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御製蓮華心輪廻文偈頌卷第二十五 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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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5_0819_a_01L어제연화심륜회문게송 제25권


그 역리와 순리를 깨우쳐 주니  曉其逆順
【주】‘효(曉)’는 밝게 해득하는 것을 말하니, 즉 삼승ㆍ오성(五性)의 사람들이 능히 인연으로 경계를 깨닫는 지혜를 말하는 것이다. 기연에 따라 깨달아서 통달한 이해가 분명한 것을 ‘효(曉)’라 한다.
역순(逆順)이란 근본 법상(法相)을 닦는 것을 ‘역(逆)’이라 말하고, 근본 법상과 부합되는 것을 ‘순(順)’이라 말한다. 또한 무성(無性)이라 하는 것은 오직 인천세계만을 즐거워하다가 이들에게 삼귀의ㆍ오계를 가피하는 것을 말하고, 정성(定性)이라 하는 것은 오직 적멸로 나아가기만을 희구하여 이들을 사제(四諦)로써 그 세계로 운반하는 것을 말한다. 중생들의 진퇴와 취사의 흐름을 반연해서 세 시절에 걸쳐 점차로 유도하니, 대승의 마음을 이해해서 발한 사람에게는 곧 바로 근원을 제시하여 각기 본심에 부합해서 함께 환희하는 마음을 낳는 것이 곧 ‘순(順)’이다. 또 대승 보살의 작용은 사량(思量)하기 어려워서 사부대중의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삼계안에 거처하기도 한다. 유마힐(維摩詰)과 같은 사람은 술집에 들어가서도 능히 그의 뜻을 세울 수 있었고, 음녀(婬女)의 집에 들어가서도 욕망의 허물을 보여 주었으니, 그 밖의 자세한 설명은 경전에 실려 있는 것과 같다. 그리하여 이승(二乘)을 좋아하지 않음이 마치 독이 섞인 음식을 무서워하는 것과 같고, 지계(持戒)를 비추어보는 것이 곧 파계(破戒)라고 하였다. 그런 까닭에 부처님께서는 비유하여 말씀하시기를 “가난한 사람이 윤왕(輪王)의 독을 먹는 것과 같다”라고 하셨다. 이는 곧 소승의 법이며 큰 근기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서 곧 ‘순(順)’이 아니다. 또한 ‘부정성(不定性)’의 경우에는 사람이 비록 큰 지혜를 머금고 있다 하더라도 본성이 아직 성숙되지 않아서 미리 기별해 증명하는 음성을 듣고도 깊이 믿지 못하는 심정을 품게 된다. 그런 까닭에 이들을 비유로 지목하기를 “보물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 주어도 어리석은 사람은 곧 웃는다”라고 하였으니, 하물며 무성(無性)ㆍ정성(定性)인 사람이 능히 대승을 따르겠는가? 이는 곧 대법과도 부합하지 않고 작은 기틀도 역시 따르지 않는 사람이다.
풀이 바람을 따르듯 하여 如草隨風
【주】다만 법마다 기틀과 투합하고 근기마다 이를 깨닫기만 한다면, 근기와 법이 서로 순응하면서 마치 풀잎이 바람 따라 쓰러지듯 할 것이다. 그런 까닭에 공자는 말씀하시기를 “군자의 덕은 바람과 같고 소인의 덕은 풀잎과 같다. 풀 위에 바람이 불면 풀잎은 반드시 눕는다”라고 하였고,《법화경》같은 경전에서는 이르기를 “비유하면 큰 바람이 작은 나뭇가지에 부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모두 세 가지 비유로 표시하였으니  摠標三喩
【주】‘총(摠)’은 꾸러미에 함께 엮어서 거두어들이는 이치를 말한 것이며, ‘표(標)’는 거양하고 지적해서 뚜렷이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삼유(三喩)’라고 한 것은 가령 양과 사슴과 소가 끄는 세 종류의 수레를 가리키는데, 이는 곧 비유로 삼승을 밝힌 말씀으로서 인행(因行)과 역용(力用)에 차이가 있으므로 이렇게 비유한 것이다. 그런 까닭에《법화경》에 이르기를 “양이 끄는 수레와 사슴이 끄는 수레, 큰 소가 끄는 수레가 지금 문 밖에 있다”라고 하셨다. 또 토끼와 말과 코끼리의 세 가지 짐승을 지칭하여 강물을 건너가는 이이기를 한 경우는 곧 삼승으로 얻는 과보와 증득하는 진리가 같지 아니함을 비유한 것이니, 예를 들면《우바색계경(優婆塞戒經)》에 이르기를 “세 가지 짐승이 강물을 건너감에 얕고 깊은 차별을 얻게 된다”라고 하였다. 또 소ㆍ중ㆍ대의 세 가지 풀을 지목하여 비유한 것은 곧 삼승에서 받는 가르침에 장ㆍ단의 차이가 있음을 밝힌 것이니, 그런 까닭에《법화경》에 이르기를 “같은 비가 두루 적셔 주지만 세 가지의 풀, 두 종류의 나무가 생장하는 것은 같지 않다”라고 하였다.
그릇과 작용이 두루 통하여 器用周通
【주】‘기(器)’라고 말함은 받아들이는 이치를 말한 것이니, 근기에 따라 사정에 감응해서 들은 법을 능히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을 ‘기(器)’라 하였다. ‘용(用)’은 대용(大用)을 말한 것이니, 이는 곧 운용에 뛰어나거나 뒤지는 차이가 있고 물을 건너가는 데 얕고 깊은 차이가 있음을 말한 것이다. ‘주통(周通)’이라 한 것은 두루 가피한다는 뜻이다. 부처님의 큰 자비와 원력은 하나하나의 중생을 버리지 않으시고 본래의 기틀에 맞게 묘리를 보여주신 까닭에《무구칭경(無垢稱經)》에 이르기를 “부처님께서는 한 음성으로 설법을 베푸시지만 중생들은 무리에 따라 각각의 이해를 얻게 된다”라고 하였으니, 이것이 곧 ‘기용주통’의 이치다.
경계 밖에서 취하고 버리니  境外取捨
【주】‘경(境)’은 오진(五塵)을 말하니, 즉 오식(五識)에 반연된 외부의 경계를 말한 것이다. 오식은 견분(見分)인데 변하는 모습[變相]으로 반연하면 취하고 버리는 일이 생기게 된다.
만류(萬類)가 모두 공이다. 萬類皆空
【주】오진(五塵)의 본질은 제팔상(第八相)의 몫이다. 오식의 견분(見分)이 거기에 기탁하여 성질이 되고 각기 변상(變相)의 몫은 스스로 반연한 바가 되어서 상(相)을 포섭하여 봄[見]에 돌아가지만, 실제로는 오직 마음이 있을 따름이다. 이에 대지와 산하, 별들과 해와 달에 이르기까지 삼라만상이 정(情)에 와 닿으면 모두가 마음을 말미암아 변하지만, 그러나 만약 능히 변하는 마음을 여의면 사실은 한 법도 얻을 수 없으니, 그 유루(有漏)의 식심(識心)으로 모든 변상의 천차만별을 얻을 수 있지만 일체는 다 공(空)이다. 그런 까닭에《법화경》에 이르기를 “일체 법이 모두 공(空)임을 비추어본다”라고 하였고, 또한《반야경》의 경우에도 이르기를 “모든 유위(有爲)의 법은 꿈ㆍ허깨비ㆍ거품ㆍ그림자와 같으며 또한 이슬과도 같고 번갯불과도 같으니, 마땅히 이렇게 관(觀)해야 한다”고 하였으니, 이 때문에 ‘만류개공’이라 말한 것이다.
비유하면 매미가 허물을 벗듯이 譬由蟬蛻
【주】만약 망상의 경계가 외부의 공(空)임을 요달하고 참 마음이 내부의 실상임을 통달한다면, 이는 참으로 매미가 허물을 벗음으로 말미암아 얻는 깨달음이다. 그렇게 되면 높고 푸른 나무에 깃들여 울음소리가 하늘에 사무치게 될 것이니, 이는 영원히 울타리와 둥지에서 벗어나 맑게 피안에 오르게 된 것이다.
몽매(夢寐:꿈과 잠)가 같지 않게 되면  夢寐不同
【주】외부에서 만약 소리와 색을 취하여 집착하게 되면, 내부는 신령한 근원[靈源]을 버리게 된다. 지견(知見)이 눈먼 소경이 되는 것은 실로 꿈과 잠꼬대를 말미암은 것이니, 그런 까닭에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아직 진정한 깨달음을 얻지 못한 사람은 항상 꿈속에 처해 있는 사람이다”라고 하심은 바로 이것을 말씀하신 것이다.
오직 추악한 마음만 버리면  但去麤惡
【주】밖으로 육진의 추악한 폐단을 버리면 안으로 사덕(四德)의 묘진(妙眞)과 그윽이 합치되니, 그런 까닭에《법화경》에 이르기를 “조잡하고 좋지 않은 색ㆍ성ㆍ향ㆍ미ㆍ촉을 탐내지 말라. 만약 이것을 탐내고 집착하게 되어 애착이 생기면 불타게 된다.....”이라 하였다.
우주와 공을 가지런히 하여 宇宙齊功
【주】넓구나. 저 높은 하늘이 만물을 덮고 있는 것을 ‘우(宇)’라 하였고, 옛날은 가고 지금 온 것을 ‘주(宙)’라 하였다. 만약 경계를 깨닫고 마음에 귀의할 수 있다면 안으로 진여의 성품과 그윽이 합치한 사람이니, 이는 원만하고 화려한 큰 공덕이 아니고는 그런 형상을 취할 길이 없으며 고금의 심원한 의취(意趣)가 아니고는 어떻게 그와 가지런하기를 구하겠는가?
그윽한 마음을 상(像)에 붙여서  冥心著像
【주】생각건대, 오로지 하나를 이루어서 그것을 지키고자 한다면 다른 인연이 일어나지 않으니, 상류(像類)의 분명함을 비추어보고 그것을 향해 연구하는데 게으름이 없다.
앉거나 눕거나 게으르지 말고  坐臥勿慵
【주】의도가 모든 것을 배우게 하니, 영척(寧戚)이 밥 먹는 것도 잊은 돈독한 뜻은 모두 재여(宰予)가 낮에 잠자는 여공(餘功)을 비루하게 생각한 때문이었다.
돈독하고도 소박해야 하고  敦兮若朴
【주】‘돈(敦)’은 관후(寬厚)함을 말한 것이며, ‘박(朴)’은 순박하고 깨끗함을 말한 것이다. 이는 애써서 화려함을 버리고 진실함을 취해서 순박한 사람으로 되돌아가게 하는 뜻을 말한 것이다.
절대적인 학문이 넉넉하고 높아서  絶學優隆
【주】가령 학문이 풍부해서 비할 이 없고 벼슬길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공부를 그치지 않았기 때문에 예전에 쌓인 눈이나 모아놓은 반딧불을 등불로 사용한 선비가 끝내 자신의 영달을 이루어서 높이 세상에 드러났을 뿐 아니라 시호를 받고 관복을 입은 무리가 되어서 모두가 넓고 두터운 총애를 함께 누렸다.
문과 창문을 열고 닫으며  開闔戶牖
【주】하늘 문이 열고 닫히는데 능히 천문과 짝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역수(歷數)를 따르는 사람이다. ‘개합(開闔)’이라 함은 치란(治亂)을 말한 것이니, 즉 성인과 철인이 시기에 맞추어 천명을 받으면 능히 나라를 평화롭게 지킬 수 있다. 예전에는 도혈(陶穴)을 방으로 삼았으나 역시 창문은 열게 되어 있었다.
황홀하게 그 안에서  恍惚其中
【주】‘도’가 사물이 됨은 오직 황홀할 뿐이다. 이는 선대 성인이 따라간 도를 밝힌 것으로 유(有)도 아니고 무(無)도 아니니, 충허(沖虛)의 작용을 이름 짓기 어려운 까닭에 ‘황홀기중’이라 말한 것이다.
흰 것을 알고 검은 것을 지키며 知白守黑
【주】그 흰 것을 알면서 그 검은 것을 지킨다면 천하의 법식이 되니, 영구히 변치 않는 덕은 어김없이 무극(無極)으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 능히 부드럽고 고요함을 지킨다면 변하지 않는 덕을 여의지 않으니, 덕은 비록 명백하더라도 마땅히 우매한 것처럼 처세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면 천하의 법식이 될 터이니, 영구불변의 덕을 응용하면 한 번도 차질이 나거나 어긋나는 일이 없고, 덕의 공용이 다하지 않는 까닭에 다시 무극으로 돌아가게 된다.
우매한 사람과 융화하니  闇昧和融
【주】‘암매(闇昧)’는 혼미한 모습을 말한 것이고, ‘화(和)’는 부드럽고 온화함을 말한 것이다. 즉 음양이 합쳐져서 잉태하면 중도의 기로 조화하고, 그 후에 만물이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융(融)’은 밝은 것을 말한 것이다. 오상(五常)이 몸에 있으면 도덕이 갖추어져서 비추고 통달하는 능력이 분명해지니, 그런 까닭에 덕경(德經)에 이르기를 “그 빛으로써 그 밝음으로 돌아간다”라고 하였고, 주석에 이르기를 “다시 내면의 밝음을 지키면 몸과 더불어 일어나는 재앙과 허물이 없어진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되면 이는 밀용(密用:비밀한 작용)하는 진상(眞常)의 도를 말하는 것이다. 또한 부처님의 말씀에 따르면 “지혜가 일어나면 느낌은 없어지고 밝음이 오면 어둠은 물러난다”라고 하셨다.
자긍하는 사람이 넘쳤으나  自矜者溢
【주】도경(道經)에 이르기를 “스스로 자랑하는 사람은 어른이 못 된다”라고 하였다. 이 말의 뜻은 자랑하고 현혹(衒惑)하는 행위는 사람들을 야비하고 천박하게 생각하는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어른이 못 된다는 것이다. 이는 성인이 박덕한 사람에게 스스로 자랑하지 않도록 훈계함으로서 군자의 가득하면서도 넘치지 아니하는 덕과 똑같게 하려고 하신 말씀이다.
유종의 미를 이룬 사람은 거의 없었다. 鮮克有終
【주】‘선(鮮)’은 적다는 뜻이고, ‘극(克)’은 얻는다[得]는 뜻이다. 그런 까닭에 도경에 이르기를 “적으면 뜻을 얻는다”라고 하였고, 또 이르기를 “하나를 품어서 여의지 아니하면[抱一不離] 잃는 것이 없다”라고 하였으니, 이로써 성인은 순일한 도를 안고 지킨 까닭에 천하의 법식이 될 수 있었다. 또한 ‘선극(鮮克)’이라 한 것은 스스로 자랑하지 아니한다는 표현이다. 그런 까닭에 도경에 이르기를 “스스로 자랑하지 않는 까닭에 공(功)이 있고 자긍하지 아니하는 까닭에 성장한다”라고 하였다. ‘종(終)’이란 가득함을 이룸이니, 즉 도덕이 갖추어졌음을 밝힌 말이다.
꿈틀거리는 저 살아있는 것들이여  蠢爾生植
【주】가령 봄바람이 한 번 불면 수많은 풀이 가지런히 싹이 트니, 이는 지난날의 성인이 양기에 순응해서 만물을 길러낸 것과 같다. 그런 까닭에 백성들이 모두 믿음을 품게 되었고, 믿음이 심어지자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자연히 생기게 된 것이다.
하늘과 땅은 맑고 높아서  覆載淸崇
【주】사심 없는 하늘과 땅의 깊은 공덕은 바야흐로 양육의 두터운 덕을 가지런히 하는 것이다.
차고 기우는 것은 아무도 궁구할 수 없으며  盈虧莫究
【주】해는 중천에 오르면 기울어지고 달은 차면 이지러진다. 하늘과 땅이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시절의 소식(消息)과 함께 하니, 북[梭:해와 달]이 날아올라 명멸(明滅)하는 이치와 같다. 천지가 갈라진 처음을 추궁하기 어려운 것은 실처럼 토해내는 광음(光陰:歲月)이 그 시작과 끝의 극치를 궁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위로 하늘 문을 두드리니  上叩玄穹
【주】이미 차고 기우는 이치를 궁구하기 어려움을 보았으니, 다만 높은 하늘을 우러러볼 뿐 아무도 그 이치를 추궁할 수 없다. 또한 이는 태음(太陰)의 사심 없음을 받아서 오직 깊은 은혜를 짊어질 뿐이라서 그 이치를 다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추위와 더위에 인내심이 더해지고  寒熱增忍
【주】도경에 이르기를 “조급한 마음은 추위를 이겨내고, 고요한 마음은 더위를 이겨낸다. 청정한 마음은 천하의 바른 마음이다”라고 하였다. 이 말의 뜻은 초조함으로 이겨내는 것이 추위라면 추위는 엷은 것이고, 고요함으로 이겨내는 것이 더위라면 더위는 곧 화기(和氣)다. 그런 까닭에 고요한 마음을 지켜 정신을 안정시키는 청정한 마음이 진실한 마음이 되는 것이다.
거울처럼 비춤, 소경과 귀머거리  鑒照盲聾
【주】믿음이 없는 사람은 귀머거리와 같아서 가르침이 단절되니, 소경과 귀머거리가 되는 이치는 아마도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성인ㆍ철인의 처세라는 것은 지혜의 거울이 대(臺)에 임한 것과 같아서 참으로 그윽하고 미묘한 진리를 훤하게 비추어보게 된다. 그런 까닭에 도경에 이르기를 “남을 알아보는 사람은 지혜롭고, 스스로를 아는 사람은 밝다”라고 하였다. 지혜로운 사람은 고단하게 노력해서 공은 다른 사람들에게 돌리고, 밝은 사람은 원융하게 비춤으로써 미세한 이치를 거울같이 비추어본다. 지혜로운 사람은 알지 못하는 것이 있으나, 밝은 사람은 비추어보지 못하는 것이 없다.
천하여 귀하지 아니하더라도  賤而不貴
【주】귀한 것은 천한 것의 근본이 되고 높은 것은 낮은 것의 기초가 된다. 제후(諸候)나 왕족은 귀하고 높은 계급이며, 억조 백성은 천하고 낮은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 나라는 사람을 근본으로 삼는 것이므로 마땅히 겸손함에 힘써서 이들을 보호해야 하며, 백성들로 하여금 그 의젓하고 훌륭한 교화를 즐김으로서 여의거나 흩어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지혜는 반드시 영명하고 총명해야 하며  惠必英聰
【주】반드시 총기 있고 명민해서 말재주와 이해가 영명하고 민첩한 것은 모두 지혜의 힘을 말미암은 것이니, 그런 까닭에 ‘혜필영총’이라고 말하였다.
여우나 너구리같이 간사한 근심과 狐狸邪患
【주】‘호리(狐狸)’라 함은 마치 소인이 간사한 것과 같다는 뜻이다. 만약 거북이나 용이라 하였다면 마땅히 원만하다고 표현했어야 한다. 현인이 세상에 처하게 되면 여우나 너구리같이 간사한 무리는 스스로 모습을 감추게 될 것이다.
벌과 전갈들은 황공해 하고 두려워하여  峰蠆怔忪
【주】벌ㆍ전갈이라 함은 독을 품고 있는 소인의 무리를 말한 것이며, ‘정송(怔忪)’이라 함은 황송해 하고 겁나서 두려워한다는 뜻이다. 만약 봉황새가 나무 위에서 울고 기린이 시대에 응하여 나타난다면, 이리ㆍ벌ㆍ전갈 따위들은 저마다 자취를 피할 것이며, 안회(顔回)와 같은 현인과 증삼(曾參)과 같은 효자 선비들이 그 시대에 무성할 것이다.
자고 먹을 여가도 없이  寢食無暇
【주】또한 서백(西伯:文王)과 같은 성인과 희공(姬公:周公)과 같은 재주로도 해가 저물어 새벽이 되기를 기다리는 노력이 있었다. 문왕의 경우 새벽부터 해가 저물 때까지 밥 먹을 여가도 없이 그 덕을 닦음으로써 억조의 만민을 편안하게 하였고, 주공(周公)도 역시 밤을 새우며 새벽이 되기를 기다리면서 정사(政事)를 근심하였다.
굶주림을 바꾸어 풍년이 들게 하고 飢改䄵豐
【주】이로 말미암아 한 사람에게 경사가 있으면 억조의 백성들이 그 혜택을 입으니, 그런 까닭에 굶주림이 바뀌어 풍년이 들면서 사람들에게 배고픈 기색이 없어질 수 있게 된 것이다.
사해가 편안하고 안정되니 海晏安靜
【주】백성들을 갓난아기처럼 돌보면 시름의 소리가 없어지고, 큰 바다를 내다보아도 엄청난 파도가 없어진다. 이는 또한 금륜왕(金輪王)이 세상을 다스리자 큰 바다물이 줄어들어 칠보(七寶)가 일어나고 서기어린 꽃이 피면서 성인이 세상에 나오신 것과도 같은 이치다.
용맹하면서 조용하니 勇猛從容
【주】‘용(勇)’이란 날쌔고 사나운 것을 말하며 크게 예리(銳利)하다는 뜻이다. ‘맹(猛)’은 위맹(威猛)하다는 것으로, 즉 호협(豪俠)하다는 뜻이다. ‘종용(從容)’이란 정숙하고 우아하다는 것이며, 이는 곧 관대함과 용맹함의 중간에 처하는 이치를 말한 것이다.
참언(讒言)이 몽땅 없어져 버려서  讒滅盡去
【주】소인이 옆에 있으면 군자도 참언을 믿게 되니,. 도둑의 말은 달콤한 것과 같고 교묘한 말은 피리[簧]와 같다. 예전에 비무극(費無極)은 초(楚)나라에서 무고(誣告)를 일삼던 사람이다. 그는 초나라 일금의 귀와 눈을 막아서 총명을 잃게 했는데, 그는 지혜 있는 사람을 제거하면 스스로는 편안하게 될 것이라 생각하였다. 그런 까닭에 ‘참멸진거’라 말한 것이다.
집을 잇대어 봉할 수 있게 되고 比屋可封
【주】사람들에게 무고를 얽는 흔적이 없으며 집마다 봉할 수 있는 덕이 있으니, 요순(堯舜)이 백성을 구제하던 세상에서는 역시 집을 잇대어 봉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감옥에 갇힌 사람을 관대하게 용서하고  囹圄寬宥
【주】영어(囹圄)는 나라의 옥(獄)을 일컬음이다. 지금은 그 가르침이 엄하지 아니하여도 이루어지고 그 정치가 엄하지 아니하여도 다스려져서 가벼운 법을 따르는 덕이 먼 곳까지 퍼지고 무거운 죄를 용서하는 은덕이 널리 베풀어짐을 보게 되었다 이 때문에 감옥에 갇힌 사람도 관대하게 용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질곡으로 흉악한 것을 꺾으며  桎梏摧兇
【주】‘질곡(桎梏)’이란 목칼ㆍ족쇄[柚械]를 말한 것이다. 이는 곧 예전부터 흉악범을 꺾는 도구였다. 지금은 사람들이 십선(十善)을 닦아서 악하고 졸렬한 마음이 모두 제거되고 감옥이 비게 되었으니, 형틀도 그에 따라 폐(廢)하게 되었다.
야박한 곳에 거처하고 검소함을 지니니 處薄持儉
【주】공자는 덕으로서 야박한 곳에 처하였고, 안회(顔回)는 현명하였지만 검소한 생활을 지켰다. 군자가 덕에 나아가는 수업[進德修業]을 보배로 삼는 터에 어찌 소인의 하는 짓을 배워서 권세로써 절취하는 행실을 이익으로 삼겠는가?
가시밭이 변해서 꽃무더기가 되었네. 棘變花叢
【주】무릇 가시덩굴이란 소인의 상(象)을 취한 비유이니, 그런 까닭에 예전 사람은 말하기를 “땅이 비루(鄙陋)하면 오직 가시만이 돋아나는 줄 안다”라고 하였다. ‘지초(芝草)’나 꽃이라 표현한 것은 무릇 군자를 비유한 말이니, 그런 까닭에《예기(禮記)》에 이르기를 “임금이 자애하고 어질면 지초(芝草)가 돋아나고, 나라에 농사가 잘되어 풍년이 들면 기이한 꽃이 빼어나게 자란다”라고 하였다. 우리 황제께서 무위(無爲)로써 온 세상[宇內]의 사해를 다스려서 천하가 화평하고 깨끗하며 평안하게 되니, 소인은 생각을 바꾸어 모두가 군자의 마음을 품게 되었고, 충성스럽고 효성스러운 현량(賢良)의 신하가 바야흐로 태평한 세계에 가득하다. 이것을 가시밭이 변해서 꽃무더기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035_0819_a_01L御製蓮華心輪廻文偈頌卷第二十五 富 曉其逆順曉者明解也卽三乘五性之人能緣了境之智隨機領悟達解分明謂之曉也逆順者根法相修謂之逆根法相符謂之順且無性者只樂人天遂被之以三歸五戒定性者唯希趣寂乃教之以四諦緣生進退取捨之流三時漸誘頓發大乘之者直示根源各稱本心俱生歡喜卽是順也又大乘菩薩作用難思或現四衆之形或處三界之內如維摩詰入諸酒肆能立其志入諸婬舍示欲之過乃至廣說如經本文然則不樂二乘如怖雜毒觀彼持戒卽是破戒故佛喩云如貧人食是輪王毒此卽小法不契大根刀非順也又如不定性人雖則身含大智然且本性未熟預聆記證之音彼卽深懷不信故指喩云譬如以寶示之愚人愚人便笑何況無性定性能順大乘者哉斯則大法不契小機亦非順者也如草隨風但法法投機根根領悟根法相順則如草隨風故夫子云君子之德風小人之德草草上之風必偃又如法華經云譬如大風吹小樹枝摠摽三喩摠者苞羅綰攝之理摽者擧指顯示之詞三喩者若指羊鹿牛之三車爲喩卽顯三乘因行力用有差故法華經云羊車鹿車大牛之車今在門外若指兔馬象之三獸渡河卽顯三乘淂果證理不同如優婆塞戒經云三獸渡河淂淺深別若指小中大之三草爲喩卽顯五乘稟教滋長各異故法華經云一雨普潤三草二木生長不同也器用周通言器者容受之理隨根應情聞法能受謂之器用謂大用斯則運用有朦劣渡水有淺深等也周通者卽徧被也如來大悲願力不捨一一家生各稱本機示之妙理故無垢稱經云佛以一音演說法衆生隨類各得解卽器用周通之理也外取捨境謂五鹿卽五識所緣之外境也五識見分變相緣之則取捨隨生萬類皆空五塵本質則第八相分五識見分則託彼爲質各變相分爲自所緣攝相歸見實唯有心乃至大地山河星辰日月萬象當情則皆由心變若離能變之心實無一法可得以其有漏識心諸所變相千差萬類一切皆空故法華經云觀一切法皆空亦如般若經云一切有爲法如夢幻泡影如露亦如電應作如是觀故云萬類皆空也譬由蟬蛻若了妄境爲外空達眞心爲內實者誠由蟬蛻也爾則高捷綠樹鳴達九霄此則永脫樊籠淸昇彼岸矣夢寐不同外若取著於聲色內則棄捨於靈源知見旣盲寔由夢寐故世尊云未得眞覺恒處夢中之謂去麤惡外棄六塵之鹿之麤弊內冥四德之妙眞故法華經云勿貪麤弊色聲香味觸也若貪著生愛則爲所燒等也宇宙齊功廣兮昊天能覆萬物謂之宇也古往今來謂之宙也若能了境歸心內冥眞性者非圓蓋之大功無白取象非古今之深致曷以求齊也冥心著像意云欲令專守一致不起他緣觀像類之分明向硏搜而無倦也坐臥勿慵意使摠斅甯戚忘喰之篤志皆鄙宰予晝寢之餘功故也敦兮若朴敦者寬厚也朴者淳素也此則務令去華取實還淳返朴之意者也絕學優隆若學富而無倫非登仕而不止故積雪聚螢之士終致身榮懸頭刺股之流盡諧優寵也開闔戶牖天門開闔能爲雌乎天門者歷數之所從也開闔者謂治亂也卽聖哲應期受命能守雌靜也古者陶空以爲室亦開戶牖故恍惚其中道之爲物也恍唯足惚此明先聖所從之道不有不無沖用難名故云恍惚其中也知白守黑知其白守其黑爲天下式常德不忒復歸於無極也能守柔靜常德不離德雖明白當如暗昧如此則爲天下法式常德應用曾不差忒德用不窮故復歸於無極闇昧和融闇昧者昏迷之相也和謂和柔卽陰陽含孕中氣調和然後萬物阜成也融者明也五常在身道德斯備則鑑達分明矣故德經亡用其光復歸其明注云還守內明則無與身爲殃咎者如此是謂密用眞常之道也又如佛說智起惑亡明來昹謝自矜者溢道經云自矜者不長意云矜衒行能人所鄙薄故不長也斯則聖人誡其薄德之者令勿自矜使同君子之人滿而不溢鮮哀有終鮮者少也克者得也故道經云少則得意云抱一不離則無失是以聖人抱守淳一故可以爲天下法式也又鮮充者卽不自矜伐之名也故道經云不自伐故有功不自矜故長也終者成滿也卽顯道德備矣蠢爾生植且如春風一扇則衆卉齊萌亦猶往聖順陽氣而養萬物故使民皆抱信信旣植而仁義禮智自然生矣覆載淸崇無私覆載之深功方齊養育之厚德者矣盈虧莫究日中則昃月盈則虧天地盈虧與時消息然則梭飛明滅難窮剖判之初絲吐光陰莫究始終之極故也上叩玄穹旣睹盈虧之難究但印高天而莫窮亦如受大蔭之無私唯荷深恩而罔盡也寒熱增忍德經云躁朦寒靜朦熱淸淨爲天下正意云於躁朦者則寒寒乃薄也於靜朦者則熱熱乃和也故若守靜安神淸淨爲眞也鑑照盲聾無信之人聲教絕被盲聾之理其在茲乎然則聖哲處世若智鑑之臨臺寔幽微之洞照故道經云知人者智自知者明智者役淵以歸物明者融照以鑑溦智則有所不知明則無所不照賤而不貴貴以賤爲本高以下爲基且侯王貴高兆民賤下然其國者以人爲本基當勞謙以聚之令樂其愷悌之化勿使離散也惠必英聰夫聰晤明敏辯解美捷者皆由於惠之力故云惠必英聰狐狸邪患狐狸者猶小人之奸邪也若乃龜龍應圖賢人處世則狐狸邪患之類各自藏形矣蜂蠆怔忪蜂蠆者類小人之舍毒也炡忪者惶悚怖怕之義也若乃鳴鳳在樹騏麟應時則狼貪蜂蠆之流分頭避迹回賢參孝之士盛茂於時也寢食無暇且以西伯之聖姬公之才猶有日昃待旦之勞也女文王自明至日昃不暇食用修其德以安兆人也周公亦夜坐待曉以憂政事飢妀年豐由是一人有慶則兆民賴之故淂飢茂年豐人無顇色者也海晏安靜睹赤子則盡無愁聲觀滄海乃悉無驚浪亦如金輪御世大海減而七寶與瑞花生而聖人出勇猛從容勇謂勇捍卽銳利也猛謂威猛卽豪俠也從容者閑雅也卽寬猛處中之理也讒滅盡去小人在側而君子信讒盜言如甘而巧言如簧昔費無極者楚之讒人也屛楚王之耳目使不聰明意使智者則除說以自安故云讒滅盡去比屋可封人無讒搆之痕戶有可封之德當堯舜處位之世亦比屋可封故也囹圄寬宥囹圄者周之獄名也今觀其教不肅而成睹其政不嚴而理遐布從輕之德廣宣赦重之恩故得囹圄寬宥也桎梏摧兇桎梏者杻拭之類也卽自古摧兇之具今則人修十善弊惡皆除囹圄旣空桎梏斯廢也處薄持儉仲尼德而處薄顏回賢而持儉況乎君子以進德修業爲寶豈斅小人以垂權竊行爲利棘變花叢夫州棘者取象於小人也故古人云地卑只解生荊棘芝草名花者蓋比於君子也故禮云王者慈仁則芝草生國穰時豐則異花秀我皇竩無爲而治宇內也四海晏淸天下蕩蕩則小人易慮盡懷君子之心忠孝賢良方滿太平之世斯則棘變花叢之謂也御製蓮華心輪廻文偈頌卷第二十五正文一百九十字注二千一百六十字甲辰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彫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