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환성시집(喚惺詩集) / 喚惺詩集

ABC_BJ_H0194_T_002

009_0468_a_01L
환성시집喚惺詩集
문인 성눌편록(門人 聖訥編錄)
총목차總目次
시詩
초당(題草堂)
가을밤(秋夜吟)
잠에서 깨어(睡餘吟)
부르는 운에 맞춰(呼韻)
복사꽃(咏桃花)
학승들에게 (贈思學僧)
정 수재와 헤어지며(別鄭秀才)
반룡사 내원의 벽에 쓰다(題盤龍內院壁)
도영 스님에게 보이다(示道英師)
향산으로 가는 스님을 보내며(送香山僧)
축탄 스님을 보내며(送竺坦師)
만휘 상인에게 주다(贈萬彙上人)
봄을 감상하며(賞春)
탄의 대사에게 주다(贈坦義大師)
성봉 장로에게 보이다(示星峯長老)
가을밤(秋夜)
청민 상인을 보내며(送淸敏上人)
영오 상인에게 주다(贈頴悟上人)
혜징 사미에게 주다(贈惠澄沙彌)
찬색 상인에게 주다(贈粲嗇上人)
귀은 대사를 보내며(送歸隱大師)
관정 스님에게 주다(贈灌頂師)
우연히 읊다(偶吟)
우연히 읊다(偶吟)
법능 상인에게(與法能上人)
자여 상인에게(與自如上人)
산으로 돌아가는 심 대사를 보내며(送諶大師歸山)
유음幽吟
희 스님에게 보이다(示熙師)
삼연의 운을 따라 찬 스님에게 주다(次三淵韻贈讃師)
운을 따라(次韻)
옥 선자에게 보이다(示玉禪子)
은자를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하다(訪隱者不遇)
박 거사에게 보이다(示朴居士)
수 선자에게 주다(贈秀禪子)
정암 장로 (靜菴長老)
벽하 장로(碧霞長老)
쌍회 성진 대사에게 보이다(示雙檜性眞大師)
와운 스님을 보내며(送臥雲師)
설송 장로(雪松長老)
해 스님 시축의 운을 따라(次海師軸中韻)
오 수재에게 주다(贈吳秀才)
법일 스님에게 보이다(示法一師)
학청과 헤어지며(別鶴淸)
소요 선사의 운을 따라(次逍遙先師韻)
우형 스님에게 주다(贈遇浻師)
혜 스님에게 주다(贈惠師)
발휘 선자에게 주다(贈發揮禪子)
환 선자가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酬環禪子之求語)
쾌헌 스님에게 주다(贈快軒師)
화월 스님에게 보이다(示華月師)
벽월 스님에게 보이다(示碧月師)
계암 스님에게 보이다(示桂巖師)
순 스님에게 보이다(示淳師)
도숙 스님과 헤어지며(別道淑師)
채보 상인과 헤어지며(別採寶上人)
태호 대사가 양친의 부음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다(太湖大師聞雙親訃歸鄕)
성루에 올라(登城樓)

009_0468_a_01L

009_0468_a_02L喚惺詩集

009_0468_a_03L門人聖訥編錄

009_0468_a_04L

009_0468_a_05L1)總目次 [1]

009_0468_a_06L
一百四十四篇

009_0468_a_07L
題草堂秋夜吟睡餘吟呼韻
009_0468_a_08L咏桃花贈思學僧別鄭秀才
009_0468_a_09L盤龍內院壁示道英師送香山僧
009_0468_a_10L送竺坦師贈萬彙上人賞春
009_0468_a_11L坦義大師示星峯長老秋夜
009_0468_a_12L淸敏上人贈頴悟上人贈惠澄沙
009_0468_a_13L贈粲嗇上人送歸隱大師
009_0468_a_14L灌頂師偶吟偶吟與法能上人
009_0468_a_15L與自如上人送諶大師歸山幽吟
009_0468_a_16L示熙師次三淵韻贈讃師次韻
009_0468_a_17L示玉禪子訪隱者不遇示朴居士
009_0468_a_18L贈秀禪子靜菴長老碧霞長老
009_0468_a_19L示雙檜性眞大師送臥雲師雪松
009_0468_a_20L長老次海師軸中韻贈吳秀才
009_0468_a_21L示法一師別鶴淸次逍遙先師韻
009_0468_a_22L贈遇浻師贈惠師贈發揮禪子
009_0468_a_23L酬環禪子之求語贈快軒師示華
009_0468_a_24L月師示碧月師示桂巖師
009_0468_a_25L淳師別道淑師別採寶上人
009_0468_a_26L湖大師聞雙親訃歸鄕登城樓

009_0468_b_01L칠언절구七言絶句
목 상국의 운을 따라(次睦相國韻)
선준 스님에게 주다(贈善俊師)
성철 스님에게 주다(贈聖哲師)
혜백 스님(惠白師)
한가히 읊다(閑吟)
강설루講說樓
소요 선사의 운에 쓰다(題逍遙先師韻)
봄날 우연히 읊다(春日偶吟)
봄을 감상하고 돌아가는 길에 인 상인에게 주다(賞春歸贈印上人)
풍암 취우 스님에게 보이다(示楓巖取愚師)
이용헌二庸軒
옥 총섭에게 주다(贈玉摠攝)
운문사 약야계(雲門寺若耶溪)
해인사 무릉교(海印寺武陵橋)
가야산에 올라(登伽耶山)
체붕 스님에게 주다(贈體鵬師)
인혜 스님과 헤어지며(別印慧師)
혜일 상인과 이별하며(留別慧一上人)
말을 청하는 법련에게 답하다(酬法蓮求語)
수청 상인에게 보내다 (寄水淸上人)
선감 대사에게 주다(贈宣鑑大師)
월송 만훈月松萬薰
해인 대사海印大師
강설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읊다(講席偶吟)
낭혜의 운에 답하다(酬朗慧韻)
「항적전」을 읽고(讀項籍傳)
학도들에게 보이다(示學徒)
복사꽃(咏桃)
국화(咏菊)
파란 부채(靑扇)
애도하는 글(挽詞)
맷돌(磕石)
형밀에게 보이다(示浻密)
두류산에서 노닐다(遊頭流山)
우연히 읊어서 주다(偶吟贈)
용추에서 봄을 감상하며(龍湫賞春)
한가히 지내며 멋대로 읊다(閑居雜吟)
한가히 읊다(閑吟)
애도하며(挽)
이명에게 보이다(示以明)
봄을 감상하며(賞春)
봉압사 수각에 쓰다(題鳳押寺水閣)
깊은 곳에 살며(幽居)
동복현 원님께 올립니다(呈同福倅)
감회를 쓰다(書懷)
수 상인이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修上人求)
신영 스님을 보내며(送信頴師)
동복현 원님께 올립니다(上同福倅)
연해 스님에게 주다(贈燕海師)
달영 스님에게 보내다(寄達永師)
어부漁父
헐성루에 올라(登歇惺樓)
평봉 선자에게 주다(贈平峯禪)
숙 선자에게 보이다(示淑禪子)
부르는 운에 맞춰(呼韻)
명 상인明上人
주석처를 옮기는 날(移錫日)
영 선자에게 주다(贈暎禪子)
이 판서의 운을 따라(次李判書韻)
오언율시五言律詩
우강을 지나며(過牛江)
종식 상인에게 주다(贈宗湜上人)
청평사(題淸平寺)
또又
호 장로에게 주다(贈湖長老)
일본 사람의 운을 따라(次日本國人韻)
삼뢰초암三雷草菴
월출산(題月出山)
운문사 벽에 쓰인 운을 따라(次雲門寺壁上韻)
양식을 구걸하는 스님에게 주다(贈乞粮師)
치찬 상인에게 주다(贈致讃上人)
지리산 화림정사의 네 경치 (智異山花林精舍四景)
칠언율시七言律詩
조 장령과 헤어지며(別趙掌令)
부르는 운에 맞춰(呼韻)
제야에 감회를 써서 벗에게 보이다(除夜書懷示友人)
산수 병풍에 쓰다(題山水屏)

009_0468_b_01L睦相國韻贈善俊師贈聖哲師
009_0468_b_02L惠白師閑吟講說樓題逍遙
009_0468_b_03L先師韻春日偶吟賞春歸贈印
009_0468_b_04L上人示楓巖取愚師二庸軒
009_0468_b_05L玉揔攝雲門寺若耶溪海印寺
009_0468_b_06L武陵橋登伽耶山贈體鵬師
009_0468_b_07L印慧師留別慧一上人酬法蓮
009_0468_b_08L求語寄水淸上人贈宣鑑大師
009_0468_b_09L月松萬薰海印大師講席偶吟
009_0468_b_10L酬朗慧韻讀項籍傳示學徒
009_0468_b_11L咏菊靑扇挽詞磕石
009_0468_b_12L示浻密遊頭流山偶吟贈
009_0468_b_13L湫賞春閑居雜吟閑吟
009_0468_b_14L示以明賞春題鳳押寺水閣
009_0468_b_15L呈同福倅書懷賽修上人
009_0468_b_16L送信頴師上同福倅贈燕
009_0468_b_17L海師寄達永師漁父登歇惺
009_0468_b_18L贈平峯禪示淑禪子呼韻
009_0468_b_19L明上人移錫日贈暎禪子
009_0468_b_20L李判書韻過牛江贈宗湜上人
009_0468_b_21L題淸平寺
贈湖長老次日本國
009_0468_b_22L人韻三雷草菴題月出山
009_0468_b_23L雲門寺壁上韻贈乞粮師贈致讃
009_0468_b_24L上人智異山…東溪水西竹林
009_0468_b_25L南石臺北楸亭別趙掌令
009_0468_b_26L除夜書懷示友人題山水屛

009_0468_c_01L연찰 사미에게 주다(贈演察沙彌)
깊은 곳에 살며【2수】(幽居【二】)
그 두 번째(其二)
작은 암자에서 자다(宿小庵)
동복현 원님께 올립니다(上同福倅)
천일암(題千日菴)
부록
월담이 관촉사 관음대상을 찬탄하다(月潭讃灌燭觀音大像)
월담의 임종게(月潭臨終偈)
호암의 임종게【금강산에서 입멸하시다.】(虎巖臨終偈【示寂金剛山】)
풍담의 임종게(楓潭臨終偈)
환성 화상 행장喚惺和尙行狀
문정목록門庭目錄
시詩 오언절구五言絶句
초당(題草堂)
斗屋宜吾拙    옹졸한 내게 알맞은 오막살이
支頥到夕陰    턱 고이고 앉아 저녁을 기다리다
杜䳌啼白晝    대낮에 우는 두견새 소리에
方覺卜居深    깊은 곳에 산다는 걸 비로소 깨닫네
가을밤(秋夜吟)
凉月忽東峯    서늘한 달 어느새 동산에 떠오르고
天寒山氣肅    쌀쌀해진 날씨에 산기운마저 숙연해라
秋風一葉飛    가을바람에 한 잎 날릴 때
孤客窓間宿    외로운 나그네는 창틈에서 잠이 든다
잠에서 깨어(睡餘吟)
睡眼驚山杵    산속 절구질 소리에 깜짝 놀란 졸린 눈
第簷日正長    초가 추녀 끝 해가 참 길구나
鉤簾揮乳燕    발을 걷고 제비 새끼 쫓았더니
泥落汚經床    진흙을 떨어뜨려 경상을 더럽히네
부르는 운에 맞춰(呼韻)
壁破南通北    벽은 허물어져 남과 북이 통하고
簷踈眼近天    처마 성글어 하늘이 눈에 훤하구나
莫謂荒涼苦    황량하고 괴롭겠다 말하지 말라
迎風得月先    남보다 먼저 바람과 달을 맞이하리니
복사꽃(咏桃花)
見桃羞白髮    복사꽃 보고 백발이 부끄러워
背鏡坐晨朝    거울을 등지고 앉은 이른 아침
春豈無私澤    봄은 왜 사사로이 은혜를 베풀지 않을까
不向我鬂彫    내 귀밑머리는 물들여 주질 않네
학승들에게(贈思學僧)

009_0468_c_01L贈演察沙彌幽居
宿小庵
009_0468_c_02L同福倅題千日菴月潭讃藻燭觀
009_0468_c_03L音大像月潭臨終偈虎巖臨終偈
009_0468_c_04L楓潭臨終偈

009_0468_c_05L
喚惺和尙行狀

009_0468_c_06L

009_0468_c_07L2) [2]

009_0468_c_08L題草堂

009_0468_c_09L
斗屋宜吾拙支頥到夕陰

009_0468_c_10L杜䳌啼白晝方覺卜居深

009_0468_c_11L秋夜吟

009_0468_c_12L
凉月忽東峯天寒山氣肅

009_0468_c_13L秋風一葉飛孤客窓間宿

009_0468_c_14L睡餘吟

009_0468_c_15L
睡眼驚山杵第簷日正長

009_0468_c_16L鉤簾揮乳燕泥落汚經床

009_0468_c_17L呼韻

009_0468_c_18L
壁破南通北簷踈眼近天

009_0468_c_19L莫謂荒涼苦迎風得月先

009_0468_c_20L咏桃花

009_0468_c_21L
見桃羞白髮背鏡坐晨朝

009_0468_c_22L春豈無私澤不向我鬂彫

009_0468_c_23L贈思學僧

009_0468_c_24L目次編者作成補入「詩」一字編者補入

009_0469_a_01L
觀水觀滄海    물 구경 하려거든 창해를 보고
登山登泰山    산에 오르려거든 태산에 올라라
蜀公千載戒    촉공 천년의 훈계6)
書與學師看    공부하는 스님들에게 써서 보인다
정 수재와 헤어지며(別鄭秀才)
洞雨初消雪    골짜기에 내리는 비 처음 눈 녹이고
溪梅欲放春    시냇가 매화가 봄을 풀어놓으려는데
其中怊悵事    그 가운데 애달픈 일이 있으니
南北去留人    남쪽과 북쪽으로 떠나고 머무는 사람
반룡사 내원의 벽에 쓰다(題盤龍內院壁)
洞口連平野    동구는 평야로 이어지고
樓臺隱小岑    작은 봉우리에 누대 숨긴 곳
居僧懶不掃    사는 스님들 게을러 쓸지 않아
花落滿庭心    떨어진 꽃이 뜰에 가득하네
도영 스님에게 보이다(示道英師)
水逢深處淨    깊은 곳을 만나면 물이 맑아지고
心到靜時奇    고요한 때가 되면 마음이 기묘한데
何事長途走    무슨 일로 먼 길을 달리면서
區區轉背馳    허겁지겁 갈수록 어긋나는가
향산으로 가는 스님을 보내며(送香山僧)
欲見仙山久    신선이 사는 산 보고픈 지 오래라
平生夢裡歸    평생 꿈속에서 찾아갔었네
明年如得意    내년쯤 일이 뜻대로 되면
先扣上人扉    먼저 스님의 사립문을 두드리겠소
축탄 스님을 보내며(送竺坦師)
廓然繩墨外    승묵7) 밖으로 확연히 벗어나
不落有無機    있다 없다는 틀에 떨어지지 말라
打破虛空界    허공계마저 때려 부수고
大千信步歸    발걸음 닿는 대로 대천세계를 둘러보라
만휘 상인에게 주다(贈萬彙上人)
萬彙春風過    온갖 물상에 봄바람 스치니
高低揔有奇    높고 낮은 곳 모두 기이해라
若逢秋露濕    촉촉한 가을 이슬 만나면
嬴得子枝枝    가지마다 열매가 영글겠지
봄을 감상하며(賞春)
曳杖尋幽逕    지팡이 끌고 깊숙한 길을 찾아
徘徊獨賞春    이리저리 배회하며 홀로 봄을 감상하다가
歸來香滿袖    돌아오니 그 향기 소맷자락에 가득해
蝴蝶遠隨人    나비들이 멀리까지 사람을 따라오네
탄의 대사에게 주다(贈坦義大師)

009_0469_a_01L
觀水觀滄海登山登泰山

009_0469_a_02L蜀公千載戒書與學師看

009_0469_a_03L別鄭秀才

009_0469_a_04L
洞雨初消雪溪梅欲放春

009_0469_a_05L其中怊悵事南北去留人

009_0469_a_06L題盤龍內院壁

009_0469_a_07L
洞口連平野樓臺隱小岑

009_0469_a_08L居僧懶不掃花落滿庭心

009_0469_a_09L示道英師

009_0469_a_10L
水逢深處淨心到靜時奇

009_0469_a_11L何事長途走區區轉背馳

009_0469_a_12L送香山僧

009_0469_a_13L
欲見仙山久平生夢裡歸

009_0469_a_14L明年如得意先扣上人扉

009_0469_a_15L送竺坦師

009_0469_a_16L
廓然繩墨外不落有無機

009_0469_a_17L打破虛空界大千信步歸

009_0469_a_18L贈萬彙上人

009_0469_a_19L
萬彙春風過高低揔有奇

009_0469_a_20L若逢秋露濕嬴得子枝枝

009_0469_a_21L賞春

009_0469_a_22L
曳杖尋幽逕徘徊獨賞春

009_0469_a_23L歸來香滿袖蝴蝶遠隨人

009_0469_a_24L贈坦義大師

009_0469_b_01L
客裡逢新歲    나그네 신세로 맞이하는 새해
誰來慰我衰    누가 찾아와 쇠약한 나를 위로할까
人生已白髮    인생살이여 이미 백발이라
臨別益悽其    이별을 앞두니 그 슬픔 더하구려
성봉 장로에게 보이다(示星峯長老)
一朶庭前䕽    한 떨기 뜰 앞의 철쭉꽃
南泉夢裡紅    남전의 꿈속에서 붉었지
陸公收未盡    육공이 미처 다 거두지 못해8)
依舊笑春風    여전히 봄바람에 웃음 짓네
가을밤(秋夜)
夜氣涼生砌    밤기운의 서늘함 풍기는 섬돌
蛩聲可客愁    나그네 시름 자아내는 귀뚜라미 소리
寥寥坐不寐    쓸쓸히 앉아 잠들지 못하며
白髮又逢秋    백발로 또 맞이하는 가을
청민 상인을 보내며(送淸敏上人)
南來又北歸    남쪽으로 왔다가 또 북쪽으로 돌아가며
與爾同甘苦    그대와 더불어 고락을 함께했는데
今日忽飄然    오늘 갑자기 아득히 떠나가네
千山萬水路    산 넘고 물 건너 아득한 길로
영오 상인에게 주다(贈頴悟上人)
吾將一首詩    내 이제 한 수의 시로
贈爾丁寧語    그대에게 간곡히 말하노라
世上此紛紛    세상사 이처럼 어지러우니
千峯萬峯去    떠나게 천봉 만봉으로
혜징 사미에게 주다(贈惠澄沙彌)
白首仲冬夜    희끗한 머리로 한겨울 밤에
擁爐何所題    화로를 끼고 앉아 무엇을 쓸까
雪中松獨翠    눈 속에 홀로 푸른 저 소나무
寫與故人知    저것을 그려 주면 옛 친구는 알리라
찬색 상인에게 주다(贈粲嗇上人)
上人淸淨心    상인의 맑고 깨끗한 마음은
萬里秋江月    만 리에 뻗은 가을 강의 달
半夜讀楞伽    밤늦도록 『능가경』 읽노라면
猿偷床下栗    잔나비들 책상 밑 밤을 훔치겠지
귀은 대사를 보내며(送歸隱大師)
一柱門前別    일주문 앞에서 이별하고 나면
多年夢裡期    긴 세월 꿈속에서나 만나겠지
暗將無限意    끝없는 생각 남몰래 품고서
空賦五言詩    부질없이 오언의 시를 짓는다
관정 스님에게 주다(贈灌頂師)

009_0469_b_01L
客裡逢新歲誰來慰我衰

009_0469_b_02L人生已白髮臨別益悽其

009_0469_b_03L示星峯長老

009_0469_b_04L
一朶庭前䕽南泉夢裡紅

009_0469_b_05L陸公收未盡依舊笑春風

009_0469_b_06L秋夜

009_0469_b_07L
夜氣涼生砌蛩聲可客愁

009_0469_b_08L寥寥坐不寐白髮又逢秋

009_0469_b_09L送淸敏上人

009_0469_b_10L
南來又北歸與爾同甘苦

009_0469_b_11L今日忽飄然千山萬水路

009_0469_b_12L贈頴悟上人

009_0469_b_13L
吾將一首詩贈爾丁寧語

009_0469_b_14L世上此紛紛千峯萬峯去

009_0469_b_15L贈惠澄沙彌

009_0469_b_16L
白首仲冬夜擁爐何所題

009_0469_b_17L雪中松獨翠寫與故人知

009_0469_b_18L贈粲嗇上人

009_0469_b_19L
上人淸淨心萬里秋江月

009_0469_b_20L半夜讀楞伽猿偷床下栗

009_0469_b_21L送歸隱大師

009_0469_b_22L
一柱門前別多年夢裡期

009_0469_b_23L暗將無限意空賦五言詩

009_0469_b_24L贈灌頂師

009_0469_c_01L
百八手中珠    백팔염주 손에 들고
南無淸淨佛    청정한 부처님께 귀의하고
松花落滿衣    송홧가루 가득 묻은 옷으로
獨坐西廂月    서쪽 행랑 달빛 아래 홀로 좌선하라
우연히 읊다(偶吟)
盡日惺惺坐    온종일 성성하게 앉아 있자니
乾坤一眼中    온 천지가 하나의 눈 속
有朋來草屋    벗이 있어 오두막 찾아오나니
明月與淸風    밝은 달님과 맑은 바람
우연히 읊다(偶吟)
老人無與友    늙은이 함께할 벗도 없어
曳杖獨徘徊    지팡이 끌고 홀로 배회하네
戱逐山蜂遠    장난삼아 멀리까지 산벌이나 좇다가
自慙笑却廻    스스로도 부끄러워 웃으며 돌아선다
법능 상인에게(與法能上人)
啼鳥呼兒逐    아이 불러 우는 새 쫓아 버리네
莫敎驚午眠    내 낮잠을 깨우지 말라고
覺時多散亂    깨고 나면 산란한 마음 많아
直欲睡綿綿    그냥 내내 잠들고 싶을 뿐
자여 상인에게(與自如上人)
行年未六十    나이 육십도 못 돼
便作白頭人    이렇게 머리털 허옇게 세었나니
莫恠吾衰易    너무 쉽게 늙은 나를 괴상타 마오
平生送客頻    한평생 손님 자주 보내며 산 탓이라네
산으로 돌아가는 심 대사를 보내며(送諶大師歸山)
山僧非世態    산승의 삶은 세상 물정과 달라
臨別不人情    이별을 앞두고 인정을 두지 않나니
但把南無佛    나무아미타불 이 하나만 집어
慇懃贐遠行    먼 길의 노자로 정중히 드립니다
유음幽吟
盡日忘機坐    온종일 기미조차 잊고 앉아 있자니
春來不識春    봄이 찾아와도 봄인 줄 모르는데
鳥嫌僧入㝎    스님이 선정에 드는 게 새들은 싫은가 봐
窓外喚山人    창문 밖에서 산인을 부르네
희 스님에게 보이다(示熙師)
病客雖無意    병든 나그네 아무 생각 없다지만
沙彌亦有情    사미는 그래도 인정이 있기에
慇懃多少事    은근히 이런저런 일들을
分付兩三行    두세 줄 써서 분부하노라
삼연9)의 운을 따라 찬 스님에게 주다(次三淵韻贈讃師)

009_0469_c_01L
百八手中珠南無淸淨佛

009_0469_c_02L松花落滿衣獨坐西廂月

009_0469_c_03L偶吟

009_0469_c_04L
盡日惺惺坐乾坤一眼中

009_0469_c_05L有朋來草屋明月與淸風

009_0469_c_06L偶吟

009_0469_c_07L
老人無與友曳杖獨徘徊

009_0469_c_08L戱逐山蜂遠自慙笑却廻

009_0469_c_09L與法能上人

009_0469_c_10L
啼鳥呼兒逐莫敎驚午眠

009_0469_c_11L覺時多散亂直欲睡綿綿

009_0469_c_12L與自如上人

009_0469_c_13L
行年未六十便作白頭人

009_0469_c_14L莫恠吾衰易平生送客頻

009_0469_c_15L送諶大師歸山

009_0469_c_16L
山僧非世態臨別不人情

009_0469_c_17L但把南無佛慇懃贐遠行

009_0469_c_18L幽吟

009_0469_c_19L
盡日忘機坐春來不識春

009_0469_c_20L鳥嫌僧入㝎窓外喚山人

009_0469_c_21L示熙師

009_0469_c_22L
病客雖無意沙彌亦有情

009_0469_c_23L慇懃多少事分付兩三行

009_0469_c_24L次三淵韻贈讃師

009_0470_a_01L
一笑蒼石底    푸른 돌 밑에서 한 번 웃고
三笑白雲間    흰 구름 사이에서 세 번 웃나니
何由携爾去    무슨 까닭에 그대를 데리고 떠나
徧賞內延山    내연산10)을 두루 감상하는 걸까
운을 따라(次韻)
小瀑淸聆瑟    조그만 폭포는 맑은 소리의 비파
奇巖隱看臺    기이한 바위는 숨어서 보는 누대
溪花春後在    봄이 지났건만 여전한 개울가 꽃들
聊爲遠人開    멀리서 찾아온 나그네 위해 피었네
옥 선자에게 보이다(示玉禪子)
閉戶千峯臥    사립문 닫고 천봉에 누웠는데
求詩遠客來    시를 찾아 멀리서 온 나그네
西江萬里水    서강 만 리의 물을
吸盡小蠡杯    다 마셔 버린 작은 표주박이여11)
은자를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하다(訪隱者不遇)
水過新淵渡    신연 나루12)의 물을 건너
山尋隱者居    산으로 은자의 집을 찾았더니
庭空人不見    텅 빈 뜰에 사람 보이지 않고
只有一床書    책상 위에 책 한 권만 달랑
박 거사에게 보이다(示朴居士)
영좌의 박 거사 嶺左朴居士
관동의 안 대사 關東安大師
相逢何所語    서로 만나 할 말이 뭘까
不作貪嗔痴    탐욕 성냄 어리석음 짓지 맙시다
수 선자에게 주다(贈秀禪子)
遠遠天涯別    멀리멀리 하늘가에서 이별하고
飄飄獨去人    훨훨 홀로 떠나가는 사람이여
憑笻何處是    지팡이 의지해 어디로 가는가
某水某山濱    어느 강 어느 산기슭이겠지
정암13) 장로 (靜菴長老)
傳來鈯斧子    전해 내려오는 무딘 도끼14)
分付老禪和    늙은 선화15)에게 분부하노니
佛祖眞生活    이것이 부처와 조사의 참다운 생활
何勞外物多    어찌 수고롭게 바깥 물건 찾으리오
벽하16) 장로(碧霞長老)
東國大宗匠    동국의 대종장
碧霞長老其    벽하 장로가 그분이라
西江萬里水    서강 만 리의 물을
一口能呑之    한 입에 다 삼킨다네
쌍회 성진 대사에게 보이다(示雙檜性眞大師)

009_0470_a_01L
一笑蒼石底三笑白雲間

009_0470_a_02L何由携爾去徧賞內延山

009_0470_a_03L次韻

009_0470_a_04L
小瀑淸聆瑟奇巖隱看臺

009_0470_a_05L溪花春後在聊爲遠人開

009_0470_a_06L示玉禪子

009_0470_a_07L
閉戶千峯臥求詩遠客來

009_0470_a_08L西江萬里水吸盡小蠡杯

009_0470_a_09L訪隱者不遇

009_0470_a_10L
水過新淵渡山尋隱者居

009_0470_a_11L庭空人不見只有一床書

009_0470_a_12L示朴居士

009_0470_a_13L
嶺左朴居士關東安大師

009_0470_a_14L相逢何所語不作貪嗔痴

009_0470_a_15L贈秀禪子

009_0470_a_16L
遠遠天涯別飄飄獨去人

009_0470_a_17L憑笻何處是某水某山濱

009_0470_a_18L靜菴長老

009_0470_a_19L
傳來鈯斧子分付老禪和

009_0470_a_20L佛祖眞生活何勞外物多

009_0470_a_21L碧霞長老

009_0470_a_22L
東國大宗匠碧霞長老其

009_0470_a_23L西江萬里水一口能呑之

009_0470_a_24L示雙檜性眞大師

009_0470_b_01L
不夢人間事    인간사 꿈꾸지 않고
平生老碧岑    평생을 늙어 가는 푸른 봉우리
百年朋友在    그곳에 백 년의 벗 있나니
雙檜歲寒心    추위에 마음 꿋꿋한 두 그루 노송나무
와운17) 스님을 보내며(送臥雲師)
行色是非外    시비를 벗어난 행동과 차림새로
去留天地間    하늘과 땅 사이 마음대로 가고 머물다가
一笻入太白    지팡이 하나로 태백산에 들어가
敲磬禮金仙    경쇠를 치며 금선18)께 예배하리
설송19) 장로(雪松長老)
風雪三冬裏    바람 불고 눈 내리는 삼동에도
孤松獨耐寒    홀로 추위 견디는 외로운 소나무
世人誰識得    세상 사람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留與大師看    대사에게 남겼으니 잘 살펴보시라
해 스님 시축의 운을 따라(次海師軸中韻)
嶺外飄然客    영 밖을 표연히 떠돌던 나그네
廣陵海上人    광릉의 해 상인
世間何擾擾    세상이 어찌나 시끄러운지
移錫入雲濱    주장자 옮겨 구름가로 들어왔네
오 수재에게 주다(贈吳秀才)
好雨留佳客    단비가 좋은 손님 붙잡았네
天公若有期    하늘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他時一片夢    다음에 한 조각 꿈속에나마
杳入伽耶湄    아득한 가야산으로 찾아가리라
법일 스님에게 보이다(示法一師)
世情如虎角    세상 물정이란 태평소 소리와 같건만
不覺粟生身    좁쌀 빚 갚으러 온 몸인 줄도 모르네20)
莫恠門無客    찾는 손님 없다고 괴상타 말라
平生不見人    평생 한 사람도 보지 못했으니
학청과 헤어지며(別鶴淸)
二三盃濁酒    두세 잔 막걸리로
餞送淸禪師    청 선사를 전송하나니
滿酌爾須醉    잔뜩 마시고 그대 취해야만 하리라
醒時不忍離    깨었을 땐 차마 떠나지 못하리니
소요 선사21)의 운을 따라(次逍遙先師韻)
洗鉢焚香語    발우 씻고 향 사른다는 말
莫將詩句知    시구로 알지 말라
興來吟一偏    흥취 일어 한번 읊조리니
牙頰生香颸    입안에서 향기로운 바람이 이네
원래의 시22)(附原韻)

009_0470_b_01L
不夢人間事平生老碧岑

009_0470_b_02L百年朋友在雙檜歲寒心

009_0470_b_03L送臥雲師

009_0470_b_04L
行色是非外去留天地間

009_0470_b_05L一笻入太白敲磬禮金仙

009_0470_b_06L雪松長老

009_0470_b_07L
風雪三冬裏孤松獨耐寒

009_0470_b_08L世人誰識得留與大師看

009_0470_b_09L次海師軸中韻

009_0470_b_10L
嶺外飄然客廣陵海上人

009_0470_b_11L世間何擾擾移錫入雲濱

009_0470_b_12L贈吳秀才

009_0470_b_13L
好雨留佳客天公若有期

009_0470_b_14L他時一片夢杳入伽耶湄

009_0470_b_15L示法一師

009_0470_b_16L
世情如虎角不覺粟生身

009_0470_b_17L莫恠門無客平生不見人

009_0470_b_18L別鶴淸

009_0470_b_19L
二三盃濁酒餞送淸禪師

009_0470_b_20L滿酌爾須醉醒時不忍離

009_0470_b_21L次逍遙先師韻

009_0470_b_22L
洗鉢焚香語莫將詩句知

009_0470_b_23L興來吟一偏牙頰生香颸

009_0470_b_24L附原韻

009_0470_c_01L
洗鉢焚香外    발우 씻고 향 사르는 것 외에
人間事不知    인간사는 모른다오
想師棲息處    스님이 깃들어 쉬는 곳 생각해 보니
松檜聒涼颸    노송나무에 시원한 바람 요란하겠구려
우형 스님에게 주다(贈遇浻師)
故人不忍離    오랜 친구 차마 떠나질 못해
繞坐前溪水    앞개울에 둘러앉았다가
衰鬂照淸波    쇠한 귀밑머리 맑은 물결에 비춰 보니
數莖白髮耳    희끗희끗 몇 가닥은 백발이 되었구려
혜 스님에게 주다(贈惠師)
頭流惠上人    두류산의 혜 상인은
與我爲知己    나의 지기라
贈爾一枝笻    그대에게 지팡이 하나 주노니
他時扶予起    다음에 나를 부축해다오
발휘 선자에게 주다(贈發揮禪子)
離愁其力大    이별의 슬픔 그 힘이 대단해
能動老禪心    늙은 선객의 마음마저 흔드네
把手相看坐    손을 맞잡고 서로 보며 앉았다가
無心望遠岑    무심히 먼 산을 바라본다
환 선자가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酬環禪子之求語)
孰炊無米飯    그 누가 쌀 없는 밥을 지어
接待不來人    오지 않는 사람을 접대할까
聲色紛紜處    소리와 빛깔 어지러운 곳에서
要須識得眞    진여를 알아차려야만 하리라
쾌헌 스님에게 주다(贈快軒師)
靑年少野衲    청년의 젊은 야납
白髮老山翁    백발의 늙은 산옹
共說西來話    서래화23)를 함께 이야기하며
宗風自爾共    종풍을 나와 그대가 함께하리라
화월 스님에게 보이다(示華月師)
入院寒燒佛    절에 들어가 춥거든 부처를 태우고24)
看經轉覺魔    경을 보면서 더욱더 마사를 깨닫고는
出門行大路    문을 나서 큰길을 거닐면서
赤脚唱山歌    맨발로 산골 노래를 부르리라
벽월 스님에게 보이다(示碧月師)
吾將兎角杖    내 이제 토끼 뿔 지팡이로
謝子重尋來    다시 찾아온 그대에게 사례하니
八萬波羅密    8만의 바라밀 문을
一時盡擊開    단번에 때려 열어젖히라
계암 스님에게 보이다(示桂巖師)
山月輝肝膽    산 달 휘영청 간담을 비추고
松風貫髑髏    솔바람이 해골을 꿰뚫는데

009_0470_c_01L
洗鉢焚香外人間事不知

009_0470_c_02L想師棲息處松檜聒涼颸

009_0470_c_03L贈遇浻師

009_0470_c_04L
故人不忍離繞坐前溪水

009_0470_c_05L衰鬂照淸波數莖白髮耳

009_0470_c_06L贈惠師

009_0470_c_07L
頭流惠上人與我爲知己

009_0470_c_08L贈爾一枝笻他時扶予起

009_0470_c_09L贈發揮禪子

009_0470_c_10L
離愁其力大能動老禪心

009_0470_c_11L把手相看坐無心望遠岑

009_0470_c_12L酬環禪子之求語

009_0470_c_13L
孰炊無米飯接待不來人

009_0470_c_14L聲色紛紜處要須識得眞

009_0470_c_15L贈快軒師

009_0470_c_16L
靑年少野衲白髮老山翁

009_0470_c_17L共說西來話宗風自爾共

009_0470_c_18L示華月師

009_0470_c_19L
入院寒燒佛看經轉覺魔

009_0470_c_20L出門行大路赤脚唱山歌

009_0470_c_21L示碧月師

009_0470_c_22L
吾將兎角杖謝子重尋來

009_0470_c_23L八萬波羅密一時盡擊開

009_0470_c_24L示桂巖師

009_0470_c_25L
山月輝肝膽松風貫髑髏

009_0471_a_01L祖師眞面目    조사의 참 면목을
何必用他求    왜 꼭 남에게서 찾을까
순 스님에게 보이다(示淳師)
平常心是道    평상의 마음이 바로 도인데
何用世間情    세간의 정을 구태여 쓰랴
兀然無事坐    올연히 일없이 앉아 있어라
春來草自靑    봄이 오면 풀은 저절로 푸르니라
도숙 스님과 헤어지며(別道淑師)
若語爾吾契    그대와 내가 맺은 기약 말해 보라면
百年不足多    백 년도 오히려 길다 않겠네
才經三朔別    겨우 석 달 만에 이별을 하니
其奈余心何    이내 마음은 어쩌란 말인가
채보 상인과 헤어지며(別採寶上人)
飄然一條衲    훌훌 떠나가는 한 벌 가사여
來去雲無心    오가는 구름처럼 무심하구려
綠水靑山畔    초록빛 강물 푸른 산기슭으로
行行且自吟    가고 가며 또 시도 읊겠지
태호 대사가 양친의 부음을 듣고 고향으로 돌아가다(太湖大師聞雙親訃歸鄕)
古人鄕信到    옛사람은 고향 소식 들으면
深念般若禪    반야의 선을 깊이 생각했지만
今日君歸處    오늘 그대가 돌아가는 곳에선
蒼天又蒼天    곡을 하라 아이고 아이고
성루에 올라(登城樓)
月白沙疑雪    새하얀 달빛에 모래는 눈인 듯
風淸夏欲秋    맑은 바람에 여름은 가을이려 하네
漁歌三兩曲    어부의 노래 두세 곡조에
人臥一層樓    사람들 드러누운 1층의 누각
칠언절구七言絶句
목 상국의 운을 따라(次睦相國韻)
追思當日臥山樓  산 누각에 누웠던 그때 일 생각하니
相國風流錦樹秋  상국의 풍류는 비단 숲의 가을이었지
珍重平生琴酒樂  평생을 진중하며 거문고와 술 즐기다가
謾成佳句至今留  멋대로 쓴 아름다운 시 지금도 남아 있네
선준 스님에게 주다(贈善俊師)
無儀無行大儱侗  위의도 없고 덕행도 없는 크게 어리석은 사람
丘壑平生臥曲躬  한평생 산속에서 웅크리고 누웠으니
不有沙彌來乞句  시를 청하러 온 사미마저 없었다면
世人誰識此衰翁  세상 사람 그 누가 이 늙은이를 알았을까
성철 스님에게 주다(贈聖哲師)
香岳上人最少年  향산의 상인 가장 젊은 스님이여
平生長在白雲邊  한평생 언제나 흰 구름 가에서 살리라

009_0471_a_01L祖師眞面目何必用他求

009_0471_a_02L示淳師

009_0471_a_03L
平常心是道何用世間情

009_0471_a_04L兀然無事坐春來草自靑

009_0471_a_05L別道淑師

009_0471_a_06L
若語爾吾契百年不足多

009_0471_a_07L才經三朔別其奈余心何

009_0471_a_08L別採寶上人

009_0471_a_09L
飄然一條衲來去雲無心

009_0471_a_10L綠水靑山畔行行且自吟

009_0471_a_11L太湖大師聞雙親訃歸鄕

009_0471_a_12L
古人鄕信到深念般若禪

009_0471_a_13L今日君歸處蒼天又蒼天

009_0471_a_14L登城樓

009_0471_a_15L
月白沙疑雪風淸夏欲秋

009_0471_a_16L漁歌三兩曲人臥一層樓

009_0471_a_17L七言絶句
1)次睦相國韻 [3]

009_0471_a_18L
追思當日臥山樓相國風流錦樹秋

009_0471_a_19L珍重平生琴酒樂謾成佳句至今留

009_0471_a_20L2)贈善俊師 [4]

009_0471_a_21L
無儀無行大儱侗丘壑平生臥曲躬

009_0471_a_22L不有沙彌來乞句世人誰識此衰翁

009_0471_a_23L贈聖哲師

009_0471_a_24L
香岳上人最少年平生長在白雲邊

009_0471_b_01L禪心月照寒潭水  달빛 비추는 차가운 연못 같은 선정의 마음으로
扣磬焚香談竗連  경쇠 치고 향 사르며 『법화경』25)을 이야기하라
혜백 스님(惠白師)
竹筧二三升野水  대나무 홈통에는 두세 되의 산골짜기 물
松窓五七片閑雲  소나무 창가에는 예닐곱 조각의 한가한 구름
太平消息無人識  태평한 이 소식을 아는 이 없어
盡日燒香獨掩門  종일 향 사르며 문을 닫고 홀로 있네
한가히 읊다(閑吟)
少菴偏陋老僧宜  좁고 누추한 작은 암자 노승에게 알맞아
臥聽簷禽盡日啼  처마 끝 새 종일 우는 소리나 누워서 듣는다
又有夕陽堪畫處  거기에 또 석양이면 그림 같은 풍경 있으니
村翁牽犢過前溪  시골 노인 송아지 몰고 앞개울을 지난다네
강설루講說樓
馰隙光陰鬂上流  구극26)의 광음 귀밑머리로 흐르더니
無端白髮徧生頭  뜻밖에 흰머리가 온 머리에 가득하네
老人心事眞堪笑  늙은이 심사 참으로 우스워
羞對靑山懶倚樓  부끄러이 푸른 산 마주하고 난간에 기댄다
소요 선사의 운에 쓰다(題逍遙先師韻)
默默全提佛祖令  묵묵히 불조의 영을 온전히 잡아 일으켜
南宗眞脉更生光  남종의 진정한 맥이 다시 빛을 발했건만
門風高峻人難到  문풍이 높고 험해 사람들 도달하기 어려워
寂寞空庭秋草長  적막한 빈 뜰에 가을 풀만 우거졌구나
봄날 우연히 읊다(春日偶吟)
雲衣草簟臥前欞  누더기에 멍석 깔고 창 앞에 누웠으니
浮世虛名一髮輕  덧없는 세상 헛된 명성 한 올의 털처럼 가벼워라
山杏滿庭人不到  산 살구꽃 뜰에 가득해도 찾는 사람 없고
隔林啼鳥送春聲  숲 너머 우는 새만 봄소식을 보내온다
차운한 시27)(次附)
假寐東風古寺楹  봄바람 부는 옛 절 기둥에 살포시 잠들었더니
故園千里夢魂輕  옛 동산 가는 천 리 길도 꿈결에선 가벼워라
覺來認過春山雨  깨어 보니 봄 산에 비가 지나갔구나
玉洞花明水又聲  옥동에 꽃이 환하고 물소리도 들리네
봄을 감상하고 돌아가는 길에 인 상인에게 주다(賞春歸贈印上人)
工夫未到靜心機  공부가 고요한 심기에 도달하지 못해
恣賞春光日暮歸  봄 경치 한껏 즐기고 해 저물어 돌아가는데
珍重大師都不管  진중하신 우리 대사 전혀 상관하지 않아
滿山桃李掩柴扉  복사꽃 자두꽃 산에 가득해도 사립문 닫고 있네
풍암 취우 스님에게 보이다(示楓巖取愚師)
平生踈懶老巖阿  평생 거칠고 게으르게 바위산에서 늙어 가며
門掩千峯伴睡魔  천봉에 문을 닫고 수마와 벗을 삼는다

009_0471_b_01L禪心月照寒潭水扣磬焚香談竗連 [1]

009_0471_b_02L惠白師

009_0471_b_03L
竹筧二三升野水松窓五七片閑雲

009_0471_b_04L太平消息無人識盡日燒香獨掩門

009_0471_b_05L閑吟

009_0471_b_06L
少菴偏陋老僧宜臥聽簷禽盡日啼

009_0471_b_07L又有夕陽堪畫處村翁牽犢過前溪

009_0471_b_08L講說樓

009_0471_b_09L
馰隙光陰鬂上流無端白髮徧生頭

009_0471_b_10L老人心事眞堪笑羞對靑山懶倚樓

009_0471_b_11L題逍遙先師韻

009_0471_b_12L
默默全提佛祖令南宗眞脉更生光

009_0471_b_13L門風高峻人難到寂寞空庭秋草長

009_0471_b_14L春日偶吟

009_0471_b_15L
雲衣草簟臥前欞浮世虛名一髮輕

009_0471_b_16L山杏滿庭人不到隔林啼鳥送春聲

009_0471_b_17L次附

009_0471_b_18L
假寐東風古寺楹故園千里夢魂輕

009_0471_b_19L覺來認過春山雨玉洞花明水又聲

009_0471_b_20L賞春歸贈印上人

009_0471_b_21L
工夫未到靜心機恣賞春光日暮歸

009_0471_b_22L珍重大師都不管滿山桃李掩柴扉

009_0471_b_23L示楓巖取愚師

009_0471_b_24L
平生踈懶老巖阿門掩千峯伴睡魔

009_0471_c_01L凉月掛簾靈籟爽  서늘한 달빛에 발 걷으면 바람 소리 상쾌하고
滿空霏翠滴袈裟  하늘 가득한 푸른 안개가 가사에 떨어지네
이용헌二庸軒
吾庸端合此庸舍  볼품없는 내게 딱 맞는 볼품없는 이 집
無麗無奢世孰爭  화려함도 사치도 없으니 세상 누가 다투랴
壁破簷踈兼戶缺  부서진 벽에 처마 성글고 지게문마저 틀어져
淸風明月富平生  맑은 바람 밝은 달로 한평생 부자일세
옥 총섭에게 주다(贈玉摠攝)
宦海波頭一見君  벼슬의 바다 파도에서 그대를 한 번 본 적 있으니
可堪高躅染塵紛  고준한 자취 티끌에 더럽히는 일 감당할 만하였지
如何唾爵金門路  무슨 일로 작위와 금문28)의 길을 침 뱉듯이 버리고
直入千峯管白雲  곧장 천봉으로 들어와 흰 구름을 관장하는가
운문사 약야계29)(雲門寺若耶溪)
自愛冷冷日夜流  차갑게 밤낮으로 흐르는 물결 사랑스러워
平生偏占小溪頭  한평생을 조그만 시내 모퉁이에서 사네
渠心在大那堪住  너의 마음 큰 곳에 있으니 어찌 머물 수 있으랴
不到滄溟政不休  넓은 바다에 이르지 않고는 결코 쉬지 않는구나
해인사 무릉교(海印寺武陵橋)
探奇問古漸登高  절경 찾아 옛일 물으며 차츰 높이 오르니
滿眼春光太半桃  눈에 가득한 봄 경치가 태반은 복사꽃
珍重武陵橋下水  진중한 무릉교 그 아래로 흐르는 물
至今猶作舊時濤  지금도 여전히 옛 물결이 이는구나
가야산에 올라(登伽耶山)
孤雲陳迹碧苔籠  고운이 남긴 자취 푸른 이끼에 덮여
獨把衰毛倚老松  쇠잔한 머리털 홀로 만지며 노송에 기댔다가
欲盡未看奇特處  보지 못한 기특한 경치를 마저 보고 싶어
又携瓶錫上高峯  다시 물병과 지팡이 끌고 높은 봉으로 오른다
체붕 스님에게 주다(贈體鵬師)
追思舊遊渾似夢  옛날에 놀던 일 생각하면 꿈만 같으니
悠悠五十七年春  아득해라 어느새 57년이나 지났네
少時親舊雖無數  젊은 시절 친구가 수도 없었다지만
白首相逢汝一人  흰머리 되어 만난 건 그대 한 사람
인혜 스님과 헤어지며(別印慧師)

009_0471_c_01L凉月掛簾靈籟爽滿空霏翠滴袈裟

009_0471_c_02L二庸軒

009_0471_c_03L
吾庸端合此庸舍無麗無奢世孰爭

009_0471_c_04L壁破簷踈兼戶缺淸風明月富平生

009_0471_c_05L贈玉摠攝

009_0471_c_06L
宦海波頭一見君可堪高躅染塵紛

009_0471_c_07L如何唾爵金門路直入千峯管白雲

009_0471_c_08L雲門寺若耶溪

009_0471_c_09L
自愛冷冷日夜流平生偏占小溪頭

009_0471_c_10L渠心在大那堪住不到滄溟政不休

009_0471_c_11L海印寺武陵橋

009_0471_c_12L
探奇問古漸登高滿眼春光太半桃

009_0471_c_13L珍重武陵橋下水至今猶作舊時濤

009_0471_c_14L登伽耶山

009_0471_c_15L
孤雲陳迹碧苔籠獨把衰毛倚老松

009_0471_c_16L欲盡未看奇特處又携瓶錫上高峯

009_0471_c_17L贈體鵬師

009_0471_c_18L
追思舊遊渾似夢悠悠五十七年春

009_0471_c_19L少時親舊雖無數白首相逢汝一人

009_0471_c_20L別印慧師

009_0471_c_21L此小題名底本在於詩之末編者移置於此
009_0471_c_22L又「次」上底本有「右」編者除之
此是題名底
009_0471_c_23L本在於詩之末編者移置於此以下(至四七三
009_0471_c_24L頁下段八行)七言絕句之小題名底本在於詩之
009_0471_c_25L編者移置於文頭

009_0472_a_01L
惜別强顏語且笑  석별에 표정 감추고 말하고 또 웃어 보지만
自然情理不從容  자연스런 정리라 아무래도 조용해지지 않네
相看脉脉中霄坐  보고 또 보며 한밤중에 앉아 있자니
窓外寒聲雪打松  창밖 찬바람 소리에 눈이 솔을 때린다
혜일 상인과 이별하며(留別慧一上人)
大師多病出無期  대사는 병이 많아 나올 기약 없고
白首吾生復幾時  흰머리 이내 생애 또 얼마나 되랴
若耶溪上一揮袖  약야계에서 한 번 헤어지고 나면
便是人間長別離  곧 이것이 인간계에선 영원히 이별
말을 청하는 법련에게 답하다(酬法蓮求語)
柴扉長掩小溪湄  사립문 늘 닫힌 조그만 시냇가에서
花落花開揔不知  꽃이 지는지 꽃이 피는지 전혀 모르다가
剛被故人來索債  오랜 친구 찾아와 빚 독촉을 받고서야
一年春盡始題詩  한 해 봄이 다 지나 비로소 시를 쓴다
수청 상인에게 보내다 (寄水淸上人)
平生多病臥丘壑  평생 병이 많아 산골에 누워
孤負名山水石淸  명산의 맑은 물과 바위를 홀로 저버렸네
萬事蹉跎身又老  만사가 엉망이 되고 몸 또한 늙었으니
雲泉幽興寄君行  구름과 샘의 그윽한 흥취를 그대에게 맡기노라
선감 대사에게 주다(贈宣鑑大師)
佳節年年猶作客  해마다 좋은 절기엔 여전히 나그네 신세
風光雖好只傷神  풍광은 비록 좋다지만 그저 마음 상할 뿐
江湖白髮誰知己  강호의 이 백발을 누가 알아주려나
唯有月城鑑上人  오직 저 월성30)의 선감 상인뿐이네
월송 만훈月松萬薰
長老平生不出門  장로는 한평생 문을 나서지 아니하여
袈裟一半床塵涴  가사가 반쯤은 책상 먼지에 더럽혀졌네
香厨日晏客初廻  향기로운 부엌에 해 저물고 손은 막 돌아오는데
山杏滿庭僧獨坐  산 살구꽃 뜰에 가득하고 스님 혼자 앉았어라
해인 대사海印大師
關西徧歷又江南  관서를 편력하고 또 강남도
出入叢林信飽叅  총림을 드나들며 배불리 참구했네
復有不招朋友在  거기에 또 부르지 않은 벗이 있나니
淸風明月與雲三  맑은 바람 밝은 달과 구름이 그 셋이라
강설하는 자리에서 우연히 읊다(講席偶吟)
眼暗神昏語又澁  어두운 눈 혼미한 정신 말까지 더듬거리니
講論顚倒不敢聽  전도된 그 강론 차마 들을 수 없구나
從敎衲子稍稍去  따르던 납자들 모두 뿔뿔이 흩어지니
獨倚禪床試舊經  홀로 선상에 기대 옛 경전을 뒤적인다
낭혜의 운에 답하다(酬朗慧韻)

009_0472_a_01L
惜別强顏語且笑自然情理不從容

009_0472_a_02L相看脉脉中霄坐窓外寒聲雪打松

009_0472_a_03L留別慧一上人

009_0472_a_04L
大師多病出無期白首吾生復幾時

009_0472_a_05L若耶溪上一揮袖便是人間長別離

009_0472_a_06L酬法蓮求語

009_0472_a_07L
柴扉長掩小溪湄花落花開揔不知

009_0472_a_08L剛被故人來索債一年春盡始題詩

009_0472_a_09L寄水淸上人

009_0472_a_10L
平生多病臥丘壑孤負名山水石淸

009_0472_a_11L萬事蹉跎身又老雲泉幽興寄君行

009_0472_a_12L贈宣鑑大師

009_0472_a_13L
佳節年年猶作客風光雖好只傷神

009_0472_a_14L江湖白髮誰知己唯有月城鑑上人

009_0472_a_15L月松萬薰

009_0472_a_16L
長老平生不出門袈裟一半床塵涴

009_0472_a_17L香厨日晏客初廻山杏滿庭僧獨坐

009_0472_a_18L海印大師

009_0472_a_19L
關西徧歷又江南出入叢林信飽叅

009_0472_a_20L復有不招朋友在淸風明月與雲三

009_0472_a_21L講席偶吟

009_0472_a_22L
眼暗神昏語又澁講論顚倒不敢聽

009_0472_a_23L從敎衲子稍稍去獨倚禪床試舊經

009_0472_a_24L酬朗慧韻

009_0472_b_01L
白髮邇來無興况  머리털이 희어진 뒤로는 흥 나는 일이 없어
端宜冷坐靜心基  반듯하게 싸늘히 앉아 마음의 터를 고요히 하는데
沙彌不識老僧意  사미는 이 늙은 중의 뜻을 알지 못해
猶把新藤乞我詩  오히려 새 등지31) 가져와 내게 시를 청하네
「항적전」32)을 읽고(讀項籍傳)
不學詩書不學弓  시서도 배우지 않고 활쏘기도 배우지 않고33)
長驅騅馬覇江東  오추마34)를 휘몰아 강동을 주름잡았지만
鴻門視玦謀臣泣  홍문에서 패옥을 보였던 모신은 울었나니35)
八載功名一嘯風  여덟 해의 공명이 한낱 휘파람일세
학도들에게 보이다(示學徒)
坐石學堅水學淸  돌에 앉아 견고함 배우고 물에서 맑음 배우며
對松思直月思明  소나무 마주해 곧음 생각하고 달에서 밝음 생각하라
無言萬像皆師友  말없는 삼라만상이 모두 스승과 벗이니
雖獨山林主伴成  산림에 혼자 살아도 주인과 손님이 되느니라
복사꽃(咏桃)
庭畔桃花紅爛熳  뜰 가에 복사꽃 분홍빛이 난만하니
惑人夭艶在春彫  사람 호리는 아리따움은 봄이 아로새긴 것
看來不及靑松操  살펴보니 푸른 솔의 지조만 못하구나
霜雪零時作後彫  서리치고 눈 내릴 때 시들지 않나니
국화(咏菊)
戒須無由泛菊黃  계율 따르면 누런 국화 잔에 띄울 일36) 없지만
但憐淸節傲霜香  그저 맑은 절개와 서리 견디는 향기를 사랑할 뿐
看來恰似懷公道  가만히 살펴보면 공들의 도를 품은 듯도 하구려
不向公侯繞草堂  고관대작 찾아가지 않고 이 초당을 에워쌌으니
파란 부채(靑扇)
靑鸞毿尾落雲中  푸른 난새의 긴 꼬리가 구름 속에서 떨어져
五月炎天做雪風  5월 염천에 눈바람을 일으킨다
一揮何啻欺煩暑  한번 휘두르면 지긋지긋한 더위 속일 뿐이랴
拂盡山僧名利功  산승의 공명심마저 모두 떨어 버리네
애도하는 글(挽詞)
生於吾後死吾先  나보다 뒤에 태어나 나보다 먼저 가네
獨泣風前洒涕涎  바람 앞에 홀로 울며 눈물 콧물 뿌리노라
世上誰無今日事  세상 그 누구에게 오늘 일이 없을까
頻頻過眼揔芒然  하도 자주 보는 일이라 모두가 망연하네
맷돌(磕石)
曾見雲根枕碧霞  접때 구름 아래서 푸른 노을 벤 걸 봤는데
幾時針錯到君家  언제 바늘 새기고 낭군님 집에 왔나
兩輪粉面陰陽合  두 바퀴 분바른 얼굴 음양이 합하니
白日雷聲雨雪花  한낮에 우렛소리 눈꽃이 쏟아진다
형밀에게 보이다(示浻密)

009_0472_b_01L
白髮邇來無興况端宜冷坐靜心基

009_0472_b_02L沙彌不識老僧意猶把新藤乞我詩

009_0472_b_03L讀項籍傳

009_0472_b_04L
不學詩書不學弓長驅騅馬覇江東

009_0472_b_05L鴻門視玦謀臣泣八載功名一嘯風

009_0472_b_06L示學徒

009_0472_b_07L
坐石學堅水學淸對松思直月思明

009_0472_b_08L無言萬像皆師友雖獨山林主伴成

009_0472_b_09L咏桃

009_0472_b_10L
庭畔桃花紅爛熳惑人夭艶在春彫

009_0472_b_11L看來不及靑松操霜雪零時作後彫

009_0472_b_12L咏菊

009_0472_b_13L
戒須無1) [5] 泛菊黃但憐淸節傲霜香

009_0472_b_14L看來恰似懷公道不向公侯繞草堂

009_0472_b_15L靑扇

009_0472_b_16L
靑鸞𣯶尾落雲中五月炎天做雪風

009_0472_b_17L一揮何啻欺煩暑拂盡山僧名利功

009_0472_b_18L挽詞

009_0472_b_19L
生於吾後死吾先獨泣風前洒涕涎

009_0472_b_20L世上誰無今日事頻頻過眼揔芒然

009_0472_b_21L磕石

009_0472_b_22L
曾見雲根枕碧霞幾時針錯到君家

009_0472_b_23L兩輪粉面陰陽合白日雷聲雨雪花

009_0472_b_24L示浻密

009_0472_c_01L
老到林泉不世情  임천37)에서 늙어 가니 세상 인정 두지 않고
見人無力下中庭  사람을 봐도 뜰에 내려설 힘조차 없어
星前高臥千峯室  천 봉우리 둘러친 방에 별을 보고 누우니
萬壑松聲枕上淸  만 골짜기 솔바람 소리 베갯머리에 시원하구나
두류산에서 노닐다(遊頭流山)
山勢窮隆老未登  산세가 깊고 높아 늙은이는 오르지 못해
最奇勝處問居僧  가장 빼어난 절경을 사는 스님에게 물었더니
㝎中嫌客頻來擾  선정 중에 자주 찾아와 소란 떠는 객이 싫어
閉目無言故不言  눈 감고 묵묵히 일부러 말하지 않네
우연히 읊어서 주다(偶吟贈)
西來密旨孰能和  서쪽에서 온 비밀한 뜻에 누가 화답할까
處處分明物物齊  곳곳마다 분명하고 물건마다 그것인걸
小院春深人醉臥  조그만 절에 봄은 깊고 사람 취해 누웠더니
滿山桃李子䂓啼  온 산 가득 복사꽃 자두꽃에 자규38)가 우는구나
용추에서 봄을 감상하며(龍湫賞春)
三月無花覺地幽  3월인데 꽃이 없어 깊은 골임을 깨달으니
賞春宜作下山遊  봄을 즐기려면 산을 내려가 놀아야만 하네
緣溪亂坐巡杯酌  시냇가에 어지러이 앉아 술잔을 돌리면서
手折花枝筭不休  손으로 꽃가지 꺾어 잔을 세기 쉬지 않네
한가히 지내며 멋대로 읊다(閑居雜吟)
無絃一曲孰能和  줄 없는 거문고 한 가락에 누가 화답할까
自有風雲作子期  바람과 구름 절로 있어 종자기39)가 되어 주네
松露滿簾僧夢冷  솔 이슬이 발에 가득해 승려의 꿈 차가우면
半輪蘿月小樓楣  덩굴에 걸린 반달이 작은 누각 처마에
한가히 읊다(閑吟)
看經不到透牛皮  경을 보았다지만 쇠가죽을 뚫기엔 이르지 못하고
百結雲衣掛樹枝  누덕누덕 기운 누더기 나뭇가지에 걸어 두었네
落葉聲中驚午睡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에 낮잠에서 깨어나니
楚天空闊鴈來時  고운 하늘 비고 넓은 게 기러기 올 때로구나
애도하며(挽)
以僧哭俗大非常  승려가 속인을 곡하는 것 아주 괴상한 일이나
令嗣於吾作弟行  당신의 아들 나에게 아우뻘이 되나니
一片世情磨不盡  한 조각 세상 인정을 다 갈아내지 못해
白頭揮涕立斜陽  흰머리로 눈물 뿌리며 석양에 서 있노라
이명에게 보이다(示以明)
平生踈闊無拘檢  평생 소활하고 얽매임이 없어
城市雲林自在遊  마을과 산중을 자재하게 노니나니
富貴榮辱都不管  부귀와 영욕 전혀 상관하지 않고서
又携瓶錫過南州  물병과 지팡이 끌고 또 남쪽 땅 지나가네
봄을 감상하며(賞春)

009_0472_c_01L
老到林泉不世情見人無力下中庭

009_0472_c_02L星前高臥千峯室萬壑松聲枕上淸

009_0472_c_03L遊頭流山

009_0472_c_04L
山勢窮隆老未登最奇勝處問居僧

009_0472_c_05L㝎中嫌客頻來擾閉目無言故不言

009_0472_c_06L偶吟贈

009_0472_c_07L
西來密旨孰能和處處分明物物齊

009_0472_c_08L小院春深人醉臥滿山桃李子䂓啼

009_0472_c_09L龍湫賞春

009_0472_c_10L
三月無花覺地幽賞春宜作下山遊

009_0472_c_11L緣溪亂坐巡杯酌手折花枝筭不休

009_0472_c_12L閑居雜吟

009_0472_c_13L
無絃一曲孰能和自有風雲作子期

009_0472_c_14L松露滿簾僧夢冷半輪蘿月小樓楣

009_0472_c_15L閑吟

009_0472_c_16L
看經不到透牛皮百結雲衣掛樹枝

009_0472_c_17L落葉聲中驚午睡楚天空闊鴈來時

009_0472_c_18L

009_0472_c_19L
以僧哭俗大非常令嗣於吾作弟行

009_0472_c_20L一片世情磨不盡白頭揮涕立斜陽

009_0472_c_21L示以明

009_0472_c_22L
平生踈闊無拘檢城市雲林自在遊

009_0472_c_23L富貴榮辱都不管又携瓶錫過南州

009_0472_c_24L賞春

009_0472_c_25L「田」或可讀「由」{編}

009_0473_a_01L
忽覺吾年六十秋  문득 정신 차리니 내 나이 벌써 예순
毿毿白髮鏡中羞  축축 늘어진 흰머리 거울 보기 부끄럽네
春光亦是令人老  봄빛 역시 사람을 늙게 하는데
有甚閑情着意遊  무슨 한가한 정이 있어 봄놀이에 뜻을 둘까
봉압사 수각에 쓰다(題鳳押寺水閣)
强將衰老懶行遊  노쇠한 몸 억지로 끌고 느릿느릿 나선 나들이
石路高低小洞幽  돌길은 높고 낮으며 작은 골짝도 깊구나
春鳥一聲山更碧  봄 새 울음소리에 산은 더욱 푸르러지는데
杏花微雨客登樓  살구꽃엔 가랑비 내리고 나그네는 누대에 오른다
깊은 곳에 살며(幽居)
屏迹千峯見客稀  에워싼 천 봉우리에 손님 보기 드물지만
自甘身世水雲依  이 신세 달갑게 여기며 물과 구름에 의지하네
蛛絲徧戶塵生榻  문에 가득한 거미줄 책상에 이는 먼지
未有閒人打午扉  한낮에 사립문 두드리는 한가한 사람도 없구나
동복현40) 원님께 올립니다(呈同福倅)
珍重淸篇脫世塵  진중하고 맑은 시편 세속의 티끌 벗어나
吟來多謝快精神  읊어 맑아지는 정신에 감사하는 마음 가득
政平訟理官無事  정사와 송사 공평히 다스려 관아에 일 없으니
時與山僧作故人  때때로 산승에게 벗이 되어 주는구려
감회를 쓰다(書懷)
覽鏡頻驚鬂欲星  거울을 보며 깜짝깜짝 놀라네 희끗해지는 귀밑머리
自憐無復見靑齡  가련하다 젊은 시절 다시는 볼 수 없구나
吾生已矣其何奈  내 삶 이미 끝난걸 어쩌겠는가
空恨前非掩竹扄  지난 잘못 부질없이 한탄하며 대나무 문을 닫는다
수 상인이 말을 청하기에 답하다(賽修上人求)
近因多病閉門臥  요사이 병이 많아 문을 닫고 누웠더니
便是昏昏懶拙人  이게 바로 정신 혼미하고 게으른 사람
不有沙彌勤索債  부지런히 빚 독촉하는 사미가 없었다면
幾乎孤負一年春  나 혼자 한 해의 봄을 저버릴 뻔하였네
신영 스님을 보내며(送信頴師)
慰情縱有來未約  마음 달래려 또 오겠다지만 약속할 수 없으니
好會難期不忍離  좋은 만남 기약하기 어려워 차마 헤어지지 못하네
自恨未能成道力  도력을 이루지 못함 스스로 원망하며
去留悲喜盡忘之  떠나고 머무는 슬픔과 기쁨 다 잊어버린다
동복현 원님께 올립니다(上同福倅)
太守携琴入洞門  태수께서 거문고 들고 골짜기 문을 들어서니
林泉猶帶太平痕  숲도 샘도 오히려 태평의 흔적을 두릅니다
逢僧亦問桑麻事  승려를 만나고도 양잠과 길쌈하는 일 물으시니
憂樂無非愛至尊  근심하고 즐거워함 모두 지존을 사랑함이네
연해 스님에게 주다(贈燕海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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忽覺吾年六十秋𣯶𣯶白髮鏡中羞

009_0473_a_02L春光亦是令人老有甚閑情着意遊

009_0473_a_03L題鳳押寺水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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强將衰老懶行遊石路高低小洞幽

009_0473_a_05L春鳥一聲山更碧杏花微雨客登樓

009_0473_a_06L幽居

009_0473_a_07L
屏迹千峯見客稀自甘身世水雲依

009_0473_a_08L蛛絲徧戶塵生榻未有閒人打午扉

009_0473_a_09L呈同福倅

009_0473_a_10L
珍重淸篇脫世塵吟來多謝快精神

009_0473_a_11L政平訟理官無事時與山僧作故人

009_0473_a_12L書懷

009_0473_a_13L
覽鏡頻驚鬂欲星自憐無復見靑齡

009_0473_a_14L吾生已矣其何奈空恨前非掩竹扄

009_0473_a_15L賽修上人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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近因多病閉門臥便是昏昏懶拙人

009_0473_a_17L不有沙彌勤索債幾乎孤負一年春

009_0473_a_18L送信頴師

009_0473_a_19L
慰情縱有來未約好會難期不忍離

009_0473_a_20L自恨未能成道力去留悲喜盡忘之

009_0473_a_21L上同福倅

009_0473_a_22L
太守携琴入洞門林泉猶帶太平痕

009_0473_a_23L逢僧亦問桑麻事憂樂無非愛至尊

009_0473_a_24L贈燕海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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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在當人眼睫裏  도란 그 사람의 속눈썹에 있는 것이요
西來面目只如今  서쪽에서 온 면목도 그저 지금과 같을 뿐
渴飮飢飡常現露  물 마시고 밥 먹을 때 항상 나타나 있는데
何用區區別處尋  무엇 하러 허덕거리며 다른 곳에서 찾으랴
달영 스님에게 보내다(寄達永師)
嶺雲歸處眠猶熟  산마루 구름 돌아오는 곳에 잠은 아직 깊고
山鳥啼時耳亦虛  산새 우짖을 때에도 귀 또한 비었네
六根淸淨空無物  여섯 감관 맑고 깨끗해 아무것도 없어
獨倚靈臺誦佛書  홀로 영대를 의지해 불서를 독송한다
어부漁父
白頭垂釣坐江邊  흰머리로 낚시 드리우고 강가에 앉은 것은
意在鯤鯨不在鱣  곤41)이나 고래 잡을 생각이지 전어가 아닌데
小鷸恐謀渠所得  작은 물총새는 자기 몫 빼앗길까 두려워
蹵簑飛入舊灘前  도롱이를 걷어차고 옛 여울로 날아드네
헐성루에 올라(登歇惺樓)
或說芙蓉或劔戟  연꽃 같다 혹은 창칼 같다 하지만
世人多少信虛傳  세상 사람 대부분 헛된 풍문을 믿었네
今來試倚高樓望  이제 찾아와 높은 누대에 기대 바라보니
萬二千峯又百川  1만 2천 봉우리에 또 백 갈래 냇물일세
평봉 선자에게 주다(贈平峯禪)
久住林泉斷俗情  임천에 산 지 오래라 세속 정을 모두 끊어
不知塵世有陰晴  티끌세상이 맑은지 흐린지 알지 못하지
香厨日晏僧猶㝎  부엌에 해 저물어도 스님은 아직도 선정에 드니
深院無人鳥下庭  깊은 절에 사람이 없어 새가 뜰에 내린다오
숙 선자에게 보이다(示淑禪子)
老病無由作汗漫  늙고 병들어 아득히 떠돌 일 없으니
賞春聊倚小欄干  봄 구경이라고 애오라지 작은 난간에 기대 본다
看花爭似看松竹  꽃을 봄이 어찌 송죽을 바라봄만 할까
雪裏蒼蒼冐歲寒  눈 속에서 창창히 추운 겨울 견디나니
부르는 운에 맞춰(呼韻)
才拙況逢得韻高  글재주도 없는 데다 고상한 운자 만나
題詩舂筆又舂刀  시를 쓰려고 붓방아 찧고 또 칼방아를 찧네
竭思求索心勞渴  생각을 쥐어짜 찾아보며 마음을 못내 괴롭히다가
欲掬寒泉手半凹  찬 샘물 움켜쥐려고 손을 반쯤 오므린다
명 상인明上人
汝在山中我出山  그대는 산에 머물고 나는 산을 떠나는데
兩人心事不相干  두 사람의 심사 서로 상관하질 않네
鶯燕各隨秋影散  가을 그림자 따라 각기 흩어지는 꾀꼬리와 제비처럼
飄然行色自安閑  표연한 그 행색 편안하고 한가하구나
주석처를 옮기는 날(移錫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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道在當人眼睫裏西來面目只如今

009_0473_b_02L渴飮飢飡常現露何用區區別處尋

009_0473_b_03L寄達永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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嶺雲歸處眠猶熟山鳥啼時耳亦虛

009_0473_b_05L六根淸淨空無物獨倚靈臺誦佛書

009_0473_b_06L漁父

009_0473_b_07L
白頭垂釣坐江邊意在鯤鯨不在鱣

009_0473_b_08L小鷸恐謀渠所得蹵簑飛入舊灘前

009_0473_b_09L登歇惺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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或說芙蓉或劔戟世人多少信虛傳

009_0473_b_11L今來試倚高樓望萬二千峯又百川

009_0473_b_12L贈平峯禪

009_0473_b_13L
久住林泉斷俗情不知塵世有陰晴

009_0473_b_14L香厨日晏僧猶㝎深院無人鳥下庭

009_0473_b_15L示淑禪子

009_0473_b_16L
老病無由作汗漫賞春聊倚小欄干

009_0473_b_17L看花爭似看松竹雪裏蒼蒼冐歲寒

009_0473_b_18L呼韻

009_0473_b_19L
才拙況逢得韻高題詩舂筆又舂刀

009_0473_b_20L竭思求索心勞渴欲掬寒泉手半凹

009_0473_b_21L明上人

009_0473_b_22L
汝在山中我出山兩人心事不相干

009_0473_b_23L鶯燕各隨秋影散飄然行色自安閑

009_0473_b_24L移錫日

009_0473_c_01L
莫恠行裝冐雪方  눈 나라로 떠나는 행장을 괴상히 여기지 말라
短笻斜日去程長  짧은 지팡이 기우는 해에 갈 길이 멀구나
可笑人心隨處轉  우스워라 사람의 마음 상황 따라 달라지니
一場逢別喜兼傷  한바탕 만남과 이별에 기뻐하고 슬퍼하네
영 선자에게 주다(贈暎禪子)
大師識我不能詩  시에 능하지 못한 나를 잘 아는 대사가
勤請之意暗自知  구태여 청하는 그 뜻 내 알 만하이
七十老人來日少  칠십 노인이라 살날이 많지 않기에
百年而後未忘資  백 년 뒤 추억거리를 장만함이겠지
이 판서의 운을 따라(次李判書韻)
烟霞肝膽水雲顏  안개와 노을 같은 간담에 물과 구름 같은 얼굴로
自笑風塵不暫閑  잠시도 한가하지 못한 풍진세상 비웃고는
智異三神猶恐淺  지리산 삼신산에 인연이 얕을까 두려워
又將瓶錫問深山  또 물병과 지팡이 끌고 깊은 산을 찾았구려
오언율시五言律詩
우강을 지나며(過牛江)
落日牛江路    해 저무는 우강의 길
徘徊平不平    고르고 고르지 못한 그 길을 배회하나니
鳥穿烟影去    새는 자욱한 안개 뚫고 가는데
人帶夕陽行    사람은 석양을 두르고 걸어간다
波碧知歐白    푸른 물결에 갈매기 흰 줄 알고
牛黃認草靑    누런 소를 보고야 풀의 푸름을 아는데
雲邊何處杵    구름 끝 어디서 절구질일까
隔岸送村聲    언덕 너머에 마을 있음을 알리네
종식 상인에게 주다(贈宗湜上人)
行裝無妄動    행장에는 망동함이 없고
蹤迹且壯輝    자취 또한 굳세고 빛나니
藤補尋山屨    넝쿨로 산을 찾는 신을 꿰매고
繩縫過夏衣    노끈으로 여름 지낸 옷을 깁는다
登床廋不窄    몸이 여위어 오르는 평상이 비좁지 않고
持麈懶忘揮    잡은 총채 게을러 휘두르는 걸 잊었으니
倩客剗庭草    손님을 청해 뜰의 잡초나 베고는
燒香又掩扉    향을 사르고 또 사립문 닫네
청평사(題淸平寺)
幾墟千古寺    몇 번이나 폐허가 되었을까 천고의 절이여
寂寞掩柴扉    적막하게 사립문이 닫혀 있네
庭草知僧少    뜰에 가득한 풀로 스님이 적음을 알겠고
逕苔認客稀    이끼 낀 길로 손님이 드문 줄 알겠다
鴉偷園瓜盡    채소밭 오이는 까마귀가 다 훔쳐 먹고
鼠穴土墻依    쥐가 토담에 구멍을 파고 사는데
庵主忘機坐    암주는 심기마저 잊고 앉았으니
林鼯戱上衣    다람쥐가 장난삼아 옷에 기어오른다
또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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莫恠行裝冐雪方短笻斜日去程長

009_0473_c_02L可笑人心隨處轉一場逢別喜兼傷

009_0473_c_03L贈暎禪子

009_0473_c_04L
大師識我不能詩勤請之意暗自知

009_0473_c_05L七十老人來日少百年而後未忘資

009_0473_c_06L次李判書韻

009_0473_c_07L
烟霞肝膽水雲顏自笑風塵不暫閑

009_0473_c_08L智異三神猶恐淺又將瓶錫問深山

009_0473_c_09L[五言律詩]
過牛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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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日牛江路徘徊平不平

009_0473_c_11L鳥穿烟影去人帶夕陽行

009_0473_c_12L波碧知鷗白牛黃認草靑

009_0473_c_13L雲邊何處杵隔岸送村聲

009_0473_c_14L贈宗湜上人

009_0473_c_15L
行裝無妄動蹤迹且壯輝

009_0473_c_16L藤補尋山屨繩縫過夏衣

009_0473_c_17L登床廋不窄持塵懶忘揮

009_0473_c_18L倩客剗庭草燒香又掩扉

009_0473_c_19L題淸平寺

009_0473_c_20L
幾墟千古寺寂寞掩柴扉

009_0473_c_21L庭草知僧少逕苔認客稀

009_0473_c_22L鴉偷園瓜盡鼠穴土墻依

009_0473_c_23L庵主忘機坐林鼯戱上衣

009_0473_c_24L

009_0474_a_01L
客到淸平寺    나그네 청평사에 이르렀네
東風細雨時    봄바람에 보슬비 내릴 때
林深溪又險    숲은 깊고 계곡 또한 험하며
峯疊路兼危    봉우리 첩첩에 길까지 험하구나
洞號逢僧問    골짜기 이름은 스님 만나 물어보고
樓名見額知    누대 이름은 현판을 보아 알고는
暮投慈蔭殿    저녁 무렵 자음전42)에 들어가
掃壁寫新詩    벽을 소제하고 새 시를 쓴다
호 장로에게 주다(贈湖長老)
自言年七十    스스로 나이 칠십이라 하며
無事可關心    마음 두는 일 아무것도 없네
衲虱呼童獵    누더기 속의 이는 아이를 불러 잡고
囊詩倩客吟    주머니 속의 시는 손님을 청해 읊는다
語論高且闊    말과 논지 고상하고도 활달하며
行止古非今    가고 머무는 예스러운 자태 요즘 같지 않은데
恐有人來擾    사람들 찾아와 소란 떨까 두려워
陽眠坐樹陰    나무 그늘에 앉아 거짓 잠을 잔다
일본 사람의 운을 따라(次日本國人韻)
異域風霜重    이역만리에 풍상은 거듭하고
他鄕歲月深    타향살이에 세월이 깊었네
樽前千里客    술동이 앞의 천 리의 나그네
燈下百年心    등잔불 아래 백 년의 마음이라
碧海鷗邊色    파란 바다는 갈매기 곁의 빛깔이요
秋雲鴈外陰    가을 구름은 기러기 밖의 어둠인데
掛帆孤島遠    돛을 달자니 외로운 섬이 멀어
回首苦吟吟    머리 돌리고 괴로이 읊조린다
원래의 시(附原韻)
天意無南北    하늘의 뜻에는 남북이 없건만
人情有淺深    사람의 정에는 얕고 깊음 있으니
慇懃當此日    이날을 맞이해 은근히
把酒更論心    술잔 들고 다시 마음을 논해 본다
木落津亭逈    아득한 나루터 정자에 나뭇잎 떨어지고
鴈飛水國陰    어둠 속 물나라로 기러기 날아가네
撫時兼惜別    위로하는 자리에 아울러 이별이 아쉬워
且復一長吟    이렇게 다시 한번 길게 읊어 본다
삼뢰초암三雷草菴
廢寺連村野    허물어진 절이 마을 들판으로 이어져
居僧半俗談    거기 사는 스님들 반은 세속 얘기
簷踈人臥月    처마 성글어 사람들 달빛에 눕고
軒破客眠嵐    난간 부서져 나그네는 산바람에 잠든다
爇草揮蚊蚋    풀을 태워 모기와 등에를 쫓고
分泉注石潭    샘물 길어 석곽에 채우고는
寥寥深夜坐    고요하게 깊은 밤 앉아 있자니
香閣磬聲三    향각에서 들려오는 세 번의 경쇠 소리
월출산(題月出山)

009_0474_a_01L
客到淸平寺東風細雨時

009_0474_a_02L林深溪又險峯疊路兼危

009_0474_a_03L洞號逢僧問樓名見額知

009_0474_a_04L暮投慈蔭殿掃壁寫新詩

009_0474_a_05L贈湖長老

009_0474_a_06L
自言年七十無事可關心

009_0474_a_07L衲虱呼童獵囊詩倩客吟

009_0474_a_08L語論高且闊行止古非今

009_0474_a_09L恐有人來擾陽眠坐樹陰

009_0474_a_10L次日本國人韻

009_0474_a_11L
異域風霜重他鄕歲月深

009_0474_a_12L樽前千里客燈下百年心

009_0474_a_13L碧海鷗邊色秋雲鴈外陰

009_0474_a_14L掛帆孤島遠回首苦吟吟

009_0474_a_15L附原韻

009_0474_a_16L
天意無南北人情有淺深

009_0474_a_17L慇懃當此日把酒更論心

009_0474_a_18L木落津亭逈鴈飛水國陰

009_0474_a_19L撫時兼惜別且復一長吟

009_0474_a_20L三雷草菴

009_0474_a_21L
廢寺連村野居僧半俗談

009_0474_a_22L簷踈人臥月軒破客眠嵐

009_0474_a_23L爇草揮蚊蚋分泉注石潭

009_0474_a_24L寥寥深夜坐香閣磬聲三

009_0474_a_25L題月出山

009_0474_b_01L
獨立高峯頂    높은 봉 꼭대기에 홀로 서니
乾坤眼底開    하늘과 땅이 눈앞에 펼쳐지네
舟畊滄海去    푸른 바다 갈아엎으며 떠나가는 배
鴉尺白雲廻    까마귀는 지척에서 흰 구름을 돌아 온다
石作難消雪    돌은 녹지 않는 눈이 되었고
巖爲不築臺    바위는 쌓지 않은 돈대 되었네
牽緣看未足    인연에 끌려 흡족히 보지 못해
歸路且徘徊    돌아가는 길에 또 머뭇거린다
운문사 벽에 쓰인 운을 따라(次雲門寺壁上韻)
寺荒村店近    절이 황폐해 마을 가게 가까우니
隔岸叱牛聲    언덕 너머로는 소를 모는 소리
蹲石何須席    돌에 걸터앉으니 돗자리를 어디에 쓸까
看山即卷屏    산을 보고는 병풍 걷어 버린다
樹陰前後洞    나무 그늘 드리운 앞뒤 동네
草色古今庭    풀빛 여전한 예와 지금의 뜰
靜倚欄干久    조용히 난간에 기대 한참 있자니
松風貫腦淸    머릿속을 꿰뚫는 솔바람 시원하구나
양식을 구걸하는 스님에게 주다(贈乞粮師)
大師乞麥去    대사가 보리를 구걸하러 가네
何處何村田    어느 곳 어느 마을 밭으로
板峙歸笻外    판치43)는 돌아올 지팡이 밖이요
鷄龍獨鳥邊    계룡은 외로운 새의 가장자리
息肩蹲老石    어깨를 쉴 땐 늙은 돌에 걸터앉고
慰渴飮潦川    갈증을 달래려 도랑물을 마시면서
役役長途走    허덕허덕 먼 길을 돌아다니니
那時得坐禪    언제 고요히 앉아 참선할 수 있을까
치찬 상인에게 주다(贈致讃上人)
落水藏龍壑    떨어지는 물은 용을 감춘 골짜기
高霞掛鶴枝    높은 안개는 학을 걸어 둔 가지
遲回白蓮社    느릿느릿 돌아온 백련의 절
淸越碧雲詩    맑고 빼어난 벽운44)의 시
石榻仍無睡    돌 침상이라 잠들지 못해
芒鞋且息疲    고단한 발 우선 피로나 풀고
晨燈絲玉粥    새벽 등불 앞 녹옥45)의 죽에
倍覺浣塵脾    티끌 비장 다시금 씻어내리네
지리산 화림정사의 네 경치 (智異山花林精舍四景)
동쪽 계곡 물(東溪水)
細響來何處    가느다란 저 소리 어디서 오는 걸까
軒東水滿溪    정사 동쪽 계곡에 물이 가득하네
繞巖形屈曲    바위를 도는 형상은 꼬불꼬불
噴玉勢高低    옥을 뿜는 형세는 높고 낮다
每有山童汲    언제나 물을 긷는 산골 아이 있고
常還野鳥啼    항상 들새들이 돌아와 우는데
洞中流不住    골 가운데 흐르는 물 쉬지 않나니
將欲海波齊    장차 바다의 파도와 같아지려 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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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立高峯頂乾坤眼底開

009_0474_b_02L舟畊滄海去鴉尺白雲廻

009_0474_b_03L石作難消雪巖爲不築臺

009_0474_b_04L牽緣看未足歸路且徘徊

009_0474_b_05L次雲門寺壁上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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寺荒村店近隔岸叱牛聲

009_0474_b_07L蹲石何須席看山即卷屏

009_0474_b_08L樹陰前後洞草色古今庭

009_0474_b_09L靜倚欄干久松風貫腦淸

009_0474_b_10L贈乞粮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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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師乞麥去何處何村田

009_0474_b_12L板峙歸笻外鷄龍獨鳥邊

009_0474_b_13L息肩蹲老石慰渴飮潦川

009_0474_b_14L役役長途走那時得坐禪

009_0474_b_15L贈致讃上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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落水藏龍壑高霞掛鶴枝

009_0474_b_17L遲回白蓮社淸越碧雲詩

009_0474_b_18L石榻仍無睡芒鞋且息疲

009_0474_b_19L晨燈絲 [2] 玉粥倍覺浣塵脾

009_0474_b_20L智異山花林精舍四景
東溪水

009_0474_b_21L
細響來何處軒東水滿溪

009_0474_b_22L繞巖形屈曲噴玉勢高低

009_0474_b_23L每有山童汲常還野鳥啼

009_0474_b_24L洞中流不住將欲海波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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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 대숲(西竹林)
庵近西峯下    암자 근처 서쪽 봉우리 아래
擁籬翠竹林    울타리처럼 둘러친 푸른 대숲
風來生鴉韻    바람 불면 우아한 소리를 내고
霜落忍寒心    서리 내리면 스산한 마음 참아낸다
茂幹和雲直    무성한 줄기는 곧게 구름과 어울리고
靈根入地深    신령한 뿌리는 깊게 땅으로 들어갔네
香嚴聞爾悟    향엄이 네 소리를 듣고 깨쳤다는데46)
當日作何音    그날 어떤 소리를 냈지
남쪽 석대(南石臺)
南麓危千仞    남쪽 기슭은 위태롭기 천 길인데
其前有石臺    그 앞에 석대가 있으니
秦鞭驅自築    진시황이 채찍으로 닦달해 직접 쌓고
禹斧削能開    우임금이 도끼로 깎아 열어 놓은 곳
雪色舂巖散    새하얀 눈빛 바위를 찧고 흩어지면
雷聲隱地來    우렛소리 땅에 숨었다 나타나니
此奇藏玉洞    이런 절경을 옥동에 감춘 것은
猶恐世人廻    세상 사람 몰려들까 두려워서라네
북쪽 추정(北楸亭)
北崖楸樹下    북쪽 언덕 추자나무 아래
驅石築新亭    돌을 모아 새 정자 쌓으니
水近燋心歇    물이 가까워 타는 마음이 쉬고
陰濃汗面淸    그늘이 짙어 땀난 얼굴 시원하네
煙光和竹色    안개 빛은 대나무 색과 어울리고
澗響雜鍾聲    시냇물 소리 종소리와 섞이는데
終日無人到    하루 종일 찾아오는 사람 없어
般桓獨任情    머뭇머뭇 맴돌며 홀로 정에 맡긴다
칠언율시七言律詩
조 장령47)과 헤어지며(別趙掌令)
惜別慇懃慙倚臺  이별의 아쉬움 깊어 잠시 대에 의지하나
王程何暇笑談開  임금께 가는 길에 담소 여가 어디 있으리
神交莫道千峯阻  정신 사귐에 천봉이 막아선다 말하지 마소서
魂夢應敎兩地來  혼은 꿈속에서 분명 두 땅을 오고 가리
落日秋山南北路  지는 해 가을 산에 남북으로 가는 길
靑衿白衲去留杯  푸른 옷깃과 흰 누더기의 떠나고 머무는 술잔
淸鞭倘搗蓬萊下  맑은 채찍 혹시나 봉래산 아래를 두드릴지 몰라
淨掃樓雲待馹廻  누대 구름 깨끗이 쓸고 돌아올 역마 기다리리
부르는 운에 맞춰(呼韻)
高臥頭流第幾菴  두류산에 높이 누웠나니 몇 번째 암자인가
禮壇時聽磬聲三  단에 예배하고 때때로 세 번의 경쇠 소리를 듣나니
澗憐僧獨分明月  개울은 혼자인 승려가 가련해 밝은 달을 나눠 주고
境厭人來繞翠嵐  경계는 사람이 오는 것 싫어 푸른 남기를 둘렀다오
心淨已無流水愧  마음 깨끗해 이미 흐르는 물에 부끄러움 없고
身閑寧有白鷗慙  몸은 한가하니 어찌 흰 갈매기에 부끄러워하랴

009_0474_c_01L西竹林

009_0474_c_02L
庵近西峯下擁籬翠竹林

009_0474_c_03L風來生鴉韻霜落忍寒心

009_0474_c_04L茂幹和雲直靈根入地深

009_0474_c_05L香嚴聞爾悟當日作何音

009_0474_c_06L南石臺

009_0474_c_07L
南麓危千仞其前有石臺

009_0474_c_08L秦鞭驅自築禹斧削能開

009_0474_c_09L雪色舂巖散雷聲隱地來

009_0474_c_10L此奇藏玉洞猶恐世人廻

009_0474_c_11L北楸亭

009_0474_c_12L
北崖楸樹下驅石築新亭

009_0474_c_13L水近燋心歇陰濃汗面淸

009_0474_c_14L煙光和竹色澗響雜鍾聲

009_0474_c_15L終日無人到般桓獨任情

009_0474_c_16L[七言律詩]
別趙掌令

009_0474_c_17L
惜別慇懃慙倚臺王程何暇笑談開

009_0474_c_18L神交莫道千峯阻魂夢應敎兩地來

009_0474_c_19L落日秋山南北路靑衿白衲去留杯

009_0474_c_20L淸鞭倘搗蓬萊下淨掃樓雲待馹廻

009_0474_c_21L呼韻

009_0474_c_22L
高臥頭流第幾菴禮壇時聽磬聲三

009_0474_c_23L澗憐僧獨分明月境厭人來繞翠嵐

009_0474_c_24L心淨已無流水愧身閑寧有白歐慙

009_0475_a_01L談經洗鉢尋常事  경을 담론하고 발우 씻는 것 심상한 일이요
獸口淸香手自燂  수구48)의 맑은 향불에 손이 절로 따듯하다네
제야에 감회를 써서 벗에게 보이다(除夜書懷示友人)
旅窓寒夢領原飛  여관 창의 차가운 꿈은 영원49)으로 나는데
鏡裏衰容日漸非  거울 속 쇠잔한 얼굴 나날이 글러만 간다
湖上十年多病客  강호의 10년 세월 병 많은 나그네
嶺南千里六銖衣  영남 천 리에 6수50)의 옷이어라
山中有寺吾將隱  산중에 절이 있어 나는 숨으련만
宇內無人子孰依  천지에 사람 없으니 자넨 누굴 의지할까
白首又逢新歲月  흰머리로 또 새로운 한 해 맞이하자니
滿腔心事掩柴扉  가슴 가득 헛헛한 심사에 사립문을 닫는다
산수 병풍에 쓰다(題山水屏)
孤舟簑笠老漁父  도롱이 입고 삿갓 쓴 외딴 배의 늙은 어부
垂釣閑眠弄碧波  낚시 드리우고 한가히 졸며 푸른 물결 희롱하네
帆帶晩霞歸遠浦  돛은 저녁놀을 두른 채 먼 포구로 돌아오고
鴈拖秋月下長沙  기러기는 가을 달 끌고 긴 모래밭에 내린다
皷翔不去經年蝶  날갯짓해 떠나지 못하는 해 지난 나비
結子無成累世花  열매 맺을 일 없는 해묵은 꽃
記得曾行山水態  다녀본 산수의 모습이야 적을 수 있지만
未圖僧夢與撨歌  승려의 꿈과 나무꾼 노래는 그려내지 못하겠네
연찰 사미에게 주다(贈演察沙彌)
一鉢逍遙山市中  발우 하나로 산과 저자 소요하나니
飄然身世片雲同  표연한 신세 조각구름이나 마찬가지
閑將玉麈尋常坐  한가하게 흰 총채 들고 심상히 앉았다가
更把金文次第窮  다시 금문51)을 잡고 차례로 연구한다
明月影分千澗水  천 개울에 그림자를 나눈 밝은 달
孤松聲任四時風  사철 바람에 곡조 맡긴 외로운 소나무
柴扉半掩仍成睡  사립문 반쯤 닫고 이내 잠이 들어
夢入蓬萊八萬峯  꿈속에서 봉래산 8만 봉우리로 들어간다
깊은 곳에 살며【2수】(幽居【二】)
底事無心臥水西  무슨 일로 무심히 강 서쪽에 누웠는가
只緣忘世愛幽棲  그저 세상 잊고 숨어 살고 싶은 까닭
茶爐爲客開深竈  차 화로는 손님을 위해 깊은 아궁이 열고
藥圃諱人隔小溪  약초밭은 사람들 꺼려 조그만 시내 너머에
晴散雨聲松老少  빗소리 흩어진 맑은 하늘에 늙고 젊은 소나무
冷磨秋色岳高低  쌀쌀함 쓸고 간 가을빛에 높고 낮은 산
林禽亦有來警睡  거기에 잠을 깨우는 숲속 새들 있으니
猶恐山僧夢紫泥  산승이 자니의 꿈52)을 꿀까 두려워서라네
그 두 번째(其二)
物外人來物外棲  세상 밖 사람이라 세상 밖에 머물면서
洗心時聽檻前溪  마음 씻으려 때때로 난간 앞 시냇물 소리 듣네
閑將蠹簡投窓閱  한가하면 좀먹은 편지를 꺼내 창에 비추어 읽고
朗詠淸詩債客題  객에게 보낼 청아한 시53) 낭랑하게 읊어 본다

009_0475_a_01L談經洗鉢尋常事獸口淸香手自燂

009_0475_a_02L除夜書懷示友人

009_0475_a_03L
旅窓寒夢領原飛鏡裏衰容日漸非

009_0475_a_04L湖上十年多病客嶺南千里六銖衣

009_0475_a_05L山中有寺吾將隱宇內無人子孰依

009_0475_a_06L白首又逢新歲月滿腔心事掩柴扉

009_0475_a_07L題山水屏

009_0475_a_08L
孤舟簑笠老漁父垂釣閑眠弄碧波

009_0475_a_09L帆夢晩霞歸遠浦鴈拖秋月下長沙

009_0475_a_10L皷翔不去經年蝶結子無成累世花

009_0475_a_11L記得曾行山水態未圖僧夢與撨歌

009_0475_a_12L贈演察沙彌

009_0475_a_13L
一鉢逍遙山市中飄然身世片雲同

009_0475_a_14L閑將玉塵尋常坐更把金文次氣窮

009_0475_a_15L明月影分千澗水孤松聲任四時風

009_0475_a_16L柴扉半掩仍成睡夢入蓬萊八萬峯

009_0475_a_17L幽居

009_0475_a_18L
底事無心臥水西只緣忘世愛幽棲

009_0475_a_19L茶爐爲客開深竈藥圃諱人隔小溪

009_0475_a_20L晴散雨聲松老少冷磨秋色岳高低

009_0475_a_21L林禽亦有來警睡猶恐山僧夢紫泥

009_0475_a_22L其二

009_0475_a_23L
物外人來物外棲洗心時聽檻前溪

009_0475_a_24L閑將蠹簡投窓閱朗詠淸詩債客題

009_0475_b_01L芳草和煙春色暖  안개와 어울린 향기로운 풀에 봄빛이 따듯하고
殘花擎雨夜莖低  비를 머금은 시든 꽃 밤이면 가지를 숙이는데
隔林啼鳥千峯靜  숲 너머 새는 울어도 천 봉우리는 고요하기만
一枕松聲聽不齊  그저 솔바람 베고 누워 고르지 못한 곡조나 듣는다
작은 암자에서 자다(宿小庵)
古菴經雨暗苔紋  묵은 암자에 비가 지나고 얼룩덜룩한 이끼 무늬
蚤蝎攪眠盡夜捫  벼룩과 빈대에 잠이 깨 밤새도록 문지른다
巖杵冷舂高峯月  바위 절구는 높은 봉우리의 달을 차갑게 찧고
澗瓢深汲小溪雲  시내 표주박은 작은 개울의 구름을 깊이 긷는다
蛛絲塵壁看纓絡  더러운 벽의 거미줄은 볼 만한 영락54)
鳥印泥庭好篆文  진흙 뜰의 새 발자국은 훌륭한 전문55)
又有太平堪畵處  거기에 또 그림 그릴 만한 태평한 풍경 있으니
牧童橫笛過江濱  소 치는 아이가 피리 불며 강가를 지나간다
동복현 원님께 올립니다(上同福倅)
昔日龍門最少年  옛날 용문에서는 가장 젊은 소년이었는데
白頭相見却悽然  흰머리로 서로 만나니 문득 처연하구려
林泉有興身雖寄  임천에 흥취가 있어 몸은 비록 의탁했지만
郡郭多情夢自牽  읍성에 정이 많아 꿈에 절로 끌렸지요
久客南方無賴地  오랜 나그네는 남방에 의지할 곳조차 없는데
主人東閣作民天  주인은 동각56)에선 백성의 하늘 되셨구려
他時解綬繁華路  훗날 번화한 길에서 인끈을 풀 때에는
共入廬山結白蓮  함께 여산에 들어가 백련결사 맺읍시다57)
천일암(題千日菴)
溪貧無復聽寒流  계곡이 말라 시원한 물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어
自愛松濤韻不休  곡조가 그치지 않는 소나무 물결을 사랑하자니
老木森圍眞佛面  늙은 나무들이 참 부처의 면목을 빽빽이 에워싸고
暮藤奔走古墻頭  묵은 등 넝쿨이 오래된 담장 위를 달린다
林聲蕭瑟風來竹  숲 소리가 소슬한 건 바람이 대밭을 흔든 탓
僧影淸癯月入樓  승려 그림자가 맑고 여윈 건 달빛이 누각을 비춘 탓
小巘近簷空翠滴  조그만 봉우리가 처마에 가까워 파란 하늘 떨어지고
襲人嵐氣冷如秋  사람을 엄습하는 산기운 차갑기가 가을 같네
부록附錄
월담58)이 관촉사 관음대상을 찬탄하다(月潭讃灌燭觀音大像)
巍巍落落爍迦身  높이 우뚝 솟은 삭가59)의 몸이여
掌上花開刼外春  손바닥 위에 꽃이 피니 겁 밖의 봄이로다
鷄足金襴都不管  계족산의 금란가사60) 전혀 상관하지 않고
無聲三昧也嚬呻  소리 없는 삼매로 크게 포효하는구나
월담의 임종게(月潭臨終偈)
道死道生擔板漢  죽었다고 말하거나 살았다고 말하면 담판한61)
非生非死豈中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라는 말이 어찌 중도랴
說破兩般生死字  삶과 죽음 두 글자를 확실히 설명했나니
殺人劒與活人刀  사람을 죽이는 검이요 또 사람을 살리는 칼이로다
호암62)의 임종게【금강산에서 입멸하시다.】(虎巖臨終偈【示寂金剛山】)

009_0475_b_01L芳草和煙春色暖殘花擎雨夜莖低

009_0475_b_02L隔林啼鳥千峯靜一枕松聲聽不齊

009_0475_b_03L宿小庵

009_0475_b_04L
古菴經雨暗苔紋蚤蝎攪眠盡夜捫

009_0475_b_05L巖杵冷舂高峯月澗瓢深汲小溪雲

009_0475_b_06L蛛絲塵壁看纓絡鳥印泥庭好篆文

009_0475_b_07L又有太平堪畵處牧童橫笛過江濱

009_0475_b_08L上同福倅

009_0475_b_09L
昔日龍門最少年白頭相見却悽然

009_0475_b_10L林泉有興身雖寄郡郭多情夢自牽

009_0475_b_11L久客南方無賴地主人東閣作民天

009_0475_b_12L他時解綬繁華路共入盧山結白蓮

009_0475_b_13L題千日菴

009_0475_b_14L
溪貧無復聽寒流自愛松濤韻不休

009_0475_b_15L老木森圍眞佛面暮藤奔走古墻頭

009_0475_b_16L林聲蕭瑟風來竹僧影淸𢌄月入樓

009_0475_b_17L小巘近簷空翠滴襲人嵐氣冷如秋

009_0475_b_18L[附錄] [3]
1)月潭讃灌燭觀音大像 [6]

009_0475_b_19L
巍巍落落爍迦身掌上花開刼外春

009_0475_b_20L鷄足金襴都不管無聲三昧也嚬呻

009_0475_b_21L2)月潭臨終偈 [7]

009_0475_b_22L
道死道生擔板漢非生非死豈中途

009_0475_b_23L說破兩般生死字殺人劒與活人刀

009_0475_b_24L虎巖臨終偈示寂金剛山

009_0475_c_01L
講法多差失    법을 강설함에 실수가 많아
問西還答東    서쪽을 물으면 동쪽을 대답하다가
今朝大笑去    오늘 아침 크게 웃으며 떠나네
楓岳衆香中    풍악산 중향성63)에서
풍담64)의 임종게(楓潭臨終偈)
咄哉這靈物    괴상하구나 이 영물이여
臨終尤快活    죽음에 이르러 더욱 쾌활하네
死生無變異    죽건 살건 아무 변화 없으니
皎皎秋天月    밝고 밝은 가을 하늘 달이로다

009_0475_c_01L
講法多差失問西還答東

009_0475_c_02L今朝大笑去楓岳衆香中

009_0475_c_03L楓潭臨終偈

009_0475_c_04L
咄哉這靈物臨終尤快活

009_0475_c_05L死生無變異皎皎秋天月
  1. 6)촉공蜀公 천년의 훈계 : 촉공은 촉나라 망제望帝이다. 별령鼈靈에게 양위한 망제는 서산西山에 은거하며 복위를 꾀하다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죽었다. 그 혼백이 두견새가 되어 피를 토하면서 슬픔과 원통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두견새처럼 때늦은 후회로 비통해하지 말고 원대한 포부를 성취하라는 뜻이다.
  2. 7)승묵繩墨 : 먹줄, 곧 정해진 법도나 준칙을 의미한다.
  3. 8)남전南泉의 꿈속에서~거두지 못해 : 남전은 마조 도일馬祖道一의 제자 남전 보원南泉普願(748~834) 선사이고, 육공陸公은 남전에게 참학한 육긍 대부陸亘大夫를 지칭한다. 어느 날 육긍이 남전에게 “조肇 법사가 ‘천지는 나와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이고, 만물은 나와 더불어 하나’라고 말했는데,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라고 하였다. 그러자 남전 화상이 문득 뜰 앞에 핀 꽃을 가리키며 대부에게 말하였다. “지금 사람들이 이 한 떨기 꽃을 보는 것은 꿈결과 같습니다.” 『벽암록碧巖錄』 권4 제40칙(T48, 178a).
  4. 9)삼연三淵 : 김창흡金昌翕(1653~1722)의 호이다. 조선 후기의 학자로 좌의정 상헌尙憲의 증손자이며, 영의정 수항壽恒의 셋째 아들로서 김창집과 김창협의 동생이다. 형제들과 함께 성리학과 문장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으며, 승려들과의 교류도 빈번하였다.
  5. 10)내연산內延山 : 경북 포항시 송라면과 죽장면, 영덕군 남장면 경계에 있는 높이 710미터의 산. 종남산終南山이라 불리다가 신라 진성여왕眞聖女王이 이곳에서 견훤甄萱의 난을 피한 후 내연산이라 개칭하였다고 한다.
  6. 11)서강 만 리의~작은 표주박이여 : 불법을 통달했음을 인정하는 말이다. 당나라 때 거사 방온龐蘊과 관련된 고사가 있다. 방거사가 마조 도일馬祖道一 선사에게 찾아가,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는 누구입니까?” 하고 묻자, 마조가 “그대가 한 입에 서강西江의 물을 다 마시면 말해 주리라.”라고 하였다.
  7. 12)신연 나루(新淵渡) : 춘천에 있는 나루. 낭천浪川과 소양昭陽의 두 강물이 합류하는 곳.
  8. 13)정암靜菴 : 법명은 회숙會淑. 이 책의 마지막 장에 있는 「문정목록門庭目錄」에 이름이 보이나 전기는 자세하지 않다.
  9. 14)무딘 도끼(鈯斧) : 무딘 도끼를 준다는 것은 선종에서 심법을 전수하는 것을 표현하는 말 중 하나이다. 이와 관련된 고사가 있다. 청원 행사青原行思가 석두 희천石頭希遷을 시켜 남악 회양南嶽懷讓에게 편지를 전하게 하면서, “너는 편지를 전하고 곧장 돌아오라. 내가 가진 무딘 도끼를 너에게 주어 산에 살게 하리라.” 하였다. 이후 희천이 남악을 다녀와 경과를 보고하고 이렇게 말했다. “떠날 때 화상께서 무딘 도끼를 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지금 주십시오.” 그러자 청원 선사가 한쪽 발을 뻗었고, 희천은 절을 하고 남악으로 떠났다.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5(T51, 240a).
  10. 15)선화禪和 : 스승의 입장에서 선승禪僧을 지칭하는 말이다. 화和는 화상和尙이란 의미로, 선을 참구하는 화상이란 뜻이다.
  11. 16)벽하碧霞 : 법명은 대우大愚(1676~1763). 화악 문신華岳文信에게 경전과 교학을 배웠으며, 환성喚惺에게 선을 이어받았다. 경전을 정밀히 연구하였고, 아울러 제자백가諸子百家와 『사기史記』에도 능통하였다. 노년에 『선문염송禪門拈頌』을 좋아하여 만년까지 필기하기를 부지런히 하였다.
  12. 17)와운臥雲 : 법명은 신혜信慧. 이 책의 「문정목록」에 이름이 보이나 전기는 자세하지 않다.
  13. 18)금선金仙 : 부처님을 지칭하는 말 중의 하나.
  14. 19)설송雪松 : 법명은 연초演初(1676~1750). 13세에 운문사에서 출가하여 석제釋霽를 스승으로 섬겼고, 후에 지안志安에게 참학하여 그 법을 이었다. 내전內典을 널리 연구하며 강설하자 학도가 많이 따랐으나 만년에는 학인들을 사절하고 참선에 정진하였다. 영조 26년에 나이 75세, 법랍 62년으로 입적하였다.
  15. 20)좁쌀 빚~줄도 모르네 : 막대한 시주의 은혜를 망각한 채 수행을 게을리 하는 출가자를 꾸짖는 말이다. 『선가귀감禪家龜鑑』에서 말하였다. “『지도론智度論』에서 이르기를, ‘한 수행자가 다섯 알 좁쌀 때문에 소의 몸을 받아 살아서는 뼈가 휘도록 일해 주고, 죽어서는 가죽과 살로 빚을 갚았다’라고 하였으니, 받은 시주를 헛되이 한 과보는 메아리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차라리 뜨거운 철판을 몸에 두를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옷을 입지 말 것이며, 쇳물을 들이킬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음식을 먹지 말며, 차라리 끓는 가마솥에 뛰어들지언정 신심 있는 이가 주는 집에 거처하지 말라’ 하셨다.”
  16. 21)소요 선사逍遙先師 : 소요는 태능太能(1562∼1649)의 법호이고, 선사는 돌아가신 스승에 대한 호칭이다. 13세에 출가하여 부휴浮休에게서 경률經律을 익혔고, 묘향산으로 휴정休靜을 찾아가 의발을 전수받았다. 지리산 신흥사神興寺와 연곡사燕谷寺를 중건하였으며, 1649년 11월 21일 법문과 임종게를 설하고, 나이 87세, 법랍 75년으로 입적하였다.
  17. 22)원래의 시 : 소요당이 영준 스님에게 답하는 시(≺賽英俊師≻) 네 수 가운데 한 수다. 『소요당집逍遙堂集』에 수록되어 있다.
  18. 23)서래화西來話 : 선문의 대표적 문답 중 하나가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에 관한 것이다. 이에 대한 여러 선지식들의 대답이 화두가 되었으므로 이를 ‘서래화’라 한다.
  19. 24)절에 들어가 춥거든 부처를 태우고 : 관련된 고사가 있다. 단하 천연丹霞天然이 혜림사慧林寺에 묵는데 날씨가 매우 추웠다. 원주가 땔감을 아껴 객을 소홀히 하자 단하는 불전에 있는 목불을 가져다 불을 지폈다. 원주가 화가 나서, “불제자가 왜 부처님을 태우는 짓을 하냐?”라고 추궁하자, 단하가 주장자로 재를 헤치면서 사리를 얻으려고 그랬다 하였다. 원주가 “목불에 무슨 사리가 있겠냐?”라고 하자, 단하가 “사리가 없다면 양쪽 불상까지 마저 때리라.”라고 말하였다.
  20. 25)『법화경(竗連)』 : 원문 ‘竗連’은 ‘묘법연화경妙法蓮華經’의 줄임말이다.
  21. 26)구극馰隙 : 망아지가 벽의 틈을 지나간다는 뜻으로 세월의 신속함과 인생의 무상함을 비유하는 말이다.
  22. 27)차운한 시 : 제자 해원海源이 차운한 시이다. 이 시는 ≺판의 운을 따라(次板上韻)≻라는 제목으로 『천경집天鏡集』 상권에도 수록되어 있다.
  23. 28)금문金門 : 금마문金馬門의 줄임말. 벼슬길을 뜻한다. 한나라 미앙궁未央宮에 있던 문으로 문학지사文學之士가 출사出仕하는 곳이다.
  24. 29)약야계若耶溪 : 경북 청도 운문사 서쪽을 흐르는 계곡. 신라 말~고려 초 승려인 보양寶壤 국사가 중창한 오갑사五岬寺에 고려 태조 20년(937)에 왕건이 운문선사라는 편액을 내렸다. 약야계라는 이름은 중국 운문산에 흐르는 계곡인 약야계에서 차용한 것이다.
  25. 30)월성月城 : 경주를 가리킨다.
  26. 31)등지藤紙 : 오래 묵은 등나무로 만든 종이.
  27. 32)「항적전項籍傳」 : 항적은 항우項羽의 이름. 우羽는 자字이다. 『한서漢書』 권31에 수록되어 있다.
  28. 33)시서도 배우지~배우지 않고 : 항적項籍이 젊었을 때 글을 배웠으나 성공하지 못해 그만두고 검술을 배웠다. 하지만 그것도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의 계부季父 항량項梁이 화를 내자, 항적이 이렇게 말하였다. “글은 성명을 기록하면 충분하고, 검술은 한 사람밖에 대적할 수 없으므로 배울 것이 못 됩니다.” 이에 항량이 항적에게 병법兵法을 가르치자, 항적이 매우 좋아하였다고 한다. 『사기』 권7 「항우본기項羽本紀」.
  29. 34)오추마烏騅馬 : 항우가 탔던 명마이다.
  30. 35)홍문에서 패옥을~모신謀臣은 울었나니 : 모신은 항우의 책사로서 아부亞父로 불리며 존경받은 범증范增을 지칭한다. 유방이 관중關中을 점령한 뒤 제후의 진입을 막기 위해 군사를 보내어 함곡관函谷關을 봉쇄하자, 항우는 관문을 격파하고 진군하여 홍문에 주둔하고는 유방을 공격하기로 하였다. 항우의 삼촌 항백項伯의 주선으로 유방이 홍문으로 와서 관문을 막은 것에 대해 변명하고 사과하였는데, 이때 범증이 유방을 죽이라는 암시로 항우에게 눈짓을 하며 차고 있던 옥결玉玦을 세 번이나 들어 보였다. 하지만 항우는 못 본 체하였다. 이에 범증이 항장項莊을 시켜 검무劍舞를 추다가 유방을 찔러 죽이게 하였지만, 이 역시 항백과 번쾌의 방해로 실패한다. 유방은 결국 홍문을 탈출하였고, 장량이 유방을 대신해 항우와 범증에게 패물을 올렸다. 범증은 받은 옥 그릇(玉斗)을 땅에 내려놓고 칼로 박살내면서 “풋내기와는 일을 도모하기가 힘들구나.” 하며 분개하였다. 『사기』 권7 「항우본기項羽本紀」.
  31. 36)누런 국화 잔에 띄울 일 : 음력 9월 9일, 즉 중양절重陽節이 되면 국화를 술에 띄워 마시는 풍습이 있었다.
  32. 37)임천林泉 : 수목이 울창하고 샘물이 흐르는 산중, 즉 세상을 버리고 은둔하기에 알맞은 장소를 일컫는다.
  33. 38)자규子規 : 두견새의 별칭. 옛날에 촉제蜀帝 두우杜宇가 원통하게 죽어서 이 새로 변했다는 전설이 있다. 특히 봄철에 밤낮으로 구슬피 운다.
  34. 39)종자기鍾子期 : 지기知己의 벗을 뜻한다. 종자기와 백아伯牙는 춘추春秋 때 사람인데, 백아가 거문고를 타면 오직 종자기만 그 곡조의 의미를 알아들었다고 한다. 뒤에 종자기가 죽자, 백아는 “이제 세상에는 내 곡조를 알아줄 사람(知音)이 없다.”라며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고 한다.
  35. 40)동복현同福縣 : 전남 화순의 옛 지명. 백제의 두부지현으로, 757년(경덕왕 16)에 동복현으로 개칭되어 곡성군에 속하게 되었다. 1405년(태종 5)에 화순에 병합되어 1407년 복순현으로 개칭되었다가, 1416년(태종 7)에 동복현으로 복구되었다. 1895년에 지방제도 개정으로 나주부 동복군, 1896년에 전라남도 동복군이 되었다가 1914년 군면 폐합 때 화순군에 병합되고 동복군은 폐지되었다.
  36. 41)곤鯤 : 『장자』에 등장하는 물고기. 크기가 어마어마하며, 붕새로 변화한다고 한다.
  37. 42)자음전慈蔭殿 : 자비로움의 그늘을 드리운 전각이란 뜻으로 법당을 말한다.
  38. 43)판치板峙 : 널티 고개. 충남 공주시 계룡면 기산리와 월암리를 잇는 재.
  39. 44)벽운碧雲 : 시승詩僧 혹은 시승의 작품을 뜻하는 말이다. 남조 송宋의 시승인 혜휴惠休의 시 중 ‘일모벽운합日暮碧雲合’이라는 명구名句에서 비롯되었다.
  40. 45)녹옥綠玉 : 육각주상의 옥돌. 여기에서는 죽이 거칠고 딱딱한 것을 비유하였다.
  41. 46)향엄香嚴이 네 소리를 듣고 깨쳤다는데 : 향엄은 당나라 향엄 지한香嚴智閑(?~898) 선사를 말한다. 어머니 뱃속에서 나오기 이전 본분사本分事에 대해 묻는 위산 스님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지한은 평생의 공부가 헛되었음을 느끼고 혜충 국사慧忠國師의 유적지에 은거하였다. 그곳에서 하루는 풀을 베다가 기왓장 조각을 주워 던졌는데, 그 조각이 대나무에 부딪쳐 난 소리를 듣고 크게 깨쳤다고 한다.
  42. 47)장령掌令 : 조선 시대 사헌부의 정사품 관직.
  43. 48)수구獸口 : 동물 모양의 향로에서 연기가 나오는 입구.
  44. 49)영원領原 : 강원도 원주의 지명으로 추정된다.
  45. 50)6수銖 : 수銖는 무게의 단위. 1냥兩의 24분의 1에 해당한다. 미미한 무게를 뜻한다.
  46. 51)금문金文 : 불경을 말한다.
  47. 52)자니紫泥의 꿈 : 자니는 무도武都에서 생산된 자주색 진흙인데, 조서詔書를 봉하는 인주印朱로 사용했다. 전하여 공명功名을 추구함을 말한다.
  48. 53)객에게 보낼 청아한 시 : 시채詩債라는 말이 있다. 번역하면 시의 빚이다. 다른 사람의 부탁에 따라 시를 지을 때 아직 답시를 짓거나 보내지 않은 것이 빚과 같음에서 유래하였다.
  49. 54)영락瓔珞 : 주옥을 뚫어 만든 구슬 꾸러미. 아름답게 치장하는 데 쓰인다.
  50. 55)전문篆文 : 전서체篆書體 글, 무늬.
  51. 56)동각東閣 : 현사賢士를 초빙하는 건물. 한 무제漢武帝 때 공손홍公孫弘이 승상이 되고 나서 객관客館을 짓고는 객관 동쪽의 작은 문(東閤)을 열어 놓고 현사들을 맞이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52. 57)함께 여산에 들어가 백련결사 맺읍시다 : 세속의 정을 잊고 함께 불법을 공부하자는 말이다. 동진東晋의 혜원慧遠(335~417) 스님이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은거하자 그 덕을 사모한 명사들이 모여들었고, 혜원 스님은 그들과 백련사白蓮社를 결성해 염불행을 닦았다고 전한다.
  53. 58)월담月潭 : 설제雪霽(1632~1704)의 법호. 속성은 김씨, 창화 출신이다. 13세에 출가하여 설악산 숭읍崇揖에게 귀의하고 16세에 비구계를 받았으며, 일여一如와 함께 발심해 보개산 설청說淸에게서 학업을 닦았다. 영평 백운사에서 풍담楓潭을 만나 선禪과 교敎의 종지를 밝혔다. 『화엄경』과 『염송』에 해박하였다. 금강산 정양사에서 지내다 금화산金華山 징광사澄光寺에서 73세로 입적하였다.
  54. 59)삭가爍迦 : 삭가라爍迦羅·작가라斫迦羅·삭갈라爍羯羅라고도 하며, 금강金剛으로 의역하기도 한다. 『능엄경장수소楞嚴經長水疏』에서 “삭가라란 견고하여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즉 금강처럼 파괴되지 않는 견고한 몸을 말한다.
  55. 60)계족산의 금란가사(鷄足金襴) : 세존께서 가섭에게 부촉하신 금란가사를 가섭이 수지하고 미륵의 출현을 기다리며 계족산에서 선정에 들었다고 전한다.
  56. 61)담판한擔板漢 : 널빤지를 짊어진 사람처럼 한쪽만 보고 다른 쪽은 보지 못하는 편벽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57. 62)호암虎巖 : 체정體淨(1687~1748)의 법호. 속성은 김씨, 전라도 고창 흥양 사람. 1701년(숙종 27) 15세에 출가하여 환성 지안의 법을 이어받았다. 주로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에 주석했는데, 그를 따르는 스님이 늘 수백 명에 달했다고 한다. 두륜산의 대둔사(대흥사)에서 『화엄경』 강회를 크게 열기도 하였다. 나이 62세, 법랍 47년으로 입적하였다. 문인으로 연담 유일蓮潭有一 등이 있다. 이 책의 「문정목록」에 이름이 있다.
  58. 63)중향성衆香城 : 구묘향성具妙香城이라고도 한다. 『마하반야바라밀경摩訶般若波羅蜜經』 권27 「상제품常啼品」(T8, 416a)에서 법용보살法涌菩薩, 즉 담무갈보살曇無竭菩薩이 중향성에 상주하며 마하반야바라밀을 항상 설하고 계신다고 하였다. 그 중향성이 바로 금강산이라는 믿음이 우리나라에 있었다.
  59. 64)풍담楓潭 : 조선 후기 스님으로 법명은 의심義諶(1592~1665), 속성은 유씨柳氏, 통진 출신이다. 16세에 성순性淳에게 출가해 원철圓徹에게 참학하고, 뒤에 편양鞭羊에게 입실入室하여 청허淸虛의 법을 이었다. 남쪽을 순례하며 기암奇岩·소요逍遙를 참례하였으며, 금강산과 보개산에서 『화엄경華嚴經』 등 백 수십 권을 열람하고 잘못된 곳을 정정하여 음석音釋을 저술하였다. 금강산 정양사에서 나이 74세, 법랍 58년으로 입적하였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2)「詩」一字。編者補入。
  3. 1)此小題名。底本在於詩之末。編者移置於此。又「次」上底本有「右」編者除之。
  4. 2)此是題名底本在於詩之末。編者移置於此。以下(至四七三頁下段八行)七言絕句之小題名。底本在於詩之末。編者移置於文頭。
  5. 1)「田」或可讀「由」{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