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廣弘明集統歸篇第十 卷三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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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홍명집 제30권
033_0657_a_01L廣弘明集統歸篇第十 卷三十


당 석도선 지음
이한정 번역
033_0657_a_02L大唐西明寺沙門釋道宣撰


10. 통귀편②

14) 찬불시(讚佛詩)
(1) 사월팔일찬불시(四月八日讚佛詩) 4수 석지둔(釋支遁)
033_0657_a_03L晉沙門支道林讚佛詩八首
晉沙門支遁詠懷大德禪思山居詩十首
晉沙門釋慧遠念佛三昧詩序幷佛菩薩讚
晉王齊之念佛三昧詩齊王元長法樂哥詞十二 章
梁武述三教詩
梁昭明開善寺法會詩
梁簡文望同泰寺浮圖詩幷和五首
簡文詠五陰識文
梁劉孝綽百論捨罪福詩
梁簡文蒙華林園戒詩
梁昭明講訖賦三十韻詩
梁簡文預懺直疏詩幷和
梁簡文出興業寺講詩
梁元帝和五明集詩
梁昭明鍾山解講諸人和詩
梁皇太子八關夜述遊四城門詩幷和
梁簡文遊光宅寺詩
梁簡文被幽述志詩四首
梁沈隱侯臨終遺上表
宋謝靈運臨終詩
陳沙門釋智愷臨終詩
陳何處士遊山寺幷雜詩四首
陳姚察遊明慶寺悵然懷古
陳尚書令江摠遊攝山寺詩幷序和十首
陳江令遊武窟山寺詩幷和
北齊盧思道從駕大慈照寺詩幷序
陳張君祖雜詩三首幷贊和
周沙門釋亡名五苦詩六首
隋煬帝遊方山靈巖寺詩幷和
隋煬帝升樓望春燈詩幷和
隋著作王胄述淨名詩
隋薛道衡入鳳林寺詩唐文帝暮冬過寺一首
唐文帝遊幷州大興國寺二首詩
今上遊京師大慈恩寺幷和詩
唐常州宣法師詠高僧
唐宣法師遊東山尋殊曇二法師四月八日讚佛詩 東晉沃洲山沙門支道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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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춘(三春) 지나자 백화가 시드는데
초여름 무더위 주명(朱明:태양)을 담았구나.
대낮은 따뜻해서 좋고
달밤은 시원해서 좋다.

보살이 성령(聖靈)을 드리우사
이 세상 홀연히 오셨는데
4천(天)의 천주(天主)가 맞이하고자
교만한 손바닥 옥의 모습이었네.

하늘을 나르며 북을 울리고
땅에는 지영(芝英)이 피어올랐고
용수(龍首)는 물가로 기울어지며
꽃잎이 흩날려 물살 덮는다.

부용꽃은 다발로 피어나서
가지마다 아침결에 꽃피웠다.
기슭 사방에 안개 어리니
감로가 옥병(玉甁)에 맺힌다.
상호(相好)에 서른두 가지 모두 다하니
현황(玄黃)이 자정(紫庭)에 비춘다.
성탄(聖誕)의 조화 헤아리기 어려우니
기쁨도 슬픔도 내지 못하리.

그윽한 뿌리 영부(靈府)에 깃들어
신령한 가지 모양도 빼어나다.
둥근 빛이 동녘에 환하니
눈부신 자태 봄의 정기보다 수려하다.

화기(和氣) 머금어 8음(音) 거두고
숨쉴 적마다 향기가 어린다.
발자취마다 물살 이는데
마음이 태허(太虛)처럼 그윽하다.

6도(度)로 세속을 계시하며
8해(解)로 세간을 씻어준다.
지혜의 연못 그윽하여 나와 남이 없는데
공(空) 그대로 유정(幽情)조차 잊는다.
033_0657_b_20L三春迭云謝首夏含朱明祥祥令日朗朗玄夕淸菩薩采靈和眇然因化生四王應期來矯掌承王形飛天鼓弱羅騰擢散芝英緣瀾頹龍首橤翳流泠芙蕖育紳葩傾柯獻朝榮芳津霧四境甘露凝玉甁珍祥盈四玄黃曜紫庭感隆非情想恬怕無所營玄根民靈府神條秀形名圓光朗東旦金姿豔春精含和摠八音納流芳馨迹隨因儨浪心與太虛冥六度啓窮俗八解濯世纓慧澤融無空同妄化情

(2) 영팔일시(詠八日詩4월 초파일을 기리는 시) 3수
033_0657_c_09L詠八日詩三首

[1]
커다란 땅덩어리 명추(冥樞)에 감돌고
양의(兩儀)는 찬란하게 비추인다.
만품(萬品)에 생기 돋아 꽃을 피우니
맑은 연못에 현성(玄聖)이 어린다.

석가모니 신령 타고 오시니
성신(聖神)도 원만하사 기틀 바로하실 제
화기(和氣)를 기르고 길러 보듬고서
영지(靈知)에 성명(性命)을 남기신다.
하시(下尸)를 구제하실지나
적멸하신 마음자리 거울도 못 비추는구나.

[2]
진인(眞人)이 신화(神化) 이루시고자
거룩한 본인(本因) 사방에 심으셨도다.
도솔천 계시던 용상(龍象)이
염부(閻浮)1)의 기슭으로 임하셨다.

수레에 오르실 제 삼춘(三春)이 지나갔고
주명(朱明)에 가까운 때 코끼리 타셨는데
8유(維)에 서운(瑞雲) 드리우고
9소(霄)가 기슭에 임하였다.

현기(玄祇)는 만무(萬儛) 춤추고
반차(般遮)2)는 영륜(伶倫)3)을 연주하니
난천(蘭泉)에 씻어서 색신(色身) 빛난다.
음 내디딤에 3재(才)가 태평할세라.

소리를 냄에 따라
5도(道) 묻혔으니
함이 없이 이루심이 더욱 고귀하고
기적 잊고 기적 이루심이 더욱 신기하구나.


[3]
그 옛적 생각할수록 아득할세라.
몸 받자는 생각도 인연 따라 생겨날진대
상호(相好) 더불어 영기(靈器) 이루셨으니
모습은 예전 부처님 모습 따랐어라.

황상(黃裳)4)에 무늬 결도 고울지니
원자(元子) 아기씨 입성에 수놓을세라.
공손하고 은혜로운 신명에다
걸음 옮기어 자취를 남기신다.

허당(虛堂)에 수라 공양 늘어놓으니
덕 높으신 영화가 참으로 기이할지라
미묘하게 감탄하는 소리 내는 듯하니
나만 헤아리는 작자(作者)의 마음이라.

여기서 무엇이
고상타 하리.
마음 거두어
태청(太淸)을 모으노라.
033_0657_c_10L大塊揮冥樞昭昭兩儀映萬品誕遊澄淸凝玄聖釋迦乘靈會圓神秀機正交養衛恬和靈知溜性命動爲務下尸寂爲無中鏡眞人播神化流渟良有因龍潛兜術漂景閻浮濱佇駕三春謝飛轡朱明旬八維披重靄九霄落芳津玄祇獻萬儛般遮奏伶倫淳白凝神宇泉渙色身投步三才泰揚聲五道泯不爲故爲貴忘奇故奇神緬哉玄古思想託因事生相與圖靈像也像彼形黃裳羅帕質元服拖緋靑神爲恭者惠迹爲動者行虛堂陳樂餌蔚然起奇榮疑似垂巇微諒作者情於焉遺所尚蕭心凝太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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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오월장재시(五月長齋詩)
033_0658_a_02L五月長齋詩

염정(炎精:해)이 중기(仲氣) 기르는데
주리(朱離)는 양기(陽氣)를 토한다.
광한(廣漢)5)은 시원함을 잠시 사이 바꾸고
개풍(凱風:和風)이 조화롭게 불어오른다.
영월(令月)에 청재(淸齋) 열어 내어
공덕의 연못에 강토 적시누나.
사부대중 모두 모여 좋은 시절 기뻐할지니
정갈하게 몸 가꾸고 허당(虛堂)에 오른다.

맑고 시원하니 봄의 자취 어리는데
매서운 가을 서리에 언제나 조심하네.
목을 가다듬고 숲 속에서 노래하는데
은은한 기쁨을 성 바깥에서 맛본다.

거룩하신 자태는 고요하기만 한데
비단결 고운 말씀 5음(音)에 어울리나
석공이 신령스런 자태 새겨내자니
연못 그윽할새 도행(道行) 깊어진다.

가르침의 이치도 길어질지라
첩첩이 유마(維摩)의 성령(聖靈)이려니
덕음(德音)이 시방에 울려퍼짐에
가시울타리 저절로 스러진다.

커다란 성취도 시작이 반인데
대쪽에 새긴 것 간략하나마
여덟 갈래 말씀[八言]6)이 도의 벼리 거두고
번뇌 묶고자 구절구절 새겨본다네.

두려울사 은근한 글 꺾어두니
밀려드는 폭풍우도 흩어진다네.
달빛이 창문에 교교한데
우언(寓言)7)에 의지해서 무엇하리.
뜻을 이루면 통발도 잊는다는데
점점이 익혀서 묘하게 한데 거둔다.
흩날리는 경진(輕塵)도 없어지려니
열린 마음의 문 그대로 썩는데

신명(神明)의 추녀 끝에 달빛만 서린다.
뉘라서 그윽한 피안에 이를 것인가.
한 번 깨침 이루어 건너가려니
원컨대 고해(苦海)의 뱃사공 되었다.

창랑(滄浪)에 삿대 드리우고
넘실대는 파도에 손님 태우니
현도(玄道:도가의 도리)로 돌이켜
도량(道場)에 임할지라.
033_0658_a_03L炎精育仲氣朱離吐凝陽廣莫潛源凱風乘和翔令月肇淸齋德澤潤無疆四部欽嘉期潔己升虛堂靜晏和春暉夕惕厲秋霜蕭條詠林澤愉味城傍逸容硏沖頤綵綵運宮商匠者握神摽乘風吹玄芳淵涇道行婉婉化理長亹亹維摩靈德音暢遊方罩牢妙傾玄絕致由近臧略略微容簡八言振道綱掇煩練陳句危折婉章浩若驚飆散冏若揮夜光寓言豈所託意得筌自喪霑濡妙習靡靡輕塵亡蕭索情牖頹寥朗神軒張誰謂冥津遐一悟可以抗願爲海遊師櫂柁入滄浪騰波滲漂客歸會道場

(4) 팔관재시(八關齋詩)와 서문 3수
033_0658_a_18L八關齋詩序
033_0658_b_02L잠시 하표기(何驃騎)8)와 약속하여, 8관재(關齋)의 법도 지켜야 마땅하리. 시월 스무이틀 마음이 통하는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 오현(吳縣)의 토산(土山)에 있는 암자에서 3일간 새벽마다 재법(齋法)을 지켰는데, 바야흐로 도사(道士)와 백의(白衣) 스물네 사람이 정갈하게 몸을 가꾸어 숙정(肅靜)하지 않음이 없었다.
나흘째 아침에야 현자들이 흩어져 갔는데, 내가 야실(野室)의 고즈넉함을 사랑하는 데다, 불사(不死)의 약을 구하려는 뜻이 있어서 홀로 남았다. 이에 붓을 들어 전송하였는데, 도를 기리는 마음에 고요히 빈 방을 지켰다. 외신(外身)의 참다움을 깨닫고 산에 올라 석간수(石癇水)의 즐거움을 모았는데, 붓을 쥐고 글을 지어 그대들과의 정을 두텁게 하고자 한다.

[1]
뜻을 세워 법재(法齋)를 이뤘으니
이인(里仁)9)에 눈 밝은 도반 있구나.
서로들 좋은 아침 기약했는데
산간에 올라 몸을 씻는다.

허당(虛堂)에 오르는 저 현자들 의젓하다.
맑은 마음 깨끗이 닦을지니
점잖은 8관재의 우리 도반들
피곤도 마다 않고 스스로를 다듬는다.

고요하게 다섯 가지 진여(眞如) 익히고
강한 마음 부드러이 하려니
법고(法鼓) 울려서 세 번 권하자
맑은 훈요가 넘쳐흐른다.

큰 제도 이루시사 발원하면서
합당(闔堂)에 모여 한배를 타니
밝으신 성현이시여
우리들 동몽(童夢)에 임하소서.

비좁은 방에서 정성 다하니
삼계도 청정하다 찬탄할진대
가상하기가 재상(宰相:하표기를 지칭함)자리 못 다하고
부지런하기가 서운(瑞雲) 떠돌 듯 하네.

[2]
아침결에 세 번 참회 올리고
쌍참(雙懺)이 한밤중에 떠오르도록
장닭이 새벽녘을 알리도록
예를 갖추다 현도(玄道)에 잠든다.
빈객 떠난 쓸쓸한 뜰에
때마침 바람이 불어온다.
갈림길 마주쳐 서성이다가
손 저어 하직하려 한다.

수레는 밭 사이로 치달리는데
번개치듯 빠르기만 하구나.
마음 식혀 걸음 모양 지으려니
간간이 금책(金策)을 드리운다.

간 사람을 망연히 쳐다볼새
쓸쓸한 마음에 외로움만 쌓인다.
이 모양다리 내가 아니고
바깥 물건 본디 적막할지라.

노래나 읊조리며 빈집으로 돌아간다.
진여(眞如)를 지켜 그윽함 희롱하며
어찌 한번 찾아가 노닐지 않겠나.
한가로이 스스로를 위안하네.

[3]
정일(靖壹)은 봉로(蓬盧)에 숨어들어
남몰래 초구(初九)10)를 읊조리는데
넓은 물가에 수풀더미 헤치니
흐르는 물 문틈에 새어든다.

숨어 사는 마음 그대로
약초 캐러 산봉우리 올라서
천 길 높이 암벽을 타넘으니
만무(萬畝)의 땅에 쑥대만 더부룩하다.

산을 쳐다보며 낙랑장송 기리며
산야를 보자니 버들가지 애처로운데
장릉(長陵)의 언덕 위로 자라며
사바세계 맑은 냇물 오른편이다.

시원한 바람결에 번뇌 씻으며
차가운 샘물에 두 손 적시니
신명(神明)의 기분 상쾌하고
봄철의 덤불가지 덥수룩하다.

3재(才)를 아득히 제도하리라.
있는 듯 없는 듯 신명 망하여
유람하면서 숨은 언덕과 함께하면서도
천지변화에 이어지는 팔 없는 것 부끄럽네.
033_0658_a_19L閒與何驃騎期當爲合八關齋以十月二十二日集同意者在吳縣土山墓下三日淸晨爲齋始道士白衣凡二十四人淸和肅穆莫不靜暢至四日朝衆賢各去余旣樂野室之寂有掘藥之懷遂便獨住於是乃揮手送歸有望路之想靜拱虛房悟外身之眞登山採集巖水之娛遂援筆染以尉二三之情八關齋詩三首建意營法齋里仁揳明疇相與期良沐浴造閑丘穆穆升堂賢皎皎淸心修窈窕八關客無揵自綢繆寂默五習眞亹亹糲心柔法鼓進三勸切淸訓流悽愴願弘濟闔堂皆同舟明明玄表聖應此童蒙求存誠夾室三界讚淸休嘉祥歸宰相藹若慶雲浮三悔啓前朝雙懺曁中夕鳴禽戒朗備禮寢玄役蕭索庭賓離飄颻隨風適踟躕岐路嵎揮手謝中析輕軒馳中田習習陵電擊息心投佯步零振金策引領望征人悵恨孤思積咄矣形非我外物固已寂吟詠歸虛守眞玩幽賾雖非一往遊且以閑自釋靖壹潛蓬盧愔愔詠初九廣漠排林流飆灑隙牖從容遐想逸採藥登崇阜崎嶇升千尋蕭條臨萬畝望山樂榮松瞻澤哀素柳解帶長陵岐娑淸川右冷風解煩懷寒泉濯溫手寥寥神氣暢欽若磐春藪達度冥三恍惚喪神偶遊觀同隱丘愧無連化肘

15) 영회대덕선사산거시(詠懷大德禪思山居詩) 지도림(支道林)
(1) 영회시(詠懷詩) 5수
033_0658_c_07L詠懷詩五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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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두커니 앉아서 송장 부리자니
해와 달이 오고감만 거듭하는데
약상(弱喪)11)은 풍파에 시달려
흐르는 물살 만물을 유전케 한다.

중도(中道)의 높은 말씀 흘러 넘치니
고즈넉이 중현(重玄)12)만 감상할지라
중현을 뉘라서 허용하리오.
진여(眞如)를 따르고자 도리를 되새기도다.

속박을 벗어나[苟簡]13) 나를 위하는 것으로 양식을 삼고
한가로이 거닐며 나를 없애어
빛나는 마음이 거울 같으리.
허무(虛無)를 담아 자연(自然) 비추네.

켜켜이 쌓인 마음도 사라지고
조짐 없는 감회만 새롭구나.
물상(物象)을 이리저리 바라보려나
전우(全牛)조차 일찍이 못 보았다.14)
수염난 물고기 귀하다 하나
정말로 조용한 것은 통발을 잊는 것이네.

[2]
가부좌 틀고 경개 마주하자니
그윽한 사유(思惟)가 망망하구나.
거만하게 앉아서 정신의 고삐를 수습하며
이름난 책마다 거두어 본다.

노자는 한 쌍의 그윽함 입에 담았고
장자는 태초(太初)와 더불어 노닐더라.
청풍(淸風)을 모아 읊조리려니
생각마다 모두가 즐거웁구나.

넉넉한 문질(文質)을 굽어보자니,
우러를수록 두 사람[二匠:노자와 장자) 떠난 게 안타까운데
주하(柱下)로 가본들 쓸쓸할지니
텅 빈 몽읍(蒙邑)만 적막하구나.

천 년의 일이 크기만 하니
몸을 소멸시켜 공무(空無)로 돌아가노라.
무(無)가 어찌 손상될 수 있으리오.
만 갈래 돌이켜 한 길로 나간다.

도는 명상을 귀히 하는데
망상(罔象)15)만이 현주(玄珠)16) 꿰어내니
탁수(濁水)가 언제나 맑을지 한심스럽네.
맑은 냇가 비칠수록 잊기만 한다.

돌이켜 비춰야 맑아지리라.
도부(道符)를 간직하고서
마음을 세밀히 하니
형태 있는 물건마다 뚜렷하구나.
사람살이 내쳐 버리고
홀로라도 신명에 머물리라.

[3]
햇살 봄철의 밭둑에 내려 쪼이니
흘러가는 세월만 한스럽구나.
만물의 감화 그려볼지니
쓸쓸히 시운(詩韻)만 부쳐본다.

천태(天台)의 봉우리 그리울진대
험한 암벽만 치켜볼지라.
찬바람이 난초 수풀에 어리어
온갖 소리 연주하여 맑은 음률 타노라.

하늘 끝에 머물며 애써 볼지니
신명이 트여 윤택하기만 하구나.
노을 비쳐 붉은 모래 물총새 비칠지니
싱그러운 영지(靈芝) 오색도 영롱하구나.

우거진 수풀 골짜기마다 깊어지는데
한가로운 석실(石室) 안
그 속에 화토(化土)가 서려 있구나.
몸 바깥으로 그물 풀어낸다.

아무런 꾸밈없이 유심경계(有心境界) 누르려니
현리(玄理)를 휘둘러 생각 지우고
오롯한 몸은 형체 다하니
신우(神宇)가 넓기도 하도다.

돌이켜 조화(造化)도 없애고
사람살이 모양새 잠깐 보자니
원컨대 이 한 사람 자취 따르되
걸음을 높이해서 지팡이 휘두를거나.

[4]
삿된 것 막아서 방안 치우고
고즈넉이 비워서 진리 챙길새
생각마다 바위틈으로 흘러간다.
어둠 속 가운데 사람 찾는다.

그윽한 기풍 다하는 게 슬픈데
밝은 태양도 혼돈(混沌)에 물들지니
이 시절 도를 묻는 이 잠자며
다니며 노래 부른들 무엇을 인(因) 삼을까.

신령한 냇물은 물살도 지지 않는데
4악(岳)에 티끌조차 남지 않았네.
내가 그 모퉁이 맴돌 제
수레 물리고 비륜(飛輪) 매었다.

샘물 마시며 예천(醴川)처럼 달게 여기며
산 열매 따다가 시절의 진미 삼았네.
숲 속으로 가벼운 발자취 남겨 가면서
돌틈 사이로 이 한 몸 가렸다.

허무를 기려 마음 광명 익히고
덜고 덜어내어 예전 신명 돌이켰으나
애틋한 마음 번뇌 여전할지니
간간이 중기(仲氣) 새로워진다.

가까이 갈수록 이 구역 손님 아니니
멀리 갈수록 세간 바깥의 신하도 아니리.
담담하니 꾀하는 바 없으니
외로울 때 스스로를 벗삼는다.

땅의 기틀 대쪽만이 곧을지니
하늘의 햇살도 영수(穎水)로 흐른다.
신묘한 이치 급히 하여도 빠르지 못하니
도의 깨우침에 지름길 없구나.
돌사람 따로따로 우뚝할지니
그윽함 거머쥐고 기틀 살피노라.


[5]
내 한평생 무엇을 흩뜨렸을까.
나누고 나누면서 천정(天挺:자연에서 받은 재능)조차 업신여기니
무(無)에 깃들어 그윽한 곡조 거꾸로 하며
변화하여도 울창해지지 않는다.

햇수만 덧없이 흘러가
유유히 도화(道化)할 날 기약하는데
머리를 기울여 그윽한 기슭 바라며
생각은 그래도 옳게 하지 못했네.

살아가는 갈래 열세 가지이려니
날마다 죽는 때만 가까운데
원컨대 몸 안 받는 이치 얻어서
도가 높아져 조짐 없는 적막에 깃들지라.
033_0658_c_08L傲兀乘尸素日往復月旋弱喪困風流浪逐物遷中路高韻溢窈窕欽重玄重玄在何許採眞遊理閒茍簡爲我養逍遙使我閑寥亮心神瑩虛映自然亹亹沈情去綵綵沖懷鮮踟躕觀象物未始見牛全毛鱗有所所貴在忘筌端坐鄰孤景眇罔玄思劬偃蹇牧神領略綜名書涉老咍雙玄披莊玩太初詠發淸風集觸思皆恬愉俯欣質文蔚仰悲二匠徂蕭蕭柱下迥寂濛邑虛廓矣千載事消液歸空無無矣復何傷萬殊歸一塗道會貴冥罔象掇玄珠悵怏濁水澄幾忘映淸渠反鑑歸澄漠容與含道符心與理理密形與物物疏蕭索人事去與神明居晞陽熙春圃悠緬歎時往感物思所蕭條逸韻上尚想天台峻髣髴巖䃈仰冷風灑蘭林管籟奏淸響霄崖育靈藹神疏含潤長丹沙映翠瀨芝曜五爽苕苕重岫深寥寥石室朗中有尋化士外身解世網抱朴鎭有揮玄拂無想隗隗形崖頹冏冏神宇敞宛轉無造化縹瞥鄰人象願投若人蹤高步振策杖閑邪託靜室寂寥虛且眞逸想流巖曚曨望幽人慨矣玄風濟皎皎離染沌時無問道睡行歌將何因靈溪無驚浪四嶽無埃塵余將遊其嵎駕掇飛輪芳泉代甘醴山果兼時珍脩林暢輕迹石宇庇微身崇虛習本損無歸昔神曖曖煩情故零零仲氣新近非域中客遠非世外臣惔怕爲無爲孤哉自有鄰坤基葩簡秀光流易穎神理速不疾道會無陵逞超超介石人握玄攬機領余生一何分不諮天挺沈無冥到韻變不揚蔚炳冉冉年往逡悠悠化期永翹首希玄津想登故未正生塗雖十三已造死境願得無身理道高沖默靖

(2) 술회시(述懷詩) 2수
033_0659_b_03L述懷詩二首

[1]
난새가 날며 곤륜산에서 울지니
고고한 뜻이 명허(冥虛:어두운 터)에 펼쳐진다.
있는 듯 없는 듯 영한(靈翰)을 휘도는데
피곤한 날개 쉬고자 남쪽 기슭[南嵎]17)에 깃든다.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그고
연단을 따고자 잎사귀를 물었다.
드높이 울부짖으며 예천(醴泉)의 샘물 마시는데
고개를 펴고 신명(神明)이 오동나무에 오른다.
대숲에 날개를 의탁하고
묘한 바탕 길러가니
현도(玄道)의 운수 태평만 바라노라.
고개 숙이고 영부(靈符) 기다리는데
언제나 강물이 맑아지려나
아름다운 사람을 도와 노를 젓는다.

[2]
총각(總角)이 대도(大道) 기약하며
약관(弱冠)에 쌍현(雙玄) 헤아렸다.
천하를 다니며 넝쿨을 거뒀으니
걸음새를 높이 하여 태초 이전 찾았다.

묘하게 덜어내어[妙損]18) 현도(玄道)에 벼슬하며
물살 거센 냇물마저 잊었다.19)
만사에 달관하여 못하는 게 없으니
자연의 이치 누업(累業) 내치네.

이치 다하여 신령의 장작불(靈薪)20) 늘리고
빛나는 신령의 불길 길이 전한다.
즐겁기가 조짐조차 없으니
세상 다녀도 편하기만 하구나.

기름진 먹을거리 별 맛 없으니
부드러운 것 악기 소리 아닌데
마음 지우고 만물에 맡긴 채
인연 따라 베풀어 거둔다.
033_0659_b_04L翔鸞鳴崑崿逸志騰冥虛惚恍迴靈息肩棲南嵎濯足虧流瀾採練銜神疏高吟漱芳醴頡頏登神梧蕭蕭掎明翩眇眇育淸軀長想玄運夷首俟靈符河淸誠可期戢翼令人劬摠角敦大道弱冠弄雙玄逡巡釋長高步尋帝先妙損階玄老忘懷浪濠川達觀無不可吹累皆自然窮理憎靈薪昭昭神火傳熙怡安沖漠遊樂靜閑膏腴無爽味婉孌非雅弦恢心委形度亹亹隨化遷

(3) 영대덕시(詠大德詩)
033_0659_b_15L詠大德詩

그윽한 마음 현리(玄理)에 두었을새
조짐조차 없는 풍모 어찌 넓다고만 이르리.
만 가지 부류에 영화 드리우니
생사의 갈래가 황홀키만 하구나.

진여(眞如) 크게 맑혀서 잊었을진대
지혜의 물 대어 만물 기른다.
듣자니 예전에 포정(庖丁)이
칼을 쓰는 솜씨가 일품이었다.

말씀 아닌 말씀을 이어나가
중생 살피되 힘들다 저버리지 않는다.
저이가 틈을 살피듯
고요한 빛을 던진다.

제도 이루고자 밀고 당기며
마음 지우고 물상 따르니
법의 즐거움 가슴 충만하며
신령한 감회 흘러 굽어보고 우러른다.

천지와 같으면서 만품(萬品)과 다르나
사냥하는 그물 가득 드리우듯 하고
바다 건너 마음 고향 찾아가니
천지를 고루 기르는구나.
033_0659_b_16L遐想存玄哉沖風一何敞品物緝榮生塗連惚怳旣喪大澄眞物誘則智蕩昔聞庖丁子揮戈任神往茍能嗣沖音攝生猶指掌乘彼來物閒此默照朗邁度推卷舒忘懷附网象交樂盈胸衿神會流俯仰大同羅萬蔚若充甸網寄旅海軀鄕委化同天壤

(4) 영선사도인(詠禪思道人:선사 도인을 읊음)과 서문
033_0659_b_24L詠禪思道人
033_0659_c_02L손장락(孫長樂)이 스님이 좌선하는 모양 그려내고서 아울러 찬송을 부쳤다. 굽어보심 마주하고 성심(誠心)을 다했으니, 구하는 것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듯이 하였다.21) 바위와 숲의 기세를 절묘하게 그려 넣은 것이 마치 그 사람이 이에 있듯이 하였다.
내가 그 작품을 기리고 그 문장을 아름답게 여겼으니, 잠자코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에 시 한 수 지어서 그 왼쪽을 이었으니, 이같이 읊었다.

구름 자욱한 봉우리 태초(太初)에 어리는데
솟구친 산등성이 펼쳐져 있다.
굽이진 계곡에는 난초 덮인 샘이 있고
높다란 봉우리 아름다운 나무 끼고 있다.

울창한 그늘에 금수가 노닐고
들쭉날쭉 골짜기 시냇물 길을 막는데
그 속에 충희자(冲希子) 깃들어 살고
앉은 모습 비단에 그려낸다.

자강(自强)이 불식(不息)하여 하늘보다 날래고22)
의지 약한 이 가볼 수도 없다네.
옥 같은 바탕 서리보다 엄하고
맑은 갈래 치닫는 게 늠름하다.

마음을 가리켜 한송(寒松)과 마주하고서
섣달그믐 햇수 지나도 다시 온다 이른다.
두 갈래 자취 사이 마음 보듬고
참선하느라 여념 없다.

하나를 내던져 관능(官能)의 앎 지우고
신명을 터득해야 두 가지 거둘진대
매미 허물 벗듯 몸 이어가며,
쌓여진 열 가지 허물 지그시 살필지라.
마음을 달아매어 평지풍파 없애고
공부를 깊이 하여 거친 생각 없애니
마음 거두어 험한 살림 지우는데
개울가 조심조심 건너간다.

통발 드리워 6근(根) 청정 이루고
공(空)에 들어가 7주(住)를 묻는데
허무(虛無)로 떠나가 기연(奇緣) 타고 오실지니
중생을 길이 다스리노라.
033_0659_c_02L孫長樂作道士坐禪之像幷而讚之可謂因俯對以奇誠心求參焉於衡圖巖林之絕勢想伊人之在茲精其制作美其嘉文不能默已聊著詩一首以繼于左其辭曰雲岑竦太荒落落英峊布迴壑佇蘭秀嶺攢嘉樹蔚薈微游𤢌崢嶸絕蹊路中有沖希子端坐摹太素自强敏天行弱志欲無去玉質陵風霜淒厲淸趣指心契寒松綢繆諒歲暮會衷兩息閒緜緜進禪務投一滅官攝二由神遇承蜩累危丸累十亦凝注懸心無氣地妙硏革麤慮冥懷夷震驚怕然肆幽度曾筌攀六淨同泯七住逝虛乘有來永爲有待馭

(5) 영산거(詠山居)
033_0659_c_17L詠山居

5악(岳)이 신기(神基) 받칠진대
4독(瀆)23)에 큰물 인다.
움직이면 보는 것마다 슬기로우며
잠자코 있으면 어짊을 드러내노라.

세상살이 즐기지 않고
상주(常住)하는 인(因)을 기릴새
근원 찾아 종고(終古)로 거스른다.
토굴 살면서 일민(逸民) 그린다.

바위 틈새 깃들어 깨끗이 씻으니
금성(金聲)이 기수(沂水) 가에 어리고
화장(華藏:聖經) 펼칠새 꽃내음 자욱하구나.
베옷자락 떨치며 티끌을 없앤다.
자취 따라 길가는 게 확굴(蠖屈) 여전할지니
대도로 나아감이 용트림하듯 하구나.
험준한 산자락 표범조차 가까이 못 하는데
분별 내면 수양(首陽)의 진리 아니다.

숲 속 산등성이 길이 머물며
고즈넉이 도균(陶均)24)에 맡긴다.
033_0659_c_18L五嶽磐神基四瀆涌蕩津動求目方默守摽靜仁茍不宴出處託好有常因尋元存終古洞往想逸民玉潔其巖下金聲漱沂濱捲華藏紛霧褐拂埃塵迹從道蠖屈道與騰龍伸峻無單豹伐分非首陽眞長嘯歸林蕭條任陶均
033_0660_a_02L
16) 염불삼매시집(念佛三昧詩集)의 서문 진(晉) 여산(廬山) 석혜원(釋慧遠)
033_0660_a_02L念佛三昧詩集序晉廬山釋慧遠
033_0660_b_02L서(序)하나니, 삼매(三昧)라 이르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을 올곧게 하여 마음을 쉬는 것이다. 생각을 올곧게 하여야 뜻이 하나되어 나뉘지 않으며, 마음이 쉬어야 기운이 비워져서 신명이 낭랑해지고, 기운이 비워져야 지혜가 환히 비추게 되는데, 신명이 낭랑해지면 꿰뚫지 못하는 바가 없어진다. 이 두 가지는 모두 자연의 그윽한 부절(符節)일진대, 하나로 회통(會通)하여 쓰임새를 이룬다. 이로써 공경(恭敬)을 바로 지켜야 만물에 감하고 신령에 통하게 된다.
마음을 바로 다스려서 거동마다 유미(惟微)로 접어들게 하는, 이 같은 가수(假修)로 신명을 거둘지니, 이처럼 공(功)을 쌓아서 성품이 옮겨지는 것도 마치 저 시동(尸童)처럼 좌망(坐忘)에 머물며 그윽한 감회를 지극히 하여, 지혜로 우주마저 떨구고 어둠 속을 헤치며 대방(大方)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 시초를 약술하자면, 보살이 처음 도위(道位)에 올라서 현문(玄門)을 엿보고 적멸무위(寂滅無爲)를 체득하여 이루지 못함이 없이 하는 것이다. 그 신변(神變)에 이르면, 짧은 것을 변모시켜 상도(常度)를 혁신하고, 큰 것과 작은 것이 서로 에워싸게 하는 것이니, 3광(光)도 경개를 바꾸어 비춤이 변하게 하며, 천지를 둘둘 말아 품 안에 넣는 것이다.
또한 여러 삼매는 그 이름이 아주 복잡한데, 공을 높여 쉽게 이르는 것은 염불이 우선이다. 현묘함을 다하고 적멸(寂滅)을 거두는 이는 누구든지, 바로 ‘여래(如來)’라고 기려 부르게 된다. 신명을 거두어 변화시켜서 응하지 못하는 처소가 없어야 이 같은 정(定)에 들게 되는 것이다.
우두커니 앎을 잊어야 인연하는 바가 거울같이 될지니, 밝음을 안으로 비추어 만상(萬像)이 여기서 거듭나는데, 이는 귀와 눈으로 보고 들을 바가 아니나 보고 듣는 것마다 여기서 이뤄진다. 이로써 못처럼 깊은 허경(虛鏡)의 바탕을 보고 나면 바로 영근(靈根)을 깨우쳐 하나로 거두어 자연히 맑고 밝게 된다.
현음(玄音)으로 마음을 두드리며 그 소리를 경청한다면, 진루(塵累)가 매번 녹아서 막혔던 마음이 밝아질 것이니, 천하의 지극히 묘한 법이 아니고서야 어느 것으로 이에 견줄 것인가? 이로써 보자면 한번 감응하기만 하면 바로 오래된 습기(習氣)의 흐름을 헤쳐서 혼미한 세속의 미혹을 갈라내게 된다. 따라서 한낱 필부로서는 저 여러 가지 정(定)의 소연(所緣)을 논하여 그 우열을 따지지 못함을 익히 알 수 있으리라.
이로써 법을 받드는 여러 현자가 생각을 일규(一揆)로 거두어 이에 계합하고, 촌음(寸陰)의 시드는 그림자에 감하여 오는 과보가 아직 쌓이지 않았음을 두려워하는 것이니, 이것이 법당에서 마음 씻으며 소매를 바로하고 청정으로 향하고자 한밤중에도 잠자는 것도 잊으며 새벽같이 일어나 부지런히 닦아가는 소치이다.
저 올곧은 공덕을 쌓아가고 3승(乘)에 형통하려는 뜻을 세우는 것은 오로지 피안에 임하여 9연(緣:법상종에서 말하는 아홉 가지 인연)과 함께 가려는 바이고, 곧추세운 창끝을 타넘으며 고개를 수그리고 약한 이를 부축하여 나아가는 것은 뒤따라오는 이에게 방책을 일러 주려는 바이다. 이처럼 많은 휘한(揮翰)을 보고서도, 어찌 헛되이 그 글만 외울 수 있겠는가?
033_0660_a_03L序曰夫稱三昧者何專思寂想之謂思專則志一不分想寂則氣虛神氣虛則智恬其照神朗則無幽不斯二乃是自然之玄符會一而致用也是故靖恭閑守而感物通靈心惟正動必入微此假修以凝神功以移性猶或若夫尸居坐忘冥懷至極智落宇宙而闇蹈大方者哉言其始菩薩初登道位甫闚玄門寂無爲而無弗爲及其神變也則令脩短革常度巨細互相圍三光迴景以移照天地卷舒而入懷矣又諸三昧其名甚衆功高易進念佛爲先何者窮玄極寂尊號如來體神合變不以方故令入斯定者昧然忘知所緣以成鑑明則內照交映而萬像生焉非耳目之所至而聞見行焉是睹夫淵凝虛鏡之體則悟靈根湛一淸明自然察夫玄音之叩心聽塵累每消滯情融朗非天下之至妙孰能與於此哉以茲而觀一覿之感乃發久習之流覆豁昏俗之重迷以疋夫衆定之所緣固不得語其優居可知也是以奉法諸賢咸思一揆之契感寸陰之頹影懼來儲之未於是洗心法堂整襟淸向夜分忘夙宵惟勤庶夫貞詣之功以通三乘之志臨津濟與九緣同往仰援超拔茅之興俯引弱進垂策其後此覽衆篇之揮翰豈徒文詠而已哉

17) 염불삼매시(念佛三昧詩)와 불보살찬 진(晉) 왕제지(王齊之)
033_0660_b_10L念佛三昧四言 琅瑘王齊之

[1]
오묘한 쓰임새 그윽한데
이리저리 살펴도 보이지 않네.
신명(神明)으로 어둠을 제치고
심식으로 추업(麤業) 밝힌다.

조금씩 쌓아서 스스로를 이끄는데
공들여 허무(虛無)의 뿌리 이룰지니
3관(觀)으로 저것 가려서
이것 망하면 편안해지리라.

[2]
공법(空法)이 한나라로 흘러오니
그윽한 이치가 극미(極微)에 통한다.
한데 거두어 나아갈 바 잊으니
심령(心靈)의 빛을 넓혀서

마음이 구역에 매여서는
기틀을 밝히지 못하려니
비우는 것으로 쓰임새 삼아
희유법(希有法)을 터득하노라.

[3]
마음은 하늘을 밑천 삼아 어리는데
아침 구름 언저리로 비춘다.
교화에 감응하고자
만물과 더불어 무리 짓는다.

다른 방도 없어서
받는 것은 자기 문제라
고즈넉이 연못처럼 비추는데
금빛 물결 위로 티끌만 어지럽네.

[4]
내 한평생 한탄스러운 게
전생에 지혜 없던 것이라
거룩하신 분께 의지하여
명감(冥感)의 힘 얻고자 한다.

생각 돌이켜 공덕 키워서
헤아리지 못하도록 깊고
지극하기만 바랄지니
이 마음 서쪽으로 기우누나.
033_0660_b_11L妙用在幽涉有覽無神由昧徹識以照麤積微自引因功本虛泯彼三觀亡此豪餘 其一 空漢河始理玄通微融然忘適乃廓靈暉心悠緬域得不踐機用之以沖會之以希 其二 神資天凝圓映朝雲與化而感與物斯群應不以方受者自分寂爾淵鏡金水塵紛其三慨自一生夙之慧識託崇淵人庶籍冥力思轉豪功在深在測至哉之注心西極

(1) 살타파륜찬(薩陀波倫讚)[반야대(波若臺)를 이룩하고서 찬송시를 짓는다]
033_0660_b_21L薩陁波倫讚因畫波若臺隨變立贊等

아득하구나. 통달한 분이시여,
그윽하신 공이 후대에 미쳤으니
구택(九澤)을 잠저(潛邸)로 삼으시나
밝으신 모양 모시지 못했다.

운수 트여야 만나뵐 수 있으리니
마음으로 그 자취 더듬어
꿈속에서 혼백이라도 찾아가면
성인을 만날 수 있으려나.
033_0660_b_22L密哉達人功玄曩葉龍潛九澤文明未接運通其會神疏其轍感夢魂交啓茲聖哲
033_0660_c_02L
(2) 살타파륜입산구법찬(薩陀波倫入山求法讚:살타파륜이 산에 들어가 법을 구하는 찬)
033_0660_c_02L薩陁波倫入山求法讚

물소리도 거센 깊은 산속에
그윽한 정성 분발하여
흐르는 물소리 귓가에 담고서
즐거이 세수하고 아침 길 떠난다.

명을 받들어 밤길 떠나니
백 갈래 생각이 묻히나니
가슴 두드리며 서원(誓願) 세우고
교화하고자 성령(聖靈) 내리시네.
033_0660_c_03L激響窮山憤發幽誠流音在耳欣躍晨征奉命宵遊百慮同冥叩心在誓化乃降靈

(3) 살타파륜시오욕공양대사찬(薩陀波倫始悟欲供養大師讚:살타파륜이 비로소 깨닫고서 대사에게 공양하는 찬)
033_0660_c_06L薩陁波倫始悟欲供養大師讚

돌아갈 길 열렸으니
영부(靈府)의 관문 다시 열린다.
신묘한 공덕 헤아리기 어려우니
덜어내기를 기다려야 이로움 생긴다.

도의 믿음 지극하여 몸마저 잊었으니
법의 환희 기약 없이 만났구나.
당신 같은 성인 아니고서야
뉘라서 그윽한 방편 찾아볼 건가.
033_0660_c_07L歸塗將啓靈關再闢神功難圖待損而益信道忘形歡不期適非伊哲人孰探玄策

(4) 담무갈보살찬(曇無竭菩薩讚)
033_0660_c_10L曇無竭菩薩讚

깊숙한 연못 같아서
그윽한 도 다함없으니
대학(大壑)과도 같아서
백 갈래 냇물 흘러든다.

피안의 기슭 끝없을진대
갈 길 멈추지 않는다.
세 가지 흐름이 열렸으나
이에 모두 묻히리.
033_0660_c_11L亹亹淵匠道玄數盡譬彼大壑百川俱引涯不俟津塗無旋軫三流開源於焉同泯

(5) 제불찬(諸佛讚)[염불하다가 성령(聖靈) 임하셨다]
033_0660_c_14L諸佛讚因常啼念佛爲現像靈

묘하시구나, 정각(正覺)이시여.
심묘한 바탕 없는 듯
있는 끝이 없는 듯 거동하시고
비어 있지 않는 듯 머무실지라.

화하여도 변함 없어서
그릴려도 새기지 못하고
저와 같이 참된 성품 밝혀서
이와 같은 중생들 비춰 주신다.
033_0660_c_15L妙哉正覺體神以無動不際有靜不鄰虛化而非變象而非摹映彼眞性鏡此群麤

18) 법락사(法樂辭) (12장) 제(齊) 왕융(王融)
033_0660_c_18L法樂辭十二章 齊王元長
033_0661_a_02L(1) 본기(本起)의 노래

천지는 장구하나 내 목숨 짧을지니
세상사 촉박하나 대도(大道)는 유유하네.
선정(禪定)의 길 아득히 수레 부리고
애욕의 바다에 쪽배 띄우리라.

진루(塵累)는 아직도 다하지 못하였다.
마음의 나무 어찌 헤아리려나.
정(情)의 티끌 어이 씻어내려나.
선정의 물결만 도도히 흐르는구나.

(2) 영서(靈瑞)의 노래

백신(百神)도 삼가 인사 올리고
삼령(三靈)도 이른 아침 문안드렸다.
늘 하는 삼요(三曜) 구천(九天)에 빛나니
훈풍에 달도 흔들리네.

화려한 단청 옥 같은 문설주
푸른 빛 감도는 붉은 궁궐
최우(翠羽)도 헛되이 내린 게 아닌데
수레바퀴 어찌 헛되이 움직이리.

(3) 하생(下生)의 노래

순임금 햇수에 춘삼월도 반절인데
밤하늘 명성(明星)은 멀지 않으니
천사(千祀)로 이어진 햇수 빛나니
만국에 가상(嘉祥)이 내렸다.

금빛 용안에 노을 빛 비치는데
짙푸른 나발에 아침 햇살 드리우고
진토(塵土)에 정각(淨覺) 드리우셨으니
세속이 모두 윤황(輪皇) 기리네.

(4) 재궁(在宮)의 노래

기운 어려 이궁(離宮)에 내리시니
들보 거듭 올린 전각이 떠들썩하구나.
아름다운 메아리 심신에 울리니
수려한 모습 축하하려나.

끝끝내 생로(生老)에 얽매이고
병사(病死)에 재촉받는데
정국(淨國)을 유람하면서
어찌 위성(危城)에 미련 있으리.

(5) 사유(四遊)의 노래

봄철의 가지 시드는 게 많고
가을철 잎사귀 오래 못 가니
마음도 끝내는 시들어 없어지고
사랑도 잠시 이루었다.

바람 밀려 북망산에 떨어지듯
냇물 동영(東瀛)으로 흐르듯
3승(乘)을 알고서야 마음 개운하니
1승을 얻어 몸을 다스리노라.

(6) 출국(出國)의 노래

채찍 날려 도성문 나서고
의젓하신 자태를 나무 밑에 드리웠네.
아비의 사랑 헛되이 그리워하고
규방의 한탄 서러움만 더한다.

풍모가 이미 옛자취 아닌지라
준마만 홀로 돌아갔네.
소매를 들어 사람들과 하직하고
도를 얻고자 발길 돌리시네.

(7) 득도(得道)의 노래

마음 밝혀 10력(力) 넓히시고
깊은 사유 4선(禪) 통하셨네.
축생도 거룩한 자취 받들지니
거울처럼 맑은 모습 냇물보다 더하네.

영취봉에서 정법 전하시고
녹야원에서 현도(玄道) 다하셨는데
세간의 보배 희유할진대
무엇으로 몽천(蒙泉)을 제도할거나.

(8) 쌍수(雙樹)의 노래

밝디 밝은 둥근 달 맑은 빛 뿌리니
동틀 무렵 아침에 서리 엉긴다.
기슭에서 거닐지 않고
덤불도 다하였다.

신령한 지혜 항상하고,
중생을 굽어보고 모자란 것 채우시니
운수에 감응하시어 오셨으나
고삐 매인 사람살이 여의셨구나.

(9) 중현(衆賢)의 노래

춘산(春山)의 옥 곳집에 두고
단림(檀林)의 향기에 머무셨으니
불피워 연기 사이로 가셨도다.
냇물 막아 다리 놓으셨다.

암원(菴園)의 자취 하나일지며
기원(祈園)의 갈래 한 길일지라
고금에 견줄 이 없으니
굳센 기개 연나라ㆍ제나라 어이 이을까.

(10) 학도(學徒)의 노래

예전에 내가 세월 홀시했는데
지금에야 광음(光陰) 중한 줄 아노라.
규방에 연지 곤지 늘어놓고
그 아래 비녀 꽂아 놓았다.

선열(禪悅)의 법음(法音) 겸하니
법의 즐거움에 가야금도 잊었구나.
같고 다름을 가리기 어려우나
총애(寵愛)와 수욕(羞辱)에 누가 마음쓰려나.

(11) 공구(供具)의 노래

솟구친 전각 하늘 찌르는데
대숲 사이로 바람 불어온다.
청한(淸漢)에 향기 넘치는데
그윽한 메아리 구름에 서린다.

노란 꽃 분분하니 우거졌는데
보배나무 푸른 잎 울창하구나.
곧은 마음 청정 경계 연하니
깊은 도업(道業) 천궁마저 숭배한다.

(12) 복응(福應)의 노래

그림자 메아리 달리한 적 없으니
어둡다 밝았다 다시 친해진다.
넓으신 자비 멀리 드리우니
예후(睿后)께서 티끌을 털어 주시네.

구역마다 하늘 같은 복 기릴진데
환우 바깥에 깊은 어짊 세례 받는다.
만방에 흐르니 나라의 경사인데
억조창생이 당나라 백성 즐겨하노라.

- 서현사청강필유저원응사도교(栖玄寺聽講畢遊邸園應司徒敎:서현사 에서 강의가 끝나고 저택의 뜰을 거닐며 사도의 교시(敎示)에 따름) 제 왕융

훌륭한 도업(道業)은 실로 원대할지라.
마음 쉬면 지옥도 갈라지려니
계수나무 울창하니 길렀는데
섬돌 위 난초꽃 피어난다.

허공 끝 추녀는 먼 산에 마주하는데
고루거각에 장생(長生)의 금액(金液) 임하니
싱그러운 풀 줄지어 피어나고
좋은 나무 울창하니 자라났구나.

바람에 불리어 가던 길 돌이키니
경수(逕水)의 맑은 물살 교석(喬石)에 넘실대는데
서산에 지는 해 노을 어리고
소나무 물에 비치니 꽃마저 푸르다.
화창하구나. 사람살이 바깥 경계여,
봄의 한낮도 어느덧 황혼진다.
033_0660_c_19L天長命自短世促道悠悠禪衢闊遠愛海亂輕舟累塵曾未極心樹豈能籌情埃何用洗正水有淸流右歌本起百神肅以度三靈晨且越恒曜揜芳薰風動蘭月丹榮藻玉墀翠羽文朱闕皓毳非虛來交輪豈徒發右歌靈瑞韶年春已仲明星夜未央千祀鍾休萬國命嘉祥金容涵夕景翠鬢佩晨光表塵維淨覺汎俗乃輪皇右歌下生襲氣變離宮重柝警層殿曼響感心修容展驩宴生老終以縈病死行當薦方爲淨國遊豈結危城戀右歌在宮春枝多病夭秋葉少欣榮心骸終委親愛蹔時生長風吹北壟迅景急東瀛知三旣情暢得一乃身貞右歌四遊飛策辭國門端儀偃郊樹慈愛徒相中閨空怨慕風隸乖往塗駿足獨歸路擧袂謝時人得道且還去右歌出國明心弘十力寂慮通四禪靑禽承逸文驪鏡重川鷲巖摽遠勝鹿野究淸玄不有希世寶何以導蒙泉右歌得道亭亭霄月流朏朏晨霜結川上不俳條閒函渝滅靈智湛常然俯應有盈缺感運復來儀且厭人閒紲右歌雙樹春山玉所府檀林芳所棲引火歸炎挹水自淸隄菴園無異轍祇館有同躋比肩非今古接武豈燕齊右歌賢衆昔余輕歲月茲也重光陰閨中屛鈆闕下挂纓簪禪悅兼芳旨法憙忘淸琴一異非能辨寵辱誰爲心右歌學徒峻宇臨層穹苕苕疏遠風騰芳淸漢響梵高雲中金華紛苒若瓊樹鬱靑蔥貞心延淨境邃業嗣天宮右歌供具影響未嘗隔晦明殊復親弘慈迫已睿后扇高塵區中禔景福宇外沐深仁萬祀流國祚億兆慶唐民右歌福應 齊王融拪玄寺聽講畢遊邸園共七韻應司徒教道勝業茲遠心閑地能隙桂燎鬱初蘭墀坦將闢虛檐對長嶼高軒臨廣液芳草列成行嘉樹紛如積流風轉還 逕淸煙泛喬石日泊山照紅映水華碧暢哉人外賞遲遲春將夕

19) 술삼교시(述三敎詩) 양무제(梁武帝)
033_0661_c_05L述三教詩 梁武帝

어릴 적 주공(周公) 공자(孔子) 배워서
약관에 6경(經)을 떼었다.
효도와 의리는 책마다 연이었고
어짊과 용서는 단청마다 가득하다.

말마다 남의 나라 정벌 기리면서
착하게 잘 살아라 말을 바꾼다.
중년에 다시 도가(道家)의 책 보거니
유명(有名)이 무명(無名)과 함께한다.

금조각 녹이는 묘한 술법
진언(眞言)을 상청(上淸)에 숨겼다 하며
남모르는 행실로 음덕(陰德) 보태서
오래 사는 일만 드러내더라.

늘그막에 석가의 두루마리 펴보니
달빛이 뭇 별에 비추듯
고(苦)가 쌓인 것 처음으로 깨달았으니
인과가 더욱 분명하도다.

평등을 해치지 아니하고
지극한 이치로 무생(無生)을 돌이키더라.
분별의 뿌리 하나 되기 어려우니
성품에 집착하면 놀라기 쉬울지라

이치를 다함은 2성(聖)도 못할진대
선업의 헤아림 3영(英)도 아닐세라.
대춘나무 1억 자도 넘게 클진대
작은 풀 베어내도 다시 자란다.

큰 구름 밀려와 단비가 내리는구나.
분수 따라 각자 영예 누리고
마음에서 다른 소견 생겨날지니
보응(報應)이 서로 다르다.
차별을 어찌 지으리.
깊고 얕음은 각자 알아서 정할지라.
033_0661_c_06L少時學周孔弱冠窮六經孝義連方仁恕滿丹靑踐言貴去伐爲善在好生中復觀道書有名與無名妙術鏤金版眞言隱上淸密行遺陰德證在長齡晩年開釋卷猶月映衆星苦集始覺知因果方昭明不毀惟平至理歸無生分別根難一執著性易驚窮源無二聖測善非三英大椿徑億尺小草裁云萌大雲降大雨分各受榮心相起異解報應有殊形差別豈作意深淺固物情

20) 개선사법회시(開善寺法會詩) 양 소명 태자(昭明太子)
033_0661_c_17L梁昭明太子開善寺法會
033_0662_a_02L
둥지 위 까마귀 날지 않듯이
수레를 산장으로 몰게 하였다.
허리 굽혀서야 마령(馬嶺)에 오를지니
구절양장(九折羊腸) 산길 굽이굽이 거친다.

비로소 넓은 고원을 보니
차츰 산봉우리 훤하게 보이는데
낙성대(落星臺) 멀리 수풀 속 가려져 있고
아침 햇살에 새로이 안개 인다.

기러기 깊숙한 연못가 서려 있으며
찬바람이 밤서리를 녹이고
이 땅 참으로 고즈넉하니
넓은 공지에 도량 있구나.

옥수(玉樹)에다 맑디맑은 시냇물
법당의 장막과 금색 보좌
자색 기둥과 산호 같은 땅에다
신령한 당번 달을 가린다.

넝쿨 쥐고 돌계단 오르는데
계수나무 소나무 사이로 듬성듬성
비스듬한 계곡물은 해[日]도 쉬고 싶으니
솟구치는 안개에 누각이 가로 잠긴다.

어이해야 천사(千祀)를 이어가서
백대(百代)를 우리 황업(皇業)에 돌이키려나.
신공(神功)의 비춤도 지극하지 못하니
지혜 거울 구별 없이 비춘다.

법의 수레 어두운 방 비치는데
지혜 바다 자비로 건네주려나.
근(根)과 진(塵) 씻지 못하여
광명 내리기만 바라네.
033_0661_c_18L拪烏猶未翔命駕出山莊詰屈登馬迴互入羊腸稍看原藹藹漸見岫蒼蒼落星埋遠樹新霧起朝陽陰池宿早鴈寒風催夜霜茲地信閑寂曠惟道場玉樹琉璃水羽帳鬱金牀紫柱珊瑚地神幢明月璫牽蘿下石攀桂陟松梁㵎斜日欲隱煙生樓半藏千祀終何邁百代歸我皇神功照不極睿鏡湛無方法輪明暗室海度慈航塵根久未洗希霑垂露光

21) 망동태사부도시(望同泰寺浮圖詩)와 화답시 양 간문제(簡文帝)
033_0662_a_05L 簡文望同泰寺浮圖幷和

멀찌감치 보이는 관불도(觀佛圖)
벽옥 두르고 구슬 이었네.
촉은(燭銀)25)은 한나라 미녀보다 고울지니
보탁(寶鐸)은 곤오(昆吾)보다 매서우리.

햇무리 일었다 지는데
바람소리 은은하니 예사롭지 않은데
서리는 노반(露盤)에 가득하고
오동나무 봉황이 새끼를 친다.

황혼의 노을 속 당번(幢幡) 나부끼고
한낮의 새는 아침 결 산오리 가벼이 보며
청정한 경계 하늘 아래 업신여기니
응진(應眞)은 경개조차 가린다.

수레 끄는 말마다 옥방울 매둘지니
여섯 푼 하늘 옷 가벼울지라
즐거운 생각을 길이 드러내니
다보탑 그 모습 보여 주네.

고해를 건네주시고
거만의 산을 타넘게 하시려나.
원컨대 4인(忍)과 같이하시어
9거(居)26)를 벗어나게 하사이다.
033_0662_a_06L 遙看官佛圖帶璧復垂珠燭銀踰漢寶鐸邁昆吾日起光芒散風吟宮徵殊露落盤恒滿桐生鳳引雛飛幡雜晩虹音絳畫鳥狎晨鳧梵世陵空下應眞蔽景趍帝馬咸千轡天衣盡六意樂開長表多寶現全軀能令苦海渡復使慢山踰願能同四忍長當出九居

(1) 봉화(奉和:화답시) 왕훈(王訓)
033_0662_a_14L王訓奉和

임금 모시고 높은 누각 앉았자니
성문 바깥 수풀도 무성하구나.
옥문(玉門)이 팔방에 열렸으니
탑은 천 길이나 솟아 있다.

겹지른 두공이 한수(漢水)를 비추이니
박공은 구름 사이로 솟아 있다.
곤륜산 옥을 다듬고
여수(麗水)의 금을 새긴다.

현반(懸盤)은 두 손 받쳐 올리는 듯
수봉(垂鳳)은 날아가듯 걸려 있네.
달이 지니 서쪽 추녀 어두운데
해가 지니 기둥 동쪽 캄캄하다.

흐름 되돌려 지혜 부촉하시고
글을 새겨 신금(神衿)을 울리시니
원컨대 법주(法舟)의 도반 되시어
애욕의 강물 길이 여의게 하소서.
033_0662_a_15L副君坐飛觀城傍屬大林王門雖八露塔復千尋重櫨出漢表曾拱冒雲心崑山雕潤玉麗水瑩明金懸盤同露掌插鳳似飛禽月落檐西暗去柱東侵反流開睿屬搦翰動神衿願託牢舟友長免愛河深

(2) 봉화(奉和:화답시) 왕대경(王臺卿)
033_0662_a_21L王臺卿奉和
033_0662_b_02L
아침 햇살 마주하여 눈부신데
솟구친 보탑 천 길 넘는다.
봉황(鳳皇)의 모습 영조(靈鳥)27)와 다른데
금반(金盤)이 선장(仙掌)을 대신하네.

박공은 서까래 드리우고
높은 추녀 구슬발을 드리웠네.
보배로운 땅 금모래 깔린 듯
풍경의 소리 그윽함 더한다.

갈고 새겨서 천변만화 이루고
단청마다 삼라만상 그려내니
노을 때때로 서리면서
신선이 오고 간다네.

아침 안개 가로 서리는데
하늘 높이 당번은 구름에 닿아 있네.
무지개 어려서 그치지 않는데
곤계(鵾鷄)가 어찌 우러르리.

선법(善法) 기려서 철인(哲人) 도울진대
음풍명월(陰風明月)에 양변(兩邊) 밝아지려니
배를 빌어 말세를 항해하고자 하니
저 피안 누가 넓힌다 하겠는가?
033_0662_a_22L朝光正晃朗踊塔摽千丈儀鳳異靈金盤代仙掌積拱承雕桷高檐桂珠網寶地若池沙風鈴如積響刻削生千變丹靑圖萬象煙霞時出沒仙乍來往晨霧半層生飛幡接雲上遊蜺不敢息翔鵾詎能仰讚善資哲流詠歸明兩願假舟航末彼岸誰云廣

(3) 봉화(奉和:화답시) 유신(庾信)
033_0662_b_07L庾信奉和

아득하기가 상청(上淸)보다 높을지니
그윽한 법당 동경(東京)에 비기고
긴 그림자 쌍궐에 드리우니
높은 누각 구성보다 더하네.

높은 박공 가는 구름 막을진대
나부끼는 당번에 새도 놀란다.
봉황새 여기 머무니
연꽃 여기 처음 열리듯 한다.

겹겹의 보륜(寶輪)은 만월에 마주하고
목탁소리 난새 울음 비슷하니
냇물 흐르고 샘물 솟구치는데
뜬구름 엷은 빛이 있다.

서리되어 노반에 떨어져
아침 햇살에 구슬 더욱 빛나니
널리 원림까지 환해지고
은빛 나는 햇살 모래성 비춘다.

천상의 향기 계성(桂城)에 어리고
신선조차 저 통발에 잠겨들어
8해탈(解脫)의 즐거움 귀 기울이니
6진(塵)의 숙정 이에 다한다.
033_0662_b_08L迢迢凌太淸照殿比東京長影臨雙高層出九城拱積行雲礙幡搖度鳥驚鳳飛如始泊蓮合似初生輪重對月滿鐸韻擬鸞聲畫水流泉注圖雲色半輕露晩盤猶滴珠朝火更雖連博望菀還接銀沙城天香下桂殿仙梵入伊笙庶聞八解樂方遣六塵情

(4) 야망부도상상륜(夜望浮圖上相輪:밤에 부도 위의 상륜을 바라봄) 간문제
033_0662_b_16L簡文夜望浮圖上相輪

빛 가운데 봉황 드리우고
난새는 안개 속을 날아가네.
정(定)의 쓰임새 물에 있으니
노반(露盤)에 퍼다 부으리.
033_0662_b_17L光中辨垂鳳霧裏見飛鸞定用方諸持添承露盤

22) 부영오음식문시(賦詠五陰識文詩:오음식문을 읊는 시) 간문제
033_0662_b_19L簡文賦詠五陰識支

씻고 닦으나 신묘한 인(因) 어두우니
형태에 다시 색을 더하여
욕망의 파도 애정 따라 이는데
애욕의 그물 마음에 연한다.

금을 녹여 모습 고쳐도
다하지 않도록 점치더라도
합관(鴿觀)은 어쩔 수 없으니
기어오르는 원숭이 이로써 쉬련다.
033_0662_b_20L澆淳混神因因形復依色欲浪逐情愛網隨心織鑄金雖改狀斬籌方未極鴿觀旣無辨猿攀此焉息

23) 부영백론사죄복시(賦詠百論捨罪福詩) 유효작(劉孝綽)
033_0662_b_23L綽賦詠百論捨罪福
033_0662_c_02L
인(因)의 갈래 서로 달라서
버리고 취하고 여념 없으니
괴로움 다하면 즐거움 이르고
즐거움 다하면 괴로움 온다.

어찌 애욕 좇아 윤회하려나.
모두가 애욕에 녹만 먹으니
마음자리 낱낱이 가려서
탁한 고락(苦樂)의 흐름 맑히리라.
033_0662_b_24L尋因途乃異及捨趣猶幷苦極降歸樂極苦還生豈非輪轉愛皆緣封著情一一知心相渴樂法流淸

24) 몽화림원계시(蒙華林園戒詩) 간문제
033_0662_c_04L簡文蒙華林戒

세간 즐겁다 탐닉하려니
세속 사람 헛된 이름 기릴지니
3공(空)을 다하기 어려울새
8풍(風)에 늘 거꾸러지네.

너와 내가 한 가지 만물일진대
한 번 시들고 한 번 피어날진대
어린 나이로 하여 기영(箕穎)28)을 아꼈으나
잠깐 사이 늙은이 되리라.

즐겁다고 쫓을 바 아니니
끝끝내 어려움만 부닥치리.
규(珪)를 집고 번국(蕃國)을 지킬지나
대기(大器)의 주인 되어 바로 하리라.

예전에 은자(銀字)를 써보다가
지금에야 고목에 피는 꽃 그려 볼진대
옥새를 옆에 차더라도
공덕 기리는 소리 무엇에 기인할꼬.

높이 자리하되 깊은 생각 못할지니
가슴 속 가득하니 근심뿐이라
내 말 거짓 아닌 진담이려니
단심(丹心)이 밝아지네.

지혜 말씀 따라서 법주(法舟) 부릴진대
중생을 이끌고자 황정(皇情)을 내리노라.
마음의 등불 켜서 어두운 방 밝힐진대
쪽배 저어 애욕 바다 벗어나리.

이 시절 늦가을 하늘도 높을진대
천기(天氣)가 맑기도 하구나.
문에는 빛살이 어리는데
해마다 구름 드리우기 기도한다네.

붉은 부용꽃 옥 소리 울리는데
자색 서리 붉은 기둥 적신다.
잎사귀 드문드문 오솔길 드러나니
샘에 산새 소리 지저귄다.

푸른 도포자락 나루터 메우는데
상투 튼 머리 수풀 헤치며 나아간다.
8해탈 크신 은혜 입고자
6진(塵)을 가벼이 한다.
법문 듣고 떠나가는 때
도성조차 아끼지 않으리.
033_0662_c_05L庸夫耽世樂俗士重虛名三空旣難八風恒易傾伊余久齊物本自一枯榮弱齡愛箕穎由來重伯成非爲樂肥遁特是厭逢迎執珪守蕃國主器作元貞昔日書銀字久自恧宗英斯焉佩金璽何由廣德聲居高常慮持滿每憂盈茲言信非矯丹心良可明舟航奉睿訓接引降皇情心燈朗暗室牢舟出愛瀛是節高秋晩寥天氣淸交門光景麗祈年雲霧生紅蕖閒靑瑣紫露濕丹楹葉疏行逕泉溜遶山鳴綠衿依浦戍絳顙拂林征庶蒙八解蓋方使六塵輕脫聞時可去非吝捨重城

25) 몽예참직소시(蒙預懺直疏詩)와 화답시 간문제
033_0662_c_19L簡文蒙預懺直疏幷和五首
033_0663_a_02L
황정(皇情)이 덧없는 세속을 불쌍히 여겨
성왕의 덕이 어두움을 걱정하신다.
교서 내리시어 거두어 주시니
사륜(絲綸)이 지혜의 문을 열었다.

당시의 영웅이 나라에 가득하고
법려가 천원(天園)에 가득하다.
5도(道)의 얽매임 함께 끊었고
4생(生)의 원수를 소탕한다.

3승(乘)으로 애욕의 날랜 말 다스리고서
6념(念)으로 마음 원숭이 달랬다.
뜰 깊숙이 수풀 점점 묘할진대
고즈넉한 땅에 새소리만 가득하구나.

상천(上天)에 바람 불어 법고(法鼓) 울리고
풍경 소리 누각에 어린다.
새로 맺힌 매화꽃 피울지나
계수나무 지는 잎에 덮여지노라.

아침나절 자욱한 안개 돌계단 묻히려니
찬 물결 문을 적시네.
하루아침에 가르침 받고서
얽매임을 풀어지기 바라노라.
033_0662_c_20L皇情矜幻俗聖德愍重昏制書開攝絲綸廣慧門時英滿君國法侶盛天園俱銷五道縛共蕩四生怨三修祛愛馬六念靜心猿庭深林彩豔寂鳥聲喧上風吹法鼓垂鈴鳴畫軒新梅含未發落桂聚還翻早煙藏石寒潮浸水門一朝蒙善誘方願遣籠樊

(1) 화답시 양무제
033_0663_a_05L梁武帝和

옥 같은 샘물도 다하려니와
금문(金門)의 광채 어리지 못할지라
천상의 즐거움 들어보자니
청정한 소리가 사방에 울리네.

맑은 물로 몸의 때 벗길새
참회하여 마음 맑힐지니
시든 풀도 다시 자라고
가지마다 울창해지네.29)

(2) 봉화황태자참회응조(奉和皇太子懺悔應詔:황태자의 참회시에 화답하며 조칙에 응함)와 서문 왕균(王筠)
033_0663_a_06L玉泉漏向盡 金門光未成云云王筠應詔幷序 奉和皇太子懺

황태자 참회시에 화답하여 황신(皇宸)에 받들어 올렸다.
망극하게도 성지를 내리고 소(疏)를 보내셨는데, 모두 열 개의 운(韻)이 부치셨다. 마음 기쁘기가 이를 데 없으니, 다시 여타의 운을 따서 비루하나마 다시 제호(題號)한다.

성지(聖智)가 성명(聖明)하시니
제덕(帝德)이 사해에 빛난다.
은혜를 속하(屬瑕)에 내리시니
해탈이 이에 있구나.

참회의 말씀 나에게 내리시니
마음 다져서 거짓을 막으리라.
이름난 스님들 정혜(定慧)로 이끄시고
조영(朝纓)이 원개(元凱)30)에 늘어섰구나.

미혹함 돌이켜 선도(善導)에 의지하니
마음 돌이켜 참답게 다스릴지나
풍경 소리 말마다 섞이는데
우뚝한 당번 백설보다 빛날지라
일찌감치 잎사귀를 떼낼지니
대나무숲 날로 싹을 틔운다.
은근히 간청 올리며
믿음 더하여 귀의하노라.

슬기롭기가 노을 같을진대
난간에 주배를 매어 놓고
이끌어 꿰이고자 하려니
저 문채 부끄럽기만 하구나.
033_0663_a_08L悔詩仍上皇宸極 聖旨卽疏降所用十韻私心慶躍得未曾有捃採餘韻更題鄙拙一聖智比明帝德光四海荷負誠攸度脫實斯在懺說濟蒙愚推心屛欺紿名僧引定慧朝纓列元凱還迷依善導反心由眞宰和鈴混吹音幡縈雪彩早蒲欲抽葉新篁向舒䈚翹懃諒懇到歸誠信兼倍睿豔似煙闌干若珠琲善誘雖欲繼舍豪愧文彩

26) 강석장흘부삼십운시(講席將訖賦三十韻詩) 양 소명 태자
강의가 파할 때, 소명 태자(昭明太子)가 서른 개의 운(韻)을 부르니, 이에 차운(次韻)한다.
033_0663_a_19L昭明太子講席將訖賦三十韻依次用
033_0663_b_02L
법의 뜰 말리향(末利香) 은은한데
대죽 피어난 모양 아름답구나.
신령한 깨우침 그림자 지니
신선도 예서 머문다.

지혜의 이치 벽옥 같은데
난초 국화 향기 훈훈하구나.
그윽한 이치 시방 헤아리고
깊은 공덕 9축(築)에 견준다.

물결지는 연못에 쪽배 다니노라.
거리마다 금수레 가득한데
미언(微言) 끊어진 지 오래일지라
쌓이고 쌓인 번뇌 많기도 하다.

지혜 구름 피어날진대
홍진(紅塵) 가득한 마음 항복받고자
8수(水)로 파초 잎새 적신다.
3명(明)으로 중생 눈을 띄운다.

목탁 소리 새벽녘에 울려 퍼지고
향기는 저녁나절 가득할진대
여섯 용의 공경도 물리치고
한 쌍의 생쥐 애원도 내친다.

마음 나무에 공(空)의 꽃을 피워서
마음 연꽃에 향기 머금으리.
창해(滄海)가 변하는 것에 비하고
암라가 익는 것 같다.

묘한 지혜 면면하고
깊은 말씀 유유할진대
선우(善友)를 도반 삼아서
진언(眞言)으로 고질병 고치리라.

음개(陰蓋)의 성채 평정하고
능소화 노랗게 꽃 피워서
구슬 같은 꽃 8계(溪)에 그늘 지우니
옥 같은 물결 9곡(谷)에 통한다.

나무 위 청설모 오르락내리락
구름가 기러기 오락가락하는데
높으신 말씀 좋은 시절 펼지나
배운 게 없어 안타깝구나.

따스한 햇살 원앙 둥지 비추고
솔솔 부는 바람 거미집 흔드니
지는 꽃향기만 새롭구나.
구름은 멀리 뒤엉키는구나.
널리 제도하여 상원(象園)31)으로 이끄니
수레 대놓고 우두커니 기다리네.
불길 새로우면 밝아지기 힘드니
초심자 놀라 움추려든다.

화수(花水)를 여의되
칠목(漆木)32)에 어긋남 없어서
바위 속 깃드니 아낄 게 없는데
가시덤불에 편히 쉬노라.

달뜨면 그림자 지기만 바라노니
마음의 잔재 털어 버리고
애욕이 벌집 같을새
너른 벌판 깊은 못 선법(善法)에 노닐리라.

8읍(邑)도 신선 사는 산이며
네 가지 보배 신룡(神龍)의 못일진대
약초나무 길이 무성한데
선정(禪定)의 가지 어이 시들까.

기쁜 마음의 도를 듣고자
한달음에 내달려서
보배 수레 쫓을까나
신발 벗고 뒤에서 밀을까나.
033_0663_a_20L法菀稱嘉奈茲園美脩竹靈覺相招神仙共拪宿慧義比瑤瓊薰染猶蘭菊理玄方十算功深似九築華水警銀舟方衢列金軸微言絕已久煩勞多累蓄因茲闡慧雲欲使心塵伏八水潤燋牙#三明啓群目寶鐸旦參名香晩芬郁暫捨六龍敬微袪二鼠蹙意樹發空花心蓮吐輕馥喩斯滄海變譬彼菴羅熟妙智方縟錦辭同霧縠善學同梵爪眞言異錮腹逶迤合蓋城葳蕤布金郁珠花蔭八玉流通九谷靑禽乍下上雲鴈飛翻覆高談屬勝時寡聞終自恧日麗鴛鴦瓦風度蜘蛛屋落蘤散遠香霏雲卷遙族曠濟同象園中乘如佇獨焰難堅明初心易驚縮應當離花水無令乖漆木投巖不足貴棘林安可宿器月希留影心灰庶方樸視愛同採蜂遊善如原菽八邑仙人山四寶神龍澳藥樹永繁稠禪枝詎彫槭茲悅聞道庶此優馳逐欲追露寶車脫屣親推轂


27) 단출흥업사강시(旦出興業寺講詩:새벽에 흥업사 강의에 나가는 시) 양 간문제
033_0663_b_19L簡文旦出興業寺講

우거진 방초 조대(朝帶)를 다시 매고
정궁(淨宮)으로 수레 몰아 이른다.
우기(羽旗)는 그림자처럼 따르고
요발 소리 바람에 섞인다.

오(吳)나라 창대 하(夏)나라 방패
짙은 녹색 궁시(弓矢) 옆에 찬 기마병
물에 비친 버들가지 벽옥 같구나.
안개 낀 듯 복숭아 붉은 빛 감돈다.

6진(塵)33)의 얽매임 때문에
5전(纏)에 눈이 머니
무리진 청학 보고서야 잘못 깨달아
물상(物象)을 살펴도 그 이치 같지 않도다.
4변(辯)의 훌륭함 이제사 알았는데
어이 3공(空)을 이를 수 있으리오.
033_0663_b_20L沐芳肅朝帶駕言祇淨宮羽旗承去鐃吹雜還風吳戈夏服箭驥馬綠沈弓水照柳初碧煙含桃半紅由來六塵縛宿昔五纏曚見鶴徒知謬象理難同方知恧四辯奚用語三空
033_0663_c_02L
28) 화유상서시오명집시(和劉尙書侍五明集詩) 양 원제(元帝)
033_0663_c_02L梁元帝和劉尚書侍五明集

황제의 공덕 우주에 두루하다며
옷자락 드리우고 태평성대 열었다며
황당(黃唐)한 정치도 부끄러운데
자사(子似)도 아름다운 소리 부끄러워하네.

잘 다스려 5례(禮)를 펴시고
치세 공덕 6영(英)34)에 이르시며
물 대주며 신감(宸鑒) 남기시고
거룻배 부리며 지혜 성품 열지라.

왕이 많더라도 오직 법왕(法王)이시리
무생으로 나지 않음 미더울지고.
인인(因因)을 여기서 볼진대
과과(果果)도 여기서 밝혔다.

대자대비 우러르니 제왕에 짝하고
세상에 크신 이름 떨치셨으니
귀장(歸藏)35)의 서죽보다 신령하시며
노사(魯史)36)의 춘경(春卿)보다 뛰어나시다.

서기는 일궁(日宮)보다 원만하시고
청풍은 월전(月殿)보다 맑으실진대
휘장 들치고 서쪽 굽어보고
장막 둘러서 남쪽 기린다.

금문(金門)에 조고(朝鼓)를 울리며
옥호(玉壺)로 삼경(三更)에 쉴지니
궁괴(宮槐)37)는 새벽 회합을 위해 남겨두었고
성문 위 금까마귀 새벽 알린다.

서리는 가지 위로 빛을 어리는데
노을은 물 속에 그림자 드리우네.
이제 깨닫노니 매사가 헛될진대
우두커니 법성(法城)만 그리노라.
033_0663_c_03L帝德洽區宇垂衣彰太平黃唐慚懋子姒恧嘉聲治定陳五禮功成奏六英汲引留宸鑑舟航動睿情王惟一法無生信不生因因從此見果果自斯明元良仰副后含一震鴻歸藏踰啓筮魯史冠春卿日宮佳氣滿月殿善風淸綺錢敞西觀緹幔卷南榮金門練朝鼓玉壺休夜更槐留曉合城烏侵曙鳴露光枝上動霞影水中輕虛薄今何事徒知戀法城

29) 봉화소명태자종산해강(奉和昭明太子鍾山解講:소명 태자가 종산에 서 강을 마친 것에 대한 화답시)과 화답시 3수 육수화(陸倕和)
033_0663_c_14L昭明太子鍾山解講幷和陸倕和

종남산(終南山)38) 한나라 조정 이웃하는데
높은 산줄기 주나라 경사(京師:주나라 수도 鎬京) 타넘네.
산봉우리 하늘도 이지러지는데
황제의 도성에 둥글게 임하노라.

큰길 치달려 주관(珠館)에 이르러
밑을 보자니 산자락 가로놓였고
남쪽 보자니 회수(淮水)와 서수(漵水) 흐른다.
북쪽 보건대 창명이 아득하다.

보담(步檐)은 시절 따라 머물고
비계(飛階)는 상천(上天) 찌른다.
그물 문 운기(雲氣) 어리고
감실에 선령(仙靈) 계신다.

님께서 세속의 그물 불쌍히 보시고
널리 명하여 사람 모았다.
마지막 대도(大道)의 법회 설법 끝나니
옥재갈 물리고 교외로 나선다.

구름 자욱한 봉우리 메아리처럼 울리는데
소나무 숲에 부는 바람 정기(旌旗)에 어린다.
지혜의 심지 감당 같은데
신령한 거동 숲 속에 푸르구나.
선각자에 인사 올리고
공(空)을 전하여 나중 수레에 영화 누리리.
033_0663_c_16L終南鄰漢闕高掌跨周京復此虧天穹隆距帝城當衢啓珠館臨下搆山楹南望窮淮漵北眺盡滄溟步檐時中宿飛階或上征網戶圖雲氣室畫仙靈副君憐世網廣命萃人英道筵終後說鑾轡出郊垧雲峯響流松野映風旌睿心嘉杜若神藻茂琳瓊多謝先成敏空頒後乘榮

(1) 봉화(奉和:화답시) 소자현(蕭子顯)
033_0663_c_24L蕭子顯奉和
033_0664_a_02L
숭악산(嵩岳山) 옛터 의구한데
반령(盤嶺)은 남경(南京)에 이르네.
지혜 심지 선방(禪房)이 중한데
가마 타고 거듭 도성에 이르네.

금빛 바퀴 천천히 구르고
용마는 뛰면서 울진대
갈래 길 뒤쪽에 먼지 자욱하고
앞쪽 갈래엔 풀피리 소리 청아하구나.

솟을대문 바람도 멈추니
기세가 하늘 찌른다.
기운 다하니 소나무도 멀어지고
구름 날린 가을 벌판 태평할지라.

서성이며 정읍(井邑)만 굽어본다.
펼쳐진 가운데 회수에 물 넘치니
과보(果報) 기리고 상주(常住) 우러를지라
무생(無生)에 머물자 지혜 구하네.

돌산의 자취에 잠시 깃드니
막힌 마음 열고자 함이라.
허리 굽혀 은총(恩寵)을 받자오니
도를 기리는 송성(頌聲) 듣는다.
033_0664_a_02L嵩嶽基舊宇盤嶺跨南京睿心重禪遊駕陟曾城金輅徐旣動龍驂躍且鳴塗方後塵合地迥前笳淸邐迤因臺榭參差憩羽旌高隨閬風極與元天幷氣歇連松遠雲昇秋野平俳佪臨井邑表裏見淮瀛折果尊常渴慧在無生暫留石山軌欲知芳杜情鞠躬荷嘉慶瞻道聞頌聲

(2) 봉화(奉和:화답시) 유효작(劉孝綽)
033_0664_a_10L劉孝綽和

청학 날려 이수(伊水)가 맴도는데
말 달려 왕전(王田)을 벗어난다.
우리 황제 기원(祇園)을 다니시며
예전 광명 다시 하도다.

옥색 보개(寶蓋)에 아침 햇살 어리고
구슬 정기(旌旗)에 빛무리 어린다.
누각의 휘장 골짜기에 드리우고
붉은 비단 숲 사이로 비친다.

이 땅에 임하셨으니
가을바람 시원한 햇수 다시 하노라.
고목도 여름철 푸르러지고
그윽한 계곡에 시원한 샘물 깨끗한데

말 세우고 보좌(寶坐)에 마주한다.
말씀마다 인도(人道)와 천상 모두 즐기니
티끌 씻고자 바닷물 보태고
어둠 밝히려 연등 지피며

정법의 도반 흩어져 간다.
파리와 장검도 엄숙히 뒤를 따르는데
건너편 기슭에서 만나자 약조하면서
짝지어 가마 오르는 현자들이여.
한 수 지으라고 명령하실 제
시 한 수 못 다함이 한탄스럽네.
033_0664_a_11L御鶴翔伊水策馬出王田我后遊祇比事實光前翠蓋承朝景珠旗曳曉煙樓帳榮巖谷緹組曜林阡況在登臨地復及秋風年喬柯變夏葉㵎潔涼泉停鑾對寶坐辯論悅人天淹塵資海滴昭暗仰燈燃法朋一已笳劍儼將旋邂逅逢優渥託乘侶才賢摛辭雖竝命遺恨獨終篇

(3) 봉화(奉和:화답시) 유효의(劉孝儀)
033_0664_a_19L劉孝儀奉和
033_0664_b_02L
순 임금 음악 소리 동서(東序)에 임하니
가마를 옮겨 서원(西園) 찾는다.
예배드리고 순례하여도
끝내 세속에 섞여 살리라.
어떻게 7각지(覺支) 넓힐런가.
옥방울 울리며 사대문(四大門) 나서니
밤기운 시원하니 피리 소리 울리고
군진에 날 밝아 벌판이 환해지는구나.

산바람에 흐린 눈이 어지럽고
처음 경치가 문원(文轅)보다 빼어날지니
숲 사이로 말 달려 보니
굽은 골짜기 우모(羽旄) 깃든다.

옥색 연기 푸른빛만 감돌고
돌 사이로 물 흘러 물보라 날리는데
중각당(重閣堂) 아래 가마 대놓고
대도에 투항하여 참된 근원 찾는다.

공(空)의 말씀이 샘물처럼 솟는데
거동 바르게 비파 소리 찾는다.
사람살이 가벼이 보다 허물 만나니
가마에다 용원(龍鵷)을 그려 놓는다.
스스로를 되새겨 읊조리려나
녹 먹는 몸으로 무얼 하려나.
033_0664_a_20L韶樂臨東序時駕出西園雖窮禮遊終爲塵俗喧豈如弘七覺楊鑾啓四門夜氣淸簫管曉陣爍郊原山風亂彩毦初景麗文轅林開兪騎騁曲羽旄屯煙壁浮靑翠石瀨響飛奔迴情下重閣降道放眞源談空疋泉綴藻邁絃繁輕生逢過誤竝作輦龍鴛顧己同偏爵何用挹衢樽

30) 팔관재야부사성문시(八關齋夜賦四城門詩:팔관재 밤에 사성문에 대해 짓는 시)[전하(殿下)라는 것은 간문제이다. 당시 황태자가 되었다. 중서부군(中庶府君)이란 견오(肩吾)를 말하며 태자 가운데의 서자이 다]39) 양 유견오(庾肩吾) 등
033_0664_b_05L八關齋夜賦四城門更作四首梁皇太子同作庾集
033_0664_c_02L(1) 첫 번째 부운(賦韻)
- 동성문병(東城門病)

베개 베고 누우니 애욕의 빛 다하고
병치레에 쉽게 꺾이는 삶
설산(雪山)의 약초 얻지 못하니
생각하니 북망산 구덩이일세. [제방(徐防)]

오장육부 타오르는데
뼈마디가 부스러지노라.
어찌 목숨 이리 재촉하는가.
근심 걱정 다할 날 없네. [공도(孔燾)]

- 남성문로(南城門老)

가냘픈 생마는 끊어지기 쉬운데
등 넝쿨도 위험한데 쥐마저 쏘는구나.
한 그루 그루터기 미약한지라
때가 되면 떠나야 하리. [제갈개(諸葛豈)]

백마가 치달리듯 하는데
다시 홍화열(紅花熱)에 짝하는구나.
고운 맵시 한 번 끝나면
외로운 등잔불 스스로 켜야 하리.

- 서성문사(西城門死)

마음 달리 먹었으니
시드는 경개 따진들 무엇하리.
업풍(業風) 한 번 다하면
끝내는 허망하게 변하리. [왕대경(王臺卿)]

5음(陰)도 실로 헛것일진대
6취(趣)를 어찌 다스리리.
무너지면 다 같이 돌아갈진대
근심만 헛되이 일어난다. [이경원(李鏡遠)]
- 북성문사문(北城門沙門)

세속은 아지랑이 산다는 게 헛되구나.
근심 얽힌 마음에 눈물만 흘리는데
네 가지 얽매임 물리치고서
3승(乘)의 열반 구하리. [전하(殿下)]

하학(下學)이 마음 흐름 거스릴새
그윽한 명계(冥界)도 가려지네.
슬퍼하니 상(相)과 경(境) 헛될지라
물거품 다시 사라지네. [중서부군(中庶府君)]
033_0664_b_07L第一賦韻東城門病伏枕愛危光痾纏生易折無因雪岸草慮反邙山穴徐防消渴腠腸腑疼蹇嬰枝節如何促齡內憂苦無暫缺孔燾南城門老虛蕉誠易犯危藤復將嚙一隨柯已微當年信長訣諸葛嵦已同白駒去復類紅花熱姸容一旦罷孤燈行自設西城門死緩心雖已殊滅景寧優劣一隨業風盡終歸虛妄設王卿五陰誠爲假六趣寧有截零落竟同歸憂思空相結李鏡遠北城門沙門俗幻生影空憂繞心塵噎於茲排四纏去矣求三涅殿下下學背流心方從窈冥別已悲境相空復作泡雲滅中庶府君

(2) 두 번째 부운
- 동성문병(東城門病)
033_0664_c_03L第二賦韻東城門病

공(空)의 뾰루지 쉽게 나으나
유(有)의 병치레 낫기 힘드네.
헛되이 오색(五色) 마시니
종당에 황천길이 슬플지라. [왕대경]

운산(雲山)40)의 약초 원래 없는데
병치레 뉘라서 동정하리.
고해(苦海)에 빠지는 게 슬플지니
어이해 정거천(淨居天)에 보응하려나. [제갈개]

- 남성문로(南城門老)

예전에 홍련화 벗삼았으니
물가에 노닐며 흥겨워했다.
이제야 시든 꽃나무 흡사할진대
거울 속 들여다보며 슬퍼하리. [전하]

튼튼하다던 기개 어디로 갔나.
남은 해 서산에 지는데
술잔 들던 즐거움 다시 못하니
흰 수염 누가 이쁘다 하리. [제방]

- 서성문사(西城門死)

고루거각 안 떠난다 생각하지만
무너지는 업의 이치 늘 한지라
옥갑(玉匣)에 한 번 누우면
금대(金臺)에 다시 못 서리. [중서부군]
상여 소리 아득히 들려오는데
넝쿨 그림자 소나무에 드렸구나.
뉘라서 10념(念)을 남길런가.
네 가지 연(緣) 따라 정처없이 흐르리. [군]

- 북성문사문(北城門沙門)

수풀가 거닐면서
구도(求道)의 뜻 굳어진다.
신통력 이미 있으니
석장 떨치며 저 멀리 구름 한 번 타 볼까나. [이경원]

단숨에 사홍서원(四弘誓願) 이루려니
지극한 도 뉘라서 앞장서려나.
광겁(曠劫)의 수명 탐하지 않고
오래 살건 적게 살건 상관없다네. [공도]
033_0664_c_04L空痾誠易愈有病故難痊徒知餌五色終當悲九泉王臺卿已無雪山草沈痗竟誰憐復悲淪苦海何由果淨天諸葛嵦南城門老昔類紅蓮草自翫淥池邊今如白花樹還悲明鏡前殿下壯心欲何在餘日乃西遷淸罇不復樂蓬鬢豈還姸徐防西城門死高堂信逆旅壞業理常牽玉匣方委▼(扌+親)金臺不復延中庶府君挽聲隨逕遠蘿影帶松懸詎能留十念唯應逐四緣北城門沙門經行林樹下求道志能堅旣有神通力振錫遠乘煙李鏡遠一登四弘誓至道莫能先不貪曠劫壽無論延促年孔壽


(3) 세 번째 부운
- 동성문병(東城門病)
033_0664_c_23L第三東城門病
033_0665_a_02L
한 백 년 세상살이 잔병치레라
오복(五福)이란 원래 없어서
문갑 속 뱀 기르는 꼴이라
선인의 백록(白鹿)을 어이 만날꼬. [전하]

습관 되어 그림 속 약병 구하고
누웠다 일어났다 자리 찾는데
이부자리 지리면서 즐거울 게 어디 있나
사경을 헤매느라 목석 같은데. [중서부군(中庶府君)]

- 남성문로(南城門老)

젊은 때 귀엽기가 능라비단 저리 가라.
늙어지면 왕겨보다 못하니
헛되이 문물이 성대하던 시절 애달프구나.
시를 짓는들 어이 기쁘리. [왕대경]

백발에 갓 쓴들 무엇 하리.
검버섯 늙은이 삶은 나물 같을진대
소나무 잣나무 더불고자 했는데
즐겁던 시절 언제이런가. [이경원]

- 서성문사(西城門死)

한평생 한 시절 생각하려니
원림(原林)만 흥겨이 돌아쳤으니
소나무 잣나무 그 아래 묻히려는데
춘광(春光)이 빛난다 헛되기만 하구나. [공도]
뿌리 맺어도 헛되려니
잎사귀 뼈마디 연하듯이
개미가 내 몸 뜯을진대
이제야 칼바람 맞는구나. [제갈개]

- 북성문사문(北城門沙門)

속세의 괴로움 이어가기 싫을지니
복전에 양곡 거두듯
인욕의 갑옷 걸쳐 입고
명주 비단 좋은 옷 버리노라. [제방]

원컨대 삼계 중생 이끄소서.
열 가지 결사 굴복시키소서.
구슬 같은 달무리에 머리 숙이니
금패(金佩)조차 눈에 안차노라. [군]
033_0664_c_24L纏痾緬百年自傷無五福長縈畫篋蛇不値仙人鹿殿下習染迷畫甁臥起求拪宿羅襦豈再歡臨岐方土木中庶府君南城門老少年愛紈綺衰暮慚羅縠徒傷歲冉冉陳詩非郁郁王臺卿鶴髮辭軒冕鮐背烹葵菽松柏稍相依歡愛幾時睦李鏡遠西城門死追念平生時遨遊上菀囿一沒松柏下春光徒儵昱孔燾結根素因假枝葉緣骨肉自應螻蟻驅値此風刀逐諸葛嵦北城門沙門俗璽厭纏絲因田抽善穀長披忍辱鎧去此纖羅服徐防願引三塗衆俱令十使伏珠月猶沈首金錍未挑目

(4) 네 번째 부운
- 동성문병(東城門病)
033_0665_a_20L第四東城門病

벼슬자리 못 얻어
물가만 헛되이 오고가는데
한 번 앉은뱅이 병 걸리면
분육(賁育)41)도 달리는 것 그만둘 것이리. [이경원]

구전음양술(九轉陰陽術)42) 원래 없는데
금단(金丹)이란 게 거짓이니
송장 같은 몸뚱이 차마 못 보겠구나.
꿈꾸느니 극락의 연화지(蓮花池)라네. [군]
033_0665_a_21L紫紈未可得漳濱徒再離一逢犬馬病賁育罷驅馳李鏡遠已無九轉術復闕萬金奇不看授鹽掌唯夢蓮花池
033_0665_b_02L
- 남성문로(南城門老)
033_0665_b_02L南城門老

장년(長年)에 해와 더불어 노래하다가
구부정한 발걸음 모습 처량하구나.
하루아침에 늙어 버리니
백발만 성성하다. [공도]

만사(萬事)가 이미 다했는데
9문(門)의 가지 아직도 그리려나.
가마 타던 기개는 어디 갔는고?
홀로 거울 보니 이런 꼴이네. [중서부군]
033_0665_b_03L盛年歌吹日顧步惜容儀一朝衰朽至星星白髮垂孔燾已傷萬事盡復念九門枝乘軒意何在濁鏡坐如斯中庶府君

- 서성문사(西城門死)
033_0665_b_07L西城門死

숨 거두니 이제야 끝났구나.
한평생 그리던 바 무엇이길래
천장지구(天長地久) 서리 지는데
천 살 산다고 누가 그러나. [전하]

좋은 저택 한 번 등지니
소나무 그린 휘장도 보기 어렵고
만사(萬祀)도 감춘 구슬 같은데
천 년 옥 재갈도 멈추는구나. [제방]
033_0665_b_08L一息於今罷平生詎可規天長曉露促千齡誰復知殿下華堂一相捨松帳杳難窺萬祀藏珠應千年罷玉羈徐防

- 북성문사문(北城門沙門)
033_0665_b_12L北城門沙門

깊은 마음 물들지 아니하고
정도(正道)의 바른 길 쉬기 어려우니
오욕(五欲)의 누를 없애고
세 가지 가시를 길이 빼내네. [왕소경]

비었으되 생각 쉬기 어려우니
선법(善法) 익히는 그 갈래 멀기만 하다.
이 한 몸 다하면 다시 나지 않으니
단우(單盂)의 그물을 누가 대신하려나. [제갈개]
033_0665_b_13L深心不可染正道亦難欹方除五欲累長辭三雅巵王少卿依空慮難靜習善路猶彌沒身竟靡託單盂詎待貲諸葛嵦

32) 정월팔일연등시(正月八日然燈詩) 응령(應令) 간문제
033_0665_b_17L正月八日燃燈 應令

연뿌리 얽히듯 주고받음 끝이 없으니
깃털처럼 가벼운 옷 몇 돈이려나.
대나무 엮어서 모양 이루고
갈잎 묶어서 용을 만든다.

잿물로 꽃술 그리고
붓끝 적셔서 그림 그리니
천상이 이에 있구나.
원컨대 등왕불(燈王佛) 만나리다.
033_0665_b_18L藕樹交無極花雲衣數重織竹能爲縛荻巧成龍落灰燃蕊盛垂油濕畫峯天宮儻若見燈王願可逢

33) 유광택사시(遊光宅寺詩) 응령(應令)
033_0665_b_21L簡文遊光宅 應令
033_0665_c_02L
사람 거느리고 옛집에 가보니
운기(雲氣)는 대파처럼 파란데
길거리 수양버들 늘어지고
솔바람 홰나무에 분다.
8천(泉)에 기화요초(綺花瑤草) 빛나며
사방의 기둥 허공에 임한다.

푸른 빛 그물 문 아스라이 푸른데
붉은 꽃 홍일(紅日)과도 같구나.
큰 구름 단비 내리니 기쁨 가득한데
자비의 파도에 실려 정궁(淨宮) 가는구나.
033_0665_b_22L陪遊入舊豐雲氣鬱靑蔥紫陌垂淸柳輕槐拂惠風八泉光綺樹四柱曖臨空翠網隨煙碧丹花共日紅方欣大雲溥慈波流淨宮


34) 피유술지시(被幽述志詩)와 연주(連朱) 3수
양나라 간문제가 감금당할 적에 붓을 당겨 서(序)하기를, 양나라 곧은 선비 입신(立身)하여 뜻 펴는데 시종일관 변치 않았으니 비바람도 어둡고 장닭도 울지 않으니 3광(光)이 어이 빛나리. 운수가 이에 이른 명은 또 어찌 되려나.
연주(連珠) 세 수를 지었다.

[1]
내 일찍이 듣자니
예전에 넉넉하다 지금은 가난하다는데
많더라도 베푸는 게 적었으리라.
이로써 누각 아래 묶여서 쓸쓸이 신명지려니
교남(橋南)에 소나무, 잣나무
공연히 백사(白社)43)를 남기는구나.

[2]
내 일찍이 듣자니
말은 행해야 한다는데
어짊으로 만물 기르니
이로써 죽음도 마다 않는데
덕이 있으면 창성하려니
병마(兵馬)를 의롭게 쓴다면
수그리지 않는 이 없으리.

[3]
내 일찍이 듣자니
도를 행하면 오복에 태평하다는데
운수 갈리니 6극(極)44)도 끝나는구나.
이로써 기린(麒麟)이 나와도45) 슬퍼한 사람
어이 공자뿐이런가.
길이 다하여 통곡하려니
종사(宗嗣)가 여기서 멈춘다.

다시 시를 지었는데 이러하다.

있는 듯 없는 듯 안개 흩어지니
소나무, 잣나무 그늘에 회오리 일리라
먼 산의 수양버들 시든 지 오래이고
들판의 누런 먼지 아득하여라.

백 년의 명수(命數)도 다하지 못하니
어찌 9단(丹)의 금액(金液) 소용 있으리.
궐리(闕里)에 길이 묻혀도
창천(蒼天)의 허공 내 마음 비추리.

마침내 시월에 영복성(永福省)에서 시해(弑害)당했으니, 나이 마흔아홉 살에 붕어(崩御)하였다. 붕어한 때가 바로 태청(太淸) 5년이다.
033_0665_c_03L梁簡文於幽縶中援筆自序云有梁正士簡陵蕭綱立身行己終始若一風雨如晦雞鳴不已非欺暗室豈況三光數至於此命也如何又爲連珠三首一曰吾聞有古富而今貧可稱多而賑寡是以度索樓下獨有衰神松柏橋南空餘白社二曰吾聞言可覆也仁能育物是以欲輕其死有德必昌兵踐於義無思不服三曰吾聞道行則五福俱泰運閉則六極所鍾是以麟出而悲豈唯孔子途窮則慟寧止嗣宗又爲詩曰怳忽煙霞散颼飂松柏陰幽山白揚野路黃塵深終無千月命安用九丹金闕里長蕪沒蒼天空照心十月弒於永福省年四十九崩崩時太淸五年也

35) 임종시(臨終詩) 사령운(謝靈運)
033_0665_c_23L宋謝靈運臨終詩
033_0666_a_02L
정법(正法)을 익혀야 다음 생 없으리니
마지막 업이 여기서 다한다.
혜강(嵇康)46) 늙은이 큰소리치다 궁색해졌고
곽(霍) 선생 명도 끝내 다했다.

추위가 오고 나서 잣나무에 서리 내리고
몰아치는 거센 바람 하루살이 밀어낸다.
오순도순 살다가 때 되면 헤어져야 할진대
오래 살건 적게 살건 마찬가지이리.

내가 세속 군자 뜻 세운 게 억울할지니
바위틈에 깃들지 못하였구나.
이제야 정각(正覺) 앞에 마음 수그리나
이 같은 괴로움 많이도 참았네.
원컨대 오는 세상
원수거나 친한 이나 한마음 이루소서.
033_0665_c_24L龔勝無遺生季業有窮盡嵆叟理旣霍子命亦殞凄凄後霜柏納納衝風菌邂逅竟旣時脩短非所慜恨我君子志不得巖上泯送心正覺前痛久已忍唯願乘來生怨親同心朕

36) 임종표(臨終表) 심약(沈約)
033_0666_a_06L沈隱侯臨終表
신이 간략하게나마 말씀드립니다.
신이 병을 앓은 지 오래되어 이제 떠나게 되었사오니, 형체와 신명이 여위려고 하는 지가 이미 수십 달이 지났습니다.
고초 지극하기가 무어라 말할 수도 없는데, 평소 건강하던 시절에 이 같을 줄 생각도 못했습니다. 차라리 칼에 꿰이고 검에 앉는 것이 이보다 낫겠습니다.
우러러 생각하자니, 법문(法門)에 깊이 들어가 고행에 힘쓰면서 안으로는 자비를 기르고 바깥으로는 인욕을 기르는 것이야말로 인정(人情)의 근본이겠습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성심(聖心)을 더욱 멀리 베푸신다면 불초한 신이 저승길에 임하여 한이 없겠습니다.
죽을 때는 착해진다 하기에, 이같이 새처럼 구슬피 애원하나이다.
삼가 올립니다.
033_0666_a_07L臣約言臣抱疾彌留迄今卽化形神欲離月已十數窮楚極毒無言以喩平日健時不言若此擧刀坐劍比此爲輕仰惟深入法門厲茲苦節內矜外恕寔本人情伏願聖心重加推廣#微臣臨塗無復遺恨雖慚也善庶等鳴謹啓

37) 임종시 진(陳) 석지개(釋智愷)
033_0666_a_14L陳沙門釋智愷臨終詩

한 백 년 세상살이 채우기가 어렵고
3시(時)의 인생살이 쓰러지기 쉽도다.
부싯돌 튀는 불꽃 오래가기 힘들고
번갯불 거센 불빛 잠깐에 그친다.
글이나 매만져 헛되이 상자나 채우면서
그렁저렁 살다가 내생에 얽매이니
황천길 목메어 몸도 못 가누고
쓸쓸한 언덕배기 울며 넘어간다.
아침 서리 잠깐 사이 지려니
들리느니 야반의 소나무 소리라.
033_0666_a_15L千月本難滿三時理易傾石火無恒電光寧久明遺文空滿笥徒然昧後生泉路方幽噎寒隴向凄淸一隨朝露盡惟有夜松聲

38) 입섭산서화사시(入攝山栖霞寺詩)와 서문 진(陳) 강총(江總)47)
033_0666_a_19L陳江摠入攝山拪霞寺一首幷序
033_0666_b_02L임인년(581년) 시월 열여드레에 섭산 서하사를 참배하였다. 높다란 고개를 넘자니 쌓인 회포가 절로 풀어진다.
지덕(至德) 원년 계묘(癸卯) 시월 스무엿새에 다시 서하사를 참배하였는데, 혜포(慧布) 법사님께 보살계를 수여받았다.
갑진년 시월 스무닷새에 금동 불상 1구를 봉송하고서 세속 일에 제약받아 산을 내려왔으니, 한 번도 마음껏 머물지 못했다.
을사년 11월 열엿새에 다시 예배드리게 되었는데, 이때서야 느긋이 산에 머물게 되었다.
밤은 깊어만 가는데 마음 기울여 귀 기울이나, 쉬지 않고 속세에 거듭 태어나기에 장작불 잠깐 사이 시든다.
가만히 시 한 수 지어 이목에 전할지니, 후세에 이를 감상하는 이는 나의 이 같은 뜻을 알아주기 바란다.

마음 고요히 빙설 머금고
세모의 햇빛이 뽕나무, 가래나무[桑楡]에 비치니
물살 지며 흐르는 시냇물 한숨지으며
사람살이 구차하다 한탄하노라.

세시(歲時)의 고운 꽃 피어났다가
엄동설한 늦추위 시들어가네.
물속에 발 담그고 8수(水)를 건널지니
흉금을 열고 네 거리로 접어든다.

신기하게도 이 산이 반갑게 맞이하니
천지와 더불어 함께하리라.
돌바닥 고인 물 깊고도 얕을진대
절벽에 서린 안개 있는 듯 없는 듯하다.

비석조차 없어진 오랜 무덤가 지나치니
먼 길 떠나며 나무때기 고이고 드러누웠구나.
가고 가면서 세상사 다하고
걸음마다 굽이진 길 디딘다.

덕 높으신 스님들 자취 아득하여도
훌륭한 경지 마음에 마주하노라.
숨어 사는 나무꾼도 얻는 바가 있으려니
단청 고즈넉이 눈부시지 않네.

남기신 기풍 계수나무 어리고
덕을 견주어도 추구에 불과한데
먼 길 떠나는 손에게 안부 전하시니
필부의 마음이야 더욱 상하노라.
033_0666_a_20L五言壬寅年十月十八日入攝山拪霞寺登崖極峭頗暢懷抱至德元年癸卯十月二十六日又再遊此寺法師施菩薩戒甲辰年十月二十五奉送金像還山限以時務不得恣情淹留乙已年十一月十六日更獲禮拜仍停山中宿永夜留連棲神竦但交臂不停薪指俄謝率製此篇以記卽目俾後來賞者知余此志焉靜心抱冰雪#暮齒迫桑榆太息波川悲哉人世拘歲聿皆採穫冬晩具嚴枯濯流濟八水開襟入四衢茲山靈妙合當與天地俱石瀨乍深淺煙遞有無缺碑撗古隧盤木臥荒途行行備履歷步步轔崴紆高僧迹共勝地心相符樵隱各有得丹靑獨不渝寺猶有朗詮二師居士明僧紹治中蕭▼(日+爾)素圖像遺風佇芳比德喩生芻寄言長往客悽然傷鄙夫

(1) 지덕이년십일월십이일승덕시산재삼숙결정죄복참회시(至德二年十一月十二日升德施山齋三宿決定罪福懺悔詩:584년 11월 12일 덕시산에 올라 재를 열고 사흘간 머물러 죄복을 결정하고 참회하는 시)
033_0666_b_16L至德二年十一月十二日界德施山齋三宿決定罪福懺悔

네 가지 지혜로 교만한 마음 없애고
세 가지 보시로 어두운 마음 열어 준다.
성정(性情)이 소탈하여 사람 피하고
산림으로 돌아가 편안히 쉰다.

구불구불한 골짜기 물소리만 요란한데
엇갈린 가지마다 그늘지고
연못에는 눈만 쌓이니
싸리가지 문 밖에는 금수가 찾아온다.

돌에 낀 이끼는 변함없는데
산봉우리 모습은 고금에 하나이나
큰 수레 어이해 보이지 않고
달리는 말처럼 신속하도다.

어떻게 6념(念)을 닦겠는가?
경건함과 정성은 일음(一音)에 달려 있다.
자비의 거룻배 멀리 띄우지도 못하고
헛되이 공덕 바다 깊어지기만 바라누나.
033_0666_b_18L四知無矯志三施啓幽心通簡避人偃息還山林曲㵎停騶響交枝落幰陰池臺聚凍雪欄牖嘇歸禽石釆無新故峯形詎古今大車何杳杳奔馬遂駸駸何以修六念虔誠在一音泛慈舟遠徒令願海深
033_0666_c_02L
(2) 섭산서하사산방야좌간서좨주주상서병동유군언(攝山栖霞寺山房夜坐簡徐祭酒周尙書幷同遊群彦:섭산 서하사의 산방에서 서좨주와 주상서가 군언과 밤늦게 즐기며 지은 시) 강령공(江令公)
033_0666_b_24L五言攝山拪霞寺山房夜坐簡徐祭酒周尚書幷同遊群彦江令公

재계하고 계율 지키려니
금단(金丹) 배우려는 게 아니리.
만월 뜨는 때 가로눕고
구름 낀 벼랑에 말안장 풀지라.

법당에서 마음 가다듬기는 쉬운데
선방 앉아 숨 고르기 어렵구나.
석간수도 얼어서 물소리 조용한데
산창(山窓)의 잎사귀 추위에 떨어지네.

너는 북궐(北闕)의 가마 그립고
나는 동도(東都)의 의관 애석할진대
이 밤도 다하면 근심되리니
동지여, 방황하지 말지라.
033_0666_c_03L澡身事珠戒非是學金丹月磴時撗雲崖宿解鞍梵宇調心易禪庭數息難石磵冰流靜山窗葉去寒君思北闕駕我惜東都冠翻愁夜鍾盡志不盤桓

(3) 앙동령군섭산서하사산방야좌육운(仰同令君攝山栖霞寺山房夜坐六 韻:우러러 영군이 섭산 서하사의 산방에서 밤에 머물며 육운을 지은 것과 같이함) 서효극(徐孝克)
033_0666_c_08L徐孝克仰同令君攝山拪霞寺山房夜坐六韻

계단(戒檀)에 이어지는 푸른 돌길
신령한 모습이 자금색 봉우리 같을 제
그림자 속으로 비둘기 피하였다.
공양 받을새 신룡(神龍) 보살피셨다.

이른 아침마다 보배로운 게송 펴시니
추운 저녁나절 종소리 띄엄띄엄 울렸다.
난초 꽃 손에 받치고서
어짊과 지혜 홀로 따르노라.

5선(禪)에 맑은 생각 드러내고
7각(覺)에 방탕한 마음 봉하니
원하건대 극락(極樂)에서
두 손 잡고 마주할 날 약조하네.
033_0666_c_10L戒檀靑石路靈相紫金峯影進歸依鴿飡迎守護龍晨朝宣寶偈寒夜斂疏鍾雞蘭靜含握仁智獨從容五禪淸慮表七覺蕩心封願言於此處手屢相逢

(4) 동강복야유섭사서하사(同江僕射遊攝山栖霞寺:강복야와 함께 섭산 서하사에서 노님)
033_0666_c_15L陳主同江僕射遊攝山拪霞寺 御製

계절마다 반계(磻溪)48)의 마음을 다스리고
죽림(竹林)에 노니는 일 상관할 바 아니되
영취산(靈鷲山) 청송(靑松)에 동녘 밝아온다.
계족산(鷄足山) 백일(白日) 서산에 저물고

하늘 멀리 뜬구름 무늬 지는데
텅빈 산에는 밝은 달 깊숙하며
고목나무 그림자 스러진다.
등넝쿨 그늘 점점이 지는데

서리 내린 마을에 밤 까마귀 지나가고
바람결 추위에 원숭이 지절대네.
탈속한 길목 찾아갈진대
누가 비녀를 뽑으려 하는가?
033_0666_c_16L時宰磻溪心非關狎竹林鷲嶽靑松雞峯白日沈天迥浮雲細山空明月深摧殘枯樹影零落古藤陰霜村夜烏去風路寒猿吟自可尋出俗是欲抽簪

38) 유섭산서하사시(遊攝山栖霞寺詩)와 서문 강령공
033_0666_c_21L遊攝山拪霞寺幷序
033_0667_a_02L정명(禎明) 원년(587년) 태세 정미 사월 열아흐레 계해일, 섭산을 찾아가 혜포(慧布) 법사를 친견하였다. 사령운(謝靈運)이 머물던 곳 기억 더듬으며, 옛 산자락 누비다가 석벽 가운데에서 담륭(曇隆) 도인의 열한 가지 운으로 된 시 한 수를 찾았다. 지금 이에 강락체(康樂體)49)를 빌려 졸작이나마 시를 지어 본다.

가랑비 내리다 날 개이니
화창한 한여름 시작하누나.
푸른 벌판에 유숙하려니
잠깐 사이 붉은 노을 스쳐가네.

뜻을 높여 상인(上人)의 덕 기려서
홍진(紅塵)의 밖을 다스리니
3공(空)을 홀연히 깨우쳐
만유(萬有)가 하나같이 얼마나 작은가?
시종일관 정 붙여 살려니
그윽한 목표가 진실로 적지 않네
베옷 입고 숲 사이 거닐자니
보리밭 내음 맡다가 저무는 날 깨닫네.

찬바람에 얼굴 차가우나
달빛 교교하기만 기다리니
안개도 바위에 쉬어 가고
구름이 배회하며 새를 쫓는다.

오솔길 숲 속으로 이어지고
가냘픈 유자나무 넝쿨진 게 안타깝구나.
한평생 시비를 잊고 사니
시드는 것을 어찌 자랑하겠는가?
다섯 가지 청정을 이로부터 건너니
티끌이 일곱이라도 근심이 없으리.
033_0666_c_22L禎明元年太歲丁未四月十九日癸入攝山展慧布法師憶謝靈運集還故山入石壁中尋曇隆道人有詩一首十一韻今此拙作仍學康樂體江令公霢霂時雨霽淸和孟夏肇拪宿綠野登頓丹霞抄敬仰高人德抗志塵物表三空豁已悟萬有一何小始終情所寄冥期諒不少荷衣步林泉氣涼昏曉乘風面冷冷音零候月臨皎煙崖憩古石雲路排征鳥披逕憐森沈攀條惜杳褭平生忘是非朽謝豈矜矯五淨自此涉七塵庶無擾

(1) 정와서하사방망서좨주(靜臥栖霞寺房望徐祭酒:조용히 서하사 방에서 서좨주를 바라보며)
033_0667_a_12L靜臥拪霞寺房望徐祭酒江令公

세속 끊어 속세에 반려 없을새
마음 닦아 마음 절로 삼가지네.
연달은 절벽에 노을 기운 서리는데
허공에 가득 구름 꼬이노라.

가로누운 칡넝쿨 문짝에 기대는데
비스듬한 돌 오래되어 계단이 되고
나뭇가지 소리에 마음을 두지 않으며
금수는 즐기며 생각 없는 듯하네.

옛사람 저잣거리 가까이하면서
마음은 숲과 계곡 거스르길 바라네.
싱그러운 팥배나무 마주했으니
우리 함께 도반 될까나.
033_0667_a_13L絕俗俗無侶修心心自齋連崖夕氣虛宇宿雲霾臥藤新接戶欹石夂成階樹聲非有意禽戲似忘懷故人市朝狎心期林壑乖唯憐對芳杜以爲吾儕

(2) 앙화령군(仰和令君:우러러 강령군에게 화답함) 서효극
033_0667_a_18L徐祭酒孝克仰和令君

상천(上天)이 주재하사 사방 하늘 밝히는데
수레를 팔도(八道)로 되돌리노라.
시원한 구덩이 보리 향기 스미고
바위 자락 광채는 월궁(月宮)에 벗한다.

향내 퍼져오니 누가 불을 사루나?
꽃잎 날려도 바람에 쓸리지 않고
시냇가 소나무는 소리 내지 않으며
월계수 떨기를 둘로 나눈다.

허박(虛薄)함이 실로 누가 될지니
무슨 인으로 서로 만났을꼬.
잠시 북쪽 자락 떠나서
동녘 담장 향하노라.
033_0667_a_19L上宰明四空迴車八道中洞涼容麥巖光對月宮香來詎經火花散不隨風㵎松無異聒禪桂兩分叢虛薄誠爲累何因偶會同暫此乖山北可向牆東
033_0667_b_02L
(3) 영열반참(營涅槃懺)과 서문
정명 2년 한겨울에 섭산 서하사 혜포 법사가 모월 모일에 열반하셨다. 내가 이 달 17일 섭산을 찾아서 유숙하며 스님을 위해 우러러 열반참(涅槃懺)을 행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작품을 지었다.

하나로 일관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고 죽음도 한 갈래일진대
하물며 이처럼 멸진(滅盡)하시니
어찌 속세를 구하겠는고.

사람의 도리에 여러 슬픔 떠나고
그윽이 출세(出世)를 멀리 기약할진대
골짜기 시냇물에 앉아보고
지난 밤 바위길을 걸었다.

돌 사이 엉킨 얼음 절로 녹는데
소나무에 어린 서리 해에 녹는다.
벼랑 끝 구름이 하늘에 가득한데
골짜기 나서니 안개 자욱하여라.
대은(大隱)이 없다 말하지 말라.
돌아가는 곳이 바로 저잣거리이노라.
033_0667_a_24L禎明二年仲冬攝山拪霞寺布法師某爾時終余以此月十七日宿昔入仰爲師氏營涅槃懺還途有此作可不同一貫生死亦一條況斯滅盡豈是俗中要人道離群愴冥期出世遙留連入㵎曲宿昔步巖椒石溜水便斷松霜日自銷向崖雲靉靆谷霧飄颻勿言無大隱歸來卽市朝

(4) 경인년이월십이일유호구산정사(庚寅年二月十二日遊虎丘山精舍: 594년 2월 12일 호구산의 정사를 참배함) 강총(江總)
033_0667_b_09L庚寅年二月十二日遊虎丘山精舍
033_0667_c_02L
노 저어 굽은 계곡 접어드니
산자락 뚜렷이 보인다.
매번 향기로운 팥배나무 성품 따르자니
모름지기 세속 사람들과 구별되네.

물살 속으로 조개 탑이 보이고
연화대 도꼬마리 엉키고
추녀 끝 삼태기 걸렸는데
창가에 구름 흩어지노라.

그윽한 정 어찌 만물을 따르리.
커다란 뜻에 군생(群生) 쉽게 놀래니
새와 물고기 어이 함부로 하리.
세간 영화에 숙이지 않기 바라노라.

『강령공집』에는, 여산(廬山)의 혜원(慧遠) 법사는 출가하시기 전에 활을 잘 쏘았는데, 학의 둥지에다 화살을 쏘아 어린 학을 잡았다. 나중에 다시 어미 학을 발견하고 쏘려 함에 학이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이미 둥지에 죽어 있었다. 새끼를 염려하는 마음에 죽게 된 것이 아닐까 의심하여 살펴보니, 심장이 모두 조각이 나 있었다. 이에 법사가 활을 집어던지고 보리심(菩提心)을 내었다.
송나라 초엽에 법경(法瓊)이라는 비구니 스님이 있었는데, 남방 사람으로 출가한 인연을 알지 못한다. 곡식을 피하여 대추와 밤만 먹으면서, 비단옷을 걸치지 않았다. 계덕(戒德)이 몹시도 존엄한 데다 선정에도 형통한 바가 많았다. 회계(會稽)의 공자장(恭子張) 사군(使君)이 광주(廣州)에 부임하였을 때 스님을 공양하였으므로 사군이 오(吳)나라로 돌아가게 되었다.
다시 서쪽으로 출행하면서 죽을 때가 되자, 죽은 연후에 장례를 치르지 말고 새가 먹도록 산자락에 버리라고 당부하였다. 기약한 날에 죽었는데, 사군이 그 뜻대로 숲 속에 버렸는데 이레 낮 이레 밤을 놓아두어도 새가 감히 범하지를 못하였다. 이에 시신을 거두어 묻었다.
망조(亡祖)는 사군(使君)의 넷째 딸인데, 법경 스님에게 수계받았다.
이에 내가 기록해 둔다.
033_0667_b_10L縱棹憐迴曲尋山靜見聞每從芳杜須與俗人分貝塔涵流動花臺編嶺芬蒙籠出檐桂散縵繞窗雲情幽豈侚物志遠易驚群何由狎魚鳥願屈玄纁江令集云廬山遠法師未出家善弩嘗於鶴窟射得鶴雛後復伺鶴母見將射之鶴不動詳觀之已死於窼疑其愛子致死破視心腸皆寸絕法師於是放弩發菩提心宋初有法瓊尼南方人不知因緣所辟穀食棗栗不著錦帛戒德甚尊禪定多所感通會稽恭子張使君莅廣州便供養之隨使君還吳又隨出西自剋亡日捨命後勿關斂但以乞烏鳥至破岡如期而終使君依旨送林野閒停舟七日七夕鳥獸不敢乃收殯焉亡祖親使君之第四女就瓊尼受戒勅余記錄之

39) 왕호굴산사시(往虎屈山寺詩)와 화답시 5수[시기(詩紀)에서 예문(藝文)을 살펴보면 이 시는 간문제가 지은 것으로 수록되어 있는 옥문 제신의 화답시는 이 시집이 강령이 지은 시임을 증언하고 있다. 대개 글자가 탈락하여 문장이 어지러워졌을 뿐이다.] 진(陳) 강령(江令)
033_0667_c_06L陳江令往虎窟山寺

홍진(紅塵) 속에 번잡한 생각만 쌓지만
물외(物外)에서는 많은 감정을 버린다.
이 땅에 믿음이 드높으니
빈 무덤만 밭가에 늘어섰구나.

먼지 자욱이 수레만 헛되이 굴러가는데
나부끼는 정기(旌旗)만 드높이 걸려 있네.
어린 소나무 비스듬히 오솔길 따라 둘러쳐져 있고
험준한 봉우리 하늘을 반쯤 가렸네.
고목에 잎사귀 하나 없이
황량한 교외(郊外)에 연기가 깔리노라.
꽃잎 피며 황조가 나오니
돌 아래 샘물 새로이 흐르네.

쌍으로 자라는 나무가 모두 울창한데
그윽하기가 8선(禪)에 비기네.
자대(紫臺) 위에 성령(聖靈)이 쉬고
마음의 정취는 흰 구름가에서 노닌다.
헛되이 소도(小道)로 약 삼았으니
무엇으로 대년(大年)을 고르게 하겠는가?
033_0667_c_07L塵中喧慮積物外衆情捐茲地信爽墟壟曖阡眠藹藹車徒邁飄飄旌毦懸細松斜繞逕峻嶺半藏天古樹無枝葉荒郊多野煙分花出黃鳥石下新泉蓊鬱均雙樹淸虛類八禪拪神紫臺上縱意白雲邊徒然嗟小何由齊大年

(1) 봉화(奉和:화답시) 왕경(王冏)
033_0667_c_14L治中王冏奉和

아름다운 경개에는 훌륭한 자취 많으니
도량이 실로 이 땅이구나.
조화의 근본은 신령하고 기이하여
사람 힘 더하여 이루었구나.

요사채 낭하가 마주보는데
문마다 서로 다르구나.
성명(聖明)에 지혜를 남기니
고요히 사유(思惟)를 기른다.

즐거이 봉우리 오르니
꽃피는 봄이 예 있구나.
야생화 눈길 빼앗으니
산새들 어지러이 기뻐하네.

풍경이 곱고도 뚜렷하니
물과 돌이 서로 비추고
상법(像法)은 세속의 티끌에 물들지 않으니
참다운 스님들은 명리(名利) 끊었다.
모시고 다닐수록 마음 숙여지는데
한 말씀 받자와 마음에 새긴다.
033_0667_c_15L美境多勝迹道場實茲地造化本靈人功兼製置房廊相映屬階閤竝殊異高明留睿賞淸靜穆神思豫遊窮嶺歷籍此芳春至野花奪人眼鶯紛可憙風景共鮮華水石相暉媚像法無塵染眞僧絕名利陪遊旣伏聞道方刻意

(2) 봉화(奉和:화답시) 육조(陸罩)
033_0667_c_22L記室參軍陸罩奉和
033_0668_a_02L
장닭이 우니 눈 비비고 가마 부리며
내원(㮈菀)을 졸린 눈에 다니노라.
붉은 재갈 물려서 9달(達)로 치달으니
청기와 층층이 널려 있다.

시절 만난 백화 사방에 가득하고
무지개 봄나들이 구주에 덮히고
풀잎 뉘이며 바람 멀리 불어오니
정기(旌旗)에 빛살 드리운다.

교목가지 긴 오솔길에 숨어 있고
구불구불 시냇물은 경쾌한 물살 이룬다.
이리저리 화초에 물 대주니
맑은 시냇물에 새소리 낭자하다.

쟁반에 옥구슬처럼 시원히 울리는데
솟구친 탑에 용마루 울리니
지혜 구름 피어오르고
법의 물결 유유히 흐른다.

귀의해 놓고 가르침만 헛되이 하니
지극한 깨달음 부끄럽게도 응하기 어렵다.
033_0667_c_23L雞鳴動睟駕柰菀睠晨遊朱鏕陵九靑蓋出層樓歲華滿芳岫虹采被春州葆吹臨風遠旌羽映光浮喬枝隱修逕曲㵎聚輕流俳佪花草合湸鳥聲遒金盤響淸梵涌塔應鳴捊慧雲方靡靡法水正悠悠實歸徒荷信解愧難詶


(3) 봉화(奉和:화답시) 공도(孔燾)
033_0668_a_07L前臣刑獄參軍孔燾

성정(聖情)은 속세 밖을 생각하시고
가마 돌려 서남쪽 이르니
먼저간 이 봉황새 소리 듣고
나중 오는 수레 용이 뛰듯 하노라.

성지순례란 한가로이 노니는 게 아니라
골짜기 깊숙이 영감(靈龕)50) 모셨네.
마음을 쉬는 이 함께 보니
가부좌 틀고는 맑은 못에 임한다.

선미(禪米)를 어떻게 심어야 할까?
구름 같은 옷자락은 양잠이 필요 없다.
골짜기 개울 네가래풀 푸르고
넝쿨은 소나무 남나무[楠] 휘감는다.

산새는 숲을 돌며 우는데
봄 개구리 비취 물은 듯 파랗다.
미혹한 마음에도 가르침 내리시니
법미(法味)에다 은택마저 입는다.

8해탈의 힘에 의지하길 바라노니
길이 6진(塵)의 탐착 없애리라.
033_0668_a_08L聖情想區外脂駕出西南前驅聞鳳後乘躍龍驂爰遊非逸豫幽谷有靈龕兼覿息心者宴坐臨淸潭禪食寧須稼雲衣不待蠶蘋荇緣㵎壑葛蔓松楠鶯林響初囀春畦翠欲含惑心隨教遣法味與恩覃庶憑八解永滅六塵貪

(4) 봉화(奉和:화답시) 왕대경(王臺卿)
033_0668_a_15L州民前吏刑獄參軍王臺卿

우리 임금 대도(大道)를 근본삼아
가마 가는 곳을 따르라 하시네.
붉은 수레바퀴 구르고
말갈기 실타래처럼 튀어오르네.

맑은 개울 높은 덮개에 어리고
나무 사이로 깃발 스친다.
사람들 논둑길 밟으면서
경치도 함께 따라 움직인다.

돌다리 넘어 물길 건너니
성전(聖殿)이 산자락에 이어지네.
이름 모를 꽃 길가에 피었는데
나뉘어진 물길 굽은 언덕을 휘감네.

누가 경치 좋지 않다고 말하는가?
구름과 산이 호젓하기만 하다.
때 묻은 마음 절로 없애기 쉽지만
도의 성품 물들이기 어렵구나.
이제야 가르침의 은택 받으니
내 이제 잘 받아 간직하리라.
033_0668_a_16L我王宗勝道駕言從所之輜軒轉朱驪馬躍靑絲淸渠影高蓋遊樹拂行旗賓徒紛雜沓景物共依遲飛梁通㵎道架宇接山基叢花臨迥砌流繞曲墀誰言非勝境雲山獨在茲塵情良易遣道性故難緇承恩奉教方當弘受持

(5) 봉화(奉和:화답시) 포지(鮑至)
033_0668_a_23L西曹書佐鮑至 從駕虎窟山寺
033_0668_b_02L
신묘한 마음에서 만물 피어나니
길 찾아 티끌 끊는다.
드문드문 숲 사이로 가마 그림자 어리니
바람 스친 피리 소리 멀리 울린다.

좋은 경개 따라 마음 식히니
가마를 산초(山椒:산정상)에 대어 놓노라.
세시(歲時)가 다시 돌아 늦봄이려니
벌판에 푸른 기운 완연하구나.

고목에서 잎사귀 틔우는데
꽃봉오리 듬성듬성 어린 가지에 열리네.
먼 봉우리에 구름 숨어드니
연기처럼 가랑비 내리노라.

다시 이를 받들어 행하자니
이름 적어 측간에 못 거누나.
원컨대 니련선하(尼連禪河) 물줄기 타고
지혜 등불에 그림자 져서
옷 속의 보배 한번 깨달을지니
자비로 이 땅 풍요롭구나.
033_0668_a_24L神心睠物序訪道絕塵囂林疏蓋影風去管聲遙息徒依勝境稅駕止山椒年還節已仲野綠氣方韶短葉生喬樹疏花發早條遠峯帶雲沒煙雜雨飄復茲承乏者頒名廁末僚願籍連河㵎庶影慧燈昭一知衣內方悲慈地饒

40) 춘일종장군유산사(春日從將軍遊山寺:봄에 장군을 따라 산사를 참배하며 지은 시) 진종사(陳從事)
033_0668_b_08L陳從事何處士春日從將軍遊山寺

난초 자라는 뜰 속세의 기운 싫증내니
능금나무 꽃밭에 해마다 꽃망울 지네.
향산(香山)으로 가는 길 처음 나섰는데
화택(火宅)을 벗어나는 수레 만났고나.

대자비에 들어가는 문간에 잎사귀 드문드문
대도의 나무숲을 이뤄 꽃 피우누나.
등 넝쿨 갉아먹는 쥐새끼 위험도 한데
끝내 독사에 물리는 게 가련키만 하구나.
033_0668_b_09L蘭庭厭俗賞奈菀矚年華始入香山仍逢火宅車慈門數片葉道樹一林花雖悟危藤鼠終悲在篋蛇

41) 별재법사어상환영북(別才法師於湘還郢北:재 법사와 상에서 이별하고 영북으로 돌아옴) 3수
033_0668_b_12L別才法師於湘還郢北三首

쪽배 타는 일 멀기만 한데
바지 거둬 올려도 디딜 데 없네.
남쪽 초나라 장사협(長沙狹)
서쪽으로 영북 가는 길 아득하네.
이정(離亭)의 꽃 이미 흩어지고
별술(別戌)의 새 교태 새롭네.
내일이면 천 리 멀리 헤어지니
한가지 아닌 것을 서로 그리워하네.
033_0668_b_13L乘盃事將遠捧袂忽無聊#南楚長沙西浮郢路遙離亭花已散別戍鳥新嬌明日分千里相思非一條

(8) 경수해법사소증(敬詶解法師所贈:삼가 해 법사에게 보낸 것에 대해 답함)
033_0668_b_16L敬詶解法師所贈

도림(道林)51)은 세속의 겉에 있었고
혜원(慧遠)은 여산(廬山)의 모퉁이에 있었다.
산에 살아 속세로부터 떨어져 살았고
쪽배[杯]52) 타고 강물 건너리.

법우(法雨)는 간간이 내리고
향운(香雲)은 점점이 떠 있다.
우화(羽化)하는 듯이
속진(俗塵)의 그물에서 건네주리라.
033_0668_b_17L道林俗之表#慧遠廬之阿買山節高乘盃且度河法雨時時落香雲片片多若爲將羽化來濟在塵羅

(9) 통사인편(通士人篇)
033_0668_b_20L通士人篇

용궁(龍宮)의 대도(大道)에 들어가니
봉궐(鳳闕) 또한 화려하구나.
선방에 8상(想)이 맑고
의굴(義窟)에 4진(塵) 털지라.

향로에 정법 구름이 일며
등잔에 지혜 불꽃 밝다.
저절로 유(有)의 집착 잊으니
무생(無生)을 깨닫는 데 그치랴.
033_0668_b_21L龍宮旣入道鳳闕且辭榮禪龕八想義窟四塵輕香蓋法雲起花燈慧火明自然忘有著非止悟無生

(10) 종유천중천사(從遊天中天寺:쫓아서 천중천사에서 노님) 응령(應令) 진심형(陳沈炯)
033_0668_b_24L陳沈炯從遊天中天寺應令
033_0668_c_02L
복스런 땅 풀자리 새로 돋는데
덕 높은 스님네 자리에 앉아 있다.
수양버들이 나무에 늘어지고
석장(錫杖)을 비천(飛泉)으로 날린다.53)

돌 의자에 앉아 아침마다 법문하고
산자락 깃들어 밤마다 참선한다.
사위국(舍衛國) 아니라도
땅을 팔아 금을 취하네.
033_0668_c_02L福界新開草名僧共下延楊枝生拱錫杖呪飛泉石座應朝講山龕擬夜禪當非舍衛國賣地取金錢

(11) 동유중서견오주처사홍양유명경사(同庾中庶肩吾周處士弘讓遊明慶寺:유중서 견오가 주의 처사 홍호와 함께 명경사에서 노님)
033_0668_c_05L同庾中庶肩吾周處士弘讓遊明慶寺

영취봉 삼층탑
암라원 대강당
까마귀는 밥상 사이 다가오고
승냥이는 선상(禪床:스님이 설법시 앉는 법상) 사이 맴돈다.

국화 꽃 담근 술 산에 없으나
소나무 향내 밤마다 그윽하다.
거룩한 스님들 마주하니 행복하고
심왕(心王)이 이로써 밝아지리.
033_0668_c_06L鷲嶺三層塔菴園一講堂馴烏逐飯狎獸繞禪牀摘菊山無酒然松夜有香幸得同高勝於此瑩心王


42) 종가경대자조사시(從駕經大慈照寺詩:어가를 따라 대자조사를 지나가는 시)와 서문 북제(北齊) 노사도(盧思道)
033_0668_c_09L從駕經大慈照寺詩序 北齊盧思道
033_0669_a_02L황제는 최상의 지혜로 하늘을 통치하고 대명(大明)을 지극하게 거두어, 구대(九代)를 누르고 백왕(百王)을 몰아간다. 지극한 덕이 상천(上天)에 형통하고 그윽한 어짊은 하계(下界)로 흐르는데, 위엄은 서쪽에 미치고 성교(聖敎)는 동쪽을 적신다. 정사(政事)를 합궁(合宮)54)에서 펼치고, 의례를 태실(太室)55)에서 살피며, 악(樂)이 넓은 향리에까지 이르고, 계책이 깊은 산림에까지 미친다.
천성이 보배를 즐기지 아니하고, 신품(神品)이 재물을 아끼지 아니하기에, 날짐승과 들짐승이 이적(異蹟)을 효험하고 산과 늪이 지기[祉社]를 올린다. 화하(華夏)의 후예를 모두 거느리니 유계(幽界)와 명계(冥界)가 다 함께 가지런하고, 8정(政)에 차서(次序)가 있으며 6부(符)가 고르게 된다. 게다가 뜻을 명보(冥報)에 두고 마음을 공적(空寂)에 새긴다.
구역(區域)을 몸소 굽어보고 유형(遺形)을 친히 돌보니, 고해의 그릇에서 선량한 백성을 구하고, 위태로운 성곽에서 욕계(慾界)를 건진다. 몸과 마음이 청정한 극락의 경계로 오르니, 생령(生靈)은 그 다스리는 힘을 우러르며, 중궁(中宮)이 후덕하여 만물을 실으며 자리를 바로 함이 하늘보다 빼어나다.
도는 소릉(邵陵)에 으뜸이고 업은 신사(莘姒)를 뛰어넘는데, 지혜의 구름이 아침에 이는지라, 4생(生)이 촌합(寸合)을 기다린다. 자비의 등불을 밤에도 지펴서 9복(服)에 남은 빛을 비춘다.
대허(大墟)를 돌아보니 실로 당구(唐舊)56) 그대로이니, 산천을 두루 지켜서 교외에서 옷깃을 바로잡았다. 동쪽 교외의 승지(勝地)에 보방(寶坊)을 이룩하니, 엄하기가 화성(化成) 같고 눈부시기가 다보탑 솟듯이 한다. 이미 그 경개가 서방(西方)을 에워싸고 기세가 남려(南呂)57)에 맞는다.
때맞은 바람이 들판에 떨치고 흰 서리는 위엄이 늠름한데, 성주(聖主)가 가마를 타고 순례하여, 절에 따라 만물을 기른다. 여섯용이 가마를 끌고 일곱 성현이 수레바퀴 같이하니, 옥색 화려한 정기(旌旗)를 드리우고 무늬 새긴 수레바퀴 서서히 구른다. 노인네에게 길을 물어 가마 멈추고, 만령(萬靈)에게 조배(朝拜)하여 부절(符節) 세운다.
웅거(熊渠)와 차비(佽飛)의 부류가 중루(中壘)에 들어오고 호전(虎殿)과 금문(金門)의 무리는 수레를 바라보는데, 모두들 이 청정한 구역을 만나서 영취산의 경관을 기뻐한다. 다 함께 즐거이 용궁(龍宮)에 참배하니, 발 디디는 대로 마음 씻으며 공경스럽게 예배드린다.
허무(虛無)를 익혀서 적멸(寂滅)을 이끌며 노래할지니, 이 같은 일이 헌원(軒轅)을 내치더라도 이치는 똑같이 구각(口角)을 두드린다. 그 열렬함을 포용하고 그 아름다움을 찬탄할진대, 어찌 고삭(皐朔)58)의 글월이나 보진(甫陳)의 남축(南祝) 및 왕곡(王谷)의 충전(蟲篆)을 베 짜는 여인네같이 자아내지 않겠는가?
지은 이가 모두 스물여섯 사람인데, 그 사부(詞賦)는 이와 같다.

현풍(玄風)은 동방에 으뜸이고
내범(內範)은 서릉(西陵)을 능가한다.
큰 하천에 보배 상자 열어내고
복스런 땅에 금실 두른다.

무늬 새긴 서까래 드높이 비추고
그림 그린 박공은 첩첩이 쌓여 있다.
어렵지 않게 해를 부리고
구름 다스리는 것은 의지하기 쉽구나.

양실(陽室)에 횃불 어린 듯하고
음헌(陰軒)에 얼음 맺힌 듯하다.
현판에 별빛 묻히고
차양에 서리 엉긴다.

정문(旌門)에 서광 감돌고
가마 다니는 길에는 저녁노을 타오른다.
산신(山神)은 영물(靈物)로 기리고
수신(水神)은 아름다운 징조를 보인다.

천박한 운명은 은혜로운 기틀을 잘라내니
서로 앞다퉈 몸을 스스로 힘쓰지 않아도
여유있게 그저 믿을 만하니
주래(周賚)59)는 길이 이기기 어렵다.
033_0668_c_10L皇帝以上睿統天大明御極彈壓九驅駕百王至德上通深仁下漏稜西被聲教東漸布政合宮考儀大張樂洞野會計苗山天不愛寶神靡遺貺鱗羽效異山澤廌祉華裔率從幽顯咸祑八政惟序六符告平且棲志窅冥凝神空寂俯陋區域顧遺形有救精民於苦器拯慾界於危身心登淨樂之境生靈仰調御之中宮厚德載物正位儷天道冠邵陵業踰莘姒慧雲朝起四生佇其寸慈燈夜爇九服照其餘光乃睠參實惟唐舊山川周衛襟帶嚴迥郊勝地爰搆寶坊儼若化成曖如踊旣而景躔西陸氣中南呂商飆振野白露戒寒聖主御辯巡方順時育六龍進駕七聖齊軫翠華揚旆雕玉徐輪問百年而駐輦朝萬靈以案熊渠佽飛之輩入參中壘虎殿金門之侶迥望屬車將屆下都遘茲淨竝悅鷲山之觀共喜龍宮之遊足洒心俱展誠敬課虛引寂仍發詠雖事比擊轅義同叩角亦所以雍容盛烈述讚休美豈若皐朔文辭甫陳男祝王谷蟲篆纔譬女工作者二十六人其詞云爾玄風冠東戶內範軼西陵大川開寶福地下金繩繡栭高可映畫拱疊相承日馭非難假雲師本易憑陽室疑停燧陰軒類鑿冰迥題飛星沒楣宿露凝旌門曙光轉輦道夕雲蒸山祇效靈物水若薦休徵虛薄叨恩微驅竊自淩優遊徒可恃周賚永難勝

43) 오고시(五苦詩) 주(周) 사문 석망명(釋亡名)
033_0669_a_21L五苦詩 周沙門釋亡名
(1) 생고(生苦)
033_0669_a_22L生苦
033_0669_b_02L
내 몸 걱정하는 것이 바로 걱정일진대
살아도 걱정 끼고 살지라
마음이 늘 괴로울진대
총애(寵愛)와 수욕(受辱)이 어긋나 사람 놀라네.

아침 햇살 오래 비추는 것 아니고
야반의 촛불도 오래가지 못하니
끝내 한줌 흙이 되려나.
천 년 헛이름 구하네.
033_0669_a_23L可患身爲患生時憂共生心神恒獨寵辱撗相驚朝光非久照夜燭幾時明終成一聚土强覓千年名

(2) 노고(老苦)
033_0669_b_03L老苦

어렸을 적 나날이 자란다 좋아했는데
늙어지니 나이 먹는 것이 괴롭다.
홍안(紅顔)의 젊은 시절 이미 다하여
백발에 신음 소리 길기만 하다.

뜰의 계단도 지팡이 잡아야 하고
조정에 나가도 비녀 무게 못 이기니
맛난 것 살찌는 것과 아름다운 여자들도
젊은 시절 마음만 헛되이 남았네.
033_0669_b_04L少時忻日益老至苦年侵紅顏旣罷白髮寧久吟#階庭惟仰杖朝府不勝簪甘肥與妖麗徒有壯時心

(3) 병고(病苦)
033_0669_b_07L病苦

장검 뽑아 사해(四海)를 평정하고
긴 창 옆에 끼고 일당백(一當百)으로 물리치네.
하루아침 이부자리 드러누워
움직이려도 사람 부축 받으리.

늠름한 기색 간데없이
신음과 고통이 함께하네.
비단조각 입 막아도
이맛살 찡그리고 홀로 되돌아 눕네.
033_0669_b_08L拔劍平四海撗戈卻萬夫一朝牀枕迴轉仰人扶壯色隨肌減呻吟與痛俱綺羅雖滿目愁眉獨向隅

(4) 사고(死苦)
033_0669_b_11L死苦

구름도 내치던 기세 애석하구나.
아침이슬 삽시간에 다할진대
대낮의 태양도 길이 하직하고서
홀로 황천길로 접어드네.

지대에 이미 묻히고
무덤도 텅 비려 하는데
소나무, 잣나무 비긴다 누가 그랬나.
천 년 내내 바람 부는 걸.
033_0669_b_12L可惜陵雲氣忽隨朝露終長辭白日獨入黃泉中池臺旣已沒墳壟向應空惟當松柏裏千年恒動風

(5) 애리고(愛離苦)
033_0669_b_15L愛離

누가 마음속 사랑을 모질게 하겠나.
헤어지고 나면 후회뿐인데.
언제나 서로 손잡으려나
눈물이 앞가려 인사도 못하네.

만리(萬里) 떨어진다 말이 그렇지
다시 만날 기약 있을까.
구천(九泉) 아래 묻히면
다시 볼 날 없으리.
033_0669_b_16L誰忍心中愛分爲別後思幾時相握嗚噎不能辭雖言萬里隔猶有望還期如何九泉下更無相見時

(6) 오성음부(五盛陰附)
033_0669_b_19L五盛陰附

먼저 떠나도 오래 이별하는 것 아니고
나중 와도 오래 사귀는 것 아니리.
무덤만 총총히 늘어나는데
그 가지런한 모양이 고기 비늘같다.

무릉(茂陵:한무제의 무덤)에서 누가 한나라를 알아차리고
여산(驪山:진시황이 묻힌 곳)에서 어찌 진나라를 알겠는가?
천 년이 어제 같아도
한결같이 먼지 되리라.

지금 세상 알고 보면
예전 사람 그대로라
어찌 다른 뼈를 가져다가
나 대신 묻을 수 있을까.
033_0669_b_20L先去非長別後來非久親新墳將舊相次似魚鱗茂陵誰辯漢驪山詎識秦千年與昨日一種倂成塵定知今世土還是昔時人焉能取他骨持埋我身
033_0669_c_02L
44) 유명경사시(遊明慶寺詩:명경사에서 노닌 시)[진(陳)나라 요찰(姚察)이 소좨주(蕭祭酒)가 명경사 선방에 시를 쓰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보아하니 이 절에 대한 추억을 쓴 것으로 소자(蕭字) 운(韻)을 써서 감회를 새긴 것이다]
033_0669_c_02L遊明慶寺詩陳姚察遇見蕭祭酒書明慶寺禪房詩覽之愴 然憶此寺仍用蕭韻述懷

땅의 영기는 5정(淨)에 머물고
그윽한 산은 4선(禪)으로 고요하다.
월궁(月宮)이 돌 자락에 비추니
고운 빛깔 연꽃에 감돈다.

당번 그림자 사이로 노을 지는데
구름 기운은 연기와 합친다.
높다란 소나무 언덕가에 서 있고
폭포수는 물줄기 가늘게 나뉘네.

온갖 소리는 바람타고 울리는데
이슬 맺힌 꽃 곱기도 하여라.
전생에 참다운 이치 찾아서
지금에 도반되었다.

풀잎 스치며 산기슭 거닐고
물가에 발 적시니 잔물결이노라.
이런 일에 따라 훈습(薰習)60)을 일삼으니
얽매인 인연 쉴 수 있으리.

어찌 비구름 이룬다 하겠는가?
이런 유감스러움 오래도록 품으니
그저 남쪽 언덕에 올라 바라보며
동편에 흐르는 물길을 쫓는다.
033_0669_c_04L地靈居五淨山幽寂四禪月宮臨鏡花讚繞峯蓮霞暉閒幡影雲氣合爐煙迥松高偃蓋瀑水細分泉含風萬籟響裛露百花鮮宿昔尋眞趣友亟留連山庭步靃靡㵎沚濯潺湲因斯事薰習便得息攀緣何言遂雲懷此悵悠然徒有南登望會逐東流旋


45) 진 장군조(張君祖)의 잡시(雜詩)와 찬송시ㆍ화답시
(1) 영회시(詠懷詩) 3수 장군조(張君祖)
033_0669_c_12L詠懷詩 陳張君祖
033_0670_a_02L
[1]
형기(形氣) 타는 일은 표지 다르지 않고
조촐한 마음에 담백하게 욕심 없도다.
앉은 채로 임금 만나고
문전에 금수레 돌려보내리.

시원한 바람 불어 소리가 더욱 맑고
고기 모이는 연못 흐리지 않으리.
현도(玄道)에 깃드는 이여,
이렇게 숨어 살면 족하리.

하필 그윽함을 탐하겠는가?
검은 소매 세속 여읜 증표이려니
백 년도 실로 오래다 못하겠지만
하룻밤도 적다 못하리.

햇빛 내려 멀리 비추니
예나 지금이나 횃불 바꾸면서
한세상 모두 나그네가 되니
어찌 번개보다 빠른 세월 애달파 하리.

외로이 무리짓지 않지만
옥과 자갈 섞는 것 함께 잊으니
더러운 덤불의 괴력난신(怪力難神) 아니라
바라나니 굽은 마음 펴는 것이라.

[2]
신령한 바람에 감정이 파도처럼 이는데
뜬구름도 역린(逆鱗)으로 솟구치네.
남양(南陽)의 싹처럼 잡초 베어 내려니
모이느니 3조(造)61)의 객이로다.

적막한 밤중 그리움 맺히고
해조를 맛보며 밤새도록 읊조린다.
가깝기 기다리나 만나는 때 없으니
누가 티끌 모두 털어 내려나.

마음 한쪽 엿보며 시력을 다하고
고즈넉이 신명에 홀로 노닐면서
동해 바다 서로 잊을진대
어이 서쪽 나루터 찾겠는가.

내가 도를 기려 폐한 적 없으니
늘 의로운 사람 노래하며 그리워한다.

[3]
객지로 다니다가 형형(荊衡) 땅에 자리잡고
지팡이 종종걸음 남영(南郢) 땅에서 쉰다.
마음 움직이면 떨어지니 물살 속이고
마음 고요하면 성품 편해지리라.

거룻배 띄우고 노담(老聃)의 말 따르고
낚싯줄 내려서 장자(莊子)와 함께 노래한다.
눈 크게 뜨고 한 생각 이어나가니
신명 맑혀서 티끌 내친다.

시절마다 즐길 게 없으니
소리 없는 가락 누가 들으려나.
익히고 익혀서 향기로운 표지 무성하게 하고
아름다운 미음(微音)이 기쁘다.

이삭 여물자 서리에 밟히고
화초마다 화려한 봄에 빛나니
깃촉 씻으며 하늘 날기 바라는데
어찌 함께 늙기를 다투겠는가.

내가 재능 없는 자질에 섞여서
마음 지우고 모양 잊으니
역산(嶧山)62)의 유자나무 아니지만
그저 사수의 경쇠[泗磬]63) 두드리겠는가.
033_0669_c_13L運形不摽異澂懷恬無欲坐可拪王門可迴金轂風來詠逾淸鱗萃淵不觸斯乃玄中子所以矯逸足何必翫幽閑淸衿表離俗百齡茍未遐辰亦非促羲騰望舒映曩今迭相燭一世皆逆旅安悼電往速區區雖非兼忘混礫玉怪神罔叢穢要在夷心曲靈飆起情浪飛雲騰逆鱗茍擢南陽固集三造賓緬懷結寂夜味藻詠終晨近佇時無遘誰與拂流塵眇情寄極眄蕭條獨遨神相忘東溟裏晞西潮津#我崇道無廢長謠想義人遙遁播荊衡杖策憩南郢遭動委浪遇靖恬夷性柎卷從老話揮綸與莊詠遐眺獨緬想蕭神飆塵正時無喜惠偶絕韻將誰聽習子茂芳摽欣微音令穎敷淩霜蒨葩熙三春盛拂翮期霄翔豈與桑榆競我混不材姿遺情忘彫映雖非嶧陽椅聊以敲泗磬

(2) 증사문축법군(贈沙門竺法頵) 3수와 서문
贈沙門竺法頵三首
033_0670_b_02L사문 축법군 스님 멀리 서산으로 돌아가시기에 시를 지어 올린다. 때까치 지저귀듯 한지라 두 갈래를 생략하고 단지 기리기만 한다.

화양(華陽)의 높은 메 높이 솟아 있는데
높이 떠 있는 구름조차 봉우리 베개 삼는다.
깎아지른 절벽마다 영천(靈泉) 솟아나니
봉우리마다 소나무 울창하다.

치솟은 암벽은 등성이마다 가파른데
그윽한 골짜기 고즈넉이 에워싸였구나.
절벽은 기묘하게 깃들어 쉬는데
암자에서 참선하여 6신통 얻는다.

고요히 신기(神氣) 맑혀서
묘한 자취 한결같이 바르게 하며
무는 없다는 집착을 지관(止觀)하고
공(空)이 공(空)하다는 막힘을 다시 맑게 하노라.

만물을 대하되 어찌 자비 아닐까.
홀로 가서 심오하게 같은 것이 아니니
이치 모르는 사리불(舍利佛)64)을 친견하지 못하고
유마거사(維摩居士)에 굴복한다.

지인(至人)은 그림자 메아리같고
신령한 지혜 시방세계 빚어내니
방편에 응하여 권화를 넓히니
억조창생(億兆蒼生) 자비의 기쁨을 입는다.

아득히 홍진(紅塵)의 잠을 깨닫게 할진대
토굴 속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으나
밝게 통하지 않는 지혜 버리고
소멸하지 않는 형체를 버리네.

밝구나. 여래의 강림이여,
넓구나. 구덩이 열어 주심이여,
유계(幽界)의 신령(神靈)도 썩어갈진대
누가 아유(阿維)65)만큼 살필 수 있겠는가.
멀리 현도(玄道) 그려 보나
어떻게 스스로 맑힐까.

드높구나, 법성(法城)의 깃대여.
웅장하구나, 구름 낀 봉우리여.
준령 열두 봉우리
염부제(閻浮提) 경계 홀로 뛰어나도다.

맑은 물결 산자락 휘돌고
옥당(玉堂)은 산등성이 자리하네.
산골짜기 시냇물 감천(甘泉) 그대로인데
절벽마다 영지(靈芝) 가득하구나.

인륜(人倫)의 교화 고고할진대
바위산 곧기도 하여라.
두 손 모으고 묘각(妙覺) 우러를진대
들숨 날숨에 명이 장구하리라.

마음을 다스릴 수 있으면
쉬어도 편안치 않은 게 없으리.
만물 사이로 소요할 수 있으면
어찌 반드시 이 몸에서 쉬겠는가?
대승(大乘)의 자취 따라
정신을 단련하여 무섭게 정진하리라.
033_0670_a_11L沙門竺法頵遠還西山作詩以贈因亦嘲之省其二經聊爲之讚鬱鬱華陽嶽絕雲抌飛峯峭壁溜靈泉秀嶺森靑松懸巖廓崢嶸幽谷正籠丹崖拪奇逸碧室禪六通泊寂淸神氣緜眇矯妙蹤止觀著無無還淨滯空空外物豈大悲獨往非玄不見舍利弗受屈維摩公至人如影響靈慧陶億剎應方恢㩲化兆類蒙慈悅冥冥積塵寐永在巖底閉廢聰無通炤遺形不洞滅明哉如來降豁矣啓潛穴幽精淪朽壤孰若阿維察遙謝晞玄疇何爲自矜邈邈慶城摽峨峨浮雲嶺峻蓋十二獨秀閻浮境丹流環方基瑤堂臨峭頂㵎滋甘泉液崖蔚芳芝穎翹翹羙化倫眇眇凌巖正肅拱望妙覺吸晞齡永茍能夷沖心所憩靡不靜萬物可逍遙何必拪形影勉尋大乘練神超勇猛

(3) 도수경찬(道樹經讚)
033_0670_b_09L道樹經讚

왕사성(王舍城)66) 우뚝하구나.
영죽원(靈竹園) 울창하구나.
여기 신묘한 교화의 우두머리 있고
공관(空觀)으로 선권방편(善權方便) 이뤘노라.

내가 그 모습 쳐다본다 하여도
참다운 자취 어이 알겠나.
위대한 도 밟고도 그윽할진대
이치 트이면 신명이 기쁠 것이다.
바람 쓸려 텅 비면
지혜 이루기 어렵다 말하지 않겠는가?
033_0670_b_10L峨峨王舍國鬱鬱靈竹園中有神化空觀體善㩲私呵晞光景豈識眞迹端恢恢道明玄解發至神歡飄忽凌虛起無云受慧難

(4) 삼매경찬(三昧經讚)
033_0670_b_14L三昧經讚

그 자취 열두 연기를 태워 벗어나고
계율은 삼매로부터 이루어지네.
어진 행실은 신묘함을 다하는 곳에 머물고
9도(道)의 뜻 지혜로 밝힌다.

아홉 근본 흔들리게 되니
4선(禪)조차 그윽하지 못하네.
깊구나, 생멸하지 않음이여.
처음부터 생을 따름이 없구나.
잠깐 사이 기운을 가지런히 이끄니
열반의 신령함 어이 알런가.
033_0670_b_15L迹超十二燒戒由三昧成賢行極妙道志慧以明九本旣殊動四禪不同冥淵哉不起滅始自無從生借問導氣倫安測泥洹靈

(5) 시서(詩序)
033_0670_b_19L詩序
033_0670_c_02L법군 스님에게 시를 증정한 것을 돌아보면, 스님은 통하신 바가 오묘하고 고원하여 갈매마다 눈부시도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비록 “말이 뜻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고 말하지만, 또한 거의 그에 가깝다. 대개 시는 뜻이 지향하는 것이고, 마음의 자취가 깃드는 곳이다. 신묘한 뜻이 그윽히 해명된다면, 정신은 펴지 못하는 것이 없을 것이다. 그윽하고 심원하여 통달할 수 없는 자라 하더라도 어떻게 ‘우러르고 뚫는다’고 하는 감탄을 발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나 내가 훌륭한 덕을 묘사하고자 하였기에, 비록 갈래길로 접어들었다 하더라도 현동(玄同)을 드러내고자 하였으니, 이것으로 답변을 대신한다. 아름다움을 다하지 못하였으나, 모두가 그 뜻을 드러낸 것이라 하리라.그 말을 다음과 같이 하였다.
033_0670_b_20L 省贈法頵詩經通妙遠亹亹淸綺雖云言不盡意殆亦幾矣夫詩者志之所之意迹之所寄也妙玄解神無不暢夫未能冥達玄通惡得不有仰鑽之詠哉吾想茂德之形容雖拪守殊塗標寄玄同仰代答之未足盡美亦各言其志也其辭曰

(6) 유승연(庾僧淵)의 회답시
033_0670_c_03L庾僧淵答

참되고 소박한 운명이 이미 나뉘었으니
삼라만상이 형태 지었다.
정령(精靈)도 그윽히 감응할지니
변화하여 바뀌지 않는 것이 없으리라.

생사의 물결에 빠진 무리들
갈수록 더하나 원래 이름도 없었느니라.
근본 버리고 말단 따르니
후회와 인색함이 감정을 낳는다.

어찌 욕심 끊지 못하고
근본을 돌이켜 무생으로 돌아가겠는가?
유(有)와 무(無) 모두 고르게 보아야
매미 껍질 벗듯이 밝아지리라.

오묘한 피안의 나루에 노닐면서
현명(玄冥)에 깃들지라
큰 자비로 변통에 따르니
기르고 보살핌 어찌 쉬려나.

한가로움은 저절로 있는 것이니
어찌 보살과 함께하겠는가?
유마거사 그윽이 가르치니
권도(權道) 이룸이 많기도 하여라.
천하에 유유히 가득하니
가을 이슬에 의지한 마음 누가 알리오.
033_0670_c_04L眞朴運旣判萬象森已形精靈感冥變化靡不經波浪生死徒彌綸始無名捨本而逐末悔悋生有情胡不絕可欲反宗歸無生達觀均有無蛻豁朗明逍遙衆妙津拪凝於玄冥大慈順變通化育曷常停幽閑自有豈與菩薩幷摩詰風微指權道多所成悠悠滿天下孰識秋露情


(7) 장군조(張君祖)의 시
033_0670_c_12L張君祖

망망하구나, 혼돈(混沌) 이뤄짐이.
분명하구나, 4천(天)67)의 밝음이.
3진(辰)이 수미산 에워싸니
백억 세계 모두 한 모양이다.

신명 모아서 빚어내니
묘하게 합해져 신묘하게 자라난다.
큰 자비로 중생 건질 제
그림자 메아리처럼 그윽히 감응한다.

사미(沙彌)가 수많은 대중이 되니
만중생 우러러본다.
누가 대승을 기뻐하지 않겠는가?
이 땅에 조짐 내린다.

세 가지 법[三法]68)이 숲을 이루는데도
거사도 한 무리 지을진대
뿔 없는 용 못 보았으니
정갈하기가 하늘도 누를세라.

멀리 큰 세간에 의탁하니
가슴속 홀로감을 그리노라.
묘한 법 모두가 바라나
유마거사는 내가 바라는 바라네.

선권방편 못 이뤄도
그대와 길을 같이할지니
유유히 세상에 가득할세라
없앤다는 생각조차 지우노라.
033_0670_c_13L茫茫混成始豁矣四天朗三辰環須百億同一像靈和陶煙熅會之有妙長大慈濟群生冥感如影響蔚蔚沙彌衆粲粲萬心仰誰不欣大乘定於玄曩三法雖成林居士亦有黨不見虯與龍灑鱗凌霄上沖心超遠浪懷邈獨往衆妙常所晞維摩余所賞茍未體善㩲與子同髴髣悠悠誠滿域所遺在廢想

(8) 유승연의 회답시
033_0670_c_22L庾僧淵答
033_0671_a_02L
화양산(華陽山) 봉우리 멀리 바라보니
푸른 하늘 3진을 둘러쌌네.
푸르른 절벽 마디 토굴 있으니
맑은 물 흘러 피안 적시네.

붉은 골짜기 굽은 나무 서 있어
마지막 열매 싹을 틔운다.
천뢰(天籟)가 바람소리와 함께 들리는데
그윽한 메아리 서로 어우러진다.

난새와 봉황도 날아오고
교룡(虯龍)도 물 속에서 비늘 세우네.
마음 비운 선비 있으니
도에 침잠하며 신묘한 섭리를 음미한다.

현적(玄寂)에 드높이 임하니
만물이 저절로 손님 되리라.
고갯마루 머물며 방외(方外)에서 노니니
세속을 벗어나고 홍진 버렸다.

날개 펼쳐 묘한 자취 엿보니
서성이는 걸음걸이 사람 찾듯 하다가
휘파람 불며 버리고 떠나가노라.
영화 무엇이 보배로운가?
여덟 가지 해탈의 못에서 마음을 씻고
그윽이 정신을 밝고 쾌활하게 하고
마음을 닦아 신묘한 경지에 통하며
깨우침 내던지고 이 몸조차 잊는다.

거사가 무리 이루어
엿본들 가까이 못 하리라.
물어보고 지켜도 헛되기만 할지니
어떻게 진리를 돌이킬 줄 알겠는가?
033_0670_c_23L遙望華陽嶺紫霄籠三辰瓊巖朗璧玉潤灑靈津丹谷挺樛樹季穎奮暉薪#融飆衝天籟逸響互相因鸞鳳翔迴儀虯龍灑飛鱗中有沖漠士道玩妙均高尚凝玄寂萬物忽自賓拪峙遊方外超世絕風塵翹想晞眇矯步尋若人詠嘯舍之去榮麗何足珍濯志八解淵遼朗豁冥神硏機通微妙遺覺忽忘身居士成有黨眄非疇親借問守常徒何以知反眞

46) 유방산영암사시(遊方山靈巖寺詩:방산69)의 영암사를 유람한 시) 수(隋) 양제(煬帝)
033_0671_a_10L煬帝謁方山靈巖寺 隋后

범궁(梵宮) 이미 숨어 버리고
영수(靈岫)70) 이미 희미해지는데
평교(平郊)에서 지는 해 보내니
높은 메 그림자만 길게 드리우네.

깃발 휘둘러 서령(曙嶺)에 날리니
종소리 은은히 대낮 숲 속에 울린다.
매미소리에 가을 기운 가까운데
흘러가는 석계는 깊기도 하다.
선정의 가지 드리운 땅에서 자취 드러내려니
보리 마음 절로 나누나.

- 봉화방산영암사응교(奉和方山靈巖寺應敎:방산 영암사의 응교에 화 답함) 제갈영(諸葛穎)

명산은 강해(江海)를 누르고
산사는 구름 속에 묻혀 있구나.
추녀는 솔가지 위로 드리웠는데
산문(山門)은 연화봉 마주보누나.
섬돌 사이로 뇌성이 울려오는데
구름은 대들보 앞을 돌아가네.

신령한 광명 낮밤으로 비추는데
몇 겁의 공덕 있어야 용포(龍袍)를 입을진대
이제 향 사르고 공양하오니
길이 복전으로 쓰리라.
033_0671_a_11L梵宮旣隱隱靈岫亦沈沈平郊送晩高峯落遠陰迥幡飛曙嶺疏鍾響晝林蟬鳴秋氣近泉吐石溪深抗迹禪枝地發念菩提心奉和方山靈巖寺應教 諸葛穎名山鎭江海梵宇駕風煙畫拱臨松鑿牖對峯蓮雷出階基下雲歸梁棟前靈光辨晝夜輕衣數劫年一陪香作食長用福爲田

47) 승루망춘등시(昇樓望春燈詩)
(1) 정월십오일어통구건등야승남루(正月十五日於通衢建燈夜升南樓: 정월 보름 네거리에 연등을 달고 누각에 오름) 수(隋) 양제(煬帝)
033_0671_a_20L正月十五日於通衢建燈夜升南樓一首 隋煬帝

법륜(法輪)이 하늘 위에 굴려졌으니
거룩한 말씀 하늘에서 내리노라.
연등 단 나무에서 수천의 빛 내 비추니
불빛마다 7각지(覺支) 열리어라.

달 그림자 흐르는 물에 서리고
봄바람 불어와 밤매화꽃 휘감는다.
황금지(黃金地)에서는 깃발 휘날리는데
유리대(琉璃臺)에서는 범종 소리 울려퍼지네.
033_0671_a_22L法輪天上轉梵聲天上來燈樹千光花焰七枝開月影凝流水春風含夜梅幡動黃金地鍾發琉璃臺
033_0671_b_02L
(2) 봉화통구건등응교(奉和通衢建燈應敎:통구에 등을 다는 응교에 대 한 화답시) 제갈영(諸葛穎)
033_0671_b_02L奉和通衢建燈應教諸葛穎

향기 피어나는 네거리의 밤풍경
정법의 등불 들쭉날쭉 휘황찬란하네.
전법륜(轉法輪)에 때맞춰 빛을 발하니
복숭아꽃 잔가지마다 피어나누나.

아스라한 안개 법당에 감싸고
오색의 불빛은 연못에 비추네.
누각에 거듭 올라 굽어보려니
멀리서 노랫가락 아련히 들린다.
033_0671_b_03L芳衢澄夜景法炬爛參差逐輪時徙挑花生落枝飛煙繞定室浮光映瑤池重閣登臨罷歌管乘空移

(3) 사주등륙시혜일도량옥청현단덕중(捨舟登陸示慧日道場玉淸玄壇德 衆:배를 버리고 뭍에 올라 혜일도량과 옥청현단의 대중들에게 보임) 수 양제
033_0671_b_06L捨舟登陸示慧日道場玉淸玄壇德衆一首 隋煬帝

맑은 하늘에 머물러 있는 구름 말리고
아침해 장천(長川)에 떠오른다.
바람에 씻겨 수풀의 꽃잎 떨어지는데
바람결 버들가지 산들거린다.

외로운 청학 무리 찾아 떠나고
꾀꼬리 멀리서 마주보고 지저귀누나.
물 위에 연꽃은 가득 피었는데
붉은 해 중천에 떠 있다.

강수(江水)와 산수(滻水) 물결마다 반짝일지니
동서로 이어져 흐르는구나.
선정(禪定)의 지혜 그 힘 빌리고
다시 금단(金丹)에 의지하노라.

3천(川)71)에 노는 것과 다르니
어찌 그 옛날 사문유관(四門遊觀) 아니런가.
여기 묘한 도리 따라
초연히 피안(彼岸)에 오를지어다.
033_0671_b_08L天淨宿雲卷日擧長川旦颯灑林花逶迤風柳散孤鶴逝追群啼鶯遠相喚蓮舟水處盡畫輪途始半江滻各自遙東西竝興歎已薰禪慧力復籍金丹扞有異三川遊曾非四門於焉履妙道超然登彼岸

48) 와질민월술정명의(臥疾閩越述淨名意:병으로 민월에 누워 정명의 뜻을 서술함)와 서문 민왕주(閩王冑)
033_0671_b_14L隋著作王胄臥疾閩越述淨名意
033_0671_c_02L내가 민(閩) 지방에 앓아 누운 지 이미 달포째인데, 선지식 옹(顒) 스님께서 나에게 정명의 보전(寶典)으로 신심을 다스리라 권유하셨다. 병중에도 대강 그 뜻을 말씀해 주셨는데, 경간(敬簡) 스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만 리 땅을 다녀 보아도
창해의 끝 아득할진대
5령(嶺)72)은 언제나 푸르고
백월(百越)이 메산에 가로막혔네.

덧없이 몸과 마음만 피곤할지니
끝내 이런 병에 걸리게 되었다.
동뢰(桐雷)73)는 아득히 멀기만 하고
폄석(砭石)74)은 찾기도 어렵네.

그림자 싸안은 내가 처량도 하니
눈물로 옷깃 적시며 홀로 슬퍼하네.
비야성(毘耶城)의 장자(長者)
평생의 덕화(德化) 기려야 한다.

큰 인연에 의지하여서
부지런히 회향하여라.
마음의 행로 스스로를 눌러야 하니
이로써 실상(實相)을 생각하거라.

물거품 본래 쥐어보기 어렵고
신기루 찾아가기 힘드니
산다는 게 참다운 도리 아니고
나라는 게 모두 허망할지라.

구해도 얻지 못하는데
업보를 받는 이 누구이런가.
대의왕(大醫王)을 진실로 믿을지니
그 세력 참으로 무량하시다.
033_0671_b_15L余臥疾閩海彌留旬朔善友顒法師勸余以淨名妙典調伏身心力疾粗陳其意敬簡法師云爾客行萬餘里渺然蒼海上五嶺常炎百越多山瘴兼以勞形神遂此嬰疲恙桐雷邈已遠砭石良難訪抱影私自怜霑衿獨惆悵毘城有長者平夙所尚復籍大因緣勉以深迴向心路資調伏於焉念實相水沫本難乾城空有狀是生非至理是我皆虛妄求之不可得誰其受業障信矣大醫王茲力誠旡量

49) 전경상봉림사시(展敬上鳳林寺詩) 수 설도형(薛道衡)
033_0671_c_04L薛道衡展敬上鳳林寺

정토는 깊은 골짜기에 이어져 있고
보탑은 높은 봉우리 마주보누나.
숲에는 봉황의 둥지 있으며
땅에는 가까이 흰 모래에 청룡(靑龍) 있구나.

바위는 층층이 솟구쳐 있는데
법당이 연이어 겹쳐 있구나.
골짜기 들어서니 아침 안개 자욱한데
구름이 자욱이 깔리어 돌도 축축하다.

높은 가지마다 구름 덮였는데
가지가 바람결에 흔들려 종소리 내누나.
추녀 끝 그늘마다 잔 버들 잎 나부끼는데
낙락장송은 물가에 그림자 지우누나.

기둥 위로 밝은 달 떠오르고
연화좌마다 부용꽃 피었구나.
숨어 산다는 생각으로
마음의 자취 따르지 못하리.
033_0671_c_05L淨土連幽谷寶塔對危峯林拪丹穴地邇白沙龍獨巖樓迥出複道閣相重洞開朝霧斂石濕曉雲濃高篠低雲蓋風枝響和鍾簷陰翻細柳影落長松珠柱浮明月蓮座吐芙蓉隱淪徒有意心迹未相從

50) 봉화무제삼교시(奉和武帝三敎詩:무제 삼교시에 화답함) 양(梁) 석지장(釋智藏)
033_0671_c_11L梁開善寺藏法師奉和武帝三教詩一首

마음의 근본 둘이 아니나
이치를 배워야 참다워지리.
4집(執)에 약 모으는 것 어지럽고
6미(味)는 괴로움만 늘리누나.

좋은 인연 만났으나 성품이 비루한지라
습관이 따르지 못하네.
지각(至覺)이 만물을 교화하실 제
1승(乘)의 도리로 여러 갈래 나투었도다.

대사가 권도(權道)로 제도하실 제
이르시는 말씀 별빛처럼 펼쳐졌다.
주공과 공자는 충효를 높였고
덕행을 이루어 임금과 부모에 보답하였다.

노자는 무욕(無慾)이 좋다 하여
육신을 버리고 오래 살자 했으니
좋은 말씀에 사방 천리 어질어지니
향기롭기가 가히 온 세상의 보배일지라

공한 이치 알지 못했고
3명(明)에 이르지도 못했다.
짧은 소견으로 갈림길 막아 놓고
주미를 나누고서 유계(幽界)를 의심했도다.

어찌 기쁘게 점수(漸修)라 이르겠는가.
궁극은 원래 같은 것이니
우리 황각(皇覺)께서 이를 체득하고서
묘하게 비추어 신묘한 기틀 내셨다.
말씀마다 모두 세상의 목탁일지니
회광반조(廻光返照)75)하여 생민(生民)을 이끄셨다.
참으로 내가 숙세에 인연 심어서
좋은 시절 만났으리라.
명해(明解)를 얻고자 원하여
늘그막에 인(因)을 심노라.
033_0671_c_13L心源本無二學理共歸眞四執迷叢藥六味增苦辛資緣良雜品習性不同至覺隨物化一道開異津大士流權濟訓義乃星陳周孔尚忠孝立行肇君親老氏貴裁欲存生由外身言千里善芬爲窮世珍坦空非卽有三明似未臻近識封歧路分鑣疑異塵安知悟云漸究極本同倫我皇體斯妙鑑出機神眷言摠歸轡廻照引生民顧惟慚宿殖邂逅逢嘉辰陪入明解歲暮有攸因

51) 유병주대흥국사시(遊幷州大興國寺詩:병주 대흥국사를 유람한 시)
033_0671_c_24L太宗文皇帝謁幷州興國寺二首
033_0672_a_02L
수레를 돌려 복스런 땅을 참배하노니
눈부신 아침 햇살 한껏 즐기노라.
범종 소리 메아리와 어울리니
법일(法日)은 쌍륜(雙輪)을 굴린다.

보찰(寶刹)에 이슬 맺히는데
아지랑이 봄을 재촉하누나.
피지 않은 풍란은 움추려 있는데
앙상한 버들가지 물이 돋누나.

달무리는 월전(月殿)에 드리우고
바람결에 대죽 그림자 어지럽구나.
마주할수록 생각 달라져
초연히 세속을 떠나고 싶다.
033_0672_a_02L迴鑾遊福地極目翫芳晨梵鍾交二法日轉雙輪寶剎遙承露天花近足春未珮蘭猶小無絲柳尚新圓光低月殿碎影亂風筠對此留餘想然離俗塵



- 영흥국사불전번(詠興國寺佛前幡:흥국사 부처님 앞의 당번76)을 읊음
033_0672_a_07L文帝詠佛殿前幡 唐后

자욱한 안개 개는 것도 빠르니
하늘에 무지개 서리는구나.
안개 속에 펄럭이는데
흰 구름 사이로 날리네.

어지러이 감겼다 펼쳐지며
바람에 길게 나부끼네.
재질이 가볍고 얇은 것 생각하고
날개 없어도 허공을 휘젓는구나.
033_0672_a_08L拂霞疑轉電騰虛狀寫虹屈申煙霧低擧白雲中紛披乍依迥掣曳或從風念茲輕薄質旡翅强搖空

52) 봉화두사군동공법사영고승(奉和竇使君同恭法師詠高僧:두사군과 공법사가 고승을 읊은 것에 대해 화답함) 2수 당(唐) 석승선(釋僧宣)
033_0672_a_11L常州弘善寺宣法師三首奉和竇使君同恭法師詠高僧二首
(1) 천축의 불도징(佛圖澄)
033_0672_a_13L竺佛圖澄

큰 서원으로 도탄에 빠진 세상 가엾게 여겨77)
기연(機緣) 타시고 생사에 드셨다.
정법이 중원에 펼쳐지자
갈피(葛陂)78)의 포학함도 그치게 되었다.

젖 옆의 구멍(乳孔)79)이 온 방을 환히 비추었으며
손바닥 거울[掌鏡]80)로 사방 천리를 꿰뚫었다.
대도를 일으켜 연화세계(蓮花世界)를 축원하시니
재앙이 일자 형극(荊棘)을 한탄하셨다.
석관(石棺)에 묻어 인연 다한다고 해도
유사(流砂)에서 교화를 시작하셨다.
033_0672_a_14L大誓憫塗炭乘機入生死中州法旣葛陂暴亦止乳孔光一室掌鏡徹千里道盛呪蓮花災生吟棘子埋石緣雖謝流沙化方始

(2) 석승조(釋僧肇)81)
033_0672_a_18L釋僧肇

반야는 비추임을 끊었고
열반은 처음부터 이름이 없다.82)
옛 성현도 깨치지 못했는데
스님이 드문 소리를 내셨다.

진왕(秦王)도 찾아가 도리를 물었다.
아이나 늙은이도 고결한 말씀에 고개 숙이니
훌륭한 음지(音旨)가 여산(廬山)에서 들리니
고절한 수행은 서울의 선비들을 감동시켰다.
그려볼수록 옷깃 여미니
저와 같은 성인 언제 다시 오려나.
033_0672_a_19L般若惟絕鑑涅槃固旡名先賢未始之子唱希聲秦王嗟理詣童壽揖詞淸徽音聞廬嶽精難動中京適驗方袍裏奇才復挺生

53) 추일유동산사심수담이법사(秋日遊東山寺尋殊曇二法師:가을 날에 동산사에 노닐며 수ㆍ담 두 법사를 찾음)
033_0672_a_23L秋日遊東山寺尋殊曇二法師
033_0672_b_02L
나뭇잎 떨어져 숲은 더욱 스산하고
맑은 물에 물살조차 고요하다.
가을이 되자 날씨가 서늘해지는데
다시금 길 떠나자니 쓸쓸하구나.

어이해 번뇌를 없애겠나.
산천(山泉)을 마음대로 다녀보누나.
만 장(丈) 낭떠러지 아득한 골짜기 굽어보고
천 길 솟구친 절벽을 쳐다보노라.

옆 고개 대나무 울창하고
절벽을 기어오르는 칡덩굴 무성하다.
갈수록 깊기만 하고
갈수록 고즈넉하구나.

성과(聖果)를 이룬 식심(息心)의 반려자
굽은 가지 지팡이 삼네.
사방은 전단나무로 둘러쌓여 있고
자갈 같은 무리 없어라.

묘한 법이 비길 데 없어서
깊은 대도(大道) 원망과 적개심 풀어주네
기쁜 마음에 예배드리니
그윽한 도가 눈에 선하네.

지혜의 칼을 만났기에
의심의 그물 여기에서 끊으리라.
어찌 번뇌만 없앨건가.
고해에 빠진 중생 건질 것이네.
033_0672_a_24L木落樹㩋燥水淸流漻寂屬此悲哉復茲羈旅慼奚用寫繁憂山泉恣遊歷萬丈窺深㵎千尋仰絕壁傍嶺竹參差緣崖藤羃歷行行極幽邃去逾空寂果値息心侶喬枝方挂錫圍繞悉旃檀純良豈砂礫妙法誠旡深經解怨敵心歡卽頂禮道存仍目擊慧力幸已逢疑網於焉析豈直袪煩惱方期拯沈溺

54) 유대자은사시(遊大慈恩寺詩)와 화답시 당 태종
033_0672_b_10L帝謁大慈恩寺一首幷和唐今上

일궁(日宮)은 아스라이 떠 있고
월전(月殿)은 고즈넉이 떠 있다.
화개(華蓋)의 그림자 둥글게 비추는데
당번(幢幡)은 붉게 굽은 그림자 끄는구나.

수놓은 장막 멀리 보이고
구슬 주렴 세밀도 하여라.
인간세 구름 위로 거죽 벗어났으니
물외(物外)의 마음 초연하구나.

대자은사 사문(沙門)의 화답시

황제의 기풍 기원(祈園)83)에 불어오니
지극한 덕에 선림(禪林)이 융성하구나.
선화(仙花)는 햇빛에 반짝이는데
신번(神幡)의 그림자 멀리 비치네.

구중궁궐에다 무지개 그림자 가두고
대전(大殿)에서 구름 같은 마음 내었구나.
민초(民草)는 선정(善政)만 바랄진대
아무쪼록 은혜가 더욱 깊으리.
033_0672_b_11L日宮開百仞月殿聳千尋花蓋飛圓幡虹曳曲陰霞綺遙瓏帳叢珠細網林寥廓煙雲表超然物外心大慈恩寺沙門和皇風扇祇樹至德茂禪林仙花曜日神幡曳遠陰綺殿籠霞影飛閣出雲心細草希慈澤恩光重更深
廣弘明集卷第三十
癸卯歲高麗國分司大藏都監奉勅彫造
  1. 1)수미산 남쪽에 있는 지역으로, 북쪽은 넓고 남쪽은 좁은 세모꼴이다. 염부나무가 무성하며, 이 땅에서만 부처님이 나온다고 한다.
  2. 2)반차우순(般遮于旬)이다. 음악(音樂)의 신 이름이며, 금슬을 타면서 부처님의 덕을 노래하였다.
  3. 3)황제(黃帝) 당시의 음악인이며, 여기에서는 그의 ‘음악’을 말한다.
  4. 4)『주역』 곤괘(坤卦) 육오효(六五爻)에 나오는 말이다. “누런 치마이니 크게 길하리라[黃裳元吉]”고 하였는데, 상(象)에서는 “문채가 마음에 있다는 것이다[文在中也]”라고 하였다.
  5. 5)여본(麗本)에는 ‘광막(廣莫)’으로 적었다. ‘광한(廣漢)’은 군현의 이름이지만, ‘광막한 하늘’을 말하기도 한다.
  6. 6)매 구가 여덟 자로 구성된 고체시(古體詩)를 말한다.
  7. 7)자신의 생각이나 교훈적인 말을 다른 사물에 의탁하여 표현하는 말이다. 『장자(莊子)』에 특히 우언(寓言)이 많다. 『시(詩)』의 6의(義)에서 흥(興)과 같은 시의 구성 방법도 우언(寓言)의 한 종류라 할 수 있다.
  8. 8)동진(東晋)의 하충(何充)이다. 강제(康帝) 건원(建元) 초에 표기장군(驃騎將軍)이라고 하였다. 그의 글이 『홍명집(洪明集)』 3권에 실려 있다.
  9. 9)『논어』 「이인(里仁)」편에서 공자는 “어진 사람이 사는 마을을 아름답게 여기니, 가려서 어진 곳에 살지 않는다면 어찌 지혜롭다 하겠는가?[子曰 理仁爲美 擇不處仁 焉得知]”라고 말하였다.
  10. 10)『주역』 「건괘(乾卦)」 초구효(初九爻)에서 “숨어 있는 용이니 써서는 안 된다[潛龍勿用]”고 하였다.
  11. 11)『장자』 「제물론(齊物論)」에서는 약상(弱喪)에 대하여 “돌아갈 곳을 알지 못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12. 12)노자(老子)는 그의 저술 『도덕경(道德經)』 1장에서 “현묘하고 또 현묘한 것은 온갖 미묘한 것의 관문’이 되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13. 13)자자구간(自恣苟簡)이라고 한다. 예의(禮義) 등의 속박을 벗어나는 것을 말한다.
  14. 14)『장자』 「양생주(養生主)」에 포정이 문혜군(文惠君)에게 양생(養生)의 도리를 소 잡는 일에 비유하여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에서 포정(庖丁)은 소를 잡을 때 전체로서 소만 보였으나 나중에는 전체로서 소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여기에서 ‘전체로서 소조차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도를 추구하고자 하는 발심조차 하지 못하는 것을 비유한다고 하겠다.
  15. 15)황제가 적수(赤水)의 북쪽에서 노닐다가 현주(玄珠)를 물에 빠뜨렸는데, 지혜를 써도 구할 수가 없었지만 망상(罔象)이 그것을 찾았다.(『장자』 「천지(天地)」)
  16. 16)도가(道家)에서 검은 주옥이란 뜻으로 깊은 진리를 의미한다.
  17. 17)『장자』 「추수(秋水)」편의 봉황새의 뜻이다. 남쪽에 새가 있었는데, 그 이름은 ‘원추(鵷雛)’라고 한다. 남해를 출발하여 북해로 날아갔는데, 오동(梧桐)나무가 아니면 머무르지 않고, 연실(練實:대나무 열매)이 아니면 먹지 않으며, 단물[醴泉]이 아니면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18. 18)날로 덜어내어 무위(無爲)에 이르는 노자의 도를 말한다.
  19. 19)『장자』 「대종사」에 안연이 공자에게 ‘앉아서 잊었다(坐忘)’는 말을 하였다. 곧 안연은 “육체를 떨쳐 버리고 총명함을 내치며 형체를 벗어나고 지식을 버려 대통(大通)과 합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20. 20)신화(神火)이다. 『장자』 「양생주」에서 노자가 죽었을 때 진실(秦失)이 그를 조문하였다. 그는 ‘섶[薪]’은 형체를, ‘불[火]’은 정신으로 비유되는데, 섶은 다하더라도 불은 다하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21. 21)『논어』 「위령공」에서 “서 있으면 눈 앞에 선하게 보이는 것처럼 하고, 수레에 타면 가로대에 의지해 있는 것을 보는 것처럼 한다[立則見其參於前也, 在輿則見其倚於衡也]”고 하였다.
  22. 22)『주역』 「건괘」 대상전(大象傳)에서는 “하늘의 운행이 씩씩하니, 군자는 이를 본받아 스스로 쉬지 않고 노력한다[天行健 君子以自强不息]”고 하였다.
  23. 23)중국의 독류입해(獨流入海)하는 4대강을 가리키는 말로 양쯔강[揚子江]ㆍ지수이강[濟水]ㆍ황허강[黃河]ㆍ화이허강[淮水]을 말한다.
  24. 24)도자기를 만들 때 쓰는 녹로(轆轤)이다. 이것이 돌아감으로써 도자기가 만들어지는 것처럼 천지가 지어지는 것을 대균(大鈞)이라 한다. 사람을 양성하는 것을 균도(鈞陶)라고도 한다.
  25. 25)원전할(原典割) 주(註)와 목천자전(穆天子傳) 주(註)에 천자의 보옥은 선주촉은(璿珠燭殷)이라고 하였다. 곽박(郭璞)은 “은에 은미한 빛이 있는 것이 촛불과 같다”고 말하였다.
  26. 26)욕계 한 곳, 색계 네 곳, 그리고 무색계 네 곳으로 중생이 윤회하는 곳에 대체로 아홉 장소가 있다.
  27. 27)서왕모(西王母)를 섬겨 먹을 것을 가지고 오던 신조로 전설상의 세 발 달린 신령한 새이다.
  28. 28)허유(許由), 소부(巢父)는 기산(箕山) 아래 영수(穎水) 북쪽에 은거하였는데, 요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양위(讓位)하려 하였다. 허유는 그것을 듣고 영수(穎水)에서 귀를 씻었다.
  29. 29)‘천상의 즐거운~가지마다 울창해지네’는 역자가 보입(補入)하였다.
  30. 30)팔원팔개(八元八凱)이다. 옛날 고양씨(高陽氏)의 여덟 재자(才子)와 고신씨(高辛氏)의 여덟 재자이다.
  31. 31)보현보살(普賢菩薩)이 코끼리를 타던 것에 따라 그 동산을 ‘상원(象園)’이라 이름하였다.
  32. 32)칠수(漆水)를 잘못 쓴 것이다. 『시경』 「대아(大雅)」 ‘면(緜)’편에는 “백성들이 처음 태어났을 때는 저수(沮水), 칠수(漆水)에서부터 살기 시작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저칠(沮漆)은 두 하천의 이름이다. 조상의 땅으로 초심(初心)의 의미이다.
  33. 33)색(色)ㆍ성(聲)ㆍ향(香)ㆍ미(味)ㆍ촉(觸)ㆍ법(法)이 6근(根)과 서로 접촉하여 깨끗한 마음을 오염시켜 번뇌를 일으키는 것이다.
  34. 34)고신씨(高辛氏)의 음악이라고 하는데, ‘6형(瑩)’이라고도 말한다.
  35. 35)귀서(龜書) 또는 하도낙서(河圖洛書)이다. 복서(卜筮)는 여기에서 나왔다.
  36. 36)노나라의 춘추이다. 춘경(春卿)은 예부의 관직이며, 주나라에서는 6경(卿)의 하나이다. 양무제 때에는 3경(卿)을 춘경(春卿)이라고 일컬었다.
  37. 37)주대(周代)에는 조정에서 세 그루의 회나무[槐]를 심어서 그것으로 3공(公)의 의자를 만들었다.
  38. 38)종남산은 협서(陜西) 장안(長安) 서쪽 50리에 있다. 한궐(漢闕)은 한의 궁문이다. 장안을 도읍으로 한 것은 한나라가 처음이다.
  39. 39)명본(明本)에서 보충한 것이다.
  40. 40)호남(湖南)에 있으며, 도서(道書)에는 69복지(福地)라고 한다.
  41. 41)맹분(孟賁)과 하육(夏育)으로 전국시대에 용감한 장군이었다.
  42. 42)도교에서 아홉 번 단련한 단약(丹藥)이다. 만금은 만급단(萬金丹)이다.
  43. 43)옛날에 은사(隱士)가 살던 곳이다. 백모(白茅)를 가지고 집을 만들었으므로 그렇게 이름지었다.
  44. 44)매우 나쁜 일로서 질병(疾), 근심[憂], 가난[貧], 악행[惡], 허약함[弱], 요절[凶短折] 등이다.
  45. 45)『춘추』 「애공(哀公)」 14년에 “서쪽에 사냥 나가 기린을 잡았다”는 구절에 대해 『공양전』에서는 공자가 “유학의 도가 다하였다”고 하였다.
  46. 46)삼국시대 위(魏)나라 혜강(嵇康)은 죽림(竹林)의 현인인데, 종회(鐘會)의 사사로운 원한으로 옥사를 받아 형벌로 죽었다.
  47. 47)자는 총지(總持)이고, 처음에 양에서 벼슬하였으며, 후경(侯景)의 난에 영남(嶺南)으로 가서 살았다. 진나라에 들어가 후주(後主)의 시복야(時僕射)로 발탁되었다. 정무를 지켜 행하지 않고 후주와 뒤뜰에서 주연을 일삼았다. 세상에서는 강령(江令)이라고 일컫는다.
  48. 48)태공망(太公望) 여상(呂尙)이 이 냇가에서 고기를 낚았다고 전한다. 일명 ‘황하(璜河)’라고 한다.
  49. 49)남조(南朝) 송대(宋代) 사령운(謝靈雲)이 세습받은 관직으로 강락공(康樂公)이 되었다. 세상 사람들은 그를 사강락(謝康樂)이라고 일컫는다.
  50. 50)불사(佛寺) 또는 불가에서 승려의 사리나 뼈를 보존해 두는 작은 궤장이다.
  51. 51)진나라의 사문 지둔(支遁)이고, 자는 도림(道林)이다. 장자와 노자를 숭상하여 「소요유(逍遙遊)」를 주석하였다.
  52. 52)서진(西晉)의 배도(杯度)는 항상 나무 잔을 타고 강을 건넜다. 세밀한 수행은 하지 않았으나, 신통력이 탁월하였다고 한다.
  53. 53)불도징이 석륵 때문에 안식향(安息香)을 태워서 축원하여 물을 얻은 것과 같은 것이다.
  54. 54)명당(明堂)을 말한다. 황제 때 합궁(合宮)이 있었다. 황제의 명당은 풀로 그것을 덮었기 때문에 ‘합궁’이라고 말하였다. 순의 명당은 똑같이 풀로 덮었는데 ‘총장(總章)’이라고 말한다.
  55. 55)청묘(淸廟)의 일이다. 주대에는 청묘에 5실(室)이 있었는데, 그 중앙을 ‘태실(太室)’이라고 부른다.
  56. 56)도당제(陶唐帝) 요임금이 살던 구거(舊居)이다.
  57. 57)남려(南呂)는 12율 가운데 음(陰)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유(酉)에 자리하며 8월에 배당된다. 상표(商飇)는 중추(仲秋)의 바람이다.
  58. 58)한(漢)나라의 문인이다. 『문심조룡(文心雕龍)』에 “진대에는 문장이 지어지지 않았고 잡부(雜賦)가 있었다. 한초(漢初)에 사인(詞人)들은 시속에 따라 지었다. 육가(陸賈)는 그 단서를 두드렸으며, 가의(賈誼)는 그 유서를 진작시켰다”고 하였다.
  59. 59)선인(善人)의 뜻이다. 『논어』 「요왈(堯曰)」편에는 “주나라가 하늘로부터 크게 받는 것이 있으니, 선인(善人)을 부유하게 한다”고 말하였다.
  60. 60)아름다운 미색에 집착하여 세속적인 감정을 버릴 수 없는 것이다.
  61. 61)남조 송사장(宋謝莊)의 시에 “생황은 칠시를 흐르게 하고[笙鏞流七始], 옥피리는 삼조를 잇는다[玉息承三造]”라고 되어 있다.
  62. 62)강소(江蘇)에 있다. 오동(梧桐)을 생산하는데, 거문고를 만들기에 매우 좋다.
  63. 63)공자의 학문이란 뜻이다. 사수(泗洙)는 공자와 맹자가 태어난 지역의 강이고, 경(磬)은 고대의 악기이다.
  64. 64)『유마경』 「부사의품」에 따르면, 사리불(舍利佛)은 유마거사(維摩居士)의 교화를 받았다.
  65. 65)아유라제(阿維羅提)를 뜻한다. 범어로 Abhirati이며, 동방 아촉불(阿閦佛)의 정토이다.
  66. 66)이 경은 부처님의 왕사국죽원(王舍國竹園) 가운데 있다. 서심장자사가매(逝心長者私呵昧)가 5백 제자와 함께 도수삼매(道樹三昧)를 받았다고 한다.
  67. 67)4선천(禪天)이다. 불교에는 삼계(三界)의 여러 천에 관한 설이 있다. 삼계는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이다. 색계의 여러 천은 다시 4선(禪)으로 구분한다. 초선(初禪)은 대범천(大梵天) 같은 것이고, 2선(禪)은 광음천(光音天) 같은 것, 3선(禪)은 변정천(遍淨天) 같은 것, 그리고 4선(禪)은 색구경천(色究竟天) 같은 것이다. 색구경천은 색계의 구극처이다.
  68. 68)심(心)ㆍ불(佛)ㆍ중생(衆生)의 세 가지는 차별이 없다.
  69. 69)산동(山東) 장청현(長淸縣) 동남쪽에 있으며, 사지(寺誌)에 따르면 영암산(靈巖山)이라고도 일컬어진다.
  70. 70)신선이 사는 산의 영봉(靈峰), 또는 그 산의 동굴이다.
  71. 71)진시황이 주(周)를 멸망시키고 삼천군(三川郡)을 두었다. 삼천(三川)은 진(秦)에 있어서는 하락이(河洛伊)이다.
  72. 72)광주(廣州)의 5령(嶺)은 대수(大廋)ㆍ시안(始安)ㆍ임(臨)ㆍ계양(桂陽)ㆍ게양(揭陽)이다.
  73. 73)동군(桐君)의 뇌환(雷丸)이다. 동군은 황제(黃帝) 때의 의사로 일컬어진다. 뇌환은 뇌공환(雷公丸) 또는 뇌시(雷矢)라고도 한다. 뇌공도 황제의 의사이다,
  74. 74)침석(鍼石)이라고도 말하며, 병을 치료하는 도구이다.
  75. 75)‘회광반조’는 ‘빛을 돌이켜 되비춘다’는 뜻의 불교에서 주로 사용하는 용어이다. 여기서 ‘회’(廻)는 전환한다는 의미로, ‘광(光)’은 광명으로 불심ㆍ불성을 가리키고, ‘반조(返照)’는 석양 빛이 되비추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회광반조’는 안으로 마음을 돌이켜 본심, 즉 불성을 비춰 보는 것을 말한다. 안으로 자기를 반성해서 자아(自我)의 본래 면목을 보는 것이다.
  76. 76)당(幢)과 번(幡)을 겹쳐 만든 깃발로, ‘보상개’라고도 한다.
  77. 77)불도징(佛圖澄)은 일반 백성들을 불쌍하게 생각하여 불도를 가지고 석륵(石勒)을 교화시키려 하였다고 한다.
  78. 78)석륵(石勒)은 군대를 이곳에 주둔시켜 살육으로 위협하고 있었고, 갈피(葛陂)는 하남성(河南省) 신채현(新蔡縣) 북쪽 70리에 웅거하고 있었다. 불도징은 석륵(石勒)과 석호(石虎)를 교화하였다.
  79. 79)불도징(佛圖澄)은 왼쪽 젖 옆에 하나의 커다란 구멍이 있었는데, 뱃 속으로 뚫려 있어서 솜으로 그 구멍을 막았다. 밤에 책을 읽으려고 하여 솜을 빼면 방 안이 훤하게 밝아졌다.
  80. 80)불도징은 삼씨기름[麻油]에다가 비계기름을 섞어서 손바닥에 바르고 천리 밖의 일을 모두 손바닥 가운데서 투시해 보았다고 한다.
  81. 81)승조(僧肇)는 『양승전(梁僧傳)』 6에 의하면, 어려서 노장(老莊)을 심요(心要)로 하여 『구유마경(舊維摩經)』을 보고 출가하였다. 구마라집의 고장(姑藏)을 접하자, 바로 그것을 따랐다. 진왕 요흥(姚興)에 의해 중용되었다. 그의 『반야무지론(波若無知論)』이 이루어지자마자, 여산(廬山)의 은사(隱士)인 유유민(劉遺民)은 그것을 보고 기뻐하였다.
  82. 82)승조가 지은 『조론(肇論)』 가운데 『열반무명론(涅槃無名論)』에서 말하는 핵심내용이다.
  83. 83)인도(印度) 기타 태자(祇陀太子)의 동산과 숲이다. 중인도 마갈타국(摩揭陀國) 사위성(舍衛城) 남쪽에 있다. 기수급고독원(祈樹給孤獨園), 기수원(祈樹園) 또는 급고독원(給孤獨園)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