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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_0553_a_01L채화위왕상불수결호묘화경
(採花違王上佛授決號妙花經)
동진(東晉) 천축(天竺) 축담무란(竺曇無蘭) 한역
권영대 번역
옛적에 세존께서 라열기(羅閱祇)에서 유행하시면서 경을 설하시어 지혜를 전파하셨는데, 처음 말씀도 좋으셨고 중간 말씀도 좋으셨으며 나중 말씀도 좋으셨으며, 깨끗이 범행을 닦으셨으며, 강설하시는 바는 넓고 크셨다.
이때 왕은 항상 수십 사람을 시켜 좋은 꽃을 따서 왕가(王家)와 후궁과 귀인과 채녀(婇女) 등에게 공급하도록 하였는데, 어느 날 그들은 모두 성 밖에 나와서 꽃을 꺾어서 성안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부처님을 만났다. 멀리 세존을 보니 상호(相好)와 위엄 있는 광명이 높고 높기 한량없으며, 마치 별 가운데 달인 듯 해가 처음 돋아서 천하를 비추는 듯하였으며, 여러 성인들과 제자들과 보살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계셨다.
그들은 부처님께 나아가 절하고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사람의 목숨은 보전하기 어렵고, 부처님 세상은 만나기 어려우며, 경법 또한 만나기 어려운데, 이제 크신 성인을 만났으니 병든 자가 훌륭한 의원을 얻은 듯하구나. 신분이 가난하고 천한데다가 관직에 매여 그 얽매임에 항상 자유롭지 못하였다. 국왕은 성질이 엄하고 급하여서 꽃을 꺾어 서둘러 바치다가 때를 맞추지 못하기라도 하면 곧 죽음을 당하였다. 흘러간 시간은 두 번 오지 않으며, 성인들을 만나기 어렵기는 수억 세상 만에 있을까 말까 하니, 차라리 목숨을 버리더라도 꽃을 부처님께 올리고 성인들께 뿌려서, 경과 계를 받고 깊은 법을 들어 무궁한 지혜를 살피리라.
무수한 겁 동안 남에게 해침을 받은 적이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아직껏 법을 위해 목숨을 아끼지는 아니했다. 이제 세존과 삼보(三寶)의 업에 공양하다가 설령 해침을 당하더라도 고통에 떨어지지 않고 반드시 안락한 곳에 태어나리라.’
그리고는 곧 꽃을 가지고 부처님과 성인들의 위에 흩어 뿌리고 곧 귀명하여 한마음으로 거듭 예를 올렸다.
부처님께서, 그들이 속으로 큰 도의 뜻을 일으킨 줄을 아시고 매우 사랑하고 가엾이 여기시어, 대승(大乘)의 법인 6바라밀(波羅蜜)과 4등심(等心)ㆍ4은(恩)ㆍ3해탈 보살법을 낱낱이 강설하셨다. 이에 모든 꽃을 꺾어 바치던 이들은 무상정진도(無上正眞道)의 마음을 내어 부처님의 지혜를 이해하였으며, 어디로부터 온 곳 없는 불퇴전위(不退轉位)에 이르렀다.
부처님께서 곧 수결(授決)을 주셨다.
“나중에 부처가 되리니, 이름은 묘화(妙華)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明行成)ㆍ위선서(爲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으로서, 그 이름을 듣는 이는 누구나 기뻐하며 큰 법을 여쭙고 받아서 삼보에 공양하리라.”
이때 꽃을 꺾어 공양하여 수결을 받은 사람들이 머리를 숙여 부처님 발에 절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집의 부모와 처자에게 이별을 고하였다.
“나는 이제 명이 다하여 왕에게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이에 부모는 놀라서 무슨 죄를 지었냐고 물으니, 그들은 대답했다.
“왕의 심부름으로 여러 가지 꽃을 꺾었는데 도중에 부처님을 뵙고 꽃을 바쳤습니다. 왕은 매우 엄하고 성급한데, 이미 시간을 어겼고 꽃도 없으니, 반드시 죽임을 당할 것입니다. 때문에 이별을 고하는 것입니다.”
부모는 이 말을 듣자 더욱 걱정하고 서러워하면서, ‘어쩌면 될까?’ 하다가 상자를 열어 보니 안에 아름다운 꽃이 가득한데, 수만(須曼)의 향기가 자욱하여 사방으로 멀리 퍼졌다.
부모는 말했다.
“이제 꽃을 왕에게 바칠 수 있게 되었구나.”
아들은 대답하였다.
“여러 사람들이 보았으니 이 사건이 반드시 왕에게 전달되었을 것이요, 또 때를 어겼으니 아마 살아남지 못할 것입니다.”
이때 왕은 크게 성이 났다. 제때에 오지 않고 또한 많은 꽃들을 흩어 뿌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왕은 곧 대신과 여러 장수와 군사들을 보내어 데려오게 하였다. 그들은 곧 왕의 명을 받고서 꽃을 공양한 사람들을 결박하여 왕궁으로 데려왔다. 그들의 죄는 목을 베어 시장에 효시(梟示)하는 형벌에 해당하였는데도 그들은 두려워하지도 않았으며 얼굴빛이 변하지도 않았다.
왕은 이상해서 물었다.
“너희들의 죄는, 목숨이 어찌될지 모르며 묶여서 온 것은 죽음을 뜻하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두려워하지도 않고 얼굴빛도 변하지 않느냐?”
그들은 곧 왕에게 아뢰었다.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음에 이르고, 생겨난 물건은 반드시 망가져 없어집니다. 저희들은 한량없는 겁에서부터 매번 그른 법[非法]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는 것을 아까워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일찍이 꽃을 꺾어 오다가 세존을 만나 뵙고 그 꽃을 공양하고 머리 숙여 귀명하여 절하였는데, 그때 이미 명령을 어긴 죄로 인해 죽게 될 줄을 알았습니다. 차라리 덕(德)이 있어서 죽을지언정 덕 없이 살지 않겠습니다. 그때 꽃 상자에 여전히 꽃이 가득함을 보았는데, 이것은 다 여래께서 은혜와 어짊으로 내려 주신 것입니다.”
왕은 그들의 말이 매우 기이하고 마음에 믿음이 가지 않았으므로, 그 길로 부처님께 가서 발밑에 절하고 한쪽에 앉아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합니다, 왕이시여. 그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시방을 건너고자 하였으며,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일부러 여러 꽃을 내 위에 흩었으며 마음엔 과보를 생각지 아니하였으므로 수결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장래에 부처님이 되리니, 이름은 묘화(妙華)ㆍ지진ㆍ등정각일 것입니다. 그들은 큰 뜻을 일으켜 수결을 받았기 때문에 자비한 마음의 향과 꽃이 상자에 가득하였으니, 그러한 줄을 모두가 듣고 압니다.”
왕은 크게 환희하여 빨리 무리의 결박을 풀고는 허물을 뉘우치고 스스로 꾸짖었다.
“어리석은 뜻이 미치지 못하여 보살을 묶었사오니 그 죄를 받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합니다, 훌륭합니다. 스스로 능히 고쳤다는 것은 허물이 없는 것과 같습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왕과 신하 및 백성들은 모두 즐거워하며 부처님께 절을 하고 돌아갔다. - 011_0553_a_01L採花違王上佛授決號妙花經東晉天竺三藏竺曇無蘭譯昔者,世尊遊羅閱祇,說經散慧,初語亦善,中語亦善,竟語亦善,其義微妙,淨修梵行,所講廣普。時,王便給使數十餘人,常採好花,以給王家。後宮、貴人、婇女、大小,一日俱出城外,採華欲還,入城路逕遇佛,遙見世尊相好威光,巍巍無量,猶星中月,若日初出,照于天下。與聖衆俱,弟子菩薩,前後圍繞。往詣佛所,稽首爲禮,心自念言:人命難保,佛世難遇,經法難値,今遭大聖,猶病者得良醫,身旣貧賤,加屬縣官,羈役之患,恒不自從,國王嚴急,主給採花,常以早進。設失時節,或能見誅。日不爯中,聖衆難遇,億世時有。寧棄身命,以花上佛幷散聖衆,因受經戒,聽省深法無窮之慧,我於無數劫,爲人所害,不可稱載,未曾爲法而惜身命,今供世尊三寶之業,縱使見害,不墮苦痛,必生安處。便以華散佛及聖衆上,卻自歸命,一心重禮。佛知其念,發大道意,甚慈愍之,具爲散講大乘之法、六度無極、四等、四恩、三脫。菩薩時。諸採華人,皆發無上正眞道意,心解佛慧,至不退轉,無所從生,佛卽授決:‘後當得佛,號曰妙華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爲善逝、世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號佛世尊。其邊人,聞莫不怡悅,啓受大法,供奉三寶。時,採華夫,供養受決,稽首佛足,還歸家中,與家二親、妻子辭別:‘我今命盡,爲王見殺。’父母愕然,問‘何罪咎?’諸子答曰:‘爲王所使,行採諸華中,遙見佛,以華貢上,王大嚴急,旣違失時,復無有華,必見危命,故辭別耳。’二親聞之,益以愁慼,當柰之何?發篋視之,滿中好華,須曼雜香,香薰鬱鬱,遠徹四面。父母告曰:‘可以進王。’諸子各曰:‘衆人見之,必傳至。王又復違時,恐不得安。’時,王大瞋,見不時來,復散衆花,遣邊大臣,多將人兵,收取將來,則受王教,反縛入宮,罪當棄市,諸人不恐,面色不變。王怪問之:‘汝等罪過,命在不測,縛來當殺,何故不懅,面色不改?’卽白王曰:‘人生有死,物成有敗,我從無數劫,每以非法,不惜身命,朝早採華,値遇世尊,以華供上,稽首歸命。爾時,以知違令當死,寧以有德而死,不以無德而存。還視華篋,續滿如故,皆是如來恩仁所覆。’王甚怪之,心不信然。故往詣佛,稽首足下,卻坐一面,叉手問佛:‘有是意不?’佛言:‘然王,此人至心,欲度十方,不惜身命故,取衆華,以散上佛,意無想報,以得受決,將來成佛,號曰妙華至眞等正覺。用發大意,受決之故,慈心之香,華滿篋器,莫不聞知。’王大歡喜,疾解衆縛,悔過自責:‘愚意不及,繫縛菩薩,惟原其罪。’佛言:‘善哉,善哉!能自改者,與無過同。’佛說如是,王及臣民,莫不悅豫,作禮而去。採花違王上佛授決號妙花經癸卯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