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백우수필(百愚隨筆) / 百愚隨筆

ABC_BJ_H0183_T_002

009_0161_a_01L
百愚隨筆
설암 석실雪巖石室

이상현 (역)

총목차總目次
백우집百愚集 서문
시문詩文 17편十七篇
 발원사發願詞
 염불가念佛謌
 사교四敎의 행위도行位圖(四敎行位圖)
  1. 원교圓敎의 행위行位(圓敎行位)
   1) 십신十信 이전의 오품五品(十前五品)
   2) 십신十信
   3) 십주十住
   4) 십행十行
   5) 십향十向
   6) 십지十地
  2. 별교別敎의 행위行位
   1) 십신十信
   2) 십주十住
   3) 십행十行
   4) 십향十向
   5) 십지十地
  3. 통교십지通敎十地
  4. 소승교小乘敎
 월송장로月松長老에게 부치다(寄月松長老)
 선하도인禪河道人에게 보이다(示禪河道人)
 인사印師와 헤어지며 남겨 주다(留別印師)
 둥근 부채(圓扇)
 자찬自讃
 쌍명대사雙明大師의 질문에 답하다(答雙明大師問)
 지리산智異山 대원암大源庵의 기문(智異山大源庵記)
 상불암上佛庵의 기문(上佛庵記)
 무위암無爲庵의 기문(無爲庵記)
 제광루霽光樓의 기문(霽光樓記)
 백암栢庵의 제문祭文(祭栢庵文)
 벽암碧巖의 제문(祭碧嵒文)
 취미翠微의 제문(祭翠微文)
 무영無影의 제문(祭無影文)

부록附錄 2편二篇
 설암설雪嵒說부록
 석실 石室 선사先師의 행장(石室先師行狀)부록
 또(又)
문인
설암雪巖의 유고遺稿 뒤에 쓰다(書雪巖遺稿後)
조각자助刻者 명단
시문詩文
발원사發願詞
願我隨順如來敎  제가 여래의 가르침대로 순종해서
永離闡提不信障  천제闡提의 불신不信의 장애4)를 길이 여의게 하소서
願捨貪瞋愛慢心  탐진과 애만의 마음을 놓아 버리고
常念慈悲喜捨門  자비희사의 문을 늘 생각하게 하소서
願如優波護淨戒  우바리優波離5)처럼 정계를 수호하여
六根三業皆淸淨  육근과 삼업 모두 청정하게 하소서
願如飮光那伽定  음광飮光처럼 나가의 선정에 들어
雞足山中待龍華  계족산에서 용화를 기다리게 하소서6)
願如目連大神通  목건련目犍連7)과 같은 대신통력을 발휘하여
游歷河沙佛國中  항하사의 불국토를 유력하게 하소서
願如文殊大智慧  문수사리와 같은 대지혜를 발휘하여
深達龍女罪福相  용녀龍女의 죄복상을 훤히 알게 하소서8)
願如富那大辯才  부루나富樓那9)와 같은 위대한 변재로
諸佛法門恒演說  제불의 법문을 항상 연설하게 하소서
願如佛子羅睺羅  부처님 아들 라후라羅睺羅10)와 같이
世世常爲法王子  세세에 법왕의 아들이 되게 하소서
願如阿難護法藏  아난처럼 법장을 수호하여
總持流通法門海  법문해法門海11)를 총지하고 유통하게 하소서

009_0161_a_01L百愚隨筆

009_0161_a_02L
009_0161_a_03L
雪巖石室大師著

009_0161_a_04L

009_0161_a_05L1)總目次 [2]

009_0161_a_06L
詩文十七篇

009_0161_a_07L發願詞念佛謌四敎行位圖
009_0161_a_08L月松長老示禪河道人留別印師
009_0161_a_09L圓扇自讃答雙明大師問智異
009_0161_a_10L山大源庵記上佛庵記無爲庵記
009_0161_a_11L霽光樓記祭栢庵文祭碧嵒文
009_0161_a_12L翠微文祭無影文

009_0161_a_13L附錄二篇

009_0161_a_14L雪嵒說附石室先師行狀附

009_0161_a_15L

009_0161_a_16L2)詩文 [3]

009_0161_a_17L發願詞

009_0161_a_18L
願我隨順如來敎永離闡提不信障

009_0161_a_19L願捨貪瞋愛慢心常念慈悲喜捨門

009_0161_a_20L願如優波護淨戒六根三業皆淸淨

009_0161_a_21L願如飮光那伽定雞足山中待龍華

009_0161_a_22L願如目連大神通游歷河沙佛國中

009_0161_a_23L願如文殊大智慧深達龍女罪福相

009_0161_a_24L願如富那大辯才諸佛法門恒演說

009_0161_a_25L願如佛子羅睺羅世世常爲法王子

009_0161_a_26L願如阿難護法藏總持流通法門海

009_0161_b_01L
願如常啼愍衆生  상제보살常啼菩薩12)처럼 중생을 불쌍히 여겨
月愛光中淚不收  월애광月愛光13) 속에 눈물을 금치 못하게 하소서
願如不輕無我行  불경不輕14)과 같은 무아의 행동으로
佛性遍記一切人  일체인의 불성을 기억하게 하소서
願如地藏無邊身  지장보살과 같은 무변신으로
地獄門前放光明  지옥문 앞에서 광명을 발하게 하소서
願如觀音普門行  관세음보살과 같은 보문행으로
三十二應遍塵刹  삼십이응三十二應15)으로 온 세계에 두루 하게 하소서
願如普賢大願行  보현보살과 같은 대원행으로
廣大願雲恒不盡  광대한 서원誓願의 구름이 다함이 없게 하소서
願如仙人忍辱行  선인仙人16)과 같은 인욕행으로
五百世中行苦行  오백세 중에 고행을 행하게 하소서
願如薩埵精進行  금강살타金剛薩埵와 같은 정진행精進行17)으로
常勤修習波羅蜜  항상 바라밀을 열심히 닦아 익히게 하소서
願如藥王然身行  약왕보살藥王菩薩과 같은 연신행으로
燒身臂指作供養  몸과 팔과 손을 태워 공양하게 하소서19)
願如善財童眞行  선재와 같은 동진행童眞行20)으로
一生圓成廣劫功  일생에 광겁의 공을 원만히 이루게 하소서
願如彌勒栴檀室  미륵보살의 전단의 거실과 같이
樓閣之中見華藏  누각에서 화장세계華藏世界를 보게 하소서
願如普賢毛孔刹  보현보살普賢菩薩의 털구멍 속 진찰塵刹과 같이
一一塵中見法界  하나하나의 티끌 속에서 법계를 보게 하소서21)
願如釋尊本壽量  석존의 본래의 수명22)과 같이
塵墨劫前早成佛  진묵겁塵墨劫23) 이전에 일찍 성불하게 하소서
願如賢勝大壽命  현승불賢勝佛의 대수명과 같이
勝蓮華界共游戱  승연화세계에서 함께 유희하게 하소서24)
願如大通智勝光  대통지승大通智勝25)의 광명과 같이
普照十方諸世界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게 하소서
願如多寶塔中願  다보여래多寶如來의 탑중의 서원과 같이
十方佛法皆證聽  시방의 불법을 모두 증청하게 하소서
願如藥師十二願  약사여래의 십이 서원과 같이
引導衆生極樂國  중생을 극락국으로 인도하게 하소서
願如彌陀六八願  아미타불의 사십팔 서원과 같이
一切衆生皆成佛  일체중생이 모두 성불하게 하소서
願承佛光徃西方  부처님 빛을 받아 서방에 가서
白蓮華界蒙佛記  백련화 세계에서 불기를 받게 하소서
願離諸障得解脫  온갖 장애를 여의고 해탈을 얻어
廣劫無明一時消  광겁의 무명이 일시에 소멸하게 하소서
願入法界安立海  법계안립해에 들어가서
衆生煩惱業茫茫  중생의 번뇌업을 여의게 하소서
願度衆生盡無餘  중생을 모두 빠짐없이 제도하여
生死海中作佛事  생사의 바다에서 불사를 짓게 하소서
天衣拂石願無窮  천의天衣로 불석拂石하도록 서원이 무궁하오니26)
一念普照無量劫  일념이 무량겁을 두루 비추나이다
大空銷盡志無邊  허공이 없어질지언정 뜻은 가가 없나니
無量遠劫一念中  끝없이 아득한 시간이 일념 중에 있나이다
歸命三寶發此願  삼보에 귀명하며 이 서원을 발하오니
願垂慈悲作證明  자비를 드리워 증명해 주옵소서

009_0161_b_01L願如常啼愍衆生月愛光中涙不收

009_0161_b_02L願如不輕無我行佛性遍記一切人

009_0161_b_03L願如地藏無邊身地獄門前放光明

009_0161_b_04L願如觀音普門行三十二應遍塵刹

009_0161_b_05L願如普賢大願行廣大願雲恒不盡

009_0161_b_06L願如仙人忍辱行五百世中行苦行

009_0161_b_07L願如薩埵精進行常勤修習波羅蜜

009_0161_b_08L願如藥王然 [2] 身行燒身臂指作供養

009_0161_b_09L願如善財童眞行一生圓成廣劫功

009_0161_b_10L願入彌勒栴檀室樓閣之中見華藏

009_0161_b_11L願入普賢毛孔刹一一塵中見法界

009_0161_b_12L願如釋尊本壽量塵墨劫前早成佛

009_0161_b_13L願如賢勝大壽命勝蓮華界共游戱

009_0161_b_14L願如大通智勝光普照十方諸世界

009_0161_b_15L願如多寶塔中願十方佛法皆證聽

009_0161_b_16L願如藥師十二願引導衆生極樂國

009_0161_b_17L願如彌陀六八願一切衆生皆成佛

009_0161_b_18L願承佛光徃西方白蓮華界蒙佛記

009_0161_b_19L願離諸障得解脫廣劫無明一時消

009_0161_b_20L願入法界安立海衆生煩惱業茫茫

009_0161_b_21L願度衆生盡無餘生死海中作佛事

009_0161_b_22L天衣拂石願無窮一念普照無量劫

009_0161_b_23L大空銷盡志無邊無量遠劫一念中

009_0161_b_24L歸命三寶發此願願垂慈悲作證明

009_0161_c_01L
염불가念佛謌
如是我聞釋迦佛  여시아문 독송하며 나무석가불
偁讚西方彌陀佛  서방정토 찬미하며 나무미타불
四十八願願成佛  사십팔원으로 성불을 서원하며
攝化衆生皆成佛  교화된 중생 모두 성불하기를
觀音大士助念佛  염불을 조력하며 관세음보살
勢至菩薩引念佛  염불을 인도하며 대세지보살
六方諸佛偁念佛  육방의 제불을 칭송하며 염불하고
歷代祖師皆念佛  역대의 조사도 모두 염불해야지
我今信解心念佛  내가 지금 즉심염불卽心念佛을 신해하여
普勸諸人勤念佛  사람들에게 열심히 염불하라 권하노니
一切衆生心是佛  일체중생의 마음이 바로 부처님이라
精進修行覺悟佛  정진 수행하면 부처임을 깨달으리라
發菩提心南無佛  보리심을 발하며 나무불
懺悔發願南無佛  참회하고 발원하며 나무불
燒香禮拜南無佛  향 사르고 예배하며 나무불
獻花然燈南無佛  꽃 바치고 등 올리며 나무불
供養三寶南無佛  삼보에 공양하며 나무불
隨喜讚歎南無佛  수희하고 찬탄하며 나무불
持戒修身南無佛  지계하고 수신하며 나무불
定慧安心南無佛  정혜로 안심하며 나무불
觀寂滅性南無佛  적멸의 성품을 관하며 나무불
見端嚴相南無佛  단엄한 상호相好를 보면서 나무불
無我無人南無佛  아상我相과 인상人相 없이 나무불
無相無爲南無佛  상도 없고 하는 바도 없이 나무불
見佛塔廟南無佛  부처님 탑묘를 보며 나무불
入僧伽藍南無佛  승가의 가람에 들며 나무불
讀誦經典南無佛  경전을 독송하며 나무불
入定觀空南無佛  입정하여 공을 관하며 나무불
念國王恩南無佛  국왕의 은혜 생각하며 나무불
恭敬尊長南無佛  존장을 공경하며 나무불
報父母恩南無佛  부모 은혜 보답하며 나무불
慈愍貧病南無佛  가난과 병을 연민하며 나무불
寃親平等南無佛  원친을 평등히 대하며 나무불
善惡無心南無佛  선악을 분별하는 마음 없이 나무불
貪瞋動念南無佛  탐진의 마음이 동하면 나무불
癡愛亂心南無佛  치애의 마음이 어지러우면 나무불
毁聲入耳南無佛  헐뜯는 소리 들려와도 나무불
喜風當情南無佛  기쁘게 생각되더라도 나무불
若見寶貨南無佛  보배로운 재화를 보면 나무불
若見妖色南無佛  요염한 여색을 보면 나무불
若見殺生南無佛  살생의 일을 보면 나무불
若見死屍南無佛  죽은 시체를 보면 나무불
若入水火南無佛  물과 불 속에 들어가면 나무불
若遇重病南無佛  중한 병에 걸리면 나무불
念地獄苦南無佛  지옥의 고통을 생각하며 나무불
念餓鬼苦南無佛  아귀의 고통을 생각하며 나무불

009_0161_c_01L念佛謌

009_0161_c_02L
如是我聞釋迦佛偁讃西方彌陀佛

009_0161_c_03L四十八願願成佛攝化衆生皆成佛

009_0161_c_04L觀音大士助念佛勢至菩薩引念佛

009_0161_c_05L六方諸佛偁念佛歷代祖師皆念佛

009_0161_c_06L我今信解心念佛普勸諸人勤念佛

009_0161_c_07L一切衆生心是佛精進修行覺悟佛

009_0161_c_08L發菩提心南無佛懺悔發願南無佛

009_0161_c_09L燒香禮拜南無佛獻花然燈南無佛

009_0161_c_10L供養三寶南無佛隨喜讃歎南無佛

009_0161_c_11L持戒修身南無佛定慧安心南無佛

009_0161_c_12L觀寂滅性南無佛見端嚴相南無佛

009_0161_c_13L無我無人南無佛無相無爲南無佛

009_0161_c_14L見佛塔廟南無佛入僧伽藍南無佛

009_0161_c_15L讀誦經典南無佛入定觀空南無佛

009_0161_c_16L念國王恩南無佛恭敬尊長南無佛

009_0161_c_17L報父母恩南無佛慈愍貧病南無佛

009_0161_c_18L寃親平等南無佛善惡無心南無佛

009_0161_c_19L貪瞋動念南無佛癡愛亂心南無佛

009_0161_c_20L毁聲入耳南無佛喜風當情南無佛

009_0161_c_21L若見寶貨南無佛若見妖色南無佛

009_0161_c_22L若見殺生南無佛若見死屍南無佛

009_0161_c_23L若入水火南無佛若遇重病南無佛

009_0161_c_24L念地獄苦南無佛念餓鬼苦南無佛

009_0161_c_25L目次編者作成補入「詩文」二字編者補
009_0161_c_26L

009_0162_a_01L念傍生苦南無佛  축생의 고통을 생각하며 나무불
求一切苦南無佛  일체의 고통을 구제하며 나무불
雷霆霹靂南無佛  천둥과 번개가 쳐도 나무불
天崩地裂南無佛  하늘과 땅이 무너져도 나무불
羅刹鬼國南無佛  나찰 귀국에 떨어져도 나무불
刀兵賊難南無佛  도병 적난을 만나도 나무불
淫坊酒肆南無佛  음방 주사에서도 나무불
虎穴魔宮南無佛  호혈 마궁에서도 나무불
行住坐臥南無佛  행주좌와 언제나 나무불
著衣喫飯南無佛  옷 입고 밥 먹으며 나무불
語時默時南無佛  말할 때나 침묵할 때나 나무불
睡時夢時南無佛  졸릴 때나 잘 때에도 나무불
念念歸於一念佛  생각마다 일념의 불에 귀의하여
一念圓成三昧佛  일념불로 원만히 삼매의 불을 이루고
三昧得見無生佛  삼매불로 무생의 불을 증득하면
始知衆生本成佛  중생이 본래 부처임을 비로소 알 것이요
臨終面見彌陀佛  임종할 때에도 미타불이 친히 강림하여
摩頂授記證心佛  머리 만지며 증심불의 수기를 내리리라
사교四敎27)의 행위도行位圖(四敎行位圖)
제교諸敎의 행위行位가 비록 명목名目은 같아도 그 권실權實에 따라 분제分齊에 다름이 있어서 사람이 혹 미혹되기도 하기에, 여러 소론疏論에서 간추려 모아 배대配對함으로써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1. 원교圓敎의 행위行位(圓敎行位)
1) 십신十信 이전의 오품五品(十前五品)
일 : 수희
이 : 독송
삼 : 설법
사 : 겸행
오 : 정행
위의 오품五品에서 원교圓敎가 오주五住28) 무명無明을 조복調伏하는 것은 별교別敎의 십신十信과 같다.

2) 십신十信
일 : 견혹見惑29)을 끊는다. 소승小乘 초과初果와 같다.
이 :

009_0162_a_01L念傍生苦南無佛求一切苦南無佛

009_0162_a_02L雷霆霹靂南無佛天崩地裂南無佛

009_0162_a_03L羅刹鬼國南無佛刀兵賊難南無佛

009_0162_a_04L淫坊酒肆南無佛虎穴魔宮南無佛

009_0162_a_05L行住坐臥南無佛著衣喫飯南無佛

009_0162_a_06L語時默時南無佛睡時夢時南無佛

009_0162_a_07L念念歸於一念佛一念圓成三昧佛

009_0162_a_08L三昧得見無生佛始知衆生本成佛

009_0162_a_09L臨終面見彌陀佛摩頂授記證心佛

009_0162_a_10L

009_0162_a_11L四敎行位圖

009_0162_a_12L
諸敎行位名目雖同隨其權實
009_0162_a_13L齊有異人或迷之摭諸疏論合而
009_0162_a_14L配之令得易解

009_0162_a_15L
圓敎行位

009_0162_a_16L信前五品 一 : 隨喜

009_0162_a_17L     二 : 讀誦

009_0162_a_18L     三 : 說法

009_0162_a_19L     四 : 兼行

009_0162_a_20L     五 : 正行

009_0162_a_21L上五品圓伏五住無明與別十信同

009_0162_a_22L十信

009_0162_a_23L一 : 斷見惑小乘初果 [3] 〈至次頁上段〉

009_0162_a_24L二 :

009_0162_b_01L삼 :
사 :
오 :
육 :
칠 : 사혹思惑을 끊는다. 아공我空 사과四果와 같다.
팔 :
구 :
십 : 계외界外의 진사혹塵沙惑을 끊는다.

3) 십주十住
일 : 일품무명一品無明을 끊고 일분진여一分眞如를 증득한다. 하나를 끊어 일체를 끊고(一斷一切斷) 하나를 증득하여 일체를 증득하니(一證一切證),30) 사십사위四十四位의 공덕이 은연隱然히 구족具足한다. 비록 별교別敎의 초지初地와 비슷하지만, 역별歷別과 원융圓融31)의 차이는 천지처럼 현격하다.
이 :
삼 :
사 :
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4) 십행十行
일 :
이 : 십이품무명十二品無明을 끊는 것이 별교別敎의 묘각妙覺과 비슷하다. 그래서 “우리 집안의 진인眞因으로 너희 집안의 극과極果를 삼는다.”32)라고 하고, “삼행三行으로부터 그 이후는 별교別敎의 사람도 명자名字를 알지 못한다.”라고 한 것이다.
삼 :
사 :

009_0162_b_01L三 :

009_0162_b_02L四 :

009_0162_b_03L五 :

009_0162_b_04L六 :

009_0162_b_05L七 : 斷思惑我空四果➁〈至次頁中段〉

009_0162_b_06L八 :

009_0162_b_07L九 :

009_0162_b_08L十 : 斷界外塵沙惑➂〈至次頁下段〉

009_0162_b_09L十住

009_0162_b_10L一 : 斷一品無明證一分眞如而一斷一切斷一證一切證四十四位功德隱然具足雖齊別敎初地歷別與圓融天地懸隔➃〈至次頁下段〉

009_0162_b_11L二 :

009_0162_b_12L三 :

009_0162_b_13L四 :

009_0162_b_14L五 :

009_0162_b_15L六 :

009_0162_b_16L七 :

009_0162_b_17L八 :

009_0162_b_18L九 :

009_0162_b_19L十 :

009_0162_b_20L十行

009_0162_b_21L一 :

009_0162_b_22L二 : 斷十二品無明與別妙覺齊故云以我家之眞因爲汝家之極果 從三行已去別敎之人不知名字也➄〈至次頁下段〉

009_0162_b_23L三 :

009_0162_b_24L四 :

009_0162_c_01L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5) 십향十向
일 :
이 :
삼 :
사 :
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6) 십지十地
일이삼사오 : 통교通敎의 삼매낙의생신三昧樂意生身33)과 같다.

009_0162_c_01L五 :

009_0162_c_02L六 :

009_0162_c_03L七 :

009_0162_c_04L八 :

009_0162_c_05L九 :

009_0162_c_06L十 :

009_0162_c_07L十向

009_0162_c_08L一 :

009_0162_c_09L二 :

009_0162_c_10L三 :

009_0162_c_11L四 :

009_0162_c_12L五 :

009_0162_c_13L六 :

009_0162_c_14L七 :

009_0162_c_15L八 :

009_0162_c_16L九 :

009_0162_c_17L十 :

009_0162_c_18L十地

009_0162_c_19L一二三四五 : 三昧樂意生身

009_0163_a_01L육칠팔六七八 : 통교의 각법자성성의생신覺法自性性意生身과 같다.
구십등묘八九十等妙 : 통교의 종류구생무행작의생신種類俱生無行作意生身과 같다.
묘妙 : 사십이품무명四十二品無明을 끊어 성불成佛하고, 허공虛空의 자리에 앉아 청정淸淨한 법신法身을 이루며, 상적광토常寂光土에 거하여 무작사제無作四諦를 설한다.


2. 별교別敎의 행위行位

1) 십신十信
일 :
이 :
삼 :
사 :
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견혹見惑을 조복調伏한다.

2) 십주十住
일 : 견혹見惑을 끊는다.
이 :

009_0163_a_01L六七八 [4] : 覺法自性性意生身

009_0163_a_02L九十等妙 : 種類俱生無行作意生身

009_0163_a_03L妙 : 斷四十二品無明成佛以虛空爲座成淸淨法身居寂光土說無作四諦

009_0163_a_04L別敎行位

009_0163_a_05L
十信

009_0163_a_06L一 :

009_0163_a_07L二 :

009_0163_a_08L三 :

009_0163_a_09L四 :

009_0163_a_10L五 :

009_0163_a_11L六 :

009_0163_a_12L七 :

009_0163_a_13L八 :

009_0163_a_14L九 :

009_0163_a_15L十 : 伏見惑➅〈至此頁下段〉

009_0163_a_16L十住

009_0163_a_17L➀〈段上頁前從〉一 : 斷見惑➆〈至此頁下段〉

009_0163_a_18L二 :

009_0163_b_01L삼 :
사 :
오 :
육 :
칠 : 사혹思惑을 끊는다. 이것은 장교藏敎와 통교通敎의 이불二佛과 같다.
팔 :
구 :
십 : 계내界內의 혹惑을 끊고, 계외界外의 혹惑을 조복調伏한다.

3) 십행十行
일 :
이 :
삼 :
사 :
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계외界外의 혹惑을 끊는다.

一 :
二 :
三 :
四 :

009_0163_b_01L三 :

009_0163_b_02L四 :

009_0163_b_03L五 :

009_0163_b_04L六 :

009_0163_b_05L➁〈從前頁中段〉七 : 斷思惑➇ 〈至此頁上段〉此與藏通二佛同

009_0163_b_06L八 :

009_0163_b_07L九 :

009_0163_b_08L十 : 斷界內惑伏界外惑

009_0163_b_09L十行

009_0163_b_10L一 :

009_0163_b_11L二 :

009_0163_b_12L三 :

009_0163_b_13L四 :

009_0163_b_14L五 :

009_0163_b_15L六 :

009_0163_b_16L七 :

009_0163_b_17L八 :

009_0163_b_18L九 :

009_0163_b_19L十 : 斷界外惑

009_0163_b_20L十向

009_0163_b_21L一 :

009_0163_b_22L二 :

009_0163_b_23L三 :

009_0163_b_24L四 :

009_0163_c_01L五 :
六 :
七 :
八 :
九 :
十 : 斷界外惑.
4) 십향十向
일 :
이 :
삼 :
사 :
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무명無明을 조복調伏한다.

5) 십지十地
일 : 일분무명一分無明을 끊고 일분진여一分眞如를 증득한다. 백계百界가 부처를 짓고, 팔상八相으로 도를 이룬다.
이 : 천계千界가 부처를 짓는다. 차후此後의 지地마다 그 공덕이 십배十倍이다.
삼 :
사 :
오 :
육 :
칠 :
팔 :
구 :
십 :
등 :
묘 : 십이품무명十二品無明을 끊어 성불成佛하고 연화세계蓮華世界 대보화왕좌大寶花王座에 앉아 원만한 보신報身을 나투며, 둔근보살鈍根菩薩에게 무량사제無量四諦를 설한다.

3. 통교십지通敎十地
일 : 간혜乾慧
이 : 성性
삼 : 팔인八人
사 : 견見

009_0163_c_01L五 :

009_0163_c_02L六 :

009_0163_c_03L七 :

009_0163_c_04L八 :

009_0163_c_05L九 :

009_0163_c_06L➂〈從前頁下段〉 十 : 伏無明

009_0163_c_07L十地

009_0163_c_08L➃〈從前頁下段〉 一 : 斷一分無明證一分眞如百界作佛八相成道

009_0163_c_09L二 : 天界作佛次後地地功德十倍

009_0163_c_10L三 :

009_0163_c_11L四 :

009_0163_c_12L五 :

009_0163_c_13L六 :

009_0163_c_14L七 :

009_0163_c_15L八 :

009_0163_c_16L九 :

009_0163_c_17L十 :

009_0163_c_18L等 :

009_0163_c_19L➄〈從前頁上段〉 妙 : 斷十二品無明成佛坐蓮華世界大寶花王座現圓滿報身爲鈍根菩薩說無量四諦

009_0163_c_20L通敎十地

009_0163_c_21L➅〈從前頁上段〉 一 : 乾慧

009_0163_c_22L➅〈從前頁上段〉 二 : 性

009_0163_c_23L➅〈從前頁上段〉 三 : 八人

009_0163_c_24L➆〈從此頁上段〉 四 : 見

009_0164_a_01L오 : 박薄
육 : 이욕離欲
칠 : 이판已辦
성문聲聞은 생멸사제生滅四諦에 의거해 수행하여 삼계三界의 견사혹見思惑을 끊고 편진偏眞의 이理를 증證한다.
팔 : 벽지불辟支佛
연각緣覺은 십이연十二緣을 살펴 진제眞諦의 이理를 깨치고 견사혹見思惑을 끊으며 습기習氣를 점점 없애는 까닭에 성문聲聞의 윗자리에 거한다.34)
구 : 보살菩薩
보살은 사제경四諦境에 의거해 사홍원四弘願을 발하고 육도행六度行을 닦으며 삼아승기겁三阿僧祗劫을 채우면 세상의 제일위第一位에 들어가서 진무루심眞無漏心을 발하고 견사혹見思惑과 습기習氣를 단박에 끊는다.
십 : 불佛
나무 보리수 아래에 앉아 열응劣應35)의 장륙신丈六身을 이루고 둔근鈍根 삼승三乘에게 생멸사제生滅四諦를 설한 뒤, 노비구老比丘의 상相을 나투어 무여열반無餘涅槃에 든다. 이것이 불과佛果이다.
소승小乘에서 현신現身(현재의 몸)으로 초과初果를 얻은 자는 일곱 번 생사生死를 반복한 뒤에 삼과三果를 얻고 나함천那含天으로 가서 상이계上二界(색계와 무색계)의 칠십이품七十二品을 끊고 사과四果를 얻어 입정入定을 하며 팔만 겁劫이 지나고 나서 보리심菩提心을 발한다.
현신現身으로 이과二果를 얻은 자는 한번 생사를 반복한 뒤에 삼과三果를 얻고

009_0164_a_01L五 : 薄

009_0164_a_02L六 : 離欲

009_0164_a_03L七 : 已辦聲聞依生滅四諦修行斷三界見思惑證偏眞理

009_0164_a_04L八 : 辟支佛緣覺觀十二緣覺眞諦理斷見思惑更侵習氣居聲聞上

009_0164_a_05L九 : 菩薩菩薩依四諦境發四弘願修六度行滿三祗劫入世第一位發眞無漏頓斷見思習氣

009_0164_a_06L➇〈從前頁中段〉 十 : 佛

009_0164_a_07L➇〈從前頁中段〉 木菩提樹下成劣應丈六身爲鈍根三乘說生滅四諦現老比丘相入無餘涅槃是爲佛果

009_0164_a_11L小乘現身得初果者七返生死後得三果徃那含天斷上二界七十二品得四果入定八萬劫後發菩提心

009_0164_a_16L現身得二果者一返生死得三果徃那含天斷七十二品得四果入定六萬劫後發大心

009_0164_a_17L現身得三果者無生死

009_0164_b_01L나함천那含天으로 가서 칠십이품七十二品을 끊고 사과四果를 얻어 입정入定을 하며 육만 겁이 지나고 나서 대심大心을 발한다.
현신現身으로 삼과三果를 얻은 자는 생사를 거치지 않고 곧장 나함천那含天으로 가서 칠십이품七十二品을 끊고 사과四果를 얻어 입정入定을 하며, 사만 겁이 지나고 나서 발심發心을 한다.
현신現身으로 사과四果를 얻은 자는 나함천那含天으로 가지 않고 이 세계에서 입정入定을 하며 이만 겁이 지나고 나서 발심을 한다.
현신現身으로 벽지불과辟支佛果를 얻은 자는 이 세계에서 입정入定을 하며 일만 겁이 지나고 나서 발심을 한다. 이것은 대승인大乘人이 십신심十信心을 닦아 일만 겁 뒤에 십주十住의 초위初位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여러 대승大乘의 경론經論에서 만행萬行을 널리 밝힐 때, 행위行位와 차제次第가 서로 상섭相攝하지 않는 것은 모두 별교別敎의 상相이다.
여러 대승의 경론에서 불佛의 경계와 불공삼승不共三乘의 위차位次를 설명할 때, 비록 위차는 있지만 위차마다 서로 상섭相攝하는 것은 모두 원교圓敎의 상이다. 그리고 원교圓敎를 수행하는 사람이 십주十住에 들어간 뒤에는 공부할 것이 별로 없으니, 이는 새가 산 위에 올라가면 단지 산의 층급層級을 분명히 볼 뿐, 굳이 수고하여 더 오를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장교藏敎와 통교通敎의 행위行位도 이것을 가지고 상상할 수 있다.


4. 소승교小乘敎

삼승三乘과 이승二乘의 과果를 갖춘 것이 다르다.

월송장로月松長老에게 부치다(寄月松長老)
無心如水月    무심한 것은 물 위에 비친 달과 같고
有節似寒松    절조가 있음은 추운 날의 솔과 같아라
寒松與水月    추운 날의 솔과 물 위에 비친 달은
終古自相容    예로부터 원래 서로들 어울렸다오
선하도인禪河道人에게 보이다(示禪河道人)
心是彌陀佛    마음이 바로 미타불이라
從來不在西    원래 서방에도 있지 않은데
若向他方去    만약 다른 쪽 길 찾아 나서면
迢迢十萬餘    십만 리나 더 멀어질 수밖에
인사印師와 헤어지며 남겨 주다(留別印師)
一身抱病南來久  한 몸 병을 안고 남으로 온 지 오래
回首天東雪滿程  하늘 동쪽 돌아보니 눈이 길에 가득

009_0164_b_01L徃那含天斷七十二品得四果入定四萬劫後發心現身得四果者不徃那含此界入定二萬劫後發心

009_0164_b_05L現身得辟支佛果者此界入定一萬劫後發心此與大乘人修十信心一萬劫後入住初者同也

009_0164_b_09L
諸大乘經廣明萬行行位次第互不
009_0164_b_10L相攝者並別敎之相也

009_0164_b_11L諸大乘經說佛境界不共三乘位次
009_0164_b_12L雖有位次然位位互相攝者皆圓敎之
009_0164_b_13L相也且圓敎行人入住之後別無工
009_0164_b_14L如鳥上山但見山之層級分明
009_0164_b_15L不勞趾以登陟也藏通行位
可以意得

009_0164_b_16L

009_0164_b_17L寄月松長老

009_0164_b_18L
無心如水月有節似寒松

009_0164_b_19L寒松與水月終古自相容

009_0164_b_20L示禪河道人

009_0164_b_21L
心是彌陁佛從來不在西

009_0164_b_22L若向他方去迢迢十萬餘

009_0164_b_23L留別印師

009_0164_b_24L
一身抱病南來久回首天東雪滿程

009_0164_c_01L三印上人知我意  삼인 스님이 나의 뜻을 알고서
出門相送更多情  문에 나와 전송하니 더욱 정다워
둥근 부채(圓扇)
月隱風休天下暗  달도 숨고 바람도 쉬는 깜깜한 하늘 아래
世人誰識月兼風  세상 사람 어느 누가 달과 바람을 알겠는가
鳳箑生風形似月  봉황 부채가 바람을 내고 모양은 달 같으니
擧宜標月振宜風  들면 가지의 달이요 흔들면 산들바람일세
자찬自讚
一生醜拙示人   일생동안 추졸한 일 사람들에게 보였나니
見汝容心自愧   너의 몰골을 보면 마음이 절로 부끄러워
我欲藏踪祕身   나는 자취 숨기고 몸을 감추고 싶은데
汝何强顔自媚   너는 어찌 뻔뻔하게 스스로 우쭐거리는가
呵呵有過終難掩  껄껄 허물 있으면 끝내 숨기기 어려운 법
豫讓呑炭亦多事  예양이 탄을 삼킨 것36)은 역시 너무하였네
쌍명대사雙明大師의 질문에 답하다(答雙明大師問)
初登方丈叅無影  처음 방장에 올라가 무영을 참알했고
後入曹磎見栢庵  뒤에 조계에 들어가 백암을 뵈었다네
傍人莫問何宗旨  구경꾼은 묻지 마오 종지가 어떠하였는지
一子均沾兩乳甘  두 분의 젖을 똑같이 달게 먹고 자랐으니
지리산智異山 대원암大源庵의 기문
옛사람이 “인자仁者는 산을 좋아하고 지자智者는 물을 좋아한다.”37)고 하였으니, 녹수청산이야말로 기운을 기르고 마음을 닦는 근거지가 된다고 하겠다.
청구靑丘의 안에 산수의 승경勝景이 많이 있지만, 쇄연灑然히 청결하고 억연嶷然히 수려한 것으로는 방장方丈만 한 곳이 없으니, 옛날에 띠를 두른 현사賢士와 누더기를 걸친 고승들이 모두 이 산에 의지하여 수양했던 것도 바로 이러한 연유에서이다.
산의 동쪽 천왕봉天王峯 아래에 정사精舍의 남은 터가 있는데, 어떤 사람이 몇 백 년 전에 여기에 그 터를 닦았는지 모르겠다. 깊은 골짜기가 활처럼 휘어 있고, 중첩한 봉우리가 고리처럼 둘러싸고 있어 풍진이 저절로 끊어지고 연하煙霞가 아스라하니, 산운山雲 수월水月 중의 한 구역 무쟁삼매無諍三昧의 땅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아, 홍진紅塵의 야객野客은 상외象外의 산수에 이처럼 맑고 그윽한 곳이 있는지 알지 못하겠지만, 도에 뜻을 두고 세상을 잊은 자는 혹 들여다볼 수도 있는 법이다.
대사大師 회암 운권檜巖雲卷은 사상 귀암泗上龜巖의 후예로서, 공적空寂을 쌓고 진성眞性을 지키며 치림緇林을 영도領導하고 있는 자이다.

009_0164_c_01L三印上人知我意出門相送更多情

009_0164_c_02L圓扇

009_0164_c_03L
月隱風休天下暗世人誰識月兼風

009_0164_c_04L鳳箑生風形似月擧宜標月振宜風

009_0164_c_05L自讃

009_0164_c_06L
一生醜拙示人見汝容心自愧

009_0164_c_07L我欲藏踪祕身汝何强顏自媚

009_0164_c_08L呵呵有過終難掩豫讓呑炭亦多事

009_0164_c_09L答雙明大師問

009_0164_c_10L
初登方丈叅無影後入曹磎見栢庵

009_0164_c_11L傍人莫問何宗旨一子均沾兩乳甘

009_0164_c_12L

009_0164_c_13L智異山大源庵記

009_0164_c_14L
古曰仁者樂山智者樂水則綠水靑山
009_0164_c_15L寔養氣洗心之淵藪也靑丘之內多有
009_0164_c_16L山水之勝而其洒然淸潔嶷然秀麗者
009_0164_c_17L無如方丈古之搢紳賢士縷褐高僧
009_0164_c_18L莫不傍此山而頤養焉是也山之東天
009_0164_c_19L王峰下有精舍之餘址不知何人之開
009_0164_c_20L於幾百年前而曲洞弓回疊嶂環擁
009_0164_c_21L塵自絕煙霞縹緲可謂山雲水月中一
009_0164_c_22L區無諍三昧地也紅塵野客不知
009_0164_c_23L象外山水有此淸幽而志於道忘於世
009_0164_c_24L或能䂓度矣有大師檜嵒雲卷泗上
009_0164_c_25L龜嵒之後也蘊寂守眞爲緇林之領袖

009_0165_a_01L일찍이 덕산德山의 불암佛庵에 거하여 강송講誦하며 자신을 기르다가, 하루는 여러 제자들을 타이르기를, “지행至行의 첫걸음으로는 향광香光의 인연만 한 것이 없고, 향광香光의 실마리는 산빛과 물그림자 가운데에서 결사結社하는 것으로 비롯되는 것인데, 제군은 어찌하여 이 일을 서로 더불어 힘쓰지 않는 것인가!”라고 하였다.
그러고는 주상 즉위 11년 을축년(1685, 숙종11)에 마침내 제자들을 이끌고 이곳에 들어와서 자금을 모으고 공인工人을 모아, 일 년도 채 되기 전에 보전寶殿을 크게 일으키고 대원大源이라는 편액扁額을 걸었으니, 이는 대개 도의 큰 근원은 하늘에서 나온다(道之大原出於天)38)는 뜻을 취한 것이었다.
그리고 기사년(1689, 숙종15)에 이르러서는 두타승頭陀僧 설초雪草가 와룡臥龍에서 와서 또 대사의 뜻에 공감하여 화연化緣을 하며 기와를 모았는데, 그 일이 완전히 이루어지자 더 이상 흠잡을 것이 없게 되었다.
그리하여 감전紺殿이 중운重雲 속에 치솟고 화범華梵이 일학一壑에 진동하면서, 천석泉石이 빛을 더하고 원학猿鶴이 모두 즐거워하게 되었으니, 그 토목土木의 교묘함과 향화香火의 성대함은 바닷가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었다.
나는 산에 숨어 사는 사람으로서 소싯적부터 법계法界에서 노닐었는데, 그 공이 가상하고 그 뜻이 기특하기에, 글재주가 없다고 사양하지 않고 벽 위에 써서, 뒷날 산을 좋아하고 물을 좋아하는 사람의 제대로 된 글을 기다리기로 하였다.
상불암上佛庵의 기문
지리산의 한 지맥支脈이 남쪽으로 달리다가 우뚝 솟아서 하늘에 닿은 것이 바로 설봉雪峰이다. 설봉의 서쪽에 옛사람이 숨어서 쉰 땅이 있는데, 폐허가 되어 그 이름을 잃어버린 것이 몇 년이나 되는지 모른다.
강희康熙 정축년(1677, 숙종23)에 호영浩影 도인道人과 해기海機․사민思敏 선로禪老가 법문法門의 곤중昆仲(형제)이 되어 청학동靑鶴洞 대은암大隱庵에 함께 거하면서 백업白業(선업)을 닦았다. 그러다가 그 거처가 깊지 않은 것이 불현듯 싫어지자 대매大梅39)가 거처를 옮긴 것을 추모하여 이곳으로 전입轉入한 뒤에, 집 짓는 공사를 시작하여 한 해가 가기 전에 완성하고는, 그 자리가 불일암佛日庵의 위에 있다고 하여

009_0165_a_01L甞居德山之佛庵講誦自牧一日誨諸
009_0165_a_02L群下曰至行之初步莫香光因緣之若
009_0165_a_03L香光之端倪必自結社於山光水影
009_0165_a_04L之中而始焉諸君盍相與勉之㦲上之
009_0165_a_05L十有一年乙丑遂領羣弟子入此而募
009_0165_a_06L貲鳩工歲未及周大興寶殿額曰大
009_0165_a_07L盖取義於道之大原出於天也至己
009_0165_a_08L巳歲頭陀僧雪草來自臥龍又共師
009_0165_a_09L而化緣模 [5] 事旣十成無可論者
009_0165_a_10L若夫紺殿入於重雲華梵震於一壑
009_0165_a_11L泉石增輝猿鶴咸若其土木之巧
009_0165_a_12L火之盛海上之未有也余山之隱者
009_0165_a_13L而少游法界嘉其勲服其志而不讓
009_0165_a_14L不文書于壁上以竢他日樂山樂水者
009_0165_a_15L得焉

009_0165_a_16L

009_0165_a_17L上佛庵記

009_0165_a_18L
智異之一支南而斗之而延天者即雪
009_0165_a_19L峰之西有古人隱休之地而墟
009_0165_a_20L其名者不知幾年也康熙丁丑浩影
009_0165_a_21L道人海機與思敏禪老爲法門昆仲
009_0165_a_22L居靑鶴洞大隱庵同修白業忽厭其居
009_0165_a_23L之不深仰追大梅之移舍乃轉入此
009_0165_a_24L工幹事不年成之由其在佛日之上

009_0165_b_01L상불上佛이라는 편액扁額을 내걸었다. 그리고 기묘년에 또 정토淨土 삼성三聖40)을 조각하여 봉안하고 단청丹靑을 하였는데, 이는 모두 사민思敏의 힘이요 호영浩影의 권유에 의한 것이었다.
그리고 기수祇樹(정사精舍)에 봄이 돌아와 꽃비가 내리고 향초가 무성해지면 신인新人이 선정禪定에 들고 구학舊鶴이 둥지에 돌아오는 것으로부터, 바람 불고 구름 일고 눈 내리고 달이 뜨는 등 사계절이 변하는 모습이나 밤과 낮이 저물고 밝아지는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천기天機를 누설하고 선심禪心을 불러일으키는 것들인데, 이에 대해서는 세상 사람들이 하나의 물건처럼 취급할까 오히려 걱정되기에 그냥 놔두고 논하지 않기로 한다.
석탄釋坦 대사가 사민思敏 선로禪老의 부탁을 받고 나에게 와서 글을 지어달라고 청하였다. 내가 아무리 사양해도 들어주지 않기에 그 대략적인 내용만 거론하여 뒷날 참고할 자료로 삼게 하였다. 그리고 거처를 옮겨 깊이 들어온 그 마음으로 말하면, 그대가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알겠는가!41) 물고기의 낙을 아는 물고기와 같은 사람이 알아채고서 그 마음을 드러내 보여 주기를 다시 기다릴 뿐이다.
무위암無爲庵의 기문
방장산方丈山 동쪽 가섭봉迦葉峯 아래에 무위無爲라는 이름의 암자가 있다. 이곳은 신라新羅 시대의 유허遺墟로서, 만력萬曆 연간에 희준希俊 선로禪老가 이곳에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그가 서방정토西方淨土로 돌아간 뒤에는 서초瑞草 금사金沙와 석화石花 옥수玉水가 가시덤불로 뒤덮인 채 오직 골짜기의 새들만 슬피 울 따름이었다.
그러다가 강희康熙 기묘년(1699, 숙종25)에 현하懸河 도인道人이 산수를 유람하다가 이곳에 이르러 옥수玉水와 금사金沙를 가리키며 함께 노니는 자들에게 말하기를, “이름을 숨기고 세상을 피하는 데에는 지리산이 최고이고, 마음을 재계齋戒하고 몸을 닦는 데에는 무위암無爲庵만 한 곳이 없다. 누가 이곳에 띠 집을 엮고서 나와 함께 세상을 마칠 수 있을거나.”라고 하였다.
이에 태흠太欽과 인학印學 두 스님이 전각을 얽고, 법청法淸과 도희道熙 두 선납禪衲이 영상影像을 돕고, 회신懷信 상인上人이 판자로 지붕을 덮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인학이 그림 그리는 일을 맡고, 태흠이 불상을 새기고는, 사람들이 상相을 취할까 염려하여 전각의 이름을 무상無相이라고 하였다.
아! 상상相相에서 유상有相을 취할 줄만 알고,

009_0165_b_01L以上佛扁焉越己卯又雕淨土三聖而
009_0165_b_02L安之仍爲丹雘皆敏之力而影之誨也
009_0165_b_03L且祇尌回春華雨芳霏新人入定
009_0165_b_04L鶴還巢以至風雲雪月四時之變態
009_0165_b_05L夜之晦明皆漏洩天機活起禪心
009_0165_b_06L恐世人以物取之存而不論也有釋坦
009_0165_b_07L大師以敏老之志托而求文於余
009_0165_b_08L固辭而不免擧其梗槩以備他日叅攷
009_0165_b_09L之資而已若其移舍入深之心子非魚
009_0165_b_10L安知魚乎更竢知魚之魚知之而揭
009_0165_b_11L露云爾

009_0165_b_12L

009_0165_b_13L無爲庵記

009_0165_b_14L
方丈之東迦葉峰下有庵曰無爲新羅
009_0165_b_15L餘址而萬曆中有希俊禪老創而居
009_0165_b_16L西歸之後瑞草金沙石花玉水
009_0165_b_17L於荊莾而唯谷鳥悲鳴也康熙己卯
009_0165_b_18L懸河道人淸游至此指玉水金沙而語
009_0165_b_19L於同游曰晦名避世智異其最齋心
009_0165_b_20L修身莫如無爲孰能結茅與吾終年
009_0165_b_21L於是太欽印學二師搆其殿法淸道熙
009_0165_b_22L兩禪助以影懷信上人板以覆之
009_0165_b_23L明年擧也典繪事欽也刻佛相恐人之
009_0165_b_24L取相而題殿以無相焉取有相於相

009_0165_c_01L위위爲爲에서 무위無爲는 도외시한 채, 한 세상이 모두 한통속이 되어 스스로 돌이켜 구할 줄을 알지 못하는데, 지금 제사諸師는 한번 현하懸河의 마음을 얻어, 위위爲爲의 무위無爲를 스스로 알고서 행하고, 상상相相의 무상無相을 제대로 보고서 상相하였으니, 상황에 따라 중도中道에 맞게 처하는 그 마음이 참으로 본받을 만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지 않아 가시덤불이 향기로운 숲으로 변하면서, 연하煙霞가 다시 빛나고 암동巖洞이 거듭 맑아졌으니, 무상無相과 무위無爲의 마음으로 헤아리는 자가 아니라면, 어떻게 한두 해 사이에 이렇게 만들 수가 있겠는가! 지극하고 지극하다 하겠다.
근일近日에 인학 스님이 찌는 듯한 이 무더위를 무릅쓰고 단구丹丘의 북산北山으로 나를 찾아와서 그 시말始末을 말하고는 변변찮은 글을 구하기에, 내가 마침내 제공諸公의 경개耿介한 마음과 인학 스님의 근실한 자세를 아름답게 여겨 이렇게 써서 돌려주었다.
제광루霽光樓의 기문
사방을 떠돌아다니는 도인道人 굉식宏式이 광풍光風을 자기의 기상으로 삼고 제월霽月을 자기의 마음으로 삼아 역내域內의 승지勝地를 유람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리하여 산이 있으면 반드시 오르고 물이 있으면 반드시 임하여, 허명虛明을 실컷 들이마시고 청광淸光을 씹어 음미하며, 그 기상을 기르고 그 마음을 이끌었으니, 그 심지心地가 어떠한지 징험할 수 있겠다.
임오년(1702, 숙종28) 봄에 발길이 의춘宜春(의령宜寧)의 수도산修道山에 이르렀는데, 산이 그다지 높지는 않으나 풍진風塵이 이르지 않고 골이 그다지 깊지는 않으나 청취淸趣가 더욱 많아서 승지勝地라고 이를 만하였다. 그런데 바람을 부르고 달을 끌어 올 대관臺觀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마침내 개연慨然한 심정으로 모연募緣을 하여 절 앞에 작은 누대를 세우고는 제광霽光이라고 이름을 걸었으니, 그가 광풍光風 제월을 스스로 사랑하여 자기의 마음으로 삼고 자기의 기상으로 삼은 그 뜻을 더욱 징험할 수 있겠다.
그러고는 이윽고 사람을 보내 글을 전하며 나의 한마디 말을 청하였는데, 내가 비록 그 승경勝境에 대해서 귀로 듣기는 하였으나 눈으로 보지는 못하였으니, 어떻게 만에 하나라도 기록할 수가 있겠는가!
그렇긴 하지만 내가 굉식 스님의 마음만은 이미 알고 있으니, 우리 스님이 그 산을 좋아하여

009_0165_c_01L舍無爲於爲爲一世雷同莫能反求
009_0165_c_02L而今之諸師一得懸河之心自知爲爲
009_0165_c_03L之無爲而爲之能見相相之無相而相
009_0165_c_04L其隨時處中之心從可尙也且幾
009_0165_c_05L年草棘化爲香林烟霞重煥嵒洞更淸
009_0165_c_06L苟非其無相無爲之心之所度烏能致
009_0165_c_07L是於一二年間㦲至矣至矣即日學師
009_0165_c_08L冒此烝溽過余於丹丘之北山道其始
009_0165_c_09L而因求蒙文遂嘉諸公之介心
009_0165_c_10L師之維勤書此而歸之

009_0165_c_11L

009_0165_c_12L霽光樓記

009_0165_c_13L
游方道人宏式光風爲氣霽月爲心
009_0165_c_14L域內勝地莫不游涉有山必登有水
009_0165_c_15L必臨飽挹虛明咀嚼淸光養其氣而
009_0165_c_16L導其心其心可徵也壬午春行至宜春
009_0165_c_17L之修道山山不甚高而風塵不到
009_0165_c_18L不甚邃而淸趣尤多可謂勝地而未
009_0165_c_19L見有呼風引月之臺觀耳遂慨然發化
009_0165_c_20L起小樓於寺前牓曰霽光其自愛乎光
009_0165_c_21L風霽月而爲之心爲之了之志尤可徵
009_0165_c_22L旣而專人致書求一言於余余雖
009_0165_c_23L耳其勝而未目其境何能記其萬一也
009_0165_c_24L然余已知式師之心式師旣愛其山

009_0166_a_01L이러한 일을 행했고 보면, 어찌 단지 산을 좋게 하고 절을 아름답게 하려고만 하였겠는가. 이 누대에 오르는 자로 하여금 마치 광풍 제월처럼 그 흉차胸次를 쇄락灑落하게 해주려 함일 것이니, 그렇다면 우리 스님의 이러한 공적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기문을 쓰게 되었다.
백암栢庵의 제문祭文
삼가 아룁니다.
신기神氣가 허정虛靜하고 절조節操가 연청淵淸하여, 취미翠微의 심법心法을 전하고 조계曹溪의 골수骨髓를 얻었으니, 동국東國을 밝게 열어 준 그 남은 빛이 길이 빛날 것입니다.
제자는 처음에 송광산松廣山으로 찾아뵙고서 법유法乳에 혀를 적셨고, 다시 선암사仙巖寺에 들어가서 감로甘露에 마음을 축였으니, 그 은혜는 말로 다 할 수가 없고 그 은덕은 측량할 수가 없습니다.
아! 신광神光이 서방정토西方淨土를 비추게 된 뒤로 성상星霜이 여러 차례 바뀌었는바, 천고千古의 이별을 한번 겪은 뒤로는 강론講論하던 자리에 먼지만 일어납니다. 달이 삼신三神을 애도하고 탑이 칠불七佛에 적막할 뿐, 산 색깔은 암담하고 물소리는 서글프니, 법法이 목전에 있건마는 목전에는 법法이 있지 않습니다. 애오라지 변변찮은 제물을 가지고 미천한 정성을 표하오니, 영지靈知가 어둡지 않으시거든 아무쪼록 흠향歆饗해 주소서.
벽암碧巖의 제문
삼가 아룁니다.
몸이 국통國統(都統攝)이 되어, 임금 앞에서 현담玄談을 논하셨습니다. 이름은 당세當世에 이미 높으셨고, 덕망은 천 년토록 중하실 것이니, 우러러 고명高明을 생각하노라면, 하늘에 있는 일월日月과 같으십니다. 이렇게 진설함이 실로 부끄럽습니다마는, 감히 기대하며 마음으로 아뢰오니, 무이無二의 밝은 지혜로 비추시어, 향기로운 제사를 흠향해 주소서.
취미翠微의 제문
삼가 아룁니다. 종문宗門의 주춧돌로서, 캄캄한 방에 등불을 밝히셨나니, 영탈穎脫42)한 풍아風雅는 주머니 속의 송곳과 같았습니다. 지금도 영정影幀을 우러러 바라보노라면, 완연히 법문을 설하시는 것만 같습니다. 불법佛法의 그늘을 드리워 주신 은덕을 추모하며 감히 명향名香을 피워 올립니다. 도감道鑑이 멀지 않으실 것이니 모쪼록 자세히 살펴 주소서.

009_0166_a_01L而有是擧則豈但爲山之好寺之美而
009_0166_a_02L使登是樓者胸次灑落如光風霽
009_0166_a_03L則師之功不可忘是爲記

009_0166_a_04L

009_0166_a_05L祭栢庵文

009_0166_a_06L
伏以神氣虛靜節操淵淸傳翠微心
009_0166_a_07L得曹磎骨啓明東國永輝餘光弟子
009_0166_a_08L初覲松山法乳沾舌再入仙寺甘露
009_0166_a_09L沃心恩不可言德不可測烏呼神光
009_0166_a_10L照西星霜累換一別千古講座生塵
009_0166_a_11L月吊三神塔鎻七佛山色黯淡水聲
009_0166_a_12L悲凉法在目前目前無法聊將菲薄
009_0166_a_13L用表微誠靈知不差伏惟尙饗

009_0166_a_14L

009_0166_a_15L祭碧嵒文

009_0166_a_16L
伏以身爲國統對御談玄名高當世
009_0166_a_17L德重千年仰想高明日月在天斯陳
009_0166_a_18L信羞敢佇心聞智照無二惟尙苾芬

009_0166_a_19L

009_0166_a_20L祭翠微文

009_0166_a_21L
伏以宗門柱石暗室燈光脫頴風雅
009_0166_a_22L如錐處囊遺影尙在宛若開堂追慕
009_0166_a_23L法蔭敢爇名香道鑑不遠伏惟照詳

009_0166_b_01L
무영無影의 제문
삼가 아룁니다. 몸이 근심이 됨을 알고, 도가 진실이 됨을 아셨습니다. 호號를 무영無影으로 하심은 몸을 없애고자 하시는 뜻에서요, 도道를 무자無字로 하심은 말을 없애고자 하시는 뜻에서였습니다. 이 도道와 호號는 원래 그 근원이 있어서, 바로 벽운碧雲의 법자法子요 청매靑梅의 법손法孫이시니, 천고토록 만고토록 사표師表가 되어 존숭을 받으실 것입니다.
제자는 덕유산德裕山과 방장산方丈山에서 궤장几杖을 따라 모시면서 십년 동안 훈도薰陶를 받고 몇 번이나 권면勸勉을 입었으니, 그 법은法恩의 경중을 어떻게 근량斤兩으로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멀리 추모하는 한 마음에 비통함이 없을 수 없기에, 매번 휘신諱辰을 만나면 또 자신의 마음을 억제하기가 어렵습니다.
홍엽紅葉과 황화黃花로 풍광風光이 소상蕭爽한 이 시절에, 냄새 없는 향을 남김없이 올리오니, 어둡지 않은 영혼께서는 굽어살피시어, 부디 흠향해 주소서.
백우수필百愚隨筆 끝
부록附錄
설암설雪巖說부록
위대하도다! 서징庶徵43) 중에 나오는 바람과 비여! 바람은 불어 주고 비는 적셔 주니, 어느 것이고 천지조화의 공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눈(雪)은 하얗고 깨끗하기만 할 뿐, 유독 만물을 생성生成하는 공이 없는데, 대사는 이것을 가지고 자기의 당호堂號를 지어서 눈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도대체 눈에서 무엇을 취한 것인지, 그 설을 한번 부연해 보기로 하자.
생각건대, 일천 바위산이 깎아 세운 듯하고 만상萬象이 아무 소리 없이 모두 고요한데, 위아래 온통 구름 속에서 육출六出44)이 날리기 시작하면, 봉우리마다 우뚝 옥이 서 있고 나무마다 꽃이 피어 있을 것이니, 이때에 일어나서 강산을 바라보면 만 리가 일색一色으로 변하여 티끌 하나도 일지 않는 가운데 흐릿한 안개 기운도 저절로 사라질 것이다.
더구나 계영桂影(달)이 공중에 걸려 위와 아래에서 서로 환히 비춰 주는 때야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빙호氷壺처럼 투명하고 옥수玉樹처럼 조촐하여,

009_0166_b_01L祭無影文

009_0166_b_02L
伏以知身爲患知道爲眞號以無影
009_0166_b_03L志欲無身道以無字志欲無言惟道
009_0166_b_04L與號自有其源碧雲之子靑梅之孫
009_0166_b_05L千古萬古可師可尊弟子德裕方丈
009_0166_b_06L隨侍几杖十載陶熏幾許提奬法恩
009_0166_b_07L重輕何可斤兩追遠一心得無悵怏
009_0166_b_08L每逢諱辰難復自鞅紅葉黃花風光
009_0166_b_09L蕭爽無臭之香無隱以享不昧者存
009_0166_b_10L伏惟尙饗

009_0166_b_11L
百愚隨筆畢

009_0166_b_12L
009_0166_b_13L

009_0166_b_14L1)「附錄」 [4]

009_0166_b_15L雪嵒說附

009_0166_b_16L
大矣㦲庶徵之中有曰風曰雨而風
009_0166_b_17L以發之雨以潤之何莫非天地造化之
009_0166_b_18L功乎惟雪也皚皚皭皭獨無與於萬
009_0166_b_19L物生成之功而大師扁軒以斯雪㦲
009_0166_b_20L㦲奚取於雪請演其說想夫千嵒嶄
009_0166_b_21L萬籟俱靜上下同雲六出飛飛
009_0166_b_22L峰玉立樹樹花開于時起視江山
009_0166_b_23L里一色纖塵不動沆瀣自滅況有桂
009_0166_b_24L影當空上下交揮烱如氷壺皎若玉

009_0166_c_01L한 점의 찌꺼기도 전혀 볼 수 없는 청정한 세계가 따로 펼쳐질 것이다.
돌아보건대, 대사는 업이 순백純白하고 도가 결백하여, 맑고 깨끗하게 자득을 하였으니, 서리 같은 눈썹에 눈 같은 납의를 걸치고서 그 사이에 끼어 있으면 대사라고 할 것인가 눈이라고 할 것인가, 눈이라고 할 것인가 대사라고 할 것인가? 대사가 아니면 눈일 것이요, 눈이 아니면 대사일 것이니, 이것이 바로 이 마음의 백白이 흰 눈의 백白과 같고 흰 눈의 백이 이 마음의 백과 같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렇다면 눈이 희면서 소리가 없는 것은 도가 무성無聲에 있음을 비유하고, 눈이 깨끗하면서 냄새가 없는 것은 도가 무취無臭에 있음을 비유하는 것이니, 대사가 자신의 호를 설암雪巖이라고 칭한 것도 당연한 일이다.
옛사람이 섬계剡溪로 배를 저어 가서 천 리의 우정을 나누려 한 고사45)가 있는데, 나도 뒷날 청혜백말靑鞋白襪46)의 차림으로 설암의 초당草堂 아래에 나아가서 대사와 함께 눈을 데워 차를 끓이며 연구聯句를 지어서 이 설을 끝낼까 한다. 시는 다음과 같다.
道高年亦高    도가 높고 연세도 높으신 분
厖眉白如雪    짙은 눈썹 희기가 눈과 같나니
何年出風塵    어느 해에나 풍진을 벗어나서
老此山中雪    이 산의 설암과 함께 늙어갈거나
朝飡石中髓    아침엔 돌 속의 골수를 먹고47)
暮煑寒溪雪    저녁엔 찬 내의 눈을 달이며
諸天月明夜    제천諸天48)의 달 밝은 밤이면
興入千峰雪    흥이 천봉의 눈에 들리라
淸淨絕塵滓    청정하여 찌꺼기 하나도 없는
胸襟照寒雪    가슴속에 찬 눈이 비쳐오나니
端坐默不語    단좌하여 말없이 입을 다문 채
眞趣寓於雪    진정한 취향을 눈에 붙일 따름
平生性所愛    평생토록 천성으로 사랑한
揭號良以雪    눈으로 당호를 지었건마는
騷人不解趣    시인은 이 의취 이해 못하고
但以詩詠雪    그저 시로 눈만 읊조린다오
我亦郢中客    나 역시 영중의 길손이라서
高吟歌白雪    백설가49)를 높이 노래하오만
他日須相訪    뒷날 반드시 그대를 방문하여
共飡方丈雪    방장의 눈을 함께 맛보리다

을유년(1705, 숙종31) 12월 상순에 용성龍城 심동택沈東澤은 쓰다.
석실 石室 선사先師의 행장(石室先師行狀)부록
설암대사雪巖大師는 법휘法諱가 명안明眼이요, 자字는 백우百愚이며, 석실石室은 그의 호號이다. 속성俗姓은 장씨張氏로, 영남嶺南 진양晉陽 사람이다.
부친 근수謹守는 수경水鏡과 같은 뜻을 간직하였고, 죽백竹栢과 같은 절조가 빼어났다. 비록 세상에 살면서도 세상을 싫어하는 운치韻致를 지녔으니,

009_0166_c_01L了無一點泥滓別有淸淨世界
009_0166_c_02L惟大師業白而道潔澄淸而自得
009_0166_c_03L眉雪衲類乎其間師耶雪耶雪耶師
009_0166_c_04L匪師即雪匪雪即師其所謂此心
009_0166_c_05L之白猶白雪之白白雪之白猶此心
009_0166_c_06L之白者乎然則白而無聲道在於無聲
009_0166_c_07L潔而無臭道在於無臭宜其號雪巖
009_0166_c_08L古人有鼓剡磎槳訪神交於千里者
009_0166_c_09L僕亦他日靑鞋白襪造雪巖之軒下
009_0166_c_10L與大師煑雪聯句當畢其說詩曰

009_0166_c_11L道高年亦高厖眉白如雪何年出風塵
009_0166_c_12L老此山中雪朝飡石中髓暮煑寒溪雪
009_0166_c_13L諸天月明夜興入千峰雪淸淨絕塵滓
009_0166_c_14L胸襟照寒雪端坐默不語眞趣寓於雪
009_0166_c_15L平生性所愛揭號良以雪騷人不解趣
009_0166_c_16L但以詩詠雪我亦郢中客高吟歌白雪
009_0166_c_17L他日須相訪共飡方丈雪

009_0166_c_18L
歲乙酉季冬上澣龍城沈東澤書

009_0166_c_19L

009_0166_c_20L石室先師行狀附

009_0166_c_21L
雪嵒大師法諱明眼字百愚石室其
009_0166_c_22L張姓嶺南晋陽人也父曰謹守水
009_0166_c_23L抱志竹栢秀貞雖涉世而有厭世之
009_0166_c_24L「附錄」二字補入{編}

009_0167_a_01L바로 일반 백성 중에서도 뛰어난 부류에 속한다고 할 수 있었다. 모친 신씨申氏는 언젠가 밤에 한 마리의 백우白牛가 하늘에 오르는 꿈을 꾸고 임신하여, 순치順治 3년1646, 인조24 병술년 7월 4일 술시戌時에 대사를 낳았다.
철없는 어린 나이에 어울려 놀 적에도 반드시 모래를 쌓아 탑을 만들고 풀을 태워 향을 사르곤 하였다. 이를 통해서 일승一乘의 뿌리가 깊고 묘행妙行의 싹이 빼어남을 알 수 있으니, 이는 실로 숙세夙世에 심어 가꾼 것으로서, 갑자기 손을 벋고 발을 구른다고 하여 높은 나뭇가지를 부여잡을 수는 없는 것이다.
나이가 겨우 12세정유년가 되었을 적에, 체격이 우람하고 지조가 고매하였으며, 요란한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갈수록 속세에 염증을 내었으므로, 부모가 이를 알고서 자랑으로 여겼다. 마침내 지리산 덕산사德山寺 성각性覺 장로長老에게 의탁한 뒤, 3년이 지나 머리를 깎고 갈의褐衣를 걸쳤으며, 엄비대사掩鼻大師 천우天佑에게 계戒를 받았으니, 실로 동진출가童眞出家라고 이를 만하였다.
이윽고 저녁에 죽는 것을 가볍게 여기고 아침에 듣는 것을 귀하게 여겨,50) 청매靑梅의 법손法孫인 무영대사無影大師단헌亶憲를 제일 먼저 참알參謁하고 10년 동안 받들어 섬겼다. 삼장三藏을 두루 섭렵하고 유미幽微한 뜻을 연구하면서, 힘줄과 뼈가 복잡하게 얽힌 곳도 여유 있게 칼을 놀려,51) 실마리를 풀어헤칠 때마다 무영無影이 반드시 머리를 끄덕이곤 하였으니, 남천藍茜이 본색本色을 잃을 정도가 되어 누구도 비견할 수가 없었다.52)
임자년 가을에 이르러 홀연히 무영이 적멸寂滅에 들자, 대사가 눈물을 흘리며 “하늘이 은유憖遺를 하지 않으니,53) 내가 앞으로 누구를 의지하겠는가.”라고 하고는, 이로부터 매인 바 없이 훌훌 털어버리고 호남과 영남 지방을 떠돌아다녔다. 그리고 맑고 그윽한 곳을 찾아 그 정취를 감상하고, 숙장宿匠의 문을 두드려 그 심지心地를 넓혔는데, 남이 설해 주는 말이 상호 모순되는 바가 있으면 자기가 아는 것을 가지고 조과操戈하기도 하였다.54)
그러다가 홀연히 혼자서 조용히 말하기를 “함시무장函矢巫匠55)의 기술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은 추현鄒賢(맹자孟子)이 경계한 바요, 선등약부船燈藥斧56)의 일을 어려워하지 말라는 것은 축성竺聖(석가釋迦)이 남기신 가르침이다. 풍파에 부대끼며 살기보다는 퇴장밀기退藏密機57)를 하는 것이 훨씬 낫지 않겠는가!”라고 하고는, 옛날의 거처로 돌아와서 위태하고 고달픈 생활을 편하고 달게 여기며 자취를 숨기고서 혼자 자유롭게 노닐었다.
그렇게 1년쯤 지났을 때에 마침 백암栢庵 사옹師翁이 황령黃嶺의 선사禪社에서 교화를 펼치고 있다가, 대사가 영특하다는 소문을 듣고는 글을 보내어 부르기를 “얼굴을 볼 겨를이 없었는데,

009_0167_a_01L乃萊民秀項之亞流也母申氏
009_0167_a_02L夜夢一白牛昇天因以有妊順治三年
009_0167_a_03L仁祖二
十四年
丙戌七月初四日戌時誕焉旣齔
009_0167_a_04L從戱必聚沙爲塔𦳼草爲香是知一乘
009_0167_a_05L之深根妙行之勝芽固其夙世之所栽
009_0167_a_06L培矯手頓足而莫能攀跂 [6] 者也年甫十
009_0167_a_07L
形體岐嶷志操超邁不喜擾攘
009_0167_a_08L轉厭塵寰父母知而誇之遂投於智異
009_0167_a_09L山德山寺性覺長老跨三星而毁形擁
009_0167_a_10L禀戒於掩鼻大師天佑可謂童眞
009_0167_a_11L出家也旣而忽夕死貴朝聞首叅於
009_0167_a_12L靑梅法孫無影
大師承事十載温鉤
009_0167_a_13L三藏硏幾幽微恢游盤結凡有所繹
009_0167_a_14L影必頜之藍茜沮色靡足比肩耳
009_0167_a_15L壬子秋不期影入無影師飮泣而謂曰
009_0167_a_16L天不憗 [7] 予將疇依自爾脫略不覊
009_0167_a_17L浪游湖嶺尋淸幽而賞其趣扣宿匠而
009_0167_a_18L擴其心人之所說互有矛盾己之所
009_0167_a_19L亦有操戈忽私語曰凾矢巫匠術
009_0167_a_20L可愼也鄒賢之所誡船燈藥斧事無難
009_0167_a_21L竺聖之遺敎營營風波豈退藏密機
009_0167_a_22L若乃歸來故栖安危甘苦屏跡自專
009_0167_a_23L才一年矣會栢庵師翁闡化於黃嶺
009_0167_a_24L禪社聞之頴異寄書而招之曰面從未

009_0167_b_01L아름다운 명성이 먼저 들려 왔다. 귀로 듣는 것은 이렇게도 쉬운데, 눈으로 보는 것은 이렇게도 어렵단 말인가. 운운云云” 하였다. 이에 대사가 감격한 나머지 삿갓을 쓰고 향을 가슴에 품고서 지름길로 달려가 인사를 올렸으니, 이때가 갑인년(1674, 숙종 원년) 가을이었다.
그러고는 4년 동안 성실하게 섬기면서 그 부친의 소를 집어삼켜58) 화엄華嚴의 원융圓融의 종지宗旨를 하나도 빠뜨림 없이 전해 얻으니, 백암이 궤안几案을 어루만지며 탄식하기를 “숙세叔世(말세)의 공문空門에 몸담은 자로서 그대와 같은 이가 또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운운” 하였다.
무오년(1690, 숙종16) 봄에 이르러 백암栢庵이 덕유산德裕山 불장사佛藏寺의 주지住持를 하도록 명하면서 주산시住山詩 3장章을 지어 전송하였는데, 그 시에, “용문의 봄빛 따뜻한 날 용으로 변화하여, 뇌우 속에 비등하여 푸른 하늘 올라가네. 지느러미 빠지고서 머리에 뿔이 돋았으니, 못 속에만 있지 않을 줄 내가 일찍 알았노라.(龍門春暖化爲龍, 雷雨飛騰上碧空. 鬐鬛脫來頭角聳, 早知終不在池中.)”첫 번째 시이다. ◆이때 백암은 승평부 용문사에 있었다., “바다를 횡행한 곤어鯤魚가 대붕大鵬으로 몸을 바꿔, 물결 박차고 회오리바람에 공중으로 솟구치네. 메추라기 낮게 날며 비웃거나 말거나, 구만리 아래 굽어보면 먼지만 자욱한 것을.(橫海脩鱗羽化初, 怒搏風翮勢凌虛. 不妨斥鷃卑飛笑, 下視濛濛九萬餘.)”두 번째 시이다., “웅봉의 정수淨水 병을 발로 걷어찼나니, 당 가득 용상 중에 홀로 영형이로다. 대위가 화림각에게 속하지 않고, 화산 쪼갠 거령에게 돌아갔도다.(踢却雄峰淨水甁, 滿堂龍象獨寧馨. 大潙不屬華林覺, 劈破華山是巨靈.)”59)세 번째 시이다.라고 하였다. 백암이 글을 보내어 부르고 시를 지어서 전송하였으니, 대사를 중하게 여긴 것이 이와 같았다.
이로부터 암총巖叢을 따라 노닐며 부지런히 함양涵養하고 끊임없이 교회敎誨하니, 덕德을 그리워하고 도道를 사모하는 자들이 강론하는 자리에 안개처럼 모여들고 빗발처럼 달려왔다. 어떤 경론經論이든 알기 쉽게 설명하여 귀머거리의 귀가 뚫리고 술 취한 자가 깨어나는 것처럼 하였다. 이처럼 법해法海의 물결을 일으키고 강하를 마시고 토해 냄에 따라 종풍宗風의 성가聲價가 산곡山谷을 온통 뒤흔들었다.
안국安國의 금대金臺와 지곡智谷의 심적深寂과 대암臺巖의 내원內院과 장동獐洞의 대원大源을 비롯해서, 율곡사栗谷寺의 쌍명당雙明堂과 삼신동三神洞의 신흥사神興寺와 화엄華嚴의 보적암寶積庵과 감로甘露의 약사전藥師殿과 연곡사燕谷寺의 소요실逍遙室 등이 모두 대사가 머물며 휴식하고 법을 넓히며 널리 구제한 곳들이다.
도가 있으면 아무리 잠복해 있어도 분명히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래서 호외湖外의 여러 사찰에서 멀리 사모하며

009_0167_b_01L華譽先馳入耳者何易目擊者何
009_0167_b_02L
師感佩而擔簦懷香徑造禮覲
009_0167_b_03L寅秋也因以服勤四白食其父之牛
009_0167_b_04L傳得華嚴圓融之旨罄無孑遺庵撫几
009_0167_b_05L而歎曰叔世空門子如君復幾人

009_0167_b_06L洎戊午春命住于德山之佛藏蘭若
009_0167_b_07L以住山詩三章曰龍門春暖化爲龍
009_0167_b_08L雨飛騰上碧空鬐鬛脫來頭角聳早知
009_0167_b_09L終不在池中其一◆時庵住
昇平府龍門寺
橫海脩鱗羽化
009_0167_b_10L怒搏風翮勢凌虛不妨斥鷃卑飛笑
009_0167_b_11L下視濛濛九萬餘
踢却雄峰淨水瓶
009_0167_b_12L滿堂龍象獨寧馨大潙不屬華林覺
009_0167_b_13L破華山是巨靈
其書招之詩送之
009_0167_b_14L重如此自是循游嵒樷涵養孳孳
009_0167_b_15L誨亹亹嚮德慕道者霧擁雨馳於講筵
009_0167_b_16L凡經指歸若聵而聆若酗而醒
009_0167_b_17L海波瀾吐納江河宗風聲價搖蕩山
009_0167_b_18L安國之金臺智谷之深寂臺嵒之
009_0167_b_19L內院獐洞之大源栗谷寺之雙明堂
009_0167_b_20L三神洞之神興寺華嚴之寶積庵甘露
009_0167_b_21L之藥師殿燕谷寺之逍遙室皆栖身宴
009_0167_b_22L弘法普濟之處也道之所在雖潜而
009_0167_b_23L亦孔之昭故湖外諸刹遠之有望

009_0167_c_01L누차 요청하였는데, 그때마다 대사는 “산에서 도를 행하는 큰 정치情致를 어찌 망치겠는가.”라면서 그 요청을 물리치곤 하였다. 이는 대개 구속받기 싫어하는 야학野鶴의 성품 때문이요, 매이고 싶어 하지 않는 수운水雲의 정취 때문이었다. 옛날 신라 문무왕文武王과 원성왕元聖王 때에 사문 엄장嚴莊60)과 영재永才61)가 암자에 거하고 지리산에 살면서 다시는 속세에 발을 딛지 않았던 고사와 시대는 달라도 그 의취意趣는 같다고 하겠다.
만년에 현행現行의 낙을 즐기는 것이야말로 왕생往生의 첩경捷徑이라 하여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마음으로 생각하는 일을 멈추지 않으면서 오직 정토淨土만을 구하였다. 강희康熙 기축년(1709, 숙종35)에 칠불암七佛庵에 주석駐錫하면서 70여 문도를 모아 서방도량西方道場을 결성하고는 추첨을 하여 위차位次를 정하였는데, 대사가 제일번第一番으로 일불一佛의 대쪽(簡)을 얻었으니, 그것은 바로 상품上品 상생上生의 금강위金剛位였다. 그 감응이 이와 같이 절묘하여, 원공遠公62)의 백련회白蓮會나 상로常老63)의 정행사淨行社만이 감히 아름다움을 독점하지 못하게 하였으니, 이 또한 기이한 일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명진明眞 도인道人 경령鏡玲에게 당부하기를 “지금 이 하나의 현행現行의 경經이야말로 말로末路에서 정토淨土로 올라갈 수 있는 중요한 통로이니, 그대는 응당 간행하여 길이 전함으로써 극락세계의 귀정歸程을 널리 보여 주도록 하라.”라고 하였다.
이해 12월에 회계會稽 왕산사王山寺의 강청强請에 못 이겨 몇 년 동안 미루어 오던 부채負債를 갚았으니, 이는 부득이한 행차였다. 그러고는 이듬해 4월 5일에 병이 들어 13일 해시亥時에 홀연히 서쪽을 향해 앉아 세 번 절하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떠났다. 아, 슬프다! 또 무슨 말을 하겠는가!
14일이 지나 사원 서쪽 원통동圓通洞 위에서 다비茶毗의 의식을 거행하니, 두 조각의 정골頂骨이 향적香積의 밖으로 튀어나왔는데 순백純白의 빛을 띠었으며, 또 푸른빛의 조각이 몇 점 있었다. 제자 준명雋明이 사원의 북쪽 기슭에 석종石鍾을 세우고, 문인 원준圓俊이 대원大源의 남쪽 시냇가에 방분方墳을 일으켜, 각각 하나씩 안치하였다. 세수世壽는 65세요, 계하戒夏는 52세였으며, 원문圓門을 활짝 열어젖혀 길을 잃고 헤매는 자들을 교화하며 인도한 것이 33년이었다.
입적한 밤으로부터 다비를 행한 날까지 상서로운 징조가 한둘이 아니었다.

009_0167_c_01L累以邀請每却之曰在山行道豈爽
009_0167_c_02L大致盖難拘野鶴之性不繫水雲之情
009_0167_c_03L昔新羅文武元聖之時沙門嚴莊永
009_0167_c_04L庵栖智異不復蹈世異代同趣也
009_0167_c_05L晩歲樂現行爲徃生之捷徑手不停卷
009_0167_c_06L心不佇思唯淨土之求康熙己丑
009_0167_c_07L錫七佛會徒七十餘指乃結西方道塲
009_0167_c_08L擲栍占位師則第一番得一佛簡是即
009_0167_c_09L上品上生金剛位其感應之妙密也
009_0167_c_10L公之白蓮會常老之淨行社亦弗敢專
009_0167_c_11L㜫矣異㦲仍囑明眞道人鏡玲曰今此
009_0167_c_12L現行一經寔爲末路淸昇之要津子當
009_0167_c_13L繡榟壽傳廣眎樂邦之歸程此年季冬
009_0167_c_14L苦被會稽王山寺之强請以償多年延
009_0167_c_15L佇之債此乃不已之行也次年四月初
009_0167_c_16L五日示疾至十三日亥時忽爾向西
009_0167_c_17L拜者三熱然而化烏呼痛㦲夫復何言
009_0167_c_18L越二七日闍維於寺西圓通洞上二片
009_0167_c_19L頂骨爆出於香𧂐之外純白其色
009_0167_c_20L靑子數點弟子雋明樹石鐘於寺之北
009_0167_c_21L門人圓俊起方墳於大源之南溪上
009_0167_c_22L各安其一世壽六十五戒夏五十二
009_0167_c_23L開闢圓門化物導迷者三十三年也
009_0167_c_24L自入寂之夜洎秉炬之日瑞徵非一

009_0168_a_01L그 방은 여덟 사람이 불을 밝히는 것 같았고, 그 빛은 오색의 누인 베와 같았는데, 원근에서 보고 들은 자들이 그 신이함에 모두 감복하였다. 이 어찌 계정戒定의 훈습熏習이 아니겠으며, 현행現行의 감응이 아니겠는가!
대사는 천성적으로 유화柔和한 기운을 품부 받아 산박散撲을 좋아하지 않았으며, 항상 겸손하고 공경하는 자세로 반드시 온정溫靖하게 대하였다. 몸에는 두 벌의 옷이 없었고, 입은 세 겹을 봉하였다.64) 남의 불행을 긍휼히 여기고 남의 행복을 기뻐하였으며, 시객詩客이나 선려禪侶에 대해서도 귀천을 가려 차별한 적이 없었으니, 이는 자기의 사욕을 극복하고 예를 회복한(克己復禮) 하나의 예이다.
풍도風度가 통창通暢하여 학문에 일정한 스승이 없었으며, 무영無影과 백암栢庵이 모두 대사를 적사嫡嗣로 삼았다. 언젠가 입으로 읊고 붓으로 쓰기를 “처음 방장에 올라가 무영을 참알했고, 뒤에 조계에 들어가 백암을 뵈었다네. 구경꾼은 묻지 마오 종지가 어떠하였는지, 두 분의 젖을 똑같이 달게 먹고 자랐으니.(初登方丈叅無影, 後入曹磎見栢庵. 傍人莫問何宗旨, 一子均沾兩乳甘.)”라고 하였으니, 이는 마음을 비우고 은사恩師를 받든 하나의 예이다.
자신은 깨끗이 다스리고 대중은 관대히 대하였다. 삼문三門의 빗장을 열어젖히고 일류一流의 막힌 것을 소통시키며, 해인원융문海印圓融門과 연기무생문緣起無生門과 염불초승문念佛超昇門을 일러 주었으니, 이는 남을 이롭게 하고 법도를 세운 하나의 예이다.
분전墳典(고전)에 유념하여 늙을수록 더욱 열심히 공부하였다. 비록 차가운 등불이 어두컴컴하고 흐릿한 등화燈花(불똥)가 어지러이 떨어져도 싫증을 내는 일이 없이 반복해서 열람하며 온고지신溫故知新을 하였으며, 슬피 탄식할 대목에 이를 때마다 반드시 감회에 젖어 눈물을 흘리곤 하였으니, 이는 먼 시대의 성현을 추모한 하나의 예이다.
대사는 공평하고 정대하게 행하는 것으로 금회襟懷를 삼았다. 옷을 벗어 주고 밥을 덜어 주며, 자신은 굶주리고 춥게 지내더라도 오직 모두 내준 뒤에야 그만두었으니, 이는 인자하고 측은하게 대한 하나의 예이다.
구차하게 영달榮達을 구하여 세상에 아첨하지 않았고, 성리聲利에 기대며 실질에 어둡지 않았으니, 이는 절의와 염퇴廉退를 보여준 하나의 예이다.
화엄華嚴의 법계품法界品을 간행하여 백암栢庵의 걱정을 덜어 주었고경오년(1690, 숙종16) 여름에 대원암大源庵에서 이 법계품을 판각하였다.반야般若의 보변심普徧心을 편집하여 상진桑津(동방)의 길 잃은 객에게 은혜를 베풀었으니을유년(1705, 숙종31) 가을에 약사전藥師殿에서 『심경약소心經略疏』와 『연주기連珠記』를 편찬하였다 이는 불교를 유통流通시킨 하나의 예이다.
도덕과 인의를 실어 예원藝苑의 괴경槐卿(공경公卿)과 교유하고, 절차탁마切磋琢磨하며

009_0168_a_01L或其室如八人之燼其光如五色之練
009_0168_a_02L遠近之耳目者咸賔其異此豈非戒定
009_0168_a_03L之所熏現行之所感乎且師之天性
009_0168_a_04L和專柔不尙散撲抱謙持恭必爲温
009_0168_a_05L身無再衣口有三緘恤人之陵夷
009_0168_a_06L歡人之愉樂騷賔禪侶未甞殊敬於貴
009_0168_a_07L克己復禮之一也風度弘暢學無
009_0168_a_08L常師無影栢庵俱爲嫡嗣甞占於口
009_0168_a_09L而筆於觚曰初登方丈叅無影後入
009_0168_a_10L曹溪見栢庵傍人莫問何宗旨一子
009_0168_a_11L均沾兩乳甘虛心戴恩之一也治己以
009_0168_a_12L臨衆以寬開三門之關鑰決一流之
009_0168_a_13L茅塞曰海印圓融門緣起無生門
009_0168_a_14L佛超昇門利人矜式之一也留心墳典
009_0168_a_15L老而益勤雖寒燈黯淡昏花錯落
009_0168_a_16L閱忘斁温古知新每至哀惋之詞則必
009_0168_a_17L感懷流涕追遠慕聖之一也公平正大
009_0168_a_18L以爲襟懷解衣撤食食餒衣寒唯匱
009_0168_a_19L而後已仁慈隱惻之一也弗苟榮達而
009_0168_a_20L謟於世匪阿聲利而昧於實節義廉退
009_0168_a_21L之一也鋟華嚴法界品而慰栢庵之焦
009_0168_a_22L庚午夏募刻此
品於大源庵
編般若普徧心而惠桑
009_0168_a_23L津之迷客乙酉秋會編心經畧
䟽連珠記於藥師殿
流通佛敎之
009_0168_a_24L一也載道載義交藝苑之槐卿維切

009_0168_b_01L계표繫表(언외言外)에 심부心府를 합하였으니, 이는 인仁을 생각하며 인을 도운(思仁輔仁) 하나의 예이다.수촌守村 사군使君 조공 세환趙公世煥과 은봉隱峯 참판參判 이공 봉징李公鳳徵과 진양晉陽 사군使君 윤공 계尹公階와 회계會稽 사군使君 임공 방任公昉은 모두 평소에 전혀 알지 못했지만, 형기刑器의 밖에서 정신적으로 우정을 나누고 오묘한 경지 속에서 도가 계합契合된 이들이다.
그리고 소도蘇塗의 전단栴檀에 새긴 만덕萬德의 수용晬容과 집의緝懿의 겸상縑緗에 그린 팔채八綵의 진영眞影을 비롯해서, 범우梵宇를 경영하기도 하고 전경戰耕에 종사하기도 하였다. 이와 같이 천공天空처럼 낙락落落했던 크나큰 행적과 대지大地처럼 밀밀密密했던 기이한 자취는 두레박줄이 짧은 나의 변변찮은 재주로서는 다 기록할 수가 없다.
대저 고금의 인정으로 말하면, 자신을 옳다 하고 남을 그르게 여기며, 자기 위주로 하여 사정私情을 따르며, 이익을 꾀하면서 뻔뻔하게 굴며, 권세에 편들고 약한 자를 구박하며, 성인을 모멸하고 현인을 질투하며, 윗자리에 있으면서 아랫사람에게 교만을 부리며, 법을 훔치고 스승을 비난하며, 선인善人을 혐의하고 인재를 투기하지 않는 경우가 없다. 그러니 이 세상에 어찌 도덕을 일찍이 드러내어 대중을 포용하고 현인을 드높이며, 덕을 우러르고 의를 사모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삼가며, 성의를 독실히 하여 법도를 가르치며, 진의眞儀를 부여잡고 비통한 생각을 일으키며, 관대하고 온유하여 불쌍한 자들을 보살피며, 세상을 깨끗이 바로잡고자 청고淸高하게 행동하며, 주선하고 수고하여 선을 남과 함께하며, 그 문명文明을 넓혀 형외形外에 계합契合하는 자가 있겠는가!
이렇게 본다면 대사의 식견識見과 도량度量이야말로 넓고 크고 깊어서 고금의 그 누구보다도 멀리 뛰어나니, 석원釋苑의 동호董狐65)요 교해敎海의 신룡神龍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대사가 지은 편장篇章이 비록 마음의 찌꺼기라고는 할지라도, 그 수택手澤이 바짝 말라서 겨우 백 분의 일밖에 수집하지 못한 것이 아쉬운데, 그래도 이를 통해서나마 비단의 문채 하나와 봉황의 터럭 하나쯤 알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문인으로서 대사의 통서統緖를 이은 자가 모두 14인이다. 그중 은암隱庵․청윤淸胤․원조圓照․태휘太暉가 상수上首 제자들인데, 모두 곤옥崑玉과 남벽藍壁으로서 진주珍珠와 같은 존재들이요, 용광龍光과 인각麟角으로서 가서嘉瑞 아님이 없다. 또 현하懸河․수화守和․신기神氣․충예冲睿는 염불초승문念佛超昇門을 깊이 터득하였고, 청하淸河․성담性湛․목암牧庵․홍제弘濟는 이회理懷 간충簡衷하고 박섭博涉 강기强記하였다.
그런데 이미 사병瀉甁66)의 자질을 온축蘊蓄하고는, 불행히

009_0168_b_01L維磨會心府於繫表思仁輔仁之一也
009_0168_b_02L守村使君趙公世煥隱峯叅判李公鳳徵晉陽使君
尹公階會稽使君任公昉皆素昧平生而神交於

009_0168_b_03L形器之外道契
於徼妙之中矣
至於蘇塗栴檀萬德之晬
009_0168_b_04L緝懿縑緗八綵之眞影修營梵宇
009_0168_b_05L戰耕自偶落落天廣之景行密密地塵
009_0168_b_06L之奇蹤非短綆麽才之所可殫紀爾
009_0168_b_07L抵古今人情莫不自是而非人專己而
009_0168_b_08L循私挾利而强顏黨勢而忍孤蔑聖而
009_0168_b_09L嫉賢在上而驕下盜法而非師嫌善而
009_0168_b_10L妬才世豈有夙著道德以容衆尊賢
009_0168_b_11L德慕義以愼于其終篤爾誠誼以誨
009_0168_b_12L爾䂓矩克攀眞儀以若思悲肅寛裕温
009_0168_b_13L以撫憐羸頓匡欲耿潔以爲行淸
009_0168_b_14L周旋執勞以善與人同推其文明
009_0168_b_15L以契於形外者乎此則師之識量溥愽
009_0168_b_16L淵泉逈出於今古矣可謂釋苑之蕫狐
009_0168_b_17L敎海之神龍歟所撰篇章雖糟粕於心
009_0168_b_18L而惜其手澤之涸僅裒百一庶可
009_0168_b_19L知錦知鳳於一毛一文耳門人繼其統
009_0168_b_20L者十四隱庵淸胤圓照太暉爲之其首
009_0168_b_21L崑玉藍壁盡是珍珠龍光獜角無非
009_0168_b_22L嘉瑞也又懸河守和神氣冲睿深得念
009_0168_b_23L佛超昇門淸河性湛牧庵弘濟理懷簡
009_0168_b_24L愽涉强記旣蘊瀉瓶之資不幸有

009_0168_c_01L경인년 이전에 일찍 죽기도 하고, 경인년에 스승의 임종을 맞고서 그 이후에 세상을 떠나기도 하여, 지금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으니, 어쩌면 종문宗門의 쇠퇴함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단 말인가!
단숙端肅은 외람되게 무지몽매한 몸으로 아름다운 운세를 만난 덕분에, 일찌감치 사문師門에 들어와 8년 동안 옆에서 모시면서 가장 많이 법은法恩을 받았으니, 하늘을 이고 땅을 밟은 그 높고 깊은 은혜를 헤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스스로 송백松柏에 맹세하며 온 생애를 바쳐 시봉侍奉하리라 다짐하였는데, 밤중에 골짜기에서 배를 등에 지고 달릴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하였겠는가!67) 풍연風煙이 참담慘憺한 가운데, 저 하늘도 창창하기만 하니, 내가 어디로 돌아가겠는가. 슬픔을 스스로 가누지 못한 채, 감히 거칠고 천박한 글솜씨로 땅을 두드리며 삼가 행장을 적는다. 찬讚은 다음과 같다.

節操松栢     꿋꿋한 절조는 송백이었고
器弘鼎鐘     광대한 기량은 정종이었네
深窮法界     법계를 깊이 궁구하여
洞悟眞宗     진종을 환히 깨달으신 분
至矣大矣     지극하고 위대하도다
石室老翁     우리 석실 노옹이시여
噫        아
雲散風馳傾海嶽  구름 흩어지고 바람 치달려 해악이 기울어도
雪巖依舊倚寒空  설암만은 변함없이 찬 공중에 기대었네
또(又)
師之德重也    대사의 중한 그 덕은
九鼎香水洶    구정의 향수보다 진하고
師之道高也    대사의 높은 그 도는
四海神山屹    사해의 신산보다 우뚝해라
高而不危     높아도 위태롭지 않고
重而何屈     중해도 억누르지 않나니
斷斷休休     꿋꿋하면서 널찍하였고
桓桓仡仡     당당하면서 씩씩하였네
邈哉禹儀     아득하다 우의여
終古煥𤓭     영원히 빛나리라68)

백우수필百愚隨筆 부록附錄 끝
문인
청윤, 태휘, 성담, 대유, 홍제, 영헌, 대균, 수화, 덕명, 시준, 처명, 옥눌, 인담, 보열, 혜찰, 성현, 광건, 경환, 만훈, 묘경, 취간, 천묵, 사윤, 단숙.

쌍학, 승민, 밀안.

009_0168_c_01L未及庚寅而夭傷者有旣及庚寅而後
009_0168_c_02L逝者今也則亡何宗門之衰喪至於
009_0168_c_03L此也
猥以愚蒙濫逢嘉運早游師
009_0168_c_04L執侍八禩最承法恩戴天履地
009_0168_c_05L測高深自以矢心松栢奉巾終年
009_0168_c_06L期負舟夜壑風烟慘淡 [8] 蒼蒼蒼兮
009_0168_c_07L安適歸矣悲不自勝敢以蕪譾扣地
009_0168_c_08L謹狀讃曰

009_0168_c_09L節操松栢器弘鼎鐘深窮法界

009_0168_c_10L洞悟眞宗至矣大矣石室老翁

009_0168_c_11L雲散風馳傾海嶽雪嵒依舊倚寒空

009_0168_c_12L

009_0168_c_13L
師之德重也九鼎香水洶

009_0168_c_14L師之道高也四海神山屹

009_0168_c_15L高而不危重而何屈斷斷休休

009_0168_c_16L桓桓仡仡邈㦲禹儀終古煥𤓭

009_0168_c_17L
百愚隨筆附錄終

009_0168_c_18L
009_0168_c_19L
門人

009_0168_c_20L
淸胤太暉性湛大柔弘濟靈憲
009_0168_c_21L守和德明時俊處明玉訥印湛
009_0168_c_22L普悅慧詧成顯廣健敬還萬薰
009_0168_c_23L就侃天默司允端肅雙學勝敏
009_0168_c_24L密安

009_0169_a_01L
설암雪巖의 유고遺稿 뒤에 쓰다
내가 방장方丈 아래에 우거寓居하면서 방외자方外者와 노닐기를 좋아했는데, 그 무리가 왕왕 설하는 것을 들으면, 근세의 운석韻釋(시승詩僧)으로는 반드시 백암栢庵과 설암雪巖을 거론하였고, 그 상문桑門(불문佛門)의 지결旨訣에 정통한 자로는 설암을 으뜸으로 꼽았으므로, 내가 진작부터 귀 기울여 들어 왔다.
그러다가 내가 두류頭流의 여러 사암寺庵을 두루 유람할 적에, 좌선하고 경經을 논하며 일산一山의 종사宗師가 된 자를 보려고 찾아가면 모두 설암의 문도門徒였으므로, 이를 통해 전에 들었던 말을 더욱 믿게 되었는데, 그러면서도 그가 지은 글을 보지 못한 것이 못내 유감스러웠다.
그런데 금년 여름에 단숙端肅 스님이 오대五臺에서 설암의 유고遺稿 한 권을 가지고 나를 찾아와 말하기를, “이것은 우리 노사老師의 해타咳唾(시문)이다. 노사가 일생 동안 깊이 공력을 들인 곳은 경문經文 위에 있고, 저술에는 뜻을 둔 적이 있지 않으니, 지금 이 시와 글은 유희하는 여가에 나온 것일 뿐이다. 그렇긴 하지만 얼마 안 되는 이 시문마저 차마 없어져서 후세에 전해지지 않게 할 수는 없기에, 그 행적과 사실을 행장行狀으로 기록하여 권말卷末에 붙이고 함께 간행함으로써, 썩지 않고 전해지기를 꾀하게 되었으니, 바라건대 한마디 말을 선물하여 기록해 주셨으면 한다.”라고 하였다.
이에 내가 그 유고를 받아서 읽어 보니, 그 시는 담연澹然하면서 유아幽雅하였고, 그 글은 유연悠然하면서 소창疏暢하였으며, 표연히 연하煙霞의 기상이 흘러넘치고 장연鏘然히 금석金石의 음향이 울려 퍼졌으므로, 펼쳐 놓고서 읊조리는 동안 속진俗塵을 벗어난 설암의 쇄락灑落한 기상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그가 공을 들여 묘하게 깨친 경지와 평생에 이룩한 것들은 모두 단숙 스님이 지은 행장 가운데에 실려 있으니, 내가 덧붙여 말할 것이 있지 않다. 그런데 내가 지리산 속에서 대사라고 칭하는 자들을 보면 설암의 문하에서 나오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리고 단숙 스님과 같은 자는 젊은 나이에 영특한 재질을 발휘하여 이미 설암의 의발을 전해 받은 자로서 이와 같이 더더욱 출중하기만 하니, 이 밝은 진주는 의심할 여지없이 저 늙은 대합 속에서 나왔다는 분명한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68)
단숙 스님은 경經을 풀어내고 문文을 자아내어 울연蔚然히 명성을 떨치고 있는데, 나이가 젊고 기력이 왕성하니 앞으로 얼마나 발전할지 알 수가 없다. 뒷날 방외자方外者가 상승上乘의 초오자超悟者를 일컬을 적에, 그가 백암栢庵과 설암雪巖을 능가하게 될지 어찌 알겠는가! 하지만 나는 늙었으니

009_0169_a_01L
書雪嵒遺稿後

009_0169_a_02L
余寓居方丈下喜與方外者遊其徒徃
009_0169_a_03L徃說近世韻釋必曰栢庵雪嵒而精通
009_0169_a_04L其桑門旨訣雪嵒爲最余固已耳之飫
009_0169_a_05L及余遍遊頭流諸庵見其坐禪談經
009_0169_a_06L一山宗師者詢之皆雪喦門徒也於是
009_0169_a_07L乎益信前所聞者而猶以未見其所著
009_0169_a_08L文爲恨今年夏端肅師仙五臺袖雪
009_0169_a_09L嵒遺稿一卷叩余而言曰此吾老師咳
009_0169_a_10L唾也老師一生深用工處在經文上
009_0169_a_11L嘗留意於著述而今其詩若文出於遊
009_0169_a_12L戱之餘者有若干篇亦不忍其1) [5]
009_0169_a_13L無傳仍叙其行蹟事實爲狀置于卷末
009_0169_a_14L而鋟之榟以圖其不朽願賜一言以識
009_0169_a_15L余受而讀之其詩澹然而幽雅
009_0169_a_16L文悠然而踈暢飄然有烟霞之氣鏘然
009_0169_a_17L有金石之響開卷吟哢可以想見雪喦
009_0169_a_18L灑落出塵之氣像矣若其用功妙悟處
009_0169_a_19L及平生大致盡載於肅師所撰行狀中
009_0169_a_20L有非余所可容贅者而吾觀智異山中
009_0169_a_21L凡以大師稱者無非出雪嵒門者若肅
009_0169_a_22L師以妙年英才已得雪嵒衣鉢之傳者
009_0169_a_23L尤卓卓如此始知明珠之出必自老蚌
009_0169_a_24L無疑也肅師繹經績文蔚有聲稱年富
009_0169_a_25L力强其進未已他日方外者之稱說上
009_0169_a_26L乘超悟安知出栢庵雪嵒上而吾老矣

009_0169_b_01L그 광경을 보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가 사문師門을 위해 선사先師의 수택手澤을 취집하여 존모尊慕하는 간절한 그 정성이 더욱 갸륵하기에, 애오라지 느낀 바를 글로 써서 그에게 돌려주었다.
주상이 즉위하신 원년인 신축년(1721, 경종1) 입추立秋 뒤 다섯 번째 무일戊日에 방장方丈 우인寓人 신명구申命耉는 쓰다.
조각자助刻者 명단
조각助刻 : 수월대선사水月大禪師 정혜定慧, 서봉사栖鳳寺 장로長老 충탁忠卓, 승통僧統 현민玄敏.
삼장三藏 문인門人 : 호선灝禪, 호연灝然.
도감都監 : 도형道衡, 화변和卞, 화인和仁, 총경摠敬, 화준和俊.
쌍계사雙磎寺 문인門人 : 문신文信, 문습文習, 문진文震, 찬기賛機, 찬익賛翼, 후세後世, 후경後敬, 후성後成, 후선後禪, 탈신脫信, 탈문脫聞, 탈현脫玄, 탈훈脫熏.
각자刻字 : 우안遇安, 성규省圭.
연판鍊板 : 수경修鏡.

009_0169_b_01L未及見之也且其爲師門裒集手澤
009_0169_b_02L慕惓惓之誠尤足嘉尙聊書其所感者
009_0169_b_03L而歸之

009_0169_b_04L
上之元年辛丑秋社日方丈寓人申
009_0169_b_05L命耉題

009_0169_b_06L
009_0169_b_07L
助刻水月大禪師定慧栖鳳寺長老忠
009_0169_b_08L僧統玄敏

009_0169_b_09L三藏門人灝禪灝然

009_0169_b_10L都監道衡和卞和仁捴敬和俊

009_0169_b_11L雙磎寺門人文信文習文震賛機
009_0169_b_12L後世後敬後成後禪脫信脫聞
009_0169_b_13L脫玄脫熏

009_0169_b_14L刻字遇安省圭

009_0169_b_15L鍊板修鏡

009_0169_b_16L「淺」同서울大圖書館所藏本作「泯」{編}
  1. 4)천제闡提의 불신不信의 장애 : 천제는 일천제一闡提의 준말로, 성불할 가능성이 없어서 끝없이 윤회輪廻할 수밖에 없는 중생을 가리킨다. 무성無性이라고도 한다. 불신은 마음이 더럽고 탁한 정신작용精神作用 즉 심소心所를 뜻하는 불교 용어로, 청정한 심소인 신信의 대칭이다. 신이 있어야만 불도佛道의 초보에 진입할 수가 있는데, 불신은 이와 반대이기 때문에, 소승小乘 구사종俱舍宗에서는 칠십오법七十五法 중 10대 번뇌지법煩惱地法의 하나로 간주하고, 유식종唯識宗에서는 백법百法 가운데 8대 수번뇌隨煩惱의 하나로 간주한다.
  2. 5)우바리優波離 : 부처의 십대제자의 하나로, 계율戒律에 정통하고 엄격하게 수지受持했기 때문에 지율제일持律第一의 칭호를 갖고 있다. 우바리優婆離 혹은 우바리憂波利로도 쓴다. 제1차 경전 결집結集 때에 아난阿難이 경부經部를, 우바리가 율부律部를 송출誦出하였다.
  3. 6)음광飮光처럼 나가의~기다리게 하소서 : 음광은 ⓢ Kāśyapa의 의역意譯으로, 가섭迦葉을 가리킨다. 나가那伽는 ⓢ nāga의 음역音譯으로 용龍․상象․불래不來로 의역되는데, 불佛 혹은 아라한阿羅漢의 선정禪定을 나가정那伽定 혹은 나가대정那伽大定이라고 칭한다. 『俱舍論』 권13에, 제불諸佛 세존世尊이 행주좌와行住坐臥하는 가운데에서도 항상 선정에 들어 있다면서, “那伽行在定, 那伽住在定, 那伽坐在定, 那伽臥在定.”이라고 경문을 인용한 대목이 나온다. 계족산雞足山은 영취산靈鷲山을 가리킨다. 부처의 수제자인 가섭迦葉이 여래如來의 의발衣鉢을 전수받고는 이를 부처의 부촉咐囑에 따라 미륵彌勒에게 전하기 위해 계족산에 가서 선정에 든 뒤에 가부좌跏趺坐하고 입멸入滅하자 계족산 세 봉우리가 하나의 산으로 합쳐졌는데, 장차 미륵불이 용화수龍華樹 아래에 하생下生하여 손가락으로 튕기면 그 산이 다시 열리면서 가섭이 선정에서 깨어나 의발을 전하게 된다는 불교 설화가 전해 온다. 『佛祖統記』 권5 「始祖摩訶迦葉尊者」.
  4. 7)목건련目犍連 : 부처의 십대제자의 하나로, 신통제일神通第一의 칭호를 받았다.
  5. 8)용녀龍女의 죄복상을~알게 하소서 : 『法華經』 「提婆達多品」에, 용녀가 부처에게 구슬을 바치면서 읊은 헌주게獻珠偈에 “죄와 복의 실상을 훤히 아시어, 시방을 두루 비춰 주시네.(深達罪福相, 遍照於十方)”라는 구절이 나온다.
  6. 9)부루나富樓那 : 부처의 십대제자의 하나로, 설법제일說法第一의 칭호를 받았다.
  7. 10)라후라羅睺羅 : 부처가 출가하기 이전에 낳은 아들로, 밀행제일密行第一의 칭호를 받았던 십대제자의 하나이다.
  8. 11)법문해法門海 : 십해十海의 하나로, 부처의 교설을 말한다. 십해는 부처의 경지를 바다에 비유해 설명한 것으로, 『舊譯華嚴經』 권2 「盧舍那佛品」에 실려 있는데, 참고로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해世界海․중생해衆生海․법계방편해法界方便海․조복해調伏海․불해佛海․바라밀해波羅蜜海․법문해法門海․화신해化身海․불명호해佛名號海․불수량해佛壽量海.
  9. 12)상제보살常啼菩薩 : 고해苦海 속의 중생을 보고 항상 슬피 우는 보살이라는 뜻으로, 『大品般若經』 권27에 나오는데, 보자보살普慈菩薩 혹은 상비보살常悲菩薩이라고도 한다.
  10. 13)월애광月愛光 : 차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게 한량없이 비춰 주는 달빛처럼 중생의 아픔을 애틋하게 어루만져 주는 보살의 사랑의 빛이라는 말이다. 천수관음千手觀音이 40수手 중 왼쪽 1수手에 월정마니月精摩尼를 쥐고서 병자의 열독熱毒을 청량하게 식혀 주는데, 그 구슬을 월애주月愛珠, 그 손길을 월애수月愛手라고 칭하기도 한다. 또 『涅槃經』에 월애삼매月愛三昧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한다.
  11. 14)불경不輕 : 상불경보살常不輕菩薩의 준말이다. 아상我相을 내지 않고 경만輕慢하지 않으면서 사람을 볼 때마다 부처가 될 분이라고 공경하며 예배하였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法華經』 「常不輕菩薩品」에 그 내용이 자세히 나온다.
  12. 15)삼십이응三十二應 :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각종 상황에 알맞게 시현示現하는 32종의 형상을 말한다.
  13. 16)선인仙人 : 인욕선인忍辱仙人을 가리킨다. 석가불釋迦佛이 인위因位에서 보살도菩薩道를 닦을 때의 이름이라고 한다. 『賢愚經』 「羼提波梨品」에 그 내용이 상세하다.
  14. 17)금강살타金剛薩埵와 같은 정진행精進行 : 송대宋代 법현法賢이 번역한 『佛說最上根本大樂金剛不空三昧大教王經』 권6에 “만약 이 상응법을 닦으면, 금강살타처럼 정진하는 열락을 얻어 색력과 수명을 늘일 수 있을 것이다.(若修此相應者, 卽得如金剛薩埵精進悅樂, 而能增長色力壽命.)”라는 말이 나온다.
  15. 19)약왕보살藥王菩薩과 같은~공양하게 하소서 : 『法華經』 「藥王菩薩本事品」에 의하면, 약왕보살이 자신의 몸을 태워 1천 2백 년 동안 부처를 공양했고, 7만 2천 년 동안 팔을 태워 탑塔에 공양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연신然身은 연신燃身과 같은 말로, 몸을 사른다는 말이다.
  16. 20)동진행童眞行 : 선재동자善財童子의 구도보살행求道菩薩行을 말한다. 동진은 동자의 뜻과 함께 ⓢ kumārabhūta의 의역意譯으로 보살의 별명으로도 쓰인다.
  17. 21)보현보살普賢菩薩의 털구멍~보게 하소서 : 선재동자善財童子가 보현보살의 하나하나의 털구멍 속에서 미진수微塵數의 불찰佛刹을 보았다는 설명이 당나라 규봉 종밀圭峯宗密의 『華嚴經普賢行願品別行疏鈔』 권2에 나온다.
  18. 22)석존의 본래의 수명 : 『佛名經』 권7과 권8에 부처의 수명에 대한 기록이 있는데, 석가불釋迦佛의 수명은 1백 년으로 되어 있다.
  19. 23)진묵겁塵墨劫 : 헤아릴 수 없이 장구한 세월을 표시하는 불교의 용어이다. 진塵은 미진微塵을 뜻하고, 묵墨은 삼천대천세계三千大天世界가 모두 갈려서 가루가 되는 것을 뜻하고, 겁劫은 무한대의 시한時限의 단위를 뜻한다. 보통 진점겁塵點劫이라고 한다. 『法華經』 「化城喩品」과 「如來壽量品」에 각각 삼천진점겁三千塵點劫과 오백진점겁五百塵點劫의 설명이 나온다.
  20. 24)현승불賢勝佛의 대수명과~유희하게 하소서 : 『新華嚴經』 「壽量品」의 설에 의하면, 이 사바세계娑婆世界 석가모니불찰釋迦牟尼佛刹의 1겁劫은 극락세계極樂世界 아미타불찰阿彌陀佛刹의 하루에 해당하고, 극락세계의 1겁은 가사당세계袈裟幢世界 금강견불찰金剛堅佛刹의 하루에 해당하고, 가사당세계의 1겁은 불퇴전음성세계不退轉音聲世界 선승광명연화개부불찰善勝光明蓮華開敷佛刹의 하루에 해당하고, 이렇게 해서 백만百萬 아승기세계阿僧祇世界를 지난 최후세계最後世界의 1겁은 승연화세계勝蓮華世界 현승불찰賢勝佛刹의 하루에 해당한다고 한다.
  21. 25)대통지승大通智勝 : 『法華經』 「化城喩品」에 등장하는 대통지승불大通智勝佛을 가리킨다. 대통중혜여래大通衆慧如來 혹은 대통혜여래大通慧如來라고도 한다. 이 부처는 과거삼천진점겁過去三千塵點劫 이전에 출현하였는데, 그의 16왕자 중 막내가 바로 석가여래釋迦如來라고 한다.
  22. 26)천의天衣로 불석拂石하도록 서원이 무궁하오니 : 천인天人의 옷자락에 반석이 다 닳도록 이 서원은 끝이 없다는 말이다. 가로세로 높이가 각각 40리 되는 반석磐石을 천인이 백년에 한 번씩 옷자락으로 스쳐서 다 닳아 없어지는 기간을 소겁小劫이라 하고, 80리 되는 반석이 닳는 기간을 중겁中劫, 800리 되는 반석이 닳는 기간을 대아승기겁大阿僧祇劫 즉 무량겁無量劫이라고 한다는 이야기가 『菩薩瓔珞本業經』 권하에 나온다. 그 반석은 겁석劫石이라고 칭한다.
  23. 27)사교四敎 : 고려 제관諦觀이 『天台四敎儀』에서 설명한 장교藏敎․통교通敎․별교別敎․원교圓敎 등 천태종天台宗의 화법사교化法四敎를 말한다. 장교는 부처가 삼승인三乘人을 위해 설했다는 아함阿含의 가르침을 말한다. 삼장교三藏敎 혹은 소승교小乘敎라고도 한다. 통교는 삼승三乘에 공통되는 대승大乘의 초보적인 가르침이라는 말이다. 별교는 이승二乘과는 별도로 보살만을 위해 설하고(不共), 또 차별의 관점에서 제법諸法을 관찰한(歷別) 가르침이라는 말이다. 원교는 치우치지 않고 진실하며 원융한 가르침이라는 말이다. 이 사교는 각각 유문有門․공문空門․역유역공문亦有亦空門․비유비공문非有非空門의 사문四門에 배대配對되기도 한다.
  24. 28)오주五住 : 오주지혹五住地惑의 준말로, 견일처주지見一處住地․욕애주지欲愛住地․색애주지色愛住地․유애주지有愛住地․무명주지無明住地 등 다섯 가지의 미혹을 말한다. 주지住地는 번뇌가 생기는 본거지라는 뜻이다. 유식가唯識家에서는 앞의 4종種의 주지혹住地惑을 번뇌장煩惱障의 종자種子, 뒤의 1종種을 소지장所知障의 종자라고 주장하는 반면, 천태종에서는 견일처주지를 견혹見惑, 제2․3․4를 삼계三界의 사혹思惑이라 하여 계내견사지혹界內見思之惑이라고 총칭하고, 제5의 무명주지無明住地를 계외지혹界外之惑이라고 칭한다.
  25. 29)견혹見惑 : 천태종의 삼혹三惑 중 하나이다. 삼혹은 견사혹見思惑 · 진사혹塵沙惑 · 무명혹無明惑을 말한다. 삼장三障이라고도 한다. 견사혹은 견혹見惑과 사혹思惑의 병칭이다. 견혹은 의근意根이 법진法塵에 대하여 일으키는 사견邪見을 말하고, 사혹은 안이비설신眼耳鼻舌身 등 오근五根이 색성향미촉色聲香味觸 등 오진五塵을 탐애貪愛하여 일으키는 망상妄想을 말한다. 진사혹은 계내界內 계외界外의 항사진수恒沙塵數의 법에 미혹하여 일으키는 혹장惑障을 말하고, 무명혹은 일체법一切法에 밝지 못해 번뇌의 근본이 되는 계외界外의 미혹을 말한다.
  26. 30)하나를 증득하여 일체를 증득하니(一證一切證) : 화엄종의 일즉일체一卽一切의 원리에 입각하여 나온 주장으로, 이밖에도 일장일체장一障一切障․일행일체행一行一切行․일위일체위一位一切位․일수일체수一修一切修․일성일체성一成一切成 등의 용어가 쓰이는데, 이론보다는 수증修證의 의미가 더 깊다.
  27. 31)역별歷別과 원융圓融 : 역별은 다르다고 하는 관점에서 제법諸法을 관찰하는 것을 말하고, 원융은 같다고 하는 입장에서 만법을 화합하고 포용하는 것을 말한다.
  28. 32)제관諦觀의 『天台四敎儀』 권1에 “다음 이행에 들어가면 별교의 묘각과 비슷하다. 삼행으로부터 그 이후는 별교의 사람도 오히려 명자를 알지 못하는데, 하물며 조복하여 끊어 버린 사람이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별교로는 단지 십이품무명을 깨뜨릴 뿐이다. 그래서 우리 집안의 진인으로 너희 집안의 극과를 삼는 것이다.(次入二行, 與別敎妙覺齊. 從三行已去, 別敎之人, 尙不知名字, 何況伏斷! 以別敎 但破十二品無明故. 故以我家之眞因, 爲汝家之極果.)”라는 말이 나온다.
  29. 33)삼매낙의생신三昧樂意生身 : 삼종의생신三種意生身의 하나인 삼매낙정수의생신三昧樂正受意生身의 준말이다. 의생신意生身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대로 몸이 함께 따라간다는 뜻이다. 통교通敎의 등지보살登地菩薩이 여환삼매如幻三昧를 얻어 신통력으로 일체 불찰佛刹에 자유롭게 출입하는 것을 말하는데, 통교通敎의 제3․제4․제5지地 보살의 삼매낙정수의생신三昧樂正受意生身과 제8지 보살의 각법자성성의생신覺法自性性意生身과 제9․제10지 보살의 종류구생무행작의생신種類俱生無行作意生身이 있다.
  30. 34)『天台四敎儀』 권1에 “십이인연十二因緣을 관하는 연고로 진제眞諦의 이理를 깨친다. 그래서 연각緣覺이라고 말한다. 독각獨覺이라고 말하는 것은 부처가 없는 세상에 나와서 고봉孤峰에 홀로 묵으며 만물의 변역變易을 관하고 무생無生의 도리를 자각하기 때문에 독각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두 이름이 같지 않으나 행위行位는 차이가 없다. 이 사람이 삼계三界의 견사혹見思惑을 끊는 것은 성문聲聞과 같으나, 습기習氣를 점점 제거하는 까닭에 성문의 윗자리에 거하는 것이다.(因觀十二因緣, 覺眞諦理, 故言緣覺. 言獨覺者, 出無佛世, 獨宿孤峯, 觀物變易, 自覺無生, 故名獨覺. 兩名不同, 行位無別. 此人斷三界見思, 與聲聞同, 更侵習氣, 故居聲聞上.)”라는 말이 나온다.
  31. 35)열응劣應 : 승응신勝應身의 대칭인 열응신劣應身의 준말로, 열등한 중생에게 나타나 보이는 불신佛身이라는 뜻의 천태종 용어이다. 승응신은 초지初地 이상의 보살에게 응현應現하고, 열응신은 범부와 이승二乘 및 초지 이전의 보살에게 보이는 부처의 응신應身이라 한다.
  32. 36)예양이 탄을 삼킨 것 : 전국시대 진晉나라의 자객刺客 예양豫讓이 지백智伯의 원수를 갚기 위해 조 양자趙襄子를 죽이려다 실패하자, 몸에 옻칠을 하여 나병 환자처럼 자신을 숨기고, 불붙은 탄을 삼켜 벙어리처럼 목소리를 바꾼 뒤에 다시 복수를 시도했던 고사가 있다. 『史記』 「刺客列傳」 참조.
  33. 37)인자仁者는 산을~물을 좋아한다 : 『論語』 「雍也」에 “지자는 물을 좋아하고 인자는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라는 공자孔子의 말이 나온다.
  34. 38)도의 큰~하늘에서 나온다(道之大原出於天) : 한漢나라 동중서董仲舒가 천인감응天人感應의 이론을 제시한 일대 명제命題로서, 무제武帝의 물음에 대해 3차에 걸쳐 대답한 이른바 ‘천인삼책天人三策’의 글 속에 나오는 말인데, 『漢書』 「董仲舒傳」에 이 책문의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35. 39)대매大梅 : 당나라 마조 도일馬祖道一의 법사法嗣인 대매 법상大梅法常을 말한다. 대매는 원래 절강浙江 은현鄞縣의 대매산大梅山을 말하는데, 산 위에 큰 매실나무가 있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법상이 천태산天台山에서 이곳으로 옮겨와 살며, 마조로부터 “매실이 익었다.(梅子熟也.)”라는 말을 듣고 인가를 받았던 고사가 전한다.
  36. 40)정토淨土 삼성三聖 : 아미타불阿彌陀佛과 관세음보살觀世音菩薩․대세지보살大勢至菩薩을 말한다.
  37. 41)그대가 물고기가~즐거움을 알겠는가 : 장자莊子가 친구인 혜시惠施와 더불어 물고기의 즐거움(魚之樂)에 대해서 서로 토론을 벌인 이른바 ‘호량濠梁의 대화’가 『莊子』 「秋水」 말미에 실려 있는데, 그 토론 중에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물고기의 즐거움을 어떻게 안단 말인가!(子非魚, 安知魚之樂!)”라고 혜시가 반박하는 대목이 나온다.
  38. 42)영탈穎脫 : 송곳이 밖으로 튀어나온다는 뜻으로, 뛰어난 재질을 비유하는 말이다. 전국시대 평원군平原君의 식객食客이었던 모수毛遂가 “진작에 나를 주머니 속에 들어가 있게 하였다면, 송곳 끝이 삐져나오는 정도가 아니라, 송곳 자루 전체가 튀어 나왔을 것이다.(使遂早得處囊中, 乃穎脫而出, 非特其末見而已.)”라며 자신의 재능을 과시했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史記』 「平原君列傳」 참조.
  39. 43)서징庶徵 : 비 오고 볕 들고 덥고 춥고 바람 부는(雨晹燠寒風) 등의 좋고 나쁜 자연 현상을 관찰하여 징험한다는 뜻으로, 『書經』의 홍범구주洪範九疇 중 여덟 번째로 나오는 항목이다.
  40. 44)육출六出 : 육출화六出花의 준말로, 눈의 별칭이다. 다른 초목은 대부분 다섯 개의 꽃잎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설화雪花만은 육각六角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육출공六出公이라고도 한다.
  41. 45)섬계剡溪로 배를~한 고사 : 진晉나라 왕휘지王徽之가 폭설이 내린 밤에 산음山陰에서 술을 마시며 좌사左思의 초은시招隱詩를 읊다가 불현듯 섬계剡溪에 사는 친구 대규戴逵가 생각이 나서 밤새 배를 저어 그 집 앞에까지 갔다가 다시 배를 돌려서 돌아왔던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任誕」 참조.
  42. 46)청혜백말靑鞋白襪 : 푸른 짚신에 흰 무명버선이라는 뜻으로, 산수山水 속에 살면서 유유자적하는 은자隱者의 복장을 가리킨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아, 약야계여! 그리고 운문사여! 나만 홀로 어찌하여 진흙 속에 빠져 있나, 푸른 짚신에 베 버선 차림이 이제부터 시작일세.(若耶溪! 雲門寺! 吾獨胡爲在泥滓, 靑鞋布襪從此始.)”라는 구절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권4 ≺奉先劉少府新畫山水障歌≻.
  43. 47)아침엔 돌~골수를 먹고 : 신선과 같은 생활을 비유하는 말이다. 위魏나라 때의 선인仙人 왕렬王烈이 혜강嵇康과 함께 태항산太行山에 가서는, 갈라진 암석 틈에서 석수石髓 즉 석종유石鍾乳가 엿처럼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자신이 먼저 반절을 복용한 뒤에 나머지를 혜강에게 주었는데 그때는 이미 딱딱한 청석靑石으로 굳어 있어서 먹지를 못했다는 기록이 전한다. 『晉書』 「嵇康傳」 참조. 선가仙家에서는 5백 년 만에 한 번 나온다는 석수를 돌의 진액이라고 하여 장생불사의 명약으로 여긴다. 참고로 이백李白의 시에 “밤에는 솔 아래 구름에 눕고, 아침에는 돌 속의 골수를 먹는다.(夜臥松下雲, 朝飡石中髓.)”라는 말이 나온다. 『李太白集』 권6 ≺白毫子歌≻.
  44. 48)제천諸天 : 불교 사원寺院이나 암자의 별칭이다. 참고로 두보杜甫의 시에 “나무 덩굴 저 너머에 응당 암자가 있으련만, 깜깜해진 뒤에나 겨우 꼭대기에 오르겠군.(諸天合在藤蘿外, 昏黑應須到上頭.)”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杜少陵詩集』 권12 ≺涪城縣香積寺官閣≻.
  45. 49)백설가白雪歌 : 춘추시대 초楚나라의 고아高雅한 가곡歌曲 이름이다. 영郢은 초나라의 서울이다.
  46. 50)저녁에 죽는~귀하게 여겨 : 진리 탐구에 매진하였다는 말이다. 『論語』 「里仁」에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47. 51)힘줄과 뼈가~칼을 놀려 : 경지가 높아져서 난해한 대목도 쉽게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莊子』 「養生主」에 “지금 내가 칼을 잡은 지 19년이나 되었고 잡은 소만도 수천 마리를 헤아리는데, 칼날이 지금 숫돌에서 금방 꺼낸 것처럼 시퍼렇기만 하다. 소의 마디와 마디 사이에는 틈이 있는 공간이 있고 나의 칼날에는 두께가 없으니, 두께가 없는 것을 그 틈 사이에 밀어 넣으면 그 공간이 널찍해서 칼을 놀릴 적에 반드시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今臣之刀十九年矣, 所解數千牛矣, 而刀刃若新發於硎. 彼節者有間, 而刀刃者無厚, 以無厚入有間, 恢恢乎其於遊刃, 必有餘地矣.)”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48. 52)남천藍茜이 본색本色을~수가 없었다 : 제자가 스승을 능가할 정도로 재능이 워낙 출중해서 누구도 어깨를 겨룰 수가 없었다는 말이다. 남천藍茜이 본색本色을 잃는다는 말은, 쪽(藍)과 꼭두서니(茜)에서 나온 청색과 홍색이 쪽과 꼭두서니보다 더 진하다는 뜻으로, 제자가 스승보다 낫다는 비유로 쓰는 말이다.
  49. 53)하늘이 은유憖遺를 하지 않으니, : 하늘이 세상을 위해 원로를 아껴 남겨 두지 않고 빨리 데려갔다는 말이다. 『詩經』 「小雅」 ≺十月之交≻의 원로 한 분을 아껴 남겨 두어서 우리 임금을 지키게 하지 않는구나.(不憖遺一老, 俾守我王.)”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50. 54)남이 설해~조과操戈하기도 하였다 : 선배나 어른의 말이라도 도리에 맞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반박하며 바로잡았다는 말이다. 조과操戈는 창을 잡는다는 말로, 청출어람靑出於藍과 비슷한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후한後漢의 하휴何休가 『春秋』 삼전三傳에 대해서 저술을 하였는데, 정현鄭玄이 그 내용을 반박하여 수정을 가하자, 하휴가 “강성이 나의 방에 들어와서는, 나의 창을 잡고서 나를 치는구나!(康成入吾室, 操吾矛以伐我乎!)”라고 탄식하였던 고사가 전한다. 『後漢書』 「鄭玄傳」 참조.
  51. 55)함시무장函矢巫匠 : 갑옷과 화살과 무당과 목수를 말한다. 『孟子』 「公孫丑上」에 “화살 만드는 사람이 어찌 갑옷 만드는 사람보다 어질지 못하겠는가마는, 화살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하게 하지 못할까 걱정하고, 갑옷 만드는 사람은 오직 사람을 상하게 할까 걱정한다. 무당과 관을 만드는 목수도 이와 같다. 따라서 기술을 신중하게 가리지 않으면 안 된다.(矢人豈不仁於函人哉, 矢人惟恐不傷人, 函人惟恐傷人. 巫匠亦然. 故術不可不愼也.)”라는 맹자의 말이 나온다.
  52. 56)선등약부船燈藥斧 : 선박과 등불과 양약良藥과 도끼를 말한다. 문聞과 사思와 수修와 증證을 설명하면서, 각각 중생을 고해苦海에서 건져 주는 견고한 선박, 무명無明의 흑암黑暗을 몰아내는 밝은 등불, 병자를 치료해 주는 좋은 약, 번뇌의 나무를 베어 내는 예리한 도끼 등에 분속分屬해서 비유한 내용이 송宋나라 정원淨源이 지은 『佛遺敎經論疏節要』 권1에 나온다. 정원은 고려 대각국사大覺國師 의천義天의 스승이다.
  53. 57)퇴장밀기退藏密機 : 남의 눈에 띄지 않도록 자신의 재능을 숨기면서 홀로 수양 공부를 하는 것을 말한다. 『周易』 「繫辭傳上」의 “성인은 이로써 마음을 씻어 아무도 모르게 은밀한 곳에다 감추어 둔다.(聖人以此洗心, 退藏於密.)”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54. 58)그 부친의 소를 집어삼켜 : 뛰어난 자질을 발휘하여 은사 스님의 가르침을 모두 소화했다는 말이다. 호랑이나 표범 새끼는 아직 털 무늬가 이루어지기 전에도 소를 잡아먹는 기상을 지니고 있다(虎豹之駒, 未成文而有食牛之氣.)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尸子』 권하 참조.
  55. 59)백암이 제자인 설암의 경지를 인정해서 불장사의 주지가 되게 했다는 말이다. 웅봉은 독좌대웅봉獨坐大雄峰의 공안公案으로 유명한 당나라 선승 백장 회해百丈懷海를 가리킨다. 백장이 대위산大潙山의 주지를 선정할 적에, 물이 담긴 병을 가리키며 “정병이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뭐라고 해야 하느냐?(不得喚作淨甁, 汝喚作甚麽?)”라고 물었는데, 제일좌第一座인 화림 선각華林善覺은 “장작이라고 부를 수는 없습니다.”라고 대답하고, 전좌典座의 소임을 맡은 위산 영우潙山靈祐는 그냥 발로 걷어차고 나가니, 백장이 “제일좌가 위산에게 오히려 졌다.”라고 하고는 영우를 주지로 보낸 적도정병趯倒淨甁의 고사가 전한다. 『景德傳燈錄』 권9 「潙山靈祐條」, 『無門關』 40칙 참조. 영형寧馨은 영형아寧馨兒의 준말로, 나이 어린 뛰어난 인재를 비유하는 말이다. 진晉나라 산도山濤가 왕연王衍을 만나 보고는 “어떤 늙은 할미가 이런 자식을 낳았는고!(何物老媼, 生寧馨兒!)”라면서 감탄해 마지않은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 『晉書』 권43 「王戎傳」에 있는 「王衍傳」 참조. 거령巨靈은 황하黃河의 신 이름이다. 황하의 물줄기가 화산華山에 가로막혀 돌아갈 수밖에 없자, 거령이 손을 들어 산의 머리를 쳐서 둘로 쪼갠 다음에 그 사이로 직진해서 흘러가게 했다는 거령비희巨靈贔屭의 전설이 후한後漢의 장형張衡이 지은 ≺西京賦≻의 주註에 나온다.
  56. 60)엄장嚴莊 : 신라 문무왕文武王 때 남악南岳의 암자에 거했던 불승佛僧이다. 친구 광덕廣德이 먼저 극락세계에 간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가 보니 벌써 죽었으므로 그의 장사를 지낸 뒤에 광덕의 처와 동침을 요구했다가, 10년 동안 광덕과 동거했으나 동침하지 않았다는 말을 듣고는, 부끄러움을 느껴 다시 치열하게 도를 닦아 극락세계에 갔다는 일화가 『三國遺事』에 전한다.
  57. 61)영재永才 : 신라 원성왕元聖王 때의 고승高僧으로, 익살을 좋아하고 재물에 얽매이지 않았으며 향가鄕歌를 잘 지었다. 90세 때에 지리산으로 들어가다가 대현령大峴嶺에서 만난 도둑 60여 명을 감화시켜 제자로 만들고 산속으로 들어가 세상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가 지은 ≺遇賊歌≻라는 향가가 『三國遺事』에 전한다.
  58. 62)원공遠公 : 동진東晉의 고승 혜원慧遠을 가리킨다. 그가 여산廬山의 동림사東林寺에서 유유민劉遺民 · 뇌차종雷次宗 등 명유名儒를 비롯하여 승속僧俗의 18현賢과 함께 염불念佛 결사結社를 맺었는데, 그 사찰의 연못에 백련白蓮이 있어서 백련사白蓮社라고 일컬었다는 고사가 전한다. 『蓮社高賢傳』 「慧遠法師」 참조.
  59. 63)상로常老 : 송나라 정토종의 승려 성상省常(959~1020)을 가리킨다. 항주杭州 서호西湖의 소경사昭慶寺에 머물면서, 여산 동림사의 유풍遺風을 흠모하여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하고 정업淨業을 닦다가, 뒤에 『華嚴經』 「淨行品」의 뜻을 취하여 정행사淨行社로 이름을 바꿨다. 재상 왕단王旦을 비롯하여 이 모임에 참여한 사대부 123인이 정행사 제자로 자칭하였으며, 비구도 1천여 인이나 참여하여 과거 동림사 백련사의 성황을 재현하였다. 세상에서 그를 전당錢塘 백련사주白蓮社主로 칭하고 연종蓮宗의 제7조祖로 추앙한다. 『佛祖統記』 권26, 『廬山蓮宗寶鑑』 권4 참조.
  60. 64)입은 세 겹을 봉하였다 : 신중하게 발언하는 것을 뜻한다. 공자가 주周나라 태묘太廟에 갔을 적에 입을 세 겹으로 봉한(三緘其口) 금인金人을 보았는데, 그 등 뒤에 새긴 명문銘文을 보니 “옛날에 말조심을 하던 사람이다. 경계하여 많은 말을 하지 말지어다. 말이 많으면 실패가 또한 많으니라.(古之愼言人也. 戒之哉, 無多言. 多言多敗.)”라고 적혀 있더라는 고사가 전한다. 『孔子家語』 「觀周」 참조.
  61. 65)동호董狐 : 직필直筆로 유명한 춘추시대 진晉나라의 사관史官이다. 진 영공晉靈公이 조순趙盾을 죽이려 하자 조순이 도망갔다가, 조천趙穿이 영공을 죽인 뒤에 조순이 돌아오자, 동호가 ‘조순이 그 임금을 죽였다.(趙盾弑其君.)’라고 기록하여 조정에 보였다. 조순이 자기가 죽이지 않았다고 강변하자, 동호가 ‘그대는 일국의 정경으로 도망을 하면서 국경을 넘지도 않았고, 돌아와서는 역적을 토벌하지도 않았으니, 그대가 죽인 게 아니고 누구인가?(子爲正卿, 亡不越境, 反不討賊, 非子而誰?)’라고 하였는데, 이 일과 관련하여 공자가 “동호는 옛날의 훌륭한 사관이었다. 그의 서법은 숨기는 일이 없었다.(董狐, 古之良史也. 書法不隱.)”라고 찬양한 고사가 전한다. 『春秋左氏傳』 선공宣公 2년 참조.
  62. 66)사병瀉甁 : 이 병의 물을 기울여 저 병에 온전히 담는다는 뜻의 불교 용어로, 스승이 제자에게 법을 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63. 67)밤중에 골짜기에서~생각이나 하였겠는가 : 설암이 홀연히 세상을 떠난 것을 형용한 말이다. 골짜기의 배 운운은 『莊子』 「大宗師」의 “배를 골짜기에 숨기고 그물을 늪 속에 숨겨 두고는 이제 염려 없게 되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그러나 한 밤중에 힘이 센 이가 등에 지고 달릴 수도 있는데, 어리석은 자들은 이 사실조차 깨닫지를 못한다.(夫藏舟於壑, 藏山於澤, 謂之固矣. 然而夜半有力者, 負之而走, 昧者不知也.)”라는 말에서 나온 것인데, 인간이 어떻게 항거할 수 없는 운명적인 죽음을 비유하는 말로 흔히 쓰인다.
  64. 68)아득하다 우의여 영원히 빛나리라 : 설암의 행적이 고대의 성왕聖王으로 일컬어지는 하우夏禹의 위의威儀와 비슷해서 후세에 영원히 전해지리라는 말이다. 우禹는 순舜의 명을 받아 홍수를 다스리면서, 13년 동안 세 번이나 자기 집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하며, 나중에 순을 이어 즉위하여 하대夏代를 건립한 성군이다. 참고로 당나라 문종文宗이 청량 징관淸涼澄觀의 진영眞影에 지은 찬讚의 말미에 “아득히 대우大禹의 위의와 같음이여, 정사에 길이 빛나리로다.(邈爾禹儀, 煥乎精舍.)”라는 말이 나온다. 『佛祖歷代通載』 권16 참조.
  65. 68)이 밝은~알게 되었다 : 단숙이 뛰어난 자질로 설암의 후계자가 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대합의 진주는 보통 타인의 걸출한 아들을 비유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스승의 뒤를 이은 제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였다. 한漢나라 공융孔融이 『與韋端書』에서 “최근에 늙은 대합 속에서 두 개의 진주가 튀어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하였다(不意雙珠, 近出老蚌.)”라며, 그의 두 아들을 칭찬한 고사에서 유래한 말이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2)「詩文」二字。編者補入。
  3. 1)「附錄」二字補入{編}。
  4. 1)「淺」同서울大圖書館所藏本作「泯」{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