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根本說一切有部毘柰耶破僧事 卷第二十

ABC_IT_K1390_T_020
037_0887_a_01L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파승사 제20권
037_0887_a_01L根本說一切有部毘柰耶破僧事 卷第二十


의정 한역
김두재 번역
037_0887_a_02L大唐三藏義淨奉 制譯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에 나의 가르침에 의지했던 사람들은 어느 누구든 모두 큰 고난에서 벗어났고, 또한 제바달다의 가르침에 의지했던 사람들은 모두 고난(苦難)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아주 먼 옛날에 광야(曠野)에서 가까운 곳에 한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에 는 꽃나무와 과일나무가 무성하였는데, 그 숲속에는 두 무리의 원숭이들이 살았다. 각 무리마다 5백 마리의 원숭이가 있었고, 또한 각각 원숭이 왕이 있었다.
그 중에 한 원숭이 왕이 잠을 자다가 5백 마리의 원숭이들에게 두 마리의 원숭이 왕이 잡혀서 끓는 가마솥에 던져지는 꿈을 꾸고 크게 놀라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듯했다. 꿈에서 깨어난 왕은 원숭이들을 불러 모아 꿈속에 있었던 일을 말하였다.
‘내가 꾼 꿈은 아마도 좋지 못한 징조가 아니겠느냐? 우리들은 여기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겨야겠다.’
037_0887_a_03L佛告諸苾芻等如過往昔若依我教皆得離大苦難若依提婆達多者皆在苦難之中汝等諦聽乃往古昔於曠野中近有一村其村樹花菓滋隨近有二群猴一部五百各有一猴王其中一王夢見被五百猿猴擲此二王於熱鑊中於此夢中生大驚身毛皆豎便卽夢覺令喚群猴說此夢告言我今所見夢者不是好耶?我等須棄此居所住之處移往餘
여러 원숭이들이 말하였다.
‘대왕께서 말한 대로라면 마땅히 거처를 옮겨야 합니다.’
보살은 큰 위엄과 덕을 갖추었으므로 그가 꾼 꿈은 틀림없이 현실로 나타나곤 하였느니라.
꿈을 꾼 원숭이 왕은 다른 원숭이 왕을 불러 말하였다.
‘내가 이러이러한 꿈을 꾸었으니, 반드시 거처를 옮겨야만 하오.’
그러나 그 왕은 꿈 이야기를 믿으려 하지 않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꿈속에 있었던 일을 어떻게 믿을 수 있단 말이오? 옮기고 싶다면 당신 마음대로 하십시오. 나는 이 지역에서 넓은 영토를 차지하고 살겠소. 나는 절대로 옮겨가지 않을 것이오.’
그 왕은 다른 왕이 자신을 믿고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자기 구역 안의 5백 마리 원숭이들만 데리고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037_0887_a_14L群猴白言如大王所說當須走離菩薩是大威德若見夢者必當眞實其王卽喚第二王告言我今見如是須往別處住王難信告言凡所夢可卽依此信耶汝若欲往隨意所我今於此境界得寬我終不去王知其難信領自管五百群猴卽移餘處
037_0887_b_01L그 후 어느 때에 그 마을에 사는 어떤 천한 여종[賤婢]이 보리를 볶고 있었는데, 난데없는 양 한 마리가 이 여종의 곁에 와서는 보리를 먹으려 하였다. 여종이 곧 불이 붙은 나무로 양을 때려 내쫓으니, 몸에 불이 붙어 타게 되자 다급해진 양은 왕가(王家)의 코끼리 우리[象坊]로 들어갔다. 그 코끼리 우리에는 마른 풀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양이 뜨거워서 몸을 털자 불꽃이 풀 위에 떨어져서 삽시간에 코끼리 우리가 타면서 많은 코끼리들이 화상을 입었다. 코끼리를 돌보던 사람이 왕에게 그 사실은 보고하니, 왕은 곧 의원을 불러 말하였다.
‘많은 코끼리들이 화상을 입었으니, 너희들은 빨리 치료하도록 하라.’
037_0887_a_21L後時於彼村中有一賤婢炒麥有一羊來至此婢邊欲食此麥其婢卽以火燒木打羊火著身上被燒急走入王家象坊坊內多有芻草其羊抖擻身火便落草上然著草木衆象被其當象人告王時王卽喚醫人告衆象被燒爾急作何醫療
그때 그 의원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난날 우리 농토가 저 원숭이 떼에게 큰 피해를 입었었는데, 내 이제 그 원수를 갚을 수 있게 되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왕에게 아뢰었다.
‘저 코끼리의 화상에는 반드시 원숭이의 기름을 발라야 고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칙명을 내렸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원숭이의 기름을 구해오도록 하라.’
신하들은 왕명을 따라 곧바로 사냥꾼을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빨리 가서 원숭이를 잡아오도록 하라.’
사냥꾼들은 명을 받고 여러 곳으로 원숭이를 잡으러 나갔다. 그리하여 저 원숭이 왕이 꿈을 말해 주며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기자고 할 때 그 말을 믿지 않았던 다른 원숭이 왕과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은 모두 잡혀 왕의 처소로 끌려왔다.
의사는 이 원숭이들과 오래전부터 원한이 맺혀 있던 터라 그 원숭이들을 잡아 펄펄 끓는 뜨거운 가마솥 속에 넣었다.
그때 여러 하늘들은 공중에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7_b_05L時彼醫人便作是念往日被群猴損暴我田我今得便當須酬冤白大王言象被燒須用猿猴脂塗身方可得差時大王勅諸群臣汝等速須訪覓猴臣等依命卽喚獵師汝等可速覓猴將來獵師依命卽往諸方捕捉猴彼難信猴王幷五百群猴俱被繫縛將來王所其醫人爲夂結怨恨將彼猿猴等活擲著於熱鑊之中爾時諸天卽於空中而說頌曰

원수 가까이에는 머물러서는 안 되는 법
성(城)과 마을 들판에서
천한 여종이 보리를 뜯어먹는 양을 미워했더니
그로 인해 원숭이들 죽임을 당하네.”
037_0887_b_15L近冤不可住
城及村野中
婢嗔羊食麥
猴等被銷鎔
037_0887_c_01L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때 꿈을 꾸었던 원숭이 왕은 바로 지금의 나요, 꿈을 믿지 않았던 원숭이왕은 지금의 제바달다이다. 그 밖에 내 말을 믿고 따랐던 원숭이들은 모두 솥에 삶아지는 재앙을 면했으나, 제바달다의 말을 따랐던 원숭이들은 모두 극심한 고통을 받았으니, 지금도 내 말을 따르는 이들은 모두 나고 죽는 큰 두려움에서 해탈할 수 있으려니와,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는 이는 모두 고난을 당하게 되리라.
또한 내 뜻을 따르고 순종하는 사람들은 모두 평안함을 얻고 고난(苦難)에서 멀리 벗어날 수 있지만, 제바달다의 뜻을 따르는 이들은 모두 다 고난을 당할 것이니, 너희 비구들은 자세히 들어야 한다.
037_0887_b_17L佛告諸苾芻汝等勿作異念爾時見夢猴王者卽我身是其難信猴王者提婆達多是所餘獼猴取我語者斯火怖取提婆達多語者悉遭劇苦今時取我語者竝於生死大怖而得解脫受提婆達多言教者悉遭苦難復次所有隨順我意者皆得平安遠離苦難隨提婆達多意者悉遭苦難汝等苾芻諦聽
옛날 어느 때에 각각 다른 장소에 두 원숭이 왕이 각각 5백 마리의 원숭이를 거느리고 살고 있었다. 그 중에 한 원숭이 왕이 5백 마리의 권속을 거느리고 인간 세상을 유람하다가 한 마을에 이르게 되었다. 그 마을에는 금파가(金波伽)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 나무에는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다. 그때 원숭이 떼가 이 과일 나무를 보고 원숭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 나무에 과실이 많이 달렸으니 저 가지를 꺾으려고 합니다. 저희들은 먼 길을 오느라 너무도 지쳐있으니 저 과실을 따서 먹어야겠습니다.’
그때 원숭이왕은 그 과일 나무를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7_c_03L乃往昔時有異方所有二獼猴王各有五百眷屬其中一獼猴王與五百眷屬遊行人閒至一聚落於此聚落有一金波伽樹其樹菓實茂盛時諸群猴見此菓樹白猴王曰此樹菓子繁茂枝將欲折我等遠來疲乏取其菓食爾時猴王見斯樹已遂說頌曰

이 나무는 마을 가까이에 있는데도
아이들이 그 열매를 따먹지 않았으니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이 과일은 먹을 수 없는 것이니라.
037_0887_c_10L此樹近聚落
童子不食菓
汝等應可知
此菓不堪食

이렇게 게송을 말하자, 모든 원숭이들은 곧 버리고 떠나갔다.
다른 원숭이 왕도 5백 마리의 원숭이 권속을 거느리고 인간 세상을 유행하다가 그 또한 그 마을 가까이에 이르게 되었다. 그 모든 원숭이들도 그 마을에 들어가서 과일이 주렁주렁 달린 나무를 보고는 원숭이 왕에게 말하였다.
‘저회들이 먼 길을 오느라 너무도 피곤하니, 저 과일을 따먹고 쉬었다가 가는 게 좋겠습니다.’
원숭이 왕이 말하였다.
‘거 참 좋은 생각이다.’
037_0887_c_12L說此頌已諸獼猴等卽便捨去其第二獼猴王亦與五百眷屬遊行人閒至此村是諸獼猴亦入其村菓實繁便告獼猴王曰我等涉路疲勞食其菓安隱而去獼猴王曰善哉
037_0888_a_01L그때 5백 마리의 원숭이들이 그 열매를 따서 배불리 먹었다. 그러자 그 과일을 따서 먹은 모든 원숭이들은 죽고 말았느니라.
너희 비구 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때 나무 열매를 따먹지 않은 원숭이 왕은 지금의 나요, 두 번째 원숭이 왕은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그때 내 뜻을 따른 자들은 고난을 멀리 여의고 편안해질 수 있었으나, 제바달다의 뜻을 따른 자들은 모두 고난을 당하였다. 그러므로 지금도 모든 중생들이 내 말을 따라 순종하면 나고 죽는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을 것이요, 제바달다의 가르침을 따르는 이는 모두 고난을 당할 것이니라.”
037_0887_c_17L時五百獼猴卽食其菓于時諸獼猴所食其菓皆悉致死汝等苾芻作異念其不食菓獼猴王者我身是其第二獼猴王者提婆達多是隨順我意者平安得達遠離苦難隨提婆達多意者悉遭苦難今時諸有情等隨順我語於生死中而得解脫受提婆達多言教者悉遭苦難
그때 제바달다가 돌로 세존을 해치려고 했기 때문에 당시의 바라문과 거사들이 모두 그를 미워하며 말하였다.
“저희들이 곧 제바달다를 죽이겠습니다.”
그 대중들 가운데 제바달다의 친구가 있었는데, 그는 곧 이 사실을 제바달다에게 알렸다. 제바달다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한림(閑林)의 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었다. 그때 여러 바라문과 거사들이 제바달다가 나무 아래에서 선정에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저 제바달다에게는 큰 위엄과 덕이 있는데, 우리들이 어떻게 죽일 수 있겠느냐? 어떻게 우리들이 악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 어서 빨리 각자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037_0888_a_02L爾時提婆達多以石欲擊世尊于時諸婆羅門居士等悉懷嗔恚咸言我等卽殺提婆達多其中有人是提婆達多朋友卽報提婆達多提婆達多聞已於閑林樹下安禪而住時諸婆羅門居士等見提婆達多在於樹下安禪而各相謂曰汝等應知此提婆達多有大威德我等云何而得殺之云何今我發斯惡事宜速各去
037_0888_b_01L그때에 모든 비구들은 제바달다가 위엄 있는 자세로 선정에 들어서 바라문과 거사들이 비록 진노(嗔怒)하기는 하였으나 죽이지 못했다는 말을 듣고 모두들 의심이 생겼다. 그들은 오직 부처님만이 그 의심을 풀어 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부처님을 찾아가서 여쭈었다.
“대덕(大德) 세존이시여, 지금 저희들이 관찰해 본 결과 제바달다는 옳지 못한 죄를 저지르고도 여러 사람들에게 선법(善法) 닦는 것을 보였으니, 그 까닭이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제바달다는 비단 지금에만 옳지 못한 법을 저지르고 바른 법을 나타내 보인 것이 아니니라. 늙은 쥐[老鼠]를 속여서 죽인 일도 있었으니,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야 할 것이다. 내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너희들에게 들려주겠노라.
옛날 어느 때에 어떤 곳에 한 마리 쥐 왕[鼠王]이 있었다. 그 왕은 5백 마리나 되는 쥐의 권속을 거느리고 살고 있었는데, 그때 화염(火焰)이라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그 고양이는 젊었을 때에는 쥐라는 쥐는 보이는 대로 모두 잡아먹었었는데, 늙어서 힘이 없어지자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옛날 젊었을 때엔 기력이 강성하여 쥐가 보이기만 하면 잡아먹었었는데, 이젠 늙어 기력이 없어져서 잡아먹을 수가 없으니, 어떠한 방법으로 쥐를 잡아먹을 수 있을까?’
037_0888_a_11L時諸苾芻聞提婆達多住如是威儀諸婆羅門居士等雖蹔嗔怒而不殺害是諸苾芻咸皆有疑唯佛世尊能斷疑惑以緣白佛大德世尊今可觀察提婆達多作非法罪於諸人衆示修善法佛告諸苾芻其提婆達多非但今世作斯非法而現正法誑惑老鼠以害其命汝等諦聽我爲汝說乃往昔時有異方所有一鼠王與五百鼠爲眷屬一猫子名曰火焰其猫少年之時有鼠等悉皆殺害後年老邁便作是我昔少時氣力强盛以力捉鼠而我今年旣朽邁氣力微薄不能捉設何方便而捉獲鼠
이렇게 생각하고는 주변을 두루 살펴보고는, 왕 쥐 한 마리와 5백 마리의 쥐가 한 무리가 되어 그곳에 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양이는 쥐의 굴 앞에 나아가 거짓으로 좌선을 하고 있었는데, 모든 쥐들이 굴속에서 나와 다니다가 늙은 고양이가 편안한 자세로 선정에 들어 있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
‘고양이 아저씨,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것입니까?’
늙은 고양이는 대답하였다.
‘내가 옛날 젊었을 적엔 기력이 왕성하여 한량없는 죄를 지었기에 지금 복을 닦아 옛날 지은 죄를 없애고자 하는 것이다.’
037_0888_b_02L作是念已遍觀其地乃見一鼠王與五百鼠而爲眷屬住此方所卽就鼠穴詐作坐禪時諸群鼠出穴遊行乃見老猫安然坐禪其鼠問曰阿舅今何所作老猫答曰我昔少年氣力盛壯作無量罪今欲修福除其舊罪
그때 쥐들은 이 말은 듣고 모두 착한 마음을 내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저 늙은 고양이가 훌륭한 법을 닦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그 쥐들은 늙은 고양이를 오른쪽으로 세 바퀴 돌고 나서 굴속으로 들어가는데, 늙은 고양이는 맨 나중에 들어가는 쥐 한 마리를 잡아먹었다. 이렇게 하여 머지않아 쥐들의 수가 점점 적어지자, 쥐의 왕은 그 사실을 알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 쥐들의 수가 점점 적어지고 저 늙은 고양이의 기력은 점점 왕성하고 살이 찌는 것으로 보아 이 일에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쥐의 왕은 그날부터 자세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런 결과 마침내 늙은 고양이의 똥에 쥐의 털과 뼈가 섞여 있는 것을 보고는, 늙은 고양이가 쥐들을 잡아먹은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부터 늙은 고양이가 쥐를 잡아먹는 것을 자세히 살펴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굴속에서 늙은 고양이를 감시하기 시작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늙은 고양이가 맨 나중에 들어오던 쥐를 잡아먹는 것을 발견하고 쥐 왕은 남은 권속을 거느리고 그곳으로부터 먼 곳으로 고양이를 피해 거처를 옮겨갔다.
그리고는 게송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037_0888_b_08L時群鼠等聞是語已皆發善心今此老猫修行善法卽與鼠等右遶老猫行於三帀便入於穴其老猫取其最末後者而食經多時其鼠漸少鼠王旣見此已便作是念我鼠等漸漸數少其老猫氣力肥盛是事必有緣由其鼠王卽便觀察乃見老猫於其糞中有鼠毛骨心卽知老猫食我鼠等我今深觀捉鼠之時作是念已便卽於窟而看老乃見老猫捉最末後鼠而食鼠王見已避遠而立遂說頌曰

늙은 고양이는 점점 살찌고
우리 쥐들의 수는 점점 적어져 가니
싹ㆍ열매ㆍ뿌리ㆍ잎새만 먹었다면
똥에 털이나 뼈는 없었어야 하리라.
037_0888_b_19L老猫身漸肥
群鼠積漸少
食苗實根葉
糞不應毛骨

이익 위해 거짓으로 선정을 닦는 척하니
네놈이 이제 선정을 닦는다지만 착하다 할 수 없네.
네가 병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은
내 권속을 모두 잡아먹었기 때문이네.”
037_0888_b_21L汝今修禪不謂善
爲利詐作修善人
願汝無病安隱住
我今群鼠汝食盡
037_0888_c_01L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때의 저 화염(火焰)이라는 늙은 고양이는 지금의 제바달다였으니, 법답지 못한 죄를 저지르고 여러 사람들 앞에서는 선행을 닦는 척 하였느니라.”
모든 비구들은 의심이 생겼다. 이 의심은 오직 부처님만이 풀어 주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여 세존께 아뢰었다.
“대덕 세존이시여, 깊이 생각하고 자세히 관찰해 보니, 진정 세존의 가르침을 따르면 안온(安穩)함은 물론이고 나고 죽는 괴로움에서 해탈할 수 있으나, 제바달다의 말을 따르면 큰 고난을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037_0888_b_23L佛告諸苾芻勿生異念時彼火焰老猫者提婆達多是作非法罪於諸人衆示現修善是諸苾芻咸皆有疑佛世尊能斷疑惑大德世尊思審觀隨世尊言教者安隱得度生死提婆達多言教者遭大苦難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나의 가르침을 따르면 비단 오늘날에만 생사에서 벗어나는 것이 아니니, 옛날 과거 생에도 역시 이와 같은 일이 있었느니라. 너희 비구들은 자세히 들어야 할 것이다.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이야기해 주겠다.
옛날 어느 때에 도사(導師) 두 사람이 있었는데, 그들은 각기 5백 대의 수레를 가지고 사막을 지나고 있었다. 어떤 때는 물과 숲은 만나기도 하고, 때로는 물과 숲이 없는 막막한 모래벌판을 지나기도 하였다. 며칠이 지나자, 소와 송아지들이 지쳐가기 시작했다. 얼마 후 어느 한 곳에 무성하게 자란 풀과 샘물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러자 모든 상인(商人)들은 소를 물과 풀이 있는 곳으로 끌고 가 먹이고, 물에 들어가 목욕을 하는 등 맘껏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5백 마리의 소들 가운데 한 마리 소왕[牛王]이 이미 갈증을 해소하고 쉬고 있는 모든 소들에게 말했다.
‘이곳에는 풀도 무성하고 좋은 물도 있으니, 우리들이 마음대로 먹고 마시면서 살 수 있다. 만약 상인들이 다시 우리들에게 멍에를 씌워 부리려 하더라도 우리는 더 이상 그들의 부림을 받아들이지 말자.’
037_0888_c_06L佛告諸苾芻汝等當知非但今世隨順我言教者得度生死往昔亦復如是汝等苾芻諦聽諦聽我爲汝說乃往昔時有二導師各有五百車乘過於磧中或得水草ㆍ或不得水草乃經數日牛犢等極遭苦難於後見一方所草靑茂有多涌泉時諸商人將諸牛犢就其水草時諸商人入水澡浴飮諸牛犢旣飮水已便息而住其五百群牛之中有一牛王告諸牛曰此方地所靑草鬱茂有好浴泉我等恣意飮食而住若有商人備駕於我便須臥地不復受使
037_0889_a_01L그러나 다른 소왕은 여러 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저 상인들은 큰 힘이 있어서 길들이기 어려운 것도 잘 길들이는 재주가 있다. 그러니 우리들은 전과 같이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수레를 운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훗날 큰 피해를 당하는 일이 있을까 염려된다.’
저 다른 소왕이 이 말을 듣고 두 번째 소왕에게 화를 내면서 말하였다.
‘네가 전과 같이 사람들이 시키는 대로 하자고 한 말은 옳지 못한 일이다. 어찌 사람들에게 스스로 굴복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느냐?’
그리고는 다시 여러 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내 말대로 상인을 따라가지 말라.’
그때 상인들이 멍에를 씌우려고 소를 잡으려 하자, 이를 본 소들은 갑자기 성난 모습으로 버티며 뒷발질을 하였다. 상인들이 그 모습을 보고 각기 몽둥이로 마구 때리니, 살갗이 터져서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그리고는 곧 그 소들에게 멍에를 씌웠다. 다른 소들은 시키는 대로 수레를 끌고 갔으므로 매를 맞지 않았다.
그때 공중에서 하늘들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8_c_19L第二牛王告群牛曰汝等應知其商人等有大氣力能調伏難調之物宜可依舊隨順人等般運車恐後有損其大牛王聞是語已嗔第二牛王汝所言者依前受他驅使是事非法豈有人類能見自背告群牛曰汝等取我言教不須相去于時商人欲駕其牛彼諸牛等見商人欲捉便卽瞋怒爮地攫裂商人見各執棒打皮穿流血卽令駕車牛牽車而去皆不被打爾時空中諸天卽說頌曰

지금 못된 소왕을 보건대
부질없는 말과 못된 행동으로
다른 소들까지 고통을 받게 하였으며
배고프고 목마른데 피까지 흘리게 하였네.
037_0889_a_07L今觀惡牛王
妄語行惡行
諸牛緣此苦
飢渴身流血

한편 착한 소왕을 살펴보니
성품이 화순하여 바르게 가르쳐
그를 따른 여러 소들은
험한 고비 넘기고 배불리 먹고 편안하네.”
037_0889_a_09L復觀善牛王
淳和出正教
由此諸牛類
度險身肥飽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라. 그때에 바른 가르침을 내렸던 훌륭한 소왕은 바로 지금의 나이고, 그때의 잘못된 가르침을 내려 모든 소들에게 고난을 당하게 했던 소왕은 곧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그러니 옛날에도 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들은 모두가 편안함을 얻어 위태롭고 괴로운 험난한 일을 초월할 수 있었으나, 제바달다의 가르침을 따른 자들은 이와 같은 고난을 당하였느니라. 비단 옛날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나의 바른 견해를 따라 내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자는 모두 편안함을 얻고, 나고 죽는 번뇌의 큰 고해를 벗어날 수 있지만, 만약 제바달다의 삿된 소견과 악한 행위를 따르는 자들은 항상 이와 같은 큰 고난을 당하느니라.”
그때 여러 비구들은 또다시 의혹이 생겼다. 그들은 이 의혹은 오직 부처님만이 해결해 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바라옵건대 세존이시여, 제바달다는 어찌하여 스스로도 어리석고 또한 그를 따르는 무리들도 어리석습니까?”
037_0889_a_10L佛告諸苾芻汝等勿生異念其最勝牛王出正教者卽我身是時彼牛王出惡教令令彼群牛遭苦難者提婆達多是昔時有能受我教者皆得安隱越危苦諸險難處諸有能受提婆達多言教者皆遭如是苦難非但往現今能有隨我正見受其教誨得安隱越度生死煩惱大海若隨順提婆達多耶見惡行恒遭如是諸大苦難時諸苾芻咸皆有疑唯佛能斷以緣白佛唯願世尊觀是提婆達多自身愚癡眷屬亦愚
037_0889_b_01L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다는 비단 금세에만 어리석은 것이 아니라, 옛날에도 그랬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야 한다. 내가 너희들에게 말해 주겠다.
오랜 옛날에 한가롭고 고요한 임야(林野)가 있었다. 그 임야에는 많은 원숭이 떼가 무리를 지어 살고 있었는데, 그때 그 원숭이들이 돌아다니다가 한 우물가에 이르러 우물 속을 들여다보다가 그 우물 밑에 달그림자를 보고 달을 본 것으로 착각하여 곧바로 원숭이왕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지금 우물 속에 달이 떨어져 있으니, 저희들이 속히 가서 그 달을 건져 예전처럼 달아놓아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자 모든 원숭이들은 그 말을 한 원숭이를 칭찬하고는,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도를 서로 의논하였다.
‘어떻게 해야 저 달을 건져낼 수 있을까?’
037_0889_a_22L佛告諸苾芻提婆達多非但今世愚往時亦然汝等諦聽我爲汝說往古昔有一閑靜林野之處有群獼猴遊住於此時諸獼猴遊行漸至一井乃觀井底見彼月影旣見月已詣猴王處白言大王應知其月見墮井中我等今應速往拔出依舊安置是諸猿猴咸讚言便相議曰云何方便可能拔月?
그 가운데 어떤 원숭이가 이렇게 말하였다.
‘달리 좋은 방법을 찾을 수 없으니, 우리들이 다리를 연이어 잡고 우물 속에 들어가 직접 건져내는 수밖에 없다.’
그때 한 원숭이가 우물가에 늘어진 나뭇가지를 휘어잡고, 그 나머지 원숭이들은 차례로 손을 맞잡아 우물 속으로 들어가는데, 원숭이가 너무 많이 매달려 나뭇가지가 부러지려고 하였다. 그때 맨 아래 수면에 가장 근접해 있던 원숭이가 물을 더듬어 달을 찾는 바람에 물이 더러워져서 달은 사라지고, 결국 나뭇가지만 부러져서 한꺼번에 물속에 빠져 모두 죽고 말았다.
그때 모든 하늘들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89_b_08L其中或云不須餘計我等連肱爲索而拔出之時一獼猴在井樹上攀枝而住其餘一一次第以手相接獼猴旣多樹枝低下欲折時彼最下近水之者攪水覓月由水渾故月便不現樹枝便折一時墮水被溺而死時有諸天而說頌曰

저 여러 어리석은 원숭이들
어리석은 지도자 때문에
모두 우물 속에 빠져
달을 건지려다 오히려 빠져 죽었네.”
037_0889_b_14L此諸癡獼猴
爲彼愚導師
悉墮於井中
救月而溺死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옛날의 원숭이왕은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그는 옛날에도 어리석었기 때문에 그 권속들도 어리석었고, 지금도 어리석기는 마찬가지니라.”
그때 세존께서 왕사성 죽림원(竹林園)에 계셨다. 당시 세상은 기근이 심해 밥을 얻어먹기 힘든 처지였다.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세 달 동안 조용히 머물고자 하니, 취식자(取食者)와 장정일(長淨日)1)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람도 나에게 들여보내지 말라. 대덕(大德)들도 마땅히 모두 밝은 제도를 세우라.”
037_0889_b_16L佛告諸苾芻等往昔獼猴王者卽提婆達多是昔時由自愚癡故以愚癡而爲眷屬今時亦爲愚癡眷屬爾時世尊在王舍城竹林園中時世飢儉乞食難得佛告諸苾芻我欲三月靜住不得一人輒來見我除取食者及長淨日大衆亦應共立明制
037_0889_c_01L그때 사리불(舍利弗)과 마하목건련(摩訶目乾連)은 남산(南山)에서 석 달 동안 안거(安居)하였으며, 제바달다도 여름 세 달 동안 음식과 잡다한 일[雜事]을 대중에게 공급하였다. 석 달이 지나자 제바달다가 모든 대중들에게 교묘한 법문을 널리 펼쳤다.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사문 교답마(喬答摩)가 항상 설법할 때에 ‘산 속 고요한 곳에 있어야 가장 빨리 번뇌를 여의고 해탈할 수 있으니, 첫째 밥을 빌어다 먹을 것[乞食], 둘째 해지고 낡은 옷만을 입을 것[糞掃衣], 셋째 삼의(三衣)만을 입을 것, 넷째 한데서 좌선할 것[露坐] 등 이 네 가지를 실행하는 사람이라야 모든 번뇌[塵垢]를 떨쳐 버리고 해탈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만약 어떤 사람이든 이와 같은 네 가지 수행법과 해탈을 좋아하지 않는 이가 있으며, 곧 이 산가지[籌]를 받아가지고 대중들을 떠나도록 하라.”
037_0889_b_23L舍利弗ㆍ摩訶目乾連在南山內三月安居時提婆達多亦於夏中三月供給飮食及以雜事滿三月已提婆達多爲諸大衆廣說妙法苾芻當知門喬答摩常說法時讚歎在山寂靜離諸煩惱解脫最疾最速一者乞食ㆍ二者糞掃衣ㆍ三者三衣ㆍ四者露坐是四人去諸塵垢證得解脫若有人不樂如是四種修道ㆍ不樂解脫者卽合受籌出離衆外
037_0890_a_01L이 말이 끝나자 대중 5백 명의 비구들이 제각기 산가지를 받아가지고 제바달다를 따라 대중들을 떠나갔다. 문 앞에 이르자, 라후라[羅怙羅]가 5백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엇 때문에 여래를 버리고 악당(惡黨)을 따라가려는 것이냐?”
비구들이 라후라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세 달 동안 안거하면서 굶주리고 배고플 때에 제바달다가 공급해 주는 밥을 먹고 여러 가지 물건을 받아 사용하였다. 만약 그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면 우리들은 모두 죽고 말았을 것이다.”
제바달다가 승려들의 화합을 깨뜨릴 때에 대지(大地)가 진동하고 유성(流星)이 빛을 뿜어 사방이 불타는 듯하였고, 모든 하늘이 북을 쳐 소리를 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 이후로 열반의 도는 없어져서 도의 과업을 이루는 이가 없을 것이요, 번뇌를 완전히 끊은 이도 없을 것이며, 소달라(蘇呾羅:經)ㆍ비나야(毘奈耶:律)ㆍ아비달마(阿毘達磨:論)를 독송(讀誦)하는 이도 없을 것이다. 아란야(阿蘭若)에 살려고 하지도 않을 것이고, 또한 성문(聲聞)ㆍ벽지불(辟支佛)의 도를 닦는 이도 없을 것이며, 아뇩다라삼막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닦는 이도 없어서 인천(人天)은 매우 혼란해지고 삼천대천세계에 법륜(法輪)도 구르지 않을 것이다. 중생들은 사람을 따르게 되고 법을 따르지 않을 것이다.”
사리자(舍利子)와 마하목건련이 이 기괴한 일을 보고 마음을 다잡아 선정에 들어가서 제바달다가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가서 모든 쟁론을 없애고 다시 화합을 이루게 하는 것이 좋겠다.”
037_0889_c_10L說此語已于時大衆五百苾芻人各受籌隨提婆達多出離衆外行至門首羅怙羅見語五百苾芻曰云何捨如來隨逐惡黨而去諸苾芻告羅怙羅曰我於三月安居飢餓蒙提婆達多供給取食幷將雜物而供養之若不祇濟我等死盡婆達多分破僧時大地震動流星晃耀四方火然一切諸天擊鼓震響高聲唱言自今已後涅槃道息無有得道果者無有漏盡者無有讀誦蘇呾羅ㆍ毘柰耶ㆍ阿毘達磨心亦不著阿蘭若處亦無修聲聞辟支佛道者亦無修阿耨多羅三藐三菩提者人天浩亂三千大千世界法輪不轉衆生隨人不隨於法舍利子ㆍ摩訶目揵連見此奇怪斂心入定睹見提婆達多破和合僧便相謂曰我等宜往滅諸諍論求令和合
석 달을 채우고 나서 삼의(三衣)를 갖추고 세존께서 머무시는 곳으로 갔다. 점차 유행(遊行)하여 왕사성 죽림원에 이르러 삼의를 안치(安置)하고 손발을 씻고 세존에게 나아가니, 라후라가 문 앞에 서서 있다가 사리자에게 말하였다.
“오파타야(鄔波馱耶:和尙)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제바달다가 승가의 화합을 깨뜨렸습니다.”
사리자가 말하였다.
“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오지 않았느냐? 너는 근심하지 말라. 내가 반드시 다시 화합시키겠다.”
곧 대중들 가운데 들어가서 세존을 뵙고 머리를 땅에 대어 예를 올리고 한쪽으로 물러나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듣건대 제바달다가 승가 대중의 화합을 깨뜨렸다 하니, 제가 다시 화합시켜 볼까 합니다. 부디 세존께서는 자비를 베풀어 허락해 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만약 그렇게 승가를 화합시킬 수만 있다면 한량없는 복을 얻으리라.”
037_0890_a_05L三月已滿三衣已具卽往世尊所漸漸遊行詣王舍城竹林園中安置三衣洗足已往世尊所見羅怙羅在門外立謂舍利子曰鄔波馱耶知不提婆達多已破僧訖舍利子曰我已知訖故爲此來汝勿憂愁我當和合便入衆中見世尊稽首頂禮卻坐一面而白佛言我聞惡人提婆達多已破僧衆我欲和合未審世尊慈許不爾時世尊卽便歎曰善哉若能如是和合僧者得福無量
037_0890_b_01L그때 사리자와 대목건련이 이와 같이 아뢰고는, 세존께 하직하고 남산으로 갔다.
제바달다가 있는 곳으로 가니, 제바달다는 부처님과 같은 위엄 있는 자세로 대중들에게 설법하고 있었는데, 고가리가(孤迦里迦)는 오른쪽에 앉아 있고, 건다달표(褰茶達驃)는 왼쪽에 앉아 있었다. 그때에 제바달다가 대덕 사리자와 목건련이 오는 것을 멀리서 바라보고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이미 일체지(一切智)를 성취한 사람인 것을 알고 저 대덕들도 나의 대중에 들어오려고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측근 시종을 보내 좌우에 앉아 있던 고가리가와 건다달표를 일으켜 세우고, 그 자리에 사리자와 대목건련을 맞이하여 앉게 하였다. 그러자 고가리가와 건다달표는 이미 강제로 자리를 옮기게 한 것에 대하여 화가 나고 원한이 생기기는 했으나 스스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에게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는 일을 도와준 큰 잘못이 있어서 만약 일어나려 하지 않는다면 아마도 화가 나서 우리를 때릴지도 모르니 다른 곳으로 옮겨 앉아야겠다.’
대목건련과 사리자가 좌우에 자리를 잡고 앉자, 제바달다가 사리자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등이 아프니, 대신 그대가 대중을 위해 묘한 법을 연설해 주시오.”
037_0890_a_15L舍利子幷大目連白此事已奉辭世便往南山詣提婆達多所時提婆達多作佛威儀爲衆說法孤迦里迦在右邊坐褰荼達驃居在左邊時提婆達多遙見大德舍利子ㆍ目揵連來便作是念我已成一切智人而此大德入我衆中卽遣左右侍從令起遣舍利子ㆍ目健連左右而坐時孤迦梨迦ㆍ褰荼達驃旣被强移坐處心生瞋善自思惟我等有大過失助破僧若欲不起恐被瞋打便卽移處大目健連幷舍利子居在左右而坐提婆達多告舍利子曰我今背痛爲大衆演說妙法
그때 사리불이 묵묵히 청을 받아들였다. 제바달다는 이 말을 하고 나자, 문득 승가지(僧家胝)2)를 벗어 포개어 놓고 팔로 머리를 바치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웠다. 그때 사리자는 신통력(神通力)으로 제바달다가 잠이 들어 아무것도 알지 못하게 해놓고 여러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의 대사는 지금 어린애처럼 잠이 들었다.”
그리고는 사리자가 대목건련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대중을 위해 빨리 신통을 나타내어 이 대중들의 마음을 돌이켜 부처님께 향하도록 하시오.”
그러자 대목건련이 즉시 몸을 날려 허공으로 올라가서 네 가지 위의인 행(行)ㆍ주(住)ㆍ좌(坐)ㆍ와(臥)를 갖추고 화광삼매(火光三味)에 들어 푸르고 노랗고 붉고 흰 갖가지 광명을 내면서 때로는 몸 위로 물을 내뿜기도 하고 몸 아래로 불을 내뿜기도 하며, 혹은 몸 위로 불을 내뿜고 몸 아래로 물을 내뿜기도 하여 동ㆍ서ㆍ남ㆍ북 모두에 네 가지 신통을 나타내었다. 이와 같이 신통을 나타내고 나서 허공에서 내려와 본래 앉았던 자리에 앉았다.
037_0890_b_06L爾時舍利弗默然受請提婆達多說此語已便疊僧伽胝支頭右脅而臥時舍利子以神通力令遣仰眠不令覺知告諸大衆汝等大師眠如孩兒時舍利子告目連曰汝爲大衆可速現神通迴心向佛是時大目健連便身騰虛空具四威儀行住坐臥火光三昧放種種光明靑黃赤白身上出水身下出火或身上出火身下出水東西南北具見四種神通神通已從空而下卻坐本處
이때에 대중들이 대목건련의 신통을 보고 마음에 슬픔과 괴로움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만약 부처님을 끝까지 모셨더라면 우리들도 모두 신통력과 도덕(道德)을 갖추게 되었을 것이다.’
그때 사리자가 대중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비구들이여, 그대들 중에 불세존을 섬기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모두 나를 따라오시오.”
이 말을 들은 대중들은 곧 사리자의 뒤를 따라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갔다. 승가 대중들이 떠나간 뒤에 고가리가 비구는 곧 제바달다를 깨워 사리자의 뒤를 쫓게 하였다.
037_0890_b_17L是時大衆見大目乾連具此神通心懷悲惱我若侍佛亦應具得神通道德舍利子告大衆曰諸苾芻汝等若於佛世尊所有赤心者可隨我去旣聞語已卽隨舍利子後往詣佛所僧衆去後孤迦利迦苾芻卽喚提婆達多起趁舍利子
037_0890_c_01L그때 사리자는 다음과 같이 염려하였다.
‘제바달다가 잠에서 깨어나 대중들이 보이지 않으면 틀림없이 괴로워하다가 피를 토하고 죽을 것이다. 이제 대중들을 데리고 일부러 천천히 걸어가서, 제바달다로 하여금 우리들을 볼 수 있게 해야겠다.’
그때 제바달다는 잠에서 깨어나 눈을 비비고는 사리자의 뒤를 쫓아갔다. 사리자는 신통력으로 그가 오는 길 앞에 넓고 깊은 함정을 만들어 놓았는데, 제바달다와 고가리가와 건다달표 등 다섯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함정에 빠지고 말았다. 그들은 마음이 혼미해지고 어지러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다가 그들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이 이미 대중을 잃었고 또한 그들을 찾을 길도 없으니, 그냥 우리의 본거지로 돌아가자.’
037_0890_c_01L時舍利子恐提婆達多不見我徒衆故必當懊惱吐血而死遂便漸次緩緩遊行使提婆達多得見我于時提婆達多從睡起已拭眼而舍利子以神通力當路作大深坑提婆達多ㆍ孤迦利迦ㆍ褰荼達驃等五不覺墮坑迷亂不知出處復自思我今旣失徒衆莫知尋覓且歸本
그때 사리자와 대목건련 그리고 그를 따라온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난탁가(闌鐸迦) 죽림원이 점점 가까워지자 부처님을 뵙기가 너무도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조차 없었다. 그들은 각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어쩌다가 부끄러워할 수조차 없는 이런 옳지 못한 법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마침내 부처님 앞에 이르자, 세존께서는 큰 자비심을 내어 그들을 불쌍히 여기시면서 부드러운 음성으로 그들을 위로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여기까지 오느라고 매우 피곤하겠구나. 오늘날 너희들은 얻기 어려운 사람의 몸을 얻었고 듣기 어려운 불법을 이미 들었으며, 갖추기 어려운 6근(根)도 이미 갖추어 선악(善惡)의 일을 다 알지 않았느냐? 나는 이미 여래(如來)ㆍ응공(應供)ㆍ정변지(正遍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을 성취하였으니, 내가 항상 너희들은 위하여 적정(寂靜)한 열반의 경지와 구경(究竟)의 보리에 대하여 연설해 주겠다. 또한 무명(無明)으로 인하여 행(行)이 생겨나고, 행으로 인하여 식(識)이 생겨나며, 식으로 인하여 명색(名色)이 생겨나고, 명색으로 인하여 6입(入)이 생겨나며, 6입으로 인하여 촉(觸)이 생겨나고, 촉으로 인하여 수(受)가 생겨나며, 수로 인하여 애(愛)가 생겨나고, 애로 인하여 취(取)가 생겨나며, 취로 인하여 유(有)가 생겨나고, 유로 인하여 생(生)이 생겨나며, 생으로 인하여 늙음[老]ㆍ죽음[死]ㆍ걱정[憂]ㆍ슬픔[悲]ㆍ아픔[苦]ㆍ괴로움[惱]이 생겨나는 이치를 설명해 주겠다.
037_0890_c_09L時舍利子ㆍ目健連及諸僧衆漸詣佛所到闌鐸迦竹林園邊欲見世尊極大羞慚不能擧目各自思惟我等云何作如是非法無慚愧事漸詣佛前而立時世尊大慈憐愍耎聲慰問汝等苾芻極大疲勞來至我所今者人身難得已得佛法難聞已聞六根難具已具善惡之事已具知之我已成就如來ㆍ應供ㆍ正遍知ㆍ明行足ㆍ善逝ㆍ世閒解ㆍ無上士ㆍ調御丈夫ㆍ天人師ㆍ佛ㆍ世尊我常演說寂靜涅槃究竟菩提說無明緣行ㆍ行緣識ㆍ識緣名色ㆍ名色緣六入ㆍ六入緣觸ㆍ觸緣受ㆍ受緣愛ㆍ愛緣取ㆍ取緣有ㆍ有緣生ㆍ生緣老死憂悲苦惱
037_0891_a_01L또 무명(無明)이 사라지면 행(行)이 사라지고, 행이 사라지면 식(識)이 사라지며, 식이 사라지면 명색(名色)이 사라지고, 명색이 사라지면 6입(入)이 사라지며, 6입이 사라지면 촉(觸)이 사라지고, 촉이 사라지면 수(受)가 사라지며, 수가 사라지면 애(愛)가 사라지고, 애가 사라지면 취(取)가 사라지며, 취가 사라지면 유(有)가 사라지고, 유가 사라지면 생(生)이 사라지며, 생이 사라지면 늙음ㆍ죽음이 사라지고, 늙음과 죽음이 사라지면 근심ㆍ슬픔ㆍ아픔ㆍ괴로움이 소멸하는 이치를 설명해 주리라.
037_0890_c_23L若無明滅則行滅ㆍ行滅則識滅ㆍ識滅則名色滅ㆍ名色滅則六入滅ㆍ六入滅則觸滅ㆍ觸滅則受滅ㆍ受滅則愛滅ㆍ愛滅則取滅ㆍ取滅則有滅ㆍ有滅則生滅ㆍ生滅則老死滅ㆍ老死滅則憂悲苦惱滅
너희 비구들은 스스로를 이롭게 하고 남을 이롭게 하며,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하는 일만을 항상 생각하고 닦아 배워야 하느니라. 또한 그 일이 착하지 못하다면, 이익 없고 즐거움이 없어서 결국에는 착하지 않은 일이며, 다른 사부대중이 얻은 음식ㆍ의복ㆍ와구(臥具)ㆍ탕약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이롭지 않은 일이니, 해서는 안 되는 일은 절대로 하지 마라. 다만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일만을 관찰하여 항상 닦고 배워야만 하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이 이 법을 듣고 마음에 즐거움이 생기고 의심의 그물이 모두 사라졌으며, 안팎이 다 청정해졌다.
또 다른 비구 등은 마음에 의혹이 생겨 세존에게 여쭈었다.
“어떤 업 때문에 지금 승가의 화합이 깨지는 일을 당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과거의 업을 말씀하셨다.
“그것은 자기 스스로 업을 지었기 때문에 이제 스스로 받은 것일 뿐이요, 다른 사람 때문에 받는 것이 아니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유정(有情)들이 지은 업은 유정들이 받는 것이지, 무정(無情) 때문에 받는 것이 아니니라.”
또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037_0891_a_05L汝等苾芻常思修學自利利自利利他之法若法不善無利無樂究竟不善及於他四輩所得飮食ㆍ衣服ㆍ臥具ㆍ湯藥自身不善之事不應作者莫作但觀自身及他有利益者常須修學于時諸苾芻等聞此法已心生歡喜疑網皆除內外淸淨有異苾芻等心生疑惑而問世尊有何因今被破和合僧佛爲諸苾芻說過去業我自聚集作業今自受之非是他受苾芻當知有情作業還有情受非無情受而說頌曰

백천 겁을 지낸다 해도
지은 업은 없어지지 않나니
인연으로 모이고 만날 때에
과보도 스스로 받느니라.
037_0891_a_16L假令經百劫
作業不亡
因緣會遇時
果報還自受
037_0891_b_01L
그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랜 옛날 청정한 산림(山林)에 5백 명의 소선인[小仙]을 거느린 대선인[大仙]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모여 도를 닦고 있었는데, 어느 때에 나그네 선인[客仙]이 그곳을 지나가다가 찾아왔다. 그러나 주인이 공양하고 대접하는 것을 법에 맞게 하지 않자, 나그네 선인은 마음속 깊이 분통이 터지고 원한이 맺혀 문득 선인 대중의 화합을 깨뜨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모든 소선인들을 꾀어내어 말하였다.
‘나는 갖가지 도술(道術)과 다섯 가지 신통을 잘 알고 있다. 내가 너희들에게 가르쳐 줄 터이니, 너희들은 나를 따라 오너라.’
얼마 후 대선인이 이 사실을 알고 그 나그네 선인에게 충고하였다.
‘우리 대중의 화합을 깨뜨리는 것은 올바른 선법(仙法)이 아니니, 교묘한 말솜씨로 그들을 들뜨게 하여 화합을 깨뜨리는 일을 하지 말라.’
그는 비록 이와 같은 멸쟁(滅諍)3)의 말을 듣고도, 그치지 않고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여 대중들을 유혹하였다.
037_0891_a_17L爾時世尊告諸苾芻乃往過去淸淨山林有一大仙五百小仙以爲眷屬俱共修道時有客仙來過其所主人不與如法供給看侍客仙心生懊惱而恨便破和合仙衆誘引彼諸小仙我善解種種道術及五神通我當教示汝當隨我後時大仙知此事已勸彼客仙莫破我衆非是仙法巧說善言令生歡喜雖得如是滅諍之語由勸不息設方便
그때 세간에 벽지불(辟支佛) 한 사람이 있었는데, 매우 자비롭고 욕심이 적으며, 언제나 만족할 줄 아는 훌륭한 복전(福田)을 지녔다. 그 벽지불은 세간을 떠돌아다니다가 대선인이 사는 부근에까지 이르게 되었는데, 그때 대선인이 벽지불의 단정하고 엄숙함이 매우 뛰어난 모습을 보고 기쁜 마음이 생겨 그를 불러 공양하고 극진히 공경하면서 소원을 말하였다.
‘이와 같이 부처님을 공양한 공덕으로 부디 저에게 다음 세상에는 큰 지혜와 신통력을 증득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그리하여 나그네 선인이 비록 일체지(一切智)를 얻는다 해도, 저로 하여금 저 승가 대중의 화합을 깨뜨릴 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모두가 고금(古今)에 얽혀진 일이니, 그때의 나그네 선인은 바로 지금의 나이고, 5백 선인 가운데 대선인은 곧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이러한 인연 때문에 흑업(黑業 惡業)을 지으면 흑업의 과보가 있게 마련이고, 백업(白業:善業)을 지으면 백업의 과보를 받으며, 비흑비백업(非黑非白業:雜業)을 지으면 비흑비백의 과보를 받는 것이니라.
여러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만 하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모든 착하지 못한 업을 버리고 착한 업을 닦고 쌓아야 하나니, 너희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닦고 배워야 하느니라.”
037_0891_b_05L時世有辟支佛大慈悲少欲知足上勝福田遊行世間漸詣仙所大仙見辟支佛端嚴殊心生歡喜供養恭敬而發願言以此供養佛功德願我當來得大智慧神通之力客仙雖成一切智願我能破彼和合僧衆結會古今往時客仙我身是也五百仙人中有大仙主提婆達多身是爲此因緣黑業有黑業報白業有白業報ㆍ非黑非白業有非黑非白業報諸苾芻當知宜捨一切不善之業修集善業應當修學
037_0891_c_01L그때 모든 비구들은 또다시 의심이 생겨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제바달다는 무슨 까닭에 안을 밖으로 삼고 밖을 안으로 삼은 것입니까?”4)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저 제바달다는 오늘에만 안을 밖으로 삼고 밖을 안으로 삼은 것이 아니라, 옛날에도 이와 같은 악한 짓을 하였느니라. 여러 비구들아, 너희들은 내 말을 자세히 들어야 한다.
옛날에 한 들개[野干]가 있었는데, 그 성질 자체가 몹시 식탐이 많아 마을마다 돌아다니면서 곳곳에서 먹을 것을 구하였다. 하루는 염색집[染家]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자기도 모르게 남색(藍色) 물감이 든 그릇에 빠졌다. 물감 주인이 그것을 보고 끌어내어 땅바닥에 내던지자, 들개는 마침내 완전한 흙투성이가 되었다. 자신의 몸이 더러워져 깨끗지 못함을 보고는, 곧장 강물에 들어가 몸을 씻고 나왔다. 그런데 들개의 털에 광택(光澤)이 생겨 흡사 남색과 같아지니, 그때 모든 들개들은 그 털 색깔이 이상한 것을 보고, 매우 괴이하게 여겨 모두들 함께 물었다
‘너는 누구냐?’
그가 곧 대답하였다.
‘나는 제석천왕의 사신인데, 나를 책봉하여 짐승들의 왕으로 삼으셨다.’
이때 들개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몸은 들개인데, 색깔은 들개와 다르구나.’
037_0891_b_16L時諸苾芻復有疑故而白佛言世尊彼提婆達多何故內作於外ㆍ外作於世尊告曰是提婆達多非是今身內作於外ㆍ外作於內過去亦復作如是惡諸苾芻諦聽我說往昔有一野干其性饕餮遊行聚落處處求食日至染家不覺墮於藍色盆中染主見拽出擲地于時野犴遂宛轉灰土旣見身體污惡不淨便卽入河沐浴而去身毛光澤似如藍色時衆野犴見其毛色異於尋常而生甚怪衆共問言汝是何人彼卽答曰我是帝釋天王之使冊我作禽獸中王時野犴作是思惟身是野犴色非本類
그때 모든 들개들이 함께 사자에게 가서 알렸다. 그러자 사자는 다시 큰 사자 왕에게 말하니, 사자 왕은 마침내 사신을 보내 그 들개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를 살펴보게 하였다. 사신이 그곳에 이르러 남색 들개가 큰 횐 코끼리를 타고 있는데 모든 새와 짐승들이 널리 그 주변을 에워싸고 마치 짐승의 왕처럼 섬기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곧바로 돌아와서 본 대로 자세히 사자 왕에게 말하였다. 큰 사자왕은 그 말을 듣고 나자, 곧 군사들을 거느리고 그가 있는 곳으로 가서 보니, 들개 왕이 크고 횐 코끼리를 타고 많은 짐승들의 호위를 받고 있었다. 호위하고 있는 짐승들 중에 호랑이[大蟲]와 표범 같은 힘센 짐승들은 좌우에 가까이 있었고, 그 밖에 작은 들개들은 먼 곳에 피해 머물고 있었다.
마음속으로 고민하다가 갑자기 하나의 꾀를 내어 들개 중에 한 마리를 뽑아 들개 왕이란 놈의 어미를 찾도록 시켰다. 그 어미가 심부름을 온 들개에게 물었다.
‘우리 아이의 처소에는 어떤 무리들이 함께 있느냐?’
들개가 대답하였다.
‘안에는 사자ㆍ호랑이ㆍ코끼리가 있고, 저희 들개들은 그 밖에 있소.’
그 어미가 말하였다.
‘너는 어서 가서 내 아들을 죽여 없애라.’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91_c_07L時衆野犴共報師子知師子便告大師子王子王遂卽遣使令撿虛實其使到已彼藍色野犴乘大白象諸禽獸等普皆圍遶如事獸王其使見已還來王廣說如前大師子王聞是語已便與軍衆往彼衆所見野犴王乘大白象衆獸圍遶大虫及豹大力獸等親爲左右餘小野犴遠避而住心生懊惱便設方便於野犴中差一野犴喚王母其母問曰於我兒所有何伴野犴答曰內有師子虎象我居外母曰汝去定殺我子幷說頌曰

나는 산골짜기에서 기쁜 마음으로
수시로 맑은 물을 마시며 살고 있는데
자식은 정작 들개의 울음소리 내지 않고
코끼리를 타고서 저 혼자 안락하게 지내는구나.
037_0891_c_19L我在山谷中歡喜
隨時得飮淸冷水
子若不作野犴鳴
得居象上身安樂
037_0892_a_01L
사신이 돌아와서 동료들에게 말하였다.
‘저 놈은 들개지 왕종(王種)이 아니니라. 내가 산중에 가서 그 어미를 직접 만나 보고 돌아왔다.’
여러 동료들이 대답하였다.
‘내 한번 시험해 보겠다.’
곧 그에게 나아가 들개의 법대로 하였으니, 들개의 법에는 만약 한꺼번에 울 때에 울지 않는 놈은 몸에 털이 빠지게 되어 있었다. 다른 들개들이 곧 울부짖자, 그 왕 들개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일 따라 울지 않으면 털이 곧 빠질 것이요, 만약 코끼리 등에서 내려 소리를 지르면 틀림없이 저들에게 맞아죽을 것이니, 내 차라리 코끼리의 등 위에서 울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울부짖자, 그 코끼리가 이내 들개임을 알아차리고는, 코로 들개를 끌어내려 발로 밟아 죽였다.
그러자 공중에서 하늘이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91_c_21L使者還來報同類曰彼是野犴非是王種我於山中親見其母諸伴報曰我可試看卽便就彼然野犴法爾一鳴時餘不鳴者身毛墮落餘卽鳴其王野犴作是念曰我若不鳴毛便落地若下象作聲必被他殺我今寧可象上作聲卽便鳴叫其象卽知此是野犴卽以鼻牽下雙腳踏殺中天見說伽他曰

안에 있어야 할 것이 뒤집혀 밖에 있으며
밖과 합하여 그 사이에 머무네.
이 모두가 합해질 수 없으니
마치 들개가 코끼리를 타고 있는 것 같네.”
037_0892_a_07L在內翻居外
合外乃居中
斯皆不合爲
如野犴乘象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옛날에 안을 도리어 바깥이 되게 하고 밖을 그 가운데 거처하게 하여 그 몸을 스스로 망하게 했으니, 그때의 들개 왕은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과거에 뒤바뀐 업(業) 때문에 지금에도 승가의 화합을 깨뜨리며, 또한 안을 도리어 바깥이 되게 하고 밖을 그 가운데 거처하게 하느니라.
037_0892_a_09L佛告苾芻汝等當知往時內翻爲外ㆍ外居於中自滅其身野犴王者提婆達多是也由彼過去顚倒業故今亦如是破和合僧內翻爲外ㆍ外乃居中
그때 제바달다는 이미 사리불 등을 추적하다가 따라잡을 수 없게 되자, 자신의 본거지로 돌아왔다. 그는 크게 분노하여 고가리가 등 자신을 따르던 대중들을 때리면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로 인해 나의 대중을 다 잃어버렸다.’
이렇게 질책하였느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은 의혹이 생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바달다와는 무슨 인연이 있기에 그의 무리를 거느리고 간 사리불 등에게는 마땅히 성내야 하거늘 성내지 아니하고, 자신을 따르는 무리에게는 아무런 죄도 없는데 마구 때렸습니까?”
037_0892_a_13L提婆達多旣趁舍利弗等不得還本處生大忿怒便打孤迦利迦等隨儻徒衆而告彼言良由汝等失我徒時諸苾芻疑而問佛提婆達多以何緣故舍利弗等領其徒衆應瞋不於自隨儻無辜輒便漫打
037_0892_b_01L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는 비단 지금에만 일을 잘못 처리한 것이 아니니라, 일찍이 과거에도 다른 자에게 부인을 빼앗기고 잘못하여 다른 사람을 죽였던 일이 있느니라.
오랜 옛날에 부부 코끼리가 산속 늪지대에 살고 있었는데, 부인 코끼리가 음란하여 다른 코끼리와 정을 통하였다. 다른 코끼리의 유혹에 빠져 그를 따라 도망가려고 하였는데, 그 남편이 알면 일이 잘못될까 두려웠다. 그리하여 부인 코끼리는 남편 코끼리와 함께 목욕을 하다가, 남편 코끼리에게 말하였다.
‘누가 물속에 들어가 오래도록 참고 나오지 않을 수 있는가 내기해 봐요.’
남편이 큰 소리로 말하였다.
‘내가 이길 수 있다.’
037_0892_a_19L佛告諸苾芻非但今身抂作事業亦曾過去別人衒婦抂殺他人乃往過去有夫婦二象居住山澤母象婬妷與外象旣被衒誘欲隨他去恐其夫覺事有乖競與其夫象入河澡浴語夫象誰能沒水夂住不出夫唱我能
그들은 함께 물속에 들어갔는데, 그 두 마리는 남편 코끼리가 물속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마침내 달아나 버렸다.
남편 코끼리는 오랫동안 물속에 들어가 있다가 얼마쯤 지나서 나와 보니, 두 코끼리가 보이지 않았다. 다시 물속에 들어가 찾아보길 두세 번 계속하다가 지쳐서 물 밖으로 나와 부인을 찾아보았으나 끝내 보이지 않았다. 그는 물속을 샅샅이 뒤지며 찾느라 오히려 한량없이 많은 다른 짐승들을 밟아 죽이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그때 공중에서 여러 하늘들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92_b_02L便共沒水彼二伺其未出遂私相奔其夫象入水多時乃一度出看二象不見復入沒水如是再三便至困乏不已遂便出水尋婦不見於其水中處處討捕因此枉踏無量衆生至死爾時空中諸天而說頌曰

코끼리의 몸집은 비록 크긴 하지만
지혜는 매우 미천하네.
사랑하는 부인을 다른 코끼리에 뺏기고
오히려 여러 중생들만 죽였구나.”
037_0892_b_08L象身雖復大
智慧甚微淺
好婦被他將
枉殺諸含識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남편 코끼리는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그리하여 그는 지금도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이 지은 업으로 또 다른 사람이 곤욕을 당하는 것이니라.”
그때 모든 비구들이 모두 또 다른 의심이 생겨 부처님께 여쭈었다.
“일체지(一切智)를 갖추신 세존이시여, 사리자와 대목건련은 어떻게 저러 한 훌륭한 방편으로 5백 비구들을 권유하고 교화하여 데리고 와서 삿된 것을 버리고 바른 것에 귀의하게 하여 마침내 부처님이 계신 곳까지 이를 수 있는 것입니까?”
037_0892_b_10L佛告諸苾芻時夫象者今提婆達多今亦如是別人作業別人受厄諸苾芻咸皆有疑問佛世尊是一切舍利子及目乾連云何如是能作善巧方便勸化導誘此五百苾芻耶歸正來至佛所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사리자와 대목건련은 비단 현재에만 저들을 해탈시킨 것이 아니라, 과거 세상에도 일찍이 저들을 인도했느니라.
옛날 어느 때에 한 장부(丈夫)가 있었는데, 그는 항상 산에서만 살았다. 그는 활을 잘 쏘았고 갖가지 재주가 많았는데, 뒤에 딸 하나를 낳았다. 그 딸이 점점 자라 어른이 되자,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딸을 결코 아무에게나 시집보낼 수는 없다. 활과 칼 쓰는 솜씨가 나와 비슷한 실력을 갖춘 자가 있을 때 비로소 내 딸을 그에게 주어야겠다.’
037_0892_b_16L佛告諸苾芻其舍利子及目連等非但今時誑得脫彼於過去世亦曾誑誘乃往過去世時有一丈夫常在山居善能弓射諸伎後生一女長養漸大其人心念我此女不應輒嫁若有男子弓劍業藝與我相似方嫁與之
037_0892_c_01L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내가 그에게 와서 기예(伎藝)를 연마하였다. 한 사람은 다섯 가지 기예를 모두 배워 성취하였고, 한 사람은 오직 한 가지만 성취하고 다른 네 가지는 성취하지 못했다. 그 사람은 마침내 딸을 데리고 가서 다섯 가지 기예를 모두 연마한 사람에게 시집보내자, 기예를 다 이루지 못한 사람은 분한 마음이 생겨 이들을 버리고 떠나갔다.
037_0892_b_22L於後不夂有二男子來習伎藝一者學成五種伎一者唯學成一餘四不得其人遂便將女嫁與業成之者藝不成者便忿恨捨離而去便就劫道賊邊共爲伴侶以解用刀於要路處待彼女欲相屠害
그는 곧바로 도상 강도질을 하는 도적들을 찾아가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 그는 칼 쓰는 기술을 다 배워 길목에 숨어 그 여자와 남편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죽여 없애려고 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사람의 권속들이 수레를 타고 그곳을 지나가려고 하다가 상인(商人) 여러 명이 길가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보고 그들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찌하여 지나가지 않소?’
그들이 대답하였다.
‘도적이 길가에 매복하고 있기 때문이오.’
그 사람이 말했다.
‘우리가 먼저 지나가겠소. 무엇이 그리 두렵단 말이오?’
모든 사람들이 말하였다.
‘당신이 두렵지 않다면 먼저 지나가시오. 그러면 우리가 그 뒤를 따라가겠소.’
그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수레를 몰아 그곳을 지나가려 하였다. 도적들은 나무 위에 올라 멀리서 망을 보고 있다가 그 수레가 나타나자 도적의 우두머리에게 알렸다.
‘지금 수레가 오고 있습니다.’
도적은 미리 사람을 시켜 도리어 이렇게 말하게 하였다.
‘너희들은 지금 되돌아가는 것이 좋겠다. 이곳에는 나같이 건장한 사내들이 매복되어 있으니, 지나가지 않는 게 좋겠다.’
037_0892_c_05L於後不久其人眷屬乘車將過路逢商人多衆將度便問之汝等諸人何故不過答言有賊當其人報言我等但過無勞畏懼人告曰汝若不畏請在先過我等諸人隨後而往旣聞此語馳車便去諸賊徒等上樹遙望見彼車來報賊主曰今有車來其賊逆使一人汝今宜迴不須來過我於此處大有健兒
037_0893_a_01L그러자 그 사람이 대답했다.
‘네가 비록 매우 건장하다 말하지만, 나는 너희들보다 더 건장하다.’
그때 도적의 우두머리는 날랜 사람 다섯 명을 보내 그와 싸우게 하였으나 모두 죽고 말았다. 다시 스물한 사람을 차출하여 보냈으나 그들도 모두 죽고 말았다. 나중에는 모두 가서 격전을 벌었으나 모조리 그에게 당하고, 오직 옛날에 무예를 함께 배웠던 사람만 살아남았다. 최후에 두 사람이 싸우게 되었는데, 그 여자의 남편이 활을 쏘면 도적은 칼을 휘둘러 활을 다 막아내므로 도저히 해칠 수가 없었다. 5백 개의 화살을 다 쏘고 오직 한 개의 화살만 남게 되자, 그는 그 한 개의 화살을 쏘지 않고 아껴두었다
그러자 아내가 물었다.
‘어째서 이 화살은 쏘지 않나요?’
남편이 말하였다.
‘지금 이 화살 하나에 나와 당신 두 사람의 목숨이 달려 있기 때문에 쏘지 않고 남겨서 방어할 때 쓸 것이오. 지금 만약 이 화살을 다 쏘아 없애면, 저놈이 가까이 와서 그대와 나를 해칠 것이오.’
그러자 부인은 문득 일어나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도적은 그 여자가 춤을 추자 넋이 빠져 그 모습을 보다가 방심하여 방어하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때 남편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가 남은 한 개의 화살을 쏘아 그를 죽였다. 그가 죽으려 할 때 게송으로 말하였다.
037_0892_c_13L其人報云汝雖極健我亦甚健于時賊主差五人來令與共戰咸皆致死又差三七人來亦都殺盡後時摠來衆戰竝俱被害唯舊同學一人得存最後二人交戰然女夫放箭皆被賊人以刀揮斷竟不能害且五百箭皆悉放盡唯殘一箭遷延而住其婦問曰何以不射彼便報曰今我與君二人之命倂在此箭所以然者我留此箭有所防護今若放訖他來害我幷君亦死婦人見此卽便起舞運轉之間彼賊樂觀遂忘禁禦其夫伺之卽便放箭應箭便死臨命終時而說頌曰

저 수레 주인이 나를
죽인 것이 아니라
내가 애착하는 마음[染心]을 일으켜
다른 이를 보다가 목숨을 잃는 것이라네.”
037_0893_a_03L此非彼車主
而能殺於我
由我起染心
觀他便失命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저 수레 주인이 어찌 다른 사람이었겠느냐? 바로 지금의 사리자이며, 그 여인은 지금의 대목건련이며, 그때의 도적 우두머리는 지금의 제바달다이니라.
저 과거 세상에 수레 주인과 그의 아내가 적이 방심한 틈을 노린 것과 같이 오늘날 사리자와 목건련도 저 제바달다이 방심한 틈을 얻은 것이니, 세상 일이 모두 이와 같으니라.”
037_0893_a_05L佛告苾芻汝等當知彼車主者豈異人乎今舍利子是時彼婦者今目乾連其賊主者今提婆達多是如彼過去車主及婦俱得賊便今舍利子及目乾連善能得彼提婆達多之便復如是
그때 세존께서 왕사성에 있는 왕자 시박가(侍縛迦:耆婆)의 암몰라(唵沒羅)동산5)에 계셨다.
그때 미생원왕(未生怨王)이 일찍이 5월 보름날 밤 안거(安居)하려 할 때에 밝은 달이 떠올라 그 광경이 화려하자, 모든 신하ㆍ왕후ㆍ후궁ㆍ음녀(婬女)들과 함께 높은 누각에 올라 여러 사람에게 말하였다.
“오늘 밤 달빛이 맑고 고요하며 밝고 원만하여 즐길 만하니, 나와 경들이 무슨 일을 했으면 좋을 런지 각자 허심탄회하게 말을 해보도록 하라.”
037_0893_a_11L爾時世尊在王舍城王子侍縛迦菴沒羅園時未生怨王曾於五月十五日夜將安居時明月澄天光景花麗與諸臣佐后妃婬女在高樓上告諸人曰今旣夜月淸閑圓明可愛我及卿等欲何所作宜各述懷啓請其事
그때 음녀(婬女)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을 헛되이 지나칠 수는 없습니다. 지금 이렇게 좋은 밤에 각기 마음대로 다섯 욕락[五欲樂]을 누리며 즐기는 것이 곧 왕사(王事)인가 하옵니다.”
또 다른 여인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 생각에는 이 왕사성 안에 살고 있는 모든 도속(道俗)이 한데 어울려 함께 욕락(欲樂)을 누리는 것이 곧 왕사인가 하옵니다.”
037_0893_a_17L時有婬女應聲報曰大王人生行樂不可虛度今此良宵可以遊戲恣情受五欲樂是王之事復有一女言我今意欲此王舍城一切道俗爲歡會同受欲樂是王之事
037_0893_b_01L그때 태자 오타이(鄔陀夷)가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같이 달 밝은 밤에 대왕께서 친히 군대를 거느리고 굴복하지 않는 나라를 정벌하여 거친 변방을 고요하고 태평하게 만들고 싸움에 이기고 돌아오는 것이 곧 왕사가 아닐까 생각하옵니다.”
또 다른 대신이 있었는데, 그는 외도의 무리였다. 그가 대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이와 같이 달 밝은 밤에 눈앞의 풍경 또한 맑고 고요한데, 이 보름날은 바로 안거(安居)할 시기입니다. 존자(尊者) 포라나(哺剌拏)6) 등 여섯 명사(明師)는 사람들이 따르고 받들어 모시는 대중들의 지도자로서 각각 5백 명씩 거느리고 있는데, 5백 명의 무리들은 모두 옷이 없이 무리를 지어 항상 따라다닙니다. 지금 안거할 시기를 만나 왕사성에 머물고 있는데, 그들에게는 사용할 물건들이 매우 부족한 형편이니, 우리들이 마땅히 그들을 받들어 공양하는 것이야말로 왕사가 아니겠습니까?”
037_0893_a_22L時王太子鄔陁夷白言大王今此明夜大王親領四兵罰不臣國邊荒靜謐戰勝旋歸是王之事復有大臣是外道徒白言大王此明月夜觸目淸閑十五日將安居時可於尊者脯剌拏等六大明師人所遵承爲物稱首各有五百人無衣徒侶常共隨逐現在王舍城將欲安居堪消物利我等宜應就彼足下奉事供養此是王事
거기에는 또 다른 왕자 시박가(侍縛迦)도 대중들 틈에 함께 앉아 있었다. 왕이 그에게 말하였다.
“시박가야, 너는 어째서 한 마디 말도 없이 그렇게 잠자코 있느냐?”
시박가가 대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침 이렇게 좋은 때를 만나 달 밝고 상쾌한 밤을 사람들마다 즐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때마침 안거할 시기로서 큰 위덕(威德)을 갖추신 불세존과 자비를 널리 펴는 성인의 제자들은 세상을 인도하는 큰 스승으로서 최상의 복전(福田)이옵니다. 그 분들이 지금 우리의 동산에서 안거하고 계시니, 마땅히 그 분들을 친히 공양하심이 왕업(王業)인가 하나이다.”
037_0893_b_08L復有王子侍縛迦於衆中坐王告之曰汝侍縛迦何故默然一無所說侍縛迦白大王屬此芳辰朗月澄淨人皆共將安居時然佛世尊具大威德聖弟子慈悲普覆爲世導師最上福田在我園中爲安居事宜親供養是王業也
037_0893_c_01L그때 미생원왕이 이 말을 듣고 위의를 가다듬어 엄숙하게 하고는, 큰 향상(香象)을 타고 5백 궁인들과 5백 코끼리를 거느렸다. 각기 밝은 횃불을 잡게 하고 여러 권속들과 함께 암몰라(菴沒羅)동산으로 갔다.
그런데 왕은 길을 가던 중에 털이 곤두서게 무서운 마음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곧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이것은 혹시 시박가(恃縛趨)가 적들과 서로 내통해 놓고 나를 유인하여 목숨을 노리려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의심하고는 시박가에게 물었다.
“너는 불세존께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저 동산에서 머물고 있는지 아느냐?”
시박가가 대답하였다.
“천이백오십 명의 비구들과 함께 계십니다.”
왕이 또 물었다.
“혹시라도 너에게 다른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냐? 이미 그렇게 많은 사람이 있다면 어째서 내가 기침 소리 하나 들을 수 없느냐?”
시박가가 대답하였다.
“저 불세존께서는 3업(業:身ㆍㅁㆍ意)이 이미 고요해지셨고 마음은 항상 선정에 들어 있으며, 제자들도 또한 그러하니, 이 때문에 잡되고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입니다.”
037_0893_b_15L時未生怨王聞斯說已整威嚴乘大香象幷將五百宮人乘五百象各持明炬與諸眷屬詣菴沒羅園王於中路心驚毛豎便作是念此是侍縛迦將非與邊賊相知來誘引我害我命不卽問侍縛迦曰汝佛世尊與幾多人坐園中住報曰與千二百五十苾芻王又問曰若非汝有異心旣有許多人衆吾何不聞謦咳之聲侍縛迦答曰彼佛世尊三業寂靜心常在定弟子亦爾以是義故無喧雜
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마음을 놓고 다시는 의심하지 않았다.
왕은 마침내 부처님께서 머무시는 곳에 이르러 코끼리에서 내려 불세존과 대중들의 모든 감관[諸根]이 모두 고요하고 담연하여 마치 깊고 잠잠한 바다와 같은 것을 보고, 마침내 오체(五體)를 땅에 던져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고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크게 자비하시고 3업이 적정(寂靜)하신 세존이시여, 바라옵건대 부디 어리석은 저희들을 잘 인도하여 주셔서, 저희들로 하여금 부처님처럼 항상 시끄럽고 혼란함이 없도록 해주십시오.”
037_0893_c_03L王聞此語心便決定更無疑難便至佛所下象馬已見佛世尊與諸大衆諸根寂定湛然如海遂便五體投地頂禮佛足合掌而白佛言世尊大慈三業寂靜唯願善誘導訓我兒令似佛常無喧亂
그때 여래께서 자비롭고 착한 마음으로 왕을 위로하며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우선 자리에 앉으시고 의혹이 있거든 생각나는 대로 물어보십시오.”
그러자 자리를 정하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간에는 갖가지 업행(業行)이 있습니다. 꽃다발을 만드는 사람도 있고, 대나무 수공업을 하는 사람도 있으며, 혹 어떤 이는 짐승 잡는 일을 하기도 하고, 혹은 판매업이나 코끼리ㆍ말 등을 길들이는 일을 하기도 하며, 어떤 이는 말을 잘 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활을 잘 쏘기도 하며, 혹은 구걸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며, 용감하고 힘이 세기도 하고, 왕을 잘 섬기기도 하며, 머리를 깎는 사람도 있고, 옷감에 물들이는 사람, 세탁하는 사람, 옷을 짓는 사람 등 이와 같이 각각 자기의 생업으로 돈을 벌어들이며, 마음 가는 대로 복을 닦고 다섯 가지 온갖 욕락(欲樂)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살아가는 중생들도 지금 세상에 사문과(沙門果)를 증득할 수 있습니까 ?”
037_0893_c_08L爾時如來以慈善心慰喩王曰善哉大王宜時就座諸有疑難恣其所問旣坐定已白佛言世尊於世閒中有種種業行有結花鬘者ㆍ有竹作者ㆍ或有屠膾ㆍ或作販賣ㆍ調伏象馬ㆍ或言話ㆍ或爲弓射ㆍ或作乞求ㆍ戰鬪勇力事王ㆍ剃頭染浣縫衣如是類各以自業求覓資隨情修福著五欲樂世尊頗有如是衆生之類於現世中得沙門果不
037_0894_a_01L그때 부처님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대왕이시여, 이러한 질문을 다른 사람에게도 해본 일이 있습니까?”
왕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이시여, 이러한 내용을 가지고 제가 일찍이 외도(外道) 포라나 등에게 물어본 일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러 스승들은 대답하기를 ‘우리들의 경전에는 이러한 법에 대해 ≺선업과 악업이 따로 없고 선보(善報)와 악보(惡報)가 따로 없다. 그러므로 보시할 필요도, 제사 지낼 필요도 없으며, 보시ㆍ제사의 업을 가질 필요도 없다. 부모도 없고 부모의 은혜랄 것도 없으며, 이 세계나 저 세계가 따로 없고 도를 닦아 성인의 과업을 증득하는 일도 없으며, 성인도 따로 없고 아라한(阿羅漢)과도 없으며, 4대(大:地ㆍ水ㆍ火ㆍ風)가 흩어지고 나면 어디에도 의지할 데가 없다≻라 말하고 있으니, 만약 어떤 사람이 금세(今世)와 후세(後世)와 업인(業因)ㆍ업과(業果)가 진실로 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다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지혜로운 사람의 말이니 어리석은 사람의 말이니 하는 것도 모두가 허무한 말입니다’라고 하더이다.”
037_0893_c_17L時佛卻問王曰大王於如是義曾問餘人以不王白佛言世尊於如是義我以曾問外道晡剌拏等訖彼諸師答曰於我經中說如是法無善惡業無善惡報無施與祀無施祀業無父無父母恩無有此世他世無有修道得聖果者無有聖人無羅漢果者四大散已無所依止若有人言今世後世業因業果眞實有皆是妄言慧所說ㆍ愚人所談二俱皆空
미생원왕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는 여섯 외도들에게 갖가지 진실한 이치를 들었는데, 저들의 대답은 모두가 거짓이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암몰라과(唵沒羅果)를 들고 와서 물으면, 저들은 문득 ‘배를 가지고 왔구나’ 하고 대답하였고, 어떤 사람이 배를 들고 와서 물으면 저들은 문득 ‘암몰라과를 가지고 왔구나’라고 대답하였습니다.
삿된 견해를 가진 포랄나 등 여섯 외도는 바른 질문에 거짓 대답을 해주었으니, 이 외도들이 비록 저에게 이와 같은 갖가지 삿된 대답을 해주었으나, 모두 제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없었으며, 또한 따라 기뻐할 마음도 생기지 않아 그들을 버리고 떠났습니다.
저는 또 그 밖에 말가리구사리자(末羯利俱賖離子) 등 다른 외도 육사들에게도 물어 보았습니다.
‘현재 세상에 모든 중생들은 갖가지 사업을 하고 갖가지 행동을 하며 갖가지의 기술을 가지고, 부모를 봉양하고 삼보(三寶)를 공양하며 자비의 복전에 사용할 물건을 공급합니다. 이와 같은 중생들도 이러한 업에 의지하면서도 도(道)와 성과(聖果)를 증득할 수 있습니까?’
037_0894_a_05L時未生怨王復白佛言世尊我聞六師種種實義彼皆妄答如人問菴沒羅果便將梨菓而報荅之若問梨時便將菴沒羅荅邪見六師晡剌拏等正問耶是外道等雖作如是種種耶說種種耶荅皆不入我意亦不隨喜捨離而去更問諸餘六師外道末羯利ㆍ俱賖離子等於今在世一切衆生作種種業作種種行種種技藝侍養父母供養三寶供給悲田於如是等衆生類依因此業類有得道及聖果不
그러자 그들은 대답하였습니다.
‘우리들의 경전에는 이와 같이 설하고 있습니다.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으며, 선도 없고 악도 없으며, 번뇌도 없고 번뇌의 끊어짐도 없으며, 열반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다≻고 하였으니, 3세(世) 가운데 인과가 있다고 하는 말은 모두가 부질없는 것입니다. 모든 것은 다 자연 그대로일 뿐이니, 지혜로운 사람도 본래 그대로 지혜롭고, 어리석은 사람도 본래 그대로의 어리석을 뿐입니다. 닦을 것도 없고 증득할 것도 없으며, 자신을 이롭게 할 것도 없고 남을 이롭게 할 것도 없습니다. 모든 중생들은 아무 원인도 없이 생겨나고 아무 원인도 없이 소멸됩니다.’”
037_0894_a_16L卽荅曰於我經中作如是說無因無果無善無惡無有煩惱無有斷者有涅槃無有得者三世之中所有因果皆悉空無一切皆是自然智者自然智愚者自然愚無有修者亦無有得亦無自利亦無利他一切衆生無因生無因滅
037_0894_b_01L이와 같이 외도 육사 등은 모두들 거짓말을 하니, 그들의 말은 바르고 착한 말도 아니요 이치에 맞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제가 동쪽에 대하여 물으면 저들은 서쪽이라 대답하니, 제가 비록 이와 같은 갖가지 삿된 말을 들었사오나, 도무지 제 마음에 들지 않았고 또한 기뻐 따를 마음도 없었사오며 그들의 말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기에, 그들을 버리고 물러나왔습니다.
또다시 저 산서이(散逝移)7)의 처소에 나아가 이와 같은 갖가지 의문점을 앞에서와 같이 물었습니다.
‘중생들은 갖가지 행업(行業)과 갖가지 기예(技藝)로 살리고 죽이는 업을 행하니, 이를 의지하여 살고 있는 중생들도 진실로 번뇌를 다 없애고 성인의 과업을 증득할 수 있습니까?’
037_0894_b_01L如是師等皆作如是妄非善說非理說我作東問他在西我雖聞如是種種邪說不入我意亦不隨喜亦不領受辭捨而退更復詣彼散逝移所亦作如是種種問疑如前衆生種種行業種種技藝行生死業於此業中頗有衆生因如是業能盡煩惱證聖果不
이렇게 물었더니, 그들이 대답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셔야만 합니다. 우리들이 하는 설법은 언제나 중생들을 가르치기 위한 것입니다. 스스로 살생을 하고 남을 시켜 살해하며, 자신을 쪼개고 남을 쪼개며, 자신을 불로 지지고 남을 지지며, 스스로 도적질하고 남을 시켜 도적질하게 하며, 스스로 음욕을 행하고 다른 이를 시켜 음욕을 행하게 하며, 스스로 거짓말을 하고 남을 시켜 거짓말을 하게 하며, 스스로 술을 마시고 남을 시켜 술을 마시게 하며, 스스로 겁탈하고 남을 시켜 겁탈하게 하며, 나라를 망치고 집안을 망치며, 만나는 중생이면 땅으로 다니건 공중에 날아다니건 간에 모두 죽여 없애라. 만약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죽여서 저 항하강 언덕처럼 만들도록 한량없는 중생을 죽여 끝없는 악을 저지르는 일과 항하강 언덕처럼 한량없이 많은 중생을 공양하여 한량없이 많은 공덕을 짓는 일, 이 두 가지 행업에 대하여 모두가 원인도 없고 결과도 없으며, 얻는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으며, 더할 것도 없고 덜할 것도 없다’고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037_0894_b_08L彼卽荅曰大王當知我所說者常教衆生自行殺生ㆍ教他殺害自斫斫他ㆍ自炙炙他自行偸盜ㆍ教他偸盜自行婬欲ㆍ教他婬欲自作妄語ㆍ教他妄語自行飮酒ㆍ教他飮酒行劫盜ㆍ教他劫盜破家ㆍ破國所逢衆生地行空中悉皆殺害若殺無量無邊衆生若能恒河此岸殺無邊衆生無邊惡恒河彼岸供養無量無邊衆作無量無邊功德此二衆行竝無因無果ㆍ無得無失ㆍ無增無減
037_0894_c_01L세존이시여, 저는 바른 이치를 물었는데 저들은 이와 같이 갖가지 거짓말만 하고 동문서답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이러한 말을 듣고 조금도 기쁘지 않았고 또한 기뻐 따르지도 않았으며 즉시 그들을 버리고 떠나왔습니다.
또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아시다계사감발라(阿市多雞捨甘拔羅)8)의 처소에 가서 앞에서와 같이 바른 질문을 하였으나, 저들도 앞의 외도들과 같이 대답하기를, ‘모두 일곱 가지의 요소가 있는데, 이 일곱 가지 요소는 그 본체가 자연 그대로여서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요, 변화로 생겨난 것도 아니며, 변화를 따라 있는 것도 아니며, 모이는 것도 아니고 흩어지는 것도 아닌 언제나 자연 그대로일 뿐입니다.
037_0894_b_18L世尊問正義他作如是種種妄說我作東問他乃西荅我聞此已亦不歡喜不隨喜便捨而去復往餘處阿市多雖捨甘拔羅所我如前正問他亦如前耶答作如是說都有七物是七種物體是自然亦非他作非是化生從化有非聚非散常是自然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하면, 땅[地]ㆍ물[水]ㆍ불[火]ㆍ바람[風]ㆍ괴로움[苦]ㆍ즐거움[樂]ㆍ목숨[命]입니다. 이 일곱 가지 요소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한 서로 방해하지도 않습니다. 선(善)ㆍ악(惡)ㆍ괴로움ㆍ즐거움ㆍ괴롭지도 않고 즐겁지 않은 것[不苦不樂] 등 이러한 일곱 가지 일과 짓고 짓지 않는 것, 이 모두는 기험(記驗)도 없고 또한 갚음도 없으며, 죽는 자도 없고 죽이는 자도 없습니다. 1만 4천 가지의 즐거움과 또한 6만 가지와 3업ㆍ2업ㆍ1업ㆍ반업(半業) 등의 악업이 있습니다.9)……만약 능히 이와 같은 갖가지 모든 악업을 지으면 곧 나고 죽는 고난에서 해탈할 수 있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10)
037_0894_c_03L何等爲地ㆍ水ㆍ火ㆍ風ㆍ苦ㆍ樂ㆍ命是七種物無人能造亦不相妨於善於惡及苦ㆍ樂ㆍ不苦不樂此之七事作與不作俱無記驗亦無報無有死者亦無殺者萬四千種樂更有六萬三業二業一業半業等惡若能具造如是種種諸惡得解脫生死苦難
根本說一切有部毘柰耶破僧事 卷第二十
乙巳歲高麗國大藏都監奉勅雕造
  1. 1)포살일(布薩日)을 말한다. 계율에 따라 스스로 죄를 참회하는 것으로, 매월 보름과 그믐에 행한다.
  2. 2)승가리(僧伽梨)를 말하며, 중의(重衣) 또는 합의(合衣)라 번역한다. 설법할 때 또는 마을에 나가 걸식할 때 입는 옷이다.
  3. 3)승단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분쟁이나 논쟁을 해결하기 위해 제정한 규정이나 충고를 이르는 말이다.
  4. 4)여기서 안[內]이라 함은 동요(動搖)와 파괴(破壞)가 없는 성자(聖者)를 말하고, 밖[外]이라 함은 동요와 파괴가 있는 이생(異生)을 말한다.
  5. 5)중인도 비야리국에 있던 동산으로, 기생 암몰라녀(菴沒羅女)의 소유였는데 불법에 귀의한 후 부처님께 보시하여 절을 지었다.
  6. 6)외도의 이름이다. 부란나(富蘭那)라고도 한다.
  7. 7)산서이비라지자(散逝移毘羅胝子)이니, 외도의 한 사람이다.
  8. 8)고려장경 본문에는 ‘아시다수사감발라(河示多雖捨甘拔羅)’로 되어 있으나, 『불학사전』 등에 ‘수(雖)’가 ‘계(雞)’로 되어 있다. 여타 사전에도 ‘계(雞)’로 되어 있으므로 역자도 이를 따랐다.
  9. 9)다른 율장(律藏)에는 이 아래 니건타신약저자(尼犍陀慎若低子)의 말과 각구타가다연나자(脚俱陀迦多演那子)의 말이 차례로 실려 있다.
  10. 10)신수대장정 각주에 의하면 이 아래에 명본(明本)에 협주(夾註)가 있는데 “그 밖에 세존의 바른 대답은 『비나야잡사』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下餘世尊正答廣如毘奈耶雜事)”라고 되어 있다고 하였다.