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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403_a_01L신일아본경(申日兒本經)
송(宋) 천축(天竺) 구나발타라(求那跋陀羅) 한역
권영대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국(王舍國)의 지요산(止鷂山)에 계셨다.
이때에 국왕ㆍ대신ㆍ관리ㆍ인민들이 모두 공경히 가르침을 받지 않은 이가 없었다.
부처님께서는 국왕ㆍ장자ㆍ관리ㆍ인민들을 가르치시어 모두로 하여금 살생하고 도둑질하고 다른 이의 부인을 범하지 못하게 하시며, 두 가지 말ㆍ나쁜 말ㆍ거짓말ㆍ꾸민 말을 못하게 하시며, 질투하고 간탐하고 의심내지 못하게 하셨으며, 선을 지으면 선보를 얻고 악을 지으면 악보를 얻음을 믿게 하셨으며, 내가 하고 싶지 않는 바를 남에게 베풀지 말며, 배울 사람과 다른 외도나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 이들을 국왕ㆍ장자ㆍ관리ㆍ인민들로 하여금 다시는 공경하지 않게 하셨다. 공경하지 않는 까닭은 바른 도가 아니기 때문이니, 남을 가르치되 도덕으로써 하지 아니하고 제 스스로 살생하고 남도 살생하게 하며, 제 스스로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남의 재물을 도둑질하게 하며, 제 스스로 남의 부인을 범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남의 부인을 범하게 하며, 제 스스로 두 가지 말ㆍ나쁜 말ㆍ거짓말ㆍ꾸민 말을 하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두 가지 말ㆍ나쁜 말ㆍ거짓말ㆍ꾸민 말을 하게 하며, 제 스스로 질투하고 간탐하고 의심내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질투하고 간탐하고 의심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 나라에 한 4성(姓)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신일(申日)이었다. 재산이 매우 풍부하였고 금ㆍ은ㆍ진보가 한량없었다. 신일은 다른 도를 섬겼으며, 부처님 도를 섬기지 않고 부처님 경을 섬기지 않았다.
외도들은 모두들 부처님을 질투하여 모두 신일에게 모여 함께 의논하였다.
“부처가 지금 왕과 대신과 관리와 인민들에게 공경을 받고 있는데, 우리들만이 왕ㆍ대신ㆍ장자ㆍ관리ㆍ인민들에게 공경을 받지 못한다. 부처는 늘 스스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알며 다른 사람의 말하는 바와 생각하는 바를 미리 안다고 하니 이제 시험해서 과연 부처가 말한 대로인가 알아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신일이 말하였다.
“어떻게 시험합니까?”
여러 외도들은 신일에게 지시하였다.
“밥을 지어서 부처님을 청하되 독약을 가져다 밥 속에 넣고 문 안에 땅을 파서 다섯 길로 깊게 파고, 그 속에 불을 넣고 그 위를 흙으로 얇게 덮고서 부처를 그 위로 오게 하라. 만일 부처가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안다면 반드시 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요, 청을 받아들인다면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알지 못하는 것이니,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고 밥을 차리되 속에 독을 넣어라.”
신일은 대답하고 크게 좋아하면서 곧 가서 부처님을 청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참 좋다고 말씀하셨다.
신일은 외도들에게 말하자, 외도들이 말하였다.
“그 사람은 아는 바가 없으니, 다만 땅을 파서 구덩이를 만들어라.”
신일에게 한 아들이 있었는데 이름이 전라법(旃羅法)이었고, 나이는 열여섯 살이었다. 지난 세상에서 부처님 도를 배워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일을 알았다. 그는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이미 외도들의 의논한 바를 아시니, 시험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쁜 사람의 말을 듣고 스스로를 이글거리는 불에 던지지 마십시오.”
신일은 아들의 말을 믿지 않고 곧 구덩이를 파고 그 속에 불을 넣고 밥을 짓고 독약을 넣도록 하였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내일 모두는 부처님보다 앞서 가서 식탁에 임하지 말고 모두 부처님 뒤를 따르라’고 하여라.”
부처님께서 앉으셔서 바른 도를 생각하시니 모든 천왕들은 다들 소동하였다.
신일은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때가 되었으니 밥을 드시러 오십시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모두 내 뒤를 따르도록 하여라.”
모든 비구들은 가르침을 받들어서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부처님의 뒤를 따라 나섰으며, 모든 천왕ㆍ모든 귀신들의 한량없는 무리가 함께 부처님을 따랐다.
부처님께서는 곧 땅을 황금으로 만들어 신일의 문까지 이르도록 하셨다.부처님께서 길을 떠나시면서 곧 빛을 놓으셔서 신일의 집안을 온통 금빛으로 만드셨다.
전라법은 곧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이제 부처님께서 이미 길을 떠나셨으므로 시방이 다 해처럼 밝습니다. 부처님과 모든 비구들과 한량없는 천신들이 함께 가시니 흡사 별들 가운데 달과 같습니다. 지금 아버지의 집안이 밝기가 이와 같으니 부처님을 시험할 필요가 없습니다.”
신일은 아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부처님께서 성문에 이르셔서 발로 문턱을 밟으시니 온 성안이 크게 움직이면서 병든 이는 낫고 장님은 보았으며 귀머거리는 듣고 벙어리는 말하였으며, 독이 든 이는 독이 작용하지 못하였고 미친 이는 제정신이 들고 꼽추는 펴지고 성낸 이는 즐거워하였으며, 공후ㆍ악기는 저절로 울렸고 부녀자의 구슬 고리는 저절로 소리 났으며 온갖 새와 짐승들은 서로 화답하여 구성지게 울었다.
부처님께서 신일의 문에 이르시니 다섯 길 불구덩이는 연못이 되어서 가운데는 연꽃이 났는데, 한 꽃에 천 꽃이 났고 모든 제자들이 밟은 꽃에는 백 꽃이 나서 다들 꽃을 밟으며 왔다.
신일은 불구덩이가 연못으로 변하여 연꽃이 나옴을 보고는 크게 두려워하여 땅에 머리를 대고 스스로 말하였다.
“지금 부처님을 위하여 지은 밥은 그 속에 모두 독약을 넣었으니, 거두고 다시 좋은 밥을 짓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다시 지을 필요가 없으니 독 밥을 갖고 오라. 먹겠노라.”
부처님께서 자리로 가시자 모든 비구들도 다 앉았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에게 우선 먹지 말고 나의 지시를 기다려서 먹도록 하라.”
부처님께서 곧 주문하셨다.
“천하에 3독(毒)이 있으니, 첫째는 탐욕[貪婬]이고 둘째는 성냄[瞋恚]이고 셋째는 어리석음[愚癡]이다. 부처님에게 이 3독이 없으므로 독이 작용하지 못한다. 지성으로 경과 법을 지니는 이도 독이 작용하지 못하며 비구의 도가 바른 이도 독이 작용하지 못한다.”
부처님께서 말씀을 마치자 밥 속의 독이 모두 사라졌다.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비구들에게 밥을 먹게 하여라. 독이 다 사라졌다.”
부처님과 모든 비구들은 다 식사를 끝내었다. 신일은 앞에 나아가 길게 꿇어앉아 머리와 얼굴을 부처님 발에 대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형편없어 나쁜 사람들의 말을 듣고 악을 저질렀습니다. 부처님의 자비를 구하옵고 허물을 뉘우칩니다.”
부처님께서 곧 신일을 위하여 경을 설하시자 곧 첫째 수다원도(須陀洹道)를 얻었다. 신일은 곧 5계를 받고 우바새가 되었는데, 첫째는 죽이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다른 사람의 부인을 범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이간질하는 말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신일은 5계를 받고 나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어 절하였다. - 011_0403_a_01L申日兒本經宋天竺三藏求那跋陁羅譯聞如是,一時,佛在王舍國止鷂山中,是時,國王、邊大臣、長吏、人民,莫不敬重,受教戒者。佛教國王、長者、吏民,皆令不得殺生、盜竊、犯他人婦女,不得兩舌、惡口、妄言、綺語,不得嫉妒、慳貪、狐疑,當信作善得善,作惡得惡,己所不欲,莫施於人,其有學餘異道,不受佛教戒者,國王、長者、吏民皆不復敬。所以不敬者,非正道也。教人不以道德,身自殺生,教人殺生,身自盜人財物,教人奪人財物,身自犯他人婦女,教人犯他人婦女,身自兩舌、惡口、妄言、綺語,教人兩舌、惡口、妄言、綺語,身自嫉妒、慳貪、狐疑,教人嫉妒、慳貪、狐疑。其國中有一四姓長者,字爲申日,財產甚富,金、銀、珍寶無央數。申日事餘道,不事佛道,不信佛經。異道人皆共嫉妒佛,悉會申日,共議言:‘佛今爲王及傍臣,長吏、人民所敬重,而我等獨不爲王及邊臣、長吏、人民所敬重。佛常自說言:知去來現在之事,豫知他人所言,心中所念。今寧可試知,爲審如佛言不?’申日言:‘當何以試之?餘異道人教申日,作飯請佛,持毒藥置飯中,掘門裏地,令深五丈,以火置中,土薄覆其上,令佛從上來入,如佛知去、來、現在之事者,當不受請,受請爲不知去、來、現在之事也。便可穿地作坑,設飯食置毒藥其中。’申日言:‘諾,大嘉。’卽行請佛,佛言:‘大善。’申日便語異道人,道人言:‘人已無所知,但當穿地作坑耳。’申日有一子,字旃羅法,年十六,過世宿命,學佛道,能知去、來、現在之事,語其父言:‘佛已知餘道所議,不須試也。莫用惡人言,自投湯火。’申日不信子言,便使掘坑,以火置其中,作飯具置毒藥。佛告阿難:‘勅諸比丘,明日皆不得先佛行,到飯上也,悉隨佛後。’佛坐思惟正道,諸天王皆騷動。申日遣人白佛:‘時已到,願可就飯。’佛告阿難:‘令諸比丘著衣持應器,隨佛後。’諸比丘受教著衣,持應器,皆隨佛行。諸天王及諸鬼神無央數,共從佛行,佛卽以地作黃金,乃至申日門。佛適向道,便放光影,令申日舍中,悉作金色。旃羅法卽語父言、‘今佛已起向道,十方皆明如日,佛與諸比丘及無央數天共發來,佛與諸比丘及無央數天共行,如星中有月,今父舍中,明如是乎,不須試佛也。’申日不用子言。佛到城門,足蹈門限,擧城中,卽爲大動,病者卽愈,盲者得視,聾者得聽,瘖者能語,被毒者毒不行,狂者得正,傴者得申,瞋恚者爲歡喜,箜篌樂器不鼓自鳴,婦女珠環皆自作聲,百鳥畜獸相和悲鳴。佛到申日門,五丈火坑以作浴池,中生蓮華,一華生千葉。諸弟子所蹈華,生百葉,皆悉蹈華上而行。申日見火坑以作水池中生蓮華,便大懼怖,持頭面著地,以誠自說:‘今爲佛作飯,皆以毒藥置其中,願乞收,更作好飯。’佛言:‘不須更炊,持毒飯來食之。’佛就坐,諸比丘皆坐。佛告阿難:‘勅諸比丘,且勿得食,須佛教乃食。’佛卽呪曰:‘天下凡有三毒,一者貪婬,二者瞋恚,三者愚癡。佛無是三毒者,毒爲不行,至誠有經法者,毒亦不行,如諸比丘道正者,毒亦不行。’佛語適竟,飯食中毒皆消去。佛語阿難:‘令諸比丘皆飯,毒皆已去。’佛及諸比丘皆飯已,申日便前長跪,以頭面著佛足,白佛言:‘我無狀,用惡人之言,令我作惡,願從佛求哀悔過。’佛卽爲申日說經,便得第一須陁洹道。申日卽受五戒,爲優婆塞,一者不殺,二者不盜,三者不犯他人婦女,四者不兩舌,五者不飮酒。申日受五戒已,持頭面,著佛足,爲佛作禮。申日兒本經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