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연주기회편(般若波羅蜜多心經略疏連珠記會編) / 釐合例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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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바라밀다심경략소연주기』 발문(連珠記跋)
『반야심경략소』는 곧 당나라 현수 국사가 역장譯場에서 정 공鄭公의 요청을 받아들여 지은 것이다. 그 문장은 간단하지만 그 뜻이 미묘하여 해석하는 이들이 잘하기가 더 어려웠다. 항주杭州 혜인원慧因院205)의 화엄 법사인 사회師會가 유독 깊은 뜻에 밝아 상식적인 담론을 온전히 뛰어넘었는데, 옛날의 해석하는 문장들이 소의 뜻에 매우 어긋남을 매번 걱정하던 차에 어느 날 대중의 요청에 따라 새로운 기記를 내었으니, 이름하여 ‘연주連珠’라 하였다. 대개 여러 조사들의 유훈을 취하여 기준으로 삼았고, 경론의 격언을 준칙으로 삼았다. 연구의 깊고 은미함이 지금에까지 유전되어 지혜의 횃불들이 서로 타오르니, 그 공이 어찌 성대하지 않겠는가?
때는 송나라 건도乾道 연간 용집 을유년(1165) 8월 16일 사문 혜선慧詵 쓰다.

반야바라밀다심경략소연주기회편 제2권을 마치다.

대조 검토

제2권 제38쪽 제10행에 있는 “사무작 속지유성상 상개생멸무량四無作。 束之唯性相。 相開生滅無量。(넷째, 無作이다. 묶으면 오로지 性과 相이다. 상은 생멸과 무량으로 나뉜다.)”206)이라는 이 14자는 본래 중첩된 문장으로 기록되어 있었는데, 회편한 사람이 그것이 겹쳐진 것임을 알고, 그 14자를 삭제하고 14자만 썼으니, 필삭의 묘미이다.

일러두기

하나. 이 경전은 앞뒤로 여섯 개의 번역이 있다. 첫째, 당나라 초기 현장 법사의 번역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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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9_0199_b_24L釐合例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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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此經有前後六譯 一唐初玄奘法

009_0199_c_01L곧 지금의 경전이다. 서분과 유통분을 내지 않고 서분 중의 두 구절만 채록207)하여 의미만을 드러내고자 하는 약본(義本)으로 현양하였고, 곧바로 정종분에 집어넣어서 사람들이 수지, 독송하도록 안배하였으니, 번역의 묘미이다.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에 의거하여 말한다.
“당나라 태종 황제가 삼장 현장을 불러 『반야심경』 1권을 역출하게 하였으니, 겨우 54구 267자일 따름이다.”208)
◆ 송나라 이구李覯(1009~1059)는 자字가 태백泰伯이고, 우강旴江 사람이다. 자주 대유大儒라 일컬어졌는데, 일찍부터 책을 써서 불교를 배척하고자 하였다. 명교明敎 대사 계숭契崇(1007~1072) 선사는 그에게 자신이 저술한 『보교편輔敎篇』209)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유심히 불서佛書를 읽고는 한숨을 쉬며 말하기를, “우리들의 의론은 한 권의 『반야심경』에도 오히려 미치지 못하는데, 불타의 가르침을 어찌 쉽게 알겠는가?”라고 하였다. 태백泰伯이 말한 바가 스스로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 어찌 그럴 수 있겠는가?
둘째, 당나라 불공不空의 번역이다. 경의 첫머리에서 말한다.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불타는 왕사성 영취산에서 대비구의 무리 수천 명과 함께 있었다.……(중략)……이때 관자재보살이 불타의 위신력을 받들어 말하기를, ‘저는 이 모임에서 여러 보살들에게 보편지장반야바라밀다심을 설하고자 합니다’라고 하였다. 불타에게 들어주기를 허락받고 혜광삼매에 들어 오온이 모두 공임을 비추어 보고 일체의 고액苦厄에서 벗어났다.【위의 두 구절은 삼매 중에 비추어 본 바인데, 경전 주석가들이 별도의 특징을 갖는 경전이라고 분류하였으나 정설이 아닌 것에 속한다.】 이에 삼매에서 일어나【위는 모두 서분이다.】 사리자에게 말하기를, ‘보살에게는 반야바라밀다의 마음이 있으니, 보편지장普遍智藏이라 한다. 이와 같이 배워야 한다. 사리자여, 색은 공과 다르지 않고, 공은 색과 다르지 않다.……(중략)……내지 승아제모지사바하(僧羯帝菩提娑婆訶).【위는 정종분이다.】 이 경전을 설하고 나서 사리불 등 모든 대비구·비구니, 천룡팔부의 일체의 대중들이 이 경전을 설함을 듣고

009_0199_c_01L師譯 即今經也 不出序及流通 採
009_0199_c_02L出序中二句 標爲義本 仍配入正宗
009_0199_c_03L令人誦持 譯之妙也 按通載云 唐
009_0199_c_04L太宗皇帝 詔三藏玄奘 譯出心經一
009_0199_c_05L卷 纔五十四句二百六十七字耳 ◆
009_0199_c_06L宋李覯 字泰伯 旴江人 時稱大儒
009_0199_c_07L嘗欲箸書排佛 明敎嵩禪師 以其所
009_0199_c_08L述輔敎篇示之 乃留意讀佛書 而喟
009_0199_c_09L然曰 吾輩議論 尙不及一卷般若心
009_0199_c_10L經 佛敎豈易知耶 泰伯所言 非其
009_0199_c_11L自肯 安能爾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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二唐不空譯 經首云 如是我聞 一
009_0199_c_13L時 佛 在王舍城鷲峯山中 與大比
009_0199_c_14L丘衆滿千百人
爾時觀自在菩薩
009_0199_c_15L承佛神力白言 我欲於此會中 說諸
009_0199_c_16L菩薩 普遍智藏般若波羅蜜多心 蒙
009_0199_c_17L佛聽許 入慧光㝎 照見五蘊皆空
009_0199_c_18L度一切苦厄上二句 㝎中所照見 經家輯
綴別相修多羅 攝非正說也

009_0199_c_19L乃從㝎而起上皆序
分也
告舍利子言 菩薩
009_0199_c_20L有般若波羅蜜多心 名普遍智藏 應
009_0199_c_21L如是學 舍利子 色不異空 空不異
009_0199_c_22L色云云 乃至僧羯帝菩提娑婆訶上正
宗也

009_0199_c_23L說此經已 舍利弗等 諸大比丘比丘
009_0199_c_24L尼 天龍八部 一切大衆 聞說此經

009_0200_a_01L모두 크게 환희하고 믿어 봉행하였다.【위는 유통분이다. 세 부분이 갖추어졌다.】”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번역본은 번역자와 번역의 시기 및 번역 장소가 분명하지 않지만, 필히 모두 서분, 정종분, 유통분의 세 부분이 있다. 그러므로 『반야심경략소연주기般若心經略疏連珠記』에서는 “다른 번역들은 대부분 갖추었다.”210)라고 하였다.

하나. 경이라 하고 소䟽라 하고 기記라 하는 것에는 마땅히 상·중·하의 구별이 있다. 『반야바라밀다심경략소연주기회편』의 순서에서 소는 경의 한 글자 아래에 썼고, 기는 소의 한 글자 아래에 썼으니, 계통이 있어 혼란스럽지 않다. (규봉 종밀이 소를 내고 장수 자선이 기문을 쓴) 『금강경소기金剛經䟽記』의 경우가 하나의 예이다.

하나. 지금 『연주기』 제1권에는 경의 문장이 없으므로 소의 문장은 공란이 남겨지지 않은 채로 썼고, 기의 문장은 한 글자 내려 썼다.【제1권에서 “이 경전을 해석하겠다.” 이후로 소의 문장을 다시 한 글자 내려 쓴 것은, 이 소의 문장이 경전을 해석하는 실마리이기 때문이다.】 제2권 이하에서는 경의 문장이 있으므로 경의 문장은 공란이 남겨지지 않은 채로 썼고, 소의 문장은 경의 한 글자 아래에 썼으며, 기의 문장은 소의 한 글자 아래에 썼으니, 다른 판본의 혼란스런 형식과 같지 않다.

하나. 소䟽에서 경經을 판석하여 과목을 나누는 것은 의당 큰 문단의 앞부분에 두고, 문단의 뒷부분에 두는 일은 소에서 생략하였다. 기記에는 이미 나서서 분명히 해 두는 말이 있으니, 그러므로 곧 그것에 따른다.

하나. (회편이 아닌) 별행기別行記에서 소의 과목을 변별할 때 먼저 소의 두 글자를 거론한다. “‘묘각妙覺’ 이하는, 둘째 작용의 오묘함(用妙)이다.……”라고 하는 것과 같다. 하지만 회편할 때에는 (소의 문장이 제시되므로) ‘묘각妙覺’의 두 글자가 삭제된다. 뒤의 과단의 예가 모두 이러하다. 대개 소의 문장을 생략했기 때문이다.

하나. 기記에서 경을 해석하는 말이 아직 소䟽의 뜻을 거치지 않은 경우 모아서 소의 앞에 두어 순서를 잃지 않게 한다.


009_0200_a_01L皆大歡喜 信受奉行上流通分
三分備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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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四五六本 未詳譯主時處 而必皆
009_0200_a_03L有序正流通三分 故記云 餘譯多具
009_0200_a_04L一曰經 曰䟽 曰記 上中下宜有區
009_0200_a_05L別 會編之次 䟽讓經一字 記讓䟽
009_0200_a_06L一字 有緖不紊 如金剛經䟽記一例
009_0200_a_07L一今第一卷中 無其經文故 以䟽文
009_0200_a_08L頂格書 記低一字第一卷中 自將釋此經
已還 䟽復低一字者 以

009_0200_a_09L是釋經之
端倪故
自二卷以去 有其經文故 以
009_0200_a_10L經頂格書 䟽讓經一字 記讓䟽一字
009_0200_a_11L不同他本紊然之式

009_0200_a_12L
一䟽中判經科段 宜置大文之前 而
009_0200_a_13L置於後者 以其䟽之略也 以其記中
009_0200_a_14L已有發明之詞 故仍從之

009_0200_a_15L
一別行記中 辯䟽科目 先擧䟽中二
009_0200_a_16L字 如妙覺下二用妙云云 而會編之
009_0200_a_17L時 妙覺二字除之 後之科段 例皆
009_0200_a_18L如是 盖省文也

009_0200_a_19L
一記中有釋經之語 未涉䟽意者 會
009_0200_a_20L在䟽前 令不失次第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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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有攝義之圖眞空一廢己成他二泯他現己三自他俱存四自他俱泯妙有一現他自盡二自現隱他三自他俱存四自他俱泯理事十門一理遍於事門二事遍於理事-通顯體相三他理成事門四事能現理門五以理奪事門六事能隱理門七眞理即事門八事法即理門九眞理非事門十事法非理門空有三義相違義無礙義相作義緣起四義一緣生故有二緣生故空三無性故有四無性故空眞空妙有又由初二義有有四義由緣生故有有現他自盡義由緣生故空有自現隱他義二義無礙有俱存義二義相形有俱泯義又由後二義有空四義由無性故有有廢己成他義由無性故空有泯他現己義二義無礙有俱存義二義相形有俱泯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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空有攝義之圖眞空一廢己成他 二泯他現己三自他俱存四自他俱泯妙有一現他自盡二自現隱他三自他俱存四自他俱泯理事十門一理遍於事門二事遍於理事 通顯體相三他理成事門四事能現理門五以理奪事門六事能隱理門七眞理即事門八事法即理門九眞理非事門十事法非理門空有三義相違義無礙義相作義緣起四義一緣生故有二緣生故空三無性故有四無性故空眞空妙有又由初二義有有四義由緣生故有有現他自盡義由緣生故空有自現隱他義二義無礙有俱存義二義相形有俱泯義又由後二義有空四義由無性故有有廢己成他義由無性故空有泯他現己義二義無礙有俱存義二義相形有俱泯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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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표에 대한 해설

무릇 연기緣起의 네 가지 뜻과 진공眞空의 네 가지 뜻과 묘유妙有의 네 가지 뜻과 이사理事의 열 가지 문은, 모두 상위相違·상작相作·무애無礙의 세 가지 뜻을 벗어나지 않는다. 이 세 가지 뜻은 하나의 맛으로 융합하여 같아지니, 하나의 위대한 연기가 장애가 없어 역관과 순관이 자유로운 것이고, 덕을 갖춘 중도인 것이다. 그러므로 그림에서는 서로서로 돌아 나가니, 선후가 없음을 보이고 있다.

009_0201_a_01L圖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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夫以緣起四義 又眞空四義 又妙有四
009_0201_a_03L義 又理事十門 捴不出相違相作無礙
009_0201_a_04L等三義也 三義融同一味 爲一大緣起
009_0201_a_05L無障無礙 逆順自在 具德之中道也
009_0201_a_06L所以圖中回互出之 示無先後也
  1. 205)혜인원慧因院 : 송나라 때 화엄학 부흥의 중심지. 망실되었던 화엄 문헌이 고려의 의천義天으로부터 혜인원에 입수된 일을 계기로 고려와의 관계가 이어져 일명 고려사高麗寺라고도 불렸다. 사회는 이 혜인원에 머물면서 화엄학을 크게 떨쳤다.
  2. 206)본 서 p.226에 해당.
  3. 207)서분은 『반야심경』의 대본(광본) 중의 서분을 가리키며, 그중의 두 구절은 곧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을 가리키는 것 같다.
  4. 208)염상念常,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 권18(T49, 665a).
  5. 209)계숭契崇, 『심진문집鐔津文集』(T52) 중 『보교편輔敎篇』 상·중·하 3권.
  6. 210)사회師會, 『반야심경략소연주기般若心經略疏連珠記』 권상(T33, 561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