291_c_21L自來關北路歸日期已晏

008_0291_c_22L窮居信幽獨晤語誰與莞

008_0291_c_23L鯨波極東陬遠接扶乘 [1]

008_0291_c_24L逢萊在何許天外雲常綰

008_0292_a_01L關山瀚海陲     북쪽 바닷가 변방의 산하
自得飽壯觀     혼자서 장관을 만끽할 따름
人稀絶送迎     사람이 드물어 송영하는 일도 없고
地僻忘漱盥     땅이 외져서 얼굴 씻는 일도 잊었다오
信美非吾土     실로 아름답지만 우리 땅이 아님이여5)
酸膓難濯澣     시린 속마음 씻어 내기 어려워라
世服異風俗     사람들 풍속도 다를뿐더러
眼前乏朋伴     눈앞에 도반道伴도 있지 않은걸
山深雲似夔     깊은 산속 구름은 외다리 짐승 같고
江濶水如漢     넓은 강물은 한수漢水와 흡사한데
如何得近處     어떡하면 가까운 곳에 살면서
把手常往返     손잡고서 항상 왕래할거나
緬焉起空懷     옛 추억만 공연히 떠오르는 가운데
物色含悽惋     물색도 처량한 기색 머금었나니
榮華有嚴霜     영화로운 시절에 된서리 내려
齒髮早衰換     치아와 머리칼 일찍도 쇠했네
賢公住天柱     현 스님은 천주에 주석하면서
經籍日把玩     날마다 경서를 음미하는데
華雨穴一榻     꽃비가 탑상榻牀에 떨어졌다니
講詮何旦旦     강론이 얼마나 진지했을까
一也主開元     일 스님은 개원에 주석하면서
坐遣浮生幻     뜬 인생의 허깨비를 물리치고
祝聖朝與夕     밤낮으로 임금님 축원하면서
手炷香一瓣     한 줄기 향불을 피운다지요
安也作新篇     안 스님은 한 편의 글 지을 때마다
斐然雲錦段     채색 놀처럼 찬란하게 빛나는데
况復筆墨玅     여기에 또 오묘한 필묵의 솜씨
通神瘦且徤     가늘면서도 힘이 있어 신명에 통한다네요
皆爲得名聲     모두 뛰어난 명성을 얻어
粹美無可揀     어떻게 우열을 가릴 수 없나니
才調眞可惜     그 재능이 참으로 아까워서
搢紳之所歎     사대부의 감탄을 자아낸다오
所業有殊異     하는 일은 각자 다르다지만
己事轉閑緩     날이 갈수록 원숙해지는데
况當桑楡脫     더구나 상유6) 시기에 접어들어
八十今已半     지금 벌써 팔십의 반이 됨이리오
知止不近殆     그만둘 줄 알면 위태롭지 않을 텐데7)
人情苦不滿     채우지 않으면 괴로운 사람의 마음이여
從古處大名     예로부터 큰 명성을 차지하면
其危如累卵     포개 놓은 알처럼 위태했건만
胡爲尙淹滯     어찌하여 아직도 미적거리면서
故山歸期晩     옛 산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인지
法堂草一丈     법당에 한 길이나 풀이 우거져서
荒凉久未剗     황폐하게 오래도록 베지도 못했는걸
塵緣浩無涯     속진의 인연은 끝없이 이어져서
機變日千萬     날마다 천 번 만 번 변화하는 것
雖云有所待     기다리는 것이 있다고 하더라도
其奈時景短     남은 시간이 짧은 것을 어떡하나

008_0292_a_01L關山瀚海陲自得飽壯觀

008_0292_a_02L人稀絶送迎地僻忘漱盥

008_0292_a_03L信美非吾土酸膓難濯澣

008_0292_a_04L世服異風俗眼前乏朋伴

008_0292_a_05L山深雲似夔江濶水如漢

008_0292_a_06L如何得近處把手常徃返

008_0292_a_07L緬焉起空懷物色含悽惋

008_0292_a_08L榮華有嚴霜齒髮早衰換

008_0292_a_09L賢公住天柱經籍日把玩

008_0292_a_10L華雨穴一榻講詮何旦旦

008_0292_a_11L一也主開元坐遣浮生幻

008_0292_a_12L祝聖朝與夕手炷香一瓣

008_0292_a_13L安也作新篇斐然雲錦段

008_0292_a_14L况復筆墨玅通神瘦且徤

008_0292_a_15L皆爲得名聲粹美無可揀

008_0292_a_16L才調眞可惜搢紳之所歎

008_0292_a_17L所業有殊異己事轉閑緩

008_0292_a_18L况當桑楡脫八十今已半

008_0292_a_19L知止不近殆人情苦不滿

008_0292_a_20L從古處大名其危如累卵

008_0292_a_21L胡爲尙淹滯故山歸期晩

008_0292_a_22L法堂草一丈荒凉久未剗

008_0292_a_23L塵緣浩無涯機變日千萬

008_0292_a_24L雖云有所待其奈時景短

008_0292_b_01L咄哉二三子     아, 여러분이시여
行李幾時辦     행리를 어느 때나 챙기시려오
我亦客數年     나도 몇 년 동안 객지 생활 하지만
跡與名俱散     자취와 이름 모두 한산하기만
思歸猶未得     돌아가려 해도 돌아가지 못하니
如馬難脫絆     굴레 벗지 못하는 말과 같다 할까
神興洞裡天     신흥사 자리한 동천洞天의 하늘
洗耳巖前澗     바위 앞 시냇물에 귀를 씻었지
蕭條舊庵虛     옛 암자 쓸쓸히 텅 비어 있고
寂寞烟樹纂     이내 낀 나무 적막하게 서 있을 텐데
何當決焉去     어떡하면 소매를 떨치고 가서
隨緣同樵㸑     인연 따라 나무꾼과 어울릴거나
殷勤寄此言     은근히 이 말씀 부쳐 드리노니
努力常自反     노력하여 항상 스스로 돌이켰으면
秋風一夕起     가을바람 일어나는 이날 저녁에
心逐南飛鴈     마음은 남쪽 나는 기러기를 따른다오
지수 상인을 보내며(送志遂上人)
上人來告別     상인이 와서 작별을 고하기에
從容更問汝     조용히 다시 물어보았네
始從何處來     당초 어디에서 왔다가
今向何處去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인가
去來何自由     가고 옴이 어찌 그리 자유로운고
脫洒眞淨侶     참으로 초탈한 스님이로다
遙指海上山     그가 멀리 가리키는 바다 위의 산
縹緲雲起處     아스라이 구름이 일어나는 곳
中有古庵虛     그 속에 텅 빈 옛 암자가 있는데
沙彌久延𨀉     사미가 오래도록 고대했다네
摻裾坐別筵     옷소매 부여잡고 다른 자리에 앉아
命童山藥煮     아이에게 약초를 달이게 하고는
我有疑碍在     내 마음에 의아하게 여겨지기에
通宵相對語     밤새도록 마주하고 얘기했다네
皎然抱道眞     분명히 참되게 도를 잡을지니
此道無節序     이 도는 절차와 순서가 없나니라
從來平等境     원래 평등한 경계이거니
安有妄處所     망령되이 집착할 곳이 있으랴
雖嫌揀擇分     간택을 혐의한다는 말도 있지만8)
賢愚去幾許     현우의 차이가 얼마나 될까
上人但含笑     상인은 그저 웃음만 머금을 뿐
嘿嘿終不叙     침묵을 지키며 끝내 말이 없네
耿耿不能眠     뜬눈으로 잠 못 이루는 사이
曙鐘韻鯨杵     귓전을 울리는 새벽 종소리
起來理行李     일어나서 행장을 꾸리나니
一錫雙草屨     석장 하나에 짚신 두 켤레
平明決焉去     날이 밝자 결연히 떠나는 그 형세가
勢若雲鵬擧     마치 구름 뚫고 붕새 날아오르는 듯
離亭悵然立     이별하는 정자에 창연히 섰노라니
烟雨暗平楚     안개비가 가지런한 숲에 자욱이 내리네

008_0292_b_01L咄哉二三子行李幾時辦

008_0292_b_02L我亦客數年跡與名俱散

008_0292_b_03L思歸猶未得如馬難脫絆

008_0292_b_04L神興洞裡天洗耳巖前澗

008_0292_b_05L蕭條舊庵虛寂寞烟樹纂

008_0292_b_06L何當決焉去隨緣同樵㸑

008_0292_b_07L殷勤寄此言努力常自反

008_0292_b_08L秋風一夕起心逐南飛鴈

008_0292_b_09L送志遂上人

008_0292_b_10L
上人來告別從容更問汝

008_0292_b_11L始從何處來今向何處去

008_0292_b_12L去來何自由脫洒眞淨侶

008_0292_b_13L遙指海上山縹緲雲起處

008_0292_b_14L中有古庵虛沙彌久延𨀉

008_0292_b_15L摻裾坐別筵命童山藥煮

008_0292_b_16L我有疑碍在通宵相對語

008_0292_b_17L皎然抱道眞此道無節序

008_0292_b_18L從來平等境安有妄處所

008_0292_b_19L雖嫌揀擇分賢愚去幾許

008_0292_b_20L上人但含笑嘿嘿終不叙

008_0292_b_21L耿耿不能眠曙鐘韻鯨杵

008_0292_b_22L起來理行李一錫雙草屨

008_0292_b_23L平明決焉去勢若雲鵬擧

008_0292_b_24L離亭悵然立烟雨暗平楚

008_0292_c_01L
의초 상인에게 주다(贈義初上人)
涅槃正法眼     열반묘심涅槃妙心 정법안장正法眼藏을
消息玄又玄     전한 그 소식 현묘하고 현묘해라
釋尊擧花枝     석존이 꽃가지를 들자
人天衆罔然     인간과 천상대중이 망연해하였는데
當時破顔笑     당시에 파안미소 한 것은
金色頭陁賢     황금색의 걸출한 두타였다네9)
卽辭鷲頭峰     영취산 봉우리 곧장 하직하고
入定雞足巓     계족산雞足山에서 선정에 들 때10)
轉付阿難多     아난다에게 불법佛法을 부촉하며
刹竿倒門前     찰간을 문 앞에 내려놓게 하였어라11)
西乾四七滿     서축西竺의 이십팔 조사와
東土二三聯     동토의 여섯 조사가
遆代佛祖印     대대로 불조의 뒤를 이을 적에
唯將此心傳     오직 이 마음만을 전하였나니
但當守本性     다만 본성을 고수할 것이요
不爲外物牽     외물에 끌려다니지 말 것이니라
倘是過量人     만약 보통 기량을 넘는 사람이
日用探其淵     날마다 그 심연을 탐색한다면
擧一反三隅     한 모퉁이로 세 모퉁이 반증하면서12)
良馬暗窺鞭     준마가 채찍을 몰래 엿보듯 하리라13)
快着飮光衣     음광14)의 옷을 통쾌하게 걸치고
頓忘龍樹詮     용수15)의 해설도 완전히 잊은 채
寡和德山謌     덕산16)의 노래 들리지 않는 때에
常誦無生篇     항상 무생17)의 시편을 읊조릴 것이요
一柄劍吹毛     한 자루 취모검吹毛劍18) 비껴 잡고
橫把倚靑天     푸른 하늘에 기대어 서서
全機閃電激     전기19)는 번개가 내리치듯 하고
大用飄風旋     대용은 폭풍이 몰아치듯 하리니
四海蠢蠢徒     사해의 꿈틀거리는 중생들과는
從來難並肩     원래 어깨를 나란히 하기 어려워라
老僧早所尙     노승이 일찍부터 숭상한 것은
聖言以爲先     무엇보다도 성인의 말씀
銘心常兢兢     마음에 새기고 전전긍긍하였나니
晨夕安敢便     조석으로 어찌 감히 편안할 수 있었으랴
淸寒幽且獨     청한하게 고독한 생활을 하며
飢菜而渴泉     배고프면 나물국, 목마르면 샘물
兀兀老至今     우뚝 앉아 지금까지 늙어 왔을 뿐
功行苦未全     온전한 공부는 아직도 멀었어라
茅庵與土洞     초막에 있건 토굴에 있건
苦樂但隨緣     고락은 단지 인연에 따를 뿐
君來我何能     그대여 내가 어찌할 수 있었으랴
相見嗟晩年     만년에 만난 것을 탄식할 따름이라
是時秋正中     지금은 가을의 바로 한가운데
葉赤寒花姸     나뭇잎 물들고 국화꽃 어여쁜 때
靈珠舊禪社     오래된 선찰禪刹 영주사에서
與子同留連     그대와 함께 어울려 노닐면서

008_0292_c_01L贈義初上人

008_0292_c_02L
涅槃正法眼消息玄又玄

008_0292_c_03L釋尊擧花枝人天衆罔然

008_0292_c_04L當時破顏笑金色頭陁賢

008_0292_c_05L卽辭鷲頭峰入定雞足巓

008_0292_c_06L轉付阿難多 [2] 竿倒門前

008_0292_c_07L西乾四七滿東土二三聯

008_0292_c_08L遆代佛祖印唯將此心傳

008_0292_c_09L但當守本性不爲外物牽

008_0292_c_10L倘是過量人日用探其淵

008_0292_c_11L擧一反三隅良馬暗窺鞭

008_0292_c_12L快着飮光衣頓忘龍樹詮

008_0292_c_13L寡和德山謌常誦無生篇

008_0292_c_14L一柄劒吹毛橫把倚靑天

008_0292_c_15L全機閃電激大用飄風旋

008_0292_c_16L四海蠢蠢徒從來難並肩

008_0292_c_17L老僧早所尙聖言以爲先

008_0292_c_18L銘心常兢兢晨夕安敢便

008_0292_c_19L淸寒幽且獨飢菜而渴泉

008_0292_c_20L兀兀老至今功行苦未全

008_0292_c_21L茅庵與土洞苦樂但隨緣

008_0292_c_22L君來我何能相見嗟晩年

008_0292_c_23L是時秋正中葉赤寒花妍

008_0292_c_24L靈珠舊禪社與子同留連

008_0293_a_01L窮日積軸披     하루 종일 쌓인 서책도 펼쳐 보고
語夜孤燈懸     밤늦게 등불 아래 얘기도 나눈다네
願子善努力     바라건대, 그대여 부디 노력해서
光陰莫虛捐     광음을 헛되이 보내지 말지어다
等閑如不勤     만약 등한히 게으름을 부린다면
心田草芊綿     마음 밭에 잡초가 무성해지리니
信根若海深     믿음의 뿌리를 바다처럼 깊이 하고
立志如山堅     뜻을 세우기를 산처럼 굳게 하라
要須佩此言     모름지기 이 말을 가슴에 아로새겨
勿以爲風顚     노망한 자의 말로 여기지 말지니
窮理盡其性     이치를 파헤치고 본성을 극진히 하여
若救頭上燃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할지어다
念起卽覺悟     한 생각 일어남 속에 깨달음이 있나니
得魚而忘筌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어야지20)
所忘亦忘時     그리고 잊어야 함도 잊게 될 때에
可以稱金仙     비로소 금선21)이라 칭할 수 있으리라
습득 옹의 시체詩體를 본받아서(効拾得翁體)
衆人富而豪     사람들은 부유하고 호기로운데
我獨貧且愚     나는 홀로 가난하고 바보스럽고
衆人達而榮     사람들은 출세하고 영예로운데
我獨窮且枯     나는 홀로 빈궁하고 고목 같아라
去年無錐地     작년엔 송곳 꽂을 땅이 없더니
今年錐也無     금년엔 땅에 꽂을 송곳조차 없네22)
窮達各有分     빈궁과 영달은 각자 분수 있나니
安用妄勞劬     어찌 쓸데없이 노심초사하리오
苟能達此理     진정 이 이치를 깨달을 수 있다면
出世眞丈夫     세상을 초월한 대장부라 일컬으리라
꽃을 마주하고(對花)
杖策出溪頭     지팡이 짚고 냇가에 나갔더니
溪花紅灼灼     냇가의 꽃들이 붉게 타오르네
憶昔看花時     예전에 꽃을 보았을 때는
年少髮漆黑     어려서 머리칼이 칠처럼 검었는데
如今看花時     지금 꽃을 보는 때에는
年老鬢雪白     연로하여 머리칼이 눈처럼 하얗구나
人生不如花     사람의 삶이 꽃보다도 못한가 봐
胡爲空役役     어찌 이렇게 공연히 시달리는지
칠언고풍七言古風 2편
백암산 찬 상인이 철쭉 지팡이를 선물한 것에 감사하며(謝白巖賛上人惠躑躅杖)
白巖山麓何嵯峩   백암산 기슭 어찌 그리도 험준한지
錦繡千層紅躑躅   비단결 천 겹으로 철쭉꽃 붉게 피었는데
天涯地僻人罕遊   찾는 사람도 드문 하늘 끝 외진 땅
棄置林間誰愛惜   숲속에 버려진 몸을 누가 애석해하랴

008_0293_a_01L窮日積軸披語夜孤燈懸

008_0293_a_02L願子善努力光陰莫虛捐

008_0293_a_03L等閑如不勤心田草芊綿

008_0293_a_04L信根若海深立志如山堅

008_0293_a_05L要須佩此言勿以爲風顚

008_0293_a_06L窮理盡其性若救頭上燃

008_0293_a_07L念起卽覺悟得魚而忘筌

008_0293_a_08L所忘亦忘時可以稱金仙

008_0293_a_09L効拾得翁體

008_0293_a_10L
衆人富而豪我獨貧且愚

008_0293_a_11L衆人達而榮我獨窮且枯

008_0293_a_12L去年無錐地今年錐也無

008_0293_a_13L窮達各有分安用妄勞劬

008_0293_a_14L苟能達此理出世眞丈夫

008_0293_a_15L對花

008_0293_a_16L
杖筞出溪頭溪花紅灼灼

008_0293_a_17L憶昔看花時年少髮㓒黑

008_0293_a_18L如今看花時年老鬢雪白

008_0293_a_19L人生不如花胡爲空役役

008_0293_a_20L

008_0293_a_21L七言古風

008_0293_a_22L謝白巖賛上人惠躑躅杖

008_0293_a_23L
白巖山麓何嵳峩錦繡千層紅躑躅

008_0293_a_24L天涯地僻人罕遊棄置林間誰愛惜

008_0293_b_01L上人年少好事者   상인은 나이 젊고 일을 좋아하는 사람
獨入冥搜忽有得   홀로 들어가 뒤지다가 하나 얻고는
持鎌斫取㝡長枝   낫을 들고 가장 긴 가지 베어 왔나니
減却山中春一色   산중에 그만 하나의 봄빛이 줄어들었네
皺皮剝盡精骨奇   주름진 껍질 벗겨 내니 기이한 골격
裁爲拄杖尺度足   주장자로 재단하니 길이도 충분
斑斑雖有苔蘚痕   이끼 흔적 알록달록 묻어 있어도
纍纍鏗鏘露節目   겹겹이 단단하게 마디가 드러났네
品高有類出蓬原   봉원에서 생산된 듯 품질도 좋고
光潤完如新削玉   금방 옥을 깎아 낸 듯 윤기도 자르르
題封惠送故情深   글과 함께 보내온 고마운 마음이여
爲念老病行無力   늙고 병들어 걷지 못함을 염려함이로다
以手摩翫欣得之   손으로 만져 보노라니 흡족한 기분
乘危陟險無不適   어떤 위험한 곳도 못 갈 곳이 없네
扶持徤步恣遠遊   씩씩하게 걸으며 먼 곳도 마음대로
可遊觀處將遍跡   유람할 만한 곳은 장차 어디든지
溪山晴日好風景   계산의 맑은 날 좋은 풍경도 감상하고
拄過橋梁免欹側   다리 짚고 건너면 넘어지지도 않으리라
虛堂淸晝黑甜時   빈집에서 대낮에 단잠을 즐길 적에
定將閑倚雲軒角   운헌의 모서리에 기대어 놓으면
飛電着壁搜玄螭   번개가 벽에 붙어 검은 용 찾으면서
肅肅疑有風雷作   바람과 우레 무섭게 일으킬 듯도23)
衰齡一自得渠來   쇠한 나이에 이 물건 타고 다니면
遠近之行經瞬息   어디든지 순식간에 도달하리라
煩渠莫厭落吾手   내 손에 있게 된 것을 싫어하지 말지니
也勝窮崖霜雪觸   절벽에서 서리와 눈 맞는 것보단 나으리
賞遍三山與五湖   삼신산과 오호도 두루 구경할 것이요
畢竟端能超火宅   필경엔 화택을 벗어날 수도 있으리라
但恐他年變化龍   다만 걱정은 뒷날 용으로 변화하여
雲雨飛騰天地黑   운우 일으키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24)
安得恒爲掌上珍   그러면 어떻게 손안의 보배로서
南北東西相馳逐   동서남북을 치달릴 수 있겠는가
삼가 수찬 조중려의 모춘 시에 차운하다(敬次趙修撰重呂 暮春韻)
春雨初晴春草綠   봄비 막 개고 봄풀이 푸릇
三月風光遍地足   삼월의 풍광이 온 땅에 넉넉
水北原南閙芳菲   물 북쪽 들판 남쪽 온통 향기로운 꽃들
浦芷林花香馥郁   물가 난초 숲속의 꽃향내가 물씬
新鶯睍睆楊柳枝   수양버들 가지에선 꾀꼬리 꾀꼴꾀꼴
舊燕呢喃屋簷角   처마 끝에선 진흙 문 제비들 지지배배
香車寶鞍滿街頭   귀인의 수레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서
醉中爭唱昇平曲   취중에 태평가를 다투어 부르누나
知時識節復誰人   시절을 아는 이는 또 어떤 사람일까
可憐桃李爭春色   복사꽃 오얏꽃은 봄빛을 다투는데
오언절구五言絶句 14편

008_0293_b_01L上人年少好事者獨入冥搜忽有得

008_0293_b_02L持鎌斫取㝡長枝減却山中春一色

008_0293_b_03L皺皮剝盡精骨奇裁爲拄杖尺度足

008_0293_b_04L斑斑雖有苔蘚痕纍纍鏗鏘露節目

008_0293_b_05L品高有類出蓬原光潤完如新削玉

008_0293_b_06L題封惠送故情深爲念老病行無力

008_0293_b_07L以手摩翫欣得之乘危陟險無不適

008_0293_b_08L扶持徤步恣遠遊可遊觀處將遍跡

008_0293_b_09L溪山晴日好風景拄過橋梁免欹側

008_0293_b_10L虛堂淸晝黑甜時㝎將閑倚雲軒角

008_0293_b_11L飛電着壁搜玄螭肅肅疑有風䨓作

008_0293_b_12L衰齡一自得渠來遠近之行經瞬息

008_0293_b_13L煩渠莫厭落吾手也勝窮崖霜雪觸

008_0293_b_14L賞遍三山與五湖畢竟端能超火宅

008_0293_b_15L但恐他年變化龍雲雨飛騰天地黑

008_0293_b_16L安得恒爲掌上珍南北東西相馳逐

008_0293_b_17L敬次趙修撰重呂暮春韻

008_0293_b_18L
春雨初晴春草綠三月風光遍地足

008_0293_b_19L水北原南閙芳菲浦芷林花香馥郁

008_0293_b_20L新鶯睍睆楊柳枝舊燕呢喃屋簷角

008_0293_b_21L香車寶鞍滿街頭醉中爭唱昇平曲

008_0293_b_22L知時識節復誰人可憐桃李爭春色

008_0293_b_23L

008_0293_b_24L五言絶句

008_0293_c_01L
산속에서 우연히 읊다(山中偶吟)
山靄夕將收     산 노을은 저녁에 장차 걷히려 하고
溪風颯欲起     시내 바람은 삽상하게 일어나려 하고
怡然自點頭     희열에 잠겨 혼자서 머리 끄덕끄덕
玅在難形裡     형용하기 어려운 오묘한 이 경지여
마포에 묵으면서 피리 소리를 듣고(宿麻浦聞笛)
何處笛聲來     어디선가 피리 소리 들려오는데
滿江秋月冷     강물 가득 차갑게 비치는 가을 달빛
鳴沙散水禽     모래밭 위에는 물새들도 흩어지고
焂過孤㠶影     외로운 돛 그림자 홀연히 지나가네
객에게 답하다(答客)
未踏花源路     화원25)의 길을 밟지 못했는데
焉知洞裡春     어떻게 그 동네의 봄을 알겠소
但炊無米飯     단지 쌀 없는 밥을 지으며
常接不言人     말 없는 사람을 접하고 있소이다
산속의 생활(山居)
山非招我住     산도 나를 불러서 살게 하지 않고
我亦不知山     나 역시 산을 의식하지 않고
山我相忘處     산과 내가 서로를 잊고 살면서
方爲別有閑     별천지의 한가함을 누리고 있소이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山中迷路)
林間忽迷路     숲속에서 홀연히 길을 잃었나니
亂峀飛黃葉     산에는 휘날리는 누런 잎사귀뿐
風雨峽中多     비바람이 산골에 몰아쳐서
歸來衣盡濕     돌아오며 옷을 흠뻑 적셨다네
각철 선자에게 주다(贈覺喆禪子)
夢說主人公     꿈속에서 주인공을 얘기한다면
主人還是夢     그 주인공도 꿈속의 사람이라
看取鏡中形     거울 속의 모습을 살펴보게나
分明是誰樣     분명히 누구의 모양이던가
회 상인의 시에 차운하다(次會上人韻)
短嶽含秋色     낮은 산은 가을빛 머금고
長川帶夕暉     긴 내는 석양빛 띠었네
有庵知不遠     암자가 멀리 있지 않은가 봐
雲外老僧歸     구름 너머 노승이 돌아가니
한성 가는 도중에(漢城途中)
何處旅鴻聲     어디선가 기러기 울음소리
漢關霜落早     한관에 서리가 일찍 내렸네
千山一竹笻     일천 산에 하나의 대지팡이
客子途中老     길에서 나그네 늙어 가누나

008_0293_c_01L山中偶吟

008_0293_c_02L
山靄夕將收溪風颯欲起

008_0293_c_03L怡然自點頭玅在難形裡

008_0293_c_04L宿麻浦聞笛

008_0293_c_05L
何處笛聲來滿江秋月冷

008_0293_c_06L鳴沙散水禽倐過孤㠶影

008_0293_c_07L答客

008_0293_c_08L
未踏花源路焉知洞裡春

008_0293_c_09L但炊無米飯常接不言人

008_0293_c_10L山居

008_0293_c_11L
山非招我住我亦不知山

008_0293_c_12L山我相忘處方爲別有閑

008_0293_c_13L山中迷路

008_0293_c_14L
林間忽迷路亂峀飛黃葉

008_0293_c_15L風雨峽中多歸來衣盡濕

008_0293_c_16L贈覺喆禪子

008_0293_c_17L
夢說主人公主人還是夢

008_0293_c_18L看取鏡中形分明是誰樣

008_0293_c_19L次會上人韻

008_0293_c_20L
短嶽含秋色長川帶夕暉

008_0293_c_21L有庵知不遠雲外老僧歸

008_0293_c_22L漢城途中

008_0293_c_23L
何處旅鴻聲漢關霜落早

008_0293_c_24L千山一竹笻客子途中老

008_0294_a_01L
말다툼을 경계하며(警相諍)
彼此將幻身     피차 허깨비 몸을 지니고
俱生於幻世     허깨비 세상에 함께 살면서
如何幻幻中     어찌하여 허깨비 일색인 속에
復與爭幻事     다시 허깨비 일을 다툰단 말가
경치를 읊다(卽景)
壇鎖樹陰濃     짙은 나무 그늘 속에 갇힌 제단이요
雲從峽口吐     산골 어귀에서 토해 나오는 구름이라
虛簷生晩凉     처마에선 저녁나절 서늘한 기운 일어나고
亂峀飛踈雨     뭇 산봉우리 위에는 성긴 비가 흩날리네
연 상인에게 주다(贈璉上人)
細雨三峰寺     가랑비 내리는 삼봉의 절간
凉風八月秋     선들바람 부는 팔월의 가을
相逢一笑處     서로 만나서 한 번 웃으니
除却十年愁     십 년 근심 모두 사라지네
불법을 묻는 사람에게 보여 주다(示問法人)
樹動猪揩背     나무가 흔들림은 돼지가 등을 비빔이요
波翻鴨洗頭     물결이 번득임은 오리가 머리를 씻음이라26)
若能知此意     이 속에 담긴 뜻을 제대로 알아야 할 것이니
何更問南遊     남쪽 성城으로 떠도는 사람에게 물어서 또 무엇하리오
의상대義湘臺
倚壁千年樹     석벽에 기대고 선 천년의 나무요
凌虛百尺臺     허공에 솟구친 백 척의 누대로다
神僧去無跡     신승은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雲外鶴徘佪     구름 밖에 학만 배회하누나
맑게 갠 봄날(春晴)
微雨夜飛山     가랑비가 간밤에 산에 날리더니
百花開爛熳     온갖 꽃들이 난만하게 피어났네
好風吹遠林     먼 숲에 부는 화사한 바람이여
滿壑幽香散     골 가득 그윽한 향기 퍼뜨리누나
칠언절구七言絶句 55편
가을날에 승려를 보내며(秋日送僧)
樵歌數曲夕陽殘   애잔한 석양 속에 몇 가닥 초동樵童의 노래
葉落湖邊野色寒   낙엽 지는 호숫가에 들판의 빛도 썰렁해라
遙望一僧飛錫處   승려가 석장 날리는 곳 멀리 바라보니
暮雲將雨裹秋山   비 머금은 저녁 구름이 가을 산을 에워쌌네
강변에서 피리 소리를 듣고(江上聞笛)

008_0294_a_01L警相諍

008_0294_a_02L
彼此將幻身俱生於幻世

008_0294_a_03L如何幻幻中復與爭幻事

008_0294_a_04L卽景

008_0294_a_05L
壇鎻樹陰濃雲從峽口吐

008_0294_a_06L虛簷生晩凉亂峀飛踈雨

008_0294_a_07L贈璉上人

008_0294_a_08L
細雨三峰寺凉風八月秋

008_0294_a_09L相逢一笑處除却十年愁

008_0294_a_10L示問法人

008_0294_a_11L
樹動猪楷背波翻鴨洗頭

008_0294_a_12L若能知此意何更問南遊

008_0294_a_13L義湘臺

008_0294_a_14L
倚壁千年樹凌虛百尺臺

008_0294_a_15L神僧去無跡雲外鶴徘佪

008_0294_a_16L春晴

008_0294_a_17L
微雨夜飛山百花開爛熳

008_0294_a_18L好風吹遠林滿壑幽香散

008_0294_a_19L

008_0294_a_20L七言絶句

008_0294_a_21L秋日送僧

008_0294_a_22L
樵歌數曲夕陽殘葉落湖邊野色寒

008_0294_a_23L遙望一僧飛錫處暮雲將雨裹秋山

008_0294_a_24L江上聞笛

008_0294_b_01L遠風漁笛一聲長   먼 바람에 실려 가는 어부의 긴 피리 소리
萬里江天向夕凉   서늘 저녁 향하는 만 리의 강 하늘이라
驚起白沙汀畔鴈   깜짝 놀라 나는 백사장의 기러기들
海門斜度兩三行   바다 어귀를 두세 줄로 비껴 건너네
구 상사의 한거 시에 차운하다(具上舍閑居次韻)
非關物外作閑身   물외에 노니는 한가한 몸이 되기는커녕
只媿名場漫費神   이름 다투며 정신을 허비하다니 부끄러워
莫遣落花隨水去   낙화가 물 따라 흘러가게 하지 마오
恐人知有洞中春   사람들이 골짜기 봄을 알까 두려우니
좌선하는 승려에게(坐禪僧)
靑山嘿嘿景沈沈   청산은 말이 없고 경물은 깊이 잠기고
體得禪家宴寂心   선가의 적막한 마음을 체득했나 봐
雲自滿庭人不到   뜰에는 구름만 가득 사람은 오지 않고
夕陽踈雨過西林   석양에 성근 비가 서쪽 숲을 지나가네
김 처사에게 보여 주다(示金處士)
意在浮雲閑卷舒   뜻은 부운에 두고 한가로이 책이나 뒤적이며
守眞常自臥茅廬   항상 참됨을 지키며 초가에 누웠는데
無端喚起松窓夢   소나무 창의 꿈에서 무단히 깨어 일어났나니
山鳥一聲春雨餘   봄비 끝에 외마디 산새 소리였구려
금강산 백운암의 감회(金剛山白雲庵有感)
九井峰前玉作巖   구정봉 앞 옥으로 된 바위 위에
道人曾搆數間庵   도인이 몇 칸 암자를 엮었는데
功成一夕歸何處   일 다 끝낸 어느 날 저녁 어디론가 돌아가고
掛樹袈裟自濕嵐   나무에 걸린 가사만 혼자 안개에 젖었다나
선운 상인에게 보여 주다(示禪雲上人)
蜀川紅錦繡山棠   촉천의 붉은 비단에 산당을 수놓다니
綵線金針玉手忙   금침에 색실 꿰어 섬섬옥수 바빴으리
試向春風人不識   봄바람 향해도 사람들 알아주지 않고
也敎蜂蝶浪偸香   벌 나비만 부질없이 향내를 탐하게 하겠네
면벽面壁
叅玄不用問西東   참현27)하는 사람이 동쪽 서쪽 물을 것 있나
面壁觀心是祖風   면벽하고 마음을 봄이 조사祖師의 가풍이라
自笑一聲人不會   혼자 웃은 한 소리28)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何須更覓主人公   어찌 꼭 주인공을 다시 찾으려 한단 말인가
축공 스님을 보내며(送竺空師)
常掩巖扉究祖關   언제나 산문 닫고 조사의 관문 찾았는데
禪心忽變別離間   선심이 홀연히 변해 이별하게 되었네
明朝林下無相伴   내일 아침 숲속에는 도반도 없이
秋雨蕭蕭葉滿山   낙엽 가득한 산에 가을비 쓸쓸하리
갈대밭 기러기를 그린 병풍에 쓰다(題蘆鴈障子)

008_0294_b_01L
遠風漁笛一聲長萬里江天向夕凉

008_0294_b_02L驚起白沙汀畔鴈海門斜度兩三行

008_0294_b_03L具上舍閑㞐次韻

008_0294_b_04L
非關物外作閑身只媿名場漫費神

008_0294_b_05L莫遣落花隨水去恐人知有洞中春

008_0294_b_06L坐禪僧

008_0294_b_07L
靑山嘿嘿景沈沈體得禪家宴寂心

008_0294_b_08L雲自滿庭人不到夕陽踈雨過西林

008_0294_b_09L示金處士

008_0294_b_10L
意在浮雲閑卷舒守眞常自臥茅廬

008_0294_b_11L無端喚起松牎夢山鳥一聲春雨餘

008_0294_b_12L金剛山白雲庵有感

008_0294_b_13L
九井峰前玉作巖道人曾搆數間庵

008_0294_b_14L功成一夕歸何處掛樹袈裟自濕嵐

008_0294_b_15L示禪雲上人

008_0294_b_16L
蜀川紅錦繡山棠綵線金針玉手忙

008_0294_b_17L試向春風人不識也敎蜂蝶浪偸香

008_0294_b_18L面壁

008_0294_b_19L
叅玄不用問西東面壁觀心是祖風

008_0294_b_20L自笑一聲人不會何須更覓主人公

008_0294_b_21L送竺空師

008_0294_b_22L
常掩巖扉究祖關禪心忽變別離間

008_0294_b_23L明朝林下無相伴秋雨蕭蕭葉滿山

008_0294_b_24L題蘆鴈障子

008_0294_c_01L蘆葦蕭蕭細雨收   쓸쓸한 갈대숲에 가랑비 걷히고
旅鴻初下碧江頭   길 가는 기러기 강가에 막 내려왔네
何人剪取機中素   누가 베틀의 하얀 비단 베어 와서
幻出瀟湘一片秋   소상강 한 조각 가을을 그려 냈는고
냇가의 꽃(澗花)
長短人情自不同   사람 마음은 길고 짧아 원래 같지 않지만
澗花依舊綴芳叢   냇가의 꽃은 변함없이 떨기로 피어 있네
乾坤已着無私力   하늘과 땅도 사적으로 힘을 쓰지 않았는데
春意寧敎取次紅   봄이 어찌 마음대로 붉게 만들었겠는가
택행 상인에게 주다(贈擇行上人)
祖意明明百草頭   조사의 뜻이 온갖 풀 끝에 분명하니
何須更向口皮求   구피 향해 어찌 다시 구할 필요 있으리오
最憐征鴈江天夕   어여뻐라 기러기 떠나는 강천의 저녁이여
一片蟾光表裡秋   한 조각 달빛 비치는 완연한 가을일세
종봉 주인에게 안부를 묻다(問鐘峰主人)
一入鐘峰首不回   한번 종봉 들어가서 머리 돌리지도 않아
世人徒自望崔嵬   세상 사람은 그저 높은 산만 바라볼 뿐
村翁指點江天外   시골 늙은이가 강 하늘 밖을 가리키며
黯靄千重是五臺   천 겹의 노을 짙은 저곳이 오대라 하네
서향화를 노래하다(咏瑞香花)
瑞香纔坼一枝花   금방 꽃망울 터진 서향화 가지 하나
任與遊蜂競作家   벌들이 제집인 양 마음대로 들락날락
堪憶舒玉曾解道   생각나네 서옥이 일찍이 비평한 말
動人春色不須多   봄빛 느끼려면 많은 게 필요 없다고
정원의 꽃을 노래하다(咏庭花)
獨愛幽花傍草堂   어여뻐라 초당 옆의 이름 모를 꽃
幾多蜂蝶浪偸香   벌과 나비 부질없이 향을 탐하네
但將春意無分別   봄을 보내는 뜻 무슨 차이 있으리오
任彼新枝自短長   새로 뻗은 저 가지 짧건 혹은 길건
잠에서 깨어(睡起)
日斜簷影轉溪濱   해 비낀 처마 그림자 시냇가로 옮겨 가고
簾捲微風自掃塵   주렴 걷자 산들바람 먼지 절로 쓸어 가네
窓外落花人寂寂   창밖엔 꽃잎 지고 사람은 적적한데
夢回林鳥一聲春   봄 알리는 산새 소리에 꿈을 깼다오
새 암자(新軒)
小軒新傍樹陰開   나무 그늘 옆에 새로 지은 작은 암자
背面群峰翠萬堆   뒤에는 산의 푸르름이 무더기로 쌓였어라
終日臥床眠不起   종일토록 눈을 감고 침상에 누워 있노라면
透簾唯有好風來   오직 선들바람만 주렴 사이로 찾아올 뿐
반쯤 죽은 매화(半死梅)

008_0294_c_01L
蘆葦蕭蕭細雨收旅鴻初下碧江頭

008_0294_c_02L何人剪取機中素幻出瀟湘一片秋

008_0294_c_03L澗花

008_0294_c_04L
長短人情自不同澗花依舊綴芳叢

008_0294_c_05L乾坤已着無私力春意寧敎取次紅

008_0294_c_06L贈擇行上人

008_0294_c_07L
祖意明明百草頭何須更向口皮求

008_0294_c_08L最憐征鴈江天夕一片蟾光表裡秋

008_0294_c_09L問鐘峰主人

008_0294_c_10L
一入鐘峰首不回世人徒自望崔嵬

008_0294_c_11L村翁指點江天外黯靄千重是五臺

008_0294_c_12L咏瑞香花

008_0294_c_13L
瑞香纔坼一枝花任與遊蜂競作家

008_0294_c_14L堪憶舒玉曾解道動人春色不須多

008_0294_c_15L咏庭花

008_0294_c_16L
獨愛幽花傍草堂幾多蜂蝶浪偸香

008_0294_c_17L但將春意無分別任彼新枝自短長

008_0294_c_18L睡起

008_0294_c_19L
日斜簷影轉溪濵簾捲微風自掃塵

008_0294_c_20L窓外落花人寂寂夢回林鳥一聲春

008_0294_c_21L新軒

008_0294_c_22L
小軒新傍樹陰開背面群峰翠萬堆

008_0294_c_23L終日臥床眠不起透簾唯有好風來

008_0294_c_24L半死梅

008_0295_a_01L雪谷氷崖半死梅   눈 계곡 얼음 절벽 반쯤 죽은 매화
可憐憔悴冒寒摧   가련타 초췌한 몸 추위 속에 부러졌네
眞香默不爭春色   참된 향기는 말이 없어 봄빛 다투지 않나니
似待孤山處士開   고산29) 처사 기다려서 꽃 피우려는 듯도
풍악산 승려에게 주다(贈楓嶽山僧)
曾入金剛住數年   나도 금강산 들어가서 몇 년 살다가
別來回首海東天   작별하고 해동의 하늘로 머리 돌렸소
烟霞舊業難忘處   연하의 옛 살림을 잊기 어려워
每見山人問九淵   산인을 보면 구연을 묻곤 한다오
달을 보고(見月)
當初志道誓分明   당초 도에 뜻을 두고 분명히 맹세하며
王老門前幾度行   선지식 문 앞을 몇 번이나 찾았던가
積歲碍膺今已釋   몇 년 동안 맺힌 것이 지금 풀어졌나니
海天新月自東生   바다 하늘의 초승달이 동쪽에서 뜨는구나
차운하여 현재 상인에게 주다(次韵贈玄載上人)
一椀淸茶每勸君   한 잔의 맑은 차 그대에게 권할 때마다
日斜回入萬重雲   저녁 해 기울어 만 겹 구름 속으로
衲衣笻杖常來往   누더기 옷에 대지팡이 항상 왕래하는데
誰道靑山兩處分   푸른 산 두 곳에 나누어 산다 누가 말하랴
동악 이안눌 선생이 강물에 배를 띄우고 「적벽부」의 글자를 모아 지은 시30)에 삼가 차운하다(敬次東嶽李先生安訥泛江集赤壁賦字韻)
壬戌之秋秋七月   임술년 가을 칠월에
蘇仙赤壁泛舟遊   소선이 적벽에 배 띄우고 노닌 것처럼31)
如今擧酒臨江口   지금 강어귀에서 술잔을 들고 있는
此樂人間知也不   이 낙을 인간 세상은 아는지 모르는지
부록 원운(附原韻)
一也詩成安也和   일 스님은 시를 짓고 안 스님은 화답하고32)
上人江海共淸遊   강해에서 스님들과 맑은 놀이 즐기노라
擧杯爲問山間月   술잔 들고서 산간의 달에게 물어보노니
赤壁舟中有此不   적벽의 배 안에도 이런 낙이 있었는지
일 스님의 자는 태일이다.(師一字太一)
동악東岳
선을 배우는 선자를 보내며(送學禪禪子)
學禪何必衆香山   선을 배우러 하필 중향의 산33)에 가야 하나
甁錫徒勞數往還   병석34) 들고 쓸데없이 왔다 갔다 하는구나
未出門時如瞥地   문을 나서지 않고도 보는 것 같을지니
含元殿自在長安   함원전은 원래 장안에 있느니라35)
차거로 만든 염주(𤥭璖念珠)
𤥭璖珠寶貫絲綸    알알이 줄에 꿰인 차거의 보배 구슬
潔白端宜念佛人    결백해서 염불하는 사람에게 어울리네

008_0295_a_01L
雪谷氷崖半死梅可憐憔悴冒寒摧

008_0295_a_02L眞香默不爭春色似待孤山處士開

008_0295_a_03L贈楓嶽山僧

008_0295_a_04L
曾入金剛住數年別來回首海東天

008_0295_a_05L烟霞舊業難忘處每見山人問九淵

008_0295_a_06L見月

008_0295_a_07L
當初志道誓分明王老門前幾度行

008_0295_a_08L積歲碍膺今已釋海天新月自東生

008_0295_a_09L次韵贈玄載上人

008_0295_a_10L
一椀淸茶每勸君日斜回入萬重雲

008_0295_a_11L衲衣笻杖常來徃誰道靑山兩處分

008_0295_a_12L敬次東嶽李先生安訥泛江集赤壁
008_0295_a_13L賦字韻

008_0295_a_14L
壬戌之秋秋七月蘇仚赤壁泛舟遊

008_0295_a_15L如今擧酒臨江口此樂人間知也不

008_0295_a_16L附原韻

008_0295_a_17L
一也詩成安也和上人江海共淸遊

008_0295_a_18L擧杯爲問山間月赤壁舟中有此不

008_0295_a_19L師一字太一東岳

008_0295_a_20L送學禪禪子

008_0295_a_21L
學禪何必衆香山瓶錫徒勞數徃還

008_0295_a_22L未出門時如瞥地含元殿自在長安

008_0295_a_23L𤥭璖念珠

008_0295_a_24L
𤥭璖珠寶貫絲綸潔白端宜念佛人

008_0295_b_01L天淨上房觀誦夜   하늘 맑은 상방에서 밤에 염송하노라면
列星璀璨掌中輪   별들이 찬란하게 손안에서 구른다오
청수 상인에게 주다(贈淸粹上人)
蘭若初聞暮磬聲   절간에 들려오는 저녁 경쇠 소리
滿庭山月政分明   뜨락 가득 산 달이 정히 분명해라
沙彌但得論玄友   사미는 도반과 도를 논할 것이요
莫向遊人問姓名   유람객의 성명 따윈 묻지 말지어다
정 강촌에게 부치다(寄鄭江村)
少年行事已蹉跎   소년의 행사가 이미 차질을 빚었으니
林社逢春思轉多   절간에서 맞은 봄날 더욱 생각 많으리
斜日强登山上望   석양에 산에 올라 한번 바라보기를
碧桃紅杏是誰家   푸른 복사 붉은 살구 누구의 집인지
극문 스님에게 부치다(寄克文師)
三神洞裡百花香   삼신산 동구 안에 백화 향기로운데
誰念衰翁病此方   이 속에서 병든 노인 누가 생각할까
因憶昔年分手處   기억하는가 왕년에 서로 헤어지던 때
送君猶自立斜陽   그대 보내고 홀로 석양 속에 서 있었지
산사를 찾아(訪山寺)
未及禪庵已夕陰   절간에 닿기도 전 벌써 저녁 어스름
宿禽飛入樹雲深   나무 구름 속으로 새들이 날아드네
黃昏尙在山前路   황혼이 아직도 산길을 비추는데
愁聽踈鐘隔遠岑   먼 산 너머 간간이 들려오는 종소리
장봉의의 시에 차운하다(次張鳳儀韵)
休言釋道太無情   불도는 너무 무정하다 말하지 마오
自是時人見不明   옛날부터 사람들이 분명하게 보지 못했을 뿐
欲識吾家端的趣   우리 집안 흥취를 알고 싶으신가
碧梧枝上月三更   벽오동 가지에 뜬 삼경의 달을 보게
가을밤(秋夜)
寂無鐘梵夜三更   종소리도 없이 적요한 야삼경에
落葉隨風作雨聲   낙엽이 바람 따라 빗소리를 내기에
驚起拓窓淸不寐   뒤척이다 깜짝 놀라 창을 열고 보니
滿空秋月正分明   하늘 가득 가을 달이 휘영청 밝네
청 스님에게 주다(贈淸師)
祖門高士訪新居   조문의 고사께서 새 거처 방문하여
大智神機着眼初   대지와 신기의 눈길을 주시누나
知是曉從山水出   새벽에 산 넘고 물을 건너오셨나 봐
滿身風露正蕭踈   바람과 이슬 기운 온몸에 소슬하니
벌써 가을이네(驚秋)
東林何苦漏聲遲   동림에선 왜 이다지 시간이 더딘지
客睡寒更未着時   나그네 아직 잠 못 드는 썰렁한 밤에

008_0295_b_01L天淨上房觀誦夜列星璀璨掌中輸

008_0295_b_02L贈淸粹上人

008_0295_b_03L
蘭若初聞暮磬聲滿庭山月政分明

008_0295_b_04L沙彌但得論玄友莫向遊人問姓名

008_0295_b_05L寄鄭江村

008_0295_b_06L
少年行事已蹉跎林社逢春思轉多

008_0295_b_07L斜日强登山上望碧桃紅杏是誰家

008_0295_b_08L寄克文師

008_0295_b_09L
三神洞裡百花香誰念衰翁病此方

008_0295_b_10L因憶昔年分手處送君猶自立斜陽

008_0295_b_11L訪山寺

008_0295_b_12L
未及禪庵已夕陰宿禽飛入樹雲深

008_0295_b_13L黃昏尙在山前路愁聽踈鐘隔遠岑

008_0295_b_14L次張鳳儀韵

008_0295_b_15L
休言釋道太無情自是時人見不明

008_0295_b_16L欲識吾家端的趣碧梧枝上月三更

008_0295_b_17L秋夜

008_0295_b_18L
寂無鐘梵夜三更落葉隨風作雨聲

008_0295_b_19L驚起拓牎淸不寐滿空秋月正分明

008_0295_b_20L贈淸師

008_0295_b_21L
祖門高士訪新居大智神機着眼初

008_0295_b_22L知是曉從山水出滿身風露正蕭踈

008_0295_b_23L驚秋

008_0295_b_24L
東林何苦漏聲遲客睡寒更未着時

008_0295_c_01L微雨過庭聞落葉   뜰을 지나는 가랑비에 낙엽 지는 소리
已驚秋色到梧枝   아 벌써 가을빛이 오동나무 가지에 왔구나
운행 상인에게 주다당시 영원동36)에 머물고 있었다.(贈雲行上人時住靈源洞)
空門發跡任東西   불문佛門에 들어와서 여기저기 다녔지만
那有靈源淨處栖   영원동처럼 고요히 머물 곳 또 있을까
鼻祖初來眞活計   비조께서 뜻을 품고 찾으셨던 이곳
九秋蟾影落寒溪   늦가을 달그림자가 찬 시내에 떨어지네
희안 판사에게 주다(贈希安判事)
求名役役訪侯門   이름 구하며 수고롭게 귀인의 집을 찾아
爲把詩文細討論   시문 손에 쥐고서 시시콜콜 토론하기보단
何似早歸靑鶴洞   일찌감치 청학동으로 돌아가서
飽聞松籟臥幽軒   초당에 누워 솔바람 소리 실컷 들음이 어떠할지
운암사 용담에 제하다(題雲岩寺龍潭)
石潭風靜影涵虛   바람도 고요히 하늘을 비치는 석담
神物中蟠自作居   신물이 그 속에 똬리 틀고 거한다네
莫道洞天徒洩霧   동천에 공연히 안개 낀다 말하지 마오
四郊春雨摠由渠   사방 교외 봄비는 모두 그 덕분이니
객지에서(旅榻)
旅窓微雨過簷聞   객창에 부슬부슬 낙숫물 소리 들려오고
徹夜難駈遶鬢蚊   모기가 밤새 귀밑머리 맴돌며 괴롭히네
遙想古庵門閉久   아득히 생각거니 오래 닫힌 암자의 문
更無人掃滿樓雲   다락에 쌓인 구름 쓸 사람도 없겠네
승평(순천) 역루에서 선우 상인과 헤어지며(昇平驛樓別禪雨上人)
共倚昇平古驛樓   승평의 옛 역루에 함께 기댄 날
戰風霜葉海亭秋   바닷가 정자에 가을바람이 단풍잎 몰아치네
寒虫徹夜分明語   밤새워 또렷이 울어 대는 귀뚜라미
解道江南送客愁   강남에 객 보내는 시름을 아는가 봐
선을 묻는 승려에게 보여 주다(示問禪僧)
無事臨風戶半開   일없이 바람결에 문이 반쯤 열리더니
有來要我便陳懷   누가 찾아와서 나에게 한마디 말하라네
分明示指平常趣   분명히 보여 줄 건 오직 평상의 흥취
飯後山茶吸一杯   밥을 먹었으면 차나 한잔 마시라고
병풍 속의 매화(屛梅)
畫就寒梅物色眞   물색도 참한 그림 속의 찬 매화여
未嘗飄落變風塵   풍진에 나부껴 떨어진 적도 없다오
雖然不是調鹽味   소금과 맛을 맞추진 못한다 해도37)
留得屛間一㨾春   병풍 속에 하나의 봄을 남겨 주었네
세 번 설봉산에 가서 쓰다(三到雪峰山有題)
晩秋風氣日稜稜   늦가을 바람 기운 날이 갈수록 으슬으슬
聽雨寒更欲晦燈   빗소리 듣는 차가운 밤 등불도 가물가물

008_0295_c_01L微雨過庭聞落葉已驚秋色到梧枝

008_0295_c_02L贈雲行上人時住靈源洞

008_0295_c_03L
空門發跡任東西那有靈源淨處栖

008_0295_c_04L鼻祖初來眞活計九秋蟾影落寒溪

008_0295_c_05L贈希安判事

008_0295_c_06L
求名役役訪侯門爲把詩文細討論

008_0295_c_07L何似早歸靑鶴洞飽聞松籟臥幽軒

008_0295_c_08L題雲岩寺龍潭

008_0295_c_09L
石潭風靜影涵虛神物中蟠自作居

008_0295_c_10L莫道洞天徒洩霧四郊春雨㹅由渠

008_0295_c_11L旅榻

008_0295_c_12L
旅窓微雨過簷聞徹夜難駈遶鬢蚊

008_0295_c_13L遙想古庵門閑久更無人掃滿樓雲

008_0295_c_14L昇平驛樓別禪雨上人

008_0295_c_15L
共倚昇平古驛樓戰風霜葉海亭秋

008_0295_c_16L寒虫徹夜分明語解道江南送客愁

008_0295_c_17L示問禪僧

008_0295_c_18L
無事臨風戶半開有來要我便陳懷

008_0295_c_19L分明示指平常趣飯後山茶吸一杯

008_0295_c_20L屏梅

008_0295_c_21L
畫就寒梅物色眞未嘗飄落變風塵

008_0295_c_22L雖然不是調鹽味留得屏間一㨾春

008_0295_c_23L三到雪峰山有題

008_0295_c_24L
晩秋風氣日稜稜聽雨寒更欲晦燈

008_0296_a_01L三入北山成底事   무슨 일 이루려고 세 번 북산에 들어왔나
老年還愧舊知僧   아는 승려 보기가 노년에 더욱 부끄럽네
사심 없는 꽃버들(花柳無私)
滿野春光欲暮時   들판 가득 봄빛이 저물려고 하는 때
可憐花柳更無私   어여뻐라 꽃버들은 더더욱 사심 없어
雖然不借栽培力   재배하는 사람의 힘 빌리지 않더라도
自有東風管攝伊   그를 보살펴 주는 동풍이 원래 있다오
정 장군에게 답하다(答鄭將軍)
莫道腰金頂玉流   허리와 머리의 금옥을 자랑하지 마오
何如破衲此僧休   누더기 입은 이 중의 편안함만 하겠소
挑笻不顧人間事   지팡이 짚고 인간의 일 묻지 않은 채
直入千峰萬壑幽   천봉만학 속으로 곧장 들어간다오
이 처사에게 주다(贈李處士)
習隱全資靜裡栖   은둔하여 보전하며 조용히 지내는 분
小扉恒掩亂峰低   산봉우리 아래 사립문 항상 닫혀 있다네
山禽慣見忘機久   산새도 늘상 보며 기심機心을 잊었기에
日傍窓前近樹啼   날마다 창문 앞 나무 곁에서 노래한다오
꾀꼬리 소리를 듣고(聽鶯)
杏花飄盡子初成   살구꽃 바람에 지고 열매가 열리는 때
人散溪亭雨乍晴   사람 흩어진 시냇가 정자에 비는 왔다 개고
靜臥南窓惺午睡   남창에 조용히 누워 낮잠에서 깨니
柳條深處有啼鶯   버들가지 깊은 곳에 꾀꼬리 노랫소리
어떤 사람에게 답하다(答人)
斷壑苔深石碍關   낭떠러지 이끼 짙은 석애의 관문에서
已能超出是非端   시비의 다툼은 이미 뛰어넘었다오
誰知古栢長春色   누가 알리오, 잣나무 고목 항상 봄빛으로
一任凌霜冒雪寒   찬 서리와 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바닷가 산에 오르다(登海岳)
遊山秃盡短笻頭   대지팡이 다 닳도록 산을 유람하며
倚遍蓬壺亂峰頂   봉호와 뭇 봉우리 두루 등정하였소
日暮首回海島秋   해 저무는 가을날 바다 섬에 머리 돌리니
珊瑚影動波搖漾   흔들리는 물결 속에 산호 그림자 일렁이네
두견이 소리를 듣고(聽子䂓)
野寺更殘月欲低   절간의 밤 오경에 달도 지려 하는 때
故山歸夢罷寒栖   고향에 가는 꿈을 찬 방에서 깨었네
梨花落盡春歸去   배꽃도 다 지고 봄도 돌아가는데
唯有子䂓枝上啼   오직 자규만이 가지 위에서 울어 주네
유선사遊仙詞
華燈綺席敞瓊壇   화려한 등불 아래 경단에 열린 멋진 자리
碧玉彈琴夜未闌   섬섬옥수 비파 타는 흥취 다하지 않았는데

008_0296_a_01L三入北山成底事老年還愧舊知僧

008_0296_a_02L花柳無私

008_0296_a_03L
滿野春光欲暮時可憐花柳更無私

008_0296_a_04L雖然不借栽培力自有東風管攝伊

008_0296_a_05L答鄭將軍

008_0296_a_06L
莫道腰金頂玉流何如破衲此僧休

008_0296_a_07L挑笻不顧人間事直入千峰萬壑幽

008_0296_a_08L贈李處士

008_0296_a_09L
習隱全資靜裡栖小扉恒掩亂峰低

008_0296_a_10L山禽慣見忘機久日傍牎前近樹啼

008_0296_a_11L聽鶯

008_0296_a_12L
杏花飄盡子初成人散溪亭雨乍晴

008_0296_a_13L靜臥南牎惺午睡柳條深處有啼鶯

008_0296_a_14L答人

008_0296_a_15L
斷壑苔深石碍關已能超出是非端

008_0296_a_16L誰知古栢長春色一任凌霜冒雪寒

008_0296_a_17L登海岳

008_0296_a_18L
遊山秃盡短笻頭倚遍蓬壺亂峰頂

008_0296_a_19L日暮首回海島秋珊瑚影動波搖漾

008_0296_a_20L聽子䂓

008_0296_a_21L
野寺更殘月欲低故山歸夢罷寒栖

008_0296_a_22L梨花落盡春歸去唯有子䂓枝上啼

008_0296_a_23L遊仙詞

008_0296_a_24L
華燈綺席敞瓊壇碧玉彈琴夜未䦨

008_0296_b_01L仙子夢回星月曉   별과 달 뜬 새벽에 선자의 꿈을 깨고 보니
九天風露滿衣寒   구천의 바람과 이슬에 옷이 온통 차가워라
늦가을(暮秋)
滿山黃葉暮蕭蕭   단풍잎 산에 가득한 쓸쓸한 저녁
終日巖扉閉寂寥   종일토록 사립문 적요하게 닫혔어라
寒雨乍晴秋色遠   찬비 그치자 가을빛 더욱 깊어지고
一聲霜鴈度雲霄   기러기 한 소리 하늘 높이 퍼지네
한가한 중에 우연히 읊다(閑中偶吟)
盡日跏趺一炷香   한 가닥 향연 속에 온종일 결가부좌
淸陰不散柳絲長   늘어진 버들가지 시원한 그늘 드리웠네
閑中得趣無他事   한가한 중에 흥취는 별다른 것이 없고
禪策金經共竹床   선책과 금경 그리고 대나무 걸상
낭옹에게 부치다(寄浪翁)
鐵陽晴後捲烟嵐   철양 날 개고 산안개 걷히면
碧峀淸川共賞探   모두 감상할 만한 푸른 산 맑은 물
從此只應恒入夢   이젠 항상 꿈속에나 들어올 풍경
夢中還復與君談   꿈속에서 그대와 다시 얘기 나누리
천 상인을 만나 강남의 옛 절에 대해 얘기하다(逢天上人與話江南舊寺)
倦臥溪亭枕石寒   피곤해 계정에 누우니 돌베개 썰렁
任從松子落空壇   빈 제단에 솔방울 떨어지거나 말거나
因君忽憶江南寺   그대 만나 홀연히 생각난 강남의 절간
脩竹和烟翠萬竿   푸르른 연무 뒤덮인 만 그루 대나무 숲이여
남해의 승려에게 주다(贈南海僧)
聞說禪居在海陲   듣건대 거처가 바닷가에 있다 하니
蓬瀛異境盡應知   삼신산의 선경을 모조리 알겠구려
珊瑚樹掛靑天月   산호나무에 청천의 달이 걸렸으리니
寄我他年折一枝   훗날 가지 하나 꺾어 내게 부쳐 주구려
철관에서 피리 소리 듣고(鐵關聞笛)
晩楓飄盡鐵門關   늦은 단풍 모두 떨어진 철문관에서
江閣霜風徹骨寒   강변 누각에 찬 바람이 뼛속을 파고드네
好是一聲歸去笛   좋을시고 돌아가는 하나의 피리 소리여
夜深吹過月明灘   밤 깊어 달 밝은 여울을 불며 건너가누나
춘파자에게 부치다2수(寄春坡子)
[1]
地隔金剛與鐵城   금강과 철성으로 땅이 나뉘어
靜懷難向故人傾   고인에 대한 정회를 풀기 어려웠네
中宵忽罷相思夢   그리는 꿈 밤중에 홀연히 깨고 보니
滴瀝虛簷冷雨聲   빈 처마에 떨어지는 찬 빗소리만

[2]
一自湖山兩處分   호산에서 두 곳으로 나뉜 뒤로부터
形骸雖隔寸心存   육신은 떨어져도 마음은 함께였소
白雲紅樹遙相憶   흰 구름 단풍 숲 먼 그대를 생각하며
萬瀑聲中獨閉門   만 폭의 소리 속에 홀로 문 닫고 있다오

008_0296_b_01L仙子夢回星月曉九天風露滿衣寒

008_0296_b_02L暮秋

008_0296_b_03L
滿山黃葉暮蕭蕭終日巖扉閉寂寥

008_0296_b_04L寒雨乍晴秋色遠一聲霜鴈度雲霄

008_0296_b_05L閑中偶吟

008_0296_b_06L
盡日跏趺一炷香淸陰不散柳絲長

008_0296_b_07L閑中得趣無他事禪策金經共竹床

008_0296_b_08L寄浪翁

008_0296_b_09L
鐵陽晴後捲烟嵐碧峀淸川共賞探

008_0296_b_10L從此只應恒入夢夢中還復與君談

008_0296_b_11L逢天上人與話江南舊寺

008_0296_b_12L
倦臥溪亭枕石寒任從松子落空壇

008_0296_b_13L因君忽憶江南寺脩竹和烟翠萬竿

008_0296_b_14L贈南海僧

008_0296_b_15L
聞說禪居在海陲蓬瀛異境盡應知

008_0296_b_16L珊瑚樹掛靑天月寄我他年折一枝

008_0296_b_17L鐵關聞笛

008_0296_b_18L
晩楓飄盡鐵門關江閣霜風徹骨寒

008_0296_b_19L好是一聲歸去笛夜深吹過月明灘

008_0296_b_20L寄春坡子

008_0296_b_21L
地隔金剛與鐵城靜懷難向故人傾

008_0296_b_22L中宵忽罷相思夢滴瀝虛簷冷雨聲(一)

008_0296_b_23L一自湖山兩處分形骸雖隔寸心存

008_0296_b_24L白雲紅樹遙相憶萬瀑聲中獨閉門(二)

008_0296_c_01L
오언율시五言律詩 42편
의호 상인과 헤어지며(別義浩上人)
遠別惜分袂     옷깃 나눠 멀리 이별하면서
臨溪傷我神     시내에 임하니 마음 아파라
花明鶴城雨     꽃 밝은 학성에 내리는 비요
柳綠文陽春     버들 푸른 문양의 봄날이라
芳草獨歸客     방초 속에 홀로 돌아가는 나그네여
白雲千里身     백운 따라 천 리 길 떠나는 몸이로다
平生不下淚     평생토록 눈물을 흘리지 않았는데
於此忽霑巾     여기에서 홀연히 수건을 적시누나
천진사 백련사에 대해 쓰다(題天眞寺白蓮社)
勝槩天眞寺     경치 빼어난 천진사
端宜作道場     도량으로 적격인 곳
翠搖移竹塢     대숲 길에는 푸르름이 일렁이고
香泛採蓮塘     연못에는 꽃향기가 진동한다네
鐘閣千峰暮     일천 봉우리 에워싼 저녁의 종각이요
風軒五月凉     오월에도 시원한 바람 부는 누각이라
時因聽刻漏     물시계 소리 이따금 듣다 보면
知是遠公房     원공38)의 방인 것을 짐작하겠네
금강산 경치를 물어보기에 시를 지어 답하다(有問金剛山景書偈以答)
問我金剛景     나에게 금강산 경치 물어보는데
聊將擧二三     그냥 두세 가지 거론해 볼까
山容眞白玉     산 모습은 참으로 백옥이요
水色直靑藍     물 색깔은 그대로 푸른 쪽빛
松桂粧深峽     깊은 계곡 단장하는 소나무 계수나무라면
樓臺入細嵐     엷은 남기嵐氣 속의 누대라 할까
神僧與羽士     이 속에 신승과 우사가 어울려서
朝夕共玄談     아침저녁으로 청담을 나눈다오
박 처사의 강가 정자에 제하다(題朴處士江亭)
亭臺纔築日     누대를 세우자 그날로부터
𩿨鷺集平沙     백사장에 모여든 갈매기와 백로
素練長江繞     하얀 비단처럼 긴 강물이 감돌고
靑螺遠峀斜     푸른 고둥처럼 먼 산이 비꼈네
谷深猶霽月     골이 깊어도 달빛은 맑게 비치고
秋晩亦寒花     가을이 저물어도 국화꽃은 피었어라
異景常如此     남다른 경치가 항상 이러하니
幽人合作家     숨어 사는 사람의 거처로 적격일세
도허 선자 윤 공에게 주다(贈逃虛禪子允公)
只爲逃虛跡     단지 자취를 피하고자 함이요
非干辟穀名     벽곡의 이름을 구함이 아니라오
風烟毫末起     풍연은 터럭 끝에서 일어나고
水月定中明     수월은 선정 속에서 밝아라

008_0296_c_01L五言律詩

008_0296_c_02L別義浩上人

008_0296_c_03L
遠別惜分袂臨溪傷我神

008_0296_c_04L花明鶴城雨柳綠文陽春

008_0296_c_05L芳草獨歸客白雲千里身

008_0296_c_06L平生不下淚於此忽霑巾

008_0296_c_07L題天眞寺白蓮社

008_0296_c_08L
勝槩天眞寺端宜作道場

008_0296_c_09L翠搖移竹塢香泛採蓮塘

008_0296_c_10L鐘閣千峰暮風軒五月凉

008_0296_c_11L時因聽刻漏知是遠公房

008_0296_c_12L有問金剛山景書偈以荅

008_0296_c_13L
008_0296_c_14L
問我金剛景聊將擧二三

008_0296_c_15L山容眞白玉水色直靑藍

008_0296_c_16L松桂粧深峽樓臺入細嵐

008_0296_c_17L神僧與羽士朝夕共玄談

008_0296_c_18L題朴處士江亭

008_0296_c_19L
亭臺纔築日𩿨鷺集平沙

008_0296_c_20L素練長江繞靑螺遠峀斜

008_0296_c_21L谷深猶霽月秋晩亦寒花

008_0296_c_22L異景常如此幽人合作家

008_0296_c_23L贈逃虛禪子允公

008_0296_c_24L
只爲逃虛跡非干辟糓名

008_0296_c_25L風烟毫末起水月定中明

008_0297_a_01L已作靑山主     이미 청산의 주인이 되었거니
寧懷紫陌情     어찌 도성 거리를 생각하리오
一從閑夢罷     한가로이 꿈꾸다 일어나 보니
林鳥弄春聲     봄을 희롱하는 산새 소리들
정림사에 대해 쓰다(題靜林寺)
草深行石角     풀숲 헤치고 돌 모서리 차이면서
山暝到庵邊     산이 어둑해서야 암자에 도착했소
避俗寧求靜     세상 피해 고요함을 구하려 함이리오
要安敢問禪     선사에게 안심방安心方39)을 물으려 함이라네
簷明松半禿     처마 옆에는 반쯤 머리 벗겨진 소나무요
嶺霽月初圓     날 갠 재 위에는 둥글어지는 달빛이라
淨界非干世     청정계는 세상일을 원치 않노니
遊人莫浪傳     유람객들은 소문내지 말기를
도우 스님과 헤어지며(別道愚師)
北岳君隨我     북악에선 그대가 나를 따라왔는데
南天我送君     남천에선 내가 그대를 보내는구려
暮鐘愁獨聽     저녁 종소리 혼자서 시름겹게 들을 터
秋景與誰分     가을 경치도 누구와 함께 나눠 가지랴
野樹皆紅葉     들판의 나무는 모두 붉은 잎
湖山盡白雲     호수와 산 위엔 온통 흰 구름
人生一別後     우리 인생 한번 헤어지고 나면
難得再成羣     다시 무리 짓기 어려운 것을
정현 방사에게 주다(贈鄭賢方士)
洞口孤村僻     동구에서 외따로 떨어진 마을
溪邊細徑斜     시냇가에 비스듬히 열린 오솔길
時遊禪子社     때로 선자의 절간에서 놀기도 하고
幾訪羽仙家     생각나면 신선의 집도 방문한다네
杏塢鶯初囀     살구꽃 동산에는 꾀꼬리 소리 구르고
桃源樹已花     도원에는 복사꽃이 하마 피었으리
人稱有道士     사람들이 이르기를 도사님께선
採藥鍊成砂     약초 캐고 단사丹砂를 제련하신다나
선을 행하는 상인이 게를 청하기에(行禪上人求偈)
出俗甘眞寂     속세를 떠났으면 적막을 즐기면서
關扉異世須     세상살이와 달리 문 닫고 지내야지
行檀非羽寶     단나檀那를 행함은 우보가 아니요40)
持律是鵝珠     계율을 지킴은 아주가 그것이라41)
業自棲雲淨     구름 속에 거하면서 맑아지는 숙업宿業이요
形因食木癯     나무뿌리 씹으면서 비쩍 마른 몸이로다
禪家道止此     선가의 도는 단지 이것이니
不必更煩吾     다시 나를 귀찮게 하지 말지어다
준 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俊師韻)
寒鍾廣陵寺     광릉사에 울리는 찬 종소리
烟樹滿金沙     금사에 가득한 내 낀 나무들

008_0297_a_01L已作靑山主寧懷紫陌情

008_0297_a_02L一從閑夢罷林鳥弄春聲

008_0297_a_03L題靜林寺

008_0297_a_04L
草深行石角山暝到庵邊

008_0297_a_05L避俗寧求靜要安敢問禪

008_0297_a_06L簷明松半秃嶺霽月初圓

008_0297_a_07L淨界非干世遊人莫浪傳

008_0297_a_08L別道愚師

008_0297_a_09L
北岳君隨我南天我送君

008_0297_a_10L暮鐘愁獨聽秋景與誰分

008_0297_a_11L野樹皆紅葉湖山盡白雲

008_0297_a_12L人生一別後難得再成羣

008_0297_a_13L贈鄭賢方士

008_0297_a_14L
洞口孤村僻溪邊細徑斜

008_0297_a_15L時遊禪子社幾訪羽仚家

008_0297_a_16L杏塢鶯初囀桃源樹已花

008_0297_a_17L人稱有道士採藥鍊成砂

008_0297_a_18L行禪上人求偈

008_0297_a_19L
出俗甘眞寂關扉異世須

008_0297_a_20L行檀非羽寶持律是鵝珠

008_0297_a_21L業自棲雲淨形因食木癯

008_0297_a_22L禪家道止此不必更煩吾

008_0297_a_23L次俊師韻

008_0297_a_24L
寒鐘廣陵寺烟樹滿金沙

008_0297_b_01L石潤幽蹊滑     돌이 젖어서 오솔길 미끄럽고
山癯落葉多     비쩍 마른 산 위에 낙엽도 많아라
雲端聞暮梵     구름 끝에 들리는 저녁 예불 소리요
谷口返樵謌     골 어귀로 돌아오는 초동의 노래로세
幸遇湯休老     다행히 탕휴42) 노인을 만난다면
淸吟伏睡魔     맑은 노래에 수마가 항복하련마는
한천 마을에서(寒泉村)
野外橫微逕     야외에 오솔길 가로 비끼고
林邊有數家     숲 근처에는 몇 채의 가옥
兒童駈鳥雀     아동은 참새 떼를 쫓아다니고
雨露潤桑麻     우로는 뽕나무를 적셔 준다네
物喜逢春景     봄 날씨를 만나 만물은 좋아하는데
人忘過歲華     사람은 좋은 시절 지나는 것도 몰라
何干帝力在     임금님의 힘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
耕鑿自生涯     밭 갈고 샘 파서 스스로 먹고사는걸43)
민종 스님에게 보여 주다(示敏宗師)
境非心外有     대상은 마음 밖에 있지 않나니
休覓主中賓     주중빈44) 찾는 일을 그만둘지라
學道還爲妄     도를 배움이 도리어 거짓이 되고
攻玄已害眞     현을 공부함이 참을 해치느니라
白雲疎雨夕     저녁에 흰 구름이 성긴 비 뿌리고
芳草落花春     봄날에 방초 속에 꽃이 진다네
此乃吾家業     이것이 바로 우리의 가업이니
何煩問別人     다른 사람에게 물을 것 있으리오
이 수사와 헤어지며(別李水使)
未有將軍令     장군의 명령이 있지 않아도
先須野衲行     먼저 떠나야 할 행각승의 몸
依俙曾面目     일찍이 얼굴을 알던 사람처럼
談笑此逢迎     담소하며 반갑게 맞아 주셨네
海接耽羅國     바다는 탐라국으로 이어지고
城因細柳營     성곽은 세류영45)에 의지했어라
況當南極遠     더군다나 머나먼 남쪽 끝이라
愁殺更離情     이별의 시름이 더더욱 몰려오네
이소한 사군을 모시고 쌍계사에 노닐면서 차운하다(陪李使君昭漢遊雙磎寺次韻)
明月雙磎寺     달 밝은 쌍계사에
風流太守行     풍류 넘치는 태수의 행차
樹因秋色老     나무는 가을 따라 색깔이 노쇠하고
山雜水容淸     산은 물에 뒤섞여 모습이 청초해라
自可遊仙境     선경에서 노닐 수 있으면 그만이지
何須憶帝城     도성을 굳이 떠올릴 것 있으리오
早知禪社約     선사의 약속을 진작부터 알아
僧出石門迎     승려가 석문 나와 영접하누나
태정이 영남 월성에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太正歸嶺南月城)

008_0297_b_01L石潤幽蹊滑山癯落葉多

008_0297_b_02L雲端聞暮梵谷口返樵謌

008_0297_b_03L幸遇湯休老淸吟伏睡魔

008_0297_b_04L寒泉村

008_0297_b_05L
野外橫微逕林邊有數家

008_0297_b_06L兒童駈鳥雀雨露潤桑麻

008_0297_b_07L物喜逢春景人忘過歲華

008_0297_b_08L何干帝力在耕鑿自生涯

008_0297_b_09L示敏宗師

008_0297_b_10L
境非心外有休覓主中賓

008_0297_b_11L學道還爲妄攻玄已害眞

008_0297_b_12L白雲疎雨夕芳草落花春

008_0297_b_13L此乃吾家業何煩問別人

008_0297_b_14L別李水使

008_0297_b_15L
未有將軍令先須野衲行

008_0297_b_16L依俙曾面目談笑此逢迎

008_0297_b_17L海接耽羅國城因細柳營

008_0297_b_18L況當南極遠愁殺更離情

008_0297_b_19L陪李使君昭漢遊䨥 [3] 磎寺次韻

008_0297_b_20L
明月䨥磎寺風流太守行

008_0297_b_21L樹因秋色老山雜水容淸

008_0297_b_22L自可遊仙境何須憶帝城

008_0297_b_23L早知禪社約僧出石門迎

008_0297_b_24L送太正歸嶺南月城

008_0297_c_01L我歸江北日     내가 강북으로 돌아가는 날
君作嶺南行     그대 영남으로 떠나가는가
岐路傷心地     가슴 아파라 갈림길이여
浮生惜別情     뜨내기 인생에 석별의 정이여
海天霜鴈度     바닷가 하늘에는 기러기 날아가고
秋草夜螿鳴     가을밤 풀숲에선 쓰르라미 울어 대네
何處前期在     장차 어디로 가려 하는가
寒烟鎻月城     찬 안개 뒤덮인 월성 땅이라네
목우자牧牛子
把鼻順摩捋     코를 꿰어 순하게 길들이면서
淹留養一牛     머물러서 한 마리 소를 기른다오
潙山書字日     위산이 글자를 썼던 날이요
王老示牽秋     왕로가 끄는 것을 보여 준 가을이라
放去休攔遏     놓아 보낼 때에는 막지 않으며
收來撥索頭     데려올 때에는 새끼줄 벗겨 준다네
稼苗終不犯     벼 싹은 끝내 범하지 않으리니
任與臥荒丘     언덕에 마음대로 누워 있건 말건
백석사 혜공 선사를 방문하다(訪白石寺惠空禪師)
遠岑明夕照     먼 산에 석양빛 밝게 비치고
烟樹閉精藍     이내 낀 나무에 사원이 가렸네
客影憐歸隻     가엾기도 하지 홀로 가는 나그네 그림자
春光惜値三     아쉬워라, 삼월의 봄날 풍광이여
寺名尋白石     백석이라는 이름의 절간을 찾아
禪旨聽玄談     현담을 펼치는 선지를 듣노라니
畏老勤修業     늙음을 걱정하며 열심히 수련하는
追君恐未覃     그대를 따라가지 못할까 두려워라
충타포에 묵다(宿衝陁浦)
浦口潮初落     포구에 조수가 빠지기 시작하고
津頭日欲斜     나루 머리에 해가 지려 하네
販鹽看海市     소금 파는 해시를 구경도 하고
移棹近漁家     어부의 집에서 노를 젓기도 했네
不是三山路     삼신산에 가는 길이 아니요
疑同八月槎     팔월의 뗏목46)을 탄 것 같기만
旅懷難着睡     잠들기 어려운 나그네의 회포여
夜色浪翻花     밤빛에 물결이 꽃처럼 번득이네
지경 상인을 전송하며(送志瓊上人)
死生同志友     사생의 뜻을 함께해 온 벗이여
何遽兩鄕期     어찌하여 갑자기 헤어지게 됐나
把袖離亭立     이별하는 정자에 옷소매 쥐고 서서
牽愁別語遲     시름에 이끌려 이별의 말 늦어지네
杏花飛作雪     눈처럼 휘날리는 살구꽃이요
山雨細成絲     실처럼 가늘게 내리는 산비로세
到日休公問     도착하는 날 휴공47)이 물어보거든
衰容異昔時     예전과 달리 쇠했더라 전해 주오

008_0297_c_01L
我歸江北日君作嶺南行

008_0297_c_02L岐路傷心地浮生惜別情

008_0297_c_03L海天霜鴈度秋草夜螿鳴

008_0297_c_04L何處前期在寒烟鎻月城

008_0297_c_05L牧牛子

008_0297_c_06L
把鼻順摩捋淹留養一牛

008_0297_c_07L潙山書字日王老示牽秋

008_0297_c_08L放去休攔遏收來撥索頭

008_0297_c_09L稼苗終不犯任與臥荒丘

008_0297_c_10L訪白石寺惠空禪師

008_0297_c_11L
遠岑明夕照烟樹閉精藍

008_0297_c_12L客影憐歸隻春光惜値三

008_0297_c_13L寺名尋白石禪旨聽玄談

008_0297_c_14L畏老勤修業追君恐未覃

008_0297_c_15L宿衝陁浦

008_0297_c_16L
浦口潮初落津頭日欲斜

008_0297_c_17L販鹽看海市移棹近漁家

008_0297_c_18L不是三山路疑同八月槎

008_0297_c_19L旅懷難着睡夜色浪翻花

008_0297_c_20L送志瓊上人

008_0297_c_21L
死生同志友何遽兩鄕期

008_0297_c_22L把袖離亭立牽愁別語遲

008_0297_c_23L杏花飛作雪山雨細成絲

008_0297_c_24L到日休公問衰容異昔時

008_0298_a_01L
아미산에 노닐며(遊峨嵋山)
何處溪山好     계산 가운데 어느 곳이 좋은가
峨嵋境最幽     아미의 경치가 가장 그윽하지
竹通巖下路     대숲으로 통하는 바위 아래 길이요
雲捲嶺頭秋     구름 걷힌 산머리의 가을이라
晩景吟紅葉     저녁에는 붉게 물든 잎을 노래하고
危欄俯碧流     난간에선 푸른 물을 굽어본다네
筆端收未盡     붓끝으로 모두 거둘 수 없으니
物色更分留     물색을 후인에게 남겨 줄 수밖에
불일폭포佛日瀑布
素練垂千尺     천 척 드리운 하얀 비단 폭
銀河落九霄     은하수가 하늘에서 떨어졌구나
鷺驚空外振     허공에서 나래 치던 백로도 놀라고
龍奮望中遙     멀리서 바라보면 용이 날아오르는 듯
白日奔雷吼     환한 대낮에 우렛소리 울리면서
靑天亂雪飄     푸른 하늘에 눈발이 휘날리네
香爐峰亦在     향로봉이 여기에도 있건마는
猶欠謫仙謠     적선의 노래48)가 빠져 있구나
소요당에게 증정하다(呈逍遙堂)
祖令當機用     기용에 맞는 조사의 가르침
嘉聲宇宙喧     우주에 진동하는 아름다운 명성
持竿探鳳穴     간짓대 들고서 봉혈을 뒤지고
拔劒攪龍門     검을 빼 들고서 용문을 어지럽히네
鐵嶽連根固     철악처럼 모두가 견고하고
黃河徹底渾     황하처럼 철저히 웅혼하네
待人芳草岸     방초 언덕에서 사람을 기다리고
還入落花村     꽃 지는 마을로 도로 들어간다네
무염당에게 증정하다(呈無染堂)
跡入紅塵裡     붉은 먼지 속으로 발을 내딛고서
揮竿碧海濆     푸른 바닷가에서 간짓대 휘두르네
蓮華開實相     연화는 실상을 밝히고
貝葉貫金文     패엽은 금문을 꿰는도다
旱地淸凉雨     마른 땅에 시원한 빗줄기요
炎天靉▼(雲+帶)雲     찌는 하늘에 피어오르는 구름이라
多年鐵牛吼     다년간 무쇠 소의 부르짖음이여
無復主賓分     주객이 나뉘는 일 다시 없으리
정심 스님에게 부치다(寄淨心師)
佛法眞兄弟     불법으로 만난 참다운 형제
賢愚性不同     현우의 성품이 서로 같지 않네
才名分利鈍     재명은 이둔의 차이가 있지만
去就任西東     거취는 동쪽 서쪽 마음대로
發跡超方外     세상 밖으로 초월한 종적이요
資腴悟理中     도리를 깨달은 뛰어난 자질이라

008_0298_a_01L遊峨嵋山

008_0298_a_02L
何處溪山好峨嵋境最幽

008_0298_a_03L竹通巖下路雲捲嶺頭秋

008_0298_a_04L晩景吟紅葉危欄俯碧流

008_0298_a_05L筆端收未盡物色更分留

008_0298_a_06L佛日瀑布

008_0298_a_07L
素練垂千尺銀河落九霄

008_0298_a_08L鷺驚空外振龍奮望中遙

008_0298_a_09L白日奔雷吼靑天亂雪飄

008_0298_a_10L香爐峰亦在猶欠謫仙謠

008_0298_a_11L呈逍遙堂

008_0298_a_12L
祖令當機用嘉聲宇宙喧

008_0298_a_13L持竿探鳳穴拔劒攪龍門

008_0298_a_14L鐵嶽連根固黃河徹底渾

008_0298_a_15L待人芳草岸還入落花村

008_0298_a_16L呈無染堂

008_0298_a_17L
跡入紅塵裡揮竿碧海濆

008_0298_a_18L蓮華開實相貝葉貫金文

008_0298_a_19L旱地淸凉雨炎天靉▼(雲+帶)雲

008_0298_a_20L多年鐵牛吼無復主賓分

008_0298_a_21L寄淨心師

008_0298_a_22L
佛法眞兄弟賢愚性不同

008_0298_a_23L才名分利鈍去就任西東

008_0298_a_24L發跡超方外資腴悟理中

008_0298_b_01L宗風賴有振     종풍이 그대 덕분에 떨칠 터인데
誰敢較窮通     누가 감히 궁통을 따진단 말가
한산자의 시체詩體를 본떠서(効寒山子體)
何處寄餘生     어느 곳에 여생을 부치고 살까
巖居可長保     암혈巖穴이 바로 오래 보전할 곳
泉聲爽益淸     들을수록 청랑한 샘물 소리
松籟凉愈好     맞을수록 시원한 솔바람이라
潦倒白頭翁     힘이 다 빠진 흰머리 늙은이가
南無黃面老     황면노자黃面老子49)에게 귀의한다오
長年不出門     오랜 세월 문밖에 나서지 않다 보니
忘却歸來道     돌아가는 길도 모두 잊어버렸네
조령祖令
倒握吹毛劒     취모검50)을 거꾸로 손에 쥐고
當門祖令行     문 앞에서 조령을 행하노라
法王無處避     법왕도 몸을 피할 곳이 없고
魔子擬時驚     마군魔軍도 놀라며 꼼짝 못 하네
碧海波濤卷     바다에 파도가 밀려오는 듯
靑天霹靂轟     청천에 벽력이 내려치는 듯
如何犯國諱     어떻게 나라의 금기를 범하리오
截舌禍非輕     혀 잘리는 형벌도 작지 않은데
상현 상인에게 주다(贈尙玄上人)
素抱宗門筞     종문의 경책警策을 가슴에 품고
經綸祖令秋     조령을 행하며 경륜하는 오늘날
乾坤雙袖裡     옷소매 속에 하늘과 땅이 들었고
日月兩眉頭     두 눈썹 위에 해와 달이 걸렸도다
影草分賓主     영초51)하듯 손님과 주인을 나누고
探竿辨去留     탐간하듯 머물고 감을 논하노라
全機與大用     전기와 대용 두 가지 모두
無處不兼收     거두지 못하는 곳이 없어라
임 처사의 유거에 제하다(題林處士幽居)
已卜藏身處     몸 숨길 곳을 이미 잡은 분
時稱有道人     지금 도인으로 일컬어진다네
酒中詩轉玅     술 들며 지은 시 더욱 묘하고
琴上興方眞     거문고의 흥취 진진하기만
採藥行穿峽     약초 캐러 산골을 뒤지기도 하고
移花坐賞春     꽃 옮겨 심으며 봄을 감상도 하고
因玆得終老     이렇게 늙어 갈 수 있으면 그저 그만
無意軟紅塵     도성의 뿌연 먼지에는 뜻이 없다오
양 좌주에게 주다(贈亮座主)
郢斵非干鼻     영착은 코를 건드리지 않고52)
牙絃幸得鍾     아현은 다행히 종을 얻었도다53)
身輕恒御霧     몸이 가벼워 항상 안개 속에 떠다니고
骨碧但飡松     뼈가 푸르러 그저 솔잎만 먹는다네

008_0298_b_01L宗風賴有振誰敢較窮通

008_0298_b_02L効寒山子體

008_0298_b_03L
何處寄餘生巖㞐可長保

008_0298_b_04L泉聲爽益淸松籟凉愈好

008_0298_b_05L潦倒白頭翁南無黃面老

008_0298_b_06L長年不出門忘却歸來道

008_0298_b_07L祖令

008_0298_b_08L
倒握吹毛劒當門祖令行

008_0298_b_09L法王無處避魔子擬時驚

008_0298_b_10L碧海波濤卷靑天霹靂轟

008_0298_b_11L如何犯國諱截舌禍非輕

008_0298_b_12L贈尙玄上人

008_0298_b_13L
素抱宗門筞經綸祖令秋

008_0298_b_14L乾坤䨥袖裡日月兩眉頭

008_0298_b_15L影草分賓主探竿辨去留

008_0298_b_16L全機與大用無處不兼收

008_0298_b_17L題林處士幽居

008_0298_b_18L
已卜藏身處時稱有道人

008_0298_b_19L酒中詩轉玅琴上興方眞

008_0298_b_20L採藥行穿峽移花坐賞春

008_0298_b_21L因玆得終老無意軟紅塵

008_0298_b_22L贈亮座主

008_0298_b_23L
郢斵非干鼻牙絃幸得鍾

008_0298_b_24L身輕恒御霧骨碧但飡松

008_0298_c_01L勝事何曾約     쾌하게 노니는 일 언제 약속했으랴
玄規倘許從     불문佛門의 계율을 그래도 따르려 하네
莫言猶涉世     세상일에 걸린다 말하지 마오
無處解藏蹤     자취 숨긴 곳 알 데가 없으니까
산사에서 노닐며(遊山寺)
入谷行穿竹     골에 들어가 대숲을 뚫고
登樓坐遣愁     누대에 올라가 시름을 날리노라
戶侵松晩翠     저녁 솔의 푸른빛 문에 번지고
簷落石寒流     바위의 찬물 처마에 떨어지네
鶯語嬌迎夏     꾀꼬리는 어여쁘게 울며 여름을 영접하는데
晴光爽訝秋     삽상하게 갠 날씨는 가을인가 의심되네
溪山如許美     계산이 이처럼 아름답건마는
人自不回頭     사람들은 머리를 돌리지 않는구나
계명 선자와 회포를 얘기하다(與戒明禪子話懷)
已到忘情地     정을 잊은 경지에 도달해야만
方名了事人     일 마친 사람이라 이름하리라
寒暄隨節序     춥고 더운 것은 절서에 따르고
舒卷任天眞     말고 펴는 것은 천진에 맡길지라
雞足經三夏     계족봉에서 여름 석 달 보내고54)
牛頭坐十春     우두산에서 봄을 열 번 맞았다네
幾多聲利客     명리名利 좇는 객들 얼마나 많은가
未解自勞神     정신 소모하는 줄도 알지 못한 채
해정에 대해 쓰다(題海亭)
絶岸凌虛閣     절벽 위 허공으로 솟구친 누각
來憑寄遠望     찾아와 기대어 멀리 바라보노라
舟回餘海濶     배 돌아간 뒤의 바다는 넓기도 하고
鴈去剩天長     기러기 지나간 하늘은 멀기도 해라
鷺渚飛秋葉     백로의 모래톱엔 가을 잎 날리고
漁村已夕陽     어촌에는 벌써 저녁 햇빛 비치네
想應西漢使     생각건대 서한의 사신 역시
曾過此康莊     일찍이 이 큰길을 거쳐 갔겠지55)
정림사를 지나며(過靜林寺)
僻寺僧多少     외진 절에 승려가 얼마 있으랴
風光散不齊     풍광도 스산하여 어수선하기만
雨收平楚外     평초56) 밖에는 오던 비가 개고
雲綻遠峰西     먼 봉우리 서쪽은 구름이 트였어라
谷口春初暮     골짜기의 봄날이 이제 저물어 가니
林梢鳥欲栖     나뭇가지에 새들도 깃들려 하네
苔深滑磴棧     이끼 낀 비탈길이 미끄러우니
塵跡絶難躋     속인들은 올라오기 어려우리라
봉림사에서 묵다(宿鳳林寺)
撥雲鴟岳出     구름 헤치고 치악산을 나와
投錫鳳林行     석장錫杖 날려 봉림사로 향했네

008_0298_c_01L勝事何曾約玄䂓倘許從

008_0298_c_02L莫言猶涉世無處解藏蹤

008_0298_c_03L遊山寺

008_0298_c_04L
入谷行穿竹登樓坐遣愁

008_0298_c_05L戶侵松晩翠簷落石寒流

008_0298_c_06L鶯語嬌迎夏晴光爽訝秋

008_0298_c_07L溪山如許美人自不回頭

008_0298_c_08L與戒明禪子話懷

008_0298_c_09L
已到忘情地方名了事人

008_0298_c_10L寒暄隨節序舒卷任天眞

008_0298_c_11L雞足經三夏牛頭坐十春

008_0298_c_12L幾多聲利客未解自勞神

008_0298_c_13L題海亭

008_0298_c_14L
絶岸凌虛閣來憑寄遠望

008_0298_c_15L舟回餘海濶鴈去剩天長

008_0298_c_16L鷺渚飛秋葉漁村已夕陽

008_0298_c_17L想應西漢使曾過此康莊

008_0298_c_18L過靜林寺

008_0298_c_19L
僻寺僧多少風光散不齊

008_0298_c_20L雨收平楚外雲綻遠峰西

008_0298_c_21L谷口春初暮林梢鳥欲栖

008_0298_c_22L苔深滑磴棧塵跡絶難躋

008_0298_c_23L宿鳳林寺

008_0298_c_24L
撥雲鴟岳出投錫鳳林行

008_0299_a_01L淨界多幽興     청정한 구역엔 그윽한 흥취 많아
淸流濯世情     맑은 물에 속세의 정을 씻었네
竹聲飛細雨     대숲에 날리는 가랑비 소리 속에
僧語盡寒更     차가운 밤 내내 승려와 대화했다오
客榻夢初覺     나그네 침상에서 꿈을 깨고 보니
曉星窓欲明     새벽별 뜬 창밖이 동트려 하네
임유후 승지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任丞旨有後 韻)
道高天下士     도는 천하의 선비보다 드높고
名媿衆中尊     이름은 무리 중에 존귀한 이를 부끄럽게 하시니
不欲開三笑     삼소하고자 함이 아니요57)
要須聽一言     한마디 말씀을 듣고자 함입니다
壁經專聖業     벽경58)의 성인 공부에 전념하시니
蓮訣肯心論     연사蓮社59)에 관심이나 두려 하실까
倘許投禪社     선사에 들겠다 허락만 하신다면
何妨過石門     석문을 지난들 무슨 상관이리오
부록 원운(附原韻)
文章一小技     문장은 작은 기예일 뿐이니
於道未爲尊     도의 차원에선 높을 게 없지요
杜子善知識     두자가 선지식이라는 것이
吾家眞格言     우리 유가의 참 격언이랍니다
那將雲水偈     어찌 운수의 게송을 가지고
要與俗儒論     속유와 논하려 하시는지요
反欲抛鉛槧     오히려 나의 붓을 내던지고서
依君不二門     그대의 불이문60)에 기대고 싶습니다
경운루의 시에 차운하다(次慶雲樓韻)
逈出層霄外     높은 하늘 밖으로 멀리 벗어나
平臨亂峀頭     사방의 산들을 한눈에 내려다보네
若非邀月閣     달을 맞이하는 누각이 아니면
疑是濯風樓     아마도 바람 쐬는 다락이겠지
避暑逢淸霽     맑게 갠 날이면 더위를 피하려고
乘凉集勝流     서늘 기운 타고 명사들이 모여든다오
他時紅樹晩     뒷날 나뭇잎이 붉게 물든 저녁에
重賞白雲秋     흰 구름 머문 가을 다시 감상해야지
수 노사에게 증정하다(贈修老師)
雞岳昔分手     옛날 계악에서 서로 헤어졌는데
鷲峰今見君     오늘 취봉에서 다시 뵙게 되었네
汲甁千澗月     일천 시내의 달빛을 병에 길어 오고
卷衲萬山雲     일만 산의 구름을 납의衲衣 속에 거두었네
自悟蓮華玅     연화의 묘법을 깨달은 뒤로부터는
翻嫌貝葉文     패엽의 문자를 보지 않게 됐다오
靑眸照白髮     흰 머리칼 비추는 푸른 눈동자
相對又斜曛     서로 마주하다 보니 또 기우는 해
송광사에서 지봉 이 사군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2수(松廣寺敬次芝峰李使君韻)

008_0299_a_01L淨界多幽興淸流濯世情

008_0299_a_02L竹聲飛細雨僧語盡寒更

008_0299_a_03L客榻夢初覺曉星窓欲明

008_0299_a_04L敬次任丞旨有後

008_0299_a_05L
道高天下土名媿衆中尊

008_0299_a_06L不欲開三笑要須聽一言

008_0299_a_07L壁經專聖業蓮訣肎心論

008_0299_a_08L倘許投禪社何妨過石門

008_0299_a_09L附原韻

008_0299_a_10L
文章一小技於道未爲尊

008_0299_a_11L杜子善知識吾家眞格言

008_0299_a_12L那將雲水偈要與俗儒論

008_0299_a_13L反欲抛鉛槧依君不二門

008_0299_a_14L次慶雲樓韻

008_0299_a_15L
逈出層霄外平臨亂峀頭

008_0299_a_16L若非邀月閣疑是濯風樓

008_0299_a_17L避暑逢淸霽乘凉集勝流

008_0299_a_18L他時紅樹晩重賞白雲秋

008_0299_a_19L贈修老師

008_0299_a_20L
雞岳昔分手鷲峰今見君

008_0299_a_21L汲鉼千澗月卷衲萬山雲

008_0299_a_22L自悟蓮華玅翻嫌貝葉文

008_0299_a_23L靑眸照白髮相對又斜曛

008_0299_a_24L松廣寺敬次芝峰李使君韻

008_0299_b_01L[1]
路轉幾多曲     굽이굽이 돌고 도는 길
山廻千萬重     천 겹 만 겹으로 휘감은 산들
風霜香樹古     향나무는 풍상에 고목이 되었고
苔蘚石壇封     이끼는 돌 제단을 봉했네
削玉擎天嶂     산은 옥을 깎은 듯 하늘을 떠받치고
傳笙韻壑松     솔은 피리 부는 듯 골에 여운 남기네
忽看驚起鶴     홀연히 보이나니 놀라 일어나는 학
僧報午齊鐘     스님이 종을 쳐서 점심시간 알리네

[2]
已有禪林約     선림에 이미 약속이 있었으니
何妨佛寺行     절에 행차한들 무슨 상관이리오
納窓晴景爽     상쾌하게 날 갠 풍경 창으로 들어오고
閉院樹陰淸     맑은 나무 그늘이 사원을 덮었네
鶴唳千峰曉     일천 봉우리에 학이 우는 새벽
風廻萬壑聲     일만 골짜기에 바람이 휘감기네
尋眞誰道晩     뒤늦게 승경 찾았다 누가 말하랴
年老轉多情     늙을수록 더욱 정이 많아지는걸
겨울날에 갈천 신 상사에게 부치다이때 구천동에 머물면서 지었다.(冬日寄葛川愼上舍時駐九千洞作)
雪霽寒宵永     눈이 갠 차가운 밤 길고도 긴데
氷輪碾碧天     푸른 하늘 굴러가는 얼음 수레바퀴
誰知廬嶽社     누가 알랴 여악의 연사蓮社에서
靜憶葛洪川     갈홍천의 일을 조용히 생각할 줄을61)
境阻人南北     땅은 사람을 남북으로 가로막고
風廻洞九千     바람은 구천동 골짜기를 휘도네
何當對安道     어떡하면 우리 안도62)를 마주하고
得與講重玄     함께 중현63)을 강론할 수 있을는지
옛 절을 지나가며(過古寺)
牢落居僧跡     적막하여라 거승의 자취여
凄凉過客情     처량하여라 과객의 정이여
磴封苔色潤     돌 비탈은 윤기 나는 이끼에 감싸였고
門閉竹陰淸     문은 맑은 대나무 그늘에 뒤덮였네
古塔雲唯濕     오래된 탑에는 구름만 젖어 들고
空壇草自生     빈 제단에는 풀이 절로 무성하네
山禽似怊悵     산새들도 마음이 서글픈 듯
終日隔林鳴     숲 너머에서 종일 울어 대누나
동명 정두경 학사가 백곡 처능 상인과 헤어질 때 지은 시에 삼가 차운하다2수(謹次東溟鄭學士斗卿別白谷能上人韻)
[1]
天性稟仁智     인과 지의 천성을 받아서
樂因山水行     산과 물을 좋아하며 노닌다오64)
文章爲己業     문장을 자신의 업으로 삼고
風月任平生     풍월을 평생 자임自任한다네
習靜投禪社     고요함을 익히려 선사에 투신하고
辭煩出帝城     번다함이 싫어서 서울을 나왔다오
臨分發三笑     헤어짐에 다다라 발하는 삼소여
陶遠本多情     도원은 본래 정이 많으니65)


008_0299_b_01L
路轉幾多曲山廻千萬重

008_0299_b_02L風霜香樹古苔蘚石壇封

008_0299_b_03L削王擎天嶂傳笙韻壑松

008_0299_b_04L忽看驚起鶴僧報午齊鐘(一)

008_0299_b_05L已有禪林約何妨佛寺行

008_0299_b_06L納窓晴景爽閉院樹陰淸

008_0299_b_07L鶴唳千峰曉風廻萬壑聲

008_0299_b_08L尋眞誰道晩年老轉多情(二)

008_0299_b_09L冬日寄葛川愼上舍時駐九千洞作

008_0299_b_10L
雪霽寒宵永氷輪碾碧天

008_0299_b_11L誰知廬嶽社靜憶葛洪川

008_0299_b_12L境阻人南北風廻洞九千

008_0299_b_13L何當對安道得與講重玄

008_0299_b_14L過古寺

008_0299_b_15L
牢落居僧跡凄凉過客情

008_0299_b_16L磴封苔色潤門閉竹陰淸

008_0299_b_17L古塔雲唯濕空壇草自生

008_0299_b_18L山禽似怊悵終日隔林鳴

008_0299_b_19L謹次東溟鄭學士斗卿別白谷能上
008_0299_b_20L人韻

008_0299_b_21L
天性禀仁智樂因山水行

008_0299_b_22L文章爲己業風月任平生

008_0299_b_23L習靜投禪社辭煩出帝城

008_0299_b_24L臨分發三笑陶遠本多情

008_0299_c_01L[2]
謝世無他意     세상일 사양함에 다른 뜻은 없고
尋眞信道緣     참을 찾으려는 도의 인연이 깊어서
瑞禽聞共命     공명66)의 상서로운 새소리 들리나니
淸梵認諸天     산꼭대기 암자의 독경 소리인 듯
伴得僧靑目     동반한 사람은 눈 푸른 승려요
禪叅社白蓮     참선하는 것은 백련의 결사로세
如能談不二     불이67)를 얘기할 수 있으면 됐지
何更問三玄     삼현68)을 또 물을 것이 있으리오
부록 원운(附原韻)
[1]
面壁坐常坐     면벽하고 앉으면 항상 앉아 있고
携笻行即行     지팡이 들고 떠나면 즉시 떠나고
路應回萬里     길은 응당 만 리를 돌았을 것이요
禪已悟三生     선은 이미 삼생을 깨달았으리라
佛日辭山寺     불일의 산사를 하직하고서
王春度洛城     왕춘69)의 도성으로 건너가는 날
一逢眞若舊     한 번 만났어도 오랜 지기 같은지라
遠別不勝情     멀리 이별하려니 정을 금치 못하겠네

[2]
開士欣相識     스님을 알게 되어 기쁘기만 하니
空門信有緣     공문에 정말 인연이 있는가 하네
百年唯此日     백 년 인생 중 바로 이날에
四海對彌天     사해가 미천을 대하였도다70)
每憶叢生桂     떨기진 계수桂樹를 항상 생각하였는데
新聞玅法蓮     묘법의 연화蓮花를 지금 새로 들었네
何時方丈室     어느 때나 방장실을 다시 찾아서
端坐共談玄     함께 앉아 청담을 나눌 수 있을거나
총 장로가 보조암에 쓴 시에 차운하다(次聰長老題普照庵韻)
倚欄新捲箔     난간에 기대 이제 막 발을 걷고는
乘興晩抽毫     흥이 나서 늦게야 붓을 뽑았소
樹鎻春光密     나무숲은 봄빛을 치밀하게 가두고
山含霽色高     산은 날 갠 빛을 드높이 머금었네
澗琴爭瀉石     시냇물 거문고는 다투어 바위에 쏟아지고
華雨亂粘槽     꽃비는 구유에 마구 달라붙네
坐久淸陰薄     오래 앉아 있자니 맑은 그늘 엷어지며
風烟細濕袍     바람 안개가 슬그머니 옷을 적시네
칠언율시七言律詩 33편
진 처사에게 주다(贈秦處士)
嶺外幽居散髮人   재 너머 숨어 사는 산발한 사람
自言山水是吾眞   산과 물이 자기의 참 고향이라네
晴窓道案看周易   맑은 창가 책상에서 『주역』을 보고
月夕溪厨鍊水銀   달 뜨는 저녁 주방에서 수은을 제련한다오
調鶴幾隨文寶觀   학 길들여 몇 번이나 문보관을 따라갔나
聽雞常起武夷晨   무이의 아침은 닭 울음소리에 일어난다네
海天何處蓬萊在   해천 어느 곳에 봉래산이 있을까
早晩瓊籤錄姓秦   조만간 경첨에 진씨의 이름 기록되리니

008_0299_c_01L謝世無他意尋眞信道緣

008_0299_c_02L瑞禽聞共命淸梵認諸天

008_0299_c_03L伴得僧靑目禪叅社白蓮

008_0299_c_04L如能談不二何更問三玄

008_0299_c_05L附原韻

008_0299_c_06L
面壁坐常坐携笻行即行

008_0299_c_07L路應回萬里禪已悟三生

008_0299_c_08L佛日辭山寺王春度洛城

008_0299_c_09L一逢眞若舊遠別不勝情(一)

008_0299_c_10L開士欣相識空門信有緣

008_0299_c_11L百年唯此日四海對彌天

008_0299_c_12L每憶叢生桂新聞玅法蓮

008_0299_c_13L何時方丈室端坐共談玄(二)

008_0299_c_14L次聰長老題普照庵韻

008_0299_c_15L
倚欄新捲箔乘興晩抽毫

008_0299_c_16L樹鎻春光密山含霽色高

008_0299_c_17L澗琴爭瀉石華雨亂粘槽

008_0299_c_18L坐久淸陰薄風烟細濕袍

008_0299_c_19L

008_0299_c_20L七言律詩

008_0299_c_21L贈秦處士

008_0299_c_22L
嶺外幽居散髮人自言山水是吾眞

008_0299_c_23L晴窓道案看周易月夕溪厨鍊水銀

008_0299_c_24L調鶴幾隨文寶觀聽雞常起武夷晨

008_0299_c_25L海天何處蓬萊在早晩瓊籤錄姓秦

008_0300_a_01L
은자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시로 읊다(賦得訪隱不遇)
爲訪仙居入翠微   선인을 찾으려고 푸른 산에 들어가니
小齋虛寂鎻寒暉   텅 빈 작은 집에 겨울 햇빛만 썰렁할 뿐
種桃花下春深峽   복사꽃 심은 아래 봄은 산골에 깊고
馴鶴巢邊晝掩扉   학 기르던 둥지 옆에 낮에도 문 닫혔네
丹竈冷沉燒藥火   약 달이던 불 꺼져 냉랭한 아궁이요
碧壇晴曬製荷衣   하의71) 만들어 볕에 말리던 제단이라
蓬瀛宿有探眞約   봉영72)의 진경 찾는 약속 진즉 하였는데
何處觀碁久不歸   어디서 바둑 구경하기에 돌아오지 않나
동화사 도심 상인에게 주다(贈東華寺道心上人)
晩倚東華百尺樓   동화사 백척루에 느지막이 기대서니
夕陽山郭雨初收   해 지는 산성에 비가 막 개었네
高人對景添幽興   고인은 이 경치에 그윽한 흥치 더하련만
客子逢春惜遠遊   객자는 봄을 만나 먼 나들이가 애석하오
何日漢南歸古寺   어느 날에 한강 남쪽 옛 절에 돌아갈까
數年江北訪禪流   몇 년이나 강북으로 선류를 방문했네
居僧莫笑頻來往   거승은 자주 왕래한다 웃지를 마오
未遇知音不解愁   지음을 못 만나 시름 풀지 못했으니
봉은사에서 계민 스님에게 주다(奉恩寺贈戒敏師)
三十年前此寺遊   삼십 년 전 이 절에서 노닐었는데
逢君今日更登樓   오늘 또 그대 만나 누대에 올랐네
傷心自惜浮生事   가슴 아파라 애석한 뜨내기 인생살이
回首還慙有道流   머리 돌리면 도류에 또 부끄러워라
風景不殊秦苑夕   풍경이 다르지 않은 진원의 저녁
鴈聲初度廣陵秋   기러기 소리 건너가는 광릉의 가을
傾茶坐對寒宵永   길고 긴 추운 밤 차 마시며 마주 앉아
說盡江南久別愁   강남에 오래도록 이별한 시름 얘기하네
장 진인의 시에 차운하다(次張眞人韻)
白鶴棲邊已掛笻   백학의 둥지 옆에 지팡이 걸어 놓고
樹雲深處久藏蹤   나무 구름 깊은 곳에 오래도록 자취 감추었네
觀桃舊約飛靑鳥   청조가 날아오는 관도의 옛 약속73)
辟穀新方問赤松   적송74)에게 물어본 벽곡의 새 처방
噀水登壇朝斗慣   물 내뿜고 제단에 올라 항상 조두75)하고
冥心鍊骨着碁慵   집중하고 뼈 단련하며 바둑을 둔다네
玄關一閉無人扣   두드리는 사람 없이 굳게 닫힌 문
不是眞流不得逢   진류가 아니면 만날 수 없고말고
동악 이 선생이 전송하며 지어 준 시에 삼가 차운하다2수(敬次東嶽李先生贈送韻)
[1]
野老生來未有名   야로가 태어나서 이름이 없었는데
只因夫子贈言行   선생의 말씀 한마디로 알려졌다네
雪齊乞句曾蒙惠   설제의 시구 청한 은혜 일찍이 받았고
禪社論玄已許情   선사에서 청담 논하며 정을 허락했네
回首故山時景短   고산에 머리 돌리니 시경이 짧고
斷膓衰草夕陽明   쇠한 풀에 애끊겨라 석양이 밝네

008_0300_a_01L賦得訪隱不遇

008_0300_a_02L
爲訪仙居入翠微小齋虛寂鎻寒暉

008_0300_a_03L種桃花下春深峽馴鶴巢邊晝掩扉

008_0300_a_04L丹竈冷沉燒藥火碧壇晴曬製荷衣

008_0300_a_05L蓬瀛宿有探眞約何處觀碁久不歸

008_0300_a_06L贈東華寺道心上人

008_0300_a_07L
晩倚東華百尺樓夕陽山郭雨初收

008_0300_a_08L高人對景添幽興客子逢春惜遠遊

008_0300_a_09L何日漢南歸古寺數年江北訪禪流

008_0300_a_10L㞐僧莫笑頻來徃未遇知音不解愁

008_0300_a_11L奉恩寺贈戒敏師

008_0300_a_12L
三十年前此寺遊逢君今日更登樓

008_0300_a_13L傷心自惜浮生事回首還慙有道流

008_0300_a_14L風景不殊秦苑夕鴈聲初度廣陵秋

008_0300_a_15L傾茶坐對寒宵永說盡江南久別愁

008_0300_a_16L次張眞人韻

008_0300_a_17L
白鶴棲邊已掛笻樹雲深處久藏蹤

008_0300_a_18L觀桃舊約飛靑鳥辟糓新方問赤松

008_0300_a_19L噀水登壇朝斗慣冥心鍊骨着碁慵

008_0300_a_20L玄關一閉無人扣不是眞流不得逢

008_0300_a_21L敬次東嶽李先生贈送韻

008_0300_a_22L
野老生來未有名只因夫子贈言行

008_0300_a_23L雪齊乞句曾蒙惠禪社論玄已許情

008_0300_a_24L回首故山時景短斷膓衰草夕陽明

008_0300_b_01L不知何處若相憶   알 수 없어라 어느 곳에서 서로 생각날까
秋晩三神月五更   가을 늦은 삼신산 달 뜬 오경이리

[2]
連床未久手重分   함께 지낸 지 얼마 안 되어 다시 이별하며
物外輕裝出峀雲   물외로 행장도 가벼이 산 구름 밖 나가네
初到北禪曾學道   처음엔 북선에 가서 도를 배웠고
晩投東嶽細論文   늦게 동악에 가서 글을 논했다오
自知行業渾無取   행업이 취할 것 없음을 스스로 아노니
還愧名稱已普聞   널리 이름 알려진 것이 도리어 부끄러워
鉼錫竟將歸古隱   석장 짚고 결국에는 옛 암자로 돌아가
鳳林眞境枕湖濆   봉림의 진경 호숫가에 누우리라
부록 원운(附原韻)
[1]
希安曾說守初名   희안이 예전에 수초의 이름을 언급했는데
方丈今從覺性行   지금 각성을 따라 지리산으로 들어간다네
如爾詩僧那易得   이와 같은 시승을 어찌 쉽게 얻으리오
使余秋日不勝情   가을날에 나의 정회 금치 못하게 하는구나
三神洞僻霜楓晩   삼신동 외진 곳엔 서리 맞은 단풍잎
七佛庵深霽月明   칠불암 깊은 곳엔 갠 달빛 밝으리라
徽老見時應問訊   충휘沖徽 장로 보거든 소식 좀 전해 주오
暮年憂患飽新更   모년에 우환으로 백발이 잔뜩 늘었다고

[2]
暫時相見遽相分   잠시 만나 보고 금세 이별이라니
萬里長空一片雲   만 리 장공에 한 조각 구름
黃髮病翁偏好道   유독 도를 좋아하는 누런 머리 병든 노인
赤髭禪子最能文   제일 글을 잘하는 붉은 수염76)의 선자라네
徽公秀句人皆誦   휘공의 빼어난 시구를 사람들이 모두 암송하고
性老高名世共聞   각성 장로의 높은 이름 세상이 모두 안다오
行到石門煩寄語   석문77)에 가거든 말이나 전해 주오
秋風回首海西濆   추풍 속에 해서 가에서 그리워한다고
명 도인에게 주다(贈明道人)
上人何事久忘身   상인은 무슨 일로 오래도록 몸을 잊고
住在林泉爲養神   임천에 거주하며 정신을 기르는고
排世是非甘樂道   세상의 시비 물리치고 도를 즐기면서
服松花葉不憂貧   솔잎과 꽃잎 먹으면서도 가난 걱정하지 않네
三期妙境渾離相   삼 년의 묘경은 상을 모두 여의었고
一片心田別有春   한 조각 심전은 따로 봄을 지녔어라
自愛靑山仍作主   청산을 좋아하여 주인이 되었으니
肯將分付白雲賓   흰 구름 머무는 물가 나눠 주려 할까
성안 노사에게 보여 주다(示性安老師)
一道靈光觸處周   어디든 비치는 한 줄기 신령스러운 빛
隨緣轉變實能幽   인연 따라 전변하며 모습을 숨기기도
群生造化資渠力   군생의 조화 역시 그 힘 덕분이요
諸聖神通籍自由   제성의 신통 또한 이에 말미암은 것
北祖南禪雖異解   북조남선78)의 해설이 비록 달라도
濁涇淸渭是同流   탁경청위79)는 본시 같은 강물이라
飢飡困睡無人會   배고프면 밥 먹는 도리 아무도 몰라
可惜騎牛更覓牛   애석해라 소 타고서 소를 찾으니
혜원과 석 처사가 함께 초암을 지었기에 율시 한 수를 쓰다(惠遠與石處士同結草庵仍題一律)

008_0300_b_01L不知何處若相憶秋晩三神月五更(一)

008_0300_b_02L連床未久手重分物外輕裝出峀雲

008_0300_b_03L初到北禪曾學道晩投東嶽細論文

008_0300_b_04L自知行業渾無取還愧名稱已普聞

008_0300_b_05L鉼錫竟將歸古隱鳳林眞境枕湖濆(二)

008_0300_b_06L附原韻

008_0300_b_07L
希安會說守初名方丈今從覺性行

008_0300_b_08L如爾詩僧那易得使余秋日不勝情

008_0300_b_09L三神洞僻霜楓晩七佛庵深霽月明

008_0300_b_10L徽老見時應問訊暮年憂患飽新更(一)

008_0300_b_11L暫時相見遽相分萬里長空一片雲

008_0300_b_12L黃髮病翁偏好道赤髭禪子最能文

008_0300_b_13L徽公秀句人皆誦性老高名世共聞

008_0300_b_14L行到石門煩寄語秋風回首海西濆(二)

008_0300_b_15L贈明道人

008_0300_b_16L
上人何事久忘身住在林泉爲養神

008_0300_b_17L排世是非甘樂道服松花葉不憂貧

008_0300_b_18L三期妙境渾離相一片心田別有春

008_0300_b_19L自愛靑山仍作主肯將分付白雲賔

008_0300_b_20L示性安老師

008_0300_b_21L
一道靈光觸處周隨緣轉變實能幽

008_0300_b_22L群生造化資渠力諸聖神通籍自由

008_0300_b_23L北祖南禪雖異解濁涇淸渭是同流

008_0300_b_24L飢飡困睡無人會可惜騎牛更覓牛

008_0300_b_25L惠遠與石處士同結草庵仍題一律

008_0300_c_01L毘耶城近古靈源   비야성 근처의 옛 영원동靈源洞
五老峰前鎻石門   오로봉 앞의 폐쇄된 석문
水北山人來問道   물 북쪽 산인은 와서 도를 물어보고
嶺南禪子去論文   재 남쪽 선자는 가서 글을 논한다네
火龍潭上雲千載   화룡의 못 위에는 천년의 구름이요
靑鶴巢邊月一痕   청학의 둥지 옆엔 하나의 달그림자라
已有白蓮精社契   백련정사의 약속이 이미 있으니
不須他日再招君   뒷날 다시 부를 필요도 없으리라
이취옹이 신안사에 쓴 시에 차운하다(用李醉翁題神安寺韻)
携笻曾陟最高岑   지팡이 짚고 최고봉에 올라
認副平生壯觀心   평생 장관의 뜻을 해소했어라
巖俯小欄開士窟   바위 아래 보이는 난간은 스님의 토굴이요
壁題新句醉翁吟   벽에 쓴 시구는 취옹이 읊은 노래로다
千尋佛塔風烟古   천 길의 불탑에는 풍연이 예스럽고
百頃龍潭歲月深   백 이랑 용담에는 세월이 깊어라
山水尙能誇好景   산수 또한 좋은 경치 자랑하는 곳
使人常憶倚珠林   주림에 기대어 항상 생각나게 하리라
양촌80) 권 선생이 각화사의 누대에 쓴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陽村權先生題覺華寺樓韻)
不知何處是三淸   모르겠네 삼청은 어디에 있나
梵宇高懸日月明   범우가 높이 걸리고 일월이 밝은 곳
眞境只從方外得   단지 방외에서만 얻어지는 참 경지요
秋聲偏向客中驚   오직 객지에서 놀라는 가을 소리로다
金蓮二界仙臺近   금련의 이계는 선대와 가깝고
大小千峰鐵壁橫   대소의 천봉은 철벽으로 비꼈네
雖道領南多佛寺   영남에 불사가 많다고 말하지만
覺華禪刹最知名   각화사 선찰이 가장 이름 높아라
정두원 순상과 최유연 승지와 이소한 사군이 쌍계사에 쓴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鄭巡相斗源 崔丞旨有演 李使君昭漢題雙溪寺韻)
掉頭塵世擬閑遊   진세에 머리 흔들고 한가하게 노닐려고
共向名區訪道流   함께 명승지 향해 도류를 찾았다네
雲起石門凉雨夕   석문에 구름 일어 서늘히 비 오는 저녁에
寺藏仙洞老槐秋   선동에 숨은 절간 늙은 괴목의 가을이라
呼僧採藥嘗新味   중을 불러 새로 캐 온 약초 맛도 음미하고
屬客哦詩滌舊愁   객에게 시 읊게 하여 오랜 시름도 씻는다네
最好上房人寂寂   가장 좋은 것은 사람 적적한 상방에서
五更鐘梵殷山樓   산루 울리는 오경의 범종 소리 듣는 것
귀향回鄕
老來鄕國忽關神   늙어 가며 홀연히 고향 생각나기에
日暖浮杯漢水春   따뜻한 봄날 한강에 배를 띄웠다네
到處物華渾是夢   도처의 경치는 모두 꿈속이요
見人談笑半非眞   사람과의 담소도 반은 가짜로세
門前槐柳飄花盡   문 앞의 버들은 바람에 꽃 다 지고
圃後梨梅結子新   밭 뒤의 매화는 새로 열매 맺었네

008_0300_c_01L
毘耶城近古靈源五老峰前鎻石門

008_0300_c_02L水北山人來問道嶺南禪子去論文

008_0300_c_03L火龍潭上雲千載靑鶴巢邊月一痕

008_0300_c_04L已有白蓮精社契不須他日再招君

008_0300_c_05L用李醉翁題神安寺韻

008_0300_c_06L
携笻曾陟最高岑認副平生壯觀心

008_0300_c_07L巖俯小欄開士窟壁題新句醉翁吟

008_0300_c_08L千尋佛塔風烟古百頃龍潭歲月深

008_0300_c_09L山水尙能誇好景使人常憶倚珠林

008_0300_c_10L敬次陽村權先生題覺華寺樓韻

008_0300_c_11L
不知何處是三淸梵宇高懸日月明

008_0300_c_12L眞境只從方外得秋聲偏向客中驚

008_0300_c_13L金蓮二界仙臺近大小千峰鐵壁橫

008_0300_c_14L雖道領南多佛寺覺華禪刹最知名

008_0300_c_15L謹次鄭巡相斗源 崔丞旨有演 李使
008_0300_c_16L昭漢 題䨥溪寺韻

008_0300_c_17L
掉頭塵世擬閑遊共向名區訪道流

008_0300_c_18L雲起石門凉雨夕寺藏仙洞老槐秋

008_0300_c_19L呼僧採藥嘗新味屬客哦詩滌舊愁

008_0300_c_20L最好上房人寂寂五更鐘梵殷山樓

008_0300_c_21L回鄕

008_0300_c_22L
老來鄕國忽關神日暖浮杯漢水春

008_0300_c_23L到處物華渾是夢見人談笑半非眞

008_0300_c_24L門前槐柳飄花盡圃後梨梅結子新

008_0301_a_01L回首可憐如舊識   머리 돌리니 구면인 듯 어여쁜 모습
背城三角卓雲濱   성을 등진 삼각산이 구름 높이 솟구쳤네
한 상사와 함께 비를 만나 시골집에서 묵다(與韓上舍値雨宿村舍)
細雨濛濛欲斷魂   가랑비 부슬부슬 혼이 끊길 듯하여
暫休行李倚籬根   여정을 잠깐 쉬고 울 옆에 기대었네
殘秋落葉飄寒楚   늦가을 낙엽은 찬 가지에 나부끼고
薄暮輕烟隔遠村   어스름 저녁연기는 멀리 마을 사이에 이네
破衲不堪悲釋子   누더기 승려의 감당 못 할 슬픔이여
旅遊誰肯惜王孫   떠도는 왕손을 누가 동정해 주랴81)
數聲征鴈凉風緊   몰아치는 바람 속에 몇 마디 기러기 소리
昏黑家家盡閉門   어둠 속에 집집마다 모두 문을 닫고 있네
환선정喚仙亭
喚仙亭子近蓬萊   환선정이 봉래섬과 가까워서
太守頻招羽客來   태수가 자주 우객 불러 찾아온다오
桑圃雨晴疑閬苑   비 갠 뒤의 뽕밭은 낭원82)과 같고
桂林春晩似瑤臺   봄 늦은 계림은 요대와 흡사하네
岑連北岳靑螺簇   산은 북악과 이어져 청색 고둥이 즐비하고
水接東溟寶鏡開   물은 동해와 접하여 보배 거울이 열렸어라
此去緱山知幾許   여기서 구산까지 얼마나 될까
月明橫笛鶴徘徊   달밤의 피리 소리에 학이 배회하네83)
차운하여 상 상인에게 주다(次韻贈常上人)
二三禪子誓心同   두세 명의 선자가 마음을 함께 맺어
謝世高栖靜境中   속세 떠나 고요한 곳에 둥지 틀었네
燒桂共分新竈藥   불 때서 새로 만든 단약丹藥을 나누고
省神恒趁晚樓鐘   저녁 종소리 따라 항상 정신을 점검한다오
吹毛閃爍駈魔跡   번쩍이는 취모검으로 마군魔軍을 쫓아내고
密印承傳振祖風   밀인을 전수받아 조사祖師의 가풍을 떨친다네
休夏不因王老囑   휴하는 왕로가 부탁했기 때문이 아닌데
住山難得箭投鋒   주산하며 칼끝에 화살촉 던지기도 어려워라84)
송월헌의 시에 차운하다(次松月軒韻)
蘭若幽閑似玉泉   난야의 유한함이 옥천사와 비슷한 곳
道高猶得感龍天   도가 높아 천룡도 감동시킬 수 있었다네
橫抽寶劔靑霄外   푸른 하늘 밖에 보검을 비껴 쥐고
直截機緣碧眼前   푸른 눈 앞에서 기연을 끊어 버리네
休錫樹邊常結夏   나무 옆에 석장 쉬고 항상 결하85)하며
掛瓢枝上幾經年   가지 위에 표주박 건 것이 몇 년이던가86)
誰知此日蓬萊主   누가 알랴 오늘날 봉래의 주인이
多劫曾爲海會仙   다겁에 해회의 선인 출신인 것을
택당 이식 선생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澤堂李先生 韻)
龍門仙境最淸虛   가장 청허한 용문의 선경
相國關懷問弊廬   상국이 관심 갖고 오두막 찾아 주었네
恥向世間爭寵辱   세간에서 총욕 다투는 일 부끄러워서
誓從林下共安居   숲속에서 함께 안거하기로 맹세했다오

008_0301_a_01L回首可憐如舊識背城三角卓雲濵

008_0301_a_02L與韓上舍値雨宿村舍

008_0301_a_03L
細雨濛濛欲斷魂暫休行李倚籬根

008_0301_a_04L殘秋落葉飄寒楚薄暮輕烟隔遠村

008_0301_a_05L破衲不堪悲釋子旅遊誰肯惜王孫

008_0301_a_06L數聲征鴈凉風緊昏黑家家盡閉門

008_0301_a_07L喚仙亭

008_0301_a_08L
喚仙亭子近蓬萊太守頻招羽客來

008_0301_a_09L桑圃雨晴疑閬苑桂林春晩似瑤臺

008_0301_a_10L岑連北岳靑螺簇水接東溟寶鏡開

008_0301_a_11L此去緱山知幾許月明橫笛鶴徘徊

008_0301_a_12L次韻贈常上人

008_0301_a_13L
二三禪子誓心同謝世高栖靜境中

008_0301_a_14L燒桂共分新竈藥省神恒趂晚樓鐘

008_0301_a_15L吹毛閃爍駈魔跡密印承傳振祖風

008_0301_a_16L休夏不因王老囑住山難得箭投鋒

008_0301_a_17L次松月軒韻

008_0301_a_18L
蘭若幽閑似玉泉道高猶得感龍天

008_0301_a_19L橫抽寶劒靑霄外直截機緣碧眼前

008_0301_a_20L休錫樹邊常結夏掛瓢枝上幾經年

008_0301_a_21L誰知此日蓬萊主多劫曾爲海會仙

008_0301_a_22L敬次澤堂李先生

008_0301_a_23L
龍門仙境最淸虛相國關懷問弊廬

008_0301_a_24L恥向世間爭寵辱誓從林下共安居

008_0301_b_01L逃禪剩得烟霞趣   좌선에서 도망쳐 누리는 연하의 흥취요
做業唯專孔孟書   정신 집중해 공부하는 공맹의 서책이라
他日劉雷叅契處   뒷날 유뇌와 함께 어울려 노닐 이곳
白蓮華發月圓初   달이 처음 둥글 때 백련꽃이 피리라87)
부록 원운(附原韻)
高愛龍門逼碧虛   푸른 허공 잇닿은 용문을 사랑하노니
白雲華頂鎻精廬   흰 구름 뒤덮인 화정에 암자가 숨어 있네
六時香火留君住   육시로 향화 올리는 스님 암자에 머물렀더니
三伏炎蒸訪我居   삼복의 찌는 더위에 나의 거처 찾아 주었네
開士但知塵外趣   스님은 세상 밖의 흥취만 알고
先生只解世間書   선생은 세간의 서책만 안다네
歸時更贈騎牛偈   돌아갈 때 다시 주는 기우 게송이여
擧手天星便遂初   하늘의 별에 맹세코 처음의 뜻을 이루리라
학능 스님에게 주다(贈學能師)
殺活兼行是祖風   살활을 모두 쓰는 것이 조사의 가풍
解拈經緯玅難窮   경위를 잡은 묘한 경지 다함이 없도다
機橫梭擲憑誰信   베틀의 북을 던지니 누구를 믿을거나88)
玉轉珠廻倚子通   그대 덕분에 주옥이 다시 굴러왔네
同聚十方歸掌握   시방세계 한데 모아 손아귀에 넣고
盡攏群品入眞空   만물을 모두 거두어 진공에 들이네
嘉州打象知何處   가주에서 코끼리 친 곳 그 어디인가
千疊楞伽在海中   천 겹 능가산이 바닷속에 들어 있네
조 전적의 집이 이루어져서 지은 시에 차운하다(次曹典籍堂成韻)
占得林泉爲結茅   임천을 독점하고 띠집을 엮었나니
背依山郭面南郊   산곽을 등지고 남교를 마주했네
新移晩竹憐風葉   어여뻐라 옮겨 심은 댓잎의 바람이여
早植寒梅愛月梢   사랑스러워라 매화 가지 끝의 달빛이여
終日一瓢顏陋巷   종일 표주박 하나인 안씨의 누항이요89)
滿床千卷陸書巢   상에 천 권 가득한 육씨의 서소90)로다
閉門不是楊雄宅   문 닫은 곳이 양웅의 집이 아니거니
何用勞神學解嘲   어찌 피곤하게 해조를 본받으리오91)
각선 스님에게 주다(贈覺禪師)
逢君幸是好知音   그대 같은 좋은 지음 만나서 다행이니
鐵漢終非向外尋   굳센 남자는 밖에서 구할 것이 아닐세
鸞鳳穴中皆瑞羽   난봉의 둥지 속엔 모두 봉황의 깃털이요
栴檀樷裡盡香林   전단의 숲속에는 모두 향나무뿐이라오
翻身活路通消息   활로 찾아 몸을 뒤쳐 한 소식 통하고
握掌神珠辨古今   신주를 손에 넣어 고금을 분변하네
從此碧山無覓處   이제는 청산을 찾을 필요도 없으리니
一家風月自淸吟   일가의 풍월을 노래하면 될 테니까
이제현 처사의 유거에 대해 쓰다(題李齊賢處士幽居)
空懷廟略掩荊扉   가슴속에 책략 품고 사립문 닫았나니
意氣長虹百尺飛   의기는 길게 뻗친 백 척의 무지개 같네

008_0301_b_01L逃禪剩得烟霞趣做業唯專孔孟書

008_0301_b_02L他日劉雷叅契處白蓮華發月圓初

008_0301_b_03L附原韻

008_0301_b_04L
高愛龍門逼碧虛白雲華頂鎻精廬

008_0301_b_05L六時香火留君住三伏炎蒸訪我居

008_0301_b_06L開士但知塵外趣先生只解世間書

008_0301_b_07L歸時更贈騎牛偈擧手天星便遂初

008_0301_b_08L贈學能師

008_0301_b_09L
殺活兼行是祖風解拈經緯玅難窮

008_0301_b_10L機橫梭擲憑誰信玉轉珠廻倚子通

008_0301_b_11L同聚十方歸掌握盡攏群品入眞空

008_0301_b_12L嘉州打象知何處千疊楞伽在海中

008_0301_b_13L次曹典籍堂成韻

008_0301_b_14L
占得林泉爲結茅背依山郭面南郊

008_0301_b_15L新移晩竹憐風葉早植寒梅愛月梢

008_0301_b_16L終日一瓢顏陋巷滿床千卷陸書巢

008_0301_b_17L閉門不是楊雄宅何用勞神學解嘲

008_0301_b_18L贈覺禪師

008_0301_b_19L
逢君幸是好知音鐵漢終非向外尋

008_0301_b_20L鸞鳳穴中皆瑞羽栴檀樷裡盡香林

008_0301_b_21L翻身活路通消息握掌神珠辨古今

008_0301_b_22L從此碧山無覓處一家風月自淸吟

008_0301_b_23L題李齊賢處士幽居

008_0301_b_24L
空懷廟略掩荆扉意氣長虹百尺飛

008_0301_c_01L君子不關身隱逸   군자는 몸의 은일을 상관하지 않고
智人應察事幾微   현인은 일의 기미를 살피는 법이지
霧深芳草靑牛臥   안개 짙은 방초에는 푸른 소가 누워 있고
軒擁高松白鶴歸   집을 안은 높은 솔엔 흰 학이 돌아오네
市卜得錢餘勿願   점치고 얻은 돈 이외엔 바라는 것 없나니
世間誰挽薜蘿衣   세상의 누가 벽라의를 끌어당기리오92)
쇠 바리때(鐵鉢)
祖門諸代遆相須   조사祖師의 집안에서 대대로 전했나니
盧老曾持向嶺隅   노로도 일찍이 손에 쥐고 산을 넘었지93)
皎潔光疑將滿月   깨끗한 빛깔은 달빛이 가득한 듯하고
玲瓏狀似二分珠   영롱한 모습은 두 개로 나뉜 구슬 같네
晨携聚落黃粢散   아침엔 마을에 들고 가서 곡식을 빌고
午入齋壇白淅輸   낮에는 재단에 들어가서 쌀을 인다오
表示眞宗傳不絶   진종의 법맥이 이어짐을 표상하나니
豈唯循乞養微軀   어찌 몸뚱이 기르려고 구걸할 뿐이리오
심 스님의 시에 차운하다(次諶師韻)
不必仙山在海中   바닷속의 선산이 무슨 필요 있나
方壺天外碧千峰   하늘 밖에 방장方丈 일천 봉이 있는걸
石門眞界纔投足   석문의 사원을 잠시 찾아 나서면서
桂塢淸陰暫駐笻   계오의 그늘에 지팡이를 멈추었소
秋草牧童催喚犢   가을 풀에 목동은 소를 급히 불러 대고
夕陽樵叟數柯銎   석양에 나무꾼은 급히 나무를 패네
情知寺在聞鐘處   종소리 듣고서 절이 있는 곳 알겠으니
自此逢人問路慵   이제는 사람 만나 길 묻지 않아도 되겠구나
현소 상인에게 주다(贈玄素上人)
發跡曹溪寺吉祥   조계사 길상에서 몸을 일으켜
少年聲譽已超方   소년 시절부터 명성을 드날렸네
始驚玉彩生藍谷   처음엔 남곡의 미옥美玉이라서 놀랐고94)
終見桐材長嶧陽   끝내 역양의 오동임을 보았소95)
烏報漏殘晨誦輟   아침 예송 시간을 까마귀가 알려 주고
鳥含花落午齋香   한낮의 불공에 새가 꽃잎 물어 떨구네
憑君得與調禪味   그대 덕분에 선미를 음미할 수 있었으니
異日還鄕共俶裝   뒷날 행장 정리하여 함께 고향에 가십시다
차운하여 양 스님에게 주다(次韻贈亮師)
松嶽山中閉小庵   송악산 속에 작은 암자 문을 닫고
爲叅良友便圖南   좋은 벗 만나러 남행南行하였네
淸氷道業傾人緖   사람이 승복하는 얼음처럼 맑은 도업
屑玉天才絶世談   세상 얘기 초월한 옥가루96) 같은 천재라네
閑倚靜軒風滿袖   난간에 한가히 기대니 바람이 소매에 가득하고
誦殘金偈月臨龕   게송을 읊고 나니 달빛이 석감石龕에 임하네
他年縱許同甘寂   다른 해에 고요한 생활 함께 누리게 된다 해도
欲効冥禪恐不堪   명상에 드는 선정만은 본받지 못할 듯하네
매화를 노래한 시에 차운하다(咏梅次韻)

008_0301_c_01L君子不關身隱逸智人應察事幾微

008_0301_c_02L霧深芳草靑牛臥軒擁高松白鶴歸

008_0301_c_03L市卜得錢餘勿願世間誰挽薜蘿衣

008_0301_c_04L鐵鉢

008_0301_c_05L
祖門諸代遆相須盧老曾持向嶺隅

008_0301_c_06L皎潔光疑將滿月玲瓏狀似二分珠

008_0301_c_07L晨携聚落黃粢散午入齋壇白淅輸

008_0301_c_08L表示眞宗傳不絶豈唯循乞養微軀

008_0301_c_09L次諶師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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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必仙山在海中方壺天外碧千峰

008_0301_c_11L石門眞界纔投足桂塢淸陰暫駐笻

008_0301_c_12L秋草牧童催喚犢夕陽樵叟數柯銎

008_0301_c_13L情知寺在聞鐘處自此逢人問路慵

008_0301_c_14L贈玄素上人

008_0301_c_15L
發跡曹溪寺吉祥少年聲譽已超方

008_0301_c_16L始驚玉彩生藍谷終見桐材長嶧陽

008_0301_c_17L烏報漏殘晨誦輟鳥含花落午齋香

008_0301_c_18L憑君得與調禪味異日還鄕共俶裝

008_0301_c_19L次韻贈亮師

008_0301_c_20L
松嶽山中閉小庵爲叅良友便圖南

008_0301_c_21L淸氷道業傾人緖屑玉天才絕世談

008_0301_c_22L閑倚靜軒風滿袖誦殘金偈月臨龕

008_0301_c_23L他年縱許同甘寂欲効冥禪恐不堪

008_0301_c_24L咏梅次韻

008_0302_a_01L乾元一氣動葭灰   건원의 한 기운이 갈대의 재를 일으키며97)
先遣春光綺蘂開   먼저 봄빛을 보내 꽃망울을 터뜨렸네
誰信玉容粧雪壑   옥 같은 꽃잎 눈 골짜기 단장할 줄 누가 알았으랴
恰如仙女下瑤臺   흡사 선녀가 요대에 하강한 것 같네
橫梢颭翠風經竹   바람이 대를 스치면 비낀 가지 파르르 떨고
細影成紋月照苔   달이 이끼를 비치면 가는 그림자 알록달록
不是東皇齊着力   동황98)이 힘을 온통 기울인 것이 아니라면
肯敎芳訊此中來   매화 향기가 여기에 찾아올 수 있었겠는가
석문정의 시에 차운하다(次石門亭韻)
尋眞佳趣石門多   진경 찾는 멋진 흥취 석문이 으뜸인데
春到風光近若何   봄에 찾아온 풍광 요즈음 어떠한지
天外畫屏排碧峀   하늘 밖에는 그림 병풍 푸른 산이 둘러 있고
檻前明鏡俯滄波   난간 앞에는 밝은 거울 창파를 굽어본다네
謫仙題咏爭傳誦   적선이 지은 노래 다투어 전하는데
太乙名區恨未過   태을의 명승을 가 보지 못해 한스러워
最想珊瑚枝上月   제일 생각나는 것은 산호 가지 위의 달빛
夜深亭畔影婆娑   깊은 밤 정자 옆에 그림자 너울거리는 것
겨울날에 임 선생에게 부치다(冬日寄林先生)
臈高身病世情闌   나이 많고 병들어 세상일 관심도 없이
萬事蕭條苦未歡   만사가 쓸쓸할 뿐 전혀 즐겁지가 않네
磵戶閉時山影轉   냇가의 사립문 닫을 때 산 그림자 굴러가고
洞門深處雪花寒   동구의 문 깊숙한 곳에 눈꽃이 차가워라
香燈已結三生業   향등은 이미 삼생의 업이 맺힌 것
竹院寧孤半日閑   죽원에 어찌 한나절 한가함이 없으리오
獨愛亂峰新霽夜   특히 어여쁜 건 갠 밤중 산 위에 뜬
一輪霜月照簷端   둥근 서리 달이 처마 끝을 비추는 것
객중의 봄날(客中春日)
節序遷移寂寞濱   적막한 물가에 계절이 바뀌어
韶光屈指已三旬   봄 경치 꼽아 보니 벌써 삼십 일
陰晴世態風塵變   흐렸다 맑았다 자꾸 변하는 세태에
澄淨溪容性理眞   냇물처럼 청정한 건 참다운 성리라네
舊社松杉空待主   구사의 송백은 속절없이 주인을 기다리고
異方蔬笋苦留人   이방의 채소와 죽순은 가는 사람 붙잡누나
如今老境渾無賴   지금 노경에 의지할 것은 하나 없고
唯喜山川景物新   오직 기쁜 것은 산천의 경물이 새로운 것
변 스님에게 기증하다(寄贈卞師)
叢林靜侶孰追蹤   총림의 정려를 그 누가 따라잡으리오
籍甚英聲振海東   훌륭해라 그 명성 해동을 뒤흔드네
掌上靈鋒神莫犯   손바닥 위의 영봉은 귀신도 범접 못하고
毫端捷句電難容   붓끝의 빠른 시구는 번개도 못 따라오리
圍軒峽洩藏山霧   집을 감싸고 산골로 빠지며 산을 가두는 안개요
吼壑天回釀雪風   골에서 울고 하늘을 돌며 눈을 빚는 바람이라
要得一場評玅訣   요컨대 한바탕 묘결을 따져야 하리니
不妨禪社更相從   선사에서 다시 상종해도 무방하리라

008_0302_a_01L
乾元一氣動葭灰先遣春光綺蘂開

008_0302_a_02L誰信玉容粧雪壑恰如仙女下瑤臺

008_0302_a_03L橫梢颭翠風經竹細影成紋月照苔

008_0302_a_04L不是東皇齊着力肯敎芳訊此中來

008_0302_a_05L次石門亭韻

008_0302_a_06L
尋眞佳趣石門多春到風光近若何

008_0302_a_07L天外畫屏排碧峀檻前明鏡俯滄波

008_0302_a_08L謫仙題咏爭傳誦太乙名區恨未過

008_0302_a_09L最想珊瑚枝上月夜深亭畔影婆娑

008_0302_a_10L冬日寄林先生

008_0302_a_11L
臈高身病世情闌萬事蕭條苦未歡

008_0302_a_12L磵戶閉時山影轉洞門深處雪花寒

008_0302_a_13L香燈已結三生業竹院寧孤半日閑

008_0302_a_14L獨愛亂峰新霽夜一輪霜月照簷端

008_0302_a_15L客中春日

008_0302_a_16L
節序遷移寂寞濵韶光屈指已三旬

008_0302_a_17L陰晴世態風塵變澄淨溪容性理眞

008_0302_a_18L舊社松杉空待主異方蔬笋苦留人

008_0302_a_19L如今老境渾無賴唯喜山川景物新

008_0302_a_20L寄贈卞師

008_0302_a_21L
叢林靜侶孰追蹤籍甚英聲振海東

008_0302_a_22L掌上靈鋒神莫犯毫端捷句電難容

008_0302_a_23L圍軒峽洩藏山霧吼壑天回釀雪風

008_0302_a_24L要得一場評玅訣不妨禪社更相從

008_0302_b_01L
차운하다(次韻)
有道高賢衆所師   도 높은 현인으로 대중의 스승 되었건만
任他榮辱絶追思   미련을 전혀 두지 않고 영욕을 초월했네
承家德業人誰比   집안 계승한 그 덕업 어떤 이가 견줄까
學聖眞䂓世莫知   성인을 배운 참 규범 세상이 모른다네
風細嶺松笙韻處   산 위의 솔은 산들바람에 퉁소를 불고
雪霏溪壑玉花時   싸락눈은 계곡에 옥 눈꽃을 흩뿌리는데
先生飽得林泉趣   선생이 임천의 흥취 실컷 맛보고
都付淸吟一首詩   한 수의 시에 모두 담아 맑게 읊었네
자해自解
所業空懷奈老何   할 일을 생각만 할 뿐 늙어 가니 어떡하나
一身難處早辭家   일찍 집을 떠난 한 몸 처치하기 어려워라
自憐光景如流水   광경은 흐르는 물처럼 그대로 있지 않고
蹤有詩情任落花   시정은 지는 꽃잎 따라 하염없이 일어나네
膚上觸風寒出粟   바람 맞으니 살이 추워 소름이 돋고
眼中燃火煖生霞   불을 지피니 눈이 따스해 놀이 생기네
時逢聖代閑無事   태평 시대 만나 하는 일 없이 한가해서
獨臥幽窓好養痾   홀로 창가에 누워 병을 조섭하노라
잡저雜著 5편
취미당 권화소翠微堂勸化䟽
옛날에 일원一園의 정사精舍를 창건하여 만덕萬德의 장엄莊嚴을 원만하게 이루었고, 칠 층의 누대樓臺를 일으켜서 묘각妙覺의 정위正位에 뛰어올랐습니다. 이는 정토淨土에 선인善因의 씨앗을 뿌렸기 때문에 적멸도량에서 선과善果를 얻은 것입니다.
지금 이 선거禪居는 귀신이 아껴 보호해 온 비밀스러운 터전이요, 천지가 귀하게 여겨 숨겨 놓은 승경勝境입니다. 동쪽으로는 바다의 섬과 잇닿아 그대로 신선(羽士)의 봉래蓬萊(신선이 사는 곳)가 되고, 북쪽으로는 노을 낀 산을 등지고서 그야말로 호승胡僧99)의 토굴이 된다고 할 것입니다.
부상扶桑100)의 아침 해가 서린 용(蟠龍)의 위에 신광神光을 비추고, 옥초沃焦101)의 아침 구름이 푸른 이무기(翠蜃)의 신기루에 드리우고 있습니다. 하늘 꽃의 향기(天香)가 나부끼며 계수나무 열매가 떨어지는 것은 영은靈隱102)의 산천이요, 공명조共命鳥가 울며 금오金烏103)가 돌아가는 것은 도림道林의 풍경입니다. 그러니 이곳이야말로 선찰禪刹을 세워 도를 닦을 곳으로서 좌선하며 안거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할 것입니다.
모某 상인上人은 그 생애가 하나의 표주박이요,104) 그 자취가 한 조각 구름과 같습니다. 그가 이곳에 터를 잡고 건물을 지으려는 서원誓願을 세웠습니다마는, 손뼉 하나로는 소리 내기가 어려우니, 경영에 뜻을 둔 이상에는 반드시

008_0302_b_01L次韻

008_0302_b_02L
有道高賢衆所師任他榮辱絕追思

008_0302_b_03L承家德業人誰比學聖眞䂓世莫知

008_0302_b_04L風細嶺松笙韻處雪霏溪壑玉花時

008_0302_b_05L先生飽得林泉趣都付淸吟一首詩

008_0302_b_06L自解

008_0302_b_07L
所業空懷奈老何一身難處早辭家

008_0302_b_08L自憐光景如流水蹤有詩情任落花

008_0302_b_09L膚上觸風寒出粟眼中燃火煖生霞

008_0302_b_10L時逢聖代閑無事獨臥幽窓好養痾

008_0302_b_11L

008_0302_b_12L雜著

008_0302_b_13L翠微堂勸化䟽

008_0302_b_14L
昔者創一園精舍圓成萬德之莊嚴
008_0302_b_15L起七層樓臺超登玅覺之正位肆種因
008_0302_b_16L於淨土故獲果於寂場今此禪居
008_0302_b_17L惜神護之秘基天慳地藏之勝境東連
008_0302_b_18L海島依然羽士之蓬源北負霞岑
008_0302_b_19L是胡僧之霧窟扶桑曉日照神光於蟠
008_0302_b_20L沃焦朝雲儼幻樓於翠蜃天香飄
008_0302_b_21L而桂子落靈隱山川共命啼而金烏廻
008_0302_b_22L道林風景乃栖禪之助道宜宴跡之安
008_0302_b_23L某上人一瓢生涯片雲蹤迹誓將
008_0302_b_24L卜築然獨掌而難鳴志在經營必因

008_0302_c_01L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만 일을 이룰 수 있을 것입니다.
선사善士 여러분에게 바라건대, 광음은 신속하게 지나가고 부귀는 뜬구름과 같은 것이니, 하루아침에 진토塵土가 될 돈을 크게 희사喜捨하여, 천년의 보배가 될 한 조각 선행을 닦으십시오. 그러면 삼재三災와 팔난八難이 현생에서 소멸될 뿐만 아니라, 백 가지 복과 천 가지 상서祥瑞를 내세에 또한 누리게 될 것입니다.
강진 만덕산 백련사 만경루의 권화소(康津萬德山白蓮社萬景樓勸化䟽)
일만 길 높이의 태화산 정상은 수고해서 걸어가면 오를 수 있지만, 구련九蓮105)의 정토는 한 조각 선행을 닦아야만 이를 수 있습니다. 공덕을 베풀지 않고서는 뛰어오르기가 어려우니, 이 때문에 인仁을 닦아야만 인仁을 얻고 과일의 씨를 뿌려야만 과일의 열매를 얻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향성香城106)에서 뼈를 갈아 보리菩提의 열매를 얻었고, 설산雪山에서 몸을 던져 각수覺樹의 꽃을 피웠던 것입니다. 마니 구슬은 손안을 비추면서 그 빛이 곧장 칠보의 궁전에까지 뻗치고, 정업淨業은 마음을 전일하게 하면서 곧바로 삼대아승기겁三大阿僧祗劫107)을 초월합니다.
만덕산으로 말하면, 호중壺中의 별세계108)요 해상의 명승지로서, 세상에서는 운수향雲水鄕이라 칭하고 사람들은 신선굴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경치는 마치 붕새의 등에서 높이 뛰어올라 십주十洲109)를 널리 내려다보는 것과 같고, 그 그림자는 자라의 머리에서 반쯤 떨어져 팔해八海110)를 멀리 제압하는 듯합니다. 신령스러운 뿌리는 물속에 잠겨 규룡虯龍이 창파滄波에 칩거하고, 상서로운 봉우리는 허공에 치솟아 봉호蓬壺(봉래산)가 푸른 하늘(碧落)에 빼어났습니다. 그 경계는 세류細柳111)에 이어져 주후周侯의 군용軍容과 방불하고, 그 기운은 탐라에 접하여 한라의 산색이 아득합니다. 그래서 지지地誌에는 복지福地 편에 실려 있고, 산경山經에서는 명산名山 편에서 고찰할 수 있습니다.
사원으로 말하면, 실로 원공遠公의 백련白蓮112)이요, 바로 단제斷際의 황벽黃檗113)이라고 할 것입니다. 국사國師 진정眞靜이 신라 시대에 처음으로 창건하였고, 개사開士 정명靜明이 고려 시대에 그 뒤를 이어 중건하였습니다. 그리고 세조 광묘光廟 때에 이르러 승평昇平의 운세를 맞아 혜조 대사慧照大師가 아름답게 장식하면서, 신명의 도움을 받아 묘한 솜씨를 발휘하여 경영하였습니다. 이로부터 삼존三尊이 삼생三生에 읊어지게 되고, 만덕이 영원히 전해지게 되는 한편, 천 개의 눈으로 자비를 베푸는 교화가 펼쳐지는 것을 백호가 난간에서 엿보게 되고, 3개월 동안

008_0302_c_01L人而成事願諸善士光陰過隙富貴
008_0302_c_02L如雲捨萬金一朝之塵修片善千載之
008_0302_c_03L則三灾八難非特消於現今百福
008_0302_c_04L千祥抑當享於來世

008_0302_c_05L

008_0302_c_06L康津萬德山白蓮社萬景樓勸化䟽

008_0302_c_07L
泰華萬仞勞寸趾而可登淨土九蓮
008_0302_c_08L修片善而能致未有功伐難得超昇
008_0302_c_09L是以修仁得仁種果得果香城鏧骨
008_0302_c_10L果得菩提雪山投身花開覺樹摩尼
008_0302_c_11L照掌徑臨七寶之宮淨業㝠心直超
008_0302_c_12L三祗之劫萬德山者壺中別界海上
008_0302_c_13L名區世稱雲水之鄕人道神仙之窟
008_0302_c_14L景高出於鵬背傍臨十洲影半落於鰲
008_0302_c_15L遙控八海靈根入水蟄虬龍於滄波
008_0302_c_16L瑞峀凌虛擢蓬壺於碧落境連細柳
008_0302_c_17L依俙周侯之軍容氣接耽羅縹緲漢挐
008_0302_c_18L之山色地誌載於福地山經考於名山
008_0302_c_19L寺者眞遠公之白蓮正斷際之黃薜
008_0302_c_20L國師眞靜肇自創於羅朝開士靜明
008_0302_c_21L復繼修於麗代逮世祖光庙運際昇平
008_0302_c_22L有慧照大師功承賁飾神休式賴
008_0302_c_23L手攸營由是三尊韻於三生萬德傳於
008_0302_c_24L萬古千眼示慈之化白虎窺軒三月

008_0303_a_01L청담淸談을 논하는 풍화風化가 이루어져 청룡이 발우를 내려 주기에 이르렀습니다.
누대로 말하면, 등왕각滕王閣과 같은 고각高閣이요 황학루黃鶴樓와 같은 선거仙居로서, 수행자가 올라가 현묘한 도리를 찾고, 문인이 기대어 승경을 음미하는 곳입니다. 적자赤髭114)의 오묘한 게송은 설두雪竇115)의 비평을 들려주는 듯하고, 백씨白氏116)의 아름다운 노래는 최호崔顥117)의 시구를 보여 주는 듯합니다. 박달나무 기둥과 계수나무 용마루는 월사月榭118)와 빛을 서로 비추어 주고, 푸른 서까래와 붉은 대마루는 성궁星宮119)과 날개를 접하였습니다. 나루터 옆에 세운 정자(津亭)에 8월의 용은 범종 소리를 들으려고 모습을 드러내었고, 화표華表의 천년의 학은 재회齋會를 따라와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런데 천지신명의 보호를 받아 불조佛祖의 묘훈妙勳을 이어 오던 중에 조화造化가 시기하는 바람에 갑자기 오랑캐(蠻夷)의 병화兵火를 입고 말았습니다. 급고독원給孤獨園이 소실되면서 영명전永明殿의 옛터처럼 쓸쓸하게 바뀌었고, 동우棟宇가 불타면서 대운사大雲寺의 유적처럼 참담하게 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오래도록 웅장하게 서 있던 건물이 하루아침에 황량하게 변하고 말았습니다.
모 상인은 수운水雲처럼 돌아다니고 선림禪林에서 좌선을 하는 동안 선궁禪宮이 불타 없어진 것을 개탄하고 깨달음의 길이 매몰된 것을 탄식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개사 정명이 남긴 빛을 돌이키고 국사 진정의 지난 자취를 이어 보려고 하였습니다마는, 그 일이 알을 포개어 올려놓는 것보다도 어려워서 뜻만 속절없이 절실할 따름이었습니다.
바라건대 여러 신사信士들은 화택火宅의 고인苦因을 버리고 금강의 종지種智를 심도록 하십시오. 부귀는 사람들의 원망을 끼치는 것이니 황금을 물처럼 뿌리시고, 재화財貨는 일신을 해치는 칼날과 같으니 벽옥碧玉을 돌처럼 던지십시오. 선악을 행함에 따라 경사慶事와 재앙을 받는다는 것은 옛 성현의 실다운 말씀이요, 응보를 받고 윤회를 한다는 것은 여래의 바른 가르침입니다. 그 공이 이루어지면 마치 목련目連이 천당에서 제과弟果를 점지하는 것처럼 될 것이요, 그 덕이 보답을 받는 것은 마치 환인桓因이 도리천에서 대복大福을 누리는 것처럼 될 것입니다. 널리 구제하는 길을 넓히고 크게 베푸는 문을 열어, 공사에 다양하게 필요한 물자들을 역량과 분수에 따라 희사하신다면, 고해苦海가 말라 복해福海로 변하면서 길이 천궁天宮의 낙을 누릴 것이요, 악업의 뿌리가 없어지고 선업의 뿌리가 자라면서 마침내 불국佛國에 태어나게 될 것입니다.
안변 설봉산 석왕사를 중수한 서문(安邊雪峰山釋王寺重修序)

008_0303_a_01L談玅之風靑龍降鉢樓者滕王高閣
008_0303_a_02L黃鶴仙居淨侶登而探玄騷人倚而選
008_0303_a_03L赤髭玅偈似聽雪竇之洪機白氏
008_0303_a_04L佳吟猶觀崔顥之題詠檀楹桂棟
008_0303_a_05L月榭而交輝翠桷朱甍共星宮而接翼
008_0303_a_06L出現聽梵津亭八月之龍來舞隨齋
008_0303_a_07L華表千年之鶴神祗守護彌延佛祖之
008_0303_a_08L玅勳造化多猜遽被蠻夷之兵燹
008_0303_a_09L園煨燼蕭條永明之舊基棟宇煤炲
008_0303_a_10L慘惔大雲之遺迹幾年崇極一朝荆榛
008_0303_a_11L某上人水雲行裝禪林坐寂慨禪宮之
008_0303_a_12L銷歇嗟覺路之埋塵欲回開士餘輝
008_0303_a_13L擬襲國師徃轍然事有難於累卵
008_0303_a_14L徒切於㭊空諸信士捨火宅苦因植金
008_0303_a_15L剛種智富貴貽衆人之怨䟽散黃金
008_0303_a_16L財貨害一身之刀石投碧玉善惡殃慶
008_0303_a_17L古聖實言報應輪回如來正誡功有
008_0303_a_18L所就目連指弟果於天堂德有所歸
008_0303_a_19L桓因亨大福於忉利弘濟路拓大施門
008_0303_a_20L可縫可舂之資隨力隨分而捨
008_0303_a_21L涸苦海爲福海永享天宮除業根而長
008_0303_a_22L善根畢生佛國

008_0303_a_23L

008_0303_a_24L安邊雪峰山釋王寺重修序

008_0303_b_01L
살펴보건대 제왕이 정찰淨刹을 숭배한 것은 한정漢庭에서 금인金人의 꿈을 꾼 때부터요,120) 불조佛祖가 성조聖朝를 보필한 것은 오회吳會에서 영골靈骨을 점검한 때부터이니, 이로부터 사찰(梵宇)이 줄지어 서고 신승神僧이 그 사이에 나오기 시작하였다.
설봉산은 바닷가의 유명한 곳이요, 역중域中의 이경異境이라고 할 것이다. 하늘이 옥골玉骨을 모아 그 그림자가 자라 등 위의 인주麟洲121)에 떨어지게 하고, 땅이 금정金精122)을 내어 그 빛이 용 머리의 학부鶴府에 떠 있게 하였다. 멀리 백악白嶽123)과 이어진 가운데 지축이 철벽鐵壁 은산銀山에 가로 비끼고, 곧바로 창명滄溟을 짓누르는 가운데 수부水府124)가 영주瀛洲 125) 한해瀚海126)에 널리 펼쳐지고 있다. 여기에 또 선잠仙岑을 이끌어 좌우에 승경을 제공하니 풍악과 봉래가 그것이요, 국도國島를 제압하며 지척에 선경仙境이 펼쳐지니 금란金蘭과 총석叢石이 그것이다. 황룡의 첩수疊峀는 금천金天에 긴 병풍을 둘러치고, 벽계碧雞127)의 총사叢祠128)는 철옹鐵瓮에 끊어진 장벽을 나누고 있다.
그리고 지리는 험준하기 그지없어서 설운雪雲의 일천 산이 검문劍門129)을 밀치고, 운기雲氣는 뱉고 삼키며 오도悟道의 일만 골짜기가 정미로운 도움(精祐)을 쌓고 있다. 살펴보건대 영령英靈이 세상을 보우保佑하는 나라는 위로 천문에 상응하고, 비휴豼貅130)가 무위武威를 떨치는 지방은 옆으로 지맥(地絡)에 안온하니, 이처럼 건곤乾坤이 합동으로 역량을 발휘하고 음양이 조화하여 솜씨를 과시하고 있는 것이다.
석왕사는 태조의 원당願堂131)이요, 무학無學의 선사禪社이다. 규모가 굉장하니 천추토록 두타頭陀132)의 운월雲月이 되고, 물색이 화청華淸하니 만고토록 도솔兜率133)의 강산이 될 것이다. 연화蓮花 금방金牓에는 아스라이 삼족三足의 까마귀134)가 깃들이고, 요초瑤草 기림琪林에는 너울너울 구포九苞135)의 봉황이 춤춘다. 그런가 하면 백척百尺의 누교樓橋는 번뇌와 미망의 세계(迷津)에 보배로운 뗏목(寶筏)의 역할을 하고, 육시六時136)의 종고鐘鼓는 몽택夢宅에 청운淸韻을 진동시키고 있다.
이곳은 실로 사문沙門의 육해陸海요 용상龍象의 제천諸天으로서, 그야말로 왕이 될 예징睿徵을 드러내어 신몽神夢을 풀이한 곳이다. 서까래 세 개를 등에 진 것은 오채五彩의 용장龍章을 보여 준 것이고, 가지에서 꽃이 핀 것은 천년의 성과聖果를 맺게끔 한 것이니, 전적으로 성승聖僧의 묘용妙用에 기대어 금륜성왕金輪聖王137)의 명을 받고, 정성껏 묘각妙覺의 진풍眞風을 펼쳐서 옥의玉扆138)의 공훈을 수립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비보裨補139)의 법을 근실히 닦아 사위舍衞의 기원祇園140)을 웅장하게 하고,

008_0303_b_01L
詳夫帝王崇淨刹夢金人於漢庭佛祖
008_0303_b_02L補聖朝校靈骨於吳會由是梵宇列峙
008_0303_b_03L神僧間生雪峰山者海上名區域中
008_0303_b_04L異境天鍾玉骨影落鰲背之獜洲
008_0303_b_05L涌金精光泛龍頭之鶴府遙連白嶽
008_0303_b_06L地軸橫於鐵壁銀山直壓滄溟水府寛
008_0303_b_07L於瀛洲瀚海且復引仙岑而勝賞左右
008_0303_b_08L楓岳蓬萊控國島而㝠搜咫尺金蘭叢
008_0303_b_09L黃龍疊峀列長屏於金天碧雞叢
008_0303_b_10L分絕障於鐵瓮若乃地理險矗
008_0303_b_11L雲千嶺排劒門雲氣吐呑悟道萬壑蓄
008_0303_b_12L精祐觀其英靈命世之國上應乾文
008_0303_b_13L貔貅耀武之方傍淸地絡發揮乾坤之
008_0303_b_14L所合噴薄陰陽之所交釋王寺者
008_0303_b_15L祖願堂無學禪社䂓模宏壯頭陀雲
008_0303_b_16L月之千秋物色華淸兠率江山之萬古
008_0303_b_17L蓮花金牓縹緲三足之烏瑤草琪林
008_0303_b_18L翩聯九苞之鳳樓橋百尺作寶筏於迷
008_0303_b_19L鐘鼓六時震淸韻於夢宅寔沙門
008_0303_b_20L之陸海乃龍象之諸天爾乃王表睿徵
008_0303_b_21L釋原神夢三椽負木呈五彩之龍章
008_0303_b_22L數枝開花結千載之聖果專意憑聖僧
008_0303_b_23L之玅用受命金輪投誠演玅覺之眞風
008_0303_b_24L資勳玉扆是用謹修裨補壯舍衛之祗

008_0303_c_01L선관禪關을 크게 열어 금릉金陵의 정역淨域으로 빛나게 하였다. 그러고는 친히 용필龍筆을 휘둘러 계원雞園을 진압하도록 명하였는데, 등교騰蛟 박아博鵝의 진경眞經과 철색鐵索 금승金繩의 자획이 삼령三靈의 보력寶曆에 힘입어 풍성豐城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만민의 환심에 응하여 패택沛澤에서 용이 일어나게 하였다.
당시 상황으로 말하면 서도西都가 문란하여 황음荒淫의 학정이 자행되고, 북공北拱의 존엄이 없어진 채 보극寶極의 황도皇圖가 어지러운 때였다. 이에 삼군三軍을 인솔하여 무위武威를 떨치자 홍건紅巾이 저절로 항복하였고, 만세를 부르며 수레를 돌리자 청개靑蓋가 또한 나오게 되었다. 한류漢流를 앞으로 하고 삼각三角을 뒤로 하여 금성탕지金城湯池의 도읍을 정하고, 두수斗宿를 표상하고 구궁九宮을 안배하여 천경지위天經地緯의 원기를 조화시킨 다음에, 해외에 호령을 하고 국중에 대사면을 내리기에 이르렀다.
이는 모두 성왕聖王의 인지仁智 덕분이요, 보살의 반야의 힘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현기玄機를 쥐고 도道에 통달하여 그 은혜가 여원黎元에 널리 미칠 것을 생각하고, 백현白泫에 나아가 기미幾微를 알아서 그 은택이 승려(緇侶)에 미치게 하였다. 미혹에 빠진 세상을 영취靈鷲의 전범으로 인도하였으니 성스러운 공이 더욱 드러났다고 할 것이요, 접방鰈邦의 풍속을 변하게 하였으니 불타의 교화를 더욱 숭상하게 되었다고 할 것이다. 이제는 사신四信141)으로 더욱 노력하여 여래의 아름다운 전범을 무궁히 보위할 것이요, 십선十善142)을 더욱 훈습薰習하여 참된 가르침(眞乘)의 양인良因을 계속해서 수호할 것이다.
그리고 존호를 특별히 올려 국사 묘엄妙嚴이라고 하고, 아름다운 이름을 내걸어 석왕소사釋王蕭寺라고 하였다. 참선 수행자들은 일만을 헤아렸고, 솥을 걸고서 식사하는 곳은 일천 구역에 이르렀으며, 천구天衢143)의 원형元亨144)에 힘입어 우주의 영도榮度를 넓혔다. 그리고 박달나무 연기가 태양을 가리며 고해의 파도를 말리고, 만다라화의 꽃비가 공중에 날리며 계戒와 정定의 향 심지를 사르게 되었다.
그런데 날마다 황화皇華145)를 바치고 해마다 향화를 올리는데, 홀연히 창오蒼梧를 순수巡狩하다가 정수鼎水에 궁검弓劍을 빠뜨릴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146) 신명이 아끼지 않은 것은 구우九牛147)의 시청視聽을 중히 함이요, 부처가 수여授與하지 않은 것은 천지를 일마一馬와 똑같이 여김이다.
그 뒤에 말이 머리를 치면서 축융祝融(불귀신)이 선동하여, 주나라 지붕에 내려앉은 까마귀가 되고, 까치가 꼬리를 접으면서 비렴蜚廉(바람귀신)이 그 뒤를 따라, 뒤로 밀려 날아가는 송나라 도읍의 익조鷁鳥가 되었다. 괴로워도 은상恩賞이 없으니 어떻게 불타는 들판에 술을 내뿜어(噀酒) 불을 끌 수가 있었겠는가.148)

008_0303_c_01L大啓禪關煥金陵之淨域親揮龍
008_0303_c_02L命鎭雞園騰蛟博鵝之眞經鐵索
008_0303_c_03L金繩之字畫因三靈之寶曆風起豊城
008_0303_c_04L應萬民之歡心龍興沛澤便屬西都委
008_0303_c_05L扇虐政於淫荒北拱隳尊紊皇圖
008_0303_c_06L於寶極率三軍而用武紅巾自降
008_0303_c_07L萬歲而廻車靑盖亦出面漢流背三角
008_0303_c_08L而定鼎金城湯池象斗宿按九宮而調
008_0303_c_09L天經地緯號令海外大赦國中
008_0303_c_10L皆聖王仁智之資菩薩般若之力爾
008_0303_c_11L握玄機而達道思溥黎元就白泫而知
008_0303_c_12L澤及緇侶導迷倫於鷲範益顯聖
008_0303_c_13L變風俗於鰈邦增崇佛化四信彌
008_0303_c_14L衛如來之美範無窮十善加熏
008_0303_c_15L眞乘之良因不輟即復特進尊號國師
008_0303_c_16L玅嚴仍揭嘉名釋王蕭寺禪流萬指
008_0303_c_17L鼎食千區荷天衢之元亨廓宇宙而榮
008_0303_c_18L檀烟蔽日竭苦海之洪波華雨飛
008_0303_c_19L焫戒定之香炷皇華日日香火年
008_0303_c_20L豈知夫俄巡狩於蒼梧遺劒弓於鼎
008_0303_c_21L神不所惜重視聽於九牛佛不所
008_0303_c_22L等天地於一馬爾後馬首拍而祝融
008_0303_c_23L煽流爲周屋之烏鵲尾占而蜚廉從飛
008_0303_c_24L退宋都之鷁苦而無賞何曾噀酒於燎

008_0304_a_01L객중客中에 은혜가 없으니 굽은 연돌(曲突)에 섶나무를 옮겨서 불이 붙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149) 금사金沙가 검은 흙으로 변하면서 영명전의 터가 폐허가 되고, 벽탑璧塔이 푸른 재로 변하면서 대운사大雲寺의 유적이 땅을 쓴 듯 없어졌다. 호구虎丘의 구름도 참담한 가운데 밝은 대낮에 용천龍天150)이 수심에 잠기고, 학수鶴樹151)의 바람도 슬프게 부는 가운데 황혼에 오작烏鵲도 한이 맺혔다. 아, 천년의 보장寶藏이 하루아침에 티끌과 먼지로 변하고 말았다.
이에 벽암 대사碧巖大師가 법인法印152)을 차고 종지宗旨를 선양하며 마니주를 손에 쥐고 밝게 비추면서, 충성심을 발휘하여 성조가 남긴 빛을 만회하려 하고, 비원을 풀기 위해 개사의 지난 자취를 답습하려고 하였다. 그리하여 운석韻釋에게 명하여 시주(檀那)를 널리 모집하게 하고는, 임오년(1642, 인조 20) 봄에 공사를 시작하여 병신년(1656, 효종 7) 여름에 공사를 완료하였다. 보광의 대전이 다시 구름 끝에 우뚝 모습을 드러내고, 지붕과 추녀가 다시 눈앞에 보이게 되니, 사람들이 축하하며 즐거워하고 일제히 손뼉 치며 경하하였다.
삼가 생각건대 우리 전하께서는 공덕이 순임금 우임금과 짝하여 조종祖宗의 위업을 크게 계승하시고, 덕망이 복희씨伏羲氏 헌원씨軒轅氏와 같아서 문왕 무왕의 중흥을 이룩하시리라고 믿는다. 그리고 많은 신사信士들은 계륜季倫153)과 같은 부유함은 없어도 전갱籛鏗154)과 같은 수명을 갑절로 누릴 것이요, 연화緣化 도인道人 등은 적자赤髭의 가성家聲과 청목靑目의 사업을 이루리라 믿는다.
그런데 대중이 말하기를 “반야의 성우性宇는 그 도리가 명언名言을 초월하였고, 원각圓覺의 가람은 그 의리가 모양에 매여 있지 않다. 그렇기는 하지만 인연이 있으면 있지 않다 해도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요, 말이 없는 경지라면 말한 것이 없지 않아도 말한 것 역시 상관이 없다. 그런데 하물며 선善이 있는데 쓰지 않으면 불인不仁이 되고, 지知가 있는데 전하지 않으면 밝음이 되지 못하는 데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라고 하고는, 모두 벽안碧眼 고선高禪에게 의논하여 취미 노한에게 그 일을 부탁하였다.
돌아보건대 나 자신은 우둔하고 일에 서툴러서 손가락에 피만 묻히고 얼굴에 땀만 흥건한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지만, 나에게 부탁한 은근한 정을 거절할 수 없기에 마지못해 노신초사勞身焦思하며 글을 지어서, 선성先聖의 지극한 덕을 선양하고 후현後賢에게 큰 가르침을 전해 보이는 바이다. 벽해碧海가 상전桑田이 되어 먼지가 날릴 때까지 자비의 거실이 무너지는 일이 없고, 천의天衣가 스치며 바윗돌을 다 닳게 할 때까지 공덕의 터전이 영원히 보전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008_0304_a_01L客而無恩誰解從薪於曲突金沙
008_0304_a_02L土黑永明之基空墟璧塔灰靑大雲
008_0304_a_03L之遺跡掃地虎丘雲慘白日愁於龍天
008_0304_a_04L鶴樹風悲黃昏恨於烏鵲千年寶藏
008_0304_a_05L一朝塵埃爰有碧巖大師佩法印而闡
008_0304_a_06L掌摩尼而照濁忠誠所格欲回聖
008_0304_a_07L祖之餘輝悲願所弘擬踵開士之徃轍
008_0304_a_08L乃命韻釋廣募檀那始役力於壬午之
008_0304_a_09L終斷手於丙申之夏普光大殿
008_0304_a_10L出雲端之崔嵬接翼重檐更爲眼前之
008_0304_a_11L㟮屼衆賀悅目齊抃慶懷恭惟我殿
008_0304_a_12L功配舜禹承累洽於祖宗德侔羲
008_0304_a_13L奉重光於文武百爾信士蔑季倫
008_0304_a_14L之富倍籛堅之年緣化道人等赤髭
008_0304_a_15L家聲靑目事業僉以爲般若性宇
008_0304_a_16L旣出於名言圓覺伽籃義非繫於像相
008_0304_a_17L然即有緣而非有不是無緣即無說而
008_0304_a_18L非無不碍有說况乎有善不書不仁也
008_0304_a_19L有知不傳不明哉咸議碧眼高禪付囑
008_0304_a_20L翠微老漢顧自朽鈍屢負血指汗顏之
008_0304_a_21L憐子殷勤謾記勞身焦思之績
008_0304_a_22L敭至德於先聖傳示大勳於後賢碧海
008_0304_a_23L飛塵慈悲之室不壞天衣盡石功德
008_0304_a_24L之基難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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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련 스님에게 주는 글(贈法蓮師序)
생각건대 스님은 서건西乾(인도)의 도골道骨로서 용마龍馬(龍樹와 馬鳴)의 고명함을 멀리 이었고, 동진의 영령으로서 산천의 순수한 기운을 홀로 차지하였습니다. 그리하여 신인神人이 모두 앙망하니 본래 적멸도량의 빼어난 근기라고 할 것이요, 명자名字가 널리 알려졌으니 바로 석원釋苑의 덕 높은 이라고 할 것입니다.
빛나는 재주가 일찍 드러나서 글이 생융生融155)보다도 문채가 있고, 의망懿望이 일찍 드러나서 도가 지습支什156)보다도 향기롭게 되었습니다. 성품은 반야에 부합하여 진조眞照의 영광靈光을 밝게 비추고, 정신은 정관正觀에 계합하여 묘미妙微의 선적善寂을 맑게 보여 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또 연화蓮花의 패엽貝葉 속에서 일승一乘157)의 요의了義를 분변하였고, 계수桂樹의 향림香林 속에서 삼취三聚의 계도戒度를 익혔습니다.
이에 몸을 잊고 도를 구하면서 천 리 장정長程을 멀게 여기지 않았고, 목숨을 바쳐 스승을 찾으면서 백성百城의 선우善友를 방문하였습니다. 그러고는 은미한 뜻을 깊이 탐색하여 조사의 법등法燈을 환히 밝혀 전하였으며, 작가作家의 창을 손에 쥐고서 법인을 허리에 차고 방 안에 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158) 그리하여 마침내 부촉한 뜻을 잊지 않고서 조풍祖風이 떨어지려는 때에 진작시켰고, 기의機宜에 맞게 따르면서 도화道化가 행해지기 어려운 세상에 널리 퍼지게 하였습니다.
자비의 마음을 크게 내어 만물을 이롭게 하며 마치 거울이 피곤함을 잊고서 비추어 주는 듯하였고, 말을 하기만 하면 바로 법도가 되면서 마치 주머니 속의 송곳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리고 법창우法昌遇 선사의 지난 자취를 밟으려 하지 않고, 진정문眞淨文 선사가 남긴 향기를 반드시 답습하려 하였습니다.
나와 같은 자는 불해佛海의 찌꺼기 물결이요 선림禪林의 병든 잎사귀와 같으니, 어찌 늘그막에 돌보아 주는 사은私恩을 외람되게 받을 줄 생각이나 하였겠습니까. 부끄러움을 가누지 못한 채 그저 고맙다는 생각만 간절히 들 뿐입니다.
예전에 들으니 개사가 봉산蓬山에 도道의 명성을 전파했다고 하였는데, 지금 법붕法朋을 얻어 설령雪嶺에서 맑은 향기를 대하게 되었습니다. 붓끝의 빼어난 구절은 쇠칼로 눈꺼풀을 떼어 낸 것159)에 비유할 만하고, 혀끝의 현묘한 언어는 옥이 구르는 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것만 같습니다. 쑥 덤불이 비록 향초와 무성하게 뒤섞인 격이지만 오진鰲鎭의 기약에 부응하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등라藤蘿 덩굴이 그래도 송백松柏에 의탁할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용산龍山의 회상會上160)을 부러워하겠습니까.”

008_0304_b_01L贈法蓮師序

008_0304_b_02L
惟師西乾道骨遙承龍馬之高明東晉
008_0304_b_03L英靈獨專山川之粹氣神人咸仰
008_0304_b_04L來寂場俊機名字普聞乃是釋苑上德
008_0304_b_05L才華早著文有章於生融懿望夙彰
008_0304_b_06L道彌芳於支什性符般若朗徹眞照之
008_0304_b_07L靈光神會正觀淸穆玅微之善寂
008_0304_b_08L復蓮華貝葉辨了義於一乘桂樹香林
008_0304_b_09L熏戒度於三聚於是亡𨈬問道不遠千
008_0304_b_10L里之長程委命求師叅近百城之善友
008_0304_b_11L鈎深索隱炳祖熖而傳輝把茅 [4] 作家
008_0304_b_12L佩法印而入室遂乃不忘付囑振祖風
008_0304_b_13L於欲墜之時爲順機宜闡道化於難行
008_0304_b_14L之世弘悲利物鏡當臺而忘疲吐辭
008_0304_b_15L成䂓錐處囊而脫頴不躡法昌遇之徃
008_0304_b_16L必襲眞淨文之餘芳如余者佛海餘
008_0304_b_17L禪林病葉何期垂老濫承枉顧之
008_0304_b_18L無任負羞唯切感佩之抱昔聞開
008_0304_b_19L播道聲於蓬山今得法朋對淸芬於
008_0304_b_20L雪嶺毫端秀句喩金鎞之刮眸舌頭
008_0304_b_21L玄言警玉韻而側耳蕭艾雖並茂於蘭
008_0304_b_22L幸副鰲鎭之期蘿蔦猶可托於松杉
008_0304_b_23L豈羨龍山之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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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고 상인에게 답한 글(答希古上人書)
내가 평소에 스님과 뜻을 같이하면서도 각자 일에 끌려다닌 나머지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벌써 몇 년이나 됩니다. 그래서 소식이 몹시 궁금하던 차에 멀리 보내신 서한을 홀연히 받게 되었습니다. 요즈음 상국相國 대단월大檀越의 외호外護를 얻어 북산에 새로 선사禪社를 결성하고는, 특별히 그 명에 따라 사자를 보내 나를 초청해서 법석法席을 열겠다고 하시니, 이는 정말 말세(叔世) 중의 성사盛事라고 말할 만합니다.
그렇기는 하지만 백장 대지百丈大智 선사가 처음에 총림을 건립하고 규제를 세워 말법시대의 바르지 못한 폐해를 바로잡으려 할 적에, 덕행을 저버리는 일을 분명하게 다스릴 수 있는 자로 하여금 반드시 산문山門을 주관하게 한 고사가 있습니다. 대저 도덕이 수립되어 있으면 산문이 다스려지고 심오한 교화(玄化)를 떨칠 수 있겠지만, 도덕이 있지 않으면 명기名器161)를 훔치고 규구規矩162)를 업신여긴 나머지 반드시 총림을 무너뜨리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외람되게 방포方袍163)의 대열에 끼이기는 하였습니다마는, 나이도 이미 쇠해져서 보고 듣는 것도 총명하지 못할뿐더러 볼만한 일이 하나도 없고 취할 만한 행동이 하나도 없습니다. 따라서 나의 분수로는 임하林下의 생활을 달갑게 여기면서 배고프면 나물국을 먹고 목마르면 샘물을 마시며 나의 목숨을 다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임금의 명이 있다고 하더라도 사양하고 나아가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그 밖의 경우야 더 말해 무엇 하겠습니까.”
그리고 나는 명성과 이익 때문에 스스로 누를 끼치지 않고 옛사람들이 이르렀던 경지를 밟고 싶은 마음이 절실합니다. 하지만 신명이 보우해 주지 않은 탓으로 걸핏하면 망령되게 행동하기 일쑤라서 지금까지 예전의 습관을 고치지 못한 채 처음의 뜻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때문에 밤낮으로 개탄하는 심정이 참으로 얕지 않습니다.
옛날에 송나라 인종이 원통 거눌圓通居訥 공을 불러 자효사慈孝寺에 머물도록 하였는데, 대각大覺 선사를 추천하는 표문表文을 올려 조칙詔勅에 응하고는, 거눌 공 자신은 병을 칭탁하고서 끝내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나와 같은 자가 어떻게 감히 만에 하나라도 옛사람에 비길 수야 있겠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춘파春坡와 천형天馨 같은 몇 사람으로 말하면, 학식이 통달하고 도덕이 일찍 성숙하였으니 오늘날 선禪을 말하는 자로서 그들보다 뛰어난 이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따라서 스님이 그 사람들을 천거하여 단월 상국의 명에 응한다면, 조용히 물러나 있으려는 나의 뜻을 온전히 해 주는 것이 될뿐더러 조사의 가르침을 회복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니, 어찌 다행이 아니겠습니까.”

008_0304_c_01L答希古上人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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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素與師同志而各以事牽不得合并
008_0304_c_03L積有年矣傾念懸佇之極忽辱遠示
008_0304_c_04L近得外護相國大檀越新結禪社於北
008_0304_c_05L特以其命專使來招余開法席
008_0304_c_06L可謂叔世中盛事也然百丈大智禪師
008_0304_c_07L始建樷林立䂓制欲捄末法不正之弊
008_0304_c_08L而使明理性負德行者必主山門焉
008_0304_c_09L道德之所存山門治矣玄化振矣道德
008_0304_c_10L之所不存窃名器而衊䂓矩破樷林必
008_0304_c_11L某濫厠方袍年已衰邁視聽不聦
008_0304_c_12L無一事可觀無一行可取分甘林
008_0304_c_13L飢茹蔬渴飮泉自期終吾年耳
008_0304_c_14L有君上之命有所辭而不就况其他耶
008_0304_c_15L且余不以聲利自累而切欲履踐古人
008_0304_c_16L信得及處然薄祐所鍾動輙渉妄
008_0304_c_17L今因循未償初志以此爲歎日夕
008_0304_c_18L不淺淺矣昔宋仁宗嘗召圓通訥公
008_0304_c_19L俾住慈孝寺表薦大覺應詔而訥稱疾
008_0304_c_20L竟不起若余者安敢擬古人於萬一哉
008_0304_c_21L然而如春坡天馨軰數人學識淹通
008_0304_c_22L德夙成今之言禪者無出其右師倘
008_0304_c_23L能擧其人以應檀越相國之命則全吾
008_0304_c_24L靜退之操而亦祖敎回春之秋也豈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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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임하에 거하는 사람이 내적으로 신념을 지키는 바가 없이, 외적으로 세상의 이익만을 끼고서 자기 몸을 꾸미는 수단으로 삼을 경우, 하루아침에 외적으로 끼는 것을 잃게 되면, 총림을 전복하고 불법을 오염시키는 환란을 면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바라건대 스님이 더 이상 이 일을 가지고 무능한 나를 귀찮게 하지 않으신다면, 그런 다행이 없겠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008_0305_a_01L幸哉凡林下之人內無所守而挾外
008_0305_a_02L勢利徒自以文身者一朝失其所挾
008_0305_a_03L則將未免顚覆叢林汚穢佛法之患矣
008_0305_a_04L願師更勿以此事累及踈慵幸甚不具

008_0305_a_05L
翠微大師集終
  1. 1)진월秦越 : 진秦나라는 서북쪽에 있고 월나라는 동남쪽에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서로 헤어져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2. 2)망가진 수레에~것만 같았다오 : 상대방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까 불안해하며 두려워했다는 뜻이다. 당나라 한유韓愈의 시에 “군자의 덕을 고맙게 생각하며, 망가진 수레에 탄 것만 같았다오.(感荷君子德。 怳若乘朽棧。 )”라는 구절이 있다. 『韓昌黎集』 권5 〈贈張籍〉.
  3. 3)하나의 이치로~일을 꿰뚫나니 : 공자가 제자 증삼曾參을 불러서 “나의 도는 하나의 이치로써 모든 일을 꿰뚫고 있다.(吾道一以貫之)”라고 하자, 증삼이 “네, 그렇습니다.(唯)”라고 곧장 대답하고는, 다른 문인에게 “부자의 도는 바로 충서이다.(夫子之道。 忠恕而已矣。 )”라고 설명해 준 내용이 『論語』 「里仁」에 나온다.
  4. 4)대붕大鵬과 척안斥鷃 : 대붕은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큰 새, 척안은 메추라기와 같은 작은 새로서 각각 대소大小를 나타낸다. 『莊子』 「逍遙遊」에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5. 5)실로 아름답지만~땅이 아님이여 : 경치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나그네의 시름은 어찌할 수 없다는 말이다. 후한 말 위나라 왕찬王粲이 동탁董卓의 난리를 피하여 형주荊州의 유표劉表에게 가서 잠시 몸을 의탁하고 있을 적에, 유표에게 그다지 중한 대우를 받지 못하는 가운데 고향 생각이 절실해지자, 강릉江陵의 성루城樓에 올라가서 고향 하늘을 바라보며 「登樓賦」를 지었는데, 그중에 “실로 아름답지만 우리 땅이 아님이여, 어찌 잠깐만이라도 머물 수 있으리오.(雖信美而非吾土兮。 曾何足以少留。 )”라고 탄식하며 객지의 시름을 토로한 구절이 나온다. 「登樓賦」는 『文選』 권11에 수록되어 있다.
  6. 6)상유桑楡 : 뽕나무와 느릅나무라는 뜻으로, 해가 질 때에는 저녁 햇빛이 이 나무의 가지 끝에 비친다고 해서 일모日暮 혹은 노년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7. 7)그만둘 줄~않을 텐데 : 『道德經』 제44장의 “만족할 줄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만둘 줄을 알면 위태롭지 않게 된다.(知足不辱。 知止不殆。 )”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8. 8)간택揀擇을 혐의한다는 말도 있지만 : 중국 선종 3조인 승찬僧璨의 『信心銘』에 “지극한 도는 어려울 것이 없다. 오직 간택하는 것을 혐의할 뿐이다.(至道無難。 唯嫌揀擇。 )”라는 구절이 나온다. 『碧巖錄』 제2칙則에도 ‘조주지도무난趙州至道無難’이라는 제목으로 이 내용이 공안公案으로 제시되고 있다.
  9. 9)열반묘심涅槃妙心 정법안장正法眼藏을~걸출한 두타였다네 : 석가모니가 영산회상靈山會上에서 염화시중拈華示衆 했을 때에, 대중이 모두 침묵을 지키는 가운데 오직 가섭迦葉만이 파안미소破顔微笑를 짓자, 석가모니가 “나에게 있는 정법안장ㆍ열반묘심ㆍ실상무상實相無相ㆍ미묘법문微妙法門ㆍ불립문자不立文字ㆍ교외별전敎外別傳을 마하가섭摩訶迦葉에게 부촉하노라.”라고 했다는 말이 육조 대사六祖大師의 『法寶壇經』 서문과 『五燈會元』 권1 등에 나온다. 현우현玄又玄은 『道德經』 제1장의 “현묘하고 현묘하니 모든 현묘함의 문이로다.(玄之又玄。 衆妙之門。 )”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10. 10)계족산雞足山에서 선정에 들 때 : 가섭이 여래의 의발을 전수받고 이를 부처의 부촉咐囑에 따라 미륵에게 전하기 위해 계족산에 가서 선정에 든 뒤 가부좌하고 입멸入滅하자 계족산 세 봉우리가 하나의 산으로 합쳐졌는데, 장차 미륵불이 하생下生하여 손가락으로 튕기면 그 산이 다시 열리면서 가섭이 선정에서 깨어나 의발을 전하게 된다는 불교 설화가 전한다. 『佛祖統記』 권5 「始祖摩訶迦葉尊者」.
  11. 11)아난다阿難多에게 불법佛法을~내려놓게 하였어라 : 아난다는 불타의 십대제자 중 하나로 다문제일多聞第一로 꼽히는데, 보통 아난으로 줄여서 칭한다. ⓢ Ānanda의 음역이며 환희歡喜라 의역한다. 아난이 가섭에게 “세존이 금란가사金襴袈裟를 전한 외에 별도로 무슨 물건을 또 전해 주었는가?”라고 물었는데, 가섭이 “아난이여!” 하고 부르자 아난이 바로 “예!”라고 대답하니, “문 앞의 찰간을 땅에 내려놓아라.(倒卻門前刹竿著)”라고 일갈한 선종의 이른바 가섭도각찰간迦葉倒卻刹竿 공안이 전한다. 『無門關』 제22칙에 나온다. 찰간은 절 앞에 세우는 깃대와 비슷한 물건을 말한다.
  12. 12)한 모퉁이로~모퉁이 반증하면서 : 『論語』 「述而」의 “한 모퉁이를 가르쳐 주었는데도 나머지 세 모퉁이를 알아채어 반증하지 못한다면 더 가르쳐 줄 것이 없다.(擧一隅不以三隅反。 則不復也。 )”라는 공자의 말을 전용한 것이다.
  13. 13)준마가 채찍을~엿보듯 하리라 : 준마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말 탄 사람의 마음을 알아차려서 달리는 것처럼, 근기가 뛰어난 수행자는 약간의 암시에도 곧장 깨달을 수 있다는 말이다. 외도外道가 말없이 앉아 있는 불타의 모습을 보고서 크게 탄복하며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였는데, 그 외도가 나간 뒤에 아난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으니, 불타가 “세상의 준마가 채찍 그림자만 보고도 달리는 것과 같다.(如世良馬見鞭影而行)”라고 답변한 이야기가 『碧巖錄』 제65칙 「外道問佛」에 나온다.
  14. 14)음광飮光 : ⓢ Kāśyapa의 의역으로, 가섭을 가리킨다.
  15. 15)용수龍樹 : 대승의 공관空觀을 확립한 인도의 용수보살을 말한다. 용수보살은 선종에서 초조인 마하가섭 이후 제13조로 추앙된다.
  16. 16)덕산德山 : 당나라 덕산 선감德山宣鑑 선사를 가리킨다. 덕산의 문하인 양주 관남關南의 도오 화상道吾和尙이 상당上堂하여 “관남의 북을 치고, 덕산의 노래를 부른다.(打動關南鼓。 唱起德山歌。 )”라고 하였다는 말이 『景德傳燈錄』 권11 「前關南道常禪師法嗣」 조에 나온다.
  17. 17)무생無生 : 생멸이 없는 제법실상諸法實相의 도리를 뜻하는 불교의 용어이다.
  18. 18)취모검吹毛劍 : 칼날 위에 터럭이 닿기만 해도 잘라질 만큼 날카로운 칼이라는 뜻으로, 보통 반야자성般若自性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碧巖錄』 제100칙에 취모검을 소재로 한 공안이 나온다.
  19. 19)전기全機 : 대용大用과 함께 임제종에서 즐겨 쓰는 용어인데, 기機는 기용機用의 뜻으로 선 수행자의 무애자재無礙自在한 활동을 뜻한다.
  20. 20)물고기를 잡고~통발을 잊어야지 : 『莊子』 「外物」에 “통발은 물고기를 잡기 위한 것이니,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을 잊어야 하고, 덫은 토끼를 잡기 위한 것이니, 토끼를 잡고 나면 덫을 잊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말이라는 것도 가슴속의 뜻을 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니, 그 속뜻을 알고 나면 말을 잊어버려야 한다. 내가 어떻게 말을 잊어버린 사람을 만나 그와 함께 말을 해 볼 수 있을까.(筌者所以在魚。 得魚而忘筌。 蹄者所以在免。 得免而忘蹄。 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 吾安得夫忘言之人而與之言哉。 )”라는 내용이 나온다.
  21. 21)금선金仙 : 금빛 나는 신선이라는 뜻으로 불타의 별칭이다. 당나라 무종 때 부처의 호를 대각금선大覺金仙으로 고쳤고, 송나라 휘종 때 석가는 금선으로 보살은 대사大士로 승려는 덕사德士로 고친 일이 있다.
  22. 22)작년엔 송곳~송곳조차 없네 : 『莊子』 「盜跖」에 “요임금과 순임금은 천하를 소유하였지만, 자손들은 송곳 꽂을 땅도 없었다.(堯舜有天下。 子孫無置錐之地。 )”라는 말이 나오고, 『景德傳燈錄』 권11에 “작년 가난은 가난이 아니요, 금년 가난이 진짜 가난이라. 작년엔 송곳 꽂을 땅이 없더니, 금년엔 땅에 꽂을 송곳조차 없다네.(去年貧。 未是貧。 今年貧。 始是貧。 去年無卓錐之地。 今年錐也無。 )”라는 게송이 실려 있다.
  23. 23)빈집에서 대낮에~일으킬 듯도 : 까만 지팡이를 벽에 기대어 세워 놓으면, 우레가 치는 가운데 번개가 그 지팡이를 용으로 착각한 나머지 찾아올지도 모르겠다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한유가 지팡이를 노래한 시에 “빈집에서 낮잠 즐기며 문에 기대 놓으면, 번개가 벽에 붙어 용을 찾아온다네.(空堂晝眠倚牖戶。 飛電著壁搜蛟螭。 )”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취미가 이 구절을 염두에 두고 지은 것으로 보인다. 『韓昌黎集』 권4 〈和虞部盧四酬翰林錢七赤藤杖歌〉.
  24. 24)다만 걱정은~날아오르는 것 : 선인仙人 비장방費長房이 호공壺公에게 얻은 대나무 지팡이를 타고 하늘을 날아 고향에 돌아온 뒤에 그 지팡이를 갈파葛坡 언덕 속에다 던졌더니 순식간에 용으로 변해 사라졌다는 전설이 전한 데서 이렇게 묘사한 것이다. 『後漢書』 「方術傳 下」 ‘費長房’.
  25. 25)화원花源 : 도연명陶淵明의 「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을 말한다. 진晉나라 때 무릉의 어부가 복사꽃이 흘러 내려오는 물길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서 진秦나라 때의 난리를 피해 들어온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곳이 워낙 선경仙境이라 바깥세상의 변천과 세월의 흐름도 잊고 산다는 내용이다.
  26. 26)나무가 흔들림은~머리를 씻음이라 : 송나라 임제종 승려인 분양 선소汾陽善昭의 어록에 “뽕나무에 돼지가 등을 비비고, 긴 강물에 오리가 머리를 씻는다.(桑樹猪揩背。 長江鴨洗頭。 )”라는 말이 나온다. 『人天眼目』 권1.
  27. 27)참현參玄 : 불법의 현지玄旨를 참구參究한다는 말이다. 『景德傳燈錄』 권30에 “삼가 참현하는 사람에게 아뢰노니, 광음을 헛되이 보내지 마시기를.(謹白參玄人。 光陰莫虛度。 )”이라는 말이 나온다.
  28. 28)혼자 웃은 한 소리 : 가섭의 염화미소拈華微笑를 가리킨다.
  29. 29)고산孤山 : 북송 때 은사隱士인 임포林逋를 가리킨다. 항주 전당錢塘 사람으로, 서호西湖의 고산에 초막을 짓고는 매화를 심고 학을 기르며 숨어 살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매처학자梅妻鶴子’라고 일컬었다.
  30. 30)동악東嶽 이안눌李安訥~지은 시 : 『東岳集』 권24 〈壬戌七月旣望。 海浦舟中。 集蘇東坡前赤壁賦字。 七言近體十四首。 五言近體二十首。 七言絶句二十首。 五言絶句五十首。 共一百四首〉.
  31. 31)임술년 가을~노닌 것처럼 : 송나라 소동파의 「前赤壁賦」 맨 처음에 “임술년 가을 7월 16일에, 소자가 객과 함께 적벽 아래에 배를 띄우고 노닐었다.(壬戌之秋。 七月旣望。 蘇子與客泛舟。 遊於赤壁之下。 )”라는 구절이 나온다.
  32. 32)일 스님은~스님은 화답하고 : 『東岳集』 권24의 자주自註에 “시승 수초와 희안은 모두 시가를 잘한다. 수초의 자는 태일이다.(詩僧守初希安。 皆能歌。 守初字太一。 )”라는 내용이 나온다.
  33. 33)중향衆香의 산 : 금강산을 가리킨다. 중향은 담무갈曇無竭이 주인이라는 중향성衆香城의 준말이다. 담무갈은 ⓢ Dharmodgata의 음역으로, 『新華嚴經』 권45 「菩薩住處品」에 나오는 보살의 이름이다. 보통 법기보살法起菩薩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 밖에도 법희보살法喜菩薩ㆍ법기보살法基菩薩ㆍ보기보살寶基菩薩ㆍ법상보살法尙菩薩ㆍ법용보살法勇菩薩 등의 별칭이 있다. 문수보살이 오대산을 주처住處로 삼는 것처럼, 담무갈은 금강산에 거한다고 하는데, 금강산에 대해서는 이설이 있으나 보통은 우리나라의 금강산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34. 34)병석甁錫 : 승려의 필수품인 병발甁鉢과 석장錫杖을 가리킨다.
  35. 35)함원전含元殿은 원래 장안長安에 있느니라 : 함원전은 장안에 있는 당나라의 궁전 이름이다. 『大慧普覺禪師語錄』 권2에 “성색과 언어를 떠나서 도의 참된 실체를 찾으려 한다면, 그것은 함원전 속에서 다시 장안을 찾는 것과 흡사하다.(若離聲色言語求道眞體。 大似含元殿裏更覓長安。 )”라는 말이 나온다.
  36. 36)영원동靈源洞 : 금강산의 계곡.
  37. 37)소금과 맛을~못한다 해도 : 은나라 고종이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임명하면서 국에 간을 맞추는 소금과 매실(鹽梅)의 역할을 해 달라고 부탁한 고사가 있다. 『書經』 「說命 下」.
  38. 38)원공遠公 : 동진의 고승 혜원惠遠을 가리킨다. 그가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유유민劉遺民ㆍ뇌차종雷次宗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僧俗의 18현賢과 함께 염불 결사結社를 맺었는데, 그 사찰의 연못에 백련白蓮이 있어서 백련사白蓮社라고 일컬었다는 고사가 있다. 『蓮社高賢傳』 「慧遠法師」.
  39. 39)안심방安心方 : 항상 편안한 본래의 마음을 찾는 길을 말한다. 중국 선종의 2조 혜가慧可가 초조인 달마에게 “내 마음이 편안하지 못하니 스승께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我心未安。 請師安心。 )”라고 하자, 달마가 “그 마음을 가지고 와라. 너에게 편안함을 주겠다.(將心來。 與汝安。 )”라고 하였는데, 혜가가 한참 뒤에 “그 마음을 찾아보았으나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覓心了不可得)”라고 하니, 달마가 “내가 너에게 이미 안심의 경지를 주었다.(吾與汝安心竟)”라고 한 안심법문安心法門 고사가 전한다. 『景德傳燈錄』 권3.
  40. 40)단나檀那를 행함은 우보羽寶가 아니요 : 귀한 재물을 희사喜捨하는 것만이 진정한 보시가 아니라는 말이다. 단나는 육바라밀六波羅蜜의 하나인 보시바라밀布施波羅蜜을 말하고, 우보는 우보지거羽寶之車의 준말로 귀인이 타고 다니는 호화스러운 수레를 말한다.
  41. 41)계율을 지킴은 아주鵝珠가 그것이라 : 계율을 자기 목숨보다도 귀하게 여겨 철저히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아주는 거위가 삼킨 구슬이라는 말로, 『大莊嚴論經』 권11에 그 이야기가 나온다. 한 승려가 걸식하다가 국왕을 위해 마니주摩尼珠를 가공하는 장인匠人의 집에 들렀는데, 거위가 구슬을 삼킨 사실을 모른 주인이 승려를 의심한 나머지 구타하여 선혈이 낭자하였는데도 승려는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승려가 침묵을 지킨 이유는, 사실대로 말하면 거위를 죽게 할 것이니 불살생계不殺生戒를 어기게 되고, 거짓말을 하면 불망어계不妄語戒를 어기게 되기 때문이었는데, 나중에 거위의 배 속에 구슬이 있는 것이 밝혀져 주인이 백배사죄했다는 내용이다.
  42. 42)탕휴湯休 : 남조 송나라 때 시승詩僧인 혜휴惠休를 말한다. 그는 포조鮑照와 시를 주고받으며 친하게 교유하였는데, 그의 속성이 탕湯씨여서 탕혜휴湯惠休 혹은 탕공湯公, 탕사湯師라 일컫는다.
  43. 43)임금님의 힘이~스스로 먹고사는걸 : 나라의 정치와는 상관없이 태평스럽게 사는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요임금 때 노인이 지었다는 〈擊壤歌〉에 “해가 뜨면 일어나고 해가 지면 쉬면서, 내 샘을 파서 물 마시고 내 밭을 갈아서 밥 먹을 뿐이니, 임금님의 힘이 도대체 나에게 무슨 상관이랴.(日出而作。 日入而息。 鑿井而飮。 耕田而食。 帝力於我何有哉。 )”라는 내용이 나온다.
  44. 44)주중빈主中賓 : 임제종의 창시자 의현義玄이 학인을 제접提接하기 위해 제창한 이른바 사빈주四賓主 가운데 하나로, 주와 빈은 각각 스승과 제자를 가리킨다.
  45. 45)세류영細柳營 : 서한의 장군 주아부周亞夫의 군영 이름으로, 한나라 문제文帝가 시찰을 왔을 때에도 군사들이 장군의 명령만 따르면서 황제를 제지한 고사로 유명하다. 이후 군기軍紀가 엄한 장군의 군영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는데, 여기서는 수영水營의 비유로 쓰였다.
  46. 46)팔월의 뗏목 : 옛날에 바다와 은하수의 길이 통해서, 어떤 사람이 8월에 뗏목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 견우와 직녀를 만나고 왔다는 전설이 진晉나라 장화張華의 『博物志』 권 10에 나온다.
  47. 47)휴공休公 : 육조 시대의 시승인 탕혜휴를 말한다. 주 42 참조.
  48. 48)적선謫仙의 노래 : 이백李白의 〈望廬山瀑布〉라는 시를 말한다. 두 수로 되어 있는데, 첫째 수의 맨 처음이 “서쪽으로 향로봉에 올라가, 남쪽으로 폭포수를 바라본다.(西登香爐峯。 南見瀑布水。 )”로 시작하고, 둘째 수에 “날리며 곧장 내려오는 삼천 척의 물줄기여, 어쩌면 하늘의 은하수가 떨어지는 건 아닐는지.(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 )”라는 장쾌한 표현이 나온다. 적선은 인간 세계에 귀양 온 신선이라는 뜻으로, 하지장賀知章이 이백을 처음 만나 그의 글을 보고는 붙여 준 별칭이다.
  49. 49)황면노자黃面老子 : 여래如來의 몸이 금색인 데에서 유래한 말로, 부처의 별칭이다.
  50. 50)취모검吹毛劒 : 주 18 참조.
  51. 51)영초影草 : 풀을 베어 묶어서 물속에 던져 넣은 뒤에 물고기가 그곳에 모여들면 그물을 던져서 한꺼번에 잡는 방식을 말하는데, 보통 선가禪家에서 학인을 계발하기 위한 방편 교설敎說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또 간짓대 위에 물새의 깃털을 묶어 물속에 넣고 휘저어서 물고기를 한곳에 모이게 한 뒤에 그물을 던져 잡는 것을 탐간探竿이라고 하는데, 영초와 함께 임제종 사할四喝의 하나로 일컬어진다. 탐간영초는 줄여서 탐초探草라고도 한다.
  52. 52)영착郢斲은 코를 건드리지 않고 : 친하게 지내는 사이를 비유한 말이다. 영郢이라는 지역의 장석匠石이 도끼를 휘둘러서 사람의 코끝에 살짝 묻힌 하얀 흙만 교묘하게 떼어 내고 사람은 절대로 다치지 않게 하였는데, 그럴 때마다 흙을 묻힌 사람은 가만히 서서 미동도 하지 않았다. 뒤에 송나라 원군元君이 그 말을 듣고는 장석을 불러 시연試演을 청하자, 장석이 “예전에는 잘했지만 지금은 나의 단짝이 오래전에 죽어서 더는 솜씨를 발휘할 수가 없다.(臣則嘗能斲之。 雖然。 臣之質死久矣。 )”라고 대답한 이야기가 『莊子』 「徐无鬼」에 나온다. 이는 장자가 친구인 혜시惠施의 묘소를 지나가다가 종자從者에게 들려준 이른바 운근성풍運斤成風의 고사로, 흔히 지기知己를 뜻하는 비유로 인용되곤 한다.
  53. 53)아현牙絃은 다행히 종을 얻었도다 : 의기투합하는 지기의 관계를 비유한 말이다. 아현은 백아伯牙의 거문고를 뜻하고, 종은 종자기鍾子期를 가리킨다.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가 높은 산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 친구인 종자기가 그 음악 소리를 듣고는 “멋지다. 마치 태산처럼 높기도 하구나.”라고 평하였고,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 “멋지구나. 마치 강하처럼 넘실대는구나.”라고 평하였는데, 종자기가 죽고 나서는 백아가 더 이상 세상에 지음知音이 없다고 탄식하며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린 고사가 전한다. 『列子』 「湯問」, 『呂氏春秋』 「本味」.
  54. 54)계족봉에서 여름~달 보내고 : 하안거夏安居를 마쳤다는 말인 듯하다. 가섭이 계족산에 들어가 미륵불이 하생할 때까지 선정禪定에 들고 있다는 전설이 있다.
  55. 55)생각건대 서한의~거쳐 갔겠지 : 전한의 박망후博望侯 장건張騫이 무제武帝의 명을 받고 대하大夏에 사신으로 나가서 황하의 근원을 찾을 적에 뗏목을 타고 달포를 지나 은하수 위로 올라가서 견우와 직녀를 만나고 왔다는 전설이 전한 데서 이렇게 말한 듯하다. 『天中記』 권2.
  56. 56)평초平楚 : 높은 곳에서 바라볼 때 나무숲이 가지런하게 보이는 것을 말한다.
  57. 57)삼소三笑하고자 함이 아니요 : 동진의 고승 혜원이 있는 여산 동림사에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이 찾아가서 환담을 나누고 헤어질 때, 사원 앞에 흐르는 호계虎溪의 다리를 건너다가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큰 소리로 웃었다는 호계삼소虎溪三笑 고사가 있다. 『蓮社高賢傳』 「百二十三人傳」.
  58. 58)벽경壁經 : 벽중壁中의 경서經書라는 말로, 유교의 서책을 가리킨다. 한나라 무제 말기에 노나라 공왕恭王이 자기 궁실宮室을 넓히려고 공자의 구택舊宅을 헐다가 갑자기 종경鐘磬과 금슬琴瑟 소리가 들려오자, 두려운 생각이 들어 공사를 중단하고는 그 벽중에서 『古文尙書』 등 수십 종의 고문 경전을 발굴하였던 고사가 『漢書』 「藝文志」에 전한다.
  59. 59)연사蓮社 : 백련사白蓮社의 준말로, 사원에서의 멋진 모임을 가리킨다. 동진의 혜원이 승속僧俗의 18현賢과 염불결사를 맺었는데, 그가 주석하던 여산 동림사의 연못에 백련白蓮이 있었으므로 백련사라고 일컫게 되었다.
  60. 60)불이문不二門 : 불이법문不二法門의 준말로, 유일무이한 불법의 진수 혹은 최고의 경지를 비유하는 말이다. 유마거사維摩居士가 중생의 병이 다 낫기 전에는 자신의 병도 나을 수 없다면서 드러눕자 세존이 문수보살 등을 보내어 문병하게 하였는데, 문수가 불이법문에 대해 물었을 때 유마가 묵묵히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자, 문수가 탄식하며 “이것이 바로 불이법문으로 들어간 것이다.(是眞入不二法門也)”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維摩經』 「入不二法門品」에 나온다.
  61. 61)누가 알랴~생각할 줄을 : 승려인 취미가 유생인 신 상사를 그리워하고 있다는 말이다. 여악廬嶽의 연사蓮社는 동진의 고승 혜원이 여산 동림사에서 승속 18현과 결사를 맺은 것을 말한다. 갈홍천葛洪川은 당나라 소설에 나오는 냇가의 이름인데, 여기서는 친구를 추억하는 뜻으로 쓰였다. 그 사연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당나라 때 이원李源이라는 사람이 낙양洛陽 혜림사惠林寺에 있을 적에 승려 원택圓澤과 친하게 지냈다. 하루는 둘이 배를 타고 남포南浦에 놀러 갔다가 비단 배자褙子를 입고 물을 긷는 한 부인을 보았는데, 원택이 울면서 이원에게 말하기를 “저 부인이 임신한 지 3년이 되었는데, 내가 죽어서 그의 아들이 될 것이다. 지금부터 12년 뒤 중추일中秋日 달밤에 항주 천축사天竺寺 밖에서 다시 만나자.”라고 하였다. 원택은 그날 밤에 과연 죽었고, 그 부인은 그날 아이를 낳았다. 이원이 12년 뒤에 그곳을 찾아가 보니, 갈홍천 가에서 한 목동이 소뿔을 두드리며 자기가 옛날의 원택임을 증명하는 노래를 불렀으므로 서로 옛 친구임을 확인하고는 안부를 묻고서 다시 헤어졌다고 한다.
  62. 62)안도安道 : 진晉나라 대규戴逵의 자인데 친구의 뜻으로 쓰였다. 왕휘지王徽之가 폭설이 쏟아진 날 밤에 갑자기 친구인 대규가 그리워서 산음山陰에서 섬계剡溪까지 밤새도록 배를 몰고 그 집 앞까지 갔다가 그냥 돌아온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任誕」.
  63. 63)중현重玄 : 거듭 현묘하다는 말로, 심오한 도의 세계를 가리킨다. 『道德經』 제1장의 “현묘하고 현묘하니 모든 오묘함의 문이로다.(玄之又玄。 衆妙之門。 )”에서 유래한다.
  64. 64)인仁과 지智의~좋아하며 노닌다오 : 『論語』 「雍也」에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 )”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65. 65)헤어짐에 다다라~정이 많으니 : 도원陶遠은 도연명陶淵明과 혜원慧遠이라는 말로, 유자儒者인 정두경과 승려인 취미를 가리킨다. 삼소三笑는 호계삼소의 준말이다.
  66. 66)공명共命 : 공명조共命鳥의 준말. ⓢ jīvaṃ-jīvaka 즉 기바기바가耆婆耆婆迦의 의역으로, 명명조命命鳥 혹은 생생조生生鳥라고도 한다. 꿩과에 속하는 새로 설산雪山의 신조神鳥로 여겨지는데, 새소리가 아름다워서 가릉빈가迦陵頻伽와 함께 불경에 자주 등장한다.
  67. 67)불이不二 : 불이문不二門의 준말이다. 주 60 참조.
  68. 68)삼현三玄 : 임제종의 창시자인 임제 의현臨濟義玄이 학인을 지도하면서 사용하던 방법인 삼현三玄의 구句를 말한다. 이에 대해서는 해설이 분분하나 전통적인 해석은 다음과 같다. 제1구. “임제 내가 제시한 삼요의 인을 찍으면 붉은 도장 자국이 비좁기만 한데, 어떻게 생각할 사이도 없이 주인과 객의 신분이 분별되고 만다.(三要印開朱點窄。 未容擬議主賓分。 )” 제2구. “문수보살이 어찌 교학을 닦는 무착의 질문을 수용하겠는가마는, 방편이라 하더라도 어찌 뛰어난 근기를 저버리기야 하겠는가.(妙解豈容無着問。 漚和爭負截流機。 )” 제3구. “무대 위의 꼭두각시 춤을 보아라. 앉고 서고 하는 것이 숨은 사람의 짓이니라.(看取棚頭弄傀儡。 抽牽元是裏頭人。 )”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 「上堂條」 〈人天眼目〉 권1.
  69. 69)왕춘王春 : 공자가 『春秋』를 편찬할 때 노나라 은공隱公 원년 조에 ‘춘왕정월春王正月’이라고 쓴 데서 나온 말로, 천하를 통일한 제왕의 봄이라는 뜻이다. 대개 새해 봄을 가리키는 말로 쓰인다.
  70. 70)사해四海가 미천彌天을 대하였도다 : 두 사람이 유자와 불승佛僧이라는 신분을 떠나 서로 만나서 친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진晉나라 고승 도안道安이 형주荊州에 와서 저명한 문학가인 습착치習鑿齒를 만나, “나는 미천 석도안彌天釋道安이오.”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습착치 역시 “나는 사해 습착치四海習鑿齒요.”라고 재치 있게 답변하며 서로 친해진 고사가 전한다. 『晉書』 권82 「習鑿齒傳」. 미천은 하늘에까지 잇닿았다는 말로, 지기志氣가 고원高遠함을 비유한 말이다.
  71. 71)하의荷衣 : 연잎으로 만든 옷이라는 뜻으로, 은자의 의복을 가리킨다.
  72. 72)봉영蓬瀛 : 신산神山인 봉래蓬萊와 영주瀛洲의 합칭으로 보통 선경을 가리킨다.
  73. 73)청조靑鳥가 날아오는~옛 약속 : 전설적인 선녀 서왕모西王母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선도仙桃를 즐길 수 있도록 초청한다는 말이다. 청조는 서왕모의 사자라고 하는 청색의 신조神鳥를 말한다. 서왕모가 거하는 곤륜산 꼭대기에 선도 나무가 있는데, 일찍이 한나라 무제에게 그 복숭아를 대접했을 때 무제가 그 씨를 남겨 두어 땅에 심으려고 하자, 서왕모가 웃으면서 “그 복숭아는 3천 년에 한 번 열매를 맺을 뿐 아니라, 중국은 땅이 척박하니 심어도 자라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博物志』 권 8 「漢武帝內傳」. 관도觀桃는 복숭아 구경이라는 말이다.
  74. 74)적송赤松 : 고대 전설상의 선인仙人인 적송자赤松子를 말한다. 한나라의 개국공신 장량張良이 유후留侯로 봉해진 뒤에 “인간 세상의 일을 버리고 적송자를 따라 노닐고 싶다.”라고 하고는 불 땐 음식을 먹지 않는 벽곡辟穀과 몸을 가볍게 하는 도인導引을 행했다는 기록이 『史記』 「留侯世家」에 나온다.
  75. 75)조두朝斗 : 도교에서 아침마다 북두北斗에 절하며 기도드리는 것을 말한다.
  76. 76)붉은 수염(赤髭) : 적자赤髭는 인명으로 천축의 불타야사佛陀也舍인데, 각명覺明이라 의역한다. 후진 홍시弘始 9년(407)에 장안에 와서 『毗婆沙論』을 좋아하여 윗수염이 붉어지니 당시 사람들이 적자비바사赤髭毗婆沙라 불렀다.
  77. 77)석문石門 : 쌍계사雙溪寺를 가리킨다. 지리산 쌍계사 동구에 두 개의 바위가 마치 문처럼 서서 대치하고 있는데,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동쪽 바위에는 쌍계雙溪라고 새기고, 서쪽 바위에는 석문石門이라 썼다고 한다. 이 시가 『東岳集』 권23 「拾遺錄 下」에 ‘삼가 수초 상인에게 지어 주면서, 아울러 충휘와 각성 두 장로에게 소식을 전하다(重贈守初上人。 兼簡沖徽覺性兩長老)’라는 제목으로 나오는데, 그 원문에는 석문이 쌍계로 되어 있다.
  78. 78)북조남선北祖南禪 : 남선은 중국 선종 가운데 육조 혜능六祖慧能 계열의 돈오頓悟를 위주로 하는 종파를 가리키고, 북조는 점수漸修를 위주로 하는 신수神秀 계열의 종파를 가리킨다.
  79. 79)탁경청위濁涇淸渭 : 탁한 경수涇水와 맑은 위수渭水라는 말이다. 섬서성에 있는 이 두 강물은 서로 합류해도 본래의 청탁淸濁이 뒤섞이지 않는다고 하는데, 보통 인물의 우열이나 사물의 진위, 사리의 시비를 가리킬 때 쓰인다.
  80. 80)양촌陽村 : 권근權近의 호이다.
  81. 81)떠도는 왕손을~동정해 주랴 : 이른바 애왕손哀王孫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한나라 개국공신으로 소하蕭何ㆍ장량과 함께 한초삼걸漢初三傑이라 불리는 회음후淮陰侯 한신韓信이 젊은 나이에 빈궁해서 끼니를 잇지 못할 적에 빨래터의 아낙네가 밥을 먹여 주었는데, 이에 한신이 감격해서 언젠가 반드시 크게 보답하겠다고 하자, 그 아낙네가 “대장부가 끼니도 해결하지 못하기에 내가 왕손을 동정해서 밥을 주었을 뿐이니 어찌 보답을 바라겠는가.(大丈夫不能自食。 吾哀王孫而進食。 豈望報乎。 )”라고 말한 고사가 『史記』 「淮陰侯列傳」에 나온다.
  82. 82)낭원閬苑 : 곤륜산 꼭대기에 있다는 선경의 이름이다. 그곳에 요대瑤臺라는 누대도 있다고 한다.
  83. 83)여기서 구산緱山까지~학이 배회하네 : 왕자교王子喬는 주나라 영왕靈王의 태자로 이름이 진晉인데 피리 불기를 좋아하여 곧잘 봉황의 울음소리를 내곤 하였다. 그가 선인仙人 부구공浮丘公을 따라 숭산嵩山에 올라가서 선도仙道를 닦은 뒤, 30년이 지난 칠월 칠석에 구산 정상에 백학을 타고 내려와서 산 아래 가족들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는 며칠 뒤에 떠나갔다는 전설이 있다. 『列仙傳』 「王子喬」.
  84. 84)칼끝에 화살촉 던지기도 어려워라 : 뛰어난 근기의 소유자들이 만나서 불꽃 튀는 선기禪機로 서로의 경지를 시험하며 대결하는 것을 말한다.
  85. 85)결하結夏 : 승려들이 음력 4월 보름부터 3개월 동안 사찰 밖으로 나가지 않고 좌선을 하며 공부에 매진하는 것을 말하는데, 결제結制 혹은 하안거夏安居라고도 한다.
  86. 86)가지 위에~몇 년이던가 : 오래도록 은거 생활을 했다는 말이다. 요임금 때 은사隱士인 허유許由가 기산箕山 아래 영수穎水 북쪽에 은거하면서 손으로 물을 움켜 마시다가, 어떤 사람이 표주박 하나를 주자 그것을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는데, 바람이 불 때마다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나자 그 표주박까지도 번거롭다고 내버렸다는 고사가 전한다.
  87. 87)뒷날 유뇌劉雷와~백련꽃이 피리라 : 승속을 초월하여 이 절에서 유자와 불자가 의기투합하여 결사를 맺을 것이라는 말이다. 유뇌는 유유민劉遺民과 뇌차종雷次宗을 가리킨다. 동진의 고승 혜원이 여산의 동림사에서 유유민ㆍ뇌차종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의 18현과 함께 서방정토에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백련사라는 염불결사를 맺은 고사가 유명하다. 『蓮社高賢傳』 「慧遠法師」.
  88. 88)베틀의 북을~누구를 믿을거나 : 유언비어가 난무하듯 근거 없는 이야기가 떠도는 것을 말한다. 증자曾子와 이름이 똑같은 증삼曾參이라는 사람이 살인을 하였는데, 세 차례나 연속해서 증삼이 살인했다고 증자의 모친에게 잘못 전하니, 그 말을 믿지 않을 수가 없어서 그 모친이 길쌈을 하다가 북을 던지고 베틀에서 내려와 도주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戰國策』 「秦策」 2.
  89. 89)종일 표주박~안씨의 누항陋巷이요 :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생활을 말한다. 『論語』 「雍也」에 “어질다, 안회顔回여. 한 그릇 밥과 한 표주박 물을 마시며 누항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근심하며 견뎌 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낙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도다, 안회여.(賢哉。 回也。 一簞食。 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 不改其樂。 賢哉。 回也。 )”라고 칭찬한 공자의 말이 실려 있다.
  90. 90)서소書巢 : 송나라 육유陸游의 서실 이름이다. 그가 협소한 서재에 서책이 가득 차서 몸을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자, 자신의 서실을 서소라 이름하고 「書巢記」를 지은 고사가 전한다.
  91. 91)문 닫은~해조解嘲를 본받으리오 : 한나라 양웅揚雄이 집 안에 조용히 앉아 『太玄經』을 짓고 있을 적에 혹자가 그에게 도가 아직 깊지 못해서 곤궁한 게 아니냐고 조롱하자, 양웅이 「解嘲」를 지어 해명하면서 “오직 적막함만이 덕을 지키는 집이다.(惟寂惟寞。 守德之宅。 )”라고 말하고, 또 “나는 묵묵히 나의 태현을 홀로 지킬 뿐이다.(默然獨守吾太玄)”라고 말한 고사가 전한다. 『漢書』 권87 「揚雄傳」.
  92. 92)점치고 얻은~벽라의薜蘿衣를 끌어당기리오 : 안빈낙도하는 은자의 생활을 하고 있으니 아무도 세상일로 유혹할 수 없으리라는 말이다. 한나라 성제成帝 때 고사高士 엄군평嚴君平이 성도成都에서 점을 쳐 주며 숨어 살았는데, 날마다 생활에 필요한 100전錢의 돈을 얻기만 하면 문을 닫고 『老子』를 강의했던 고사가 전한다. 『漢書』 권72. 벽라의는 칡덩굴 옷이라는 뜻으로, 산에 사는 은자의 옷을 가리킨다.
  93. 93)노로盧老도 일찍이~산을 넘었지 : 노로는 속성이 노盧씨인 육조 대사 혜능을 가리킨다. 그가 5조 홍인弘忍의 의발을 전해 받고는 몰래 사원을 빠져나와 도망친 뒤에 조계산에서 선풍禪風을 크게 떨친 고사가 전한다.
  94. 94)남곡藍谷의 미옥美玉이라서 놀랐고 : 그가 명문 출신이라는 말이다. 남곡은 섬서성의 미옥 생산지인 남전藍田을 가리키는데, 훌륭한 집안의 자제를 비유할 때 남전생옥藍田生玉이라는 표현을 쓴다.
  95. 95)역양嶧陽의 오동임을 보았소 : 그가 자질이 뛰어난 현재賢才임을 확인했다는 말이다. 연주兗州 추현鄒縣에 있는 역산嶧山의 남쪽 언덕(嶧陽)에서 자라는 오동나무는 거문고를 만드는 최상급 재료로 전해 온다. 『書經』 「禹貢」에도 서주徐州에서 특산물로 바치는 공물 가운데 역양의 고동孤桐이 들어 있다.
  96. 96)옥가루 : 뛰어난 문재文才나 구변口辯을 형용할 때 황금 부스러기와 옥가루(碎金屑玉)라는 표현을 쓴다.
  97. 97)건원乾元의 한~재를 일으키며 : 동지冬至가 돌아왔다는 말이다. 황종黃鍾은 십이율十二律의 첫 번째 율로 11월에 해당하는데, 동지가 되면 일양一陽의 기운이 처음으로 생기면서 그 율관律管 속을 채운 갈대를 태운 재가 풀썩 일어나며 반응한다고 한다.
  98. 98)동황東皇 : 봄을 주재하는 신화 속의 상제上帝 이름이다.
  99. 99)호승胡僧 : 서역이나 북방 등 외국에서 온 승려를 이르는 말이다.
  100. 100)부상扶桑 : 동쪽 바닷속에 있다는 상상의 신목神木으로, 해가 뜰 때에는 이 나무의 가지를 흔들고서 올라온다고 한다.
  101. 101)옥초沃焦 : 전설 속의 큰 산 이름으로, 동해의 남쪽에 있다고 한다.
  102. 102)영은靈隱 : 절강성 항주杭州의 서호 가에 있는 산. 서호 10경의 하나로 허유許由와 갈홍葛洪이 이곳에 은거하였다고 한다.
  103. 103)금오金烏 : 태양의 별칭이다. 태양 속에 세 발 달린 금 까마귀가 있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104. 104)그 생애가 하나의 표주박이요 : 안빈낙도의 생활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주 89 참조.
  105. 105)구련九蓮 : 구품九品의 연대蓮臺라는 말로, 극락정토에 왕생할 때 아홉 등급으로 나뉘는 연화대蓮花臺라는 뜻이다. 『觀無量壽經』에 의하면 아홉 등급은 중생의 근기를 상품上品ㆍ중품中品ㆍ하품下品으로 분류하고, 이를 다시 상생上生ㆍ중생中生ㆍ하생下生으로 나눈 것인데, 이에 따라 왕생하는 정토도 구품의 정토로 나뉘고, 이들을 맞는 아미타불도 구품의 미타로 나뉘고, 수인手印도 구품의 수인으로 나뉘고, 염불하는 방법도 구품의 염불로 나뉜다고 한다.
  106. 106)향성香城 : 『般若經』에 나오는 법용보살法涌菩薩의 주처住處. 상제常啼보살이 이곳에서 반야바라밀다를 구하였다고 한다.
  107. 107)삼대아승기겁三大阿僧祗劫 : 보살이 수행하여 부처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을 말한다.
  108. 108)호중壺中의 별세계 : 선경仙境을 말한다. 후한 때의 한 선인仙人이 여남汝南의 시장에서 약을 팔면서 항상 옥상屋上에 호로병 하나를 걸어 놓고는 시장이 파하면 그 병 속으로 뛰어 들어가곤 하였다. 당시에 시연市掾으로 있던 비장방費長房이 그 광경을 보고는 이상하게 여겨 그 선인을 찾아가 알현하고는 그를 따라서 함께 병 속으로 들어가 보니, 화려한 옥당玉堂에 좋은 술과 맛있는 안주가 그득하여 함께 술을 실컷 마시고 나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다. 이 전설에 따라 그 선인을 후세에 호공壺公이라 칭하게 되었다. 『後漢書』 권82 하 「費長房傳」, 『神仙傳』 「壺公」.
  109. 109)십주十洲 : 바다 가운데의 신선이 산다는 곳.
  110. 110)팔해八海 : 사방四方과 사우四隅에 있는 바다로, 천하의 모든 바다를 말한다.
  111. 111)세류細柳 : 군영軍營을 가리킨다. 주 45 참조.
  112. 112)원공遠公의 백련白蓮 : 동진 혜원이 백련결사를 맺은 동림사를 가리킨다.
  113. 113)단제斷際의 황벽黃檗 : 당나라 말기에 단제 선사斷際禪師 희운希運이 강서 의풍현宜豐縣의 황벽산黃檗山에 건립한 사원을 말하는데, 황벽사黃檗寺 혹은 영취사靈鷲寺라고 한다. 사방에서 학인이 운집하여 성황을 이루면서 황벽종黃檗宗의 선풍을 떨쳤다.
  114. 114)적자赤髭 : 주 76 참조.
  115. 115)설두雪竇 : 설두 중현雪竇重顯. 송나라 때 선승으로 설두산에서 운문종 중흥에 크게 힘썼다.
  116. 116)백씨白氏 : 고려 때 문장가인 백문보白文寶와 백문절白文節을 가리킨다.
  117. 117)최호崔顥 : 당나라 때 시인. 그가 지은 〈登黃鶴樓〉는 당나라 때 칠언율시 가운데 으뜸가는 명시로 꼽히는데, 이백이 이 시를 보고 격찬해 마지않으면서 자기도 이에 필적할 시를 지어 보려고 운韻과 시상詩想과 시구까지 모방하여 〈登金陵鳳凰臺〉라는 시를 지었다고 한다.
  118. 118)월사月榭 : 달을 감상하는 누각.
  119. 119)성궁星宮 : 궁전이나 높고 화려하게 지은 집.
  120. 120)제왕이 정찰淨刹을~꾼 때부터요 : 후한 명제가 꿈속에서 체격이 크고 정수리에서 광명을 발하는 황금색 사람(金人)을 보고는 신하들에게 물었는데, 불佛이라고 하는 서방의 귀신으로서 키가 1장丈 6척尺에 황금색이라고 대답하자 천축天竺에 사신을 보내어 불법을 구했으므로 마침내 중국에 불교가 들어왔다는 기록이 있다. 『後漢書』 권88 「西域傳」 〈天竺〉.
  121. 121)인주麟洲 : 전설 속에 나오는 봉린주鳳麟洲로, 신선들이 산다고 하는 곳이다.
  122. 122)금정金精 : 달빛이나 햇빛을 말한다.
  123. 123)백악白嶽 : 북악산.
  124. 124)수부水府 : 해신海神이나 용왕이 산다고 하는 바닷속의 궁전을 가리킨다.
  125. 125)영주瀛洲 : 신선이 사는 곳.
  126. 126)한해瀚海 : 북쪽에 있다고 하는 큰 바다를 말한다.
  127. 127)벽계碧雞 : 전설 속에 나오는 신물神物이다.
  128. 128)총사叢祠 : 숲속에 있는 사당이다.
  129. 129)검문劍門 : 강소성에 있는 험한 절벽으로 경치가 아름답고 지대가 매우 높다.
  130. 130)비휴豼貅 : 호랑이를 잡아먹는다는 맹수인 비휴를 그린 기旗이다.
  131. 131)원당願堂 : 나라의 안녕을 빌고 민가나 왕실의 명복을 빌던 절. 또는 절의 일실一室.
  132. 132)두타頭陀 : ⓢ dhuta의 음역으로, 속세의 번뇌와 의식주에 대한 탐욕을 버리고 청정하게 불도를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133. 133)도솔兜率 : 불가에서 말하는 하늘의 하나. 여기서는 절을 의미한다.
  134. 134)삼족三足의 까마귀 : 태양 속에 산다는 세 발을 가진 까마귀. 이것이 곧 태양의 정기라고 한다.
  135. 135)구포九苞 : 봉황의 아홉 가지 특징을 말하는데, 흔히 봉황의 별명으로 쓰인다.
  136. 136)육시六時 : 하루를 아침ㆍ낮ㆍ해 질 녘ㆍ초저녁ㆍ밤중ㆍ새벽으로 나눈 것이다.
  137. 137)금륜성왕金輪聖王 : 전륜성왕 중에 가장 뛰어난 왕이다.
  138. 138)옥의玉扆 : 옥으로 장식한 궁중의 호화로운 병풍.
  139. 139)비보裨補 : 산천비보山川裨補의 준말로, 국가가 계속 번창하도록 각처에 절을 세워서 지덕地德이 쇠하는 것을 막고 부처의 가호를 빌어야 한다는 주장을 가리킨다. 고려 초에 도참설圖讖說을 주장한 도선道詵의 밀기密記에 비보소裨補所로 지정된 곳이 전국적으로 3,800군데나 되었으며, 신종 원년(1198)에는 아예 산천비보도감山川裨補都監을 설치하여 이에 대한 일을 관장하게까지 하였다. 『高麗史』 권18 「毅宗世家」 권77 〈百官志 諸司都監各色〉.
  140. 140)기원祇園 : 인도 사위성舍衞城의 수달 장자須達長者가 석가의 설법을 듣고 매우 경모한 나머지 건립해서 희사한 정사精舍의 이름이다. 왕사성王舍城의 죽림정사竹林精舍와 함께 불교 최초의 양대 정사로 꼽힌다.
  141. 141)사신四信 : 신근본信根本ㆍ신불信佛ㆍ신법信法ㆍ신승信僧. ① 신근본 : 우주 만유의 근본. 인류의 참 생명인 유일唯一 실재의 진여를 믿음. ② 신불 : 진여의 현현賢現인 불타를 믿음. ③ 신법 : 부처님이 증득하신 진여의 공덕을 말한 교법을 믿음. ④ 신승 : 교법을 실현하여 자리이타自利利他의 행行을 부지런히 하여 향상向上을 기약하는 승려들을 믿음.
  142. 142)십선十善 : 몸(動作)ㆍ입(言語)ㆍ뜻(意念)으로 십악十惡을 범하지 않는 제계制戒. 불살생不殺生ㆍ불투도不偸盜ㆍ불사음不邪婬ㆍ불망어不妄語ㆍ불양설不兩舌ㆍ불악구不惡口ㆍ불기어不綺語ㆍ불탐욕不貪欲ㆍ불진에不瞋恚ㆍ불사견不邪見을 말한다.
  143. 143)천구天衢 : 하늘. 제왕이 거주하는 도성을 가리키기도 한다.
  144. 144)원형元亨 : 『周易』에서 말하는 건乾의 네 가지 원리에 원元ㆍ형亨ㆍ이利ㆍ정貞이 있다. 곧 사물의 근본 원리라는 말인데, 원元은 만물의 시始로 춘春에 속하고 인仁이며, 형亨은 만물의 장長으로 하夏에 속하고 예禮이다.
  145. 145)황화皇華 : 아름답고 화려한 꽃. 원래는 천자의 명을 받들고 멀리 사방으로 가서 아름다움을 선양하는 사신이나 사신의 행차를 일컫는 말이다. 『詩經』 「小雅」 〈皇皇者華〉의 서序에 “황황자화皇皇者華는 임금이 사신을 보낼 때 예악禮樂으로써 보내는 것이니, 멀리 가서 빛냄이 있을 것을 말한다.(皇皇者華。 君遣使臣也。 送之以禮樂。 言遠而有光華也。)”라고 하였다.
  146. 146)홀연히 창오蒼梧를~어찌 알았으랴 : 조선 태조 이성계李成桂의 죽음을 표현한 말이다. 황제黃帝가 형산荊山 아래 정호鼎湖에서 솥을 만들어 연단鍊丹을 하다가 그 일을 끝내고서 용을 타고 승천할 적에 신하와 후궁 70여 인을 함께 데리고 갔는데,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소신小臣들이 용의 수염을 잡고 있다가 용의 수염이 빠지는 바람에 모두 떨어졌고, 이때 황제의 활도 함께 떨어졌으므로 백성들이 그 활을 안고 부르짖으면서 울었다고 하여 그 활을 오호궁嗚呼弓이라고 하였다는 전설이 전한다. 『史記』 권 28 「封禪書」. 또 순임금이 39년 동안 제위에 있다가 남쪽을 순수巡狩하던 중에 창오의 들판에서 죽어서 그곳에 장사 지낸 고사가 있다. 『史記』 「五帝本紀」.
  147. 147)구우九牛 : 구우일모九牛一毛. 아홉 마리 소의 많은 털 가운데 하나라는 뜻으로, 지극히 미소한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148. 148)어떻게 불타는~수가 있었겠는가 : 도술에 능통한 동한 성도成都 사람 난파欒巴가 조정의 연회 석상에서 황제가 하사한 술을 입에 머금었다가 내뿜어 비를 만들어서 성도 저잣거리의 화재를 진압했다는 이야기가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지은 『神仙傳』 「欒巴」에 보인다.
  149. 149)굽은 연돌(曲突)에~누가 알았겠는가 : 전국시대 제나라의 순우곤淳于髡이 이웃집에 손님으로 왔다가 화재의 염려가 있다면서, 굴뚝을 고치고 옆에 있는 나뭇단을 다른 곳으로 멀리 옮기라고 충고했는데도 그 주인이 말을 듣지 않아 마침내 불이 난 결과 그 불을 끄느라 머리카락이 타고 이마가 그을었다는 곡돌사신曲突徙薪의 이야기가 전한다. 『漢書』 「霍光傳」.
  150. 150)용천龍天 : 불법을 수호하는 신인 천룡팔부天龍八部를 가리킨다.
  151. 151)학수鶴樹 : 사라쌍수娑羅雙樹라고도 한다. 중인도 쿠시나가라성 밖 발제하跋提河 언덕에 있었는데, 석존이 입멸할 때 말라 죽어서 흰 학과 같은 색이 되었으므로 학림鶴林 또는 학수鶴樹라고 한다.
  152. 152)법인法印 : 교법의 표시. 인印은 인신印信ㆍ표장標章이라는 뜻. 세상의 공문에 인장을 찍어야 비로소 정식으로 효과를 발생하는 것과 같다. 삼법인ㆍ사법인 등이 있어 외도의 법과 다른 것을 나타낸다.
  153. 153)계륜季倫 : 진晉나라의 부호 석숭石崇.
  154. 154)전갱籛鏗 : 800년을 살았다는 팽조彭祖.
  155. 155)생융生融 : 동진 때 승려인 축도생竺道生과 도융道融.
  156. 156)지습支什 : 경ㆍ율ㆍ논에 통달하고 오명五明을 잘 알며 특히 주술에 능숙했다는 인도 스님 지바하라와 『成實論』ㆍ『十誦律』ㆍ『大品般若經』ㆍ『妙法蓮華經』ㆍ『阿彌陀經』ㆍ『中論』ㆍ『十住毘婆沙論』 등 경ㆍ율ㆍ논 74부 380여 권을 번역한 구마라집을 가리킨다.
  157. 157)일승一乘 : 부처님의 교법敎法을 말한다.
  158. 158)작가作家의 창을~들어가기도 하였습니다 : 간혹 스승의 가르침을 능가하는 안목을 보였다는 말이다. 후한의 하휴何休가 『春秋』 삼전三傳에 대해서 저술을 하였는데, 정현鄭玄이 그 내용을 반박하여 수정을 가하자, 하휴가 “강성이 나의 방에 들어와서는, 나의 창을 잡고서 나를 치는구나.(康成入吾室。 操吾矛以伐我乎。 )”라고 탄식하였던 고사가 전한다. 강성은 정현의 자字이다. 『後漢書』 「鄭玄傳」.
  159. 159)쇠칼로 눈꺼풀을~낸 것 : 옛날 인도의 양의良醫가 쇠칼로 맹인의 눈꺼풀을 떼어 내어 광명을 되찾게 해 주었다는 금비괄목金鎞刮目의 고사가 『涅槃經』 권8에 나온다.
  160. 160)용산龍山의 회상會上 : 용산은 황룡산黃龍山을 가리킨다. 앞에 나온 진정문眞淨文 선사는 임제종 황룡파黃龍派의 창시자인 황룡 혜남黃龍慧南 선사의 법제자이다.
  161. 161)명기名器 : 존비尊卑와 귀천貴賤의 등급을 표시하는 관직과 작위를 말한다.
  162. 162)규구規矩 : 일상생활에서 지켜야 할 법도.
  163. 163)방포方袍 : 비구가 입는 세 종류의 가사. 모두 네모진 옷이므로 이렇게 칭한다.
  1. 1) {1}目次。編者作成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