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월파집(月波集) / 月波集

ABC_BJ_H0205_T_003

009_0661_a_02L
월파집月波集
월파 태율月波兌律
총목차總目次
오언절구五言絶句
한가로이 지내며 즉흥으로 짓다(閑居即事)
봄꿈에서 깨어나(春眠覺)
삼가 월저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月渚堂韻)
부록 원운(附元韻)
삼가 상월의 시에 차운하다(敬次霜月韻)
영악의 노숙에게 증정하다(呈靈岳老宿)
비 갠 뒤의 산 경치(雨後山景)
완성의 시에 차운하다【2수】(次玩星韻【二】)
송경의 시에 차운하다(次誦經韻)
낙화의 시에 차운하다(次落花韻)
촉목교의 시에 차운하다(次㯮木橋韻)
무릉의 경치(武陵景)
용담의 시에 차운하다(次龍潭韻)
산 경치(山景)
월궁의 항아(月宮姮娥)
뜰 앞의 작약(庭前藥芍)
월송헌에 부치다(寄月松軒)
궤총 상인에게 주다(贈軌摠上人)
계익 사미에게 주다(贈戒益沙彌)
김 상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金上舍韵)
용문사龍門寺
김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金學士韵)
설연의 시에 차운하다(次設宴韵)
춘설의 시에 차운하다(次春雪韵)
또 별시別詩에 차운하다(又次別韵)
유객의 시에 차운하다(次遊客韵)
산 경치를 즉흥으로 읊다【2수】(即吟山景【二】)
산중의 바람과 해(山中風日)
이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學士韵)
의상암의 시에 차운하다(次義相庵韵)
이별시(別詩)
눈 속의 푸른 솔(雪裡靑松)
가을의 눈(秋雪)
옥玉
금金
달月
대竹
매화梅
칠언절구七言絶句
삼가 청허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淸虛堂韵)
부록 원운(附元韵)
삼가 청월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淸月堂韵)
산 경치(山景)
본부 원님의 행차에 삼가 증정하다(謹呈本府倅行軒下)
다시 수국사에 도착하여 즉흥으로 읊다(重到守國寺即吟)
두견이(杜鵑)
환술을 부리는 사람(幻術人)
삼가 월저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月渚堂韵)
전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田生員韵)
종사의 활계(宗師活計)
다시 김 수재를 만나 즉흥으로 읊다(再逢金秀才卽吟)
가을 경치(秋景)
한 진사가 부르는 운자에 맞춰 짓다(和韓進士呼韵)
옥체가 편안치 못함을 탄식하며(歎玉體不安)
삼가 이 학사에게 증정하다(謹呈李學士)
산중山中
경활 사미에게 주다(贈敬活沙彌)
도솔암兜率庵
산중즉사山中即事
송림 내원의 시에 차운하다(次松林內院韵)
주인공을 책려하다(策主人公)

009_0661_a_02L月波集

009_0661_a_03L

009_0661_a_04L1)總目次 [2]

009_0661_a_05L
五言絕句三十七篇

009_0661_a_06L
閑居即事春眠覺敬次月渚堂韻
009_0661_a_07L敬次霜月韻呈靈岳老宿雨後山
009_0661_a_08L次玩星韻
次誦經韻次落
009_0661_a_09L花韻次㯮木橋韻武陵景次龍
009_0661_a_10L潭韻山景月宮姮娥庭前藥芍
009_0661_a_11L寄月松軒贈軌捴上人贈戒益沙
009_0661_a_12L次金上舍韵龍門寺次金學
009_0661_a_13L士韵次設宴韵次春雪韵又次
009_0661_a_14L別韵次遊客韵即吟山景

009_0661_a_15L中風日次李學士韵次義相庵韵
009_0661_a_16L別詩雪裡靑松秋雪

009_0661_a_17L
七言絕句三十七篇

009_0661_a_18L
敬次淸虛堂韵敬次淸月堂韵
009_0661_a_19L謹呈本府倅行軒下重到守國
009_0661_a_20L寺即吟杜䳌幻術人敬次月
009_0661_a_21L渚堂韻次田生員韵宗師活計
009_0661_a_22L再逢金秀才即吟秋景和韓進士
009_0661_a_23L呼韵歎玉體不安謹呈李學士
009_0661_a_24L山中贈敬活沙彌兠率庵
009_0661_a_25L中即事次松林內院韵策主人公

009_0661_b_01L본분本分
자회自懷
은부隱夫
삼가 천진의 시에 차운하다(謹次天眞韵)
삼가 은와隱窩, 천진天眞, 보봉寶峰 세 분 선생께 증정하다(謹呈隱天寶三高案)
기성의 경치(箕城景)
삼재가 처음 나뉘다(三才肇判)
불(火)
향산의 보현사(香山普賢寺)
소상팔경의 시에 차운하다(次瀟湘八景韻)
평사낙안平沙落鴈
원포귀범遠浦歸帆
산시청람山市晴嵐
동정추월洞庭秋月
죽사야우竹祠夜雨
산사모종山寺暮鍾
강천모설江天暮雪
어촌낙조漁村落照
향산팔경香山八景
보현범찰普賢梵刹
안심층탑安心層塔
상원용연上院龍淵
단군유적檀君遺跡
향봉추월香峰秋月
만폭층류萬瀑層流
향산운사香山雲舍
무릉선폭武陵仙瀑
등린 상인에게 주다(贈等獜上人)
규 대사에게 주다(贈圭大師)
궤영 대사에게 주다(贈軌永大師)
송암의 선안에 부치다(寄松岩禪案)
천암 대사에게 부치다(寄天岩大師)
오언율시五言律詩
삼가 화은 선생의 시에 차운하다(敬次花隱先生韻)
부록 원운(附元韻)
세상 밖의 도인(物外道人)
삼가 권 도사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權都使韻)
상원의 시에 차운하다(次上院韻)
선비들이 모여서 읊다(儒士會吟)
중국 사신이 읊은 연광정의 시에 차운하다(次唐天使鍊光亭韻)
능허 스님에게 부치다(寄凌虛師)
산영루의 시에 차운하다(次山影樓韻)
침운 스님에게 부치다(寄枕雲師)
백마강 회고시에 차운하다(次白馬江懷古韻)
육승정 시에 차운하다(次六勝亭韻)
향봉의 시에 차운하다(次香峯韻)
병풍 경치의 시에 차운하다(次屏風景韵)
금강산의 시에 차운하다(次金剛山韻)
한 모임에 같이 거하다(一會同居)
지리산 시에 차운하다(次智異山韻)
산중의 경치(山中景)
상원의 경치(上院景)
풍악의 경치(楓岳景)
지리산의 경치(智異山景)
구월산의 경치(九月山景)
백상루의 시에 차운하다(次百祥樓韵)
원혜 스님에게 주다(贈圓慧師)
천양의 선안에 부치다(寄天陽禪案)
현오에게 주다(贈賢悟)
해월의 강헌에 부치다(寄海月講軒)
휴암의 경안에 부치다(寄鵂巖經案)
영암의 경안에 부치다(寄寧岩經案)
법해 스님과 헤어지며(別法海師)
각혜 스님과 헤어지며(別覺慧師)
몽견 스님과 헤어지며(別夢見師)
최한 사미와 헤어지며(別最閑沙彌)
계철 스님에게 주다(贈桂喆師)
영오 스님과 헤어지며(別靈悟師)
통군정의 시에 차운하다(次統軍亭韻)
뜰의 소나무(庭松)
진여산의 실제암(眞如山實際庵)
국화菊花
목동牧童
칠언율시七言律詩
높은 궤안几案 아래에 삼가 바치다【병서】(謹呈隱窩天眞寶峰三大先生高案下【幷序】)
삼가 은와의 시에 차운하다(謹次隱窩韻)
삼가 천진의 시에 차운하다(謹次天眞韻)
삼가 보봉의 시에 차운하다(謹次寶峰韻)
삼가 환암 법사의 도안에 바치다(謹呈幻庵法師道案)
남파당의 시에 차운하다(次南坡堂韻)
삼성암의 시에 차운하다(次三聖庵韻)
부벽루의 시에 차운하다(次浮碧樓韻)
강선루의 시에 차운하다(次降仙樓韻)
극락전의 시에 차운하다(次極樂殿韻)
진불암의 시에 차운하다(次眞佛庵韵)
은선암의 시에 차운하다(次隱仙庵韵)

009_0661_b_01L本分自懷隱夫謹次天眞韵
009_0661_b_02L謹呈隱天寶三高案箕城景三才
009_0661_b_03L肇判香山普賢寺次瀟湘
009_0661_b_04L八景韻
香山八景
贈等獜上
009_0661_b_05L贈圭大師贈軌永大師寄松
009_0661_b_06L岩禪案寄天岩大師

009_0661_b_07L
五言律詩三十九篇

009_0661_b_08L
敬次花隱先生韻物外道人敬次
009_0661_b_09L權都使韻次上院韻儒士會吟
009_0661_b_10L次唐天使鍊光亭韻寄凌虛師
009_0661_b_11L山影樓韻寄枕雲師次白馬江懷
009_0661_b_12L古韻次六勝亭韻次香峯韻
009_0661_b_13L屛風景韻次金剛山韻一會同居
009_0661_b_14L次智異山韻山中景上院景
009_0661_b_15L岳景智異山景九月山景
009_0661_b_16L百祥樓韵贈圓慧師寄天陽禪案
009_0661_b_17L贈賢悟寄海月講軒寄鵂巖經案
009_0661_b_18L寄寧岩經案別法海師別覺慧師
009_0661_b_19L別夢見師別最閑沙彌贈桂喆師
009_0661_b_20L別靈悟師次統軍亭韻庭松
009_0661_b_21L如山實際庵菊花牧童

009_0661_b_22L
七言律詩五十一篇

009_0661_b_23L
謹呈…高案下謹次隱窩韻謹次
009_0661_b_24L天眞韻謹次寶峰韻謹呈幻庵法
009_0661_b_25L師道案次南坡堂韻次三聖庵韻
009_0661_b_26L次浮碧樓韻次降仙樓韻次極樂
009_0661_b_27L殿韵次眞佛庵韵次隱仙庵韵

009_0661_c_01L금강산의 시에 차운하다(次金剛山韻)
영월 스님에게 주다(贈影月師)
오산 김 학사와 헤어지며(別五山金學士)
양열 스님의 장시에 차운하다(次良悅師長韻)
김 학사가 부르는 운에 화하다(和金學士呼韵)
용암의 선안에 올리다(呈龍岩禪案)
오봉사의 시에 차운하다(次五峰寺韻)
보혈사 관해루의 시에 차운하다(次寶穴寺觀海樓韻)
삼가 강 참봉의 도안에 올리다(謹呈康叅奉道案)
향악의 선안에 부치다(寄香岳禪案)
연월의 선안에 부치다(寄淵月禪案)
삼가 순상 대감의 유헌 아래에 올리다(謹呈巡相大監遊軒下)
벽파당과 헤어지며(別碧波堂)
청암당과 헤어지며(別淸巖堂)
누암당과 헤어지며(別陋庵堂)
관 대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寬大師韵)
견불암의 시에 차운하다(次見佛庵韻)
벽해 시축의 시에 차운하다(次碧海軸韵)
완성의 강안에 부치다(寄玩星講案)
두일 동지의 죽음을 애도하며(挽斗日同知)
견불암의 경치(見佛庵景)
계익 사미에게 주다(贈戒益沙彌)
추광 대사에게 부치다(寄秋光大師)
남월 장실에게 부치다(寄覽月丈室)
화엄대회(華嚴大會)
인봉당에게 부치다(寄仁峰堂)
산중의 그윽한 회포(山中幽懷)
석암의 시에 차운하다(次石庵韵)
내원암의 시에 차운하다(次內院庵韵)
백상루의 시에 차운하다(次百祥樓韻)
무용당의 지리산 시에 차운하다(次無用堂智異山韻)
비 온 뒤의 가을 경치(雨後秋景)
인 장실에 부치다(寄仁丈室)
선천 청암당에게 부치다(寄宣川淸岩堂)
삼가 본부의 구 사또 합하에게 올리다(謹呈本府具使道閤下)
이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學士韻)
유원 첨사의 정안에 올리다(呈柔院僉使政案)
함양당을 송별하며 차운하다(次送別涵陽堂)
완월의 선안에 부치다(寄翫月禪案)
문文
향산지香山誌
월파의 평생 행적(月波平生行跡)
발跋
오언절구五言絶句
한가로이 지내며 즉흥으로 짓다(閑居即事)
閑坐無他事    한가히 앉아 달리 할 일은 없고
叅詳格外禪    그저 격외의 선만 참구할 따름
萬緣俱寂寞    만 가지 인연 모두 적막해지니
一夢到西天    한 꿈속에서 서천에 도달한다네
봄꿈에서 깨어나(春眠覺)

009_0661_c_01L次金剛山韻贈影月師別五山金
009_0661_c_02L學士次良悅師長韻和金學士呼
009_0661_c_03L呈龍岩禪案次五峯寺韻
009_0661_c_04L寶穴寺觀海樓韻謹呈康叅奉道案
009_0661_c_05L寄香岳禪案寄淵月禪案謹呈巡
009_0661_c_06L相大監遊軒下別碧波堂別淸巖
009_0661_c_07L別陋庵堂次寬大師韵次見
009_0661_c_08L佛庵韻次碧海軸韵寄玩星講案
009_0661_c_09L挽斗日同知見佛庵景贈戒益沙
009_0661_c_10L寄秋光大師寄覽月丈室
009_0661_c_11L嚴大會寄仁峰堂山中幽懷
009_0661_c_12L石庵韵次內院庵韵次百祥樓韻
009_0661_c_13L次無用堂智異山韻雨後秋景
009_0661_c_14L仁丈室寄宣川淸岩堂謹呈本府
009_0661_c_15L具使道閤下次李學士韻呈柔院
009_0661_c_16L僉使政案次送別涵陽堂寄翫月
009_0661_c_17L禪案

009_0661_c_18L
一篇

009_0661_c_19L
香山誌

009_0661_c_20L
月波平生行跡

009_0661_c_21L

009_0661_c_22L五言絕句

009_0661_c_23L閑居即事

009_0661_c_24L
閑坐無他事叅詳格外禪

009_0661_c_25L萬緣俱寂寞一夢到西天

009_0661_c_26L春眠覺

009_0661_c_27L目次編者作成補入

009_0662_a_01L
幻夢風塵界    허깨비와 꿈같은 풍진 세상에서
誰能大覺人    누가 능히 크게 깨달은 사람일까
五更春睡罷    오경에 봄꿈에서 깨고 보니
物物摠天眞    만물이 모두 다 천진이로세
삼가 월저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月渚堂韻)
日月爲雙燭    해와 달은 두 개의 촛불이 되고
乾坤作一廳    하늘과 땅은 하나의 대청이로세
渴飮淸溪水    목마르면 맑은 냇물을 떠 마시며
探看海藏經    해장의 경전1)을 탐구한다오
부록 원운(附元韻)
古今幾晝夜    옛날과 지금은 며칠간의 밤낮이요
天地一虛廳    하늘과 땅은 하나의 빈 대청이라
日月燈明下    해와 달의 등불이 비치는 아래에서
流觀普眼經    보안의 경전2)을 흘려 보노라
삼가 상월의 시에 차운하다(敬次霜月韻)
月到松窓外    달은 솔 창 밖에 찾아오고
風來石室邊    바람은 석실 가에 불어오네
夜深人寂寞    밤 깊어 인적도 적막한 이때
無事臥林泉    하릴없이 임천에 누워 있노라
영악의 노숙에게 증정하다(呈靈岳老宿)
早嫌塵世事    일찌감치 티끌세상 일이 싫어서
象外久潜蹤    세상 밖에 오래도록 자취 숨겼네
夢罷三更月    꿈에서 깨어나니 삼경의 달빛
心惺半夜鍾    한밤중 종소리에 마음이 깨네
비 갠 뒤의 산 경치(雨後山景)
雨霽龍門夕    비 갠 뒤의 용문의 저녁이요
風淸䲵樹秋    바람 맑은 작수의 가을이라
徘徊仍獨立    배회하며 홀로 서 있노라니
幽興自難收    그윽한 흥을 다잡기 어려워라
완성의 시에 차운하다【2수】(次玩星韻【二】)
[1]
坐禪叅活句    좌선하며 활구를 참구하다가
乘興聽松琴    흥이 나면 솔바람 소리 들을 뿐
不下紅塵界    홍진 세상에 내려가지 않으니
分明大道心    대도의 마음이 분명하도다

[2]
獨立靑山頂    푸른 산 정상에 홀로 서서
祝君萬歲春    임금님 만세의 봄을 축원하노라
雖云方外客    비록 방외의 객이라 하더라도
何愧近陪臣    측근의 시종신에게 어찌 부끄러우랴
송경의 시에 차운하다(次誦經韻)
四十九年說    사십구 년의 부처님 설법
隨機淺與深    근기에 따라 얕고 깊나니

009_0662_a_01L
幻夢風塵界誰能大覺人

009_0662_a_02L五更春睡罷物物摠天眞

009_0662_a_03L敬次月渚堂韻

009_0662_a_04L
日月爲雙燭乾坤作一廳

009_0662_a_05L渴飮淸溪水探看海藏經

009_0662_a_06L附元韻

009_0662_a_07L
古今幾畫夜天地一虛廳

009_0662_a_08L日月燈明下流觀普眼經

009_0662_a_09L敬次霜月韻

009_0662_a_10L
月到松窓外風來石室邊

009_0662_a_11L夜深人寂寞無事臥林泉

009_0662_a_12L呈靈岳老宿

009_0662_a_13L
早嫌塵世事象外久潜蹤

009_0662_a_14L夢罷三更月心惺半夜鍾

009_0662_a_15L雨後山景

009_0662_a_16L
雨霽龍門夕風淸䲵樹秋

009_0662_a_17L徘徊仍獨立幽興自難收

009_0662_a_18L次玩星韻

009_0662_a_19L
坐禪叅活句乘興聽松琴

009_0662_a_20L不下紅塵界分明大道心(一)

009_0662_a_21L獨立靑山頂祝君萬歲春

009_0662_a_22L雖云方外客何愧近陪臣(二)

009_0662_a_23L次誦經韻

009_0662_a_24L
四十九年說隨機淺與深

009_0662_b_01L能知言外旨    말씀 밖의 뜻을 제대로 알면
冥合本眞心    본래의 진심에 계합契合하리라
낙화의 시에 차운하다(次落花韻)
雨經增地氣    비 온 뒤에 지기는 불어나고
花落減天機    꽃이 짐에 천기는 줄어드네
十日紅春色    열흘 붉었던 봄날의 빛이
因風打竹扉    바람에 날려 사립을 때리네
촉목교의 시에 차운하다(次㯮木橋韻)
㯮木橋邊過    외나무다리를 지나갈 때
臨危步自輕    위험해도 발걸음이 가벼웠는데
幸蒙神佛力    다행히 신불의 힘을 입어서
渡了意重驚    건너고는 속으로 새삼 놀랐네
무릉의 경치(武陵景)
夜靜山無動    밤이 고요하니 산은 꼼짝하지 않고
人閑發道情    사람이 한가하니 도의 마음 우러나네
箇中眞勝趣    이 속에 진정 멋진 흥취 있나니
玉瀑散珠聲    옥구슬 부서지는 저 폭포 소리
용담의 시에 차운하다(次龍潭韻)
雲深寥寂處    구름 깊은 적요한 이곳에
白衲入觀時    백의의 납자가 들어와서는
閑坐無喧動    한가히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고
叅看栢樹枝    잣나무 가지 보며 화두를 참구하네
산 경치(山景)
明月東西澗    밝은 달은 동쪽 서쪽 시내에
白雲左右山    흰 구름은 왼쪽 오른쪽 산에
一區無限趣    한 구역의 무한한 이 흥취여
天與此僧閑    하늘이 이 중에게 한가함 주셨네
월궁의 항아(月宮姮娥)
月殿姮娥女    달나라 궁전 항아 선녀가
人間不下之    인간 세상에 내려오지 않고
守持淸節槪    맑은 절개를 굳게 지키면서
獨宿桂花枝    계수나무 꽃가지에 홀로 잠드네
뜰 앞의 작약(庭前藥芍)
花枝紅一點    꽃가지에 붉은 점 하나
春色不須多    봄빛이 꼭 많을 필요 없지
莫道無人愛    아끼는 사람 없다 말하지 말라
去來摠手摩    오고 가며 모두들 쓰다듬으니
월송헌에 부치다(寄月松軒)
入㝎探玄趣    정에 들어 현묘한 의취를 탐구하고
看經解所詮    경을 보며 설해진 내용을 이해하고

009_0662_b_01L能知言外旨冥合本眞心

009_0662_b_02L次落花韻

009_0662_b_03L
雨經增地氣花落減天機

009_0662_b_04L十日紅春色因風打竹扉

009_0662_b_05L次㯮木橋韻

009_0662_b_06L
㯮木橋邊過臨危步自輕

009_0662_b_07L幸蒙神佛力渡了意重驚

009_0662_b_08L武陵景

009_0662_b_09L
夜靜山無動人閑發道情

009_0662_b_10L箇中眞勝趣玉瀑散珠聲

009_0662_b_11L次龍潭韻

009_0662_b_12L
雲深寥寂處白衲入觀時

009_0662_b_13L閑坐無喧動叅看栢樹枝

009_0662_b_14L山景

009_0662_b_15L
明月東西澗白雲左右山

009_0662_b_16L一區無限趣天與此僧閑

009_0662_b_17L月宮姮娥

009_0662_b_18L
月殿姮娥女人間不下之

009_0662_b_19L守持淸節槪獨宿桂花枝

009_0662_b_20L庭前藥芍

009_0662_b_21L
花枝紅一點春色不須多

009_0662_b_22L莫道無人愛去來摠手摩

009_0662_b_23L寄月松軒

009_0662_b_24L
入㝎探玄趣看經解所詮

009_0662_c_01L淸風明月夜    바람 맑고 달 밝은 밤에는
閑坐梵宮前    범궁 앞에 한가히 앉아 있고
궤총 상인에게 주다(贈軌摠上人)
性天心月白    성품의 하늘에 마음 달이 환하고
覺海道風凉    깨달음의 바다에 도의 바람 시원하니
閑坐靑山頂    푸른 산 꼭대기에 한가로이 앉아
禪觀獨自香    좌선하며 바라보니 홀로 향기로워
계익 사미에게 주다(贈戒益沙彌)
少年才已老    소년으로 재주가 이미 노성해서
傳播四隣中    사방 인근에 소문이 자자해라
莫恨爲僧道    승도가 된 것을 한탄하지 말라
猶勝世英雄    세상의 영웅보다 그래도 나으리니
김 상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金上舍韵)
獨坐靑山頂    청산 꼭대기에 홀로 앉아서
叅窮一味禪    일미선3)을 끝까지 참구하다가
幸逢金上舍    다행히 김 상사 만난 덕분에
側耳聽玄玄    귀 기울여 청담을 듣게 되었네
용문사龍門寺
寺號龍門寺    절 이름은 용문사요
山名太白山    산 이름은 태백산이라
寂寥人不見    적요하여 사람은 보이지 않고
鍾送數聲閑    종소리 몇 마디 한가히 전송하네
김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金學士韵)
儒林爲上客    유림에선 상객이요
禪院作高賓    선원에선 귀빈이라
解逅淸談盡    해후하여 청담을 모두 토로하니
新情倍舊親    새 정이 옛 친구보다 갑절이로세
설연의 시에 차운하다(次設宴韵)
受恩經幾日    무려 며칠이나 은혜를 받고
設宴會千人    일천 인이나 잔치에 모였네
堂上絃歌曲    마루 위에서는 풍악이 울리며
祝君歲萬春    임금님 만수무강을 축원하누나
춘설의 시에 차운하다(次春雪韵)
玉雪紛紛落    옥가루 눈발이 분분히 떨어지며
靑山盡素容    푸른 산을 모두 하얗게 장식했네
臨畊還降雪    밭갈이할 때 눈이 내리다니
將患失農功    농사 망칠까 앞으로 걱정일세
또 별시別詩에 차운하다(又次別韵)
仁山智水畔    인자의 산과 지자의 물 근처
覺樹綻花多    깨달음의 나무에 꽃이 많이 피었네

009_0662_c_01L淸風明月夜閑坐梵宮前

009_0662_c_02L贈軌摠上人

009_0662_c_03L
性天心月白覺海道風凉

009_0662_c_04L閑坐靑山頂禪觀獨自香

009_0662_c_05L贈戒益沙彌

009_0662_c_06L
少年才已老傳播四隣中

009_0662_c_07L莫恨爲僧道猶勝世英雄

009_0662_c_08L次金上舍韵

009_0662_c_09L
獨坐靑山頂叅窮一味禪

009_0662_c_10L幸逢金上舍側耳聽玄玄

009_0662_c_11L龍門寺

009_0662_c_12L
寺號龍門寺山名太白山

009_0662_c_13L寂寥人不見鍾送數聲閑

009_0662_c_14L次金學士韵

009_0662_c_15L
儒林爲上客禪院作高賓

009_0662_c_16L解逅淸談盡新情倍舊韻

009_0662_c_17L次設宴韵

009_0662_c_18L
受恩經幾日設宴會千人

009_0662_c_19L堂上絃歌曲祝君歲萬春

009_0662_c_20L次春雪韵

009_0662_c_21L
玉雪紛紛落靑山盡素容

009_0662_c_22L臨畊還降雪將患失農功

009_0662_c_23L又次別韵

009_0662_c_24L
仁山智水畔覺樹綻花多

009_0663_a_01L一向明心摘    한결같이 밝은 마음으로 따서
常供我釋迦    항상 우리 부처님께 공양 올리네
유객의 시에 차운하다(次遊客韵)
昨日龍門客    어제는 용문의 길손이요
今朝鶴樹賓    오늘은 학수의 손님이라
東西南北路    동서남북 어느 길에서나
任運一閑人    운에 맡기는 한가한 사람
산 경치를 즉흥으로 읊다【2수】(即吟山景【二】)
[1]
鳳舞三淸月    봉황은 삼청의 달에 춤추고
鶴飛五柳風    학은 오류의 바람에 난다
金沙眞寶地    금모래를 깐 보배로운 땅4)에서
僧臥白雲中    중이 흰 구름 속에 눕는다

[2]
山作撑天柱    산은 하늘 받치는 기둥이 되고
洞開出水門    골은 물 흐르는 문을 열어 놓았네
筒中蕭寺在    이 속에 소사5)가 들어 있어서
淸磬遠穿雲    경쇠 소리 멀리 구름을 뚫는다
산중의 바람과 해(山中風日)
風動江山動    바람이 부니 강산이 움직이고
日明天地明    해가 밝으니 천지가 환하여라
乾坤千萬里    하늘과 땅 사이 천만 리 지역이
風日動兼明    바람과 해에 움직이고 밝아지네
이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學士韵)
物外騷仙客    세상 밖에 소요하는 신선 나그네가
懶遊玉洞邊    옥류동 주변에서 느긋하게 노니네
詠詩歸去路    시가 읊으면서 돌아가는 길에
渴飮武陵泉    목마르면 무릉의 샘물 마시기를
의상암의 시에 차운하다(次義相庵韵)
祖師携隻履    조사가 짚신 한 짝 들고 가시어6)
令我別愁長    나의 이별의 슬픔 길게 하는데
寂寞空堂外    적막하게 텅 빈 마루 너머에
百花爛熳香    백화가 난만하게 향기로워라
이별시(別詩)
日落西峰時    해가 서산에 떨어지는 때
陽關何告曰    양관7)을 어떻게 불러드리리
暗程難作行    길이 어두워서 걷기 어려우니
須待曉明月    새벽의 밝은 달 기다리시도록
눈 속의 푸른 솔(雪裡靑松)
香岳千年寺    묘향산이라 천년 고찰에
老松立外庭    늙은 솔이 바깥뜰에 서 있네
四時無變態    사계절 그 모습 변함이 없이
雪裡獨靑靑    눈 속에 홀로 푸르고 푸르러라

009_0663_a_01L一向明心摘常供我釋迦

009_0663_a_02L次遊客韵

009_0663_a_03L
昨日龍門客今朝鶴樹賓

009_0663_a_04L東西南北路任運一閑人

009_0663_a_05L即吟山景

009_0663_a_06L
鳳舞三淸月鶴飛五柳風

009_0663_a_07L金沙眞寶地僧臥白雲中(一)

009_0663_a_08L山作撑天柱洞開出水門

009_0663_a_09L筒中蕭寺在淸磬遠穿雲(二)

009_0663_a_10L山中風日

009_0663_a_11L
風動江山動日明天地明

009_0663_a_12L乾坤千萬里風日動兼明

009_0663_a_13L次李學士韵

009_0663_a_14L
物外騷仙客懶遊玉洞邊

009_0663_a_15L詠詩歸去路渴飮武陵泉

009_0663_a_16L次義相庵韵

009_0663_a_17L
祖師携隻履令我別愁長

009_0663_a_18L寂寞空堂外百花爛熳香

009_0663_a_19L別詩

009_0663_a_20L
日落西峰時陽關何告曰

009_0663_a_21L暗程難作行須待曉明月

009_0663_a_22L雪裡靑松

009_0663_a_23L
香岳千年寺老松立外庭

009_0663_a_24L四時無變態雪裡獨靑靑

009_0663_b_01L
가을의 눈(秋雪)
秋夜落寒雪    가을 밤중에 찬 눈이 내려
千林半白黃    일천 숲에 흰색과 노란색이 반반
西君多變化    가을 귀신은 변덕이 하 심하니
何待此天風    북쪽 하늘 바람을 굳이 기다리랴
옥玉
溫潤德無比    온윤한 그 덕 비할 데 없고
偏生荊岳中    오로지 형산에서만 생산되는데
椘王曾不識    초왕이 일찍이 알아보지 못하고
刖足有何功    발을 베었으니 무슨 공이 있으랴8)
금金
德比崑山玉    덕이 곤산의 옥에 견주어져
去來富貴家    부귀한 집안에 오고 가면서
能塗千佛面    천불의 얼굴에 바르기도 하고
或作御前花    어전의 꽃잎이 되기도 하고
달(月)
誰作淸圓鏡    누가 맑고 둥근 거울 만들어
高懸萬丈空    만 길 허공 속에 높이 걸었나
光明無限量    밝은 그 빛이 한량이 없어
遍照十方中    시방세계를 두루 비추네
대(竹)
守持淸節槪    맑은 절개를 굳게 지키며
獨立碧山中    푸른 산속에 홀로 서 있네
不受寒霜變    된서리 내려도 변함이 없이
雅音萬古雄    고아한 음색 만고에 웅장하도다
매화(梅)
獨立靑山頂    푸른 산 정상에 홀로 서서
能開雪裡花    눈 속에 꽃을 잘도 피웠네
千秋無變態    천추에 그 모습 변하지 않고
隱彼紫雲霞    저 보랏빛 운하에 숨어 있구나
칠언절구七言絶句
삼가 청허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淸虛堂韵)
芙蓉門下傳衣鉢  부용의 문하에서 의발을 전해 받고
見性當年聽午鷄  견성할 당년에 한낮의 닭 소리 들었네9)
不世高風揮萬古  불세출의 고풍을 만고에 드날렸으니
淸虛道德孰能齊  청허한 도덕을 누가 능히 견주리오
부록 원운10)(附元韵)
萬國都城如蟻垤  만국의 도성은 개미 둑과 같고
千家豪傑若醯鷄  천 가의 호걸은 초파리와 같도다

009_0663_b_01L秋雪

009_0663_b_02L
秋夜落寒雪千林半白黃

009_0663_b_03L西君多變化何待此 [2] 天風

009_0663_b_04L

009_0663_b_05L
温潤德無比偏生荊岳中

009_0663_b_06L椘王曾不識刖足有何功

009_0663_b_07L

009_0663_b_08L
德比崑山玉去來富貴家

009_0663_b_09L能塗千佛面或作御前花

009_0663_b_10L

009_0663_b_11L
誰作清圓鏡高懸萬丈空

009_0663_b_12L光明無限量遍照十方中

009_0663_b_13L

009_0663_b_14L
守持淸節槪獨立碧山中

009_0663_b_15L不受寒霜變雅音萬古雄

009_0663_b_16L

009_0663_b_17L
獨立靑山頂能開雪裡花

009_0663_b_18L千秋無變態隱彼紫雪霞

009_0663_b_19L

009_0663_b_20L七言絕句

009_0663_b_21L敬次淸虛堂韵

009_0663_b_22L
芙蓉門下傳衣鉢見性當年聽午鷄

009_0663_b_23L不世高風揮萬古淸虛道德孰能齊

009_0663_b_24L附元韵

009_0663_b_25L
萬國都城如蟻垤千家豪傑若醯鷄

009_0663_c_01L一窓明月淸虛枕  창가의 명월은 청허의 베개를 비추는데
無限松風韻不齊  끝없는 솔바람은 운이 각기 다르구나
삼가 청월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淸月堂韵)
大明天地無家客  대명천지에 집 없는 나그네로
踏徧山根與水邊  산뿌리와 물가를 두루 밟았네
歸臥妙香峯上月  묘향산에 돌아와 달 아래 누워
禪經讀罷飮寒泉  선경 읽고 나서 찬 샘물 마시네
산 경치(山景)
月作金環掛碧天  달은 금가락지 되어 하늘에 걸리고
水爲玉屑落長川  물은 옥가루 되어 냇물에 떨어지네
箇中無限眞風景  이 가운데 한없는 참다운 풍경들을
豈易山人筆下宣  어찌 산인의 붓으로 쉽게 표현하랴
본부 원님의 행차에 삼가 증정하다(謹呈本府倅行軒下)
幸對淸儀談道處  도를 얘기하는 맑은 자태 대하였고
又聞白雪戞雲歌  구름까지 잇닿는 명곡을 또 들었소
二天閤下論玄久  이틀이나 합하께서 현담을 논하시니
如遇靈山古釋迦  영산의 옛 석가를 만난 듯하오
다시 수국사에 도착하여 즉흥으로 읊다(重到守國寺即吟)
二十年前曾作主  이십 년 전에는 주인이었는데
重來此日却爲賓  다시 온 오늘은 손님이로세
寺空人散親知少  절은 비고 사람은 없고 친지는 적어
客裡愁情轉倍新  나그네의 수심이 갑절이나 새로워라
두견이(杜鵑)
前作何緣今作鳥  전생의 무슨 인연으로 지금 새가 되어
含愁抱恨喪精神  시름 안고 한 품고서 정신없이 우는가
血淚山中無用處  산중에서 피눈물 흘려도 소용없으니
不如緘口過殘春  입 닫고 시든 봄 보내느니만 못하리라
환술을 부리는 사람(幻術人)
逢塲作戱笑傍觀  봉장작희11)하며 구경꾼을 웃기나니
或現高官或小官  고관이 되기도 하고 소관이 되기도 하고
做㒵幻形雖百態  온갖 모양 바꿔 가며 홀린다마는
裡頭一漢弄多般  그 속의 사나이가 재주 부림일 뿐
삼가 월저당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月渚堂韵)
東西南北淸遊客  동서남북으로 유람하는 나그네라
踏盡名山千萬層  천만층 명산을 모두 답사하였다네
終日探眞歸去路  종일 진경 찾다가 돌아가는 길
騰騰任運一閑僧  등등하게 운에 맡긴 한가한 중이로세
전 생원의 시에 차운하다(次田生員韵)
我是香山淨界僧  나는 향산의 절간에 있는 중으로서
今爲乞食七家僧  지금은 일곱 집 걸식하는 승려12)인데
幸逢騷客談玄久  다행히 시인 만나 오래 얘기하다 보니
忘却塵緣作道僧  속진俗塵의 인연 잊고 도승이 되었소그려

009_0663_c_01L一窓明月淸虛枕無限松風韻不齊

009_0663_c_02L敬次淸月堂韵

009_0663_c_03L
大明天地無家客踏徧山根與水邊

009_0663_c_04L歸臥妙香峯上月禪經讀罷飮寒泉

009_0663_c_05L山景

009_0663_c_06L
月作金環掛碧天水爲玉屑落長川

009_0663_c_07L箇中無限眞風景豈易山人筆下宣

009_0663_c_08L謹呈本府倅行軒下

009_0663_c_09L
幸對淸儀談道處又聞白雪戞雲歌

009_0663_c_10L二天閤下論玄久如遇靈山古釋迦

009_0663_c_11L重到守國寺即吟

009_0663_c_12L
二十年前曾作主重來此日却爲賓

009_0663_c_13L寺空人散親知少客裡愁情轉倍新

009_0663_c_14L杜䳌

009_0663_c_15L
前作何緣今作鳥含愁抱恨喪精神

009_0663_c_16L血涙山中無用處不如緘口過殘春

009_0663_c_17L幻術人

009_0663_c_18L
逢塲作戱笑傍觀或現高官或小官

009_0663_c_19L做㒵幻形雖百態裡頭一漢弄多般

009_0663_c_20L敬次月渚堂韵

009_0663_c_21L
東西南北淸遊客踏盡名山千萬層

009_0663_c_22L終日探眞歸去路騰騰任運一閑僧

009_0663_c_23L次田生員韵

009_0663_c_24L
我是香山淨界僧今爲乞食七家僧

009_0663_c_25L幸逢騷客談玄久忘却塵緣作道僧

009_0664_a_01L
종사의 활계(宗師活計)
天爲禪室地爲席  하늘은 선실이고 땅은 방석이요
山作長城石作門  산은 장성이고 바위는 문이로세
中有宗師兼道德  그 안의 종사 도덕을 겸하였으니
應敎神將破魔軍  신장이 마군을 쳐부수게 해야 하리
다시 김 수재를 만나 즉흥으로 읊다(再逢金秀才卽吟)
白玉仙童去復還  백옥의 선동이 갔다가 또 왔나니
烟霞淨界任心閑  연하의 절간을 한가히 내키는 대로
秦皇漢武皆無見  진시황과 한 무제도 선경을 보지 못했는데
我有何緣遇此山  나는 무슨 인연으로 이 산을 만났는지
가을 경치(秋景)
金風始到山門靜  가을바람 처음 부는 산문은 고요한데
烟樹蒼蒼晩色濃  내 낀 나무 짙푸르고 저녁노을 짙어라
回頭萬二千峰上  일만 이천 봉우리 위로 머리 돌리니
錦繡秋光照眼紅  금수강산 가을빛이 눈에 붉게 비치네
한 진사가 부르는 운자에 맞춰 짓다(和韓進士呼韵)
身入香山二十秋  이 몸이 향산에 들어와서 이십 년 동안
龍門深鎻下城遊  용문 깊이 빗장 걸고 성유13)도 내려놓았는데
幸逢上舍論詩久  다행히 상사를 만나 시를 논하다 보니
不覺斜陽已嶺頭  어느새 저녁 햇빛이 산머리에 기울었네
옥체가 편안치 못함을 탄식하며(歎玉體不安)
玉體方今有病憂  옥체가 바야흐로 병의 근심 있어서
千官百姓捴含愁  관원과 백성들 모두 수심에 잠겼네
山人亦是蒙恩重  산인 역시 막중한 은혜를 입었기에
子午焚香祝萬秋  밤낮으로 향 사르며 만수무강 축원하네
삼가 이 학사에게 증정하다(謹呈李學士)
獨步海東詩賦客  해동의 시부객 중 독보적인 분이
探眞香岳洞中天  진경을 찾아 향악의 동중천14)에 왔네
舌端能誦千書卷  혀끝으로 천 권의 책 능히 암송하니
無乃重來李謫仙  이 적선15)이 다시 온 것 아닐는지
산중山中
莫道山中無曆日  산속에 달력이 없다 말하지 마오
花開葉落可知時  꽃이 피고 잎이 지면 때를 아는 걸
不須古聖陰陽術  옛 성현의 음양의 술법도 필요 없나니
自有禪林享壽遲  선림은 원래 수명을 느긋하게 누리니까
경활 사미에게 주다(贈敬活沙彌)
天然道態是眞人  자연 그대로 도의 모습이 바로 참사람
物外長吟法界春  세상 밖에서 법계의 봄을 항상 읊노라
莫向紅塵紫陌路  붉은 먼지 이는 도성 거리 향하지 말라
恐而誤着喪精神  네가 잘못 밟아 정신 잃을지도 모르니

009_0664_a_01L宗師活計

009_0664_a_02L
天爲禪室地爲席山作長城石作門

009_0664_a_03L中有宗師兼道德應敎神將破魔軍

009_0664_a_04L再逢金秀才卽吟

009_0664_a_05L
白玉仙童去復還烟霞淨界任心閑

009_0664_a_06L秦皇漢武皆無見我有何緣遇此山

009_0664_a_07L秋景

009_0664_a_08L
金風始到山門靜烟樹蒼蒼晩色濃

009_0664_a_09L回頭萬二千峰上錦繡秋光照眼紅

009_0664_a_10L和韓進士呼韵

009_0664_a_11L
身入香山二十秋龍門深鎻下城遊

009_0664_a_12L幸逢上舍論詩久不覺斜陽已嶺頭

009_0664_a_13L歎玉體不安

009_0664_a_14L
玉體方今有病憂千官百姓捴含愁

009_0664_a_15L山人亦是蒙恩重子午焚香祝萬秋

009_0664_a_16L謹呈李學士

009_0664_a_17L
獨步海東詩賦客探眞香岳洞中天

009_0664_a_18L舌端能誦千書卷無乃重來李謫仙

009_0664_a_19L山中

009_0664_a_20L
莫道山中無曆日花開葉落可知時

009_0664_a_21L不須古聖陰陽術自有禪林享壽遲

009_0664_a_22L贈敬活沙彌

009_0664_a_23L
天然道態是眞人物外長吟法界春

009_0664_a_24L莫向紅塵紫陌路恐而誤着喪精神

009_0664_b_01L
도솔암兜率庵
洞裡深藏千玉澗  골짜기 속엔 일천 옥 시내가 숨어 있고
地邊高聳萬圭山  땅 옆엔 일만 옥 봉우리가 솟아 있네
元來是處多靈異  원래 이곳엔 신비한 이적異蹟이 많으니
想必仙翁在此間  분명히 신선이 이 사이에 사는가 봐
산중즉사山中即事
香岳山堂最寂寥  향악의 산당이 어디보다 적요해서
如登上界坐丹霄  상계에 올라 단소16)에 앉아 있는 듯
忘機入㝎叅禪句  기심機心 잊고 삼매에 들어 선구를 참구하니
百鳥含花戶外朝  새들이 꽃을 물고 문밖에서 문안하네
송림 내원의 시에 차운하다(次松林內院韵)
曾聞物外貴庵名  세상 밖 귀암의 이름을 일찍이 들었는데
此日登臨瑞草靑  오늘 올라와 굽어보니 서초가 푸르도다
主客相逢論佛道  주객이 서로 만나 불도를 논하다 보니
却忘來路苦尋行  올 적에 고생하며 찾아온 것도 잊었도다
주인공을 책려하다(策主人公)
出沒四生造惡緣  사생에 출몰하며 악연 만들고
去來三界作深𠎝  삼계를 오가며 심한 허물 짓는구나
堪嗟何日通心理  아 언제나 마음 이치 통달하여
天下周流大道傳  천하에 주류하며 대도를 전할거나
본분本分
四十九年金口說  사십구 년 동안 금구로 설한 것은
謾將言語洩眞機  그저 언어로 진기를 흘린 것일 뿐
若能坐斷毘盧頂  비로의 정상에 앉아 끊을 수 있다면
佛祖爲師萬古輝  불조의 스승 되어 만고토록 빛나리라
자회自懷
寂寞禪房任屈伸  적막한 선방에서 굴신을 뜻대로 하며
觀心不染世情塵  마음을 관하니 세상 생각에 물들지 않네
五更靜夜明燈下  오경의 고요한 밤 밝은 등불 아래
祝壽君王萬歲春  군왕 위해 만세의 봄을 축수한다오
은부隱夫
避喧求靜已多年  소음 피해 고요함 구한 지 어느새 몇 년
渴極自甘飮石泉  갈증 심하면 석천을 스스로 달게 마시네
人間滋味都忘却  인간 세상 재미는 모두 잊어버린 채
高臥靑山紫霧邊  푸른 산 보랏빛 안개 옆에 높이 누웠다오
삼가 천진의 시에 차운하다(謹次天眞韵)
幸得剡溪玉葉箋  다행히 섬계 옥엽의 종이를 얻어
毫頭巧弄畫山川  붓 끝으로 솜씨 부려 산천을 그렸네
東君造化雖云妙  봄 귀신17)의 조화가 제아무리 묘해도
莫若詩僧筆下天  시승의 붓 아래 천지만은 못하리

009_0664_b_01L兜率庵

009_0664_b_02L
洞裡深藏千玉澗地邊高聳萬圭山

009_0664_b_03L元來是處多靈異想必仙翁在此間

009_0664_b_04L山中即事

009_0664_b_05L
香岳山堂最寂寥如登上界坐丹霄

009_0664_b_06L忘機入㝎叅禪句百鳥含花戶外朝

009_0664_b_07L次松林內院韵

009_0664_b_08L
曾聞物外貴庵名此日登臨瑞草靑

009_0664_b_09L主客相逢論佛道却忘來路苦尋行

009_0664_b_10L策主人公

009_0664_b_11L
出沒四生造惡緣去來三界作深𠎝

009_0664_b_12L堪嗟何日通心理天下周流大道傳

009_0664_b_13L本分

009_0664_b_14L
四十九年金口說謾將言語洩眞機

009_0664_b_15L若能坐斷毘盧頂佛祖爲師萬古輝

009_0664_b_16L自懷

009_0664_b_17L
寂寞禪房任屈伸觀心不染世情塵

009_0664_b_18L五更靜夜明燈下祝壽君王萬歲春

009_0664_b_19L隱夫

009_0664_b_20L
避喧求靜已多年渴極自甘飮石泉

009_0664_b_21L人間滋味都忘却高臥靑山紫霧邊

009_0664_b_22L謹次天眞韵

009_0664_b_23L
幸得剡溪玉葉箋毫頭巧弄畫山川

009_0664_b_24L東君造化雖云妙莫若詩僧筆下天

009_0664_c_01L
삼가 은와隱窩, 천진天眞, 보봉寶峰 세 분 선생께 증정하다(謹呈隱天寶三高案)
數千餘載君王地  수천여 년 이어진 군왕의 땅에서
三傑續生萬古賢  삼걸이 계속 나왔으니 만고의 현인이라
僉哲先傳珠玉句  성현이 먼저 전해 준 주옥같은 구절을
欣然披讀仰如天  기쁘게 펼쳐 읽으며 하늘처럼 우러르네
기성의 경치(箕城景)
箕城奇勝又奇勝  기성은 경치가 기이하고 또 기이해서
聖主明君都復都  성주와 명군이 도읍하고 또 도읍했네
前後遊人知幾許  앞뒤로 유람한 하고많은 사람들이
浪將詩筆畫靈區  시필을 가지고 영험한 땅을 그렸어라
삼재가 처음 나뉘다(三才肇判)
開闢乾坤子丑時  천지는 자회子會와 축회丑會에 개벽되었는데
其間無長九洲遲  길지 않은 그 사이에 구주가 더디게 나왔다네
人兼萬物生寅會  사람과 만물은 인회에 나왔는데
次第三皇五帝來  삼황과 오제가 차례로 출현했다네
불(火)
孰能知得八人功  누가 불18)의 공을 제대로 알아주랴
功及十方萬類中  그 공이 시방의 만물에 미쳤는걸
若匪燧皇繩鑽力  수황19)씨가 불을 피우지 않았더라면
古今飢凍死無窮  고금에 한없이 굶고 얼어 죽었으리
향산의 보현사(香山普賢寺)
峩嵋仙境未曾攀  아미의 선경을 등반하지 못하다가
此日登臨道意閑  오늘 등림하니 도심道心이 한가로워
回首南峯兼北嶂  남쪽 봉우리와 북쪽 봉우리 돌아보니
霧收雲捲待余還  안개와 구름 걷혀 나의 귀환 기다렸군
소상팔경의 시에 차운하다(次瀟湘八景韻)
평사낙안平沙落鴈
萬里江天日欲斜  만 리 강 하늘에 해가 지려 하는데
隨陽群鳥下平沙  석양 따라 새들이 백사장에 내려앉네
依然一陣陰風氣  의연히 한바탕 차가운 바람 기운이
吹送燕山白雪花  연산의 흰 눈꽃을 불어서 보내 주네
원포귀범遠浦歸帆
吳檣椘帆影重重  오나라 초나라 배 그림자 서로 겹치고
欸乃歸聲帶晩風  돌아오는 뱃노래는 저녁 바람 띠었네
兩岸商家多少婦  양쪽 기슭 상가의 많은 부녀자들이
夕陽遙望問西東  석양 멀리 바라보며 여기저기 물어보네
산시청람山市晴嵐
雨餘紅旭捲朝寒  비 갠 뒤 붉은 해에 아침 추위 걷히고
婀娜遊絲織似紈  아른아른 아지랑이 흰 깁을 짜 놓은 듯
盡日微風吹不斷  온종일 산들바람 쉬지 않고 불어와
纖纖藹藹絅靑山  여리고 부드럽게 푸른 산을 감싸네

009_0664_c_01L謹呈隱天寶三高案

009_0664_c_02L
數千餘載君王地三傑續生萬古賢

009_0664_c_03L僉哲先傳珠玉句欣然披讀仰如天

009_0664_c_04L箕城景

009_0664_c_05L
箕城奇勝又奇勝聖主明君都復都

009_0664_c_06L前後遊人知幾許浪將詩筆畫靈區

009_0664_c_07L三才肇判

009_0664_c_08L
開闢乾坤子丑時其間無長九洲遲

009_0664_c_09L人兼萬物生寅會次第三皇五帝來

009_0664_c_10L

009_0664_c_11L
孰能知得八人功功及十方萬類中

009_0664_c_12L若匪燧皇繩鑚力古今飢凍死無窮

009_0664_c_13L香山普賢寺

009_0664_c_14L
峩嵋仙境未曾攀此日登臨道意閑

009_0664_c_15L回首南峯兼北嶂霧收雲捲待余還

009_0664_c_16L次瀟湘八景韻

009_0664_c_17L平沙落鴈

009_0664_c_18L
萬里江天日欲斜隨陽群鳥下平沙

009_0664_c_19L依然一陣陰風氣吹送燕山白雪花

009_0664_c_20L遠浦歸帆

009_0664_c_21L
吳檣椘帆影重重欸乃歸聲帶晩風

009_0664_c_22L兩岸商家多少婦夕陽遙望問西東

009_0664_c_23L山市晴嵐

009_0664_c_24L
雨餘紅旭捲朝寒婀娜遊絲織似紈

009_0664_c_25L盡日微風吹不斷纎纎藹藹絅靑山

009_0665_a_01L
동정추월洞庭秋月
洞庭秋月光無際  동정의 가을 달빛 끝 간 데 없이
萬斛黃金散作濤  만 섬의 황금 흩어져서 넘실거리네
水底魚龍爭出沒  물 밑의 어룡도 다투어 출몰하는 때
一聲漁笛椘天高  어부의 피리 소리 초나라 하늘에 높아라
죽사야우竹祠夜雨
序屬篁林晩歲秋  절서는 대숲의 만년의 가을인데
長江萬里泛孤舟  장강 만 리에 외로운 배 떠 있네
寒天夜雨風兼冷  찬 하늘 밤비에 바람 불고 차가우니
遠客悽然不勝愁  먼 길 나그네 처연히 시름 금치 못하네
산사모종山寺暮鍾
洞裡烟霞封又封  골짜기를 연하가 막고 또 막았는데
紅花碧樹滿山濃  붉은 꽃 푸른 나무가 산에 가득 짙어라
徘徊探勝斜陽晩  승경 찾아 배회하니 어느새 저녁나절
禮佛禪僧動暮鍾  예불하는 선승이 저녁 종소리 울리네
강천모설江天暮雪
遠邇江天暮色遲  원근의 강 하늘에 날이 차츰 저물고
千林黃葉已蘺蘺  일천 숲 누런 잎은 벌써 낙엽 지네
北風吹緊寒人面  북풍이 거세게 불어 얼굴이 차갑더니
雪洒東西嶺上時  동쪽 서쪽 고개 위에 눈발이 흩날리네
어촌낙조漁村落照
落照拖紅斜柳岸  지는 햇빛 발갛게 버들 언덕 비끼고
一村漁網曝沙汀  한 마을 어망을 모래밭에 말리는 때
淸湘椘竹西岩外  서쪽 바위 밖에는 소상강瀟湘江의 초나라 반죽斑竹
遠近炊烟晩更靑  원근의 밥 짓는 연기 저녁에 더욱 푸르네
향산팔경香山八景
보현범찰普賢梵刹
普賢梵宇接靑空  보현사 전각은 푸른 하늘에 잇닿았고
萬景森羅別界中  일만 경치는 별천지 중에 벌여 있도다
洞水潺潺南浦遠  골물은 졸졸 남포로 멀리 흐르고
松風瑟瑟北山䧺  솔바람은 솔솔 북산까지 웅장해라
안심층탑安心層塔
安心寺外諸靈塔  안심사 밖에는 여러 영탑들이
屹立層層萬古長  층층이 우뚝 서서 만고토록 전해지네
回首東西萬北嶂  동서남북 봉우리를 머리 돌려 바라보면
風和日暖百花香  바람과 햇빛 온화하여 온갖 꽃이 향기롭네
상원용연上院龍淵
散珠瀑落作龍潭  흩날리는 구슬이 폭포에 떨어져 용담 만드니
引虎臺高翠壁南  푸른 절벽 남쪽에는 인호대가 드높아라
左右楓岑秋氣晩  좌우의 단풍 산엔 가을 기운 느지막한데
半黃半白又能紺  반은 황색 반은 백색 그리고 감색

009_0665_a_01L洞庭秋月

009_0665_a_02L
洞庭秋月光無際萬斛黃金散作濤

009_0665_a_03L水底魚龍爭出沒一聲漁笛椘天高

009_0665_a_04L竹祠夜雨

009_0665_a_05L
序屬篁林晩歲秋長江萬里泛孤舟

009_0665_a_06L寒天夜雨風兼冷遠客悽然不勝愁

009_0665_a_07L山寺暮鍾

009_0665_a_08L
洞裡烟霞封又封紅花碧樹滿山濃

009_0665_a_09L徘徊探勝斜陽晩禮佛禪僧動暮鍾

009_0665_a_10L江天暮雪

009_0665_a_11L
遠邇江天暮色遲千林黃葉已蘺蘺

009_0665_a_12L北風吹緊寒人面雪洒東西嶺上時

009_0665_a_13L漁村落照

009_0665_a_14L
落照拖紅斜柳岸一村漁網曝沙汀

009_0665_a_15L淸湘椘竹西岩外遠近炊烟晩更靑

009_0665_a_16L香山八景

009_0665_a_17L普賢梵刹

009_0665_a_18L
普賢梵宇接靑空萬景森羅別界中

009_0665_a_19L洞水潺潺南浦遠松風瑟瑟北山䧺

009_0665_a_20L安心層塔

009_0665_a_21L
安心寺外諸靈塔屹立層層萬古長

009_0665_a_22L回首東西萬北嶂風和日暖百花香

009_0665_a_23L上院龍淵

009_0665_a_24L
散珠瀑落作龍潭引虎臺高翠壁南

009_0665_a_25L左右楓岑秋氣晩半黃半白又能紺

009_0665_b_01L
단군유적檀君遺跡
鳳去朝陽餘冷月  봉황이 떠난 조양20)에는 찬 달만 남아 있고
鶴歸遼海鎻寒雲  학이 돌아온 요해21)는 찬 구름으로 막혔네
仙臺有樹春開葉  선대의 나무는 봄에 잎이 피었는데
香閣無人晝掩門  향각엔 사람 없이 낮에도 문 닫혔네
향봉추월香峰秋月
月照香峰錦繡秋  달 비치는 향봉의 금수의 가을
無窮勝槩筆難收  무궁한 승경을 붓으로 담기 어려워라
千年物外眞消息  천년 세월 흘러온 세상 밖 참소식을
與友同吟玉洞流  벗과 함께 읊어 옥동에 흘려보내노라
만폭층류萬瀑層流
萬瀑層流玉洞天  만 폭이 층층으로 흐르는 옥동의 세계
人稱世外大靈泉  사람들은 세상 밖 대영천이라 칭하네
曹溪也是原頭水  조계도 바로 여기에서 발원한 물
散出金沙滌衆緣  금모래 흩어 내어 뭇 인연 씻어 주네
향산운사香山雲舍
香山雲舍劇瀟灑  소쇄하기 그지없는 향산의 운사
細細探看興萬重  세세히 뜯어보면 흥취가 만 겹일세
無限靈區眞勝趣  무한한 영구의 참다운 승취여
難將一筆畫其容  그 모습 붓으로 그려 내기 어려워라
무릉선폭武陵仙瀑
武陵飛瀑掛長天  긴 하늘에 걸린 무릉의 날리는 폭포여
正是銀河落九天  그야말로 은하수가 구천에서 떨어졌네
千古勝觀誰解道  천고의 멋진 풍경 누가 말할 수 있으리오
謫仙詩思湧如川  적선22)은 시상이 물처럼 솟아나련마는
등린 상인에게 주다(贈等獜上人)
香岳今朝始見君  향악에서 오늘에야 그대를 보았지만
凌霜道號已曾聞  드높은 법호는 벌써 일찍이 들었다네
雷逢電別歸笻促  벼락처럼 만났다 번개처럼 헤어져 귀로23)를 재촉하니
回首天涯望去雲  하늘 끝에 머리 돌려 가는 구름 바라보네
규 대사에게 주다(贈圭大師)
久住藥山鍊道光  오래 약산에 머물러 도를 빛나게 단련하고
逍遙法界梵蓮堂  법계의 범련당에서 소요하다가
今來香岳武陵洞  지금 향악 무릉의 동천洞天을 찾아와서
與我同叅選佛塲  나와 함께 선불장24)에 참여하는도다
궤영 대사에게 주다(贈軌永大師)
英靈才氣獨超雄  영령한 재기 홀로 뛰어난 영웅호걸이
深入靑山鍊道洪  청산에 깊이 들어가 도를 크게 단련했네
筆法文章無與仵  필법과 문장을 감히 겨룰 자 없으니
可望當來播釋宗  앞으로 석가여래 종지를 전파하리라
송암의 선안에 부치다(寄松岩禪案)

009_0665_b_01L檀君遺跡

009_0665_b_02L
鳳去朝陽餘冷月鶴歸遼海鎻寒雲

009_0665_b_03L仙臺有樹春開葉香閣無人晝掩門

009_0665_b_04L香峰秋月

009_0665_b_05L
月照香峰錦繡秋無窮勝槩筆難收

009_0665_b_06L千年物外眞消息與友同吟玉洞流

009_0665_b_07L萬瀑層流

009_0665_b_08L
萬瀑層流玉洞天人稱世外大靈泉

009_0665_b_09L曹溪也是原頭水散出金沙滌衆緣

009_0665_b_10L香山雲舍

009_0665_b_11L
香山雲舍劇瀟灑細細探看興萬重

009_0665_b_12L無限靈區眞勝趣難將一筆畫其容

009_0665_b_13L武陵仙瀑

009_0665_b_14L
武陵飛瀑掛長天正是銀河落九天

009_0665_b_15L千古勝觀誰解道謫仙詩思湧如川

009_0665_b_16L贈等獜上人

009_0665_b_17L
香岳今朝始見君凌霜道號已曾聞

009_0665_b_18L雷逢電別歸笻促回首天涯望去雲

009_0665_b_19L贈圭大師

009_0665_b_20L
久住藥山鍊道光逍遙法界梵蓮堂

009_0665_b_21L今來香岳武陵洞與我同叅選佛塲

009_0665_b_22L贈軌永大師

009_0665_b_23L
英靈才氣獨超雄深入靑山鍊道洪

009_0665_b_24L筆法文章無與仵可望當來播釋宗

009_0665_b_25L寄松岩禪案

009_0665_c_01L
風淸月白最佳節  바람 맑고 달 밝은 가장 좋은 계절에
佛祖雅音誦又遲  불조의 아음을 또 길게 늘여 독송하네
八部龍天常擁護  팔부의 용천25)이 항상 옹호하는 분
凌霜道德孰敢追  고결한 그 도덕을 누가 감히 미치리오
천암 대사에게 부치다(寄天岩大師)
松風蘿月養精神  송풍과 나월26)로 정신을 기르고
玉洞淸流洗垢塵  옥동의 청류로 때와 먼지 씻어 내네
渴飮靈泉寒衣草  목마르면 영천 마시고 추우면 풀 옷 입고
去來南北覺天眞  남쪽 북쪽 오가면서 천진을 깨우친다네
오언율시五言律詩
삼가 화은 선생의 시에 차운하다(敬次花隱先生韻)
杖尺峩嵋路    아미의 길을 지팡이 짚고
身登選佛塲    몸소 선불장에 올랐나니
性天無熱惱    성품의 하늘은 번뇌가 없고
覺海得淸凉    깨달음의 바다는 청량하도다
菴號千年重    천년토록 중한 암자의 이름이요
山名萬古香    만고에 향기로운 산의 이름이라
何緣來此境    무슨 인연으로 이 경내에 와서
高臥梵蓮堂    범련의 전당에 높이 누워 있는고
부록 원운(附元韻)
爛熳遊靈境    흥겹게 승경을 유람하다가
尋常過道塲    심상히 도량을 지나게 됐소
氷庵今夜宿    얼음 암자에서 오늘 밤 묵으니
火宅即晨凉    화택도 내일 새벽엔 시원하리라
錦葉空添色    단풍잎은 부질없이 색깔을 더하고
黃花味觴香    국화꽃은 술잔 속에서 향미를 내네
叅禪自有契    참선하며 스스로 계합됨이 있기에
齋坐玩虛堂    빈 당에 단정히 앉아 완미하노라
세상 밖의 도인(物外道人)
物外淸遊久    세상 밖에서 맑게 노닌 지 오래
仙興腹中傳    신선의 흥취를 뱃속으로 전하네
手回珠百八    손으로 돌리는 염주는 일백팔 개요
足踏界三千    발로 밟는 세계는 삼천이로세
入㝎無前境    선정에 들면 눈앞의 경계가 없어지고
看經解所詮    경전을 보면 설해진 내용이 이해되네
正路如絃直    바른 길이 마치 곧은 활줄 같으니
當生九品蓮    응당 구품의 연대蓮臺27)에 왕생하리라
삼가 권 도사의 시에 차운하다(敬次權都使韻)
玉堂金馬客    옥당 금마28)의 손님이
來踏梵蓮宮    범련의 궁전을 찾아왔네
洞路橫吹笛    골짜기 길에 피리 소리 비꼈나니
山行懶擧笻    산골 행차에 지팡이 한가히 들었네

009_0665_c_01L
風淸月白最佳節佛祖雅音誦又遲

009_0665_c_02L八部龍天常擁護凌霜道德孰敢追

009_0665_c_03L寄天岩大師

009_0665_c_04L
松風蘿月養精神玉洞淸流洗垢塵

009_0665_c_05L渴飮靈泉寒衣草去來南北覺天眞

009_0665_c_06L

009_0665_c_07L五言律詩

009_0665_c_08L敬次花隱先生韻

009_0665_c_09L
杖尺峩嵋路身登選佛塲

009_0665_c_10L性天無熱惱覺海得淸凉

009_0665_c_11L菴號千年重山名萬古香

009_0665_c_12L何緣來此境高臥梵蓮堂

009_0665_c_13L附元韻

009_0665_c_14L
爛熳遊靈境尋常過道塲

009_0665_c_15L氷庵今夜宿火宅即晨凉

009_0665_c_16L錦葉空添色黃花味觴香

009_0665_c_17L叅禪自有契齋坐玩虛堂

009_0665_c_18L物外道人

009_0665_c_19L
物外淸遊久仙興腹中傳

009_0665_c_20L手回珠百八足踏界三千

009_0665_c_21L入㝎無前境看經解所詮

009_0665_c_22L正路如絃直當生九品蓮

009_0665_c_23L敬次權都使韻

009_0665_c_24L
玉堂金馬客來踏梵蓮宮

009_0665_c_25L洞路橫吹笛山行懶擧笻

009_0666_a_01L淸儀眞道士    맑은 모습은 참으로 도사요
玄態半仙容    현묘한 태도는 반쯤 신선이라
拱手遙瞻望    두 손 맞잡고 멀리 우러러보니
神姿重碧峰    뛰어난 자태가 푸른 산보다 장중하네
상원의 시에 차운하다(次上院韻)
上院最奇勝    상원의 가장 기이한 경치가
登臨眼忽開    올라 보니 눈앞에 홀연히 열리네
北岺迎雲去    북쪽 산은 구름을 맞으러 가고
南臺引虎來    남쪽 대는 범을 이끌고 오네
山花紅萬點    산야의 꽃들은 일만 점으로 붉고
洞瀑白千廻    골의 폭포는 천 번 휘돌며 희도다
夜半回頭望    한밤중에 머리 돌려 바라보니
天邊露七台    하늘가에 칠대29)가 모습을 드러내네
선비들이 모여서 읊다(儒士會吟)
鶴樹禪林下    학수 선림의 아래에
方今會衆賢    방금 어진 선비들이 모였네
金公吟月立    김 공은 달을 읊으며 서 있고
崔子誦詩傳    최 자는 시를 외우며 전하누나
習字朝陽後    해가 뜨면 문자를 연습하고
讀書午夜前    한밤중 전에는 글을 읽는다네
幸逢諸碩士    얼마나 다행인가 여러 석사 만나서
握手說玄玄    손을 잡고 현묘한 얘기들을 나누니
중국 사신이 읊은 연광정의 시에 차운하다(次唐天使鍊光亭韻)
登臨仙閣上    신선 누각 위에 올라 굽어보니
如坐白雲間    마치 흰 구름 사이에 앉은 듯
西引曉星岭    서쪽으로는 효성의 재를 끌어오고
南控九月山    남쪽으로는 구월의 산을 제압하네
錦屏飛鳳鶴    비단 병풍에는 봉과 학이 날고
畫壁列江巒    그림 벽에는 강과 산이 줄지었네
幸遇眞風景    얼마나 다행인가 참풍경 만나
沈吟半日閑    한나절 한가히 이렇게 읊조리니
능허 스님에게 부치다(寄凌虛師)
天地無邊際    하늘과 땅 가없는 그 사이에
鵬搏萬里程    붕새가 박차고 만 리 길에 올랐어라
眼含秋月影    눈은 추월의 그림자를 머금고
神契水雲情    정신은 수운의 정과 계합했어라
見性桃花色    복사꽃 색깔에 성품을 보았고
惺心擊竹聲    대 맞춘 소리에 마음을 깨우쳤네
去來南北路    남북의 길을 오고 가면서
任運過平生    운에 맡겨 평생을 보낸다네
산영루의 시에 차운하다(次山影樓韻)
仙樓高且大    선루는 높고 또 크고
風景冠三韓    풍경은 삼한의 으뜸이로세

009_0666_a_01L淸儀眞道士玄態半仙容

009_0666_a_02L拱手遙瞻望神姿重碧峰

009_0666_a_03L次上院韻

009_0666_a_04L
上院最奇勝登臨眼忽開

009_0666_a_05L北岺迎雲去南臺引虎來

009_0666_a_06L山花紅萬點洞瀑白千廻

009_0666_a_07L夜半回頭望天邊露七台

009_0666_a_08L儒士會吟

009_0666_a_09L
鶴樹禪林下方今會衆賢

009_0666_a_10L金公吟月立崔子誦詩傳

009_0666_a_11L習字朝陽後讀書午夜前

009_0666_a_12L幸逢諸碩士握手說玄玄

009_0666_a_13L次唐天使鍊光亭韻

009_0666_a_14L
登臨仙閣上如坐白雲間

009_0666_a_15L西引曉星岺南控九月山

009_0666_a_16L錦屏飛鳳鶴畫壁列江巒

009_0666_a_17L幸遇眞風景沈吟半日閑

009_0666_a_18L寄凌虛師

009_0666_a_19L
天地無邊際鵬搏萬里程

009_0666_a_20L眼含秋月影神契水雲情

009_0666_a_21L見性桃花色惺心擊竹聲

009_0666_a_22L去來南北路任運過平生

009_0666_a_23L次山影樓韻

009_0666_a_24L
仙樓高且大風景冠三韓

009_0666_b_01L窓外千層岳    창밖에는 천 층의 산악이요
階前十里灘    섬돌 앞에는 십 리의 여울이라
看花成句易    꽃을 보고 시구 만들긴 쉬워도
逢釋和詩難    중을 만나 시를 답하긴 어렵네
終日盤桓久    종일토록 오래 배회하노라니
斜陽老碧巒    석양이 푸른 산에 시드네
침운 스님에게 부치다(寄枕雲師)
早別春堂路    일찍이 춘당의 길에서 헤어져
仙山寄一身    신선의 산에 한 몸을 기탁했네
洗神香海水    향해의 물로 정신을 씻고
乘興少林春    소림의 봄에 흥을 일으킨다네
鳥作含花伴    새는 꽃을 문 도반이 되고
石爲聽法人    돌은 법을 듣는 사람이 되네
松風蘿月下    송풍과 나월 그 아래에서
頻掃世紅塵    세상의 홍진을 자주 씻노라
백마강 회고시에 차운하다(次白馬江懷古韻)
古都起遠感    고도에서 먼 감회가 일어나
不覺涕堪流    나도 몰래 눈물을 흘렸네
廢堞遺軍恨    무너진 성가퀴엔 군대의 한이 남아 있고
荒臺剩將羞    황량한 누대에는 장수의 수치가 남았어라
西園花十日    서쪽 동산엔 열흘 피는 꽃이요
東嶺月千秋    동쪽 산에는 천추의 달이로세
俯覩前江水    앞에 흐르는 강물을 굽어보니
空然泛客舟    공연히 나그네의 배가 떠 있네
육승정 시에 차운하다(次六勝亭韻)
欲覩仙風景    멋진 풍경을 보고 싶어서
身登六勝塘    육승의 누대에 몸소 올랐네
手攀靑柳絮    손은 푸른 버들 솜털을 잡고
足踏白蓮香    발은 흰 연꽃 향기를 밟네
島勢三山泛    삼산이 떠 있는 섬의 형세요
樓容四面粧    사면을 단장한 누각의 모습이라
客中無舊伴    객 가운데 옛 친구가 없어서
沽酒獨傾觴    술을 사서 홀로 잔을 기울이네
향봉의 시에 차운하다(次香峯韻)
幸借道人槎    다행히 도인의 뗏목 빌려서
登臨踏紫霞    등림하여 자하를 밟았다네
古蹤千箇塔    옛 자취는 천 개의 탑이요
新興萬般花    새 흥취는 만 가지 꽃이로세
白玉層層石    백옥은 층층이 쌓인 바위요
靑山點點蝸    청산은 점점이 찍힌 달팽이라
住笻回首望    지팡이 짚고 머리 돌려 바라보니
日暮暗生嗟    해질 녘에 남몰래 탄식이 나오네
병풍 경치의 시에 차운하다(次屏風景韵)

009_0666_b_01L窓外千層岳階前十里灘

009_0666_b_02L看花成句易逢釋和詩難

009_0666_b_03L終日盤桓久斜陽老碧巒

009_0666_b_04L寄枕雲師

009_0666_b_05L
早別春堂路仙山寄一身

009_0666_b_06L洗神香海水乘興少林春

009_0666_b_07L鳥作含花伴石爲聽法人

009_0666_b_08L松風蘿月下頻掃世紅塵

009_0666_b_09L次白馬江懷古韻

009_0666_b_10L
古都起遠感不覺涕堪流

009_0666_b_11L廢堞遺軍恨荒臺剩將羞

009_0666_b_12L西園花十日東嶺月千秋

009_0666_b_13L俯覩前江水空然泛客舟

009_0666_b_14L次六勝亭韻

009_0666_b_15L
欲覩仙風景身登六勝塘

009_0666_b_16L手攀靑柳絮足踏白蓮香

009_0666_b_17L島勢三山泛樓容四面粧

009_0666_b_18L客中無舊伴沽酒獨傾觴

009_0666_b_19L次香峯韻

009_0666_b_20L
幸借道人槎登臨踏紫霞

009_0666_b_21L古蹤千箇塔新興萬般花

009_0666_b_22L白玉層層石靑山點點蝸

009_0666_b_23L住笻回首望日暮暗生嗟

009_0666_b_24L次屏風景韵

009_0666_c_01L
蓬萊方丈景    봉래와 방장30)의 경치가
屏裡捴收觀    병풍 속에 모두 담겨 있네
春水重重綠    봄날의 물은 겹겹이 푸르고
山花點點班    산야의 꽃은 점점이 아롱졌네
瀑流盤石外    폭포는 반석 밖으로 흐르고
鳥宿茂林間    새는 무성한 숲 사이에 묵네
忘却塵埃事    속진의 일 모두 잊고서
沈吟半日閑    한나절 한가하게 읊조리네
금강산의 시에 차운하다(次金剛山韻)
乘興訪仙景    흥에 겨워 선경을 찾으니
山光最絶奇    산 빛이 최고로 기특하네
蓮宮人寂寞    연꽃 궁전에는 사람 자취 적막하고
松嶺月參差    소나무 고개에는 달빛이 들쭉날쭉
露菊垂香葉    이슬 맞은 국화는 향기로운 잎 드리우고
霜楓聳老枝    서리 맞은 단풍은 늙은 가지 솟아 있네
箇中有上客    이 가운데 뛰어난 나그네 있나니
云是大禪師    이르기를 ‘대선사’라 한다네
한 모임에 같이 거하다(一會同居)
聚會香林洞    향림의 동천에서 모임을 갖고
同修大道心    대도의 마음을 함께 수련하네
燈前鳴玉磬    등불 앞에는 옥 경쇠 울리고
月下聽松琴    달 아래엔 솔 풍금 소리 들리네
西苑花侵面    서쪽 동산 꽃이 얼굴에 스며들고
東臺露滴襟    동쪽 누대 이슬이 소매를 적시네
徘徊禪院外    선원 밖에서 어슬렁거리면서
共詠古仙音    옛 선인의 말씀을 함께 읊조리네
지리산 시에 차운하다(次智異山韻)
風光無限好    한량없이 좋은 풍광을
詩句豈形容    어떻게 시구로 형용하리오
月出琉璃白    달이 나오니 유리처럼 하얗고
秋深錦繡紅    가을이 깊으니 비단처럼 붉어라
地開千玉瀑    땅이 열어 놓은 일천 옥의 폭포수라면
天作萬圭峰    하늘이 지은 일만 규의 봉우리로세
象外塵緣寂    세계 밖에서 속진의 인연이 적막하니
獨超我海東    우리 해동에서 홀로 뛰어나도다
산중의 경치(山中景)
乘興訪仙境    흥이 일어 선경을 찾으니
風光冠海東    풍광이 해동에 으뜸이로세
澗聲生玉洞    옥 골짜기에선 냇물 소리 나오고
月影散靑空    푸른 하늘에선 달그림자 흩어지네
入室看眞佛    방에 들어가선 진불을 보고
登山見道翁    산에 올라가선 도옹을 본다네
却忘塵世事    풍진 세상의 일 모두 잊고
寄宿梵宮中    범궁 안에서 머무른다네

009_0666_c_01L
蓬萊方丈景屏裡捴收觀

009_0666_c_02L春水重重綠山花點點班

009_0666_c_03L瀑流盤石外鳥宿茂林間

009_0666_c_04L忘却塵埃事沈吟半日閑

009_0666_c_05L次金剛山韻

009_0666_c_06L
乘興訪仙景山光最絶奇

009_0666_c_07L蓮宮人寂寞松嶺月參差

009_0666_c_08L露菊垂香葉霜楓聳老枝

009_0666_c_09L箇中有上客云是大禪師

009_0666_c_10L一會同居

009_0666_c_11L
聚會香林洞同修大道心

009_0666_c_12L燈前鳴玉磬月下聽松琴

009_0666_c_13L西苑花侵面東臺露滴襟

009_0666_c_14L徘徊禪院外共詠古仙音

009_0666_c_15L次智異山韻

009_0666_c_16L
風光無限好詩句豈形容

009_0666_c_17L月出琉璃白秋深錦繡紅

009_0666_c_18L地開千玉瀑天作萬圭峰

009_0666_c_19L象外塵緣寂獨超我海東

009_0666_c_20L山中景

009_0666_c_21L
乘興訪仙境風光冠海東

009_0666_c_22L澗聲生玉洞月影散靑空

009_0666_c_23L入室看眞佛登山見道翁

009_0666_c_24L却忘塵世事寄宿梵宮中

009_0667_a_01L
상원의 경치(上院景)
强上仙丘境    애써 올라온 신선의 구역
風光豈易收    풍광을 어떻게 쉽게 담으리오
岸頭春影散    언덕 위엔 봄 그림자 흩어지고
天末日陽浮    하늘 끝에는 해가 떠 있어라
詩興千層聳    시의 흥치興致는 천 겹으로 솟구치고
道情萬丈悠    도의 마음은 만 길로 유유하도다
探眞歸去路    진경을 찾고서 돌아가는 길
頻聽鶴聲脩    긴 학 울음소리 자주 들리네
풍악의 경치(楓岳景)
幸陟蓬萊境    다행히 봉래의 경내에 올라서서
風光摠仰攀    풍광을 모두 우러러 부여잡네
蓮宮秋月白    연궁에는 가을 달이 하얗고
香苑菊花闌    향원에는 국화꽃이 흐드러졌네
洞邃禪心淨    골이 깊어서 선의 마음 고요하고
峰高道意閑    산이 높아서 도의 뜻이 한가해라
却忘塵世路    풍진 세상의 길 모두 잊고서
浪詠紫雲間    자운 사이에서 그냥 노래하노라
지리산의 경치(智異山景)
幸入三淸洞    다행히 들어온 삼청의 동천이여
仙風豈易收    선풍을 어떻게 쉽게 거두리오
星光千岸散    별빛은 일천 언덕에 흩어지고
月影萬岑浮    달그림자는 일만 산에 떠 있네
玉嶂猿聲亂    옥 고개엔 원숭이 소리 어지럽고
松峰鶴夢悠    솔 봉우리엔 학의 꿈 유유해라
壺中天地大    커다란 호로병 속의 천지31)
落葉是霜秋    낙엽 지니 서리 내리는 가을이로군
구월산의 경치(九月山景)
玉嶂峭兼白    가파르고 하얀 옥 봉우리여
靈光影佛塲    신령한 빛이 도량에 비치네
風岑猿韻亂    바람 부는 산엔 원숭이 소리 어지럽고
月峽鶴聲凉    달빛 계곡엔 학 울음소리 썰렁하네
香閣名禪室    ‘향각’이라고 이름한 곳은 선실이요
梵宮號講堂    ‘범궁’이라고 부르는 곳은 강당이라
無窮仙景好    한없이 선경의 경치가 좋기에
騷客浪吟長    소객이 그냥 길게 읊조리노라
백상루의 시에 차운하다(次百祥樓韵)
拂袖上仙境    소매를 떨치며 선경에 오르니
時維九月秋    때는 바야흐로 가을철 구월이라
山頭楓錦亂    산머리엔 단풍 비단이 어지럽고
城底玉波流    성곽 밑에는 옥 물결이 흐르네
不是滕王閣    등왕각32)이라고는 할 수 없어도
也應楊子洲    양자강 물가와는 걸맞다고 하리라

009_0667_a_01L上院景

009_0667_a_02L
强上仙丘境風光豈易收

009_0667_a_03L岸頭春影散天末日陽浮

009_0667_a_04L詩興千層聳道情萬丈悠

009_0667_a_05L探眞歸去路頻聽鶴聲脩

009_0667_a_06L楓岳景

009_0667_a_07L
幸陟蓬萊境風光摠仰攀

009_0667_a_08L蓮宮秋月白香苑菊花闌

009_0667_a_09L洞邃禪心淨峰高道意閑

009_0667_a_10L却忘塵世路浪詠紫雲間

009_0667_a_11L智異山景

009_0667_a_12L
幸入三淸洞仙風豈易收

009_0667_a_13L星光千岸散月影萬岑浮

009_0667_a_14L玉嶂猿聲亂松峰鶴夢悠

009_0667_a_15L壺中天地大落葉是霜秋

009_0667_a_16L九月山景

009_0667_a_17L
玉嶂峭兼白靈光影佛塲

009_0667_a_18L風岑猿韻亂月峽鶴聲凉

009_0667_a_19L香閣名禪室梵宮號講堂

009_0667_a_20L無窮仙景好騷客浪吟長

009_0667_a_21L次百祥樓韵

009_0667_a_22L
拂袖上仙境時維九月秋

009_0667_a_23L山頭楓錦亂城底玉波流

009_0667_a_24L不是滕王閣也應楊子洲

009_0667_b_01L風光眞若此    풍광이 참으로 이와 같기에
遠客却忘愁    먼 길 나그네 문득 시름을 잊도다
원혜 스님에게 주다(贈圓慧師)
文筆兩兼勝    운문과 산문 양쪽 다 우수하고
做工甚潔精    공부의 깊이도 매우 정결하다네
志高香岳秀    뜻은 빼어난 향악처럼 드높고
心契月波淸    마음은 맑은 월파에 계합하도다
道態超人白    도의 자세는 범인을 초월하여 깨끗하고
詩情出類明    시의 정취는 무리를 벗어나 분명해라
千年蕭寺上    천년이나 오래된 절간 위에서
朗詠佛眞聲    부처의 참소리를 읊조린다네
천양의 선안에 부치다(寄天陽禪案)
覺樹心花發    깨달음의 나무엔 마음 꽃이 피고
性天道月開    성품의 하늘엔 도의 달이 뜨네
夢遊仙紫府    꿈속에서 선계의 자부33)를 유람하고
惺臥世香臺    깨어나선 세상의 향대에 눕는도다
濟衆無高下    대중을 구제함엔 고하가 없고
坐禪絶徃來    앉아서 참선함엔 왕래를 끊었다
煙霞眞淨界    연하가 참으로 정토세계이기에
朗詠任徘徊    노래하며 마음대로 배회하노라
현오에게 주다(贈賢悟)
天性抱才氣    천성이 재기를 보듬어서
淸光滿眼開    맑은 빛이 눈 가득 열리네
道骨如寒玉    도골은 차가운 옥돌과 같고
仙香等雪梅    선향은 눈 속의 매화 같아라
手弄王羲筆    손으로는 왕희지王羲之의 붓을 농하고
口吟李白詩    입으로는 이태백李太白의 시를 읊누나
慇懃成淨業    은근히 정업 이루길 부탁하노니
莫墮是兼非    시비의 경계에 떨어지지 마시기를
해월의 강헌에 부치다(寄海月講軒)
肚裡藏書卷    뱃속에는 서책이 들어 있고
杖頭掛明眼    주장자엔 밝은 눈이 걸렸도다
南天名價重    남쪽 하늘에선 이름값이 중하였고
北海世心輕    북쪽 바다에선 세상 욕심 가벼웠네
開敎生淸響    교학을 열면 청향이 발하고
弄禪出梵聲    선법을 설하면 범성이 나온다네
聽徒稍益進    문도가 점점 더 많아지면서
想必化將成    반드시 교화를 이루게 되리라
휴암의 경안에 부치다(寄鵂巖經案)
弄筆生龍動    붓을 휘두르면 용이 꿈틀거리고
談玄活句淸    현담을 얘기하면 활구가 청신해라
口吟千佛偈    입으로는 일천 게송을 외우고
眼覩百禪經    눈으로는 일백 선경을 본다네

009_0667_b_01L風光眞若此遠客却忘愁

009_0667_b_02L贈圓慧師

009_0667_b_03L
文筆兩兼勝做工甚潔精

009_0667_b_04L志高香岳秀心契月波淸

009_0667_b_05L道態超人白詩情出類明

009_0667_b_06L千年蕭寺上朗詠佛眞聲

009_0667_b_07L寄天陽禪案

009_0667_b_08L
覺樹心花發性天道月開

009_0667_b_09L夢遊仙紫府惺臥世香臺

009_0667_b_10L濟衆無高下坐禪絶徃來

009_0667_b_11L烟霞眞淨界朗詠任徘徊

009_0667_b_12L贈賢悟

009_0667_b_13L
天性抱才氣淸光滿眼開

009_0667_b_14L道骨如寒玉仙香等雪梅

009_0667_b_15L手弄王羲筆口吟李白詩

009_0667_b_16L慇懃成淨業莫墮是兼非

009_0667_b_17L寄海月講軒

009_0667_b_18L
肚裡藏書卷杖頭掛明眼

009_0667_b_19L南天名價重北海世心輕

009_0667_b_20L開敎生淸響弄禪出梵聲

009_0667_b_21L聽徒稍益進想必化將成

009_0667_b_22L寄鵂巖經案

009_0667_b_23L
弄筆生龍動談玄活句淸

009_0667_b_24L口吟千佛偈眼覩百禪經

009_0667_c_01L秋月添詩興    가을 달은 시의 흥치를 더하고
霜天倍道情    서리 하늘은 도의 마음을 배가하네
優遊香岳裡    향악의 속에서 한가로이 노니는데
行重孰能輕    발걸음이 중해야지 어찌 가벼울 수야
영암의 경안에 부치다(寄寧岩經案)
香山眞法界    향산이라 참다운 법계에서
閑臥過春秋    한가히 누워 세월을 보내네
心潔三淸洞    마음은 삼청동에서 재계하고
身登萬歲樓    몸은 만세루 위에 오르도다
講經噴玉洒    경을 강하면 옥을 뿜어 뿌리는 듯
論道散珠流    도를 논하면 구슬을 흩어 흘리는 듯
淨行元來重    청정한 행이 원래 중하니
諸天擁護悠    제천이 길이 옹호하리라
법해 스님과 헤어지며(別法海師)
雷逢還電別    방금 만났다가 금방 헤어지다니
何處再同遊    어느 곳에서 다시 함께 노닐거나
分袂離情促    옷깃 나눠 헤어지는 마음 급하더라도
勸盃恨意悠    잔 권하는 한스러움 유유하도다
孤笻朝露濕    외로운 지팡이 아침 이슬에 젖고
隻影夕陽浮    외그림자 석양에 떠돌아다니리
南北元來▼(尸*鬲)  남과 북이 워낙 떨어졌으니
重尋在幾秋    다시 찾을 날 언제일는지
각혜 스님과 헤어지며(別覺慧師)
邂逅峩嵋境    아미의 경내에서 해후한 뒤로
問經頻又頻    경전을 자꾸 묻고 또 물었네
同吟香岳月    향악의 달을 함께 읊조렸고
共詠武陵春    무릉의 봄날을 같이 노래했네
玄態壺中客    고요한 자태는 호로병 속의 객이요
淸心物外人    청정한 마음은 세상 밖의 사람이라
今朝離我後    오늘 아침 우리 헤어진 뒤에는
何處更怡神    어느 곳에서 다시 정신을 쉴까
몽견 스님과 헤어지며(別夢見師)
幸遇桃源洞    다행히 도원의 동천에서 만나
淸談月下頻    달 아래서 청담을 자주 나눴네
道成三際夏    도는 삼제의 여름에 이루었고
詩弄十方春    시는 시방의 봄날을 읊었도다
覺海能釣客    각해에서 낚시질하는 길손이요
禪林懶臥人    선림에 한가히 누운 사람이라
今離香岳路    지금 향악에서 헤어지고 나면
別恨喪精神    이별의 한에 정신을 잃으리라
최한 사미와 헤어지며(別最閑沙彌)
一夏同留宿    한 철 여름을 함께 유숙하며
登山辦勝遊    산에 올라 멋진 유희 즐겼지

009_0667_c_01L秋月添詩興霜天倍道情

009_0667_c_02L優遊香岳裡行重孰能輕

009_0667_c_03L寄寧岩經案

009_0667_c_04L
香山眞法界閑臥過春秋

009_0667_c_05L心潔三淸洞身登萬歲樓

009_0667_c_06L講經噴玉洒論道散珠流

009_0667_c_07L淨行元來重諸天擁護悠

009_0667_c_08L別法海師

009_0667_c_09L
雷逢還電別何處再同遊

009_0667_c_10L分袂離情促勸盃恨意悠

009_0667_c_11L孤笻朝露濕隻影夕陽浮

009_0667_c_12L南北元來▼(尸*鬲)重尋在幾秋

009_0667_c_13L別覺慧師

009_0667_c_14L
邂逅峩嵋境問經頻又頻

009_0667_c_15L同吟香岳月共詠武陵春

009_0667_c_16L玄態壺中客淸心物外人

009_0667_c_17L今朝離我後何處更怡神

009_0667_c_18L別夢見師

009_0667_c_19L
幸遇桃源洞淸談月下頻

009_0667_c_20L道成三際夏詩弄十方春

009_0667_c_21L覺海能釣客禪林懶臥人

009_0667_c_22L今離香岳路別恨喪精神

009_0667_c_23L別最閑沙彌

009_0667_c_24L
一夏同留宿登山辦勝遊

009_0668_a_01L告歸心鬱鬱    돌아가겠다니 마음이 우울하고
惜別恨悠悠    헤어지려니 아쉬움 길고 길도다
隻影隨雲散    외그림자는 구름 따라 흩어지고
孤笻帶日浮    외로운 지팡이 햇빛 띠고 떠다니리
波翻人世上    물결 뒤채는 인간 세상 위에
來去是春秋    오고 가는 것은 바로 봄과 가을
계철 스님에게 주다(贈桂喆師)
學道多深信    도를 배움에 신심이 매우 깊어
朝暮問又頻    아침저녁으로 자주 묻고 또 묻네
經翻霜月夜    서릿달 뜬 밤에는 경을 뒤적이고
心透雪梅春    설매 핀 봄에는 마음을 꿰뚫었네
今作持身客    지금은 자기 몸을 지키는 객이지만
將爲濟世人    앞으로 세상을 구제하는 사람 되리
東西南北路    동서남북 어느 길로 가든 간에
住運養精神    운에 맡기고 정신을 기르기를
영오 스님과 헤어지며(別靈悟師)
初喜相逢着    처음에 서로 만나 기뻤었는데
又愁送別違    다시 떠나보내려니 시름겨워라
深憂風嶺去    우울하도다 바람재로 떠남이여
長恨石程歸    유감이로다 돌길로 돌아감이여
竹杖山陰擲    대지팡이를 산그늘에 내던지고34)
裟衣日影飛    가사를 해그림자에 휘날리겠지
衲僧行李事    납승의 행리에 관한 일인걸
誰說是兼非    누가 옳으니 그르니 말하리오
통군정의 시에 차운하다(次統軍亭韻)
遠客他鄕路    먼 나그네가 타향의 길을 갈 때는
只隨杖與瓶    석장錫杖과 정병淨甁만 따를 뿐
朝遊迎使館    아침에는 영사관을 유람하고
暮訪統軍亭    저녁에는 통군정을 방문했네
鴨水千尋綠    압수는 천 길 깊이로 푸르고
胡山萬點靑    호산은 만 점으로 찍혀 푸르네
探眞歸去處    진경 찾고 다시 돌아가는 곳
醉景又無醒    경치에 취해 또 깨어나지 않네
뜰의 소나무(庭松)
笑彼秦王爵    저 진왕의 벼슬35)이 우스꽝스러워
深山友雪霜    깊은 산에서 눈과 서리 벗 삼았다네
炎天爲傘盖    무더운 날씨에는 일산日傘이 되고
風日作笙簧    바람 불면 생황을 연주한다네
特立持高節    우뚝 서서 높은 절개 지니고서
隱居得大凉    은자가 서늘함을 얻게 한다네
四時無變態    사시에 태도 변하는 일이 없어
嶺上守貞良    언덕 위에서 곧은 지조 지킨다네
진여산의 실제암(眞如山實際庵)

009_0668_a_01L告歸心鬱鬱惜別恨悠悠

009_0668_a_02L隻影隨雲散孤笻帶日浮

009_0668_a_03L波翻人世上來去是春秋

009_0668_a_04L贈桂喆師

009_0668_a_05L
學道多深信朝暮問又頻

009_0668_a_06L經翻霜月夜心透雪梅春

009_0668_a_07L今作持身客將爲濟世人

009_0668_a_08L東西南北路 [3] 運養精神

009_0668_a_09L別靈悟師

009_0668_a_10L
初喜相逢着又愁送別違

009_0668_a_11L深憂風嶺去長恨石程歸

009_0668_a_12L竹杖山陰擲裟衣日影飛

009_0668_a_13L衲僧行李事誰說是兼非

009_0668_a_14L次統軍亭韻

009_0668_a_15L
遠客他鄕路只隨杖與瓶

009_0668_a_16L朝遊迎使舘暮訪統軍亭

009_0668_a_17L鴨水千尋綠胡山萬點靑

009_0668_a_18L探眞歸去處醉景又無醒

009_0668_a_19L庭松

009_0668_a_20L
笑彼秦王爵深山友雪霜

009_0668_a_21L炎天爲傘盖風日作笙簧

009_0668_a_22L特立持高節隱居得大凉

009_0668_a_23L四時無變態嶺上守貞良

009_0668_a_24L眞如山實際庵

009_0668_b_01L
@山號眞如得    진여를 얻는다는 산의 이름이요
庵名實際尋    실제를 찾는다는 절의 이름이라
溪聲生妙曲    냇물 소리는 미묘한 곡조 연주하고
松韻散淸音    솔바람은 청아한 음률 흩뿌리네
佛獨明三覺    부처님 홀로 삼각36)을 밝히셨고
僧兼悟一心    스님은 겸해서 일심을 깨쳤구나
壺中風景好    호로병 속의 풍경이 좋아서
終日臥仙林    종일토록 선림에 누워 있노라
국화菊花
點點無增減    점점이 찍혀 증감하는 일도 없이
多在碧山隈    푸른 산모퉁이에 많이 피어 있네
風動花兼動    바람이 불면 꽃들도 움직이고
蜂來蝶亦來    벌이 찾아오면 나비도 날아오네
開笑聲難聽    웃는 소리는 듣기 어려워도
生香味不回    풍기는 향미는 삿되지 않네
神光紅且白    신령스러운 그 빛 붉고 또 희어
探看去重廻    찾아보고 가면서 다시 돌아보네
목동牧童
村野諸童子    시골 들판의 여러 아동들이
牧牛懶擧鞭    소를 치며 느릿느릿 채찍을 드네
朝尋靑草岸    아침엔 푸른 초원 찾아갔다가
午訪碧林邊    낮에는 푸른 숲가 찾아간다네
旱日探幽地    가문 날엔 으슥한 땅을 고르고
雨時厭濕天    비가 오면 습한 하늘 싫어하네
雙雙鳴短笛    쌍쌍이 짧은 피리 불어 젖히며
來去渡頭烟    나루터 안개 속을 오고 간다네
칠언율시七言律詩
세 분 큰 선생인 은와와 천진과 보봉의 높은 궤안几案 아래에 삼가 바치다【병서】(謹呈隱窩天眞寶峰三大先生高案下【幷序】)
대개 세 분 큰 선생에 대해서는 본디 평소에 알지 못해서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하였으니, 너무도 복이 없었던 것을 어떻게 말로 다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다행히도 이번에 삼가 내려 주신 시문詩文을 받게 되었는데, 펼쳐서 다 읽기도 전에 눈이 저절로 밝아지고 시흥詩興이 갑절이나 더하였으므로, 환희작약歡喜雀躍하면서37) 기쁜 마음을 금하기 어려웠다.
더군다나 혜선慧禪이 돌아와서 존귀한 분들의 말을 전하기를 “다만 유감스러운 것이 있으니, 향악香岳의 승경勝景을 아직 찾지 못한 것이 첫 번째 한이요,

009_0668_b_01L
山號眞如得庵名實際尋

009_0668_b_02L溪聲生妙曲松韻散淸音

009_0668_b_03L佛獨明三覺僧兼悟一心

009_0668_b_04L壺中風景好終日臥仙林

009_0668_b_05L菊花

009_0668_b_06L
點點無增減多在碧山隈

009_0668_b_07L風動花兼動蜂來蝶亦來

009_0668_b_08L開笑聲難聽生香味不回

009_0668_b_09L神光紅且白探看去重廻

009_0668_b_10L牧童

009_0668_b_11L
村野諸童子牧牛懶擧鞭

009_0668_b_12L朝尋靑草岸午訪碧林邊

009_0668_b_13L旱日探幽地雨時厭濕天

009_0668_b_14L雙雙鳴短笛來去渡頭烟

009_0668_b_15L

009_0668_b_16L七言律詩

009_0668_b_17L謹呈隱窩天眞寶峰三大先生高案
009_0668_b_18L下并序

009_0668_b_19L
盖三大先生素昧平生而一未奉覲
009_0668_b_20L其薄福之甚可勝言哉幸㦲乃者
009_0668_b_21L伏承下送之篇章披讀未了塵眼自
009_0668_b_22L詩興倍加鰲抃雀躍喜心難禁
009_0668_b_23L況且慧禪之歸敬傅 [4] 僉尊之語曰
009_0668_b_24L所慨者一以恨未探香岳之勝景

009_0668_c_01L월파月波의 진면목을 보지 못한 것이 두 번째 한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고는 감사하는 마음을 금치 못하면서 첨앙瞻仰하는 마음이 갑절이나 더하였으나 그저 몽상夢想이나 하며 세월만 보낼 뿐이었다.
옛말에 이르기를 “도가 계합契合하면 하늘과 땅처럼 멀어도 함께 처하는 것과 같고, 의취意趣가 다르면 얼굴을 직접 대해도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멀게 느껴진다.”38)라고 하였다. 만약 도를 깨닫고 이치를 통하여 양쪽의 마음이 서로 계합하면, 어찌 산하山河와 형성形聲의 간격에 구애를 받겠는가. 비록 그렇긴 하지만 “눈빛을 마주치기만 해도 그 속에 도가 들어 있음을 알아차린다.”39)라는 설이 또 대성大聖의 입에서 나왔으므로, 매양 일시에 뵙고 싶은 마음이 바다처럼 깊어 가기만 하였다.
그러나 소승은 홀로 향악에 움츠린 채 병들어 늙어 가고, 어진 분들께서는 함께 기성箕城에서 즐기면서 오는 것을 또 멈추고 있으니, 서로 만나기 쉽지 않은 것이 바람난 말과 소도 서로 미치지 못하는 것40)과 같다. 이에 경모景慕하는 마음을 금치 못한 나머지, 불민不敏한 재주로나마 산의 경치를 외람되게 읊으면서 삼가 보내온 시에 차운하여 여러 어진 분들의 궤안几案 아래에 바침으로써 잊지 못하는 심정을 표하였다. 시는 다음과 같다.

太白山中塞鴈歸  태백산 속에서 변방 기러기 돌아가고
秋天明月影雲扉  가을 하늘 밝은 달이 구름 사립 비출 때
武陵玉瀑灌塵目  무릉의 옥폭으로 속진의 눈을 씻어 내고
香岳仙風拂道衣  향악의 선풍으로 도의 옷깃을 휘날리네
有藝靑襟詩興勝  기예 있는 청금41)은 시의 흥치가 뛰어나고
無心白衲眼珠輝  무심한 흰 납의衲衣는 눈동자가 빛나도다
諸君欲翫峩嵋景  여러분이 아미산 경치를 감상하려거든
莫惜明春杖子飛  주저 말고 내년 봄에 지팡이 날리시기를
삼가 은와의 시에 차운하다(謹次隱窩韻)
遠地高名已飽聞  멀리서 높은 명성을 익히 들었는데
篇章今看也凌雲  시편을 지금 보니 역시 고상해라
志殊雖有尊卑▼(尸*鬲)  뜻이 달라서 존비의 차이가 있다고 해도
道契何存上下分  도가 맞으면 상하의 나뉨이 어찌 있으랴
鷲岑峰前僧繼道  영취산靈鷲山 앞의 승려는 도를 이어받고
尼丘山下士成文  이구산42) 아래 선비는 문장을 이루었네
元來儒釋宗承異  원래 유교와 불교는 숭상함이 달라서
一敬金仙一敬君  하나는 부처를 하나는 임금을 공경한다오
삼가 천진의 시에 차운하다(謹次天眞韻)
高臥靑山友白雲  청산에 높이 누워 백운과 벗하다가
天眞佳號幸今聞  천진의 아름다운 명성을 다행히 지금 들었네

009_0668_c_01L以恨不見月波之眞面云聞來不勝
009_0668_c_02L感謝倍加瞻仰而徒費夢想之悠
009_0668_c_03L悠也且古語云道契則霄壤共處
009_0668_c_04L趣異則覿面椘越若悟道通理
009_0668_c_05L兩心相契則豈爲山河形聲之所▼(尸*鬲)
009_0668_c_06L碍㦲雖然目擊道存之說亦出於
009_0668_c_07L大聖之口則每欲一時奉覲之情
009_0668_c_08L海俱深小釋獨縮香岑而病且老
009_0668_c_09L賢共樂箕城而來又休相逢未易
009_0668_c_10L風馬牛之不相及也不勝景暮 [5] 之懷
009_0668_c_11L以不敏之才濫詠山景謹次來韻
009_0668_c_12L而敬呈僉案之下以表不忘之情焉
009_0668_c_13L詩曰

009_0668_c_14L
太白山中塞鴈歸秋天明月影雲扉

009_0668_c_15L武陵玉瀑灌塵目香岳仙風拂道衣

009_0668_c_16L有藝靑襟詩興勝無心白衲眼珠輝

009_0668_c_17L諸君欲翫峩嵋景莫惜明春杖子飛

009_0668_c_18L謹次隱窩韻

009_0668_c_19L
遠地高名已飽聞篇章今看也凌雲

009_0668_c_20L志殊雖有尊卑▼(尸*鬲)道契何存上下分

009_0668_c_21L鷲岑峰前僧繼道尼丘山下士成文

009_0668_c_22L元來儒釋宗承異一敬金仙一敬君

009_0668_c_23L謹次天眞韻

009_0668_c_24L
高臥靑山友白雲天眞佳號幸今聞

009_0669_a_01L想應月下究玄理  응당 달 아래서 현묘한 이치를 연구하고
知必燈前讀聖文  필시 등불 앞에서 성인의 글을 읽으리라
僧隱香岑探道靜  승려는 향악에 숨어 도를 조용히 탐구하고
士潜浿水洗塵紛  선비는 패수에 잠겨 세상 먼지를 씻는다네
京城千里頻來徃  경성 천 리 길을 빈번히 가고 오면서
幾許淸詩獻國君  몇 번이나 맑은 시를 임금님께 바쳤을까
삼가 보봉의 시에 차운하다(謹次寶峰韻)
久踏箕城紫霧雲  기성의 보랏빛 운무를 오래 밟으면서
高名碩德已曾聞  높은 이름 크신 덕을 일찍이 들었네
風傳泛聽驚人句  사람 놀라게 하는 구절을 풍문으로 들었는데
月殿親承泣鬼文  귀신 울리는 시문을 월전에서 받았어라
羨子儒林塵慮靜  부러워라 유림의 그대는 속진의 생각 고요한데
慚吾釋苑世心紛  부끄러워라 석원의 나는 세상 마음이 분분하니
莫言緇素元來隔  승속僧俗이 원래 떨어졌다 말하지 마오
共事明明一聖君  밝고 밝으신 성군을 똑같이 섬기니까
삼가 환암 법사의 도안에 바치다(謹呈幻庵法師道案)
西山正脉幻庵堂  서산의 정맥 이으신 우리 환암당
屹立高幢處處塲  고당을 우뚝 세워 처처에 도량이라
講罷禪經心月白  선경을 강론하여 마음 달이 환하고
叅窮祖意道芽香  조의를 참구하여 도의 싹이 향기롭네
含花百鳥飛空促  꽃 머금은 새들이 공중을 날아다니고
聽法諸神跪席長  설법 듣는 신들이 자리에 무릎 꿇네
覺海澄澄無熱惱  각해가 맑고 맑아 번뇌가 없는지라
群生出沒得淸凉  중생이 출몰하며 청량함을 얻는다네
남파당의 시에 차운하다(次南坡堂韻)
禪敎兼通豈有羞  선과 교를 통했으니 어찌 부끄러우랴
靑山綠水去來悠  푸른 산 푸른 물이 유유히 오고 가네
途中却憶靑山主  도중에 청산의 주인 문득 생각하고
家裡不忘紫陌流  집 안에서 자맥43)의 흐름 잊지 않는다네
無孔笛吹三際夏  구멍 없는 피리 부니 삼제가 여름이요
沒絃琴奏十方秋  줄 없는 거문고 타니 시방이 가을이라
乾坤萬里淸遊極  건곤 만 리에 한껏 맑게 노닐면서
隨處生涯得自由  어딜 가나 생애가 자유를 얻는도다
삼성암의 시에 차운하다(次三聖庵韻)
三聖庵名萬古香  삼성암의 이름이 만고에 향기로워
登臨此日捲雲晴  오늘 등림하니 구름 걷혀 쾌청하네
松琴瑟瑟添詩興  솔 풍금은 슬슬 시흥을 더하고
澗曲潺潺倍道情  시냇물은 졸졸 도정을 북돋우네
入㝎禪僧塵慮靜  선정에 든 선승은 속진의 생각이 고요하고
探眞騷客世心淸  진경 찾는 소객은 세상 욕심 말끔해라
若能了得天眞理  만약 천진의 도리를 제대로 깨닫는다면
鶴唳猿啼摠佛聲  학 눈물, 잔나비 울음 모두 부처의 음성이리
부벽루의 시에 차운하다(次浮碧樓韻)

009_0669_a_01L想應月下究玄理知必燈前讀聖文

009_0669_a_02L僧隱香岑探道靜士潜浿水洗塵紛

009_0669_a_03L京城千里頻來徃幾許淸詩獻國君

009_0669_a_04L謹次寶峰韻

009_0669_a_05L
久踏箕城紫霧雲高名碩德已曾聞

009_0669_a_06L風傳泛聽驚人句月殿親承泣鬼文

009_0669_a_07L羨子儒林塵慮靜慚吾釋苑世心紛

009_0669_a_08L莫言緇素元來隔共事明明一聖君

009_0669_a_09L謹呈幻庵法師道案

009_0669_a_10L
西山正脉幻庵堂屹立高幢處處塲

009_0669_a_11L講罷禪經心月白叅窮祖意道芽香

009_0669_a_12L含花百鳥飛空促聽法諸神跪席長

009_0669_a_13L覺海澄澄無熱惱群生出沒得淸凉

009_0669_a_14L次南坡堂韻

009_0669_a_15L
禪敎兼通豈有羞靑山綠水去來悠

009_0669_a_16L途中却憶靑山主家裡不忘紫陌流

009_0669_a_17L無孔笛吹三際夏沒絃琴奏十方秋

009_0669_a_18L乾坤萬里淸遊極隨處生涯得自由

009_0669_a_19L次三聖庵韻

009_0669_a_20L
三聖庵名萬古香登臨此日捲雲晴

009_0669_a_21L松琴瑟瑟添詩興澗曲潺潺倍道情

009_0669_a_22L入㝎禪僧塵慮靜探眞騷客世心淸

009_0669_a_23L若能了得天眞理鶴唳猿啼摠佛聲

009_0669_a_24L次浮碧樓韻

009_0669_b_01L
鍊光之北有高樓  연광정鍊光亭 북쪽에 자리한 높은 누대
萬景森羅不易收  만 경이 늘어서서 쉽게 거두지 못하겠네
雲外蒼山靑鶴舞  구름 밖 푸른 산엔 푸른 학이 춤추고
窓前大野紫霞浮  창 앞 큰 들판엔 보랏빛 놀이 떠 있네
▼(艹/牧)䒟峰作遊仙岸  모란봉은 신선이 노니는 언덕이 되고
柳木亭爲送客洲  유목정은 손님을 보내는 모래톱이라
箕子檀君今已沒  기자와 단군이 지금 이미 사라져서
許多風物半添愁  허다한 풍물이 시름을 반이나 더하네
강선루의 시에 차운하다(次降仙樓韻)
千山萬水踏根源  일천 산 일만 물의 근원을 답사하고
此日登樓覺世昏  오늘 누대에 오르니 난세임을 깨닫겠네
地聳仙峰眞淨界  땅이 솟은 선봉은 정토세계요
洞開玉瀑別乾坤  골이 열린 옥폭은 별천지로세
嶂高西北連天末  산은 높아 서북으로 하늘 끝에 잇닿고
溪出東南接海門  내는 흘러 동남으로 바다 입구 이어지네
忘却塵緣探勝久  세상 인연 잊어버리고 승경을 찾다 보니
拖紅落照影花軒  낙조의 붉은 빛이 화헌에 그림자 지네
극락전의 시에 차운하다(次極樂殿韻)
禪庵高建最仙區  선암이 높이 선 최고의 선경
萬景森羅別界衢  만 경이 삼엄히 벌여 선 별천지
月殿鍾聲驚鶴子  월전의 종소리는 학의 새끼 놀라게 하고
風岑松韻動鸞雛  풍잠의 솔바람은 난새 새끼 일깨우네
無縫塔裡藏靈骨  무봉탑 속에는 영골이 안치되고
息影堂中網寶珠  식영당 안에는 보주가 그물 쳤네
物外乾坤眞勝趣  물외의 건곤이 참으로 멋지기에
舌難盡說筆難圖  혀로도 말 못 하고 붓으로도 못 그리네
진불암의 시에 차운하다(次眞佛庵韵)
欲覩香山眞佛窩  향산의 진불암을 보고 싶어서
强登最上紫雲阿  가장 높은 자운 언덕에 애써 올랐네
霜天月白琉璃洞  상천의 달님은 유리의 동천에 하얗고
楓嶺秋深錦繡窠  풍령의 가을은 금수의 둥지에 깊어라
刧外春風生瑞草  억겁 너머 봄바람에 상서로운 풀들이 자라나고
壺中夏雨茂仙禾  호로병 속의 여름비에 신선의 벼들이 무성하네
塵寰遠▼(尸*鬲)無喧動  티끌세상 떨어져서 소란함 없으니
朝暮禮叅古釋迦  조석으로 옛 석가를 예배한다네
은선암의 시에 차운하다(次隱仙庵韵)
隱仙宮靜世緣空  은선궁 고요히 세상 인연 텅 빈 채
常與白雲靑鶴同  항상 흰 구름 푸른 학과 함께한다오
萬瀑洞邊塵慮淨  만폭동 가에는 속진의 생각 말끔하고
頭陁庵外道情濃  두타암 밖에는 도의 마음 진하도다
香爐峰照秋霜月  향로봉 비추는 건 가을의 서릿달
牛跡臺高老碧松  우적대 드높은 건 노쇠한 푸른 솔
澗水潺潺流不絶  시냇물 졸졸졸 끊임없이 흘러가니
探眞騷客洗塵蹤  진경 찾는 소객이 티끌 자취 씻어 내네

009_0669_b_01L
鍊光之北有高樓萬景森羅不易收

009_0669_b_02L雲外蒼山靑鶴舞窓前大野紫霞浮

009_0669_b_03L𦱒䒟峰作遊仙岸柳木亭爲送客洲

009_0669_b_04L箕子檀君今已沒許多風物半添愁

009_0669_b_05L次降仙樓韻

009_0669_b_06L
千山萬水踏根源此日登樓舉世昏

009_0669_b_07L地聳仙峰眞淨界洞開玉瀑別乾坤

009_0669_b_08L嶂高西北連天末溪出東南接海門

009_0669_b_09L忘却塵緣探勝久拖紅落照影花軒

009_0669_b_10L次極樂殿韻

009_0669_b_11L
禪庵高建最仙區萬景森羅別界衢

009_0669_b_12L月殿鍾聲敬鶴子風岑松韻動鸞雛

009_0669_b_13L無縫塔裡藏靈骨息影堂中網寶珠

009_0669_b_14L物外乾坤眞勝趣舌難盡說筆難圖

009_0669_b_15L次眞佛庵韵

009_0669_b_16L
欲覩香山眞佛窩强登最上紫雲阿

009_0669_b_17L霜天月白琉璃洞楓嶺秋深錦繡窠

009_0669_b_18L刧外春風生瑞草壺中夏雨茂仙禾

009_0669_b_19L塵寰遠▼(尸*鬲)無喧動朝暮禮叅古釋迦

009_0669_b_20L次隱仙庵韵

009_0669_b_21L
隱仙宮靜世緣空常與白雲靑鶴同

009_0669_b_22L萬瀑洞邊塵慮淨頭陁庵外道情濃

009_0669_b_23L香爐峰照秋霜月牛跡臺高老碧松

009_0669_b_24L澗水潺潺流不絕探眞騷客洗塵蹤

009_0669_c_01L
금강산의 시에 차운하다(次金剛山韻)
登臨楓岳最高虛  풍악의 가장 높은 곳에 등림하니
東海東頭日出初  동해의 동쪽 끝에 해가 막 떠오르네
萬疊圭峰爲鶴窟  만 첩의 규봉은 학의 굴 되고
千層玉瀑作龍居  천 층의 옥폭은 용의 집 되네
秋深竹戶風聲冷  대 문에 가을 깊으니 바람 소리 썰렁하고
月入松窓桂影踈  솔 창에 달 드니 계수 그림자 성글어라
象外仙區無限趣  세상 밖 선경에 흥취가 무한해서
沈吟終日世緣除  종일 읊노라니 세상 인연 사라지네
영월 스님에게 주다(贈影月師)
久棲香岳大叢林  향악의 대총림에 오래 몸담았으니
應得淸虛正道心  청허의 정도의 마음을 응당 얻었으리
玉軸金文開耳目  옥축의 금문으로 이목을 열고
靑山綠水洗胸襟  청산녹수로 흉금을 씻는다네
格外禪風雙袖拂  격외의 선의 가풍을 두 소매로 떨치고
壺中眞樂一笻尋  호중의 참다운 낙을 한 지팡이로 찾네
君今欲識無生曲  그대여 지금 무생곡을 알고 싶으면
聽我床頭彈梵琴  내가 침상에서 타는 범금을 들어 보시라
오산 김 학사와 헤어지며(別五山金學士)
風和日暖最佳節  바람 부드럽고 날씨 따뜻한 가장 좋은 계절에
揖送吾君鶴樹間  우리 학수 사이에서 그대를 읍하고 보내노라
握手臨岐愁萬結  손을 잡고 갈림길에 서니 일만 시름 맺히고
回頭惜別恨千端  머리 돌려 헤어지려니 일천 한이 일어나네
雙眸頻顧三春路  두 눈동자는 삼춘의 길을 자꾸만 돌아보고
隻影孤歸五嶽村  외그림자는 오악의 마을로 외롭게 돌아가네
爲問何時攀桂葉  물어보세 언제나 계수나무 잎을 잡을는지44)
速成功業錦衣還  공업을 일찍 이루어 금의환향하시도록
양열 스님의 장시에 차운하다(次良悅師長韻)
身登香岳三淸境  향악의 삼청 경내에 몸소 올라와
委訪玄玄世外蹤  현현한 세상 밖 자취를 찾아왔네
地待眞僧開玉洞  땅은 참스님 기다려 옥동을 개방하고
天嫌塵客起雲峰  하늘은 속객俗客 싫어해 운봉을 일으켰네
夕陽能覩松端鶴  석양에는 소나무 끝의 학을 볼 수 있고
夜半復聞月下鍾  한밤중엔 또 달 아래 종소리 들린다오
屹屹仙山無限景  우뚝 서 있는 신선 산의 무한한 이 경치여
弄來弄去意尤濃  그냥 오고 가노라면 뜻이 더욱 깊어지네
김 학사가 부르는 운에 화하다(和金學士呼韵)
爲問孔門第幾承  물어보세 공문의 몇 번째 제자인가
玄玄道態淨如燈  현현한 도의 모습 조촐하기 등이로세
胷懸法鏡塵緣寂  흉금은 법경을 매달아 속진의 인연 고요하고
意合靈機也慮澄  뜻은 영기에 들어맞아 세상 생각 말끔해라
仁義兼行心海濶  인의를 모두 행해 마음의 바다 널찍하고
詩書并讀學波興  시서를 함께 읽어 배움의 물결 흥기하네

009_0669_c_01L次金剛山韻

009_0669_c_02L
登臨楓岳最高虛東海東頭日出初

009_0669_c_03L萬疊圭峰爲鶴窟千層玉瀑作龍居

009_0669_c_04L秋深竹戶風聲冷月入松窓桂影踈

009_0669_c_05L象外仙區無限趣沈吟終日世緣除

009_0669_c_06L贈影月師

009_0669_c_07L
久棲香岳大叢林應得淸虛正道心

009_0669_c_08L玉軸金文開耳目靑山綠水洗胸襟

009_0669_c_09L格外禪風雙袖拂壺中眞樂一笻尋

009_0669_c_10L君今欲識無生曲聽我床頭彈梵琴

009_0669_c_11L別五山金學士

009_0669_c_12L
風和日暖最佳節揖送吾君鶴樹間

009_0669_c_13L握手臨岐愁萬結回頭惜別恨千端

009_0669_c_14L雙眸頻顧三春路隻影孤歸五嶽村

009_0669_c_15L爲問何時攀桂葉速成功業錦衣還

009_0669_c_16L次良悅師長韻

009_0669_c_17L
身登香岳三淸境委訪玄玄世外蹤

009_0669_c_18L地待眞僧開玉洞天嫌塵客起雲峰

009_0669_c_19L夕陽能覩松端鶴夜半復聞月下鍾

009_0669_c_20L屹屹仙山無限景弄來弄去意尤濃

009_0669_c_21L和金學士呼韵

009_0669_c_22L
爲問孔門第幾承玄玄道態淨如燈

009_0669_c_23L胷懸法鏡塵緣寂意合靈機也慮澄

009_0669_c_24L仁義兼行心海濶詩書并讀學波興

009_0670_a_01L相逢莫問西來敎  상봉하면 서래45)의 가르침 물어볼 것도 없나니
君子已知佛法能  군자는 이미 불법을 잘 알고 계시니까
용암의 선안에 올리다(呈龍岩禪案)
仙儀幸對薩江濱  신선의 자태를 다행히 살수薩水 물가에서 대했나니
道態元非世上人  도의 모습이 원래 세상 사람이 아니로세
碧海千尋龍變化  푸른 바다 천 길에 용이 변화했다 할까
丹霄萬里鶴精神  붉은 하늘 만 리에 학이 정채롭다 할까
松風蘿月澄心慮  송풍나월에 마음 걱정 말끔히 하고
玉洞淸流洗垢塵  옥동 청류에 때와 먼지 씻는다네
物外烟霞寥寂處  세상 밖 연하가 적요한 곳에서
逍遙獨坐養天眞  소요하며 홀로 앉아 천진을 기른다네
오봉사의 시에 차운하다(次五峰寺韻)
携錫登臨錦繡濃  단풍이 한창일 때 석장 쥐고 올랐더니
金風亂起寺前峯  절 앞산에 갈바람이 어지러이 일어나네
烟霞淨界開禪室  연하의 정토세계에 선실을 열어 놓아
玉洞靈區絶世蹤  옥동의 신령한 구역에 세상 자취 끊어졌네
月峽夜深猿韻冷  월협의 밤 깊으면 원숭이 울음 썰렁하고
龍潭波峻水文溶  용담의 물결 높으면 물보라가 흩날리네
祗園終日探玄久  사원에서 종일 현묘한 이치를 탐구하노라니
禮佛山僧動暮鍾  예불하는 산승이 저녁 종을 울리네
보혈사 관해루의 시에 차운하다(次寶穴寺觀海樓韻)
初剏寶穴寺何秋  보혈사는 언제 처음 창건하였는고
新建仙樓接海頭  새로 세운 선루가 바다에 접하였네
七嶽群峰雲外出  칠악의 봉우리는 구름 밖에 솟았고
一溪長水眼前流  일계의 긴 냇물은 눈앞에 흐르누나
仰觀北嶺雄千石  북쪽 고개 쳐다보면 웅장한 천 개의 바위
俯看南溟泛萬舟  남쪽 바다 굽어보면 떠 있는 만 척의 배
終日探眞忘世慮  종일 진경 찾으며 세상 걱정 잊다가
浪吟詩句屋薝留  시구 노래하며 처마 밑에 머물도다
삼가 강 참봉의 도안에 올리다(謹呈康叅奉道案)
世上功名意不甘  세상의 공명은 달갑게 여기지 않고
孝心道德比曾參  효심과 도덕이 증삼에 비길 만해라
萬般才藝藏殷岳  만 가지 재예를 은악에 감추고서
一寸肝膓洗玉潭  한 줌의 간장을 옥담에 씻었어라
法鏡長磨秋桂月  법의 거울을 추계의 달에 언제나 닦아 내고
仙衣懶拂雪梅嵐  신선의 옷을 설매의 남기嵐氣에 한가히 나부끼네
胸中滿飽經書卷  가슴속에 경서를 가득 담고 있으니
師學自知茜絳藍  스승도 자기보다 낫다고 대견해하리라
향악의 선안에 부치다(寄香岳禪案)
靈靈禀性抱多才  신령한 품성은 많은 재능 간직하고
凛凛風光兩眼開  늠름한 풍광은 두 눈 뜨게 하네
勤讀聖經挑玉燭  경전을 열심히 읽으며 옥촉을 돋우고
懶吟詩句上仙臺  시구를 한가히 읊으며 선대에 오르네

009_0670_a_01L相逢莫問西來敎君子已知佛法能

009_0670_a_02L呈龍岩禪案

009_0670_a_03L
仙儀幸對薩江濱道態元非世上人

009_0670_a_04L碧海千尋龍變化丹霄萬里鶴精神

009_0670_a_05L松風蘿月澄心慮玉洞淸流洗垢塵

009_0670_a_06L物外烟霞寥寂處逍遙獨坐養天眞

009_0670_a_07L次五峰寺韻

009_0670_a_08L
携錫登臨錦繡濃金風亂起寺前峯

009_0670_a_09L烟霞淨界開禪室玉洞靈區絕世蹤

009_0670_a_10L月峽夜深猿韻冷龍潭波峻水文溶

009_0670_a_11L祗園終日探玄久禮佛山僧動暮鍾

009_0670_a_12L次寶穴寺觀海樓韻

009_0670_a_13L
初剏寶穴寺何秋新建仙樓接海頭

009_0670_a_14L七嶽群峰雲外出一溪長水眼前流

009_0670_a_15L仰觀北嶺雄千石俯看南溟泛萬舟

009_0670_a_16L終日探眞忘世慮浪吟詩句屋薝留

009_0670_a_17L謹呈康叅奉道案

009_0670_a_18L
世上功名意不甘孝心道德比曾參

009_0670_a_19L萬般才藝藏殷岳一寸肝膓洗玉潭

009_0670_a_20L法鏡長磨秋桂月仙衣懶拂雪梅嵐

009_0670_a_21L胸中滿飽經書卷師學自知茜絳藍

009_0670_a_22L寄香岳禪案

009_0670_a_23L
靈靈禀性抱多才凛凛風光兩眼開

009_0670_a_24L勤讀聖經挑玉燭懶吟詩句上仙臺

009_0670_b_01L行高百鳥含花至  수행이 높아 새들이 꽃을 물고 이르고
道大諸天仰德來  도가 커서 제천이 덕을 우러러 찾아오네
物外乾坤眞淨界  세상 밖 건곤이 참으로 정토세계라서
騰騰任運久徘徊  느긋이 운에 맡기고 오래 배회하노라
연월의 선안에 부치다(寄淵月禪案)
恠君仙氣在眉間  그대의 선기가 미간에 있음이 괴이했는데
開口果知意亦閑  입을 여니 마음도 한가함을 알겠도다
遠繼淸虛眞道統  멀리 청허를 이었으니 참다운 도통이요
近攀咸岳大禪關  가까이 함악을 잡았으니 큰 선관이로다
曆叅知識東西境  동서의 지경으로 선지식 두루 참알하고
求學法門遠邇山  원근의 산으로 법문 구하여 배웠다네
物外乾坤能獨步  물외의 건곤에 능히 혼자서 걷나니
一笻隨處任心安  지팡이 가는 곳 어디나 마음 편안해라
삼가 순상 대감의 유헌 아래에 올리다(謹呈巡相大監遊軒下)
鶴盖龍旗向翠丘  학과 용의 의장儀章이 푸른 언덕 향하기에
慇懃洒掃寺前樓  정성껏 절 앞의 다락을 물 뿌리고 청소했네
山嫌塵客雲長蔽  산은 속객俗客 싫어해서 구름이 항상 가리고
天爲仙賓雨蹔收  하늘은 귀빈 위해서 비를 잠시 거두었네
忠節三朝君寵極  세 조정에 바친 충절이라 임금의 총애 극진하고
仁風一路衆愁休  한 길 가는 인풍이라 백성의 시름 멈추었네
吹歌弄笛探眞處  노래하고 젓대 불며 참다운 낙 찾는 곳
萬瀑欣然散玉流  만 폭이 흔연히 옥 물줄기 흩뿌리네
벽파당과 헤어지며(別碧波堂)
相逢即別喜兼悲  만나자마자 헤어지니 기쁘면서 서글퍼
聚散無常不㝎期  모였다 흩어짐은 무상하여 기약 없네
家裡談空稱我主  집에서 공을 말할 땐 나를 주인이라 해도
途中濟衆匪君誰  도중에 대중 구제함은 그대 말고 누구리오
燈前能讀經禪句  등불 앞에서 글 읽나니 교와 선의 구절이요
月下長吟李杜詩  달빛 아래 읊조리나니 이백과 두보의 시구로다
握手臨岐心鬱鬱  손잡고 헤어지려니 울적한 이 마음이여
離程不勝缺然思  떠나는 길에 섭섭한 생각 금할 수 없도다
청암당과 헤어지며(別淸巖堂)
有意門人今送離  뜻을 둔 문인을 지금 떠나보내려니
金風乍起早秋時  금풍이 언뜻 부는 초가을의 시절이라
陽關一曲飛笻促  이별가46) 한 곡에 날리는 지팡이 다급하고
餞酒三盃擧步遲  송별주 석 잔에 길 떠나기 더디도다
曾聽歸期嚬一面  돌아올 기약에 얼굴 찡그린다 들었는데
今當別限皺雙眉  이별의 한에 지금 이마에 주름이 지누나
臨分却憶難重會  지금 헤어지면 언제나 다시 만날는지
握手浪吟數句詩  손잡으며 부질없이 몇 구의 시 읊조리네
누암당과 헤어지며(別陋庵堂)
南北元來會亦離  남북은 원래 만나기 또한 어렵지만
去時想必有回時  떠나면 반드시 돌아올 때도 있겠지

009_0670_b_01L行高百鳥含花至道大諸天仰德來

009_0670_b_02L物外乾坤眞淨界騰騰任運久徘徊

009_0670_b_03L寄淵月禪案

009_0670_b_04L
恠君仙氣在眉間開口果知意亦閑

009_0670_b_05L遠繼淸虛眞道統近攀咸岳大禪關

009_0670_b_06L曆叅知識東西境求學法門遠邇山

009_0670_b_07L物外乾坤能獨步一笻隨處任心安

009_0670_b_08L謹呈巡相大覽遊軒下

009_0670_b_09L
鶴盖龍旗向翠丘慇懃洒掃寺前樓

009_0670_b_10L山嫌塵客雲長蔽天爲仙賓雨蹔收

009_0670_b_11L忠節三朝君寵極仁風一路衆愁休

009_0670_b_12L吹歌弄笛探眞處萬瀑欣然散玉流

009_0670_b_13L別碧波堂

009_0670_b_14L
相逢即別喜兼悲聚散無常不㝎期

009_0670_b_15L家裡談空稱我主途中濟衆匪君誰

009_0670_b_16L燈前能讀經禪句月下長吟李杜詩

009_0670_b_17L握手臨岐心鬱鬱離程不勝缺然思

009_0670_b_18L別淸巖堂

009_0670_b_19L
有意門人今送離金風乍起早秋時

009_0670_b_20L陽關一曲飛笻促餞酒三盃擧步遲

009_0670_b_21L曾聽歸期嚬一面今當別限皺雙眉

009_0670_b_22L臨分却憶難重會握手浪吟數句詩

009_0670_b_23L別陋庵堂

009_0670_b_24L
南北元來會亦離去時想必有回時

009_0670_c_01L竹杖徐揮秋日晩  죽장을 가을날 저녁에 천천히 휘젓고
道衣懶拂夕陽遲  도의를 석양에 늦게 한가로이 떨치네
凛凛仙姿凝兩眼  늠름한 신선의 자세는 두 눈빛에 모여 있고
堂堂道態露雙眉  당당한 도인의 자태는 두 미간에 드러났네
心情密密難堪別  울적한 이 심정 이별을 참을 수 없어
勸酒三盃又詠詩  석 잔 술을 권하며 또 시를 노래하네
관 대사의 시에 차운하다(次寬大師韵)
幸遇飄然物外仙  표연히 물외의 신선 다행히 만났나니
堂堂道態出雲邊  당당한 도의 자태 구름 가에 나왔어라
我留西岳輕西岳  나는 서악에 머물며 서악을 가볍게 보는데
君向此天重北天  그대는 북천 향하며 북천을 중하게 보누나
竹杖高飛朝日露  죽장은 아침 이슬에 높이 드날리고
衲衣頻拂夕陽烟  납의는 석양 연기에 빈번히 흩날리리
雷逢電別武陵後  무릉에서 금세 만나 금세 헤어진 뒤
再到佳期在幾年  다시 올 아름다운 기약은 어느 해일거나
견불암의 시에 차운하다(次見佛庵韻)
武陵仙境願來尋  무릉 선경을 소원대로 찾아와서
百道飛泉洗我襟  백 갈래 폭포수로 내 가슴 씻네
蘿月松風吹復照  나월과 송풍이 불고 또 비추고
琪花瑤草紫兼深  기화와 요초가 붉고 또 무성하네
庵鍾落落驚人夢  종소리는 덩덩 사람 꿈을 깨워 주고
澗水潺潺滌世心  시냇물은 졸졸 세상 마음 씻어 주네
象外香山無限趣  세상 밖 향산의 끝없는 정취가
捴收白衲口頭音  백납이 읊는 소리에 모두 들어오네
벽해 시축의 시에 차운하다(次碧海軸韵)
大覺世尊遠後孫  대각세존의 먼 후손이
周流天下建宗門  천하를 주류하며 종문을 세웠네
禪觀覷破無縫塔  선의 관법이 간파한 무봉탑이요
敎月照明不畫軒  교의 달빛이 조명한 불화헌이라
仁義兼行心海闊  인의를 겸행하는 마음의 바다 드넓고
人天并化舌波翻  인천을 교화하는 혀의 물결 번득이네
峩嵋銀色普賢寺  아미산 은빛 속의 보현사에서는
常說華嚴法界言  항상 화엄법계의 말을 설한다오
완성의 강안에 부치다(寄玩星講案)
袖拂塵緣修淨業  속진의 인연 뿌리치고 정업을 닦으며
或登楓岳或峩嵋  풍악에도 오르고 아미에도 오른다네
洗神玉洞千溪水  옥동의 일천 시냇물로 정신을 씻고
濯足武陵萬瀑池  무릉의 일만 폭포수로 발을 씻는다오
開敎對機宣妙法  교문으로 근기에 맞춰 묘법을 펼쳐 내고
叅禪看栢折高枝  참선으로 잣나무 보며 가지를 꺾는다네
去來南北探玄趣  남북을 오가며 현묘한 이치 찾고
處處講塲大化之  곳곳의 강장에서 크게 교화한다네
두일 동지의 죽음을 애도하며(挽斗日同知)

009_0670_c_01L竹杖徐揮秋日晩道衣懶拂夕陽遲

009_0670_c_02L凛凛仙姿凝兩眼堂堂道態露雙眉

009_0670_c_03L心情密密難堪別勸酒三盃又詠詩

009_0670_c_04L次寬大師韵

009_0670_c_05L
幸遇飄然物外仙堂堂道態出雲邊

009_0670_c_06L我留西岳輕西岳君向此 [6] 天重北天

009_0670_c_07L竹杖高飛朝日露衲衣頻拂夕陽烟

009_0670_c_08L雷逢電別武陵後再到佳期在幾年

009_0670_c_09L次見佛庵韻

009_0670_c_10L
武陵仙境願來尋百道飛泉洗我襟

009_0670_c_11L蘿月松風吹復照琪花瑤草紫兼深

009_0670_c_12L庵鍾落落驚人夢澗水潺潺滌世心

009_0670_c_13L象外香山無限趣捴收白衲口頭音

009_0670_c_14L次碧海軸韵

009_0670_c_15L
大覺世尊遠後孫周流天下建宗門

009_0670_c_16L禪觀覷破無縫塔敎月照明不畫軒

009_0670_c_17L仁義兼行心海闊人天并化舌波翻

009_0670_c_18L峩嵋銀色普賢寺常說華嚴法界言

009_0670_c_19L寄玩星講案

009_0670_c_20L
袖拂塵緣修淨業或登楓岳或峩嵋

009_0670_c_21L洗神玉洞千溪水濯足武陵萬瀑池

009_0670_c_22L開敎對機宣妙法叅禪看栢折高枝

009_0670_c_23L去來南北探玄趣處處講塲大化之

009_0670_c_24L挽斗日同知

009_0671_a_01L
浮雲起滅本無宲  부운이 기멸함은 본래 허망한 것
生死去來亦復然  생사와 거래 또한 이와 같은 것
八十春光如閃電  팔십 년의 춘광도 마치 번갯불과 같고
百千活計似飛烟  백천의 활계도 흡사 날리는 연기로세
香岑長念三尊佛  향악에서 항상 삼존의 부처를 염했으니
淨土已開九品蓮  정토에서 이미 구품의 연대蓮臺47)에 올랐으리
先到西方誰問我  먼저 서방에 도착해서 누가 나를 알아볼까
答云追至不多年  몇 년 안 되어 따라갈 테니 걱정 마시기를
견불암의 경치(見佛庵景)
武陵仙境獨超閑  무릉의 선경 중에 유독 초한한 곳
蕭洒禪庵在此間  소쇄한 선암이 이 사이에 있다네
月色和雲延夜白  달빛은 구름과 뒤섞여 하얗게 밤을 지새우고
鍾聲帶露促更寒  종소리는 이슬 띠고 차갑게 밤 시간 재촉하네
瀑波碎玉東西澗  폭포수는 동서 시내에 옥처럼 부서지고
花影點紅左右山  꽃 그림자는 좌우 산에 붉게 점 찍었네
是地元來眞勝處  이 지역은 원래 참으로 뛰어난 승경으로
塵寰遠隔萬重關  만 겹의 관문으로 속세와 멀리 떨어졌네
계익 사미에게 주다(贈戒益沙彌)
汝出新安奇勝處  그대는 신안의 기막힌 승지 출신으로
英靈才氣獨超人  영령한 재기가 홀로 남보다 뛰어났네
尼丘曾學三綱道  이구산의 삼강의 도리를 일찍 배우고
鷲嶺今看五敎眞  영취산의 오교의 진수를 지금 살피는구나
落落詩聲驚地鬼  낙락한 시의 명성은 땅 귀신을 놀라게 하고
嵬嵬賦格動天神  외외한 부의 격조는 하늘 신을 감동케 하네
春秋未滿弱冠歲  나이는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는데
不世高名遠邇伸  세상에 드문 고명이 원근에 파다하네
추광 대사에게 부치다(寄秋光大師)
早入空門追佛蹤  공문에 일찍 들어와 부처의 자취 좇으며
白雲靑鶴共相從  흰 구름 푸른 학과 서로 따라 노닐었네
㒵形髣髴霜天月  형상은 서리 낀 하늘의 달과 방불하고
節操依俙雪嶺松  절조는 눈 덮인 고개의 솔과 흡사해라
竹杖歸時人可惜  죽장이 돌아갈 때에 사람들이 애석해하고
裟衣拂處鬼堪恭  옷깃을 떨치는 곳은 귀신이 공경한다네
何緣逢着烟霞界  무슨 인연으로 연하의 세계에서 만나
同臥禪林聽梵鍾  함께 선림에 누워 범종 소리 듣는가
남월 장실에게 부치다(寄覽月丈室)
邂逅淸談綠水濱  푸른 물가에서 만나 청담을 나누니
是知物外一閑人  세상 밖의 한가한 사람임을 알겠네
忘機入㝎心通理  기심機心 잊고 정에 들어 이치를 통달하고
遮眼看經妙入神  눈가림으로 경을 보며 신묘함에 들어갔네48)
羨子空門踈世態  부러워라 그대의 공문은 세태가 소원한데
愧余籌室惹風塵  부끄럽네 나의 주실은 풍진을 야기하니
相逢握手論玄處  상봉하여 손을 잡고 현담을 나누는 곳
物物頭頭箇箇眞  두두물물 삼라만상이 낱낱이 참이로세

009_0671_a_01L
浮雲起滅本無宲生死去來亦復然

009_0671_a_02L八十春光如閃電百千活計似飛烟

009_0671_a_03L香岑長念三尊佛淨土已開九品蓮

009_0671_a_04L先到西方誰問我答云追至不多年

009_0671_a_05L見佛庵景

009_0671_a_06L
武陵仙境獨超閑蕭洒禪庵在此間

009_0671_a_07L月色和雲延夜白鍾聲帶露促更寒

009_0671_a_08L瀑波碎玉東西澗花影點紅左右山

009_0671_a_09L是地元來眞勝處塵寰遠隔萬重關

009_0671_a_10L贈戒益沙彌

009_0671_a_11L
汝出新安奇勝處英靈才氣獨超人

009_0671_a_12L尼丘曾學三綱道鷲嶺今看五敎眞

009_0671_a_13L落落詩聲驚地鬼嵬嵬賦格動天神

009_0671_a_14L春秋未滿弱冠歲不世高名遠邇伸

009_0671_a_15L寄秋光大師

009_0671_a_16L
早入空門追佛蹤白雲靑鶴共相從

009_0671_a_17L㒵形髣髴霜天月節操依俙雪嶺松

009_0671_a_18L竹杖歸時人可惜裟衣拂處鬼堪恭

009_0671_a_19L何緣逢着烟霞界同臥禪林聽梵鍾

009_0671_a_20L寄覽月丈室

009_0671_a_21L
邂逅淸談綠水濵是知物外一閑人

009_0671_a_22L忘機入㝎心通理遮眼看經妙入神

009_0671_a_23L羨子空門踈世態愧余籌室惹風塵

009_0671_a_24L相逢握手論玄處物物頭頭箇箇眞

009_0671_b_01L
화엄대회(華嚴大會)
南北同叅大會催  남북이 동참하여 대회를 개최했나니
欲知法界一靈臺  법계가 하나의 영대임을 알려 주려고
妙香仙境諸神護  묘향의 선경은 여러 신들이 옹호하고
水月禪堂四衆來  수월의 선당엔 사부대중이 모였어라
重會賓庵欣意發  빈암에 다시 회합하니 기쁜 마음 발하고
再聞雪曲喜眉開  설곡을 재차 들으니 미간이 활짝 펴지네
人天七處華嚴地  인천 칠처49)의 화엄을 설한 곳에
無限春風散玉梅  무한한 춘풍이 옥매를 흩날리네
인봉당에게 부치다(寄仁峰堂)
早入空門脫世緣  일찍 공문에 들어 세상 인연 떨치고
長觀格外祖師禪  격외의 조사선을 언제나 참구했네
心塵細滌曹溪水  마음 티끌은 조계의 물에 말끔히 씻고
道月高明法界天  도의 달은 법계의 하늘에 높이 밝아라
詩句朗吟祗樹下  시구를 기수의 아래에서 낭랑히 읊조리고
聖經勤讀玉燈前  성경을 옥등의 앞에서 부지런히 읽는다네
平生不踏紅塵路  평생토록 홍진 세상의 길을 밟지 않고
閑臥靑山九點烟  청산의 아홉 점 연기50) 속에 한가히 누웠어라
산중의 그윽한 회포(山中幽懷)
浮雲世事都忘却  뜬구름 세상일 모조리 망각하고
棄在山林養一身  산림에 버려두어 한 몸을 기르도다
樹碧是知逢九夏  나무가 푸르니 구하를 만남을 알겠고
花紅可識遇三春  꽃이 붉으니 삼춘을 만남을 알겠도다
雲深石逕難逢客  구름 깊은 돌길에도 객 만나기 어렵고
月鎻松窓罕見人  달빛 막은 솔 창에도 사람 보기 드물도다
渴飮淸泉寒衣草  목마르면 물 마시고 추우면 풀 옷 입고
禪庵高臥絶喧庵  선암에 높이 누워 시끄러움 피하도다
석암의 시에 차운하다(次石庵韵)
師在香岑薩水濱  스님은 묘향산 살수 물가에 있을 적에
幾年兜率養精神  몇 년이나 도솔에서 정신을 길렀던가
仙山秋月明三慧  선산의 추월 아래 삼혜가 밝아졌고
法界春風長十身  법계의 춘풍 속에 십신이 길러졌지
竹杖高飛探聖境  죽장을 높이 날려 성인의 경지 찾았고
裟衣頻拂覔天眞  사의를 자주 떨쳐 천진을 찾았다오
大慈普被群生類  큰 자비심이 중생에 널리 입혀지고
聽法諸僧盡脫塵  법을 듣는 승려 모두 진세塵世를 초탈하리
내원암의 시에 차운하다(次內院庵韵)
一庵蕭洒碧空懸  암자 하나 소쇄하게 창공에 걸렸나니
白衲天然絶食烟  납승은 천연히 밥 짓는 연기 끊었다오
瑞草生庭眞勝境  서초가 뜰에 나니 참으로 승경이요
琪花落地是丹田  기화가 땅에 지니 이곳이 단전이라
瞻星望月修心子  별 보고 달을 보며 마음을 수련하고
奉燭明燈禮佛仙  촛불 쥐고 등불 밝혀 불선에 예배하네

009_0671_b_01L華嚴大會

009_0671_b_02L
南北同叅大會催欲知法界一靈臺

009_0671_b_03L妙香仙境諸神護水月禪堂四衆來

009_0671_b_04L重會賓庵欣意發再聞雪曲喜眉開

009_0671_b_05L人天七處華嚴地無限春風散玉梅

009_0671_b_06L寄仁峰堂

009_0671_b_07L
早入空門脫世緣長觀格外禪師禪

009_0671_b_08L心塵細滌曹溪水道月高明法界天

009_0671_b_09L詩句朗吟祗樹下聖經勤讀玉燈前

009_0671_b_10L平生不踏紅塵路閑臥靑山九點烟

009_0671_b_11L山中幽懷

009_0671_b_12L
浮雲世事都忘却棄在山林養一身

009_0671_b_13L樹碧是知逢九夏花紅可識遇三春

009_0671_b_14L雲深石逕難逢客月鎻松窓罕見人

009_0671_b_15L渴飮淸泉寒衣草禪庵高臥絕喧庵

009_0671_b_16L次石庵韵

009_0671_b_17L
師在香岑薩水濱幾年兜率養精神

009_0671_b_18L仙山秋月明三慧法界春風長十身

009_0671_b_19L竹杖高飛探聖境裟衣頻拂覔天眞

009_0671_b_20L大慈普被群生類聽法諸僧盡脫塵

009_0671_b_21L次內院庵韵

009_0671_b_22L
一庵蕭洒碧空懸白衲天然絕食烟

009_0671_b_23L瑞草生庭眞勝境琪花落地是丹田

009_0671_b_24L瞻星望月修心子奉燭明燈禮佛仙

009_0671_c_01L這裡淸風禪學在  이 속의 맑은 바람에 선학이 들어 있나니
西來衣鉢此應傳  달마의 의발을 이곳에 응당 전하리라
백상루의 시에 차운하다(次百祥樓韻)
密城西畔建高樓  밀성의 서쪽에 세워진 높은 누대
勝趣奇觀不易收  뛰어난 경치를 담아내기 쉽지 않네
林近窓前扳樹葉  숲 가까운 창 앞에서 나뭇잎을 거머쥐고
水流軒下唾魚頭  물 흐르는 집 아래에서 어두에 침을 뱉네
南看大野連千屋  남쪽에 보이는 큰 들판은 일천 가옥 이어지고
西望滄波泛萬舟  서쪽에 보이는 푸른 물결은 일만 배를 띄웠네
象外風光未曾見  일찍이 보지 못했던 세상 밖의 풍광이여
那知此日翫仙洲  오늘 신선의 섬을 감상할 줄 알았으랴
무용당의 지리산 시에 차운하다(次無用堂智異山韻)
象外風光無限景  세상 밖 풍광의 끝없는 경치를
筆難模寫舌難云  붓으로도 혀로도 표현하기 어려워라
千重樹裡藏銀瀑  일천 겹 숲속에는 은 폭포가 숨어 있고
萬仞峰頭鎻玉雲  일만 길 봉우리는 옥 구름이 가렸어라
谷口粧花山有色  골 어귀를 꽃이 단장해 산이 색색으로 피어나고
淵心搖月水成文  못 중심에 달이 흔들려 물이 무늬 이루네
奇觀勝趣誰能說  기막힌 경치와 정취를 어떻게 설명하랴
欲與親朋一半分  친붕과 더불어 반절씩 나눠 갖고 싶네
비 온 뒤의 가을 경치(雨後秋景)
雨霽秋天雲散盡  구름 모두 흩어진 비 갠 가을 하늘
森羅萬景最奇觀  삼라만상 중에 제일 멋있는 경치로세
溪聲彷彿雷霆吼  냇물 소리는 우레가 우는 것과 방불하고
山色依俙錦繡斑  산 빛깔은 알록달록 금수와 흡사하네
捲箔松軒簷影泠  발을 걷으니 송헌에 처마 그림자 차갑고
開牎石室壑風寒  창문을 여니 석실에 골바람 썰렁해라
無窮勝槩眞如此  무궁한 승경이 진정 이와 같기에
終日沉吟意自閑  종일 읊조리며 뜻이 절로 한가하네
인 장실에 부치다(寄仁丈室)
幻虛堂裡有明人  환허당 안에 밝은 사람 있나니
文筆兼全出類賓  시와 문을 겸전하여 출중하여라
碎玉詩聲驚地鬼  옥이 깨지는 시의 소리는 땅 귀신을 놀라게 하고
凌霜道態動天神  서리에도 꿋꿋한 도의 자태는 천신을 감동시키네
節凝靈岳千峯外  절조는 영악의 천봉 밖에 엉겨 있고
心滌銀河萬里濱  마음은 은하의 만 리 물가에서 씻네
獨步乾坤閑自在  천지에 독보하며 한가로이 자재하니
想應菩薩再來身  아마도 보살이 다시 화생하셨나 봐
선천 청암당에게 부치다(寄宣川淸岩堂)
萬行熏修覺海邊  깨달음의 해변에서 만행하며 수행했나니
無心道態似雲烟  무심한 도의 자태는 구름과 연기인 듯
叅禪可透三關路  참선하면 삼관의 길을 뚫을 수 있고
念佛應攀九品蓮  염불하면 구품의 연대蓮臺51)에 응당 오르리

009_0671_c_01L這裡淸風禪學在西來衣鉢此應傳

009_0671_c_02L次百祥樓韻

009_0671_c_03L
密城西畔建高樓勝趣奇觀不易收

009_0671_c_04L林近窓前扳樹葉水流軒下唾魚頭

009_0671_c_05L南看大野連千屋西望滄波泛萬舟

009_0671_c_06L象外風光未曾見那知此日翫仙洲

009_0671_c_07L次無用堂智異山韻

009_0671_c_08L
象外風光無限景筆難模寫舌難云

009_0671_c_09L千重樹裡藏銀瀑萬仞峰頭鎻玉雲

009_0671_c_10L谷口粧花山有色淵心搖月水成文

009_0671_c_11L奇觀勝趣誰能說欲與親朋一半分

009_0671_c_12L雨後秋景

009_0671_c_13L
雨霽秋天雲散盡森羅萬景最奇觀

009_0671_c_14L溪聲彷彿雷霆吼山色依俙錦繡斑

009_0671_c_15L捲箔松軒簷影泠開牎石室壑風寒

009_0671_c_16L無窮勝槩眞如此終日沉吟意自閑

009_0671_c_17L寄仁丈室

009_0671_c_18L
幻虛堂裡有明人文筆兼全出類賓

009_0671_c_19L碎玉詩聲驚地鬼凌霜道態動天神

009_0671_c_20L節凝靈岳千峯外心滌銀河萬里濱

009_0671_c_21L獨步乾坤閑自在想應菩薩再來身

009_0671_c_22L寄宣川淸岩堂

009_0671_c_23L
萬行熏修覺海邊無心道態似雲烟

009_0671_c_24L叅禪可透三關路念佛應攀九品蓮

009_0672_a_01L法鏡長磨靈鷲月  법의 거울은 영취의 달에 언제나 갈고
布衫頻滌趙州泉  베적삼은 조주의 샘물에 자주 씻는다네52)
高風凛凛超凡輩  높은 풍도가 늠름하여 범인을 뛰어넘었으니
濟世何疑化未全  세상 건지는 교화가 온전치 않을까 무어 의심하랴
삼가 본부의 구 사또 합하에게 올리다(謹呈本府具使道閤下)
東君造化初開節  봄 귀신53)의 조화가 막 열리는 시절에
遙望藥山仙府邊  약산의 선부 쪽을 멀리 바라보네
曉夜焚香明月下  새벽과 밤엔 명월 아래 향을 사르고
晨昏祝壽玉燈前  아침과 저녁엔 옥등 앞에 축수한다오
萬民咸戴新恩厚  만백성 모두가 새로운 은혜를 떠받드는데
一釋何違大化全  일개 중이 어찌 온전한 대화大化를 어기리요
未及正朝僧禮次  정조에 찾아뵙고 예를 차리지 못하는 것은
只緣風病久來纒  단지 풍병이 오래도록 몸을 휘감고 있어서
이 학사의 시에 차운하다(次李學士韻)
白頭一脉作龍門  백두의 한 줄기가 용문을 이루었나니
鶴樹婆娑影畫軒  학수가 한들한들 화헌에 그림자 지네
山上祗園崇佛院  산 위의 기원은 부처 받드는 사원이요
洞中聚落避秦村  골 안의 취락은 진나라 피한 마을54)일세
叅玄釋坐雲邊榻  진리 찾는 중은 구름 가 탑상에 앉아 있고
炊飯僧提月下盆  밥 짓는 중은 달 아래 단지를 잡고 있네
奇勝風光無限好  기막힌 이 풍광이 무한히 좋으니
是知此處別乾坤  이곳이 별천지임을 바로 알겠도다
유원 첨사의 정안에 올리다(呈柔院僉使政案)
目擊道存情已深  목격도존55)의 마음이 이미 깊으니
可知治政抱仁心  인자한 마음의 정치임을 알겠도다
㒵形彷彿崑山玉  모습은 곤산의 옥과 방불하고
節操依俙麗水金  절조는 여수의 금과 흡사해라
我聽雖非鍾子聽  나의 귀는 비록 자기子期56)의 귀가 아닐지라도
君琴必是伯牙琴  그대의 거문고는 필시 백아의 거문고이리라
無何爲送門人計  문인을 어떻게 보낼 계책이 없기에
只待其時寄二音  단지 때를 기다리며 두 수를 부치노라
함양당을 송별하며 차운하다(次送別涵陽堂)
龍門此日分岐路  용문에서 오늘 갈림길에서 헤어지면
更待何時續斷絃  다시 어느 때나 끊어 버린 줄 이을거나
我發心華應子後  내가 심화를 발함은 응당 그대의 뒤요
君開道眼必吾先  그대가 도안을 뜸은 필시 나의 앞이리라
對人看客行恩重  사람 대하고 길손을 봄에 은혜를 중히 행하고
觸境逢緣守節堅  경계 대하고 인연 만남에 절조를 굳게 지키네
將謂百年同住計  장차 백 년 세월 함께 머물려 하였는데
那知一夕各離筵  어찌 하룻밤에 각각 헤어질 줄 알았으랴
완월의 선안에 부치다(寄翫月禪案)
初逢幻夢法幢下  환몽의 법당 아래에서 처음 만나고
再遇虎岩禪室中  호암의 선실 속에서 재차 만났네

009_0672_a_01L法鏡長磨靈鷲月布衫頻滌趙州泉

009_0672_a_02L高風凛凛超凡軰濟世何疑化未全

009_0672_a_03L謹呈本府具使道閤下

009_0672_a_04L
東君造化初開節遙望藥山仙府邊

009_0672_a_05L曉夜焚香明月下晨昏祝壽玉燈前

009_0672_a_06L萬民咸戴新恩厚一釋何違大化全

009_0672_a_07L未及正朝僧禮次只綠風病久來纒

009_0672_a_08L次李學士韻

009_0672_a_09L
白頭一脉作龍門鶴樹婆娑影畫軒

009_0672_a_10L山上祗園崇佛院洞中聚落避秦村

009_0672_a_11L叅玄釋坐雲邊榻炊飯僧提月下盆

009_0672_a_12L奇勝風光無限好是知此處別乾坤

009_0672_a_13L呈柔院僉使政案

009_0672_a_14L
目擊道存情已深可知治政抱仁心

009_0672_a_15L㒵形彷彿崑山玉節操依俙麗水金

009_0672_a_16L我聽雖非鍾子聽君琴必是伯牙琴

009_0672_a_17L無何爲送門人計只待其時寄二音

009_0672_a_18L次送別涵陽堂

009_0672_a_19L
龍門此日分岐路更待何時續斷絃

009_0672_a_20L我發心華應子後君開道眼必吾先

009_0672_a_21L對人看客行恩重觸境逢緣守節堅

009_0672_a_22L將謂百年同住計那知一夕各離筵

009_0672_a_23L寄翫月禪案

009_0672_a_24L
初逢幻夢法幢下再遇虎岩禪室中

009_0672_b_01L南地共叅諸善友  남지에선 선우들을 함께 방문했고
北山同悟一眞空  북산에선 진공을 더불어 깨우쳤네
我栖香岳年衰老  나는 향악에 거하며 나이 늙고 쇠하고
君處月峯化盛雄  그대는 월봉에 처하여 교화가 성대해라
彼此歸源應不遠  피차 근원에 돌아감이 머지않을 텐데
對顔難㝎恨無窮  얼굴 보기 어려우니 그 한이 끝없어라
문文
향산지香山誌
백두白頭의 일맥一脉이 질펀하게 층층이 흘러내려 오다가, 우리 동국東國의 지경地境에 이르러서 겹겹이 높게 치솟아 장백長白과 설한雪寒과 검산檢山 등의 산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또 층층이 흘러내려 오다가 드높이 일어나서 풍악楓岳과 오대五臺와 지리智異 등의 산을 만들었다. 그리고는 그 맥이 마침내 해중海中으로 들어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다. 그중에서 풍악과 오대와 지리의 승경에 대해서는 사람들이 모두 귀로 듣고 눈으로 본 가운데에 들어 있으니, 한 사람의 붓을 가지고 죄다 기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장백산長白山에서 서쪽으로 분출分出한 일맥이 층층이 흘러내려 오다가, 영원寧遠의 지경地境에 이르러서 높이 치솟아 괘산掛山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또 층층이 흘러내려 오다가 영희寧熙(영원寧遠과 희천熙川) 양 읍兩邑의 사이에 이르러서 돌연히 높이 일어나 하나의 큰 영산靈山을 이루었으니, 그 이름을 ‘묘향妙香’이라 하고 ‘태백太白’이라 하고 ‘아미峩嵋’라고 한다. 산에 향나무가 많아서 겨울에도 푸르러 변함없기 때문에 ‘묘향’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그 나머지 두 개의 이름에 대해서는 허정虛靜 노사老師가 지은 광문廣文 중에 분명하게 자세히 기록되었으므로, 여기에서는 다시 설명하지 않는다.
이 중에서 만약 일만 이천 봉一萬二千峯의 기승奇勝과 팔만 구 암자八萬九庵子의 존망存亡을 논한다면 모두 서술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략 봉만峯巒과 사암寺菴 중에서 가장 승경인 곳을 들어 기록하고 평해서 뒷사람에게 보이려 한다.
봉만을 가지고 논한다면, 비로봉毘盧峯이 가운데에 앉아서 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그리고 서쪽 가까이에 향로봉香爐峰이 있으니,

009_0672_b_01L南地共叅諸善友北山同悟一眞空

009_0672_b_02L我栖香岳年衰老君處月峯化盛雄

009_0672_b_03L彼此歸源應不遠對顏難㝎恨無窮

009_0672_b_04L

009_0672_b_05L1) [3]

009_0672_b_06L香山誌

009_0672_b_07L
夫白頭一脉磅磗層落而流來至於
009_0672_b_08L我東國之境層層高聳而爲長白雪
009_0672_b_09L寒檢山等岭而自此又層落流走高起
009_0672_b_10L而爲楓岳五臺智異等山而其脉終入
009_0672_b_11L海中不知去處而其中楓岳五臺智
009_0672_b_12L異之勝景盡在於耳目者之所聞見
009_0672_b_13L一人之筆下盡記也又自長白岺西向
009_0672_b_14L分出一脉層層流落至寧遠境
009_0672_b_15L聳而爲掛山自此又層落流來至寧
009_0672_b_16L熙兩邑之間突然高起而作一大靈岳
009_0672_b_17L名曰妙香曰太白曰峩嵋也山多
009_0672_b_18L香木而冬靑而不變故稱謂之妙香
009_0672_b_19L其餘二名虛靜老所撰廣文中
009_0672_b_20L昭詳記故此不復說焉箇中若論萬
009_0672_b_21L二千峯之奇勝與八萬九菴之存破
009_0672_b_22L難以盡叙故畧擧峯巒寺菴之最勝者
009_0672_b_23L而記評示諸將來云爾以峯巒論之
009_0672_b_24L則毘盧峯中坐爲主而西近有香爐

009_0672_c_01L바로 비로毘盧를 위해 향을 사르며 공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꿈에 나는 봉황 좇아 푸른 언덕 올라가서, 만 리 멀리 아득히 머리 돌려 바라보니, 하늘에 잇닿은 묘향산의 선녀들이, 밥 짓고 차를 달여 옥황에게 바치누나.(夢逐飛鸞上碧岡。 回頭萬里遠蒼茫。 接天香嶂仙娥輩。 炊飯點茶獻玉皇。)”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서쪽으로 20리 지점에 법왕봉法王峯이 있으니, 바로 마하대법왕摩訶大法王이 중생을 위해 설법하며 교화하는 형상을 취하고 있다. 그래서 노래하기를 “부처는 원래 이름이 법왕으로, 언제나 어디서나 선의 도량을 베푸나니, 아미산 은색의 연화세계에, 중생을 교화하려 법당을 세웠다네.(佛是元來號法王。 隨時隨處設禪塲。 峨嵋銀色蓮花界。 敎化衆生建梵堂。)”라고 하였다.
또 비로봉에서 동남쪽으로 설령봉雪嶺峰에 이르는데, 그 중간의 20리쯤 지점에 석가釋迦·미륵彌勒·칠성七星·관음觀音·지장地藏·나한羅漢 등의 봉우리가 차례차례 옆으로 줄지어 있다. 그 가운데에는 돌부리들이 솟아 있고 석간수가 졸졸 흐르며, 향기로운 구름과 보랏빛 안개가 봉우리마다 어지러이 일어나고, 학鶴의 눈물과 원숭이의 울음소리가 대臺마다 다투어 나오니, 이 사이의 뛰어난 경치는 언어로 형용하기가 어렵다.
이에 비로봉에 올라 시를 읊기를 “다행히 비로의 가장 수승殊勝한 언덕에 오르니, 마치 하늘 나라 옥경에 올라 노니는 듯. 죽장 날려 한가히 걸으며 진경을 찾는 곳, 낙엽과 서릿바람의 만세의 가을일세. 멀리 임금께 조회하는 은교57)의 길을 바라보고, 살수에서 물고기 낚는 갈고리를 굽어보네. 만 리 청공 밖으로 머리 돌리니, 아득히 황학루가 눈으로 보이는 듯.(幸陟毘盧最勝丘。 如升上界玉京遊。 飛笻懶步尋眞處。 落葉霜風晩歲秋。 遙望銀橋朝帝路。 俯看薩水釣魚鉤。 回頭萬里靑空外。 目覩依俙黃鶴樓。)”이라고 하였다.
설령봉에서 동쪽으로 20리쯤 되는 지점에 양수령兩水岺이 있으니, 바로 덕천군德川郡을 왕래하는 통로에 해당하는 곳이다. 남쪽으로 10리를 가면 증봉甑峯이 있는데, 이곳은 바로 모양이 시루와 같아서 그런 이름을 얻었다. 서쪽으로 10리를 가면 문필봉文筆峯이 있는데, 이곳은 바로 내원內院에 은근히 절을 하면서 문재文才가 많이 나오는 길조吉兆를 표상하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얻었다.
서쪽으로 10리쯤에 아육봉阿育峯이 있다. 옛날 아육왕阿育王이 세존世尊의 사리舍利 8곡斛 4두斗를 받들고 8만 주라국周羅國(소국小國)에 분포分布하며 탑塔에 안치할 적에

009_0672_c_01L即爲毘盧燒香獻供之狀也詩曰
009_0672_c_02L夢逐飛鸞上碧岡回頭萬里遠蒼茫
009_0672_c_03L天香嶂仙娥軰炊飯點茶獻玉皇
009_0672_c_04L此西向二十里有法王峯即摩訶大
009_0672_c_05L法王爲衆生說法敎化之狀也頌曰
009_0672_c_06L佛是元來號法王隨時隨處設禪塲
009_0672_c_07L嵋銀色蓮花界敎化衆生建梵堂
009_0672_c_08L自毘盧峯東南向至雪岺峰而中間
009_0672_c_09L二十里許有釋迦彌勒七星觀音地藏
009_0672_c_10L羅漢等峰次次橫列而其中石角崢
009_0672_c_11L澗水潺潺而香雲紫霧亂起於
009_0672_c_12L峯峯鶴唳猿啼爭出於臺臺而其
009_0672_c_13L間勝槩難可形言也上毘盧峯詠詩曰
009_0672_c_14L幸陟毘盧最勝丘如升上界玉京遊
009_0672_c_15L笻懶步尋眞處落葉霜風晩歲秋
009_0672_c_16L望銀橋朝帝路俯看薩水釣魚鉤
009_0672_c_17L頭萬里靑空外目覩依俙黃鶴樓
009_0672_c_18L雪岺峯東向二十里許有兩水岺
009_0672_c_19L德川郡徃來通路之處也南向十里
009_0672_c_20L甑峯即從形得名也西向十里
009_0672_c_21L文筆峯爲內院慇懃揖向以表文才
009_0672_c_22L多出之吉兆故名焉向西十里許
009_0672_c_23L阿育峯昔阿育王奉世尊舍利八斛
009_0672_c_24L四斗分布安塔於八萬周羅國之時
009_0672_c_25L「文」一字編者補入

009_0673_a_01L한 개를 이곳에 가지고 와서 금탑金塔에 넣어 이 봉우리에 깊이 보관하였기 때문에 ‘아육阿育’이라는 이름을 얻은 것이니, 여기도 산중의 하나의 큰 수승한 영적靈跡이라고 하겠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아육이 부처의 영골을 탑에 봉안하며, 8만 주라국에 성대히 쌓을 적에, 한 개를 향악 정상에 가지고 와서, 험준한 아미에 깊이 간직했네.(阿育安塔佛靈骨。 八萬周羅國勝峙。 一箇持來香岳頂。 深藏峭峻上峨嵋。)”라고 하였다.
서쪽 편에 탁기봉卓旗峰이 있는데, 이곳은 보현보살普賢菩薩이 앉아 있는 곳으로서, 장군將軍이 하마下馬하는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탁기’라고 명명한 것이다. 서쪽으로 10리쯤 가면 탐밀探密과 굉확宏廓의 두 봉우리가 있는데, 이곳은 바로 두 분 조사祖師가 처음 보현사普賢寺를 창건할 적에 왕래하며 유숙한 곳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얻었다.
사암을 가지고 논한다면, 비로의 남쪽 40리 지점에 상비로암上毘盧菴이 있다. 그리고 동쪽 편에 대臺가 있는데 그 형태가 수미산須彌山과 같기 때문에 ‘수미대須彌臺’라고 칭하고, 서쪽 1리에 청량대淸凉臺가 있는데 세상의 번뇌가 이르지 않는 곳이라고 해서 그렇게 이름을 지었다.
또 서쪽으로 1리에 중비로암中毘盧菴이 있고 이 부근에 대臺가 있는데, 층층으로 높이 솟은 형상이 마치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58)의 모습과 같으므로 ‘백운白雲’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서북쪽으로 10리에 삼성대三聖臺가 있는데, 이곳은 바로 옛날에 세 분 성인聖人이 수도修道하고 견성見性한 곳이기 때문에 그런 이름을 얻었다.
또 동남쪽으로 20리 지점에 하비로암下毘盧菴이 있는데, 여기는 어디보다도 가장 소쇄蕭洒한 곳이다. 서북쪽으로 5리를 가면 석벽石壁 사이에 보련대寶蓮臺가 있는데, 여기는 바로 선화자禪和子가 기도하여 효험을 얻은 곳이다. 남쪽으로 10리를 가면 설령雪嶺 아래에 수도암修道菴이 있다. 또 남쪽으로 5리를 가면 의상암義湘庵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옛날 의상 조사義湘祖師가 안거安居하여 천신天神의 공양을 받은 곳이다. 또 남쪽으로 10리를 가면 천수암天授菴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옛날 편양 선사鞭羊禪師가 강경講經하며 교화하던 곳이다. 그런데 거의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으니 애석하게 여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009_0673_a_01L介持來此處入金塔而深藏此峰
009_0673_a_02L得名阿育也此亦山中之一大最勝靈
009_0673_a_03L跡也詩曰阿育安塔佛靈骨八萬周
009_0673_a_04L羅國勝峙一箇持來香岳頂深藏峭
009_0673_a_05L峻上峨嵋西邊有卓旗峰此則普賢
009_0673_a_06L坐地爲將軍下馬形故名謂之卓旗
009_0673_a_07L西去十里許有探密宏廓二峯
009_0673_a_08L二祖師初剏普賢之時徃來留宿之
009_0673_a_09L故名焉以寺菴論之則毘盧之
009_0673_a_10L南四十里有上毘盧菴東邊有𡋛
009_0673_a_11L形如須彌山之態故稱謂之須彌臺西
009_0673_a_12L向一里有淸凉𡋛世之熱惱不到之
009_0673_a_13L故名焉西向一里有中毘盧菴
009_0673_a_14L此畔有𡋛層層高聳之狀如夏雲多
009_0673_a_15L奇峰之態故得名白雲也西此 [7] 向十
009_0673_a_16L有三聖𡋛即昔三聖人修道見
009_0673_a_17L性之處故名焉又東南向二十里
009_0673_a_18L下毘盧菴最極蕭洒而西北向五里
009_0673_a_19L石壁間有寶蓮𡋛即禪和子祈禱得
009_0673_a_20L功之處也南向十里雪岺之下有修
009_0673_a_21L道菴南去五里有義湘庵即古義
009_0673_a_22L湘祖師安居受天供之處也南去十
009_0673_a_23L有天授菴即古鞭羊禪師講經敎
009_0673_a_24L化之處而幾至毁破之境則可不惜

009_0673_b_01L
서북쪽으로 10리 지점에 내원암內院菴이 있는데, ‘향산운사香山雲舍’라는 네 글자의 편액扁額은 퇴계 선생退溪先生의 친필이라고 한다. 서쪽 편에 청허각淸虛閣이 있는데, 청허 선사淸虛禪師의 진영眞影을 탁자 위에 봉안하였고, 그 다음으로 문하門下의 여러 종사宗師들의 진영을 차례로 좌우에 잇따라 걸어 놓고 경배하고 있다.
기암괴석奇岩恠石이 좌우에 층지어 서 있고, 기화요초琪花瑤草가 앞뒤로 무성하니, 이 역시 산중의 가장 수승한 난야蘭若이다. 이에 삼가 청허淸虛의 시에 차운하기를 “향악 산속의 다함이 없는 흥취여, 적요한 한밤중에 금계59) 소리 들리네. 높은 산 운사의 삼경의 달이여, 길고 짧은 종소리 음향이 같지 않네.(香岳山中無盡興。 寂寥夜半聽金雞。 最嵬雲舍三更月。 長短鍾聲響不齊。)”라고 하였다.
동북쪽으로 20보 지점에 사리각舍利閣이 있는데, 이곳은 바로 세존世尊 팔상八相의 족자를 탁자 위에 봉안한 곳이다. 뒤뜰에 또 세존의 사리탑舍利塔 1좌座를 봉안하였다. 그 옆에 세운 비는 청허淸虛 노사老師가 지은 것으로, 세존의 사리를 이곳의 탑에 봉안한 옛 자취를 기록하였으니, 이 역시 산중의 매우 큰 영적靈跡이다.
서쪽 편에 원효암元曉菴이 있으니, 여기는 바로 옛날 원효 조사元曉祖師가 안거한 곳이다. 서남쪽으로 30보 지점에 있는 금강굴金剛窟은 소쇄하기 그지없으니 도인道人이 거하는 곳이다. 서쪽으로 산 하나를 넘으면 영원靈原·영신靈神·아난阿難·가섭迦葉의 봉우리가 나오는데, 그곳의 두타頭陀·은선隱仙 등 사암이 무너진 것이 이미 오래되어, 단지 터만 남았을 뿐 초목만 무성하니 어찌 비참하지 않은가. 아난봉阿難峯의 남쪽 반석盤石 위에 크고 작은 우적牛跡이 있으므로 그곳을 우적대牛跡臺라고 부른다.
향로봉香爐峰의 골짜기 물이 옥동玉洞 층암層岩의 위에 날려 떨어지니, 그 이름을 만폭동萬瀑洞이라고 한다. 고시古詩에서 “날리며 곧장 내려오는 삼천 척의 물줄기여, 어쩌면 공중의 은하수가 떨어지는 건 아닐는지.(飛流直下三千尺。 疑是銀河落九天。)”60)라고 한 것은, 대개 이를 가리켜 말한 것일 게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009_0673_b_01L西北向十里有內院菴額曰香
009_0673_b_02L山雲舍四字退溪先生親筆云也西
009_0673_b_03L邊有淸虛閣淸虛禪師眞影奉安于
009_0673_b_04L卓上而其次門下諸宗師眞影次次
009_0673_b_05L鱗掛于左右而尊敬之處也奇岩恠
009_0673_b_06L層立於左右琪花瑤草茂盛於
009_0673_b_07L前後則此亦山中最勝之蘭若也
009_0673_b_08L次淸虛詩曰香岳山中無盡興寂寥
009_0673_b_09L夜半聽金雞最嵬雲舍三更月長短
009_0673_b_10L鍾聲響不齊東北二十武有舍利閣
009_0673_b_11L即世尊八相幀奉安于卓上而後庭
009_0673_b_12L又奉安于世尊舍利塔一座而其傍立
009_0673_b_13L則淸虛老所撰世尊舍利此處安
009_0673_b_14L塔之古跡也此亦山中之最大靈跡也
009_0673_b_15L西邊有元曉菴即古元曉祖師安居之
009_0673_b_16L處也西南三十武金剛窟最極蕭洒
009_0673_b_17L而道人之所居也西踰一岑則靈原
009_0673_b_18L靈神阿難迦葉峯頭陁隱仙等菴
009_0673_b_19L毁已久但有其基而草木生長
009_0673_b_20L豈不悲慘㦲阿難之南盤石上有大
009_0673_b_21L小牛跡名曰牛跡臺也香爐峰洞水
009_0673_b_22L飛落於玉洞層岩之上名曰萬瀑洞也
009_0673_b_23L古詩所謂飛流直下三千尺疑是銀河
009_0673_b_24L落九天者盖指此而言也詩曰萬瀑

009_0673_c_01L“만 폭이 옥동의 하늘에 층층이 떨어지니, 흩어진 구슬이 백운 가에 날려 떨어지네. 귀로를 문득 잊고 멀리 쳐다보니, 물빛이 청량하여 세상 인연 씻어 주네.(萬瀑層流玉洞天。 散珠飛落白雲邊。 却忘歸路遙瞻望。 水色淸凉滌世緣。)”라고 하였다.
남쪽으로 산 하나를 넘으면 단군대檀君臺가 있는데, 암자는 텅 빈 지 이미 오래되어 족히 볼 만한 것이 없고, 대臺 역시 황폐해진 지 오래되어 볼 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느지막이 석장 쥐고 선경을 찾아오니, 꽃은 단구에 지고 땅에선 문필文筆이 솟았어라. 녹수는 시름 품고 동학을 흘러가고, 청산은 한을 안고 연운에 갇혔어라. 선대엔 나무 있어 봄에 잎이 피건마는, 향각엔 사람 없어 낮에도 문 닫았네. 석양에 머리 돌려 옛일을 생각하니, 슬픈 생각 참을 수 없어 뜻이 분분하여라.(晩來携錫訪靈境。 花落丹丘地聳文。 綠水含愁流洞壑。 靑山抱恨鎻烟雲。 仙臺有樹春開葉。 香閣無人晝掩門。 回首夕陽思古事。 慘懷難忍意紛紛。)”라고 하였다.
남쪽으로 7리를 가면 화장암華藏菴이 있다. 그 북쪽에 혜미굴慧尾窟이 있는데, 여기는 십육나한十六羅漢의 존상尊像을 그 안에 봉안奉安하고 기도하는 곳이다. 동쪽으로 산 하나를 넘으면 무주암無住菴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집착 없는 도인이 안거하는 곳이다. 그 동쪽에 무릉폭武陵瀑이 있어서 반석 위에 층으로 떨어지는데, 이 또한 기승奇勝이라고 할 만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무릉의 풍경이 좋아서, 시인이 시심을 일으키네. 적막하게 인적은 없고, 들리는 것은 폭포 소리뿐.(武陵風景好。 騷客起詩情。 寂寞無人跡。 唯聞落瀑聲。)”이라고 하였다.
북쪽으로 2리를 가면 상선암上仙菴과 경성당敬聖堂이 있는데, 무너진 것이 이미 오래되어 더 이상 볼 만한 것이 없다. 성인의 옛 자취가 이로부터 사라지게 되었으니 애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남쪽으로 2리 지점에 견불암見佛庵이 있는데, 무릉武陵 폭포의 물이 졸졸 흘러 동구洞口로 나가고, 한 길 되는 호암虎岩이 웅장하게 하늘가에 높이 솟았으니, 이 역시 기승인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세상 밖 암자가 창공에 기대 있어, 등림하여 감상하니 흥치가 무궁해라. 무릉의 폭포수가 층층이 떨어지고, 향악의 봉우리가 점점이 웅장하네.(物外仙菴倚碧空。 登臨探勝興無窮。 武陵仙瀑層層落。 香岳奇峰點點雄。)”라고 하였다.
또 서쪽으로 2리 지점에 불지암佛智菴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운봉 선사雲峯禪師가 입적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불▣61)은 삼제의 여름에 언제나 밝고,

009_0673_c_01L層流玉洞天散珠飛落白雲邊却忘
009_0673_c_02L歸路遙瞻望水色淸凉滌世緣南踰
009_0673_c_03L一岺有檀君臺菴則空虛已久
009_0673_c_04L足可觀臺則荒廢年深亦無可觀
009_0673_c_05L晩來携錫訪靈境花落丹丘地聳文
009_0673_c_06L綠水含愁流洞壑靑山抱恨鎻烟雲
009_0673_c_07L臺有樹春開葉香閣無人晝掩門
009_0673_c_08L首夕陽思古事慘懷難忍意紛紛
009_0673_c_09L向七里有華藏菴其北有慧尾窟
009_0673_c_10L六羅漢尊像奉安于中而祈禱之處
009_0673_c_11L東踰一岺有無住菴即無着道
009_0673_c_12L人安居之處也其東有武陵瀑層落
009_0673_c_13L於盤石之上而亦可奇勝之處也
009_0673_c_14L武陵風景好騷客起詩情寂寞無
009_0673_c_15L人跡唯聞落瀑聲北去二里有上
009_0673_c_16L仙菴敬聖堂破毁已久無復可觀
009_0673_c_17L聖人之古跡自此泯沒可不惜乎
009_0673_c_18L向二里有見佛庵武陵瀑水潺潺
009_0673_c_19L流出於洞口一丈虎岩雄雄高聳於
009_0673_c_20L天邊此亦奇勝之處也詩曰物外仙
009_0673_c_21L菴倚碧空登臨探勝興無窮武陵仙
009_0673_c_22L瀑層層落香岳奇峰點點雄又西向
009_0673_c_23L二里有佛智菴即古雲峯禪師入寂
009_0673_c_24L之處也詩曰佛長 [8] 明三際夏神光能

009_0674_a_01L신광은 시방의 봄에 능히 비치네. 오고 가는 형상은 생하고 멸해도, 상주하는 법신은 만고토록 참되도다.(佛▣長明三際夏。 神光能照十方春。 去來形影雖生滅。 常住法身萬古眞。)”라고 하였다.
동북쪽으로 2리를 가면 사봉암四峰菴이 있고, 그 북쪽에 오봉암五峰菴이 있다. 서쪽으로 산 하나를 넘어가면 칠엽암七葉菴이 있는데, 최고로 정결淨潔한 곳이다. 서쪽 편에 완허당玩虛堂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옛날 완허 선사玩虛禪師의 진영을 봉안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단군대 아래 선경이 있나니, 하늘이 선문의 불도량을 만들었네. 해가 산머리에 비치니 처마 그림자 따뜻하고, 바람이 골 어귀에 차니 냇물 소리 서늘하네. 봄이 계곡 밑에 져도 산은 오히려 푸르고, 꽃이 못 가운데 지니 물은 절로 향기롭네. 속진의 인연 잊고 승경을 찾다가, 쓸쓸히 옛 불당에 홀로 앉아 있네.(檀君臺下有仙境。 天作禪門佛道塲。 日照山頭簷影暖。 風寒谷口澗聲凉。 春殘壑底山猶碧。 花落潭心水自香。 忘却塵緣探勝景。 悄然獨坐古僧堂。)”라고 하였다.
서남쪽으로 2리 지점에 내보현內普賢이 있는데, 이는 본사本寺와 상응해서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 서쪽 모퉁이에 운파당雲坡堂이 있는데, 바로 운파 선사雲坡禪師의 진영을 봉안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운파 법조는 홀로 뛰어나신 웅걸, 선禪과 교敎를 남과 북에 아울러 전하였네. 도통은 멀리 임제의 뒤를 계승하고, 당간 세워 동과 서를 모두 교화했네.(雲坡法祖獨超雄。 禪敎兼傳南北中。 道統遠承臨濟後。 建幢開化并西東。)”라고 하였다.
서쪽으로 산 하나를 넘으면 조원암祖院菴이 있는데, 바로 33조사祖師의 영정影幀을 봉안한 곳이다. 서북쪽으로 3리를 가면 불영대佛影臺가 있는데, 바로 옛날 허백 선사虛白禪師가 불법을 크게 선양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허백은 원래 대장으로 칭해지신 분, 공을 일국에 드높이 홀로 드날렸어라. 삼혼과 칠백은 비록 오르내려도, 출중한 그 충성은 만고에 영원하리라.(虛白元來稱大將。 功高一國獨騰揚。 三魂七魄雖升降。 出類忠誠萬古長。)”라고 하였다.
그 북쪽에 자성自性과 견성見性의 두 암자가 있다. 여기에서 서북쪽으로 7리를 가면 상원암上院菴이 있으며, 남쪽으로는 인호대引虎臺가 있고 동쪽으로 인근에 용각석龍角石이 있는데, 역시 경치가 기이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상원에 등림하니 늦은 서릿가을, 무궁한 승개를 붓으로 담기 어려워라. 구슬 부서져 폭포로 져도 마음은 오히려 상쾌하고,62) 인호대 높아서 기분도 둥둥 뜨려 하네.(登臨上院晩霜秋。 無窮勝槩筆難收。 散珠瀑落心猶夾。 引虎臺高氣欲浮。)”라고 하였다.
서남쪽으로 쇠사다리를 잡고 내려가 10리쯤 가면 안심사安心寺가 있는데,

009_0674_a_01L照十方春去來形影雖生滅常住法
009_0674_a_02L身萬古眞東北向二里有四峰菴
009_0674_a_03L北有五峯菴西踰一岺有七葉菴
009_0674_a_04L極淨潔而西邊有玩虛堂即古玩虛
009_0674_a_05L禪師眞影奉安之處也詩曰檀君臺下
009_0674_a_06L有仙境天作禪門佛道塲日照山頭
009_0674_a_07L簷影暖風寒谷口澗聲凉春殘壑底
009_0674_a_08L山猶碧花落潭心水自香忘却塵緣
009_0674_a_09L探勝景悄然獨坐古僧堂西萬二里
009_0674_a_10L有內普賢與本寺相應立號也其西
009_0674_a_11L隅有雲坡堂即雲坡禪師眞影奉安之
009_0674_a_12L處也詩曰雲坡法祖獨超雄禪敎兼
009_0674_a_13L傳南北中道統遠承臨濟後建幢開
009_0674_a_14L化并西東西踰一嶺有祖院菴即卅
009_0674_a_15L三祖師幀奉安之處也西北向三里
009_0674_a_16L佛影臺即古虛白禪師大揚之處也
009_0674_a_17L虛白元來稱大將功高一國獨騰揚
009_0674_a_18L三魂七魄雖升降出類忠誠萬古長
009_0674_a_19L北自性見性二菴存焉自此西北向七
009_0674_a_20L有上院菴南有引虎臺東隣龍
009_0674_a_21L角石亦奇勝之處也詩曰登臨上院
009_0674_a_22L晩霜秋無窮勝槩筆難收散珠瀑落
009_0674_a_23L心猶夾 [9] 引虎臺高氣欲浮西南向攀
009_0674_a_24L鐵索而下十里有安心寺東畔西山

009_0674_b_01L동쪽에 서산西山·나옹懶翁·운봉雲峰·월저月渚 등 여러 대종사大宗師의 탑비塔碑가 상하층上下層으로 겹겹이 좌우에 줄지어 서 있으니, 여기는 바로 고금古今의 종사宗師의 영적靈跡이 보존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옛사람이 이곳에 가람을 세워, 북봉을 위주로 하고 남쪽을 향하였네. 층으로 세운 동쪽 편의 여러 보탑들이여, 모두 석덕의 신령스런 감실이로세.(昔人此地建伽籃。 爲主北峰向且南。 層立東邊諸寶塔。 是皆碩德衆靈龕。)”라고 하였다.
서쪽으로 1리 지점에 내사자항內獅子項이 있고, 또 서쪽으로 5리 지점에 외사자항外獅子項이 있으며, 내사자항에서 시내를 건너면 계조암繼祖菴이 있다. 서쪽 기슭에는 소년탑少年塔을 세웠고, 남쪽 기슭에는 여러 대종사의 탑비가 겹겹으로 층지어 서 있는데, 이곳은 월저 화상月渚和尙이 입적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탐밀봉 앞에 큰 사암이 있나니, 뛰어난 경치와 정취는 말로 하기 어렵네. 기거하는 스님들 모두 마음 밝힌 객으로서, 길 잃은 사람에게 지남이 된다네.(探密峯前有大菴。 奇觀勝趣舌難談。 居僧盡是明心客。 迷道人邊作指南。)”라고 하였다.
남쪽으로 2리 지점에 백운암白雲菴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옛날 영암 선사靈岩禪師가 강경하고 교화한 곳이며, 또 진영을 봉안한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영암은 벽산 중에 가장 중하신 분, 거대한 모습 천연으로 홀로 웅장하네. 우스워라 진왕의 채찍63)도 미치지 못하나니, 지금까지 천 년토록 동방에 그림자 머무네.(靈岩最重碧山中。 巨態天然獨自雄。 笑彼秦王鞭不及。 至今千載影留東。)”라고 하였다.
그 남쪽에 미타암彌陀庵이 있는데, 평소에 비구니比丘尼가 거처하는 곳이다. 남쪽으로 5리 지점에 부압암浮鴨庵과 은신굴隱身窟이 있는데, 텅 빈 지 이미 오래되어 족히 볼 만한 것이 없다. 동쪽으로 산 하나를 넘으면 남정암南正菴이 있다. 서쪽 편에는 운봉당雲峰堂이 있는데, 여기는 운봉 선사雲峰禪師가 식영息影(은거)한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운봉이 홀로 일만 봉우리 중에 솟구쳤으니, 우뚝하여 천추토록 최대의 웅걸이로세. 하우가 산을 뚫고 길을 내던 날, 그 도끼 잠시 쉬고 동방에 숨었다오.(雲峯獨出萬岑中。 嶷嶷千秋最大雄。 夏禹度山通道日。 能超其斧隱於東。)”라고 하였다.
동쪽으로 몇 리를 가면 천주석天柱石이 서 있는데, 하늘이 무너질까 염려해서 미리 세운 것이니, 이는 기국杞國의 근심64)과 같다고 하겠다. 여기에서 북쪽으로 가다가 시내를 건너면 보현사가 있는데, 여기는 바로 탐밀探密과 굉확宏廓 두 조사가 창건한 곳으로서,

009_0674_b_01L懶翁雲峰月渚等諸大宗師之塔碑
009_0674_b_02L下層重重列立於左右則此是古今宗
009_0674_b_03L師之靈跡留藏之處也詩曰昔人此地
009_0674_b_04L建伽籃爲主北峰向且南層立東邊
009_0674_b_05L諸寶塔是皆碩德衆靈龕西向一里
009_0674_b_06L有內獅子項又西向五里有外獅子
009_0674_b_07L自內獅子越溪有繼祖菴西麓
009_0674_b_08L立少年塔南麓諸大宗師之塔碑
009_0674_b_09L重層立而月渚和尙入之處也
009_0674_b_10L探密峯前有大菴奇觀勝趣舌難談
009_0674_b_11L居僧盡是明心客迷道人邊作指南
009_0674_b_12L向二里有白雲菴即古靈岩禪師講
009_0674_b_13L經敎化之處也而亦眞影奉安之所也
009_0674_b_14L詩曰靈岩最重碧山中巨態天然獨自
009_0674_b_15L笑彼秦王鞭不及至今千載影留
009_0674_b_16L其南有彌陁庵素尼僧之所居也
009_0674_b_17L南向五里有浮鴨庵隱身窟空虛已
009_0674_b_18L無足可觀也東踰一岺有南正
009_0674_b_19L西邊有雲峰堂雲峯禪師息影之
009_0674_b_20L處也詩曰雲峯獨出萬岑中嶷嶷千
009_0674_b_21L秋最大雄夏禹度山通道日能超其
009_0674_b_22L斧隱於東東向數里有立天柱石
009_0674_b_23L天崩而預柱此同杞國之憂也自此
009_0674_b_24L北向越溪有普賢寺即探密宏廓

009_0674_c_01L보현보살이 상주하며 설법한다고 한다.
대웅전大雄殿은 7칸으로 확락廓落하고 소쇄하며, 불보살佛菩薩의 존상尊相을 탁자 위에 안치하였는데, 혹은 앉고 혹은 서서 자용慈容이 매우 신묘하고 금색이 휘황하기 때문에 신심 깊은 단월檀越이 갑절이나 더 첨앙瞻仰을 한다. 섬돌 아래에는 십구 층 석탑이 홀로 우뚝 서 있으며, 동쪽에는 동상실東上室이 있고 서쪽에는 서상실西上室이 있다.
심검尋劒과 수월水月의 양 당兩堂이 좌우에 짝지어 서 있는데 정결하고 소쇄하다. 그리고 그 남쪽에 만세루萬歲樓가 있는데, 높고 넓으며 툭 터진 형세가 우리 동방에서 유독 으뜸으로 칭해진다. 만세루 앞에는 십이 층 석탑이 서 있다. 수월水月의 서쪽에 명부전冥府殿이 있는데, 명부冥府의 위엄이 매우 엄숙해서 감히 쳐다보지 못한다.
남쪽으로 20보를 가면 삼보각三寶閣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향산香山의 예문禮門으로서 총섭摠攝이 좌정坐定하여 다스림을 펴는 곳이다. 그 남쪽에 명월당明月堂이 있고 그 동쪽에 천왕문天王門이 있는데, 사천왕四天王이 좌우에 줄지어 앉아 위엄과 신령함이 무섭기 때문에 감히 똑바로 보지 못한다.
남쪽으로 해탈문解脫門이 있으니, 문수文殊와 보현普賢이 이곳을 출입한다. 그 남쪽에 서산西山과 나옹懶翁의 두 비碑가 서 있고, 남쪽으로 영청각迎請閣이 있다. 그 남쪽에 조계문曹溪門이 있는데, 금사장군禁邪將軍이 칼을 휘두르며 짝지어 서 있으니, 어떻게 삿된 귀신이 청정한 세계를 침입할 수 있겠는가.
동쪽 편에 해회당海會堂이 있는데, 여기는 모든 길에서 온 시인과 묵객墨客이 처음 산문山門에 들어와서 뜻대로 유숙留宿하는 휴게소이다. 동쪽으로 30보 지점에 다보전多寶殿이 있다. 또 북쪽으로 30보를 가면 낙산전洛山殿이 있는데, 탁자 위에 관음존상觀音尊像을 안치하였으며, 어떤 때는 신통神通하여 광채를 발한다고 한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다행히 보현사에 오르니, 풍광이 해동에 으뜸이로세. 단애에는 영초가 우거지고,

009_0674_c_01L祖師初剏而普賢菩薩常住說法云云
009_0674_c_02L大雄殿七間廓落蕭洒而佛菩
009_0674_c_03L薩尊相安于卓上而或坐或立
009_0674_c_04L慈谷甚妙金色晃曜信心檀越
009_0674_c_05L加瞻仰而已階下十九層石塔巋然
009_0674_c_06L獨立而東有東上室西有西上室
009_0674_c_07L劒水月兩堂左右對立淨潔蕭洒 1)
009_0674_c_08L其南有萬歲樓高廣廓落之狀獨甲于
009_0674_c_09L吾東方云也樓前有十二層石塔立焉
009_0674_c_10L水月之西有冥府殿冥府之嚴威甚
009_0674_c_11L不敢仰視也南向二十武有三
009_0674_c_12L寶閣即香山禮門摠攝坐㝎布政之處
009_0674_c_13L其南有明月堂其東有天王門
009_0674_c_14L天王列坐左右威靈可畏不敢直視
009_0674_c_15L向南有解脫門文殊普賢出入也
009_0674_c_16L其南西山懶翁二碑立焉向南有迎請
009_0674_c_17L其南有曹溪門禁邪將軍揮劒對立
009_0674_c_18L則有何邪鬼侵淨界乎東邊有海會堂
009_0674_c_19L八路騷人墨客初入山門任意留宿之
009_0674_c_20L歇所也東向三十武有多寶殿又北
009_0674_c_21L去三十武有洛山殿卓上安于觀音
009_0674_c_22L尊像而或時神通放光云也詩曰
009_0674_c_23L陟普賢寺風光冠海東丹崖靈草茂
009_0674_c_24L「而其…天子」一張缺落{甲}

009_0675_a_01L벽곡에는 자하가 자욱해라. 만학은 냇물 소리가 웅장하고, 천봉은 바위 모습이 우람하네. 선원 밖을 배회하노라니, 붉은 꽃 지는 것이 아쉬워라.(幸陟普賢寺。 風光冠海東。 丹崖靈草茂。 碧谷紫霞濃。 萬壑溪聲壯。 千峯石勢雄。 徘徊禪院外。 可惜落花紅。)”라고 하였다.
그 동쪽에 대장전大藏殿이 있으니, 팔만대장경八萬大藏經을 안장安藏한 곳이다. 그 동쪽에 영산전靈山殿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33조사와 십육나한의 정상幀像을 봉안하고 향을 사르며 공양하는 곳이다.
그 동쪽에 극락전極樂殿과 동서東西의 영당影堂이 있다. 이곳은 월저月渚·설암雪岩 등 여러 대종사의 진영을 동서로 나누어 걸어 놓고 분향焚香하며 경례敬禮하는 곳이다. 그래서 시를 짓기를 “선암이 그윽하고 고요하니, 특별히 신령스러운 구역이라. 꽃 그림자는 봄 언덕에 붉고, 종소리는 여름 우레처럼 진동하네. 절의 승려는 수월과 같고, 산의 경치는 천태보다 낫도다. 무한히 풍광이 좋기에, 시인이 가고 또 온다네.(禪菴幽且靜。 別是最靈隈。 花影紅春岸。 鍾聲動夏雷。 寺僧同水月。 山景勝天台。 無限風光好。 詩人去復回。)”라고 하였다.
북쪽에는 풍담탑楓潭塔이 있고 남쪽은 금강金剛의 물을 둘렀다. 동쪽으로 2리를 가면 국진굴國盡窟이 있는데, 여기는 바로 옛날 금金나라 천자天子 등의 상像을 지금까지 보존하고 있는 곳이다.
이상 기록한 것은 단지 내산內山의 가장 좋은 경치만을 서술한 것이다. 내산문內山門의 세세한 내용과 외산문外山門의 승경에 대해서는 이백李白의 시문으로도 다 표현하지 못하고, 장승요張僧繇의 화필畫筆로도 다 그리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여기에 기록하지 않고 그냥 놔두어 뒷사람을 기다리려 한다.


009_0675_a_01L碧谷紫霞濃萬壑溪聲壯千峯石勢
009_0675_a_02L徘徊禪院外可惜落花紅其東有
009_0675_a_03L大藏殿八萬大藏經安藏之處也
009_0675_a_04L東有靈山殿即卅三祖師十六羅漢幀
009_0675_a_05L奉安于中而燒香供養之處也
009_0675_a_06L東有極樂殿東西影堂月渚雪岩諸大
009_0675_a_07L宗師之眞影分掛東西而焚香敬禮
009_0675_a_08L之處也詩曰禪菴幽且靜別是最靈
009_0675_a_09L花影紅春岸鍾聲動夏雷寺僧同
009_0675_a_10L水月山景勝天台無限風光好
009_0675_a_11L人去復回北有楓潭塔而南帶金剛
009_0675_a_12L水也向東二里有國盡窟即古金
009_0675_a_13L天子 [4] 等像尙今存焉上來所記
009_0675_a_14L叙內山最勝之景而已內山門之細細
009_0675_a_15L外山門之勝劣李白詩而難盡僧繇
009_0675_a_16L筆而難畫故不慧於是不記而闕之
009_0675_a_17L以待來者焉

009_0675_a_18L
  1. 1)‌해장海藏의 경전 : 바닷속 용궁龍宮에 보관된 경전이라는 뜻으로 『華嚴經』을 가리킨다. 용수龍樹가 용궁에 들어가서 『華嚴經』을 가지고 왔다는 전설에서 유래한 것이다. 당唐나라 법장法藏의 『華嚴經傳記』 권1에 의하면, 불타가 입멸入滅하고 7백 년쯤 뒤에 용수가 용궁에서 『華嚴經』의 3본本을 보았는데, 상上과 중中 2본은 분량이 엄청나게 많아서 수지受持할 수 없었기 때문에 10만 게偈 48품品의 하본下本만 암송하여 인도에 전파했다고 한다. 그래서 『華嚴經』을 ‘용경龍經’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2. 2)보안普眼의 경전 : 보안법문普眼法門을 설한 경전이라는 뜻으로, 『華嚴經』을 가리킨다.
  3. 3)‌일미선一味禪 : 순일무잡純一無雜한 최상승선最上乘禪이라는 뜻으로, 화두話頭를 참구하는 조사선祖師禪을 가리킨다. 반면에 여래선如來禪은 ‘오미선五味禪’이라고 하여 폄하한다.
  4. 4)금모래를 깐 보배로운 땅 : 사원을 일컫는다. 인도印度 사위성舍衛城의 수달 장자須達長者가 석가釋迦의 설법說法을 듣고 매우 경모敬慕한 나머지 정사精舍를 세워 주려고 기타 ‌태자祇陀太子의 원림園林을 구매하려고 하자, 태자가 장난삼아서 “금모래를 이 땅에 가득 깔면 팔겠다.”라고 하였다. 이에 수달 장자가 집에 있는 황금을 코끼리에 싣고 와서 그 땅에 가득 깔자, 태자가 감동하여 그 땅을 매도하는 한편 자기도 원중園中의 임목林木을 희사하여 마침내 기원정사祇園精舍를 건립했다는 기원포금祇園布金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大唐西域記』 권6.
  5. 5)‌소사蕭寺 : 사원을 가리킨다. 양 무제梁武帝 소연蕭衍이 절을 짓고 나서 소자운蕭子雲을 시켜 비백飛白의 서체書體로 자기의 성씨인 ‘소蕭’ 자를 크게 써서 붙이게 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6. 6)‌조사祖師가 짚신∼들고 가시어 : 고승高僧의 죽음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의상이 세상을 떠나서 지금 만나 볼 수 없다는 의미이다. 중국 선종의 초조初祖인 달마達磨가 죽은 지 3년 뒤에, 위魏나라 송운宋雲이 총령蔥嶺에서 달마를 만났는데, 그때 그가 짚신 한 짝만을 들고 서천西天으로 가더라는 이야기에서 유래한 것이다. 『五燈會元』 「東土祖師 初祖菩提達磨大師」.
  7. 7)‌양관陽關 : 양관삼첩陽關三疊의 준말로, 송별의 노래를 가리킨다. 당唐나라 왕유王維의 절창絶唱인 〈送元二使安西〉라는 시의 “위성의 아침 비에 길 먼지 말끔히 씻기고, 객사 주위의 버들가지는 더욱 푸르게 단장했네. 그대여 이별의 술 한 잔 더 마시게나. 서쪽 양관 나가면 벗 만나기 어려우리니.(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 勸君更盡一杯酒。 西出陽關無故人。)”라는 구절에서 유래한 것인데, 이 시를 뒤에 악부樂府로 만들어 부르면서 반복하여 노래하였기 때문에 ‘양관삼첩’이라고 칭하게 되었다. ‘위성곡渭城曲’이라고도 한다.
  8. 8)‌온윤溫潤한 그∼공이 있으랴 : 춘추春秋 시대 초楚나라 사람 변화卞和가 형산荊山에서 박옥璞玉을 얻어 여왕厲王에게 바쳤는데, 여왕은 잘못 판정한 옥인玉人의 말만 믿고서 왕을 속인다는 죄목으로 그의 왼발을 베었고, 무왕武王도 알아보지 못한 채 가짜라고 의심하며 그의 오른발을 베었다. 그 뒤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변화가 박옥을 안고서 사흘 밤낮을 피눈물을 흘리며 슬피 우니, 문왕이 옥인에게 다시 조사하여 가공하게 한 결과, 천하제일의 보배인 화씨벽和氏璧을 얻게 되었다는 고사가 있다. 『韓非子』 「和氏」.
  9. 9)‌견성見性할 당년에∼소리 들었네 : 서산西山 청허 휴정淸虛休靜의 오도송悟道頌이라 할 〈過鳳城聞午雞〉라는 제목의 시에 “머리가 희지 마음이 희지 않다고, 옛사람이 일찍이 누설하였지. 지금 닭 소리 한번 듣고서, 장부의 할 일을 모두 마쳤도다.(髮白非心白。 古人曾漏洩。 今聽一聲雞。 丈夫能事畢。)”라는 시와 “홀연히 나의 집 소식을 얻고 보니, 모든 것이 단지 이러할 따름. 천 개 만 개 금보장이 있어도, 원래 하나의 빈 종이일 뿐.(忽得自家底。 頭頭只此爾。 萬千金寶藏。 元是一空紙。)”이라는 두 수가 실려 있다. 이 시는 『淸虛集』 권2에 나온다. 머리가 희지 운운의 고사는 다음과 같다. 인도 불교의 제3조인 상나화수商那和修가 우바국다優波毱多에게 나이를 물으니 17세라고 하였다. 이에 “너의 몸이 17세냐, 성이 17세냐?(汝身十七。 性十七邪。)”라고 하니, 우바국다가 “스님이 이미 백발인데, 머리카락이 흰 것입니까, 마음이 흰 것입니까?(師髮已白。 爲髮白邪。 心白邪。)”라고 반문하였다. 상나화수가 “나는 단지 머리카락이 흰 것이지, 마음이 흰 것이 아니다.(我但髮白。 非心白耳。)”라고 하니, 우바국다가 “저는 몸이 17세이지, 성이 17세가 아닙니다.(我身十七。 非性十七也。)”라고 대답하였다. 이 말을 듣고는 상나화수가 그의 법기法器를 인정하고는 제자로 받아들여 의발衣鉢을 전했다고 한다. 『五燈會元』 권1 「三祖商那和修尊者」.
  10. 10)‌『淸虛集』 권3에 나오는 시. 제목은 〈登香爐峯〉이다.
  11. 11)‌봉장작희逢場作戲 : 어디에서나 유희를 펼친다는 뜻으로, 자유자재로 임기응변하는 것을 말한다. “장대를 가지고 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유희를 펼친다.(竿木隨身。 逢場作戱。)”라는 선가禪家의 말이 있다. 『景德傳燈錄』 「道一禪師」.
  12. 12)‌일곱 집 걸식하는 승려 : 부처가 제정한 걸식하는 법 중, 하루 중에 반드시 일곱 집을 한계로 하여 그 이상은 음식을 구걸하지 않도록 함으로써 탐욕을 절제하게 한 조목이 들어 있다. 『寶雲經』 권8.
  13. 13)‌성유城遊 : 백 성百城의 유람 즉 도를 구하기 위해 각처의 선지식善知識을 찾아다니는 것을 말한다. 구도 보살求道菩薩 선재동자善財童子가 처음에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찾아갔다가 다시 깨달음을 얻기 위해 남쪽으로 여행하여 110성城의 선지식 53인을 찾아다니며 법문을 구한 결과 마침내 미진수微塵數의 삼매문三昧門에 들어섰다는 『華嚴經』 「入法界品」의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14. 14)동중천洞中天 : 신선이 산다고 하는 명산 승경勝景을 말한다.
  15. 15)‌이 적선李謫仙 : 이백李白의 별칭이다. 당 현종唐玄宗 때 태자빈객太子賓客 하지장賀知章이 장안長安 자극궁紫極宮에서 이백을 처음 만났을 때 이백을 ‘적선인謫仙人’ 즉 ‘귀양 온 신선’이라고 부르면서 허리에 찬 금 거북을 풀어 둘이서 함께 실컷 술을 마신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李太白集』 권22 「對酒憶賀監」.
  16. 16)‌단소丹霄 : 선인仙人이 거처하는 구소九霄 중의 하나이다. 참고로 구소는 다음과 같다. 신소神霄·청소靑霄·벽소碧霄·단소丹霄·경소景霄·옥소玉霄·낭소琅霄·자소紫霄·태소太霄이다.
  17. 17)‌봄 귀신(東君) : 봄을 주관하는 신神이라는 뜻의 시적인 표현이다. 봄은 동방東方과 청색靑色으로 대표되기 때문에 ‘동제東帝·동황東皇·청황靑皇·청제靑帝’라고도 한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시에 “병들고 나니 어떤 일도 한가함보다는 못한데, 동군이 깃발 거두고 돌아감 또 보겠네.(病餘萬事不如閑。 又見東君卷旆還。)”라는 구절이 있다. 『牧隱藁』 권21 「柳巷樓上」.
  18. 18)불(八人) : 팔인八人은 ‘불 화火’의 파자破字이다.
  19. 19)수황燧皇 : 수인씨燧人氏로, 불을 처음으로 만들어 낸 전설상의 인물이다.
  20. 20)‌조양朝陽 : 해 뜨는 동산이라는 말이다. 『詩經』 「大雅」 〈卷阿〉에 “봉황새가 우네, 저 높은 언덕에서. 오동나무 자라네, 해 뜨는 저 동산에서. 무성한 오동나무 숲과 봉황새 소리 어울리네.(鳳凰鳴矣。 于彼高岡。 梧桐生矣。 于彼朝陽。 菶菶萋萋。 雝雝喈喈。)”라는 말이 나온다.
  21. 21)‌요해遼海 : 요동遼東의 바다라는 말이다. 요동 사람 정령위丁令威가 신선이 되어 학을 타고서 천 년 만에 고향에 돌아와 화표주華表柱에 내려앉았다는 요동학遼東鶴의 전설이 있다. 『搜神後記』 권1.
  22. 22)‌적선謫仙 : 귀양 온 신선이라는 뜻으로, 이태백李太白을 가리킨다. 주 15 참조.
  23. 23)‌귀로(歸筇) : 원문의 ‘공筇’은 ‘비공飛筇’의 준말로, ‘비석飛錫’과 같은 말이다. 석장을 짚고 날아다닌다는 뜻으로, 승려나 도사가 순례하러 돌아다님을 이른다.
  24. 24)‌선불장選佛場 : 불당佛堂이나 불사佛寺를 가리키는 말이다. 당唐나라 때 천연 선사天然禪師가 과거를 보러 장안長安으로 가는 길에 선승禪僧을 만나 “관리를 뽑는 곳(選官場)이 부처를 뽑는 곳(選佛場)만 못하다.”라는 말을 듣고 출가하여 선승이 되었다고 한다. 『江城名蹟』 권3 「證今」.
  25. 25)‌팔부八部의 용천龍天 : 불법佛法을 수호하는 여덟 신장神將들로, 즉 천天, 용龍, 야차夜叉,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樓羅, 건달바乾闥婆, 긴나라緊那羅, 마후라가摩睺羅迦의 팔 신八神을 가리키는데, 이 가운데서 천과 용이 으뜸이므로 특히 ‘팔부 용천’이라 한 것이다.
  26. 26)나월蘿月 : 담쟁이덩굴 사이로 바라보이는 달.
  27. 27)‌구품九品의 연대蓮臺 : 아미타불의 서방정토西方淨土를 말한다. 그곳에는 상·중·하에 다시 상·중·하로 나뉘는 아홉 단계의 등급이 있는데, 세상을 떠나 극락極樂에 왕생할 적에 각자 행한 업보業報에 따라 거기에 맞는 등급의 낙을 얻게 된다고 한다.
  28. 28)‌옥당 금마玉堂金馬 : ‘옥당’은 홍문관의 별칭이고, ‘금마’는 금마문의 준말로 한림학사가 임금의 조서를 기다리는 곳이다. 보통 조정의 화려한 내직內職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29. 29)‌칠대七台 : 미상.
  30. 30)‌봉래蓬萊와 방장方丈 : 중국 전설에 나오는 봉래산, 방장산, 영주산瀛洲山을 통틀어 ‘삼신산三神山’이라고 하는데, 이 이름을 본떠 우리나라의 금강산을 봉래산, 지리산을 방장산, 한라산을 영주산이라 이르기도 한다.
  31. 31)‌호로병 속의 천지 : ‘별천지別天地’라는 뜻으로, 선경仙境을 말한다. 후한後漢의 술사術士 비장방費長房이 시장에서 약을 파는 선인仙人 호공壺公을 따라 그의 호리병 속으로 들어갔더니, 그 안에 일월日月이 걸려 있고 신선 세계가 펼쳐져 있었으므로, 그 고대광실 안에서 맛좋은 술과 음식을 실컷 먹고 나왔다는 전설에서 비롯된 것이다. 『後漢書』 권82 하 「費長房傳」, 『神仙傳』 「壺公」.
  32. 32)‌등왕각滕王閣 : 중국 당唐나라 태종의 아우 등왕滕王 이원영李元嬰이 세운 누각.
  33. 33)‌자부紫府 : 도교에서 신선이 사는 곳을 이르는 말이다. 진晉나라 갈홍葛洪의 『抱朴子』에, “하늘 나라에 이르면 먼저 자부를 지나게 된다.”라고 하였다.
  34. 34)‌대지팡이를 산그늘에 내던지고 : 후한後漢의 술사術士 비장방費長房이 호공壺公에게 얻은 대나무 지팡이를 타고 하늘을 날아 고향에 돌아온 뒤에 그 지팡이를 갈파葛坡 언덕 속에다 던졌더니 순식간에 용으로 변해 사라졌다는 전설을 인용한 듯하다. 『後漢書』 「方術傳」 하 〈費長房〉.
  35. 35)‌진왕秦王의 벼슬 : 오대부송五大夫松의 고사를 인용한 것이다. 진시황秦始皇이 태산泰山에 올라가 봉선封禪의 제사를 올리고 돌아올 적에 홀연히 폭풍우를 만나 소나무 아래로 피했는데, 그 소나무가 공을 세웠다고 하여 오대부五大夫의 관직에 봉했다는 고사가 전한다. 『史記』 「秦始皇本紀」.
  36. 36)‌삼각三覺 : 자신이 깨닫는 자각自覺, 남을 깨닫게 하는 각타覺他, 지행知行이 일치하는 각행원만覺行圓滿을 가리킨다.
  37. 37)‌환희작약歡喜雀躍하면서 : 원문의 ‘오변鰲抃’은 몹시 기뻐 손뼉을 치고 춤을 추면서 하는 축하를 말한다. 『楚辭』 「天門」에서 “자라가 산을 이고 손뼉을 치니 어떻게 안정될 수 있겠는가.(鰲戴山抃。 何以安之。)”라고 한 데서 나왔다.
  38. 38)‌도道가 계합契合하면∼멀게 느껴진다 : 남송南宋의 선승禪僧 대혜 종고大慧宗杲(1089∼1163)가 인용한 말인데, 그의 문집인 『大慧普覺禪師語錄』 권27 〈答夏運使〉에 나온다.
  39. 39)‌눈빛을 마주치기만∼있음을 알아차린다 : 서로 만나서 말없이 쳐다보는 그 순간에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지기知己의 관계가 되는 것을 말하는데, 『莊子』 「田子方」에 “그런 사람들은 언뜻 눈빛을 마주치기만 해도 그 속에 도가 들어 있음을 알아차린다.(若夫人者。 目擊而道存。)”라는 말이 나온다.
  40. 40)‌바람난 말과∼못하는 것 :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 만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할 때 쓰는 말이다. 『春秋左氏傳』 희공僖公 4년에 “그대는 북해에 있고, 나는 남해에 있으니, 바람난 말과 소도 서로 미치지 못하는 거리이다.(君處北海。 寡人處南海。 唯是風馬牛不相及也。)”라는 말이 나온다.
  41. 41)‌청금靑襟 : 청금靑衿과 같은 말로, 유학자儒學者의 별칭이다. 『詩經』 「鄭風」 〈子衿〉에 “푸르고 푸른 그대의 옷깃이여, 길고 긴 나의 마음이로다.(靑靑子衿。 悠悠我心。)”라는 말이 나오는데, 『毛傳』에 “청금은 푸른 깃이니, 학자가 입는 것이다.(靑衿。 靑領也。 學子之所服。)”라고 하였다.
  42. 42)‌이구산尼丘山 : 공자孔子가 태어난 산동山東 곡부曲阜의 산 이름이다. 공자의 부모가 이곳에서 기도하여 공자를 낳았다(禱於尼丘得孔子)는 기록이 『史記』 「孔子世家」에 나온다. 그래서 공자의 이름을 ‘구丘’라 하고, 자字를 ‘중니仲尼’로 했다고 한다.
  43. 43)‌자맥紫陌 : 도성의 큰길, 또는 도읍지의 성 밖 교외의 큰길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는 번잡한 속세를 가리킨다.
  44. 44)‌계수나무 잎을 잡을는지 : 과거 급제를 비유한 말이다. 진 무제晉武帝 때 극선郤詵이 현량 대책賢良對策에서 장원壯元을 하고는, 소감을 묻는 무제의 질문에 “계수나무 숲의 가지 하나를 꺾고, 곤륜산의 옥돌 한 조각을 주운 것과 같습니다.(桂林之一枝。 崑山之片玉。)”라고 답변한 고사에서 유래한 것이다. 『晉書』 권52 「郤詵傳」.
  45. 45)‌서래西來 :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의 준말로, 달마達磨가 서쪽 인도에서 중국에 건너와 불법佛法을 전한 진의眞意가 무엇인지를 묻는 선종의 화두이다. 어떤 승려가 당唐나라의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이 화두를 거론하여 묻자, “뜰 앞의 잣나무(庭前柏樹子).”라고 대답한 고사가 유명하다. 『聯燈會要』 권6 「趙州從諗」.
  46. 46)이별가(陽關) : 주 7 참조.
  47. 47)구품九品의 연대蓮臺 : 주 27 참조.
  48. 48)‌눈가림으로 경을∼신묘함에 들어갔네 : 당唐나라 선승禪僧 약산 유엄藥山惟儼이 불경을 보고 있을(看經) 적에, 어떤 승려가 묻기를 “화상께선 남에겐 불경을 보지 못하게 하시면서 혼자서는 왜 불경을 보십니까?(和尙尋常不許人看經。 爲什麽却自看。)” 하고 묻자, “나는 그저 눈가림용으로 볼 따름이다.(我只圖遮眼)”라고 대답하였는데, 그 승려가 다시 “저도 화상을 본받고 싶은데 되겠습니까?(某甲學和尙還得也無。)” 하자, “그대라면 쇠가죽도 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若是汝牛皮也須看透。)”라고 대답한 일화가 전한다. 『景德傳燈錄』 권14.
  49. 49)‌칠처七處 : 부처가 『華嚴經』을 설했다는 일곱 곳을 말한다. 『新譯華嚴經』에서는 일곱 곳에서의 아홉 차례 법회라는 뜻의 ‘칠처구회七處九會’를 말하고, 『舊譯華嚴經』에서는 ‘칠처팔회七處八會’를 이야기하는데, 참고로 ‘칠처七處’는 보리장菩提場·보광명전普光明殿·도리천忉利天·야마천夜摩天·도솔천兜率天·타화천他化天·서다림逝多林 등이다.
  50. 50)‌아홉 점 연기 : 하늘에서 구주九州를 내려다보면 마치 연기 아홉 점이 엉겨 있는 것처럼 작게 보인다는 뜻으로 표현한 말이다. 당唐나라 이하李賀의 시 〈夢天〉에 “중국을 멀리 바라보니 아홉 점의 연기요, 한 웅덩이 바닷물도 한 잔 쏟아부은 듯.(遙望齊州九點煙。 一泓海水杯中瀉。)”이라는 말이 나온다. 『昌谷集』 권1, 『全唐詩』 권390.
  51. 51)구품九品의 연대蓮臺 : 주 27 참조.
  52. 52)‌베적삼은 조주의∼자주 씻는다네 :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나 화두를 잊지 않고 챙기며 지내고 있다는 말이다. 당唐나라의 고승高僧 조주 종심趙州從諗 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만법이 하나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 겁니까?(萬法歸一。 一歸何處。)”라고 물으니, 조주가 “내가 청주에 있을 적에 베적삼 한 벌을 만들었는데, 그 무게가 일곱 근이더라.(我在靑州。 作一領布衫。 重七斤。)”라고 답한 화두가 『碧巖錄』 제45칙則에 나온다.
  53. 53)봄 귀신(東君) : 주 17 참조.
  54. 54)‌진秦나라 피한 마을 : 무릉도원武陵桃源과 같은 낙원이라는 말이다. 진晉나라 때 무릉武陵의 어부가 복숭아꽃이 떠내려오는 물줄기를 따라 계속 올라가 보니 포악한 진秦나라 시대에 난리를 피해서 들어온 사람들이 선경仙境 속에 살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며칠간 머물다가 돌아온 뒤에 다시 찾아가 보려고 하였지만 길을 잃어 실패했다는 이른바 무릉도원의 이야기가 도연명陶淵明의 「桃花源記」에 나온다.
  55. 55)‌목격도존目擊道存 : 눈빛만 마주쳐도 상대의 마음을 아는 것을 말한다. 주 39 참조.
  56. 56)‌자기子期 : 종자기鍾子期의 준말이다. 춘추春秋 시대 거문고의 명인 백아伯牙가 높은 산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 친구인 종자기가 그 음악 소리를 듣고는 “멋지다. 마치 태산처럼 높기도 하구나.(善哉。 峩峩兮若泰山。)”라고 평하였고, 흐르는 물에 뜻을 두고 연주를 하면 “멋지구나. 마치 강하처럼 넘실대는구나.(善哉。 洋洋兮若江河。)”라고 평하였는데, 종자기가 죽고 나서는 백아가 더 이상 세상에 지음知音이 없다고 탄식하며 거문고 줄을 끊어 버린(斷絃) 고사가 전한다. 『列子』 「湯問」, 『呂氏春秋』 「本味」.
  57. 57)‌은교銀橋 : 나공원羅公遠이라는 당唐나라 도사道士가 현종玄宗을 월궁月宮에 데려가기 위해 공중에 지팡이를 던져서 만들었다는 다리 이름으로, ‘은하수’를 가리킨다. 현종이 그와 함께 월궁에 올라가서 선녀들의 춤을 구경하고 ≺霓裳羽衣曲≻을 들은 뒤에 돌아왔다고 한다. 전촉前蜀 두광정杜光庭이 지은 『神仙感遇傳』에 이 전설이 나온다.
  58. 58)‌하운다기봉夏雲多奇峰 : 여름 구름은 기이한 봉우리가 많다는 뜻으로, 도잠陶潛의 시 〈四時〉의 승구承句에 나온다. 『陶靖節集』 권3.
  59. 59)‌금계金雞 : 전설상의 황금 닭으로, 이 닭이 부상扶桑의 산 위에서 한 번 크게 울면 천하의 닭이 모두 따라 울면서 새벽이 밝아 온다고 한다. 『神異經』, 『東荒經』.
  60. 60)‌날리며 곧장∼건 아닐는지 : 이백李白의 시 〈望廬山瀑布〉 중 둘째 수에 나오는 장쾌한 표현이다. 『李太白集』 권20.
  61. 61)원문 자체에 누락된 글자가 있다.
  62. 62)‌구슬 부서져∼오히려 상쾌하고 : 대본에는 ‘散珠瀑落心猶夾’으로 되어 있으나, 저본에 의거하여 ‘夾’을 ‘快’로 바로잡아 번역하였다.
  63. 63)‌진왕秦王의 채찍 : 진시황秦始皇의 석교石橋에 대한 전설을 인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진시황이 동해東海에 바윗돌로 징검다리를 놓아 바다를 건너가서 해가 뜨는 곳을 보려고 하자, 신인神人이 바위를 바다로 몰고 가면서 빨리 가지 않으면 채찍질을 하였으므로 바윗돌이 모두 피를 흘리며 붉게 변했다는 이야기가 진晉나라 복심伏深의 『三齊略記』에 나온다.
  64. 64)‌기국杞國의 근심 : 옛날 기杞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면(天地崩墮) 자기 몸을 의지할 곳이 없게 된다 하여 침식寢食을 폐하고 걱정을 했다는 기국우천杞國憂天의 고사를 말한다. 『列子』 「天瑞」.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文」一字。編者補入。
  3. 1)「而其…天子」一張缺落{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