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 卷第十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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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_0879_b_01L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파승사 제19권
037_0879_b_01L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 卷第十九


의정 한역
김두재 번역
037_0879_b_02L大唐三藏法師義淨奉 制譯


“그때에 태자가 왕위에 올라 모든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달마(達摩)를 죽여 없애도록 하라.’
그러자 대신 재우(宰牛)가 대왕에게 아뢰었다.
‘살펴보아도 특이할 만한 것이 보이지 않고 또한 아무 일도 없는데, 무슨 까닭에 달마 부인을 즉시 죽이라고 하십니까? 그녀가 지금 아기를 잉태하고 있으나 아직은 아들을 낳을지 혹은 딸을 낳을지 알 수가 없으니, 만약 아들을 낳거든 그때 가서 죽여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037_0879_b_03L是時太子旣登位已告諸群臣曰等殺卻達摩時宰牛大臣白大王言不作觀察無事何故卽殺達摩身現懷妊未審生男或是生女若生男時方可殺卻
그때 왕이 대신들에게 대답하였다.
‘그래, 그래도 되겠다. 너희들은 마땅히 잘 살피도록 하라.’
달이 차자, 달마 부인은 곧 사내아이를 하나 낳았는데, 그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한 어부의 아내도 딸 하나를 낳았다. 어부에게 돈과 재물을 주고 그의 딸과 서로 바꾸었다. 그리고는 대신이 곧 왕에게 아뢰었다.
‘달마 부인이 딸을 낳았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참 잘 됐구나. 내 이제 안심이 되는구나.’
037_0879_b_08L時王答大臣言如是亦得汝當自看時達摩月滿以後卽生一其同日時有一採魚師婦乃生一與漁師錢物將男換女其大臣卽白王言達摩生一女也王曰大好我得解脫
그 후 어부는 그 아들을 잘 길러 점점 장대해지자, 그를 학교에 보내어 글을 배우게 하였는데, 그는 글에 능통하여 훌륭한 솜씨로 글을 잘 지었다. 그때 그가 문장에 능하다는 이름이 나자, 대신이 몰래 와서 달마 부인에게 말하였다.
‘부인의 아드님께서는 문장에 아주 능하다고 합니다.’
달마 부인이 대신에게 말하였다.
‘나는 그 아이의 얼굴이 보고 싶소. 방법을 모색해서 데려오도록 하시오.’
대신이 대답하였다
‘어찌하여 꼭 보려고 하십니까? 보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 대신은 그 부인이 아들을 보고 싶어 애타하는 모습을 보고 꾀를 내었다. 그 아들에게 물고기를 들려 물고기 파는 사람으로 꾸며서 어머니가 계신 곳으로 데리고 오니, 그 어머니는 멀리서 아들을 바라볼 수 있었다.
037_0879_b_13L後時漁師養育其子漸漸長大令入學讀書乃能綴文巧作辭章乃立名巧作文章大臣私來告達摩汝子今大巧作辭章達摩復白大臣言今欲願見形貌方便將來大臣答言何更須見不須看之時大臣見彼愛戀其子爲作方便令子手持一魚作賣魚人形卽往母所其母遙見
037_0879_c_01L그때 마침 점술가가 점을 쳐보고 말하였다.
‘저 물고기를 들고 있는 사람이 틀림없이 우리 왕을 살해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르겠구나.’
이 말이 널리 전해져서 마침내 왕에게까지 들리게 되었다. 왕이 그 말을 듣고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빨리 가서 그 어부의 아들을 잡아오되 도망치지 못하게 하라.’
이 말이 전해지고 전해져서 어부의 아들에게까지 알려지니, 어부의 아들은 그 말을 듣고 동쪽으로 달아나다가, 마침내 한 노파의 집으로 피신하였다. 그 노파는 그를 보고 깊숙한 곳에 숨겨 주고, 대황(大黃)1)을 그의 몸에 칠하여 마치 죽은 사람의 모습과 같이 위장시켜 상여에 싣고 심마사나(深摩舍那)에 도착하자, 그는 벌떡 일어나 달아났다.
037_0879_b_20L相師占曰此持魚人者必當殺我王自住王位其語遞相告言轉轉乃至王所王聞此語告諸群臣乃可速卽捉取漁師子莫令逃逸其語轉轉漁師子聞已卽東走而避乃入一老婆家老婆見已隱藏深處以大黃塗身色如死人形人輿將往深摩舍那之所安著林所卽起而走
그 부근에 어떤 사람이 숲속에서 꽃과 과실을 채취하다가 멀리서 한 사람이 죽은 사람들 속에서 갑자기 일어나 달아나는 것을 보았다. 과실을 따던 사람이 그 뒤를 쫓아 따라가 보니, 멀지 않은 곳에서 쉬고 있었다. 마침 왕의 사신이 그 뒤를 따라 가다가 과일 따는 사람을 만나자, 그에게 물었다.
‘너는 혹시 이러이러한 사람을 보았느냐?’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조금 전에 이 길로 지나갔습니다.’
그러자 그를 잡으려고 걸음을 재촉하였다. 그 어부의 아들은 마음이 바쁜데다 너무도 두려워서 빨래하는 사람의 집으로 몸을 피해 들어갔다. 그 집의 사람들이 그를 옷가지로 겹겹이 싸서 나귀 등에 싣고, 인가와 멀리 떨어진 어느 강가에 이르러 내려 주었다. 그 어부의 아들이 일어서서 사방을 살펴보니, 아득히 멀리까지 사람이라곤 보이질 않았다. 다시 빨리 달리다가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는데, 그 사람은 황급하게 달아나는 아이를 보고는, 왕의 사신에게 달려갔다. 마침 왕의 사신이 그 아이를 찾아다니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러 그곳을 뒤지게 되었는데, 그 아이를 본 사람이 말하였다.
‘이곳으로 달아났습니다.’
037_0879_c_06L近有一人於林中採取花菓遙見此人從死人中忽起而走採菓之人隨後卽趁不遠便止王使隨後卽到問採菓人汝見一人作如是形容以不其人答曰纔見從此路卽速趁捉其魚師兒忙怕入一浣衣人家其家以衣裳重裹馱於驢上遠離人處河邊解放其漁師兒起立觀察四方遠望無人之處便卽速走路逢一人見其疾走路兒赴王訪者王使尋復到於村中括訪其所見者報曰從此走過
그 아이는 사신에게 잡힐 위급한 지경에 처하자, 다시 가죽으로 신발을 만드는 집으로 피해 들어가서, 그 집 사람에게 이런 사실을 자세하게 말하였다.
‘왕에게 쫓기는 몸이 되었습니다. 저들은 지금 나를 잡아 죽이려고 합니다.’
지금까지 벌어졌던 상황들을 자세히 설명하고, 다시 그 집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바라옵건대 부디 저를 불쌍히 여겨 저에게 신 한 켤레만 만들어 주십시오. 신을 만들 때 신의 뒤꿈치는 앞으로 가게하고 신의 앞부분은 뒤를 향하게 해주십시오. 만약 나를 찾는 어느 누구도 내가 간 곳을 모르게 하려고 그럽니다.’
신 만드는 사람이 말하였다.
‘나는 아직까지 그런 신을 만들어 본 적이 없소.’
즉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79_c_17L時人被使趁急復投一治皮作靴家而彼家人一一具言被王逼迫今欲殺我等廣如上說告彼家人言願慈愍故爲我作一量鞋跟向前鞋頭向後若尋迹者人知我去處靴師答言我先未曾作如此鞋卽說頌曰
037_0880_a_01L
일찍이 갖가지 신 모양을 보아왔지만
발의 크기와 모양 따라 만들었을 뿐
그런 신은 만든 일이 없다네.
발뒤꿈치 앞을 향하고 앞이 뒤로 돌아간 신발.
037_0879_c_23L曾見種種靴形狀
隨彼尺樣便爲作
未有如此造靴鞋
令跟向前鼻居後

그때 그 신발을 만드는 사람이 그가 원하는 대로 신을 만들어 주자, 그는 곧 신을 신고 달아났다. 한참 달아나다가 어느 마을에 이르렀는데, 담장이 너무 높아 뛰어넘을 수 없어서 그는 곧 하수구를 통해 그 성을 빠져 나갔다. 그때 왕의 사신은 그 발자국을 추적하다가 그가 신을 만드는 집으로 들어간 흔적을 발견하였다.
이때 저 어부의 아들은 너무 무섭고 두려워서 바다로 몸을 던졌다. 용왕이 이를 보고 그를 데리고 궁중으로 들어갔다. 그때 대왕은 어부의 아들이 마침내 바다로 몸을 던져 지금 용궁에 있다는 말을 듣고 여러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우리나라에 있는 주술사를 모두 불러들이도록 하라.’
그러자 이 말을 들은 주술사들이 모두 왕이 계신 곳으로 모여들었다. 그때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저 용궁에 들어가서 주문을 외워 용을 데리고 오라.’
왕명을 듣고 모두 길을 나섰다.
037_0880_a_02L時彼靴師依言卽作著鞋走出村牆旣高無處踰過卽於水竇中出時王使者尋其腳迹乃見入靴師家處漁師子情懷怖懼投身入水龍王見已將入宮中爾時大王展轉聞說師之子投身入水在龍宮內王勅諸於我國內所有持呪之人悉喚將時諸呪師旣聞皆來詣王所時王告言汝等往彼龍宮呪龍將來
037_0880_b_01L그때 또 다른 넓은 들녘에 한 약차(藥叉:夜叉)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빈가라(賓伽羅)라고 하였다. 이 빈가라는 늘 물고기만을 먹고 살았는데, 약차가 머무는 곳에는 나무까지도 모조리 말라 죽었으니, 더구나 사람이 어찌 목숨을 보존할 수 있었겠는가? 용왕이 모든 주술사들의 주문에 의해 더 이상 어부의 아들을 보호할 수 없게 되자, 신통력을 발휘하여 어부의 아들과 모든 주술사들을 한 보따리에 싸서 약차가 머물고 있는 넓은 벌판에 데려다 놓았다. 그리고 용왕이 여러 주술사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하는 짓은 좋은 일이 아니다. 저 어부의 아들이 약차에게 해를 당하게 되면, 너희들도 역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주술사가 물었다.
‘어떤 방법을 써야 하겠는가?’
용왕이 대답하였다.
‘너희들이 이익이 없는 일을 하여 나를 괴롭히고 핍박하여, 어쩔 수 없이 내가 어부의 아들을 넓은 들판에 던져 두어 약차에게 해를 당하게 하였으니, 너희들에게도 또한 아무런 이익이 없을 것이다.’
이에 여러 주술사들은 점차 걸어서 본국에 돌아갈 수 있었다. 그리하여 대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용왕을 괴롭히자, 그는 핍박을 당하여 매우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마침내 견디다 못해 어부의 아들을 매우 넓은 들판에서 살고 있는 빈가라 약차에게 보내 잡아먹게 하였습니다.’
037_0880_a_11L聞已悉去於別曠野有一藥叉名賓伽羅常以魚肉爲食此藥叉住處樹木猶況復人見存命龍王被諸呪師呪逼迫救彼不得卽以神力將漁師兒及諸呪師等裹爲一服將往藥叉住處曠野之中安著龍王告諸呪師汝等所作非是好事彼漁師兒被藥叉所害我等亦被損之呪師問曰作何方計龍王荅言汝等無益之事惱亂於我我被逼迫將漁師兒置於曠野之中令彼藥叉所害汝等亦無所益時諸呪師漸行得歸本國白大王言我等惱亂龍王逼迫極困遂送魚師兒深曠野中賓伽羅藥叉所食
그때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매우 잘했다. 그러나 다시 잘 살펴보아야 한다. 혹시 그가 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니라.’
그때 어부의 아들은 넓은 들에서 동쪽으로 갔다 서쪽으로 갔다 하였다. 저 빈가라 약차는 한쪽에 있었고, 또 다른 한 곳에서는 사나운 개들이 모여 있었다. 어부의 아들이 멀리서 이 개들을 바라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틀림없이 죽었구나.’
저 개도 멀리서 그 사람을 보고 다시 다른 한 개에게 명하여 빨리 가서 잡아오라고 하였다. 어부의 아들은 그 모습을 보고는 재빨리 달아나 나무 위로 올라갔다. 개는 나무 밑에까지 쫓아와 있었고, 약차도 그 뒤를 따라와 나무 밑에 이르러서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사람 모양의 빈가라라는 약차가 이 넓은 들판에 살고 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느냐? 어떤 사람이라도 이곳에 오기만 하면 모두 손해를 당하게 되어 있으니, 너는 지금 이 아래로 내려오너라.’
그 사람이 대답하였다.
‘나는 죽을 때까지 이곳에 있겠다.’
037_0880_b_02L時王語言汝等大好更亦尋聽或時未死時漁師兒在於曠野東行西行彼賓伽羅藥叉在一方所共諸惡狗聚集一處漁師兒遙見此狗便作是我今決定卽死其狗遙見彼人命一狗往趁捉取其人見已遠走上狗在樹下藥叉隨後卽到藥叉告彼可不聞賓伽羅人形藥叉在於曠野之所若有人來住此者皆當損汝今時到下來其人答曰我以盡命在此
037_0880_c_01L그때 약차는 실나(悉奈)2)와 의복을 서로 얽어매어 위장을 하고 그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꾀를 내어 달아나려고 곧 나무 아래로 내려와 한쪽으로 달아났다. 약차와 개도 함께 쫓아왔다. 그 사람은 일이 급박해지자, 곧 옷을 벗어 약차의 몸 위로 던져 약차의 몸을 완전히 덮어 버렸다. 그러자 개들은 약차가 어부의 아들인 줄 알고 잡아먹는 사이에 그 사람은 달아날 수 있었다. 그는 달아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에게 친 외삼촌이 있는데, 지금은 선인(仙人)이 살고 있는 곳에 출가(出家)하여 살고 있으니, 내 지금 그곳으로 가야겠다.’
그 선인이 머물고 있는 곳은 꽃과 과실이 많고 수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으며, 갖가지 새들이 아름다운 소리로 노래하는 동산이었다. 그때 어부의 아들은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묻고 찾아 마침내 신선이 살고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때 대왕의 사자는 여러 곳으로 그를 찾아다니다가 마침 그곳에 이르러 어부의 아들을 잡으려고 하였는데, 갑자기 그가 골짜기로 몸을 던져 떨어지는 바람에 공중에서 그의 머리채만 잡을 수 있었다. 결국은 그의 머리카락만 손아귀에 들어왔고, 그의 몸은 골짜기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037_0880_b_13L時藥叉住於悉奈纏結衣服繫身而住時人欲作計走卽往樹下向一方走藥叉與狗同走而趁其人事急卽脫身衣擲於藥叉身上遍覆其體群狗謂是其人衆共擒捉食噉彼人便得走脫復作是念我有親舅見在仙人所出家我今可往彼也仙所住之處花菓園林滋茷熾盛種種鳥出和雅音時漁師兒展轉尋乃到仙所時大王使諸處尋訪到其中於彼捉獲漁師兒便卽投身谷下於空中捉得頭髻髮入人手身墮谷底
그때 왕의 사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가면 임금은 아마도 틀림없이 그가 죽었다고 믿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그 사람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지금 저희들이 어부의 아들을 죽이고 돌아왔습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그 사자들에게 상금을 하사하였다. 그때 선인의 처소를 보호하고 있던 천신이 와서 선인에게 말하였다.
‘그대의 외종질이 지금 핍박을 당하여 괴로움에 처해 있는데, 그대는 어찌하여 보살피지 않는가?’
선인(仙人)이 말하였다.
‘제가 만일 그를 옹호하지 않았다면, 그는 틀림없이 벌써 죽었을 것입니다.’
그 선인은 신통한 주문[明呪]으로 남자를 여자로 만들고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능력이 있었는데, 그 선인은 곧 이 주술의 법으로 외종질을 거두어 데리고 와서는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무서워하거나 두려워하지 말거라.’
037_0880_c_02L時王使者作是思惟其人決執得其髮持向王所白大王今我已誅害漁師兒訖王大歡喜賞賜其使時護仙人所天來告仙言汝外甥兒今苦逼迫何不觀察仙人報曰我若不擁護必定命終彼仙能持如是明令男作女令女成男其仙卽以呪法攝受外甥卽云汝勿怖懼
그때 외종질은 선인이 주술로 거두어 주어 문득 몸을 바꿔 미녀(美女)가 되니, 얼굴과 몸매가 매우 아름다웠으며, 행동 또한 매우 뛰어나고 법도가 있었다. 그는 곧 바라닐사(波羅痆斯)에 가서 왕의 동산에 머물고 있었는데, 그 동산을 지키던 사람이 아름다운 여인을 발견하고는, 기이한 일이라 생각되어 황급히 왕의 처소에 나아가 대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아주 아름다운 용모를 지닌 소녀 한 사람이 궁 안에 머물고 있습니다.’
왕이 그 말을 듣고는 말하였다.
‘그러면 어서 가서 빨리 데려오너라.’
그 여인은 큰 위의를 갖추고 문득 하인을 따라 왕궁에 들어가니, 왕은 미녀에게 깊은 애착이 생겼다. 왕이 자신에게 애착이 있음을 확인하고는, 왕의 곁을 잠시 떠나 문득 여인의 몸을 변화시켜 장부(丈夫)의 몸이 되더니, 곧 왕관을 쓰고 안지(安地:宰牛) 대신에게 명하였다.
‘나를 책봉하여 왕으로 삼도록 하라.’
그러자 신들과 정승들은 큰 의식으로 그를 책립(冊立)하여 왕으로 삼았다.
그때에 여러 하늘들이 게송[伽他]으로 말하였다.
037_0880_c_09L時外甥旣得仙人攝受便化身爲羙女相貌殊好特異常倫卽往波羅痆斯於王園苑而住其守苑人旣見羙女心生希有速詣王所白大王言今有羙貌成就少女見在苑內王聞語已報曰宜速將來便卽以大威儀僕從迎入王時王於彼美女深生愛著生愛著已見王蹔離便變女身而作丈夫戴王冠命安地大臣曰冊我爲王時臣佐以大儀著冊立爲王爾時諸天說伽他曰

목숨이 끊어지지 않은 이를 해치지 못해
다시 이와 같은 업을 지었네.
자신의 편리대로 그를 손상하려 했으나 끝내 해치지 못하고
오히려 백교왕(白膠王)의 아들이 손해를 입었네.”
037_0880_c_20L頭不斷者不爲害
復起能作如是業
隨宜損彼不名害
如害白膠王子者
037_0881_a_01L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 생각은 어떠하냐? 그때 백교왕의 아들인 초왕(初王)이 곧 제바달다이고, 그때의 어부 아들이 바로 지금의 나였느니라. 그가 왕이었을 때부터 이런 원수의 관계가 있었느니라.”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옛날 어느 때에 광야(曠野)에 큰 마을이 있었는데, 그곳에 재주가 아주 뛰어난 아이 둘이 있었다. 그들은 보석을 감정하는 사람[寶人]이었는데, 각각 시장 안에 점포 하나씩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들은 보석을 감정하는 일에 대해 서로 침해하는 일이 없었다.
037_0880_c_22L佛告諸苾芻等於汝意云何其白膠王子曰初王者卽是提婆達多於彼時中魚師兒者我身是也從彼王時起此怨讎世尊復告諸苾芻汝等諦昔時曠野有一大村其中有二巧兒作別寶人其人各座一鋪市易不得相侵
그러던 어느 때에 보석을 식별할 줄 아는 한 가난한 사람이 보배 그릇 하나를 가지고 와서 그 보배 그릇을 간직한 채 삼오일(三五日:보름)을 그곳에 머물렀다. 저 한 점포에 있는 사람이 그 보물을 사려고 하였는데, 값을 너무 싸게 불렀기 때문에 그 가난한 사람은 팔지 않았다. 다시 보물을 감정하는 또 다른 사람에게 가서 보배를 감정하였는데, 적당한 가격이 나왔다. 그는 곧 기뻐하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이 물건을 사시오.’
점포 주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당신이 달라는 금액의 돈이 없어 살 수 없소.’
그러자 그는 또 말하였다.
‘매일 벌리는 만큼의 돈만 나에게 주면 되오.’
그 사람이 이 말은 듣고 사기로 결정하고 물건을 건네받았다. 그러자 값을 적게 매겼던 사람이 즉시 달려와서 서로 다투었다.
‘내가 이 사람의 보배 그릇을 먼저 보았다. 그런데 네가 지금 무엇 때문에 내 점포의 물건을 빼앗아 가려고 하느냐?’
이로부터 내내 서로 원수가 되었느니라.”
037_0881_a_06L別時有一識寶貧人將一寶器來至其所止息三五日間持此寶器一鋪人欲買其寶酬價極下時彼貧人不肯賣與更將向彼別寶人邊酬價平和卽生歡喜報言汝可買取鋪主答言我無爾許錢財可買答曰隨日所得多少與我其人聞已卽便受取酬價少者卽來共爭云我先見此人寶器汝今因何奪我市易從此已去遂至怨讎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보물 값을 적게 불렀던 사람은 곧 지금의 제바달다였고, 그때 많은 값을 불렀던 사람은 바로 나였는데, 오늘날까지 이와 같이 원수를 맺어 악한 생각이 그치지 않는 것이니라.”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아주 오랜 옛날 광야(曠野)의 한 마을에 어떤 장자(長者)가 살고 있었다. 그는 같은 족성(族姓)의 집안에서 아내를 취하여 혼인하였다. 그는 그 아내와 함께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그 아내는 아기를 임신하였다. 그런데 달이 차자 아들 하나를 낳고는 곧 숨을 거두었다.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다시 아내를 얻어 함께 여생을 즐겨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아내를 새로 얻었는데, 오래지 않아 또 아들 하나를 낳고 숨을 거두었다.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다시 아내를 얻으면 오래지 않아 또 죽을 터이니, 나는 큰아들을 위해서 한 여인을 데려와 혼인시켜야겠다.’
037_0881_a_15L佛告諸苾芻彼酬價少者是提婆達多於彼時中酬價多者卽是我身乃至今時如是結怨惡意不息復告諸苾芻往昔之日曠野村中有一長者居住同族姓家娶女爲婚爲歡樂其妻有娠月滿已後便生一子母卽命終長者便作是念我更娶妻共爲歡樂娶妻不夂誕生一子母亦命終長者便作是念我亦娶妻不夂還死我爲長子索娶一女
037_0881_b_01L이렇게 생각하고는 즉시 여인을 맞아들였다. 큰아들은 여인과 함께 유희(遊戱)하며 많은 자손을 두었다.
그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누구입니까?’
남편이 대답하였다.
‘저 아이는 바로 내 동생이오.’
‘나중에 저에게도 돈과 재산을 나누어 주시겠지요?’
남편이 말하였다.
‘세속의 일은 모두 형제가 합의해서 나누는 것이니라.’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만약 꼭 그래야 한다면 당신은 지금 자녀들이 많으니 많은 재물이 필요한데, 그 재물을 동생과 나눠야 한다면 마땅히 당신의 동생을 죽여야겠네요.’
남편이 그 말을 듣고 나자 욕심이 생겼으니, 세속의 범부가 재물에 욕심을 내면 짓지 못할 죄가 없다. 곧 꾀를 내어 동생에게 말하였다.
‘우리 꽃과 열매를 따러 산에 가자꾸나.’
산속에 이르러 형은 큰 돌을 들어 동생의 머리를 내리쳐서 부수니, 동생은 곧 목숨이 끊어졌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형은 곧 지금의 제바달다요, 그때의 동생은 바로 지금의 나였느니라. 그때부터 우리는 서로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겼느니라.”
037_0881_b_01L當卽娶女遊戲多生子孫其妻問夫已次童子者是何人也夫主答曰此是我弟妻復問夫曰於後分我錢物已不世俗之事皆合兄弟有分妻報夫若當如此汝今兒子極多旣分財當須殺卻你弟其夫聞已凡夫之人爲貪財物無不造罪卽作方計報其弟曰今者可共往入山中採取花至於山中兄取大石打弟頭碎卽命終佛告諸苾芻兄者卽是提婆達多弟者卽是我身於彼時中乃生怨惡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다시 제바달다와 내가 원수의 악연을 맺게 된 인연을 말해 주겠다.
오랜 옛날에 광야(曠野)에 큰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그 마을에는 어떤 거사(居士)가 살고 있었다. 이 거사는 같은 족성(族姓)의 집안의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여 함께 즐겁게 유희(遊戱)하였다. 얼마 되지 않아 그 아내가 임신을 하더니, 달이 차자 딸아이를 낳았다. 그 딸의 용모가 단정하고 엄숙하여 보는 사람 사람마다 사랑하고 좋아하였다. 거사가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든 먼저 와서 나에게 우리 딸과 혼인하겠다고 청혼하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내 딸을 주겠다.’
037_0881_b_13L佛告諸苾芻我更說提婆達多共我作怨惡緣起於往昔時曠野中有一大村有一居士同族姓家婚娶一女共爲歡樂遊戲後時懷妊一子月滿已後便生一女形貌端嚴人所愛樂居士曰有人先來從我乞者我當與
037_0881_c_01L그때 어떤 바라문(婆羅門) 한 사람이 와서 청혼하면서 말하였다.
‘아무 병도 없습니다.’
거사가 말하였다.
‘나에게 딸 하나가 있는데 너에게 주어 받들어 섬기도록 하겠노라.’
그때 바라문이 말하였다.
‘제가 시간과 날짜를 점쳐보니, 지금은 편안하고 좋은 때가 아니어서 오늘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훗날 일진이 좋고 편안한 때를 기다렸다가 다시 와서 틀림없이 데려가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고는 문득 가버렸다.
다른 날 어느 때에 또 다른 바라문이 혼인을 청하기 위하여 그의 집에 와서 말하였다.
‘저에게는 아무 병도 없습니다. 바라건대 저에게 따님을 주십시오.’
답하였다.
‘내게 딸이 하나 있으니 너에게 주어 받들어 섬기도록 하겠노라.’
037_0881_b_20L時有一婆羅門來乞口云無病士告言我有一女奉賞與汝時婆羅門曰我占時候日星非是穩便我今不受待於後時日星穩便我當來取說此語已便卽退去別有一時復有婆羅門爲求乞故還至彼家口云乞與我物答言我有一女奉賞與
그는 다시 말하였다.
‘이전에 어떤 바라문이 와서 청혼을 했을 때 어째서 따님을 주지 않았습니까?’
거사가 대답하였다.
‘그가 별자리 점을 쳐보고는 시기가 좋지 않다고 해서였다. 그가 말하기를≺별자리 점을 보아 편안하고 좋아지면 다시 와서 내 딸을 데려가겠다≻고 하였다.’
그러자 바라문이 말하였다.
‘그러면 제가 따님을 데려가겠습니다.’
거사가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별자리의 모양이 길흉을 살펴보지도 않고 곧바로 데려가겠다고 하느냐?’
그러자 바라문은 문득 게송을 읊고, 곧 그녀를 데리고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037_0881_c_04L報言先有一婆羅門來乞之時何不與女居士答言彼爲星宿不便星宿穩便來取此女時婆羅門言我受此女問曰何不看星宿相宜卽時婆羅門便爲頌卽受此女受得女已卽便歸還
먼저 와서 딸을 달라고 했던 사람은 다른 사람이 와서 딸을 달라고 하여 데려갔다는 소리를 듣고 곧 그 바라문의 처소로 달려가서 말했다.
‘이 여인은 내가 먼저 데려가기로 약속한 여인인데, 무슨 이유로 장차 내 아내가 될 여인을 그대가 데려갔는가?’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너는 별점을 보더니 불길하다고 하면서 이 여인을 데려가지 않았지만, 나는 별자리의 길흉을 점치지 않고 곧바로 이 여인을 데리고 왔다.’
그때 저 바라문은 곧 원망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생겼었는데, 지금까지도 원망하고 해치려는 마음이 남아 있느니라.”
037_0881_c_09L先來乞者聞別有人來乞女去卽來詣彼婆羅門所告言此女先受得因何將我女歸來答曰汝爲瞻星非是穩便不取此女我不看星宿穩便遂取此女時彼婆羅門乃生怨惡嗔恚從此卽生怨害之心
037_0882_a_01L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 뒤에 와서 여인을 달라고 청했던 바라문은 곧 지금 나요, 먼저 와서 별자리의 길흉을 점쳤던 바라문은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그때에 불세존께서 왕사성 죽림원(竹林園)에 계셨다. 그때 미생원왕에게 호재(護財)라는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코끼리는 몸집이 굉장히 컸고 사나웠으며, 그 성품은 조급하고 늘 취해 있어서 매일 사람을 해쳤으므로, 모든 사람들은 그 코끼리가 무서워서 감히 문 밖을 나가지 못하였다. 그때 왕사성 사람들이 모두 와서 왕에게 아뢰었다.
“저 호재 코끼리는 몸집이 매우 크고 사나운데, 매일 집밖을 나가서 고을의 곳곳과 사방의 큰길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들을 해치고 있습니다. 왕께서는 마땅히 그곳에 코끼리를 지키는 사람을 두어 매일 집을 벗어나지 못하게 하여 격일로 집 밖으로 내보내되, 코끼리가 나갈 때에는 미리 종이나 북을 쳐서 사람들을 피하게 하소서.”
037_0881_c_14L佛告諸苾芻爾時後來求乞得女婆羅門者卽是我身是也其先來婆羅門看星宿穩便者卽是提婆達多是也時佛世尊在王舍城竹林園中時未生怨王有一大象名曰護財極大獰惡性操常醉每日損人諸人皆怖不敢出門時王舍城人悉來白王其護財象極大獰惡每日出屋往於坊市道街衢損害衆人王當處分看象之莫令每日出屋須隔日出若出之預擊鍾鼓令人藏避
왕이 말하였다.
“좋다.”
이렇게 말하고는 즉시 대신에게 명하여 코끼리를 감시할 사람을 불러오게 하니, 대신은 사람을 시켜 명에 따라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을 불러왔다. 왕이 그에게 말하였다.
“왕사성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와서 말하기를 ‘큰 코끼리 호재가 매우 사나워서 많은 사람들을 해칩니다’라고 하니, 그대는 마땅히 격일로 코끼리를 나오게 하되, 내보낼 때에는 종이나 북을 미리 쳐서 코끼리가 나간다는 사실을 백성들에게 알리도록 하여라.”
그때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이 대왕에게 두 번 절하고 나서, 왕명을 실행하기 위하여 곧 물러갔다.
037_0882_a_02L王告言勅大臣令喚看象人來使人依命喚告言王舍城中諸人衆來白我財大象獰惡損害諸人汝當隔日出若出之時預擊鍾鼓告聲象出時調象人等再拜大王已依勅卽去
그 왕사성 안에 한 장자(長者)가 살았는데, 그에게는 많은 재산이 있었고, 그 씀씀이도 매우 컸다. 마음을 내어 부처님과 비구승을 청하였는데, 그때 제바달다는 장자가 다음날 부처님과 대중을 청하여 공양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곧 백천 가지 진귀한 보물을 코끼리 다루는 사람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장자가 내일 교답마(喬答摩) 사문과 성문의 대중을 청한다 하니, 너는 그 사나운 코끼리 호재를 데리고 가서 그곳에 풀어 놓아 교답마 사문을 밟아 죽이게 하라.”
그가 대답하였다.
“성자(聖者)여, 명령대로 행하겠습니다. 당신도 또한 이 사실을 왕에게 알려 주십시오. 그러면 저희들도 명을 따르겠습니다.”
037_0882_a_07L其王舍城中有一長者大有財物多有受發心請佛及苾芻僧時提婆達多聞長者明日請佛幷衆設齋卽持百千珍寶與調象人告言有長者明日請喬答摩沙門幷聲聞徒衆汝可將護財惡象當面放之踐踏喬答摩沙答言聖者依命如是又須令王知之我等依命
그때 제바달다는 미생원왕(末生怨王)을 찾아가서 아뢰었다.
“당신은 나를 세워 부처가 되게 하지 못했지만, 나는 그대를 위하여 그대의 아버지를 죽이고 지금 그대가 왕위에 오를 수 있게 하였다. 내 이제 부처님을 죽이고 스스로 일체지(一切智)의 지위에 오르려 하니, 대왕은 호재 코끼리를 풀어놓도록 허락하시오.”
그러자 미생원왕이 제바달다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불세존께서는 아직 길들지 않은 것을 조복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소리도 듣지 못했소?”
제바달다는 말을 마치고 곧바로 코끼리 길들이는 사람에게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미 왕에게 아뢰었으니, 너는 내일 코끼리를 풀어놓아라.”
037_0882_a_15L時提婆達多卽詣未生怨王所白言汝不能立我爲佛爲汝殺父今得王位我今殺卻佛自立一切大王可令護財象出時未生怨王語提婆達多言汝不聞諸佛世尊未調者能令調伏說已得卽去語調象人曰我已白王汝可明日將象出
037_0882_b_01L그때 코끼리 다루는 사람이 종을 흔들고 다니면서 소리를 내어 성안의 사람들에게 알렸다.
“내일 호재 코끼리를 내놓을 터이니, 너희들은 스스로 방호(防護)하기 바란다.”
그러자 저 장자가 그 말을 듣고 마음에 고민이 생겨 매우 걱정하면서 스스로 탄식하며 말하였다.
“나같이 박복한 사람이 지금 세존과 비구 대중을 청하여 집에서 공양을 올리려고 하는데, 하필이면 이때에 그 사나운 코끼리를 풀어 놓는다고 하니, 그런데도 공양을 베풀어야 하는가?”
그는 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음식을 만들어서 완성이 되면, 그것을 가지고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야겠다.’
037_0882_a_21L調象人持鈴擊聲告城中人明日放護財象汝等自當防護時彼長者聞此事已心生愁惱自歎我是薄福之今請世尊及苾芻衆過家設供此事起放惡象出若爲設齋復作是我今須造飮食熟已將往佛所
이렇게 생각하고 그날 밤에 음식을 장만하고는, 다음날 아침 일찍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왕사성 안에 종을 쳐서 사람들에게 알리기를 ‘사나운 코끼리 호재를 풀어놓으려 하니 너희들은 스스로 조심하기 바란다’고 하오니, 지금 세존께서는 성으로 가시지 마십시오. 장만한 음식을 가지고 이곳으로 제가 오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장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그저 공양할 차리기만 하여라. 나는 호재라는 사나운 코끼리가 두렵지 않으니, 성문 대중을 데리고 함께 왕사성으로 가겠다.”
장자가 그 말을 듣고 기뻐하면서 돌아가 음식을 차려놓고, 부처님과 대중들이 앉을 자리도 마련해 놓고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기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037_0882_b_04L夜卽辦飮食明旦向世尊所白佛言王舍城中擊鈴告人欲放護財惡象各自防護今者世尊莫入城來所造飮食欲將就此佛告長者汝可作辦我今不怕護財惡象我共聲聞衆同來入王舍城長者聞已歡喜卽去家辦食鋪設坐已遙望世尊
그때 여래께서는 곧 의발(衣鉢)을 가지고 비구 대중들과 함께 왕사성으로 들어갔다. 때맞추어 코끼리를 다루는 사람이 호재 코끼리를 풀어놓자, 코끼리는 부처님과 여러 대중을 보고는 곧 성을 내며 재빠르게 여래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제바달다와 미생원왕은 높은 누각에 올라가 멀리서 사나운 코끼리를 지켜보니, 그 코끼리가 사문 교답마를 짓밟으려 하였다. 제바달다는 매우 기뻐하며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2_b_11L爾時如來卽持衣鉢共苾芻衆入王舍城人卽放護財象時象見佛幷諸徒衆卽生嗔怒速走往如來邊其提婆達多共未生怨王上高樓頭遙望惡象欲踐踏沙門喬答摩提婆達多甚大喜悅卽說頌曰

내가 10력(力)을 가진 자를 보니
힘센 코끼리에게 짓밟히게 되었네.
성문과 석가의 종자들
오늘에야 모두 다 사라지게 되었구나.
037_0882_b_17L我見十力者
被象力所踏
聲聞釋種子
今日應消盡
037_0882_c_01L
그때 세존께서 오른손으로 변화를 일으켜 다섯 마리의 사자(師子)를 만들자, 코끼리는 그 사자를 보더니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서 똥을 싸며 달아났다. 이에 세존께서 또다시 큰 불을 변화롤 만드시니 사방이 뜨겁게 타올랐다. 그러나 오직 부처님께서 머물고 계시는 주변만은 서늘하고 시원하였다. 그러자 저 사나운 호재 코끼리는 동ㆍ서로 치달리다가 가는 곳마다 뜨거운 불을 만나자, 세존께서 계시는 서늘하고 시원한 곳으로 다가왔다. 사나운 코끼리를 보자 여러 성문들은 모두 흩어져 멀리 달아났지만 오직 아난다 한 사람만은 부처님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 코끼리는 취기에서 깨어나더니 파리하고 나약한 모습으로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다가왔다. 세존께서 곧 온갖 보배로 장엄한 망륜(輞輪) 모양의 두려움 없는 손으로 코끼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무외(無畏)의 보시를 행하며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7_0882_b_19L爾時世尊以右手化作五師子時象見師子已當時忙怕失大便奔走而世尊又放大火諸方熾熱唯佛住所足下涼冷其護財惡象東西遊走唯逢熱火世尊住處淸淨涼冷當見惡象諸聲聞等皆悉逬散遠走唯阿難陁一人不離佛邊其象醉醒羸弱來詣佛所世尊卽以百寶莊嚴輞輪相無畏之手摩其象頭行無畏施卽說頌曰

너는 코끼리의 몸으로 있는 것을 즐거워 말라.
코끼리의 세계는 악한 세계이니라.
마땅히 남에게 손해를 끼치지 말라,
그래야 곧 현성(賢聖)의 도를 증득하리라.
037_0882_c_06L莫樂象身處
象趣是惡趣
當莫損害他
卽得賢聖道

너는 전생에 지은 업 때문에
악한 세계에 태어났느니라.
모든 유정(有情)에게 손해 끼치면서
그것을 즐거워하면
여기서 죽고 난 뒤에
어느 곳에 태어나고
또 어느 곳에 머물게 되겠는가.
037_0882_c_08L汝爲前身業
故生在惡趣
損害諸有情
將是爲歡樂 從此死已後
當生在何處

현수(賢首)들이여, 너희들은 잘 들어라.
모든 행(行)은 곧 무상(無常)한 것이요
모든 법(法)은 곧 무아(無我)이니라.
적정(寂靜)이 곧 열반이니
스스로의 마음에 믿음을 일으켜라.
037_0882_c_10L
復住在何邊
賢首汝善聽諸行是無常
諸法是無我
寂靜是涅槃
於我心生信

그때 세존께서 곧 장자에게 가서 자리를 펴고 앉으시니, 저 호재 코끼리도 부처님의 뒤를 따랐다. 부처님께서 장자의 집에 계실 때에는 그 코끼리는 문 밖에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보이지 않자 곧 문을 열려고 하다가 집을 부수고 말았다. 그리하여 부처님께서 신통력으로 그 집을 수정(水精)으로 만드시니, 안팎이 투명하게 비추어 멀리서도 부처님을 볼 수 있었다. 세존께서 음식을 다 드시고 게송을 설하시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시자, 그 코끼리도 부처님 뒤를 따라갔다.
037_0882_c_12L爾時世尊卽往長者家敷座而坐護財象隨佛後行佛在長者家其象門外立爲不見佛故卽欲推門屋倒佛以神力變其宅舍化爲水精內外相照令遙見佛世尊食竟說施頌已從坐而去其象隨佛後行
037_0883_a_01L그 나라 대신들이 모두 위와 같은 일들을 대왕에게 자세히 아뢰니, 왕은 그 말을 듣고 제바달다에게 위의 말을 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나에게 큰 손해를 입혔다. 그 코끼리가 떠나 버렸으니 이제 이웃 나라 국왕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틀림없이 군사를 일으킬 것이다. 당신은 큰일이라고 생각되지 않는가?”
이때 제바달다는 꾸짖음을 듣고 나서 잠자코 있자, 왕은 여러 대신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부처님께서 성문을 벗어나거든 마땅히 모든 성문을 꼭꼭 걸어 잠가라. 그리하여 코끼리가 성 밖으로 부처님을 따라 나가지 못하게 하라.”
대신들이 칙명에 따라 성문을 지키는 사람과 코끼리를 다스리는 사람에게 말하였다.
“코끼리를 묶어 붙잡아서 부처님을 따라 나가지 못하게 하라.”
그 명에 따라 곧 코끼리를 잡아두었다. 그 코끼리는 부처님께서 성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눈앞에 부처님이 보이지 않자, 자신의 코를 발로 밟아서 숨이 통하지 않게 하더니, 이윽고 기절하여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 코끼리는 여기서 죽자마자, 사천왕중천(四天王衆天)에 태어났다.
037_0882_c_18L其國大臣具如上說啓白大王王聞此事轉告提婆達多汝大損我其象去已鄰境國王聞者必起怨敵汝大不是時提婆達多被訶責已嘿然而住王勅諸臣言若佛出後當卽關閉城門莫令象出城外勿令隨佛後去大臣依勅報守城門人及語調象人繫捉取象莫令隨佛後去依命卽欲捉象其象見佛出面前不見世尊其象以腳踏鼻氣息不通悶絕而死當生四天王衆天
하늘 법에는 하늘에 태어난 자는 세 가지 생각을 하니, 그 세 가지는 이러하다.
‘어느 곳에서 살다가 죽었는가, 어느 곳에 태어났는가, 이렇게 된 것은 무슨 업보 때문인가.’
마땅히 이렇게 자기 자신을 관찰해 보니, 코끼리의 몸을 받아 살다가 죽었고, 이 청정한 사천대왕의 나라에 태어났으며, 전생에 부처님의 처소에서 환희심(歡喜心)을 내었기 때문에 지금 여기에 태어나 기뻐하고 즐거워함을 알았다. 그리하여 코끼리는 여래의 처소에 가지 않는다면 이는 도리에 매우 어긋나니 ‘나는 먼저 여러 하늘의 호위를 받으면서 여래의 처소에 가야겠다’고 생각하였다.
037_0883_a_05L當生天者有三種念起從何處滅生在何處是何業報當觀自身從象中死已生在於此淸淨四天大王中前生爲於佛所發歡喜心我今在此歡不往如來所甚非道理我先須共諸天圍遶詣如來所
그 코끼리는 하늘에 태어나서 그 몸에 온갖 보물로 장식함은 물론 청정한 몸이 안팎으로 밝고 투명하였다. 그날 밤에 옷소매에 아름다운 꽃을 듬뿍 담아가지고 여래께서 머물고 계신 죽림원(竹林園)으로 가니, 그 광명이 두루 비추는데 대낮의 햇빛보다 더 밝았다. 그때 갖가지 보배의 꽃을 부처님의 몸 위에 뿌리고 곧 부처님의 앞에 앉아서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는 것을 들으려고 하였다. 세존께서는 그가 법문을 듣고자 간절히 원함을 아시고 설법해 주시니, 하늘이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나서 지혜의 금강저[慧金剛杵]로써 스무 가지 아견(我見)의 번뇌산(煩惱山)을 깨뜨려 없애고 곧 예류과(預流果.須陀洹果)를 증득하였다. 이미 예류과를 증득하고는 매우 기뻐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부모님으로서는 이러한 일을 할 수 없고, 왕으로서도 할 수 없는 일이며, 하늘도 할 수 없는 일이요, 친구로서도 이런 일을 할 수 없으며, 과거의 혼령이나 사문ㆍ바라문으로서는 모든 생사의 고통스러운 바다[血海]를 말릴 수 없으니, 오직 부처님께서만이 저희들로 하여금 고뇌의 바다를 건너며 번뇌의 산을 뛰어넘게 하실 수 있으며, 악한 세계의 문을 막아 인천(人天)의 훌륭하고 절묘한 곳에 편안히 머물 수 있게 하실 수 있습니다.”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3_a_11L其象生天有身百寶莊嚴淸淨之身內外明徹其夜卽衣裓盛衆妙花往如來所竹林園其光遍照勝晝日時以衆寶花散佛身上卽於前坐聽佛說法世尊觀察隨所樂聽而應說法其天聞已慧金剛杵摧破二十種我見煩山證預流果旣證果已心大喜悅白佛世尊無父無母能作此事無王能作ㆍ無天能作ㆍ無親無友亦無過去魂靈ㆍ無沙門婆羅門枯諸血海唯佛能斷我苦惱海超煩惱山閉惡趣門置人天勝妙之處卽說頌曰
037_0883_b_01L
부처님께서 악한 세계의 문 막아 주시고
삼악도의 많은 손해 막아 주셨네.
지금 또 하늘과 사람의 세계 열어 주셨고
다시 미묘한 열반성(涅槃城)에 들게 하셨습니다.
037_0883_a_23L因佛閉塞惡趣門
三塗之中多損害
今蒙開闡人天路
復證微妙涅槃城

부처님께서 많은 악업(惡業) 끊어 주시고
병들고 흐린 눈 깨끗하게 해주시와
적멸한 현성(賢聖)의 도 증득하여서
유류(有流)의 숱한 고통 모두 초월하게 하셨네.
037_0883_b_02L因佛斷除衆惡業
患翳之目得淸淨
能證寂滅聖賢道
超過有流衆苦處

모든 사람과 하늘의 공양 받는 분께서
생로병사의 고통 없애 주셨네.
백천 생토록 다시는 만나지 않아
그 과보로 지금 부처님 뵈었네.
037_0883_b_04L一切人天所應供
能除生老病死苦
於百千生不逢遇
果報今時得見佛

저는 대사(大師)께 예 올리고 영락 바치며
기쁜 마음으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예 올리고
오른쪽으로 세 번 돌고 돌아가
몸을 날려 곧바로 천궁으로 가옵니다.
037_0883_b_06L我禮大師垂瓔珞
頂禮佛足心歡喜
右遶三帀欲還歸
騰身卽往天宮上

그때 저 하늘은 마치 장사꾼이 큰 이익을 얻은 듯, 농부가 풍년을 만난 듯, 장수가 전쟁에서 이긴 듯, 병든 사람의 병이 깨끗이 나은 듯 하고는, 여러 하늘을 거느리고 내려와서 공양을 올리고 천상으로 돌아갔다.
그때 숲 속에 있던 여러 비구들은 초저녁에 경전을 염송하면서 경행(經行)하고 있다가, 큰 광명이 나타나 임야(林野)를 두루 비추는 것을 보았다. 마음에 괴이하고 놀라움이 생겨 부처님께서 계신 곳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지난밤에 무슨 인연 때문에 석범(釋梵)과 여러 하늘들이 세존의 처소에 내려왔습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것은 석범과 여러 하늘들이 내가 있는 곳에 내려온 것이 아니니라. 너희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은 일찍이 호재 큰 코끼리를 보았느냐? 이와 같이 사나웠던 그 코끼리는 마구 날뛰며 나를 밟아 죽이려고 하였었느니라.”
037_0883_b_08L爾時彼天如商人得利ㆍ如農夫得豐熟ㆍ如壯士鬪敵得勝ㆍ如病人得差將諸天下供養已還與相隨歸於天于時林中有諸苾芻於初夜念誦經行見大光明遍照林野心生怪愕來詣佛所而白佛言世尊於昨夜分是何因緣釋梵諸天下世尊所佛告諸苾芻此非釋梵諸天來於我所次諸苾芻汝曾見護財大象以不此獰惡奔逸欲來殺我
037_0883_c_01L그때 비구들이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저희들도 그 광경을 다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가 가르쳐 보이고 나자, 저 코끼리가 나의 처소에서 바른 믿음을 내어 환희심을 일으켰기 때문에 죽자마자 사천왕 궁전에 태어나게 되었다. 그날 밤 나의 처소에 찾아왔기에 내가 그를 위하여 설법해 주었더니, 그는 곧 진리를 증득하고는 본궁(本宮)으로 돌아갔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마음에 의혹이 생겨 오직 부처님만이 이 의혹을 풀어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호재 코끼리는 무슨 죄업을 지었기에 축생[傍生]의 세계 로 떨어졌으며, 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사천왕궁에 태어나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었습니까?”
037_0883_b_18L時苾芻等俱白佛言我等悉見佛言我已誨示於我所生正信心起歡喜故便卽命得生四天王宮其夜來詣我所爲彼說法得證見諦卻歸本宮諸苾芻等心生疑惑唯佛能斷白佛言世尊彼護財象作何罪業墮傍生趣復作何業生四天王宮及得見諦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호재 코끼리는 전생에 쌓은 업보를 지금 스스로 받는 것이니, 마치 급히 흐르는 물과 같아서 지은 업에 대해서는 과보를 반드시 받게 되어 있느니라.
이 호재는 스스로 지은 업을 제 스스로 받은 것일 뿐이니,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받은 것이 아니니라.”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스스로 지은 업을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과 같은 요소가 받는 일도 없고, 또한 온(蘊:5蘊)ㆍ처(處:12處)ㆍ계(界:18界)의 착하고 착하지 않은 일이 받는 것도 아니니라.”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7_0883_c_02L佛告諸苾芻護財象者先集業報今自擔負如暴流水必當受之此護財自作自受非他人受復告諸苾芻所作之業無地水火風爲彼受之亦非蘊處界善非善而說頌曰

백겁(百劫)을 지난다 해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네.
인연이 회합하여 만난 때에
과보를 스스로 받는다네.
037_0883_c_07L假令經百劫
所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어느 때에 사람의 수명이 2만 세이던 현겁(賢劫) 중에 가섭파(迦攝波)라는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는데, 그 부처님은 열 가지 명호[十號]를 원만하게 갖추셨다.
그 부처님께서는 바라닐사(波羅痆斯) 선인이 떨어진 곳[墮處]인 시록림(施鹿林)에 머물고 계셨다. 그때 이 코끼리가 그의 법 가운데 출가하였는데, 계율을 견고하게 지키지 못했고 또한 계율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결함이 있었다. 하지만 늘 많은 스님들에게 네 가지 공양[四事:의복ㆍ음식ㆍ탕약ㆍ침구)을 공급하였기 때문에 선근(善根)을 성취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태어나는 곳마다 음식이 만족할 만큼 풍족하였으며, 나의 바른 법을 깨닫고는 기쁜 마음이 생겨서 곧 목숨을 마치고 사천왕궁에 태어날 수 있었다.
037_0883_c_09L佛告諸苾芻過去世時於賢劫中人壽二萬歲有佛出世名迦攝波十號具足住波羅痆斯仙人墮處施鹿林是時此象於彼法中出家持戒不能堅固ㆍ復不貴重ㆍ有所虧缺常以四事供給衆僧成就善根所生之處食飮充足見我正法心生歡喜便卽命得生四天王宮
037_0884_a_01L또 가섭파부처님 때에는 출가하여 4제(諦)ㆍ연기(緣起)ㆍ온(蘊)ㆍ처(處) 등 법을 독송하여 3업(業:身ㆍㅁㆍ意)으로 선근을 닦고 쌓음으로 말미암아 지금 하늘에 태어날 수 있었고 또 나를 만나 진제(眞諦)를 증득하였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만약 백업(白業) 등을 닦으면……그 밖에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와 같다.”
그때 부처님만이 의혹을 풀어 주실 것이라 생각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취한 코끼리 호재(護財)가 와서 부처님을 해치려고 할 때 모든 대중들은 모두 다 멀리 달아났는데, 어째서 오직 아난다 한 사람만은 여래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비단 지금 뿐만이 아니니라.
지난 옛날에 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3) 강가에 한 거위 왕[鵝王]이 있었는데, 그 이름이 제두뢰타(提頭賴吒)였다. 이 거위에게 두 아들이 있었으니, 큰 아이는 만(滿)이요, 작은 아이는 만면(滿面)이었다. 만은 성품과 행실이 너무 거칠고 사나워 항상 남을 속이고 때려서 다른 모든 거위들을 갖가지로 괴롭혔다.
037_0883_c_17L復爲在迦攝波佛時出家讀誦四諦緣起蘊處等法彼三業修集善根今得生天復得遇我證獲眞諦如是苾芻若修白業等如餘廣說爾時諸苾芻等心生疑惑佛能斷疑白佛言世尊彼護財醉象當來害佛云何諸聲聞衆皆悉遠走唯阿難陁一人不離如來佛言汝等諦聽但今時於過往昔阿那婆達多河邊有一鵝王名曰提頭賴咤有二子名滿ㆍ二名滿面滿者大兒ㆍ滿面者小兒其名滿者性行極剛獰惡常行欺打種種惱亂自餘諸鵝
그때 여러 거위들은 늘 찾아와서 거위 왕에게 하소연하였다.
‘당신의 아들이 우리들을 쪼고 때립니다.’
거위 왕은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저 놈은 성품이 너무 거칠고 사나워서 만일 저 놈을 태자의 지위에 옹립하면 내가 죽은 뒤에 틀림없이 많은 거위를 다치게 하거나 죽일 터이니, 내 이제 무슨 수를 써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두 아들 만과 만면을 불러들여 말하였다
‘너희들은 거위들이 살고 있는 모든 못에 가서, 그곳을 살펴보고 오너라. 만약 먼저 오는 자가 있으면, 나는 그에게 왕위를 물려주겠다.’
그때에 거위 왕의 아들들은 경쟁심이 생겨 각각 5백 거위의 무리를 거느리고 지방 곳곳을 누비며 동ㆍ서로 여러 지방을 유행하면서 연못을 두루 살펴보았다.
모든 거위들은 차츰 나아가다 바라닐사에 이르렀는데, 그곳에는 범덕(梵德)이라는 한 국왕이 있었다. 그는 바르게 왕위에 머물렀으므로, 그 나라 백성들은 번성하였고 편안히 살고 있었으며, 해마다 곡식도 풍성하였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묘화지(妙花池)가 있었는데, 그곳의 물은 맑기가 가장 으뜸이었고, 여러 색깔의 연꽃이 피어 그 위를 뒤덮었으며, 그 못의 사방에는 또한 온갖 꽃과 과일 나무가 있었고, 갖가지의 모든 새들이 날아들곤 하였다.
037_0884_a_07L時諸鵝等每來諮白鵝王汝子呫啄打我鵝王便作是念彼旣麤惡獰性若安立太子位我死已後必損殺諸鵝我今須作方便卽喚二子滿及滿面告言汝等可能往詣諸池有鵝之處撿行若先來者我卽與王位時鵝王子競意各將五百鵝衆往於諸方東西遊行遍觀池水鵝漸行至波羅痆斯於彼時中有一國王名曰梵德正住王位其國人民熾盛安隱豐熟去城不遠有妙花池淸流最勝有諸雜色蓮花而覆其上其池四邊亦有千花菓樹亦有雜類諸鳥翔集
037_0884_b_01L그때 거위 왕의 아들 만(滿)이 5백 마리의 거위들과 함께 그 못으로 내려와 마음에 조금도 두렵거나 무서움이 없이 즐겁게 놀고 있었다. 한편 만면(滿面)은 5백 마리의 거위들과 함께 허공에 있었는데, 그때 한 마리 거위가 와서 만면에게 말하였다.
‘우리들도 내려가서 저 연못에서 놀면 안 되겠습니까?’
만면이 대답하였다.
‘나는 우선 무열지(無熱池)로 가서 왕위를 이어받은 뒤에 이곳에 와서 즐길 것이다.’
만면은 곧 무열지로 가서 재빨리 가서 왕위를 이어받고는, 바라닐사에 있는 못으로 돌아가 놀았다.
그때 못가의 모든 사람들은 거위들이 단정한 모습으로 두려움 없이 여유롭게 놀고 있는 모습을 보고 모두들 괴이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들이 즐겁게 보고 있는 저 거위 왕은 어느 곳에서 왔으며, 저들의 몸은 어쩌면 저렇게도 아름답게 생겼을까. 이 못에 살고 있는 여러 새들과는 비교할 수도 없구나. 저들은 무슨 까닭으로 아무런 두려움도 없이 이 못에서 저렇게 여유롭게 노닐고 있는 걸까?’
037_0884_a_20L時鵝王子名滿者共五百鵝衆下來入彼池中心無怖畏遊戲歡樂其滿面共五百鵝衆在虛空中時有一鵝報滿面言我等可下入此池中以不答言我且往無熱池中紹王位已然後可來於此遊戲當卽速疾往無熱池中卽紹王位還來至波羅痆斯池中遊戲時池邊諸人見鵝端正無畏遊戲皆生怪愕人所樂見鵝中之王從何處來至此池中身體莊嚴其池諸鳥無有比者人皆愛之無畏而住在池遊戲
그때에 바라닐사에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거위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못가로 몰려가서 구경하였다.
그 나라에 신하들과 정승들이 대왕에게 아뢰었다.
‘어느 곳에서 왔는지 알 수 없는 묘한 색깔을 지닌 거위 왕이 한량없이 많은 백천의 여러 거위들에게 둘러싸인 채 저 못에서 놀고 있는데, 그 몸의 색깔이 너무도 단정하여 다른 여러 새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은 그 거위를 더할 나위 없이 좋아하고 있으며, 거위는 두려움을 잊은 채 그 못가에 머물고 있습니다.’
그러자 왕이 여러 대신들에게 말하였다.
‘정말 그와 같다면 포획할 수 있도록 사냥꾼을 불러오너라.’
대신들은 왕명을 따라 사냥꾼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그러자 왕이 말하였다.
‘내가 듣자니 못가에 절묘한 거위 왕이 있어서 사람들마다 즐겨 구경한다고 하는데, 어느 곳에서 왔는지는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포위하여 잡아들이되 사지 하나라도 상처를 입히지 말고 그대로 잡아와서 나에게 보여달라.’
그 사냥꾼들은 왕명을 받고 곧 떠나 꾀를 내어 서서히 포위망을 좁혀 잡으려 하자, 거위 왕은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는 여러 거위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열지로 속히 떠나도록 하라.’
037_0884_b_08L時波羅痆斯衆人聞已俱來皆往池邊觀望看視而其國臣佐白大王言不知從何方有妙色鵝王共無量百千諸鵝圍遶在彼池中身色端正勝自餘諸鳥愛不足無畏而住時王告諸大臣言若當如此喚捕獵師來大臣依勅卽喚集來王言聞我池中有勝妙鵝王人所樂見不知從何方來汝等可作方便四面圍繞繫縛將來莫令損彼身體肢節將來見我其捕獵人依命卽去巧作方便緩緩繫縛已時鵝王的知不得解脫告諸群鵝汝等速往無熱池中
037_0884_c_01L5백 마리의 거위들이 모두 흩어져 달아났지만, 오직 한 마리 거위만은 눈물을 흘리면서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그때 거위 왕을 사로잡으려던 사람이 저 한 마리의 거위가 체포되지 않은 채 거위 왕의 곁에서 눈물을 흘리며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괴상하고 놀라운 마음이 생겨 말하였다.
‘나는 왕명이 두려워서 너를 사로잡았을 뿐 우리는 너를 죽이지 않을 것이니라.’
이렇게 말하고 그는 곧 이 거위 왕을 데리고 바라닐사왕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 곁에 있던 한 마리의 거위는 비록 포박되지는 않았으나, 거위 왕을 사랑하는 마음에 또한 그 뒤를 따라갔다. 마침내 왕의 앞에 이르니, 왕이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저 거위는 포박당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여기까지 왔느냐?’
037_0884_b_21L五百群鵝皆悉走散唯有一鵝涕淚而住時採捕人見彼一鵝不被繫縛在鵝王邊涕泣而住心生怪愕告言我懼王勅繫縛汝身汝莫啼哭我不殺汝卽將此鵝王往波羅痆斯王邊傍邊一鵝雖不被縛心相愛念亦隨後去將到王邊王告獵人不繫鵝何因而來
거위를 사로잡아온 사람이 대왕에게 아뢰었다.
‘저희들이 포박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따라 왔습니다.’
왕은 괴상하고 놀라운 마음이 생겨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뒤를 따라온 거위와는 분명 서로 사랑하는 부부 사이여서 떨어질 수 없는 듯하니, 너는 이 거위 왕을 풀어 주도록 하라. 그리하여 저들을 함께 놓아주어 가게 해주고, 또한 사람들이 해치지 못하게 하라.’
거위를 사로잡아 왔던 사람이 대왕에게 말하였다.
‘다른 사람이 저 거위 왕을 다치게 할까 염려가 됩니다. 여러 신하들에게 명을 내려 모든 백성들에게 알려 이 거위 왕을 다치지 못하게 하십시오.’
그러자 왕은 즉시 여러 신하들을 불러들여 말하였다.
‘경들은 지금 바라닐사 성황(城隍)에 가서 북을 치고 영을 선포하되, 이와 같이 말하길 ≺이 나라에 살고 있는 모든 백성들은 지금부터 이 한 쌍의 새만은 절대 다치게 하지 말라≻고 하라.’
신하들은 곧 칙명대로 널리 알렸느니라.
그러니 너희 비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지난 옛날에 만면(滿面)왕은 곧 지금의 내 몸이요, 따라다니던 저 거위는 바로 지금의 아난다(阿難陀)요, 5백 마리의 거위들은 곧 지금의 5백 비구들이니라.
저들은 거위의 몸이었을 때에 모두 다 흩어져 달아났으나 오직 아난다만은 그때에도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으므로, 지금도 또한 이와 같아서 모든 무리들은 다 흩어져 달아났으나 이 아난다만은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느니라.”
037_0884_c_05L其採捕人白大王我不繫縛彼自隨來王生怪愕語採捕人隨後來者的知是夫婦相愛不離汝解放此鵝王從彼同去莫令有人損害其採捕人白大王言恐別有人損害於鵝王勅群臣告諸百姓勿令損害此鵝王也時王卽喚群臣卿今可於波羅痆斯城隍之處擊鼓宣令作如是語國中所有一切人衆從今已去但是衆鳥不應傷損臣卽如勅普告令知汝等苾芻勿作異念往時滿面王者卽我身是彼隨鵝者卽阿難陁是其次五百群鵝者卽是今時五百苾芻是於彼鵝時皆悉走散有阿難陁不相捨離今時亦復如是衆皆走散是阿難陁不捨離我
037_0885_a_01L그때 세존께서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거듭 너희들을 위하여 아난다는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고 5백 비구는 흩어져 달아난 일에 대하여 말해 주겠노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오랜 옛날에 바라닐사성(波羅痆斯城)에 아타(阿吒)라는 왕이 살고 있었다. 그 왕은 올바르게 정치를 펼쳤으므로, 그 나라 백성들이 번성하였고 곡식도 풍성하여 모두 편안하게 살았다. 5백 명의 신하들도 위엄스런 덕을 갖추었으므로 국경 가까운 곳에 살고 있는 모든 왕들도 모두 와서 찾아뵙고 조회하였다.
037_0884_c_20L爾時世尊復告諸苾芻等重爲汝說阿難陁不捨離我五百苾芻走散之汝等諦聽如過往昔於波羅痆斯有王名阿咤正住其位其國人民熾盛豐熟安樂有五百臣佐爲彼威德近境諸王皆來朝拜
그때 어떤 사람 한 명이 남천축[南天]으로부터 왔는데, 그 이름은 장병(杖甁)이었다. 이 사람은 천 명을 대적할 만한 힘이 있었는데 신하들과 정승들이 있는 곳에 이르자 대신이 곧 그를 데리고 왕을 뵙고는, 대왕에게 아뢰었다.
‘왕께서 위엄 있고 덕망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온 이 사람은 이미 천 명을 대적할 만한 힘이 있사옵니다. 왕께서는 마땅히 거두어들이십시오.’
그러자 왕은 곧 그에게 필요한 물품과 재물을 하사하였다.
그 후 어느 때에 국경 가까이에 어떤 왕이 있었는데, 그 나라에서 점차 군대와 말을 점차 늘리더니, 이윽고 병력이 강성해지고 용맹해졌다. 그 왕이 곧 상(象)ㆍ마(馬)ㆍ거(車)ㆍ보(步)의 네 가지 병사를 거느리고 쳐들어왔다. 그러자 아타왕도 역시 네 가지 병마(兵馬)를 거느리고 나아가 그들과 전투를 벌였다. 이웃나라의 왕이 공격을 당하여 진영이 깨지자 군사들이 뿔뿔이 흩어져 달아났다. 각자 본진으로 돌아가 전열을 정비하였는데, 이웃나라의 왕이 몰래 한 사람을 보내어 아타왕의 5백 신하들을 회유하였다.
‘내가 다시 전투를 결행할 터이니, 그대들은 나와 전투를 벌이지 말라. 만약 내가 왕위를 획득하면, 아타왕이 그대들에게 주었던 것보다 만 배만큼 많은 재보(財寶)를 주겠다.’
그러자 그 나라의 5백 신하들은 모두 변절하여 이웃나라 왕과 함께하기로 몰래 계합하였다.
037_0885_a_03L時有一人從南天來名曰杖甁然此一人當敵千人到臣佐所大臣卽將見王白大王言聞王威德此一人鬪已敵千人王當攝受時王卽賜受用財物於後時中比境有王軍馬漸多强盛勇健卽辦象馬車步四種兵士來逼阿咤共爲鬪戰其阿咤王亦以四事兵馬出共鬪戰其外境王被打陣破散走而去歸本所還來聚集密遣一人諮五百群我更鬪戰汝莫共我鬪敵若得位時多與汝等財寶勝阿咤萬倍其五百群臣皆悉廻意共外境王情同密契
그때 이웃나라의 왕은 다시 네 가지 병갑(兵甲)을 거느리고 침입하여 전투를 벌였다. 아타왕도 또한 네 종류의 병사(兵士)로 그를 맞아 전투를 하였으나, 그 5백 명의 대신들은 이웃나라 왕과 뜻을 같이 하였으므로 그들과 싸우지 않았다.
그때 저 남천에서 온 사람은 아타왕과 함께 마음속 깊이 괴로워했다. 그 사람은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5_a_15L王復以四事兵甲更來鬪戰阿咤亦以四種兵士共爲鬪敵其五百大臣共外境王同情不戰彼南天來者阿咤王心大苦惱彼人卽說頌曰

오랜 동안 잘 시봉하던
모든 벗들은 왕을 버리고 떠나갔으나
오직 장병(杖甁) 한 사람만은
그래도 대왕 곁을 떠나지 않았네.
037_0885_a_19L一切友捨離
多時好看侍
唯有甁杖人
不離大王所
037_0885_b_01L
그 용맹하고 강건한 사람이 5백 명의 대신들을 죽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때의 저 아타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그때의 적군 천 명을 대적한 용감하고 씩씩한 사람은 곧 지금의 아난다이며, 그때 5백 명의 여러 신하들은 바로 지금의 5백 비구였느니라. 그러므로 저 5백 명의 비구들은 다 내 곁을 떠나 뿔뿔이 도망하였으나, 오직 아난다만은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느니라.”
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아난다가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은 또 다른 이야기를 해주겠다.
037_0885_a_21L彼勇健人殺彼五百大臣爾時佛告諸苾芻勿作異念時彼阿咤王者我身是也彼敵千人勇健者卽阿難陁是其五百群臣者卽此時五百苾芻是其五百苾芻皆悉走散離我阿難陁不捨離於我復告諸苾芻等汝等諦聽阿難陁不捨離我之事
옛날에 한 보살이 부정취(不定聚)4)에 머물러 있을 때에 산속의 어느 곳에서 짐승의 왕인 사자(師子)의 몸을 받아 살고 있었다. 그때 그 산에는 5백 마리의 들개[野犴]들이 있었는데, 늘 사자의 뒤를 따라다니며 먹다 남은 음식을 주워 먹으면서 사자와 함께 산 속에서 살고 있었다. 사자는 짐승을 잡아 제일 맛좋은 피와 고기만을 먹고 버리면, 그 나머지는 들개들이 주워 먹으면서 오랜 세월을 그렇게 살았다.
037_0885_b_06L過往昔有一菩薩住不定聚在一方所山中受獸王師子身時有五百野每常隨後求拾殘食同住山中子殺得虫獸上味血肉食已捨去有殘者野干取食多時在彼
그 후 어느 때에 사자왕은 밤중에 짐승을 찾아 나섰다가 너무 어두워서 자신도 모르게 마른 우물 속에 빠져 버렸다. 그러자 5백 마리의 들개들 중에 한 들개가 사자가 우물에 빠진 것을 보고 우물가를 떠나지 않고 맴돌면서 사자를 구출할 방법을 곰곰이 생각했다.
‘어떻게 해야 저 우물 속에서 사자를 구출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다른 들개들은 사슴 떼를 보고는 모두 잡으러 쫓아갔다. 그런데도 그 한 들개는 끝까지 우물가에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다가 흙덩이를 보고는, 발로 밀어 우물 속으로 넣었다. 이렇게 하여 흙이 점점 우물을 메워 결국 사자를 구출해 낼 수 있었다.
그때 허공에서 여러 하늘들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5_b_11L於後時彼師子王夜覓虫獸夜闇不覺墮在枯井其五百野犴中有一野犴師子墮井不離井邊思念方便作何計挍救拔師子得出井中自餘野犴見五百群鹿隨後而行其彼一野犴傍井東西遊行見一土堆以腳推土置於井中土漸滿井師子得出爾時諸天於虛空中卽說頌曰

약한 들개들과 강한 사자가
모두 서로 친구가 되었었지만
나는 한 들개만이
우물 속에서 사자를 구해내는 것만 보았네.”
037_0885_b_19L皆須作親友
羸弱及强者
我見一野犴
從井救師子
037_0885_c_01L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사자는 바로 지금의 나이고, 한 들개는 곧 지금의 아난이요, 옛날 499마리의 들개는 지금의 499명의 비구이니라. 저 499명의 비구들은 모두 나를 버렸지만, 오직 아난다만은 나를 버리지 않고 끝까지 남아 있었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어느 옛날 한 보살이 부정취(不定聚)에 머물러 있었을 때에 5백 마리의 사슴을 거느린 사슴왕이었다.
어느 날 사냥꾼 한 사람이 사슴 떼를 생포하기 위하여 강가에다 나뭇가지를 얽어 그물을 쳐놓고 사슴이 걸려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여러 사슴들은 조금도 두렵거나 무서운 마음이 없이 유유히 노닐며 그곳에 이르게 되었는데, 그 사슴왕이 맨 앞에서 가다가 마침내 그물에 걸렸다. 여러 사슴들은 사슴왕이 그물에 걸려든 것을 보고 모두 흩어져 제각기 달아났으나, 한 어미 사슴은 사슴왕의 주변에 머물러 있으면서 끝까지 왕을 버리고 떠나가지 않았다. 그때 사슴왕은 새끼줄을 끊으려 하였지만, 끝내 끊을 수가 없었다. 어미 사슴은 사슴왕이 새끼줄을 끝내 끊지 못함을 보고 게송(伽他:偈頌)으로 말하였다.
037_0885_b_21L佛告諸苾芻等時師子者我身是也一野犴者阿難陁是也昔四百九十九野犴卽此四百九十九苾芻是也其四百九十九苾芻棄捨於我唯阿難陁不捨而住佛告諸苾芻等乃往昔時有一菩薩在不定趣一方所與五百鹿爲王有一獵師欲害群鹿於河側邊著弶柵網索計挍捕獵時諸鹿等心無畏懼遊行至彼然其鹿王於前而行遂被繫縛旣見被諸鹿竝皆走散有一母鹿住於王邊而不棄捨于時鹿王欲斷其索而不能斷母鹿見其鹿王不能斷索便說伽他曰

큰 위엄과 덕 있는 사슴왕을
빨리 구해내길 간절히 바라네.
사슴을 잡겠다고 그물 놓은
저 사냥꾼 이제 올 때가 됐네.
037_0885_c_12L大威德鹿王
宜速慇懃解
安置弶柵者
獵師今欲來

그때 사슴왕은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37_0885_c_14L爾時鹿王便以伽他以頌答曰

내 이제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새끼줄은 끊어지지도 않고
나무 덫은 더욱더 단단하니
묶인 다리 아픔이 뼛속까지 사무치네.
037_0885_c_15L我今作何計
無能斷此索
弶索極堅牢
縛腳令徹骨

그때 사냥꾼의 손에는 활과 화살을 가지고 몸에는 가사(袈裟)를 입은 채 이 사슴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었다. 어미 사슴은 사냥꾼이 사슴왕을 해치려고 하는 것을 보고, 곧바로 사슴왕의 앞으로 나아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5_c_17L爾時獵師手執弓箭身著袈裟到此鹿所母鹿見獵師欲害鹿王于時鹿母卽就鹿王而說頌曰

큰 위엄과 덕 있는 사슴왕을
빨리 구해 주길 간절히 바랍니다.
사슴을 잡으려고 그물을 놓은
사냥꾼이 이제 올 때가 되었습니다.
037_0885_c_20L大威德鹿王
宜速慇懃解
安置弶柵者
獵師今欲來

그때 사슴왕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037_0885_c_22L爾時鹿王以頌報曰
037_0886_a_01L
내 이제 어떤 방법을 써야 할까.
새끼줄은 끊어지지도 않고
나무 덫은 더욱더 단단하니
묶인 다리 아픔이 뼛속까지 사무치네.
037_0885_c_23L我今作何計
無能斷此索
弶索極堅牢
縛腳令徹骨

그때 어미 사슴은 조급하고 두려운 마음으로 사냥꾼 앞에 나아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6_a_02L爾時鹿母心懷虛怯卽就獵師而說伽他曰

여보시오, 착한 사냥꾼이여,
활과 화살은 놓아두고
칼로 나부터 먼저 죽이고 나서
저 사슴왕을 죽이시오.
037_0886_a_04L汝是大獵師
宜放弓箭卻
將刀先殺我
然後殺鹿王

그때 사냥꾼은 이 말을 듣고 크게 놀라서 어미 사슴에게 물었다.‘이 사슴은 너와 어떤 관계이냐? 너의 권속이냐?’
어미 사슴이 대답하였다.
‘이 사슴은 나의 남편입니다.’
사냥꾼이 그 말을 듣고 게송으로 어미 사슴에게 답하였다
037_0886_a_06L爾時獵師聞是語已心大驚愕而問鹿母此鹿是汝何等眷屬鹿母報曰是我夫主獵師聞是語已便說伽他而報彼曰

내 이제 너를 해치지도 않을 것이요
또한 사슴왕도 죽이지 않을 터이니
너희들은 더욱더 서로 사랑하고
힘을 합쳐 살아가거라.
037_0886_a_10L我今不害汝
亦不殺鹿王
令汝重相愛
夫妻還得合

그때 어미 사슴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6_a_12L爾時鹿母說伽他曰

나도 내 남편과 함께 즐겁게 살고
더욱더 사랑하며 소중히 여길 터이니
부디 당신도 모든 권속들과
항상 사랑하고 즐겁게 지내소서.
037_0886_a_13L如我與夫同歡樂
愛重夫主還相見
願汝與諸眷屬等
恒常愛重同歡樂

그때 사냥꾼은 그 말을 듣고 매우 놀라고 괴상하게 생각하면서 사슴왕을 풀어 주어 어미 사슴과 함께 가게 하였느니라.”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하냐? 저 사슴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느냐? 그가 곧 지금의 나이고, 저 어미 사슴은 지금의 아난다였느니라. 그리고 달아난 499마리의 사슴은 바로 499명의 비구들이었으니, 499명의 비구들은 나를 버리고 도망갔지만 오직 아난다만은 나를 버리고 떠나지 않았느니라.”
037_0886_a_15L爾時獵師聞是說已心大驚怪歎言希有便解鹿王與母鹿同去爾時佛告諸苾芻汝意云何其鹿王者豈異人乎卽我身是其母鹿者阿難陁是四百九十九鹿者是四百九十九苾芻是其四百九十九苾芻棄我而去唯阿難陁不捨而住
037_0886_b_01L그때 여러 비구들은 모두 의혹이 생겼는데 이 의심은 오직 부처님만이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관찰해 보았더니 제바달다는 냄새나고 더러운 것으로 자신의 이익[利養]을 삼았기 때문에 그 몸이 손해를 입은 것이라 생각됩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다는 단지 금세에만 더럽고 추악한 것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아서 그 몸에 손해를 입은 것이 아니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037_0886_a_22L時諸苾芻咸皆有疑唯有世尊能斷疑惑大德世尊宜可觀察提婆達多自爲臭穢爲利養故損害其身佛告諸苾芻提婆達多非但今世以貪穢惡利養故而害其身汝等諦聽
옛날 어느 때에 한 산속에 큰 화지(花池)가 있었다. 그 못가에는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살고 있었고, 못가의 또 다른 한쪽에는 들개[野犴]가 살고 있었는데, 그 들개의 몸에서는 더러운 냄새가 매우 심하게 났다. 그때 코끼리는 물을 마시러 못가에 나갔는데, 마침 들개도 물을 마시러 나오고 있었다. 들개가 코끼리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길을 비키시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와 싸워야 될 것이다.’
코끼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불쌍한 놈, 너무나 더럽고 냄새나는구나. 발로 밟아버릴까, 아니면 코로 때릴까, 이빨로 물리칠까? 어떻게 하든 냄새나고 더러운 일이 될 것이니, 차라리 더럽고 추악한 물건으로 저 놈을 물리쳐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6_b_04L乃往古昔於一山中有大花池時有大象住在池復池一邊有野犴住身多穢臭是時其象從池飮水而出其野犴欲往池邊飮水野犴告象曰仁可避路若不爾者可共鬪敵象作是念此可愍物臭穢無上若以足踐或鼻或牙害彼皆悉穢惡我今還已穢惡之物方可害彼而說頌曰

발로도 너를 밟지 않을 것이며
그렇다고 코나 이빨을 사용하지도 않겠다.
내 더러운 물건으로 너를 죽이리니
마땅히 더러운 것으로 더러운 것을 죽이는 것이니라.
037_0886_b_12L亦不足踏汝
復不鼻及牙
我用穢物殺
當以穢殺穢

그때 코끼리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한쪽 방향으로 가면 저놈은 틀림없이 나를 따라 올 것이다.’
코끼리가 한쪽 방향으로 빨리 걸어가자, 들개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한 말 때문에 저놈이 두려워 도망을 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코끼리의 뒤를 바짝 쫓아갔다. 그러자 코끼리는 들개가 가까이 다가온 것을 보고, 있는 힘을 다하여 똥을 내깔리니, 그 똥이 들개의 몸을 덮쳤다. 이에 들개는 곧 목숨을 잃었느니라.”
037_0886_b_14L時象復作是念我向一邊行彼應必隨我後卽向一邊速去其野犴便作是念我以口辭彼懼退走卽隨後趁其象見近卽以極努放糞打其野便卽命終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때의 저 들개가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였으니, 그때에 더러운 물건에 손해를 당하였기 때문에 지금도 더러운 물건을 자신의 이익으로 삼으려다가 손해를 보는 것이니라.”
그때에 비구들은 모두 마음에 의혹이 생겨 부처님만이 이 의혹을 풀어 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고는 부처님께 나아가 아뢰었다.
“만약 누구든 부처님의 가르침에 의지하면 생사의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으나, 만약 제바달다의 가르침에 의지하면 괴로움에 떨어지게 되옵니까?”
037_0886_b_19L佛告諸苾芻等勿作異爾時彼野犴者卽提婆達多是以穢物損害今時亦穢惡利養故損時苾芻心皆疑惑唯佛能斷來白佛言若能依佛教者皆度生死苦難若依提婆達多教者墮在苦中
根本說一切有部毘奈耶破僧事 卷第十九
丙午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마디풀과에 속한 다년초로서, 한약재로 쓰인다. 그 뿌리의 색깔이 황색이어서 이 약을 달인 물을 몸에 발라 죽은 사람으로 위장한 듯하다.
  2. 2)명본(明本)에서는 지나(志奈)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그 의미는 분명히 알 수 없으나 나무 이름이 아닌가 싶다.
  3. 3)아뇩달지(阿耨達池)를 말하니, 아나반답다(阿那般答多)ㆍ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ㆍ아나발달다(阿那跋達多)라고도 음역한다. 뒤에 무열지(無熱池)라고 한 것도 모두 이 아나바달다강을 일컫는 말이다.
  4. 4)세 가지 정취(定聚)의 하나로서, 향상(向上) 진보하여 이상(理想)의 경지에 도달하게 될지, 아니면 타락ㆍ퇴보하여 악도에 떨어지게 될지 아직 결정되지 못한 경지를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