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_IT_K0828_T_001
- 020_1144_a_01L등지인연경(燈指因緣經)
- 020_1144_a_01L燈指因緣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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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後秦) 구마라집(鳩摩羅什) 한역(漢譯)
김성구 번역 - 020_1144_a_02L後秦龜茲國三藏鳩摩羅什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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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조그마한 선근(善根)을 수승한 복전(福田)에 심으면, 사람과 하늘에서[人天]에서 즐거움을 받을 것이며, 후에는 열반을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지혜 있는 이는 부지런한 마음으로 선한 업을 닦아서 모아야 한다. 복전이란 것은 곧 부처님이시니, 부처님의 몸매는 광명이 나서 밝은 금덩이 같으시며, 공덕과 지혜로써 스스로를 장엄하여, 원만하고 만족한 눈을 얻어서 능히 중생들의 모든 근기를 관찰하시되, 세간이 어두우면 등불이 되시고, 중생이 어리석으면 친한 벗이 되시니, 모든 선업을 갖추어 훌륭한 명성이 널리 들렸다. 모니(牟尼)세존께서는 대중의 귀의할 바이니, 그러므로 사람과 하늘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복을 닦으면 누구나 좋은 과보를 받으리라. - 020_1144_a_03L若種少善於勝福田,人天受樂,後得涅槃。是以智者應當勤心修集善業。言福田者,卽是佛也。佛身光明如融金聚,功德智慧以自莊嚴。得圓足眼,善能觀察衆生諸根。世閒黑闇爲作燈明,衆生愚癡爲作親善,衆善悉備、名稱普聞。牟尼世尊衆所歸依,是故人天至心修福無不獲報。
- 옛날에 왕사성은 다섯 개의 산에 둘러싸여, 다섯 개의 마가타(摩伽陀)에서 가장 안쪽에 있었다. 이 왕사성 마을들은 뜰과 동산이 널찍널찍하여 대(臺)와 누각[觀]이 장엄하고 화려하며, 당(堂)과 방들이 깨끗하고 미묘하며, 고헌(高軒)1)은 넓고 환하며 난순(欄楯:欄干)2)으로 둘러쳐졌다. 아름다운 숲과 못이 있어 매우 좋고 즐거웠으며, 그 물은 청정하여 차고 더운 것이 적당하게 조절되었으며, 서로 통하는 개울이 감돌아 흘러서 서로서로 어울려 흘러들었다.
- 020_1144_a_11L昔王舍城,五山圍繞,於五摩伽陁最處其裏。此王城內,里巷相當、庭園廣博、臺觀嚴麗、堂室綺妙、高軒敞朗,周帀欄楯。有好林池,甚可愛樂。其水淸淨,溫涼調適,通渠迴流轉相交注。
- 숲 속의 나무들은 크고 빽빽하여 가지와 잔가지가 울창하하였고, 꽃과 열매가 번창하고 무성하여서 햇빛과 달빛을 가리게 되었다. 꽃 숲에 바람이 불면 미묘한 향기를 내었으니, 그 향기가 대단히 향기로워 꽃다운 향기가 사방에 가득하였다. 왕사성에 두루한 모든 슬기로운 이들은 모두 이곳의 장엄이 수승하고 특별하다 하여, 마음에 기쁘고 즐거운 생각을 내어, 먼 곳으로부터 구름같이 모여 들었다.
- 020_1144_a_16L林樹蕭森、枝條蓊鬱,華實繁茂,映蔽日月。風吹花林出微妙香,其香苾馚,芳馨四塞,遍王舍城。諸勝智人修梵行者,咸以此地莊嚴殊特,心生喜樂,自遠而至雲集其中。
- 020_1144_b_02L그때 이 성의 주인 아사세왕(阿闍世王)은 불도의 감화의 빛을 멀고 가까운 곳에 입히고 돌아왔으니,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려 선행을 닦는 이가 많았고, 나라는 착실하며 백성은 번성하여 편안하고 즐거웠다.
- 020_1144_a_21L時此城主阿闍世,王道化光被遐邇所歸,正法治國,修善者衆,國實民殷安隱快樂。
- 그때 성 안에 한 장자가 있었으니, 그 집은 큰 부자여서 곳집이 차고 넘쳐 비사문(毘沙門)과 같았다. 그러나 대를 이를 자식이 없어서 자식을 구하고자 모든 신[神祇]들에게 기도하였더니, 그 부인이 오래지 않아 태기가 있음을 알았다. 열 달이 차서 남자 아이 한 명을 낳았는데, 그 아이는 전생부터 복된 인을 심은 까닭에, 처음 낳는 날 그 손의 한 손가락에서 큰 광명이 나와 밝게 10리를 비추었다.
- 020_1144_b_03L爾時城中有一長者,其家巨富,庫藏盈溢,如毘沙門,然無子胤。禱祀神祇求乞有子,其婦不久便覺有身,滿足十月生一男兒。是兒先世宿殖福因,初生之日其手一,指出大光明,明照十里。
- 부모가 기뻐하여 친족들과 관상 보는 이를 불러 모으고 큰 모임을 베풀어 아이의 이름을 짓게 하니, 그의 손가락의 광명을 인하여 등지[燈指]라 하였다. 여러 사람들도 그 이상한 모양을 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 020_1144_b_08L父母歡喜,卽集親族及諸相師,施設大會爲兒立字。因其指光,字曰燈指。諸集會者睹其異相,歎未曾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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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모임 가운데 바라문이 있었으니, 이름이 바수(婆修)였다. 그는 4위타(圍陀:베다)를 암송하며, 많이 듣고 널리 알아서 통달하지 못하는 일이 없었는데, 아이의 모습이 기이하고 비상한 것을 보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아이는 혹시 나라연천(那羅延天)이나 석제환인(釋帝桓因)이거나 일천자(日天子)이니, 모든 덕이 큰 하늘이 와서 태어난 것입니다.” - 020_1144_b_11L時此會中有婆羅門,名曰婆修,誦四圍陁典,博聞多知事無不曉。見兒姿貌奇相非常,含笑而言:“今此兒者,或是那羅延天、釋提桓因、日之天子、諸大德天來現生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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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아이의 부모들은 이 말을 듣고 더 기뻐하여 큰 단나(檀那:布施)의 모임을 베풀고, 7일 밤낮으로 보시하여 복을 지으니, 이렇듯 차례차례 온 나라가 듣고 알게 되어 모두 말하였다.
“아무 장자는 복스러운 아들을 낳았다더라.” - 020_1144_b_15L時兒父母聞是語已倍增歡喜,設大檀會,七日七夜布施作福。如是展轉,擧國聞知,皆云:“長者產一福子。”
- 칭송하는 소리는 위로 임금에게까지 들렸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그 아이를 곧 데려오라 명령하였다. 장자는 분부를 받고 이내 아기를 안고 왕의 궁성 문 앞으로 갔는데, 때마침 왕이 연회를 베풀어 갖가지 기악(伎樂)을 연주하였기에, 아무도 연통하는 이가 없어서 문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손가락 광명만은 대궐을 꿰뚫어 비추었는데, 환하고 매우 밝아서 왕의 몸과 궁전과 누각들과 일체의 잡된 물건을 비추자, 이들은 모두 금빛이 되었고, 그 광명이 왕궁 안에 두루 비치니 마치 큰물이 맑고 가득히 넘치는 듯하였다.
- 020_1144_b_18L稱美之音上徹於王。時王聞已,卽勅將來。長者受教,尋卽抱兒詣王宮門。値王宴會作衆伎樂,無人通啓,不得輒前。其兒指光徹照宮庭赫然大明,照于王身及以宮觀,一切雜物斯皆金色。其光遍照於王宮內,譬如大水湛然盈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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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_1144_c_02L왕은 곧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이 광명은 어디서 와서 나의 궁전을 비추는가? 부처님께서 중생을 교화하시고자 우리 문 앞에 오시려는 것인가? 아니면 큰 덕이 있는 모든 하늘과 석제환인(釋帝桓因)과 일천자(日天子)들이 내려오시려는 것인가?” - 020_1144_b_24L王卽怪問:“此光何來,忽照吾宮。將非世尊欲化衆生至我門耶?又非大德諸天、釋提桓因、日天子等下降來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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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곧 사람을 보내 문 밖에 가서 보게 하니, 심부름 하는 사람이 보고 와서 왕에게 여쭈었다.
“며칠 전에 대왕께서 부르신 어린아이가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이 아이의 손가락이 유모(乳母)의 어깨 위에 있는데, 그 손가락에서 광명이 나와 비친 까닭에 이러한 광명이 있었습니다.”
왕은 사자(使者)에게 분부하였다.
“속히 아이를 데려오너라.” - 020_1144_c_04L王尋遣人往門外看。使人見已,還入白王:“向者大王所喚小兒,今在門外。此兒手在乳母肩上,其指出光明來徹照,故有此光。”王勅使言:“速將兒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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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이 아이를 보고 아주 이상히 여겨 몸소 아기의 손을 만져 보며 그 상호(相好)도 자세히 살핀 뒤에 말하였다.
“외도(外道)의 6사(師)들은 인과(因果)가 없다고 하나 참으로 거짓되고 속이는 말이구나. 만일 인과가 없다면 어찌하여 이 아이가 날 적부터 용모가 뛰어나고 손가락에서 나는 광명이 환하게 밝은가. 이것으로써 관찰하건대, 모든 외도들은 모든 중생을 악취(惡趣)에 떨어지도록 모함하는 것임을 반드시 알 수 있다. - 020_1144_c_08L王旣見之,深異此兒,自捉兒手、觀其兒相。諦瞻睹已而作是言:“外道六師稱無因果,眞僞誑惑。若無因果,云何此兒從生已來容貌超絕、指光炳著?以此觀之,諸外道輩陷諸衆生顚墜惡趣。
- 이 아이는 자재천이 변화로 생기게 한 것이 아니며, 신기(神祇)나 자연에서 생긴 것도 아니다. 반드시 인연이 있어서 이렇게 선한 보(報)를 받았을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이 진실하고 참되어서 허망하지 않구나. 부처님께서는 가지가지 업연(業緣)이 세상을 장엄한다 하셨는데, 일체 중생은 눈앞에서 과보를 보면서도 복을 닦지 않으니, 이 얼마나 괴이한 일인가.”
- 020_1144_c_14L定知此兒非自在天之所化生,亦非神祇、自然而有,必因宿福獲斯善報,始知佛語誠諦不虛。佛說種種業緣莊嚴世閒,一切衆生眼見報應而不修福。一何怪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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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은 다시 말하였다.
“아직도 이 손가락의 광명이 행여 햇빛으로 인하여 생긴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반드시 징험하려면 모름지기 밤중이어야 할 것이다.” - 020_1144_c_18L王復言曰:“今猶未審,此指光曜或因於日而有此明。必欲驗者,須待夜半。”
- 어느덧 날이 저물었다. 어린아이를 코끼리 위에 태워 앞에 가게 하고, 왕과 여러 신하들도 함께 정원으로 들어가니, 어린아이의 손가락의 광명이 비치는 곳마다 어둠은 매우 환해져 정원 안의 새ㆍ짐승ㆍ꽃ㆍ과일들을 보기에 낮과 다름이 없었다.
- 020_1144_c_20L旣至日暮,卽以小兒置于象上在前而行,王將群臣共入園中。而此小兒指光所照,幽闇大明,觀視園中鳥獸華果與晝無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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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_1145_a_02L왕은 이를 보고 찬탄하였다.
“부처님의 말씀은 어쩌면 그렇게도 참되고 묘하신가. 내가 오늘 인과에 대하여 크게 굳은 신심을 내고, 외도들의 매우 어리석고 미혹함을 깊이 업신여기노라. 그리고 부처님께는 배나 더 높이고 우러르는 마음을 내리라.” - 020_1144_c_23L王觀此已喟然歎曰:“佛之所說何其眞妙。我於今日於因於果生大堅信,深鄙六師愚迷之甚,是故於佛倍生宗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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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기역(耆域)이 왕에게 물었다.
“부처님의 수다라(修多羅:經)에 말씀하시되 ‘만일 업을 보지 못하면, 그런 까닭에 간탐(慳貪)이 있고, 업을 본 까닭에 간탐이 영원히 쉬리라’ 하셨습니다. 이제 등지(燈指)에게 이러한 과보가 있는 것을 본 이는 가령 어렵고 궁하며 가난할지라도 반드시 있는 힘을 다하여 선한 업을 닦아야 할 터인데, 하물며 부유한 이가 복을 짓지 않겠습니까?” - 020_1145_a_03L於時耆域卽白王言:“佛於修多羅中說,若不見業,故有慳貪;以見業故,慳貪永息。今見燈指有此福報,假令窮困尚應罄竭而修善業,況復富饒而不作福。”
- 이렇게 말할 무렵에 하늘엔 이미 새벽 기운이 돌았다. 등지를 데리고 왕궁에 들어가니, 왕이 매우 기뻐하여 진기한 보물을 많이 주고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 020_1145_a_08L如是語頃天已平曉,還將燈指入于王宮。王甚歡喜,大賜珍寶放令還家。
- 등지는 점점 자라서 마침내 어른이 되었고, 그 아버지인 장자는 혼처를 구하되, 높은 가문으로서 자기네와 견줄 만한 집을 선택하여 중매로 며느리를 맞아들였다. 장자가 이미 부자인지라 예절과 공경이 빛나고 구비하였으며, 규중 문풍이 화목하였고, 자산은 더욱 번성하였다.
- 020_1145_a_10L燈指漸漸遂便長大。其父長者爲求婚所,選擇高門與己等者娉以爲婦。長者旣富,禮教光備,閨門雍穆,資產轉盛。
- 그러나 성하면 쇠퇴함이 있고, 모이면 이별이 있는지라, 장자의 부부가 함께 죽어 없어지니, 비유하자면 해가 지는 곳에 이르면 햇빛이 가려지는 것과 같고, 해가 솟으면 달빛이 나타나는 것 같으며, 불이 재가 되니 성한 불꽃이 영원히 꺼지는 것 같았다. 건강하고 좋던 살색은 병으로 해서 망가지고, 젊고 씩씩하던 나이는 늙음에게 침해되고 사랑하는 목숨은 죽음에게 빼앗긴 것이었다.
- 020_1145_a_13L夫盛有衰、合會有離,長者夫妻俱時喪亡,譬如日到沒處暉光潛翳、如日旣出月光不現、如火爲灰熾炎永滅、强健好色爲病所壞、少壯之年爲老所侵、所愛之命爲死所奪。
- 부모가 없어지니 생계가 차츰 줄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등지는 풍부하고 편안하게 자랐으므로 가업을 익히지도 않아, 악한 무리와 사귀어 놀며, 주색에 탐혹하여 마음과 뜻대로 방종하니, 돈쓰는 데 법도가 없고, 창고에 쌓인 것은 아무도 간수하는 이가 없어서 달이 차면 차차로 이지러지는 것과 같았다.
- 020_1145_a_18L父母旣終,生計漸損。而此燈指少長富逸,不閑家業、惡伴交遊,恣心放意耽惑酒色,用錢無度,倉庫儲積無人料理,如月盈則闕轉就損減。
- 그때 그 나라의 법이 해마다 한 차례 반주산(般周山)에 크게 모이는 일이 있었다. 때에 등지는 의복과 장식을 사치스럽게 하고, 데리고 가는 무리와 기악(伎樂)을 모두 아름답게 꾸미게 하되 왕들과 같이 하고는 그 모인 곳에 나아가니, 그 모임의 대중이 그의 이러함을 보고 모두 공경하고 아름답게 여겼다.
- 020_1145_a_21L時彼國法,歲一大會,集般周山。于時燈指服飾奢靡,將從伎樂皆悉嚴麗擬於王者,詣彼會所。彼會大衆見其如是,無不敬美。
- 020_1145_b_02L그때 여러 사람들이 서로서로 먹고 마시고 뜻에 맞게 즐기니, 종과 북이 다투어 베풀어졌고, 거문고와 노래는 퍼지듯 일어났다. 넓은 마당에서는 즐겁게 춤을 추고, 풀밭 언덕에는 장난치며 희롱하니, 오락하는 소리가 산을 움직이고 골을 뒤덮었다. 그 동안에 여러 도적이 등지가 이 모임에 간 것을 알고 돌아가기 전에 빈틈을 엿보아 그 집에 가서 돈과 재물을 빼앗아 죄다 털어갔다.
- 020_1145_b_02L爾時衆人共相酣飮、歡娛適意,鍾鼓競陳、絃歌普作,歡儛平場、嬉戲原野,娛樂之音動山蓋谷。時後群賊知燈指詣會,未還之閒,伺其空便往到其家劫掠錢財,一切盡取。
- 등지가 밤늦게 돌아와 자기 집이 도적에게 약탈되어 나무ㆍ돌ㆍ벽돌ㆍ기왓장만 남은 것을 보고는 기절하여 땅에 엎어졌다. 곁에 사람이 물로 씻어주자, 겨우 깨어나서는 근심과 걱정으로 슬피 울며 생각하였다.
- 020_1145_b_06L燈指暮歸,見己舍內爲賊劫掠,唯有木石塼瓦等在。見此事已悶絕躄地,傍人水灑方得醒寤,憂愁啼哭而作是念:
- ‘나의 아버지가 옛날부터 여러 가지 방편을 지어서 가업을 다스리고 수고스럽게 쌓고 모았으니, 창고의 재보들은 아버님이 마련하신 것이다. 내 몸을 낳고 길러주시고 유산까지 맡기었거늘, 어찌하다 나에 이르러 아버지의 유업을 잇지 못하고 들떠서 놀고 게을리 하다가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게 되었는가. 아버지가 남기신 재물을 하루아침에 잃고 창고는 비었으며, 먹이던 짐승은 모두 흩어졌구나. 집안을 돌아보니 내가 입은 영락과 옷과 수레뿐이로구나. 마땅히 먹을 것을 바꾸어 급한 것을 구제하려니와, 그것도 사용하여 다하면 어찌할 것인가.’
- 020_1145_b_09L‘我父昔來廣作方宜、修治家業,劬勞積聚倉庫財寶。是父所爲,生育我身,覬有委付。如何至我不紹父業,浮遊懶惰爲人欺陵,父之餘財一旦喪失,倉庫空虛、畜產逬散。顧瞻舍宅,唯我子然,著身瓔珞及以服乘,當用貿食以濟交急。用之旣盡,當如之何?’
- 그 무렵 손가락의 광명도 없어졌으며, 그의 처는 싫다하고 천히 여겨 버리고 도망갔고, 동복(僮伏)들도 달아났으며, 친하던 이웃과도 단절되고 본래 정의가 극히 친하고 두텁던 이들도 도리어 원수같이 대하였으니, 그가 빈궁한 것을 보자, 구걸하러 올까 두려워서 도리어 진노(瞋怒)를 내었다. 부인도 오히려 버리고 갔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는가.
- 020_1145_b_16L當于爾時指光亦滅,其妻厭賤捨棄而走,僮僕逃失、親里斷絕,素與情昵極親厚者,反如怨讎,見其貧窮,恐從乞索,逆生瞋怒。婦尚捨棄,況於餘人。
- 020_1145_c_02L 빈궁(貧窮)은 지옥과 같으니, 빈궁하여 구차하게 사는 것은 죽음과 더불어 다를 것이 없었다. 먼저는 본래부터 부귀하고 즐겁다가 갑자기 궁색하고 빈한함에 걸리니, 의지할 곳을 잃었고 기대고 몸 둘 곳이 없었다. 걱정하는 마음은 불길같이 일었고, 근심하는 독기는 타는 듯하여 화색이 쇠퇴하고, 여윈 모습이 더욱 드러나서 신체가 파리하고 기갈(飢渴)은 뼈를 녹이고 깎는 듯하였다. 눈은 푹 파이고, 뼈마디는 드러났으며, 엷은 가죽은 겉을 싸고 있을 뿐, 힘줄이 드러나고, 머리칼은 엉켰고, 손발은 가늘고 창백하였으며, 온몸은 주름지고 터졌다. 또 옷이 없어서 쓰레기에서 추하고 찢어진 것을 주워 서로 잇고 붙여 꿰매 겨우 아랫도리를 가렸으며, 사지[四體]를 드러내어 쓰레기 더미에 앉으니, 누울 깔개 하나 없었다.
- 020_1145_b_20L當知貧窮比於地獄,貧窮茍生與死無別。先慣富樂,卒罹窮困,失所依憑,拪寄無處。憂心火熾,愁毒燋然,華色旣衰、悴容轉彰,身體尫羸、飢渴消削,眼目押陷、諸節骨立、薄皮纏綶、筋脈露現、頭髮蓬亂、手足銳細其色艾白,擧體皴裂又無衣裳,至糞穢中拾掇麤弊連綴相著,纔遮人根、赤露四體。倚臥糞堆,復無席薦。
- 모든 친하던 벗들은 보고도 모른 체하며, 마을을 쏘다니며 걸식을 하니 주린 까마귀와 같았다. 아는 벗에게 가서 걸식을 하려 하니 문지기가 가로막고 들여보내지 않았으며, 짬을 타서 들어가려 하나 다시 밀려나는 욕을 보았다. 집 주인이 나오면 매를 때리려고 하여 몸을 굽실거리며 거듭 절하고 사죄하여도 업신여기며 도무지 돌아보지도 않았다. 설사 집안에 들어갈지라도 업신여기는 까닭에 더불어 말도 하지 않고, 앉게 하지도 않은 채 조그마한 음식을 밥통 안에 던져주니 배부르지 못하였다.
- 020_1145_c_06L諸親舊等見而不識,歷巷乞食猶如餓烏。至知友邊欲從乞食,守門之人遮而不聽。伺便輒入,復爲排辱。舍主旣出,欲加鞭打,俯僂曲躬再拜謝罪,舍主輕蔑都不迴顧。設得入舍,輕賤之故,旣不與語又不敷座,與少飮食撩擲盂器,不使充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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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나라에는 부인을 취해 아들을 낳거나 머리를 깎으면 으레 모임을 베풀었기에, 모임에 이르러 남은 밥을 구걸하려 하였으나, 업신여기는 까닭에 불러서 앉게 하지 않으니, 뛰어다니면서 필요한 것을 더욱 찾아 남은 음식을 조금 얻어 종들과 더불어 함께하면서 문득 생각하였다.
‘괴이하구나. 내가 어쩌다가 빈천하여 영락함[伶俜]이 여기에 이르렀는고.’ - 020_1145_c_12L時彼國內,取婦、生子、剃髮,法皆設會,往到會中望乞殘食,以輕賤故,不喚令坐、驅其走使。益索所須,得少餘殘,與奴共器。便自思惟:‘怪哉怪哉!我今云何貧賤伶俜忽至如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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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또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오늘 이렇게 정신이 혼미하고 마음의 지혜가 기억을 잃었으니, 지금의 이 몸은 본래의 형체인가, 다시 받은 몸인가? 고생하여 받은 고통스러움이 세상에도 짝할 이가 없구나. - 020_1145_c_17L私自念言:‘如我今日精神昏迷、心智失識,不知今者爲是本形?更受身耶?辛苦荼毒世所無偶。
- 비유컨대 수풀에 꽃이 없으면 벌들이 멀어지고, 서리를 맞은 풀은 꽃이 스스로 말라지며, 물이 마른 못가에는 기러기가 놀지 않고, 불이 붙은 숲에는 사슴[麋鹿]이 오지 않으며, 밭에 곡식을 거둔 뒤엔 줍는 이가 없는 것처럼, 오늘날 빈곤하니 지난날의 부귀를 말한들 헛된 말뿐이라 뉘라서 믿겠는가.
- 020_1145_c_20L譬樹無花衆蜂遠離,被霜之草葉自燋捲,枯涸之池鴻鴈不遊,被燒之林糜鹿不趣田苗刈盡無人捃拾。今日貧困,說往富樂但謂虛談,誰肯信之?
- 020_1146_a_02L 세상 사람이 매우 많으나 나를 아는 이 없고, 내가 빈궁한 까닭에 갈 곳도 없구나. 넓은 들이 불에 타면 사람들이 기뻐하지 않고, 나무가 말라 그늘이 없으면 의지하려는 이가 없고, 우박 맞은 곡식은 버리고 거두지 않으며, 독사의 굴을 사람들은 멀리하며, 잡되고 독기 있는 음식을 먹는 이 없고, 빈 무덤 속에 들어가는 사람이 없으며, 더러운 뒷간에는 악취와 더러운 것이 모여 들고, 백정질을 하는 이는 사람들이 천히 여기며, 도둑질을 하는 이는 사람들이 싫어하고 의심하는 것[嫌疑]과 같이, 나도 그러하여 향하는 곳마다 움직이면 시비와 혐의가 생기고, 옳은 말을 해도 말의 허물만이 생기는구나.
- 020_1145_c_24L世人甚衆,無知我者。由我貧窮,所向無路。譬如曠野爲火所焚,人不喜樂;如枯樹無蔭,無依投者;如苗被雹霜?捐棄不收;如毒蛇室,人皆遠離;如雜毒食,無有嘗者;如空塚閒,無人趣向;如惡廁溷,臭穢盈集;如魁膾者,人所惡賤;如常偸賊,人所猜疑。我亦如是,所向之處動作譏嫌,所可談說發言生過。
- 비록 좋게 말하더라도 그는 그르다 하고, 만일 착한 일을 하면 그는 비루하다 하며, 민첩하고 기민하게 하면 다시 가볍고 방정맞다 미워하고, 만일 늦추고 천천히 하면 또 무겁다고 나무라고, 설사 찬탄을 해도 사람들은 아첨한다 하고, 만일 칭찬을 안 하면 도리어 비방하되, 이 가난뱅이는 언제는 좋은 말을 모른다 한다.
- 020_1146_a_09L雖說好語,他以爲非;若造善業,他以爲鄙。所爲機捷,復嫌輕躁;若復舒緩,又言重直。設復讚歎,人謂諂譽;若不加譽,復生誹謗,言此貧人常無好語。
- 만일 가르쳐 주면 또 늙은 것이 억지로 아는 체한다 하며, 만일 자세히 말하면 사람들은 말이 많다 하고, 만일 잠자코 말이 없으면 사람들은 감정을 숨긴다 하고, 정직하게 말하면 또 거칠고 사납다 하며, 남의 동의(同意)를 구하면 다시 아첨하며 아양을 떤다 하고, 자주 가까이하면 도리어 홀린다 하고, 만일 가까이하지 않으면 거만하다 한다.
- 020_1146_a_13L若復教授,復言詐僞耆舊,强有所知。若廣言說,人謂多舌;若默無言,人謂藏情。若正直說,復云麤獷;若求人意,復言諂曲。若數親附,復言幻惑;若不親附,復言驕誕。
- 만일 남이 말하는 것을 따르면 또 남의 뜻을 취하는 체한다고 하고, 따르지 않으면 도리어 제멋대로 한다 하며, 뜻을 굽혀 받들고 순종하면 비난하고 천한 짓이라 꾸짖고, 뜻을 굽히지 않으면 이 가난뱅이가 아직도 아만을 부린다 말하며, 조금 스스로를 너그럽게 놓으면 저 어리석은 것이 거리낌이 없다 말한다 하며, 스스로 지키고 살피면 저 헛되고 추한 것이 스스로가 단정한 체한다 한다.
- 020_1146_a_17L若順他所說,復言詐取他意;若不隨順,復言自專。若屈意承望,罵言寒賤;若不屈意,言是貧人猶故自我。若小自寬放,言其愚癡無有拘忌;若自攝撿,言其空麤詐自端礭。
- 020_1146_b_02L 즐거워하면 저 벌어진 것이 모양이 미친 사람 같다 하며, 만일 다시 근심하면 저것이 독을 품고 처음부터 즐거운 마음이 없다 하며, 만일 남의 말을 듣다가 다하지 못한 것이 있어서 그를 위해 판단하고 해석하여, 그에게 나아가도록 명하라 말하면 그는 어리석은 것으로써 지혜에 대신하려 한다며, 부끄러움을 모름이 심하다 말하며, 만일 잠자코 있으면 또 어리석어 도리를 모른다 하며, 만일 약간의 무의미한 말[戱論]이라도 하면 죄와 복을 믿지 않는다 한다.
- 020_1146_a_22L若復歡逸,言其譸張狀似狂人;若復憂慘,言其舍毒初無歡心。若聞他語有所不盡,爲其判釋,言其命趣以愚代智耐羞之甚;若復默然,復言頑嚚不識道理;若小戲論,言不信罪福。
- 얻으려 하면 그는 구차하게 얻으면서도 염치를 모른다 하며, 찾지를 않아 지금 억지로 구하지 않는다고 말하면 후에 크게 얻기를 희망한다고 하며, 경전을 이끌어 말하면 또 총명한 체한다 하고, 말하기를 소박하게 하면 도리어 성글고 둔하다 하며, 사실을 공론하면 또 억지소리라 말하고, 사사로이 은밀하게 바른 말을 하면 도리어 거짓말하고 아첨한다 말한다.
- 020_1146_b_04L若有所索,言其茍得不知廉恥;若無所索,言今雖不求後望大得。若言引經書,復云詐作聰明;若言語樸素,復嫌疏鈍。若公論事實,復言强說;若私屛正語,復言讒佞。
- 만일 새 옷을 입으면 또 거짓으로 치레했다 말하고, 만일 헌 옷을 입으면 도리어 궁상으로 춥게 떤다 말하며, 만일 음식을 많이 먹으면 주려서 탐을 낸다 말하고, 만일 적게 먹으면 다시 말하되 뱃속은 주리면서 청렴한 체한다 말하며, 만일 경론(經論)을 말하면 자기의 알던 바를 드러내고 나의 어두운 것을 나타낸다 말하며, 만일 경론을 말하지 않으면 우치하고 무식하니 소나 먹이게 하라 말하며, 만일 스스로 지난날의 사업을 말하면 자기의 업을 자랑하고 기린다 말하며, 만일 잠자코 있으면 문벌과 자료가 천박하다 말하는구나.
- 020_1146_b_09L若著新衣,復言假借嚴飾;若著弊衣,復言儜劣寒悴。若多飮食,復言飢餓饕;餮若少飮食,言腹中實飢詐作淸廉。若說經論,言顯己所知、彰我闇短;若不說經論,言愚癡無識,可使放牛。若自道昔事業,言誇業自譽;若自杜默,言門資淺薄。
- 모든 빈궁한 이는 가고 오고 움직이고 머무르고 말하고 구부리고 우러름에 모두가 허물이며, 부귀한 사람은 모든 그릇된 법을 지어도 도무지 허물이 되지 않고, 들거나 놓거나 말하거나 행동하는 모두 것이 알맞구나.
- 020_1146_b_15L諸貧窮者行來進止言說俯仰,盡是愆過;富貴之人作諸非法都無過患,擧措云爲斯皆得所。
- 빈궁한 사람은 시체를 일으키는 귀신과 같아서 일체가 두려워하며, 죽을병을 만난 것 같아서 치료하기 어려우며, 넓은 들판 험한 길에 물과 풀이 전혀 없는 것 같으며, 큰 바다에 떨어져서 함께 흘러가는 것 같으며, 사람이 목구멍을 누른 것과 같아서 기운을 내지 못하며, 눈을 가린 것 같아서 가는 곳을 모르게 하고, 두꺼운 때와 같아서 씻어 버리기 어려우며, 원수진 이가 비록 함께 입고 먹고 하지만 악한 마음을 버리지 못함과 같으며, 몹시 더운 여름날 우물 속에 들어가면 기운이 끊어지는 것과 같으며, 깊은 진흙 구렁에 빠지면 막혀서 나오지 못하는 것과 같으며, 산의 폭포가 급히 흘러 나무들을 부러뜨리고 뜨게 하는 것과 같구나.
- 020_1146_b_17L貧窮之人如起尸鬼,一切怖畏,如遇死病難可療治,如曠野嶮處絕無水草,如墮大海沒溺洪流,如人捺咽不得出氣,如眼上翳不知所至,如厚垢穢難可洗去,亦如怨家雖同衣食不捨惡心,如夏暴井入中斷氣,如入深泥滯不可出,如山暴水駃流吹漂樹木摧折。
- 020_1146_c_02L빈궁도 그러하여 어려운 일이 많으며, 빈궁은 또 장년의 좋은 살갗을 망가뜨리며, 기력과 명예와 종족과 문벌과 지혜와 지계와 보시와 부끄러움[慚愧]과 인의(仁義)와 신행(信行)과 용무(勇武)와 의지를 모두 망가뜨리며, 또 능히 굶주림과 추위와 원망과 미움과 조바심과 편협과 근심과 슬픔과 혐의와 죄책을 내니, 이러한 여러 가지 괴로움이 모두 빈궁에서 나는구나. 비유하자면, 노다지[伏藏]에는 모두 보물이 많지만 가난의 노다지에는 가지가지 몸과 마음의 고뇌가 많이 있구나.
- 020_1146_c_02L貧亦如是,多諸艱難。貧窮又能毀壞壯年好色、氣力名聞、種族門戶,智慧持戒、布施慚愧、仁義信行、勇武意志悉能壞之。又復能生飢寒怨憎、輕躁褊狹、憂愁慘毒、嫌責罪負。如是衆苦,從貧窮生。譬如伏藏多有雜物,貧伏藏中多有種種身心苦惱。
- 부귀한 이는 좋은 위덕이 있으며, 얼굴 모양이 엄숙하며, 의사가 넓고 너그러우며, 예의가 다투어 일어나서 능히 지혜와 용기를 내어서 가업을 늘어나게 하며, 권속이 화목하고 양보하여 훌륭한 이름이 멀리까지 들리는구나.’
- 020_1146_c_08L夫富貴者,有好威德、姿貌從容、意度寬廣、禮義競興,能生智勇、增長家業、眷屬和讓、善名遠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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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빈한하고 괴롭기가 세간에서 비길 곳이 없다. 목숨을 버리고자 하나 스스로 죽을 수 없으니, 무슨 방법을 써야 살아갈 수 있으랴.’ - 020_1146_c_11L燈指思惟:‘我今貧厄,世閒少比。正欲捨身,不能自殞;當作何方以自存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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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생각하였다.
‘세상 사람이 제일 더러워하는 것은 시체를 운반하는 일일 것이다. 이 일이 비록 더러운 일이지만, 엇갈리게도 후세에는 괴로움을 받을 일[業]이 없을 것이다. 만일 다른 일을 하면 혹 살생하는 일도 만나 모든 착하지 못한 일을 하게 될 것이니, 이것으로써 말하건대 내가 청해서 하리라.’ - 020_1146_c_13L復作是念:‘世人所鄙,不過擔尸。此事雖惡,交無後世受苦之業。若當餘作,或値殺生作諸不善。以此而言,我請爲之。’
- 그때 어떤 사람이 이 말을 듣고 곧 시체의 운반을 시켰다. 등지는 삯을 받고 이내 그의 말을 따라 죽은 사람을 짊어지고 무덤까지 이르러서 버리려 할 때, 죽은 사람이 급히 등지를 껴안았다. 마치 어린 아기가 그 부모를 껴안듯이 잡고 놓지 않았다. 힘을 다하여 떨쳐버리려 했으나 버리지 못했고, 죽은 사람은 등에 붙어서 아교로 붙인 것 같아 벗을 수도 없었다.
- 020_1146_c_16L爾時有人聞其此語,卽雇擔尸。燈指取直,尋從其言,擔負死人到於塚閒,意欲擲棄。于時死人急抱燈指,譬如小兒抱其父母,急捉不放,盡力挽卻不能得去。死人著脊,猶如胡膠,不可得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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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도 떨어지지 않으니, 몹시 두려워하며 중얼거렸다.
‘내가 오늘 이 죽은 사람을 지고 어느 곳에 가서 살아야 할까?’ - 020_1146_c_21L排推不離,甚大怖畏,作是念言:‘我於今日擔此死人,欲何處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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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_1147_a_02L그리고는 전다라(旃陀羅)의 마을에 들어가서 말하였다.
“누가 내 등에 있는 시체를 떼어 주겠소. 곱으로 일을 해 드리리다.”
모든 전다라가 대들어 조심스럽게 힘을 다하여 당겼으나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이가 등지를 보고 나무랐다.
“미친 사람아, 무슨 짓인가. 죽은 시체를 업고 마을에 들어오다니.” - 020_1146_c_23L卽詣陁羅村語言:“誰能卻我背上死尸,當重相雇。”諸旃陁羅詳共盡力共挽卻之,亦不肯去。餘見之者罵燈指言:“狂人何爲擔負死尸入人村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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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앞을 다투어 지팡이로 때리고 돌을 던지니, 몸뚱이는 깨어지고, 아픔은 두려움과 함께 이르렀다. 어떤 사람이 불쌍히 여겨 그를 데리고 성안으로 가려고 하여 성문에까지 도착했으나, 문을 지키는 사람이 가로막고 때리며, 문에 가까이하지도 못하게 하며 꾸짖었다.
“어떤 어리석은 사람이 죽은 시체를 지고 성문을 들어가려 하는가?” - 020_1147_a_04L競以杖石而打擲之,身體傷破,痛懼竝至。有人憐愍將其詣城,遂到城門。旣到門下,守門之人逆遮打之,不得近門。“此何癡人,擔負死尸欲來入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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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지가 자기의 몸을 보니 매를 맞아서 몸뚱이가 모두 허물어져 있었으므로 매우 서러워 소리를 내어 크게 울면서 말하였다.
“나는 바야흐로 먹고 살기 위하여 이러한 더러운 일을 했는데, 오늘 홀연히 이러한 큰 고통을 만났다. 내가 빈곤한 까닭에 일할 곳을 가리지 않고 이렇게 천한 짓을 한 것은 삯을 받아 살아가려던 것인데, 어쩌다 하루아침에 다시 고통스런 재앙을 만났을까? 차라리 다른 이를 하다가 죽을지언정 다시는 시체를 지지 않으리라.” - 020_1147_a_08L自見己身被諸杖木,身體皆破,甚懷懊惱發聲大哭,而作是言:“我正爲食作此鄙事。今日忽然遭此大苦,由我貧困不擇作處爲斯賤業,冀得價直以自存活。如何一旦復値苦毒?寧作餘死,不負尸生。”
- 울다가 말하고 말하다가 우니, 그때 문을 지키던 사람이 매우 불쌍한 생각을 내어 집에 돌아가도록 놓아 주었다. 자기의 빈방에 이르니, 먼저 같이 구걸하던 모든 가난한 이들과 같이 살던 이들이 그의 등 위에 죽은 시체가 있는 것을 멀리서 보고 모두 버리고 달아났고, 집에 이르렀을 때에 시체가 저절로 땅에 떨어졌다. 등지는 그때 더욱 두려워서 까무러쳐 땅에 엎어졌다가 한참 만에 다시 소생하여, 이내 죽은 시체를 보니 손가락이 순수한 황금이었다. 비록 두려웠으나 이렇게 좋은 금을 보았으므로 앞으로 나아가 칼로 베어보니 실제로 진금(眞金)이었다.
- 020_1147_a_13L且哭且言。時守門者深生憐愍,放令還家。到自空室,先同乞索諸貧人等共住之者,遙見死尸在其背上,悉皆捨去。旣到舍已,尸自墮地。燈指于時踰增惶怖,悶絕躄地,久乃得蘇。尋見死尸手指純是黃金,雖復怖畏,見是好金卽前視之,以刀試割實是眞金。
- 금을 얻고 마음에 기쁜 생각을 내어, 다시 머리ㆍ목ㆍ손ㆍ발을 베어 내니, 베어 낸 후에는 이내 다시 돋아나서, 잠깐 사이에 금으로 된 머리와 수족이 사람보다 많이 쌓였다. 비유컨대 왕이 나라를 잃었다가 다시 본래의 지위를 회복한 것 같았으며, 소경이 눈을 얻어 보는 것이 밝은 것과 같았으며, 다른 여자를 오래도록 생각다가 드디어 만나 즐기는 것 같았으며, 선정을 배우는 이가 문득 도를 깨달은 것같이 등지의 즐거움도 그러하였다.
- 020_1147_a_20L旣得金已,心生歡喜,復翦頭項手足。如是翦已,尋復還生。須臾之頃,金頭手足其積過人。譬如王者失國還復本位,如盲得眼視瞻明了,如夂思他女得與交歡,如學禪者忽得道證,燈指歡喜亦復如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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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_1147_b_02L창고의 보물들은 예전보다 배나 수승하였고, 위덕과 명예는 지난날보다 더했다. 친한 마을 친구와 처자와 동복들이 모두 돌아오자, 등지는 탄복하였다.
“오, 괴이하구나. 부귀의 큰 힘이여. 능히 세상 사람이 돌아오게 하기를 빠르게 하는구나. 오, 괴이하구나. 빈천의 큰 힘이여. 능히 친한 이가 나를 버리게 하기를 빠르게 하는구나. 내가 전에 가난할 때에는 본래 친하던 이가 눈을 흘기고, 사귀어 놀던 이가 길이 끊겨서 모두가 한 사람도 나와 더불어 말하는 이가 없더니, 오늘에는 일체가 굽실굽실 섬기며 합장하고 공경하는구나. 비유하자면, 사는 곳은 제석과 같고, 용맹은 라마(羅摩)와 같고, 지견은 천사(天師)와 같구나. 만일 돈과 재물이 없으면 도무지 가치가 없었을 것이다. - 020_1147_b_03L庫藏珍寶倍勝於前,威德名譽有過先日,親里朋友、妻子僮僕一切還來。燈指歎曰:“嗚呼怪哉!富有大力,能使世人來歸極疾。嗚呼怪哉!貧有大力,能使所親捨我極速。我先貧時,素所親昵交遊道絕,摠無一人與我語者。今日一切顒顒承事,合掌恭敬。假使生處如帝釋、勇力如羅摩、知見如天師,若無錢財都無所直。
- 부자에게는 어리석고 슬기로움을 묻지 않고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 일컫고, 실제로 아는 것이 없어도 사람들은 지혜롭다 하며, 또한 용맹을 얻으며, 모든 착한 일이 소문나고, 비록 추하고 늙었으나 젊고 씩씩한 부녀(婦女)들이 즐겨 그의 곁에 이른다.”
- 020_1147_b_11L富者不問愚智皆稱好人,實無所知,人以爲智亦得勇健諸善名聞。雖復醜陋老弊,少壯婦女樂至其邊。”
- 아사세왕이 그가 다시 부자가 되었다는 말을 듣고 이내 사람을 보내 그 보물을 취해 갔으나, 그들이 취한 것은 모두 죽은 사람이었고, 다시 집안으로 던지면 분명히 진금이었다. 등지는 왕이 이 보물을 얻고자 함을 알고, 금의 머리와 수족을 왕에게 올리니, 왕은 보물을 얻어 가지고 궁으로 돌아갔다. 후에 등지는 생각나는 것을 게송으로 말하였다.
- 020_1147_b_14L阿闍世王聞其還富,尋卽遣人來取其寶。其所取者,盡是死人;還擲屋中,見是眞金。燈指知王欲得此寶,卽以金頭手足以用上王,王旣得已齎之還宮。於後燈指作是思惟,而說偈言:
-
5욕은 극히 가볍고 움직이나니
번개와 독사와 벌레와 같고
영화와 향락은 오래 가지 못하니
근심과 싫은 마음이어라. -
020_1147_b_19L五欲極輕動,
如電毒蛇虫,
榮樂不夂停,
卽生厭患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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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진기한 보배로써 여러 사람에게 베풀어 주고,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구하였다. 부지런히 닦아서 아라한의 도를 얻었으며, 비록 도과를 얻었으나 이 시체의 보배는 항상 따라다녔다. - 020_1147_b_21L尋以珍寶施與衆人,於佛法中出家求道,精勤修習得阿羅漢。雖獲道果,而此尸寶常隨逐之。
-
020_1147_c_02L비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등지 비구는 무슨 까닭으로 나면서부터 이러한 손가락의 광명이 있었으며,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빈곤을 받았으며, 또 무슨 인연으로 이 시체 보배가 항상 따라다녔습니까?” - 020_1147_b_24L比丘問佛:“燈指比丘,以何因緣從生以來有是指光?以何因緣受此貧困?復何因緣有此尸寶常隨逐之?”
-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가 너를 위해 그의 과거의 원인[宿因]을 말하리라. 등지 비구는 지난 세상에 바라내국(婆羅㮈國)의 어느 장자의 집에 태어났었다. 어린아이때에 수레를 타고 놀다가 늦게 돌아오니 문들이 이미 닫혀 있었다. 큰 소리로 문을 열라고 외쳤으나, 아무도 와서 열어 주는 는 이가 없었는데, 조금 있다가 어머니가 와서 문을 열어 주었다. - 020_1147_c_04L佛告比丘:“至心諦聽,吾當爲汝說其宿緣。燈指比丘,乃往古世生波羅柰國大長者家,爲小兒時乘車在外,遊戲晩來門戶已閉。大喚開門,無人來應。良久母來與兒開門。
-
아이는 어머니를 꾸짖었다.
‘온 집안이 모두 죽은 사람을 지러 갔습니까, 도적이 와서 약탈해 갔습니까? 무슨 까닭으로 문을 열어 주지 않았습니까?’
이 업연으로 죽어서 지옥에 떨어지고 지옥에서 남은 보(報)로 인간에 환생하여 이러한 빈곤을 받은 것이다. 손가락이 빛난 인연과 시체 보배의 인연을 너에게 다시 말하리라. - 020_1147_c_09L瞋罵母言:‘擧家擔死人去耶?賊來劫耶?何以無人與我開門。’以是業緣死墮地獄,地獄餘報還生人中受斯貧困。光指因緣、尸寶因緣,爲汝更說。
- 과거 91겁에 부처님이 계셨으니 이름이 비바시(毘婆尸)였다. 그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시고 불법이 세상에 머물러 있었다. 등지는 그때 큰 장자가 되어 그 집이 크게 부귀하였다. 탑사(塔寺)에 가서 공경ㆍ예배하노라니 한 불상이 있었는데, 손가락 하나가 부러지고 없었기에 곧 이 손가락을 보수하고 다시 금박으로 도금하여 마치고는 발원을 하였다.
- 020_1147_c_13L過去九十一劫有佛,名毘婆尸。彼佛入涅槃後,佛法住世。燈指爾時爲大長者,其家大富。往至塔寺,恭敬禮拜。見有泥像一指破落,尋治此指,以金薄補之。修治已訖,尋發願言:
- ‘내가 향화ㆍ기악으로 공양하고 불상을 보수한 공덕과 인연을 지었습니다. 이 공덕을 가지고 천상과 인간에 태어나서 항상 존귀하고 부유하며, 설사 잃더라도 곧 되찾으며, 나로 하여금 불법에 출가하여 도를 얻게 하여 주십시오.’
- 020_1147_c_18L‘我以香華伎樂供養、治像功德因緣。持此功德願生天上人閒,常得尊豪富貴,假令漏失尋還得之,使我於佛法中出家得道。’
- 불상을 보수한 까닭에 이러한 손가락의 광명과 시체의 보배 덩이를 얻었고, 욕을 한 까닭에 지옥에서 나와서 빈궁한 과보를 얻었던 것이다.”
- 020_1147_c_21L以治佛指故,得是指光及死尸寶聚。以惡口故,從地獄出,得貧窮果報。”
- 부처님께서 이 『등지인연경』을 말씀하실 때에 모든 하늘의 인민이 하늘의 여러 가지 꽃을 뿌리고 하늘의 음악을 울렸으며, 공양하기를 마치고는 천궁으로 돌아갔다.
- 020_1147_c_23L佛說是『燈指因緣經』時,諸天人民散衆天華、作天伎樂供飬已訖,便還天宮。
- 020_1148_a_02L이러한 인연으로 부처님의 형상에 조금의 복업이라도 심으면 이러한 과보를 받으며 내지 열반을 얻으니, 불상도 그러한데 하물며 여래의 법신이겠는가. 능히 불법의 말과 같이 수행하면 이러한 공덕은 한량이 없을 것이다. 만일 천상ㆍ인간에 태어나서 모든 쾌락을 받고자 하면 마땅히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들어야 한다. 욕을 한 인연으로는 매우 괴로운 과보를 받을 것이니, 마땅히 여러 가지 괴로움을 두려워하여 욕설과 모든 착하지 않은 업을 멀리 해야 한다.
- 020_1148_a_02L以是因緣,少種福業於形像所得是福報,乃至涅槃形像尚爾,況復如來法身者乎。能於佛法如說修行,如此功德不可限量,若欲生天人中受諸快樂,應當至心聽法。以惡口因緣受大苦報,應畏衆苦,遠離惡口諸不善業。
- 이로 미루어 보건대 일체 세간 사람의 부귀와 영화도 탐낼 것이 못 되고, 모든 천인의 존귀도 기뻐할 것이 아니다. 빈궁은 큰 괴로움의 무더기이니, 빈궁을 끊고자 한다면 먼저 간탐을 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경 가운데에 빈궁이란 매우 괴롭다고 말한 것이다.”
-
020_1148_a_08L以此觀之,一切世人富貴榮華不足貪著,於諸人天尊貴不應喜樂。當知貧窮是大苦聚,欲斷貧窮不應慳貪。是以經中言貧窮者甚爲大苦。
燈指因緣經
癸卯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
- 1)높은 난간이나 높은 창이나 높은 처마를 말한다.
- 2)누각이나 층계나 다리 등의 가장자리에 종횡으로 나무나 쇠를 건너 세운 살을 말한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구마라집(鳩摩羅什, Kumārajīva)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