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過去現在因果經卷第二

ABC_IT_K0777_T_002
019_0829_a_01L과거현재인과경 제2권
019_0829_a_01L過去現在因果經卷第二

송 천축 구나발타라 한역
김달진 번역
019_0829_a_02L宋天竺三藏求那跋陁羅譯

‘그때 태자의 나이 열 살이 되자, 여러 석가 성바지 가운데 5백 동자들도 모두 나이가 같았었으니, 태자의 종제인 제바달다(提婆達多)와 다음의 난다(難陀)며 다음의 순다라난다(孫陀羅難陀) 등에게는 혹은 서른 가지의 모습과 서른 한 가지의 모습이 있기도 하였고 혹은 또 서른 두 가지 모습이 있기는 하였으나 모습이 분명하지 않기도 하였는데 저마다 재주를 익혔고 큰 힘들이 있었다.’
019_0829_a_03L爾時太子至年十歲諸釋種中五百童子皆亦同年太子從弟提婆達多次名難陁次名孫陁羅難陁等或有三十相三十一相者或復雖有三十二相相不分明各閑伎藝有大筋力
그때 제바달다 등의 5백 동자들은 이 이름이 시방에 사무침을 듣고서 서로가 함께 말하였다.‘태자께서 비록 총명하고 슬기로우며 글과 의론을 잘 알고 힘이 세다 하더라도 어찌 우리들을 이기겠느냐. 태자와 같이 그 용맹과 씩씩함을 겨루어 보고 싶구나.’
019_0829_a_08L時提婆達多等五百童子旣聞太子諸藝皆通名徹十方共相謂言太子雖復聰明智慧善解書論至於力膂詎勝我等欲與太子較其勇健
그때에 부왕은 또 나라 안에서 활쏘기를 잘하는 이를 불러와 태자를 가르치게 하였으므로 후원에 가서 쇠북[鐵鼓]을 쏘려고 하자 제바달다 등 5백의 동자들도 모두가 따라갔었다.
019_0829_a_12L爾時父王又訪國中善知射者而召之來令教太子卽往後園欲射鐵鼓提婆達多等五百童子亦悉隨從
이때 스승이 곧 하나의 작은 활을 태자에게 주므로 태자는 웃음을 머금으면서 물었다.‘이것을 나에게 주어서 무엇을 하게 하려 하십니까?’
019_0829_a_15L時師卽便授一小弓而與太子太子含笑而問之言以此與我欲作何等
활 쏘기 스승은 대답하였다.‘태자께서 이 쇠북을 쏘도록 하겠습니다.’
019_0829_a_17L射師答欲令太子射此鐵鼓
태자는 또 말하였다.‘이 활의 힘은 약합니다. 다시 이와 같은 일곱 개의 활을 구하셔서 가지고 오십시오.’
019_0829_a_18L太子又言弓力弱更求如是七弓將來
스승은 곧 주자 태자는 일곱 곱의 활을 잡고서 하나의 화살을 쏘매, 일곱의 쇠북을 꿰뚫는지라, 때에 그 활쏘기의 스승은 나아가서 왕에게 아뢰었다.‘대왕이시여, 태자께서는 저절로 활 쏘는 재주를 알고 계십니다. 하나의 화살의 힘으로써 일곱의 북을 쏘아 꿰뚫으신데, 염부제 안에서는 겨룰 수 있는 이가 없겠습니다. 어떻게 저를 스승이 되게 하십니까?’
019_0829_a_19L師卽授太子便執七弓以射一箭過七鐵時彼射師往白王言大王太子自知射藝以一箭力射過七鼓閻浮提中無能等者云何令我爲作師耶
019_0829_b_02L그때에 백정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생각하였다. ‘나의 아들이 총명하여 글과 의론이며 산수 등은 사방에서 모두 알거니와 그 활쏘기 재주만은 사방의 인민들이 아직 모르는 이들이 있다.’
019_0829_b_02L時白淨王聞此語已心大歡喜而自念言我子聰明書論算數四遠悉知而其射藝四方人民未有知者
그리고는 즉시 태자와 제바달다 등 5백 동자들에게 칙명하고 또 다시 북을 쳐서 나라 곳곳에 알리게 하였다.‘태자 살바(薩婆) 실달(悉達)은 지금부터 7일 후에 뒷동산에 나가서 무예를 시합하려 하노니, 여러 인민들 중에서 용맹한 힘을 지닌 이는 모두 여기에 나올지니라.’하였으므로, 제 7일이 되자 제바달다는 6만의 권속들과 함께 맨 먼저 성에 나오는데 때에 하나의 큰 코끼리가 성문에 서 있었는지라, 이 여러 군사들은 모두 감히 나아가지 못하므로 제바달다는 여러 사람들에게 물었다.‘무엇 때문에 여기에 서서 나아가지를 못합니까?’
019_0829_b_05L卽勅太子及提婆達多等五百童子又復擊鼓唱令國界太子薩婆悉達卻後七日當出後園欲試武藝諸人民中有勇力者可悉來此到第七日提婆達多與六萬眷屬最先出城于時有一大象當城門住此諸軍衆皆不敢提婆達多問諸人言何故住此而不前耶
여러 사람이 대답하였다.‘하나의 큰 코끼리가 문을 가로막아 서 있으므로 온 대중(大衆)들이 두려워하여 그 때문에 감히 나아가지를 못합니다.’
019_0829_b_13L諸人答言有一大象當門而擧衆畏之故不敢前
제바달다는 이 말을 듣고 혼자 코끼리에게 나아가서 손으로 머리를 차자 바로 땅에 거꾸러지는지라 이에 군사들은 차례로 지나가게 되었다.그때 난다는 권속들과 함께 역시 성으로 나가려 하는데, 그 군사들이 느린 걸음으로 점차 나아가는지라 난다는 물었다.‘무엇 때문에 가는 것이 느리오?’
019_0829_b_14L提婆達多聞此言已獨前象所以手搏頭卽便躄於是軍衆次第得過爾時難陁又與眷屬亦欲出城其諸軍衆徐步漸難陁卽問何故行遲
사람들은 대답하였다.‘제바달다가 손으로 하나의 코끼리를 치매 거꾸러져서 성문에 있는지라 가는 이들의 길이 방해되어 그 때문에 느립니다.’
019_0829_b_18L諸人答言婆達多手搏一象躄在城門妨行者以是故遲
난다가 즉시 나아가 코끼리 처소에 닿아서는 발가락으로 코끼리를 잡아서 길 가로 던져 놓으니, 수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함께 구경을 하고 있었다.
019_0829_b_20L難陁卽便前至象所足指挑象擲著路傍無數人衆聚共看之
그때 태자는 십만의 권속들에게 앞뒤에서 둘러싸여 비로소 성문에 나가다가 길 가에 사람들이 모여서 구경을 하는 것을 보고 물었다.‘이 사람들은 무엇을 구경하고 있느냐?’
019_0829_b_22L爾時太子與十萬眷屬前後圍始出城門見於路傍人衆聚看卽便問曰此諸人輩爲何所看
019_0829_c_02L시종이 대답하였다.‘제바달다가 손으로 하나의 코끼리를 쳐 거꾸러뜨려서 성문에 두었으므로 사람의 가는 길이 방해가 되었는데, 난다가 다음에 나오다가 발가락으로 여기에 집어 던져두었으므로, 그 때문에 길가는 사람들이 모두 모여서 구경을 하고 있습니다.’
019_0829_b_24L從人答提婆達多手搏一象躄在城門人行路難陁次出以足指挑擲著於是故行人悉聚看之
이에 태자는 생각하였다. ‘지금이 바로 힘을 나타낼 때로구나.’ 태자는 곧 손으로 코끼리를 집어서 성 밖으로 던져 놓고 돌아와서 손으로 받되 다친 데가 없게 하였는데, 코끼리는 또 도로 소생하여 괴로워하는 바가 없었으므로, 때에 여러 인민들은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였고, 왕도 이를 듣고 나서 깊이 기이하게 여겼다.
019_0829_c_04L於是太子卽自念言今者正是現力之時太子便卽以手執象擲著城外還以手接令傷損象又還蘇無所苦痛時諸人歎未曾有王聞此已深生奇特
이렇게 하여 태자와 제바달다와 난다 등이며 사방의 인민들은 모두 다 와 모여 그 동산 안에 있었다.그때 그 동산은 갖가지로 장엄하여 금의 북ㆍ은의 북ㆍ놋쇠의 북과 돌ㆍ구리ㆍ쇠의 북 등 각각 일곱 개가 있었는데, 그때에 제바달다가 맨 처음 쏘아 세 개의 금의 북을 꿰뚫었고, 다음에 난다도 역시 세 개의 북을 꿰뚫었으므로 와 있는 대중들은 모두 다 감탄하였다.
019_0829_c_08L是太子及提婆達多幷與難陁四遠人民皆悉來集在彼園中爾時彼園種種莊嚴施列金鼓銀鼓鍮石之鼓銅鐵等鼓各有七枚爾時提婆達多最先射之徹三金鼓次及難陁亦徹三鼓諸來人衆悉皆雅歎
그때 뭇 신하들은 태자에게 아뢰었다.‘제바달다와 난다가 모두 쏘아 마쳤으니 이번의 차례는 바로 태자이십니다.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이 여러 북을 쏘십시오.’이렇게 세 번을 청하자, 태자는 말하였다.‘그렇게 하겠소.’ ‘만약 나에게 여러 북을 쏘게 하려면 이 활로서는 힘이 약하니, 다시 센 것을 청구합니다.’
019_0829_c_14L爾時群臣白太子言提婆達多及與難陁皆已射訖今者次第正在太子唯願太子射此諸鼓如是三請太子曰而語之言若欲使我射諸鼓者此弓力弱更覓强者
여러 신하는 대답하였다.‘태자의 조부이신 왕에게 하나의 좋은 활이 있었는데, 지금은 왕의 창고에 있습니다.’
019_0829_c_19L諸臣答言太子祖王有一良弓今在王庫
태자는 말하였다.‘곧 가져 오십시오.’
太子語言便可取來
활이 이르자, 태자는 곧 끌어 당겨 하나의 화살을 쏘매 여러 북들을 꿰뚫고 나갔으며, 연후에 땅으로 들어가자 샘물이 흘러나오고 또한 대철위산(大鐵囲山)을 뚫고 지나갔다.
019_0829_c_20L弓旣至已太子卽牽以放一箭徹過諸鼓然後入地泉水流出又亦穿過大鐵圍山
019_0830_a_02L그때 제바달다와 난다는 함께 서로 씨름을 하였는데 두 사람의 힘이 대등하여서 역시 이기는 이가 없는 것을 태자는 또 나아가서 손으로 두 아우를 잡고 땅에 넘어뜨렸으나 인자한 힘을 썼기 때문에 다치거나 아프지 않게 하였으므로, 그때 사방에서 온 인민들은 태자에게 이러한 힘이 있음을 보고서 큰소리로 외쳤다.‘백정왕의 태자야말로 지혜만이 일체 인민들에게서 뛰어났을 뿐만 아니라, 그 힘이 용감하고 씩씩함도 같을 이가 없습니다.’그리고는 탄복하지 않는 이가 없어서 더욱 더 공경심을 내었다.
019_0829_c_23L爾時提婆達多又與難陁共相撲戲二人力等亦無勝者太子又前手執二弟躄之於地以慈力故不令傷痛爾時四遠諸人民衆旣見太子有如此力高聲唱言白淨王太非但智慧勝一切人其力勇健亦無等者莫不歎伏益生恭敬
그때 백정왕은 곧 여러 대신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하였다.‘태자는 이제 나이 이미 장대하여져서 지혜롭고 용맹스러워 모두가 다 갖추어졌으니, 이제야말로 마땅히 넷의 큰 바닷물로써 태자의 정수리에 부어야 하겠습니다.’그리고 또 다시 아래의 다른 작은 나라 왕들에게 칙명하였다.‘이후 2월 8일에는 태자의 정수리에 물을 부을 터이니 모두 와 모여야 하오.’2월 8일이 되자, 모든 다른 나라 왕과 신선이며 바라문 등이 모두 다 구름처럼 모여서 비단 버너기ㆍ일산을 달며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종을 울리고 북을 치면서 여러 가지 풍악을 잡히며 7보의 그릇에 4해의 물을 담아서 여러 신선들이 저마다 정수리에 이어다가 바라문들에게 주었으며, 이렇게 하며 여러 신하들까지 두루 모두가 정수리에 이어 와서 왕에게 전하여 주었으므로 때에 왕은 곧 태자의 정수리에 붓고 7보의 도장[印]을 맡기면서 또 큰 북을 치며 높은 소리로 외쳤다.‘지금 살바 실달을 세워서 태자를 삼았노라.’
019_0830_a_06L爾時白淨王卽會諸臣而共議言子今者年已長大智慧勇健皆悉具今宜應以四大海水灌太子頂復勅下餘小國王卻後二月八日太子頂皆可來集至二月八日諸餘國王幷及仙人婆羅門等皆悉雲集懸繒幡蓋燒香散花鳴鍾擊鼓作諸伎樂以七寶器盛四海水諸仙人衆各各頂戴授婆羅門如是乃至遍及諸臣悉已頂戴傳授與王時王卽以灌太子頂以七寶印而用付之又擊大鼓高聲唱言今立薩婆悉達以爲太子
그때에 허공에서 하늘ㆍ용ㆍ야차ㆍ사람인 듯 아닌 듯한 따위가 하늘의 풍악을 잡히면서 다 같은 말소리로 찬탄하였다.‘거룩하십니다.’
019_0830_a_19L爾時虛空天夜叉人非人等作天伎樂異口同音讚言善哉
019_0830_b_02L가비라패도국(迦毘羅斾兜國)에서 태자를 세우는 때에 다른 여덟 나라[八國]이 왕도 역시 이 날에 똑같이 태자를 세웠다.그때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아뢰므로 왕은 즉시 허락하고, 때에 왕은 태자와 여러 신하들과 함께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나라의 지경을 순찰하고 다녔으며, 다음에 또 앞으로 나아가다가 왕의 전답이 있는 곳에 이르러 휴식을 하며 염부나무 아래서 밭을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였다.
019_0830_a_20L當於迦毘羅旆兜國立太子時餘八國王亦於是日同立太子爾時太子啓王出遊王卽聽許時王卽與太子幷諸群臣前後導從按行國界次復前行到王田所卽便止息閻浮樹下看諸耕人
그때 정거천은 변화로 흙덩이 벌레가 되어서 까마귀가 따르며 쪼아 먹게 하였는데, 태자는 보고 자비심을 일으키면서 ‘중생이란 불쌍하구나. 서로서로가 삼키고 먹으니 말이다’ 하고, 즉시 생각을 하여 욕심 세계의 애욕을 여의었고 이렇게 하여 4선(禪)의 자리를 얻기까지에 이르는데, 햇빛이 빛나자 나무가 그를 위하여 가지를 굽혀 따르면서 태자를 가리워 주었다.
019_0830_b_03L爾時淨居天作壤虫烏隨啄之太子見已起慈悲衆生可愍互相吞食卽便思惟欲界愛如是乃至得四禪地日光昕樹爲曲枝隨蔭太子
그때 백정왕은 사방을 헤매며 태자를 묻고 찾으므로 시종하던 사람이 대답하였다.‘태자는 지금 염부나무 아래 계시옵니다.’
019_0830_b_07L爾時白淨王四面推求問覓太子從人答曰太子今在閻浮樹下
이때에 왕과 여러 신하들과 함께 그 나무 아래로 나아가는데 아직 닿기 전에 멀리서 태자가 단정히 앉아서 생각함을 보고 또 그 나무가 굽어서 그의 몸을 그늘지게 함을 보고는 깊이 기특하게 여겼다.이때에 왕은 나아가서 태자의 손을 붙잡고 물었다.‘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여기에 앉아 있느냐?’
019_0830_b_09L時王卽便與諸群臣往彼樹所未至之閒遙見太子端坐思惟又見彼樹曲蔭其軀深生奇特時王卽前執太子手問言汝今何故在於此坐
태자는 대답하였다.‘여러 중생들을 자세히 살피매, 서로가 잡아먹으니 매우 불쌍하기 짝이 없습니다.’
019_0830_b_13L太子答言觀諸衆生更相吞食甚可傷愍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근심 고통을 하면서 그의 집 떠날 것을 염려하여 ‘급히 혼인을 시켜서 그의 뜻을 기쁘게 해야겠구나’ 하고, 곧 외쳤다.‘함께 나라로 돌아가자.’
019_0830_b_14L王聞此語心生憂惱慮其出家宜急婚娉以悅其意卽便呼之俱共還國
그러자 태자가 대답하였다.‘여기에 머물러 있게 하소서.’
太子答言願停於此
왕은 그의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저 아시타가 옛날에 말하더니, 태자가 이제 그 말과 같아지겠구나.’
019_0830_b_16L王聞其語心卽念言彼阿私陁往日所說太子今者將如其言
왕은 곧 눈물을 흘리면서 거듭 부르며 말하였다.‘나라로 돌아가자.’
019_0830_b_18L王卽流淚重喚還國
태자는 부왕이 이렇게까지 함을 보고 곧 따라서 있던 곳으로 돌아왔었는데, 왕은 근심 걱정을 하며 집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을까 두려워하여 다시 기녀들을 불러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다.
019_0830_b_19L太子旣見父王如此卽便隨從歸於所止王恐愁憂不樂在家更增妓女而娛樂之
그때 태자 나이 열일곱 살이 되었으므로, 왕은 신하들을 모아놓고 함께 의논하였다.‘태자가 이제는 나이 이미 장대하였으니, 그를 위하여 혼인할 곳을 찾도록 하여야겠소.’
019_0830_b_21L爾時太子至年十七王集諸臣而共議言太子今者年已長大宜應爲其訪索婚所
019_0830_c_02L신하들은 대답하였다.‘한 석가 성바지의 바라문이 있사온데 이름은 마하나마(摩訶那摩)이옵니다. 그 사람에게는 야수다라(耶輸陀羅)라는 딸이 있사온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총명하여 슬기로우며 어질고 재주가 있어 남보다 뛰어났고 예의가 다 갖추어졌습니다. 이와 같은 덕이 있으므로 태자의 비(妃)가 될 만합니다.’
019_0830_b_24L諸臣答言有一釋種婆羅名摩訶那摩其人有女名耶輸陁顏容端正聰明智慧賢才過人儀備擧有如是德堪太子妃
왕은 곧 대답하였다.‘만약 그대들의 말과 같다면 곧 그를 위하여 받아들이겠다.’왕은 궁전 안으로 돌아와서는 곧 궁중에서 총명하고 지혜 있는 오래된 여인에게 신칙하였다.‘너는 마하나마 장자의 집에 나아거서 그 딸의 용모와 거동이며 예의가 어떠한가를 살펴보면서 거기에 머물러 있기를 만 이레 동안 하라.’
019_0830_c_04L王卽答若如卿語便爲納之王還宮內勅宮中聰明有智舊宿女人汝可往至摩訶那摩長者之家瞻看其女儀禮行爲何如耶可停於彼至滿七
왕의 칙명을 받고 곧 그 장자의 집에 나아가서 이레 동안 자세히 그 딸을 살피고 돌아와 왕에게 대답하였다.‘제가 이 여인을 자세히 살폈사온데, 용모가 단정하고 위의와 동작이 같을 이가 없습니다.’
019_0830_c_09L受王勅已卽便往彼長者之家七日中具觀此女還答王言我觀此容貌端正威儀進止無與等者
왕은 그의 말을 듣고 매우 크게 기뻐하면서 즉시 사람을 보내어 마하나마에게 말하게 하였다.‘태자의 나이 장대하였으므로 그를 위하여 비를 들이려 합니다. 여러 신하들이 다 말하기를 그대의 따님이 착하고 아름다워서 여기에 천거될 만하다 하니, 이제 허락하였으면 합니다.’
019_0830_c_11L聞其言極大歡喜卽便遣人語摩訶那摩言太子年長欲爲納妃諸臣竝汝女淑令宜堪此擧今欲相屈
마하나만 왕의 사신에게 대답하였다.‘삼가 칙명을 받들겠습니다.’
019_0830_c_14L摩訶那摩答王使言謹奉勅旨
왕은 즉시 신하들에게 길일(吉日)을 가려서 수레 만 개를 보내어 가서 영접하여 궁중에 닿은 뒤 태자의 혼인 예식을 완전히 갖추었었다.또 다시 여러 기녀들을 불러서 밤낮으로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는데, 그때에 태자는 언제나 그 비와 함께 가고 서고 앉고 누워서 일찍이 함께 하지 않음이 없었으나, 처음부터 자연히 세속의 뜻은 없었으므로 고요한 밤중에는 오직 선관(禪觀)만을 닦았었다.
019_0830_c_15L王卽令諸臣擇採吉日遣車萬乘而往迎旣至宮已具足太子婚姻之禮復更增諸妓女衆晝夜娛樂爾時太恒與其妃未曾不俱自無有世俗之意於靜夜中但修禪
이때에 왕은 날마다 여러 채녀들에게 물었다.‘태자는 비와 함께 하며 서로가 접근하더냐?’
019_0830_c_21L時王日日問諸婇女太子與妃接近不
채녀는 대답하였다.‘태자(太子)에게서는 부부로서의 길이 있었음을 못 보았습니다.’
019_0830_c_22L婇女答言不見太子有夫婦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 걱정을 하고 언짢아하면서 더욱 기녀들을 불리어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였는데 이렇게 때를 지내면서도 오히려 접근하지 않았으므로 때에 왕은 사내구실을 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하고 깊이 의심하였다.
019_0830_c_23L王聞此語愁憂不樂更增妓女娛樂之如是經時猶不接近時王深疑恐不能男
019_0831_a_02L그때 태자는 여러 기녀들의 노래하고 읊음을 들으면서 동산과 숲에 꽃과 열매가 한창이었고 흐르는 샘물이 맑고 시원하였으므로, 태자는 갑자기 나가서 유람을 하려고 하여 곧 기녀(妓女)를 보내어 나아가 왕에게 아뢰게 하였다.‘궁중에만 있은 지가 오래였으므로 잠깐 동산 숲에 나가서 유희를 하고 싶습니다.’
019_0831_a_02L爾時太子聞諸妓女歌詠園林花果茂盛流泉淸涼太子忽便欲出遊觀卽遣妓女往白王言在宮日久樂欲蹔出園林遊戲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기쁨을 내면서 생각하였다. ‘태자는 바로 궁중에 있으면서 부부로서의 예를 행하기를 좋아하지 아니하여 그 때문에 동산 숲에 나가려 하는구나.’ 곧 허락을 하고는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여 동산 누각을 정돈하고 다스리며 지나갈 길을 모두 깨끗하게 하였으므로, 태자는 왕에게 나아가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사직하며 떠나갔다.
019_0831_a_06L王聞此語心生歡喜而自念言太子當是不樂在宮行夫婦禮所以求出園林去耳卽便聽之勅諸群臣整治園觀所經道路皆令淸淨太子卽便往至王所頭面禮足辭出而去
이때에 왕은 곧 한 분의 오래된 신하로서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말을 잘하는 이에게 칙명하여 태자를 따라가게 하였는데, 그때에 태자는 여러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동쪽 문으로 나아가는데 나라 안의 인민들은 태자가 나온다 함을 듣고 남녀가 길을 채워서 구경하는 이가 마치 구름과 같았다.
019_0831_a_11L時王卽便勅一舊臣聰明智慧善言辯者令從太子爾時太子與諸官屬前後導從出城東門國中人民聞太子出男女盈路觀者如雲
이때에 정거천은 변화로 노인이 되어서 머리가 희고 등이 굽었으며 지팡이를 짚고 느리게 걸어갔으므로, 태자는 시종하는 이에게 물었다.‘이는 무엇 하는 사람인가?’
019_0831_a_14L時淨居天化作老人頭白背傴拄杖羸步太子卽便問從者言此爲何人
시종하는 이는 대답하였다.‘이는 노인이옵니다.’
019_0831_a_16L從者答曰此老人也
태자는 또 물었다.‘무엇을 노인이라 하느냐?’
019_0831_a_17L太子又問何謂爲老
대답하였다.‘이 사람은 옛날에 일찍이 젖먹이 어린아이, 소년을 겪었고 변천하면서 머무르지 아니하여 마침내 감관이 성숙함에 이르러서 형상이 변하고 빛깔이 쇠약하여져서 음식도 소화되지 아니하고 기력이 허약하여지며 앉고 일어나는 데에도 고통이 심하여지는데 남아 있는 목숨도 얼마 되지 않습니다. 그 때문에 노인이라 합니다.’
019_0831_a_18L答曰此人昔日曾經嬰兒童子少年遷謝不住遂至根熟形變色衰飮食不消氣力虛微坐起苦極餘命無幾故謂爲老
태자는 또 물었다.‘오직 이 사람만이 늙느냐, 모두가 다 그러하느냐?’
019_0831_a_21L太子又問唯此人老一切皆然
시종하는 이는 대답하였다.‘일체가 모두 다 당연히 이와 같습니다.’
019_0831_a_22L從者答言一切皆悉應當如此
019_0831_b_02L그때 태자는 이런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괴로워하면서 생각하였다. ‘해와 달은 흐르며 가고 때는 변하고 해는 바뀌어서 늙음이 다가옴은 마치 번개와 같거늘 몸의 편안만 더욱 믿고 있다. 나는 비록 부귀하다 하더라도 어찌 혼자 면하겠느냐.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은 두려워하지도 아니할까.’태자는 본래부터 세상에 있기를 좋아하지 아니하다가 또 이런 일을 듣고서는 더욱 싫증을 내면서 곧 수레를 돌려 돌아와서 근심하며 언짢아하였다.
019_0831_a_23L爾時太子聞是語已生大苦惱而自念言日月流邁時變歲移老至如電身安足恃我雖富貴豈獨免耶云何世人而不怖畏太子從本以來不樂處世又聞此事益生厭離卽迴車還愁思不樂
이때에 왕은 듣고 나서 마음에 애달파하면서 그가 도를 배울까 두려워하여 다시 기녀들을 불리고 재미있게 즐기도록 하였다.
019_0831_b_05L時王聞已心懷煎憂恐其學道更增妓女以娛樂之
그때 태자는 다시 얼마를 지나서 왕에게 나가 유람할 것을 아뢰자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근심하면서 생각하였다. ‘태자가 먼저 나가다가 노인을 만나서는 근심하고 언짢아하였는데, 이제 어찌하여 또 나가겠다 하는가.’
019_0831_b_06L爾時太子復經少時啓王出遊王聞此言心生憂慮而自念言太子前出逢見老人憂愁不樂今者云何而復求出
왕은 태자를 사랑하는지라 차마 어기지 못하여 머뭇거리면서 허락을 하고는 곧 여러 신하들을 모아 놓고 함께 의논하였다.‘태자가 전번에는 성의 동쪽 문으로 나가다가 노인을 만나보고 돌아와서는 곧 좋아하지 아니하였었는데 이제 또 나가서 유람하려 함을 나는 어쩔 수가 없어서 마침내 또 허락하였습니다.’
019_0831_b_10L王愛太子不忍違異僶俛從之卽集諸臣而共議言太子前者出城東門逢見老人還輒不樂今者已復求出遊觀吾不能免遂復許之
신하들은 대답하였다.‘다시 바깥의 여러 관속들에게 엄히 칙명하여 도로를 닦고 다스리며 비단 번기ㆍ일산을 걸며 꽃을 흩고 향을 사르며 모두를 화려하게 할 것이오며, 더러운 것이거나 깨끗하지 못한 것들이거나 늙은이며 병든 이가 길 가에 있지 못하게 하시옵소서.’그때 가비라성의 네 개 문 밖에는 각각 하나의 동산이 있었는데, 나무와 꽃과 열매며 목욕하는 못과 누각이며 갖가지로 장엄한 것은 모두가 다 다름이 없었다.
019_0831_b_13L諸臣答言當更嚴勅外諸官屬修治道路懸繒幡蓋散華燒香皆使華麗無令臭穢諸不淨潔及以老病在道側也爾時迦毘羅旆兜城四門之外各有一園樹木花果浴池樓觀種種莊嚴皆悉無異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밖의 여러 동산과 누각은 어느 것이 훌륭합니까?’
019_0831_b_19L王問諸臣外諸園觀何者爲勝
여러 신하들은 대답하였다.‘바깥의 여러 동산과 누각들은 모두가 같아서 다름이 없음이 마치 도리천의 환희동산과 같습니다.’
019_0831_b_20L諸臣答言外諸園觀皆等無異如忉利天歡喜之園
왕은 또 칙명하였다.‘태자가 먼저 이미 동쪽 문으로부터 나갔으니 이번에는 남쪽 문으로 나가게 하십시오.’
019_0831_b_21L王又勅言太子前出已從東門今者可令從南門出
019_0831_c_02L그때에 태자는 백관들에게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남쪽 문으로 나가는데, 때에 정거천은 변화로 병든 사람이 되어서 몸이 파리하고 배가 크며 헐떡거리고 신음을 하며 뼈가 녹고 살이 다되었으며 얼굴 모습이 누렇게 되어 온몸을 벌벌 떨면서 스스로가 부지할 수 없는지라 두 사람이 겨드랑이를 붙잡고 길의 곁에 있었으므로, 태자는 물었다.‘이는 어떠한 사람인가?’
019_0831_b_22L爾時太子百官導從出城南門時淨居天化作病人身瘦腹大喘息呻吟骨消肉竭顏貌痿黃擧身戰掉不能自持兩人扶腋在於路側太子卽問此爲何人
시종하는 이가 대답하였다.‘이는 병든 사람이옵니다.’
從者答曰此病人也
태자는 또 물었다.‘무엇을 말하여 병들었다 하느냐?’
019_0831_c_04L太子又問何謂爲病
대답하였다.‘대저 병이라 함은 모두가 즐기며 욕심 내고 음식에 절도가 없는 탓인데 네 가지 요소가 고르지 못하다가 점점 변하여 병이 되나니, 온 뼈마디가 고통스럽고 기력이 없어지며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잠자리가 편안하지 못하옵니다. 비록 몸과 손이 있기는 하나 제대로 움직일 수 없고 남의 힘을 빌려서야 연후에 앉고 일어납니다.’
019_0831_c_05L答曰夫謂病者皆由嗜欲飮食無度四大不調轉變成病百節苦痛氣力虛微飮食寡少眠臥不安雖有身手不能自運要假他力然後坐起
그때에 태자는 자비심을 일으켜 그 병든 사람을 보살피면서 스스로 근심 걱정을 하다가 또 다시 물었다.‘이 사람 혼자만이 그러한가. 다른 이도 모두가 그러한가?’
019_0831_c_09L爾時太子以慈悲心看彼病人自生愁憂又復問言此人獨爾餘皆然耶
대답하였다.‘일체 인민이면 귀하거나 천함이 없이 똑같이 이런 병이 있습니다.’
019_0831_c_11L答曰一切人民無有貴賤同有此病
태자는 듣고 생각하였다. ‘이러한 병의 괴로움이 널리 걸려야 한다면 어찌하여 세상 사람들은 즐거움에만 빠져서 두려워하지 아니할까.’ 이렇게 생각하여 마치니, 깊이 두려움이 생기고 몸과 마음이 벌벌 떨리는데 마치 달의 그림자가 물결 이는 물에 나타남과 같았으므로 시종하는 이에게 말하였다.‘이와 같이 몸이란 바로 큰 괴로움의 무더기로다. 세상 사람들은 그 가운데서 제멋대로 기뻐하기만 하며 어리석게 식견 없이 굴면서 깨달을 줄을 모르는구나. 이제 어떻게 저 동산에 가서 유람을 하며 즐겁게 놀기나 하겠느냐.’곧 수레를 돌려서 도로 왕궁으로 들어와서는 앉아서 스스로 생각을 하며 근심 걱정하면서 언짢아하였다.
019_0831_c_12L太子聞已心自念言如此病苦普應嬰之云何世人耽樂不畏作此念已深生恐怖身心戰動譬如月影現波浪水語從者言如此身者是大苦聚世人於中撗生歡樂愚癡無識不知覺悟今者云何欲往彼園遊觀嬉戲卽便迴車還入王宮坐自思惟愁憂不樂
왕은 시종하였던 이에게 물었다.‘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즐거움이 있었더냐?’
019_0831_c_19L王問從者太子今出寧有樂不
시종한 이가 대답하였다.‘처음 남쪽 문으로 나가시다가 병든 사람을 만났사온데, 이 때문에 언짢아하면서 즉시 수레를 돌려 들어와 버렸습니다.’
019_0831_c_20L從者答言始出南門逢見病人以此不樂卽迴車還
019_0832_a_02L왕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근심 걱정을 하며 그가 집을 떠날까 염려하면서 때에 왕은 여러 신하들에게 물었다.‘태자가 전번에는 성의 동쪽 문으로 나가다가 늙은이를 만나고서 근심 걱정을 하며 언짢아하였는지라 이런 일 때문에 나는 그대들에게 칙명하여 깨끗이 길을 다스리고 늙고 병든 이가 길 곁에 있지 못하게 하였는데 어찌하여 이제 성의 남쪽 문을 나가면서도 또 병든 사람이 있게 하였으며, 또 태자가 그를 만나보게 하였는가.’
019_0831_c_21L王聞此語心大愁憂慮其出家時王卽便問諸臣言太子前者出城東門逢見老人愁憂不樂以此事故吾勅卿等淨治道路無令老病在於巷側云何今出於城南門而復致有疾病人耶又令太子逢値見之
그러자 신하들은 대답하였다.‘요사이 왕의 칙명을 받잡고 바깥 벼슬아치들에게 엄히 명령하여 여러 가지 더러운 것이거나 늙고 병든 이가 길 곁에 있지 못하게 하였으며, 서로가 검사하고 감추어서 감히 게으름이 없었는데 어떤 일로 갑자기 병든 사람이 있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것은 저희들의 허물이 아닙니다.’
019_0832_a_04L諸臣答言近受王勅嚴命外司勿使有諸臭穢老病在於道側互相撿覆無敢懈怠不知何緣忽有病人非是我等之罪咎也
그때에 왕은 여러 시종했던 이들에게 물었다.‘너희들은 다 같이 병든 사람이 길에 있었다하니 어디로부터 이르는 것을 보았느냐?’
019_0832_a_07L爾時王問諸從者言汝等竝見病人在路何從而至
시종했던 이들이 대답하였다.‘종적이 없었으며 어디서 왔는 줄도 모르옵니다.’
019_0832_a_09L從者答曰無有蹤迹不知何來
이때에 왕은 깊이 태자에 대하여 망설이는 마음을 내며 그가 도를 배울까 두려워하여 다시 기녀들을 불러서 그의 뜻을 기쁘게 하였고, 또 다시 다섯 가지 욕심 중에서 그리고 집착하는 마음을 내게 하려 하였다.
019_0832_a_10L時王深於太子生猶豫心恐其學道更增妓女而悅其意又復欲使於五欲中生戀著心
그때 우타이(優陀夷)라는 한 바라문의 아들이 있었는데, 총명하고 슬기로워서 극히 말 재주가 있었으므로, 때에 왕은 곧 청하여 궁중에 들게 하고서 말하였다.‘태자는 지금 세간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 욕심 받기를 좋아하지 않고 그는 오래지 않아서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울까 두려우니, 내가 함께 벗이 되어서 자세히 세간에서의 다섯 가지 욕심의 즐거운 일들을 설명하여 그의 마음이 움직여서 집 떠날 것을 좋아하지 않게 하라.’
019_0832_a_12L爾時有一婆羅門子名憂陁夷聰明智慧極有才辯時王卽便請來入宮而語之言太子今者不樂在世受於五欲恐其不久出家學道汝可與之共作朋屬具說世閒五欲樂事令其心動不樂出家
때에 우타이는 대답하였다.‘태자는 총명하여 같을 이가 없습니다. 알고 있는 글과 의론은 모두 다 깊고 넓어서, 이는 제가 이제까지 듣지 못하였던 것입니다. 어떻게 권유하고 설명을 하라고 시키십니까? 마치 연뿌리 속에 섬유로써 수미산을 달려고 하는 것처럼 저도 그와 같아서 마침내 태자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대왕께서 이미 칙명으로 벗이 되게 하셨으니, 반드시 제가 아는 바와 소견을 다하기는 하겠습니다.’
019_0832_a_18L時優陁夷卽便答言太子聰明無與等者所知書論皆悉淵博竝是我今所未曾聞云何見使誘說之耶譬以藕絲欲懸須彌我亦如是終不能迴太子之心大王旣勅令作朋友要當自竭我所知見
019_0832_b_02L때에 우타이는 왕의 칙명을 받고 나서 태자를 시종하며 가고 서고 앉고 눕는 데에 감히 멀리 떠나지를 않았다.때에 왕은 또 다시 여러 기녀로서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노래와 춤을 잘하여 남을 유혹할 수 있는 이들을 선발하여 갖가지를 꾸미어 빛나고 고움이 눈을 기쁘게 할 만큼 하고서 모두들 다 보내어 태자를 시중하게 하였다.
019_0832_a_23L時優陁夷受王勅已隨從太子行住坐臥不敢遠離時王又復選諸妓女聰明智慧顏容端正善於歌儛能惑人者種種莊飾光麗悅目皆悉遣往給侍太子
그때 태자는 다시 얼마를 지나다가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여쭙자, 왕은 이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저 우타이가 이미 태자와 함께 벗이 되었으니 지금 혹시 나가 유람을 하더라도 전번보다는 나아서 다시는 세속을 싫어하거나 집 떠나기 좋아하는 마음은 없어지리라.’
019_0832_b_05L爾時太子復經少時啓王出遊王聞此語心自念言彼優陁夷旣與太子共爲朋友今若出遊或勝於前無復厭俗樂出家心
곧 허락을 하고서는 때에 왕은 또 다시 여러 대신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태자가 이제 또 나가서 유람을 하려 하므로 나는 차마 어기지를 못하여 이미 또 허락을 하였소. 태자는 전번에 동쪽 남쪽의 두 문을 나가다가 자고 병든 이를 보고 돌아와서 곧 근심 걱정을 하였으니, 이번에는 서쪽 문으로부터 나가게 하여야겠소. 나의 마음은 그가 돌아와서 또 언짢아할까 염려는 되나 그러나 우타이야 말로 바로 그의 좋은 벗이므로 이제 나갔다가 돌아와서는 다시는 그렇지 않기를 바라오. 그대들은 잘 길과 동산 숲이며 대(臺)와 누각을 닦고 다스리어 모두 엄히 정돈하게 하고 향과 꽃과 번기며 일산으로 전보다 수배를 더하며 다시는 늙고 병든 이거나 더러운 것이 길 곁에 있지 않게 하십시오.’
019_0832_b_09L作是念已卽便聽許時王又復集諸大臣悉語之言太子今者復求出遊我不忍違已復聽之太子前出東南二門已見老病還輒憂愁今者宜令從西門出我心慮其還又不樂然優陁夷是其良友冀今出還不復應爾卿等好令修治道路園林臺觀皆使嚴整香花幡蓋數倍於前無令復有老病臭穢在道側也
신하들은 칙명을 받고 곧 바깥 벼슬아치들에게 말하였다.‘도로와 동산 숲을 엄히 다스려서 빛나고 고움이 보통보다 갑절 더하게 하라.’
019_0832_b_17L臣受勅已卽語外司嚴治道路幷及園林光麗倍常
왕은 또 먼저 여러 아름다운 기녀(妓女)들을 보내어 그 동산 안에 놓아두고, 또 다시 우타이에게 칙명하였다.‘만약 길 곁에서 상서롭지 못한 일을 당하면, 방편을 써서 그의 마음을 달래고 기쁘게 해야 하리라.’아울러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태자를 따라 모시되, 모두가 자세히 살피게 하고 만약 불길함이 있으면 멀리 내쫓아 버려라.’
019_0832_b_19L王又先送諸妙妓女置彼園中又復勅語優陁夷言若當路側有不祥事可以方便誘悅其心幷勅諸臣隨從太子皆令伺察若有不吉遠驅逐之
019_0832_c_02L그때 태자는 우타이와 함께 백관들이 인도하고 따르며 향을 사르고 꽃을 흩으며 뭇 풍악을 잡히면서 성의 서쪽 문으로 나갔는데, 때에 정거천은 생각하였다. ‘먼저는 늙고 병듦을 두 성문에서 나투면서 온 대중들이 모두 보았는지라 백정왕이 시종하던 이와 바깥 벼슬아치들을 책망 받게 하였다 태자의 지금의 나옴에는 왕의 제령이 엄하고 험한데 내가 이제 죽음을 나타낸 것을 만약 모두가 보면 왕의 분노만 더하여 반드시 벌하고 죽이게 하되 그릇 허물 없는 이들에게까지 미칠 것이니, 나는 오늘 나투는 일에는 오직 태자와 우타이 두 사람에게만 보이게 하여 그 밖의 관속들에게는 책망을 받지 않게 하리라’ 하고, 곧 내려와서 변화로 죽은 사람이 되어서는 내 사람이 상여를 메고 여러 향과 꽃을 시체 위에 흩뿌리면서 집안의 모두가 통곡(痛哭)을 하며 보내게 하였다.
019_0832_b_23L爾時太子與優陁夷百官導從燒香散花作衆伎樂出城西門時淨居天心自念言先現老病於二城門擧衆皆見令白淨王嗔責從者幷及外司太子今出王制嚴峻我今現死若皆見者增王忿怒必加罰戮抂及無辜我於今日所現之事唯令太子及憂陁夷二人見耳使餘官屬不受責也作此念已卽便來下化爲死人四人擧輿以諸香花布散屍上室家大小號哭送之
그때 태자는 우타이와 두 사람만이 보았으므로 태자는 물었다.‘이는 어떠한 물건인데 꽃과 향으로 그 위를 장식하였고, 또 사람들이 울부짖으면서 전송을 하고 있는가?’
019_0832_c_10L爾時太子與優陁夷二人獨見太子問言此爲何物而以花香莊飾其上復有人衆號哭相送
때에 우타이는 왕의 칙명 때문에 잠자코 대답을 하지 않자 이렇게 세 번을 물었는데, 정거천왕은 거룩한 힘으로써 우타이에게 모르는 결에 대답하게 하였다.‘이는 죽은 사람입니다.’
019_0832_c_13L時優陁夷以王勅故默然不答如是三問淨居天王威神之力使優陁夷不覺答言是死人也
태자는 또 물었다.‘무엇을 죽음이라 합니까?’
019_0832_c_15L太子又問何謂爲死
우타이는 말하였다.‘대저 죽음이라 함은 칼 같은 바람이 형상을 찢어버리면 신식(神識)이 떠나가는 것인데, 온몸의 모든 감관이 다시는 아는 바가 없어집니다. 이 사람은 세상에 있으면서 다섯 가지 욕심에 집착하여 돈과 재물을 아끼며 몹시 고생하면서 경영하여 오직 쌓고 모을 줄이나 알았을 뿐 무상한 줄은 모르다가 이제 하루아침에 버리고 죽은 것입니다. 또 부모와 친척 권속들의 사랑과 염려를 받다가 목숨이 끝난 뒤에는 마치 풀과 나무 같아서 은정과 이쁘고 미움에 다시는 상관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죽으면 진실로 슬프기 짝이 없습니다.’
019_0832_c_16L優陁夷言夫謂死者刀風解形神識去矣四體諸根無所復知此人在世貪著五欲愛惜錢財辛苦經營唯知積聚不識無常今者一旦捨之而死又爲父母親戚眷屬之所愛念命終之後猶如草木恩情好惡不復相關如是死者誠可哀也
태자는 듣고 나서 크게 두려워하며 또 우타이에게 물었다.‘오직 이 사람만이 죽습니까? 다른 이도 당연히 그러합니까?’
019_0832_c_22L太子聞已心大戰怖又問優陁夷言唯此人死餘亦當然
곧 대답하였다.‘온갖 세상 사람들은 모두가 으레 이렇게 되는 것이며 귀하거나 천하다거나 하여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019_0832_c_24L卽復答言一切世人皆應如此無有貴賤而得免脫
019_0833_a_02L태자의 평소의 성품은 편안하고 고요하여 움직이지 어려웠지만 이미 이 말을 듣고서는 어찌하지 못하면서 곧 작은 소리로써 우타이에게 말하였다.‘세간에서는 이러한 죽음의 괴로움이 있었거늘 어찌하여 그 안에서 방일한 마음을 행하여 마치 나무와 돌처럼 두려워할 줄 몰랐던가.’그리고는 곧 마부에게 명하였다.‘수레를 돌려서 돌아가야 하겠다.’
019_0833_a_02L太子素性恬靜難動旣聞此語不能自安卽以微聲語優陁夷世閒乃復有此死苦云何於中而行放逸心如木石不知怖畏卽勅御者可迴車還
마부는 대답하였다.‘전번에 두 문을 나가서도 아직 동산에 이르기 전에 중도에서 돌아갔으므로, 대왕에게서 갚은 꾸지람을 받게 하셨거늘 이제 어찌 감히 또 그러하겠나이까?’
019_0833_a_06L御者答言前出二門未到園所中路而反致令大王深見瞋責今者豈敢復如此耶
때에 우타이는 마부에게 말하였다.‘네가 말한 바와 같이, 돌아가지 않아야겠다.’
019_0833_a_09L時優陁夷語御者言如汝所說不應便歸
곧 다시 나아가서 그 동산 안에 이르자 향과 꽃과 번기 일산이며 뭇 풍악을 잡히는데 뭇 기녀들의 단정함은 마치 여러 하늘의 채녀들과 같아서 다름이 없었고 태자의 앞에서 저마다 다투어 노래하고 춤추면서 멋진 태도로써 그의 뜻을 기쁘게 하여 태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려 하였으나, 움직일 수 없었으며, 곧 동산 안에 머물러서 나무 사이 그늘에 쉬면서 그의 시종들을 물리치고 단정히 앉아서 옛날 일찍이 염부나무 아래 있으면서 욕심 세계를 멀리 여의어 제4선정을 얻기까지에 이른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019_0833_a_10L卽復前行至彼園中香花幡蓋作衆伎樂衆妓端正猶如諸天婇女無異於太子前各競歌儛冀以姿態悅動其意太子心安不可移轉卽止園中蔭息樹閒除其侍衛端坐思惟憶昔曾在閻浮樹下遠離欲界乃至得於第四禪定
019_0833_b_02L그때 우타이는 태자에게 이르러 이런 말을 하였다.‘대왕께서는 칙명으로 태자와 함께 벗이 되게 하였습니다. 혹시 득실(得失)이 있으면서 서로가 깨우쳐 주는 벗의 법에 그 요긴한 것이 셋이 있습니다. 첫째는 과실이 있음을 보면 곧 서로가 간하여 알게 하고, 둘째 좋은 일이 있음을 보면 깊이 따라 기뻐하고 셋째는 괴로운 재난이 있을 제에 서로가 버리지 아니하는 것입니다. 이제 정성된 말을 드릴 터이니, 원컨대 책망하지 마십시오. 옛날의 모든 왕과 지금 현재의 왕들도 모두가 다 다섯 가지 욕심을 받은 연후에야 집을 떠났거늘 태자는 어째서 영영 끊고 돌아보지 않습니까? 또 사람이 세상을 살면서는 마땅히 사람으로서의 행을 따라야 되며 나라를 버리고서 도를 배우는 이는 없습니다. 오직 원컨대, 태자께서는 다섯 가지 욕심을 받아서 아들이 있게 하시고 왕의 후사를 끊지 않게 하십시오.’
019_0833_a_16L爾時優陁到太子所而作此言大王見勅與太子共爲朋友脫有得失互相開朋友之法其要有三一者見有過失輒相諫曉二者見有好事深生隨三者在於苦厄不相棄捨今獻誠願不見責古昔諸王及今現在悉受於五欲之樂然後出家太子云永絕不顧又人生世宜順人行有棄國而學道者唯願太子受於五令有子息不絕王嗣
그때에 태자는 대답하였다.‘진실로 말씀한 바와 같소. 다만 나는 나라를 버리기 위하여 그런 것이 아니며, 또 다시 다섯 가지 욕심이 좋지 않다고 말은 하지 않습니다. 늙고ㆍ병들고ㆍ나고ㆍ죽음의 괴로움을 두려워한 까닭에 다섯 가지 욕심에 감히 애착하지 아니합니다. 그대는 아까 말한 바, 옛날 여러 왕들은 먼저 다섯 가지 욕심을 겪었고 그런 뒤에 집을 떠났다 하였거니와 이 여러 왕들은 이제 어디에 있겠습니까? 애욕 때문에 혹은 지옥에 있기도 하고, 혹은 아귀에 있기도 하고, 혹은 축생에 있기도 하며, 혹은 인간과 천상에 있기도 합니다. 이와 같은 굴러 다님[輸轉]의 괴로움이 있기 때문에 이로써 나는 늙고 병듦의 괴로움과 나고 죽음의 법을 여의려고 할 뿐입니다. 그대는 어째서 나에게 그것을 받게 합니까?’
019_0833_b_04L爾時太子答之言誠如所說但我不以捐國故亦復不言五欲無樂以畏老病生死之苦故於五欲不敢愛著汝向所古昔諸王先經五欲然後出家諸王等今在何許以愛欲故或在地或在餓鬼或在畜生或在人天有如是輪轉苦故是以我欲離老病苦生死法耳汝今云何令我受之
때에 우타이는 비록 말 재주를 다하여 태자에게 권장하였으나 돌리게 할 수는 없었으므로, 곧 물러나 앉았다가 있던 데로 돌아오자 태자는 이에 수레를 차리도록 칙명하여 궁중으로 돌아가게 하는지라 여러 기녀들과 우타이는 근심하고 슬퍼하며 얼굴 모습조차 찡그림이 마치 사람이 새로 사랑하던 친척을 잃는 것과 같았는데, 태자는 궁중에 돌아와서 몹시 슬퍼함이 보통보다 갑절이었다.
019_0833_b_12L優陁夷雖竭才辯勸獎太子不能令卽便退坐歸於所止太子仍勅嚴駕還宮諸妓女衆及優陁夷愁憂慘顏貌顰蹙如人新喪所愛親屬子到宮惻愴倍常
때에 백정왕은 우타이를 불러서 물었다.‘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즐거움이 있었더냐?’
019_0833_b_17L時白淨王呼優陁而問之言太子今出寧有樂不
우타이는 말하였다.‘성을 나가다가 멀지 않는 데서 죽은 사람을 만났는데, 또한 그가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겠습니다. 태자는 저와 함께 동시에 그것을 보았는데, 태자께서 묻기를, ‘이는 어떠한 사람이냐?’ 하기에 저도 모르는 결에 ‘이것은 죽은 사람입니다’라고 하였습니다.
019_0833_b_18L陁夷言出城不遠逢見死人亦不知其從何而來太子與我同時見之子問言此爲何人我亦不覺答是死
때에 왕은 또 여러 시종했던 이들에게 물었다.‘너희들은 모두 성의 서쪽 문 밖에서 죽은 사람이 있던 것을 보았더냐?’
019_0833_b_22L時王卽復問諸從者汝等皆見城西門外有死人不
시종했던 이들은 대답하였다.‘저희들은 보지 못하였습니다.’
019_0833_b_23L從者答言我等不
019_0833_c_02L왕은 이 말을 듣고 정신이 탁 틔어지며 생각하였다. ‘태자와 우타이 두 사람만이 보았다 하니, 이는 바로 하늘의 힘이요, 신하들의 허물이 아니로다. 반드시 아사타의 말과 같아지겠구나.’그리고는 크게 괴로워하고 다시 기녀를 불리어 즐기게 하며 날마다 사람을 보내어 태자를 위로하면서 말하였다.‘나라는 바로 너의 소유인데 무엇 때문에 근심 걱정을 하면서 언짢아하느냐.’왕은 또 여러 기녀들에게 엄히 칙명하였다.‘태자의 뜻을 기쁘게 하기를 밤낮으로 쉬지 말라.’
019_0833_b_24L王聞此語神意豁然而自念言優陁夷二人獨見此是天力非諸臣咎必定當如阿私陁言作此念已心大苦惱復增妓女以娛樂之日日遣人慰誘太子而語之言國是汝有何故愁憂而不樂耶王又嚴勅諸妓女衆悅太子意勿捨晝夜
이때 백정왕은 비록 하늘의 힘이었고 사람의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태자를 사랑하고 중히 여겨서 말을 않을 수가 없었으며,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태자가 전번에 이미 서쪽의 성문으로 나갔으니, 이제는 오직 북쪽 문만이 아직 나가지 않았으므로 그는 반드시 오래지 않아서 다시 나가 유람을 하려 하리라. 다시 그 바깥 동산숲을 장엄하여 갑절 빛나고 곱게 하며, 여러 가지 뜻에 맞지 않은 일이 없게 하여야 하겠다.’그리고 생각했던 것을 자세히 신하들에게 칙명하였다.
019_0833_c_06L時白淨王雖知天力非復人事愛重太子不能不言心自思惟太子前已出三城門今者唯有北門未出其必不久更求出遊當復莊嚴彼外園林倍令光麗勿使有諸不可意事如所思惟具勅諸臣
이때에 왕은 또 다시 마음으로 원하였다.‘태자가 혹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갈 때에는 오직 원하옵나니, 여러 하늘이시여, 다시는 상서롭지 못한 일을 나타내어 또 저의 아들 마음에 근심과 괴로움이 생기지 않게 하소서.’ 드디어 마부에게 칙명하였다.‘태자가 만약 나가게 되면 말을 타게 하여 사방으로 있게 하여야 하리라.’
019_0833_c_12L時王又復心自願言太子若出城北門時唯願諸天勿復現於不吉祥事復令我子心生憂惱旣心願已遂勅御者太子若出當令乘馬使得四望見諸人民光麗莊飾
이때에 태자는 왕에게 나가서 유람할 것을 여쭙자 왕은 차마 어기지 못하였으므로, 곧 우타이와 다른 관속들에게 앞뒤에서 인도하고 따르면서 성의 북쪽 문으로 나가서 저 동산에 이르매, 태자는 말에서 내리어 나무에서 머물러 쉬면서 시종들을 물리쳐 버리고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하되 세간의 늙고, 병들고, 죽음의 고통을 생각하였다.
019_0833_c_16L是時太子啓王出遊王不忍違便與優陁夷及餘官屬前後導從出城北門到彼園太子下馬止息於樹除去侍衛坐思惟念於世閒老病死苦
때에 정거천은 변화로 비구가 되어 법복에 바루를 가지고 손에는 석장(錫杖)을 짚고서 땅을 보면서 가다가 태자의 앞에 서자 태자는 본 뒤에 곧 물었다.‘당신은 바로 어떠한 사람입니까?’
019_0833_c_20L時淨居化作比丘法服持鉢手執錫杖地而行在太子前太子見已卽便問汝是何人
비구가 대답하였다.‘나는 바로 비구입니다.’
比丘答言我是比丘
태자는 또 물었다.‘무엇을 말하여 비구라 합니까?’
019_0833_c_23L子又問何謂比丘
019_0834_a_02L‘능히 번뇌의 도둑을 깨뜨리고 후생의 몸을 받지 않나니, 그 때문에 비구라 합니다. 세간은 모두가 다 무상하고 위험하고 무르지만 내가 닦고 배우는 것은 번뇌 없는 거룩한 도인지라 빛깔ㆍ소리ㆍ냄새ㆍ맛ㆍ닿임ㆍ법에 집착하지 아니하고 영원히 함이 없음[無爲]을 얻어 해탈의 언덕에 도달합니다.’이 말을 하여 마치고 태자의 앞에서 신통력을 나타내어 허공을 날아 떠나 갔다.
019_0833_c_24L答言能破結賊受後身故曰比丘世閒皆悉無常危我所修學無漏聖道不著色聲香味觸法永得無爲到解脫岸作此言於太子前現神通力騰虛而去
이러할 때에 여러 시종하던 관속들은 모두 다 보게 되었는데, 태자는 이미 이 비구를 보았고, 또 널리 집을 떠난 공덕을 말함을 듣고서 그의 옛날부터 품고 있던 세속을 싫어하는 실정에 일치하였으므로 문득 스스로 외쳤다.‘장하고 장하구나, 천상과 인간 가운데서 오직 이것만이 훌륭한 것이로다. 나는 결정코 이런 도를 닦고 배워야겠다.’이렇게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말을 찾아 타고 궁성으로 돌아왔다.
019_0834_a_05L爾之時諸從官屬皆悉睹見太子旣已見此比丘又聞廣說出家功德其宿懷厭欲之情便自唱言善哉天人之中唯此爲勝我當決定修學是道作此語已卽便索馬還歸宮
이때에 태자는 마음에 기쁨과 경하함이 생겨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먼저 늙음과 병듦과 죽음의 고통이 있음을 보고 밤낮 언제나 두려워하며 이 때문에 시달림을 받았더니, 이제야 비구를 보고서 나의 뜻을 깨쳤고 해탈의 길을 보았노라.’ 그리고는 곧 스스로 방편을 생각하며 집을 떠날 인연을 찾았다.
019_0834_a_11L於時太子心生欣慶而自念言先見有老病死苦晝夜常恐爲此所今見比丘開悟我情示解脫路此念已卽自思惟方便求覓出家因緣
그때 백정왕은 우타이에게 물었다.‘태자가 이번에 나가서는 즐거움이 있었더냐?’
019_0834_a_15L爾時白淨王問優陁夷言太子今出寧有樂不
이때에 우타이는 왕에게 대답하였다.‘태자가 아까 나갈 때 지나는 길에서는 상서롭지 못한 일은 없었고, 동산 안에 이르러서 태자가 혼자 나무 아래 있었사온데, 멀리서 보았더니, 한 사람이 머리칼과 수염을 깎아 없애버리고 물들인 옷을 입고는 태자의 앞에 와서 함께 말을 하다가 말하기를 마치고서 허공을 날아 돌아갔사오나, 끝내 또한 무엇을 말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태자는 이로 인하여 수레를 차리고 돌아왔사온데, 그러할 때에는 얼굴 모습이 기뻐하더니 궁중으로 돌아와서는 곧 근심 걱정을 하였습니다.’
019_0834_a_17L時優陁夷卽答王言太子向出所經道路無諸不祥旣到園中太子獨自在於樹下遙見一人剃除鬚髮著染色衣來太子前共言語言語旣畢騰虛而去竟亦不知何所論說太子因是嚴駕而歸當爾之時顏容歡悅還至宮中方生憂愁
019_0834_b_02L이때에 백정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에 의심을 내면서도 역시 이것이 무슨 상서로운 조짐인가를 몰랐으므로 깊이 괴로워하면서 생각하였다. ‘태자는 틀림없이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겠는데, 또 그 비를 들인 지가 오래이었으나 아들이 없으니, 나는 이제 야수다라에게 칙명하여 방편을 생각해서 나라의 후사가 끊어지지 않게 해야 하겠으며, 또 경계를 하여 태자가 떠나가는데도 모르는 일이 없게 해야겠구나.’ 그리고 생각한 대로 곧 야수다라에게 칙명하자, 야수다라는 왕의 칙명을 듣고서 마음에 부끄러워 잠자코 있었으나 가고ㆍ그치고ㆍ앉고ㆍ눕는 데에 태자를 떠나지 아니하였으며, 때에 왕은 또 여러 아름다운 기녀들을 불러 재미있게 즐기게 하였다.
019_0834_a_23L時白淨王旣聞此語心生狐疑亦復不知是何瑞相深懷懊惱而自念言太子決定捨家學道又納其妃久而無子我今應勅耶輸陁羅當思方便莫絕國嗣復應警戒勿使太子去而不知旣作是念如所思惟卽便勅於耶輸陁羅耶輸陁羅聞王勅已心懷慚愧默然而住行止坐臥不離太子時王復增諸妙妓女以娛樂之
그때 태자의 나이 열아홉 살이 되자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지금이 바로 내가 집을 떠날 때이로구나.’
019_0834_b_09L爾時太子年至十九心自思惟我今正是出家之時
곧 부왕에게 나아갔는데 위의가 차분함이 마치 제석이 범천에 나아감과 같았는지라 곁의 신하들이 보고서 왕에게 아뢰었다.‘태자가 지금 대왕에게 오고 계십니다.’
019_0834_b_11L而便往至於父王所威儀庠序猶如帝釋往詣梵天傍臣見已而白王言太子今者來大王所
왕은 이 말을 듣고 근심과 기쁨이 엇섞였는데, 태자가 이르러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므로 그때에 부왕은 바로 그를 안아다가 앉게 하였다. 태자는 앉은 뒤에 부왕에게 아뢰었다.‘은혜와 사랑이 모이면 반드시 이별이 있는 것입니다. 오직 제가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우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일체 중생이 사랑과 이별의 괴로움을 모두 벗어나게끔 하겠사오니, 반드시 허락하시고 만류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019_0834_b_13L王聞此言憂喜交集太子旣至頭面作禮爾時父王卽便抱之而勅令坐太子坐已白父王言恩愛集會必有別離唯願聽我出家學道一切衆生愛別離苦皆使解脫願必垂許不見留難
이때에 백정왕은 태자의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괴로워져서 마치 금강으로 산을 깎고 깨뜨리는 것과 같았는지라 온몸이 벌벌 떨리어 본 자리에서 편히 있지 못하다가 태자의 손을 붙잡고 말을 못하면서 슬피 울고 눈물을 흘려 흐느끼며 목이 메었다. 이렇게 하기를 한참 있다가 작은 소리로 말하였다.‘너는 이제 집을 떠나려는 뜻을 쉬어야 한다. 왜냐 하면 나이가 젊었고 나라에 아직 후사도 없으면서 문득 나를 버리고 더욱 돌보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니라.’
019_0834_b_19L時白淨王聞太子語心大苦痛猶如金剛摧破於山擧身戰掉不安本座執太子手不復能言啼泣流淚噓唏哽咽如是良久微聲而言汝今宜應息出家意所以者何年旣少壯國未有嗣而便委我曾不迴顧
019_0834_c_02L그때에 태자는 부왕이 눈물을 흘리면서 허락하지 않음을 보고 있던 데로 돌아와서 집을 떠날 것을 생각하며 근심을 하고 언짢아하였다.
019_0834_b_24L爾時太子旣見父王流淚不許還歸所止思惟出家愁憂不樂
그때 가비라패도국(迦毘羅旆兜國)에서 관상을 잘 보는 사람들은를, ‘태자가 만약 집을 떠나지 아니하면 7일을 지난 뒤에는 전륜왕이 위를 얻어서 사천하를 다스리며 7보가 저절로 이르리라’고 점치고는, 저마다 알고 있는 것을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석가 성바지는 이에 바야흐로 흥성하겠습니다.’
019_0834_c_03L爾時迦毘羅旆兜國諸大相師占知太子若不出家過七日後得轉輪王王四天下七寶自至各以所知白王言釋迦種姓於此方興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곧 여러 신하와 석가 성바지 아들들에게 칙명하였다.‘너희들도 관상쟁이에게서 이와 같은 말을 들었었느냐. 모두 낮이나 밤이나 태자를 모시고 호위하여야 한다. 성의 네 문에는 문마다 천 명씩 두고 성 밖에 요자나(踰闍那) 안을 둘러싸서 사람들을 배치하여 두고 막고 보호하게 하라’고 하고, 또 야수다라와 여러 내관(內官)들에게 칙명하였다.‘갑절이나 경계를 더하여 7일을 지나도록 집을 떠나지 못하게 할지니라.’
019_0834_c_07L王聞是心生歡喜卽勅諸臣幷釋種子聞相師如此言不皆應日夜侍衛太於城四門門各千人周帀城外踰闍那內邏置人衆而防護之復勅耶輸陁羅幷諸內官倍加警戒過於七日勿使出家
고 하였으며, 이때에 왕은 또 태자의 처소에 와서 닿자 태자는 멀리서 보고 즉시 나아가서 받들어 맞으면서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기거(起居)의 문안을 드리므로 왕은 태자에게 말하였느니라.‘나는 옛날에 이미 아사타의 말과 뭇 관상쟁이며 아울러 여러 가지 신기하고 상서로움도 들었는지라 반드시 너는 세상에 살기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고 있다. 나라에 후사는 중한 것이므로 부디 이어받아져야 하나니, 오직 소원은 나를 위하여 너의 한 아들만을 낳아라. 그러한 뒤에 세속을 끊겠다 하면 다시는 반대하지 않으리라.’
019_0834_c_13L時王又來至太子所太子遙見卽往奉迎頭面禮足問訊起居王語太子我昔旣聞阿私陁說及衆相師幷諸奇瑞必定知汝不樂處世國嗣旣重屬當相繼唯願爲我生汝一子然後絕俗不復相違
그때에 태자는 부왕의 말을 듣고 생각하였다. ‘대왕께서 몹시 나를 만류하신 까닭은 바로 나라에 후사가 없었던 것이었구나’ 그리고는 왕에게 대답하였다.‘그렇게 하겠습니다. 칙명대로 하겠사옵니다.’그리고는 즉시 왼손으로써 그의 비(妃)의 배를 가리켰는데, 때에 야수다라는 곧 몸에 이상함을 깨달았고 저절로 임신한 것을 알았다.
019_0834_c_18L爾時太子聞父王言心自思惟大王所以苦留我者正自爲國無紹嗣耳作是念已而答王言善哉如勅卽以左手指其妃腹時耶輸陁羅便覺體異知有娠
019_0835_a_02L왕은 태자가 칙명대로 하겠다는 말을 듣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이르기를,‘태자는 7일 안에야 반드시 아이가 있지 못할 것이므로, 만약 이 기간만 지나면 전륜왕의 자리가 저절로 이를 것이며, 다시는 집을 떠나지 않게 되리라.’
019_0834_c_23L王聞太子如勅之言心大歡當謂太子七日之內必未有兒過此期轉輪王位自然而至不復出家
그때 태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나이 이미 열아홉에 이르렀다. 지금이 바로 2월이요 또 이는 7일인데, 방편을 써서 집 떠날 것을 생각해야겠구나. 왜냐하면 지금이 바로 때이며, 또 부왕의 소원도 이미 만족시켰기 때문이다.’이런 생각을 하여 마치고, 몸에서 광명을 내쏘아 사천왕 궁전을 비추고 내지 정거천이 궁전을 비추었으나 인간만은 이 광명을 보지 못하게 하였다.
019_0835_a_03L爾時太子心自念言我年已至一十有九今是二月復是七日宜應方便思求出家所以者何今正是時於父王所願已滿作此念已身放光明照四天王宮乃至照於淨居天宮令人間見此光明
그때 여러 하늘들은 이 광명을 보고서 모두가 태자가 집을 떠날 때가 다가왔음을 알고는 곧 내려와서 태자에게 이르러 땅에 엎드려 발에 예배하고 합장하고 아뢰었다.‘한량없는 겁으로부터 오면서 닦고 행한 바 이 원이 이제야 바로 성숙해진 때입니다.’
019_0835_a_09L爾時諸天見此光皆知太子出家時至卽便來下太子所頭面禮足合掌白言無量劫所修行願今者正是成熟之時
이에 태자는 여러 하늘들에게 대답하였다.‘그대들의 말과 같이 지금이야말로 바로 때입니다. 그러나 부왕께서 안팎의 관속들에게 칙명하여 엄히 막고 지킴을 당하고 있는지라 떠나고 싶어도 갈 수가 없습니다.’
019_0835_a_12L是太子荅諸天言如汝等語今正是然父王勅內外官屬嚴見防衛去無從
여러 하늘들이 아뢰었다.‘우리들이 여러 방편을 마련하여 태자를 나가시게 하겠으며, 알아차리는 이가 없게 하겠습니다.’여러 하늘들은 곧 그의 신통력으로써 여러 관속들을 모두가 다 혼곤히 잠이 들게 하였다.
019_0835_a_15L諸天白言我等自當設諸方便令太子出使無知者諸天卽便以其神力令諸官屬皆悉惛臥
그때 야수다라는 누워 잠자는 동안에 세 가지의 큰 꿈을 얻었나니, 첫째의 꿈은 달이 땅에 떨어짐이요, 둘째의 꿈은 어금니가 빠짐이요, 셋째의 꿈은 오른편 팔을 잃어버린 것이었는데 이 꿈을 꾸고 나서 잠결에 놀라 깨어나서 마음에 크게 두려워하면서 태자에게 알리기를‘저는 잠을 자는 동안에 세 가지의 나쁜 꿈을 꾸었습니다.’
019_0835_a_17L爾時耶輸陁羅眠臥之中得三大夢一者夢月墮地二者夢牙齒落三者夢失右臂得此夢已眠中驚覺心大怖懼白太子言我於眠中得三惡夢
태자는 물었다.‘당신은 어떤 꿈을 꾸었습니까?’
019_0835_a_21L太子問言汝夢何等
야수다라는 자세히 꾸었던 일을 설명하는지라 태자는 말하였다.‘달은 아직도 하늘에 있고, 어금니도 빠지지 않았으며 팔도 아직 있습니다. 모든 꿈이란 거짓이어서 진실이 아닌 줄 알아야 하리다. 당신은 이제 쓸데없이 두려워하지 마시오.’
019_0835_a_22L耶輸陁羅卽便具說所夢之事太子語言月猶在天齒又不落臂復尚在當知諸夢虛假非實汝今不應撗生怖畏
019_0835_b_02L야수다라는 또 태자에게 말하였다.‘제가 스스로 꿈을 꾼 일을 헤아려 볼 것 같으면, 반드시 이는 태자께서 집을 떠나는 조짐이십니다.’
019_0835_b_02L耶輸陁羅又語太子如我自忖所夢之事必是太子出家之瑞
태자는 또 대답하였다.‘당신은 편히 잠이나 잘 것이요,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반드시 당신에게 상서(祥瑞)롭지 못한 일은 없게 되리라.’
019_0835_b_04L太子又荅汝但安眠勿生此慮要不令汝有不祥事
하므로, 야수다라는 이 말을 듣고, 곧 도로 잠을 자는지라, 태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두루 기녀들과 야수다라를 살펴보매 모두가 마치 나무로 만든 사람들과 같았고 파초의 속이 굳거나 차지 않음과 같았는데, 혹은 악기의 위에 엎드려 있기도 하고 팔다리를 땅에 드리워 있기도 하고 다시 서로가 베개 삼아 누워 있기도 하고 콧물과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입 속에서 침이 흘러나오기도 하였으며, 또 다시 두루 아내와 기녀들을 자세히 살펴보았더니, 그의 형체에는 터럭과 손톱 발톱ㆍ골수ㆍ뇌ㆍ뼈ㆍ이ㆍ해골ㆍ피부ㆍ살ㆍ힘줄ㆍ맥ㆍ기름ㆍ피ㆍ심장ㆍ허파ㆍ지라ㆍ콩팥ㆍ간ㆍ쓸개ㆍ소장ㆍ대장ㆍ밥통ㆍ똥ㆍ오줌ㆍ눈물이며 침이 보였는데, 바깥이 가죽 주머니로 되어 가운데에 더러운 것이 담겨져서 하나도 기특할 만한 것은 없었거늘 억지로 향을 바르고 꽃과 비단으로 꾸몄다. 마치 빚졌다가 도로 갚는 것과 같아서 역시 오래할 수 없었으므로, ‘백년 동안의 목숨을 누어서 그 반을 소비하고, 또 근심과 괴로움이 많아서 그 즐거움을 얼마 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은 어찌하여 항상 이런 일을 보면서도 깨치지를 못하며, 또 그 속에서 음욕에 탐착하는 것일까? 나는 이제 옛날의 모든 부처님들께서 닦으셨던 행을 배워야겠으며, 서둘러서 이 큰 불더미를 멀리하여야 하겠구나.’
019_0835_b_05L耶輸陁羅聞此語已卽便還眠太子卽從坐起遍觀妓女及耶輸陁羅皆如木譬若芭蕉中無堅實或有倚伏於樂器上臂腳垂地更相枕臥鼻涕目口中流涎又復遍觀妻及妓女其形體髮爪髓腦骨齒髑髏皮膚肌筋脈肪血心肺脾腎肝膽腸胃尿涕唾外爲革囊中盛臭穢無一可强熏以香飾以花綵譬如假借當還亦不得久百年之命臥消其半又多憂惱其樂無幾世人云何恒見此事而不覺悟又於其中貪著淫欲我今當學古昔諸佛所修之行急應遠此大火之聚
그때 태자는 이를 생각하여 마치고 5경(更)이 되었는데, 정거 천왕과 욕심 세계의 하늘들이 허공에 가득히 차서 함께 소리를 같이하여 태자에게 말하였다.‘안팎의 권속들이 모두 다 혼곤히 잠을 자고 있으니, 지금이 집을 떠날 때입니다.’
019_0835_b_19L爾時太子思惟是已至於後夜淨居天王及欲界諸天充滿虛空卽共同白太子言內外眷屬皆悉惛臥今者正是出家之時
그때에 태자는 즉시 스스로 가서 차익에게 도착하는데, 하늘들의 힘 때문에 차익이 저절로 깨어나므로 말을 하였다.‘너는 나를 위하여 건척을 차리어서 오도록 하라.’
019_0835_b_23L爾時太子卽便自往至車匿所以天力故車匿自覺語之言汝可爲我被揵陟來
019_0835_c_02L그때에 차익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온몸을 떨면서 마음에 머뭇거렸나니, 첫째는 태자의 명령을 어기지 않으려는 것이요, 둘째는 왕의 칙명이 엄함을 두려워하였기 때문이니라.한참 생각을 하며 있다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대왕의 인자하신 칙명이 이렇게 엄하거늘, 또한 지금은 유람을 하실 때도 아니며, 또 적을 항복 받는 날로 아니옵니다. 어찌하여 이 5경인 밤중에 갑자기 말을 찾으십니까? 어디를 가려 하십니까?’
019_0835_c_02L爾時車聞此言已擧身戰怖心懷猶預不欲違太子命二者畏王勅旨嚴思惟良久流淚而言大王慈勅是之嚴且又今者非遊觀時又非降伏怨敵之日云何於此後夜之中忽索馬欲何所之
태자는 또 다시 차익에게 말하였다.‘나는 이제 일체 중생들을 위하여 번뇌의 도둑을 항복받으려는 까닭이니, 너는 이제 나의 이 뜻을 어기지 말지니라.’
019_0835_c_08L太子又復語車匿我今欲爲一切衆生降伏煩惱結使賊故汝今不應違我此意
그때에 차익은 소리를 높여 울부짖으면서 야수다라와 여러 권속들에게 태자가 떠나가는 것을 모두가 깨어나 알게 하려 하였지만 그때에는 하늘들의 신력이었는지라 혼곤히 잠을 그대로 자게 하였으므로, 차익은 말을 끌고 오자, 태자는 천천히 나오면서 차익과 건척에게 말하였다.‘온갖 은혜와 사랑은 만나면 이별을 하여야 한다. 세간의 일은 쉬이 해낼 수가 있거니와 집을 떠나는 인연이야말로 매우 성취하기 어렵다.’차익은 듣고 잠자코 말이 없었고, 이에 건척도 다시는 울부짖지 않았다.
019_0835_c_10L爾時車擧聲號泣欲令耶輸陁羅及諸眷皆悉覺知太子當去以天神力臥如故車匿卽便牽馬而來太子徐而語車匿及以揵陟一切恩愛當別離世閒之事易可果遂出家因甚難成就車匿聞已默然無言是揵陟不復噴鳴
019_0836_a_02L그때에 태자는 새벽 동이 트는 것을 보고 몸의 광명을 내어 시방을 환히 비추고 사자처럼 외쳤다.‘과거 모든 부처님께서 집을 떠나신 법을 나도 이제 그렇게 하노라.’이에 여러 하늘들은 말의 발을 바치고 아울러 차익을 붙안고서 석제환인은 일산을 잡고 따르며 여러 하늘들은 곧 성의 북쪽 문이 저절로 열리게 하면서 소리가 없게 하였다.태자는 이에 문을 따라 나가자 허공의 하늘들은 찬탄하며 따르는데, 그때에 태자는 또 사자처럼 외쳤다.‘나는 만약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과 근심ㆍ슬픔이며 괴로움을 끊지 못하면 마침내 궁중으로 돌아오지 않겠으며, 나는 만약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거나 또 다시 법의 바퀴를 굴릴 수 없다면 반드시 돌아와 부왕을 만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은혜와 사랑의 정을 다하지 못하면 끝까지 돌아와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를 만나지 않으리라.’
019_0835_c_17L爾時太子見明相放身光明徹照十方師子吼言去諸佛出家之法我今亦然於是諸捧馬四足幷接車匿釋提桓因蓋隨從諸天卽便令城北門自然而不使有聲太子於是從門而出空諸天讚歎隨從爾時太子又師子我若不斷生老病死憂悲苦惱不還宮我若不得阿耨多羅三藐三菩提又復不能轉於法輪要不還與父王相見若當不盡恩愛之情終不還見摩訶波闍波提及耶輸陁羅
태자가 이 맹세를 말할 때 허공에서 하늘들은 찬탄하였다.‘장하십니다. 그 말씀이야말로 반드시 이루시리이다.’
019_0836_a_05L於太子說此誓時虛空諸天讚言斯言必果
새벽에 이르기까지 갔던 길은 3요자나였으며, 때에 여러 하늘들은 태자를 따라서 이곳까지 와서는 할 일을 다 마쳤는지라 홀연히 나타나지 않았다.그때 태자는 점차로 가다가 저 발가 선인(跋伽仙人)이 고행하는 숲 속에 닿았는데, 태자는 이 동산 숲을 보자 고요하고 시끄럽지 않으므로 마음에 기뻐지고 모든 감관이 기꺼워지는지라 곧 말에서 내리며 등을 어루만지면서 말하였다.‘하기 어려운 일을 너는 하여 마쳤도다.’
019_0836_a_07L至于天曉所行道路三踰闍那時諸天衆旣從太子至此處已所爲事畢忽然不現爾時太子次行至彼跋伽仙人苦行林中太子見此園林寂靜無諸諠鬧心生歡喜諸根悅豫卽便下馬撫背而言所難爲事汝作已畢
또 차익에게 말하였다.‘말의 행보가 빨라서 마치 큰 금시조왕과 같았거늘 너는 한결같이 따르면서 나의 곁을 떠나지 않았도다. 세간의 사람들은 혹은 착한 마음을 지녔어도 몸은 따르지 않기도 하고, 혹은 몸과 힘은 따면서도 마음이 맞지 않기도 하는데, 너는 이제 마음과 몸이 모두 다 어김이 없었구나. 또 세간 사람들은 부귀에 있는 이면 다투어서 따르고 받들어 섬기거니와 나는 이미 나라를 버리고 이 숲속으로 왔는데, 오직 너 한 사람만이 혼자서 나를 따른 것이 매우 드문 일이로다. 나는 이제 이미 한가하고 고요한 곳에 이르렀으니, 너는 곧 건척과 같이 함께 궁중으로 돌아갈지니라.’
019_0836_a_13L又語車匿馬行駿疾如金翅鳥王汝恒隨從離我側世閒之人或有善心而形不或運形力而心不稱汝今心形皆悉無違又世閒人處富貴者競隨奉我旣捨國來此林中唯汝一人能隨我甚爲希有我今旣已至閑靜汝便可與揵陟俱還宮也
019_0836_b_02L그때에 차익은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부짖으면서 정신없이 땅에 거꾸러져 어쩔 줄을 몰랐으며, 이에 건척은 보낸다 함을 듣고 무릎을 꿇고 발을 핥으며 눈물을 비오듯 흩리는데, 차익은 대답하였다.‘나는 이제 어떻게 차마 태자의 하신 이런 말씀을 듣겠나이까? 나는 궁중에서 대왕의 칙명을 어기고 건척을 차리어서 태자께 드리어 오늘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부왕과 마하파사파제는 태자를 잃었기 때문에 반드시 근심하고 괴로워하실 것이며, 궁중 안팎에서도 야단법석일 것이옵니다.또 여기야말로 여러 험난함이 많고 사나운 짐승과 독충들이 길에 마구 깔려 있거늘 제가 어떻게 태자를 버리고 혼자 궁중으로 돌아가겠나이까?’
019_0836_a_20L爾時車匿聞此語已悲號啼泣迷悶躄地不能自勝於是揵陟旣聞被遣屈膝舐足淚落如雨車匿答言我今云何忍聽太子如此言耶我於宮中違大王勅輒被揵陟以與太子致令今日來至於此父王及摩訶波闍波提失太子必當憂惱宮中內外亦應搔動復此處多諸嶮難猛獸毒虫交撗道我今云何而捨太子獨還宮耶
태자는 곧 차익에게 대답하였다.‘세간의 법에서는 혼자 나고 혼자 죽거늘 어찌 또 벗이 있겠느냐. 또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여러 고통이 있거늘 내가 어찌하여 이것과 함께 벗이 되어야겠느냐. 나야말로 이제 모든 고통을 끊기 위하여 여기까지 온 것이니, 고통이 만약 끊어진 때면 그런 뒤에 일체 중생들과 함께 벗이 되겠거니와 내가 지금에 모든 고통도 아직 끊지 못했으면서 어찌하여 너와 벗이 될 수가 있겠느냐?’
019_0836_b_06L子卽便答車匿言世閒之法獨生獨豈復有伴又有生老病死諸苦當云何與此作侶吾今爲欲斷諸苦而來至此苦若斷時然後當與一切衆生而作伴侶我於卽時諸苦未云何而得爲汝作侶
차익은 또 말하였다.‘태자가 탄생하셔서부터는 깊은 궁중에만 오래 계셨으므로 몸과 손발이 모두 다 부드러우며 잠을 자는 평상과 이부자리는 가늘고 미끄럽지 않음이 없었거늘 어떻게 하루아침에 가시덤불과 기와 부스러기며 진흙을 깔고 나무아래 머무르시겠나이까?’
019_0836_b_12L車匿又曰子生來長於深宮身體手足皆悉柔眠臥牀褥無不細滑如何一旦履藉荊蕀瓦礫泥土止宿樹下
태자가 대답하였다.‘진실로 너의 말과 같되 만일 내가 궁중에서 산다 하면 이런 가시덤불의 환난을 면할 수 있거니와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고통만은 마침내 저절로 침범을 당하리라.’
019_0836_b_15L太子答誠如汝語設我住宮乃可免此荊蕀之患老病死苦會自見侵
019_0836_c_02L차익은 태자의 이 말을 듣고 슬피 울며 눈물을 흘리면서 잠자코 서 있자, 때에 태자는 차익에게 나아가서 7보의 칼을 잡고 사자처럼 외쳤다.‘과거의 부처님네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기 위하여 장식과 좋은 것을 버려 버리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셨나니, 나도 이제 모든 부처님의 법을 의지해야 하리라.’이 말을 하여 마치고 곧 보배 관과 상투 속의 명주(明珠)를 벗어서 차익에게 주면서 말하였다.‘이 보매 관과 명주를 왕의 발 아래 바치고서 너는 나를 위하여 대왕에게 아뢰기를,〈저는 이제 하늘에 나서 즐기려 함도 아니요, 또한 부모에게 불효하려 함도 아니요, 또한 원망하거나 성내는 마음도 없으며 오직 저 나고ㆍ늙고ㆍ병들고ㆍ죽음을 두려워하여 끊어 없애기 위하여 여기까지 왔을 뿐이옵니다〉라고 할 것이며, 너는 나를 도와서 따라 기뻐하고 경하할 것이요, 상서로운 일에 다시는 슬퍼하거나 근심을 하지 말라.
019_0836_b_17L車匿旣聞太子此語悲泣垂淚默然而住時太子卽就車匿取七寶劍而師子過去諸佛爲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故捨棄飾好剃除鬚髮我今亦當依諸佛法作此言已便脫寶冠髻中明珠以與車匿而語之曰以此寶冠及以明珠致王足下汝可爲我上白大王我今不爲生天樂故亦復非不孝順父母亦無忿恨瞋恚之心但以畏彼生老病死爲除斷故來至此耳汝應助我隨喜欣慶勿於吉祥更生悲愁
부왕께서 만약 나의 지금의 집을 떠남이 아직 시기가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너는 나의 말로써 대왕께 아뢰기를, 〈늙고ㆍ병들고ㆍ죽음의 다가옴이 어찌 일정한 시기가 있으며, 사람이 비록 젊고 씩씩하다 한들 어찌 이를 면할 수 있겠나이까〉라고 하라.
019_0836_c_06L父王若謂我今出家未是時者汝以我語上啓大王老病死至豈有定時人雖少壯焉得免此
부왕께서 만약 또 나를 책망하시되, 〈본래 아들을 두겠다는 약속으로 집 떠나기를 허락하였거늘 이제 아직 아들이 없으면서 어찌하여 떠나갔는냐〉라고 하시면, 궁중을 나올 때에 미처 여쭙지 못한 것을 네가 나를 위하여 자세히 부왕에게 여쭙되, 〈야수다라는 오래부터 이미 임신하였사오니 왕 스스로가 물어 보실 것이오며, 옛날의 칙명이 그와 같으셨으므로 멋대로 한 것이 아니옵니다〉라고 하더이다라고 하라.
019_0836_c_08L父王若復而責我言本要有子當聽出家今未有子云何而去及出宮時不啓聞者汝可爲我具啓父王耶輸陁羅久已有身王自問之昔勅如此非爲專輒
옛날에 전륜성왕으로서 나라의 자리를 싫어할 이들은 산 숲에 들어가서 집을 떠나 도를 구하다가 중도에 돌아가서 다섯 가지 욕심을 받음이 없었나니 내가 이제 집을 떠나서도 역시 그와 같으리라.보리를 이루지 못하면 마침내 궁중에 돌아가지 않으리니, 안팎 권속들이 모두 나에게 은혜와 애정이 있을 터이나 너의 변재로써 그들을 위하여 풀이할 것이요, 나에게 멋대로 근심 고통을 내지 않게 하라.’
019_0836_c_13L往古有諸轉輪聖王厭國位者入於山林出家求道無有中途還受五欲我今出家亦復如是未成菩提終不還宮內外眷屬皆當於我有恩愛情可以汝辯爲解釋之勿使於我撗生憂惱
그리고 태자는 또 다시 몸의 영락을 벗어서 차익에게 주면서 말하였다.‘너는 나를 위하여 이 영락을 가져다 마하파사파제께 바치면서 아뢰되, 〈저는 이제 모든 괴로움의 근본을 끊기 위하여 짐짓 궁성을 나왔으므로 이 소원을 채우겠으니, 다시는 저에 대하여 도리어 괴로움을 일으키지 마소서〉라고 하더라 하라. 또 몸 위의 그 밖의 꾸미개를 벗어서 야수다라에게 줄 터이니, 또 다시 말하기를 〈인생은 세상에서 사랑하면 이별하는 괴로움이 있으므로, 나는 이제 이 여러 괴로움을 끊기 위하여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우는 것이니, 나 때문에 항상 근심 걱정을 하지 마시오〉라고 하더이다 할 것이며, 아울러 여러 친척들에게도 모두 역시 그와 같이 할지니라.’
019_0836_c_18L太子又復脫身瓔珞以授車匿而語之言汝可爲我持此瓔珞奉摩訶波闍波提道我今爲斷諸苦本故出宮城求滿此願勿復於我反更生苦又脫身上餘莊嚴具以與耶輸陁羅亦復語言人生於世愛別離我今爲欲斷此諸苦出家學道以我故恒生愁憂幷諸親屬皆亦如
019_0837_a_02L그때에 차익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갑절 더 몹시 슬퍼하면서 차마 태자의 명령을 어기지 못하고 길이 꿇앉아 보배 관과 명주ㆍ영락ㆍ꾸미개 등을 받아 가지고 눈물을 흘리며 말하였다.‘제가 태자의 그와 같은 뜻과 소망을 듣자오매 온몸이 벌벌 떨리옵니다. 설령 어떤 사람의 마음이 나무와 돌과 같다 하더라도 이 말씀을 들으면 역시 슬프게 느끼겠거든 하물며 나면서부터 태자를 받들어 모신 제가 이 맹세를 들고서 마음 아파하지 않겠나이까?오직 원하옵나니, 태자께서는 이 뜻을 버리시고 부왕과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며 아울러 다른 친척들에게는 큰 슬픔과 고통이 나지 않게 하옵소서. 만약 결정코 이 뜻을 돌리시지 않겠으면 이 곳에서 다시 저를 버리지나 마옵소서.’
019_0837_a_03L爾時車匿聞此語已倍增悲絕忍違於太子勅令卽便長跪受取寶冠明珠瓔珞及嚴飾具垂淚而言聞太子如此志願擧身戰掉設令有人心如木石聞此語者亦當悲感我生來奉侍太子聞此誓言而不感唯願太子捨於此志勿令父王摩訶波闍波提耶輸陁羅幷餘親屬生大悲苦若使決定不迴此意勿於是處而復棄我
저는 이제 태자의 발 아래 귀의하겠사오니, 끝끝내 어기고 떠나가는 거동은 보지 않으리이다. 설령 궁중으로 돌아가더라도 왕은 반드시 저를 책망하실 터인데, 어떻게 태자를 버리고 혼자 돌아가서 무슨 말로써 대왕에게 대답을 올리게 하려 하나이까?’
019_0837_a_12L我今歸依太子足下終不見有違離去理設當還宮王必責我云何獨委太子而歸欲令何言上答大王
태자는 대답하였다.‘너는 지금 그와 같은 말은 하지 말라. 세상이 모두 이별이니, 어찌 언제나 모여 있겠느냐. 나를 낳은 지 7일 만에 어머님이 돌아가셨다. 모자도 오히려 죽음과 삶의 이별이 있거든 하물며 딴 사람들끼리겠느냐. 너는 나에게 치우치게 그리움만을 내지 말고 건척과 함께 궁중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다시금 명령하였으나 아직도 떠나가려 하지 않았다.
019_0837_a_15L太子答言汝今不應作如此語世皆離別豈常集聚我生七日而母命終母子尚有死生之別而況餘人汝勿於我偏生戀慕可與揵陟俱還宮也如是再勅猶不肯去
그때 태자는 곧 날카로운 칼로써 스스로 수염과 머리칼을 깎고서 원을 세우기를,‘이제 수염과 머리칼을 깎았사오니, 원컨대 일체와 함께 번뇌와 익힌 죄장을 끊어 없애 주소서.’
019_0837_a_19L爾時太子便以利劍自剃鬚髮卽發願今落鬚髮願與一切斷除煩惱及以習障
그러자 석제환인은 머리칼을 받아서 떠나갔으며, 허공에서 여러 하늘들은 향한 사르고 꽃을 흩으면서 소리를 같이하여 찬탄하였다.‘장하십니다. 장하십니다.’
019_0837_a_22L釋提桓因接髮而去虛空諸燒香散花異口同音讚言善哉
019_0837_b_02L그때 태자는 수염과 머리칼을 깎은 뒤에 스스로 그 몸에 입고 있는 옷을 보았더니, 아직도 이는 7보인지라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과거 모든 부처님네의 집을 떠난 법에 입으셨던 의복은 이와 같지는 않으셨으리라.’
019_0837_a_24L爾時太子剃鬚髮已目見其身所著之衣猶是七寶卽心念言過去諸佛出家之法所著衣服不當如此
이때에 정거천이 태자의 앞에서 변화로 사냥꾼이 되어서 몸에 가사를 입고 있자, 태자는 보고 마음에 크게 기뻐하면서 말하였다.‘당신이 입고 있는 옷은 바로 고요함이 의복인지라, 옛날 모든 부처님네의 표지이거늘 어찌하여 이를 입고서 죄를 짓는 행동을 하십니까?’
019_0837_b_03L淨居天於太子前化作獵師身被袈太子旣見心大歡喜而語之言所著衣是寂靜服往昔諸佛之所幖幟也云何著此而爲罪行
사냥꾼이 대답하였다.‘내가 가사를 입은 것은 여러 사슴들을 유인하기 위해서입니다. 사슴은 가사를 보고 모두 와서 나를 가까이하면 나는 죽일 수가 있습니다.’
019_0837_b_07L獵者答言我著袈裟以誘群鹿鹿見袈裟皆來近我我得殺之
태자는 또 말하였다.‘만약 당신의 말과 같다면 이 가사를 입는 것은 다만 사슴들을 죽이려 하는 것뿐이요, 해탈을 구하려고 입은 것이 아닙니다. 나는 이제 이 7보의 옷을 가져서 당신과 바꾸겠소. 나는 이 옷을 입고서 일체 중생을 거두고 구제하여 그의 번뇌를 끊으려 합니다.’
019_0837_b_09L太子又言若如汝說著此袈裟但欲爲殺諸鹿故耳非求解脫而服之也我今持此七寶之衣與汝貿易吾服此衣爲欲攝救一切衆生斷其煩惱
사냥꾼이 대답하였다.‘좋습니다.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즉시 보배 옷을 벗어서 사냥꾼에게 주고 자신은 가사를 입고서 과거 모든 부처님네의 입으셨던 법을 의지하였다.
019_0837_b_13L獵者答言善哉如告卽脫寶衣而與獵者自被袈裟依過去諸佛所服之法
이때에 정거천은 다시 범천의 몸으로 되돌아가며 허공을 올라서 그의 있던 곳으로 돌아갔었는데, 때에 공중에서 기이한 광명이 있자 차익은 이를 보고 마음에 기특하게 여기며 전에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면서,‘이제 이 상서로운 감응(感應)이야말로 작은 일이 아니로구나.’
019_0837_b_15L時淨居天還復梵上升虛空歸其所止于時空中異光明車匿見此心生奇特歎未曾今此瑞應非爲小緣
차익은 태자가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고 몸에 법복을 입었음을 보고서 결정코 태자를 돌릴 수 없음을 알고 땅에 뒹굴며 갑절 더 괴로워하므로, 그때에 태자는 말하였다.‘너는 이제 마땅히 이 슬픔과 근심을 버리고 곧 궁성으로 돌아가서 자세히 나의 뜻을 말할지니라.’
019_0837_b_18L車匿旣見太子剃除鬚髮身著法服定知太子必不可迴悶絕於地倍增懊惱爾時太而語之言汝今宜應捨此悲愁便還宮城具宣我意
019_0837_c_02L태자는 이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므로 차익은 흐느끼며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멀어질 때까지 바라보며 태자가 보이지 않게 되자 연후에야 일어나서 온몸을 벌벌 떨면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건척과 꾸미개를 돌아보고는 목이 메어 슬피 울며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곧 건척을 끌고 보배 관과 몸을 장식한 꾸미개를 가지고서 차익은 울부짖고 건척은 슬피 울면서 길을 따르며 돌아왔다.
019_0837_b_22L太子於是卽徐前車匿歔欷頭面作禮乃至遠望不見太子然後方起擧體戰掉不能自顧看揵陟及莊嚴具嗚咽悲哽泗交流卽牽揵陟執持寶冠嚴身之車匿號咷揵陟悲鳴緣路而歸
그때 태자는 그대로 나아가서 발가 선인이 살고 있는 곳에 이르자, 때에 그 숲 속에 있던 날짐승과 길짐승들이 태자를 보고서 모두 다 똑바로 보며 단정히 서서 눈도 깜작거리지 않았으며, 발가 선인은 멀리서 태자를 보고 생각하였다. ‘이 분은 어떠한 신이실까, 일천(日天)일까, 월천(月天)일까, 제석이실까’라고 하면서 곧 권속들과 함께 태자를 영접하며 깊이 공경과 존중심을 내면서 말하였다.‘잘 오십시오. 어진 이여.’
019_0837_c_05L爾時太子卽便前至跋伽仙人所住之處時彼林中有諸鳥獸旣見太子皆悉矚目端住不瞬跋伽仙人遙見太子而自念言此是何神爲日月天爲帝釋耶便與眷屬來迎太子深生敬重而作是言善來仁者
태자는 여러 신선들을 보며 마음과 뜻이 부드러워지고 위의가 차분하여지므로 태자는 곧 그들의 사는 곳으로 나아갔더니, 그 신선들은 다시는 거룩한 빛이 없어져버렸는데 모두가 다 같이 와서는 태자가 앉기를 청하는지라 태자는 앉고 나서 그 신선들의 행을 자세히 살펴보자, 어떤 이는 풀로써 옷을 삼은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나무껍질과 나뭇잎으로 옷을 만들기도 하고, 어떤 이는 하루에 한 끼를 먹기도 하고, 어떤 이는 이틀에 한 끼를 먹기도 하고, 어떤 이는 사흘에 한 끼를 먹기도 하여 이와 같은 스스로 굶주리는 법을 행하였으며 혹은 물과 불을 섬기기도 하고, 혹은 해와 달을 받들기도 하고, 혹은 한 다리를 발돋움하여 서 있기도 하고, 혹은 티끌 있는 땅에 누워 있기도 하고, 혹은 가시나무 위에 누워 있기도 하고, 혹은 물과 불의 곁에 누워 있기도 하였으므로 태자는 이러한 고행을 보고서 곧 발가 선인에게 물었다.‘당신들은 지금 이러한 고행을 닦으니, 매우 기특합니다. 모두가 어떠한 과보를 구하려고 하십니까?’
019_0837_c_11L太子旣見諸仙人衆心意柔軟威儀庠序太子卽便前其住處諸仙人等無復威光皆悉同來請太子坐太子坐已觀察彼諸仙人之行或有以草而爲衣者或以樹皮樹葉以爲服者或有唯食草木花果或有一日一食或二日一或三日一食如是行於自餓之法或事水火或奉日月或翹一腳或臥塵土或有臥於荊蕀之上或有臥於水火之側太子旣見如此苦行卽便問於跋伽仙人汝等今者修此苦行甚爲奇特皆欲求於何等果報
선인이 대답하였다.‘이런 고행을 닦아서 하늘에 나려고 합니다.’
019_0837_c_23L仙人答言修此苦行爲欲生天
019_0838_a_02L태자는 또 물었다.‘여러 하늘이 비록 즐겁기는 하나 복이 다하면 떨어져서 여섯 갈래를 윤회(輪廻)하므로 마침내 괴로움의 무더기거늘 당신들은 어째서 모든 괴로움의 원인을 닦아서 괴로움의 과보를 구하십니까?’그리고 태자는 마음에 스스로 한탄하였다. ‘장사하는 사람은 보배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고, 왕은 국토를 위하여 군사를 일으켜 상대방을 치거늘, 이제 저 신선들은 하늘에 나기 위하여 이런 고행을 닦는구나.’
019_0837_c_24L太子又問諸天雖樂福盡則窮輪迴六道終爲苦聚汝等云何修諸苦因以求苦報太子卽便心自歎言商人爲寶故入大海王爲國土興師相伐今諸仙人爲生天故修此苦行
한탄하기를 마치고 잠자코 서 있자, 발가 선인은 곧 태자에게 물었다.‘어진 이께서는 무슨 뜻으로 잠자코 계시며 말씀을 하지 않습니까? 저희들의 하는 일이 참되고 바른 것이 아닙니까?’
019_0838_a_05L作是歎已默然而住跋伽仙人卽問太子仁者何意默然不言我等所行非眞正耶
태자는 대답하였다.‘당신들의 하는 일들이 지극한 고행이 아님은 아니로되 그러나 구하시는 과보가 마침내 괴로움을 여의치 못하리라.’
019_0838_a_07L太子答言汝等所行非不至苦然求果報終不離苦
태자와 그 신선들은 이런 의론을 펴며 말이 오가다가 날이 저물어졌으므로, 태자는 거기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음 날 아침이 되자 다시 생각하였다. ‘이 신선들은 비록 고행을 닦기는 하나 모두가 해탈하는 참되고 바른 도가 아니다. 나는 이제 여기에 머무르지 말아야 하겠구나.’ 즉시 신선들과 작별을 하고 떠나가려 하자, 때에 그 신선들은 태자에게 아뢰었다.‘어진 이께서 여기에 오시자 우리 모두가 기뻐하였으며 우리들에게 거룩한 덕이 더욱 왕성하게 해 주셨거늘 이제 무엇 때문에 갑자기 떠나가려 하십니까? 바로 우리들이 위의에 잘못을 깨쳤습니까? 이 대중 가운데서 감정을 돋울까 해서 그러하십니까? 무슨 일 때문에 여기에 계시지 않겠습니까?’
019_0838_a_09L太子與諸仙人設此議論言語往復乃至日暮太子卽便停彼一宿旣至明旦復更思惟此諸仙人雖修苦行皆非解脫眞正之道我今不應止住於此卽與仙人辭別欲去時諸仙人白太子言仁者來此我皆歡喜令我人衆威德增盛今者何故而忽欲去爲是我等失於威儀爲此衆中相犯觸耶以何因緣不住於此
태자는 대답하였다.‘이는 당신들이 손님을 대하는 위의에 잘못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또한 모자란 바도 없지만 다만 당신들의 닦는 바가 괴로움의 원인만을 더욱 자라게 하는 것이므로, 나는 이제 도를 배워서 괴로움의 근본을 끊으렵니다. 이런 인연 때문에 떠나갈 뿐입니다.’
019_0838_a_17L太子答言非是汝等有如是失賓主之儀亦無所少但汝所修增長苦因我今學道爲斷苦本以此因緣是故去耳
그러자 그 신선들은 함께 의논하였다.‘그가 닦은 도가 극히 넓고 크거늘 어찌하여 우리들이 만류할 수야 있겠습니까?’
019_0838_a_21L諸仙人衆自共議言其所修道極爲廣大云何我等而得留之
그때에 관상하는 법을 잘 아는 한 신선이 있다가 대중들에게 말하였다.‘이제 이 어진 이야말로 모든 상호가 완전히 갖추어져서 반드시 일체 종지를 얻어서 하늘과 사람들의 스승이 되겠습니다.’
019_0838_a_22L爾時有一仙人善知相法語衆人言今此仁者諸相具足必當得於一切種智爲天人師
019_0838_b_02L그리고는 곧 함께 태자에게 나아가서 이런 말을 하였다.‘닦는 도가 특이한지라 감히 만류하지는 못하겠습니다만 만약 떠나가시려면 북쪽을 향하여 가십시오. 거기에는 아라라(阿羅邏)와 가란(加蘭)이라는 큰 신선들이 계십니다. 어진 이께서는 가셔서 그들과 논의를 하십시오. 그러나 제가 어진 이를 자세히 살피건대 역시 그 곳에서도 머무르지 않으실 것같습니다.’
019_0838_b_02L卽便俱往詣太子所而作是言所修道異不敢相留若欲去可向北行彼有大仙名阿羅邏仁者可往就其語論我觀仁者亦當不必住於彼處
이에 태자는 곧 북쪽으로 떠나가자 그 신선들은 태자가 떠나는 것을 보고 마음으로 괴로워하면서 합장하고 따라 전송을 하며 아주 멀어져서 보이지 않게 되자 그런 뒤에 비로소 돌아왔었다.
019_0838_b_06L於是太子卽便北行諸仙人衆見太子去心懷懊惱合掌隨送極望絕視然後乃還
그때 태자가 궁중을 나간 뒤에 날이 밝아지자 야수다라와 여러 채녀 들은 잠에서 깨어났는데, 태자가 보이지 않는지라 슬피 부르짖으며 울다가 곧 마하파사파제에게 가서 여쭈었다.‘오늘 아침에 갑자기 태자가 어디 계신지를 모르겠습니다.’
019_0838_b_08L爾時太子旣出宮已至於天曉耶輸陁羅及諸婇女從眠而覺不見太子悲號啼泣卽便往啓摩訶波闍波提今旦忽失太子所在
마하파사파제는 이 말을 듣고 기절하여 땅에 넘어져 버렸다. 이렇게 하여 차츰차츰 왕까지 알게 되자 왕은 이 말을 듣고 우두커니 소리가 없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마치 온몸이 죽어버린 것과 같아졌으며, 온 궁중 안팎이 다 역시 그와 같았었다.
019_0838_b_12L摩訶波闍波提聞是語已迷悶躄地如是展轉乃至達王王聞此言屹然無聲失其精魄若喪四體擧宮內外皆亦如是
이때에 대신들은 곧 들어가서 태자의 살던 곳을 조사하였고 궁성을 순찰하자 성의 북쪽 문이 저절로 이미 열리어 있음을 보았으며, 또 다시 차익과 건척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바로 문지기에게 물었다.‘누구가 이를 열었느냐?’
019_0838_b_15L時諸大臣卽入撿視太子住處案行宮城見城北門自然已開又復不見車匿揵陟卽問門司誰開此者
서로가 알아 보아도 모두가 모르겠다고 하므로, 아울러 방위하던 사람들에게 물어도 역시 이 문이 열려진 뜻을 모르겠다고 하는지라 때에 대신은 생각하였다. ‘북쪽 문이 이미 열렸으니 태자는 반드시 여기로 나갔으리니, 빨리 태자의 계신 데를 찾아야겠구나.’ 그리고는 곧 천 수레와 만의 말에게 칙명하여 잇달아 사방으로 내보내어 태자를 좇아 찾게 하였으나 하늘의 힘 때문에 길을 헷갈려 잃어버리고 가는 데를 몰랐으므로 곧 돌아와서는 대왕에게 아뢰었다.‘태자를 찾아보았사오나 계신 데를 모르겠습니다.’
019_0838_b_18L互相推撿皆云不知幷問防人亦云不解此門開意于時大臣心自思惟北門旣開太子必當從此而出宜速尋覓太子所在卽勅千乘萬騎絡繹四出追求太子以天力故迷失道逕不知所之卽便還歸白大王言推尋太子不知所在
019_0838_c_02L그때 차익은 걸어서 건척과 꾸미개들을 끌고 슬피 울며 목이 메어서 길을 따라 돌아오는데, 온 읍의 인민들이 목이 메어서 길을 따라 돌아오는데, 온 읍의 인민들이 이를 보고 놀라며 괴로워하지 않는 이 없이 모두 다 다투며 와서 차익에게 물었다.‘너는 태자를 보내어 어느 곳에 두고서 이제 건척과 혼자만이 돌아오느냐?’
019_0838_b_24L爾時車匿步牽揵陟及莊嚴具悲泣鳴咽隨路而還擧邑人民見此驚愕無不懊惱悉皆競來問車匿言汝送太子置於何處今與揵陟而獨還耶
차익은 여러 사람들의 이런 질문을 받고 갑절이나 더 슬퍼하면서 대답을 못하였는데, 이 인민들은 비록 건척이 안장을 7보로 장엄은 하였으나 태자가 보이지 않는지라, 마치 죽은 사람이 꽃과 비단으로 꾸며 있음과 같았다.
019_0838_c_05L車匿旣得諸人此問倍更悲絕不能答之此諸人民雖見揵陟被帶鞍勒七寶莊嚴不見太子猶若死人飾以花綵
이에 차익이 먼저 궁성으로 들어가니 건척이 슬피 울었는데, 여러 마구에서 말들이 한꺼번에 슬피 울었으므로 밖의 여러 관속들이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에게 아뢰었다.‘차익만이 건척과 함께 돌아왔습니다.’
019_0838_c_08L於是車匿前入宮城揵陟悲嘶諸廏群馬一時哀鳴外諸官屬白摩訶波闍波提及耶輸陁羅言車匿唯與揵陟俱還
이 말을 듣고 땅에 뒹굴어져서 생각하였다. ‘이제 차익과 건척이 서로 따르며 함께 돌아왔다는 것만 들리고 태자가 돌아왔다고 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구나.’
019_0838_c_12L聞此言已宛轉于地而自念今者唯聞車匿揵陟相隨俱還不聞道太子歸聲
마하파사파제는 이런 말을 하였다.‘내가 태자를 길러서 나이가 장대하여졌는데, 하루아침에 나를 버려 있는 데를 모르겠구나. 마치 과일나무에 꽃이 맺어서 열매가 되었다가 익으려 하는데 땅에 떨어져버린 것과 같으며, 또 굶주린 사람이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만나서 먹으려 하는데 갑자기 엎어져버린 것과 같구나.’
019_0838_c_14L摩訶波闍波提卽作是言我養太子至年長大一旦捨不知所在譬如果樹結花成實熟落地又如飢人遇百味饌臨欲食忽然翻倒
야수다라는 또 스스로 말하였다.‘나와 태자는 가고ㆍ서고ㆍ앉고ㆍ눕는 데에 서로가 멀리 여의지를 않았거늘, 이제 나를 버리고 간 데조차 모르겠구나. 옛날에 여러 왕들도 산에 들어가 도를 닦으면 모두가 처자를 데리고서 잠시도 서로가 버리지 않았다. 세간의 사람들은 한 번 만나서 서로가 알았다가 이별하여도 서로가 잊어버리지 아니하거늘, 부부간의 정은 은애와 사랑이 깊은데도 이에 도리어 이렇듯 야박하실까.’ 그리고는 차익을 힐난하였다.차라리 지혜로운 이들과 원수를 맺을지언정 어리석은 사람과는 함께 친할 것이 못되도다. 너 미련퉁이야, 몰래 태자를 전송하여 어디다 두고 이 석가 성바지가 다시는 흥성하지 못하게 하느냐?.’
019_0838_c_18L耶輸陁羅又自言曰與太子行住坐臥不相遠離今者捨莫知所趣古昔諸王入山學道將妻子不蹔相棄世閒之人一遇相別不相忘夫婦之情恩愛之深乃反更如是之薄詰車匿言寧與智者而作怨讎不共愚人以爲親厚癡頑人盜送太子置於何處令此釋族不復熾盛
019_0839_a_02L또 건척을 책망하였다.‘너는 태자를 싣고 이 왕궁을 나가면서 떠나갈 때쯤 되어서는 고요히 소리조차 없이 하다가 이제야 빈 것으로 돌아와서 무슨 뜻으로 슬피 울었느냐?’
019_0839_a_03L又責揵陟汝載太子此王宮近去之時寂然無聲今者空何意悲嘶
그때에 차익은 곧 대답하였다.‘저와 건척만을 책망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이것은 바로 하늘의 힘이었고 사람으로서 하는 일이 아닙니다. 그날 저녁에 부인과 채녀들은 모두가 다 혼곤히 잠이 들었는데 태자께서 저에게 칙명하여 일으켜 말을 차리게 하셨으므로 저는 그때에 크고 높은 소리로써 태자에게 간하면서 부인과 채녀들이 이를 듣고 놀라 깨어나게 하려 하였으며 건척을 차렸지만 도무지 깨어난 이가 없었습니다.
019_0839_a_05L爾時車匿卽便答言責於我及以揵陟所以者何此是天非人所爲當於爾夕夫人婇女悉惛臥太子勅我令起被馬我於爾以大高聲而諫太子欲使夫人諸婇女聞此驚悟及被揵陟都無覺
성문이 열린 적마다 40리를 들리는 데도 그러한 때에만은 저절로 열려지고 또 소리 하나 없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이 어찌 하늘의 힘이 아니었겠습니까?성을 나갈 때에는 하늘이 여러 신들에게 손으로 말의 발을 바치고 저를 붙안았으며, 허공의 하늘들로서 따라 모신 이가 수없었는데 제가 어떻게 하여 중지시킬 수가 있었겠나이까?
019_0839_a_11L城門每開聞四十里當爾之時然而開又無一聲如此之事豈非天出城之時天令諸神手捧馬足接於我虛空諸天隨從無數我當云何而能止耶
이때에 하늘이 밝자 3요자나를 갔었으며, 저 발가 선인이 사는 데에 이르러서는 또 여러 가지의 기특하고 이상한 일이 있었습니다.원컨대 저의 말씀을 들어 주십시오. 태자께서 발가 선인이 고행하는 숲 속에 이르시어 말을 내리면서 손으로 말의 등을 어루만지며 아울러 저에게 명령하여 궁성으로 돌아가게 하시는지라, 저는 이때에 태자를 따라 모시며 영원히 돌아올 뜻이 없었는데도 태자는 보내면서 끝끝내 머물기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019_0839_a_15L時天旣曉行三踰闍那至彼跋伽仙人住處又復有諸奇特異願聽我說太子旣至跋伽仙人苦行林中卽便下馬手撫馬背幷勅於令還宮城我於此時隨從太子無歸意太子見遣終不聽住
019_0839_b_02L또 저에게 나오셔서 7보의 칼을 가지시고 스스로 부르짖기를 〈과거의 모든 부처님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기 위하여 장식한 것을 버리고 수염과 머리칼을 깎아 없애셨으니, 나도 이제 모든 부처님네의 법에 의지하리라〉 하며 이런 말씀을 하여 마치시고, 곧 보배관과 명주를 벗어서 모두 저에게 맡기며 왕의 발 아래 놓아두게 하셨고, 또 영락을 마하파사파제에게 드리도록 하셨으며, 나머지의 꾸미개를 야수다라에게 드리도록 하셨습니다.저는 그때에 비록 이런 가르침을 들었었으나, 오히려 좌우에서 모시면서 돌아오려는 뜻이 없어 하자, 때에 태자께서는 문득 날카로운 칼로써 스스로 수염과 머리칼을 깎으셨는데, 하늘이 공중에서 따라 받아 가지고 떠나갔었습니다.
019_0839_a_20L又復就取七寶劍而自唱言過去諸佛成就阿耨多羅三藐三菩提故捨於飾好剃除鬚髮我今亦當依諸佛法唱此言已卽脫寶冠及以明珠悉付我還置王足下又以瓔珞與摩訶波闍波提餘莊嚴具以與耶輸陁羅於爾時雖聞此誨猶侍左右無有歸于時太子便以利劍自剃鬚髮於空中隨接而去
바로 앞으로 나가시다가 사냥꾼을 만나서는 몸에 입으셨던 7보의 아름다운 옷을 사냥꾼에게 주시고 가사와 바꾸셨는데, 이에 허공에서는 큰 광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태자의 형상과 의복이 변하셨음을 보고 그의 뜻을 반드시 돌리 수 없음을 깊이 알아차리자, 저는 곧 기절하고 마음으로 크게 괴로워하였습니다.
019_0839_b_06L卽便前行逢於獵以身所著七寶妙衣而與獵人貿易袈裟於是虛空有大光明我見太子形服旣變深知其意必不可迴卽悶絕心大懊惱
태자께서 나아가시다가 발가 선인이 사는 곳에 이르러서야 저는 곧 거기에 작별하고 돌아왔습니다. 이 여러 가지 기특한 것이 모두 이는 하늘의 힘이요, 사람의 힘은 아니었습니다. 원컨대 저와 건척을 책망하지 마십시오.’
019_0839_b_10L太子前至跋伽仙人所住之處我便於彼辭別而歸諸奇特皆是天力非復人事願勿責我及揵陟也
이때에 마하파사파제와 야수다라는 차익이 하는 이러한 말을 듣고 나서는 마음에 조금은 깨닫고서 잠자코 소리가 없었다.
019_0839_b_13L時摩訶波闍波提及耶輸陁羅旣聞車匿說此事已心小醒默然無聲
그때 백정왕은 기절하였다가 비로소 깨어나서 칙명으로 차익을 불러서는 말하였다.‘너는 어째서 여러 석가 성바지들에게 큰 괴로움이 생기게 하였느냐? 나는 엄한 금제령을 두어서 안팎의 관속들에게 칙명하며 태자를 수호하게 하면서 그의 집 떠날 것을 두려워하라 하였거늘, 너는 또 무슨 뜻에서 곧 건척을 차리어 태자에게 주며 몰래 떠나가 버리게 하였느냐?’
019_0839_b_15L爾時白淨王悶絕始醒勅喚車匿語之言汝云何令諸釋種姓生大苦我有嚴制勅內外官屬守護太子畏其出家汝復何意輒被揵陟而與太子令密去耶
차익은 듣고 나서 크게 두려워하면서 왕에게 여쭈었다.‘태자께서 성을 나가신 것은 실로 저의 허물이 아니옵니다. 오직 원하옵나니, 저의 자세한 말씀을 들어 주옵소서.’그리고는 곧 보배의 관과 상투 속의 명주를 왕의 발아래에 놓으면서 말하였다.‘태자는 저에게 이 관과 구슬을 왕의 발아래 놓게 하고, 7보의 영락은 마하파사파제에게 드리라 하고 나머지 꾸미개는 야수다라에게 드리도록 하셨습니다.’
019_0839_b_20L車匿聞已生大怖懼而啓王言太子出城實非我咎唯願大王聽我具說卽以寶冠及髻中明置王足下太子令我以此冠珠置王足下七寶瓔珞與摩訶波闍波提餘莊嚴具與耶輸陁羅
019_0839_c_02L왕은 여러 물건들을 보고 갑절이나 더 슬퍼하였나니, 비록 또 나무와 돌이더라도 느낌이 있거늘 하물며 부자간의 은애와 사랑의 깊음이겠는가.
019_0839_c_02L王見諸物增悲絕雖復木石猶尚有感況乃父子恩愛之深
차익은 자세히 앞의 일들을 왕에게 아뢰었다.‘태자께서 저에게 칙명하시기를, 〈부왕께서 만약 본래 아들을 둘 것을 약속으로 집 떠나기를 허락하였거늘 이제 아직 아들을 두지 못하였으면서 어찌하여 떠나갔느냐라고 하시면, 떠나려 할 때에 미처 여쭙지 못한 것을 너는 나를 위하여 자세히 부왕게 대답하되, 야수다라는 오래부터 이미 임신하였사오니, 왕께서 물어보심이 마땅하오리다. 옛날에 칙명(勅命)이 그러하였으므로 제멋대로 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하라〉고 하였습니다.’
019_0839_c_04L車匿具以前事而啓王太子勅我父王若謂本要有子聽出家今未有子云何而去臨去之又不啓者汝可爲我具答父王輸陁羅久已有娠王宜問之昔勅如非爲專輒
왕은 이 말을 듣고 곧 야수다라에게 묻게 하였다.‘태자가 말하는데, 너는 오래 전에 이미 임신하였었다하니 사실이 그러하느냐?’
019_0839_c_09L王聞此言卽便遣問耶輸陁羅太子云汝久已有娠實如此
야수다라가 대답하였다.‘대왕께서 이 궁전에 오셨을 적에 태자가 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는데, 바로 임신하게 된 것을 알았습니다.’
019_0839_c_11L耶輸陁羅卽答信言當於大王來此宮時太子指我卽覺有娠
왕은 그의 말을 듣고 기특한 마음을 내며 근심과 괴로움을 잠시나마 쉬면서 생각하였다. ‘내가 전에 허락한 까닭은 아들이 있게 되면 집떠나기를 허락하겠다고 하였지만 7일 동안에 반드시 아들이 있을 리가 없고 전륜왕의 왕위는 저절로 이르겠기에 그러하였거늘 7일 미만에 문득 임신하리라는 것은 생각하지 못하였다. 깊이 자신의 허물이 애처롭구나. 지혜가 얕고 짧아서 썼던 방편으로는 그를 머무르게 할 수 없었으니, 경솔하게 이런 약속을 하여 더욱 더 뉘우쳐만 지는구나. 태자의 귀신 같은 지략이야말로 사람들의 뜻을 뛰어났으며 오늘의 일은 또한 바로 여러 큰 하늘의 힘까지 겹쳐진 것을 나는 이제 차익만을 책망해서는 안 되겠구나.’
019_0839_c_12L王聞其生奇特心憂惱蹔歇而自念言前所以許令有子聽出家者七日之必無子理轉輪王位自然而至謂七日未滿而便有娠深自咎悼智慧淺短所爲方便不能住之輕作此重增悔恨太子神略出人意表日之事亦復兼是諸大天力我今不應責車匿也
019_0840_a_02L이때에 백정왕은 생각하였다. ‘태자의 집 떠난 것은 반드시 돌릴 수도 없거니와 설사 다시 다른 방편을 써서도 역시 만류할 수는 없다. 비록 또 나라를 버리고 집을 떠나서 도를 배우기는 하되, 그러나 이미 아들을 두었으니 후사는 끊어지지 않았도다. 나는 이제 야수다라에게 칙명하여 배에 있는 아들이나 잘 보호하도록 하여야겠구나.’ 때에 백정왕은 사랑스런 생각과 정이 깊은지라 차익에게 말하였다.,‘나는 이제 태자를 찾아 나가야겠다. 지금쯤 바로 어디에 있는 줄 모르겠느냐? 그는 이제 이미 나를 버리고 도를 배우는 터인데 날들 다시 어찌 차마 혼자야 생활하겠느냐. 곧 좇아가서 그의 있는 데를 따르리라.’
019_0839_c_20L時白淨王心自思惟子出家必不可迴設使更作諸餘方便亦不能留雖復棄國出家學道已有子不絕種嗣我今應勅耶輸陁好令將護所懷之子時白淨王念情深語車匿言我今當往尋求太不知卽時定在何許其今旣已捨我學道我復何忍獨生獨活便當追逐隨其所在
그때에 왕사(王師)와 대신은 왕이 태자를 찾아 나서려 한다 함을 듣고 두 사람이 함께 와서 왕에게 간하였다.‘대왕께서는 스스로 근심하거나 괴로워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제가 태자를 자세히 살피며 그의 모습을 보건대 과거의 세상 동안에 오래 이미 집을 떠나는 업을 닦고 익혔습니다. 설령 다시 석제환인이 되라 하여도 즐겨하지 않겠거든 하물며 또 이제 전륜왕의 왕위로서 만류하겠습니까?
019_0840_a_05L爾時王師及與大臣王欲出尋求太子二人俱共來諫王大王不應自生憂惱所以者何觀太子見其相貌過去世中久已修習出家之業設復令爲釋提桓因當不樂況復今者轉輪王位而能留
대왕께서는 기억하시지 않습니까? 태자께서 처음 탄생하여 일곱 걸음을 가서 손을 들고 서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생(生)은 이미 다하여 바로 마지막 몸이로다〉라고 하셨으며, 여러 범천왕과 세제환인이 모두 내려와서 따랐습니다.이와 같이 기록(奇特)하셨거늘 어찌하여 세상을 즐기겠습니까.’
019_0840_a_11L大王不憶太子初生而行七步擧手住言我生已盡是最後身諸梵天釋提桓因悉來下從如此奇特何樂世
또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아시타 신선이 옛날에 태자의 관상을 보면서 나이 열아홉 살이 되면 집을 떠나 도를 배우며 반드시 일체 종지를 성취하리라 하셨습니다. 이제 때가 이미 이르렀거니 대왕께서는 무엇 때문에 근심하고 괴로워하십니까?
019_0840_a_14L又復白王阿私陁仙昔相太年至十九出家學道必當成就一切種智今時旣到大王何故而生愁
또 대왕께서는 엄히 안팎에 칙명하여 태자를 수호하게 하면서 집 떠날 것을 두려워하셨지만 여러 하늘이 와서 인도하여 성을 나가시게 하였으니, 이와 같은 일이야말로 사람의 힘은 아닙니다. 오직 원컨대 대왕은 기쁨을 내셔야 합니다. 수심과 괴로움은 품지 마시고 몸소 나가실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태자를 생각하며 오히려 마지 않으시겠다면 제가 이제 대신과 함께 계신 데를 찾아 가겠습니다.’
019_0840_a_17L又復大王嚴勅內外守護太子恐出家而諸天來導引出城如是之非復人力唯願大王當生歡喜懷愁惱不須自出若憶太子猶不已我今當與大臣尋求所在
왕은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생각하였다. ‘나도 태자를 돌릴 수 없다 함은 알고 있으며 차마 버리지는 못하겠지만 따르기까지는 않으리라. 이제 시험 삼아 스승과 대신에게 한 번 찾도록 하여야겠다.’
019_0840_a_21L王聞此心自念言我知太子雖不可迴忍便捨不復追之今當試令師及大臣更一尋也
019_0840_b_02L곧 스승과 대신에게 대답하였다.‘장하십니다. 떠나가십시오. 온 궁중(宮中) 안팎이 마음으로 모두 괴로워하면서 기다리고 있으리니, 속히 돌아오십시오.’이에 왕사와 대신은 즉시 작별하고 나가서 태자를 따르며 찾았다.
019_0840_a_24L卽便答師及大臣言可去擧宮內外心皆苦惱佇逐速於是王師大臣卽便辭出追尋太子
過去現在因果經卷第二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