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384_T_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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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497_a_01L
제불요집경 하권 - 012_0497_a_01L諸佛要集經卷下 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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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진 축법호 한역
송성수 번역 - 012_0497_a_02L西晉月氏三藏竺法護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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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문수사리는 법에 굶주렸지만 싫어하거나 게으름이 없었으며, 혼자뿐이고 동무가 없었던 것은 부처님이 신통력으로 제지하여 그 대중의 모임에서 따르는 사람이 하나도 없게 한 것이다. 무수사리는 굽혔던 팔을 펴는 사이만큼 잠깐 동안에 인세계(忍世界)로부터 홀연히 자취를 감추고 보광국토의 천왕불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 문수는 삼천대천세계를 일곱 바퀴나 돌고 나서 모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섰다. - 012_0497_a_03L於是文殊師利,飢虛於法而無厭倦,獨己無侶佛神所制,使彼衆會無一從者。文殊師利如伸臂頃須臾之閒,從忍世界忽然不現,至普光土天王佛所。於時,文殊皆繞三千大千世界至于七帀,稽首諸佛卻住一面。
- 그때 천왕여래의 오른쪽에 이의(離意)라는 한 여인이 가부하고 앉아 보월이구광명삼매정수(普月離垢光明三昧正受)에 들어 있었다.
- 012_0497_a_09L爾時天王如來右面,有一女人名曰離意,結跏趺坐,以普月離垢光明三昧正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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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천왕불은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하였다.
‘문수사리는 모든 부처님들이 찬탄하는 자이다. 깊고 오묘한 인욕으로 공혜(空慧)를 행하여 미칠 수 있는 이가 없으며, 텅 비고 고요한 것으로 공훈(功勳)을 삼고 있다. 지금 인세계로부터 마음을 일으켜 찾아왔으나 큰 전도(顚倒)에 떨어져 나라는 것을 단단히 받아들여 나아가는 곳이 있다. 철위산(鐵圍山)꼭대기로 물러서게 해야겠다. - 012_0497_a_12L時天王佛心自念言:‘文殊師利諸佛所歎,深奧忍辱行於空慧,無能逮者,虛靜寂寞以爲功勳。今從忍界興心念來,墮大顚倒,極受吾我而有所趣,當退立之鐵圍山頂。
- 그렇게 하여 끝없이 깊고 오묘한 법을 강하여 장래 모든 보살 대중들을 위해 큰 광명을 나타내게 하리라. 무엇 때문인가? 모든 부처님의 법은 불가사의며, 높고 뛰어나 한량없이 깊으며 미칠 수 없기 때문이다.
- 012_0497_a_16L由是之故,令講無極深妙之法,當爲將來諸菩薩衆顯大光明。所以者何?諸佛之法不可思議,巍巍無量深不可逮。
- 문수사리야말로 박문(博聞)으로 첫째이며, 도와 지혜가 남달리 뛰어나다. 시방의 허공처럼 항상 철위산 꼭대기에 머물게 하면 이에 일체 중생의 마음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 012_0497_a_19L文殊師利博聞第一道慧超殊,如十方空尚令住於鐵圍山頂,爾乃能發起一切衆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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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여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여기에 와서 무엇을 보려고 하느냐?” - 012_0497_a_22L天王如來告文殊曰:“來至於此欲何所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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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497_b_01L문수가 여쭈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인세계에 있다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012_0497_b_01L文殊白曰:“唯然,世尊!我在忍界心自念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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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는 것은 매우 만나기 어려우며, 경전을 강설하시는 것 역시 만나기 어렵다. 시방의 모든 부처님께서 헤아릴 수 없는 수십억 년 만에 모두 찾아와 보광세계에 모며 요집의 법을 널리 펴고 계시니, 나도 찾아가 모든 여래를 뵙고 설법을 들어야겠다.’
그 법 때문에 일부러 이 불국토로 찾아왔습니다.” - 012_0497_b_02L‘諸佛興世甚難得値,講說經典亦復難遇,十方諸佛不可稱數億百千載,悉來集會普光世界宣要集法。吾當往詣見諸如來聽所說法’,以法故擧詣此佛土。”
- 천왕여래께서 곧 여기상삼매정수(如其像三昧正受)에 드시어 신족을 나타내 문수사리를 옮겨 저절로 철위산 꼭대기에 세웠으나, 문수는 누가 이 산꼭대기에 올려놓았는지 스스로 깨달아 알지 못하고 거기에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 012_0497_b_06L天王如來卽如其像,三昧正受而現神足,移文殊師利,自然立於鐵圍山頂。不自覺知誰爲擧著於此山頂,於彼自念:
- ‘이제 무슨 변괴일까? 나는 대중에 있을 때 높고 뛰어나 헤아리기 어려웠으며 위엄과 신력이 남달리 빼어났다. 여러 크신 성인의 엄숙하고 깨끗한 도량에 머물고 있었는데 문득 여기에 이르러 철위산 꼭대기에 머무르게 되었으니, 누구의 소행일까?’
- 012_0497_b_09L‘今何變怪?吾在大衆巍巍難量威神殊絕,處諸大聖嚴淨道場,忽至于此住鐵圍頂,誰之所爲?’
- 그러다 곧 천왕여래께서 일으키신 변화인 줄 알게 되었다.
- 012_0497_b_12L尋卽知之,天王如來之所興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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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다시 스스로 생각하였다.
‘이 무슨 상서와 감응으로 대중의 모임에서 저절로 여기에 와서 머무르는 변화가 있게 된 것일까? 이의(離意)라는 여인이 천왕여래의 오른쪽에 앉아 있었는데도 왜 그 여인은 옮기지 않으시고 내 몸만 홀로 옮겼을까? - 012_0497_b_13L文殊師利復自念言:‘此何瑞應而有此變?於大衆會自然住斯,離意女人坐於天王如來之右,不徙彼女獨移吾身。
- 그 여인은 혹 덕의 근본이 순수하고 맑아 짝할 이가 없는 것은 아닐까? 깊이 법인(法忍)에 들어 총지가 끝도 없어서 나보다도 나은 것일까? 왜냐하면 그 여인은 보내지도 않고 도리어 나만 옮겼기 때문이다.’
- 012_0497_b_16L又彼女人,將無德本純淑無侶,深入法忍摠持無底,踰於我乎。所以者何?不遣彼女反遷我矣。’
- 문수는 다시 ‘이제 신족과 위신력으로 변화를 나타내 끝없이 거룩한 지혜로써 그 도덕을 보이고, 대중의 모임으로 돌아가리라’ 하고는 곧 여기상삼매정수에 들어 신족을 나타내었다. 뜻을 일으키자마자 동방의 항하 모래알만큼 많은 불국토를 뛰어넘으면서 멀다 할 수 없었으니, 그 부처님세계의 크기가 터럭 꼬리만큼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처님 모임에는 들어갈 수가 없었다.
- 012_0497_b_18L文殊復言:‘今顯神足威神變化,無極聖慧示其道力,還於衆會。’卽如其像,三昧正受而現神足。發意之頃,越于東方恒沙佛土,不能捨遠。彼佛世界大如毛氂,況入佛會未之有也。
- 012_0497_c_01L이때 문수는 다시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이르러 그 위세와 도력의 변화를 지었으나, 다시 돌아가 모든 부처님의 모임에 들어갈 수 없었다. 무슨 까닭인가? 모든 부처님의 위엄과 신력으로 세워진 것이었기 때문이다.
- 012_0497_b_23L於時文殊復至十方無量世界,作其威勢道力之變,不能還復入諸佛會。所以者何?諸佛威神之所建立。
- 문수사리는 두루 시방의 수 없이 많은 억백천해(億百千姟) 국토에 이르렀다가는 곧 다시 돌아와 철위산 꼭대기에 머물렀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하였다.
- 012_0497_c_03L文殊師利普至十方無央數億百千姟土,尋復還住鐵圍山頂,自思惟言:
- ‘모든 부처님ㆍ세존께서 세우신 거룩한 뜻은 위엄과 신력이 한량없으며, 도와 지혜가 높고 원대하여 비유할 수도 없다. 나의 신족으로는 미칠 수 없는 것이니, 힘을 쓰거나 신족을 강구해서는 안 되겠다.
- 012_0497_c_05L‘諸佛世尊所立聖旨,威神無量道慧高遠,不可攀喩,吾之神足所不能及,不可作力與講神足。
-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의 설법은 마침내 허망하지 않으며, 홀로 시방을 거닐고 필적할 자가 없으시기 때문이다. 실로 이것은 내 몸이 미치지 못하는 것일 뿐이다. 비록 설법을 듣고 받을 수 없더라도, 모든 여래의 법은 일찍이 서로 어긋난 적이 없었으며 모든 부처님께서 평등한 마음으로 중생을 향한 것이니, 차라리 이 철위산 꼭대기에서 4의지(意止)의 정의정수(定意正受)를 닦으리라.’
- 012_0497_c_08L所以者何?諸佛說法終不虛妄,獨步十方而無儔疋,悉是我身之不及耳,至使不得聽受說法。諸如來法,未曾相枉,諸佛等心向於衆生,寧可於此鐵圍山頂,修四意止定意正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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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또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무엇을 의지라고 하는가? 뜻이 없고 모든 법을 생각지 않는 것을 말한다. 모든 법은 처소가 없으며 머무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왜 머무름이 없는가? 처소가 없기 때문이다. - 012_0497_c_13L文殊師利又心念言:‘何謂意止?謂無有意不念諸法,諸法無處亦非無住。以何無住?無處所故。
- 누가 처음과 끝을 구명하고 통달하여 모든 법을 버리는 것일까? 머무를 만한 곳이라지만 머무를 곳이 없으니, 이것이 머무르는 곳이다. 이 4의지도 머무를 곳이 없음에 머무르는 것이니, 이른바 뜻도 없고 생각하는 것도 없는 것이다.’
- 012_0497_c_15L是誰爲究暢本末遣諸法乎?所可住處亦無所住,是爲住處。是四意止住無所住,所謂無意亦無所念。’
- 문수사리가 이 4의지를 받들어 닦을 때 4만 2천의 여러 천자(天子) 등이 그 처소로 찾아와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여러 하늘 꽃과 향을 뿌려 문수에게 공양하고는 한쪽으로 물러났다.
- 012_0497_c_18L文殊師利遵修於是四意止時,四萬二千諸天子等,往到其所稽首足下,雨諸天華香供飬文殊,遷住一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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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광명당(光明幢)이라는 이름을 가진 천자가 문수에게 물었다.
“조금 전 무슨 정(定)을 닦고 무슨 도를 행하셨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입니까?” - 012_0497_c_21L時有天子名光明幢,問文殊曰:“向者何定修何道行,這興起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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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498_a_01L문수가 대답하였다.
“천자여, 이제 나에게 ‘무슨 정을 받들어 닦고 행하였기에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나느냐’고 물으시는군요. 행한 정은 모든 부처님 큰 성인도 얻을 수 없는 곳이며, 성문 또한 그러합니다. 그런 정의(定意)를 받들어 닦고 행하였으며, 이 소행으로 인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과 함께하게 합니다. 저는 이런 행을 받들었습니다.” - 012_0497_c_23L文殊答曰:“天子!於今反問我言:‘以何等定,而遵修行今乃興起?’所行定者,諸佛大聖所不得處,聲聞亦然,以是定意而遵修行,因斯所行,使諸衆生婬怒癡俱,吾奉此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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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광명당 천자가 물었다.
“그 행이 어떤 종류이기에 모든 부처님 큰 성인조차 얻을 수 없는 곳입니까?” - 012_0498_a_04L時光明幢天子問曰:“其行何類?諸佛大聖所不得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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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였다.
“공ㆍ무상ㆍ무원을 행하는 것이니, 모든 부처님 큰 성인도 얻을 수 없는 곳입니다.” - 012_0498_a_06L答曰:“行空無相無願,諸佛大聖所不得處。”
- “모든 부처님 큰 성인도 얻을 수 없는 곳인데, 지금 그대가 그런 행을 닦는다는 말씀입니까?”
- 012_0498_a_07L天子又問:“諸佛大聖所不得處,於今仁者修此行乎?”
- “만일 행이 있다고 하면 나는 그것을 행하였을 것이나 아까 행한 것은 영원히 행하는 바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일체법은 모두 담박하기 때문입니다. 아까 천자께서 어떤 정을 받들어 닦고 행하느냐고 물으셨는데, 4의지를 닦았습니다.”
- 012_0498_a_08L文殊答曰:“假使有行,吾當行之。向者所行、永無所行。何者然乎?一切諸法悉澹泊故。向天子問以何等定,而遵修行修四意止?”
- “무엇을 의지라고 합니까?”
- 012_0498_a_11L天子又問:“何謂意止?”
- “일체법은 뜻이 없고 생각이 없는 것입니다.”
- 012_0498_a_12L“一切諸法無意無念”
- “가령 뜻이 없고 생각이 없다면 어떻게 행함이 있습니까?”
- 012_0498_a_13L天子又問:“假使無意無有念者,何有行乎?”
- “뜻이 없고 생각이 없는 것이 첫째가는 행입니다. 오직 이 행만이 평등의 행이 되는 것이니, 그 행이 평등하면 곧 한편에 쏠림이 없으며, 그 한편에 쏠림이 없으면 곧 5취가 없습니다.
- 012_0498_a_14L文殊答曰:“無意無念爲第一行,其惟此行爲平等行。其行平等則無偏黨,其無偏黨則無五趣。
- 그 5취가 없으면 곧 어리석음의 근본을 보지 않으며, 그 어리석음의 근본이 없으면 곧 지혜의 밝음이 생기지 않으며, 그 지혜의 밝음이 생기지 않으면 곧 일어나는 것이 없으며, 그 일어나는 것이 없으면 곧 그 무너지는 것이 없습니다.
- 012_0498_a_16L其無五趣不見癡本,其無癡本不生慧明,不生明者則無所起,其無所起則無所壞。
- 그 무너지는 것이 없으면 곧 율의(律儀)가 없으며, 그 율의가 없으면 곧 이룰 것이 없으며, 그 이룰 것이 없으면 곧 무너뜨릴 것이 없습니다. 그 무너뜨릴 것 없는 이것을 곧 처음과 끝이 청정한 것이라고 이름하며, 이것이 성현의 행으로서 영원히 진로(塵勞)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 012_0498_a_19L其無所壞則無律儀,其無律儀則無所成,其無所成則無所壞,其無所壞是則名曰本末淸淨,是賢聖行永離塵勞。”
- “이른바 진로란 무엇을 말씀하는 것입니까?”
- 012_0498_a_22L又問文殊:“所謂塵勞,爲何謂乎?”
- 012_0498_b_01L“그 의식이 퇴전하여 부처님의 지혜를 즐기는 것을 진로라 합니다. 사상(思想)을 받아들여 몸이 있다고 헤아리고, 의지하는 바가 있어서 사유를 일으키고 교만하고 뽐내며, 의지하고 사모하는 것이 있어서 바라고 서원하며, 견주고 헤아리며 원근을 그리고 재어보며, 사유하고 관찰하여 응(應)과 불응(不應)을 생각하는 것이다.
- 012_0498_a_23L文殊答曰:“其識退轉樂于佛慧,是謂塵勞。受于思想而計有身,有所依猗而興思惟,憍慢自大,有所依慕悕望誓願,挍計稱量圖度遠近,思惟觀察念應不應。
- 높은 체 함을 제거한다면서 단멸한다고 헤아리거나 마음으로 영원하다고 생각하며, 받을 것 없음에서 머무를 곳을 받아 보는 바에 돌아가며, 존재하는 것을 취하고 존재하는 것이 없는 것을 받아들이며, 내지 방일하고 희롱을 사유하며, 그 마음을 헤아려 평등에 이르고자 하는 것이니, 이렇게 헤아리는 행이 성현의 법률에서는 모두 진로가 됩니다.”
- 012_0498_b_04L除去貢高而計斷滅,心念有常,於無所受受止宿處而歸所見,取於所有受無所有,乃至放逸思惟調戲,稱量其心欲至平等,計如是行、賢聖法律,皆爲塵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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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광명당 천자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문수사리여, 말씀을 잘 하셨습니다. 4의지의 행을 잘하셨습니다.” - 012_0498_b_08L時光明幢天子讚曰:“善哉,善哉!文殊師利!快說斯言,乃能以此四意止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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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곧 말하였다.
“망상부리지 마십시오. 모든 이름과 물질은 모두 생기는 것이 없으며 이룰 것도 없으며, 또 현재도 없고 언사도 없습니다. 때맞춰 설했다 하더라도 모든 법은 머무름도 없고 머무르지 않는 것도 없는데, 도리어 훌륭하다고 일컬으시는군요. - 012_0498_b_10L文殊師利尋告之曰:“無得妄想,於諸名色悉無所生亦無所成,復無現在亦無言辭,假隨時說,諸法無住亦無不住,反稱善哉!
- 또 천자여, 의지(意止)를 말하지도 않았고 곧 말할 수도 없으며, 언사가 뜻하는 바를 강론하거나 알릴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체법은 모두 말할 바가 없고 법을 널리 펴고자 하여도 분별할 수 없으며, 가르침이란 것도 일찍이 없으니 각각 때를 따라서 그들을 일깨우고 교화하였기 때문입니다.”
- 012_0498_b_14L又問天子:不說意止則不可說,亦無能講令辭所趣。所以者何?一切諸法悉無所說,欲宣諸法不可分別,未曾有教,各各隨時而開化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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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광명당이 문수에게 말하였다.
“조금 전에 말씀하시기를, 일체 어리석은 범부가 머무르는 처소와 행하는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에 따르고, 이런 행에 머물러 다시 일으킨다고 하셨습니다. 어리석은 범부는 어디에 머물러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행하는 것입니까?” - 012_0498_b_17L時光明幢問文殊曰:“向者所說,順從一切愚癡凡夫,所住處所行婬怒癡,住於此行而復興起。愚癡凡夫爲住何所行婬怒癡?”
- 012_0498_c_01L“어리석은 범부는 존재하는 것이 없음에 머무르며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행하고 법계를 세우며, 본제(本際)에 처하면서 본제가 없음에 머무릅니다. 왜냐하면 천자여, 법계가 있는 곳은 분별할 수도 없고 말할 수도 없으며, 근본이 없는 본제 역시 그와 같습니다.”
- 012_0498_b_21L文殊答曰:“愚癡凡夫住無所有,行婬怒癡立在法界,處於本際而住無本。所以者何?天子當知,法界所在,不可分別亦不可說,無本本際亦復若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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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가 다시 물었다.
“말씀하신 본제란 무엇입니까?” - 012_0498_c_02L天子又問:“所言本際,爲何謂乎?”
- “중생의 근원을 본제라고 합니다.”
- 文殊答曰:“衆生之原名曰本際。”
- “중생의 근원은 무엇을 말합니까?”
- 012_0498_c_03L天子又問:“衆生之原,爲何謂乎?”
- “생사의 근본이 중생의 근본이 됩니다.”
- 012_0498_c_04L文殊答曰:“生死之本,爲衆生原。”
- “그 무엇을 생사의 근본이라 합니까?”
- 012_0498_c_05L天子又問:“於彼何謂爲生死本?”
- “허공의 근본이 생사의 근원이니, 천자의 허공세계와 같습니다. 본제는 끊어짐도 없고 가와 끝도 없으며, 길지도 않고 짧지도 않으며, 굵지도 않고 가늘지도 않으며, 넓지도 않고 좁지도 않으며, 먼 것도 없고 가까운 것도 없으며, 모난 것도 없고 둥근 것도 없습니다.
- 012_0498_c_06L文殊答曰:“虛空之本爲生死原,由如,天子!虛空之界,本際無斷無有邊岸,不長不短,不麤不細,不廣不狹,無遠無近,無方無圓。
- 그 허공이란 거짓으로 있는 이름일 뿐이며 또한 그 이름도 없는 것이니, 일체의 모든 법도 그와 같습니다. 허공과 같다는 것도 다만 거짓 이름이 있을 뿐입니다.
- 012_0498_c_09L其虛空者假有號耳,亦復無名。一切諸法亦復若斯,猶如虛空,但假有名。
- 또한 허공처럼 나지도 않고 오래 살지도 않으며, 병들지도 않고 늙지도 않으며, 또 죽지도 않습니다. 또한 왕생함도 없고 망상도 없으며, 성냄과 원한을 품는 일도 없습니다. 잃을 것도 없고 잃지 않음도 없어 모두 집착할 것이 없으며, 근심과 걱정을 품지도 않으니, 일체법이 모두 거기로 돌아갑니다.。
- 012_0498_c_11L亦如虛空不生不壽,不病不老,亦復不死,亦無往生,無有妄想,不懷瞋恨,亦無所失,亦無不失悉無所著,不懷憂慼,一切諸法皆爲歸趣。
- 이 하나의 본제 역시 또한 돌아갈 곳이 없으며 셈할 수도 없습니다. 천자여, 일체법은 나아감도 없고 물러남도 없으며, 합함도 없고 흩어짐도 없고 용서함도 없으니, 처소가 없는 까닭입니다.
- 012_0498_c_15L此一本際亦無所歸,無有計數。天子當知,一切諸法無進無退,無合無散,不可恕當,無處所故。
- 그러므로 천자여, 일체법은 모두 처소가 없으며, 뜻하고 원하는 것도 없으며, 받들거나 받들지 않을 것도 없으며 계율도 없는 것이니, 이것이 일체법은 모두 평등하여 한쪽으로 쏠림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근본이 없다고 하며, 본래 없음 역시 이와 같습니다.”
- 012_0498_c_18L是故,天子!一切諸法悉無處所,無所志願,無將不將,無有科律,是爲一切諸法悉等而無偏黨,故曰無本,本無如是。”
- 012_0499_a_01L이렇게 말했을 때 여러 천자 대중은 모두 무소종생법인을 얻었다. 이때 천자들은 법공(法空)에 머물면서 공경을 행하고 곧 하늘 꽃을 뿌려 문수사리에게 공양하였다. 문수사리의 위엄과 신력에 감응하여 모든 꽃들은 모두 허공에 머물렀으니, 붙잡고 있는 자도 없는데 마치 뿌리라도 있는 것 같았다.
- 012_0498_c_21L說是語時,諸天子衆皆悉逮得無所從生法忍。時諸天子住於法空,則行恭恪,便雨天華,供飬散於文殊師利,文殊師利威神所感,諸華皆住於虛空中無執持者,猶如根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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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광명당에게 말하였다.
“천자께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지금 이 모든 꽃들이 무엇을 의지해 머무르고 있습니까?” - 012_0499_a_03L文殊師利告光明幢:“於天子意所志云何?今此諸華依因何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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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는 대답하였다.
“의지함이 없이 머물고 있습니다.” - 012_0499_a_04L天子答曰:“無所依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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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가 말하였다.
“그러므로 천자여, 모든 법은 머무를 곳 없음에 머무는 것이 허공에 머무르는 것과 같으며, 허공처럼 움직임도 없고 떨어지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으며 기억도 없고 생각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체법은 허공처럼 평등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움직임도 없고 떨어지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습니다.” - 012_0499_a_05L文殊告曰:“是故,天子!當知諸法住無所住,如虛空住,如空無動,不墮不搖,無念無想。所以者何?一切諸法等如虛空,是故無動不墮不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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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광명당이 문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신족이 그처럼 높고 뛰어나 한계를 헤아릴 수 없으며 뜻을 일으키는 순간 시방의 무수하게 많은 억백천해 국토에 이를 수 있는데, 왜 곧 다시 돌아오셨습니까?” - 012_0499_a_09L時光明幢白文殊曰:“仁者!神足巍巍乃爾,不可稱限,發意之頃,至於十方無央數億百千載土,尋卽復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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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는 대답하였다.
“모든 부처님도 신족변화와 한량없는 위신을 얻을 수 없고, 모든 성문 등도 미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도의 지혜는 끝이 없어서 오히려 들을 수도 없는데 어떻게 얻을 수 있겠습니까? - 012_0499_a_11L文殊答曰:“諸佛不得神足變化威神無量,諸聲聞等亦不能及。所以者何?道慧無際尚不得聞,安能逮耶!
- 일체의 어리석은 범부들이 다다르는 신족이지, 일체의 모든 부처님과 모든 보살 대중 및 모든 성문은 무수하게 많은 아승기겁이 지나도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또한 다다르는 자도 없고, 얻어야 할 것도 없으니, 일체 어리석은 범부만이 홀로 얻을 수 있을 뿐입니다.
- 012_0499_a_14L一切愚癡凡夫之士,所逮神足,一切諸佛、諸菩薩衆及諸聲聞,於無央數阿僧祇劫所不能得,亦無逮者,亦無當得。一切愚癡凡夫之士,獨能得耳。
- 무엇을 얻었다고 하는가? 나[我]ㆍ사람[人]ㆍ수(壽)ㆍ명(命)ㆍ의식(意識)을 얻어서 단멸한다고 하고 영원하다고 헤아리며, 음욕ㆍ성냄ㆍ어리석음을 얻는 것이니, 모든 부처님ㆍ세존께서는 얻을 수 없는 것입니다. 이른바 ‘얻음’이란 도에서는 일으키지 말아야 할 것이니 생기는 것이 없는 데서 도리어 생기게 하는 것입니다.
- 012_0499_a_18L爲何所得?得我人壽及命意識、斷滅計常得婬怒癡,諸佛世尊所不得者。所謂得者道所不興,無所生者而反使生。
- 그러므로 천자여, 일체 어리석은 범부만이 얻을 수 있는 것이며, 모든 부처님ㆍ보살제자ㆍ연각은 미칠 수 없는 곳입니다.”
- 012_0499_a_21L是故,天子!一切愚癡凡夫之士所可得者,諸佛菩薩弟子緣覺所不能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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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499_b_01L모든 부처님께서는 이 모든 부처님의 요집을 말씀하시고 곧 각기 본 처소로 돌아가셨다.
그때 천왕여래께서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셨다.
“나는 감응을 나타내어 문수사리를 이곳으로 돌아올 수 있게 해야겠다.” - 012_0499_a_23L諸佛說是諸佛要集時,各還本處。於是天王如來心自念言:“吾可現應,使文殊師利還詣此乎!”
- 이때 천왕불은 곧 신족을 버리고 그 오른쪽 손바닥에서 자금색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은 문수사리를 비추고 일곱 바퀴를 돌고는 문수사리의 정수리 위에서 사라졌다.
- 012_0499_b_03L時天王佛則捨神足,從其右掌演紫金光,其明照於文殊師利繞之七帀,於文殊師利頂上不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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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곧 천왕여래께서 만나고 싶어 하신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문수는 광명당에게 말하였다.
“천왕여래께 함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물어야 할 깊고 오묘한 이치를 여쭤봅시다. 지금 법문을 설하고 계십니다.” - 012_0499_b_06L文殊師利尋卽知之,天王如來念欲相見。文殊因告光明幢曰:“當往俱至天王如來,稽首作禮咨受所問深妙之義,今說法門。”
-
천자는 대답하였다.
“좋습니다. 가겠습니다. 이때야말로 마땅한 줄로 압니다.” - 012_0499_b_09L天子答曰:“善哉!行矣,宜知是時。”
- 문수사리는 뜻을 일으키자마자 광명당과 함께 철위산 꼭대기에서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고, 곧 천왕여래 앞에 나아가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는 한쪽에 물러나서 합장하고 공손히 섰으며, 시방세계의 여러 천자 등도 또한 그와 같이 하였다.
- 012_0499_b_10L文殊師利發意之頃,光明幢俱,鐵圍山頂忽然不見,尋住天王如來之前,稽首足下右繞三帀,退住一面叉手恭立;十方世界諸天子等,亦復如是也。
-
문수사리가 천왕불께 여쭈었다.
“만일 선남자 선여인이 모두 덕의 근본을 심고 깊고 미묘한 법을 닦았다면 의심을 품지 말아야 합니다. 법기(法器)를 이루고 나면 일체가 은혜를 입습니다. 왜냐하면 여러 큰 성인을 보면 덕이 용상(龍象)보다 뛰어나시기 때문입니다. - 012_0499_b_14L文殊師利白天王佛:“若善男子及善女人,俱殖德本修深妙法,不當懷疑,成已法器一切蒙恩。所以者何?見諸大聖踰於龍象。
- 또 여러 큰 성인께서 이미 함께 모이셨는데 저는 밖에 있으면서 수(數)에 참여할 수도 없었고, 그와 같은 깊고 미묘한 법의 이치들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의(離意)라는 여인의 몸만은 계속 홀로 있었으며, 이곳에 오로지 앉아 움직이거나 옮기지도 않았고 물러가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 012_0499_b_17L又諸大聖旣共會焉!吾在於外不得預數,離於如是輩深妙法義,其離意女身續獨存,專坐於斯而不動移,不見退去;
- 012_0499_c_01L저 같은 경우에는 이와 같이 미묘한 경전의 요점을 여쭈었음에도 불구하고 버림을 당했고, 저는 도리어 철위산 꼭대기로 옮겨져 있었습니다. 저 스스로 기억해 볼 때, 저는 한 끼 아침을 먹는 동안에 동방의 셀 수 없는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불국토에 두루 이르러 모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연설하시는 법을 들어 마음에 지녔습니다.
- 012_0499_b_21L如我見遣咨嗟如此,無極微妙經典之要,我反徙住鐵圍山頂。吾自憶念,一旦食頃遍至東方不可計會恒沙佛土,稽首諸佛聽所演法執持在心。
- 모든 부처님께 여쭈어서 의심스러운 것을 해결하면서 일찍이 의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려져 다른 불국토에 있는 것을 보셨다면, 모든 부처님ㆍ세존께서는 저의 지조를 살피시고 오히려 다시 권유하여 경의 도를 널리 펴셨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제 큰 성인께서는 도리어 저를 철위산 꼭대기에 옮겨 놓으셨습니다.
- 012_0499_c_02L啓問諸佛解決所疑,未曾識念而見發遣處他佛土。諸佛世尊察我志操,尚復相勸頒宣經道,於今大聖反徙我著鐵圍山頂。
- 이로 인해 끝없는 법의 가르침을 일으켜 기쁘고 즐거운 바가 많았다고 다 같이 크게 우러렀으나, 도의 감화와 여러 가지 법의 가르침에 굶주렸으므로 그 마음이 편치 않아 여래를 뵙고 싶었습니다.
- 012_0499_c_05L因此興發無極法教,多所歡悅咸共渴仰,飢虛道化若干法教,其心兀兀欲睹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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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생각하였습니다.
‘무엇 때문에 홀로 내 몸만 옮겨져 대중의 모임을 떠나게 하고, 그 이의라는 여인은 편안히 두어 보내지 않았을까?’ - 012_0499_c_07L而發念言:‘以何等故獨徙吾身捨於衆會,其離意女安然不出?’
- 또 다시 ‘여래ㆍ지진께서 연설하시는 경의 가르침에는 어긋나고 굽은 것을 찾아볼 수 없고, 마음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내가 미치지 못한 것이요, 그 설해진 법에 내가 마땅한 그릇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 때문에 여기로 옮겨놓았을 뿐이며, 홀로 여인은 옮기지 않으신 것이다’라고 생각하였습니다.”
- 012_0499_c_09L復更念言:‘如來至眞所演經教不見侵枉,心非不受是我不及,彼所說法非其器故,以故相移住於此耳,獨不徙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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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여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께서 펴신 경전의 도를 그대는 그곳에서 받아들이지 않음이 없었다. 또 모든 부처님ㆍ세존의 도의 지혜는 깊고 빼어나 반연하거나 다다를 수가 없다. 그 때문에 평상시처럼 한결같이 뜻대로 모든 부처님의 요집을 연설할 수 없었다. - 012_0499_c_12L天王如來報文殊曰:“諸佛世尊所宣經道,仁者於彼靡不應受。又諸佛世尊道慧玄殊不可攀逮,以是之故不可如常,一等如意演諸佛要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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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문수사리여, 아까 인세계에서 출발하여 찾아올 때 그대는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보광세계에서 부처님 요집의 경전의 이치를 강설하시니, 나는 나아가서 모든 부처님께 머리를 조아리고 연설하시는 법을 들어야겠다.’ - 012_0499_c_16L又,文殊師利!向者從忍世界發起來時,心自念言:‘今普光界講佛要集經典之義,我當往至稽首諸佛聽所演法。’
- 바로 그때 큰 어려움에 떨어진 것이다. 끝없이 전도되어 불순한 사상에 있으면서 그 세계로부터 와서 부처를 보고 설법을 들으려 하였으니, 곧 세 가지 일로써 스스로 장애에 집착한 것이다. 이런 뜻을 품고서 이 불국토에 이르렀던 것이다. 무엇이 세 가지 일인가? 첫째 자기 몸을 탐하였고, 둘째 모든 부처님을 탐하였고, 셋째 모든 법에 집착하였다.
- 012_0499_c_19L當爾之時墮大艱難,在無極倒不順思想。從彼剎來欲得見佛聽所說法,則以三事自著罣㝵,懷抱此意至斯佛土。何謂爲三?一、得己身;二、得諸佛;三、逮諸法。
- 012_0500_a_01L문수여, 전도된 행으로는 모든 보살의 걸림없는 지혜의 행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수여, 어떻게 생각하느냐? 오랜 옛날 이래로 과연 여래를 볼 수 있는 자가 있었는가? 여래는 과연 또 관찰할 수 있는 것인가?”
- 012_0499_c_23L文殊當知,不可倒行致諸菩薩無㝵慧行。於文殊意所趣云何?從古以來,頗有能睹見如來乎?如來寧可復觀察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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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참된 이치로 법을 관하면 모든 부처님과 모든 법이 없습니다. 일체법은 모두 생기는 것이 없으므로 여래는 봄이 없고 부처님을 볼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체 모든 법은 죄다 볼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 012_0500_a_04L文殊白佛:“唯然,世尊!眞諦觀法無有諸佛及與諸法,一切諸法悉無所生,如來無見不可睹佛。所以者何?一切諸法悉無所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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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부처님께서 다시 문수사리에게 물으셨다.
“모든 행을 밝게 보는 어떤 눈으로 여래를 보려고 하였으며, 모든 이치를 밝게 듣는 어떤 귀로 여래가 설하는 경전을 들으려 하였는가?”
문수사리는 잠자코 말이 없었다. - 012_0500_a_07L時佛復問文殊師利:“以何等眼通暢之行欲見如來?以何等耳淸徹諸義欲聽如來所說經典?”文殊師利嘿然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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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곳에 모인 다른 보살 대중들이 각기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문수사리는 실로 여래께서 물으시는 법의 이치에 대답하지 못하는구나. 왜냐하면 여래께서 조금 전 질문하셨는데 잠자코 말이 없기 때문이다.’ - 012_0500_a_10L於時彼會餘菩薩衆,各心念言:‘文殊師利實不堪任答報如來所問法義。所以者何?如來向者有所難問,嘿而無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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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여래께서 모든 보살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모든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라, 족성자들이여. 문수의 생각과 말이 미치지 못하였다고 보지 말라. 무엇 때문인가? 깊은 법인을 깨달았고, 방편과 지혜를 모두 갖추었으며, 통달하지 못한 것이 없고, 지혜가 허공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잠자코 말하지 않음으로써 여래에게 답한 것이다.” - 012_0500_a_13L天王如來知諸菩薩心之所念,告諸菩薩:“止族姓子!莫觀文殊想言不及。所以者何?解深法忍權慧悉備,靡不通達智踰虛空,嘿然不言以報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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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보살들은 여쭈었다.
“그렇다면 세존이시여, 무슨 뜻으로 지혜와 이치를 연구하고 통달하였기에 이 질문에 묵묵히 있는 것입니까?” - 012_0500_a_17L諸菩薩問:“唯諾,世尊!以何等意究暢慧義發遣此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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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족성자들이여, 문수사리는 마음속으로 스스로 생각하였다. - 012_0500_a_19L世尊告曰:“是,族姓子!文殊師利心自念言:
- 012_0500_b_01L‘만일 내가 이 눈과 귀가 있어서 보고 들은 것이 있었다고 말한다면 곧 영원하다고 헤아린다고 할 것이며, 만일 또 눈도 없고 귀도 없다고 말한다면 곧 단멸에 떨어졌다고 하실 것이다. 그 단멸한다는 것을 행하고 영원하다고 헤아리는 것은 법을 분명히 아는 것이 아니다. 그 여법(如法)이란 거기엔 단멸도 없고 영원하다고 헤아리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단멸하지도 않고 영원하다고 헤아리지도 않으면 생기는 것이 없으며, 그것이 생기는 것이 없으면 언사도 없는 것이다.’
- 012_0500_a_20L‘設我報說有此眼耳有所見聞,則計有常;若復說言無眼無耳,則墮斷滅。其行斷滅及計有常,不曉了法,其如法者,彼無斷滅、不計常矣。其不斷滅、不計有常,則無所生,其無所生則無言辭。’
- 그 때문에 문수가 질문을 받고도 잠자코 말이 없었던 것이니, 그것이 곧 부처에게 대답한 것이다.”
- 012_0500_b_02L以故,文殊見所難問,默然無言則爲答佛。”
- 이 말씀을 하셨을 때 6백의 보살이 무소종생법인을 얻었다.
- 012_0500_b_03L說是語時,六百菩薩逮得無所從生法忍。
-
그때 세존은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세 가지 일로써 걸림에 집착하였으므로 그 때문에 보내져 철위산 꼭대기에 머물렀던 것이다. 또 그대는 ‘무슨 인연으로 이의라는 여인의 몸만 홀로 있으며 나오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 012_0500_b_04L爾時,世尊告文殊師利:“仁以三事著於罣㝵,以故相遣住鐵圍山頂。又仁復問:‘以何因緣,離意女身獨存不出?’
- 그 이의라는 여인은 보월이구광명삼매정수(普月離垢光明三昧正受)에 든 것이다. 마음에 영원히 생각이 없어져 모든 부처님이 오셔도 오지 않은 듯, 경법을 설하여도 설하지 않은 듯 여기며, 부처라는 생각이 끝내 없고 법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으며, 남과 나라는 생각도 없고 모든 기억과 망상을 버렸다.
- 012_0500_b_07L是離意女,普月離垢光明三昧而正受矣。心永無念,諸佛來至、若不來耶,爲說經法、若不說乎,永無佛想亦不想法,無彼我想,蠲除一切諸念妄想。
- 그 여인은 이 정에 머물러 시방의 무앙수해(無央數姟) 백천억(百千億) 현재 불국토의 모든 부처님 설법을 듣지만 집착하는 것이 없고, 들을 수 있었던 것을 남들을 위해 설한다.
- 012_0500_b_11L女住此定,普聞十方無央數姟百千億載現在佛土諸佛說法,而無所著。所可聽受爲他人說。
- 또 이 여인의 몸은 이 세계로부터 다른 불국토에 이르는 것이 아니며, 여러 불국토에 있으면서도 불국토라는 생각이 없다. 모든 부처님 계신 곳에 있어도 모든 부처님이란 생각이 없고, 설해진 법을 들어도 경전이라는 생각이 없으며, 나라는 생각도 없고 남이라는 생각도 없다.
- 012_0500_b_14L有此女身不從此剎到他佛土,在諸剎土無剎土想,處於諸佛無諸佛想,聞所說法無經典想,無吾我想、無他人想。
- 마치 달이 궁전에서 일찍이 이동한 일이 없지만 인간세계로 내려가 광명이 널리 비추어 보지 못하는 자가 없으며, 달은 비출 때 멀고 가까움을 생각지 않으며, 또한 내가 아무개는 비추고 또 아무개는 비추지 않겠다는 생각도 없는 것과 같다.
- 012_0500_b_17L猶月宮殿未曾動移下於人閒,光明普照靡不見者。月之所照不念遠近,亦無想念:‘我當照某,若不照也。’
- 여인도 그와 같아서 삼매정(三昧定)에 머물러 한량없고 끝없는 세계에 나타나 수없는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시키며 일깨워 교화한다. 모든 부처님 국토에 나타나 중생이라 생각지 않고 평등하게 경전을 설한다.
- 012_0500_b_20L此女如是,住三昧定,現於無量無際世界,度脫開化無數衆生,所可顯現諸佛國土,不想衆生等說經典。
- 012_0500_c_01L 부처가 1겁에서 다시 1겁을 지나면서 이의 여인의 덕을 찬탄한다고 해도 그 끝을 모두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니, 그 여인의 공훈은 불가사의하며 이처럼 높고 뛰어나다.”
- 012_0500_b_23L佛於一劫復過一劫,咨嗟嘆此離意女德,不能盡暢得其邊際。其女功勳不可思議,巍巍若斯!”
-
문수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불국토의 모든 보살 대중은 억백천해나 됩니다. 모든 부처님께서 모이실 때 이 모든 보살을 옮겨서 다른 세계에 두시는 겁니까? 저처럼 보내지는 것입니까?” - 012_0500_c_02L文殊白佛:“其此佛土諸菩薩衆億百千姟,諸佛會時,徙諸菩薩著他界乎?如我見遣耶!”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말 말라. 문수사리여, 여래의 거룩한 지혜를 제한하여 일컫지 말며, 또한 여래의 변화로 세워진 것을 평등한 모양이라 하지도 말라. 무엇 때문인가? - 012_0500_c_05L佛言:“且默。文殊師利!無得稱限如來聖慧,亦勿平相如來變化之所建立。所以者何?
- 이 문수사리여, 삼천대천세계에 가득하신 모든 부처님은 마치 감자ㆍ대ㆍ갈대ㆍ벼ㆍ삼ㆍ잡목이 우거진 숲과 같다. 모든 여래께서 모인 그 수가 그와 같지만 이 찰토의 모든 보살대중ㆍ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ㆍ아수륜ㆍ가류라ㆍ진타라ㆍ마휴륵 등 사람과 사람이 아닌 자들 중에 이를 보는 자는 한 사람도 없다.
- 012_0500_c_07L此,文殊師利!三千大千世界充備諸佛,猶如甘蔗竹蘆稻麻叢林,諸如來集其數若斯。於此剎土,諸菩薩衆,天、龍、鬼神、犍沓和、阿須倫、迦留羅、眞陁羅、摩休勒、人與非人。
- 오직 나 하나의 여래 몸만 보며, 또 모든 부처님의 설법을 듣지 못하고 오직 나의 이 몸이 도의 교화를 널리 펴는 것만 보기 때문이다.
- 012_0500_c_12L無一見者,唯見於吾一如來身,亦復不聞諸佛說法,但見吾身頒宣道化。
- 문수여, 여래ㆍ지진이 세운 신족변화는 한계를 헤아릴 수 없고, 그 몸은 미묘하며, 모든 부처님은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차 두루하지 않은 곳이 없다.
- 012_0500_c_13L文殊且觀,如來至眞之所建立,神足變化不可稱限,其身微妙諸佛充滿,三千大千世界靡不周遍。
- 그러나 모든 보살대중의 도안(道眼)으로도 한 여래만 볼 수 있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 즉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 등과 사람과 사람이 아닌 자들이 부처님을 만나 뵙고자 한들 그럴 수 있겠는가?
- 012_0500_c_16L諸菩薩衆則以道眼,見一如來,豈況餘人,欲得見乎未之有也,諸天、龍、神、犍沓和等及人非人?
- 이 삼천대천세계를 노니시며 돌고 가고 오고 서고 앉고 눕고 잠자고 고요하고 담박하며, 위의와 예절로 행하는 것이 가지런하고 또한 방해할 수도 없으니, 모든 여래의 몸은 한계가 없다.
- 012_0500_c_19L遊此三千大千世界,周旋往來立坐臥寐,寂寞澹泊威儀禮節,所行齊整亦不妨㝵,諸如來身無有限蔽。
- 012_0501_a_01L 그러므로 문수여, 이렇게 관해야 한다. 모든 여래 등은 곧 법신(法身)인지라 물질과 형상이 없으며, 부처님의 몸은 번뇌가 없고 모든 번뇌가 다하여 몸도 없으며, 그것을 관함에 비슷한 부류가 없으며, 생기는 것도 없고 일어나는 것도 없으며, 볼 것도 없고 들을 것도 없으며, 뜻도 없고 처소도 없다. 또한 허공과 같아서 모든 번뇌도 없고 인연의 바탕도 없으며, 형상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어서 잡을 수 없으니, 허공은 보려고 해도 볼 수 없는 것이다.。
- 012_0500_c_22L是故,文殊當造斯觀,諸如來等則爲法身,無有色像,佛身無漏,諸漏已盡亦無有身,觀之無類,無生無起,無見無聞,無意無處,亦如虛空,無有諸漏,無因緣根,無像無見不可捉持,欲睹虛空而不可見。
- 또 다섯 가지 눈도 없다. 다섯 가지 눈이란 첫째 천안(天眼)이며, 둘째 육안(肉眼)이며, 셋째 혜안(慧眼)이며, 넷째 법안(法眼)이며, 다섯째 불안(佛眼)이다. 그 허공이 거짓으로 이름만 있을 뿐인 것처럼 그 여래의 몸도 그와 같아 번뇌도 없고 색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고 바탕도 없다. 여래도 볼 수 없고 부처에게 다섯 가지 눈이 없으며 여래ㆍ지진이란 것도 거짓으로 이름만 있는 것이니, 곧 감응할 것이 없다.
- 012_0501_a_04L無有五眼,何謂五眼?一曰、天眼;二、曰肉眼;三曰、慧眼;四曰、法眼;五曰、佛眼。其虛空者假有名耳,其如來身亦復如是,無漏無色亦無見者,無有根也。無見如來,佛無五眼,如來至眞假有名矣,則無所應。
- 문수여, 이 모든 여래들의 신족 변화를 관하라. 몸은 허공과 같으나 도리어 수시로 육신의 32상(相)과 80종호(種好)를 나타내 보인다.
- 012_0501_a_09L文殊!觀此諸如來衆,神足變化,身如虛空,而反隨時示現色身三十二相八十種好。
- 문수사리여, 아까 본 모든 여래의 몸도 바로 모든 부처님의 위엄과 신력으로 세운 것에 감동한 것이다. 왜냐하면 그대를 위한 까닭에 끝없는 깊고 미묘한 법의 가르침을 나타내야 했기 때문이다.”
- 012_0501_a_12L文殊師利!向者所見諸如來身,悉是諸佛威神建立之所感動。所以者何?用仁者故,當顯無極深妙法教。”
- 이때 그 불국토에 모인 모든 보살들은 이구동성으로 소리 높여 찬탄하였다.
- 012_0501_a_15L時彼佛土諸會菩薩,異口同音擧聲讚曰:
- “전에 없던 놀라움과 기쁨과 즐거움에 이르렀습니다. 모든 부처님ㆍ세존의 위엄과 신력의 변화는 높고 뛰어나기 이와 같으십니다. 시방의 여래께서 모두 오셔서 여기에 모여 불국토에 가득히 차셨으나 저희 보살들은 한 분의 부처님도 보지 못하였고 형상과 소리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어느 분이 오고 가셨으며 어떤 경의 이치를 해설하고 분별하셨습니까?
- 012_0501_a_16L“至未曾有驚喜悅豫,諸佛世尊,威神變化巍巍若此。十方如來皆來會斯,充滿佛土。吾等菩薩,不見一佛,不憶形響,誰來誰去,何所解說分別經誼?
- 저희들 모두 여기 계신 한 분의 여래ㆍ세존만 볼 수 있습니다. 원컨대 큰 성인이시여, 지금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대승의 끝없는 거룩한 지혜를 보여 주십시오.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겁을 지옥에서 끓임을 당하더라도 보살의 도를 행하며 이 환난을 참게 하시고, 이 같은 지혜를 따라 어기거나 버리지 않게 해 주십시오.”
- 012_0501_a_20L但共見此一如來尊。唯願大聖!今睹大乘無極聖慧,一一人故,恒邊沙劫地獄見煮,行菩薩道宜忍此患,不當違捨如是比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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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01_b_01L문수사리가 천왕불에게 여쭈었다.
“지금 이 여인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마음을 낸 지 얼마나 오래 되었기에 행하는 바가 고요하고 서원이 높고 원대하며 정의(定意)가 이와 같은 것입니까?” - 012_0501_a_23L文殊師利問天王佛:“今此女子,發無上正眞道心以來久如?所行寂寞誓願高遠,定意若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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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낸 지가 헤아릴 수 없이 오래되었다. 부지런히 힘써 믿음을 품었고 항상 방일하지 않았으며, 보시ㆍ지계ㆍ인욕ㆍ정진ㆍ일심ㆍ지혜로 부처님의 도를 완전히 갖추었으며, 할 일을 마치고 모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랐다. - 012_0501_b_03L佛言:“發無上正眞道意以來,不可計也,勤力懷信常無放逸,施戒忍精進一心智慧,具足佛道,所行已備,隨諸佛教。
- 과거 부처님 때부터 여러 덕의 근본을 심었고 무수한 억백천해의 모든 큰 성인들께 공양하였다. 문수사리여, 이제 이 여인이 삼매에서 일어나거든 도의 뜻을 낸 지 얼마나 오래되어 이 세상에 보내어졌는가를 그대가 물어 보라.”
- 012_0501_b_06L於過去佛殖衆德本,供飬無數億百千姟諸大聖尊。文殊師利!今此女子從三昧起,仁可問之,發道意來,爲能久如?當見發遣。”
- 그때 문수사리는 부처님의 분부를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여인에게 다가갔다. 지극한 마음으로 손가락을 퉁겨 큰 소리를 내어 여인을 일으키려고 하였으나 그 여인은 고요히 삼매에 들어 일어나지 않았다.
- 012_0501_b_09L於是,文殊師利聞佛教詔,卽從坐起,到其女所,至心彈指,謦揚大音,欲令女起,其女寂靜三昧不興。
- 문수사리는 곧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어 한량없는 몸으로 변화해 더욱 크게 손가락을 퉁겼다. 그 손가락 퉁기는 소리가 시방의 무수한 세계에 들렸으나 여인은 또한 고요히 정의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 012_0501_b_12L文殊師利卽如其像,變無限身益高彈指,其彈指聲,聞於十方無數世界,女亦寂靜不從定起。
- 그때 문수는 곧 여색상삼매정수(如色像三昧正受)에 들어 큰 신족을 나타내었다. 그러자 삼천대천세계의 온갖 중생인 세간의 인민과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 등 억백천해의 모든 음악이 연주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울렸다.
- 012_0501_b_15L於時文殊卽如色像,三昧正受現大神足,三千大千世界所有衆生,世間人民、諸天、龍、鬼神、犍沓和等,億百千姟,一切妓樂不鼓自鳴。
- 다시 거문고ㆍ비파ㆍ쟁ㆍ피리 등 온갖 종류의 악기를 만들어 부드러운 음악과 깨끗하고 맑고 온화하고 고상하고 구슬픈 소리를 동시에 연주하였다. 그 풍악은 각각 수 없는 메아리로 널리 펴져 나아가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에 사무쳐 들렸지만 여인을 삼매에서 일으킬 수는 없었다.
- 012_0501_b_18L及復亦化琴瑟箏笛萬種之妓,俱時同作演柔軟音,淸明和雅悲哀之聲,其樂各各宣無數響,徹聞十方無量世界,不能令女從三昧起。
-
012_0501_c_01L이때 시방의 지금 현재 부처님을 곁에서 모시고 있던 여러 시자들은 각기 부처님께 여쭈었다.
“오늘 무슨 연고로 여러 큰 음악 소리가 헤아릴 수 없고 한량없는 것입니까? 깨끗하고 온화한 소리가 모든 불국토에 들리고, 그 부드러운 소리와 구슬픈 곡조에 기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012_0501_b_22L時於十方今現在佛邊,諸侍者各各問佛:“今日何故,諸大樂音無數無量,淸和之聲聞諸佛土?其音柔軟,悲哀之曲,莫不歡然。”
-
그때 모든 부처님께서 각기 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족성자여, 보광세계에 천왕여래가 계시는데, 그 국토에 이의라는 이름을 가진 여인이 부처님의 오른쪽에 있으면서 보월이구광명삼매정수에 들어 있다. 또 문수사리라는 이름을 가진 보살이 있는데, 그는 큰 덕의 갑옷을 입고 불퇴전(不退轉)의 지위를 넘어선 자이다. - 012_0501_c_03L於時諸佛各謂侍者:“有族姓子!普光世界天王如來,其土有女名曰離意,在佛右面,普月離垢光明三昧而正受矣。有菩薩名文殊師利,被大德鎧過不退轉。
- 그가 그 여인을 삼매에서 깨우려하기 때문에, 이렇게 감동하여 모든 세간의 사람ㆍ하늘ㆍ용ㆍ귀신ㆍ건답화 등의 여러 가지 음악 억백천해가 함께 저절로 만들어져 모두 음악으로 변화하였다.
- 012_0501_c_07L欲令此女從三昧覺故,感動如此。諸世閒人、天、龍、鬼神、犍沓和等,若干妓樂億百千姟,俱自然作諸化妓樂。
- 또한 이와 같이 연주하지 않는데도 저절로 울리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그 여인을 삼매에서 일어나게 하려 하지만 일으킬 수가 없다. 그 때문에 모든 큰 음악이 온 세간에 가득한 것이다.”
- 012_0501_c_10L亦復如是不鼓自鳴,欲令斯女從三昧起,不能使興。以是之故,諸大音樂普遍世閒。”
-
시자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전에 없던 일로서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이 여인의 삼매는 고요하고 높고 뛰어나 한계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이와 같은 여러 음악의 깨끗하고 온화한 곡조에도 여인은 삼매를 유지하며 깨어나지 않는군요.” - 012_0501_c_12L侍者白佛:“至未曾有不可逮及,此女三昧寂然巍巍,不可稱限,如是比像,若干種樂淸和之曲,女續三昧而不興焉。”
-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족성자들의 말과 같다. 이 연인의 삼매는 불가사의이다.” - 012_0501_c_15L諸佛告曰:“如諸族姓子之所言也,此女三昧不可思議。”
- 이렇게 말씀하셨을 때 시방의 한량없고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내고 각각 게송을 읊었다.
- 012_0501_c_17L說是語時,十方無量不可計會衆生之類,皆發無上正眞道意,各歌頌言:
-
원컨대 저희들도
이와 같은 적정삼매를
모두가 얻게 하소서.
지금 이 여인처럼. -
012_0501_c_19L願令我等,
逮得如是,
寂定三昧,
如今此女。
-
신족을 획득하여
그 변화 끝이 없고
성스럽게 통달하고 널리 펴게 하소서.
문수사리처럼. -
012_0501_c_20L獲致神足,
無極變化,
聖通徹暢,
如文殊師利。
-
이때 문수사리는 다시 여기상삼매정수에 들어 삼천대천세계를 변화하여 수미산(須彌山)ㆍ설산(雪山)ㆍ흑산(黑山)ㆍ목린산(目隣山)ㆍ대목린산(大目隣山)ㆍ철위산(鐵圍山)ㆍ대철위산(大鐵圍山)을 차례차례로 서로 부딪쳐서 스스로 안존할 수 없게 하여 놓았다. - 012_0501_c_21L時,文殊師利復如其像三昧正受,變三千大千世界,須彌山王、雪山、黑山、目鄰山、大目鄰山、鐵圍、大鐵圍山,展轉相搏不能自安。
- 012_0502_a_01L 그러자 마치 용사가 큰 힘으로 두 손바닥을 마주치는 것처럼, 또 큰 우레처럼 그 소리가 널리 펴져 듣지 못하는 자가 없었다. 수미산ㆍ철위산 등 모든 산들은 이렇게 차례차례로 서로 흔들리다가 각각 허물어졌고, 모든 산들이 땅으로 무너져 내리는 그 형상은 매우 무서웠으며 그 소리는 너무도 슬펐다. 또 그런 큰 소리가 한량없고 끝없는 세계에 들렸으나 그 여인은 삼매에서 또한 움직이지 않았다.
- 012_0502_a_02L譬如勇士以大勢力兩掌相拍,亦如大雷其音暢逸無不聞者。須彌、鐵圍諸山,如是展轉相掁各各崩落,諸山躄地其形可畏,斯聲甚悲,又彼大聲,聞於無量無際世界,其女三昧亦不移興。
- 이때 문수사리는 그 여인에게 가까이 가지 않고 권방편(權方便)으로써 두 손으로 여인을 끌어당겨서 자리에서 일으키려 하였다. 그러나 아래쪽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여러 불국토만 움직이고 여인은 털끝만큼도 움직일 수 없었으며, 또한 삼매에서 일어나게 할 수도 없었다. 더욱 더 온갖 세력을 나타내며 그 여인을 들어 올리려 하였으나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불국토만 모두 뽑혀 뒤집혀지고 여인을 삼매에서 일으킬 수는 없었다.
- 012_0502_a_07L時文殊師利,不近彼女,以權方便兩手牽女,欲令起坐,乃動下方恒河沙等諸佛剎土,不能移女大如毛髮,亦不能令從三昧興。加復興顯一切勢力,欲擧彼女,恒河沙等諸佛剎土皆拔反仰,不能令女從三昧興。
- 문수사리는 그 여인이 앉아 있는 땅을 잘라내 오른손바닥으로 쥐고 범천으로 내던졌다. 그러나 범천의 땅에서도 앉아있으므로 여인을 삼매에서 일어나게 할 수 없었다.
- 012_0502_a_13L文殊師利截斷其女所坐地處,擧著右掌掉擲梵天,復在梵天天上地坐,不能令女從三昧起。
- 그때 문수는 다시 범천에서 그 여인의 몸을 들어 오른쪽 손바닥에 놓고 동방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불국토 너머로 던지고, 남방ㆍ서방ㆍ북방과 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각각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불국토 너머로 던졌지만 또한 마찬가지였다.
- 012_0502_a_16L於時文殊復從梵天,擧其女身著其右掌,過於東方恒河沙佛土,南方、西方、北方、四維、上下各恒河沙等諸佛剎土,亦復如是。
- 시방 찰토의 온갖 음악이 죄다 울리고, 모든 산이 허물어지는 그 소리가 매우 두려웠으며, 여러 하늘의 꽃이 뿌려지면서 그 메아리가 두루 퍼져 비유할 수도 없었으나 여인을 삼매에서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 012_0502_a_19L十方剎土衆音妓樂悉鳴,諸山崩落音聲可畏,雨諸天華,其響暢逸無可爲喩,不能令女從三昧興。
- 그때 문수는 여인을 들어 온 시방으로 던졌지만 깨어나게 할 수 없자 본래 자리에 도로 두고는 합장하고 천왕여래께 말씀드렸다.
- 012_0502_a_22L於時文殊,擧女投擲遍於十方不能令覺,還安故處,叉手前白天王如來:
- 012_0502_b_01L“큰 성인이시여, 모든 보살의 행은 전에 없던 일이어서 생각이나 헤아림으로 미칠 수 없습니다. 저는 변화하여 허공과 모든 세계에 있을 수 있으며, 그곳에서 일어서고 가고 오고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습니다.
- 012_0502_b_01L“唯然,大聖!諸菩薩行至未曾有,不可逮及思惟稱量,吾能令變處虛空諸器,起立周旋行來談語。
- 그러나 이제 끝없는 신족을 나타내고 온갖 큰 소리가 변화하여 감동하며, 수미산ㆍ철위산 등 모든 산을 허물어뜨리며, 불국토를 뽑아서 시방에 옮겨 놓았지만 끝내 여인을 삼매에서 일으킬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겸손하게 공경하며 이 여인에게 예배하겠습니다.
- 012_0502_b_04L於今顯現無極神足,變化感動諸大聲音,崩毀須彌鐵圍諸山,拔諸佛土移十方界,永不能使從三昧起。吾當謙恭爲女作禮。
- 또한 대사(大士:보살)를 배우는 다른 대중들과 여러 족성자ㆍ족성녀,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처음으로 일으킨 자, 이루거나 이루지 못했거나 처음 배우려는 자들이 이 같은 끝없이 큰 지혜를 사모하고 즐긴다면 그들 역시 귀의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의 행은 비유조차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 012_0502_b_07L及復餘學大士之衆,諸族姓子、若族姓女、初發無上正眞道意者,以成未成甫欲學者,慕樂如斯無極大慧,亦當歸之。所以者何?菩薩所行不可攀兪。”
- 문수사리가 이의 여인을 들어 올려 시방의 모든 불국토를 돌며 왕래하고 거기에 감동해 소리가 울렸어도 여인을 삼매에서 일으킬 수 없었던 그때, 시방의 무수한 중생을 일깨워 교화하고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하였으며 한정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여러 덕의 근본을 이룩하게 하였다.
- 012_0502_b_11L文殊師利擧離意女,至於十方諸佛剎土,周旋往來所感動聲,不能令女從三昧興。當爾之時,開化十方無數衆生令發道意,不可限人成衆德本。
-
천왕여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였다.
“진실로 말한 것과 같다. 보살이 입은 덕의 갑옷은 불가사의해 일체 성문과 연각은 알 수 없는 것이다. 하물며 다시 범부가 미칠 수 있겠는가. 비유하자면 삼천대천세계를 큰 북으로 만들고 다른 세계도 북 크기를 또한 그와 같게 하여 넓고 길어 한량없게 한다고 하자. - 012_0502_b_15L天王如來報文殊曰:“誠如所云,菩薩大士所被德鎧不可思議,一切聲聞若與緣覺所不及知,況復凡庶所能逮乎?猶如三千大千世界成爲大鼓,別異世界鼓大,亦如其鼓乃爾,廣長無量。
- 012_0502_c_01L 이때 그곳에 홀연히 대장부가 있어서 삼천세계만큼 크고 높은 몸을 나타내 천세계만 한 큰 북채 하나를 들고 이 여인 앞에서 이 큰 북을 친다고 하자. 1겁을 완전히 채우고 또 다시 겁을 지나더라도 여인의 귀에 소리가 들리게 할 수도 없는데, 하물며 다시 삼매에서 일으킬 수 있겠는가?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 012_0502_b_20L時彼忽有大丈夫現,其身高大,如三千世界,擧一大桴如千世界,於是女前撾此大鼓,具足一劫若復過劫,不能令女耳聞音聲,況復欲使從三昧興,未之有也。
- 문수야, 이 여인의 삼매를 알고 싶은가? 그것은 아주 고요히 안정되어 마침내 일으키거나 옮길 수 없는 것이니, 도의 지혜가 이와 같아서 그 위엄과 덕망이 한량없다.”
- 012_0502_c_02L文殊!欲知此女三昧,寂定靜安終不興移,道慧如是威德無限。”
-
문수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누가 이 여인을 감동시켜 삼매에서 일으킬 수 있습니까?” - 012_0502_c_03L文殊問佛:“誰能堪任感動此女從三昧興?”
-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였다.
“오직 여래만이 일으킬 수 있고, 기제음개(棄諸陰蓋)라는 보살이 또한 일어나게 할 수 있다.” - 012_0502_c_04L佛報文殊:“唯有如來能令興起,復有菩薩名棄諸陰蓋,亦能使興。”
- 부처님께서 이 족성자의 이름과 덕의 공훈에 대해 생각하시자마자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 012_0502_c_06L佛這發意,此族姓子名德之勳,三千大千世界六反震動。
-
천왕불 곁에 부처님의 시자로 있던 등명왕(燈明王)이라는 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무슨 일로 땅이 크게 진동한 것입니까?” - 012_0502_c_08L天王佛邊有一菩薩,名曰燈明王,爲佛侍者,前問佛言:“今何因緣地大震動?”
-
부처님께서 시자에게 말씀하셨다.
“조금 전 기제음개보살의 이름을 찬탄한 까닭에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한 것이다. 또 타방 모든 불국토의 모든 여래들도 계시는 곳에서 그 이름을 찬탄하였으니, 그곳의 땅들 역시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다.” - 012_0502_c_10L佛告侍者:“向者這歎棄諸陰蓋菩薩名故,三千大千世界爲大震動,又及他方諸佛剎土諸如來等,所在方面歎斯名者,其地亦復六反震動。”
- 이때 그 자리에 있던 보살들은 모두 간절한 생각으로 기제음개보살이 있는 곳을 알고 싶어 했고, 문수사리 역시 그랬다. 문수사리는 모든 보살의 마음속 생각을 알고, 또 스스로 공경하고 즐거워하며 여인을 일어나게 하려고 천왕불께 말씀드렸다.
- 012_0502_c_14L時會菩薩皆懷飢虛,欲得見棄諸陰蓋菩薩所在,文殊師利亦復俱然。文殊師利見諸菩薩心之所念,亦自敬樂欲令女興,白天王佛:
-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원컨대 위엄과 광명을 드리우십시오. 일체 대중이 모두 간절한 마음으로 다들 기제음개보살대사(棄諸陰蓋菩薩大士)를 뵙고 싶어 합니다. 여래께서는 널리 가엾이 여겨 신족과 끝없는 도의 거룩함을 나타내 족성자로 하여금 이 불국토로 찾아오게 하시며, 깊은 법을 강연하여 모든 보살이 듣게 하고 그로 인해 지극히 참된 이치를 익히고 배우게 하시며, 아울러 여인을 삼매에서 일으켜 미치지 못한 것을 열어보이게 해 주십시오.”
- 012_0502_c_17L“善哉!世尊!願垂威光,一切會者悉懷渴仰,咸欲得見棄諸陰蓋菩薩大士。如來普愍,唯顯神足無極道聖,使族姓子詣斯佛土,講演深法,諸菩薩聞,因當習學至眞之誼,幷使女從三昧興,開示不及。”
-
012_0503_a_01L그때 등명왕보살이 천왕불께 여쭈었다.
“그 족성자는 어느 방위, 어느 불국토에 계십니까? 그 국토의 여래 명호는 무엇입니까?” - 012_0502_c_23L爾時燈明王菩薩大士,問天王佛:“其族姓子,爲在何方何佛剎土?其土如來所號爲何?”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하방으로 여기에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찰토를 지나면 금당(錦幢)이란 세계가 있고, 그 부처님의 명호는 사자응상정후(師子鷹象頂吼)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시며, 현재 설법하고 계신다. - 012_0503_a_02L其佛報曰:“下方過此恒河沙等諸佛剎土,界名錦幢,其佛名曰師子鷹象頂吼如來、至眞、等正覺,現在說法。
- 그분의 불국토에는 불가사의한 큰 덕의 갑옷을 입은 보살만 있어 그 불국토를 가득 채우고 있으며, 여래께서는 항상 불퇴전의 법륜을 널리 펴고 계신다. 기제음개보살도 그 국토에서 노닌다.”
- 012_0503_a_05L彼之佛土純諸菩薩,被大德鎧不可思議,具足充滿於其佛土,如來恒宣不退轉輪。棄諸陰蓋菩薩大士,遊於彼國。”
- 천왕여래께서는 스스로 그 자리에 계시면서 오른발 엄지발가락에서 금빛 광명을 놓으셨으니, 그 광명의 이름은 청제보살(請諸菩薩)이었다. 이 광명을 놓자마자 하방으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찰토를 비추었고, 그 광명은 곧 기제음개보살의 몸을 빛내면서 일곱 바퀴를 돌고 정수리에서 사라졌다.
- 012_0503_a_08L天王如來自在其座,右足大指演金色光,其光名曰請諸菩薩,這放此明,照下方恒河沙等諸佛剎土。其明則曜棄諸陰蓋菩薩之身,繞之七帀於頂上沒。
-
기제음개보살은 스스로 생각하였다.
‘지금 무슨 까닭에 부드럽고 깨끗하고 온화하고 끝없는 광명이 나를 일곱 바퀴 돌고 그 정수리에서 사라지는 것일까?’ - 012_0503_a_12L棄諸陰蓋菩薩自念:‘今何以故,柔軟淸和無極光明,繞吾七帀沒其頂乎?’
- 곧 천왕여래께서 만나고 싶어 하시는 것임을 알았다.
- 012_0503_a_14L尋卽知之,天王如來快欲相見。
-
이때 곧 사자응상정후여래께 나아가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그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상방에 있는 보광세계의 천왕불께 나아가고자 합니다. 지금 그 여래께서 저를 만나보고자 하십니다.” - 012_0503_a_15L時便往詣師子鷹象頂吼如來所,稽首足下,白其佛言:“欲詣上方普光世界天王佛所,今彼如來欲得相見。”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라. 족성자여, 지금이 때인 줄 알라.” - 012_0503_a_18L佛言:“往。族姓子!宜知是時。”
-
사자응상정후여래 곁에서 부처님 시자로 있던 중고의(衆告義)라는 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희들도 보광세계와 천왕여래를 뵙고 싶습니다.” - 012_0503_a_19L師子鷹象頂吼如來邊,有菩薩名衆告義,爲佛侍者,前白佛言:“我等欲見普光世界及天王如來。”
- 사자응상정후 지진ㆍ정각께서는 기꺼이 허락하시고, 곧 눈썹 사이에서 광명을 놓으시자 그 광명은 상방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모든 부처님 찰토를 비추고 보광세계까지 통하였다.
- 012_0503_a_21L師子鷹象頂吼至眞正覺悅可之。尋時演出眉閒相光,照於上方恒河沙等諸佛剎土,通普光界。
- 012_0503_b_01L 천왕여래께서 모든 보살대중 권속에게 둘러싸여 그들을 위해 경을 설하시는 것을 다함께 멀리서 볼 수 있었으니, 그 부처님의 몸은 홀로 두드러져 자금산(紫金山)과 같았고, 그 부처님의 광명은 해와 달보다 밝았다.
- 012_0503_b_01L悉共遙見天王如來諸菩薩衆眷屬圍繞,而爲說經。佛身獨顯如紫金山,其佛光明踰日月明。
- 눈 밝은 이가 사람의 얼굴을 마주 보면 모든 것이 또렷하고 분명한 것처럼, 그 모임의 모든 대중이 천왕불과 보살을 보는 것 또한 그와 같았다.
- 012_0503_b_04L猶明眼者對觀人面,悉了了分明,一切衆會見天王佛,亦復若斯,及諸菩薩。
- 이때 기제음개보살은 50만 보살과 함께 그 불국토에서 사라져 생각을 일으키자마자 보광세계의 천왕불께 이르렀다. 기제음개보살과 여러 보살은 오른쪽 어깨를 벗어 매고 천왕불께 예배하며 땅에 엎드려 스스로 귀의하고 세 번 돌고는 물러나 허공에 머물렀다.
- 012_0503_b_06L時棄諸陰蓋菩薩,與五十萬菩薩,沒彼佛土,發意之頃,至普光界天王佛所。棄諸陰蓋與諸菩薩,偏出右肩禮天王佛,頭面自歸繞之三帀退住虛空。
- 이때 모든 보살은 해료제신삼매정수(解了諸身三昧正受)에 들었으며, 기제음개보살은 곧 여기상정에 들어 상서로운 감응을 나타내고 신족을 나타내 보였다. 허공에서 꽃이 비처럼 뿌려지고, 그 꽃은 모두 천왕여래의 앞뒤 좌우에 흩어지면서 소리를 내어 미묘한 이치를 연설하였다.
- 012_0503_b_10L時諸菩薩解了諸身三昧正受,棄諸陰蓋卽如其像而見瑞應,顯示神足空中散花其墮如雨,其華皆散天王如來前後左右,此華暢音說微妙義:
- ‘사자응상정후 여래ㆍ지진께서 한량없는 공경과 문안을 드립니다. 거룩한 몸 편안하시고 거동은 가벼우며 기력은 편안합니까?’
- 012_0503_b_14L‘師子鷹象頂吼如來至眞,敬問無量:聖體康寧,進止輕利,勢力安耶?’
-
이때 그 모임의 대중들은 전에 없던 일이라고 괴이하게 여겼다.
‘누구의 위엄과 신력이 이 여러 꽃에게 부드러운 소리를 내어 경의를 표하게 하는 걸까?’ - 012_0503_b_16L時彼衆會怪未曾有:‘誰之威神,令此衆華出柔軟音宣傳意敬?’
-
문수사리는 천왕불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누구의 거룩한 뜻이 이 온갖 꽃을 내리며, 미묘한 소리를 내게 합니까?” - 012_0503_b_17L文殊師利問天王佛:“唯然,世尊!誰之聖旨,雨此衆花演微妙音?”
-
부처님께서 문수에게 말씀하셨다.
“기제음개보살의 위엄과 변화이다.” - 012_0503_b_19L佛報文殊:“棄諸陰蓋菩薩威變。”
-
또 세존께 여쭈었다.
“그는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 又問世尊:“今爲所在?”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공중에 있으면서 해료제신삼매정수에 들었다.” - 012_0503_b_20L佛言:“在上空中,解了諸身三昧正受。”
-
또 여쭈었다.
“여러 보살대중은 왜 나타나지 않습니까?” - 012_0503_b_21L又問:“諸菩薩衆何以不現?”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기제음개보살이 위엄과 신력으로 나타나지 않게 하였다.” - 012_0503_b_22L佛言:“棄諸陰蓋菩薩威神,使不得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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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03_c_01L문수사리는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이 삼매정수로 모든 보살이 어디에 계신지 찾아보리라.’ - 012_0503_b_23L文殊師利心自念言:‘吾當以是三昧正受,求諸菩薩爲在何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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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음개보살은 곧 알아차리고 모습을 감춘 채로 말하였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해료제신삼매정(解了諸身三昧定)이 하나뿐일까요? 그렇게 관하지는 마십시오. 해료제신삼매정의 수는 한계를 헤아릴 수 없습니다. 조금 전의 삼매는 큰 바다 가운데 하나의 물방울과 같을 뿐입니다. 나의 몸이 앉고 일어섰던 모든 선정삼매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으니, 그대는 여태껏 이름도 들어보지 못한 것들입니다.” - 012_0503_c_02L棄諸陰蓋菩薩卽知,便沒形而謂文殊:“於意云何?唯有是一解了諸身三昧定乎?莫造斯觀,解了諸身三昧定數不可稱限。向者三昧,如大海中別一渧耳。我身諸定三昧坐興不可稱載,仁者造來所未聞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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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다시 스스로 생각하였다.
‘차라리 내가 본래 전세에 닦았던 미묘한 행들을 생각하고 살펴야겠다. 이를 따르면 반드시 이 삼매를 이룰 수 있으리라.’
곧 생각대로 여기상정에 들어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에 모든 삼매를 갖추었다. - 012_0503_c_07L文殊師利復自念言:‘寧可思察吾本往世所修妙行,緣是必得成此三昧。’尋如所念卽如其像,一彈指頃具諸三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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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천왕불께서 여러 보살들에게 말씀하셨다.
“여러 족성자들이여, 이 정진(精進)의 업으로 뛰어나고 빼어난 이치에 다다른 것을 다함께 관하라. 모든 다른 보살들이 10억 겁을 부지런히 행하고 덕을 쌓아야 비로소 미칠 수 있는 이 선정에 지금 문수는 손가락 한 번 튕기는 사이에 곧 그것을 빠짐없이 갖추었다.” - 012_0503_c_11L時天王佛告衆菩薩:“諸族姓子!皆共觀斯精進之業,而致超踰殊持之義,諸餘菩薩億百千劫,勤行積德乃逮此定。今者文殊,一彈指頃輒悉具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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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천왕불께 여쭈었다.
“나타나게 해 주십시오. 여기 여러 보살대중 모임의 족성자들이 모두 그를 보고 싶어 합니다.” - 012_0503_c_14L文殊師利白天王佛:“唯垂當現,此諸菩薩衆會族姓,咸欲見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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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음개와 여러 보살들은 부처님 발아래 머리를 조아리고는 곧 몸을 감추고 문수에게 물었다.
“과연 제가 보입니까?” - 012_0503_c_16L棄諸陰蓋與諸菩薩,稽首佛足尋沒其身,問文殊曰:“寧相見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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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였다.
“보이지 않습니다.” - 答曰:“不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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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여래께서 기제음개보살에게 말씀하였다.
“대중의 모임에 오너라. 모두들 보고 싶어 한다. 모든 보살과 함께 너는 스스로 몸을 나타내라.” - 012_0503_c_18L天王如來告棄諸陰蓋菩薩:“敢來衆會咸欲相見,當自現身。”
- 곧 분부를 받고 여러 보살 등과 함께 삼매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는 한쪽으로 물러났고, 본래의 서원대로 연꽃을 변화로 만들어 그 위에 앉았다.
- 012_0503_c_20L及諸菩薩尋卽受教,與諸正士菩薩之等從三昧興,稽首佛足,繞之三帀,退在一面,如本所誓化作蓮華而坐其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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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04_a_01L이때 문수사리는 기제음개보살에게 말하였다.
“이 여인을 감동시켜 삼매에서 일어나게 하십시오.” - 012_0503_c_23L於是,文殊師利謂棄諸陰蓋菩薩:“感此女子令三昧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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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하였다.
“그만두십시오. 허공세계엔 삼매도 없고 일어나는 것도 없으며, 또 허공은 흔들 수도 없습니다. 아까 문수께서는 이 여인을 감동시켜 삼매에서 일으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름을 선정에서 깨우라는 말씀이십니까? 아니면 색(色)을, 식(識)을 깨우라는 말씀이십니까? - 012_0504_a_02L答曰:“且止!虛空界者無有三昧,亦不興起,又虛空者不可動搖。向者文殊而發此言,感令是女從三昧起,當以其名從定起耶?若以色乎?爲以識也?
- 색을 헤아려 보아도 자연 그대로요, 삼매가 되지 않으며, 정수에 들지도 않고 또한 거기에서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그 식도 자연 그대로요, 정수에 들지도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일체법 또한 본래 깨끗함도 없고 정수에 들지도 않으며 일으킬 것도 없는데, 지금 제가 어떤 법을 일어나게 해야 합니까?
- 012_0504_a_06L計色自然,不爲三昧,亦不正受亦不興起。其識自然,不爲正受,亦不興起。一切諸法亦無本淨,亦不正受無所興起。今我當起何所法乎?
- 문수께서 모든 법의 삼매로서 내가 일으키겠다고 하셨지만 정수는 끝내 없는 것인데 어디에서 일으켜야 합니까? 왜냐하면 일체법은 모두 일어나거나 설 것이 없고 존속과 멸망이 없기 때문입니다.”
- 012_0504_a_10L假使,文殊!諸法三昧吾當令興,永無正受當何所興?所以者何?一切諸法悉無興立亦無存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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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여래께서 기제음개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족성자여, 이 여인을 감동시켜 삼매에서 일어나게 하라.” - 012_0504_a_12L天王如來告棄諸陰蓋:“汝族姓子,感此女人從三昧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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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 앞에서 저의 공을 나타내라는 명을 저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저는 덮어 감춤이 마땅합니다. 지진ㆍ여래께서 이 여인을 감동시켜 삼매에서 일어나게 하셔야 합니다. - 012_0504_a_14L白佛:“我不堪任於如來前興顯己功,我身宜當覆感,至眞如來應當感此女人從三昧興。
- 설령 이 여인을 삼매에서 일어나게 하는 일을 제가 감당할 수 있다 해도, 여래ㆍ지진께서는 모든 법을 널리 깨달아 그 지혜가 걸림 없으시며 때를 따라 법을 설하시며 통달하지 못하는 것이 없는 분이십니다. 여래께서 여인을 삼매에서 일어나게 하셔야 하니, 부처님의 도와 신력을 보면 기뻐하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며 모두 도의 뜻을 낼 것입니다.”
- 012_0504_a_16L正使我任能令此女從三昧起,如來至眞普了諸法慧無罣㝵,隨時說法靡不通暢,應當令女從三昧起,見佛道神莫不忻悅皆發大意。”
- 이때 천왕불께서 정의를 일으키는 삼매정수에 드셨다. 이 정의에 들자 곧 그 삼천대천세계에서 삼매정수에 들었던 여러 하늘ㆍ용ㆍ귀신ㆍ세간 사람과 여러 보살대중은 그 여인과 함께 모두 선정에서 깨어나 곧 자리에서 일어났다.
- 012_0504_a_20L時天王佛,以興定意三昧正受。這定意已,應時於彼三千大千世界,諸天、龍、神及世閒人,諸菩薩衆三昧正受者,及與彼女,皆從定起。這從坐起。
- 012_0504_b_01L 그러자 시방이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으며 모두 다 허공으로 솟아올라 머물렀다. 그때 무수한 10만의 여러 하늘은 여인이 머무르는 허공에 모여 모두 푸르고 붉고 노랗고 하얀 연꽃을 뿌려 여래에게 공양하였다.
- 012_0504_b_01L十方尋時六反震動,咸皆踊上住虛空中。當爾之時,無數百千諸天來會。女住虛空,僉雨靑蓮紅黃白蓮華供飬如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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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문수가 이의 여인에게 물었다.
“전에 없던 고요한 행입니다. 그대가 얻은 삼매에 미칠 수가 없었습니다.” - 012_0504_b_04L於時,文殊問離意女:“至未曾有寂然之行,所得三昧不可及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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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은 대답하였다.
“문수여, 그만두십시오. 망상을 품지 마십시오. 고요한 삼매정(三昧定)은 끝내 얻을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ㆍ세존께서 닦으신 도의 지혜는 얻을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얻을 것이 있다면 잃을 것도 있습니다. 모든 법은 담박하고 묵묵하고 고요한 것인데, 그 고요함에는 다시 고요하게 할 것이 없습니다. 또 그 고요함은 또한 삼매가 아니며, 정수도 없고 거기에서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 012_0504_b_06L其女報曰:“文殊!且止!勿懷妄想,寂三昧定永無逮得。所以者何?諸佛世尊所修道慧無所得也,其有得者則有所失,諸法澹泊默然寂靜,其寂靜者無所復寂,又其寂靜亦不三昧,無有正受亦不興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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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는 말하였다.
“진실로 그대의 말씀과 같습니다. 그대의 영원한 선정은 아주 특별한 것입니다. 만일 미묘하여 미칠 수 없는 삼매, 얻을 수 있는 그런 삼매가 없다면 광대하고 끝없는 음성을 일으키고 내는데, 어떻게 깨어나지 않을 수 있습니까?” - 012_0504_b_11L文殊答曰:“誠如女辭,女之永定甚爲殊特,設無微妙不逮三昧則有所得,興發曠大無極音聲而不起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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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물었다.
“그 법계에 과연 삼매가 있고, 또 거기에서 깨어남이 있습니까?” - 012_0504_b_14L女又問曰:“其法界者,寧有三昧復興起耶!”
- “그렇지 않습니다.”
- 文殊答曰:“不也。”
- “그럼 삼매는 깨울 수 없는 것입니까? 혹 색상이 있어서 어떤 모양과 비교할 수 있습니까?”
- 012_0504_b_15L女又問曰:“其不三昧可令起耶!寧有色像比類貌耶?”
- “설령 형상과 비슷한 모습이 없다면 누가 삼매에 들었습니까?”
- 012_0504_b_17L文殊報曰:“設無形像比類貌者,誰三昧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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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이 말하였다.
“모든 법이 본래 깨끗하니 그것이 삼매입니다. 다시 정의에 드는 것도 아니고 또 깨울 것도 없습니다. 따라서 모든 법은 다 소리의 메아리와 같은 것이고, 비유하자면 여러 하늘과 세간 사람들의 여러 가지 음악과 같습니다. 제각기 묘한 소리를 낼 수 있지 않습니까?” - 012_0504_b_18L其女答曰:“諸法本淨爲三昧也,不復定意亦無所興,是故諸法悉如呼響。譬如諸天及世閒人若干種樂,寧能演出各妙音不?”
- “누이의 말씀과 같습니다.”
- 012_0504_b_21L曰:“如姊言。”
- “그 허공계가 어찌 이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이 악기들이 여러 가지 구슬프고 온화한 소리를 내는구나 하고 생각합니까?”
- 012_0504_b_22L又問:“其虛空界豈有此念?念是妓樂暢若干種悲和音耶?”
- “생각하지 않습니다.”
- 答曰:“不也。”
- 012_0504_c_01L“그러므로 문수여, 일체법은 허공과 같습니다. 누가 그 음을 듣습니까? 이식(耳識)이 있어야 비로소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 012_0504_b_23L“是故,文殊!一切諸法等如虛空,誰聞彼音?若有耳識乃得聞聲。”
- “그대는 귀가 없습니다. 어째서 듣지 못합니까?”
- 012_0504_c_02L文殊問曰:“女無耳耶?何不聞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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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이 잠자코 말이 없었다. 문수가 다시 이렇게 세 번이나 물었으나 여인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여인은 대답하였다.
“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닙니다.” - 012_0504_c_03L女默無言。文殊復問,如是至三,女默不報。女又答曰:“不爲不聞。”
- “왜 잠자코 계셨습니까?”
- 又問:“何故默然?”
- “항상 얻을 것이 없습니다.”
- 012_0504_c_05L其女答曰:“常無所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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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 여인은 다시 문수에게 말하였다.
“문수여, 마치 큰 폭풍이 일어나 널리 퍼지면서 큰 나무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형상인지 볼 수 있는 자가 없으며, 바람도 생각이 없고 나무도 생각하는 것이 없습니다. 바람도 바로 내가 큰 숲으로 들어가 동요시켰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고, 나무도 바람이 나의 몸에 들어왔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입니다. - 012_0504_c_06L離意女子復問文殊:“猶如,文殊!大亂風起而普流布入大樹裏,無能見者爲何像類,風無想念樹無所思,風不念:是我入大樹而動搖之。樹亦不念:風入我體。
- 보살도 그와 같습니다. 항상 마하반야바라밀의 지혜를 받들어 행하며 모든 생각을 다 없애버리니, 스스로 내가 삼매의 정에 있다고 생각하거나 말하지 않으며, 또 삼매에서 일어난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왜냐하면 일체법은 모두 본래 깨끗하기 때문입니다.”
- 012_0504_c_10L菩薩如是,恒常奉行摩訶般若波羅蜜慧,悉除諸想,不自念言:我三昧定。亦復不念:從三昧起。所以者何?一切諸法悉本淨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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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는 말하였다.
“누이께서는 허공에서 내려와 여래의 앞에서 이 일을 말씀하셔야 합니다.” - 012_0504_c_13L文殊師利曰:“姊!宜當從虛空來下,住如來前乃說此事。”
- “저는 자기의 행을 세우지 다른 이의 행을 이용하지 않습니다.”
- 012_0504_c_15L其女答曰:“我立己行,不用他行。”
- “무엇을 자기의 행이라고 합니까?”
- 文殊又問:“何謂己行?”
- “일체 중생은 모두 허공을 의지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중생들은 모두 허공에 의지하여 돌아다니고 가고 오며, 중생의 직업과 의복과 음식 등 일어나거나 지어진 모든 것은 다 허공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중생은 자연 그대로의 허공을 노니는 것이며, 일체 모든 법은 허공에서 찍힌 도장입니다.”
- 012_0504_c_16L其女答曰:“一切衆生皆因虛空。所以者何?衆生之類,悉依虛空周旋往來,衆生居業衣被飮食,諸所興造不離虛空。是故衆生,自然遊空,一切諸法,虛空見印。”
- 이때 여인은 곧 허공에서 내려와 한쪽으로 물러나 연꽃 위에 앉으며 여래께 예배하지도 않고 우러러 보지도 않았다.
- 012_0504_c_21L時女卽從虛空來下,退在一面蓮華上坐,不禮如來,亦不占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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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가 이의에게 물었다.
“그대는 매우 교만하군요. 공경하고 삼가는 마음을 품지도 않고 여래께 예배하지도 않으며 잠자코 앉기만 합니까?” - 012_0504_c_22L文殊師利問:“於離意女甚憍慢不懷恭恪,不禮如來默然坐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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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05_a_01L그 여인은 대답하였다.
“여래의 말씀을 살펴보면 실로 공경하고 삼갈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지을 것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지음이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생각합니까? 그 본래 없는 이에게 과연 예배할 수 있겠습니까?” - 012_0505_a_01L其女答曰:“審如來言實無恭恪。所以者何?不有所作亦不無作。於意云何?其本無者寧可禮乎?”
- “없습니다.”
- 012_0505_a_03L答曰:“不也。”
- “이런 까닭에 부처님께 예배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본래 없는 것과 여래ㆍ세존은 헤아려보면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평등하게 보아야 합니다.”
- 012_0505_a_04L其女報曰:“以是之故,佛不可禮。所以者何?計於本無及如來尊,無有二也,當等觀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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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에게 물었다.
“여래를 봅니까?” - 012_0505_a_06L又問文殊:“見如來乎?”
- “평등하다고 관할 뿐입니다.”
- 文殊答曰:“等觀之耳。”
- “무엇 때문에 평등하다고 관합니까?”
- 012_0505_a_07L又問:“以何等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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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가 대답하였다.
“본래 없음과 같으므로 따라서 평등하다고 관하고, 형상이 없으므로 그 때문에 평등하다고 관합니다. 내가 평등을 바르게 관한다는 것은 이와 같습니다.” - 012_0505_a_08L文殊答曰:“無本等故,以是等觀;以無形像,是故等觀。吾之正觀,平等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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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은 또 물었다.
“그런 평등한 관으로 무엇을 봅니까?” - 012_0505_a_10L其女又問:“如是等觀爲見何等?”
- “이와 같은 관에는 보는 것이 없습니다.”
- 答曰:“如是觀者爲無所見。”
- “육안으로 보는 것이 없다는 것입니까?”
- 012_0505_a_11L女又問:“爲以肉眼無所見乎?”
- “육안도 아니고, 천안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눈이란 생긴 것도 없고 일어난 것도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허깨비와 같아서 있지도 않고 없지도 않으며, 있다 없다는 행을 말할 수 없는 것입니다.”
- 012_0505_a_12L答曰:“不以肉眼,亦不天眼。所以者何?眼無所生亦無所起,猶如幻化,不有不無,亦不當說有無之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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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가 그 여인에게 물었다.
“지금 왜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았습니까?” - 012_0505_a_15L文殊師利問其女曰:“於今何故不轉女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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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은 대답하였다.
“문수여, 그만두십시오. 망상을 품지 마십시오. 그대가 지혜로써 모든 법을 밝게 볼 때 남자 여자가 있습니까?” - 012_0505_a_16L其女答曰:“文殊且止!勿懷妄想,仁有意觀,達諸法者有男女乎?”
- “그렇지 않습니다.”
- 答曰:“無也。”
- “색을 헤아려 볼 때 남녀가 있습니까?”
- 012_0505_a_18L又問:“計於色者有男女乎?”
- “없습니다.”
- 答曰:“無也。”
- “수ㆍ상ㆍ행ㆍ식에 남녀가 있습니까?”
- 012_0505_a_19L“痛想行識有男女乎?”
- “없습니다.”
- 答曰:“無也。”
- “지ㆍ수ㆍ화ㆍ풍에는 남녀가 있습니까?”
- “地水火風有男女乎?”
- “없습니다.”
- 012_0505_a_20L答曰:“無也。”
- “텅 비어 끝이 없어 처소를 볼 수 없는 허공에 남녀가 있습니까?”
- 012_0505_a_21L“虛空曠然無有邊際,不見處所,有男女乎?”
- “없습니다.”
- 答曰:“無也。”
- “문수여, 말해진 문자와 처음과 끝에 처소가 있어서 남녀가 있습니까?”
- 012_0505_a_22L又問文殊:“所說文字本末有處所,得男女乎?”
- “없습니다.”
- 012_0505_a_23L答曰:“無也。”
- 012_0505_b_01L“지금 왜 여인의 몸을 바꾸지 않느냐는 그런 말씀을 조금 전에 왜 하셨습니까? 만일 제가 이미 스스로 여인의 몸을 얻었고 남녀를 보았다면, 곧 여인의 형상을 버리고 남자의 모습을 받았을 것입니다. 제가 여인이 되지 않았고 남자를 보지 못했는데, 무엇 때문에 여인을 버리고 남자의 형체를 이루겠습니까?
- 012_0505_b_01L其女報曰:“向者何故而發此言:‘於今何故不轉女身?’假使我已自得女處見於男女,則捨女像當受男形?我不得女不見男子,何因捨女成男子形?
- 모든 법을 헤아려 보면 합함도 없고 흩어짐도 없습니다. 근본이 없는 본제(本際)와 비고 고요한 허공은 합함도 없고 흩어짐도 없습니다. 일체법은 모두 허공과 같은데 무슨 일로 여인의 형상을 바꾸어 남자를 이루겠습니까? 왜냐하면 이것이 여래께서 널리 펴신 첫 번째 법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 012_0505_b_05L計於諸法無合無散,無本本際,空靜虛空無合無散,一切諸法悉如虛空,當以何因轉於女像成男子乎?所以者何?是爲如來之所頒宣第一法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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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에게 말하였다.
“눈에는 남녀가 없으며 귀ㆍ코ㆍ입ㆍ몸ㆍ뜻에도 또한 남녀가 없습니다. 만일 모든 법에 남녀가 없다면 합함도 없고 흩어짐도 없을 것이니, 곧 남녀란 없습니다.” - 012_0505_b_09L又問女曰:“眼無男女,耳鼻口身意亦無男女,假使諸法無男女者,無合無散則無男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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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사리가 또 여인에게 물었다.
“그대는 도의 뜻을 일으킨 지 얼마나 되었습니까?” - 012_0505_b_11L文殊師利又問女曰:“汝發道意爲幾何乎?”
- “마술사의 조화로 존재하는 신식(神識)과 같습니다. 제가 도의 뜻을 일으킨 시간의 멀고 가까움도 마찬가지입니다. 왜냐하면 일체법은 모두 허깨비와 같기 때문입니다.
- 012_0505_b_13L其女答曰:“如幻師化,神識所存。吾發道意遠近亦然。所以者何?一切諸法悉如幻化。
- 아까 문수께서는 그대가 도의 뜻을 일으킨 지 얼마나 되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런 것은 깨달은 곳에서 묻는 이치가 아닙니다. 왜냐하면 생긴 적이 없는 것은 생겨나게 할 수 없으며, 마음의 처소 또한 알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처소가 없으며, 거기에는 생겨난 것도 없고 멸하는 것도 없습니다.”
- 012_0505_b_15L向者文殊發此問言:‘女發道意爲幾何乎?’如是所悟非問之理。所以者何?無所生者不可令生,亦不可恕心之處所,其無處所,彼無所生亦無所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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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가 물었다.
“설령 그와 같다면 무엇을 받들어야 지혜에 순응하는 것입니까?” - 012_0505_b_19L文殊又問:“設以此者,所遵何所應順智慧?”
- “들을 것도 없고 말도 없는 이것이 지혜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 012_0505_b_20L其女答曰:“無聞無言是應智慧。”
- “무엇을 순응이라고 합니까?”
- 又復問曰:“何謂應順?”
- “그 생기는 것 없음이 순응입니다.”
- 012_0505_b_21L其女答曰:“其無所生則爲應順。”
- “그대는 법인을 얻은 지가 얼마나 되었습니까?”
- 012_0505_b_22L又復問女:“得法忍來爲幾何乎?”
- “얻은 바가 없습니다.”
- 答曰:“無也。”
- “그대는 무소종생법인을 얻었습니까?”
- 012_0505_b_23L又問:“女爲逮得無所從生法忍乎?”
- “얻지 못하였습니다.”
- 012_0505_c_01L答曰:“不也。”
- 012_0505_c_01L“어째서 그렇습니까?”
- 又問:“何故?”
- “그 생기는 것이 없으면 얻은 바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법인을 얻지 못하였으며, 또한 무소종생법인을 이루지 못하였습니다.”
- 012_0505_c_02L答曰:“其無所生則無所得,以是之故不得法忍,亦不逮成無所從生法忍。”
- “그대는 무슨 이치를 보고서 큰 서원의 갑옷을 입고 도의 마음을 내었습니까?”
- 012_0505_c_04L文殊又問:“女睹何義被弘誓鎧、發道心乎?”
- “일체 중생은 멸도(滅度)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보살은 도의 마음을 내고 큰 서원의 갑옷을 닦는 것입니다.”
- 012_0505_c_05L其女答曰:“一切衆生無滅度故,是故菩薩發於道心,修弘誓鎧。”
- “어째서 그렇습니까?”
- 又問:“何故?”
- “일체의 중생과 모든 법이 궁극의 멸도이기 때문입니다.”
- 012_0505_c_07L答曰:“一切衆生及與諸法極滅度故。”
- “어째서 그렇습니까?”
- “云何?”
- “문수여, 모든 과거의 부처님ㆍ평등정각께서는 중생을 제도하지 않으셨고 미래와 현재 역시 제도할 자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일체의 중생은 허무(虛無)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 012_0505_c_08L“文殊!諸過去佛平等正覺,不度衆生,當來現在亦無所度。所以者何?一切衆生從虛無出。”
- “부처님께서는 무슨 일로 세간에 출현하셨습니까?”
- 012_0505_c_10L文殊又問:“佛以何因興現世閒乎?”
- “지음도 없고 지을 것도 없게 하려는 까닭에 일부러 세간에 출현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이를 본받아 닦는 자는 지음도 짓지 않음도 없기 때문입니다.”
- 012_0505_c_11L答曰:“欲使無造無所作故,故興於世。所以者何?遵修斯者無作不作。”
- “무엇 때문에 집을 떠나서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비구가 되는 것입니까?”
- 012_0505_c_13L文殊又問:“何故出家受具足戒爲比丘乎?”
- “5역(逆)의 업을 구족하게 얻으려는 까닭입니다.”
- 012_0505_c_14L其女答曰:“欲得具足五逆業故。”
- “누가 그대의 그와 같은 언사를 믿겠습니까?”
- 012_0505_c_15L又問:“誰當信汝如是言辭?”
- “그 나지 않는다는 것은 일어나는 것이 없게 합니다. 품은 생각이 없는 자는 비로소 내말을 믿을 것입니다.”
- 012_0505_c_16L答曰:“其不生令無所起無所懷者,乃信此耳。”
- “무엇을 믿고 좋아합니까?”
- 012_0505_c_17L又問:“以何信樂?”
- “설하는 것이 없는 것을 믿고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 答曰:“以無所說謂之信樂。”
- “해탈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셨는데 무슨 맺힘과 걸림이 있어서입니까?”
- 012_0505_c_18L又問:“其不樂脫有何結㝵?”
- “해탈을 좋아하지 않으니, 해탈이 곧 맺힘과 걸림이 됩니다.”
- 012_0505_c_19L答曰:“其不樂脫脫爲結㝵。”
- “전에 없던 일로서 참으로 알 수 없습니다. 연설하시는 변재가 걸림이 없으십니다.”
- 012_0505_c_20L文殊答曰:“至未曾有難及難及,所演辯才而無罣㝵。”
- “그만두십시오. 문수여, 반역 행위를 짓지 마십시오. 이제 모든 걸림에 처하여 대중 앞을 캄캄하게 가리고 있는데, 무슨 일로 걸림없는 이치라고 찬탄합니까?”
- 012_0505_c_21L其女答曰:“且止!文殊勿造反行。今處諸㝵闇蔽衆前,何因咨嗟無㝵之義?”
- “설함이 없으신 것입니까?”
- 012_0505_c_23L又問:“無說乎?”
- 012_0506_a_01L“설함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걸림없이 설하는 것입니다. 허공은 아득하지만 변재가 있습니다.”
- 012_0506_a_01L答曰:“無說,是故我身無罣㝵說。又問:“虛空迥然有辯才乎?”
-
문수가 물었다.
“말씀하신 변재란 무엇을 말하는 것입니까?” - 012_0506_a_02L文殊又問:“所言辯才爲何謂乎?”
-
그 여인은 대답하였다.
“생기는 것이 없는 것을 곧 변재라고 합니다.” - 012_0506_a_03L其女答曰:“無所生者乃謂辯才。”
- “생기는 것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말합니까?”
- 又問:“何謂無生?”
- “생기는 것이 없다는 것은 이를테면 수행을 받드는 것이니, 법계의 본제는 근본이 없음을 그대로 받드는 것을 수행이라 합니다.”
- 012_0506_a_04L答曰:“無生者謂遵修行,順奉法界,本際無本,是謂修行。”
-
또 말하였다.
“문수여, 그 수행하지 않는 것이 바로 수행을 받드는 것입니다.” - 012_0506_a_06L又問文殊:“其不修行是遵修行。”
- “수행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입니까?”
- 又問:“何謂不修行?”
- “삼계에서 행하지만 행하는 것이 없고, 삼계에 있지만 처소가 없으며, 이 행하는 일에 있어서 조금도 집착하는 것이 없는 것입니다.”
- 012_0506_a_07L答曰:“於三界行而無所行,存於三界而無所處,是所行者悉無所著。”
- “그대는 얼마나 오랜 뒤에 최정각(最正覺)을 이룹니까?”
- 012_0506_a_09L文殊又問:“女當久如成最正覺?”
- “천왕불께서 최정각을 이루심과 같이 나도 그와 같을 것입니다. 그대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도는 이룰 수 있습니까? 처소는 얻을 수 있습니까?”
- 012_0506_a_10L其女答曰:“如天王佛成最正覺,吾亦如斯。於仁者意所趣云何?道可成乎?得處所耶?”
- 문수사리는 그때 잠자코 있었다.
- 012_0506_a_12L文殊師利則時默然。
-
그 여인은 거듭 문수사리에게 말하였다.
“지금 말씀하십시오. 그렇지 않습니까?” - 012_0506_a_13L其女重謂文殊師利:“宜當時說,不應然耶!”
- “도는 언설이 없습니다. 그런 까닭에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 012_0506_a_14L文殊答曰:“道無言說,以是之故,不知云何?”
-
그때 문수는 천왕불께 말씀드렸다.
“전에 없던 일입니다. 천중천(天中天)이시여, 이 여인의 지혜는 밝고 불가사의하며, 남다른 덕은 비유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지금 널리 편 것이 높고 뛰어나기 이와 같습니다. 도의 뜻을 일으킨 것이 얼마나 오래 되었으며, 뒤에 또한 최정각을 이룬다면 그 세계의 이름은 무엇이고 부처님 명호는 무엇입니까?” - 012_0506_a_15L於時,文殊白天王佛:“至未曾有。天中之天!此女惠明不可思議,殊異之德無以爲喩,今所宣暢巍巍如是,發道意來其以久如,後當亦如成最正覺。剎土云何?佛號何類?”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보다 96억백천해 아승기겁 전에 도와 행을 받들어 닦았으니, 여러 겁을 지나 문수가 그 뒤에 도의 뜻을 내었다.” - 012_0506_a_20L佛言:“在仁之前,九十六億百千姟阿僧祇劫,遵修道行過若干劫,文殊於後乃發道意。”
-
문수는 또 여쭈었다.
“이 여인은 본래 어느 부처님 처소에서 도의 뜻을 내었습니까?” - 012_0506_a_22L文殊又問:“此女本從於何佛所發道意乎?”
-
012_0506_b_01L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보성(寶成)여래 때부터 도의 뜻을 내었다. 보성여래의 국토는 그 덕의 깨끗함이 한계를 헤아릴 수 없으니, 가령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겁 동안 찬탄하더라도 그 찰토의 좋은 공훈의 훌륭함은 다할 수 없다. 그런 부처님을 따라 도의 뜻을 내었다” - 012_0506_a_23L佛言:“從寶成如來興發道意,寶成如來國土德淨不可稱限,假使咨嗟恒邊沙劫,不能究盡剎土之善功勳之快,因從彼佛而發道意。”
-
또 여쭈었다.
“이 여인은 그 세상에 있을 때에도 여인이었습니까?” - 012_0506_b_03L又問:“是女彼世之時,爲女人耶?”
-
대답하셨다.
“아니다. 그때 이 여인은 전륜왕으로서 이름은 무수(無數)였다. 문수여, 마땅히 알라. 이 보살은 여인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다. 무엇 때문인가? 이미 여환삼매(如幻三昧)를 훤히 깨달아 원하는 대로 때에 따라 변화를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 012_0506_b_04L答曰:“不也。爾時此女作轉輪王,名曰無數。文殊當知,此非女人亦非男子。所以者何?已逮曉了如幻三昧,所欲能現隨時顯化。
- 또 문수사리여, 이 여인은 다시 삼천대천세계의 땅 위 먼지의 수만큼, 꽃과 열매에 묻은 먼지의 수만큼, 다시 여러 백천 아승기겁의 수만큼 지난 뒤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얻어 최정각을 이룰 것이다.
- 012_0506_b_08L又,文殊師利!此女當更如三千大千世界地塵,花實上塵,更若干數百千阿僧祇劫,當得無上正眞之道成最正覺。
- 명호는 보광(普光) 여래ㆍ지진ㆍ등정각ㆍ명행성위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도법어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할 것이다. 그 불국토에 있는 큰 공훈은 또한 보성 여래ㆍ지진의 땅에 있는 청정한 공훈과 같을 것이니, 이 여인 또한 그러하여 조금도 다름이 없다.”
- 012_0506_b_11L號曰普光如來、至眞、等正覺、明行成爲、善逝、世閒解、無上士、道法御、天人師,爲佛、世尊,在大功勳佛土之中,亦如寶成如來至眞土地所有嚴淨功勳,此女亦然等無有異。”
-
그때 기제음개보살이 천왕불께 말씀드렸다.
“문수사리는 이롭게 해야 할 것이 많아 과거와 미래의 모든 법을 기억합니다.” - 012_0506_b_15L於時,棄諸陰蓋菩薩白天王佛:“文殊師利多所饒益,乃念過去當來諸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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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는 대답하였다.
“진실로 그대의 말씀과 같습니다. 이롭게 해야 할 것은 끝이 없으니, 법계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 012_0506_b_17L文殊答曰:“誠如仁言,所可饒益不可窮盡,由以法界不可盡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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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여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대여, 기제음개보살대사와 변재를 다투지 말라. 무엇 때문인가? 이 족성자가 얻은 변재는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기제음개보살이 얻은 삼매정수를 만일 일으키게 되면 그대는 그 삼매의 이름이 무엇인지도 모를 것이다.” - 012_0506_b_19L天王如來謂文殊師利:“仁者!莫與棄諸陰蓋菩薩大士俱講辯才。所以者何?此族姓子所得辯才不可思議。棄諸陰蓋所逮三昧正受,若所興立,仁者不及。其三昧名號字云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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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2_0506_c_01L이때 그 모임 안에 있던 새로 배우는 보살들이 각기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기제음개보살에게는 미칠 수 없구나. 두루 짝할 이 없이 여래의 지혜를 행하는구나.’ - 012_0506_c_01L時彼會中,新學菩薩各心念言:‘棄諸陰蓋不可逮及,普無等侶,行如來慧。’
- 천왕여래께서 새로 배우는 이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선조(善調)보살에게 말씀하셨다.
- 012_0506_c_03L天王如來知諸新學心之所念,告善調菩薩:
- “족성자여, 삼천대천세계의 인민을 모두 합쳐 하나의 용맹한 이를 만든다면 문수와 같을 것이다. 그런 중생이라도 또한 이처럼 삼매에 미칠 수 없다. 백배 천배 만배 억배나 하여 10만 겁 동안 하더라도 이 여인이 얻은 삼매정(三昧定)에는 미치지 못한다.
- 012_0506_c_04L“族姓子!合三千大千世界人民,爲一勇猛,令如文殊,計此衆生亦如斯,不能逮及三昧,百倍千倍萬倍億倍,於百千劫,不逮此女所獲三昧定者。
- 문수사리도 그 이름조차 알지 못하니, 가령 삼천대천세계에 노닐고 사는 중생들을 모두 정혜를 얻게 한다 해도 이의 여인에게는 모두 미칠 수 없다. 기제음개보살대사가 얻은 삼매정의 힘과 거룩한 지혜에는 10억 배로도 비유할 수 없고, 기제음개보살의 힘이 일으킨 것을 살펴서 알 수도 없을 것이다.
- 012_0506_c_08L文殊師利不及知其名號,假使三千大千世界遊居衆生,令得定慧如離意女,皆不能逮棄諸陰蓋菩薩大士,所得三昧定力聖慧,百千億倍無以爲喩。不能察知棄諸陰蓋菩薩之力之所興發。
- 설령 시방 일체 중생이 모두 기제음개보살의 거룩한 지혜와 같은 정혜를 얻는다 해도 여래가 발을 들고 내리며 나아가고 멈추는 거동으로 교화한 것에도 미치지 못한다. 여래의 거룩한 지혜는 불가사의하며 이처럼 높고 뛰어나 비유조차 할 수 없다.”
- 012_0506_c_14L正使十方一切衆生悉得定慧,如棄諸陰蓋菩薩聖慧,不及如來擧足下足擧動進止之所開化,如來聖慧不可思議,巍巍如是不可攀喩。”
-
이때 부처님께서 이 모든 부처님의 지혜와 덕을 찬탄하시자 7만 2천 명이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고, 이구동성으로 제각기 찬탄하였다.
“저희들도 거룩한 지혜를 얻어 그와 같게 해 주십시오.” - 012_0506_c_17L時佛歎此諸佛慧德,七萬二千人,悉發無上正眞道意,異口同音各擧歎曰:“令我等身逮得聖慧,亦當如斯。”
-
그때 세존께서 선조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이 이의 여인은 과거에도 문수를 권유하여 도의 뜻을 내게 하였으며, 문수와 마찬가지로 항하의 모래알처럼 많은 동방세계와 남방ㆍ서방ㆍ북방ㆍ네 간방과 위와 아래의 세계에서도 여인의 교화는 또한 이와 같았다. - 012_0506_c_20L彼時世尊告善調菩薩:“是離意女,本勸文殊令發道意,如文殊等,東方世界如恒沙等,南方、西方、北方、四維、上下,亦復如是,悉女所化。
- 012_0507_a_01L 또 족성자여, 기제음개보살은 이의 여인을 권유하여 도의 뜻을 일으키게 하였으며, 여덟 간방과 위와 아래의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에서 또한 그와 같이 하였고, 교화된 자들은 이의 여인과 같아서 차이가 없었다.
- 012_0507_a_01L又,族姓子!棄諸陰蓋菩薩大士,勸離意女使發道意,八維上下各恒沙等,亦復如是。所開化者,如離意女等無差特。
- 지금 내가 이곳에서 불도를 이루고 또한 법륜을 굴릴 수 있는 것은 과거에 족성자가 나를 권하고 교화하여 도의 뜻을 일으키게 했기 때문이다. 이전의 오랜 과거 세상에 수미번(須彌幡) 등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하기를 우리들처럼 하셨고, 시방 항하 모래알처럼 많은 세계에 현재 여래들께서 계시니, 그 제도한 이는 한량을 헤아릴 수 없으며 모두 교화를 받았다.”
- 012_0507_a_04L今我於此得成佛道,亦轉法輪,本因族姓子亦勸化吾使發道意。乃至往夂遠過去世時,須彌幡等佛,在世教化如我等類,在於十方各恒沙等如來現在,其滅度者不可稱限,皆見開化。”
- 이 말씀을 하셨을 때 삼천대천세계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공후(箜篌) 등의 악기가 연주하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울렸으며, 새와 짐승들이 서로를 향해 슬피 울었다. 새와 짐승들은 거룩한 부처님을 만난 것을 자축하였고, 지옥과 아귀마저 모두 해탈을 얻어 어둠속에서 광명을 보듯 마음으로 기뻐하였으며, 부녀자들은 구슬로 만든 고리를 흔들어 소리를 내었으니, 그때 기뻐하고 축하하지 않는 자가 없었다.
- 012_0507_a_09L這說此語,三千大千世界六反震動,箜篌樂器不鼓自鳴,飛鳥禽獸相向悲鳴,自慶鳥獸得値佛聖,地獄餓鬼悉得解脫,心中悅豫如冥睹明,婦女珠環相掁作聲。當爾之時,莫不欣慶。
-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보광세계 92재(載)의 모든 하늘과 인간이 다 무소종생법인을 얻었으며, 이 세계는 부처님의 위업과 신력을 받아 죄다 이 법을 듣고 권유하며 서로를 기쁘게 하였고 그 즐거움과 경하함이 한량없었다.
- 012_0507_a_14L說是法時,普光世界九十二載諸天及人,皆得無所從生法忍。於是世界承佛威神,悉聞斯法咸共勸助,代其悅豫欣慶無量。
- 미륵보살도 이 법을 받아서 더욱 더 공경하였으며, 이 불국토에서 이 법을 들은 64억의 모든 하늘과 인간들은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일으켰다.
- 012_0507_a_18L彌勒菩薩亦受此法,益加恭敬,於斯佛土聞是法者,六十四億諸天及人,皆發無上正眞道意。
- 또 7만 명은 다시 무소종생법인을 얻었으며, 1만 4천 비구는 뜻이 풀리고 번뇌가 다하였으며, 5백 비구니는 마음이 해탈하였으며, 26재의 세간 인민은 번뇌를 멀리 벗어나 모두 법안이 깨끗해졌다.
- 012_0507_a_20L又七萬人,僉復逮得無所從生法忍。萬四千比丘意解漏盡,五百比丘尼心亦解脫,二十六載世閒人民,遠塵離垢諸法眼淨。
-
012_0507_b_01L그때 석가문불(釋迦文佛)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이 경전의 법요를 받아서 이후 말세에 조금이라도 믿는 이가 있으면 그들에게 부촉하여 널리 유포하게 하라.” - 012_0507_b_01L於是,釋迦文佛告彌勒菩薩:“仁當受此經典之要,於後末世少有信者,唯以相付使得廣布。”
-
미륵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성인의 가르침대로 받겠습니다. 감히 분부를 어기지 않겠습니다.” - 012_0507_b_04L彌勒白佛:“唯當受之,如聖所教,不敢違命。”
- “이 경전을 후세에 유포되는 곳에서 받아 지니는 자는 공덕이 한량없을 것이며, 만일 보살이 과거의 모든 멸도하신 부처님과 또 현재 시방의 다함없는 성인과 마음을 내고 뜻을 세워 도를 배우는 모든 이들에게 공양한다면, 이렇게 배우는 자들은 모두 오래 살 것이다.
- 012_0507_b_05L“此經典者,若於後世所流布處,若受持者,德不可量。若有菩薩,供飬過去諸滅度佛,又現十方無極聖尊,及諸發意建志學道,方當學者悉令長存。
- 일체의 성문과 연각과 그 보살 중 만일 어떤 한 사람이 장차 오는 세상에서 이 모든 여래를 다 공양하고 일체에게 안락을 보시하며,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을 차이가 없이 평등하게 받든다면 그 복이 많겠는가?”
- 012_0507_b_09L一切聲聞幷與緣覺及其菩薩,若有一人,於當來世,悉供飬此諸如來衆,一切施安過去當來今現在佛,等奉無異,福寧多不?”
-
미륵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많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비유를 듣고는 마음이 망연하여 뜻 가는 곳을 모르겠습니다. 그 수량이 넓고 커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복이 한량없을 것입니다.” - 012_0507_b_13L彌勒白佛:“多矣,世尊!吾聞此喩,其心惘然不識所趣,其數浩浩不可稱載,福無限量。”
-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경전을 받아서 지니고 외우고 읽으며 타인을 위해 말하고, 한 차례 듣고는 기뻐하며 믿는 보살이 있다면, 그 복은 모든 부처님께 공양한 것보다 많을 것이다.” - 012_0507_b_15L佛言:“若有菩薩,受是經典,持諷誦讀,爲他人說,得一反聞而悅信者,福多於彼供飬諸佛。”
-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이나 또 멸도한 뒤에, 가령 어떤 여인이 이의 여인의 이름과 덕의 칭송이나 기제음개보살의 명호나 천왕여래와 이 경전을 듣는다면, 이 경전의 이름과 덕의 변화를 들은 인연으로 한 세상을 마치면 여인의 몸을 바꾸어 남자가 될 것이며,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를 빨리 이루어 최정각이 될 것이다. - 012_0507_b_18L佛語彌勒:“我今現在、若滅度後,假使女人,聞離意女名德之稱、棄諸陰蓋菩薩之號、天王如來幷此經典,因聞斯經名德變化,竟是一世轉女人身得爲男子,疾成無上正眞之道,爲最正覺。
- 012_0507_c_01L 부처가 되지 않은 동안에는 태어나는 세상마다 항상 부처님 계신 세상을 만나고 8난과 온갖 두렵고 번잡한 일들을 벗어날 것이며, 언제나 전쟁의 일을 기억하고 총지를 얻으며 32상으로 그 몸을 장엄할 것이며, 있는 곳에서 편히 살다가 다시는 태안에 들지 않고 항상 화생(化生)하게 될 것이다.
- 012_0507_b_23L未成佛頃,世世所生,常値佛世,棄捐八難諸懅不閑,常識宿命,逮得摠持,三十二相莊嚴其身,所在遊居不更胞胎,常得化生。
- 무엇 때문인가? 모든 큰 보살의 위엄과 신력은 광대하여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이름을 듣는 여인이 있으면 그 뒤에는 이러한 공훈을 얻게 될 것이다.”
- 012_0507_c_03L所以者何?諸大正士威神廣大不可稱計,若有女人得聞其名,然後亦當逮得如此功勳。”
- 부처님께서 이와 같이 말씀하시자 미륵보살과 여러 하늘ㆍ인민ㆍ아수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며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였다.
-
012_0507_c_06L佛說如是,彌勒菩薩,諸天、人民、阿須倫聞佛所說,莫不歡喜,稽首禮佛。
諸佛要集經卷下
己亥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