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백암집(栢庵集) / 栢庵集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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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암집 하권(栢庵集 下)
문文
신영당기新影堂記
능허凌虛 대사가 입적한 이듬해 문인 덕린德璘이 귀정사歸正寺1)의 동쪽에 부도를 세웠고 그 이듬해에 제자 덕휘德輝가 사찰 정전正殿의 서편에 영당을 세워 식영息影과 서로 마주 보게 되었으며 마침내 옛것과 새것을 구별하게 되었다. 대사의 진영을 모사하고 보존하여 추앙하는 정성을 지극하게 하였는데 또한 구당舊堂이 낮고 좁았으므로 좋은 날을 골라서 그 구당에 걸려 있던 부용芙蓉·청허淸虛·뇌묵雷默·중관中觀·지백知白 다섯 대사 진영을 옮겨서 소昭와 목穆을 정하고 그 가운데 걸어 놓으니 위의와 형상이 완연히 살아 있는 듯하였다. 이른바 ‘법상法像이 찬연하다’고 할 만하였다. 또한 월사月沙 이정구李廷龜2)가 찬한 청허당의 탑명 한 편과 대숭戴嵩이 그린 선문禪門의 ≺십우도≻ 한 폭이 좌우에 걸려 있으니 월사 문장의 공교함과 대숭 그림의 신묘함은 각각의 극치를 다하였다.
하루는 덕휘 스님이 나를 찾아와서 기문을 청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진영은 거짓이요 참된 것이 아니지만 거짓이면서 참이 아닌 것은 있지 않다. 장자가 “평상시의 행동거지는 특별하게 잡을 것이 없다.”고 한 것은 기대하는 바가 있어서 그러한 것이겠는가? 진실한 것으로 거짓을 잡아내고 거짓을 좇아서 진실한 것을 구한다면 또한 족한 것이다. 비유하자면 하나의 달이 하늘에 떠서 천 개 강에 나누어 고루 비추는데 강에 나뉘어 비친 그림자만을 가리켜 달이라고 말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미 하늘에 달이 있고 난 뒤에야 강에 나누어진 그림자가 있는 것인데, 오히려 그것이 달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또한 어떤 이치겠는가. 나뉘어 비치는 가운데에서 그 나누어지지 않는 본체를 구하는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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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61_a_02L1)栢庵集下 [6]

008_0461_a_03L2) [7]

008_0461_a_04L新影堂記

008_0461_a_05L
凌虛大師旣就寂之明年門人德璘
008_0461_a_06L樹石鐘于歸正寺之東又明年弟子德
008_0461_a_07L輝建影堂于寺正殿之西與息影相接
008_0461_a_08L遂以新舊別之寫留大師之影以致追
008_0461_a_09L仰之誠而且以舊堂庳且狹矣涓吉而
008_0461_a_10L移其舊堂所垂芙蓉淸虗雷默中觀知白
008_0461_a_11L五大士之眞㝎昭穆垂其中儀形宛
008_0461_a_12L爾如在可謂法像粲然者哉又將月沙
008_0461_a_13L所撰淸虗塔銘一道戴嵩所畫禪門十
008_0461_a_14L牛圖一幅懸諸左右文工畫妙各臻
008_0461_a_15L其極矣一日輝上人踵門而徵余記
008_0461_a_16L惟影者假也非其眞也然未有有其假
008_0461_a_17L而無其眞者也莊周曰行止起坐
008_0461_a_18L無特操者有所待而然者耶以眞卞假
008_0461_a_19L從假求眞斯亦足矣譬如一月在天
008_0461_a_20L而分照千江獨指其分江之影而謂之
008_0461_a_21L則是惑矣旣有在天者而後乃有
008_0461_a_22L分江之影則抑謂之非月也亦豈理也
008_0461_a_23L就分照之中求其不分之體則眞

008_0461_b_01L참된 달은 곧 나누어져 있는 달에 있는 것이요, 둘이 아닌 것이다. 나뉘어 비치는 그림자를 떠나서는 참으로 진정한 달을 얻을 수 없음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어찌 그 사이에서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겠는가.
또한 우리 부처님의 말씀을 곰곰이 생각해 보면, 보살과 나한이 상계像季3) 중에 응화應化할 때에는 사문沙門과 백의白衣4)로부터 갖가지 몸으로 나타나서 어두운 곳에 나아가 등불을 밝히고, 메마른 곳에는 단비를 내려 주며, 역병이 들었을 때는 약초가 되어 주고, 큰 기근에 곡식이 되어, 나타나지 않는 곳이 없다. 그렇다면 어찌 한 비구의 몸에 그치겠는가. 육통六通5)과 사벽四闢6)이 있지 않은 곳이 없으니, 위로는 해와 달과 별들이 찬란하게 빛나고, 아래로는 강하와 산악이 윤기 있게 무젖어 있으며, 곁으로는 푸나무와 금석, 재물과 곡식과 같이 편리하게 써서 중생을 이롭게 하는 것 가운데 한 가지 물건도 보살과 나한이 제도하여 교화하는 방편으로 베풀지 않은 것이 없으니, 참으로 그 모습은 다른 것에 빗대거나 의론할 수 없는 것이다. 혹시라도 그 진짜 모습을 모사하려고 한다면 어리석지 않으면 의혹하게 될 것이니, 이것은 아마도 한자韓子가 “하늘과 땅의 모습과 해와 달의 밝음은 그림으로 그릴 수 없는 것이로다.”7)라고 말한 경우이다. 비록 그렇지만 진실과 거짓의 상은 본래 동일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사람으로 하여금 믿음을 일으키고 우러러 바라보며 공경하도록 만드는 것은 이것을 버리고서는 실로 어렵기 때문이로다. 이것이 영당을 세우지 않더라도 초상을 설치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상인이 일어나 절하고 “네, 네. 그렇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글을 적고 신영당기라고 하였다.
순창 영축산 축암사 불전 중수기(淳昌靈鷲山鷲岩寺重修佛殿記)
호남 옥천군의 동북쪽에 영축산이 있고 그 산에 축암사란 절이 있으니 오래된 총림이다. 산의 늙은 승려는 임진왜란 전에는 불당과 전각들이 장대하고 승려들이 번성하였다고 말하나, 그 처음 지어진 연대와 역대의 일에 대하여 살펴볼 글이 없어 현재로서는

008_0461_b_01L月即在於分之中非有二也離分照之
008_0461_b_02L固不得眞月也明矣然則奚以眞假
008_0461_b_03L之辨於其間哉且稽乎我大雄氏之說
008_0461_b_04L則菩薩羅漢之應化於像季中者自沙
008_0461_b_05L門白衣及現種種身以至暗而明燈
008_0461_b_06L而甘澍癘世之於藥草大侵之於稻樑
008_0461_b_07L無所不現然則與一比丘身而止哉
008_0461_b_08L六通四闢無乎不在仰而日月星象之
008_0461_b_09L燦然頫而江河山岳之潜潤旁及草木
008_0461_b_10L金石財糓之利用厚生者無一物非菩
008_0461_b_11L薩羅漢之施設化度之方便則固不可
008_0461_b_12L以擬議形容矣倘欲摹寫其眞非愚則
008_0461_b_13L此豈韓子所謂乾坤之容日月之明
008_0461_b_14L不可以繪畫者耶雖然眞假之像本非
008_0461_b_15L一矣而使人起信仰瞻敬者捨此誠難
008_0461_b_16L乎哉此其所以堂之不構而與夫肖像
008_0461_b_17L之不得不設也上人作而拜手曰唯唯
008_0461_b_18L於是書以爲新影堂記

008_0461_b_19L

008_0461_b_20L淳昌靈鷲山鷲岩寺重修佛殿記

008_0461_b_21L
湖南玉川郡之東北有山曰靈鷲有寺
008_0461_b_22L曰鷲岩盖古叢林也山之老釋或稱
008_0461_b_23L其島夷兵燹之前殿宇之壯緇髠之盛
008_0461_b_24L而但其經始之代祀則於文無所稽

008_0461_c_01L상세하지 않다.
흥하고 폐함은 예로부터 후지猴池8)의 세월과 같이 깊지 않음이 없고 안자鴈字 당우堂宇9)들은 오래되지 않을 수 없다. 비바람에 씻기고 깎여서 기와는 손상되고 기둥은 기울어졌으며, 먼지와 이끼가 엉겨 금벽金碧은 빛이 바래서 흐릿하다. 담장을 뚫는 쥐들은 이곳에 의탁하고 큰 처마를 고마워하는 제비들은 이곳을 떠나 버렸다. 나무는 늙고 승려는 죽었으며, 북은 망가지고 종은 침몰하여 절 문이 쓸쓸하여 버티기 어려웠다.
비야毘耶 거사10) 김정명金淨名이란 이가 있었으니 유마힐維摩詰이나 방도현龎道玄11) 거사와 비슷한 분이었다. 절터가 폐허가 된 것을 슬퍼했는데 보리의 수승한 원을 일으키고 여러 시주자들에게 모금을 하여 불당을 다시 세웠다. 나무를 깎아서 썩은 것과 바꾸고 진흙을 이겨서 무너진 곳을 메웠으니, 널리 사람을 모아 일을 성취함12)에 그 형세는 새가 날아오르는 듯하였다. 또한 명부전으로부터 사왕문四王門에 이르기까지 썩고 꺾인 서까래와 평고대, 부서지고 깨진 기와들을 모두 수리하였던 것이다. 아! 수십 년간 황폐하게 무너져 내린 절이 하루아침에 새롭게 바뀌게 되었으니 어찌 일을 주관하는 능력이 있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예전에 월주越州 용흥사龍興寺 대전의 흙이 무너졌을 때 대중이 담언曇彦 선사에게 경영해 줄 것을 청하였다. 담언이 말하길, “이것은 내가 능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뒤에 비의非衣13) 공덕주가 할 것이다.”라고 하니, 절의 중들이 돌에 그 일을 새겨서 기록하였다. 당나라 대중大中 연간에 상국 배휴裵休가 관찰사로 나가서 자신의 봉급을 희사하여 절을 세웠으니, 담언 스님의 현묘하게 기미를 아는 것이 부절을 맞춘 듯 딱 들어맞은 것이다. 이는 일대사인연에 반드시 공덕주가 할 것이고 아니면 또한 시기가 더딜 것임을 알았던 것이다.
다만 거사가 아직 일을 일으키기 전에 거슬러 볼 수 있는 담언과 같은 선견지명이 없는 것이 한스러울 뿐이다. 이미 공교롭게 되자 직접 편지를 보내어 나에게 기문을 청하였다. 내가 거사의 뜻을 생각하니 어찌 기꺼이 이것으로써 자신을 자랑하여 타인이 알아줌을 바라서이겠는가.

008_0461_c_01L未詳焉粤自興廢復古以來猴池歲
008_0461_c_02L不爲不深鴈字堂宇不得不古
008_0461_c_03L磨雨洗瓦解棟搖埃蘚凝䮕金碧漫
008_0461_c_04L穿墉之鼠是托賀厦之鷰斯去
008_0461_c_05L老僧亡皷死鐘沉院門蕭然難可枝
008_0461_c_06L有毘耶居士金淨名者盖維摩詰龎
008_0461_c_07L道玄之流亞也悲淨域之爲墟發菩提
008_0461_c_08L之勝願募諸檀越重葺佛宇斮木以
008_0461_c_09L易其𣏓調泥而補其壞功由鳩僝
008_0461_c_10L若翬飛又自冥府殿伯諸四王門
008_0461_c_11L梠之腐者折者陶瓦之敗者缺者悉皆
008_0461_c_12L治之則已數十年廢壞之餘一朝
008_0461_c_13L靡不易之以新豈非有幹事之能而然
008_0461_c_14L昔越州有龍興大殿隳圯衆請曇彥
008_0461_c_15L禪師欲將營之彥曰此非某之所能爲
008_0461_c_16L却後自有非衣功德主爲之寺僧刻
008_0461_c_17L石以記之至唐大中時裴相國休
008_0461_c_18L爲觀察使捨己俸以建之而彥師之懸
008_0461_c_19L若合符契則是知大事因緣必有
008_0461_c_20L功德主爲之而抑亦遅時者也苐恨未
008_0461_c_21L能有先見之明而逆覩居士之未然
008_0461_c_22L彥師者已工旣斷手走書而請余筆之
008_0461_c_23L余惟居士之志豈肯以是爲自伐以要
008_0461_c_24L題名編者依版心而補入「文」編者補入

008_0462_a_01L다만 이 당우가 썩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 때문에 글을 잘 쓰지 못한다고 사양하지 않고 무너진 것을 복원하는 경위를 대략 기록하여 후에 이 사찰에 머무를 사람에게 알리는 것이다.
금산 비장암 독의루기(金山臂長菴獨倚樓記)
누각을 짓게 된 것은 오래전부터요 그것을 기억하도록 적어 두는 일 또한 오래전부터 있었으니, 지금 비장암의 새 누각에 관한 기 또한 짓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 절은 산의 위쪽에 위치하여 상쾌하게 높이 올라간 곳으로 자리가 매우 좋다. 하물며 누각을 세워 놓고 그 위에 올라서니 괴이한 형상이 많고 기이한 형세는 번갈아 나타나서 눈이 어지럽고 산란한 것이 그 모양이 천만 가지를 헤아리는데, 푸른 바다는 하늘을 머금고 어지러운 산은 사방에 닿아 있다. 구름과 놀과 안개와 이내가 맑고 선명하며, 크고 작은 섬들과 나루와 맑은 물결이 휘돌아 감싸고, 교외 바깥 들에는 나무가 무성하게 아득하고, 옹기종기 모인 마을 집들에는 산뽕나무가 울창하게 심겨 있다. 아침저녁이 바뀌고 네 계절이 변화하는 데 이르러 삼연森然하게 섞이고 합치되지 않음이 없다. 처마 바깥에서 재주를 부리는 광대를 본뜬 듯하니, 이것은 모두 새로 지은 누각이 뛰어난 경개가 되는 까닭이다.
시인과 문인으로부터 동서를 다니는 여행객에 이르기까지 이곳에 이르러서는 날이 가도록 돌아가기를 잊어버리니 어찌 이 누각이 뛰어난 곳이 아니겠는가. 그렇지만 본색은 선승의 활안活眼 경계로 실제 피안에 있고 차안에 있지 않은 것이다. 색이 바로 공이니 비록 수미산이 바다를 가로질러 있더라도 성난 눈으로는 그 형상을 볼 수 없고, 공이 바로 색이니 비록 온 우주(十虗)가 모든 것을 싸안고 있으나 어리석은 마음은 그 형상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공은 색 외에 색이 없는 것이 아니니 색은 공이 아니요, 색은 공 외에 공이 없는 것이 아니니 공은 색이 아닌 것이니, 그렇다면 공이면서 색인 것인가. 색이면서 공인 것인가. 색에 있어서는 공이 아니면서 공은 저절로 공이고, 색 또한 공이며, 색에 있어서는 유有가 아니면서 색은 저절로 색이고 공 또한 색이니,

008_0462_a_01L人之知哉只期斯宇之不𣏓而已故不
008_0462_a_02L以不文爲解畧識其起廢復古之由
008_0462_a_03L告後之居於玆寺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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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62_a_05L金山臂長菴獨倚樓記

008_0462_a_06L
樓居之作尙矣而記而志之者亦自古
008_0462_a_07L有之則今於臂長菴新樓記且不可不
008_0462_a_08L作也是菴也在山之上方而爽塏居
008_0462_a_09L况架樓而臨之詭形蔟縮奇勢迭
008_0462_a_10L眩目而紛披者萬千其狀碧海呑
008_0462_a_11L亂山周遭雲霞嵐靄之澄鮮島嶼
008_0462_a_12L浦淑之縈廻郊原綠蕪之迢迢聚落桑
008_0462_a_13L柘之蓊欝以至明昏之貿四序之變
008_0462_a_14L森然雜遝無不合形効伎於簷廡之外
008_0462_a_15L此皆新樓之所以爲勝也自騷人墨客
008_0462_a_16L以至于行旅之東西者莫不畢至而竟
008_0462_a_17L日忘歸豈非以斯樓之勝歟然而本色
008_0462_a_18L禪衲之活眼境界實在彼而不在斯焉
008_0462_a_19L色即是空雖彌盧橫海而瞋目不能覩
008_0462_a_20L其形空即是色雖十虗包括而冥心
008_0462_a_21L不能逭其像空非色外無色色不是空
008_0462_a_22L色非空外無空空不是色然則空而色
008_0462_a_23L色而空耶不空於色而空自空
008_0462_a_24L亦空不有於色而色自色空亦色

008_0462_b_01L이것을 미루어 보면, 대천세계는 진실로 아득한 곳이 아니요 눈앞의 세상 또한 가까운 곳은 아닌 것이다. 어찌 이 한 누각에서 풍요롭게 조망할 뿐이겠는가.
예전에 석가모니는 새벽별을 보고 깨달음을 원만하게 이루셨고 영운靈雲14) 스님은 복숭아꽃을 보고 눈이 열리셨는데, 별과 꽃은 어느 해나 없지 않고 또한 어느 날이나 나타나지 않는 때가 없지만 반드시 육 년, 십 년의 긴 시간을 기다린 연후에 각을 원만히 성취하고 눈이 열리는 것이니, 아마도 오랜 기간이 쌓여서 그때를 기다리는 것인가?
지금 이곳에 사는 자는 난간에 기대 맑은 기운을 감상하는 것이 하루로는 부족하다. 색은 공이고 공은 색이라는 관법에 육 년, 십 년 진실로 오래 노력한 공이 없고 그저 자연 풍물의 아름다움을 참례한다면 누가 “본분을 지키는 승려”라고 말하겠는가? 다만 이 장張 상좌뿐이니 어찌 독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독려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가 방호方壺로부터 이 암자에 와서 머문 것이 일 년 반이 되었는데 올 여름에 홀연히 강송講誦하는 여가에 누각 위에서 배회하고 홀로 기둥에 의지하여 붓을 들고 여러 벽에 기록을 남겨 이 누각에 오르는 자에게 규범이 되도록 하였다. 이에 그 편액을 “독의루”라고 한다.
누각은 을사년(1665) 모월 모일에 완성하였으니, 상운祥雲과 경환敬還이 좌우에서 누각의 공사를 일으킨 이들이다.
『애련집愛蓮集』 서(愛蓮集序)
시는 『시경』의 풍아風雅에서부터 도가 시작되어, 오언시와 칠언시를 짓는 것은 당唐에 이르러 정밀하고 깊고 뛰어나고 묘하게 되었고 극도로 흥치가 훌륭하고 기이하고 빼어나며 아려하게 되었다. 당나라 때는 시詩를 가지고 선비를 모았기 때문에 선비로서 세상에 태어났다면 어찌 시를 지어 울리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때때로 이름난 선비와 재주 있는 이들은 선림의 개사開士15)와 서로 왕래하였다. 예컨대 이부시랑 한유韓愈와 한림학사 오융吳融과 도관都官16) 정곡鄭谷, 처사 방간方干은 모두 당시의 수재들인데 그들과 함께 노닌 자로는

008_0462_b_01L此而觀之則大千實非遠而目前亦非
008_0462_b_02L邇矣豈止此一樓朓望之富哉昔大雄
008_0462_b_03L覺滿於晨星靈雲眼豁於桃花惟星與
008_0462_b_04L無歲無之而亦無日不現必待其
008_0462_b_05L六年十年之久而後覺得滿眼得豁
008_0462_b_06L積累而俟其時耶今夫居此者靠欄淸
008_0462_b_07L日唯不足旣無六年十年眞積力久
008_0462_b_08L之功而且不於色空色空之觀止豢
008_0462_b_09L其湖山風物之美則其誰曰本色衲僧
008_0462_b_10L云乎哉只是箇張上座耳可不勉乎
008_0462_b_11L可不勉乎余自方壼來駐是庵一年
008_0462_b_12L有半而今夏忽因講誦之睱徘佪於樓
008_0462_b_13L而獨倚楯楹濡筆而誌諸壁用䂓
008_0462_b_14L于登斯樓者仍以扁之曰獨倚樓樓成
008_0462_b_15L於乙巳某月某日祥雲若敬還左右斯
008_0462_b_16L役以起者也

008_0462_b_17L

008_0462_b_18L愛蓮集序

008_0462_b_19L
詩自風雅道息爲五七言詩者至唐而
008_0462_b_20L精深妙絕窮極興致而奇偉雅麗
008_0462_b_21L唐之世以詩取士士生斯世也孰不
008_0462_b_22L以詩鳴徃徃名公茂才好與禪林開士
008_0462_b_23L交相徃返如吏部韓愈翰林吳融
008_0462_b_24L官鄭谷處士方干皆時之秀其所與

008_0462_c_01L교연皎然과 무가無可, 관휴貫休, 제기齊己, 가명可明 같은 이들이다. 이러한 승려들은 선송禪誦 이외에 정을 따른 풍아風雅(시)가 속세의 것보다 뛰어나게 훌륭하다. 비록 시를 짓는 자보다 노성하나 모두가 그러한 풍치를 허여하였다. 그 뒤로는 비록 대대로 이르는 자가 없어서 그 정묘한 절창은 사라진 듯하였다. 한편 근세의 시인들 가운데 혹은 당시에 뜻을 두는 자가 있으나 표절하고 몰래 베끼기에 힘쓰는 것을 공교하다고 여길 뿐이니, 아울러 기운과 품격으로 주장함이 없다면 어찌 취할 것이 있겠는가.
석가씨 애련愛蓮 스님의 이름은 신현信玄으로 행실을 잘 닦았고 도가 매우 밝아서 한가롭게 지내고 외물과 뒤섞이지 않았으며 부처를 섬기는 여가에는 성정을 음영하여 오언·칠언시를 잘 지었으나 깊이 감춰 두고 남에게 보이지 않았으므로 그 사실을 아는 이가 드물었다.
아. 우리의 삶은 후세에 입으로 회자되지 않으나 성대한 덕과 심성은 숙세에 실컷 듣게 되는 바이다. 일전에 신현 스님의 덕행을 잘 듣고 기록하였는데 또 그가 남보다 뛰어남이 현저하다는 사실을 알겠다. 그의 제자 유색惟賾이 그의 시 약간 편을 베껴서 묶어 가지고 찾아와 말하기를 “스승께서 평소에 말씀하시기를 지은 노래와 시는 매우 많으나 나무나 암벽에 쓰셨다고 하셨습니다. 저희들이 손보고 고쳐서 기록할 겨를이 없어서 흩어지고 없어졌고 그 나머지 원고 약간 편이 오래된 상자 속에 있었는데 이것들이 전부입니다. 장차 책으로 묶으려 하니 서언 한마디를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였다.
내가 받아서 세 번을 반복해 읽으니, 대개 ‘지류를 거슬러 근원을 탐토하는’ 격이었다. 뜻은 원만하고 격조가 높아서 과연 이전에 이른바 정심하고 단아한 자라고 할 만하였다. 모아서 편집하니 오언·칠언시가 겨우 오십팔 수였다. 이것으로 선사의 평석을 논한다면 어찌 태산의 한 터럭 까끄라기가 아니겠는가. 그러나 그 율조가 맑고 높아서 하나의 글이 비단이며 하나의 터럭이 봉황의 발임을 알 수 있으니 어찌 많다고 해서 귀하다고 하겠는가? 스님이 출가하여 도를 행한 사적은 이미 행장에 갖추어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다시 쓰지 않고 다만 시집의 서문을 적는다.

008_0462_c_01L則有皎然無可貫休齊已可明之流
008_0462_c_02L由是釋子禪誦之外緣情風雅超邁絕
008_0462_c_03L雖老於爲詩者皆許其風致厥後
008_0462_c_04L雖代不之人於其精絕則蔑如也且近
008_0462_c_05L世操觚之士或有意於唐而剽盜潜窃
008_0462_c_06L務爲工耳兼無氣格而主之何所取哉
008_0462_c_07L釋迦氏愛蓮師諱信玄行甚修道甚明
008_0462_c_08L閑居偃仰不與物雜事佛之餘則吟
008_0462_c_09L咏性情長於五七言詩深藏而不市
008_0462_c_10L罕有知者吾之生也後未及親炙
008_0462_c_11L而盛德心聲宿所飽聽向因紀師之德
008_0462_c_12L又知其出於人也遠矣其弟子惟賾
008_0462_c_13L裒其詩若干編緘而致之曰先師平日
008_0462_c_14L所著歌若詩甚夥而或題樹葉或書岩
008_0462_c_15L不肖軰未暇繕錄散逸遺棄之餘
008_0462_c_16L在陳篋中者止此將欲繡梓賜一言以
008_0462_c_17L弁之余受而三復盖沂流討源意圓
008_0462_c_18L格高果向所謂精深雅麗者也彙而編
008_0462_c_19L五七言僅五十八首以此論禪師之
008_0462_c_20L平昔則何趐泰山之一毫芒也然其調
008_0462_c_21L律之淸高一文知錦一毛知鳳足矣
008_0462_c_22L奚䝿多焉出家行道之事蹟已具狀文
008_0462_c_23L此不復書止爲詩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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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천 칠보산으로 돌아가는 지즙 상인을 전송하는 서(送智楫上人還明川七寶山序)
우리나라 지역은 동서의 거리가 매우 좁고 남북의 거리는 아주 길며, 삼면은 모두 바다와 닿아 있다. 오직 북쪽으로 변방지방은 대륙과 이어져 있어 백두산과 거진巨鎭이 국경을 구별하여 북쪽은 오랑캐 땅이 되고 남쪽은 동국東國이 된다. 곤륜산과 총령蔥嶺17)으로 오랑캐와 중하를 경계 짓는다면 백두산의 한 줄기가 구불구불 사막(瀚海)과 함께 동남으로 달려가니 울타리(藩蔽) 같다. 그러나 그 안에 고을이 스물세 개가 있어서 한 개의 도道를 이룬다. 서울로부터 회양淮陽에 이르러 철령鐵嶺을 넘은 뒤에 비로소 그 도에 이르니 풍속이 달라 풀로 옷도 지어 입고 집도 짓는다. 그곳의 산은 험하고 물줄기도 굽이쳐 돌아 백성의 재물이 조화되기 어렵다. 명천明川은 스물세 고을 가운데 하나이며 칠보산은 그곳에 있다.
나는 예전에 칠보산에 대하여 들었다. 그다지 험준하지 않고 그다지 넓고 광활하지 않으면서 아미산蛾眉山의 신기함과 무당산武當山의 아름다움과 무이산武夷山의 공교로움과 형악衡岳의 빼어남을 칠보산이 모두 갖추었다고 하였다. 또한 그윽한 시내는 겨울에 따뜻하고 물보라 날리는 샘물은 여름에 차디차서 칠보산의 승경이 된다고 한다. 입으로 전해진 것과 귀로 시끄럽게 들리는 것은 그 험하고 굽이친 것 가운데 유독 그렇지 않는 것이 있으니 모두 그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이다.
승려 지즙智楫은 관외關外의 이름난 산수를 유람한 지 오래되었다. 홀로 이 산에서 그윽하고 깊은 것을 좋아하여 띳집을 엮어 기거한 지 팔구 년이 넘었다. 작년 늦여름에서 초가을 무렵 지팡이를 날려 남쪽으로 가서 그 먼 경치를 모두 다 보고 와서는 이듬해 봄에 돌아가는 기러기가 짝을 지어 떠나가는 것을 보고 나그네 마음이 일어났다. 지금 그의 생각을 보니 고향에 있어서도 오히려 부족하여 만족하지 못하는 것 같으니, 내가 붙잡아서 머물러 있게 하고 싶지만 어찌 가능하겠는가. 나도 칠보산은 평소에 노닐기를 원하던 곳이나 아직 과감히 행하지 못했으니 그가 떠남에 대략 들은 바를 적어서

008_0463_a_01L送智楫上人還明川七寶山序

008_0463_a_02L
東國地方西距東則甚狹南北之步
008_0463_a_03L最長而三面皆際海唯朔北爲連陸
008_0463_a_04L頭巨鎭界別區域陰爲獠鞨陽爲東
008_0463_a_05L若崑崙䓗嶺之限夷夏也白頭一支
008_0463_a_06L蜿蜒並瀚海走東南若藩蔽然其內之
008_0463_a_07L爲州者二十有三而爲一道自京師
008_0463_a_08L抵淮陽踰鐵嶺然後始達其道風氣
008_0463_a_09L卉服居盖其山厲其水刻屈民物
008_0463_a_10L難諧矣明川在廾三之一而七寶山有
008_0463_a_11L余甞聞七寶之爲山矣不甚峭峻
008_0463_a_12L不甚廣蕩而蛾眉之神奇武當之偉麗
008_0463_a_13L武夷之工巧衡岳之挺秀唯七寶摠而
008_0463_a_14L有之而且幽澗冬溫飛泉夏冷七寶
008_0463_a_15L之勝播乎口喧乎耳者以其厲且刻
008_0463_a_16L屈之中獨能不然而兼有其美故也
008_0463_a_17L空門子智揖雲遊關外之名山水者久
008_0463_a_18L獨於此山愛其幽邃鐘粹縛芧而
008_0463_a_19L居者餘八九載矣昨年秋夏之交
008_0463_a_20L錫南遊極其遐觀遠視翌歲春中
008_0463_a_21L旅思於歸鴻翩翩然獨逝今觀其意
008_0463_a_22L於故山猶若不足不厭余雖欲挽而留
008_0463_a_23L胡可得乎余亦於七寶素所願遊
008_0463_a_24L而尙未副焉於其行也畧叙其所聞者

008_0463_b_01L준다.
백련사로 가는 칠봉 인 공을 전송하는 시의 서(送七峰印公徃住廬白蓮社詩序)
옛날에 명교明敎 대사 계숭契嵩18)이 혜원공慧遠公의 영당影堂에 제題하기를 “큰 우주의 희기噫氣19)와 육합의 맑은 바람은 혜원공의 명문이요, 사해의 가을빛과 신산의 중용은 혜원공의 맑고 고매함이며, 흰 구름과 붉은 골짜기, 옥 같은 수초들은 혜원공이 깃든 곳이다.”20)라고 하였다.
내가 유람할 적에 일찍이 금錦의 여산廬山 백련사에 이르렀는데 지팡이를 끌며 배회하고 굽어보고 바라보기를 오래 하니 대웅전(像殿)의 경감經龕은 은은히 빛나서 불국토(瓊林)21)가 되고 흰 구름은 문을 가리고 금빛 모래가 땅을 씻어 길상吉祥이 기름지고, 푸른 싹의 풀이 무성하여 멀리까지 향긋한 향기를 보낸다. 붉은 절벽의 바위 골짜기는 활짝 열려 깊고 널찍하며 위태롭고 가파른 절벽에 삼나무와 노송나무와 느릅나무와 녹나무들이 서로 가지와 줄기를 얽고 있다. 신령한 바람(靈籟) 스산하게 불고 하늘의 청명한 기운과 맑은 그늘은 사람을 차고 떨게 만든다. 향봉香峰에 이르니 문과 마주한 호계虎溪와 문에 맞닿은 천신天紳은 푸른 산빛의 상쾌함을 깨뜨릴 뿐이다. 맑고 찬 소리가 있고 만물의 빛은 어슴푸레하여 혜원공이 깃들어 머물던 그곳으로 구강九江22)의 여산 또한 황홀하게 여기에 옮겨 놓은 것 같다. 혜원공이 머문 곳 같은 것을 보지 못한 것을 한스럽게 여겼는데 지금 칠봉 인 공이 수많은 성의 참례와 행각을 마치고 백련사로 돌아가 은거한다고 하니 내가 그가 떠남을 기뻐하여 글을 지어 전별하고자 한다.
“옛날 혜원공은 동림사 백련사에 있었는데 그림자도 산 밖에 나가지 않고 발길이 속세에 이르지 않은 것이 삼십 년이 되었다. 객을 보냄에 항상 호계까지를 한계로 삼았으며 연꽃 시계를 새겨 두고서 예념禮念하기에 때를 놓치지 않아서 정토에 태어날 것을 기약하였다. 그런데 팽성彭城의 유유민劉遺民과 예장預章 뇌차종雷次宗과 안문鴈門 주속지周續之와 신채新蔡 필영지畢穎之와 남양南陽 종소문宗少文 등이 모두 세상의 영화를 버리고서 결사에 참여하였다.

008_0463_b_01L以畀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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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63_b_03L送七峰印公徃住廬白蓮社詩序

008_0463_b_04L
昔崇明敎題遠公影堂曰大塊噫氣
008_0463_b_05L六合淸風遠公之名聞也四海秋色
008_0463_b_06L神山中聳遠公之淸高也白雲丹壑
008_0463_b_07L玉樹瑤草遠公之棲處也余遊方時
008_0463_b_08L甞到錦之廬山白蓮社曳錫倘徉顧眄
008_0463_b_09L頃久則像殿經龕隱暎瓊林之表
008_0463_b_10L白雲在戶金沙淨地吉祥肥膩抽綠
008_0463_b_11L苯䔿遠播馨香丹崖石洞閘閜庨豁
008_0463_b_12L懸危峭絕杉栝楩楠交錯枝柯而靈
008_0463_b_13L籟蕭蕭灝氣淸陰逼人寒粟以至香
008_0463_b_14L對戶虎溪臨門天紳破靑山之色
008_0463_b_15L爽耳有淸泠之韵物色依俙遠公棲
008_0463_b_16L遅之所而九江廬岳亦怳惚移於斯矣
008_0463_b_17L恨未覩如遠公者駐之今有七峰印公
008_0463_b_18L罷百城之叅遊歸隱白蓮社余喜其行
008_0463_b_19L贈以言而餞之曰昔遠公在東林白蓮
008_0463_b_20L影不出山迹不入俗者三十年
008_0463_b_21L客常以虎溪爲限刻置蓮華漏俾禮念
008_0463_b_22L不失時以期生淨土若彭城刘遺民
008_0463_b_23L章雷次宗鴈門周續之新蔡畢頴之
008_0463_b_24L南陽宗少文等並棄世遺榮爲結社之

008_0463_c_01L또한 도연명은 부르고 영운靈運은 거절하며, 환현桓玄23)은 꺾고 진주晉主는 사절하였으니 이는 모두 혜원공이 사람을 멀리한 높은 의취로 고금에 특히 뛰어난 일이다. 그대가 귀일하여 혜원공의 행적을 따라서 행하여 그것을 두면, 후세에 반드시 그 결사에 제題하기를 ‘대지가 내쉬는 기운과 육합六合(천지사방)의 맑은 바람은 인 공의 명문이요, 사해의 가을빛과 신산神山의 우뚝함은 인 공의 맑고 고매함이며, 흰 구름과 붉은 골짜기, 옥 같은 수초들은 인 공이 깃드는 곳이라.’라고 하리니, 인 공이여 힘쓰시라, 힘쓰시라.”
백아산 금선대 상량문(白鵝山金仙臺上樑文)
세계는 오직 삼천세계인데 마한은 수미산(蘇彌)의 남쪽 경계의 복된 땅에 위치하며, 팔십한 개의 신선산은 푸른 바다의 동쪽 경계에 위치하여 이에 절(紺園)을 비로소 창건한다. 선업(白業)을 닦는 선대仙臺의 상인은 산수(岳瀆)의 빼어남을 간직하여, 눈이나 얼음과 같은 맑은 자질로 고통스런 바다를 은혜로운 강물로 만들고, 나루를 얻어 곧바로 구제해 주노라. 선림의 도수道樹는 고상한 걸음을 흩어 넉넉히 노닐고, 마음에는 때가 없고 계율의 구슬은 찬란히 빛나서 이렇게 삼보에 귀의하는 공경스러운 일을 일으켜 이에 불이不二의 문을 열었다.
동림사 혜원 법사의 고매한 정신은 이미 백련선사를 결사하였고, 서악西岳의 휴休 상인의 맑은 의치는 일찍이 벽운정거碧雲淨居를 열어서 하늘을 가리는 구름과 안개를 헤치고, 상계上界에 해와 달을 돌게 하였으니 예전에 한 것을 지금은 어찌 그렇게 하지 않겠는가. 노반魯般24)이 재목을 골라 좋은 것을 벌목하고, 백성들은 힘을 다하여 해가 뜨면 일을 하였다. 주춧돌을 뚫고 기반을 다져서 굳건함은 너럭바위와 같고, 층층의 기둥으로 통桶을 새기고 위태로운 산굴과 높이를 다투네. 숲은 푸른 삼나무로 빽빽하니 흡사 장춘원長春苑25)에 들어간 듯하고, 처마에는 옥토끼가 매달려 있어 불야성으로 이어지는 듯하다. 푸른 원앙에게 신묘한 법규를 취하고 흰 말과 신령한 자취를 아울러, 산구山九의 공이 이미 성취되니 들보를 드는 상량의 노래가 의당 일어나리라.

008_0463_c_01L且招淵明拒靈運抏桓玄辭晋主
008_0463_c_02L此皆遠公遠人高致獨出於今古者也
008_0463_c_03L公之歸一襲遠公之行而行而有之
008_0463_c_04L則後世必有題其社曰大塊噫氣六合
008_0463_c_05L淸風印公之名聞也四海秋色神山
008_0463_c_06L中聳印公之淸高也白雲丹壑玉樹瑤
008_0463_c_07L印公之棲處也印公勗之哉勗之哉

008_0463_c_08L

008_0463_c_09L白鵝山金仙臺上樑文

008_0463_c_10L
世界單三千馬韓居蘇彌南畔福地
008_0463_c_11L十一仙山在碧海東邊載創紺園
008_0463_c_12L修白業仙臺上人岳瀆孕秀氷雪淸
008_0463_c_13L姿苦海恩河得要津而直濟禪林道
008_0463_c_14L散高步而優遊心鏡無塵戒珠有
008_0463_c_15L耀抑起歸三之敬爰開不二之門
008_0463_c_16L林遠法師之高情已結白蓮禪社西岳
008_0463_c_17L休上人之淸致曾啓碧雲淨居豁雲霧
008_0463_c_18L於中天回日月於上界古所作矣
008_0463_c_19L胡不然魯般掄材時伐其美者齊民
008_0463_c_20L獻力日出而作焉鑿礎鐫基共磐岩
008_0463_c_21L而等固層楹刻桶與危峀而爭高林雜
008_0463_c_22L蒼杉似入長春之苑檐懸玉兔疑連
008_0463_c_23L不夜之城取神䂓於靑鴛駢靈蹤於白
008_0463_c_24L爲山九之功已就擧修梁之頌宜興

008_0464_a_01L
동쪽 자라 등의 푸른 산봉우리(靑螺)26) 점점이 먼 하늘에 떠 있고 해가 처음 창을 비추자 승려가 선정에서 나오는데, 대숲 부는 바람에 붉은 꽃잎 떨어지노라.
서쪽 은빛 바다의 놀란 파도에 극락을 바라보며 삼가 절을 올리자 한 바퀴의 붉은 해가 대나무 반쯤 내려 비추노라.
남쪽의 선재동자는 오십삼 선지식을 따르고 한 번 묘한 빛을 보고는 코끼리 수레를 돌려 걷는데 문득 동참하는구나.
북쪽으로는 천 개의 푸른 봉우리가 북두에 닿을 듯하고 구불구불 향불 연기 사그라지는데 『묘법연화경』을 외우니 만다라 꽃비가 느릿느릿 떨어지도다.
상제는 진여 자리에서 만상을 머금으니 오색의 광명이 안팎으로 통하노라. 팔부신중과 용신이 모두 회향하니 금수金水를 내린 풍륜風輪27)이 변화(幻化)를 가지노라. 푸른 바다의 여의보주가 야광을 비추니 파도의 신은 매우 귀함을 알도다.
엎드려 원하나니 상량한 뒤에 제천諸天이 모두 호위하고 사부대중이 함께 임하여, 지혜 등불의 광명이 높이 내리쬐는 해와 함께 나란히 비추고 법수法水와 단비의 윤택함이 때에 맞는 좋은 비처럼 두루 촉촉하게 적시게 되기를 바랍니다.
징광사 수진실 상량문(澄光寺垂眞室上梁文)
금화산金華山에 연꽃이 솟아오르니 천지간이 신선 세계28)로다. 여래의 옥호玉毫29)에서 빛이 퍼져 부처와 조사의 의표儀表를 물들이고 같은 감실에 서까래 두어 개로 불성을 좇는30) 구역을 삼아 수만 대중이 마음을 의지하는 곳을 만들었다. 상인上人이 어산의 범패를 크게 진작하고 두루 부처의 법문을 들으니 감히 몸을 굽혀31) 맑은 박달나무를 범하고 새롭게 하기를 기약하여 그것을 신축하였도다. 걸어갈 때면 용 같은 들보32)가 구름과 이내에서 빛을 가린 것이 보이고 단청과 도금이 바위 골짜기에서 반짝반짝 비추리라 생각된다. 이러한 대장大壯33)을 얻으니 곱구나 거듭 밝음이여.34) 그것을 바랄 때에는 하늘을 오르듯 어려웠는데 그것을 이루니 손바닥 뒤집기처럼 쉽게 하였도다.
오늘 법석을 다시금 새롭게 열어 일시에 저승과 이승의 중생들을 모두 도와주네. 종승宗乘35)을 여니 팔현금을 연주하는 운수납자들은 달리는 물과 같고, 신비한 계책(睿筭)을 축원하니 만백성의 산호 소리(山呼)36)가 우레처럼 진동하도다.

008_0464_a_01L東鰲背靑螺點遠空初日照窓僧出㝎
008_0464_a_02L竹風吹起落花紅西銀海驚濤雪嶺齊
008_0464_a_03L樂國在瞻勤禮足一輪紅日半竿低
008_0464_a_04L善友從來五十三一覩妙光回象駕
008_0464_a_05L勞擡步便同叅北積翠千峰干斗極
008_0464_a_06L篆銷殘誦妙蓮曼陀華雨毿毿落上帝
008_0464_a_07L座眞珠含萬像五色光明表裡通龍神
008_0464_a_08L八部皆回向下金水風輪持幻化滄海
008_0464_a_09L驪珠照夜光波神知貴不知價伏願上
008_0464_a_10L梁之後諸天咸衛四部同臨慧燈智
008_0464_a_11L炬之光與杲日而齊映法水甘霔之閏
008_0464_a_12L將時雨而普滋

008_0464_a_13L

008_0464_a_14L澄光寺垂眞室上梁文

008_0464_a_15L
金華擢芙蓉乾坤是壼中別界玉毫動
008_0464_a_16L彩佛祖之儀表同龕數椽爲息影
008_0464_a_17L之區萬衆作歸心之所上人大振魚山
008_0464_a_18L之梵普聞海潮之音敢磬折而干于淨
008_0464_a_19L期鼎新而爲之營繕虹樑虬棟
008_0464_a_20L看掩咉於雲烟抹綠塗金想見照耀於
008_0464_a_21L岩壑取玆大壯麗乎重明雖望之
008_0464_a_22L登天之難則成之如反掌之易今日重
008_0464_a_23L新法席一時咸賛幽明演敭宗乘
008_0464_a_24L奔八絃之雲衲祝延睿筭雷動萬口之

008_0464_b_01L
침굉헌에게 답하여 올리는 계(答枕肱軒啓)
키 큰 교목(楩楠)이 그윽한 골짜기에 솟아 있으니, 저력樗櫟37)의 쓸모없는 재목과는 전혀 다르고, 막야鏌鎁38)가 풍성豐城39)에서 빛을 감추고 있으나 어찌 연도鉛刀40)의 둔한 근기에 빗댈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노반魯班41)의 훌륭한 솜씨로 먹줄로 큰 기둥을 자르고 오사吳士42)의 넓은 지혜를 만나 원망하는 기운은 우·두성牛斗星에서 녹습니다. 이물異物을 헛되이 버리지 않으니 위대한 사람 또한 이와 같습니다.
대사의 도행은 홀로 높으니 솔바람과 물에 비친 달은 그대의 청화淸華에 빗대기에 부족하고, 정신은 상쾌하니 신선의 이슬과 밝은 구슬로 어찌 그대의 밝고 윤택함을 본뜨겠습니까. 어려서 추정趨庭43)의 가르침을 받들어 삼전오경三傳五經을 열람하고, 일찍부터 세간을 뛰어넘는 재주를 가지고 백세천고를 함께하였습니다. 큰 기러기가 날개를 이루지 못하였으나 일찍 구름을 능멸하는 포부를 가졌고, 호랑이가 털이 마르지도 않았으나 벌써 소를 잡아먹을 기운44)이 있었습니다.
이에 금원金園45)의 도를 사모하여 검은 머리를 잘라서 흰옷을 검게 물들이고, 옥거울과 같은 맑은 마음으로 법의 칼날을 담금질하여 지혜와 진리의 횃불을 태웠습니다. 도덕의 그릇에 흠이 없으니 인천人天의 공경에 어찌 부끄럽겠습니까. 천 년을 높이 솟아 마룡馬龍46)을 쫓아 뒤가 끊어졌고, 외로이 일세의 의표가 되어 징집澄什47)을 몰아 앞길을 밝혔습니다.
다만 지금은 부박한 세상48)으로 성인의 길이 없어져서 크게 열리지 못하고, 순박한 기풍은 옛것이 바뀌어 어두운 밤이 지속되고 새벽이 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물며 다시 현묘하게 텅 빈 도는 푸른 은하수처럼 높아서 헤아리기 어렵고, 맑은 진여의 근원은 푸른 바다처럼 광활하여 나루가 없습니다. 이에 꾸물꾸물하게 어리석은 범부가 작은 꾀49)를 써서 이로운 말을 다투고, 구차하고 용렬하며 비루한 이가 대음大音의 희유한 소리를 비웃는다면 어찌 산비둘기(鷽鳩)50)가 느릅나무와 박달나무에 이르러 장대한 구만리의 포부를 책망하고, 거미가 가시나무 덤불에 늘어서서 천 길 높이의 부상扶桑51)을 짐작하려는 것과 다르겠습니까. 하지만 강물의 흐름은 흙덩이 하나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등림鄧林52)의 나무를 어찌 여러 칼로 제거할 수 있겠습니까.

008_0464_b_01L山呼

008_0464_b_02L

008_0464_b_03L荅枕肱軒啓

008_0464_b_04L
楩楠聳幽壑絕殊樗櫟之散材鏌鎁晦
008_0464_b_05L豊城豈比鉛刀之鈍器故以入魯班之
008_0464_b_06L大手繩削任其棟樑遇吳士之愽知
008_0464_b_07L寃氣銷於牛斗異物不虗弃偉人亦如
008_0464_b_08L大師道行孤高松風水月未足比
008_0464_b_09L其淸華神資爽拔仙露明珠詎能方
008_0464_b_10L其朗潤幼奉趍庭之訓閱三傳五經
008_0464_b_11L負超世之才等百世千古是知鴻鵠未
008_0464_b_12L成羽早抱凌雲之心菸菟未燥毛
008_0464_b_13L有食牛之氣乃者金園慕道剪黑髮而
008_0464_b_14L染素衣玉鏡澄心淬法刃而燃慧炬
008_0464_b_15L道德之器無缺人天之敬何慚逈秀千
008_0464_b_16L追馬龍而絕後孤標一世駕澄什
008_0464_b_17L而光前但以澆俗移今聖路堙而未闢
008_0464_b_18L淳風替古長夜昏而不晨况復妙道虗
008_0464_b_19L碧漢高而莫測眞源淨淥滄海濶
008_0464_b_20L而無津是用蠢蠢凡愚爭小黠之利口
008_0464_b_21L區區庸鄙笑大音之稀聲則何異鷽鳩
008_0464_b_22L槍楡枋誚壯圖之九萬蜘蛛羅枳棘
008_0464_b_23L擬扶桑之千尋然而河漢之流非一塊
008_0464_b_24L之能塞 鄧林之木豈集刃之可除

008_0464_c_01L고인이 절실하게 법을 위하는 마음을 살펴볼 때마다 몸이 사라지는 듯하고 후생으로 두려워할 만한 행위가 없음53)이 부끄러우니 얼굴이 반드시 두꺼운 것입니다. 강좌江左에 관이오管夷吾54)가 있어서 저는 이미 친견하고, 제나라가 악정자樂正子55)를 등용하니 백성들이 듣기를 기뻐합니다. 향나무 제단에서 주맹主盟을 받들어 원근에서 소생하기를56) 바라고 저궁渚宮57)의 허선백許禪伯은 승속이 귀의하는 정성을 약속하였습니다. 이에 보배 뗏목이 나루에 닿아서 고통 바다에 빠진 것을 벗어나게 하고, 대도大道의 세계로 인도하여58) 묘하게 장엄한 큰 길59)을 보여 줌에, 빛남이 매우 밝습니다. 유풍은 오히려 남아 있는 것이 있어 널리 칼 놀림(游刄)60)을 섭렵하여 미천彌天61)께 부끄럽지 않고, 날렵한 언변과 넓은 근기이니 어찌 밝게 깨달은 이에게 부끄럽겠습니까. 게다가 사림詞林(문장)의 옥수玉樹62)로써 놀라 혀를 내두르게 하니, 필봉의 용천龍泉63)검을 새로 숫돌에 간 것과 같습니다. 회소懷素64)와 같은 독보적인 인걸로써 다른 이와 비견할 수 없으며 총명한 절세의 재주로써 오히려 수레를 받들 정도입니다.
저는 천성이 매우 어리석어 현인을 보고 가지런할 것을 생각하고 깊이 뜻만 크고 이루지 못할 것을65) 몹시 걱정하였고 거북이 자신을 감추어66)쓰지 않는 지혜를 간절히 사모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산행 육칠 리를 오직 대나무 지팡이와 짚신으로 다니고 초가집 여덟·아홉 채에 한갓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잠이 들었으니, 나와 남을 모두 없애 버리고 바위의 원숭이와 함께하고 소나무의 학과 무리 지었으며, 영화로움과 욕됨을 모두 잊어 푸른 산과 번화한 도시의 길을 나란히 여겼습니다. 이미 물길이 나뉘어 맑고 탁함이 분명하니67) 사람을 따라 질곡에 빠지는 것을 어찌 즐기겠습니까. 맛은 시고 짠 것이 다르니 세상과 모순되는 것68)을 보았습니다.
그런데도 십 년을 청하여 수레를 내어 스스로 가기를 도모하고, 한 구절로 사람을 흥기하여 감히 선각을 흉내 냈습니다. 사대육신을 유통하여 비록 인을 당해서는 스승에게도 사양하지 않는다고 하나69) 미력으로 일을 맡아 요의를 깨닫기 어려울까 두려워했으나 다행히 푸른 눈과 반면半面으로 화엄에 수레 덮개를 기울이고70) 경서를 상에 두고 송사松社에서 여름철에 결사하여 홰나무가 그늘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온 땅을 산보하여 달빛(月華)에 정신을 맑게 하고 창가에서 진리를 이야기하며 잠자기를 잊어버렸습니다. 하윤河閏 아홉 리에 어찌 목욕하는 은혜가 없겠습니까.

008_0464_c_01L自觀古人切爲法之心𨈬或亡也
008_0464_c_02L後生無可畏之行顏必厚焉屬以江左
008_0464_c_03L管夷吾之存余旣親見齊國樂正子之
008_0464_c_04L民所喜聞香壇推主盟遠近有來
008_0464_c_05L蘓之望渚宮許禪伯道俗約歸投之誠
008_0464_c_06L於是寶筏橫津極苦海之沉溺金鎞刮
008_0464_c_07L示妙嚴之康莊光耀不已多乎
008_0464_c_08L風猶有存者爾其愽涉游刄無愧彌
008_0464_c_09L捷辯洪機何慚明覺加以詞林玉
008_0464_c_10L驚互舚舌筆鋒龍泉新若發硎
008_0464_c_11L素獨步之傑未可比肩皎然絕世之才
008_0464_c_12L猶堪捧駕若余者賦性甚魯見賢思齊
008_0464_c_13L深虞畫虎之未成切慕藏龜之無用
008_0464_c_14L以山行六七里惟存竹杖芒鞋芧茨八
008_0464_c_15L九椽徒自飢飯困眠物我䨥遣岩猿
008_0464_c_16L共松鶴同群榮辱俱忘靑山與紫陌齊
008_0464_c_17L旣而派分涇渭肯隨人而桎梏
008_0464_c_18L殊酸醎見與世而枘鑿然而十年請益
008_0464_c_19L圖發軫而自行一句興人敢傚嚬於先
008_0464_c_20L流通事大雖不讓乎當仁荷擔力
008_0464_c_21L恐難決乎了義幸以靑眸半面
008_0464_c_22L盖華嚴黃卷連床結夏松社以至槐
008_0464_c_23L滿地散步怡神月華臨𤗉談理
008_0464_c_24L寢所幸河閏九里豈無沐浴之恩

008_0465_a_01L넓은 집 천 간을 안식처(帲幪)71)로 얻었습니다. 애오라지 나물을 캐서 경거瓊琚72)에 보답하듯 ≺백설곡白雪曲≻과 ≺양춘곡陽春曲≻을 지어 벗을 위하여 노래를 바치나니 야광명월을 어찌 어둡다고 타인에게 주겠습니까.
전라감사가 보낸 쌀과 필묵에 감사하며 받들어 올리는 계(奉謝湖伯賚米及筆墨啓)
도는 목격目擊에 있으니73) 어찌 귀하고 천한 것에 다름이 있으며, 뜻이 부합하여 형체를 잊는 것74)에 어찌 도성의 저잣거리와 산속의 절이 다르다고 말하겠습니까.
문득 부족한 시를 드려서 외람되게 맑은 눈을 더럽혔는데, 특별히 칭찬을 받고 은혜로운 선물을 보내 주셨습니다. 안연의 도시락밥(簟食)75)으로 자주 굶었는데76) 흰쌀을 보내 주시고 붓(尖頭奴)77)의 형제가 함께 이르고 또 현향玄香78)을 더해 주시니, 기쁨이 눈썹에 모이고 바라지도 않은 은혜가 드리워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푸라기 같은 미천한 자질과 부평초 같은 헛된 인생으로, 하나의 발우와 옷 세 벌로 영원히 세간의 명성과 이로움을 멀리하고 천산과 만 강으로 오랫동안 물상 밖의 안개와 놀 속에 숨었습니다. 관성자管城子79)와 송자후松滋侯80)가 어찌 벗이 되며 장안미長安米81)와 앙산반仰山飯82)으로 창자를 지탱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슴들과 무리를 함께하니 홀로 창촉菖歜83)을 즐깁니다. 상공을 만나서 기름진 밥을 배불리 먹게 되고 붓과 먹은 빛이 납니다. 자줏빛 술의 금빛 휘장은 지위가 우임금의 솥과 같이 무겁고, 상아 깃발과 옥 부절은 은혜가 소백召伯의 감당나무처럼 도탑습니다. 넉넉한 파도에서 무젖어 헤엄치고, 휘황찬란한 빛이 어두운 방을 비추는 듯, 알아줌이 여기에 이르니 갚을 길이 아득합니다. 감격의 눈물이 수저에 떨어져, 스스로 모기 같은 소찬素餐을 부끄러워하며 붓(毛錐)84)이 탈영脫穎85)하듯 뛰어난 당신의 수명이 항상 터럭과 같기를 바라나이다.
수월암 주인에게 보내는 통계(通水月庵主啓)
수레를 기울여 이야기 나눈86) 오래된 벗으로 반생 동안 교분을 맺은 것이 이미 오래되었고, 서로 만나87) 의심 없이 이웃 절에 주석하기를 맹세한 것이 얼마 안 되었는데, 감히 현사玄沙의 흰 종이를 써서

008_0465_a_01L廣千間可得帡幪之庇聊採蔬筍以報
008_0465_a_02L瓊琚白雪陽春爲知音而獻曲夜光
008_0465_a_03L明月豈以暗而投人

008_0465_a_04L

008_0465_a_05L奉謝湖伯賚米及筆墨啓

008_0465_a_06L
道存目擊豈有榮貴下賤之殊志合形
008_0465_a_07L孰云城市雲林之遠輙貢惡詩
008_0465_a_08L塵淸覽特蒙奬許俯賜沾濡顏氏子
008_0465_a_09L之簟食屢空見及白粲尖頭奴之弟兄
008_0465_a_10L俱至加以玄香喜集眉端恩垂望外
008_0465_a_11L草芥微質萍梗浮蹤一鉢三衣
008_0465_a_12L謝世間聲利千山萬水久韜象外烟霞
008_0465_a_13L管城子松滋侯詎堪爲友長安米仰山
008_0465_a_14L難以撑膓與麋鹿同群獨菖歜爲
008_0465_a_15L遇相公閤下膏梁飽德翰墨生光
008_0465_a_16L紫綬金章位重神禹之鼎牙㫌玉節
008_0465_a_17L恩偏召伯之棠涵泳餘波輝光暗室
008_0465_a_18L受知至此圖報茫然感涕垂匙自愧
008_0465_a_19L素餐之如蟻毛錐脫頴恒願壽筭之齊
008_0465_a_20L

008_0465_a_21L

008_0465_a_22L通水月庵主啓

008_0465_a_23L
傾盖如故半世投交之分旣深盍簮勿
008_0465_a_24L隣寺主席之盟在邇敢用玄沙之白

008_0465_b_01L공손하게 열 줄 편지88)를 씁니다.
오직 암주께서는 각해覺海의 배이며 종문宗門의 주춧돌로, 무심한 구름이 골짜기에서 나오듯 가는 곳마다 집을 삼고 흡사 물이 도랑을 이루듯 문득 도량을 만나면 기뻐하는군요. 쪽보다 푸르고 꼭두서니보다 붉어서 스님은 이미 마음이 차갑고, 모래가 금이 되고 돌이 옥이 되어 사람들이 모두 눈을 비비고 바라봅니다. 맑은 바람이 새벽에 일렁이자 일만 골짜기에 피리와 생황 소리 성대하고, 고요한 물은 저녁에 맑디맑아 파도에 하늘의 별과 달이 찍혀 있듯이, 말하고 침묵하고 나아가고 물러남이 다시 시절인연임을 알았습니다.
저는 학문은 깊은 연구로 이치를 파헤치지 않았고 지식은 묘함을 다하지 않았으니, 꼴로 만든 개가 도둑을 막는 것과 같아 위태롭기가 바둑돌을 쌓아 올린 듯하고 나무로 만든 닭이 새벽을 알리는 것과 같아 두렵기가 꼬리를 밟는 것처럼 심합니다. 봄의 난초와 가을의 국화가 비록 각자의 향기를 내듯이 이웃이 부자이고 집이 가난하여도 어찌 촛불 밝히기를 바라지 않겠습니까.
서석산 한 대사에게 회신하는 계(回瑞石閑大師啓)
십 년 동안 이별한 뒤로 나이 먹고 노쇠하여 감을 깊이 탄식하였는데 한 통의 편지가 이르니 이는 바로 푸른 나무가 새로워지는 때이로다. 자네가 보낸 편지 봉투를 열어 남용南容이 규圭 시를 읽듯 여러 번 읽고89) 귀신도 울릴90) 좋은 시를 같은 날에 함께 보았으나 오히려 스스로 답장(陳箋)이 늦어진 것이 부끄러운데 어찌 송구하게도 먼저 안부를 물으셨는가.
대사의 뜻은 잘 자란 소나무와 같고 행동은 향기로운 난초와 같구려. 늦게 취미翠微 장로께 예참하여 이내 바닷물의 일미一味91) 가운데 손가락을 담가 보게 되어92) 멀리 석옥石屋 선사로 거슬러 올라가 십 세世 아래의 내손來孫이 되었으니 어찌 홀로 염화미소의 현묘한 뜻을 진작하지 않겠으며 또한 불경의 신령한 글을 뒤적이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이내 구리화로를 손으로 드니, 멀리 치자꽃 핀 절93)에서 향기가 전해 오고 구슬 거울같이 마음이 맑아져 이미 파초94)를 새벽녘에 깨닫노라. 뜻은 마명馬鳴·용수龍樹와 나란하여 삿됨을 꺾어서 바름을 드러낼 것을 맹세하고 기량은 도안道安·혜원慧遠과 같아서 가르침을 널리 펴는 것을 마음으로 삼고자 발원하였도다.
또한 욕망의 바다 일렁이는 파도에 육도六度95)의 보배로운 배를 띄우고 어두운 하늘이 무명으로 깜깜한 곳을

008_0465_b_01L恭修一札之十行惟庵主覺海舟
008_0465_b_02L宗門柱石無心雲出峀不妨到處
008_0465_b_03L爲家有似水成渠便是逢場作喜
008_0465_b_04L於藍絳於茜師旣寒心沙之金石之玉
008_0465_b_05L人皆刮目淸風動曉韵酣萬谷之簫笙
008_0465_b_06L止水澄夜波印一天之星月旣會語默
008_0465_b_07L進退更是時節因緣如某者學匪鉤
008_0465_b_08L識不臻妙類蒭狗之防盜危如累
008_0465_b_09L責木鷄之司晨惧甚蹈尾春蘭秋
008_0465_b_10L雖各自馨香隣富家貧豈無望照
008_0465_b_11L

008_0465_b_12L

008_0465_b_13L回瑞石閑大師啓

008_0465_b_14L
十年別來深嗟白首衰暮一封書到
008_0465_b_15L正是碧樹新秋坼緘圭復之多時泣鬼
008_0465_b_16L瓊章之同日猶自愧陳箋之不速奈何
008_0465_b_17L辱垂問之相先大師志茂松筠行芳蘭
008_0465_b_18L晩叅翠微長老仍染指於一味之中
008_0465_b_19L遠溯石屋禪師作來孫於十世以下
008_0465_b_20L獨振拈花之玄旨抑亦翻貝葉之靈文
008_0465_b_21L故乃擎掌銅爐遠播馨於薝蔔澄心玉
008_0465_b_22L已曉喩於芭蕉志並馬龍誓摧邪
008_0465_b_23L而顯正器均安遠願弘敎而爲心
008_0465_b_24L其慾海波濤浮六度之寶艦幽霄昏黑

008_0465_c_01L아홉 가닥의 밝은 등불96)로 비추노라. 삼마지三摩地97) 가운데로 비록 헤아림 없이 다 들어가고 팔성도 위를 움직임 없이 두루 행하리라. 저 안자顏子의 도시락과는 달리 항상 하나의 오지 발우(瓦鉢)를 가지고, 동중서董仲舒98)의 기운 옷과 달리 오직 일곱 근의 적삼을 입노라. 일불一佛의 수레를 몰아 동야東野99)의 선善을 비웃고 저 사안락四安樂에 머무니 남곽자기南郭子綦의 망연한 모습100)이 아니라네. 더욱이 문단의 가지와 잎은 번성한 모습이 견림堅林101)과 무성함을 다투고 학문의 바다의 파도와 물결은 드넓어 법의 바다와 깊이를 함께하노라.
회소懷素102)는 독보적인 재주로 이름나서 붓으로 천군을 쓸어버리고 찬녕賛寧103)은 구첨具瞻(재상)의 자리에 거처하며 가슴속에 구류九流를 관통했다네. 하물며 다시 기억하고 널리 듣는 것은 도안道安의 변정辨鼎104)과 같고, 신통하고 기이함을 드러내는 것은 구마라집의 바늘 삼킴(食針)을 사모하노라. 삼지三智의 물줄기를 뚫어 연초㸐草의 억지 학문을 멸하고 사변四辯의 구름을 펴고 맺어서 기름 바른 입술로 웅장한 말을 펴노라. 붓을 뽑고 글을 지어 대략 선을 면려하고 악을 누르며, 책을 펴고 눈을 움직여 반드시 파도를 따라서 근원을 탐토하노라. 그것으로 가슴에는 여덟아홉 개의 운몽雲夢105)을 머금고서야 비로소 설두雪竇의 큰 근기가 되고 입으로는 백천 개의 게송을 외워서 달다達多106)의 총명한 깨달음을 얻게 되나니 얼마나 위대한가. 그 경지에 미치기가 드물도다.
나와 같은 이는 선정은 지수止水107)에 부끄럽고 도는 등을 전하기를 사양하노라. 옥을 아직 깎고 다듬지 못하였으니 어찌 연성連城108)의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으리오. 저樗나무는 다만 버려졌으니109) 누가 길이 아름드리 좋은 재목을 말하리오. 장대한 바다에서 신선이 되지 못하여 부질없이 구천의 적막한 저승을 바라보고 기야冀野110)에서 발을 펴지 못하고 한낱 팔준마가 달리는 것을 부끄러워하노라. 푸른 바다의 깊이를 헤아리지 못하는 데 이르러 그릇은 소라 술잔과 같고, 푸른 은하수의 넓이를 궁구하기 어려워 식견은 관규管窺111)와 같도다. 성상性相의 종지를 이해하지 못했으니 진실로 서로 맞지 않아 들어가기 어렵고, 이미 부처가 되는 이치에 어두워 스스로 창과 방패를 가지고 서로 공격하였노라. 일찍이 도가 아닌 책은 읽지 않았으니 어찌 겨울 석 달에 읽은 문사文史로 쓰임이 족하겠는가.112) 일찍이 남의 이목에 인정을 받지 못하고

008_0465_c_01L懸九枝之明燈三摩地中雖無量而盡
008_0465_c_02L八聖道上能不動而周行且夫異
008_0465_c_03L顏子之單瓢恒持一口瓦鉢殊董生之
008_0465_c_04L百結唯着七斤布衫駕玆一佛乘
008_0465_c_05L東野之善矣住彼四安樂匪南郭之嗒
008_0465_c_06L加以詞林枝葉繁與堅林而爭茂
008_0465_c_07L學海波瀾濶將法海而俱深懷素稱獨
008_0465_c_08L步之才掃千軍於筆陣賛寧處具瞻之
008_0465_c_09L貫九流於胸襟况復强記愽聞
008_0465_c_10L道安之辨鼎通神現異慕羅什之食針
008_0465_c_11L三智泉流滅㸐草之强學四辯雲布
008_0465_c_12L結膏唇之雄談抽毫綴文率勔善而懲
008_0465_c_13L披卷游目必沿波而討源以其胸
008_0465_c_14L呑八九雲夢乃雪竇之洪機口誦百千
008_0465_c_15L偈言是達多之聰悟何其偉歟鮮或
008_0465_c_16L及矣若余者㝎慚止水道謝傳燈
008_0465_c_17L未琢磨豈能重連城之高價樗唯弃散
008_0465_c_18L誰言長合抱之良材乏化羽於莊溟
008_0465_c_19L望九天之寥廓休展足於冀野徒慚八
008_0465_c_20L駿之驕𩡱至於勿量滄海之淺深器同
008_0465_c_21L蠡酌難窮碧漢之寛廣識譬管窺
008_0465_c_22L會性相之宗實謂鑿枘而難入旣昧心
008_0465_c_23L佛之理自將矛盾而相攻不曾讀非道
008_0465_c_24L之書豈文史三冬之足用未甞被可人

008_0466_a_01L오히려 한평생을 한가하게 보내며 걸리는 것 없이 지냈노라. 도는 아직 삼명三明113)도 증득하지 못했으니 어찌 해탈을 말하겠는가. 개사開士는 키가 칠 척이 되지 못하여 사람들이 ‘작은 장부’(眇小丈夫)라고 부르는데도 숙세의 좋은 인연을 이어서 다행히 명明 스님의 제접과 가르침을 만나서 미래에 극락의 과를 이루리라. 또한 선우의 가르침에 도움을 받아 외람되게 선종의 자리에서 스승과 빈객이 되어 거듭 조사의 달빛이 빛나며 외람되게 조계의 적통을 잇고, 어려서 종풍을 익혀 날마다 십이시에 마음은 오직 부처와 불법과 승려의 삼보에 있으며 백천 겁을 태어나도록 도를 행함은 선지식의 한마디 말씀에서 시작하였도다. 장차 다시 굶주리면 솔잎을 먹고 목마르면 샘물을 마시며 평생의 표일한 의취로 유유자적하여 낮에는 구름을 보고 밤에는 달을 읊조렸으니 모두 헛된 세상의 헛된 이름을 잊게 하는 것이고 순임금의 음악 ≺소소簫韶≻114) 아홉 곡(九成)을 대신하였노라.
고요히 숲의 새소리를 듣고 호강 다리(濠梁)115)의 장자와 혜시를 추모하고 한가하게 연못의 물고기를 세면서 가진 것 없이 삼베옷을 입고 풀자리에서 지냈도다. 들판에 있는 것을 병으로 여기지 않고 붉은 수레와 자줏빛 술을 단 벼슬아치의 귀함은 나에게 있어 뜬구름과 같고 등나무에 쥐들이 먼저 달려드는 것을 탄식하노라. 안월眼月(心月)이 어둠을 향하고 나무의 원숭이는 고요하기 어려우니 귀밑머리는 더욱 많이 세어 이에 양쪽에서 서로를 그리워하여 형체와 그림자는 산과 강이 가로막혀 있구나. 흰 구름과 붉은 나무로 가을빛이 이별의 근심을 보태고 있었으니 어찌 붉은 기러기116)가 날아올 것을 생각했으리오. 갑자기 소자경蘓子卿117)의 편지(尺素)118)가 전해졌도다. 누렁이119)가 달려와 육사형陸士衡120)의 맑은 시를 함께 가져와 편지의 글자121)에서 광채가 일렁이니 필체(八法)는 스님의 것이라. 색정索靖122)의 주련으로 한가한 이야기를 본받고 오언五言이 오가니 소주蘇州와 흡사하도다. 그러나 ≺백설곡≻과 ≺양춘곡≻은 영郢 땅에서 진실로 화답할 이 적고 ≺고산곡高山曲≻과 ≺유수곡流水曲≻은 부질없이 백아伯牙의 거문고에서 손가락을 튕기네. 흡사 황금을 허빈虛牝123)에 던짐과 다름이 없고124) 밝은 달을 어두운 곳에 던짐과 다르지 않도다. 다만 보잘것없는 시125)로 시와 노래를 엮어 좋은 지초와 난초로 여기니 비유를 늘어놓은 것이 오래될수록 더욱 향기롭구나. 비록 어린 아녀자(幼婦)126)의 말은 없고 억지로 얼굴에 땀을 흘리고 손가락에 피가 나지만,127) 이미 가난한 여인의 추한 얼굴을 잊어버렸으니 어찌 가슴을 치며 얼굴 찡그리는 것을 본받지 않겠는가.128)

008_0466_a_01L之目猶偃仰一世而不覊道未證三明
008_0466_a_02L孰謂之解脫開士長不滿七尺人稱曰
008_0466_a_03L眇小丈夫然而承宿世良因幸偶明師
008_0466_a_04L之提誨成後來極果亦籍善友之指歸
008_0466_a_05L濫爲禪席之師賓重輝祖月忝作曺溪
008_0466_a_06L之嫡嗣早襲宗風日日十二時留心
008_0466_a_07L惟在佛法僧三寶生生百千劫行道
008_0466_a_08L自善知識一言且復飢餐松兮渴飮泉
008_0466_a_09L自適平生之逸趣晝看雲而夜吟月
008_0466_a_10L忘浮世之虗名代簫韶之九成靜聽林
008_0466_a_11L追濠梁之二子閑數潭魚麻衣草
008_0466_a_12L座之貧在原非病朱輪紫綬之貴
008_0466_a_13L我如雲所嗟藤鼠先侵眼月向晦
008_0466_a_14L猿難靜鬂雪益深玆以兩地相思
008_0466_a_15L影有山河之▼(尸+鬲)白雲紅樹秋光添別離
008_0466_a_16L之愁豈意朱鴈飛來忽傳蘓子卿之尺
008_0466_a_17L黃耳馳走兼帶陸士衡之淸詩
008_0466_a_18L鉤動光輝八法從來師索靖珠聯法閑
008_0466_a_19L五言還復擬蘇州然而白雪陽春
008_0466_a_20L誠寡和於郢路高山流水空下指於牙
008_0466_a_21L有似黃金擲之虗牝無異明月投之
008_0466_a_22L以昏但木李編詩永以爲好芝蘭設喩
008_0466_a_23L久而彌芳雖乏幼婦之詞强汗顏而血
008_0466_a_24L旣忘貧女之醜盍捧心而効顰

008_0466_b_01L붓을 날려 한마디 말을 하고 사운시를 지었도다.
영남으로 유람하는 욱 상인을 전송하는 서(送旭上人遊嶺南序)
상인이여, 부귀는 뜬구름 같나니 어찌 질곡에 갇히고 매이겠는가. 연꽃은 물이 달라붙지 않으니 어찌 진흙에 더럽혀지겠는가. 병 속의 해와 달을 누가 오래 사는 방도라고 말하리오. 물상 밖의 이내와 놀이 바로 정신이 깃드는 집이라네. 연잎 옷에 승검초 띠를 두르고 스스로 삼사三事129)의 옷을 빌리지 않고 골짜기 물을 마시고 솔잎을 먹으며 또한 보리밥 한 그릇도 구함이 없구나. 계율 숲의 가지와 잎들이 울창하여 칠취七聚와 오편五篇을 궁구하고 바다 같은 대장경의 물결을 몰아 천 상자 만 축의 책을 읽노라. 마음으로 복응하여 도를 물으니 여름날 참선(坐夏)130)하는 한계가 이미 원만하고, 지팡이를 떨치고 잔을 띄우니 세상을 노니는 마음이 자유롭도다. 밝은 태양(离明)131)이 인사하려 하니 금의 기운이 엎드려 더운 여름의 붉은 구름이 솟아오르고, 가랑비가 막 그치니 흰 안개가 걷히고 푸른 산이 축축하도다. 구름을 지나 물을 건너 웅장한 방장산을 돌아다니고, 비 맞으며 자고 바람을 먹으며 경치 좋고 높은 악양루岳陽樓에 오르노라. 천 년 남짓 보장保障한 진주성을 가서 보고, 한 변방의 장대한 경계선은 길이 험한 삼천三川에서 나온다네. 곁에서 함께 지내며 지도림支道林과 혜원慧遠의 풍류를 다하였고, 간담을 털어놓는 것은 안安·광光의 정신적인 교유와 같았다네. 둘 다 떠나감을 아파하고 헤어짐을 안타까워하니 즐거움이 다하면 슬픔이 생기노라. 각자 시를 써서(言志)132) 감정을 펼쳐 내니 구슬을 꿰고 조개를 묶듯이 하노라. 흰 종이에 글을 쓰니 유종원柳宗元이 반숙班肅133)의 여행에 서문을 쓴 것과 같고 말로써 그대를 전송하니 노담老聃이 인자仁者의 칭호를 훔친 것 같도다. 사람은 복숭아꽃, 오얏꽃과 아주 다르니 어찌 내 마음을 말하지 않으리오. 그대는 문사를 좋아하여 서언(首簡)에 서사叙事를 구하였도다.
≺야유당십경野幽堂十景≻을 차운한 시의 인(次野幽堂十景詩韵引)
천원川原은 옛 경전을 살펴보면, 지리가 한나라 사신의 선로仚路에 접해 있으며 초가집은

008_0466_b_01L走一言詩步四韵

008_0466_b_02L

008_0466_b_03L送旭上人遊嶺南序

008_0466_b_04L
上人富貴若浮雲寧覊鎻於桎梏蓮華
008_0466_b_05L不着水豈染涴於游泥壼中日月
008_0466_b_06L言久視之方象外烟霞乃是棲神之宅
008_0466_b_07L荷裳薜帶自不假三事之衣飮谷飡松
008_0466_b_08L亦無求一麥之食蔚戒林之柯葉窮七
008_0466_b_09L聚五篇駈藏海之波濤讀千凾萬軸
008_0466_b_10L服膺詢道坐夏之限旣圓振錫浮杯
008_0466_b_11L遊方之心無碍离明欲謝金氣伏而火
008_0466_b_12L雲騰微雨初收白霧罷而靑山濕
008_0466_b_13L行水涉山縱探方丈之雄雨臥風飡
008_0466_b_14L樓高陟岳陽之勝千年餘保障行看晋
008_0466_b_15L陽之城一邊壯方隅路出三川之險
008_0466_b_16L連襟促膝盡支惠之風流吐膽抽肝
008_0466_b_17L類安光之神契咸傷離而惜別樂極哀
008_0466_b_18L各言志而申情貫珠編貝濡翰于
008_0466_b_19L子厚序班肅之行送人以言老聃
008_0466_b_20L窃仁者之號人殊非桃李豈不言者余
008_0466_b_21L子能喜文辭求叙事於首簡

008_0466_b_22L

008_0466_b_23L次野幽堂十景詩韵引

008_0466_b_24L
川原按舊經地理接漢使之仚路芧茨

008_0466_c_01L넓은 집(廣厦)134) 같고 전원은 반령潘令의 한거閑居135)와 같았다. 거닐며 성품을 얻는 마당이 되어 흉금을 터놓아 세속을 벗어나려 하고, 밭 갈고 우물 파는 것은 일민의 생업이니 세상에 자취를 깃들게 하노라. 이 겸제兼濟136)의 도를 널리 펴지 않고서 독선獨善137)의 풍모가 있다네. 주인은 그윽하게 숨어 있으면서 일이 적고 야인의 성품으로 한가롭게 물가에 앉고 산에 오르는 일이 많으며 안석安石138)의 아름다운 생각을 사모하여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보며 현도玄度139)의 높은 의표를 생각하노라. 배에 가득한 정신을 토로하니 곽상郭象의 강물 같은 언변140)이 되고 귀영貴永은 친밀한 관계(膠漆)141)를 좋아하여 포숙아鮑叔牙가 나를 알아주는 마음에 감격하노라. 천하의 지극한 즐거움에는 세 주인이 있으니 군자들이고, 당상堂上의 아름다운 정경이라 또한 열 명의 시인들이 있으니 호인(可人)이 아님이 없네. 푸른 잎 우거지고 꽃향기가 십 보의 먼 거리에서도 전해지고, 소나무(蒼官)는 늘어져서 맑은 소리가 사방 창의 빈 곳을 가득 채우노라.
곧은 절개와 빈 마음은 한 번에 태부太傅의 젖은 붓을 들어 올리고 그윽한 향기와 성긴 그림자는 천 년 동안 처사의 전신傳神을 얻었도다. 뾰족한 봉우리가 은하수에 솟아올라 외로이 지탱하여 맑은 빛이 검푸르게 번지고, 절은 낭떠러지 바위에서 반쯤 튀어나와 경쇠 소리가 구름을 뚫고 퍼져 나가네. 백의白衣를 시켜 보낸 술을 받고 중양절에 흠뻑 취하고 찬 하늘의 가랑비 내려 나뭇잎을 적시니 오색의 메추라기가 날개를 퍼덕거리며 놀래는구나. 끊어진 다리로 돌아가는 배는 저물녘 비 내리는 물가로 들어가고, 외로운 성의 뿔피리 소리는 새벽녘에 슬프고 원망스러운 소리를 내는구나. 쇠밧줄과 은갈고리로 장전張顚142)이 취해 쓴 글씨를 쓸어버리고 놀라서 울부짖는 귀신은 귀양 온 신선143)의 웅장한 시구를 몰아가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 아래에 절로 길이 생기는144) 것과 다르니 어찌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겠는가. 비록 ≺양춘곡陽春曲≻에 화답할 사람 적더라도 감히 붓을 가지고 문장을 이으리라.
석교 권화소(石橋勸化䟽)
도로가 험하고 길어 주나라 관리는 보수하는 법을 만들었고 시내와 도랑을 건너기 힘들기 때문에 『맹자』에 큰 교량(輿梁)의 공을 적었도다.145) 이미 전형典刑에 모두 남아 있으니

008_0466_c_01L同廣厦田園賦潘令之閑居逍遙爲得
008_0466_c_02L性之塲縱襟期於俗表耕鑿是逸民之
008_0466_c_03L寄蹤迹於人間兼濟之道未弘
008_0466_c_04L善之風在即主人幽居寡事野性多閑
008_0466_c_05L臨水登山慕安石之雅意淸風朗月
008_0466_c_06L想玄度之高標吐滿腹精神縱郭象懸
008_0466_c_07L河之辯貴永好膠漆感叔牙知我之情
008_0466_c_08L天下之至樂有三主人自是君子堂上
008_0466_c_09L之美景且十詞客無非可人綠葉田
008_0466_c_10L田紅香傳十步之遠蒼官落落淸籟
008_0466_c_11L滿四窓之虗貞節空心一時推太傅之
008_0466_c_12L染翰暗香踈影千載得處士之傳神
008_0466_c_13L尖峯揷漢而孤撑晴光潑黛梵宇隈岩
008_0466_c_14L而半出磬響穿雲白衣送酒來手
008_0466_c_15L爛重陽之醉寒霄踈雨滴葉翻驚五色
008_0466_c_16L之雛斷橋歸帆暮入汀洲之雨孤城
008_0466_c_17L畫角曉聞哀怨之聲鐵索銀鉤掃張
008_0466_c_18L顚之醉墨驚神泣鬼騁謫仙之雄詞
008_0466_c_19L異桃李成蹊豈無言而緘口雖陽春寡
008_0466_c_20L敢綴筆而聯章

008_0466_c_21L

008_0466_c_22L石橋勸化䟽

008_0466_c_23L
道路阻且脩周官著修除之法川瀆險
008_0466_c_24L難涉軻書載輿梁之功旣已存乎典刑

008_0467_a_01L인로仁路를 크게 열 수 있을 것이다. 아무개 다리는 수레와 말들이 편하게 다니는 길로 강과 육지의 중요한 나루가 되었는데 한 번 내린 폭우로 물이 넘쳐흘러서 평지가 우레가 치듯이 떠들썩하게 요동쳐서 시월이 되어도 맨발로 건널 다리가 없고, 여행객들은 게려揭厲146)의 탄식을 일으키며, 은하수에서 까마귀와 까치는 부질없이 쳐다보며 구름 거리(雲衢)147)에 무지개(螮蝀) 멍에를 메우지 않았다.148)
이에 청신사 아무개가 복전에 뜻이 있어서 좋은 일에 성의를 표하였다. 수승한 일을 이루어 썩지 않고, 여러 사람들이 오가지 못하다가 건널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큰 길을 허공에 걸치게 하려면 영인郢人과 장석匠石의 재주149)를 빌려야 하고 다른 산의 돌150)은 진나라 채찍151)을 휘둘러야 하나 빌리기 어렵도다. 반드시 여러 현인들에 의지해야 하며 진실로 홀로 거행하기 어렵도다. 아득한 상하 사방의 구름도 처음에는 한 손가락의 넓이(膚寸)에서 시작하고,152) 천 사람을 에워싸는 장막도 진실로 몇 가닥의 털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한 자의 베와 한 말의 곡식은 물론이거니와 다만 스스로 기뻐하며 보시하여 공을 이루게 된다면 오고 가는 말과 소가 얼음판 위를 밟고 몸이 젖는 근심을 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시인과 의로운 선비들은 반드시 장차 사람을 기다려 여기 기둥에 글을 써서 붙이리라. 동해의 우공于公이 사마駟馬가 드나드는 높은 대문153)의 경사를 어찌 홀로 용납하겠는가. 남쪽의 고상한 선비들 또한 학을 타고 양주로 오리라.154)
조계산 송광사 보조국사비 중수 경참소(曹溪山松廣寺重竪普照國師碑慶懺䟽)
이미 전생의 숙원을 갚고 이미 청구에서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꽃다운 자취를 돌이켜 생각하며 감히 푸른 빗돌에 성대한 덕을 적습니다. 남기신 기풍이 오히려 남아 있으니 후손(來雲)들이 숭상하지 않을 수 있으리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제자는 외람되게 중옷(三衣)을 입고 외람되이 사부대중에 참여하였습니다. 목우자여 목우자여, 어린 시절부터 당신을 되뇌었고, 조계산이여 조계산이여 머문 날이 오래되었습니다.
공경히 생각건대, 국사께서는 조사의 인장을 차고, 법왕의 법륜을 굴리며, 풀어지려는 밧줄을 잡아매고, 문란해진 기강을 바로잡았습니다. 자비의 구름을 펴서 그늘을 드리우니

008_0467_a_01L可以闢於仁路某橋輪蹄便道水陸要
008_0467_a_02L一雨暴漲溢平地動轟豗之雷
008_0467_a_03L月無徒杠行旅興揭厲之歎空膽烏鵲
008_0467_a_04L於銀漢未駕螮蝀於雲衢爰有信士某
008_0467_a_05L存意福田投誠善道要成勝事而不朽
008_0467_a_06L以濟衆人之不通然而大道橫空須藉
008_0467_a_07L郢匠之手他山有石難假秦鞭之馳
008_0467_a_08L必仗諸賢誠難獨擧彌六合之雲
008_0467_a_09L起於膚寸擁千人之帳實出於衆毛
008_0467_a_10L無論尺布與斗粟但自喜捨而功成
008_0467_a_11L去馬來牛使免履氷帶濕之患詞容義
008_0467_a_12L必將待人題柱於斯東海于公
008_0467_a_13L獨容駟馬高門之慶南州高士亦當有
008_0467_a_14L騎鶴上楊之行

008_0467_a_15L

008_0467_a_16L曹溪山松廣寺重竪普照國師碑慶
008_0467_a_17L懴䟽

008_0467_a_18L
旣酧曩願已秘化迹於靑丘追念芳蹤
008_0467_a_19L敢載盛德於翠碣遺風猶有存者來雲
008_0467_a_20L可不尙歟伏念弟子濫服三衣叨叅
008_0467_a_21L四衆牧牛子牧牛子自髫年而誦之
008_0467_a_22L曺溪山曺溪山住爲日者久矣恭惟國
008_0467_a_23L佩祖師印轉法王輪維絕紉於將
008_0467_a_24L正頹綱於已紊布慈雲而垂蔭

008_0467_b_01L번뇌가 청량함으로 변하고, 지혜의 해를 들어서 빛을 퍼뜨리니 어리석고 두려운 마음이 환하게 빛나게 되었습니다. 말은 반드시 근기에 맞추어 던지면 사람들은 모두 풀이 눕듯이 하고 파도에 휩쓸리듯 하여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게 보이니,155) 저는 무릎으로 걸어서156) 팔꿈치로 나아갔습니다. 만일 금모래의 옛 절터에 선사를 새로 세우는 것은 저절로 신령한 공이지 어찌 사람의 노력으로 수고롭게 할 수 있겠습니까. 수천 개 문의 큰 집을 돌아보면 진실로 사부대중의 보배로운 사찰입니다. 부처를 모신 정전은 우뚝하여 마치 신령한 자라157)가 손을 치는 듯하고 긴 회랑은 향기가 은은하고 위엄스러운 봉황이 날개를 펼친 듯합니다. 세상을 떠난 뒤로 공을 이룬 이가 떠나니, 천 길의 높고 아스라함을 우러러 갑자기 산이 무너진 것158)을 탄식하고, 만 이랑의 파도를 끌어당기니 시냇물처럼 흘러감에 놀랐습니다. 향기로운 나무는 말라 죽어 그 색은 학수鶴樹159)의 숲과 같고, 바위 골짜기는 슬프게 부르짖어 그 소리가 호계虎溪의 물처럼 오열합니다.
상족上足이 그 업적을 기록하고 무봉탑에 그 정신이 깃들어 있습니다. 육수六銖160) 정도의 가벼운 옷은 겁갈이(劫碭) 쉽게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네 교외의 많은 보루는 옥과 돌이 모두 타 버리는 지경161)에 이르렀습니다. 너른 바다가 뽕나무 밭으로 변하는 것을 생각하고 크나큰 공이 끊어질까 두렵습니다. 다시 좋은 옥돌(琬琰)162)을 깎아서 거듭 게송을 서술하니 진실로 이것을 갖추어 잊지 않고 끝내 전하여 썩지 않을 것입니다. 이무기가 서려 있고 신령한 거북이 지고 나오듯163) 하늘을 깁는 오색 옥돌164)을 단련하고 봉새가 날갯짓하고 난새가 날아오르는 듯 필력이 강하여 나무에 칠푼을 뚫고 들어갑니다.165)
형상 밖에 도가 있는 것을 표하여 대략 부끄러운 말이 없고166) 인간세상에서 자비를 남긴 것을 빗대니 진실로 눈물이 떨어지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어 경참慶懴 법회를 열어 우러러 영축산의 두 세존께 청하나니 입은 다르지만 법음은 같으니 일승의 묘한 수레를 굴리시고, 사람은 많으나 마음은 하나이니 오체를 던져서 정성을 드리나이다. 금우의 밥과 조주의 차로 맛을 평가할 수 없는 진귀한 공양을 올리고 치자숲과 전단나무의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진귀한 향을 태웁니다. 이러한 깊은 마음이 저 원만한 지혜에 이르러 원하옵건대 우리 국사께서 오탁악세에 거듭 태어나서 널리 사생을 구제하시기를 바라옵니다. 또한 여러 시주자(단월)들은 장수하여 긴 수명이 소나무와 같이 늙지 않고 재앙의 탯줄이 소멸하여 더운물 속의 얼음처럼 녹아 버리기를 바라나이다.

008_0467_b_01L惱變爲淸凉揭智日而揚光昏衢以之
008_0467_b_02L煥爀言必投器人皆草偃而波奔
008_0467_b_03L之彌高余乃膝行而肘步若乃金沙舊
008_0467_b_04L禪社新成自是神功豈勞人力
008_0467_b_05L千門之大厦實四衆之寶坊正殿嵬嵬
008_0467_b_06L屹若靈鰲之抃長廊誾誾翩如威鳳之
008_0467_b_07L世喪以還功成者去仰千仭之崇
008_0467_b_08L奄歎山頹挹萬頃之波瀾俄驚川
008_0467_b_09L香株枯死色侔鶴樹之林岩洞悲
008_0467_b_10L聲咽虎溪之水有上足兮紀其績
008_0467_b_11L無縫塔兮栖其神六銖輕衣非劫碭之
008_0467_b_12L易磨四郊多壘致玉石之俱焚思鯨
008_0467_b_13L海之變桑怕鴻功之絕緖再鐫琬琰
008_0467_b_14L述偈言實以備此無忘終乃傳之不朽
008_0467_b_15L螭蟠龜負鍊補天五色之珉鳳翥鵉翔
008_0467_b_16L揮入木七分之翰表有道於象外畧無
008_0467_b_17L愧辝比遺愛於人間誠當墮淚仍開
008_0467_b_18L慶懴一法席仰請靈山二世尊口異而
008_0467_b_19L音同轉一乘之妙軌人衆而心一
008_0467_b_20L五軆而輸誠金牛飰趙州茶獻無味之
008_0467_b_21L珎饌薝蔔林栴檀樹焫沒價之眞香
008_0467_b_22L將此深心格彼圓智願我國師重來
008_0467_b_23L五濁普濟四生次願諸檀越壽骨靈
008_0467_b_24L等松喬而不老禍胎殄滅類湯氷

008_0467_c_01L
다시 짓다(又)
사바세계에 몸을 나타내셨으니 크나큰 인연 없는 힘으로 빗돌에 기야송秖夜頌167) 새겨 길이 썩지 않는 공적을 밝히고자 합니다. 나무를 베면서 그대를 생각하고168) 공자가 소악韶樂을 듣고 맛을 잊어버린 것169)과 같습니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제자는 토목의 미흡한 자질과 부평초와 같이 떠다니는 자취로, 생사의 강물 속에서 스스로 미혹하여 나루로 나오지 못하였고 안개와 놀의 물상 밖 정신이 깃드는 집에 살지 못하였습니다. 이미 국사의 덕에 취하여 여러 동지들과 시주자들을 모집하였고 또한 국사의 이름을 외우며 타산의 곧은 돌을 깎아 새기고 다시 보새蒲塞의 여섯 가지 맛170)을 진설하고 사이사이에는 화개花盖와 향등香燈을 놓고, 시방에서 선서善逝(부처)를 공경히 청하니 수월水月의 장소에 같이 임하소서. 이 작은 인연을 가지고 향하나니 거울(菱鑑)을 만회하여 자세히 비추십시오.
엎드려 원하오니, 시주자들은 허리에 십만 관을 차고 학을 타며 양주에 오르고171) 단박에 오복을 얻어 큰 수레에 소를 멍에하여 바른 도로 돌아와 함께 사생四生172)을 해탈한 뒤에 두루 삼도三道173)를 구제하여 함께 십지에 오르게 되기를 바라나이다.
식 상인이 죽은 스승을 천도하는 소(湜上人薦亡師䟽)
법신法身은 중생을 이롭게 하여 형상으로 나타나는데 마치 거울 속의 모습과 같고, 허깨비 같은 육신은 인연을 따라 생멸이 있는데 마치 물 위의 거품과 같습니다. 마땅히 사사로움이 없는 깨달음의 거울을 빌려서 감히 끝없는 스승의 은혜에 보답하고자 합니다. 시냇물을 마시고 푸성귀를 먹는 것 모두 우리 임금이 물과 토지를 내린 것이 아님이 없듯이, 이마에서 발끝까지 이르기까지 진실로 모두 우리 스승이 어루만지고 길러 준 은혜입니다. 장차 곁에서 모시고 생을 마치기를 서원했는데 어찌 오늘 갑자기 돌아가십니까. 보답하는 덕을 베풀고자 하나 비록 보잘것없는 것에 부끄럽고, 그 혼을 천도하기 위해 제사를 올리나니, 진실로 진심 어린 정성에서 나왔습니다.

008_0467_c_01L而潜消

008_0467_c_02L

008_0467_c_03L

008_0467_c_04L
現身閻浮提最大無緣之力勒銘秖夜
008_0467_c_05L永彰不朽之功爲伐木而思人
008_0467_c_06L聞韶而忘味伏念弟子土木微質
008_0467_c_07L梗浮踪生死河中自迷出要之津
008_0467_c_08L霞象外未占棲神之宅旣醉國師之德
008_0467_c_09L募諸同志檀那又誦國師之名用刊他
008_0467_c_10L山貞石復設蒲塞之六味間錯花盖香
008_0467_c_11L恭請善逝於十方同臨水月場地
008_0467_c_12L持此芥緣以傾向挽回菱鑑之照詳
008_0467_c_13L願檀那腰纒騎鶴上楊州頓獲五福
008_0467_c_14L大車駕牛歸正道俱脫四生然後願普
008_0467_c_15L濟三途咸登十地

008_0467_c_16L

008_0467_c_17L湜上人薦亡師䟽

008_0467_c_18L
法身利物而現相現形如鏡中像幻質
008_0467_c_19L隨緣而有生有滅若水上漚宜借覺鑑
008_0467_c_20L之無私敢報師恩之罔極飮澗茹蔬
008_0467_c_21L何莫非我王水土之賜摩頂至踵實皆
008_0467_c_22L是吾師撫毓之恩誓將執侍而終年
008_0467_c_23L其奄忽於今日欲報之德施作雖愧於
008_0467_c_24L么麽願薦其魂獻亨實出於誠悃

008_0468_a_01L한 가닥 침단향沉檀香을 사르자마자 시방세계의 삼보가 함께 임하기를 원하옵니다.
엎드려 비나니 영가는 망령됨을 버리고 진여로 돌아가고 속됨을 바꾸어 성인을 이루어서 연꽃이 물에 붙지 않으니 해탈의 깊은 은혜를 열고, 명경明鏡은 또한 대臺가 아니니 자성自性의 지극한 과보를 원만하게 하시길 바라옵니다.
영 상인이 죽은 아비를 천도하는 소(英上人薦亡父䟽)
대지는 끝이 없으나 모두 부처님이 가피하신 덕을 입고, 넓은 하늘은 끝이 없으나 아비가 가르치신 은혜에 보답하기 어려워 비로소 자비로운 문을 두드려 저승길을 인도하노라.
엎드려 생각해 보면 망부의 일생은 노고가 많아 온갖 어려움과 괴로움을 겪었고, 어린 나이에 군대를 좇았으니 몇 번이나 창을 베고 잤고 창을 메고 다녔으며, 만년에는 늙은 농사꾼이 되어 때때로 강론하고 김을 깊이 맸는데174) 또 어찌 고질병 하나로 곧 천추의 생을 영원히 떠나가게 되었습니까. 칠칠재가 이미 다 되어 계절의 차서가 따뜻한 봄이 되었으니 비록 수많은 아픔이 밀려오나 어찌하겠습니까. 공양을 베풀고 보새蒲塞합니다. 밝은 꽃과 푸른 버드나무의 한 빛깔과 한 향내도 청정한 진신이 아님이 없고, 제비의 말과 꾀꼬리 소리의 서로 부르짖고 서로 부르는 것도 모두 부처의 묘한 장광설입니다. 비록 공이 터럭만큼 가늘더라도 어찌 털끝만큼의 차이를 보겠습니까.
엎드려 바라나니 번뇌의 강을 벗어나 열반의 언덕에 오르고, 비야성 안에 있는 유마 거사의 불이문不二門으로 들어가 언우齴齲175)의 기미 앞에서 성제聖諦 제일의第一義를 요달하소서.
성변 의준을 대신하여 스승을 천도한 소(代性卞義俊薦師䟽)
여러 부처님의 법우法雨는 본래 사사로움이 없어 초목과 곡식들을 두루 잘 자라게 하지만, 중생의 오온의 육신은 반드시 죽음이 있어서 바다와 산과 허공과 저자에서도 피하기 어려우니, 정성을 다하여 부처님께 귀의하여 자비롭게 이끌어 줌을 빌게 하는 것이 마땅하도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입적하신 스님은 어린 나이에 출가하여 판각에 재주가 있었다.

008_0468_a_01L檀一瓣之纔焫刹塵三寶之同臨伏願
008_0468_a_02L靈駕捨妄歸眞轉凡成聖蓮花不着
008_0468_a_03L開解脫之深恩明鏡亦非臺圓自
008_0468_a_04L性之極果

008_0468_a_05L

008_0468_a_06L英上人薦亡父䟽

008_0468_a_07L
大地無邊咸蒙佛也加被之德昊天
008_0468_a_08L罔極難報父兮敎誨之恩肆叩慈門
008_0468_a_09L用指冥路伏念亡父一生勞苦萬狀艱
008_0468_a_10L從軍旅於弱齡幾度枕戈荷戟
008_0468_a_11L老農於晩歲時講易耨深耕夫何一病
008_0468_a_12L支離乃爾千秋永逝俄七齋之已届
008_0468_a_13L序屬陽春雖百痛其奈何供設蒲塞
008_0468_a_14L花明柳綠一色一香無非淸淨眞身
008_0468_a_15L鷰語鶯歌相呼相喚摠是廣長妙舌
008_0468_a_16L雖功毛細豈鑑毫差伏願出煩惱河
008_0468_a_17L登涅槃岸毘耶城內入居士不二之門
008_0468_a_18L齴𪗙機前了聖諦苐一之義

008_0468_a_19L

008_0468_a_20L代性卞義俊薦師䟽

008_0468_a_21L
諸佛一法雨本自無私而卉木草糓之
008_0468_a_22L普滋衆生五蘊身必然有死而海山空
008_0468_a_23L市之難避宜輸歸佛之懇俾倩提奬之
008_0468_a_24L伏念亡師齠齓出家剞劂長技

008_0468_b_01L전생에 다행히 인연이 두터워서 금생에 불법 문하에 들어와 화려한 전각의 사찰에서 비록 오래도록 맑고 한가한 복을 누렸으나, 중의 옷을 입고 머리를 깎았어도 실로 남취濫吹176)의 조소를 면하기 어려웠도다. 하늘의 재물을 창고에 들였으니 어찌 범려范蠡177)의 부유함을 부러워하며, 정토에 정신을 깃들게 되었으니 법도를 따르는 무리들을 많이 부끄러워했도다.
질병(二竪)178)에 걸려 여생을 침상에 힘없이 쓰러졌고, 불(八人)179)이 집을 태워 깨끗하지 못한 물이 방과 회랑에 넘쳐흘렀네. 오히려 아침에 도를 듣지 못했는데 갑자기 저녁에 죽게 되었으니 땅을 치고 하늘에 호소하나 미치지 못하고, 창자가 끊어지고 간담이 쪼개지는 아픔을 감당하기 어려워라. 그러므로 정성(霞誠)을 다하여 금산金山 같은 승가의 계율에 의지하고, 특별히 향기로운 법석을 펼쳐 도량에서 수륙재水陸齋180)를 열었으니 바다 진주와 같은 승려들181)은 영축산에 모인 불법 도반들이요, 부처가 말한 글자들은 불경(蚪藏)182)을 알리고 드러내는 웅장한 진리라네. 옥주玉麈183)로 바람을 빗질하여 의천義天184)의 높고 광활함을 이야기하고, 얼음병 속에 달을 담아 지혜 거울의 원만한 밝음을 통하였으니, 바라건대 수승한 인연을 의지하여 우러러 밝은 복을 비노라.
원하건대 미혹한 나루의 보배 뗏목을 얻고 깨달음의 길에서 금줄185)을 밟게 되어, 용화수 회상에서 아미타여래의 기별을 얻고 보리수 아래에서 보살과 노니시기를 바라나이다.
섣달그믐날 밤 소(除夜䟽)
유령庾嶺186)의 매화는 일찍 남쪽 가지에서 필 시기요, 요임금 섬돌의 명협蓂莢187)이 새로 한 잎을 솟아오를 때로다. 매서운 추위를 보내고 느릿느릿한 양률陽律188)을 맞이하여 이에 사해의 용상을 모아 시방의 부처님께 공양합니다.
전단旃檀189)향과 침수沈水190)향, 우두牛頭향과 계설鷄舌191)향이 자욱하게 진동하여 마치 아름다운 빛과 상서로운 기운이 은하수에 채색을 띠고 있는 듯하고, 밀랍 연기와 마당의 횃불, 백화등百華燈과 구지등九枝燈192)이 반짝반짝 화려하게 빛나서 마치 합벽合璧과 연주連珠193)가 구름 낀 하늘을 밝게 비추는 듯하도다. 맛있는 과일과 향기로운 차는 암라菴羅194)와 소타蘇陀195)를 지녀 모두 아름답고, 경종鯨鐘196)과 범패 소리는 거문고 같은 시내 소리와 비파 같은 솔바람 소리와 더불어 모두 맑으니,

008_0468_b_01L世幸因緣之厚今生入佛法之門華閣
008_0468_b_02L金園雖久亨淸閑之福方袍圓頂實難
008_0468_b_03L免濫吹之嗤入庫天財豈羡陶朱之富
008_0468_b_04L棲神淨域多慚遵式之儔二竪嬰身
008_0468_b_05L殘年委頓於床枕八人燒宅不淨流溢
008_0468_b_06L於房廊猶未朝聞俄然夕死叩地呌
008_0468_b_07L天而靡及摧膓破膽而難堪故殫霞誠
008_0468_b_08L依金山之梵律特張薰席開水陸之道
008_0468_b_09L海珠人人藂集鷲峯之法侶
008_0468_b_10L言字字諷敭虬藏之雄詮玉𪊧 [5] 梳風
008_0468_b_11L談義天之高廓氷壼貯月通智鏡之圓
008_0468_b_12L庶仗殊因仰匄景祐願得迷津之
008_0468_b_13L寶筏踐覺路之金繩龍華會中獲如
008_0468_b_14L來之記莂菩提樹下與菩薩而遨遊

008_0468_b_15L

008_0468_b_16L除夜䟽

008_0468_b_17L
庾嶺梅花早發南枝之侯堯階蓂莢
008_0468_b_18L新抽一葉之辰送烈烈之陰寒導遅遅
008_0468_b_19L之陽律于時集龍象於四海供佛陁於
008_0468_b_20L十方栴檀沉水牛頭雞舌之郁郁氳氳
008_0468_b_21L若休光瑞氣結彩於河漢蠟烟庭燎
008_0468_b_22L百華九枝之煥煥爛爛若合璧連珠
008_0468_b_23L耀於雲霄珎菓香茶將菴羅蘇陀而共
008_0468_b_24L鯨鐘魚梵與澗琴松瑟而俱淸

008_0468_c_01L위로는 시방세계의 삼보와 겹겹의 인드라망을 공양할 수 있고 아래로는 삼도三道197)의 백령百靈들이 질퍽하게 빠져서 윤회하는 것을 천도할 만하도다. 그런 뒤에 재난과 화의 싹을 모두 남김없이 휩쓸어 녹여 버리고, 수명과 복의 기틀이 새해와 더불어 새롭게 다가오기를 비나이다.
남을 대신하여 모친을 천도한 소(代人薦母䟽)
북당의 자비로운 어머니(聖善)198)께서 저승으로 가신 것을 탄식하나니, 서방의 아미타부처님께서 저승을 모두 구제하기를 서원하셨나이다. 끝없이 넓은 은혜를 갚아야 하니 모름지기 무연無緣199)의 묘한 힘에 의지하고자 합니다.
엎드려 생각하건대, 죽은 어미는 오직 가업에 근면하셨으니 어찌 잠깐 사이에 돌아오지 못할 줄을 알았으며, 좋은 인연이 오래가지 못하고 갑자기 천추의 인생을 영원히 이별하게 되었습니다. 하늘을 소리쳐 부르고 땅을 두드려 한갓 심장과 간담이 찢어지고 잘려 나가는 듯 아프고, 하루가 가고 한 달이 지나도 평소의 얼굴을 보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공경히 여러 승려들을 맞이하여 『묘법연화경』의 글을 외우고 두루 여러 부처님께 공양하여 향적반香積飯과 이보새 찬饌을 베푸나니, 이 작은 정성으로 인하여 저 원만하고 밝은 세계에 이르기를 바라나이다.
엎드려 바라건대, 영가께서는 새로운 선업을 바탕으로 삼고 과거의 인연이 몰록 발동하여 구품연화대 위를 단박에 큰 걸음으로 뛰어오르시어 일곱 겹의 인드라망200)이 있는 제석천에서 여러 성인들과 함께 즐기시기를 바라나이다.
나한재 소를 대신 짓다(羅漢齋䟽【代人】)
감응이 있으면 반드시 통함이 있으니201) 진실로 응진應眞(아라한)의 높은 덕이요 재를 열어 죄를 참회하는 것은 석자釋子(승려)의 초인初因입니다. 그러므로 한 치의 붉은 마음을 다하고 우러러 육통六通202)의 현묘한 거울을 바랍니다. 공경하나니 오직 십육존자는 부처님을 이어 세상에 머물면서 법을 베풀어 중생을 이롭게 하였고 팔해八解203)를 원만하게 밝히고 사과四果204)를 성취하였습니다. 이른 봄 여래의 기별이 영원히 복전을 짓게 하시고 어느 때나 응공의 자비가

008_0468_c_01L可供於十方三寶之帝網重重下可薦
008_0468_c_02L於三途百靈之沉輪漠漠然後願災萌
008_0468_c_03L禍孽共殘臘而消除命位福基與首
008_0468_c_04L歲而新進

008_0468_c_05L代人薦母䟽

008_0468_c_06L
北堂慈聖善嗟爲逝魄而杳冥西方大
008_0468_c_07L導師誓作幽途之極濟要酬罔極之洪
008_0468_c_08L須仗無緣之妙力伏念亡母惟勤
008_0468_c_09L家業那期一息不廻未閑善緣倐作
008_0468_c_10L千生永訣呼天叩地徒極摧折於心肝
008_0468_c_11L日徃月來莫覩平生之顏面恭邀衆道
008_0468_c_12L誦蓮華貝葉之文普供諸佛陀
008_0468_c_13L香積伊蒲之饌用玆微悃格彼圓明
008_0468_c_14L伏願靈駕新善兼資夙因頓發九品
008_0468_c_15L蓮臺上濶一步而徑登七重羅網中
008_0468_c_16L與衆聖而同戱

008_0468_c_17L

008_0468_c_18L羅漢齋䟽代人

008_0468_c_19L
有感必通實應眞之上德修齋懴罪
008_0468_c_20L乃釋子之初因故罄一寸丹心仰蘄六
008_0468_c_21L通玄鑑恭惟十六尊者續佛住世
008_0468_c_22L法利生八解圓明四果成就早春如
008_0468_c_23L來之記莂永作福田恒懷應供之慈悲

008_0469_a_01L널리 함식含識(중생)을 이롭게 하기를 바랍니다.
이에 비구 계정戒定이 본디 마음을 기울여 끝없는 덕을 향하나니 대략 변변찮은 재물로 제수를 마련하여 감히 열성列聖의 향안을 결정하였습니다. 모습이 완연하여 있는 듯이 나타나는데 휑하니 일정한 방향이 없습니다. 황홀한 가운데 은혜를 베푸시고 아득한 가운데 복을 드리우십시오. 진여와 자비로 덮어 주시니205) 호념하는 마음을 잊지 않고 착한 행위를 원만히 이루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과보를 얻게 되기를 바랍니다.
『화엄경회편소초華嚴經會編䟽鈔』를 다시 간행한 낙성식 경참소(重刊華嚴經會編䟽鈔落成慶懺䟽)
여러 중생들에게 나아가는 무연자비無緣慈悲의 힘으로 법신·보신·화신이 비록 세 가지로 나누어졌으나 중생들의 사바세계에 원만한 법음을 드날리는 데는 화엄이 제일이니, 비로자나불이 설한 법계의 진실한 경전이라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제가 외람되게 부족한 자질을 가졌으나 다행히 위없는 보배 경전을 만나게 되니 저녁에 죽어도 좋은 하나의 착한 일을 드리워 기이한 재난을 씻을 만하고 아침에 한 자를 듣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으나 바닷물로 먹을 갈아도 쓰기 어려운지라. 사바세계가 상섭相攝하는 것은 오히려 제석의 인드라망이 서로 포함하는 것 같고 심불心佛이 서로 차등이 없는 것은 마치 진경秦鏡206)이 서로 비추는 듯하도다. 십신十身이 고르게 드러나서 무방無方의 진모塵毛로 들어가고 삼재팔난을 단박에 뛰어넘어 원만하게 곧바로 공을 이루네. 경전의 의문義門은 중첩하여 마치 구름이 하늘에서 일어나는 듯하고 대행大行이 나누어 흩어짐은 꽃이 촉蜀의 비단207) 위에 더해지는 것 같도다. 지금 다행히 당나라 판본을 얻었는데 바로 청량 징관 스님의 회소초會䟽鈔가 함께 들어 있는 것이라. 청량淸凉 국사의 손때가 아직도 생생한 채 평림平林 거사가 편집하고 유포하였도다. 만일 자기의 사사로움만을 생각하여 대중들과 함께하지 못했으면 어찌 남과 착한 일을 함께하였겠는가. 상자 속에 보관하고 널리 전하지 못했다면 중생들에게 널리 퍼지지 못하였으리라.
그러므로 다시금 목판으로 새겨서 오랫동안 전하려고 하니 문득 초학의 후손들을 위함이라. 아울러 『대명법수大明法數』208)를 간행하고 또한 서까래 머리가 몇 자 되는 건물을 일으켜 목판 팔십 권을 보호하게 하노라.

008_0469_a_01L普利含識玆者比丘戒㝎傾心有素
008_0469_a_02L向德無垠畧將菲薄之齋羞敢斷列聖
008_0469_a_03L之香案儀形宛爾如在示現廓然無
008_0469_a_04L施恩於怳惚之間垂祐於杳冥之際
008_0469_a_05L眞慈覆燾不忘護念之心善行圓成
008_0469_a_06L自獲阿耨之果

008_0469_a_07L

008_0469_a_08L重刊華嚴經會編䟽鈔落成慶懴䟽

008_0469_a_09L
赴群機之無緣慈力法報化雖分三
008_0469_a_10L圓音於有流刹塵佛華嚴爲苐一毘盧
008_0469_a_11L所說法界眞經伏念弟子隈以可下之
008_0469_a_12L幸遇無上之寶垂將夕死一善
008_0469_a_13L禳乎奇災憐未朝聞一字難書於海墨
008_0469_a_14L刹塵相攝猶帝網之交含心佛無差
008_0469_a_15L若秦鏡之互照十身齊現入無方之塵
008_0469_a_16L八難頓超圓至功於俄頃義門重
008_0469_a_17L若雲興大虗之中大行分披比華
008_0469_a_18L添蜀錦之上今者幸獲唐本乃是兼會
008_0469_a_19L䟽鈔淸凉國老之手澤尙新平林居士
008_0469_a_20L之輯編流布若乃專己私而不兼乎衆
008_0469_a_21L豈善與人同藏篋笥而未廣其傳非普
008_0469_a_22L被生類故以重鐫於梓欲壽其傳爲便
008_0469_a_23L初學後昆兼刊大明法數又起榱題數
008_0469_a_24L尺之棟宇以𢇮方板八十之區分旣已

008_0469_b_01L이미 천중절天中節(단오)에 낙성식을 하고 또한 넉넉한 재물을 가지고 의표를 그렸으니 능사能事를 완성하였고209) 처음의 뜻을 갚았도다. 양회兩會에서 불보살의 새로운 그림이 완성되어 높이 불전의 회랑에 걸고, 일진의 향기로운 화촉 공양 사이사이에 만다라(曼挐)210)를 늘어 놓았네. 능감菱鑑이 밝게 비추듯 작은 성의를 밝히노라. 여러 시주님들은 천생千生의 썩지 않는 씨앗을 심어 해인삼매의 문으로 들어가리니 세세생생 비로자나불과 짝이 되어 주반이 되고, 있는 곳마다 선재동자와 함께 재미있게 다니리라.
바라옵건대 연화비구緣化比丘 등은 현생에서 복의 바다와 수명의 산이 증가하고 내생에 종지種智211)로 극과極果(佛果)가 원만하리라.
희경 상인을 대신하여 스승을 천도하는 소(代希敬上人薦師䟽)
여러 부처님이 사사로운 지혜 없이 중생들의 성실한 감응에 나아가는 것은 마치 구름이 사라진 너른 하늘에 외로운 달빛이 수만 그릇에 나뉘어 비치는 것과 같으며, 중생들이 유루업有漏業으로 억겁의 괴로운 윤회를 불러들이는 것은 흡사 큰 골짜기에 사나운 바람이 부는데 떠 있는 한 조각 작은 배가 수천 파도 속에서 출몰하는 것과 같습니다. 즐길 만한(宜遊) 복을 돕고자 하니 어찌 감응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인연에 의지하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생각해 보면 제자의 몸은 비록 출가하였으나 마음이 도에 물들지 못하여, 모친이 있어도 목주睦州가 부들신을 짠 것을 본받지 못하였으니 발을 씻는 것을 어찌 말하겠으며, 스승을 섬김에 백장百丈 스님의 참된 기풍에 회합하지 못하였으니 본받고 등지는 것을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한갓 수족이 되는 줄만 알아서 곁에서 받들어 섬겼고, 다만 탕약만을 가지고 병석을 오랫동안 보살펴 드렸는데 어찌 한 번 질병을 앓고 낫지 않아 갑자기 천추를 영결하게 되었습니까. 자비스러운 성품으로 오직 불국토의 장엄함을 수행하시고, 예불과 염불을 몸에 지니시고 극락정토에 태어나기를 서원하셨으니, 일생의 사업을 도와 응당 구품연화대를 높이 뛰어오르실 것이나 저의 마음은 찢어질 듯 아프고 감당할 수가 없어서 세속의 정을 따라 닦고 숭배함에 힘썼는데 세월은 물 흐르듯 하여 오늘 백일이 되었고 꽃소식(花信風)212)을 재촉하여

008_0469_b_01L落成於節天中且將羡財而繪儀表
008_0469_b_02L能事矣償初志焉兩會佛菩薩之新畫
008_0469_b_03L高掛殿廡一陣香花燭之普供養
008_0469_b_04L間列曼挐菱鑑孔明芥誠是燭諸檀
008_0469_b_05L越等植千生不𣏓之種入海印三昧之
008_0469_b_06L世世生生陪毘盧爲主伴在在處
008_0469_b_07L與善財同戱遊抑願緣化比丘等
008_0469_b_08L現生增福海壽山當來圓種智極果

008_0469_b_09L

008_0469_b_10L代希敬上人薦師䟽

008_0469_b_11L
諸佛無私智赴群機之誠感若雲斷長
008_0469_b_12L空孤光壁月分照燭於萬器之中
008_0469_b_13L生有漏業招憶劫之苦輪似風饕巨壑
008_0469_b_14L一葉扁舟互出沒於千波之際欲助宜
008_0469_b_15L遊之福盍憑昭應之緣伏念弟子
008_0469_b_16L雖出家心不染道有毋而未效睦州之
008_0469_b_17L織屨洗足何言奉師而不會百丈之眞
008_0469_b_18L楷背難擬徒知手足承事於左右
008_0469_b_19L只將湯藥久勤於沉綿豈期一疾之未
008_0469_b_20L遽作千秋之永訣以慈悲成性
008_0469_b_21L修佛土之莊嚴俾禮念持身即生淨邦
008_0469_b_22L之誓願相一生之事業應九品之超昇
008_0469_b_23L然余心之痛悼難堪順世情而修崇是
008_0469_b_24L時光水逝届百日於今晨花信風催

008_0469_c_01L90일 봄(九春)의 가운데가 되었습니다. 이름난 승려로서 동남쪽의 아름다움213)인 오덕五德214)과 육화六和215)를 갖추었고, 청하는 부처님은 시방세계의 일체삼보를 다하였습니다. 사람은 여럿이나 마음은 하나로 영산의 세존께 공경히 귀의함을 일으키고, 입은 다르지만 소리는 한가지로 『묘법연화경』을 암송합니다. 쟁쟁 보배 목탁을 울리니 소리가 비 갠 뒤의 서늘한 바람과 밝은 달216)을 전하는 듯하고, 모락모락 청동 화로의 향불은 기운이 소나무 가지 끝에 옅게 어리었습니다. 선의禪儀가 새벽에 빛나니 계룡산(雞峀) 거처와 흡사하고, 범원梵員(승려)이 새벽에 읊으니 범패 소리와 비슷합니다. 좋은 쌀(長腰)217)이 희게 빛나 향적香積의 밥218)과 다르지 않고 오비烏椑219)의 누런 감이 어찌 암원菴園220)의 과일과 다르겠습니까. 일체 마니보주가 꽃으로 장엄한 향기로운 구름에 흩어지고 팔대 만다라가 불단의 감로甘露를 씻어 줍니다. 큰 법고를 치고 큰 법라法螺221)를 불며 큰 법의 비를 내리고 큰 법의 뜻을 연설합니다. 부처님의 일음一音222)은 통하지 않는 곳이 없으니 여래의 방에 들어가 여래의 법상에 앉고 여래의 옷을 입고 여래의 말씀을 외우니 오탁五濁223)이 어찌 나를 더럽히리오. 삼천세계가 무차법회에 참석하고 지혜의 횃불을 밝혀 어리석은 집을 비추고 길을 잃고 갈팡질팡하는224) 중생을 가리켜 주니, 십이류十二類225) 중생들이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는 것이 멀지 않았고 깨달음의 칼을 휘둘러 삿된 산을 깨뜨리며 갖가지 깊은 염원을 발합니다. 공덕과 인연이 매우 묘하여 다시 한 줌 흙으로 산을 북돋는 것과 같고, 감응이 교차되는 것은 하늘을 지탱하는226) 돌을 다듬는 것(鍊石)에 비길 만합니다.
엎드려 바라옵건대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요달하여 불이不二의 법문으로 들어가시고, 업장業障·보장報障·번뇌장煩惱障227)을 소멸하여 나지도 멸하지도 않으며, 마음과 경계가 모두 공한 필경공畢竟空의 청정함을 얻어 나와 남이 없게 되십시오. 또한 바라옵건대 상전이 벽해로 변하도록 영원히 만수무강을 누리시고 대지가 대추씨만큼 되도록 끝없는 상서로움을 받으시며 다시 일문一門을 도와서 함께 온갖 복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008_0469_c_01L繄九春之將半名僧盡東南之美五德
008_0469_c_02L六和請佛罄塵刹之方一體三寶
008_0469_c_03L衆而心一起歸敬於靈山世尊口異而
008_0469_c_04L音同乃諷誦乎蓮花妙典鏗鏘寶鐸
008_0469_c_05L聲傳霽後之光風陸續銅爐氣結松梢
008_0469_c_06L之細靄禪儀曉暎依俙雞峀之居梵唄
008_0469_c_07L晨吟彷彿魚山之曲長腰白晢不殊
008_0469_c_08L香積之饙烏椑黃柑何異菴園之菓
008_0469_c_09L一切摩尼寶散華藏之香雲八大曼挐
008_0469_c_10L灑淨壇之甘露擊大法皷吹大法
008_0469_c_11L雨大法雨演大法義一音無處不
008_0469_c_12L入如來室座如來牀衣如來衣
008_0469_c_13L如來言五濁於我何浼三千世界
008_0469_c_14L法會之無遮敭智炬而燭昏宅指倀倀
008_0469_c_15L而迷路十二類生登覺岸而非遠
008_0469_c_16L覺刃而破邪山發種種之深願功緣甚
008_0469_c_17L還同抷土以培山感應若交可比
008_0469_c_18L補天之鍊石伏願了苐一義諦入不二
008_0469_c_19L法門業障報障煩惱障而消除不生
008_0469_c_20L不滅心空境空畢竟空之淸淨無我
008_0469_c_21L無人次願田滄海變桑永亨無强之壽
008_0469_c_22L丸大地如棗更受不盡之祺祥
008_0469_c_23L祐一門共迎百福

008_0470_a_01L
보조국사의 사리를 봉안하는 소(奉安普照國師舍利䟽)
내손來孫228) 아무개 등은 이번 달 십칠 일에 국사의 사리를 받들어 모시고 돌아와 송광사에 안치하고 문득 향기로운 차를 갖추어 공양하며 애오라지 저희 마음을 아룁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넓은 발원심과 깊은 자비력으로 곧 극락정토로부터 자취를 드리웠다가 근원으로 돌아가시고 그저 사리의 신령한 자취를 남기셨습니다. 비록 생하고 멸함이 다르나 그 화연化緣은 하나입니다.
보조국사를 추모해 생각해 보면 사해 승려가 우러러보고 온 나라가 스승으로 대접하는 분이라, 어린 나이로 출가하여 높은 벼슬의 영화로운 명예를 버리고 장대한 뜻으로 도를 행하여 법문의 기둥이 되셨고, 수선修禪 결사로 천 칸의 큰 집을 세우시고 송광산에 조계선의 물줄기를 흐르게 하셨습니다. 지경은 사람과 함께 한 시대의 높은 선승이 머무는 곳이요, 도는 태평시절로 사방 산의 학자들이 귀의하는 바가 되었습니다. 은혜로운 태양을 첩첩의 어둠 속에 걸어 두니 긴 밤이 그로써 곧 새벽이 되고, 미친 파도를 이미 넘어진 곳에서 되돌리니 상교像敎(불교)가 여기에서 발흥합니다. 예전 부처님의 전형이 그대로이니 말세의 규모가 흥성합니다. 덕은 높은 하늘과 같아 헤아리지 못하고 도는 너른 바다와 같아 끝을 알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공을 이루었으나 머물지 않고 보배 깃대(寶扛)를 꺾고 꿈으로 들어가시고 육신은 죽어도 썩지 않아 금빛이 머물며 사람을 이롭게 합니다. 비록 모습을 볼 수는 없으나 어찌 열 겹으로 싸서 진중하게 보호함에 삼가지 않겠습니까. 비상한 상서로움과 응험을 드러내니 팔사八邪229)와 이도異道가 몰래 훔쳐 갔습니다. 돌아가신 때를 헤아려 보면 거의 삼십여 년이 되어 갑니다. 육조 대사가 근본으로 돌아가니230) 어찌 오는 때에 할 말이 없겠으며 모습은 완벽完璧231)과 같으니 연성벽連城璧232)을 주지 않은 것과는 다릅니다. 지성을 다하니 멀지 않아서 진여를 회복하고 상법 말법 시대의 법보法寶로 최상의 복전이 되십시오. 옥급玉笈233)에는 광채가 어른거리고 금단金壇234)에는 채색 빛이 일렁거립니다. 순환함이 정해지지 않아 마치 네 계절이 돌아오는 것 같고 투명하게 비추고 흠이 없으니 마치 오성五星이 밝은 빛을 모으는 듯합니다. 제천이 둘러서 보호하시니 기쁜 기운이 하늘에 떠 있고

008_0470_a_01L奉安普照國師舍利䟽

008_0470_a_02L
來孫某等以今月十七日奉還國師設
008_0470_a_03L安于松廣本寺輙備香茶之供
008_0470_a_04L伸下情者伏以弘願深悲即從淨界而
008_0470_a_05L垂迹還源返本空留骨相之靈蹤
008_0470_a_06L生滅之異焉其化緣則一也追惟普照
008_0470_a_07L國師四海僧望一國師賓童眞出家
008_0470_a_08L捨榮名之軒冕壯志行道爲法門之棟
008_0470_a_09L社結修禪起千間之大厦山名松
008_0470_a_10L流一派之曺溪境與人俱是一代
008_0470_a_11L高禪之所駐道將時泰乃四山學者之
008_0470_a_12L攸歸懸惠日於重昏長夜以之頓曉
008_0470_a_13L廻狂瀾於旣倒像敎於焉勃興先佛之
008_0470_a_14L典刑依然末葉之䂓模盛矣德高穹而
008_0470_a_15L莫測道大海而無涯然而功成不居
008_0470_a_16L1) [8] 而入夢身沒不𣏓留金光而利

008_0470_a_17L雖莫覩乎儀形豈十襲珎護之不謹
008_0470_a_18L現非常之瑞應爲八邪異道之潜偸
008_0470_a_19L墜失之時幾三十餘載盧老歸根
008_0470_a_20L來時之無口相如完璧異連城之不償
008_0470_a_21L至誠所加不遠而復眞像季之法寶
008_0470_a_22L爲無上之福田玉笈光浮金壜彩溢
008_0470_a_23L循環不㝎若四序之回旋瑩澈無瑕
008_0470_a_24L猶五星之聚暎諸天擁衛喜氣浮天

008_0470_b_01L초지初地가 장엄하니 즐거운 소리가 땅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엎드려 바라나니 다시 학수鶴樹의 자비로운 그늘을 드리우시고 용왕의 단비를 널리 베푸십시오. 도량에 겹겹의 빛이 쏟아져 영원히 마구니의 장애로 어둡게 막힌 것을 제거하고 법의 바퀴를 항상 굴려서 오직 종과 북이 둥둥 울리기를 바라나이다.
취미 대사 천도소(薦翠徵大師䟽)
부처의 덕스러운 우주는 어찌 팔준마의 말발굽을 재촉하더라도 두루 미칠 수 있으며 스님의 은혜로운 산은 비록 여섯 자라가 머리를 나란히 하더라도 머리에 이기 어려우나니, 마땅히 백법白法에 의지하여 붉은 정성을 드러내리라.
엎드려 생각하건대 제자는 일찍 불법에 의지하여 머리를 깎고 물든 옷을 입었습니다. 약관의 나이에 시라尸羅(계)를 받고 깊이 진승眞乘을 사모하여 참선을 하고 도를 물어 자비스러운 보살핌의 가피를 입었습니다. 사자좌가 한 번 어긋나자 북쪽 땅과 남쪽의 호수처럼 멀리 천 리나 떨어지게 되었고 용성龍星235)이 세 번 바뀌니 극락정토와 사바세계가 갑자기 두 길로 갈라지고 어두운 밤에 깊이 빠져 가고는 돌아오지 못하는구나. 영을 모신 감실은 참담하니 나는 장차 누구를 의지하리오.
생각해 보면 평소의 공훈은 응당 극락정토로 높이 올랐을 것이나 이에 풍속을 따라 천도재를 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아름다운 횃불과 붉은 등불이 변하여 광명대光明臺236)가 되어 두루 법계에 가득하고 기름병과 흰쌀이 향적찬香積饌으로 바뀌어 성공性空237)에 충만하기를 바라나이다. 북을 울리고 종을 치니 법의 우레가 잉잉거리며 귓가에 가득하도다. 구름이 걷히고 안개가 사라지니 부처의 광명이 환하게 머리를 비춥니다. 이러한 작은 공적이나마 원감圓鑑에 이르리라.
엎드려 바라옵건대 정토로 돌아가 속히 진여법신을 증득하고 거듭 조사문으로 들어가 한 중생도 제도하지 않음이 없으며 먼저 깨달음의 언덕에 올라 사홍서원이 이루어져 어긋남이 없기를 바라며, 다음으로 바라는 것은 괴로운 중생들이 모두 은혜를 입기를 바랍니다.
다시 짓다(又)
부처님238)의 지혜 달빛이 빛나는 것은 마치 네모 거울을 가지고 간담을 비추어 보는 것과 같고,

008_0470_b_01L初地莊嚴歡聲匝地伏願再垂鶴樹之
008_0470_b_02L慈陰大施龍王之甘雨道場重輝
008_0470_b_03L除魔障之幽滯法輪常轉惟祈鐘皷之
008_0470_b_04L籠銅

008_0470_b_05L

008_0470_b_06L薦翠微大師䟽

008_0470_b_07L
佛之德宇豈八駿促蹄而能周師也恩
008_0470_b_08L雖六鰲齊頂而難戴宜憑白法
008_0470_b_09L表丹誠伏念弟子早依釋敎薙髮染
008_0470_b_10L受尸羅於弱冠深慕眞乘安禪問
008_0470_b_11L賴加被於慈庥猊座一違北陸南
008_0470_b_12L遠隔千里龍星三易樂邦堪忍
008_0470_b_13L成二途太夜沉冥徃而不返靈龕慘
008_0470_b_14L予將疇依念平日之薰功應樂土
008_0470_b_15L以高步玆將順俗不廢修齋寶燭紅
008_0470_b_16L變作光明臺周遍法界油餅玉粒
008_0470_b_17L化爲香積饌充滿性空伐皷撞鍾
008_0470_b_18L雷洋洋乎盈耳雲收霧卷佛日朗朗然
008_0470_b_19L臨頭仍此涓功格于圓鑑伏願遄歸淨
008_0470_b_20L速證眞身重入祖門無一衆生而
008_0470_b_21L不度先登覺岸發四弘願而無違
008_0470_b_22L願苦倫咸蒙波沐

008_0470_b_23L

008_0470_b_24L

008_0470_b_25L
黃面老子智月之輝若將方鏡而照膽

008_0470_c_01L취미 스승의 법의 젖줄이 끼치는 은택은 마치 감로수를 기울여 마음을 적시는 것과 같습니다. 저분께 비는 일은 사사로움이 없고 쓰임의 과보가 끝이 없습니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제자는 아득한 세월로부터 유루의 몸을 받아 항상 나쁜 율의律儀를 짓고 선지식을 만나지 못하여 윤회의 괴로움을 골고루 받았으니 머리를 고치고 얼굴을 바꾼 것이 그 몇 번이었겠습니까. 항상 참회하고 자책하는 마음이 일어나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아픈 것이 진실로 많았습니다. 바람과 구름이 만나듯(風雲際會)239) 당신의 위의와 모습을 방장산에서 받들었으나 감응이 멀어질 때에는 삼장사三藏寺에서 자비로운 가르침을 받들었습니다. 옷자락을 걷고240) 수건과 주전자를 잡고 시봉한 것이 겨우 팔구 년이지만, 인연을 맺어 섭수攝受를 받은 은혜는 한두 겁의 일이 아닐 것인데 어찌 땔나무 다하듯 갑자기 진여법신으로 돌아가십니까. 총림이 삭막하니 새와 짐승들은 어디에 의지하며 우주가 텅 비었으니 우리들은 누구를 모방하겠습니까. 슬픔이 복받쳐 땅을 치니 젖을 잃은 아이와 같고, 길을 잃어 어리석게 헤매는 것241)은 소경과 어찌 다르겠습니까. 비로소 길일을 택하였는데 다행히 좋은 때를 만나서 수륙재의 자리를 높이고 널리 육범사성六凡四聖께 보시하고 금산金山의 범률梵律에 의지하여 초지初地의 제천신을 장엄하였습니다. 떡과 차와 과일과 채소를 진설하고 꽃 일산과 향등香燈을 섞어 놓았으니, 공은 미세한 터럭처럼 작지는 않으나 비추어 보심은 털끝만큼의 차이도 나지 않을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나니 스승님의 각령覺靈께서는 구품연화대에 태어나시고 삼계의 바다를 뛰어넘어 진진찰찰마다 두루 인연 있는 중생들을 제도하시어 세세생생 항상 선우善友를 청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으로는 친속들도 모두 괴로움과 아픔에서 해탈하기를 바랍니다.
죽은 스님의 천도소를 대신 짓다(薦亡師䟽【代人作】)
법신과 보신과 화신불이시여. 만물에 응하여 모습을 드러내니 마치 물속의 달이요, 꿈과 우레와 물거품과 허깨비와 같은 바탕이라서 생함이 있으면 따라서 멸하는 것이니 마치 허공 속의 꽃과 같다네.

008_0470_c_01L翠微先師法乳之澤如傾甘露而沃心
008_0470_c_02L匄彼無私用報罔極伏念弟子從無
008_0470_c_03L始劫受有漏身恒造惡律儀不逢善
008_0470_c_04L知識備受輪廻之苦改頭換面者
008_0470_c_05L乃幾何常勤悔責之情痛心疾首也
008_0470_c_06L實爲多矣風雲際會奉儀形於方丈山
008_0470_c_07L感應睽乖輟慈誨於三藏寺裡
008_0470_c_08L衣鉢執巾匜之侍纔八九年結因緣蒙
008_0470_c_09L攝受之恩非一二劫何其薪盡忽以
008_0470_c_10L眞歸叢林索寞而鳥獸奚依宇宙空虗
008_0470_c_11L而吾徒安倣哀哀叩地有同失乳之兒
008_0470_c_12L倀倀迷途何異無相之瞽肆涓吉日
008_0470_c_13L幸値良辰崇水陸之齋筵普施六凡四
008_0470_c_14L依金山之梵律莊嚴初地諸天
008_0470_c_15L茶菓蔬以交陳花盖香燈之間錯功非
008_0470_c_16L毛細鑑不毫差伏願先大師覺靈
008_0470_c_17L九品蓮越三界海塵塵刹刹普度有
008_0470_c_18L緣凡情世世生生常爲不請善友
008_0470_c_19L祈親屬俱脫苦酸

008_0470_c_20L

008_0470_c_21L薦亡師䟽代人作

008_0470_c_22L
法報化佛身應物而現形如水中月
008_0470_c_23L夢雷泡幻質有生而隨滅若空裡花
008_0470_c_24L「扛」疑「杠」{編}

008_0471_a_01L자비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마땅하니 저승길을 닦아야 하리라.
생각해 보면 비록 말세에 태어났으나 다행히 좋은 인연을 만나서 인간세상에서 멍에와 고삐를 벗어던지고 구름과 소나무 속에서 지금 주인이 되었고, 세상 밖에서 안개와 놀과 함께 사니 해와 달은 본래 바쁘지 않은 법이라네. 지혜의 달이 높이 걸려 성품(性宇)의 미혹한 구름을 모두 쓸어버리고 도의 싹이 점점 자라고 무성해져서 마음 밭에 단 이슬을 적셔 주노라. 맑은 새벽에 세수하고 양치하고는 관화貫華의 묘한 게송을 읊고 하루 종일 우유優遊하며 극락정토의 금산金山을 생각하노라. 아아 한 병이 지루하게 낫질 않았으니 어찌 천년의 인생을 길이 이별하고 일어나지 못하게 되었는가. 이에 상자에 쌓아 놓은 재산을 다하여 불승들의 공양물을 늘어 놓았노라. 베푼 것이 비록 티끌처럼 매우 미천하나 감응은 곧 조금도 간특함이 없으리라.
바라옵건대 삼계의 고통 바다를 뛰어넘어 사덕의 진신을 증득하시어 큰 자비를 긴 실을 풀어놓은 듯 내리시니 어찌 배에 가득 허공의 밝은 달을 싣기를 기다리겠습니까. 업혹業惑과 삼독三毒의 괴로운 불을 꺼뜨려 번뇌를 맑은 바람으로 씻어 버려 주십시오.
순 스님이 어머니를 천도하는 칠칠재 소를 대신 짓다(代順師薦母七七䟽)
귀의할 부처님(南無佛陀耶)께서는 저승의 괴로움을 구제할 것을 맹세하셨으니, 북당北堂의 어머니(聖善氏)242)께서 문득 저승길 혼백이 되셨습니다. 베푸신 망극한 큰 은혜를 갚고자 하니, 반드시 무연無緣의 자비력을 베풀어 주십시오.
엎드려 생각해 보면 죽은 어머니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절개와 지조, 난초와 혜초의 향기로운 덕으로 가정을 화목하게 하고 공경히 대하였으니 엄군嚴君께서 무엇이 부끄럽겠습니까. 덕요德耀243)처럼 자식을 기르고 진실로 현명한 어머니로서 목강穆康에게 부끄러움이 없으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학질과 창질을 계속 앓고 구천으로 돌아가 영원히 헤어지게 되었습니까. 원추리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에 마음이 아프나 해와 달이 머물지 못하고, 국과 담장(羹墻)244)에서 눈을 떼지 못하나 소리와 용모를 볼 수가 없습니다. 천도재는 칠칠재를 시작하여 마치는 데서 이르니, 승려들을 전삼삼 후삼삼前三三後三三245)으로 맞이하였습니다. 이 미천한 정성에 의지하여 저 연감蓮鑑에 하소연합니다.
엎드려 원하나니 영가靈駕께서는 유루업을 해탈하고 무생인無生忍246)을 얻어, 용녀龍女가 남자로 변한 것247)과 같이

008_0471_a_01L宜叩慈門可修冥路念雖生季世
008_0471_a_02L遇良緣脫覊馽於人間雲松今有主
008_0471_a_03L占烟霞於物外日月本無忙智月高懸
008_0471_a_04L掃迷雲於性宇道芽增茂沃甘露於心
008_0471_a_05L盥嗽淸晨吟貫華之妙偈優遊竟
008_0471_a_06L想樂土之金山嗟哉一病支離而
008_0471_a_07L未瘳奈何千秋永訣而難作玆罄囊
008_0471_a_08L箱之蓄用陳佛僧之供施作雖塵芥之
008_0471_a_09L甚微感應即毫氂之靡忒願超三界苦
008_0471_a_10L證四德眞身垂大悲千尺絲綸
008_0471_a_11L須滿船空載明月滅業惑三毒苦火
008_0471_a_12L令執熱堪濯淸風

008_0471_a_13L

008_0471_a_14L代順師薦母七七䟽

008_0471_a_15L
南無佛陀耶誓救幽途之苦北堂聖善
008_0471_a_16L奄爲冥路之魂要酬罔極之鴻恩
008_0471_a_17L必假無緣之慈力伏念先妣貞松栢之
008_0471_a_18L節操德蘭蕙之馨香宜家敬待嚴君
008_0471_a_19L何慙德耀字幼允爲賢母無愧穆康
008_0471_a_20L夫何瘧癘之沉綿即返泉臺而永隔
008_0471_a_21L心萱草日月不居注目羹墻音容莫
008_0471_a_22L齋辰已届於始終七七僧寶擬邀於
008_0471_a_23L前後三三憑此芹誠控彼蓮鑑伏願
008_0471_a_24L靈駕業脫有漏忍得無生同龍女之

008_0471_b_01L속히 암마라과菴摩羅果248)를 얻으시고, 청제靑提249)가 고통에서 벗어난 것과 같이 도솔천에 오르시길 바랍니다.
김 집의에게 보내는 편지(寄金執義書)
고결한 법도에 인사드립니다. 시원하게 높은 의론을 얻었으나 마음 깊숙이 두지 못한 지가 벌써 십여 년이 되었습니다. 매번 그리워하며 다시 함께 만나기를 생각하나 북쪽으로 구름 낀 하늘을 바라보면 만 겹의 산과 강이 막혀 있으니 뒤에 만나기를 기약하기 어렵고 예전만 못함을 어찌 알겠습니까. 이에 산 게송(山偈) 한 편을 가지고 우러러 보내 드리며 간절히 바라는 심회를 실었습니다. 엎드려 축원하나니 맑은 가을에 한가로이 더욱더 잘 지내시기를 바랍니다.
조 진사에게 주다(與趙進士)
진사(蓮榜)250)의 고상한 이름은 어린 나이부터 진동하여, 숨어 지내는 사람으로 하여금 또한 우러러 사모함이 적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몇 년 전부터 한번 댁(軒屏)으로 찾아뵙고 먼저 대단공臺端公 합하께 절하고 다음에 현랑군賢郞君을 대하여 수년간 사모한 심회를 토로하고자 하였으나 산림에 고질병이 날로 심해져서 아직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그저 안타까움만 더하고, 공경히 편지를 적어 급히 보내 드리오니 조금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조 지평에게 회신하는 편지(回趙持平書)
첩첩 봉우리에 새로 눈이 내려 문 닫고 조용히 앉았는데 천 리 길 멀리서 회신이 왔습니다. 기거가 편안하심을 자세하게 알게 되니 정말 안심이 됩니다. 임금(宸駕)께서 돌아가신 것에 대한 아픔이 조정과 재야가 어찌 다르겠습니까.
산중(山人)은 늙은 스승이 늙고 병들어 하루하루를 탕약을 달여 시봉하느라 멀리 떠날 겨를이 없습니다. 비록 구름 같은 자취라고 말하지만 자유롭지 못한 것을 어찌하겠습니까.

008_0471_b_01L變男速得菴摩羅果似靑提之脫苦
008_0471_b_02L便登覩史多天

008_0471_b_03L

008_0471_b_04L寄金執義書

008_0471_b_05L
一拜淸範獲聆洒然高論而不置心曲
008_0471_b_06L間者已十有餘年矣每思重與邂逅
008_0471_b_07L北望雲天阻以萬重山河後會難期
008_0471_b_08L安知不如前日也哉玆將山偈一篇
008_0471_b_09L呈左右以寓懸望之懷伏祝秋淸閑履
008_0471_b_10L倍加珎毖

008_0471_b_11L

008_0471_b_12L與趙進士

008_0471_b_13L
蓮榜高名動自妙齡坐令幽人亦景
008_0471_b_14L仰不少故自年前準擬一晋軒屏下
008_0471_b_15L先拜臺端公閤下而次對賢郞君以吐
008_0471_b_16L積歲慕用之懷而林泉痼疾日以增劇
008_0471_b_17L迨未遂願徒增悒悒謹裁尺牘馳貢
008_0471_b_18L左右惟少垂詧焉

008_0471_b_19L

008_0471_b_20L回趙持平書

008_0471_b_21L
亂峯新雪杜門凝坐千里書回細認
008_0471_b_22L起居安穩深慰深慰宸駕長徃之痛
008_0471_b_23L朝野何殊山人以老師老病日緮一日
008_0471_b_24L侍湯藥無隟遠遊雖曰雲蹤奈未得

008_0471_c_01L혹시라도 선생께서 봄이 되어 호남과 영남 가운데 한 군을 다스리게 되시면 절집과 관아(鈴齋)를 서로 왕래하는 편리가 생길 것이니 오직 이것을 바랄 뿐입니다.
단석端石(벼루)을 한 번 보고는 하루 종일 도홍陶泓251)의 바람을 기다리더니, 서문을 받아 드니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제 문득 지어서 보내오나, 병으로 손이 떨려 글씨가 무례한 듯합니다.
조 양양에게 올리는 편지(上趙襄陽書)
전에 듣기에 합하閤下께서 양양에 수령으로 나가셨다고 하니, 자주 드는 생각은 습가지習家池252)에서 술에 취하여 두건(接䍦)을 거꾸로 쓴 채 돌아오시겠지요. 동해의 신선산이 귀하의 지역에서 가까울 터이니, 합하와 더불어 정상에 올라 아득한 바다를 굽어보면 가슴이 확 트이고 고질병이 나을 듯한데, 얽매인 몸이라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슬픔을 어떻게 비유하겠습니까? 여러 해를 지나면서 문안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고 두려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제 스승의 유고집 한 책을 엎드려 궤안 아래에 바치나 다만 판각과 장정과 인쇄가 정밀하지도 않고 지극하지도 못하여 황공하고 부끄럽습니다. 나머지는 어여삐 봐 주시기를 바랍니다.
유 방백方伯에게 답하다(答柳方伯)
양월陽月(10월) 중에 어린 사미가 올라가는 편에 의지해 한 통의 서찰을 받들어 보냈으나 문지기가 물리쳐서 도달하지 못하고 헛되이 되돌아와 깊이 애석했습니다. 그런데 뜻하지 않게 이제 먼저 손수 편지를 쓰셔서 초췌한 저의 안부를 물으시니 은택을 입은 부끄러운 심정을 이루 말하지 못할 듯합니다. 요즘 섣달그믐(窮陰) 추위가 매서운데 순선旬宣253)의 안부가 평안하다고 하시니 삼가 위로가 됩니다. 지난번에 절집에서 만나 뵙게 됨은 실로 산에 묻혀 지낸 평생의 행운이었습니다. 지금 홍련紅蓮 막하幕下254)에서 뵙고 미진한 여론을 거듭 듣고 싶으나,

008_0471_c_01L自由何倘先生開春間乞得湖嶺中一
008_0471_c_02L則庶有蓮社鈴齋遆相徃來之便矣
008_0471_c_03L唯是之望也一面端石適然終日
008_0471_c_04L陶泓之望拜領深感序文今便製送
008_0471_c_05L懸佇病餘手戰書不如禮

008_0471_c_06L

008_0471_c_07L上趙襄陽書

008_0471_c_08L
曾聞閤下出宰襄陽暗想頻取醉於習
008_0471_c_09L家池沼倒接䍦酩酊而歸也東海仙山
008_0471_c_10L進於貴府擬與閤下攀躋冢頂俯視
008_0471_c_11L渺溟以豁胸次而疾病之痼有甚覊
008_0471_c_12L有懷未副悵怏何喩累經歲時
008_0471_c_13L𨷂侯問豈勝愧恐先師遺稿一册
008_0471_c_14L呈几案下但欹劂粧印之未精未至
008_0471_c_15L皇媿皇媿餘祈加愛

008_0471_c_16L荅柳方伯

008_0471_c_17L
陽月中憑小沙彌上去便奉修一札
008_0471_c_18L爲閽者所攘未達空還深用慨然不料
008_0471_c_19L今者先枉手敎以問枯稿慚荷之懷
008_0471_c_20L不可勝言即此窮陰作沴恭審旬宣
008_0471_c_21L氣侯萬福伏慰無任頃日禪社中
008_0471_c_22L獲捧袂實是山野平生之幸即欲晋謁
008_0471_c_23L於紅蓮幕下重聽所未盡底餘論而山

008_0472_a_01L저는 오래된 병이 깊이 들어 빈산에 엎드려 있으면서 눈바람을 범할 수 없어, 수백 리 여행길은 관산을 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밤낮으로 이는 마음은 스스로 애련할 따름입니다. 혹시 봄날 기운이 아름답고 화평하면 찾아가서 달 아래 문을 두드려 볼까 합니다.
산승의 게송 몇 수가 당돌하나 받들어 올리니 맑게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엎드려 황공하고 부끄러우나 이것이 아니면 마음을 드러낼 길이 없어서 멀리 바칩니다. 어찌 이른바 왕개미가 큰 나무를 흔드는 격이니 가소롭게 생각되지 않겠습니까. 엎드려 백성(蒼生)을 위해 보중하시길 빕니다. 갖추지 못합니다.
박 운사에게 보내다(寄朴運使)
한강과 조계산은 수천 리나 떨어져 있는데 마침 합하께서 남쪽으로 사행을 와서 갑자기 산에서 만나게 되어 웃고 이야기하며 속내를 풀어 마치 예전부터 서로 친한 듯하였으니 어찌 하늘이 빌려 준 것이겠습니까. 진실로 썩은 풀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아 매우 다행스럽습니다. 다만 흡족하지 않아 아쉬웠는데 호계삼소를 이루고는 지금까지 잊지 못하여 마치 고기에 박힌 낚시 바늘 같습니다. 성초星軺255)를 살펴보면 생각건대 금성錦城(나주)에 머무실 듯하여 졸렬한 시 한 수를 행대行臺256)에 받들어 드리니 도리어 사백詞伯257)의 고상한 눈을 더럽힐까 부끄러울 뿐입니다. 말을 다 갖추지 못합니다.
조 수찬에게 보내다(寄趙修撰)
영英이 오면서 그대(賢徹)의 편지를 가져와, 병에 조금 차도가 있으나 아직 완쾌되지는 않았음을 알게 되니 기쁘고 놀라움을 어찌 말하겠습니까. 산중은 또한 지루하게 고질병이 들어 다만 죽지 못하고 지낼 뿐입니다. 귀함과 천함이 비록 다르고 나이가 들어 병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이나 이 뒤에 다시 만나기는 실로 기약할 수 없으니 말하여 어찌하겠습니까. 그저 되는 대로 맡길 뿐입니다. 나머지는 더욱더 병 조리 잘하시어

008_0472_a_01L人沉綿宿痾跧伏空山不可以犯風雪
008_0472_a_02L行李數百里之程有若關山之難越
008_0472_a_03L夜興懷切伏自憐而已倘開春日氣妍
008_0472_a_04L則大計徃敲月下門矣山偈數聯
008_0472_a_05L唐突呈上仰坌淸覽伏增惶愧然而非
008_0472_a_06L此則無以吐露心肝以貢遠忱豈所謂
008_0472_a_07L蚍蜉撼大樹可笑不自量歟伏乞爲蒼
008_0472_a_08L生珎毖不具

008_0472_a_09L

008_0472_a_10L寄朴運使

008_0472_a_11L
漢水曺山相距數千里適閤下奉使南
008_0472_a_12L忽邂逅於山中談笑披襟有若舊
008_0472_a_13L相親豈天假之以便耶實爲腐草生光
008_0472_a_14L甚幸甚幸但慊然未洽便成三笑
008_0472_a_15L今耿結若魚中鉤按部星軺想留錦城
008_0472_a_16L拙詩一律寄呈行臺下却愧塵涴詞伯
008_0472_a_17L高眼耳不具

008_0472_a_18L

008_0472_a_19L寄趙修撰

008_0472_a_20L
英也朅來得賢徹書恭審病侯少得
008_0472_a_21L間差尙未頓快忻駭何諭山人亦支
008_0472_a_22L離一病只不死耳貴與賤雖異歲將
008_0472_a_23L病則同此後重握實不司期言之奈
008_0472_a_24L任彼所賦耳餘祝倍加調練以解

008_0472_b_01L저희들의 걱정을 풀어 주시기를 축원하며 이만 줄입니다.
낭선군에게 올리다(上朗善君)
나이가 들면서 음려陰沴(나쁜 기운)가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공경스럽게 오직 합하께서는 행동거지가 좋으심을 생각하노니 위로됨이 지극합니다. 산중은 일찍부터 몸이 좋지 않아 산림에 칩거해 지내고 구만리 구름 하늘에 목을 빼고 기다릴 때 많지만 끝내 문관門舘 곁에 몸을 두지는 못했습니다. 가르침을 받들 기약이 없이 그저 울울함을 쌓아 갑니다.
깨끗하게 베껴 쓴 비문의 지본紙本은 붓끝이 삼엄하고 고금에 묘하게 빼어나서 손과 팔의 수고로움을 사양하지 않고 성대한 기예를 베푸시니 매우 기쁘고 흔쾌합니다. 깊이 감사드림을 감당하지 못합니다.
낭원군朗原君258)에게 올리다(上朗原君)
귀공자께서 할미새259)가 잇달아 날아가듯 유성維城260)의 견고함을 짓고 반석과 같이 막중함을 익히 듣고서 공경히 우러러 사모한 것이 이미 수년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뵐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항상 우울했는데 오늘 뜻밖에도 붓으로 글씨를 베풀어 전서 큰 글씨를 보내시니, 훌륭한 글씨261)가 반짝거리며 가늘면서도 강하여 신령함에 통해 있어 비석에 새겨 놓으면 산문山門에 빛이 날 것입니다. 공경히 감복하니 이 은혜를 어찌 말로 표현하겠습니까. 감사한 나머지는 송구스러워 갖추지 못합니다.
남 상서에게 올리다(上南尙書)
한 해가 저물어가고 날이 추워지는데 공경히 생각해 보면 덕스러운 발자취는 매우 아름다우니 어찌 사사로운 위로를 이기리오. 강과 들이 아스라이 떨어져 있고 구름과 산마루가 첩첩이 가로막혀 눈으로 안개 낀 하늘 끝까지 바라다보지만 한갓 부지런한 메아리만이 되돌아올 뿐입니다. 억지로 이러한 마음을 가지고 거듭 게를 지어 “천 리 길 아득한 북쪽을 바라보고 남쪽의 하늘 한구석에 깃들어 사노라. 만남은 아득히 끝이 없으니 말해 봐야

008_0472_b_01L瞻係不悉

008_0472_b_02L

008_0472_b_03L上朗善君

008_0472_b_04L
歲將老矣陰沴方作恭惟閤下動止
008_0472_b_05L神衛伏慰勤至山人早嬰痾瘵蟄藏
008_0472_b_06L林薄九萬雲霄雖引領多時而終未
008_0472_b_07L能一致身於門舘之側承誨無期徒增
008_0472_b_08L欝邑淨寫碑文紙本筆鋒森嚴妙絶
008_0472_b_09L今古不辭手腕之勞倦捨施盛藝
008_0472_b_10L幸甚大忻抃之至無任鳴賀

008_0472_b_11L

008_0472_b_12L上朗原君

008_0472_b_13L
飽聞貴公子鶺鴒聯翩作維城之固
008_0472_b_14L磐石之重欽艶慕仰積有歲年而末
008_0472_b_15L由奉承德音常以爲慨今者不蘄
008_0472_b_16L陣捨施篆籕大字金薤琳琅瘦硬通
008_0472_b_17L被石雕鐫熀耀山門敬服感荷
008_0472_b_18L容喙謝餘竦慴不具

008_0472_b_19L

008_0472_b_20L上南尙書

008_0472_b_21L
歲寒憀慄恭惟德履甚休曷勝私慰
008_0472_b_22L川原浩▼(尸+鬲) 雲嶺重遮目極烟霄徒勤
008_0472_b_23L嚮徃而已强以此意重說偈曰北望
008_0472_b_24L路千里南棲天一隅會合杳無際

008_0472_c_01L울적한 심정만 더해지네.”라고 하였습니다. 엎드려 축원하나니 나라를 위해 자중하십시오. 나머지 말은 송구스러워 모두 갖추지 못합니다.
홍 해주자사에게 보내다(寄洪海州)
혹독한 추위가 너무도 매서워262) 삼가 정리政履263)가 만복하다고 생각되니 우러러 바라봄이 끝이 없습니다. 돌에 새길 글씨는 작자에게 청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지금까지 지체되고 있습니다. 거사가 더디다고 생각되는 데다가 올해는 흉년까지 들어서 다만 대사를 성취할 수 없을까 두려울 뿐입니다. 합하께 엎드려 바라나니 붓을 드는 수고를 꺼리지 마시고 깎고 새기는 작업을 속히 하도록 시키시어 절집 문하에 길이 빛나도록 해 주신다면 그 값어치가 어찌 백 배에 그칠 뿐이겠습니까. 삼가 거듭 절하여 아룁니다.
김 수찬에게 보내다(寄金修撰)
저는 예전에 취미翠微 선사를 따라 종남산 사제에서 선친이신 태위공太尉公께 인사 올렸는데 곁에서 시봉하는 걸출한 이가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봉황의 깃털과 보배로운 나무임을 알았지만 만날 겨를이 없어서 물러나서는 흉중에 두고 하루도 잊을 수가 없었는데 벌써 십육 년이 지났습니다. 또한 합하의 문장은 크게 이름이 나서 근래에 우레에 비할 정도입니다. 비록 한번 앞으로 나아가 비단 주머니에 아름다운 시들을 성대하게 완상하고자 하나 지체되어 그러지 못했습니다. 지금 산승의 게송(蔬偈)을 좌우에 우러러 바치나니 대아大雅에 비추어 바로잡아 주시고 결사結社의 시를 보기를 바랄 뿐입니다. 나머지 말은 다하지 못합니다.
최 응교에게 보내다(寄崔應敎)
제가 비록 합하의 얼굴을 뵙지는 못하였으나 또한 합하의 빛나는 명성을 들은 지 이미 여러 해가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조 원외趙員外의 편지 한 통을 받아 보니 당시의 천신薦紳 선생264)을 성대하게 칭송하였는데 그 가운데 한 분이 바로 우리 합하였습니다.

008_0472_c_01L之增欝紆伏祝爲國自重餘屏悚不具

008_0472_c_02L

008_0472_c_03L寄洪海州

008_0472_c_04L
寒威折綿恭惟政履景福企仰無已
008_0472_c_05L入石文字請於作者旣久延遷至今
008_0472_c_06L擧事稽遅逗至歲歉第以不得成就大
008_0472_c_07L事爲惧耳伏願閤下勿憚揮灑之勞
008_0472_c_08L使其速竣雕鐫之役永耀松門則光價
008_0472_c_09L豈止百倍而已哉謹申拜禀

008_0472_c_10L

008_0472_c_11L寄金修撰

008_0472_c_12L
山人曩隨翠微先師獲拜先太尉公於
008_0472_c_13L終南私苐有侍其側而皃傑魁者
008_0472_c_14L知其鳳毛寶樹而未暇接一辭退而藏
008_0472_c_15L諸胷中不能一日置者今十有六年矣
008_0472_c_16L且閤下之文章大名近甚雷耳雖欲一
008_0472_c_17L前進盛玩錦囊佳什而因循不可得
008_0472_c_18L今以蔬偈仰呈左右欲就正於大雅
008_0472_c_19L而且睹結社之詩耳餘不究

008_0472_c_20L

008_0472_c_21L寄崔應敎

008_0472_c_22L
山人雖未奉閤下顏色而且聆閤下赫
008_0472_c_23L赫名聲已有年矣年前獲趙員外書一
008_0472_c_24L盛穪當時薦紳先生而其一即我閤

008_0473_a_01L완연히 바다 학의 한가로운 자태를 만난 듯하여 새가 뛰놀듯 기쁨이 넘칩니다. 그러므로 이에 감히 무례를 무릅쓰고 거친 시 한 편을 바치나니 혹시라도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이라고 내치지 마시고 은혜롭게 답시를 주신다면 그보다 더 큰 행운은 없을 것입니다. 이만 줄입니다.
김 상국에게 올리다(上金相國)
산야에 수십 년 전부터 합하의 태산북두같이 높은 이름을 잘 들었습니다. 사사로이 마음으로 공경하고 흠모하여 날로 새롭고 또 일로 새로웠는데 다행히 고찰 중흥사重興寺에서 만나 뵙게 되었으나 조용한 틈을 얻지 못한 것이 특히나 한이 됩니다. 이후에 산림과 도시(朝市)가 아득하게 떨어져 있음은 약수弱水에 막혀서 봉래에 이르지 못하는 상황뿐이 아니요, 이름과 분수와 귀하고 천함이 현격하게 다름은 고니와 땅벌레의 관계265)와 같을 뿐만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다시 뵐 인연이 없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팔을 떨치고 애석해 함에 진실로 그만둘 수 없어서 중의 게송 한 수를 지어 문득 저의 마음을 펼쳐, 감히 재상의 감식안(鈞鑑)을 더럽히게 되니, 어찌 그리 자신을 헤아리지 않는 것입니까. 그러나 끝내 스스로 그만둘 수 없는 것은 어찌 다른 까닭이 있겠습니까. 훌륭한 시문(銀鉤)266)을 볼 수 있게 되면 신선산 한 쪽을 빛나게 꾸미려고 할 뿐입니다. 혹시라도 졸렬하고 서투른 글을 버리지 않으시고 정사를 베푸시는(吐握)267) 여가에 한번 펴 보아 읊으시고 웃음거리로 삼으신다면 영화로움과 다행스러움이 몹시 클 것입니다.
유 관찰사에게 보내다(與柳巡相)
해가 새로 이르고 봄기운이 발양하는데268) 삼가 생각해 보니 합하께서는 많은 복을 누리고 잘 계신지요. 은근한 정성에 엎드려 위로가 됩니다. 산승은 병이 해마다 깊어지는데도 선송禪誦을 그만두지 못하여 우러러 합하께서 외호하는 도움을 받을 뿐입니다. 더욱더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필요로 하신 철쭉 지팡이는 우선 두 개 보내 드리는데 절묘한 것(黃絹外孫)269)은 아닙니다.

008_0473_a_01L下也宛接海鶴閑姿喜至雀躍之甚也
008_0473_a_02L故以玆敢犯分僣獻惡詩一篇倘不以
008_0473_a_03L素昧見却而惠以瓊報則幸莫大焉
008_0473_a_04L不具

008_0473_a_05L

008_0473_a_06L上金相國

008_0473_a_07L
山野自數十年前窃聆閤下山斗高名
008_0473_a_08L而私心歆慕日新又日新幸於重興古
008_0473_a_09L奉接淸塵未得從頌殊以爲恨
008_0473_a_10L後雲林朝市之綿邈不趐若限弱水蓬
008_0473_a_11L萊矣名分貴賤之懸殊不趐若黃鵠之
008_0473_a_12L壤虫矣故以無緣再奉以迄于今
008_0473_a_13L腕嗟咄誠不可已山頌一首輙伸愚
008_0473_a_14L冒凂鈞鑑何其不自量耶然而終
008_0473_a_15L不能自止者豈有他哉睹得寶唾銀鉤
008_0473_a_16L以賁仙山一面之光耳倘不以蕪拙爲
008_0473_a_17L而吐握之暇一披吟捧腹則榮幸
008_0473_a_18L甚大矣

008_0473_a_19L

008_0473_a_20L與柳巡相

008_0473_a_21L
獻歲發春恭惟閤下興居蔓福伏慰殷
008_0473_a_22L山人病裡加年而不廢禪誦仰賴
008_0473_a_23L閤下外護之賜耳尤爲拜感所要躑躅
008_0473_a_24L笻杖姑進兩莖不是黃絹外孫者

008_0473_b_01L혹시라도 절벽에 눈이 녹는다면 산속 가득한 봄빛을 덜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 나머지 말은 송구스럽게도 다하지 못합니다.
취암 장로에게 보내다(與翠巖長老)
성총性聰 저는 스승님(취미 선사)의 상을 치른 뒤에 와서 갑자기 다시 터전을 잡게 되었습니다. 매번 스승님의 성대한 덕을 떠올리면 느꺼워 눈물이 쏟아집니다. 오직 우리 노형께서도 아마 같지 않겠습니까.270) 최후의 밝은 덕(耿光)271)이 이와 같은 지경에 이르니 어찌 문하의 제자들에게 큰 행운이 아니겠습니까. 스승님의 유고를 혹시 북쪽의 여러 사형들이 미처 책으로 간행하지 못하였다면 영英 스님을 종용하여 유고를 모아 내려보내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머지 마음속 이야기는 다만 말없이도 아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회계 도인에게 보내는 편지(與檜磎道人書)
요사이 한 선행禪行이 출발하면서 돌아간다고 알리기에, 갑자기 급작스러워 미처 편지를 보내어 돌아간다는 말을 못했습니다. 편지 내용에 병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기뻤습니다. 그러나 일 자一字 공부는 몇 개 과정의 절차에 이르렀습니까? 만일 앉았을 때 많이 산란하다면 남쪽의 영郢 땅으로 가서 북쪽의 명산冥山을 찾는 격일 뿐272) 떨어진 곳의 거리가 매우 멀어집다. 이 공부는 다른 기량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선과 악의 모든 인연을 한 순간에 놓아 버려 마음에 다른 반연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마치 해동청海東靑(송골매의 일종)이 고니를 잡으려고 할 때처럼 마음의 눈이 훤하게 밝아지고 혼침하지도 말고 들뜨지도 않은 뒤에라야 비로소 고향으로 돌아감이 분명해질 것입니다. 다만 이와 같은 공부는 심기의 혼미하고 근심스러움에 이르는 것이 바로 득력처입니다. 결정코 본래면목을 볼 수 있는 것에 조금도 의심이 없어 마치 서두르는 계책을 내는 것은 마치 달걀을 보고 밤을 알리기를 구하는 것273)과 같습니다. 장차 꼬리를 펴고 암컷처럼 엎드려서 오히려 꿈틀꿈틀 어리석은 듯 놀라서 힘쓰지 않는다면 또한 그 두 가지는 공부 가운데 고치기 어려운 병입니다.

008_0473_b_01L雪解岩崖則減却山中春一色以呈矣
008_0473_b_02L餘屏悚不究

008_0473_b_03L

008_0473_b_04L與翠巖長老

008_0473_b_05L
聦自哭先師而來倏至再基每念盛德
008_0473_b_06L感涕雙垂惟我老兄將無同耶先師
008_0473_b_07L末後耿光至於如此豈不爲門弟子之
008_0473_b_08L大幸歟先師遺稿倘北方諸兄未能
008_0473_b_09L繡梓縱臾英禪裒襲下送爲妙自餘
008_0473_b_10L縷懷只蘄默會耳

008_0473_b_11L

008_0473_b_12L與檜磎道人書

008_0473_b_13L
間者一禪行臨發告歸忽卒未及折簡
008_0473_b_14L回錫傳語報不病消息喜喜然一字
008_0473_b_15L工夫未知做到幾箇程節也若乃坐多
008_0473_b_16L散亂則是適郢而求冥山耳去地甚遠
008_0473_b_17L此箇工夫無他伎倆但善惡諸緣
008_0473_b_18L時放却心無異緣如海東靑取天鵝
008_0473_b_19L心目昭昭然不得沉不得浮然後
008_0473_b_20L才有趣向分爾只如此做得到心機迷
008_0473_b_21L悶地乃是得力處也決㝎見得本來面
008_0473_b_22L少無疑矣若生太早計如見卵而
008_0473_b_23L求時夜且舒尾雌伏猶蠢蠢而駭不懋
008_0473_b_24L則這兩種亦是用工中難醫之病也

008_0473_c_01L반드시 긴장과 이완(弦韋)274)을 서로 조절하여 좌선하며 이 도로 나아가야 합니다. 비유하면 순성문順成門 바깥에서 들어가서 함원전含元殿 위에 이르러 직접 용안을 보아야만 바야흐로 집에 이르렀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혹시라도 그렇지 못한 것은 순성문 밖의 사람이 그 겉모습도 볼 날이 정녕 없는 것과 같습니다. 천만 번 삼가십시오. 나머지는 참선 중에 마구니가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갖추지 못합니다.
구봉에게 보내다(與龜峯)
작년 겨울 영英·수修 상인이 함께 북쪽에서 돌아와서 우리 사형이 전후로 보낸 두 편지를 받아 보았습니다.
아름다운 생각을 잘 알겠습니다. 스승님을 위하여 풍석豊石(비석)을 세워 덕을 밝히는 데 정성을 보이니 이는 불후의 성대한 일입니다. 다만 스승님의 본래 생각은 아니지만 또한 열반하실 때 남긴 훈계가 있었으니 무엇입니까. 그러나 문중 제자들의 정성은 어찌할 수 없는 것이 있고 사형의 뜻 또한 칭찬할 만합니다.
행장을 지으라고 부탁했는데 제가 비록 일찍 당오堂奧275)에 올라 오랫동안 수건과 불자 시중을 들었으나, 어찌 스승님의 밝고 덕스러운 행장을 곧바로 쓸 수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형께서 제가 반드시 그 좋아하는 것에 아부하지 않을 것이라 여기고 만에 하나라도 기록하게 하십니다. 그래서 눈물을 닦고 거칠게 대강을 얽어서 만일 빠지고 어긋난 곳이 있으면 취암翠岩 노인과 하나하나 자세하게 교감하여 첨가하고 산삭하였습니다. 다시 깨끗하게 한 통을 베껴 썼으니, 여러 벼슬하는 선생 가운데 문장이 뛰어난 분을 구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그러나 글자를 새기기 전에 명문銘文과 행장을 곧바로 내려보내니 다시금 참고하시고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입에 오르내리는 것이 없도록 함이 좋겠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양 참봉에게 보내다(與楊參奉書)
최근에 하늘의 흠(天釁)이 혹독하여 갑자기 영애令愛를 여의었다는 소식을 듣고 놀라 몹시도 아프고 애도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한갓 평소에 서로 가깝고 알고 지낸 사이뿐만 아니라

008_0473_c_01L是弦韋相資坐進此道譬如從順成門
008_0473_c_02L外入得到含元殿上親覩龍顏方可
008_0473_c_03L謂之到家倘未然者猶是順成門外人
008_0473_c_04L獲覷這介面皮㝎無日矣千萬眘之
008_0473_c_05L餘蘄㝎中無魔不悉

008_0473_c_06L

008_0473_c_07L與龜峯

008_0473_c_08L
去冬英修兩上人俱自北回得吾兄所
008_0473_c_09L寄前後兩書具悉雅意爲先師樹豊石
008_0473_c_10L㫌德之示誠是不朽盛事殊非先師本
008_0473_c_11L而且有大去時遺誡何然門弟子之
008_0473_c_12L誠意有不得不爲兄之志又在是可
008_0473_c_13L行狀之囑聰雖早升堂奧久侍巾
008_0473_c_14L何以盡先師景行德狀而直書之耶
008_0473_c_15L然兄以聦必不阿其所好俾之紀萬一也
008_0473_c_16L遂抆涕粗綴其梗槩如有脫漏差謬處
008_0473_c_17L與岩老一一細勘而添删之更爲淨寫
008_0473_c_18L一通求諸搢紳先生之最有文者可矣
008_0473_c_19L然字未入石前銘及狀文趂即下送
008_0473_c_20L加參考使他人不容喙爲善只此

008_0473_c_21L

008_0473_c_22L與楊參奉書

008_0473_c_23L
比者驚聞天釁之酷遽奪令愛不勝痛
008_0473_c_24L悼之至非徒平日相親相識者而至於

008_0474_a_01L길에서 소문을 들은 자들마저도 모두 마음 아프지 않음이 없을 것입니다. 하물며 백겁 동안 천 번을 태어나면서 은혜와 사랑이 흘러 모인 것으로 부자의 정을 이루게 된 경우는 어떠하겠습니까. 옛날 공자가 살아계실 때 아들 백어伯魚가 죽었고 양웅揚雄이 살아 있는데도 아들 동오童烏276)가 죽었으니 장수하고 요절하고 길고 짧은 것은 모두 이미 정해진 것입니다. 떠나가면 그만인 것이니, 헛되이 다시 돌이켜 생각하여 괴로워하는 것이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다만 손해만 있을 뿐입니다. 간절히 바라건대 밝은 식견으로 관조하여 비록 한 순간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으나 생각이 일어나는 대로 생각을 떨쳐 내어 오랫동안 가슴속에 머물지 않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 하늘도 무심하시어 백도伯道277)처럼 끝내 대 이를 후사가 없게 하셨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습니까.
구봉 보현사 승려에게 보내다(與九峰普賢寺僧)
지난해 귀사貴寺를 지나가면서 여러 분을 만났으니 감사와 행운이 많았습니다. 다만 생각해 보면 나는 동쪽의 궁벽한 곳 바다 바깥에 있어서 비록 변방이라고 말하나 예부터 불법이 성하여 중국에 비견되는 곳으로 암송하는 소리가 양양洋洋하고 법고 소리와 범종 소리가 서로 울려 퍼졌습니다. 최근까지 수백 년이 지나면서 날로 침체되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비록 마음이 아프고 머리가 아파도 어찌할 수 있겠습니다.
지난해 장삿배가 갑자기 폭풍에 휩쓸려 난파되어 싣고 있던 불경이 바닷속으로 흘러 들어갔으나 몇 편의 불경이 남아 있었습니다. 혹은 뱃사공과 도둑(捎子)들이 가져가고 태반은 조정으로 옮겨진 뒤 바다 가까이의 여러 사찰에서 때때로 얻어서 보관하였는데 아마도 제천諸天과 용귀龍鬼가 몰래 그렇게 만들어서 단절된 지역에서 중국을 알 수 있게 하고 부처의 지혜와 법의 비와 선풍禪風과 조월祖月이 지금까지 추락하지 않아서 귀가 있는 자는 듣고 눈이 있는 자는 보아 모두 흥기할 수 있게 된 것입니까. 이치가 귀결되고 사물이 궁극에 가서는 돌아온다는 사실을 따라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세 번 능가산에 들어가고 다시 소요산과 선운산에 이르고 그 나머지는 모두 바다의 여러 산들을

008_0474_a_01L道路之聞者罔不䀌傷况乎百劫千生
008_0474_a_02L恩愛之所流注而爲父子之情者乎
008_0474_a_03L仲尼存而伯魚歿子雲在而童烏亡
008_0474_a_04L夭修短皆以前㝎也逝者已矣空復
008_0474_a_05L追念痛苦何所益焉但有所損耳
008_0474_a_06L望以明識照之縱不能一時無念隨念
008_0474_a_07L隨拂勿使久留胸次中可矣但彼蒼無
008_0474_a_08L使伯道終無嗣續豈不哀哉

008_0474_a_09L

008_0474_a_10L與九峰普賢寺僧

008_0474_a_11L
客歲經過貴寺獲對僉儀感幸多矣
008_0474_a_12L苐念吾東僻處海外雖曰邊壤自古佛
008_0474_a_13L法之盛比肩於中州誦聲洋洋鼓鐘
008_0474_a_14L交響近自數百年來日以寢襄至於
008_0474_a_15L不可復雖痛心疾首而蔑可奈何
008_0474_a_16L年啇舶忽被黑風所駈漂落强場浦淑
008_0474_a_17L所載葉經流入龍宮而斷編敗册
008_0474_a_18L爲篙師捎子之所獲太半輸入朝家
008_0474_a_19L後瀕澥諸刹徃徃有得而藏之者豈諸
008_0474_a_20L天龍鬼陰使之然俾有截之區得知其
008_0474_a_21L中州佛日法雨禪風祖月迄今不墜
008_0474_a_22L而有耳者聞有目者覩咸得以興起者
008_0474_a_23L理數斯歸物極則返從可知矣
008_0474_a_24L三入楞伽再到逍遙禪雲其餘並海諸

008_0474_b_01L다니지 않은 곳이 없이 여러 경전들을 찾아 모아서 이미 사백여 권을 얻었습니다. 모아서 보관한 곳 가운데 명찰 중에서 장래의 불세출의 영웅이 나와서 그것을 강송하게 하고 다시 부처와 조사의 진리의 가르침을 잇게 하며 이것으로 하여금 기자의 나라 억만 중생들이 모두 법의 이로움을 입어 나란히 깨달음의 언덕에 오르게 되는 것이 이 아무개의 뜻이고 서원입니다.
『잡화엄경소초』 팔십 권은 이제야 태반을 얻었으나 아직은 완전한 부가 아니라서 이것은 제가 아침저녁으로 매달리는 바입니다. 귀사貴寺에서 가지고 계신 1갑匣 8권을 흔쾌하게 허락해 주셔서 모자라는 것을 조금 채울 수 있게 된다면 이 또한 법보시의 큰 인연일 것입니다. 여러 스님들께서 어떻게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제 마음은 책자를 탐하는 자와 천만 번 다릅니다. 제 괴로운 마음을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갖추지 못합니다.
오 석사에게 답신하다(復吳碩士)
이곳으로 온 뒤로 익히 대아大雅에 대해 들었고 집이 청산에 가까워 서로의 거리가 단지 고개 하나를 사이에 둘 만큼 가까운 거리(一牛鳴)278)여서 얼굴을 맞대고 논의가 오갈 수단이 있을 것 같은데도 산승은 천성이 게으를 뿐 아니라 게다가 고질병이 깊어서 바위가 첩첩한 곳에 칩거하느라 속세의 거리에는 한 걸음도 떼어 놓지 않은 지가 몇 년이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장후蔣詡의 오솔길을 찾아가 양중羊仲·구중裘仲과 함께 노니는 일279)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번의 억지로 지은(斐然) 작품은 채록할 수 없는데도 누가 말재주로 떠들썩하게 하고 고상한 귀를 어지럽혀 지극히 욕되게 할지 몰랐습니다. 안부를 물으며 먼저 ≺파유가巴歈歌≻280)를 화답하여 보내 주셨습니까. 부들자리와 종이 휘장에 번쩍번쩍한 빛이 퍼지고 아름다운 시에 시간이 금방 지나가고 잇속에서 향긋한 향내를 풍기게 되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어떻게 감사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시는 상자에 보관하여 길이 좋아할 것으로 삼겠습니다. 이에 앞의 운자를 거듭 사용하여 거칠게 율시 두 수를 지어 보냅니다. 진실로 천한 이의 비리卑俚한 시가 청묘淸廟281)의 주현朱絃과 짝이 되기에 부족함을 알지만 스스로 그칠 줄을 모르고

008_0474_b_01L無不投蹤搜采衆經已得四百餘
008_0474_b_02L裒庋域中名刹中使將來間世英傑
008_0474_b_03L出而講通之再續佛祖慧命令此
008_0474_b_04L箕封億萬人咸蒙法利齊躋覺岸
008_0474_b_05L某之志願也雜華䟽鈔八十卷才得太
008_0474_b_06L而未由完部此余朝夕懸係者也
008_0474_b_07L貴寺中所留一匣八卷快然見許少補
008_0474_b_08L其缺則此亦法施之一大緣也未知僉
008_0474_b_09L德以爲如何在余之心殊以泛泛貪册
008_0474_b_10L子者比千萬諒此苦心可也不具

008_0474_b_11L

008_0474_b_12L復吳碩士

008_0474_b_13L
自到此來稔聞大雅宅近靑山相距
008_0474_b_14L只隔一嶺未容一牛鳴似有承顏接論
008_0474_b_15L之便而山野非徒性懶加以夙痾沉痼
008_0474_b_16L蟄藏岩叢間不以步武涉塵寰者有年
008_0474_b_17L所矣爲此未能一詣蔣逕與羊仲裘仲
008_0474_b_18L遊耳向來斐然之作蔑有可採而不
008_0474_b_19L知誰何饒舌聒撓高聽以至辱垂問以
008_0474_b_20L相先和巴歈而寄示耶蒲薦紙幌
008_0474_b_21L生輝光圭吟移晷牙頰馨芬外之幸
008_0474_b_22L罔知攸謝藏之巾箱永以爲好玆焉
008_0474_b_23L疊用前韵荒搆二律載瀆淸覽固知
008_0474_b_24L傖父俚音不足以媲淸庙朱絃而不自

008_0474_c_01L양반楊蟠282)과 중령仲靈283)이 한때 수창했던 아름다운 일에 함부로 비기고자 합니다. 이 뒤로 혹시라도 인연이 다하여 다시 만날 기약을 얻지 못하더라도 천 리 떨어진 정신적인 교유는 옛날에도 그러한 사람이 있었으니 우리들도 오늘날 어찌 용렬한 마음을 가지겠습니까. 나머지는 따스한 볕이 비추고 봄기운이 이미 이루었으니 기수에서 목욕하고 바람 맞으며 읊조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종이가 다하여 많이 번거롭게 쓰지 못합니다.
삼은 사군에게 편지 보내다(柬三隱使君)
한 번 떨치는 행색으로 세 번 산에 들어가 연화결사에서 기쁘게 함께 결사하여 향불을 올린 인연이었는데, 어찌 인사드리는 데 게을러지고 훌륭한 시 보내는 것을 기약하겠습니까. 절집과 저잣거리는 예와 같이 아득하게 떨어져 있어 아쉬운 심회를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졸렬하게 거친 글을 엮어서 멀리 행차하시는 데로 보냅니다.
이 대사간에게 보내다(寄李大司諫)
봄 사이에 장사長沙에 한 번 방문하여, 통곡하고 눈물 흘린 논의를 듣기를 바랐습니다만 병마가 매섭게 되어 마침내 아름다운 약속이 잘못되었으니 엎드려 아득하게 탄식하오나 어찌하겠습니까. 안개를 헤치고284) 기쁘게 만나려면 가을을 기약해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지난번처럼 부질없는 일로 떨어지게 될까 모르겠습니다. 그런데도 도道로 계합하는 정신적인 교유는 몸 바깥에 깃들어 있으므로 반드시 소리와 의논의 도움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외람되이 두 수의 절구시를 지어서 받드나니 한번 웃음거리에 보태십시오. 두 주장자는 특히 등라 지팡이(赤藤)285)와 대나무 지팡이(方竹)286)에 비견되지는 않으나 혹시 취하여 다리를 건너거나 연못가에서 다니며 읊조릴 때 쓸 만합니다.
호남 영광군 구봉산 보현사 연기기(湖南靈光郡九峯山普賢寺緣起記)
함지咸池에 산이 있으니 갈라지고 막혔다가 우뚝 솟아나서 아득하게 오백여 리 뻗어 가면 구봉산인데 높은 봉우리가 되고 가파른 봉우리와 험한 산이 되어

008_0474_c_01L知止者僣擬楊蟠仲靈一時唱酬之勝
008_0474_c_02L事云爾迺後倘或緣闕未獲晤期
008_0474_c_03L里神交古有其人吾曹今日奚用慊
008_0474_c_04L餘幾向暄春服旣成浴沂風咏
008_0474_c_05L盡不多葛藤

008_0474_c_06L柬三隱使君

008_0474_c_07L
一摩行色三度入山蓮華社中喜
008_0474_c_08L結香火因緣何期懶於折腰介爾投章
008_0474_c_09L雲林朝市依舊懸邈不勝缺然之懷
008_0474_c_10L拙搆荒辭遠送行㫌

008_0474_c_11L

008_0474_c_12L寄李大司諫

008_0474_c_13L
春中準擬一訪長沙欲聆痛器流涕之
008_0474_c_14L病魔作楚遂誤佳期伏枕浩歎
008_0474_c_15L如之何披霧軒眉庶期秋以爲期
008_0474_c_16L未知如向來落空乎否也然而道契神
008_0474_c_17L寄在形骸外未必籍聲論爲得也
008_0474_c_18L僣以二絶仰資一哂雙拄杖殊未比赤
008_0474_c_19L藤方竹或可扶醉過橋行吟澤畔焉

008_0474_c_20L

008_0474_c_21L湖南靈光郡九峯山普賢寺緣起記

008_0474_c_22L
並咸池有山離迾聳峙綿亘半百餘里
008_0474_c_23L曰九峯峗峩岪▼(山+律)爲岑爲巚爲嶂

008_0475_a_01L손가락으로 꼽아 이루 셀 수가 없다. 그런데 걸출하게 빼어나고 가파르게 높이 솟아 깎은 듯하고 뾰족하게 생긴 것은 그 수가 아홉 개에서 그치니 이것이 바로 ‘구봉산’이란 이름을 얻은 까닭이다. 영광군의 성에서 1유순由旬 떨어져 있고 북으로는 좁고 동쪽을 향해 있어서 깊은 골짜기와 평평하게 넓고 높은 곳이 있는데, 산줄기가 모여 있고 시내는 굽이굽이 흐르고 기수祗樹 무성하여 매우 그윽한 승지이다. 그러므로 풍수장이가 이곳에 가람을 세울 것을 점쳐서 예전에 문수사라는 절이 있었으나 세월이 벌써 용궁보다 깊고 겁회는 후지猴池287)보다 자주 변하여 또한 비석과 당간지주의 기록도 마모되어 처음 개창할 때가 어느 대 몇 년이었는지를 알 수가 없다.
크게 개창한 자가 있으니 법명은 행정行靖이고 속씨는 왕王씨로 진양晋陽 사람이었다. 두류산에서 출가하여 법징法澄 대사에게 예를 드리고 머리 깎고 승복을 입은 얼마 후에 어깨에 현순懸鶉(해진 옷)을 걸치고 손에는 호랑이를 제압하는 죽장을 짚고서 강장講場과 선굴禪窟을 출입하며, 큰스님들을 참례하여 의천義天의 성상을 빛내고 절(幽宮)에 지혜의 등불을 태웠다. 공자(尼父)가 천명을 안 나이(50)에 종적을 감추고 보양하기를 절실히 생각하다가 홀연히 이곳에 발길이 미쳐서 옛 절 뒤에 앉을 자리를 마련하여 띳집을 얽어서 살았다. 솔잎을 먹고 시냇물을 떠 마시며 구백九白288)이 지났는데 하루는 호랑이가 나타나서는 마당께로 뛰어 들어와 무릎을 꿇고 엎드리고는 입을 벌리고 꼬리를 흔들어 마치 자비를 구걸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스님이 곧 계단을 내려가 나아가 보니 목구멍 가운데 뼈가 옆으로 걸려 있었다. 손을 입에 넣고 빼내어 주자 다리를 굽히고 이마를 조아리는 모습이 차마 떠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곧 주문을 외고 돌려보냈다. 어느 날 저녁에는 이빨로 노루를 물어 가져왔다. 스님이 말하였다. “네가 은혜를 알고서 보답하고자 했으니 기특하구나. 머리털을 갖고 이빨을 가진 사람 중에는 짐승만도 못한 이가 많다. 그런데 감사의 물건이 떳떳하지 못하니 너는 죽이고 해치려는 마음을 바꾸어서 네 천성을 온전히 하라.” 그러고 나서 다시 주문을 외고 보냈다.
며칠이 지나서 이지러진 달빛이 은은하게 비출 때 경행하며 길을 나섰는데, 무언가 슬그머니 이르러 한 물건을 앞에 던지고는 조금 물러나서 웅크리고 앉았는데 지난번의 호랑이였다.

008_0475_a_01L爲巒指不勝屈而傑特峻竦雕䤹削成
008_0475_a_02L數至九而止此所以得名也去郡
008_0475_a_03L城一由旬少北而面東有邃壑平衍曠
008_0475_a_04L脉絡聚湊溪流詰屈祗樹葱籠
008_0475_a_05L爲幽勝故爲形家所占起一伽藍
008_0475_a_06L號曰文殊歲月旣深於龍宮劫灰累變
008_0475_a_07L於猴池且闕碑幢之記未知剏始於何
008_0475_a_08L代禩也有大開士法字行靖俗氏王
008_0475_a_09L晋陽人也出家于頭流山禮法澄大師
008_0475_a_10L圓𦙅方服居無何肩懸鶉手解虎
008_0475_a_11L出講場禪窟飽參大尊宿煥義天之星
008_0475_a_12L燃慧燈於幽宮邁尼父知命之歲
008_0475_a_13L切思韜晦保養忽屨及于此於古寺後
008_0475_a_14L得一坐具地縳茅而㞐飡松掬澗
008_0475_a_15L經九白一日有贙跳入庭際跪伏而
008_0475_a_16L呀唇搖尾似有乞憐之狀師即下階而
008_0475_a_17L前見其喉中有骨橫鯁以手內其口
008_0475_a_18L抉以出之拊足頓顙似不忍去乃呪
008_0475_a_19L而遣之一夕嚙麏致之師曰爾其知恩
008_0475_a_20L而啚報可謂奇矣夫戴髮含齒不如
008_0475_a_21L獸者多矣然而謝物不庸爾但革其殺
008_0475_a_22L害之心以全其天又呪遣之經數昔
008_0475_a_23L缺月微明經行行道有耽耽而至
008_0475_a_24L一物於前少退而蹲者即向之大虫

008_0475_b_01L스님이 꾸짖으며 말하였다. “호랑이(贙)야, 호랑이야. 네가 어찌 사람을 어금니로 물어다가 여기에 가져왔느냐. 율령대로 급급하게 하고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 호랑이는 그것을 두고 순순히 가 버렸다. 그런 뒤에 그것을 자세히 보니 젊은 아가씨였다. 거의 비녀를 올릴 나이였다. 스님은 모발을 깨끗이 씻고 가여워 하며 흔들어 깨워 보았으나 축 늘어진 채 일어날 기미가 없었다. 놀란 나머지 혼백이 떠나서 거의 죽은 듯했다. 한참 후에 생기를 회복하여 처음엔 아궁이에 몸을 녹이게 하고 이어서 온돌에 누이고 갈포를 덮어 주었다. 다음날 저녁 이고二皷(밤 10시경)가 되자 비로소 숨을 쉬고 턱을 움직였다. 그녀에게 사는 곳을 물으니 영암군 천호장千戶長 이李 아무개의 작은 딸이었다. 십수 일이 지나서야 겨우 걸음을 떼 놓게 되어 마침내 길을 나서 비틀거리며 천천히 기듯이 하여 며칠 만에 경계에 다다랐다.
그녀의 집에서는 딸이 호랑이에게 해침을 당하여 막 악신樂神을 베풀고 있었는데 모친이 딸이 온 것을 보고는 말을 잊고 부르짖으며 끌어안고 땅에 뒹굴었다. 한참 후에 눈물을 닦고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묻자 사실대로 이야기하였다. 감정이 복받쳐 올라 떨며 오열하고는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날은 이미 저녁이 되었다. 스님이 머물게 되자, 이 씨가 은근한 뜻을 빗대어 말하였다. “스님이 비록 삭발 출가하셨지만 이미 딸자식과는 오백 세의 인연이 있는 듯합니다. 머리에 관을 올리고 우리 집에 머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스님이 허허롭게 웃으며 말하였다. “늙은 중은 어려서 불도에 들어가 세상의 번뇌에 물들지 않은 지가 오십 년이 넘습니다. 마음이 차가운 재와 같이 된 것이 벌써 오래되었는데 어찌 어리석은 애연을 맺겠습니까. 나를 질곡으로 가두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고 나서 바로 옷을 떨치고는 휙 나가서는 멀리 가 버렸다. 이 씨도 선남자로서 스님의 말을 듣고 부끄러운 마음을 이길 수가 없어서 소리쳐 부르면서 쫓아가서 겨우 멈추게 하고는 장황하게 애걸하였다. “제가 비록 급고독장자에게 부끄럽지만 기원祗園을 보시하여 스님의 덕에 작게나마 보답하고 싶습니다.” 또 허락하지 않자 그가 말했다. “불씨의 도는 자비로

008_0475_b_01L師數之曰贙乎贙乎爾何能牙人攫物
008_0475_b_02L一至於斯急急如律令毋用再爲遂置
008_0475_b_03L循循而去乃諦視之則少女娘
008_0475_b_04L幾及笄師毛髮灑浙悲憫而呼蹴之
008_0475_b_05L委頓顚踣而不能𨔝意其驚悸之餘
008_0475_b_06L雖魂魄離而近死久乃復陽初則煬竈
008_0475_b_07L繼臥土突覆以布褐曁明夜二皷
008_0475_b_08L始喘息朶頥翌日乃轉舌問其所居止
008_0475_b_09L即靈岩千戶長李某之少女也淹十數
008_0475_b_10L纔能步屧遂登途踉蹡匍匐積日
008_0475_b_11L而涉其境渠家以女傷於虎方設樂神
008_0475_b_12L母觀其至出於無妄嚄唶抱持轉展
008_0475_b_13L于地良久抆涕而問其所由以實言之
008_0475_b_14L感情無垠塡咽不能言日已夕矣
008_0475_b_15L留宿李以微意諷之曰師雖艾焉
008_0475_b_16L與弱息似有五百世因緣冠顚而贅吾
008_0475_b_17L家可乎師猶然笑之曰老釋自童眞入
008_0475_b_18L不染世塵餘五十年心已灰寒者
008_0475_b_19L久矣寧有癡愛結耶幸毋以挃捁囮我
008_0475_b_20L即拂衣翩然而出望望然去之
008_0475_b_21L亦善男子也得聆師語感怍難勝
008_0475_b_22L呼追逐僅而遘止娓娓乞哀曰某雖
008_0475_b_23L慚給孤獨願側布祗園少酢師之德
008_0475_b_24L又不頷彼曰窃聞佛氏之道以慈哀悲

008_0475_c_01L구제하는 것을 급선무로 한다고 들었는데 스님은 어찌 부처를 배우면서 도리어 가두고 막으려고만 하십니까. 원컨대 허락해 주십시오.” 스님이 말했다. “그렇다면 뜻하는 대로 맡겨 두겠소.” 그러고는 처소로 돌아왔다.
한 달이 되지 않아 이 씨는 집의 재산을 정리하여 만금을 마련하고는 배에 싣고 바다를 건너 북쪽으로 올라가 법성포法聖浦에 배를 정박하고 널리 노는 일손을 모아 땅을 다지고 증수하였다. 이에 도끼질할 자와 칼과 톱을 다루는 자에게 각각 일을 맡기고 몇 년 되지 않아 엄연하게 절을 완성하였다. 흡사 도사覩史289) 사갈娑竭(용왕)의 궁이 승금주勝金洲290) 가에 다시 나타난 것 같았다. 대웅전(紺殿)이 중앙에 우뚝하고 나란히 늘어선 방들이 날개를 펼친 듯하였으며, 봉방蜂房과 안당雁堂과 곳간과 향주香厨에 이르러 모두 갖추지 않은 것이 없었다. 단청(綠䟽靑鎻)은 혼돈을 뚫고, 날아갈 듯한 지붕 기와와 채색한 기둥은 와봉瓦縫(기와 이음새)과 맞으며, 층층의 우뚝한 누각은 구름과 안개를 확 쓸어버릴 듯하며 빈방과 너른 대청은 바람과 달을 삼키고 뱉을 듯하니 이것은 『주역』의 대장괘大壯卦를 취함이니 호남 천 리 밖의 여러 사찰 가운데 최고였다. 진실로 모든 것이 스님의 드러내지 않는 계덕戒德과 선정의 힘이 감응을 받아 이루어진 일이었다.
시험 삼아 논해 보겠다. 지금 하나의 털을 뽑아 남을 이롭게 하는 일은 오히려 하지 않고 한 마디의 실을 가져다 남에게 보시하는 것도 어려워한다. 만일 스님이 조금이라도 애욕의 그물과 욕망의 불길에 연연하여 예쁜 얼굴에 눈길을 주었다면 사람과 귀신이 모두 그를 드러내어 음해하고 죽이려고 생각했을 것이니 어찌 속인으로 하여금 선량한 마음으로 좋은 인연을 맺어 재산을 내놓아 여러 사람이 편안하게 노닐 수 있는 도량을 이처럼 크고 아름답게 할 수 있었겠는가. 예전에 화림華林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어 항상 유마 방장을 모신 일이나 경화천녀敬花天女의 도행道行이 준엄했던 법이 이와 같았으므로 이상하다고 의심하기에는 부족하다.
절이 이루어지자 그 딸의 이름인 보현을 따라서 절의 편액을 고쳤다. 대개 기이함을 나타내고 후대에 밝게 알리고자 함이었다. 때는 천순天順 기묘년(1459)이다. 먼저 스님은 풀 옷을 입고 열매를 먹어 여생을 보이고는 다니고 머묾에 걸림이 없어서

008_0475_c_01L濟爲急務師何學佛而反是牢拒之爲
008_0475_c_02L願賜一䚷師不獲已曰然則任所志
008_0475_c_03L返棲未一月李輟家貲鉅萬載舳艫
008_0475_c_04L浮海而北艤法聖浦口廣募游手拓基
008_0475_c_05L搆而增修之於是斧斤者刀鉅者
008_0475_c_06L執其役不數稔儼成寶坊疑其覩史
008_0475_c_07L娑竭之宮幻出於勝金洲畔也紺殿中
008_0475_c_08L駢室翼如以至蜂房雁堂庫厙香厨
008_0475_c_09L莫不畢備綠䟽靑瑣以鑿混沌飛甍
008_0475_c_10L畫棟以合瓦縫層樓傑閣以蕩摩雲
008_0475_c_11L虗室廣厦以吐呑風月斯乃取易
008_0475_c_12L之大壯以甲環湖千里外諸刹寔皆師
008_0475_c_13L無表戒德㝎力之所感而成也請試論
008_0475_c_14L今夫拔一毛而利人尙不爲持寸
008_0475_c_15L絲而施他尙或難如使師少有愛綱欲
008_0475_c_16L火之戀於盻目冶容之間則人鬼皆思
008_0475_c_17L其顯戮陰誅豈能使俗子發越乎良心
008_0475_c_18L善緣而捨贓賄傾產業開伊人宴安遊
008_0475_c_19L戱之場若此其巨麗哉昔者華林有二
008_0475_c_20L常執侍維摩方丈有敬花天女道行
008_0475_c_21L緊峭者法如是故無足恠疑也寺成
008_0475_c_22L以其女名普賢故改今額盖㫌其異而
008_0475_c_23L昭後代也時天順己卯歲也先是師草
008_0475_c_24L其衣木其食以示殘生旅泊無累

008_0476_a_01L한번 가서는 돌아오지 않았다. 애초에 풍형豊亨291)에 뜻이 있지 않았고 이에 이르러 향기로운 안개가 장막을 이루고 가을 물이 대자리가 되었으며 종을 울리고 북을 쳐서 법석을 크게 여니 줄줄이 오리들이 종종걸음으로 따라오듯 모이고 화평하게 물고기가 꿰는 듯이 모여서 합장하여 둘러앉으니 거의 책상이 무너질 정도에 이르렀다. 그래서 나아감이 그치지 않았다.
성화成化 연간에 다비식을 하였는데 상서로운 징조가 매우 많았다. 이것은 도가 있는 자들의 일상사이기 때문에 빼놓고 쓰지 않는다. 아아. 삼계가 무상하여 융성함과 쇠퇴함은 때가 있고 성공과 실패는 서로 반복하여 옛날 소씨昭氏가 거문고를 타는 것292)과 같다. 스님이 입적한 뒤 백여 년이 흘러 일본 오랑캐의 난리를 만나서 절은 불에 타 궁색하게 되고 풀이 무성하게 되었다. 절의 승려 아무개와 아무개가 개연한 마음에 중창하였다. 그런데도 규모가 조잡하고 비루하여 장엄함을 갖추지 못하고는 겨우 비바람을 막을 정도였다. 지금에 와서 예전 일을 생각해 보니 다만 무너지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다. 절의 옛 장부는 오래되어 대부분이 부식되고 글자가 빠져서 읽을 수가 없었는데, 백화白華 도인과 혜우慧雨 대사가 나의 객으로 가을에 경전을 구하여 상방에서 하루를 묵었는데 절에 숙연이 없을 수 없다고 그 빠진 곳을 보충하기를 청하였던 것이다.
모악산 해불암기(母岳山海佛庵記)
영광靈光은 호남 우도의 큰 군郡으로 산과 바다 사이에 끼어 있기 때문에 치내治內에는 신령함을 기르고 빼어남을 온축한 것이 있다. 사방에는 모두 여러 봉우리들이 푸른빛으로 둘러싸여 위로는 하늘에 닿아 있고 끝없는 숲은 울창하여 아래로 깊은 그림자를 드리웠는데 오직 높고 험한 산이 너른 들 가운데 머리를 들어서 장자가 되고 존자가 되니 불덕산佛德山과 구봉산九峯山과 서운산瑞雲山이 이것이다. 여러 산들은 비천한 듯 조밀하게 모여서 조회하는 것 같고 아이들처럼 둘러서 공수하며 모시는 것 같은 산이 있으니 바로 모악산母岳山이다. 실로 서해의 웅대하고 아름다운 산이다. 서쪽(兌)은 강어귀와 바위 골짜기가 되고 수문이 크게 열려 땅은 기름지고 샘물은 달다. 고려 때 각진국사覺眞國師의 시에 ‘임금이 오성筽城에 하사하신 불갑사’293)라고 한 곳이 여기이다.

008_0476_a_01L徃不復初非有意於豊亨至是香霧爲
008_0476_a_02L秋水爲簟撞鐘伐皷大開叢席
008_0476_a_03L戢而鳧趍穆穆而魚貫合爪圍繞
008_0476_a_04L至折床方進而未艾也成化中火浴
008_0476_a_05L其瑞徵甚夥此有道者常事可闕而不
008_0476_a_06L嗚呼忍界無常隆替有時成毁相
008_0476_a_07L有若故昭氏之皷琴也肆以師滅後
008_0476_a_08L百有餘年値島夷兵燬鞠爲茂草寺之
008_0476_a_09L僧某與某慨意重葺然而規模粗陋
008_0476_a_10L莊嚴未備僅庇風雨以今視昔惟不
008_0476_a_11L至蕪廢乾沒而已寺有舊藉年多薄蝕
008_0476_a_12L字闕而不可讀白華道人慧雨大師
008_0476_a_13L余客歲秋求經而一宿上房於寺不無
008_0476_a_14L宿緣請補其闕云

008_0476_a_15L母岳山海佛庵記

008_0476_a_16L
靈光爲湖右雄郡而介於山海間故
008_0476_a_17L內有毓靈蘊秀者四皆群峯蒼翠而上
008_0476_a_18L入天長林蓊欝而下垂蔭獨嶒崚斗
008_0476_a_19L起於大野中爲長爲尊而佛德九峯瑞
008_0476_a_20L雲諸山若賤糿叢集而朝兒孫環拱而
008_0476_a_21L侍者曰母岳信西澥之巨麗也兌爲水
008_0476_a_22L口石洞閘閜呀豁土腴泉甘即麗朝
008_0476_a_23L覺眞國師詩君賜筽城佛岬寺者是也

008_0476_b_01L
절에서 시내를 따라 산기슭을 가면 산허리를 반 정도 지나서 정상(冢頂)에 미치지 못하고 푸른 등라와 푸른 전나무 사이에 작은 암자가 있으니 해불암海佛庵이라 한다. 연화蓮華 장로가 여러 지방을 두루 참례하고 늘그막에 벽암碧巖의 방에 들어 그의 마음을 모두 전하였다. 방호산方壺山의 운수굴雲水窟에서부터 작은 암자에 우거하였는데 도반들이 조금씩 채우게 되자 선실이 매우 비좁게 되어 배우는 이들이 머물기에 부족하였다. 하루는 아래로 걸어가다가 옛 절터 하나를 만났다. 담은 허물어지고 초석이 파손되어 덩굴이 뒤덮여 있었다. 산동山童을 시켜 잡초를 베고 썩은 흙을 치우고 배회하며 바라보니 바다와 산의 뛰어난 모습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었다. 대개 임진왜란의 병화가 지난 뒤에 작은 암자로 옮겨 가 얽고는 그 이름을 딴 것이다. 곧 반수般倕294)를 부르고 큰 재목을 베어 병술년 봄에 시작하여, 이듬해 가을에야 일을 끝냈다. 기둥과 기와·서까래를 얹고 학기鶴跂와 용반龍盤을 만들고 도금하고 푸른 단청을 칠하고 흰 바탕에 그림을 그려 넣으니 이것은 바로 급고독장자가 희사한 청정한 강당의 모습을 취한 것이다. 이에 날마다 삼삼오오 오는 유람객들이 모두 의심하기를 대사의 삼매법력으로 천궁을 가져다가 인간 세계에 옮겨 놓았고 그렇지 않다면 어찌 그 괴이하고 신이한 것이 이와 같을 수 있겠는가 하였다.
성긴 푸른빛을 숨기고 붉은 난간에 기대어 눈 가는 대로 모두 보고 마음으로 아름다운 경치를 감상하니 때에 따라 스스로 바치는 듯하구나. 청제靑帝295)의 봄이 돌아오면 그윽한 샘물은 졸졸 흘러서 얼음을 녹이고, 푸나무들은 무성하여 영화로워지고, 주명朱明296)의 더운 여름이 되면 보리언덕에는 푸른 물결이 일고 누대는 녹음이 둘러싸고 수확의 계절 가을이 되면 너른 들에 황금빛 구름처럼 이삭이 넘실대고 벼가 익어 일천 숲에는 보랏빛 비단으로 어지럽게 헤쳐져 있다. 전욱顓頊297)이 겨울을 부르면 지난번의 황금빛 불세계는 백옥의 선경으로 뒤바뀌어 맑은 이내와 달빛 비추는 저녁에는 눈부시게 빛나고 해가 뜨면 아침놀에 푸른 바다가 아득하게 보인다. 음풍陰風이 성나게 불어오면 웅장한 파도와 놀란 물결이 거품을 튀기며 철썩 절구질을 하고, 구름이 맑게 개고 햇살이 비치면 바닷물과 하늘이 같은 색이 되니 용이 머리를 들어 만 섬 바람을 배불리 먹어 위아래 섬들과

008_0476_b_01L自寺沿溪轉麓過半腰而未及冢頂
008_0476_b_02L蘿蒼栝之間有小庵曰海佛蓮華長老
008_0476_b_03L遍叅諸方晩入碧巖之室盡傳其奧
008_0476_b_04L自方壺雲水窟來寓小庵法侶稍進
008_0476_b_05L禪居狹陋不足以庥學者一日步武於
008_0476_b_06L下方得一古基陒垣破礎蒙被藤葛
008_0476_b_07L命山童芟蓁薉剷朽壤徘佪觀望海山
008_0476_b_08L形勝盡萃於此盖兵烽之後移構小
008_0476_b_09L庵而冐名者也即召般倕斮大章權輿
008_0476_b_10L乎丙戌春斷手于明年秋棟宇甍桷
008_0476_b_11L鶴跂龍盤塗金抹綠繪素流丹斯乃
008_0476_b_12L取象乎給孤園淸淨講堂於是日三三
008_0476_b_13L五五而遊賞者咸疑其大師以三昧法
008_0476_b_14L搏取天宮置於人間不然何其幻
008_0476_b_15L恠神異如此耶若夫隱綠䟽靠朱欄
008_0476_b_16L縱目窮睇賞心美景隨時自獻靑帝
008_0476_b_17L回春則幽泉咽咽而氷解草樹盎盎而
008_0476_b_18L向榮朱明轉夏則麥隴翠浪翻樓臺
008_0476_b_19L綠陰圍莀收行秋則大野黃雲䆉稏
008_0476_b_20L千林紫錦紛披顓頊司冬則向來黃金
008_0476_b_21L佛界翻成白玉仙京以至晴嵐映夕暉
008_0476_b_22L日明朝霞碧海微茫陰風怒號
008_0476_b_23L壯波驚濤噴激舂撞雲日澄明水天
008_0476_b_24L一色則龍驤萬斛飽風颿而上下島

008_0476_c_01L물가 모래섬들이 푸른 소라 모양으로 배열하고 흰 깁을 끄는 듯하니, 그림 같은 장막을 펼쳐 놓은 듯하다. 쏟아지는 빗줄기가 금방 개고 구름이 푸른 바다에서 생기니 흰옷과 푸른 개의 모양으로298) 모습이 천만 가지로 변화하니 이것이 가장 기이한 광경이다. 시인과 글쟁이들은 호기를 억제하지 못하여 허벅지를 치며 기뻐하고 참새가 뛰어오르듯 팔딱거리며 호쾌하게 읊조리고 붓을 휘둘러 비단 주머니에 모두 가져가 담는다.
만일 본색도인의 경우에는 다른 것이 있다. 천 리 바깥으로 가늘고 무성하게 보이는 동산 전체를 가리켜 돌아보고 색과 상을 가지고 공으로 돌아가면 흉금이 일순간에 확 트이게 되는 것이다. 암자가 도를 도와주는 것은 이 정도면 많지 않은가. 이것은 대개 대사의 지혜로운 안목이 옛사람이 하늘이 감춘 곳을 처음 발견했던 안목에 부합함인데, 다만 옛날의 윤환輪奐299)의 장엄함이 이와 같이 웅장하고 아름다웠는지는 알 수 없다. 이에 대사가 큰북을 치자 인천이 임하여 장광설을 펴고 최상승의 법을 전해 주니 사부대중이 기뻐서 외치는 소리가 산골짜기를 울리게 되었다. 모두 말세에 나타난 부처라고 여겼다.
내가 말한다. 지금 사람들이 좌권左券300)을 가지고 사물에 빗대어 취함에 혹 반드시 들어맞는 것은 아니다. 대사는 손과 발에 굳은살이 박히도록 애쓰고 비바람에 머리 빗고 목욕하는 괴로움이 없이 부자들이 재물을 내놓고 가난한 이들은 힘을 빌려주고 재주 있는 자들은 기예를 내놓고 권력이 있는 자들은 말을 보태 주어 몇 년이 되지 않아서 기와와 자갈이 뒤덮인 땅과, 여우와 토끼의 소굴이 연화의 정토가 되게 하였으니 일을 주간하는 재주는 남을 크게 뛰어넘는 자이다. 그 덕의 성대함이 어떠한가. 내가 예전에 방장에 머물면서 천암과 만학 사이에 그의 소문을 들은 지 이미 일 년이 되었으나 매번 한번 가 보지 못한 것을 유감으로 여겼다. 그런데 지금 구련 선하九蓮善荷 대사의 청을 입어 이곳에 안거하게 되었는데 마침 구화 처열九華處悅 대사가 그 일을 정리하여 글을 써 주기를 청하여 마침내 그의 말을 차례로 적고 그 눈으로 본 것들을 아울러 적어서 기를 짓는다. 두 도인은 모두 입실한 고제들로서 나에게는 법문의 종형, 종제이다.

008_0476_c_01L嶼汀沙排靑螺曳素練若開畫障
008_0476_c_02L於急雨乍晴雲生碧海則白衣蒼狗
008_0476_c_03L變態千萬此最奇觀也騷人墨客豪
008_0476_c_04L氣不除拊髀雀躍快吟揮毫總輸括
008_0476_c_05L於錦囊中矣若是本色道人有異
008_0476_c_06L是千里纎穠擧囿指顧攬色相而歸空
008_0476_c_07L豁襟胸於一眴庵之助道不已多乎
008_0476_c_08L盖大師智眼符昔人初發天藏之眼
008_0476_c_09L未知舊日輪奐莊嚴若是其壯麗乎否
008_0476_c_10L於是大師撾大皷臨人天出廣長舌
008_0476_c_11L演最上乘四衆歡呼聲動崖谷咸以
008_0476_c_12L爲季世一佛余曰今人持左券取寓物
008_0476_c_13L未或必得大師不有手足胼胝之勞
008_0476_c_14L雨櫛沐之苦而能使富者輸財貧者輸
008_0476_c_15L巧者輸藝勸者輸語不數年間
008_0476_c_16L瓦礫之墟狐免之窟爲蓮界淨坊幹事
008_0476_c_17L之才有大過人者而其德之盛爲何如
008_0476_c_18L余昔居方丈千岩萬壑間聞之已
008_0476_c_19L而每以不得一遊爲慊今被九蓮善
008_0476_c_20L荷大師之請安居于此適九華處悅大
008_0476_c_21L理其事請書之遂跧次其言而兼笔
008_0476_c_22L其所觸目者以爲記兩道人皆其入室
008_0476_c_23L高弟於余爲法門從昆仲云

008_0477_a_01L
정 염서 거사의 일출암기(丁念西居士日出庵記)
염서 거사 정 공은 불덕산佛德山의 남쪽 기슭에 자리한 일출암에 산다. 정토를 독실하게 믿은 자들이 몇 년간 있었다. 하루는 나의 문하에 찾아와서 심법을 묻고 이로 인하여 그의 암자에 대한 기문을 청하였다. 나는 허락하였다.
내가 일찍이 『불설십육관경佛說十六觀經』을 보니 일몰관日沒觀을 최고의 진리로 서술하면서 행인들에게 마음을 다잡고 달아나 흩어지지 않도록 해가 지는 때에 차분하게 명상하도록 하였다. 마치 북이 매달려 있는 모습처럼 눈을 뜨고 감는 것이 모두 뚜렷하고 밝게 보이게 하고 생각마다 버리지 않게 하였다. 만일 오랫동안 매일 그렇게 한다면 마음의 지혜의 태양이 진실로 밝게 되어 무명의 긴 밤을 타파하고 양곡暘谷301)을 나와 높은 하늘을 곱게 물들이는 것이니 이른바 한 점의 신령한 빛이 곧바로 서쪽을 비추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자를 일출이라고 이름 붙인 것의 깊은 뜻은 무엇인가. 우리 석가모니께서는 정토를 매우 칭찬하셔서 정토로 왕생할 것을 애써서 권하시고, 여기서 멀리 해가 지는 서쪽에 불토가 있으니 이름이 극락이라고 하고 그곳의 부처 명호는 아미타이며 지금 현재에도 설법하면서 사십팔 개의 큰 서원을 세워서 사바세계의 고통받는 중생들을 일일이 인도한다. 시방세계의 모든 불타 또한 이구동성으로 설법하여 혹시라도 중생들이 청정한 몸으로 예불하고 청정한 입으로 아미타 명호를 부르며 청정한 마음으로 부처를 생각하면 정토에 왕생하지 못하는 사람이 없다고 하셨다. 그리하여 과거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왕생한 자들을 책에 기록된 것이 하나가 아니다.
그 두 번째가 되는 것은 세존이 중생을 제도함에 만물을 이롭게 하는 방편과 제도하는 문의 지름길이 되고 지극히 간단하고 쉬워서 이것보다 더한 것이 없다. 여러 부처들이 지극하게 찬양하는 것이 마땅하며 진실로 거짓이 아니다.
지금 염서 거사는 이 암자에 살면서 일몰관으로 마음을 닦은 날이 이미 오래되었다. 달도 없는 어두운 하늘 가운데 지혜의 태양이 몰록 떠올랐는지 알 수 없도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옛말에 도를 배우는 것은 불을 때는 것과 같으니 연기를 만나도 쉬지 말고 다만 금성이 나타나기를 기다려서 집으로 돌아가야 비로소 완벽하다고 하였으니,

008_0477_a_01L丁念西居士日出庵記

008_0477_a_02L
念西居士丁公居佛德山之南麓日出
008_0477_a_03L篤信淨土者有年所矣一日踵余門
008_0477_a_04L問心法因請記其庵余曰諾余甞觀
008_0477_a_05L佛說十六觀經有日沒觀爲苐一意使
008_0477_a_06L行人攝心不馳散顓想日沒時如皷
008_0477_a_07L懸狀開目闔目皆令了了明見念念
008_0477_a_08L不舍若久久如一日則此心之智日眞
008_0477_a_09L破無明長夜而出暘谷麗高穹矣
008_0477_a_10L所謂一點靈光直照西者也然則庵以
008_0477_a_11L日出名者其深有旨哉我釋迦氏
008_0477_a_12L口稱讃淨土苦勸徃生有云此去日沒
008_0477_a_13L之西有佛土名曰極樂佛號阿彌陁
008_0477_a_14L今現在說法留六八大誓願接引娑婆
008_0477_a_15L苦衆生十方諸佛陁亦異口同宣
008_0477_a_16L能衆生淨身而禮淨口而呼淨心而
008_0477_a_17L無一人不徃生矣肆以徃古來今之
008_0477_a_18L徃生者不一書於策其爲二世尊濟生
008_0477_a_19L利物之方便度門甚爲徑捷至爲簡易
008_0477_a_20L而無出其右宜乎諸佛同讃揚之極者
008_0477_a_21L固也非誣也今念西居此庵存心日沒
008_0477_a_22L爲日已久未審從黑月幽宵中慧日頓
008_0477_a_23L出也耶如未古云學道如鑽火逢烟
008_0477_a_24L且莫休直待金星現歸家始到頭

008_0477_b_01L청컨대 염서 거사는 이 말을 다시 보고 부지런히 노력하라. 이에 기를 짓는다.
정토사기淨土社記
연화 제자 구용九蓉 도인은 기성箕城 모악산母岳山 동쪽에 수련(藏修)하고 지내는 곳이 있으니, 그 땅에 방장方丈이 둘이 있다. 진실로 하늘이 숨겨 둔 장소를 펼친 것이다. 손수 취미翠微 속에 한 방을 만들어 나에게 한마디 말을 써 달라고 하였다.
내가 말했다. “무릇 땅에는 청정한 곳이 있고 더러운 곳이 있다. 경전에서 극락이라고 부르는 곳이 최고의 청정한 곳이다. 사바세계는 가장 더러운 곳이 된다. 같은 불세계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정토라고 하고 한편으로는 예토라고 부르는 것은 어째서인가? 정토와 예토라고 부르는 것이 어찌 단토端土가 시켜서 그렇게 되는 것이겠는가. 진실로 사람의 마음이 깨끗하고 그렇지 못한 것에 관계될 뿐이다. 시험 삼아 말해 보리라.
아첨하고 미치고 험담하고 질투하는 마음은,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더럽다고 느끼는 것이다. 평이하고 솔직하고 착하고 부드러운 마음은 서방세계의 중생들이 청정하다고 느끼는 것이다. 혹시라도 한 생각에 마음이 청정해지면 국토는 청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마음이 청정하면서 국토가 청정하지 못한 경우는 일찍이 없었다. 마음이 청정하지 못하고서 국토가 청정한 경우 또한 일찍이 없었다. 그렇다면 정토는 어찌 멀리 서방 십만 억 떨어져 있는 곳이겠는가? 그 눈썹이 움직이는 사이를 벗어나지 않아서 뚜렷하게 가리키고 밟을 수 있는 것이다. 이것으로 보건대 어떤 사람이 사바세계에 있으면 사바세계가 정토가 되고 극락에 있으면 극락이 정토가 되니 바로 그 사람의 한 치 마음에 달려 있는 것이다. 이것과 저것으로 정토와 예토를 나누어 논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하니 여기에 있는 한 사람의 마음에 조금도 때가 없다면 이것은 예토 가운데 정토가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피안에 있으면서 국토가 모두 청정하다면 이는 청정한 가운에 청정한 것이니 개괄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또한 몸이라는 것은 마음이 의지해 깃드는 곳이고 집(社)이라는 것은 깃드는 바(몸)가

008_0477_b_01L念西更看此語而勉旃是爲記

008_0477_b_02L

008_0477_b_03L淨土社記

008_0477_b_04L
蓮華弟子九蓉道人則公占藏修之所
008_0477_b_05L於箕城治毋岳東其地盖方丈者二焉
008_0477_b_06L信乎發天藏也手開一室於翠微裡
008_0477_b_07L余一言余曰凡爲土有淨焉有穢焉
008_0477_b_08L稱極樂爲淨土最娑婆爲穢土甚
008_0477_b_09L一佛土也而偏指淨若穢而稱者奚盖
008_0477_b_10L謂淨穢者豈端土之所使然哉實係乎
008_0477_b_11L人者之心之淨不淨如何耳請試言之
008_0477_b_12L謟誑詖譣嫉妬心此界衆生之所以感
008_0477_b_13L穢也平易質直善軟心彼土衆生之所
008_0477_b_14L以感淨也倘能一念心淨則土不得不
008_0477_b_15L心淨而土不淨者未之有也心不
008_0477_b_16L淨而土淨者亦未之有也然則淨土
008_0477_b_17L豈遠在西方十萬億之外即不出於眉
008_0477_b_18L睫間而歷歷可指可步矣繇是觀之
008_0477_b_19L若有人在娑婆則娑婆爲淨土在極樂
008_0477_b_20L則極樂爲淨土此在當人方寸中不可
008_0477_b_21L以此彼分淨穢而論者明矣能有一人
008_0477_b_22L於此而心無垢則是穢中淨有多人
008_0477_b_23L於彼而土盡淨則是淨中淨非可以槩
008_0477_b_24L視之也且夫身者心之所寄也社者

008_0477_c_01L깃드는 곳이요 국토라는 것은 다시 깃드는 바가 깃드는 곳이 깃드는 곳이다. 이것이 바로 도인이 이 세계에 나그네로 머물면서 불선으로 마음에 들이지 않고 청정한 국토에 정신을 노니는 것이로다. 그렇지 않고 한갓 스스로 청정한 국토를 구하고 바라면서 마음에 먼지와 기름때가 가득하고 그것을 없애지도 않고 닦아내지도 않는다면 국토가 어찌 청정하다고 할 수 있으리오.”
도인이 합장하고 절하고 말하였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스님께서 능히 헤아려 주십니다.” 이에 글로 써서 기를 지어 준다.
호남 담양 법운산 옥천사 사적湖南潭陽法雲山玉泉寺事蹟
현장 법사의 불경을 실은 백마가 서쪽에서 온 이래로 불교의 가르침이 동방으로 흘러 들어왔다. 이름난 산과 뛰어난 지역에는 범우梵宇와 화궁華宮을 경영하지 않는 곳이 드물어 바둑알을 흩어 놓고 별을 뿌려 놓은 듯하며 불 땐 연기가 서로 바라보고 법고와 범종 소리가 서로 들려서 곳곳마다 웅장한 것이 난타蘭陁의 급고독원이나 죽림정사와 짝이 되었으니, 상법像法302)이 흥성하고 융숭한 것이 이와 같았다. 이에 바다 밖에서 신승 순도順道가 고구려로 들어왔고【진晋 함안咸安 2년 임신년에 진秦의 부견符堅이 보냈으니 곧 소수림왕 때이다.】눌지왕訥祗王 때 사문 묵호자黑胡子가 고구려에서 왔다.【곧 신라 제19대 왕이다.】또 서역승 마라난타摩羅難陁가 진晋에서 마한으로 왔다.【진晋 태원太元 9년 갑신년이니 즉 백제 침류왕 때이다.】이에 삼국이 다투어 서로 따르고 숭상하여 면면하게 일찍이 끊어지지 않았다. 나라가 비록 좁지만 중국에 비하여 매우 융성했다.
호남 추성秋城 법운산에 옥천사라고 있으니 옛날의 정원사淨源寺이다. 선각국사先覺國師 도선공道詵公께서 처음 개창한 비보사찰裨補寺刹303) 삼천 곳 가운데 하나이다. 뒤를 이은 사람 가운데 귀곡龜谷 대선사가 있었는데 일찍이 지팡이를 끌고 이곳에 이르러 크게 확장하고 회복하여 차츰 총림의 제도를 갖추었고 중간에 흥기하고 퇴락한 것은 그 사람 하나뿐이 아니다. 당나라로부터 송·원을 지나 명나라에 이르기까지 위아래로 몇천 년 동안 세대가 아득해져서 비록 인멸한 것을 상고할 수는 없으나 시대와 더불어 흥함이 교체된 것을

008_0477_c_01L所以寄所寄也土者又所以寄所寄之
008_0477_c_02L所寄也此所以道人旅泊於斯不以
008_0477_c_03L不善納於靈臺神遊淨土者歟不然
008_0477_c_04L徒自希覬淨土而心藏垢膩不刜不浣
008_0477_c_05L則土烏能淨道人合爪而拜曰他人有
008_0477_c_06L師能忖度矣於是乎書以爲記

008_0477_c_07L

008_0477_c_08L湖南潭陽法雲山玉泉寺事蹟

008_0477_c_09L
自白馬西來象敎東流名山勝境
008_0477_c_10L不營梵宇華宮棊錯星分烟火相望
008_0477_c_11L皷鐘相聞在在稱雄以配蘭陁給孤園
008_0477_c_12L竹林精舍像法之興崇有如此矣
008_0477_c_13L及海外有神僧順道來高句麗晋咸安二
年壬申
008_0477_c_14L秦主符堅送之
小獸林王時也
訥祗王時沙門黑胡子
008_0477_c_15L自高句麗至即新羅第
十九王也
又胡僧摩羅難陁
008_0477_c_16L自晋來馬韓晋太元九年甲申
百濟枕流王時也
於是三國
008_0477_c_17L竸相遵尙綿綿然未甞絶國雖褊小
008_0477_c_18L比中州爲甚盛矣湖南道秋城法雲山
008_0477_c_19L有玉泉即古之淨源寺先覺國師詵公
008_0477_c_20L俶始剏裨補三千之一也嗣後有龜谷
008_0477_c_21L大禪師甞杖錫及此拓大而恢復之
008_0477_c_22L稍有叢林之制中間起廢者不一其人
008_0477_c_23L而自唐歷宋元逮于皇明上下幾千載
008_0477_c_24L代禩寢遠雖湮不可考與時興替者

008_0478_a_01L어찌 그동안에 자주 있지 않았겠는가.
지금 절의 초석이 깨지고 기와가 파손되며 흙이 잡풀 속에서 무너져 버렸다. 모두 옛터 그대로라서 예전에 아름답게304) 꾸며져 거대하고 장려한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융경隆慶·만력萬曆 연간에 담장이 모두 기울어지고 법당을 수리하지 않아 비바람을 막고 습기를 피할 곳이 없게 되었다. 그곳에서 지내는 중들도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여서 거의 회복할 수 없었다. 또한 오른쪽 산 밖으로 가까운 거리의 땅에 띠풀을 베고 서까래를 얽어 사는 곳이 있었는데 이른바 상하사上下寺이다. 당시에 마을의 부호 가운데 김씨 성을 가진 사람이 있어서 황폐하게 된 것을 이롭게 여기고 호견虎肩에 무덤 자리로 차지했으니 대개 그 당시에 황폐하고 쇠락한 것이 매우 심했던 것을 알 수 있다.
요사이 병란을 만난 뒤로 조금 옛 모습을 회복하였는데 숭정崇禎 병자년에 대비구 두영杜英이 보광전普光殿을 중수하고 상량문을 쓰기를 “정덕正德 십일 년 봄 삼월 간선幹善305) 도인 두영이 거듭 새롭게 한다.”라고 하였으니 숭정崇禎에서 정덕正德 연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백이십 년의 기이함이 있으니 아마도 전신·후신인가. 연월과 이름이 시대는 다르지만 서로 부합함이 이와 같으니 이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나는 “부도를 만들지는 않았으나 배휴裵休306)는 현도玄度307)의 후신이며, 천 척의 불상을 완성하였으니 축법호竺法護308)는 승우僧祐309)의 전신이다.”는 말을 들었는데 이것은 고금에 전하는 것으로 거짓이 아니다. 학사 박인범朴仁範이 요공선사了空禪師의 비문을 받들어 지어 제자 십여 인을 열거하였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법운산 정원사에 거처한 요공了空이니 바로 도선공의 시호이다.【신라 효공왕孝恭王이 요공了空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탑의 이름을 증성혜등證聖慧燈이라고 하며 서서 학사瑞書學士 박인범朴仁範에게 비문을 찬하게 하였다. 또 고려 인종仁宗 때 선각국사先覺國師로 추봉하였고 최유청崔惟淸에게 비문을 찬하도록 명하였다.】그렇다면 지금의 옥천사는 정원사가 이름을 바꾼 것이 분명한데 선각에게 비롯된 것 또한 헛되지 않다. 선각에게 비롯된 것이 이미 헛되지 않다면 귀곡 대사가 중창한 것도 반드시 의심할 것이 없다. 그러나 정덕 연간에 다시 신축하고 숭정 연간에 고쳐서 지은 것이 지금에 이르러

008_0478_a_01L豈無數於其間哉今其破礎裂瓦土蝕
008_0478_a_02L於蓁莽中者皆其舊址則知其前日輪
008_0478_a_03L奐莊嚴之鉅麗也至於隆萬間垣墉盡
008_0478_a_04L堂宇不葺庇風雨避燥濕之無地
008_0478_a_05L僧不滿屈指幾乎不可復又右麓外一
008_0478_a_06L牛鳴地有誅茅縛椽而居者所謂上下
008_0478_a_07L寺也時郡豪有金姓者利其蕪廢不振
008_0478_a_08L業已占窀穸於虎肩盖知其際荒殘寥
008_0478_a_09L落之甚也近自兵烽之後稍復舊觀
008_0478_a_10L崇禎丙子大比丘杜英重修普光殿
008_0478_a_11L撒其上棟有書云正德十一年春三月
008_0478_a_12L幹善道人杜英重新自崇禎遡正德
008_0478_a_13L所一百二十有奇豈其前後身耶何年
008_0478_a_14L月名字之異世而同符若是此甚希有
008_0478_a_15L吾聞浮圖未成而公美爲玄度之後
008_0478_a_16L千尺像畢而僧護爲僧祐之前身
008_0478_a_17L此古今所傳不可誣也按朴學士仁範
008_0478_a_18L奉製撰了空禪師碑列弟子十餘人
008_0478_a_19L一居法雲山淨源寺了空即詵公之謚
008_0478_a_20L新羅孝恭王贈謚了空名塔曰證聖慧燈命瑞書學
士朴仁範撰碑又高麗仁宗追封先覺國師命崔惟
008_0478_a_21L淸撰碑
文也
然則今玉泉是淨源之改扁者明
008_0478_a_22L而昉于先覺亦不虗矣先覺之昉
008_0478_a_23L旣不虗則龜谷之復必也無疑而重
008_0478_a_24L新於正德改搆於崇禎以迄于今

008_0478_b_01L그 누추하고 더러웠는데 매미가 허물 벗듯 환골탈태하고 웅장하게310) 새로워졌다. 중앙에 장엄하게 솟아오른 것은 보광대전普光大殿으로 전殿에는 오래된 불상이 놓여 있는데 그 영험이 매우 뚜렷하다. 임진년에 왜구가 육지로 쳐들어와 여러 요사채가 모두 겁화의 재로 변했는데 오직 보광전만은 불타지 않았다. 적의 무리들이 자못 금부처를 업신여겼는데 이윽고 새끼줄도 없이 모든 도적들이 저절로 결박당하게 되었다. 벌벌 떨며 놀라서는 각자 중얼거리며 빌었는데 하루가 지나자 저절로 결박이 풀려 떠나갔다. 대곡大谷 마을 사람으로 포로로 잡힌 자가 그 일을 목격하여 잘 알고 있었는데 포로에서 풀려나고 돌아와서는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기 때문에 지금까지 고사로 전해지고 있다.
그 뒤에 신견信堅이 자금紫金을 팔아 삼존상을 만들어 모셨다. 보광전의 왼쪽에 명왕전이 있는데 지정智淨이 세우고 거사 김풍산金豊山이 초상을 시주하였다. 그 아래 선당이 있는데 두영杜英이 보광전보다 먼저 공을 일으켰다. 명왕전의 동쪽에 첨성각瞻星閣이 있는데 원식元寔이 대중의 시주를 모연하여 이룬 것이다. 첨성각의 동쪽에 미타전彌陁殿이 있는데 신훈信訓이 옛 건물을 보수한 것이다. 그 아래에 창고를 두고 여러 법구와 집물들을 보관하였다. 그 동쪽으로 몇 걸음 떨어져서 약사전藥師殿이 있으니 해축海竺이 처음 개창한 것이다. 보광전의 오른쪽에 상실上室이 있으니 자각自覺이 사익思益의 옛 건물을 보수한 것이다. 그 아래에 승당이 있으니 혜웅慧雄이 중수한 것이고 각일覺一이 도왔다. 후실의 서쪽에 관음전觀音殿이 있으니 혜화慧華가 세우고 성응性應이 이어서 그 업을 다스린 것이다. 관음전의 북쪽에 보명전普明殿이 있는데 원옥元玉이 이건하고 해민海敏이 앞서 짓기 시작했다. 보광전의 뒤에 한 당堂을 두었으니 모두 다섯 칸으로 왼쪽으로 네 개의 기둥이 늘어서 있다. 종묵宗默이 다시 십육응진상十六應眞像을 그렸고 오른쪽으로 세 기둥에는 근고의 여러 대덕의 진영을 드리웠다.
또 서쪽 모퉁이에 가로놓인 한 칸의 방을 핵현覈玄이라고 부르는데 모두 건표建標가 지은 것이다. 보광전의 앞으로 큰 누대를 얽었는데 천기天機가 처음 세우고 지주智珠가 다시 새롭게 만들었다. 누대의 동쪽에는 청풍료淸風寮가 있으니 문혜文惠가 집터를 잡고

008_0478_b_01L蛻其陋穢而一新之翬飛壯聳於中央
008_0478_b_02L普光大殿殿中有古佛厥靈甚赫
008_0478_b_03L壬辰島冠陸梁諸寮盡爲劫灰唯殿獨
008_0478_b_04L不燬賊黨頗褻慢金軀俄而無繩索
008_0478_b_05L盡自擊縛愕然驚悚各自伊吾乞哀
008_0478_b_06L經宿乃自解去大谷里人被係虜者
008_0478_b_07L目其事甚悉獲免而歸言於衆至今
008_0478_b_08L傳爲故事其後信堅貿紫金治瑩三
008_0478_b_09L尊像普光之左爲冥王殿智淨建
008_0478_b_10L金居士豊山化肖像其下爲禪堂 1) [9]
008_0478_b_11L英先普光而興功冥王之東爲瞻星閣
008_0478_b_12L元寔募衆緣而成之瞻星之東爲彌陁
008_0478_b_13L殿信訓因舊貫而補之其下爲庫司
008_0478_b_14L藏諸法具什物其東步武許有藥師殿
008_0478_b_15L海竺肇開之普光之右爲上室自覺緝
008_0478_b_16L思益之舊其下爲僧堂慧雄修覺一之
008_0478_b_17L後室之西爲觀音殿慧華結搆而性
008_0478_b_18L應繼治其業觀音之北爲普明殿
008_0478_b_19L玉移建而海敏經始于前普光之後置
008_0478_b_20L一堂凡五間左四楹列宗默重繪十
008_0478_b_21L六應眞像右三楹垂近古諸德之影
008_0478_b_22L橫一室於西隅名以覈玄皆建標之所
008_0478_b_23L建也普光之前架大樓肇起於天機
008_0478_b_24L更新於智珠樓之東爲淸風寮文惠胥

008_0478_c_01L학계學戒가 다시 고쳤다. 그 동쪽으로 명월료明月寮가 있으니 민호敏湖가 시작하고 자원慈遠이 다시 고쳤다. 또한 그 동쪽으로 보현전普賢殿이 있는데 일선一禪이 아름답게 마치고 신묵信嘿이 처음 단장하였다. 그 앞에는 연자방아(碓坊)와 뒷간이 있고 누대 서쪽으로는 청심당淸心堂이 있어 쌍현雙絢이 서쪽 암자에서 여기로 옮겨 왔다. 그 서쪽으로는 문수전文殊殿이 있고 문수전의 북쪽에 공양간(香積厨)이 있으니 모두 쌍경雙鏡이 세운 것이다. 누대 앞에 사왕문四王門이 있으니 설형雪浻이 사왕상을 조각하고 처겸處謙이 전각을 세워서 그것을 덮은 것이다. 그 밖에 조계문曺溪門은 쌍변雙卞이 열었다. 또한 석공石工을 시켜 다른 산의 돌을 다듬고 보광전의 계단을 쌓았다. 섬돌 아래에 돌우물 한 구口가 있는데 달고 시원하며 맑은 샘물로 수만 대중을 공양할 만하였고 쉽게 마를 기미가 없었으니 옥천이라는 이름은 반드시 이것을 취했을 것이다. 이 옥천사가 폐허가 되자 옛 제도를 혁신하여 반백여 년을 내려오니 그 공을 마쳤는데 이는 모두 예전의 간선幹善 여러 공이 그 재주와 힘을 다한 것이다.
쌍운雙運과 불대佛臺 두 암자는 절의 동벽 바깥에 있는데 학숭學崇 대사가 옛터를 경영하여 세운 것이다. 각일覺一 선로禪老가 대사의 증조가 되어 이 절을 경영해 온 것이 십수 년이 되었다. 혹은 동지들에게 권하고 혹은 몸소 노역을 맡아서 털끝 같은 작은 힘이 쌓여 다시금 가람을 세우게 된 것이다.
대사가 이에 호목蒿目311)하는 근심이 없을 수 없어서, 대동의 종이 부역을 처리하였는데 수고비 대신 관수물품을 공급하여 거처하는 이들을 편안하게 하고서 시주자들을 모아 논 몇 이랑을 얻어 상주하는 데 필요한 물자를 공급하도록 하였다. 이는 그 큰일을 이야기한 것이요 그 세세한 일을 어찌 이루 알 수 있으리오. 돌아보면 설순雪淳과 쌍즙雙楫·각균覺均·태현泰絢·묘련妙蓮과 같은 스님들이 함께 묻고 의논하여 쉴 때에도 절의 일을 잊을 수 없어서 처음과 끝이 한결같았으니, 기이하도다. 조손祖孫 두 세대가

008_0478_c_01L而學戒再治其東爲明月寮敏湖
008_0478_c_02L權輿而慈遠復理又其東爲普賢殿
008_0478_c_03L一禪終美而信嘿始繕其前爲碓坊
008_0478_c_04L爲圊厠樓之西爲淸心堂雙絢移西
008_0478_c_05L庵於此也其西爲文殊殿文殊之北
008_0478_c_06L爲香積厨皆雙鏡之所建也樓之前四
008_0478_c_07L王門雪浻塑王像處謙建閣而覆之
008_0478_c_08L其外曺溪門雙卞闢之又用石工鍊他
008_0478_c_09L壘普光階戺階下有石井一口
008_0478_c_10L凉淸洌可供萬衆而不易渴意玉泉
008_0478_c_11L之額必取此也於是玉泉之廢鼎新
008_0478_c_12L而閱半百餘祀厥功告竣此皆向來幹
008_0478_c_13L善群公之殫其才力者也雙運佛臺二
008_0478_c_14L在寺東壁外并大師學崇之營締故
008_0478_c_15L基者覺一禪老於大師爲僧祖禰
008_0478_c_16L經營斯寺十數年間或勸同志或躬
008_0478_c_17L執役以至毫累銖積再造伽藍大師
008_0478_c_18L於此不無蒿目之憂辦大同紙役
008_0478_c_19L衆勞費以供官需使居者安堵募檀
008_0478_c_20L獲水田若干塍以足常住供資
008_0478_c_21L其大者其細詎可悉乎顧與雪淳雙楫
008_0478_c_22L覺均泰絢妙蓮諸德咨謀會同食息不
008_0478_c_23L能忘寺事終始如一日异哉祖孫兩世
008_0478_c_24L「社」疑「杜」{編}

008_0479_a_01L쓰러진 것을 일으키고 무너진 것을 보수한 공덕을, 어찌 수미산과 향해香海312)와 더불어 그 높이와 깊이를 헤아릴 수 있으리오. 하수 중류의 지주砥柱313)가 거센 물살에도 우뚝 서 있다고 말할 만하도다. 아아. 세상의 유자(縫掖)314)들이 다투어 석씨釋氏를 물리치는 것으로 허풍을 치기를, 반드시 석씨의 무리들은 하는 일 없이 밥을 축내면서 백성들의 재물을 소비하며 사찰을 아름답고 크게 세워 토목에서 백성들의 힘을 수고롭게 하고, 화폐에서 백성의 자산을 빼앗아서, 재물의 소용이 고갈되기 쉽고 풍속이 더러워지기 쉬우니 쓸어서 없애 버려 더 늘어날 수 없게 함이 마땅하다고 말한다. 청컨대 시험 삼아 말해 보겠다.
우리 부처의 도는 청정하여 작위가 없는 것을 종지로 삼으며 자비롭게 살생하지 않는 것을 가르침으로 삼는다. 비록 세상의 다스림에는 절실하지 못하는 듯하지만 진실로 이러한 마음을 미루어 한 세상의 사람들로 하여금 모두 선을 좋아하고 악을 미워하는 것을 알게 하여 인수仁壽315)의 지역을 건너가게 된다면 어찌 보탬이 적겠는가. 지금 중생들은 고통의 바다에서 부침하면서 피안으로 건너는 나루를 알지 못하니 부처를 피안으로 삼는다면, 머리 깎고 승복을 입은 자들은 모두 부처를 신봉하는 무리이니, 전각과 당료堂寮의 웅장함과 불상에 금빛과 푸른빛으로 장식하는 것을 그만두겠는가. 비유하면 의사가 병을 고치는 데에는 반드시 병에 상응하는 약을 주어야 하는데, 냉병을 앓는 이에게 단사丹砂316)와 오훼烏喙317)를 투약하고 천식을 앓은 이에게 백출白朮318)과 자단紫團319)을 주는 것이다. 이미 병이 없다면 약을 쓰지 않지만, 한질이 낫지 않고 천질이 제거되지 않았는데도 먼저 단사와 백출을 없애 버리고자 하는 자들이 옳은지를 나는 알지 못하겠도다. 전대의 존귀한 스님들로 숭앙받던 분들은 어찌 까닭이 없었겠는가. 그 배척하고 물리치기를 심하게 하는 자들의 말은 이를 것이 아주 없다고 깊이 개탄한다.
나는 무령사武靈寺와 불갑사佛甲寺에서 와서 오 개월을 주석하였다. 벌집이나 개미굴과 같은 좁은 방마다 향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경 외는 소리가 흘러서 멈추지 않는데 북과 아쟁이 뒤섞여 되돌아와 메아리가 울려 퍼지니 이는 불국토의 모습이다. 또한 모든 절의 승려들의 마음이 순박하고 두터우며 위엄스런 자태는 아름다워서, 한번 변하면 도에 이를 만하니320) 여러 사찰 가운데 유독 뛰어나서 가상하다. 여러 공들이 나를 재주 없다고 여기지 않고

008_0479_a_01L其扶顚補敗之功豈與彌盧香海量其
008_0479_a_02L高深哉可謂中流砥柱屹立頹波矣
008_0479_a_03L呼世之縫掖爭以攘釋氏爲侈談必曰
008_0479_a_04L釋之徒游手游食耗蠹民財招提梵
008_0479_a_05L宏敞美麗勞民力於土木奪資產
008_0479_a_06L於金帛財用易竭風俗易澆宜乎掃
008_0479_a_07L除不得滋請試言之吾佛之道以淸
008_0479_a_08L淨無爲爲宗慈悲不殺爲敎雖若不切
008_0479_a_09L於世治苟能推是心使一世人皆知
008_0479_a_10L善善惡惡以躋仁壽之域則豈少補哉
008_0479_a_11L今夫衆生苦海沉浮莫知津涘而以
008_0479_a_12L佛爲彼岸則圓𦙅方服者皆奉佛之徒
008_0479_a_13L殿宇堂寮之壯像設金碧之嚴其可已
008_0479_a_14L譬如醫師治病必應病與藥其於
008_0479_a_15L病寒者投以丹砂烏喙病喘者授以
008_0479_a_16L白朮紫團旣無病則毋用藥餌寒疾未
008_0479_a_17L喘疾未去而欲先除其丹砂白朮者
008_0479_a_18L吾未知其可也前代之尊尙興崇者
008_0479_a_19L無以也深蚖其攘斥者之言甚無謂也
008_0479_a_20L余自武靈佛▼(山/甲)來駐錫五箇月矣蜂房
008_0479_a_21L蟻穴香燈陸續誦聲駸駸與皷錚雜
008_0479_a_22L交響洋洋是佛國之風抑闔院緇
008_0479_a_23L心地淳厖威儀楚楚可一變而至
008_0479_a_24L於道視諸刹爲獨勝可尙也已諸公不

008_0479_b_01L오히려 사적을 기록하는 일로 책임을 맡겼으니 입을 빌려 사양할 바가 없어서 마지못해 스스로 붓을 잡고 당시의 빠진 일들을 보충하였을 뿐이다. 다른 날에 혹시라도 서까래 같은 붓321)을 잡는 자가 있다면 이 글은 물리고 항아리나 덮는 것322)이 옳을 것이다.
홍주 팔봉산 용봉사의 새 누각 기(洪州八峯山龍鳳寺新樓記)
흰말과 푸른 원앙323)으로 갖추어 누대를 얹고는 벽 속에 기록을 넣어둔 것이 오래되었다. 집을 건축하면 그 공을 널리 자랑해야 하고, 이름을 지으면 그 의미를 널리 알리는 것이니 진실로 이것을 버리고 억지로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가.
홍주洪州의 북쪽에 있는 팔봉산八峯山에는 용봉사龍鳳寺라는 절이 있다. 절의 스님이 불당 앞의 대나무 시냇가에 누각을 세웠다. 훈勳 상인이 이 절 스님의 말을 빌려 나에게 매우 간절하게 기문을 부탁하였다. 글 잘 짓는다는 명망도 없다. 또한 형세의 규모와 재목의 많고 적음, 공사 날짜의 오래되고 가까움에 대해서는 나에게 일러주지 않았다. 다만 태고太古 스님이 처음 개창하여 임자년의 난리에 화재로 쇠락한 것을 지금 새로 짓는다고만 하였다.
내가 말하였다. “태고 스님은 고려 말 두 임금의 조정에서 국사를 지낸 분으로 속세 본관은 홍주 사람이다. 지정至正 연간에 중국의 하무산霞霧山에 들어가 석옥石屋 화상을 참례하고 밀인密印을 얻어 우리나라로 돌아오셨고 그때 이 산에 절을 처음 개창하시고 지내셨다. 이 누각은 태고의 후인이 일어나 중창하게 된 것이니 어찌 우연이겠는가.” 땅은 축丑에 열리고324) 이 산이 무성한 숲에 가려져 사슴의 동산이 되고 뱀의 소굴이 된 것이 몇천 년 동안의 일인지 알 수 없다. 태고 스님 때 와서야 비로소 터를 잡고 오늘에 이르렀다. 다만 비렴飛廉(바람 귀신)에 맞고 우사(雨師)에 벗겨져 기와가 떨어지고 기둥이 꺾여 사찰 도구들(寺俱)과 함께 무너져 다시 썩은 땅이 되고 잡초가 다투어 나서는 마치 태고 스님이 이 땅을 다지지 않았던 이전과 같아진 것인지 모르겠다. 꺾인 것을 바로 세우고 훼손된 지붕을 잇고 무너지지 않게 한 뒤에라야

008_0479_b_01L以余爲不才猶以誌事相責無所籍口
008_0479_b_02L而辭强自搦管聊以補一時之闕如耳
008_0479_b_03L他日倘有把如椽之筆者則此誌退而
008_0479_b_04L覆瓿可矣

008_0479_b_05L

008_0479_b_06L洪州八峯山龍鳳寺新樓記

008_0479_b_07L
白馬靑鴛俱架樓臺而有記陷壁尙矣
008_0479_b_08L結搆焉褒其功命名焉暢其義固舍
008_0479_b_09L是而强之言難乎哉洪州治之北八峯
008_0479_b_10L有寺曰龍鳳寺之僧架樓於正殿前
008_0479_b_11L竹溪勳上人以寺僧之言匄余記甚
008_0479_b_12L乏措辭之名又面勢之䂓模庀材
008_0479_b_13L之多寡爲日之久近則不我諭只道
008_0479_b_14L太古始剏之壬子灾欝攸今新之余曰
008_0479_b_15L太古麗季兩朝國師俗氏洪州人也
008_0479_b_16L至正間入中州霞霧山叅石屋和尙
008_0479_b_17L密印尋還海東始開此山而居之
008_0479_b_18L樓起太古後人踵新之豈偶然哉夫坤
008_0479_b_19L闢於丑有此山而翳于蓁葳鹿爲囿蛇
008_0479_b_20L爲藪者不知其幾千祀太古始胥宇
008_0479_b_21L迄于今第未知㪣飛廉剝雨師瓦縫脫
008_0479_b_22L棟宇摧與寺俱銷歇復爲朽壞爭植
008_0479_b_23L雜草如太古未度土之前耶其能有撓
008_0479_b_24L扶之有毁葺之不墜而臻後劫與此

008_0479_c_01L이 산과 더불어 무궁하게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기필할 수 없다. 이것은 뒤에 이어서 거처하는 자의 책임일 뿐이다.
상인 또한 홍주 사람이니 나를 좇아 유력한 지 몇 년이 흘렀다. 지금은 고향 마을로 돌아왔으니 필시 이 절에 머무를 테고 그 자취가 대강 태고 스님과 비슷하다. 그러므로 그 어려움은 사양하지 않고 억지로 글을 지었다. 그 건물의 아름다움이나 시내와 산의 형승은 훗날 석장을 날려 호서를 유람할 때 두루 누각과 기둥에 의지하여 마땅히 우리 상인과 함께 감상해야 하리라.
천봉산 자수암의 새로 수리한 동쪽 정자 기(天鳳山慈壽庵新理東亭記)
자수암慈壽庵의 동쪽 사문沙門 바깥에 한 걸음 정도 넓이의 땅에 한 작은 나무가 한 그루 서 있다. 이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는 무성하게 뻗어 있고 아름다운 그늘을 드리우나 그 이름은 알 수가 없다. 어떤 이는 팽목彭木이라고 하는데 곁에는 완석頑石 서너 개가 있다. 나는 더운 여름날의 피곤함과 찌는 더위를 씻어 내고자 매번 옷깃을 풀어서 바람을 맞는다. 하루에 두세 번 이르거나 혹은 네다섯 번 찾기도 한다. 문을 나서면 반드시 그 아래에서 한가로이 어느 때는 나무에 기대어 서 있고 어느 때는 돌에 반가부좌하고 앉는다. 아래에는 잡풀들이 매우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하루는 산동山童에게 날카로운 도구를 가져와 그것들을 베게 하였다. 얼마 후 풀을 베고 화훼를 자르고서 천연 그대로 두고 흙을 쌓거나 북돋우지 않았다. 그러자 눈과 귀가 머물러 보고 듣는 것이 모두 즐겁게 만남이 있었다. 숲 바깥의 시내 소리는 콸콸거리고 시냇가의 솔숲 소리는 쏴쏴하고, 맑은 바람이 솔솔 불고 저녁놀과 이내가 쫙 깔려서 먼 산들은 아스라이 푸름을 더하고 가까운 산들은 진한 푸른빛이 뚝뚝 떨어지려고 한다. 눈과 귀를 상쾌하게 하는 것이 이전보다 두 배, 다섯 배가 넘는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훗날 이 암자에 살게 된 이가 다시 무성하게 더럽히고 예전과 같이 관리하지 않게 되거나 또는 호사가들이 그 나무가 커서 소를 덮을 지경에 이를 때 돌과 흙을 쌓고 절벽과 산을 깎아 높은 대를 만들어서 그 천성을 상하게 하여 조물자의 시기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마침내 글로 써서 기록해 둔다.

008_0479_c_01L山相無窮耶皆未可必也是在後來繼
008_0479_c_02L居者之責爾上人亦州人也從余遊數
008_0479_c_03L今返鄕井必駐缾舄是寺其迹略
008_0479_c_04L與太古相類故不辭其難而强爲之言
008_0479_c_05L若其栱梲之麗流峙之勝異日飛虎錫
008_0479_c_06L遊湖西遍倚樓楹當與吾上人共賞耳

008_0479_c_07L

008_0479_c_08L天鳳山慈壽庵新理東亭記

008_0479_c_09L
慈壽庵東沙門外容步武地有一小樹
008_0479_c_10L枝葉繁茂而美陰不知其名或曰彭木
008_0479_c_11L傍有頑石數四塊余病暑困蒸溽
008_0479_c_12L每披襟而受風日三兩至或四五至
008_0479_c_13L出門則必於其下婆娑或倚樹而立
008_0479_c_14L箕踞乎石下有蓁莽雜薉一日使山童
008_0479_c_15L持利器剪薙之不移晷芟草刜枿
008_0479_c_16L其天而不築土不封殖耳目所寓而視
008_0479_c_17L聽者擧熈熈然若有所遇林外之溪聲
008_0479_c_18L決決澗邊之松籟蕭蕭淸風剪剪烟靄
008_0479_c_19L抹抹遠岳離迾增翠近峀濃綠欲滴
008_0479_c_20L爽耳根淸眼界者若倍簁於曩時余惧
008_0479_c_21L後之居是庵者復將蕪穢不治如疇昔
008_0479_c_22L又恐好事者以其木之大至蔽牛則累
008_0479_c_23L石壘土劚崖剷嶬以爲崇臺而喪其
008_0479_c_24L爲造物者猜故遂書以志之

008_0480_a_01L
지리산 쌍계사의 대웅전과 팔영루 중수기(智異山雙溪寺重修大雄殿及八咏樓記)
무릇 토목 공사는 새로 창건하는 것이 있고 중창하는 일이 있으되 반드시 그때를 기다리고 그 사람을 기다리는 법이다. 그때가 아니면 일이 시작될 수 없고 그 사람이 아니면 능히 감당할 수가 없다. 한나라의 미앙궁未央宮과 당나라의 구성궁九成宮은 모두 그 사람과 때를 만나 이루어진 것이다.
이 쌍계사의 법당과 누각의 건축은 반백여 년을 넘는다. 위로는 비가 내리고 곁으로는 바람이 불어와 구름이 피어오르고 안개에 축축해져서 들보와 기둥이 기울어지고 서까래와 평고대가 상하여 보는 사람마다 모두 그 걱정을 감당하지 못했다. 이에 대중회의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의하여 말하였다. “이것은 작은 일이 아니라 덕풍德風이 사방에 퍼져 시방의 시주자로 공경하고 믿을 만한 자가 아니라면 능히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사민思敏 도인이 있어서 연곡燕谷의 금강대金剛臺에 주석하는데 이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곧 예를 후하게 하여 맞이하였다. 도인은 기뻐하면서 왔다. 이미 때를 만나고 또한 사람을 얻은 것이다. 이에 원근에 소문이 나게 되어 부자들은 재물을 내놓고 가난한 자들은 힘을 빌려주며 재주 있는 자는 기예를 사용하고 권세 있는 자들은 말을 빌려주어, 도공이 기와를 바치고 목공은 재목을 골라서 몇 개월이 되지 않아 환상처럼 새롭게 만들었다.
아! 우리 도인의 일처리의 능함이 어찌 이 일에만 해당되리오. 단번에 한 가람을 만들었으니325) 이는 그가 유희한 것이다. 다시 썩지 않는 문자에 의탁하고 나에게 기문을 부탁하자 내가 그 사람과 때가 서로 만났음을 기뻐하며 마침내 붓을 들어 기문을 지었다.
신흥사를 중건하는 권선문(重建神興勸文)
방장산의 남쪽 제일의 골짜기에 삼신암과 칠불암이 있다. 그 아래는 화개협花開峽의 상류이다. 그 앞에는 옛날에 세워진 대가람이 있으니 그 이름이 신흥사이다.

008_0480_a_01L智異山雙溪寺重修大雄殿及八咏
008_0480_a_02L樓記

008_0480_a_03L
凡土木之役創起若重新必待其時
008_0480_a_04L亦竢其人非其時莫能興非其人
008_0480_a_05L能當漢之未央唐之九成皆遇其人
008_0480_a_06L與時而作也玆雙溪寺法堂與樓之建
008_0480_a_07L逾半百餘祀上雨傍風雲蒸霧濕
008_0480_a_08L棟傾斜椽梠𣏓敗觀者悉不堪其憂
008_0480_a_09L於是衆會僉謀曰此非細事不有德風
008_0480_a_10L四被爲十方檀越之所欽信者莫能爲
008_0480_a_11L有思敏道人掛錫於燕谷之金剛臺
008_0480_a_12L其人也即厚禮而迓之道人忻然而來
008_0480_a_13L旣際其時又得乎人於是遠近聞之
008_0480_a_14L富者輸財貧者輸力巧者輸藝勸者
008_0480_a_15L輸語陶工獻瓦木客掄材不時月間
008_0480_a_16L並幻出而新之吾道人幹事之能
008_0480_a_17L止此而已哉將咄嗟辦一伽藍是其遊
008_0480_a_18L戱也尋復欲托文字於不朽徵記於余
008_0480_a_19L余嘉其人與時之相偶也遂搦管以爲
008_0480_a_20L

008_0480_a_21L

008_0480_a_22L重建神興勸文

008_0480_a_23L
方丈之南第一洞天曰三神七佛庵
008_0480_a_24L方花開峽上流也前古建大伽藍名曰

008_0480_b_01L수만 대중을 수용할 만하며 종문宗門의 나이 든 존숙尊宿들이 서로 이어서 주석하시어 향불과 법등이 끊어지지 않고 범종과 법고가 날로 새로웠다. 그런데 후대에 선풍禪風이 쇠퇴한 지경에 이르자 반백 년 된 선궁禪宮이 이로부터 허물어지고 구릉과 빈터가 되어 오직 눈 가득 잡풀만이 무성하게 우거지게 되었다.
이에 수운水雲 도인 처민處敏이 큰스님들의 터전(淵藪)이 여우와 토끼의 소굴이 되어 버린 것을 안타깝게 여기고는 뜻이 맞는 수삼 인과 더불어 보배로운 사찰을 다시금 경영할 것을 모의하였다. 발우 하나의 생애인지라 장물長物이 조금도 없으니 실로 홀로 마련하기 어려워 권선문을 지어서 여러 집에 시주를 구하기 위해 나에게 한마디 말을 부탁하였다.
나는 저 스님이 자리이타의 이로움을 행함을 기뻐하여 대략 그 까닭을 적어 널리 선남자와 청신녀에게 고하여 끝없이 맑은 복을 심는 보탬으로 삼기를 바랄 따름이다.
신흥사의 기와 굽는 가마를 만드는 권선문(神興寺燒瓦窑勸文)
선사를 세우고 가람을 일으키는 데에는 비록 용 머리와 봉황 날개 같은 기둥집과 용마루와 서까래가 있더라도 만일 원앙 기와가 물고기 비늘처럼 즐비하게 덮지 않는다면 부처는 그 때문에 편안하지 못하고 승려들도 몸을 의탁하지 못할 것이니, 어찌 전우殿宇와 당각堂閣이라고 할 수 있으리오.
지금 불우를 중창함에 이미 실마리가 있으니, 덮개로 막는 일이 어찌 빠질 수 있겠는가. 옛사람은 갈삿갓 하나로 부처의 정수리를 덮어서 만승을 거느리는 천자의 존귀하고 영화로운 지위를 누렸으니, 혹시라도 쌀이나 옷과 금은을 보시하여 진흙으로 기와를 굽는 노역을 도와 맑디맑게 단청한 불전을 덮어 가려서 부처와 승려를 편안하게 한다면, 응당 지위가 범천에 올라 끝내 삼계의 왕이 되어 홀로 걸을 수 있으리라. 이에 보시하지 않을 수 없을 따름이다.
전일암의 불기와 놋쇠솥에 시주하라는 글(錢日庵化供佛器鍮鏳文)

008_0480_b_01L神興可容萬餘衆宗門之老尊宿
008_0480_b_02L繼居之香燈不滅鍾皷日新迺後禪
008_0480_b_03L風不竸以至陵夷半百年前禪宮
008_0480_b_04L爾銷歇鞠爲丘墟惟滿目榛莽玆有
008_0480_b_05L水雲道人處敏悲釋子象龍之淵藪
008_0480_b_06L狐兔蚺蠎之窟穴與同志數三人準擬
008_0480_b_07L重營寶坊一鉢生涯少無長物實爲
008_0480_b_08L力難獨辦可以袖勸䟽求化於千門
008_0480_b_09L徵一言於余余嘉彼上人行二利行
008_0480_b_10L畧書其所以然爲普告善男信女以爲
008_0480_b_11L植無涯淨福之資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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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80_b_13L神興寺燒瓦窑勸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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建禪舍起伽藍雖有龍顚鳳翥之棟宇
008_0480_b_15L甍桷若不以鴛瓦魚鱗之櫛比盖覆
008_0480_b_16L佛不以安僧不庇身豈曰殿宇堂閣云
008_0480_b_17L乎哉玆者創宇旣有緖盖障詎可闕
008_0480_b_18L如耶昔人以一蘆笠覆佛頂亨萬乘
008_0480_b_19L尊榮之位倘捨施粟帛金銀助陶土燔
008_0480_b_20L瓦之役蔭蔽潭潭金碧之殿以安佛僧
008_0480_b_21L則當位階梵天而終王三界可以獨步
008_0480_b_22L此不可不施也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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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80_b_24L錢日庵化供佛器鍮鏳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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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릇은 변두籩䇺(제기祭器)나 호련瑚璉326)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옛날에 석가모니께서 제위提謂327) 장자長者의 초밀麨蜜328)을 받을 때 사왕四王이 바친 발우를 먼저 사용하였고, 유마 거사가 팔만 보살에게 공양할 때에도 또한 향적香積 보살의 발우 하나를 사용하였다. 지금의 이 그릇은 바로 옛날의 발우와 같은 종류이다. 그렇다면 받들어 부처께 공양을 바칠 때 이 그릇이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또한 시루라는 물건은 비록 맹민孟敏이 땅에 떨어뜨리고329) 범염范冉의 먼지 나는 시루330)라고 하여도 구리와 철을 그 머리에 붙이면 큰 안개를 일으켜 날것을 익은 것으로 바꿀 수 있으니, 옥 같은 쌀을 찔 때에도 또한 빠질 수 없는 것이다. 이 두 물건은 서로 필요하며 그 쓰임이 매우 크도다. 이 절에서 두 기물을 굽고 주조하는 것은 대개 오래되었는데 마침 일시에 모두 깨지고 물이 새게 되었다. 부처를 봉양하는 정성이 흡사 인멸할 듯이 보이니 모름지기 공방형孔方兄331)이 고개를 끄덕거리는 도움을 받은 뒤에라야, 운문雲門의 떡332)과 금우金牛의 밥333)을 부처와 조사가 씹어 먹게 될 분수가 있게 되리라. 여러 선남 청신사에게 청하나니 모두 웃으시라.
봉갑사 천불을 조소하는 권선문(鳳▼(山/甲)寺雕塑千佛勸文)
나는 『주역』의 가르침은 반드시 상象을 세워 뜻을 다해야 하고 『주역』의 오묘한 뜻은 반드시 상을 잊고 마음을 밝혀야 한다고 들었다. 상을 세우지 않으면 뜻이 다하지 않고 상을 잊지 않으면 마음이 밝아지지 않기 때문에, 상을 말미암지 않고서 들어가는 것은 없었고 또한 상을 잊지 않고서 얻는 것도 없었다.
우리 불교에서 초상을 설치하는 것을 보면 또한 이와 같다. 삼세의 여래와 시방의 여러 부처께서 각각 옥호의 광명을 비추며 연화(菡蓞) 화왕花王의 자리에서 금산金山을 비추지만 가지런히 바라보고 나란히 바라볼 수는 없다. 눈이 어른거리고 아득하게 먼 곳에 있는 것을 그저 부지런히 발돋움하여 생각하는 것은, 여러 성인들의 위의와 모습이 엄숙하게 모두 불당에 계신 것만 못한 것이다.
우리들로 하여금 당우를 조성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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是器也非籩䇺瑚璉之謂也昔者大覺
008_0480_c_02L受提謂長者之麨蜜首用四王所獻鉢
008_0480_c_03L維摩供八萬菩薩亦用香積之一鉢
008_0480_c_04L此器即古者鉢𥁄之類歟然則奉佛獻
008_0480_c_05L不可以無此器也且鏳之爲物也
008_0480_c_06L雖孟敏墮地士雲生塵然而銅鐵其額
008_0480_c_07L能作大霧變生爲熟雲蒸玉粒之際
008_0480_c_08L亦不可缺也之二物相須而爲用極大
008_0480_c_09L玆庵之陶鑄二器皿者盖久而適會
008_0480_c_10L一時俱壞漏視奉佛之誠似乎蔑如
008_0480_c_11L須籍孔方兄之點頭然後雲門餅金牛
008_0480_c_12L庶使佛祖咬嚼有分請諸善士
008_0480_c_13L開笑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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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80_c_15L鳳▼(山/甲)寺雕塑千佛勸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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吾聞易之爲敎也必立象以盡意臻易
008_0480_c_17L之奧者必忘象以明心象不立則意不
008_0480_c_18L象不忘則心不明故未有不由象而
008_0480_c_19L亦未有不忘象而得者也用觀吾敎
008_0480_c_20L之設肖像亦若是矣三世如來十方
008_0480_c_21L諸佛各自照玉毫映金山於菡蓞花王
008_0480_c_22L之座而不得齊瞻並覩徒勤翹企之想
008_0480_c_23L於怳惚杳邈之中未若幻衆聖之儀容
008_0480_c_24L儼然咸臨于一堂使吾人造其堂宇

008_0481_a_01L손으로 절하고 부처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하나하나 세어 가리키기를 이것은 아무개 부처이고 저것은 아무개 부처라고 한다. 여래의 십호를 외우고 염송하면 끝내 깨달음의 피안에 올라 나란히 불도를 이루지 않은 이가 없을 것이다. 경전에 말하기를 나무불南無佛을 한 번 부르면 모두 이미 불도를 성취한다고 하는데 하물며 칭송하고 드러내며 외우고 말하는 것이 오백의 많음을 헤아리는 데서 그치지 않는 데 이름에랴. 그렇다면 불상을 조성하는 것을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다. 대개 상은 진眞이 아니지만 그 진眞을 가지고 상을 만들기 때문에 상은 진眞을 벗어나지 않으며, 그 상의 도움으로 진眞을 보며 진眞은 본래 여러 상이 없으니 상이 베푸는 가르침 또한 크지 않겠는가.
이에 아무개 상인은 여러 성인의 형상을 만들고자 생각했도다. 본사에서는 일불이불삼사오불이 아니라 천불에 이르기 때문에 반드시 많은 시주자와 더불어 이 수승한 인연을 맺어야 하는데 어찌 우리 상인이 고심하는 발원이 이와 같이 넓고 또 큰 것인가. 저 불상을 조성하는 공덕은 내용이 대장경에 갖추어 실려 있어서 여러 사람이 익숙하게 들었기 때문에 여기에서는 군더더기로 말하지 않겠노라. 만일 인연을 도와서 기쁘게 예배하는 자라면 혹 헛된 상으로 인하여 마음의 진여와 계합하여 참됨과 거짓을 모두 잊어버리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면 깨달음의 언덕에 금방 올라서 복과 지혜가 모두 구족하여 세상의 존귀한 사람이 될 것이니 어찌 일천 여래에게 사양하리오. 소홀하지 말기를 바라노라.
함평 용천사龍泉寺 숙석334) 보루와 섬돌의 권선문(咸平龍泉寺熟石壘階勸文)
무릇 사찰의 작은 방과 당우는 담장이 이어져 있고 회랑이 닿아 있는데 우뚝하게 가운데가 솟아오른 것이 법당이니 진실로 불전佛殿이다. 대웅이 그 중앙에 가부좌를 하고 있으며 불전으로부터 곧장 세 개의 문에 이르기까지 정토를 장식하여 꾸며서 규획을 갖추는 것이다. 비록 그 거대한 아름다움이 천궁과 대궐보다 지나치더라도 사치스러운 것이 되지 않는 것은 우리 부처는 천상천하의 독존이기 때문이다.

008_0481_a_01L手禮足而作一一歷數而指之曰
008_0481_a_02L某佛也彼某佛也稱誦其十號則罔
008_0481_a_03L不終登覺岸齊成佛道也經曰一稱南
008_0481_a_04L無佛皆已成佛道况稱揚誦說之
008_0481_a_05L於數五百之多而不已乎然則像設之
008_0481_a_06L不得不已者也盖像者非眞也
008_0481_a_07L其眞而設像像不外乎眞籍其像而見
008_0481_a_08L眞本無諸像像設之敎不亦大乎
008_0481_a_09L玆某上人準擬雕塑衆聖儀像乎本寺
008_0481_a_10L不於一佛二佛三四五佛以至於千佛
008_0481_a_11L而後已必與衆檀共結此勝緣何吾
008_0481_a_12L上人之苦心矢願如是之廣且大也
008_0481_a_13L造像功德備載大藏而衆人之所稔聞
008_0481_a_14L玆不贅及若乃助緣隨喜而禮瞻者
008_0481_a_15L倘因假相以契心眞至於眞假俱忘之
008_0481_a_16L則徑登道岸福慧兩足爲世所尊
008_0481_a_17L豈讓千如來哉幸毋忽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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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81_a_19L咸平龍泉寺熟石壘階勸文

008_0481_a_20L
凡寺之蜂房鴈堂聯墻接廡而嵬然中
008_0481_a_21L峙者爲法堂寔爲佛殿也有大雄氏
008_0481_a_22L踞其中央自殿而下直至三門莊點
008_0481_a_23L淨土備盡䂓畫雖極其巨麗過于天
008_0481_a_24L宮帝闕而不以爲侈者以其吾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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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절은 처음 신라 때부터 개창하여 행사行思 존자가 당나라에서 와서 처음 개산하여 주석하였다. 이어서 바닷가(海門)의 대총림이 되었고 중간의 흥하고 폐함이 한 번이 아니었다. 만력萬曆 연간에 왜구가 불 지르고 노략질하여 겁의 재가 되었고 뒤를 이어서 계속해서 닦고 경영하여 거의 예전의 모습을 회복하였으나 토석의 공사가 오히려 미진한 것이 있다. 흙 계단 몇 개가 잡초에 매몰되고 이끼가 뒤덮여 있으며 하물며 이곳은 증기와 습기가 많아서 여름의 찌는 더위에 무너져 내리게 될까 매우 걱정인지라 보는 이들이 강개하지 않을 수 없다.
대비구 아무개가 민심의 바람에 부응하며 겸선兼善335)의 뜻을 갖고서 그 없는 것을 채우고자 하였으나 일은 크고 힘은 적도다. 수백의 선남 청신녀들이 각각 시주자의 문을 열어서 함께 그 아름다움을 이룬다면 부처의 발에 예배드리고 꽃을 바치는 무리들이 섬돌을 지나서 불당에 올라 자금산紫金山의 백호광명을 우러러 바라보고 하나같이 수기의 은택을 얻으리니, 불국토가 어찌 멀겠는가. 다만 여기가 그곳일 따름이다.
낙안 남쪽에 다리를 잇는 권선문(樂安治南斷橋架橋梁勸善文)
수레란 것은 육지를 다닐 수 있게 하지만 물을 건너는 데에는 이롭지 못하며 배란 것은 물 위를 다닐 수는 있으나 육지를 운행하기에는 편리하지 못하다. 비록 통하지 못하는 것을 건네주는 공은 동일하지만 그 쓰임이 다르기 때문이다. 무지개다리를 설치하여 물결 위에 누여 놓고 큰길을 끊어서 허공에 걸쳐 놓으니, 배의 노와 수레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통하기 어려운 것을 통하게 만드는 것은 오직 교량뿐이로다.
낙안군 남쪽으로 성곽 밖 십 리 정도에 끊어진 다리가 있는데, 수레와 말이 지나기에 편리한 길이며 육지와 바다의 긴요한 나루로서 여러 물줄기가 모이는 곳이며 바닷물이 이르는 곳이라 하루라도 이 다리가 없을 수 없는 것이다. 가을과 여름이 교차할 무렵 사나운 바람이 일어나고 연이어서 괴상한 비가 내려 큰 파도가 용솟음쳐 끊어진 다리가 다시 끊어지게 되었다. 백성들은 모두 건너갈 것을 걱정하고 나그네들도 주저하며 머뭇거리게 되었다.
이에 선여인善女人이 있어 널리 구제하는 마음을 일으켜서

008_0481_b_01L獨尊乎天上天下也玆寺剏自始羅
008_0481_b_02L思尊者自唐來首開山而居焉仍而
008_0481_b_03L爲海門大叢林中間廢興不一萬曆中
008_0481_b_04L島夷焚㥘鞠爲劫燼嗣後旋㫌修營
008_0481_b_05L幾復舊貫而土石之功猶有未盡者
008_0481_b_06L土階數等草沒苔封矧伊地多蒸濕
008_0481_b_07L甚病夏溽以至頽夷目之者莫不興
008_0481_b_08L大比丘某副輿情之望抱兼善之
008_0481_b_09L欲補其闕而事鉅力綿凡百善信
008_0481_b_10L各開檀門共成厥美則禮足獻花之徒
008_0481_b_11L歷階而升其堂瞻仰紫金山白毫光
008_0481_b_12L一得蒙記別矣佛國何遠哉只此是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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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81_b_14L樂安治南斷橋架橋梁勸善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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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車者可以陸行而不利於水涉
008_0481_b_16L可以水行以不便於陸運雖濟不
008_0481_b_17L通之功一而其用有殊故也架虹橋而
008_0481_b_18L臥波截大道而橫空不用舟楫車輿
008_0481_b_19L亦通其難通者其惟橋梁歟樂安郡
008_0481_b_20L南郭外十里許有斷橋輪蹄便道陸海
008_0481_b_21L要津而衆流之所滙潮汐之所瀳
008_0481_b_22L可一日無此橋者也秋夏交盲風發作
008_0481_b_23L連以恠雨大波舂撞斷橋復斷民俱
008_0481_b_24L病涉行旅盤桓玆有善女人發普濟

008_0481_c_01L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함께 피안으로 오르기를 바라고 또한 스스로도 속히 남자의 몸으로 바뀌어 끝내 성불하는 과보를 얻기를 발원하기를 저 용녀336)처럼 하였으니, 곧 까마귀와 까치를 법 받기를 취하고 자라와 거북이를 꾀하기를 본받았다. 그러나 손바닥 혼자서는 소리 내기 어렵고 반드시 많은 털이 모여야 모직물(毬)을 이루리니 선남자와 청신녀들이 각각 천포泉布(화폐)를 덜어 내어 함께 이 사역을 돕는다면 미연의 복과 과보가 마치 복전福田337) 가운데로 들어온다는 말과 같게 될 것이다. 힘쓰기에 소홀하지 않기를 바라노라.
경기도 양성 북쪽 소사의 석교 권선문(京畿陽城治北素沙石橋勸文)
천하의 한 기운은 통해 있으나 그것이 쌓여서 산악을 이루고 그것이 새어 나와 강과 도랑이 된다. 산에 있어서는 혹 그렇지 않으나 물에 있어서는 매번 건너서 통하기 어려운 병통이 있으니 배를 만들고 교량을 설치하여 건너게 하는 것은 그 유래가 오래되었으니, 상나라에서 시작하여 『주서周書』에 드러나 있다. 또한 강杠·각榷·기徛·작彴338)은 잡기에 쓰여 있으니 공과 이로움의 크기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것이 있도다. 진秦·한漢 이래로 안교鴈橋339)와 풍교楓橋340)가 있었고, 동서교東西橋와 중위교中渭橋341)가 있으며, 백학교白鶴橋342)와 청양교靑羊橋가 있고, 계룡교繫龍橋343)와 낙려교落驢橋344)가 있으며, 자오교子午橋345)와 정묘교丁卯橋346)가 있었다. 혹은 땅 이름으로 이름을 짓고 혹은 물 이름으로 그것을 부르는 것이 다름이 있으니 그 통하지 못하는 것을 건네주는 것은 한결같았다.
양성陽城의 북쪽으로 1유순由旬 정도 떨어진 곳에 소사素沙의 여관이 있으니 서울과 통하는 지름길이다. 영·호남과 호서에서 세 끼 먹으며 가는 길이거나 혹은 삼 개월 동안 모이는 자들이 모두 말미암는다. 여관 앞으로 하나의 긴 강줄기가 흘러가는데 땅을 쪼개고 들녘을 가로지르며 넘실넘실 흘러간다. 혹은 장대 같은 장맛비에 강물이 불어서 넘치고 혹은 얼었다 녹을 때 수레가 잠기고 말이 빠지기도 한다. 사람들이 건널 때에는 발이 머뭇거리고 입으로 놀라 소리 지르길 얼마나 하던가. 아마도 걸출하고 기이하게 비옥한 땅과 단 샘물347)을 크게 누리고 가장 선을 즐기는 자이다. 집이 본래 추성秋城의 만거萬居로서 서울과는 무릇 한 번 가고 옴에

008_0481_c_01L之心欲使衆人齊登彼岸亦自願速
008_0481_c_02L變男身而終成佛果同彼龍女即取
008_0481_c_03L法烏鵲効謀黿鼉然獨掌難鳴必衆毛
008_0481_c_04L成毬同願善男信女各捐泉布共襄
008_0481_c_05L斯役則未然之福報如入福田中所云
008_0481_c_06L幸勿泛勉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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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8_0481_c_08L京畿陽城治北素沙石橋勸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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通天下一氣也積成山岳洩爲川瀆
008_0481_c_10L在山或不然其於水每每有病涉難通
008_0481_c_11L之患則造舟楫架橋梁以濟者其來尙
008_0481_c_12L始於啇著於周書又杠榷徛彴
008_0481_c_13L書於雜記其爲功利之大有不可勝言
008_0481_c_14L者矣自奏漢以來有鴈有楓有東西
008_0481_c_15L中渭有白鶴靑羊有繫龍落驢有子
008_0481_c_16L午丁卯或因地而名或因水而稱者有
008_0481_c_17L其爲濟不通則一也陽城治之北一
008_0481_c_18L由旬許有素沙旅店即通長安徑術也
008_0481_c_19L嶺湖湖西之三餐宿舂或三月聚者之
008_0481_c_20L咸所由也前臨一帶長川裂地橫郊
008_0481_c_21L袞袞而流或霪潦漲溢或氷合流澌
008_0481_c_22L車沒馬溺人涉夘否之際足趦趄而口
008_0481_c_23L咄嗟者何限玆有傑奇土甘泰亨最樂
008_0481_c_24L善者也家本秋城萬居京輦凡一徃一

008_0482_a_01L이곳을 거치지 않을 수 없으니 매번 말을 멈추고 쉬게 하는 곳이다. 이원례李元禮가 조주趙州의 다리를 둔 것을 본뜨고자 그 마음을 내었으나 삼십 년 가까이 되었으나 아직 이루지 못하였다. 지금 손에 침을 바르고 어깨를 드러내며 큰일을 짊어져 물고기 비늘이 조밀하게 늘어선 듯하고 용이 파도 가운데 누워 있는 듯하게 하리니, 까마귀와 까치를 시키고 자라의 뜬 다리를 빌리지 않으면 반드시 다른 산의 돌을 채찍질하여서 이 공업을 돕게 해야 한다. 이것은 혼자서 가능한 일이 아니고 반드시 뜻이 맞는 이가 멀다고 여기지 않고 오게 해야 한다. 한마디 말을 구하여 창도하고자 하니 비루하다고 사양하지 않고 억지로 필설을 휘두르니 이는 유독 옛날에 급선무로 한 것뿐만이 아니라 또한 요즘에도 그만둘 수 없는 일인 것이다. 교량을 닦는 것이 여덟 복전의 한 가지라는 점, 이것은 여러 군자들이 평소에 익숙하게 들은 바이니 어찌 나의 잔소리를 기다리겠는가. 이에 걸출하고 기이하여 비옥한 땅과 단 샘물로 크게 형통하여 가장 좋은 것이다.
조계산 보조국사비와 부도전을 새로 세우는 권선문(曹溪山普照國師碑浮屠殿新建勸善辭)
이 산은 선천先天과 산을 함께하나 그 처음에 누가 열고 확장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절이 해동에 이름이 알려진 것은 실로 우리 국사 불일 보조佛日普照로부터 시작되었다. 국사가 이미 적멸에 들자 제자들이 부도를 세우고 사리를 안치하며 임금은 빗돌에 새겨 그 덕을 기록할 것을 하교하였다.
이어 내려오다가 정석貞石(비석)이 병화로 불에 타서 부도를 다시 절의 북쪽 담장 안으로 옮겼다. 머물고 노니는 자들이 모두 비가 훼손된 것을 안타깝게 여겼는데 경신년에 도인 설명雪明이 거듭 중수하여 귀부龜趺(비석 받침돌)를 올리니 형가形家의 말로써 비와 방분方墳(네모진 무덤)을 고봉高峰의 언덕 위로 옮겼다. 지금 비로소 그 땅에 두니 설명 스님이 그 곁에 정사를 세워서 향불을 올리고자 하였다. 다만 산은 한 삼태기에 그치는 것이 아니고 바다는 반드시 여러 물줄기의 도움으로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008_0482_a_01L莫不由斯每駐馬興嘅欲擬李元
008_0482_a_02L置趙州橋萌厥心者幾三十年而
008_0482_a_03L未也今將唾手袒肩負荷大事切欲
008_0482_a_04L魚鱗密次龍偃波心未假役烏鵲浮黿
008_0482_a_05L必鞭石他山以襄厥功此非隻手
008_0482_a_06L所可能要與同志者共不遠而來
008_0482_a_07L一言以爲倡不以辭鄙自解强饒筆舌
008_0482_a_08L此非獨徃古之所急務亦可來今所不
008_0482_a_09L可廢者若夫修橋梁八福田之一
008_0482_a_10L此乃諸君子素所稔聞又何待余之喋
008_0482_a_11L喋乎

008_0482_a_12L

008_0482_a_13L曹溪山普照國師碑浮屠殿新建勸
008_0482_a_14L善辭

008_0482_a_15L
此山與先天共峙而未知厥初孰開張
008_0482_a_16L寺則知名於海東者實自我國師佛
008_0482_a_17L日普照而昉也國師旣寂弟子樹浮屠
008_0482_a_18L安設利國主敎鐫石紀其德嗣後貞石
008_0482_a_19L爛于兵火壽塔再迁于寺北垣之內
008_0482_a_20L與游者俱以碑缺爲慊歲庚申有道
008_0482_a_21L人雪明重鑱而戴龜趺以形家之言
008_0482_a_22L移碑及方墳于高峰原上今始直其地
008_0482_a_23L明師欲搆精舍于傍以奉香火
008_0482_a_24L以山非止於一簣海必資於群流乃自

008_0482_b_01L이내 자신의 힘이 미약함을 헤아리고 두루 인연 있는 사람들에게 고하여 각각 큰 단월들이 함께 아름다운 모의를 하여 한 사람을 모아서 백천 만 인에 이르고 한 푼(文)을 베풀어 백천만 푼(文)에 이른다면 거의 중수를 이루었다고 고하게 되리니 어찌 한갓 이 산승이 국사의 성의를 받드는 것만 하겠는가. 또한 천만 대중이 공경하게 우러르고 복을 심는 장이 되리라. 이것이 세우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구례 화엄사의 장륙전과 불상 조성의 권선문(求禮華嚴寺重建丈六殿兼造像勸文)
듣자 하니, 부처는 대원각大圓覺으로 가람을 삼으니 어찌 궁실의 높은 것을 빌리겠는가. 몸은 허공에 뒤섞인 것을 체성體性으로 삼으니 어찌 전단나무의 불상을 조각하겠는가. 그런데도 미혹한 업으로 스스로를 결박하여 고통의 바다에 길이 빠져서는 나오지를 못하니 어리석음으로 지혜가 가리어 어두운 거리에 밤이 계속되고 새벽이 오지 않는 것이다. 백 가지 복으로 장엄한 상호가 아니라면 어찌 우러러 바라볼 수 있겠는가. 삼휴三休348)의 웅장한 아름다움을 결구하여 짜지 않는다면 그 위엄과 무게를 보일 수 없으니 이것을 그칠 수 있겠는가. 그만둘 수 없는 일이다.
지리산 대화엄사는 조선 천 년간의 비보사찰로서 봉성현鳳城縣의 요지이다. 반야의 웅장한 봉우리에 의지하여 위로는 어두운 하늘을 벗어나 끝 간 곳이 없고 앞으로는 압록鴨綠349)의 거대한 골짜기에 임해 있으며, 동쪽으로는 푸른 바다로 물을 대면서 쉬지 않는다. 비취 두공과 붉은 서까래가 겹겹의 누각에 무지개처럼 일어나 있고, 금빛 바퀴와 옥빛 거울은 회랑에 해와 달처럼 둘러 있다. 지선地仙이 영약을 바치며 피리를 부는 듯 구름 속에서 닭과 개 소리 들리고, 수풀의 새는 기이한 향의 과일을 머금고 높다란 누대를 스치네. 천 그루 푸른 대나무가 또렷하여 흡사 장생蔣生의 오솔길로 들어간 듯하고, 푸른 계곡물 한 줄기기 콸콸 소리 내니 마치 백아伯牙의 거문고 소리를 듣는 것 같네. 하늘의 선녀가 꽃을 뿌리는 것처럼 만다라가 절집(金地)에 떨어지고, 용왕이 물을 뿜는 것처럼 구슬 쟁반에는 옥 같은 물방울이 날린다.

008_0482_b_01L揣綿力徧告有緣各弘檀度共襄嘉
008_0482_b_02L募一人以及百千萬人施一文以至
008_0482_b_03L百千萬文庶幾告成斬新則豈徒爲此
008_0482_b_04L山衲子奉國師之誠悃哉抑亦爲千萬
008_0482_b_05L衆瞻敬植福之場矣此不可不建也已

008_0482_b_06L

008_0482_b_07L求禮華嚴寺重建丈六殿兼造像勸
008_0482_b_08L

008_0482_b_09L
聞夫佛以大圓覺爲伽藍寧假宮室之
008_0482_b_10L崇也身則混虗空爲體性詎雕栴檀之
008_0482_b_11L像乎然而惑業自覉縻苦海長淪而莫
008_0482_b_12L無明所暗蔽昏衢永夜而不晨
008_0482_b_13L以匪相好百福之莊嚴那可得而瞻仰
008_0482_b_14L微締構三休之壯麗無以示其重威
008_0482_b_15L可止哉不得已也智異山大華嚴寺者
008_0482_b_16L鰈域千年之裨補鳳城一縣之襟喉
008_0482_b_17L倚般若之雄峰上出玄霄而無極前臨
008_0482_b_18L鴨綠之巨壑東注滄溟而不休翠栱朱
008_0482_b_19L起虹霓於層閣金輪玉鏡環日月
008_0482_b_20L於廻廊地仙獻藥笛聲聞雲中之雞
008_0482_b_21L林禽含異菓香飄鳥外之樓臺
008_0482_b_22L竿綠竹猗猗似入蔣生之徑一帶靑溪
008_0482_b_23L決決如聞伯牙之絃天女散華落曼
008_0482_b_24L陀於金地龍王噴水飛玉溜於珠盤

008_0482_c_01L자줏빛 잣나무의 향로는 금산金山과 같이 안개를 뿜어내고 푸른 소나무는 티끌을 이야기하며 법좌法座를 타고 바람을 빗질한다. 변방의 북쪽 진승眞僧이 호랑이 화해시킨 지팡이를 다투어 던지고 영호남의 개사開士들이 용을 가둔 발우를 다투어 던졌도다. 그러나 비괘否卦와 태괘泰卦가 서로 타고, 흥함과 폐함에 운수가 있어서, 갑자기 왜구의 참담한 병화를 만나니 백량栢梁350)이 모두 타 버리게 된 것과 같다. 기원祗園에는 판탕版蕩351)의 슬픔이 일어났고, 정수定水는 고래의 포구가 되었네. 온 천하에는 몰락(淪胥)352)의 아픔이 쌓였고 자비의 문은 여우와 이리가 숨은 마당이 되었네. 금테 두른 주춧돌만이 한갓 남아 있어서 다시는 꾀꼬리 우는 숲이 아니며, 스님(苾蒭)353)들이 어찌 의지하리? 부질없이 축령鷲嶺의 절터임을 전할 뿐이로다. 백마가 슬프게 울부짖고 푸른 소가 울며 떠나가고 바위의 가지는 이슬에 젖고 계곡 문은 다리가 꺾어졌도다.
이에 벽암碧巖 대장로가 있어 도는 생융生融에 버금가며 덕은 안원安遠과 짝이 되어 사부대중을 창도하여 피안을 도모하는 공을 세우고 만인의 인연을 맺어 즉시 산을 위한 업을 헤아렸다. 이에 가시덤불을 헤치고 잡초들을 제거하며 월전月殿354)의 전모全模와 더불어 흙을 쌓고 숲을 열어서 첫 삼태기를 떠서 옥과 같은 누대를 세웠네. 누더기 옷을 입은 중들이 편안히 거처할 수 있게 되었으며 범종이 서로 교차하여 울리네. 오직 장륙보전은 금빛 몸으로 재와 같이 되고 십만의 게송을 겸하나 옥석이 나란히 모두 부서졌으니 눈과 귀가 있는 군자로서 탄식하지 않는 이가 없었으니 하물며 살면서 머무는 주인이 어찌 식은땀을 흘리지 않겠는가.
이에 학가鶴駕 도인 성능性能은 신선 이슬의 밝은 구슬처럼 밝고 윤기가 흐르며 솔바람과 물속의 달과 같은 마음을 지니고 있어서 사부대중을 인도하여 삼계의 나루와 다리가 되어 줌이 마치 우담발화가 한 번 나타난 듯 큰일을 시작하고자 하는 인연으로 불일佛日이 다시 가운데 있어 요컨대 사부대중이 귀의하도록 하고자 하였다. 산에 큰 소나무와 잣나무의 좋은 재목을 취하고, 무리들 가운데 기술자를 택하여 왕이王爾와 반수班輸355)의 묘한 솜씨꾼들을 불렀다. 하루하루의 힘이 쌓이고 일 년의 공업이 모여서 옛것으로 새것을 꾀하니 그 규모가 더욱 장대하였다. 불상을 조각하고 전각을 덮으니 그 가치는 진실로 크도다.

008_0482_c_01L紫栢爐香傃金山而吐霧靑松談𪊧
008_0482_c_02L昇法座而梳風關朔眞僧爭投解虎之
008_0482_c_03L錫杖嶺湖開士竸擲藏虬之鉢盂
008_0482_c_04L泰相乘興廢有數奄遭島夷兵烽之慘
008_0482_c_05L如栢梁煨燼之餘祗園興版蕩之悲
008_0482_c_06L㝎水穴鯨鯢之浦區宇積淪胥之痛
008_0482_c_07L門伏狐狸之場釦礎徒存非復鶯林之
008_0482_c_08L苾蒭焉托空傳鷲嶺之基白馬悲
008_0482_c_09L蒼牛吼去岩枝泣露磵戶摧梁
008_0482_c_10L有碧巖大長老道亞生融德侔安遠
008_0482_c_11L爲四衆倡潜圖彼岸之功結萬人緣
008_0482_c_12L即揆爲山之業於是披榛薙草與月殿
008_0482_c_13L之全模累土開林起珠臺於始簣
008_0482_c_14L衲得以安棲梵鐘以之交響惟丈六之
008_0482_c_15L寶殿與金𨈬而共灰兼十萬之偈言
008_0482_c_16L並玉石而俱碎有耳目君子莫不興嗟
008_0482_c_17L矧居停主人寧無泚顙玆有鶴駕道人
008_0482_c_18L性能仙露明珠之朗潤松風水月之襟
008_0482_c_19L汲引四生津梁三界如優曇一現
008_0482_c_20L欲創大事之因緣令佛日再中要作四
008_0482_c_21L軰之歸嚮度木於山也取徂松甫栢之
008_0482_c_22L良材擇工於衆焉召王爾班輸之妙手
008_0482_c_23L萃之以日力鳩之以歲功即舊以謀新
008_0482_c_24L其規益壯塑像而覆閣其直良多

008_0483_a_01L책임은 막중하고 길은 먼데 작은 모기가 산을 짊어졌으니 감당하기 어렵고, 일은 큰데 힘은 약하여 원금寃禽356)이 바다를 메우려 하나 길이 없다. 한 터럭을 뽑지 않았어도 비록 혹시라도 독선의 마음이 있는가. 지네(百足)는 넘어지지 않으니 거의 서로 돕는 힘을 의지할 만하리라. 이에 작게라도 알려서 다 말하지 않을 수 없으리라. 모두들 기쁘게 부釜를 주고 유庾를 주고357) 곡식 구백을 주네. 이렇듯 정성 어린 이들이여, 그대들은 창성하고 그대들은 치성하게 되고 그대들은 천만년 수를 누리리라.
팔영산 능가사 팔상전 권연소(八影山楞伽寺八相殿勸緣䟽)
적광정토의 법신은 본래 이름도 떠나고 상相도 떠나지만, 사바세계 화택(燬宅) 속의 원력願力은 곧 소멸을 보여 주기도 하고 태어남을 보여 주기도 한다. 삼계의 구류九類들은 모두 불에 타고 물에 빠지는 슬픔을 맛보고, 육도를 윤회하는 뭍 영혼들은 모두 상하고 허물어지는 근심에 부딪치게 된다. 문득 하늘에서 내려와 코끼리(象日)을 타고 대술大術(마하마야摩訶摩耶)의 태에 의탁하니 곧 대지에서 윤왕輪王이 되어 비람원毘嵐苑에 태어나셨다. 사문四門을 유람하고서 동궁東宮은 늙음과 죽음을 싫어하고 깊이 슬퍼하여 8일 저녁에 성을 뛰어넘고 중도에 말과 하인만 돌아가게 하고 홀로 가셨다. 칼을 뽑아 검은 머리칼을 자르니 탑이 천궁天宮에서 일어났고, 곤룡포를 벗고 승복으로 바꿔 입으니 모습은 선중仙衆에 참여하였다. 설산에서 육 년 동안 몸을 의탁하여 다만 보리와 마 하나로 끼니를 때우고 연하連河에 들어가 목욕하니 두 사람이 각각 죽을 바치고 자리를 바쳤다. 나무 아래에서 마군을 물리쳐 십력十力358)이 이미 완전해지고 집 안에서 보장寶藏을 보이니 네 마음이 이에 발하였다. 이에 보리수 자리에서 일어나 녹야원에 나아가 세 번 생각하고 다섯 사람을 먼저 제도하였는데 교진나憍陳那359)가 사제四諦의 이치를 깨달으니 ‘해解(이해)’로 이름을 만들었다. 사리불이 한 게송360)을 얻어 전하니 네 마음이 지혜에 계합하네. 큰 종이 종 틀에 있어서 작고 크게 두드리면 따라서 울리고, 밝은 거울은 피로를 잊어서 오랑캐와 한인에 따라 응하여 사특하지 않도다.
자비의 구름이 두루 덮고 감로가 널리 적셔서,

008_0483_a_01L重道遠微蚊負山而難堪事鉅力綿
008_0483_a_02L寃禽塡海而無路一毛不拔雖或有獨
008_0483_a_03L善之心百足不僵庶可仗相扶之力
008_0483_a_04L玆非小報未可殫言擧欣欣然與之
008_0483_a_05L釜與之庾與之粟九百是區區者
008_0483_a_06L爾昌俾爾熾俾爾壽萬千

008_0483_a_07L

008_0483_a_08L八影山楞伽寺八相殿勸緣䟽

008_0483_a_09L
寂光淨土中法身本自離名離相娑婆
008_0483_a_10L燬宅內願力即能示滅示生以爲三界
008_0483_a_11L九類盡茄焚溺之悲六道群靈共迫
008_0483_a_12L傷夷之患便乃從天而下乘象日而始
008_0483_a_13L托於大術胎即地之中作輪王而降誕
008_0483_a_14L於毘嵐苑四門遊覽東宮厭老死而深
008_0483_a_15L入夜逾城中途返騎從而獨逝
008_0483_a_16L刀而截綠髮塔起天宮脫袞而換染衣
008_0483_a_17L形叅仙衆棲身雪嶺六載但饌一麥一
008_0483_a_18L入浴連河二人各將獻麋獻座
008_0483_a_19L魔軍於樹下十力已全示寶藏於宅中
008_0483_a_20L四心爰發於是起菩提座上詣鹿野苑
008_0483_a_21L中三思而五人先度憍陳那悟四諦理
008_0483_a_22L創解標名舍利弗得一偈傳四心契智
008_0483_a_23L洪鐘在簴扣小大而隨鳴明鏡忘疲
008_0483_a_24L應胡漢而不忒慈雲遍覆甘露普沾

008_0483_b_01L두 변을 보이면 가운데에 즉即하고 한 가지 일을 위하면 겉을 이루게 되니, 비유하면 배의 노를 어두운 골짜기에 펼쳐 놓아361) 저 언덕을 가리켜 나란히 오르고 어두운 하늘에 해와 달이 매달려 있어 어두운 방을 비추지 않음이 없도다. 일은 이미 처리되었고 공이 이루어짐에 머물지 않으니, 장차 사라져 화하여 진眞으로 돌아가고, 모두 재가 되어 불이 꺼지는 것과 같다. 사자후가 그치니 법당法幢이 이미 기울어 꺾이고, 학수鶴樹362)에 신神이 숨으니 중생이 어떻게 붙잡으리오. 대지와 강과 산이 모두 괴로움의 슬픈 소리를 내고 팔부신중과 인천이 함께 분타芬陀(연꽃)의 핏빛을 나타내노라. 어지러운 불길의 보배 횃불이 성인의 불에서 나와 저절로 타들어 가고 각각 금담金壜을 받들어 전신을 부수고 은혜를 끼치는구나.
이 가르침이 추락하지 않아 전형이 오히려 남아 있으니 용수龍樹와 마명馬鳴 등 현인들이 보살인菩薩印을 차고서 다투어 서역(身毒)363)에서 창도하였고, 구마라집과 징관澄觀 등 대덕들은 법왕의 바퀴를 굴려서 나란히 중국에서 선양하였다. 불상이 단청으로 환하게 빛나고 패엽貝葉364)을 유소油素(서책)에 번역하니, 황도皇圖(황제의 판도)를 도와 영원하게 하고 부처의 수명을 이어 무궁하게 하였다. 금찰金刹이 구름처럼 이어지니 사방에서 가득히 쳐다보며 주대珠臺가 아득히 올라가니 칠중七衆365)이 바라보며 다투어 투신하노라. 법고가 우레처럼 울리니 사빈泗濱366)의 돌을 움직인 것이 아니고, 연기 나는 향로에 향기가 가시니 아득하게 해안의 향기를 실어 오노라.
만만 년 가도록 유유히 후겁後劫에 이어지리라. 이 절은 호리병 속의 별세계요, 바다 위의 이름난 지역이다. 비록 감원紺園(사찰)을 개창하여도 오히려 남은 땅이 많다. 먼저 여러 층의 뛰어난 전각을 세워 해와 달로 하여금 기둥과 서까래를 돌아가게 하고, 다시 팔상八相의 신령한 위의를 묘사하여 승속이 모두 귀의하여 우러러보도록 해야 한다. 오직 우리 도속道俗은 함께 착한 생각을 일으켜 깊이 좋은 인연을 맺어, 기둥과 집을 얽고 구름 끝처럼 날개를 펴게 하리니, 아름다운 건물이 우뚝 사물에 표상이 되게 한다. 그리하여 현세와 후생이 사람마다 저 다보여래의 헛되지 않은 복과 덕을 성취하여 동쪽을 칠하고 서쪽을 문지르는 소리마다 그 무량수불을 축원하리니 어찌 감히 은혜를 저버리리오.

008_0483_b_01L示二邊而即中爲一事而成表譬如布
008_0483_b_02L舟楫於溟壑指彼岸而齊登懸日月於
008_0483_b_03L幽霄無暗室而不燭曁乎事作已辨
008_0483_b_04L功成不居將息化而歸眞類盡薪而滅
008_0483_b_05L獅吼輟響法幢旣而傾摧鶴樹潜
008_0483_b_06L衆生惡乎攀仰大地河岳俱興痛
008_0483_b_07L苦之悲聲八部人天同現芬陀之血色
008_0483_b_08L難燃寶炬出聖火而自焚各捧金壜
008_0483_b_09L碎全身而遺蔭斯敎不墜典刑猶存
008_0483_b_10L龍馬諸賢佩菩薩印竸唱導於身毒
008_0483_b_11L什澄群彥轉法王輪並宣揚於支那
008_0483_b_12L像設煥乎丹靑貝葉翻於油素賛皇圖
008_0483_b_13L而有永續佛壽於無窮加以金刹連雲
008_0483_b_14L四遠曠而盈視珠臺架逈七衆望而爭
008_0483_b_15L法皷雷鳴非動泗濵之石薰爐消
008_0483_b_16L遙輸海岸之香萬萬斯年悠悠後
008_0483_b_17L玆寺也壺中別界海上名區雖載
008_0483_b_18L創紺園而尙多餘地先當起數層之傑
008_0483_b_19L使日月廻旋於棟樑次復寫八相之
008_0483_b_20L靈儀俾緇素依歸而瞻仰惟我道俗
008_0483_b_21L俱興善念深結良緣架棟宇而翼如雲
008_0483_b_22L美輪奐而巋然物表則現世及後生
008_0483_b_23L介介成彼多寶如來不空福德東塗又
008_0483_b_24L西抹聲聲祝他無量壽佛豈敢辜恩

008_0483_c_01L
지리산 내원암 제명기(智異山內院庵題名記)
옛날에 불교를 공부한 승려들은 홀로 천암만학의 사이에 살면서 원숭이나 학과 벗이 되어 지내며 풀로 옷을 입고 나무를 먹으면서도 명성과 이익의 길에는 무심하고, 몸과 입의 봉양을 도모하지 않으면서 부지런하고 또 부지런하게 오직 도를 구하는 것을 급선무로 여겼다. 진晉·송宋 이래로 그 무리들이 진실로 번다해져서 다 모일 수 없었고 유유자적하는 무리들이 다투어 부회하여 괴멸되는 데 이르렀다. 이때 백장 대지百丈大智 선사가 비로소 절(招提)을 만드시고 특별히 규율을 제정하여 그 말법 시대의 폐단을 구하고자 하셨다. 그 지위에는 빈주의 차등을 두고 그 순서에는 계를 받은 법랍의 차이가 있으며 그 기거하는 데에는 장丈과 실室과 당堂과 요寮의 구별을 두고 그 실정에는 왕복하며 예를 올리고 문안하는 절도가 있으며 그 지위의 명칭에도 장로와 주사主事와 수좌와 중승衆僧의 차이가 있으며, 그 봉양함에도 춥고 더울 때의 면옷과 베옷이 다르며 아침과 저물녘의 소식蔬食의 도구가 차이가 나니 이것은 또한 숙세叔世에 도를 닦는 자의 성대한 일이다.
사해의 대중들이 한 절에 모였으니 그 대중을 편안하게 하고 그 도를 행하며 불초한 이를 규범으로 다스리고 어리석고 미혹한 이를 인도하는 것은 도덕과 재학이 매우 뛰어난 자가 아니라면 그 누가 능히 이것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장로가 된 자는 요컨대 정밀하게 자신을 다스리고 대중에 임해서는 관대하며 그들의 장점은 취하고 그 단점은 고치게 하는 것이다. 급한 일은 먼저 하고 느슨한 일은 뒤에 하며 사사로운 헤아림을 하지 않고 오로지 대중을 이롭게 하는 데 힘쓰는 것이다. 급급하게 일신을 도모하는 자와 비교한다면 구우九牛의 한 터럭만큼 떨어져 있는 것이다.
지금 내원암은 호서 바깥의 유명한 사찰로 불사가 환하게 장엄되어 있어 세워진 이래로 강하고 익히는 소리가 지금에 이르기까지 끊어지지 않고 있다. 그 성대함이여. 부족한 내가 욕되게 그 뒤를 이어서 거처하게 되었으니 가만히 여러 대사들의 성대한 덕을 생각하면 뒤에 소문이 없을까 두렵다. 영허暎虛 스님으로부터 역계櫟溪 스님에 이르기까지 모두 십오 인이 되니 그 이름을 판에 새기고 반드시 주지의 선후로 차례를 삼지 늙고 젊은 사자 관계로 선후를 삼지 않는다.

008_0483_c_01L智異山內院庵題名記

008_0483_c_02L
古之學浮屠之士獨棲千岩萬壑之間
008_0483_c_03L與猿鶴爲伍衣草而食木無心聲利之
008_0483_c_04L不謀身口之養矻矻孜孜惟道之
008_0483_c_05L求是急自晋宋以來其侶寔繁無所
008_0483_c_06L統戢悠悠之徒竸附致壞百丈大智
008_0483_c_07L禪師始剏招提特制䂓律以捄其末
008_0483_c_08L法之弊繇是其位有賓主之異其序有
008_0483_c_09L戒臘之次其居有丈室堂寮之別其情
008_0483_c_10L有徃復禮問之節其名位有長老主事
008_0483_c_11L首座衆僧之差其奉養有寒暑綿葛
008_0483_c_12L晡蔬食之具此亦叔世爲道者之盛事
008_0483_c_13L夫四海之衆萃于一寺安其衆而
008_0483_c_14L行其道䂓不肖而導愚迷非道德才
008_0483_c_15L學之超邁者其孰能與此所以爲長老
008_0483_c_16L要在精以治己寛以臨衆取其長
008_0483_c_17L弃其短先其急後其緩不爲私計
008_0483_c_18L務利人比夫汲汲爲一身之謀者
008_0483_c_19L去如九牛之一毛哉今內院以湖外名
008_0483_c_20L佛事煥儼自營建以來講肄之聲
008_0483_c_21L迄今不絶其盛矣哉聦不侫忝以嗣居
008_0483_c_22L竊念諸大士之盛德恐後來無聞自暎
008_0483_c_23L虛至櫟溪凡一十有五書其名于版
008_0483_c_24L必以住持先後爲次苐不以老少師資

008_0484_a_01L뒤에 오는 자들은 장차 눈으로 보고 손가락으로 가리켜 “누가 도덕이고 누가 재학이며 누가 대중에게 공으로 대했고 누가 자신의 몸에 사심을 가졌는가.”라고 할 것이니, 아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008_0484_a_01L後先焉後之來者將目以指之曰
008_0484_a_02L道德孰才學孰公於衆孰私於身
008_0484_a_03L可不惧哉

008_0484_a_04L
栢庵集下終
  1. 1)귀정사歸正寺 : 전라남도 남원군에 있는 절 이름이다.
  2. 2)이정구李廷龜(1564~1635) : 한문사대가漢文四大家의 한 사람. 본관은 연안延安. 자는 성징聖徵, 호는 월사月沙 또는 보만당保晩堂·치암癡菴·추애秋崖·습정習靜. 시문집으로는 그의 문인인 최유해崔有海가 편간한 『月沙集』 68권 22책이 전한다. 그 밖에 『書筵講義』·『大學講義』·『南宮錄』 등의 편서編書가 있다.
  3. 3)상계像季 : 삼시三時에 정법正法·상법像法·말법末法이 있다. 불멸佛滅 후 오백 년을 정법正法이라 하고 정법 후 천 년을 상법像法이라 하는데 법이 행할 때와 같다는 말이다. 계季는 상법의 계세季世를 의미하므로 상법 천 년의 말기이고 불법이 쇠퇴하는 시기를 가리킨다.
  4. 4)백의白衣 : 출가하지 않고 집에 있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5. 5)육통六通 : 여섯 가지의 신통력(六神通)으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천안통天眼通, 귀로 들을 수 없는 것을 듣는 천이통天耳通, 다른 사람의 의사를 알 수 있는 타심통他心通, 지나간 세상의 생사를 알 수 있는 숙명통宿命通, 경계에 장애 없이 자유롭게 다니는 신족통神足通, 스스로 번뇌를 끊는 누진통漏盡通을 이른다.
  6. 6)사벽四闢 : 사방으로 막히지 않고 열려져 있음을 말한다. 본래의 사벽은 순임금이 즉위하고 곧바로 ‘사방의 문을 열어(闢四門)’ 천하의 어진 이들이 찾아오도록 하였다는 고사에서 온 것이다. 『書經』 「舜典」.
  7. 7)하늘과 땅의~없는 것이로다 : 당나라 한유韓愈의 「進撰表」에서 인용한 글이다.
  8. 8)후지猴池 : 비사리毗舍離(ⓢ vaiśālī)에 있던 연못 이름. 그 옆에 있는 강당에 부처님이 머무셨다. 『長阿含經』 등.
  9. 9)안 자鴈字 당우堂宇 : 비사리에 부처님을 위해 당우를 지었는데, 모습이 기러기 안 자鴈字 같았다고 한다. 『釋氏要覽』.
  10. 10)비야毘耶 거사 : 비야성毘耶城의 유마維摩 거사를 지칭하는데 여기서는 재가신자를 뜻한다.
  11. 11)방도현龎道玄 : 당나라 형주衡州 사람. 자가 도현道玄이고, 이름은 온蘊이다. 당나라 정원貞元 때 석두石頭에게 선지禪旨를 깨우쳤다
  12. 12)일을 성취함(鳩僝) : 구잔鳩僝은 널리 의견을 모아 일을 잘 처리한다는 뜻이다. 『書經』 「堯典」.
  13. 13)비의非衣 : 두 글자를 합하면 ‘배裴’가 되므로 배휴裴休를 예시한 것이다.
  14. 14)영운靈雲 : 당나라 승려로 복건福建 장계長溪 사람이다. 복주의 영운산靈雲山 지륵志勤 선사를 가리킨다. 생몰년은 미상이며 장경 대안長慶大安의 법을 이었다. 처음 대위산大潙山에 머물다가 복숭아꽃을 보고 오도하였으므로 선림禪林에서는 ‘영운견도명심靈雲見桃明心’, ‘영운도화오도靈雲桃華悟道’라고 칭해진다. 『祖堂集』 권19.
  15. 15)개사開士 : 고승. 법을 열어 중생을 성불할 수 있게 해 주는 인물이라는 뜻.
  16. 16)도관都官 : 수당 대의 형부상서를 가리킨다.
  17. 17)총령蔥嶺 : 총령산이라고도 하는데 당나라 현장玄奘의 『大唐西域記』 「蔥嶺」에서 “그 지역에는 파가 많이 났기 때문에 총령蔥嶺이라고 부른다.”고 하였다.
  18. 18)계숭契嵩 : 송나라 때 운문종雲門宗 승려. 자는 중령仲靈이며, 자호自號는 잠자潛子다. 당시 신유교 학자들의 배불에 대해 반론을 폈다.
  19. 19)희기噫氣 : 기운이 꽉 막혔다가 통하는 것, 즉 토기吐氣를 가리킨다. 『莊子』 「齊物論」.
  20. 20)큰 우주의~깃든 곳이다 : 「題遠公影堂壁」에서 인용한 글이다. 『鐔津文集』 권13.
  21. 21)불국토(瓊林) : 경림瓊林은 불국토나 선경의 기이한 풍경 혹은 눈 덮인 숲을 가리킨다.
  22. 22)구강九江 : 강서성에 있으며, 『史記』 「貨殖列傳」에서 “형산衡山, 구강九江, 강남江南, 예장豫章, 장사長沙는 남초南楚이며 그 풍속은 서초西楚와 매우 비슷하다.”고 하였다.
  23. 23)환현桓玄 : 환온桓溫의 아들. 자는 경도敬道, 또 영보靈寶라고도 하며 그가 진晉나라를 찬탈하자 유유는 군사를 일으켜 환현을 토벌하고, 안제安帝를 영립迎立하여 진나라를 부흥시켰다.
  24. 24)노반魯般 : 노나라의 유명한 기계 기술자. 공수반公輸般. 초楚나라가 송宋나라를 공격할 때 쓰는, 높이 오르는 사다리 운제雲梯(구름 사다리)를 만들었다. 『墨子』 「公輸」.
  25. 25)장춘원長春苑 : 황제의 정원.
  26. 26)푸른 산봉우리(靑螺) : 청라靑螺는 소라고둥 모양의 상투인데 산을 형용하는 말로 쓰인다. 당나라 피일휴皮日休의 시 ≺太湖寺縹緲峯≻에 “흡사 푸른 소라고둥을, 밝은 달빛 중에 흩뿌려 놓은 듯해라.(似將靑螺髻。 撒在明月中。)”라고 하였다.
  27. 27)풍륜風輪 : 불가에서 말하는 사륜四輪의 하나로, 수미산을 버티고 있다 한다.
  28. 28)신선 세계 : 원문은 ‘호중별계壼中別界’. 한나라 비장방費長房이 신선을 따라 병 속에 들어가 본즉 별천지가 있었다고 한다.
  29. 29)옥호玉毫 : 여래 삼십이상의 하나로, 두 눈썹 사이에 있다는 백옥과 같이 흰 털을 말하는데, 거기에서 대광명大光明을 발산하여 시방세계를 비춘다고 하여 옥호광명玉毫光明, 옥호상玉豪相라고 한다.
  30. 30)불성을 좇는(息影) : 식영息影은 인위적인 허식을 버리고 자연의 진성眞性을 추구함을 뜻한다. 『莊子』 「漁父」에서 공자와 어부漁夫가 나눈 대화에 나온다. 공자가 어부에게 물었다. “나는 잘못한 일도 없이 여러 가지 비방을 받으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이에 어부가 답했다. “제 그림자를 두려워하고 제 발자국을 싫어하여 그것을 떼 버리려고 달아난 자가 있었는데, 발을 자주 들수록 발자국은 더욱 많아지고 아무리 빨리 뛰어도 그림자는 몸을 떠나지 않았소. 그래서 그는 아직도 제 걸음이 느려서 그런 줄 알고 더욱 빨리 달리다 마침내는 제풀에 지쳐 죽고 말았습니다. 그는 곧 그늘 속으로 들어가 있으면 그림자가 없어지고, 조용히 쉬고 있으면 발자국도 멈춘다는 것을 몰라서 그렇게 된 것입니다.”
  31. 31)몸을 굽혀(磬折) : 경절磬折은 『周禮』 「考工記」 ‘韗人’에 나온다. 곡척에서 긴 모의 일변을 거倨, 직각에서 꺾여 꼬부라진 짧은 모의 일변을 구句라 한다. 경쇠는 모양이 ‘ㄱ’ 자 같으므로 경쇠처럼 꺾였다는 뜻이다.
  32. 32)용 같은 들보(虹樑) : 홍량虹樑은 무지개처럼 굽어 모양이 용龍과 같은 들보를 말한다.
  33. 33)대장大壯 : 괘 이름. 건물이 잘 지어짐을 이르는 표현. 『周易』 「繫辭傳下」에 “후세 성인이 궁실로 바꾸어서 위에는 들보를 얹고 아래에는 서까래를 얹어 풍우에 대비하였으니, 대장괘에서 취한 것이다.(後世聖人。 易之以宮室。 上棟下宇。 以待風雨。 蓋取諸大壯。)”라고 하였다.
  34. 34)곱구나 거듭 밝음이여(麗乎重明) : ‘麗乎重明’은 『周易』 「離卦」에 ‘거듭 밝음으로 바름에 붙어서(重明以麗乎正)’를 활용한 것이다.
  35. 35)종승宗乘 : 각 종파가 홍포하는 종의宗義를 가리킨다. 여기서의 승은 대승, 소승의 승과 같이 깨달음으로 인도하도록 중생을 실어 준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36. 36)산호 소리(山呼) : 임금의 덕을 칭송하고 축수하는 데 쓰는 말이다. 『漢書』 「武帝記」에, “무제가 숭산嵩山에 오를 때 사당에서 이졸吏卒들이 모두 만세 삼창을 소리 높여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武帝登嵩山。 從祀吏卒皆聞三次高呼萬歲之聲。)”고 하였다. 숭호嵩呼·악호嶽呼라고도 한다.
  37. 37)저력樗櫟 : 크기만 할 뿐 아무 쓸모가 없어서 어떤 목수도 돌아보지 않는 산목散木이라는 뜻의 겸사로, 『莊子』 「逍遙遊」와 「人間世」에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
  38. 38)막야鏌鎁 : 자천自薦하여 벼슬길에 나온 것을 비유한 말. 『莊子』 「大宗師」에 “지금 훌륭한 대장장이가 쇠를 녹이고 틀에 부어 기물器物을 만들려 할 때 쇠붙이가 뛰어 나오면서 ‘나는 반드시 막야鏌鎁가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라고 한 데서 온 말로 곧 훌륭하게 됨을 말한다.
  39. 39)풍성豐城 : 풍성 땅에 묻힌 용천龍泉과 태아太阿의 두 보검이 밤마다 두우斗牛 사이에 자기紫氣를 발산하였다는 전설이 있다. 예장豫章 풍성의 땅을 파 본 결과 용천과 태아의 두 검이 나왔으므로 장화張華와 뇌환雷煥이 각각 한 자루씩 보관하였다. 장화가 복주伏誅되면서 그 검 역시 없어지고, 뇌환이 죽은 뒤 그의 아들 뇌화雷華가 다른 칼 하나를 차고 다녔는데, 어느 날 홀연히 칼이 뛰쳐나와 물속으로 들어갔으므로 잠수하여 찾아보게 하니, 몇 길 되는 용 두 마리가 있었다 한다. 『晉書』 권36.
  40. 40)연도鉛刀 : 한漢나라 반초班超의 말에, “무딘 칼(鉛刀)도 한 번 베어 볼 수 없겠는가?”라고 하였다. 둔하고 무딘 칼도 한 번은 쓸 수 있다는 말이다.
  41. 41)노반魯班 : 춘추시대 노나라의 솜씨 좋은 목수 공수반公輸班을 가리킨다. 일설에는 반班은 노반魯班을 가리키고 수輸는 공수반公輸般을 가리킨다고 하여 반수班輸를 두 사람의 합칭이라고 한다. 『漢書』 「敘傳上」.
  42. 42)오사吳士 : 오사吳士가 효爻를 삼켜 경전을 안다고 자임했다는 말이 있다. 『增補事類統編』 「人事」.
  43. 43)추정趨庭 : 자식이 어버이에게 가르침을 받는 것을 말한다. 공자가 홀로 뜨락에 서 있을 때에 아들 백어伯魚가 종종걸음으로 뜨락을 지나가자(趨庭), 공자가 그를 불러 세우고서 시詩와 예禮를 배워야 한다고 가르침을 내렸던 고사가 있다. 『論語』 「季氏」.
  44. 44)소를 잡아먹을 기운(食牛之氣) : 그의 자식들이 또 어려서부터 걸출한 모습을 보였다는 말이다. 호랑이나 표범 새끼는 아직 털 빛깔이 선명해지기도 전에 소를 잡아먹을 것 같은 기상을 보인다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尸子』 권하.
  45. 45)금원金園 : 절에 있는 정원을 말한다. 부처가 계신 곳이다. 당나라 이백의 시 ≺安州般若寺水閣納涼喜遇薛員外乂≻의 “翛然金園賞。 遠近含晴光。”에 왕기王琦가 주를 달고, 금원은 절에 있는 정원을 가리킨다고 하였다. 수달 장자가 기타 태자의 정원을 사서 부처가 머물 곳을 만들고자 하니 태자가 희롱하기를 ‘금으로 땅을 가득 깐다면 마땅히 팔 것’이라고 하였더니 수달 장자가 마침내 금화로 정원을 가득 채웠는데 두께가 오 촌이고 넓이가 십 리였다. 이 정원을 사서 여래께 받들어 보시하고 정사를 세웠으므로 뒷사람이 금원이라는 용어를 쓰게 되었다.
  46. 46)마룡馬龍 : 대승불교의 선구자 마명馬鳴과 용수龍樹. 마명은 범명이 ⓢ Aśvaghosa로 중인도 마갈타국 사람이다. 불멸 후 6백 년경에 출세한 대승의 논사論師였다. 용수의 원 이름은 나가르주나(나가:용, 아가르주나:나무 이름). 남인도 출생. 북인도로 가서 당시 인도의 사상을 공부하고, 대승불교 사상의 기초를 확립하였다.
  47. 47)징집澄什 : 진晉의 고승 불도징佛圖澄과 구마라집鳩摩羅什을 병칭한 것이다.
  48. 48)부박한 세상(澆俗) : 요속澆俗은 요풍澆風과 같으며 부박한 사회 풍기를 의미한다.
  49. 49)작은 꾀(小黠) : 당나라 한유韓愈의 「送窮文」에 궁귀들이 말하기를 “그대가 우리들을 몰아서 내쫓으려고 하니, 작게는 약으나 크게는 어리석도다.(驅我令去。 小黠大癡。)”라고 하면서 끝내 떠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50. 50)산비둘기(鷽鳩) : 산비둘기는 소인을 비유한다. 『莊子』 「逍遙遊」에 “뱁새가 깊은 숲속에 둥지를 틀 적에 그저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다.”는 말이 있다. 자신의 능력이 부족함을 비유한 말이다.
  51. 51)부상扶桑 : 전설상 나무의 이름으로 해가 뜨는 동쪽을 가리키는데, 해가 뜰 때 이 나무 아래에서 솟아나 나무를 스치고 떠오른다고 한다.
  52. 52)등림鄧林 : 좋은 나무만 있다는 숲으로, 신선이 구름을 타고 다니며 노는 곳이라 한다.
  53. 53)후생으로 두려워할~행위가 없음 : 『論語』 「子罕」에 “후생을 두렵게 여겨야 할 것이니, 앞으로 후생들이 지금의 나보다 못하리라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40세나 50세가 되도록 세상에 알려짐이 없는 사람이라면, 또한 두려워할 것이 없다고 하겠다.(後生可畏。 焉知來者之不如今也。 四十五十而無聞焉。 斯亦不足畏也已。)”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54. 54)관이오管夷吾 : 이오夷吾는 춘추시대 제나라 관중管仲의 자이다. 진晉나라가 중국을 빼앗기고 강좌江左 강동江東로 옮아갔을 때에 왕도王道가 승상丞相으로 있었다. 환이桓彛가 처음 강동에 가서 조정이 미약한 것을 보고 실망하였으나, 왕도를 보고는, “내가 관이오管夷吾를 보았으니 다시 걱정이 없다.”고 하였다.
  55. 55)악정자樂正子 : 맹자의 제자. 악정자가 정사를 맡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맹자가 “기뻐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喜而不寐。)”고 하였다. 『孟子』 「告子下」.
  56. 56)소생하기를 : 원문은 ‘내소來蘇’. 『書經』에, “우리 임금을 기다렸더니 임금이 오니 살아났다.(待我后后來其蘇。)”고 하였다.
  57. 57)저궁渚宮 : 춘추시대 때 세운 초楚나라의 별궁別宮.
  58. 58)대도大道의 세계로 인도하여 : 원문은 ‘金鎞刮膜’. 맹인의 뒤덮인 눈꺼풀을 의사가 쇠칼로 떼어 내 벗겨 주자 맹인이 다시 광명을 되찾게 되었다는 금비괄목金鎞刮目의 고사가 있다. 『涅槃經』 권8.
  59. 59)큰 길(康莊) : 『爾雅』 「釋宮」에, “오달五達의 길을 강康이라 하고, 육달六達의 길을 장莊이라 한다.”고 하였고, 『史記』 「孟荀傳」에, “강장의 거리에 제택을 열겠다.(爲開第康莊之衢。)”고 하였다.
  60. 60)칼 놀림(游刄) : 일을 하는 데 여유가 있음을 말한다. 포정庖丁이 소 잡는 방법에 대해 말하기를 “두께가 없는 칼을 두께가 있는 틈새에 넣으니, 널찍하여 칼날을 움직이는 데 반드시 여유가 있습니다.(以無厚入有間。 恢恢乎。 其於遊刃。 必有餘地矣。)”라고 하였다. 『莊子』 「養生主」.
  61. 61)미천彌天 : 승려를 높여 이른 말로 뜻이 대단히 고원高遠함을 말한다. 진晉나라 때 고승 도안道安이 당시 고재 박학高才博學으로 이름이 높던 습착치習鑿齒와 처음 만나서 인사를 나눌 적에 “나는 미천 석도안釋道安이오.”라고 하자, 습착치가 “나는 사해四海 습착치올시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晉書』 권82.
  62. 62)옥수玉樹 : 지란옥수芝蘭玉樹의 준말로 남의 집안의 우수한 자제子弟를 예찬하는 말이다. 『世說新語』 「言語」에,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여러 자제들에게 어떤 자제가 되고 싶냐고 묻자, 그의 조카인 사현謝玄이 대답하기를 “비유하자면 지란옥수가 뜰 안에 자라게 하고 싶습니다.(譬如芝蘭玉樹。 欲使其生於階庭耳。)”라고 하였다.
  63. 63)용천龍泉 : 풍성豐城 땅에 묻혀 있던 용천龍泉과 태아太阿 두 보검이 밤마다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에 자기紫氣를 발산했다는 전설이 있다. 『晉書』 권36 「張華列傳」.
  64. 64)회소懷素 : 초서草書에 능했던 당唐나라 승려. 회소懷素가 술이 거나하여 흥이 나면 절간의 벽과 마을의 담장에 글씨를 휘갈겨 썼다고 하는데, 이를 읊은 이백李白의 ≺草書歌行≻에 “일어나서 벽을 향해 손을 멈추지 않나니, 한 줄에 몇 글자 크기가 말만 하네.(起來向壁不停手。 一行數字大如斗。)”라는 표현이 나온다.
  65. 65)뜻만 크고~못할 것을(畫虎之未成) : ‘畫虎之未成’은 뜻만 높을 뿐 성취하는 바가 없어서 남의 조롱만 받는 미천한 재주라는 뜻의 겸사이다. 후한後漢 마원馬援이, 호협豪俠하여 의리를 중시하는 두보杜保를 자기가 애지중지하지만, 사람들이 그를 제대로 본받지 못할 경우에는 그지없이 경박한 사내가 되고 말 것이니, 이는 이른바 “범을 그리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거꾸로 개같이 되고 마는 것이다.(畫虎不成反類狗)”라고 조카들을 경계시키면서 아예 그를 본받지 말라고 훈계한 고사가 있다. 『後漢書』 권24 「馬援列傳」.
  66. 66)거북이 자신을 감추어(藏龜) : 거북의 감춤이란 곧 거북이 위험한 경우를 당하면 ‘머리와 꼬리와 네 발(頭尾四足)’을 갑甲 속에 감추어 화해禍害를 모면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전하여 사람이 재지才智를 숨겨서 남의 모해를 면하는 데에 비유한다.
  67. 67)맑고 탁함이 분명하니(涇渭) : 옳고 그름과 청탁淸濁에 대한 분별이 엄격함을 이르는 말이다. 원래 중국 섬서성陝西省에 있는 두 물 이름인데, 경수涇水는 물이 탁하고 위수渭水는 맑기 때문에 비유한 것이다.
  68. 68)세상과 모순되는 것(枘鑿) : 예枘는 네모난 촉꽂이이며, 조鑿는 둥글게 판 구멍으로 네모난 촉꽂이는 둥글게 판 구멍에 맞지 않는다는 뜻이다.
  69. 69)인을 당해서는~않는다고 하나 : 『論語』 「衛靈公」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70. 70)수레 덮개를 기울이고(傾盖) : 수레를 멈추고 기울인다는 뜻으로, 길에서 잠깐 만남을 뜻한다. 『史記』 「鄒陽列傳」에 “속어俗語에 ‘백발이 되도록 오래 사귀어도 처음 사귄 듯하고, 수레를 멈추고 잠깐 만났어도 오래 사귄 듯하다.’고 하였으니, 그 까닭은 무엇인가? 서로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였다.
  71. 71)안식처(帲幪) : 병몽帲幪은 비바람을 가리고 덮어 주는 장막이다. 『揚子法言』에 “비바람이 친 다음에 집이 나를 덮어 줌을 알았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72. 72)경거瓊琚 : 원래의 의미는 아름다운 옥으로 만든 패옥佩玉. 후에 의미가 전성되어 남이 보내온 시문詩文의 미칭으로 쓰인다.
  73. 73)도는 목격目擊에 있으니(道存目擊) : ‘道存目擊’은 『莊子』 「田子方」의 표현을 활용한 것이다. 자로子路가 공자孔子에게 말하기를, “선생님께서는 온백설자溫伯雪子를 만나고자 하신 지 오래였는데, 만나고 나서는 아무 말씀이 없으니 무슨 까닭입니까?”라고 하자, 공자가 이르기를, “그런 사람은 한 번만 보아도 도가 있는 줄을 알 수 있으니, 또한 말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若夫人者。 目擊而道存。 亦不可以容聲矣。)”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74. 74)형체를 잊는 것 : 『莊子』 「讓王」의 “뜻을 기르는 자는 형체를 잊는다.(養志者忘形。)”에서 나온 것으로, 자신의 형체 등 겉치레를 잊고 상대방과 마음을 주고받아 한없이 기쁘다는 말이다.
  75. 75)도시락밥(簟食) : 하나의 도시락 밥과 하나의 표주박 물이라는 뜻의 ‘일단사일표음一簞食一瓢飮’을 줄인 말로, 빈궁한 생활을 뜻하는 말이다. 『論語』 「雍也」.
  76. 76)자주 굶었는데(屢空) : 누공屢空은 식량이 자주 떨어진다는 뜻이다. 『論語』 「雍也」에 공자가 “한 그릇 밥과 한 주발 국으로 누추한 곳에서 사는 고생을 다른 사람은 감내하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렇게 사는 낙을 고치지 않았다.”고 하였으며, 『論語』 「先進」에 “안회는 도道에는 거의 이르렀으나, 양식이 자주 떨어졌다.”고 하였다.
  77. 77)붓(尖頭奴) : 북위北魏의 고필古弼이 총명하여 태종太宗에게 사랑을 받아 필筆이라는 이름을 하사받았는데, 그의 머리끝이 뾰족하였으므로 세조世祖가 항상 필두筆頭라고 불렀다. 어느 날 조서를 내려서 살진 말을 기인騎人에게 주라고 하였는데, 고필이 약한 말을 주었다. 그러자 세조가 대로하여 “첨두노尖頭奴가 감히 나의 뜻을 멋대로 재량하였으니, 짐이 돌아가면 먼저 이놈을 참수하겠다.”고 하였다. 그 뒤로 붓을 ‘첨노’라고 하게 되었다. 『魏書』 권28 「古弼傳」.
  78. 78)현향玄香 : 먹의 별칭이다. 명나라 이시진李時珍의 『本草綱目』 「土·墨」에 보인다.
  79. 79)관성자管城子 : 붓을 의인화하여 이른 말이다. 한유韓愈의 「毛穎傳」에 “진시황제가 장군 몽염蒙恬으로 하여금 붓에게 탕목읍을 내리고 관성에 봉해 주게 하여 관성자라 호칭했다.(秦皇帝使恬。 賜之湯沐而封諸管城。 號曰管城子。)”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80. 80)송자후松滋侯 : 먹을 의인화한 것으로,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으로 먹을 만들기 때문에 이런 명칭을 붙인 것이다.
  81. 81)장안미長安米 : 한漢나라 동방삭東方朔이 무제에게 “신의 말이 쓸 만하면 특이하게 예우해 주시고 쓸 만하지 않으면 파면시켜서, 부질없이 장안미長安米를 없애도록 하지 마소서.(臣言可用。 幸其異禮。 不可用。 罷之。 無令但索長安米。)”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漢書』 권65 「東方朔傳」.
  82. 82)앙산반仰山飯 : 『緇門警訓』 권6의 “앙산반, 앙산반, 낱알마다 구슬처럼 은처럼 찬란하도다.(仰山飯。 仰山飯。 粒粒如珠似銀爛。)”라는 구절에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그저 쌀을 뜻한다.
  83. 83)창촉菖歜 : 창포로 담근 김치. 주周 문왕文王이 창포로 담근 김치를 매우 좋아했으므로, 공자孔子 또한 문왕을 대단히 사모한 나머지 창포 김치를 즐겼다는 전설에서 온 말이다.
  84. 84)붓(毛錐) : 모추毛錐는 모추자毛錐子로, 붓의 이칭이다.
  85. 85)탈영脫穎 : 송곳의 끝이 주머니 밖으로 삐져나오는 것으로, 자신의 재능을 다 드러내는 것을 뜻한다. 『史記』 제76권 「平原君虞卿列傳」에 “평원군이 말하기를, ‘무릇 현사賢士가 이 세상에 처함에 있어서는 비유하자면 송곳이 주머니 속에 있는 것과 같다. 그 끝이 드러나지 않으면…….’이라 하자, 모수毛遂가 말하기를, ‘신을 오늘 주머니 속에 처하게 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로 하여금 일찌감치 주머니 속에 처하게 하였더라면 송곳 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와서(穎脫而出) 끝이 보이는 정도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라고 하였다.”라고 하였다.
  86. 86)수레를 기울여 이야기 나눈(傾盖) : 주 70 참조.
  87. 87)서로 만나(盍簪) : 합잠盍簪은 뜻 맞는 이들이 서로들 달려와 회동하는 것을 말한다. 『周易』 「豫卦」 구사효九四爻.
  88. 88)열 줄 편지 : 『後漢書』 「循吏傳序」에 “수적手迹으로 방국方國에 내릴 때는 모두 1찰札에 10행行으로 세서細書하여 문장을 작성한다.”고 하였다.
  89. 89)남용南容이 규圭~번 읽고 : 『詩經』 「大雅」 ≺抑≻의 “흰 구슬의 티는 갈아 없앨 수 있거니와, 말의 허물은 어찌할 수가 없다.(白圭之玷。 尙可磨也。 斯言之玷。不可爲也。)”고 한 것을 남용이 세 번씩 되풀이하여 읽었던 데서 온 말이다. 『論語』 「先進」에 “남용이 백규의 글을 세 번씩 되풀이하여 읽거늘, 공자가 형의 딸을 그의 아내로 삼아 주었다.(南容三復白圭。 孔子以其兄之子妻之。)”고 하였다.
  90. 90)귀신도 울릴(泣鬼) : 시가 매우 뛰어나 귀신이 보고 탄복하여 울 것이라는 뜻이다. 두보杜甫가 시 ≺寄李白≻에서 이백李白의 뛰어난 시재詩才를 찬탄하며 “붓이 떨어지면 풍우가 놀라고, 시가 이루어지면 귀신이 울었지.(落筆驚風雨。 詩成泣鬼神。)”라고 하였다.
  91. 91)일미一味 : 문자나 언어를 통하지 않고 갑자기 도를 깨닫는 선禪을 가리킨다.
  92. 92)손가락을 담가 보게 되어(染指) : 『左傳』 宣公 4년에 “초楚나라 사람이 정 영공鄭靈公에게 자라(鼈)를 바쳤다. 자공子公이 자가子家와 더불어 영공을 뵈러 가는데 자공의 식지食指가 저절로 움직이니, 자공이 자가에게 이를 보이며 말하기를, ‘보통 때에 내 손가락이 이렇게 되면 반드시 맛난 음식을 먹게 된다.’고 하였다. 들어가 영공을 뵈면서 보니 찬부饌夫가 자라를 요리하므로 서로 돌아보며 웃었다. 영공이, ‘왜 웃느냐’고 묻자 자가는 들은 대로 이야기하였는데, 대부大夫들에게 자랏국을 나누어 줄 적에는 자공을 빼놓고 주지 아니하였다. 자공은 화가 나서 손가락을 솥에다 넣어 찍어 맛보고 나왔다.”고 하였다. 그래서 후세에 정당히 자기에게 돌아오지 않는 것을 함부로 넘겨보는 데 쓰는 말이 되었다. 『春秋左傳』 선공宣公 4년 조.
  93. 93)치자꽃 핀 절(薝蔔) : 담복薝蔔은 불경佛經에 나오는 꽃인데, “숲속에 담복화가 있으면 온 숲이 담복화의 향기만으로 가득하다.”고 하였다. 인도에는 이 꽃이 많고 향기가 매우 뛰어나서 이를 부처의 공덕功德에 비유하는 데서, 전하여 승사僧舍를 의미한다.
  94. 94)파초芭蕉 : 여기서의 파초는 깨달음을 비유한 듯하다. 2조인 혜가慧可가 눈밭에 밤새 서서 달마에게 법을 구했으나 달마가 일체 응대를 하지 않자 계도戒刀로 자기의 팔뚝을 끊었는데 뿜어 나온 피 속에서 파초가 피었다는 일화가 전한다.
  95. 95)육도六度 : 생사生死의 차안此岸에서 열반涅槃의 피안彼岸으로 건너가는 여섯 개의 법문이라는 뜻으로, 육바라밀六波羅蜜이라고도 하는데, 보시布施·지계持戒·인욕忍辱·정진精進·정려精慮·지혜智慧 등으로 되어 있다.
  96. 96)아홉 가닥의 밝은 등불(九枝之明燈) : 옛 등의 이름으로 등잔대 하나가 아홉 가닥으로 갈라져 여러 개의 촛대를 꽂은 것이다.
  97. 97)삼마지三摩地 : 삼매三昧와 같은 말로 정定의 뜻이다. 마음을 한곳에 모아 산란하지 않게 하는 정신작용을 가리킨다. 『楞嚴經』에 “관음은 문사수를 통해서 삼매에 들어간다.(觀音由聞思修。 入三摩地。)”고 하였다.
  98. 98)동중서董仲舒 : 한漢나라 광천廣川 사람. 젊었을 때 『春秋公羊傳』을 공부하여 경제景帝 때 박사博士가 되었으며, 3년 동안 밖에 나오지 않고 책만 읽어 그의 제자들 중에는 스승의 얼굴도 보지 못한 자가 있었다 한다. 평생 동안 학문을 강론하고 책을 저술하였는데 유학을 떠받들고 잡가雜家를 배격함으로써 후세에 유학을 정통으로 삼는 국면을 열어 놓았다. 『史記』 권121 「董仲舒傳」.
  99. 99)동야東野 : 당나라 문장가로 한퇴지韓退之의 지기知己였던 맹교孟郊의 자字이다.
  100. 100)남곽자기南郭子綦의 망연한 모습 : 주객主客을 초월한 모습을 가리킨다. 『莊子』 「齊物論」에 “남곽자기가 궤안에 기대어 앉아 하늘을 우러러 숨을 내쉬는 그 모습이 마치도 물아物我의 경계를 모두 잊어버린 듯하였다.(南郭子綦隱机而坐。 仰天而噓。 嗒焉似喪其耦。)”라는 구절이 나온다.
  101. 101)견림堅林 : 사라娑羅(ⓢ śāla), 쌍수림雙樹林, 학림鶴林, 사고사영수四枯四榮樹라고 부르기도 한다. 석가모니불이 입적할 때 동서남북에 각각 한 쌍씩 서 있던 나무.
  102. 102)회소懷素 : 당나라 때 장사長沙의 승려로 초서에 능했다고 한다.
  103. 103)찬녕賛寧 : 송나라 초의 승려로 절의 주지가 되었을 때 송 태조가 절에 이르러 향을 올리고 부처를 보고 절을 하는 것이 옳으냐 절을 하지 않는 것이 옳으냐고 묻자 현재 부처는 과거의 부처에게 절하지 않는다고 하여 황제의 뜻과 크게 합치하여 마침내 정례定禮하였다고 한다.
  104. 104)도안道安의 변정辨鼎 : 진왕秦王 부견苻堅이 남전藍田에서 대정大鼎을 얻었는데 거기에 쓰여 있는 전서篆書를 아무도 읽지 못하자, 도안이 이를 풀이해 주었다.
  105. 105)운몽雲夢 : 한漢, 위魏 이전엔 그리 크지 않은 습지를 지칭했는데, 진晉 이후로 동정호洞庭湖까지 포괄하는 큰 호수를 뜻하게 되었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의 ≺子虛賦≻에 “운몽과 같은 것 여덟아홉 개를 한꺼번에 집어삼키듯, 그 흉중이 일찍이 막힘이 없었다.(呑若雲夢者八九。 於其胸中曾不蔕芥。)”라는 표현이 나온다.
  106. 106)달다達多 : 수달다須達多를 지칭하는 듯하다. 수달다는 소달다蘇達多라고도 하고 번역하면 선여善與·선급善給·선수善授·선온善溫 등으로, 사위국舍衛國 급고독 장자의 본명이다. 장자는 부처님이 계실 정사를 짓기 위해서 기타 태자의 동산을 사는데, 금으로 땅의 면적에 뿌릴 만큼의 고가高價로 샀다.
  107. 107)지수止水 : 괴어 있는 물, 즉 자신의 형체를 비춰 살필 수 있는 물을 말하는데, 중니仲尼의 말에 “흐르는 물에는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볼 수 없고, 잔잔하게 고여 있는 물이라야 비춰 볼 수 있다.”고 하였다. 『莊子』 「德充符」.
  108. 108)연성連城 : 연성벽連城璧의 준말로, 전국시대 때 진秦나라 소왕昭王이 15성城과 바꾸자고 청했던 조趙나라 소장의 화씨벽和氏璧을 말한다.
  109. 109)저樗나무는 다만 버려졌으니 : 『莊子』 「逍遙遊」에 크기만 했지 무용지물無用之物인 저樗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110. 110)기야冀野 : 당나라 한유韓愈의 「送溫處士赴河陽軍序」에, “백락伯樂이 한 번 기북冀北의 들을 지나가면, 무리진 말들이 마침내 덤비게 된다.”라는 내용이 있는데, 이 때문에 기야 또는 기북冀北은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111. 111)관규管窺 : 붓 대롱을 통하여 하늘을 본다는 뜻으로, 전체를 보지 못하고 어느 일부분만 보는 것을 말한다.
  112. 112)겨울 석~쓰임이 족하겠는가 : 겨울철 석 달은 가난한 집 자제들이 글을 읽을 수 있는 겨울철 3개월의 농한기를 말한다. 한 무제漢武帝 때 동방삭東方朔이 처음 무제에게 상서上書하여 말하기를, “신 삭은 어려서 부모를 여의고 형수에게서 양육되었는데, 나이 13세에 글을 배우기 시작하여 세 겨울철에 배운 문사만으로도 쓰이기에 넉넉합니다.(臣朔少失父母。 長養兄嫂 年十三學書。 三冬文史足用。)”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13. 113)삼명三明 : 숙명통宿命通·천안통天眼通·누진통漏盡通을 말한다. 곧 과거의 업상業相·인연因緣을 알아 내세의 상을 정확히 하며 현세의 고상苦相을 깨달아 일체의 번뇌를 끊어버리는 것을 말한다.
  114. 114)≺소소簫韶≻ : 순舜의 음악인데, “순임금이 창작한 음악인 ≺소소≻를 연주하자, 봉황이 듣고 찾아와서 춤을 추었다.(簫韶九成。 鳳凰來儀。)”라는 내용이 『書經』 「益稷」에 나온다.
  115. 115)호강 다리(濠梁) : 호濠라는 강의 다리이다. 장자莊子와 혜자惠子가 호량濠梁에서 거닐면서 물고기가 자재하게 노니는 것을 보고 심오한 이치에 관해 대화를 나누었다. 장자가 “피라미가 조용히 노니니 이는 물고기의 즐거움이로다.”라고 하자, 혜자가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라고 하였다. 이에 장자가 “그대는 내가 아닌데 내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줄 어찌 아는가?”라고 하자, 혜자가 “나는 그대가 아니므로 진실로 그대를 알지 못하고, 그대는 물고기가 아니므로 그대가 물고기의 즐거움을 모르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였다. 『莊子』 「秋水」.
  116. 116)붉은 기러기(朱鴈) : 붉은색 기러기는 서조瑞鳥의 하나이다.
  117. 117)소자경蘓子卿 : 한나라의 충신 소무蘇武를 이른다. 자경은 그의 자. 소무는 무제武帝 때에 중랑장中郞將으로 사신使臣이 되어 흉노匈奴에 잡혀 억류된 지 19년 만에야 풀려나 돌아왔는데, 사신으로 갈 적에는 한창 나이였으나 돌아올 적에는 수발鬚髮이 다 희어졌다고 한다. 『漢書』 권54.
  118. 118)편지(尺素) :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악부시 ≺飮馬長城窟行≻에 “멀리서 온 손님, 잉어 두 마리 전해 주네. 아이 불러 요리하라 부탁했더니, 그 속에서 나온 한 자 비단 글.(客從遠方來。 遺我雙鯉魚。 呼兒烹鯉魚。 中有尺素書。)”의 구절이 있다.
  119. 119)누렁이(黃耳) : 황이黃耳는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애견愛犬 이름이다. 총명하여 사람의 말을 잘 알아들었으므로 육기가 편지를 넣은 죽통竹筒을 그 개의 목에 걸어서 낙양洛陽과 오지吳地의 몇천 리 길을 오가며 소식을 전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남조 양나라 임방任昉의 『述異記』에 나온다.
  120. 120)육사형陸士衡 : 사형은 진晉나라 육기陸機의 자字이다.
  121. 121)글자(銀鉤) : 은구銀鉤는 자획字劃이 매끄럽고 꼿꼿함을 형용하는 말로, 서법書法에 뛰어남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시 ≺陳拾遺故宅≻에 “지금 흰 벽이 매끄러운데, 붓을 휘갈기니 은구를 이어 놓은 듯하네.(到今素壁滑。 洒翰銀鉤連。)”라고 하였다.
  122. 122)색정索靖 : 진晉나라 사람. 서법書法을 논하면서 “멋지게 휘돌아 가는 은빛 갈고리(婉若銀鉤)”라는 표현으로 초서를 형용한 고사가 있다. 『晉書』 권60 「索靖傳」.
  123. 123)허빈虛牝 : 사람이 살지 않는 텅 빈 계곡. 한유韓愈의 시 ≺贈崔立之評事≻에 “가련하다. 쓸데없이 정신만 허비할 뿐, 황금을 텅 빈 계곡에 던지는 것과 같도다.(可憐無益費精神。 有似黃金擲虛牝。)”라는 구절을 원용한 것이다. 『韓昌黎集』 권4.
  124. 124)황금을 허빈虛牝에~다름이 없고 : 글을 땅에 던지면 금석 같은 소리가 난다(擲地作金石聲)는 뜻으로 훌륭한 글을 말한다. 진晉나라 손작孫綽이 시문을 잘했는데, 일찍이 ≺天台山賦≻를 지어 범영기范榮期에게 보이면서 “경卿은 이것을 땅에 던져 보라. 응당 금석金石 소리가 날 것이다.”라고 하였다. 『晉書』 권56 「孫綽傳」.
  125. 125)보잘것없는 시(木李) : 목리木李는 오얏인데, 오얏으로 자신의 시를 낮추어 말하는 것이다.
  126. 126)어린 아녀자(幼婦) : 절묘하다는 뜻. 동한東漢의 채옹蔡邕이 유명한 조아비曹娥碑에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虀臼’라고 써 두었는데, 삼국시대 조조曹操의 주부主簿 양수楊脩가 이를 보고 파자破字하여 “황견은 ‘색이 있는 실(色絲)’이므로 절絶 자가 되고 유부는 소녀少女이므로 묘妙 자가 되며 외손은 ‘딸의 아들(女子)’이므로 호好 자가 되고 절구(虀臼)는 ‘매운 것을 받아들이는(受辛)’ 것이므로 사辭 자가 된다. 따라서 ‘절묘호사絶妙好辭’, 즉 절묘한 좋은 글이란 뜻이 된다.”고 풀이하였다. 『世說新語』 「捷悟」.
  127. 127)얼굴에 땀을~피가 나지만 : 서툰 솜씨를 말한다. 한유韓愈의 「祭柳子厚文」에, “서툰 목수가 나무를 깎으면 손가락에 피가 흐르고 얼굴에 땀이 나는데, 교장巧匠은 곁에서 구경하며 손을 옷소매 속에 움츠리고 있다.(不善爲斲。 血指汗顏。 巧匠傍觀。 縮手袖間。)”고 하였다.
  128. 128)가슴을 치며~본받지 않겠는가 :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미인 서시西施가 심장병을 앓으면서 이맛살을 찌푸리자 찌푸린 그 모습도 매우 아름답게 보였으므로, 그 이웃의 추녀醜女가 그 찌푸린 모습을 흉내 냈더니,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피해 버리고 보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로, 전하여 자기의 재주는 헤아리지 않고 억지로 남을 흉내 내려고 하는 것을 비유한다.
  129. 129)삼사三事 : 삼사에 대하여 『書經』의 채전蔡傳에서는 미상이라고 하였고, 『詩經』 전箋에는 삼농의 일(三農之事), 즉 평지농平地農·산농山農·택농澤農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서는 하늘을 섬기고, 땅을 섬기고, 사람을 다스리는 일을 하는 삼공三公의 지위로 재상宰相을 가리킨다.
  130. 130)여름날 참선(坐夏) : 승려가 음력 4월 16일부터 7월 15일까지 90일 동안 출입을 금하고 한곳에 모여 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을 하안거라 한다.
  131. 131)밝은 태양(离明) : 『周易』 「說卦傳」에, “이는 불이 되고 해가 된다.(离爲火。 爲日。)”고 하였다.
  132. 132)시를 써서(言志) : 『禮記』 「樂記」에 “시는 그 뜻을 말한 것이고, 노래는 소리의 형태로 나타내는 것이고, 무용은 동작으로 형용하는 것이다.(詩言其志也。 歌咏其聲也。舞動其容也。)”라는 말이 나온다.
  133. 133)반숙班肅 : 본적과 생몰년은 미상이다. 당나라 덕종 정원 17년(801) 과거에서 장원급제하였다. 벼슬에 나아가 방주 자사坊州刺史를 한 뒤에 수도에 들어가 사봉원외랑을 역임하였다. 교우를 좋아하고 정의가 두터웠고 목종 때 재상 황보박의 참소로 폄직되었다. 조정 사람들은 반숙을 인의의 사람으로 칭찬하였다.
  134. 134)넓은 집(廣廈) : 당나라의 시인 두보杜甫의 ≺茅屋爲秋風所破歌≻에 “어쩌면 넓은 집 천만 칸을 얻어서, 크게 천하의 가난한 선비들을 비호해 모두 즐거운 얼굴로, 풍우에도 움직이지 않고 산처럼 편안히 있을까.(安得廣廈千萬間。 大庇天下寒士俱歡顏。 風雨不動安如山。)”라고 한 구절이 보인다. 『杜少陵詩集』 권10.
  135. 135)반령潘令의 한거閑居 : 반령은 진晉나라 반악潘岳을 가리킨다. 반악이 50세 때 모친이 병들자 벼슬을 그만두고 전원으로 돌아가 읊었던 ≺閑居賦≻에, “이에 물러나와 낙수 물가에서 한가히 거하게 되었다.(於是退而閑居于洛之涘。)”라는 말이 나온다.
  136. 136)겸제兼濟 : 양쪽을 다 이해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한다는 말(兼濟道物)로 『莊子』 「列禦寇」에 나온다.
  137. 137)독선獨善 : 『孟子』에 “궁하게 살면 그 몸을 홀로 착하게 하고, 나아가 벼슬하면 천하 사람을 다 착하게 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고 하였다.
  138. 138)안석安石 : 동진東晉 시대 명사인 사안謝安의 자. 행서行書를 잘 썼다. 처음에는 세상에 뜻이 없어 발탁을 받고도 나가지 않았다.
  139. 139)현도玄度 : 동진東晉 시대 명사인 허순許詢의 자字. 그는 산택山澤에서 노닐기를 좋아하고 청담淸談을 즐겼다.
  140. 140)강물 같은 언변(懸河) : 현하懸河는 위에 걸려 떨어지는 물줄기, 즉 폭포수를 뜻하는 말인데, 진晉나라 곽상郭象이 도도滔滔하게 담론을 전개하자 태위太尉 왕연王衍이 “폭포수처럼 쏟아져도 마를 줄을 모른다.(如懸河瀉水。 注而不竭。)”고 칭찬했던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賞譽」.
  141. 141)친밀한 관계(膠漆) : 교칠膠漆은 부레풀과 옻나무의 칠처럼 교분이 매우 두터워서 서로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나 두터운 우정을 가리킬 때 쓴다.
  142. 142)장전張顚 : 초성草聖으로 불렸던 당나라의 명필名筆 장욱張旭을 가리킨다. 술을 좋아하여 크게 취한 상태에서 미친 듯 돌아다니다가 모발毛髮에 먹을 묻혀 휘갈겨 썼으므로 세상에서 ‘장전’이라고 불렀다 하며, 문종文宗 때에는 이백李白의 가시歌詩와 배민裴旻의 검무劍舞와 장욱의 초서草書가 삼절三絶로 꼽혔다 한다. 『新唐書』 권202 「張旭列傳」.
  143. 143)귀양 온 신선 : 시인 이백李白을 가리킨다. 『唐書』 권202 「李白列傳」에 “하지장賀知章이 이백의 글을 보고 감탄하며 ‘그대는 인간 세상에 귀양 온 신선이오.’라 하였다.”고 하였다.
  144. 144)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길이 생기는 : 『史記』 권109 「李將軍列傳」에 나오는 속담인 “복숭아꽃, 오얏꽃은 말이 없으나 그 아래 자연히 길이 생긴다.(桃李不言。 下自成蹊。)”를 차용하였다. 복숭아나무와 오얏나무는 꽃과 열매가 다 좋아서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는 바람에 그 밑에 절로 길이 생긴다는 뜻으로, 원래는 덕행 있는 사람이 무언중에 남을 심복시키는 데에 비유하는 말이다.
  145. 145)『맹자』에 큰~공을 적었도다 : 『孟子』에 이른바 ‘11월에 도강徒杠을 이루고 12월에 여량輿梁을 이룬다.’는 것을 말한다.
  146. 146)게려揭厲 : 그다지 깊지 않은 강물이라는 뜻이다. 『詩經』 「邶風」 ≺匏有苦葉≻에 “허리띠에 찰 정도로 물이 깊으면 입은 채로 건너가고, 물이 무릎 아래 정도로 차면 바지를 걷고 건너간다.(深則厲。 淺則揭。)”라는 말이 나온다.
  147. 147)구름 거리(雲衢) : 운구雲衢는 구름이 오가는 거리, 즉 하늘을 말한다. 청운의 뜻을 펼쳐 조정에서 현달顯達한 것을 가리키기도 한다.
  148. 148)은하수에서 까마귀와~메우지 않았다 : 오작교烏鵲橋와 홍교虹橋를 표현한 것이다.
  149. 149)영인郢人과 장석匠石의 재주 : 기예에 능하다는 뜻. 영인이 자기의 코에 진흙을 엷게 바르고서 장석에게 그 진흙을 깎아 내게 하였는데, 장석이 도끼를 휘둘러 마음대로 진흙을 다 깎아 내었는데 코는 조금도 다치지 않았고 영 땅의 사람도 전혀 동요되지 않고 태연히 있었는데 영인이 죽고 나자 장석이 그 기술을 일체 발휘하지 않았다고 한다. 『莊子』 「徐无鬼」.
  150. 150)다른 산의 돌 : 『詩經』 「小雅」 ≺鶴鳴≻에 “다른 산의 돌이 숫돌이 될 수 있다.……다른 산의 돌로 나의 옥을 갈 수 있다.(他山之石。 可以爲錯。……他山之石。 可以攻玉。)”고 하였다. 남의 잘못이 나에게 가르침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151. 151)진나라 채찍 : 채찍으로 돌을 때려 옮겼다는 진시황秦始皇의 고사가 있다. 진시황이 바다에 해 돋는 곳을 보고자 돌다리를 놓으려고 하였는데, 신인神人이 나타나서 바다로 돌을 내몰자, 돌들이 저절로 바다로 달려갔다. 돌이 빨리 가지 않자 신인이 돌에 채찍질을 하자 돌에서 피가 흘렀는데, 지금도 그 돌들은 모두 붉다고 한다. 『藝文類聚』 권79.
  152. 152)구름도 처음에는~넓이(膚寸)에서 시작하고 : 부膚와 촌寸은 옛 척도尺度의 이름인데, 네 손가락 넓이를 부라 하고, 한 손가락의 넓이를 촌이라 칭하였다. 구름이 발생하는 것에 대해 『春秋公羊傳』 희공僖公 31년 조에, “바위에 부딪쳐 구름이 나와 조금씩 모여들어 아침이 끝나기도 전에 천하에 두루 비를 내리는 것은 오직 태산뿐이다.(觸石而出。 膚寸而合。 不崇朝而徧雨乎天下者。 惟泰山爾。)”라고 하였다.
  153. 153)사마駟馬가 드나드는 높은 대문 : 한漢나라 우공于公이 옥사獄事를 공정하게 처리하여 억울한 사람들을 많이 구제하였으므로 사람들에 의해 생사生祠가 세워지기까지 하였다. “우리 자손 중에 고관이 많이 나올 테니 좁은 문을 개조하여 사마駟馬의 수레가 드나들 수 있도록(令容駟馬高蓋車) 크게 만들어야 하겠다.”라는 그의 말대로, 그의 아들인 우정국于定國이 승상이 된 뒤에 대대로 자손들이 봉후封侯되었던 고사가 있다. 『漢書』 권71 「于定國傳」.
  154. 154)학을 타고 양주로 오리라 : 최고의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을 말한다. 매우 욕심이 많음을 뜻한다. 옛날에 여러 사람이 모여 저마다 자기 소원을 말하였는데, 한 사람은 풍광이 수려한 양주楊州 고을의 자사刺史가 되고 싶다 하고, 한 사람은 재물이 많았으면 좋겠다 하고, 한 사람은 학을 타고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으면 좋겠다 하였는데, 한 사람이 “허리에 십만 관의 돈을 차고서 학을 타고 양주 고을을 날고 싶다.(腰纏十萬貫。 騎鶴上楊州。)” 하였다 한다. 『事文類聚後集』 권42 「鶴條」.
  155. 155)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게 보이니 : 『論語』 「子罕」에 안연顔淵이 크게 탄식하며, “부자夫子의 도道는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견고하며, 바라볼 때 앞에 있더니 홀연히 뒤에 있도다. 부자께서는 차근차근히 사람을 잘 이끄시어 문文으로써 나의 지식을 넓혀 주시고 예禮로써 나의 행동을 요약해 주시므로 공부를 그만두고자 해도 그만둘 수 없어 나의 재주를 다하니, 부자의 도가 내 앞에 우뚝 서 있는 듯한지라, 그를 따라가고자 하나 어디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夫子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欲罷不能。 旣竭吾才。如有所立卓爾。 雖欲從之。 末由也已。)”라고 한 말이 있는데, 이를 원용하였다.
  156. 156)무릎으로 걸어서 : 수가須賈는 전국시대 위魏나라 사람인데 그의 문객인 범수范睢라는 사람을 죽이려고 하다가 범수가 진秦나라로 망명하여 진나라의 정승이 된 뒤에 무릎으로 기어가서 용서를 빌었다 한다.
  157. 157)신령한 자라 : 봉래산蓬萊山을 등에 지고 있다는 전설 속의 큰 자라를 가리킨다. 『列子』 「湯問」에, 발해의 동쪽 바다에 큰 자라 15마리가 천제天帝의 명에 따라 5개의 신산神山을 머리에 이고 있었는데, 용백국龍伯國의 거인이 그중 6마리를 낚아 가서 구워 먹었다는 고사가 있다.
  158. 158)산이 무너진 것 : 일반적으로 스승이나 철인의 죽음을 말하는데, 공자孔子가 자신이 세상을 떠날 꿈을 꾸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뒷짐을 지고 지팡이를 짚은 채 문 앞에서 한가로이 거닐며 노래하기를 “태산이 무너지겠구나. 들보가 부러지겠구나. 철인이 죽게 되겠구나.(泰山其頹乎。 梁木其壞乎。 哲人其萎乎。)”라고 하였다. 『禮記』 「檀弓上」.
  159. 159)학수鶴樹 : 사라쌍수沙羅雙樹의 준말로, 석가모니가 입멸入滅한 장소에 서 있었던 나무 이름으로, 사찰 경내에 있는 나무를 가리킨다.
  160. 160)육수六銖 : 도리천에서 입는 가벼운 옷으로 무게가 6수銖라고 한다.
  161. 161)옥과 돌이~버리는 지경 :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이 함께 망함을 이르는 말이다. 『書經』.
  162. 162)좋은 옥돌(琬琰) : 완염琬琰은 주周나라 묘당廟堂의 서쪽 행랑에 비치했던 보옥寶玉을 말한다.
  163. 163)신령한 거북이 지고 나오듯 : 신구神龜가 낙수洛水에서 서書를 지고 나왔다 한다.
  164. 164)하늘을 깁는 오색 옥돌 : 결손이 있는 하늘을 기워서 완전하게 만들었다는 고사인데, 어지러운 천하를 바로잡는 것을 비유한다. 상고上古 때 공공씨共工氏라는 제후가 축융祝融과 싸웠지만 이기지 못하자 노하여 머리로 부주산不周山을 들이받아 하늘을 받치는 기둥이 부러지고 땅을 묶어 둔 밧줄이 이지러졌는데, 여선女仙인 여와씨가 오색의 돌을 갈아서 하늘을 깁고 자라의 발을 잘라서 사극四極을 세우자 땅이 평정되고 하늘이 완전하게 되었다 한다. 『淮南子』 「覽冥訓」.
  165. 165)필력이 강하여~뚫고 들어갑니다 : 진나라 왕희지王羲之가 축판祝板에 글씨를 썼는데, 공인工人이 깎아 보니 필묵이 나무에 세 푼 남짓 들어가 있었다. 『書斷』에 보이는데 그 필력筆力이 강함을 말한 것이다.
  166. 166)부끄러운 말이 없고 : 채옹蔡邕의 “내가 많은 사람들의 비문碑文을 쓸 적에는 부끄러움이 많았지만, 곽공郭公의 비문에서만은 그렇지 않았다.”는 말을 인용한 것으로 부끄럽다는 것은 찬양할 것이 없는 사람을 찬양하여 부끄러운 생각이 든 것을 말한다.
  167. 167)기야송秖夜頌 : 중송重頌, 응송應頌. 경전을 설한 이후에 그 뜻을 다시 노래로 펼친 것, 즉 산문으로 된 경을 다시 운문체로 바꾸어 놓은 형식의 시.
  168. 168)나무를 베면서 그대 생각하고 : 죽은 친구에 대한 우정을 가리키는 말로, 여기에서는 보조국사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다. 『詩經』 「小雅」 ≺伐木≻에 “나무 찍는 소리 쩡쩡 울리고, 새들은 재잘재잘 즐겁게 노래하네. 깊은 골에서 훌쩍 날아서는, 높은 나무 위로 자리를 옮겨 앉네. 재잘재잘 즐겁게 노래하는 새들이여, 서로들 벗을 구하는 소리로다.(伐木丁丁。 鳥鳴嚶嚶。 出自幽谷。 遷于喬木。 嚶其鳴矣。 求其友聲。)”라고 하였다.
  169. 169)공자가 소악韶樂을~잊어버린 것 : “공자孔子가 제齊나라에서 소악韶樂을 배웠는데, 소악이 하도 좋아서 3개월 동안 고기 맛을 몰랐다.(子在齊。 聞韶。 三月不知肉味。)”는 것을 인용한 것이다. 『論語』 「述而編」.
  170. 170)보새蒲塞의 여섯 가지 맛 : 이보새伊蒲塞의 찬수饌需, 즉 이보찬伊蒲饌이라고도 하는데, 재齋를 올릴 때 바치는 음식 등을 말한다. 이보새는 ⓢ upāsaka의 음역으로, 오계五戒를 받은 재가 남자 불교 신도를 말한다. 우바새優婆塞라고도 하며 근사남近事男, 근선남近善男, 청신남淸信男, 청신사淸信士 등으로 의역된다. 여자 신도는 우바이優婆夷라고 한다.
  171. 171)허리에 십만~양주에 오르고 : 주 154 참조.
  172. 172)사생四生 : 생물이 나는 네 가지의 형식. 태생胎生·난생卵生·습생濕生·화생化生.
  173. 173)삼도三道 : 세 악도惡道로 화도火途인 지옥도地獄道, 혈도血途인 축생도畜生道, 도도刀途인 아귀도餓鬼道를 말한다.
  174. 174)김을 깊이 맸는데 : 『孟子』에 “밭을 깊이 갈고 김을 잘 맨다.(深耕易耨)”는 말이 있다.
  175. 175)언우齴齲 : 뻐드렁니에 충치 먹은 사람이라는 말로, 달마達摩의 별칭이다.
  176. 176)남취濫吹 : 자기 능력이 부족하여 직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韓非子』 「內儲說」에, “제齊 선왕宣王이 우竽를 좋아하여 반드시 3백 명이 함께 불게 하였는데, 남곽 처사南郭處士가 왕을 위하여 우竽를 불겠다고 청하니, 왕은 매우 기뻐하여 녹을 후히 주었다. 선왕宣王이 죽고 민왕湣王이 즉위하여 한 사람씩 부는 것을 좋아하니, 처사는 자신의 실력이 폭로될까 두려워서 도망했다.”고 하였다.
  177. 177)범려范蠡 : 범려는 월왕越王 구천句踐을 섬겨서 오吳를 멸망시킨 후에, 제齊에 가서 성명을 치이자피鴟夷子皮로 바꾸고 재산을 수천만 금이나 모았다. 제나라에서, 그가 어질다는 말을 듣고 정승으로 삼으려고 하자 그는 다시 재물을 다 흩어 버리고 도陶 지방에 가서, 스스로 도주공陶朱公이라 이름하고 농목과 무역으로 또 거만의 부富를 이루고 살다가 도에서 죽었다고 한다.
  178. 178)질병(二竪) : 이수二竪는 병마病魔의 별칭이다. 춘추시대 진晉나라 경공景公의 꿈에 병마가 두 아이(二竪)의 모습으로 나타나 고황膏肓 사이에 숨는 바람에 끝내 병을 고칠 수 없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春秋左傳』.
  179. 179)불(八人) : 팔인八人은 불 화火의 파자를 말하는 듯하다.
  180. 180)수륙재水陸齋 : 불가에서 바다와 육지에 있는 고혼孤魂과 아귀餓鬼를 위하여 올리는 재齋로 고려·조선 시대 때에 절에서 거행擧行했다. 수륙회水陸會라고도 한다.
  181. 181)바다 진주와 같은 승려들 : 승보인 승려들이 무리져 있는 모습을 형용한다. 당나라 두보의 시 ≺嶽麓山道林二寺行≻에 “땅은 영험하여 걸음마다 설산의 풀이요, 승려는 보배로워 사람마다 바다의 진주로다.(地靈步步雪山草。 僧寶人人滄海珠。)”라는 구절이 있다.
  182. 182)불경(蚪藏) : 두장蚪藏은 고대의 글자를 과두문자蝌蚪文字라고 부른 데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용수龍樹가 용궁에서 가져온 『華嚴經』을 가리키기도 한다.
  183. 183)옥주玉麈 : 진晉나라 왕연王衍이 옥 손잡이에 고라니 꼬리털을 매단 불자拂子(白玉麈尾)를 항상 손에 들고서 청담을 펼쳤다는 고사에서 비롯하여, 불가에서의 설법과 선비들의 담론을 의미한다. 『世說新語』 「容止」.
  184. 184)의천義天 : 제일의천第一義天의 줄임말로, 대승의 지극한 묘리를 하늘에 비유한 것이다.
  185. 185)금줄(金繩) : 금승金繩은 황금으로 만든 끈으로, 이구국離垢國의 도로는 이 끈으로 그 경계를 표시하였다 한다.
  186. 186)유령庾嶺 : 강서성江西省 대유현大庾縣에 있는 고개 이름으로, 당나라 장구령張九齡이 여기에 새 길을 내고 매화나무를 많이 심어 매령梅嶺이라 명명한 이후로 이곳이 매화의 명소가 되었던 데서 온 말이다. 『讀史方輿紀要』.
  187. 187)명협蓂莢 : 요임금 때 조정 뜰에 났다는 서초瑞草로, 초하룻날부터 매일 한 잎씩 나서 자라다가 보름이 지나면 한 잎씩 지기 시작하여 그믐이 되면 말라 버려 이것을 보고 달력(명협력蓂莢曆)을 만들었다 한다. 역초曆草라고 한다.
  188. 188)양률陽律 : 12율려는 6개 양률陽律과 6개 음려陰呂로 되어 있고 동지가 되면 일양一陽의 기운이 처음으로 생겨 황종 율관律管 속의 재가 풀썩 일어나므로 양률의 첫 번째인 황종을 기준으로 삼분손익법三分損益法에 의해 산출된다.
  189. 189)전단旃檀 : 열대산 향나무로, 그 수간을 저며서 피우면 좋은 향기를 풍긴다.
  190. 190)침수沈水 : 침향沈香의 별칭이다. 향목의 굳은 목심木心 부분으로 물에 가라앉는 것이 향기가 짙다고 알려져 왔다.
  191. 191)계설鷄舌 : 정향나무의 꽃봉오리를 말린 향.
  192. 192)구지등九枝燈 : 아홉 가닥으로 갈라져 마치 시렁처럼 각각 얹혀 있는 촛대 받침대의 등불을 말한다.
  193. 193)합벽合璧과 연주連珠 : 『漢書』 「律曆志」에 “해와 달은 두 옥벽을 합친 듯하고, 금·목·수·화·토 오성이 구슬을 꿴 듯 한 방위에 연달아 나타난다.(日月如合璧。 五星如連珠。)”고 한 데서 온 말로, 아름다운 사물이 한곳에 집중되는 현상을 비유한다.
  194. 194)암라菴羅 : 인도에서 나는 과일 이름. 암마라菴摩羅 또는 무구청정無垢淸淨이라 번역하기도 한다고 한다.
  195. 195)소타蘇陀 : ⓢ sudhā. 소타酥酡·수타修陀·수타須陀라고도 하고 의역은 감로甘露이다. 나무의 즙액으로 만든 음식으로 천상의 식물이다. 『瑜伽師地論』 권4에 식수食樹 속에서 청·황·적·백 등 사식미四食味가 생겨나는 것을 소타蘇陀라고 한다고 하였다. 또한 수다반須陀飯이라고 하여 천상의 감로식甘露食을 말한다.
  196. 196)경종鯨鐘 : 종뉴는 포뢰蒲牢 모양이며 당목搪木(종채)이 고래 모양이므로 종을 이와 같이 부른다.
  197. 197)삼도三道 : 각주 173 참조.
  198. 198)어머니(聖善) : 성선聖善은 어머니의 덕을 찬양하는 말이다. 『詩經』 「國風」 ≺凱風≻에, “마파람이 남쪽에서 저 가시나무 섶에 불어오고, 모씨母氏는 성선聖善한데 우리들은 좋은 자식 되지 못했네.”라고 하였다.
  199. 199)무연無緣 : 일반적으로 무연은 부처를 만나거나 불법을 들을 기연이 없는 것을 말하며, 유연有緣의 대칭어로 쓰이나 여기에서는 대상이 없음을 이른다. 부처는 일체가 모두 공하다고 관하기 때문에 특정한 사람을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그러므로 부처의 자비를 특별하게 무연대자無緣大慈라고 칭한다. 『中阿含經』 권57.
  200. 200)일곱 겹의 인드라망 : 제석천帝釋天에 있다는 보배의 그물인 인타라망因陀羅網을 가리키는데, 이 그물은 낱낱의 코마다 보주寶珠를 달았고, 그 보주의 하나하나마다 각각 다른 낱낱 보주의 영상影像을 나타내고, 그 한 보주의 안에 나타나는 일체 보주의 영상마다 또 다른 일체 보주의 영상이 나타나서 중중무진重重無盡하게 되었다고 한 데서 온 말로, 이는 곧 만유萬有의 제법諸法이 서로서로 걸림 없이 융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 201)감응이 있으면~통함이 있으니 : 『周易』 「繫辭傳上」에 “조용히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감응하여 천하 모든 일에 마침내 통달하게 된다.(寂然不動。 感而遂通。天下之故。)”고 하였다.
  202. 202)육통六通 : 주 5 참조.
  203. 203)팔해八解 : 팔해탈. 여덟 가지 해탈, 혹은 번뇌의 속박에서 벗어나는 여덟 가지 선정. 내유색상관외색內有色想觀外色 해탈 등.
  204. 204)사과四果 : 소승小乘 불교에서 정진精進하여 성과成果를 얻는 단계인데, 수다원須多圓으로부터 사다함斯陀含, 아나함阿那含, 아라한阿羅漢까지 4단계가 있다고 한다.
  205. 205)덮어 주시니(覆燾) : 부도覆燾는 은혜를 베풀고 보호함의 비유. 도燾는 도幬와 통용된다. 『中庸』에, “비유하면 천지는 잡아 주고 실어 주지 않는 것이 없고 덮어 주고 감싸 주지 않는 것이 없다.(辟如天地之無不持載。 無不覆幬。)”고 하였다.
  206. 206)진경秦鏡 : 남의 사정을 잘 아는 경우를 말한다. 진시황 때 어떤 거울이 사람의 오장육부를 비추어서 마음이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고 한다. 『西京雜記』.
  207. 207)촉蜀의 비단 : 촉은 지금의 사천성四川省인데 옛날부터 좋은 비단이 많이 나오는 곳이므로 이 말이 있게 되었다. 『蜀錦譜』.
  208. 208)『대명법수大明法數』 : 『大明三藏法數』. 명나라 일여一如가 칙명을 받들어 편찬했다. 대장경의 법수 명사들을 포괄한다.
  209. 209)능사能事를 완성하였고 : 『周易』 「繫辭傳上」에 “이를 확대하여 같은 범주의 일에 적용해 나간다면, 천하에서 가능한 일은 모두 끝마칠 수가 있다.(引而伸之。 觸類而長之。 天下之能事畢矣。)”는 말이 있다.
  210. 210)만다라(曼挐) : ⓢ maṇḍala, 서장어는 dkyil-ḥkhor. 또한 만다라曼陀羅, 만타라曼咤羅, 만다라曼荼羅, 만다라漫荼羅, 만다라蔓陀羅라고 하며, 뜻은 단壇·단장壇場, 윤원구족輪圓具足이라고 한다. 인도 밀법을 닦을 당시에 마군의 침입을 방지하기 위하여 원형과 방형의 구역을 그리거나 흙으로 제단을 건립하였다. 때때로 그 위에 불보살상을 그리고 일을 마치면 불상을 없애 버렸다. 그러므로 일반적으로 원형이나 방형의 지역을 구획하는 것을 만다라라고 칭한다. 지역 내에는 제불과 보살을 가득 채운다. 그러므로 취집聚集이나 윤원구족이라고 말한다. 율에는 또한 부정한 것을 피하기 위하여 종종 만다라를 합한다.
  211. 211)종지種智 : 모든 법을 다 아는 부처의 지혜. 일체종지.
  212. 212)꽃소식(花信風) : 화신풍花信風은 꽃 피는 계절에 불어오는 바람을 말한다. 1년의 24절기 가운데 소한小寒부터 곡우穀雨에 이르기까지 120일에 걸쳐 5일마다 일후一候로 잡아서 총 24후가 되는데, 하나의 후마다 일종一種의 화신풍이 불어온다고 한다.
  213. 213)동남쪽의 아름다움 : 『古文眞寶後集』 「滕王閣序」의 “빈주賓主는 동남의 아름다움을 다하였도다.(賓主盡東南之美。)”에서 인용한 말이다.
  214. 214)오덕五德 : 『無量壽經』에서는 세존이 대적정大寂定에 드셔서 오덕의 상서로운 상을 드러내셨다고 하니 ① 주기특법住奇特法, ② 주불소주住佛所住, ③ 주도사행住導師行, ④ 주최승도住最勝道, ⑤ 행여래덕行如來德 5종種을 오덕이라 칭하였다.
  215. 215)육화六和 : 공동생활에서 모든 사람이 염두에 두어야 할 여섯 가지의 중요한 윤리덕목 여섯 가지. 계화동수戒和同修 등.
  216. 216)비 갠~밝은 달 : 송나라 황정견黃庭堅이 주돈이周敦頤 시의 서문에 “용릉舂陵 땅 주무숙周茂叔은 인품이 매우 고아하여, 그 쇄락한 흉중이 마치 광풍제월光風霽月과 같다.”고 했다. 광풍제월은 맑고 서늘한 바람과 비가 그친 뒤의 명정明淨한 달이라는 뜻으로, 흉금이 툭 터지고 인품이 고아高雅한 것을 가리킨다. 『宋史』 「周敦頤傳」.
  217. 217)좋은 쌀(長腰) : 장요長腰는 몸통이 좁으면서 긴 쌀로, 질이 좋은 쌀을 가리킨다.
  218. 218)향적香積의 밥 : 『維摩經』에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이 중향衆香, 부처의 이름은 향적香積인데, 그 나라 법의 향기가 시방무량세계에 주류周流한다.”고 했다. 향적여래가 뭇 바리때에 향반香飯을 가득 담아서 보살들에게 주어 교화시켰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維摩經』 「香積品」.
  219. 219)오비烏椑 : 반악潘岳의 ≺閑居賦≻에 “장공의 대곡에서 나는 배요, 양후의 오비 감이로다.(張公大谷之梨。 梁侯烏椑之柿。)”에서 온 말이다. 『文選』 권16.
  220. 220)암원菴園 : 암라수원菴羅樹園. 인도 중부의 바이샬리에 있던 석가모니의 정원. 그곳에서 석가모니가 『維摩經』 따위를 강설하였다.
  221. 221)법라法螺 : 불교에서 수험도修驗道에 쓰는 일종의 악기이다. 사미라梭尾螺의 껍데기에 금속으로 취구吹口를 단 것으로 경행經行·법회法會 때에 사용한다.
  222. 222)일음一音 : 부처님은 원만한 일음으로 설하셨으나 불교에서 대승, 소승의 구별이 있는 것은 중생들의 지혜와 어리석음의 구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223. 223)오탁五濁 : 겁탁劫濁·견탁見濁·번뇌탁煩惱濁·중생탁衆生濁·명탁命濁이다.
  224. 224)갈팡질팡하는(倀倀) : 창창倀倀은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모습을 형용한 말이다. 『禮記』 「仲尼燕居」에 “예법 없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마치 소경이 혼자서 길을 가는 것과 같으니, 창창하여라 과연 어디로 가겠는가(倀倀乎其何之).”라는 말이 있다.
  225. 225)십이류十二類 : 난생卵生·습생濕生·태생胎生·화생化生·유색有色·무색無色·유상有想·무상無想·약비유상若非有想·약비무상若非無想·약비유색若非有色·약비무색若非無色이다.
  226. 226)하늘을 지탱하는 : 여와씨女媧氏는 상고시대 제왕으로 일찍이 공공씨共工氏가 축융祝融과 싸우다가 부러뜨린 천주天柱를 오색 돌로 보수했다 한다. 『補史記』 「三皇本紀」. 또한 『淮南子』에 “여와씨가 오색의 돌을 달구어 하늘을 때웠다.”는 말이 있다. 후세에 세도世道를 만회하는 것을 보천補天이라 일컫는다.
  227. 227)업장業障·보장報障·번뇌장煩惱障 : 통칭하여 삼장三障(ⓢ trīṇy āvaranāni)이라고 한다. 삼종장애三種障礙, 삼중장三重障이라고도 한다. 성도와 그 선근을 행하는 데 장애가 되는 것을 말한다. 업장(ⓢ karmāvaraṇa)은 곧 오무간업五無間業으로 신구의身口意가 만들어 내는 불선업不善業이다. 보장은 또한 이숙장異熟障(ⓢ vipākāvaraṇa)이라고 한다. 번뇌장(ⓢ kleśāvaraṇa)은 본성에 치성하게 가득한 탐진치貪瞋癡 삼번뇌를 말한다. 『北本大般涅槃經』 권11, 『佛名經』 권1.
  228. 228)내손來孫 : 증손曾孫의 손자, 혹은 현손玄孫의 아들. 여기서는 후손을 뜻한다.
  229. 229)팔사八邪 : 여덟 가지 사특한 것, 즉 사견邪見, 사지邪志, 사어邪語, 사업邪業, 사명邪命, 사방편邪方便, 사념邪念, 사정邪定을 말한다.
  230. 230)근본으로 돌아가니 : 『道德經』에 “만물이 무성하다가도 각자 그 근본으로 돌아가니, 그것을 고요함이라 한다.(夫物芸芸。 各復歸其根。 歸根曰靜。)”고 하였다.
  231. 231)완벽完璧 : 조趙나라 혜문왕惠文王은 세상에도 드문 화씨和氏의 벽璧이라는 고귀한 구슬을 가지고 있었다. 진秦의 소양왕昭襄王이 이 소문을 듣고 조에 사신을 보내어 15성城과 화씨의 벽을 바꾸자고 청하였다. 혜문왕이 인상여藺相如를 진으로 보내 화씨의 벽을 일단 소왕에게 바쳤으나 15성 이야기는 조금도 비치지 않자, 인상여는 구슬에 흠집이 있다고 속이고 구슬을 건네받고는 왕이 15성의 약속을 지키지 않으므로 궁궐 기둥에 자신의 머리와 이 구슬을 부딪쳐 부숴 버리겠다고 했다. 구슬은 이미 조나라에 돌려보낸 뒤였다. 소양왕은 할 수 없이 인상여를 정중하게 놓아 보냈다.
  232. 232)연성벽連城璧 : 전국시대 때 진나라 소양왕이 15성과 바꾸자고 청했던 조나라 소장의 화씨벽和氏璧을 말한다.
  233. 233)옥급玉笈 : 도교道敎의 비서秘書를 감춘 상자.
  234. 234)금단金壇 : 신선이 사는 곳.
  235. 235)용성龍星 : 이십팔수二十八宿 중 동방의 창룡칠수蒼龍七宿의 총칭으로 속하는 각角·항亢 등의 별을 가리키며 중춘仲春에 해 진 뒤 동녘 하늘에 나타난다.
  236. 236)광명대光明臺 : 등불과 촛불을 받치는 제구이다. 아래에 세 발이 있고 가운데 굵은 기둥이 있는데, 형상이 대나무와 같아 마디가 하나씩 이어진다. 위에는 쟁반이 하나 있고, 그 가운데 사발 하나가 놓여 있으며, 그 사발에는 있어 촛불을 켤 수 있게 하였다. 등불을 켤 때에는 구리 항아리로 바꾸어서 기름을 담고 심지를 세워 작은 흰돌(小白石)로 눌러 놓은 다음, 붉은 사포紗布로 덮어 씌운다. 높이는 4척 5촌이고 쟁반의 넓이는 1척 5촌이며, 덮개의 길이는 6촌이고 넓이는 5촌이다. 『海東繹史』 권29.
  237. 237)성공性空 : 모든 사물의 근본이 공허한 상태.
  238. 238)부처님(黃面老子) : 황면노자黃面老子는 황면노담黃面老曇, 황면구담黃面瞿曇이라고도 하는데, 즉 부처의 몸이 황금빛이므로 부처를 가리켜 이렇게 말한다.
  239. 239)바람과 구름이 만나듯(風雲際會) : 『周易』 「乾卦」의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범을 따른다.(雲從龍。 風從虎。)”라는 말에서 나온 것으로, 명군明君과 양신良臣이 서로 만난 것을 말한다.
  240. 240)옷자락을 걷고(摳衣) : 구의摳衣는 자기의 옷자락을 걷어잡고 어른의 뒤를 따라간다는 뜻으로, 흔히 스승을 모신다는 뜻으로 쓰인다.
  241. 241)어리석게 헤매는 것(倀倀) : 주 224 참조.
  242. 242)어머니(聖善氏) : 주 198 참조.
  243. 243)덕요德耀 : 후한 때 양홍梁鴻의 처 맹광孟光의 자. 거안제미擧案齊眉 고사로 유명하다. 『後漢書』 권83 「梁鴻傳」.
  244. 244)국과 담장(羹墻) : 죽은 사람에 대한 간절한 추모의 정을 말한다. 요堯임금이 죽은 뒤에 순舜이 3년 동안 사모하는 정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밥을 먹을 때에는 요임금의 얼굴이 국그릇 속(羹中)에 비치는 듯하고, 앉아 있을 때에는 담장(墻)에 요임금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듯했다는 고사가 있다. 『後漢書』 권63 「李杜列傳」.
  245. 245)전삼삼 후삼삼前三三後三三 : 삼삼은 무수량無數量의 뜻을 나타낸 말이고, 전과 후는 피차彼此와 같은 뜻으로, 즉 피차가 똑같음을 의미한다. 당나라 무착선사無著禪師가 남방인 항주杭州에서 문수보살을 알현하기 위해 북방인 오대산五臺山에 당도하여 한 노인을 만났다. 그 노인이 무착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무착이 답했다. “남방에서 왔습니다.” 무착이 뒤이어 물었다. “북방의 불법은 어떻게 주지住持합니까?” 그 노인이 답했다. “용사龍蛇가 혼잡混雜하고 범성凡聖이 동거同居한다.” 무착이 다시 물었다. “그것이 얼마나 됩니까?” 노인이 이렇게 답했다. “전삼삼 후삼삼이니라.”
  246. 246)무생인無生忍 : 존재하는 모든 것은 태어난 바가 없다는 깨달음의 확신.
  247. 247)용녀龍女가 남자로 변한 것 : 『法華經』 「提婆達多品」에 용녀가 남자의 몸으로 변하여 성불하는 내용이 나온다.
  248. 248)암마라과菴摩羅果 : 암마라는 나무 이름. 암몰라수菴沒羅樹, 암바라수라고도 하고 의역하면 나수奈樹가 된다. 『律毗婆沙』 권1의 암라과菴羅果는 이 나무의 과실을 가리킨다. 암몰라수는 인도 각지에서 산생하는데 이 나무는 꽃이 많고 열매가 매우 작아 배 모양이며 아래가 굽어져 있다. 겨울에 꽃이 피고 5, 6월에 과실이 익는다. 『大般若波羅蜜多經』 권356, 권460.
  249. 249)청제靑提 : 목련 존자의 모친. 지옥에 떨어졌으나 목련 존자가 부처님께 간청하여 도리천忉利天에 태어나게 되었다. 『目蓮經』.
  250. 250)진사(蓮榜) : 연방蓮榜은 소과小科, 즉 생원生員과 진사進士를 뽑던 과거 시험의 합격자 명단을 말한다.
  251. 251)도홍陶泓 : 벼루. 한유韓愈의 「毛穎傳」에 “모영, 즉 붓이 벼루의 명산지인 홍농 사람 도홍陶泓과 벗으로 친하게 지냈다.”는 말이 나온다.
  252. 252)습가지習家池 : 정원 이름. 진晉나라 산도山濤의 아들 산간山簡이 정남장군征南將軍으로 양양襄陽을 진수鎭守하면서 나가 놀기를 좋아하여, 양양 호족豪族 습욱習郁의 화려한 정원 습가지에 배를 띄워 술 마시며 노닐었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호수에 나가 배 위에서 노니는 흥겨운 주연酒宴을 비유할 때 쓰게 되었다. 『世說新語』 「任誕」.
  253. 253)순선旬宣 : 『詩經』 「大雅」 ≺江漢≻에 “임금이 소호에게 명하시어 정사를 두루 펴라 하시다.(王命召虎。 來旬來宣。)”라고 한 데서 유래하여, 지방관이 되어 왕정王政을 펴는 것을 말한다.
  254. 254)홍련紅蓮 막하幕下 : 관찰사를 가리킨다. 진晉나라 때 재신宰臣 왕검王儉이 막부를 열고 재사才士를 많이 영입하자 당시의 명사인 유고지庾杲之가 여기에 의탁하였으므로, 사람들이 이를 두고 연화지蓮花池 또는 홍련막紅蓮幕으로 예찬한 데서 나온 말이다. 『南史』 권49 「庾杲之傳」.
  255. 255)성초星軺 : 봉명사신奉命使臣의 수레.
  256. 256)행대行臺 : 고관이 지방을 순시할 때의 임시 주재소.
  257. 257)사백詞伯 : 시문詩文에 뛰어난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
  258. 258)낭원군朗原君 : 조선 선조宣祖의 손자인 인흥군仁興君 영瑛의 아들로 이름은 간偘, 호는 최락당最樂堂. 형 낭선군郞善君 우俁와 함께 전서篆書·예서隸書를 잘 써서 이름이 높았다. 작품에 「寶月寺重修碑」·「松廣寺嗣院寺蹟碑」 등이 있다. 어머니 여산군부인礪山郡夫人 송씨宋氏는 군수 희업煕業의 딸이다.
  259. 259)할미새(鶺鴒) : 척령鶺鴒은 할미새로 형제를 뜻한다. 낭선군과 낭원군을 말한다.
  260. 260)유성維城 : 왕가王家의 큰아들을 말한다. 『詩經』 「大雅」 ≺板≻에, “종자宗子는 성城과 같다.(宗子維城。)”고 하였다.
  261. 261)훌륭한 글씨(金薤) : 금해金薤는 전서篆書의 일종인 도해서倒薤書의 미칭인데, 뛰어나게 아름다운 문자를 비유해서 쓰이기도 한다.
  262. 262)너무도 매서워(折綿) : 절면折綿은 추운 날씨를 형용하는 말이다. 삼국시대 위魏나라 완적阮籍의 시 ≺大人先生歌≻에 “따스한 양기 미약하고 음기가 극도로 심하여 바다가 얼어 흐르지 않고 목면이 꺾어지노라.(陽和微弱陰氣竭。 海凍不流綿絮折。)”라고 하였고, 황정견黃庭堅의 시 ≺柳閎展如蘇子瞻甥也作詩贈之≻에 “서리의 위엄 능히 실을 끊고, 바람의 힘은 술을 얼리려 하네.(霜威能折綿。 風力欲氷酒。)”라고 하였다.
  263. 263)정리政履 : 서간문에서 지방 수령의 안부를 물을 적에 쓰는 말로, 정황政況과 같은 뜻의 말이다.
  264. 264)천신薦紳 선생 : 지체가 높은 사람.
  265. 265)고니와 땅벌레의 관계 :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淮南子』 「道應」에서 “나는 부자에 비하면 땅벌레와 고니의 관계와 같다.(吾比夫子。 猶黃鵠之與壤蟲。)”고 하였다.
  266. 266)훌륭한 시문(銀鉤) : 초서草書의 멋진 필법으로 써 넣은 글씨를 말한다. 진晉나라 색정索靖이 서법書法을 논하면서 “멋지게 휘돌아 가는 은빛 갈고리(婉若銀鉤)”라는 표현으로 초서를 형용한 고사가 있다. 『晉書』 권60 「索靖傳」.
  267. 267)정사를 베푸시는(吐握) : 토악吐握은 주공周公이 성왕成王을 섭정攝政할 때 현사 만나기에 급급하여, 한 번 밥 먹는 동안 입 안에 든 밥을 세 번이나 뱉고 나가 손님을 맞고, 한 번 머리를 감는 동안에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고 나가 손님을 맞은 것을 이른다. 주공이 아들 백금伯禽을 경계하여 이르기를 “나는 문왕의 아들이요, 무왕의 아우요, 성왕의 숙부이니, 나는 천하 사람 중에 또한 천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 번 머리를 감을 때 세 번이나 머리를 움켜쥐었고, 한 번 밥을 먹을 때 세 번이나 입에 든 밥을 뱉고 나아가 선비를 접대하면서도 행여 천하의 현인을 잃을까 염려했다.(我文王之子。 武王之弟。 成王之叔父。 我於天下亦不賤矣。 然我一沐三捉髮。 一飯三吐哺。 起以待士。 猶恐失天下之賢人。)”고 한 데서 온 말이다. 『史記』 「魯周公世家」.
  268. 268)해가 새로~봄기운이 발양하는데 : 『楚辭』 ≺招魂≻에 “해가 새로이 이르고 봄기운이 발양하건만, 나만 혼자 쫓겨나서 남으로 가네.(獻歲發春兮。 汨吾南征。)”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69. 269)절묘한 것(黃絹外孫) : 동한東漢의 채옹蔡邕이 유명한 조아비曹娥碑에 ‘황견유부외손제구黃絹幼婦外孫虀臼’라고 써 두었는데, 삼국시대 조조曹操의 주부主簿 양수楊脩가 이를 보고 파자破字하여 “황견은 ‘색이 있는 실(色絲)’이므로 절絶 자가 되고 유부는 소녀少女이므로 묘妙 자가 되고 외손은 ‘딸의 아들(女子)’이므로 호好 자가 되고 절구(虀臼)는 ‘매운 것을 받아들이는(受辛)’ 것이므로 사辭 자가 된다. 따라서 ‘절묘호사絶妙好辭’, 즉 절묘한 좋은 글이란 뜻이 된다.”고 풀이하였다. 『世說新語』 「捷悟」.
  270. 270)아마 같지 않겠습니까(將無同耶) : ‘將無同耶’는 서로 같다는 뜻이다. 진晉나라의 완첨阮瞻이 왕융王戎에게 성인聖人은 명교名敎를 존중하고 노장老莊은 자연을 존중하는데, 그 취지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서로 같다.(將無同。)”는 세 글자로 대답하여 왕융에게 칭찬을 받고 등용되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271. 271)밝은 덕(耿光) : 경광耿光은 천자天子의 모습을 칭한 것이다. 『書經』 「立政」에 “문왕의 광명한 빛이라.(文王之耿光。)”라고 하였으며, 여기에서는 덕德이 높음을 이른다.
  272. 272)남쪽의 영郢~격일 뿐 : 반대쪽으로 가면 갈수록 다른 반대쪽과는 그만큼 더 멀어진다는 뜻이다. 남쪽을 가는 자가 초楚의 수도인 영郢까지 오고 나면 아무리 북을 바라보아도 극북에 위치한 명산冥山이 보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명산으로부터 너무 멀리 가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莊子』 「天運」.
  273. 273)달걀을 보고~구하는 것 : 『莊子』 「齊物論」에, “그대는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는구나. 달걀을 보고 밤에 시각을 알려 주길 바라다니.”라고 하였다.
  274. 274)긴장과 이완(弦韋) : 현위弦韋는 활시위와 부드러운 가죽으로, 긴장과 이완을 뜻하는 말이다. 전국시대 때 위魏나라 서문표西門豹가 성격이 급한 것을 고치려고 무두질한 가죽(韋)을 차고 다녔고, 춘추시대 때 진晉나라 동안우董安于가 성격이 느슨한 것을 고치려고 활줄(弦)을 차고 다니며 반성의 자료로 삼았던 고사에서 유래한다. 『韓非子』 「觀行」.
  275. 275)당오堂奧 : 학문의 점진적인 발전과 높은 경지에 이르는 것을 뜻한다. 『荀子』 「大略」의 주註에, “당오는 마루에 오른 뒤에 안방에 들어간다는 승당도오升堂覩奧의 뜻이다.”라고 하였다.
  276. 276)동오童烏 : 아홉 살 때부터 부친의 『太玄經』 저술을 돕다가 일찍 죽었다는 한漢나라 양웅揚雄의 아들 이름인데, 먹을 까만 까마귀(烏)로 비유하여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法言』 「問神」.
  277. 277)백도伯道 : 진晉나라 등유鄧攸의 자字이다. 하동 태수河東太守 등유가 석륵石勒의 병란 때에 아들과 조카를 데리고 피난하다가 둘을 모두 보호할 수 없겠다고 판단하고 죽은 아우의 아들을 살리기 위해 자기 아들을 버렸는데, 그 뒤에 끝내 후사를 보지 못했으므로 사람들이 “하늘이 무지해서 백도에게 아들이 없게 했다.(皇天無知。 使伯道無兒。)”라고 탄식했다는 고사가 전해 온다. 『晉書』 권90 「鄧攸傳」.
  278. 278)가까운 거리(一牛鳴) : 일우명一牛鳴은 일우명지一牛鳴地로, 소의 울음소리가 들릴 정도의 땅이란 뜻이다. 아주 가까운 거리를 말한다.
  279. 279)양중羊仲·구중裘仲과 함께 노니는 일 : 한漢나라 장후蔣詡는 자가 원경元卿으로 왕망王莽이 집권하자 벼슬에서 물러나 향리인 두릉杜陵에 은거하였고, 그 뒤로 집의 대밭 아래에 세 개의 오솔길을 내고 벗 구중과 양중 두 사람하고만 교유하였다. 『蒙求』 「蔣詡三逕」.
  280. 280)≺파유가巴歈歌≻ : 가곡歌曲의 이름. 기생들의 노랫소리가 마치 구슬이 구르는 소리처럼 아름답다는 뜻이다. 『後漢書』 「南蠻傳」에 “풍속이 가무歌舞를 좋아했는데, 고조高祖가 그를 관찰하고 말하기를 ‘이는 무왕武王이 주紂를 정벌하던 노래이다.’라고 하고 악인樂人에게 명하여 익히게 하였으니, 이것이 이른바 ≺파유가≻이다.”라고 하였다.
  281. 281)청묘淸廟 : 『詩經』 「周頌」의 편명으로 문왕을 제사 지내는 내용이다. 고제왕이 선조를 제사 지낼 때 쓰는 악장이다.
  282. 282)양반楊蟠(1017~1106) : 자는 공제公濟이며 별호는 호연거사浩然居士이다. 송나라 임해 장안章安사람이다. 1089년, 소식이 항주태수로 있으면서 양반이 통판으로 있었는데 두 사람은 동료로 지내면서 서로 창화한 시가 매우 많았다. 온주温州를 두 해 동안 다스렸는데 백성들에게도 좋은 평을 받았다. 평생에 지은 시가 매우 많아서 『章安集』 20권이 있으며 유명한 시인 소순흠, 매요신과 함께 칭해진다. 『宋史』 「文苑傳」에 평생의 시가 수천편이라고 전해지는 북송 임해 제일의 시인이다.
  283. 283)중령仲靈 : 명교 계숭明敎契嵩(1007~1072). 송나라 운문종 승려. 성은 이씨. 자는 중령, 자호는 잠자潛子.
  284. 284)안개를 헤치고 : “구름과 안개를 헤치고 푸른 하늘을 본다(披雲霧。 覩靑天。)”는 말. 상대방의 정신이 맑고 분명함을 비유하는 뜻이다. 진晉나라 위관衛瓘이 악광樂廣을 칭찬할 때 쓴 표현이다. 『世說新語』 「賞譽」.
  285. 285)등라 지팡이(赤藤) : 남방의 산중에서 난다는 적색 등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말한다.
  286. 286)대나무 지팡이(方竹) : 방죽方竹은 단면이 네모진 대나무를 말한다.
  287. 287)후지猴池 : 고인도 5대 불교정사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불사佛寺의 미칭으로 쓰인다.
  288. 288)구백九白 : 9년. 백白은 사계절 가운데 가을을 뜻한다.
  289. 289)도사覩史 : ⓢ Tuṣita를 음역한 도사다覩史多의 준말로, 도솔兜率과 같은 말이다.
  290. 290)승금주勝金洲 : 염부제閻浮提. 수미산을 중심으로 하여 인간 세계를 동서남북, 4개의 주로 나누고 그중에서 남쪽 지역을 가리키는 이름. 남쪽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여 남염부제라고 한다.
  291. 291)풍형豊亨 : 모든 것이 풍족하여 구애됨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周易』 「豐卦」의 괘사卦辭.
  292. 292)소씨昭氏가 거문고를 타는 것 : 『莊子』 「齊物論」에 소문昭文의 거문고 타는 것은 성成도 없고 훼毁도 없다는 말이 있다.
  293. 293)각진국사覺眞國師의 시에~하사하신 불갑사 : 각진국사는 임금의 명으로 불갑사에 머물었고 사후에는 임금이 불갑사에 비석을 세우게 하였다고 한다. 이달충李達衷이 지은 「王師大曹溪宗師一邛正令雷音辯海弘眞廣濟都大禪師覺儼尊者贈諡覺眞國師碑銘 幷序」의 송頌에서 “임금이 오성 불갑사를 주시니, 사람들은 나더러 게을러진 새 돌아올 줄 안다고 하네.(君賜筽城佛岬山。 人言倦鳥已知還。)”라고 하였다. 『東文選』 권118 「碑銘」.
  294. 294)반수般倕 : 춘추시대 노魯나라의 기술자 공수반公輸般과 순舜임금 때 유명한 수倕를 가리키는 듯하다.
  295. 295)청제靑帝 : 봄을 맡은 귀신으로 청황靑皇이라고도 하며 동방東方에 위치한다. 『漢書』 「郊祀志」.
  296. 296)주명朱明 : 여름을 맡은 신神. 여름은 불(火)에 해당하며 빛깔은 붉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주명절朱明節은 여름으로 한漢나라 황제가 입하일立夏日에 남교南郊에서 여름 귀신을 맞이하면서 주명가朱明歌를 불렀던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297. 297)전욱顓頊 : 전설상의 황제.
  298. 298)흰옷과 푸른 개의 모양으로 : 구름의 변화를 표현하는 말. 두보杜甫가 친구인 시인 왕계우王季友를 위해 쓴 시 ≺可嘆≻에 나오는 구절에서 유래한다.
  299. 299)윤환輪奐 : 춘추시대 진晉나라 헌문자獻文子가 집을 짓자, 대부 장맹張孟(張老)이 송축하여 이르기를, “아름답다, 윤이여. 아름답다, 환이여.(美哉輪焉。 美哉奐焉。)”라고 하였다. 윤은 집이 높고 큰 것을 이르고, 환은 물건이 많음을 이른다. 이 때문에 윤환은 집이 크고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로 사용한다. 『春秋左氏傳』 성공成公 18년, 『禮記』 「檀弓」.
  300. 300)좌권左券 : 좌계左契와 같은 말로, 계약契約이란 뜻인데, 둘로 나누어 좌우左右를 만들어 각기 한 쪽씩 가지고서 신信을 삼는다. 『老子』에, “성인聖人은 좌계左契를 가지며 사람에게 책하지 아니한다.”고 하였다.
  301. 301)양곡暘谷 : 『淮南子』 「天文訓」에 “해는 양곡에서 떠올라 함지에서 목욕한다.(日出於暘谷。 浴於咸池。)”라는 말이 나온다
  302. 302)상법像法 : 상법시라고도 한다. 부처님의 가르침과 이에 따른 수행자 곧 교법과 수행은 있으나, 깨달음을 증득·증과하는 이가 없는 시대를 말한다.
  303. 303)비보사찰裨補寺刹 : 고려 태조가 창업한 뒤에, 국사國師 도선道詵의 말을 듣고, 국내에 지리의 결점이 있는 곳을 보충하기 위하여 각처에 절을 짓게 하였으니, 이것이 비보사찰이다. 이 밖에는 새로 절을 짓지 말라고 유훈을 남겼다.
  304. 304)아름답게(輪奐) : 규모가 크고 아름답다는 뜻으로, 건물이 낙성된 것을 축하할 때 쓰는 상투적인 표현이다. 『禮記』 「檀弓」.
  305. 305)간선幹善 : 선한 일을 주관한다는 뜻.
  306. 306)배휴裵休 : 당나라 때 명신名臣으로 자字는 공미公美이다. 불교佛敎를 숭상하여 평일에 술과 고기를 먹지 않았고, 불교의 교리敎理를 연구하였다. 황벽 희운 선사黃蘗希運禪師을 흠모하여 완릉宛陵에 개원사開元寺를 세웠다. 진사에 급제하여 하동현자河東懸子에 봉하였고, 조행이 엄숙하고 발랐다. 『傳心法要』의 게문偈文을 썼다. 『唐書』 권182 「裵休傳」.
  307. 307)현도玄度 : 동진東晉 허순許詢의 자字로, 승려 지도림支道林과 교유하면서 청담淸談으로 일세를 풍미하였다.
  308. 308)축법호竺法護 : 서진西晉 시대의 역경승譯經僧.
  309. 309)승우僧祐(445~518) : 남조 양梁의 승려로, 강소江蘇 강녕江寧 사람이다. 양梁 무제武帝가 매우 존숭하여 승려과 관련된 의심은 모두 승우에게 묻고 해결하였다. 승우는 『十誦律」을 종지로 삼아 일찍이 『十誦律義記』 10권을 지었고 또한 역경의 원 자료를 수집하여 역경자의 전기들의 자료를 모아 『出三藏記集』을 지었다.
  310. 310)웅장하게(翬飛) : 휘비翬飛는 화려하게 장식된 추녀는 마치 꿩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는 뜻으로, 웅장하고 화려한 건축물을 비유하는 말이다. 『詩經』 「小雅」 ≺斯干≻에, “공중에 우뚝 선 건물의 모양은 마치 새가 깜짝 놀라서 날개를 펴는 듯하고(如鳥斯革), 화려하게 장식된 추녀는 마치 꿩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如翬斯飛)”는 표현이 나온다.
  311. 311)호목蒿目 : 눈이 흐려서 잘 보지 못함을 형용하며, 몹시 상심하여 멍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말한다. 『莊子』 「騈拇」에 “지금 세상의 어진 사람은 눈을 멍하니 뜨고 멀리 바라보면서 세상의 어려움을 걱정한다.(今世之仁人。 蒿目而憂世之患。)”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12. 312)향해香海 : 불경에 나오는 수미산須彌山 주위의 바다를 가리킨다. 혹은 불문佛門을 가리킨다.
  313. 313)지주砥柱 : 지주厎柱라고도 쓰며, 하수河水의 중류中流에 있는 산 이름이다. 홀로 서서 흔들리지 않는 것을 중류지주中流砥柱라 한다.
  314. 314)유자(縫掖) : 봉액縫掖은 소매 밑에서부터 꿰맨 옷으로 공자가 봉액한 옷을 입었다 하여 유자들의 옷을 그렇게 말한다.
  315. 315)인수仁壽 : 어짊과 덕이 있으면 오래 산다는 말이다. 『論語』 「雍也」.
  316. 316)단사丹砂 : 붉은 선약을 말한다. 옛날 도사道士들은 단사를 원료로 하여 불로장생의 비약秘藥을 구워 냈는데, 이를 연단술鍊丹術·연금술鍊金術·점금지술點金之術이라고도 한다. 여러 가지 쇠붙이를 금으로 변형시킬 수 있다고 하였다.
  317. 317)오훼烏喙 : 부자附子를 말한다. 바꽃의 덩이뿌리로 성질은 덥고 독성이 있는데 심복통心腹痛·치통齒痛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뿌리의 모양이 까마귀 부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토부자土附子·초오草烏라고도 한다.
  318. 318)백출白朮 : 삽주의 덩이줄기를 말린 약재로 구토·설사 등에 쓰인다.
  319. 319)자단紫團 : 자단산紫團山에서 나는 삼인 자단삼을 가리키는 듯하다.
  320. 320)한번 변하면~이를 만하니 : 『論語』 「雍也」의 “제齊나라를 한번 변화시키면 노魯나라의 수준을 만들 수 있고, 노나라를 한번 변화시키면 선왕先王의 도에 이르게 할 수 있다.”라는 표현을 원용한 것이다.
  321. 321)서까래 같은 붓 : 진晉나라 왕순의 꿈에 어떤 사람이 서까래처럼 큰 붓(大筆如椽)을 건네주자, 꿈을 깨고 나서는 “내가 솜씨를 크게 발휘할 일이 있을 모양이다.(當有大手筆事。)”라고 하였는데, 과연 얼마 뒤에 황제가 죽자 애책문哀冊文과 시의諡議 등을 모두 왕순이 도맡게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晉書』 권65 「王導列傳 王珣」.
  322. 322)항아리나 덮는 것 : 『漢書』 「揚雄傳」에 “유흠劉歆이 양웅이 지은 『法言』을 보고 ‘왜 세상에서 알지도 못하는 글을 이토록 애써 지었을까. 나중에는 장독 뚜껑밖에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고 하였다. 대개 자기의 저술을 겸칭하는 말이다.
  323. 323)푸른 원앙 : 청원와青鸳瓦인 듯하다.
  324. 324)땅은 축丑에 열리고 : 송나라 소옹邵雍이 세운 원회운세설元會運世說에 나온다. 회會는 십이지十二支에 따라 모두 12회가 있는데, “하늘은 자회子會에서 열리고, 땅은 축회丑會에서 열리며, 사람과 만물은 인회寅會에서 생겨난다.(天開於子。 地闢於丑。 人生於寅。)”라고 하였다. 『皇極經世書』.
  325. 325)단번에 한 가람을 만들었으니 : 진晉나라 부호富豪 석숭石崇이 “손님을 위해 팥죽을 대접하면서 한 번 호흡하는 사이에 마련하게 하였다.(爲客作豆粥。 咄嗟便辦。)”는 기록이 『晉書』 권33 「石崇列傳」에 보인다.
  326. 326)호련瑚璉 : 오곡을 담아 신께 바치던 제기. 하夏나라에서는 연璉이라 하였고, 상商나라에서는 호瑚라 하였으며, 주周나라에서는 보궤簠簋라고 하였다
  327. 327)제위提謂 : ⓢ Trapuṣa. 부처가 성도한 뒤에 최초로 공양하고 귀의한 두 상인 가운데 한 명이다. 제위는 제리부사帝梨富娑 혹은 제리부사帝履富娑의 약칭이다. 또한 포살리위布薩離謂라고 하며 의역하면 황과黃瓜·호과胡瓜·과瓜이다. 『方廣大莊嚴經』 권10 「商人蒙記品」에 실려 있다. 세존이 성도한 49일에 다연림수 아래에 단정히 앉았는데 이때 북천축의 제위와 파리 형제 두 사람이 상인의 주인이 되어 5백승의 진귀한 보물을 싣고 본국으로 돌아가다가 이곳에서 만나 세존께 공양하고 인천의 법을 듣고는 세존에게 귀의하여 불제자가 되었다. 이것이 곧 불문에 우바새가 생긴 시초이다.
  328. 328)초밀麨蜜 : 구워서 익힌 쌀가루 혹은 보릿가루를 꿀로 달게 만든 음식이다. 당 현장의 『大唐西域記』 「縛喝國」에 “그때 두 장자가 저 위엄스러운 빛을 만나서 그 행차를 따라 마침내 초밀을 바치니, 세존께서 인천의 복을 설법하였으니 최초로 오계십선을 들을 수 있었다.”고 하였다.
  329. 329)맹민孟敏이 땅에 떨어뜨리고 : 후한後漢 때 맹민이라는 사람이 등에 시루를 지고 가다가 발을 헛디뎌 시루가 땅에 떨어지자 돌아보지도 않고 그냥 가 버렸다. 그 광경을 본 고사高士 곽태郭太가 그 이유를 물어보자 맹민이 대답하기를, “시루가 깨졌는데 돌아본들 무슨 소용이 있소.”라고 하자 그의 자질을 훌륭하게 여겨 학문을 권하니 10년 만에 이름이 크게 알려졌다. 『後漢書』 권68 「郭太列傳」.
  330. 330)범염范冉의 먼지 나는 시루 : 후한後漢 환제桓帝 때 범염이 내무萊蕪의 장관으로 부름을 받고도 응하지 않고, 그 뒤 누차 태위부太尉府와 시어侍御로 임명받았어도 나아가지 않은 채 가난을 감수하며 살았으므로, 당시 사람들이 내무 고을의 수령인 범염을 “시루 속에 먼지 나는 범사운이요, 솥 속에 물고기 헤엄치는 범내무로다.(甑中生塵范史雲。 釜中生魚范萊蕪。)”라는 노래로 찬미한 고사가 있다. 사운史雲은 범염의 자字이다. 『後漢書』 권111.
  331. 331)공방형孔方兄 : 돈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말. 돈이 둥글고 가운데 모난 구멍이 있으므로 의인擬人하여 공방孔方이라 한다.
  332. 332)운문雲門의 떡 : 운문호병雲門餬餅. 공안公案의 하나. 운문종의 종조 운문 문언雲門文偃 선사가 어떤 중의 ‘무엇이 부처를 뛰어넘고 조사를 뛰어넘는 것인가ʼ라는 물음에 기연을 지어 문답한 것이다. 『碧巖錄』 제77칙.
  333. 333)금우金牛의 밥 : 금우반통金牛飯桶. 공안의 하나. 금우 화상이 정오만 되면 도시락 통을 가지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면서 공양하러 오라고 외쳤다. 뒷날 어떤 승려가 장경長慶에게 그 의미를 물으니 장경이 재齋를 드리고 경찬慶讚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碧巖錄』 74칙.
  334. 334)숙석熟石 : 석회에 물을 부은 소석消石을 가리키는 듯하다.
  335. 335)겸선兼善 : 『孟子』 「盡心上」에 “궁하면 홀로 그 자신을 닦아 선하게 하고, 현달하면 천하 사람을 함께 선하게 한다.(窮則獨善其身。 達則兼善天下。)”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336. 336)용녀龍女 : 『法華經』 「提婆達多品」에 용녀성불의 이야기가 나온다.
  337. 337)복전福田 : 봄에 씨 뿌리고 가꾸면 가을에 수확할 수 있는 것처럼, 부처나 비구에게 공양供養하고 보시布施하며 선근善根을 심으면 그 보답으로 복을 받는다는 말이다. 『長阿含六小緣經』.
  338. 338)강杠·각榷·기徛·작彴 : 다리의 이칭. 『漢書』와 『爾雅』 등에 보인다.
  339. 339)안교鴈橋 : 『三國志』 「蜀書」에 선주先主(유비)가 장임張任을 사로잡은 장소로 나온다.
  340. 340)풍교楓橋 : 중국 소주蘇州 창문閶門 밖에 있는 다리.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의 ≺楓橋夜泊≻이 유명하다.
  341. 341)중위교中渭橋 : 장안 북방을 흐르는 위수에 놓은 다리.
  342. 342)백학교白鶴橋 : 절강성浙江省 백학촌白鶴村에 있던 다리.
  343. 343)계룡교繫龍橋 : 미주眉州 팽산현彭山縣에 있던 다리.
  344. 344)낙려교落驢橋 : 원주袁州 서쪽에 있던 다리.
  345. 345)자오교子午橋 : 강소성江蘇省 염성시鹽城市에 있던 다리.
  346. 346)정묘교丁卯橋 : 윤주潤州에 있던 다리. 당나라 명사 허혼許渾의 별장이 부근에 있었다.
  347. 347)비옥한 땅과 단 샘물 : 당나라 때 문신 이원李愿이 일찍이 벼슬을 사직하고 물러나 이곳에 은거할 적에 한유韓愈가 그를 송별하는 「送李愿歸盤谷序」를 지어 그를 칭찬했는데, 그 글에 “태항산 남쪽에 반곡이 있으니, 반곡 안에는 샘물이 맛 좋고 땅이 비옥하여, 초목이 무성하고 사는 사람은 드물다.(太行之陽有盤谷。 盤谷之間。 泉甘而土肥。 草木叢茂。 居民鮮少。)”고 한 데서 온 말이다.
  348. 348)삼휴三休 : 세 가지 쉬어야 할 이유라는 뜻으로, 당나라 때 시인 사공도司空圖가 만년에 벼슬에서 물러나 중조산中條山 왕관곡王官谷에 삼휴정三休亭 또는 휴휴정休休亭이라는 정자를 짓고, 그 기문記文인 「休休亭記」에 “첫째는 재주를 헤아려 보니 쉬는 게 마땅하고, 둘째는 분수를 헤아려 보니 쉬는 게 마땅하고, 셋째는 귀먹고 노망했으니 쉬는 게 마땅하다.(蓋量其才一宜休。 揣其分二宜休。 耄且聵三宜休。)”고 한 데서 유래하였다.
  349. 349)압록鴨綠 : 지명. 곡성군 오곡면 압록리.
  350. 350)백량栢梁 : 한 무제가 축조한 누대 이름. 높이가 수십 길에 이르렀다. 그것이 불에 타자 다시 대규모의 건장궁建章宮을 축조했는데, 그 설계 규모가 천문만호千門萬戶였다고 한다. 『漢書』 「郊祀志」.
  351. 351)판탕版蕩 : 『詩經』에 나오는 두 편명. 사회 혼란을 가리킨다.
  352. 352)몰락(淪胥) : 『詩經』 「小雅」 ≺小旻≻에 “저 흐르는 샘물처럼 다 같이 몰락하여 패망하지 않게 되기를.(如彼泉流。 無淪胥以敗。)”이라는 말이 나온다.
  353. 353)스님(苾蒭) : 비구比丘가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자에 대한 통칭.
  354. 354)월전月殿 : 월궁月宮과 같은 뜻으로, 전하여 달을 가리킨다. 하夏나라 때 유궁후예有窮后羿가 일찍이 선녀 서왕모西王母에게서 불사약不死藥을 구해 놓았는데, 그의 아내인 항아姮娥가 그것을 먼저 훔쳐 먹고 신선이 되어 달 속으로 달아나서 달의 정기精氣가 되었다는 전설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부인의 죽음을 비유한 것이다. 『說郛』.
  355. 355)왕이王爾와 반수班輸 : 전설적인 장인의 이름들. 전국시대 송옥宋玉의 ≺笛賦≻에 “왕이王爾와 공수公輸의 무리로 하여금 묘한 뜻을 합하고 솜씨를 겨루어서 피리를 만들었다.”고 하였다.
  356. 356)원금寃禽 : 정위精衛라고도 한다. 염제의 어린 딸 여와女娃의 정령이 변한 것이다. 여와는 동해를 유람하다가 익사했는데, 그 혼이 작은 새로 변해 북방 발구산發鳩山 위에 살았다. 정위는 서산의 나무와 돌을 물어다 동해를 평평하게 메우려고 했다.
  357. 357)부釜를 주고 유庾를 주고 : 『論語』 「雍也」편의 구절. 부釜는 6말 4되에 상당하고, 유庾는 16말에 상당한다.
  358. 358)십력十力 : 부처만이 갖추고 있는 열 가지 지혜의 능력.
  359. 359)교진나憍陳那 : ⓢ ājñāta-kauṇḍinya. 의역하면 ‘지본제知本際’가 된다.
  360. 360)한 게송 : 녹야원에서 깨달은 다섯 비구 가운데 한 명인 앗사지 존자가 전한 게송으로 연기법송이라 하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모든 것은 인연에서 생긴다, 부처님은 그 인연을 설하셨다. 모든 것은 인연에 따라 소멸한다. 이것이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다.(諸法從緣起。 如來說是因。 彼法因緣盡。 是大沙門說。)”
  361. 361)배의 노를~펼쳐 놓아 : 『莊子』 「大宗師」에 “골짜기 속에 배를 숨겨 두고 산을 못 속에 숨겨 두면 안전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한밤중에 힘센 자가 등에 지고 달아나도 어리석은 사람은 알아채지를 못한다.(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 有力者。負之而走。 昧者不知也。)”고 하였다.
  362. 362)학수鶴樹 : 대열반을 맞이하는 부처님이 제자를 향해 마지막 당부를 하는 때에 사라沙羅나무는 학의 깃털처럼 새하얗게 변하여 학림鶴林 또는 학수鶴樹라 불렸다.
  363. 363)서역(身毒) : 신독身毒은 서역의 천축국(인도)을 가리킨다.
  364. 364)패엽貝葉 : 패다라엽貝多羅葉의 준말. 다라수多羅樹의 잎. 인도에서 종이 대신 경문經文을 적는 데 썼다.
  365. 365)칠중七衆 : 일곱 대중의 불제자. 비구·비구니·식차마나·사미·사미니·우바새·우바이를 가리킨다.
  366. 366)사빈泗濱 : 사수泗水 가의 돌. 악기 경磬을 만드는 재료가 된다. 『書經』 「禹貢」에 “역양산의 기이한 오동나무와 사수 가의 경석.(嶧陽孤桐。 泗濱浮磬。)”이라 했다.
  1. 1)題名。編者依版心而補入。
  2. 2)「文」編者補入。
  3. 1)「扛」疑「杠」{編}。
  4. 1)「社」疑「杜」{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