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723_T_001
- 019_0643_a_01L수마제녀경(須摩提女經)1)
- 019_0643_a_01L須摩提女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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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지국(月氏國) 우바새(優婆塞) 지겸(支謙) 한역 - 019_0643_a_02L吳月氏優婆塞支謙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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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 019_0643_a_03L聞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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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舍衛國) 왕사성(王舍城)에 계셨다.
한 장자가 있었으니 그 이름은 아나빈지(阿那邠池)이고, 그 장자의 딸 이름은 수마제(須摩提)였다.
그녀는 오랫동안 묘한 인(因)을 쌓아 천품이 기특하였고, 부처님의 높은 행을 받아서 깊숙하고 조용한 방에서 정심(靜心) 공부를 하고 있었다. - 019_0643_a_04L一時,佛在舍衛國王舍城中。有一長者,名阿那邠池,有一女名曰須摩提,此女久殖妙因,天殊奇特,受佛高行靜心玄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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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만부성(滿富城)에 사는 만재(滿財) 장자라는 사람이 멀리 여러 나라로 돌아다니며 훌륭한 며느릿감을 구하고 있었다. 그는 이 일로 인하여 사위성에 들어갔다가 빈지를 방문하였다. 그들은 여러 해만에 만난 우정을 나누며 반가움이 지극하였다.
이때에 수마제녀는 아버지의 친구가 찾아왔으므로 잠깐 나와서 절하고 인사를 드렸는데 얼굴과 자태가 모두 아름다웠다. 얼굴은 막 보름에 접어든 밝은 달과 같고 눈은 뭇 별이 한밤에 반짝이는 것 같았다. - 019_0643_a_07L爾時,滿富城中有滿財長者,遠涉諸國募求精婇,因入舍衛城與邠池相見,披釋曠永歡敍情至。爾時須摩提女,以公類同尊暫出敬拜,敷理光顏萬姿竝美,面如白月初圓,目如衆星夜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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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가 빈지에게 말했다.
“이 처녀는 뉘 집 딸이요?”
빈지는 대답했다.
“이 아이는 바로 내 딸이오.” - 019_0643_a_12L滿財語邠池言:“此女是誰家女?”邠池言:“此女正是我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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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가 이 말을 듣고 기뻐서 칭찬하였다.
“우리는 젊어서부터 사귀어 서로를 잘 알고 또 그 뜻은 서로 용납하지 못할 것이 없었소. 내게도 자식이 있어 며느릿감을 구하는 중인데 아직 정한 곳이 없소. 그대의 여식이 배필이 될 만한데 어떠하오?”
빈지는 대답하였다.
“혼사가 마땅치 않소.” - 019_0643_a_14L滿財聞是,欣然自歎:“我相與少舊周旋義不容外,我有小兒始欲覓婇,未有定處,卿此小女可爲婚疋。”邠池言:“事不宜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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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는 원망스러운 듯이 말했다.
“무슨 까닭으로 마땅치가 않단 말이오? 문벌이 당신 같지 않단 말이오, 사는 것이 당신 같지 않단 말이오? 그대도 존귀한 집안에 부유하고 나 또한 존귀한 집안에 부유한데 무슨 까닭으로 마땅치 않소?”
빈지가 다시 말했다.
“내 딸은 밤이 새도록 염불하고 재계를 받들어 가지는데 그대의 집안에서는 외도의 신을 숭배하며 생물을 죽이고 고기와 피를 먹습니다. 이처럼 위하며 받드는 것이 같지 않으므로 혼사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오.” - 019_0643_a_17L滿財自怨:“何以故事不宜爾?爲當門望不齊,爲當居生不等?卿亦豪尊富貴,我亦豪尊富貴,何以故事不宜爾?”邠池復言:“我女長夜念佛奉持齊戒,卿家繼屬外神殺生血食,以是繼屬不同,事不宜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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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643_b_01L만재가 다시 빈지에게 말했다.
“그대 집안이 섬기는 것에도 그대로 공양하고 우리 집안이 섬기는 것에도 그대로 공양하면 되지 않소. 섬기는 것이 같지 않더라도 각자가 좋아하는 대로 하면 그만 아니오?” - 019_0643_b_01L滿財語邠池言:“卿家所事別自供養,我家所事別自供養,雖復所事不同,何妨人自私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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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빈지는 마음으로는 허락치 않았으나 물리치기도 어려워서 말하였다.
“내가 그대에게 요구할 것이 있소. 황금 만 근과 명주(明珠) 백 섬과 용의 간으로 예물을 하고 봉의 뼈로 책상을 만들어 주시오. 만일 그렇게 한다면 허락할까 하오.”
만재는 이 말을 듣고 뛸 듯이 기뻐하며 맹세하였다.
“나는 빠짐없이 준비할 수 있소.”
빈지는 다시 말했다.
“내가 희롱 삼아 한 말이지,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오. 먼저 부처님께 여쭈어 본 뒤에 가부를 말하기로 하겠소.” - 019_0643_b_03L爾時,邠池心不相與,苦相難卻:“我索卿黃金萬斤,明珠百石,龍肝爲禮貺,鳳髓爲案具,若能爾者脫可相與。”滿財聞是驚喜誓言:“我能得備。”邠池復言:“我爲戲耳,非是情實,要當問佛然後相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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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는 이때 부처님께 찾아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딸아이 수마제가 만부성에 사는 만재 장자의 구혼을 받았습니다. 허혼을 하여야 옳습니까, 안 하여야 옳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일 수마제녀가 그 나라로 시집간다면 반드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백성을 제도할 것이오.” - 019_0643_b_09L邠池於是往問佛:“世尊!今須摩提女爲滿富城中滿財長者所求爲婚,爲當可與?爲當不可與?”佛言:“若須摩提女嫁適彼國,當大度人民不可稱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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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지가 이에 돌아와서 만재에게 말하였다.
“앞으로 15일 뒤에 그대 집안에서는 예법을 갖춰주시오.”
만재는 이 말을 듣고 기뻐하며 허겁지겁 서둘러 돌아갔다. - 019_0643_b_13L邠池於是還語滿財言:“卻後十五日備卿家禮法。”滿財聞是歡喜匍匐歸返。
- 이때에 만부성과 사위성은 거리가 3천2백 리나 되었다. 만재가 성 중에서 수레 만승(萬乘)을 끌고 나오니 용마는 앞뒤로 따르고 수레 휘장은 구름 같이 너울거렸는데 그 소리는 땅을 울렸다. 또 찬란한 옷차림의 시녀들은 수레를 부축하고 아이 종들은 좌우로 호위하였다.
- 019_0643_b_15L爾時,滿富城、舍衛城相去三千二百里,滿財於中,引車萬乘,龍馬俠從,憧麾絙雲,聲鍾地震,婇女扶輪僮奴侍隔。
- 019_0643_c_01L이때에 아나빈지는 딸을 위하여 열두 가지 보배로 수레를 만들었다. 먼저 붉은 연꽃 자리를 안에 깔고 마니(摩尼)로 밖을 덮고 황금을 겹겹으로 바르고 흰 은으로 줄을 늘어뜨렸다. 호박(琥珀)으로 아름다운 문양을 만들고 산호와 유리로 수레의 고리를 만들며 여러 빛깔의 마노(瑪瑙)를 수정 사이사이에 교대로 끼워넣고 비늘처럼 번쩍거리는 유리로 아름답게 꾸몄다. 다시 자마(紫磨)로 테두리를 두르고 현쇄(懸灑)를 겹겹으로 일으키니 이에 밝은 것과 밝은 것이 서로 반사하고 빛과 빛이 서로 비치어 멀리서 보는 사람은 동쪽에 있던 그림자가 모르는 사이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가까이 보는 사람은 모르는 사이에 두 눈이 멀어버렸다.
- 019_0643_b_19L爾時,阿那邠池,先與女造十二種寶車,先以赤蓮華簟內、摩尼覆外,黃金重布,白銀羅絡,琥珀揚班,珊瑚、琉璃、車璖,合雜馬瑙交閒水精,鱗暉琉璃采飾,復以紫磨徘徊懸灑疊起,於是明明相發,光光相照,遠瞻者不覺東影西傾,近視者不覺雙目俱眩。
- 당시 만부성에는 옛날부터 법이 있었다. 만일 만부성의 여자가 다른 나라로 시집가면 중한 형벌을 당하고 다른 나라에서 아내를 들여도 또한 중한 형벌을 당하는 것이었다. 만일 이 법을 범하는 자는 6천 명의 범지(梵志)를 공양하되 뜻에 맞아야 했다. 범지가 먹는 음식은 돼지고기로 끓인 국과 세 번 빚은 술이라야 했다. 만재는 법을 범한 것을 스스로 알기 때문에 크게 여러 범지들을 청하여 넓은 뜰에 가득 모이게 하고는 수마제녀를 시켜 여러 범지에게 예를 올리게 하였다.
- 019_0643_c_03L爾時,滿富城中先有制法:“若此中有女嫁適彼國當重刑罰,若彼國索婦將來內入亦重刑罰。若犯制者,使供養六千梵志,兼可情意,梵志所食,豬肉爲羹,三釀爲酒。”滿財自知犯制,大請群師寬庭列會,命須摩提女爲諸師作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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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마제녀는 말하였다.
“제가 비록 여자이나 의지는 강하니 굽힐 수 없습니다. 이 범지의 무리는 소 새끼와 다름이 없습니다. 추하고 더러운 다섯 가지 형상으로 맛있는 것만 탐하고 즐기며 부끄러움과 염치가 없으니 짐승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저는 차라리 오올(五兀)의 형을 받아 몸을 훼손할지언정 이들에게 예를 올릴 수는 없습니다.” - 019_0643_c_10L須摩提言:“我雖女人志剛不可屈,此梵志之徒無異牛犢,醜陋五形貪嗜美味無慚無恥,與畜生何別。我寧形毀五兀,不能爲是作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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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6천 범지는 이 말을 듣고 일제히 분노하였다.
“어느 곳에서 저런 보잘것없는 백성 집안의 종년을 데리고 와서는 우리를 모욕하는가?”
곧 자리를 파하고는 곳곳에서 사람을 모아 서로 약속해 말하였다.
“시일을 정하여 찾아와 만재와 5족(族)을 벌하고 베어 죽이자.”
만재는 이에 높은 다락에 문을 닫고 들어 앉아 하늘님을 불러가며 한탄하였다.
“어쩌다가 이런 며느리를 들여 우리 집안을 망치게 되었단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풀어낼 방법이 없구나.” - 019_0643_c_13L爾時,六千梵志聞卽同忿:“何處索民小家婢來罵辱我等?”於是散坐處處告集,剋曰卜時欲來誅殺滿財幷及五族。滿財於是自閉高樓稱天怨抂:“胡爲索是損我五族。”以此爲憂無方自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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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수발(須拔)이 다락 위로 날라와 만재의 근심하고 야윈 모양을 보고는 말하였다.
“그대는 도적을 맞았는가? 누군가 죽었는데 장사를 못 지냈는가?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근심하는가?”
만재는 대답했다.
“누가 죽었거나 도적을 맞은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일전에 며느리를 하나 들였는데 여러 도사(道士)를 모욕하여 죄가 5족에게 미치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근심을 하나 풀어낼 방법이 없습니다.” - 019_0643_c_19L爾時,須拔飛來樓上,見滿財憂悴語言:“卿爲當盜賊所侵,爲當死亡不埋,何故憂色乃爾?”滿財答言:“非是死亡盜賊,但自昨日爲兒娶婦,毀辱諸師幷及五族,以此爲憂無方自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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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644_a_01L이때 수발이 만재에게 말했다.
“그대가 어느 곳에서 며느리를 데려 왔는가?”
만재는 대답하였다.
“사위성 아나빈지의 딸입니다.”
수발은 이 말을 듣고 깜짝 놀라고 두려워하며 말했다.
“그대의 며느리가 지금 이곳에 왔으니 우리들은 장차 크게 복을 받을 것이오.” - 019_0643_c_24L爾時,須拔語滿財言:“卿何處娶婦?”滿財答言:“舍衛城中阿那邠池女。”須拔聞是大驚大懼:“卿婦今來此中,我等將大遇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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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는 물었다.
“당신이 그것을 어떻게 압니까?”
수발이 대답했다.
“나는 예전에 이름은 균두이고 나이는 겨우 3, 4세인 사리불의 가장 어린 사미와 함께 설산 북쪽에 이르러 밥을 빌어서 각각 한 발우를 얻었었다. 나는 높이 날라서 아뇩(阿耨) 못가에 이르렀는데 이때에 못 가에 있던 천ㆍ용 귀신들은 못을 지키며 나를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였다.
이때에 균두 사미도 또한 날아왔다. 그러자 천룡 귀신들은 기뻐하여 ‘참 잘 오셨습니다’고 칭찬하며 금 책상에 앉히고 받들어 닦기를 정갈하게 하였다. 균두 사미는 잠깐 사이에 4공(空)을 뛰어넘어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 왔다. 이 가장 어린 사미도 이런 신덕(神德)이 있으니 하물며 그들이 섬기는 대사(大師)야 더 말할 것이 있겠는가?” - 019_0644_a_04L滿財問言:“君何以知之?”須拔報言:“我本共舍利弗最小沙彌,名字均頭,年始三四,到雪山北乞食,各得一鉢,我於是高飛來至阿耨池邊。爾時,池邊有天龍鬼神,遮護池水不聽我近。爾時,均頭沙彌亦復飛來,乃更歡喜稱言:‘大善!’坐以金案奉修精竭,須臾之閒,上越四空還復本處。此最小沙彌有此神德,何況所事大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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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재가 물었다.
“그 대사를 만나볼 수 없겠습니까?”
수발이 대답했다.
“만일 그 대사를 만나고 싶다면 수마제녀에게 청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 019_0644_a_12L滿財問言:“彼師可得見不?”須拔報言:“若欲見彼大師,當好求須摩提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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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만재가 다락에서 내려와 경건한 마음으로 수마제녀에게 말했다.
“네가 섬기는 스승을 만나볼 수 있겠느냐?”
수마제녀는 말했다.
“만일 장자께서 마음을 돌리고 생각을 누그러뜨려 스스로 깊이 신통한 덕에 귀의(歸依)하신다면 제가 장자를 위하여 향과 분을 몸에 바르고 다락에 올라 멀리 부처님께 청하겠습니다.” - 019_0644_a_14L於是滿財下樓敬意白須摩提女言:“汝今所事之師可得見不?”須摩提言:“若長者迴心倒意深自歸德,我當爲長者香粉塗身登樓遠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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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수마제녀는 향과 기름을 몸에 바르고 높은 다락 꼭대기에 올라 멀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소녀는 지금 곤란에 처해 여러 사도(邪道)의 압박을 당하고 있습니다. 원하옵나니 세존께서는 대자대비로 위태한 액화를 구제하여 주시옵소서.”
이에 향기는 구름같이 퍼져 기환정사(祈桓精舍:기원정사)에까지 이르렀다. - 019_0644_a_18L爾時,須摩提女以香油塗身登高樓頭,遙白佛言:“世尊!女今在難,爲衆邪所逼,願世尊大慈大悲救濟危厄。”於是,香氣如雲往到祇桓精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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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644_b_01L아난은 향기가 평상시에 보던 것이 아님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이 이상한 향기는 어느 곳에서 오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향기는 부처를 부르는 향기이다. 지금 수마제녀가 만부성에서 여러 사도의 핍박을 받고는 이제 향기를 보내어 나와 그대들을 청하는 것이다. 빨리 종을 울리어 여러 사람을 보회당(普會堂)에 모이도록 하고 이렇게 말하라.
‘지금 수마제녀는 만부성에서 여러 사도의 압박을 받고 있는데 이제 향기를 보내어 부처님과 여러 사람을 청하고 있습니다. 만일 신통력의 변화를 얻은 자가 있거든 주(籌)를 받고 얻지 못한 자는 가만히 있으십시오.’” - 019_0644_a_22L阿難見香非常所見,白佛言:“世尊!此香異香從何處來?”佛言:“此香是佛使之香,今須摩提女在滿富城中,爲諸邪道所逼,今遣香來請我幷及卿等。速鳴槌集衆普會堂上,語言:‘今須摩提女在滿富城中,爲衆邪道所逼,今遣香來請佛幷及時衆,若有得神通變化者受籌,不得者默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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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여러 사람 가운데에 주리반특가ㆍ부처님의 아들 라운(羅云:라후라)ㆍ수보리ㆍ사리불ㆍ가섭ㆍ목련 등이 있었지만 아직 구계(具戒)를 받지 못하였고 오직 균두 사미 한 사람만이 먼저 주(籌)를 받고 성인과 함께 갈 자로 뽑히었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나라에는 반드시 밥을 익힐 만한 큰 그릇이 없을 것이니 건서(乾緖)를 보내어 가마솥을 지고 먼저 가게 하소서.”
건서는 비록 심부름하는 사람이었으나 5통을 갖추고 있었다. 등에 만 곡(斛)이 들어갈 만한 큰 가마솥을 지고 손에는 백 곡(斛)이 들어갈 만한 큰 국자를 들고 몸을 솟구쳐 높이 날아서 곧장 그 나라로 향하였다. - 019_0644_b_06L爾時,衆中有周利槃特伽、佛子羅云、須菩提、舍利弗、迦葉、目連等,未受具戒衆中有一均頭沙彌,於先受籌監拔聖路。阿難白佛言:“彼國之中必無大器熟食,遣乾緖負釜先路。”乾緖雖是使人,五通以備,背負萬斛大釜,手提百斛大杓,踊身高飛徑向彼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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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만재는 다락 위에서 멀리 바라보다가 수마제녀에게 물었다.
“내가 보니 한 사람이 등에 만 곡이 들어갈 만한 큰 가마솥을 지고 손에는 백 곡이 들어갈 만한 큰 국자를 들고 공중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분이 너의 스승이 아닌가?”
수마제녀가 말했다.
“그는 나의 스승이 아닙니다. 그는 대중의 심부름꾼인데 이름은 건서입니다. 세존께서 오시려고 가마솥을 지고 먼저 가게 하신 것입니다.” - 019_0644_b_13L爾時,滿財樓頭遙見,語須摩提言:“我見一人背負千斛大釜,手提百斛大杓,從空中來,是汝師非?”須摩提言:“此非我師,此是衆僧中使人,名曰乾緖,世尊欲來,竝使負釜先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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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균두 사미는 그 다음으로 5백 그루의 꽃 나무를 신통 변화로 만들어 그 위에서 가부좌(加趺坐)를 하고 몸을 솟구쳐 높이 날아서 또한 그 나라로 향하였다.
만재가 다락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수마제녀에게 물었다.
“내가 보니 5백 그루의 꽃 나무 위에 사람이 가부좌를 하고 허공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분이 너의 스승이 아닌가?”
수마제녀가 말했다.
“그는 나의 스승이 아닙니다. 그는 사리불의 가장 어린 사미로서 이름은 균두입니다.” - 019_0644_b_18L爾時,均頭沙彌次後化作五百華樹,人在其上結加趺坐,踊身高飛亦向彼國。滿財樓頭遙見,語須摩提言:“我見五百華樹,人在其上結加趺坐從虛空中來,是汝師非?”須摩提言:“此非我師,此是舍利弗最小沙彌,名字均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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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644_c_01L주리반특가가 그 다음에 5백 마리의 사자(獅子)를 신통 변화로 만들었는데 소리를 높여 포효하며 날았다, 떨어졌다, 달렸다, 엎드렸다 하였다. 그는 그 위에 가부좌를 하고 몸을 솟구쳐 높이 날아 곧장 그 나라로 향하였다.
만재가 다락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수마제녀에게 물었다.
“내가 보니 5백 마리의 사자가 소리를 높여 포효하며 날았다, 떨어졌다, 달렸다, 엎드렸다 하는데 사람이 그 위에 가부좌를 하고 허공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분이 너의 스승이 아닌가?”
“그는 나의 스승이 아니고 여래의 제자 주리반특가입니다.” - 019_0644_c_01L周利槃特伽,次後化作五百師子,擧聲一喚飛落走伏,人在其上結加趺坐,踊身高飛徑向彼國。滿財樓頭遙見,問須摩提言:“我見五百師子擧聲一喚飛落走伏,人在其上結加趺坐從虛空中來,是汝師非?”“此非我師,此是如來弟子周利槃特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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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의 아들 라운이 그 다음에 신통 변화로 5백 마리의 금시조를 만들어 그 위에 가부좌를 하고 몸을 솟구쳐 높이 날아 곧장 그 나라로 향하였다.
만재가 다락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수마제에게 물었다.
“내가 보니 5백 마리의 금시조 위에 사람이 가부좌를 하고 허공으로 날아 오고 있다. 저 분이 너의 스승이 아닌가?”
수마제녀가 말했다.
“그는 나의 스승이 아닙니다. 여래의 제자 부처님의 아들 라운입니다.” - 019_0644_c_07L佛子羅云次後來,化作五百金翅鳥王,人在其上結加趺坐,踊身高飛徑向彼國。滿財樓頭遙見。問須摩提言:“我見五百金翅鳥王,人在其上結加趺坐從虛空中來,是汝師非?”須摩提女言:“此非我師,此是如來弟子佛子羅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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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보리가 그 다음으로 5백 마리의 코끼리를 신통 변화로 만들었는데 모두 여섯 어금니가 있고 금 안장이 덮여 있었다. 그는 그 위에 가부좌를 하고 몸을 솟구쳐 허공에 올라 또한 그 나라로 향하였다.
만재가 다락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수마제녀에게 물었다.
“내가 보니 여섯 어금니가 있고 금 안장을 덮은 5백 마리의 코끼리 위에 사람이 가부좌하고 허공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분이 너의 스승이 아닌가?”
“그는 나의 스승이 아니라 여래의 제자 수보리입니다.” - 019_0644_c_14L須菩提次後化作五百象王,齊有六牙,被以金鞍,人在其上結加趺坐,踊身騰虛空亦向彼國。滿財樓頭遙見,問須摩提言:“我見五百象王齊有六牙被以金鞍,人在其上結加趺坐從空中來,是汝師非?”“此非我師,此是如來弟子須菩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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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645_a_01L목련이 그 다음에 신통 변화로 칠보산(七寶山)을 만들어 그 위에 가부좌하고 몸을 솟구쳐 높이 날아 곧장 그 나라로 향하였다.
만재가 다락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수마제녀에게 물었다.
“내가 보니 칠보산 위에 사람이 가부좌하고 허공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분이 너의 스승이 아닌가?”
수마제녀는 말했다.
“그는 나의 스승이 아니라 여래의 제자 신족(神足) 목련입니다.” - 019_0644_c_20L目連次後來,化作七寶山,人在其上結加趺坐,踊身高飛徑向彼國。滿財樓頭遙見,問須摩提言:“我見七寶山,人在其上結加趺坐從虛空中來,是汝師非?”須摩提女言:“此非我師,此是如來弟子神足目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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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좌 대가섭이 그 다음에 신통 변화로 5백 마리의 큰 용을 만들었는데 모두들 일곱 개의 머리가 있고 대낮에 하늘로 올라갔다. 그는 그 위에 가부좌하고 몸을 솟구쳐 높이 날아 곧장 그 나라로 향하였다.
만재가 다락 위에서 멀리 바라보고 수마제녀에게 물었다.
“내가 보니 머리가 일곱인 5백 마리의 큰 용이 대낮에 하늘에 올라 허공으로 날아오고 있다. 저 분이 너의 스승이 아닌가?”
수마제녀가 말했다.
“그는 나의 스승이 아니라 여래의 제자 상좌 대가섭입니다.” - 019_0645_a_03L上座大迦葉次後來,化作五百大龍,齊有七頭白日昇天,人在其上結加趺坐,踊身高飛徑向彼國。滿財樓頭遙見,問須摩提女言:“我見五百大龍齊有七頭,白日昇天從虛空中來,是汝師非?”須摩提言:“此非我師,此是如來弟子上座大迦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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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수마제녀가 장자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우리 스승님 이제 꼭 오시리니
그 광명은 이들과 견줄 수 없습니다.
장자여, 일심으로 염불하시고
다른 생각일랑 품지 마소서. -
019_0645_a_10L爾時,須摩提女卽爲長者,而說偈言:
我師今當來,
光明非此比,
長者一心念,
莫懷餘異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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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여래께서는 중생들의 마음이 지극하여 시운이 장차 모일 것을 알고 몸에 승가리를 입고 땅에서 다라수(多羅樹) 높이의 일곱 배나 되는 허공에 오르시니 몸 빛이 붉은 금과 같아서 고운 광채가 공중에 반사되었다. - 019_0645_a_13L爾時,如來知衆生心至時運將會,身披僧伽梨,於虛空之中去地七多羅樹,身色紫金豔光騰赫。
- 아야거린(阿若車隣:아야교진여)은 여래의 왼편에 서고 사리불은 여래의 오른편에 섰으며, 아난도 부처님 위신(威神)을 받들어 또 여래의 왼편에 섰다. 그 나머지 비구들도 백천만 가지로 신통 변화의 상(相)을 나타내며 허공에 가득 차서 구름처럼 움직여 그 곳에 이르렀다. 아야거린은 변화하여 월천자(月天子)가 되고 사리불은 변화하여 일천자(日天子)가 되었다. 나머지 비구들도 혹은 변화하여 제두뢰타(提頭賴吒:지국천왕)가 되고 혹은 변화하여 비루륵차(比樓勒叉:증장천왕)가 되고 혹은 변화하여 아수라왕ㆍ건달바왕이 되어 북을 울리고 군사를 부리며 항하의 모래처럼 부옇게 일어났다.
- 019_0645_a_16L阿若車鄰在如來左,舍利弗在如來右,阿難承佛威神復在如來左,自餘比丘或復現神變相百千萬種,彌塞虛空雲行到彼。阿若車鄰化作月天子,舍利弗化作日天子,自餘比丘或復化作提頭賴咤,或復化作比樓勒叉,或復化作阿修羅王、乾闥婆王,嚴鼓戒兵恒沙競起。
- 019_0645_b_01L아수륜은 동상장군(東廂將軍)에 해당하는 정마후(征魔候)가 되고 전륜성왕은 서상장군(西廂將軍)에 해당하는 정마공(定魔公)이 되고 건달바왕은 백억(百億) 귀병(鬼兵)을 손아귀에 쥐고 후군의 순라 임무를 맡았다. 석천왕은 외군도록(外軍都錄)이 되고 범천왕은 중군도록(中軍都錄)이 되고 문수사리는 여래의 광부대신(匡部大臣)이 되어 안팎을 통솔하며 여러 군사를 거느려 정제하고 한마음 한 뜻으로 일어났다.
- 019_0645_b_01L阿須輪當東廂將軍作征魔侯,轉輪聖王當西廂將軍作定魔公,乾闥婆王手捉百億鬼兵,當後軍卻邏,釋天王作外軍都錄,梵天王作中軍都錄,文殊師利與如來作匡部大臣都統內外,率齊衆軍一心同起。
- 밀적역사는 손에 금강저(金剛杵)를 잡고 여래의 좌우를 호위하고 천마 파순은 손에 유리 거문고를 잡고 큰 법을 찬양하였으며 비사문왕은 손에 큰 칠보(七寶) 일산을 들고 여래의 위에 머물고 나머지 현성(賢聖)들은 모두 허공에서 풍악을 연주하였다.
- 019_0645_b_06L密迹力士手捉金剛杵,與如來作護持左右,天魔波旬手把琉璃琴讚揚大法,毘沙門王手捉七寶大蓋,最在如來上,自餘賢聖皆在虛空之中作唱伎樂。
- 이때 여래께서도 또한 백 천만 가지로 신통 변화의 모습을 나타내고 백 천만 가지 소리로 땅을 울리셨다. 이때에 다시 신통 변화의 모습을 나타내어 혹은 화왕삼매(火王三昧)에 들어가 연기를 날리고 불꽃을 날리기도 하고 혹은 수왕삼매(水王三昧)에 들어가 모래를 날리고 물결을 솟구치기도 하고 혹은 다시 변화하여 우레와 번개가 되기도 하고 혹은 서리를 흩뿌리며 쏟아지는 우박이 되기도 하셨다.
- 019_0645_b_10L爾時,如來亦復現神變相,百千萬種聲鍾地震,當斯之時或復現神變相,或入火王三昧,揚煙走炎,或入水王三昧,飛沙騰浪,或復化作雷公睒電,或作飛霜起雹。
- 이때에 시방(十方)에 구름이 돌며 천지가 기울어지자 모든 강물은 서쪽으로 거슬러 흘렀고 떠 있던 태양은 동쪽으로 사라졌다. 성인의 능력이 이와 같았으니 어디를 간들 항복하지 않는 이가 있으리요. 이때 6천 외도는 높은 신통 변화에 항복하였고 수마제녀는 법안통(法眼通)을 얻고 낭성(朗城) 안의 8만 4천 인민이 동시에 도를 얻었다.
- 019_0645_b_15L當斯之時十方雲迴天地傾轉,百流西傾懸光東沒,聖能如是何往不服?爾時,六千外道高服神化,令須摩提女得法眼通,朗城中八萬四千人民俱時得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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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여래께서는 도로 성중(聖衆)을 거두어 이끌고 기환정사에 이르시자 아난이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수마제녀는 어떤 인연으로 항상 부잣집에 태어났고 다시 사도(邪道)의 그물 속에 빠지게 되었습니까? 여자의 몸을 바꾸지 않고 이제 법안(法眼)을 얻었으며, 성중의 인민들도 모두 도를 얻게 되었습니까? 원컨대 세존께서 그 지나간 인(因)을 말씀하여 주시옵소서.” - 019_0645_b_19L爾時,如來還攝聖衆到祇桓精舍,阿難長跪叉手前白佛言:“世尊!此須摩提女有何因緣,恒在大富家生,復當邪網道中,不轉女身今得法眼,城中人民皆悉得道?唯願世尊,說其往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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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645_c_01L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너희들을 위하여 설명하겠다. 옛날 과거 가섭부처님 시대에 한 왕녀(王女)가 있었다. 그녀는 높은 다락 위에서 큰 맹세와 큰 소원을 발하였다.
‘저를 항상 큰 부잣집에 태어나게 하시고, 태어나는 곳곳마다 항상 부처님을 만나고 중생에게 보시하며 마음이 변하지 않게 하소서. 여자의 몸을 바꾸지 않고 곧 법안을 얻게 하여 주시고, 성중의 백성들도 일제히 큰 맹세를 발하고 다들 모여 큰 재계를 받들어 공을 쌓고 덕을 모으게 하여 주소서.’
이 인연으로 그녀는 지금 나를 만나게 되었고 동시에 모든 사람들을 제도하게 된 것이다. 그러하니 아난아, 장래의 큰 소원을 발하지 않을 수 없고 들은 자는 돕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 때의 왕녀는 지금의 수마제녀가 바로 그 사람이고, 성중의 백성은 지금의 8만 4천 사람이 바로 그들이다.” - 019_0645_c_01L佛語阿難:“汝等諦聽諦聽。當爲汝說。昔過去迦葉佛時,有一王女,在高樓頭遙發弘誓大願:‘願我恒大富家生,生常値佛,布施衆生心不退轉,莫轉女身今得法眼,城中人民悉發弘誓。’崇集大齋積功累德,以此因緣今得値我兼度一切。爾時,阿難!將來大願不可不發,聞者不可不助。爾時王女者,今須摩提女是;城中人民,今八萬四千人是。”
- 비구승과 비구니와 우바새와 우바이와 여러 천ㆍ용왕 등 팔부는 이 경을 듣고 기뻐하여 받들어 행하고 예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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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_0645_c_11L比丘僧、比丘尼、優婆塞、優婆夷,諸天龍王八部等,聞經歡喜,奉行作禮。
須摩提女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 1)1)『수마제녀경』은 고려대장경본과 송ㆍ원ㆍ명 3본이 내용상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고려본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하고, 뒤에 따로 명본(明本)을 저본으로 하여 번역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