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무용당유고(無用堂遺稿) / 無用堂遺稿上

ABC_BJ_H0189_T_002

009_0343_b_01L
무용당유고 상無用堂遺稿 上
총목차總目次
무용당유고 상無用堂遺稿 上
시詩-4편
이 어사에게 증정한 장시(奉呈李御史長詩)
김 석사가 혜영에게 준 장단시에 삼가 화운하다(謹和金碩士贈慧頴長短詩)
송광사 보광전의 단청을 보수하며 모연한 시(松廣寺普光殿丹雘改新募緣詩)
송광사 대웅전의 단청을 보수하며 모연한 시(松廣寺大佛殿改新丹靑募緣行)
오언절구五言絕句-4편
김 점마와 헤어지며 올리다(奉別金點馬)
흥양 원님에게 올리다(上興陽倅)
수석정에 홀로 앉아 삼유삼무시를 짓다(獨坐水石亭作三有三無詩)
최 양양이 보낸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崔襄陽寄韻)
칠언절구七言絕句-21편
칠봉암七峯庵
정원의 꽃이 사람을 보고 웃기에(庭花向人笑)
백제회고의 시에 차운하다(次百濟懷古韻)
의명 스님을 보내며(送義明上人)
최 정언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崔正言韻)
또 부치다(又寄)
백암에게 삼가 올리다(謹呈栢庵)
원통암기에 제한 시(題圓通庵記詩)
규 상인이 이야기를 청하기에 답하다(賽䂓上人之求話)
이 방백이 솜옷과 먹과 붓을 보내 주었기에 시를 지어~(上李方伯謝綿墨管)
서울 손님에게 주다(與京客)
곡성의 원이 부르는 운에 삼가 차운하다(謹次谷城倅呼韻)
삼청각에서 김 상사 시에 삼가 차운하다(三淸閣謹次金上舍)
또 차운하다(又次)
우연히 절구 한 수를 지었는데 한번~(偶得一絕句 庶可獻笑 謹寫仰呈黃府使)
김 처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金處士韻)
홍 순상에게 올리다(上洪巡相)
참선을 마치고 해 어산의 청에 응하다(禪餘應海魚山之求)
신덕정사의 십영(新德精舍十詠)
우음偶吟
유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柳秀才韻)
오언율시五言律詩-13편
가지산 보림사에서(伽智山寶林寺)
강남의 부백에게 올리다(上江南府伯)
또(又)

009_0343_b_01L無用堂遺稿上

009_0343_b_02L

009_0343_b_03L1)總目次

009_0343_b_04L
卷上

009_0343_b_05L四篇

009_0343_b_06L奉呈李御史長詩謹和金碩士贈慧頴
009_0343_b_07L長短詩松廣寺普光殿丹雘改新募
009_0343_b_08L緣詩松廣寺大佛殿改新丹靑募緣
009_0343_b_09L

009_0343_b_10L五言絕句四篇

009_0343_b_11L奉別金點馬上興陽倅獨坐水石
009_0343_b_12L亭作三有三無詩謹次崔襄陽寄韻

009_0343_b_13L七言絕句二十一篇

009_0343_b_14L七峯庵庭花向人笑次百濟懷古
009_0343_b_15L送義明上人謹次崔正言韻
009_0343_b_16L又寄謹呈栢庵題圓通庵記詩
009_0343_b_17L賽䂓上人之求話上李方伯謝綿墨
009_0343_b_18L
與京客謹次谷城倅呼韻
009_0343_b_19L三淸閣謹次金上舍三淵又次
009_0343_b_20L得…黃府使次金處士韻上洪巡
009_0343_b_21L禪餘應海魚山之求新德精舍
009_0343_b_22L十詠
偶吟次柳秀才韻

009_0343_b_23L五言律詩十三篇

009_0343_b_24L伽智山寶林寺上江南府伯

009_0343_c_01L선화자가 방장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禪和子歸方丈山)
매학당에 제하여 부치다(寄題梅鶴堂)
팔영산에 오르다(登八影山)
여름날에 조계에서 다시 노닐며(夏日再遊曹溪)
박 찰방에게 부치다(寄朴察訪)
김 수재에게 부치다(寄金秀才)
송광사에서 계당 현판의 시에 차운하다(松廣寺次溪堂板上韻)
수석정에 제하다(題水石亭)
삼연 선생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三淵先生高韻)
안 석사가 홍시를 보냈기에 시를 지어 사례하다(安碩士送紅柿以詩謝之)
산양 원에게 부치다(寄呈山陽倅)
칠언율시七言律詩-36편
우음偶吟
이 도사에게 올리다(上李都事)
보림사 벽 위의 시에 차운하다(次寶林寺壁上韻)
강남의 부백에게 올리다(上江南府伯)
민 참의의 복사에 올리다(上閔叅議鵩舍)
민과 안 두 장로가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敏眼二長老歸)
접중의 제사에게 보이다(示接中諸士)
징광사 오선루에 제하다(題澄光寺五禪樓)
부도암에 제하다(題浮屠庵)
영 상인의 시축에 차운하다(次玲上人軸韻)
냉 상인의 시에 차운하다(次冷上人韻)
방백에게 올리다(上方伯)
또 강남의 부백에게 증정하다(又呈江南府伯)
정 석사에게 부치다(寄呈鄭碩士)
백운산 가가대에 제하다(題白雲山呵呵臺)
신 수재에게 주다(贈申秀才)
쌀(米)
천등산에 올라(登千燈山)
백천사에 제하다(題百泉寺)
최 진사의 유고 뒤에 제하다(題崔進士遺稿後)
봉서암에 제하다(題鳳瑞庵)
화연 제자인 비구 지택과 우바새~(化緣弟子比丘智擇 波塞呂圓明等募緣~)
이 방백에게 삼가 증정하다(謹呈李方伯)
양 진사의 앞 시에 추후하여 차운하다(追次梁進士前韻)
산루에 누워 읊다(山樓臥吟)
백마강 회고의 시에 차운하다(次百馬江懷古韻)
시천 이 생원의 모정 시에 차운하다(次詩川李生員茅亭韻)
동복 적벽의 시에 차운하다(次同福赤壁韻)
물염정의 시에 차운하다(次勿染亭韻)
이 방백에게 올리다(上李方伯)
윤 상사에게 증정하다(呈尹上舍)
조 정자에게 증정하다(呈趙正字)
승평의 원에게 증정하다(呈昇平倅)
태허재의 시에 차운하다(次太虛齋韻)
황 부사에게 기증하다(寄呈黃府使)
산양의 원에게 올리다(上山陽倅)
무용당유고 하無用堂遺稿 下
문文-44편

009_0343_c_01L禪和子歸方丈山寄題梅鶴堂
009_0343_c_02L八影山夏日再遊曹溪寄朴察訪
009_0343_c_03L寄金秀才遇煥松廣寺次溪堂板上
009_0343_c_04L
題水石亭敬次三淵先生高
009_0343_c_05L安碩士送紅柿以詩謝之寄呈
009_0343_c_06L山陽倅

009_0343_c_07L七言律詩三十六篇

009_0343_c_08L偶吟上李都事次寶林寺壁上韻
009_0343_c_09L上江南府伯上閔叅議鵩舍送敏眼
009_0343_c_10L二長老歸示接中諸士題澄光寺
009_0343_c_11L五禪樓題浮屠庵次玲上人軸韻
009_0343_c_12L
次冷上人韻上方伯又呈
009_0343_c_13L江南府伯寄呈鄭碩士題白雲山
009_0343_c_14L呵呵臺贈申秀才登千燈
009_0343_c_15L題百泉寺題崔進士遺稿後
009_0343_c_16L題鳳瑞庵化緣弟子…發願者偈曰
009_0343_c_17L謹呈李方伯
追次梁進士前韻
009_0343_c_18L樓臥吟次百馬江懷古韻次詩川
009_0343_c_19L李生員茅亭韻次同福赤壁韻
009_0343_c_20L勿染亭韻上李方伯呈尹上舍
009_0343_c_21L呈趙正字呈昇平倅次太虛齋
009_0343_c_22L寄呈黃府使上山陽倅

009_0343_c_23L卷下

009_0343_c_24L四十四篇

009_0343_c_25L目次編者作成補入

009_0344_a_01L요청에 응하지 않으며 답한 글(答未赴書)
최 정언에게 부친 글(寄崔正言書)
임 교리에게 올린 글(上林校理書)
황 부사에게 올린 글(上黃府使書)
임 교리에게 올린 글(上林校理)
김 수사에게 부친 글(寄金秀士)
최 상국에게 부쳐 올린 글(寄上崔相國書)
곡성의 원에게 올린 글(上谷城倅)
호남 방백에게 삼가 올린 글(謹上湖南方伯)
이 석사에게 답한 글(答李碩士)
백암 화상 문집 서문(栢庵和尙文序)
『심경소기회편』의 서문(心經疏記會編序)
『신간 범음집산보』의 서문(新刊梵音集刪補序)
『중간 선문염송설화』 서문(重刊禪門拈頌說話序)
영남로 곤양군 봉명산 직조암 신축~(嶺南路昆陽郡鳳鳴山直照庵新成募緣文)
단교 모연문斷橋募緣文
태안사 봉서암 신축 모연문泰安寺鳳瑞庵新建募緣文
조계산 송광사 함청각 단청 모연문曹溪山松廣寺含淸閣丹雘募緣說
태안사 삼일암 신축 모연문泰安寺三日庵新建募緣文
백운암 불전 모연문白雲庵佛殿募緣文
성기암 상량문聖祈庵上樑文
매학당의 기문(梅鶴堂記)
조계산 선암사 영성루의 기문(曹溪山仙巖寺迎聖樓記)
양성당의 기문(養性堂記)
승평부 대광산 용문사의 새로 그린~(昇平府大光山龍門寺新畫龍華會記)
승평부 대광산 은봉암의 기문(昇平府大光山隱峰庵記)
곡성현 통명산 운흥사 원통암 창건 기문(谷城縣通明山雲興寺圓通庵新剏記)
조계산 송광선원 수석정의 기문(曹溪山松廣禪院水石亭記)
경상도 양산 통도사 성골 영탑~(慶尙道梁山通度寺聖骨靈塔及湖南求禮華嚴寺~)
맹인경찬소盲人慶讃䟽
야소夜疏
중소中疏
혜공당 소상재의 야소(慧空堂小祥齋夜䟽)
주소晝疏
개흥사 수륙재의 주소(開興寺水陸齋畫䟽)
야소夜疏
중소中疏
찬불소讚佛疏
일로의 승려 등을 대신하여 몇 년 동안~(代一路髠首等 謝積年歲二度別貿紙啓~)
곡성의 원에게 올린 글(上谷城倅)
강남의 부백에게 올린 계문(上江南府伯啓)
부휴당의 제문(祭浮休堂文)
백암당의 제문(栢庵堂)
추월당의 제문(秋月堂)
무용당 대선사의 행장(無用堂大禪師行狀)
시詩
이 어사에게 증정한 장시(奉呈李御史長詩)
溪亭獨坐正寥寥      시냇가 정자에 독좌하니 정히 적막한데
默對巖崖楓半紫      말없이 석벽 대하니 단풍이 반쯤 붉어라

009_0344_a_01L答未赴書寄崔正言書上林校理
009_0344_a_02L上黃府使書上林校理寄金
009_0344_a_03L秀士寄上崔相國書上谷城倅
009_0344_a_04L謹上湖南方伯答李碩士栢庵和
009_0344_a_05L尙文序心經疏記會編序新刊梵
009_0344_a_06L音集删補序重刊禪門拈頌說話序
009_0344_a_07L嶺南路…募緣文斷橋募緣文
009_0344_a_08L安寺鳳瑞庵新建募緣文曹溪山松
009_0344_a_09L廣寺含淸閣丹雘募緣說泰安寺三
009_0344_a_10L日庵新建募緣文白雲庵佛殿募緣
009_0344_a_11L聖祈庵上樑文梅鶴堂記
009_0344_a_12L溪山仙巖寺迎聖樓記養性堂記
009_0344_a_13L平府…龍華會記昇平府大光山隱
009_0344_a_14L峰庵記谷城縣…新剏記曹溪山
009_0344_a_15L松廣禪院水石亭記慶尙道…慶讃
009_0344_a_16L盲人慶讃疏夜疏中疏
009_0344_a_17L慧空堂小祥齋夜疏晝疏開興寺
009_0344_a_18L法陸齋晝疏夜疏中疏讃佛
009_0344_a_19L代一路…別留紙啓上谷城倅
009_0344_a_20L上江南府伯啓祭浮休堂文栢庵
009_0344_a_21L秋月堂

009_0344_a_22L無用堂大禪師行狀

009_0344_a_23L

009_0344_a_24L1)

009_0344_a_25L奉呈李御史長詩

009_0344_a_26L
溪亭獨坐正寥寥默對巖崖楓半紫

009_0344_b_01L蜘蛛冉冉下眉端      거미는 구물구물 눈앞으로 내려오고
烏鵲噪噪聲甚異      까막까치는 오늘 따라 요란하게 지저귀네15)
俄聞虛谷跫音喜      아니나 다를까 공음16)이 기쁘게도 텅 빈 골에
引領聳肩擡眼耳      고개 빼고 어깨 쳐들고 눈과 귀 집중하니
峩冠巨履忽近前      높다란 관에 큼직한 신발이 홀연히 내 앞에
驚起下堂仍倒屣      깜짝 놀라 내려와서 신발도 거꾸로 신었다오17)
相逢一笑未及語      상봉하여 한번 웃으며 말도 나누기 전에
兩心先契忘彼此      두 사람 마음 먼저 맞아 피차를 잊었다네
温温玉貌美鬚髯      온온한 옥의 용모에 아름다운 수염이여
魯連不獨天下士      노련魯連만이 천하의 선비가 아니로세18)
豈不聞乎古之人      어찌 듣지 않았으랴 옛날 사람들이
出沒三生翻覆理      삼생을 출몰하며 윤회한 이야기를
三百年前許玄度      삼백 년 전의 허현도가
三百年後裵公美      삼백 년 뒤의 배공미요19)
況復靑蓮謫下來      더구나 또 청련靑蓮이 유배되어 내려오고20)
再世羊祐 [1] 前姓李      재생한 양호는 전생에 이씨였음이리오21)
看公眉宇亦天人      공의 미우를 살펴보니 역시 천상의 인물
應是玉帝香案吏      응당 옥황상제의 향안리였으리22)
雖然誤落客人間      잘못 떨어져 인간 세상 나그네 되었어도
幸逢明主期終始      다행히 성군 만나 한평생 기약하였다네
誰知玉堂舊翰林      누가 알랴 옥당의 옛날 한림학사께서
今作湖路新御史      지금 호남 지방 새 어사가 되신 줄을
文章出自錦繡腸      문장이 금수의 뱃속에서 우러나왔으니
光焰不啻萬丈止      세찬 불꽃이 어찌 만 길뿐이리오23)
和我新亭四韻詩      나의 신정新亭 사운 시에 화답하시니
白玉池面芙蓉起      백옥의 못 위에 연꽃이 솟아난 듯하네
明朝欲歸兩遮路      내일 귀경하려다가 차량의 길이 막혀
一日更留心萬里      하루 더 머무르니 마음은 만 리 저쪽
嗟吾氣衰命如綫      아 나는 기가 쇠하여 목숨이 실낱 같다 할까
髮白齒黃肥肉死      머리는 희고 이는 누렇고 몸은 뼈만 남았다네
正如破車不能行      망가진 수레와 같아 걸어 다닐 수도 없이
一事無成徒老矣      하나의 일도 못 이룬 채 늙기만 했소 그려
我非彌天釋道安      나는 미천의 석도안이 아니지만
公是四海習鑿齒      공은 바로 사해의 습착치이신 분24)
感公重尋短作篇      공의 왕림에 감사하여 졸시를 지었으니
看了持示昆崙子      보시고 가져다가 곤륜자25)에게도 보여 주오
김 석사가 혜영에게 준 장단시에 삼가 화운하다 (謹和金碩士贈慧頴長短詩)
我觀慧頴所乞長句短句詩  혜영이 청한 장단시를 내가 살펴보고는
欲步愧非王張與陰何    화운하려니 왕장王張 음하陰何26) 아님이 부끄러워
天然抽出李白錦繡腸    이백처럼 금수장에서 천연으로 꺼냈으리니27)
不學杜甫苦澁久沉哦    두보를 본받아 쓰고 떫게 오래 신음했겠는가
若謂天心至公本無私    하늘의 마음이 본래 지공무사하다고 한다면
妙才與子何其多      그대에게 묘재를 줌이 어찌 그리도 많은고
快若烟波萬頃上      통쾌하기가 마치 내 낀 만경창파 위에
大颿飽風直截如箭過    큰 돛이 바람 맞아 쏜살같이 가듯 하누나
嗟吾氣衰興思蹙      아 나는 기력이 쇠해 감흥도 줄어들고

009_0344_b_01L蜘蛛冉冉下眉端烏鵲噪噪聲甚異

009_0344_b_02L俄聞虛谷跫音喜引領聳肩擡眼耳

009_0344_b_03L峩冠巨履忽近前驚起下堂仍倒屣

009_0344_b_04L相逢一笑未及語兩心先契忘彼此

009_0344_b_05L温温玉貌美鬚髯魯連不獨天下士

009_0344_b_06L豈不聞乎古之人出沒三生翻覆理

009_0344_b_07L三百年前許玄度三百年後裵公美

009_0344_b_08L況復靑蓮謫下來再世羊祐 [3] 前姓李

009_0344_b_09L看公眉宇亦天人應是玉帝香案吏

009_0344_b_10L雖然誤落客人間幸逢明主期終始

009_0344_b_11L誰知玉堂舊翰林今作湖路新御史

009_0344_b_12L文章出自錦繡膓光焰不啻萬丈止

009_0344_b_13L和我新亭四韵詩白玉池面芙蓉起

009_0344_b_14L明朝欲歸兩遮路一日更留心萬里

009_0344_b_15L嗟吾氣衰命如綫髮白齒黃肥肉死

009_0344_b_16L正如破車不能行一事無成徒老矣

009_0344_b_17L我非彌天釋道安公是四海習鑿齒

009_0344_b_18L感公重尋短作篇看了持示昆崙子

009_0344_b_19L謹和金碩士贈慧頴長短詩

009_0344_b_20L
我觀慧頴所乞長句短句詩欲步愧非

009_0344_b_21L王張與陰何天然抽出李白錦繡膓

009_0344_b_22L學杜甫苦澁久沉哦若謂天心至公本

009_0344_b_23L無私妙才與子何其多快若烟波萬頃

009_0344_b_24L大颿飽風直截如箭過嗟吾氣衰興

009_0344_c_01L花落春光今已訛      꽃이 져서 봄빛도 지금 이미 글렀어라
君不聞唐山人苦瓢流    그대는 모르는가 당 산인이 흘려보낸 표주박28)
莫使內熱焚吾和      화운한 내 시를 내열內熱이 불태우게 하지 마오29)
송광사 보광전의 단청을 보수하며 모연한 시(松廣寺普光殿丹雘改新募緣詩)
昇平亦號小江南      승평은 또한 소강남으로 일컫는 곳30)
西行鳥道五十里      서쪽으로 조도31) 따라 오십 리 지점
有山有山曹溪山      산이 있고 산 있으니 조계산이요
有寺有寺松廣寺      절이 있고 절 있으니 송광사로세
經始何時又何人      어느 시대 어느 분이 경영하였나
五百年前牧牛子      오백 년 전에 목우자牧牛子32)가 중건했다오
高麗連葉仰西敎      고려는 어느 시대나 불교를 숭상하여
此寺當時多盛事      이 절도 당시에 성대한 일이 많았네
十五大師次第出      열다섯 분 대사가 차례로 나왔나니
至今人稱如來使      지금도 사람들이 여래 사자라 칭한다오
鵝殿嶷嶷有近天      아전鵝殿33)은 우뚝 솟아 하늘에 가깝고
蜂房撲撲無郤地      봉방蜂房은 꽉 들어차 빈 땅이 없었다네
晨鍾暮鼓咽衆壑      새벽 종소리 저녁 북소리 골을 울리고
鳳雛龍子盈千指      봉황과 용의 새끼들이 천 손가락을 채웠지
幾多高士入禪來      얼마나 많은 고사가 수선修禪하러 왔던가
不見齊民逃賦至      부역 피해 오는 평민은 볼 수 없었네
即今吾道甚凌遲      지금 우리 도는 너무도 지리멸렬하여
象皮狗骨滔滔是      온통 보이는 건 코끼리 가죽에 개뼈다귀뿐
虎逝深林亂狐狸      범이 깊은 숲에 숨자 여우와 삵이 요란하니
世人賤之奴虜視      세상 사람이 천시하며 노예로 볼 수밖에
俯仰人天豈尤怨      어찌 사람을 탓하고 하늘을 원망하랴
濯足濯纓皆自致      탁족과 탁영도 스스로 불러들이는걸34)
古殿埋塵落丹靑      불전은 먼지에 묻히고 단청은 벗겨져서
鳥不含花徒遺矢      새도 꽃을 물지 않고 물똥을 갈기기만
告訴不聞咄嗟聲      탄식하며 호소해도 들어주는 사람 없이
石上誰劂非衣字      바위에 누군가 비의非衣35) 글자만 새겼구나
有一比丘號性習      성습性習이라 부르는 한 비구가 있어
唾手奮發感慨志      손에 침 바르고 감개하며 분발하였네
妙采須求一劒從      묘채妙采는 모름지기 일검一劒을 구함으로부터요36)
兼金欲市雙南自      겸금兼金을 얻어 쌍남雙南을 사고 싶어 하였다네37)
然雖探囊一錢無      주머니 속에 한 푼도 없다고 해도
聞道塵聚高山起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 있지 않던가
肆扣檀門與楚盟      단월檀越의 문 두드리며 굳게 서원하리니
此是爲人兼爲己      이는 남을 위하면서 자신을 위하는 일
想必善男善女人      생각건대 필시 선남자 선여인은
眼見斯人心生喜      이 사람 보면 환희심을 발하리라
欲知善業招善報      선업이 선보를 부름을 알고 싶으신가
端立形影正相似      단정히 서면 그림자도 단정함과 같다오
金色頭陀豈無因      금색두타38)의 인연이 어찌 없으리오
蘆笠天子登寶位      갈삿갓도 천자의 보위에 오르리라

009_0344_c_01L思蹙花落春光今已訛君不聞唐山人

009_0344_c_02L苦瓢流莫使內熱焚吾和

009_0344_c_03L松廣寺普光殿丹雘改新募緣詩

009_0344_c_04L
昇平亦號小江南西行鳥道五十里

009_0344_c_05L有山有山曹溪山有寺有寺松廣寺

009_0344_c_06L經始何時又何人五百年前牧牛子

009_0344_c_07L高麗連葉仰西敎此寺當時多盛事

009_0344_c_08L十五大師次第出至今人稱如來使

009_0344_c_09L鵝殿嶷嶷有近天蜂房撲撲無郤地

009_0344_c_10L晨鍾暮皷咽衆壑鳳雛龍子盈千指

009_0344_c_11L幾多高士入禪來不見齊民逃賦至

009_0344_c_12L即今吾道甚凌遲象皮狗骨滔滔是

009_0344_c_13L虎逝深林亂狐狸世人賤之奴虜視

009_0344_c_14L俯仰人天豈尤怨濯足濯纓皆自致

009_0344_c_15L古殿埋塵落丹靑鳥不含花徒遺矢

009_0344_c_16L告訴不聞咄嗟聲石上誰劂非衣字

009_0344_c_17L有一比丘號性習唾手奮發感慨志

009_0344_c_18L妙采須求一劒從兼金欲市雙南自

009_0344_c_19L然雖探囊一錢無聞道塵聚高山起

009_0344_c_20L肆扣檀門與楚盟此是爲人兼爲己

009_0344_c_21L想必善男善女人眼見斯人心生喜

009_0344_c_22L欲知善業招善報端立形影正相似

009_0344_c_23L金色頭陀豈無因蘆笠天子登寶位

009_0344_c_24L「詩」編者補入

009_0345_a_01L
송광사 대웅전의 단청을 보수하며 모연한 시(松廣寺大佛殿改新丹靑募緣行)
光明寶殿始成時      광명보전을 처음 낙성했을 때는
丹靑絢爛照林谷      단청이 현란하게 임곡을 비췄는데
年深歲久雨兼風      오랜 세월 비바람에 시달리다 보니
彩椽金栱如漆沐      금빛 채색 건물이 옻칠로 목욕한 듯
日照無復紫烟生      해가 떠도 더 이상 자색 연기 일지 않고
黃昏但見飛蝙蝠      황혼에 보이는 건 날아다니는 박쥐들뿐
猊座縱有紫金山      사자좌獅子座가 비록 자금산에 있다 해도
世人見外心不伏      세상 사람은 겉만 보고서 심복하지 않는다오
有一居士淨名餘      정명39)의 후예인 한 분의 거사가
要與諸人同種福      사람들과 복의 씨앗 나누려 하네
已見廣氈衆毛成      모포도 터럭이 모여서 만들어지고
又聞大地微塵簇      대지도 미진이 모여서 이루어진 것
佛田雖下小善種      부처의 밭에 조금만 선의 씨를 뿌려도
如食金剛穿胸腹      금강을 삼키면 뱃속을 뚫고 나오듯 하리40)
欲知善業招善報      선업이 선보를 초래함을 알고 싶으신가
西子鏡中西子目      서자西子41)의 거울엔 서자의 얼굴만 비친다오
仰祝皇天俯照臨      앙축컨대 황천이시여 밝게 굽어 살피사
無私惠澤沾草木      공평하게 혜택을 초목에 내려 주시기를
오언절구五言絶句
김 점마와 헤어지며 올리다(奉別金點馬)
葉落秋光散        나뭇잎 떨어지며 가을빛도 흩어지고
天虛鴈點高        텅 빈 하늘엔 높다랗게 기러기 한 점
三淸仙閣上        삼청이라 신선의 누각 위에서
送客亦勞勞        손을 보내려니 덩달아 싱숭생숭
흥양 원님에게 올리다(上興陽倅)
客到黃昏寺        손은 해 지는 절간에 오고
僧迎白月庭        중은 흰 달 뜬 뜰에서 맞네
上房深夜話        상방에서 밤 깊도록 도란도란
燈與眼俱靑        등불도 눈빛도 다 함께 정다워라
수석정에 홀로 앉아 삼유삼무시를 짓다(獨坐水石亭作三有三無詩)
有亭無四壁        정자는 있는데 사방 벽은 없고
唯有一間床        오직 있는 것은 한 칸의 탑상
無客又無事        찾는 이도 없고 일도 없어서
有僧眠夕陽        중 한 사람이 석양에 꾸벅꾸벅
최 양양이 보낸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崔襄陽寄韻)
皆骨俯襄陽        개골산이 양양을 굽어다 보니
不須問登否        올랐는지 굳이 물어볼 것 있나
想應大肚中        생각건대 응당 뱃속에 온통
貯萬二千峀        일만 이천 봉이 담겼을 텐데 뭘

009_0345_a_01L松廣寺大佛殿改新丹靑募緣行

009_0345_a_02L
光明寶殿始成時丹靑絢爛照林谷

009_0345_a_03L年深歲久雨兼風彩椽金栱如漆沐

009_0345_a_04L日照無復紫烟生黃昏但見飛蝙蝠

009_0345_a_05L猊座縱有紫金山世人見外心不伏

009_0345_a_06L有一居士淨名餘要與諸人同種福

009_0345_a_07L已見廣氈衆毛成又聞大地微塵簇

009_0345_a_08L佛田雖下小善種如食金剛穿胸腹

009_0345_a_09L欲知善業招善報西子鏡中西子目

009_0345_a_10L仰祝皇天俯照臨無私惠澤沾草木

009_0345_a_11L

009_0345_a_12L五言絕句

009_0345_a_13L奉別金點馬

009_0345_a_14L
葉落秋光散天虛鴈點高

009_0345_a_15L三淸仙閣上送客亦勞勞

009_0345_a_16L上興陽倅

009_0345_a_17L
客到黃昏寺僧迎白月庭

009_0345_a_18L上房深夜話燈與眼俱靑

009_0345_a_19L獨坐水石亭作三有三無詩

009_0345_a_20L
有亭無四壁唯有一間床

009_0345_a_21L無客又無事有僧眠夕陽

009_0345_a_22L謹次崔襄陽寄韻

009_0345_a_23L
皆骨俯襄陽不須問登否

009_0345_a_24L想應大肚中貯萬二千峀

009_0345_b_01L
칠언절구七言絶句
칠봉암七峯庵
水滿前江鏡面平      앞 강에 물 가득 잔잔한 거울 위에
岸風微動錦紋成      들바람 산들 불어 비단 무늬 일렁이네
渺茫何處耽羅島      아득히 어느 곳이 탐라의 섬이런가
雲捲南天一髮靑      구름 걷힌 남쪽 하늘 실오라기 푸른 점
정원의 꽃이 사람을 보고 웃기에(庭花向人笑)
春花落盡夏花開      봄꽃 모두 지고 여름 꽃 피어
却笑人間髮白來      인간의 머리칼이 희다고 웃네
頃刻繁華君莫恃      한순간 번화함을 으스대지 말지어다
一朝風雨政堪哀      하루아침 비바람에 피눈물 흘리리니
백제회고의 시에 차운하다(次百濟懷古韻)
山河爲寶國初開      산하를 보배 삼아 나라 처음 열었는데
畢竟山河釀禍來      필경에는 그 산하가 화를 빚어내었구나
怊悵龍亡花落處      서글퍼라 용42)이 망하고 꽃잎 떨어지던 곳
寒鴉啼散夕陽臺      석양의 누대에 갈가마귀 울음이 흩어지네
의명 스님을 보내며(送義明上人)
驥足已輕千里外      준마의 발이야 천 리 밖을 가볍게도 보겠지만
鶴頭猶白九臯層      학 머리는 구고九臯43) 깊은 곳에서 여전히 희도다
蛟龍得雨雲隨去      교룡이 비 얻어 떠남에 구름도 따라가니
舊澤空餘碧水凝      옛 못은 텅 빈 채 푸른 물만 엉겨 있네
최 정언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謹次崔正言韻)
花明柳綠洩天機      꽃은 붉고 버들은 푸르러 천기를 누설하고
小雨霏霏灑石磯      가랑비는 부슬부슬 낚시터 바위에 흩뿌리네
鳥自高飛魚自躍      새도 절로 날고 고기도 절로 노니나니
主人於此悟前非      주인이 이에 전날의 잘못을 깨닫는다오
또 부치다(又寄)
居塵不染任吾眞      속진에 물들지 않고 나의 본성 그대로
千載孤雲有後身      일천 년 전 고운44)이 다시 태어났는지도
欲識荊州緣底事      무슨 일로 형주45)를 알고 싶어 하시는지
此時難得古時人      지금은 옛날 인물 만나기 어려운걸
백암에게 삼가 올리다(謹呈栢庵)
丈夫一委其身後      장부가 한번 그 몸을 맡겼으면
白刃當胸不易心      칼을 들이대도 마음 바꾸지 않는 법
況乎世界伊麽熱      더구나 이 세상이 이처럼 뜨거운데
誰外庭前栢樹陰      누가 정전백수의 그늘46)을 벗어나리오
원통암기에 제한 시(題圓通庵記詩)
兩人心緖兩人同      두 사람의 심회 두 사람이 같아서
佛事門中大有功      문중의 불사에 큰 공을 세웠도다

009_0345_b_01L七言絕句

009_0345_b_02L七峯庵

009_0345_b_03L
水滿前江鏡面平岸風微動錦紋成

009_0345_b_04L緲茫何處耽羅島雲捲南天一髮靑

009_0345_b_05L庭花向人笑

009_0345_b_06L
春花落盡夏花開却笑人間髮白來

009_0345_b_07L頃刻繁華君莫恃一朝風雨政堪哀

009_0345_b_08L次百濟懷古韻

009_0345_b_09L
山河爲寶國初開畢竟山河釀禍來

009_0345_b_10L怊悵龍亡花落處寒鴉啼散夕陽臺

009_0345_b_11L送義明上人

009_0345_b_12L
驥足已輕千里外鶴頭猶白九臯層

009_0345_b_13L蛟龍得雨雲隨去舊澤空餘碧水凝

009_0345_b_14L謹次崔正言韻

009_0345_b_15L
花明柳綠洩天機小雨霏霏灑石磯

009_0345_b_16L鳥自高飛魚自躍主人於此悟前非

009_0345_b_17L又寄

009_0345_b_18L
居塵不染任吾眞千載孤雲有後身

009_0345_b_19L欲識荊州緣底事此時難得古時人

009_0345_b_20L謹呈栢庵

009_0345_b_21L
丈夫一委其身後白刄當胸不易心

009_0345_b_22L況乎世界伊麽熱誰外庭前栢樹陰

009_0345_b_23L題圓通庵記詩

009_0345_b_24L
兩人心緖兩人同佛事門中大有功

009_0345_c_01L欲識達摩親指處      달마가 지시한 곳 알고 싶으신가
鳥啼花落雨餘風      비 갠 바람결에 새 울고 꽃이 지네
규 상인이 이야기를 청하기에 답하다(賽䂓上人之求話)
옛사람이 답하는 이야기는 모두 지시하는 곳이 있지만, 이 늙은이는 졸렬해서 아무 기량도 없고 별로 지시할 것도 없다. 이것이 바로 무용이 무용으로 된 까닭이다.

杜宇聲中春欲暮      두견 소리 속에 저물어 가는 봄날
山花亂落草初靑      들꽃은 마구 지고 풀은 막 푸르도다
趙州何事庭前汚      조주는 무슨 일로 뜰 앞을 오염시켜
栢樹無端帶一腥      잣나무에 무단히 비린내를 풍겼는고47)
이 방백이 솜옷과 먹과 붓을 보내 주었기에 시를 지어 사례하다(上李方伯謝綿墨管)
[1]
天將一衲覆吾身      하늘이 납의 하나로 내 몸 덮어 주어
使作東西南北人      동서남북 떠도는 사람48)이 되게 했네
戴彼蒼蒼恩未報      저 하늘의 은혜도 아직 갚지 못했는데
相公何事更加仁      상공은 무슨 일로 다시 인仁을 보태시나

[2]
墨氏修身多暇日      몸을 닦는 먹 선생은 한가한 날이 많고
毛公好勇少閑時      호기로운 붓 선생은 한가한 때가 적기만
縱臾二子慇懃意      두 분 선생에게 은근한 뜻 종용하여
吟寫新詩字字思      글자마다 생각하며 시 읊어 쓰노매라
서울 손님에게 주다(與京客)
餘雨踈踈遠客來      먼 길손 올 적에 뒤끝의 비 듬성듬성
林深路黑滑蒼笞      이끼가 미끄러운 깊은 숲 속 깜깜한 길
開窓欲寫殷勤意      창문 열고 은근한 뜻 묘사하려니
霽後春山翠萬堆      비 갠 봄 산 푸르름 일만 무더기
곡성의 원이 부르는 운에 삼가 차운하다(謹次谷城倅呼韻)
肩輿乘興訪蘭若      가마 타고 흥에 겨워 찾아온 절간
柳綠花明白日長      푸른 버들 붉은 꽃에 흰 해 길어라
相逢談笑高樓上      누대에서 서로 만나 웃고 얘기하노라니
無限松風灑面凉      솔바람이 끝없이 얼굴을 씻어 줘 시원하네
삼청각에서 김 상사삼연49) 시에 삼가 차운하다(三淸閣謹次金上舍三淵)
休言潭水本無情      못물이 본래 마음 없다 말하지 마오
厥性由來得一淸      그 성품도 본래 하나의 맑음 얻었다오
最愛寥寥明月夜      가장 예쁜 건 밝은 달 뜬 고요한 밤에
隔窓時送洗心聲      창문 너머 때때로 보내는 마음 씻는 소리
부록 원운(附元韻)
山雨無情也有情      산비가 무정한 듯 정이 있나니
蒲團竹倚更添淸      부들방석 대 의자가 한층 시원하네
禪僧過後回廊寂      선승이 지나간 뒤 적막한 회랑에
風動橋心一磬聲      다리 복판 흔드는 바람에 댕그렁 풍경 소리

009_0345_c_01L欲識達摩親指處鳥啼花落雨餘風

009_0345_c_02L賽䂓上人之求話

009_0345_c_03L
古人答話皆有指示處而老拙無伎
009_0345_c_04L而別無指示此無用之所以爲
009_0345_c_05L無用者歟

009_0345_c_06L
杜宇聲中春欲暮山花亂落草初靑

009_0345_c_07L趙州何事庭前汚栢樹無端帶一腥

009_0345_c_08L上李方伯謝綿墨管

009_0345_c_09L
天將一衲覆吾身使作東西南北人

009_0345_c_10L戴彼蒼蒼恩未報相公何事更加仁(一)

009_0345_c_11L墨氏修身多暇日毛公好勇少閑時

009_0345_c_12L縱臾二子慇懃意吟寫新詩字字思(二)

009_0345_c_13L與京客

009_0345_c_14L
餘雨踈踈遠客來林深路黑滑蒼笞

009_0345_c_15L開窓欲寫殷勤意霽後春山翠萬堆

009_0345_c_16L謹次谷城倅呼韻

009_0345_c_17L
肩輿乘興訪蘭若柳綠花明白日長

009_0345_c_18L相逢談笑高樓上無限松風灑面凉

009_0345_c_19L三淸閣謹次金上舍三淵

009_0345_c_20L
休言潭水本無情厥性由來得一淸

009_0345_c_21L最愛寥寥明月夜隔窓時送洗心聲

009_0345_c_22L附元韻

009_0345_c_23L
山雨無情也有情蒲團竹倚更添淸

009_0345_c_24L禪僧過後回廊寂風動橋心一磬聲

009_0346_a_01L
또 차운하다(又次)
當今第一更何人      지금 제일가는 인물 또 어느 분일까
儒雅傳家自有眞      유아한 가풍 이어받아 절로 참되도다
天懸已解天遊濶      하늘의 구속 이미 풀고 하늘 유희 즐기나니
紫陌靑山任運身      도성 거리나 푸른 산이나 운신이 자유롭네
우연히 절구 한 수를 지었는데 한번 웃겨 드릴 만하기에 삼가 써서 황 부사50)에게 증정하다(偶得一絕句。 庶可獻笑。 謹寫仰呈黃府使。)
多兒骨立問其父      뼈만 앙상한 아이들이 그 부친에게 묻기를
藜藿多兒肉一兒      우리는 나물 주고 한 애만 고기 주느냐고
叱汝家君何彼此      아서라 네 아비가 어찌 차별하겠느냐
多兒昧字一兒知      너희는 문자 모르고 한 애는 아느니라
김 처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金處士韻)
處處叢林覺覺楹      처처에 총림이요 높고 곧은 기둥들51)
騰騰居士閑閑情      등등한 거사님 마음도 한가로우시니
一笻頭掛一瓢去      지팡이 하나에 표주박 매달고 가면
何慮家山千里程      고향 천 리 길 걱정할 것 있으리오
홍 순상에게 올리다(上洪巡相)
車馬喧轟入洞天      거마 소리 요란하게 동천에 들어와서
一宵談笑幾生緣      하룻밤 담소함은 몇 생의 인연이런가
明朝軒盖飄然去      내일 아침 귀한 행차 표연히 떠나고 나면
覺後難忘夢裡仙      잠 깬 뒤에 꿈속의 신선 잊기 어려우리라
참선을 마치고 해 어산의 청에 응하다(禪餘應海魚山之求)
雄朗圓音震萬壑      웅랑한 원음이 일만 골에 진동하니
無風草木便搖靑      바람도 없이 푸른 초목 부르르 떠네
玉泉遺響今猶在      옥천이 남긴 음향이 지금도 있나니
彷彿當年掩鼻聲      당년에 코 막은 소리와 방불하다오52)
신덕정사의 십영(新德精舍十詠)
[1]횡재야송黌齋夜誦
夜靜閑齋萬籟沉      고요한 밤 한가한 집 만뢰가 잠긴 때에
諸生對月詩書誦      제생이 달 마주하고 시서를 외우누나
藹然興起後昆心      후학의 마음 애연히 흥기시키나니
徃聖遺風千古重      선성先聖의 유풍이 천고에 중하도다

[2]보암신종普庵晨鍾
野村喔喔呼更鳥      시간 알리는 시골 닭 꼬끼오 소리 맞춰서
崖寺隆隆報曉鍾      뎅뎅 울리는 산사山寺의 새벽 종소리여
天風欲破人間夢      천풍이 인간의 미몽迷夢 깨뜨리려고
引下千層萬丈峯      천 층 만 길 산 위에서 끌어내리네

[3]옥봉왜송玉峰矮松

009_0346_a_01L又次

009_0346_a_02L
當今第一更何人儒雅傳家自有眞

009_0346_a_03L天懸已解天遊濶紫陌靑山任運身

009_0346_a_04L偶得一絕句庶可獻笑謹寫仰呈黃
009_0346_a_05L府使

009_0346_a_06L
多兒骨立問其父藜藿多兒肉一兒

009_0346_a_07L叱汝家君何彼此多兒昧字一兒知

009_0346_a_08L次金處士韻

009_0346_a_09L
處處叢林覺覺楹騰騰居士閑閑情

009_0346_a_10L一笻頭掛一瓢去何慮家山千里程

009_0346_a_11L上洪巡相

009_0346_a_12L
車馬喧轟入洞天一宵談笑幾生緣

009_0346_a_13L明朝軒盖飄然去覺後難忘夢裡仙

009_0346_a_14L禪餘應海魚山之求

009_0346_a_15L
雄朗圓音震萬壑無風草木便搖靑

009_0346_a_16L玉泉遺響今猶在彷彿當年掩鼻聲

009_0346_a_17L新德精舍十詠

009_0346_a_18L
黌齋夜誦

009_0346_a_19L
夜靜閑齋萬籟沉諸生對月詩書誦

009_0346_a_20L藹然興起後昆心徃聖遺風千古重

009_0346_a_21L
普庵晨鍾

009_0346_a_22L
野村喔喔呼更鳥崖寺隆隆報曉鍾

009_0346_a_23L天風欲破人間夢引下千層萬丈峯

009_0346_a_24L
玉峰矮松

009_0346_b_01L怪彼前峰玉立上      괴이해라 옥돌이 선 듯한 저 앞 봉우리에
十條頭頂下垂松      머리끝에서 열 가닥 내려뜨린 소나무여
應聞秦帝泰山事      어쩌면 진제秦帝가 태산에서 한 일53)을 듣고
未正危崖絕倒容      절벽에서 터지는 웃음 참지 못하는 듯도

[4]사담로회沙潭老檜
分明見底有沙潭      밑바닥까지 투명하게 보이는 사담 위에
倒寫先生手植檜      선생이 손수 심은 회나무가 거꾸로 비치네
孤高直幹謾叅天      고고하게 올곧은 가지 너끈히 하늘과 짝하는데
烏鵲時時枝上會      까막까치가 이따금씩 가지 위에서 모임 갖네

[5]용문귀승龍門歸僧
雨踈烟淡龍門洞      성긴 비 엷은 안개 속 용문의 동천洞天
堪畫溪聲冷踏僧      물소리 쓸쓸히 밟는 중 어떻게 그려내랴
畢竟飄然何處向      필경에는 표연히 어느 곳으로 향하는고
飛笻直入亂峯層      지팡이 날려 곧장 층층의 봉우리 속으로

[6]별암조옹鼈巖釣翁
臨溪有石狀如鼈      냇물에 임한 바위 모양 마치 별주부
跨背垂釣何處翁      등에 앉아 낚시하는 어디 사는 노인네
不覺竹竿隨水下      낚싯대 떠내려가는 줄도 모르나니
貪看䕽兩岸紅      양안의 붉은 진달래 보기 바빠서

[7]만경현폭萬景懸瀑
萬景臺邊匹練雙      만경대 옆에 걸린 한 쌍의 누인 명주
休論高下廬山瀑      여산 폭포54)와 고하를 논하지 말지어다
勝狀何時最絕奇      멋진 모습 어느 때가 가장 보기 좋으냐면
巖花倒暎斜陽曝      석양의 폭포에 바위 꽃이 거꾸로 비칠 때

[8]팔절명뢰八節鳴瀨
寒聲日夜入軒窓      찬 물소리 밤낮으로 창문 속으로
來自潺潺八節瀨      잔잔한 그 소리 바로 팔절뢰55)에서
盥漱淸晨端坐處      세수하고 아침에 단정히 앉으면
心神洗出塵埃外      몸과 마음 씻겨서 진애 밖으로

[9]순연어약蓴淵魚躍
蓴葉如錢點鏡面      동전 같은 순채 잎사귀 수면에 점점이
躍來皆是自由魚      물 위에 자유롭게 뛰어오르는 물고기들
動却天機無彼此      천기를 발동하는 것은 너와 나가 없나니
方知物我本同如      물아가 본래 똑같음을 비로소 알겠도다

[10]소제와우蘇堤臥牛
風和日暖草肥膩      바람도 햇빛도 따스하고 풀도 살져서
壠上頹然飽臥牛      언덕 위에 실컷 먹고 소가 드러누웠네
牧兒吹篴欲驚起      목동이 피리 불어 일으키려 해 보지만
春睡方濃何擧頭      봄잠 곤히 들었는데 머리를 들겠는가
우음偶吟
群峰矗矗水淙淙      산봉우리 삐죽삐죽 냇물은 졸졸
佛祖心肝只此中      부처와 조사의 심장이 바로 이 속에

009_0346_b_01L
怪彼前峰玉立上十條頭頂下垂松

009_0346_b_02L應聞秦帝泰山事未正危崖絕倒容

009_0346_b_03L
沙潭老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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分明見底有沙潭倒寫先生手植檜

009_0346_b_05L孤高直幹謾叅天烏鵲時時枝上會

009_0346_b_06L
龍門歸僧

009_0346_b_07L
雨踈烟淡龍門洞堪畫溪聲冷踏僧

009_0346_b_08L畢竟飄然何處向飛笻直入亂峯層

009_0346_b_09L
鼈巖釣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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臨溪有石狀如鼈跨背垂釣何處翁

009_0346_b_11L不覺竹竿隨水下貪看䕽兩岸紅

009_0346_b_12L
萬景懸瀑

009_0346_b_13L
萬景臺邊匹練雙休論高下廬山瀑

009_0346_b_14L勝狀何時最絕奇巖花倒暎斜陽曝

009_0346_b_15L
八節鳴瀨

009_0346_b_16L
寒聲日夜入軒窓來自潺潺八節瀨

009_0346_b_17L盥漱淸晨端坐處心神洗出塵埃外

009_0346_b_18L
蓴淵魚躍

009_0346_b_19L
蓴葉如錢點鏡面躍來皆是自由魚

009_0346_b_20L動却天機無彼此方知物我本同如

009_0346_b_21L
蘇堤卧牛

009_0346_b_22L
風和日暖草肥膩壠上頹然飽臥牛

009_0346_b_23L牧兒吹篴欲驚起春睡方濃何擧頭

009_0346_b_24L
偶吟

009_0346_b_25L
羣峰矗矗水淙淙佛祖心肝只此中

009_0346_c_01L盧能底事閑開口      노능盧能은 무슨 일로 공연히 입을 열어
敢道從來一物空      본래 한 물건도 없다 감히 말했는고56)
유 수재의 시에 차운하다(次柳秀才韻)
柳州年老困邊陲      유주柳州는 연로하여 변방에서 곤경에 처해
從此文章萬古師      그로부터 문장이 만고의 스승이 되었는데
三日虎兒牛欲食      사흘 된 범 새끼가 소를 잡아먹을 듯하니
天才不是學而知      천재는 배운 뒤에 아는 것이 아니로세57)
오언율시五言律詩
가지산 보림사에서(伽智山寶林寺)
遠聞蹔耳傾        멀리서 듣고서 잠시 귀를 기울였는데
今見大心驚        지금 보고는 크게 마음으로 놀라노라
聳嶂磨天面        솟구친 산은 하늘 얼굴을 문지르고
奔川裂地形        달리는 냇물은 땅을 찢어 나누누나
月模踈竹影        달은 성긴 대나무 그림자를 그려내고
風産老松聲        바람은 늙은 소나무 소리 만들어내네
夜靜雲窓冷        고요한 밤 썰렁한 구름 창가에서
神淸夢未成        정신이 또렷해져 잠들지 못한다오
강남의 부백에게 올리다(上江南府伯)
一星天上落        일성一星58)이 천상에서 내려오고
五馬踏江南        오마五馬59)가 강남 땅을 밟았도다
德振風行草        덕을 드날림은 바람 불어 풀이 눕듯60)
心虛月印潭        마음이 텅 빈 것은 달이 못에 인을 치듯
訟餘來鳥雀        송사訟事가 한가로워 새들이 찾아오고61)
琴了續淸談        거문고 타고는 또 청담을 잇는다오62)
照夜光無盡        어두운 밤 끝없이 비추는 그 빛이여
寒輝物外覃        차디찬 광채가 세상 밖에 뻗쳐 나가네
또(又)
閤下下車日        합하가 수레 내려 부임한 날은
昇平平泰時        승평부의 태평한 경사였나니
喚仙亭得主        환선정은 신선인 주인을 만났고
行路口成碑        다니는 길마다 구비口碑63)를 이루었네
歧麥來年有        벌어진 이삭 가지 내년에 피어나리
飛蝗昨夜移        메뚜기 떼 간밤에 옮겨 갔으니64)
春風不擇地        봄바람이 차별 없이 여기에도 불어 주니
雲水亦無爲        운수의 이 몸 역시 할 일 없이 편안해라
선화자가 방장산으로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禪和子歸方丈山)
龍門一草廬        용문이라 하나의 초가집에서
禪定數年餘        선정을 닦은 지 몇 년의 세월
石槢蛛絲網        돌쩌귀에는 거미가 집을 짓고
階沙鳥跡書        섬돌 모래엔 새들이 글자를 썼네

009_0346_c_01L盧能底事閑開口敢道從來一物空

009_0346_c_02L次柳秀才韻

009_0346_c_03L
柳州年老困邊陲從此文章萬古師

009_0346_c_04L三日虎兒牛欲食天才不是學而知

009_0346_c_05L

009_0346_c_06L五言律詩

009_0346_c_07L伽智山寶林寺

009_0346_c_08L
遠聞蹔耳傾今見大心驚

009_0346_c_09L聳嶂磨天面奔川裂地形

009_0346_c_10L月模踈竹影風產老松聲

009_0346_c_11L夜靜雲窓冷神淸夢未成

009_0346_c_12L上江南府伯

009_0346_c_13L
一星天上落五馬踏江南

009_0346_c_14L德振風行草心虛月印潭

009_0346_c_15L訟餘來鳥雀琴了續淸談

009_0346_c_16L照夜光無盡寒輝物外覃

009_0346_c_17L

009_0346_c_18L
閤下下車日昇平平泰時

009_0346_c_19L喚仙亭得主行路口成碑

009_0346_c_20L歧麥來年有飛蝗昨夜移

009_0346_c_21L春風不擇地雲水亦無爲

009_0346_c_22L送禪和子歸方丈山

009_0346_c_23L
龍門一草廬禪㝎數年餘

009_0346_c_24L石槢蛛絲網階沙鳥跡書

009_0347_a_01L曹溪塵垢滌        조계산曹溪山에서 속진의 때를 씻어내고
仙寺世緣踈        선암사仙巖寺에서 세상 인연 멀리했다오
今又歸方丈        지금 또 방장산으로 돌아가나니
快㦲鶴不如        쾌재라 학도 이보다는 못하리라
매학당에 제하여 부치다(寄題梅鶴堂)
幽居愜素趣        평소의 취향에 맞는 그윽한 거처
茅屋竹爲園        대나무 동산 속에 초가집 하나
臥月人無慮        달빛에 누워 사람은 걱정이 없고
隣琴酒有樽        옆에는 거문고요 술은 단지 속에
梅閑兼鶴好        매화 한가로운데 여기에 또 학까지
塵遠但溪喧        속진은 멀어서 단지 냇물 소리만
世路多荊棘        가시나무 뒤덮인 세상길에서
功名不足言        공명 따위야 말할 것이 있으리오
팔영산에 오르다(登八影山)
此身無住着        이 몸이 한 군데 머묾이 없이
勝地幾多攀        명승지 얼마나 많이 올랐던가
昨臥雙峰寺        어제는 쌍봉사에 누워 있다가
今登八影山        오늘은 팔영산에 올라왔다오
萬帆孤鶩外        외로운 따오기 너머의 일만 돛이요
三島緲雲間        아득한 구름 사이의 삼신산이로세
莫道金剛最        금강산이 최고라고 말하지 마오
於斯大解顔        여기에서 얼굴을 활짝 폈으니까
여름날에 조계에서 다시 노닐며(夏日再遊曹溪)
昔日曹溪寺        예전에 머물던 조계사 찾아
南風客再來        여름 바람 속에 객이 다시 왔소
栴檀猶古樹        여전히 고목인 전단 향나무요
眞樂自高臺        원래 드높은 진락眞樂의 누대로세
石斷瑤泉落        석벽에선 구슬 물이 떨어지고
禪餘道眼開        참선을 마치니 도안이 뜨이네
牧牛遺跡在        목우자牧牛子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
千載我悲哀        천년토록 나의 가슴 비애에 젖네
박 찰방에게 부치다(寄朴察訪)
鷄園近鵩舍        계원鷄園과 복사鵩舍가 가까워서
蘇子得參寥        소자蘇子와 참료參寥가 만났다네65)
耿耿踈鍾夜        성긴 종소리 경경히 들리던 밤이요
沉沉毒霧朝        지독한 안개 침침한 아침이었어라
天通湘水岸        하늘은 상수의 언덕과 통하건만
地隔洛陽橋        땅은 낙양의 다리와 떨어져 있네
肯學三空否        삼공三空66)을 배워 볼 생각은 없으신지
可忘身世勞        신세의 고단함 잊을 수 있을 텐데
김 수재우환에게 부치다(寄金秀才遇煥)
別時虎溪水        헤어질 때의 호계의 물이
今日尙悲聲        오늘도 여태 서글피 우네67)

009_0347_a_01L曹溪塵垢滌仙寺世緣踈

009_0347_a_02L今又歸方丈快㦲鶴不如

009_0347_a_03L寄題梅鶴堂

009_0347_a_04L
幽居愜素趣茅屋竹爲園

009_0347_a_05L臥月人無慮隣琴酒有樽

009_0347_a_06L梅閑兼鶴好塵遠但溪喧

009_0347_a_07L世路多荊棘功名不足言

009_0347_a_08L登八影山

009_0347_a_09L
此身無住着勝地幾多攀

009_0347_a_10L昨臥雙峰寺今登八影山

009_0347_a_11L萬帆孤鶩外三島緲雲間

009_0347_a_12L莫道金剛最於斯大解顏

009_0347_a_13L夏日再遊曹溪

009_0347_a_14L
昔日曹溪寺南風客再來

009_0347_a_15L栴檀猶古樹眞樂自高臺

009_0347_a_16L石斷瑤泉落禪餘道眼開

009_0347_a_17L牧牛遺跡在千載我悲哀

009_0347_a_18L寄朴察訪

009_0347_a_19L
鷄園近鵬舍蘇子得參寥

009_0347_a_20L耿耿踈鍾夜沉沉毒霧朝

009_0347_a_21L天通湘水岸地隔洛陽橋

009_0347_a_22L肯學三空否可忘身世勞

009_0347_a_23L寄金秀才遇煥

009_0347_a_24L
別時虎溪水今日尙悲聲

009_0347_b_01L道業吾兒戱        아이들 장난인 나의 도업이요
文章爾老成        그대의 노성한 문장 솜씨로세
洛中多勝友        서울에 멋진 벗이 많이 있으련만
林下記殘生        산속의 쇠잔한 몸을 기억해 주다니
深欲出山去        산을 아무리 나가고 싶다 해도
其奈猿鶴驚        납과 학이 놀랄 테니 이를 어쩌지68)
송광사에서 계당 현판의 시에 차운하다(松廣寺次溪堂板上韻)
[1]
物外招提古        세상을 벗어난 오래된 절간
層巒繞疊重        산봉우리가 첩첩이 에워쌌네
草生憎露拔        풀은 돋아나서 이슬이 지는 걸 싫어하고
檀死憶人封        전단栴檀은 죽어서 사람의 봉분을 생각하네
山色入孤鳥        산 빛은 한 마리 새를 받아들이고
澗聲和萬松        냇물은 만 그루 솔바람 소리에 화답하누나
夜來蘿月白        밤 내내 여라女蘿 덩굴의 흰 달빛이여
偏愛到晨鍾        새벽 종소리 울릴 때쯤 특히 좋아라

[2]
一逕隨溪曲        오솔길 하나 냇물 따라 구불구불
披雲冷踏行        구름 헤치고 차갑게 밟고 가노라
客心還凛冽        나그네 마음은 오히려 늠렬해지고
秋氣益凄淸        가을 기운은 갈수록 차갑고 맑아지네
日射丹靑色        햇빛은 단청의 색깔에 반사되고
風拖講頌聲        바람은 강송하는 소리를 끌어오누나
飛樓臨鳥背        날아갈 듯 누대가 조배鳥背69)에 임해서
忽上有高情        홀연히 오르니 높은 정취가 우러나네
欲收多景聚        [3]많은 경치 한곳에 모아 보려고
雲上起高樓        구름 위에 높은 누대 일으켰구나
山畏天傾聳        산은 하늘이 기울까 높이 솟구치고
川憂海渴流        냇물은 바다가 마를까 흘러간다오
菊花嚬宿雨        국화는 지겨운 비에 이마를 찡그리고
楓葉醉新秋        단풍잎은 새 가을에 취해서 붉어라
此地更難得        이런 곳을 어떻게 다시 얻으랴
一生今日遊        일생에 오늘 내가 유람하였네
수석정에 제하다(題水石亭)
快亭臨水石        물과 바위에 임한 유쾌한 정자
高臥彼㦲仙        높이 누운 저 사람 신선인가 봐
嶺日簷端射        산 위의 햇빛은 처마 끝에 반사되고
溪風檻孔穿        계곡의 바람은 난간 틈을 뚫고 오네
躍來魚率性        물고기는 본성을 따라 뛰어오르고
飛去鳥能天        새는 천성을 발휘해 날아가누나
觀物還觀我        만물을 관조하며 나를 관조하니
我然物亦然        나도 그러하고 물 또한 그러하네
삼연70) 선생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敬次三淵先生高韻)
自愧非賢主        멋진 주인 못 되어 나는 부끄러운데
嘉賔愜此亭        귀빈은 이 정자가 마음에 드시나 봐
溪山斯可友        내와 산을 벗으로 삼을 만도 하거니와
魚鳥亦含靈        물고기와 새들 또한 영성靈性을 지녔다오

009_0347_b_01L道業吾兒戱文章爾老成

009_0347_b_02L洛中多勝友林下記殘生

009_0347_b_03L深欲出山去其奈猿鶴驚

009_0347_b_04L松廣寺次溪堂板上韻

009_0347_b_05L
物外招提古層巒繞疊重

009_0347_b_06L草生憎露拔檀死憶人封

009_0347_b_07L山色入孤鳥澗聲和萬松

009_0347_b_08L夜來蘿月白偏愛到晨鍾(一)

009_0347_b_09L一逕隨溪曲披雲冷踏行

009_0347_b_10L客心還凛冽秋氣益凄淸

009_0347_b_11L日射丹靑色風拖講頌聲

009_0347_b_12L飛樓臨鳥背忽上有高情(二)

009_0347_b_13L欲收多景聚雲上起高樓

009_0347_b_14L山畏天傾聳川憂海渴流

009_0347_b_15L菊花嚬宿雨楓葉醉新秋

009_0347_b_16L此地更難得一生今日遊(三)

009_0347_b_17L題水石亭

009_0347_b_18L
快亭臨水石高臥彼㦲仙

009_0347_b_19L嶺日簷端射溪風檻孔穿

009_0347_b_20L躍來魚率性飛去鳥能天

009_0347_b_21L觀物還觀我我然物亦然

009_0347_b_22L敬次三淵先生高韻

009_0347_b_23L
自愧非賢主嘉賔愜此亭

009_0347_b_24L溪山斯可友魚鳥亦含靈

009_0347_c_01L白月步庭樹        흰 달 아래 정원 숲을 거닐기도 하고
淸風倚檻楹        청풍 이는 난간 기둥에 몸을 기대기도
龐公今欲去        방 공龐公71)이 지금 떠나려 하니
誰與共惺惺        누구와 성성惺惺72)을 함께한다지
부록 원운73)(附元韻)
南來無水石        남쪽에 내려와 수석을 못 보다가
洗目獨斯亭        유독 이 정자에서 눈을 씻었네
仔細看䟽鑿        물길 소통시킨 것을 자세히 보고
淸通閱性靈        청통한 성령을 눈으로 확인했소
花陰團逈塢        꽃나무 그늘은 먼 언덕에 모여 있고
桐雨滴踈欞        오동잎 스치는 비는 처마에 낙수 지네
願與師同夏        내 소원은 스님과 여름 한철 함께하며
收因會寂惺        그 인연으로 적적성성寂寂惺惺 맛보는 것
안 석사가 홍시를 보냈기에 시를 지어 사례하다(安碩士送紅柿以詩謝之)
感君封竹噐        고마워라 그대여 죽기에 봉해
憐我寄雲林        나를 동정해서 운림에 부쳤고녀
墮卵驚朱雀        놀라워라 주작의 알이 떨어졌나
成丸費紫金        빛나도다 자금74)으로 만든 공이로세
吮時多快舌        먹을 때는 얼마나 혀가 시원하고
呑後幾甘心        삼킨 뒤엔 속이 얼마나 달콤한지
但把新詩報        그저 시나 지어 보답하려고
淸霄月下吟        맑은 밤 달 아래 읊조리노라
산양 원에게 부치다(寄呈山陽倅)
遠心葵闕下        멀리 대궐 향하는 해바라기 마음이요
高趣夢巖前        산골 생활 꿈꾸는 드높은 정취로다
赤子三年母        갓난아인 삼 년 동안 엄마의 품속인데75)
靑山半目仙        푸른 산속에는 애꾸눈 신선이로세
香塵凝石榻        향긋한 분 내음은 석탑에 엉겨 있고
繡句曜林泉        비단 같은 시구는 임천을 빛내누나
不奪淸風去        맑은 바람만 뺏어가지 않는다면
千金六月天        천금과 같은 유월의 하늘이로세
칠언율시七言律詩
우음偶吟
何物於斯貫古今      어떤 물건이 여기에 고금을 꿰었는데
我愁穿却電中針      나는 번개 속에서 바늘을 꿸까76) 걱정일세
溪流百曲黃頭舌      일백 구비 시냇물은 황두의 혀요
栢樹千章碧眼心      일천 그루 잣나무는 벽안의 마음이라77)
僧拂錫歸苔逕細      중은 석장 떨치며 이끼 낀 오솔길 속으로
鶴將雛入白雲深      학은 새끼 데리고 흰 구름 잔뜩 낀 곳으로
誰知高臥東山客      누가 알까 동산에 높이 누운 나그네가
能以乾坤作枕衾      천지를 베개와 이불로 삼고 있는 줄을
이 도사에게 올리다(上李都事)

009_0347_c_01L白月步庭樹淸風倚檻楹

009_0347_c_02L龐公今欲去誰與共惺惺

009_0347_c_03L附元韻

009_0347_c_04L
南來無水石洗目獨斯亭

009_0347_c_05L仔細看䟽鑿淸通閱性靈

009_0347_c_06L花陰團逈塢桐雨滴踈欞

009_0347_c_07L願與師同夏收因會寂惺

009_0347_c_08L安碩士送紅杮以詩謝之

009_0347_c_09L
感君封竹噐憐我寄雲林

009_0347_c_10L墮卵驚朱雀成丸費紫金

009_0347_c_11L吮時多快舌呑後幾甘心

009_0347_c_12L但把新詩報淸霄月下吟

009_0347_c_13L寄呈山陽倅

009_0347_c_14L
遠心葵闕下高趣夢巖前

009_0347_c_15L赤子三年母靑山半目仙

009_0347_c_16L香塵凝石榻繡句曜林泉

009_0347_c_17L不奪淸風去千金六月天

009_0347_c_18L

009_0347_c_19L七言律詩

009_0347_c_20L偶吟

009_0347_c_21L
何物於斯貫古今我愁穿却電中針

009_0347_c_22L溪流百曲黃頭舌栢樹千章碧眼心

009_0347_c_23L僧拂錫歸苔逕細鶴將雛入白雲深

009_0347_c_24L誰知高臥東山客能以乾坤作枕衾

009_0347_c_25L上李都事

009_0348_a_01L我將無限山中景      내가 무한한 산속의 이 경치를
請向吾君大略云      우리 그대에게 대략 말해 드릴까
巖下白飛溪射石      돌을 쏘는 시냇물은 바위 아래 하얗게 날리고
月邊淸落磬穿雲      구름 뚫는 경쇠 소리는 달 옆에 맑게 떨어지네
日斜谷口烟猶織      골 어구에 해가 비껴도 연무는 여전히 얽혀 있고
風細潭心水自紋      못 복판에 실바람 불면 물은 저절로 무늬진다네
此是禪家眞活計      이것이 바로 선가의 진정한 살림살이
欲分其半未能分      반절 나누고 싶어도 나눠 줄 수가 없다오
보림사 벽 위의 시에 차운하다(次寶林寺壁上韻)
妙年身外撥虛名      젊은 나이에 몸 밖의 헛된 명성 좇았으나
自得階除鳥不驚      이제는 섬돌에서 새들도 놀라지 않는다네
朝鏡掛西蘿月白      아침 거울엔 서쪽 여라女蘿에 흰 달이 걸리고
夜絃鳴北竹風淸      밤 거문고는 북쪽 대나무 맑은 바람 울리네
靑圍岸柳鶯聲滑      푸르게 에워싼 언덕의 버들엔 꾀꼬리 소리가 매끄럽고
紅綻庭梅蝶趐輕      빨갛게 터진 정원의 매화엔 나비 날개가 가뿐해라
世客何知林下樂      세상의 객이 어떻게 숲 속의 낙을 알겠는가
滿腔空載宦遊情      뱃속에 가득 부질없이 벼슬 생각만 채웠으니
강남의 부백에게 올리다(上江南府伯)
錦林秋日厭孤坐      비단 숲 가을날 외롭게 앉아 있기 따분해서
藤一笻飛雲萬層      등나무 지팡이 하나를 구름 만 층에 날렸소
燕子橋西西日下      연자교 서쪽으로는 해가 지고
喚仙亭上上人登      환선정 위로는 중이 올라가네
鵲衣小吏霞衣笑      작의鵲衣의 하급 관리는 하의霞衣를 비웃어도
烏足殘枝白足承      오족烏足이 남은 가지를 백족白足이 받았다오78)
高閣幸蒙低接手      높은 다락에서 손잡는 행운을 입었건만
深慙才落太顚僧      재주가 태전79)만 못하니 부끄러워 어쩌나
민 참의의 복사80)에 올리다(上閔叅議鵩舍)
古來才大難容世      예로부터 큰 재주는 세상이 용납하지 못해
孟子當年未定邦      맹자도 당년에 나라를 안정시키지 못하였소
朗月豈無懸碧落      밝은 달이 어찌 하늘에 걸려 있지 않으며
重雲遮莫暎澄江      먹구름이 맑은 강에 비친다 한들 대수리오81)
三閭去國心猶一      삼려82)는 도성을 떠나도 마음이 한결같았고
太傅傷時涕自雙      태부83)는 시대를 슬퍼하며 눈물을 흘렸지요
排斥埃塵韓已說      배척되면 진애라고 한유도 이미 설했거니
遙知鵩舍絶羊腔      복사에 양강이 끊어짐을 멀리 알겠노라84)
민과 안 두 장로가 돌아가는 것을 전송하며(送敏眼二長老歸)
朝暮潢潦何足說      조석의 황료 따위야 말할 것이 있으리오
源川混混已盈科      샘물이 퐁퐁 솟아 이미 구덩이 채웠는걸85)
文章在道猶爲障      문장은 도에 있어서 오히려 장애물이요
敎義於禪亦是魔      교의는 선에 있어서 역시 마군魔軍이로세
一豹未斑南岳霧      일표一豹는 남산의 무우 속에 털 무늬를 못 이루었는데86)
二鯤先翮北溟波      이곤二鯤은 북명의 물결 박차고서 먼저 날아오르는구나87)
開人眼目誠非易      남의 안목 틔우기는 실로 쉽지 않으니
心上休分自與他      마음속으로 너와 나를 분별하지 마시기를

009_0348_a_01L
我將無限山中景請向吾君大略云

009_0348_a_02L巖下白飛溪射石月邊淸落磬穿雲

009_0348_a_03L日斜谷口烟猶織風細潭心水自紋

009_0348_a_04L此是禪家眞活計欲分其半未能分

009_0348_a_05L次寶林寺壁上韻

009_0348_a_06L
妙年身外撥虛名自得階除鳥不驚

009_0348_a_07L朝鏡掛西蘿月白夜絃鳴北竹風淸

009_0348_a_08L靑圍岸柳鶯聲滑紅綻庭梅蝶趐輕

009_0348_a_09L世客何知林下樂滿腔空載䆠遊情

009_0348_a_10L上江南府伯

009_0348_a_11L
錦林秋日厭孤坐藤一笻飛雲萬層

009_0348_a_12L燕子橋西西日下喚仙亭上上人登

009_0348_a_13L鵲衣小吏霞衣笑烏足殘枝白足承

009_0348_a_14L高閣幸蒙低接手深慙才落太顚僧

009_0348_a_15L上閔叅議鵬舍

009_0348_a_16L
古來才大難容世孟子當年未㝎邦

009_0348_a_17L朗月豈無懸碧落重雲遮莫暎澄江

009_0348_a_18L三閭去國心猶一太傅傷時涕自雙

009_0348_a_19L排斥埃塵韓已說遙知鵬舍絕羊腔

009_0348_a_20L送敏眼二長老歸

009_0348_a_21L
朝暮潢潦何足說源川混混已盈科

009_0348_a_22L文章在道猶爲障敎義於禪亦是魔

009_0348_a_23L一豹未斑南岳霧二鯤先翮北溟波

009_0348_a_24L開人眼目誠非易心上休分自與他

009_0348_b_01L
접중88)의 제사에게 보이다(示接中諸士)
南風已落西風起      여름 바람 그치고 나서 일어나는 가을바람
爽氣今朝忽快余      오늘 아침 기분 좋은 삽상한 이 기운이여
山色每從雲色變      산색은 언제나 구름 빛 따라서 뒤바뀌고
竹聲時與澗聲俱      대숲 소리는 이따금 냇물소리와 어울리네
千瘡布衲兼寒暑      추위와 더위 함께한 일천 군데 기운 누더기
九節藤笻代馬奴      말과 종을 대신하는 아홉 마디 등나무 지팡이
林下十年孤臥客      숲 속에 십 년 동안 외로이 누운 이 나그네도
世間曾是一窮儒      왕년엔 세간에서 하나의 궁한 유자였다오
징광사 오선루에 제하다(題澄光寺五禪樓)
快樓閑上坐禪餘      시원한 다락에 앉아서 참선하노라니
眼底群峯散不齊      눈 아래 봉우리들 흩어져 들쭉날쭉
高步自疑形外出      높이 거니니 이 몸 홀로 세상 밖을 벗어난 듯
俯觀人似瓮中居      인간 세상 굽어보니 술 단지 속의 초파리인 듯
鴉邊落日沉西去      까마귀 곁으로 지는 해는 서쪽으로 빠져들고
鴈背秋空入海低      기러기 잔등의 가을 하늘은 바다 속에 잠기누나
何必登山天下小      어찌 꼭 태산에 올라야 천하를 작게 보리오89)
倚欄今夕十方虛      난간에 기대도 오늘 저녁 시방이 텅 빈 것을
부도암에 제하다(題浮屠庵)
尺虫之屈乃求伸      자벌레가 몸을 굽힘은 장차 펴기 위한 것90)
心志吾王口體臣      마음과 뜻은 임금이요 입과 몸은 신하로세
梅破玉顔來蛺蝶      매화가 백옥의 얼굴 터뜨리니 나비가 찾아오고
水開銅鏡落星辰      물이 구리거울을 열어 보이니 별들이 떨어지네
群峰亂揷新磨釰      산들은 막 갈아낸 칼을 마구 꽂아 놓았고
缺月孤牽半折銀      조각달은 동강난 은을 외로이 끌고 가누나
樗櫟從來無所用      저력91)은 원래 어디에도 쓸모없나니
百年閑作箇中人      백 년을 한가로이 그런 사람 되었다오
영 상인의 시축에 차운하다(次玲上人軸韻)
[1]
佛法從來貴自晦      불법은 원래 자기를 감추는 게 귀중한 법
隔塵靑嶂幾層層      속진과 격리시킨 청산 층층이 몇 겹인가
重雲坼處孤輪出      짙은 구름 갈라진 곳에 휘영청 달이 솟고
萬事休時一念凝      만 가지 일 쉬는 때에 한 생각이 모아지네
掛壁笻閑藤九節      벽에 걸린 지팡이는 아홉 마디 등나무요
伴肩衣破布三升      어깨에 걸친 해진 옷은 삼승 무명베92)
師乎吾說是耶未      스님이여 나의 말이 맞지 않은가
若不如斯頭但僧      그렇지 않다면 머리만 깎은 중이리라

[2]
師也東西南北客      스님은 동서남북 정처 없는 나그네
出乎人上知幾層      남보다 몇 층이나 뛰어남을 알고말고
七斤布衲心珠隱      일곱 근 베 누더기 속에 마음 구슬 숨겼고
一寸方塘智水凝      한 치 모난 못 안에 지혜의 물이 엉겼어라
鵬怒三千蒼海擊      대붕大鵬은 힘차게 삼천 리 물결을 격동시키고
烏飛九萬紫霄升      금오金烏는 구만리 아득한 하늘로 날아오르네
丈夫氣象能如此      장부의 기상이 이와 같을 수 있다면
不曰西江吸盡僧      서강을 모두 들이킨 중93)이 아니겠는가

009_0348_b_01L示接中諸士

009_0348_b_02L
南風已落西風起爽氣今朝忽快余

009_0348_b_03L山色每從雲色變竹聲時與澗聲俱

009_0348_b_04L千瘡布衲兼寒暑九節藤笻代馬奴

009_0348_b_05L林下十年孤臥客世間曾是一窮儒

009_0348_b_06L題澄光寺五禪樓

009_0348_b_07L
快樓閑上坐禪餘眼底羣峯散不齊

009_0348_b_08L高步自疑形外出俯觀人似瓮中居

009_0348_b_09L鴉邊落日沉西去鴈背秋空入海低

009_0348_b_10L何必登山天下小倚欄今夕十方虛

009_0348_b_11L題浮屠庵

009_0348_b_12L
尺虫之屈乃求伸心志吾王口體臣

009_0348_b_13L梅破玉顏來蛺蝶水開銅鏡落星辰

009_0348_b_14L群峰亂揷新磨釼缺月孤牽半折銀

009_0348_b_15L樗櫟從來無所用百年閑作箇中人

009_0348_b_16L次玲上人軸韻

009_0348_b_17L
佛法從來貴自晦隔塵靑嶂幾層層

009_0348_b_18L重雲坼處孤輪出萬事休時一念凝

009_0348_b_19L掛壁笻閑藤九節伴肩衣破布三升

009_0348_b_20L師乎吾說是耶未若不如斯頭但僧(一)

009_0348_b_21L師也東西南北客出乎人上知幾層

009_0348_b_22L七斤布衲心珠隱一寸方塘智水凝

009_0348_b_23L鵬怒三千蒼海擊烏飛九萬紫霄升

009_0348_b_24L丈夫氣象能如此不曰西江吸盡僧(二)

009_0348_c_01L
냉 상인의 시에 차운하다(次冷上人韻)
方丈何時飛短笻      방장산에는 어느 때에 대 지팡이 날렸는고
袖端猶有石門風      소매 끝에 아직도 석문의 바람이 남아 있네94)
衲輕百結身邊破      헐렁한 납의는 백번 기워 몸 옆에 너덜너덜해도
道大三千眼底空      도는 커서 삼천세계가 눈 아래 텅 비었어라
白足冷於皆骨水      하얀 발은 개골산의 냇물보다 한랭하고
靑眸活却妙香楓      푸른 눈은 묘향산의 단풍보다 살아 있구나
喜君說盡山川美      산천의 멋을 모두 말해 주니 얼마나 기쁜지
無數名區一席中      무수한 명승지가 이 자리에 다 모였구나
방백에게 올리다(上方伯)
爲問湖南觀察使      한번 물어봅시다 우리 호남 관찰사여
幾多焦思飮寒氷      얼마나 노심초사하며 얼음물을 마셨는지95)
賢勞王事北來客      그대는 나랏일 애쓰는 북쪽에서 온 나그네요
獨善其身南臥僧      나는 내 한 몸 좋게 하는 남쪽에 누운 중이로세
誰識鼠宮窮縮蝟      뉘 알았으랴 쥐구멍 속의 잔뜩 움츠린 고슴도치가
共瞻天路怒飛鵬      하늘 길 힘껏 날아가는 대붕을 함께 바라볼 줄을
沿邊五十餘州影      이 일대 언저리 오십여 고을의 그림자가
盡入吾君智水凝      우리 그대 지수智水96)에 모두 들어와 엉겨 있네
또 강남의 부백에게 증정하다(又呈江南府伯)
吾觀萬物不齊也      내가 보건대 만물은 똑같을 수가 없나니97)
太岳秋毫各具天      태산이나 추호나 그 속에 하늘이 들었다오98)
鳧鶴短長誰使尒      오리와 학의 길고 짧음 누가 시킨 것이리오99)
鷗烏黑白亦如然      갈매기와 까마귀의 검고 흰 것도 그러하다오
夢中說夢眞堪笑      꿈속에서 꿈을 설명하는 것100)도 진정 우습지만
牛背尋牛不足言      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 것101)도 말이 안 되지요
高下從來無二矣      높고 낮음 그것이 원래 둘이 아니기에
古人曾已詠魚鳶      옛사람도 물고기와 소리개로 읊었다오102)
정 석사에게 부치다(寄呈鄭碩士)
鍾期未遇鬢成雪      종기鍾期103)를 만나지 못한 채 머리칼은 흰 눈으로
六十年光夢裡高      육십 년의 광음만 꿈속에 쌓일 따름
天下豈無千里馬      천하에 어찌 천리마가 없으리오마는
世間稀有九方臯      세간에 구방고九方臯104)를 만나기 어려워라
低飛斥鷃譏雲翼      낮게 나는 척안斥鷃이 구름 날개를 기롱하니105)
遠擧溟鴻惜羽毛      멀리 떠나는 명홍溟鴻106)이 우모를 아낄 수밖에
求友新篇何處寄      벗 찾는 새 시를 어느 곳에 부칠거나
子眞思汝我心勞      자진子眞107) 그대를 생각함에 내 마음이 괴롭도다
백운산 가가대에 제하다(題白雲山呵呵臺)
山號白雲庵號何      산 이름은 백운인데 암자 이름은 무엇인고
撮來先聖笑呵呵      옛 성인의 껄껄 웃는 소리를 이끌어 왔소
登臺望遠枯心活      대에 올라 멀리 보면 고갈된 마음이 살아나고
入室安禪道氣加      방에 들어 선에 들면 도의 기운이 더해지네
巖檜傲霜兼傲雪      바위의 회나무는 서리와 눈에도 끄떡없고
谷禽如哭又如歌      계곡의 새들은 통곡하는 듯 노래하는 듯

009_0348_c_01L次冷上人韻

009_0348_c_02L
方丈何時飛短笻袖端猶有石門風

009_0348_c_03L衲輕百結身邊破道大三千眼底空

009_0348_c_04L白足冷於皆骨水靑眸活却妙香楓

009_0348_c_05L喜君說盡山川美無數名區一席中

009_0348_c_06L上方伯

009_0348_c_07L
爲問湖南觀察使幾多焦思飮寒氷

009_0348_c_08L賢勞王事北來客獨善其身南臥僧

009_0348_c_09L誰識鼠宮窮縮蝟共瞻天路怒飛鵬

009_0348_c_10L沿邊五十餘州影盡入吾君智水凝

009_0348_c_11L又呈江南府伯

009_0348_c_12L
吾觀萬物不齊也太岳秋毫各具天

009_0348_c_13L鳬鶴短長誰使尒鷗烏黑白亦如然

009_0348_c_14L夢中說夢眞堪笑牛背尋牛不足言

009_0348_c_15L高下從來無二矣古人曾已詠魚鳶

009_0348_c_16L寄呈鄭碩士

009_0348_c_17L
鍾期未遇鬢成雪六十年光夢裡高

009_0348_c_18L天下豈無千里馬世間稀有九方臯

009_0348_c_19L低飛斥鷃譏雲翼遠擧溟鴻惜羽毛

009_0348_c_20L求友新篇何處寄子眞思汝我心勞

009_0348_c_21L題白雲山呵呵臺

009_0348_c_22L
山號白雲庵號何撮來先聖笑呵呵

009_0348_c_23L登臺望遠枯心活入室安禪道氣加

009_0348_c_24L巖檜傲霜兼傲雪谷禽如哭又如歌

009_0349_a_01L浮生到此眞忘世      덧없는 인생도 여기에선 실로 세상을 잊나니
鴟嚇功名不足多      올빼미 꽥 하는 공명108) 따위야 있으나마나
신 수재에게 주다(贈申秀才)
一曲淸溪激激流      한 구비 맑은 시냇물 콸콸 흐르고
萬重烟樹洞門幽      일만 겹 내 낀 숲 속 동문洞門이 그윽해라
僧歸石逕雲歸壑      중은 돌길로 돌아오고 구름은 골짜기로
鳥入花枝客入樓      새는 꽃가지에 들고 나그네는 다락으로
自得林泉無限趣      임천의 한없는 정취를 자득하였거니
不知人世有餘愁      인간 세상 무슨 근심 있는지 모르겠네
三皇五帝何爲者      삼황과 오제는 무엇을 하는 자들인고
未及鴻蒙雀躍遊      홍몽鴻蒙109)이 껑충껑충 노닒만 못한 것을
쌀(米)
多時在野黃冠客      오랜 시간 들판에 있던 황관의 나그네가
一夕登朝白玉郞      하루 저녁에 조정에 올라 백옥의 낭관 되었네
去僞明眞箕子殿      거짓 버리고 진실을 밝힌 기자箕子110)의 전각이요
摧邪現正杵公堂      사邪를 꺾고 정正을 드러낸 저공杵公의 관아로세
朱門早入天君喜      고대광실에 일찍 들면 천군天君이 기뻐하고
紫陌遲回宋鵲降      도성 거리 지체하면 송작宋鵲이 내려온다네111)
老朽何論年少事      노쇠해서 젊을 때 일을 논할 것 있으리오
歸田但見桑麻長      전원에 돌아와 상마桑麻가 크는 것만 보노라112)
천등산에 올라(登千燈山)
白頭一脉蜿蜒來      꿈틀꿈틀 벋어 내린 백두대간 한 줄기가
窮到南溟氣勢開      남쪽 바다 끝까지 와서 기세를 떨치누나
碧落非高峰嶷嶷      높지 않은 하늘 위로 봉우리들 솟구치고
靑丘不大眼恢恢      크지 않은 청구113)까지 눈길이 틔었어라
烏沈弱水三千去      금오金烏는 약수弱水114)에 잠겨 삼천 리를 가고
鵬御培風九萬廻      대붕大鵬은 배풍培風115)을 타고 구만리를 도네
淸飈徹骨難棲泊      맑은 바람 뼈에 사무쳐 오래 머물기 어려워서
緩步徐徐下寶臺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보대를 내려오노라
백천사에 제하다(題百泉寺)
北龍流落客南邊      북룡北龍이 유락하여 남쪽 변방 나그네 되어
不宅滄溟臥白泉      푸른 바다에 살지 않고 백천白泉에 누웠다네
山古二儀開闢後      이 산의 역사는 천지가 개벽된 뒤요
寺新三國混融前      이 절의 창건은 삼국 통일 이전이라
鯨音隱隱夏雷震      여름 우레 진동하듯 은은한 종소리여
佛面堂堂秋月圓      가을 달 둥글듯 두렷한 부처 얼굴이여
嗟我拘墟猶未到      아 나는 구허拘墟116)하여 아직도 이르지 못했나니
醯雞自大甕中天      초파리가 단지 속에서 혼자 잘난 격이로다
최 진사의 유고 뒤에 제하다(題崔進士遺稿後)
詩山詩老老於詩      시산詩山117)에서 시로詩老가 시로 늙어 갈 적에
千里無緣一問之      천 리 길 한번 문안할 인연이 없었는데
有客昔年攀玉樹      어떤 객이 왕년에 옥 나무를 더위잡고
爲吾今日示瓊枝      나를 위해 오늘날 옥 가지를 보여 주네

009_0349_a_01L浮生到此眞忘世鴟嚇功名不足多

009_0349_a_02L贈申秀才

009_0349_a_03L
一曲淸溪激激流萬重烟樹洞門幽

009_0349_a_04L僧歸石逕雲歸壑鳥入花枝客入樓

009_0349_a_05L自得林泉無限趣不知人世有餘愁

009_0349_a_06L三皇五帝何爲者未及鴻蒙雀躍遊

009_0349_a_07L

009_0349_a_08L
多時在野黃冠客一夕登朝白玉郞

009_0349_a_09L去僞明眞箕子殿摧邪現正杵公堂

009_0349_a_10L朱門早入天君喜紫陌遲回宋鵲降

009_0349_a_11L老朽何論年少事歸田但見桑麻長

009_0349_a_12L登千燈山

009_0349_a_13L
白頭一脉蜿蜒來窮到南溟氣勢開

009_0349_a_14L碧落非高峰嶷嶷靑丘不大眼恢恢

009_0349_a_15L烏沈弱水三千去鵬御培風九萬廻

009_0349_a_16L淸飈徹骨難棲泊緩步徐徐下寶臺

009_0349_a_17L題百泉寺

009_0349_a_18L
北龍流落客南邊不宅滄溟臥白泉

009_0349_a_19L山古二儀開闢後寺新三國混融前

009_0349_a_20L鯨音隱隱夏雷震佛面堂堂秋月圓

009_0349_a_21L嗟我拘墟猶未到醯雞自大甕中天

009_0349_a_22L題崔進士遺稿後

009_0349_a_23L
詩山詩老老於詩千里無緣一問之

009_0349_a_24L有客昔年攀玉樹爲吾今日示瓊枝

009_0349_b_01L混沌面目三才見      혼돈의 면목은 삼재三才에서 볼 수 있고118)
韓子心肝五蠹知      한자韓子의 심간은 오두五蠹에서 알 수 있는 법119)
天使先生生後世      하늘이 선생을 후세에 태어나게 하여
翰林工部得便宜      한림翰林과 공부工部120)가 마음 편히 시를 지었도다
봉서암에 제하다(題鳳瑞庵)
天慳破處起禪宮      하늘이 아낀 곳 뚫어 선궁을 세웠나니
水秀山明眼耳通      물 맑고 산 밝아서 눈과 귀가 트이누나
岳色靑搖孤去鳥      새 한 마리 지나가니 푸른 산색이 흔들리고
溪聲冷碎自來風      바람 절로 불어오니 찬 물소리 부서지네
蜂房大小區分異      봉방蜂房은 크고 작아 구분이 다르지만
醴井淸凉一味同      약수는 청량하여 그 맛이 똑같도다
諷誦金文連日夜      연달아 밤낮으로 불경을 송독하노라니
六時花雨灑蒼穹      육시121)로 푸른 하늘에서 꽃비가 내려오네
화연 제자인 비구 지택과 우바새 여원명 등이 모연하여 삼가 본사 석가여래 및 제화122) 미륵의 삼대 존상을 조성하였기에 회향 발원하며 게송을 짓다(化緣弟子比丘智擇。 波塞呂圓明等募緣。 敬造本師釋迦如來及提花彌勒三大尊像。 回向發願者。 偈曰。)
回向心深不願餘      회향하는 마음 깊어 다른 것은 원치 않고
超方直上大牛車      세상 벗어나 대우거大牛車123)에 곧장 오르기만을
聲聞獨脫泥欄馬      성문은 유독 진흙 울타리의 말을 빼낼 뿐이지만
菩薩兼撈苦海魚      보살은 함께 고해의 물고기들을 건져 준다오
捨喜齊登常樂岸      희사한 이들 모두 상락의 언덕에 오르시고
寃親等證妙眞如      원수와 친지도 다 함께 오묘한 진여 증득하시리라
靜尋功德來何處      이 공덕이 어디서 오는지 조용히 생각하니
徹底空空越太虛      철저히 공하고 공하여 태허를 뛰어넘어서
이 방백에게 삼가 증정하다(謹呈李方伯)
[1]
一南行政法先聖      한번 남하하여 정사를 행함에 성인을 본받아
寬猛隨時執厥中      관맹寬猛을 때에 맞게 하며 중도를 잡았어라124)
冬就夏遮非二日      겨울 햇빛 여름 햇빛이 다른 태양 아니요
昨開今落是同風      꽃 피고 꽃 지게 한 것이 똑같은 바람이로다125)
乾坤愛物爲蒭狗      천지가 만물을 사랑하며 추구蒭狗126)로 여기고
文武臨民以角弓      문무가 백성에 임함에 각궁角弓으로 한다오127)
別有深恩難報處      갚기 어려운 깊은 은혜 따로 있나니
春雷動地起眠虫      봄 우레 땅 흔들어 잠든 벌레 깨운 것

[2]
寶林何假他山石      보림寶林에 어찌 타산의 돌이 필요하리오
碌碌元非掌上珍      녹록해서 원래 손안의 구슬이 못 되는 것을128)
丹壑暮年初喪我      전원에서 늙은 나이에 비로소 상아喪我129)한 나요
靑雲早歲已成人      청운의 이른 나이에 이미 성인成人130)된 그대로세
龍驤旣有前身蟄      용이 드솟는 것은 전생에 엎드렸기 때문
蠖屈寧無後步伸      자벌레 굽힌 뒷발 어찌 펴지지 않으리오131)
還恐葉公名實異      그래도 걱정은 섭 공처럼 명실이 달라서
只求模寫不求眞      모사만 구하고 진실을 구하지 않는 것132)

009_0349_b_01L混沌面目三才見韓子心肝五蠹知

009_0349_b_02L天使先生生後世翰林工部得便宜

009_0349_b_03L題鳳瑞庵

009_0349_b_04L
天慳破處起禪宮水秀山明眼耳通

009_0349_b_05L岳色靑搖孤去鳥溪聲冷碎自來風

009_0349_b_06L蜂房大小區分異醴井淸凉一味同

009_0349_b_07L諷誦金文連日夜六時花雨灑蒼穹

009_0349_b_08L化緣弟子比丘智擇波塞呂圓明
009_0349_b_09L等募緣敬造本師釋迦如來及提
009_0349_b_10L花彌勒三大尊像回向發願者
009_0349_b_11L

009_0349_b_12L
回向心深不願餘超方直上大牛車

009_0349_b_13L聲聞獨脫泥欄馬菩薩兼撈苦海魚

009_0349_b_14L捨喜齊登常樂岸寃親等證妙眞如

009_0349_b_15L靜尋功德來何處徹底空空越太虛

009_0349_b_16L謹呈李方伯

009_0349_b_17L
一南行政法先聖寬猛隨時執厥中

009_0349_b_18L冬就夏遮非二日昨開今落是同風

009_0349_b_19L乾坤愛物爲蒭狗文武臨民以角弓

009_0349_b_20L別有深恩難報處春雷動地起眠虫(一)

009_0349_b_21L寶林何假他山石碌碌元非掌上珎

009_0349_b_22L丹壑暮年初喪我靑雲早歲已成人

009_0349_b_23L龍驤旣有前身蟄蠖屈寧無後步伸

009_0349_b_24L還恐葉公名實異只求模寫不求眞(二)

009_0349_c_01L
양 진사의 앞 시에 추후하여 차운하다(追次梁進士前韻)
아, 당시에 바로 차운했더라면 말이 어찌 이렇게까지 슬펐겠는가. 사랑하여 보고 싶어도 다시 보지 못할 것이 분명해서 눈물이 떨어지고 마음이 부러지는 심정이 시에 드러났다.

晩得三男盡小年      늘그막에 얻은 세 아들 모두 소년으로
頭頭有角未巾巓      머리마다 총각이라 아직 두건 못 썼다네
並非愛栗添丁子      알밤 좋아하고 부역 충당할 자식 아니요
皆是裝鸞駕鶴仙      난새에 장착하고 학을 탈 신선들이었어라133)
何物忽呑初滿月      어떤 물건이 홀연히 갓 찬 달을 삼켰는고
早霜先轢半秋田      이른 서리가 지레 중추의 밭을 짓밟았네
一枝摧與雙珠樹134)      한 가지 부러지며 두 그루 구슬 나무까지
謝氏家庭冷落旃      사씨의 집 뜰135) 전단목이 쓸쓸하여라
산루에 누워 읊다(山樓臥吟)
山樓快臥思茫茫      산루에 편히 누우니 생각이 아득한데
老樹蟬鳴畏日長      늙은 나무에 매미 우는 여름날이 길어라
天際雲峰奇不盡      하늘가 구름 봉우리는 기이함 일색이요
檻前溪舌說無央      난간 앞 냇물소리는 설법이 끝없도다
頭寒髮已三千雪      머리는 쓸쓸해서 터럭이 삼천 눈발이요
骨冷年今六十霜      뼛속도 차가워 나이는 육십 성상星霜일세
要識樂鄕何處是      낙향이 어디인지 알고 싶으신가
世間炎熱此淸凉      무더위 찌는 세간 속에 청량한 이곳
백마강 회고의 시에 차운하다(次百馬江懷古韻)
百濟遺墟古木愁      백제의 옛터에 시름겨운 고목이여
釣龍臺下水西流      조룡대136) 아래 물은 지금도 서쪽으로
柳眉未展前朝恨      버들은 전조의 한에 눈썹을 펴지 못하고
花面增紅故國羞      꽃은 고국의 수치에 얼굴이 더욱 붉어라
蝴蝶夢中千載事      천년 전의 일도 호접의 꿈속137)이요
邯鄲枕上片時秋      잠깐의 가을날도 한단의 침상138)이라
興亡欲問人何處      흥망을 물어볼 사람 어디에도 없고
白馬潮頭有去舟      백마강 머리에 배만 유유히 떠가네
시천 이 생원의 모정 시에 차운하다(次詩川李生員茅亭韻)
笑矣秦皇玉作櫳      우스워라 진황이 옥으로 지은 누대여
一朝煨燼竟無功      하루아침에 잿더미 되어 아무 소용 없도다
若能容却陶潜膝      도잠의 무릎 들여놓을 방이면 그만이지
何用勞乎匠伯工      도 목수 솜씨 수고롭게 빌릴 필요 있으랴
時至海山千里月      때가 되면 바다와 산에 천 리의 달빛
自來天地四方風      절로 천지에 불어오는 사방의 바람
亦將諸子百家語      여기에 또 제자백가의 말을 가지고
三萬六千餘日終      삼만 육천여 일 너끈히 보내는 것을
동복 적벽의 시에 차운하다(次同福赤壁韻)

009_0349_c_01L追次梁進士前韻

009_0349_c_02L
嗚呼當時即次則辭豈至若是之哀

009_0349_c_03L愛而欲見者不復見決矣涙落
009_0349_c_04L心折情見于詩

009_0349_c_05L晩得三男盡小年頭頭有角未巾巓

009_0349_c_06L並非愛栗添丁子皆是裝鸞駕鶴仙

009_0349_c_07L何物忽呑初滿月早霜先轢半秋田

009_0349_c_08L一枝摧與雙珠樹謝氏家庭冷落旃

009_0349_c_09L山樓臥吟

009_0349_c_10L
山樓快臥思茫茫老樹蟬鳴畏日長

009_0349_c_11L天際雲峰奇不盡檻前溪舌說無央

009_0349_c_12L頭寒髮已三千雪骨冷年今六十霜

009_0349_c_13L要識樂鄕何處是世間炎熱此淸凉

009_0349_c_14L次百馬江懷古韻

009_0349_c_15L
百濟遺墟古木愁釣龍臺下水西流

009_0349_c_16L柳眉未展前朝恨花面增紅故國羞

009_0349_c_17L蝴蝶夢中千載事邯鄲枕上片時秋

009_0349_c_18L興亡欲問人何處白馬潮頭有去舟

009_0349_c_19L次詩川李生員茅亭韻

009_0349_c_20L
笑矣秦皇玉作櫳一朝煨燼竟無功

009_0349_c_21L若能容却陶潜膝何用勞乎匠伯工

009_0349_c_22L時至海山千里月自來天地四方風

009_0349_c_23L亦將諸子百家語三萬六千餘日終

009_0349_c_24L次同福赤壁韻

009_0350_a_01L二氣初分地與天      음과 양이 하늘과 땅으로 처음 나뉠 때
神工巧刻此山川      귀신이 묘한 솜씨로 이 산천을 조각했네
巖屏面赤鞭苔血      바위 병풍 붉은 것은 채찍 맞아 흘린 피요139)
石瓮身靑鑽燧烟      돌 항아리 푸른 것은 불 피우는 연기로세
日忽昇時峰影倒      해가 홀연히 솟을 때 거꾸로 비치는 산 그림자
人難及處鶴巢懸      사람이 오를 수 없는 곳에 매달린 학의 둥지
瀛洲不遠蓬萊近      영주도 멀지 않고 봉래도 가까우니
應有朝來暮去仙      아침에 왔다 저녁에 가는 선인 있으리
물염정의 시에 차운하다(次勿染亭韻)
走崖來此立巍巍      달리던 벼랑이 여기에 와서 우뚝 서 있고
曲澗喧從峽勢廻      굽이진 냇물이 요란하게 협곡 따라 돌아드네
魚得深潭忘積水      물고기는 깊은 못 얻어 강과 바다를 잊고
人逢勝地暢高臺      사람은 승지를 만나 높은 누에서 상쾌해라
岩楓却恐風吹落      바위의 단풍은 바람 불어 떨어질까 두려웁고
岸菊方憐日爆開      언덕의 국화는 햇빛에 터져 한창 어여뻐라
斜景亦知遊衍興      비낀 햇빛도 유유자적하는 흥치를 알고 있는지
西峯懶越久徘徊      서산을 넘으려 하지 않고 오랫동안 배회하네
이 방백에게 올리다(上李方伯)
男兒早遂窓前志      남아가 일찌감치 창 앞의 뜻을 이뤄
地角雙南得一南      변방의 쌍남雙南 중에 일남一南을 얻었도다140)
物外家風無冷煖      방외方外의 가풍은 차고 더움이 없는데
人間世味有酸甘      인간의 세상맛은 달고 신 것이 있다오
身心省野勞焦幾      전야를 살피느라 얼마나 노심초사하실까141)
哺髮還朝吐握三      조정에 돌아가면 세 번씩 토포악발吐哺握髮하시리142)
不可浮生長役役      덧없는 인생이 항상 일에 쫓겨도 안 되리니
靑山半日與僧談      청산에서 한나절쯤 중과 이야기한들 어떠리
윤 상사에게 증정하다(呈尹上舍)
淵源混混自關令      연원은 관령關令으로부터 도도히 흘러
道德因之散五千      도덕경 오천 자가 이로부터 전파되었네143)
短潦一朝牛跡溢      하루아침 빗물에도 소 발자국은 넘쳐나고
長河千里海門連      긴 강은 천 리를 달려 바다 문에 이어지네
禀天才命無昆季      천품의 재주와 운명은 형제간에 차이 없지만
落地時年有後先      이 땅에 태어난 시간에는 선후가 있다네
爲問巷閭高大否      묻노니 마을에 세운 문이 높고 크지 않은가
于公厚積不徒然      우 공于公이 음덕을 쌓음이니 우연이 아니로세144)
조 정자에게 증정하다(呈趙正字)
趙氏淵源聳玉泉      조씨의 연원이 옥천에서 드높으니
淸流有響海東天      맑은 시내 물소리가 해동 하늘에 울리네
胸呑八陣連投筆      가슴은 팔진八陣을 삼켜 연하여 붓을 던졌고145)
脚踏三山獨上仙      다리는 삼산三山을 밟아 홀로 신선에 올랐네
逸跡試曾超毋 [1] 日      뛰어난 자취는 초모超母146)의 날에 시험했고
雄心萌欲食牛年      웅대한 마음은 식우食牛147)의 해에 싹 텄다오
未知碧落高飛翼      모르겠네 하늘 높이 나는 붕새가
俯視蜩鳩萬一憐      메추라기 굽어보며 불쌍히 여길는지

009_0350_a_01L
二氣初分地與天神工巧刻此山川

009_0350_a_02L巖屏面赤鞭苔血石瓮身靑鑚燧烟

009_0350_a_03L日忽昇時峰影倒人難及處鶴巢懸

009_0350_a_04L瀛洲不遠蓬萊近應有朝來暮去仙

009_0350_a_05L次勿染亭韻

009_0350_a_06L
走崖來此立巍巍曲澗喧從峽勢廻

009_0350_a_07L魚得深潭忘積水人逢勝地暢高臺

009_0350_a_08L岩楓却恐風吹落岸菊方憐日爆開

009_0350_a_09L斜景亦知遊衍興西峯懶越久徘徊

009_0350_a_10L上李方伯

009_0350_a_11L
男兒早遂窓前志地角雙南得一南

009_0350_a_12L物外家風無冷煖人間世味有酸甘

009_0350_a_13L身心省野勞焦幾哺髮還朝吐握三

009_0350_a_14L不可浮生長役役靑山半日與僧談

009_0350_a_15L呈尹上舍

009_0350_a_16L
淵源混混自關令道德咽之散五千

009_0350_a_17L短潦一朝牛跡溢長河千里海門連

009_0350_a_18L禀天才命無昆季落地時年有後先

009_0350_a_19L爲問巷閭高大否于公厚積不徒然

009_0350_a_20L呈趙正字

009_0350_a_21L
趙氏淵源聳玉泉淸流有響海東天

009_0350_a_22L胸呑八陣連投筆脚踏三山獨上仙

009_0350_a_23L逸跡試曾超毋 [4] 雄心萌欲食牛年

009_0350_a_24L未知碧落高飛翼俯視蜩鳩萬一憐

009_0350_b_01L
승평의 원에게 증정하다(呈昇平倅)
邊氓蠢爾昧玄化      변방 백성 미련하여 현묘한 교화를 모른 채
蠓蠛紛飛甕裡天      초파리처럼 술 단지 속에서 웅웅거릴 뿐
閑理亂繩看手妙      뒤얽힌 노끈 풀어 가는 오묘한 솜씨를 보겠고
能分錯節認刀賢      복잡한 사건 처리하는 뛰어난 능력을 알겠도다
當場選彼囊螢士      과장科場에 임해선 낭형148)의 선비를 선발하고
問道回斯面壁禪      도를 물음엔 면벽149)의 선승을 찾아야 하고말고
一帶洗塵開闢水      세상 티끌 씻어 주는 한 가닥 개벽의 물이
爲君終夜響窓前      그대 위해 밤새도록 창 앞에서 울어 예놋다
태허재의 시에 차운하다(次太虛齋韻)
終朝兀兀坐如齋      아침 내내 재계하듯 올올히 앉았노라니
鬱鬱葱葱道氣佳      도의 기운 무럭무럭 아름답게 피어오르네
只貴一言千里應      한마디 말이 천 리에 응함이 귀할 뿐이지150)
何論萬事半生乖      반평생 어긋난 만 가지 일 논해 무엇 하리오
安貧節操能追憲      안빈한 절조는 법으로 따를 만하고
篤學工夫不負柴      독학한 공부는 고시高柴151)에게 지지 않았네
杜子當年空自大      두보杜甫가 자기 시를 당년에 자부하였지만
豈料今日爲君排      금일 그대에게 밀릴 줄이야 어찌 생각했으랴
황 부사에게 기증하다(寄呈黃府使)
使君家在商顔下      사군의 집은 바로 상안商顔의 아래
一曲芝歌幾度吟      한 곡조 지가芝歌를 몇 번이나 읊었을까152)
雨後新雲心上絮      비 갠 뒤의 새 구름은 마음속의 솜털이요
風前古澗夢中琴      바람 앞의 옛 냇물은 꿈속의 거문고로세
堯天莫作許由月      요임금 하늘에 허유許由의 달153)일랑 짓지를 마오
殷野宜爲傅說霖      은나라 들판엔 부열傅說의 장맛비154)가 당연하다오
我惜倦飛歸去鳥      애석해라 날기에 지쳐 돌아가는 새여
乾坤未暮早投林      천지 저물기도 전에 일찍 숲에 들다니155)
산양의 원에게 올리다(上山陽倅)
皂蓋翩翩過海村      조개皁蓋156) 나부끼며 지나가는 바닷가 마을
民顔有喜指雲門      백성 얼굴 펴 준 뒤의 산문山門 행차로세
淸凉閣下溪搖瑟      청량각 밑에선 냇물이 거문고 연주하고
寂默堂前鳥碎言      적묵당 앞에선 새들이 뭐라고 조잘조잘
百里仁風吹內外      안팎으로 불어오는 백 리 고을 인풍이요
二時踈磬逐朝昏      매일 두 때 조석으로 성긴 경쇠 소리로다
深林再被親臨顧      깊은 숲 속 두 번이나 친히 왕림하시다니
沒世難酬萬一恩      세상 마치도록 이 은혜 갚기 어려우리

009_0350_b_01L呈昇平倅

009_0350_b_02L
邊氓蠢爾昧玄化蠓蠛紛飛甕裡天

009_0350_b_03L閑理亂繩看手妙能分錯節認刀賢

009_0350_b_04L當塲選彼囊螢士問道回斯面壁禪

009_0350_b_05L一帶洗塵開闢水爲君終夜響窓前

009_0350_b_06L次太虛齋韻

009_0350_b_07L
終朝兀兀坐如齋鬱鬱葱葱道氣佳

009_0350_b_08L只貴一言千里應何論萬事半生乖

009_0350_b_09L安貧節操能追憲篤學工夫不負柴

009_0350_b_10L杜子當年空自大豈料今日爲君排

009_0350_b_11L寄呈黃府使

009_0350_b_12L
使君家在啇顏下一曲芝歌幾度吟

009_0350_b_13L雨後新雲心上絮風前古澗夢中琴

009_0350_b_14L堯天莫作許由月殷野宜爲傅說霖

009_0350_b_15L我惜倦飛歸去鳥乾坤未暮早投林

009_0350_b_16L上山陽倅

009_0350_b_17L
皂盖翩翩過海村民顏有喜指雲門

009_0350_b_18L淸凉閣下溪搖瑟寂默堂前鳥碎言

009_0350_b_19L百里仁風吹內外二時踈磬逐朝昏

009_0350_b_20L深林再被親臨顧沒世難酬萬一恩
  1. 15)거미는 구물구물~요란하게 지저귀네 : 옛날 사람들은 거미집과 까치 소리를 좋은 일이 생길 길조吉兆로 여겼다. 진晉나라 갈홍葛洪이 지은 『西京雜記』 권3에 “눈을 자꾸 깜짝거리면 술을 얻어먹고, 등불에 불똥이 맺히면 돈이 생기고, 까치가 지저귀면 길 떠난 사람이 돌아오고, 거미가 집을 지으면 모든 일이 잘 된다.(目瞬得酒食。 燈火華得錢財。 乾鵲噪而行人至。 蜘蛛集而百事喜。)”라는 말이 나온다.
  2. 16)공음跫音 : 저벅저벅 걸어오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라는 말이다. 『莊子』 「徐无鬼」에, 텅 빈 골짜기에 도망쳐 숨어 사는 사람을 가정한 뒤에, “그런 사람은 저벅저벅 걸어오는 사람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기뻐하는 법이다. 그런데 하물며 형제나 친척의 기침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린다면 얼마나 더 기쁘겠는가.(聞人足音跫然而喜矣。 又況乎昆弟親戚之謦欬其側者乎。)”라고 말한 내용이 나온다.
  3. 17)깜짝 놀라~거꾸로 신었다오 : 너무 반가워서 정신없이 달려가 맞았다는 말이다. 후한後漢 말에 청년 왕찬王粲이 장안長安에 와서 채옹蔡邕을 방문하자, 채옹이 너무도 반가운 나머지 신발을 거꾸로 신고 나가서 맞았는데(倒屣迎之), 왕찬의 나이가 어린 데다 용모도 작달막하였으므로, 거기에 모인 빈객들이 모두 놀랐다는 고사가 전한다.(『三國志』 「魏志」 〈王粲傳〉)
  4. 18)노련魯連만이 천하의 선비가 아니로세 : 이 어사 역시 분란을 해결해 주면서 자기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 멋있는 인물이라는 말이다. 노련은 전국시대 제齊나라의 노중련魯仲連을 말한다. 그는 뛰어난 변론으로 각 제후국의 분란을 수습해 주고는 말없이 초야에 자취를 감춘 호걸풍의 은사隱士였다. 조趙나라 평원군平原君이 수도 한단邯鄲을 진秦나라의 포위에서 구원해 준 것을 감사하게 여겨 노중련에게 관작을 봉해 주려고 하였으나, 노중련이 극구 사양하자 대신 술자리를 마련하고 천금千金을 바치며 축수祝壽하였는데, 노중련이 “천하의 선비를 귀하게 여기는 것은 남을 위해 환란을 제거해 주고 분란을 해결해 주면서도 이에 대한 보수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보수를 받는다면 이는 장사꾼의 일이니, 나는 차마 그렇게는 하지 못하겠다.(所貴於天下之士者。 爲人排患釋難解紛亂而無所取也。 卽有取者。 是商賈之事也。 而連不忍爲也。)”라고 하고는 마침내 그 자리를 떠나 종신토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고사가 전한다.(『史記』 권83 「魯仲連鄒陽列傳」)
  5. 19)삼백 년 뒤의 배공미裵公美요 : 현도玄度는 동진東晉 허순許詢의 자字이다. 그가 승려 지도림支道林과 교유하면서 청담淸談으로 일세를 풍미風靡하였는데, 유윤劉尹이 그에 대해서 “맑은 바람과 밝은 달을 대하노라면, 문득 현도가 생각난다.(淸風朗月。 輒思玄度。)”라고 평한 말이 유명하다.(『世說新語』 「言語」) 공미公美는 당나라 재상 배휴裵休의 자字이다. 풍도風度가 한아閒雅하고 조수操守가 엄정嚴正하여 선종宣宗이 진유자眞儒者라고 칭하기도 하였다. 불교를 독실하게 믿어 규봉 종밀圭峯宗密에게 화엄華嚴을 배우고, 황벽 희운黃檗希運에게 선법禪法을 전수받았다. 무종武宗과 선종宣宗 때 불교가 환난을 당했을 적에도 그가 외호해 준 덕분에 수년 안에 복구할 수 있었으며, 중년 이후 육식을 끊고 분향하며 송경誦經하였으므로 세상에서 하동 대사河東大士라고 일컬었다.(『宋高僧傳』 권6, 권11, 권20, 권25. 『景德傳燈錄』 권6, 권8, 권9, 권12, 권13) 또 “배공미는 현도의 후손이다.(裵公美爲玄度之後身)”라는 말이 송나라 석각범釋覺範이 지은 『石門文字禪』 권21 「信州天寧寺記」에 보인다.
  6. 20)청련靑蓮이 유배되어 내려오고 : 이백李白이 하늘 위에 신선으로 있다가 하계下界로 귀양 왔다는 말이다. 청련은 이백의 별호이다. 당 현종玄宗 때 태자 빈객 하지장賀知章이 장안長安 자극궁紫極宮에서 이백을 처음 만났을 때 이백을 적선인謫仙人, 즉 귀양 온 신선이라고 부르면서 허리에 찬 금 거북을 풀어 둘이서 함께 실컷 술을 마신 고사가 유명하다.(『李太白集』 권22 〈對酒憶賀監〉)
  7. 21)재생한 양호는 전생에 이씨였음이리오 : 서진西晉의 정남장군征南將軍 양호羊祜가 다섯 살 되었을 적에, 이웃에 사는 이씨李氏의 동쪽 담 뽕나무 밑으로 곧장 가서 금환金環을 찾아내어 가지고 놀았는데, 이씨 집에서 이것을 보고는, “어려서 죽은 내 아들이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렸던 물건이다.”라고 하면서 경악해 마지않았으며, 당시 사람들도 이씨의 아들이 양호로 환생했다고 믿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晉書』 「羊祜傳」)
  8. 22)응당 옥황상제의 향안리香案吏였으리 : 전생에 하늘에서 상제의 시종신侍從臣으로 근무했으리라는 말이다. 향안은 조회朝會하는 날 전상殿上에 설치해 놓는 기구의 일종이다. 당나라 원진元稹의 시에 “나는 원래 옥황상제의 향안리라서 귀양 와서도 봉래에 머물 수 있었다네.(我是玉皇香案吏。 謫居猶得住蓬萊。)”라는 구절이 있다.(『元氏長慶集』 권22 〈以州宅夸于樂天〉)
  9. 23)문장이 금수의~만 길뿐이리오 : 이 어사의 글솜씨를 칭찬한 것이다. 이백의 글 중에 “자운선 아우가……항상 취하면 나를 가리키며 ‘형의 심장과 간장 등 오장의 뱃속이 모두 금수로 채워졌는가 보오. 그렇지 않다면야 어떻게 입만 열면 문장을 이루고 붓을 휘두르면 안개처럼 퍼진단 말이오’라고 하였다.(紫雲仙季……常醉目吾曰。 兄心肝五藏。 皆錦繡耶。 不然。 何開口成文。 揮翰霧散。)”라는 말이 나온다.(『李太白文集』 권26 「冬日於龍門送從弟京兆參軍令問之淮南覲省序」) 또 한유韓愈의 시에 “이백과 두보의 문장이 지금도 남아 있어 세찬 불꽃을 만 길이나 내뿜는다오.(李杜文章在。 光焰萬丈長。)”라는 말이 나온다.(『韓昌黎集』 권5 〈調張籍〉)
  10. 24)나는 미천彌天의~습착치習鑿齒이신 분 : 자신은 변변치 못한 승려이지만, 이 어사는 뛰어난 문학가라는 말이다. 미천彌天과 사해四海는 보통 유자儒者와 불승佛僧의 교분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진晉나라 고승高僧 도안道安이 형주荊州에 와서 저명한 문학가인 습착치를 만나, “나는 미천彌天 석도안釋道安이오.”라고 자신을 소개하자, 습착치 역시 “나는 사해四海 습착치習鑿齒이오.”라고 재치 있게 답변하며 서로 친해진 고사가 전한다.(『晉書』 권82 「習鑿齒傳」) 미천은 하늘에까지 잇닿았다는 말로, 지기志氣가 고원高遠함을 비유한 말이다.
  11. 25)곤륜자昆崙子 : 호가 곤륜昆侖인 최창대崔昌大(1669~1720)를 말하는 듯하다. 그는 최석정崔錫鼎의 아들로, 숙종 20년(1694)에 문과에 급제한 뒤 부수찬副修撰을 거쳐 암행어사가 되었으며, 대사성大司成과 부제학副提學 등을 역임하였다. 저서에 『昆侖集』이 있다.
  12. 26)왕장王張 음하陰何 : 왕장은 당나라의 저명한 시인인 왕건王建과 장적張籍의 병칭이고, 음하는 남조南朝의 저명한 시인인 음갱陰鏗과 하손何遜의 병칭이다.
  13. 27)이백처럼 금수장에서 천연으로 꺼냈으리니 : 뛰어난 문재文才를 비유한 말이다. 앞의 각주 23 참조.
  14. 28)당 산인이 흘려보낸 표주박 : 방외인方外人이 고심하며 지은 시고詩稿라는 말로, 무용당 자신의 시를 비유한 말이다. 방외지사方外之士인 당나라 당구唐球가 촉蜀 땅 미강산味江山에서 시를 지을 때마다 그 원고를 돌돌 말아 큰 표주박(大瓢) 속에 집어넣었다가 병들어 눕게 되자 그 표주박을 물 위에 흘려보내면서, “이 글이 물속에 가라앉지 않고 사람의 손에 들어간다면, 내가 얼마나 고심했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斯文苟不沈沒。 得者方知吾苦心爾。)”라고 하였는데, 그 표주박이 신거新渠에 이르렀을 때 이를 알아본 사람이 “당 산인의 표주박이다.(唐山人瓢也)”라고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唐詩紀事』 「唐球」)
  15. 29)화운한 내~하지 마오 : 졸작이긴 하지만 그래도 고심하며 애써서 지은 시인데, 상대방의 시와 비교해 보건대 너무도 형편없게 생각되어 속에서 불이 타올라 금방이라도 태워 버릴 것 같다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내열內熱은 속에서 달아 오르는 열기라는 뜻으로, 『莊子』 「人間世」의 “내가 아침에 명령을 받고 나서 저녁에 얼음물을 마셨으니, 이는 나의 몸속이 달아 올랐기 때문이다.(吾朝受命而夕飮冰。 我其內熱與。)”라는 말에서 비롯된 것이다.
  16. 30)승평昇平은 또한~일컫는 곳 : 순천의 산수山水가 기려奇麗해서 세상에서 소강남小江南이라고 일컬었다는 기록이 『新增東國輿地勝覽』 40권 「順天都護府」편에 나온다. 소강남은 경치 좋기로 유명한 중국의 강남 지방을 압축해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말이다. 승평은 순천의 옛 이름이다.
  17. 31)조도鳥道 : 새들만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험준한 산길이라는 말이다.
  18. 32)목우자牧牛子 : 보조 국사普照國師 지눌知訥(1158~1210)의 호이다. 신라 말기에 체징體澄이 순천 송광산松廣山에 길상사吉祥寺라는 소규모의 사찰을 세웠는데, 희종熙宗 원년(1205)에 지눌이 이곳에 정혜사定慧社를 옮겨 와 대찰大刹로 중건하고 이름을 조계산曹溪山 수선사修禪寺로 고쳤다. 송광사는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 중 승보사찰僧寶寺刹로서 고려부터 조선 초까지 16명의 국사를 배출하였다.
  19. 33)아전鵝殿 : 불전佛殿을 뜻한다. 인도에서 수행자들이 머무는 숲에 뱀을 물리치기 위해 거위를 키웠는데, 이에 법당을 아전이라 칭하였다는 설이 있다.
  20. 34)탁족濯足과 탁영濯纓도 스스로 불러들이는걸 : 우대를 받고 천대를 받는 것도 모두 자기 탓이라는 말이다. 탁족은 발을 씻는다는 말이고, 탁영은 갓끈을 씻는다는 말인데, 『楚辭』 「漁父」의 “창랑의 물이 맑으면 나의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나의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水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水濁兮。 可以濯我足。)”라는 말에서 나온 것이다.
  21. 35)비의非衣 : 배裴라는 성씨를 말하는 듯하다.
  22. 36)묘채妙采는 모름지기 일검一劒을 구함으로부터요 : 단청 불사丹靑佛事를 이루려면 신심 깊은 신도의 보시가 필수적이라는 말이다. 묘채는 화려한 채색이라는 뜻으로, 단청을 가리킨다. 일검은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정성어린 선물을 뜻한다. 춘추시대 오吳나라 계찰季札이 사행使行 중에 서徐나라 임금을 방문하였을 때, 그 나라 임금(徐君)이 계찰이 허리에 찬 보검을 부러워하면서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하였는데, 계찰이 그 마음을 헤아리고는 사신의 임무를 끝내고 돌아올 때 그에게 칼을 주리라 속으로 다짐하였다. 그런데 돌아오고 보니 서군이 이미 죽어서 땅속에 묻혔으므로 그 칼을 서군의 무덤 가 나무 위에 걸어 놓고 떠나가니, 서나라 사람들이 이를 찬미하여 “연릉계자가 옛 다짐을 잊지 않고서 천금의 칼을 풀어 묘지에 걸어 놓았네.(延陵季子兮不忘故。 脫千金之劍兮帶丘墓。)”라고 노래한 고사가 전한다.(『史記』 「吳太伯世家」) 계찰은 오왕吳王 수몽壽夢의 넷째 아들로서 연릉에 봉해졌기 때문에 연릉계자 혹은 줄여서 계자라고 칭해지기도 한다.
  23. 37)겸금兼金을 얻어~싶어 하였다네 : 멋진 모연문募緣文을 얻어서 신도의 귀한 후원을 받고자 했다는 말이다. 겸금은 일자겸금一字兼金의 준말로, 진귀한 문자를 가리킨다. 겸금은 보통 금보다 갑절의 가치가 나가는 금이라는 말이다. 쌍남雙南 역시 쌍남금雙南金의 준말로, 남금南金보다 두 배의 가치를 지닌 황금이라는 뜻이다. 남금은 남방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황금을 말하는데, 『詩經』 「魯頌」 〈泮水〉의 “은혜를 깨달은 오랑캐들이 남방의 좋은 황금을 많이 조공으로 바쳤다.(大賂南金)”라는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24. 38)금색두타金色頭陀 : 불타의 제자 중 두타제일頭陀第一로, 몸에서 금색의 광채가 발했다는 마하가섭摩訶迦葉을 가리킨다. 불타의 법을 이어받은 제1조로서, 염화미소拈花微笑의 고사가 유명하다.
  25. 39)정명淨名 : 인도 비야리국의 장자長者로서 석존釋尊의 속제자俗弟子였다는 유마 거사維摩居士를 가리킨다.
  26. 40)금강을 삼키면~나오듯 하리 : 조금이라도 불법佛法의 인연을 맺어 놓으면, 금강석이 뱃속을 통과하여 그대로 나오는 것처럼, 언젠가는 무명無明의 업장業障을 뚫고 금강석처럼 빛나는 열반涅槃의 경지에 이르게 된다는 말이다.(『화엄경』 「如來出現品」)
  27. 41)서자西子 :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미녀인 서시西施로, 전설에 의하면 범려范蠡가 오왕吳王 부차夫差에게 그녀를 보내 오나라를 망하게 했다 한다.(『吳越春秋』 권9 「勾踐陰謀外傳」)
  28. 42)용龍 : 조룡祖龍의 준말로, 원래는 진시황秦始皇의 별호로 쓰이는데, 여기서는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義慈王을 가리킨다. 참고로 『史記』 「秦始皇本紀」에 “금년에 조룡이 죽을 것이다.(今年祖龍死)”라는 예언의 말이 나온다.
  29. 43)구고九臯 : 고臯는 물로 인해 패인 구덩이이다. 구고는 아래의 고에서부터 세어 올라가 아홉 번째의 구덩이란 말로, 깊은 산골을 뜻한다. 『詩經』 「小雅」 〈鶴鳴〉에 “학이 구고에서 우니, 그 소리가 위로 하늘에까지 들린다.(鶴鳴于九皐。 聲聞于天。)”라는 말이 나온다.
  30. 44)고운孤雲 : 최치원崔致遠(857~미상)의 호이다.
  31. 45)형주荊州 : 한 형주韓荊州의 준말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존경하는 인물을 가리킨다. 형주荊州의 장사長史로 있던 한조종韓朝宗에게 보낸 이백李白의 글(「與韓荊州書」) 가운데에 “태어나서 만호후에 봉해지기보다도, 한 형주를 한번 아는 것이 소원이다.(生不用萬戶侯。 但願一識韓荊州。)”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32. 46)정전백수庭前栢樹의 그늘 : 정전백수자庭前栢樹子의 화두로 유명한 조주 선사趙州禪師의 그늘이라는 뜻으로, 백암栢巖의 문하를 가리킨다. 백암의 백 자에 착안하여 이러한 시구를 고안한 것이다.
  33. 47)조주趙州는 무슨~비린내를 풍겼는고 : 조주의 이른바 정전백수자라는 화두도 쓸데없이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라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정전백수자는 뜰 앞의 잣나무라는 뜻으로, 선종의 유명한 공안 중 하나이다. 어떤 승려가 당나라의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의 화두를 거론하여 묻자,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라고 대답했던 일화에서 유래한 것이다.(『聯燈會要』 권6 「趙州從諗」) 조사서래의는 달마가 서쪽 인도에서 중국에 건너와 불법을 전한 진의가 무엇인지를 묻는 선종의 화두이다.
  34. 48)동서남북 떠도는 사람 : 참고로 『禮記』 「檀弓」 상에 “지금 나는 동서남북으로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사람이다.(今。 丘也。 東西南北之人也。)”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35. 49)삼연三淵 : 김창흡金昌翕(1653~1722)의 호이다. 김상헌金尙憲의 증손이고, 김수항金壽恒의 아들이며, 김창집金昌集ㆍ김창협金昌協의 아우이다.
  36. 50)황 부사黃府使 : 순천 부사順天府使 황익재黃益再가 아닌가 한다. 무용당과 가장 친하게 지낸 사람의 명단이 문집 맨 마지막의 행장行狀에 나오는데, 그중에 황 순천 익재益再가 들어 있다.
  37. 51)높고 곧은 기둥들 : 참고로 『시경』 「小雅」 〈斯干〉에 “평평하고 반듯한 그 뜰이며, 높고 곧은 그 기둥이며, 툭 트인 그 정면이며, 깊고 넓은 그 속이여, 군자가 편안히 거할 곳이로다.(殖殖其庭。 有覺其楹。 噲噲其正。 噦噦其冥。 君子攸寧。)”라는 말이 나온다.
  38. 52)옥천玉泉이 남긴~소리와 방불하다오 : 해 어산海魚山의 범패梵唄 소리가 진감 선사眞鑑禪師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말이다. 옥천은 신라 문성왕文聖王 2년(840)에 지리산 옥천사玉泉寺를 중창하고 수도하며 『魚山九鑑』을 지은 진감 선사 혜조慧照를 말한다. 어산은 범패의 별칭이다. 코 막은 소리는 굵고 탁한 목소리를 말한다. 진晉나라 사안謝安이 젊었을 적에 콧병을 앓아서 마치 낙양洛陽 서생書生의 성조聲調처럼 굵고 탁한 코 먹은 소리를 잘 내었는데, 당시의 명류名流들이 이 음성을 좋아하여 모방하려고 해도 잘 안 되자 “손으로 코를 막고 읊조렸다.(手掩鼻而吟)”라는 고사에서 나온 것이다.(『世說新語』 「雅量」) 최치원崔致遠의 『孤雲集』 제2권 진감 화상眞監和尙 비명碑銘에 “선사는 본디 범패를 잘하였다. 그 음성은 마치 금옥金玉이 울리는 것 같았는데, 측조側調의 가락으로 날리는 소리가 상쾌하고도 애잔하여 제천諸天의 신神들을 환희하게 할 정도여서 길이 먼 곳까지 유전流傳될 만한 것이었다. 이를 배우는 자들이 당우堂宇에 가득하였는데, 선사는 싫증을 내지 않고 이들을 정성껏 가르쳤다. 그래서 지금까지 동국東國에서 어산의 묘음을 익히는 자들이 다투어 코를 막고 내는 것(掩鼻)처럼 하면서 옥천의 여향餘響을 본받고 있으니, 이 어찌 성문聲聞으로 제도濟度하는 교화가 아니겠는가.”라는 말이 나온다.
  39. 53)진제秦帝가 태산에서 한 일 : 진시황이 태산에 올라가 봉선封禪의 제사를 올리고 나서 하산할 적에 홀연히 폭풍우를 만나자 소나무 아래로 피했는데, 그 소나무가 공을 세웠다고 하여 오대부五大夫의 작위를 내려 봉했다는 대부송大夫松의 고사를 말한다.(『史記』 「秦始皇本紀」)
  40. 54)여산廬山 폭포 : 중국 여산에 있는 폭포를 말한다. 이백의 〈여산 폭포를 바라보며(望廬山瀑布)〉라는 시가 유명한데, 그 둘째 수에 “날리며 곧장 내려오는 삼천 척의 물줄기여, 어쩌면 공중의 은하수가 떨어지는 건 아닐는지.(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라는 장쾌한 표현이 나온다.(『李太白集』 권20)
  41. 55)팔절뢰八節瀨 : 당나라 백거이白居易의 팔절탄八節灘을 본따서 명명한 여울의 이름이다. 백거이가 치사致仕한 뒤에 동도東都, 즉 낙양洛陽에 있는 향산香山의 석루石樓에 용문팔절탄龍門八節灘을 파고 노닐며 감상한 고사가 유명한데, 『白樂天詩後集』 권17 〈開龍門八節石灘詩〉 서序에 그 내용이 상세히 나온다.
  42. 56)노능盧能은 무슨~감히 말했는고 : 노능은 속성이 노씨盧氏인 혜능慧能을 말한다. 중국 불교 선종禪宗의 오조五祖인 홍인 선사弘忍禪師가 의발衣鉢을 전수하겠다면서 대중에게 각자 게송을 하나씩 짓도록 하였을 때, 상좌上佐인 신수神秀가 먼저 “몸은 바로 보리수요, 마음은 명경대와 같다. 때때로 부지런히 떨고 닦아서 먼지가 일지 않게 해야 한다.(身是菩提樹。 心如明鏡臺。 時時拂拭勤。 勿使惹塵埃。)”라고 지으니, 행자行者인 혜능이 이를 반박하여 “보리는 본디 나무가 아니요, 명경은 또한 대가 아니다. 본래 한 물건도 없거늘, 먼지가 어디에서 일어난단 말인가.(菩提本非樹。 明鏡亦非臺。 本來無一物。 何處惹塵埃。)”라고 지었는데, 이에 홍인이 밤중에 몰래 혜능에게 의발을 전수하고는 빨리 피해서 다른 곳으로 떠나게 했다는 고사가 전한다.(『法寶壇經』 「行由品」, 『佛祖統紀』 권29, 『宋高僧傳』 권8, 『景德傳燈錄』 권5)
  43. 57)유주柳州는 연로하여~것이 아니로세 : 당나라 유종원柳宗元도 나이 들어 변방에 귀양 간 뒤로부터 문명文名을 떨쳤는데, 유 수재는 젊어서부터 벌써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말이다. 유종원은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데, 소주邵州와 영주永州로 좌천된 뒤에 헌종憲宗 원화元和 10년(815)에 유주 자사柳州刺史로 옮겨졌으므로 유 유주柳柳州라고 칭해졌다. 호랑이나 표범 새끼는 아직 털 무늬가 이루어지기 전에도 소를 잡아먹는 기상을 지니고 있다(虎豹之駒。 未成文而有食牛之氣。)는 말이 전한다.(『尸子』 권하) 또 송나라 육유陸游의 시에 “천년 동안 동해 바다 메우려는 정위 새요, 소를 잡아먹으려는 사흘 된 범이로다.(千年精衛心平海。 三日於菟氣食牛。)”라는 표현이 나온다.(『放翁詩選別集』 「後寓嘆」)
  44. 58)일성一星 : 조정에서 파견된 사신이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방백方伯을 가리킨다. 사성使星이라고도 한다. 옛사람은 하늘 위에 이 사성使星이 있어서 임금이 파견하는 사신을 주관한다고 믿었다.
  45. 59)오마五馬 : 한漢나라 때 태수太守가 다섯 필의 말이 끄는 수레를 타고 다녔던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지방 수령이나 외직外職의 높은 관원을 가리킨다.
  46. 60)덕을 드날림은~풀이 눕듯 : 방백의 어진 정사에 백성들이 모두 교화되었다는 말이다. 『논어』 「顔淵」의 “다스리는 자의 행동은 바람과 같고, 다스림을 받는 자의 행동은 풀과 같다. 풀 위에 바람이 불어오면 풀은 한쪽으로 눕게 마련이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라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한 것이다.
  47. 61)송사訟事가 한가로워 새들이 찾아오고 : 송사를 처리할 일도 없이 관소가 마냥 한가하기 때문에 새들도 찾아와서 마음대로 노닌다는 말이다. 참고로 이백의 시에 “처리할 송사도 없이 조용하여 새가 섬돌에 내려앉나니, 높이 누워서 도서道書를 펼쳐 읽는다.(訟息鳥下階。 高臥披道帙。)”라는 말이 나온다.(『李太白集』 권8 〈贈淸漳明府姪聿〉)
  48. 62)거문고 타고는 또 청담을 잇는다오 : 고을 수령의 선정을 비유하는 말이다. 수령의 정사당政事堂을 보통 금당琴堂이라고 하는데, 이는 공자의 제자 복자천宓子賤이 선보單父 고을의 수령이 되었을 적에, “거문고만 연주할 뿐 마루 아래로 내려오는 일이 없었는데도 잘 다스려졌다.(彈鳴琴。 身不下堂而單父治。)”라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呂氏春秋』 「察賢」)
  49. 63)구비口碑 : 굳이 글을 새겨 비석을 세우지 않아도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칭송되는 송덕비頌德碑라는 말이다.
  50. 64)방백이 선정善政을 베푼 덕분에 재앙도 없어지고 풍년이 드는 상서가 찾아올 것이라는 말이다. 기맥歧麥은 보리에 두 개의 이삭이 달리는 것으로, 풍년이 들 상서로운 조짐으로 여겨졌다. 후한後漢의 장감張堪이 호노狐奴에서 전답을 개간하여 백성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해주자 백성들이 “보리에 이삭이 두 개씩 달렸다.(麥穗兩歧)”라고 좋아하면서 노래를 불렀던 고사가 전한다.(『後漢書』 「張堪傳」) 또 후한의 노공魯恭이 중모中牟의 수령으로 부임하여 선정을 베풀자, 군국郡國에 막대하게 피해를 끼치던 메뚜기 떼가 그 지역에만 들어가지 않고 다른 곳으로 옮겨 가는 이적이 나타났다는 기록이 전한다.(『後漢書』 「魯恭傳」)
  51. 65)계원雞園과 복사鵩舍가~참료參寥가 만났다네 : 무용당이 있는 절간과 박 찰방의 배소配所가 가까워서, 유자儒者와 불승佛僧이라는 신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서로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계원은 중인도 마갈다국 아육왕阿育王이 파다리자성波咤釐子城에 세운 계원사雞園寺로, 보통 사원의 별칭으로 쓰인다.(『雜阿含經』 권25, 『大唐西域記 』 권8) 복사는 올빼미가 깃든 집이라는 뜻으로, 배소配所를 말한다. 한나라 가의賈誼가 장사長沙에 귀양 갔을 때 불길한 새로 여겨지는 올빼미 한 마리가 집으로 날아든 것을 보고는 자신의 수명이 길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느껴 「鵩鳥賦」를 지은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文選』 권13 「鵩鳥賦序」) 소자蘇子, 즉 소동파蘇東坡는 찰방을, 참료參寥는 참료자參寥子의 준말로 무용당을 가리킨다. 참료자는 송나라의 저명한 시승詩僧인 도잠道潛의 호인데, 소동파와 절친하게 지내면서 시를 많이 주고받았다. 『三寥子詩集』이 세상에 전한다.
  52. 66)삼공三空 : 아공我空ㆍ법공法空ㆍ구공俱空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공은 오온五蘊에 모두 자성自性이 없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나에게 실체가 있다는 아집을 타파하는 것이고, 법공은 오온의 법이 환화幻化처럼 인연을 따른다는 논리에 입각하여 오온의 법이 실유實有한다는 법집을 타파하는 것이고, 구공은 집執과 공空 양자를 모두 버리고 본성에 계합하는 것을 말한다.
  53. 67)헤어질 때의~서글피 우네 : 진나라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이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로 고승 혜원慧遠을 찾아가서 환담을 나누고 헤어질 때, 사원 앞에 흐르는 호계虎溪의 다리를 건너다가 세 사람이 의기투합하여 큰 소리로 웃었다는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를 전용轉用한 것이다.(『蓮社高賢傳』)
  54. 68)산을 아무리~이를 어쩌지 : 남제南齊의 문인文人 공치규孔稚圭가 일찍이 종산鍾山에서 은거하다가 변절하고 세상에 나가 벼슬길에 오른 주옹周顒을 나무라는 뜻에서 「北山移文」을 지었는데, 은거하던 그가 떠나고 난 뒤의 산의 정경을 묘사하면서 “향기로운 장막이 텅 비자 밤에 학이 원망하고, 산 사람이 떠나가자 새벽에 납이 놀라서 우네.(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다.
  55. 69)조배鳥背 : 새의 등이라는 뜻으로, 높은 곳을 가리키는 시어이다. 참고로 송나라 증공曾鞏의 〈漢廣亭〉 시에 “구름결 피어나는 실오리도 알겠노니, 새의 등에서 산들을 아래로 굽어보노라.(雲根辨毫芒。 鳥背臨嵂崒。)”라는 표현이 나온다.(『元豊類藁』 권5)
  56. 70)삼연三淵 : 김창흡金昌翕의 호. 앞의 각주 49 참조.
  57. 71)방 공龐公 : 후한 말엽의 은사隱士 방덕 공龐德公으로, 김창흡金昌翕을 비유한 말이다. 그는 일찍이 제갈공명諸葛孔明이 존경하여 배알을 하기도 했던 고사高士로서, 형주 자사荊州刺史 유표劉表의 간곡한 요청도 뿌리친 채 가족과 함께 양양襄陽의 녹문산鹿門山에 들어가서 약초를 캐며 살다가 생을 마쳤다고 한다.(『高士傳』 하, 『後漢書』「逸民傳」 〈龐公〉)
  58. 72)성성惺惺 : 마음을 항상 깨어 있게 한다는 뜻의 상성성常惺惺의 준말이다. 원래 성성하면서도 적적하고(惺惺寂寂) 적적하면서도 성성해야 한다(寂寂惺惺)는 선종의 용어에서 나온 것인데, 송유宋儒 사량좌謝良佐가 “경은 항상 깨어 있게 하는 방법이다.(敬是常惺惺法)”라고 말한 뒤로부터 유가儒家에서 경敬을 해석하는 하나의 유력한 용어가 되기도 하였다. 『上蔡先生語錄』 권중에 이 말이 나오는데, 『心經附註』 「敬以直內章」에서도 이를 인용하여 소개하고 있다.
  59. 73)부록 원운元韻 : 이 시는 『三淵集』 권14에 〈自吟要和〉라는 제목으로 실려 있다.
  60. 74)자금紫金 : 적동赤銅과 황금을 배합한 것과 같은 진귀한 광물이라고 한다.
  61. 75)갓난아인 삼~엄마의 품속인데 : 수령이 백성을 갓난아이로 여기면서 선정을 베풀고 있다는 말이다. 『書經』 「康誥」에 “백성을 갓난아기 보호하듯 하면, 백성들이 안정되어 잘 다스려지리라.(若保赤子。 惟民其康乂。)”라는 말이 나오고, 『논어』 「陽貨」에 “자식은 태어나서 3년이 지난 뒤에야 부모의 품을 벗어나게 되니, 삼년상은 천하의 공통된 상례법이다.(子生三年然後免於父母之懷。 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수령의 임기도 대부분 3년이었다.
  62. 76)번개 속에서 바늘을 꿸까 : 명말明末 청초淸初의 임제종 승려인 약암 통문箬庵通問(1604~1655)이 시중示衆한 내용 중에 “번갯불 빛 속에서 바늘을 꿰고, 활줄 위에서 말을 달릴 줄 알아야 한다.(電影裏穿針。 弓弦上走馬。)”라는 말이 나온다.(『五燈全書』 권68 「臨濟宗 南嶽下三十四世 磬山修禪師法嗣 杭州府南澗理安箬菴問禪師」)
  63. 77)일백 구비~벽안의 마음이라 : 제법실상諸法實相의 도리를 설파한 시구이다. 황두黃頭와 벽안碧眼은 각각 석가모니와 달마를 가리킨다. 황두는 여래의 몸이 금색金色인 데에서 유래한 말로, 황면노자黃面老子ㆍ황면구담黃面瞿曇ㆍ황로黃老라고도 한다. 벽안은 벽안호승碧眼胡僧의 준말로, 푸른 눈의 외국 승려라는 뜻인데, 중국 선종에서 초조初祖 달마의 대명사로 사용하곤 한다. 선종에서는 이처럼 가불매조訶佛罵祖하는 기법機法을 애용하기도 한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시냇물 소리도 바로 부처의 넓고 긴 혀, 산 빛 또한 청정 법신이 어찌 아니랴.(溪聲便是廣長舌。 山色豈非淸淨身。)”라는 표현이 나온다.(『蘇東坡詩集』 권23 〈贈東林總長老〉)
  64. 78)작의鵲衣의 하급~백족白足이 받았다오 : 승려의 신분으로 아랫사람들에게는 비웃음을 당했어도, 방백에게는 환대를 받았다는 말이다. 작의鵲衣는 흑색의 의복을 말하는데, 전설에 의하면 귀졸鬼卒이 입는 옷이라고 한다. 하의霞衣는 꿰맬 필요가 없이 구름과 노을(雲霞)로 지은 옷이라는 뜻으로, 보통 승려나 도사道士 등 방외인方外人을 형용할 때 쓰는 표현이다. 오족이 남은 가지는 금오金烏의 발자취가 남아 있는 가지라는 뜻으로, 아직도 햇볕의 온기가 있는 따뜻한 자리라는 말이다. 백족白足은 승려의 별칭이다. 후진後秦 구마라집鳩摩羅什의 제자인 담시曇始의 발이 얼굴보다도 희었는데, 진흙탕을 맨발로 걸어 다녀도 더러워지지 않았으므로 당시에 백족 화상白足和尙이라고 불렀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高僧傳』 『神異』 하 〈曇始〉)
  65. 79)태전太顚 : 당나라 한유韓愈와 친하게 지냈던 노승의 이름이다. 한유가 조주 자사潮州刺史로 있다가 태전과 헤어질 적에 글과 함께 자신의 의복을 남겨 주었던 이야기가 그의 「與孟尙書書」에 실려 있다.
  66. 80)복사鵩舍 : 배소配所를 말한다. 앞의 각주 65 참조.
  67. 81)밝은 달이~한들 대수리오 : 밝은 달과 같은 임금이 위에서 훤히 보고 있을 것이니, 먹구름처럼 소인들이 무함을 하여 곤욕을 당하게 된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끝날 것이라는 말이다.
  68. 82)삼려三閭 : 삼려대부三閭大夫로 있다가 조정에서 쫓겨난 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屈原을 가리킨다.
  69. 83)태부太傅 : 한 문제漢文帝 때 권신權臣의 배척을 받아 장사왕長沙王 태부太傅로 좌천되었던 가의賈誼를 가리킨다.
  70. 84)배척되면 진애라고~멀리 알겠노라 : 민 참의가 조정에서 쫓겨난 처지이니, 술과 안주를 들고 찾아오는 사람도 없겠다는 뜻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한유韓愈의 시에 “권세가 있으면 인정이 중히 여기고, 배척되면 쓰레기 취급을 당한다. 골육 간에도 그런 일을 면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심상한 세상 사람들이겠는가.(勢要情所重。 排斥則埃塵。 骨肉未免然。 又況四海人。)”라는 말이 나온다.(『韓昌黎集』 권6 〈贈別元十八協律〉) 양강羊腔은 양의 창자라는 뜻으로, 술안주로 쓰이는 곱창이나 순대를 말한다. 한유의 시에 “씩씩한 목소리로 속마음을 토로하며, 술병에 양강을 들고 찾아왔네.(雌聲吐款要。 酒壺綴羊腔。)”라는 말이 나온다.(『韓昌黎集』 권5 〈病中贈張十八〉)
  71. 85)조석朝夕의 황료潢潦~구덩이 채웠는걸 : 제1구는 무용당 자신을, 제2구는 두 장로를 비유한 것이다. 황료는 길바닥에 잠시 괸 물이라는 말인데, 한유韓愈의 시에 “길바닥에 괸 물은 근원이 없어서 아침에 가득했다가 저녁에는 말라 버리네.(潢潦無根源。 朝滿夕已除。)”라는 말이 나온다.(『韓昌黎集』 권6 〈符讀書城南〉) 또 공자가 물의 덕을 칭찬한 까닭에 대해서 맹자의 제자 서자徐子가 물어보자, 맹자가 “근원이 있는 샘물은 퐁퐁 솟아 흐르면서 밤이고 낮이고 멈추는 법이 없다. 그리고 구덩이가 패인 곳 모두를 채우고 난 뒤에야 앞으로 나아가서 드디어는 사방의 바다에 이르게 되는데, 학문에 근본이 있는 자도 바로 이와 같다. 공자께서는 바로 이 점을 취하신 것이다. 만약 근원이 없다면, 칠팔월 사이에 집중호우가 내려서 도랑에 모두 물이 가득 찼다가도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금방 말라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성과 소문이 실제보다 지나치게 되는 것을 군자는 부끄러워하는 것이다.(源泉混混。 不舍晝夜。 盈科而後進。 放乎四海。 有本者如是。 是之取爾。 苟爲無本。 七八月之間。 雨集。 溝澮皆盈。 其涸也。 可立而待也。 故聲聞過情。 君子恥之。)”라고 말한 내용이 『맹자』 「離婁」 하에 나온다.
  72. 86)일표一豹는 남산의~못 이루었는데 : 표범이 산속에 가만히 숨어 있는 것처럼 무용당도 미흡한 공부를 채우기 위해 산림에 칩거하면서 공부에 더욱 매진할 것이니, 아직은 두 사람처럼 세상에 내려가 교화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는 뜻의 겸사이다. 남산의 검은 표범이 무우霧雨가 계속된 일주일 동안 먹을 것이 없어도 그 속에 가만히 숨어 있을 뿐 게걸스러운 멧돼지와는 달리 산 아래로 내려가서 먹을 것을 구하려 하지 않았는데, 이는 자신의 털 무늬를 아름답게 보존하기 위해서였다는 남산현표南山玄豹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列女傳』 권2 「陶答子妻」)
  73. 87)이곤二鯤은 북명北溟의~먼저 날아오르는구나 : 두 사람의 앞길을 축원하는 말이다. 북쪽 바다(北溟) 깊은 곳에 숨어 사는 곤鯤이라는 거대한 물고기가 붕鵬이라는 새로 변해 때마침 불어오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 창공으로 올라가서 남쪽 바다(南溟)로 날아간다는 이야기가 『장자』 「逍遙遊」에 나온다.
  74. 88)접중接中 : 같은 목적으로 모여서 한패를 이룬 무리라는 뜻으로, 동아리라는 말과 같다.
  75. 89)어찌 꼭~작게 보리오 : 공자가 동산에 올라가서는 노나라를 작게 여겼고, 태산에 올라가서는 천하를 작게 여겼다(孔子登東山而小魯。 登太山而小天下。)는 말이 『맹자』 「盡心」 상에 나온다.
  76. 90)자벌레가 몸을~위한 것 : 『주역』 「繫辭傳」 하에 “자벌레가 몸을 굽히는 것은 장차 펴기 위해서이고, 용이나 뱀이 땅속에 들어앉은 것은 몸을 보존하기 위해서이다. 마찬가지로 사람이 의리를 정밀히 연구하여 신묘한 경지에 드는 것은 극진하게 쓰기 위함이요, 그 씀을 순조롭게 하여 몸을 편안히 하는 것은 덕을 높이기 위함이다.(尺蠖之屈 以求信也 龍蛇之蟄 以存身也 精義入神 以致用也 利用安身 以崇德也)”라는 말이 나온다.
  77. 91)저력樗櫟 : 가죽나무와 떡갈나무의 합칭으로, 크기만 할 뿐 세상에 아무 쓸모가 없어서 어떤 목수도 돌아보지 않는 산목散木이라는 말이다. 산목은 재목감이 못 되는 나무라는 뜻인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벌목을 당하지 않고 오래 살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장자』 「逍遙遊」와 「人間世」에 나온다.
  78. 92)삼승 무명베 : 석새베(三升布), 즉 240올로 짠 굵은 무명베를 말한다.
  79. 93)서강西江을 모두 들이킨 중 : 불법佛法을 크게 깨달은 고승이라는 말이다. 동방의 유마 거사維摩居士로 일컬어지는 양주襄州의 방 거사龐居士 온蘊이 강서江西로 마조 도일馬祖道一을 찾아가서 “만법과 더불어 짝을 하지 않는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不與萬法爲侶者。 是什麽人。)” 하고 묻자, 마조가 “그대가 한 입으로 서강의 물을 다 들이마시면 그때 바로 그대에게 일러 주겠다.(待汝一口吸盡西江水。 卽向汝道。)”라고 답하였는데, 거사가 이 한마디 말을 듣고는 바로 깨달았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景德傳燈錄』 권8, 『碧巖錄』 제42칙)
  80. 94)방장산에는 어느~남아 있네 : 지리산 쌍계사雙溪寺의 동구에 두 개의 바위가 마치 문처럼 서서 대치하고 있는데,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여기에서 글을 읽으면서 동쪽 바위에는 쌍계雙溪라고 새기고, 서쪽 바위에는 석문石門이라고 새긴 돌이 남아 있다.
  81. 95)한번 물어봅시다~얼음물을 마셨는지 : 나랏일 때문에 얼마나 애태우며 걱정하고 있느냐는 말이다. 얼음물 내용은, 초나라 섭 공 자고葉公子高가 제나라에 사명使命을 받들고 갈 적에 “내가 아침에 명령을 받고 나서 저녁에 얼음물을 마셨으니, 이는 나의 몸속이 뜨거워졌기 때문이다.(吾朝受命而夕飮冰。 我其內熱與。)”라고 심경을 토로한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莊子』 「人間世」)
  82. 96)지수智水 : 지수는 지자요수知者樂水에서 나온 말로 물을 미화한 표현인데, 여기에서는 관찰사의 덕을 칭송한 것이다.
  83. 97)만물은 똑같을 수가 없나니 : 참고로 『맹자』 「滕文公」 상에 “각 존재는 똑같을 수가 없다. 이것이 바로 존재 일반의 속성이다.(夫物之不齊。 物之情也。)”라는 명제가 나온다.
  84. 98)태산이나 추호나~하늘이 들었다오 : 형태의 대소를 막론하고 각 존재는 모두 천天의 체성體性을 지니고 있는 만큼 우열과 고하의 차별이 없이 똑같이 평등하다는 말이다.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태산과 추호는 둘 다 무궁하게 전개되나니, 크고 작은 것은 본래 유형有形에서 나옴이로다. 대천세계大千世界도 한 티끌 속에서 기멸하나니, 항주杭州와 영주潁州의 서호西湖 중에 어떤 것이 더 좋은지 알 수가 없네.(太山秋毫兩無窮。 鉅細本出相形中。 大千起滅一塵裏。 未覺杭潁誰雌雄。)”라는 말이 나온다.(『蘇東坡詩集』 권35 〈軾在潁州 與趙德麟同治西湖 未成 改揚州 三月十六日湖成 德麟有詩見懷 次其韻〉) 태산과 추호, 그리고 유형 등은 그 내용이 『장자』 「秋水」에 나온다.
  85. 99)오리와 학의~시킨 것이리오 : 각 존재마다 태어날 때부터 고유한 특징을 지니고 있는 만큼 서로 비교하여 시비와 선악을 따지면서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장자』 「山木」에 “오리는 다리가 비록 짧지만 이어 주면 걱정하고, 학은 다리가 비록 길지만 잘라 주면 슬퍼한다.(鳧脛雖短。 續之則憂。 鶴脛雖長。 斷之則悲。)”라는 말이 나온다.
  86. 100)꿈속에서 꿈을 설명하는 것 : 『장자』 「齊物論」에 “꿈을 꿀 때에는 그것이 꿈인 줄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는 꿈속에서 또 꿈을 꾸며 그 꿈을 설명하기도 하다가 깨어난 뒤에야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마찬가지로 인생이 하나의 큰 꿈이라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큰 깨달음이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方其夢也。 不知其夢也。 夢之中又占其夢焉。 覺而後知其夢也。 且有大覺而後知此其大夢也。)”라는 말이 나온다.
  87. 101)소를 타고서 소를 찾는 것 : 범부가 자기 마음속의 불성佛性을 알지 못하고서 밖에서만 찾으려 하는 것을 비유하는 선종의 용어이다. 기려멱려騎驢覓驢라고도 한다.
  88. 102)높고 낮음~소리개로 읊었다오 : 『中庸』 12장에 “『시경』에 이르기를, ‘소리개는 날아서 하늘에 이르고, 물고기는 못에서 뛴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천지의 도가 높은 하늘이나 낮은 못이나 모두 똑같이 행해지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詩云。 鳶飛戾天。 魚躍于淵。 言其上下察也。)”라는 말이 나온다. 소리개 시는 『시경』 「大雅」 〈旱麓〉에 보인다.
  89. 103)종기鍾期 : 종자기鍾子期의 준말로, 지기知己를 뜻한다. 춘추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높은 산(高山)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 친구인 종자기가 “멋지다. 마치 태산처럼 높기도 하구나.(善哉。 峩峩兮若泰山。)”라고 평하였고, 흐르는 물(流水)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 “멋지구나. 마치 강하처럼 넘실대는구나.(善哉。 洋洋兮若江河。)”라고 평하였는데, 종자기가 죽고 나서는 백아가 더 이상 세상에 지음知音이 없다고 탄식하며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린 고사가 전한다.(『列子』 「湯問」, 『呂氏春秋』 「本味」)
  90. 104)구방고九方臯 : 춘추시대에 준마를 잘 알아보기로 유명했던 사람으로, 백락伯樂의 친구이다. 백락이 진 목공秦穆公의 부탁을 받고 구방고를 추천하여 천리마를 찾게 하였는데, 그가 석 달 뒤에 돌아와서 누런 암말을 구해 왔다고 하였으나 실제로 확인해 보니 검은 숫말이었으므로 목공이 백락을 책망하였다. 이에 백락이 “그는 말의 천기天機만을 볼 뿐, 바깥에 드러나 있는 모양이나 색깔 등은 보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라고 해명을 하였는데, 나중에 보니 과연 천하의 둘도 없는 양마良馬였더라는 이야기가 전한다.(『列子』 「說符」)
  91. 105)낮게 나는~날개를 기롱하니 : 세상의 범인들이 뛰어난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고서 오히려 조롱하고 비난한다는 말이다. 척안斥鷃은 메추라기와 같은 작은 새를 말하고, 구름 날개는 하늘가에 드리운 구름장(垂天之雲)처럼 큰 날개를 지닌 대붕大鵬을 말하는데, 『장자』 「逍遙遊」 첫머리에 이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92. 106)명홍溟鴻 : 사람의 화살에 맞지 않으려고 하늘 높이 나는 기러기라는 뜻으로, 난세亂世에 화를 피해 초야에 숨어 사는 사람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보통 명홍冥鴻이라고 한다. 한나라 양웅揚雄의 『法言』 「問明」에 “군자는 마치 봉황처럼 처신하여 치세에는 출현하고 난세에는 숨어야 할 것이니, 기러기가 저 보이지 않는 하늘 속으로 높이 날아가면 어떻게 주살로 쏘아 맞출 수 있겠는가.(治則見。 亂則隱。 鴻飛冥冥。 弋人何簒焉。)”라고 한 데에서 기인한 것이다.
  93. 107)자진子眞 : 한 성제漢成帝 때 곡구谷口에서 농사지으면서 소명召命에 일체 응하지 않았던 정자진鄭子眞을 말한다. 곡구자진谷口子眞 혹은 곡구진谷口眞이라고도 한다. 한나라 양웅揚雄의 『法言』 「問神」에 “곡구의 정자진은 그 뜻을 굽히지 않고 암석 아래에서 밭갈이하였으므로 그 이름이 도성에 진동하였다.(谷口鄭子眞。 不屈其志而耕乎巖石之下。 名震於京師。)”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으로, 후세에 초야에서 농사지으며 절조를 지키는 은사를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이 시의 주인공인 정 석사의 성씨가 정씨이기 때문에 정자진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또 두보의 시에 “곡구자진이라고 할 만한 그대를 정녕 생각하면서도, 높은 언덕 넓은 양수로 동서가 막혀 있으니 어떡하나.(谷口子眞正憶汝。 岸高瀼滑限西東。)”라는 표현이 나온다.(『杜少陵詩集』 권18 〈江雨有懷鄭典設〉)
  94. 108)올빼미 꽥 하는 공명功名 : 사람들이 서로 먼저 차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부귀와 공명 등 세상의 쾌락을 말한다. 전국시대 혜자惠子가 양나라의 재상宰相으로 있을 적에, 혹자가 혜자에게 “장자莊子가 여기에 와서 당신 대신 재상이 되려고 한다.”라고 하자, 혜자가 매우 두려워한 나머지 전국에 수배령을 내려 밤낮 3일 동안 장자를 찾게 하였는데, 이에 장자가 혜자를 찾아가서 말하기를, “남방에 원추鵷鶵라는 새가 있는데, 자네는 아는가? 원추는 남쪽 바다를 출발하여 북쪽 바다로 날아갈 적에, 오동나무가 아니면 내려앉지 않고, 대나무 열매가 아니면 먹지 않으며, 단물이 나는 샘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네. 그런데 올빼미가 썩은 쥐를 가지고 있다가 그 위를 날아가는 원추를 쳐다보면서 행여나 원추에게 썩은 쥐를 빼앗길까 봐 ‘꽥(嚇)’ 하고 으르댔다는군. 그와 마찬가지로 자네도 양나라 재상 자리 때문에 나를 으르대는 것이 아닌가?”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장자』 「秋水」에 나온다.
  95. 109)홍몽鴻蒙 : 자연의 원기元氣를 의인화한 것으로, 지도至道를 터득한 사람을 비유한 말이다. 『장자』 「在宥」에 “운장이 동쪽으로 여행하며 부요 나무 가지 아래를 지나다가 마침 홍몽을 만났는데, 홍몽은 한창 넓적다리를 두들기며 껑충껑충 뛰놀고 있는 중이었다.(雲將東遊。 過扶搖之枝而適遭鴻蒙。 鴻蒙方將拊脾雀躍而遊。)”라는 말이 나온다.
  96. 110)기자箕子 :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기 위해 곡식을 까부는 키를 의인화한 것이다. 뒤에 나오는 저공杵公도 절구를 의인화한 것이다.
  97. 111)도성 거리 지체하면 송작宋鵲이 내려온다네 : 서울에 미곡을 운반하는 일이 늦어지면 마치 사냥개가 짐승을 쫓듯 조정에서 삼엄하게 독촉한다는 말이다. 송작宋鵲은 춘추시대 송宋나라의 사냥개 이름이다.
  98. 112)전원에 돌아와~것만 보노라 : 전원생활을 읊은 도잠陶潛의 시에 “서로들 만나도 잡스러운 말이 없이 그저 뽕과 삼이 크는 것만 말한다오.(相見無雜言。 但道桑麻長。)”라는 구절이 보인다.(『陶淵明集』 권2 〈歸田園居〉)
  99. 113)청구靑丘 : 신선이 거주한다는 십도十島 중의 하나로, 남해南海에 있다고 한다. 장주長洲라고도 한다.
  100. 114)약수弱水 : 봉래산蓬萊山이 있는 섬으로부터 약 30만 리쯤 떨어져서 인간 세상과 격리시키며 그 섬을 둘러싸고 있다는 전설 속의 물 이름인데, 그 물은 새털처럼 가벼운 물체도 바로 가라앉히기 때문에 사람이 도저히 건너갈 수가 없다고 한다.(『海內十洲記』, 『太平廣記』 「神仙」)
  101. 115)배풍培風 : 불어난 바람이라는 말이다. 대붕이 구만리 위로 올라가려면 그 밑에 바람이 쌓여야만 큰 날개를 띄울 수 있다는 말이 『장자』 「逍遙遊」에 나온다.
  102. 116)구허拘墟 : 공간에 구애를 받는다는 구어허拘於墟의 준말로,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과 같다. 허墟는 허虛와 통한다. 북해北海 귀신 약若이 황하 귀신인 하백河伯에게 “우물 안 개구리에게 바다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없는 것은 살고 있는 공간에 구속되어 있기 때문이요, 여름 벌레에게 얼음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없는 것은 살고 있는 시절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요, 하나만 아는 사람에게 도에 대해서 말해 줄 수 없는 것은 믿는 가르침에 속박되어 있기 때문이다.(井蛙不可以語於海者。 拘於虛也。 夏蟲不可以語於冰者。 篤於時也。 曲士不可以語於道者。 束於敎也。)”라고 말하는 일화가 『장자』 「秋水」에 실려 있다.
  103. 117)시산詩山 : 태인泰仁의 옛 이름이다.
  104. 118)혼돈의 면목은~수 있고 : 세계가 개벽되기 이전의 원기元氣인 혼돈 속에서 삼재三才, 즉 하늘과 땅과 사람이 분화되어 나오는 만큼, 이를 통해서 혼돈의 속성을 유추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105. 119)한자韓子의 심간은~있는 법 : 한비자韓非子가 역설한 주장의 요체는 그의 대표작인 「五蠹」를 통해서 살펴볼 수 있다는 말이다. 한비자는 전국시대 법가法家의 집대성자이다. 오두는 나라를 해치는 다섯 종류의 좀벌레라는 뜻으로, 유가儒家의 학자, 종횡가縱橫家, 유협遊俠, 공역公役을 도피하는 자, 상공업商工業에 종사하는 자들을 가리킨다.
  106. 120)한림翰林과 공부工部 : 이 한림李翰林과 두 공부杜工部, 즉 이백李白과 두보杜甫를 가리킨다.
  107. 121)육시六時 : 불교에서 밤과 낮을 여섯 때로 나눈 것으로, 신조晨朝ㆍ일중日中ㆍ일몰日沒을 주삼시晝三時라고 하고, 초야初夜ㆍ중야中夜ㆍ후야後夜를 야삼시夜三時라고 한다.
  108. 122)제화提花 : 범어 Dīpaṃkara의 음역音譯인 제화갈라提花竭羅의 준말로, 연등불然燈佛을 가리킨다. 제화갈라提和竭羅ㆍ제원갈提洹竭로 음역되기도 하고, 연등불燃燈佛ㆍ보광불普光佛ㆍ정광불錠光佛로 번역되기도 한다.
  109. 123)대우거大牛車 : 『法華經』 「譬喩品」에서 설한 사거四車 중 하나인 대백우거大白牛車의 준말로, 일불승一佛乘을 가리킨다. 양거羊車와 녹거鹿車와 우거牛車의 삼거三車는 각각 성문승聲門乘과 연각승緣覺乘과 보살승菩薩乘의 삼승三乘을 가리킨다.
  110. 124)관맹寬猛을 때에~중도를 잡았어라 : 중도中道에 맞게 백성을 대하며 선정善政을 행하고 있다는 말이다. 관맹은 관대함과 준엄함이라는 뜻으로, 이를 상호 보완하여 융통성 있게 대처하면서 정책을 운용할 때에 쓰는 말이다. 『春秋左氏傳』 「昭公」 20년조에 “정책이 관대하면 백성이 방자해지는데, 방자해지면 준엄함으로 바로잡아야 한다. 정책이 준엄하면 백성이 잔혹해지는데, 잔혹해지면 관대하게 베풀어야 한다. 관대함으로 준엄함을 보완하고 준엄함으로 관대함을 보완해야 하니, 정치는 이렇게 해서 조화되는 것이다.(政寬則民慢。 慢則紏之以猛。 猛則民殘。 殘則施之以寬。 寬以濟猛。 猛以濟寬。 政是以和。)”라는 공자의 말이 나온다. 또 『서경』 「大禹謨」에 “사람의 마음은 위태롭기만 하고, 도를 추구하는 마음은 희미하기만 하니, 오직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 나감으로써 진정 그 중도中道를 잡아야 할 것이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라는 말이 나오는데, 주희를 위시하여 송유宋儒들이 이것을 요堯ㆍ순舜ㆍ우禹 세 성인이 서로 도통道統을 주고받은 십육자심전十六字心傳이라고 강조한 뒤로부터 개인의 도덕 수양과 치국治國의 원리로 중시되었다.
  111. 125)백성에게 가하는 위엄과 은혜가 모두 방백의 사려 깊은 뜻에서 나온 것이라는 말이다. 원문의 동취冬就, 하차夏遮는 겨울에는 따뜻한 햇볕 쪽으로 나아가고, 여름에는 따가운 햇볕을 가리려 한다는 말이고, 작개昨開, 금락今落은 어제는 봄바람이 꽃을 피웠다가 오늘은 꽃을 떨어뜨린다는 말이다.
  112. 126)추구蒭狗 : 풀 강아지, 즉 풀을 묶어서 개 모양으로 만든 것을 말한다. 보통 추구芻狗라고 한다. 옛날에 제사를 지낼 때 쓰던 것인데, 제사가 끝나고 나면 바로 내버리기 때문에 소용이 있을 때만 이용하고 소용이 없을 때는 버리는 천한 물건의 비유로 쓰인다. 『老子』 제5장에 “천지는 불인하여 만물을 추구로 여긴다.(天地不仁。 以萬物爲芻狗。)”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봄과 여름에는 만물을 낳고 기르다가 가을과 겨울이 되면 다시 본래의 상태로 되돌아가게 하는 것을 말한다.
  113. 127)문무가 백성에 임함에 각궁角弓으로 한다오 : 활줄을 잡아당기고 풀어 주는 것처럼 완급을 잘 조절하여 정치를 행하는 것을 말한다. 『禮記』 「雜記」 하의 “활줄을 팽팽하게 잡아당기기만 하고 느슨하게 풀어 주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에서는 문왕이나 무왕이라도 어떤 일을 제대로 행할 수가 없다. 이와 반대로 느슨하게 풀어 주기만 하고 팽팽하게 긴장시키지 않는 일은 문왕이나 무왕이 역시 행하지 않는다. 한 번 팽팽하게 잡아당기고 한 번 느슨하게 풀어 주는 것이야말로 문왕과 무왕의 도이다.(張而不弛。 文武不能也。 弛而不張。 文武不爲也。 一張一弛。 文武之道也。)”라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114. 128)보림寶林에 어찌~되는 것을 : 이 방백의 능력이 워낙 뛰어난 만큼 무용당의 도움이 필요 없을뿐더러 무용당 자신도 원래 녹록해서 방백의 극진한 사랑을 받을 만한 인물이 못 된다는 말이다. 『시경』 「小雅」 〈鶴鳴〉에 “타산의 돌이 숫돌이 될 수 있다.(他山之石。 可以爲錯。)”라는 말과, “타산의 돌이 옥을 갈 수 있다.(他山之石。 可以攻玉。)”라는 말이 나온다. 장상진掌上珍은 손바닥 안의 구슬이라는 말로, 애지중지하며 사랑하는 사람을 가리킨다. 장중주掌中珠라고도 한다. 진晉나라 부현傅玄의 단가행短歌行에 “예전에 그대가 나를 손바닥 안의 구슬처럼 여겼나니, 하루아침에 나를 도랑에 버릴 줄이야 어찌 생각했으리오.(昔君視我。 如掌中珠。 何意一朝。 棄我溝渠。)”라는 말이 나오는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115. 129)상아喪我 : 내가 나를 잃었다는 오상아吾喪我의 준말로, 『장자』 「齊物論」 첫머리에 나오는데, 자신에 대한 집착을 떨쳐 버리고 일체 물아物我의 경계를 떠난 자유로운 경지를 가리킨다.
  116. 130)성인成人 : 완전한 사람, 혹은 그러한 인격을 갖춘 것을 말한다. 자로子路가 성인成人에 대해서 묻자, 공자가 “장무중臧武仲의 지혜와 공작公綽의 무욕無欲과 변장자卞莊子의 용맹과 염구冉求의 재능에다 예악禮樂으로 문채를 더한다면 또한 성인成人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답한 내용이 『논어』 「憲問」에 나온다.
  117. 131)자벌레 굽힌~펴지지 않으리오 : 지금은 자벌레처럼 잠시 몸을 굽혀서 외방에 방백으로 나와 있지만, 다음에는 조정에 복귀하여 크게 몸을 펼 때가 올 것이라는 말이다.
  118. 132)그래도 걱정은~않는 것 : 참된 실력보다는 사이비似而非와 가식假飾이 횡행하며 득세하는 지금의 조정에서 이 방백이 인정을 받고 경륜을 펼칠 기회를 갖기가 쉽지는 않으리라는 걱정이 들기도 한다는 말이다.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이 노 애공魯哀公을 본 뒤로 7일이 지났는데도 예우를 하지 않자 섭 공 호룡葉公好龍의 이야기를 남기고 떠나갔다는 이야기가 한漢나라 유향劉向의 『新序』 「雜事」 5에 나온다. 섭 공 자고葉公子高가 너무도 용을 좋아해서 집안 이곳저곳에 용을 새겨 장식해 놓자 진짜 용이 내려와서 머리를 내밀고 꼬리를 서렸는데, 섭 공이 이를 보고는 대경실색하여 달아났으니, 이는 섭 공이 진정으로 용을 좋아한 것이 아니라 용 같으면서도 용 아닌 것을 좋아한 것(是葉公非好龍也。 好夫似龍而非龍者也。)이라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모사模寫는 그럴듯하게 남의 것을 베껴 흉내만 내는 것을 말한다.
  119. 133)알밤 좋아하고~탈 신선들이었어라 : 못난 자식은 하나도 없고 모두가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는 말이다. 도잠陶潛이 자기 아이들을 책망하면서 “통이란 놈은 아홉 살이 다 되었는데도, 배와 밤만 찾고 있다.(通子垂九齡。 但覓梨與栗。)”라고 넋두리를 늘어놓은 대목이 나온다.(『陶淵明集』 권3 〈責子〉) 또 당나라 시인 노동盧仝이 국가의 부역에나 봉사하라는 뜻으로 자기 아들의 이름을 첨정添丁이라고 지었는데, 이와 관련하여 한유韓愈의 시에 “거년에 아이 낳아 첨정이라 이름했나니, 나라 위해 부역에나 충당케 하려고.(去歲生兒名添丁。 意令與國充耘耔。)”라는 구절이 보인다.(『韓昌黎集』 권5 〈寄盧仝〉) 난새에 장착한다는 내용은, 이백의 “홀가분하게 세상일 멀리 떨치고는, 난새에 장착하고 학 타고서 다시 또 멀리.(翛然遠與世事閒。 裝鸞駕鶴又復遠。)”라는 구절을 전용한 것이다.(『李太白集』 권21 〈下途歸石門舊居〉)
  120. 134)주수珠樹 : 나뭇잎이 모두 구슬로 되어 있다는 신화 속의 나무로, 준재俊才 혹은 뛰어난 형제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나라 왕발王勃이 6세 때 기문奇文을 지어 사람들을 놀라게 하였는데, 그의 형인 왕면王勔과 왕극王勮도 재명才名이 있었으므로 부우父友인 두이간杜易簡이 왕씨삼주수王氏三珠樹라고 칭했던 고사가 있다.(『新唐書』 「文藝傳」 상 〈王勃〉)
  121. 135)사씨謝氏의 집 뜰 : 귀한 집안의 우수한 자제를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진晉나라 사현謝玄이 숙부인 사안謝安에게 “비유하자면 지란옥수가 집안 섬돌에 피어나 향기를 내뿜는 것과 같게 하겠다.(譬如芝蘭玉樹。 欲使其生於階庭耳。)”라고 자신의 소망을 밝힌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晉書』 「謝安傳」)
  122. 136)조룡대釣龍臺 : 백마강에 있는 바위 이름이다. 나당羅唐 연합군이 백제를 공격할 적에 용의 조화로 구름과 안개가 끼어 방향을 구분할 수 없자 미끼로 유인하여 용을 낚아 올렸다는 전설이 있다. 고려 이곡李穀의 『稼亭集』 권5 「舟行記」에 이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는데, 이 부분을 발췌하여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백마강 물가에 거대한 암석이 반원半圓의 형태로 튀어나와 있는데, 그 밑에 맑은 물이 잠겨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당나라 군사가 이곳에 와서 강을 사이에 두고 진을 쳤는데, 강을 건너려고 하면 구름과 안개가 끼어서 사방이 어두워졌으므로 방향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사람을 시켜 염탐하게 하였더니, 용이 그 밑의 굴속에 살면서 본국本國을 호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에 당나라 사람이 술자術者의 계교를 써서 미끼를 던져 낚아 올리기로 하였는데, 용이 처음에는 저항하며 올라오지 않았으므로 있는 힘을 다하여 끌어 올리는 과정에서 바위가 갈라졌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물가의 암석에서부터 그 바위 꼭대기까지 한 자 남짓 깊이와 넓이에 길이가 거의 한 길쯤 되는 패인 흔적이 마치 사람이 일부러 깎아내어 만든 것처럼 보이는데, 이를 일러 조룡대라고 한다.”
  123. 137)호접蝴蝶의 꿈속 : 옛날 장주莊周가 꿈속에 나비가 되어 훨훨 날아다니면서 즐겁게 노닐다가 꿈을 깨고 보니 엄연히 인간인 장주더라는 『장자』 「齊物論」 마지막의 호접몽蝴蝶夢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124. 138)한단邯鄲의 침상枕上 : 조趙나라 수도인 한단의 객점客店에서 당나라 소년 노생盧生이 도사道士 여옹呂翁의 베개를 빌려서 베고 잠을 잠깐 자는 사이에 부귀영화를 누리며 80세까지 사는 꿈을 꾸었는데, 깨어 보니 아까 주인이 짓던 황량黃粱, 즉 조밥이 채 익지 않았더라는 한단지몽邯鄲之夢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125. 139)바위 병풍~흘린 피요 : 진시황秦始皇의 석교石橋에 대한 전설을 인용한 것이다. 진시황이 동해東海에 바윗돌로 징검다리를 놓아 바다를 건너가서 해가 뜨는 곳을 보려고 하자, 신인神人이 바위를 바다로 몰고 가면서 빨리 가지 않으면 채찍질을 하였으므로 바윗돌이 모두 피를 흘리며 붉게 변했다는 이야기가 진晉나라 복심伏深의 『三齊略記』에 나온다.
  126. 140)남아가 일찌감치~일남一南을 얻었도다 : 이 방백이 열심히 공부하여 호남의 방백이 되었다는 말이다. 송나라 진종 황제眞宗皇帝의 「勸學文」에 “남아가 평생의 뜻 이루려 한다면, 육경을 창 앞에서 열심히 읽어라.(男兒欲遂平生志。 六經勤向窓前讀。)”라는 말이 나온다. 『古文眞寶』 전집前集 권1 맨 처음에 실려 있다. 쌍남雙南은 양남兩南과 같은 말로, 호남과 영남을 가리킨다.
  127. 141)전야田野를 살피느라 얼마나 노심초사하실까 : 이 방백이 직접 현장에 나아가 민생을 보살피느라 겨를이 없다는 말이다. 『맹자』 「梁惠王」 하에 “윗사람이 봄에는 밭갈이가 잘 되었는지 살펴보고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보충해 주고, 가을에는 수확이 잘 되었는지 살펴보고서 부족한 것이 있으면 도와준다.(春省耕而補不足。 秋省斂而助不給。)”라는 말이 나온다.
  128. 142)조정에 돌아가면 세 번씩 토포악발吐哺握髮하시리 : 조정에 복귀하면 재상宰相으로서 현사賢士를 예우하며 국정을 이끌어 갈 것이라는 말이다. 주공周公의 아들 백금伯禽이 노魯나라에 봉해지자, 주공이 백금에게 “네가 노나라에 가거든 노나라 임금이라고 선비들에게 교만을 부리지 마라. 나는 문왕文王의 아들이요, 무왕武王의 아우요, 성왕成王의 숙부로서 천하의 재상이 되었지만, 머리 한 번 감을 때마다 세 번씩 머리털을 움켜쥐고서 나가고, 밥 한 번 먹을 때마다 세 번씩 밥을 뱉고 나가서(一沐三握髮。 一飯三吐哺。) 선비들을 만나면서도 오히려 천하의 현사賢士를 놓칠까 염려하였다.”라고 말하며 경계시킨 고사가 전한다.(『韓詩外傳』 권3)
  129. 143)연원은 관령關令으로부터~이로부터 전파되었네 : 윤 상사의 연원이 『道德經』의 고사와 관련된 함곡관函谷關의 관령關令 윤희尹喜로부터 나왔다는 말이다. 노자가 주周나라의 쇠함을 보고 서쪽으로 길을 떠나 함곡관에 이르렀을 때에 관령인 윤희의 간청을 받고는 5천여 언의 글을 써 주고서 떠나갔는데, 그 글이 지금 전하는 『도덕경』이라고 한다.(『史記』 권63 「老子韓非列傳」)
  130. 144)묻노니 마을에~우연이 아니로세 : 부조父祖가 쌓은 음덕 덕분에 후손들이 번성한다는 말이다. 한나라 우 공于公이 옥사獄事를 공정하게 처리하여 억울한 사람들을 많이 구제하였으므로 사람들에 의해 생사生祠가 세워지기까지 하였다. 그가 일찍이 집을 수리하면서 “내가 음덕을 많이 쌓은 만큼 우리 자손 중에 고관이 많이 나올 것이니, 좁은 문을 개조해서 사마駟馬의 수레가 드나들 수 있도록 크게 만들어야 하겠다.”라고 하고는 대문을 높이 세웠다. 그런데 그가 말한 대로 뒤에 그의 아들 우정국于定國이 승상이 된 뒤를 이어서 대대로 자손들이 봉후封侯되었다는 ‘우공고문于公高門’의 고사가 전한다.(『漢書』 「于定國傳」)
  131. 145)가슴은 팔진八陣을~붓을 던졌고 : 병법에도 밝아서 계속 종군從軍하여 전공戰功을 세웠다는 말이다. 팔진八陣은 제갈량諸葛亮의 진법陣法인 팔진도八陣圖를 가리킨다. 또 후한後漢의 명장 반초班超가 젊었을 때 집이 가난하여 항상 글씨를 써 주는 품팔이 생활을 하다가 한번은 붓을 던지면서 말하기를, “대장부가 별다른 지략이 없다면, 부개자傅介子나 장건張騫이라도 본받아서 이역異域에 나아가 공을 세워 봉후封侯가 되어야지, 어찌 오래도록 필연筆硯 사이에만 종사할 수 있겠느냐.”라고 하더니, 뒤에 과연 절부節符를 쥐고 서역西域에 나아가 공을 세워서 정원후定遠侯에 봉해진 투필종융投筆從戎의 고사가 있다.(『後漢書』 「班超列傳」)
  132. 146)초모超母 : 어미를 뛰어넘는다는 뜻으로, 준재俊才를 비유하는 말이다. 천리마인 결제駃騠의 새끼는 태어난 지 7일 만에 어미를 능가한다는 속설에서 나온 말이다.
  133. 147)식우食牛 : 소를 잡아먹는다는 뜻으로, 역시 뛰어난 인재를 비유하는 말이다. 호표虎豹의 새끼는 털 무늬가 이루어지기 전에 벌써 소를 잡아먹을 기상을 보인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것이다.
  134. 148)낭형囊螢 : 반딧불 주머니라는 말로, 독실하게 공부하는 것을 비유하는 말이다. 진晉나라 차윤車胤이 입사入仕 전에 집안이 가난해서 불 밝힐 기름을 살 돈이 없자 항상 수십 마리의 반딧불 벌레(螢火蟲)를 잡아 모아 망사 주머니에 넣어서 그 불빛으로 책을 읽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晉書』 권83 「車胤傳」)
  135. 149)면벽面壁 : 벽을 향해 앉아서 참선한다는 뜻이다. 보리달마菩提達摩가 남조南朝 양梁 나라 때 인도에서 중국에 온 뒤에 숭산嵩山 소림사少林寺에 머물면서 9년 동안이나 아무 말 없이 면벽 좌선을 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벽관바라문壁觀婆羅門이라고 칭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136. 150)한마디 말이~귀할 뿐이지 :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기필코 신의를 지키는 것을 말한다. 한나라 범식范式과 장소張劭가 친하게 지내다가 각자 향리로 돌아갈 때, 2년 뒤에 범식이 장소의 모친을 찾아가 뵙겠다고 약속을 하였는데, 마침 그날이 돌아오자 과연 범식이 천 리 길을 찾아와서 마루에 올라 모친에게 절을 한 뒤에 즐겁게 술을 마시고 떠나갔던 고사가 전한다.(『後漢書』 「范式傳」) 참고로 소식蘇軾의 시에 “천 리 멀리 있어도 우정을 논함엔 한마디 말로 충분한 법, 그대와는 경개여고傾蓋如故의 고사도 필요가 없도다.(千里論交一言足。 與君蓋亦不須傾。)”라는 표현이 나온다.(『蘇東坡詩集』 권19 〈次韻答孫侔〉)
  137. 151)고시高柴 : 공자孔子의 제자. 그는 발로 남의 그림자를 밟지 않았고, 땅속에서 갓 나온 벌레를 죽이지 않았으며, 한참 자라는 초목을 꺾지 않았고, 어버이의 상을 당해서 3년 동안 피눈물을 흘리며 한 번도 이를 드러내고 웃은 적이 없었다는 등의 말이 『논어』 「先進」의 “시는 어수룩했다.(柴也愚)”의 주석에 나온다.
  138. 152)사군의 집은~번이나 읊었을까 : 상안商顔은 상산商山의 별칭이다. 지가芝歌는 자지가紫芝歌의 준말이다. 자지紫芝는 자줏빛의 영지靈芝를 가리킨다. 진秦나라 말기에 난리를 피하여 상산商山에 은거한 네 노인, 즉 동원 공東園公ㆍ기리계綺里季ㆍ하황 공夏黃公ㆍ녹리 선생甪里先生 등 사호四皓가 자지를 캐 먹고 배고픔을 달래면서 「자지가」를 지어 불렀다는 고사가 전하는데, 황 부사의 성이 황씨인 점을 감안하여 하황 공이 속한 상산사호의 고사를 거론한 것이다.
  139. 153)허유許由의 달 : 허유는 요堯임금이 왕위王位를 물려주는 것도 뿌리친 채 기산箕山의 아래 영수潁水의 북쪽에 숨어서 농사지으며 살았다는 인물인데, 요임금이 그에게 “해와 달 같은 당신이 나왔는데 내가 횃불을 계속 들고 있다면 그 빛에 있어서 또한 난처하지 않겠습니까.(日月出矣而爝火不息。 其於光也。 不亦難乎。)”라고 말하며 천하를 사양했다는 이야기가 『장자』 「逍遙遊」에 나온다.
  140. 154)부열傅說의 장맛비 : 부열은 상商나라 임금 무정武丁의 명재상이다. 무정이 부열을 얻고 나서 “만약 나라에 큰 가뭄이 들면, 내가 그대를 장맛비로 삼으리라.(若歲大旱。 用汝作霖雨。)”라고 말한 고사가 『서경』 「說命」 상에 나온다.
  141. 155)애석해라 날기에~숲에 들다니 : 황 부사가 임기를 채우기도 전에 그만두고 돌아가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진晉나라 도잠陶潛이 지은 「歸去來辭」의 “구름은 무심히 산봉우리에서 나오고, 새는 날기에 지쳐 돌아올 줄을 안다.(雲無心以出岫。 鳥倦飛而知還。)”라는 말을 변용한 것이다.
  142. 156)조개皁蓋 : 흑색의 수레 덮개라는 뜻으로 지방 장관을 가리킨다. 『後漢書』 「輿服志」 상에 “중 2천 석과 2천 석은 모두 수레 덮개를 흑색으로 한다.(中二千石。 二千石。 皆皁蓋。)”라고 하였다. 군수郡守는 연봉 2천 석이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詩」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