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선원제전집도서과평(禪源諸詮集都序科評) / 後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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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발後跋
규봉 선사가 선의 근원이 되는 전적을 모으고 두 권의 서문을 지어 법이 원만하게 이루어지게 한 것은 선교학자들이 치우친 견해를 벗어나 정견을 얻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것은 여래가 가르침을 편 이후에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하겠다. 그 글은 간략하지만 뜻이 풍부하여, 말세의 미천한 학자는 통발에 집착하여 고기를 놓치고, 수학水鶴88)을 구분하지 못하여 걱정과 의심을 해결할 수가 없었다.
설암 대사는 서산의 제5대 법손이다. 몸은 교법의 바다에 노닐고 마음은 선법의 심오함에 물드니, 종문의 비조이고 교의敎義의 지남이라고 존중받았으며 재가자나 출가자 모두 규봉이 다시 태어났다고 칭송하였다. 대사는 강석 중에나 길을 갈 때, 선정 중에도 마음은 언제나 이 『도서』에서 떠나지 않았다.
(대사는) 마침내 여기에 과목을 내고 해석을 붙여 20여 장을 기록하니, (학자들이) 『도서』의 근본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이 『과평』은 『도서』의 구슬을 꿰는 줄이요, 인도와 천도의 안목으로 평가되니, 우리들 해동 학자와 모든 종장들이 다 이 글 원문 아래에 주석을 붙이고 목판으로 간행하여 유포하기를 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이에 그 문하에서 법을 받은 성곡당城谷堂 민기敏機 대사가 법사의 노고를 생각하고 학자들의 간절한 염원을 받들어 판에 새겨 전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안목을 잃은 학자들에게 안목을 얻게 하고, 바른 길을 잃은 학자들에게 길을 찾도록 하니, 불조사의 남은 광명을 부축하시고 나라의 평안을 도우신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쯧쯧! (눈병을 고치는) 설암의 수술칼에 감동하고 안막을 제거하는 성곡의 수술 솜씨에 경탄하여 발문을 쓰니, 원컨대 불조사의 큰 지혜에 계합하여, (이 글이) 저절로 나머지 세계에도 전파 유통됨으로써 억만년 묻히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건륭 2년 정사(1737) 자자월自恣月(음 7월) 일 청월 국선淸月國禪이 기록함.


009_0236_a_05L後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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圭峰禪師集禪源而作序兩卷而令法
009_0236_a_07L成圓使禪敎學者免偏僻得正見
009_0236_a_08L如來闡敎之後未之有也然而文畧義
009_0236_a_09L此末葉淺識執筌忘魚不分水鶴
009_0236_a_10L未訣尤豫雪嚴大士西山第五孫也
009_0236_a_11L身遊敎海心染禪綱而宗門鼻祖
009_0236_a_12L義指南道俗緇徒謂之圭峰重成也
009_0236_a_13L或講席或途中或禪定留心此序
009_0236_a_14L科解釋記於二十餘紙而歸根矣
009_0236_a_15L是一序之珠線人天之眼目也吾東學
009_0236_a_16L及諸宗匠皆以莫不願注於元文之
009_0236_a_17L而刊板流布於是其遊閫授法
009_0236_a_18L谷堂敏機大士慕法師之劬勛聽學者
009_0236_a_19L之希願鋟梓流傳使學者失眼目者
009_0236_a_20L得眼失正路者得路可以資佛祖之餘
009_0236_a_21L兼裨國祚之恒安感其雪巖之
009_0236_a_22L金鎞慶其城谷之刮膜而跋之伏願
009_0236_a_23L如契佛祖之大智自爾傳之通之於餘
009_0236_a_24L億萬祀而不埋云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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乾隆二年丁巳自恣月日淸月國
009_0236_a_26L禪誌
  1. 88)수학水鶴 : 부처님의 말씀을 제대로 알지 못하여 잘못 전하는 경우를 가리킨다. 아난 존자가 죽림정사에서 어떤 비구가 “사람이 백 년을 살면서 수로학水老鶴을 보지 못하면 하루를 살아도 그것을 보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는 게송 외우는 소리를 듣고, “인생이 백 년을 살면서 생멸법生滅法을 알지 못하면 하루를 살아도 그것을 아는 것만 같지 못하다.”라는 부처님의 게송을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비구에게 바로 가르쳐 주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그 비구는 생멸법을 수로학이라고 잘못 알고 있었다. 수학을 구분하지 못한다는 말은 바른 법과 그른 법을 구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사람들이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