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범해선사시집(梵海禪師詩集) / 梵海禪師詩集 第一

ABC_BJ_H0260_T_002

010_1110_b_02L
범해선사시집 제2권(梵海禪師詩集 第二
)
두륜산 환여 각안 지음(頭輪山 幻如覺岸著)
시 2(詩二)
목환자 천념불木槵子千念佛
形同太極色同烏     형체는 태극과 같고 색깔은 검은빛
穿孔貫繩千介餘     구멍 뚫어 새끼줄에 천여 개 꿰었네
齊結春風無伯仲     봄바람 나란히 맺어 위아래 없으나
均分秋月有盈虛     가을 달 고루 나눠 영허의 이치 있구나
幸逢信士成功轉     미더운 이 만나면 공덕 이루며 돌리고
適値齋辰數佛呼     마침 재를 맞으면 자주 부처님 부르네
經曰波王煩惱斷     불경에 마왕의 번뇌 끊는다고 일렀으니
持珠行者繼生西     염주 지닌 행자는 서방에 이어 태어나리
한양 안기선에게 화답하다(和漢陽安期仙)
乘時執箒掃中庭     때때로 빗자루 잡아 뜰을 쓰나니
不速遊仙問訊停     신선을 부르지 않아 소식 그쳤네
褰袖閱書分黑白     소매 걷고 책 보며 흑백 분별하고
題詩作軸畫丹靑     시 짓고 서책 만들며 단청 그린다
金山妙契曉饒舌     금산의 묘계는 언설로 깨우치고
蓮社奇緣暗忘形     백련사 기연은 형해를 잊었노라
筆耕紙地何神力     종이에 붓 휘두르니 신력이 뛰어나
國齋命寫法華經     나라의 재에 명으로 『법화경』 필사한다
무설천無說泉
寺東庵下大溪邊     절 동쪽 암자 아래 큰 시냇가
湧出石間一眼泉     돌 사이에 샘물이 용솟음치니
缾上綠楊三際雨     물병 위 녹양에 삼세의 비 내리고
碑前緇衲四時仙     비석 앞 납자는 사시의 신선이라
殿屎老弱連頭尾     신음하는 노약자 행렬이 이어지고
偪側兒孫爭後先     궁핍한 아이들 앞뒤를 다투네
無說得名良有以     무설의 이름 참으로 까닭 있으니
千年𧵓弊恐相傳     천년의 폐단이 전해질까 저어함이라
봉화에게 주다(贈奉和)
立志遊方善友尋     뜻 세워 사방 유람하며 선우 찾으니
韶光滿面有誠心     봄빛이 얼굴 가득 마음은 정성이라
楞嚴經裏三春老     『능엄경』 속에 석 달 봄이 저물어 가고
筆削記中九夏深     『필삭기』 속에 한여름 깊어만 간다
曾在沃山同井臼     일찍이 옥산에서 같이 생활하였는데
今居宗院共溪林     이제는 사원의 시내와 숲을 함께한다

010_1099_c_02L梵海禪師詩集 第一

010_1099_c_03L

010_1099_c_04L頭輪山 幻如覺岸著

010_1099_c_05L1)總目次

010_1099_c_06L
卷一

010_1099_c_07L
詩(一)一百二篇

010_1099_c_08L
次石屋和尙山居時十二
送金道巖
010_1099_c_09L趙信庵次金湖隱挽草衣禪師
010_1099_c_10L一庵號和金錦史送興雲禪伯
010_1099_c_11L孫座首
贈俊圓次寬禪和富昕
010_1099_c_12L次在演贈弼暄戒仁學送在煥
010_1099_c_13L次泰演送典毅次海彥答善裕
010_1099_c_14L賀處耘別應玄贈永淳贈英俊
010_1099_c_15L答進學贈璟華贈永贊和鄭痴
010_1099_c_16L與崔林姜共和與崔林姜共次羅
010_1099_c_17L云淸潭韻到雙溪溪寺興感遊漱
010_1099_c_18L玉溪題龍岳師詩軸題觀音窟
010_1099_c_19L湖觀稅船芭蕉花送蔡霽巖超瘧
010_1099_c_20L次姜梅塢韻挽瑞律母趙氏挽安山
010_1099_c_21L
訓正己挽李鶴峯挽金護軍
010_1099_c_22L次七星庵韻越瀛海姜龍雲求詩
010_1099_c_23L三姓穴次戀宸閣韻大靜懷古
010_1099_c_24L旌義東軒韻次戀北亭金淸陰先生韻
010_1099_c_25L與戒定開士過弓裔城次天保樓韻
010_1099_c_26L目次編者作成補入

010_1110_c_01L精通學路揚名日     학문의 길 정통하여 이름을 날리는 날
我亦重生叩角吟     내 그대 고각의 노래1) 소중히 여기리
재현에게 주다(贈在玄)
世事無終日又深     세상일 끝없고 세월도 깊어 가는데
超然隱跡入叢林     초연히 자취 감추어 총림에 들었네
宿緣有會逢明眼     숙세의 인연 있어 훌륭한 스승 만나고
前業無虧發道心     전생의 업 훼손 없어 도심을 드러낸다
面帶春園楊柳色     얼굴엔 봄 동산의 버들 빛 가득하고
胸藏月夕瑟琴音     가슴엔 달밤의 금슬 소리 품었어라
可知愚智稍相似     어리석고 지혜로움 처음은 유사하기에
末后成不摠在今     훗날의 성공 여부는 다 오늘에 있다네
근학에게 주다(贈謹學)
發願出家夙有由     발원하여 출가함은 일찍이 이유가 있으니
觀塵延壽渡迷流     근진 보고 혜명 이어 미혹의 흐름 건너고자
戒先經後治身業     계율과 불경을 선후로 신업을 다스리고
叅罷行終作濟舟     참선 파하고 행각 마쳐 자비의 배 되었네
暮送祐公朝送學     저녁에 우공 송별하고 아침에 그댈 보내니
君如春旺我如秋     그대는 왕성한 봄이요 나는 가을 같구나
勤叅先覺廣知見     부지런히 선각자 참배하여 지견을 넓히면
克續門風鎭海頭     종문의 가풍을 이어 고해를 편케 하리라
찬민 소사에게 주다(與賛敏小師)
一改形衣亦改心     한번 몸과 옷 바꾸자 마음도 바뀌어
勤修淨業免昇沉     부지런히 청정업 닦아 부침을 면했네
三緘遵守人皆許     삼함2)을 준수하니 사람들이 허여하고
四序功成自可尋     사서3)의 공부 이루어 스스로 찾았네
天地不言生萬物     천지는 말없이 만물을 생성하고
鬼神無跡重千金     귀신은 자취 없으나 천금보다 무겁네
行身何必書紳戒     처신함에 하필 훈계를 띠에 쓰리오4)
奉我心王防外侵     나의 마음 받들어 외침을 막을지어다
동일 상인에게 주다(贈東一上人)
高超物外卜靑山     높이 세상 초탈하여 청산에 복거하니
巖穴松風伴侶閒     암혈의 솔바람이 한가한 벗이로다
散步溪聲忘歲月     시내 소리에 산보하며 세월을 잊고
能呑岳氣耐溫寒     산악의 기운 삼켜 추위와 더위 견딘다
今朝何幸同烟火     오늘 생활 함께하니 얼마나 다행인지
他日端宜見鳳鸞     훗날 단연코 봉황의 비상을 보리로다
萬像東臨生一樹     만상이 동쪽 임하여 한 나무를 내니
開花落子徧人間     피는 꽃 지는 열매가 세상에 가득하다
익운 상인에게 주다(贈翼雲上人)
休訪明師幾許年     명안의 납자 찾지 않은 지 몇 년인가
春風更續舊遊緣     봄바람에 다시 예 놀던 인연 이었네

010_1100_a_01L次花巖寺韻一爐香室紫微花
010_1100_a_02L次申白坡先生贈韻白坡松坡兩老共
010_1100_a_03L上北庵拈韻挽仁湖金斯人客隱跡
010_1100_a_04L
自嘆聯句和黃磻溪次金玉山
010_1100_a_05L進士結制獨坐題紙船夜渡碧波
010_1100_a_06L送金搆庵題雙溪次誕報廟板上韻
010_1100_a_07L次曹溪庵板上韻募緣行府使…共
010_1100_a_08L遊溪寺贈奇衍上人和李松坡
010_1100_a_09L仙臺憶東野寄廣信尾扇
010_1100_a_10L善愚題隱跡寺追挽影山禪伯
010_1100_a_11L念珠頌陪繡衣沈蘭沼次對月樓韻
010_1100_a_12L與梁栢塢共和次觀湖齋韻挽應化
010_1100_a_13L講主次栢塢齋韻贈奇雲上人
010_1100_a_14L圓海講伯贈寶鼎上人端陽送法
010_1100_a_15L海長老歸昇州贈淸峰長老挽無爲
010_1100_a_16L九曲九臺贈奇正上人
010_1100_a_17L見性庵…敦相韻

010_1100_a_18L
卷二

010_1100_a_19L
詩二六十八篇

010_1100_a_20L
木槵子千念佛和漢陽安期仙無說
010_1100_a_21L贈奉和贈在玄贈謹學
010_1100_a_22L贊敏小師贈東一上人贈翼雲上人
010_1100_a_23L次雲圃李詞伯韻居赤蓮庵挽李松
010_1100_a_24L映山花和曹詞伯韻題快年閣
010_1100_a_25L和尹松下瀛洲十景
頭輪十景

010_1100_a_26L贈曹仁祚贈處鑑上人奉別劉韋溪

010_1111_a_01L百非淨盡眞常露     백비5) 깨끗해지자 진상이 드러나고
三友磋磨損益圓     삼우6)의 절차탁마 손익이 원만하다
鳥擇棲林魚擇水     새는 숲을 선택하고 고기는 물 가리며
雲浮滄海月浮天     구름은 창해에 흐르고 달은 하늘 떠 있네
艸深一丈荒庭外     한 길 무성한 잡초 속 황량한 뜰에서
何事褰裳采赤蓮     어인 일로 치마 걷고 붉은 연꽃 캐는가
운포 이 사백의 시운을 차하다(次雲圃李詞伯韻)
閒携諸釋共談空     한가롭게 여러 스님과 불법 얘기하며
消遣庚炎古寺中     고찰에서 삼복의 무더위를 보낸다
移席月樓林漲綠     달빛 누각에 옮기니 숲은 녹음 짙고
喫茶花苑椀浮紅     차 마시니 뜰의 붉은 꽃 사발에 어린다
熏陶性理懲愚俗     성정 도야하여 어리석은 세속 다스려
日擊威儀接道通     위의를 직접 뵈니 도를 접해 통했구나
結社流芳年已久     결사하여 향기 끼친 지 이미 여러 해
今秋更見舊儒風     올가을 다시 옛 선비의 풍격 보노라
적련암에 거처하며(居赤蓮庵)
三十五年往復廻     35년 만에 떠났다 다시 돌아오니
林泉如舊屋將頹     임천은 의구한데 집은 쓰러질 듯
菩提樹綠多歡喜     보리수 푸르니 기쁨이 넘치고
刺棗實紅詑種栽     대추 열매 붉어서 심었다고 자랑하네
時得太和春水至     화평한 기운에 봄물이 이르더니
歲行旱魃曉星催     해가 가뭄 들어 새벽별 재촉하네
秋風蕭瑟寒窓外     차가운 창밖에 가을바람 소슬한데
野客來言貴糓財     들사람 와서 곡식값 비싸다 하네
이송파를 애도하다(挽李松坡)
煎茶和韻幾多年     차 달이며 시운 화답한 지 몇 해인가
人謂東坡續舊緣     모두 동파의 옛 인연 이었다 여겼네
傾耳更無淸耳語     귀 기울여도 다시는 맑은 소리 없어
展書反有掩書憐     책을 펴다가도 다시 덮으며 슬퍼하네
南方高士歸何處     남방의 높은 선비 어디로 가시었나
北斗降生向彼天     북두의 기운으로 태어나 저 하늘 향했네
綠漲佳時虛一座     녹음 짙은 좋은 계절 빈자리 공허하니
風愁㵎咽但流煙     슬픈 바람 우는 시내에 안개만 흐를 뿐
영산화映山花
映山紅映快年軒     영산홍이 쾌년헌에 활짝 피어나니
移種眞庵碧海園     진불암 벽해원에 옮겨 심었네
尋到人皆衣錦語     찾아온 사람들 비단 속에 얘기하고
飛來鳥必避燃喧     날아온 새도 불꽃 피하며 지저귄다
煎茶未酌開花器     차 달여 따르기 전 꽃그릇 열고서
掃地無塵坐火團     땅을 쓰니 티끌 없어 불더미 앉은 듯
細雨纔收風不起     가는 비 걷히고 바람도 고요한데
閒庭自動映周垣     한가한 뜰에 흔들리며 담장 비추네
조 사백의 운에 화하다(和曹詞伯韻)

010_1100_b_01L贈在允上人別應河題梵海堂
010_1100_b_02L客張裨將金學官共和法翰上人
010_1100_b_03L儀上人說法華經讀維摩經訪北
010_1100_b_04L贈天祐次謹煥軸韻次謹浩軸
010_1100_b_05L次尹海皐韻
次崔石痴韻
010_1100_b_06L水相李公容觀韻唱和水相圭泰南庵
010_1100_b_07L拈韻
奉和水相韻次題雲潭長老
010_1100_b_08L潭韻贈洪波上人次崔石痴贈錫
010_1100_b_09L幸上人唱和閔公遺敬元遺仁和
010_1100_b_10L送仁正驅烏沙彌與順和行脚次金
010_1100_b_11L晩翠贈韻謹次朴蘆河贈韻寄千雅
010_1100_b_12L挽曺萬戶贈晦光長老挽月如
010_1100_b_13L禪伯挽靑霞長老別林南皐田松村
010_1100_b_14L快年閣庭映山紅謹次曹視察使遊山韻
010_1100_b_15L贈朴梅溪和趙杏綻尹白隱月夜韻
010_1100_b_16L崔裕齋金小雲金米舫思行英次題
010_1100_b_17L延淳軸次泰愚上人韻贈志運上人
010_1100_b_18L和金松南霖雨韻送綺紋師再居古
010_1100_b_19L逢朴處士

010_1100_b_20L
古風長篇六篇

010_1100_b_21L
三衣歌得瓜興感貫碑浮屠人物
010_1100_b_22L山水歌茶歌

010_1100_b_23L
梵海遺集補遺

010_1100_b_24L
五言絕句十九篇

010_1100_b_25L
立玩虎祖師碑興感講席院湖大
010_1100_b_26L丙寅怨濟州大靜郡桃源里途中

010_1111_b_01L
九曲南風細雨晴     구곡의 남풍에 가는 비 걷히고
鶯飛草綠洞天明     꾀꼬리 나는 초록빛 동천 밝구나
花開小院文翁至     꽃이 핀 작은 뜰에 문옹7)이 이르러
酒設初昏燭影生     초저녁 술 차리니 촛불 그림자 어린다
晤語山中同宿寤     산중에서 이야기하며 함께 지새고
吟題席上各詩成     자리에서 각각 시를 지어 읊는다
水流葉落人隨老     유수와 낙엽처럼 사람도 늙어 가니
漏泄當今煨芋情     이제 토란을 굽는 정8)을 펼친다
쾌년각에 쓰다(題快年閣)
新開法宇鎭崗頭     새로이 법우 열어 멧부리 자리하니
虎踞龍盤百谷流     용과 호랑이 서린 듯 골짜기 흐른다
古寺千年回運吉     옛 절에 천년의 좋은 운이 돌아오니
殘僧一鉢卜居幽     잔승은 발우 하나 거처가 그윽하네
淸風吹起東茶興     맑은 바람 동다의 흥 불러일으키고
好鳥噪分謾語愁     좋은 새 재잘대며 괜한 시름 나눈다
竭力成功裨補地     힘을 다해 공덕 이룬 비보의 땅에서
虛消水火等閒遊     헛되이 곡식 소비하며 한가히 노닌다
윤송하에게 화답하다(和尹松下)
碧洞秋凉雨后生     벽동에 비 갠 뒤 가을 기운 서늘한데
高庵鐘落白雲平     높은 암자 종소리 흰 구름에 퍼진다
詩中傑作淸樓蔭     맑은 누각 그늘에서 빼어난 시구 읊고
地上仙遊洌澗聲     차가운 시내 소리에 지상의 신선 놀이
押韻童頭心自愧     벗어진 머리로 압운하니 절로 부끄럽고
臨離眩目路猶橫     어지러운 눈으로 이별하니 길은 비꼈네
靑燈一夜快年閣     쾌년각에 푸른 등불로 하룻밤 지새며
說罷胸中未盡情     가슴속의 다하지 못한 정을 얘기한다
영주 십경【2수는 없어졌다.】(瀛洲十景【二首逸】)
[1] 백록담의 늦은 눈(鹿潭晩雪)
漢挐絶頂鹿潭淸     한라산 정상에 백록담 맑으니
積水年年鏡面平     해마다 물이 고여 거울처럼 잔잔하다
晩雪流澌恒冷煖     늦은 눈 녹아 내려 냉기와 온기 지속하고
神龍變化忽陰晴     신룡이 변화하니 흐림과 맑음 반복된다
仙翁騎鹿恣情去     선옹은 사슴 타고 마음껏 떠나가고
風伯藻紋奉職行     풍백은 물결 일으키며 직분을 행하네
白鹿命名良有以     백록이라 부른 것 참으로 까닭 있으니
向東漲溢本非生     동쪽으로 넘치는 물도 본래 난 것 아닐세
[2] 영실기암瀛室奇巖
天下三山在海中     천하의 삼산9)은 바다 가운데에
瀛洲第一大神通     그중 영주가 가장 크게 신통하구나
乾坤開闢爲靈室     건곤이 개벽할 때 영실의 바위 되니
岳瀆分明起猛風     산과 시내 분명해 세찬 바람 이누나
五百奇巖齊翼軫     오백의 기암이 남녘에10) 나란히 서니
三千童女訪期松     삼천의 동남동녀11) 신선을12) 방문하네

010_1100_c_01L南原關王廟廣寒樓秋日獨坐
010_1100_c_02L銀海寺白興庵武洽上人宿莞島院洞
010_1100_c_03L珍島郡鳥島玉島石南島秋牧丹
010_1100_c_04L蘼草黃橘閱仙巖寺大覺國師集
010_1100_c_05L述懷回文

010_1100_c_06L
五言律十九篇

010_1100_c_07L
贈許萬澤枕溪樓松廣寺臨鏡堂
010_1100_c_08L草衣茶學箴十韻南臺秋觀送下
010_1100_c_09L台島尹成文贈順成上人歸釋王寺
010_1100_c_10L建除軆八音軆映山紅
010_1100_c_11L丹花玉梅花夜鳥鳴挽日庵
010_1100_c_12L入寶運閣題眞簁甫吉島書巖

010_1100_c_13L
七言絕句五十六篇

010_1100_c_14L
讀史紀過首露王陵通度寺慈藏窟
010_1100_c_15L金蛙七夕漁父頭輪峰題風
010_1100_c_16L井魚嘲金汝鍾太平花鳳仙花
010_1100_c_17L錦囊花請虛集諫臣論見家語失
010_1100_c_18L家鷄山雉拄杖子別桐裏
010_1100_c_19L寺弼演上人挽日庵雜咏
和金乃
010_1100_c_20L
秋分和金雲翁先生雪中行
010_1100_c_21L南彌勒雜詠
江東沙亭花塢雜咏
010_1100_c_22L
和朴愚谷宿洪海店贈尙州枕
010_1100_c_23L山李處士入濟州浴涯月鎭明泉
010_1100_c_24L大靜山房窟寺金剛山摩訶衍京畿
010_1100_c_25L德寺庸庵和尙白蓮社萬景樓共申
010_1100_c_26L白坡先生登北臺宿金島處暑旱雨

010_1111_c_01L凡蹤難犯仙曹路     속인의 자취 선계의 길 범하기 어려우니
變化無窮勝異蓬     무궁한 변화는 지리 봉래산보다 낫구나
[3] 정방폭포正方瀑㳍
鹿潭水溢向東來     백록담 물이 넘쳐 동쪽으로 흘러와
流注海中大震雷     바다로 쏟아지며 우렛소리 내누나
全石爲溪千丈瀑     바위가 시내 되어 천 길 폭포 되고
正房作窟萬層臺     정방이 굴이 되어 만 층 누대로다
廬山面目今朝見     여산의 진면목13) 오늘에야 보나니
白練骨髓此地回     아름다운 폭포가14) 이곳에 감도네
古寺遺痕依舊在     옛 절 남은 자취 여전히 남아 있어
是非榮辱眼前灰     시비와 영욕은 눈앞의 재와 같아라
[4] 형산의 일출(荊山日出)
獨立荊山碧海中     홀로 푸른 바다 가운데 형산에 서니
須彌寶塔柱天崇     수미산의 보탑이 하늘 높이 솟았네
扶桑縹緲天光黑     부상15) 아득한 곳 하늘빛이 어둡고
暘谷渺溟水鏡紅     양곡16) 넓은 바다에 수경이 붉구나
轇乾生空明相穩     넓은 하늘 허공에 밝은 상 온전하고
煒煌破夜暗候融     밝은 빛 밤 깨뜨려 어두움 사라진다
移時徧覆三千界     이윽고 광명이 삼천세계 두루 비추니
何必登高苦望東     하필 높은 곳 올라 동녘을 바라보랴
[5] 사봉의 낙조(紗峯落照)
薄紗周匝御靑空     엷은 깁이 푸른 하늘 둘렀는데
遙望咸池積水紅     멀리 함지17) 바라보니 물빛 붉구나
日落餘光反照艶     지는 해 남은 빛의 반조가 아름답고
風輕殘色夕陽融     미풍에 사라지는 색 석양에 어울린다
峯峯盡被淡紋繡     봉우리마다 담박한 수 비단 두르고
野野皆飛細霧籠     들판은 온통 엷은 안개에 싸였네
忽至黃昏蚊陣下     문득 황혼 되어 모기 떼 내려오자
喧嘩忘却一輪功     시끄러운 소리에 해의 공덕 망각했네
[6] 푸른 연못에 밤배 띄우고(靑淵夜泛)
天明夜靜酒肴佳     밝은 하늘 고요한 밤 술과 안주 좋아
鼓角泛舟發棹歌     배를 띄워 피리 불며 뱃노래 부른다
瀛海風吹靑淵帆     영해의 바람은 청연의 돛에 불어오고
挐山月照白坡沙     한라산 달빛은 백파의 모래에 비친다
子瞻枕上玄裳戞     자첨의 베개에 현상이 스쳐 지나고18)
孟德詩中烏鵲呀     맹덕의 시 속엔 오작19)이 우는구나
樂極生哀賓亦懶     즐거움 다하고 슬퍼지니 손님도 지쳤고
盃盤狼藉斗牛斜     잔과 쟁반 어지러운데 두우20)가 비꼈네
[7] 저포로 돌아오는 돛배(底浦歸帆)
南風蕭瑟海浪全     남풍 소슬하고 바다 물결 잔잔하니
禾北朝天並發船     화북과 조천에서 모두 배를 띄우네
積水稽天鵬路大     물결은 하늘 닿아 붕새 길 크나크고
虛明近日曉光鮮     허공에 해 가까워 새벽빛 선명하네
浮盃點點歸何處     점점이 떠 있는 배는 어디로 가는고
孤帆遲遲到國前     외로운 돛배는 더디 본토 향하누나
款乃一聲驚宿鷺     어부의 노랫소리 잠든 백로 깨우니

010_1101_a_01L示金龍題草衣長老畫十八羅漢圖
010_1101_a_02L章敎二經合部題四十二經科評
010_1101_a_03L遺敎經科評題警策文科評三經合
010_1101_a_04L部科記回向題許小痴恠石圖挽錦
010_1101_a_05L月和尙挽南坡和尙和張藍史
010_1101_a_06L在允沙彌四威儀頌
足映山紅我地黃
010_1101_a_07L落句過慶尙鎭海河東七佛菴
010_1101_a_08L津觀燭綾州運舟洞

010_1101_a_09L
七言律二十二篇

010_1101_a_10L
頭輪山月歌珎島峯火萱草送道
010_1101_a_11L岬寺大雲上人長興寶林寺頭輪山
010_1101_a_12L碑殿送珎島金龍殷謹次挽日庵艸
010_1101_a_13L衣師韻拱北臺鎭南臺海南…共
010_1101_a_14L挽鐵船和尙美黃寺上岫菴
010_1101_a_15L道菴晋州矗石樓渡濟州放船
010_1101_a_16L州觀德亭稷山弘慶寺全州㼼萱城
010_1101_a_17L同福勿染亭南固寺萬景臺康津白
010_1101_a_18L蓮社

010_1101_a_19L

010_1101_a_20L1)詩一
[2]

010_1101_a_21L次石屋和尙山居時十二首

010_1101_a_22L
一座高庵位面西登樓聽得細流溪

010_1101_a_23L洞能嫌淺谽谺閜峰自讓尊峛崺低

010_1101_a_24L碧砌花明蜂挹露黃庭雨霽燕團泥

010_1101_a_25L雲深樹密淸陰下好鳥忘機左右啼(一)

010_1101_a_26L自坐衆中未透關縱觀衲子問津還

010_1112_a_01L耽羅城外地行仙     탐라성 밖에 지상의 신선 유람하네
[8] 옛 숲의 목마(古藪牧馬)
元場三邑轉輪監     세 고을이 목장을 교대로 감시하여
山馬臨秋閱樴緘     가을을 맞아 마구간의 말들 사열하네
古藪縱行經雨雪     옛 숲에 뛰어놀며 비와 눈을 맞고
芳堤水草夢巉巖     향긋한 제방의 수초에서 험한 길 꿈꾸네
冀北群空伯樂眼     백락21)의 눈에 기북의 말22)이 없다면
漢南充補金谷庵     한라산 남쪽 금곡암에서 보충하리라
千年事上君臣分     천 년 동안 임금의 신하 된 직분으로
畜牧勤勞報政嚴     말을 애써 기르며 나랏일에 보답하였네
【뒤의 2수는 없어졌다.(後二首逸)】
두륜산 십경【앞의 4수는 없어졌다.】(頭輪十景【前四首逸】)
[5] 눈 속의 붉은 꽃(雪裡紅葩)
渾山柏樹四時靑     온 산의 동백나무 사시에 푸른데
雪裏紅葩映翠屛     눈 속 붉은 꽃 푸른 벼랑 비친다
世說詩傳鶴頂句     세설에는 학정의 시구23) 전해지고
佛言經載曼陁名     불경에선 만다라화 이름이 실렸네
風輕落地丹羅布     미풍에 떨어지니 붉은 비단 깔리고
月白開心碧玉盈     밝은 달빛에 마음 여니 푸른 옥 가득
儘是香油貢大內     향유는 참으로 궁궐에 바칠 만하니
威光遠透漢陽城     늠름한 자태 멀리 한양까지 닿으리
[6] 늦가을의 풍악(暮秋楓岳)
造物傳神活畵開     조물주 정신이 산 그림을 펼치니
渾山秋色錦成堆     산 가득 가을빛은 비단이 쌓인 듯
烟光縹緲嚴霜墜     연광이 아득하여 찬 서리 떨어지고
楓葉繽紛紫雨來     단풍잎 어지러이 붉은 비 내린다
一壑靚莊奇世界     온 골짜기 장엄하니 기이한 세계요
千峯削立妙高臺     천봉을 깎으니 묘고대24) 모습이라
虎頭何日精靈降     어느 때 고호두25)의 영혼이 내려와
布彩如斯曲折回     이 같은 문채를 굽이굽이 펼쳐 냈나
[7] 불암의 그윽함(佛庵幽僻)
尋眞覓佛更何求     진경과 부처님 찾아 무얼 구하나
庵中靜坐萬思休     암자에 정좌하여 만 생각 그치네
雲飛片片浮空界     구름은 조각조각 허공세계 흐르고
月到悠悠入玉樓     달빛은 유유히 옥루에 들어온다
鳥宿池邊無影樹     새는 연못가 그림자 없는 나무 깃들고
泉流石上不盈溝     샘은 돌 위로 차지 않는 도랑 흐르네
山之幽僻山之㝡     산의 그윽함이 이 산의 으뜸이니
內院全移此地留     내원26)을 모두 이곳에 옮겨 머문다
[8] 상원암의 진경(上院眞境)
境絕巖層萬疊屏     경계가 만첩 병풍의 바위에 끊겨
花樓咻聒說經聲     화루에 떠들썩한 불경 읽는 소리

010_1101_b_01L千山極目師親老萬事灰心寤寐閒

010_1101_b_02L放杖洗衣無主水携筐采菜不禁山

010_1101_b_03L浮沉一馬乾坤裡始覺依然出世間(二)

010_1101_b_04L汲澗煎茶喚友分情林密勿滿堂薰

010_1101_b_05L評論句讀砭新學涉獵篇章證舊聞

010_1101_b_06L淨除道場充空肚通開方丈坐孤雲

010_1101_b_07L已知至樂箇中在可笑云爲陌上奔(三)

010_1101_b_08L小庭雨激布新沙岑寂柴門鎖碧蘿

010_1101_b_09L舊築池塘時一浴新開場圃日三過

010_1101_b_10L頗厭世事隱身久慣愛山禽知己多

010_1101_b_11L欲遣昏沉吟偈頌謾將硯墨趂窓磨(四)

010_1101_b_12L數間蘭若御高臺幻化乾坤壼裡開

010_1101_b_13L暫到僧披紅雨到恒來泉自白雲來

010_1101_b_14L尋眞野客留聞道失耦山禽向告哀

010_1101_b_15L破衲掩身炎節至雖然如是勢難裁(五)

010_1101_b_16L南臺北岳盡吾家只守天眞度歲華

010_1101_b_17L蘿月松風爲伴侶經床茶竈作生涯

010_1101_b_18L三條椽下知吳馬七尺單前覺盞蛇

010_1101_b_19L葉落花開春秋至但看喚友擇枝鴉(六)

010_1101_b_20L人皆德業備多層以懶言之我自能

010_1101_b_21L泐井通天沈白月矮簷著地掛紅藤

010_1101_b_22L若交信向榮名客寧納誤尋問字僧

010_1101_b_23L一眼小池流水滿堤花岸柳又蘋菱(七)

010_1101_b_24L考槃在㵎一心澄南北東西任運騰

010_1112_b_01L雲歸晴峀僧歸榻     구름은 갠 산으로 스님은 선탑에
月在靑天水在缾     달은 푸른 하늘 물은 병에 있구나
大內降香遙祝壽     궁궐에서 향 내리니 멀리 축수하고
小蓮建閣久瞻靈     소련각 세워서 신령 우러러보네
詩豪杖屨間多至     뛰어난 시인의 발걸음 가끔 이르러
收拾風烟掛壁停     바람과 안개 거두어 벽에 걸어 두네
[9] 만일암 선원(挽日禪院)
一寺雄盤十里東     한 사찰 십 리 동쪽 웅장하게 서려
古阿練若白雲封     옛 아련야27) 흰 구름에 덮여 있네
開窓試玩稽天海     창을 열면 하늘에 닿은 바다 보이고
執箒難除倒地峯     땅에 드리운 산은 비로 쓸기 어렵네
各轉禪林常住境     선림에 전전하는 스님들 항상 머물고
職攀政院暫過蹤     벼슬 매인 사대부는 잠시 지나 들르네
周回城郭長時鎖     성곽에 둘러싸여 항상 잠겨 있나니
任運騰騰做自工     자유로이 시운 따라 스스로 공부한다
[10] 북암의 명승지(北庵名區)
凌虛彷彿玉淸樓     허공에 솟아 옥청28)의 누각 같은데
境絶泉甘別一區     경계 빼어나고 샘물 달아 별천지로다
巖面千年雕石佛     바위 표면엔 천년의 석불이 새겨 있고
滄波萬里點漁舟     만리창파엔 고깃배 점점이 떠 있구나
講聲高振雲間路     강경 소리 구름 사잇길로 높이 울리고
名姓留傳洛下遊     명성은 낙하29)의 유람객에게 전해졌네
禹斧無痕雙塔立     장인의 훌륭한 솜씨로 두 탑이 세워져
嵬嵬落落鎭庵頭     높고 크나큰 모습으로 암자를 지킨다
조인조에게 주다(贈曹仁祚)
重來問學舊情深     다시 와 배움 물으니 옛정 깊은데
忠孝展文字字尋     충효의 글 펼쳐 글자마다 뜻을 찾네
圓枕頻驚常罷夢     둥근 베개 자주 놀라 항상 꿈을 깨니
彩衣盤舞極歡心     색동옷으로 춤추며 효심이 극진했네
親仁乃至終身務     어진 이를 친애함은 평생의 일이요
積善當知歷劫欽     선을 쌓는 것 오랫동안 공경히 할 것
盡是書生行履事     모두 서생이 실천해야 할 도리이니
歸家日用勿忘吟     집에 돌아가 일상에 읊조려 잊지 말라
처감 상인에게 주다(贈處鑑上人)
夢外從緣共對顏     뜻밖의 인연 따라 함께 마주하니
猶疑出峀復知還     산문을 나섰다가 다시 왔나 여기네
玉粒▼(艹/卿)前超火宅     쌀밥 향기 앞에 화택30)을 뛰어넘고
金刀影裏落紺鬟     금빛 칼날 빛에 푸른 머리칼 떨어뜨렸네
鳳舞蛇橫驚世眼     빼어난 문장과 필체 세상의 눈 놀라고
雷音獅吼動人寰     우렛소리와 사자후 인간 세상 진동하네
我是稀齡君冠歲     나는 칠십의 나이에 그대는 약관의 시절
流年老小勢難攀     흐르는 세월 노소 다 붙잡기 어려워라
유위계와 이별하며(奉別劉韋溪)

010_1101_c_01L眼困披經明漸縮鬢因閱歲白將增

010_1101_c_02L講筵馳想雲居塾茶話難忘月出僧

010_1101_c_03L俯念群生千萬態堪憐同住有多情(八)

010_1101_c_04L單名片利莫矜誇不若幽居守拙家

010_1101_c_05L路挾亭亭君子樹溪流灼灼曼陁花

010_1101_c_06L蘭泉迸㵼穿林井梧月和明布地沙

010_1101_c_07L獨自相羊芳草裡七斤衣角滿輕霞(九)

010_1101_c_08L二七方知竺道尋於今四十老叢林

010_1101_c_09L罕行鄕里忘親戚頻涉山川識淺深

010_1101_c_10L茅屋半區容衣鉢禪經數卷度光陰

010_1101_c_11L出家榜樣如何是抖櫢人心覓道心(十)

010_1101_c_12L世事摠將物理推盈虛乃是一盤碁

010_1101_c_13L貪婪滅祖無前保忠孝貽孫有後知

010_1101_c_14L隨喜獸歸超死界贊歎魚老放生池

010_1101_c_15L聲塵不到千巖靜正好看經得意時(十一)

010_1101_c_16L幽居已得好規模逐日拈題襍韻圖

010_1101_c_17L屋老禪風吹草座盧公精進滿山厨

010_1101_c_18L奇緣早作言猶辣散景晩收格自枯

010_1101_c_19L仰和高吟貂續是心香一炷揷寒爐(十二)

010_1101_c_20L送金道巖

010_1101_c_21L
巾衣獨步白雲邊正眼看來弄鶴仙

010_1101_c_22L閒話曾無塵世氣淸游始有梵宮緣

010_1101_c_23L轉經走筆攻痡矣漱石枕流養浩然

010_1101_c_24L「詩一」二字編者補入

010_1112_c_01L
一寺過冬復到春     한 절에서 겨울 지나 다시 봄 되도록
熏陶威德自然親     위엄과 덕으로 훈도하여 절로 친했네
百日營齋攄素志     백 일간 재 올리며 평소의 뜻 펼치고
三時致敬盡精神     삼시에 정신 가다듬어 공경 다했네
若不圓成無漏福     무루의 복덕 원만히 성취 못했다면
誰知感應有情身     뉘라 유정의 몸 감응할 줄 알았으리
乍出天台山下路     문득 천태산 아래 길을 나서 떠나니
宜爲聖世分憂臣     태평시대 임금 근심 나누는 신하 되리
祝到鶯花三月春     축원하며 꾀꼬리 울고 꽃 피는 삼월 되니
十家釋氏一家親     십여 분 스님과 한 가족이 되었네
小誠無實猶無悔     작은 정성 내실 없어도 후회가 없고
大惠不期自不神     큰 은혜 기약 않으니 신령하지 않네31)
洗盡貧寒病廢骨     가난으로 쇠잔한 몸 다 씻었으니
歸成富貴淸平身     돌아가서 부귀하고 맑은 몸 이루리
烟霞追逐淡淡誼     안개와 노을 속의 교분을 추억하며
頻夢梵宮說法臣     범궁에서 설법하는 모습 자주 꿈꾸리라
【위계(右韋溪)】
재윤 상인에게 주다(贈在允上人)
辭親入道絶鄕關     어버이 하직하고 고향 멀리 출가하여
跋草瞻風往復還     풀 헤치고 바람 맞으며32) 오고 간다
臨壇受具溪樓靜     계단에 구족계 받으니 시내 누각 고요하고
負笈從師上院閑     책 상자로 스승 따르니 상원암 한가하다
故依爭似針投芥     오래 의지해 마음이 침개33)보다 더 맞고
奮發眞同力拔山     분발하여 공부하니 기개는 산을 뽑을 듯
古今萬事無心外     고금의 만사는 무심히 밖에 버려두고
一杖逍遙水石間     지팡이 하나로 수석 사이를 소요한다
응하를 이별하며(別應河)
一會猶難況再然     한 번 만남도 어려운데 하물며 두 번이랴
遠隔山川納履先     먼저 신발 신고 먼 산천 떠나가네
展鉢明朝筵幅缺     내일 아침 공양 때는 한 자리 비겠지만
分茶今夕目光圓     오늘 밤 차 나누니 눈빛은 또렷하다
纔竪龍杖千峯霽     용 주장자 들자 천봉이 맑게 개고
長望羊岐萬壑烟     갈래 길을 보니 만학은 안개에 덮였네
好去昇堂伸禮罷     법당에 올라 예를 마치고 떠나가니
南方佛法盡心傳     남방의 불법을 마음 다하여 전하리
범해당에 쓰다(題梵海堂)
造物修成梵海堂     조물주가 닦아 이룬 범해당
中虛外飾但容長     속 비고 겉만 꾸며 허우대만 멀쩡하네
風雖猛利難搖動     바람이 사나워도 흔들기 어렵고
賊或窺覘未測量     도적이 엿보아도 헤아리지 못하나니
强答疑文還積懼     애써 의심난 글 답하곤 두려움만 더하고
歡迎生客復休粮     낯선 손님 반가이 맞아 다시 식량 끊는다

010_1102_a_01L歸去湖南淸海府此間活計向人傳

010_1102_a_02L次趙信庵

010_1102_a_03L
頭輪岳勢極南天一國靑衿冠盖連

010_1102_a_04L露月光風眞續後銀鉤鐵索正爭先

010_1102_a_05L盤留瓦鉢恩命守口吐瓊琚珍寶傳

010_1102_a_06L勝彼故顚衣別事掀然蔬腹獻標詮

010_1102_a_07L次金湖隱

010_1102_a_08L
湖隱光風遠近歌淸遊物外道心多

010_1102_a_09L諦觀天地好生養誠笑古今論自他

010_1102_a_10L鏡浦漁謳三更靜仙區野色四時和

010_1102_a_11L能呑衢酒幽庄臥氣像依然萬頃波

010_1102_a_12L挽草衣禪師

010_1102_a_13L
如來禪及祖師禪雙運當時應運賢

010_1102_a_14L曾隱草堂餐陶菊晩居寶閣愛周蓮

010_1102_a_15L爲人父母三千里作我棟樑八十年

010_1102_a_16L葉落歸根山寂寞海東天地一鞋傳

010_1102_a_17L十一庵號

010_1102_a_18L
尋眞去處起淸神行到東岡新月親

010_1102_a_19L明寂蕭條深寂寞赤蓮爛漫導船輪

010_1102_a_20L降臨眞佛雨花贊特立南彌挽日竣 [1]

010_1102_a_21L北塔齊天空界在山庵十一望中新

010_1102_a_22L和金錦史

010_1102_a_23L
妖魔間闖一山空石徑荒凉久不通

010_1102_a_24L掃榻承顏長日短煎茶促膝小房洪

010_1113_a_01L捲簾獨坐蜂窓下     주렴 걷고 홀로 작은 창 아래 앉아
萬壽香燃祝漢陽     향 사르고 임금님의 만수를 축원하네
염객34) 장 비장, 김 학관과 함께 화답하다(廉客張裨將金學官共和)
駐馬南方地盡頭     남녘땅 다하는 곳 말을 멈추고
夷然半日做淸遊     편안히 반나절 맑은 놀이 즐긴다
千峯春氣開懷潤     천봉의 봄기운 가슴에 젖어 들고
百道泉聲洗耳流     여러 갈래 샘 소리 귀를 씻는다
蕭寺新緣閒展鉢     절간의 새 인연 한가히 발우 펴고
詩家舊格苦吟樓     시인의 옛 격조 괴로이 누각 읊네
應多盛慮無間暇     그대들 생각 많아 한가함 없으나
藕孔山川萬事休     우공의 산천에선 만사를 그칠지니
법한 상인法翰上人
身捿講舍學能仁     이 몸 강사에 깃들어 부처 배움은
爲報爺孃莫大恩     부모의 큰 은혜 보답키 위함이라
第一燃香朝暮祝     먼저 향 피워 아침저녁 축원하고
殷勤入室死生詢     은근히 입실해 생사의 이치 묻네
行叅靑眼宗師席     푸른 눈 종사의 법석에 참배하며
歸依華顚養育尊     흰머리 존귀한 스승께 귀의하네
何必多聞名望得     어찌 다문의 명망을 얻으려 하리
肯從兼濟法王臣     중생 제도하는 법왕의 신하 되리
찬의 상인讚儀上人
聞聲欲見已多年     명성 듣고 뵙고 싶은 지 여러 해
今始來儀有宿緣     이제 찾아오니 숙세의 인연이라
挽日高朋長在目     만일암 높은 벗 항상 그리웠는데
赤蓮益友暫留筵     적련암 좋은 벗도 잠시 머물렀네
盖頭昇座先師榻     얼굴 가리고35) 선사의 선탑에 올라
擧手按摩後學巓     손을 들어 후학의 머리 쓰다듬네
九曲洞中秋夜月     구곡동 가운데 가을밤 달이 떠올라
曹溪山頂自高懸     조계산 꼭대기에 높이 걸려 있네
『법화경』을 설하다(說法華經)
妙法蓮華說八年     『묘법연화경』 설하신 지 여덟 해
會三歸一度人天     회삼귀일의 법36)으로 인천 제도하셨네
比丘退席皆增慢     물러난 비구들 모두 증상만37)이요
龍女獻珠是宿緣     용녀38)가 구슬 바친 것은 숙세의 인연
授記聲聞能事畢     성문에게 수기하사 할 일을 마치시고
囑累菩薩永流通     보살에게 부촉하사 영원히 유통케 하셨네
安居寒際間開演     추위에 안거하며 때때로 설법을 하니
半月餘風到此全     반월39)의 여풍이 오늘날도 온전하구나
『유마경』을 읽고(讀維摩經)
毘耶城裡一高廬     비야리성 한 높은 거사의 집에
問疾行來三萬餘     문병하는 행렬 삼만이 이어졌네40)
積佛香供禪悅味     향적불41)은 선열의 맛을 공양하고
燈王寶座法空虛     등왕의 보좌42)엔 법공이 허허롭다

010_1102_b_01L浮林暖氣無心碧滿塢花情有意紅

010_1102_b_02L詩境談軒雙具足逢場不似恨應同

010_1102_b_03L送興雲禪伯

010_1102_b_04L
有客淸枯似鶴形興雲爲號勝閑名

010_1102_b_05L瀋陽城裏留胡寺山海關前望帝京

010_1102_b_06L頂戴紫冠行撿素囊安金佛放光明

010_1102_b_07L今秋邂逅知眞妙欲久無忘句自成

010_1102_b_08L挽孫座首

010_1102_b_09L
來時一陣淸風起去日猶如慶快蓬

010_1102_b_10L兒孫感情叩地呌狗鷄失料仰天嗈

010_1102_b_11L觀音勢至彌陁見草衣梅巢君善逢

010_1102_b_12L鄕中老少皆期會執紼送歸落日紅(一)

010_1102_b_13L石田茅屋樂天人善養浩然孟氏隣

010_1102_b_14L德與祥風遐邇振聲隨明月海山輪

010_1102_b_15L歸依佛法修功敬遂事衙官補政仁

010_1102_b_16L都附親踈薤露境身雖就木性常新(二)

010_1102_b_17L贈俊圓

010_1102_b_18L
男兒立志如山重細碎思量勿露形

010_1102_b_19L性善誰能持律藏心仁何必學孝經

010_1102_b_20L松琴猶勝管絃樂蘿月足該富貴榮

010_1102_b_21L莫道生涯澹泊甚由來俊傑一門行

010_1102_b_22L次寬禪

010_1102_b_23L
叅盡名家最後尋因緣厚薄可知今

010_1102_b_24L長春浪送長春洞梵海勤求梵海心

010_1113_b_01L維摩默對文殊悟     유마의 침묵43)에 문수가 깨닫고
天女神通舍利沮     천녀의 신통력44)에 사리불이 꺾였네
證校諸師叅席在     교증하는 여러 스님 참석하였으니
堪嗟豈不察譌書     어찌 그릇된 책을 가려내지 않으리오
북암을 방문하다(訪北庵)
草綠林深日影斜     푸른 숲 깊은 곳 해그림자 비꼈는데
橫安略彴險危多     외나무다리 가로 놓여 위험이 많구나
巖頭鳥語親如舊     바위의 새는 예부터 아는 듯 지저귀고
溪下花飛薄似紗     개울 아래 꽃은 비단인 듯 옅게 날리네
獨訪孤居歡喜在     홀로 외로운 거처 방문해 기쁨 넘치니
潛思衆院苦勞加     가만히 뭇 스님들의 노고를 생각하네
堪嗟年邁人情重     해가 갈수록 인정이 더욱 두터워지니
掩汗尋來共喫茶     땀 훔치고 찾아와 함께 차를 마신다
천우에게 주다(贈天祐)
早覺淸虛解脫塵     일찍 청허한 이치 깨쳐 근진 벗으니
威儀法相煥然新     위의와 법상이 새롭게 빛나도다
摩山秀氣鐘仁者     천마산 빼어난 기운 그대에게 모였고
化祖流風印上人     조사의 유풍은 상인에게 전해졌네
有福包才修廣劫     복덕과 재주 품어 오랜 세월 수행하고
多聞勤學在靑春     다문과 근학으로 젊은 시절 보냈네
安閒作主難成事     편안한 주인공 됨은 쉽지 않은 일
第一初心猛鍊神     초심으로 맹렬히 정신을 단련하라
근환의 시축 운을 차하다(次謹煥軸韻)
圓頂方袍佛賜名     머리 깎고 승복 입어 부처님께 이름 받으니
四恩義重一身輕     사은의 의리 무겁고 이 한 몸 가벼워라
開襟胸納鴻濛氣     옷깃 열어 가슴에 천지의 원기 가득 담고
轉卷心通曈曨明     독경하며 마음으로 지혜의 빛 깨치네
誓履南宗臨濟跡     남종 임제의 발자취 행하기 맹세하고
期揚北岳懶翁聲     북악 나옹의 명성 드날리길 기약하네
周遊匠席叅商罷     고승의 법석 두루 참구하기를 마치고
歸臥古丘所願成     돌아가 옛 언덕에 누워 소원을 이루리
근호의 시축 운을 차하다(次謹浩軸韻)
歸宿先知發軔初     귀숙할 땐 먼저 출발점을 알아야 하니
當機不讓講堂居     기연 맞으면 사양 말고 강당 거처하라
聞法將營三乘法     법문 들으면 삼승의 법을 경영하고
讀書欲盡五車書     독서는 다섯 수레의 책45) 읽어야 하느니
喫飯休言分好惡     밥 먹을 땐 호오를 분별해 말하지 말고
交人莫作見親疎     사람을 사귈 땐 친소를 보이지 말지니
我自勤工登寶座     스스로 공부 힘써야 보좌에 오르는 법
阿誰緣木可求魚     뉘라서 나무 올라 물고기 구할 수 있나
윤해고의 운을 차하다(次尹海皐韻)
[1]
出入儒鄕七十春     선비의 고을 출입한 지 칠십 년
修身奉國守天眞     몸 닦고 나라 받들어 천진함 지켰네

010_1102_c_01L詩和竹間題竹葉宴開松下聽松琴

010_1102_c_02L去留有數庸何挽桂月團團照兩襟

010_1102_c_03L和富昕

010_1102_c_04L
昔在雲居舊學人珠還合浦莫非因

010_1102_c_05L杏壇信讀韋三絕紺院精窮梖一翻

010_1102_c_06L阮籍靑瞳開漆桶曇如 [2] 白足踏紅塵

010_1102_c_07L華嚴大海同舟渡欸乃一聲唱和親

010_1102_c_08L次在演

010_1102_c_09L
問道何年遊講場安心靜慮汝稍長

010_1102_c_10L儒林涉獵胷襟豁釋苑談論舌味香

010_1102_c_11L道布人間開末學燈傳海外繼餘光

010_1102_c_12L作之不已乃成器未幾吾家做棟樑

010_1102_c_13L贈弼暄

010_1102_c_14L
夙植良緣並世生遨遊法海一船輕

010_1102_c_15L叅師遠破靑山影好靜深棲碧㵎聲

010_1102_c_16L萬國春行眉宇秀九霄月現性潭淸

010_1102_c_17L難疑問答頭輪雪臨濟宗風萬古情

010_1102_c_18L戒仁學

010_1102_c_19L
優遊圓覺光明藏度盡咸豊辛酉時

010_1102_c_20L半世無多靑眼子何人生此寧馨兒

010_1102_c_21L能呑萬里西江水大化千山東國緇

010_1102_c_22L若犯世間無限態難逃北塔波羅夷

010_1102_c_23L送在煥

010_1102_c_24L
南方佛法淡無味何必瞻月遠到尋

010_1113_c_01L家門純美天垂慶     가문 아름다워 하늘이 복을 내리고
氣宇淸虛岳降神     마음 청허하니 산악의 정신 내렸네
物外托情逢必樂     속세 밖에 정 의탁하여 만나면 즐거울 텐데
塲中減壽恨應新     과거 시험으로 세월만 보내니 한만 새롭네46)
高軒不入瓊琚贈     높은 수레 들어오지 않고 시편만 주니
開玩凌天更詑人     뛰어난 문장 음미하고 남에게 자랑하네

[2]
百年笻不出長春     평생 발걸음 장춘원 벗어나질 않아
高榻深山自養眞     깊은 산 선탑에서 참 성품 길렀네
覺海圓通悟道述     각해 원만히 통하여 깨달음 서술하고
水天明月霽精神     하늘과 시내의 달처럼 정신 맑구나
九宵秋色鴈邊逈     먼 하늘 가을빛에 기러기 날아가는데
一朶紅蓮火裡新     한 떨기 붉은 연꽃 불 속에 새롭구나
杖虎鉢龍曾未信     장호와 발룡47)을 예전에 믿지 않았더니
今看此老即其人     이제 이 늙은이가 바로 그 사람일세
최석치의 운을 차하다(次崔石痴韻)
路隔京鄕對榻新     경향 멀리 있다 이제 승탑 마주하니
浮家泛宅冒風塵     집 없이 떠돌며 풍진만 뒤집어썼네
向洛心深離旌義     서울 향한 마음 깊어 정의48) 떠나고
看山意重入長春     산을 보는 뜻 무거워 장춘에 들었네
千里行裝如夢覺     천 리 길 행장에 꿈이 깨는 듯한데
浹旬旅舍作僧隣     십여 일 여관에서 스님과 이웃 되었네
本是鷄林同一出     본디 계림에서 함께 태어났으니49)
誰知皮裡葆天眞     누가 몸속에 천진함 보존한 줄 알까
愁緖無端對雨新     마음의 시름 비가 오자 무단히 새로워
垂垂白髮老風塵     드린 백발로 풍진세상에 늙어 가네
山門客趂空花節     산문의 나그네 꽃 지는 계절에 이르니
村肆罇傾竹葉春     촌 가게 술 단지로 죽엽주 기울이네
歲熟稻粱渾入圃     풍년 들어 곡식 모두 마당에 들이고
洞深僧俗自爲隣     골짜기 깊으니 승속이 절로 이웃이라
蓮花寶榻觀音佛     연화의 보탑엔 관세음보살이 계시어
默坐儼然頓悟眞     엄연히 묵좌하여 진리를 문득 깨닫네
【석치(右石痴)】
수상 이 공 용관의 시운에 화답하다(和水相李公容觀韻)
營車邑馬入斜陽     감영의 수레 고을의 말 석양에 들어와
九月楓林九曲長     9월 단풍 숲 구곡의 시내 길게 흐르네
日暮客尋三寶處     해 질 무렵 길손은 삼보 있는 곳 찾고
燃明僧語二層堂     스님은 등 밝혀 이층 법당에서 얘기하네
超遊物外仙緣重     물외에 초연히 노니 신선의 인연 무겁고
醉臥樓頭鶴髮蒼     취하여 누각에 누우니 학발이 희끗하네
皷角聲中忘夜久     고각 소리에 밤 깊어 가는 것도 잊었는데
更深片月掛東方     깊은 밤 조각달만 동녘에 걸려 있구나
菊花楓葉過重陽     국화와 단풍잎이 중양절을 지나
交映山光秋日長     긴 가을날 산색과 어울려 비치네
御墨恩隆大芚寺     어묵50)의 은혜 대둔사에 융숭하고
禪宗義重表忠堂     선종의 의리는 표충당에 무겁네
長春洞口霜林赤     장춘동 입구에 서리 맞은 숲 붉고
九曲橋頭柏樹蒼     구곡교 머리에 잣나무 푸르구나

010_1103_a_01L百劫千生緣業重三冬一席染熏深

010_1103_a_02L德龍寺運回朝眼文筆峯靈落印心

010_1103_a_03L我有同床知己慢聊將拙偈送君吟

010_1103_a_04L次泰演

010_1103_a_05L
一入空門斷是非茶坊講肆了無譏

010_1103_a_06L見解分明銀海靜襟懷爽朗葆光暉

010_1103_a_07L暴好眞常叅匠席翻厭世諦掩柴扉

010_1103_a_08L月出山前竪拂坐同風千里盡歸依

010_1103_a_09L送典毅

010_1103_a_10L
有客靑年氣骨新辯才正直守天眞

010_1103_a_11L丰容打盡東君化雅度淡莊白帝銀

010_1103_a_12L序要潦炎堪暑了經論沍雪忍寒親

010_1103_a_13L他鄕分歲望雲切收拾行裝淚滿巾

010_1103_a_14L次海彥

010_1103_a_15L
三才鍾氣一時生善裕精神海眼明

010_1103_a_16L訪我頭輪無問問隱居少室不聲聲

010_1103_a_17L三千回運曇花現五百應期河水淸

010_1103_a_18L願共得名諸伴侶同成大道救迷情

010_1103_a_19L答善裕

010_1103_a_20L
聞道三才並世生威光德色照人明

010_1103_a_21L東西學路猶行號遠近禪林自轉聲

010_1103_a_22L願立偸香從海化功成奪席代虛淸

010_1103_a_23L我將韻語遙相贈曉月夕鐘盡帶情

010_1103_a_24L賀處耘

010_1114_a_01L寧可無詩有難盡     어찌 시가 없을까만 다 담기 어려워
下車行遍殿三方     수레 내려 전각 세 곳을 두루 돈다
【수상(右水相)】

行尋蘭若踏斜陽     석양 길 걸어 난야를 찾아가니
一逕如絲十里長     가는 오솔길 십 리에 뻗었어라
基奠千年開法宇     천년의 터 잡아 법우를 열었고
水流九曲抱禪堂     구곡의 시내 흘러 선당 안았네
霜染茂林全壑錦     서리 젖은 숲 골짜기는 온통 비단이요
烟凝寒樹暮山蒼     안개 맺힌 나무에 저녁 산 희끗하네
此世欲修來世路     이 세상에서 내세의 길 닦으려면
專心懺悔是良方     한마음으로 참회함이 가장 좋으리
【가산(右可山)】
수상 규태가 남암에서 든 운을 창화하다【5수】(唱和水相圭泰南庵拈韻【五】)
[1]
楓林脫落萬松靑     단풍잎 떨어지고 소나무는 푸른데
水相來臨活畵屏     수상께서 산 그림 병풍 속에 오셨네
深寂齋僧鳴磬榻     심적암은 재승의 경쇠 치는 승탑이요
赤蓮題軸咏詩亭     적련암은 시 지어 읊는 정자 되었네
雲飛巖壑天將雨     바윗골 구름 나니 비가 오려 하고
酒引淸軒性欲醒     맑은 마루에 취기도 깨려 하는구나
九月烟光蕭瑟盡     9월의 풍광도 쓸쓸히 다 지나가니
頭輪山色了無形     두륜산의 산색도 모양이 없구나
楓葉蕭蕭栢滿靑     단풍잎 소소하고 잣나무 푸른데
崚𡾓石确四圍屏     높이 솟은 바위 사방을 둘렀네
秋天欲雨風臨殿     가을 하늘 비 올 듯 전각에 바람 불고
午飯催僧日正亭     해는 중천에 떠 점심 공양 재촉하네
芚寺避喧因訪寂     대둔사 시끄러움 피해 고요함 찾아
蓮庵留醉更謀醒     적련암에서 취하며 다시 깨기를 꾀하네
豈徒節度渾忘已     어찌 태수만 자신을 모두 잊었겠나
到此園頭不覺形     이 뜰에 오니 형체 깨닫지 못하겠네51)
【수상(右水相)】

長春洞色貫秋靑     장춘동 풍경은 가을 내내 푸르러
山自成村石自屏     산은 절로 마을 되고 바위는 병풍 되네
午鐘才訖僧收鉢     정오의 종 그치자 스님들 발우 걷고
朝茗初香客下亭     아침 차 향기에 길손 정자 내려오네
流水如斯恒不盡     흐르는 물 늘 이같이 다하지 않는데
酣楓相映未全醒     단풍 빛에 취하여 깨지를 않는구나
幸隨節度風流地     다행히 태수 따라 풍류 넘친 곳 와서
敢賦逍遙却忘形     감히 시 짓고 소요하며 신세를 잊었네

010_1103_b_01L
身非是我本來空八萬經文甚處藏

010_1103_b_02L北去南遊皆著相橫論竪說但招謗

010_1103_b_03L星羅門碎黃楊老月滿觀成赤帝昌

010_1103_b_04L莫作心頭分別想大機直截細思量

010_1103_b_05L別應玄

010_1103_b_06L
臨別贈言自古然人心雖斷道心連

010_1103_b_07L山山水水非生客會會師師有夙緣

010_1103_b_08L海北萬家衣內寶江南千里火中蓮

010_1103_b_09L金陵世界菩提樹徧覆三千及大千

010_1103_b_10L贈永淳

010_1103_b_11L
三永云明覺道顏峨洋衲子有緣山

010_1103_b_12L詵師氣像重來秀月岳精靈更鐘閒

010_1103_b_13L禪閥長馳林院裏慧才獨步槧鉛間

010_1103_b_14L靑山綠水生涯足莫向紅塵向祖關

010_1103_b_15L贈英俊

010_1103_b_16L
岳降英靈氣宇淸周遊匠席俊才鳴

010_1103_b_17L長春不老奇花發九曲如新慧月明

010_1103_b_18L雨意滿天悲物意雷聲動地說經聲

010_1103_b_19L頡頏問答分賓主大道同歸沒世情

010_1103_b_20L答進學

010_1103_b_21L
我本踈慵無局度通方眼對愧諸方

010_1103_b_22L涅槃法上同遊泳摩詰門中共頡頏

010_1103_b_23L輕重垢因聞信淨性遮戒托受持揚

010_1103_b_24L休言道價人邊得器正波淸月現光

010_1114_b_01L【죽농(右竹農)】

[2]
念佛三師極老年     염불하는 세 스님 참으로 노년인데
低聲細細到窻邊     낮은 소리 세세히 창가에 들려오네
燈明茶罷勤懷玉     등불 아래 차 마시고 부지런히 옥을 품고52)
秋晩夜深豈聽鵑     늦가을 깊은 밤 어찌 두견 소리 들으리
漢將謀圖安定漢     한나라 장수는 한나라의 안정을 꾀하고
燕人心在向歸燕     연나라 사람 마음은 연나라 돌아가는 것
携笻披暗尋巢處     지팡이로 어두움 헤치고 둥지 찾아
來不來之一夢傳     오든지 오지 않든지 꿈에서나 전하네

[3]
適來正値雨晴時     오실 때 마침 비가 맑게 개니
宿鳥相呼南北離     깃든 새 서로 부르며 남북으로 흩어진다
九曲爭流歸海止     구곡의 시내 흘러 바다로 돌아가고
千峯竸秀接天期     천봉은 빼어남 다투어 하늘에 닿을 듯
山中做語儒風敎     산중의 대화는 유학의 가르침이요
節下爲民政化垂     그대는 백성을 위한 정치 베푸누나
一軸安名相送罷     시축에 이름 남기고 이별을 마치니
吳州見月幸想思     오주에서 달 보거든53) 날 생각하소서

[4]
日吉辰良反哺烏     좋은 날 좋은 때 반포하는 까마귀
飛來飛去繞三隅     날아 오고 가며 세 모퉁이 두루 도네
趙州三問拈茶話     조주는 세 번 물음에 차 얘기하고54)
百丈重興脫野狐     백장은 다시 야호신을 벗겨 주네55)
鐵鉞霜風吹玉樹     철 도끼56)의 서릿바람은 옥수에 불고
精神皓月曜氷壼     정신은 밝은 달이 빙호에 비치는 듯
庵中自有治營客     암자에 감영 다스리는 길손 있으니
夢裡忠情走漢都     꿈결에도 충정은 서울을 달려가네

[5]
巖路傾危款款行     위태로운 바윗길 느릿느릿 걸어서
登臨物色盡含情     올라 굽어보니 물색 모두 다정하네
一堂坐佛香烟碧     법당에 앉은 부처님 향연이 푸르고
萬里收雲水鏡明     만리에 구름 걷혀 수경처럼 밝구나
衲子侍笻言異跡     납자는 시중들며 기이한 일 얘기하고
山靈奉職送秋聲     산신령은 직분 따라 가을 소리 보낸다
停車駐節思何事     수레 멈추고 머물러 무엇을 생각하나
今日逍遙願適成     오늘 소요하니 소원을 마침 이루었네
삼가 수상의 시운에 화답하다(奉和水相韻)
八旬法眼尙全靑     팔십에도 법안이 푸르고 온전하여
白首叨陪詩酒屛     흰머리로 외람되이 시와 술 모시네
符印尙留宗通院     부절과 인장은 종통원에 두고
心神長在伏波亭     마음은 항상 복파정에 있구나
瓊琚閏色沈還發     아름다운 시구 숨었다 빛을 발하니
蔬筍枯膓醉忽醒     소순의 마른 창자 취했다가 깨누나
盡力拈題詞意拙     힘껏 시를 지으나 뜻이 졸렬하여
書呈政案愧皺形     태수께 바치니 주름진 얼굴 부끄럽네
운담 장로의 담 자 운을 차하여 쓰다(次題雲潭長老潭韻)
耽羅耆老送雲潭     탐라의 노인들 운담 장로 보내오니
筆鐵詩珠降鹿潭     주옥같은 시와 글씨 백록담 내려왔네
千里魚書傳梵海     천 리 먼 길 편지를 범해에게 전하고
兩南龍鉢繼蓮潭     영호남 발우는 연담 스님 이었다네
行叅柏樹停湖月     백수자 참구하며 달빛 호수 머물고
坐設閼伽召石潭     공양 마련하여 석담 스님 부르네
爲祝山堂香火掌     산당에 축원하려고 향화를 맡아
精進不覺夜潭潭     정진하느라 밤 깊은 줄도 모르네
홍파 상인에게 주다(贈洪波上人)

010_1103_c_01L贈璟華

010_1103_c_02L
靑鞋布鞿遠相尋入坐春風論道心

010_1103_c_03L我若昨年休講席君何今日逞秪林

010_1103_c_04L獨超剩得南泉月孤調暗符陋巷琴

010_1103_c_05L才德兼行思不易勉旃自愛後如今

010_1103_c_06L贈永贊

010_1103_c_07L
身披雨露到殘林序屬檐端玄鳥吟

010_1103_c_08L沿路芳花過後綻對軒氣海說前深

010_1103_c_09L師雖畢學三藏敎我則初傳一片心

010_1103_c_10L跋涉東西叅訪了何時自度更來尋

010_1103_c_11L和鄭痴隱

010_1103_c_12L
海上遊仙過舊林玄談半日對秋岑

010_1103_c_13L庵容偪側山容壯世味蕭條道味深

010_1103_c_14L得意稚僧歸寺禮忘機好鳥向人吟

010_1103_c_15L尋眞適値雙眞佛何恨七朋未滿心

010_1103_c_16L與崔林姜共和

010_1103_c_17L
一座高山在海頭淸溪白石四時幽

010_1103_c_18L王化寂寒遙漢水仙風蕭瑟近瀛洲

010_1103_c_19L老柏孤松奇窈窕留雲乳鳥好盤遊

010_1103_c_20L護佛儒從護儒佛團欒消送數宵秋

010_1103_c_21L與崔林姜共次羅云淸潭韻

010_1103_c_22L
厭俗離鄕向佛還呑霞服氣臥空山

010_1103_c_23L經論隨處如龍聽瓶錫行時似鶴閒

010_1103_c_24L學効漢儒淸濁上心存晋士有無間

010_1114_c_01L
佛道重興自可知     불도의 중흥을 스스로 알 수 있으니
何人生此寧馨兒     누가 이같이 기특한 이 낳았나
金風掃地仙朋至     금풍이 땅을 쓸 제 신선 벗 이르니
寶雨充天寂洞泥     단비는 하늘 가득 고요한 골짜기
長夜坐燈還覺爽     긴 밤 등불 밑 앉으니 마음 상쾌하고
小時對客復愁遲     잠시 손님 대하니 다시 시름 그치네
黑龍解夏初相遇     임진년 여름 해제일 처음 만났나니
歸去昇州見月思     승주 돌아가 달 보거든 생각해 주오
최석치의 시운을 차하다(次崔石痴)
偏小道場偏小墟     좁은 터에 작은 도량 있으니
搆庵雖小世無如     암자 작지만 세상에 이만한 절 없어
簾踈海月光窺枕     성긴 발 침상에 바다의 달빛 비치고
簷短山雲影襲裾     낮은 처마의 산 구름 옷자락 스미네
難耐晨寒仍誦佛     매서운 새벽 추위 부처님 염송하고
未堪朝晩又看書     늦은 아침 견디지 못해 책을 보노라
世人莫道貧寒事     세상 사람아 가난하다 이르지 말라
此是神仙處士居     이곳이 바로 신선 처사의 거처로다
석행 상인에게 주다(贈錫幸上人)
都呑故紙向窓前     창 앞에서 묵은 종이 모두 삼키고57)
無事閒人是少年     일없이 한가하니 소년이로다
竹杖周遊天下雪     죽장으로 천하의 눈 두루 밟고
芒鞋投宿灶生烟     짚신으로 연기 나는 부엌에 투숙했네
圓應會上潭龍聽     원응 회상에선 못의 용 불법을 듣고
深寂庵中石虎眠     심적암에는 돌 호랑이 잠이 들었네
今我機緣齊聖壽     이제 우리 기연이 성수와 나란하리니
幸觀物外獨超然     물외의 이치 관하여 홀로 초연하시기를
민 공과 창화하다(唱和閔公)
高賓濟濟聚仙樓     높은 손님 취선루에 가득 모여
九曲浪風汗漫遊     구곡의 풍랑 속에 마음껏 노닌다
草綠楊花鶯語滑     푸른 풀 버들 꽃에 꾀꼬리 소리 매끄럽고
雲收雨霽石川流     구름 걷히고 비 개어 석천이 흐른다
西山忠義傳芚寺     서산의 충의는 대둔사에 전해지는데
南土封疆近麥秋     남녘의 땅에는 맥추가 다가오누나
將軍對坐逍遙境     소요의 경계에 장군과 마주 앉으니
塵中思慮一時休     속세의 생각이 일시에 그치누나
경원에게 주다(遺敬元)
月岳崔嵬受氣良     월악산58)의 높은 기운 받아서
神機脫洒早遊方     소탈한 마음으로 일찍 행각했네
山含玉璞因工寶     산의 박옥은 다듬어 보배 되고
水處眞龍奉帝王     물속 진룡은 제왕을 받드나니
智慧初從文學大     문학을 좇아 지혜가 더욱 커지고
聲名復順孝仁長     효성과 사랑으로 명성을 떨쳤네
吾傳戒律兼詩律     내 계율과 시율을 전하노니
緩急得中然後揚     완급의 중도 터득한 후 드러내라

010_1104_a_01L修身治道惟良策富貴功名摠不關

010_1104_a_02L
身勢如雲任往還生涯到處但靑山

010_1104_a_03L善識之才師以上慈心爲法物無間

010_1104_a_04L蓮榻誦禪猶閴寂松牕縫衲自疎閒

010_1104_a_05L一天花雨頭輪下浮世名聲摠不關

010_1104_a_06L
右梅隱

010_1104_a_07L
掃雲奇石搜蘿還早謝塵寰已托山

010_1104_a_08L聽定緣深三笑後觀經道悟六齡間

010_1104_a_09L龕燈高掛精神淨聲柝時鳴世界閒

010_1104_a_10L淸夢玄談蓮榻夜殷勤爲客掩松關

010_1104_a_11L
右翠亭

010_1104_a_12L
千載如來不復還更敎羅釋卜靈山

010_1104_a_13L神遊日月無何外心愜烟霞寂寞間

010_1104_a_14L秋雨時兼花雨落峯雲共與野雲閒

010_1104_a_15L逢君兩夜多情熟莫道禪凡互不關

010_1104_a_16L
右霽湖

010_1104_a_17L到雙溪

010_1104_a_18L
芒鞋獨入雙溪寺二月山容解舊愁

010_1104_a_19L知己僧來圍燭下有情夢去侍床頭

010_1104_a_20L雲林精舍爲隣在梵海寓居得主幽

010_1104_a_21L寥寂寒樓無事坐百非自淨萬緣休

010_1104_a_22L溪寺興感

010_1104_a_23L
古寺蕭條一線通沿溪粗記夕陽鍾

010_1104_a_24L山童白足無由火屋老金仙未免風

010_1104_a_25L遺址墾田牟麥秀空庭開圃芥菘充

010_1115_a_01L
인화에게 주다(遺仁和)
得佛出家是芥緣     불법 만나 출가하니 참 인연 되어
多生種德講眞詮     다생에 덕을 심어 진리를 강론했네
銖衣拂拭雲中鶴     수의59)를 떨치니 구름 속의 학이요
藜杖鏗鏘地上仙     지팡이 울리니 땅 위의 신선이라
一口能呑西海水     한입으로 능히 서해의 물 삼키고
三終盡閱北藏篇     석 달 겨울 북장60)의 글 모두 보았네
心期寶殿棟樑特     마음은 보전의 우뚝한 동량 기약하여
受授空門法印傳     공문의 법인을 전수받아 전하누나
구오사미61) 인정을 보내며(送仁正驅烏沙彌)
江南千里特來尋     멀리 강남에서 특별히 찾아오니
年淺驅烏慕道深     어린 사미가 불도를 깊이 사모하네
梵海歸舟空載月     범해에 돌아가는 배 한갓 달빛 싣고
隱山入客滿藏林     은산의 나그네 부질없이 숲 은거하네
雲峯淸徹乾坤眼     운봉은 천지의 눈을 맑게 열고
藥水洒沾世界襟     약수는 세계의 흉금을 적셔 주네
去謁恩堂消息罷     가서 스승을 알현하고 소식을 마쳐
圓成事業振潮音     사업 원만히 이루어 해조음62)을 떨치라
행각하는 순화에게 주다(與順和行脚)
叅禪念佛種因緣     참선과 염불로 착한 인연을 심어
十二時中作福田     열두 시 가운데 복전을 짓는구나
遙訪金剛明哲跡     멀리 금강산 명철의 자취 참방하고
近親智異老錐筵     가까이 지리산 노고추63) 법석 친애한다
昨非今是隱山晩     예전 잘못 깨쳐 늦게 산에 은거하고
懺舊悔新願覺先     신구의 일 참회하여 일찍 깨닫기를
竊顧人間迷路事     가만히 세상의 미혹된 길 돌이켜 보고
深思高擧莫怨天     깊이 생각하고 높이 행동하여 하늘 원망 말라
김만취가 준 시운을 차하다(次金晩翠贈韻)
老學精神雨霽峯     노학자의 정신 비 갠 산과 같아
千山萬水盡朝宗     천산만학이 모두 바다로 귀의하는 듯
文傳海外多狂簡     문학은 해외에 전해져 뜻이 크고
道至湖南得睟容     도는 호남에 이르러 모습 윤택하다
寄序雲潭時一閱     운담에 기탁하여 한철을 보내고
棲身茅屋酒三鍾     초가집 술 세 단지에 몸 깃들었네
隣居難步空頭擧     이웃에 있어도 가지 못하고 괜히 머리만 들고서
必與同心坐撫松     틀림없이 한마음으로 앉아 솔을 어루만지리
박노하가 준 시운을 삼가 차하다(謹次朴蘆河贈韻)
雖處世間非世間     비록 속세에 있어도 속세가 아니니
呑霞服氣却輪還     노을 삼키고 기 호흡하며 순환한다
鄕中積學忘寒暑     고을에서 학문 쌓아 추위와 더위 잊고
物外托情樂水山     세상 밖에 마음 두어 산수를 즐기네
李老詩筒三界鎭     이로의 시통을 삼계에 두고
奇翁道樹一生攀     기옹의 도수를 일생 동안 부여잡았네

010_1104_b_01L燒香祝罷徘徊久觸目悲懷暗掛胸

010_1104_b_02L遊漱玉溪

010_1104_b_03L
溪寺嶺南漱玉溪盤陁石與水晶齊

010_1104_b_04L靑黃長野層階下奔走諸峯次第低

010_1104_b_05L㵎瀉巖頭磋玉吼鶯來樹頂向人啼

010_1104_b_06L缾空興盡賓皆散回首諸天日欲西

010_1104_b_07L題龍岳師詩軸

010_1104_b_08L
强奪敬閒手軸看吾師吟咏玉琅玕

010_1104_b_09L浮沈忘食三時晩反復生毛一夜闌

010_1104_b_10L遒健形同關洛勢雄豪氣若虎龍盤

010_1104_b_11L乃知玩債非他報只把心香供座壇

010_1104_b_12L題觀音窟

010_1104_b_13L
卜居勝地日公先石老泉甘度幾年

010_1104_b_14L碧浪無風流谷裏白雲不雨起天邊

010_1104_b_15L庭心寶篆供香坐巖面觀音向海眠

010_1104_b_16L暫借名區遊目㝢夕陽江上布炊煙

010_1104_b_17L院湖觀稅船

010_1104_b_18L
朝日東風送稅船平湖十里舳艫連

010_1104_b_19L休帆下碇成江路放砲和歌震海天

010_1104_b_20L靑令幾雙知領帥白旗數隻表倉廯

010_1104_b_21L行過適値奇期會兩岸桃花耀貨泉

010_1104_b_22L芭蕉花

010_1104_b_23L
玉股亭亭一丈餘開花萎死竹同虛

010_1104_b_24L新抽心若牽封紙古倒葉如吹浪魚

010_1115_b_01L河陽不棄雲遊客     하양에서 구름 나그네를 버리지 않아서
胎韻遙投石竹關     시를 멀리 석죽관으로 보내 주셨네
上人空寂遠人間     상인은 공적하여 속세 멀리하니
孤鶴秋雲同往還     외로운 학 가을 구름과 함께 오고 가네
近世遠公住廬岳     근세에 혜원이 여산에 주석했는데
何年初祖入嵩山     달마는 언제 숭산에 들어갔는가
地零一舍音相閡     가까이 있어도 소식 서로 막히고
崦踞中峰路莫攀     암자는 중봉에 있어 오를 길 없네
萬壑松陰如水裏     만학의 솔 그림자 물속 같아서
白頭竪拂門常關     늘 문 닫고 흰머리로 불자 드네
【노하(右蘆河)】
천 아사에게 부치다(寄千雅士)
夏初枉屈病僧居     초여름에 병든 나의 거처 찾아와
攄盡生平舊誼餘     평생의 옛 정분을 펼쳤네
無心要仕陞銓座     벼슬할 마음 없는데 전좌64)에 올라
不棄朽株寄憲書     쇠한 몸 잊지 않고 책력 보내 주셨네
人歸茶歇思民隱     손님 가고 차 식으면 백성 고통 생각하고
夜靜風微詠月虛     고요한 밤 미풍 불면 달빛을 읊조리네
薔薇室外庭空處     장미가 핀 서실 바깥 텅 빈 뜰에
短錫鏗鏘即是余     지팡이 소리 나거든 나인 줄로 아소서
조 만호를 애도하다(挽曹萬戶)
敦睦家風甲沃州     화목한 가풍은 옥주에서 으뜸인데
如何捐舘使人愁     어이하여 세상 떠나 슬프게 하나
同生嘉慶庚辰歲     함께 가경 경진년에 태어나서
永訣湖南癸巳秋     계사년 가을 호남에서 영결하였네
月暮靑山休牧嘯     청산에 달 지니 목동의 휘파람 그치고
雲橫碧海隱漁舟     벽해에 구름 자욱하니 고깃배 숨었네
開門投筆遙吟挽     붓 놓고 문 열어 만사를 읊노라니
悽愴鮫珠兩眼流     슬픈 눈물만 두 눈에 가득 흐르네
회광 장로에게 주다(贈晦光長老)
並生一國舊因緣     한 나라에 함께 태어나니 오랜 인연
況値同門甲午年     게다가 갑오년에 같이 입문한 사이
行盡江山收面目     강산 두루 다니며 진면목 수습하고
訪叅儒釋證方圓     유불 참방하여 천지의 도 증득했네
囊中穎與缾中露     주머니의 송곳65)이요 병 속 이슬66)이며
席上珎兼火上蓮     석상의 보배67)요 불 속에 핀 연꽃이라
晦跡韜名光自現     자취와 이름 감추어도 빛이 절로 드러나
波翁鈯斧可人傳     파옹의 무딘 도끼68)를 그대가 전하도다
월여 선백을 애도하다(挽月如禪伯)
昨春奉別九溪頭     작년 봄 구곡 시내에서 이별한 뒤
寤寐馳神瑞洞遊     자나 깨나 마음은 서동에 노닐었네
委席音聞來性覺     자리에 누웠다는 소식 성각이 전해 와
薦靈主事送雙修     영가 천도 맡는 두 스님 보냈네

010_1104_c_01L製扇惟遮朝會輅編歌直指草書廬

010_1104_c_02L溪風獵獵林霏滴切忌嚴冬雪落初

010_1104_c_03L送蔡霽巖

010_1104_c_04L
白雲深鎖此孤燈何事仙轎誤入徵

010_1104_c_05L尖察山中三笑客㼼萱城裏一高朋

010_1104_c_06L忘勞揮筆留眞跡含愧搆詩逞妄稱

010_1104_c_07L吉日膏車將復路靑溪白石暮雲凝

010_1104_c_08L超瘧

010_1104_c_09L
山瘴和濃海瘴蒸淸枯鶴骨瘧潜興

010_1104_c_10L寒初伸屈過花蠖熱後拂揮落湯蠅

010_1104_c_11L晝夜却忘狂性發粥羹反吐醜客 [3]

010_1104_c_12L靈丹神呪全無效始覺陰陽不睦徵

010_1104_c_13L次姜梅塢韻

010_1104_c_14L
有客相尋是妙年爲言志在老僧邊

010_1104_c_15L沈吟路上三秋韻除却房中一夜眠

010_1104_c_16L茶禮尙懷中孚室鐘聲紿覺姑蘇船

010_1104_c_17L懸燈對坐閒談處雲在靑山月在天

010_1104_c_18L挽瑞律母趙氏

010_1104_c_19L
坤儀特出弟兄中瓜瓞綿連鳳與熊

010_1104_c_20L送子世尊修後路隨夫天帝導前蹤

010_1104_c_21L才工便敏鄕隣罕壽德兼傳島陸宗

010_1104_c_22L適慕律公分座儀燃香遠望泣靑空

010_1104_c_23L挽安山林

010_1104_c_24L
奠楹大夢問如何南地更無處士家

010_1115_c_01L禪林自此無疑問     선림에 이로부터 물을 곳이 없고
敎海從今不遠流     교해도 이제는 멀리 흐르지 못하리
我且龍鍾難一步     나는 노쇠해 한 걸음도 걷기 힘드니
化蝴栩栩百齊樓     꿈에서나 나비 되어 백제루 맴돌리라
청하 장로를 애도하다(挽靑霞長老)
八十四年閒自在     84년을 한가하고 자유롭게
逍遙遊歷海東天     해동의 하늘 소요하며 유람했네
遮身衣乃靑州布     몸은 청주의 베옷으로 가리고
說法辭維白傘文     설법의 언사는 백산의 문장이라69)
世事無心淸淨住     세사에 마음 없어 청정세계 머물고
經書有意暮朝宣     경서에 뜻을 두어 조석으로 펼쳤네
松琴㵎瑟何時節     솔과 시내도 오열하니 어인 시절인가
任運騰騰向九蓮     시운 흐름 따라 구품 연화대 향하네
임남고와 전송촌을 이별하며(別林南皐田松村)
尋眞客到洞天明     명승 찾는 길손 이르니 동천 밝은데
一椀茶筵好景生     한 사발 차 자리에 풍경이 아름답다
墨雨飛添前世硯     먹물은 날아 전생의 벼루에 더하고70)
林風觸發舊時情     숲 바람은 옛날의 정분을 일으키네
靑衣在座緣業重     푸른 납의 자리하니 인연의 업 무겁고
白首叅詩眼界淸     흰머리로 시 지으니 눈앞이 밝아지네
草綠雲深收軸去     초록빛 깊은 구름 시축에 담아 가니
東山三笑自然成     동산의 삼소71)가 저절로 이루어지네
쾌년각 뜰의 영산홍(快年閣庭映山紅)
原從碧海舊庄移     푸른 바다 옛 장원에서 옮겨 심으니
歲久春多溢院籬     오랜 세월 봄빛이 뜰 울타리 가득하다
淸晨浥露低頭謝     맑은 새벽 이슬에 젖어 고개 숙이고
亭午揚靈映壁彌     정오엔 맑은 기운 벽에 가득 비치네
火輪動地蜂蝶懼     화륜이 땅을 진동해 벌 나비 놀라고
錦鋪亘天燕雀疑     하늘에 비단 펼쳐 제비 참새 의아하다
金公五歲人來問     김 공이 5세에 사람이 와서 물었다니72)
老木開花始信知     늙은 나무에 꽃이 핌을 비로소 알겠네
삼가 조 시찰사의 유산시 운을 차하다(謹次曹視察使遊山韻)
高軒行過寺門前     높은 수레 사찰 문을 찾아와
越涉江山詔令傳     산 넘고 강 건너 어명을 전하누나
騎馬分憂沿國惱     말 타고 근심 나누니 나라 위한 고뇌요
停車聽訟見民憐     수레 멈추고 송사 들어 백성을 보살피네
一宵來夢成歸夢     하룻밤 지새며 돌아갈 꿈을 이루고
千里南天拱北天     천 리 먼 남쪽 하늘에서 북궐을 그리네
棨戟遙臨巖壑動     태수의 행차 임하여 바위와 골 진동하니
遐氓到此拜諸賢     먼 백성도 이곳에 와 현인들을 뵙는다
박매계에게 주다(贈朴梅溪)
萱堂侍暇務書農     어머님 모시며 독서와 농사 힘쓰고
負笈聞師孔佛從     책을 지고 스승 좇아 유불을 배우네

010_1105_a_01L滿架書凾塵已暗塡門客杖影將遐

010_1105_a_02L未能共酌床前酒難得同分月下茶

010_1105_a_03L薤露光陰宜 [4] 路上應聽梵釋挽轝歌(一)

010_1105_a_04L結屋山林萬事休移花種樹卜居幽

010_1105_a_05L入城舊雨 [5] 情談晩登寺新交道契留

010_1105_a_06L淸白家風眉壽秀天眞面目鳳毛修

010_1105_a_07L龍輴一擧何時節追往無由淚自流(二)

010_1105_a_08L訓正己

010_1105_a_09L
汝得多生善業因於今更受丈夫身

010_1105_a_10L淸揚橫掛月峯月手足正抽莘野莘

010_1105_a_11L高臥名樓無事閙早開書卷有心勤

010_1105_a_12L五更梳洗焚修後跪膝精神誦課文

010_1105_a_13L挽李鶴峯

010_1105_a_14L
人間萬事等空花蒿里長程日欲斜

010_1105_a_15L物外靑山留愛子壼中碧海棄明家

010_1105_a_16L丹旗挾路翩翩遠素轝衝塵轉轉遐

010_1105_a_17L一炷心香遙追仰無邊秋色滿天涯

010_1105_a_18L挽金護軍

010_1105_a_19L
與奪碩人壬癸歲天宮應闕用賢官

010_1105_a_20L雲橫谷口泉聲咽月落葫山杵相寒

010_1105_a_21L德及子孫名世路芳流遐邇襲儒冠

010_1105_a_22L素車丹旐靑山暮含淚臨風燃紫檀

010_1105_a_23L次七星庵韻

010_1105_a_24L
登臨峽岫有名區鳥自喃喃水自流

010_1116_a_01L三餘學足銘心讀     삼여73)의 학문 넉넉해 마음에 새겨 읽고
一字恩深誓志通     스승의 은혜 깊어 마음에 맹세하네
梅溪瀰漫文詞浩     매계엔 가득히 문사가 호연하고
鹿野圓盈蔀屋豐     들판엔 둥근 곳간 살림이 풍성하다
衣冠飮食忠良外     의관과 음식을 충실하게 받들고서
緩急閒忙念孟宗     어렵거나 쉽거나 맹종74)을 생각하네
조행탄과 윤백은의 월야 시운을 차하다(和趙杏綻尹白隱月夜韻)
茶罷古談皓月生     차 파하고 옛 얘기에 밝은 달 오르니
洞天一望白雲平     동천은 일망무제 흰 구름이 자욱하다
薄言國事忘蚊苦     나랏일 힘쓰며 모기의 괴로움 잊고
奬贊農形厭蟇聲     농사일 장려하니 두꺼비 소리 싫구나
樓靜夜深山暑退     고요한 누각 밤 깊어 산속 더위 물러가고
風來人散寢燈橫     바람에 사람 떠나 침상에 등만 비친다
文章道學俱叅坐     문장과 도학이 함께 참여해 앉아서
高枕良宵覺有情     좋은 밤 베개 높이 베니 더욱 다정쿠나
최유재, 김소운, 김미방에게 화답하다(和崔裕齋金小雲金米舫)
憑欄並坐古談長     난간 기대 함께 앉아 긴 옛이야기
世慮却忘到夕陽     세상 생각 다 잊고 석양에 다다랐네
詩酒半盃移席醉     시와 술 반 잔 자리 옮겨 취하는데
琪花數朶滿庭香     아름다운 꽃향기 정원에 가득하다
煙雲供養人高眼     안개와 구름은 눈앞에 펼쳐지고
樹木莊嚴佛道場     수목은 부처님의 도량을 장엄하네
收拾山中多少氣     산중의 많은 기운 거두어 담아서
朗吟金地老春光     사찰의 짙은 봄빛 낭랑하게 읊조리네
행영을 그리며(思行英)
曉起不聞贊唄聲     새벽에 일어나도 범패 소리 못 듣고
食時難見勸供情     공양 때도 권공의 정 보기 어렵네
錦袈掛在雙龍架     비단 가사는 두 용머리 시렁에 걸었고
襆鉢收藏數帖屛     보와 발우는 몇 첩 병풍 속에 갈무리
晩臥何須勤頌呪     늦게 누우니 어찌 부지런히 송축했으며
浪遊肯可早瞻星     방랑하며 노니니 어찌 새벽별 보았으랴
人稱復到吾無信     남들이 그대 다시 온다 하나 내 믿지 못하니
展卷点茶每踐形     책 펴고 차 달이는 일 늘 몸소 행하네
차운하여 연순의 시축에 적다(次題延淳軸)
山明水秀講師宜     산수가 수려하여 강사가 어울리니
負笈登途一見期     책 상자로 길에 올라 만남을 기약했네
氣宇春堤芳艸勝     기개는 봄날 제방 방초의 향기요
靈臺夏峀瑞雲奇     마음은 여름 산의 기특한 서운이라
攤書背誦輪峰月     서책을 치우면 두륜산 달 읊조리고
得韻擬吟翠室詩     시운을 얻으면 취실의 시 노래한다
虛往實歸今古讚     학인들 잘 훈도해75) 항상 찬탄하니
蓮公法嗣捨君誰     연공의 법을 그대 아니면 뉘 잇겠나
태우 상인의 시운을 차하다(次泰愚上人韻)

010_1105_b_01L紫氣浮軒茶話午黃雲滿地麥光秋

010_1105_b_02L三盃就枕濃甜睡十載遇君愧白頭

010_1105_b_03L坐得滄波萬里外秦童採藥一孤舟

010_1105_b_04L越瀛海

010_1105_b_05L
子夜乘舟放大洋流觀四面浩茫茫

010_1105_b_06L鳥飛碧落何年下魚躍洪波百尺長

010_1105_b_07L餘鼠看看亭午失瀛洲指指夕陽當

010_1105_b_08L鷦鷂始得鵬溟路死不恨兮生不忘

010_1105_b_09L姜龍雲求詩

010_1105_b_10L
耽羅古國平生願始到君家見厚人

010_1105_b_11L目擊世間金獅子手摩天上石麒麟

010_1105_b_12L雲收鄴水蓮花秀雨過渭城柳色新

010_1105_b_13L端護身機成道學流芳海北拜宮宸

010_1105_b_14L三姓穴

010_1105_b_15L
三姓穴前三拜手英靈凛凛御靑茵

010_1105_b_16L踴生地理成家業感動天文奉國珍

010_1105_b_17L遺跡萬年驚世俗埋安今日感吾人

010_1105_b_18L兒孫盡向宗風美海北江南作逸民

010_1105_b_19L次戀宸閣韻

010_1105_b_20L
漱洗朝陽上此樓倚欄聘想路悠悠

010_1105_b_21L泛波筏使閒移步掛壁詩能頻擧頭

010_1105_b_22L涯月已過明月宿山房將向正房遊

010_1105_b_23L南風猶著生衣客行樂反成章句愁

010_1105_b_24L大靜懷古

010_1116_b_01L
虎隱堂前嫩桂英     호은당 앞에 계수나무 꽃 어여쁘고
收霞月色半空淸     수하봉 위엔 달빛이 허공에 맑구나
古聖遺書昏眼鏡     어두운 안경으로 옛 성인의 책을 보고
世利高談熱盌鳴     세상 명리는 주발 끓는 소리로 여긴다
一柄毫端蛇畫動     한 자루 붓끝에 그림이 살아 움직이고
三更榥下短檠明     삼경의 책상 곁엔 등걸이가 밝구나
文房四友稍饒足     글방의 네 벗들을 넉넉하게 갖췄으니
如救頭燃必大成     열심히 공부하면76) 반드시 대성하리라
지운 상인에게 주다(贈志運上人)
世有儒僧各有宗     세상의 선비와 스님 으뜸이 있나니
曹溪山秀御靑空     조계산 빼어나 푸른 허공에 솟았네
再傳法印藏家裏     거듭 법인 전하여 종가에 보존하니
廾載春光滿眼中     이십 년 봄빛이 눈 안에 가득하다
孝念偏多情念少     효성은 지극하고 정념은 적으며
才名益寡德名崇     재명은 적지만 덕의 명성 높구나
常平志願有雙運     늘 원하는 뜻은 정혜를 함께 닦는 것
先覺餘風在我躬     선각자의 유풍이 이 몸에 있기 때문
김송남의 임우77) 시운에 화답하다(和金松南霖雨韻)
霖雨溪雲浹日飛     장맛비 시내 구름 십여 일 나는데
開窓海瘴過沾衣     창 여니 바다의 장기78) 옷을 적신다
千林蕭瑟鐘聲亂     온 숲이 소슬한데 종소리 어지럽고
萬瀑喧豗鳥語稀     폭포수 시끄러워 새소리도 드물구나
古寺香煙樓外起     옛 절의 향연은 누각 밖에 피어나고
諸天夜色夢中暉     제천의 밤빛은 꿈속에도 빛나는구나
長流九曲人蹤滅     길게 흐르는 구곡에 인적도 사라져
遠客停驂恨不歸     나그네만 멈춰 못 돌아감을 한恨한다
기문 스님을 보내며(送綺紋師)
履歷經筵理事通     여러 경연 거쳐서 이판사판 능통하니
春光滿地百花紅     봄빛이 땅에 가득 백화가 붉구나
拈香祝聖天高北     향 들어 임금 축원하니 북쪽 하늘 높고
點燭看文月出東     촛불 켜 글 읽으니 동쪽에 달이 뜨네
在在報恩修孝道     곳곳에서 보은하는 효도를 행하고
生生逢佛免愚籠     삶마다 부처님 만나 어리석음 면했네
每思先哲功成跡     늘 선철의 성공하신 발자취 생각하여
夕惕朝詢克始終     조석으로 삼가고 물어 시종여일하다
다시 옛 암자에 거처하며(再居古庵)
此室重來十一年     이 선실에 11년 만에 다시 오니
應眞如古屋如前     응진79)은 옛날 같고 건물도 그대로
燒香不手因衰老     노쇠하여 향도 손수 사르지 않고
禮拜代身恐倒顚     넘어질까 저어해 예배도 대신 시키네
對客終朝無氣力     아침나절 손님 마주하니 기력은 없고
看書送日有方圓     책 보며 날을 보내니 이치가 있도다
家童執事溫淸在     동자와 집사의 따스한 보살핌 있나니
月氏慈雲覆洞天     월지80)의 자애로운 구름 동천을 덮었네

010_1105_c_01L
行過靜邑漫遲留今昔回頭似水流

010_1105_c_02L草老芳名傳野口阮公神筆掛官樓

010_1105_c_03L徐生眞影千村月朴士高蹤一片丘

010_1105_c_04L借問當年消息事東城荒地有空區

010_1105_c_05L次旌義東軒韻

010_1105_c_06L
打話禪詮愧太顚只將偈呪難窓邊

010_1105_c_07L山中纔別天中佛海上幸叅地上仙

010_1105_c_08L善政一州傳古石順風千里送空船

010_1105_c_09L給孤淨飯僧齋罷遠近江村處處烟

010_1105_c_10L次戀北亭金淸陰先生韻

010_1105_c_11L
周回郡邑到江頭已過三庚更及秋

010_1105_c_12L亭額無磨南北照板詩不朽古今浮

010_1105_c_13L村居華閥方行位海起洪濤久繫舟

010_1105_c_14L下浦留延幾日許登樓並坐語孤愁

010_1105_c_15L
天涯無日不回頭一日思鄕抵九秋

010_1105_c_16L醉裏欲忘歸路遠夢中猶覺此身浮

010_1105_c_17L空吟崔影烟波句難幻眞卿竹葉舟

010_1105_c_18L謾說向來輕遠別孤亭今日自生愁

010_1105_c_19L
右原韻

010_1105_c_20L與戒定開士

010_1105_c_21L
年當弱冠老成人終日如愚一古眞

010_1105_c_22L雨霽春和山勢聳天淸夜靜月鉤新

010_1105_c_23L溫尋貝葉明空有涉獵韋編得義仁

010_1105_c_24L我做閒談今日贈望須他日度迷津

010_1116_c_01L
박 처사를 만나(逢朴處士)
有客淸高氣宇新     청고한 손님 기개와 마음 새로워
冠山生長寓耽津     관산에서 생장해 탐진에 거처하네
寶林佛事精勤首     보림사의 불사를 부지런히 행하여
光玉頭阤弟子親     광옥 두타81)는 제자로 사랑하네
龐蘊後身誰可覺     방온82)의 후신임을 뉘라서 알리오
維摩前行代知眞     유마의 참된 전행을 대신 알겠네
曾聞未見於今恨     일찍 듣고 보지 못해 한스럽더니
始信道存目擊辰     이제 목격하니 도인임을 알겠네
고풍장편古風長篇
삼의가【호의, 하의, 초의】三衣歌【縞衣荷衣草衣】
春風忽憶自己爲     봄바람에 문득 나를 돌이켜 보니
專仗三衣善指揮     오로지 세 분의 좋은 가르침 의지했네
試將門下所得見     문하에서 보고 얻은 것을 잡아
濫述世上嘆德辭     세상이 찬탄하는 덕을 외람되게 펴노라
赤壁秋夜向南飛     적벽의 가을밤 남쪽을 향해 날다가83)
翔彼千仞覽德輝     천 길 높은 곳에서 빛나는 덕을 보았네84)
雖處衆緇自不緇     스님들 속 계셨으나 치의를 입지 않고
示其不變常白衣     변치 않음 보이려 항상 백의 입으셨네
一生所好與世違     일생 동안 좋아하는 것이 세상과 달라
脫然逾城投佛依     훌쩍 출가하여 부처님께 귀의하였네
駕風一葦任性去     바람에 흐르는 배처럼 본성을 따르고
披烟採荷徧身幃     안개 헤치고 연잎을 따 온몸을 둘렀네
開花錦城三鄕曲     금성85)의 세 고을에서 꽃을 피웠고
結實塞琴九曲春     색금86)의 구곡에 봄날 열매 맺었네
欲避名聲架三椽     명성을 피하려 작은 암자를 세우고
石田編草遮一身     자갈밭에 풀잎 엮어 한 몸 가리셨네
幾多南方州五十     남녘 지방 50여 개의 고을 중에서
三衣嵬嵬壓諸山     세 분 스님 높아 여러 산문 압도했네
地靈好德產仁者     땅의 신령 덕을 좋아하여 어진 분 내고
天公爲物點可人     하늘이 만물 위해 훌륭한 분 점지했네
當時賢俊處處緣     당시 현명한 이 곳곳에 인연 맺었는데
一衣二衣往往縮     세 분 조사만이 왕왕 움츠려 숨었네
當時賢俊見利欣     당시 현명한 이 명리 보고 기뻐하는데
惟獨三衣見利恧     세 분 조사만 명리 보고 부끄러워했네
嗟余好佛生苦晩     아, 나는 부처님 따르나 태어난 것 늦어
何幸得遊三衣臺     세 분 가르침 따른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衣我食我十九年     나를 입혀 주시고 먹여 주신 지 열아홉 해
戒我禪我成津材     계율과 참선으로 훌륭한 재목 이루어 주셨네
瞻在前忽在後      바라보면 앞에 계시다 문득 뒤에 있으니87)
人不可入空自來     속인들 도에 들지 못하고 공연히 오갔네
窮益堅老益壯      곤궁해도 더욱 견고하고 늙어도 뜻 굳세니
紅白斑爛錦屛開     붉고 흰 색 흐드러진 비단 병풍 펼쳐진 듯

010_1106_a_01L過弓裔城

010_1106_a_02L
古事悠悠何處問興亡陳跡土人傳

010_1106_a_03L荒城草露怨神淚廢闕松風敗將喧

010_1106_a_04L劒拂浪頭分水嶺尸藏磧下祭山壇

010_1106_a_05L惟圖卅載安身計未達臭名遺萬年

010_1106_a_06L次天保樓韻

010_1106_a_07L
適來四月觀燈時樓上慶筵日影移

010_1106_a_08L仰感殿堂題柱句高吟臺榭掛梁詩

010_1106_a_09L風微石砌庭花落客倚蘭軒洞雨遲

010_1106_a_10L到處受恩何暇報他年面目指天期

010_1106_a_11L次花巖寺韻

010_1106_a_12L
尋入佛明細徑長纔登絕壁白雲鄕

010_1106_a_13L雨收草綠吹朝角客到烟消爇午香

010_1106_a_14L倚杖仰吟先德句開襟俯受舊溪凉

010_1106_a_15L行裝甚遽身心亂只綴荒言志不忘

010_1106_a_16L一爐香室

010_1106_a_17L
由來看字坐床頭忘却窓前歲月流

010_1106_a_18L衣食淸閑人事懶貪嗔淨盡自居幽

010_1106_a_19L齋罷樓中同客飯風輕樹下與禽休

010_1106_a_20L重來香室思量見雲出無心任去留

010_1106_a_21L紫微花

010_1106_a_22L
自手移栽三十年重來若有舊因緣

010_1106_a_23L三朝甘雨枝枝倚百日煖風朶朶妍

010_1106_a_24L天漢紫微同照曜蜀江彩錦共新鮮

010_1117_a_01L
참외를 얻고 느낌이 일어(得瓜興感)
行過友居得一瓜     벗의 거처 지나다 참외 하나 얻어
步步看看心自佳     걸으면서 보고 보니 마음 흐뭇하네
顏色何其多       모습과 색깔은 어찌도 아름다운지
初見新物欲獻爺     새 수확물 보고 어버이께 바치고자
此去鄕庭隔海遠     고향은 이곳에서 바다 멀리 있으니
安得縮地到大家     어찌하면 축지법으로 집에 이를까
明天若留欲落日     하늘에 지는 해 잡아 둘 수 있다면
兩江船程應不遐     두 강의 뱃길도 아마 멀지 않으리
產業淸閑多子孫     살림은 청한하고 자손도 많으며
玉山將頹無齒牙     옥산이 무너지는 모습88) 치아가 없네
半壼濁酒軟飽後     반 단지 탁주를 가볍게 마신 뒤
小圃雨過手種花     비 개인 작은 밭에 꽃을 심는다
言言依禮無不敬     말마다 예를 따라 공경을 다하고89)
事事行詩思無邪     행하는 일마다 생각에 사특함 없네90)
二道幷世共不負     유불의 도 모두 저버리지 아니하여
分送一兒繼釋迦     한 아들 보내어 부처님 잇게 했네
年年一杖叩山扃     해마다 지팡이로 산문을 찾으셨고
寺寺胡僧爭送茶     절마다 스님들에게 차를 보내 주었네
於今古道老不經     이제 늙어 옛길 다니지 않으시니
遊臺飮泉繞紫霞     누각과 샘물엔 붉은 노을만 둘렀네
嗟余未辦儒與道     아, 나는 유교와 불도를 알지 못하니
尙可下口論夷華     오히려 입을 놀려 화이91)를 논하랴
把茅盖頭依松望     띠 풀로 지붕 엮고 솔 기대어 바라보니
太行孤雲望中遮     태항산 외로운 구름 눈앞을 가렸네
負米信同貧富也     쌀을 진 일92) 진실로 빈부에 변치 않고
墮橘何異古今耶     귤 떨어뜨린 일93) 어찌 고금에 다를쏘냐
日暮靑山夕陽裡     날 저무는 청산에 석양빛 비치는데
心隨風馳身未拖     마음은 바람을 따르나 몸은 가지 못하네
此日此時空自送     오늘 하루도 부질없이 홀로 보내며
回頭庭檜愧烏鴉     뜰 느티나무 돌아보니 까마귀 부끄럽네94)
奉獻三寶小退來     삼보에 바치고 잠시 후 물러 나와
喚兒出外把與他     밖으로 아이 불러 그에게 주었네
관비부도貫碑浮屠95)
淸虛楓潭連月渚     청허와 풍담은 월저와 나란하고
雪巖霜月又碧虛     설암과 상월에 또 벽허로다
華岳珍峯與龍谷     화악과 진봉 그리고 용곡이요
雪峯撫松更樂西     설봉과 무송 다시 낙서로다
靑蓮虛白且虛靜     청련과 허백 또한 허정이요
喚惺虎巖及蓮潭     환성과 호암 및 연담일세
萬化應星有智月     만화와 응성에 지월이 있고
靈谷懸解亦龜巖     영곡과 현해에 또 구암이 있네
燕海月坡也定月     연해와 월파에 정월이요
羊岳義庵乃白華     양악과 의암에 백화로다
涵月白蓮即玩虎     함월과 백련에 곧 완호요
中峯靈松秀蓮坡     중봉과 영송에 연파가 빼어나다

010_1106_b_01L叢中挺出撓秋色望裏依俙火聚燃

010_1106_b_02L謹次申白坡先生贈韻

010_1106_b_03L
海陽千里鷺車輝南土蒼生見峻機

010_1106_b_04L奉命關心行驛路偸閑消日對緇衣

010_1106_b_05L詩歌會客聞鐘散杖屨巡庵觀佛歸

010_1106_b_06L恩雨均沾遐邇潤秪林秋葉倍春肥

010_1106_b_07L白坡松坡兩老共上北庵拈韻

010_1106_b_08L
一壑烟光屬暮秋北臺今日是仙樓

010_1106_b_09L居僧仰祝君臣壽古佛坐看歲月流

010_1106_b_10L玉宇淸虛成鴈陣金波浩淼點漁舟

010_1106_b_11L寒鐘亂落行盃席斜陽歸路賦詩愁

010_1106_b_12L
絕頂超觀萬里秋眼前平俯幾岑樓

010_1106_b_13L烟雲上積高峯老天地西傾大海流

010_1106_b_14L過劫眞形千丈石浮生全界一虛舟

010_1106_b_15L閒笻催起鐘聲暮還助行人不盡愁

010_1106_b_16L
右白坡

010_1106_b_17L
玉洞疎凉滿眼秋北臺移席勝南樓

010_1106_b_18L孤雲巖壁晴猶濕落日滄波澹不流

010_1106_b_19L遊子重尋棲鶴樹老僧遙指釣魚舟

010_1106_b_20L座中偏有長安客天一方兮渺渺愁

010_1106_b_21L
右松坡

010_1106_b_22L挽仁湖金斯人

010_1106_b_23L
豈意今年家裏在千秋獨臥白雲中

010_1106_b_24L兒孫掩淚樵江雨鄰里含悲牧野風

010_1106_b_25L菊露落添迎客酒楓光散照送魂饔

010_1117_b_01L道庵虎巖得月海     도암과 호암은 월해를 얻었고
銀巖草衣況聖珠     은암과 초의는 성주에 견주네
雲巖綠坡是碧海     운암과 녹파에 벽해요
靜巖無染實冥眞     정암과 무염에 실로 명진이로다
白雪南海後鐵船     백설과 남해는 철선의 후예이니
五十一塔十三碑     51개의 탑과 13개의 비석일세
인물가人物歌96)
述人物之才能兮     인물들의 재능을 서술하여
傳機緣於後來      후손에게 기연을 전하노니
隱途聽之茫昧兮     길에서 들은 애매한 것은 감추고
現目擊於崔嵬      뚜렷이 목격한 것만 나타낸다
銀巖師之設講兮     은암 스님은 강석을 열어 가르치다
老退院而刅恢      늙어 물러났어도 칼날은 여유로웠고97)
緣何公之預修兮     연하 공은 미리 학문을 닦아
生薦福而塵財      살아서 복 빌고 재물을 티끌로 여겼다
願鐵牛之斗升兮     철우 스님의 작은 공양 바라노니
路設奠而做詼      길에서 상을 차려 해학을 지었고
倣雪谷之抃蹈兮     설곡 스님 추는 춤을 본뜨노니
庭容衆而成雷      뜰에 대중이 가득하여 우렛소리로다
聞袖龍之高風兮     수룡 스님의 높은 풍격을 듣고서
忘遠近而追陪      멀고 가까움 잊고 좇아 모셨으며
慕縞衣之祭禮兮     호의 스님의 제례를 사모하여
無自他而始開      너나없이 비로소 제사를 열었다
問制作於宗匠兮     높은 스님에게 제작을 묻는다면
捨草衣而何回      초의 스님을 두고 어디로 가리오
學書寫於師傅兮     스승에게 글과 글씨 배우려면
偭鐵船而誰魁      철선 스님 말고 누가 으뜸이랴
得律師之嚴淨兮     율사의 엄격하고 청정함은
號性潭謂鏡臺      성담 스님을 거울이라 불렀고
指禪家之隨順兮     선가의 도를 따른 분을 가리키자면
稱聞庵曰死灰      문암 스님을 사회98)라고 칭하였네
製芰荷而爲衣兮     연잎을 제작하여 옷을 만들고
采白蓮而錦腮      흰 연꽃을 캐서 비단처럼 꾸몄으며
御象犀而作舟兮     코끼리와 물소 몰아 배를 삼아
浮烟波而月皚      연파에 띄우니 달빛이 밝구나
錦溪注於月淵兮     금계의 물은 달빛 연못에 쏟아져
萬波起而優哉      온갖 파도가 일어나 여유롭고
雪巖牧於石虎兮     설암 스님은 석호를 기르니
金波匝而玉堆      금빛 물결 가득하고 옥이 쌓였네
退淵生於翠蓮兮     퇴연에 푸른 연꽃이 나니
開錦城而弄瑰      금성을 열어 옥을 희롱하였고
花城得於銀谷兮     화성에서 은곡을 얻으니
玩慈月而賞梅      자월을 완상하고 매화를 감상했네
寶雲興於豐广兮     보운은 풍엄에서 일어나서
虎隱中而含枚      범처럼 숨어서 침묵했고
默和吟於隱峯兮     묵화는 은봉에서 시 읊조리니
碧海繞而背鮐      푸른 바닷가에서 장수하였네

010_1106_c_01L烟消海濶靑天外唱和薤歌挽紼從

010_1106_c_02L客隱跡

010_1106_c_03L
身上便同水上蘋東西南北任漂人

010_1106_c_04L一年通作耽羅客半歲堪爲怾怛賓

010_1106_c_05L尖察山中三結夏藥師殿裏二經春

010_1106_c_06L淸溪白石聊相召納履荷囊又趣新(一)

010_1106_c_07L詵師剏建舊伽藍遺像千年鎭海南

010_1106_c_08L越閾往還天作峙隱身俯仰鬼慳庵

010_1106_c_09L九生洞並三生洞萬代岑連聖代岑

010_1106_c_10L盡日淸軒嗒然坐山茶樹下鳥喃喃(二)

010_1106_c_11L自嘆聯句

010_1106_c_12L
入寺將身不愧人生涯觸處誤經綸

010_1106_c_13L三窮認是天攸遺六亂應當歲致陻

010_1106_c_14L折手何時明藥理傷顱此地怨魂神

010_1106_c_15L私奴困說呈官報妖女嗾謗守默賓

010_1106_c_16L識字還爲憂患並虛名更致客煩臻

010_1106_c_17L道場菜圃旱乾極㵎底柴樵銍斧親

010_1106_c_18L乞飯兒童朝夕入借廳男女去來屯

010_1106_c_19L汗衣侵冷難澣濯牟粥見形療己身

010_1106_c_20L長夜休燈多夢兆渾秋掩路少通隣

010_1106_c_21L若非上足農分送絕粒精靈信可憐

010_1106_c_22L和黃磻溪

010_1106_c_23L
萬年精舍見諸生竹杖相尋道話成

010_1106_c_24L出入儒鄕門閥重往來仙境世思輕

010_1117_c_01L萬日會之緣化兮     만일회의 기연과 교화여
悔庵休而月䤂      회암이 쉬니 달이 떠오르네
表忠祠之關鑰兮     표충사의 자물쇠를 채우고
富仁退而應該      부인 스님은 물러나서 두루 응했네
坐學堂而講經兮     학당에 앉아 경을 강론하던
普濟老而山頹      보제 스님은 늙어 세상을 뜨고
差住持而辦事兮     주지가 되어 일을 맡다가
聖奎健而年催      성규 스님은 건강하게 늙으셨네
錦江海淵月現兮     금강과 해연에 달이 뜨자
玩菱坡而盤桓      능파를 희롱하며 소요하였고
戒學萬法休歇兮     계학 스님은 만법을 휴헐하고
建德庵而考槃      덕암을 세워 은둔하였네
無爲住於眞佛兮     무위 스님은 진불암에 머물렀는데
福庵從而佩蘭      복암이 시종하여 가르침 받았고
浦雲散於鷄龍兮     포운은 계룡산에 유랑했는데
禮庵遵而飛鸞      예암이 뒤따라 난새처럼 날았네
兩壽高於鏡月兮     두 분의 연세는 경월보다 높으니
脊令飛而在原      척령처럼 날아99) 들판에 있었네
雙雲興於恕庵兮     쌍운은 서암에서 흥기하여
藾桂昌而蔭關      계수나무 그늘이 문을 가렸네
雲起滅於龍坡兮     구름이 용파에서 일어나 흩어지니
東方化而西乾      동방이 변화하여 서방정토인 듯
春光和於金潭兮     봄빛이 금빛 연못에 화창한데
傍月昇而辰韓      하늘 가에 달이 떠 진한 땅을 비치네
彼浩然之氣像兮     저 크고 넓은 기상이여
靑霞橫於禪觀      푸른 노을이 선관에 비꼈구나
吁化運之時節兮     아, 조화가 운행하는 시절이여
雪虛圉於錦幱      설허는 비단 휘장에 여유롭다
南坡隱於南臺兮     남파는 남대에 은거하여
獨守關而安居      홀로 관문 지키며 안거했네
月坡吟於月樓兮     월파가 달빛 누각에서 읊조리니
爭請席而登壇      다투어 모셔서 단상에 올랐고
諸山向於蓮舟兮     여러 산문에서는 연주를 향하여
要問津而觀瀾      나루 묻고100) 여울 보려 했네101)
游魚聚於梵海兮     유영하는 물고기 범해에 모여
但窺涯而慮瞞      언덕 엿보고 속을까 저어하고
龍潭隣於菊潭兮     용담은 국담과 이웃하며
同敬庵而能官      경암과 함께 일을 주관했네
鶴峯貞於理庵兮     학봉은 이암에서 곧게 계시며
種泥蓮而明爛      진흙 속 연꽃 심어 밝게 빛나고
禹學老於維那兮     우학 스님은 유나102)로 늙어 가며
傳信札而玉盤      편지를 전하니 옥이 쟁반에 구르는 듯
敏欣行於住持兮     민흔 스님은 주지 일을 행하여
得允煥而文翰      윤환을 얻어 문장이 빛나고
永欣永之大夫兮     영원한 흔영 대부여
長兒孫而漫漫      자손을 길러 면면하도다
敏信默之主張兮     신묵은 민첩하게 주장하니
執權綱而寬寬      권도와 벼리 잡아 여유롭네

010_1107_a_01L徐卿二子帳中讀蘇氏三峰雲外淸

010_1107_a_02L一宿因緣猶未足黃昏移度又含情

010_1107_a_03L次金玉山進士

010_1107_a_04L
古寺重尋歲色深靑松化作白花林

010_1107_a_05L題詩每切相思意論道長揚各證心

010_1107_a_06L暇日淸儀皆想昔他年穩話孰如今

010_1107_a_07L豈期老衲孤居處騎馬贏糧自枉臨

010_1107_a_08L結制獨坐

010_1107_a_09L
到處安居看話頭胡爲長夜不焚修

010_1107_a_10L破柴湯水心塵洗轉呪舂鐘軆地投

010_1107_a_11L上食願祈諸佛樂燃香誓度衆生愁

010_1107_a_12L開窓雪裏紅葩落疑是靈山花雨樓

010_1107_a_13L題紙船

010_1107_a_14L
泛彼中流兩柱船與吾同事過三年

010_1107_a_15L擧帆下楫無由後正柁安維不可前

010_1107_a_16L已閱丙丁空載月將迎戊己滿藏錢

010_1107_a_17L渾成白紙如新在凍雨飇風奈益堅

010_1107_a_18L夜渡碧波

010_1107_a_19L
盡日行來碧海頭乘船夜靜大江流

010_1107_a_20L仰觀斗柄三更喜俯視龍宮萬丈愁

010_1107_a_21L欵乃歌高淸易睡沂游浪急怖難休

010_1107_a_22L風吹薄着衰軀骨下浦迍邅久逼遛

010_1107_a_23L送金搆庵

010_1107_a_24L
官閣相逢十一年於今對坐頓茫然

010_1118_a_01L三山秀於海際兮     삼신산이 바닷가에 빼어나니
孔李釋之衣冠      유, 불, 선의 의관이요
三咸茂於阮堂兮     삼교가 완당에게서 성대하니
晋齊梁之綺紈      진, 제, 량의 비단인 듯하다
坐三綱之僧首兮     삼강103)의 주지에 앉아 있으니
律文閒而堪難      율문은 한가하여 견디기 어렵고
弄四友之記書兮     문방사우를 놀려 기록하니
欣安定而轉丸      안정되고 매끄러워 기쁘다
瞻高風之飄颻兮     표표한 높은 풍모를 우러르니
雲律衍而遊看      운율은 넉넉하여 놀며 보았네
掌急流之激湍兮     급류의 여울물을 맡으니
仁閒能而揮汗      인한은 능하나 땀을 훔치네
銳氣多於車載兮     뛰어난 재주 참으로 많으니
看其始而難殫      처음만 보고 다 묘사가 어려워
筆路涉於羊歧兮     붓을 쓰다가 기로에 이르니
畏人誚而削繁      비난이 두려워 번다함 삭제하네
산수가山水歌
山嶻㠔於泬寥兮     산이 넓은 허공 우뚝 솟아
分祖孫而逶迤      줄기와 지맥 멀리 뻗어 있고
水潺湲於谽谺兮     물은 깊은 골짜기에 흘러
派淸濁而滲灕      청탁으로 나뉘어 적시네
萬丈高於懸崖兮     만 길 벼랑 높기도 할 사
飛鳥息而齎咨      나는 새도 쉬며 탄식하는데
千里望於尖巓兮     산마루에서 멀리 바라보니
雄州杳而希夷      큰 고을이 아득히 희미하다
金剛巖之壓谷兮     금강암은 골짜기를 굽어보며
閱萬歲而鎡基      만년을 지나도록 터를 잡고
長春洞之滿翠兮     장춘동은 푸른빛 가득하여
跨四時而葳蕤      사시사철 내내 무성하도다
㵎流注於磐淵兮     시내는 깊은 연못에 쏟아져
照岸花而紅脂      언덕의 꽃을 붉게 비추고
吐鯉老於潭底兮     잉어는 못 밑에서 늙으며
見月鉤而畏危      낚시를 보고 두려워하네
石帆立於楫後兮     돛대를 노의 뒤에 세우고
船行水而張維      배는 물을 가르며 그물 펼치고
葉經藏於臺前兮     불경은 누대 앞에 보관하고
牛臥丘而嚼䶗      소는 언덕 누워 새김질한다
虎蹲踞而反顧兮     호랑이는 걸터앉아 돌아보고
狗臥眠於莎墀      개는 잔디 뜰에 누워 잠들었네
屛周圍而復開兮     병풍은 주위 둘러 다시 열고
幄覆盖而嘉期      장막을 덮어 아름다운 기약이라
孤泉溢於半夜兮     한밤중에 샘물 용솟음치니
將泉隱而旺衰      샘물 숨으면 번성함도 쇠잔하고
雲橋橫於雙崖兮     구름다리 두 벼랑 가로놓이니
虹橋墮而運萎      무지개다리 무너지면 운도 쇠한다네
萬瀑瀉於龍池兮     만 갈래 폭포는 용지에 쏟아지고
千巖秀而虎踑      천 개 바위는 빼어나 호랑이가 버틴 듯

010_1107_b_01L煎茶佇待淸風起開卷渾忘苦雨連

010_1107_b_02L衰氣何妨蔬笋味名山重結虎溪緣

010_1107_b_03L靑鞋跡印金田地何必林中暫別禪

010_1107_b_04L題雙溪

010_1107_b_05L
重來掛搭非生客萬像昭森盡帶情

010_1107_b_06L滿塢芳花爭向笑懸樓鐘皷演揚鳴

010_1107_b_07L間多舊雨携壼酒或有閒僧請戒經

010_1107_b_08L灑掃庭軒塔然坐從前所作摠無明

010_1107_b_09L次誕報廟板上韻

010_1107_b_10L
大帝威揚幾萬年設壇奠幣國南邊

010_1107_b_11L當時屈魏旌忠節後世顯明褒協天

010_1107_b_12L赤兎追風鞍不解靑龍閃日柄無傳

010_1107_b_13L寒光照破妖魔窟遂使仁方久泰然

010_1107_b_14L次曹溪庵板上韻

010_1107_b_15L
蘭若孤高位面南一山窈窕有名庵

010_1107_b_16L顏知掛榻推排坐飯熟歸笻放下叅

010_1107_b_17L襵疊峰巒圍寺障縈回溪水映楓潭

010_1107_b_18L人間萬事都無管任性逍遙做味甘

010_1107_b_19L募緣行

010_1107_b_20L
六十年來道未成飜然改作募緣行

010_1107_b_21L閒談達夜飯牛幕引勸過時織履筬

010_1107_b_22L徒跣兒童來似蝶衣冠洞任隱如星

010_1107_b_23L那邊更說遮邊事自愧他鄕辯士名

010_1107_b_24L府使白兼山册室白茶泉許小痴共

010_1118_b_01L千佛坐於地心兮     천 부처님 땅 가운데 앉아 계시니
五香爇而烟垂      다섯 가지 향연이 피어나누나
四聖興於羅麗兮     네 고승 신라 고려에 흥기하니
塔高低而永思      높고 낮은 탑에 항상 사모하고
三師享於春秋兮     세 스님을 봄가을로 제향하여
院降登而從祠      사원 오르내리며 제사를 지낸다
山勢雄於南方兮     산세가 남녘에 가장 웅장하고
九曲鎖而扊扅      구곡은 닫혀 빗장이 되었는데
寺風振於東國兮     절의 교화가 동국에 떨치니
四門開而推移      산문을 활짝 열어 함께하네
山水入於詩句兮     산수를 시구에 담아내신 분은
鐵船幷而草衣      철선 스님과 초의 선사이시고
形局現於議論兮     형국을 의론으로 드러내신 이는
洌水係而松坡      열수104)를 이어 송파 선생이로다
松鬱鬱於雨雪兮     소나무는 눈 속에서도 울창하니
五任掌而禁枝      오임105)이 관장하여 벌목 금하고
栢葱葱於林薄兮     잣나무는 숲 가운데 푸르러
三星監而拒私      삼성106)이 감독해 채벌을 막는다
掛默言之禪牌兮     묵언의 선패를 걸어 놓으니
四山會而解疑      사방 산문에서 모여 의단 풀고
說文字之敎理兮     문자로 교리를 설명하니
八域來而秉彜      팔방에서 와 떳떳한 도리 잡는다
石井開於十一兮     돌샘은 열한 곳에 열려 있어
禳回祿之遠窺      회록107)이 멀리서 엿보지 못하고
宗師住於十二兮     열두 분 종사가 주석하시어
標道場之先知      도량의 선견지명 드러내셨다
楓葉濃於菊秋兮     단풍잎은 국화 핀 가을에 짙고
烟光凝而逞奇      연광은 엉겨 기이한 자태 뽐내고
柳絮飛於番風兮     버들 솜은 번풍108)에 휘날려
綠陰肥而恣姿      녹음이 짙게 자태를 나타내누나
嶺脊壯世贔屭兮     고개 줄기는 웅장하게 솟아
怒起伏而參差      힘차게 기복하여 들쭉날쭉하고
泉源流其浩淼兮     샘의 근원은 아득히 흘러
沸騰驤而喧豗      소리치며 솟구쳐 쏟아지네
望西笑於湖上兮     호숫가에서 서울을 바라보니
洛驛住而題詩      서울 나그네 머물러 시를 쓰고
照南極於海外兮     바다 밖에 남극성 비추니
濟星停而祝釐      제주도 사신이 멈추어 복을 빈다
前人咏而後咏兮     전인과 후인이 읊고 노래하니
風光惱於佳時      아름다운 풍광에 마음 어지럽고
嘵鐘鳴而夕鳴兮     새벽과 저녁에 종소리 울리니
世事催於迅雷      세상사 우레보다 더 빠르구나
路崎嶇而高低兮     길은 험하여 높고 낮게 이어져
閣道起於丹崕      각도109) 붉은 벼랑에 놓였고
雲羃䍥而聚散兮     구름은 자욱이 모였다 흩어지니
奇峯多於翠微      기이한 봉우리 푸른빛이 짙구나
碧浪起於谷風兮     푸른 물결 곡풍110)에 일렁이니
淸香徧而馡馡      맑은 향기가 두루 퍼지고

010_1107_c_01L遊溪寺四月
八日

010_1107_c_02L
佛日鮮明會草廬憑欄竹樹綠陰踈

010_1107_c_03L沙村樵笛雲歸後溪寺齋鐘客到餘

010_1107_c_04L就蔭傾盃因作舞臨流炊飯更看書

010_1107_c_05L幽懷未畢山林暮收拾風烟謝佛居

010_1107_c_06L
斜川一曲繞精廬數畝田園計不疎

010_1107_c_07L童子燒香靑嶂下使君携酒綠陰餘

010_1107_c_08L半生手熟銀鉤帖中夜心淸貝葉書

010_1107_c_09L葡格陰陰蘿徑遠如來生日到禪居

010_1107_c_10L
右兼山

010_1107_c_11L
雲林蕭灑有茆廬數畝生涯也未疎

010_1107_c_12L管領烟霞身已老栽排花竹趣猶餘

010_1107_c_13L淸溪洗盞因傾酒芳草爲茵又看書

010_1107_c_14L浴佛良辰遊賞好願從物外與君居

010_1107_c_15L
右茶泉

010_1107_c_16L
東風皂盖到林廬自是主人生計疎

010_1107_c_17L溪上白雲迎客後園中紅藥殿春餘

010_1107_c_18L勝區從古饒泉石明政原來少簿書

010_1107_c_19L値此佛辰應別趣更敎移席坐僧居

010_1107_c_20L
右小痴

010_1107_c_21L贈奇衍上人

010_1107_c_22L
遊歷多聞第一方將身禦侮最爲良

010_1107_c_23L傳書暗誦松間屋編字高吟月下床

010_1107_c_24L見解分明師友許根塵寂滅鬼神惶

010_1107_c_25L摠收佛祖惟心法成就江南大道場

010_1107_c_26L和李松坡

010_1118_c_01L琅玕落於太虛兮     낭간111)이 허공에서 떨어지니
塞粟生而凄凄      소름이 돋아 기온이 차갑구나
白山秀於雪令兮     흰 산이 눈 속에 빼어나
珠玉堆而東西      주옥112)이 동서에 쌓였고
碧海移於雨際兮     비가 오면 푸른 바다 움직여
波濤湧而高低      파도가 높고 낮게 흉용하네
鵝殿連於蠭房兮     전각에서 승방에 이르기까지
鴛鴦飛而追隨      원앙 기와 잇달아 나는 듯
鵠塔點於龍尾兮     곡탑은 용미113)에 자리하여
虹霓亘而奔馳      무지개는 길게 뻗어 달리네
經臺傾而綠苔兮     경대는 기울어 푸른 이끼 끼고
麋鹿遊於蘭階      고라니 사슴은 난초 계단에 노닐며
戒壇墟而紅塵兮     수계단의 터는 홍진에 묻혔고
烏鳥巢於鳳楣      까마귀는 봉황 문설주에 깃들었네
龍馬庵之成壞兮     용마암의 성쇠여
石假山而泐池      석가산과 연못만 남았고
快年閣之設建兮     쾌년각을 건설하니
竹猗林而欑籬      대나무가 숲을 이루어 울타리 되었네
委露積於上下兮     노적봉은 위아래에 우뚝하여
鎭內外而盈虧      안팎을 보호해 달이 차고 기울고
鳴玉㵎於左右兮     옥빛 시냇물은 콸콸 소리 내며
分龍虎而滯遲      좌우로 나뉘어 더디 흐른다
覽險夷而編文兮     험하고 평탄한 곳 보고 글을 엮으니
婆娑舞於帷丌      책상 위에 붓이 춤을 추는데
收怪奇而聚訟兮     기괴한 산수를 모아 논평하고
徘徊歌於歧逵      갈림길에 배회하며 노래하노라
다가茶歌
攤書久坐精神小     책 펴고 오래 앉아 있으니 정신 아득해
茶情暴發勢難禁     차 생각 갑자기 일어 금하기 어렵네
花發井面溫且甘     우물에 꽃 피어 달고 부드러우니
㪺罐擁爐取湯音     물병에 담아 화로에 끓는 소릴 듣는다
一二三沸淸香浮     두세 번 달이니 맑은 향기 피어나고
四五六椀微汗泚     너덧 사발에 땀이 약간씩 나니
桑▼(艹/守)茶經覺今是     상저의 다경114)도 이제 옳은 줄 깨닫고
玉泉茶歌知大軆     옥천의 다가115)도 대체를 알았노라
寶林禽舌輸營府     보림사의 금설116)은 영부로 실어 가고
花開珍品貢殿陛     화개의 진품은 궁궐에 바치며
咸務土產南方奇     함평과 무안의 토산은 남녘의 으뜸
康海製作北京啓     강진과 해남 제품은 북경에 올리네
心累消磨一時盡     마음의 허물 일시에 다 사라지니
神光淨明半日增     깨끗하고 밝은 신광 반나절 더하고
睡魔戰退起眼花     수마를 물리쳐 어지러운 눈 깨우며
食氣放下開心膺     식기를 가라앉혀 가슴을 트여 주네
苦利停除曾經驗     괴로운 이질 없앰 일찍 경험하였고
寒感解毒又通明     감기의 독 풀어 주어 트이게 하니
孔夫子廟叅神酌     공자의 종묘에서 신에게 따르고
釋迦氏堂供養精     석가모니 법당에도 정성껏 공양하네

010_1108_a_01L
沿溪捫石間詩仙陞降徘徊自後前

010_1108_a_02L洞漲綠陰多異鳥龕凝紫氣罕淸蟬

010_1108_a_03L薰風動盪淸凉界花雨繽紛寂滅天

010_1108_a_04L此日勝遊難再得摠收慚愧付衰年

010_1108_a_05L降仙臺

010_1108_a_06L
降仙臺上送端陽藕孔山川挽日長

010_1108_a_07L楚水月明魂駕素商山年積髮華蒼

010_1108_a_08L時光壬午天中節會客大芚寺內良

010_1108_a_09L并坐岩阿遊燕處林風吹動綠陰香

010_1108_a_10L憶東野

010_1108_a_11L
作客挑囊獨下山行過百嶺一笻閒

010_1108_a_12L路中克己呼三寶門外興悲振六環

010_1108_a_13L入邑每驚阿難跡渡江猶順達摩關

010_1108_a_14L時當溽暑何鄕宿言語如聞寤寐間

010_1108_a_15L寄廣信

010_1108_a_16L
離朋隱跡處孤庵正坐單前讀聖談

010_1108_a_17L展鉢應供觀偈五鳴鐘到禮祝華三

010_1108_a_18L睠言每日歸依北問道何時回向南

010_1108_a_19L守默谷神還本際一枝事業舊來甘

010_1108_a_20L尾扇

010_1108_a_21L
竹骨楮皮廣狹團冬休夏旺綠黃丹

010_1108_a_22L杯揮蠅亂燈揮蝶行蔽炎陽臥蔽顏

010_1108_a_23L號令要齊漢文武風塵無染晋衣冠

010_1108_a_24L高堂會客遊談處手詔飛廉調暑寒

010_1119_a_01L瑞石槍旗因仁試     서석산의 창기117)는 인仁으로 인해 시험하고
白羊舌觜從神傾     백양산의 설취118)는 신神 따라 기울이네
德龍龍團絶交濶     덕룡산의 소룡단119)은 교유 끊긴 지 오래
月出出來阻信輕     월출산에서 나온 차는 신의 막혀 가볍네
中孚舊居已成丘     중부자의 옛 거처 이미 언덕 되었는데
离峯捿山方安      이봉이 깃든 산은 이제 병을 두었고
調和如法無爲室     법대로 조화함은 무위의 장실이요
穩藏依古禮庵帡     예대로 보관함은 예암의 휘장이로다
無論好否南坡癖     호오를 막론함은 남파의 고질병이요
不讓多寡靈湖情     많고 적음 마다 않는 것은 영호의 정
細看流俗嗜者多     자세히 살피니 세속에 즐기는 자 많아
不下唐宋諸聖賢     당송의 여러 성현보다 못하지 않구나
禪家遺風趙老話     선가의 유풍은 조주 늙은이의 말120)이요
見得眞味霽山先     참맛을 안 것은 제산이 가장 먼저로다
挽日工了玩月夜     만일암 공부 마치고 달빛 구경하는 밤
茗供吹籥煎相牽     풀무 불며 끓이는 차 나를 이끄네
正笥彥銍臘日取     광주리에 낫으로 섣달 납일에 취하고
聖學汲泉呼太蓮     성학은 샘물을 길러 태련을 부른다
萬病千愁都消遣     온갖 병과 시름을 모두 보내 없애고
任性逍遙如金仙     자성을 따라 소요하니 금선121)이로다
經湯譜記及論頌     경탕과 보기 및 논송을
一星燒送無邊天     한 불씨에 태워 가없는 하늘로 날리네
如何 奇正力書與我傳  어찌 기정의 역서 나에게 전하나
『범해선사시집』 제2권 끝
범해유집 보유梵海遺集補遺
두륜산인 각안 환여 지음(頭輪山人 覺岸幻如著)
오언절구五言絶句
완호 조사의 비를 세우다【무오년(1858, 철종 9) 여름】(立玩虎祖師碑【戊午夏】)
喜成今日事       기쁘다 오늘 일을 이루니
玩虎祖師碑       완호 조사의 비석이라
恭爲門中賀       공경히 문중을 위해 축하하니
經綸兩住持       두 분 주지께서 경영하셨네
【호의, 초의 두 선사이다.(縞衣草衣兩禪師)】 
느낌이 일어【경신년(1860, 철종 11) 겨울】(興感【庚申冬】)
昨日三分食       어제는 세 끼 밥을 먹고
今光一炷香       오늘 새벽은 한 줄기 향

010_1108_b_01L與善愚

010_1108_b_02L
出世丈夫與世殊中藏太古外如愚

010_1108_b_03L慈悲不捨將移物天地無言攬在吾

010_1108_b_04L萬里靑山叅善友三更素月讀賢書

010_1108_b_05L前程尙遠何能測只望禪候振嶺湖

010_1108_b_06L題隱跡寺

010_1108_b_07L
虎據龍盤氣勢雄千年古寺正當中

010_1108_b_08L巖高徧照儒林月洞豁長吹佛海風

010_1108_b_09L瓶鉢無心雲出岫眉毛有壽鶴棲松

010_1108_b_10L杞憂滿眼頻來往更手至今打夜鍾

010_1108_b_11L追挽影山禪伯

010_1108_b_12L
夢宅無常本自知菩提路上往反遲

010_1108_b_13L八垓月隱金沙界九品蓮開玉果池

010_1108_b_14L梵海庵前眞佛喝蓬萊席上道場來

010_1108_b_15L竛竮客子失盟主影落湖山桂蔭垂

010_1108_b_16L木念珠頌

010_1108_b_17L
我有圓明木念珠造成功德筆難書

010_1108_b_18L手持默坐心歸佛項掛徐行服異儒

010_1108_b_19L憍梵永離輕弄報澄觀終守重盟軀

010_1108_b_20L如何百八精神骨利涉山川忝在吾

010_1108_b_21L陪繡衣沈蘭沼

010_1108_b_22L
鴻恩普洽極南中德色威容滿梵宮

010_1108_b_23L古寺停車聽糓雨靑燈會客詠番風

010_1108_b_24L閒雲歸處千巖白煖氣動時萬柏紅

010_1119_b_01L若非蜾蠃事       만일 과라의 일1) 아니면
正是夢黃梁       정히 황량의 꿈2)이로다
강석에서(講席)
翻此三寸舌       이 세 치 혀를 놀려
大誤丈夫兒       크게 장부들 그르치네
忽憶自家事       문득 자신 일 돌이켜 보니
恰如爭栗梨       흡사 밤과 배 다투는 듯3)
원호에 큰 바람이 일다(院湖大風)
風蕩衣冠亂       바람 거세 의관 어지럽고
海飜維楫危       바다 뒤집혀 노가 위태하다
家君送我後       아버님 나를 보낸 후에
應作大端疑       대단히 염려하셨으리
병인년의 원망(丙寅怨)
寺運兼身數       절의 운과 이 몸 운수가
如今大不通       이제껏 크게 형통치 못해
烟消山又寂       안개 걷히고 산 적막한데
日月自西東       해와 달만 동서로 흐른다
제주 대정군 도원리로 가는 도중에【계유년(1873, 고종 10) 여름】(濟州大靜郡桃源里途中【癸酉夏】)
桃源驟雨逢       도원에서 소나기를 만나
對坐衣冠濕       의관 젖은 채 마주 앉았다
雖切燎衣心       옷 간절히 말리고자 하나
枯柴何處拾       마른 나무 어디서 구할까
남원 관왕묘南原關王廟4)
擧義周旋日       의거 일으켜 주선하였고
奉君效節時       임금 섬겨 절개 바쳤네
英精長不變       영령이 길이 변치 않아
兩國亨楢彜       두 나라 제사를 받드네
광한루廣寒樓
行過龍城邑       용성읍을 지나가다
乘風上廣寒       바람결에 광한루에 올랐네
潭紋蓮葉亂       연못 물결에 연잎 어지럽고
壁彩墨花刊       벽에는 채묵화 새겨졌네
가을날 홀로 앉아(秋日獨坐)
搬柴煑露菜       땔감 옮겨 이슬 젖은 채소 삶아
一鉢療枯形       발우 하나로 마른 몸 요기한다
白晝掩扉坐       대낮에 사립문 닫고 앉아 있으니
楓花落滿庭       단풍잎이 떨어져 뜰에 가득하다
은해사 백흥암 무흡 상인을 생각하며(憶銀海寺白興庵武洽上人)
嶺湖千里客       영남과 호남 천리의 나그네가
來叩少微書       와서 소미의 책5)을 물었네

010_1108_c_01L似此高筵難可得只憂異日各西東

010_1108_c_02L
千里行人滯雨中仰瞻北極慕王宮

010_1108_c_03L民隱未除愧按法僧規猶整喜觀風

010_1108_c_04L羃地朝霞開活畵傍溪冬栢映新紅

010_1108_c_05L湖南界限頭輪重營壘相望鎭海東

010_1108_c_06L
右蘭沼

010_1108_c_07L次對月樓韻

010_1108_c_08L
獨杖登臨恨暮年飛樓鴻朗半天圓

010_1108_c_09L遊城念在遊山上對日心歸對月邊

010_1108_c_10L劃地川聲添細雨迎春野色散輕烟

010_1108_c_11L風光盡入前人句人去句存不具傳

010_1108_c_12L與梁栢塢共和

010_1108_c_13L
樹密巖層一線通西庵紛閙更移東

010_1108_c_14L講筵有道侔夫子社業無緣望遠公

010_1108_c_15L杖屨巡庭看花雨衣冠對客振英風

010_1108_c_16L熏陶天上石麟學期在那時必告功

010_1108_c_17L
鬱鬱叢林細路通靑藜乍倚小庵東

010_1108_c_18L潯陽歸去非元亭廬岫棲遲托遠公

010_1108_c_19L幽檻遙含千嶂靄暮鐘響引一谿風

010_1108_c_20L也知靈境傳眞佛夜讀楞嚴穩做功

010_1108_c_21L
右栢塢

010_1108_c_22L次觀湖齋韻

010_1108_c_23L
茅屋連簷瀕海低飄然飛閣鎭湖西

010_1108_c_24L長江一帶漁舟泛短夜三更酒榼提

010_1108_c_25L鶯引淸風歌柳幕馬䶗碧草臥莎堤

010_1119_c_01L去作白興主       가서 백흥암 주인이 되거든
應思此地予       이곳의 나를 생각해 주게나
완도 원동에서 묵다(宿莞島院洞)
當三更渡海       삼경에 바다를 건너서
到彼岸空心       피안 이르니 마음 공활해
臥旅窓成夢       여관에 누워 잠을 청하며
一杯酒點心       한잔 술로 마음을 적시네
진도군 조도【경진년(1880, 고종 17) 여름】(珍島郡鳥島【庚辰夏】)
萬頃無涯上       만경창파 끝없이 넓은데
烟波水鳥浮       연파 위에 물새만 두둥실
雲歸回首望       구름 흐르는 곳 돌아보니
何處是吾州       어디가 나의 고향인고
옥도玉島
如何名玉島       어찌 옥도라 이름했나
玉字自然成       옥 글자 자연히 돼서라네
漁戶一村在       어촌 마을 하나 있으니
彎江以爲城       강을 둘러 성을 삼았네
석남도石南島
絶壁無人道       절벽에 인도가 없어
船通水石南       물길로 석남을 다니네
一村數十戶       한 마을 수십 가구에
族姓但居三       세 개 성씨 모여 사네
가을 목단【일명 당국화】秋牧丹【一名唐菊花】
開花紅紫白       홍색 자주색 흰색 꽃 피어
浥露向陽團       맺힌 이슬 햇빛에 영롱하다
能耐風霜苦       풍상의 괴로움 잘 견디어
名稱秋牧丹       이름이 가을 목단이라네
장미 풀(蘼草)
白露爲霜節       이슬이 서리로 변하는 계절
垣頭蘼艸生       담장에 장미 풀 피어났구나
過冬春亦謝       겨울 지내고 봄도 지나니
季夏尺莖赬       늦여름 한 척 줄기 붉구나
황귤黃橘
刺棘叢中實       가시 더미 속에 열매 맺어
傲霜箇箇黃       서리 견디고 알알이 노랗다
淮丘隨土變       회구에선 토지 따라 변하고6)
楊野滿車香       양주에선 수레 가득 향기롭네7)
선암사 『대각국사집』을 보고 나서【임오년(1882, 고종 19)】(閱仙巖寺大覺國師集【壬午年】)
讓位行僧統       왕위 마다하고 승통을 행하여
朝皇請敎文       중국 찾아가 교문 청했네

010_1109_a_01L齋中弟子乘凉去新浴振衣影落谿

010_1109_a_02L挽應化講主

010_1109_a_03L
七十人間誰謂小百年身勢一蘧廬

010_1109_a_04L昇堂入室籌盈屋錯節盤根刅有餘

010_1109_a_05L刹海浮盃多往復宗門掛錫積居諸

010_1109_a_06L靈光瑞氣亘空夜遙望雲衢淚滿裾

010_1109_a_07L次栢塢齋韻

010_1109_a_08L
老栢亭亭物表淸靑松綠竹與相爭

010_1109_a_09L紅葩落地雲中色翠盖浮空雪裡聲

010_1109_a_10L受封嵩墠陪天主作舞廟庭獻孔明

010_1109_a_11L淹貫斯文先覺覺堆床卷軸鬼神驚

010_1109_a_12L
森森老栢滴陰淸肯向東風桃李爭

010_1109_a_13L閱盡歲寒全勁節細含天籟襍書聲

010_1109_a_14L榦排幽壑蛟龍舞花發先春水月明

010_1109_a_15L撰述敢煩松下丈鏗鏘瓊韻人驚

010_1109_a_16L
右柏塢

010_1109_a_17L贈奇雲上人

010_1109_a_18L
懿乎業已百城遊證悟浮生夜壑舟

010_1109_a_19L曳履款行含我樂倚雲高坐笑人愁

010_1109_a_20L分茶馬祖叅禪座打話南泉玩月樓

010_1109_a_21L衆海應來誰館伴先居擁篲佇門頭

010_1109_a_22L贈圓海講伯

010_1109_a_23L
曹溪元是大叢林復振宗風敎海深

010_1109_a_24L縮地無由長憶念隨緣赴感遠來尋

010_1120_a_01L歸來傳祖印       돌아와 조사의 심인 전하니
自此重玄門       이로부터 진리의 문8) 열렸네
술회 회문述懷回文9)
佛眞古眞佛       부처는 참으로 옛 진불이니
來住久住來       세상에 와서 오래 머무르셨네
鉢空飯空鉢       발우 비어 빈 발우로 공양 받고
回飢腹飢回       주려서 돌아오니 배는 고파 오네
오언율시 五言律
허만택에게 주다【완도 당인리에 거주하다. 을묘년(1855, 철종 6) 겨울】(贈許萬澤【居莞島塘仁里。 乙卯冬。】)
訪我長春洞       나를 장춘동으로 방문하여
優遊半日閒       반나절 한가히 노닐었네
才名稱獨步       재주와 명성 독보적인데
年次小諸班       나이는 여러 동료보다 적구나
愼口金人慕       말을 삼가는 금인10)을 사모하고
速成闕黨看       속히 이룸은 궐당의 동자11) 견주네
三家同一道       삼가의 학문이 같은 도리이니
彼此莫分間       피차를 분간하지 말지어다
침계루枕溪樓
壓鎭大雄殿       대웅전을 압도하듯 우뚝하나
光華不古時       화려한 빛은 예만 못하구나
塔高烟翠壁       탑은 안개 낀 푸른 벽에 높고
樓泛月明池       누각은 달빛 연못에 어리네
山色雲收顯       산색은 구름 걷혀 더욱 밝고
溪聲雨霽隨       시내 소리는 비가 개자 울린다
諸天長奏樂       제천에서 항상 음악 연주하니
百鳥舞高枝       새들은 높은 가지에서 춤춘다
송광사 임경당【을해년(1875, 고종 12)】(松廣寺臨鏡堂【乙亥年】)
獨上三汪閣       나 홀로 삼청각에 올라서
睠言羽化仙       우화한 신선을 생각하노라
白魚溪面躍       흰 물고기 시내에 뛰어오르고
黃鳥洞心穿       꾀꼬리는 골짜기 가로지른다
杖立圈中地       아늑한 곳 지팡이 짚고 서니
鐘鳴物外天       속세 밖 하늘에 종소리 퍼지네
慇懃心事在       은근한 심사 아직 남아 있어
重到未超然       다시 왔으나 초연하지 못하네
초의의 차【무인년(1878, 고종 15)】(草衣茶【戊寅年】)
糓雨初晴日       처음 맑게 갠 곡우 날에
黃芽葉未開       노란 찻잎은 열지 않았네
空鐺精炒世       빈 솥에 정성껏 가려 볶아
密室好乾來       밀실에서 잘 말렸다

010_1109_b_01L頡頏今日三家道授受異時一片心

010_1109_b_02L高坐撫琴誰可賞東西南北摠知音

010_1109_b_03L贈寶鼎上人

010_1109_b_04L
棱棱氣宇遠山淸問道那時過福城

010_1109_b_05L滿醉衢樽眠壁鶴優遊海藏呑舟鯨

010_1109_b_06L慈良剩效寒巖響利欲便同熱椀聲

010_1109_b_07L慚愧高朋妨難處琉璃籠眼作人情

010_1109_b_08L端陽

010_1109_b_09L
楚江今日屈魂沉爭棹蘭舟幾尺深

010_1109_b_10L月及天風陰動地時當夏火綠肥林

010_1109_b_11L多情宴罷登峰頂軟飽酣餘披舊襟

010_1109_b_12L采藥盤桓歸來望萬仞高臺落梵音

010_1109_b_13L送法海長老歸昇州

010_1109_b_14L
優遊講肆早成功寶筏閒浮梵海中

010_1109_b_15L飽採蘭奢 [6] 常謹信高提祖令永流通

010_1109_b_16L傳來鈯斧恐刓弊固守靑氈付俊雄

010_1109_b_17L甘苦不論同事攝揄揚日用古家風

010_1109_b_18L贈淸峰長老

010_1109_b_19L
千山爲骨萬江心日月星辰並照襟

010_1109_b_20L掩鼻淸聲曹習衆反呸法印寶藏深

010_1109_b_21L杖臨芳草叅先覺身帶紫霞向舊林

010_1109_b_22L一國宗風吹屋角半肩破衲暗知音

010_1109_b_23L挽無爲兄

010_1109_b_24L
一雁高飛秋月夜遙看何處是蓮邦

010_1120_b_01L栢斗方圓印       백두12)로 방원의 인 찍고
竹皮苞裹裁       대 껍질로 싸서 마름하네
嚴藏防外氣       잘 간직해 바깥 기운 막으니
一椀滿香回       한 사발에 향기가 가득하다
학잠 십운學箴十韻
淨理身心已       심신을 청정하게 다스리고 나서
展書端坐看       책을 펴고 바르게 앉아 읽으라
恭從凾丈語       스승의 말씀 공손히 따르고
敬順父王顏       부모의 낯빛 공경히 순응하라
朋友相成德       친구 간에 서로 덕 이루어 주고
弟兄共救難       형제는 함께 어려움을 구하라
好酒伐身斧       좋은 술은 몸을 망치는 도끼요
閒談滅性彈       한담은 성품을 없애는 탄환이다
逢尊回避讓       높은 분 만나면 피해 양보하고
見弱哀憐安       약한 자 가련히 여겨 편안케 하라
手足常精白       손과 발은 항상 정결하게 하며
衣裳每正端       의상은 늘 단정하게 해야 한다
無求長富貴       길이 부귀함을 추구하지 말며
莫恨小貧寒       조금도 춥고 가난함 한하지 말라
孔孟晨昏效       공자와 맹자 조석으로 본받고
孝忠緩急歡       충효를 언제나 기쁘게 행하라
事神勤且畏       귀신은 정성과 외경으로 섬기고
修德廣而寬       덕은 넓고 관대하게 닦으라
如是終如始       이와 같이 시종일관한다면
豈非野草班       어찌 초야의 양반 아니겠는가
남대의 가을 풍경(南臺秋觀)
南臺烟景好       남대의 풍광 좋기도 하여
獨坐亦淸遊       홀로 앉아도 맑게 노닌다
山郭高低匝       산성은 위아래로 둘러 있고
石溪左右流       돌 시내는 좌우로 흐른다
風輕紅葉落       가벼운 바람 붉은 잎 지고
洞闊白雲休       골 넓어 흰 구름 쉬어 간다
一望神機懶       한 번 바라보고 마음 편해져
鳴笻下椒丘       지팡이로 산마루 내려온다
하태도의 윤성문을 보내며(送下台島尹成文)
秋深人亦老       깊어 가는 가을 사람도 늙는데
相對更多情       서로 마주하니 더욱 다정하다
天上祥麟落       천상에서 상서로운 기린 내려왔고
人間威鳳生       인간 세상에 봉황이 태어났네
求師誤入寺       스승 구해 잘못 절에 들어왔다가
反杖喜登程       지팡이 돌려 길 떠나니 기쁘구나
莫恨江山隔       강산 멀리 있다 한하지 말지어다
吳州夜月明       오주에도 저녁달이 밝을 터이니
석왕사로 돌아가는 순성 상인을 보내며(贈順成上人歸釋王寺)

010_1109_c_01L叅禪軆照三椽壁誦佛聲寒十笏房

010_1109_c_02L道具如新傳兩桂遺言任意托孤芳

010_1109_c_03L年過稀世無爲化矯首瞻空淚數行

010_1109_c_04L
湛然眞軆歸何處應想精靈到淨邦

010_1109_c_05L劫前月滿毱多室物外風淸摩詰房

010_1109_c_06L傳燈昭歷至今嗣遺則神嚴洎後芳

010_1109_c_07L烟霞事業頓忘去寂寂寒梅竹數行

010_1109_c_08L
右戒定

010_1109_c_09L九曲

010_1109_c_10L
九曲沿來倚杖望曹巖北走入山初

010_1109_c_11L水歸玄武放生界灰散泥洹慶快墟

010_1109_c_12L密勿雲松春夏鎖紅流萬栢古今鋪

010_1109_c_13L網花桃李靑虹亘履玉尋眞到佛居

010_1109_c_14L九臺

010_1109_c_15L
元曉臺前義湘臺老人星照自南來

010_1109_c_16L白雲興滅千年積大藏載傳萬劫回

010_1109_c_17L拱北宸宮天一色鎭南靈室海浮盃

010_1109_c_18L將軍學射空留跡吉日降仙壽宴開

010_1109_c_19L贈奇正上人

010_1109_c_20L
星長日短遠人烟學足三冬敵一年

010_1109_c_21L口傳手移忘寢食風吹雪積辨因緣

010_1109_c_22L知無不語吾衰奈習欲成功子器然

010_1109_c_23L講榻重來非古事沽名法侶滿經筵

010_1109_c_24L上見性庵謹次李御使敦相韻

010_1120_c_01L
多聞第一義       진리의 말씀 많이 듣고서
隨順自然成       수순하여 자연히 성취하였네
徧歷名山得       명산을 편력하며 터득하고
行叅善友明       좋은 벗 참방하여 밝혔네
足踏淤泥白       진흙을 밟아도 발은 하얗고
眼過翰墨靑       시문을 보면 눈이 푸르구나
一天南北異       하늘 아래 남북은 다르지만
盡是一門庭       모두 한 울타리 한 가족이라
저녁에 돌아오다(暮歸)
險路頻陞降       험한 길 자주 오르내리니
衰年却不閒       노년이 도리어 한가하지 않네
無心雲峀出       무심한 구름 산에서 피어나고
得意鳥巢還       뜻 얻은 새는 둥지로 돌아간다
植杖休林下       지팡이 놓고 숲 아래서 쉬고
荷衣步石間       연꽃 옷으로 돌 사이를 거닌다
周遊山野盡       산과 들을 두루 노닐고 나서
暮向舊林關       저녁에 숲의 옛집으로 향하노라
건제체建除軆13)
建德立名者       덕을 세워 이름을 떨친 이
言念世所稀       생각하면 세상에 드물구나
除却人間事       인간 세상의 일 다 물리치고
幽棲巖下扉       바위 아래 암자에 깃들었네
滿載文武火       세고 약한 불을 지피며
煎茶自慰饑       차를 달여 주린 속 달랜다
平日獨坐臥       평소에 홀로 앉고 누우니
何物觸幻機       무엇이 허망한 마음 건들랴
定公罷我夢       정 공은 나의 꿈을 깨우고
時來做話歸       가끔 얘기 나누고 돌아가네
執着紙墨上       종이와 먹물에만 집착하여
虛消日月輝       헛되이 세월을 보냈구나
破衲掩軆上       해진 납의로 몸뚱이 가리니
天風吹拂揮       하늘 바람이 불어 스치네
危途已自退       위험한 길 이미 물러앉으니
耳門絶是非       귀에는 시비의 소리 끊겼네
成敗不關心       성패도 마음 쓰지 않으니
利害何相違       이해조차 어찌 어기겠는가
收視在心內       보는 것 거두어 마음에 두니
根塵更無依       근진이 다시 기댈 곳 없도다
開眼世界廓       눈 뜨면 세계가 확연히 드러나
氣象正高巍       기상이 참으로 높고 높기만
閉門無餘事       문을 닫으니 다른 일은 없고
白雲任騰圍       백운만 시절 따라 자욱하네
팔음체八音軆14)
金性剛且柔       금의 성품 강하고 부드러우니
竊譬吾行身       적이 나의 처신에 견줄지라

010_1110_a_01L
三河受命道場開塤箎相吹往復廻

010_1110_a_02L佛聖重重聞講至山靈隱隱見誠來

010_1110_a_03L燒香祝罷北辰遠分座談濃南岳嵬

010_1110_a_04L遙望長安千里外暇餘更上一層臺(一)

010_1110_a_05L天鍾勝地向南開萬壑千峯轉復廻

010_1110_a_06L獨立書巖忘過去雙生木墖待時來

010_1110_a_07L鳴鐘祝壽風宵永注意思鄕雪岳嵬

010_1110_a_08L見性機緣全不識觀齋幸入卜居臺(二)

010_1110_a_09L
梵海禪師詩集 第一終

010_1121_a_01L石中亦有玉       돌 가운데도 또한 옥이 있으니
聊望此精神       정신도 그와 같기를 바라노라
絲悲用爲戒       실을 슬퍼함15) 훈계로 삼고
岐哭奉如珍       기로의 통곡16) 보배로 받들지니
竹節迎刃解       대 마디가 칼날 맞아 풀어지듯
我願轉法輪       법륜을 굴리길 원하노라
匏繫如不食       걸린 박처럼 먹지 못하면17)
大人應見貧       대인도 응당 가난하게 되리
土有山野異       사는 곳 산과 들이 다르지만
親仁亦善隣       인자 친하고 이웃 사랑하기를
革鼓爭鳴久       가죽 북을 다투어 울리니
懸夢朝暮臻       현고의 꿈이 곧바로 이르리라18)
木火不相期       나무와 불은 함께하지 못하니
會須有成焚       만나면 모름지기 재가 되리라
영산홍映山紅
日暖小園靜       햇살 고요한 작은 뜰에
一叢爛熳開       한 무더기 활짝 피었구나
森羅失色去       온갖 화초도 빛을 잃고
萬像變形來       만물의 모습도 바뀌었네
人臥紅流岸       붉은 시내 언덕에 누우니
月明錦舖臺       달은 비단 누대에 밝구나
盛光盤空界       성대한 빛 허공에 서려서
蜂蝶不飛回       벌과 나비도 돌아가질 않누나
목단화牧丹花
牧丹三四本       목단화 서너 그루
小滿共爭開       소만에 다투어 피었네
白日向陽鐩       대낮엔 햇볕 흠뻑 받고
淸宵承露杯       맑은 밤엔 이슬에 젖는다
香風來觸鼻       향기로운 바람 코에 스미고
嫩態照紅腮       여린 자태 붉은 뺨 비치네
富貴當如此       부귀한 모습 이와 같으니
稱王豈不嵬       참으로 꽃 중의 왕이로다
옥매화玉梅花
雪着不勝重       눈의 무거움을 이기지 못해
風輕俯仰低       가벼운 바람에 낮게 숙였네
雲騰含露宿       구름 속 이슬 머금어 잠들고
玉碎爲霜棲       부서지는 옥빛 서리에 깃든다
落地吳鹽似       땅에 지니 오나라 소금19) 같고
飛空周蝶齊       허공 날리니 장주의 나비20)인 듯
月明星隱夜       달이 밝아 별이 숨은 밤에
踔立百花迷       백화 사이에 서서 헤매노라
저녁 새가 울다(夜鳥鳴)
淸宵倚案坐       맑은 저녁 책상에 기대앉으니
百鳥盡情吟       온갖 새들 다정히 지저귄다

010_1110_b_01L

010_1121_b_01L鼎小年豊兆       정소는 풍년 들 조짐이요
軍威世亂侵       군위는 세상 어지러움 닥칠 뜻
畫胡呈夜短       화호는 밤이 짧아짐 나타내고
牧犢戒㪅深       목독은 밤이 깊어 감을 알리네
非但今初夏       올해 초여름뿐만 아니라
隨時奏節音       시절 따라 노래를 불러 준다
【정소, 군위, 화호, 목독은 모두 새 이름이다.(鼎小軍威畵胡牧犢。 皆鳥名也。)】
만일암【병술년(1886, 고종 23)】(挽日庵【丙戌年】)
爲靜自心地       나의 마음 고요히 하고자
遲留挽日菴       만일암에 오래도록 머물렀네
布杉遮老骨       베옷으로 늙은 몸을 가리고
茶藥洗殘痰       차와 약초로 쇠잔한 병 씻는다
海鏡古今一       맑은 바다 예나 지금이나 같고
居隣南北三       이웃은 남과 북에 서너 집뿐
高朋來結夏       높은 벗 찾아와 여름 결제하니
活計最初甘       사는 일이 비로소 달콤하구나
다시 보운각에 들어와【무자년(1888, 고종 25) 봄】(再入寶運閣【戊子春】)
再入寶運閣       다시 보운각에 들어오니
騁過十九春       어느덧 19년 세월 흘렀네
光陰依舊在       시절은 예전 그대로인데
物色到今塵       물색은 이제 티끌 되었네
竹樹迎人喜       대숲은 손님 기쁘게 맞고
香燈見老嚬       향 등은 늙은이 보고 깜박인다
茶爐溫堗坐       차 화로 지피고 온돌에 앉으니
誰謂我家貧       누가 살림 가난하다 하는가
고운 체(題眞簁)
城高難入賊       성벽 높으니 도적 들기 어렵고
綱密未亡魚       그물 촘촘하여 고기 놓치지 않네
酒雨婚家足       신혼집엔 거른 술이 넉넉하고
粉霜祭閣餘       제각에 흰 서리가 가득하네
蟻王無限走       개미들은 한없이 오고 가고
鼷子蝕甘居       생쥐는 단것 갉으며 거처하네
掛壁風吹落       벽에 걸려 있다 바람에 떨어지면
轉輪似戰車       전차 바퀴처럼 굴러가누나
보길도의 서암【경인년(1890, 고종 27)】(甫吉島書巖【庚寅年】)
舟過書岩下       배를 타고 서암 아래 지나니
江流兩岸中       강물은 양안 사이로 흐른다
一言罪不大       한마디의 말 크지 않은 죄로
三黜道無窮       세 번 쫓겨나도21) 도는 무궁하다
石刻今朝事       돌에 오늘날의 일을 새기고
詩吹古國風       시는 옛 국풍22)을 노래하였네
人皆具耳目       사람들 모두 이목 갖추었으니
聞見宋文忠       송나라 문충공23)을 보고 들으리

010_1121_c_01L
칠언절구七言絶句
『사기』를 읽고(讀史紀)
窓前讀誦日光催     창 앞에서 독서하니 해도 어느덧 지고
燈下溫尋夢境回     등불 아래 글 뜻 헤아리니 꿈에서 돌아온 듯
漢宋皆亡朋黨事     한나라와 당나라 모두 붕당으로 망했으니
時君自鑑所從來     시대의 임금은 그 유래를 거울삼아야 할 터
수로왕릉을 지나며【갑진년(1844, 헌종 10) 여름】(過首露王陵【甲辰夏】)
駕洛古都在海頭     가락의 옛 도읍 바닷가에 자리하여
卞韓係立幾春秋     변한의 계통을 이은 지 몇 해인가
當年壯麗歸何處     당년의 웅장하고 화려함 어데 가고
惟有平林土一丘     다만 숲과 흙 언덕만 남아 있네
통도사 자장굴의 금개구리24)(通度寺慈藏窟金蛙)
千年古跡金蛙子     금개구리 천년의 옛 자취
百尺懸崖石孔居     높은 벼랑 돌구멍에 거주했네
出入無時眞恠物     출입에 때 없어 참으로 괴물이니
慈藏法力死堪餘     자장 법사는 가셨으나 법력은 남았다네
칠석七夕
夜靜㪅深枕席開     고요하고 깊은 밤 침석에서 일어나니
金風一陣半庭來     가을바람 한 줄기 뜰에 불어온다
促織鳴驚嬾婦夢     귀뚜라미 소리가 여인의 꿈 깨우는데
牽牛星向鵲橋回     견우성은 오작교 향하여 가는구나
어부漁父
踈雨霽天一葉舟     가랑비 걷히자 일엽편주 둥실 띄워
菱波烟月直垂鉤     안개 어린 달빛 물결 낚시를 드리우네
魚兒不食江風起     고기는 물지 않고 강바람만 일어나
欸乃一聲到岸休     뱃노래 부르며 언덕에 닿아 쉬네
【애내는 뱃노래이다. 음은 애내이다.(欸乃棹歌。 音。)】
두륜봉頭輪峰
特有海南萬仞山     해남에 만 길 산 우뚝 솟아
星羅遠岳爭來環     먼 산들 별처럼 둘러 안았네
孤高直透靑空立     고고히 푸른 허공에 바로 서서
方丈蓬萊伯仲間     방장산 봉래산과 백중을 이룬다
바람을 쓰다(題風)
漢軍掩面赴濉水     한나라 군대는 얼굴 가리고 수수에 빠지고25)
唐賊投兵潰鄴城     당나라 도적은 무기 버리고 업성을 달아났네26)
怨雲長亘新安邑     원한의 구름은 항상 신안읍27)에 뻗쳐 있으니
起自沛豐漢月明     패풍28)에서 일어나 한나라의 태평 이루었네
우물의 물고기(井魚)

010_1122_a_01L
錦作梭兮織水遊     비단빛 북이 되어 이리저리 유영하고
又爲玉尺自沈浮     다시 옥빛 자가 되어 저절로 부침한다
已知太昊結綱罟     이미 태호씨29)가 그물 엮음 알았으니
豈怯太公垂直鉤     태공30)의 곧은 낚싯바늘이 두려우랴
김여종을 조롱하다【해남에 거주한다.】(嘲金汝鍾【居海南】)
徧歷江山到佛天     강산을 편력하다 부처님 세계 이르러
閒看水石步雲邊     한가히 수석 보며 구름 가 산보하네
偏慕富春遁世事     참으로 부춘에 은둔한 일31) 사모하여
共隣猿鶴枕山眠     잔나비와 학 이웃 삼아 산에서 잠든다
태평화【기유년(1849, 헌종 15)】(太平花【己酉年】)
未開黃鴨啄江蓮     노란 꽃봉오리 붉은 연꽃 쪼니
風靜淸香滿洞天     바람 자고 맑은 향기 골에 가득
現代聖君明日月     이제 성군께서 일월처럼 밝으시니
太平消息動山川     태평 소식이 산천을 진동하누나
봉선화鳳仙花
庭心已種數三叢     뜰에 몇 떨기 심어 놓았더니
暖日嫩開白與紅     따스한 날 희고 붉은 꽃 피었네
鳳凰步處冠冠似     봉황이 걸을 때 벼슬과 유사하고
蝴蝶連枝翊翊同     가지에 붙은 호접 날개와 같구나
금낭화錦囊花
葉與牧丹兄弟是     잎은 목단과 형제 사이요
花同鳳首自他非     꽃은 봉황 머리와 비슷해
錦囊滿掛靑龍架     금낭화 푸른 시렁 만개하니
蜂蝶日中爲市歸     대낮에도 나비들이 붐비네
청허집【신해년(1851, 철종 2)】(淸虛集【辛亥年】)
鳳城路覺午雞音     봉성의 길 정오의 닭 소리에 깨쳐
龍榻敢呈墨竹吟     임금의 책상에 묵죽시 바쳤네32)
用盡江山無限景     강산의 한없는 풍경을 다 쓰셨으니
難將淺見辨高深     천견으로 높고 깊음 헤아리기 어렵네
간신론諫臣論
諫議待時禁自口     간의대부 때를 기다리며 입을 닫으니
文公勵世彰人咎     문공이 세상 격려하려 남의 허물 드러냈네
吾知唐代諫臣論     알괘라 당나라의 간신론33)
遠責古今尸位友     고금의 무위도식하는 자 책망코자
『가어』에서 실궁 이야기34)를 보고(見家語失弓)
楚王但謂楚人弓     초왕은 다만 초인의 활이라 말했건만
魯聖命云天下弓     공자는 천하 사람의 활이라 불렀네
蒙恬久執山東武     몽염35)은 산동의 무력을 오래 잡았건만
忍見焚書不用弓     차마 분서36)를 보고도 활을 쓰지 않았네
집닭【임자년(1852, 철종 3)】(家鷄【壬子年】)

010_1122_b_01L
天烏啼罷日輪光     천오37)의 울음 그치고 태양이 밝은데
秋月何山怨楚鄕     가을 달 어느 산에서 초향을 원망하나38)
關法至嚴鳴客出     관문의 법이 엄해 닭 소리에 길손을 보내니
孟甞伴此闢門行     맹상군39)이 이를 짝하여 관문 열고 떠났네
산 꿩(山雉)
畏鷹出沒碧山陰     매가 두려워 푸른 산그늘 출몰하니
五色羽化似翰音     오색의 깃털은 닭과 비슷하구나
偶然鼎上一聲雊     우연히 솥 위에서 한 번 길게 울어40)
能令武丁發道心     무정41)의 도심을 일으켜 주었네
주장자拄杖子
䓁閒掛壁如無用     한가히 벽에 걸려 쓸모없는 듯
又況埋塵歲月深     게다가 먼지에 덮여 세월은 깊었다
若得開堂普說日     개당하여 보설42)하는 날 되면
縱橫偏正復昇沈     편정43)을 종횡으로 구사하리라
동리사 필연 상인을 이별하며【기유년(1849, 헌종 15) 봄】(別桐裏寺弼演上人【己酉春】)
邂逅相逢桐裏春     동리사의 봄날에 우연히 만나
一杯還作路中人     한 잔 술 마시고 다시 나그네 되었네
動靜皆生分別意     동정 간에 모두 분별의 뜻 일어나니
莫將世事起心塵     세상일로 마음에 티끌 일으키지 말라
만일암 잡영【4수】(挽日庵雜咏【四首】)
[1]
和尙應元移我志     응원 화상이 나의 뜻 움직여
今年四月守空庵     금년 4월부터 빈 암자 지켰네
以心形役奚惆悵     마음이 몸에 부려진들 무어 슬프랴44)
與世推移任苦甘     달고 씀은 세상의 추이에 맡기나니

[2]
書記手携和尙酒     서기가 화상의 술을 지니고 와서
臨軒酬酢半壼傾     창 앞에 수작하며 반 단지 들이켜네
曾知沈醉非人理     흠뻑 취함 사람의 도리가 아니지만
以待吾徒謝舊情     나의 벗 옛정에 보답하기 위함일세

[3]
一春失守瓦成泐     봄 한철 지키지 못해 기와가 헐어
幾化鴛鴦自欲飛     몇 번이나 원앙 되어 날아갈 듯
改繕回看空費力     수선하고 돌아보니 힘만 낭비할 뿐
昆吾善巧向何歸     곤오의 좋은 솜씨는 어디로 갔나
【곤오씨가 처음 기와를 만들었다.(昆吾氏始造瓦)】
[4]
食不兼珎衣不重     먹는 것도 진미 없고 옷도 한 벌뿐
囊無合米竈無烟     쌀 주머니 텅 비어 부엌엔 연기 없네
圖生五月糶新糓     삶을 도모하려 5월에 새 곡식 파니45)
百口依持難上天     절 식구 살림 꾸리기 참으로 어렵구나
김내열에게 화답하다【6수】(和金乃烈【六首】)
[1]
詩仙訪到古禪家     시선이 옛 선객의 집을 방문하니
序屬庚炎恨老花     시절은 복더위라 시든 꽃 한스럽네
論難漢書看日側     한서46)를 논란하다 해도 기울어
共談皓月更分茶     밝은 달빛에 담소하며 차를 나눈다


010_1122_c_01L[2]
身穿葛布臥空山     칡베 걸치고 빈산에 누우니
猿鶴松風歲月閒     원숭이와 학 솔바람에 세월이 한가하다
鳥引新雛三度哺     새는 새끼 이끌어 먹이 먹이고
雲興古道一條還     구름은 일어 옛길로 돌아온다

[3]
難成午睡感詩情     시정 느끼니 낮잠 이루기 어려워
獨樂蜩螗㵎底鳴     홀로 시냇가 매미 소리 즐긴다
出望戶庭深寂寞     뜰을 바라보니 참으로 적막한데
天雲雨意鎖巖屛     비 머금은 구름은 바위 병풍 감싼다

[4]
終日無人長閉門     종일 인적 없어 항상 문을 닫노니
階花笑笑欲相言     계단의 꽃은 웃으며 말하는 듯
山陰地僻淸凉又     산 북쪽 궁벽져 더욱 청량한데
一杖逍遙巡菜園     지팡이로 소요하며 채소밭 살핀다

[5]
離亭回首長相思     이별의 정자 돌아보며 늘 그리나니
海上暮雲膓斷時     바닷가 저녁 구름에 애가 끊는구나
萬木秋聲窓外動     온 숲의 가을바람 창밖에 부는데
跫音忽感掩扉遲     발자국 소리에 사립문 더디 닫는다

[6]
槐木不知幾甲生     느티나무는 몇 해나 되었는가
雄盤一壑拂天長     골짜기에 서려 하늘에 닿을 듯
想應鴈塔三韓物     안탑이 삼국시대에 세워졌으니
閱盡一千五百霜     아마도 천오백 년은 지났으리라
추분秋分
前之夏至日漸短     하지 후엔 해가 점차 짧아지고
後之冬至日漸長     동지 후엔 해가 점점 길어져
平均晝夜秋分節     주야가 고루 나뉜 추분절에
坎离卯酉正四方     감리묘유47)가 사방을 바로잡는다
김운옹 선생께 화답하다【해남에 거주한다. 계묘년(1843, 헌종 9) 가을】(和金雲翁先生【居海南。 癸卯秋。】)
名聞八域儒林老     명성이 천하에 쟁쟁한 유림의 원로
一杖逍遙半世閒     지팡이 하나로 반평생 소요하였네
滿瓶秋酒三㪅醉     병 가득한 가을 술 삼경에 취하여
就臥同床頹玉山     함께 침상에서 옥산처럼 쓰러지네48)
원운(附原韻)
後覺覺於先覺覺     후각이 선각의 깨달음 깨쳐
一身閒似鶴閒閒     신세는 학처럼 한가하구나
閒談談罷夜同寐     한담 마치고 함께 침상 누우니
月在靑天雲在山     달은 청천에 구름은 산에 있네
눈길을 가다(雪中行)
天雨白花頭上積     하늘에 흰 꽃 내려 머리에 쌓이니
非時蝴蝶欲探香     때아닌 나비가 향기를 찾누나
衣裳變作銀金甲     의상은 은빛 갑옷으로 변하여
不對軍兵股戰行     적을 대하지 않아도 떨며 걷는다
남미륵암 잡영【3수, 정사년(1857, 철종 8)】(南彌勒雜詠【三首。 丁巳。】)
[1]
再入空庵四月天     4월의 하늘 다시 빈 암자 들어와
開門綠草滿檻前     문을 여니 난간 앞에 푸른 풀 가득

010_1123_a_01L相看大笑揮麈坐     서로 크게 웃고 주미49) 흔들며 앉으니
數箇山禽迎客先     몇 마리 산새가 손님을 먼저 맞는다

[2]
巖屛彌勒幾千年     바위의 미륵 몇 천 년 세월인가
屹立齊天梵相圓     하늘에 우뚝 서서 모습이 원만하네
閱盡雲間多歲月     구름 사이 수많은 세월을 겪어서
風磨雨打又苔錢     풍우에 깎이고 이끼에 아롱졌네

[3]
秋夜三更月色明     가을밤 삼경에 달빛이 밝으니
大千世界一般明     대천세계가 이처럼 환하구나
安得胷襟無罣碍     어찌하면 흉금에 막힘이 없어
吾家經典悉能明     우리의 마음까지 모두 밝힐까
강동의 사정(江東沙亭)
行盡江村到渡頭     강촌을 지나 나루터에 이르니
風翻白浪岸無舟     바람에 흰 물결 언덕엔 배도 없네
沙亭三宿歸期杳     사정에서 사흘 묵어 돌아갈 날 아득한데
一帶烟波惹客愁     한 줄기 연파가 나그네 시름 돋운다
꽃 언덕의 잡영【6수】(花塢雜咏【六首】)
[1]
牧丹花向靑春發     푸른 봄날에 목단화 피어나
紅錦帳中綠葉紋     붉은 비단 장막에 푸른 잎 무늬
富貴得名濂溪老     부귀의 명성 염계50)에게 얻었으니
可知世上是花君     세상의 꽃 중에 군왕임을 알겠네

[2]
葵花灼灼夏初開     해바라기 환하게 초여름에 피어나서
一落一開老少催     한 잎 두 잎 피고 지며 노소를 재촉하네
朝日竿頭含口笑     아침 해 높이 뜨면 웃음을 머금더니
夕陽庭際俛首哀     석양빛 뜰에선 고개 숙여 슬퍼하네

[3]
一畝芎藭澆水養     궁궁 한 이랑을 물 뿌려 기르니
軟芽風動正芬芳     바람결에 여린 싹 참으로 향기롭네
曾爲屈子衣裳後     일찍이 굴원의 의상이 된 후로51)
天下咸知萬古祥     천하가 만고의 길상임을 알았노라

[4]
太平花發夏山庭     여름 산속의 뜰에 태평화 피어나서
昨似鴨頭今似瓶     어제는 오리 머리 오늘은 물병인 듯
阮嘯長吹聲不起     완적52)의 휘파람에도 일어나지 않으니
淸香直觸見無形     맑은 향기 젖지만 보아도 모습 없네

[5]
菊花晩節傲霜雪     늦가을 국화는 서리와 눈을 경시하니
泛酒淸香寒骨徹     술에 띄워 맑은 향이 차갑게 스민다
葉落秋山新月出     잎 지는 가을 산에 초승달 떠오르면
籬邊可待陶靖節     울타리 곁에서 도연명을 기다린다

[6]
佛頭花白佛頭如     하얀 불두화는 부처님 머리 비슷해
三界諸天護碧虛     삼계의 제천이 허공에서 보호하네
月朗乾坤森雪岳     천지에 달빛 밝고 설악이 삼엄한데
風吹艸木動雲車     바람이 초목에 불어 운거53)가 움직이네
박우곡에게 화답하다【임술년(1862, 철종 13)】(和朴愚谷【壬戌年】)
詞林杖屨訪山堤     문단 원로의 발걸음 산사를 찾으니
秋雨支離路亦泥     가을비 오래 내려 길 또한 질척하다
一宿淸談猶未了     하룻밤의 맑은 얘기 마치기도 전에
更成三笑夢魂迷     삼소의 이별 이루니 꿈만 아득하네

010_1123_b_01L
홍해의 객점에서 묵다【무진년(1868, 고종 5)】(宿洪海店【戊辰年】)
逆風冒雨來洪海     비바람 무릅쓰며 홍해에 도착하니
路斷行人日欲西     길에 행인 끊기고 해도 서쪽에
說盡客愁因以宿     나그네 시름 이야기하며 묵으니
邯鄲枕上夢雙溪     한단의 베개54)에서 쌍계사 꿈꾼다
상주의 침산 이 처사에게 주다(贈尙州枕山李處士)
尺布行裝何所有     자그만 행장에 무엇이 들어 있나
金剛一卷自家珍     『금강경』 한 권만이 자신의 보배라
龐公事業君曾得     방 거사의 사업을 일찍 얻었으니
應是維摩小化身     아마도 유마의 작은 화신이리라
제주에 들어가다【계유년(1873, 고종 10)】(入濟州)
【癸酉年】 已聞濟域壯樓臺     일찍 제주의 누대 웅장하다 들었는데
雪滿雙鬢今始來     이제 귀밑머리 다 세어 비로소 왔노라
城郭依然高氏國     성곽은 의연히 옛 고씨의 나라인데
臨風一望漢雲開     바람결에 바라보니 한라산 구름 걷히네
애월진의 명천에서 목욕하다(浴涯月鎭明泉)
涯月鎭前石築團     애월진 앞의 둥근 돌 축대
湧泉苦熱觸身寒     샘이 솟아 고열을 차게 씻는다
洗盡江村塵垢了     강촌의 티끌을 다 씻고서
振衣更着換新顏     옷 털어 입으니 면목이 새롭다
대정 산방굴사(大靜山房窟寺)
山房窟裡鞠躬立     산방굴 속에 예를 올리고 서니
水落盈槽古寺痕     구유에 가득한 물 옛 절의 자취라
莫道蓮壇無佛像     연단에 불상 없다고 이르지 말라
眞身圓滿亘長春     진신은 원만해 장춘동까지 뻗었으니
금강산 마하연【갑술년(1874, 고종 11)】(金剛山摩訶衍【甲戌年】)
行過丈雪夕陽還     눈길을 헤치고 석양에 돌아오니
大乘高庵鎭此山     높은 대승암 이 산에 우뚝하다
法起眞身親見了     법기의 진신을 친견하고 나서
更叅知識一宵間     다시 하룻밤 선지식 참례하였네
경기도 덕사의 용암 화상(京畿德寺庸庵和尙)
水落山中興國寺     수락산 속의 흥국사로
爲叅庸老自南來     용암을 참배하려 남에서 왔다네
慈悲滿室熏餘地     자비의 향기 장실에 가득하여
千里行人兩眼開     천 리 길 나그네 두 눈이 뜨이네
백련사 만경루(白蓮社萬景樓)
三十年前入此樓     30년 전 이 누각에 들어와서
主賓同會鼓歌遊     주인과 손이 함께 노래하며 놀았지
如今物色非如古     이제는 물색이 옛날과 달라서
萬景無顏萬德愁     쇠락한 만경루 많은 스님 시름하네

010_1123_c_01L
신백파 선생과 함께 북대에 오르다【을해년(1875, 고종 12)】(共申白坡先生登北臺【乙亥年】)
巖路欹斜欵欵行     비탈진 바윗길을 천천히 거닐며
登臨俯仰萬峰晴     올라서 바라보니 만산이 맑구나
松風爭奏無絃曲     솔바람은 다투어 무현곡55) 연주해
遙引仙軺向赤城     신선 수레 멀리 적성56)으로 인도하네
금도에서 묵다【경진년(1880, 고종 17)】(宿金島【庚辰年】)
天作水城路不通     하늘이 물의 성벽 지어 길이 통하지 않아
孤村漁火照窓紅     외딴 마을 고깃배 불만 창에 붉게 비친다
誦聲淸落三更枕     글 읽는 소리 삼경의 침상에 맑게 들리니
認是丁公舊遺風     이는 정 공57)의 옛 유풍임을 알겠구나
처서날 가뭄 끝에 비가 오다【신사년(1881, 고종 18)】(處暑旱雨【辛巳年】)
處暑生凉喜雨斜     처서의 서늘한 기운에 비가 반가워
聞蟬獨坐落階花     홀로 매미 듣노라니 계단에 꽃이 진다
廬山美跡誰能續     여산의 아름다운 자취58) 뉘라 이을런가
不見來遊古佛家     옛 부처님의 집 찾아오는 사람 없구나
김용에게 보이다(示金龍)
海山梅雨故人來     해산의 매우59)에 벗이 찾아와
遺我尺書午眠開     편지를 전하니 낮잠이 깨는구나
百鳥含花窺戶語     새들은 꽃잎 물고 문 앞에 지저귀는데
石麟底事聚雲臺     돌 기린60)은 어인 일로 운대에 모였나
초의 장로가 그린 ≺십팔나한도≻에 쓰다【갑신년(1884, 고종 21)】(題草衣長老畵十八羅漢圖【甲申年】)
聲聞證得阿羅漢     성문이 아라한과를 증득하시니
住世應供大福田     세상 머무는 응공은 큰 복전일세
坡翁作頌夷華重     파옹61)이 지은 게송 천하에 무겁고
草衣寫眞歲月傳     초의의 그림은 오랜 세월 전해지리
『사십이장경』과 『유교경』 2경의 합부에 쓰다(題章敎二經合部)
四十二章說最初     『사십이장경』은 최초에 설하신 것
臨終遺敎戒前車     임종 땐 『유교경』으로 앞 수레 경계했네
中間所轉無文字     중간엔 문자 없이 법륜을 굴리시니
畢竟發明歸一如     필경 일진여로 귀결하는 도리 밝히신 것
「사십이장경 과평」에 쓰다(題四十二經科評)
佛言二字每章存     불언이란 두 글자 매 장마다 있으니
一闕所然我自論     하나 빠진 이유를 내가 스스로 논하였네
序氏註家皆不說     서문과 주를 쓴 이도 말하지 않았고
刊場筆落未詳溫     편찬한 곳도 빠뜨려 자세하지 못했다
「유교경 과평」에 쓰다(題遺敎經科評)
序正流通大節明     서분 정종분 유통분의 큰 마디 밝혔으니
許多汝等比丘聲     ‘너희 비구들이여’ 수없이 하신 말씀
鳳山註釋端如柝     봉산의 주석이 대를 쪼갠 듯 바르니
務使吾人易解評     우리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과평하셨네

010_1124_a_01L
「경책문 과평」에 쓰다(題警策文科評)
俯視群生過患多     중생을 굽어살피니 잘못과 환난 많아
流垂戒訓切磋磨     훈계를 드리워 절차탁마하게 하셨네
人皆汨沒文章句     사람들은 문장의 구절에만 골몰하니
不覺心非自判科     그릇됨 깨닫지 못하고 과판62)하였네
『삼경 합부 과기』 회향(三經合部科記回向)
章經遺敎策兼三     『사십이장경』 『유교경』 『경책문』의 세 책자를
科判評論隨難談     과판하고 평론하여 난해구 따라 논의했네
願此功雲興法雨     원컨대 공덕의 구름이 법우를 일으켜
能令衆苦一時甘     중생들의 괴로움이 기쁨으로 되기를
허소치 ≺괴석도≻에 쓰다【병술년(1886, 고종 23)】(題許小痴恠石圖)
【丙戌年】痴老筆端生怪石     소치 늙은이 붓끝에 괴석이 생기니
有何造化物形多     무슨 조화 있어 형태가 이리 많은가
若非太上須彌塔     만일 하늘 높은 수미탑이 아니라면
正是嵩山影達摩     정히 숭산 달마의 진영이리라
금월 화상을 애도하다【무자년(1888, 고종 25)】(挽錦月和尙【戊子年】)
秋月精神何處歸     가을 달빛 같은 정신 어디로 가셨나
山中老德自今稀     산중에 원로 스님 이제는 드물겠네
獨立靈壇呈禮罷     홀로 영단에 서서 예를 마치고 나니
幽明永隔淚沾衣     이승과 저승 영원한 이별에 눈물 적시네
남파 화상을 애도하다(挽南坡和尙)
一里居生竹馬朋     한마을에 태어나고 자란 죽마고우
同房井臼鵠眉僧     선방에서 함께 생활한 흰 눈썹 스님
今朝自覺長春夢     오늘 스스로 장춘의 꿈에서 깨어나니
可笑扶搖北海鵬     우습다 바람 타고 나는 북해의 붕새63)
장남사에게 화답하다(和張藍史)
詞林杖屨夏初尋     시인의 발걸음 초여름에 찾아 주니
說盡從來暗想心     가만히 그리웠던 마음을 얘기한다
共對庭花移日影     뜰의 꽃 마주 보며 해 그림자 옮기니
東山蓮社舊情深     동산 백련사의 옛정이 깊기만 하다
원운(附原韻)
日當半午始來尋     정오가 되어 비로소 찾아와
茶罷相論一片心     차 마시며 한 조각 마음 얘기한다
詳問人間經歷事     세상의 겪은 일 자세히 묻노니
但知碧水白雲深     푸른 시내와 흰 구름만 깊도다
재윤 사미에게 사위의64)의 송을 주다(贈在允沙彌四威儀頌)
[1]
行此金田往復時     이 사찰에 왕복하며 오갈 적에
先賢所履險夷思     선현이 행한 여러 자취 생각하라
晨香夕火勤精進     조석으로 향화 사르며 정진하여
克念工夫盡一期     극념의 공부65) 한 번에 마칠지니


010_1124_b_01L[2]
住此人間過隙駒     인간 세상에 머무름 순식간이라
無常老病正難逋     무상한 생로병사 피하기 어렵도다
河皺無由醫藥救     주름살66)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고
朝花暮落可嗚呼     아침의 꽃도 저녁에 지니 애닯도다

[3]
坐此蒲團問幾年     포단에 앉아 수행한 지 몇 해인가
光陰不住古今然     시간은 예나 지금이나 쉼 없구나
喫糝啜菽安身處     거친 밥 콩나물국으로 안신처 찾아
望彼先賢守性天     저 선현 우러러 본래 성품 지키라

[4]
臥此山房萬事休     이 산방에 누워 만사를 그치니
從前所作盡成愁     종전에 지은 일 모두가 시름일세
寒風吹起靑山夢     차가운 바람은 청산의 꿈 일으키고
頂上白雲咽萬秋     정상의 흰 구름 가을을 알리도다
영산홍과 생지황의 빠진 구절을 채우다【족의 음은 주이다. 첫 구는 김하서67)가 지었고 다음 구절은 윤고산68)이 화답했다.】(足映山紅生地黃落句【足音注。 頭句金河西作。 次句尹孤山和。】)
映山紅映斜陽裏     영산홍은 석양 가운데 비치고
生地黃生細雨中     생지황은 가랑비에 싹이 트네
今古無人加一韻     고금에 한 구절 덧붙이는 이 없어
山僧自意補其空     산승이 자의로 빈 곳을 채운다네
경상도 진해를 지나며(過慶尙鎭海)
斯吾派系分宗地     이곳은 나의 계파가 나뉜 곳
散落康津三四世     강진에 흩어져 서너 세대 지났네
借問崔家何處居     최씨의 집안은 어디인가 물으니
老農遙指那邊里     늙은 농부 저 먼 마을 가리키네
하동 칠불암河東七佛菴
七佛來看無七佛     칠불암 와서 보니 칠불은 없고
新羅王子化神仙     신라의 왕자만 신선이 되었네
興亡信跡何人說     흥망의 미더운 자취 뉘라 말할까
默坐亞房證舊緣     아자방 묵좌하여 옛 인연 헤아리네
은진 관촉사(恩津觀燭)
般若明山天地動     반야의 밝은 산 천지를 진동하니
奇巖踴出此山中     기암이 이 산중에 용출하였네
明公法眼雕成佛     명공의 법안으로 미륵불 조각하니
壯大靈通鎭海東     장대하고 영통함이 해동의 으뜸이라
능주 운주동綾州運舟洞
一行打點補三千     일행69)이 점지하여 삼천 곳 비보하고
烟起成功裨五百     연기 선사70) 공덕 이루어 오백 년을 도왔네
藥師殿下水空流     약사전 아래 시내는 덧없이 흐르는데
佛塔何年調血脉     불탑은 어느 해에 혈맥을 조절하였나
【일행은 중국의 선사이고, 연기는 조선의 선사이다.(一行支那禪師。 烟起朝鮮禪師。)】


010_1124_c_01L
칠언율시(七言律)
두륜산월가【정미년(1847, 헌종 13)】(頭輪山月歌【丁未年】)
頭輪山月到中天     두륜산 달이 하늘 가운데 이르니
壼裏乾坤鶴樹連     신선세계가 학림에 이어져 있구나
矗矗群峯雲外揷     뭇 봉우리는 구름 밖에 우뚝 솟고
涓涓雙㵎石間懸     흐르는 두 시내 돌 사이 떨어지네
書牕明白燈添色     서창에 밝아 등불의 빛을 더하고
客枕圓盈眼小眠     길손 침상에 또렷해 잠 못 드나니
秋夜空庭人語寂     가을밤 빈 뜰에 인적도 고요한데
誰持玉鏡下淸泉     누가 옥거울을 맑은 샘에 드리웠나
진도의 봉화대(島峯火)
迢迢海上暮雲中     멀고 먼 바닷가 저녁 구름 가운데
一穗火輪轉半空     둥근 불덩이 한 개가 허공을 맴도네
影落碧波河伯電     벽파진에 지는 그림자는 하백71)의 빛
烟橫尖察雨師虹     첨찰산에 빗긴 연기는 우사72)의 무지개
鳴梁消息千秋報     명량의 승전 소식은 천추에 전해지고
忠武精神萬里通     충무공의 정신은 만리에 통하나니
女鬼日城前後隔     여귀산과 일성산이 전후로 떨어져 있어
三方並峙奏膚公     세 방향에 우뚝 솟아 큰 공73)을 이루었네
【벽파는 나루 이름이고 첨찰은 산 이름이다. 명량은 포구 이름이고 여귀와 일성은 모두 산 이름이다.(碧波津名。 尖察山名。 鳴梁浦名。 女鬼日城俱山名。)】
훤초74)【일명 의남, 또는 망우초라고도 한다.】(萱草【一名宜男。 一名忘憂。】)
微風吹動北堂春     미풍이 불어와 북당의 봄 깨우니
萬物渾蒙雨露恩     만물이 모두 비와 이슬의 은혜 입는다
玉股倚天貞烈古     옥빛 줄기 하늘 기대 정렬이 예스럽고
錦冠投地德容新     비단 관을 땅에 드리워 덕용이 새롭다
佩家便覺宜男子     집에 걸면 문득 아들 원하는 줄 깨닫고
種處已知忘憂人     심으면 근심 잊으려는 사람임을 알겠네
莫道叢中凡草例     무더기 이룬 범상한 풀과 견주지 말라
凌空自直逈無隣     허공에 곧게 솟아 고고하여 짝이 없구나
도갑사 대운 상인을 보내며(送道岬寺大雲上人)
今日送君月出山     오늘 월출산으로 그댈 보내니
雪風吹起白衣寒     눈바람 불어 흰 옷이 차갑구나
胸燃三月秦宮火     가슴엔 진궁의 석 달 불길이 타고75)
眼見四銖漢帝錢     눈은 한무제의 사수전76)을 보는 듯
破鏡一聲南北向     서로 갈리어 남과 북으로 향하니
傾杯數行去留分     몇 잔 술 들고서 가고 머무름 나뉜다
歸家莫效王孫事     집에 가면 왕손의 일77) 본받지 말라
花發庭心鴈尺天     뜰에 꽃 피면 기러기 높이 날리라
장흥 보림사【신해년(1851, 철종 2)】(長興寶林寺【辛亥年】)
尋師初步意先傾     스승 찾는 첫걸음 뜻 먼저 기울고
洞府寬閒使眼驚     넓고 한가한 골짜기에 눈이 놀란다

010_1125_a_01L大寂大雄新舊號     대적전과 대웅전은 신구의 호칭이요
溪南溪北主賓形     시내 남쪽과 북쪽은 빈주의 형세로다
龍王擧尾蜿蜒走     용왕은 꼬리 들어 꿈틀대며 달리고
獅子低頭哮吼聲     사자는 고개를 낮추어 포효하는 소리
飽喫冽泉因向宿     차가운 샘물 배불리 마시고 묵으니
精神廫霩夢難成     정신이 맑아 꿈도 이루기 어렵구나
두륜산의 비전(頭輪山碑殿)
一國名賢叅也否     나라의 명현들을 참배하였느냐
試看九曲洞浮圖     한번 구곡동의 부도를 볼지어다
龜碑載籍千秋顧     비석에 새긴 글 천년을 돌아보고
鵠塔胎珠萬歲癯     곡탑은 구슬 품고 만년을 깎였다
立地摠將金甲帥     땅에 우뚝 서니 금갑 이끄는 장수요
擎天主宰玉衡樞     하늘을 떠받치니 옥형78)의 지도리
西山左右苔衣石     서산 대사의 좌우 이끼 낀 비석들이
打化東方子弟愚     동방의 어리석은 젊은이들 교화한다
진도 김용은을 보내다【갑인년(1854, 철종 5)】(送島金龍殷【甲寅年】)
魚遊學海嶺湖南     영호남 학문의 바다에 노닐더니
可愛來尋古佛龕     사랑스럽게도 옛 불전 찾아왔네
一榻講終吟傑句     강연이 끝나자 빼어난 시구 읊고
三時茶罷做玄談     삼시에 차 마시며 현담을 나누네
立春節至立秋節     입춘 시절부터 입추에 이르기까지
彌勒菴從挽日菴     미륵암에서 만일암을 오고 갔다네
龜木情懷難再得     귀목79)의 정회 다시 얻기 어려워
星辰曉散㪅昏森     새벽별처럼 헤어지니 마음 아득키만
삼가 만일암 초의 선사 운을 차하다【을묘년(1855, 철종 6) 여름】(謹次挽日庵艸衣師韻【乙卯夏】)
四月孤庵獨自行     4월의 외로운 암자 홀로 가 보니
埋塵古記感人情     먼지 덮인 옛 기문에 느끼는 마음
花依本母爭妍發     꽃은 뿌리 의지해 아름답게 피고
鳥引新雛欲哺鳴     새는 새끼 불러 먹이려 지저귄다
屋後蓮峯靑凛凛     지붕 뒤 연봉은 푸르러 늠름하고
庭前鵠塔白亭亭     뜰 앞의 곡탑은 하얗게 우뚝 섰다
高圍山郭雄回抱     높은 산성 주위를 웅장하게 안았는데
調御丈夫坐翠屛     부처님은 푸른 벼랑에 앉아 계시네
공북대【남미륵암 북쪽에 있다.】(拱北臺【在南彌勒北】)
拱北一臺高麓在     공북대는 높은 산기슭에 있으니
欲看景物日來遊     풍경을 보려고 날마다 와 노닌다
谷雲朝散千峯秀     골 구름 개인 아침 천봉이 빼어나고
山雨夜來萬壑流     저녁에 내린 산비에 만학이 흐른다
浮海片帆呈遠勢     바다에 돛단배 하나 멀리 보이는데
落虛淸鼓帶孤愁     허공 퍼지는 맑은 북소리 시름겹구나
林風拂拂禽聲寂     숲 바람 불어 새소리도 고요해지니
世事悠悠盡欲休     세상일 유유하여 모두 그치고자 하네
진남대【남미륵암 남쪽에 있다.】(鎭南臺【在南彌勒南】)

010_1125_b_01L
三方絶足一方行     세 방향 끊기고 한길만 갈 수 있어
可坐遊人幾十名     유람객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다네
上院人來眞佛語     상원암 사람 진불암에 와 얘기하고
金剛鳥向海臨鳴     금강산의 새도 해림원에 와 지저귄다
岩屛彌勒威容晬     바위 병풍엔 미륵의 위용이 빛나고
苔壁精藍物色淸     이끼 벽 가람의 물색도 맑고 맑기만
吾愛幽閒重會客     내 유한함 사랑하여 거듭 손님 만나
有情座上說無情     유정의 자리에서 무정을 얘기한다
해남 군수 이동루, 책실 정유상과 북암에 올라 함께 화답하다(海南倅李東樓册室丁維桑登北庵共和)
路嶮菴高客到稀     험한 길 암자 높아 오는 길손 드문데
憑欄遠見碧山暉     난간 기대어 멀리 푸른 산빛을 본다
淸磬透烟林外落     맑은 경쇠 소리 안개 뚫고 숲 밖에 퍼지고
幽禽移樹塔邊飛     그윽한 새는 나무 옮겨 탑 가에 날도다
竹帶凉陰垂玉枕     대나무는 옥침에 서늘한 그늘 드리우고
松含霽氣拂麻衣     소나무는 맑은 기운으로 삼베옷 스치네
南極瀛洲何處是     남녘 끝 영주는 어느 곳에 있는가
晩江孤帆待風歸     저녁 강 돛배 하나 바람 받으며 오누나

山門雲鎖客來稀     산문이 구름에 덮여 오는 이 드물어
只得高樓照夕暉     높은 누각에 석양빛만 비치누나
香霧皆從上方宿     향기로운 안개는 상방에 자욱하고
好禽纔向下林飛     좋은 새 비로소 숲 아래 나는구나
尙傳巖上將軍跡     아직도 바위에 장군의 자취 전하고
閒掛架頭老衲衣     시렁엔 노승의 납의 한가히 걸렸네
蕩滌胸襟消世慮     흉금을 씻어 속세의 생각 없어지니
塵間如夢頓忘歸     세상일 꿈만 같아 돌아가길 잊었네
【이동루李東樓】

寺在雲間俗客稀     구름 사이 사찰에 속객이 드물어
危欄獨有入斜暉     높은 난간만 홀로 석양빛에 젖었네
千尋峯影窓前倒     천 길 산 그림자 창 앞에 드리우고
萬里波光眼外飛     만리 물결 빛은 눈 밖에 일렁인다
滿壑浮嵐迷去鳥     골 가득 이내에 가는 새 길을 잃고
深林無雨翠沾衣     깊은 숲 비 없어도 푸른빛 옷에 젖는다
烟消茶罷鐘聲歇     안개 걷히고 차 파하자 종소리도 그쳐
惟見中宵白月歸     한밤중에 흰 달만 돌아가는구나
【정유상丁維桑】
철선 화상을 애도하다(挽鐵船和尙)
示跡人間還歛跡     인간 세상에 자취 보이셨다 거두시니
兒孫共向哭天涯     자손들은 먼 하늘 보며 통곡한다
雲歸圓澤三生石     구름은 원택의 삼생의 돌80)에 돌아가고
月照達摩一隻鞋     달은 달마의 한쪽 신발81)에 비친다
桅苑笑溪烟羃羃     치자 뜰 호계엔 안개가 자욱하고
梅巢詩徑鳥喈喈     매화 둥지 시 읊던 길엔 새들만 우나니
南方鉅手從今遠     남방의 큰 스님 이제 멀리 가시고
柏樹婆娑蔭落階     잣나무 그늘만 쓸쓸히 계단에 드리웠네

010_1125_c_01L
미황사 상수암美黃寺上岫菴
上頭古閣具新容     윗자락 옛 누각 새 모습 갖추니
借問何人作大功     묻노라 누가 이 큰 공덕 지었나
玉鏡平開沈日海     옥빛 거울 잔잔히 열려 해가 지고
錦屛齊列柱天峯     비단 병풍 나란히 하늘 지탱하네
無風奔走騎神虎     바람도 없는데 호랑이 타고 달리고
不雨飛騰畵棟龍     비 내리지 않는데 들보의 용이 난다
恐浼世間名字垢     세간의 명성에 더럽힐까 저어하여
一區蘭若白雲封     흰 구름이 난야를 자욱이 덮었네
성도암成道菴
成道菴開大嶺頭     성도암이 큰 고갯마루에 열리니
巖屛時勝穴泉流     사철 빼어난 바위 병풍과 흐르는 샘
瀛洲萬里呈靑勢     만리 먼 영주의 푸른빛 보이고
淸海一江泛白舟     청해의 강물엔 흰 배가 떠다니네
古木凌空雲掛拂     고목은 허공에 솟아 구름 걸려 있고
新鉤懸壁客登由     새 고리 벽에 걸려 길손 잡고 오르네
久居不見人間事     오래 거처하며 인간사를 잊었나니
花發知春葉落秋     꽃 피면 봄 되고 낙엽 지면 가을이라
【영주는 제주요, 청해는 완도이다.(瀛洲濟州。 淸海莞島。)】
진주 촉석루晋州矗石樓
營南江水向東流     진영 남쪽 강물은 동으로 흐르는데
矗石穹窿影落洲     촉석루 둥근 그림자 모래톱 어리네
嶺湖勝境知何處     영호남의 빼어난 곳 어디인가
郡國名區見此樓     고을의 명승을 이 누각에서 보노라
歌聲高出龍兒舞     노랫소리 높이 올려 용이 춤추고
將氣超浮海耉愁     장군의 기세 허공에 떠 왜구가 시름하네82)
晉陽一域人民樂     진양의 온 고을 백성이 즐거워하니
更把餘懷竟日遊     다시 여흥을 잡아 해 지도록 노니네
제주를 건너려고 배를 띄우다(渡濟州放船)
子夜登船放大洋     한밤중 배에 올라 큰 바다에 나서
流觀四面浩茫茫     사면을 바라보니 망망하기만 하구나
鳥飛碧落何年下     푸른 하늘 나는 새는 언제나 내려올까
魚躍紅波百尺長     붉은 파도 뛰는 물고기 크기가 백 척일세
余鼠看看亭午失     여서도를 바라보다 정오도 지나가고
瀛洲指指夕陽當     영주를 가리키니 석양이 되었구나
鷦鷂始得鵬溟路     뱁새가 비로소 붕새의 길 지나오니
死不恨兮生不忘     죽어도 한 없고 살아서도 잊지 못하리
제주 관덕정濟州觀德亭
千里鯨波大抱危     천리 큰 파도 한 아름 높은데
登臨觀德雨晴時     비 갠 후 관덕정에 올라 본다
枳城將氣襟中介     지성의 장수 기운 흉금에 가득하고
漢岫仙風面上吹     한라산 신선 바람 얼굴에 불어오네

010_1126_a_01L勝地今晨尋正法     명승지의 오늘 아침 정법을 찾나니
亂山何處見安期     어지러운 산 어디서 안기생83) 만날까
耽羅一片高王月     탐라국 고씨 왕국 한 조각 달빛에
忽憶鄕關旅夢遲     문득 고향 그리워 나그네 꿈 더디네
직산 홍경사稷山弘慶寺
王朝古刹有遺墟     왕조의 고찰 옛터만 남았는데
壯麗當時第一居     웅장하고 화려함은 당시에 으뜸
崔子撰碑明月照     최자의 비문84)에 밝은 달 비치고
白公額筆鐵蛇餘     백 공의 편액85)은 철 뱀이 달리는 듯
井流春到花紅塢     봄이면 샘 흘러 언덕의 꽃이 붉고
塔屹秋深鴈唳虛     깊은 가을 우뚝한 탑 기러기 운다네
地下靈魂何泰臥     지하의 영혼은 편안히 잠들었는지
行人尙感淚沾書     나그네 흐르는 눈물 책을 적신다
전주 견훤성(全州甄萱城)
龍興古地慶雲浮     용이 흥기한 옛 땅 경운86)이 흐르니
五十三官統一收     53관을 하나로 통일을 거두었네87)
百濟崗巒春草綠     백제의 멧부리에 봄풀이 푸르고
三韓城郭水空流     삼한의 성곽에 시냇물만 흐른다
繁華物色驚人目     번화한 물색에 사람의 눈 놀라고
輪奐樓臺解客愁     화려한 누대에 나그네 시름 풀린다
日晩風斜啼野鳥     해 질 무렵 부는 바람에 들새 우는데
沛豐舘下感回頭     패풍의 객관88) 아래 고개를 돌린다
동복 물염정同福勿染亭
翼然飛閣在江皐     나는 듯 누각이 강 언덕에 있으니
應是朝官退隱陶     아마도 조정의 관료 은거지인 듯
斷岸雲歸花影倒     언덕에 구름 걷혀 꽃 그림자 비치고
浮家夢覺鳳笙高     덧없는 꿈 깨니 피리 소리 높구나
樂山樂水還知止     산과 물 좋아하여 그칠 곳 알았나니
勿染勿言豈醉醪     물들지 않고 말 없어 어찌 술 취하랴
跡似禪曹淸淨理     자취는 선객의 청정한 이치와 같으니
徘徊吟咏暫忘勞     거닐고 음영하며 잠시 피로를 잊노라
남고사 만경대南固寺萬景臺
崚嶒石确路縱橫     높이 솟은 돌부리에 종횡으로 뻗은 길
萬景昭森遺世情     만경이 펼쳐지니 속세의 정을 잊었네
爲國千年營佛寺     나라 위해 천년의 불사를 경영하고
禦邊一日築山城     변방 지키려 하루에 산성 축조했네
曾望乾坤箕後遠     먼 하늘 바라보니 기자의 후손 멀고
更思殿宇李先生     다시 전각의 이 선생을 그리워하네
白衲黃冠雲水客     흰 납의와 황관 쓴 운수의 나그네가
心香遙祝漢陽京     마음의 향 피워 멀리 임금님 축원하네
강진 백련사【만덕사】康津白蓮社【萬德寺】
長年洗染未全灰     오랫동안 속세의 때 닦았으나 온전치 않아
欲看趙詩獨自來     조의루89)의 시 보려고 홀로 찾아왔도다

010_1126_b_01L鶴立蛇橫金生筆     학이 서고 뱀이 빗겨 가니 김 생의 붓이요
香雲瑞氣白蓮開     향기로운 구름과 서기에 백련이 열렸도다
仙舟泛海秦童過     신선의 배 바다에 뜨니 진나라 동자 지나가고
鳳彩紋山蜀錦堆     봉황의 채색 산에 아로새기니 촉금이 쌓였네
萬樹烟深山日暮     온 숲에 안개 자욱하고 산의 해도 저무는데
客從何處曳笻回     나그네 홀로 어디서 와서 지팡이 끌고 가는고
『범해유집』 보유 끝
  1. 1)고각叩角의 노래 : 춘추春秋시대에 영척寗戚이 곤궁하여 남의 소를 먹이면서 소의 뿔을 두드리며 노래를 지어 불렀더니, 제 환공齊桓公이 듣고 정승을 삼았다. 여기에서는 큰 뜻을 품은 노래라는 말이다.
  2. 2)삼함三緘 : 몸·입·뜻을 삼가라는 뜻으로, 절의 큰방 뒷벽에 써 붙이는 글이다.
  3. 3)사서四序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네 계절.
  4. 4)처신함에 하필~띠에 쓰리오 : 자장이 바른 행동에 대해서 묻자, 공자께서 말을 충신忠信하게 하고 행동을 독경篤敬하게 하라고 하였으며 항상 마음속에 충신과 독경을 주인 삼으라고 하시니 자장이 그 말씀을 띠에 써서 봉행하였다.
  5. 5)백비百非 : 사구분별四句分別·사구문四句門이라 하여 변증법辯證法의 한 형식. 사구는 정립定立·반정립反定立·긍정종합肯定綜合·부정종합否定綜合이니, 이제 유有와 공空으로 만유 제법을 판정할 때에, 제1구의 유는 정립, 제2구의 공은 반정립, 제3구의 역유역무亦有亦無는 긍정종합, 제4구의 비유비공非有非空은 부정종합이며, 처음 2구를 양단兩單, 뒤의 2구를 구시구비俱是俱非 또는 쌍조쌍비雙照雙非라 한다. 백비는 부정을 거듭하는 것으로서, 몇 번이고 부정을 거듭할지라도, 참으로 사물의 진상을 알기 어려울 때에 써서, 중생들의 유무有無의 견해에 걸림을 없애게 하는 것.
  6. 6)삼우三友 : “유익한 벗이 세 종류 있고 해로운 벗이 세 종류 있다. 정직한 사람을 벗하고, 성실한 사람을 벗하고, 견문이 풍부한 사람을 벗하면 도움이 된다. 편벽된 사람을 벗하고, 부드러운 척하면서도 아첨하는 사람을 벗하고, 말만 그럴듯하게 둘러대는 사람을 벗하면 해가 된다.(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論語』 「季氏」.
  7. 7)문옹文翁 : 문장이 뛰어난 노인이라는 뜻이다.
  8. 8)토란을 굽는 정 : 서로 다정함을 이르는 말. 송宋나라 모헌牟巘이 백운白雲 상인에게 준 시에 “화롯가에서 토란을 삶으며 서로 마주하니 기쁘구나.(爐頭煨芋火。 相對各欣然。)”라는 글귀가 있다.
  9. 9)삼산三山 : 신선이 산다는 전설의 산으로 봉래蓬萊, 방장方丈, 영주瀛洲를 말한다.
  10. 10)남녘에 : 원문 ‘翼軫’은 남쪽을 주관하는 주작 칠수朱雀七宿 중의 두 별자리 이름이다.
  11. 11)삼천의 동남동녀 : 동해에 봉래·방장·영주의 삼신산三神山이 있어 선인仙人이 그 속에서 산다는 말을 듣고, 진시황秦始皇이 서불徐巿을 시켜 찾게 하여, 서불이 동남동녀 삼천을 요구하여 거느리고 떠났다는 고사가 있다. 『史記』 「秦始皇本紀」.
  12. 12)신선을 : 원문 ‘期松’은 옛 중국의 신선 안기생安期生과 적송자赤松子를 가리킨다.
  13. 13)여산廬山의 진면목 : 소동파蘇東坡의 시 ≺題西林寺壁≻에 이르기를, “가로 보면 고개 되고 측면에서 보면 봉우리 원근과 고저가 각각 다르구나. 여산의 진면목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다만 이 몸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네.(橫看成嶺側成峯。 遠近高低各不同。 不識廬山眞面目。 只緣身在此山中。)”라고 하였다.
  14. 14)아름다운 폭포가 : 원문은 ‘白練’이다. 당唐나라 서응徐凝의 시 ≺廬山瀑布≻에 “예나 이제나 길게도 흰 비단처럼 날리나니, 폭포 한 줄기 경계 나눠 청산의 빛을 깨뜨리네.(今古長如白練飛。 一條界破靑山色。)”라고 하였다.
  15. 15)부상扶桑 : 전설상의 나무 이름으로 해가 뜨는 동쪽을 가리키는데, 해가 뜰 때 이 나무 아래에서 솟아나 나무를 스치고 떠오른다고 한다.
  16. 16)양곡暘谷 : 전설 속의 해 뜨는 곳을 말한다. 『書經』 「堯典」.
  17. 17)함지咸池 :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해가 진다고 하는 서쪽의 큰 못이다.
  18. 18)자첨子瞻의 베개에~스쳐 지나고 : 자첨은 송나라 문인 소식蘇軾의 자字이다. 소식의 ≺後赤壁賦≻에, “때는 한밤중이라 사방을 둘러보아도 조용하더니, 마침 외로운 학이 동쪽에서 강을 가로질러 날아오는데, 날개는 수레바퀴처럼 크고 검은 치마에 흰 저고리를 입은 채로 끼륵끼륵 길게 소리 내어 울면서 나의 배를 스쳐 서쪽으로 날아갔다.(時夜將半。 四顧寂寥。 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 戞然長鳴。 掠予舟而西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인데, 여기서 학은 신선神仙을 말한다.
  19. 19)오작烏鵲 : 맹덕孟德은 조조曹操의 자이다. 삼국시대 조조의 시 ≺短歌行≻에 “달은 밝고 별은 드물 제, 까마귀 까치가 남쪽으로 날아서, 나무를 세 바퀴 돌아보지만, 의지할 가지가 없구나.(月明星稀。 烏鵲南飛。 繞樹三匝。 無枝可依。)”라고 한 구절이 있다.
  20. 20)두우斗牛 : 북두성과 견우성을 가리킨다.
  21. 21)백락伯樂 : 중국 고대의 말을 잘 감별하던 명인이다.
  22. 22)기북冀北의 말 : 중국의 기주 북쪽은 명마名馬의 산지이다. 천리마란 뜻이다.
  23. 23)학정鶴頂의 시구 : 붉은 동백꽃을 단정丹頂의 학에 비유한 듯하다.
  24. 24)묘고대妙高臺 : 수미산須彌山을 번역한 이름.
  25. 25)고호두顧虎頭 : 고개지顧愷之의 자는 장강長康·호두虎頭이고, 강소성江蘇省 무석無錫에서 태어났다. 생몰연대는 분명하지 않으나 의희義熙 연간(405~418) 초기에 산기상시散騎常侍가 된 얼마 후 62세로 죽은 듯하다. 흥녕興寧 2년(364) 건강建康(南京)에 있는 와관사瓦官寺 벽면에 유마상維摩像을 그려 화가로서 이름을 나타내었다. 초상화와 옛 인물을 잘 그려 중국 회화사상 인물화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진다.
  26. 26)내원內院 : 도솔천에 있는 두 원의 하나로 미륵보살이 항상 여기 계시면서 인천人天에 설법한다고 함.
  27. 27)아련야阿練若 : ⓢ araya. 아란야阿蘭若·아란나阿蘭那·아란양阿蘭攘. 적정처寂靜處·무쟁처無諍處·원리처遠離處라 번역. 시끄러움이 없는 한적한 곳으로 수행하기에 적당한 삼림·넓은 들·모래사장 등을 가리키는 말. 보통 촌락에서 1구로사拘盧舍나 반 구로사쯤 떨어진 곳.
  28. 28)옥청玉淸 : 도교에서 신선이 산다는 삼청三淸의 하나. 상제上帝가 있는 곳이다.
  29. 29)낙하洛下 : 서울과 경기 지역을 가리킨다.
  30. 30)화택火宅 : ⓢ Ādīptāgāra의 번역. 『法華經』 칠유七喩의 하나. 인간 세상을 탐貪·진嗔·치癡 등의 번뇌로 불타오르는 집에 비유한 것. 곧 고뇌가 가득 찬 이 세계를 말한다.
  31. 31)작은 정성~신령하지 않네 : 미상.
  32. 32)풀 헤치고 바람 맞으며 : 무명無明의 풀을 뽑아 버리고 불조佛祖의 현풍玄風을 바란다는 의미. 또는 선지식을 참배하러 여기저기 운수행각하였다는 뜻이다.
  33. 33)침개針芥: 개자투침芥子投針의 준말로 극히 만나기 어려움을 비유한다. 겨자씨와 바늘은 모두 미세하여 서로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芥子容須彌。 毛孔收刹海。’와 같이 자주 쓰이는 비유이다.
  34. 34)염객廉客 : 청렴한 선비라는 뜻인 듯하다.
  35. 35)얼굴 가리고 : 원문은 ‘盖頭’로 개두환면蓋頭換面의 준말. 외모만 바꾸고 속은 변함없다는 뜻이다.
  36. 36)회삼귀일會三歸一의 법 : 실교實敎에 들어가게 하는 방편 수단으로 삼승三乘을 개회開會하여, 실교인 일승一乘에 돌아가게 한다는 뜻. 『法華經』 이전에 말씀한 삼승은 방편이라고 타개打開하여, 삼승은 일승에서 나누어 말한 것이므로 일승 밖에 삼승이 없고, 삼승 밖에 일승이 따로 없다고 융회融會하는 것이다.
  37. 37)증상만增上慢 : 사만의 하나. 또 칠만의 하나. 훌륭한 교법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서 얻었다고 생각하여 제가 잘난 체하는 거만. 곧 자기 자신을 가치 이상으로 생각하는 일.
  38. 38)용녀龍女 : 사갈라 용왕의 딸은 나이 겨우 8세이지만 지혜가 숙성하였는데, 문수보살의 교화로 제법실상諸法實相의 진리를 깨닫고 석가부처님께 와서 변신하여 남자가 되고 보살행을 수행하여 남방무구세계에 가서 성불하였다고 한다. 『法華經』 『提婆達多品』.
  39. 39)반월半月 : 달을 둘로 나누어 계명戒名을 설법하는 기간. 안거를 할 때 반월마다 포살을 한다.
  40. 40)삼만이 이어졌네 : 『維摩經』에 비야리성의 장자 유마거사가 병이 들자 부처님께서 수많은 제자와 보살들을 보내어 문병하게 하였는데 그 수가 삼만이라는 뜻이다.
  41. 41)향적불香積佛 : 많은 보살과 제자들이 유마거사를 문병할 때에 밥때가 이르자 사리불이 마음으로 많은 대중들을 먹이지 못할까 근심하였다. 유마거사가 그 뜻을 알고 신통력으로 먼 불국토의 향적 부처님으로부터 청정한 향반香飯을 가져와 대중들을 먹였다.
  42. 42)등왕燈王의 보좌寶座 : 유마거사의 방에 앉을 자리가 없는 것을 본 사리불舍利佛이 “이 많은 사람들이 어디에 앉을까.”라고 고민하자 유마거사가 그 뜻을 알고 머나먼 불국토의 수미등왕須彌燈王 부처님께 수많은 사자좌獅子座를 빌려 와서 방에 설치하고 많은 대중들을 앉게 하였다.
  43. 43)유마維摩의 침묵 : 여러 보살과 제자들이 유마거사와 함께 불이법문不二法門을 얘기하였는데 마지막에 유마거사가 침묵을 지키자 문수사리가 침묵이야말로 참된 불이법문이라고 찬탄하였다.
  44. 44)천녀天女의 신통력 : 유마거사의 방에서 한 천녀가 설법을 듣고 여러 보살과 제자들에게 천화天華를 뿌려서 옷에 붙었다. 사리불이 그 꽃을 떼려고 하였으나 떼지 못하니 천녀가 그대의 분별심으로 말미암아 꽃을 떼지 못한다고 비판하였다.
  45. 45)다섯 수레의 책 : 당唐 두보杜甫의 시 ≺題栢學士茅屋≻에 “부귀는 반드시 부지런함으로 얻어야 하고 남아라면 반드시 다섯 수레의 책을 읽어야 한다.(富貴必從勤苦得。 男兒須讀五車書。)”라고 하였다.
  46. 46)과거 시험으로~한만 새롭네 : 미상.
  47. 47)장호杖虎와 발룡鉢龍 : 지팡이로 호랑이의 싸움을 말리고 용을 발우에 가두었다는 의미.
  48. 48)정의旌義 : 제주도의 지명이다.
  49. 49)함께 태어났으니 : 범해 각안은 경주 최씨로 최석치와 동성同姓이다.
  50. 50)어묵御墨 : 임금의 친필 글씨이다.
  51. 51)이 뜰에~깨닫지 못하겠네 : 미상.
  52. 52)옥을 품고 : 인의仁義의 덕을 쌓아 품는다는 뜻인 듯하다.
  53. 53)오주에서 달 보거든 : 이백李白의 ≺送張舍人之江東≻이라는 시에 “오주에서 만일 달을 보거든 천 리 밖 이 몸을 생각해 주소.(吳洲如見月。 千里幸相思。)”라고 하였다.
  54. 54)조주趙州는 세~차 얘기하고 : 조주가 스님에게 “이곳에 온 적이 있느냐?”라고 묻자, “온 적이 있습니다.”라고 하였다. 조주가 “차나 한잔 마시게.”라고 하고 또 한 스님에게 똑같이 묻자,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조주는 또 “차나 한잔 마시게.”라고 말하였다. 이에 원주가 묻기를, “왜 스님께서는 어떤 대답을 하든지 ‘차나 한잔 마시게’라고 하십니까?”라고 하니 조주가 말하기를, “그대도 차나 한잔 하게.”라고 하였다.
  55. 55)백장百丈은 다시~벗겨 주네 : 백장 스님이 항상 설법을 하면 모르는 노인이 듣곤 하였다. 어느 날 백장이 누구냐고 묻자, 노인이 대답하기를, “전생에 수행인이었는데 수행인은 ‘인과에 떨어지지 않는다.(不落因果)’라고 잘못 대답하여 오백생을 야호野狐(들여우)의 몸으로 전전하였습니다. 선사께서 바르게 대답해 주시어 야호의 몸을 벗어나게 해 주소서.”라고 하였다. 백장이 물어보라고 하자 노인이 묻기를, “대수행인도 또한 인과에 떨어집니까?”라고 하니 백장이 대답하기를, “인과에 어둡지 않다.(不昧因果)”라고 하였다.
  56. 56)철 도끼(鐵鉞) : 관찰사를 가리킨다.
  57. 57)창 앞에서~모두 삼키고 : 묵은 종이를 모두 삼켰다는 말은 교학 공부를 모두 마친 것을 비유한 말이다.
  58. 58)월악산 : 이 작품에서는 월출산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59. 59)수의銖衣 : 지극히 가벼운 옷으로 불경에서는 모든 천인天人의 옷을 말한다.
  60. 60)북장北藏 : 명나라 성조成祖 영락永樂 8년(1410)에 칙령으로 북경에서 간행한 대장경. 영락 10년부터 15년까지 남경에서 간행한 것을 남장南藏이라고 한다.
  61. 61)구오사미驅烏沙彌 : 삼사미의 하나. 절에서 먹는 음식을 보고 날아드는 까마귀를 쫓으며, 또 파리 따위를 날리는 사미란 뜻. 7세에서 13세까지를 말한다.
  62. 62)해조음海潮音 : 소리가 큰 것을 조수에 비유한 것. 또 해조는 무념無念이나 때를 어기지 않는 것처럼, 부처님이 대비大悲하신 목소리로 때를 따르고 근기에 맞추어 설법하심을 말한 것이다.
  63. 63)노고추老古錐 : 노덕老德에 대한 경칭. 추錐는 끝이 날카로워 물건을 뚫는 송곳. 노고老古는 존경하는 말로서 노대원숙老大圓熟이란 뜻. 사가師家의 선기禪機가 예민하기가 날카로운 송곳과 같다는 뜻이다.
  64. 64)전좌銓座 : 이조의 정랑과 좌랑을 높여 칭하는 말이다.
  65. 65)주머니의 송곳 : 진秦나라가 조趙나라의 서울 한단邯鄲을 공격했다. 조의 평원군平原君은 초楚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하려 했다. 그때 문하의 식객 중 문무를 갖춘 자 20명을 데리고 함께 가기로 하고는 19명을 선발했으나 나머지 한 명을 채울 사람이 마땅치 않았다. 이때 모수毛遂라는 자가 자청하고 나서자 평원군은, “뛰어난 인물이 세상에 있는 것은 송곳이 부대 자루에 있는 것과 같아서 송곳의 끝이 밖으로 삐져나오듯이 그 뛰어남이 저절로 드러나는 법이다.(囊中之錐) 그런데 그대는 내 문하에 있은 지 3년에 당신의 이름을 들어 보지 못했소.”라고 하자 모수가 대답하였다. “나를 부대 속에 넣어 주기만 하면 끝만이 아니라 그 자루까지도 보여 줄 것입니다.” 이에 평원군은 그를 채워 20명과 함께 가게 되었는데, 그의 뻔뻔함에 나머지 19명은 모두 그를 바라보며 비웃는 것이었다. 그러나 막상 진나라에 도착하자 모수의 당당한 변설과 태도로 초나라와의 동맹을 무사히 맺은 것은 물론, 모수는 일약 협상의 주역이 되어 평원군과 초와의 자리에 나란히 하게 되었다.
  66. 66)병 속 이슬 : ⓢ amta. 아밀리다阿密哩多라 음역. 불사不死·천주天酒라 번역. 소마蘇摩의 즙, 천신들의 음료. 또 하늘에서 내리는 단 이슬이라 하여 감로라 이른다. 예로부터 훌륭한 정사를 행하면 천지가 이 상서를 내린다고 한다. 불경에는 감로란 말이 많은데, 불타의 교법이 중생을 잘 제도함을 비유한 것이다.
  67. 67)석상의 보배 : 선비의 재덕才德이 일컬어짐을 뜻하는 말로, 『禮記』 「儒行」에 “유자는 석상의 진귀한 보배처럼 자신의 덕을 갈고 닦으면서 임금이 불러 주기를 기다린다.(儒有席上之珍以待聘)”라고 한 데서 나온 말이다.
  68. 68)무딘 도끼 : 원문은 ‘鈯斧’이다. 청원 행사靑原行思 선사가 말하기를, “나에게 무딘 도끼가 있으니 너에게 주리라.”라고 하였다. 무딘 도끼는 훌륭한 도를 비유하는 말이다.
  69. 69)백산白傘의 문장이라 : 백산은 흰 일산日傘으로, 자비로써 중생을 두루 덮어 줌을 상징한다.
  70. 70)벼루에 더하고 : ‘연硯’은 ‘연緣’과 통한다.
  71. 71)동산東山의 삼소三笑 :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에 거하던 진晉나라 고승 혜원慧遠이 손님을 전송할 때에도 앞 시내인 호계虎溪를 건너지 않았는데, 도잠陶潛과 육수정陸修靜을 배웅할 적에는 자신도 모르게 호계를 건넜으므로, 세 사람이 크게 웃으며 헤어졌다는 이야기이다.
  72. 72)김 공이~와서 물었다니 : 김시습의 호는 오세아五歲兒로, 이와 관련이 있는 듯하다.
  73. 73)삼여三餘 : 학문을 하는 데 가장 좋은 세 가지 여가로, 바로 해의 나머지(歲之餘)인 겨울, 날의 나머지(日之餘)인 밤, 때의 나머지(時之餘)인 음우陰雨이다.
  74. 74)맹종孟宗 : 오吳나라 강하江夏 사람 맹종이 어미를 효성으로 섬겼는데, 그 어미가 죽순竹筍을 즐겨 먹었다. 겨울에 그 어미가 죽순을 찾자 맹종이 대나무 숲에 가서 탄식하니 죽순이 돋았다고 하는 고사가 있다. 『三國志』 「吳志」 ‘孫皓傳’ 주註.
  75. 75)잘 훈도해 : 원문은 ‘虛往實歸’. 『莊子』에 나온 말로, 비우고 가서 채워 돌아온다는 뜻으로, 마음에 잡념이 없으면 사물의 이치를 저절로 깨닫게 되어 가득 채우게 된다는 뜻. 또는 학인이 무지한 채로 가서 지혜를 가득 얻고 돌아오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76. 76)열심히 공부하면 : 원문은 ‘如救頭燃’. 머리에 불이 붙으면 급히 끄듯이 경중經中에서는 모든 일을 돌아보지 않고 일심으로 정진한다는 뜻으로 쓰인다.
  77. 77)임우霖雨 : 장맛비이다.
  78. 78)장기瘴氣 : 축축하고 더운 남녘땅에서 생기는 습하고 독한 기운이다.
  79. 79)응진應眞 : ⓢ arhan. 소승의 교법을 수행하는 성문聲聞 4과의 가장 윗자리. 아라한阿羅漢·응공應供·살적殺賊·불생不生·이악離惡이라 번역.
  80. 80)월지月氏 : 월지국. 서역의 나라 이름. 불교가 크게 번성하여 중국에 불경을 전한 이가 많았다. 신라 탈해왕 1년에 불상 57구를 실은 돌배가 월지국에서 바다를 건너 금강산에 도착했다는 전설이 전한다.
  81. 81)두타頭阤 : 번뇌의 티끌을 떨어 없앴다는 뜻으로, 스님을 말한다.
  82. 82)방온龐蘊 : 자는 도현. 중국의 형주 형양현 사람. 당나라의 거사로 석두石頭에게 가서 선지禪旨를 짐작斟酌하였다. 뒤에 마조馬祖에게 가서 묻기를 “만법과 짝하지 않는 이가 어떤 사람입니까?”라고 하니, 마조가 “네가 서강西江의 물을 한입에 마셔 버린 뒤에야 일러 주마.”라고 하였다. 거사는 이 말에 의심을 가지고 정진하여 깨달았다. 죽으려 할 즈음에 딸 영조靈照에게 해그늘을 보아서 오시午時가 되거든 말하라고 부탁하였다. 영조가 “지금 오시가 되었는데 일식을 합니다.”라고 하니, 거사가 문밖에 나가 보는 동안에 영조가 거사의 평상에 올라앉아 죽었다. 이를 보고 거사는 웃으면서 “내 딸이 솜씨가 빠르구나!”라고 하고는 7일 후에 숨을 거두었다.
  83. 83)적벽의 가을밤~향해 날다가 : 소동파蘇東坡의 ≺後赤壁賦≻에 “마침 외로운 학 한 마리 강을 건너 동쪽에서 오는데 날개는 수레바퀴 같고 흰 옷과 검은 치마로 길게 울었다.(適有孤鶴。 橫江東來。 翅如車輪。 玄裳縞衣。 戛然長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호의縞衣 선사의 어원을 말한다.
  84. 84)천 길~덕을 보았네 : 『史記』 「賈誼傳」에 “봉황이 천 길이나 높이 날아 밝은 덕을 보고 내려오네.(鳳凰翔于千仞兮。 覽德輝而下之。)”라고 하였다. 훌륭한 인물들이 호의 선사의 덕을 보고 모였다는 뜻이다.
  85. 85)금성錦城 : 오늘날의 나주이다.
  86. 86)색금塞琴 : 전라남도 해남의 백제 시대 지명이다.
  87. 87)바라보면 앞에~뒤에 있으니 : 안연이 크게 탄식하며 말하였다. “우러러볼수록 더욱 높고, 뚫을수록 더욱 굳으며, 바라보면 앞에 계시다가도, 어느 틈에 뒤에 계신다. 선생님께서는 차근차근 사람을 잘 유도해 주시어, 학문으로써 우리를 넓혀 주시고, 예로써 우리를 단속해 주신다. 그만두려 해도 그만둘 수 없어, 나의 재능을 다하고 나니, 앞에 세워 주신 지표가 우뚝한 듯하다. 비록 그것을 따르고자 하나, 따를 길이 없다.(顔淵喟然歎曰。 仰之彌高。 鑽之彌堅。 瞻之在前。 忽焉在後。 夫子循循然善誘人。 博我以文。 約我以禮。 欲罷不能。 旣竭吾才。 如有所立。 卓爾。雖欲從之。 末由也已。)” 『論語』 「子罕」.
  88. 88)옥산玉山이 무너지는 모습 : “혜강嵇康의 자태가 마치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선 것처럼 빼어나 그가 술에 취해서 넘어지면 옥으로 된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라고 하였다. 『世說新語』 「容止」.
  89. 89)공경을 다하고 : 『禮記』 「曲禮」에 “공경하지 않음이 없으며 생각이 엄숙하면 백성들이 편안하다.(毋不敬。 儼若思。 安民哉。)”라고 하였다.
  90. 90)사특함 없네 : 공자가 말하기를, “시 삼백 편에 한마디의 말로 그 뜻을 단정하면 곧 생각에 사특함이 없다.(詩三百。 一言而蔽之。 曰思無邪。)”라고 하였다.
  91. 91)화이華夷 : 중국과 오랑캐를 가리키는 말이다. 여기에서는 유교와 불교를 가리킨다.
  92. 92)쌀을 진 일 : 부미負米의 효성. 공자의 제자 자로子路가 “내가 옛날에 어버이를 모시고 있을 때 집이 가난했기 때문에, 나는 되는 대로 거친 음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어버이를 위해서는 백 리 밖에서 쌀을 등에 지고 오곤 하였다.(爲親負米百里之外) 그러나 어버이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내가 높은 벼슬을 하여 솥을 늘어 놓고 진수성찬을 맛보는 신분(列鼎而食)이 되었는데, 다시 거친 음식을 먹으면서 어버이를 위해 쌀을 지고 왔던 그때의 행복을 이제는 느낄 수 없게 되었다.”라고 술회한 고사가 있다. 『孔子家語』 「致思」.
  93. 93)귤 떨어뜨린 일 : 타귤墮橘의 효심. 삼국시대 오吳나라 육적陸績이 여섯 살 때 원술袁術에게서 귤을 선물 받고는 모친에게 드리려고 남몰래 가슴속에 품고 나오다가 땅에 떨어뜨렸다. 『三國志』 「陸績傳」.
  94. 94)까마귀 부끄럽네 : 자식의 효도를 뜻한다. 반포反哺는 까마귀 새끼가 다 크고 나서 자기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서는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여 부끄럽다는 뜻이다.
  95. 95)관비부도貫碑浮屠 : 비문과 부도의 스님들 이름만을 엮어서 서술한 시이다.
  96. 96)인물가人物歌 : 여기에 실린 인명과 행적은 역자의 역량으로 해석되지 않는 구절이 다수 있다. 눈 밝은 이의 질정을 기다린다.
  97. 97)칼날은 여유로웠고 : 기예의 경지가 높아 일 처리를 자유자재로 능란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莊子』 「養生主」의 “지금 내가 칼을 잡은 지 19년이나 되었고 잡은 소만도 수천 마리를 헤아리는데, 칼날이 지금 숫돌에서 금방 꺼낸 것처럼 시퍼렇기만 하다. 소의 마디와 마디 사이에는 틈이 있는 공간이 있고 칼날은 두께가 없으니, 두께가 없는 것을 그 틈 사이에 밀어 넣으면 그 공간이 널찍하여 칼을 놀릴 적에 반드시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今臣之刀十九年矣。 所解數千牛矣。 而刀刃若新發於硎。 彼節者有間。 而刀刃者無厚。 以無厚入有間。 恢恢乎其於遊刃。 必有餘地矣。)”라는 ‘포정해우庖丁解牛’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것이다. 여기에서는 스님의 선기禪機가 뛰어나서 학인을 잘 지도했음을 말한다.
  98. 98)사회死灰 : 마음이 죽은 재와 같이 속세의 온갖 욕망이 식었다는 뜻이다. 『莊子』 「齊物論」.
  99. 99)척령鶺鴒처럼 날아 : 『詩經』 「小雅」 ≺常棣≻에 “척령이 들판에 있으니 형제의 위급과 어려움을 구한다.(脊令在原。 兄弟急難。)”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는 두 분이 형제처럼 화락하다는 뜻이다.
  100. 100)나루 묻고 : 『論語』 「微子」에 “장저와 걸익이 나란히 밭 갈고 있을 때 공자가 지나가다가 자로를 시켜 나루터를 물어보게 하였다.(長沮桀溺。 耦而耕。 孔子過之。 使子路問津焉。)”라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서는 스승에게 가르침을 청한다는 뜻이다.
  101. 101)여울 보려 했네 : 『孟子』에 이르기를, “물을 보려면 여울물을 보아야 흐르는 물인지 고여 있는 물인지를 안다.”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사물의 이치를 잘 관찰한다는 뜻이다.
  102. 102)유나維那 : 또는 도유나都維那. 절의 사물을 맡고, 모든 일을 지휘하는 소임. 유維는 강유綱維, 나那는 범어 갈마타나羯磨陀那의 준말.
  103. 103)삼강三綱 : 절에서 대중을 통솔하여 규칙을 유지하는 세 직책인 상좌上座·사주寺主·도유나. ① 상좌-비구 중에 덕이 있는 이, ② 사주-당탑堂塔을 건조建造·관리하는 사무를 맡은 이, ③ 도유나-절의 규칙을 따라 일상생활의 모든 일을 지도하는 이.
  104. 104)열수洌水 : 정약용丁若鏞(1762~1836)을 말한다. 조선 후기 학자 겸 문신. 사실적이며 애국적인 많은 작품을 남겼고, 한국의 역사·지리 등에도 특별한 관심을 보여 주체적 사관을 제시했으며, 합리주의적 과학 정신은 서학을 통해 서양의 과학 지식을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주요 저서는 『牧民心書』, 『經世遺表』 등이 있다.
  105. 105)오임五任 : 다섯 명의 동임洞任(마을의 책임자)인 듯하다.
  106. 106)삼성三星 : 세 사람의 별성別星(奉命使臣)인 듯하다.
  107. 107)회록回祿 : 불을 일으키는 귀신이다.
  108. 108)번풍番風 : 매년 동지에서 다음 해 곡우穀雨까지 8절후節候 동안 각 절후마다 세 번씩 모두 24번 찬바람이 불어오는데 이 바람을 우리말로는 꽃샘바람, 한자어로는 입사번풍卄四番風 또는 화신풍花信風, 화풍花風이라고 한다.
  109. 109)각도閣道 : 험한 산의 낭떠러지와 낭떠러지 사이에 다리를 놓듯이 하여 낸 길이다.
  110. 110)곡풍谷風 : 동풍. 봄바람을 말한다.
  111. 111)낭간琅玕 : 눈(雪)을 말한다.
  112. 112)주옥珠玉 : 눈(雪)을 말한다.
  113. 113)용미龍尾 : 동방창룡東方蒼龍 7수 중 미尾 별자리를 말한다.
  114. 114)상저桑苧의 다경茶經 : 뽕과 모시를 심고 가꾸는 것으로, 농사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당唐나라 때 은사隱士로, 『茶經』을 지은 육우陸羽의 호가 상저옹桑苧翁이다.
  115. 115)옥천玉泉의 다가茶歌 : 당나라의 노동盧仝이 다가를 지어 차의 효능을 극찬했다.
  116. 116)금설禽舌 : 차 이름이다.
  117. 117)창기槍旗 : 차 이름이다. 창이나 깃발처럼 생긴 차를 말한다.
  118. 118)설취舌觜 : 차 이름이다.
  119. 119)소룡단小龍團 : 차 이름이다. 용단龍團은 향료와 다엽茶葉을 합쳐 떡처럼 만들었으며 그 떡처럼 된 표면에 용龍과 봉鳳의 문양을 새긴 다식판을 만들어 다져 낸 것인데 그 위에 금빛을 입혀 만든다.
  120. 120)조주趙州 늙은이의 말 : 조주 스님은 학인이 무슨 질문을 하든 “차 한잔 마시게.(喫茶去)”라고 하였다.
  121. 121)금선金仙 : 『金光明經』에 “여래의 몸은 금색이 미묘하다.(如來之身。 金色微妙。)”라고 하여, 후세에 부처님을 금선이라고 칭하였다.
  122. 1)과라蜾蠃의 일 : 『詩經』 「小雅」 ≺小宛≻에 “뽕나무 벌레의 새끼를 나나니벌이 등에 업었도다.(螟蛉有子。 蜾蠃負之。)”라는 구절이 있다. 중국 옛사람은 나나니벌이 뽕나무 벌레를 데려다가 키우면 나나니벌로 변한다고 믿었다. 여기에서는 덧없이 변화함을 일컫는다.
  123. 2)황량黃梁의 꿈 : 당唐의 이필李泌이 지은 「黃梁夢」이라는 소설에 나오는 이야기. 한단邯鄲의 나그네였던 노생盧生은 허술한 단갈短褐을 입고 푸른 망아지를 타고 다녔는데, 하루는 도자道者인 여옹呂翁을 만나 자신의 곤궁한 신세를 한탄하였더니, 여옹은 주머니에서 베개 하나를 꺼내 주면서 “이것을 베고 자면 자네는 마음대로 부귀하게 될 것이다.”라고 하였다. 노생은 그대로 하였더니 과연 꿈속에 온갖 부귀공명을 누렸다. 깨어나 보니, 자신이 자기 전에 주인이 누른 기장(黃梁)으로 떡을 찌고 있었는데 아직 다 익지 못하였다. 노생이 하도 허무해서 이상스레 여기자 여옹은 “세상일이 모두 이 꿈과 같다.”라고 하였다.
  124. 3)밤과 배 다투는 듯 : 어린아이같이 유치하다는 뜻이다.
  125. 4)관왕묘關王廟 : 조선 선조 32년(1599)에 남원부南原府 동문 밖에 창건하였다가 숙종 42년(1716)에 박내정朴乃貞에 의해 동문 성안으로 이전하였다. 그 후 영조 17년(1741)에 남원 부사로 와 있던 허린許燐이 현재의 위치로 옮겨 놓았다. 관왕묘란 중국 삼국시대의 명장 관운장關雲長을 향사享祠하는 곳이다. 관운장을 향사하기 시작한 것은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이 끝난 직후부터이다. 우리나라에 원병으로 왔던 명明나라 군대가 왜군과 싸움을 하던 중 밤이 되자 하늘에서 수천의 신병이 나타나 왜군을 물리쳤는데 그 장군이 관운장이었다고 한다. 현재 관왕묘에는 흙으로 빚은 관우의 소상塑像을 봉안하고, 춘추로 향사하고 있다. 맞배지붕으로 된 한식 목조 기와로 되어 있으며 관왕묘 창건비가 있다.
  126. 5)소미少微의 책 : 『通鑑節要』. 목판본으로 50권 15책, 국립 중앙도서관 소장. 강지江贄의 호를 덧붙여 일명 『少微通鑑』이라고도 한다. 송나라 강지가 편찬한 것을 1237년 강연江淵이 간행하였다. 『資治通鑑』은 294권 100책에 이르는 거질巨帙로, B.C. 403년(주周 위열왕威烈王 23)부터 959년(후주後周 현덕顯德 6)까지 1362년간의 중국 역사를 편년체編年體로 엮은 통사通史이다. 이 책은 권수가 너무 방대하여 열람하는 데 난점이 있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을 선정하여 만든 책으로 주자朱子의 『資治通鑑綱目』, 원추袁樞의 『通鑑記事本末』 등 많은 책이 나왔는데, 이 책도 바로 이 중의 하나이다.
  127. 6)토지 따라 변하고 : 귤화위지橘化爲枳 또는 남귤북지南橘北枳란 옛말이 있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은 같은 사람이라도 환경이 다르면 다르게 성장한다는 의미이다.
  128. 7)수레 가득 향기롭네 : 중국 고대 우禹임금이 홍수를 다스리고 나서 구주九州를 정하고 공물을 바치게 하였는데 양주揚州 지역에서는 노란 귤을 바치게 하였다. 『書經』 「禹貢」.
  129. 8)진리의 문 : 원문은 ‘重玄門’이다. 『道德經』에 “현묘하고 현묘하니 온갖 오묘한 이치의 문이다.(玄之又玄。 衆妙之門。)”라는 구절이 있다.
  130. 9)회문回文 : 거꾸로 읽어도 똑같은 시가 되는 것을 말한다.
  131. 10)금인金人 : 말을 몹시 삼간다는 의미이다. 공자가 주周나라에 가서 태묘太廟를 보니 태묘의 오른쪽 계단 곁에 금인이 있는데, 그 입을 세 번 봉하였고 그 등에는 “옛날에 말을 삼간 사람이다.(古之愼言人也)”라고 새겨져 있었다. 『說苑』 「敬愼」.
  132. 11)궐당闕黨의 동자 : 『論語』 「憲問」에 나오는 이야기다. 궐당의 동자가 공자의 명을 전달하거늘 어떤 사람이 묻기를, “학문이 진보된 자입니까?”라고 하니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그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으며 선생과 나란히 걷는 것을 보니 학문의 진보를 구하는 자가 아니라 빨리 이루고자 하는 자이다.(闕黨童子將命。 或問之曰。 益者與。 子曰。 吾見其居於位也。 見其與先生幷行也。 非求益者也。 欲速成者也。)”라고 하였다. 여기에서는 학문의 진전이 빠르다는 뜻으로 쓰였다.
  133. 12)백두栢斗 : 잣나무로 만든 다리미 종류인데, 불에 달구어 표시를 하는 것이다.
  134. 13)건제체建除體 : 시체詩體의 이름. 중국 남조 송의 포조鮑照가 시작했다. 구의 첫 글자에 건제 12신의 이름을 붙이는 방법. 이 시에서 각 구의 첫 글자인 ‘건建·제除·만滿·평平·정定·집執·파破·위危·성成·수收·개開·폐閉’가 12신의 이름이다.
  135. 14)팔음체八音軆 : ‘금석사죽포토혁목金石絲竹匏土革木’ 여덟 가지 종류의 악기 이름으로 시를 지은 것이니, 스님이 문자로 유희한 것이다.
  136. 15)실을 슬퍼함 : 『墨子』 「所染」에 “묵자가 실을 물들이는 것을 보고 탄식하여 말하기를, ‘파란색이 되기도 하고 노란색이 되기도 하니 물감에 따라서 색도 또한 변하는구나.’(子墨子見染絲者。 而歎曰。 染於蒼則蒼。 染於黃則黃。 所入者變。 其色亦變。)”라고 하였다.
  137. 16)기로岐路의 통곡 : 『列子』 「說符」에 나오는 다기망양多岐亡羊이란 고사를 차용하였다. 양자楊子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어서 그 무리를 다 동원하고 다시 양자의 종까지 동원하여 찾으려 하였다. 이에 양자가 묻기를, “한 마리 양을 잃고 찾으러 가는 사람이 어찌 이렇게 많은가?”라고 하자 그가 말하기를, “갈림길이 많기 때문입니다.”라고 하였다. 찾으러 갔다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양자가 “양을 찾았는가?”라고 묻자 “잃었습니다.”라고 하였다. 양자가 다시 “어째서 잃었는가?”라고 하자, 그가 말하기를 “갈림길 속에 다시 갈림길이 있어 나는 어디로 가고 양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기에 돌아오고 말았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심도자心都子가 말하기를 “대도大道는 갈림길이 많아 양을 잃고 학자는 방도方道가 많아 생명을 잃는다.”라고 하였다고 한다.
  138. 17)걸린 박처럼 먹지 못하면 : 진晉나라 대부大夫 조간자趙簡子의 가신으로서 반란을 일으킨 필힐佛肹이 공자를 부르자 공자는 가려고 했다. 하지만 자로子路가 반대하자 군자는 불선인不善人 가운데 던져지더라도 그들에게 동화되지 않고 그들을 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뒤웅박은 먹지 못할 식물이므로 한곳에 매여 있지만 나는 먹을 수 있는 사람이라 동서남북으로 갈 수 있기에 한곳에 매여 있을 수 없다.(吾豈匏瓜也哉。 焉能繫而不食。)”라고 말했다. 『論語』 「陽貨」.
  139. 18)현고懸鼓의 꿈이 곧바로 이르리라 : 해가 장차 질 때의 모습이 현고와 같다. 이때 이 해를 보고 일상관日想觀을 닦는다. 여기에서는 인생의 황혼이 이른다는 뜻인 듯하다.
  140. 19)오吳나라 소금 : 오나라 땅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가장 희고 깨끗하였으므로 최상품의 소금을 오염吳鹽이라고 일컬었는데, 깨끗한 눈에 자주 견준다. 이백李白의 시 ≺梁園吟≻에 “오나라 소금이 꽃처럼 쌓였는데 백설보다도 더 깨끗하다.(吳鹽如花皎白雪)”라는 표현이 나온다.(『李太白集』) 여기에서는 하얗게 떨어지는 매화꽃이 오나라의 깨끗한 소금 빛깔이라는 뜻이다.
  141. 20)장주의 나비 : 『莊子』 「齊物論」에 “언젠가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되어 훨훨 잘 날아다니며 유쾌하여 장주인 것은 알지도 못하였다. 조금 뒤에 잠을 깨고 보니 엄연히 장주라는 인간이었다. 모르겠구나,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속에서 장주가 된 것인가. 하지만 장주와 나비 사이에는 분명히 구분이 있을 것이니, 이것을 일러 물화物化라고 한다.(昔者莊周夢爲胡蝶。 栩栩然胡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 胡蝶之夢爲周與。 周與胡蝶則必有分矣。 此之謂物化。)”라는 유명한 ‘호접몽胡蝶夢’의 이야기가 나온다.
  142. 21)세 번 쫓겨나도 : 유하혜柳下惠는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이다. 『論語』 「微子」에 의하면, 유하혜가 사사士師가 되었다가 세 번을 쫓겨나자 어떤 이가 말하기를, “‘그대는 이 나라를 떠날 수 없는가?’라고 하니 유하혜가 대답하기를, ‘도를 곧게 하여 사람을 섬기면 어디 간들 세 번 쫓겨나지 않겠으며, 도를 굽혀서 사람을 섬기려면 왜 꼭 부모의 나라를 떠날 필요가 있겠는가.’(柳下惠爲士師。 三黜。 人曰。 子未可以去乎。 曰。 直道而事人。 焉往而不三黜。 枉道而事人。 何必去父母之邦。)”라고 하였다.
  143. 22)국풍國風 : 『詩經』의 「國風」을 말하는데, 국풍은 제후들의 나라에서 채집한 민가民歌로 이루어져 있다.
  144. 23)송宋나라 문충공文忠公 : 구양수의 시호가 문충공이다.
  145. 24)통도사 자장굴의 금개구리 : 자장 율사慈裝律師가 통도사를 창건하기 전 자장암에 머무를 때 거북 모양의 등에 눈과 입가에 금줄을 한 개구리가 나타났다는 고사에서 유래했다. 겨울이 되자 개구리들을 걱정한 자장 율사가 암벽을 손가락으로 뚫어 살 곳을 마련해 주고는 ‘금와보살金蛙菩薩’이란 수기를 내려 주어 세세생생토록 자장암을 지키도록 하였다. 그 후로 이 개구리는 ‘금와보살’로, 암혈은 ‘금와석굴金蛙石窟’로 불리게 되었다.
  146. 25)한漢나라 군대는~수수濉水(睢水)에 빠지고 : 한나라 고조高祖가 수수에서 항우項羽에게 크게 패하여 10만 명의 군사가 죽으니 수수가 흐르지 못하였으며 고조도 초楚나라 군사에게 완전히 포위 당해 위급한 형편에 놓이게 되었는데, 마침 대풍大風이 불어 나무가 뽑히고 사석砂石이 나는 틈을 타서 도망하여 죽음을 모면했다는 고사이다.
  147. 26)당唐나라 도적은~업성鄴城을 달아났네 : 당나라 현종玄宗 때 안록산安祿山이 반란을 일으켜서 파죽지세로 장안으로 진격하였다. 당나라 토벌군인 곽자의郭子儀와 이광필李光弼이 군대를 거느리고 업성에서 안록산의 군대와 대치하였는데 갑자기 심한 바람이 몰아쳐서 앞을 분간할 수 없게 되자 적군이 달아났다.
  148. 27)신안읍 : 옛날 신안성이 있던 곳으로 항우가 진의 군사 20만 명을 무찌른 적이 있다.
  149. 28)패풍沛豊 :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처음 군사를 일으킨 곳으로서, 후대에 제왕의 고향을 일컫는 말로 쓰이게 되었다. 고조가 천하를 평정하고 고향으로 돌아와 ≺大風歌≻를 지어 노래했다. 『史記』.
  150. 29)태호씨太昊氏 : 복희伏羲. 중국 고대 전설상의 제왕 또는 신神. 3황 5제 중 중국 최고의 제왕으로 친다. ‘복희’라는 이름은 『易經』 「繫辭傳」의 복희가 팔괘八卦를 처음 만들고, 그물을 발명하여 어획·수렵의 방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가장 오래된 것이다.
  151. 30)태공太公 : 본명은 강상姜尙이다. 그의 선조가 여呂나라에 봉하여졌으므로 여상呂尙이라 불렸고, 태공망太公望이라고 불렀지만 강태공姜太公이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주周나라 문왕文王이 수렵을 나갔다가 반계磻溪에서 낚시하던 태공을 만나서 스승으로 삼았는데, 낚시할 때에 그의 바늘이 반듯했다고 한다. 문왕의 아들 무왕武王을 도와 상商나라 주왕紂王을 멸망시키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그 공으로 제齊나라 제후에 봉해져 그 시조가 되었다.
  152. 31)부춘富春에 은둔한 일 : 엄광嚴光은 자字가 자릉子陵으로, 후한後漢 때의 은사隱士이다. 광무제光武帝와 어려서부터 절친한 사이였던 그는 광무제가 천자가 되자 자취를 감추고 은거하였는데, 광무제가 찾아내서 간의대부諫議大夫에 제수했으나 나오지 않고 부춘산富春山에서 농사를 지으며 생을 마쳤다. 『後漢書』.
  153. 32)임금의 책상에 묵죽시墨竹詩 바쳤네 : 청허 휴정이 선조대왕의 묵죽 그림에 올린 시가 있다. “瀟湘一枝竹。 聖主筆頭生。 山僧香爇虎。 葉葉帶秋聲。”
  154. 33)당나라의 간신론諫臣論 : 당 덕종唐德宗 때 간의대부諫議大夫 양성陽城이 국정國政에 대해서 제대로 직간直諫을 올리지 않자 한문공韓文公(한유)이 「爭臣論」을 써서 비판하면서 간관諫官의 도리에 대해서 말하였다.
  155. 34)실궁失弓 이야기 : 초楚나라 공왕共王이 나가 놀다가 활을 잃었다. 좌우가 찾아보기를 청하니, 왕이 “그만두라. 초인楚人이 잃은 활을 초인이 얻었으리니 또 찾아 무엇하리오.”라고 하였다. 여기에 대해서 공자는 말하기를, “사람이 잃은 활을 사람이 얻었으면 그만이다.”라고 하여 공왕의 도량이 작음을 비판했다.
  156. 35)몽염蒙恬(?~B.C. 209) : 진秦나라의 장군. B.C. 221년 제齊나라를 멸망시킬 때 큰 공을 세웠다. B.C. 215년 흉노 정벌 때 활약이 컸으며, 이듬해 만리장성을 완성하였다. 북쪽 변경을 경비하는 총사령관으로서 상군上郡(섬서성陝西省 부시현膚施縣)에 주둔하였다. 시황제始皇帝가 죽자, 환관 조고趙高와 승상丞相 이사李斯의 흉계로 투옥되어 자살하였다.
  157. 36)분서焚書 : 분서갱유焚書坑儒. 진나라 승상 이사가 주장한 탄압책으로, 실용 서적을 제외한 모든 사상서를 불태우고 유학자를 생매장하였다. 포악한 정치를 일컫는다.
  158. 37)천오天烏 : 삼족오三足烏. 고대 신화에 나오는, 태양 안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까마귀.
  159. 38)초향楚鄕을 원망하나 : 초나라 항우項羽가 천하를 잃고 마지막으로 계명산鷄鳴山에서 한漢나라 군대와 싸우려고 진을 쳤을 때 가을 달이 한없이 밝자 장량張良이 옥퉁소를 불어 항우의 부하 8천 명이 고향 생각에 젖어 있을 무렵 한나라 군대가 진격하여 격파시켰다.
  160. 39)맹상군孟嘗君(?~B.C. 279?) : 성명은 전문田文. 맹상군은 시호 또는 봉호封號라고도 한다. 선왕宣王의 서제庶弟인 아버지의 뒤를 이은 다음, 많은 식객食客들을 거느렸다. 진나라 소양왕昭襄王의 초빙을 받아 진나라에 들어갔으나 의심을 받아 살해될 위기에 처했다. 맹상군이 진왕의 애첩에게 구원을 요청하니 호백구를 요구하였다. 맹상군은 좀도둑질을 잘하는 식객을 시켜서 진나라 창고 안에 있는 호백구를 훔쳐 애첩에게 바치고 풀려났다. 그러나 진왕이 후회하고 다시 잡으려고 하였다. 맹상군이 국경의 관문에 이르자 문이 닫혀 나갈 수 없었다. 진나라 법에 닭이 울어야 관문을 열었으니, 식객 중에 닭 소리를 잘 흉내 내는 자가 닭 울음소리를 냈고 다른 닭도 따라 울어서 관문이 열리자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것이 ‘계명구도鷄鳴狗盜’의 고사이다.
  161. 40)솥 위에서~길게 울어 : 무정武丁이 탕湯임금에게 제사를 지낸 다음날에 꿩이 솥 위로 올라가 운 일이 있었다. 현신 조기祖己가 이 일을 계기로 무정에게 덕을 닦고 바른 정치를 행하라고 간언하니 은殷나라가 중흥되었다.
  162. 41)무정武丁 : 이름은 소昭. 상조商朝 제23대 국왕. 재위 시기는 약 B.C. 1250~1192년으로 추정. 반경盤庚의 조카이며 부친은 소을小乙임. 섬서陝西 북서부, 산서山西 북부 및 내몽고 서부에 거주하던 고대 북방 민족의 하나인 귀방鬼方을 정벌하였고, 현신賢臣 부열傅說을 재상으로 임명하여 은나라를 중흥시켰다.
  163. 42)보설普說 : 선사禪寺에서 대중大衆을 모아 놓고 하는 설법을 말한다.
  164. 43)편정偏正 : 조동종曹洞宗의 편정오위설偏正五位說. 중국의 동산 양개洞山良介 스님이 제창한 편정오위설을 말한다. 정중편正中偏·편중정偏中正·정중래正中來·편중지偏中至·겸중도兼中到 등의 오위에 조산 본적曹山本寂이 주註를 덧붙임으로써 조동종의 중심 사상이 되었다.
  165. 44)마음이 몸에~무어 슬프랴 : 도연명陶淵明의 ≺歸去來辭≻에 “이미 스스로 마음은 몸의 부림을 받게 하였으니 어찌 근심하며 홀로 슬퍼할 것 있으랴.(旣自以心爲形役。 奚惆悵而獨悲。)”라는 구절이 있다.
  166. 45)5월에 새 곡식 파니 : 만당晩唐 시인 섭이중聶夷中의 시 ≺傷田家≻에 “2월에는 앞으로 나올 비단을 미리 팔고, 5월이면 추수를 담보로 양식을 빌린다.(二月賣新絲。 五月糶新穀。)”라는 시구가 있다. 2월에 돈을 꾸어서 관청에 세금으로 바치고 여름에 누에를 길러 생사生絲로 갚으니 이는 2월에 미리 생사를 판 격이 되고 5월에 돈을 꾸어서 관청에 바치고 가을에 수확하여 갚으니 이는 5월에 미리 곡식을 판 것과 같은 것이다.
  167. 46)한서漢書 : 중국 후한後漢 시대의 역사가 반고班固가 저술한 기전체紀傳體의 역사서이다. 12제기帝紀·8표表·10지志·70열전列傳의 전 100권으로 이루어졌다. 『前漢書』 또는 『西漢書』라고도 한다. 『史記』와 더불어 중국 사학사상史學史上 대표적인 저작이다. 한무제漢武帝에서 끊긴 사마천司馬遷의 『史記』의 뒤를 이은 정사正史로 여겨지므로 ‘두 번째의 정사’라 하기도 한다.
  168. 47)감리묘유坎离卯酉 : 묘卯는 해의 문이 되어 태양太陽이 발생하는 곳이요, 유酉는 달의 문으로 태음太陰이 생성되는 곳이다. 해와 달이 이곳으로 출입할 뿐 아니라, 크게는 천지의 만물이 비록 인寅에서 시작하지만 묘에 이르러 더욱 열리고, 만물이 술戌에서 닫히기 시작하지만 유에 이르러 이미 문이 닫히는 것이다. 『周易』의 감리는 곧 묘유에 해당되어 천지의 공용功用을 이루는 것이다. 또한 감은 정북방, 리는 정남방, 묘는 정동방, 유는 정서방이다. 추분에는 해가 정동에서 떠서 정서로 넘어가니 십자형으로 보면 동서남북이 각을 이룬다는 말이다.
  169. 48)옥산玉山처럼 쓰러지네 : 진晉나라 혜강嵇康의 자태가 마치 외로운 소나무가 홀로 선 것처럼 빼어나 그가 술이 취해서 넘어지면 옥으로 된 산이 무너지는 것과 같았다고 한다. 『世說新語』 「容止」.
  170. 49)주미麈尾 : 진나라 왕연王衍이 옥 손잡이(玉柄)에 고라니 꼬리털(麈尾)을 매단 불자拂子를 항상 손에 들고서 청담淸談을 펼쳤다는 고사가 있다. 『世說新語』 「容止」.
  171. 50)염계濂溪 : 주돈이周敦頤(1017~1073). 자字는 무숙茂叔, 호는 염계, 도주道州 출생. 지방관으로서 각지에서 공적을 세운 후 만년에는 여산廬山 기슭의 염계서당濂溪書堂에 은퇴하였기 때문에 염계 선생이라 불렀다. 도가 사상道家思想의 영향을 받고 새로운 유교 이론을 창시하였다. 저서에는 『太極圖說』·『通書』가 있으며, ≺愛蓮說≻에서 모란을 꽃 중에 부귀한 것이라고 하였다. 정호程顥·정이程頤 형제를 가르쳤기 때문에 도학道學(송대宋代 신유학新儒學)의 개조라고 칭하였다.
  172. 51)궁궁芎藭 한~된 후로 : 굴원은 초楚나라의 대부로, 참소를 받아 쫓겨났는데 여러 가지 향초로 자기의 옷을 장식하여 고결한 마음을 나타냈다. 궁궁은 향초香草의 일종이다.
  173. 52)완적阮籍(210~263) : 자는 사종嗣宗, 진류陳留 출생. 아버지는 후한後漢 말의 명사이자 건안칠자建安七子의 한 사람인 완우阮瑀이다. 혜강嵆康과 함께 죽림칠현竹林七賢의 중심 인물이다. 휘파람을 잘 불었으며 거문고의 명인이었다. 대표작인 시 ≺詠懷≻ 85수는 자기의 내면세계를 제재로 하여 원초적인 노장 사상老莊思想을 추구한 작품이다.
  174. 53)운거雲車 : 신선의 수레를 말한다.
  175. 54)한단邯鄲의 베개 : 주 2 참조. 여기에서는 타향이라는 뜻이다.
  176. 55)무현곡無絃曲 : 현絃이 없는 거문고의 곡조라는 뜻으로 자연의 소리를 말한다. 여기에선 솔바람 소리.
  177. 56)적성赤城 : 신선들이 사는 곳이다.
  178. 57)정 공丁公 : 정약용인 듯하다.
  179. 58)여산廬山의 아름다운 자취 : 진晉나라의 고승 혜원惠遠이 여산의 동림사東林寺에서 도연명陶淵明, 육수정陸修靜 등과 함께 백련결사白蓮結社를 맺었다.
  180. 59)매우梅雨 : 황매우黃梅雨. 매실이 익을 무렵 내리는 비로, 보통 6월 중순부터 7월 초순에 걸쳐 내리는 장맛비를 말한다.
  181. 60)돌 기린 : ‘천상석기린天上石麒麟’이라는 말로 훌륭한 사람을 가리킨다.
  182. 61)파옹坡翁 : 그림에 게송을 쓴 인물로 소동파 혹은 백파 긍선白坡亘璇일 가능성이 있으나 자세치 않다. 질정을 바란다.
  183. 62)과판科判 : 부처님 일대 교법의 내용을 판단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대승과 소승으로 나누며, 그 깊고 얕음을 따져서 체계를 세우는 것. 천태종에서 쓰는 말로, 보통은 교상판석敎相判釋이라 한다.
  184. 63)북해의 붕鵬새 : 『莊子』 「逍遙遊」에 붕새는 유월의 바람을 타고 9만 리 하늘 위를 날아오른다고 하였다.
  185. 64)사위의四威儀 : ‘행주좌와行住坐臥’의 네 글자로 시를 지은 것이다.
  186. 65)극념克念의 공부 : 『書經』에 “능히 생각하면 지혜롭게 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리석게 된다.(克念作聖。 亡念作狂。)”라는 말이 있다.
  187. 66)주름살 : 원문은 ‘河皺’.
  188. 67)김하서金河西 : 김인후金麟厚(1510~1560). 본관은 울산, 자字는 후지厚之, 호는 하서·담재澹齋, 시호는 문정文正. 1510년 전라도 장성현 대맥동리에서 출생하였다. 조선 중기의 문신으로, 1540년 문과에 합격하고 1543년 홍문관 박사 겸 세자시강원 설서를 역임하여 당시 세자였던 인종을 가르쳤다. 인종이 즉위하여 8개월 만에 사망하고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으로 돌아가 성리학 연구와 후학 양성에만 정진하였다.
  189. 68)윤고산尹孤山 : 윤선도尹善道(1587~1671). 조선 중기의 문신이자 시인. 본관은 해남海南, 자는 약이約而, 호는 고산, 시호는 충헌忠憲. 1612년(광해군 4) 진사가 되었다. 치열한 당쟁으로 일생을 거의 벽지의 유배지에서 보냈으나, 경사에 해박하고 의약·복서·음양·지리에도 통하였으며, 특히 시조에 뛰어나 정철의 가사와 더불어 조선조 시가문학에서 쌍벽을 이루었다.
  190. 69)일행一行(683~727) : 당唐나라 때의 밀교 승려이자 천문학자. 724년에 역법 개편 작업을 시작하여 역법에 『周易』의 형이상학을 결부시킨 『大衍曆』을 완성시켰다. 이 역법에 의하여 계산된 태음력은 그의 사후인 729년부터 전국에 배포되었다.
  191. 70)연기烟起 선사 : 도선 국사(827~898)의 호이다. 신라 후기의 승려로 우리나라 풍수지리설의 시조. 자는 옥룡자玉龍子.
  192. 71)하백河伯 : 황하黃河의 신神을 말한다.
  193. 72)우사雨師 : 비를 관장하는 신이다.
  194. 73)큰 공 : 『詩經』 「小雅」 ≺六月≻에 “험윤을 정벌하여 큰 공을 바치다.(薄伐玁狁。 以奏膚公。)”라는 구절이 있는데 주注에 부膚는 대大, 공公은 공功이라 하였다.
  195. 74)훤초萱草 : 원추리. 옛사람들이 어머니의 풀이라고 하였다. 어머니는 북당에 계신다 하여 북당춘北堂春이라 하였다. 원추리는 또한 근심을 잊는 풀이라고 하였다.
  196. 75)진궁秦宮의 석~불길이 타고 : 진秦나라가 멸망할 때에 항우項羽가 진나라 수도 함양咸陽에 불을 질렀는데 석 달을 연이어 탔다고 한다.
  197. 76)한무제漢武帝의 사수전四銖錢 : 사수전은 화폐 이름이다. 눈이 크고 둥글다는 뜻이다.
  198. 77)왕손王孫의 일 : 당唐나라 왕유王維의 시에 “봄풀은 해마다 푸른데 왕손은 돌아오지 않네.(春草年年綠。 王孫歸不歸。)”라는 구절이 있다. 왕손은 상대방을 높여서 부르는 말이다. 한번 가서 돌아오지 않는 왕손을 본받지 말라는 뜻이다.
  199. 78)옥형玉衡 : ① 옥으로 만든 천문 관측기, ② 북두칠성의 다섯째 별. 여기에서는 두 번째 뜻이다.
  200. 79)귀목龜木 : 맹귀우목盲龜遇木. 『涅槃經』에 있는 이야기. 사람의 몸을 받아 세상에 나거나, 불법을 만나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비유한 말. 눈먼 거북이가 바다에서 백 년마다 한 번씩 물 위에 나오는데 우연히 구멍 뚫린 나무로 머리가 나온다는 말로, 만나기 어려움을 비유한 말이다.
  201. 80)원택의 삼생의 돌 : 당唐나라 때 승려 원택圓澤과 그의 벗 이원李源 간의 인연을 항주杭州 천축사天竺寺 뒷산의 돌에 빗대어 말한 것이다. 전생의 숙연宿緣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202. 81)달마의 한쪽 신발 : 달마 대사가 입적한 후에 송운宋雲이 황제의 사신으로 서역에 다녀오다가 손에 한쪽 신발만을 쥐고 서역으로 돌아가는 달마를 만났다. 송운이 황제에게 아뢰어 황제가 달마의 관을 열어 보게 하니, 신발 하나만 남아 있고 달마 선사의 몸은 없었다고 한다.
  203. 82)왜구가 시름하네 : 원문의 ‘海耈’는 해구海寇 혹은 해구海鷗의 잘못인 듯하다. 또는 해구라는 바다 생물일 수도 있다. 문맥으로는 왜구가 적절하여 그렇게 번역했다.
  204. 83)안기생安期生 : 중국 고대의 신선 이름이다.
  205. 84)최자崔子의 비문 : 고려 시대의 화강석 석비. 1021년(현종 12)에 창건한 봉선 홍경사 경내에 세운 사적비로, 현존하는 석비 중 가장 완미完美한 형태이다. 귀부龜趺와 이수螭首를 갖추어 비의 형식을 따르고 있다. 비문은 해서楷書로서 당시의 석유碩儒로 이름이 높았던 최충崔沖이 찬撰하고 백현례白玄禮가 쓴 것이다. 이 절을 창건한 5년 후인 1026년에 세웠다.
  206. 85)백 공의 편액 : 백현례인 듯하다. 고려 초기의 서예가로 벼슬은 국자승國子丞을 지냈다. 해서楷書의 고려 제1인자로 추장推奬되었으며, 필법은 정결·근엄하였다. 작품으로 ≺弘慶寺開創碑文≻을 썼다.
  207. 86)경운慶雲 : 상서로운 오색의 구름으로 왕자王者의 서기瑞氣를 나타낸다.
  208. 87)53관을 하나로 통일을 거두었네 : 이성계에 의해 조선 왕조 전국의 53군현이 하나로 통합되었다고 비유한 것이다.
  209. 88)패풍沛豊의 객관 : 전주의 객사客舍를 말한다. 조선 왕조가 발생하였다 하여 전주를 풍패豊沛에 비유하는데, 전주 객사에는 풍패지향豊沛之鄕이라 표액되어 있다.
  210. 89)조의루趙倚樓 : 당나라 시인 조하趙嘏의 별칭이다. 그의 시 가운데 “긴 피리 소리 들으며 누각에 기대었네.(長笛一聲人倚樓)”라는 구절을 두목杜牧이 너무도 좋아하여 조의루라고 불렀던 데에서 유래한 것이다.
  1. 1)目次。編者作成補入。
  2. 1)「詩一」二字。編者補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