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전서

경허집(鏡虛集) / 鏡虛集

ABC_BJ_H0283_T_003

011_0589_a_02L
경허집鏡虛集
총목차總目次
법어法語
진흙소의 울음(泥牛吼)
일진화一塵話
등암 화상에게 주다(與藤菴和尙)
대답한 법문(答話)
법계당에게 보이다(示法界堂)
승화 상인에게 주다(贈承華上人)
말쟁이 고개에서 나무꾼 아이들과 주고받은 문답(於馬亭嶺與樵童問答)
박태평과의 문답(與朴太平問答)
대중에게 보이다(示衆)
법제자 만공에게 주다(與法子滿空)
중노릇하는 법
서문序文
범어사 수선사 방함록 서문(梵魚寺鷄鳴庵修禪社芳啣淸規)
범어사에 선사계의를 설치한 데 대한 서문(梵魚寺設禪社契誼序)
해인사 수선사 방함인(海印寺修禪社芳啣引)
『정법안장』의 서문(正法眼藏序)
화엄사 상원암에 다시 선실을 설치하고~(華嚴寺上院庵復設禪室定完規文)
함께 정혜를 닦아 함께 도솔천에 나서~(結同修定慧同生兜率同成佛果稧社文)
남원 천은사 불량계에 대한 서문(南原泉隱寺佛粮契序)
덕유산 송계암이 화재로 소실된 뒤 중창하는~(德裕山松溪庵回祿後成造勸善文)
상포계의 서문(喪布稧序)
기문記文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 수선사 창건에 대한~(陜川郡伽倻山海印寺修禪社創建記)
범어사 계명암 창건에 대한 기문(梵魚寺鷄鳴庵創建記)
동래군 금정산 범어사 계명암에~(東萊郡金井山梵魚寺鷄鳴庵創設禪社記)
범어사 금강암에 칠성각을 창건한 데 대한 기문(梵魚寺金剛庵七星閣創建記)
동리산 태안사 만일회 범종을 시주한~(桐裏山泰安寺萬日會梵鍾檀那芳啣記)
서간書簡
장 상사와 김 석두에게 올린 편지(上張上舍金石頭書)
자암 거사에게 올린 편지(上慈庵居士書)
김 석사와 장 상사에게 올린 편지(上金碩士張上舍書)
무이당에게 편지를 부쳐 보내다(寄贈無二書)
행장行狀
서룡 화상의 행장(瑞龍和尙行狀)
취은 화상의 행장(取隱和尙行狀)
영찬影贊

011_0589_a_02L鏡虛集

011_0589_a_03L

011_0589_a_04L1)總目次

011_0589_a_05L
法語 十一篇

011_0589_a_06L
泥牛吼一塵話與藤菴和尙
011_0589_a_07L示法界堂贈承華上人於馬
011_0589_a_08L亭嶺與樵童問答與朴太平問答
011_0589_a_09L與法子滿空중노릇하는 법

011_0589_a_10L
序文 九篇

011_0589_a_11L
梵魚寺…淸規梵魚寺設禪社契誼
011_0589_a_12L海印寺修禪社芳啣引正法眼
011_0589_a_13L藏序華嚴寺…規文結同修…稧
011_0589_a_14L社文南原泉隱寺佛粮序德裕山…
011_0589_a_15L勸善文喪布稧序

011_0589_a_16L
記文 五篇

011_0589_a_17L
陜川郡…創建記梵魚寺鷄鳴庵創
011_0589_a_18L建記東萊郡…禪社記梵魚寺…
011_0589_a_19L創建記桐裡山…芳啣記

011_0589_a_20L
書簡 四篇

011_0589_a_21L
上張上舍金石頭書上慈庵居士書
011_0589_a_22L上金碩士張上舍書寄贈無二書

011_0589_a_23L
行狀 二篇

011_0589_a_24L
瑞龍和尙行狀取隱和尙行狀

011_0589_a_25L
影賛 七篇

011_0589_b_01L금우 화상 영찬錦雨和尙影贊
인봉 화상 영찬茵峰和尙影贊
대연 화상 영찬大淵和尙影贊
귀암 화상 영찬歸庵和尙影贊
고암 화상 영찬古庵和尙影贊
금봉 화상 영찬金峰和尙影贊
동곡 화상 영찬東谷和尙影贊
오언절구五言絶
은선동에 노닐며(遊隱仙洞)
통도사 백련암에서(題通度寺白蓮庵)
우연히 읊다 偶吟[二十九首]
오언율시五言律
범어사 보제루에서(題梵魚寺普濟樓)
운달산으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서 읊다(雲達山途中口號)
이별하며 주다(贈別)
서동을 시켜 물을 읊게 하고 스스로 읊다(使書童咏水自咏)
우연히 읊다 偶吟(十一首)
사상동을 지나는 길에(社上路中)
칠언절구七言絶
해인사 구광루에 제하다(海印寺九光樓)
가야산 홍류동에 노닐며(伽倻山紅流洞)
남천당 한규에게 주다(與南泉堂翰奎)
즉사卽事
통도사 백운암通度寺白雲庵
통도사 백련암에서 환성 노사의 시에~(過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韻)
하안거 해제일에 원효암에 올라(梵魚寺解夏日上元曉庵)
범어사로부터 해인사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불명산 윤필암에 들르다(過佛明山尹弼庵)
윤필암에서 하안거 해제 뒤에 우연히 읊다(尹弼庵解夏後偶吟)
영명당과 불령사로 가는 도중에(與永明堂行佛靈途中)
지리산 영원사에서(題智異山靈源寺)
허주 장로에게 부치다(寄虛舟長者)
송광사 육감정에서(題松廣寺六鑑亭)
금산 보석사에서(題錦山寶石寺)
마곡사에서(題麻谷寺)
천장암에서(題天藏庵)
만공이 “스님이 가신 뒤에 중생을 어떻게 교화합니까?”라고 물은 데 답하다(答滿空問和尙歸去後衆生如何敎化)
갑산 이수동을 지나며(過甲山利水洞)
석왕사 영월루(題釋王寺映月樓)
갑산 이수동을 지나며(過甲山利水洞)
낚시질을 구경하며(觀釣魚)
연은이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것을 보고 읊다(詠蓮隱種樹栽花)
약초꾼 조 씨의 시에 차운하다(次採藥商趙氏韻)
우연히 읊다(偶吟)

011_0589_b_01L
錦雨和尙影賛茵峰和尙影賛
011_0589_b_02L淵和尙影賛歸庵和尙影賛古庵
011_0589_b_03L和尙影賛金峰和尙影賛東谷和
011_0589_b_04L尙影賛

011_0589_b_05L
五言絕 三篇

011_0589_b_06L
遊隱仙洞題通度寺白蓮庵偶吟
011_0589_b_07L二十
九首

011_0589_b_08L
五言律 六篇

011_0589_b_09L
題梵魚寺普濟樓雲達山途中口號
011_0589_b_10L贈別使書童咏水自咏偶吟

011_0589_b_11L
社上路中

011_0589_b_12L
七言絕 二十六篇

011_0589_b_13L
海印寺九光樓伽倻山紅流洞
011_0589_b_14L南泉堂翰奎
卽事通度寺白
011_0589_b_15L雲庵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
011_0589_b_16L梵魚寺解夏日上元曉庵自梵
011_0589_b_17L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過佛明山
011_0589_b_18L尹弼庵尹弼庵解夏後偶吟與永
011_0589_b_19L明堂行佛靈途中
題智異山靈源
011_0589_b_20L寄虛舟長者題松廣寺六鑑亭
011_0589_b_21L題錦山寶石寺題麻谷寺
題天
011_0589_b_22L藏庵答滿空問和尙歸去後衆生如
011_0589_b_23L何敎化題釋王寺映月樓過甲山
011_0589_b_24L利水洞觀釣魚詠蓮隱種樹栽花
011_0589_b_25L
次採藥商趙氏韻偶吟

011_0589_c_01L희천 두첩사에 앉아서(坐熙川頭疊寺)
벗과 이별하며(別友人)
칠언율시(七言律)
무흘사를 찾아가서(訪武屹寺)
벗들과 구중산에 올라(與諸益登九重山)
청암사 수도암에 올라(上靑岩寺修道庵)
수도암을 찾아가서(訪修道庵)
옥과군 관음사 수익 스님에게 주다(贈玉果觀音寺修益師)
영호당에게 화답하다(和映湖堂)
송광사 금명당에게 화답하다(和松廣寺錦溟堂)
송광사 월화 강백과 함께 화엄사로~(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路中口號)
공림사空林寺
옥천 화일포를 지나며(沃川花日浦)
정혜사定慧寺
동짓날 상순에 도하리 서당에서 강계에 부친 시(至月上浣在都下里書塾寄江界韻)
갑산 길에 들어서서 강계~ 入甲山路(踰江界牙得浦嶺)
장진을 지나는 길에(長津路上)
장진강을 지나며(過長津江見三胎子)
회포를 쓰다(書懷)
창평의 빗장수 양씨에게 답하다(答昌平粱梳商)
강계 종남면에서 이여성에게 화답하다(江界終南面和李汝盛)
이 교사와 밤에 읊다(與李敎師夜吟)
회포를 쓰다(書懷)
제야除夕
설날(元旦)
인풍루에 앉아 판상의 시에 차운하다(坐仁風樓次板上韻)
박리순과 회포를 풀다(與朴利淳叙懷)
포청동 이 선생에게 화답하다(和捕廳洞李先生)
김담여·김소산·오하천과 단란히 모여(與金淡如金小山吳荷川團會)
최문화에게 화답하다(和崔文華)
황린리 노상에서 입으로 불러 읊다(黃麟里路中口號)
진평리에서 최문화와 이별하며(津坪里別崔文華)
영변의 신시장을 지나며(過寧邊新市場)
오수산 아래에서 눈 내리는 밤 감회가 있어(烏首山下雪夜有感)
신덕재에서 김일련과 회포를 읊다(新德齋與金日連咏懷)
김소산의 서재에서(於金小山書幌)
공귀리에서 벗들에게 화답하다(公貴里和諸益)
희천 두첩사에 앉아서(坐熙川頭疊寺)
동짓날에 벽동 창명학교에서 박형관~(冬至日碧潼暢明學校朴亨觀與諸益)
봉천대에 노닐며(遊奉天臺)
임 상사에게 화답하다(和林上舍)
하청동에서 오하천과 단란히 만나(河淸洞與吳荷川團會)
상원암에서 하천과 지난 얘기를 하다(上院庵與荷川叙舊)
임인규에게 화답하다(和林麟奎)
김낙주와 그의 아우 치주에게 화답하다(和金駱胄與其弟駞胄)

011_0589_c_01L熙川頭疊寺
別友人

011_0589_c_02L
七言律 九十七篇

011_0589_c_03L
訪武屹寺與諸益登九重山上靑
011_0589_c_04L岩寺修道庵訪修道庵贈玉果觀
011_0589_c_05L音寺修益師和映湖堂和松廣寺
011_0589_c_06L錦溟堂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
011_0589_c_07L路中口號
公林寺沃川花日
011_0589_c_08L定慧寺至月上浣在都下里書
011_0589_c_09L塾寄江界韻
入甲山路踰江界牙
011_0589_c_10L得浦嶺長津路上過長津江見
011_0589_c_11L三胎子書懷
答昌平粱梳商
011_0589_c_12L江界終南面和李汝盛與李敎師夜
011_0589_c_13L書懷除夕元旦偶吟

011_0589_c_14L有感偶吟
坐仁風樓次板上韻
011_0589_c_15L
與朴利淳叙懷和捕廳洞李先
011_0589_c_16L與金淡如金小山吳荷川團會
011_0589_c_17L崔文華黃麟里路中口號津坪里
011_0589_c_18L別崔文華過寧邊新市場烏首山
011_0589_c_19L下雪夜有感新德齋與金日連咏懷
011_0589_c_20L於金小山書幌公貴里和諸益

011_0589_c_21L熙川頭疊寺冬至日碧潼暢明學校
011_0589_c_22L朴亨觀與諸益遊奉天臺和林上
011_0589_c_23L河淸洞與吳荷川團會
上院
011_0589_c_24L庵與荷川叙舊
和林麟奎和金
011_0589_c_25L目次編者依底本補入

011_0590_a_01L흥유촌에서 김유근에게 화답하다(興有村和金有根)
김담여에게 화답하다(和金淡如)
두문동에서 강봉헌에게 화답하다(杜門洞和姜鳳軒)
위원渭原에서 서울 사는 유진구에게 화답하다(渭原和京居劉震九)
위원에서 송의징에게 화답하다(渭原和宋儀徵)
한학순에게 화답하다(和韓鶴淳)
장사윤에게 화답하다(和張士允)
김수호에게 화답하다(和金守鎬)
박영상에게 화답하다(和朴瑛祥)
신평리에 노닐며(遊新坪)
송평리 서숙에서 김응삼에게 화답하다(松坪里書塾和金應三)
김영항과 김담여에게 화답하다(和金英抗與金淡如)
벗들과 자북사에 올라(與諸益上子北寺)
위원에서 이택룡에게 화답하다(渭原和李澤龍)
벗들에게 화답하다(和諸益)
김용선에게 화답하다(和金用宣)
벗들과 함께 북문루에 올라(與諸益上北門樓)
강장에 와서(遊講場)
해암과 초당에 앉아서 운을 뽑아 선仙 자를 얻다(與海巖坐草堂得仙字)
낮잠(午枕)
시습재에 걸린 판상의 시에 차운하다(次時習齋板上韵)
해암과 밤중에 앉아서(與海巖夜坐)
운파의 별장을 찾아서(訪雲坡林庄)
중복날 시습재에서 술을 마시며(中庚日時習齋小酌)
금천관에 노닐며(遊錦川舘)
일해정사에서 술을 마시며(一海精舍小酌)
북문 밖을 나와 박 상사를 방문하다(出北門外訪朴上舍)
밤중에 앉아서(夜坐)
인풍루에서 저물녘에 조망하다(仁風樓晩眺)
남문루南門樓
남문루에 올라(登南門樓)
수자리 서러 간 사내의 아내(征婦)
야학촌野鶴村
북루北樓
소산의 정원 정자에 앉아(坐小山園亭)
망미정에 올라(登望美亭)
바둑(圍棋)
인풍루에 올라(登仁風樓)
제비(鷰)
찍찍 우는 벌레 소리(喞喞)
빗속에 거연정에 올라(雨中登居然亭)
청명일에 동문루에 올라(淸明日上東門樓)
북루北樓
육삼정六三亭
봉선화鳳仙花
육삼정六三亭
면가정眄柯亭
용포재에 와서(遊龍浦齋)
김박언에게 부치다(寄金泊彥)
김수장에게 부치다(寄金水長)
신해년 봄에 우연히 송남하를 만나(辛亥春偶逢宋南河)
청암사 조실에서 만우당과 작별하며(靑巖寺祖室與萬愚堂話別)
사륙언四六言
가歌
오도가悟道歌
심우송尋牛頌[二篇]
참선곡參禪曲
가가가음可歌可吟
법문곡
경허집 보유鏡虛集補遺

011_0590_a_01L駱胄與其弟駞胄興有村和金有根
011_0590_a_02L和金淡如杜門洞和姜鳳軒渭原
011_0590_a_03L和京居劉震九渭原和宋儀徵
011_0590_a_04L韓鶴淳和張士允和金守鎬
011_0590_a_05L朴瑛祥遊午南寺松坪里書塾和
011_0590_a_06L金應三和金英抗與金淡如與諸
011_0590_a_07L益上子北寺
渭原和李澤龍

011_0590_a_08L諸益和金用宣與諸益上北門
011_0590_a_09L遊講場與海岩坐草堂得仙字

011_0590_a_10L午枕次時習齋板上韵與海岩夜
011_0590_a_11L訪雲坡林庄中庚日時習齋小
011_0590_a_12L遊錦川舘一海精舍小酌
011_0590_a_13L北門外訪朴舍夜坐仁風樓晩眺
011_0590_a_14L南門樓登南門樓
征婦野鶴
011_0590_a_15L北樓坐小山園亭登望美亭
011_0590_a_16L圍棋登仁風樓喞喞
011_0590_a_17L中登居然亭淸明日上東門樓
011_0590_a_18L六三亭鳳仙花六三亭
011_0590_a_19L眄柯亭遊龍浦齋寄金泊彥
011_0590_a_20L金水長辛亥春偶逢宋南河

011_0590_a_21L岩寺祖室與萬愚堂話別

011_0590_a_22L
四六言 一篇

011_0590_a_23L
六篇

011_0590_a_24L
悟道歌尋牛頌
參禪曲可歌
011_0590_a_25L可吟법문곡

011_0590_a_26L
鏡虛集補遺

011_0590_b_01L서序
범어사 총섭방함록의 서문(梵魚寺總攝芳啣錄序)
법어法語
심우도 법문尋牛圖法門
법자 혜월에게 주다(與法子慧月)
법자 한암에게 주다(與法子漢巖)
오언절구(五言絶)
진응 강백에게 답한 게송(震應講伯答頌)
오언율시(五言律)
향각香閣
먼 길손(遠客)
칠언절구(七言絶)
높은 의리(高義)
조사가 한번 떠나다(祖師一去)
호서의 길손(湖西客)
의구한 청산(依舊靑山)
명산을 유람하다(遊歷名山)
물을 건너고 산을 오르다(渡水登山)
풍류 경치(風流景)
추억追憶
한번 이별(一別)
칠언율시(七言律)
대광명大光明
점수돈오漸修頓悟
옛날 스님을 추모하며(追慕古師)
인간 세상에서 티끌을 씻다(滌塵人間)
시 정서 술자리 얘기(詩情酒話)
해 그림자가 물에 잠기다(日影沈水)
스스로 부끄러워(自愧)
낮잠(午睡)
꽃은 붉고 풀은 우거졌다(花紅草菲)
깨달음의 꽃(覺花)
팔공산八公山
스스로 웃다(自笑)
구광루九光樓
덧없는 인생(浮生)
작별作別
석별惜別
고향을 떠나 객창에서(離鄕客窓)
동해의 절경(東海絶景)
문을 나서서 석장을 날리다(出門錫飛)
가歌
금강산 유산가金剛山遊山歌
금강산 명구[2편](金剛山名句)
헐성루에서[2편](題歇惺樓)
부록附錄
경허 선사 추모송[3수]鏡虛禪師追慕頌[三絶]

011_0590_b_01L
一篇

011_0590_b_02L
梵魚寺總攝芳啣錄序

011_0590_b_03L
法語 三篇

011_0590_b_04L
尋牛圖法門與法子慧月與法子
011_0590_b_05L漢巖

011_0590_b_06L
五言節 一篇

011_0590_b_07L
震應講伯答頌

011_0590_b_08L
五言律 二篇

011_0590_b_09L
香閣遠客

011_0590_b_10L
七言絕 九篇

011_0590_b_11L
高義祖師一去湖西客依舊
011_0590_b_12L靑山遊歷名山渡水登山
011_0590_b_13L流景追憶一別

011_0590_b_14L
七言律 十九篇

011_0590_b_15L
大光明漸修頓悟追慕古師
011_0590_b_16L塵人間詩情酒話日影沈水
011_0590_b_17L午睡花紅草菲覺花
011_0590_b_18L公山自笑九光樓浮生
011_0590_b_19L惜別離鄕客窓東海絕景
011_0590_b_20L出門錫飛

011_0590_b_21L
三篇

011_0590_b_22L
金剛山遊山歌金剛山名句
題歇
011_0590_b_23L惺樓

011_0590_b_24L
附錄 一篇

011_0590_b_25L
鏡虛禪師追慕頌

011_0590_c_01L
법어法語
진흙 소의 울음(泥牛吼)
대저 참선하는 이는 무엇보다 먼저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중대함을 두려워해야 한다. 그러므로 고인은 “오늘은 비록 살아 있더라도 내일은 보장하기 어렵다.” 하였으니, 단단히 생각하여 조금도 방일하지 말아야 한다. 다음으로는 일체 세간의 일에 조금도 마음을 두지 않아 아무 작위作爲함이 없이 마음이 고요해야만 된다.
만약 마음과 경계가 서로 부딪쳐 마치 불과 섶이 서로 만나는 것과 같은 상태로 세월만 보낸다면 이는 화두를 드는 공부에 방해될 뿐 아니라 캄캄한 무명의 업장이 더욱 증장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세상일에 무심하고 마음에 일이 없는 것이니, 이렇다면 마음의 지혜가 자연히 맑고 밝아질 것이다.
모든 것이 다 마음을 따라 만들어지니, 선하면 천당에 태어나고 악하면 지옥이 나타나고, 사나우면 이리가 되고 어리석으면 지렁이가 되고, 가벼우면 나비가 되는 법이다. 그러므로 고인이 “단지 이 한 생각이 어긋남을 말미암아 온갖 형상들이 나타난다.” 하였으니, 마음을 비워 성성하고 순일하여 산란하지도 혼침하지도 않고 텅 비어 툭 틔어 있으면 다시 어느 곳에서 생사를 찾으며, 어느 곳에서 선악을 찾으며, 어느 곳에서 지범持犯을 찾으리오.
이 활발발活潑潑하고 또렷이 밝은 것은 정수리 위로부터 발 아래까지 사무쳐 태어남을 따라 생겨나지도 않고 죽음을 따라 없어지지도 않으며, 부처가 되지도 않고 조사가 되지도 않으며, 크기로는 온 우주를 감싸고 작기로는 가는 티끌 속에 들어가며, 게다가 부처도 되고 중생도 되며, 크지도 작지도 않고, 둥글지도 모나지도 않고, 밝지도 어둡지도 않아 자유자재로 융통하니, 철저히 이와 같을 뿐이요, 다시 조금도 억지로 그렇게 만드는 도리가 아니다.
이 현묘한 문을 참구하는 사람은 늘 반조하여 참구하는 데 힘써서 마음을 씀이 성성하고 정밀하여 간단間斷이 없도록 해야 한다. 그렇게 참구함이 지극히 간절하여 더 이상 마음을 써서 참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면, 갑자기 마음 길이 문득 끊어져 본명원신本命元辰2) 이는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이 도리는 너무 가까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스스로 알지 못할 뿐이다.
무릇 참선하는 사람은 착실하게 이 도리를 알고 법식法式을 반조하여 분명하게 형용하는 것이 거칠지 않고 세심細審하여야 한다. 이렇게 마음을 써서 수행하여 수행하는 공력이 순숙純熟해지면 실상의 이치가 절로 나타나는 법이다.
태고太古 스님은 “들었다 하면 화살이 바위에 깊이 박히네.3) 하였으니, 화두를 들고 참구하는 이들은 이 말씀들을 지남指南으로 삼아야 한다.
일상생활 중의 만행萬行을 말할 것 같으면 가슴속이 공명空明하여 한 물건도 없어 육근이 텅 빈 자는 이 너그러운 마음이 바로 보시이며, 이 맑고 깨끗한 마음이 바로 지계이며, 이 겸허하고 유연한 마음이 바로 인욕이며, 이 본래 밝음이 항상 드러나 어둡지 않은 것이 바로 정진이며, 이 밝고 고요함이 어지럽지 않은 것이 바로 선정이며, 이 밝고 고요함이 또렷하여 법을 간택하고 공을 관찰하는 것, 본래 스스로 우치愚癡하지 않은 것, 모든 법상法相을 분별하여 동요하지 않은 것 내지 세상 인연에 수순하여 장애가 없는 것이 바로 지혜이다.
그러므로 달마 대사가 “마음을 관찰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수행을 통괄한다.” 하였으니, 단지 뿌리를 배양하는 데 힘쓸 뿐 가지가 무성하지 않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으며, 단지 견성하여 부처가 되는 것만 알 뿐 부처에게 신통 삼매가 없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개 참학하는 진정한 도인인 본색납자가 되지 못하여 불법에 있어 진리를 알지 못하고 도안道眼이 확실하지 못하여 모두 갈림길에서 양을 잃는“가사 아래에서 사람 몸을 잃는 것이 고통이다.”라고 말한 것이 바로 이것이다.
대저 길을 가는 사람이 만약 첫걸음이 바르지 못하면 천 리나 멀리 가도 한갓 헛걸음만 할 뿐이니, 애초에 가지 않는 편이 낫다. 그러므로 규봉 선사圭峯禪師는 “분명하게 이치를 깨닫고 응당 수행해야 함을 결단하고 간택한다.”5)라고 하였다. 대저 초가삼간을 짓고자 해도 대패, 먹줄, 도끼, 자귀, 자 등 연장이 없으면 짓지 못하거늘, 하물며 원각圓覺의 대가람을 짓는 사람이 만드는 이치를 따르지 않고 성공할 수 있겠는가? 작은 일을 하고자 할 때에도 잘못되어 성공하지 못할까 걱정하여 그 이치를 생각해 알려 하고, 알지 못하면 다른 사람에게 묻고, 그래도 분명히 알지 못하면 다시 다른 지혜로운 사람에게 물어 기어코 잘못되지 않고 성공을 거두고자 한다. 그런데 현묘한 불도에 나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대개 소홀히 여기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는 자세히 길을 결택하여 공부하는 이는 보지 못하였다. 이와 같아서야 공부를 망치지 않을 사람은 드물 것이다. 아아, 조심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대저 무상無常을 경계하고 대사大事를 깨달아 밝히고자 하는 이들은 급히 스승을 찾지 않으면 어떻게 바른 길을 얻을 수 있겠는가!
일진화一塵話
이 ‘◯’을 두고 이것이라고 한다면 머리 위에 머리를 얹는 격이요, 이것이 아니라고 한다면 머리를 끊고 살고자 하는 격이니, 여기에 이르러 어떻게 생각으로 접근할 수 있겠는가. 고인이 “생각하고자 하나 생각할 수 없어 그 자리를 밟을 때 만 리 하늘에 구름이 없어 늘 드러나 있다.”6)이요, 위음왕불威音王佛 이전은 눈에 가득 아름다운 풍광이다.”라고 한 것은 군더더기일 뿐이다.
앙산仰山 화상은 “깨달음은 없지 않지만 제이두第二頭수 산주修山主는 “알면 매우 기특한 일이지만 알지 못해도 인정한다.”라고 하였으며, 대혜大慧 선사는 5백 길 꽃과 버들 우거진 거리요 2천, 3천 곳 풍악 울리는 누각이다.”라고 하였으니, 여기에 누가 주둥이를 댈 수 있겠는가. 주둥이를 댄다면 나에게 주둥이 댄 곳을 도로 가져다 보여 달라. 한 사람이 나와서 이르기를, “그 또한 귀를 막고 요령을 훔치고 몸은 숨겼으나 그림자는 드러난 것이다.”라고 하면, 즉시 “네가 어느 곳에서 이런 소식을 얻었는가?”라고 하리라. 일러 보라. 이와 같이 말하는 것이 도리어 맞는 말인가?
또 지금 푸른 벼랑은 깎아지른 듯 솟았고 소나무 삼나무는 푸른빛으로 우거졌으며, 시냇물은 졸졸 흐르고 안개와 구름은 피어올랐다 갰다 하고, 온갖 새들은 지저귀며, 들판은 아득히 드넓고 바다에는 파도가 일며, 경물은 어지러이 펼쳐져 사철에 따라 모습이 바뀌니, 이 중에 또한 불법이 있는가?
경에서 “삼계가 오직 마음이다.” 하였고, 또 고인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와 달빛 비친 물가가 진심眞心을 나타내 보이고, 노란 국화와 푸른 대나무가 묘법妙法을 드러내 밝힌다.” 하였으며, 또 “분명하고 분명한 백초百草8) 위에 분명하고 분명한 조사祖師의 뜻이로다.” 하였으니, 일러 보라. 어느 것이 진심과 묘법을 드러내 밝힌 것이며, 어느 것이 조사의 뜻이며 불법인가? 만약 없다면, 불조佛祖가 어찌 거짓말로 사람을 속였으리오. 이미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면 또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고인이 말하였다.

一不造二不休          일단 일에 손을 댔으면 끝까지 해야 하니9)
一拳拳倒黃鶴樓         한 주먹으로 쳐서 황학루를 거꾸러뜨리고
一蹋蹋飜鸚鵡洲         한 발길로 차서 앵무주를 엎어 버린다.
有意氣時添意氣         의기 있는 곳에 의기를 더 보태고
不風流處也風流         풍류 없는 곳에서 풍류를 즐긴다.

그러나 이 또한 호떡을 눌러 기름을 짜는 격이라 크게 수고로울 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한 승려가 묻기를 “어떤 것이 변천하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하니, 고덕古德이 “해가 동쪽에서 떠서 밤에 서쪽에서 진다.” 하였다. 또 한 승려가 앞의 질문을 하니, 고덕이 손으로 물이 흘러가는 시늉을 하였다. 그 두 승려가 모두 깨달았다.
일러 보아라. 무엇을 깨달았는가? 그 또한 단 복숭아와 감은 먹지 않고 산을 돌아다니며 신 배를 따는 격이니, 허물이 적지 않고 낭자狼藉헛기침을 한 번 하고 이르노라.
“조상이 똑똑하지 못하여 앙화가 자손에게 미치도다. 30년 뒤에 잘못 들어 말하지 말라. 쯧쯧.”
등암 화상에게 주다(與藤菴和尙)
부처님이 일대장교一代藏敎를 설하시어 오계와 십선법으로 인천에 태어나게 하였고, 고집멸도의 사제법으로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하였으며, 무명과 행行 등 십이인연법으로 연각과 벽지불을 증득하게 하였고, 사홍서원과 육바라밀법으로 보살도를 행하게 하였습니다. 권교보살權敎菩薩11)은 아승지겁을 거치면서 사홍서원과 육바라밀을 행하여 과위果位가 십신·십주·십행·십회향을 지났어도 아직 묘도妙道를 알지 못하여 유위법을 보면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고, 무위법을 들으면 알지 못해 망연자실합니다. 그리하여 부처의 지견을 얻으려는 마음은 늘 끊어지지 않지만 번뇌의 습기는 그 뿌리를 다 제거하지 못하여 부처님의 계율과 가르침에 의지하여 늘 억눌러 조복 받으니, 비유하자면 주술을 잘하는 사람이 주술의 힘으로 맹수와 독사를 막아서 독을 품거나 물어뜯지 못하게 하지만 사람을 해치는 독을 아주 제거하지는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 불법 중에는 의심이 끊어지지 않아 마치 한 물건이 가슴에 걸려 있는 것과 같습니다. 이러할 때 만약 참 선지식을 찾아가서 묘도妙道를 깨달으면 곧바로 십지十地의 과위果位에 오르고, 참 선지식을 찾지 않아 묘도를 깨닫지 못하면 끝내 퇴타退墮하고 맙니다. 보조 국사가 “무릇 참학하는 사람은 처음 출발할 때 먼저 정인正因을 심어야 하니, 오계·십선·사제·십이인연·육바라밀 등의 법은 정인이 아님을 믿고, 자기 마음이 부처임을 믿어서 한 생각이 일어나지 않으면 3아승지겁이 공하게 된다. 이와 같이 믿는 것이 바로 정인이다.”라고 한 것이 이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후세로 내려와 성인의 시대와 멀어지면서 사우師友의 연원淵源이 이미 끊어져

011_0590_c_01L法語

011_0590_c_02L泥牛吼

011_0590_c_03L
夫叅禪者第一怕怖着無常迅速生
011_0590_c_04L死事大故古人云今日雖存明亦難
011_0590_c_05L緊緊念着少無放逸次於一切世
011_0590_c_06L闊若無些少干意寂然無爲乃可
011_0590_c_07L若乃心境相蘯如薪火相交紛紛
011_0590_c_08L汨汨過了歲月此非特有妨於擧話分
011_0590_c_09L而黑業漸增矣最要的無心於事
011_0590_c_10L無事於心則心智自然淸瀅萬類皆隨
011_0590_c_11L心造作作善生天堂作惡現地獄
011_0590_c_12L惡成豺狼愚蠢作蚯蚓輕忙就蝴蝶
011_0590_c_13L故古人云只因一念差現出萬般形
011_0590_c_14L夫虛其心惺惺粹一不搖不昏曠然
011_0590_c_15L虛豁更向何處覔生死何處覔菩提
011_0590_c_16L何處覔善惡何處覔持犯秪這是活潑
011_0590_c_17L潑明歷歷底透頂透底不隨生生不隨
011_0590_c_18L滅滅不作佛不作祖大包沙界小入
011_0590_c_19L微塵又能佛能生又非大小非方圓
011_0590_c_20L非明暗自在融通徹底恁麽更非小
011_0590_c_21L分强做的道理夫叅此玄門者常務返
011_0590_c_22L照究之用心惺密無間斷究之至切
011_0590_c_23L至於無用心可究之地驀然心路忽絕
011_0590_c_24L踏着本命元辰秪這本地風光本自具

011_0592_b_01L무릇 수행하는 이들은 대개 권교權敎·반교半敎의 설에 갇혀 헤어나지 못하여 익히는 것은 오계와 십선에 그칠 뿐 사제와 십이인연 등의 법조차 수행하지 못하는데, 하물며 발심수행에 나아가는 정인에 있어서 이겠습니까. 반半이란 무엇인가? 도가 지극한 경지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그친 경우를 말합니다. 권權이란 무엇인가? 이를테면 형수가 물에 빠지면 손을 잡아끌어서 건져 주는12) 경우를 말합니다.
권교니 반교니 하는 것이, 항상하고 실다우며 원만하고 궁극적인 가르침이 못 된다는 것은 굳이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라도 알 것입니다.
수 선사壽禪師는 “대도大道를 구하는 이를 위하여 일승一乘의 묘지妙旨를 설하고, 소행小行을 구하는 이를 위하여 육행六行의 권문權門을 설하였다.”라고 하였으니, 육도六度 등의 법도 권교를 면치 못하는데, 하물며 그 나머지 오계·십선·사제·십이인연 등이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방편의 힘으로 염불법을 설하여 중생을 인도하시니, 그 뜻이 매우 오묘하기에 사람들이 모두 알지 못하여 심력만 허비하고 효과는 없습니다. 예컨대 『아미타경』에서 크게 정토의 장엄을 설하고, 심지어 왕생법을 설하면서 하루, 이틀 내지 이레 동안 일심으로 염불하여 일심불란하면 이 사람은 왕생한다고 하였습니다. 『십육관경十六觀經』에서는 관상성취법觀像成就法이 있어 마음을 한 곳에 묶어 두도록 하여 부처님의 형상을 관觀하는 것이 오랫동안 명료하면 삼매를 성취한다고 하였습니다. 『무량수경』에서는 세 부류13)를 닦아야 한다.”라고 하였으니, 이는 줄곧 산란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명호를 잡고만 있으면 곧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신구역新舊譯 경론에 모두 “십지十地 이상의 보살도 보신불報身佛의 정토를 일부만 본다.”라고 하였으니,

011_0591_a_01L圓陀陀地無欠無剩到恁麽時
011_0591_a_02L [1] 如百千日月照耀十方應眼 [2]
011_0591_a_03L如鹹海風浪聲振須彌不是强爲也
011_0591_a_04L這箇道理只爲太近所以人自不得體
011_0591_a_05L解也凡欲叅玄者着實理會返照法
011_0591_a_06L分明形容得細審不鹵莽用意行
011_0591_a_07L行之功熟實相之理自現太古和
011_0591_a_08L尙云才擧箭沒石淸虛和尙云如蚊
011_0591_a_09L子上鐵牛向下嘴不得處和身透入
011_0591_a_10L擧話頭叅究者當以斯言爲指南若論
011_0591_a_11L日用萬行胷次空明無物六根虛豁地
011_0591_a_12L秪這是寬曠的便是布施秪這是
011_0591_a_13L淨澄的便是持戒秪這是虛柔的便
011_0591_a_14L是忍辱秪這是本明常現不昧底便是
011_0591_a_15L精進秪這是明寂不亂便是禪定
011_0591_a_16L這是明寂了了擇法觀空底本自無痴
011_0591_a_17L分別諸法相而不動底乃至隨順世
011_0591_a_18L無障無碍底便是智慧故達磨大
011_0591_a_19L士云觀心一法摠攝諸行但務培養
011_0591_a_20L根株莫愁其枝不茂但知見性作佛
011_0591_a_21L莫愁佛無神通三昧今人多分不得叅
011_0591_a_22L學眞正道人本色衲子於佛法中
011_0591_a_23L理不明道眼不實都是亡羊岐路
011_0591_a_24L醉如夢過了一生悲夫洞山和尙所

011_0592_c_01L미타정토가 어찌 보신불의 정토가 아니리오. 십지 보살도 오히려 완전한 정토를 보지 못하거늘 어떻게 구박범부具縛凡夫14)가 산란한 마음으로 한갓 부처님의 명호만 외워서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으리오. 만약 산란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명호만 외워도 극락정토에 왕생할 수 있다면, 무엇하러 굳이 고생스레 수행하여 일심불란과 십육삼매十六三昧를 얻을 필요가 있겠습니까. 이미 부처님 말씀에 어긋났는데 어떻게 성공할 수 있겠습니까.
옛날에 자력은 나무를 심어 배를 만드는 것으로 비유하고, 타력은 배를 빌려 타고서 바다를 건너는 것으로 비유하여 한쪽은 더디고 한쪽은 빠르며, 한쪽은 어렵고 한쪽은 쉬워 공효가 다르다는 설이 있는데, 이는 권화勸化15)라고 했으니, 이를 두고 말한 것입니다. 따라서 어느 쪽이 어렵고 어느 쪽이 쉬우며, 어느 쪽이 더디고 어느 쪽이 빠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절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하루도 일심불란하고 이틀도 일심불란하다면 굳이 이레까지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만약 하나의 관觀이 또렷하여 오랫동안 명료하면 십육관十六觀도 모두 또렷하여 오랫동안 명료할 터이니, 보리심을 일으키는 것도 이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만약 이와 같은 온전한 공부를 참선하는 조사의 문중에 적용하여 수행한다면 누군들 견성성불하지 않겠습니까.

011_0591_b_01L謂袈裟下失人身是苦者此也夫行道
011_0591_b_02L路者若初步不得其正千里之遠
011_0591_b_03L費功力不如不步之爲愈故圭峯禪師
011_0591_b_04L決擇分明悟理應修夫欲起三間
011_0591_b_05L茅屋若不得準繩斲斫尺量之巧且不
011_0591_b_06L成就况造得圓覺大伽藍者不由其造
011_0591_b_07L之之理而成功乎哉欲造乎小事則恐
011_0591_b_08L其差錯不成思得其理未者問於人
011_0591_b_09L分明更問於他有智人期不差錯就功
011_0591_b_10L而欲造詣乎玄妙之道者擧是率爾泛
011_0591_b_11L未見其仔細決擇用功者也如此而
011_0591_b_12L不顚功敗績者幾希矣嗚呼可不戒
011_0591_b_13L夫欲誡無常悟明大事者不急尋
011_0591_b_14L將何以得其正路哉

011_0591_b_15L

011_0591_b_16L一塵話

011_0591_b_17L
○若道這箇是頭上安頭若道這箇不
011_0591_b_18L斷頭覓活到這裏却如何湊泊
011_0591_b_19L人云欲思不思踏破時萬里無雲常現
011_0591_b_20L也是閑話長語又云雖有千尺寒
011_0591_b_21L且無抽條石笋要石笋作甚麽
011_0591_b_22L空劫已前一壺風月威音那畔滿
011_0591_b_23L目烟光者又是贅疣指駢了也仰山和
011_0591_b_24L尙云悟則不無爭奈爲第二頭道得

011_0593_a_01L간화문 중에서는 성적등지惺寂等持16)하면 반드시 견성할 수 있다고 하며, 염불문 중에서는 일심불란하면 결정코 극락정토에 왕생한다고 하니, 일심불란이 어찌 성적등지가 아니겠습니까.
만약 일심불란을 타력이라 한다면 성적등지가 어찌 타력이 아니겠습니까. 만약 성적등지를 자력이라 한다면 일심불란이 어찌 자력이 아니겠습니까. 그렇다면 일심불란과 성적등지는 과연 어느 것이 더디고 어느 것이 빠르며, 어느 것이 어렵고 어느 것이 쉽겠습니까. 십지 이상의 보살도 오히려 정토를 온전히 보지 못하는데, 구박범부로서 정토에 왕생할 수 있는 것은 그 공력이 오로지 일심불란에 달려 있습니다. 만약 일심불란하지 않다면 어떻게 정토에 왕생할 수 있겠습니까.
대저 형체가 곧으면 그림자도 곧고, 소리가 크면 메아리도 큰 법이니, 착한 마음은 인천에 태어나고, 악한 마음은 지옥에 들어가며, 청정하여 어지럽지 않은 마음으로 깨끗한 불국토에 왕생하는 것은 필연의 이치입니다. 만약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형체는 굽은데 그림자는 곧고, 소리는 작은데 메아리는 큰 경우가 어찌 있겠습니까. 뿌리를 북돋우지 않고 가지가 무성하기를 바라며, 터전을 단단히 다지지 않고 누대가 기울지 않기를 바라는 이는 어리석지 않으면 미혹한 사람일 것입니다. 청허淸虛 화상도 자력·타력의 설로 정토왕생을 매우 권면했으나 청허 화상의 글에 산란한 마음으로 정토에 왕생한다는 대목은 보지 못했습니다.
경에 “부처님이 고해에 빠져 헤매는 중생을 보는 것은, 자애로운 어머니가 물과 불 속에 들어가는 어린아이를 보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으니, 그렇다면 부처님이 자기 명호를 부르는 이는 구제하고, 자기 명호를 부르지 않는 이는 구제하지 않는다는 것이 어찌 말이 되겠습니까. 자력은 나무를 심어 배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경우이고, 타력은 남의 배를 빌려 타는 것과 같은 경우라는 사소한 비유로 얼마나 많은 수행인의 목숨을 그르쳤습니까. 애석한 일입니다.
근래에 보면 수행인들 중에 진정한 사우師友를 찾아서 도안道眼을 결택하지 못하고, 오로지 타력으로 왕생한다는 설만 믿고 줄곧 부처님 명호만 외워서 부처님이 구제해 주기를 바라다가

011_0591_c_01L一半了也修山主云會得甚奇特
011_0591_c_02L會也相許大慧禪師云四五百條花柳
011_0591_c_03L二三千處管絃樓誰能揷嘴得揷嘴
011_0591_c_04L也還我揷嘴處看有人出來云
011_0591_c_05L是塞耳偷鈴藏身露影卽云爾向甚處
011_0591_c_06L得這消息來且道如此下語還諦當
011_0591_c_07L也否且也現今蒼壁峭截松檜森翠
011_0591_c_08L澗水嗚咽烟雲舒捲百鳥和鳴廣野
011_0591_c_09L綿邈大海汹湧景物紛羅四時變態
011_0591_c_10L於中亦有佛法也無經云三界唯心
011_0591_c_11L古人云風柯月渚現露眞心黃花翠
011_0591_c_12L宣明妙法又云明明百草頭明明
011_0591_c_13L祖師意且道那箇是現明底眞心妙法
011_0591_c_14L那箇是祖師意佛法若無也佛祖豈是
011_0591_c_15L妄語欺人旣不欺人又且如何和會得
011_0591_c_16L古人云一不造 [1] 二不休一拳拳倒黃
011_0591_c_17L鶴樓一蹋蹋飜鸚鵡洲有意氣時添意
011_0591_c_18L不風流處也風流亦將胡餅壓汁的
011_0591_c_19L相似大是勞而無功僧問如何是不遷
011_0591_c_20L變意古德答曰日出東方也落西 [2]
011_0591_c_21L僧作前問古德以手作流水勢二僧皆
011_0591_c_22L悟去且道悟箇甚麽也是不喫甘桃
011_0591_c_23L緣山摘醋梨漏逗不少狼藉不少
011_0591_c_24L然則畢竟如何諦當得去且聽下文注

011_0593_b_01L공부가 지극한 데 이르면 모두 마구니의 손아귀에 들어가기 마련이니, 나도 보고 들었는데 그 수가 매우 많습니다. 대저 발심수행해서 마구니에게 잘못 떨어지니, 슬픕니다!
조사가 “염念이란 생각하여 잊지 않는 것이다.”라고 하였고, 또 “염불하되 만약 부처님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그 염불은 참된 염불이 아니다.”라고 하였고, 또 “자기 마음을 반조返照하여 어둡지 않게 하는 것이 바른 수행이다.”라고 하였고, 또 “참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내가 만약 너를 속인다면 장차 십팔지옥十八地獄에 떨어질 것이고, 네가 만약 나를 믿지 않는다면 세세생생 범과 이리에게 잡아먹힐 것이다.”라고 하였으니, 이와 같은 말들이 어찌 거짓말이겠습니까.
달마 대사가 중국 땅에 들어가 최상승법을 폈는데, 경을 읽고 염불하고 주문을 외고 예배하는 것을 논하지 않았으며, 장좌불와니 일종식一種食이니도 논하지 않았으며, 선정과 해탈도 논하지 않았으며, 지계니 파계니 승속이니 남녀니도 논하지 않았으며, 자기 성품을 보면 곧 성불한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만약 경을 읽는 등 여타의 법을 망령되이 불법이라 한다면, 그런 사람은 죽여도 죄가 없을 것입니다.
또 “전다라栴多羅17)라고 하였으며, 우두 선사牛頭禪師는 “마음에 다른 마음이 없으니 탐심과 음욕을 끊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선지식의 목우행牧牛行18) 격이니, 제쳐 두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011_0592_a_01L噓一噓云祖稱 [3] 不了殃及子孫
011_0592_a_02L十年後莫錯擧

011_0592_a_03L

011_0592_a_04L與藤菴和尙 [1]

011_0592_a_05L
佛說一代藏敎以五戒十善法使之生
011_0592_a_06L人天以苦集滅度四諦法使之證阿羅
011_0592_a_07L漢果以無明行等十二因緣法使之證
011_0592_a_08L緣覺辟支果以四弘願六波羅蜜法使
011_0592_a_09L之行菩薩道而有權敎菩薩者歷阿僧
011_0592_a_10L秪劫行四弘願六波羅蜜位過十信十
011_0592_a_11L住十行十廻向尙未達妙道見有爲則
011_0592_a_12L心生希有聽無相則茫然自失求佛知
011_0592_a_13L見之心常未間斷然煩惱習氣根蒂
011_0592_a_14L未除依佛戒敎時常捺伏譬如善幻
011_0592_a_15L呪者以呪術力禁除猛獸毒蛇使之
011_0592_a_16L不能發毒侵齧而其害人之毒未能除
011_0592_a_17L且於佛法中疑根未斷如有一物
011_0592_a_18L碍滯於胸膈當伊麽時若能叅眞善知
011_0592_a_19L悟得妙道則直登十地位未叅未
011_0592_a_20L悟者終成退堕普照國師云夫叅學
011_0592_a_21L發足先植正因信五戒十善四諦十
011_0592_a_22L二因緣六度等法皆非正因信自心是
011_0592_a_23L一念無生三秪劫空如此信得及
011_0592_a_24L乃是正因者此也時降聖遠師友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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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계에는 대승계·소승계가 있고, 이계理戒·사계事戒가 있고, 작계作戒·무작계無作戒19)을 발하여 스승에게 듣고 받은 계를 작계라 하고, 법을 마음속에 받아들이고 과거와 미래가 끊어져 마음이 실상實相에 머무는 것을 무작계라 합니다. 그리고 십중바라이十重波羅夷와 사십팔경구四十八輕垢를 사계라 하니, 바로 『범망경』입니다. 탐욕이 곧 대도요, 진嗔·에恚도 마찬가지라, 이와 같은 삼독심 중에 일체의 불성이 갖춰져 있다 하여 제법에 계를 지킴과 범함이 둘이 아닌 것을 이계라고 널리 설하였으니, 곧 『제법무행경諸法無行經』입니다.
예컨대 보살계의 서문에서 “대승은 중생을 구제하고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생각하니, 사상事相에 국집하는 소승과는 같지 않습니다. 예컨대 말리 부인末利夫人은 오직 술을 계로 삼았고, 선예대왕仙豫大王은 오직 이익과 자비로운 행실,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을 계로 삼았으니, 어찌 법계에 억지로 강역疆域을 나누리오.”라고 하였습니다.
『담무참보살계본曇無讖菩薩戒本』에서 “대략 보살계를 잃는 두 가지 경우가 있으니, 첫째는 보살의 서원을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증상악심增上惡心입니다. 증상악심이란 사람과 법이 둘 다 공하다고 함부로 말하는 것과 깨달음을 얻지 못하고서 얻었다고 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경우 외에는 이 몸을 버릴지라도 계는 끝내 잃지 않는다.”라고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것들이 대승계입니다. 예컨대 “비구가 나무나 돌에 눌렸을 경우, 만약 나무를 꺾거나 흙을 파고서 벗어나와 몸이 죽는 것을 면하면, 이는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하였는데, 이와 같은 것들은 모두 소승계입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소승계의 조분條分이 어떠하고 대승계의 개차開遮가 어떠한지 알지 못하며, 설령 작계와 사계가 있는 줄 알더라도 무작계와 이계가 있는 줄은 알지 못하고서 한갓 부질없는 껍데기만 숭상하면서 “불계佛戒를 지킨다.”라고 하니, 역시 제쳐 두고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달마 대사는 “마음을 관觀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수행을 총섭한다.”라고 하였고, 고덕古德은 “심지心地가 비고 툭 틔어 막힘이 없는 것이 보시이며, 심지가 청정하여 비루함이 없는 것이 지계이며, 심지가 담박하여 시비가 없는 것이 인욕이며,

011_0592_b_01L源已絕凡叅修行者擧槩迷封滯殼於
011_0592_b_02L權半之說而所習者戒善尙未能進修
011_0592_b_03L於四諦十二因緣等法况乎發趣正因
011_0592_b_04L盖半者何也道未了極止於中道
011_0592_b_05L之謂也權者何也如云嫂溺於水執
011_0592_b_06L手引濟之謂也其權半云者未爲常實
011_0592_b_07L圓終不待智者而後知也壽禪師云
011_0592_b_08L求大道者說一乘妙旨爲求小行者
011_0592_b_09L說六行權門六度等法亦未免爲權
011_0592_b_10L况餘戒善諦緣等乎佛以方便力說念
011_0592_b_11L佛法引導衆生其趣甚妙人皆不達
011_0592_b_12L枉用心力而未効如阿彌陀經大說淨
011_0592_b_13L土莊嚴至於說徃生法一日二日乃至
011_0592_b_14L七日一心不亂是人徃生十六觀經
011_0592_b_15L有觀像成就法使之繫心一處其觀歷
011_0592_b_16L長時明了成就三昧無量壽經
011_0592_b_17L輩徃生皆先說發菩提心菩提者
011_0592_b_18L卽衆生日用靈覺之性也若能開發
011_0592_b_19L靈覺之性或能成就觀像三昧或能成
011_0592_b_20L就一心不亂其於徃生有何未了
011_0592_b_21L圭峯禪師云至於念佛求生淨土
011_0592_b_22L修十六觀禪念佛三昧般舟三昧此不
011_0592_b_23L是一向以散亂心執持名號便能超生
011_0592_b_24L淨土也新舊譯經論皆云十地已上菩

011_0594_a_01L오묘하고 고요한 이치를 간단없이 비추어 보는 것이 정진이며, 확연하여 고요함도 시끄러움도 없는 것이 선정이며, 사무치게 밝아 똑똑함도 어리석음도 없는 것이 지혜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또 고인이 “한 법도 옳다고 정하지 않으며 한 법도 그르다고 정하지 않나니, 거짓을 배척하고 참됨을 도모하며 이것을 버리고 저것을 취하는 것은 모두 스스로 자기를 속박하는 것이다. 만약 대도를 깨달은 사람이라면 한 법의 옳음도 보지 않는데, 어찌 한 법의 그름이 있으리오.”라고 하였습니다.
달마 대사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규역規域이라 하며, 대소승의 기본 내용을 규역이라 하며, 생사와 열반을 규역이라 하나니, 범부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성문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보살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내지 부처님의 마음조차 일으키지 않아야 비로소 규역을 벗어났다고 한다.” 하였고, 또 “어떤 사람이 죄를 범하여 지옥에 떨어졌더라도 자기의 법왕을 보면 곧 해탈한다.” 하였고, 또 “깨달음은 한순간에 있으니, 어찌 백발이 되도록 공부할 필요가 있으랴.” 하였습니다. 육조 대사는 “앞 생각(前念)이 미혹하면 중생이요, 뒷 생각(後念)이 깨달으면 부처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고인이 “용이 뼈를 바꿈에 그 비늘은 바꾸지 않는 것과 같으니, 범부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가 됨에 그 얼굴은 바꾸지 않는다.” 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이 법문은 가장 존귀하여 백천 가지 삼매와 한량없는 묘의妙義가 그 사람의 한 생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고인이 “이 일승법은 듣고 믿지 않더라도 오히려 성불할 종자를 심는 인연을 맺으며, 배워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인천人天의 복을 덮는다.” 하였으니, 하물며 들어서 믿고 배워서 이루는 자야 말할 나위 있으리오. 어찌 수행에 뜻을 둔 이가 이를 버리고 달리 찾으리오.
만약 참구하는 수행문修行門을 말한다면, 예컨대 “한 스님이 조주趙州에게 묻기를 ‘개도 불성이 있습니까?’ 하자, 조주가 ‘없다’ 하였으니, 꿈틀거리는 생명들은 모두 불성이 있거늘 조주는 어찌하여 없다고 했는가?”라는 화두를, 옷 입고 밥 먹고 대소변을 보고 어른을 시봉하고 아랫사람을 가르치고 책을 보고 손님을 접대할 때 내지 행주좌와의 모든 때에 회광반조하여 거각擧覺하고 거각하며

011_0592_c_01L薩分見報佛淨土彌陀淨土豈非報
011_0592_c_02L佛淨土耶十地菩薩尙未許其全見
011_0592_c_03L如何具縛凡夫以散亂心徒稱名號
011_0592_c_04L便能超生若以散心稱號亦能超生
011_0592_c_05L何用苦苦做得一心不亂與十六三昧
011_0592_c_06L旣違佛說焉能成功古有以自力譬種
011_0592_c_07L樹作船他力譬借船越海遲速難易
011_0592_c_08L功効有異之說此亦勸化方便然未免
011_0592_c_09L辨說淆訛違於佛敎大誤後生此不
011_0592_c_10L得不辨本有無根樹子何待於種
011_0592_c_11L有無底船子何待於作徧覆大千
011_0592_c_12L濟人天其道其用未甞欠少秪是眩
011_0592_c_13L暈未定昏夢未醒而已且如『因明論』
011_0592_c_14L有同喩異喩佛性如虛空是同喩
011_0592_c_15L軍林等是異喩不是同喩若配同喩
011_0592_c_16L用自家錢財以濟飢困此自力也
011_0592_c_17L望他家門墻以求周給此他力也
011_0592_c_18L此喩合不違佛理故經云不識衣內
011_0592_c_19L明珠流離丐乞此也難易遲速不待
011_0592_c_20L辨說而自明若能一日一心不亂二日
011_0592_c_21L亦能一心不亂何待七日若一觀歷歷
011_0592_c_22L長時明了乃至十六箇觀亦歷歷長時
011_0592_c_23L明了發菩提心亦不外乎斯矣若以
011_0592_c_24L如此全功施於祖庭叅究門中孰不見

011_0594_b_01L의심하고 의심하며 관찰하고 관찰하며 연마하고 연마하되, 세간의 잡된 일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돌이켜 없다는 ‘무無’ 자 위에 두어야 합니다. 이와 같이 공부를 하여 날이 가고 달이 가면 자연히 계오契悟할 것입니다. 이는 배고픈 사람이 한 숟가락 밥을 먹고 단번에 배가 부를 수 없으며, 글을 배우는 사람이 한 권의 종이에 쓰고 글이 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견실한 마음을 갖추어 시종 변치 않으면 도를 쉽게 이룰 것입니다.
고인이 “고양이가 쥐를 잡듯이 한다.” 한 것은 심안心眼이 움직이지 않음을 뜻하고, “닭이 알을 품듯이 한다.” 한 것은 따뜻한 기운이 지속함을 뜻합니다.
화두를 들 때에는 마치 물길을 거슬러 돛단배를 젓는 것과 같아서, 때로는 냉담하여 아무 재미가 없기도 하고, 때로는 마음속이 답답하기도 하지만, 이 또한 다른 사람의 일이 아니니, 단지 화두만 거각하는 것이 묘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을 모아서 화두를 들되, 너무 급하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으며, 성성적적惺惺寂寂하고 매우 면밀해야 합니다. 숨은 평상시와 같이 쉬고, 음식은 적당히 먹으며, 눈은 정채精彩를 띠고, 등뼈는 꼿꼿이 세워야 합니다.
사람의 한평생은 준마가 틈 사이를 달려 지나는 것처럼 빨리 지나가고,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덧없고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급하니, 온갖 계책을 다 써서 고생해도 결국에는 한 무더기 해골이 될 뿐입니다. 이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큼을 생각하여 마치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급급히 서둘러야 합니다. 태어날 때에는 온 곳을 알지 못하고, 죽을 때에는 갈 곳을 알지 못한 채 업식이 아득하고 심기가 어지러워 마치 땔나무에 불이 붙어 마구 타오르듯이 사생육취四生六趣가 가슴속에서 잉태되니, 어찌 두렵지 않으리오. 만약 진정한 참학參學이 있지 않다면 어떻게 생사의 업력을 대적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분명하게 생각하면 공부를 허비하지 않을 것입니다.
이상에서 열거해 말한 내용들은 모두 불조의 진실한 밝은 가르침이니 감히 한마디 언구도 속이지 않습니다. 지난날 분부한 말씀을 감히 저버릴 수 없어 이제 어리석은 충심으로 이 글을 써서 드립니다. 그렇지만 나는 나태한 까닭에 단지 마음속 생각을 말했을 뿐 글을 다듬는 데 힘쓰지는 않았습니다. 할 말은 끝이 없지만 개략은 이상과 같습니다.

011_0593_a_01L性成佛看話門中說惺寂等持必能
011_0593_a_02L見性念佛門中說一心不亂決定徃
011_0593_a_03L一心不亂豈非惺寂等持耶若以
011_0593_a_04L一心不亂 [2] 爲他力惺寂等持豈非
011_0593_a_05L他力若以惺寂等持 [3] 爲自力一心
011_0593_a_06L不亂豈非自力夫然則一心不亂與
011_0593_a_07L惺寂等持果孰遲孰速孰難孰易乎
011_0593_a_08L夫地上菩薩尙未全見以具縛凡夫
011_0593_a_09L而能超生者其功力全恃一心不亂
011_0593_a_10L非一心不亂何能頓超夫形直影端
011_0593_a_11L聲大響雄善心生人天惡心入鬼獄
011_0593_a_12L以淸淨不亂之心超生淨佛國土此是
011_0593_a_13L必然之理也若謂不然豈有形曲影直
011_0593_a_14L聲小響大者乎不栽培根株而欲望枝
011_0593_a_15L葉鬱茂不堅築基地而欲望臺榭不傾
011_0593_a_16L非愚則惑也淸虛和尙亦引自力
011_0593_a_17L他力說深勸徃生而未見以散心超生
011_0593_a_18L之文也經云佛見衆生沉淪苦海
011_0593_a_19L慈母見赤子之投入於水火若然則救
011_0593_a_20L其稱其名號者不救其不稱名號者
011_0593_a_21L豈成說乎以種樹借船些少譬喩誤却
011_0593_a_22L幾個修行人性命可惜近見修行人
011_0593_a_23L未能叅其眞正師友決擇道眼全恃他
011_0593_a_24L力之說一向誦持佛號望佛接濟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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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한 법문(答話)
“『선요禪要』에서 ‘어떠한 것이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달은 소식입니까?’ 하니, ‘남쪽 산에 구름이 일고 북쪽 산에 비가 온다’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도리입니까?”
“비유하면 자벌레가 한 자를 갈 때 한 번 구르는 것과 같다.”
“고인이 ‘어떻게 견성합니까?’ 하자, ‘허공이 말할 때를 기다려라’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이치입니까?”
“내가 귀 먹었을까 걱정하느냐? 도리어 알겠느냐?”
“모르겠습니다.”
“목소리를 더 낮추어라.”
“모르겠습니다.”
이에 당부하기를, “이제부터는 날마다 사람이 없는 곳을 향하여 다시 소리를 높여서 한 번 묻고 소리를 낮추어 한 번 묻고 가만히 서서 들어 보면 절로 한 곳에서 말해 주는 자가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자기의 안신입명安身立命하는 곳과 불조의 안신입명하는 곳이 같습니까, 다릅니까?”
“세 번 말해 보라.”
세 번 말하고 나자, “이미 답했다. 알겠는가?”라고 하니,
“모르겠습니다.”
“이 질문을 하기 이전은 어떠했는가?”
“모르겠습니다.”
“세 번 말을 마친 뒤에 도리어 하나도 없고, 묻기 이전에 안신입명하는 곳을 갖추고 있다. 비록 이러하나 다시 30년 뒤를 기다려야 한다.”
“고인이 ‘어떤 것이 부처님의 경계인가?’ 하자, ‘허공이 잠에서 깨어 유정有情·무정無情을 다 씹어 삼켜 더 이상 씹어 먹을 게 없어 배가 고파서 사방으로 달려간다’ 하였으니, 이것이 무슨 이치입니까?”
“급히 항마진언을 외라.”
항마진언을 한 번 외니, “만약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앙화殃禍가 생긴다.” 하고, 무어라 대답하려 하자, 등긁개20)로 때리며 이르기를, “무슨 소견을 일으키느냐?” 하였다.
법계당에게 보이다(示法界堂)
동산洞山 화상이 「자계自誡」에서 일렀다.

不求名利不求榮           명리를 구하지도 영화를 구하지도 않고

011_0593_b_01L若到功極皆被魔攝余亦見聞證過
011_0593_b_02L其數甚多夫欲發心修行而誤落邪魔
011_0593_b_03L悲夫祖師云念者憶持不忘也又云
011_0593_b_04L念佛若不念念非眞念又云返照不昧
011_0593_b_05L爲正又云守本眞心勝念十方諸佛
011_0593_b_06L我若誑汝當來堕十八地獄汝不信我
011_0593_b_07L世世被虎狼所食如此等說豈是說謊
011_0593_b_08L者耶達磨大師入唐土敷演最上乘
011_0593_b_09L不論誦經念佛持呪禮拜不論長坐
011_0593_b_10L不臥一食卯齋不論禪定解脫不論持
011_0593_b_11L戒破戒僧俗男女見性卽成佛若以誦
011_0593_b_12L經等餘外法妄爲佛法殺却無罪過
011_0593_b_13L又云栴多羅見性成佛不論作殺生業
011_0593_b_14L縱作業不同他人業拘不能白衣見性
011_0593_b_15L成佛不論淫欲縱有餘習亦不相妨
011_0593_b_16L洪州云善亦是心不可將心還修於心
011_0593_b_17L惡亦是心不可將心還斷於心牛頭禪
011_0593_b_18L師云心無異心不斷貪淫故善知識
011_0593_b_19L牧牛有八十一行自佛行梵行乃至
011_0593_b_20L有殺盜婬酒等行而道眼明白亦無所
011_0593_b_21L故潙山禪師云只貴正眼不貴行
011_0593_b_22L李處故此法門逈出三乘汎學者
011_0593_b_23L不可思議古有習小乘戒律者皆誹謗
011_0593_b_24L禪師而如蟷螂捍轍斥鸚笑鵬置之

011_0595_a_01L秪麽隨緣度此生           그럭저럭 인연 따라서 평생을 살아가노라.
三寸氣消誰是主           세 치 혀 기운 사라지면 누가 주인인고.
百年身後漫虛名           몸이 죽은 뒤에 부질없는 허명만 남는 것을.
衣裳破處重重補           옷이 해진 곳은 겹겹이 기워 입고
糧食無時旋旋營           양식이 없으면 그때그때 마련할 뿐
一箇幻躬能幾日           이 덧없는 몸뚱이가 얼마나 오래 간다고
爲他閒事長無明           쓸데없는 일 때문에 무명을 기르리오.

이 몇 마디 말은 또한 출가한 사람들이 날마다 경각警覺하고 때때로 경책하는 도리라, 응당 익숙히 읽고 음미해 왔을 터이다. 무상無常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큼을 늘 생각하여 눈을 떴을 때도 급하고 절실히 공부하고, 눈을 감았을 때에도 급하고 절실히 공부하며, 행주좌와 모든 때 모든 곳에서 급하고 절실히 공부해야 하니, 이와 같이 공부한다면 어느 겨를에 허다한 잡념이 침범해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고덕이 “설령 열반보다 나은 어떤 법이 있더라도 나에게는 꿈과 허깨비 같다.” 하였거늘, 하물며 세간의 허망하고 진실하지 못한 법 따위에 다시 무슨 마음으로 간여하리오. 쌍림雙林 부대사傅大士가 말하였다.

夜夜抱佛眠             밤마다 부처를 안고서 자고
朝朝還共起             아침마다 부처와 함께 일어난다.
起坐鎭相隨             일어나고 앉을 때 늘 따라다니며
語默同居止             말하고 침묵할 때 늘 함께 있어
纖毫不相離             터럭만큼도 서로 떨어지지 않으니
如身影相似             마치 몸뚱이에 딸린 그림자 같아라.
欲識佛去處             만약 부처가 간 곳을 알고자 한다면
秪這語聲是             바로 지금 말하는 이 소리라 하리라.

이 몇 구절 또한 출가한 사람들이 날마다 조고照顧하고 때때로 참구하는 면목面目이니, 자세히 생각하고 환히 알아야 한다. ‘내 몸뚱이에 감춰져 있는 한량없는 값어치의 보배를 알지 못하여 이 때문에 오랜 겁을 지나도록 부질없이 신고를 겪어 왔는데, 금생도 그냥 지나쳐 버린다면 어느 생에 다시 견문이 맑아질 수 있으리오’라고 생각하여 불법을 만난 것이 다행스럽다는 마음과 용맹스럽게 정진하겠다는 뜻을 일으켜서 고인의 가르침을 따라 노력하여 수행해야 한다. 참선을 하거나 염불을 하거나 주문을 외거나 내지 육바라밀 법문에 대해서도 절대로 여러 가지 도리로 나누지 말고, 응당 회광반조廻光返照하여 마음의 근원을 비추어 보는 데 힘써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고요함과 맑음(靜淨) 두 가지를 잊지 말아야 하니,

011_0593_c_01L莫論且戒有大小有理與事有作與
011_0593_c_02L無作盖初發圓心從師聽受名爲作
011_0593_c_03L納法居懷休謝徃訖未來心住實
011_0593_c_04L名爲無作戒十重波羅夷四十八
011_0593_c_05L輕垢名爲事戒卽梵網經也貪欲卽
011_0593_c_06L大道嗔恚亦復然如是三法中具一
011_0593_c_07L切佛法廣說諸法持犯無二名爲理
011_0593_c_08L卽諸法無行經也如菩薩戒序云
011_0593_c_09L大乘以濟物利人爲懷不同小乘局執
011_0593_c_10L事相如末利夫人惟酒爲戒仙豫大
011_0593_c_11L王惟利與慈行利物爲戒曷於法界强
011_0593_c_12L分疆域曇無讖菩薩戒本云畧有二事
011_0593_c_13L失菩薩戒一捨菩薩願二增上惡心
011_0593_c_14L增上惡心者妄說人法二空未得謂得
011_0593_c_15L除是二事若捨此身戒終不失
011_0593_c_16L此等是大乘戒也如云比丘爲木石所
011_0593_c_17L若折木鑿土而出免其身死此是
011_0593_c_18L得罪如此等皆小乘戒也如今人不
011_0593_c_19L知小戒條分如何大戒開遮又如何
011_0593_c_20L知有作與事戒又不知有無作與理戒
011_0593_c_21L徒尙浮秕云持佛戒亦置之莫論
011_0593_c_22L磨大師云觀心一法總攝諸行古德
011_0593_c_23L心地虛曠無滯局便是布施心地
011_0593_c_24L淸淨無鄙屑便是持戒心地恬淡無是

011_0595_b_01L맑음이 보리이고 고요함이 열반이다. 그러나 투철히 요득한 뒤에는 어찌 이 두 가지 명칭으로 나누고 열반을 절목節目으로 삼으리오.
그러므로 “마음을 사무치게 비추어 보면 본체가 의지할 데가 없으니, 온몸이 그대로 대도大道와 합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만행萬行은 비록 불자가 평상시 수행할 바이지만 지혜로 자기 본성을 비추어 보는 공부가 없어서는 안 되니, 이른바 “만행을 다 수행하되 오직 무념無念을 으뜸으로 삼는다.”라는 것이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앞의 다섯 바라밀21)
대저 불법은 이상한 것이 아니다. 무겁고 큰 돌과 나무를 운반하거나 글과 무술을 배우는 것처럼 실로 마음을 일으키고 힘을 써서 수행하는 것이 아니며, 또한 경천동지할 특별한 작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망상이 본래 없음을 비추어 요달了達하면, 성품의 본체가 밝고 맑으며 안락하고, 아무런 작위作爲가 없어 가볍고 무거움도 없고, 모자라고 남음도 없으며, 가고 옴도 없고, 살고 죽음도 없다. 대개 으레 이와 같을 뿐이니, 깨달은 이는 이와 같고, 미혹한 이는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아니다. 응당 이렇게 공부하고 이렇게 보임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란 것인들 어찌 있으리오.
대저 공부함에 있어 어찌 허다한 명상名相을 펼쳐 놓은 뒤에 착수한다 하리오. 단지 이것이다.
“감히 묻습니다. 단지 이것이란 무슨 뜻입니까?”
“산하대지와 명암明暗·색공色空이다.”
“이미 명상입니다.”

011_0594_a_01L便是忍辱妙寂之理照無間斷便
011_0594_a_02L是精進廓然無靜鬧便是禪定明徹
011_0594_a_03L無智愚便是智慧又古人云不定一
011_0594_a_04L法是不定一法非斥妄謀眞捨此取彼
011_0594_a_05L并是執縛自繩若悟大道之人不見一
011_0594_a_06L法是何有一法非達磨大師云仁義禮
011_0594_a_07L智信名爲規域大小乘基情名爲規域
011_0594_a_08L生死湼槃名爲規域不發凡夫心
011_0594_a_09L發聲聞心不發菩薩心乃至不發佛心
011_0594_a_10L始名出規域外又云若人犯罪堕地獄
011_0594_a_11L自見己之法王卽得解脫又云悟在須
011_0594_a_12L何煩皓首六祖大師云前念迷衆
011_0594_a_13L後念悟卽佛又古人云如龍換骨
011_0594_a_14L不改其鱗凡夫回心作佛不改其面
011_0594_a_15L故此法門最尊最貴百千三昧無量
011_0594_a_16L妙義不離當人一念心塵古人云
011_0594_a_17L一乘法聞而不信尙結佛種之因
011_0594_a_18L而未成猶盖人天之福况聞而信學而
011_0594_a_19L成者乎豈有志乎修行者捨此他求
011_0594_a_20L若論叅究行門如僧問趙州狗子還有
011_0594_a_21L佛性也無趙州云蠢動含靈皆有
011_0594_a_22L佛性趙州因甚道無着衣喫飯屙屎
011_0594_a_23L放尿侍奉敎導看讀迎送乃至行住
011_0594_a_24L坐臥一切時處廻光返照擧來擧去

011_0595_c_01L
“네가 무엇을 가지고 명상이라 하느냐?”
“지금 생각이 일어나고 생각이 사라져 삶과 죽음이 서로 이어지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제거하겠습니까?”
“네가 무엇을 가지고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진다고 하느냐?”
“그렇다면 없습니다.”
“나에게 말을 돌려 다오.”
대저 출가한 사람은 먼저 그 안목을 바로잡아야 하니, 안목이 바르면 누가 감히 불법과 세제世諦의 부질없는 말을 가지고 도리라 하리오. 그렇다고 해서 그저 깎아지른 벼랑처럼 높기만 한 것은 아니니, 푸른 대나무와 노란 국화, 꾀꼬리 노래와 제비 지저귀는 소리이다. “감히 묻습니다. 현재 불성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묻는다면, 나는 크게 웃으며 일어나리라.
이 편지는 내용이 얼마 안 되지만 대수롭지 않게 보아 넘겨서는 안 되니, 응당 세밀히 참구하여 기어코 분명히 요달了達해야 한다. 이미 부탁을 받은 터라 잠자코 있을 수만은 없기에 이제 몇 마디 말을 써 주노니, 비록 수만 권의 글을 쓰더라도 기실 강령綱領은 이것에 지나지 않는다. 부디 사소한 글을 보냈다 꾸지람을 하지 말기 바란다. 사족蛇足을 달아 달라고 부탁했기에 사족을 달았노라.
승화 상인에게 주다(贈承華上人)
대저 사람이 한 세상을 살면서 젊던 얼굴이 쉬지 않고 변천해 가니, 달리는 말과 같다느니 풀잎에 맺힌 이슬과 같다느니 서쪽으로 지는 햇빛과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무상이 신속함을 말한 것이며, 똥 무더기 같다느니 꿈속 같다느니 원수와 같다느니 독사와 같다느니 하는 말들은 허망하여 좋은 일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
공자는 “나는 말이 없고 싶다.”22)라고 하였는데, 하물며 우리 불법을 배우는 사문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응당 본래 마음을 궁구해서 정밀히 연마하여 명묘明妙해져야 한다. 그렇게 하면 백천 가지 삼매와 한량없는 묘의妙義가 구하지 않아도 절로 얻어질 것이니, 모든 불조佛祖가 어찌 특이한 사람이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성인의 시대와 멀어져 출가한 사람들이 자기의 체제는 알지 못하고 그럭저럭 한가로이 지내다 일생을 보내고 만다. 그리하여 우리 부처님의 정법안장이 매몰되어 밝혀지지 못하고, 오로지 허위와 사악의 습성이 들었으며, 심한 자는 도리어 불법을 비방하니, 슬프다! 말을 할 수조차 없구나.
육조 대사는 “앞 생각이 미혹하면 중생이요, 뒷 생각이 깨달으면 부처다.” 하였고, 위산 선사潙山禪師는

011_0594_b_01L疑來疑去察而復觀磨而復硏將思
011_0594_b_02L量世間塵勞之心回來秪在無字上
011_0594_b_03L是用功日久月深自然契悟如療飢
011_0594_b_04L一匙食未能頓飽學書者一卷紙
011_0594_b_05L未能成文辦堅實心始終莫異其道
011_0594_b_06L易成古人云如猫捕鼠者謂心眼不
011_0594_b_07L動也如鷄抱卵者謂煖氣相續也
011_0594_b_08L話頭時如逆水張帆或冷淡無滋味
011_0594_b_09L或心頭熱悶亦不是他家事但提撕話
011_0594_b_10L頭爲妙最是蘊素精神不麁急不惰
011_0594_b_11L惺惺寂寂密密綿綿氣息如常
011_0594_b_12L飽準平眼目自好精彩脊樑不妨竪起
011_0594_b_13L人生一世如驥駒過隙倐如草露
011_0594_b_14L如風燈用盡百計艱辛到頭一堆枯
011_0594_b_15L念此無常迅速生死事大急急如
011_0594_b_16L救頭燃生不知來處死不知去處
011_0594_b_17L業識茫茫機關紛綸薪火蕩搖四生
011_0594_b_18L六趣胎孕于胷中豈不可畏哉若未
011_0594_b_19L有眞正叅學如何抵敵生死業力如此
011_0594_b_20L分明想得工夫不浪失如上連絡提
011_0594_b_21L皆是佛祖誠實明誨不敢以一言
011_0594_b_22L一句相欺前日之敎不敢辜負
011_0594_b_23L以愚衷然以懶惰所致秪是提說意
011_0594_b_24L不務工硏文字說亦無盡槪畧如右 [4]

011_0596_a_01L“생각하되 생각함이 없는 묘妙로 신령한 광염光焰의 무궁함을 돌이켜 생각하여, 생각이 다하여 근원으로 돌아가면 성性·상相이 항상 머물고 사事·리理가 둘이 아니라 참 부처가 여여如如하리라.” 하였다. 그 빛을 얻으면 하루아침에 제불과 같아지고, 그 빛을 잃으면 만겁토록 생사를 따르고 말 것이다.
용이 뼈를 바꿀 때 비늘은 바꾸지 않듯이 범부가 마음을 돌이켜 부처가 됨에 그 얼굴은 바꾸지 않는 법이니, 무명의 참 성품이 곧 불성이요, 허깨비처럼 덧없는 이 육신이 곧 법신이다. 이 도리는 너무 가까이 있으니 눈을 뜨면 곧 보고, 눈을 감은 곳에서도 그대로 이루어져 있다. “어떤 것이 부처입니까.” “바로 너이다.” 이러한 명백한 가르침들은 이루 다 인용할 수도 없거니와 모두 범부를 고쳐 성인을 만드는 직절直截한 도리이다.
고인들이 이와 같이 노파심으로 고구정녕하고 간절히 말했으니, 이러한 가르침들을 외워서 학습하고 돌이켜 궁구하며 선각들을 두루 찾아가 물어서 분명히 결택決擇하여 도를 깨닫겠다고 생각하여 자세히 탁마한다면, 그 누군들 도를 이룰 수 없으리오. 현우賢愚, 귀천, 노소,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도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슬프다! 머리를 깎고 먹물 옷을 입었으니, 응당 무슨 일을 해야 하겠는가. 눈이 색色에 끌려가면 아귀가 되고, 귀가 소리를 따르면 아비지옥에 들어간다. 그런데 색과 소리라는 짐주鴆酒23)에 취하고, 수受와 상想이라는 함정에 빠져서 정신이 흐려서 깨닫지 못하고 오늘도 이와 같이 보내고 내일도 이와 같이 보내다가, 납월 30일(죽음)에 이르면 머리가 찢어질 듯 아프고, 오장이 칼로 저미는 듯 아프고, 손발을 잡아 뽑는 것과 같아 마치 끓는 물속에 떨어진 게처럼 발버둥도 칠 수 없고, 산 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거북처럼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정신이 혼미하여 천당에 올라가는지 지옥에 들어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으니, 아아 안타까운 일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도를 깨달은 옛날의 현인들은 임종할 때 앉아서 죽고 서서 죽어 마치 사람이 방문을 열고 밖에 나가는 것처럼 쉬웠다. 계 선사戒禪師는 지팡이에 기댄 채 입적했고, 불인 장로佛印長老는 한 번 웃고 입적했으며, 어떤 이는 밥을 먹다가 수저를 멈추고는 입적했고, 어떤 이는 한쪽 발을 드리운 채 입적했고, 어떤 이는 거꾸로 선 채 입적했고, 어떤 이는 몇 자 높이로 허공에 뜬 채 입적했으니, 이는 모두 자기 본성을 돌이켜 궁구하여 정定과 혜慧를 온전히 갖춘 결과이다.

011_0594_c_01L答話

011_0594_c_02L
擧禪要云如何是實叅實悟之消息
011_0594_c_03L南山起雲北山下雨是甚麽道理
011_0594_c_04L譬如尺蠖蟲一尺之行一轉

011_0594_c_05L
古云如何得見性去待虛空能言時
011_0594_c_06L此理如何答患我重聽麽還會麽
011_0594_c_07L不會更低聲着又道不會囑云
011_0594_c_08L今以後日日向無人處更高聲問一着
011_0594_c_09L低聲問一着佇立聽之自有一處說破
011_0594_c_10L

011_0594_c_11L
自己安身立命處佛祖安身立命處
011_0594_c_12L同異三說着三說了已答了
011_0594_c_13L會麽不會未問此問 [1] 已前是甚麽
011_0594_c_14L又道不會三說着 [2] 三說了後却無一
011_0594_c_15L未問已前具有安身立命處雖然
011_0594_c_16L如是更待三十年後擧古如何是佛境
011_0594_c_17L虛空星 [1] 眠了喫呑了有情無情
011_0594_c_18L更無可喫物飢走四處此理如何
011_0594_c_19L急誦降魔眞言一遍若少有遲滯
011_0594_c_20L事出擬議以養化柄打之云起着甚
011_0594_c_21L麽所見

011_0594_c_22L

011_0594_c_23L示法界堂 [1]

011_0594_c_24L
洞山和尙自誡云不求名利不求榮

011_0596_b_01L
슬프다! 고인인들 어찌 지금 사람들과 다르리오. 동산洞山 화상이 “가사 아래에서 사람 몸을 잃는 것이 고통이다.” 하였으니, 잠계箴戒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상에서 네 번 ‘슬프다’라고 한 데에서 감회와 한이 바다처럼 크고 많건만 누가 알리오. 이 글을 써서 승화 상인承華上人에게 주노라.
말쟁이 고개에서 나무꾼 아이들과 주고받은 문답(於馬亭嶺與樵童問答)
스님이 말쟁이 고개 아래에서 나무꾼 아이들이 여럿 모여서 놀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너희들이 나를 아느냐?”
“모릅니다.”
“너희들이 나를 보느냐?”
“봅니다.”
스님이 “나를 알지 못하면서 어떻게 나를 보느냐?” 하고는 주장자를 주면서 “너희들이 이 주장자로 나를 때릴 수 있으면 과자 값을 주겠다.” 하였다.
한 영리한 녀석이 나와서 대답하기를, “참말입니까?” 하고는 주장자로 스님을 때렸다.
스님이 “나를 때려라.” 하였다.
또 때리니, 스님이 “어찌하여 나를 때리지 못하느냐? 나를 때린다면 부처도 때리고 조사도 때리고 삼세제불三世諸佛 역대조사歷代祖師 내지 천하의 노화상들도 한 방망이로 때릴 것이다.” 하였다.
그 아이가 “때렸는데 때리지 못했다고 하니, 스님이 나에게 과자 값을 주지 않으려는 것입니까?” 하니, 스님이 돈을 주고는 말하기를,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24) 숲 속에서 남은 생애를 보내는 편이 낫겠네.” 하였다.
박태평과의 문답(與朴太平問答)
태평 상인이 계룡산에 있을 때 스님의 명성을 듣고 부석사浮石寺서산군瑞山郡로 찾아가서 묻기를, “어떤 것이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입니까?” 하니, 스님이 주장자로 때렸다.
태평 상인이 “때리기는 때렸지만 조사서래의에는 어긋납니다.” 하니, 스님이 “어떤 것이 조사서래의인가?” 하였다. 태평 상인이 주장자로 때렸다.
스님이 “사자는 사람을 물고

011_0595_a_01L麽隨緣度此生三寸氣消誰是主百年
011_0595_a_02L身後漫虛名衣裳破處重重補糧食無
011_0595_a_03L時旋旋營一箇幻躬能幾日爲他閒事
011_0595_a_04L長無明此幾句語也是出家人之日日
011_0595_a_05L警覺時時鞭策的道理當熟讀而翫味
011_0595_a_06L常念無常迅速生死事大開眼也
011_0595_a_07L如是急切着合眼也如是急切着乃至
011_0595_a_08L行住坐臥一切時一切處如是急切着
011_0595_a_09L夫如是則何暇有許多閒雜商量侵染
011_0595_a_10L紛汨乎方寸哉故古德云設有一法
011_0595_a_11L於湼槃於我如夢幻况世間虛幻不實
011_0595_a_12L之法更有甚麽心情與之打交涉
011_0595_a_13L林傅大士云夜夜抱佛眠朝朝還共起
011_0595_a_14L起坐鎭相隨語默同居止纖毫不相離
011_0595_a_15L如身影相似欲識佛去處秪這語聲是
011_0595_a_16L此幾句語也是出家人之日日照顧時
011_0595_a_17L時叅究之面目當審思而曉了之當念
011_0595_a_18L不識無盡寶藏在我赤肉團上緣此歷
011_0595_a_19L枉受辛苦今世若差過未知何生
011_0595_a_20L更得見聞證澈乎發慶幸之心勇猛之
011_0595_a_21L卽於古人建化門頭努力行之
011_0595_a_22L叅禪也或念佛也或持呪也乃至六
011_0595_a_23L波羅蜜法門也切不得分作多般道理
011_0595_a_24L當務以廻光返照照了心源大要不忘

011_0596_c_01L한로韓盧25)는 흙덩이를 쫓아간다.” 하였다. 태평 상인이 “법은法恩이 망극합니다.” 하자, 스님이 웃으면서 방으로 돌아갔다.
대중에게 보이다(示衆)
대저 참선이란 특별한 일이 아니다. 단지 자기 집 속에서 자기 주인공을 분명히 보아서 외물外物에 뒤섞이지도 않고 생사에 끌려가지도 않아 홀로 우뚝하고 명백하게 드러나고 평안하여 속박된 것도 아니고 해탈한 것도 아니고 번뇌도 아니고 열반도 아니다. 종일 옷을 입어도 한 오라기 실도 몸에 걸친 적이 없고, 종일 밥을 먹어도 한 톨의 쌀도 씹은 적이 없으며, 심지어 화복과 생사가 나뉠 때에도 언제나 이와 같이 한가로워 아무런 일이 없다.
이는 일을 마친 사람이니, 일을 마친 사람의 분상에서는 때로는 부처와 중생, 하늘과 땅을 가지고 하나의 작은 티끌로 만들기도 하며, 때로는 모든 것들이 제자리에 있도록 내맡겨 두기도 하며, 때로는 모든 것들의 자리를 뒤바꾸기도 하여 일체에 자유자재하니, 이를 부사의대용不思議大用이라 하며, 자재해탈이라 한다. 해탈할 생사도 없고 증득할 열반도 없어서 임운등등任運騰騰하여 인연 따라 걸림 없이 사니, 이것은 진실하고 명백한 하나의 본래면목이 안락하고 쾌활하며 명묘明妙하게 수용受用하여 생사에 오고 가는 것이 마치 문이 열려 사람이 나가는 것과 같아서 천당과 불찰佛刹에 모두 자기 마음대로 가서 더 이상 몽환夢幻 같은 몸과 마음의 괴로움에 속박되는 일이 없다. 이는 본래 갖추고 있는 것이지 억지로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다.
이 말에 따라 고양이를 그려서26) 이러한 경지를 밟도록 하라. 껄껄!
법제자 만공에게 주다(與法子滿空)

011_0595_b_01L靜淨二字淨是菩提靜是湼槃也
011_0595_b_02L及得徹了也又何嘗以支二名之以湼
011_0595_b_03L槃而爲節目之哉故云照盡軆無依
011_0595_b_04L身合大道然則夫萬行雖是釋子日用
011_0595_b_05L所行而不可無智慧之照了自性所謂
011_0595_b_06L萬行備修唯以無念爲宗者此也
011_0595_b_07L五度之行若無智慧功力譬如失目之
011_0595_b_08L行於險道豈以其本若此其末若彼
011_0595_b_09L且也善與惡也菩提與生死也
011_0595_b_10L嘗有二過去也未來也現在也未嘗有
011_0595_b_11L十方也一毫端也未嘗有二然其
011_0595_b_12L諸法也亦未嘗是一一二也其孰能
011_0595_b_13L名之其名之者果誰乎此却是天庇
011_0595_b_14L山中庵下也天庇山中庵在忠南大
田郡山內面妙覺寺
夫佛法
011_0595_b_15L不是異常也實非起心用力行得如運
011_0595_b_16L載重大木石學習文武又不是大段驚
011_0595_b_17L天動地特地作用也秪是照了妄想本
011_0595_b_18L性體明淨安樂無爲無輕重無欠
011_0595_b_19L無去來無生死盖法爾如是不是
011_0595_b_20L悟者得如是迷者却不如是也當恁
011_0595_b_21L地做恁地保任然亦何嘗有恁地哉
011_0595_b_22L用功也豈曰以名相多多排布以後入
011_0595_b_23L手哉只這是敢問只這是意如何
011_0595_b_24L山河大地明暗色空早是名相了

011_0597_a_01L
수산叟山 월면月面을 위하여 무문인無文印을 부촉하고 주장자를 들어서 한 번 내리치고 이르기를, “이 말소리가 이것이다. 일러 보라. 이것이 무슨 도리인가?” 하고, 또 한 번 주장자를 내리치고 이르기를, “한 번 웃음에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는데, 안면도의 봄물은 쪽빛처럼 푸르다.” 하고는 주장자를 던지고 “훔”이라 하다.
중노릇 하는 법
대저 중노릇하는 것이 적은 일이리요
잘 먹고 잘 입기 위하야 중노릇하는 것이 아니라
부쳐 되여 살고 죽는 것을 면하자고 하는 것이니
부쳐 되려면 내 몸에 있는 내 마음을 찾으려면
몸뚱이는 송장으로 알고
세상일이 좋으나 좋지 안으나 다 꿈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침에 있다가 저녁에 죽는 줄로 알고
죽으면 지옥에도 가고 즘생도 되고 귀신도 되여
한없는 고생을 받는 줄을 생각하야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리고 항상 내 마음을 궁구하되
보고 듯고 일체 일을 생각하는 놈의 모양이 어떻게 생겻는고
모양이 있는 것인가 모양이 없는 것인가
큰가 저근가 누른가 푸른가 밝은가 어두운가

011_0595_c_01L爾喚甚麽作名相現今念起念
011_0595_c_02L生死相續當何以除却爾喚甚
011_0595_c_03L麽作起滅念恁麽則無去也還我
011_0595_c_04L話頭來夫出家人也先正其眼目
011_0595_c_05L得正也誰敢以佛法世諦之乎之說來
011_0595_c_06L去作道理哉然又不是恁麽壁立懸
011_0595_c_07L翠竹黃花鶯吟燕語也敢問現今
011_0595_c_08L佛性在何處也惺牛大笑而起 [2]

011_0595_c_09L

011_0595_c_10L贈承華上人 [1]

011_0595_c_11L
夫人生一世也壯色不停如奔馬
011_0595_c_12L草露如西光無常迅速之謂也似糞
011_0595_c_13L似夢聚如怨賊如毒蛇謂其幻妄
011_0595_c_14L無好事也孔子曰予欲無言又云無
011_0595_c_15L適也無莫也莊子曰遺其玄珠罔象
011_0595_c_16L得之又云天地一指萬物一馬况我
011_0595_c_17L學佛沙門乎當究其本心硏精明玅
011_0595_c_18L則百千三昧無量玅義不求而自得
011_0595_c_19L諸佛祖豈異人哉而今去聖時遠出家
011_0595_c_20L人不識自家體裁悠悠泛泛過了一生
011_0595_c_21L吾佛正法眼藏埋沒不明而全以虛僞
011_0595_c_22L雅惡習與成性而甚者返以誹謗
011_0595_c_23L不可以言之矣六祖大師云前念
011_0595_c_24L迷卽衆生後念悟則佛潙山禪師曰

011_0597_b_01L의심을 내여 궁구하되
고양이가 쥐잡듯 하며 닭이 알안듯 하며
늙은 쥐가 살든 궤짝 좃듯하야
항상 마음을 한군데 두어 궁구하야
잊어버리지 말고 의심하여
일을 하더라도 의심을 놓지 말고
그저 있을 때라도 의심하야 지성으로 하여 가면
필경에 내 마음을 깨다를 때가 있을 것이니
부대 신심을 내여 공부할지니라
대저 사람 되기 어렵고
사람 되여도 사나히되기 어렵고
사나히 되여도 중노릇하기 어렵고
중이 되여도 부쳐님 바른 법을 맞나기 어려우니
그런 일을 깊이 생각하며
부쳐님 말슴이 사람이 된 이는 손톱 우에 흙 같고
사람의 몸 잃고 즘생 된 이는 왼 세상 흙 같다 하시고
또 사람의 몸 한번 잃으면
억만년이라도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하시며
또 항상 지옥에 처하기를 동산에 놀듯하며
아귀귀신이나 축생 되기를 내 집에 있듯 한다 하시며
또 한번 성불하면 다시 죽도 살도 않고
다시 고생을 아니 받는다 하시니

011_0596_a_01L以思無思之妙返思靈燄之無窮思盡
011_0596_a_02L還源性相常住事理不二眞佛如如
011_0596_a_03L得其光也等諸佛於一朝失其光也
011_0596_a_04L順生死於萬劫如龍換骨不改其鱗
011_0596_a_05L凡夫廻心作佛不改其面無明實性卽
011_0596_a_06L佛性幻化空身卽法身這個道理
011_0596_a_07L爲太近開眼便刺着合眼處亦自現成
011_0596_a_08L如何是佛汝卽是如是等明白指導
011_0596_a_09L不可煩引而皆是革凡成聖之直截道
011_0596_a_10L古人之恁麽叮嚀苦口用心緊切如
011_0596_a_11L老婆誦習而返究博問先覺以決擇
011_0596_a_12L分明悟理爲懷仔細琢磨其成道也
011_0596_a_13L誰人無分賢愚貴賤老少男女皆有分
011_0596_a_14L嗚呼薙髮染衣當爲何事眼被色
011_0596_a_15L牽歸餓鬼耳隨聲去入阿鼻沈醉聲色
011_0596_a_16L鴆酒堕沒受想坑穽昏昏不覺今日也
011_0596_a_17L如是明日也又如是乃到臘月三十日
011_0596_a_18L頭痛額裂肝腸痛切手脚抽牽懡㦬
011_0596_a_19L如落湯螃蠏痛忍如生脫龜皮神識昏
011_0596_a_20L上天入獄惣不曉得嗚呼惜哉
011_0596_a_21L憶古賢於臨終也坐脫立亡容易如門
011_0596_a_22L開人出相似戒禪1)帥倚杖而化佛印
011_0596_a_23L長老嘕然一笑而去或停筋而逝垂足
011_0596_a_24L而寂倒立而滅去數尺而亡皆以返

011_0597_c_01L이런 말씀을 자서히 들어 생각하며
또 이전에 권선사라는 스님은
아침부터 공부하다가 해가 질 때면 다리를 뻗고 울어 가로대
오늘 해도 공연히 지내고 마음을 깨닷지 못하엿다 하고
날마다 그리한 이도 있고
공부하노라고 마음 지극히 먹은 이를 모다 적을 수 없으니
다 죽고 살기를 잊고 먹고 입기를 잊고 잠자기도 잊고 공부하셨으니
우리도 그렇게 하여야 공부가 될 터이니 자서히 생각하며
이전에 동산스님이 글을 지어 가로대
거록하다는 이름도 구하지 말고
재물도 구하지 말고 영화스러운 것도 구하지 말고
그렁저렁 인연을 따라 한세상을 지내여서
옷은 떠러지거든 거듭거듭 기워 입고
양식은 없거든 가끔가끔 구하여 먹을지로다
턱어리 밑에 세 마듸 기운이 끈어지면 문듯 송장이요
죽은 후에는 혯이름뿐이로다
한낮 허환한 몸이 멫을이나 살 것이관대
쓸대없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깜깜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잊어버리리요 하시니라

011_0596_b_01L究自性學全定慧之致也嗚呼古人
011_0596_b_02L豈異於人哉洞山和尙云袈裟下失人
011_0596_b_03L身是苦也可以箴戒如上四箇嗚呼也
011_0596_b_04L感恨如海誰知之書此以贈承華上人

011_0596_b_05L

011_0596_b_06L於馬亭嶺與樵童問答

011_0596_b_07L
師於馬亭嶺下見樵童成群作戱師問
011_0596_b_08L汝等會得我麽不會師曰汝等
011_0596_b_09L見得我麽見得師曰旣不會得我
011_0596_b_10L何以見得我遂以柱杖授之曰汝等若
011_0596_b_11L能以此柱杖打得我多謝以菓子錢
011_0596_b_12L一箇伶俐者出班答曰眞乎遂以柱杖
011_0596_b_13L打之師曰打我又打之師曰何不打
011_0596_b_14L若也打得我佛也打祖也打三世
011_0596_b_15L諸佛歷代祖師乃至天下老和尙
011_0596_b_16L棒打去矣樵童曰打云不打和尙不
011_0596_b_17L是枉我菓子錢乎師以金與之曰擧世
011_0596_b_18L渾然我獨醒不如林下度殘年

011_0596_b_19L

011_0596_b_20L與朴太平問答

011_0596_b_21L
太平上人在鷄龍山聞師聲華訪于
011_0596_b_22L浮石寺瑞山
遂進問曰如何是祖師西
011_0596_b_23L來意師以柱杖打之上人曰打則任
011_0596_b_24L打也違祖師西來意師曰如何是祖師
011_0596_b_25L西來意上人以柱杖打之師曰獅子咬

011_0598_a_01L내 마음을 깨다른 후에
항상 그 마음을 보전하야 깨끗이 하고 고요히 하야
세상에 물들지 말고 닦아 가면 한없는 좋은 일이 하도 많으니
부대 깊이 믿으며 죽을 적에라도 아프도 않고 알치도 않고
마음대로 극락세계에도 가고, 가고 싶은 대로 가나니라
부쳐님 말슴에 하시기를
남자나 녀인이나 로소를 물론하고 이 법문을 믿고 공부하면
모두 부쳐가 되리라 하시니 어찌 사람을 속이리오.
오조홍인 대사 말슴이
내 마음을 궁구하면 깨다를 것이라 하시고
맹서하시되 너의가 내 말을 곶이 아니 들으면
세세생생에 호랑이에게 죽을 것이요
내가 너의를 속이면 후생에 지옥에 떠러지리라 하시엇으니
이런 말슴을 듯고 어찌 믿지 아니 하리요
공부하는 사람이 마음 움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 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이 하고
지혜로 불법 생각하기를 날과 달같이 하야
남이 나를 옳다고 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마음에 끄달리지 말고

011_0596_c_01L韓盧逐塊上人曰法恩罔極矣
011_0596_c_02L笑而歸堂焉

011_0596_c_03L

011_0596_c_04L示衆

011_0596_c_05L
夫叅禪者不是特地之事秪是返照自
011_0596_c_06L家屋裏覰得自家主人公明白不被外
011_0596_c_07L物叅雜不爲生死互換孤逈逈地
011_0596_c_08L白白地平妥妥地非繫縛非解脫
011_0596_c_09L煩惱非湼槃終日着衣未曾掛一縷
011_0596_c_10L終日喫飯未曾齧一粒至於禍福生死
011_0596_c_11L之際亦皆如是任運無事此是了事人
011_0596_c_12L於了事人分上有時將佛與衆生乾坤
011_0596_c_13L大地作一微塵用有時任他各住其
011_0596_c_14L有時易其位用得一切自在是名
011_0596_c_15L不思議大用也亦名自在解脫也無生
011_0596_c_16L死可脫無湼槃可證任運騰騰隨緣
011_0596_c_17L無碍 [1] 是實實明明底一段本來面目
011_0596_c_18L安樂快活明妙受用徃來生死如門開
011_0596_c_19L人出相似天堂佛刹摠自隨意更無
011_0596_c_20L夢幻身心苦相之可拘繫此是本有之
011_0596_c_21L不是强爲者也請依此畵猫兒
011_0596_c_22L得恁麽田地也呵呵

011_0596_c_23L

011_0596_c_24L與法子滿空

011_0596_c_25L「帥」疑「師」{編}

011_0598_b_01L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참견 말고
좋은 일이 당하든지 좋지 아니한 일이 당하든지
마음을 평안히 하며 무심히 가져서
남 봄에 숙맥같이 지내고 병신같이 지내고
벙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먹은 사람같이 어린아이같이 지내면
마음에 절로 망상이 없어지나니라
설사 세상일을 똑똑히 분별하더라도
비유하건대 똥덩이 가지고 음식 만들려는 것과 같고
진흙 가지고 흰 옥 만들려는 것과 같애여
성불하여 마음 닦는대 도시 쓸대없는 것이니
부대 세상일을 잘할려고 말지니라
다른 사람 죽는 것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여
내 몸을 튼튼히 믿지 말고
때때로 깨우처 마음 찾기를 놓지 말지니라
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여 오고 의심하여 가고
간절히 생각하기를 배고픈 사람이 밥 생각하듯 하여
잊지 말고 할지니라
부쳐님이 말슴하시기를
일체 세상 일이 다 허망하다 하시고
중생의 모든 하는 일이

011_0597_a_01L
付了無文印爲叟山月面拈柱杖卓一
011_0597_a_02L下云秪這語聲是且道甚麽道理
011_0597_a_03L卓一下云一笑不知何處去安眠春
011_0597_a_04L水碧如藍擲却了

011_0597_a_05L

011_0597_a_06L중노릇 하는 법 [1]

011_0597_a_07L
대저 중노릇 하는 것이 적은 일이
011_0597_a_08L리요 잘 먹고 잘 입기 위하야 중노
011_0597_a_09L릇하는 것이 아니라 부쳐 되여 살고
011_0597_a_10L죽는 것을 면하자고 하는 것이니
011_0597_a_11L부쳐 되려면 내 몸에 있는 내 마음을
011_0597_a_12L찾아보아야 하는 것이니 내 마음을
011_0597_a_13L찾으려면 몸뚱이는 송장으로 알고
011_0597_a_14L세상일이 좋으나 좋지 안으나 다 꿈
011_0597_a_15L으로 알고 사람 죽는 것이 아침에
011_0597_a_16L있다가 저녁에 죽는 줄로 알고 죽
011_0597_a_17L으면 지옥에도 가고 즘생도 되고 귀
011_0597_a_18L신도 되여 한없는 고통을 받는 줄
011_0597_a_19L을 생각하야 세상만사를 다 잊어버
011_0597_a_20L리고 항상 내 마음을 궁구하되 보
011_0597_a_21L고 듯고 일체 일을 생각하는 놈이
011_0597_a_22L모양이 어떻게 생겻는고 모양이 있
011_0597_a_23L는 것인가 모양이 없는 것인가 큰
011_0597_a_24L가 작은가 누른가 푸른가 밝은가

011_0598_c_01L다 나고 죽는 법이라 하시고
오즉 제 마음을 깨다러야 진실한 법이라 하시니라
술을 먹으면 정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음행은 정신 갈려 애착이 되니 상관 아니 할 것이요
살생은 마음에 진심을 도으니 아니할 것이요
고기는 먹으면 정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거즛말은 내 마음에 사심을 기루니 아니할 것이요
도적질은 내 마음에 탐심을 느리니 아니할 것이요
파와 마늘은 내 마음에 음심과 진심을 도두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그 남어지 일체 것이 내게 해로운 것이니 간섭치 말지니라
목우자 스님 말씀이 재물과 색이 앙화 됨이 독사보다 심하니
몸을 살펴 그런 줄 알아 항상 멀리 여의라 하시니
이런 깊은 말슴을 본받아 행하여야 공부가 순히 되나니라
부쳐님 말슴에 한번 진심내면 백만 가지나 죄가 생긴다 하시니
제일 골내는 마음을 참을지니라
예전 스님네 말슴이 골내는 마음으로
호랑이와 배암과 벌과 그런 독한 물건이 되고

011_0597_b_01L어두운가 의심을 내여 궁구하되 고
011_0597_b_02L양이가 쥐잡듯 하며 닭이 알안듯 하
011_0597_b_03L며 늙은 쥐가 쌀든 궤ㅅ작 좃듯하
011_0597_b_04L야 항상 마음을 한군데 두어 궁구
011_0597_b_05L하야 잊어버리지 말고 의심하야 일
011_0597_b_06L을 하더라도 의심을 놓지 말고 그
011_0597_b_07L저 있을 때라도 의심하야 지성으로
011_0597_b_08L하여 가면 필경에 내 마음을 깨다를
011_0597_b_09L때가 있을 것이니 부대 신심을 내
011_0597_b_10L여 공부할지니라 대저 사람되기 어
011_0597_b_11L렵고 사람되여도 사나히 되기 어렵
011_0597_b_12L고 사나히 되여도 중노릇 하기 어렵
011_0597_b_13L고 중이 되여도 부쳐님 바른 법을
011_0597_b_14L맞나기 어려우니 그런 일을 깊이 생
011_0597_b_15L각하며 부쳐님 말슴이 사람이 된 이
011_0597_b_16L는 손톱우에 흙같고 사람의 몸 잃
011_0597_b_17L고 즘생된 이는 왼 세상 흙같다 하
011_0597_b_18L시고 또 사람의 몸 한번 잃으면 억
011_0597_b_19L만년이라도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
011_0597_b_20L하시며 또 항상 지옥에 처하기를 동
011_0597_b_21L산에 놀듯하며 아귀귀신이나 축생
011_0597_b_22L되기를 내집에 있듯한다 하시며 또
011_0597_b_23L한번 성불하면 다시 죽도 살도 않
011_0597_b_24L고 다시 고생을 아니 받는다 하시

011_0599_a_01L가벼운 마음으로 나비와 새가 되고
좀스러운 마음으로 개아미와 모기 같은 것이 되고
탐심 내는 마음으로 배고파 우는 귀신이 되고
탐심과 골내는 마음이 만하고 크면 지옥으로 가고
일체 마음이 다 여러 가지 것이 되여가니
일체 여러 가지 마음이 없으면 부쳐가 되나니라.
착한 마음이 좋다하여도 또 천당으로 갓다가 도로 떠러져
지옥이나 축생이 되어가니 착한 마음도 쓸대없고
일체 마음을 없애고 하면 다른 데로 갈 것 없고
마음이 깨끗하여 혼곤하지 아니하면 캄캄한 대로 가지 아니하니
고요하고 깨끗한 마음이 부쳐 되어 가는 길이니
내 마음을 항상 의심하야 궁구하면 자연 고요하고 깨끗하여지나니
극칙 고요하고 깨끗하면 절로 마음을 깨다라 부쳐 되나니라
도라가지 아니하고 곳은 길이니 이렇게 하여 갈지니라
이 법문을 가끔 보고 읽고 남에게 일러주면 팔만대장경 본 공덕과 같고
그대로 공부하면 일생에 성불할 것이니

011_0597_c_01L니 이런 말슴을 자서히 들어 생각하
011_0597_c_02L며 또 이전에 권선사라는 스님은 아
011_0597_c_03L침부터 공부하다가 해가 질 때면 다
011_0597_c_04L리를 뻗고 울어가로대 오늘 해도 공
011_0597_c_05L연히 지내고 마음을 깨닷지 못하엿
011_0597_c_06L다하고 날마다 그리한 이도 있고 공
011_0597_c_07L부하노라고 마음 지극히 먹은 이를
011_0597_c_08L모다 적을 수 없으니 다 죽고 살기
011_0597_c_09L를 잊고 먹고 입기를 잊고 잠자기도
011_0597_c_10L잊고 공부하셨으니 우리도 그렇게
011_0597_c_11L하여야 공부가 될터이니 자서히 생
011_0597_c_12L각하며 이전에 동산스님이 글을 지
011_0597_c_13L어가로대 거록하다는 이름도 구하
011_0597_c_14L지 말고 재물도 구하지 말고 영화
011_0597_c_15L스러운 것도 구하지 말고 그렁저렁
011_0597_c_16L인연을 따라 한세상을 지내여서 옷
011_0597_c_17L은 떠러지거든 거듭거듭 기워 입고
011_0597_c_18L양식은 없거든 가끔가끔 구하여 먹
011_0597_c_19L을지로다 턱어리 밑에 세마듸 기운
011_0597_c_20L이 끈어지면 문듯 송장이요 죽은 후
011_0597_c_21L에는 허ㅅ이름 뿐이로다 한낮 허환
011_0597_c_22L한 몸이 멫을이나 살 것이관대 쓸
011_0597_c_23L대없는 일을 하느라고 내 마음을 깜
011_0597_c_24L깜하게 하여 공부하기를 잊어버리

011_0599_b_01L속이는 말로 알지 말고 진심으로 믿어 하여 갈지니라
산은 깊고 물은 흐르고 각색 초목은 휘여져 있고
이상한 새소리는 사면에 울고
적적하야 세상 사람은 오지 안는대
고요히 앉아 내 마음을 궁구하니
내게 있는 내 마음이 부쳐가 아니면 무엇인가
듯기 어려운 좋은 법을 들엇으니 신심을 써서 할지니라
마음을 넘우 급히 쓰면 신병이 나고 두통도 나나니
마음을 갈아 앉처 평안히 하여 가라
조심하라 억지로 생각하려 말고 의심을 내여하라
서문序文
범어사계명암수선사방함청규梵魚寺鷄鳴庵修禪社芳啣淸規
대개 몸이 선방에 들어오고 이름이 방함록에 실리는 것은 하나의 인연이다. 그러나 후세에 아름다운 이름을 전하여 후인들로 하여금 사모하도록 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오늘날 사람들은 저마다 근기가 미열하고 정법은 흐려졌으니, 정법안장을 보호하여 유통하게 하는 것은, 실로 역량이 있는 형제들의 힘을 의지해야 한다. 하물며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크니, 어찌 그럭저럭 한평생을 헛되이 보낼 수 있으리오.
만약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닫는다면 탐진치 번뇌의 마음이 모두 해탈이요, 갈대꽃, 버들 솜 등 만물마다 진리가 드러나 있으니, 자리自利와 이타利他를 어찌 마칠 수 없으리오.

011_0598_a_01L리요 하시니라 내 마음을 깨다른 후
011_0598_a_02L에 항상 그 마음을 보전하야 깨끗이
011_0598_a_03L하고 고요히 하야 세상에 물들지 말
011_0598_a_04L고 닦아 가면 한없는 좋은 일이 하
011_0598_a_05L도 많으니 부대 깊이 믿으며 죽을
011_0598_a_06L적에라도 아프도 않고 알치도 않고
011_0598_a_07L마음대로 극락세계에도 가고 가고
011_0598_a_08L싶은대로 가나니라 부쳐님 말슴에
011_0598_a_09L하시기를 남자나 녀인이나 로소를
011_0598_a_10L물론하고 이 법문을 믿고 공부하면
011_0598_a_11L모다 부쳐가 되리라 하시니 어찌 사
011_0598_a_12L람을 속이리요 오조홍인대사 말슴
011_0598_a_13L이 내 마음을 궁구하면 깨다를 것
011_0598_a_14L이라 하시고 맹서하시되 너의가 내
011_0598_a_15L말을 곶이 아니 들으면 세세생생에
011_0598_a_16L호랑이에게 죽을 것이요 내가 너의
011_0598_a_17L를 속이면 후생에 지옥에 떠러지리
011_0598_a_18L라 하시엇으니 이런 말슴을 듯고 어
011_0598_a_19L찌 믿지 아니하리요 공부하는 사람
011_0598_a_20L이 마음 움적이지 않기를 산과 같이
011_0598_a_21L하고 마음을 넓게 쓰기를 허공과 같
011_0598_a_22L이 하고 지혜로 불법 생각하기를 날
011_0598_a_23L과 달같이 하야 남이 나를 옳다고
011_0598_a_24L하든지 그르다고 하든지 마음에 끄

011_0599_c_01L
대저 진정으로 참학하는 이는 범상하고 흐리멍덩하지 않으니, 설사 정식情識의 속박을 벗어나 초연히 청허淸虛하다 해도 정결함이 마음을 수고롭게 함을 면치 못하였으며, 그리고 마음의 빛이 혁연赫然히 빛나서 신령한 근원을 환히 비추었다 하더라도 겨우 반쯤밖에 드러내 보이지 못한 것이다.
고인이 “주장자를 어깨에 메고서 남들을 아랑곳하지 않고 도로 천 봉우리 만 봉우리 속으로 들어간다.”라고 했는데, 설사 이와 같다 하더라도 단지 이렇게 갈 줄만 알고 이렇게 올 줄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또 고인이 “진중한 선재善財27)는 어디로 갔는가? 맑은 밤에 바람이 푸른 대숲을 흔드는구나.”라고 했으니, 비록 이와 같으나 어느 곳에서 이 소식을 얻었는가?
슬프다! 사람 몸은 얻기 어렵고 정법을 듣기 어려우니, 몸이 선방에 들어오고 이름이 방함록에 실린 것을 응당 스스로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상좌들이여! 대중을 통섭하는 청규는 건화문建化門28)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약간을 제시하노니, 이는 대중들과 상의해서 정한 바꿀 수 없는 법규이다. 모든 대중은 부디 준수하고 봉행하여 법화法化를 유통하기 바란다.
청규淸規
일. 법을 연설하는 종사宗師와 열중悅衆 스님은 그 임무가 가볍지 않으니, 응당 식견과 안목이 높은 이를 가려 뽑아서 그 책임을 맡겨야 한다.
일. 대저 선방은 온 세상의 납자들이 와서 머물면서 도를 닦는 곳이니, 선방을 맡아 일을 보는 주승主僧은 잘 가려 뽑지 않으면 안 된다. 응당 그 자리를 서로 전해 줄 때 십분 잘 살펴야 하고, 함부로 용렬한 자에게 맡겨서는 안 된다. 그리고 용렬한 자는 주제넘게 그 자리를 맡으려 해서는 안 된다.
일. 결제한 뒤에는 방榜을 받아서는 안 되며, 또 입방入榜한 뒤 중도에 물러 나와서는 안 된다.
일. 패역悖逆하고 난잡한 자나 중병에 걸린 자는 방을 받아서는 안 되니, 법화法化를 손상하고 대중들에게 수고를 끼칠까 염려된다.
일. 총림을 운영하는 데는 사무를 처리하는 규례가 없을 수 없으니,

011_0598_b_01L달리지 말고 다른 사람의 잘하고 잘
011_0598_b_02L못하는 것을 내 마음으로 분별하여
011_0598_b_03L참견말고 좋은 일이 당하든지 좋지
011_0598_b_04L아니한 일이 당하든지 마음을 평안
011_0598_b_05L히 하며 무심히 가져서 남 봄에 숙
011_0598_b_06L맥같이 지내고 병신같이 지내고 벙
011_0598_b_07L어리같이 소경같이 귀먹은 사람같이
011_0598_b_08L어린아이같이 지내면 마음에 절로
011_0598_b_09L망상이 없어지나니라 설사 세상일
011_0598_b_10L을 똑똑히 분별하더라도 비유하건
011_0598_b_11L대 똥덩이 가지고 음식 만들려는 것
011_0598_b_12L과 같고 진흙 가지고 흰 옥 만들려
011_0598_b_13L는 것과 같애여 성불하여 마음닦는
011_0598_b_14L대 도시 쓸대없는 것이니 부대 세상
011_0598_b_15L일을 잘 할려고 말지니라 다른 사
011_0598_b_16L람 죽는 것을 내 몸과 같이 생각하
011_0598_b_17L여 내 몸을 튼튼히 믿지 말고 때때로
011_0598_b_18L깨우처 마음 찾기를 놓지 말지니라
011_0598_b_19L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고 의심하
011_0598_b_20L여 오고 의심하여 가고 간절히 생각
011_0598_b_21L하기를 배고픈 사람이 밥 생각하듯
011_0598_b_22L하여 잊지 말고 할지니라 부쳐님이
011_0598_b_23L말슴하시기를 일체 세상 일이 다 허
011_0598_b_24L망하다 하시고 중생의 모든 하는 일

011_0600_a_01L그 소임을 맡은 스님은 응당 태만하지 말고, 자기의 소임에 각별히 힘써서 대중을 편안하게 해야 한다.
일. 진정으로 참학하는 이는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공부에 간단이 없어야 하니, 움직일 때나 고요할 때나 공부에 간단이 없기 때문에 구경에 생사와 열반의 그물과 조롱에 속박되지 않는다. 선상禪床에서 내려온 뒤에는 시끄럽게 웃고 떠들어 참구를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일. 방부를 들인 뒤에 대중을 어지럽혀 화합하지 못하게 하는 이는 세 차례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않으면 건추犍椎29)를 쳐서 축출한다.
일. 보청普請30)할 때에 빠져서는 안 되며 뒤처져서도 안 되고 늘 힘을 모아 함께 일을 해야 한다.
일. 술을 마시거나 음행을 하는 것은 부처님께서 깊이 경계하셨으니, 술을 마시거나 음행을 한 사람을 단연코 축출해야 한다. 그리고 의복은 6일이 되기 전에는31) 세탁해서는 안 된다.
일. 조실祖室, 열중悅衆, 선백禪伯, 지전知殿, 지객知客, 원두園頭, 간병看病, 반두飯頭, 정인淨人, 서기書記, 전다煎茶, 채두菜頭, 시두柴頭, 별좌別座, 도감都監, 원주院主, 화주化主.
범어사에 선사계의禪社契誼를 설치한 데 대한 서문(梵魚寺設禪社契誼序)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정법안장·열반묘심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여 대대로 전수해 옴에 그 도가 직절하다. 그 오묘하고 심원한 이치는 마치 백료百僚·재상을 천자天子에 비기는 것과 같으니, 삼승의 교법으로 비교할 수 없다. 그 설은 서책에 갖춰져 있으니, 그 공리功理를 비교해 보면 선가의 법은 신선의 단약이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과 같다. 만약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달아 한 생각을 돌이키면 옛 부처와 어깨를 나란히 할 터이니, 삼지겁三祗劫의 오랜 세월 동안 부질없이 공부할 필요가 있으리오.
진실로 참구하고 진실로 깨닫지는 못하여 혼침과 산란 속에 빠져 지낸다 하더라도 다른 인과의 법을 수행하는 가르침보다는 월등히 뛰어나다.
부처님이 설하신 일대장교一代藏敎에는 반교半敎이지 원교圓敎가 아닌 것이 있으며,

011_0598_c_01L이 다 나고 죽는 법이라 하시고 오
011_0598_c_02L즉 제 마음을 깨다러야 진실한 법
011_0598_c_03L이라 하시니라 술을 먹으면 정신이
011_0598_c_04L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음행은
011_0598_c_05L정신 갈려 애착이 되니 상관 아니할
011_0598_c_06L것이요 살생은 마음에 진심을 도으
011_0598_c_07L니 아니할 것이요 고기는 먹으면 정
011_0598_c_08L신이 흐리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011_0598_c_09L거즛말은 내 마음에 사심을 기루니
011_0598_c_10L아니할 것이요 도적질은 내 마음에
011_0598_c_11L탐심을 느리니 아니할 것이요 파와
011_0598_c_12L마늘은 내 마음에 음심과 진심을 도
011_0598_c_13L두니 먹지 아니할 것이요 그 남어
011_0598_c_14L지 일체 것이 내게 해로운 것이니
011_0598_c_15L간섭치 말지니라 목우자스님 말슴
011_0598_c_16L이 재물과 색이 앙화됨이 독사보다
011_0598_c_17L심하니 몸을 살펴 그런줄 알아 항
011_0598_c_18L상 멀리 여의라하시니 이런 깊은 말
011_0598_c_19L슴을 본받아 행하여야 공부가 순히
011_0598_c_20L되나니라 부쳐님 말슴에 한번 진심
011_0598_c_21L내면 백만가지나 죄가 생긴다 하시
011_0598_c_22L니 제일 골내는 마음을 참을지니라
011_0598_c_23L예전 스님네 말슴이 골내는 마음으
011_0598_c_24L로 호랑이와 배암과 벌과 그런 독

011_0600_b_01L권교權敎이지 실교實敎가 아닌 것이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요의了義32)에 의지하고 불료의不了義에 의지하지 말라.” 하셨으니, 반교와 권교는 의지해서는 안 된다. 그 이치가 분명하건만 오늘날 수행하는 이들이 대개 반교 속을 헤매고 권교 속에 막혀 일생을 그르치고 마니, 슬프다!
옛날 고야 선인姑射仙人은 그 마음이 응집됨에 만물이 재해를 입지 않았고,33) 개와 닭도 도화道化를 입었는데, 하물며 만물의 영장인 사람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신선도 만물이 재해를 입지 않도록 할 수 있는데, 하물며 부처님의 무상정도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그러므로 “듣고 믿지 않더라도 오히려 성불할 종자를 심는 인연을 맺으며, 배우고 성취하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인천의 복을 덮는다.” 하였다.
그러므로 동참계의同參契誼를 설치하여 다 함께 최상의 인연을 맺고 다 같이 수역壽域에 이르도록 한다. 수역이란 무엇인가? 청산은 높고 벽해는 푸르며, 조각구름은 펼쳐지고 솔바람은 소슬하니, 모든 것이 자기 광명이 아님이 없어 이 광명이 천지를 두루 덮고 고금에 걸쳐 있어 비록 묘용이 항하수 모래와 같이 많으나 견고하기는 금강과 같다. 그러므로 고덕이 “반야상에는 헛되이 버리는 공부가 없다.” 하였으니, 만약 성불의 원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응당 깊은 마음의 큰 원력을 일으켜야 할 것이다.
해인사 수선사 방함록의 서문(海印寺修禪社芳啣引)
방함록을 쓰는 까닭은 후세 사람에게 보이려는 것이다. 후세 사람에게 보이는 것이 무슨 뜻에서인가? 육신은 물거품과 같고 목숨은 바람 앞의 등불과 같건만 책려하여 부지런히 수행할 줄 아는 이는 누구인가? 법성法性은 본래 공하고 혜일慧日은 길이 밝건만 능히 깨달아 들어가는 이는 또 누구인가?
후세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를 보는 것이 지금 우리가 옛사람을 보는 것과 같으며, 후세 사람이 또 그 후세 사람을 보는 것이 또 후세 사람이 지금 우리를 보는 것과 같아 손가락으로 가리키듯이 분명히 알 수 있으리라.
슬프다! 이 수선사修禪社에 거처하는 이들이 거울삼아 경계해야 할 것이다.

011_0599_a_01L한 물건이 되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
011_0599_a_02L비와 새가 되고 좀스러운 마음으로
011_0599_a_03L개아미와 모기같은 것이 되고 탐심
011_0599_a_04L내는 마음으로 배고파 우는 귀신이
011_0599_a_05L되고 탐심과 골내는 마음이 만하
011_0599_a_06L고 크면 지옥으로 가고 일체 마음
011_0599_a_07L이 다 여러가지 것이 되여가니 일
011_0599_a_08L체 여러가지 마음이 없으면 부쳐가
011_0599_a_09L되나니라 착한 마음이 좋다하여
011_0599_a_10L도 또 천당으로 갓다가 도로 떠러
011_0599_a_11L져 지옥이나 축생이 되여가니 착한
011_0599_a_12L마음도 쓸대없고 일체 마음을 없애
011_0599_a_13L고 하면 다른대로 갈 것 없고 마음
011_0599_a_14L이 깨끗하야 혼곤하지 아니하면 캄
011_0599_a_15L캄한대로 가지 아니하니 고요하고
011_0599_a_16L깨끗한 마음이 부쳐되여 가는 길이
011_0599_a_17L니 내 마음을 항상 의심하야 궁구하
011_0599_a_18L면 자연 고요하고 깨끗하여지나니
011_0599_a_19L극칙 고요하고 깨끗하면 절로 마음
011_0599_a_20L을 깨다라 부쳐 되나니라 도라가지
011_0599_a_21L아니하고 곳은 길이니 이렇게 하여
011_0599_a_22L갈지니라 이 법문을 가끔 보고 읽고
011_0599_a_23L남에게 일러주면 팔만대장경 본 공
011_0599_a_24L덕과 같고 그대로 공부하면 일생에

011_0600_c_01L
『정법안장正法眼藏』의 서문(正法眼藏序)
규봉圭峯 스님이 이르기를, “불경을 펼침에 대천세계 팔부대중이 나열하고, 선게禪偈로 요약함에 한 부류의 근기에 맞춘다. 대중이 나열한즉 드넓어 의지하기 어렵고, 근기를 맞춘즉 가르침이 분명해 공부하기 쉽다.”34)라고 하였다. 그 가르침이 분명하니 공부하기 쉬운 것들을 동지들과 공유하고자 생각하여, 동행한 염染 수좌에게 주어서 어록 10편 및 『염송拈頌』에 있는 선사들의 직절한 법문들을 써서 5책 한 질로 만들어 도에 들어가는 바른 안목으로 삼노라.
이 책의 내용은 비록 편언척어片言隻語라도 절실히 수행을 권면하고 분명히 법을 개진하지 않음이 없으니, 성불로 가는 길이 터럭만 한 장애도 없이 환히 드러나 있다. 만약 이 책을 읽고 완미玩味하여 마음의 근원을 돌이켜 비춰 보아 전일하고 정밀하게 공부한다면, 비록 경전을 보지 않더라도 경전이 이 속에 있을 것이다. 경전이 이 속에 있을 뿐만이 아니라 수행문修行門에서 가르침이 분명하여 실로 의지하기 어려운 경전보다 낫다. 도에 뜻을 둔 이라면 응당 유념하여 이 책을 자세히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전사傳寫 과정에서 오탈誤脫이 많고, 게다가 구두와 토吐가 잘못된 곳들도 있어 독자들이 본의本意를 알지 못할 수가 있다. 그래서 나 자신의 하찮은 학식을 헤아리지 않고 상세히 살펴서 수정하였다. 만약 이 책을 전사하는 이가 있다면 응당 십분 유념하여 전사한 뒤에 다시 재삼 교정하여 착오가 없도록 하고, 중생계에 두루 보시하라. 그렇게 하면 광명종자光明種子를 맺고 성불의 정인正因을 잃지 않으리라. 나의 깊은 바람은 여기에 있다.
화엄사 상원암에 다시 선실을 설치하고 완전한 규례를 정하는 글(華嚴寺上院庵復設禪室定完規文)
대저 선禪은 그 이치가 직절直截하고 고원하여 삼승三乘을 훌쩍 벗어났다. 그러므로 선을 배우는 이가 본지풍광을 깨달아 사무치면 옛 부처님과 어깨를 나란히 하니,

011_0599_b_01L성불할 것이니 속이는 말로 알지 말
011_0599_b_02L고 진심으로 믿어 하여 갈지니라 산
011_0599_b_03L은 깊고 물은 흐르고 각색 초목은
011_0599_b_04L휘여져 있고 이상한 새소리는 사면
011_0599_b_05L에 울고 적적하야 세상 사람은 오
011_0599_b_06L지 안는대 고요히 앉아 내 마음을
011_0599_b_07L궁구하니 내게 있는 내 마음이 부
011_0599_b_08L쳐가 아니면 무엇인가 듯기 어려운
011_0599_b_09L좋은 법을 들엇으니 신심을 써서
011_0599_b_10L할지니라 마음을 넘우 급히 쓰면
011_0599_b_11L신병이 나고 두통도 나나니 마음을
011_0599_b_12L갈아앉처 평안히 하여가라 조심하
011_0599_b_13L라 억지로 생각하려 말고 의심을
011_0599_b_14L내여하라

011_0599_b_15L

011_0599_b_16L序文

011_0599_b_17L梵魚寺鷄鳴庵修禪社芳啣淸規

011_0599_b_18L
盖身叅禪社名載禪冊一段因緣
011_0599_b_19L不是傳芳于後使之有所思處當人根
011_0599_b_20L機微劣正法澆漓使正法眼藏扶護
011_0599_b_21L流通實賴有力量兄弟况無常迅速
011_0599_b_22L生死事大豈可因循空過一生乎若能
011_0599_b_23L實叅實悟貪嗔煩惱心心解脫蒲花
011_0599_b_24L柳絮物物現露自他利濟有何未了

011_0601_a_01L그 법이 요묘要妙하기가 이보다 더한 것이 어디 있으리오. 그러므로 달마 대사가 중국 땅에 들어온 이래 우리 동토에 이르러서도 그 법을 얻어 곧바로 불지佛地에 오른 이들이 한량없이 많았다.
그런데 근세에 이르러 그 도가 없어져서 세상에 전해지지 않았고, 설령 그 도를 공부하는 이가 있다 하더라도 애초에 참구하는 방법을 결택하는 데 힘쓰지 않아 마침내 혼침과 도거掉擧(산란한 마음) 속에 빠져서 한평생을 보내고 조금도 그 이치를 엿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다른 행업行業을 하는 이들이나 그들을 외호하는 이들은, 옳고 그름을 가리지 않고 참선하는 사람을 보면 으레 비탄하니, 슬프다! 구제할 수 없도다.
이 난야는 처음 화엄사를 창건할 때부터 이미 선실禪室이 있었는데, 터가 신령한 승지勝地라 이곳에서 수행하여 도를 얻은 이가 많았다. 그런데 중간에 선방 운영을 그만두고 만 것은 시운이 좋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니었고, 교화를 주도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광무光武 4년(1900) 늦은 봄에 청하 장로淸霞長老가 이 암자에 와서 주석하면서 선회禪會를 열었으니, 장로의 청정한 도심과 광대한 원력으로 산중의 스님들과 의논하여 결정해 성취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훗날 이 암자의 주지로 오는 이들이 불법을 펴는 일의 중대함과 고인이 이 암자를 창시한 본뜻에 따라 지금 장로처럼 선회를 다시 연 간절한 뜻을 생각하지 않고, 혹 사욕을 따르고, 혹 일시적인 편의에 따라 선실을 폐지하여 선객을 받아들이지 않았으니, 이는 부처님 종자를 끊는 사람이요, 반야를 비방하는 사람이다. 인과가 분명하니, 두려워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유가 경전에서 “너는 그 양을 아끼느냐? 나는 그 예禮를 아끼노라.”35) 하였다. 경에서는 “한 생각 맑은 마음이 항하사와 같이 많은 보배 탑을 조성하는 것보다 낫다.” 하였고, 또 “최상승 법문을 듣고 비방하여 삼악도에 떨어지는 것이 항하사와 같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보다 낫다.” 하였으며, 또 고인이 “듣고 믿지 않더라도 오히려 성불할 종자를 심는 것이며, 배워서 이루지 못하더라도 오히려 인천人天의 복을 덮는다.” 하였으니, 일체 도법道法 중에서 반야의 힘이 수승하기 때문이다.

011_0599_c_01L夫眞正叅學者不是尋常儱侗
011_0599_c_02L得脫盡情累翛然淸虛未免淨潔勞神
011_0599_c_03L且得心光烜爀廓達靈根始是半提
011_0599_c_04L古云柱杖橫擔不顧人却入千峰萬峰
011_0599_c_05L設得如是秪知恁麽去不解恁麽來
011_0599_c_06L又古云珍重善財何處去淸宵風撼碧
011_0599_c_07L琅玕雖然如是甚麽處得這消息來
011_0599_c_08L嗚呼人身難得正法難聞身叅禪社
011_0599_c_09L名載禪冊當自深思乎諸上座攝衆淸
011_0599_c_10L建化門中不可無者故提說若干
011_0599_c_11L此是與大衆商確不易之常法也幸望
011_0599_c_12L一遵奉行流通法化乎

011_0599_c_13L淸規

011_0599_c_14L
演法宗師悅衆禪和其任不輕
011_0599_c_15L擇其高識遠鑑者以充其任事

011_0599_c_16L
夫禪社者四海衲子捿身硏道之所
011_0599_c_17L其爲主社者不可不擇當其相傳 [1]
011_0599_c_18L十分詳察不得妄任昏庸其昏庸者
011_0599_c_19L又不得濫求冐進事

011_0599_c_20L
結制後不得受榜又不得入榜後中
011_0599_c_21L退事

011_0599_c_22L
悖逆雜亂者或身罹重病者不得受
011_0599_c_23L恐有損傷法化致勞渾衆事

011_0599_c_24L
叢林行道不可不有領辦事務規例

011_0601_b_01L
이를 통해서 본다면 참선하는 사람이 비록 혼침과 도거에 빠져서 도를 얻지 못할지라도 도업을 성취한 삼승의 학인보다 낫다. 원컨대 후세에 이 암자의 주지가 된 이는 이 글을 반복해 읽어 보고 선회를 이어 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대저 불자로서 부처님 교화를 펴는 데 힘쓰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수승한 선회를 폐지한다면 천지신명이 알게 모르게 벌을 내릴 것이니 두렵지 않겠는가. 이와 같이 두려운 일이 있는데도 척연惕然한 마음으로 이 말을 준봉遵奉하지 않는 자는 그만이니, 나도 어찌할 수 없다.
함께 정혜를 닦아 함께 도솔천에 나서 함께 불과를 이루는 계사를 결성하는 글(結同修定慧同生兜率同成佛果稧社文)
『화엄경』에서 “응당 법계의 성품을 보라.” 하였고, 『법화경』에서 “항상 스스로 적멸한 상相”이라 하였으니, 그 적멸한 상과 법계의 성품이 어찌 중생이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그 성품이 아니겠는가. 『금강경』에서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모두 허망하다.” 하였고, 『열반경』에서 “모든 것이 무상하니, 이는 생멸하는 법이다.”라고 하였으니, 중생의 육신과 세계 및 선악善惡, 부동不動 등의 행업行業이 어찌 그것이 아니겠는가. 이러한 경의 게송들은 우리 불문에서는 삼척동자와 죽반사미粥飯沙彌36)도 익히 보고 들어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비록 오랫동안 경을 외고 참선과 염불을 한 석덕碩德들도 대개 그 뜻을 조금도 알지 못한 채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지나쳐 버리고, 이것이 무슨 도리인지 생각해 보지도 않는다. 하물며 반조返照하여 그 뜻을 알고 깨달아 수행하는 이가 있겠는가.
슬프다! 이 몸은 물거품처럼 덧없으며 육신은 달리는 말처럼 멈추지 않고 늙어 가니, 풀잎에 맺힌 이슬처럼 잠깐 머물고 바람 앞의 등불처럼 빨리 사라진다. 게다가 몸속에는 온갖 진물과 고름이 들어 있어 아홉 구멍으로는 더러운 물을 흘려내니, 그 추악하고 무상하기가 이와 같이 두렵고 가증스럽다.

011_0600_a_01L則其爲所任者禪和當另己所任勿堕
011_0600_a_02L以安淸衆事

011_0600_a_03L
眞正叅學者無間於動靜以無間於
011_0600_a_04L動靜故究竟不被生死湼槃之所羅籠
011_0600_a_05L不得下禪床後戱笑喧亂以廢叅究事

011_0600_a_06L
付榜之後有違亂淸衆不和者三次
011_0600_a_07L曉喩而不從打犍椎逐出事

011_0600_a_08L
當普請時不得闕目又不得落後
011_0600_a_09L而常並力相濟事

011_0600_a_10L
飮酒行淫先佛深戒斷當逐出
011_0600_a_11L衣服非六日不得洗浣事

011_0600_a_12L
祖室悅衆禪伯知殿知客園頭
011_0600_a_13L看病飯頭淨人書記煎茶菜頭
011_0600_a_14L別座都監院主化主

011_0600_a_15L

011_0600_a_16L梵魚寺設禪社契誼序

011_0600_a_17L
釋迦氏以正法眼藏湼槃妙心付囑
011_0600_a_18L摩訶迦葉轉轉相授其道直截其原
011_0600_a_19L妙逈絕之理如百僚阿衡之於天子
011_0600_a_20L可以三乘敎法比擬髣髴具在方策
011_0600_a_21L校量功理一似仙丹1)刀圭而起死
011_0600_a_22L能實叅實悟一念回光與古佛齊肩
011_0600_a_23L何用三秪枉功縱未有實溷沌於昏掉
011_0600_a_24L亦非他因果行門所到佛說一代藏敎

011_0601_c_01L그런데도 무명의 짐주鴆酒에 취하고 식경識境37)의 풍파에 흔들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갖 정신을 다 써서 오랜 겁 동안의 허물을 짓고 있으면서도 끝내 알아차리지 못하니, 슬프다!
우리 석가모니부처님께서 이를 불쌍히 여겨 신통과 지혜의 힘을 써서 삼승교三乘敎의 그물을 펼쳐서 인천人天이란 물고기를 건져 올리고, 최후에는 정법안장·열반묘심을 가섭 존자에게 부촉하여 대대로 전수하여 달마 조사에 이르러 중국 땅에 와서 중생을 교화하여 선풍禪風을 크게 떨쳤다. “문자를 세우지 않고 곧바로 사람의 마음을 가리켜 견성성불하게 한다.”라고 한 것은 도의 강령을 보여 준 것이요, “밖으로는 모든 반연을 쉬고, 안으로는 마음에 헐떡임이 없어야 하니, 마음이 장벽과 같아야 도에 들어갈 수 있다.” 한 것은 도의 직절함을 보여 준 것이요, “마음을 관觀하는 한 가지 법이 모든 수행을 총섭摠攝한다.” 한 것은 도의 본체를 보여 준 것이요, “넓을 때는 법계를 두루 덮고 좁을 때는 침도 받아들일 수 없다.” 한 것은 도의 대용大用을 보여 준 것이요, “세 번 절하고 제자리에 서자 골수를 얻었다고 인가하였다.”38) 한 것은 도의 연원을 보여 준 것이다. 이 밖에 불조의 백천 가지 방편들이 모두 말세의 중생들에게 자상하게 일러 지도해 준 수행의 바른 길이다.
혹자는 “영산회상에서 부처님께서 꽃을 들자 백만 대중은 모두 알지 못하고 오직 가섭 존자 한 사람만이 알아차리고 미소 지었습니다. 말세 중생들이 근기가 하열한 것을 헤아리지 못하고 모두가 조사의 선禪을 참구한다고 하니, 어찌 성공할 리가 있겠습니까?”라고 하는데, 이러한 사설邪說은 일일이 들어서 말할 수도 없다.

011_0600_b_01L有半而未圓者權而未實者故佛自說
011_0600_b_02L依了義不依不了義其半也權也
011_0600_b_03L可以依之也其理彰著而今觀修行者
011_0600_b_04L擧皆迷半滯權誤了一生悲夫昔姑
011_0600_b_05L射仙人其心凝而萬物不疵淮南王安
011_0600_b_06L登仙而鷄犬乘雲鷄犬被其道化
011_0600_b_07L其最靈於物者乎仙亦能使物不疵
011_0600_b_08L佛無上正道乎故云聞而不信尙結佛
011_0600_b_09L種之因學而未成猶蓋人天之福
011_0600_b_10L設同叅契誼使共結最上因緣同臻壽
011_0600_b_11L夫壽域者何也靑山▼(山/凝)▼(山/凝)碧海蒼
011_0600_b_12L片雲展張松聲蕭瑟無物非自己
011_0600_b_13L常光匝天匝地亘古亘今雖妙用恒
011_0600_b_14L能堅固如金剛故古德云般若上
011_0600_b_15L無虛棄之工夫若有成佛願者應發深
011_0600_b_16L心大願也哉

011_0600_b_17L

011_0600_b_18L海印寺修禪社芳啣引 [1]

011_0600_b_19L
書芳啣所以然者示後人也示後人也
011_0600_b_20L以何意也 [2] 身隣泡漚命危風燈 [3]
011_0600_b_21L策勤者是誰也法性本空慧日長明
011_0600_b_22L能悟入者又是誰也後之視今猶今
011_0600_b_23L之視昔也后之視后又猶后之視今也
011_0600_b_24L指點得分明矣嗚呼居此社者可以

011_0602_a_01L이는 본래 지혜의 눈이 없는 데다 명안종사明眼宗師를 찾아가 묻지 않아서 이와 같이 식견이 거칠게 된 것이니,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러나 이와 같이 생각해 버리고 자기 잘못을 반성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기 앞길을 그르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눈도 멀게 할 것이다. 이 물음에 답변해 보겠다.
부처님이 전법하실 때 제자들은 모두 불보살이 응화應化해 다시 태어나신 분들로 가섭·아난과 같은 이들이 무수히 많았으니, 어찌 이 도를 알 수 있는 근기가 없었겠는가. 한 사람에게만 법을 전한 것은 부처님이 입멸한 뒤에 한 사람을 들어서 일대교주一代敎主로 삼았으니, 이는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나라에는 두 왕이 없는 것과 같다. 그 밖에 도를 얻은 이들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따라서 서천의 조사들로부터 중국의 성현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찬가지이다.
그러므로 우바국다 존자優婆毱多尊者는 사람을 득도하게 할 때마다 산가지(籌) 하나씩 넣은 것이 30척 넓이의 석실에 가득 찼다고 하며, 마조馬祖 아래에서는 88명의 종사가 나왔다. 그 이후에도 1천5백 명 선지식들이 동시에 도량에 앉아서 마침내 다섯 종파로 나뉘었으니, 한 선지식 아래에서 도를 이룬 이가 많게는 1천1백 명이고, 적어도 열 명을 밑돌지 않았다.
만약 백만 대중은 모두 알지 못하고 가섭 존자만 알고 미소 지었다는 그릇된 소견을 고집하여 말세 사람들이 조사의 선을 참구하는 것은 분수에 넘치는 일이라고 헐뜯는다면, 위에서 말한 종사들이 허다한 사람들을 교화한 것들은 모두 잘못 전수한 것이란 말인가. 아니면 모두 근거 없는 허망한 설을 날조하여 전수한 것이란 말인가.
이러한 사적들은 분명하게 서책에 기록되어 있으니, 속일 수가 없다. 그렇지 않다면 말세의 도를 얻은 이는 많은데 영산회상에서는 한 사람에게만 도를 전수했다면 어찌 말세 사람들의 근기가 영산회상 대중들보다 나아서 그러했던 것인가? 이럴 리는 만무하다. 그런데 오직 가섭 존자에게만 도를 전수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011_0600_c_01L鑑戒也哉 [4] [5]

011_0600_c_02L

011_0600_c_03L正法眼藏序

011_0600_c_04L
圭峯師云佛經開張羅大千八部之衆
011_0600_c_05L禪偈撮畧就此方一類之機羅衆則莽
011_0600_c_06L蕩難依就機則指的易用其指的易用
011_0600_c_07L思與同志共之付同行染禪和
011_0600_c_08L集語錄十篇及拈頌諸導師直截法門
011_0600_c_09L爲一秩五冊以爲入道正眼其爲書也
011_0600_c_10L雖隻言片語無非切勤勸勉分明指陳
011_0600_c_11L其成佛路頭廓朗無纖毫疑翳若於此
011_0600_c_12L硏究玩味 [1] 照於心源用功專精
011_0600_c_13L雖不用看過藏敎藏敎在焉又不啻在
011_0600_c_14L其於行門指的寔有勝於難依者也
011_0600_c_15L如有志於道者應留 [2] 神思察焉然傳寫
011_0600_c_16L多誤脫又有錯其句讀吐語讀者失其
011_0600_c_17L本意不揆不才爲之詳定如有傳寫
011_0600_c_18L當十分用意寫後又再三校正
011_0600_c_19L誤錯普施於衆生界中其結光明種子
011_0600_c_20L不失成佛之正因深願在玆焉

011_0600_c_21L

011_0600_c_22L華嚴寺上院庵復設禪室定完規文

011_0600_c_23L
夫禪者其理直截高遠逈出三乘
011_0600_c_24L學禪者悟徹本地風光則與古佛齊肩
011_0600_c_25L「刀」疑「刁」{編}

011_0602_b_01L그대의 소견대로라면 오직 가섭 존자 뿐이고 다른 사람은 도를 전수할 만한 사람이 없어서 그렇게 했던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불행히 가섭 존자 한 사람이 없었다면 정법안장을 전수하지 못하고 말았을 것인가?
또 만약 말세 사람의 깨달은 바가 영산회상에서 부촉한 바에 미치지 못하다고 헐뜯는다면 이는 더욱 옳지 못하다. 세상에 어찌 천생미륵天生彌勒과 자연석가自然釋迦가 있겠는가. 조사들이 사람들에게 마음을 밝혀 견성하게 했다는 말만 들었지, 말세 사람들이 정혜를 학습하는 것을 금지했다는 것은 보지 못했으니, 아무리 억지로 따져 보아도 말이 안 된다. 그러므로 “한 사람에게만 법을 전한 것은 부처님이 입멸한 뒤에 한 사람을 들어서 일대교주로 삼았으니, 이는 하늘에는 두 해가 없고 나라에는 두 왕이 없는 것과 같다. 그 밖에 도를 얻은 이들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라고 하는 것이니, 만약 그러한 견해를 가지고 있다면 이제부터 고쳐라.
세존께서 “법을 의지하고 사람을 의지하지 말며, 요의了義에 의지하고 불료의不了義에 의지하지 말라.” 하셨다. 이제 『화엄경』·『법화경』·『능엄경』·『원각경』·『유마경』·『열반경』 등 대승경전과 마명·용수·무착·천친 등의 대승론과 『전등록』·『종경록』·『선문염송』 등 선문의 어록들을 보면, 어느 곳에 말세의 중생이 진정한 도를 참구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한 대목이 있는가? 허락하지 않는 것이 아닐 뿐 아니라 간절한 정성으로 특별히 알아듣게 일러 주고 장려하여 이 도에 들어가지 못할까 오로지 걱정하였다. 이는 우리들이 평소에 늘 말하고 들어온 것이니, 어찌 한마디 말, 한 글자인들 속일 수 있겠는가.
슬프다! 정법은 침체하고 사도邪道는 치성하니, “한잔의 물로 한 수레의 땔나무에 붙은 불을 끄는 격”이라는 탄식이 청허 노사淸虛老師의 교화가 융성하는 때에 있었거늘 오늘날이야 말할 나위 있겠는가.
대저 착한 생각은 인간과 천상을 이루고,

011_0601_a_01L其法之要妙也孰過於是故達磨大士
011_0601_a_02L入唐土以來至于我東土得其道
011_0601_a_03L登佛地者其數無限至於近世其道
011_0601_a_04L廢而不傳設有發跡者初不務決擇其
011_0601_a_05L叅究法竟渾沌於昏掉之中過了一生
011_0601_a_06L而未能小分覰得其理故凡他行業者
011_0601_a_07L或外護者不擇善否例皆悲嘆嗚呼
011_0601_a_08L不可以救得也此蘭若創始華嚴時
011_0601_a_09L早爲禪室其地靈勝故得道者亦多
011_0601_a_10L而中間廢絕其業者非特運之否泰也
011_0601_a_11L亦未有主化之人也光武四年暮春
011_0601_a_12L霞長老來住設禪會于此以丈老之
011_0601_a_13L淸淨道心廣大願力定議於山中僉員
011_0601_a_14L而完就者也而第恐後之住持于此庵
011_0601_a_15L不念佛化之關重古人創始之本懷
011_0601_a_16L今丈老復設之勤懇或從其私欲或循
011_0601_a_17L其便宜癈乎禪室不承接其禪者
011_0601_a_18L是斷佛種人謗般若人因果歷然
011_0601_a_19L不畏哉儒典云爾愛其羊我愛其禮
011_0601_a_20L經云一念淨心勝造恒沙寶塔又云
011_0601_a_21L聞最上乘誹謗堕三惡道者勝於供養
011_0601_a_22L恒沙佛者又古人云聞而不信尙結
011_0601_a_23L佛種之因學而未成猶盖人天之福
011_0601_a_24L以於一切道法般若力爲勝故也由此

011_0602_c_01L악한 생각은 아귀와 지옥을 나타내는데, 이 조사 문하의 활구법문은 곧바로 고불미생전古佛未生前 소식을 보아서 대적광도량大寂光道塲에 안신입명하게 한다. 그렇게 되면 삼라만상 모든 사물이 청정한 불국토 아님이 없어 모두 해인삼매海印三昧이다. 근기가 뛰어난 이가 있으면 단번에 이 경지에 뛰어 들어가 중요한 나루를 장악하여 나라를 안정시킬 것이니, 어찌 다른 것이 있겠는가. 그러나 근기가 낮은 이는 이 공부를 단번에 성취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고인이 “죽순은 필경 대나무가 되지만 지금 죽순으로 뗏목을 만들면 사용할 수 있겠는가?” 하였으니, 즉 근기가 하열한 자는 오랫동안 닦아야 필경에 도를 깨달을 수 있다. 그러므로 대혜大慧 스님은 “일구월심 화두를 들면 자연 축착합착築着闔着39)할 것이다.” 하였으며, 조주趙州 스님은 “너희들이 20년, 30년 동안 총림을 떠나지 않고 진실하게 참구하여 만약 이 도를 알지 못한다면 노승의 머리를 베어 가라.” 하였다. 고인들의 이와 같은 가르침이 어찌 거짓말로 후생들을 유혹한 것이겠는가.
미혹한 이들이 이 이치를 알지 못하여 조사 스님들의 법문을 들으면 성인의 경지라고 미루어 높이고, 단지 유위법有爲法인 사상事相에 힘써서 입으로 경을 외고 손으로 염주를 쥐기도 하고, 절을 짓고 불상을 조성하여 공덕과 보리를 바라기도 하니, 잘못 되었도다! 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러므로 양 무제梁武帝가 불상과 탑을 조성하고 재齋를 베풀고 승려를 득도시키는 등 한량없는 불사를 했는데도, 달마 대사는 “조금도 공덕이 없다.” 하였다. 또 육조 대사는 “미혹한 이들은 복만 닦고 도는 닦지 않으면서 복을 닦는 것이 바로 도라고 말한다.” 하였고, 영가永嘉 스님은 “상相에 머무는 보시는 천상에 태어나는 복을 짓지만 허공을 우러러 화살을 쏘는 것과 같으니, 힘이 다하면 화살이 도로 떨어져 내생에는 뜻대로 안 되게 되리라.”또 규봉 선사圭峯禪師는 “글자를 알고 경을 보아도 원래 증오證悟하지 못하며, 글 뜻을 아무리 잘 알아도 오직 탐진치 사견邪見만 치성하게 할 뿐이다.” 하였고, 또 홍인 대사弘忍大師는 “본래의 참된 마음을 지키는 것이 시방세계의 부처님을 생각하는 것보다 낫다.” 하였으니, 이와 같은 말들은 모두 정혜定慧의 근본을 알지 못하고 잘못 수행하는 것을 꾸짖은 말이다.
대저 중생이 삼계에 빠져 사는 것이 갓난아이가 물과 불 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참혹하며, 제불이 대자비로 중생을 구제하는 것이 어머니가 갓난아이를 불쌍히 여기는 것보다 더 간절하다. 그러므로 석가세존은 “모든 중생들을 라후라羅睺羅41)와 똑같이 본다.” 하였다. 그런데도 우리가 단번에 불지佛地에 오르지 못하는 것은 어찌 부처님이 자비가 없어서 그러한 것이겠는가. 그렇지 않다.
부처님 회상에서 아나율 존자阿那律尊者는 지나치게 잠을 많이 자다가 부처님의 꾸지람을 받고 이레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애써 정진하여 천안통을 얻었으나 눈이 멀고 말았으며, 아난 존자는 가섭 존자의 꾸지람을 받고 비사리毘舍離에 머물며 홀로 정진하여 몸과 마음이 극도로 피곤해진 뒤에 아라한과를 얻었다. 만약 부처님의 신통력이 마치 입을 억지로 벌려 약을 부어 넣어 병을 낫게 하듯이 억지로 중생으로 하여금 도를 얻게 할 수 있다면, 이 두 존자들이 어찌 정진하여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치고 애써 정진하다가 눈이 먼 뒤에 천안통을 얻고 성과聖果를 얻을 필요가 있었겠는가. 그렇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빌려서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수행하고자 한다면 가르침을 빌리지 않아서는 안 되니, 싹이 나고 자랄 때에는 실로 물과 흙의 힘을 빌리고 보배 구슬이 어두운 방에 있을 때 반드시 등잔 불빛을 빌려야 빛나는 것과 같다.
경론經論들 중에 급히 선지식을 찾아가 도업道業을 결택하라는 분명한 가르침이 남아 있다. 비유하자면 절과 도살장 곁에 있는 것은 같은 코끼리인데 선하고 악함이 때에 따라 다르고, 향초와 생선을 싼 종이를 잡은 것은 한 사람인데 비린내와 향기가 때에 따라서 바뀌는 것과 같다.42) 하였고, 고덕古德이 “착한 벗을 받들어 섬기되 신명身命을 아끼지 말라.” 하였으니, 어찌 저처럼 중요시하고 이처럼 가볍게 여길 수 있겠는가.
내가 지난 기묘년(1879) 겨울, 계룡산 동학사 조실에서 조사선의 활구를 참구하여 홀연 깨달은 곳이 있었다. 그래서 동지들과 함께 공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나 당시 숙질夙疾이 낫지 않았고 심지心志도 하열하여 한가로이 지내면서 어촌과 주막을 돌아다니고 그윽한 시내와 숲 속에서 쉬기도 하면서 유유자적 스스로 모든 것을 잊고 살아왔다. 그 후로 전쟁이 이어져 세상은 어지럽고 위태한지라 몸을 숨기기에 여념이 없었는데 어찌 다른 일을 생각할 수 있었겠는가.
그럭저럭 세월이 흘러 성상星霜이 여러 번 바뀌어 어언 20년이 지났다.
막대한 부처님 은혜를 스스로 생각하여 진찰塵刹의 만분의 일이라도 받들고자 하여 주장자를 어깨에 걸치고 합천 해인사로 갔다. 때마침 수선사修禪社 선방을 신축하였기에 선덕禪德들과 함께 동안거를 나면서 황양목선黃楊木禪43)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화롯가에 단란히 모여 앉아서 얘기하다가 고인들이 결사結社하여 도를 닦았던 일에 말이 미치니, 그 자리의 스님들이 모두 잊었던 일이 문득 다시 생각난 듯 원력과 믿음이 물이 용솟음치고 산이 솟아오르는 듯이 일어나 우리가 서로 만난 것이 늦음을 한탄하였다. 즉시 결사동맹結社同盟하기로 의논하고 나를 맹주로 추대하였다. 나는 지난날 막대한 부처님 은혜를 갚고자 했던 때를 생각하여 나의 재주는 용렬하고 행실에 검속檢束이 없고 도는 부족함을 돌아보지 않고서 한마디도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허락하였다.
우리가 동맹한 약속은 무엇인가? 다 함께 정혜를 닦아 함께 도솔천에 나서 세세생생 함께 도반이 되어 구경에 정각正覺을 이루되, 만약 도력을 먼저 성취하는 이가 있으면 맹세코 아직 도력이 부족한 사람을 이끌어서 맹약을 어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같은 생각, 같은 수행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승속, 남녀, 노소, 현우賢愚, 귀천을 따지지 않고, 또한 친소親疏와 이합離合, 원근과 선후를 따지지 않고 모두 입참入參하도록 허락하였다.

011_0601_b_01L觀之禪人雖沉綿昏掉而未得意者
011_0601_b_02L猶勝於三乘學人善成就道業者也
011_0601_b_03L諸後之住持斯庵者三復斯文繼揚禪
011_0601_b_04L可也夫爲佛子而不務行乎佛化
011_0601_b_05L擅用其私癈其勝會自有天地神祗之
011_0601_b_06L㝠誅顯罰可不懼哉夫有如是之可懼
011_0601_b_07L而不愓然遵奉者已矣吾末如之何
011_0601_b_08L也已矣

011_0601_b_09L

011_0601_b_10L結同修定慧同生兜率同成佛果稧
011_0601_b_11L社文

011_0601_b_12L
華嚴經云應觀法界性法華經云
011_0601_b_13L自寂滅相其寂滅相與法界性豈非衆
011_0601_b_14L生見聞覺知之性地耶金剛經云凡所
011_0601_b_15L有相皆是虛妄湼槃經云諸行無常
011_0601_b_16L是生滅法豈非衆生根身器界與善惡
011_0601_b_17L不動等業行耶這個經偈吾門中三尺
011_0601_b_18L童行粥飯沙彌慣習於見聞者也
011_0601_b_19L雖許久諷經禪念碩德擧是未能少分
011_0601_b_20L看得而泛然過了曾不思量是何道
011_0601_b_21L而况乎照而明之悟以修之之有哉
011_0601_b_22L此身虛浮如聚沫壯色不停如奔馬
011_0601_b_23L暫有如草露倐滅如風燈裹百千癕疽
011_0601_b_24L流九孔不淨其醜惡也其無常也

011_0603_c_01L
그 까닭은 사람마다 모두 한량없는 보배 창고를 갖고 있어 부처님과 다름이 없는데 단지 오랜 겁 동안 좋은 벗의 가르침을 만나지 못하여 삼계를 기어 다니고 사생四生에 빠져 헤매는 것이 연야달다演若達多가 머리를 잃고44)과 낙토樂土에 가고자 함께 발원하는 것이다.
또 고인이 “취향이 다르면 얼굴을 마주 보면서도 초楚나라 월越나라처럼 아득히 멀고, 도가 서로 맞으면 하늘과 땅처럼 멀어도 함께 있는 것과 같다.” 하였다. 함께 있기 때문에 만상萬象이 비록 펼쳐져 있어도 공성空性이 이지러짐이 없고, 모든 물이 다 같이 흘러가도 바닷물은 더 불어나지 않는 것이니, 부디 용맹한 마음을 일으켜 허망하고 무상한 업행業行을 환히 비추어 알고 적멸세계의 성지性地를 깨달아 닦으며, 견해로 아는 알음알이를 잊고 정법안장·열반묘심을 단번에 증득하기 바라노라. 대저 이와 같다면 누군들 안 된다 하겠으며, 즐기고자 하지 않겠는가.
『인행경因行經』에서 “석가세존이 과거세에 선혜 선인善慧仙人으로 있을 때 연등불燃燈佛 앞에 머리카락을 펼쳐서 딛고 걸어가게 했는데, 그 광경을 보고 따라 기뻐하고 찬탄한 백만 천인天人 대중들이 그때 심은 인연으로 영산회상에 함께 모여서 도를 이루었다.” 하였으며, 『천불인연경千佛因緣經』에서는 “현겁賢劫45)라고 하였다. 이 밖에 불보살들이 함께 발원하여 성도成道한 경우는 경마다 없는 곳이 없다. 근고近古에 이르러 혜원慧遠이 여산廬山에서 결사하고 백낙천白樂天이 향산香山에서 결사하고 목우자牧牛子가 팔공산에서 결사한 것도 모두 이러한 뜻으로 한 것이었다.
현장 법사玄奘法師는 “서역 사람들은 모두 도솔천에 왕생하는 행업을 닦는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도솔천은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은 욕계 안이라 성기聲氣가 서로 합치하여 행업이 성취되기 쉽기 때문에 대승과 소승의 법사들이 모두 이 도솔천에 왕생하는 법을 인정했던 것이다. 미타정토는 비루한 범부가 수행하여 행업을 성취하기 어렵다. 그러므로 신구역新舊譯 경론에서 모두 “십지十地 이상 보살은 분수에 따라 보신불報身佛의 정토를 본다.”라고 하였으니, 어찌 하품下品 중생이 곧바로 미타정토에 왕생할 수 있으리오. 그러므로 미타정토에 왕생하는 법은 대승에서는 인정하고 소승에서는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현장 법사는 일생 동안 늘 도솔천에 왕생할 행업을 지었고 임종할 때에는 왕생하여 미륵불을 보고자 한다고 발원하고 대중에게 청하여,

南無彌勒如來應正等覺 미륵여래 응정등각彌勒如來應正等覺께 귀의하오니
願與含識速奉慈顔   원컨대 모든 중생들과 함께 속히 자애로운 모습을 뵙고자 하옵니다.
南無彌勒如來所居內衆 미륵여래의 처소에 함께 사는 대중께 귀의하오니
願捨命已必生其中   원컨대 이 목숨을 버리고 반드시 그곳에 왕생하고자 하옵니다.

라는 게송을 외게 하였다. 현장 법사는 법을 아는 훌륭한 스님이니, 필시 자신을 그르치고 남을 속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구나 고금의 기록에서 도솔천에 왕생한 이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예컨대 무착無着·천친天親과 같은 보살들도 모두 도솔천 왕생을 발원하였으니, 지금은 그대로 본받기만 하면 된다.
비록 그렇지만 정토와 도솔천은 수행하는 사람의 잠시 동안의 지원志願에 따라 달라지니, 도솔천에 왕생하는 이가 미타여래를 친견하기를 원치 않겠으며, 정토에 왕생하는 이가 아미타불을 친견하기를 원치 않겠는가.
비유하자면 백벽白璧과 황금은 저마다 참된 보배이고, 봄 난초와 가을 국화는 다 같이 맑은 향기를 풍기는 것과 같으니,

011_0601_c_01L如是之可畏可厭也而沈醉於無明鴆
011_0601_c_02L飄鼓於識境風波竊竊然用盡百般
011_0601_c_03L精神釀成遠刼愆尤而終不省察
011_0601_c_04L我釋迦佛愍之憐之用神智方便
011_0601_c_05L之力張三敎網 1) [1] [1] 人天魚而末後以
011_0601_c_06L正法眼藏湼槃妙心付囑迦葉尊者
011_0601_c_07L轉相授至達磨祖師來唐土化育群生
011_0601_c_08L而玄風大振其曰不立文字直指人心
011_0601_c_09L見性成佛者示道之綱領也其曰外息
011_0601_c_10L諸緣內心無喘心如墻壁可以入道者
011_0601_c_11L示道之直截也其曰觀心一法摠攝諸
011_0601_c_12L行者 2) [2] 道之本體也其曰寬時遍法
011_0601_c_13L窄也不容針者示道之大用也其曰
011_0601_c_14L三拜依位印可得髓者示道之淵源也
011_0601_c_15L自餘諸佛祖百千方便皆是諄諄叮3) [3]
011_0601_c_16L指導末葉衆生之修行正路也或者曰
011_0601_c_17L靈山會上佛擧拈花百萬大衆皆罔措
011_0601_c_18L唯迦葉尊者一人領解微笑而末葉衆
011_0601_c_19L不能量其機小皆曰叅尋祖庭
011_0601_c_20L豈有成功之理哉如此邪說不可枚擧
011_0601_c_21L「漉」結社文(國立圖書舘所藏筆寫單行本) 作
011_0601_c_22L「摝」{編}
「示」上結社文有「示道之含蓄也
011_0601_c_23L曰嗔喜痛痒何異木人者」{編}
「嚀」結社文作
011_0601_c_24L「囑」{編}

011_0604_b_01L어느 쪽이 낫고 어느 쪽이 못하며, 어느 쪽이 왕생하기 쉽고 어느 쪽이 왕생하기 어려움을 가지고 다투어, 옳으니 그르니 남이 옳다 내가 옳다 하는 생각을 일으켜서는 안 된다.
이제 이 계사稧社에 먼저 들어온 사람은 이와 같이 왕생할 발원을 하고, 뒤에 들어온 이들도 마음과 입을 모아서 함께 발원하면, 설령 도력을 성취하지 못한 이가 있더라도 이 발원에 힘입어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여 미륵존불의 위없이 높은 현묘한 음성을 듣고 속히 대각을 증득하고 돌아와 중생을 제도할 수 있으리니, 어찌 통쾌한 일이 아니겠는가. 도를 닦는 이들은 옛날을 중하게 여기고 지금은 가볍게 여기지 말고, 발원하고 동참하여 좋은 인연을 깊이 심기를 바라노라.
그 나머지 일상생활 중에 할 일들은 경전에 실려 있어 그대로 본받으면 되니, 굳이 자세히 말할 필요가 없다. 고인이 “만행萬行을 다 닦되 오직 무념無念을 가장 으뜸으로 여긴다.” 하였으니, 수행의 요체는 바로 여기에 있다. 만행과 무념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아아! 한번 사람 몸을 잃으면 만겁에 다시 얻기 어려우니, 옛날의 영웅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 그러므로 고덕이 자신을 경계한 게송에서,

不求名利不求榮           명리를 구하지도 영화를 구하지도 않고
秪麽隨緣度此生           그럭저럭 인연 따라서 평생을 살아가노라.
三寸氣消誰是主           세 치 혀 기운 사라지면 누가 주인인고.
百年身後漫虛名           몸이 죽은 뒤에 부질없는 허명만 남는 것을.
衣裳破處重重補           옷이 해진 곳은 겹겹이 기워 입고
糧食無時旋旋營           양식이 없으면 그때그때 마련할 뿐
一箇幻躬能幾日           이 덧없는 몸뚱이가 얼마나 오래 간다고
爲他閒事長無明           쓸데없는 일 때문에 무명을 기르리오.

하였고, 또 고덕이 세상을 탄식한 시에서,

細推今舊事堪愁           고금의 일을 자세히 생각하면 시름겹나니
貴賤同歸一古邱           귀천을 막론하고 모두 무덤에 돌아가는 것을.
漢武玉堂塵已沒           한 무제의 옥당46)은 이미 티끌 속에 묻혔고
石崇金谷水空流           석숭의 금곡47)에는 물만 속절없이 흐르누나.
光陰乍曉仍還夕           광음은 흘러 새벽이 왔다 금방 저녁이고
草木纔春卽到秋           초목들은 봄이 왔다가 곧바로 가을일세.
在世若無毫末善           세상에 살 때 터럭만 한 선행이라도 없으면
死將何物答冥侯           죽어서 무엇을 가지고 염라대왕께 대답하리오.

하였다. 또 고덕이 수행을 권면하는 글에서,

숨 한 번 내쉬고 들이쉬지 못하면 곧 다음 생이라. 아무리 처자식들이 안타까워해도 그대를 머물러 둘 수 없고, 비록 골육들이 눈앞에 가득해도 누가 너를 대신해 죽으리오. 길을 재촉해 가서 한 무더기 들불에 태우고, 만 리 먼 길 장송葬送하여 황량한 산에 묻으니,

011_0602_a_01L此盖生無慧目又不叅明眼宗匠致得
011_0602_a_02L如此鹵莾未足爲恠也然若如是念過
011_0602_a_03L不省其非則非特自誤前程亦乃瞎却
011_0602_a_04L他人眼目請質之盖當佛傳法之時
011_0602_a_05L諸弟子應化重來如迦葉阿難者其數
011_0602_a_06L不億豈可無能叅此道之機者哉所以
011_0602_a_07L人傳一人者以佛滅度之後擧一人爲
011_0602_a_08L一代敎主如天無二日國無二王也
011_0602_a_09L非謂其無餘外得道者也故自西天諸
011_0602_a_10L祖師至唐土諸聖賢亦皆如是故如
011_0602_a_11L優婆毱多尊1) [1] 度人之數籌滿三十
011_0602_a_12L尺石室馬祖下出八十八人宗師
011_0602_a_13L後一千五百善知識同時坐道場遂成
011_0602_a_14L分宗五派一位善知識下成道者多者
011_0602_a_15L千百少者亦不下十數也若也執認百
011_0602_a_16L萬大衆皆罔措唯迦葉尊者領解微笑
011_0602_a_17L之錯見沮毁末葉人之叅尋祖庭者以
011_0602_a_18L爲分外者如上諸導師之所敎化許多
011_0602_a_19L人也皆是誤着其傳授者耶抑皆是捏
011_0602_a_20L造誕妄無根之說2) [2] 傳之耶章章然具
011_0602_a_21L在方冊不可以誣也若不然者末葉
011_0602_a_22L之得度者多而靈山會之傳付則人人
011_0602_a_23L一之豈以末葉之人之機勝於靈山之
011_0602_a_24L衆而然耶萬萬無是理也而唯一傳付

011_0604_c_01L우거진 풀숲 곁에 돌 비석만 부질없이 남았고, 푸른 백양나무엔 속절없이 지전紙錢만 걸려 있네.48) 눈물을 비 오듯이 흘릴 때는 속절없이 적적하고, 슬픈 바람이 부는 곳에는 차가운 소리 들린다.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이와 같이 되고 말 것이니, 여기에 이르러서 어떻게 각성하지 않으리오. 부처님의 말씀을 믿지 않고 누구의 말을 믿겠는가. 사람 몸으로서 도를 닦지 않으면 다른 곳에서는 닦기 어렵다.

하였으니, 실로 탄식할 만한 것이다. 응당 이 결사문을 반복해 자세히 읽어 마음속에 새기고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이 정진하고 이 생을 헛되이 보내지 말도록 하라.
심지어 이와 같은 간절한 규계規戒를 보고 듣고도, 마치 신발 위로 발을 긁고 월越나라 살찐 사람이 진秦나라 여윈 사람을 보듯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49) 조금도 감동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않는 사람은, 병이 들었는데도 약을 구하지 않고 주렸는데도 밥을 먹지 않는 것과 같으니,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만약 진실로 이 강령과 연원淵源의 도를 수행하고자 하여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할 마음을 내는 사람이 있다면 부디 부지런히 선지식을 찾아가라.
문장은 서툴고 종이는 다하여 글이 말뜻을 다하지 못한다.
삼가 이 수승한 인연에 의지하여 우러러 황제폐하의 성수가 만세토록 길이 이어지길 축원하며, 다음으로 농사는 풍년이 들고 시절은 화평하여 전란은 영영 사라지고, 정법은 무궁한 후세까지 유통하여 법계의 모든 중생들이 다 같이 묘각을 증득하길 축원하나이다.
결사 비구 성우惺牛 등은 일대교주 석가모니불께 귀의하오며, 당래교주當來敎主 미륵존불께 귀의하오며, 시방 삼세에 두루 상주하는 불법승에 귀의하옵니다. 불쌍히 여겨 가피하시는 힘에 우러러 의지하옵나니, 우리들의 발원이 헛되지 않고 속히 행업을 성취하게 해 주시길 엎드려 축원하옵니다.
정혜계사 규례定慧稧社規例

011_0602_b_01L於迦葉尊者者是何以耶抑將如君所
011_0602_b_02L必唯迦葉尊者一人餘無可傳之人
011_0602_b_03L而然耶夫如是也設或不幸向使無
011_0602_b_04L迦葉尊者一人是正法眼藏固不得以
011_0602_b_05L傳之而已之耶又若以末葉之所悟不
011_0602_b_06L及於靈山所付以 [2] 沮毁之也此尤不
011_0602_b_07L可也世豈有天生彌勒自然釋迦者哉
011_0602_b_08L只聞諸導師之敎人明心見性之說
011_0602_b_09L見禁3) [3] 末葉人之習學定慧者也則傅
011_0602_b_10L會分析皆不能成理也故曰所以人傳
011_0602_b_11L一人者以佛滅度之後擧一人爲一代
011_0602_b_12L敎主如天無二日國無二王也非謂
011_0602_b_13L其無餘外得度者也若有是見者請從
011_0602_b_14L今改世尊曰依法不依人依了義
011_0602_b_15L依不了義今閱華嚴法華楞嚴圓覺維
011_0602_b_16L摩湼槃等大乘經馬鳴龍樹無着天親
011_0602_b_17L等大乘論傳燈宗鏡拈頌等禪門語錄
011_0602_b_18L何處有不許末葉衆生叅眞正道之文句
011_0602_b_19L非徒不爲不許特皆曉喩之提奬
011_0602_b_20L繾綣惻怛唯恐不入於斯道也
011_0602_b_21L是我輩之尋常說聽者也豈可以一言
011_0602_b_22L一字相欺乎嗚呼正法沉微邪道熾
011_0602_b_23L持盃水救輿火之4) [4] 已有於淸虛
011_0602_b_24L老師隆化之日况乎今日乎哉夫善念

011_0605_a_01L
일. 응당 무상이 신속하고 생사의 일이 큼을 생각하여 부지런히 정혜를 닦아야 할 것이다. 만약 부지런히 정혜를 닦지 않으면서 불과佛果를 얻고자 하는 것은, 뒤로 물러가면서 앞으로 나가고자 하고 남쪽 월越나라로 가고자 하면서 수레는 북쪽으로 모는 것과 같다. 부디 유위有爲의 허망한 법을 집착하여 평생의 일을 그르치지 말라.
일. 정혜를 부지런히 닦아서 행업을 결택한 뒤에 공부를 잘못 하지 않으려면 응당 선지식을 찾아야 한다.
일. 예로부터 부처가 되고 보살이 되려면 반드시 행업을 갖추어야 하니, 그런 뒤에 될 수 있다. 정혜를 수행하는 까닭은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여 다 함께 불과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일. 이미 이 계사에 들어온 이들은 정혜 수행을 급선무로 삼아야지 단지 도솔천에 왕생하기만 발원해서는 안 된다. 발원만 있고 수행은 없으면 그 발원은 헛일이 되고 말 것이다.
일. 참으로 정혜를 수행하는 이는 도솔천 왕생을 발원하지 않더라도 이 계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하며, 참으로 정혜를 수행하는 이는 극락왕생을 발원하더라도 역시 이 계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일. 본 결사의 뜻은 그 목적이 계사에 동참한 사람끼리 탁마하는 데 있으니, 별다른 사고가 없으면 반드시 한곳에 모여서 공부해야 한다.
일. 분명히 결택하여 정혜를 참으로 수행하는 이라면 한곳에 모이지 않아도 무방하다.
일. 도를 공부한 것이 미숙한지 익숙한지를 막론하고 형편상 어쩔 수 없는 사람은 굳이 한곳에 와서 모이지 않아도 된다.
일. 뒤늦게 계사에 참여한 사람의 거주지, 성명과 발원 등을 계책에 분명히 기록해야 한다.
일. 이 계의稧誼는 처음 만든 것이라 아직 다른 곳에서 유포하지 않았고, 이제 우선 해인사 선사禪社를 결사소結社所로 삼으니,

011_0602_c_01L成人天惡心形鬼獄而此祖庭之活句
011_0602_c_02L法門卽得覰破古佛未生前安身立命
011_0602_c_03L於大寂光道場拈來森羅物物無非淨
011_0602_c_04L佛國土皆是海印三昧其有機勝者
011_0602_c_05L一超5) [5] 把斷要津安邦定國豈有
011_0602_c_06L其他哉然若機下者未能頓成故古
011_0602_c_07L人云笋畢竟成竹去如今作筏使得麽
011_0602_c_08L則機下者久習畢竟得入故大慧禪師
011_0602_c_09L日久月深自然築着磕着趙州和
011_0602_c_10L尙云汝等6) [6] 十年二十年不離叢林
011_0602_c_11L眞實叅究若不會此道截取老僧頭去
011_0602_c_12L古人之如斯敎詔豈是以虛僞之語誘
011_0602_c_13L惑後生者哉盖迷者不達此理若見聞
011_0602_c_14L祖宗之說則高推聖境但務事相有爲
011_0602_c_15L或口誦經手執珠或營作梵宇彩塑佛
011_0602_c_16L望功德希菩提誤之哉遠於道矣
011_0602_c_17L故梁武帝造佛起塔設齋度僧作無限
011_0602_c_18L佛事而達磨大士曰少無功德又六
011_0602_c_19L祖大師曰迷人修福不修道只言修福
011_0602_c_20L便是道又永嘉和尙云住相布施生天
011_0602_c_21L猶如仰箭射虛空勢力盡7) [7] [3] 箭還
011_0602_c_22L「者」下結社文有「者」{編}「而」下結社文有
011_0602_c_23L「播」{編}
「止」結社文作「戒」{編}「嘆」結
011_0602_c_24L社文作「歎」{編}次同
「直」結社文作「超」{編}
011_0602_c_25L「三」結社文無有{編}「時」結社文無有{編}

011_0605_b_01L거주지와 성명 등을 기록하여 인편으로 결사소로 보내어 결사소에 있는 사람들이 돌려 보면 될 것이고, 굳이 이 일로 번거롭게 왕래할 필요는 없다.
일. 계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저마다 용맹한 마음을 일으켜 먼저 도력을 이루고, 아직 도력을 이루지 못한 사람을 제도할 뜻을 가져야지, 다른 사람만 믿고 방일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사람은 결사에 들어오지 않는 것만 못하다. 혹 속이는 마음을 가지고 결사에 들어온 이가 있다면, 속이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도를 이룰 수 있겠는가. 결사에 들이지 않는 것이 옳다.
일. 마음과 행실이 흉악하여 중죄를 지은 이나 나쁜 질병에 걸린 이는 절대로 결사에 들이지 않아야 하니, 그러한 사람이 있으면 교화를 손상하고 수행에 방해된다.
일. 견해가 같고 행실이 같은 사람이 아니면 절대로 결사에 참여시키지 말아야 한다.
일. 발원하여 동맹한 것은 작은 일이 아니니, 이 계사에 들어온 사람 중에서 삼악도에 떨어져 사마외도邪魔外道에 흘러 들어간 사람이 있으면 먼저 도력을 이룬 사람이 성심껏 구제하여 동맹을 어기지 않도록 한다. 이를 미루어 말하면 동맹한 사람 사이는, 은혜는 부모를 넘고 우의는 형제보다 낫다. 부모와 형제가 어떻게 죽은 뒤에까지 구제해 줄 수 있겠는가. 그러므로 한마음으로 화합하여 질병이 든 사람을 구제해 주고 가난한 사람을 구제해 주어야지, 길 가는 사람을 보듯 등한히 여겨서는 안 된다.
일. 이미 도솔천에 왕생하여 미륵여래를 친견하려는 발원이 있으면, 응당 세상 사람 중 큰 효심을 가진 사람이 나랏일(王事)로 말미암아 부모 곁을 떠나 타향을 돌아다니면서 고향에 돌아가 부모를 뵙고 싶어 하는 생각이 마음속에 가득하여 절로 잊히지 않는 것과 같아야 한다. 이와 같으면 염주를 세며 염송하지 않아도 그 생각이 늘 간절할 것이요, 늘 간절할 뿐만 아니라 자연히 생각나서 잊히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진실한 염불이다. 절대로 잡생각을 하면서 염주를 세어 천백 번 염송하지 말라. 기타 예배와 공양에 대한 규례도 응당 이를 미루어 적용해야 하니,

011_0603_a_01L招得來生不如意又圭峰禪師云
011_0603_a_02L識字看經元不證悟銷文釋義唯熾
011_0603_a_03L貪嗔邪見又弘忍大師云守本眞心
011_0603_a_04L勝念十方諸佛如此說話皆責其不達
011_0603_a_05L定慧之本而枉用修行也夫衆生之淪
011_0603_a_06L溺三界甚於赤子之處入水火諸佛之
011_0603_a_07L大慈拯濟勝於慈母之愍念孩提故世
011_0603_a_08L尊曰等視衆生如羅睺羅然而我等
011_0603_a_09L未獲超昇者豈以佛之無慈悲而然歟
011_0603_a_10L非也佛會上阿那律尊者以過睡眠
011_0603_a_11L被佛所1) [1] [4] 七日精苦不眠得天眼而
011_0603_a_12L成盲阿難尊者被迦葉尊者所*訶 [5]
011_0603_a_13L於毘舍離獨處精進至於身心疲極而
011_0603_a_14L得阿羅漢果若也佛之神通力
011_0603_a_15L强爲之使衆生成道如鉗口注藥而差
011_0603_a_16L病者豈有兩尊者之如是精進疲極精
011_0603_a_17L苦成盲而後得天眼成聖果之弊煩耶
011_0603_a_18L然則豈非貴在借其言敎自悟自修之
011_0603_a_19L爲可哉故夫欲其自悟自修也不可不
011_0603_a_20L借其言敎如種之生長寔賴水土
011_0603_a_21L在暗室2) [2] 燈光諸經論中明垂戒
011_0603_a_22L以叅尋知識決擇道業爲急務
011_0603_a_23L夫傍寺屠者是一象也而善惡異時
011_0603_a_24L執茅紙者是一人也而腥香隨變

011_0605_c_01L향 한 가닥, 차 한 잔을 올릴 때 및 한 번 밥을 먹고 한 번 예배할 때에도 요컨대 성심으로 해야 하고 번잡하게 많이 해서는 안 된다.
일. 다른 각처에서 결사한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가 있는 곳에서 사람이 많건 적건 처지에 맞게 수행하되, 모쪼록 함께 모여서 수행해야 하지 홀로 산림에 들어가 수행해서는 안 된다. 질병을 앓거나 사망한 사람이 도력을 이루지 못했는데 도반이 사후의 길을 열어 주지 않으면 생전의 공부를 잃어 대사를 그르칠까 염려되니, 결사한 사람끼리 서로 구조해 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 벌의 납의를 걸치고 마음대로 남북을 다니다 보면 이렇게 질병이 들고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까 염려된다. 만약 이러한 사람들을 일일이 다 구조하려면 남쪽으로 긴 강을 건너고 북쪽으로 높은 산을 넘으며 길을 가느라 고생하는 일이 매월 있을 수밖에 없다. 하나는 형편상 할 수 없고, 하나는 공부에 방해가 되고, 하나는 산속에 있는 사람이 무슨 돈이나 재물이 있어 먼 외지에서 질병이 들고 사망한 사람을 구제할 수 있겠는가. 만약 구조하지 않는다면 동맹을 어기는 것이라 대중들에게 비방을 받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람이 많고 적고 간에 거주하는 곳에서 함께 공부하도록 하라. 이 조항은 수행에 크게 관계되니, 기필코 준수해야 한다. 만약 홀로 외딴 곳에서 수행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결사에 들이지 말라.
일. 죽음은 피하기 어려우나 병이 들어 죽으려 하는 사람은 주위의 결사 도반들이 정성껏 간병하면서 무상의 법을 설하고 정혜의 이치를 설하고 도솔천에 왕생하는 발원을 설하여, 사망하는 이로 하여금

011_0603_b_01L古人云賢賢易色古德云 [6] 事善友
011_0603_b_02L不惜身宰豈以其重如彼其輕若此哉
011_0603_b_03L3) [3] 去己卯冬在鷄龍山東鶴祖堂 [7]
011_0603_b_04L祖門活句忽有得意處有與同志共
011_0603_b_05L之之思4) [4] [8] 痾未痊心志且劣遂以
011_0603_b_06L5) [5] 停蓄放曠於漁村酒肆憇歇6) [6] [9]
011_0603_b_07L幽澗邃林適然自忘矣以後干戈相屬
011_0603_b_08L世路紛紜念藏身之不暇豈有施及於
011_0603_b_09L他耶荏苒不覺星霜累換于今二十年
011_0603_b_10L於此矣自念佛恩之莫大而欲奉塵刹
011_0603_b_11L之萬一橫擔一條楖栗試訪到陜州海
011_0603_b_12L時適修禪精舍新搆與諸禪德同
011_0603_b_13L寒際做黃楊木禪一日火爐邊團圝頭
011_0603_b_14L語及於古人之結社辦道則諸公皆如
011_0603_b_15L忘忽憶其志願信力水湧山出恨其會
011_0603_b_16L遇之晩也卽欲議結社同盟推*余爲
011_0603_b_17L盟主 *余念及於曩日所懷佛恩之莫大
011_0603_b_18L不顧其材之庸陋性之不撿 [10] 道之未充
011_0603_b_19L不施一辭而輒許之也其所以同盟
011_0603_b_20L之約何也以同修定慧同生兜率
011_0603_b_21L世同爲道伴究竟同成正覺如有道力
011_0603_b_22L先成者誓引其未逮不違所盟者也
011_0603_b_23L有同見同行之人不問僧俗男女老少
011_0603_b_24L賢愚貴賤亦不問親踈離合遠近先後

011_0606_a_01L정신을 잃지 않고 도력을 잃지 않고 도솔천에 왕생하는 발원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 사망한 곳에서 주위의 결사 도반들이 다 함께 공양을 마련하여 미륵여래와 시방삼보께 축원하되, 지극한 정성을 다할 뿐이고 과도하게 힘을 들여 재齋를 차리지 말라.
일. 사망한 사유와 날짜를 분명히 적어서 믿을 만한 인편을 골라서 즉시 결사소로 보내면 결사소에서 결사 도반들에게 두루 보일 것이요, 오로지 이 일 때문에 먼 거리를 왕래해서는 안 된다. 계회稧會 중에서 이 소식을 들은 사람은 멀리 천 리 밖에 있더라도, 2~3사람이 한 회원이거나 4~6사람이 한 회원이거나 10~20사람이 한 회원이거나 100여 사람이 한 회원이던 모든 회중會中은 동맹한 약속을 생각하여 지성스런 마음을 일으켜 망인亡人을 위해 형편에 따라 얼마간의 공양을 차리고 은근한 정성으로 미륵여래와 시방삼보께 공양을 올려야 한다. 비록 한 회중의 회원이 백여 사람일지라도 각자의 이름을 쓰고, 또 각자 동참하여 무릎을 꿇고 절하며 축원하여 망인으로 하여금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게 하고 난 다음 망인의 영령에 제전祭奠을 올린다. 대상·소상 날에도 이대로 준행해야 한다.
일. 이제 정혜를 수행하기로 결사해 놓고 아울러 도솔천에 왕생하는 것은 어째서인가?
“정혜에 힘을 얻지 못한 사람을 위해 베푼 것이다. 힘을 얻은 사람은 마음대로 자재하니, 어찌 원력의 힘을 빌어서 왕래하리오. 그러나 대력보살大力菩薩도 서원이 있는 법이니, 힘을 얻은 사람이라도 원력을 가지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는가. 그래서 도솔천 내원궁에 왕생하고자 발원하는 것이다.”
이미 도솔천 왕생을 발원한 사람들로 결사해 놓고, 또 어찌하여 정토왕생을 발원한 사람들을 이 결사에 참여하도록 했는가?

011_0603_c_01L皆許叅入所以然者人人皆有無量寶
011_0603_c_02L與佛無殊秪是歷刼不逢善友開示
011_0603_c_03L匍匐三界奔汨四生不啻如演若之迷
011_0603_c_04L窮子之離鄕輪廻飄梗備受許多
011_0603_c_05L艱辛至於一日夜萬生死每一念之
011_0603_c_06L裂心腑不覺短*嘆長吁豈可例之茶
011_0603_c_07L飯不求出離哉詳悉如此情事普願
011_0603_c_08L同臻 [11] 壽域也樂邦也 7) [7] [12] 古人云趣異
011_0603_c_09L也覿面楚越道契則霄壤共處以共處
011_0603_c_10L故萬象雖布空性無虧衆水同奔
011_0603_c_11L海量不添幸望策發勇猛心照明虛妄
011_0603_c_12L無常之業行悟修寂滅法界之性地
011_0603_c_13L其見解所知超證正法眼藏湼槃妙心
011_0603_c_14L夫如是其誰曰不可也哉不願樂
011_0603_c_15L也哉因行經云釋迦世尊於過去世
011_0603_c_16L爲善慧仙人布髮於燃燈佛隨喜讃
011_0603_c_17L*嘆百萬天人之衆因其種緣同會靈
011_0603_c_18L山成道千佛因緣經云賢刼千佛
011_0603_c_19L過去寶燈熖王如來像法之中爲學堂
011_0603_c_20L8) [8] [13] 童子聞三寶名禮拜佛像發弘誓
011_0603_c_21L「訶」結社文作「呵」{編}次同「借」結社文作
011_0603_c_22L「假」{編}
「余」結社文作「予」{編}次同「風」
011_0603_c_23L結社文作「夙」{編}
「遊」結社文作「游」{編}
011_0603_c_24L「于」結社文作「乎」{編}「且」下結社文有
011_0603_c_25L「也」{編}
「中」下結社文有「千」{編}

011_0606_b_01L
“정혜로 결사한 것은 정혜를 수행하기 때문이고, 극락왕생을 발원한 사람도 함께 결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만약 참으로 정혜를 수행한 사람이라면 도솔천과 정토가 다른 곳이라 하여 다른 견해를 내겠는가.”
그렇다면 결사문 중에서 단지 도솔천 왕생만 발원하고 정토왕생은 말하지 않은 것은 또 무슨 까닭인가?
“정토에 왕생하기는 어렵고 도솔천에 왕생하기는 쉬우니, 도솔천은 우리와 같은 욕계欲界 안이라 성기聲氣가 합치하기 때문이다.”
다른 권수문勸修文에는 “도솔천에 왕생하기는 어렵고 정토에 왕생하기는 쉽다.” 하였는데 지금 어찌하여 이처럼 말이 상반되는가?
“여기에는 깊은 뜻이 있다. 경론과 고인의 어록을 두루 점검해 보면, 정토 왕생과 도솔천 왕생 어느 쪽이 어렵고 어느 쪽이 쉬우냐를 가지고 한쪽을 찬양했을 뿐만이 아니다. 혹자는 ‘도를 이루는 데는 주력呪力만 한 것이 없다’ 하였고, 혹자는 ‘불법을 배우는 데는 송경誦經만 한 것이 없다’ 하였고, 혹자는 ‘불상과 탑을 조성하며 보시하고 공양하는 공덕이 매우 크다’ 하였으며, 심지어 모든 수행들 중 이것저것을 들고서는 그 법만을 찬탄하였다. 이는 한 가지 법은 옳고 다른 법들은 옳지 않다는 말이 아니니, 단지 당시에 교화를 맡은 사람이 권도權道를 잘 써서 중생을 이롭게 한 것일 뿐이다. 그러므로 경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이름할 정해진 법이 없다’50) 하였고, 또 ‘부처님은 망어妄語를 하지 않으나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일이 있으면 때로 망어를 한다’ 하였다.”
그렇다면 정토왕생을 발원해야 하는가? 도솔천 왕생을 발원해야 하는가?
“도솔천 왕생을 발원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 규례에서 정토왕생을 발원하는 사람도 동참하게 한 것은 거짓이다.
“다년간 정토왕생을 발원하는 것을 굳게 지켜 변치 않았기 때문에 허락한 것이니, 지금 도솔천에 왕생하여 도력을 이룬 뒤에 마음대로 정토에 왕생하되,

011_0604_a_01L發阿耨菩提以後共成千佛其他
011_0604_a_02L諸佛菩薩之同發願成道者無經無之
011_0604_a_03L至于近古慧遠之社廬山樂天之社香
011_0604_a_04L牧牛子之社公山者皆以此意者也
011_0604_a_05L玄奘法師云西域之人皆作上生兜率
011_0604_a_06L盖爲同是欲界之內聲氣相合
011_0604_a_07L行易成故大小乘師皆許此法彌陁
011_0604_a_08L淨土恐凡鄙穢脩行難成故如新舊
011_0604_a_09L譯經論皆云十地已上菩薩隨分得見
011_0604_a_10L報佛淨土豈容下品凡夫卽得徃生
011_0604_a_11L所以大乘許之小乘不許也1)玄奘 [1]
011_0604_a_12L法師一生以來常作兜率業臨命終
011_0604_a_13L發願上生見彌勒佛請大衆說偈
011_0604_a_14L南無彌勒如來應正等覺願與含識
011_0604_a_15L速奉慈顏南無彌勒如來所居內衆
011_0604_a_16L捨命已必生其中盖玄奘法師識法
011_0604_a_17L上士必不是自悞賺人况古今傳記
011_0604_a_18L上生兜率者何可勝記而如無着與天
011_0604_a_19L親菩薩者亦同願上生兜率今但取法
011_0604_a_20L雖然如是其淨土與兜率也隨其
011_0604_a_21L修行人之暫時志願有異豈有上生兜
011_0604_a_22L率者不願親見彌陀如來徃生淨土者
011_0604_a_23L不願承事彌勒尊佛譬夫白璧黃金
011_0604_a_24L爲眞寶春蘭秋菊共傳淸香幸勿以

011_0606_c_01L미륵여래를 친견하여 만에 하나도 잘못될 리 없는 것만 하겠는가. 다만 정토왕생을 발원한 사람은 곧바로 왕생하지 못할까 염려되니, 만약 곧바로 왕생할 수 있는 이라면 희유한 일이니, 어찌 불가할 리 있겠는가. 나도 그 사람을 뒤따라갈 것이다. 비록 그렇지만 십분 자세히 살펴야 하니, 최후에 눈빛이 땅에 떨어져 숨을 거둘 때 스스로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일. 세상에 살면서 조그만 선업善業이라도 지었으면 이 결사에 동참한 사람들에게 회향하여 함께 불과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
일. 단지 결사에 동참한 사람들만 성불하기를 발원하니, 일체중생들에게 회향하는 큰 원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이 결사에 동참한 사람들이 다 같이 성불하기를 발원하는 것은 실로 일체중생을 제도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고인이 ‘자신의 결박을 풀지 못하고서 남의 결박을 푸는 경우는 있지 않다’ 하였으니, 만약 이 법을 떠난다면 달리 중생에게 회향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일. 이 결사문은, 권화勸化할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각자 한 부씩 가지고 다니면서 결사에 동참하도록 널리 권면해야 한다. 이 글을 등사할 때 글자를 누락하거나 글귀를 잘못 써서 말뜻이 이치에 맞지 않고 혹 문맥이 끊어져 읽기에 불편하며, 또한 권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십분 주의해야 한다.

011_0604_b_01L優劣難易諍起是非人我之見也今稧
011_0604_b_02L內先入者有如是上生行願追後叅社
011_0604_b_03L亦同其心口設有道力未成者
011_0604_b_04L斯願力上生兜率內院叅聽彌勒尊佛
011_0604_b_05L無上玄音速證大覺還度衆生豈不
011_0604_b_06L暢哉快哉願諸導 [14] 幸勿以重古輕今
011_0604_b_07L發願同叅而深結善緣也2) [2] 日用
011_0604_b_08L散行具載黃卷可效可師不必條分
011_0604_b_09L縷析古人云萬行備3) [3] 唯以無念爲
011_0604_b_10L*修行之要定在斯焉幸無至有失
011_0604_b_11L於偏倚過不及之地也嗟夫一失人身
011_0604_b_12L萬劫難復自昔英雄而今安在故古德
011_0604_b_13L自誡頌云不求名利不求榮只麽隨緣
011_0604_b_14L度此生三寸氣消誰是主百年身後
011_0604_b_15L4) [4] 虛名衣裳破處重重補粮食無時
011_0604_b_16L旋旋營一箇幻軀能幾日爲他閑事長
011_0604_b_17L無明又古德歎世詩云細推今舊事堪
011_0604_b_18L貴賤同歸一古邱漢武玉堂塵已沒
011_0604_b_19L石崇金谷水空流光陰乍曉仍還夕
011_0604_b_20L5) [5] 春卽到秋在世若無毫末善
011_0604_b_21L將何物答㝠侯又古德勸*修文云
011_0604_b_22L息不回便是來生縱使妻兒相惜
011_0604_b_23L計留君假饒6)骨肉滿前有誰替汝 [6]
011_0604_b_24L促付一堆野火斷送埋萬里荒山

011_0607_a_01L
일. 대저 사람의 목숨은 무상하여 오늘 살아 있어도 내일을 장담하기 어려우니, 이 결사를 창설한 사람들인들 어찌 오래도록 이 세상에 머물 수 있으리오. 삼가 바라건대 후현後賢들은 성심을 다하여 취지를 전하여 이 정혜 결사의 계의稧誼가 없어지지 않고 유구한 후세에 전해져 미혹에 빠진 중생들을 널리 제도하도록 해야 한다.
일. 이 결사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 규례와 결사문을 자세히 읽어 보기 바라며, 이 결사에 먼저 들어온 사람은 새로 들어오는 사람을 자세히 가르치고 깨우쳐서 진정한 신심을 일으켜 진정한 도업을 이루도록 해야 할 것이요, 절대로 풍기風氣에 따라 이리저리 변환變幻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일. 이 규례와 결사문은 하안거와 동안거에 함께 공부할 때 또는 평상시에 함께 모여 공부하면서 글을 잘 보고 종지宗旨를 아는 이로 하여금 모인 대중을 위해 자세히 설명하여 처음 발심한 사람과 글을 알지 못하는 도반들을 깨우치고 인도하여 결사의 본뜻을 잊고 전도顚倒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 이 규례와 결사문 중에 설혹 다른 수행에는 맞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이는 단지 이 결사에 참여한 사람들에 대한 규례일 뿐이니, 이 결사 밖의 사람은 자기 수행과 어긋난다고 하여 시비를 일으키지 말아야 한다.일. 이 규례는 단지 이 결사의 관계자에 대한 규례일 뿐이다. 기타 이런저런 수행들은 서책에 갖춰져 있으니 번다하게 인용할 필요가 없다.
일. 이 규례 외에 다시 상정詳定한 절목이 있으나 이제 막 결사한 날에 적용하기는 불편하기 때문에 우선 기록해 보이지 않고 훗날 이 결사가 성행할 때 다시 재정裁定하기로 한다. 그러나 개인이 마음대로 재정해서는 안 되니,

011_0604_c_01L草畔*漫留石碑綠楊中空掛紙錢
011_0604_c_02L雨洒時空寂寂悲風動處冷颼颼下梢
011_0604_c_03L頭難免如斯到這7) [7] 怎生不惺佛言
011_0604_c_04L不信何言可信人道不修他道難*修
011_0604_c_05L實爲可歎惜者哉應是此稧社文
011_0604_c_06L復披究銘箴心腑精進也如救頭燃
011_0604_c_07L莫使此生空過也8) [8] [15] 若見聞如此切
011_0604_c_08L懇規戒而視之尋常如隔靴搔痒
011_0604_c_09L視秦瘠小無觀感興起之心者如病不
011_0604_c_10L求藥飢不取食吾實末如之何也已矣
011_0604_c_11L若有眞實欲行此綱領淵源之道發上
011_0604_c_12L生兜率內院之心者切須勤叅知識
011_0604_c_13L短智淺 [16] 書不能盡其言9) [9] [17]

011_0604_c_14L
10) [10] 11) [11] 社規例

011_0604_c_15L「玄奘」結社文無有{編}「餘」結社文作「於」
011_0604_c_16L{編}
「修」結社文作「脩」{編}次同「漫」結社
011_0604_c_17L文作「謾」{編}
「纔」結社文作「才」{編}「骨肉
011_0604_c_18L…替汝」八字結社文無有{編}
「裡」結社文作
011_0604_c_19L「裏」{編}
「於」結社文作「扣」{編}「意」下結社
011_0604_c_20L文有「謹此仗此盛緣仰祝皇帝陛下聖壽萬歲
011_0604_c_21L次願歲稔時和烟塵永絕正法次流通於無窮
011_0604_c_22L界含識同證竗覺結社比丘惺牛等歸依一代
011_0604_c_23L敎主釋迦牟尼佛歸依當來敎主彌勒尊佛歸依
011_0604_c_24L十方三世常遍常住佛法僧仰仗憐愍加被之力
011_0604_c_25L使我等所願勿浪失速成就伏祝大韓光武三年
011_0604_c_26L十一月十一日結社盟主比丘惺牛焚香再拜謹
011_0604_c_27L識」{編}
「慧」結社文無有{編}「稧」結社文
011_0604_c_28L作「禊」{編}次同

011_0607_b_01L반드시 맹주 및 사리를 아는 결사 도반과 회의하여 상세히 토론한 뒤에 계책稧冊에 써서 각처에 나누어 주어 시행하도록 해야 한다.
일. 이상의 규례를 저마다 준수할 것이요 방일하고 퇴타退墮하여 자리自利·이타利他를 잃지 않아야 한다.
남원 천은사 불량계佛粮契에 대한 서문(南原泉隱寺佛粮序)
대저 부처란 깨달음이라, 자기 성지性地가 청정하고 명묘明妙함을 깨달아 신통 변화가 무궁무진하고 덕용德用이 항하사처럼 많은 데 이른 분이니, 어떤 사람이 지성으로 기도하면 그 감응은 물에 달이 비치고 골짜기에 메아리가 울리는 것처럼 어김이 없어 중생을 두루 구제하여 마침내 수역壽域·낙토樂土에 이르게 한다.
이 절은 본래 터가 좋기로 이름난 곳으로 불상과 신상神像의 영험이 다른 절과 다르고 보면, 그 자비의 구름과 지혜의 비가 무궁한 후세에 길이 중생들을 적셔 줄 것이다.
본읍本邑에 거주하며 양청兩廳에 근무하는 이들이 큰 원력을 일으켜 각자 약간의 돈을 내어 불량佛粮을 공급하는 계를 설치하여 향을 사르고 공양을 올려 매월 모일마다 기도하여 재액을 없애고 길경吉慶을 맞이하며 자손이 번성하고 부귀가 이어지길 빌었으니, 기도에 불보살이 감응하는 것은 이치이다. 필시 알지 못하는 중에 가피를 받게 될 것임은 지혜로운 이가 아니라도 알리라. 따라서 수역·낙토에 마침내 이를 것임이 틀림없다.
내가 남방에 노닐다가 이 절에 들렀더니, 춘명 장로春溟長老가 내게 서문을 써 달라고 청하였다. 내가 이 일을 보고 사모하며 따라 기뻐한다.
덕유산송계암회록후성조권선문德裕山松溪庵回祿後成造勸善文
내가 중춘仲春(음력 2월) 하순, 경덕景德지금 또 이 소실된 송계암 복원 불사에 서문을 쓰게 되었다. 내가 남쪽에 온 지 오래라 글을 지은 것이 많은데, 만난 바를 글로 쓴 내용은 한가로운 흥취도 있고 낙척한 심정도 있고, 강개한 감정도 있고 경모하는 마음도 있었으니, 유한幽閑하기도 하고 청심淸深하기도 하며, 우수에 젖기도 하고 곤궁한 형편이기도 하여 그 일은 실로 갖가지이지만 이 두 암자처럼 이토록 참담한 경우는 없었다.
부처님이 “무상無常의 불길이 세간을 태운다.” 하셨고, 또 “삼계에 편안함이 없는 것이 마치 불타는 집과 같다.” 하셨건만, 사람들이 뉘라서 이에 대해 경계하고 각성하여 거듭 슬퍼하리오. 고덕古德이 “마음에 생주이멸生住異滅이 있기 때문에 몸에 생로병사가 있으며, 춘하추동과 성주괴공成住壞空도 이를 말미암아 있다.”라 하였으니, 만약 마음이 실지實地에 머문다면 변천하는 현상을 뱀의 비늘이나 매미의 날개처럼 가볍게 보아 저절로 변천하지 않을 것이다.
한 무제漢武帝가 곤명지昆明池를 파다가 겁회劫灰를 발견했으니,52)에 비길 수 있을 뿐이다. 하물며 미미한 산중의 감실龕室이나 촌락이야 말할 나위 있으리오. 이를 미루어 보면 득실과 흥망 때문에 근심하거나 기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암자는 사적을 고찰할 수 없으나 이 지방 사람들이 전하는 말로는 신라 때 창건했다고 하니, 오래된 고찰이다.

011_0605_a_01L
當念無常迅速生死事大勤*修定
011_0605_a_02L若不勤*修定慧而求佛果者如却
011_0605_a_03L行求前適越北轅切勿執着有爲幻法
011_0605_a_04L以誤平生事事

011_0605_a_05L
若勤*修定慧能決擇行業而後
011_0605_a_06L枉用功應須叅尋知識事

011_0605_a_07L
自古成佛作菩薩必具行業然後得
011_0605_a_08L所以行定慧願上生兜率內院
011_0605_a_09L成佛果事

011_0605_a_10L
旣叅*稧社者以定慧爲急務不可
011_0605_a_11L但願上生兜率也有願無行則其願歸
011_0605_a_12L虛事

011_0605_a_13L
能眞*修定慧者不願生兜率亦許
011_0605_a_14L叅社能眞*修定慧者願徃生極樂
011_0605_a_15L1) [1] 叅社事

011_0605_a_16L
本結社之意要在同社琢磨若無事
011_0605_a_17L必同會一處做工事

011_0605_a_18L
若決擇分明能於定慧用眞*修行
011_0605_a_19L不會一處亦不妨事

011_0605_a_20L
無論道之生熟勢不可者不必來會
011_0605_a_21L

011_0605_a_22L
追後叅社2)之者 [2] [1] 居住姓名與發願等
011_0605_a_23L分明記錄於*稧册事

011_0605_a_24L
此稧誼初創未布於他處今且以海

011_0608_a_01L예전에는 문곡文谷·역암櫟庵 등 장로들이 이곳에 주석하여 강경講經할 때 학인들이 방 안에 가득하였었다. 근래에 와서는 운수가 비색否塞하여 근근이 절의 명맥만 이어오다가 마침내 팔인八人53) 보시를 하면 인천人天에 태어난다는 것은 유전儒典과 불전에 그 이치가 환히 드러나 있어 터럭만큼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제 화주化主 스님이 향을 사르고 선행을 좋아하여 크게 보시하는 집안에 널리 권선을 알리는 까닭이 이 때문이거니와 이 일을 떠맡아서 소실된 절을 중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 뉘라서 불가하다 하리오.
나른한 산사에서 한가로운 봄꿈이 혼곤하던 차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기지개를 켜고 깨어 보니, 너울너울 날던 것은 나비라 아득한 전생의 일만 같고, 꿈을 깬 것은 몸이라 완연히 환화幻化로다.54)
상포계의 서문(喪布稧序)
내가 기해년(1899) 겨울, 해인사 선원 아래 수다라장修多羅藏(藏經閣)의 향각香閣에 우거하면서 화로를 끼고 앉아서 무릎을 어루만지고 있노라니, 몸이 늙었음은 비 오고 맑은 날씨에서 알 수 있고, 병이 들었음은 춥고 따스한 날씨에서 알 수 있는 법이다. 내 몸은 칠분七分은 사회死灰요 십분十分은 고목이라, 명산에서 약초나 캐면서 숨어 살려던 기약을 거의 저버리게 될까 염려될 뿐이었다.
두정斗正이란 이름의 사미승이 한 책자를 가지고 와서 나에게 말하기를, “저희들이 각자 은사恩師를 위해 상포계를 만들었으니, 스님이 서문을 써 주시기 바랍니다.” 하였다. 내가 그 뜻을 가상히 여겨 그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고인이 이르기를, ‘살아 계시면 예禮로 섬기고 돌아가시면 예로 장사지낸다’55) 하였으니, 슬프다, 어찌 큰 일이 아니겠는가!”
두정 사미가 합장하고 일어나 “금일 이후로는 예를 갖추고 슬퍼하고 살고 죽는 본래면목을 참구하겠으니, 그렇게 하면 아마도 부족한 점이 있다는 탄식이 없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기에, 내가 “응당 이와 같이 해야 할 것이니, 그렇게 하면 속과 겉이 모두 달고,56) 사事와 이理에 모두 유감이 없을 터이니, 어찌 진선盡善하지 않겠는가.” 하였다. 이에 서문을 써서 주노라.
기문記文

011_0605_b_01L印禪社定結社所則其居住姓名等事
011_0605_b_02L乘便記送於結社所輪照於稧中諸人
011_0605_b_03L不必專爲此事來徃以作煩弊事
011_0605_b_04L叅*稧之人各發勇猛心志其先成
011_0605_b_05L道力度其未逮之3) [3] 不可專恃於他
011_0605_b_06L人而放逸也4) [4] [2] 不如不入結社
011_0605_b_07L設或欺心而入者5) [5] [3] 心者何道可辦
011_0605_b_08L則不入結社爲宜事

011_0605_b_09L
心行凶惡者被重罪者惡疾惡瘡者
011_0605_b_10L切不許叅入以減損風化有妨行道事

011_0605_b_11L
若非同見同行之人勿許叅社事

011_0605_b_12L
發願同盟此非小事*稧中之人
011_0605_b_13L堕三途或流入魔外者其先成道力之
011_0605_b_14L克意拯濟不違同盟推此而言
011_0605_b_15L逾父母誼過兄弟其父母與兄弟
011_0605_b_16L能相救於身後耶故同心和護救其病
011_0605_b_17L周其貧者勿爲等閑如路人事

011_0605_b_18L
旣有上生兜率親見彌勒如來之願
011_0605_b_19L當如世之有大孝之心者忽因王事
011_0605_b_20L於父母流離他鄕歸覲之心靉靆心
011_0605_b_21L不能自忘如此則不數珠誦念
011_0605_b_22L念常切又非特常切而自然憶持不忘
011_0605_b_23L此是眞實念佛也切勿執數珠和雜
011_0605_b_24L念誦千百其他禮拜供養之規

011_0608_c_01L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 수선사修禪社 창건에 대한 기문(陜川郡伽倻山海印寺修禪社創建記)
나는 산수 유람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산천을 두루 유람하였다. 그런데 선인仙人이 시해尸解한57) 곳이 합천군 가야산 해인사인데, 아직 유람하지 못해 마음에 아쉬웠다. 기해년 가을에야 해인사에 와서 장판각을 열람하고 사우寺宇를 둘러보았으며, 홍류동 계곡에서 선인의 자취를 탐방하면서 형해形骸를 잊고 유유자적하였다.
하루는 한 선화자禪和子가 나에게 말하였다.
“지금 천자께서는 성군이시라 지극한 인덕이 넘쳐서 그 은혜가 선림禪林에까지 미쳐 장경을 인쇄하고 당우를 중수하게 하시는 한편 수선사修禪社를 세워 참선하는 사람을 거처하게 하라는 칙명을 내리셨으니, 옛날 성왕들이 나라에 복을 주고 세상을 보우하였던 일을 본받으신 것이다. 이에 화주 범운梵雲이 사내의 스님들과 함께 일신의 고생을 잊고 부지런히 일하여 이해 5월에 시작하여 다섯 달 만에 낙성하였으니, 그 공로를 세운 것이 이토록 위대합니다. 스님은 문장을 짓는 분이니 기문을 지어 이 사실을 후세에 길이 전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내가 “이런 일은 하지 말라.” 하니, 그 선화자가 말하였다.
“옛날 석가모니가 정법안장을 가섭에게 부촉, 대대로 전수하여 달마에 이르러 중국으로 왔고, 또 석옥石屋에까지 이르렀는데, 우리 동국의 태고太古가 석옥의 법을 전해 받았고, 또 대대로 전수하여 청허淸虛에 이르렀으니, 청허는 석가모니의 63세 법손이 됩니다. 그 시절에는 산림의 납자들만 견성하여 도사導師가 된 게 아니라 위로 천자로부터 아래로 왕공王公·대인 및 초야의 현인·달사達士들까지도 무생無生의 이치를 사무치게 증득하여 좌탈입망하지 않은 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승을 찾아 공부를 결택決擇하기를, 마치 주린 사람이 밥을 찾고 목마른 사람이 물을 찾는 것처럼 하여 그 형세를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후대로 내려와 지금에 이르러서는

011_0605_c_01L應推此自設一香一茶至於一鉢飯
011_0605_c_02L一禮拜要在誠心不可多多煩亂事

011_0605_c_03L
隨其*稧人之各在諸6) [6] 或多或少
011_0605_c_04L因其處做課要務其同會不得獨處山
011_0605_c_05L7)苦痛 [7] [4] 或死亡者未成道力
011_0605_c_06L無道伴之開導後路則慮有失其前功
011_0605_c_07L自誤大事又不可不自稧中相救助矣
011_0605_c_08L恐飄然一衲隨意南北則此等病死之
011_0605_c_09L亦不爲不多也若不廢箇箇救助
011_0605_c_10L則南渡長江北登疊嶂艱辛道路
011_0605_c_11L月無之一來其勢不及一來有妨勞於
011_0605_c_12L做課一來林下之人有何錢財可以救
011_0605_c_13L助於遠外病死之人哉若不救助者
011_0605_c_14L違於同盟又被謗於衆人故隨其多少
011_0605_c_15L因其處同做詳此一條有大關事
011_0605_c_16L期於遵守也若有獨處之心者不入結
011_0605_c_17L社事

011_0605_c_18L
大限難逃而有致病欲殞者在傍
011_0605_c_19L*稧伴當用意看病爲說無常法
011_0605_c_20L說定慧理爲說上生兜率願使其亡者
011_0605_c_21L「亦」下結社文有「許」{編}「之者」結社文作
011_0605_c_22L「者之」{編}
「人」下結社文有「也」{編}「此」
011_0605_c_23L上結社文有「如」{編}
「欺」上結社文有「而」{編}
011_0605_c_24L「處」下結社文有「者」{編}「苦痛」結社文作
011_0605_c_25L「病故」{編}

011_0609_a_01L정법을 보기를 흙덩이처럼 여기고 혜명慧命을 이어가는 것을 보기를 아이 장난처럼 여기며, 심한 경우에는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는 등 못하는 짓이 없습니다. 슬프다! 후세 사람들이 정법안장의 법을 듣고자 하나 누구에게 듣겠습니까? 이런 때에 수선사를 창건한 것은 참으로 화중생련火中生蓮이니, 이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에 길이 전하지 않아서는 더욱 안 됩니다.”
내가 “이런 일은 하지 말라.” 하였다. 그 선화자가 말하였다.
“정법안장이란 것은 과거 부처님의 혜명이고, 수선사를 세운 것은 지금 천자의 칙명이니, 만약 시종 한결같이 준수하지 않고 폐지하거나 변혁한다면 이는 신명神明에게 벌을 받을 뿐만 아니라 인륜 도의道義에도 죄를 짓는 것이니, 누군들 감히 경계하고 두려워하지 않아 이 일을 하겠습니까? 비록 그렇지만 만약 이 사실을 후세 사람들에게 밝게 보여 주지 않는다면 후세 사람들이 이 수선사가 이토록 엄중한 것임을 어떻게 알고 한결같이 준수할 수 있겠습니까. 이것이 또 감히 사실을 기록하여 후세에 길이 전하지 않을 수 없는 까닭입니다. 스님은 굳이 사양하지 마시고 글을 써 주십시오.”
내가 정색하고 말하였다.
“비루하구나! 그대의 견해여. 그대는 기록이 있는 것이 기록이 있는 것인 줄만 알고, 기록이 없는 것이 기록이 있는 것보다 낫다는 것은 모르니, 한 사람도 수선修禪하기 전에 십류十類의 중생들이 이미 일시에 견성했다는 것을 어찌 알겠으며, 하나의 공안을 들기도 전에 산하대지와 명암明暗·공색空色으로부터 삼실·대바늘 같은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 일체가 이미 일시에 큰 광명을 놓는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또 이 수선사의 터를 닦기도 전에 이미 일시에 수선사를 완공했으며, 문설주를 만들 목재를 마련하기도 전에 이미 일시에 그 사실을 상세히 기록했다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어찌 종이와 먹으로 굳이 글을 써서 정법안장을 참구하는 수선사에 군더더기 혹을 붙이고 지분脂粉을 바를 필요가 있겠는가?”

011_0606_a_01L不昧精神不昧道力不昧上生兜率之
011_0606_a_02L願事

011_0606_a_03L
死亡之處在傍*稧伴辦供禱祝彌
011_0606_a_04L勒如來與十方三寶而止於至誠而已
011_0606_a_05L幸勿勞力大其設辦事

011_0606_a_06L
死亡1) [1] 與日2) [2] 當分明書着擇信
011_0606_a_07L便卽達於結社所自結社所輪照於
011_0606_a_08L諸*稧伴又不應專爲此事來徃遠程
011_0606_a_09L若*稧會中聞此消息者雖遠在千里
011_0606_a_10L之外者3) [3] 三人一會或四五六人一
011_0606_a_11L或十人二十人一會或百餘人一會
011_0606_a_12L自其會中念同盟之約發至誠心
011_0606_a_13L爲其亡人隨其豊儉爲設多少供4) [4]
011_0606_a_14L慇懃供養彌勅如來與十方三寶
011_0606_a_15L一會百餘人書列各人名字又各同叅
011_0606_a_16L跪拜禱祝使亡人上生兜率內院宮
011_0606_a_17L奠施于亡靈其大小祥日亦遵此事
011_0606_a_18L問曰今結定慧社而兼上生兜率者
011_0606_a_19L何以耶答曰爲其未得力於定慧者設
011_0606_a_20L其能得力者隨意自在豈有假其
011_0606_a_21L願力而後來徃耶然大力菩薩亦有誓
011_0606_a_22L其得力者何妨有願所以願上生兜
011_0606_a_23L率內院也問曰5) [5] 上生兜率爲同社
011_0606_a_24L又何以許其6)入叅 [6] 徃生淨土者耶答曰

011_0609_b_01L
그 선화자가 흠칫 놀라 자리를 비켜 앉으며 말하였다.
“스님의 말을 들으니, 도를 조금 알았다58)고 감히 자처하지 못하겠습니다만 감히 묻겠습니다. 정법안장은 무엇입니까?”
“단지 이것이다.”
“이것이란 무엇입니까?”
“가야산 빛이 푸른 하늘에 꽂혔구나.”
양구良久하고 말하였다.
“곧바로 알아차렸다 하더라도 곳곳마다 미친 견해일 뿐이며, 비록 말을 듣자마자 분명히 알았다 하더라도 역시 화살은 이미 서천西天을 지나갔다. 이렇다 하면 머리 위에 머리를 얹는 격이요, 이렇지 않다 하면 머리를 끊고 살고자 하는 격이니 일러 보라. 여기에 이르러 선禪은 도리어 어떻게 참구하겠는가? 억! 오늘 부질없는 말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으니, 형해를 잊는 의취意趣에 방해되는구나.”
선화자가 이 자리에서 한 얘기를 서술하여 수선사 기문으로 삼기를 청하기에 기록하노라.
범어사 계명암 창건에 대한 기문(梵魚寺鷄鳴庵創建記)
삼가 살펴보건대 본사의 『사적기』에 “지시계명방知時鷄鳴房 다섯 칸을 동쪽 기슭에 설치했다.” 하였고, 또 세상 사람들이 전하는 얘기에 “닭이 이곳에서 울었고, 암자 동쪽에 닭의 화석과 닭의 발자국이 있다.” 하니, 암자 이름을 계명이라 한 것은 이러한 사실을 기록한 것이다.
10년 전 계사년(1893) 3월에 우화 장로雨華長老와 그 제자 혼해 강백混海講伯59)이 금봉 노사金峯老師와 함께 큰 원력을 일으켜 계명암의 옛터에 다섯 칸 정사를 세워 여덟 달 만에 낙성하고 탱화를 그려서 봉안하였다. 그리고 4년 뒤인 병신년(1896)에 또 칠성각 세 칸과 요사채 네 칸을 짓고, 칠성·독성·산신 등의 탱화를 그려서 봉안하였으나 암자의 일이 바빠 지금까지 8년이 지나도록 아직 그 사적을 기록한 글이 없다.
내가 남방을 다니다가 금강암에 머물고 있었는데, 주지인 성월 선백惺月禪伯60)이 나에게 그 사적을 기록해 주길 청하기에 내가 좋다고 하고 다음과 같이 쓴다.

011_0606_b_01L結社7) [7] 定慧以其*修定慧而願極樂
011_0606_b_02L亦可以同社故許其叅入若能眞
011_0606_b_03L*修定慧者豈有以其兜率與淨土之不
011_0606_b_04L同指歸而成異見耶問曰然則*稧文中
011_0606_b_05L只願上生兜率而不言徃生淨土者
011_0606_b_06L是何以耶答曰生淨土難而業兜率易
011_0606_b_07L以其同是欲界之內而聲氣相合也
011_0606_b_08L他勸*修文中有言生兜率難而業
011_0606_b_09L淨土易今胡以言之相反有其若是耶
011_0606_b_10L答曰此有深意8) [8] 檢經論與古人語
011_0606_b_11L非特淨土與兜率之難易也以偏讃 [5]
011_0606_b_12L或云成道莫如持呪或云學佛莫如誦
011_0606_b_13L或云造佛造塔布施供養其功甚大
011_0606_b_14L乃至散擧萬行偏讃其法此不是謂其
011_0606_b_15L一法是可而餘法是不可也只在當時
011_0606_b_16L主化之人之用善權而作利益衆生也
011_0606_b_17L故經云無有定法名阿耨多羅三藐三
011_0606_b_18L菩提又云佛不妄語而有利益衆生事
011_0606_b_19L有時用妄語問曰旣然則當願徃生淨
011_0606_b_20L土耶當願上生兜率耶答曰當願乎上
011_0606_b_21L生兜率也問曰此規例中之所許同社
011_0606_b_22L淨土者是爲妄也答曰爲其多年願
011_0606_b_23L生淨土9)坐住 [9] [6] 不移者10) [10] 許之也
011_0606_b_24L如今之上生兜率成其道力而後任運

011_0609_c_01L
대저 우리의 가풍은 마른 똥막대기61)처럼 덧없는 까닭이요, 우리 부처님의 정법 교화가 사라지고 없어지게 되는 까닭이다.
이 글을 써 내려가서 이 대목에 이르러 감회가 일어 재삼 탄식하노라니, 한 사람이 곁에서 발끈 화를 내며 말하였다.
“마른 똥막대기와 쓸모없는 나무토막은 보망과 운대라 찬탄하고, 장엄한 사찰은 만촉처럼 덧없다고 폄하하니, 어쩌면 말이 이리도 이치에 어긋나는가?”
“그러나 그대의 견해는 좁다. 어찌하여 섭 공葉公의 호오好惡62)가 울었던 승지에 청정한 사우를 세우고, 부처님 탱화를 그려 모시고, 향을 사르고 등불을 밝히고 종과 북을 울리면서 선남자·선여인들이 삼보를 받들어 모시고, 삼보에 공양을 올려 출세간의 참 인연을 지음에 있어서랴. 의당 여러 스님들의 공덕과 단월들의 선근은 항하사처럼 헤아릴 수 없이 많을 터이나, 시종일관 부지런히 노력하여 이 일을 이룬 이는 혼해 강백이다. 그는 무궁한 후세에 길이 은혜를 베풀었을 뿐 아니라 선사先師의 유지를 원만히 성취했으니, 더욱 가상한 일이다.”
이에 그 사람이 기뻐하면서 “선재善哉라 이 말이여!” 하기에 나도 모르는 결에 흥미가 진진하여 붓을 놓고 차를 달여 마시고 다시 게송 한 수를 읊노라.

拈來何事政堪嬴           세상에 무엇인들 쓸모없는 것 있으랴.
不托端宜土椀成           수제비는 질그릇에 담는 게 제격이지.
穿入鷄巖藏一笑           계명암 바위 뚫어서 한 웃음 감추노니
他年天畔化雷聲           훗날 하늘 저편에서 우레 소리 되리라.
동래군 금정산 범어사 계명암鷄鳴庵에 선원을 창설한 데 대한 기문(東萊郡金井山梵魚寺鷄鳴庵創設禪社記)

011_0606_c_01L徃生於淨土而親見彌11) [11] 如來之事之
011_0606_c_02L萬不失一也只慮願淨土者不得徑徃
011_0606_c_03L若能徑徃者希有哉有何不可哉
011_0606_c_04L亦當從君接武而徃也雖然幸須十分
011_0606_c_05L仔細當最後一念眼光落地之時莫自
011_0606_c_06L悔之事

011_0606_c_07L
在世做少分善業回向於同叅*稧人
011_0606_c_08L同成佛果事

011_0606_c_09L
問曰只有願於同*稧人之成佛者
011_0606_c_10L不缺漏於回向衆生之大願耶答曰
011_0606_c_11L同*稧人之所以願同成佛果者是其實
011_0606_c_12L欲度一切衆生而爲之也故古人云
011_0606_c_13L未解縛能解他縛無有是處若離此
011_0606_c_14L別無回向衆生事事

011_0606_c_15L
此結社文其有力能勸化者各持一
011_0606_c_16L12) [12] 以廣化叅社而其謄寫此文時
011_0606_c_17L分用意不漏落書字倒誤文句使語
011_0606_c_18L義失理或絕其脉絡不得便於閱覽
011_0606_c_19L亦有妨於勸化事

011_0606_c_20L「事」下結社文有「之」{編}「字」結社文作
011_0606_c_21L「子」{編}
「二」上結社文有「或」{編}「養」結
011_0606_c_22L社文無有{編}
「以」結社文作「願」{編}「入
011_0606_c_23L叅」結社文作「叅入」{編}
「于」結社文作「乎」
011_0606_c_24L{編}
「徧」結社文作「遍」{編}「坐住」結社文
011_0606_c_25L作「堅注」{編}
「而」結社文作「以」{編}「勒」
011_0606_c_26L結社文作「陀」{編}
「軸」結社文作𨋀{編}

011_0610_a_01L
『화엄경』에서 “보살마하살은 크게 자慈·비悲·희喜·사捨63)으로 산하대지를 비추어 보는 것이 마치 장검을 빗겨 든 것과 같다면, 누가 감히 그 앞에 마주 보고 서리오. 이와 같은 근골이 있어야 비로소 성현들 속에 들어가서 자기와 남을 아울러 이롭게 할 수 있다. 법문은 단지 이 한 가닥 길로 갈 뿐이지 별다른 도리는 없다.” 하였으니, 여기가 또 머무는 곳이다.
혼해 장로混海長老가 성월 선백惺月禪伯을 청하여 계명암 주지를 맡게 했는데, 범어사 대중들이 의논하여 이 계명암에 선원을 설치하기로 하였다. 그리하여 각 방房과 암자에서 38두락의 논을 거두어 수선사에 주었고, 또 혼해·성월·담해湛海·화월華月 등 스님들과 동래부東萊府에 거주하는 이씨李氏 보현화普賢華, 초량草梁에 거주하는 김씨金氏 지명화智明華가 산야에 모연하여 돈 4천여 전錢을 거두어 논 42두락을 사서 선원에 주었고, 또 본사本寺의 토굴에 거주하는 김씨 각심화覺心華가 논 2두락을 헌납하여 선원에 주었다. 이상 도합 82두락은 그 수입을 단연코 수선사의 대중에게만 공양을 대고 달리 쓰지 않는다.

011_0607_a_01L
夫人命無常今日雖存明亦難保
011_0607_a_02L其創設*稧誼者豈能長時住着於斯世
011_0607_a_03L敬望後賢幸須克意相傳不廢此
011_0607_a_04L結定慧之*稧誼傳於久遠廣度迷淪
011_0607_a_05L

011_0607_a_06L
若欲叅社者 1)此規例與稧社文 [1]
011_0607_a_07L須詳覽先入社者幸須仔細敎悟
011_0607_a_08L眞正信心2) [2] 正道3) [3] 切莫隨風氣
011_0607_a_09L變幻不定事

011_0607_a_10L
4)此規例與稧社文 [4] 當熱際與寒際同
011_0607_a_11L課之中或常時同會做課使善於文辭
011_0607_a_12L而知宗趣者爲其會衆仔細演說
011_0607_a_13L導初發心人與不識文字*稧伴使無
011_0607_a_14L忘失顚倒5) [5]

011_0607_a_15L
6)此規例與稧社文 [6] 之中設有不合
011_0607_a_16L於他*修行之事此是7) [7] 可規例於叅
011_0607_a_17L*稧之人者則*稧外人之看過者
011_0607_a_18L勿抵捂而起是非事

011_0607_a_19L
8)此規例者 [8] 只是規例於*稧社之關
011_0607_a_20L係者也其餘散行9) [9] 黃卷不必蔓
011_0607_a_21L引以成煩屑事

011_0607_a_22L
10) [10] 規例之外更有詳定事目而有
011_0607_a_23L未便於*稧誼初創之日者故姑不錄示
011_0607_a_24L以待日後盛行更爲之裁定也然而輒

011_0610_b_01L이 규정을 영구히 준수하기로 했다.
본사의 모든 스님들과 속가 단월들의 공덕과 신심은 모두 불가사의한 것이거니와 성월 선백이 주지로 있으면서 개도開導하고 권화勸化한 그 공덕이 더욱 크다. 이후로 팔도의 선객 납자들이 이 선원에 들어와 포단蒲團을 펴고 화롯가에 둘러앉아 참선할 터이니, 여기가 또 머무는 곳이다.
이상 세 머무는 곳이 같은가, 다른가? 다르다고 한다면 어찌 같은 적이 있었겠으며, 같다고 한다면 어찌 다른 적이 있었겠는가? 소뿔은 있다 할 필요가 없고, 토끼 뿔은 없다 할 필요가 없다. 일러 보라! 필경 어떠한가
고인이 “도안道眼이 밝지 못하면 물 한 방울도 소화하기 어렵다.” 하였으니, 이 선원에서 참구하는 이들은 광음은 덧없이 흘러가고 사은四恩64)을 본보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범어사 금강암에 칠성각을 창건한 데 대한 기문(梵魚寺金剛庵七星閣創建記)
대저 대지의 물건 중에서 견고한 것은 금강이요, 하늘에 빛나는 별 중에서 추요樞要는 북신北辰이다. 추요인 북신의 조화로 인간의 수명과 복을 증장하고, 견고한 금강의 삼매로 세간을 벗어나는 나루터와 다리를 개척하니, 금강암에 북신전北辰殿이 있는 것은 그 관계가 마치 아교와 칠65) 같고, 산봉우리와 이끼 같아서 어느 한쪽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런데 이제 탱화를 그려서 오로지 인천의 복전이 되는 독성獨聖으로 삼아 모셔 두었으니, 이 인연이 장차 중생들을 두루 이롭게 하는 것은 마치 항하사처럼 한량없으리라.
본읍本邑 초량草梁에 거주하는 청신녀 만원화滿願華 김씨가 그 아들 배정헌裵正憲을 위하여 칠성각을 창건하고 칠성상을 설치하여 공양을 올렸으니, 의당 그 아들 배정헌의 길경吉慶이 성만成滿할 것임을 알겠으며, 재물을 보시하여 칠성각 완공을 도운 다른 신도들도

011_0607_b_01L不許擅自裁定必與盟主與知事理*稧
011_0607_b_02L11) [11] 議詳盡而後書於*稧册分布
011_0607_b_03L施行事

011_0607_b_04L
12) [12] 規例各宜遵守勿爲放堕喪
011_0607_b_05L失於自利利他事

011_0607_b_06L

011_0607_b_07L南原泉隱寺佛粮 [1]

011_0607_b_08L
夫佛者覺也能覺悟其性地鍊淨明
011_0607_b_09L至於神化無盡德用恒沙者也
011_0607_b_10L人能至誠祈願其感應也如水之印月
011_0607_b_11L谷之傳聲焉而能普濟含生竟臻壽域
011_0607_b_12L樂國也本寺自來有名勝區而佛像神
011_0607_b_13L塑之靈異異於他刹則其慈雲慧雨
011_0607_b_14L將霑潤於無窮也居本邑兩廳諸員
011_0607_b_15L大願心各出若干錢設供佛粮稧
011_0607_b_16L香設供月日禱祝除其灾厄迎其吉
011_0607_b_17L子孫寔繁富貴連綿則感應道交
011_0607_b_18L理也必將獲蔭祐於㝠㝠之中不待智
011_0607_b_19L者而後知也而其壽域樂國竟臻無惑
011_0607_b_20L余南遊過是寺春溟長老請余一
011_0607_b_21L言爲弁余景慕隨喜爲之序 [2]

011_0607_b_22L

011_0607_b_23L德裕山松溪庵回祿後成造勸善文

011_0607_b_24L
余仲春下澣於景德實相寺造百丈庵

011_0610_c_01L어찌 그 발원을 성취하지 못할 수 있겠는가. 더구나 공양답供養畓을 바치고 일용의 사물四物66)을 장만해 준 것은 그 공덕이 바다처럼 큰데 이 모두가 화주 스님 월송月松의 법력이다.
내가 20년 전에 사불산四佛山의 절들에 노닐면서 금정산이 승지勝地인데 금강암이 그중에서도 요지라는 말을 듣고 한번 가보고 싶었으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구경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이미 늙었다. 세상의 영고榮枯를 다 겪은 터라 모든 세념世念이 불 꺼진 재처럼 식었다. 가야산으로부터 납의를 걸치고 이곳으로 찾아왔더니, 마침 월송 대사月松大師가 주지로 있으면서 칠성각 조성을 끝마쳤다. 대사는 본래 속진을 벗어난 선덕禪德이라 자기가 거처하는 방에 녹라헌綠蘿軒이란 편액을 건 것은 송라松蘿의 그윽하고 한적한 정취에 뜻을 두었기 때문이다. 대사와 만나 얘기를 마치기도 전에 마음이 서로 맞아서 형해形骸를 벗어난 취미가 서로 통하였다.
대사가 노고하고 신도들이 불사를 성취한 일에 대하여, 모두들 “그대는 글을 짓는 이니, 기문을 지어 주시오.” 하기에 내가 수락하였다.
그러나 여기에 한 가지 허전한 것이 있다. 북신은 하늘에서 형상을 이루고 전각을 세워서 형상을 안치한 것이 이것이다. 그러나 금강삼매란 것은 과연 어떠한 것이며 어떤 형상을 하고 있는가? 슬프다! 성인의 시대와 더욱 멀어져 출가한 사람들이 오로지 자기의 일을 체득해 알지 못하여 우리 부처님 금강의 바른 정定이 끊어져 그 명맥이 전해지지 못하니, 내가 금강암의 기문을 지으면서 온갖 감회가 함께 일어난다.
동리산 태안사 만일회 범종을 시주한 단월의 방함기(桐裏山泰安寺萬日會梵鍾檀那芳啣記)
범종이니 법고니 운판이니 목어니 하는 것들은 모두 표상表象이 있고 용도가 있으니, 이것이 절간의 사물四物이다. 그중에서 종이 가장 긴요하여 무릇 상당하여 법문할 때나 대중이 울력할 때나 불공을 올릴 때나 대중공양을 할 때 이것이 없으면 모두 할 수가 없다.

011_0607_c_01L回祿成造序今又此松溪庵南來久矣
011_0607_c_02L爲文亦多所遇於文者或優興也
011_0607_c_03L落拓也或慷慨也或景慕也幽閑淸
011_0607_c_04L憂愁窮縮也其事固非一二也
011_0607_c_05L其所遇未有此二庵之如是慘憺也
011_0607_c_06L無常之火燒諸世間又云三界無安
011_0607_c_07L猶如火宅人孰能戒悟於此 [1] 所傷悼
011_0607_c_08L古德云心有生住異滅故身有生老病
011_0607_c_09L春夏秋冬成住壞空亦由是而有
011_0607_c_10L若能心住實地蛇跗蟬翼之待自不遷
011_0607_c_11L變也漢武帝鑿昆明池得劫灰天地
011_0607_c_12L亦不免爲火豈有瓊宮瑤臺金鳳玉龍
011_0607_c_13L之足恃乎比之蚌黏蟻蛭焉况乎山龕
011_0607_c_14L村落之微乎推此則得失興亡也不可
011_0607_c_15L以憂喜焉此庵也無蹟可考而土人
011_0607_c_16L「此規例與稧社文」結社文作「如上二十四條
011_0607_c_17L規例」{編}
「其」結社文作「眞」{編}「業」下
011_0607_c_18L結社文有「也」{編}
「此規例與稧社文」結社文
011_0607_c_19L作「如上二十五條規例與禊社文也」{編}
「事」
011_0607_c_20L上結社文有「而若不閑文辭者習學爲可又禊
011_0607_c_21L中諸人各爲書着禊中諸人之居住名字恒使隨
011_0607_c_22L毋至忘失」{編}
「此規例與稧社文」結社文
011_0607_c_23L作「如上二十六條規例」{編}
「秪」結社文作
011_0607_c_24L「只」{編}
「此規例者」結社文作「如上二十七
011_0607_c_25L條規例」{編}
「在」結社文作「載」{編}「此」結
011_0607_c_26L社文作「如上二十八條」{編}
「會」結社文作
011_0607_c_27L「僉」{編}
「上」下有「二十九條」{編}

011_0611_a_01L더구나 청량한 소리가 중생의 고苦를 쉬게 하고, 『능엄경』의 본성을 가리킴67)으로부터 지옥에 있는 항하사처럼 많은 중생의 고뇌를 쉬게 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그 공용功用은 실로 불가사의하다.
본사에 거주하는 영월 대사暎月大師는 행업이 정련精鍊하고 학식이 심박深博한데, 불법 교화의 운세가 비색否塞하고 중생이 고단함을 생각하여 이 암자에 만일염불회萬日念佛會를 만들었었다. 그런데 이 암자에는 예전부터 종이 없어 허전하였다. 이 때문에 대사가 개연慨然한 생각을 가진 지가 여러 해였다.
완산부完山府에 거주하는 단월檀越 송주상宋柱商이 대사의 가르침을 받고 청정한 신심을 내어 돈 천여 금金을 내어 범종을 사서 바치고 귀한 아들을 낳기를 발원하였다.
첩첩산중은 울창하고 긴 밤은 침침한데 종소리가 울려 퍼질 때 그 음향이 맑고 시원하여 혼원渾元의 세계가 한 번 열림에 기운이 만물을 생동하니, 그 감응이 통하여 귀한 아들을 틀림없이 낳게 될 것이다. 후인들에게 권화權化하고 훌륭한 일을 한 분의 이름을 후세에 길이 전하고자 하여 몇 마디 짧을 글을 적노라.
서간書簡
장 상사와 김 석두에게 올린 편지68))
한가로이 지내시는 근황이 좋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소승은 줄곧 병으로 신음하는 두타로 지낼 뿐입니다. 어찌하겠습니까! 지난달 모일에 실상사實相寺 약수암藥水庵의 승려 편에 서찰 한 통을 부쳤는데, 받아 보셨는지요? 지금 용문龍門으로 가는 인편이 있기에 몇 자 적어서 부칩니다.
유가에서는 “군자는 자기를 미루어 갈 뿐이니, 자기에 만족하여 밖에서 바라고 기다림이 없는 것을 덕德이라 한다.” 하였으니, 이것은 선비들이 늘 하는 얘기입니다. 그러나 이 말을 불교 공부에 적용해 보면, 그 이치가 매우 많고 큽니다. 대개 생사와 열반, 범성凡聖과 선악 등은 말할 것도 없고, 참선, 송경, 기도, 염불 등 수행까지도

011_0608_a_01L之傳創於羅代盖古也前有文谷
011_0608_a_02L庵諸丈老執麈演經于斯聽徒盈室
011_0608_a_03L挽近運否其保殘如綫而終入八人
011_0608_a_04L運之準量固如是耶抑物極則返
011_0608_a_05L兆於大盛先有其衰之極如是耶于天
011_0608_a_06L高遠莫之究焉善餘慶福施生人天
011_0608_a_07L儒釋之典其理昭彰間不容髮此主
011_0608_a_08L化釋之所以焚香廣吿于樂善大施之
011_0608_a_09L門者此也而擔荷成造事之當矣
011_0608_a_10L誰曰不可依依上方春睡閑夢要圓
011_0608_a_11L因剝啄欠伸而寤栩栩者蝶杳入前
011_0608_a_12L蘧蘧者身宛是幻化墻角紅杏
011_0608_a_13L落庭心碧草雨肥時政暮春矣裊裊
011_0608_a_14L一炷香半入軟蘿靑嵐 [2]

011_0608_a_15L

011_0608_a_16L喪布稧序

011_0608_a_17L
余己亥之冬寓海印禪社下修多羅藏
011_0608_a_18L之香閣捫膝擁爐老驗雨晴病驗寒
011_0608_a_19L而七分死灰十分枯木而已慮其
011_0608_a_20L幾乎辜負於名山採藥之期也已有沙
011_0608_a_21L名斗正持一卷册謂余曰某甲等
011_0608_a_22L各爲師傅設喪稧也願和尙爲之序
011_0608_a_23L嘉其意謂之曰古人云生事之以敬 [1]
011_0608_a_24L死葬之以禮又云喪止乎哀而已然而

011_0611_b_01L모두 밖의 것이 아님이 없으니, 자기 밖의 것이라면 이미 옳지 않습니다. 동정운위動靜云爲의 모든 행위에 자기도 모르게 외물外物에 얽매이고 이끌리는 것이 마치 교외의 우산牛山69)과 같습니다. 하물며 생사와 화복이 갈리는 즈음에야 말할 나위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자유롭지 못할 것입니다.
조 공肇公70)이 이르기를, “지인至人은 자기가 없다.” 하였는데, 이는 교가敎家에서 너무나 많이 써서 싫증이 나는 말이지만 도리어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옛 스님이 이르기를 “지극히 반조返照하여 자신이 의지할 데가 없으면 온몸이 그대로 대도大道에 합한다.” 하였고, 또 이르기를 “거울을 깨고 오면 그대와 서로 대면해 보리라.” 하였던 것입니다.
대저 한 점 신령한 마음은 그 자체가 걸림 없이 툭 트이고 아주 말쑥하여 본래 갖추어진 바탕에 터럭만 한 것도 아무 흔적도 없습니다. 따라서 도달할 본래 자리에 도달하면 자기의 밖이니 자기니 하며 지리支離하고 모호하게 구별할 필요가 없으니, 이 경지에 이르면 자유롭다는 것조차도 쓸데없는 말일 뿐입니다.
연전에 남쪽으로 오셨을 때 공께서 불법을 힘써 공부하는 것을 보았기에 안부 편지를 보내는 차제에 붓 가는대로 쓰다 보니, 나도 모르게 말이 너무 길어졌습니다. 정으로 받아 주고 허물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사는 곳이 서로 아득히 멀어 만날 수 없는 터라 편지를 쓰노라니 마음이 서글픕니다.
자암 거사에게 올린 편지(上慈庵居士書)
천장암이 좋으니 한쪽은 산이요 한쪽은 바다입니다. 비록 이러하지만 구경하는 유람객이 오지 않는 곳일 뿐 아니라 식견이 트인 선비들도 찾아오지 않습니다. 식견이 있는 선비들만 찾아오지 않을 뿐 아니라 부처와 조사도 하찮은 존재일 뿐이니, 괴롭고 괴롭습니다. 이 어찌 말할 수 있는 대목이겠습니까.
들은 바로는 병을 앓으신다고 하니, 이것이 바로 수행인이 마구니를 항복하는 곳이며 정신을 바짝 차릴 곳이며 몽환夢幻 경계에 유희하는 곳이니, 근심하고 기뻐할 게 어디 있겠습니까! 하물며 병은 마음으로부터 생기고 마음은 아지랑이 같은 것임에 있어서이겠습니까!
경허는 배고프면 배고프다 말하고 추우면 춥다 말할 뿐이요, 그 밖에는 잠이나 잘 뿐 전혀 수행하는 상相이 없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두세 선객이 있어 산야의 노래를 함께 부르니, 이 다행함을 어찌 다 말할 수 있겠습니까.

011_0608_b_01L其能知禮而哀之者寔有幾人而至于
011_0608_b_02L近日以空門事觀之爲嗣佐者於其
011_0608_b_03L爲師傅草忽不盡意者何可勝數
011_0608_b_04L甚者或至於路人吾每以 [2] 此事未甞
011_0608_b_05L不見聞嗟嘆者有年矣夫父母雖生得
011_0608_b_06L吾身若非師傅之模而範之烏能成人
011_0608_b_07L [3] 師之功大矣生而禮之死而哀
011_0608_b_08L當盡意之可也古人云禮之本
011_0608_b_09L而已非玉帛之末無以爲用此設稧
011_0608_b_10L而相賻儀者實深得乎其古人大中之
011_0608_b_11L一節也可不美哉然有一未盡於此者
011_0608_b_12L盖生而來者是甚麽物作何形段者
011_0608_b_13L死而去者又是甚麽物作何形段者
011_0608_b_14L夫其終日禮哀而未曾禮哀終日
011_0608_b_15L生死而未曾生死之本來面目其孰能
011_0608_b_16L觀得於生死禮哀之中而不誤着一生
011_0608_b_17L故古人云死生亦大矣嗚呼其不
011_0608_b_18L大矣乎哉斗正合掌而起曰從今日以
011_0608_b_19L當究得其能禮哀能生死之本來面
011_0608_b_20L則其庶無未盡之歎乎余曰當如是
011_0608_b_21L則中邊俱甜事理無憾豈不盡善也哉
011_0608_b_22L於是乎序而贈之 [4]

011_0608_b_23L

011_0608_b_24L記文

011_0611_c_01L또 듣건대 이곳을 찾아오실 의사가 있다고 하니, 내년까지 기다릴 게 있겠습니까? 겨울 날씨가 몹시 추워 왕래하기 어려우니, 날씨가 화창할 때가 되거든 좋은 인연을 잊지 말고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
김 석사와 장 상사에게 올린 편지(上金碩士張上舍書)
반야삼매의 힘으로 금강의 바른 정定에 편안히 머물고 계신다니, 도체道體가 평안하고 만복하심을 축하합니다. 이 중은 도에는 진전이 없고 사람은 제도하지 못하고 있으니, 비록 평안하나 무슨 말 하리오. 드릴 말씀은, 지난번 보내 주신 ≺염기가拈己歌≻와 두 연구聯句를 쓴 건, 이 글씨, 이 노래를 평범한 세상 사람이 어찌할 수 있는 것이겠습니까! 너무 좋아서 완상玩賞하느라 글씨의 먹이 변하고 종이가 해질 지경입니다. 진 상서陳尙書71)가 이 세상에 다시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고인이 이르기를, “지극한 이치를 궁구하는 것은 깨달음을 법칙으로 삼는다.” 하였습니다. 대저 불법을 배우는 이들이 실지實地를 밟지 못하고 문자나 알음알이로만 불법을 알다가 죄다 업풍業風의 힘에 휘둘려 마침내 실패하고 마니, 자신을 스스로 잘 점검하여 공부를 정밀하게 해야 합니다.
서로 사는 곳이 다소 멀어 만나서 회포를 풀지는 못하지만 심월心月은 거리에 구애되지 않으니, 그저 이 심월의 삼매로 서로 만납시다.
마침 인편이 있기에 몇 자로 안부를 묻습니다. 이만 줄입니다. 대필하게 하는 터라 서신의 예를 갖추지 못합니다. 합장하고 올립니다.
무이당에게 편지를 부쳐 보내다장곡사 보광암의 비구니에게 부쳐 보낸 편지(寄贈無二書長谷寺普光庵比丘尼)
차별하는 생각이 다하지 못한 것이나 차별하는 생각이 이미 다한 것이나 둘이 아니니, 어째서인가?
사오백 길 꽃과 버들이 우거진 거리요, 이삼천 곳 풍악을 울리는 누각이로다.
일러 보라. 이것이 둘이 아닌가, 둘인가? 알면 매우 멍청한 놈이요, 알지 못하면 도리어 옳다고 인정하리라. 비록 그렇지만 이 경지에 이르러서는 다시 3생 60겁을 참구해야 한다.

011_0608_c_01L陜川郡伽倻山海印寺修禪社創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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余嗜好遊山水者也遊得徧仙人尸解
011_0608_c_04L祖師創大伽藍幽顯之王以大願力
011_0608_c_05L助成大藏經板者陜州之伽倻海印也
011_0608_c_06L而未得遊爲缺然歲己亥秋訪到
011_0608_c_07L其經繞其宇紅流洞裡探仙人之靈
011_0608_c_08L放曠然忘其形骸矣一日有一禪和
011_0608_c_09L子謂余曰今天子聖神至仁洽而惠
011_0608_c_10L曁乎禪林印經修宇又勅建修禪社
011_0608_c_11L居心學者倣前聖資福國祐世化士梵
011_0608_c_12L雲與一山雲水服勤勞忘身宰始是
011_0608_c_13L歲五月過五箇月而落之其爲樹玄功
011_0608_c_14L之偉且大者有若是者也而師其文者
011_0608_c_15L幸記之以垂示不朽也余曰毋爲是
011_0608_c_16L禪和子曰昔釋迦氏以正法眼藏
011_0608_c_17L付囑摩訶迦葉傳至達磨來震旦又傳
011_0608_c_18L至石屋而我東國太古傳得石屋
011_0608_c_19L傳至淸虛淸虛於釋迦氏爲六十三代
011_0608_c_20L孫也當是時也非特山林衲子見其
011_0608_c_21L性而作導師也上自天子下至王公巨
011_0608_c_22L施及于草野賢達莫不徹證無生
011_0608_c_23L坐脫立亡故叅尋決擇如飢就食渇赴
011_0608_c_24L飮然勢莫得以遏之也而降于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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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장行狀
서룡 화상의 행장(瑞龍和尙行狀)
고덕이 “불법이 멸망할까 걱정하지 않는다.” 하였는데 나는 도리어 멸망할까 걱정한다. 걱정하지 않는 것도 까닭이 있고 걱정하는 것도 까닭이 있다. 비록 본래 멸망하지 않는 이치가 있으나, 계·정·혜 삼학을 익히고 닦지 않으면, 이른바 멸망하지 않는 것을 반드시 멸망하지 않도록 보호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청산 기슭에 고니와 학처럼 늘어서 있는 것들은 모두 부도이고, 사찰의 누각에 비단 화폭에다 그려 놓은 것은 모두 영탱影幀인데, 이것들 모두 반드시 그렇게 할 만하여 부도를 세우고 영탱을 그렸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장은 그렇지 않아 행장을 쓸 만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에는 행장을 쓰지 않으니, 삼학의 도를 닦지 않은 자에 대해서는 행장을 써서는 안 된다.
나는 본래 재주는 없고 성품은 게을러 문장을 짓지 않은 지가 오래이다. 그러나 때로는 사람들의 부탁에 끌려 마지못해 글을 짓기도 하였으니, 그렇게 한 것이 적지 않았다. 매양 행장을 지을 때마다 붓을 멈추고 감회에 잠기지 않은 적이 없었다.
대저 출가한 사람이 삼학三學을 닦지 않으면 도업道業을 이루지 못하고, 도업을 이루지 못하면 지을 행장이 없다. 지을 행장이 없는 것은 애석하지 않으나 도업을 이루지 못한 것은 애석하니, 도업을 이루지 못하면 부처님의 혜명慧命을 이을 수 없기 때문이다. 삼학이 강령이 되어서 불법이 멸망하지 않는 것이 진실로 이와 같거늘 오늘날 사문들은 이 삼학을 닦지 않으니, 개탄할 일이다.
삼가 행록行錄을 살펴보건대 화상은, 속성은 김씨이고 본관은 광산光山이며 휘諱는 상민詳玟이고 서룡瑞龍은 법호이다. 춘택 공春澤公72)에게 8대손이 된다
화상은 인종仁宗(청나라 황제) 가경嘉慶 19년 갑술년(1814)에 경성에서 태어났다.

011_0609_a_01L正法如土塊持續慧命者爲兒戱
011_0609_a_02L者相目憎嫉之而至於靡所不至也
011_0609_a_03L嗚呼後之人雖欲聞正法眼藏之說
011_0609_a_04L孰從而聽之乎於斯時也創修禪社者
011_0609_a_05L寔爲火中蓮華也此尤不可不以記之
011_0609_a_06L而垂示不朽者也余曰毋爲是也禪和
011_0609_a_07L子曰正法眼藏者先佛之慧命也
011_0609_a_08L修禪社者今天子之勅命也若不一遵
011_0609_a_09L終始而廢之也或革之也者此非特蒙
011_0609_a_10L譴罰於神祗抑亦犯罪於彝倫也孰敢
011_0609_a_11L不戒懼而爲是之爲哉雖然若不昭示
011_0609_a_12L后人後之人安能知此社之嚴重也
011_0609_a_13L有其若是而一遵之哉此又不敢不以
011_0609_a_14L記之而垂示不朽者也師其無得固止
011_0609_a_15L而可從事之也余正色曰鄙夫子之見
011_0609_a_16L解也子知其有記之爲有記也而不知
011_0609_a_17L其無記之爲有記之爲愈者也安知夫
011_0609_a_18L未有一人修禪而十類群生已是一時
011_0609_a_19L見性了也未擧一則公案而山河大地
011_0609_a_20L明暗色空以至麻線竹針已是一時皆
011_0609_a_21L放大光明了也又安知夫未開基也
011_0609_a_22L是一時成禪社了也未具椳闑材也
011_0609_a_23L是一時記其事詳悉了也夫如是則豈
011_0609_a_24L可以爲紙墨之而贅疣脂粉於參正法

011_0612_b_01L어릴 때부터 용모가 맑고 인품이 순수하였다. 17세 때 종로를 걸어가다가 벼슬아치가 처형되는 것을 보고 문득 세상의 명리가 우환거리임을 알고 싫어져서 무상을 느끼고 경기도 안성安城 청룡사靑龍寺 영월 장로影月長老에게 의탁하여 삭발하고 계를 받았다.
나이 19세에 이르러 명산을 탐방할 뜻을 가지고 지리산에 들어갔다. 당시 용악 장로龍岳長老가 안국사安國寺에서 강석을 크게 열고 있었기에 스님은 그 문하에 들어가 수학하여 학문이 점차 진보하였고, 다음으로 용암 화상龍巖和尙에게 참문參問하여 지견이 열렸다.
27세 때에는 기양 성전騎羊聖典 장로에게 입실하여 도명道名이 높아졌다. 성전 장로의 유촉을 받고 벽송암碧松菴에 주석하였고, 암자가 퇴락하자 화상이 중수하여 면모를 일신하였으며, 상주물常住物을 아끼고 사우를 중흥하였다. 그리고 화상은 자기 본분사를 밝히지 못함을 염려하여 칠불암七佛庵에서 몇 해 동안 면벽하였으니, 화상의 높은 식견으로 응당 깊은 선지禪旨를 얻었을 터이나 도가 같은 이가 아니면 알 수 없다.
광서光緖(청나라 德宗의 연호) 16년(1890) 경인년 섣달 27일에 화상은 작은 병을 얻어서 29일에 이르러 열반에 들려고 하였다. 이때 대중이 섣달그믐의 과세불공過歲佛供을 걱정하니, 화상은 “내가 중이 된 지 60년인데 세상을 떠날 때 어찌 삼보의 일에 방해될 수 있겠는가. 걱정하지 말라.” 하였다. 시일을 끌어서 그 이듬해 정월 초이튿날에 이르러 화상이 또 열반에 들고자 할 때 대중이 또 칠성제七星祭73)를 지낼 일을 걱정하니, 화상이 또 전과 같이 말하고 시일을 끌어서 4일 사시에 이르러 대중에게 묻기를, “오늘 가도 방해될 일이 없겠느냐?” 하였다. 대중이 그렇다고 하자 부촉하는 말을 마치고는 대중에게 경을 외고 염불하게 하고 엄연奄然히 열반에 들었다.
경에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수명을 자유로이 연장할 수 있었던 것은 정력定力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옛날에 삼학을 정밀히 닦아서 도업을 성취한 이일지라도 이보다 더 낫지는 않을 것이다.
그 법맥을 거슬러 올라가 보면, 회암晦庵은 한암寒庵에게 전수하고, 한암은 추파秋波에게 전수하고, 추파는 경암鏡庵에게 전수하고, 경암은 중암中庵에게 전수하고, 중암은 기양騎羊에게 전수하였으며, 회암은 보광葆光의 법을 잇고, 보광은 모운慕雲의 법을 잇고, 모운은 벽암碧庵의 법을 잇고, 벽암은 부휴浮休의 법을 잇고, 부휴는 부용芙蓉의 법을 이었으니, 화상은 부용에게 11대손이 된다. 향년은 78세요 법랍은 60세이다. 법문法門의 동량이 꺾였으니 총림이 모두 불법의 운수가 비색否塞함을 슬퍼하였다.
내가 광무光武 4년(1900) 겨울에 화전花田(남해의 옛 이름) 용문사龍門寺에 들렀더니, 호은 장로虎隱長老가 화상이 시순時順75) 동안에 도행道行이 탁월했음을 크게 칭찬해 말하면서 나에게 행적을 후세에 길이 전하도록 행장을 써 주길 청하기에 내가 문장에 능하지 못하다는 이유로 사양하였다. 그리고 수십 일 뒤 벽송암에 들렀더니, 영운嶺雲·동운東雲 두 고덕이 있었으니, 바로 화상의 제자들이다. 이 두 분이 또 선사先師를 위해 행장을 써 주길 부탁하며 그 청이 더욱 간곡하였다.
내가 회상해 보니 매우 어릴 때 벽송암에서 겨울 한 철을 지낸 적이 있었는데, 당시 화상을 보니 맑고 엄숙한 도기道氣가 충만하여 밖으로 발산하였다. 그러나 나는 당시 나이가 어리고 식견이 적어 법문을 들어 마음의 티끌을 씻지 못했으니, 여한이 어찌 끝이 있겠는가! 이제 나이 55세76)을 다 잃었으니, 아, 탄식하는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화상의 도덕에 대해 크게 흠모하는 마음이 있는 데다 두 고덕이 지성으로 청하고 호은 장로가 부탁하신 터라, 굳이 사양할 수 없어 문장이 서툰 것도 헤아리지 않고, 이상과 같이 대략 쓰면서 때때로 붓을 멈추고 감회에 잠기기를 재삼 마지않았다.

011_0609_b_01L眼藏之禪社也哉禪和子悚然避席曰
011_0609_b_02L聽師之言未敢自許聞道百也然敢
011_0609_b_03L問正法眼藏是箇甚麽秪這是
011_0609_b_04L問曰云是者是箇甚麽伽倻山色揷
011_0609_b_05L天碧良久云直下言前薦得未免觸
011_0609_b_06L途狂見縱饒句下精通也是箭過西天
011_0609_b_07L恁麽也頭上安頭不恁麽也斬頭覔
011_0609_b_08L且道到這裡禪却如何叅喝一喝
011_0609_b_09L是日爲閑話移晷妨却忘形骸之趣味
011_0609_b_10L禪和子請次第書着打葛藤一絡索
011_0609_b_11L以爲修禪社記記之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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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609_b_13L梵魚寺鷄鳴庵創建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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謹按本寺記蹟云知時鷄鳴房五間
011_0609_b_15L之東嶺又俗傳云鷄鳴于此而見庵東
011_0609_b_16L峙有鷄化石與鷄足痕庵號鷄鳴
011_0609_b_17L此也前十年癸巳三月雨華丈老與
011_0609_b_18L其嗣混海講伯同金峯老師發大願力
011_0609_b_19L於古鷄鳴庵基起五間精舍閱八個月
011_0609_b_20L而落之畵之檀幀奉安越四年丙申
011_0609_b_21L又起七星閣三間與別寮四間畵七星
011_0609_b_22L獨聖山靈等幀奉安而因菴務倥偬
011_0609_b_23L過八年于今未有以文記其事余南遊
011_0609_b_24L住金剛庵主本庵惺月禪伯請余其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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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은 화상의 행장(取隱和尙行狀)
내가 호서 지방에서 쓸모없는 몸으로 병을 조섭하면서 게으르게 지내 온 지가 20여 년이었다. 취은 화상取隱和尙의 덕향이 멀리까지 알려졌으나 남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찾아뵙고 마음의 티끌을 씻지 못하였는데 화상이 훌쩍 입적하시고 말았으니, 한스러운 마음이 유독 깊었다.
광무光武 4년 겨울, 운유雲遊할 뜻이 있어 조계산 송광사에 들렀다. 때는 마침 궁음窮陰77)이라 눈보라가 사납게 몰아치기에 선창禪窓 아래 이틀을 묵었다. 자응慈應·금명金明·자성慈城 세 사형제가 나에게 일렀다.
“우리 선사先師이신 취은 화상께서 시순時順78)사이에 이룬 출세간의 도업은 비록 옛날의 조사에 비길 수는 없지만 근세에는 거의 보고 듣기 어려운 것입니다. 선사의 높은 덕행으로 볼 때 우리 제자들은 의당 행장을 지어서 후세에 길이 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도 행장을 짓지 못한 것은 그럴 겨를이 없어서였습니다. 고명하신 스님께서는 문명이 평소 알려져 있고 선지禪旨도 깊으신데 마침 이곳에 오셨으니, 원컨대 스님의 한마디를 빌어서 우리 선사의 남긴 발자취를 빛내고자 합니다. 이와 같이 해 주신다면 우리 선사의 행업行業이 우뚝이 후세에 전해질 뿐만 아니라 저희 제자들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청컨대 스님께서는 문필을 아끼지 말아 주소서.”
내가 재삼 사양했으나 그 청이 더욱 간곡하였다. 삼가 화상의 제자가 적은 기록을 살펴보건대, 화상의 휘는 민욱旻旭이고 법호는 취은이며 속성은 최씨崔氏이고 본관은 해주海州이다. 가경嘉慶 20년 을해년에 처음 경상도 봉화奉化에서 기식寄食하면서 그 이듬해 9월까지 남의 집을 전전하였다. 나이는 어렸으나 어른스럽고 과묵하여 노성老成한 풍도가 있었다.
화상은 14세에 속세를 떠나고 싶은 생각이 일어나 북쪽에 있는 태백산 각화사覺華寺 태주 장로泰珠長老에게 의탁하여 삭발하고 계를 받고서 세연을 따라 환망幻妄 속에 산 것이 여러 해였으니,

011_0609_c_01L不朽夫吾儕家風拈乾屎片破
011_0609_c_02L木頭活眼打照神劍指揮古佛刹海
011_0609_c_03L浩浩寶網雲臺重重何用苦苦累甎累
011_0609_c_04L汗漫丹雘喧聒鍾鼓以爲能事哉
011_0609_c_05L嗚呼此塔寺之所以牢固蠻觸乃吾佛
011_0609_c_06L正法化之所以耗散寢廢也書到此
011_0609_c_07L嘆再三或者在傍怫然曰屎片木頭
011_0609_c_08L讃以寶網雲臺琳宮蓮房譏以牢固蠻
011_0609_c_09L何言之乖戾若是耶然子之見解
011_0609_c_10L之陋也何以葉公之好惡衆狙之喜怒
011_0609_c_11L秪恨無神劍活眼屎片木頭亦能
011_0609_c_12L法海無窮况建淸淨法宇於天鷄勝區
011_0609_c_13L繪畵聖像設香燈鳴鍾鼓與諸善男
011_0609_c_14L子善女人奉施三寶供養三寶作出
011_0609_c_15L世眞緣耶宜其諸上士之德海與僉檀
011_0609_c_16L那之善根如恒河沙不可量而能原始
011_0609_c_17L要終勤勤成辦者混海講伯也非特
011_0609_c_18L作惠施無窮而圓就先傅之志又可尙
011_0609_c_19L或者欣愜而謝曰善哉提說也
011_0609_c_20L不覺趣味津津投筆點茶了更提一偈

011_0609_c_21L拈來何事政堪嬴不托端宜土椀成

011_0609_c_22L穿入鷄巖藏一笑他年天畔化雷聲 [1]

011_0609_c_23L東萊郡金井山梵魚寺鷄鳴庵創設

011_0613_b_01L보리도가 세간을 여의지 않는다는 것을 어찌 깨달았겠는가. 나이 불혹에 이르러 태백산 미륵암에서 초은 장로超隱長老를 찾아가서 옷깃을 여미고 법을 물어서 정안正眼을 결택, 스승과 제자의 도가 계합하여 10년 동안 초은 장로를 시봉하였으니, 응당 현묘한 경지를 얻었을 터이나, 화상은 자신을 숨기는 데 뜻을 둔 터라 사람들이 알 수 없었다.
그 후 화상은 나이 68세 때인 계미년에 이르러 반야봉 아래 용수율와龍樹霱窩에서 10년 동안 우거하면서 흙덩이처럼 앉아 온갖 망상이 불 꺼진 재처럼 싸늘히 식고 홀연 돈오한 곳이 있었으니, 고인이 “사람이 물을 마심에 차고 따뜻함을 스스로 안다.”라고 한 것이 이를 두고 말한 것이다. 청허 선사淸虛禪師가 “차라리 천겁 동안 생사에 윤회할지언정 성인들의 해탈을 사모하지 않는 것은 선가禪家의 눈이요, 남의 시비를 보지 않는 것은 선가의 발이다.” 하였다. 화상은 발심할 때 돈오하리라 기약하여 깨달았고, 깨달은 뒤의 생애는 한 덩이 돌처럼 굳었으니 선가의 눈에 거의 가깝다 하겠으며, 청황보불靑黃黼黻79)과 같은 화려한 장식이나 관현의 악기와 같은 아름다운 음악에는 굳이 귀먹고 눈멀지 않아도 시비가 절로 끊어졌으니 선가의 발을 십분 갖추었다 할 만하다.
화상은 북쪽으로 묘향산에 들어가고 남쪽으로 지리산에 들어가 반평생 행적이 한가로운 구름, 들판의 학과 같았으나 또한 탈쇄脫灑하다고 자처하여 스스로 고상한 척하지 않았다. 그러나 내면에 온축한 도덕은 위대하고 정중하여 굳이 지혜로운 이가 아니어도 알 수 있었다.
79세 때인 갑오년(1894) 봄에 동리산桐裏山 미타암에 주석하면서 선회禪會를 열어 현풍玄風을 떨쳐 탁월한 행적을 보이면서 노년에 이르러서도 게으르지 않았다. 그리고 4년 뒤 정유년(1897)에 열반할 곳을 잡아서 명적난야明寂蘭若에서 편안히 지낸 지 3년째 되던 해 기해년(1899) 정월 7일에 작은 병에 걸려 14일 신시申時에 이르러 입적하였다. 슬프다! 형상이 있는 것은 반드시 공으로 돌아가는 것은 세상에서 면치 못하는 바이지만, 도인이 입적함에

011_0610_a_01L禪社記

011_0610_a_02L
華嚴經曰菩薩摩訶薩以大慈大悲大
011_0610_a_03L喜大捨爲所住處乃至一切法平等
011_0610_a_04L爲所住處這裡是住處心聞賁禪師曰
011_0610_a_05L潙山和尙云以思無思之妙返思靈燄
011_0610_a_06L之無窮思盡還源是箇什麽這裡脫得
011_0610_a_07L有什麽淨潔旣無思底復無淨底
011_0610_a_08L直得一絲不掛和自家本體都盧不見
011_0610_a_09L恁麽入囂塵逆順敎誰嗔喜染着然後
011_0610_a_10L打徹明暗兩頭向不明不暗處看大悲
011_0610_a_11L院裡有齋話方知來由與落處恁麽以
011_0610_a_12L一隻眼照破山河大地如倚天長劍
011_0610_a_13L誰敢當頭覰着有如是筋骨方能向列
011_0610_a_14L聖叢中入作而己他兼利法門秪從玆
011_0610_a_15L一條路去別無道理這裡又是住處
011_0610_a_16L混海丈老請惺月禪伯住持鷄鳴庵
011_0610_a_17L而渾寺僉議設禪社于此自各房與庵
011_0610_a_18L收納畓三十八斗土付于禪社又混海
011_0610_a_19L惺月湛海華月諸上士與居本府李氏
011_0610_a_20L普賢華居草梁金氏智明華募緣山野
011_0610_a_21L得錢四千餘金買得畓四十二斗土
011_0610_a_22L于禪社又居本寺土窟金氏覺心華
011_0610_a_23L畓二斗土付于禪社已上合畓八十二
011_0610_a_24L斗落斷盡供養禪衆不爲他用者也

011_0613_c_01L산야山野가 모두 통곡하여 마지않음을 어이하리오!
화상은 입적할 때에 정신이 평안하고 한가로웠으며 평소처럼 단정히 앉아 있었다. 당시 원주 혜운慧雲 상좌가 묻기를, “화상께서 지금 입멸하려 하시니, 사산四山이 핍박해 오는데80) 것이 반드시 옛날의 아름다움을 독차지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날 밤 3경에 한 줄기 상서로운 빛이 마치 무지개처럼 허공을 가로질렀고, 다비한 뒤 5일이 지나도록 그 빛은 더욱 맑고 오색이 영롱하게 모였다 흩어졌다 했으며, 또 상서로운 구름이 사방에서 모여 서로 엉키고 뒤섞이니, 원근의 승속이 모여서 우러러보며 옛 도인이 입멸할 때와 같다고 경탄하였다.
화상은 가경嘉慶 21년 병자년(1816)에 태어나 대한 광무光武 3년(1899) 기해년에 입적했으니 향년은 84세이고, 14세에 출가하여 계를 받았으니 법랍은 71세이다.
화상은 초은 의유超隱義宥의 법을 이었고, 초은은 연월 이준淵月以俊의 법을 이었다. 부휴浮休는 벽암碧庵에게 전수하고, 벽암은 취미翠微에게 전수하고, 취미는 백암栢庵에게 전수하고, 백암은 무용無用에게 전수하고, 무용은 영해影海에게 전수하고, 영해는 풍암楓巖에게 전수하고, 풍암은 벽담碧潭에게 전수하고, 벽담은 영월詠月에게 전수하고, 영월은 낙파樂坡에게 전수하였으니, 화상은 부휴에게 12대손이 되고, 태고太古에게 17대손이 된다.
불법의 교화가 점차 쇠잔하여 정법안장이 죄다 사라졌는데, 화상은 정혜를 오로지 닦아서 이 세상에 무너진 불법의 기강을 크게 바로잡았으니, 불 속에 연꽃이 피어난 격(火中生蓮)이라 하겠다.

011_0610_b_01L以此永久一遵盖渾寺僉位與在俗檀
011_0610_b_02L那之功行信願俱不可思議而惺月禪
011_0610_b_03L伯爲住持開導勸化其功行尤大焉
011_0610_b_04L自後八表禪衲入此社開單圍爐
011_0610_b_05L裡又是箇住處如上三般住處是同耶
011_0610_b_06L是異耶若云異也何曾是同若云同
011_0610_b_07L何曾是異且夫牛角不用有兎角
011_0610_b_08L不用無也則且道畢竟如何古人云
011_0610_b_09L道眼未明滴水難消凡叅究于此社者
011_0610_b_10L當念光陰飄忽四恩重大以慈明圓之
011_0610_b_11L刺股歸宗權之展脚以哭爲則可也 [1]

011_0610_b_12L

011_0610_b_13L梵魚寺金剛庵七星閣創建記

011_0610_b_14L
夫大地之物堅牢爲金剛也周天之耀
011_0610_b_15L樞要爲北辰焉以北辰樞要之造化
011_0610_b_16L增長人間壽福以金剛堅牢之三昧
011_0610_b_17L拓出世津梁則金剛庵之有北辰殿
011_0610_b_18L謂如膠漆然如岑苔然不可以闕一
011_0610_b_19L而又爲繪像一爲人天福田之獨聖
011_0610_b_20L而安之是因緣也將得以普利羣品
011_0610_b_21L如剋 [1] 伽沙不可量也本邑草梁居淸信
011_0610_b_22L女滿願華金氏爲其子裵正憲剏七星
011_0610_b_23L設其像而供養之知其宜乎其子
011_0610_b_24L正憲之吉慶成滿而其僉檀那之施財

011_0614_a_01L찬탄을 이루 말할 수 있겠는가.
나는 무능하고 용렬하여 세상에 쓸모없는 몸이라 불법 교화에 온갖 폐단이 쏟아져 나오건만, 도덕으로도 구제할 수 없거늘 문장으로 어찌 구제할 수 있으리오. 이로 말미암아 감분感憤하여 문묵文墨을 놓고 지낸 지 여러 해였다. 더구나 염량세태를 겪으면서 문사文辭가 쇠락하여 글 짓는 일 따위에 마음을 쓸 수 없었다. 그렇지만 화상이 세상에 나와 그 도업이 이처럼 탁월하고, 그 제자인 자응·금명·자성 세 사형제가 또 이처럼 간곡히 청하기에 굳이 사양하고 말 수는 없었다. 이에 이상과 같이 대략의 행적을 기록하는 한편 지난날 찾아뵙고 배우지 못한 한의 만분의 일이나마 이 글에 담노라.
영찬影賛
금우 화상 영찬(錦雨和尙影賛)
虎隱之父              호은虎隱의 은사요
華雲之子              화운華雲의 제자라
能文而賢              문장에 능하고 어질었으니
有德之士              덕이 있는 스님이로다
非佛之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면
不敢諟               감히 옳다고 말하지 않고
非佛之心              부처님의 마음이 아니면
不敢理               감히 다스리지 않았네
智者之知物無己           지혜로운 이는 만물에 자기가 없음을 아나니
無己之己無終始           자기가 없는 자기는 처음도 끝도 없어라
肅寫傳神              엄숙히 그 풍모를 그려서
永留千禩              천추에 길이 봉안하노니
稽首焚香              머리를 조아리고 향을 사르고서
敬贊其美              훌륭한 도덕을 공경히 찬탄한다오
인봉 화상 영찬(茵峰和尙影賛)
豊厚其貌              그 모습은 풍후하였고
其心則賢              그 마음은 어질었어라
一念之中              한 생각 가운데서
佛覺如絃              부처님 깨달음 활줄 같았으며81)
常誦貝葉              불경을 늘 읽어서
做道又玄              도를 닦음이 또 현묘하였네
眞儀儼爾              엄연한 진영을
中堂高懸              전각에 높이 걸어 놓으니
生佛不二              중생과 부처가 둘이 아니라
凝然一圈              그대로 하나가 되었으니
景慕深贊              경모하고 깊이 찬탄하며
拜手擎卷              머리를 조아려 예배합니다

011_0610_c_01L相成者又豈可以不成就其願耶况乎
011_0610_c_02L獻供養畓具日用四物其功德如海
011_0610_c_03L而并是化士月松之法力也余二十年
011_0610_c_04L遊四佛山諸刹聞金井山之爲勝區
011_0610_c_05L而金剛庵爲要妙焉將欲一遊而錯落
011_0610_c_06L未甞 [2] 今已老矣閱盡榮枯百慮灰冷
011_0610_c_07L自伽倻山荷衲訪到適月松大師住持
011_0610_c_08L而成造畢焉大師素是出塵禪德扁其
011_0610_c_09L軒曰綠 [3] 蘿者盖志其松蘿幽閑之趣也
011_0610_c_10L面晤未了而心相契焉有相期於形骸
011_0610_c_11L之外之趣味也其大師之服勤勞與檀
011_0610_c_12L那之成就佛事也僉曰子文者也幸爲
011_0610_c_13L之記余曰然有一忡然於此者
011_0610_c_14L北辰也在天成像建閣設像者此也
011_0610_c_15L而其金剛三昧者果何物而作何相耶
011_0610_c_16L嗚呼去聖愈遠出家之人專不體知
011_0610_c_17L自家之事吾佛金剛正定斯絕壽命莫
011_0610_c_18L余因作金剛庵記而百感俱發也

011_0610_c_19L

011_0610_c_20L桐裏山泰安寺萬日會梵鍾檀那芳
011_0610_c_21L啣記

011_0610_c_22L
曰鍾曰皷曰雲版曰木魚皆有表有
011_0610_c_23L此是招提四物也鍾爲最緊焉
011_0610_c_24L上堂普請焚修齋粥靡此皆不

011_0614_b_01L
대연 화상 영찬(大淵和尙影賛)
居龍門大淵長老           용문사에 주석한 대연 장로는
講貝葉 大振玄風          불경을 강론하여 현풍玄風을 크게 떨쳤으며
歸寂後 門徒虎隱上座        입적하신 뒤에 그 문도인 호은 상좌가
報其敎投納亨需           가르쳐 준 은혜에 보답하고자 정성으로 물자를 바쳐
設影幀于伽倻海印之中       가야산 해인사에 영탱을 봉안하였으니
長老之德 固是巍巍         장로의 덕은 진실로 높고 크거니와
虎隱之報 尤爲希有         호은虎隱의 보답은 더욱 희유한 일이라
以有差別 入不二門         차별이 있음으로 불이문에 들어갔으니
箇是彌勒樓閣 極樂欄軒       이는 미륵의 누각이요 극락의 헌함軒檻이로다
귀암 화상 영찬(歸庵和尙影賛)
裵公問黃檗老            배 공이 황벽 스님에게 묻기를
高僧眞儀在此            “고승의 진영은 여기 있는데
高僧安在              고승은 어디 계시오?”라고 하니
老人召公 公諾           황벽이 공을 부르거늘 공이 대답하니
老云卽今在甚麽處          노인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고 하였다
此是古人底             이것은 고인의 것인데
如今看來 却不恁麽         지금 보건대 도리어 그렇지 않다
歸庵老師 平居護佛法僧       귀암 노사는 평소에 불법승 삼보를 보호하여
至心無二              지극한 마음 한결같았네
其心淸 其貌古           그 마음은 맑았고 그 모습은 고인古人의 풍모라
一幅寫照 這○是          한 폭의 진영은 바로 ○ 이것이라
不必更問在甚麽處         굳이 어디에 있는지 물을 것 없으니
無第二人              둘째 사람은 있지 않느니라
고암 화상 영찬(古庵和尙影賛)
高提祖令              조사의 정령正令을 높이 제창하니
星北水東              모든 별은 북으로 향하고 모든 물은 동으로 흘렀지82)
物無是非              사물에 옳다 그르다 함이 없었으니
非私非公              사사로움도 아니요 공정함도 아니로세
六度心化              육바라밀 마음으로 교화하였으니
大冶其功              크게 중생 도야陶冶한 게 공덕이요
勞生而息              수고로운 삶을 이제 쉬고
歸元玄功              근원으로 돌아갔으니 현묘한 공행功行이로다
금봉화상영찬金峰和尙影賛
金峰長老              금봉 장로여!
大願唯深              큰 원력이 깊으셨어라.
扶護梵刹              사찰을 지키고 보호하였으니
供佛其心              부처님께 공양하는 게 그 마음이었네.
依稀淸範              아련한 그 맑은 풍모여
傳神于中              이 진영 속에 정신이 전해지도다.
死生無二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니니

011_0611_a_01L可以事之况淸凉之息苦楞嚴之指
011_0611_a_02L以至歇了地獄中恒沙衆生之苦惱
011_0611_a_03L其功用也實不可以思議焉居本
011_0611_a_04L寺之有暎月大師者行業鍊精識學淵
011_0611_a_05L念佛化之否蹇含生之伶俜爲設
011_0611_a_06L萬日念佛會于此庵而庵舊無鍾如有
011_0611_a_07L缺焉因此慨念有年矣有完山府居檀
011_0611_a_08L那宋柱商霑其化發淸淨信出阿堵
011_0611_a_09L千餘金買獻梵鍾願生貴子盖亂山
011_0611_a_10L鬱鬱長夜沉沉聲聲呌吼發韻淸暢
011_0611_a_11L渾元一闢氣生萬彙其感應道交
011_0611_a_12L其貴子也必矣勸後傳芳不可以泯
011_0611_a_13L少畧此數語 [1]

011_0611_a_14L

011_0611_a_15L書簡

011_0611_a_16L上張上舍金石頭書 [1] 上舍名孝永號淨
蓮居士石頭名炳
011_0611_a_17L石頭居士其號也
俱居醴泉郡之生川洞

011_0611_a_18L
靜居道候伏想玄裕鯫禿一味作吟
011_0611_a_19L病頭陁而已奈何前月日附呈一札
011_0611_a_20L於實相藥水庵僧未知抵覽今有去龍
011_0611_a_21L門信便 [2] 以數字儒云君子推己足乎已
011_0611_a_22L不待於外之謂德此是斯文常談然而
011_0611_a_23L叅證於學佛者其理甚緊好盖生死湼
011_0611_a_24L槃凡聖善惡等事以至禪誦祈念等行

011_0614_c_01L一亘淸空              한 줄기 맑은 허공과 같아라.
忽悟卽是              문득 깨달으면 바로 이것이라,
物物頭頭              두두물물이 이것 아님이 없으니
靑山日晩              청산에 날이 저무는데
碧海長洲              푸른 바다 긴 물가로다.

문중의 말학 경허 성우는 향을 사르고 삼가 짓다.(門末鏡虛惺牛焚香謹撰.)83)
동계화상영찬東谷和尙影賛
뜻을 얻으면 거리의 쓸데없는 얘기도 늘 정법을 굴리는 것이요, 말에서 잃으면 용궁의 장경도 한바탕 잠꼬대일 뿐이다. 비록 이와 같으나 비단옷을 입는 게 영화로우나 도인은 귀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렇다면 필경 그 뜻은 어떠한가? 원앙새 수놓은 곳은 보여 주어도 되지만 금침을 남에게 주지는 말라. 동곡 장로여, 이咦!84) 다음과 같이 게송을 붙이노라.

奉佛護法              부처님을 받들고 불법을 보호하여
維德孔揚              덕화를 크게 떨치었어라.
性相常住              성상性相은 상주불멸하니
萬古神光              만고에 신령한 광휘 빛나도다.
月白川印              밝은 달은 시냇물에 비치고
花發春風              꽃은 봄바람에 피었어라.
一幅寫照              한 폭 진영을
高掛雲堂              전각에 높이 거니
惟卓其道              우뚝한 화상의 도여!
山高水長              산은 높고 물은 길도다.85)

오언절구(五言絕)
은선동에 노닐며(遊隱仙洞)
山與人無語             산과 사람은 말이 없는데
雲隨鳥共飛             구름은 새를 따라 함께 나는구나
水流花發處             물은 흐르고 꽃은 피는 곳에
淡淡欲忘歸             마음 담담하여 돌아가길 잊겠네
통도사백련암에서 제하다(題通度寺白蓮庵)
宕情收未了             호탕한 마음 거두지 못해
長袖拂千岑             긴 소매로 천봉千峯을 휘젓고 다니노라
深院聽鵑語             깊은 암자에서 두견새 소리 들으니
江山萬古心             강산의 만고의 마음일레라
우연히 읊다(偶吟)

011_0611_b_01L無非是外外已早不是動靜云爲自不
011_0611_b_02L覺藍沮牽惹於物如四郊之牛羊况生
011_0611_b_03L死禍福之際乎其不自由者必矣肇公
011_0611_b_04L至人無己此亦敎場芻狗却有味
011_0611_b_05L [3] 故古德云照盡軆無依通身合大
011_0611_b_06L又云打破鏡來與子相見夫一點
011_0611_b_07L靈臺廓然淨盡絕廉纖勿痕縫於本
011_0611_b_08L有田地到其所到更不用支離塗糊於
011_0611_b_09L己之外與己矣其自由二字亦是閑言
011_0611_b_10L年前南來之日見公學佛精苦
011_0611_b_11L寒暄信筆及此不覺打煩蔓領情勿
011_0611_b_12L咎申企耳相去杳隔臨紙惘然

011_0611_b_13L

011_0611_b_14L上慈庵居士書

011_0611_b_15L
天藏庵好一面山一面海然雖如是
011_0611_b_16L非但翫景者不到處通人達士亦不交
011_0611_b_17L非但通人達士不交涉佛也祖也
011_0611_b_18L猶較些子苦哉苦哉是豈可言處
011_0611_b_19L聞道候以病此迺修行人降伏魔軍處
011_0611_b_20L驚覺精神處也遊戱幻境處也
011_0611_b_21L足以憂之喜之哉况病從心生心如陽
011_0611_b_22L燄者乎鏡虛飢則言飢寒則言寒
011_0611_b_23L外睡而已了無修行相狀而幸有二三
011_0611_b_24L禪侶共唱和山歌野曲幸何可盡達

011_0615_a_01L
斜陽空寺裡             석양이 기우는 빈 절에서
抱膝打閑眠             무릎을 껴안고 한가로이 조노라
蕭蕭驚覺了             소슬한 바람 소리에 깨어 보니
霜葉滿階前             서리 맞은 잎들이 뜰 앞에 가득해라
[1]
喧喧寧似默             떠들어대는 게 어찌 침묵만 하랴
攘攘不如眠             소란을 피우느니 자는 편이 낫지
永夜空山月             긴긴 밤 한적한 산에 뜬 달은
光明一枕前             베갯머리를 환히 비추어 주네
[2]
無事猶成事             일 없는 게 도리어 일이 되기에
掩關白日眠             방 안에 들어앉아 대낮에 조노라
幽禽知我獨             산새들이 나 홀로 있는 줄 알고서
影影過窓前             그림자를 비추면서 창 앞을 지나가네
[3]
那山幽寂處             어느 산 그윽한 곳에
寄我枕雲眠             이 몸 의탁해 구름 베고 졸거나
如得其中趣             이 중의 깊은 뜻을 안다면
放狂十路前             십자로 한길에서 거침없이 노니리86)
[4]
有事心難測             이 일은 마음으로 헤아리기 어려우니
困來卽打眠             곤하면 곧 잠이나 잘 뿐일세
古今傳底句             고금에 전해 오는 진리는
秪在此門前             단지 이 문 앞에 있어라87)
[5]
低頭常睡眠             머리를 숙이고 늘 조노니
睡外更無事             조는 일 밖에 다시 일이 없어라
睡外更無事             조는 일 밖에 다시 일이 없어
低頭常睡眠             머리를 숙이고 늘 조노라
[6]
山光水色裡             산 빛과 시냇물 빛 중에
面目自端的             본래면목이 절로 뚜렷하구나
欲識箇中意             이 가운데의 뜻을 알고자 할진댄
八兩是半斤             여덟 냥은 반 근이라 하리라
[7]
靑松白石上             푸른 솔 흰 바위 위에
何事獨沈吟             무슨 일로 홀로 시를 읊조리나
一杖還歸處             지팡이 짚고 돌아오는 곳에
飛鳥亦無心             나는 새도 무심한 것을
[8]

011_0611_c_01L又聞有垂訪之意思何待明年冬候寒
011_0611_c_02L徃來難通則幸當風日熙和時
011_0611_c_03L忘好因緣乎

011_0611_c_04L

011_0611_c_05L上金碩士張上舍書

011_0611_c_06L
以般若三昧力安住金剛正定爲賀道
011_0611_c_07L軆寧福鯫禿於道未進於人未度
011_0611_c_08L安何道就拱 [1] 向惠拈己歌與二聯寫
011_0611_c_09L此筆此咏豈常世人所能哉淸賞愛翫
011_0611_c_10L不覺墨渝紙弊陳尙書龐居士不意復
011_0611_c_11L有於斯世也古人云硏窮至理以悟
011_0611_c_12L爲則大抵學佛者脚不踏實地文字
011_0611_c_13L知解盡是風力所轉終成敗壞自家
011_0611_c_14L點檢理會不得鹵莾相去稍遠未能
011_0611_c_15L面穩心月無間只得以此三昧相團
011_0611_c_16L適有信便以數字相候餘客腕代草
011_0611_c_17L和南

011_0611_c_18L

011_0611_c_19L寄贈無二書長谷寺普光
庵比丘尼
[1]

011_0611_c_20L
或差別商量未盡或差別商量已盡
011_0611_c_21L是無二何也四五百條花柳巷二三千
011_0611_c_22L處管絃樓且道是無二耶是二耶
011_0611_c_23L甚痴頑不會却相許縱然到得恁
011_0611_c_24L麽田地更須叅三生六十劫始得 [2]

011_0615_b_01L
打睡粥飯事             잠자고 죽과 밥 먹는 일
此外夢幻吟             이 밖에는 몽환 세상을 읊노라
山庵何寥寂             산속 암자는 적막하기만 한데
霜葉滿庭心             서리 맞은 잎이 뜰에 가득하구나
[9]
秋風凄復凄             가을바람 처량하고 또 처량하니
深夜不能眠             깊은 밤잠을 이루지 못하거늘
胡以虫悲語             어이하여 풀벌레는 슬피 울어
使吾淚枕前             내 눈물로 베개를 적시게 하는고
[10]
古路非動容             옛길은 거동을 떨치는 곳 아니요
悄然事已違             초연한 기틀도 이미 어긋났어라
少林門下事             소림 문하의 일이
動容揚古路             시비를 일으킬 줄은 몰랐구나88)
[11]
書到紙面空             글씨를 쓰매 지면이 공空하니
盡得一線通             모두 한 가닥 선으로 통하누나
一線還不盡             한 가닥 선이 도리어 다하지 않으니
紅日禪窓東             붉은 해가 창문 동쪽에 떠오른다
[12]
驥兒見此頌             기아驥兒는 이 송구를 보거늘89)
我指碧山層             나는 겹겹 푸른 산을 가리킨다
諦信卽無疑             이 소식을 알면 의심이 없어지나니
何處非燃燈             어느 곳인들 연등불 세상 아니랴
[13]
遊翫未歸路             한가로이 노닐다 돌아가지 않고
悠然憇石林             유유히 숲 속 바위에 앉아 쉬노라니
落花流逝水             떨어진 꽃은 물 따라 흘러가고
明月上孤岑             밝은 달은 외로운 봉우리에 떠오른다
[14]
可惜香山仙             애석해라 향산의 선인들은
恨未聞獅吼             아쉽게도 사자 울음 듣지 못했네
但能了一物             단지 이 한 물건을 알기만 한다면
何論佛前後             부처님 시대 전후는 말해 무엇하랴90)
[15]
熙熙太平春             온화한 기운 태평한 봄이니
看看百草新             도처에 온갖 풀이 새로 돋았어라
鷄龍山上雨             계룡산 위에 내린 비가
昨夜浥輕塵             간밤에 가벼운 먼지를 적셨구나91)
[16]

011_0612_a_01L行狀

011_0612_a_02L瑞龍和尙行狀

011_0612_a_03L
古德云佛法不怕爛却余却怕爛却
011_0612_a_04L不怕者有以也却怕者亦有以也
011_0612_a_05L有本有不爛之理而非戒定慧三學之
011_0612_a_06L薰修則所云不爛者未必期其保護
011_0612_a_07L至於不爛也今也靑山之麓鵠鶴相望
011_0612_a_08L皆浮屠也梵樓之上綺紈間錯者
011_0612_a_09L皆寫照也寔未必其皆爲之於可爲之
011_0612_a_10L事也而行狀也不然其不可爲之事
011_0612_a_11L則不可以爲焉非修其三學之道者
011_0612_a_12L可以爲狀焉余本才踈性懶不事文章
011_0612_a_13L者有年矣 [1] 則不免爲人所牽著述章
011_0612_a_14L其事也亦不少每臨行狀未甞不
011_0612_a_15L停筆有感矣夫出家之人不修三學
011_0612_a_16L則道業不成而道業不成則無行狀
011_0612_a_17L可爲盖不惜其無行狀可爲惜其道
011_0612_a_18L業不成道業不成則佛之慧命莫得
011_0612_a_19L而寄焉其三學之爲綱領而不爛却佛
011_0612_a_20L法也固若是也今之沙門莫之事焉
011_0612_a_21L可慨也已謹按行錄和尙俗姓金氏
011_0612_a_22L貫光山諱詳玟瑞龍其號也春澤公
011_0612_a_23L爲曾祖於沙溪先生爲八代孫也
011_0612_a_24L仁宗嘉慶十九年甲戌生於京城內

011_0615_c_01L
何處靑山好             어느 곳 청산이 좋은가 찾아서
携筇與汗帉             지팡이 짚고 수건 차고 다니노라
十年忘世界             10년 동안 세상을 잊고 살다가
今日訪仙君             오늘은 신선을 찾아가노라
[17]
燕頷雪衣下             눈 덮인 연암산 아래
白花日已曛             하얀 눈꽃에 해는 이미 저문다
書童來我告             동자가 와서 내게 말하기를
飯鼓已鳴云             저녁 공양 북이 이미 울렸다 하네
[18]
緣知生死大             생사의 일이 큰 줄 알기에
萬事一風飛             만사는 바람결에 날아갔어라
今日隨雲坐             오늘 구름을 따라 앉았노라니
四峰鶴舞歸             사방 봉우리에 학이 춤추며 돌아가네
[19]
打算年前事             생각해 보면 연전의 일은
傯傯野馬飛             덧없기가 아지랑이 같아라
不離飛野馬             아지랑이를 여의지 않고
天外一鵬歸             하늘 저편에 붕새가 돌아오네92)
[20]
白雲因底事             흰 구름은 무슨 일로
日日向山飛             날마다 산으로 날아오느냐
似嫌塵世惡             흡사 더러운 속세가 싫어서
隨我箇中歸             나를 따라 개중箇中93)에 돌아오려는 것 같구나
[21]
孰非無二法             어느 것인들 불이법不二法이 아니랴
秋日雁南飛             가을에 기러기는 남쪽으로 나는구나
這箇眞消息             이 중의 참된 소식은
春應向北歸             봄에는 북쪽으로 돌아가는 것일세
[22]
是非名利路             시비와 명리의 길에서
心識狂紛飛             마음이 광분하여 헤매었으니
所稱英雄漢             영웅이라 일컬어지는 이들은
彷徨未定歸             방황하며 제 길을 찾지 못했네
[23]
人心如猛虎             사람 마음은 사나운 범 같아
毒惡徹天飛             악독함이 하늘에 사무치누나
伴鶴隨雲外             학을 탄 신선은 구름 저편으로 가니
此身孰與歸             이 몸은 누구와 더불어 돌아갈꼬
[24]

011_0612_b_01L而淸瀅粹然十七歲時遊鍾路見官
011_0612_b_02L人被刑忽厭世名利之爲患發無常心
011_0612_b_03L投安城靑龍寺影月長老落髮受具
011_0612_b_04L年十九也有訪名山之志入智異山
011_0612_b_05L時有龍岳長老大開講席於安國寺
011_0612_b_06L攝衣請益其學漸進次叅龍巖和尙
011_0612_b_07L知見淸瀅年二十七入騎羊聖典丈老
011_0612_b_08L之室道價高標受其遺囑住錫于碧
011_0612_b_09L [2] 菴頽圮和尙重修得輪奐焉護惜
011_0612_b_10L常住中興寶坊又慮己事未明數年
011_0612_b_11L面壁于七佛庵以和尙之高識應有得
011_0612_b_12L其禪奥而非同道者未能知也以光
011_0612_b_13L緖十六年庚寅臘月二十七日得微疾
011_0612_b_14L至九日欲入湼槃時衆以過歲佛供爲
011_0612_b_15L和尙曰余爲僧六十年而臨遷化
011_0612_b_16L豈有妨碍於三寶事耶勿憂延至明年
011_0612_b_17L初二日又欲湼槃時衆又以祭七星爲
011_0612_b_18L和尙又如前言延之至四日巳時
011_0612_b_19L問于衆曰今日去庶無所妨碍乎
011_0612_b_20L曰唯付囑訖使時衆諷經念佛奄然
011_0612_b_21L歸化經云以波羅提木叉爲師又云
011_0612_b_22L十方諸佛皆依戒定慧而入湼槃
011_0612_b_23L尙平時守戒孜孜兢兢精嚴玉立
011_0612_b_24L學識贍富其入滅也能延促自在

011_0616_a_01L
鐵樹花開一             쇠나무에 꽃이 한번 피었건만
根株勿處尋             뿌리와 줄기는 찾을 곳이 없어라
草堂春睡稔             초당에 봄잠이 혼곤한데
百鳥費淸音             온갖 새들은 맑은 소리로 지저귀네
[25]
風飄霜葉落             바람에 흩날려 서리 맞은 잎 지더니
落地便成飛             땅에 떨어지자 곧바로 날아가누나
因此心難定             이 마음 안정하기 어렵기에
遊人久未歸             노니는 사람 오래도록 돌아가지 못하노라
[26]
當處殞空虛             당처에 허공이 무너지면서
空花方結實             공화가 바야흐로 봉오리를 맺누나
知此亦春光             이 또한 봄빛임을 아노니
幽香吹我室             그윽한 향기가 내 방에 불어온다
[27]
喝水和聲絶             흐느끼는 물은 소리와 함께 없고
聻山並影非             높은 산은 그림자까지도 아니로세
聲影通身活             소리와 그림자 전체가 살아나니
金烏夜半飛             금오94)가 한밤중에 날아가누나
[28]
眼裡江聲急             눈 안에 강물 소리 급하고
耳畔電光閃             귓가에 번갯불이 번뜩인다
古今無限事             고금의 무한한 일들을
石人心自點             석인95)의 마음이 스스로 안다

오언율시(五言律)
범어사 보제루에서 제하다(題梵魚寺普濟樓)
神光豁如客             신령한 빛이 툭 트인 길손이
金井做淸遊             금정산에서 한가로이 노니노라
破袖藏天極             허름한 소매엔 하늘을 감추고
短筇劈地頭             짧은 지팡이는 땅을 쪼갠다
孤雲生遠峀             외로운 봉우리는 먼 산에서 일고
白鳥下長洲             흰 새는 긴 물가에 내려앉누나
大塊誰非夢             천지에 그 누가 꿈속의 사람 아니랴
憑欄謾自悠             난간에 기대 하릴없이 유유자적하노라
운달산으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서 읊다(雲達山途中口號)
橫擔一筇竹             대지팡이 하나 어깨에 걸치고
濶步嶺湖中             영남과 호남 땅을 활보하노라
面前飛白月             얼굴 앞에는 밝은 달이 날고
袖裡捲長風             소매 속엔 긴 바람을 거둔다

011_0612_c_01L自在也非定慧 [3] 固不能也雖古之精
011_0612_c_02L鍊三學而成就道業者亦不可以過焉
011_0612_c_03L溯其法脉晦庵傳之寒庵寒庵傳之秋
011_0612_c_04L秋波傳之鏡庵鏡庵傳之中庵
011_0612_c_05L庵傳之騎羊而晦庵嗣于葆光葆光嗣
011_0612_c_06L于慕雲慕雲嗣于碧庵碧庵嗣于浮休
011_0612_c_07L浮休嗣于芙蓉和尙於芙蓉爲十一代
011_0612_c_08L孫也而壽七十八臘六十法門棟樑
011_0612_c_09L斯摧叢林皆傷其運否余光武四年冬
011_0612_c_10L過花田之龍門寺有虎隱丈老盛言和
011_0612_c_11L尙時順間道行卓異托余述行狀而
011_0612_c_12L不朽以不閑文辭辭之其數旬后
011_0612_c_13L碧松庵有嶺雲東雲二高德乃和尙之
011_0612_c_14L嗣足也又欲爲先師著其行狀其請
011_0612_c_15L彌勤余回憶最少年時過寒際於碧松
011_0612_c_16L時見和尙道氣淸肅盎然發外
011_0612_c_17L年少寡識未能叅聽法慧以滌心塵
011_0612_c_18L餘恨可慨今年光五十有五髮蒼凉而
011_0612_c_19L面皺縮於佛法無所開明二利俱闕
011_0612_c_20L可勝言哉其於和尙道德大有慕
011_0612_c_21L悅望愛之心而二高德之勤請與虎隱
011_0612_c_22L丈老之所托不可以强辭不揣其文辭
011_0612_c_23L之拙槩畧如右而其停筆有感時復
011_0612_c_24L再三不已也

011_0616_b_01L日暖千郊稔             날이 따스하니 들판마다 곡식 익고
霜侵萬木紅             서리가 내리니 나무들은 단풍 들었네
獅王雖晦迹             사자왕이 비록 자취를 감출지라도
衆獸豈能同             다른 짐승들이 어찌 같을 수 있으랴
이별하며 주다(贈別)
爲君賦遠遊             그대를 위해 원유를 읊노라니96)
使我涕先流             내 눈물이 먼저 흘러내리는구려
百歲如逆旅             한평생이 나그네 신세 같으니
何方竟首邱             마침내 어느 곳에 묻히게 될지
片雲生遠峀             조각구름은 먼 산에서 일고
落日下長洲             지는 해는 긴 물가에 내려앉네
屈指人間事             인간 세상 일을 손꼽아 보니
悠悠摠是愁             하염없는 일들 모두 시름일세
서동을 시켜 물을 읊게 하고 스스로 읊다(使書童咏水自咏)
斡旋成一六             원기가 돌아서 일륙一六이 되니97)
樂處智還深             즐거워하는 곳에 지혜가 더욱 깊어라98)
影影涵天像             그림자마다 하늘의 형상을 머금고
聲聲徹海心             소리마다 바다로 가는 마음일세
市朝俄變替             저잣거리는 잠깐 사이에 변천하고
歲月暗侵尋             세월은 모르는 결에 흘러가건만
做得魚龍窟             어룡魚龍이 사는 굴을 만들어 놓았으니
風雷自古今             고금에 바람과 우레가 절로 일어나네
우연히 읊다(偶吟)
鳥飛去空天             새가 날아 텅 빈 하늘로 가지만
望之不盡乎             바라보매 허공 끝까지 가진 못하나니
欲將有相物             형상 있는 물건을 가지고서
難窮去無餘             무여의 궁극에 이르긴 어려운 법
半途絶樹林             가는 중도에 숲이 없으니
困疲沒休居             피곤해도 쉴 곳이 없어라
不識經營誤             길을 잘못 들어선 줄 모르고
憮然且躊躇             멍하니 서서 주저하고 있구나
[1]
病者問乎爾             병자여 그대에게 묻노니
胡病不起乎             어이하여 병이 낫지 않는가
方丈有神藥             방장산에 신선의 약이 있으니
服者壽有餘             먹는 이는 장수하게 된다네
人生如草露             인생은 풀잎에 맺힌 이슬이요
又未得安居             게다가 편안히 살지도 못하는 것을
病者歔悕道             병자가 한숨을 쉬고 말하기를
難得故躊躇             그 약을 얻기 어렵기 때문에 주저한다오
[2]
天地如是廣             천지는 이처럼 넓거늘
此生可笑乎             우리네 인생이란 우습구나

011_0613_a_01L取隱和尙行狀

011_0613_a_02L
余廢棄湖西以養病懶二十有餘年矣
011_0613_a_03L聞取隱和尙之德馨遠飄而因南北敻
011_0613_a_04L未得親扣而滌心塵而和尙奄然歸
011_0613_a_05L其用恨特深焉光武四年冬有雲
011_0613_a_06L遊志過曹溪之松廣寺時適窮陰雪擁
011_0613_a_07L風鳴仍以信宿禪窓有慈應金明慈城
011_0613_a_08L三兄弟謂余曰我先傅取隱和尙之時
011_0613_a_09L順間出世道業雖非古祖師之可肩
011_0613_a_10L於近世也罕有聞見焉以先傅之高行
011_0613_a_11L爲而 [1] 資者宜其著其行狀而傳後可也
011_0613_a_12L而今尙未焉者不暇焉而况高師文名
011_0613_a_13L素著禪奧亦深而適臨于此願借高
011_0613_a_14L師之一言以芳我先傅之遺蹟夫如是
011_0613_a_15L則非特我先傅之行業軒磊不朽而不
011_0613_a_16L佞等諸嗣足亦足以無餘憾焉請高師
011_0613_a_17L之不悋緖餘可乎余再三推辭而其請
011_0613_a_18L彌勤謹按其嗣足之所錄和尙諱旻旭
011_0613_a_19L法號取隱也俗姓崔氏海州后人也
011_0613_a_20L以嘉慶二十年乙亥始寄宿於慶尙道
011_0613_a_21L奉化地而屋簷下過來者其翌年九月
011_0613_a_22L幼而壯且黠 [2] [3] 有老成風度矣
011_0613_a_23L四歲忽然有出塵之趣北投太白山覺
011_0613_a_24L華寺秦珠長老祝髮受戒隨世緣打幻

011_0616_c_01L半生已過了             반평생이 이미 지나갔으니
餘年復幾餘             여생이 다시 얼마나 남았으랴
憂愁長侵汨             근심과 시름이 늘 침노하니
幾時得安居             편안히 살 때는 얼마나 되랴
如醉不覺悟             술 취해 깨지 못한 것처럼
空然得躊躇             공연히 주저하고 있구나
[3]
人生不足恃             인생은 믿을 게 못 되나니
張趙爲化乎             사람은 누구나 죽게 마련이지
屈指念知者             손가락 꼽아 생각하니 아는 이들
存者得幾餘             살아 있는 이 몇 사람이나 될꼬
無論少與老             젊은이 늙은이를 막론하고
黃泉是歸居             황천이 돌아가야 하는 곳이지
身施早覺悟             불문에 들어와 어서 깨달아야지
大急莫躊躇             크게 서두르고 주저하지 말라
[4]
鐺前九節草             솥 앞의 구절초99)
病者之所須             병자에게 필요한 것이거늘
不知諸小兒             알지 못하는 저 아이들은
無病欲相求             병이 없으면서 먹으려 하네
居然還自思             가만히 다시금 생각해 보니
不病其有誰             병들지 않은 자 그 누구인가
可惜百年事             애석해라 사람의 한평생
爾我同一丘             너나 나나 결국 땅 속에 묻히네
[5]
山中樵客遇             산중에서 나무꾼을 만났으니
暫語亦因緣             잠시 얘기 나눈 것도 인연일세
近間居土洞             가까운 동네에 사는 사람이라
下去夕陽天             석양이 지는데 산을 내려가네
柳魂飛欲盡             버들의 넋100)은 날아서 다 지려 하고
蝶夢杳難圓             나비 꿈은 아득하여 깨기 어려워라101)
回頭人不見             고개 돌려보니 그 사람 보이지 않고
鴉噪遠村邊             먼 마을에 갈가마귀만 짖어대네
[6]
平生無固必             평생에 기필하고 고집함이 없어102)
萬事付因緣             만사를 그저 인연에 맡겨 두노라
燕頷留道士             연암산에선 도사로 머물렀고
浮石送炎天             부석사103)에선 더운 여름을 보낸다
漁歌何處晩             어부 노래는 어드메서 저무는가
山月向人圓             산 위의 달은 사람 향해 둥글구나
來坐高樓上             높은 누각 위에 와 앉았노라니
醯鷄亂一邊             저편에 초파리들만 어지럽게 나네104)
[7]

011_0613_b_01L亦有年所豈曾悟其菩提道法
011_0613_b_02L離世間耶年至不惑叅超隱丈老 [4] 太白
011_0613_b_03L山彌勒庵攝衣染指決擇正眼師資
011_0613_b_04L道契侍奉十秋應有得其玄奧之境
011_0613_b_05L而志在韜晦人莫得以知焉後年至六
011_0613_b_06L十八癸未寓於般若峯下龍樹霱窩
011_0613_b_07L年塊坐百慮灰冷忽然有頓悟處
011_0613_b_08L人云如人飮水冷煖自知者此也
011_0613_b_09L虛禪師云寧可千劫輪廻生死不慕諸
011_0613_b_10L聖解脫禪家之眼也不見人之是非
011_0613_b_11L禪家之足也和尙之發心也期以頓悟
011_0613_b_12L而悟之而悟後生涯如頑石一片則其
011_0613_b_13L於禪眼有其庶幾焉而靑黃黼黻
011_0613_b_14L絃技操不用聾瞽而是非自絕禪家
011_0613_b_15L之足也可謂十分周圓也盖北入香山
011_0613_b_16L南入頭流半生行李如閑雲野鶴
011_0613_b_17L亦不以脫洒爲我所而自高其所蘊於
011_0613_b_18L中者得以偉旺鄭重不待智者而後知
011_0613_b_19L當七十九年甲午春住錫桐裏之彌
011_0613_b_20L陀庵設禪會振玄風卓異其行至老
011_0613_b_21L不怠也越四年丁酉欲卜其終老之所
011_0613_b_22L晏居于明寂蘭若之三年己亥正月初七
011_0613_b_23L感微疾至十四日申時入滅嗚呼
011_0613_b_24L有相必空世之所不免也而其奈道人

011_0617_a_01L
十載空門裡             10년 동안 불문에 사노라니
自然忘世緣             자연히 세상 인연을 잊었노라
好花開滿地             좋은 꽃들은 땅에 가득 피었고
明月上靑天             밝은 달은 푸른 하늘에 떠오른다
衆流歸海一             모든 물은 바다로 돌아가 하나 되고
萬像至空圓             온갖 형상은 공空에 이르러 둥글어라
興至今行日             흥이 일어서 오늘 여기 왔노니
鏡心照遠邊             마음 거울이 먼 곳을 비추누나105)
[8]
蟲聲來喞喞             풀벌레 와서 찍찍 울어대고
枕榻月明秋             베갯머리에 가을 달이 밝아라
葉下深院裏             나뭇잎은 그윽한 절간에 지고
風驚古澗頭             바람은 시냇가에서 부누나
有思空自感             그리움에 괜스레 감회에 젖고
無聊轉添愁             무료한 중에 시름만 많아진다
顧此蜉蝣寄             돌아보건대 하루살이 같은 삶들
亦當一氣收             응당 한 기운 속에 거두어지리106)
[9]
奇哉是何處             기이해라 여기가 어디인가
來坐更炎空             와서 앉아 더운 여름 보낸다
床白靑天月             베갯머리 환하니 하늘의 달빛이요
襟淸大海風             가슴이 시원하니 바다의 바람일세
始成先佛手             창건한 건 앞 부처107)의 솜씨요
重建久師功             중건한 건 뒤 스님108)의 공로로세
荷擔賢人力             이런 선현들의 힘 덕분에
此棲與子同             이곳에서 그대와 함께 지낸다
[10]
書童來我告             학동이 와서 내게 말하기를
今日願登山             오늘은 등산하고 싶다 하네
藥草堪搜取             약초도 찾아서 캘 만하고
鵲巢可引攀             나무에 올라 까치둥지도 뒤진다
松琴風瑟瑟             솔바람 솔솔 거문고 울리는 듯
林語鳥▼(口+官)▼(口+官)             숲 속의 새는 재잘재잘 지저귀누나
風景眞如許             풍경이 참으로 이처럼 아름다우니
奇哉一賞還             좋은 구경 한번 하고 돌아왔노라
사상동109)을 지나는 길에(社上路中)
春光正値三             봄빛도 그야말로 3월이라
百鳥語喃喃             온갖 새들이 재잘재잘 지저귄다
花朶般般錦             꽃떨기는 각양각색 비단과 같고
柳絲處處藍             버들가지는 곳곳에 쪽빛이어라
風景雖云樂             풍경은 비록 좋다고 하지만
羈懷實不甘             나그네 마음은 즐겁지만은 않네
悠悠還自詠             유유히 가다가 시를 읊노니
誰識賦江南             강남부江南賦110)를 읊는 줄 뉘라서 알리오

011_0613_c_01L之乘化也山野皆痛悼不已何其臨滅
011_0613_c_02L神識安閑端坐如平日時有院主
011_0613_c_03L慧雲上座問曰和尙今欲入滅四山相
011_0613_c_04L其定慧一念堅凝不昧乎和尙竪
011_0613_c_05L起枕子而已奄然坐逝俱胝和尙之竪
011_0613_c_06L起一指終不以鹵莽歸之而普天寒熱
011_0613_c_07L焦摶打凍亦是走殺外邊也和尙竪起
011_0613_c_08L一枕也能殺能活有照有用底消息
011_0613_c_09L庵主之對趙州也不必專美於古也
011_0613_c_10L夜三鼓一道瑞光橫空如虹橋經闍
011_0613_c_11L維後過五日而其光增淨五色散合
011_0613_c_12L玲瓏又有祥雲四合綸輪間錯遠近
011_0613_c_13L緇白瞻慕敬歎如古道人入滅時也
011_0613_c_14L盖和尙生於嘉慶二十一年丙子入滅
011_0613_c_15L於大韓光武三年己亥壽八十四十四
011_0613_c_16L歲出家受戒臘七十一也和尙嗣超
011_0613_c_17L隱義宥超隱嗣淵月以俊而浮休傳之
011_0613_c_18L碧庵碧庵傳之翠微翠微傳之栢庵
011_0613_c_19L栢庵傳之無用無用傳之影海影海傳
011_0613_c_20L之楓巖楓巖傳之碧潭碧潭傳之詠月
011_0613_c_21L詠月傳之樂坡和尙於浮休爲十二代
011_0613_c_22L孫也於太古爲十七世也佛化漸殘
011_0613_c_23L正法眼藏塗地而盡而和尙能專定慧
011_0613_c_24L大整頽綱於斯世也可謂火中蓮華也

011_0617_b_01L
칠언절구(七言絕)
해인사 구광루海印寺九光樓
依依經閣到仙巒           웅장한 장경각이 선산仙山을 마주하였나니
往事無非一夢間           지난 일들은 모두 한바탕 꿈일레라
適有乾坤呑吐客           마침 건곤을 삼키고 토하는 길손이
九光樓上秤千山           구광루 위에서 천 봉우리를 저울질하노라
가야산 홍류동(伽倻山紅流洞)
孰云是水孰云巒           어느 것이 물이요 어느 것이 산인가
巒入雲中水石間           산이 구름 속 수석 사이로 들어간다
大光明體無邊外           대광명 본체는 경계와 밖이 없으니
披腹點看水與山           배를 내놓은 채 물과 산을 구경하노라
남천당 한규에게 주다(與南泉堂翰奎)
默坐禪窓歲已闌           선방에 묵좌하노라니 한 해가 저물어
渾忘緣瘐帽圍寬           모두 잊으매 몸 여위어 모자가 헐렁해라
雖然渾忘非無驗           그렇지만 모두 잊어도 앎이 없는 게 아니니
老驗雨晴病驗寒           늙음은 궂은 날씨에 알고 병은 추위에 안다네
또(又)
默坐禪窓歲已闌           선방에 묵좌하노라니 한 해가 저물어
鄕心寧有少分寬           고향 생각은 조금인들 잊은 적이 있으랴
忽憶故人音信絶           문득 친구를 생각하고 소식이 없었기에
聊書一偈寄暄寒           애오라지 게송을 써서 안부를 묻는다오
즉사卽事
甘口時行蝎處深           달콤한 말 속에 독한 사갈이 숨었나니
蟻群蠅隊總難禁           개미와 파리 떼들도 모두 막기 어려워라
四物侵尋忙拂拭           침노하는 사물을 털어 버리기에 바빠서
仍忘庭栢歲寒心           뜰 앞의 송백 세한의 마음111)을 잊고 말았네
통도사백운암通度寺白雲庵
白雲庵裏白雲在           백운암 안에 백운이 있나니
半掛層巖半掛空           반은 층암절벽에 반은 허공에 걸렸네
千樹煙蘿多韻致           숲에 안개 낀 송라가 운치도 많아
隨風搖曳白雲中           바람 따라 백운 속에서 흔들리누나
통도사 백련암에서 환성喚惺 노사112)의 시에 삼가 차운하다(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韻)
擲金遺什揭虛楹           금을 던지는 듯한113) 유편이 기둥에 걸렸나니
道價千秋海岳輕           천추에 높은 도명道名에 바다와 산이 외려 가벼워라
悠悠曠感無人識           유유한 세월 오래 흘러 아는 사람은 없고
寒磬空留劫外聲           차가운 풍경 소리만 속절없이 겁외의 소리 남기네
범어사 하안거 해제일에 원효암에 올라(梵魚寺解夏日上元曉庵)
祖師入滅傳皆妄           원효 조사 입멸했다는 건 모두 거짓말
今日分明坐此臺           오늘 분명히 여기에 앉아 계시는 것을

011_0614_a_01L讃何可盡余以踈慵癈棄無用於世
011_0614_a_02L而佛化之爲弊瘼者百端俱發而道德
011_0614_a_03L不能濟得文章亦何救焉因此感憤
011_0614_a_04L置其文墨亦有年矣况閱盡炎凉
011_0614_a_05L辭衰落無所用心於章句等事第因和
011_0614_a_06L尙之出世道業卓異其如斯而其嗣足
011_0614_a_07L慈應金明慈城三兄弟之勤請又其如
011_0614_a_08L不可强止於是乎槩畧如右而寓
011_0614_a_09L叙乎其前日未得親扣之恨之萬一云爾 [4]

011_0614_a_10L

011_0614_a_11L影賛

011_0614_a_12L錦雨和尙影賛

011_0614_a_13L
虎隱之父華雲之子能文而賢有德
011_0614_a_14L之士非佛之言不敢諟非佛之心
011_0614_a_15L敢理智者之知物無己無己之己無終
011_0614_a_16L肅寫傳神永留千禩稽首焚香
011_0614_a_17L賛其美

011_0614_a_18L

011_0614_a_19L茵峰和尙影賛

011_0614_a_20L
豊厚其貌其心則賢一念之中佛覺
011_0614_a_21L如絃常誦貝葉做道又玄眞儀儼爾
011_0614_a_22L中堂高懸生佛不二凝然一圈景慕
011_0614_a_23L深賛拜手擎卷

011_0617_c_01L杖頭有眼明如漆           지팡이 머리에 눈이 칠흑처럼 밝아
照破山河大地來           산하대지를 남김없이 비추어 보누나
범어사로부터 해인사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 읊다(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識淺名高世危亂           식견은 얕고 이름은 높고 세상은 위태하니
不知何處可藏身           모르겠구나 어느 곳에 몸을 숨길 수 있을지
漁村酒肆豈無處           어촌과 주막에 어찌 그런 곳 없으랴만
但恐匿名名益新           이름 감출수록 더욱 이름이 날까 두렵구나
불명산 윤필암에 들르다(過佛明山尹弼庵)
酒或放光色復然           술도 혹 방광하고 여색도 그러하니
貪嗔煩惱送驢年           탐진치 번뇌 속에서 나귀의 해를 보내노라114)
仗屨無端化獅子           지팡이와 신발이 무단히 사자로 화하니
等閑一踢孰能前           등한히 한번 뛰쳐나옴에 누가 당적하랴
윤필암에서 하안거 해제 뒤에 우연히 읊다(尹弼庵解夏後偶吟)
不爲叅玄不爲遊           참선도 안 하고 노닐지도 않는데
佛明山裏又淸秋           불명산에 또 맑은 가을이 왔구나
不知明日一筇竹           알지 못하겠네 내일 대지팡이 짚고
去上嶺南幾箇樓           가서 영남의 몇 개 누각에 오를지
영명당과 불령사로 가는 도중에(與永明堂行佛靈途中)
摘何爲妄指何眞           무엇을 거짓이라 하고 무엇을 참이라 하랴
眞妄由來總不眞           참과 거짓이 본래 모두 참이 아닌 것을
霞飛葉下秋客潔           안개 날고 잎은 져서 가을 풍광이 맑은데
依舊靑山對面眞           의구한 푸른 산은 얼굴 앞에 참되어라
또(又)
任是妄兮任是眞           참이든 거짓이든 아랑곳하지 않노니
張癲醉打李翁眞           미친 장씨가 술 취해 멀쩡한 이씨를 때리누나
懸羊賣狗年來事           양머리 걸어 놓고 개고기 판 게 요즘 일이니
識得分明認得眞           아는 게 분명하여야 아는 것이 참되리
또(又)
高士文朋意亦眞           고상한 선비와 글벗들 뜻이 참되니
塵中無累最淸眞           속진 속에서 얽매이지 않음이 가장 참된 일
直須覰破威音外           곧바로 위음왕불 이전을 간파해야지
莫把儱侗以認眞           흐릿한 것을 가지고서 참됨으로 알지 말라
지리산 영원사에서(題智異山靈源寺)
不是物兮早駢拇           물건이 아니라 해도 벌써 군더더기이니
許多名相復何爲           허다한 명상들 다시 무슨 소용 있으랴
慣看疊嶂煙蘿裏           늘 보느니 높은 봉우리 내 낀 등라 속에
無首猢猻倒上枝           무수한 원숭이들이 거꾸로 나무에 오르네

허주 장로에게 부치다115)(寄虛舟長者)
因筆及此心緖亂           붓 가는 대로 이 시를 짓노라니 마음이 착잡해
遮箇境界共誰伊           이 경계를 누구와 더불어 말할거나

011_0614_b_01L大淵和尙影賛

011_0614_b_02L
居龍門大淵長老講貝葉大振玄風
011_0614_b_03L歸寂後門徒虎隱上座報其敎投納亨
011_0614_b_04L設影幀于伽倻海印之中長老之德
011_0614_b_05L固是巍巍虎隱之報尤爲希有以有
011_0614_b_06L差別入不二門箇是彌勒樓閣極樂欄
011_0614_b_07L

011_0614_b_08L

011_0614_b_09L歸庵和尙影賛

011_0614_b_10L
裵公問黃檗老高僧眞儀在此高僧安
011_0614_b_11L老人召公公諾老云卽今在甚麽
011_0614_b_12L此是古人底如今看來却不恁麽
011_0614_b_13L歸庵老師平居護佛法僧至心無二
011_0614_b_14L其心淸其貌古一幅寫照這○是
011_0614_b_15L必更問在甚麽處無第二人

011_0614_b_16L

011_0614_b_17L古庵和尙影賛

011_0614_b_18L
高提祖令星北水東物無是非非私
011_0614_b_19L非公六度心化大冶其功勞生而息
011_0614_b_20L歸元玄功

011_0614_b_21L

011_0614_b_22L金峰和尙影賛 [1]

011_0614_b_23L
金峰長老大願唯深扶護梵刹供佛
011_0614_b_24L其心依稀淸範傳神于中死生無二

011_0618_a_01L鵠白烏黑心言外           따오기는 희고 까마귀는 검으니 마음과 말 밖이라
無生佛兮有山水           중생과 부처는 없고 산과 물은 있어라
송광사 육감정에서(題松廣寺六鑑亭)一說羽化閣
靈境許多淸興慣           선경의 경치 허다하여 늘 맑은 흥취 일어나
曠然遊戱付年年           해마다 한가로이 노닐면서 세월을 보내노라
喝開兎角風雷殷           할을 하여 토끼 뿔 여니 바람과 우레 요란해
無數魚龍上碧天           무수한 어룡들이 푸른 하늘로 올라가누나
금산 보석사에서(題錦山寶石寺)
蕭瑟一碑傍寺門           쓸쓸한 비석 하나 산문 곁에 서 있나니
靑山影裏幾朝昏           푸른 산 그림자 속에 얼마나 세월 보냈는가
圭師往蹟無人問           영규靈圭 스님 지난 자취116)117)를 찾는 사람 없고
落日牛羊下遠村           지는 석양에 소와 양들만 먼 마을로 내려오네
마곡사에서 제하다(題麻谷寺)
塞却眼兮塞却耳           눈을 막고 귀를 막으니
大千沙界沒滲漏           대천세계가 조금도 새지 않네
莫言密室人無覰           밀실에는 보는 사람 없다 말하지 말라
不通風處卽十路           바람조차 통하지 않는 곳이 십자대로인 것을
또(又)
啞却爾耳聾我口           네 귀는 벙어리 내 입은 귀머거리
一句普應大千機           일구一句118)가 대천세계에 두루 응하네
莫言金剛棒不起           금강이 방을 맞고 못 일어난다 하지 말라
蚯蚓吟雨下淸池           지렁이가 빗속에 맑은 못으로 내려누나
천장암에서홍주군에 있다.(題天藏庵洪州郡)
世與靑山何者是           속세와 청산 어느 것이 옳은가
春城無處不開花           봄 오면 꽃 안 피는 곳이 없는 것을
傍人若問惺牛事           누가 나의 경계를 묻는다면
石女心中劫外歌           돌계집 마음속 겁외가라 하리라
答滿空問和尙歸去後衆生如何敎化
雲月溪山處處同           구름과 달, 시내와 산이 도처에 같음이
叟山禪子大家風           수산叟山 선자의 큰 가풍일세
慇懃分付無文印           은근히 무문인無文印을 주노니
一段機權活眼中           일단의 기봉과 권도를 활안 중에 있게 하라
석왕사 영월루(題釋王寺映月樓)
上方春日花如霰           산사의 봄날 꽃은 싸락눈처럼 지고119)
異鳥聲中午夢甘           새들은 우는데 달콤한 오후를 즐기노라
萬德通光無證處           만덕과 통광120)을 증명할 수 없는 곳에
揷天曉嶂碧於藍           하늘에 꽂힌 새벽 봉우리가 쪽빛보다 푸르네
갑산 이수동을 지나며(過甲山利水洞)

011_0614_c_01L一亘淸空忽悟卽是物物頭頭靑山
011_0614_c_02L日晩碧海長洲

011_0614_c_03L

011_0614_c_04L東谷和尙影賛 [1]

011_0614_c_05L
得其旨也街中閑談常轉正法失於
011_0614_c_06L言也龍宮寶詮一場寱語雖然如是
011_0614_c_07L衣錦雖榮道人不貴然則指歸如何
011_0614_c_08L任看繡出鴛鴦莫把金針與人東谷
011_0614_c_09L長老也而不妨按雲頭做世諦
011_0614_c_10L

011_0614_c_11L
奉佛護法維德孔揚

011_0614_c_12L性相常住萬古神光

011_0614_c_13L月白川印花發春風

011_0614_c_14L一幅寫照高掛雲堂

011_0614_c_15L惟卓其道山高水長 [2]

011_0614_c_16L

011_0614_c_17L五言絕

011_0614_c_18L遊隱仙洞

011_0614_c_19L
山與人無語雲隨鳥共飛

011_0614_c_20L水流花發處淡淡欲忘歸

011_0614_c_21L題通度寺白蓮庵

011_0614_c_22L
宕情收未了長袖拂千岑

011_0614_c_23L深院聽鵑語江山萬古心

011_0614_c_24L偶吟

011_0618_b_01L
利水洞前江勢急           이수동 앞에는 강 물살이 빠르니
靑靑黯黯吼中輕           검푸른 물이 울부짖으며 가볍게 흐르네
孤雲曾有伽倻句           고운孤雲이 그 옛날 가야산 시구를 남겼나니
永絶是非到耳聲           시비의 소리 영영 귀에 이르지 않도록 끊었지121)
낚시질을 구경하며(觀釣魚)
百尺深淵胡不住           백 척 깊은 물속에 어이하여 머물지 않고
無端淸淺伴苔磯           무단히 얕은 물로 나와 낚시터 가까이 왔느냐
沙禽時窺漁翁釣           모래톱의 새를 때로 노리고 낚시꾼은 낚시 드리우니
可惜身殱自取機           애석해라 죽음 당하는 건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일세
연은이 나무를 심고 꽃을 가꾸는 것을 보고 읊다(詠蓮隱種樹栽花)
花滿墻垣葉滿枝           꽃은 담장에 가득하고 잎은 가지에 가득하니
莫敎荊棘箇中垂           가시 넝쿨을 그 가운데 드리우지 말라
蓮隱時遊隣老會           연은은 때로 이웃 노인들 모임에 나오는데
流鶯啼處好風吹           꾀꼬리 우는 곳에 좋은 바람이 부는구나
또(又)
培養靈根上達枝           신령한 뿌리 길러 가지가 위로 뻗으니
疾風暴雨不須垂           세찬 바람과 소낙비는 오지 말아야 하리
他年高拂靑雲裏           훗날 높이 자라 푸른 구름 속에 닿으면
倘有仙笛過此吹           혹여 신선이 이곳 지나며 피리를 불 테지
또(又)
淸流門植碧山枝           맑은 시내 곁 문 앞에 푸른 산의 나무 심으니
綠影紅香日夕垂           녹색 그림자 붉은 향기가 밤낮으로 드리워졌어라
知君不是粧垣屋           알겠노라 그대 담장과 집 꾸미려 심은 게 아니라
恐或腥塵一點吹           더러운 세상 티끌 하나라도 불어올까 염려하는 줄
약초꾼 조 씨의 시에 차운하다(次採藥商趙氏韻)
不願功名但願山           공명은 원치 않고 다만 산만 원해
山中採藥幾年間           산속에서 약을 캔 지 몇 해였더뇨
深深松籟烟霞裏           깊고 깊은 산 솔바람 안개 속에서
一曲芝歌萬境閑           한 곡 지초芝草 노래122)에 온 세상이 한가롭네
偶吟
千峯一水勢中分           천 봉우리와 한 줄기 시냇물이 여기서 나뉘는데
隱仙洞下晩歸雲           은선동 아래 저물녘에 구름이 산으로 돌아간다
若使烟霞分一半           만약 연하를 반쪽 나누어 준다면123)
從今消息斷相聞           이제부터 소식을 끊고 여기 은거하리라
[1]
龍汀江上野叟之           용정강 가에 시골 늙은이 가기에
回首喟問路分岐           고개 돌려 한숨 쉬고 갈림길을 물으니
野叟無語山又晩           시골 늙은이 말이 없고 산은 저무는데
何處滄浪韻凄遲           어디선가 ≺창랑가滄浪歌≻124) 소리 처량히 들리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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斜陽空寺裡抱膝打閑眠

011_0615_a_02L蕭蕭驚覺了霜葉滿階前

011_0615_a_03L又[1]

011_0615_a_04L
喧喧寧似默攘攘不如眠

011_0615_a_05L永夜空山月光明一枕前

011_0615_a_06L又[2]

011_0615_a_07L
無事猶成事掩關白日眠

011_0615_a_08L幽禽知我獨影影過窓前

011_0615_a_09L又[3]

011_0615_a_10L
那山幽寂處寄我枕雲眠

011_0615_a_11L如得其中趣放狂十路前

011_0615_a_12L又[4]

011_0615_a_13L
有事心難測困來卽打眠

011_0615_a_14L古今傳底句秪在此門前

011_0615_a_15L又[5]

011_0615_a_16L
低頭常睡眠睡外更無事

011_0615_a_17L睡外更無事低頭常睡眠

011_0615_a_18L又[6]

011_0615_a_19L
山光水色裡面目自端的

011_0615_a_20L欲識箇中意八兩是半斤

011_0615_a_21L又[7]

011_0615_a_22L
靑松白石上何事獨沈吟

011_0615_a_23L一杖還歸處飛鳥亦無心

011_0615_a_24L又[8]

011_0618_c_01L
蕭條一榻滿山秋           쓸쓸한 침상 가을빛이 물든 산들
大涅槃光不盡流           대열반의 빛은 흐름이 다하지 않누나
賴有性師終未會           다행히 성性 스님은 끝내 알지 못하니
熊津元不異公州           웅진은 원래 공주와 다르지 않다네125)
[3]
稱佛稱祖早謾語           부처니 조사니 이미 부질없는 말일 뿐
蓍龜未兆鬼猶眠           시귀126)는 조짐이 없고 귀신도 잠자누나
松雲湛寂蘿月晩           소나무 구름 담담하고 송라에 달 저무는 풍경
泰華山下古今傳           태화산 아래서 고금에 늘 전해지네
[4]
火裏蝍蟉卽不問           불 속의 지네는 묻지 않거니와
秋江烟澄鷗鷺眠           안개 낀 맑은 가을 강에 백구가 잠자네
遮般展振無人會           이렇게 펼쳐진 소식을 아는 이 없으니
槐國風光夢裡傳           괴국槐國127)의 풍광을 꿈속에 전하는 격이로다
[5]
石人乘興玩三春           돌사람128)이 흥을 타고 춘삼월 구경하노니
不成虎畵更看新           범 그림 제대로 못 그려도129) 다시 보니 새롭네
林壑在天星月下           숲과 골짜기는 하늘에 있고 달과 별은 아래에 있는데
死鷄捕鼠祭亡人           죽은 닭이 쥐를 잡아서 죽은 사람 제사하네
[6]
風埃蟬蛻雖已成           풍진 세상 벗어난 것은 비록 이뤘지만
箇中神蚌有誰擎           그중의 신령한 조개130)는 누가 잡아서 들리오
浮生如夢塵緣了           꿈같이 덧없는 인생에 속세 인연 마쳤으니
祖佛江山一髮明           불조와 강산이 한 터럭에 환히 드러났네
[7]
佛與衆生吾不識           부처와 중생을 나는 알지 못해
年來宜作醉狂僧           근년 들어선 술 취한 중이나 되어야겠다
有時無事閑眺望           때로는 일 없어 한가로이 조망하니
遠山雲外碧層層           먼 산은 구름 저편에 층층이 푸르구나
[8]
世間萬法誰炎凉           세상 만법에 누가 염량131)을 쫓으랴
任時圓兮任時方           둥글면 둥근 대로 모나면 모난 대로 두노라
普天匝地諸情類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모든 생명들이
箇箇靈空愼勿通           낱낱이 신령하게 공空하니 애써 통하려 말라
희천132) 두첩사에 앉아서(坐熙川頭疊寺)
僧胡不住名山是           중이 어이 머물지 않는가 명산이 여긴데
谷谷烟霞轉轉浮           골짜기마다 연하烟霞가 뭉게뭉게 떠오르누나
靈鶴不來人易老           신령한 학은 오지 않고 사람은 쉬 늙으니
倚樓怊悵夕陽西           서글피 누각에 기대섰노라니 석양이 저무네
또(又)

011_0615_b_01L
打睡粥飯事此外夢幻吟

011_0615_b_02L山庵何寥寂霜葉滿庭心

011_0615_b_03L又[9]

011_0615_b_04L
秋風凄復凄深夜不能眠

011_0615_b_05L胡以虫悲語使吾淚枕前

011_0615_b_06L又[10]

011_0615_b_07L
古路非動容悄然事已違

011_0615_b_08L少林門下事不意生是非

011_0615_b_09L又[11]

011_0615_b_10L
書到紙面空盡得一線通

011_0615_b_11L一線還不盡紅日禪窓東

011_0615_b_12L又[12]

011_0615_b_13L
驥兒見此頌我指碧山層

011_0615_b_14L諦信卽無疑何處非燃燈

011_0615_b_15L又[13]

011_0615_b_16L
遊翫未歸路悠然憇石林

011_0615_b_17L落花流逝水明月上孤岑

011_0615_b_18L又[14]

011_0615_b_19L
可惜香山仙恨未聞獅吼

011_0615_b_20L但能了一物何論佛前後

011_0615_b_21L又[15]

011_0615_b_22L
熙熙太平春看看百草新

011_0615_b_23L鷄龍山上雨昨夜浥輕塵

011_0615_b_24L又[16]

011_0619_a_01L
汲泉炊粟仍高枕           샘물 길어 조밥 지어 먹고 한가히 누웠으니
豊樂菴中一夜情           풍락암豊樂菴133)에서 하룻밤을 정답게 보내노라
大道天眞忘語處           대도는 천진하여 언어를 잊은 곳이라
山童時有爇香淸           산사의 동승이 때로 맑은 향을 피우누나
벗과 이별하며(別友人)
石州三月上山樓           석주의 3월에 산 누각에 오르니
桃杏花開挾澗流           복사꽃 살구꽃은 시내 양쪽에 피었구나
一別天涯俱是客           한번 헤어지면 천애 먼 곳에 모두 나그네
眼前風物倍生愁           눈앞의 풍광에 곱절이나 시름이 생기네
칠언율시(七言律)
무흘사를 찾아가서(訪武屹寺)
蠅尋暑鬱足塵愁           파리 떼 덤비고 날씨 무더워 짜증이 나기에
遐想滄溟萬里洲           멀리 푸른 바다의 만 리 물가가 생각이 나네
槐柳醬坪將望野           장평마을 정자나무 아래에서 들판을 바라보고
烟霞武屹轉登樓           무흘사 연하 속에서 다시 누각에 오른다
草罨虛窓難辨晝           풀이 창문을 가려 낮에도 어둑하고
蛛封古塔幾經秋           거미가 집 지은 탑엔 얼마나 세월 흘렀는가
許多淪落人間事           인간 세상에 흥망성쇠가 허다하였으니
如得其情涕可流           그 실정을 안다면 눈물이 절로 흐르리
벗들과 구중산에 올라(與諸益登九重山)
松間一榻勝禪關           솔숲 사이 앉았노라니 선방보다 나아
酤酒何妨去遠村           술을 사러 먼 마을에 간들 어떠리
石影空山同邃古           바위 그림자 빈산은 함께 그윽하고
水聲今日又黃昏           물소리 속에 오늘 또 황혼이 저무네
萬波囓嶼還餘骨           파도가 섬을 물어뜯어도 뼈대는 남았고
百鬼侵人竟有魂           귀신들이 사람을 침노해도 끝내 넋은 있네
吟想無窮況佳節           시상이 무궁한데 하물며 가절佳節임에야
酣楓妍菊此堪論           붉은 단풍 고운 국화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청암사수도암에 올라(上靑岩寺修道庵)
平步已難上最遲           평지도 걷기 어렵고 산길 오르긴 매우 더뎌
懍乎强壯不多時           장성한 시절이 많이 남지 않았기에 두렵구나
去遺仙海探珠術           바다에서 구슬을 찾는134) 솜씨는 이미 버렸고
辜負名山採藥期           명산에서 약초 캐자던 기약도 저버렸어라
邃谷雪騰雲轉石           깊은 골짜기에 눈이 휘날려 구름은 바위에 구르고
古藤風吼月明枝           늙은 등나무에 바람이 불고 달빛은 가지에 밝아라
梵堂如畵僧無語           절간은 그림처럼 곱고 중은 말이 없는데
玉磬聲中篆影移           경쇠 소리 속에 향 연기만 피어오르네
수도암을 찾아가서(訪修道庵)
登登復轉訪仙庭           산길을 오르고 올라 선경을 찾아오니
靜裏眞人悟道靈           고요한 가운데 진인은 도를 깨달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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何處靑山好携笻與汗帉

011_0615_c_02L十年忘世界今日訪仙君

011_0615_c_03L又[17]

011_0615_c_04L
燕頷雪衣下白花日已曛

011_0615_c_05L書童來我吿飯鼓已鳴云

011_0615_c_06L又[18]

011_0615_c_07L
緣知生死大萬事一風飛

011_0615_c_08L今日隨雲坐四峰鶴舞歸

011_0615_c_09L又[19]

011_0615_c_10L
打算年前事偬偬野馬飛

011_0615_c_11L不離飛野馬天外一鵬歸

011_0615_c_12L又[20]

011_0615_c_13L
白雲因底事日日向山飛

011_0615_c_14L似嫌塵世惡隨我箇中歸

011_0615_c_15L又[21]

011_0615_c_16L
孰非無二法秋日雁南飛

011_0615_c_17L這箇眞消息春應向北歸

011_0615_c_18L又[22]

011_0615_c_19L
是非名利路心識狂紛飛

011_0615_c_20L所稱英雄漢彷徨未定歸

011_0615_c_21L又[23]

011_0615_c_22L
人心如猛虎毒惡徹天飛

011_0615_c_23L伴鶴隨雲外此身孰與歸

011_0615_c_24L又[24]

011_0619_b_01L半戶江山分耳目           반쪽 방문으로 보이는 강산에 이목이 나뉘고
虛欄星漢上衣屛           빈 난간에 뜬 은하수는 병풍 위에 오르네
龕松經劫龍將老           법당 곁 소나무는 세월이 흘러 용이 늙겠고135)
嵐石叅天鬼或靑           내 낀 바위는 하늘에 솟아 푸른 귀신인 듯136)
慘極亡僧還佇久           죽은 승려 너무도 애통해137) 우두커니 섰노라니
奔雲遏鳥隔林冥           구름과 새 지나가고 저편 숲이 어둑하여라
옥과군 관음사 수익 스님에게 주다(贈玉果觀音寺修益師)
天涯客意政堪傷           머나먼 타향이라 길손의 마음 처량한데
高士相尋此講堂           고사高士께서 이 강당으로 나를 찾아 주셨구려
無間雖然心似月           간격이 없는 두 마음은 비록 달과 같지만
做離其奈鬢添霜           이별하는 지금 머리털 흰 것을 어이하리오
憑目鵬圖千里遠           눈길 가는 곳은 붕새처럼 천 리 장도이지만
回頭蟻夢萬邦忙           고개 돌리매 꿈속의 개미굴 만방이 분주해라138)
古桐三尺知音絶           3척 거문고에 이제 지음知音이 없으리니139)
折柳聲聲也不妨           절류折柳140)라 이별 노래를 연주해 본들 어떠리
영호당에게 화답하다(和映湖堂)
萬事悠悠此百年           만사가 부질없이 흐르는 백 년 인생
還如逆旅暫留連           도리어 여관에서 잠시 머무는 것 같아라
篆香深處將忘世           향 연기 그윽한 곳에서 세상 잊으렸더니
靑鳥飛來忽見仙           청조가 날아오더니 문득 신선이 오셨구려140)
酣菊爛楓秋色晩           물든 국화 고운 단풍에 가을빛 저물고
浮雲流水夕陽邊           뜬구름 흐르는 물은 석양 가에 있구려
曩緣已遽今重別           예전에도 바삐 이별했는데 지금 또 이별이라
白髮層巒共對憐           산중에서 백발의 두 사람 마주하고 슬퍼하네
송광사 금명당에게 화답하다(和松廣寺錦溟堂)
旣面終慚御李遲           뵙고 보니 어리御李142)가 늦은 것이 부끄럽구려
曹溪山月抵窓時           조계산 위에 뜬 달이 창문을 비출 때로세
索珠罔象元非實           구슬을 찾은 망상罔象143)은 본래 실존이 아니니
入夢陳生竟是誰           꿈속에 들어갔던 진생陳生144)은 필경 누구인가
來訪烟霞名勝地           연하 낀 이곳 명승지를 찾아와서
擬看松栢歲寒枝           송백의 세한歲寒 가지145)를 보고자 하였네
叢林自有高人在           총림에 절로 고명한 분이 계시니
隆化玄乘斷可期           현묘한 법을 단연코 크게 피시리라
송광사 월화 강백과 함께 화엄사로 가는 도중에 입으로 불러 읊다(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路中口號)
寓矚過聞景轉新           보고 듣는 것마다 풍경이 더욱 새로워
所期淸興那嫌塵           맑은 흥 바랄 뿐이니 속진을 어이 싫어하랴
石增嵐氣分光恠           바위에 안개가 끼니 나뉘는 광경이 괴이하고
村匿林心寫境眞           마을은 숲 속에 감춰져 그림 같은 경치 참되네
畝犬或蹲隨菜女           밭두둑에 개는 앉아서 나물 캐는 여인 따르고
磵鳩時語傍耕人           개울가 비둘기는 때로 밭가는 농부 곁에 지저귄다
樵歌一曲斜陽外           나무꾼 노래 한 곡조 석양 저편에서 들리는데
醞藉群山淡入雲           온화한 모습 산들은 담담히 구름 속에 들어갔네

011_0616_a_01L
鐵樹花開一根株勿處尋

011_0616_a_02L草堂春睡稔百鳥費淸音

011_0616_a_03L又[25]

011_0616_a_04L
風飄霜葉落落地便成飛

011_0616_a_05L因此心難定遊人久未歸

011_0616_a_06L又[26]

011_0616_a_07L
當處殞空虛空花方結實

011_0616_a_08L知此亦春光幽香吹我室

011_0616_a_09L又[27]

011_0616_a_10L
喝水和聲絕聻山並影非

011_0616_a_11L聲影通身活金烏夜半飛

011_0616_a_12L又[28]

011_0616_a_13L
眼裡江聲急耳畔電光閃

011_0616_a_14L古今無限事石人心自點

011_0616_a_15L

011_0616_a_16L五言律

011_0616_a_17L題梵魚寺普濟樓

011_0616_a_18L
神光豁如客金井做淸遊

011_0616_a_19L破袖藏天極短笻劈地頭

011_0616_a_20L孤雲生遠峀白鳥下長洲

011_0616_a_21L大塊誰非夢憑欄謾自悠

011_0616_a_22L雲達山途中口號

011_0616_a_23L
橫擔一笻竹濶步嶺湖中

011_0616_a_24L面前飛白月袖裡捲長風

011_0619_c_01L
또(又)
幾廻峻嶺又深川           몇 번이나 높은 재 넘고 깊은 시내 건넜던가
窘步長程愧未前           더딘 걸음으로 먼 길 앞서 가지 못해 부끄럽네
喬木寒烟春景早           높은 나무에 찬 내 끼고 봄날 빨리 따스하며
淡雲孤鳥夕陽邊           엷은 구름에 외로운 새는 석양 가에 있구나
浪遊無端身長老           떠도는 길손이 무단히 몸만 늙어 가니
醉棄何妨世外眠           술 취한 몸 세상 밖에 잠이나 잔들 어떠리
樽酒又闌高士又           주흥은 다하지 않았고 게다가 고사高士와 마시니
風流秪可任夫天           풍류는 꾸밈없이 천진한 본성에 맡겨야겠네
또(又)
隨足隨纓任濁淸           발 씻고 갓끈 씻는 건 청탁淸濁에 맡기노니146)
況乎春夢此浮生           더구나 덧없는 인생은 한바탕 꿈 같은 것을
活水淡山多少景           맑은 물 담담한 산에 경치는 많고
閑雲落照古今情           한가한 구름 지는 석양은 고금의 정일레
野霞晴曳孤禽白           들판에 맑은 안개 끌며 외로운 흰 새 날고
春竹森圍萬戶靑           봄날 우거진 대숲 속에 큰 마을이 있어라
吟想無窮還取醉           시상은 무궁한 데다 술 마셔 취하노니
隔林何處酒旗明           숲 저편 어드매에 주막집 깃발이 보이느뇨
공림사公林寺
行到公林萬疊山           길을 걸어서 공림사 첩첩산중에 이르니
上方秪是別人間           여기 절간은 그야말로 별천지로세
玉峰層立靑嵐下           옥 봉우리는 높이 푸른 이내 아래 솟았고
古殿香深白日閑           옛 불전은 향내 그윽하고 대낮에 한가롭네
短筇高掛吾將老           짧은 지팡이 걸어 두고 이곳에서 늙을거나
大事雖成孰與還           일대사는 마쳤건만 누구와 함께 돌아갈꼬
堪惜澗流流界外           아까워라 시냇물은 속세로 흘러가니
愀然來坐石苔班           서글피 와서 이끼 낀 바위에 앉았노라
沃川花日浦
幾經酒肆幾書樓           몇 번이나 주막 지나고 서루147)를 지났던가
坐歇平莎漫自悠           평평한 잔디밭에 앉아서 유유자적 쉬노라
山欲石高斬截立           산은 바위 높이려고 깎아지른 듯 섰고
水容魚大廣深流           물은 큰 고기 받아들이려 넓고 깊이 흐른다
靑烟亂作江村夕           푸른 연기 어지러이 이니 강촌의 저녁이요
爽籟來吹野樹秋           시원한 바람소리 들려오니 들판 나무에 가을일레
落影林泉俗離月           임천에 그림자 떨어뜨리는 속리산의 달이
應嗟此釋暮年遊           노년에도 유랑하는 이 중을 안타까워할 테지
定慧寺
德崇山頭定慧幽           덕숭산 위 그윽한 정혜사 경내
婆娑歲月萬年秋           사바세계 세월은 만년이 흘렀어라
禪林情慣前身到           이 절은 친숙하니 전생에 왔던 곳이요
栢樹心空曠劫悠           잣나무에 마음 공하니 오랜 세월 흘렀구나
富貴門前流水去           부귀하던 집 문 앞에 유수가 흘러가고
帝王都上白雲浮           제왕의 도읍 위에는 백운이 떠 있어라148)

011_0616_b_01L日暖千郊稔霜侵萬木紅

011_0616_b_02L獅王雖晦迹衆獸豈能同

011_0616_b_03L贈別

011_0616_b_04L
爲君賦遠遊使我涕先流

011_0616_b_05L百歲如逆旅何方竟首邱

011_0616_b_06L片雲生遠峀落日下長洲

011_0616_b_07L屈指人間事悠悠摠是愁

011_0616_b_08L使書童咏水自咏

011_0616_b_09L
斡旋成一六樂處智還深

011_0616_b_10L影影㴠天像聲聲徹海心

011_0616_b_11L市朝俄變替歲月暗侵尋

011_0616_b_12L做得魚龍窟風雷自古今

011_0616_b_13L偶吟

011_0616_b_14L
鳥飛去空天望之不盡乎

011_0616_b_15L欲將有相物難窮去無餘

011_0616_b_16L半途絕樹林困疲沒休居

011_0616_b_17L不識經營誤憮然且躊躇

011_0616_b_18L

011_0616_b_19L
病者問乎爾胡病不起乎

011_0616_b_20L方丈有神藥服者壽有餘

011_0616_b_21L人生如草露又未得安居

011_0616_b_22L病者歔悕道難得故躊躇

011_0616_b_23L

011_0616_b_24L
天地如是廣此生可笑乎

011_0620_a_01L諸君莊蝶眞如事           제군들이여 장자 호접이 진여의 일이니149)
我亦從今曳尾遊           나도 이제부터 진흙탕에 꼬리 끌며 노니리라150)
동짓날 상순에 도하리 서당에서 강계151)에 부친 시(至月上浣在都下里書塾寄江界韻)
無心無事傍書欄           일없이 무심히 서당에 앉아서
半世榮枯抱鏡看           반평생 영욕을 거울에 비춰 보노라
三月未花春尙早           3월에도 꽃이 안 피어 봄은 아직 이르고
千巖藏雪夏猶寒           산 위 바위엔 눈 덮여 여름에도 추워라
境不厭深知我老           깊은 산골 싫지 않으니 내가 늙은 줄 알겠고152)
書何頓絶念君安           서신은 어이 갑자기 끊겼소 그대 안부 궁금하오
丈夫自好無羇絆           장부는 속박을 안 받는 게 절로 좋으니
乘興相尋也不難           흥이 나면 찾아오는 것도 어렵지 않겠지
또(又)
遙想眄柯亭上欄           멀리서 면가정153) 난간 위를 생각하노니
欄邊景致勝前看           난간 가의 경치는 예전보다 더 좋은가요
雨着薔薇紅頰濕           비가 장미를 적시니 붉은 뺨이 젖고
風生楊柳翠腰寒           바람이 버들에 이니 푸른 허리 차가우리
醉後有詩還誦詠           술 취한 뒤 시 지어 다시금 읊조리고
閑來無事不平安           한가하니 모든 일 평안하지 않음이 없네
寄書莫說江城樂           서신을 부치거든 강성154)의 즐거움 말하지 마오
蕩子心腸任峽難           탕자의 마음이 산골에 안주하기 어려워지리니
갑산 길에 들어서서 강계 아득포령을 넘으며(入甲山路踰江界牙得浦嶺)
人間何貴積南金           세상에 남금155)을 쌓아 둔 게 무에 귀하랴
好是淸閑物外襟           물외의 한가로운 흉금이 좋은 것을
細看松栢深千谷           자세히 송백 우거진 깊은 골짜기들 보니
漸上煙霞亘萬尋           점차 올라가는 연하는 만 길이나 깊구나
奇花不變靑春色           기이한 꽃들은 봄날의 빛을 변치 않았고
怪鳥相傳太古音           이상한 새는 태고 적 소리로 우는구나
垂白長爲塵臼客           백발 드리운 채 속진을 헤매는 길손이
那能捿此靜身心           어이 이곳에 깃들어 심신을 고요히 쉴꼬
장진을 지나는 길에(長津路上)
十逢人屋九逢虛           인가를 열 번 만나면 아홉이 빈 집
亂嶂啼禽古澗魚           첩첩 봉우리들엔 새 울고 시내엔 물고기
塵笠如盤行赤脚           먼지 묻은 삿갓은 소반 같고 맨발로 걸으며
繩裙似網運長鋤           동여맨 치마는 그물처럼 낡은 채 호미질 하누나
連竈飯牛柴或糞           부엌 곁에 쇠죽 먹이니 땔나무와 쇠똥 섞였고
編材成壁柵爲廬           나무 엮어 벽 만드니 목책이 집이 되네
窘艱生計言難盡           곤궁한 생계란 이루 말할 수 없으니
玉燭那能照此居           옥촉玉燭156)이 어이하면 이런 집들을 비출꼬
장진강을 지나며 세쌍둥이를 보다(過長津江見三胎子)
六月風聲恠動金           유월 바람소리가 쇠를 움직이듯 세차니
長津江上冷衣襟           장진강 가에서 옷깃이 싸늘하구나
三胎眞箇希時見           세쌍둥이는 참으로 보기 드무니
一杖不妨遠地尋           지팡이 짚고 먼 길을 찾아본들 어떠리

011_0616_c_01L半生已過了餘年復幾餘

011_0616_c_02L憂愁長侵汨幾時得安居

011_0616_c_03L如醉不覺悟空然得躊躇

011_0616_c_04L

011_0616_c_05L
人生不足恃張趙爲化乎

011_0616_c_06L屈指念知者存者得幾餘

011_0616_c_07L無論少與老黃泉是歸居

011_0616_c_08L身施早覺悟大急莫躊躇

011_0616_c_09L

011_0616_c_10L
鐺前九節草病者之所須

011_0616_c_11L不知諸小兒無病欲相求

011_0616_c_12L居然還自思不病其有誰

011_0616_c_13L可惜百年事爾我同一丘

011_0616_c_14L

011_0616_c_15L
山中樵客遇暫語亦因緣

011_0616_c_16L近間居士洞下去夕陽天

011_0616_c_17L柳魂飛欲盡蝶夢杳難圓

011_0616_c_18L回頭人不見鴉噪遠村邊

011_0616_c_19L

011_0616_c_20L
平生無固必萬事付因緣

011_0616_c_21L燕頷留道士浮石送炎天

011_0616_c_22L漁歌何處晩山月向人圓

011_0616_c_23L來坐高樓上醘鷄亂一邊

011_0616_c_24L

011_0620_b_01L滿原有草皆荒色           들판 가득한 풀들은 모두 시든 빛이요
盡日無人聽德音           진종일 덕담을 들을 사람이 없구나157)
四顧沈吟仍覔句           사방 돌아보며 읊조리다 시상에 잠기노니
誰能知我此中心           나의 이 마음속을 그 누가 알꼬
서회書懷
邊城留滯誤經營           변방에 머문 것 애초에 잘못 생각했노니
鄕思千般詎盡名           고향 생각 천 갈래를 어이 다 형언하리오
病衰難却苔岑契           늙고 병들어도 산골 인연 물리치기 어렵고
文術誰求草芥輕           문장을 누가 구하랴 초개처럼 가벼이 여긴다
半天雲盡層峯色           반쪽 하늘 구름 걷히니 층층 봉우리 푸르고
邃壑風生落木聲           깊은 골짜기 바람 이니 낙엽이 지는 소리
自是不歸歸便得           본래 돌아가지 않았을 뿐 돌아가면 되는 것을
好看松菊滿園淸           동산에 가득한 소나무와 국화158)를 좋이 보련만
또(又)
酒婆商老與之班           늙은 주모 장사치와 어울려 지내노니
韜晦元來好圓圜           도회韜晦159)에는 원래 둥글둥글한 게 좋은 법
未暮火行山豹下           저물지 않아 불빛이 가니 산의 표범 내려오는 게고160)
深秋風搏塞雁還           깊은 가을바람이 몰아치니 변방 기러기가 돌아오누나
不貪金玉人間寶           인간 세상 보배인 금옥도 탐내지 않거니와
亦忘煙霞物外閑           물외物外의 한가로운 연하煙霞 세계도 잊었노라
超脫無疑心自得           초탈하여 의심 없어 마음이 자득自得한 것은
只緣曩日窺玄關           단지 예전에 현묘한 관문을 보았기 때문일세161)
창평162)의 빗장수 양씨에게 답하다(答昌平粱梳商)
一穂靑燈與子同           가물대는 등잔불 앞에 그대와 함께 앉아
爲憐桑海曩緣空           상전벽해처럼 덧없는 세월을 가련해 하노라
浮雲嶺外來遊客           뜬구름처럼 영외에서 온 이 사람은
落木聲中伴學童           낙엽 소리 속에서 학동들을 벗한다오
山寒凍雪齊腰白           산골은 추워서 얼음과 눈이 허리까지 쌓이고
世亂腥塵滿目紅           세상은 혼란해 오랑캐 먼지가 시야에 가득해라
千里行裝珍重去           천 리 먼 길을 부디 조심해 가시오
愧吾關塞未歸翁           변방에서 못 돌아가는 이 늙은이는 부끄럽구려
강계 종남면에서 이여성李汝盛에게 화답하다(江界終南面和李汝盛)
風塵幸得此身支           풍진 속에 다행히 이 몸을 지탱하여
放曠逍遙晩老時           늘그막에 걸림 없이 마음대로 소요하노라
千村日暖燕飛亂           천 촌락에는 날이 따스해 제비 어지러이 날고
太古山寒鶯語遲           태고산에는 날씨가 추워 꾀꼬리 울음 더디네
白雲深處訪君之           강가의 풀에 본래 길손이 꿈꾸느니163)
江草自來遊客夢         벗과 만나서 촌 막걸리 마신들 어떠리
村醪何妨故人期         하고 많은 영고성쇠 이제야 깨달았으니
多少榮枯今始悟         흰 구름 깊은 곳으로 그대 찾아왔노라
이 교사와 밤에 읊다(與李敎師夜吟)
倉皇世事實難支           황망한 세상사 실로 지탱하기 어려워
一醉一醒付一時           취할 때 취하고 깰 때 깨며 그럭저럭 사노라

011_0617_a_01L
十載空門裡自然忘世緣

011_0617_a_02L好花開滿地明月上靑天

011_0617_a_03L衆流歸海一萬像至空圓

011_0617_a_04L興智今行日鏡心照遠邊

011_0617_a_05L

011_0617_a_06L
蟲聲來喞喞枕榻月明秋

011_0617_a_07L葉下深院裏風驚古澗頭

011_0617_a_08L有思空自感無聊轉添愁

011_0617_a_09L顧此蜉蝣寄亦當一氣收

011_0617_a_10L

011_0617_a_11L
奇哉是何處來坐更炎空

011_0617_a_12L床白靑天月襟淸大海風

011_0617_a_13L始成先佛手重建久師功

011_0617_a_14L荷擔賢人力此棲與子同

011_0617_a_15L

011_0617_a_16L
書童來我吿今日願登山

011_0617_a_17L藥草堪搜取鵲巢可引攀

011_0617_a_18L松琴風瑟瑟林語鳥𠴨𠴨
011_0617_a_19L風景眞如許奇哉一賞還

011_0617_a_20L社上路中

011_0617_a_21L
春光正値三百鳥語喃喃

011_0617_a_22L花朶般般錦柳絲處處藍

011_0617_a_23L風景雖云樂羈懷實不甘

011_0617_a_24L悠悠還自詠誰識賦江南

011_0620_c_01L汀洲春夢相思久           강가의 봄꿈에 그리워한 지 오래였는데
藝榻終南此會遲           종남終南164)의 서재에서 이 만남이 더뎠어라
亂山寂寂靑燈活           첩첩 산은 적적하고 등잔불만 밝은데
逝水悠悠白髮期           흐르는 물 하염없듯 백발이 다가오네
安得天門堪排闥           어이하면 대궐 문을 밀치고 들어가
河東賦上一言之           「하동부河東賦」165)를 올려 한번 말해 볼거나
심회를 쓰다(書懷)
鷗席萍蹤付一時           백구와 부평초처럼 정처 없는 몸이라
於何歷歷話心期           어디에서 역력히 이내 마음 말할거나
馬失安知非福語           말을 잃은 게 복이 아닐지 어이 알리오166)
鶴歸何不學仙詩           학은 돌아갔는데 어이 신선 배우지 않느뇨94
山氣鐵寒風滿壑           산 공기는 쇠처럼 찬데 바람은 만 골짜기에 불며
雪花綿白月千枝           눈꽃은 솜처럼 흰데 달은 천 가지를 비춘다
魯連蹈海無難事           노중련이 바다 밟았던167) 건 어려운 일 아니나
父母之鄕步步遲           부모님 고향을 떠남에 걸음걸음 더디어라168)
제야(除夕)
千緖暗懷詎以言           온갖 생각에 암울한 마음 어이 말로 표현하랴
山深雪冷一書軒           산은 깊고 눈은 차가운 곳 한 서재로세
去歲淸明江界邑           지난해 청명에는 강계읍에 있었고
今年除夕甲山村           올해 제야에는 갑산 마을에 머문다
俄忽鄕關先入夢           이윽고 고향이 꿈속에 먼저 들어오니
不期旅悒暫忘痕           뜻하지 않게 울적한 객수客愁를 잠시 잊노라
窓燈耿耿喧嘩絶           등잔불 가물가물 떠들썩하던 소리도 조용해지니
佇聽隣鷄幾倚門           이웃 닭 울음 기다리느라 몇 번이나 방문 기대었나
설날(元旦)
天載無聲敢訴言           소리 없는 하늘169)에 감히 호소하노니
五雲何處打龍軒           오운五雲170) 떠 있는 어느 곳에서 어가에 절할거나
自憐元日他鄕客           설날에도 타향에 있는 몸 스스로 가련하지만
也幸夷山好禮村           변방 산골 예의 좋아하는 마을이라 다행일세
首祚布陽宜養素           연초에 햇살이 퍼지니 정양하기에 좋고
屠蘇治疫罄無痕           역질 물리치느라 도소주를 남김없이 기울인다
牧童不識邦家恨           아이들은 나라의 한을 알지 못하고서
簫鼓杵謠響里門           거리에서 떠들썩하게 피리와 북 울리네
우연히 읊다(偶吟)
薪火相交也難息           섶에 불이 붙으면 꺼지기 어렵나니
鶻鼻衫裡歲華深           골취삼171) 속에서 세월만 깊어 가누나
花鬚葉蔕擬天柱           꽃술과 꼭지는 천주天柱172)인 듯하고
山精木恠證佛心           산의 정령 나무 요괴가 불심을 증명한다
十虛冥諦雲展張           시방 허공의 본원에 구름은 펼쳐지고
一殼堪忍雨沈霪           한 껍질 안 사바세계에 비가 내린다
微塵未破經未現           미진을 못 깨뜨리면 경의 뜻 안 드러나
量等三千實難尋           양등삼천173)은 실로 찾기 어려우리
[1]

011_0617_b_01L七言絕

011_0617_b_02L海印寺九光樓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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猗猗 [2] 經閣對仙巒徃事無非一夢間

011_0617_b_04L適有乾坤呑吐客九光樓上秤千山

011_0617_b_05L伽倻山紅流洞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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孰云是水孰云巒巒人 [2] 雲中水石間

011_0617_b_07L大光明軆無邊外披腹點看水與山

011_0617_b_08L與南泉堂翰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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默坐禪窓歲已闌渾忘緣瘐帽圍寬

011_0617_b_10L雖然渾忘非無驗老驗雨晴病驗寒

011_0617_b_11L

011_0617_b_12L
默坐禪窓歲已闌鄕心寧有少分寬

011_0617_b_13L忽憶故人音信絕聊書一偈寄暄寒

011_0617_b_14L卽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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甘口時行蝎處深蟻群蠅隊總難禁

011_0617_b_16L四物侵尋忙拂拭仍忘庭栢歲寒心

011_0617_b_17L通度寺白雲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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白雲庵裏白雲在半掛層岩半掛空

011_0617_b_19L千樹煙蘿多韻致隨風搖曳白雲中

011_0617_b_20L通度寺白蓮庵謹次喚惺老師韻

011_0617_b_21L
擲金遺什揭虛楹道價千秋海岳輕

011_0617_b_22L悠悠曠感無人識寒磬空留刼外聲

011_0617_b_23L梵魚寺解夏日上元曉庵

011_0617_b_24L
祖師入滅傳皆妄今日分明坐此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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換水添香願福田           물 긷고 향 피워서 복을 빌면서
鬼魔窟裡送驢年           마귀 굴속에서 나귀 해 보낸다
弱喪幾劫水中泡           몇 겁 동안 약상174) 신세 물속의 거품
忽覺當身火裏蓮           이 몸이 불 속에 핀 연꽃임을 문득 알겠네
驅牛誰識五臺聖           소를 모는 것이 오대산 성인175)임을 누가 알리오
擊鼓難逢呂巖仙           북을 치는 여암 선인176)을 만나기 어려워라
忘機一念還滯殻           망념을 잊은 한 생각이 도리어 구속받는 것
春禽啼盡惱客眠           봄새가 울어 나그네 잠을 깨우누나
[2]
平生志槪樂山幽           평소의 뜻이 그윽한 산을 좋아하여
曾訪是庵過一秋           일찍이 이 암자 찾아와 가을을 보냈었지
永日賞心歸鳥晩           긴긴 날 경치 구경할 제 저물녘 새는 돌아오고
萬塵如夢片雲悠           속진의 만사 꿈 같은데 조각구름은 흘러간다
華嶽那邊天北遠           화악산 저편으로 북쪽 하늘은 멀고
洪陽前對海西浮           홍양洪陽177) 저 앞에 서쪽 바다 떠 있어라
風光依舊重來我           풍광은 예와 같은데 내가 다시 와서
數句淸吟話昔遊           몇 구절 시로 옛날 놀던 곳을 읊노라
[3]
避雨隱身藪石幽           그윽한 숲 속에 비 피해 몸 숨기니
蕭蕭寒氣夏亦秋           서늘한 한기가 일어 여름이 가을 같네
野老憐僧窮縮縮           시골 늙은이는 딱한 몰골 중을 불쌍히 여기고
書童笑我漫悠悠           학동들은 부질없이 느긋한 나를 비웃는구나
伽倻山色雲中濕           가야산178) 빛은 구름 속에서 젖고
羅朴川聲陌上浮           나박천179) 소리는 들길 위에 들리네
此行已暮衣巾浼           이번 길 이미 저물고 옷차림도 후줄근하니
歸宿禪庵翌日遊           암자에 들어가서 자고 내일 노닐어야겠다
[4]
已過榮枯等是辛           영화와 고생 겪어 보니 똑같이 신고라
伽倻山裡討幽眞           가야산 속에서 그윽한 경치를 찾노라
鳥歌花笑心無限           새는 노래하고 꽃은 웃으니 마음은 무한하고
月白風淸道未貧           달은 밝고 바람은 맑으니 도는 가난하지 않네
況有維城莊寶界           하물며 유성維城180)의 장엄한 세계가 있어
應將皇極度迷淪           응당 황극皇極181)을 가지고 중생을 구제하리니
從今一衲重重補           이제부터 누더기 한 벌 겹겹이 기워 입고
不下雲岑老此身           산을 내려오지 않고 이 몸 늙어 가리라
[5]
幾番蟲語與禽歌           몇 번이나 벌레 울고 새 노래했던가
可惜年光若流波           안타까워라 세월은 물처럼 흘러가네
朱泙漫學屠龍於           내가 용을 베는182) 줄 아는 것 나뿐인데
問君畵猫又如何           묻노니 그대 고양이 그리는183) 건 어떠한가
虛空已殞塵塵寂           허공이 이미 무너져 모든 세계 고요하니
山水重看佛佛多           산수에서 거듭 많은 부처님을 보노라
善友幸逢勸請益           착한 벗이 지성스레 가르침을 청하니
免敎一念落邪魔           부디 일념이 사마에 떨어지지 않도록 하오

011_0617_c_01L杖頭有眼明如漆照破山河大地來

011_0617_c_02L自梵魚寺向海印寺道中口號

011_0617_c_03L
識淺名高世危亂不知何處可藏身

011_0617_c_04L漁村酒肆豈無處但恐匿名名益新

011_0617_c_05L過佛明山尹弼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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酒或放光色復然貪嗔煩惱送驢年

011_0617_c_07L仗屨無端化獅子等閑一踢孰能前

011_0617_c_08L尹弼庵解夏後偶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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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爲叅玄不爲遊佛明山裏又淸秋

011_0617_c_10L不知明日一笻竹去上嶺南幾箇樓

011_0617_c_11L與永明堂行佛靈途中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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摘何爲妄摘 [2] 何眞眞妄由來總不眞

011_0617_c_13L霞飛葉下秋容潔依舊靑山對面眞

011_0617_c_14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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任是妄兮任是眞張癲醉打李翁眞

011_0617_c_16L懸羊賣狗年來事識得分明認得眞

011_0617_c_17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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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士文朋意亦眞塵中無累最淸眞

011_0617_c_19L直須覰破威音外莫把儱侗以認眞

011_0617_c_20L題智異山靈源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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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是物兮早駢拇許多名相復何爲

011_0617_c_22L慣看疊嶂煙蘿裏無首 [1] 猢猻倒上枝 [2]

011_0617_c_23L寄虛舟長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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因筆及此心緖亂遮箇境界共誰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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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有一淨界好堪居           거처하기 좋은 맑은 세계 하나 있으니
窮劫已前早成墟           아득한 공겁 이전에 이미 이뤄져 있었네
木女石人心本實           목녀와 석인은 마음이 본래 진실하고
星翳燈幻事非虛           별과 등잔 가물대도 허망한 것 아니지
哭來春光塵沙外           봄빛 물든 사바세계로 곡하며 오고
笑入蒼空古今餘           푸른 허공 고금 밖으로 웃으며 들어간다
聖凡渾淪還成差           범부와 성인 한 덩어리였다 도로 나뉘니
求伴同留興不踈           벗을 찾아 함께 머묾에 흥이 적지 않아라
감회가 있어(有感)
搔首悵然念君去           머리 긁적이며 떠나는 그대 생각하노니
留之不得我心愁           만류해도 안 되니 이내 마음 시름겹구려
堪苦齋粮深雪裏           눈 덮인 길에 탁발하느라 고생하였고
爲憐携酒硬氷頭           얼음판 길에 술 가져오는 것 가련하였지
事上攸宜如未達           현실에서 마땅한 도리를 알지 못한다면
道中至妙豈能求           지극히 오묘한 도를 어찌 찾을 수 있으랴
炎凉世路經過了           염량세태 세상을 이미 다 겪고 보니
山自蒼茫水自流           산은 스스로 푸르고 물은 스스로 흐르는 것을
우연히 읊다(偶吟)
鑪鞴多方作精鍊           풀무로 온갖 방법 써서 정련하건만184)
▣▣▣▣豈外乎           도가 어찌 밖에 있으리오
倒卓看山印不解           하늘에 꽂힌 산을 보고도 무문인無文印을 알지
沿流付水慣無餘           못하지만흐르는 물을 내맡겨 두니 무여無餘185)에는 익숙하여라
不坐誰稱無炎位           지위에 안 앉은들 누가 권세 지위가 없다 하랴
喪身早非絶人居           몸 잃었어도 애초에 사람 사는 곳 떠난 게 아니지
撒手歸來只這是           손을 놓고 돌아오니186)
敢保行人莫躊躇           감히 보장하노니 행인들이여 주저하지 말라
또(又)
是佛是魔總未休           부처니 마구니니 모두 쉬지 못하니
靈機收盡手中鉤           신령한 기봉은 모두 수중의 낚싯바늘187)에 있어라
踐紅枯骨春深笑           붉은 꽃 밟는 해골은 깊은 봄날에 웃고
戴白嬰兒劫石尤           흰 머리털 어린 아기는 겁석188)보다 오래 살았네
昨夢旣虛來亦爾           어젯밤 꿈 허망하고 내일도 그러하니
此心未達外何求           이 마음 깨닫지 못하고 밖으로 무엇을 찾는고
所嗟凡事終難測           안타까워라 모든 일 끝내 예측할 수 없으니
臨別冲冲更引愁           이별 앞에 감정이 복받치고 시름겹구려
인풍루189)에 앉아 판상板上의 시에 차운하다(坐仁風樓次板上韻)
江城斜日坐江樓           강계 땅 석양에 강가 누각에 앉았노라니
江柳如煙江水流           강가 버들은 안개 같고 강물은 흐르누나
酒半男兒何世界           술 반쯤 취한 사내 이 무슨 세계인가
琴中花月自春秋           거문고 속 꽃과 달은 절로 봄가을이로세
嵓雲曳雨飛簷角           산의 구름은 비를 끌어 처마 끝에 날리고
汀鳥含魚上檻頭           강의 새는 물고기 물고 난간에 오르네

011_0618_a_01L鵠白烏黑心言外無生佛兮有山水

011_0618_a_02L題松廣寺六鑑亭一說羽化閣

011_0618_a_03L
靈境許多淸興慣曠然遊戱付年年

011_0618_a_04L喝開兎角風雷殷無數魚龍上碧天

011_0618_a_05L題錦山寶石寺

011_0618_a_06L
蕭瑟一碑傍寺門靑山影裏幾朝昏

011_0618_a_07L圭師徃蹟無人問落日牛羊下遠村

011_0618_a_08L題麻谷寺

011_0618_a_09L
塞却眼兮塞却耳大千沙界沒滲漏

011_0618_a_10L莫言密室人無覰不通風處卽十路

011_0618_a_11L

011_0618_a_12L
啞却爾耳聾我口一句普應大千機

011_0618_a_13L莫言金剛棒不起蚯蚓吟雨下淸池

011_0618_a_14L題天藏庵洪州郡

011_0618_a_15L
世與靑山何者是春城無處不開花

011_0618_a_16L傍人若問惺牛事石女心中刼外歌

011_0618_a_17L答滿空問和尙歸去後衆生如何敎
011_0618_a_18L

011_0618_a_19L
雲月溪山處處同叟山禪子大家風

011_0618_a_20L慇懃分付無文印一段機權活眼中

011_0618_a_21L題釋王寺映月樓

011_0618_a_22L
上方春日花如霰異鳥聲中午夢甘

011_0618_a_23L萬德通光無證處揷天曉嶂碧於藍

011_0618_a_24L過甲山利水洞

011_0621_c_01L浮世多難身又病           덧없는 세상 다난하고 몸마저 병들었으니
尋常羗笛動邊愁           심상한 오랑캐 피리소리에 시름이 이누나
또(又)
西藩雄鎭一高樓           서쪽 변방 지키는 웅진에 높은 누각이라
往事悠悠歲幾流           유유한 지난 일에 세월은 얼마나 흘렀는가
散步星辰搖影夜           별들이 그림자 흔드는 밤에 산보하고
窮吟鶗鴃折芳秋           제격鶗鴃이 꽃 꺾는190) 가을에 홀로 시 읊노라
水連瀛海喧千曲           물은 바다로 이어져 천 구비 요란하고
山入遼關矗萬頭           산은 요동으로 들어가 만 봉우리 솟았네
打下斜欄長嘯立           난간에 기대어 긴 휘파람 불고 섰노니
丈夫豈有等閑愁           장부에게 어찌 한가로운 시름이 있으랴
박리순과 회포를 풀다(與朴利淳叙懷)
煙霞深處萬松寒           연하 그윽한 곳에 솔숲이 서늘하니
匝地淸光仔細看           땅에 가득한 맑은 빛 자세히 보노라
貴富如雲非所願           부귀는 뜬구름 같아 바라는 바 아니니
漁樵忘世有何難           초야에 묻혀 세상 잊는 게 무에 어려우랴
懷家雙鬢秋增白           집 생각에 머리털은 가을 들어 부쩍 세고
憂國寸心老益丹           나라 걱정에 일편단심은 늙을수록 더해라
欲學仙方隨鶴去           신선술을 배우려 학을 따라가고 싶지만
念言君父太無端           임금님 생각하니 터무니없는 생각일 뿐
포청동 이 선생에게 화답하다(和捕廳洞李先生)
器範如君重若山           기국器局이 그대 같은 이 산처럼 무거우니
一堂淸寂百忙間           온갖 일로 바쁜 중에도 방 안이 고요해라
鄕寒酒力難長醉           고을이 추우니 술 힘으로 오래 취하기 어렵고
世亂詩聲倍舊閑           세상 혼란하니 시 명성은 한가할 때보다 더해라
風打空江危局面           바람이 적막한 강을 치니 국면이 위태하고
月流荒塞少孱顔           달은 황량한 변새에 흐르고 높은 봉우리 적어라
漢城杳爾千餘里           한성은 아득히 멀어 천여 리 길이니
怊悵吾行不復還           서글퍼라 이번 길은 다시 돌아오지 못하리
김담여·김소산·오하천과 단란히 모여(與金淡如金小山吳荷川團會)
特危身老兩難寬           시국 위태함과 몸 늙음 모두 근심스러운데
偶得淸遊此日歡           우연히 한가한 틈에 오늘 즐겁게 노누나
半戶群山留面目           반쪽 방문 너머로 산들은 면목을 남겨 두었고
孤城深雪上衣冠           외로운 성에 깊이 쌓인 눈은 의관에까지 오르네
羨君鶴子梅妻隱           부러워라 그대는 학과 매화를 처자식으로191) 은거하거늘
愧我風裳水佩寒           부끄러워라 나는 바람 옷에 물 패옥192)이라 빈한하다오
落日蒼蒼樽酒晩           하늘에 석양이 질 때까지 술을 마시고
醉將華軸再三看           술 취해 그대 시축을 가지고 재삼 보노라
최문화에게 화답하다(和崔文華)
傷時訪僻興難乘           시국 걱정에 외진 곳 찾아와도 흥이 없어
履薄而今幾路氷           지금 얼마나 멀리 얼음길을 밟고서 왔던고
天下浮生終有數           하늘 아래 덧없는 인생은 끝내 운수가 있고
樽前華髮惜無能           술동이 앞에 백발의 몸은 무능함이 안타까워라

011_0618_b_01L
利水洞前江勢急靑靑黯黯吼中輕

011_0618_b_02L孤雲曾有伽倻句永絕是非到耳聲

011_0618_b_03L觀釣魚

011_0618_b_04L
百尺深淵胡不住無端淸淺伴苔磯

011_0618_b_05L沙禽時窺漁翁釣可惜身殱自取機

011_0618_b_06L詠蓮隱種樹栽花

011_0618_b_07L
花滿墻垣葉滿枝莫敎荊棘箇中垂

011_0618_b_08L蓮隱時遊隣老會流鶯啼處好風吹

011_0618_b_09L

011_0618_b_10L
培養靈根上達枝疾風暴雨不須垂

011_0618_b_11L他年高拂靑雲裏倘有仙笛過此吹

011_0618_b_12L

011_0618_b_13L
淸流門植碧山枝綠影紅香日夕垂

011_0618_b_14L知君不是粧垣屋恐或腥塵一點吹

011_0618_b_15L次採藥商趙氏韻

011_0618_b_16L
不願功名但願山山中採藥幾年間

011_0618_b_17L深深松籟烟霞裏一曲芝歌萬境閑

011_0618_b_18L偶吟

011_0618_b_19L
千峯一水勢中分隱仙洞下晩歸雲

011_0618_b_20L若使烟霞分一半從今消息斷相聞

011_0618_b_21L又[1]

011_0618_b_22L
龍汀江上野叟之回首喟問路分岐

011_0618_b_23L野叟無語山又晩何處滄浪韻凄遲

011_0618_b_24L又[2]

011_0622_a_01L藪荒古郭新聲繞           숲이 황량한 옛 성곽에 시 읊는 소리 새로 들리고
崖立寒矼石照登           깎아지른 벼랑 차가운 돌길에 석양이 비치네
誰識此行成話欛           뉘 알랴 이번 길에 화제가 되었던 것이
淸香異日更添騰           맑은 향기가 훗날 더욱더 세상에 알려질지
황린리 노상에서 입으로 불러 읊다(黃麟里路中口號)
黃麟路上復沈吟           황린리 노상에서 다시 상념에 잠기노니
塗炭生靈一樣今           도탄에 빠진 백성들 지금 다 같은 모양일세
機杼蓬頭霜織廡           쑥대머리로 베틀에 앉아 새벽 서리 내리도록 베 짜고
爨炊龜手雨鎌林           땔나무 하느라 갈라 터진 손으로 빗속에 숲에서 낫질하네
誰無父母愁兵苦           누군들 부모 없으랴만 전란의 고통 근심스럽고
設有田園見吏侵           설령 전답이 있은들 아전들이 침탈하누나
欲忘難求千日酒           모든 것 잊으려 해도 천일주193)를 구하기 어려우니
黯然心緖孰能禁           시름겨운 이 마음을 누가 억누를 수 있으리오
진평리에서 최문화와 이별하며(津坪里別崔文華)
人生於世貴知心           세상에 살면서 마음 알아주는 벗이 귀한 법
旣去寒踪復幾尋           떠나가면 이내 발길 몇 번이나 다시 찾아올까
縱有浮雲朝暮變           비록 뜬구름이야 아침저녁으로 변하지만
豈无靑嶂古今深           고금에 변치 않는 청산이 어찌 없으리오
萬林茂夏非松翠           여름에 무성한 숲은 솔의 푸름이 아니요
百鳥喧春異鶴音           봄에 지저귀는 새소린 학의 울음과 다르지
寂寂兩江江上夜           적적한 양쪽 강변의 밤에
更將荒搆別仙襟           석별의 정으로 다시금 시를 짓는다오
영변의 신시장을 지나며(過寧邊新市場)
詩聲酒力擬豪英           시 읊고 술 마시며 호걸인 양 뽐내며
新市場中遣旅情           신시장 중에서 나그네 회포를 달래노라
大水淼茫千里走           큰물은 아득히 멀리 천 리를 달려가고
雄峰嶃屹萬崖傾           큰 봉우리 높이 솟았고 벼랑들은 가파르네
薰天道德誰能仰           하늘에 닿을 도덕을 뉘라서 우러러보랴
量海文章不待鳴           바다와 같은 문장은 말하지 않아도 안다네
桎梏榮名都棄拂           질곡과 같은 영욕은 모두 떨쳐 버리니
自饒雲鶴伴餘生           반생을 짝하고 살 구름과 학이 절로 넉넉해라
오수산 아래에서 눈 내리는 밤 감회가 있어(烏首山下雪夜有感)
烏山深雪復停行           오수산에 눈 깊이 쌓여 다시 갈 길 멈추노니
親戚何年話舊情           친척과는 어느 해에나 묵은 정담을 나눌꼬194)
西月亂山長夜曙           서쪽에 달 지니 첩첩 산골에 새벽이 밝아 오고
北風高樹大冬鳴           북풍은 높은 나무에 불어 한겨울에 울어댄다
文章雖博黃金盡           문장은 비록 해박하지만 황금은 떨어졌고195)
經略无端白髮生           세상 경영할 길은 없고 백발만 생겨나누나
松燭已殘樽酒晩           관솔불 꺼져 가는 밤에 늦도록 술 마시고
推門長嘯意難平           문 열고 길게 휘파람 부니 마음 추스르기 어렵구나
신덕재에서 김일련과 회포를 읊다(新德齋與金日連咏懷)
新德齋留唱醉歌           신덕재에 머물러 취한 노래를 부르니
寒踪多謝款情多           쓸쓸한 이 몸은 다정한 접대에 매우 감사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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蕭條一榻滿山秋大湼槃光不盡流

011_0618_c_02L賴有性師終未會熊津元不異公州

011_0618_c_03L又[3]

011_0618_c_04L
稱佛稱祖早謾語蓍龜未兆鬼猶眠

011_0618_c_05L松雲湛寂蘿月晩泰華山下古今傳

011_0618_c_06L又[4]

011_0618_c_07L
火裏蝍蟉卽不問秋江烟澄鷗鷺眠

011_0618_c_08L遮般展振無人會槐國風光夢裡傳

011_0618_c_09L又[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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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人乘興玩三春不成虎畵更看新

011_0618_c_11L林壑在天星月下死鷄捕鼠祭亡人

011_0618_c_12L又[6]

011_0618_c_13L
風埃蟬蛻雖已成箇中神蚌有誰擎

011_0618_c_14L浮生如夢塵緣了祖佛江山一髮明

011_0618_c_15L又[7]

011_0618_c_16L
佛與衆生吾不識年來宜作醉狂僧

011_0618_c_17L有時無事閑眺望遠山雲外碧層層

011_0618_c_18L又[8]

011_0618_c_19L
世間萬法誰炎凉任時圓兮任時方

011_0618_c_20L普天匝地諸情類箇箇靈空愼勿通

011_0618_c_21L坐熙川頭疊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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僧胡不住名山是谷谷烟霞轉轉浮

011_0618_c_23L靈鶴不來人易老倚樓怊悵夕陽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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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622_b_01L百花胡以餘春夢           백화는 어이하여 아직 봄꿈이 남았느뇨
萬事由來摠劫波           만사는 본래 모두 겁파에 휩쓸려 가거늘
迫窄蝸牛成石戶           비좁은 달팽이 뿔196) 위에 돌집을 만들었고
團圓明月有烟簑           둥그런 밝은 달은 안개 낀 삿갓 모양이어라
塞雲漠漠腥塵沸           변새에 구름은 흐릿하고 오랑캐 먼지 이는데
知己如君此別何           그대 같은 지기와 이제 어이 이별할꼬
김소산의 서재에서(於金小山書幌)
步步無端西復東           걸음걸음 무단히 동쪽 서쪽 오가면서
泮宮高處對秋風           반궁泮宮197) 높은 곳에서 가을바람에 만났지
生憎惡草除還碧           얄밉게도 못된 풀은 뽑아도 다시 푸르고
堪惜奇花落亦紅           안타깝게도 좋은 꽃은 떨어졌어도 붉구나
一天雲影孤城上           하늘의 구름 그림자는 외로운 성 위요
盡日江聲亂岫中           진종일 강물 소리는 첩첩산중에 들린다
也有月明酒醒夜           또한 밝은 달은 떴고 술이 깬 밤에
那能詩話與君同           어이 시 얘기를 그대와 나눌 수 있을꼬
공귀리에서 벗들에게 화답하다(公貴里和諸益)
悠悠杖屨再軒門           유유한 발길이 다시 이 집에 이르니
賢雅文聲世絶群           어진 인품 뛰어난 문장은 세상에 드물어라
一般坎坷家如國           다 같이 고생하며 나라를 자기 집처럼 여겼고
百閱風霜我亦君           온갖 풍상 다 겪으며 임금을 내 몸처럼 사랑했지
山寒巖竇經年雪           산은 추워 암혈에는 해가 지나도 눈 쌓였고
洞邃茅簷盡日雲           동네는 깊숙해 초가집 처마엔 종일 구름 덮였네
歲事翩飜衰且病           이 해도 흘러갔는데 늙고 병들었으니
天涯情契最難分           머나먼 타향에서 정든 벗 이별하기 몹시 어렵구나
[1]
話來襟抱與君同           그대들과 함께 회포를 얘기하노니
半世炎凉萬慮空           반평생 겪은 염량세태에 모든 상념이 비었네
數夜夢魂塵累外           며칠 밤 꿈속의 넋은 속진의 굴레를 벗어나
孤村烟藪朗吟中           내 낀 숲 속 외로운 마을에서 시를 읊노라
興亡有感思遼鶴           흥망에 감회 있으니 요동 학198)이 생각나고
禍福難知懷塞翁           화복은 알기 어려워 변새 노인199)을 생각한다
君子安心先聖戒           군자는 마음 안정하라 성인이 경계하셨으니
元無求達更何窮           원래 영달을 구하지 않거늘 곤궁할 게 있으랴
[2]
打坐何妨有小窓           앉아 있음에 작은 창 있은들 어떠리
淸冷也喜聽春江           맑고 시원한 강물 소리 듣는 것도 기뻐라
一樽相對靑山萬           술 한 병 놓고 마주하니 청산은 만 겹이요
千里歸來白髮雙           천 리 먼 길 돌아오니 한 쌍의 백발 노인일세
病酒伊來將忘國           술에 병들어 근래 나랏일 잊으려 했더니
訪仙是處更爲邦           신선 찾아온 이곳에서 다시 고을 다스리네200)
淸簞淡蔬堪足慰           서늘한 대자리 담백한 나물 위안이 되니
欲忘京洛舊心腔           서울에 살 때의 생각을 잊고 싶어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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汲泉炊粟仍高枕豊樂菴中一夜情

011_0619_a_02L大道天眞忘語處山童時有爇香淸

011_0619_a_03L別友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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石州三月上山樓桃杏花開挾澗流

011_0619_a_05L一別天涯俱是客眼前風物倍生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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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619_a_07L七言律

011_0619_a_08L訪武屹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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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尋暑鬱足塵愁遐想滄溟萬里洲

011_0619_a_10L槐柳醬坪將望野烟霞武屹轉登樓

011_0619_a_11L草罨虛窓難辨晝蛛封古塔幾經秋

011_0619_a_12L許多淪落人間事如得其情涕可流

011_0619_a_13L與諸益登九重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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松間一榻勝禪關酤酒何妨去遠村

011_0619_a_15L石影空山同邃古水聲今日又黃昏

011_0619_a_16L萬波囓嶼還餘骨百鬼侵人竟有魂

011_0619_a_17L吟想無窮况佳節酣楓妍菊此堪論

011_0619_a_18L上靑岩寺修道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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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步已難上最遲懍乎强壯不多時

011_0619_a_20L去遺仙海探珠術辜負名山採藥期

011_0619_a_21L邃谷雪騰雲轉石古藤風吼月明枝

011_0619_a_22L梵堂如畵僧無語玉磬聲中篆影移

011_0619_a_23L訪修道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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登登復轉訪仙庭靜裏眞人悟道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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沽酒題詩跌宕多           술 마시고 시 지으며 질탕하게 노니
風塵鼎沸也將何           들끓는 풍진세상인들 우릴 어떻게 하리오
東風漸釋千山雪           동풍은 점차 산들의 눈을 녹이니
異日竟成萬里波           훗날 마침내 만리의 파도를 이룰 테지
政以神交今相別           마음 통하는 사이인데 이제 이별하지만
如能乘興更相過           흥이 일면 다시금 찾아올 수 있으리
林屋淸凉塵累遠           숲 속의 집은 청량하여 속진과 머니
賴忘桑海鬢絲加           덕분에 상전벽해에 머리털 세는 것 잊노라
[4]
新文舊式兩依微           신학문과 구학문 모두 희미하니
痛飮一忘是或非           통음하여 세상 시비를 모두 잊노라
渴腸堪止輪輪轉           구불구불한 창자 속 갈증을 그치게 하고
瘦腋怳如翼翼飛           여윈 겨드랑이에 마치 날개가 돋혀 나는 듯
爲傷病櫟經霜老           병든 상수리나무가 서리 맞아 늙는 게 슬프더니
也喜靈芽得雨肥           신령한 싹이 비를 맞아 돋아나는 게 기쁘구나
誰識囊中藏寶訣           주머니 속에 든 보배로운 비결 뉘라서 알리오
有時輕着六銖衣           때때로 가벼운 육수의六銖衣201)를 걸친 듯해라
[5]
氷布長江雪滿臺           얼음은 긴 강을 덮었고 눈은 누대에 가득해
公村二月客重來           2월에 공귀리 마을로 다시 찾아오노라
白日將和春可詠           햇살이 화창하니 봄을 노래할 만하고
紅顔更借老宜盃           홍안을 다시 얻으니 늙어도 술 마심직해라
故人情契千金在           친구의 우정은 천금처럼 고귀하고
遼塞行裝一屐開           요동 변새에 행장은 하나의 나막신뿐
天惜吾人無樂事           우리가 즐거운 일 없음을 하늘이 안타까워하여
也留烟月共徘徊           연월을 남겨 주어 우리 함께 서성이노라
[6]
數日之過如暫時           며칠이 잠시 동안인 양 지나가 버려
聽君詩話忘棲遲           그대 시 얘기 듣느라 떠도는 신세 잊었노라
非無長渚盟鷗計           긴 물가에 백구와 은거할 맹서202) 없지 않거늘
可負名山採藥期           명산에서 약을 캐리라던 기약 잊을 수 있으랴
幽壑晴雪雲轉石           골짜기에 맑은 날 눈 내리고 구름은 바위에 구르며
古藤風吼月明枝           늙은 등나무에 바람은 불고 달빛은 나뭇가지에 밝아라
假使乘運叅榮達           가사 좋은 운수 만나 영달한다 하더라도
何似而今愚不知           지금 모든 것 잊고 어리석게 사느니만 하랴
[7]
見君志節嶷千峯           그대의 뜻과 절개는 천 봉우리처럼 높으니
想子心腸大洪鍾           그대의 마음과 간장은 큰 종처럼 클 테지
天意如何安泰少           하늘의 뜻은 어이하여 태평한 시절 적은고
世途元是險艱重           세상길은 원래 험난한 곳이 겹겹이로세
繞砌淸川鳴似玉           섬돌을 감도는 맑은 시냇물 소리 옥처럼 맑고
倒軒靑嶂揷如鋒           마루에 비쳐 드는 푸른 봉우리는 칼날을 꽂은 듯
愛予政厚思予切           나를 아끼는 마음 두텁고 나를 생각함이 간절한데
自愧叅承太半慵           찾아와 모심이 태반은 게으른 게 스스로 부끄럽네

011_0619_b_01L半戶江山分耳目虛欄星漢上衣屛

011_0619_b_02L龕松經刼龍將老嵐石叅天鬼或靑

011_0619_b_03L慘極亡僧還佇久奔雲遏 [1] 鳥隔林㝠

011_0619_b_04L贈玉果觀音寺修益師

011_0619_b_05L
天涯客意政堪傷高士相尋此講堂

011_0619_b_06L無間雖然心似月做離其奈鬢添霜

011_0619_b_07L憑目鵬圖千里遠回頭蟻夢萬邦忙

011_0619_b_08L古桐三尺知音絕折柳聲聲也不妨

011_0619_b_09L和映湖堂

011_0619_b_10L
萬事悠悠此百年還如逆旅暫留連

011_0619_b_11L篆香深處將忘世靑鳥飛來忽見仙

011_0619_b_12L酣菊爛楓秋色晩浮雲流水夕陽邊

011_0619_b_13L曩緣已遽今重別白髮層巒共對憐

011_0619_b_14L和松廣寺錦溟堂

011_0619_b_15L
旣面終愧行 [1] 李遲曹溪山月抵窓時

011_0619_b_16L索珠罔象元非實入夢陳生竟是誰

011_0619_b_17L來訪烟霞名勝地擬看松栢歲寒枝

011_0619_b_18L叢林自有高人在隆化玄乘斷可期

011_0619_b_19L松廣寺月和講伯同行華嚴路中口
011_0619_b_20L

011_0619_b_21L
寓矚過聞景轉新所期淸興那嫌塵

011_0619_b_22L石增嵐氣分光恠村匿林心寫境眞

011_0619_b_23L畝犬或蹲隨菜女磵鳩時語傍耕人

011_0619_b_24L樵歌一曲斜陽外醞藉群山淡入雲

011_0623_a_01L
[8]
百代聲塵永忘侵           백대토록 속진이 영영 침노하지 않느니
靑松長奏沒絃琹           푸른 소나무는 늘 몰현금을 연주하누나
題詩宜是高高咏           지은 시는 높은 소리로 읊음이 마땅하지만
沽酒何妨濺濺斟           술 마실 땐 조금씩 따라서 마신들 어떠리
析薪童子和春雪           봄눈 속에서 동자는 장작을 쪼개고
汲水女兒帶夕岑           석양이 지는 산속에 여자애는 물 긷는다
洞深俗古淸閑已           산골은 깊고 민심은 순박해 청한하니
有願斯鄕養此心           이 고을에서 이 마음을 기르길 바라노라
희천203) 두첩사에 앉아서(坐熙川頭疊寺)
唱出无生一曲歌           ≺무생곡≻204) 노래 한 곡조를 부르니
大千沙界湧金波           대천사계에 온통 금빛 물결이 일어난다
雖云大道不人遠           뉘라서 대도는 사람과 멀지 않다 했느뇨205)
其奈浮生如夢何           덧없는 인생이 꿈과 같음을 어이하리오
永日山光淸入座           긴긴 날 산의 빛은 맑게 자리에 들어오고
遙村林影亂連坡           먼 마을의 숲 그림자는 어지러이 비탈에 이어졌네
拈來物物皆眞面           잡아 보면 낱낱이 다 참된 본래면목인 것을
何必雌黃辨佛魔           무엇하러 시비를 따져 부처와 마구니를 구별하랴
동짓날에 벽동 창명학교에서 박형관 및 다른 벗들과 함께(冬至日碧潼暢明學校朴亨觀與諸益)
料外淸緣訪學堂           뜻밖에도 좋은 인연으로 학교를 찾아와서
瓊章擊節頰生香           좋은 시편 무릎을 치며 읊으니 뺨에 향기가 이누나
松窓爲席堪憑倚           송창에 자리 만드니 기대앉을 만하고
山菜登盤好淡黃           산나물 소반에 오르니 담황색이 좋아라
閉屋營車君志遠           집안에 들어앉아 수레 만드니 그대 뜻은 멀고206)
窮途荷鍤客懷長           곤궁한 길에 삽을 메니207)길손의 회포는 많아라
同胞有愛朋交切           동포로 사랑하고 벗으로 우정이 간절한데
別意隨添共一觴           게다가 이별하는 터라 술 한잔을 함께 비운다
봉천대에 노닐며(遊奉天臺)
嗒焉而忘訪釋門           멍하니 세상사 잊고 불문을 찾아와서
深山遊鹿與之群           깊은 산속에서 사슴들과 함께 어울린다
早行夫子忠君禮           공자의 임금에 충성하는 예를 일찍 행했고
晩悟瞿曇出世文           석가의 세상 벗어난 글을 늦게 깨달았네
幽壑春生多恠鳥           깊은 산골에 봄이 오니 온갖 새들은 지저귀고
虛汀日暖少歸雲           빈 물가에 날이 따스하니 돌아가는 구름 적어라
老僧炊飯慇懃待           늙은 중이 밥을 지어 은근한 정으로 대접하니
喜捨餘風可尙云           희사喜捨의 남은 풍속이 가상하다 할 만하구나
임 상사에게 화답하다(和林上舍)
萬事悠悠雪映簪           만사는 덧없고 흰 머리털만 가득한데
不材於世病相侵           세상에 쓰이지 못한 채 병만 침노하누나
一樽幸對泉雲境           술병 놓고 자연 속에서 다행히 마주하니
千語何妨金玉音           천 마디 말로 금옥의 소리208) 낸들 어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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幾廻峻嶺又深川窘步長程愧未前

011_0619_c_03L喬木寒烟春景早淡雲孤鳥夕陽邊

011_0619_c_04L浪遊無端身長老醉棄何妨世外眠

011_0619_c_05L樽酒未闌高士又風流秪可任夫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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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619_c_07L
隨足隨纓任濁淸况乎春夢此浮生

011_0619_c_08L活水淡山多少景閑雲落照古今情

011_0619_c_09L野霞晴曳孤禽白春竹森圍萬戶靑

011_0619_c_10L吟想無窮還取醉隔林何處酒旗明

011_0619_c_11L公林寺

011_0619_c_12L
行到公林萬疊山上方秪是別人間

011_0619_c_13L玉峰層立靑嵐下古殿香深白日閑

011_0619_c_14L短笻高掛吾將老大事雖成孰與還

011_0619_c_15L堪惜澗流流界外愀然來坐石苔班

011_0619_c_16L沃川花日浦

011_0619_c_17L
幾經酒肆幾書樓坐歇平莎漫自悠

011_0619_c_18L山欲石高斬截立水容魚大廣深流

011_0619_c_19L靑烟亂作江村夕爽籟來吹野樹秋

011_0619_c_20L落影林泉俗離月應嗟此釋暮年遊

011_0619_c_21L定慧寺

011_0619_c_22L
德崇山頭定慧幽婆娑歲月萬年秋

011_0619_c_23L禪林情慣前身到栢樹心空曠刼悠

011_0619_c_24L富貴門前流水去帝王都上白雲浮

011_0623_b_01L日暖江村軟柳曳           햇살 따스한 강촌에는 버들가지 하늘거리고
春生林嶂恠禽吟           봄이 온 산속에는 기이한 새들이 지저귄다
與君同科情交切           그대와 동과同科209)한 터라 우정이 간절하니
怊悵關河去住心           관하關河에서 머무는 마음 떠나는 마음 슬프구나
하청동에서 오하천과 단란히 만나(河淸洞與吳荷川團會)
荷川高士枕山頭           고사인 하천의 집 산속에 있으니
五月窮村水自流           5월이라 외진 마을에 시냇물만 흐른다
得失人間誰塞馬           인간 세상 득실에 누가 새옹의 말을 알리오
浮沈十載我江鷗           10년 부침浮沈에 나는 강가의 백구 벗하노라
懶雲飛屋閑將午           게으른 구름이 지붕 위에 나는 한가로운 대낮
亂木翳窓爽欲秋           짙은 나무 그늘이 창을 가려 가을처럼 서늘하네
琹了而詩詩了酒           거문고 연주하고 시 읊고 시 읊고는 술 마시니
庶忘遊客暫時愁           나그네 시름을 잠시 동안이나마 잊을 만하여라
[1]
靜居學得聖賢功           고요히 살면서 성현의 공부를 배우니
百代狂塵未此中           백 대의 속세 풍진이 이곳에 이르지 못했네
設是塗糊心似月           설사 흐릴 때 있더라도 마음의 달과 같고
無非和洽德如風           매사에 온화하니 덕은 훈풍과 같아라
千群藉草蛙聲碧           떼 지어 풀숲에서 우는 푸른 개구리 소리
永夜偸燈蝶翅紅           긴긴 밤 등잔에 날아드는 붉은 나비의 날개
誤着朱門身已老           부귀공명에 그릇 집착해 몸 이미 늙었는데
知心多謝主人翁           주인께서 내 마음 알아주니 매우 고맙구려
[2]
有友聯襟十里暉           벗이 나란히 찾아오니 10리 길이 빛나누나
河淸齋裡坐依微           희미한 하청재 안에서 함께 앉아 있노라
花雖謝樹禽猶語           꽃은 비록 나무에서 져도 새는 지저귀고
石或奔崖水欲飛           돌은 혹 벼랑에서 구르고 물은 나는 듯해라
善軸深樽縱自得           좋은 시 그득한 술로 마음껏 즐기지만
壯心衰髮奈相違           마음은 젊어도 머리털 센 것이야 어이하리오
聖時亦許嵓耕士           이 성대에 산속에 은거하도록 해 주셨으니
何羨屠門大嚼肥           도문에서 고기 씹는210) 것이 무에 부러우랴
[3]
綠楊搖曳燕鶯遊           푸른 버들 하늘거리고 제비 꾀꼬리 날고
小屋淸凉不讓樓           작은 집 서늘하여 누각보다 못하지 않구나
天下奔忙皆夢外           천하의 분주한 사람들 모두 꿈속의 일
樽前酩酊也心求           술을 마시며 취하는 것 마음으로 바란다
鵑啼籬角靑山邃           두견새 울타리 곁에서 울어 청산은 깊고
花落庭心白日幽           꽃은 뜰에서 지니 한낮이 그윽하여라
風光如許高朋又           풍광이 이와 같고 좋은 벗과 함께하니
不妨河淸暫地留           하청재에 잠시 머물러 본들 어떠리
[4]
不覺鞦韆五五新           어느새 그네 뛰는 단오가 새로 오니
深山黃鳥與之隣           깊은 산의 꾀꼬리가 나와 이웃하누나

011_0620_a_01L諸君莊蝶眞如事我亦從今曳尾遊

011_0620_a_02L至月上浣在都下里書塾寄江界韻

011_0620_a_03L
無心無事傍書欄半世榮枯抱鏡看

011_0620_a_04L三月未花春尙早千岩藏雪夏猶寒

011_0620_a_05L境不厭深知我老書何頓絕念君安

011_0620_a_06L丈夫自好無羇絆乘興相尋也不難

011_0620_a_07L

011_0620_a_08L
遙想眄柯亭上欄欄邊景致勝前看

011_0620_a_09L雨着薔薇紅頰濕風生楊柳翠腰寒

011_0620_a_10L醉後有詩還誦詠閑來無事不平安

011_0620_a_11L寄書莫說江城樂蕩子心腸任俠難

011_0620_a_12L入甲山路踰江界牙得浦嶺

011_0620_a_13L
人間何貴積南金好是淸閑物外襟

011_0620_a_14L細看松栢深千谷漸上煙霞亘萬尋

011_0620_a_15L奇花不變靑春色怪鳥相傳太古音

011_0620_a_16L垂白長爲塵臼客那能捿此靜身心

011_0620_a_17L長津路上

011_0620_a_18L
十逢人屋九逢虛亂嶂啼禽古澗魚

011_0620_a_19L塵笠如盤行赤脚繩裙似網運長鋤

011_0620_a_20L連竈飯牛柴或糞編材成壁柵爲廬

011_0620_a_21L窘艱生計言難盡玉燭那能照此居

011_0620_a_22L過長津江見三胎子

011_0620_a_23L
六月風聲恠動金長津江上冷衣襟

011_0620_a_24L三胎眞箇希時見一杖不妨遠地尋

011_0623_c_01L臥犢始醒芳草夢           누운 송아지는 방초의 꿈을 비로소 깨고
啼禽猶訴落花春           우는 새는 오히려 낙화의 봄을 호소하는 듯
大荒散步樽前住           변방 땅을 거닐다가 술자리에 머무르니
浮世淸襟物外親           맑은 흉금 벗들과 속진 밖에서 사귀노라
詩歌戞戞琹絃咽           시가 소리 맑고 거문고 소리 울리니
塵海忙忙此日賓           속진의 고해 아득한데 오늘은 이곳 손님일세
[5]
荷翁精舍景光圓           하천이 사는 집은 경치도 좋은데
詩酒絃歌五月天           5월에 여기서 시주와 거문고를 즐긴다
黃鳥聲中來燕子           노란 꾀꼬리 소리 속에 제비가 날아오고
綠楊影裏又長川           푸른 버들 그림자 속에 긴 시내 흐르네
心隨白日淸如水           마음은 백일을 따르니 맑기가 물과 같고
眼入靑山暖欲烟           눈은 청산에 들어가니 아련하기 안개 같네
兒女不知悲祭掃           아녀자들은 단오날 성묘의 슬픔 모르고
粧奩娯戱各紛然           저마다 분단장하고서 왁자지껄 노는구나
상원암에서 하천과 지난 얘기를 하다(上院庵與荷川叙舊)
鬢毛雖白眼能靑           머리털은 희어도 눈은 푸른빛211)이라
且喜松門盡日扃           진종일 닫혀 있는 송문을 보니 반갑구나
貝葉經眞曾梵刹           불경의 참된 글은 예전에 절에서 읽었고
沙鷗盟慣更漁汀           백구와 어울려 놀며 물가에 은거해 사노라
對君此地淸緣足           그대를 보니 이곳에 맑은 인연이 많구려
缺界何人大夢醒           사바세계에서 그 누가 큰 꿈을 깨리오212)
溪柳漸舒山鳥語           시냇가 버들 점차 푸르고 산새는 지저귀는데
與之携手短長亭           벗과 손을 잡고서 장단정長短亭213)에 오르노라
또(又)
簪纓每入夢中驚           벼슬살이 시절 늘 꿈에 들어와 놀라노니
晩悟當年谷口耕           만년에야 잘못 깨닫고 산골에 은거하였지
身心已學靑山重           심신은 이미 청산의 무거움을 배웠고
歲月偏欺白髮輕           세월은 덧없이 흘러 백발이 흩날리누나
念荒玉食呑難下           흉년 걱정에 쌀밥이 목에 넘어가지 않고
憂國藤床臥未平           나라 근심에 평상에 누워도 편안하지 않네
衰境云云多感慨           노년이라 감개한 심정이 많으니
悠然相對一燈明           등잔 아래서 하염없이 마주하노라
또(又)
靜居眞是道之元           고요히 거처하는 게 참으로 도의 근원이니
果欲珍香養在根           과일도 향기로우려면 뿌리를 북돋워야 하는 법
千禽啼樹叅詞客           새들이 나무에 지저귈 때 시인을 방문하고
百草偃風學聖門           풀들이 바람에 눕듯이214) 성인을 배운다
掩關高枕君何夢           문 닫고 한가로이 누워서 그대는 무슨 꿈을 꾸느뇨
携軸題詩我亦魂           시축 가지고 시 적는 나도 꿈속의 사람일세
上院庵中聽眞諦           상원암에서 경을 읽는 소리를 들으니
暫忘塵海百般喧           고해의 온갖 시끄러운 일들을 잠시 잊겠네
임인규에게 화답하다(和林麟奎)

011_0620_b_01L滿原有草皆荒色盡日無人聽德音

011_0620_b_02L四顧沉吟仍覔句誰能知我此中心

011_0620_b_03L書懷

011_0620_b_04L
邊城留滯誤經營鄕思千般詎盡名

011_0620_b_05L病衰難却苔岑契文術誰求草芥輕

011_0620_b_06L半天雲盡層峯色邃壑風生落木聲

011_0620_b_07L自是不歸歸便得好看松菊滿園淸

011_0620_b_08L

011_0620_b_09L
酒婆商老與之班韜晦元來好圓圜

011_0620_b_10L未暮火行山豹下深秋風搏塞雁還

011_0620_b_11L不貪金玉人間寶亦忘煙霞物外閑

011_0620_b_12L超脫無疑心自得只緣曩日窺玄關

011_0620_b_13L答昌平粱梳商

011_0620_b_14L
一穂靑燈與子同爲憐桑海曩緣空

011_0620_b_15L浮雲嶺外來遊客落木聲中伴學童

011_0620_b_16L山寒凍雪齊腰白世亂腥塵滿目紅

011_0620_b_17L千里行裝珍重去愧吾關塞未歸翁

011_0620_b_18L江界終南面和李汝盛

011_0620_b_19L
風塵幸得此身支放曠逍遙晩老時

011_0620_b_20L千村日暖燕飛亂太古山寒鶯語遲

011_0620_b_21L江草自來遊客夢村醪何妨故人期

011_0620_b_22L多少榮枯今始悟白雲深處訪君之

011_0620_b_23L與李敎師夜吟

011_0620_b_24L
倉皇世事實難支一醉一醒付一時

011_0624_a_01L
孝能爲福福應回           효성은 복이 되고 복은 돌아오나니
俯聽卑於上帝臺           하늘의 상제가 지상의 일을 다 듣는 법
知子溟鵬將展翼           그대 대붕처럼 장차 날개를 펼 것임을 알겠지만
奈吾巷櫟半成灰           나는 반쯤 썩은 상수리나무215) 같음을 어이하리오
薄氷和水藍猶淺           얇은 얼음 섞인 물은 푸르면서도 얕고
殘雪連梢錦未開           잔설은 가지 끝에 남고 꽃은 피지 않았네
泥途政滑江村暮           날 저문 강가 마을에 진흙길 미끄러운데
多謝故人遠引盃           고마워라 친구는 술잔을 들어서 권하누나
김낙주와 그의 아우 치주에게 화답하다 이들의 아버지 김형익과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는데 다시 오니 이미 세상을 떠났다.(和金駱胄與其弟駞胄與其父金亨益有舊, 而重來則已化.)
鶯梭已斷燕巢連           꾀꼬리는 날지 않고 제비는 둥지 짓는데
肹蠁塵生蝶夢邊           이 티끌세상 호접의 꿈처럼 아련하여라
隔柳新秧靑嶂境           버들 저편 푸른 산 곁에 새로 모내기하고
帶烟疎屋夕陽天           안개 속 드문드문한 집들에 석양이 지누나
故人一去成千劫           벗은 한번 떠나 천고의 옛사람이 되었고
遠客重來有二賢           먼 길손이 다시 오니 어진 두 아들 있구나
滿目塞雲樽酒晩           눈에 가득한 변새의 구름에 술자리 저물고
登公里也浪吟憐           등공리登公里에서 애련한 시를 읊조리노라
흥유촌에서 김유근에게 화답하다 본래 충청도 홍주 갈산에 살다가 이곳에 온 지 10년이 되었다고한다. 예전에 경성에서 만난 적이 있다.(興有村和金有根本居忠淸道洪州葛山, 而來留此地十年云.有舊於京城.)
雨聲蟲語一江樓           빗소리 벌레 소리 들리는 강가 누각에서
千里歸懷欲重頭           천 리 밖 고향 생각에 머리가 무거워지려네
萬事是雲何者實           만사는 구름 같으니 어느 것이 진실한가
百年如水此生浮           백 년 평생 물처럼 가니 이내 삶 덧없어라
團圓難强遲今日           만남은 애써도 어려워 지금까지 늦어졌고
契濶无端閱幾秋           이별은 무단히 찾아와 몇 해가 지났던가
父母之鄕先聖重           부모 살던 고향은 성인도 소중히 여겼으니216)
早爲歸計莫長留           타향에 오래 머물지 말고 어서 돌아가시구려
김담여에게 화답하다(和金淡如)
三人情契百朋多           우리 세 사람 우정은 백붕217)보다 더 값져
不妨聯襟唱醉歌           나란히 앉아 술 취해 노래 부른들 어떠리
顔樂常希貧亦可           안연顔淵의 즐거움218) 늘 바라니 가난해도 좋고
杞憂雖切老將何           기국杞國의 근심219)은 비록 간절하나 늙음을 어이하리오
堪憐桑梓天涯遠           상재桑梓가 아득히 멀리 있으니 마음이 슬프고
又感淸明塞外過           청명을 머나먼 타향에서 보내니 더욱 처량해라220)
如得東風花滿樹           만약 동풍이 불어 꽃이 나무에 가득 피면
願醅樽酒若江波           원컨대 술을 강물처럼 빚어 마시고 싶어라
두문동에서 강봉헌에게 화답하다(杜門洞和姜鳳軒)
年來所學亂東西           근년 들어 학문은 동양 서양이 뒤섞여
大聖指歸見醉泥           성인의 바른 뜻이 이취泥醉한 듯 흐려졌어라221)
幸對幽人心以遠           다행히 은자를 마주하니 마음은 속세와 멀어지고
欲探靈境話難齊           선경을 찾아가는 길에 얘기를 서로 주고받는다

011_0620_c_01L汀洲春夢相思久藝榻終南此會遲

011_0620_c_02L亂山寂寂靑燈活逝水悠悠白髮期

011_0620_c_03L安得天門堪排闥河東賦上一言之

011_0620_c_04L書懷

011_0620_c_05L
鷗席萍蹤付一時於何歷歷話心期

011_0620_c_06L馬失安知非福語鶴歸何不學仙詩

011_0620_c_07L山氣鐵寒風滿壑雪花綿白月千枝

011_0620_c_08L魯連蹈海無難事父母之鄕步步遲

011_0620_c_09L除夕

011_0620_c_10L
千緖暗懷詎以言山深雪冷一書軒

011_0620_c_11L去歲淸明江界邑今年除夕甲山村

011_0620_c_12L俄忽鄕關先入夢不期旅悒暫忘痕

011_0620_c_13L窓燈耿耿喧嘩絕佇聽隣鷄幾倚門

011_0620_c_14L元旦

011_0620_c_15L
天載無聲敢訴言五雲何處打龍軒

011_0620_c_16L自憐元日他鄕客也幸夷山好禮村

011_0620_c_17L首祚布陽宜養素屠蘇治疫罄無痕

011_0620_c_18L牧童不識邦家恨簫鼓杵謠響里門

011_0620_c_19L偶吟

011_0620_c_20L
薪火相交也難息鶻鼻衫裡歲華深

011_0620_c_21L花鬚葉蒂擬天柱山精木恠證佛心

011_0620_c_22L十虛㝠諦雲展張一殼堪忍雨沉霪

011_0620_c_23L微塵未破經未現量等三千實難尋

011_0620_c_24L又[1]

011_0624_b_01L浮雲影外滄洲近           뜬구름 그림자 너머로 푸른 물가가 가까이 뵈고
杜宇聲中白髮催           두견새 울음 속에서 흰 머리털은 늘어만 간다
黜陟不聞刀鉅絶           벼슬길에선 형벌이 없단 말 듣지 못했으니
羨君靑笠釣烟溪           삿갓 쓰고 물가에서 낚시하는 그대가 부럽구려
위원渭原222))
千里論交坐忘年           천 리 밖 타향에서 나이 잊고 사귀노니
亂山秋日小亭邊           첩첩산중 가을날 작은 정자 곁이로세
蚨囊政竭難留醉           전대 돈을 다 털어도 계속 술 마시기 어렵고
鷗席有分悵各眠           물가 집에 구분이 있어 각자 자는 게 서글프네
無限林泉多隱逸           무한한 임천에는 은일의 선비들 많으니
偶然筇屐亦因緣           우연히 이곳 찾아온 것 또한 인연일세
那將世路滔滔客           어이하면 세상길의 저 많은 사람들을
盡卜斯鄕樂性天           모두 천성대로 즐거이 이곳에 살게 할꼬
위원에서 송의징에게 화답하다(渭原和宋儀徵)
樵老連扉復釣翁           나무꾼 집 이웃에는 낚시꾼 집이요
渭城歸客任西東           위성渭城에서 길손들이 동서로 다니누나
二年落魄知吾放           두 해 동안 낙척한 신세 내가 방종한 게고
半日淸談與子同           한나절 동안 그대와 함께 정담을 나누노라
曜高虛室閑生白           해가 높이 뜨니 빈 방에 흰빛이 생기고223)
凍僻幽花發未紅           얼음 언 후미진 곳에는 꽃이 피지 않았네
此別依依多悵缺           이번 이별은 애틋해 몹시 슬프고 허전하니
願言緣約願言豊           원컨대 약속 지키고 원컨대 풍족하시길
한학순에게 화답하다(和韓鶴淳)
岸柳輕姸澗靄流           언덕의 버들은 하늘대고 냇가엔 물안개
倉坪歸客訪書樓           창평 땅에서 길손은 서재를 방문하였어라
日晴高嶂長含雨           날 맑건만 높은 산은 비를 머금었고
春晩窮林尙帶秋           봄 저물어도 깊은 숲엔 가을처럼 서늘해라
好句詠來堪助興           좋은 시구 읊조리매 흥을 도울 만하니
淸樽雖乏足忘愁           술병에 술은 부족해도 시름 잊을 만해라
那將嵓穴無聞士           어이하면 암혈에 사는 이름 없는 선비를
去叩天門尺五留           천문을 두드려 척오尺五의 거리에 머물게 할꼬224)
장사윤에게 화답하다(和張士允)
文術有名行亦佳           문장은 명성이 있고 행실도 아름다운데
烟霞深處則仙街           연하烟霞 깊은 산골에서 신선처럼 사누나
遊人已是風塵路           나그네는 이미 풍진의 길을 걷거늘
名士又何寂寞涯           명사는 또 어이 적막한 물가에 사느뇨
撲地楊花迷澗壑           땅에 흩날리는 버들솜에 골짜기 흐릿하고
半天松韻爽林齋           반공에 부는 솔바람에 숲 속 집 서늘해라
相知雖晩交如舊           만남은 늦었어도 우정은 오랜 친구 같기에
做別關山有所懷           관하에서 이별하려니 마음이 슬프구려
김수호에게 화답하다(和金守鎬)
訪鶴尋雲物外還           학을 찾고 구름 찾아 세상 밖에 돌아오니
聲塵棲屑隔千山           분망한 세상 풍진은 겹겹 산들에 막혔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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換水添香願福田鬼魔窟裡送驢年

011_0621_a_02L弱喪幾刼水中泡忽覺當身火裏蓮

011_0621_a_03L驅牛誰識五臺聖擊鼓難逢呂巖仙

011_0621_a_04L忘機一念還滯殻春禽啼盡惱客眠

011_0621_a_05L又[2]

011_0621_a_06L
平生志槪樂山幽曾訪是庵過一秋

011_0621_a_07L永日賞心歸鳥晩萬塵如夢片雲悠

011_0621_a_08L華嶽那邊天北遠洪陽前對海西浮

011_0621_a_09L風光依舊重來我數句淸吟話昔遊

011_0621_a_10L又[3]

011_0621_a_11L
避雨隱身藪石幽蕭蕭寒氣夏亦秋

011_0621_a_12L野老憐僧窮縮縮書童笑我漫悠悠

011_0621_a_13L伽倻山色雲中濕羅朴川聲陌上浮

011_0621_a_14L此行已暮衣巾浼歸宿禪庵翌日遊

011_0621_a_15L又[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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已過榮枯等是辛伽倻山裡討幽眞

011_0621_a_17L鳥歌花笑心無限月白風淸道未貧

011_0621_a_18L况有維城莊寶界應將皇極度迷淪

011_0621_a_19L從今一衲重重補不下雲岑老此身

011_0621_a_20L又[5]

011_0621_a_21L
幾番蟲語與禽歌可惜年光若流波

011_0621_a_22L知我屠龍惟是已問君畵猫又如何

011_0621_a_23L虛空已殞塵塵寂山水重看佛佛多

011_0621_a_24L善友幸逢勸請益免敎一念落邪魔

011_0624_c_01L怳然靈境知何處           신선이 사는 곳은 어드매에 있느뇨
果是賢人在此間           과연 현인이 이곳에 살고 있구려
窮林寂寞禽未語           깊은 숲은 적막하여 새는 아직 안 울고
衆澗奔忙鷺自閑           냇물들은 바삐 흐르건만 백로는 한가해라
所詠詠懷咏惟苦           가슴속 회포를 읊느라 괴로이 읊조리며
倚窓不覺夜將闌           나도 모르게 밤 깊도록 창에 기대앉았노라
박영상에게 화답하다(和朴瑛祥)
客到新坪夕炊生           신평에 오니 저녁연기가 피어오르는데
先生高倚白雲楹           선생은 흰 구름 속 기둥에 기대어 섰네
已於聖學深能得           이미 성학聖學225)에 깊은 경지를 얻었고
況是詞家大有鳴           게다가 문장에도 크게 명성이 있어라
傍溪田畝隨流仄           시냇가 밭들은 흐름을 따라 비스듬하고
跗石簷頭帶谷傾           바위산 발치 처마는 골짜기 띠고 기울었네
同志如君相對晩           그대 같은 동지를 만난 게 늦었으니
一筇遼塞不勝情           한번 요동 변방에 와 너무도 기쁘구려
오남사를 구경하면서(遊午南寺)
寰海榮枯散若風           고해의 영고성쇠 바람처럼 덧없는 것
午南寺路醉西東           오남사 가는 길에 취하여 동서로 오락가락
三月蹉跎醒醉裏           석 달을 술 취했다 깼다 하며 보냈는데
諸天髣髴畵圖中           제천226)은 흡사 그림 속의 풍경과 같구나
幾處曇雲經劫白           몇 군데 구름은 영겁을 지나도록 희고
長年花雨上樓紅           장기간 내리는 꽃비227)는 누각 위에 붉어라
那將幻海迷茫客           어이하면 저 고해를 헤매는 사람들을
盡入玄門悟色空           모두 불문에 들여서 색공色空228)을 깨닫게 할꼬
송평리 서숙에서 김응삼에게 화답하다(松坪里書塾和金應三)
渺茫襟懷好放開           아득한 들판 길 가슴을 열어젖히기 좋으니
松坪眞箇畵中臺           송평리는 그야말로 그림 속의 풍경일세
日暖幽林晴靄細           그윽한 숲에 햇살 따스하니 맑은 안개 가늘고
春入荒山恠鳥來           황량한 산에 봄이 오니 온갖 새들이 날아오네
短褐風霜知我誤           풍상에 허름한 옷 걸쳤으니 내 잘못 살았음을 알겠고
掩門絃誦感君才           문을 닫고서 글을 읽으니 그대의 재주에 감탄했다오
有朋相慰多情理           벗끼리 서로 위로함에 정이 많으니
憂世寸心暫忘摧           세상 근심하는 마음을 잠시나마 잊노라
김영항과 김담여에게 화답하다(和金英抗與金淡如)
千年遼塞此城臺           천년 요동 변방 땅 이 성의 누대에서
散客襟懷一放開           나그네 가슴속 회포를 한번 열어젖힌다
舊契已深新志在           예전 친분 이미 깊고 새로운 뜻 있으며
紅香雖謝綠陰回           붉은 꽃 비록 졌어도 녹음이 돌아오누나
靑山滿目堪爲句           청산이 눈에 가득하니 시구가 됨직하고
白髮閑心更進杯           백발에 마음 한가로워 다시 술잔 드노라
悠亮歌謠多緬邈           맑은 노래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오니
無何鄕裏去忘來           무하유향無何有鄕229) 속에서 가고 옴을 잊노라
벗들과 자북사230)에 올라(與諸益上子北寺)

011_0621_b_01L又[6]

011_0621_b_02L
有一淨界好堪居窮刼已前早成墟

011_0621_b_03L木女石人心本實星翳燈幻事非虛

011_0621_b_04L哭來春光塵沙外笑入蒼空古今餘

011_0621_b_05L聖凡渾淪還成差求伴同留興不踈

011_0621_b_06L有感

011_0621_b_07L
搔首悵然念君去留之不得我心愁

011_0621_b_08L堪苦齋粮深雪裏爲憐携酒硬氷頭

011_0621_b_09L事上攸宜如未達道中至妙豈能求

011_0621_b_10L炎凉世路經過了山自蒼茫水自流

011_0621_b_11L偶吟

011_0621_b_12L
鑪鞴多方作精鍊 □□□□豈外乎

011_0621_b_13L倒卓看山印不解沿流付水慣無餘

011_0621_b_14L不坐誰稱無炎位喪身早非絕人居

011_0621_b_15L撒手歸來只這是敢保行人莫躊躇

011_0621_b_16L

011_0621_b_17L
是佛是魔總未休靈機收盡手中鈎

011_0621_b_18L踐紅枯骨春深笑戴白嬰兒刼石尤

011_0621_b_19L昨夢旣虛來亦爾此心未達外何求

011_0621_b_20L所嗟凡事終難測臨別冲冲更引愁

011_0621_b_21L坐仁風樓次板上韻

011_0621_b_22L
江城斜日坐江樓江柳如煙江水流

011_0621_b_23L酒半男兒何世界琴中花月自春秋

011_0621_b_24L嵓雲曳雨飛簷角汀鳥含魚上檻頭

011_0625_a_01L
雨花實實釋門深           꽃비가 내리는 넓은 절간은 그윽하니
樵客仙踪分外斟           나무꾼이나 신선이 오는 속세 밖 세계일세
杖掛嵓松餘解虎           범 싸움 풀어놓고231) 바위 곁 소나무 석장 걸고
衣垂蓮幌見棲禽           옷을 산사에 걸어 두니 깃드는 새가 보이네
淨界天然心月照           청정한 산사 천연하여 마음 달이 비추거늘
路歧胡以鬢霜侵           갈림길에선 어이하여 흰 머리털이 느는가232)
沈淪苦海君如我           고해에 빠진 것은 그대와 내가 같으니
何日靈山悟法音           그 언제나 영산에서 법음을 들어 깨달을꼬
또(又)
衰老於山轉苦登           노쇠한 몸 산을 오르기는 더욱 힘들건만
只緣仙客玉欄憑           단지 신선 같은 벗들과 옥난간에 기대고 싶어서지
留詩遼塞君疑鶴           요동 변새에 시를 남겼으니 그대는 학인 듯하고233)
尋社香山我亦僧           향산의 결사에 왔으니 나 또한 승려인 셈일세234)
下界塵生誰悟夢           하계의 중생들은 뉘라서 꿈을 깨리오
千江印月可傳燈           1천 강에 달 비치니 법등法燈을 전할 만해라
而今鰈域如炎夏           지금 이 나라 땅은 불 속처럼 더운 여름이니
有願慈雲處處凝           원컨대 자비의 구름 곳곳에 덮어 주소서
위원에서 이택룡에게 화답하다(渭原和李澤龍)
杖屨經年塞外城           해를 지나도록 변방 고을을 다니건만
男兒遊世愧無名           남아가 세상에 살면서 이름 없는 게 부끄럽네
幾回滄浪沙鷗夢           몇 번이나 물가에 백구의 꿈 꾸었던가
又是深山杜宇聲           게다가 깊은 산속에는 두견새 소리 들리는 것을
聖世桑麻皆雨露           성세라 뽕나무 삼도 비와 이슬에 젖으니235)
幽人床榻好逢迎           은자는 오는 길손을 반가이 맞이하누나
風塵寂寂身無事           세상 풍진은 적적하고 몸은 한가로운데
有菜登盤有酒盈           나물이 소반에 오르고 술은 병에 그득해라
또(又)
一床詩書攤西東           방 안엔 서책들이 동서에 널려 있으니
高士淸閑世未同           고사의 청한한 생활 세상에 둘도 없으리
孤鶴不知何歲老           외로운 학은 그 어느 때나 늙으려나
狂塵未入此山紅           속세 홍진은 이 산골에는 들어오지 못하네
照心是箇碧蘿月           마음 비추는 건 오직 송라에 뜬 달이요
吹面且宜楊柳風           얼굴에 불어오는 버들의 바람도 좋아라
盡日聯襟還坐忘           진종일 나란히 앉아서 만사를 다 잊으니
數聲漁笛夕陽中           몇 곡조 어부 젓대 소리 석양에 들리네
벗들에게 화답하다(和諸益)
扈江離與辟芷兮           그대는 난초를 허리에 찼고236) 나도 그러해
天涯情契復於誰           머나먼 타향에서 누구보다 우정이 각별해라
璞玉最良堪作器           박옥이 매우 좋으니 그릇이 될 만하고237)
谷鶯相喚更遷枝           골짜기 꾀꼬리는 서로 부르고 가지로 옮겨 간다238)
歌笛晩汀來活畵           노래와 젓대 소리 들리는 저무는 물가는 한 폭 그림
煙霞高閣有新詩           연하 낀 높은 누각에는 새로 지은 시를 읊누나
時局關心終是數           시국은 마음 쓰이나 아무래도 운수에 달린 것
好乘晴景倒深巵           맑은 경치를 구경하면서 잔에 가득한 술 기울인다

011_0621_c_01L浮世多難身又病尋常羗笛動邊愁

011_0621_c_02L

011_0621_c_03L
西藩雄鎭一高樓徃事悠悠歲幾流

011_0621_c_04L散步星辰搖影夜窮吟鶗鴃折芳秋

011_0621_c_05L水連瀛海喧千曲山入遼關矗萬頭

011_0621_c_06L打下斜欄長嘯立丈夫豈有等閑愁

011_0621_c_07L與朴利淳叙懷

011_0621_c_08L
煙霞深處萬松寒匝地淸光仔細看

011_0621_c_09L貴富如雲非所願漁樵忘世有何難

011_0621_c_10L懷家雙鬂秋增白憂國寸心老益丹

011_0621_c_11L欲學仙方隨鶴去念言君父太無端

011_0621_c_12L和捕廳洞李先生

011_0621_c_13L
器範如君重若山一堂淸寂百忙間

011_0621_c_14L鄕寒酒力難長醉世亂詩聲倍舊閑

011_0621_c_15L風打空江危局面月流荒塞少孱顏

011_0621_c_16L漢城杳爾千餘里怊悵吾行不復還

011_0621_c_17L與金淡如金小山吳荷川團會

011_0621_c_18L
特危身老兩難寬偶得淸遊此日歡

011_0621_c_19L半戶群山留面目孤城深雪上衣冠

011_0621_c_20L羨君鶴子梅妻隱愧我風裳水佩寒

011_0621_c_21L落日蒼蒼樽酒晩醉將華軸再三看

011_0621_c_22L和崔文華

011_0621_c_23L
傷時訪僻興難乘履薄而今幾路氷

011_0621_c_24L天下浮生終有數樽前華髮惜無能

011_0625_b_01L
김용선에게 화답하다(和金用宣)
狂塵未染碧蘿衣           속세 홍진이 벽라의碧蘿衣239)를 물들이지 못하나니
惟有煙霞盡日歸           오직 진종일 자욱한 연하만이 있을 뿐일세
知我不材終委翼           나는 무능하니 마침내 날개 드리울240) 것을 알지만
問君何事又關扉           그대는 어인 일로 사립문을 닫고 칩거하느뇨
深山携酒流鶯在           깊은 산에서 술병 들고 가니 꾀꼬리가 있고
楊柳長程細雨飛           버들이 푸른 긴 길에는 가랑비가 날린다
屈指榮枯皆幻夢           손가락 꼽아 보니 영고성쇠는 모두 헛된 꿈
那能此地共淸暉           어이하면 햇살 맑은 이곳에서 함께 살 수 있을꼬
벗들과 함께 북문루241)에 올라與諸益上北門樓(與諸益上北門樓)
萬斛塵愁鬱未寬           만 섬 시름 답답한 가슴을 풀지 못했는데
幸隨高躅暫爲歡           다행히 벗들을 따라 잠시 즐겁게 노닌다
一天雲影孤城寂           하늘엔 구름이 떠 있고 외로운 성 고요한데
五月江聲亂岫寒           5월이라 강물 소리만 첩첩산중에 차가워라
大人莅邑風流酒           대인은 이 읍을 다스리며 풍류로 술 마시고
倦客登樓廢忘冠           지친 길손은 누각에 올라 잠시 의관을 잊는다
楊柳依依夕陽好           버들은 우거져 석양에 풍광이 좋으니
等閑景物拭眸看           한가로운 경치를 눈 부비고 보노라
강장에 와서(遊講場)
滄桑萬變任飄暉           상전벽해 변하는 세상이야 세월에 맡겨 두고
與子聯衿忘是非           그대와 나란히 걸으며 세상 시비를 잊노라
老樹含風斜日漏           고목이 바람 맞으니 빗긴 햇살이 새어 나오고
靑山曳雨迅雷飛           청산에 비가 지나가니 빠른 우레가 나누나
樵兄荷斧驅牛返           나무꾼 형은 도끼 메고서 소를 몰아 돌아오고
漁弟持竿擧網歸           고기 잡던 아우는 낚싯대와 그물 들고 돌아온다
幽人遯世多幽趣           세상을 피해 사는 은자는 그윽한 정취가 많으니
愧我腥塵未拂衣           속진 속을 벗어나지 못한 내가 부끄럽구려
해암과 초당에 앉아서 운을 뽑아 선 자를 얻다(與海岩坐草堂得仙字)
茅屋淸凉細篆煙           초가집은 청량하고 연기는 가늘게 피어오르는데
腰魚肩鹿坐忘筵           허리춤엔 생선 어깨엔 사슴고기 메고 와 술자리 연다
書劍如夢靑雲際           서검書劍은 부질없어 청운의 벼슬길에 꿈과 같으니242)
醒醉何心白髮前           백발의 몸 술 취하여 무슨 마음이 있으랴
木末斜陽蒼疊岫           첩첩 푸른 산중 나무 끝에는 석양이 빗기고
沙邊芳草逈廻川           멀리 휘도는 시냇가에는 방초가 우거졌어라
窅然跌宕天涯客           그윽하고 질탕한 천애의 이 길손이
數日林庄伴地仙           며칠 동안 이 집에서 지선地仙과 벗한다오
또(又)
能於詩畵行尤佳           시화에 능하고 행실은 더욱 좋으니
竟見關西獨步家           마침내 관서에서 독보적인 분을 보았네
流水門庭淸似鏡           뜰 앞에 흐르는 물이 거울처럼 맑고
浮雲世路薄如紗           뜬구름 같은 세상길 깁처럼 가벼워라
盤宜藥菜何求肉           소반에 약초 좋으니 어찌 고기를 찾으랴
手掬寒泉不用茶           손으로 찬 샘물 움켜 마시니 차가 필요 없네

011_0622_a_01L藪荒古郭新聲繞崖立寒矼石照登

011_0622_a_02L誰識此行成話欛淸香異日更添騰

011_0622_a_03L黃麟里路中口號

011_0622_a_04L
黃麟路上復沉吟塗炭生靈一樣今

011_0622_a_05L機杼蓬頭霜織廡爨炊龜手雨鎌林

011_0622_a_06L誰無父母愁兵苦設有田園見吏侵

011_0622_a_07L欲忘難求千日酒黯然心緖孰能禁

011_0622_a_08L津坪里別崔文華

011_0622_a_09L
人生於世貴知心旣去寒踪復幾尋

011_0622_a_10L縱有浮雲朝暮變豈无靑嶂古今深

011_0622_a_11L萬林茂夏非松翠百鳥喧春異鶴音

011_0622_a_12L寂寂兩江江上夜更將荒搆別仙襟

011_0622_a_13L過寧邊新市場

011_0622_a_14L
詩聲酒力擬豪英新市場中遣旅情

011_0622_a_15L大水淼茫千里走雄峰嶃屹萬崖傾

011_0622_a_16L薰天道德誰能仰量海文章不待鳴

011_0622_a_17L桎梏榮名都棄拂自饒雲鶴伴餘生

011_0622_a_18L烏首山下雪夜有感

011_0622_a_19L
烏山深雪復停行親戚何年話舊情

011_0622_a_20L西月亂山長夜曙北風高樹大冬鳴

011_0622_a_21L文章雖博黃金盡經略无端白髮生

011_0622_a_22L松燭已殘樽酒晩推門長嘯意難平

011_0622_a_23L新德齋與金日連咏懷

011_0622_a_24L
新德齋留唱醉歌寒踪多謝欵情多

011_0625_c_01L馴鶴盟猿餘外事           학과 원숭이 벗할243) 뿐 세상사 부질없어
農談隣里緩當車           수레 대신 천천히 걸어244) 농사 얘기하러 이웃에 가네
또(又)
色色景光管領難           행형색색 경치들은 이루 다 구경하기 어려워
壑巒磐沼並風湍           골짜기와 봉우리 반석과 못에 폭포도 있어라
花明騷客來時壑           시인이 이 골짜기 왔을 때 꽃이 환히 피었고
禽樂遊人去後巒           유람객 떠난 뒤 산에는 새들이 즐겁구나
滌塵尋柳成絲沼           속진을 씻고 버들 찾아오니 못가에 실 이루었고
運屐緣蘿漏絡磐           나막신245) 움직여 등라를 따라오니 반석에 얽혔구나
碎玉風湍頻入耳           옥을 부수는 듯한 폭포 소리 자주 귀에 들어오니
閑中趣味有多般           한가한 중에 갖가지 아취가 많이 있어라
낮잠(午枕)
豈料行裝一草亭           이 초가집에 올 줄 생각이나 했으랴
當年高閣畔天庭           예전에는 대궐 곁 높은 집에 살았었지
古戍江山殊耳目           유서 깊은 국경 강산은 못 보던 풍경이요
荒村蚊蝎穿衣屛           황량한 마을에 모기 빈대가 옷을 파고드네
難師原子貧非病           가난하지 병들지 않은 원자는 본받기 어렵고246)
也學阮公醉不醒           취하여 깨지 않는 완 공阮公247)을 또한 배우노라
午枕無端化蝴蝶           낮잠 중에 무단히 호접이 되어 날아가 보니
故園花柳夢中馨           고향 동산에 꽃과 버들이 꿈속에 향기롭더라
시습재에 걸린 판상의 시에 차운하다(次時習齋板上韵)
時習名奇一塾開           시습時習이란 좋은 이름의 서숙을 열었으니
數飛如鳥戒將來           새처럼 자주 날도록248) 후생들을 훈육하리라
妙香山月淸凉戶           묘향산에 뜬 달이 문을 맑고 서늘히 비추고
鴨綠江雲斷續臺           압록강 구름은 누대에 끊어졌다 이어졌다 하누나
書劍半生君抱玉           서검書劍을 익히는 반평생 그대는 옥을 안고 있었고249)
風塵萬國客停盃           온 세상에 풍진이 이는 이때 나는 술잔을 멈춘다
聖賢事業遺方冊           성현이 한 일들은 서책이 남아 있으니
嗟爾冠童可勉哉           아 너희 어른과 아이들은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해암과 밤중에 앉아서(與海岩夜坐)
盆蘭砌薥伴書樓           화분의 난초 뜰의 접시꽃이 서재를 짝하였나니
半袂淸凉聽水幽           반소매 차림으로 시원하게 물소리를 듣노라
老驗人心危棧閣           늙으매 사람 마음이 잔도棧道처럼 위태한 줄 알겠고
學知聖化速乘郵           공부하니 성인의 교화가 역말보다 신속함250)을 알겠네
江山不盡文章感           강산은 다함이 없는데 문장은 느낌이 있고
天地難停歲月流           천지는 멈추기 어려운데 세월은 흘러가네
賴有先生多厚意           고맙게도 선생이 후의를 많이 베풀어 주시어
欲忘桑海客魂悠           상전벽해 겪어 온 나그네 회포를 잊겠구려
운파의 별장을 찾아서운파는 기생의 이름이다.(訪雲坡林庄雲坡
妓名
)
邂逅一緣定亦天           뜻밖에 만난 이 인연 하늘이 정한 것이라
香鬟隨后鶡冠前           향긋한 쪽머리는 뒤따르고 할관鶡冠251)은 앞에 있구나
陽臺雲雨憐朝暮           양대陽臺의 구름과 비252)는 아침저녁으로 사랑스럽고
洛浦鴻龍杳婉翩           낙포洛浦의 기러기와 용은 경쾌하고 유순하여라253)

011_0622_b_01L百花胡以餘春夢萬事由來摠刼波

011_0622_b_02L迫窄蝸牛成石戶團圓明月有烟簑

011_0622_b_03L塞雲漠漠腥塵沸知己如君此別何

011_0622_b_04L於金小山書幌

011_0622_b_05L
步步無端西復東泮宮高處對秋風

011_0622_b_06L生憎惡草除還碧堪惜奇花落亦紅

011_0622_b_07L一天雲影孤城上盡日江聲亂岫中

011_0622_b_08L也有月明酒醒夜那能詩話與君同

011_0622_b_09L公貴里和諸益

011_0622_b_10L
悠悠杖屨再軒門賢雅文聲世絕群

011_0622_b_11L一般坎坷家如國百閱風霜我亦君

011_0622_b_12L山寒岩竇經年雪洞邃茅簷盡日雲

011_0622_b_13L歲事翩飜衰且病天涯情契最難分

011_0622_b_14L又[1]

011_0622_b_15L
話來襟抱與君同半世炎凉萬慮空

011_0622_b_16L數夜夢魂塵累外孤村烟藪朗吟中

011_0622_b_17L興亡有感思遼鶴禍福難知懷塞翁

011_0622_b_18L君子安心先聖戒元無求達更何窮

011_0622_b_19L又[2]

011_0622_b_20L
打坐何妨有小窓淸冷也喜聽春江

011_0622_b_21L一樽相對靑山萬千里歸來白髮雙

011_0622_b_22L病酒伊來將忘國訪仙是處更爲邦

011_0622_b_23L淸簞淡蔬堪足慰欲忘京洛舊心腔

011_0622_b_24L又[3]

011_0626_a_01L病葉荒林長夏晩           잎이 시든 황량한 숲에 긴 여름은 저물고
淡煙逝水古城邊           엷은 안개 낀 시냇물은 옛 성 가에 흐르네
惜別依依樽酒了           이별이 아쉬워 머뭇거리며 술병을 다 비우노니
浮生此席感餘年           덧없는 삶에 이 술자리 여생에 감회가 이누나
중복날 시습재에서 술을 마시며(中庚日時習齋小酌)
三庚小酌好晴欄           삼복에 쾌청한 마루에서 술을 마시노니
俗吏何論逸士團           속된 관리가 어찌 은일한 선비 모임에 끼리오254)
偶得神交淸似水           우연히 마음 통하는 벗 만나니 맑기가 물 같고255)
欲言心臭郁如蘭           마음의 향취를 말하려니 향기롭기 난초와 같네256)
瓷樽箋軸宜精舍           옹기 술병 두루마리 족자는 이 서재에 어울리고
藥菜珍鷄上別盤           약초에 진귀한 닭고기가 별미로 소반에 올랐어라
耕鑿倘能分一半           농사지으며 살도록 이곳을 반 나누어 준다면257)
從君於此保平安           그대를 따라 여기서 평안히 여생을 보내리라
금천관에 노닐며(遊錦川舘)
古人創設有斯樓           옛사람이 창설하여 이 누관이 있는데
墻缺榱零感歲流           허물어진 담장 썩은 서까래에 세월을 느낀다
萬事隨風何者實           만사가 바람 따라가니 어느 것이 진실한가
百年如水此生浮           백 년 평생 흐르는 물 같아 이 생애 덧없어라
禽成好語啼山角           새는 좋은 소리로 산모퉁이에서 울고
雲自無心出樹頭           구름은 스스로 무심히 나무 위로 나온다
吾友海巖奇畵在           나의 벗 해암에게 기이한 그림이 있어
暫時倚枕忘羇愁           잠시 베개에 기댄 채 나그네 시름 잊노라
일해정사에서 술을 마시며일해는 김박언의 호이다.(一海精舍小酌一海金泊彥號也)
處世嶷然不讓峯           세상에 처신 우뚝하여 산봉우리 못지않지만
落花流水任形容           떨어진 꽃이 물에 흘러가듯 유연히 살아가네
孤襟誰識埋塵寶           외로운 가슴속에 보배가 감춰진 줄 뉘 알리오
四座不妨侮雪松           좌중의 사람들 속에서 푸른 솔처럼 우뚝한 자태
市樽方至花香馥           방금 사온 술에는 꽃향기가 풍겨나고
書檻才憑雨滴濃           서재 난간에 기대자 굵은 빗방울 떨어지네
一海應知心許士           일해는 응당 마음으로 허여한 선비 알리라
遊人相對意重重           이 길손이 마주하고 앉으매 정이 하염없어라
북문 밖을 나와 박 상사朴上舍를 방문하다포산·소산·매은도 함께 모였다.(出北門外訪朴舍苞山·小山·梅隱同會.)
棄拂榮枯醉送年           세상의 영고성쇠 떨치고 취한 채 세월 보내노니
巖楓籬菊古城邊           바윗가 단풍 울타리 밑 국화는 고성 가일세
千里有朋來偶爾           천 리 밖에서 벗이 찾아온 것은 우연이요
九秋望野政蕭然           가을에 들판을 바라보니 참으로 쓸쓸하여라
傍樹軒窓深塞境           나무 곁에 서 있는 집은 깊은 변새 땅이요
隔江人馬夕陽天           강 저편의 사람과 말은 석양에 가는구나
算來塵緣堪搔首           생각해 보면 속진의 인연은 머리 긁적일 만해258)
何處靑山寄一眠           어드매 청산에서 이 몸 편안히 잠들거나
밤중에 앉아서(夜坐)
江州八載一寒衣           강주江州259)에서 8년 동안 옷 한 벌로 지냈는데
氷雪孤村感叩扉           얼음과 눈 덮인 외로운 마을에 찾아와 주어 고맙네

011_0622_c_01L
沽酒題詩跌宕多風塵鼎沸也將何

011_0622_c_02L東風漸釋千山雪異日竟成萬里波

011_0622_c_03L政以神交今相別如能乘興更相過

011_0622_c_04L林屋淸凉塵累遠賴忘桑海鬂絲加

011_0622_c_05L又[4]

011_0622_c_06L
新文舊式兩依微痛飮一忘是或非

011_0622_c_07L渴腸堪止輪輪轉瘦腋怳如翼翼飛

011_0622_c_08L爲傷病櫟經霜老也喜靈芽得雨肥

011_0622_c_09L誰識囊中藏寶訣有時輕着六銖衣

011_0622_c_10L又[5]

011_0622_c_11L
氷布長江雪滿臺公村二月客重來

011_0622_c_12L白日將和春可詠紅顏更借老宜盃

011_0622_c_13L故人情契千金在遼塞行裝一屐開

011_0622_c_14L天惜吾人無樂事也留烟月共徘徊

011_0622_c_15L又[6]

011_0622_c_16L
數日之過如暫時聽君詩話忘捿遲

011_0622_c_17L非無長渚盟鷗計可負名山採藥期

011_0622_c_18L幽壑晴雪雲轉石古藤風吼月明枝

011_0622_c_19L假使乘運叅榮達何似而今愚不知

011_0622_c_20L又[7]

011_0622_c_21L
見君志節嶷千峯想子心腸大洪鍾

011_0622_c_22L天意如何安泰少世途元是險艱重

011_0622_c_23L繞砌淸川鳴似玉倒軒靑嶂揷如鋒

011_0622_c_24L愛予政厚思予切自愧叅承太半慵

011_0626_b_01L事似蹇驢停未走           일은 절름발이 나귀 같아 멈춘 채 달리지 못하고
心如鈍鳥擧難飛           마음은 둔한 새 같아 날개를 들어도 날기 어려워라
淺深樽酒皆情境           얕게 깊게 따르는 술잔이 모두 정겨운 모습
長短窓燈亦世機           길고 짧은 창가의 등잔도 세상 기심機心일세259)
知不仲尼竟何究           알지 못하겠네 중니仲尼는 필경 무엇을 하였던가
羲經三絶運之歸           희경의 끈 세 번 끊어진 것도 결국 운수인 게지261)
인풍루에서 저물녘에 조망하다(仁風樓晩眺)
江樓秋景薄於羅           강가 누각의 가을 경치 비단보다 얇은데
淸宦來遊幾度過           벼슬길에 이곳에 들러 몇 번이나 노닐었던가
孤帆影邊楊柳細           외로운 돛단배 그림자 가에 버들가지 가늘고
短簫聲裏碧山多           짧은 퉁소 소리 속에 푸른 산이 많아라
古邑荒凉看氣像           고읍의 황량한 풍경에서 기상을 보고
一人憤啑驗風波           한 사람 분노한 말에 풍파를 알겠구나
珠還乳復祥非實           진주 돌아오고262) 상서 사실 아니니
乃是治平頌且歌           바로 태평성대를 칭송하고 노래한 것일 뿐이지
남문루南門樓
碧樹鶯聲日政遲           푸른 나무에 꾀꼬리 울고 해는 뉘엿뉘엿
南門樓夏坐來時           이 여름날 남문루에 와서 앉아 있노라
短碑寂寂橫深草           끊어진 비석은 적막하게 풀숲에 뒹굴고
衆蔓垂垂上幾枝           덩굴풀들은 축축 드리워 몇 가지에 올랐어라
塞邑千年多感慨           유서 깊은 변새의 고을이라 감개가 많으니
浮生此日可襟期           덧없는 인생에 이날 회포를 누를 수 있으랴
江光如練山光暮           강산은 비단과 같고 산에 해는 저물 제
把酒相看不盡思           술잔 잡고 서로 보면서 상념이 하염없어라
남문루에 올라(登南門樓)
長渚雲煙畵裡開           구름과 안개 낀 긴 물가 그림처럼 펼쳐져
倚欄無事爽靈臺           한가로이 난간에 기대니 마음이 상쾌하여라
林深籬落家家隱           숲이 울타리 가려 집들은 숨어 있고
雨洗峯巒面面來           비가 봉우리를 씻으니 면목이 다가오는 듯
事感風霜樓有韵           일은 풍상을 겪어 온 터 누각에 시운이 있고
心期宕曠客連杯           마음은 질탕하고자 하여 연거푸 술잔을 드노라
旅窓岑寂堪消遣           고요한 객창 가에서 소일할 만한데
何處遊人奏落梅           어드매 나그네가 ≺낙매곡落梅曲≻263)을 연주하느뇨
또(又)
荒吟最澁興難先           거친 시 서툰 솜씨라 흥은 일지 않지만
只得心機一一天           다만 낱낱이 천연한 본심에서 나온 것이라오
衰眼遙村還隔樹           침침한 눈에 뵈는 먼 마을은 숲에 가려져 있고
短筇殘堞半爲田           지팡이 짚고 가니 무너진 성첩은 반이 논밭이어라
樓晴燕尾依山遠           누각은 맑은데 제비 꼬리는 산을 따라 멀리 날고
野晩煙光上樹懸           들판은 저물 제 안개는 나무에 올라가 걸렸구나
前日香婆今更對           지난날 그 주모를 오늘 다시 만났으니
良緣於此欲無邊           이곳에서 좋은 인연 끝없어 이어졌으면
수자리 서러 간 사내의 아내(征婦)

011_0623_a_01L又[8]

011_0623_a_02L
百代聲塵永忘侵靑松長奏沒絃琹

011_0623_a_03L題詩宜是高高咏沽酒何妨濺濺斟

011_0623_a_04L析薪童子和春雪汲水女兒帶夕岑

011_0623_a_05L洞深俗古淸閑已有願斯鄕養此心

011_0623_a_06L坐熙川頭疊寺

011_0623_a_07L
唱出无生一曲歌大千沙界湧金波

011_0623_a_08L雖云大道不人遠其奈浮生如夢何

011_0623_a_09L永日山光淸入座遙村林影亂連坡

011_0623_a_10L拈來物物皆眞面何必雌黃辨佛魔

011_0623_a_11L冬至日碧潼暢明學校朴亨觀與諸
011_0623_a_12L

011_0623_a_13L
料外淸緣訪學堂瓊章擊節頰生香

011_0623_a_14L松窓爲席堪憑倚山菜登盤好淡黃

011_0623_a_15L閉屋營車君志遠窮途荷鍤客懷長

011_0623_a_16L同胞有愛朋交切別意隨添共一觴

011_0623_a_17L遊奉天臺

011_0623_a_18L
嗒焉而忘訪釋門深山遊鹿與之群

011_0623_a_19L早行夫子忠君禮晩悟瞿曇出世文

011_0623_a_20L幽壑春生多恠鳥虛汀日暖少歸雲

011_0623_a_21L老僧炊飯慇懃待喜捨餘風可尙云

011_0623_a_22L和林上舍

011_0623_a_23L
萬事悠悠雪映簪不材於世病相侵

011_0623_a_24L一樽幸對泉雲境千語何妨金玉音

011_0626_c_01L
園竹蒼蒼月欲生           푸른 대숲에 달이 뜨려 하는데
玉關何在夢難成           옥관玉關264)은 어드매뇨 잠들기 어려워라
非緣薄命千愁並           박명 때문 아니건만 온갖 시름 다 생기니
只念良人萬死輕           낭군님 위해서라면 만 번 죽어도 좋으리
華燭雖殘衾自遠           규방에 촛불은 꺼져도 이부자리는 멀고
粉粧無用鏡空明           분단장도 소용없어 거울만 속절없이 밝아라
鳴鳩乳燕還多福           우는 비둘기 새끼 치는 제비는 외려 다복해
比翼同巢不盡情           함께 날고 한 둥지에 살며 정이 끝이 없구나
야학촌野鶴村
一遊另辦出城東           한번 나들이하여 성 동쪽으로 나오니
野鶴村前日未中           야학촌 앞에서 해는 한낮이 못 되었어라
繞屋蕪菁含宿雨           집을 둘러싼 푸른 풀은 간밤의 비에 젖었고
連阡禾黍帶商風           논밭에 이어진 벼와 기장엔 가을바람이 분다
秋雨無事眠荒草           가을비는 한가로이 우거진 풀숲에 잠자거늘
晴燕胡心上碧空           맑은 날 제비는 무슨 마음에 푸른 하늘 오르나
林老能知款賓禮           시골 노인이 손님을 잘 접대할 줄 아니
堆盤苽菜列靑紅           소반에 붉고 푸른 과일과 채소가 쌓였어라
북루北樓
半生心事付靑天           반평생 심사는 푸른 하늘에 맡겨 두노니
淪落江城白髮前           백발의 몸으로 강성에서 쓸쓸히 사노라
崪乎是箇千層岳           우뚝한 것은 천 겹의 산들이요
逝者如斯萬里川           가는 것이 이 같은 건 만 리의 시내일세265)
墻角微風添遠樹           담장 모서리에 부는 산들바람은 먼 나무로 가고
瓦鱗匝地起晴烟           비늘처럼 늘어선 기와지붕엔 맑은 연기 오른다
遠親幸到隣朋在           먼 친지도 다행히 오고 이웃의 친구도 있으니
淸趣應知此一邊           맑은 흥취가 응당 여기에 있음을 알겠어라
소산의 정원 정자에 앉아(坐小山園亭)
悠悠一榻足淸襟           유유한 정자 위에 흉금이 맑아지니
鶯語雖遲燕亦音           꾀꼬리 소린 더디어도 제비도 지저귀네
小檜長枝成翠盖           작은 회나무 긴 가지는 푸른 일산 이루고
奇花並蒂疊黃金           기이한 풀 나란한 꽃받침은 황금을 쌓은 듯
風塵應是遊人事           풍진 속에 다니는 건 응당 나그네 일이니
亭閣何妨遯世心           정자에서 세상에 은둔할 마음 가진들 어떠리
對樽桐隱江湖客           술자리에 마주한 동은桐隱은 강호의 사람이니
多謝萍蓬特地尋           부평초 같은 세상 특별히 찾아와 주어 감사하오
망미정에 올라(登望美亭)
望美亭邊易夕暉           망미정 가에는 석양이 쉽게 지니
汀沙汀草暎欄圍           물가 모래 물가 풀이 난간을 에워쌌어라
衿帶如今荒堞繞           옷의 띠처럼 지금 황량한 성첩이 둘러쌌는데
蓬瀛何處彩雲飛           멀리 봉래산 어드매에서 채색 구름이 나는가
野色秋晴千種穀           맑은 가을 들판의 빛깔은 갖가지 곡식이요
砧聲古渡萬家衣           옛 나루터에 다듬이 소리는 집집마다 옷이라
感慨賢良此世稀           어진 인재가 지금 세상에 드묾을 슬퍼하노라
樂憂天下知誰在           천하를 즐거워하고 근심하는266) 이 누가 있느뇨

011_0623_b_01L日暖江村軟柳曳春生林嶂恠禽吟

011_0623_b_02L與君同科情交切怊悵關河去住心

011_0623_b_03L河淸洞與吳荷川團會

011_0623_b_04L
荷川高士枕山頭五月窮村水自流

011_0623_b_05L得失人間誰塞馬浮沉十載我江鷗

011_0623_b_06L懶雲飛屋閑將午亂木翳牕爽欲秋

011_0623_b_07L琹了而詩詩了酒庶忘遊客暫時愁

011_0623_b_08L又[1]

011_0623_b_09L
靜居學得聖賢功百代狂塵未此中

011_0623_b_10L設是塗糊心似月無非和洽德如風

011_0623_b_11L千群藉草蛙聲碧永夜偸燈蝶翅紅

011_0623_b_12L誤着朱門身已老知心多謝主人翁

011_0623_b_13L又[2]

011_0623_b_14L
有友聯襟十里暉河淸齋裡坐依微

011_0623_b_15L花雖謝樹禽猶語石或奔崖水欲飛

011_0623_b_16L善軸深樽縱自得壯心衰髮奈相違

011_0623_b_17L聖時亦許嵓耕士何羨屠門大嚼肥

011_0623_b_18L又[3]

011_0623_b_19L
綠楊搖曳燕鶯遊小屋淸凉不讓樓

011_0623_b_20L天下奔忙皆夢外樽前酩酊也心求

011_0623_b_21L鵑啼籬角靑山邃花落庭心白日幽

011_0623_b_22L風光如許高朋又不妨河淸暫地留

011_0623_b_23L又[4]

011_0623_b_24L
不覺鞦韆五五新深山黃鳥與之隣

011_0627_a_01L
바둑(圍棋)
賭棋之樂勝看書           바둑 두는 즐거움이 책 보기보다 나으니
何特仙山四皓居           선산에 사는 사호四皓267)와 같다뿐이겠는가
拓地千兵閑似鶴           영토를 개척하는 병사들은 학과 같이 한가롭고
潰圍一帶活如魚           포위를 무너뜨리는 부대는 물고기처럼 활달해라
指端點點江鴻下           손가락 끝에선 점점이 강 기러기 내려앉고
枰上丁丁夜雨踈           바둑판 위에 똑똑 성근 밤비가 떨어지는 듯
犄角連環君莫道           의각과 연환268)의 계책을 그대 말하지 말라
消長夏計信紆餘           긴긴 여름 소일할 방법이 참으로 넉넉하다오
인풍루에 올라(登仁風樓)
文章習氣老猶餘           문장 짓는 버릇은 늙어서도 남아서
擬作長虹貫太虛           하늘을 꿰뚫을 큰 무지개를 만들고저269)
滄桑幾見歸來鶴           상전벽해에 돌아오는 학 몇 번이나 보았더뇨270)
湖海曾尋活潑魚           호해에서 일찍이 활발한 물고기를 찾았었지
嘉禾舖野年將稔           벼는 들판에 펼쳐져 곡식이 익으려 하는데
積雨和風日未舒           바람과 함께 장맛비 내려 햇살이 나지 않았네
百步倚欄多瞻感           백 걸음 걸어 난간에 기대니 감회가 많아
蒼生何處可安居           창생들이 어느 곳에서 편안히 살 수 있을꼬
제비(鷰)
鼕鼕社鼓載晴陰           둥둥 사고社鼓271) 소리 날씨는 맑았다 흐렸다
燕子飛來一境深           이 깊숙한 지역으로 제비가 날아오누나
粘巢知托人皆愛           둥지를 지어 의탁할 곳 아니 사람들 모두 사랑하고
遊世輕身物不侵           세상에 노닐 땐 몸이 가벼워 침해를 받지 않네
雨細簾櫳連夏木           가랑비 내리는 주렴과 창은 여름 나무와 이어졌고
風淸巷陌帶商金           바람이 맑은 거리는 가을 기운처럼 서늘해라
辜恩負義塵間客           은혜와 의리를 저버리는 속진 속 사람들은
慚愧微虫訪主心           이 미미한 새가 주인 찾아오는 마음에 부끄러우리
찍찍 우는 벌레 소리(喞喞)
一聲喞喞亂西東           찍찍 벌레 소리가 동서쪽에 어지러이 울어
於野於床於戶通           들판에도 침상에도 방문에도 들려오누나
悲語政多深院月           슬픈 소리는 달빛 비친 그윽한 집에 많고
動機又可晩林風           움직임은 또 바람 부는 저물녘에 좋아라
百年孀婦思君裡           백 년 평생 과부가 낭군님을 생각할 제
千里遊人做夢中           천 리 밖 나그네가 고향 꿈을 꿀 때
何事浮生無感歎           덧없는 인생에 무슨 일인들 감회가 없으랴만
感歎於爾最難空           너에 대한 감회가 가장 잊어버리기 어렵구나
빗속에 거연정에 올라(雨中登居然亭)
緩步居然上小亭           천천히 걸어 거연이란 작은 정자에 오르니
淸凉泉石去昏冥           맑고 서늘한 천석의 풍경 흐릿하게 보이네
全城入草鷄聲碧           온 성이 풀 속에 들어가니 닭울음이 파랗고
永日連松雨滴靑           긴 해가 소나무에 이어지니 빗방울이 푸르누나
東海當年誰願蹈           그 옛날 동해를 누가 밟고자 했던가272)
中山一醉自難醒           중산中山에서 한번 취한 술 깨기 어려워라273)

011_0623_c_01L臥犢始醒芳草夢啼禽猶訴落花春

011_0623_c_02L大荒散步樽前住浮世淸襟物外親

011_0623_c_03L詩歌戞戞琹絃咽塵海忙忙此日賓

011_0623_c_04L又[5]

011_0623_c_05L
荷翁精舍景光圓詩酒絃歌五月天

011_0623_c_06L黃鳥聲中來燕子綠楊影裏又長川

011_0623_c_07L心隨白日淸如水眼入靑山暖欲烟

011_0623_c_08L兒女不知悲祭掃粧奩娯戱各紛然

011_0623_c_09L上院庵與荷川叙舊

011_0623_c_10L
鬂毛雖白眼能靑且喜松門盡日扄

011_0623_c_11L貝葉經眞曾梵刹沙鷗盟慣更漁汀

011_0623_c_12L對君此地淸緣足缺界何人大夢醒

011_0623_c_13L溪柳漸舒山鳥語與之携手短長亭

011_0623_c_14L

011_0623_c_15L
簪纓每入夢中驚晩悟當年谷口耕

011_0623_c_16L身心已學靑山重歲月偏欺白髮輕

011_0623_c_17L念荒玉食呑難下憂國藤床臥未平

011_0623_c_18L衰境云云多感慨悠然相對一燈明

011_0623_c_19L

011_0623_c_20L
靜居眞是道之元果欲珍香養在根

011_0623_c_21L千禽啼樹叅詞客百草偃風學聖門

011_0623_c_22L掩關高枕君何夢携軸題詩我亦魂

011_0623_c_23L上院庵中聽眞諦暫忘塵海百般喧

011_0623_c_24L和林麟奎

011_0627_b_01L遊人詩話多眞境           길손은 시 얘기하고 진경이 많으니
賴忘風塵鬢髮星           덕분에 풍진 속에 백발이 된 것 잊노라
청명일에 동문루에 올라(淸明日上東門樓)
西醉東醒又咏東           서쪽에서 취하고 동쪽에서 깨고 동쪽에서 시 읊노니
幾般心思暗相通           몇 가닥 마음속 생각이 은연중 서로 통하누나
蒼凉野色長川外           푸르른 들판 빛깔은 푸른 시내 저편에 있고
的歷村容細雨中           또렷한 촌락 모습은 가랑비 속에 보여라
遠客登樓雙鬢白           먼 길손이 누각에 오르니 머리털은 세었고
萬家拜塚一樽紅           집집마다 무덤에 절하는데 취한 얼굴 붉어라
聊知聚散浮生事           알겠노라 만남과 이별 덧없는 인생의 일은
半入於雲半入風           반은 구름 속에 반은 바람 속에 들어간다는 것을
북루北樓
老熱最蒸七月陽           노염이 몹시 찌는 듯한 7월 더위에
北樓高處爽凉長           북루 높은 곳에는 늘 서늘하여라
日斜山影連城碧           해가 기우니 산 그림자는 성에 이어져 푸르고
雨漲江光上檻黃           물이 불어나니 강 빛은 난간에 올라 누렇구나
舊習雖存難搏虎           예전 습성 남았으나 범을 잡기는 어렵고274)
挾書何貴見亡羊           책 끼고 다님이 무에 귀하랴 양을 잃게 되거늘275)
樽前華髮天涯客           술자리의 머리털 센 이 천애의 나그네는
犬馬無功感廟堂           견마犬馬의 공로도 없는데 조정에 감사하오276)
육삼정六三亭
六三亭子又今朝           육삼정 정자에 오늘 또 오니
宵雨乍晴水滿橋           밤비는 잠깐 개고 물은 다리에 차오른다
過檻雲影看世態           난간을 지나가는 구름 그림자에서 세태를 보고277)
吹筵松籟聽寒潮           자리에 불어오는 솔바람 소리에 조수 소리 듣노라
許多炎海人相苦           허다한 고해의 더위에 사람들은 괴로워하는데
驀地仙山路不遙           갑자기 신선 사는 산에 오니 길이 멀지 않아라
上帝亦知遊子興           상제도 노니는 길손의 흥취를 알아
故飛風雨鎻烟條           일부러 비바람을 뿌려서 안개 자욱하게 하네
봉선화鳳仙花
姸姸花朶伴苔衣           곱디고운 꽃이 이끼 곁에 피었으니
鳳亦非凡仙亦稀           봉은 범조凡鳥가 아니고278) 신선도 드물지
閨屋深深吹細雨           깊고 깊은 규방엔 가랑비 내리고
畵簾寂寂轉晴暉           적적한 주렴에는 밝은 햇살 옮겨 간다
錦心增態堪題軸           비단 같은 속은 교태 더하니 시축에 적을 만한데
玉手成紅幾上機붉은빛 물든 섬섬옥수는 몇 번이나 베틀에 올랐나279)
愛蓮愛菊愛蘭又           연꽃 좋아하고 국화 좋아하고280) 난초 좋아하건만
誰識高名物外飛           속세 밖을 나는 봉선화의 고명은 뉘라서 알랴
육삼정六三亭
霖雨乍晴又此尋           장맛비 잠깐 갤 제 또 이곳 찾아오니
孤亭淸景爽詩襟           외로운 정자 맑은 경치에 가슴이 시원해라
古塞江聲朝復暮           옛 변새 강물 소리에 아침저녁 세월은 가고
深山松籟昨如今           깊은 산속 솔바람 소리는 어제가 오늘 같네

011_0624_a_01L
孝能爲福福應回俯聽卑於上帝臺

011_0624_a_02L知子溟鵬將展翼奈吾巷櫟半成灰

011_0624_a_03L薄氷和水藍猶淺殘雪連梢錦未開

011_0624_a_04L泥途政滑江村暮多謝故人遠引盃

011_0624_a_05L和金駱胄與其弟駞胄與其父金亨益
有舊而重來則
011_0624_a_06L

011_0624_a_07L
鶯梭已斷燕巢連肸蠁塵生蝶夢邊

011_0624_a_08L隔柳新秧靑嶂境帶烟疎屋夕陽天

011_0624_a_09L故人一去成千刼遠客重來有二賢

011_0624_a_10L滿目塞雲樽酒晩登公里也浪吟憐

011_0624_a_11L興有村和金有根本居忠淸道洪州葛山
而來留此地十年云
011_0624_a_12L有舊於
京城

011_0624_a_13L
雨聲虫語一江樓千里歸懷欲重頭

011_0624_a_14L萬事是雲何者實百年如水此生浮

011_0624_a_15L團圓難强遲今日契濶无端閱幾秋

011_0624_a_16L父母之鄕先聖重早爲歸計莫長留

011_0624_a_17L和金淡如

011_0624_a_18L
三人情契百朋多不妨聯襟唱醉歌

011_0624_a_19L顏樂常希貧亦可杞憂雖切老將何

011_0624_a_20L堪憐桑梓天涯遠又感淸明塞外過

011_0624_a_21L如得東風花滿樹願醅樽酒若江波

011_0624_a_22L杜門洞和姜鳳軒

011_0624_a_23L
年來所學亂東西大聖指歸見醉泥

011_0624_a_24L幸對幽人心以遠欲探靈境話難齊

011_0627_c_01L天外悲秋虫有語           머나먼 타향에 가을이 오니 벌레 우는 소리
關西爲客橐無金           관서에서 나그네 신세인데 전대엔 돈이 없네
夕陽已盡盃樽晩           석양이 다 저물었을 제 술잔을 드노라니
萬國風塵感我心           온 세상 풍진에 이내 마음 감회에 잠기네
면가정眄柯亭
志在江湖亦一生           강호에 뜻 두어 한평생 은거하니
眄柯亭好是風情           면가정에는 풍광과 정취도 좋아라
暮山含雨連簷碧           저무는 산은 비를 머금고 처마와 이어져 푸르고
小草留花上檻明           작은 풀은 꽃을 남겨서 난간을 올라와 환하구나
數樽市酒能爲國           몇 병 사온 술 마시고 나라를 위한 충정 일지만
千里鄕愁未敢城           천 리 밖 고향 생각은 성을 둘러쳐서 막지 못하네
荒塞聯襟多雅士           머나먼 변새에 흉금이 통하는 선비들이 많으니
春風中坐又金聲           춘풍 속에 앉아 있고281)
용포재에 와서(遊龍浦齋)
禿魯江流盡日西           독로강282)은 흘러서 진종일 서쪽으로 가는데
雨聲黌閣夕鷄啼           학당에는 빗소리 들리고 저물녘에 닭 울음소리
亂梢遮野禾香漏           나뭇가지들로 가려진 들판에선 벼 향기 풍겨오고
蔀屋和泥燕影低           초가집에는 진흙을 문 제비가 낮게 날아온다
病酒關心城市鬱           술 생각만 나는 것은 저잣거리에서 답답해서요
高朋携手碧蘿齊           벗들과 손을 잡고 등라 아래 나란히 걸어간다
倚欄相笑還相忘           난간에 기대 서로 웃고 세상사 모두 잊노니
龍浦之遊擬虎溪           용포에서 노니는 것이 호계283)에 비길 만하여라
김박언에게 부치다(寄金泊彥)
天以好生禀則身           하늘의 이치를 받아서 태어난 몸이니
雖然坎坷敢言貧           비록 고생스러우나 감히 가난을 말하랴
風流應許傑魁士           풍류는 걸출한 선비임을 응당 인정할 터
性行眞知金玉人           성행性行은 참으로 금옥과 같은 분임을 안다오
海濶遊龍堪奮鬛           바다가 드넓으니 노니는 용이 갈기를 떨치고
山靈藥草自深根           산이 신령하니 약초 절로 뿌리 깊은 격일세
江州八載悠悠客           강주에서 8년 동안 유유히 살아온 이 몸
有願君家熙熙春           그대 집안에 춘풍 기운이 가득하길 원한다오
김수장에게 부치다(寄金水長)
四朔夷山秋又聲           변방 마을 넉 달 만에 가을이 또 왔건만
無題童蒙鬢絲生           학동들 가르치는 생활 흰 머리털만 늘었구나
故人信札千金重           친구가 보내온 서찰은 천금보다 소중하고
關西行裝一髮輕           관서 땅 이 몸의 행장은 머리털처럼 가볍네
明月穿林來客榻           밝은 달빛은 숲을 뚫고 이내 침상에 오고
白雲和水映書屛           흰 구름은 물과 함께 이 서재에 어리누나
紅楓搖落黃花老           붉은 단풍잎 떨어지고 국화는 시드는데
幾望江州憶舊情           얼마나 강계 땅 바라보며 옛정을 생각했던가
신해년 봄에 우연히 송남하를 만나(辛亥春偶逢宋南河)
長安風日暗塵沙           장안의 풍광은 티끌 먼지로 암울한데
落落邊城白髮斜           머나먼 변방 땅에서 백발로 늙어 가노라

011_0624_b_01L浮雲影外滄洲近杜宇聲中白髮催

011_0624_b_02L黜陟不聞刀鉅絕羨君靑笠釣烟溪

011_0624_b_03L渭原和京居劉震九持三綱
錄來云

011_0624_b_04L
千里論交坐忘年亂山秋日小亭邊

011_0624_b_05L蚨囊政竭難留醉鷗席有分悵各眠

011_0624_b_06L無限林泉多隱逸偶然笻屐亦因緣

011_0624_b_07L那將世路滔滔客盡卜斯鄕樂性天

011_0624_b_08L渭原和宋儀徵

011_0624_b_09L
樵老連扉復釣翁渭城歸客任西東

011_0624_b_10L二年落魄知吾放半日淸談與子同

011_0624_b_11L曜高虛室閑生白凍僻幽花發未紅

011_0624_b_12L此別依依多悵缺願言緣約願言豐

011_0624_b_13L和韓鶴淳

011_0624_b_14L
岸柳輕妍澗靄流倉坪歸客訪書樓

011_0624_b_15L日晴高嶂長含雨春晩窮林尙帶秋

011_0624_b_16L好句詠來堪助興淸樽雖乏足忘愁

011_0624_b_17L那將嵓穴無聞士去叩天門尺五留

011_0624_b_18L和張士允

011_0624_b_19L
文術有名行亦佳烟霞深處則仙街

011_0624_b_20L遊人已是風塵路名士又何寂寞涯

011_0624_b_21L撲地楊花迷澗壑半天松韻爽林齋

011_0624_b_22L相知雖晩交如舊做別關山有所懷

011_0624_b_23L和金守鎬

011_0624_b_24L
訪鶴尋雲物外還聲塵捿屑隔千山

011_0628_a_01L以我浮雲流水客           뜬구름 흐르는 물 같은 이 나그네 몸이
與君晴日碧山家           그대와 맑은 날에 푸른 산속 집에서 함께한다
儀容挺特禽中鶴           풍모가 빼어나니 새 중에서 학이요
詞格燦爛錦上花           문장이 찬란하니 비단 위의 꽃이로세
屈指此生元是夢           손가락 꼽아 보면 이 생애 원래 꿈이니
何妨樽酒放詩歌           술 마시며 맘껏 시를 읊은들 어떠리
또(又)
藍碧深江黛遠山           쪽빛 푸른 깊은 강에 먼 산은 짙푸른 빛
仙庄春景畵中顔           그대 집의 봄 경치는 그림 속 풍경이로다
樽酒仍勸吾當醉           술을 권하니 나는 응당 취하고
文墨相從子亦閑           문묵으로 상종하니 그대는 한가롭구려
千里思鄕雲漢外           천 리 밖 은하수 저편 고향을 그리워하고
一身爲客塞城間           일신으로 먼 변방 땅에 나그네 신세로세
朗懷如月詩如玉           밝은 흉금은 달과 같고 시는 옥과 같으니
不意天人此地還           천인이 지상에 돌아왔을 줄 생각지도 못했다오
청암사 조실에서 만우당과 작별하며(靑岩寺祖室與萬愚堂話別)
蛩吟夜雨碧山樓           귀뚜라미 울고 밤비 내리는 푸른 산 절간
暗地鄕愁欲重頭           은연중 깊어지는 향수에 머리가 무거워라
萬事是雲何者實           만사가 다 꿈이거니 그 무엇이 진실인가
百年如水此生浮           백 년 평생 흐르는 물이요 이 생애는 뜬구름
團圓難强遲今日           만남은 애써도 어려워 이제껏 늦어졌는데
契濶無端閱幾秋           이별은 무단히 찾아와 몇 해나 지났던가
白首已悲飄梗又           백발이 이미 분분하거늘 이제 또 작별하니
那堪君去我仍留           어이 견딜꼬 그대 떠나고 나만 홀로 남음을
사육언四六言

今日淸明              오늘은 청명일이라
不妨出遊              나가 노닐어 보아도 좋으리
出遊何所              어느 곳에 나가 노닐거나
松間林邱              솔숲이 우거진 언덕이로세
觀望何景              무슨 경치를 바라보는가
雨霽雲收              비 개고 구름이 걷혔으니
無限風光              무한히 펼쳐진 풍광이
滿目淸幽              눈에 가득 맑고 그윽해라
忽焉其思              이에 문득 이내 상념이
轉兮悠悠              더욱 하염없이 일어난다
三界綿綿              삼계는 끝없이 이어지니
何處出頭              어느 곳에서 벗어날꼬
靑山日暮              청산에 해가 저무니
碧海長洲              푸른 바다 긴 물가로다



011_0624_c_01L怳然靈境知何處果是賢人在此間

011_0624_c_02L窮林寂寞禽未語衆澗奔忙鷺自閑

011_0624_c_03L所詠詠懷咏惟苦倚窓不覺夜將闌

011_0624_c_04L和朴瑛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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客到新坪夕炊生先生高倚白雲楹

011_0624_c_06L已於聖學深能得况是詞家大有鳴

011_0624_c_07L傍溪田畝隨流仄跗石簷頭帶谷傾

011_0624_c_08L同志如君相對晩一笻遼塞不勝情

011_0624_c_09L遊午南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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寰海榮枯散若風午南寺路醉西東

011_0624_c_11L三月蹉跎醒醉裏諸天髣髴畵圖中

011_0624_c_12L幾處曇雲經刼白長年花雨上樓紅

011_0624_c_13L那將幻海迷茫客盡入玄門悟色空

011_0624_c_14L松坪里書塾和金應三

011_0624_c_15L
渺茫襟懷好放開松坪眞箇畵中臺

011_0624_c_16L日暖幽林晴靄細春入荒山恠鳥來

011_0624_c_17L短褐風霜知我誤掩門絃誦感君才

011_0624_c_18L有朋相慰多情理憂世寸心暫忘摧

011_0624_c_19L和金英抗與金淡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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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年遼塞此城臺散客襟懷一放開

011_0624_c_21L舊契已深新志在紅香雖謝綠陰回

011_0624_c_22L靑山滿目堪爲句白髮閑心更進杯

011_0624_c_23L悠亮歌謠多緬邈無何鄕裏去忘來

011_0624_c_24L與諸益上子北寺

011_0628_b_01L誰是孰非              누가 옳고 누가 그른가
夢中之事              모두 꿈속의 일이로다
北邙山下              북망산 아래에서
誰爾誰我              누가 너이고 누가 나인가


張三李四遷化            장삼이사 모두 세상 떠나니
我亦當見其事            나도 그 일을 당하게 되리
風止火滅夢中            사대가 소멸함은 꿈속의 일
平生貪嗔人我            평생의 탐진치는 인아人我의 상相


一擧兩得              하나를 들어서 둘을 얻으니
大是無端              어찌된 까닭인지 알 수 없네
掀飜窠臼              과구窠臼를 벗어 던진다 해도
屈着一般              굽히기는 마찬가지일세284)
塵裏風中              속진의 업풍業風 속에서
化作神丹              신령한 단약을 만드니
賴遇恁麽              이 같은 법을 만난 덕분에
命立身安              안신입명할 수 있다네
豈無幞頭              어찌 추운 날씨를 막을
禦天之寒              머리에 쓸 모자가 없으랴
履霜氷至              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이르니285)
和情遂摶              온화한 기운이 단단히 뭉치네
惡水何潑              더러운 물을 어찌 뿌리는가
難潤其乾              그래도 하늘은 적시기 어렵지
用此二科              이 두 가지를 쓰니
流水靑山              흐르는 물과 푸른 산이로다
恰好其言              매우 적절한 말일지라도
死鷄聲▼(口+官)              죽은 닭이 우는 소리일 뿐
古朴綻破              순박한 본성이 깨어졌다지만
從頭不刓              애초부터 훼손되지 않았어라
剔耳雛看              귀 없는 새 새끼가 보면
鳧疑神鸞              오리를 봉황인가 의심하지
大家提唱              다 함께 법을 제창하지만
具眼難瞞              안목 갖춘 이는 속이기 어렵네


山自靑水自綠            산은 절로 푸르고 물은 절로 푸르니
淸風拂白雲歸            맑은 바람 불고 흰 구름 흘러간다
盡日遊盤石上            진종일 반석 위에서 노닐고 있노니
我捨世更何希            나는 세상을 버렸거니 무엇을 더 구하랴


本太平天眞佛            본래 태평한 천진불이
月明中樹上啼            밝은 달빛 속 나무에서 우네
山空夜深人寂            공적한 산에 밤 깊고 인적은 고요한데
唯有爾聲東西            오직 네 소리만 동쪽 서쪽에서 들리누나
정혜사에서 두견새를 읊다(在定慧寺吟杜鵑)


011_0625_a_01L
雨花實實釋門深樵客仙踪分外斟

011_0625_a_02L杖掛嵓松餘解虎衣垂蓮幌見捿禽

011_0625_a_03L淨界天然心月照路歧胡以鬂霜侵

011_0625_a_04L沉淪苦海君如我何日靈山悟法音

011_0625_a_05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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衰老於山轉苦登只緣仙客玉欄憑

011_0625_a_07L留詩遼塞君疑鶴尋社香山我亦僧

011_0625_a_08L下界塵生誰悟夢千江印月可傳燈

011_0625_a_09L而今鰈域如炎夏有願慈雲處處凝

011_0625_a_10L渭原和李澤龍

011_0625_a_11L
杖屨經年塞外城男兒遊世愧無名

011_0625_a_12L幾回滄浪沙鷗夢又是深山杜宇聲

011_0625_a_13L聖世桑麻皆雨露幽人床榻好逢迎

011_0625_a_14L風塵寂寂身無事有菜登盤有酒盈

011_0625_a_15L

011_0625_a_16L
一床詩書攤西東高士淸閑世未同

011_0625_a_17L孤鶴不知何歲老狂塵未入此山紅

011_0625_a_18L照心是箇碧蘿月吹面且宜楊柳風

011_0625_a_19L盡日聯襟還坐忘數聲漁笛夕陽中

011_0625_a_20L和諸益

011_0625_a_21L
子佩蕙蘭我亦垂天涯情契復於誰

011_0625_a_22L璞玉最良堪作器谷鶯相喚更遷枝

011_0625_a_23L歌笛晩汀來活畵煙霞高閣有新詩

011_0625_a_24L時局關心終是數好乘晴景倒深巵

011_0628_c_01L
一句無前              일구286)는 앞이 없으니
其來何極              오는 것이 어찌 끝이 있으랴
聾人自笑              귀 먹은 사람 스스로 웃을 뿐
欲聞不得              듣고 싶어도 듣지 못하네
天藏庵中              이 천장암에서
何物不是              무엇인들 이것이 아니리오
不乖而異              어긋나서 다르지 않으니
盖天盖地              하늘을 덮고 땅을 덮누나
四聖六凡              사성四聖과 육범六凡287)
惟光明智              오직 광명한 지혜뿐이라
理無異體              진리는 다른 게 없으니
山河大地              산하와 대지로다
有智無用              지혜 있어도 쓸 데 없으니
其智何用              그 지혜를 어디에 쓰리오
山山水水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니
無處相訟              서로 다투는 곳이 없어라
棒也喝也              방과 할이여
徹天其怨              그 원한이 하늘에 사무치도다


萬事無非夢中            만사가 꿈이 아님이 없는데
忽然覺悟              홀연 깨달아
拈柱杖携甁鉢            주장자를 잡고 발우를 들고
深入雲林邃處            구름과 숲 우거진 깊은 산속에 들어가니
百鳥有聲              온갖 새들은 울고
泉石淙琤              맑은 시냇물은 졸졸 흐르는데
千尋老松              천 길 높은 노송에
百縈藤蘿              등라藤蘿가 우거진 곳에
築數間茅屋             몇 칸 초가집을 지어 놓고
同知己友              뜻이 맞는 벗과 함께
有時咏烟霞趣            때로는 연하烟霞의 흥취를 노래하고
有時焚香靜坐            때로는 향을 사르고 고요히 앉았노라니
更無塵事相侵            속진의 일이 침노하지 않아
一心虛靈              마음이 텅 비고 신령하여
萬理昭彰              모든 이치가 밝게 드러난다
便是世間第一            이것이 곧 세간의 으뜸가는 사람이라
酌中山仙人酒            等人중산中山 선인288)이 담근 술을 마시고
滿醉了               흠뻑 취하여
乾坤森羅              건곤과 삼라만상을
一印印之              한 무문인無文印으로 찍은 다음에
然後灰頭土面            머리엔 재를 묻히고 얼굴엔 흙을 묻힌 채
遊戱芳草岸頭            방초 우거진 언덕에 노닐면서
一聲笛囉囉哩            날라리 날라리 젓대를 부노라
가歌
오도가悟道歌
四顧無人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으니
衣鉢誰傳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衣鉢誰傳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四顧無人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구나

011_0625_b_01L和金用宣

011_0625_b_02L
狂塵未染碧蘿衣惟有煙霞盡日歸

011_0625_b_03L知我不材終委翼問君何事又關扉

011_0625_b_04L深山携酒流鶯在楊柳長程細雨飛

011_0625_b_05L屈指榮枯皆幻夢那能此地共淸暉

011_0625_b_06L與諸益上北門樓

011_0625_b_07L
萬斛塵愁鬱未寬幸隨高躅暫爲歡

011_0625_b_08L一天雲影孤城寂五月江聲亂岫寒

011_0625_b_09L大人莅邑風流酒倦客登樓廢忘冠

011_0625_b_10L楊柳依依夕陽好等閑景物拭眸看

011_0625_b_11L遊講場

011_0625_b_12L
滄桑萬變任飄暉與子聯衿忘是非

011_0625_b_13L老樹含風斜日漏靑山曳雨迅雷飛

011_0625_b_14L樵兄荷斧驅牛返漁弟持竿擧網歸

011_0625_b_15L幽人遯世多幽趣愧我腥塵未拂衣

011_0625_b_16L與海岩坐草堂得仙字

011_0625_b_17L
茅屋淸凉細篆煙腰魚肩鹿坐忘筵

011_0625_b_18L書釰如夢靑雲際醒醉何心白髮前

011_0625_b_19L木末斜陽蒼疊岫沙邊芳草逈廻川

011_0625_b_20L窅然跌宕天涯客數日林庄伴地仙

011_0625_b_21L

011_0625_b_22L
能於詩畵行尤佳竟見關西獨步家

011_0625_b_23L流水門庭淸似鏡浮雲世路薄如紗

011_0625_b_24L盤宜藥菜何求肉手掬寒泉不用茶

011_0629_a_01L春山花笑鳥歌            봄 산에 꽃은 웃고 새는 노래하며
秋夜月白風淸            가을밤에 달은 밝고 바람은 시원해라
正恁麽時              바로 이러한 때에
幾唱無生一曲歌           몇 번이나 무생無生의 한 곡조 노래를 불렀던가
一曲歌無人識            한 곡조 노래를 아는 사람 없으니
時耶命耶且奈何           시절인가 운명인가 어이하리오
山色文殊眼             산 빛은 문수의 눈이요
水聲觀音耳             물소리는 관음의 귀로다
呼牛喚馬是普賢           소를 몰고 말을 모는 이가 보현이요
張三李四本毘盧           장삼이사가 본래 비로자나불일세
名佛祖說              부처와 조사의 말씀이라 하지만
禪敎何殊              참선과 교학이 어찌 다르리오
特地生分別             단지 분별을 일으켰을 뿐이네
石人唱笛              돌사람은 젓대를 불고
木馬打睡              나무말은 졸고 있구나
凡人不識自性            사람들은 자성을 알지 못하고서
謂言聖境非我分           성인의 경계이지 나의 분수 아니라 하니
可憐此人地獄滓           가련하구나 이런 사람들은 지옥의 잔재로다
回憶我前生事            이내 전생의 일을 돌이켜 생각하니
四生六趣諸險路           사생과 육취 온갖 험한 곳에서
長劫輪廻受苦辛           오랜 겁 동안 윤회하며 신고를 겪었네
今對目前分明            오늘 눈앞에서 자성을 분명히 보니
使人叵耐兮             이내 마음 견딜 수 없구나
幸有宿緣              다행히 숙세의 인연이 있어
人而丈夫              사람이요 장부로 태어나
出家得道              출가하여 도를 얻었으니
四難之中無一闕           사난四難289) 중에서 하나도 부족함이 없어라
有人爲戱言作牛無鼻孔        어떤 사람이 소가 되면 콧구멍 없다 장난으로 말하는데
因於言下              그 말을 듣자마자
悟我本心              나의 본래 마음을 깨달으니
名亦空相亦空            명상名相이 모두 공하여
空虛寂處常光明           공하여 텅 비고 고요한 곳에 늘 광명이 나오네
從此一聞卽千悟           이 말을 한 번 듣고부터 모든 것을 깨달으니
眼前孤明寂光土           눈앞에는 홀로 밝은 적광토寂光土요
頂後神相金剛界           정수리 뒤에는 신령한 금강계로다
四大五陰淸淨身           사대와 오음이 청정한 법신이라
極樂國鑊湯兼寒氷          극락세계는 화탕지옥과 한빙지옥이요
華藏刹劍樹及刀山          화장찰해華藏刹海는 검수지옥과 도산지옥이로다
法性土朽壤糞堆           법성토法性土는 썩은 흙이요 똥무더기이며
大千界螘穴蚊睫           대천사계大千沙界는 개미굴이요 모기 눈썹이라
三身四智虛空及萬像         삼신三身과 사지四智는 허공과 만상萬象이니
觸目本天眞             눈길이 닿는 곳마다 본래 천진하도다
也大奇也大奇            매우 기이하고 기이하구나
松風寒               솔바람이 서늘하니
四面靑山              사방은 푸른 산이요
秋月明               가을달이 밝으니
一天如水              하늘은 물처럼 맑구나
黃花翠竹              노란 국화와 푸른 대나무
鶯音燕語              꾀꼬리 소리와 제비 소리에
常然大用              늘 진여眞如의 큰 작용이
無處不現              드러나지 않는 곳이 없으니
市門天子何須取           천자 자리를 준들 어찌 받으랴
平地上波濤             평지에 파도를 일으키는 격이요
九天玉印眞恠在           대궐의 옥새는 참으로 괴이하니
髑髏裏眼睛             해골 속의 눈동자로다
無量佛祖常現前           한량없는 부처가 늘 눈앞에 나타나니
草木瓦石是             초목과 깨진 기왓장이 그것이요
華嚴法華我常說           『화엄경』과 『법화경』을 내가 늘 설하니
行住坐臥是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동작이 그것이라
無佛無衆生             부처도 없고 중생도 없으니
是我非妄言             이는 내가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다

011_0625_c_01L馴鶴盟猿餘外事農談隣里緩當車

011_0625_c_02L

011_0625_c_03L
色色景光管領難壑巒磐沼並風湍

011_0625_c_04L花明騷客來時壑禽樂遊人去後巒

011_0625_c_05L滌塵尋柳成絲沼運屐緣蘿漏絡磐

011_0625_c_06L碎玉風湍頻入耳閑中趣味有多般

011_0625_c_07L午枕

011_0625_c_08L
豈料行裝一草亭當年高閣畔天庭

011_0625_c_09L古戍江山殊耳目荒村蚊蝎穿衣屛

011_0625_c_10L難師原子貧非病也學阮公醉不醒

011_0625_c_11L午枕無端化蝴蝶故園花柳夢中馨

011_0625_c_12L次時習齋板上韵

011_0625_c_13L
時習名奇一塾開數飛如鳥戒將來

011_0625_c_14L妙香山月淸凉戶鴨綠江雲斷續臺

011_0625_c_15L書釰半生君抱玉風塵萬國客停盃

011_0625_c_16L聖賢事業遺方册嗟爾冠童可勉哉

011_0625_c_17L與海岩夜坐

011_0625_c_18L
盆蘭砌薥伴書樓半袂淸凉聽水幽

011_0625_c_19L老驗人心危棧閣學知聖化速乘郵

011_0625_c_20L江山不盡文章感天地難停歲月流

011_0625_c_21L賴有先生多厚意欲忘桑海客魂悠

011_0625_c_22L訪雲坡林庄雲坡
妓名

011_0625_c_23L
邂逅一緣定亦天香鬟隨后鶡冠前

011_0625_c_24L陽臺雲雨憐朝暮洛浦鴻龍杳婉翩

011_0629_b_01L變地獄作天堂            지옥을 바꾸어 천당을 만드는 것이
摠在我作用             모두 나의 손에 달려 있고
百千法門無量義           백천 가지 법문 한량없는 이치가
恰似夢覺蓮華開           흡사 꿈을 깨고 연꽃이 핀 것 같아라
二邊三際何處覔           이변二邊과 삼제三際를 어디서 찾으랴
十方無外大光明           가없는 시방세계가 큰 광명인 것을
一言而蔽之乎            한마디로 말하면
我爲大法王             내가 대법왕이라
於法摠自在             모든 법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심우송尋牛頌
소를 찾다(尋牛)
本自不失              본래 잃지 않았거늘
何用更尋              무엇하러 다시 찾는고
秪這尋底              바로 이 찾는 놈이
毘盧之師              비로자나불의 스승일세
山靑水綠              청산은 우뚝하고 녹수는 흐르며
鶯吟燕語              꾀꼬리는 울고 제비는 지저귀니
頭頭漏洩              두두물물이 이 소식을 드러내도다
咄                 쯧쯧
발자국을 보다(見跡)
韶光之妙              봄빛의 오묘함은
不在百花爛熳            흐드러지게 핀 온갖 꽃에 있지 않나니
最是橙黃橘綠            무엇보다 유자는 노랗고 귤은 푸르네
好好哥哥              좋구나 좋아라
跡在牛還在             발자국이 있는 데 소가 있느니
無心道易親             무심하면 도에 가까워지기 쉬운 법

011_0626_a_01L病葉荒林長夏晩淡煙逝水古城邊

011_0626_a_02L惜別依依樽酒了浮生此席感餘年

011_0626_a_03L中庚日時習齋小酌

011_0626_a_04L
三庚小酌好晴欄俗吏何論逸士團

011_0626_a_05L偶得神交淸似水欲言心臭郁如蘭

011_0626_a_06L瓷樽箋軸宜精舍藥菜珍鷄上別盤

011_0626_a_07L耕鑿倘能分一半從君於此保平安

011_0626_a_08L遊錦川舘

011_0626_a_09L
古人創設有斯樓墻缺榱零感歲流

011_0626_a_10L萬事隨風何者實百年如水此生浮

011_0626_a_11L禽成好語啼山角雲自無心出樹頭

011_0626_a_12L吾友海岩奇畵在暫時倚枕忘羇愁

011_0626_a_13L一海精舍小酌一海金泊
彥號也

011_0626_a_14L
處世嶷然不讓峯落花流水任形容

011_0626_a_15L孤襟誰識埋塵寶四座不妨侮雪松

011_0626_a_16L市樽方至花香馥書檻才憑雨滴濃

011_0626_a_17L一海應知心許士遊人相對意重重

011_0626_a_18L出北門外訪朴舍 [1] 苞山小山
梅隱同會

011_0626_a_19L
棄拂榮枯醉送年岩楓籬菊古城邊

011_0626_a_20L千里有朋來偶爾九秋望野政蕭然

011_0626_a_21L傍樹軒牕深塞境隔江人馬夕陽天

011_0626_a_22L算來塵緣堪搔首何處靑山寄一眠

011_0626_a_23L夜坐

011_0626_a_24L
江州八載一寒衣氷雪孤村感叩扉

011_0629_c_01L好好哥哥              좋구나 좋아라
古廟裏香爐             낡은 사당의 향로요
澄秋野水              맑은 가을 들판의 물이로다
好好哥哥              좋구나 좋아라
소를 보다(見牛)
喝云                억!
得如靈光獨耀            신령한 빛이 홀로 빛나
盖天盖地              하늘을 덮고 땅을 덮더라도
猶是階下漢             오히려 섬돌 아래 서 있는 하인이요
弄精魂脚手             정혼精魂을 희롱하는 수단이니
莫魑魅魍魎好            도깨비 두억시니 짓을 하지 말라
且道 見箇甚麽           일러 보라 이 무엇인고
喝一喝               억!
소를 찾다(得牛)
見得則不無             소를 본 것은 없지 않으나
爭奈爲第二頭            둘째 자리에 떨어짐을 어이하리오
未見得者 令得見          보지 못한 이는 보게 하고
已見得者 却令迷失         이미 본 이는 도로 헤매어 잃게 하며
又却令悟得者永悟得         또 깨달은 이는 길이 깨닫게 하고
迷失者永迷失            헤매어 잃은 이는 길이 헤매어 잃게 하노니
還正當得也未            도리어 소를 찾았는가
以柱杖打卓一下云          주장자를 한 번 내리치고 이르노라

一把柳條收不得           한 줌 버들가지를 거두어 잡지 못하여
和風搭在玉欄干           바람 부는 대로 옥난간에 걸쳐 두노라
소를 치다(牧牛)
善惡俱是心             선과 악이 모두 마음이라
不可以修斷             수행하여 끊을 수 없나니
是如過蠱毒之鄕           이는 고독蠱毒의 마을을 지날 때
水也不得霑着一滴          물 한 방울도 몸에 묻어서는 안 되는 것과 같다
是心無異心             이 마음은 다른 마음이 없어
不斷貪淫              탐진치 삼독을 끊지 않으니
是及盡今時             금시290)가 다할 때에 미치면
如死人眼              죽은 사람의 눈과 같다
是俱是險路             이는 모두 험한 길이니
不可以行              가서는 안 된다

且道                일러 보라
如何則是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가
九九八十一             9×9는 81이요
又椀達邱              또 완달구로다
湧泉四十年 尙有走作        용천은 40년을 수행해도 망상이 일어났고
香林四十年 打成一片        향림은 40년 동안 수행하여 타성일편이 되었네
吁 得易守難            아! 얻기는 쉽고 지키기는 어려우니
且莫得少爲足            작은 것을 얻고 만족하지 말고
須叅知識              모름지기 선지식을 참방하여
鑢鞴多方 始得           갖가지 수단으로 단련을 받아야만 된다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다(騎牛歸家)
六途四生              육도와 사생에
歷劫辛酸              오랜 겁 동안 신고를 겪었건만
何曾一步              어찌 한 걸음인들
移着家鄕              고향을 떠난 적이 있었으랴

呵呵                하하!
笛聲遏雲曲名            젓대 소리 알운곡291)을 연주하니
洞庭湖心靑山脚           동정호 호심湖心이요 청산 발치로다


011_0626_b_01L事似蹇驢停未走心如鈍鳥擧難飛

011_0626_b_02L淺深樽酒皆情境長短窓燈亦世機

011_0626_b_03L知不仲尼竟何究羲經三絕運之歸

011_0626_b_04L仁風樓晩眺

011_0626_b_05L
江樓秋景薄於羅淸宦來遊幾度過

011_0626_b_06L孤帆影邊楊柳細短簫聲裏碧山多

011_0626_b_07L古邑荒凉看氣像一人憤啑驗風波

011_0626_b_08L珠還乳復祥非實乃是治平頌且歌

011_0626_b_09L南門樓

011_0626_b_10L
碧樹鶯聲日政遲南門樓夏坐來時

011_0626_b_11L短碑寂寂橫深草衆蔓垂垂上幾枝

011_0626_b_12L塞邑千年多感慨浮生此日可襟期

011_0626_b_13L江光如練山光暮把酒相看不盡思

011_0626_b_14L登南門樓

011_0626_b_15L
長渚雲煙畵裡開倚欄無事爽靈臺

011_0626_b_16L林深籬落家家隱雨洗峯巒面面來

011_0626_b_17L事感風霜樓有韵心期宕曠客連杯

011_0626_b_18L旅窓岑寂堪消遣何處遊人奏落梅

011_0626_b_19L

011_0626_b_20L
荒吟最澁興難先只得心機一一天

011_0626_b_21L衰眼遙村還隔樹短笻殘堞半爲田

011_0626_b_22L樓晴燕尾依山遠野晩煙光上樹懸

011_0626_b_23L前日香婆今更對良緣於此欲無邊

011_0626_b_24L征婦

011_0630_a_01L雖然如是              비록 이와 같지만
敢保老兄猶未歸           노형은 아직 고향에 돌아가지 못했다고 감히 보장하노라

會麽                알겠는가
桂琛道底              계침桂琛이 말한 것이로다
소는 잊고 사람만 있다(忘牛存人)
撞眠去               잠이나 자거라
何得恁地狼藉            어찌하여 이렇게 수선을 떠는가
兀然無事坐             홀로 일 없이 앉아 있노라니
春來草自靑             봄이 옴에 풀은 스스로 푸르구나
這箇是癰瘡上添艾灸相似       이것은 종기 위에 쑥뜸을 뜨는 것과 같다

不見道               보지 못했는가
直須靑天              푸른 하늘이라 할지라도
也須喫棒              방망이를 맞아야 한다292)고 한 것을

爲甚如此              왜 이러한고
好作雨時不作雨           비가 와야 할 때에 비가 오지 않고
堪晴天時不晴天           개야 할 때에 개지 않는구나
雖然如是              비록 이와 같지만
是甚麽心行             이것이 무슨 심행心行인가?

噫嘻                허허!
長年不出戶             오랜 세월 문밖을 나오지 못했도다
是何境界              이 무슨 경계인가
莫向這裏屙出去           여기에 똥을 싸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是何境界              이 무슨 경계인가
浮生穿鑿不相關           덧없는 인생에 천착한들 이와 관계없느니라
是何境界              이 무슨 경계인가
不惜兩莖眉毛            두 눈썹을 아끼지 않고293)
爲爾提出              그대를 위해 보여 주겠노라

低頭仰面無藏處           머리를 숙여 보고 얼굴을 치켜들어도 숨을 곳이 없으니
雲在靑天水在甁           구름은 푸른 하늘에 있고 물은 병에 있도다
사람과 소가 모두 없다(人牛俱亡)
悉利蘇魯 沒多野 地多野 娑婆訶    시리소로 못다야 지다야 사바하
又摘楊花摘楊花           버들꽃을 잡고 버들꽃을 잡도다

長年修行              오랜 세월 수행해도
到此却是迷茫顚倒          여기에 이르러 도리어 미망하고 전도되면
不直一分錢             한 푼 가치도 없다
會麽                알겠는가?

塞外將軍令             변방에서는 장군의 명령이요
寰中天子勅             천하에는 천자의 칙령이로다
喝一喝               억!
근원에 돌아오다(返本還源)
鶴脛雖長              학의 다리가 비록 길지만
斷之則憂              자르면 근심하게 되고
鳧脛雖短              오리의 다리가 비록 짧지만
續之則愁              이으면 시름하게 된다

鉢盂不得着柄            발우는 자루를 붙여서는 안 되고
笊籬且宜有漏            조리는 의당 물이 새어야 하는 법
綿州附子幷州鐵           면주는 부자附子요 병주는 쇠라294)
萬物無非本處            만물이 모두 근본 자리 아님이 없으니
好米賤柴              좋은 쌀과 값싼 땔나무가
多足四隣              사방 이웃에 풍족하여라

是箇湖南城下            이는 호남성 아래에서
吹火尖嘴              불어서 불을 피우느라 입술이 뾰족하고
讀書彈舌也             책을 읽느라 혀를 놀리는 것이니
是大愚家風             이는 대우大愚 스님의 가풍이다

更有一句              다시 한 구절이 있으니
付在來日              훗날에 부쳐 두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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園竹蒼蒼月欲生玉關何在夢難成

011_0626_c_02L非緣薄命千愁並只念良人萬死輕

011_0626_c_03L華燭雖殘衾自遠粉粧無用鏡空明

011_0626_c_04L鳴鳩乳燕還多福比翼同巢不盡情

011_0626_c_05L野鶴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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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遊另辦出城東野鶴村前日未中

011_0626_c_07L繞屋蕪菁含宿雨連阡禾黍帶商風

011_0626_c_08L秋雨無事眠荒草晴燕胡心上碧空

011_0626_c_09L林老能知欵賓禮堆盤苽菜列靑紅

011_0626_c_10L北樓

011_0626_c_11L
半生心事付靑天淪落江城白髮前

011_0626_c_12L崪乎是箇千層岳逝者如斯萬里川

011_0626_c_13L墻角微風添遠樹瓦鱗匝地起晴烟

011_0626_c_14L遠親幸到隣朋在淸趣應知此一邊

011_0626_c_15L坐小山園亭

011_0626_c_16L
悠悠一榻足淸襟鶯語雖遲燕亦音

011_0626_c_17L小檜長枝成翠盖奇花並蒂疊黃金

011_0626_c_18L風塵應是遊人事亭閣何妨遯世心

011_0626_c_19L對樽桐隱江湖客多謝萍蓬特地尋

011_0626_c_20L登望美亭

011_0626_c_21L
望美亭邊易夕暉汀沙汀草暎欄圍

011_0626_c_22L衿帶如今荒堞繞蓬瀛何處彩雲飛

011_0626_c_23L野色秋晴千種穀砧聲古渡萬家衣

011_0626_c_24L樂憂天下知誰在感慨賢良此世稀

011_0630_b_01L
저잣거리에 들어가 교화를 펴다(垂手入鄽)
木女之夢 石人之歌         나무 여자의 꿈과 돌사람의 노래도
也是前塵影事            또한 전생의 그림자일 뿐이라
無相之佛難容            형상이 없는 부처도 용납되지 않거늘
毘盧之頂何貴            비로자나불의 정수린들 어찌 귀하리오

遊芳草岸              방초 우거진 언덕에 노닐고
宿蘆花洲              갈대꽃 핀 물가에 묵으며
荷帒遊市              포대를 메고 저잣거리에 노닐고
振鈴入村              요령을 흔들며 마을에 들어간다

寔爲了事漢境界           이는 일대사一大事를 마친 사람의 경계인데
與前日撥草尋牛的時節        지난날 풀숲을 헤치며 소를 찾던 시절과
同耶 不同耶            같은가 다른가

皮下有血底             피부 아래 피가 있는 자라면
幸須着眼 始得           착안해 보아야 할 것이다
심우송尋牛頌
소를 찾다(尋牛)
가소롭구나 소를 탄 이여可笑尋牛者소를 타고서 다시 소를 찾는구나騎牛更覔牛석양이 비낀 방초 우거진 길에斜陽芳草路소 찾는 일 실로 아득하기만 하구나那事實悠悠
소 발자국을 보다(見跡)
원숭이와 새는 봄이 와 즐거워하는데猿鳥春心慣옛길을 오르지 못하여 시름겨워라太登古路愁이 가운데 소의 소식이 있으니箇中消息在발자국이 깊은 숲 속을 향하였네跡向藪雲幽
소의 온몸이 드러나다(露現全軆)
曠劫相將地             광겁토록 늘 함께 있었는데
驀然透一區             갑자기 한 곳이 뚫렸구나
曾聞雪山裏             일찍이 듣건대 설산에는
乳香萬年留             소젖의 향기가 만년토록 남았다지295)
조복하고 보임하다(調伏保任)
幾廻成落草             몇 번이나 풀밭에 들어갔던가
鼻索實難投             코뚜레를 꿰어도 길들이기 어려웠네
賴有今日事             다행히 오늘 이 일이 있으니
江山盡我收             강산을 모두 내가 거두었어라
한가롭게 집에 돌아오다(任運歸家)
東西非內外             동쪽 서쪽도 안과 밖도 아니니
任運向家邱             한가롭게 고향집으로 가노라
無孔一枝笛             구멍 없는 젓대를 부노니
聲聲難自由             곡조 속에 자유롭기 어렵도다296)
소는 잊고 사람만 있다(忘牛存人)

011_0627_a_01L圍棋

011_0627_a_02L
賭棋之樂勝看書何特仙山四皓居

011_0627_a_03L拓地千兵閑似鶴潰圍一帶活如魚

011_0627_a_04L指端點點江鴻下枰上丁丁夜雨踈

011_0627_a_05L犄角連環君莫道消長夏計信紆餘

011_0627_a_06L登仁風樓

011_0627_a_07L
文章習氣老猶餘擬作長虹貫太虛

011_0627_a_08L滄桑幾見歸來鶴湖海曾尋活潑魚

011_0627_a_09L嘉禾舖野年將稔積雨和風日未舒

011_0627_a_10L百步倚欄多瞻感蒼生何處可安居

011_0627_a_11L

011_0627_a_12L
鼕鼕社鼓載晴陰燕子飛來一境深

011_0627_a_13L粘巢知托人皆愛遊世輕身物不侵

011_0627_a_14L雨細簾櫳連夏木風淸巷陌帶商金

011_0627_a_15L辜恩負義塵間客慚愧微虫訪主心

011_0627_a_16L喞喞

011_0627_a_17L
一聲喞喞亂西東於野於床於戶通

011_0627_a_18L悲語政多深院月動機又可晩林風

011_0627_a_19L百年孀婦思君裡千里遊人做夢中

011_0627_a_20L何事浮生無感歎感歎於爾最難空

011_0627_a_21L雨中登居然亭

011_0627_a_22L
緩步居然上小亭淸凉泉石去昏㝠

011_0627_a_23L全城入草鷄聲碧永日連松雨滴靑

011_0627_a_24L東海當年誰願蹈中山一醉自難醒

011_0630_c_01L
風燈泡沫了             바람 앞에 등불과 물거품297)이 다하였으니
何法更堪求             무슨 법을 다시 찾을 게 있으리오
寄語長安道             장안의 길에 이르노니
聲前不得休             소리 앞에 쉬지는 못했다298) 하리라
사람과 소를 모두 잊다(人牛俱忘)
寂光猶未至             적광토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으니
添得一毛毬             털 공 하나를 더 보태었구나299)
此道無多在             이 도는 별다른 게 없으니
山高水自流             산은 높고 물은 스스로 흐른다
이류異類 속의 일300)
被毛兼戴角             털을 쓰고 머리엔 뿔을 인 채
燈榻語啾啾             등잔불 비치는 침상에서 지껄이누나
祖師今身外             조사의 지금 육신 밖에서
長年走市頭             오랜 세월 저잣거리를 쏘다니네
참선곡叅禪曲
忽然히 생각하니
都是夢中이로다
千萬古 英雄豪傑
北邙山 무덤이요
富貴文章 쓸대업다
黃泉客을 免할소냐
嗚呼라 내의 몸이
풀끝에 이슬이요
바람속의 燈불이라
三界大師 부처님이
叮嚀이 이로사대
마음깿어 成佛하야
生死輪廻 永斷하고
不生不滅 저 國土에

011_0627_b_01L遊人詩話多眞境賴忘風塵鬂髮星

011_0627_b_02L淸明日上東門樓

011_0627_b_03L
西醉東醒又咏東幾般心思暗相通

011_0627_b_04L蒼凉野色長川外的歷村容細雨中

011_0627_b_05L遠客登樓雙鬂白萬家拜塚一樽紅

011_0627_b_06L聊知聚散浮生事半入於雲半入風

011_0627_b_07L北樓

011_0627_b_08L
老熱最蒸七月陽北樓高處爽凉長

011_0627_b_09L日斜山影連城碧雨漲江光上檻黃

011_0627_b_10L舊習雖存難搏虎挾書何貴見亡羊

011_0627_b_11L樽前華髮天涯客犬馬無功感廟堂

011_0627_b_12L六三亭

011_0627_b_13L
六三亭子又今朝宵雨乍晴水滿橋

011_0627_b_14L過檻雲影看世態吹筵松籟聽寒潮

011_0627_b_15L許多炎海人相苦驀地仙山路不遙

011_0627_b_16L上帝亦知遊子興故飛風雨鎻烟條

011_0627_b_17L鳳仙花

011_0627_b_18L
妍妍花朶伴苔衣鳳亦非凡仙亦稀

011_0627_b_19L閨屋深深吹細雨畵簾寂寂轉晴暉

011_0627_b_20L錦心增態堪題軸玉手成紅幾上機

011_0627_b_21L愛蓮愛菊愛蘭又誰識高名物外飛

011_0627_b_22L六三亭

011_0627_b_23L
霖雨乍晴又此尋孤亭淸景爽詩襟

011_0627_b_24L古塞江聲朝復暮深山松籟昨如今

011_0631_a_01L常樂我淨 無爲道를
사람마다 다할줄노
八萬藏經 遺傳하니
사람되야 못닥그면
다시 工夫 어려우니
나도 어서 닥가보세
닥난 길을 말하랴면
허다히 만컷마는
대강 추려 적어보세
안꼬 서고 보고 듯고
着衣喫飯 對人接語
一切處 一切時에
昭昭靈靈 知覺하난
이것이 어떤겐고
몸뚱이난 송장이요
妄想煩惱 本空하고
天眞面目 내의 부처
보고 듯고 안꼬 눕고
잠도 자고 일도 하고
눈한번 깜작할새
千里萬里 단여오고
許多한 神通妙用
分明한 내의 마음
어떠케 생겻난고

011_0627_c_01L天外悲秋虫有語關西爲客槖無金

011_0627_c_02L夕陽已盡盃樽晩萬國風塵感我心

011_0627_c_03L眄柯亭

011_0627_c_04L
志在江湖亦一生眄柯亭好是風情

011_0627_c_05L暮山含雨連簷碧小草留花上檻明

011_0627_c_06L數樽市酒能爲國千里鄕愁未敢城

011_0627_c_07L荒塞聯襟多雅士春風中坐又金聲

011_0627_c_08L遊龍浦齋

011_0627_c_09L
禿魯江流盡日西雨聲黌閣夕鷄啼

011_0627_c_10L亂梢遮野禾香漏蔀屋和泥燕影低

011_0627_c_11L病酒關心城市鬱高朋携手碧蘿齊

011_0627_c_12L倚欄相笑還相忘龍浦之遊擬虎溪

011_0627_c_13L寄金泊彥

011_0627_c_14L
天以好生禀則身雖然坎坷敢言貧

011_0627_c_15L風流應許傑魁士性行眞知金玉人

011_0627_c_16L海濶遊龍堪奮鬛山靈藥草自深根

011_0627_c_17L江州八載悠悠客有願君家熙熙春

011_0627_c_18L寄金水長 [1]

011_0627_c_19L
四朔夷山秋又聲無題童蒙鬂絲生

011_0627_c_20L故人審 [2] 札千金重關西行裝一髮輕

011_0627_c_21L明月穿林來客榻白雲和水映書屛

011_0627_c_22L紅楓搖落黃花老幾望江州憶舊情

011_0627_c_23L辛亥春偶逢宋南河

011_0627_c_24L
長安風日暗塵沙落落邊城白髮斜

011_0631_b_01L疑心하고 疑心하되
고양이가 쥐잡듯이
주린 사람 밥 찻듯이
목마른이 물찻듯이
六七十 늘근 寡婦
子息을 일흔 후에
子息생각 간절틋이
생각생각 잊이 말고
깊이 궁구하여가되
一念萬年 되게 하야
廢寢忘飱 할지경에
大悟하기 각갑도다
忽然이 깨다르면
本來 生긴 내의 부처
天眞面目 絶妙하다
阿彌陀佛 이 아니며
釋迦如來 이 아닌가
점도 안코 늑도 안코
크도 안코 적도 안코
本來 생긴 自己靈光
盖天盖地 이러하고
涅槃眞樂 가이 없다
地獄天堂 本空하고
生死輪廻 本來 없다

011_0628_a_01L以我浮雲流水客與君晴日碧山家

011_0628_a_02L儀容挺特禽中鶴詞格燦爛錦上花

011_0628_a_03L屈指此生元是夢何妨樽酒放詩歌

011_0628_a_04L

011_0628_a_05L
藍碧深江黛遠山仙庄春景畵中顏

011_0628_a_06L樽酒仍勸吾當醉文墨相從子亦閑

011_0628_a_07L千里思鄕雲漢外一身爲客塞城間

011_0628_a_08L朗懷如月詩如玉不意天人此地還

011_0628_a_09L靑岩寺祖室與萬愚堂話別

011_0628_a_10L
蛩吟夜雨碧山樓暗地鄕愁欲重頭

011_0628_a_11L萬事是雲何者實百年如水此生浮

011_0628_a_12L團圓難强遲今日契濶無端閱幾秋

011_0628_a_13L白首已悲飄梗又那堪君去我仍留

011_0628_a_14L

011_0628_a_15L四六言

011_0628_a_16L

011_0628_a_17L
今日淸明不妨出遊

011_0628_a_18L出遊何所松間林邱

011_0628_a_19L觀望何景雨霽雲收

011_0628_a_20L無限風光滿目淸幽

011_0628_a_21L忽焉其思轉兮悠悠

011_0628_a_22L三界綿綿何處出頭

011_0628_a_23L靑山日暮碧海長洲

011_0628_a_24L

011_0631_c_01L善知識을 차저가서
了然이 印可마저
닷이 疑心 없은 後에
世上萬事 忘却하고
隨緣放曠 지내가되
빈 배갗이 떠놀면서
有緣衆生 濟度하면
報佛恩德 이 아닌가
一切戒行 직켜가면
天堂人間 壽福하고
大願力을 發하여서
恒隨佛學 생각하고
同體大悲 마음먹어
貧病乞人 괄세말고
五蘊色身 생각하되
거품갗이 觀을 하고
밧같으로 逆順境界
夢中으로 생각하야
喜怒心을 내지 말고
虛靈한 내의 마음
虛空과 같은 줄로
眞實이 生覺하야
八風五欲 一切境界
不動한 이 마음을

011_0628_b_01L
誰是孰非夢中之事

011_0628_b_02L北邙山下誰爾誰我

011_0628_b_03L

011_0628_b_04L
張三李四遷化我亦當見其事

011_0628_b_05L風止火滅夢中平生貪嗔人我

011_0628_b_06L

011_0628_b_07L
一擧兩得大是無端

011_0628_b_08L掀飜窠臼屈着一般

011_0628_b_09L塵裏風中化作神丹

011_0628_b_10L賴遇恁麽命立身安

011_0628_b_11L豈無幞頭禦天之寒

011_0628_b_12L履霜氷至和情遂摶

011_0628_b_13L惡水何潑難潤其乾

011_0628_b_14L用此二科流水靑山

011_0628_b_15L恰好其言死鷄聲𠴨

011_0628_b_16L古朴綻破從頭不刓

011_0628_b_17L剔耳雛看鳧疑神鸞

011_0628_b_18L大家提唱具眼難瞞

011_0628_b_19L

011_0628_b_20L
山自靑水自綠淸風拂白雲歸

011_0628_b_21L盡日遊盤石上我捨世更何希

011_0628_b_22L

011_0628_b_23L
本太平天眞佛月明中樹上啼

011_0628_b_24L山空夜深人寂唯有爾聲東西在定慧寺
吟杜鵑

011_0632_a_01L泰山갗이 써 나가세
헛흔소리 우시개로
이날 저날 헛보내고
늑난줄을 忘却하니
무삼 工夫 하여 볼가
죽을제 苦痛中에
後悔한들 무엇하리
四肢百節 오려내고
머리골을 쪽이난듯
五臟六腑 찟난중에
압길이 캄캄하니
寒心慘酷 내 노릇이
이럴줄을 뉘가 알꼬
저 地獄과 저 畜生에
내의 身世 慘酷하다
百千萬劫 蹉跎하야
다시 人身 망연하다
叅禪 잘한 저 道人은
안저죽고 서서죽고
알토안코 蟬脫하며
오래 살고 곳 죽기를
제 맘대로 自在하며
恒河沙數 神通妙用
任意快樂 自在하니

011_0628_c_01L

011_0628_c_02L
一句無前其來何極

011_0628_c_03L聾人自笑欲聞不得

011_0628_c_04L天藏庵中何物不是

011_0628_c_05L不乖而異盖天盖地

011_0628_c_06L四聖六凡惟光明智

011_0628_c_07L理無異體山河大地

011_0628_c_08L有智無用其智何用

011_0628_c_09L山山水水無處相訟

011_0628_c_10L棒也喝也徹天其怨

011_0628_c_11L今日靈山有聖有賢

011_0628_c_12L

011_0628_c_13L
萬事無非夢中忽然覺悟拈柱杖携甁
011_0628_c_14L深入雲林邃處百鳥有聲泉石淙
011_0628_c_15L千尋老松百縈藤蘿築數間茅屋
011_0628_c_16L同知己友有時咏烟霞趣有時焚香靜
011_0628_c_17L更無塵事相侵一心虛靈萬理昭
011_0628_c_18L便是世間第一等人酌中山仙人酒
011_0628_c_19L滿醉了乾坤森羅一印印之然後灰
011_0628_c_20L頭土面遊戱芳草岸頭一聲笛囉囉哩

011_0628_c_21L

011_0628_c_22L

011_0628_c_23L悟道歌

011_0628_c_24L
四顧無人衣鉢誰傳衣鉢誰傳四顧

011_0632_b_01L아무쪼록 이 世上에
눈코를 쥐여뜻고
부지런이 하여보세
오날 내일 가는 것이
죽을 날이 당도하니
푸주간에 가는 소가
자옥자옥 死地로세
이전 사람 叅禪할제
마듸그늘 액겻거늘
나는 어이 放逸하며
이전 사람 叅禪할제
잠오난것 성화하야
송긋으로 찔넛거든
나는 어이 放逸하며
이전 사람 叅禪할제
하루해가 가게 되면
다리 뻣고 울엇거늘
나는 어이 放逸한고
無明業識 毒한 술에
昏昏不覺 지내가니
嗚呼라 슲으도다
타일너도 아니 듯고
꾸지저도 조심안코
심상이 지내가니

011_0629_a_01L無人春山花笑鳥歌秋夜月白風淸
011_0629_a_02L正恁麽時幾唱無生一曲歌一曲歌無
011_0629_a_03L人識時耶命耶且奈何山色文殊眼
011_0629_a_04L水聲觀音耳呼牛喚馬是普賢張三
011_0629_a_05L李四本毘盧名佛祖說禪敎何殊
011_0629_a_06L地生分別石人唱笛木馬打睡凡人
011_0629_a_07L不識自性謂言聖境非我分可憐此人
011_0629_a_08L地獄滓回憶我前生事四生六趣諸險
011_0629_a_09L長劫輪廻受苦辛今對目前分明
011_0629_a_10L使人叵耐兮幸有宿緣人而丈夫
011_0629_a_11L家得道四難之中無一闕有人爲戱言
011_0629_a_12L作牛無鼻孔因於言下悟我本心
011_0629_a_13L亦空相亦空空虛寂處常光明從此一
011_0629_a_14L聞卽千悟眼前孤明寂光土頂後神相
011_0629_a_15L金剛界四大五陰淸淨身極樂國鑊湯
011_0629_a_16L兼寒氷華藏刹釰樹及刀山法性土朽
011_0629_a_17L壤糞堆大千界螘穴蚊睫三身四智
011_0629_a_18L虛空及萬像觸目本天眞也大奇也大
011_0629_a_19L松風寒四面靑山秋月明一天如
011_0629_a_20L黃花翠竹鶯音燕語常然大用
011_0629_a_21L處不現市門天子何須取平地上波濤
011_0629_a_22L九天玉印眞恠在髑髏裏眼睛無量佛
011_0629_a_23L祖常現前草木瓦石是華嚴法華我常
011_0629_a_24L行住坐臥是無佛無衆生是我非

011_0632_c_01L희미한 이 마음을
어이하야 인도할꼬
쓸때없난 貪心嗔心
공연이 이르키고
쓸때 없난 許多分別
날마다 紛擾하니
우습도다 내의 지혜
누구를 한탄할꼬
知覺없난 저 나뷔가
불빗을 貪하여서
저 죽을줄 모르도다
내 마음을 못닥으면
如干戒行少分福德
도모지 虛事로세
嗚呼라 寒心하다
이 글을 자세 보와
하로도 열두시며
밤으로도 조금 자고
부지러니 工夫하소
이 노래를 깊이 믿어
책상 우에 페여 놓고
시시때때 警策하소
할 말을 다 하랴면
海墨寫而不盡이라

011_0629_b_01L妄言變地獄作天堂摠在我作用
011_0629_b_02L千法門無量義恰似夢覺蓮華開二邊
011_0629_b_03L三際何處覔十方無外大光明一言而
011_0629_b_04L蔽之乎我爲大法王於法摠自在
011_0629_b_05L非好惡焉有罣碍無智人聞此言
011_0629_b_06L我造虛語不信又不遵若有穿耳客
011_0629_b_07L諦信卽無疑便得安身立命處奇語塵
011_0629_b_08L世人一失人身萬劫難逢况且浮命
011_0629_b_09L朝不謀夕盲驢信脚行安危摠不知
011_0629_b_10L如是此如是何不來我學無生作得人
011_0629_b_11L天大丈夫吾所以如是勞口再三囑
011_0629_b_12L爲浪子偏憐客嗚呼已矣夫衣鉢誰傳
011_0629_b_13L四顧無人四顧無人衣鉢誰傳頌曰

011_0629_b_14L忽聞人語無鼻孔頓覺三千是我家
011_0629_b_15L六月鷰巖山下路野人無事太平歌

011_0629_b_16L

011_0629_b_17L尋牛頌

011_0629_b_18L尋牛

011_0629_b_19L
本自不失何用更尋秪這尋底毘盧
011_0629_b_20L之師山靑水綠鶯吟燕語頭頭漏洩
011_0629_b_21L

011_0629_b_22L見跡

011_0629_b_23L
韶光之妙不在百花爛熳最是橙黃橘
011_0629_b_24L好好哥哥跡在牛還在無心道易

011_0633_a_01L이만 적고 끛이오니
부대부대 깊이 아소
다시 할말 있아오니
돌장성이 아희나면
그때에 말하리라
可歌可吟
일없는 鏡虛堂이
노래하나 지여내니
世上사람 들어보소
들어보소 仔細듯소
凡世人間 사람들이
善惡因果 받아나니
前生에 惡한 사람
牛馬虫蛇 今生이요
地獄餓鬼 불상하다
前生에 착한 사람
國王大臣富貴豪傑
目前에 分明하다
今生善惡 미루면은
後生일을 알찌로다
父母兄弟 具存하고
妻子眷屬 삼때같고
金銀玉帛 丘山같고

011_0629_c_01L好好哥哥古廟裏香爐澄秋野水
011_0629_c_02L好好哥哥

011_0629_c_03L見牛

011_0629_c_04L
喝云得如靈光獨耀盖天盖地猶是
011_0629_c_05L階下漢弄精魂脚手莫魑魅魍魎好
011_0629_c_06L且道見箇甚麽喝一喝

011_0629_c_07L得牛

011_0629_c_08L
見得則不無爭奈爲第二頭未見得者
011_0629_c_09L令得見已見得者却令迷失又却令
011_0629_c_10L悟得者永悟得迷失者永迷失還正當
011_0629_c_11L得也未以柱杖打卓一下云一把柳條
011_0629_c_12L收不得和風搭在玉欄干

011_0629_c_13L牧牛

011_0629_c_14L
善惡俱是心不可以修斷是如過蠱毒
011_0629_c_15L之鄕水也不得霑着一滴是心無異心
011_0629_c_16L不斷貪婬是及盡今時如死人眼是俱
011_0629_c_17L是險路不可以行且道如何則是
011_0629_c_18L九八十一又椀達邱湧泉四十年尙有
011_0629_c_19L走作香林四十年打成一片得易
011_0629_c_20L守難且莫得少爲足須叅知識鑢鞴
011_0629_c_21L多方始得

011_0629_c_22L騎牛歸家

011_0629_c_23L
六途四生歷劫辛酸何曾一步移着家
011_0629_c_24L呵呵笛聲遏雲曲名洞庭湖心靑

011_0633_b_01L天子되며 輪王되여
無量快樂 받으라도
사람 목숨 無常하야
아츰나절 성하더니
저녁나절 黃泉일세
오늘날은 이러하나
來日 모래 어찌될지
庖厨間에 가난 소가
자옥자옥 死地로다
寒心하고 可憐하다
蜉蝣같은 人生 목숨
幾日幾年 保存할꼬
電光石火 夢中이라
一息不回 來生이니
來生 일을 또 알손가
設使定命 산다해도
잠든 날과 病든 날과
憂患疾病 걱정근심
無限妄想 다 빼놓면
사는 날이 몇일이며
便한 날이 몇일인가
부질없는 貪嗔人我
我慢嫉妬愛慾心과
諂曲矯狂無限妄想

011_0630_a_01L山脚雖然如是敢保老兄猶未歸
011_0630_a_02L桂琛道底

011_0630_a_03L忘牛存人

011_0630_a_04L
撞眠去何得恁地狼藉兀然無事坐
011_0630_a_05L春來草自靑這箇是癰瘡上添艾灸相
011_0630_a_06L不見道直須靑天也須喫棒爲甚
011_0630_a_07L如此好作雨時不作雨堪晴天時不晴
011_0630_a_08L雖然如是是甚麽心行噫嘻長年
011_0630_a_09L不出戶是何境界莫向這裏屙出去
011_0630_a_10L是何境界浮生穿鑿不相關是何境界
011_0630_a_11L不惜兩莖眉毛爲爾提出低頭仰面無
011_0630_a_12L藏處雲在靑天水在甁

011_0630_a_13L人牛俱亡

011_0630_a_14L
悉利蘇魯沒多野地多野娑婆訶又摘
011_0630_a_15L楊花摘楊花長年修行到此却是迷茫
011_0630_a_16L顚倒不直一分錢會麽塞外將軍令
011_0630_a_17L寰中天子勅喝一喝

011_0630_a_18L返本還源

011_0630_a_19L
鶴脛雖長斷之則憂鳧脛雖短續之則
011_0630_a_20L鉢盂不得着柄笊籬且宜有漏綿
011_0630_a_21L州附子并州鐵萬物無非本處好米賤
011_0630_a_22L多足四隣是箇湖南城下吹火尖
011_0630_a_23L讀書彈舌也是大愚家風更有一
011_0630_a_24L付在來日

011_0633_c_01L내것 삼아 受用하야
三惡道에 墮落하야
百千萬劫 輪廻受苦
그 아니 慘酷한가
비록 善心 좋은지라
天上人間 快樂하나
有漏因果 無常하야
六道輪廻 못免하니
그런故로 祖師말슴
曾向天帝殿中遊타가
也向閻公鍋裏煑라
分明히 일럿으니
그 아니 取信할가
故로 三界夢中이라
淸淨光明眞如佛性
나도 않고 죽도 않고
無爲眞樂 恒常이요
蕩蕩無碍自在하니
寂光土 좋은 國土
白雲流水 處處로다
부쳐한번 되여 놓면
무슨 걱정 있을손가
보고 듯고 안꼬 눕고
밥도 먹고 옷도 입고

011_0630_b_01L垂手入鄽

011_0630_b_02L
木女之夢石人之歌也是前塵影事
011_0630_b_03L無相之佛難容毘盧之頂何貴遊芳草
011_0630_b_04L宿蘆花洲荷帒遊市振鈴入村
011_0630_b_05L爲了事漢境界與前日撥草尋牛的時
011_0630_b_06L同耶不同耶皮下有血底幸須着
011_0630_b_07L始得

011_0630_b_08L

011_0630_b_09L尋牛頌

011_0630_b_10L尋牛

011_0630_b_11L
可笑尋牛者騎牛更覔牛

011_0630_b_12L斜陽芳草路那事實悠悠

011_0630_b_13L見跡

011_0630_b_14L
猿鳥春心慣太登古路愁

011_0630_b_15L箇中消息在跡向藪雲幽

011_0630_b_16L露現全軆

011_0630_b_17L
曠劫相將地驀然透一區

011_0630_b_18L曾聞雪山裏乳香萬年留

011_0630_b_19L調伏保任

011_0630_b_20L
幾廻成落草鼻索實難投

011_0630_b_21L賴有今日事江山盡我收

011_0630_b_22L任運歸家

011_0630_b_23L
東西非內外任運向家邱

011_0630_b_24L無孔一枝笛聲聲難自由

011_0630_b_25L忘牛存人

011_0634_a_01L말도 하고 잠도 자고
恒沙妙用 總持하니
얼굴앞에 分明하고
이마뒤에 神기롭다
찾는 길이 여럿이나
아주 옅게 말할진대
返照工夫最妙하다
善心惡心無量心을
地水火風 제쳐놓고
찾아보면 都無하니
비록 찾아 無形하나
靈知分明不昧하니
그 아니 可笑론가
石人唱笛木馬奏絃
하웃없다 虛妄夢中
世上事를 忘却하고
白雲靑山奇岩流水
秋月春風無限景에
景槩조차 奇異하다
菜根木果 充腹하고
一條寒衲 打睡하니
潺潺流水 盤石上에
절로 생긴 松亭이요
瑟瑟한 琴韻조차

011_0630_c_01L
風燈泡沫了何法更堪求

011_0630_c_02L寄語長安道聲前不得休

011_0630_c_03L人牛俱忘

011_0630_c_04L
寂光猶未至添得一毛毬

011_0630_c_05L此道無多在山高水自流

011_0630_c_06L異類中事

011_0630_c_07L
被毛兼戴角燈榻語啾啾

011_0630_c_08L祖佛 [1] 今身外長年走市頭

011_0630_c_09L

011_0630_c_10L叅禪曲

011_0630_c_11L
忽然히 생각하니

011_0630_c_12L都是夢中이로다

011_0630_c_13L千萬古英雄豪傑

011_0630_c_14L北邙山 무덤이요

011_0630_c_15L富貴文章 쓸대업다

011_0630_c_16L黃泉客을 免할소냐

011_0630_c_17L嗚呼라 내의 몸이

011_0630_c_18L풀끝에 이슬이요

011_0630_c_19L바람속의 燈불이라

011_0630_c_20L三界大師 부처님이

011_0630_c_21L叮嚀이 이로사대

011_0630_c_22L마음깿어 成佛하야

011_0630_c_23L生死輪廻永斷하고

011_0630_c_24L不生不滅 저 國土에

011_0634_b_01L明月淸風 相和로다
법국새 한 소리에
盡日無心 終夜無心
無心客이 되엿으니
明月이 無心하야
날 비쳐 無心하고
淸風이 無心하야
날 불어 無心하다
無心行李 이러하니
無爲眞人 이아니며
出世丈夫 이아닌가
諸佛諸祖 別求할가
興亡盛衰 누가 알며
黜陟刀鉅 누가 알꼬
泡沫風燈 可笑롭다
眞如湼槃 昨夢일세
이런 快樂 無上樂을
可憐하다 世上 사람
어이하야 하지 않고
지리 죽을 酒色에는
貴賤없이 다 즐기고
眞樂받을 成佛法門
僧俗男女 다 避하니
善心없어 이러한가

011_0631_a_01L常樂我淨無爲道를

011_0631_a_02L사람마다 다할줄노

011_0631_a_03L八萬藏經遺傳하니

011_0631_a_04L사람되야 못닥그면

011_0631_a_05L다시 工夫 어려우니

011_0631_a_06L나도 어서 닥가보세

011_0631_a_07L닥난 길을 말하랴면

011_0631_a_08L허다히 만컷마는

011_0631_a_09L대강 추려 적어보세

011_0631_a_10L안꼬 서고 보고 듯고

011_0631_a_11L着衣喫飯對人接語

011_0631_a_12L一切處一切時에

011_0631_a_13L昭昭靈靈知覺하난

011_0631_a_14L이것이 어떤겐고

011_0631_a_15L몸뚱이난 송장이요

011_0631_a_16L妄想煩惱本空하고

011_0631_a_17L天眞面目 내의 부처

011_0631_a_18L보고 듯고 안꼬 눕고

011_0631_a_19L잠도 자고 일도 하고

011_0631_a_20L눈한번 깜작할새

011_0631_a_21L千里萬里 단여오고

011_0631_a_22L許多한 神通妙用

011_0631_a_23L分明한 내의 마음

011_0631_a_24L어떠케 생겻난고

011_0634_c_01L末世되여 이러한가
智慧人이 하나없네
無常歲月 虛妄事를
어서어서 바삐깨쳐
善知識을 親見하야
自己붙어 어서 찾아
六道衆生 濟度하야
如我無異한 然後에
東園桃李芳草岸에
露地白牛 어거하야
無孔笛을 비껴들고
囉囉哩哩囉囉哩
太平歌를 불러보세
법문곡
오회라 세상사람 나의 노래 들어 보소
허탄히 알지 말고 자서히 생각하소
고왕금래 무궁하고 천지사방 광활한데
사람이라 하는 것이 오회라 웃업도다
허망하다 이 몸이여 더운 것은 불기운
동하는 것 바람 기운 눈물 코물 피와 오좀
축축한 것 물 기운 손톱 발톱 터럭이와
살과 뼈와 니빠듸와 단단한 것 흙 기운
오장육부 살펴보니 구비구비 똥오좀

011_0631_b_01L疑心하고 疑心하되

011_0631_b_02L고양이가 쥐잡듯이

011_0631_b_03L주린 사람 밥 찻듯이

011_0631_b_04L목마른이 물찻듯이

011_0631_b_05L六七十 늘근 寡婦

011_0631_b_06L子息을 일흔 후에

011_0631_b_07L子息생각 간절틋이

011_0631_b_08L생각생각 잊이 말고

011_0631_b_09L깊이 궁구하여가되

011_0631_b_10L一念萬年 되게 하야

011_0631_b_11L廢寢忘飱 할지경에

011_0631_b_12L大悟하기 각갑도다

011_0631_b_13L忽然이 깨다르면

011_0631_b_14L本來 生긴 내의 부처

011_0631_b_15L天眞面目 絕妙하다

011_0631_b_16L阿彌陀佛 이 아니며

011_0631_b_17L釋迦如來 이 아닌가

011_0631_b_18L점도 안코 늑도 안코

011_0631_b_19L크도 안코 적도 안코

011_0631_b_20L本來 생긴 自己靈光

011_0631_b_21L盖天盖地 이러하고

011_0631_b_22L湼槃眞樂 가이 없다

011_0631_b_23L地獄天堂 本空하고

011_0631_b_24L生死輪廻 本來 없다

011_0635_a_01L지렁이와 촌충이와 버러지도 무수하다
밖으로 살펴보니 모기 벼룩 이와 빈대
허다한 괴론 물건 주야로 침노한다
가사 백년 산다 해도 백년 삼만 육천 일에
살펴보면 잠 이요 인생칠십고래희라
칠십 살기 드물도다 중수자는 사오십
단수자는 이삼십 세네 살에 죽는 인생
두루두루 생각하니 한심하다 이 몸이여
움도 싹도 아니 난다 인생 한번 죽어지면
황천객이 되는구나 가사 칠십 산다 해도
잠든 날과 병든 날과 걱정 근심 여러 모양
편한 날이 멫을인가 아침나절 성튼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신음고통 하는 모양
의원 불러 약을 쓰니 편작인들 어이하며
무녀 들여 굿을 하니 무함이도 쓸대없고
문복장이 점을 하니 소강절도 쓸대없고
제산제수 허다 공덕 신령인들 어찌하며
금은재보 산과 같고 처자권속 삼 같고
사생친구 빈빈하나 죽는 사람 할 수 없다
오장륙부 끈어내고 사지백절 베여낸다
쉬이나니 한숨이요

011_0631_c_01L善知識을 차저가서

011_0631_c_02L了然이 印可마저

011_0631_c_03L닷이 疑心 없은 後에

011_0631_c_04L世上萬事 忘却하고

011_0631_c_05L隨緣放曠 지내가되

011_0631_c_06L빈 배갗이 떠놀면서

011_0631_c_07L有緣衆生濟度하면

011_0631_c_08L報佛恩德 이 아닌가

011_0631_c_09L一切戒行 직켜가면

011_0631_c_10L天堂人間 壽福하고

011_0631_c_11L大願力을 發하여서

011_0631_c_12L恒隨佛學 생각하고

011_0631_c_13L同體大悲 마음먹어

011_0631_c_14L貧病乞人 괄세말고

011_0631_c_15L五蘊色身 생각하되

011_0631_c_16L거품갗이 觀을 하고

011_0631_c_17L밧같으로 逆順境界

011_0631_c_18L夢中으로 생각하야

011_0631_c_19L喜怒心을 내지 말고

011_0631_c_20L虛靈한 내의 마음

011_0631_c_21L虛空과 같은 줄로

011_0631_c_22L眞實이 生覺하야

011_0631_c_23L八風五欲一切境界

011_0631_c_24L不動한 이 마음을

011_0635_b_01L우나니 눈물일세
부모형제 지친으로 대신 갈 이 뉘 있으며
금은옥백 재물로도 살려낼 수 바이 없네
력대왕후 만고호걸 부귀영화 쓸대없고
만고문장 천하변사 죽는 대는 허사로다
동남동녀 오백 인이 일거 후에 무소식
불사약도 허사로다 참혹하다 이 인생에
죽쟎는 이 뉘 있는가 북망산 깊은 곳에
월색은 침침하고 송풍은 슬슬한대
다만 조객 가마귀라 인생 일장춘몽을
꿈 깨는 이 뉘 있는가 가련하고 한심하다
삼계도사 부쳐님이 죽도 살도 않는 이치
깊이 알아 훈도하니 자세한 전후 말슴
소연하기 일월 같다 천만고 명현달사
견성득도한 사람이 항하사 모래수라
견성득도하게 되면 생사를 면하나니
천경만론 이른 말슴 조금도 의심 없다
나도 조년 입산하야 지금껏 궁구하야
깊이깊이 공부하야 다시 의심 영절하니
어둔 길에 불 만난 듯 주린 사람 밥 만난 듯
목마른 이 물 만난 듯 중병 들어 알는 사람
명의를 만나는 듯 상쾌하고 좋을시고
이 법문을 전파하야 사람사람 성불하야

011_0632_a_01L泰山갗이 써 나가세

011_0632_a_02L헛흔소리 우시개로

011_0632_a_03L이날 저날 헛보내고

011_0632_a_04L늑난줄을 忘却하니

011_0632_a_05L무삼 工夫 하여 볼가

011_0632_a_06L죽을제 苦痛中에

011_0632_a_07L後悔한들 무엇하리

011_0632_a_08L四肢百節 오려내고

011_0632_a_09L머리골을 쪽이난듯

011_0632_a_10L五臟六腑 찟난중에

011_0632_a_11L압길이 캄캄하니

011_0632_a_12L寒心慘酷 내 노릇이

011_0632_a_13L이럴줄을 뉘가 알꼬

011_0632_a_14L저 地獄과 저 畜生에

011_0632_a_15L내의 身世 慘酷하다

011_0632_a_16L百千萬劫 蹉跎하야

011_0632_a_17L다시 人身 망연하다

011_0632_a_18L叅禪 잘한 저 道人은

011_0632_a_19L안저죽고 서서죽고

011_0632_a_20L알토안코 蟬脫하며

011_0632_a_21L오래 살고 곳 죽기를

011_0632_a_22L제 맘대로 自在하며

011_0632_a_23L恒河沙數神通妙用

011_0632_a_24L任意快樂自在하니

011_0635_c_01L생사윤회 면하기를 우인지우 낙인지락
이 내 말슴 자세 듣소 사람이라 하는 것이
몸뚱이는 송장이요 허황한 빈 껍덕이
그 속에 한낯 부쳐 분명히 있는구나
보고 듣고 앉고 서고 밥도 먹고 똥도 누고
언어수작 때로 하고 희로애락 분명하다
그 마음을 알게 되면 진즉 부쳐 이것일세
찾는 법을 일러보세 누나 서나 밥 먹으나
자나 깨나 움즉이나 똥을 누나 오좀 누나
웃을 때나 골낼 때나 일체처 일쳬시에
항상 깊이 의심하야 궁구하되
이것이 무엇인고 어떻게 생겼는가
큰가 작은가 긴가 짜른가
밝은가 어두운가 누른가 푸른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가 도시 어떻게 생겻는고
시시때때로 의심하야 의심을 놓지 말고
념념불망 하여가면 마음은 점점 맑고
의심은 점점 깊어 상속부단할 지경에
홀연히 깨다르니 천진면목 좋은 부쳐
완연히 내게 있다 살도 죽도 않는 물건
완연히 이것이다 금을 주니 바꿀소냐
은을 주니 바꿀소냐 부귀공명도 부럽지 않다

011_0632_b_01L아무쪼록 이 世上에

011_0632_b_02L눈코를 쥐여뜻고

011_0632_b_03L부지런이 하여보세

011_0632_b_04L오날 내일 가는 것이

011_0632_b_05L죽을 날이 당도하니

011_0632_b_06L푸주간에 가는 소가

011_0632_b_07L자옥자옥 死地로세

011_0632_b_08L이전 사람 叅禪할제

011_0632_b_09L마듸그늘 액겻거늘

011_0632_b_10L나는 어이 放逸하며

011_0632_b_11L이전 사람 叅禪할제

011_0632_b_12L잠오난것 성화하야

011_0632_b_13L송긋으로 찔넛거든

011_0632_b_14L나는 어이 放逸하며

011_0632_b_15L이전 사람 叅禪할제

011_0632_b_16L하루해가 가게 되면

011_0632_b_17L다리 뻣고 울엇거늘

011_0632_b_18L나는 어이 放逸한고

011_0632_b_19L無明業識毒한 술에

011_0632_b_20L昏昏不覺 지내가니

011_0632_b_21L嗚呼라 슲으도다

011_0632_b_22L타일너도 아니 듯고

011_0632_b_23L꾸지저도 조심안코

011_0632_b_24L심상이 지내가니

011_0636_a_01L하늘땅이 손바닥 우에 있고 천만년이 일각이오
허다한 신통묘용 불에 들어 타지 않고
물에 들어 젖지 않고 크려면 한량없고
적으려면 미진 같고 늙도 않고 죽도 않고
세상천지 부럴 것이 다시 무엇 있을소냐
나물 먹고 물마시고 배고파 누엇서도
걱정할 일 바이 없고 헌옷 입고 춥더라도
무엇 다시 걱정하며 셩신 같다 추더라도
좋아할 것 다시없고 고약하다 욕하여도
일호 걱정 도시 없고 천지에 불관이요
생사에 불관이요 빈부에 불관이요
시비에 불관이요 홀연히 한 무사인이
되었으니 이것을 부쳐라 하나니라
이 몸을 벗고 가더라도 가고 오기를 자재하야
죽고 살기를 제 마음대로 임의로 하야
죽는 사람 같지 않고 무심무사 심상하니
세상사람 생각하면 신음고통 불상하다
도인이라 하는 이는 몸 이는 죽더라도
불생불멸 이 마음이 천상인간 자재유희
소요쾌락 한이 없네 제불조사 이른 말슴
추호나 속일소냐 광음이 여류하야

011_0632_c_01L희미한 이 마음을

011_0632_c_02L어이하야 인도할꼬

011_0632_c_03L쓸때없난 貪心嗔心

011_0632_c_04L공연이 이르키고

011_0632_c_05L쓸때 없난 許多分別

011_0632_c_06L날마다 紛擾하니

011_0632_c_07L우습도다 내의 지혜

011_0632_c_08L누구를 한탄할꼬

011_0632_c_09L知覺없난 저 나뷔가

011_0632_c_10L불빗을 貪하여서

011_0632_c_11L저 죽을줄 모르도다

011_0632_c_12L내 마음을 못닥으면

011_0632_c_13L如干戒行少分福德

011_0632_c_14L도모지 虛事로세

011_0632_c_15L嗚呼라 寒心하다

011_0632_c_16L이 글을 자세 보와

011_0632_c_17L하로도 열두시며

011_0632_c_18L밤으로도 조금 자고

011_0632_c_19L부지러니 工夫하소

011_0632_c_20L이 노래를 깊이 믿어

011_0632_c_21L책상 우에 페여 놓고

011_0632_c_22L시시때때 警策하소

011_0632_c_23L할 말을 다 하랴면

011_0632_c_24L海墨寫而不盡이라

011_0636_b_01L죽는 날이 잠깐이니 부지런이 공부하야
생사대사 면해보세 이 노래를 다 못 마쳐
한등은 명멸하고 사벽송정 수수하니
야이하시오 무인문이라 묵묵히 앉아
헤아려보니 서불진언이요 언불진의라
각필엄권 이만이나 이만 일을 뉘 알소냐
오회라 이 노래를 자세자세 들어보소
부쳐님이 말슴하시기를 부모에게 효성하고
스님네게 공경하고 대중에 화합하고
빌어먹는 사람을 불상히 녁여 조금식이라도 주고
부쳐님께 지성으로 위하고 가난한 사람은
꽃 한 가지라도 꺾어다 놓고 절하던지
돈 한 푼을 놓고 절을 하던지 밥 한 사발을 놓고
위하여도 복을 한없이 받는다 하시고
이 우의 다섯 가지를 지성으로 하여가면
복이 한없다 하시니라
중생은 갬이와 이 같은 것도 죽이지 말고
남에게 욕하고 언쟎은 소리 말고
머리터럭만한 것도 남의 것 훔치지 말고
조그만큼도 골내지 말고 항상 마음을
착하게 가지고 부드럽게 가지고 내 마음과 몸을

011_0633_a_01L이만 적고 끛이오니

011_0633_a_02L부대부대 깊이 아소

011_0633_a_03L다시 할말 있아오니

011_0633_a_04L돌장성이 아희나면

011_0633_a_05L그때에 말하리라

011_0633_a_06L

011_0633_a_07L可歌可吟

011_0633_a_08L
일없는 鏡虛堂이

011_0633_a_09L노래하나 지여내니

011_0633_a_10L世上사람 들어보소

011_0633_a_11L들어보소 仔細듯소

011_0633_a_12L凡世人間 사람들이

011_0633_a_13L善惡因果 받아나니

011_0633_a_14L前生에 惡한 사람

011_0633_a_15L牛馬虫蛇今生이요

011_0633_a_16L地獄餓鬼 불상하다

011_0633_a_17L前生에 착한 사람

011_0633_a_18L國王大臣富貴豪傑

011_0633_a_19L目前에 分明하다

011_0633_a_20L今生善惡 미루면은

011_0633_a_21L後生일을 알찌로다

011_0633_a_22L父母兄弟具存하고

011_0633_a_23L妻子眷屬 삼때같고

011_0633_a_24L金銀玉帛丘山같고

011_0636_c_01L낯우어 가지면 복이 된다 하시니
부쳐님 말슴을 곶이 들을지니라

준제공덕취 적정심상송准提功德聚 寂靜心常誦
일쳬제대란 무릉침시인一切諸大難 無能侵是人
천상급인간 수복여불등天上及人間 受福如佛等
우차여의주 증획무등등遇此如意珠 定獲無等等

나무칠구지불모대준제보살南無七俱胝佛母大准提菩薩
정법계진언淨法界眞言
옴람

호신진언護身眞言
옴치림

관세음보살륙자대명왕진언觀世音菩薩六字大明王眞言
옴마니반메훔

준제진언准提眞言
나무사다남 삼먁삼못다 구치남 다냐타 옴 좌례주레 준제사바하

이차풍송진언덕 일체액란개소멸
수부겸득제호쇄 속성정각도미륜
마음 달이 외로이 둥그니 그 빛이 만상을 삼키도다. 빛과 경계가 다 없어지면 이 무슨 물건인가!(心月孤圓, 光吞萬象. 光境俱亡, 復是何物.)

011_0633_b_01L天子되며 輪王되여

011_0633_b_02L無量快樂 받으라도

011_0633_b_03L사람 목숨 無常하야

011_0633_b_04L아츰나절 성하더니

011_0633_b_05L저녁나절 黃泉일세

011_0633_b_06L오늘날은 이러하나

011_0633_b_07L來日 모래 어찌될지

011_0633_b_08L庖厨間에 가난 소가

011_0633_b_09L자옥자옥 死地로다

011_0633_b_10L寒心하고 可憐하다

011_0633_b_11L蜉蝣같은 人生 목숨

011_0633_b_12L幾日幾年保存할꼬

011_0633_b_13L電光石火夢中이라

011_0633_b_14L一息不回來生이니

011_0633_b_15L來生 일을 또 알손가

011_0633_b_16L設使定命 산다해도

011_0633_b_17L잠든 날과 病든 날과

011_0633_b_18L憂患疾病 걱정근심

011_0633_b_19L無限妄想 다 빼놓면

011_0633_b_20L사는 날이 몇일이며

011_0633_b_21L便한 날이 몇일인가

011_0633_b_22L부질없는 貪嗔人我

011_0633_b_23L我慢嫉妬愛慾心과

011_0633_b_24L諂曲矯狂無限妄想

011_0633_c_01L내것 삼아 受用하야

011_0633_c_02L三惡道에 墮落하야

011_0633_c_03L百千萬劫輪廻受苦

011_0633_c_04L그 아니 慘酷한가

011_0633_c_05L비록 善心 좋은지라

011_0633_c_06L天上人間快樂하나

011_0633_c_07L有漏因果無常하야

011_0633_c_08L六道輪廻 못免하니

011_0633_c_09L그런故로 祖師말슴

011_0633_c_10L曾向天帝殿中遊타가

011_0633_c_11L也向閻公鍋裏煑라

011_0633_c_12L分明히 일럿으니

011_0633_c_13L그 아니 取信할가

011_0633_c_14L故로 三界夢中이라

011_0633_c_15L淸淨光明眞如佛性

011_0633_c_16L나도 않고 죽도 않고

011_0633_c_17L無爲眞樂恒常이요

011_0633_c_18L蕩蕩無碍自在하니

011_0633_c_19L寂光土 좋은 國土

011_0633_c_20L白雲流水處處로다

011_0633_c_21L부쳐한번 되여 놓면

011_0633_c_22L무슨 걱정 있을손가

011_0633_c_23L보고 듯고 안꼬 눕고

011_0633_c_24L밥도 먹고 옷도 입고

011_0634_a_01L말도 하고 잠도 자고

011_0634_a_02L恒沙妙用總持하니

011_0634_a_03L얼굴앞에 分明하고

011_0634_a_04L이마뒤에 神기롭다

011_0634_a_05L찾는 길이 여럿이나

011_0634_a_06L아주 옅게 말할진대

011_0634_a_07L返照工夫最妙하다

011_0634_a_08L善心惡心無量心을

011_0634_a_09L地水火風 제쳐놓고

011_0634_a_10L찾아보면 都無하니

011_0634_a_11L비록 찾아 無形하나

011_0634_a_12L靈知分明不昧하니

011_0634_a_13L그 아니 可笑론가

011_0634_a_14L石人唱笛木馬奏絃

011_0634_a_15L하웃없다 虛妄夢中

011_0634_a_16L世上事를 忘却하고

011_0634_a_17L白雲靑山奇岩流水

011_0634_a_18L秋月春風無限景에

011_0634_a_19L景槩조차 奇異하다

011_0634_a_20L菜根木果充腹하고

011_0634_a_21L一條寒衲打睡하니

011_0634_a_22L潺潺流水盤石上에

011_0634_a_23L절로 생긴 松亭이요

011_0634_a_24L瑟瑟한 琴韻조차

011_0634_b_01L明月淸風相和로다

011_0634_b_02L법국새 한 소리에

011_0634_b_03L盡日無心終夜無心

011_0634_b_04L無心客이 되엿으니

011_0634_b_05L明月이 無心하야

011_0634_b_06L날 비쳐 無心하고

011_0634_b_07L淸風이 無心하야

011_0634_b_08L날 불어 無心하다

011_0634_b_09L無心行李 이러하니

011_0634_b_10L無爲眞人 이아니며

011_0634_b_11L出世丈夫 이아닌가

011_0634_b_12L諸佛諸祖別求할가

011_0634_b_13L興亡盛衰 누가 알며

011_0634_b_14L黜陟刀鉅 누가 알꼬

011_0634_b_15L泡沫風燈可笑롭다

011_0634_b_16L眞如湼槃昨夢일세

011_0634_b_17L이런 快樂無上樂을

011_0634_b_18L可憐하다 世上 사람

011_0634_b_19L어이하야 하지 않고

011_0634_b_20L지리 죽을 酒色에는

011_0634_b_21L貴賤없이 다 즐기고

011_0634_b_22L眞樂받을 成佛法門

011_0634_b_23L僧俗男女 다 避하니

011_0634_b_24L善心없어 이러한가

011_0634_c_01L末世되여 이러한가

011_0634_c_02L智慧人이 하나없네

011_0634_c_03L無常歲月虛妄事를

011_0634_c_04L어서어서 바삐깨쳐

011_0634_c_05L善知識을 親見하야

011_0634_c_06L自己붙어 어서 찾아

011_0634_c_07L六道衆生濟度하야

011_0634_c_08L如我無異한 然後에

011_0634_c_09L東園桃李芳草岸에

011_0634_c_10L露地白牛 어거하야

011_0634_c_11L無孔笛을 비껴들고

011_0634_c_12L囉囉哩哩囉囉哩

011_0634_c_13L太平歌를 불러보세

011_0634_c_14L

011_0634_c_15L법문곡

011_0634_c_16L
오회라 세상사람 나의 노래 들어보
011_0634_c_17L소 허탄히 알지 말고 자서히 생각하
011_0634_c_18L소 고왕금래 무궁하고 천지사방 광
011_0634_c_19L활한데 사람이라 하는 것이 오회라
011_0634_c_20L웃업도다 허망하다 이 몸이여 더운
011_0634_c_21L것은 불기운 동하는 것 바람기운 눈
011_0634_c_22L물 코물 피와 오좀 축축한 것 물기
011_0634_c_23L운 손톱 발톱 터럭이와 살과 뼈와
011_0634_c_24L니빠듸와 단단한 것 흙기운 오장륙

011_0635_a_01L부 살펴보니 구비구비 똥오좀 지렁
011_0635_a_02L이와 촌충이와 버러지도 무수하다
011_0635_a_03L밖으로 살펴보니 모기 벼룩 이와
011_0635_a_04L빈대 허다한 괴론 물건 주야로 침노
011_0635_a_05L한다 가사 백년 산다 해도 백년 삼
011_0635_a_06L만 륙천 일에 살펴보면 잠ㅅ간이요 인
011_0635_a_07L생칠십고래희라 칠십살기 드물도다
011_0635_a_08L중수자는 사오십 단수자는 이삼십
011_0635_a_09L세네 살에 죽는 인생 두루두루 생각
011_0635_a_10L하니 한심하다 이 몸이여 움도 싹도
011_0635_a_11L아니 난다 인생 한번 죽어지면 황천
011_0635_a_12L객이 되는구나 가사 칠십 산다 해도
011_0635_a_13L잠든 날과 병든 날과 걱정 근심 여러
011_0635_a_14L모양 편한 날이 멫을인가 아침나절
011_0635_a_15L성튼 몸이 저녁나절 병이 들어 신음
011_0635_a_16L고통 하는 모양 의원불러 약을 쓰니
011_0635_a_17L편작인들 어이하며 무녀 들여 굿을
011_0635_a_18L하니 무함이도 쓸대없고 문복장이
011_0635_a_19L점을 하니 소강절도 쓸대없고 제산
011_0635_a_20L제수 허다 공덕 신령인들 어찌하며
011_0635_a_21L금은재보 산과 같고 처자권속 삼ㅅ
011_0635_a_22L대같고 사생친구 빈빈하나 죽는 사
011_0635_a_23L람 할 수 없다 오장륙부 끈어내고 사
011_0635_a_24L지백절 베여낸다 쉬이나니 한숨이요

011_0635_b_01L우나니 눈물일세 부모형제 지친으로
011_0635_b_02L대신 갈 이 뉘 있으며 금은옥백 재물
011_0635_b_03L로도 살려낼 수 바이 없네 력대왕후
011_0635_b_04L만고호걸 부귀영화 쓸대없고 만고
011_0635_b_05L문장 천하변사 죽는 대는 허사로다
011_0635_b_06L동남동녀 오백 인이 일거 후에 무소식
011_0635_b_07L불사약도 허사로다 참혹하다 이 인
011_0635_b_08L생에 죽쟎는 이 뉘 있는가 북망산
011_0635_b_09L깊은 곳에 월색은 침침하고 송풍은
011_0635_b_10L슬슬한대 다만 조객 가마귀라 인생
011_0635_b_11L일장춘몽을 꿈 깨는 이 뉘 있는가 가
011_0635_b_12L련하고 한심하다 삼계도사 부쳐님이
011_0635_b_13L죽도 살도 않는 이치 깊이 알아 훈도
011_0635_b_14L하니 자세한 전후 말슴 소연하기 일
011_0635_b_15L월같다 천만고 명현달사 견성득도한
011_0635_b_16L사람이 항하사 모래수라 견성득도하
011_0635_b_17L게 되면 생사를 면하나니 천경만론
011_0635_b_18L이른 말슴 조금도 의심 없다 나도 조
011_0635_b_19L년 입산하야 지금껏 궁구하야 깊이
011_0635_b_20L깊이 공부하야 다시 의심 영절하니
011_0635_b_21L어둔 길에 불 만난듯 주린 사람 밥
011_0635_b_22L만난듯 목마른 이 물 만난 듯 중병 들
011_0635_b_23L어 알는 사람 명의를 만나는 듯 상
011_0635_b_24L쾌하고 좋을시고 이 법문을 전파하

011_0635_c_01L야 사람사람 성불하야 생사륜회 면
011_0635_c_02L하기를 우인지우 락인지락 이 내 말
011_0635_c_03L슴 자세 듣소 사람이라 하는 것이
011_0635_c_04L몸뚱이는 송장이요 허황한 빈 껍덕
011_0635_c_05L이 그 속에 한낯 부쳐 분명히 있는구
011_0635_c_06L나 보고 듣고 앉고 서고 밥도 먹고
011_0635_c_07L똥도 누고 언어수작 때로 하고 희로
011_0635_c_08L애락 분명하다 그 마음을 알게 되면
011_0635_c_09L진즉 부쳐 이것일세 찾는 법을 일러
011_0635_c_10L보세 누나 서나 밥 먹으나 자나 깨나
011_0635_c_11L움즉이나 똥을 누나 오좀 누나 웃을
011_0635_c_12L때나 골낼 때나 일체처 일쳬시에 항
011_0635_c_13L상 깊이 의심하야 궁구하되 이것이
011_0635_c_14L무엇인고 어떻게 생겼는가 큰가 작
011_0635_c_15L은가 긴가 짜른가 밝은가 어두운가
011_0635_c_16L누른가 푸른가 있는 것인가 없는 것인
011_0635_c_17L가 도시 어떻게 생겻는고 시시때때로
011_0635_c_18L의심하야 의심을 놓지 말고 념념불망
011_0635_c_19L하여가면 마음은 점점 맑고 의심은
011_0635_c_20L점점 깊어 상속부단할 지경에 홀연
011_0635_c_21L히 깨다르니 천진면목 좋은 부쳐 완
011_0635_c_22L연히 내게 있다 살도 죽도 않는 물건
011_0635_c_23L완연히 이것이다 금을 주니 바꿀소
011_0635_c_24L냐 은을 주니 바꿀소냐 부귀공명도

011_0636_a_01L부럽지 않다 하늘땅이 손바닥 우에
011_0636_a_02L있고 천만년이 일각이오 허다한 신
011_0636_a_03L통묘용 불에 들어 타지 않고 물에
011_0636_a_04L들어 젖지 않고 크려면 한량없고 적
011_0636_a_05L으려면 미진같고 늙도 않고 죽도 않
011_0636_a_06L고 세상천지 부럴 것이 다시 무엇
011_0636_a_07L있을소냐 나물 먹고 물 마시고 배
011_0636_a_08L고파 누엇서도 걱정할 일 바이 없고
011_0636_a_09L헌옷 입고 춥더라도 무엇 다시 걱정
011_0636_a_10L하며 셩신같다 추더라도 좋아할 것
011_0636_a_11L다시 없고 고약하다 욕하여도 일호
011_0636_a_12L걱정 도시 없고 천지에 불관이요 생
011_0636_a_13L사에 불관이요 빈부에 불관이요 시
011_0636_a_14L비에 불관이요 홀연히 한 무사인이
011_0636_a_15L되었으니 이것을 부쳐라 하나니라
011_0636_a_16L이 몸을 벗고 가더라도 가고오기를
011_0636_a_17L자재하야 죽고살기를 제 마음대로
011_0636_a_18L임의로 하야 죽는 사람 같지 않고 무
011_0636_a_19L심무사 심상하니 세상사람 생각하
011_0636_a_20L면 신음고통 불상하다 도인이라 하
011_0636_a_21L는 이는 몸이는 죽더라도 불생불
011_0636_a_22L멸 이 마음이 천상인간 자재유희 소
011_0636_a_23L요쾌락 한이 없네 제불조사 이른
011_0636_a_24L말슴 추호나 속일소냐 광음이 여류

011_0636_b_01L하야 죽는 날이 잠깐이니 부지런이
011_0636_b_02L공부하야 생사대사 면해보세 이 노
011_0636_b_03L래를 다 못 마쳐 한등은 명멸하고
011_0636_b_04L사벽송성 수수하니 [1] 야이하시오무인
011_0636_b_05L문이라 [2] 묵묵히 앉아 헤아려보니 서
011_0636_b_06L불진언이요 언불진의라 [3] 각필엄권 [4]
011_0636_b_07L이만이나 이만 일을 뉘 알소냐 오회
011_0636_b_08L라 이 노래를 자세자세 들어보소
011_0636_b_09L부쳐님이 말슴하시기를 부모에게
011_0636_b_10L효성하고 스님네게 공경하고 대중
011_0636_b_11L에 화합하고 빌어먹는 사람을 불상
011_0636_b_12L히 녁여 조금식이라도 주고 부쳐님
011_0636_b_13L께 지성으로 위하고 가난한 사람은
011_0636_b_14L꽃 한 가지라도 꺾어다 놓고 절하던
011_0636_b_15L지 돈 한 푼을 놓고 절을 하던지 밥
011_0636_b_16L한 사발을 놓고 위하여도 복을 한없
011_0636_b_17L이 받는다 하시고 이 우의 다섯 가
011_0636_b_18L지를 지성으로 하여가면 복이 한없
011_0636_b_19L다 하시니라 중생은 갬이와 이같은
011_0636_b_20L것도 죽이지 말고 남에게 욕하고
011_0636_b_21L언쟎은 소리 말고 머리터럭만한 것
011_0636_b_22L도 남의 것 훔치지 말고 조그만큼
011_0636_b_23L도 골내지 말고 항상 마음을 착하
011_0636_b_24L게 가지고 부드럽게 가지고 내 마

011_0636_c_01L음과 몸을 낯우어 가지면 복이 된
011_0636_c_02L다 하시니 부쳐님 말슴을 곶이 들
011_0636_c_03L을지니라

011_0636_c_04L준제공덕취 적정심상송

011_0636_c_05L일쳬제대란 무릉침시인

011_0636_c_06L천상급인간 수복여불등

011_0636_c_07L우차여의주 증획무등등

011_0636_c_08L나무칠구지불모대준제보살

011_0636_c_09L정법계진언 옴람

011_0636_c_10L호신진언 옴치림

011_0636_c_11L관세음보살륙자대명왕진언 옴마니
011_0636_c_12L반메훔

011_0636_c_13L준제진언 나무사다남삼먁삼못다구
011_0636_c_14L치남다냐타옴좌례주레준제사바하
011_0636_c_15L부림

011_0636_c_16L이차풍송진언덕 일체액란개소멸

011_0636_c_17L수부겸득제호쇄 속성정각도미륜

011_0636_c_18L1)心月孤圓

011_0636_c_19L光呑萬像

011_0636_c_20L光境俱忘

011_0636_c_21L復是何物 [1]

011_0636_c_22L鏡虛集終

011_0636_c_23L此詩底本在序文之前編者移置於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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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눈에 응할 때에는~것과 같으니 : 『대혜서장』 「답영시랑答榮侍郞」에서 “고덕이 증오證悟하고는 곧 말하기를, ‘눈에 응할 때는 천 개의 해와 같아서 만상이 그 모습을 숨길 수 없고, 귀에 응할 때는 빈 골짜기와 같아서 크고 작은 소리가 부족함이 없다’ 하였으니, 이와 같은 일은 달리 찾을 필요도 없고, 남의 힘을 빌릴 필요도 없어 자연히 인연을 응하는 곳에서 활발발하게 나타난다.(古德契證了便解道: ‘應眼時若千日, 萬象不能逃影質; 應耳時若幽谷, 大小音聲無不足.’ 如此等事, 不假他求, 不借他力, 自然向應緣處活鱍鱍地.)”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2. 3)마치 모기가~것과 같다 : 이치로 헤아릴 수 없는 화두를 참구하는 것을 비유한 말로 청허 휴정의 『선가귀감』에 보인다.
  3. 5)분명하게 이치를~결단하고 간택한다 : 규봉 선사가 저술한 『대방광원각경대소大方廣圓覺經大疏』 상권에 이 경을 설하게 된 열 가지 이유를 나열했는데, 그중에 세 번째 이유로 “분명하게 이치를 깨닫고 응당 수행해야 함을 결단하고 간택한다.”(決擇悟理應修)”가 나온다.
  4. 6)호리병 속 풍월 : 매우 풍광이 아름다운 별천지를 뜻한다. 후한後漢 때 시장에서 약을 파는 호공壺公이란 노인이 자기 점포에 병 하나를 걸어 놓고 있다가 장사를 마치면 늘 그 병 속으로 뛰어 들어가곤 했는데, 비장방費長房이란 사람이 그것을 보고 호 공에게 청하여 따라 들어가 보니, 호리병 속에는 별천지가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후한서後漢書』 권82 하 「방술열전方術列傳」 〈비장방費長房〉.
  5. 8)백초百草 : 현상계의 모든 사물을 총괄하여 말한 것이다.
  6. 9)일단 일에~해야 하니 : 원문 ‘一不做, 二不休.’는 ‘일단 손을 대고 나면 끝까지 하다, 한번 나쁜 일을 시작한 바에는 끝까지 하다’라는 뜻이다. 『오조법연어록五祖法演語錄』 권상에서 “一不做, 二不休. 不風流處也風流.”라 하였고, 『벽암록碧巖錄』 79칙 본칙평창本則評唱에서 “衲僧家, 一不做, 二不休.”라 하였다.
  7. 11)권교보살權敎菩薩 : 임시로 대승의 가르침에 들어가기 위한 방편으로써 부처님이 설하신 임시 가르침을 행하는 보살을 말한다.
  8. 12)형수가 물에~건져 주는 : 맹자가 “남녀 사이에 서로 직접 물건을 주고받지 않는 것은 예이고, 형수가 물에 빠졌으면 손으로 잡아 구원해 주는 것은 권도이다.(男女授受不親, 禮也; 嫂溺援之以手, 權也.)”라고 하였다. 『맹자孟子』 「이루離婁 상」.
  9. 13)반주삼매般舟三昧 : 반주는 범어로 한역하면 불립佛立이 된다. 이 삼매에 들면 부처님이 눈앞에 나타난다고 한다.
  10. 14)구박범부具縛凡夫 : 번뇌 망상을 갖고 있어 생사윤회의 속박을 받는 범부이다.
  11. 15)자기 옷~떠돌아다니며 걸식한다 : 『법화경』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授記品」에 의주依珠의 비유가 나온다. 어떤 가난한 사람이 부자 친구 집에 가서 저녁 대접을 받고는 잠이 들었다. 친구는 가난한 친구를 위해 값비싼 보물을 주머니 속에 넣어 주고 볼일을 보러 나갔다. 잠이 깬 후 가난한 친구는 주머니 속에 보물이 들어 있는 줄도 모른 채 하염없이 떠돌다가 몇 년 후 우연히 둘이 만나게 된다. 예전처럼 가난한 행색을 보고선 깜짝 놀란 친구가 가난한 친구의 주머니를 살펴보니, 자기가 옷 속에 넣어 준 보물이 그대로 주머니 속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주머니 속의 보물처럼 중생들에게 불성이 감추어져 있음을 비유한 것이다.
  12. 16)성적등지惺寂等持 : 참선할 때 마음에 성성惺惺하게 깨어 있는 상태와 적적寂寂하게 고요한 상태를 함께 유지하는 것이다.
  13. 17)선도 이 마음이니~끊을 수 없다 : 규봉 종밀圭峰宗密(780〜841)이 저술한 『선원제전집도서禪源諸詮集都序』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도가 그대로 마음이니, 마음을 가지고 도로 마음을 닦을 수 없고, 악도 이 마음이니, 마음을 가지고 도로 마음을 끊을 수 없다. 끊지도 않고 닦지도 않고서 아무런 조작 없이 자재한 것을 해탈이라 한다.(道即是心, 不可將心還修於心; 惡亦是心, 不可將心還斷於心. 不斷不修任運自在, 方名解脫.)”
  14. 18)메추리가 붕새를 비웃는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나오는, “붕이란 새는 등은 태산 같고, 날개는 하늘에 드리운 구름 같아서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 구름을 벗어나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진 다음에야 남쪽으로 가고자 도모하여 남쪽으로 간다. 붕새가 남쪽 바다로 갈 때 메추리가 그를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하기를, ‘저 새는 장차 어디를 가려고 하는가? 나는 뛰어올라 봤자 고작 두어 길도 못 오르고 도로 내려와 쑥대밭 사이에서 빙빙 돌 뿐이지만, 이 또한 잘 날아간 것인데, 저 새는 장차 어디를 가려는 것일까?’라고 했다.(其名爲鵬, 背若泰山, 翼若垂天之雲, 搏扶搖羊角而上者九萬里, 絶雲氣, 負靑天. 然後圖南, 且適南冥也. 斥鷃笑之曰: 彼且奚適也? 我騰躍而上, 不過數仞而下, 翶翔蓬蒿之間, 此亦飛之至也, 而彼且奚適也.)”라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15. 19)원심圓心 : 완전하고 원만한 열반을 구하는 마음이다.
  16. 20)등긁개 : 등긁개를 양화자癢和子라 하니, 양화병養和柄은 등을 긁는 도구인 등긁개의 자루이다.
  17. 21)천비산 중암은 충청남도 대전군大田郡 산내면山內面 묘각사妙覺寺에 있다.
  18. 22)천지는 하나의~하나의 말이다 : 『장자』 「제물론齊物論」에서 “손가락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 아닌 것을 비유하는 것은, 손가락이 아닌 것을 가지고 손가락이 손가락 아닌 것을 비유하는 것만 못하고, 말을 가지고 말이 말 아닌 것을 비유하는 것은, 말이 아닌 것을 가지고 말이 말 아닌 것을 비유하는 것만 못하다. 천지는 하나의 손가락이요, 만물은 하나의 말인 것이다.(以指喩指之非指, 不若以非指喩指之非指也; 以馬喩馬之非馬, 不若以非馬喩馬之非馬也. 天地一指也, 萬物一馬也.)”라고 하였다.
  19. 23)짐주鴆酒 : 짐새의 털을 담근 술. 사람을 살해하는 일종의 독약이다.
  20. 24)온 세상이~깨어 있으니 : 굴원屈原의 「어부사漁父辭」에서 “온 세상이 다 혼탁한데 나만 홀로 맑고, 사람들이 다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다.(擧世皆濁, 我獨淸; 衆人皆醉, 我獨醒.)”라고 한 말을 인용하였다.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21. 25)전국시대 한韓나라에서 나는 명견이다.
  22. 26)이 말에 따라 고양이를 그려서 : 법문에 따라 참구함을 비유한 것이다. 『선요禪要』에 화두에 따라 참구하는 것을 비유하여 “당장에 화법畵法에 따라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하여 그리고 그려서 뿔과 얼룩무늬가 있는 곳, 심식의 길이 끊어진 곳, 사람과 법을 모두 잊은 곳에 이르면 붓 끝 아래 산 고양이가 뛰쳐나올 것이다.(直下依樣畵猫去, 畵來畵去, 畵到結角羅紋處, 心識路絶處, 人法俱忘處, 筆端下, 驀然突出箇活猫兒來.)”라고 하였다.
  23. 27)선재善財 : 『대방광불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구도자. 53선지식을 두루 찾아뵙고, 맨 나중에 보현보살을 만나서 십대원十大願을 듣고, 아미타불 국토에 왕생하여 입법계入法界의 지원志願을 채웠다 한다.
  24. 28)건화문建化門 : 법당法幢을 세우고 화문化門을 넓게 벌려 놓는 것. 또는 자기 수행에서 나와서 다른 이를 교화하는 것이다. 제이의문第二義門이라고도 한다.
  25. 29)건추犍椎 : 범어의 음역으로 성명聲鳴, 즉 소리가 울린다는 뜻인데, 사찰의 목어, 종, 경쇠 등을 가리킨다.
  26. 30)보청普請 : 선원의 수행자가 모두 나와서 일하는 것을 말한다.
  27. 31)6일이 되기 전에는 : 육일은 육재일六齋日을 뜻하며, 8일, 14일, 15일, 23일, 29일, 30일이다. 이날은 몸을 조심하고 마음을 깨끗하게 하여 지계持戒하는 날이다.
  28. 32)요의了義 : ‘요’는 ‘끝까지’란 뜻으로, 불법의 이치를 말하여 다한 것이다. 요了·불료不了의 해석에 대하여는 그 경에 말한 이치가 진실하냐 아니냐에 대하여, 또 교리를 표시한 말이 완비되었느냐 아니냐에 대하여, 요지了智로 말한 것이냐 아니냐에 대하여 판단한다.
  29. 33)회남왕淮南王 유안劉安은~따라 올라갔다 : 한나라 때 회남왕 유안이 단약을 먹고 신선이 되어 가족들과 함께 하늘로 올라갔는데, 그의 집에서 기르던 개와 닭들이 그릇에 남은 단약 찌꺼기를 먹고 하늘로 올라가서 허공에서 개와 닭의 울음소리가 들렸다고 하는 고사가 있다. 『논형論衡』 권7 「도허道虛」.
  30. 34)『선원제전집도서』 권상(T48, 399c20).
  31. 35)너는 그 양을~예禮를 아끼노라 : 본질을 지키기 위해서는 형식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춘추시대 노魯나라에서 매월 초하루에 양을 잡아 조묘祖廟에 고하는 곡삭告朔이란 예가 있었다. 문공文公 때부터는 조묘에 고하는 예는 없어졌는데 여전히 양만 희생으로 잡으니,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이 이를 그만두게 하고자 하였다. 이에 공자가 “자공아! 너는 그 양을 아끼느냐? 나는 그 예를 아낀다(賜也. 爾愛其羊? 我愛其禮.)”라고 하였다. 『논어』 「팔일八佾」.
  32. 36)죽반사미粥飯沙彌 : 죽반승粥飯僧과 같은 말로 죽과 밥만 먹을 줄 알지 아무것도 모르는 승려를 뜻한다.
  33. 37)식경識境 : 육식六識과 육경六境의 준말이니 마음과 대상을 뜻한다.
  34. 38)세 번 절하고~얻었다고 인가하였다 : 달마가 혜가慧可를 인가할 때의 이야기이다. 달마가 입적할 때 제자들에게 각자의 경지를 말하게 했는데, 혜가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세 번 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가 서니, 달마가 “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하고는 혜가를 인가하였다 한다. 『불조역대통재佛祖歷代通載』.
  35. 39)축착합착築着闔着 : 성을 쌓을 때 쌓아 올리는 돌들이 딱딱 들어맞고 맷돌의 위쪽과 아래쪽이 서로 빈틈없이 들어맞는다는 말로 화두를 참구하다가 본분本分 도리에 계합함을 형용한 말이다.
  36. 41)라후라羅睺羅 : 석가의 아들로 출가하여 석가의 제자가 되었다.
  37. 42)어진 이를~바꾸어서 하라 : 공자의 말로 『논어』 「학이學而」에 보인다.
  38. 43)황양목선黃楊木禪 : 황양목은 좀처럼 자라지 않는 나무로 윤달을 만나면 오히려 줄어든다고 한다. 즉 좀처럼 진보가 없는 선을 형용한 말이다. 여기서는 자기의 참선을 겸사로 말한 것이다.
  39. 44)수역壽域:인수지역仁壽之域의 준말로, 본래 태평성대를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도솔천이나 극락정토와 같은 곳을 뜻한다. 인수는 『논어』 「옹야雍也」의 “인자는 장수한다.(仁者壽)”라는 대목에서 온 말이다. 『한서漢書』 22권 「예악지禮樂志」에서 “구례舊禮를 찬술하고 왕제王制를 밝혀서 온 세상의 백성들을 이끌어 인수의 지역에 오르게 하면, 풍속이 어찌 주나라 성왕成王과 강왕康王 때 태평 시절과 같지 않겠으며, 수명이 어찌 은나라 고종高宗 때와 같지 않겠습니까.”라고 하였다.
  40. 45)이는 『불설천불인연경佛說千佛因緣經』(T14)에 나오는 고사이다. 이는 천불千佛이 과거 천 명의 동자였을 때의 얘기를 서술하는 내용이다.
  41. 46)한 무제漢武帝의 옥당玉堂 : 전한前漢 무제武帝때 건장궁建章宮을 세웠는데 그 남쪽에 옥당玉堂이란 궁전이 있었다.
  42. 47)석숭石崇의 금곡金谷 : 석숭은 진晉나라 때 부호로 금곡원金谷園이란 별장을 지어서 빈객들을 모아 놓고 호사스러운 술자리를 열었다고 한다.
  43. 48)푸른 백양나무엔~걸려 있네 : 고대에는 죽은 사람을 땅에 묻고 그 위에 백양나무를 심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44. 49)월越나라 살찐~않게 여겨 : 『약사略史』 12권에는 원문이 ‘越肥之視秦瘠’으로 되어 있다. 남의 일을 보듯이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45. 50)아뇩다라삼먁삼보리라 이름할~법이 없다 : 『금강반야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蜜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46. 52)방점蚌黏·의질蟻垤 : ‘점黏’ 자는 미상이다. 오자일 듯하다. 그러나 의질이 개미 둑, 즉 개미가 땅에 불룩하게 지어 놓은 집을 말하는 것으로 보아 방점은 조개가 모래 속을 파고 들어가 불룩하게 된 것을 가리키는 듯하다.
  47. 53)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 『주역』 「곤괘坤卦」 ≺문언文言≻에 “선을 쌓은 집안에는 반드시 남은 경사가 있다.(積善之家, 必有餘慶.)”라고 한 것을 가리킨다.
  48. 54)슬프다! 천하의 득실과 고금의 흥망이 : 이 문구의 다음 내용은 일실逸失된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만으로는 말이 되지 않으므로, 선학원본에서는 산삭刪削한 것으로 판단된다.
  49. 55)사생死生이 또한 크도다 : 동진東晉 왕희지王羲之의 「난정기蘭亭記」에서 “고인이 이르기를, ‘사생이 또한 크다’ 하였으니, 어찌 슬프지 않겠는가.” 하였다.
  50. 56)속과 겉이 모두 달고 :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서 “만일 어떤 사람이 도를 얻는다면 마치 꿀을 먹는 것과 같아서 속과 가장자리가 모두 달 것이다.(若有人得道, 猶如食蜜, 中邊皆甛.)” 한 데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진정한 내용과 형식이 다 갖춰진다는 뜻으로 말하였다.
  51. 57)유명幽明의 두 임금이~대장경판을 조성한 : 고려 현종顯宗 때 만든 초조대장경 판본이 원나라 침입 때 병화로 불탄 뒤 고종高宗 때 임금과 신하가 다시 도감을 세워 16년 만에 대장경판을 완성하였다. 여기서 유명의 두 임금은 고려 현종과 고종을 가리킨다.
  52. 58)도를 조금 알았다(聞道百) : 『장자』 「추수秋水」에 나오는 말이다. 가을에 물이 흘러 내려와 황하에 물이 크게 불어나자 황하의 신인 하백河伯이 황하만큼 크고 훌륭한 곳은 없으리라고 자부하다가 북해에 이르러 보니, 북해는 아득하여 끝이 보이지 않았다. 하백이 북해의 신 약若에게 탄식하며 말하기를, “속어에 ‘백 개의 진리를 듣고서 천하에 자기만 한 자가 없다고 여긴다’라는 말이 있으니, 이게 바로 나를 두고 한 말이구려.(野語有之曰: ‘聞道百以爲莫己若者’, 我之謂也.)”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로 여기서는 자기 식견이 얕다는 겸사로 쓰였다.
  53. 59)혼해 강백混海講伯 : 혼해混海는 법호이고, 법명은 찬윤讚允이다.
  54. 60)성월 선백惺月禪伯(1866〜1943) : 보암 정호寶庵定浩 스님이 은사이다. 성월은 법호이고, 법명은 일전一全이며, 속성은 오씨吳氏이다. 1899년 범어사 금강암, 안양암, 내원암, 계명암, 원효암 등에 선원을 개설하였고, 1904년에는 만하 스님을 모시고 금강계단을 설립하였다. 1909년 담해 스님에 이어 범어사 총섭總攝(지금의 주지에 해당)으로 추대돼 가람을 중건하는 한편 명정학교(지금의 금정중·청룡초)를 설립하였다. 범어사 주지를 세 차례 역임하였다.
  55. 61)만촉蠻觸 : 만蠻과 촉觸이라는 작은 나라가 덧없고 실체가 없는 것을 비유한다. 『장자』 「칙양則陽」에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만씨蠻氏의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촉씨觸氏의 나라가 있어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싸워서 죽은 시체가 수만이었다는 얘기에서 온 말이다.
  56. 62)천계天鷄 : 전설에 도도桃都라는 거목 위에 산다는 하늘의 닭이다. 해가 처음 뜰 때 이 닭이 울면 천하의 모든 닭이 뒤따라 울기 시작한다고 한다. 『술이기述異記』 하권. 계명암鷄鳴巖에 천계가 내려와 울었다는 전설이 있다.
  57. 63)일척안一隻眼 : 불법에 대해 진실한 정견의 혜안을 갖춘 것을 가리킨다. 이는 범부의 육안이 아니다. 의미상 정문안頂門眼·정안正眼·활안活眼·명안明眼 등과 같다.
  58. 64)귀종 권歸宗權이~울었던 일 : 운거산雲居山 도응 선사道膺禪師의 법손인 귀종 담권歸宗澹權 선사는 아침부터 공부하다가 해가 질 때면 다리를 뻗고 울면서 “오늘도 공연히 지내었고 마음을 깨닫지 못하였다.”라고 한탄하였다.
  59. 65)아교와 칠 : 이 두 가지는 접착성이 강하여 섞으면 분리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고시古詩에 “아교를 옻칠 가운데 던져 놓으면, 뉘라서 이것을 분리시키랴.(以膠投漆中, 誰能別離此.)” 하였고, 교칠은 두 사람 사이의 매우 친밀한 우정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60. 66)사물四物 : 법고·운판·목어·대종을 가리키는 말이다.
  61. 67)『능엄경』의 본성을 가리킴 : 『능엄경』 권4에 종소리를 통해 부처님이 아난에게 본성을 찾는 가르침을 보였으니,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그때 부처님께서 라후라에게 명하여 종을 한 번 치게 하시고 아난에게 “너는 지금 종소리가 들리느냐?” 하니, 아난과 대중들이 “들립니다.”라고 대답하였다. 종소리가 없어지자 부처님께서 또 “너는 지금 들리느냐?” 하니, 아난과 대중들이 “들리지 않습니다.” 하였다.……부처님께서 “너는 어떤 것을 듣는다고 하고, 어떤 것을 듣지 못한다고 하느냐?……소리가 사라지고 메아리까지 없어진 것을 너는 들음이 없다고 하는데, 만약 참으로 들음이 없다면 듣는 성품이 이미 없어져서 마른나무와 같을 것이다.……있음을 알고 없음을 아는 것도 그 들리는 대상인 소리가 있었다 없었다 하는 것이지, 어찌 저 듣는 성품이 네게서 있었다 없었다 하겠느냐?……네가 듣는 데 있어서 소리가 생기고 없어짐이, 너의 듣는 성품으로 하여금 있었다 없었다 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62. 68)上舍名孝永, 號淨蓮居士;石頭名炳先, 石頭居士, 其號也.俱居醴泉郡之生川洞.
  63. 69)교외의 우산牛山 : 『맹자』 「고자告子 상」에서 “우산牛山의 나무가 예전에는 아름다웠는데, 대국大國의 교외郊外에 있기 때문에 도끼와 자귀로 매일 나무를 베어 가니, 아름다울 수 있겠는가. 밤낮으로 자라나는 바와 우로雨露가 적셔 주는 바에 싹이 나오는 것이 없지 않건마는, 소와 양이 또 이어서 뜯어먹으니, 이 때문에 저처럼 민둥산이 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그 민둥산인 것만을 보고는 예전부터 훌륭한 재목이 있은 적이 없다고 여기니, 이것이 어찌 산의 본성이겠는가.(牛山之木, 嘗美矣. 以其郊於大國也, 斧斤伐之, 可以爲美乎? 是其日夜之所息·雨露之所潤, 非無萌蘖之生焉, 牛羊又從而牧之, 是以若彼濯濯也. 人見其濯濯也, 以爲未嘗有材焉, 此豈山之性也哉?)”라고 하였다. 이는 사람의 성품이 본래 선善하지만 물욕에 침해되어 본래의 상태를 잃어버림을 비유한 것이다.
  64. 70)조 공肇公 : 동진東晋 때의 승려 승조僧肇(384〜414)를 가리킨다.
  65. 71)방 거사龐居士 : 당나라 때 마조 도일馬祖道一의 법을 이은 방온龐蘊을 가리킨다.
  66. 72)사계 선생沙溪先生 : 김장생金長生(1548〜1631)을 가리킨다. 그는, 자는 희원希元, 호는 사계沙溪이며, 예학禮學에 조예가 깊었고, 율곡栗谷 이이李珥의 학통을 계승하였다.
  67. 73)칠성제七星祭 : 칠성七星에게 올리는 제사로 정월 7일에 지낸다. 집안의 무사태평과 자식들의 장성을 기원하는 제사이다.
  68. 75)시순時順 : 제1권 주 9 ‘시순時順’ 참조. 세상에 머무는 동안을 뜻한다.
  69. 76)두 가지 이익 : 자리自利와 이타利他이다.
  70. 77)궁음窮陰 : 음력 10월의 이칭이다. 음력 10월은 음효陰爻가 다 찬 상태로 순음純陰인 곤괘坤卦에 해당하므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한 해가 바뀌는 한겨울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71. 78)시순時順 : 『장자』 「양생주養生主」에 “마침 그때에 태어난 것은 선생이 올 때가 된 것이고, 마침 이때에 세상을 떠난 것은 선생이 갈 때가 된 것이다. 자기에게 닥친 시운을 편안히 여기고서 그 도리를 알아 순순히 받아들인다면, 슬픔과 기쁨이 마음속에 들어올 수 없을 것이다.(適來, 夫子時也; 適去, 夫子順也. 安時而處順, 哀樂不能入也.)”라는 말에서 온 말로, 여기서는 세상에 와서 머물다 간 사이라는 뜻으로 사용하였다.
  72. 79)청황보불靑黃黼黻 : 의복을 장식하는 화려한 색채와 무늬를 말한다. 순舜임금이 우禹에게 이르기를, “내가 해와 달과 별과 산과 용과 꿩을 무늬로 만들고, 종묘의 술그릇과 물풀과 불과 흰쌀과 보와 불을 수놓아서 다섯 가지 채색을 다섯 가지 빛깔로 물들여 옷을 만들고자 하거든, 그대는 그것을 밝게 만들라.(日月星辰山龍華蟲, 作會, 宗彝藻火粉米黼黻, 絺繡, 以五采彰施于五色, 作服, 汝明.)”라고 하였다. 『서경書經』 「우서虞書」 ≺익직益稷≻.
  73. 80)암주庵主가 조주趙州 스님에게 대답한 : 조주 스님이 한 암주를 방문하여 “주인 있는가?” 하니, 암주가 주먹을 세우자, 조주 스님이 “물이 얕아 배를 댈 수 없구나.” 하고 떠났다. 또 한 암주를 방문하여 역시 “주인 있는가?” 하고 물으니, 그 암주도 역시 주먹을 세웠다. 그러자 조주 스님은, “놓을 줄도 알고, 빼앗을 줄도 알며, 죽일 줄도 알고, 살릴 줄도 아는구나.” 하고는 절하고 떠났다. 『선문염송』.
  74. 81)한 생각~활줄 같았으며 : 참선을 하여 돈오했음을 뜻한다.
  75. 82)모든 별은~동으로 흘렀지 : 하늘의 모든 별들은 북극성을 향하고 중국에서 모든 물은 동쪽으로 흘러 바다로 가듯이 승가에서 모든 사람들이 고암 화상을 태산북두처럼 우러러 존경했다는 뜻이다.
  76. 83)‘門末~謹撰’은 한암필사본에만 있다.
  77. 84)구름을 어루만지고~지은들 어떠리 : 구름을 어루만진다는 것은 속세를 떠난 높은 곳에 있음을 뜻한다. 세제世諦는 속제俗諦와 같은 말이다. 『열반경』에서 “출세간의 사람이 아는 것을 제일제第一諦라 하고, 세간의 사람이 아는 것을 세제라 한다.” 하였다. 즉 동곡당이 입적하여 진제眞諦인 진여자성眞如自性으로 돌아가 있는데 진여자성을 여의지 않고 세속에 돌아와 노닐라는 뜻으로 말한 듯하다.
  78. 85)산은 높고 물은 길도다 : 동곡당의 유풍遺風이 산과 강물처럼 유구하리라는 뜻이다. 송宋나라 때 범중엄范仲淹이 목주 자사睦州刺史로 부임하여 후한後漢 광무제光武帝 때의 고사高士인 엄광嚴光의 사당을 짓고 지은 기문인 「엄선생사당기嚴先生祠堂記」에 “선생의 유풍이여! 산은 높고 물은 길도다.(先生之風, 山高水長.)”라고 한 것을 차용한 것이다. 『고문진보후집古文眞寶後集』 6권.
  79. 86)어느 산~거침없이 노니리 : 고요한 산을 찾아 한가로이 지내고 싶어도 뜻대로 되지 않는데, 불법의 깊은 뜻을 알면 사람들이 많은 십자로十字路를 거침없이 다녀도 마음은 한가롭다는 뜻이다.
  80. 87)고금에 전해 오는~문 앞에 있어라 : 고금의 모든 진리라 하는 것들은 참된 진여眞如의 문 안에 들어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81. 88)옛길은 거동을~줄은 몰랐구나 : 향엄 지한香嚴智閑의 ≺오도송≻에서 “모든 거동을 옛길에서 드날려 초연悄然한 기틀에 떨어지지 않는다.(動容揚古路, 不墮悄然機.)”라고 하였는데, 초연은 적연寂然이니, 눈과 귀로 보고 들음이 끊어진 무심의 경지이다. 고로古路는 진여자성인 본심本心을 뜻한다. 즉 깨닫고 보니, 나의 모든 거동이 그대로 본심의 자리에서 자유자재하여 굳이 보고 듣고 생각하는 작용을 끊고 무심에 머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선사들이 깨달은 경지를 말한 것들이 모두 잘못된 말이니, 이러한 선사들이 공연히 세상에 시비만 일으켰다고 한 것이다.
  82. 89)기아驥兒는 이 송구를 보거늘 : 이 시는 한암필사본에는 ‘山居十二’라는 제목 아래 마지막에 붙어 있는데, 선학원본에서는 시체詩體에 따라 다시 편집하여 뜻이 통하지 않게 구성되어 있다. 이 작품들은 모두 천장암에서 지은 것이며, 기아驥兒는 천장암에 있던 법명에 기驥 자가 있는 사미승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된다. ‘一句無前’ 이하가 기아에게 써서 보여 준 송구로 추측된다.
  83. 90)애석해라 향산의~말해 무엇하랴 : 향산香山은 곤륜산의 이칭이다. 즉 곤륜산에 사는 선인仙人들은 선도仙道는 알지만 부처님을 만나 사자후를 듣지 못했다. 그러나 진여자성인 한 물건만 알면 부처님 시대 앞에 태어나거나 뒤에 태어나서 부처님을 만나지 못해도 상관없다는 뜻이다.
  84. 91)가벼운 먼지를 적셨구나 : 당나라 왕유王維의 「송원이사안서送元二使安西」에서 “위성의 아침 비가 가벼운 먼지를 적시니, 객사에 푸릇푸릇 버들 빛이 싱그럽네.(渭城朝雨浥輕塵, 客舍靑靑柳色新.)”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85. 92)아지랑이를 여의지~붕새가 돌아오네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 날개 물결을 치는 것이 3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 아지랑이와 먼지는 생물이 숨을 부는 것이다.(鵬之徙於南冥也, 水擊三千里, 摶扶搖而上者九萬里, 去以六月息者也, 野馬也, 塵埃也, 生物之以息相吹也.)”라 하여 구만리 하늘을 날아오르는 붕새와 그 아래 세상에서 숨을 쉬고 사는 생물을 대비하였다.
  86. 93)개중箇中 : 여기란 말인데 진여자성의 당처當處를 가리킨다.
  87. 94)금오金烏 : 해의 이칭이다.
  88. 95)석인石人 : 돌로 된 사람이란 말로 무심無心한 경지를 뜻한다. 즉 정식情識이 일어나되, 일어남이 없는 경지를 석인으로 표현하였다.
  89. 96)원유遠遊를 읊노라니 : 원유遠遊는 원래 전국시대 초나라 굴원屈原이 지은 『초사楚辭』 「원유遠遊」에서 선인仙人들과 함께 놀면서 천지 사방을 두루 유람하고 싶다는 뜻을 노래한 데서 온 말인데, 사방을 유람하거나 먼 길에 여행함을 뜻하는 말로 쓰인다. 여기서는 먼 길 떠나는 상대방을 위해 증별贈別의 시를 짓는 것을 뜻한다.
  90. 97)원기가 돌아서 일륙이 되니 : 천지의 원기元氣가 운행하여 수·화·금·목·토 오행五行을 이루는데, 그중에서 물(水)이 되었다는 뜻이다. 일륙一六은 물을 상징한다. 하도河圖에서 하늘의 수數인 일一이 수水를 낳으면 땅의 수인 육六이 그것을 이루어 준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91. 98)즐거워하는 곳에~더욱 깊어라 : 공자가 “지혜로운 사람은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하는 법이니, 지혜로운 사람은 움직이고, 어진 사람은 고요하며, 지혜로운 사람은 즐거워하고, 어진 사람은 장수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 智者動, 仁者靜. 智者樂, 仁者壽.)”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논어』 「옹야雍也」.
  92. 99)구절초 : 구절창포九節菖蒲를 가리킨다. 이 창포는 한 치마다 아홉 개 이상의 마디가 있는 것으로 창포 중에서 가장 상품上品으로 친다. 『포박자抱朴子』 「선약仙藥」에서 “창포는 반드시 돌 위에서 난 것이라야 하고, 한 치마다 아홉 마디 이상이고 자줏빛 꽃이 피는 것이 좋다.(菖蒲生須得石上, 一寸九節已上, 紫花者尤善也.)”라고 하였으며, 사방득謝枋得의 ≺창포가昌蒲歌≻에서 “사람들 말하길 창포는 종류가 많지만 상품인 구절창포는 선약이라고 하네.(人言昌蒲非一種, 上品九節通仙靈.)”라고 하였다.
  93. 100)버들의 넋 : 유서柳絮, 즉 버들솜을 비유한 말이다.
  94. 101)나비 꿈은~깨기 어려워라 :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인용한 것이다. 여기서는 나비가 날아가는 광경을 형용하였다.
  95. 102)기필하고 고집함이 없어 : 『논어』 「자한子罕」에서 “공자는 네 가지가 아주 없었으니, 사사로운 뜻이 없었고 기필하는 마음이 없었고 고집하는 마음이 없었고 나라는 마음이 없었다.(子絶四, 毋意毋必毋固毋我.)” 한 데서 온 말이다.
  96. 103)부석사 : 충청남도 서산의 도비산 부석사이다.
  97. 104)초파리들만 어지럽게 나네 : 대도大道를 모르는 인간들을 비유한 것이다. 공자가 노담老聃을 만나 보고 나와서 안회顔回에게 말하기를, “나는 도에 대해서 마치 항아리 속에 갇힌 초파리 같았다. 선생님께서 그 항아리의 덮개를 열어 주지 않았다면 나는 천지의 큰 전모를 알지 못했을 것이다.(丘之於道也, 其猶醯雞與. 微夫子之發吾覆也, 吾不知天地之大全也.)”라고 했다는 데서 온 말이다. 『장자』 「전자방田子方」.
  98. 105)마음 거울이 먼 곳을 비추누나 : 부석사의 누각에 올라 앉아 있으니 먼 곳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오는 것을 표현하였다.
  99. 106)돌아보건대 하루살이~속에 거두어지리 : 만물은 모두 천지의 원기元氣가 운행하여서 빚어진 것이니, 덧없는 삶들이 결국은 모두 죽어서 천지의 원기 속에 들어가고 말 것이라는 뜻이다.
  100. 107)앞 부처 : 도비산 부석사를 창건한 신라 의상 대사를 가리킨다.
  101. 108)뒤 스님 : 도비산 부석사를 중건한 여말선초麗末鮮初의 무학 대사를 가리킨다.
  102. 109)사상동社上洞 : 전라남도 장수군長壽郡 산서면山西面에 사상동이 있고, 평안남도 최북단 벽동군碧潼郡 권회면鸛會面에 사상동이 있다. 시의 내용이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임을 볼 때 평안남도 사상동일 듯하다.
  103. 110)강남부江南賦 : 애강남부哀江南賦의 준말이다. 북주北周 때 유신庾信이 양梁나라에서 벼슬하다가 난리를 피해 타향을 유랑하면서 시국時局을 슬퍼하여 「애강남부哀江南賦」를 지었다. 여기서는 타향에서 고향을 그리워하며 읊는 시를 뜻한다.
  104. 111)송백의 세한歲寒 가지 : 혼란한 세상이나 곤궁한 처지에 지조를 잃지 않는 군자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논어』 「자한子罕」.
  105. 112)환성喚醒 노사 : 지안志安(1664〜1729)의 법호가 환성이다. 월담 설제月潭雪霽의 법을 이었다.
  106. 113)금을 던지는 듯한 : 진晋나라 손작孫綽이 「천태산부天台山賦」를 지어 놓고 친구 범영기范榮期에게 말하기를, “그대는 이 글을 땅에 던져 보게. 금석金石의 소리가 날 것일세.(卿試擲地,當作金石聲.)”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뛰어난 시문詩文을 뜻한다.
  107. 114)나귀의 해를 보내노라 : 나귀는 십이간지十二干支에는 없는 동물이다. 따라서 나귀의 해란 없는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 본래 없고 온 우주가 하나의 공성空性일 뿐이고 보면, 탐진치 삼독도 그 자성自性이 따로 없어 자체가 본래 공하다. 따라서 탐진치 번뇌가 일어나되, 탐진치 번뇌가 본래 없는 상태에서 본래 없는 세월을 보낸다는 것이다.
  108. 115)경허가 천장암에서 보임하면서 이 시를 지어 당시에 선지식으로 이름난 허주 스님에게 보내어 자신을 인가해 줄 수 있는지를 시험했는데, 허주 스님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경허는 ≺오도가悟道歌≻에서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으니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의발을 누가 전해 줄거나. 사방을 돌아봐도 사람이 없구나.(四顧無人, 衣鉢誰傳. 衣鉢誰傳, 四顧無人.)”라고 크게 탄식했다고 한다.
  109. 116)영규靈圭 스님 지난 자취 : 임진왜란 때 승병장이었던 기허당騎虛堂 영규 대사의 사적비가 1840년에 보석사 입구에 건립되었다. 영규 대사가 보석사 의선각毅禪閣에 주석했다 한다.
  110. 117)제2권 주 58 ‘송백의 세한 가지’ 참조
  111. 118)일구一句 : 일구자一句子라고도 한다. 향상向上의 일구로서, 상대적인 이치를 표현한 언구가 아니라 언어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여의 당처를 의미한다.
  112. 119)꽃은 싸락눈처럼 지고 : 당나라 왕유王維의 시 ≺남산으로 가는 최구 아우를 보내며(送崔九弟往南山)≻에서 “산중에는 계화가 있으니 꽃이 싸락눈처럼 지기 전에 돌아오라.(山中有桂花, 莫待花如霰.)”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113. 120)만덕萬德과 통광通光 : 만덕전萬德殿, 통광루通光樓와 같은 건물이 석왕사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14. 121)고운孤雲이 그 옛날~않도록 끊었지 : 신라 말엽 고운 최치원崔致遠이 가야산에 있을 때 지은 ≺가야산 독서당에서(題伽倻山讀書堂)≻에서 “바위 사이를 미친 듯 치달려 겹겹 봉우리 속에 울부짖으니, 사람 말은 지척에도 분간하기 어려워라. 세속의 시비 소리 귀에 이를까 저어하여 흐르는 시냇물로 산 둘러싸게 했네.(狂奔疊石吼重巒, 人語難分咫尺間. 却恐是非聲到耳, 故敎流水盡籠山.)”라고 하였다.
  115. 122)지초芝草 노래 : 은자의 노래를 뜻한다. 진秦나라 말엽에 동원공東園公·기리계綺里季·하황공夏黃公·녹리 선생甪里先生 네 사람이 폭정을 피해 상산商山에 들어가서 은거하였다. 이 네 사람을 상산사호商山四皓라 부른다. 이들이 불렀다는 노래가 ≺자지가紫芝歌≻인데, 여기서 온 말이다. 그 가사에서 “빛깔이 고운 영지버섯이여, 배고픔을 달랠 수 있네. 요순의 시대는 멀어졌으니, 우리들이 장차 어디로 돌아갈거나. 고관대작들은 근심이 매우 크네. 부귀하면서 사람들을 두려워하기보다는 빈천해도 내 뜻대로 사는 편이 더 낫네.(曄曄紫芝, 可以療飢. 唐虞世遠, 吾將何歸? 駟馬高蓋, 其憂甚大. 富貴之畏人, 不如貧賤之肆志.)”라고 하였다.
  116. 123)연하를 반쪽 나누어 준다면 : 경치 좋은 한 구역을 마음 맞는 사람에게 나누어 주어 함께 은거하는 것을 뜻한다. 송나라 장영張詠이 벼슬하지 않고 있던 시절, 화산華山에 은거하고 있는 희이 선생希夷先生 진단陳摶을 만나서 “원컨대 화산 반쪽을 나누어 살고 싶은데 되겠습니까?” 하니, 진단이 “공에게는 당연히 그렇게 해 줄 수 있지.” 하였던 데서 유래하였다. 성어로는 분산分山 또는 분화分華라 한다.
  117. 124)≺창랑가滄浪歌≻ : 창랑滄浪은 강물 이름으로 한수漢水 동쪽 부분을 가리킨다. ≺창랑가≻는 춘추시대에 어떤 아이가 지어 불렀다는 노래인데, 그 노래에서 “창랑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만, 창랑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을 만.(滄浪之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濁兮, 可以濯我足.)”이라고 하였다. 『맹자』 「이루離婁 상」. 용정강 가에서 지은 작품이기 때문에 강에서 들려오는 노래를 창랑가라 한 것이다.
  118. 125)다행히 성性 스님은~다르지 않다네 : 대열반의 경계는 식정識情으로 알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분별하여 알지 못하는 것이 참으로 도를 아는 것이니, 웅진이 원래 공주라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119. 126)시귀蓍龜 : 시초蓍草와 거북이다. 옛날에 점을 칠 때 시초蓍草 또는 거북의 껍질을 사용하였다. 여기서는 점을 뜻한다.
  120. 127)괴국槐國 : 괴안국槐安國의 준말이다. 당나라 때 순우분淳于棼이란 사람이 자기 집 남쪽에 있는 괴槐나무 아래서 술에 취해 자면서 꿈속에 대괴안국大槐安國 남가군南柯郡을 다스리며 20년 동안 부귀富貴를 누리다가 깨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성어로 남가일몽南柯一夢이라고도 한다.
  121. 128)돌사람 : 무심의 경지에 있는 작자 자신을 비유한 말이다.
  122. 129)범 그림 제대로 못 그려도 : 화호작묘아畵虎作猫兒, 즉 범을 그리다 고양이를 그리고 말았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는 춘삼월 경치를 시로 읊은 것을 비유했다고 생각된다. 즉 눈앞에 펼쳐진 경치가 모두 본지풍광이 아님이 없는데, 그것을 시로 표현한 것이 범을 그리려다 고양이를 그린 셈이란 뜻이다.
  123. 130)신령한 조개 : 지문 선사智門禪師에게 어떤 스님이 “어떤 것이 반야의 본체입니까?”라고 물으니, 선사가 대답하기를 “조개(蚌)가 달을 머금었느니라.(蚌含明月)” 하였다.
  124. 131)염량炎凉 : 염량세태를 말한다. 염炎은 권세가 있음을 뜻하고, 량凉은 권세가 없음을 뜻한다. 즉 권세가 있고 없음에 따라 인심이 변함을 뜻한다.
  125. 132)희천熙川 : 평안북도의 군郡인데 지금은 자강도에 속한다.
  126. 133)풍락암豊樂菴 : 평안북도 희천군 동창면東倉面에 있던 암자.
  127. 134)바다에서 구슬을 찾는 : 어떤 사람이 바닷물 속에 들어가서 보배 구슬을 얻어오자 그의 아버지가 “천금의 값어치가 있는 구슬은 반드시 깊은 못 속에 숨어 사는 흑룡의 턱 밑에 있다. 네가 그 구슬을 얻은 것은 필시 그 용이 잠든 때를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흑룡이 깨어났더라면 네가 어찌 살아남았겠느냐?(夫千金之珠, 必在九重之淵而驪龍頷下. 子能得珠者, 必遭其睡也. 使驪龍而寤, 子尙奚微之有哉?)”라고 했다. 『장자』 「열어구列禦寇」. 위험을 무릅쓰고 임금의 총애를 얻어 높은 벼슬에 오르는 것을 비유하는 말로 쓰인다.
  128. 135)법당 곁~용이 늙겠고 :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줄기는 용의 몸통을 닮았고, 껍질은 용의 비늘을 닮았다 하여 소나무를 용에 비유한다.
  129. 136)내 낀~귀신인 듯 : 바위가 안개에 가려진 채 하늘에 솟아 있는 것이 푸른빛을 띤 귀신처럼 보인다는 뜻이다.
  130. 137)죽은 승려 너무도 애통해 : 작자가 도착했을 때 수도암에 한 승려가 입적한 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131. 138)눈길 가는~만방이 분주해라 : 『장자』 「소요유逍遙遊」에서 “붕새가 남쪽 바다로 옮겨 갈 때 날개 물결을 치는 것이 3천 리요, 회오리바람을 타고 구만리를 올라가 여섯 달을 가서야 쉰다.” 하였다. 자신이 먼 길을 떠남을 비유한 말이다. 꿈속의 개미굴은 인생이 한바탕 꿈이라는 남가일몽南柯一夢의 고사를 인용하였다. 당나라 때 순우분淳于棼이란 사람이 술에 취하여 느티나무 아래에서 잠을 잤다. 꿈에 대괴안국大槐安國의 남가군南柯郡을 다스리면서 20년간이나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깨어나니, 한바탕 꿈이고 나무 아래 개미굴에는 개미들이 분주히 드나들고 있었다. 꿈속에 자신이 다스렸던 남가군은 바로 느티나무 남쪽 가지 아래에 있는 개미굴이었던 것이다. 『남가기南柯記』. 즉 먼 길을 떠나 장도에 오르지만 돌아보면 인생은 덧없는 한바탕 꿈이란 뜻이다.
  132. 139)3척 거문고에~지음知音이 없으리니 : 춘추시대에 금琴을 잘 연주했던 백아伯牙가 자기의 음악을 알아듣던 지음知音의 벗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금 소리를 들을 사람이 없다 하여 금의 현絃을 모두 끊고 다시는 타지 않았다는 고사를 원용하였다. 『열자』 「탕문湯問」. 여기서는 이제 수익 스님과 이별하면 지음의 벗이 없다고 하면서 석별의 정을 말하고 있다.
  133. 140)절류折柳 : 석별을 뜻하는 말로, 한漢나라 사람들이 송별할 때 장안 동쪽에 있던 파교灞橋에 이르러 버들가지를 꺾어 주었던 데서 유래하였다. 이 고사로 말미암아 석별의 마음을 노래한 ≺절양류折楊柳≻란 고대의 악곡이 있다. 이백李白의 ≺춘야낙성문적春夜洛城聞笛≻에서 “그 누가 몰래 옥피리를 불어서, 그 소리 봄바람에 흩어 넣어 낙양성에 가득하게 하나. 이 밤 곡조 속에 절양류 소리 들리니, 그 누군들 고향 생각 아니 일어날손가.(誰家玉笛暗飛聲, 散入春風滿洛城. 此夜曲中聞折柳, 何人不起故園情.)”라고 하였다.
  134. 140)청조靑鳥가 날아오더니~신선이 오셨구려 : 청조는 파랑새로 선녀인 서왕모西王母의 사자라 한다. 『한무고사漢武故事』에 나오는 얘기이다. 7월 7일에 갑자기 청조가 서방에서 날아와 승화전承華殿 앞에 내려앉자, 한 무제가 동방삭에게 까닭을 물으니 동방삭이 말하기를, “서왕모가 오려는 것입니다.”라고 하였고, 한참 뒤에 과연 서왕모가 왔다고 한다. 여기서는 영호당이 찾아온 것을 비유한다.
  135. 142)어리御李 : 이응李膺의 수레를 몰았다는 말로, 당대에 이름이 높은 명사名士를 만났음을 뜻한다. 후한後漢의 이응李膺은 성품이 고고하여 다른 사람과 교제하지 않고 오직 순숙荀淑만 스승으로 삼고 진식陳寔을 벗으로 했다. 순숙의 아들 순상荀爽이 어느 날 이응을 찾아뵙고 그의 수레를 몰았는데, 돌아와서는 기뻐하여 “오늘에서야 비로소 이 군李君을 모실 수 있었다.(今日乃得御李君矣)”라고 말한 고사에서 유래한다. 『통감절요通鑑節要』 20권.
  136. 143)구슬을 찾은 망상 : 망상罔象은 『장자』에는 상망象罔으로 되어 있다. 황제黃帝가 적수赤水 북쪽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현주를 잃어버렸는데, 아무도 찾지 못했고 상망만이 찾아냈다고 한다. 『장자』 「천지天地」. 상象은 비무非無, 망罔은 비유非有를 뜻한다. 즉 무심無心을 비유한 것이다.
  137. 144)꿈속에 들어갔던 진생陳生 : 진생은 당나라 진계경陳季卿을 가리킨다. 강남江南 사람인 진계경이 장안長安에 와서 살면서 10년 동안을 돌아가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날 청룡사靑龍寺에 갔다가 벽에 그려져 있는 환영도寰瀛圖를 보면서 “이것을 얻어서 빨리 돌아갈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곁에 있던 어떤 늙은이가 빙긋이 웃으면서 “그게 뭐가 어렵겠는가.” 하고는 계단 앞의 대나무를 꺾어서 그림에 있는 위수渭水 속에 놓은 다음 진계경에게 말하기를, “이곳을 주목해 보면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하였다. 이에 진계경이 그것을 보고 있자 어느 사이에 배를 타고 집에 도착하여 가족들을 만나 보고 다시 청룡사로 돌아왔는데, 그때까지도 그 늙은이는 그곳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한다. 『이문실록異聞實錄』.
  138. 145)송백의 세한歲寒 가지 : 혼란한 세상이나 곤궁한 처지에 지조를 잃지 않는 군자의 마음을 비유한 것이다. 공자가 “날씨가 추워진 뒤에야 송백이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歲寒然後, 知松柏之後凋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논어』 「자한子罕」.
  139. 146)발 씻고~청탁淸濁에 맡기노니 : 춘추시대에 어떤 아이가 노래하기를, “창랑 물이 맑으면 내 갓끈을 씻을 것이요, 창랑 물이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라.(滄浪之淸兮, 可以濯我纓. 滄浪之濁兮, 可以濯我足.)”라고 하였는데, 공자께서 말씀하시기를, “너희들은 저 노래를 들어 보라. 물이 맑으면 갓끈을 빨고,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니, 이는 물이 자초自招하는 것이다.(小子聽之! 淸斯濯纓, 濁斯濯足矣. 自取之也.)”라고 하였다. 이는 원래 사람이 모욕을 당하는 것은 그 원인이 자기에게 있다는 뜻으로 말한 것인데, 여기서는 작자가 세상이 맑든 흐리든 내맡겨 두고 유유자적하겠다는 뜻으로 말하였다.
  140. 147)서루書樓 : 본래는 장서藏書하는 누각 또는 독서하는 누각을 뜻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작자가 오는 도중에 누각에서 글을 지었기 때문에 서루라 한 듯하다.
  141. 148)부귀하던 집〜떠 있어라 : 부귀한 사람, 제왕들이 모두 죽어서 그들이 살던 곳이 적막하다는 뜻이다.
  142. 149)장자 호접이 진여의 일이니 : 장주莊周의 호접몽蝴蝶夢처럼 몽환 같은 세상이 그대로 진여의 세계라는 말이다. 너울너울 날던 것은 나비라 아득한 전생의 일만 같고, 꿈을 깬 것은 몸이라 완연히 환화幻化로다. 라는 문구는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인용한 것이다. 장자의 이름이 주周이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에서 “옛날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는데 너울너울 나는 나비라 스스로 즐거워서 자신이 장주인 줄 모르다가 갑자기 꿈을 깨고 보니, 자신은 장주였다. 장주가 꿈속에서 나비가 된 것인지 나비가 꿈속에 장주가 된 것인지 알지 못하였다.(昔者, 莊周夢爲蝴蝶, 栩栩然蝴蝶也, 自喩適志與, 不知周也; 俄然覺, 則蘧蘧然周也. 不知周之夢爲胡蝶與胡蝶之夢爲周與.)”라고 하였다.
  143. 150)진흙탕에 꼬리 끌며 노니리라 : 속세에 들어가 화광동진和光同塵하겠다는 뜻이다. 초나라에서 죽은 지 3천 년 되는 신령스러운 거북을 묘당廟堂에 모셔 놓았는데, 장자가 이를 두고 말하기를, “죽어서 뼈다귀로 남아 귀하게 되겠는가? 차라리 살아서 흙탕물 속에 꼬리를 끌겠는가?(寧其死爲留骨而貴乎?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장자莊子』 「추수秋水」.
  144. 151)강계 : 작자의 지기知己인 담여淡如 김탁金鐸(1872〜1941)이 살던 곳이다.
  145. 152)깊은 산골~줄 알겠고 : 깊은 산골에서는 친구를 만나러 출타하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첩거하는 것이 싫지 않으니, 자신이 늙어서 젊을 때와 같지 않음을 알겠다는 뜻이다.
  146. 153)면가정眄柯亭 : 담여 김탁이 사는 곳에 있는 정자이다. 면가眄柯는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술병과 잔 가져다 스스로 술을 따라 마시고, 뜰의 나뭇가지 바라보며 얼굴을 펴노라.(引壺觴以自酌, 眄庭柯以怡顔.)”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47. 154)강성江城 : 김탁이 사는 강계江界를 가리킨다.
  148. 155)남금南金 : 중국의 남방인 형주荊州와 양주揚州 지방에서 나는 금으로, 품질과 값이 일반 금보다 갑절 높다고 한다. 여기서는 재물을 뜻한다. 『시경』 「노송魯頌」 ≺반수泮水≻에서 “은혜를 깨달은 오랑캐들이……남방의 좋은 황금을 조공으로 많이 바쳤다.(憬彼淮夷……大賂南金)”라 하였다.
  149. 156)옥촉玉燭 : 사시四時의 기운이 화창한 것으로, 태평성세를 형용한 말이다. 『이아爾雅』 「석천釋天」에서 “사시의 기운이 화창한 것을 일러 옥촉이라 한다.”라고 하였다.
  150. 157)진종일 덕담을~사람이 없구나 : 세쌍둥이가 있는 집에 갔건만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아이에 대한 덕담을 들을 사람이 없다는 뜻인 듯하다.
  151. 158)동산에 가득한 소나무와 국화 :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고향집을 형용하여 “세 오솔길 정원은 황폐해도 소나무와 국화는 그대로 있네.(三逕就荒, 松菊猶存.)”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152. 159)도회韜晦 : 자신의 재능과 학식을 감추고 어리석은 듯이 처세하는 것이다.
  153. 160)저물지 않아~내려오는 게고 : 표범의 눈에서 반사되는 빛이 움직이는 것이 어둠 속에 보이는 것을 형용하였다.
  154. 161)단지 예전에~보았기 때문일세 : 동학사에서 오도한 것을 말한다. 화두를 조사관祖師關, 즉 조사의 관문이라 하므로 화두를 타파한 것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155. 162)창평昌平 : 전라남도 담양군潭陽君에 있는 면面이다.
  156. 163)강가의 풀에 본래 길손이 꿈꾸느니 : 타향을 떠도는 길손이 고향에 돌아가고픈 마음을 형용한 것으로 보인다. 두보杜甫의 ≺수愁≻에서 “강의 풀은 날마다 시름을 불러일으키나니, 무협의 물은 맑게 흘러 세상의 정이 아니로다.(江草日日喚愁生, 巫峽泠泠非世情.)” 하였다. 이는 고향에 돌아가고픈 마음을 형용한 것으로, 그 의사意思가 한나라 회남淮南 소산小山의 ≺초은사招隱士≻에서 “왕손이 떠나가 돌아오지 않음이여, 봄풀은 자라서 무성하네.(王孫遊兮不歸, 春草生兮萋萋.)”라고 한 것에서 온 것이다. 『두시택풍당비해杜詩澤風堂批解』 17권.
  157. 164)종남終南 : 평안북도 강계군 종남면終南面을 가리키는 듯하다. 종남면 한전동에 작자의 지기인 담여 김탁이 살았다.
  158. 165)「하동부河東賦」 : 한漢나라 성제成帝가 군신을 거느리고 대하를 건너 분음汾陰에 가서 후토后土에 제사를 지내고 돌아오는 길에 서악西岳에 올라 멀리 팔방을 바라보면서 아득한 옛날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생각하였다. 성제를 수행했던 양웅揚雄이 ‘냇가에서 물고기를 보고 부러워하는 것은 빨리 돌아가 그물을 짜는 것만 못하다.(臨川羨魚, 不如歸而結罔.)’라고 생각하고, 돌아와서 곧바로 「하동부河東賦」를 지어 올려 성제에게 성왕聖王의 정치를 하도록 권면했다. 『한서漢書』 87권 「양웅전揚雄傳」.
  159. 166)말을 잃은~어이 알리오 : 새옹지마塞翁之馬의 고사를 인용하였다.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서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 도망쳐서 오랑캐 땅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모두 위로하였는데, 그 노인은 태연하게 ‘이것이 도리어 복이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였다. 몇 달 뒤에 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 여러 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하였다.
  160. 167)노중련魯仲連이 바다 밟았던 : 절의를 지키며 죽는 것을 뜻한다. 노중련은 전국시대 제나라의 고사高士이다. 그가 조나라에 가 있을 때 진나라 군대가 조나라의 서울인 한단邯鄲을 포위했다. 이때 위나라가 장군 신원연新垣衍을 보내 진나라 임금을 천자로 섬기면 포위를 풀겠다고 하였다. 이에 노중련이 신원연을 만나서 “진나라가 방자하게 천자를 참칭僭稱하여 천하를 다스린다면 나는 동해를 밟고 빠져 죽겠다.” 하니, 신원연이 이 말을 듣고 군사를 퇴각시켰다. 『사기史記』 83권 「노중련추양열전魯仲連鄒陽列傳」.
  161. 168)부모님 고향을~걸음걸음 더디어라 : 고국을 어쩔 수 없이 떠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맹자가 “공자가 제나라를 떠날 때는 일어 놓은 쌀을 건져서 급히 떠났고, 노나라를 떠날 때는 ‘더디어라, 나의 떠남이여’라고 하였으니, 이는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이다.(孔子之去齊, 接淅而行; 去魯, 曰遲遲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 한 것을 인용하였다. 『맹자』 「만장萬章 하」.
  162. 169)소리 없는 하늘 : 『시경』 「대아大雅」 ≺문왕文王≻에서 “하늘의 일은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다.(上天之載, 無聲無臭.)”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중용』에도 실려 있다.
  163. 170)오운五雲 : 오색구름으로 제왕의 기운을 상징한다. 한 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제위에 오르기 전에도 그가 가는 곳에는 어디고 오색구름이 떠 있어 쉽게 찾을 수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164. 171)골취삼鶻臭衫 : 골취포삼鶻臭布衫의 준말로 중국 북방에 있는 야만족인 회골回鶻사람의 체취가 배어 있는 베옷을 이르는 말이다. 대혜 종고大慧宗杲의 시중示衆에서 “골취삼을 벗어 버리고, 때에 찌든 모자를 벗어 든다.(脫却鶻臭衫, 拈了灸脂帽.)”라 하였다. 여기서는 냄새나는 더러운 장삼을 말한다.
  165. 172)천주天柱 : 하늘이 내려앉지 않도록 떠받치는 기둥이다. 옛날 전설에 공공씨共公氏가 축융祝融과 싸워서 지자 크게 노하여 머리로 부주산不周山을 떠받드니 부주산이 무너져 하늘을 떠받치고 있던 천주天柱가 부러지고 땅을 붙들어 매고 있던 지유地維가 끊어졌다고 한다. 『사기보史記補』 「삼황본기三皇本紀」.
  166. 173)양등삼천量等三千 : 여래의 몸은 일체 유위有爲·무위無爲 등 제법諸法의 양量과 같다는 뜻에서 양등신量等身이라 한다. 여래의 몸이 삼천대천세계와 같다는 뜻에서 양등삼천이라 하였다.
  167. 174)약상弱喪:약상은 고향을 잃은 사람이란 의미로, 여기서는 본래의 불성佛性을 망각한 사람이란 뜻으로 쓰였다. 『장자』 「제물론齊物論」의 “내 어찌 삶을 좋아하는 것이 미혹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으며, 내 어찌 죽음을 싫어하는 것이 마치 어려서 고향을 잃은 사람이 고향으로 돌아갈 줄 모르는 것이 아님을 알겠는가.(予惡乎知說生之非惑邪? 予惡乎知惡死之非弱喪而不知歸者邪?)”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68. 175)소를 모는 것이 오대산 성인 : 오대산 성인은 문수보살이다. 당나라 때 무착 선사無著禪師가 남방인 항주杭州로부터 문수보살文殊菩薩을 알현하기 위해 북방인 오대산에 당도하여 소를 몰고 가는 한 노인을 만났는데, 그 노인이 문수보살이었다 한다. 그 노인이 무착에게 “어디서 왔는가?” 하자, 무착이 “남방에서 왔습니다.” 하고, 이어서 묻기를 “북방의 불법은 어떻게 주지住持합니까?” 하니, 그 노인이 “용사龍蛇가 혼잡하고 범성凡聖이 동거한다.”라고 하므로, 무착이 “그것이 얼마나 됩니까?” 하자, 노인이 “전삼삼前三三 후삼삼後三三이다.”라고 했다 한다.
  169. 176)북을 치는 여암呂巖 선인 : 여암은 당나라 때 경조京兆 사람으로, 전설에 나오는 팔선八仙 중 한 사람이다. 자는 동빈洞賓이고 호는 순양자純陽子이다.
  170. 177)홍양洪陽 : 충청남도 홍주洪州의 이칭이다.
  171. 178)가야산 : 충청남도 서산시 운산면, 해미면과 예산군 덕산면 경계에 있는 산이다.
  172. 179)나박천羅朴川 : 충청남도 덕산군德山郡 나박소면羅朴所面에 있는 시내이다.
  173. 180)유성維城 : 『시경』 「대아大雅」 ≺판板≻의 “종자는 나라의 성이다.(宗子維城)”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왕자 또는 왕족을 가리킨다.
  174. 181)황극皇極 : 『서경』 「하서夏書」 ≺홍범洪範≻의 “다섯째는 황극이니, 황제는 그 표준을 세움이 있어야 한다.(五皇極, 皇建其有極.)”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제왕이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이다.
  175. 182)용을 베는:공연히 크고 쓸모없는 재주를 뜻하는 말로, 『장자』 「열어구列禦寇」의 “주평만朱泙漫이 용 잡는 기술을 지리익支離益에게 배우는데 천금의 재산을 다 없애고 3년 만에 기술은 배웠으나 그 기술을 쓸 곳이 없었다.(
    知我屠龍惟是己           支離益, 單千金之家, 三年技成, 而無所用其巧.)”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176. 183)고양이 그리는 :법문에 따라 참구함을 비유한 것이다. 『선요禪要』에 화두에 따라 참구하는 것을 비유하여 “당장에 화법畵法에 따라 고양이를 그리기 시작하여 그리고 그려서 뿔과 얼룩무늬가 있는 곳, 심식의 길이 끊어진 곳, 사람과 법을 모두 잊은 곳에 이르면 붓 끝 아래 산 고양이가 뛰쳐나올 것이다.(直下依樣畵猫去, 畵來畵去, 畵到結角羅紋處, 心識路絶處, 人法俱忘處, 筆端下, 驀然突出箇活猫兒來.)”라고 하였다.
  177. 184)풀무로 온갖 방법 써서 정련하건만 : 선사禪師가 선객을 단련하는 것을 비유한 것이다. 『벽암록』 39칙 수시垂示에서 “백련정금을 단련하고자 하여 작가의 풀무질을 보이노라.(欲煆百鍊精金, 垂示作家鑪鞴.)” 하였다.
  178. 185)무여無餘 : 번뇌가 남김없이 사라진 무여열반無餘涅槃을 뜻한다.
  179. 186)바로 이것이니 : 동산 양개洞山良价가 스승인 운암雲巖이 입적할 때 “스님이 돌아가신 뒤에 누가 ‘스님의 참모습을 그릴 수 있습니까?’라고 물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합니까?”라고 물으니, 운암이 가만히 있다가 “다만 이것이니라.(只這是)”라고 하였다. 동산이 그 뜻을 알지 못하다가 훗날 시내를 건너다가 자기 그림자를 보고는 크게 깨달았다. 그 뒤 동산이 운암의 제사를 지낼 때 어느 스님이 “스님은 처음에 남전南泉 스님을 뵙고 발심을 하셨는데, 왜 운암 스님의 제사를 지냅니까?”라고 하니, 동산이 “나는 선사先師의 도덕과 불법을 중히 여기는 것이 아니라 단지 선사께서 나를 위해 설파해 주시지 않은 것을 중히 여길 뿐이다.(我不重先師道德佛法, 祇重他不爲我說破.)”라고 하였다. 그 스님이 “스님은 선사를 위해 제사를 지내니, 도리어 선사를 긍정하십니까?”라고 하니, 동산이 “반은 긍정하고 반은 긍정하지 않노라.”라고 하였다. “어찌하여 모두 긍정하지 않습니까?”라고 하니, 동산이 “만약 모두 긍정하면 선사를 저버리게 된다.(若全肯, 即孤負先師也.)”라고 하였다. 『서주동산양개선사어록瑞州洞山良价禪師語錄』. 여기서는 경허가 북방으로 종적을 감춘 뒤에 한암이 평안도 맹산孟山 우두암牛頭庵에서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가 개오하였기 때문에 이 고사를 인용하여 비록 경허에게 인가를 받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경허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뜻을 나타낸 것이다.
  180. 187)수중의 낚싯바늘 : 본분 종사宗師의 수단을 뜻한다. 『벽암록』 2칙 평창評唱에서 “낚시 바늘의 뜻을 잘 살피고 저울의 눈금을 잘못 알지 마라.(識取鉤頭意, 莫認定盤星.)”라고 하였다.
  181. 188)겁석劫石 : 반석겁盤石劫의 준말이다. 불경에 나오는 비유로 사방, 상하의 길이가 40리나 되는 큰 바위에 장수 천인長壽天人이 백 년마다 한 번씩 지나가면서 가벼운 옷자락으로 그 바위를 스쳐서 바위가 다 닳는 기간을 1겁이라 한다.
  182. 189)인풍루仁風樓 : 평안북도 강계江界에 있는 누각이다.
  183. 190)제격鶗鴃이 꽃 꺾는 : 제격은 두견새의 별칭이다. 『초사楚辭』 「이소離騷」에서 “두견새가 먼저 울어서 온갖 풀을 꽃 피우지 못하게 할까 걱정일세.(恐鶗鴃之先鳴兮, 使夫百草爲之不芳.)”라고 하였다. 두견새의 소리는 본래 좋지 않아 음기陰氣가 강하므로 먼저 울면 풀들이 말라 죽는다고 한다.
  184. 191)학과 매화를 처자식으로 : 송나라 때 은자인 임포林逋가 서호西湖의 고산孤山에 은거하여 20년 동안 성시城市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으며, 서화와 시에 능하였고, 특히 매화시가 유명하다. 그는 장가를 들지 않아 자식이 없고, 매화를 심고 학을 길러 벗을 삼으니, 당시에 ‘매처학자梅妻鶴子’라고 하였다. 사후에 화정 선생和靖先生이란 시호를 받았다. 『송사宋史』 457권 「임포열전林逋列傳」.
  185. 192)바람 옷에 물 패옥 : 당나라 이하李賀의 「소소소묘蘇小小墓」에서 “풀은 깔개 같고 솔은 일산 같으며, 바람은 옷이요 물은 패옥이라.(草如茵,松如蓋; 風爲裳,水爲珮.)” 한 데서 온 말로 정처 없이 떠도는 사람의 옷차림을 뜻한다.
  186. 193)중산 선인中山仙人(전설에 나오는 중산中山에 사는 적희狄希라는 사람)이 천일주를 잘 만들었다. 하루는 유현석劉玄石이라는 사람이 중산의 술집에서 천일주를 사서 마시고 취하였는데, 집안사람들이 그가 죽은 줄로 알고 장사 지냈다가 천 일이 지난 뒤에 술집 주인의 말을 듣고 다시 관을 열어 보니, 그제야 술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박물지博物志』 「잡설雜說 하」.
  187. 194)친척과는 어느~정담을 나눌꼬 :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서 일상의 즐거움을 얘기하면서 “친척들과 정담 나누기를 즐거워하고 거문고와 서책으로 시름을 달랜다.(悅親戚之情話, 樂琴書以消憂.)”라고 하였다.
  188. 195)황금은 떨어졌고 : 벼슬하기 위해 필요한 물자나 자금이 떨어졌다는 뜻이다. 전국시대 소진蘇秦이 조趙나라에서 검은 담비 가죽으로 만든 옷인 흑초구黑貂裘와 황금 백 일鎰을 받아 가지고 진秦나라로 가서 열 차례나 글을 올려 혜왕惠王에게 유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시일이 흘러 흑초구는 낡고 가지고 갔던 황금도 바닥나서 어쩔 수 없이 진나라를 떠나 돌아왔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전국책戰國策』 「조책趙策 1」.
  189. 196)달팽이 뿔 : 매우 좁은 곳을 비유한 말로 여기서는 신덕재가 들어선 땅을 가리킨다. 만촉蠻觸이란 만蠻과 촉觸이라는 작은 나라가 덧없고 실체가 없는 것을 비유한다. 『장자』 「칙양則陽」에 달팽이의 왼쪽 뿔에는 만씨蠻氏의 나라가 있고, 오른쪽 뿔에는 촉씨觸氏의 나라가 있어 서로 땅을 차지하려고 싸워서 죽은 시체가 수만이었다는 얘기에서 온 말이다.
  190. 197)반궁泮宮 : 제후諸侯의 학궁學宮으로, 여기서는 우리나라의 성균관成均館을 가리킨다.
  191. 198)요동 학 : 도연명陶淵明의 『수신후기搜神後記』에서 “정령위丁令威는 본래 요동 사람으로 영호산靈虎山에서 도를 배워 신선이 되었다. 그가 뒤에 학이 되어서 성문 앞의 큰 기둥인 화표華表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소년이 활로 쏘려고 하자 학이 날아서 공중을 배회하며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로다. 집을 떠난 지 천년 만에 이제야 돌아오니, 성곽은 옛적과 같은데 백성은 그때 사람이 아니로구나. 어이하여 신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즐비한고?’ 하고는 날아가 버렸다.” 하였다.
  192. 199)변새 노인 : 새옹지마塞翁之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회남자淮南子』 「인간훈人間訓」에서 “변방에 사는 노인의 말이 도망쳐서 오랑캐 땅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이 모두 위로하였는데, 그 노인은 태연하게 ‘이것이 도리어 복이 될지 어떻게 알겠는가’ 하였다. 몇 달 뒤에 그 말이 오랑캐의 준마 여러 마리를 데리고 돌아왔다.” 하였다.
  193. 200)신선 찾아온~고을 다스리네 : 진晉나라 때 갈홍葛洪이란 사람이 신선술을 좋아하여 조정의 부름을 고사하고, 교지交趾에 선약의 재료인 단사丹砂가 난다는 말을 듣고는 자청하여 그 지방의 구루령句漏令을 자청하여 부임했다는 고사를 사용하였다.
  194. 201)육수의六銖衣 : 극히 가벼운 비단으로 만든 옷으로 신선이 입는 옷이다.
  195. 202)백구와 은거할 맹서 : 속세를 떠나 자연에 은거하겠다는 결심을 말한다. 송나라 육유陸游의 숙흥夙興 시에서 “학의 원망은 누구를 의지해 풀리나. 갈매기와의 맹서 이미 식었을까 염려되네.(鶴怨憑誰解, 鷗盟恐已寒.)” 하였다.
  196. 203)희천熙川 : 평안북도의 군郡인데 지금은 자강도에 속한다.
  197. 204)≺무생곡無生曲≻ : 무생은 생멸生滅이 없는 열반涅槃, 해탈의 경지이다. 즉 깨달은 세계를 노래한 것이다.
  198. 205)뉘라서 대도는~않다 했느뇨 : 『중용장구中庸章句』 13장에서 “도는 사람과 멀지 않나니, 사람이 도를 행하면서 사람과 멀면 도라고 할 수 없다.(道不遠人, 人之爲道而遠人, 不可以爲道.)”라고 하였다.
  199. 206)집안에 들어앉아~뜻은 멀고 : 집안에서 수레를 만드니 먼 길을 갈 뜻이 있다는 말로 집안에 들어앉아 있지만 품은 포부는 크다는 뜻이다.
  200. 207)삽을 메니 :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유령劉伶이 술을 매우 좋아하여 늘 녹거鹿車를 타고 한 호로병의 술을 가지고 다니면서 종 한 사람에게 삽을 메고 따라다니게 하여 자기가 죽으면 그 자리에 묻어 달라고 하였다는 고사를 사용하였다. 『진서晉書』 49권 「유령열전劉伶列傳」.
  201. 208)금옥의 소리 : 『시경』 「소아小雅」 ≺백구白駒≻에서 “소리를 금옥처럼 아껴서 나를 멀리할 마음 갖지 마소.(毋金玉爾音, 而有遐心.)”라고 한 데서 온 말로, 여기는 상대방의 얘기하는 말소리를 뜻한다.
  202. 209)동과同科 : 과거를 함께 보아 동방급제同榜及第한 것을 말한다.
  203. 210)도문屠門에서 고기 씹는 : 푸줏간에서 고기를 맘껏 씹어 먹는 것이다. 삼국시대 위魏나라 조식曹植의 「여오계중서與吳季重書」에서 “푸줏간을 지나며 크게 씹어 먹는 흉내를 내는 것은, 비록 고기를 얻지 못했어도, 자신의 마음은 유쾌하기 때문이다.(過屠門而大嚼, 雖不得肉, 貴且快意.)”라 한 데서 온 말이다.
  204. 211)눈은 푸른빛 : 반가워하는 눈빛을 말한다. 진晉나라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이 예교禮敎에 얽매인 속된 선비가 찾아오면 흰 눈(白眼)을 뜨고 대하고, 맑은 고사高士가 찾아오면 청안靑眼을 뜨고 대했다고 한 데서 온 말이다. 『진서晉書』 49권 「완적열전阮籍列傳」.
  205. 212)큰 꿈을 깨리오 : 『장자』 「제물론」에서 “깨어난 뒤에 그것이 꿈인 줄 알고 크게 깨어난 뒤에 그것이 큰 꿈인 줄 안다.(覺而後, 知其夢也; 且有大覺而後, 知此其大夢也.)” 하여 인생을 큰 꿈으로 비유했다.
  206. 213)장단정長短亭 : 옛날 대로 가에 5리마다 있었던 단정短亭과 10리마다 있었던 장정長亭의 병칭인데, 여기서는 정자를 뜻한다.
  207. 214)풀들이 바람에 눕듯이 : 공자가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과 같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반드시 눕는다.(君子之德風, 小人之德草. 草上之風, 必偃.)”라고 하였다. 이는 본래 백성은 위정자爲政者의 덕화에 쉽게 감화된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공자의 학문에 감화됨을 뜻한다. 『논어』 「안연顔淵」.
  208. 215)상수리나무 : 목재로 쓸모없는 나무이니, 자신을 무능하다고 겸양하여 말한 것이다. 장석匠石이란 목수가 제자들을 데리고 제齊나라로 가다가 곡원曲轅에서 역사櫟社, 즉 사당 앞에 있는 큰 상수리나무를 보고, “이 나무는 쓸모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오래 산다.” 하였다. 그날 밤 꿈에 그 상수리나무가 나타나 장석에게 말하기를,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 지 오래이다. 그래서 몇 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긴 끝에 목적을 이룰 수 있었다.” 하였다. 『장자』 「인간세人間世」.
  209. 216)부모 살던~소중히 여겼으니 : 고국을 어쩔 수 없이 떠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맹자가 “공자가 제나라를 떠날 때는 일어 놓은 쌀을 건져서 급히 떠났고, 노나라를 떠날 때는 ‘더디어라, 나의 떠남이여’라고 하였으니, 이는 부모의 나라를 떠나는 도리이다.(孔子之去齊, 接淅而行; 去魯, 曰遲遲吾行也, 去父母國之道也.)” 한 것을 인용하였다. 『맹자』 「만장萬章 하」.
  210. 217)백붕百朋 : 고대古代에 조개껍질(貝殼)을 화폐로 사용할 때 오패五貝를 일관一串, 양관兩串을 일붕一朋이라고 했던 데서 온 말로 많은 보화에 비유된다. 『시경』 「소아小雅」 ≺청청자아菁菁者莪≻에서 “무성하고 무성한 쑥은 저 구릉에 있도다. 이미 군자를 만나니, 나에게 백붕을 준 것 같구나.(菁菁者莪, 在彼中陵. 旣見君子, 錫我百朋.)”라고 하였다.
  211. 218)안연顔淵의 즐거움 : 안빈낙도安貧樂道를 뜻한다. 안연은 공자의 제자 안회顔回를 일컫는 말이다. 그의 자가 자연子淵이므로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공자가 안회를 칭찬하여 “한 대그릇의 밥과 한 표주박의 물로 누추한 시골에 사는 것을,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아니하니 어질구나 안회여.(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敢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논어』 「옹야雍也」.
  212. 219)기국杞國의 근심 : 옛날 기杞라는 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면 자기가 도망가서 살 곳이 없다고 생각하여 잠도 안 자고 먹지도 않고 걱정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여기서는 나라를 걱정하는 자신의 마음을 겸사로 말하였다. 『열자』 「천서天瑞」.
  213. 220)상재桑梓가 아득히~더욱 처량해라 : 상재는 『시경』 「소아小雅」 ≺소변小弁≻의 “뽕나무와 가래나무도 반드시 공경하거늘, 우러러볼 곳은 아버지 아님이 없고 의지할 곳은 어머니 아님이 없도다.(維桑與梓, 必恭敬止. 靡瞻匪父, 靡依匪母.)” 한 데서 온 말로 부모가 살던 고향을 뜻한다. 청명은 한식이라 성묘하는 날인데, 고향을 멀리 떠나 있어 성묘를 못하므로 마음이 슬프다는 뜻이다.
  214. 221)근년 들어~이취泥醉한 듯 흐려졌어라 : 서양의 신학문이 들어와 유학이 버림받는 세태를 말한 것이다. 여기서 성인은 공자를 가리킨다. 이취泥醉는 이백李白의 ≺양양가襄陽歌≻에서 “옆 사람에게 묻노니 무슨 일로 웃는고? 이충泥蟲처럼 취한 산간山簡을 보고 웃는다네.(傍人借問笑何事, 笑殺山翁醉似泥.)” 한 데서 온 말로 인사불성이 될 정도로 취한 것을 말한다. 이泥는 물속에 사는 벌레인데 물 밖에 꺼내 놓으면 꼼짝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한다.
  215. 222)持三綱錄來云
  216. 223)빈 방에 흰빛이 생기고 : 『장자』 「인간세人間世」에서 “저 빈 곳을 바라보아라. 텅 빈 방에서 흰빛이 생기니, 길상吉祥이 그곳에 모인다.(瞻彼闋者, 虛室生白, 吉祥止止.)”라고 하였다.
  217. 224)어이하면 암혈에~머물게 할꼬 : 암혈巖穴에 사는 이름 없는 선비는 한학순을 가리킨다. 천문天門은 대궐문이다. 척오尺五는 1척 5촌으로 대궐과의 거리가 아주 가까운 곳을 비유한 말로 권세와 부귀를 누리는 사람을 뜻한다. 『신씨삼진기辛氏三秦記』에서 “도성 남쪽의 위씨와 두씨는 하늘과의 거리가 한 자 다섯 치일 뿐이다.(城南韋杜, 去天尺五.)”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18. 225)성학聖學 : 공자의 학문인 유학儒學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219. 226)제천諸天 : 제교에서 천상의 세계들을 말하는데, 산의 높은 곳에 있는 절이나 암자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두보杜甫의 시 ≺부성현향적사관각涪城縣香積寺官閣≻에서 “제천이 응당 등라藤蘿 밖에 있으리니, 날이 어두워야 정상에 도달하리.(諸天合在藤蘿外, 昏黑應須到上頭.)” 하였다.
  220. 227)꽃비 : 『법화경』의 여섯 상서祥瑞 중 하나인 우화서雨花瑞, 즉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는 상서이다. 불타가 설법하면 천신들이 감동하여 만다라화曼陀羅華·마하만다라화摩訶曼陀羅華·만수사화曼殊沙華·마하만수사화摩訶萬殊沙華의 네 가지 꽃을 비처럼 내려 보낸다고 한다. 여기서는 설법하는 누각을 예찬한 것이다.
  221. 228)색공色空 : 『반야심경』에서 말하는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줄인 것이다.
  222. 229)무하유향無何有鄕 : 무하유지향無何有之鄕의 준말로 『장자』 「소요유逍遙遊」에 보인다. 적막하고 아득하여 아무것도 없는 세계인데, 여기서는 드넓은 요동 벌판을 형용하였다.
  223. 230)자북사子北寺 : 평안북도 강계군 강계면 고당동 천마산에 있는 절이다.
  224. 231)범 싸움 풀어놓고 : 제나라 승려 혜조慧稠가 회주懷州 왕옥산王屋山에 있다가 두 마리 범이 싸우는 소리를 듣고 석장으로 말렸다고 하며, 또 수나라 때 담순曇詢이란 승려가 산길을 가다가 두 마리 범이 여러 날 동안 싸우는 것을 보고, 석장을 들어 두 마리를 갈라놓았다고 한다. 영가 현각永嘉玄覺의 『증도가證道歌』에서 “용을 항복시킨 발우요 범 싸움을 풀어놓은 석장(降龍鉢而解虎錫)”이라 하였다.
  225. 232)갈림길에선 어이하여 흰 머리털이 느는가 : 속세로 내려올 걱정에 흰 머리털이 생긴다는 뜻이다.
  226. 233)요동 변새에~학인 듯하고 : 도연명陶淵明의 『수신후기搜神後記』에서 “정령위丁令威는 본래 요동 사람으로 영호산靈虎山에서 도를 배워 신선이 되었다. 그가 뒤에 학이 되어서 성문 앞의 큰 기둥인 화표華表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소년이 활로 쏘려고 하자 학이 날아서 공중을 배회하며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로다. 집을 떠난 지 천년 만에 이제야 돌아오니, 성곽은 옛적과 같은데 백성은 그때 사람이 아니로구나. 어이하여 신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즐비한고?’ 하고는 날아가 버렸다.” 하였다.
  227. 234)향산香山의 결사에~승려인 셈일세 : 당나라 때 백거이白居易가 형부상서刑部尙書로 있다가 벼슬을 그만두고 은퇴한 뒤 향산香山의 스님 여만如滿과 함께 수행 단체인 향화사香火社를 결성하고, 서로 종유하면서 향산 거사香山居士라 자칭했다는 고사를 사용하였다.
  228. 235)성세聖世라 뽕나무~이슬에 젖으니 : 성세는 당시 임금의 세상을 찬양하여 일컫는 말이다. 즉 지금이 성군聖君의 세상이라 모든 백성들이 그 은택을 입고 있다는 뜻이다. 주자朱子의 ≺무이도가武夷櫂歌≻에 “구곡이 다할 즈음 눈앞이 활짝 열리니, 뽕과 삼은 비에 젖고 평평한 시내 보인다.(九曲將窮眼豁然, 桑麻雨露見平川.)”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229. 236)난초를 허리에 찼고 : 고결한 마음을 가졌음을 뜻한다. 『초사楚辭』 「이소離騷」에서 “강리와 벽지를 몸에 걸쳐 입고, 가을 난초를 꿰어서 허리에 찬다.(扈江離與辟芷兮, 紉秋蘭以爲佩.)”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230. 237)박옥璞玉이 매우~될 만하고 : 상대방이 뛰어난 인재로 큰 인물이 될 만하다는 말이다. 춘추시대 초楚나라 변화卞和라는 사람이 형산荊山에서 큰 박옥璞玉을 얻어 여왕厲王과 무왕武王에게 바쳤으나 옥을 감정하는 사람이 잘못 보고 돌이라 하여 두 발이 잘리고 말았다. 그 후 문왕文王이 즉위하자 화씨는 형산 아래서 박옥을 안고 사흘 밤낮이나 울어 피눈물이 흘렀다. 문왕이 이 사실을 듣고 사람을 보내 “천하에 발이 잘린 사람이 많은데 그대만이 유독 이렇게 우는 것은 어째서인가?” 하고 묻자, 그가 대답하기를, “나는 발이 잘린 것을 슬퍼하는 게 아니라 보배로운 옥을 돌이라 하고 곧은 선비를 미치광이라 하니, 이 때문에 내가 슬피 우는 것입니다.” 하였다. 이에 왕이 옥공玉工을 시켜 박옥을 다듬게 하니 직경이 한 자나 되고 티 한 점 없는 큰 옥이 나왔다 한다. 이것이 천하의 보배인 화씨벽和氏璧이다. 『한비자韓非子』 「화씨和氏」.
  231. 238)골짜기 꾀꼬리는~옮겨 간다 : 『시경』 「소아小雅」 ≺벌목伐木≻에서 “나무 베는 소리 쩡쩡 울리거늘, 꾀꼬리는 지저귀누나.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로 옮겨 가도다. 재잘재잘 지저귀는 소리여! 벗을 찾는 소리로다. 저 새들을 보아도 오히려 벗을 부르거늘, 하물며 사람인 우리들이 벗을 찾지 않을쏘냐.(伐木丁丁, 鳥鳴嚶嚶, 出自幽谷, 遷于喬木, 嚶其鳴矣, 求其友聲, 相彼鳥矣, 猶求友聲, 矧伊人矣, 不求友生.)”라고 한 것을 인용하였다.
  232. 239)벽라의碧羅衣 : 푸른 덩굴로 만든 옷으로 산속에 사는 은자隱者의 옷을 뜻한다. 상대방 김용선을 가리킨다.
  233. 240)날개 드리울 : 좌절하게 됨을 뜻한다. 『주역』 「명이괘明夷卦」 초구初九의 본의本義에서 “새가 날 때 날개를 드리움은 상해를 입은 상象이다.(飛而垂翼, 見傷之象.)” 하였다.
  234. 241)북문루北門樓 : 평안북도 강계읍성江界邑城의 북문루이다.
  235. 242)서검書劍은 부질없어~꿈과 같으니 : 서책과 칼로 옛날 중국에는 지식인들이 둘 다 익혔었다. 여기서는 벼슬길에 오르지 못했음을 뜻한다. 당나라 맹호연孟浩然의 「자락지월自洛之越」에서 “30년을 황망히 보냈건만 글과 검 둘 다 이루지 못했네.(遑遑三十年, 書劍兩無成.)” 하였다.
  236. 243)학과 원숭이 벗할 : 산속에 사는 은자의 삶을 뜻한다. 공치규孔稚珪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서 “혜장蕙帳이 텅 비니 밤중에 학이 원망하고, 산인이 떠나가니 새벽에 원숭이가 놀란다.(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라고 하였다. 혜장은 혜초蕙草로 엮은 장막으로, 은자가 거처하던 방을 형용한 말이다.
  237. 244)수레 대신 천천히 걸어 : 전국시대 제나라 은사 안촉顔斶이 가난한 삶을 부유하게 사는 법을 말하면서 “늦게 먹어 고기를 먹은 것과 같게 하고, 천천히 걸어 수레를 탄 것과 다름없이 한다.(晩食以當肉, 安步以當車.)”라고 한 말을 인용하였다. 『전국책戰國策』 「제책齊策 4」. 송나라 육유陸游의 시에서도 “천천히 걸어가는 것은 수레를 탄 것과 맞먹는다.(徐行可當車)”라고 하였다.
  238. 245)나막신 : 등산할 때 신는 신을 뜻하는 말로, 남조南朝 송나라 사영운謝靈運이 등산할 때 나막신을 신고서, 산을 오를 때는 앞굽을 뽑고 산을 내려올 때는 뒷굽을 뽑았던 데서 유래한다. 『남사南史』 「사영운전謝靈運傳」.
  239. 246)가난하지 병들지~본받기 어렵고 : 원자原子는 공자의 제자 원헌原憲을 가리킨다. 원헌이 노나라에서 몹시 곤궁하게 지낼 적에 자공子貢이 사마駟馬가 끄는 수레를 타고 방문하여 말하기를, “선생은 어찌하여 이렇게 병들었습니까?” 하자, 원헌이 대답하기를, “나는 듣건대 재물이 없는 것을 가난이라 하고, 배워서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것을 병이라 한다 하니, 지금 나는 가난한 것이지, 병든 것이 아니라오.”라고 하니, 자공이 부끄러워했다는 고사가 있다. 『장자』 「양왕讓王」.
  240. 247)취하여 깨지 않는 완 공阮公 : 완 공은 진晉나라 때 죽림칠현의 한 사람인 완적阮籍을 가리킨다. 그는 혼란한 세상에서 벼슬할 뜻이 없다가 보병교위步兵校尉의 주방에 좋은 술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자청해서 결원이 된 그 자리에 들어가서 밤낮으로 술을 마시고 세상일을 잊고 살았다고 한다. 『세설신어世說新語』 「임탄任誕」.
  241. 248)새처럼 자주 날도록 : 『논어』 「학이學而」의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 대한 주자朱子의 주註에서 “습은 새가 자주 나는 것이니, 배움을 그치지 않기를 마치 새가 자주 나는 것처럼 한다.(習, 鳥數飛; 學之不已, 如鳥數飛也.)” 한 것을 인용하였다.
  242. 249)서검書劍을 익히는~안고 있었고 : 시습재의 주인이 재능을 품고도 세상에 쓰이지 못했음을 뜻한다. 서검은 앞의 주석 ‘서검書劍은 부질없이~꿈과 같으니’ 참조. ‘옥을 안고 있었고’는 앞의 주석 ‘박옥璞玉이 매우~될 만하고’ 참조.
  243. 250)성인의 교화가 역말보다 신속함 : 공자가 “덕의 유행이 역마로 명령을 전달하는 것보다 빠르다.(德之流行, 速於置郵而傳命.)”라고 하였다. 『맹자』 「공손추公孫丑 상」.
  244. 251)할관鶡冠 : 할조鶡鳥의 꽁지깃으로 장식한 관을 말하는데, 옛날에 무인이나 은사가 썼다고 한다. 여기서는 술자리에 참석한 은사를 가리킨다. 두보杜甫의 「소한식주중작小寒食舟中作」에서 “좋은 날 억지로 술 마시니 음식이 오히려 차니 안석에 기대어 쓸쓸히 할관을 쓰고 있노라.(佳辰强飮食猶寒, 隱几蕭條戴鶡冠.)” 하였다.
  245. 252)양대陽臺의 구름과 비 : 남녀 간 운우雲雨의 정을 뜻한다. 춘추시대 초나라 양왕襄王이 고당高唐에 노닐다가 꿈속에 신녀神女를 만나 동침하였는데, 신녀가 떠나면서 “첩은 무산巫山 남쪽 높은 봉우리에 사는데,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 비가 되어 매일 아침저녁 양대陽臺 아래에 있습니다.” 하였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문선文選』 「송옥宋玉」 ≺고당부高唐賦≻.
  246. 253)낙포洛浦의 기러기와 용은 경쾌하고 유순하여라 : 상고시대 복희씨伏羲氏의 딸 복비宓妃가 낙수洛水에서 익사하여 수신水神이 되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복비에 대해 조식曹植이 「낙신부洛神賦」에서 “그 형체가 경쾌함은 마치 놀란 기러기 같고, 유순함은 마치 헤엄치는 용 같다.(其形也, 翩若驚鴻, 婉若游龍.)”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미인의 사뿐한 몸매와 고운 자태를 비유하였다.
  247. 254)속된 관리가~모임에 끼리오 : 진晉나라 때 왕융王戎이 매양 완적阮籍 등과 죽림칠현이 되어 만났는데, 한번은 왕융이 맨 늦게 오자 완적이 “속물이 와서 다시 사람의 흥취를 깨뜨린다.”라고 했다 한다. 이는 왕융이 당시 사람들에게 세속을 초월하지 못했다는 평판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설신어世說新語』 「배조排調」. 왕융이 관직에 있으면서 이익을 도모하기를 좋아하여 많은 재물을 모았다. 그런데도 늘 상아로 만든 주판을 손에 들고 재산을 따져 보면서 늘 부족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진서晉書』 43권 「왕융전王戎傳」.
  248. 255)맑기가 물 같고 : 군자의 만남을 뜻한다. 『장자』 「산목山木」에서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 물과 같고, 소인의 사귐은 달콤하기 단술과 같다.(君子之交淡若水, 小人之交甘若醴.)”라고 하였다.
  249. 256)향기롭기 난초와 같네 : 『주역』 「계사전繫辭傳 상」에서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하면 그 예리함이 쇠를 자를 만하고, 마음을 함께한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 하였다.
  250. 257)반 나누어 준다면 : 은거지隱居地를 나누어 주어 함께 은거하게 해 준다는 뜻이다. 제2권 주석 ‘연하를 반쪽 나누어 준다면’ 참조.
  251. 258)머리 긁적일 만해 : 외로운 신세를 탄식함을 뜻한다. 두보杜甫의 「누상樓上」에서 “천지 사이에서 속절없이 머리 긁어 자주 백옥잠 비녀를 뽑는다.(天地空搔首, 頻抽白玉簪.)”라고 하여, 난리 통에 의지할 데 없이 외로운 신세를 탄식하였다.
  252. 259)강주江州 : 평안북도 강계江界를 가리킨다.
  253. 259)길고 짧은~세상 기심機心일세 : 당나라 한유韓愈가 짧은 등잔대를 노래한 ≺단경가短檠歌≻에서 소년 시절에는 짧은 등잔대 밑에서 글을 열심히 읽었다가도 일단 과거에 급제하여 부귀를 얻고 나면, 긴 등잔대 밑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면서 짧은 등잔대는 마침내 담장 모퉁이에 버리게 된다는 것을 노래하였다. 때문에 등잔대가 짧고 긴 것에도 득실을 따지는 세상 사람의 기심機心이 있다고 한 것이다. 그 시에서 “여덟 자 긴 등잔대는 속절없이 길 뿐이니, 두 자의 짧은 등잔대가 편리하고 밝네.……하루아침에 부귀를 얻으면 스스로 방자해져서 긴 등잔대 높이 걸어 미인들을 비추게 하네. 아! 세상사가 그렇지 않은 게 없나니, 담장 모퉁이에 버려진 짧은 등잔대를 그대는 보시라.(長檠八尺空自長, 短檠二尺便且光.……一朝富貴還自恣, 長檠高張照珠翠. 吁嗟世事無不然, 牆角君看短檠棄.)”라고 하였다.
  254. 261)중니仲尼는 필경~운수인 게지 : 중니는 공자의 자이다. 춘추시대에 공자가 천하를 주유하며 세상을 바로잡고자 했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만년에는 『주역』을 특히 좋아하여 많이 읽은 탓에 『주역』 책을 묶은 가죽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고 한다. 『사기史記』 47권 「공자세가孔子世家」.
  255. 262)석종유石鍾乳가 다시 난 : 당나라 때 영주永州 영릉현零陵縣에서 석종유가 생산되는데, 국가에서는 석종유를 지방 공물로 바치게 하였으므로 백성들은 해마다 힘들여 그것을 채취해야 했다. 그래서 백성들이 석종유가 이제 바닥이 나 없다고 보고하였다가 5년이 지나서 최민崔敏이 영주 자사永州刺史로 부임해 선정을 베풀자 석종유가 다시 난다고 보고했다 한다. 『유하동집柳河東集』 「영릉복유혈기零陵復乳穴記」.
  256. 263)≺낙매곡落梅曲≻ : 진晉나라 때 환이桓伊가 젓대를 잘 불어 ≺낙매화곡落梅花曲≻을 지었다 한다. 이백李白의 ≺여사랑중흠청황학루상취적與史郎中欽聽黃鶴樓上吹笛≻에서 “황학루 위에서 옥 젓대를 부니, 강성 5월에 매화가 떨어지는구나.(黃鶴樓上吹玉笛, 江城五月落梅花.)”라고 하였다.
  257. 264)옥관玉關 : 옥문관玉門關의 약칭으로, 중국에서 서역으로 통하는 관문이다. 서역에서 옥석玉石을 실어 들일 때 이 관문을 지났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며, 한나라 무제武帝 때 설치되었다. 일반적으로 북쪽 변새邊塞를 뜻하는 말로 쓰인다. 이백李白의 ≺자야오가子夜吳歌≻에서 “장안에는 한 조각 달 떴고 집집마다 다듬이 소리 들리네. 가을바람 끝없이 부니 모두 옥관을 생각하는 마음일레. 어느 날에나 오랑캐를 평정하여 낭군님이 원정에서 돌아올꼬.(長安一片月, 萬戶擣衣聲. 秋風吹不盡, 總是玉關情. 何日平胡虜, 良人罷遠征.)”라고 하였다.
  258. 265)가는 것이~만 리의 시내일세 : 공자가 시냇가에 서서 말하기를, “가는 것이 이 물과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는구나.(逝者如斯夫, 不舍晝夜.)”라고 하였다. 『논어論語』 「자한子罕」.
  259. 266)천하를 즐거워하고 근심하는 : 진심으로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것을 뜻한다. 송나라의 명상 범중엄范仲淹의 「악양루기岳陽樓記」에서 “반드시 천하 사람들이 근심하기에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이 모두 즐거워한 뒤에 그 즐거움을 누릴 것이다.(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라고 한 말을 인용하였다.
  260. 267)선산仙山에 사는 사호四皓 : 진秦나라의 학정을 피해 상안산商顔山에 은둔한 소위 상산사호商山四皓인 동원공東園公·기리계綺里季·하황공夏黃公·녹리 선생甪里先生을 가리킨다.
  261. 268)의각犄角과 연환連環 : 의각은 의각지세犄角之勢 또는 기각지세掎角之勢라고도 한다. 사슴을 잡을 때에 한 사람은 뒷발을 잡아매고 한 사람은 뿔을 붙잡는다는 말에서 유래하였다. 전쟁할 때 양쪽으로 포진하여 적을 제어하는 전술을 말한다. 연환은 연환마連環馬의 준말로 바둑을 둘 때 한쪽의 두 말이 서로 연결하여 보호하는 형세를 말한다. 이는 한쪽 말이 상대방의 공격을 받으면 다른 말이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과 같다.
  262. 269)하늘을 꿰뚫을 큰 무지개를 만들고저 : 훌륭한 시문을 읊는 것을 말한다. 후한後漢 강엄江淹이 곽공郭鞏에게 “그대는 침을 뱉으면 주옥이 되고, 기운을 토하면 무지개가 되니, 녹록한 무리에 비할 바가 아니다.”라고 한 데서 온 말이다. 『후한서後漢書』 80권 「문원열전文苑列傳」 ≺장일張壹≻. 송나라 소식蘇軾의 ≺여진태허참료회어송강이관언장서안중적지분운득풍자與秦太虛參寥會於松江而關彦長徐安中適至分韻得風字≻에서 “두 분은 시 때문에 늙을수록 더욱 곤궁하니, 인간 세상에 어디에도 긴 무지개 토할 곳이 없어라.(二子緣詩老更窮, 人間無處吐長虹.)”라고 하였다.
  263. 270)상전벽해에 돌아오는 학 몇 번이나 보았더뇨 : 상전벽해로 바뀌는 세상에 오랜 세월이 흘렀다는 뜻이다. 도연명陶淵明의 『수신후기搜神後記』에서 “정령위丁令威는 본래 요동 사람으로 영호산靈虎山에서 도를 배워 신선이 되었다. 그가 뒤에 학이 되어서 성문 앞의 큰 기둥인 화표華表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소년이 활로 쏘려고 하자 학이 날아서 공중을 배회하며 말하기를, ‘새여, 새여! 정령위로다. 집을 떠난 지 천년 만에 이제야 돌아오니, 성곽은 옛적과 같은데 백성은 그때 사람이 아니로구나. 어이하여 신선술을 배우지 않아 무덤만 즐비한고?’ 하고는 날아가 버렸다.” 하였다.
  264. 271)사고社鼓 : 입춘立春 이후 다섯 번째 술일戌日인 춘사일春社日인데, 옛날 풍속에 이 날에 토신土神에게 제사하여 풍년을 기원했다. 즉 사일의 제사에 울리는 북이다. 제비는 춘사일에 날아온다고 한다.
  265. 272)그 옛날~밟고자 했던가 : 절의를 지키며 죽는 것을 뜻한다. 제2권 주 95 ‘노중련魯仲連이 바다 밟았던’ 참조.
  266. 273)중산中山에서 한번~깨기 어려워라 : 제1권 주석 ‘중산 선인中山仙人’ 참조.
  267. 274)예전 습성~잡기는 어렵고 : 예전에 시를 짓던 버릇이 남아서 시를 짓지만 시를 잘 짓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옛날 진晉나라에 풍부馮婦라는 사람이 맨손으로 범을 잘 때려잡았는데, 마침내 좋은 선비가 되어 다시는 그런 범 잡는 일을 하지 않았다. 하루는 들판을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범을 쫓고 있었다. 범이 산모롱이를 등지고 앉아 있으니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였다. 그때 풍부가 오는 것을 보고는 달려가 맞이하니, 풍부는 옛 버릇이 되살아나 그 범을 잡기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의기양양하게 수레에서 내렸다고 한다. 『맹자』 「진심盡心 하」.
  268. 275)책 끼고~잃게 되거늘 : 학자들은 책을 많이 읽지만 그 속에 갈림길이 많아 대도大道를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성어로 다기망양多歧亡羊이라 한다. 제1권 주석 ‘갈림길에서 양을 잃는’ 참조.
  269. 276)견마犬馬의 공로도~조정에 감사하오 : 견마는 자신에 대한 겸사이다. 조정에 아무런 공헌한 일이 없는데, 이렇게 살고 있으니 감사하다는 상투적인 겸사이다.
  270. 277)구름 그림자에서 세태를 보고 : 두보杜甫의 「빈교행貧交行」에서 “손을 뒤집으면 구름 일고 손을 엎으면 비 내린다.(翻手作雲覆手雨)”라고 한 구절을 인용하였다. 이는 변하기 쉬운 세상 인심을 비유한 것이다.
  271. 278)봉은 범조凡鳥가 아니고 : 봉선화의 봉鳳과 선仙 두 글자를 가지고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위나라 때 혜강嵇康이 여안呂安과 친하여 여안이 보고 싶으면 천 리 길도 멀다 하지 않고 찾아갔다. 하루는 여안이 혜강을 찾아갔는데 마침 혜강은 집에 없고 그의 형 혜희嵇喜가 나와 맞이하였다. 여안은 집에 들어가지 않고 대문에다 ‘봉鳳’ 자를 쓰고는 가 버렸다. 혜강이 돌아와서 그것을 보고 ‘범조凡鳥’, 즉 ‘평범한 새’로 파자破字하여 읽었다. 즉 혜희는 평범한 인물이므로 함께 사귈 만하지 못하다는 뜻으로 적어 놓은 것이다. 『운부군옥韻府群玉』 19권.
  272. 279)비단 같은~베틀에 올랐나 : 봉숭아의 비단 같은 속살은 뛰어난 시문에 비유하고, 펼쳐진 꽃잎은 베틀에서 베를 짜는 여인의 섬섬옥수에 비유한 것이다. ‘비단 같은 속’은 이백李白의 「송종제령문서送從弟令問序」에서 “자운선 아우가 일찍이 술에 취하여 나를 보고 말하기를, ‘형의 심장과 간장 오장은 모두가 비단으로 된 것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떻게 입만 열면 글이 되고 붓을 휘두르면 안개처럼 글이 나온단 말입니까?’ 했다.(紫雲仙季常醉目吾曰: ‘兄心肝五臟, 皆錦繡耶? 不然, 何開口成文, 揮翰霧散?)”라고 한 데서 온 말로, 뛰어난 문사文思 또는 화려한 문장을 말한다.
  273. 280)연꽃 좋아하고 국화 좋아하고 : 송나라 주돈이周敦頤의 「애련설愛蓮說」에서 “진나라 도연명은 유독 국화를 사랑하고……나는 유독 연꽃을 사랑한다.(晉陶淵明獨愛菊,……予獨愛蓮.)” 하였다.
  274. 281)금성金聲이 들리어라 : 좌중의 사람들이 시를 짓고 있음을 뜻한다. 금성은 금석金石으로 된 악기 소리로 훌륭한 시문을 뜻한다. 진晉나라 때 손작孫綽이 「천태산부天台山賦」를 짓고 친구인 범영기范榮期에게 “그대는 이 글을 땅에 던져 보게. 금석 소리가 날 것일세.(卿試擲地, 當作金石聲.)”라고 하기에, 범영기가 읽어 보고는 과연 칭찬이 입에서 끊이지 않았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 성어成語로 척지금성擲地金聲이라 한다. 『진서 晉書』 56권 「손작전孫綽傳」.
  275. 282)독로강禿魯江 : 평안북도 강계군江界郡 지역을 흐르는 강이다. 독로禿魯는 강계의 옛 이름이다.
  276. 283)호계虎溪 : 동진東晋 때 여산廬山 동림사東林寺의 고승 혜원 법사慧遠法師는 평소 호계虎溪를 건너 산문 밖으로 나가지 않기로 맹세하였다. 그런데 당시의 명사인 도연명陶淵明, 육수정陸修靜이 찾아와서 그들을 전송할 때 서로 의기투합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호계를 건너갔다가 범이 우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호계를 건넜음을 알고 세 사람이 함께 크게 웃었다. 이것이 호계삼소虎溪三笑의 고사이다. 『여산기廬山記』 2권.
  277. 284)과구窠臼를 벗어~굽히기는 마찬가지일세 : 과구는 기존 형식이나 틀을 말한다. 즉 불법佛法의 형식과 틀을 벗어나더라도 그물을 벗어난 물고기가 물속에 있듯이 여전히 잘못됨을 면치 못한다는 뜻이다.
  278. 285)서리를 밟으면 얼음이 이르니 : 『주역』 「곤괘坤卦」에서 “초육은 서리를 밟으면 굳은 얼음이 이른다.(初六, 履霜堅氷至.)”라 하였다.
  279. 286)일구一句 : 일구자一句子라고도 한다. 향상向上의 일구로서, 상대적인 이치를 표현한 언구가 아니라 언어 문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여의 당처를 의미한다.
  280. 287)사성四聖과 육범六凡 : 10계十界를 나누어 여섯 종류의 범부계凡夫界와 네 종류의 성자계聖者界로 나눈 것이다. 지옥·아귀·축생·아수라·인간·천상의 6계를 육범, 성문·연각·보살·불의 4계를 사성四聖이라 한다.
  281. 288)중산 선인中山仙人 : 전설에 나오는 중산中山에 사는 적희狄希라는 사람을 가리키는데, 그가 천일주를 잘 만들었다. 하루는 유현석劉玄石이라는 사람이 중산의 술집에서 천일주를 사서 마시고 취하였는데, 집안사람들이 그가 죽은 줄로 알고 장사 지냈다가 천 일이 지난 뒤에 술집 주인의 말을 듣고 다시 관을 열어 보니, 그제야 술에서 깨어났다고 한다. 『박물지博物志』 「잡설雜說 하」.
  282. 289)사난四難 : 부처님을 만나 정법正法 듣기 어려운 것을 네 가지로 나눈 것으로, 『법화경』 「방편품」에 나온다. 첫째, 치불난値佛難은 부처님이 계실 때를 만나기 어려움이고, 둘째, 설법난說法難은 기연機緣이 익숙하지 못할 때는 설법하기 어려움이고, 셋째, 문법난聞法難은 교법을 능히 듣기 어려움이고, 넷째, 신수난信受難은 교법을 믿어 받아 지니기 어려움이다.
  283. 290)금시今時 : 세간의 법인 속제俗諦로 범부와 성인, 인과와 공행功行을 뜻한다. 신훈新薰과 같은 말이다. 천동 정각天童正覺의 소참小參에 “우리 불법 중에 진실하게 도달하는 곳은 그야말로 금시가 다하고 공겁空劫을 뛰어넘어야 한다.(吾佛法中, 眞實到處, 直須及盡今時, 全超空劫.)”라고 하였다.
  284. 291)알운곡遏雲曲 : 알운가遏雲歌와 같으니, 맑고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가리킨다. 당나라 나은羅隱의 「춘사春思」에 “촉나라에 따스한 날씨 돌아와 산골에 물결 이니, 위나라 낭자 맑은 소리로 알운가를 부르네.(蜀國暖回溪峽浪, 衛娘淸轉遏雲歌.)”라고 하였다.
  285. 292)푸른 하늘이라~맞아야 한다 : 어떤 스님이 묻기를, “만 리에 한 조각 구름도 없을 때가 어떠합니까?” 하니, 분주 선사汾州禪師가 “푸른 하늘도 방망이를 맞아야 한다.” 하였다. 다시 “허물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물으니, 선사가 “비가 와야 할 때엔 비가 오지 않고, 개어야 할 때엔 개지 않기 때문이니라.” 하였다.(汾州因僧問: “萬里無片雲時如何?” 師云: “靑天也須喫棒.” 僧云: “未審過在什麽處?” 師云: “堪作雨時不作雨, 好晴天處不晴天.”)
  286. 293)두 눈썹을 아끼지 않고 : 중국에 거짓말을 하면 눈썹이 빠진다는 속어가 있다. 아무리 설법을 잘하더라도 말을 하면 근본 진리와 멀어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남을 위하여 설법을 하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다.
  287. 294)면주는 부자附子요 병주는 쇠라 : 죽암 사규竹庵士珪의 게송에서 “추울 땐 춥고 더울 땐 더움이여, 추위와 더위 없는 곳에서 저절로 다르구나. 면주의 부자와 한주의 생강이요, 칼을 만들려면 모름지기 병주의 쇠라야 하네.(寒時寒熱時熱, 無寒署處天然別. 綿州附子漢州薑, 打刀須是幷州鐵.)”라고 하였다. 면주는 좋은 부자의 산지産地이고, 병주는 좋은 쇠의 산지이다.
  288. 295)설산에는 소젖의~만년토록 남았다지 : 설산은 히말라야 산이다. 이 산에는 비니肥膩란 좋은 풀이 있는데, 흰 소(白牛)가 있어 이 풀만 먹고 최상급의 젖을 생산한다고 한다. 흰 소는 진여자성眞如自性을 비유한 말이다. 영가 현각永嘉玄覺의 『증도가證道歌』에서 “설산의 비니초는 잡된 풀이 없으니 순수한 제호를 내어 내가 항상 받도다.(雪山肥膩更無雜, 純出醍醐我常納.)”라고 하였다.
  289. 296)곡조 속에 자유롭기 어렵도다 : 젓대 소리는 울려 퍼지는데 아직 소가 완전히 길들어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뜻이다. 지해 철智海喆의 게송에 “발굽과 뿔 분명하여 곳곳마다 다니니 관리할 필요도 통제할 필요도 없네. 곡식을 먹지 않을 줄만 안다면 물과 풀 먹으며 언제나 자유로우리.(蹄角分明觸處周, 不勞管帶不勞收. 但知不犯他苗稼, 水草隨時得自由.)”라고 하였다.
  290. 297)바람 앞에 등불과 물거품 : 무상한 세상사를 비유한 것이다.
  291. 298)소리 앞에 쉬지는 못했다 : 소리 앞이란 아직 말이 나오기 전의 근본 당처當處를 말한다. 즉 아직 근본 당처에 머물러 쉬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백수 본인白水本仁의 상당 법어에 “노승은 항상 소리 앞이나 이야기의 뒤에 남의 집 남녀들을 들뜨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소리는 소리가 아니요, 색은 색이 아니기 때문이니라.(老僧尋常, 不欲向聲前句後, 鼓弄人家男女, 何故? 且聲不是聲, 色不是色.)”라고 하였다.
  292. 299)털 공 하나를 더 보태었구나 : 털 공(毛毬)은 버들솜을 비유한 말이다. 즉 아직 비로자나불의 적광토寂光土에 이르지는 못하여 버들솜이 나는 지상에 있다는 뜻이다. 대혜 종고大慧宗杲의 게송에 “연잎은 둥글둥글하여 둥글기가 거울과 같고, 마름의 모서리는 뾰죽뾰죽하여 뾰죽하기가 송곳과 같네. 바람이 버들솜을 부니 모구가 달리고, 비가 배꽃을 때리니 흰나비가 난다.(荷葉團團團似鏡, 菱角尖尖尖似錐. 風吹柳絮毛毬走, 雨打梨花蛺蝶飛.)” 하였다.
  293. 300)이류異類 속의 일 : 이류異類는 인간 이외의 생류生類를 말하는데, 수행자를 포함한 중생 일반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이류 속의 일은 선사가 수행자나 일반인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지도 교화에 힘쓰는 것을 말한다. (異類中事)
  1. 1)目次。編者依底本補入。
  2. 1)「帥」疑「師」{編}。
  3. 1)「刀」疑「刁」{編}。
  4. 1)「漉」結社文(國立圖書舘所藏筆寫單行本) 作「摝」{編}。
  5. 2)「示」上結社文有「示道之含蓄也。其曰嗔喜痛痒。何異木人者」{編}。
  6. 3)「嚀」結社文作「囑」{編}。
  7. 1)「者」下結社文有「者」{編}。
  8. 2)「而」下結社文有「播」{編}。
  9. 3)「止」結社文作「戒」{編}。
  10. 4)「嘆」結社文作「歎」{編}次同。
  11. 5)「直」結社文作「超」{編}。
  12. 6)「三」結社文無有{編}。
  13. 7)「時」結社文無有{編}。
  14. 1)「訶」結社文作「呵」{編}次同。
  15. 2)「借」結社文作「假」{編}。
  16. 3)「余」結社文作「予」{編}次同。
  17. 4)「風」結社文作「夙」{編}。
  18. 5)「遊」結社文作「游」{編}。
  19. 6)「于」結社文作「乎」{編}。
  20. 7)「且」下結社文有「也」{編}。
  21. 8)「中」下結社文有「千」{編}。
  22. 1)「玄奘」結社文無有{編}。
  23. 2)「餘」結社文作「於」{編}。
  24. 3)「修」結社文作「脩」{編}次同。
  25. 4)「漫」結社文作「謾」{編}。
  26. 5)「纔」結社文作「才」{編}。
  27. 6)「骨肉…替汝」八字。結社文無有{編}。
  28. 7)「裡」結社文作「裏」{編}。
  29. 8)「於」結社文作「扣」{編}。
  30. 9)「意」下結社文有「謹此仗此。盛緣仰祝。皇帝陛下。聖壽萬歲。次願歲稔時和烟塵永絕。正法次流通於無窮。法界含識。同證竗覺。結社比丘惺牛等。歸依一代敎主釋迦牟尼佛。歸依當來敎主彌勒尊佛。歸依十方三世常遍常住佛法僧。仰仗憐愍加被之力。使我等所願勿浪失。速成就伏祝。大韓光武三年十一月十一日。結社盟主比丘惺牛。焚香再拜謹識」{編}。
  31. 10)「慧」結社文無有{編}。
  32. 11)「稧」結社文作「禊」{編}次同。
  33. 1)「亦」下結社文有「許」{編}。
  34. 2)「之者」結社文作「者之」{編}。
  35. 3)「人」下結社文有「也」{編}。
  36. 4)「此」上結社文有「如」{編}。
  37. 5)「欺」上結社文有「而」{編}。
  38. 6)「處」下結社文有「者」{編}。
  39. 7)「苦痛」結社文作「病故」{編}。
  40. 1)「事」下結社文有「之」{編}。
  41. 2)「字」結社文作「子」{編}。
  42. 3)「二」上結社文有「或」{編}。
  43. 4)「養」結社文無有{編}。
  44. 5)「以」結社文作「願」{編}。
  45. 6)「入叅」結社文作「叅入」{編}。
  46. 7)「于」結社文作「乎」{編}。
  47. 8)「徧」結社文作「遍」{編}。
  48. 9)「坐住」結社文作「堅注」{編}。
  49. 10)「而」結社文作「以」{編}。
  50. 11)「勒」結社文作「陀」{編}。
  51. 12)「軸」結社文作𨋀{編}。
  52. 1)「此規例與稧社文」結社文作「如上二十四條規例」{編}。
  53. 2)「其」結社文作「眞」{編}。
  54. 3)「業」下結社文有「也」{編}。
  55. 4)「此規例與稧社文」結社文作「如上二十五條規例與禊社文也」{編}。
  56. 5)「事」上結社文有「而若不閑文辭者。習學爲可。又禊中諸人。各爲書着禊中諸人之居住名字。恒使隨身。毋至忘失」{編}。
  57. 6)「此規例與稧社文」結社文作「如上二十六條規例」{編}。
  58. 7)「秪」結社文作「只」{編}。
  59. 8)「此規例者」結社文作「如上二十七條規例」{編}。
  60. 9)「在」結社文作「載」{編}。
  61. 10)「此」結社文作「如上二十八條」{編}。
  62. 11)「會」結社文作「僉」{編}。
  63. 12)「上」下有「二十九條」{編}。
  64. 1)此詩。底本在序文之前。編者移置於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